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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목 드라마 마왕> 제 1 회

씬1 고등학교 근처 한 곳(낮, 과거)

이른 봄의 화창하고 맑은 날.

평화롭게 돌아가는 자전거 휠과 체인. 자전거 폐달을 힘차게 밞고 있는

초등학생 여자 아이의 예쁜 운동화를 신은 발.

그 뒤로, 마치 경주를 하듯 서너 대의 자전거의 행렬이 이어진다.

어린 해인(12살), 환한 표정으로 씩씩하게 자전거를 달리고 있다.

그 뒤로 자전거를 타고 따라오는 해인의 친구들.

해인과 아이들의 모습이 해맑고 활기차 보인다.

해인이 코너를 도는 순간, 어디선가 농구공 하나가 굴러온다.

놀란 해인이 브레이크를 잡으며 자전거와 함께 바닥으로 넘어진다.

해인 (귀엽게 인상 쓰며) 아우...(아파)

아이1 (잠시 멈추고 서서) 괜찮아?

해인 (웃는 얼굴로 끄덕끄덕) 응. 먼저 가.

아이1 (가고)

아이2 (앞질러 가며) 해인아 빨리 와!

-해인, 일어나 옷 툭툭 털어내고 농구공을 주워 든다.

주인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어쩌지...싶어 잠시 망설이다 일단 농구공 든 채로 쓰러진 자전거를

일으켜 세우려고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빠르게 환상처럼 보여 지는 잔상.

<플래시 컷 - 교복바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드는 누군가의 손.

- 교복 앞에 달린 이름표 정태훈.

- 대항하려는 듯 입 꽉 다물고 노려보는 태훈의 얼굴.

- 태훈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 그 위로 소년들 서넛의

웃음소리>

-충격으로 멍한 어린 해인, 도무지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어 혼이 나간 듯

농구공을 바라보곤 다시 시선을 돌린다. 해인, 마치 무언가에 이끌리듯

골목 코너 한 곳을 바라본다. (빠른 화면 전환)

씬2 공중전화 부스(낮, 과거)

수화기를 들고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있는 교복을 입은 남학생의 뒷모습.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잔뜩 움츠려든 뒷모습에 공포와 두려움이 보인다.

전화 수화기를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남학생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소년 (E, 허둥대고 목소리가 갈라진다) 내 친구가 칼에 찔렸어요. (흐느끼며)

빨리 와 주세요. 죽는단 말이에요. (말끝을 흐리며 급기야 전화통에

얼굴을 묻고 울어버린다)

씬3 후미진 곳(낮, 과거)

충격과 공포로 가득해 오히려 텅 빈 듯 보이는 어린 해인의 눈동자.

동상처럼 얼어붙어 서 있는 해인의 한 손엔 박하사탕 하나가 꼭 쥐어져

있다. 현실 감각을 상실한 채 서 있는 해인의 모습 위로.

소년 (E, 울리는 듯 들리는) 이걸로 뭘 어쩌려구?

<플래시 컷-교복 입은 소년의 발이 교복 입은 소년(태훈)의 발 앞으로

한 발 다가선다.

-두려움에 가득한 태훈의 얼굴 가까이 위협적으로 들이대는 칼.

-교복 입은 소년 세 명의 발. 소년 한 명은 장난치듯 농구공을

바닥에 통통 치고 있다.

-소년들의 얼굴은 태훈을 제외하곤 보이지 않는다.>

-동상처럼 굳어 서 있는 어린 해인의 공포에 질린 얼굴.

<플래시 컷 - 칼을 뺏기 위해 소년의 팔목을 잡아 쥐고 옥신각신하는

태훈, 두 소년의 손.

-태훈의 가슴 옆구리 부분으로 파고드는 칼.

-순식간에 시간이 정지된 듯 공포에 질린 태훈의 눈, 얼굴.

-바닥으로 떨어지는 태훈의 낡은 가방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박하사탕들.

-도망치듯 뛰어가는 소년들의 발에 체여 한 곳으로 튀고 밟히는

박하사탕.>

-빠르게 해인의 잔상에서 화면이 빠지면 어린해인, 공포에 사로잡힌

눈으로 한 곳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

그 시선을 따라가면 순식간에 현장 모습이 드러난다.

바닥에 흩어져 있는 박하사탕들.

옆구리 쪽으로 잭나이프가 꽂힌 채 바닥에 엎어지듯 쓰러져 있는

태훈(17세)과 바닥으로 흘러내린 핏자국.

태훈은 눈은 감긴 채 해인 쪽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그 모습들 위로 응급차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곧바로, 119 응급차와 경찰차가 도착하고 119대원과 경찰 두 명이

차에서 내려 태훈에게 뛰어가는 모습등...분주하고.

그 속에서도 해인은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처럼 얼어붙은 채 시선을

태훈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다.

하지만 박하사탕을 쥔 해인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경찰1 (해인에게 다가간다. 의아한) 꼬마야?

해인 (넋이 나간)...

경찰1 너 여기 왜 있어?

해인 (불현 듯 중얼중얼) 엄마가 박하사탕을 좋아한대요.

경찰1 (의아해서) 뭐?

-해인, 그제야 초점 잃은 눈으로 경찰을 돌아보는가 싶더니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F.0.)

타이틀 뜬다. <마왕>

씬4 도서관 자료실 안(낮, 현재)

목장갑을 낀 해인, 즐비한 책장들 사이로 북 트럭(도서 카터)을 밀고

가고 있다.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책을 제자리에 배열하고 있는

해인의 모습이 밝아 보인다. 그 위로 자막 <12년 후>

해인 (배열한 책을 다시 빼내며, 혼자 중얼중얼) 아니야 아니야. 이건 여기가

아니다 참.

여자 (짜증, 신경질적인 E) 분명히 외투 주머니에 있었다니까요.

해인 (고개 돌려 소리 나는 쪽을 본다)..??

씬5 도서관 자료실 한 곳(낮)

해인, 목장갑을 낀 채로 나와 보면 이십대 젊은 여자가 보람(다른 사서)

에게 신경질을 내고 있다.

보람 다시 한 번 잘 찾아보세요.

여자 전부 다 찾아봤다고 몇 번을 말해요.

해인 (다가가서) 무슨 일이에요?

보람 지갑을 잃어버렸다는데(하는 순간)

여자 (말 자르며) 잃어버린 게 아니라 도둑맞았다니까요.

해인 (뜨악) 도둑이요?

여자 (눈짓으로 한쪽을 가리키며) 저 사람이 분명해요.

-해인, 여자의 시선 따라가서 보면 한쪽에 앉아 동화책을 보고 있는

노숙자로 보이는 남자가 보인다.

해인 (황당한 듯 여자를 본다)

여자 아까부터 재수 없게 계속 내 자리를 훔쳐봤어요.

보람 (난처해서) 증거도 없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해인 (슬그머니 장갑을 벗는 위로)

여자 (E) 일단 조사해보면 될 거 아니에요?

해인 (장갑 벗은 손을 여자의 등에 대며) 진정하시구요.

여자 (말 자르듯) 여기서 해결 못해주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해인, 여자의 등에 손을 댄 채로 조용히 집중하는 위로.

보람 (E) 막무가내로 그러지 마시구요.

여자 (E) 누가 막무가내에요? (하는 순간)

<플래시 컷 - 책장 한 곳. 00소설 책 위에 지갑을 놓는 여자의 손.

여자의 손이 책장에 꽂힌 책을 집어 들자 책과 책 사이로 툭

떨어지는 지갑>

해인 (슬그머니 손을 떼어내곤 웃는 얼굴로)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찾아보죠.

씬6 책장 한 곳(낮)

소설 코너의 책장을 살피고 있는 해인과 불만스러운 표정의 여자.

해인 (살펴보는 척 하면서) 이 코너에서 책을 고르셨다고 했죠?

여자 전부 다 찾아봤다니까요.

해인 (여전히 책장 살피며) 그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니에요. 동화책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 별로 없거든요.

여자 (어이없는 듯 보곤 휙 돌아서려는데)

해인 찾았다!

여자 (보면)

해인 (소설책 사이에 끼어있는 지갑을 집어서 주며) 이거 맞아요?

여자 (당황해서 받으며 자신 없이)...다 찾아봤는데.

해인 다음부턴 잘 찾아보세요. 좋은 사람 괜히 나쁜 사람 만들지 말구요.

여자 (할 말 없다)...고마워요. (휙 돌아서려는데)

해인 잠깐만요.

여자 (보면)

해인 (빙긋) 뭐 잊은 거 없어요?

씬7 도서관 자료실 한 곳(낮)

여자가 마지못해 노숙자 남자에게 고개를 숙여 죄송하다고 하고는

황급히 옷을 챙겨들고 그 옆에 보람,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서 있는

모습이 해인의 시선으로 보여 진다.

해인, 빙긋 웃곤 책 정리하는데 핸드폰이 진동으로 울린다.

해인 (소리 낮춰서) 응....(놀라서) 뭐 강도?

