신화 1회
제 1 회 ( 09 월 26 일 )
S#1 청계천 일각
누군가를 쫒는 일단의 깡패들.
깡패들의 맨 뒤에서 달리는 태하(당시 대학3년). 다른 깡패들과는 달리 지적인 느낌이다.
S#2 청계천 일각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입술을 앙다문채 눈은 똑바로 앞만 바라보고 걷는 서연.(당시 대학 1년)
감정을 통제하려 무척 애를 쓴다.
S#3 몽따주
그런 둘의 움직임이 몽따주되며 어지러이 움직인다.
S#4 청계천안쪽의 작은 4거리
각자 움직여오던 두명이 4거리로 향하는데
4거리의 가운데는 너덧명의 상인들이 큰 오락기(갤러그 종류의 옛날 것)를 옮기다가 무거운지 잠시 내려놓은데다 구경을 나온 상인들까지 있어 거리가 비좁다.
결국 태하네는 거기서 더 따라가지 못하는 바람에 사람을 놓치고
서연은 가지못하고 서있다.
상인1 (구경하는 사람중의 하나) 이게 뭐야?
상인2 (들고가는 사람중의 하나) 오락기.
상인1 그게 뭔데?
상인2 몰라. 대웅이가 사라고 해서 사는거야. 그 녀석 사라고 해서 안된거 없잖아.
모두 (관심있게 보고)
상인2 (이제 다시 들어 나르며) 아참.. 대웅이 보거든 빨리 좀 오라구 해줘. 어딨는지 보이질 않네. 빨리 해봐야되는데.
그들이 말하는 사이에도 태하네는 계속 사람을 찾고 있고
서연은 아무 생각없이 서있고
그러다가는 상인들이 다시 움직여 게임기를 들고가자 길이 좀 뚫린다.
태하, 도망가던 사람이 게임기뒤에 숨어있는 것을 보고 다시 쫓아가느라 본의 아니게 서연을 치고 가지만
가는 태하도 맞은 서연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기 갈길만 간다.
카메라, 한마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가는 태하를 따라간다.
S#5 청계천 일각
쫒기는 남자와 쫒는 태하의 무리들.
엎치락뒷치락 하다가는 드디어 태하네 무리들에게 잡히는 남자.
잡자마자 폭력을 가하는 깡패들.
마지막으로 달려온 태하가 숨을 고르며 본다. 그런 태하의 모습에서..
S#6 부산의 시장(회상)
1975년.
쓰레기 리어커 하나가 나뒹군채 태하모와 교복입은 태하가 깡패들에게 맞고 있다.
태하는 가능한 태하모가 맞지 않도록 하려고 어머니를 감싼채
맞고 있고, 태하모도 태하가 맞지 않도록 하려는 듯 태하를 감싼다.
깡패1 그 인간 어데 있노?
태하모 느그들도 모르는걸 내 우찌 아노?
깡패1 에이씨. (하며 손을 올려 태하모의 뺨을 치려는데)
태하 (깡패의 손을 잡는다)
깡패1 (가소로와 태하를 보며 빙긋 웃다가는)니 아적 학교 다닌다대. 월사금 낼 돈은 있는가부지. 내같으문 일해가 아부지
돈부터 갚아주겠다. 그기 아들의 도리 아니가? (하고는 태하의 손을 뿌리치며) 부처님돈은 띵겨먹을 수 있어도 우리
형님돈은 안된다. 알제? (태하모의 멱살을 잡으며) 다 죽고 싶지 않으면 느그 남편손에 빨리 돈 들려 보내. 알았제?
하고는 잡은 멱살을 놓고는 돌아서 간다.
다른 깡패들도 사라진다.
쓰러진 태하모, 툭툭 털고는 일어나 한쪽에 쑤셔박혀진 쓰레기 리어커를 잡아 올린다.
그리고 내팽겨쳐진 쓰레기자루들을 다시 리어커에 올린다.
태하, 얼른 가 같이 올리고는 리어커를 끈다.
태하모는 자연스레 뒤로가 리어커를 민다.
태하모 쓸데없는 생각마라.
태하 ......
태하모 대학 가는기다.
태하 .......
태하모 .......
태하 .......올라 타세요.
하면, 태하모, 리어커위로 올라탄다.
끌고가는 태하의 모습. 한숨만 나온다.
S#7 태하네의 집마당.
태하와 태하모가 들어온다.
태하모는 수건으로 몸을 툭툭 털고는 부엌으로 들어가고
태하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태하 열면 방안은 도둑이 든 듯 온통 헤집어져있다.
태하, 작은 한숨을 쉬고는 문을 닫는다.
그리고는 수도를 틀어 물이 나오자 머리를 들이민다.
태하모, 밥상을 들고는 방으로 가고
태하도 수건으로 대충 닦고는 들어간다.
S#8 방안
헤집어진 방안을 보고도 놀라지도 않은채 밥상을 태연히 내려놓는 태하모.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는다.
태하도 앉아 밥을 먹는다.
태하모 (밥을 먹다가는 뜬금없이) 손가락을 주든지 손목을 주든지 맘대로 해라. 건달놈들 100아니라 1000을 보내도 내는
더이상 갚아줄 돈이 없다.
하자 이불보뒤에 숨어있던 태하부가 얼른 고개를 내밀며
태하부 그누마들 내가 보낸거 아이다.
태하모 (태하부를 째려보면)
태하부 (바로 비굴한 표정으로 나와서는) 이번 한 번만 해줘라. 이번 한 번만 해주면 다시는 이런 일 없을기다. 노름 끊고
새사람 되께.
태하 (그런 아버지를 쳐다보지도 않고 밥만 먹는다)
태하모 (밥만 먹는다)
태하, 가방을 들고 일어난다.
태하모 오늘 월사금 읎다.
태하부 (찔금하고)
태하모 교실서 쫒겨나도 공부는 하그라.
태하 (나간다)
S#9 태하의 학교교실 복도.
교실안에서는 수업을 하고있고 태하는 월사금을 안내 쫓겨나 무릎 꿇고있다.
창문을 약간 열어놓은 태하,
선생님의 수업을 듣는 즉시 다 외워버린다.
S#10 태하의 집 외경(저녁)
S#11 태하네집 단칸방
방가운데는 작두가 놓여져있는 채
깡패 몇이 태하부의 손을 작두에 들이밀려고 하고있고
태하부는 소리를 지르며 손을 안대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
태하모는 깡패들에게 둘러싸인채 그 광경을 보고 있다.
아무리 강한 태하모라도 겁에 질려있다.
깡패보스가 그런 태하모의 얼굴을 살핀다.
겁에는 질려있으나 아무런 변화가 없는 태하모.
보스, 눈짓을 한다.
깡패들이 힘을 써 태하부의 손을 작두대위에 올려놓는다.
태하부는 지레 질려 넘어갈 지경이다. 겨우 눈을 들어 태하모를 쳐다보며 애원한다.
태하부 한 번만.. 한 번만 살려줘..
태하모 ........
태하부 .......
태하모 .......
보스 (그런 둘의 눈빛을 한 번씩 보고는 부하들에게 눈짓을 하는데)
이때, 태하가 들어온다.
모두 본다. 태하도 이 광경을 본다.
태하부 (구세주를 만난듯) 태하야.. 잘왔다.. 니 엄니한테 말좀 해봐라. 애비 죽겄다.
태하 (태하모를 본다) 엄니... (하며 장판밑으로 눈이 간다)
태하모 (태하를 똑바로 본다)
태하 (다시 태하모를 보며 애원하듯 장판밑으로 눈이 간다)
태하모 (절대 안된다는 표정으로 태하를 똑바로 본다)
태하 (그런 엄마의 표정에 눈을 한 번 질끈 감은 뒤 장판을 들추려는 듯 앉으려는데)
태하모 이틀만 말미를 줘라.