씬8 당구장 계단(낮)

부스스한 머리에 캐주얼한 차림의 오수, 건들거리며 계단을 올라간다.

위에서 내려오던 건달, 오수를 보고는 흠칫 놀라서 멈칫 선다.

오수 (보는)

건달 (얼른 조폭처럼 꾸벅 인사) 안녕하셨습니까?

오수 어머니 잘 계시냐?

건달 예. (슬금슬금 도망치듯 가는)

오수 (상관 않고 건들건들 올라가는)

씬9 교도소 복도(낮)

말쑥한 양복 차림의 승하, 교도소 철문을 통과한다. 철문을 지키고 있던

교도관이 승하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교도관 안녕하셨어요?

승하 (부드러운 미소로) 잘 지내시죠?

교도관 네. 저번에 변호사님이 사주신 동화책을 딸애가 너무 좋아해요.

고맙습니다.

-승하, 미소로 답하고는 접견실을 향해 곧은 걸음으로 걸어간다.

씬10 접견실 앞(낮)

승하, 멈춰 와 선다. 손목시계를 본다. 오후 2시.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여는 승하.

씬11 당구장 안(낮)

오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선다. 당구를 치고 있던 건달들 오수의

모습에 움찔해서 손을 멈춘다.

씬12 접견실 안(낮)

승하, 자리에 앉아 한 곳을 응시하고 있다. 책상 위엔 서류철이 꺼내져

있다. 곧 문이 열리고 순기가 교도관과 함께 들어선다.

승하, 담담한 표정으로 순기를 바라본다.

씬13 당구장 안(낮)

오수, 건달1을 앞에 놓고 묻고 주위에 건달들 서넛 눈치를 살피고 있다.

오수 쌍칼 지금 어딨냐?

건달1 (시침 뚝) 요 며칠 통 안보이던데요.

오수 그럼 오늘은 보였냐?

건달1 (애절하게) 저 정말 속세를 떠나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오수 속세를 떠난 놈이 당구장에 있냐? 너 이번엔 스님 등쳐먹었지?

건달1 생사람 잡지 마세요.

오수 형이 칼잡이를 무지 싫어하잖냐. 그게 아주 위험해. 잘못하면 사람도

죽구. 그게 바로 생사람 잡는 거거든.

건달1 ...그렇죠.

-그때, 오수의 등 뒤로 모습을 나타내는 쌍칼. 다른 건달이 쌍칼에게

눈짓을 주자 쌍칼이 놀라 멈춘다.

오수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잘 들어. 세상엔 두 가지 인간이 있거든? 나쁜 놈하고

나쁜 놈 잡는

-하다 순간 감 잡고 휙 뒤를 돌아보면 문 쪽으로 슬금슬금 도망가던

쌍칼과 오수의 시선이 딱 마주친다.

오수 야...쌍칼 너 신수 훤하다. 사업이 잘 되나봐.

-오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냅다 튀는 쌍칼.

오수도 후닥닥 튀어나간다.

씬14 당구장 앞(낮)

오수의 승용차가 멈춰 있다.

당구장 계단에서 총알처럼 튀어나오는 쌍칼.

오수 (뒤따라 튀어나오며 차에 대고) 이민재! 이형사! (차엔 아무도 없다)

에이씨. (쌍칼을 따라 뛴다)

-곧이어 캐주얼 차림의 씩씩해 보이는 민재, 걸어와선 차에 타려다가

문득 저만치 뛰어가고 있는 오수의 뒷모습을 발견한다.

민재 !..어?

-민재, 잠시 우왕좌왕하다가 급하게 핸드폰 꺼내 번호 누르면서 황급히

승용차에 오른다.

씬15 거리(낮)

빠르게 뛰어가는 쌍칼. 저만치 뒤로 오수가 달려오지만

쌍칼이 달리기는 한 수 위다.

쌍칼, 택시 정류장에 대기하고 있던 택시에 올라탄다.

쌍칼의 택시가 떠나고 나자 오수가 달려온다. 다급하게 택시를

타려는데 오수 핸드폰 울린다.

오수 (핸드폰 받으며 택시를 타면서, 버럭) 너 지금 어딨어?!

씬16 교도소 접견실(낮)

승하, 표정에 동요 없이 입가에 미소를 짓고 순기의 바라보고 있다.

순기 (초조한 듯 다리를 계속 떨며) 진짜 억울합니다. 제가 일부로 그런 것도

아니구 과실치사 아니 저기 정당방위였다구요.

승하 (그저 미소를 띠우며 바라본다)

순기 암튼 저 이번엔 나갈 수 있는 거죠? 집행유예 가능한 거죠?

승하 (입은 웃고 있지만 눈빛만은 싸늘한 채로) 그래야죠. 그게

내가 김순기씨 변론을 맡은 목적이니까.

씬17 달리는 택시 안(낮)

오수, 뚫어져라 용의자가 탄 앞 택시를 바라보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오수 빨리 좀 갑시다. 이러다 놓치겠네.

기사 (느긋하게) 공무원이 신호 위반하라고 하면 안 되죠.

오수 아이 참, 좌회전, 좌회전.

기사 (좌회전 하면서) 형사님들은 월급이 꽤 많죠? 수당도 많고.

오수 (앞 택시만 시선으로 ?으며) 예에. 너무 많아서 빚에 깔려 죽습니다.

(앞 택시가 멈추는 것이 보인다. 다급하게) 스톱! 스톱!

(택시에서 급하게 내리려는데)

기사 요금 주셔야죠.

오수 아..(주머니 뒤지는데 지갑이 없다. 난감한) 저기요. 지갑을 차에다 두고

왔거든요. (이미 내리면서) 나중에 드릴게요.

씬18 거리(낮)

오수, 택시에서 내려서 뛰어가려는데 택시 기사가 내려 오수의 팔을

우악스럽게 잡는다.

기사 어딜 가요? 요금 줘야지.

오수 (팔을 뿌리치며) 나중에 드린다구요. 나중에.

-택시에서 내린 용의자 신나게 줄행랑 치고 있다.

기사 (꽉 잡고) 당신이 누군지 알고 나중에 받아?!

오수 (시선은 용의자 쫓으며) 00경찰서 강력팀 강오수! 됐죠?

-오수, 기사에게 잡힌 팔을 겨우 빼내지만 이번엔 오수의 허리춤 억세게

부여잡는 택시기사.

기사 공무원이 선량한 시민한테 사기를 치냐?

오수 미치겠네. 이러다 범인 놓친다구요!

-그때, 승용차에서 내려 빠르게 뛰어오는 민재.

민재 (의아한) 선배, 여기서 뭐해?

오수 (O.L. 다급하게) 요금 계산 해! (하고는 냅다 달린다)

민재 (어리둥절해서 보고)

씬19 다른 거리(낮)

오수, 있는 힘껏 달려와 멈추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본다.

이미 범인은 사라지고 난 뒤다.

오수 아~완전 돌아버리겠네.

씬20 구치소 접견실(낮)

승하 (서류를 가방에 넣고 있다)

순기 (전전긍긍) 항소심 일주일도 안 남았는데 합의를 안 해 주면 어떡하죠?

승하 (문득 손 놓고 보며,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생각에는 창조력이

있습니다.

순기 (영문을 몰라본다)...?

승하 문제를 말하면 정말로 문제가 생기고 날 믿으면 난 김순기씨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순기 (비굴한 웃음) 아 그럼요, 저는 무조건 변호사님만 믿습니다.

승하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순기 근데..변호사님은 왜 절 변호한다고 나선 겁니까? 1심 변호사도

포기했는데..

승하 (냉소를 지으며) 인연이 있나부죠. (하곤 돌아서다 불현듯 돌아보며)

중학교 때 학교폭력 피해자셨다구요?

순기 (당황해서)..누가 그래요?

승하 어머님을 만났습니다. 그 일로 김순기씨가 많이 힘들었다고 하시더군요.

순기 ...그게 항소심하고 무슨 상관입니까?

-승하, 대답대신 미소를 지어보이곤 돌아서는 순간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진다.

씬21 달리는 차 안(낮)

민재, 운전하고 있고 오수, 인상 구긴 채로 옆 자리에 앉아있다.

민재 (위로해 주려고) 에이 인상 펴요. 죽치고 잠복 들어가면 지가

안 나타나고 배겨? 걱정 마 금방 잡아.

오수 미치겠네.

민재 괜찮다니까요.

오수 뭐가 괜찮아? K-1 벌써 시작했는데. 에이 최홍만 나오는데 오늘.

민재 (어이가 없어서) 선배의 단순한 머리는 진짜 범죄수준이다.

-오수의 핸드폰이 울린다. 오수 확인해 보면 반창고라고 뜬다.

오수 (안 받는다)

민재 팀장님 전활텐데 왜 안 받아요?

오수 너라면 받고 싶겠냐? 택시비 땜에 사람 찌른 놈을 눈앞에서 놓쳤는데.

-정지 신호에 걸려 멈추는 오수의 차.