모두 (보는데)
보스 이틀만, 이틀만해서 온게 오늘 아이가.
태하모 그래도 안갚으면 우리 태하 데리고 가라.
태하 .......
태하부 .......
보스 .......
태하모 태하가 내한테 어떤 아들인지 알제?
보스 이자만이 아이고 원금 몽땅 다다. 알제?
태하모 안다.
태하 (절망과 놀라움으로 태하모를 보고)
시간경과. 밤
태하모는 아무일도 없었던 듯 재봉질을 하고 있고,
태하부는 맞은데가 아픈지 엄살을 부리며 누워있다.
태하는 책상서 공부를 하다가는 어머니를 본다.
어머니는 일만한다.
태하부 (누워서 끙끙대면서) 원금까지 갚을 돈은 없을기고 어디 꿀데라도 있나?
태하모 .......
태하 .......
태하부 아무도 안 꿔줄긴데...
모두 말없이 어머니의 재봉소리만 시끄럽다.
시간이 다시 흐르고 어머니의 재봉질이 멈췄다.
태하, 어머니를 본다.
태하모는 십자가를 쥐고는 기도를 한다.
보는 태하.
태하모 (작은 소리로 웅얼거리며 기도하다가는)..아멘..
태하 맨날 무슨 기도 드리세요?
태하모 감사기도..
태하 무슨 감사요..
태하모 너를 내게 준것에 감사한다꼬.
태하 (울컥한다).....어머니...
태하모 ......
태하 전 어머니 결정에 따라요.
태하모 .......
태하 어디있든 어머니 아들일 자신있어요.
태하모 (눈시울이 붉어지려하자) 늦었다. 그만 자자.
하고는 어머니 눕는다. 그런 어머니를 보는 태하. 그리고는 잠이 드는데.
S#12 시장(새벽)
일상처럼 태하와 태하모는 쓰레기를 치운다.
약간 떨어진 곳에서는 어제의 깡패중 두명이 그들을 감시하고 있다.
이제 쓰레기를 다 담아 리어커를 끌고간다.
리어커를 끌고 가는 태하. 뒤에서 미는 태하모.
깡패둘이 그들을 한 번 흘낏 보고도 그냥 널부러져 앉아 담배를 피고있자
태하의 뒤에다 대고 말한다.
태하모 니 가방안에 보문 돈 있을기다. 대학 입학금이 될지는 모르겄다.
태하 (뒤돌아보는데)
이때, 깡패들이 담배를 다피고는 바짝 따라오자 그냥 리어커만 끈다.
그리고는 쓰레기 하치장에 이르러 쓰레기들을 내린다.
깡패들은 하치장 냄새때문인지 멀리서 지켜만 본다.
태하모 (일하면서) 학교가서 1,2교시는 그냥 받그라. 그놈들이 어데있는지 잘 봐둔뒤에 3교시 중간에 빠져나오그라.
태하 .......
태하모 그라고는 무조건 다음 기차역까지는 안들키고 뛰어야한다. 이 근처 역이나 버스정류장엔 그누마들이 다 깔려있어
안된다. 거서 서울로 가.
태하 어머니...
태하모 어차피 그 돈 줘봐야 이자밖에 안되고 빚내 갚아봐야 또 그짝 나는건 시간문제다. 내는 그런 장사 하기싫다. 그냥
니한테 다 걸란다.
태하 .....그럼 같이 가요. 같이 도망가요 어머니..
태하모 내는 니 아부지랑 따로 갈기다. 니하고 가능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말이다. 왠지 아나? 니하고 느 아부지하고 최대
한 멀리 떨어뜨리는기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인기라.
태하 ........
태하모 ........
태하 ........
태하모 서울가면 여는 잊어버리그라. 여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라꼬 하지도 말고 혹 안다해도 잊어. 내가 죽었대도 올
그없다. 오로지 니 야망 니 성공.. 그것만 보고 가그라. 그기 내 아들인기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제?
태하 하지만.. 어머니..
하는데 깡패들이 소리가 들리자 이쪽으로 온다.
둘이 말을 멈추고는 빈리어커를 끌고는 간다.
S#13 시장거리
태하가 끌고 태하모는 리어커에 탔다.
태하모 나 돕겠다고 따라나온 어린 니를 리어커에 태워 갈때가 젤루 좋았다.
태하 ........
태하모 그라구는 니가 크니까 내를 이렇게 리어커에 태워가는데 세상에.. 더 좋은기라.
태하 ........(뒤돌아보며)어머니..
태하모 ......
그냥 가는 둘...
S#14 태하네 단칸방
밥을 먹는다. 태하모, 태하부, 태하가 밥을 먹는다.
아무도 말이 없고 분위기가 무겁다.
태하부는 둘의 눈치만 본다.
태하가 밥을 다 먹었으나 일어나지 못하고 그냥 앉아있자.
태하모 다 묵었으면 학교 안가고 뭐하노?
태하 .......
태하부 (눈치만 보고)
태하 (고개도 못든채 일어나려는데)
태하모 (일어나려는 태하의 손을 밥상옆에서 꽉 잡는다) 잘 다녀 오그라.
하고는 손을 서서히 놓는 태하모.
그러고 나면 태하의 손에 남는 어머니의 십자가.
태하, 십자가를 보며 눈만 벌거진채 일어난다.
그리고는 십자가를 움켜쥐고는 나가버린다.
그런 태하를 보지 않는 태하모.
S#15 학교교실
역시 밖에서 수업을 받고있는 태하.
창밖으로 들리는 소리를 눈을 감고 외고 있는 태하.
그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그리고는 일어나 걸어간다. 뛰는 태하.
S#16 서울역사밖
나오는 태하.
서울의 거리를 보는 태하. 그위로 어머니의 목소리.
태하모 (E) 여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라꼬 하지도 말고 혹 안다해도 잊어. 내가 죽었대도 올그없다. 오로지 니 야망 니
성공.. 그것만 보고 가그라.
S#17 청계천의 마찌꼬바.
아주 작은 양수기제작 및 수리소에 두세명의 기름때묻은 일꾼들이 일하고 있다.
정씨 (E)야 이 새끼야.. 똑바로 못해?
소리가 들리면 정씨가 발로 찼는지 태하가 굴러 벽에가 부딪힌다.
벽에도 쇠로된 부품들이 있어 머리를 부딪히는 태하.
금방 핏물이 묻어나온다.(심하게는 아니고)
그러나 태하는 머리보다는 배가 아픈지 움켜쥔다.
이내, 정씨 나오며 다시 한 번 발로 태하의 다리를 찬다.
사장 (다가오며) 왜그래?
정씨 이런 신삥 좀 데려오지 먀쇼잉. 대그빡에서 연기난께.
사장 첨에 다 그렇지 뭐. 기계부품 외기가 쉬워? 가르쳐가며 해.
정씨 이건 보조가 아니라 염장덩어리란께. 브란자 달라고 하면 한시간.. 링구 달라고 하면 딴놈주고, 이게 돕자고 온놈이여
망치자고 온 놈이여. (하며 장갑을 벗어던지고는 담배-환희 또는 한산도를 하나 피워물며 가고)
사장 (태하에게 수건을 휙 던져주며) 밤새 책 볼 정신 있으면 부품 하나 더 외.
시간경과
백열등 하나만 켠채 혼자 부품과 기계들의 이름을 매뉴얼을 들고는
외우고 있다. 그러나 양수기 안을 뜯어 볼수는 없기 때문에 그냥 양수기는 겉만 보고는 책의 그림을 가지고 외운다.
그림에 영어 이름으로 된 것을 일본어 이름으로 쓰며 외운다.
졸립다. 하품을 하고는 체조를 하더니 고교참고서를 꺼내 들고는 서서 공부를 한다.
시간경과. 아침이다.
정씨가 일하고있다.
정씨 (일본 부품명)그랑꾸!
태하, 뛰어가 이리저리 찾다가 겨우 찾아 돌아와 준다.
정씨 새꺄. 이게 사다카바지 그랑꾸야, 이 새끼 대체 머리가 있는거야? 없는거야?
하며 큰소리가 나자 이번엔 갑자기 사장이 불끈해가지고는
태하가 쓰는 작은 방문을 열더니 태하의 책들을 다 집어 찢어 내팽개친다.
사장 내가 이따위 책 보라구 월급주는줄 알어 새꺄? 너때매 요새 일 늦어져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냐? 당장 나가 짜샤.. 나가..
하며 사장이 태하를 발로 차자
머쓱해진 정씨가 사장을 말리며 데리고 나간다.
정씨 아직 신삥이라 그렇지 뭐. 나가 담배나 하나 피자구. 내 어떡해든 오늘 일 마쳐볼테니까.
씩씩대며 따라나가는 정씨와 사장.
혼자남은 태하. 찢어진 책들을 보고 있다.
비참하기도 하고 뭔가 끓어오르는 분노가 일기도 하고..
그리고는 뭔가 결심을 한 듯 드라이버를 집는다.
S#18 태하네 마찌꼬바골목
정씨와 사장은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몇집 건너옆 마지꼬바에서 갑자기 건달들이 학교난로들을 날라 트럭에 싣는다.
주인은 물건들을 못가지고 가게 절규하고 붙잡고..
건달들은 뿌리치며 난로며 부속이며 뭐든 실어나른다.
정씨 뭐여?
사장 결국 못갚었구만.
정씨 뭐여? 또 사채업자 전씨한테 걸린거여?
사장 누구겄어?
계속 건달들과 주인의 실갱이는 벌어지고
사람들은 모두 구경하지만 아무도 건달들을 말리지는 못한다.
그렇게 한참을 구경하고 있는데
이때, 전사장의 차가 오고, 전사장이 차에서 내린다.
구경하던 사람들 그녀와 눈이 마주칠까 하나둘 뿔뿔이 흩어져 자기 가게로 돌아간다.
정씨와 사장도 힐끔힐끔 보면서 자기 가게로 돌아가고
빚으로 쫒겨나는 주인은 전사장에게 매달리지만
전사장은 그에게는 눈길도 주지않고 건달들에게만 몇가지 뭐라고
지시한다.
그런 그들을 흘끔거리며 보며 자기네 공장으로 온 정씨와 사장,
고개를 돌리자 눈이 휘둥그레진다.
(같은 골목이므로 그냥 거리에서 안을 보면 되기 때문에 씬이 바뀔 필요 없음)
태하가 정씨가 고치던 양수기를 드라이버로 모두 분해해
부품들을 길바닥에 죽 나열해놓고는 외우고 있다.
사장 (너무 어이가 없고 분통이 터져 말로 태하를 차며) 이놈이.. 이놈 미친놈 아냐? 이거 오늘까지 수리해주기로 한건데...
태하 (일어나 사장을 똑바로 쳐다보며 태연히 얘기한다) 부품이름 몰라 맨날 일이 늦어지느니 하루 공치더라도 완전히 외워버릴겁니다.
직접 보지않고는 외울수가 없어요.
사장 ........
태하 (이를 악물고) 제가 일을 장악할때까지 기다리세요.
그런 태하의 반응에 정씨는 물론 사장도 뭐라 말도 못하고 있는데
호탕한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보면 전사장이다.
전사장 어린 녀석이 근성이 있네.
태하 .......
전사장 너 내밑에서 일할래?
태하 (전사장을 똑똑히 바라보고는) 대학 4년을 책임져주시면요.
전사장 (입가에 빙긋이 웃음이 생기며) 내가 누군지 무슨 일인지 묻지도 않고?
태하 제게 일이란 돈버는 일이외는 없습니다. (회상 끝)
S#19 깡패들 아지트
그새 6씬의 깡패들이 자신들의 아지트로 옮겨와 있다
무심한 태하의 얼굴.
겁에 질린 사람 하나가 태하에게 비참하게 빌고 있다.
사내 이봐.. 최군.. 최군.. 제발 하루만.. 하루만..
하는데 태하, 깡패들에게 눈짓하면
깡패들, 쇠파이프로 사내의 정강이를 정확하게 가격해부러뜨린다.
사내, 윽하며 쓰러지고..
태하 (무심한 표정으로) 기한은 2주고, 다음엔 자릅니다.
하고는 나가는 태하.
그렇게 서늘하게 나가는 태하의 모습에 깡패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S#20 청계천 거리(저녁)
걸어나오는 태하.
꽉 쥔 태하의 손안에는 어머니가 준 십자가가 쥐어져있다.
멀리 한켠서는 주머니의 돈을 뒤지는 서연의 모습도 걸린다.
그런 둘의 모습 사이로 구두닦이통을 들고 오는 대웅부.
오락기가 놓여 상인들이 몰려있는 가게로 간다.
상인2 (대웅부에게) 안그래도 집으로 가보려고 했는데. 대웅이 어디 갔어요?
대웅부 내말이 그말이여. 집엔 사흘동안이나 안들어오고 작업실에도 없구..
상인2 그래요? 이상하네.. 오늘 이거 들여오는거 아는데..
대웅부 그럼 나타나겠네. 새 기계라면 볼일보다가도 뛰쳐나가니까.
상인2 근데 여태까지 안나타나니까 이상하다는거죠.
보일러 (E) 나는 안다.
하고 모두들 보면 오락기가게 바로 옆에 보일러가게 아저씨다.
상인2 어딨는데?
보일러 (수리하다가는 상인2를 보며) 지금으로부터 나흘전 바로 그 자리! 자네와 대웅이가 무슨 얘기를 했나 잘 생각해보라구.
상인2 무슨 얘기는... 니가 얘기한 그 기계.. 오늘 들여올거다.. 보일러 바로 그때! 대웅이의 눈이 어딘가로 꽂혔지..
상인2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나더니만 걱정스런 표정이 되며) 아니 그럼 혹시.. 보일러 난 그 혹시가 맞다고 생각하네. 그때 대웅이의
흔들리는 눈빛을 봤거든.
상인2 아니 그건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했는데..
하며 어딘가로 가기 시작.
다른 몇몇도 궁금한지 뭐냐고 물으며 따라간다. 대웅부도 따라가고.
S#21 창고밖 거리
청계천의 모든 가전들이나 수리할 것들을 모아두는 꽤 큰 창고이다.
몰려들어오는 사람들.
S#22 창고안
창고안은 꽤 어둡고 많은 물건들이 쌓여있다.
들어오는 사람들.
사람들, 대웅을 부르며 찾는데..
창고의 제일 구석에서 불빛이 보인다.
가 보면 스탠드를 켜고는 컴퓨터를 뜯어놓고있는 대웅.
상인2 야 이눔아!
바라보는 대웅. 나흘동안 밥도 안먹고 세수도 안해
수염은 덥수룩한데다 꾀죄죄하지만
눈은 말똥말똥하다.
S#23 창고안(회상)
다른 창고다.
초등학교 6학년정도의 사내아이(대웅)가 창고안의 꽤 높은 난간위에 서있다.
아마도 뛰어내리려는듯하다.
어린 대웅, 밑을 한 번 보며 겁을 먹지만
질끈 눈을 감고는 '하나! 둘! 셋!'하고는 뛰어내린다.