민재 (큰 소리로 호탕하게 웃으며) 하하하 하하하 맞다 맞어. 형사는 그

택시기사가 해야겠두만. 그래도 그렇지 선밴 잡는다고 잡히냐?

오수 (딴소리) 최홍만이 이겨야 되는데.

민재 산삼이라도 다려먹어요. 선배네 집 부자라며?

오수 너나 다려드세요.

-겸연쩍어서 창밖으로 시선 돌리는 오수, 무심히 신호대기에 걸려있는

옆 차선 승용차에 시선을 준다.

승용차에 타고 있던 승하, 오수의 시선과 마주친다.

두 사람, 짧은 순간이지만 강한 시선.

오수, 시선을 돌린다. 어쩐지 마음에 걸리는 듯 다시 한 번 승하 쪽을

본다. 승하는 표정 변화 없이 앞만 보고 있다.

신호 바뀌자 승하의 차가 먼저 출발한다.

씬22 경찰서 로비(낮)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정신없이 뛰어 들어오는 해인.

그 뒤로 택배직원이 택배 상자를 들고 뒤따라 들어온다.

해인, 두리번거리며 한 곳을 향해 급하게 간다. 그 위로.

택배남 (E) 여기 강력5팀이 어디에요?

씬23 폭력팀(낮)

형사들, 컴퓨터 앞에서 피의자 조서 꾸미기에 바쁘다.

해인 급하게 들어와 보면, 요란하다 싶게 나름 신비주의(?) 컨셉으로

차려입은 주희가 형사 앞에 앉아서 조서를 꾸미고 있다.

해인, 주희에게로 간다.

주희 그건요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는 명품 카드라구요. 유명한 화가가

오랜 시간 심열을 기울여서(하는데)

해인 주희야!

주희 (보곤 벌떡 반가워서) 해인아!

해인 (살펴보며) 괜찮아? 다친 덴 없어?

주희 (머쓱해서)...다치진 않았구(하는데)

형사 (말 자르며) 그러니까 도난당한 물품이 카드라는 거 아닙니까?

주희 그냥 카드가 아니라 우리 집에서만 판매하는 명품 타로 카드라구요.

(해인 가리키며) 얘가 직접 그린 거구요.

해인 (의아해져서 보는)

형사 명품이건 뭐건 카드는 카드잖아요.

주희 (버럭) 그냥 카드가 아니라 타로카드라니까요.

해인 강도라면서?

형사 (기막힌 듯 웃으며) 강도가 아니라 단순 절도사건이에요.

해인 (어이없는 듯 주희를 본다)

주희 (변명) 아 그거나 그거나지 뭐. 암튼 내가 얼마나 허걱했게.

치안이 이렇게 불안하니까 남북통일이 안 되는 거야.

형사 여기서 그 얘기가 왜 나와요?

주희 그게 다 상관이 있어요. 물가안정도 그렇고. 테러 문제도 그렇고.

해인 (할 말을 잃고 보는)

씬24 권변호사 사무실(오후)

권현태, 한 손으로 핸드폰 하면서 한 손으로 책상 위에 놓인 택배

상자 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들고 있다.

권 안 그래도 오늘 중으로 의원님을 찾아뵈려던 중입니다. (작은 상자를

열어보면 잭나이프 하나와 봉투 하나가 들어있다. 인상 구겨지며)..네.

그럼 그때 찾아뵙겠습니다. (전화 끊고)

-잭나이프 꺼내들어 불쾌한 표정으로 보곤 책상위에 아무렇게나 놓고는

봉투를 열어 안에 있는 것을 꺼내 든다. <심판> 타로카드다.

비서가 들어온다.

권 (카드를 이리저리 돌려본다)

비서 차 대기 시켰습니다, 변호사님.

권 이거 누가 갖고 왔어?

비서 택배 직원이요. 발신인은 없었구요.

권 나 참.

비서 (조심스레) 혹시 조동섭씨가..

권 (O.L.) 또 찾아왔어?

비서 아뇨. 전화만 계속하고 있어요.

권 (대수롭지 않게) 이젠 별 유치한 짓을 다 하는구만. (타로카드를

대수롭지 않게 책상위에 툭 던져 놓는다)

씬25 권변호사 사무실 빌딩 앞(오후)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여 지는 권변호사의 모습.

권, 밖으로 나와서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에 오른다.

한쪽에서 이를 지켜보던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허름한 옷차림과 까칠한 얼굴의 조동섭이다.

씬26 타로카페 앞(오후)

<Close> 푯말이 걸려있다.

씬27 타로카페 안(오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실내 인테리어로 꾸며진 내부.

해인, 판매용 타로카드가 놓여있던 선반에서 손을 뗀다.

주희 (기대에 찬) 뭐가 보여?

해인 (고개를 젓는다)

주희 그럴 리가. 다시 한 번 해봐.

해인 정말 아무 것도 없어.

주희 아무 것도?

해인 (어쩐지 마음에 걸리는 듯) 아무데도 손을 안 덴 것 같아.

주희 손잡이에는? 문은 열고 들어왔을 거 아냐.

해인 여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잖아. (미소로) 항상 보이는 건 아니니까

내가 못 보는 것일 수도 있구.

주희 (실망해서) 하도 안 써서 니 능력이 좀 쇠퇴했나부다야.

-그때 여자 손님 두 명이 들어온다.

손님1 오늘 영업 안 하세요?

주희 (갑자기 목소리 낮게 깔며) 컨디션이 좀 안 좋아서...

손님1 (실망) 그래요..

주희 뭐 이왕 오셨으니까. 일단 들어오세요.

-손님 두 명 호기심에 차서 주위 둘러보며 한쪽 자리에 앉고.

주희 (상관없이 해인에게 하던 말 계속하는) 그래서 내가 그랬잖아.

자꾸 갈고 닦아야 초능력도(하는데)

해인 (말 자르며) 공주희!

주희 (보면)

해인 (경고하듯 무섭게 본다)

주희 (찔끔해서 손님들 슬쩍 보며) 못 들었어. 들었어도 무슨 소린지 알게 뭐야?

해인 (뭔가 골똘하게 생각에 잠겨있는)

주희 걱정 마, 해인아. (손님들 못 듣게 조용히) 나 진짜로 10년 동안 아무한테도

말 안 했어. 앞으로도 안 할 거구. 무덤까지 니 비밀 지켜. 맹세해. 진짜루.

정말이야.

해인 (딴 소리) 왜 하필 타로카드를 가져갔을까? 비싼 것도 아닌데.

주희 (어이없는) 그 생각하고 있었어?

해인 (얼굴 풀고 씽긋 웃어 보이며) 이유는 타로마스터님이 찾아보세요.

간다. (돌아서서 나간다)

주희 (멍 보는)...

씬28 도서관 자료실 데스크(밤, 비)

비오는 창밖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해인, 문득 시계를

본다. 6시 10분. 이미 퇴근 시간이 지난 뒤라 열람자도 없다.

해인, 책장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심리학 서적들 코너에서 시간도 잊은 채 책을 보고 서 있는 남자가 보인다.

오승하다. 독서에 몰입된 듯 해인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책에 빠져있다.

승하를 보던 해인, 다시 창밖에 시선 주었다가 이내 승하에게 시선 준다.

어떻게 하지..싶은 얼굴로 잠시 망설이는 해인..

씬29 도서관 자료실 안(밤, 비)

책 읽는데 몰입돼 있는 승하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해인.

승하는 해인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도 모르는 듯 책만 읽고 있다.

해인 (멈춰 서서 잠시 승하를 바라보다 조심스레)...저기요.

승하 (책만 보는)...

해인 저기요.

승하 (그제야 본다)

해인 (순간 멈칫해서 본다)...!

승하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보는)

해인 (말문이 열리지 않는다)

승하 무슨 일이시죠?

해인 (얼른 정신을 수습하고) 아 저기..죄송한데요, 열람시간이 지났거든요.

승하 ...그래요. (읽던 책을 덮는다)

해인 그 책, 대출이 가능하니까 필요하시면 대출해 가세요.

승하 (미소만 짓더니 책을 제자리에 꽂는다)

해인 (그 모습 잠시 보다가 돌아서려다 다시 보며)...혹시.

승하 (본다)

해인 어디서 저랑 만난 적 없나요?

승하 (입가에 미소가 잡히며) 나랑 만난 적 있어요?

해인 (겸연쩍게) 어쩐지 조금 낯이 익은 것 같아서요.

승하 글쎄요...없는 것 같은데, 난.

해인 (민망해져서)...네에.

승하 (불쑥 손을 내밀며) 오승하라고 합니다.

-해인, 당황스러워서 승하의 내민 손을 바라본다.

미소를 머금고 있는 승하, 전혀 손을 치울 생각 없이 그대로 있다.

해인,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승하의 손끝을 조금 잡으려는 찰라

승하가 해인의 손을 당기듯이 잡아 악수를 한다. 그 순간.

<플래시 컷 - 거대한 어둠이 몰려오듯 순식간에 훅 검어지는 화면에서

곧이어 헤드라이트 불빛처럼 눈부시게 확 밝아진다.>

해인 (놀라 굳어서 승하를 본다)

승하 (손을 천천히 놓는다)

-승하와 해인, 잠시 그렇게 본다.

승하, 예의 그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로 인사하고는

해인을 지나쳐 뚜벅뚜벅 걸어간다.

해인, 승하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씬30 도서관 앞(밤, 비)

빗줄기를 바라보고 서 있는 승하,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한 곳을

응시하고 있다.

씬31 도서관 자료실 안(밤, 비)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충격으로 멍하니 그 곳에 서 있는 해인.

승하가 보았던 책에 시선을 준다. <스캇펙 박사 저 거짓의 사람들’>

씬32 희수 사무실(밤)

깔끔한 정장차림의 희수가 안으로 들어오고 석진이 뒤따라 들어온다.

책상 앞엔 사장 강희수라는 명패가 놓여있다.

희수 제주도 호텔 부지 매입 건은 어떻게 되고 있어?

석진 이번 주말에 농장 주인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사장님.

희수 (사람 좋게 웃으며) 우리끼리 있을 땐 그냥 형이라고 해.

석진 아닙니다.

희수 괜찮아. 초등학교 때부터 형이라고 불렀는데 그게 더 편하지.

석진 (묵묵히)...

희수 김순기 항소심이 얼마 안 남았다구?

석진 (좀 마음이 무거워져서) 네. 안 그래도 합의금 문제로 순기한테

전화가 왔었습니다.

희수 (뜨악해서) 피해자 가족이 합의를 해 주겠데?

석진 변호사가 나섰다니까 두고 봐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쉽지는 않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희수 (떨떠름한) 만약 합의가 되면 (잠시 생각하다) 김순기가 원하는 대로 해 줘.

석진 ..알겠습니다. (돌아서려는데)

희수 오수는 요즘 어때?

석진 (보며) 집에 잘 안 들어오나요?

희수 (씁쓸한 미소로) 경찰서에 살림을 차린 건지 통 얼굴을 못 봐.

석진 (이해하는 듯 미소로) 제가 전화해 보겠습니다.

-석진, 돌아서서 나가는데 문이 열리고 나희가 들어선다.

석진과 나희, 서로 시선 마주치자 의례적으로 인사를 나눈다.

석진 오셨어요.

나희 (부드러운 미소) 잘 지내시죠?

석진 덕분에요. (나간다)

희수 (반갑게 나희를 반기며) 핸드폰은 왜 안 받았어?

나희 요가 할 땐 못 받잖아요. 전화했었어요?

희수 어. 근데 미안해서 어쩌지. 아버지가 권변호사님하고 저녁 먹자고

하시는데...미안해.

나희 (미소로) 아쉽지만 할 수 없지 뭐. 오랜만에 친구랑 저녁이나

먹어야겠다, 나두.

희수 그래, 그렇게 해.

나희 (웃어 보이는)

씬33 호텔 한 곳(밤)

나희,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누르면서 걸어온다.

어느 순간, 구석진 곳에서 누군가의 손이 나희의 팔을 확 낚아채 듯

잡아끈다.

씬34 호텔 구석진 곳(밤)

나희, 놀라서 보면 석진이다.

나희 아우 놀랬잖아요. 누가 보면 어쩌려구.

-석진, 나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열정적으로 입을 맞춘다.

나희, 주위를 의식한 듯 석진의 가슴을 조금 밀어내려다 이내

석진의 등에 팔을 두른다.

씬35 강력 5팀(밤)

오수, 책상에다 대고 팔굽혀 펴기 하고 있고, 반창호가 지압지팡이로

뒷목을 꼭꼭 누르고 서서 얘기 중이다.

민재는 자리에서 인터넷 쇼핑 사이트 보며 두 사람의 대화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다른 형사 한 명, 자리를 지키고 있고 재민은 자리에 없다.

반팀장 운동하면 뭐하냐? 범인은 코앞에 두고 놓쳐놓구.

오수 에이 왜 그러세요. 안 그래도 K-1 놓쳐서 안구에 습기 차는데.

반 넌 니가 맨날 때리고 다니면서 그런 게 보고 싶냐?

오수 어떻게 때리나 보는 겁니다.

반 너 오늘 저녁 굶어. 일일부작 일일불식.

오수 (딴소리) 잡아요. 잡습니다. 어떻게든 잡기만 하면 되잖아요.

반 빨리 잡아.

오수 팀장님. 세상엔 두 가지 인간이 있습니다. 나쁜 놈하고(하는데)

민재 (말 자르며) 나쁜 놈 잡는 좋은 놈이요.

오수 저작권 침해하지 마라.

민재 억울하면 공증 세워요.

오수 법이 다가 아냐. 믿고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지.

재민 (수건 빨아서 들고 들어오며) 실내가 너무 건조해서 가습기 사야겠어요.

(하며 수건 탁탁 털어서 한쪽에 넌다)

오수 (부러 의미심장하게) 재민아 너 사실대로 불어. 조사하면 다 나오니까.

재민 뭘요?

-오수, 핸드폰이 울린다.

오수 (받으며) 어, 석진아. 잠깐만. (나가면서 재민에게) 너 여자지?

재민 (얼굴 화끈, 부러 남자답게) 저 그 말 제일 싫어합니다, 선배님!

오수 (재밌는 듯 장난스럽게 웃곤 밖으로 나가면서) 잘 지냈어?

-오수, 나가면 민재 책상 한 쪽 바닥에 놓인 택배 상자에 화면이

멈춘다. 그 위로.

민재 (재민에게) 하는 김에 내 수건도 빨아주지. 재민이가 빨래는

진짜 잘하더라.

재민 (불퉁해서) 직접 하세요.

씬36 강력5팀 복도(밤)

오수, 통화중이다.

오수 (표정 좀 굳어져서) 항소심 얘긴 들었어....응. 피해자 가족이 합의를

거부한다면서?

씬37 호텔 한 곳(밤)

석진, 오수와 통화를 하고 있다.

지나가는 호텔 직원의 인사를 받으면 목례로 답례하면서.

석진 그래서 권변호사님이 항소심 변론을 포기한 건데 일단은 두고 봐야지.

씬38 강력5팀 복도(밤)

오수 (진심어린) 너한텐 정말 미안하다. 항상 어려운 일만 하게 해서.

<화면분할>

석진 친구끼리 그런 말이 어딨어?

오수 (미소) 아무튼 합의가 잘 됐으면 좋겠다.

석진 글쎄...그게 정말 좋은 걸까?

오수 좋은 거지 임마! 순기도 우리 친군데.

석진 (복잡해지는)...그렇지 우리 친구지.

-화면 오수에게 온다.

오수 오늘은 당직이라 그렇고 다음에 소주 한 잔 하자.

민재 (급하게 나온다) 강선배!

오수 (민재를 보곤) 다음에 보자.

석진 (F, 얼른) 너 집에 좀 자주 들어가. 사장님이 니 걱정 많이 하셔.

오수 (좀 어두워지며)...끊는다. (끊고, 민재에게)어, 왜?

민재 선배님 앞으로 괴상한 물건이 택배로 왔어요.

오수 (의아해서) 괴상한 물건?

씬39 승하 사무실(밤)

승하, 사무실로 들어오고 그 뒤로 노타이 차림의 차광두가 따라 들어온다.

승하 (친절하다) 먼저 퇴근 하시죠.

광두 일찍 들어가 봐야 바쁜 일도 없고...김순기는 만났습니까?

승하 네. 피해자 가족과는 내일 오전에 만나기로 했어요.

광두 (생각이 많은)...네에. (대답하고도 나갈 생각 않고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그대로 서 있다)

승하 (서류 꺼내 놓다가 광두보곤) 저한테 뭐 할 말 있으세요?

광두 김순기 사건 말입니다. (해 놓곤 말을 멈춘다)

승하 (기다려주는)

광두 변호사님이야 좋은 뜻으로 무료변론도 자청하시지만 (하다) 아닙니다.

승하 말씀해 보세요.

광두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변호사님이 김순기 사건 변론하시는 게

썩 내키지 않아서요.

승하 (미소로) 이유는요?

광두 뭐 특별한 이유랄 건 없고, 있잖습니까 왜? 그냥 악연 같은 거.

승하 악연이요?

광두 실은 제가 형사하고 있을 때 맡았던 사건에 증인이었어요.

김순기 그 친구가.

승하 무슨 사건이었는데요?

광두 (씁쓸한) 형사 때려 쳐야지 안 되겠다 뭐 그런 생각했던 사건입니다.

(겸연쩍게 웃으며) 벌써 10년은 넘었네.

승하 근데 아직도 얼굴을 기억하고 계세요?

광두 그때 보고 처음이면 기억 못하죠. 그 사건 지나고 3년 뒨가

절도로 구속됐더라구요. 그 뒤로도 몇 번 봤구요.

승하 (고개를 주억인다)

광두 괜히 쓸데없는 소릴 했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하고 돌아서다 문득 벽에 걸린 달력에 3월 21일에 동그라미가 쳐 있는

것을 본다.