순간, '악' 소리가 난다.
S#24 병원
어린대웅은 다리에 기브스를 한 채 누워있고
어른 두명이 있는데.. 대웅부가 급히 뛰어들어온다.
대웅부 (대웅을 보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거여?
어른1 어떻게 되긴.. 지가 창고서 뛰어내렸다니까.
대웅부 (대웅을 보며) 왜 그랬어? 왜?
어른2 그 녀석 속을 누가 알어? 생전 말 한마디 없이 하루종일 고장난 라디오에 고장난 테레비만 보고있는애를..
대웅부 (더 다그치며)왜그랬어? 왜? 말을 해봐.. 말을..
어른2 고집 피우지 말고 한 번 가봐.. 이런애들만 봐주는 학교가 있다잖아.
어른1 말못하는 바보를 학교를 보내노니 자해까지 하지.
대웅부 (화를 버럭내며) 말할줄 안다니까요.
S#25 특수학교외경
대웅을 업고 걸어오는 대웅부.
눈물을 흘려 훌쩍인다.
대웅부 아부진.. 너 아니고는 살 수 없는 사람이여. 그런 줄만 알어. (거의 혼잣말)너 때문에 도망친거란 말여. 너 때문에..
대웅은 대웅부의 등에서 지나가는 차를 본다.
차가 갈때까지 고개를 돌려 끝까지 본다.
S#26 특수학교 복도
대웅은 선생님의 자리에 앉아있고
대웅부와 선생님은 바깥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선생님 자폐는 어른이 되면서 나아지기도 합니다. 더구나 어릴 때 분명히 말을 했었다니까요.. 그럼 이유만 정확히 알면 쉽게 풀어질겁
니다.
대웅부 부탁드리겠습니다.
선생님 네. 그럼 매주 수요일마다 뵙겠습니다.
하면, 대웅부 선생님에게 인사하고는
문을 연다.
대웅부 대웅아!
부르면 대웅이 나온다.
다시 대웅과 대웅부 선생님에게 인사하고는
선생님은 교무실로 대웅과 대웅부는 복도로 걸어간다.
처량하게 걸어가는 대웅과 대웅부..
한참을 걸어가는데
느닷없이 교무실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선생님이 책(수학문제가 있는.. 이 문제와 해답은 별첨하겠음)을 들고는 쿵쾅거리며 뛰어온다.
뛰어와서는 대웅에게
선생님 (대웅에게 책을 보이며) 이거 니가 풀었니?
대웅 (고개를 끄덕)
선생님 이거 어떻게 답이 이렇게 나왔는지 선생님한테 설명해 줄수 있겠어?
대웅 .......
선생님 선생님도 이거 꼭 풀어야되는데 잘 모르겠거든. 니가 설명 좀 해줘.
대웅 (선생님 연필을 뺏어 쓰려고 한다)
선생님 아니 아니.. 니가 쓴건 봤는데 잘 모르겠어.. 말로 해줘.. 응?
대웅 (선생님을 멀뚱멀뚱본다)
대웅부 .......
대웅 오만천이백팔십삼번째걸 구하려면
대웅부 .......
대웅 별표 괄호하고 별표 더하기 1 괄호닫은걸 둘로 나눈게 51283보다 크면 되니까..
선생님 어떻게 이런 공식.. 이 별표공식말야?
대웅 1부터 4까지 더한거 하고 4 곱하기 괄호하고 4더하기 1괄호 닫은거
2로 나눈거 하고 같구.. 오까지 더한거는...
대웅부와 선생님.. 서로 보며..
선생님 이유를 안거 같아요.
대웅부 ......
선생님 천재예요.. 얘기가 통하는 사람이 없었던 거예요.
대웅부 예?
선생님 (다시 대웅에게) 대웅아.. 높은데서 뛰어내렸어?
대웅 ......
선생님 얘기해봐.. 얘기하면 선생님이 가르쳐줄 수도 있어.
대웅 ...내 살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해서...
대웅부 (어이없고)
대웅 딱딱한게 안에 있는데 안보이잖아요.
서로 쳐다보는 대웅부와 선생님.
S#27 청계천 거리
이삿짐리어커에 대웅을 올리고는 개선장군처럼 입성하는 대웅부.
대웅은 눈이 휘둥그레져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보느라 정신이 없다.
선생님 (E) 아직 영재학교 같은 곳이 없어서 어떡하죠?
가능한 대웅이하고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셔야할텐데요.
대웅부 (신나하는 대웅에게) 대웅아.. 너 여기서 살고 싶어?
대웅 (고개만 끄덕)
대웅부 그럼 아부지랑 두 개만 약속하자.
대웅 ......
대웅부 하나는 아부지가 니 말 못알아들어도 무조건 얘기해주는거.
대웅 .....
대웅부 하나는 아부지 하는말 들어주는거. 약속할 수 있어?
대웅 (고개를 끄덕)
대웅부 말로
대웅 ...네....
하면 대웅부, 신나서 다시 리어커를 끌고 걸어간다.
대웅은 그저 거리의 모든 것들이 신기하고 이곳으로 온 것이 신나고..
대웅부 (리어커끌며) 대웅아.. 너 세상을 움직이는게 뭔지 알어?
대웅 .......
대웅부 (웃으며) 꿈이야.. 꿈. 니꿈.. 사람들의 꿈...
대웅 .......
대웅부 넌 내 꿈이야..
하며 가는 대웅부.
S#28 창고안(22씬과 같은)
22씬의 대웅의 모습에서
상인2 (뜯어진 것들을 보며 기함을 하고는) 이게 얼마짜린데..
대웅 ...... (이제 좀 정신이 든다)
상인2 니가 아무리 대단해도 그렇지.. 컴퓨터는 일본에서도 몇사람만 고칠줄 아는 거랬는데, 이제 이거 어쩔래? 어쩔래?
모레면 일본으로 보내야하는데.
대웅부 얼마나 하는건데?
상인2 1000만원은 하는거란말예요.
대웅부 (난 못물어준다는 느낌으로 그냥 나가려고 하면)
대웅 고치긴 했어요.
모두, 보면
대웅 고장난건 별거 아녔어요.
대웅부 (돌아보며)그러냐?
상인2 (눈에 생기가 돌며) 진짜 고쳤어?
대웅 네. 다시 조립하면 되요. 저는 그냥 안이 궁금해서..
상인2 그래? (하며 돈 많이 받을 수 있겠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굴리며)
대웅아.. 오락기 갖다놨다.
대웅 그래요?
하면, 대웅 뛰어간다.
대웅부 밥 먹고 가야지 인석아..
S#29 헌책방들의 거리
헌책방거리를 뛰는 대웅.
대웅이 뛰어간 거리의 책방 한곳..
주인은 입구에서 책 정리하고 있는데
서연이 겸연쩍은 듯이 와서는 괜히 이책저책을 뒤적여보고 있다.
주인 뭐 찾는거 있어?
서연 아뇨.. 저..
주인 (길쪽을 보니 태하가 어떤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신경이 날카로와 지는데)
서연 아저씨.. 저기.. 이 책들.. (하며 자기 가방을 만지작거리는데)
주인 (이제 들어간 집서 나오는 태하를 본다) 뭐?
서연 예.. 저..
주인 (날카로워) 사러왔어? 팔러왔어?
서연 예.. 저 사실은 이게 얼마나 되는지..
주인 잠깐 기다려요
하는데 주인, 안되겠는지 태하의 눈에 띄지않도록 슬그머니 다른 쪽으로 도망을 가버린다.
벌춤한 서연. 그냥 서있고
태하는 와서는 불쑥 책방안으로 들어가는데 주인이 없자
그냥 서서 경영학원전들을 빼 본다. 바닥엔 대웅이 열심히 찾고 있고
입구에는 서연이 그냥 벌춤히 서있다가는 발길을 돌려 간다.
이번엔 서연의 길을 따라간다
E (강렬하게 들리는 비지스의 '트레이지디')
S#30 여자고등학교전경(밤)
음악소리도 계속 들리고
불켜진 몇 개의 교실.
S#31 복도
자율학습을 하던 여학생들이 교실바깥으로 뛰어나와
음악소리가 어디서 들리는 건가 찾으며 신나고..
이때 선생 하나가 몽둥이를 들고는 걸어오며
선생 안들어가!
하면, 아이들 들어가고
선생은 음악소리의 진원지를 찾아간다.
S#32 복도끝교실안
아이들은 서로 쉬쉬하며 키들거리고 웃고 떠들고있다.
이때, 선생이 들어오자 쥐죽은 듯 조용해지는 아이들.
아직도 계속 소리는 나고 있고
선생,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간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는 음악을 들으며
영어단어를 외우고 있는 서연. 아직도 모르고 있다.
보면, 이어폰잭이 책상서랍속에 든 녹음기(워크맨이 아님)에서 빠져있다
선생이 서연의 어깨를 툭툭 친다.
서연, 본다.
이어폰을 빼며 '무슨 일이세요'하고 일어나는 서연.
아이들 박장대소 하고
들리는 음악소리..
사태가 파악된 서연의 표정.. 선생의 표정.
S#33 교무실
선생님은 채점을 하고 있고
종아리를 맞은 듯 아파하며 한켠서 반성문을 쓰고 있는 서연.
서연 (선생에게 와) 다 썼는데요.
선생 (채점하느라 보지 않은채) 놓고 가.
서연 (옆에 놓고는 인사를 하고 나간다)
서연이 가고나자 채점이 끝난 선생, 반성문을 본다.
얼굴이 울그락붉그락해지는 선생님.
S#34 서연의 집 마루
형구와 서연부가 앉아있다.
형구 뭐라고 썼는데?
서연 다음부턴 이어폰잭을 절대 빠뜨리지 않겠습니다.
형구 (웃고)
서연부 그러니까 더 맞지.
서연 그럼 뭐라고 써. 잘못한거라곤 그거밖에 없는데. 안그래요 아저씨?
형구 그렇지.. (하며 웃는다)
서연부 저 녀석..저거..
형구 왜요? 그게 서연이 매력인데요.
서연부 그런말 말게..
저 녀석이 몇일전에는 글세.. 버스안에서 어떤 남학생놈이 짓굿게 서연이 힙을 만지는거 같더래.
서연 만지는거 같은게 아니구 만졌다니까.
서연부 그럼 얼굴을 붉히면서 조용히 피해야지.
형구 근데요?
서연부 고개를 홱돌려서는 5원짜리를 주면서 '팁이다' 하고는 내렸다는 거야.
형구 (마구 웃어대고)
서연부 저게 엄마없이 천방지축으로 자라서 세상 무서운걸 몰라.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
형구 (계속 웃으며 서연을 보고)
시간경과
S#35 서연의 집 서연부의 방
형구와 서연부가 간단한 술상을 놓고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형구 국회의원 제명건도 그렇고.. 부마도 그렇고 뭔가 대책이 있어야하는거 아닙니까?
서연부 (술을 한잔하며)부장님도 걱정이 많으시지만 어른의 생각을 바꾸시기엔 역부족이시고... (뭔가 말을 더할듯)
형구 ......(이쪽은 이쪽대로 말을 더 할듯)
서연부 .......
형구 .......사단으로 오십시오.
서연부 나도 그러고 싶어. 가서 지휘하고 훈련하고 그러고 싶어..
형구 ......
서연부 이건 아냐.. 이건..
형구 .......
S#36 학교
아이들이 많이 모여 벽에 붙은 등수표를 보고 있다.
서연도 등수표를 보러 오는데 어제의 그 선생이 온다.
선생 너.. 반성문 다시 가져오라는데 왜 안가져와?
서연 다시 써도 그거밖에는 잘못한게 없어요 선생님. 영어단어 외울때하고 수학문제 풀때는 듣는게 훨씬 능률적이라구요.
증거도 있어요
하고는 벽에 붙은 등수표를 본다. 선생도 본다. 1등이다.
선생, 할말없고
서연 저는 제방식대로 공부해서 처음으로 1등을 했어요. 그러니까 저의 방식을 인정해주세요.
선생 (할말이 없어서는)내 자리로 와.
하고 선생, 가면
학생1 역시 윤서연이야..어떻게 짝코를 납짝코를 만드냐?
서연은 뿌듯해하며 다시 등수표를 본다. 기쁘다.
S#37 거리
기분이 좋아 집으로 가던 서연, 공중전화를 보더니 안되겠는지 전화를 한다.
서연 아빠... 저요.. 1등했어요. 뭐해주실거예요?
S#38 서연부의 사무실
서연부, 전화받으며
서연부 뭘 받고 싶은데.. 뭐? 미성년자관람불가영화? 떽... 알았다.. 알았어. 오늘은 7시까지 꼭 들어간다. 그래.. 꼭..
하고는 기분좋아 전화끊는데..
이때, 부장 들어온다.
부장 ......준비해..
서연부 .....오늘 ....입니까?
부장 ......안에서 소리가 나면 바로....
서연부 .......(긴장과 함께 만감이 교차)
S#39 서연의 방
옷을 이것저것 입어보는 서연. 기분이 한껏 좋은데...
전화벨소리가 들린다.
S#40 마루
나와서 전화를 받는 서연.
서연 왜요? 아빠.. 또 늦으신다는거 아니겠죠?
서연부 ......그게...
서연 아빠!
서연부 그래.. 미안하다.
서연 이러실 수 가 있어요?
서연부 그래... 이러면 안되는데..
너한테 내가 이러면 안되는데..
(하고 목이 멘다)
서연 (분위기가 좀 심상치 않자 누그러져) 몇시까지 오실수 있는데요?
서연부 ......
서연 왜 못들어와?
서연부 힘든일이 많을거다. 앞으론..
서연 ......
서연부 (간절히) 서연아..
서연 네?
서연부 ...... 내가 매일 기도하마. 우리 서연이에게 추위를 보내시려거든 옷을 주고 난후에 추위를 내리시라고.. 우리 서연이를 시험에
들게 하시려거든 신념을 먼저 만들어주시라고..
서연 아빠 왜그러세요?
서연부 (웃으며 눈에는 눈물이 나며) 나한테는 꼭 반대로 하시더라구. 옷 뺏으시고는 추워봐라하고.. 신념을 뺏으시더니 시험보라 하고
말야. 허허허허.. (눈물이 나고)
서연 아빠.. 왜그래?
서연부 무슨 일이 있어도 지금의 너처럼.. 지금의 너처럼 살아라.
서연 (뭔가 이상한 느낌의) 아빠...자꾸 왜그래?
서연부 아냐... 그냥.. 너 처음으로 1등했는데 밥 한끼도 못사주는 내가 한심해서 그래.
서연 아빤.. 내일 사주면 되지 뭐.
서연부 그래.. 그러자..
내일 (목이 확 메어와) 내일 먹자.
서연 ......
서연부 이제 끊어야겠다.
서연 네..
서연부 그래.. 끊자. (전화를 끊는다)
끊고 나서는 느낌이 이상한 서연...
방으로 들어간다.
S#41 서연의 방
들어와서는 옷을 힘없이 갈아입는다.
그리고는 의자에 앉아 상념에 잠긴다.