광두 오늘 무슨 특별한 날입니까?

승하 (담담하게) 어머니 기일입니다.

광두 그럼 빨리 들어가셔야죠.

승하 (빙긋 웃곤 일어서며) 저하고 소주 한 잔 하실래요?

씬40 강력5팀(밤)

오수, 황당한 표정으로 책상 위를 내려다보고 있다.

책상 위엔 열려진 택배상자가 한쪽에 놓여있고 권변호사에게 보내졌던

것과 동일한 <심판> 타로카드가 놓여있다.

책상 주위에 모여 있는 민재, 재민.

반창호는 자기 자리에서 지압 봉으로 어깨 누르면서 서류보고 있다.

오수 (타로카드를 들어 뚫어져라 본다)

재민 이형사님한테 택배가 워낙 많이 오니까 당연히 이형사님 건 줄

알았어요.

민재 나도 그런 줄 알고 풀어 본건데 선배한테 온 거더라구.

오수 (타로카드 보여주며) 이게 뭐냐?

민재 타로카드요.

오수 그게 뭔데?

재민 (얼른) 일종의 점 술 같은 건데요.

민재 (O.L.) 심판 카드네.

오수 심판? 니가 그걸 어떻게 알어?

민재 거기에 영어로 써 있잖아요.

오수 (머쓱해져서 말 자르며) 어떤 자식이 장난질이야. (성질나서 택배 상자

여기저기 살피며 발신인을 찾는다) 뭐야? 발신인 없어?

재민 없어요. 거기 편지도 있는데.

오수 편지?

민재 (봉투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서 내민다)

오수 줘봐. (휙 잡아채서 보는)

-A4 용지에 여기저기에서 글자를 오려내 부친 짧은 편지.

민재 (고개 들이밀고 읽는다) 진실은 친구들을 자유롭게 해 주지 않는다.

헌법 제11조 제1항.

오수 헌법에 이런 조항도 있냐?

민재 11조 1항은 다른 건데.

오수 뭔데?

씬41 경찰서 화장실(밤)

졸음을 쫓으려는 듯 세수를 하고 거울을 보고 하는 오수 위로.

민재 (E)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씬42 선술집 앞(밤)

승하, 밖에 나와 서서 한 곳을 응시하고 있다. 잠시 후, 광두가

술집 안에서 나오는 모습등..위로.

민재 (E)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씬43 강력5팀(밤)

자리에 와서 앉는 오수, 책상위에 놓인 타로카드를 본다.

민재 (자리로 가면서 재밌는 듯 웃으며) 누가 선배한테 무지하게 억하심정이

있나부네.

-오수, 픽 웃곤 대수롭지 않게 타로카드를 책상 속에 집어넣어 버린다.

씬44 권변호사 사무실 앞(밤)

잔뜩 구겨진 표정의 권현태가 사무실 앞에 와 선다. 권은 얼큰하게

술기운이 오른 듯 발걸음이 조금 비틀거린다.

손목시계를 본다. 저녁 10시.

권 (카드키로 현관문 열며 혼잣말) 지가 감히 나를 협박해. (문 확 열고

들어간다)

씬45 권변호사 사무실 안(밤)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권현태.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켜자 환해지는 실내.

모자를 눌러 쓴 누군가가 등을 보이고 소파에 앉아있다.

권, 소파에 앉은 사람을 확인하곤 인상 확 구겨져서 책상 앞으로 비틀

거리며 걸어간다.

책상 위엔 타로카드와 잭나이프가 권현태가 치워둔 그대로 놓여있다.

권 (가방을 책상 한 곳에 퍽 내려놓으며, 대뜸) 원하는 게 뭐야?!

-남자가 일어나 권현태를 바라본다. 조동섭이다.

동섭, 한쪽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고 <주머니엔 소형 녹음기가 들어있는

상태> 보여 지는 한 손엔 검은색의 낡은 털장갑을 끼고 있다.

권 (놀라고 어리둥절한) 당신...여기서 뭐 하는 거야?!

동섭 (지친 얼굴에 눈만이 살아서 권을 노려본다)

권 (당황한) 누구 맘대로 여기 들어왔어? 어떻게 들어 온 거야?

동섭 당신이 만나자고 했잖아.

권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주머니에 넣은 동섭의 손에 시선을 준다.

주머니 속엔 마치 무언가 들어있는 듯 불룩하다)

동섭 (위협적으로 권 앞으로 한 발 다가선다) 당신이야 말로 무슨 헛소리야?

권 경찰 부르기 전에 당장 나가!

동섭 (끄떡도 않고 권을 무섭게 쏘아본다)

-권, 핸드폰 꺼내 번호 누르려는데 동섭이 권의 핸드폰을 손으로 거칠게

쳐내자 핸드폰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권 (버럭) 이게 무슨 짓이야?!

동섭 (한 발 더 다가서며) 사람을 기껏 불러놓고 경찰을 부른다구?

-그 순간 바닥에 떨어져있던 권현태의 핸드폰이 울린다.

권 (핸드폰에 시선을 주면서도 받지는 못한 채로) 돌았어, 당신?!

동섭 (주머니 속 물건을 만지작거리며) 이제야 제 정신으로 돌아왔지.

뭐가 진실이고 뭐가 거짓인지 무식한 나도 이젠 알아.

-권, 동섭의 주머니에 시선이 박힌다. 그의 눈엔 마치 흉기가 주머니

속에 감춰져 있는 착각이 든 듯 권의 눈에 공포가 어린다.

동서 그래서 다시 찾으려는 거야. 당신 때문에 박살난 내 인생을 지금이라도

바로 잡을 거야.

권 (겁에 질려있으면서 술기운에 호통) 억지 쓰지 마! 난 당신한테

잘못한 거 아무것도 없어!

-권현태의 핸드폰에서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하는 안내음성이 들린다.

동섭 (다시 한 발 다가서며) 잘못을 인정하는 게 그렇게 힘들어?

권 (애써 권위를 잃지 않고 호통 치지만 목소리가 떨린다) 그 주머니 속엔

뭐가 들었지?

동섭 (다시 한 발 다가서며, 자기 할 말만 한다) 당신처럼 많이 배우고 똑똑한

사람은 나 같은 인간한테 미안하단 말 한마디 하는 게 그렇게 힘든 거야?

-권, 책상 때문에 더 이상 물러설 구석도 없다. 권현태의 눈에

문득 책상 위에 놓인 잭나이프가 보인다.

동섭 대답해봐.

권 (침착하려 애쓰며) 내일 얘기해. 할 말이 있으면 내일 하자구!

동섭 내일? 그렇게 벌써 1년이 넘었어. (갑자기 탁자 위며 책상위에 있던

전화 수화기, 재떨이..닥치는 대로 데로 집어던지며 울부짖듯)

내일 내일 하면서 당신은 1년이 넘도록 한 번도 날 안 만나줬잖아!!

미안하단 말이 그렇게 힘들어! 그게 그렇게 힘든 거냐구!

-동섭의 난폭한 행동에 극도의 위협을 느낀 권현태, 순간 책상 쪽으로

몸을 휙 돌리는데서.

씬46 권변호사 사무실 빌딩 앞(늦은 밤)

현재 시간, 새벽 1시.

지구대 경찰 차 두 대 서 있고 응급차도 와 있다.

폴리스 라인은 없는 상태로 정복 경찰 두 명이 밖에 서 있다.

한적한 시간이지만 지나던 행인 몇 명이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기웃거린다.

곧 강력5팀 차량이 도착하고 오수와 민재 반창호, 재민이 빠르게 내린다.

급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세 사람.

순간, 양복차림에 안경을 쓴 평범한 회사원으로 보이는 영철이

오수의 앞을 막는다.

영철 (어리보기하게) 무슨..일 났어요?

오수 (쳐다보지도 않은 채 급하게 가며) 아무 일도 아니에요.

영철 (무심히 오수를 본다)

씬47 권변호사 사무실 앞(늦은 밤)

폴리스 라인이 설치 돼 있고, 정복 경찰 한 명이 지키고 서 있다.

권현태의 여자비서가 집에서 급하게 나온 차림으로 재민의 질문에

답하고 반창호는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재민 핸드폰으로 제보 전화가 온 게 몇 시죠?

비서 정확히 12시오.

-반팀장, 둘러보던 시선이 현관 입구에 있는 CCTV에 멈춘다. 그 위로.

재민 (E) 제보자가 누군지는 모르구요?

비서 (E) 네. 근데 걸리는 사람이 있긴 해요.

반팀장 (그 말에 비서를 돌아본다)...?

씬48 권변호사 사무실 안(밤)

펑! 소리와 함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바닥에 널 부러진 권현태의 시체와 바닥에 혈흔들. 사체 한쪽에 놓여

있던 피 묻은 칼을 증거품 봉투에 담는 감식반원.

권의 한쪽 팔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핸드폰을 집으려고 애쓴 듯

핸드폰을 향해 뻗어져 있다.