S#42 서연부의 사무실
서연부도 전화를 끊고는 상념에 잠긴다.
곧 감정을 수습하고는 의지를 굳힌 얼굴로
본능적으로 총을 한 번 만져보고는 나간다
시간경과
S#43 서연의 방
서연이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다.
E 초인종소리와 문드리는 소리.
서연, 일어나 나온다.
S#44 거실현관
문을 여는 서연.
서연 아빠예요?
들이닥치는 군인들. 놀라는 서연.
들어온 군인들은 거실이며 서연부의 방이며 있는대로 다 파헤치며 수색을 하기 시작한다.
서연 뭐하는 짓들이예요?
하는데 마지막에 들어오는 군인. 형구다.
서연 (놀라며)아저씨!
형구 ......
서연 아저씨! 이 사람들 왜 이래요? 왜 이러는거예요? 못하게 해요..
형구 .......
서연 못하게 하란말야!
형구, 보다가 조용히 TV쪽으로 걸어간다.
TV를 켜면 '박대통령 시해사건'이 나오고..
보는 서연.
서연 (놀라 형구를 보면) 어떻게 된거예요? 언제 돌아가셨어요?
형구 아버지가 연루됐어.
서연 (충격)
S#45 서연의 집 마루
앉아있는 서연. 녹음기를 튼다. 트레이지디가 흐르는 가운데..
형구 (E) 아버지가 보고싶어하신다
그냥 앉아있는 서연.
형구 (E 서연아.. 이젠 뵈야해..
그냥 앉아있는 서연
형구 (E) 이젠 더 이상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
앉아있는 서연의 모습은 변함이 없다.
S#46 교도소
서연이 들어온다.
형구가 기다리고 있다.
서연, 형구를 보자 아무 표정이 없다.
그런 서연을 데리고 들어가는 형구.
S#47 면회실
서연과 서연부가 철창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서있다.
서연부 ........
서연 ......
서연부 ......
서연 .......내가 태어나서부터 대통령이셨어. 아부진 내 앞에서 한 번도 그분 욕한 적 없었구....
서연부 .......
서연 왜그랬어? 왜그랬어?
서연부 .......
서연 왜 그랬냐구요..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면서까지 그일을 왜 해야했냔말야. 내가 알수 있게 제발 내가 이해할수 있게 얘기해주
세요.. 제발.
서연부 ......
서연 ......
서연부 아빤... 사람의 꿈이라는거 경계를 넘어서면 야망이 되는거라고 생각한다.
서연 ......
서연부 그분은 어느 순간 그걸 넘어서셨고 난 그분의 야망에 동참하기 싫어졌어.
서연 나 이해안돼.. 이해안돼요.. 아빠.. 난 이해안돼..
서연부 ......
서연 이해 시켜주세요.. 이해시켜줘.. 안그러면 나 아빠 영원히 미워하게 될거야.. 아빠.. (하며 울다가)아빠가 저한테.. 이러실 수는 없
는거예요.
서연부 .......서연아.. 미안하다..
서연 ...(나오는 눈물을 최대한 억제하며 힘들게)
아빠... 나.. 사람들한테 아빠 살려달라고 안할래.. 그래도 돼?
서연부 .......
서연 아빠도 살려달라고 하지마.
서연부 .......
서연 그게 아빠.. 마지막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서연부 (어렵게) 그래... 그래... 그러마..
서연 (엉엉울고)
서연부 걱정마라... 절대 구걸 안하마..
서연 아빠..나도 데려가.. 나도.. 나도 데려가..
서연부 .......(울고)
음악은 흐르고
S#48 바닷가가 보이는 무덤.
군인들이 감시하는 가운데
관을 묻는다.
유족이라고는 서연뿐이다.
S#49 서연의 집
서연, 들어오는데 젊은 군인(형구의 운전병) 하나가 기다리고 있다.
서연 ......
운전병 나중위님이 데리고 오라는구나.
서연 .......
운전병 이집은 국가로 넘어간다.
서연 .......
S#50 형구의 집
형구와 부인(젊다)이 있다.
서연, 운전병과 들어온다.
보는 서연과 형구..
부인 어서와라.
서연 제방이 어디예요?
부인 ....... (이런 버릇없는 것이 있나)
형구 저쪽이다.
서연, 그리로 들어간다.
서연의 무례함에 어이없이 보는 부인.
서연이 방으로 들어가면
부인 뭐 저래 버릇없는게 다있어요?
S#51 방안
서연, 들어와보면 침대도 없는 방에 책상도 밥상을 펴놓은 것이 전부다.
그런 방의 풍경을 멀뚱히 바라본다.
형구 (E) 충격이 안가셔서 그런거야. 당신이 이해해.
부인 (E) 그래도 그렇죠.. 나이가 몇인데 분위기파악도 못해?
듣는 서연.
S#52 거실
부인 아부지가 그런 큰죄를 졌으면,
서연 (안에서 E) 좀 조용히 해주시겠어요? 저 시험 몇일 안남았어요.
더 기가막힌 부인...
형구의 표정..
부인 (기가 차서) 나 참나.. 원..
형구 (안에는 안들릴정도의 작은 소리로) 조금만 참아..
부인 ......
S#53 방안
밥상에 앉아 공부를 하는 서연.
문제를 푸는 연습장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계속 풀어내려가는 서연.
시간경과
S#54 대학 캠퍼스
캠퍼스 잔디밭엔 짭새로 보이는 상당수의 군인들이 점거하여
낄낄거리고 웃고 있다.
학생들은 도서관앞에 죽 일렬로 가방을 놓고는
들어갈 때를 기다리며
수근댄다. 짭새들의 눈치를 살피며
학생1 그동안 뭐했니?
학생2 그냥 집에 있었지 뭐.
학생1 2학기는 제대로 하긴 하는거냐?
학생2 등록금 영수증 날라온거보면 그러겠지 뭐.
학생1 (아주 작은 소리로) 광주가 쑥밭이 됐다던데..
학생2 (더 작은 소리로) 나도 광주사는 이모한테 들었어.
하는데 짭새들 지나가자 조용해지고
이때, 서연이 지나간다.
학생1 어이.. 서연아.. 잘지냈니?
하는데 서연, 무시하고 그냥간다.
학생2 둬... 쟤.. 언제 쳐다보기나 하디?
S#55 교문앞
서연, 나오는데 형구의 운전병 기다리고 있다.
서연 웬일이세요?
운전병 데리고 오랍니다.
서연 ......
S#56 삼청동요정외경
S#57 삼청동요정안 마당
기생집 분위기 아니고 가능하면 고급스런 한정식의 느낌으로
안의 분위기에 약간 위축되지만
그 정도에 기가 죽을 서연은 아니다.
종업원이 운전병을 보고는 내실로 안내한다.
운전병은 밖에서 기다리고 서연만 들어간다.
S#58 요정룸
서연, 안내를 받아 들어가면 형구가 있다.
서연 .......
형구 (부드러운 얼굴로) 놀랬니?
서연 .......
종업원이 방석을 놓아주면 앉는다.
형구 (웃으며) 보통 여대생 같으면 이 분위기에 눌릴텐데 너는 반대다. 니가 분위기를 압도해.
서연 .......
형구 먹여주고 입혀주고 학교 보내주고 이제 감사하다고 할 때도 됐는데 안하는구나.
서연 .......
형구 (역시 웃으며) 자존심이 센건지.. 아니면 세상물정을 모르는건지..
서연 .......
형구 허긴 너희 아부지도 그랬지.. 내가 그렇게 운을 띄웠는데도..
서연 (아버지라는 말에 인상이 찡그려지고)
형구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하자. 앞으로도 등록금은 걱정마라. 대신,
서연 .......