오수, 복잡하고 착잡한 표정으로 권변호사의 사체를 바라보고 있다.

민재는 주위를 살피고 있고 감식반원들은 사체를 살피고 혈흔과

족적 등을 체취 하고 있다.

오수 (감식반원에게) 뭐 좀 나온 거 있어요?

감식반 (대수롭지 않게) 사체가 아직 따뜻해. 사망시간은 11시 전후고

좌측 늑골 쪽으로 딱 한 번 찔렸는데 사인은 부검해 봐야 정확히 알거구.

오수 (끄덕끄덕)

반팀장 (들어오며) 증거 좀 나왔어?

오수 다른 건 없구요. 살해흉기로 추정되는 칼이 현장에 있었습니다.

반팀장 (주억이곤) 유족들한텐 강형사가 연락해. (하는데)

민재 저기 강선배님.

-오수와 반팀장이 민재를 돌아본다.

민재 (당황한) 책상 위에...이게 있는데요. (타로카드를 보인다)

오수 (뭔가 싶어 보다가 이내 확인하고 확 굳어진다)...!!

씬49 거리(늦은 밤)

혼이 나간 듯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조동섭.

잠바에 묻은 혈흔을 감추려는 듯 잠바 한 곳을 손으로 감싸서 감추고 있다.

골목으로 들어가더니 그대로 바닥에 털썩 쓰러지듯 주저앉는 동섭.

넋이 나간 채로 괴롭게 머리를 감싸 안고는 낮게 흐느끼기 시작한다.

승하 (E) 괜찮으세요?

동섭 (젖은 눈으로 천천히 올려다본다)

승하 (걱정을 담고 부드럽게) 몸이 많이 불편해 보이시네요.

씬50 해인의 방(새벽)

스탠드 켜져 있는 방.

자고 있는 해인, 악몽을 꾸는 듯 얼굴에 식은땀을 흘리며 옅은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고 잠옷차림의 해인모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안을 들여다본다.

씬51 씬3과 같은 장소(해인의 꿈)

해인(25세), 12년 전 태훈이 쓰러져 있는 사건 현장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간다. 현장은 12년 전 그 모습 그대로다.

쓰러져 있는 태훈을 발견하고 우뚝 걸음을 멈추는 해인(25세).

문득 바닥을 내려다보면 박하사탕이 떨어져 있다.

해인, 박하사탕을 주워 들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태훈을 바라본다.

그 순간, 눈을 감고 있던 태훈이 눈을 번쩍 뜬다.

씬52 해인의 방(새벽)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나는 해인.

해인 곁에 앉아있던 해인모가 해인을 감싸 안아준다.

해인, 현실과 꿈을 구분 못한 채 잠시 거친 숨을 몰아쉬곤 어머니의

얼굴을 확인하고서야 안심이 되는 듯 애써 억지 미소를 지어 보인다.

해인 나 땜에 깼구나?

해인모 (걱정스레 해인의 얼굴을 살피며 수화) 또 꿈 꿨어?

해인 (애써 미소 지으며) 응. 요즘엔 꿈 안 꿨었는데...

해인모 (안쓰러운 듯 딸의 볼을 다정하게 쓸어준다)

해인 우리 엄마 또 걱정하겠다. 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요. 알았지?

해인모 (미소지어보이며 끄덕인다)

해인 히히 난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해인모의 품에 안긴다)

해인모 (걱정스런 표정으로 위로하듯 딸의 등을 토닥여준다)

씬53 강력5팀(새벽)

책상 앞에 앉아있는 오수, 자신에게 보내 온 타로카드를 뚫어져라

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재민 (하품하면서) 도대체 강형사님한테 이런 걸 왜 보냈을까요?

오수 (대답 않고 타로카드만 보는)...

민재 (걱정스레 오수 보며) 피해자 비서말로는 조동섭이란 사람이 피해자를

스토킹 했다는데(하는데)

반팀장 (들어오며) 왜 이렇게 늘어져 있어! 이민재 부검 결과 언제 나온데?

민재 아침 일찍 부검 들어간다니까 금방 나올 거예요. 피해자가 법조계

인사라 그런지 빨리 해주네요.

반팀장 조동섭 주소지 파악은 됐어?

재민 주소지가 불분명합니다. 연고자도 없구요.

반팀장 없으면?

재민 (얼른) 찾고 또 찾고 죽치고 잠복하고 탐문해서 무조건 찾습니다.

반팀장 (빙긋 웃곤 오수에게) 조동섭 알어?

오수 아뇨.

반팀장 잘 생각해 봐. 범인이 만약 조동섭이라면 분명히 너하고 상관있을 테니까.

오수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는 인물입니다.

민재 그럼 조동섭이 아닌 거 아닐까요? 택배를 보낸 인물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잖아요?

오수 동일인이 아닐 수도 있지. 택배를 보낸 사람하고 범인하고. (재민에게)

제보자 목소리가 조동섭이 확실하대?

재민 확실하진 않지만 아닌 것 같았대요.

오수 범인이 조동섭이라면 제보했을 리가 없지. 그럼 제보자는 도대체 누구야?

어떻게 알구?

민재 공범 가능성도 있지 않아요?

반팀장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어. 괜히 넘겨짚지 말고 발로 뛰어.

이형사 말대로 법조계 인사라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전화오고 머리

복잡해. 가능하면 빨리 해결한다. 알았어!

형사들 ..네.

반팀장 강오수!

오수 네, 팀장님.

반팀장 너 집에 가서 좀 씻고 와.

오수 잠깐 사우나 가면 됩니다.

반팀장 (애정을 담고) 집에 안 들어간 지 열흘도 넘었잖아? 명령이야. 속옷도

좀 갈아입고. 냄새난다. 이 드러운 놈아.

오수 (자기 옷에 냄새를 킁킁 맡고는) 괜찮은데?

씬54 경찰서 로비(새벽)

오수와 민재 걸어 나온다.

민재 (하품하면서) 한 동안 집에 들어가긴 다 틀렸네.

오수 그러게 뭐 하러 강력반에 지원했냐? 좀 편하게 살지.

민재 (씩씩하게) 경찰의 꽃 하면 강력반 아닙니까.

오수 (피식 웃는다)

민재 (걱정 담아) 또 딴 데로 새지 말고 집으로 가요. 가족도 없는 사람처럼

왜 밖으로 돌아요, 맨날?

오수 간다. (먼저 가는)

-오수의 뒷모습이 어쩐지 쓸쓸해 보여 걱정스레 바라보는 민재.

씬55 강동현의 거실(이른 아침)

오수, 막 들어서면 잠옷 차림의 동현과 희수가 소파에 앉아있다.

순간 멈칫 멈추는 오수.

희수 석진이한테 전화 받았어.

오수 (다가와서 동현에게 무뚝뚝하게) 안녕히 주무셨어요.

동현 권변호사 얘긴 어떻게 된 거냐?

오수 석진이가 설명한 그대롭니다.

동현 (못마땅한 듯 본다)

희수 (눈치 살피곤 오수에게) 니가 자세히 설명해봐.

오수 권변호사님이 칼에 찔려 살해당했습니다. 범인은 아직 모르구요.

동현 남의 말 하듯 하는 구나.

오수 (보는)

동현 권변 그 사람은 우리 가족 같은 사람이다. 너한테도 은인이구.

오수 (순간 굳어진다)

동현 장례는?

오수 내일 아침 부검 끝나는 대로 유족들한테 시신을 인계할 겁니다.

(하곤 올라간다)

동현 (희수에게) 유족하고 상의해서 장례는 섭섭하지 않게 치르도록 해.

희수 (동현과 오수 사이의 냉기가 불편한 채로)..네.

씬56 오수의 방(이른 아침)

오수,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희수 들어온다.

희수 (부드럽다) 잠도 못 잤겠다.

오수 그렇지 뭐.

희수 니가 직접 전화라도 했으면 좋았잖아. 그 얘길 석진이한테 들어야겠어?

오수 (딴소리) 형수는?

희수 방에.

오수 분발 좀 해라. 조카랑 좀 놀라 나두.

희수 자식 딴소리는.

오수 (피식 웃는다)

희수 권변호사님한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우리한텐 정말(하는데)

오수 (말 자르며 불현듯) 조동섭이란 사람 알아?

희수 조동섭?

오수 권변호사님 살해 용의잔데, 아는 사람이야?

희수 (생각해보는)...아니. 처음 듣는 이름인데.

오수 ...그래.

희수 한 두 시간이라도 눈 좀 붙이고 나가.

오수 그럴 시간 없어. 비상이야.

희수 (걱정스레 보고는 돌아서는데)

오수 고마워 형.

희수 (보며) 뭐가?

오수 순기 일, 형이 애쓰고 있는 거 알아. 번번이 고마워. 미안하구.

희수 (미소가 지어지며) 자식, 간만에 어른스러운 소리 하네. (나간다)

-오수, 웃통을 벗은 채로 피곤한 듯 침대에 그대로 드러눕는다.

오수 (혼잣말) 조동섭...타로카드...조동섭...(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다.