형구 학교내에서 벌어지는 반정부학생활동의 정보를 수집해줘야겠다.
서연 ........
형구 개인적으로 난 너한테 기대가 커.. 네 기질을 아니까..
서연 (다시 한 번 인상이 찡그려지고)
형구 그리고 너를 위해 작은 아파트를 하나 마련할까 하는데 물론 생활비 걱정도 할 필요없다. 대신,
서연 ........
형구 그냥.. 네 얼굴을 내게 보여주기만 하면 돼.
서연 (이 말의 의미가 뭔가 눈을 똑바로 뜨고 형구를 바라본다)
형구 (그런 서연을 보며) 그래.. 그렇게...
하며 서연의 얼굴을 손으로 머리를 훑어내리며 만지는데
서연, 이제 무슨 의미인지 확실히 알았다. 자연스레 입을 앙다물게 되는데
이때, 형구가 서연을 와락 안으려하자
서연, 더 이상 분을 참지 못하고
형구의 뺨을 대차게 친다.
서연, 벌떡 일어나며
서연 (비아냥과 분노로) 이거였어? 니가 나한테 잘해준 이유가? 우습군.. 하! 감히.. 너 따위가..
형구 (약간의 비소와 여유로) 너 따위가....?
서연 그래.. 너 따위가 나를 탐내다니..
형구 .......
서연 망한건 우리집이지 내가 아냐. 죽은건 우리 아버지지 내가 아냐. 니네 대장을 데려와 봐. 내가 날 파나. 등록금? 생활비? 아파트?
하! 건방진 인간...
하고는 나가버린다.
보는 형구.
S#59 요정마당
나오는 서연.
나와 보는 형구.
S#60 형구의 집 서연의 방
서연, 방에 들어와 있는대로 다 집어던지고 부순다.
부인이 들어와 말리지만 서연의 기세에 눌려 뭐라 말도 못하고..
그렇게 분이 풀릴때까지 부수고는 들고왔던
자신의 책과 가방만을 들고는 나간다.
S#61 집밖
서연이 가방만 달랑 들고는 나온다.
이를 악물고 울지 않으려한다.
S#62 거리
무작정 걷는 서연. 이를 악물고 울지 않으려한다.
무작정 걷는 서연의 몽따주들.
그러다가 청계천쪽으로 흘러들어가게 되고
4씬을 거치고는 날은 어두워진다.
더구나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보니 무작정 달려가는 깡패들도
있고, 들고 뛰는 사람들에 맨 공장에 기계들만 있는 시장통이다.
무섭다.
다시 걷던 서연은 음식을 보고는 걸어오고 있다
음식을 보자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그제서야 주머니를 뒤져보지만 백원짜리 하나가 없다. 이게 20씬의 서연이다.
다시 걸어 이제는 헌책방이 있는 큰거리로 나왔고
그러다가는 누군가가 책을 팔아 몇푼을 받아가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는 자기 가방을 보다가는
어떤 남자애(대웅)과 얘기하고 있는 주인이 보이는
헌책방으로 걸어간다.
S#63 헌책방입구
29씬이다.
주인은 입구에서 책 정리하고 있는데
서연이 겸연쩍은 듯이 와서는 괜히 이책저책을 뒤적여보고 있다.
주인 뭐 찾는거 있어?
서연 아뇨.. 저..
주인 (길쪽을 보니 태하가 어떤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신경이 날카로와 지는데)
서연 아저씨.. 저기.. 이 책들.. (하며 자기 가방을 만지작거리는데)
주인 (이제 들어간 집서 나오는 태하를 본다)뭐요?
서연 예.. 저..
주인 (날카로워)사러왔어? 팔러왔어?
서연 예.. 저 사실은 이게 얼마나되는지..
주인 잠깐 기다려요
하는데 주인, 안되겠는지 태하의 눈에 띄지않도록 슬그머니 다른 쪽으로
도망을 가버린다.
벌춤한 서연. 그냥 서있고
태하는 와서는 불쑥 책방안으로 들어가는데 주인이 없자
그냥 서서 경영학원전들을 빼 본다.
입구에는 서연이 그냥 벌춤히 서있다가는 발길을 돌려 간다.
S#64 청계천의 거리(저녁)
이제는 어둑어둑해진 밤거리를 걷는 서연.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보지만
달랑 100짜리 하나있다. 던져본다. 육교쪽으로 간다
어두워지자 점점 거리는 더 무섭고
걸어도 걸어도 청계천의 길은 끝이 안난다.
그래도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육교를 건너려는데
육교위에서는 술취한 남자 하나가 비틀거리며 오고 있다.
서연, 무섭지만 그냥 걸어가려는데
술취한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오다가 서연쪽으로 오는 것 같다.
서연, 도망쳐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고
술취한 사람이 계속 따라오자
다시 큰길이 아닌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 도망친다.
술취한 사람은 계속 고성을 지르며 서연을 따라온다.
S#65 청계천거리
청계천 안쪽 거리로 다시 들어오는데
와보니 아까 오락실이 있던 가게근처다.
어두운데다 사람도 없어 무섭지만 술취한 사람을 피해 그쪽으로 걸어들어가는데
갑자기 오락기앞에 앉아있던 누군가 (대웅이지만 서연은 대웅의 얼굴이 보이지는 않는다) '됐다 됐어' 소리를 지르며 날뛴다.
그리고는 뛰는데.. 서연쪽이다.
서연, 놀라 뛰기 시작한다.
달리는 서연과 달리는 대웅.
마치 추격전처럼 벌어지고..
S#66 대웅의 작업실앞 거리
결국 쫒기듯 걸어오던 서연이 열려있던 작업실로 들어가 숨는다.
S#67 작업실앞 거리
대웅이 달려오고 있는데
대웅부가 나타난다. 술이 잔뜩 취한채로..
대웅부 (노래) 두눈에 맺혀있는 그 눈물은 아마도 빗물이겠지..
대웅 아부지!
대웅부 대웅이냐?
대웅 왜 엄마 기일마다 술을 드세요? 아직 제사도 안지냈는데..
대웅부 안잊어버렸냐?
대웅 그럼요..
대웅부 인석이 이제는 그짓말도 다 하구..
하며 비틀거리면서 노래부르며 가는 대웅부.
대웅은 아버지를 부축하여 간다.
S#68 작업실안
술취한 남자와 자기를 따라오던 남자가 함께 가는걸 확인하는 서연.
역시 얼굴 확인은 안된다
서연,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나가려다가 흘낏 안을 본다.
안은 작지만 깨끗하게 정리된 상태로 책도 많고 온갖 부품들로 가득하며 간이 침대도 하나 있다.
서연, 별 생각없이 그냥 나갈까 하다가는 주머니를 뒤진다.
역시 100원밖에는 없다.
다시 돌아들어간다.
우선 책상쪽으로 가 놓여있는 기계들을 본다.
어지러이 놓여있는 책도 본다.
그러다가 한켠에 이상한 모양으로 만들어진 턴테이블을 본다.
옆에는 레코드판 몇 개가 있다.
레코드판을 살피다가 그 중 하나를 턴테이블에 얹는다.
음악이 흐른다.
서연, 음악을 듣는다.
천천히 걸어 간이 침대로 간다.
냄새를 맡아본다. 별로 냄새가 나지는 않는다. 이불에도 냄새를 맡아본다.
역시 별 냄새는 안난다.
간이침대에 앉는다. 자기도 모르게 작은 한숨이 새어나온다.
음악을 듣는다. 듣던 서연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그리고는 주체할수 없는 눈물이 계속.. 계속 흐른다.
S#69 대웅의 집 거실
대웅이 절을 하고 있다.
젯상옆에선 대웅부가 그런 대웅을 본다.