뻘떡 일어나 앉으며) 아 미치겠네.

-순간 어떤 생각이 스치는 듯 벌떡 일어나는 오수, 정신없이

옷을 찾아 입는다.

씬57 승하 집 거실(이른 아침)

고급 주상복합. 차갑게 느껴지는 실내 인테리어.

어두운 실내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에 잠겨있는 승하.

그 모습 위로 이른 아침 햇살이 스며들고 있다.

목적 없이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승하의 눈빛엔 아무런 감정이

없이 텅 비어 보인다.

씬58 강력5팀(아침)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서는 오수.

민재, 컵라면 먹다가 놀라서 보고 재민은 막 세수를 하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다가 오수를 본다.

오수 (다짜고짜) 피해자한테 택배가 온 게 몇 시라고 했지?

재민 오후 4시쯤이요.

오수 나한테 온 건?

재민 1시 좀 못 돼서요. 왜요?

오수 (자신의 예상과 맞는 듯 긴장해서 보며) 택배가 나한테 먼저 왔어.

어떻게 생각해?

민재 그렇다면...(설마 싶은 표정으로) 혹시 예고 살인?

오수 얘기가 그렇게 되지?

씬59 형사과장실/또는 회의실(아침)

보통 사무실 같은 분위기.

권현태 사무실 현관 앞에 설치되었던 CCTV 화면이 보여 지고

오수, 다른 강력팀 팀장 네 명, 형사과장등이 CCTV 화면 보면서

반창호의 브리핑을 듣고 있다. (최근 CCTV는 테입이 아니라

CD로 구워서 오거나 USB칩에 저장해서 온다고 합니다. 저흰 CD

구워오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CCTV 화면-모자를 눌러 쓴 조동섭이 사무실 문으로 와 선다.

조동섭, 문을 열려고 안으로 밀어보지만 문은 굳게 닫혀있다.

잠시, 문을 두드리기도 하고 핸드폰 꺼내 뭔가(문자)를 확인하고는

핸드폰을 도로 주머니에 넣는다. 조동섭, 잠시 서성이다가 문득

사무실 문 밑에 떨어져있는 카드키를 주워 들고는 이리저리 살피더니

카드키를 사용해서 안으로 들어간다. CCTV 화면으로는 조동섭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신원파악이 불분명한 상태다>>

반 피해자는 좌측늑골 밑 부분자창으로 인한 복강내 출혈성 쇼크로 사망

했습니다. CCTV 화면만으로는 범인의 신상파악이 불분명한 상태라

용의자로 지목된 조동섭이라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현재로선 원한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추정됩니다.

-오수, CCTV 화면을 몰두해 보다가 조동섭이 바닥에 떨어져 있던

카드키를 줍는 순간을 포착한다.

씬60 강력5팀(아침)

CCTV 화면이 보여 지고 있다.

조동섭이 카드키를 발견하고 허리를 굽혀 주워드는 순간.

오수 스톱! 거기.

-화면이 멈춘다. 반팀장과 민재, 재민이 보고 있다.

오수 저 카드키! 저게 왜 저기에 떨어져 있냐구.

민재 그러게. 저것만 없었으면 범인은 사무실로 들어갈 수 없었을 텐데.

재민 피해자가 일부러 저기다 둔 건 아닐까요?

오수 총 맞았냐? 카드키를 왜 저기다 둬.

민재 그럴 수도 있지. 만약에 범인이 피해자랑 약속이 있었고

피해자가 카드키를 저기다 둘 테니까 열고 들어와라.

오수 (말 자르며) 그랬다면 도착하자마자 카드키부터 집어 들었어야지.

재민 그러네요.

민재 혹시 직원 중에 모르고 흘렸는데 우연히 범인이 발견했던 게 아닐까?

오수 (O.L.) 앞으로 좀 돌려봐. 흘렸든 누가 갖다놨든 CCTV에 찍혔을

거 아냐.

재민 (자신 없이) 범행 추정시간이 11시 전후라서 10시부터 12시까지만

복사해왔는데..

오수 (확 째린다)

재민 (얼른) 곧 복사해 오겠습니다.

반 (민재에게) 일단 피해자 사무실 가서 조사해 봐. 카드키 분실한 직원

없는지(하는데)

-폭력반 형사(주희의 신고를 접수 받은)가 들어온다.

폭력반 고생들 많네.

오수 모닝커피 사절이야.

폭력반 그게 아니라. 현장에 무슨 카든가 뭔가가 있었다면서요?

오수 카드키?

폭력반 아니, 종이로 만든 거 있잖아. 뭐라더라.

민재 타로카드요?

폭력반 아, 맞다. 그거. 그래서 얘긴데.

씬61 타로카페 안(낮)

주희에게 자신에게 온 <심판> 타로카드를 내미는 오수.

주희 맞아요. 이거 우리 가게에서 판매하는 거예요.

오수 여기서 밖에 팔지 않는다고 하던데.

주희 네. (자랑스럽게) 유명한 화가가 직접 그린 수제품이라서 우리 가게에서만

판매하고 있어요. 한마디로 명품카드죠.

민재 도난당한 게 타로카드 세 세트 말고는 없나요?

주희 없어요. 도둑이 잡힌 건가요?

민재 아뇨. 다른 사건 때문에 알아 볼 게 있어서요.

오수 (조동섭의 오래된 사진 보여주며) 혹시 이 사람 아십니까?

주희 (요리조리 보며) 모르는 사람인데요. 우리 집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나름 유명해도 아저씨들은 거의 안 오거든요.

오수 타로카드를 구매한 고객 명단 같은 거 있습니까?

씬62 타로카페 앞(낮)

오수와 민재가 허탈해져서 나온다.

민재 이해가 안 되네. 타로카드를 구하려면 좀 더 쉬운 방법이 있었을 텐데

왜 하필 이 카페 걸 훔쳐갔을까?

오수 잠깐만. (하고는 다시 카페 안으로)

민재 (보는)

씬63 타로카페 안(낮)

오수 (들어오며) 저기요.

주희 (호감이 있는 듯 친절하게) 뭐 또 물어 볼 거 있으세요?

오수 타로카드를 직접 그렸다는 화가가 누굽니까?

씬64 희수 호텔 커피 숍(낮)

승하, 예의 그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로 석진과 마주 앉아있다.

석진은 검은 양복을 입고 있다.

석진 (반갑지 않은 듯) 피해자 가족이 합의를 했단 얘긴가요?

승하 네. 다행스러운 일이죠.

석진 (복잡해져서)...그러네요.

승하 김순기씨 말로는 합의금은 나석진씨께서 지불할 거라고 해서

확인하려고 뵙자고 했습니다.

석진 제가 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합의금은 우리 쪽에서 준비하죠.

승하 김순기씨가 참 좋은 친구를 두셨네요.

석진 (보면)

승하 고등학교 동창이라도 큰돈을 선뜻 내 줄 친구는 드문 법인데.

석진 (씁쓸하게 웃는다)

승하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일어선다)

석진 (따라 일어선다)

승하 아 참, 권변호사님 소식 들었습니다. 이 호텔 고문변호사신데 마음이

착잡하시겠어요.

석진 권변호사님을 잘 아시나요?

승하 (미소가 싸늘하다) 잘 알죠. 워낙 명망이 높으신 분인데다

저하고도 특별한 인연이 있는 분이니까요.

석진 특별한 인연이라면 어떤?

승하 권변호사님 밑에서 6개월간 시보 생활을 했거든요. 제가 자청해서요.

석진 (친밀감을 느끼며) 아 그러세요. 그럼 권변호사님 사무실에서 만난 적이

있었겠네요. 어쩐지 좀 낯이 익다 싶었는데.

승하 (미소로) 전 오늘 처음 뵙는데요. 그럼 전화 드리죠. (간다)

석진 (보는)..

씬65 강력5팀(낮)

재민 (서류 들고 반팀장에게 보고하고 있다) 피해자 통화내역이 나왔는데요.

반팀장 (O.L.)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 조동섭이야?

재민 아뇨. 오승하란 사람입니다.

반팀장 오승하?

재민 네. 변호사예요.

반팀장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재민 가난한 사람들 무료 변론으로 유명한 인권변호산데요. 라디오에 가끔

나와서 법률 상담도 하고 그러나 봐요.

반팀장 (그제야 생각난 듯) 아아..그 사람.

재민 피해자 사망시간쯤에 전화를 했는데 통화는 안됐구요. 문자메시지도

보냈습니다.

반팀장 그래?

씬66 도서관 자료실 안(낮)

오수, 안으로 들어와서 두리번거리며 살피다가 책을 정리하고 있는

보람에게 다가간다.

오수 서해인씨를 만나려고 왔는데요.

보람 누구신데요?

오수 (경찰 신분증을 꺼내 보여준다)

보람 지금 원서코너에 있는데.

씬67 도서관 자료실 한 곳(낮)

보람이 알려준 코너를 찾으며 책장들 사이를 걸어오는 오수.