제사가 끝난 대웅은 상을 치우기 시작하는데
대웅부는 제사에 쓴 술을 따뤄 한잔 마신다.
대웅 (계속 치우며) 그만 드세요. 전작도 많으시면서요.
대웅부 (노래) 그 눈에 맺혀있는 그 눈물은 아마도 빗물이겠지.
대웅, 다 치우고는 '이제 그만하세요'하며 아버지 앞에 놓여있는 술상을 치운다.
대웅부 (뭐라 말 안하며 다시 그노래를 부르며 방으로 들어간다)
대웅은 부엌에 가져다 놓고는 대웅부의 방으로 들어간다.
S#70 대웅부의 방
대웅부는 벌써 불을 끈채 누웠다.
대웅, 들어와 장롱에서 이불을 꺼내 덮어드리며
대웅 벌써 20년도 훨씬 지났는데도 어머니가 보고싶으세요?
대웅부 .......
대웅 저한테는 어머니얘기도 잘 안해주시고..
대웅부 ......
대웅 .....주무세요..
하고는 불을 끄고 나간다.
S#71 대웅네 거실
대웅이 나와 옷하나를 입고는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방안에서 흑흑대는 아버지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잠시 서있는 대웅.
그냥 나간다.
S#72 거리
걸어오는 대웅.
S#73 작업실안
열쇠로 문고리 따는 소리가 들리더니 들어오는 대웅.
들어오자마자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의자에 앉아 노트를 꺼낸다.
그리고는 오락기라고 쓰고는 자신이 본 오락기의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한다.
모두 그렸다.
그리고는 한켠에 놓여있는 기계를 끌어오려고 일어나는데
일어나보니 돌아가고 있는 레코드판이 보인다.
대웅, 그제서야 레코드판을 본다. 의아하다. 내가 틀어놓고 갔나?
하며 그제서 옆을 훑어보니 으악! 침대밑에 얌전히 벗어놓은 여자의 신발.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침대에서 누군가 이불을 덮고 자고 있다.
드라이버를 들고 벌떡 일어나는 대웅.
이걸 어쩌나? 괜히 혼자 서서 허둥대다가
살금살금 침대 가까이로 간다.
그리고는 멈춰서서
대웅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여보세요.. 누구세요.. 여보세요..
하는데 서연이 몸을 뒤척여 반대쪽으로 눕자
대웅이 화들짝 더 놀란다.
그리고는 멈춘다.
대웅, 어떡하지? 서서 고민을 하다가는
일단 조용히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는 여자와 기계를 번갈아 본다.
그러다가 안되겠는지 일단 나사를 아주 조심조심 돌린다.
소리가 크게 들린다. 멈춘다.
다시 나사를 돌린다. 어이구 왜 이렇게 소리가 큰지.. 하다가는 멈춘다.
안되겠다. 일어난다. 일어나 자못 당당하게 침대근처로 가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대웅 (큰소리로 얘기하려는 듯 숨을 몰아쉬고는)저기요.. 여기 제 작업실(하지만 정작 나온 목소리는 처음보다 더 작은 소리였다)
대웅, 역시 안되겠다.
이번엔 다시 책상으로 간다. 그리고는 아주 조심히 노트를 접어 기계위에 올리고 기계를 안는다.
그리고는 살금살금 나가다가 보니
어라.. 책상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진 책더미가 떨어질거 같다.
나가다말고 등으로 책을 막는다.
그러고보니
앞으로는 들고 등으로는 막고 꼼짝도 못하게 된 상황에서
들고 일어나 책을 책상쪽으로 밀어보려는데..
바로 이때.
서연 누구야?
대웅 (너무 놀라고)
서연 (언제 들었는지 무기가 될 만한 아무거 하나를 들고는) 도도도둑이지?
대웅 (당황만 하고) 아니...
서연 (역시 당황) 뭐.. 뭐.. 할짓이 없어.. 남에걸 들고가.. 이.. 나쁜놈아..
대웅 아니.. 그게 아니고.. (하며 고개를 돌려 서연을 처음 본다. 예쁜 서연은 다리는 물론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다. 안됐다)
서연 그그거.. 거기 그대로 내려놔..
대웅 ......
서연 얼른!
대웅 (천천히 조용히 내려놓는다)
서연 그그리고.. 책 밀어..
대웅 (책 민다)
서연 (밀자마자 대웅의 책을 있는대로 집어던지며) 나가! 나가! 나가!
대웅, 얼떨결에 '알았어''알았어'하며 책을 막으며 나가는 대웅.
대웅이 나가자 서연, 문으로 가 문을 잠그고는
놀란 눈으로 한숨을 돌리고 있다.
문틈으로 밖을 본다.
S#74 문밖
얼떨결에 나온 대웅, 나오고보니 좀 어이도 없고
그 자리에 그냥 서있다.
그리고는 어떻게 해야하나.. 하다가는 한켠에 쭈그리고 앉는다.
S#75 작업실안
서연, 문틈으로 보고있다가 대웅이 그냥 쭈그리고 앉자 나가지도 못하고 그냥 문만 붙잡고 있다.
그렇게 둘은 날이 새도록 그러고 있다.
시간은 흐르고
깜박 졸았는지 눈을 뜨는 서연. 벌써 날이 밝았다.
다시 문틈으로 밖을 본다.
대웅이 없다.
S#76 거리
대웅이 따뜻한 우유와 김밥 하나를 사들고는 달려오고 있다.
작업실거리로 달려와 보니 작업실의 문이 열려있다
들어오는 대웅.
S#77 작업실
아무도 없다.
실망한다.
그리고 나서 책상을 보니 깨끗하게 정리되어 원래 자리로 가있다.
그리고 책상엔 쪽지 하나가 놓여있다.
쪽지 '죄송합니다. 갈곳이 없어 하루 기숙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문단속을 잘하셔야겠습니다. 제가 왔을 때도 문이 열려있었고,
또 어떻게 들어왔는지 도둑이 들더군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웬지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면서 허전한 대웅.
대웅 배고플텐데...
하고는 사온 우유를 본다.
S#78 거리
서연, 김이나는 우유를 보고 있다.
그리고는 안되겠는지 어딘가로 간다.
S#79 헌책방.
어제의 아저씨가 역시 책을 정리하고 있다.
서연, 당당히 걸어간다.
그리고는 아저씨에게
서연 이 원서들 팔러왔는데요. 얼마 주실수 있나요?
하고는 나름대로 무척 용기를 내어 얘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저씨는 책방안의 누구와 얘기하고 있었는지 서연의 말은 들은 채도 않고는
주인 아 글세.. 장사가 안되는걸 나보고 어쩌란 말야?
하고 신경질을 내면
책방안에서 태하가 나온다.
태하 (정색을 하며) 신뢰 하나로 꿔드린겁니다. 이렇게 나오시면 안되는 겁니다.
주인 (겁먹으며) 아니 누가 그걸 모르나.. 더군다나 청계천에서 장사하면서 어떻게 전사장님돈을 함부로 생각하겠어..
태하 .......
주인 요 몇일이 유난히 장사가 안되니까.. 좀 참아달라는거지.
태하 .......
주인 내가 언제 기한 어긴적 있었어? 몇일만 봐달라구..
태하 .......3일후에 오겠습니다.
하고 태하는 뒤돌아 간다.
서연 (등뒤에서 E) 저 좀 보실래요?
태하 (돌아본다)
서연 돈 꿔주시는 분이세요?
태하 ........
서연 (너무도 당당해서 천진스런) 저 30만원만 꿔주세요.
보는 태하의 모습..
그리고 저쪽에서 걸어오던 대웅. 그런 서연을 발견하고는 미소짓는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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