오수 (혼잣말) 똑같은 종인데 돈 냄새하고 책 냄새는 왜 이렇게 다르냐.

-문득 걸음을 멈추는 오수, 한쪽에 해인이 남자 대학생에게

수화로 얘길 하고 있다.

해인 (수화) 그 책은 대출이 안 되는데.

남학생 (난감해서 보는)

해인 (수화) 그럼 내 이름으로 해 줄게요. 직원대출은 되니까.

남학생 (환해지며 고마워서 고개를 꾸벅하고 간다)

해인 (웃으며 보곤 책 배열한다)

-오수, 수화를 하는 해인의 모습을 난감한 표정으로 보다가

일단 해인에게 다가간다.

오수, 책 배열을 하고 있는 해인 옆으로 가서 멈춘다.

해인 (인기척을 느끼고 본다)

-오수, 뭔가 말을 하려다가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이고는 수첩과

펜을 꺼내들어 적기 시작한다.

수첩에 적은 것을 해인에게 보여주는 오수.

서해인씨?

해인, 수첩 내용을 확인하고 오수를 보더니 아무렇지 않게 오수의 수첩에

대답을 적는다.

전 강오수라고 합니다라고 적어서 해인에게 보이는 오수.

그런데요?’ 라고 적는 해인.

오수 (다시 수첩에 적으려다가 멈춘다. 난감해서 혼잣말) 이거 참 대략난감이네.

진작 얘길 해 주든가.

해인 무슨 일이신데요?

오수 (깜짝 놀라서 보는) 말을...하시네요.

해인 (담담) 그러네요.

오수 (당황) 아..저기 아깐 제가 오해를

해인 (O.L.) 경찰서에서 오셨어요?

오수 어떻게 아셨어요? 제 얼굴에 형사라고 써 있습니까?

해인 (빙긋 웃으며) 친구 전화 받았어요.

오수 아아..

해인 (책 배열하기 시작하고)

오수 (따라 걸으며) 몇 가지만 묻고 싶은 게 있어서요. 도난당한 타로카드를

직접 그리셨다구요?

해인 ...네.

오수 그 타로카드가 다른 제품하고 비교해서 뭐 특별한 점 같은 게 있습니까?

해인 그 카드는 그 카드니까 그 카드로서 특별한 거죠. (하곤 코너를

돌아서 간다)

오수 (황당한 듯 보다가 코너로 사라지는 해인을 본다)

씬68 다른 서가(낮)

해인, 코너를 돌아 옆 코너로 가려다가 문득 시선을 주면

심리학 코너 앞에서 책을 읽고 있는 승하의 옆모습이 보인다.

오수 (해인을 따라 걸으며) 아니 내 말은 혹시 그 타로카드에 뭔가 범죄에

악용될 만한 특별한 뜻이 내포돼 있거나

해인 (승하에게서 시선 거두고 옆 코너로 간다)

오수 (앞 대사 이어서) 뭐 그런 게 없나 해서 묻는 겁니다.

해인 모르겠는데요.

오수 실은 서해인씨가 그린 타로카드가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됐습니다.

해인 (그제야 멈추고 본다)

오수 범인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피해자에게 일부러 보낸

것 같아요.

해인 ...어떤 카든데요?

오수 잠깐만요.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아 참, 동료가 갖고 갔네요.

뭐라더라 심판인가 뭔가 그런 거였어요.

해인 (생각하는)

오수 그 카드에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까?

해인 타로는 무의식이 뿜어내는 의미를 카드로 보여주는 거예요.

오수 어렵게 말하면 들어도 모르구요. 간단하고 쉽게. 그러니까 한마디로

심판한다 뭐 그런 의밉니까?

해인 (잠시 보다가) 심판의 카드는 지난 노력들의 결과가 나타날 때임을

암시해요.

오수 그럼 좋은 의미네요.

해인 좋은 의미는 아니구요. 과거에 저지른 죄의 대가를 치를 때가

왔음을 알리는 카드죠.

오수 죄의 대가요?

해인 그 동안 회피해온 모든 것들과의 불편한 만남을 암시하기도 해요.

오수 (기분이 묘해져서 보는)...

해인 하지만 슬픔이나 무서운 죄 값만 의미하고 있진 않아요.

오수 그럼요?

해인 죄 값을 통해 자기 자신을 정확히 돌아보고 인식하라는

의미도 함축되어 있어요.

오수 나 참, 되게 의미심장하고 어렵네.

해인 타로는 마음 안에 모든 해답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빙긋 웃어보이곤 배열을 한다)

오수 (해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씬69 도서관 앞(낮)

오수, 밖으로 나오다 멈춰 서서 도서관을 돌아본다.

오수의 얼굴엔 슬그머니 미소가 담긴다.

씬70 도서관 자료실 한 곳(낮)

해인, 배열을 마치고 책장 사이를 걸어가다 문득 승하가 서 있던

자리를 본다. 승하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해인,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머쓱해진 표정으로 걸어간다.

씬71 병원 영안실(오후)

이제 막 차려지기 시작하는 권현태의 빈소.

영정과 향불만 피워져 있고 상주도 아직 없다.

향불을 피우고는 권현태의 영정을 응시하고 서 있는 승하.

씬72 영안실 앞(오후)

권현태의 영안실 앞으로 법조계 사람들이 보낸 조화가 도착하고 있다.

승하, 무표정한 얼굴로 영안실 안에서 나와 걸어온다.

앞에서 오던 권현태의 비서가 승하를 발견한다.

비서 오셨어요?

승하 (목례만으로 인사)

비서 빈소도 아직 준비가 안됐을 텐데요. 사모님이 쓰러지셔서 아드님도

지금 병실에 계시구요.

승하 그렇군요. 그럼. (간다)

씬73 영안실 안(오후)

아무도 없는 영안실 안.

화면이 영정으로 다가가면 영정 앞에 박하사탕 하나가 놓여있다.

씬74 승하 사무실 비서실(오후)

광두와 여직원의 책상과 손님용 탁자와 소파가 있는 실내.

광두, 핸드폰으로 통화중이다.

광두 (반가운 목소리) 형님이 어쩐 일이십니까? 진짜 오랜만이네.

...나야. 뭐 그렇죠. 형님은 재미 좋으십니까?

반팀장 (F) 뻔히 잘 알면서 뭘 물어?

씬75 강력5팀(오후)

반팀장 (통화중이다) 실은 오승하 변호사하고 통화를 했으면 해서.

씬76 승하 사무실 비서실(오후)

광두 변호사님하구요?....네.....그 사건은 알고 있습니다...그래요?

...네. 알겠습니다. (끊고, 뭔가 기분이 묘해지는)

씬77 편의점 안(오후)

민재, 편의점 아르바이트 남학생을 탐문수사하고 있는 중이다.

민재 그러니까 택배를 한 개만 보냈다는 거죠. 두 개가 아니라.

남학생 그 날 두 개 부탁한 사람은 없었거든요.

민재 (조동섭의 사진을 보여주며) 혹시 택배를 부친 사람이 이 사람인가요?

남학생 (들여다보며) 아뇨. 고등학생이던데. 교복을 입고 있었거든요.

민재 (뜨악) 고등학생이요?

씬78 강력5팀(오후)

오수 (자장면 먹다가 뜨악해서) 고등학생?

민재 응. 영상판독반에서 편의점 CCTV 자료 넘어오면 확인되겠지만

편의점 두 군데서 똑같이 말하더라구.

오수 같은 사람이구?

민재 아니 한 명은 여학생이래. 어쨌든 택배를 보낸 건 조동섭이 아니야.

오수 (자장면 먹으면서) 나한텐 여학생이 보낸 것 같다.

민재 (심각하게) 뭐 집히는 거 있어?

오수 내가 여자들한테 인기가 좀 있잖냐?

민재 농담이 나와, 지금?

오수 진담인데. 어째 이놈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르냐.

민재 자장면이나 마저 드세요.

재민 (짐짓 심각하게) 고등학생들이 장난 친 거 아닐까요?

민재 강선배한테 보낸 건 그 놈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 땜에 장난이라 쳐두

권변호사한테 보낸 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 (하는데)

반팀장 (들어오며) 지문 감식 결과 나왔어?

민재 범행흉기에서 나온 피해자 지문 말고는 깨끗해요.

오수 (장난치듯) 식사하셨습니까, 형님?

반팀장 (오수에게 대뜸) 넌 도서관엔 왜 갔어?

오수 서해인이라구 타로카드를 직접 그린 사람인데요. 혹시나 해서(하는데)

반팀장 (말 자르며) 지금 누구라고 했어?

오수 서해인이요.

반팀장 나이는?

오수 (의아해서) 한 20대 초 중반쯤 돼 보이던데..왜요?

반팀장 이쁘고 총명하게 생겼어?

오수 별 걸 다 물어보시네.

팀장 (상관 않고) 그래 안 그래?

오수 (히죽)..그렇습니다.

민재 혹시 아는 사람이세요?

팀장 (대답 않고 혼자 생각에 빠져있다)

-오수와 민재, 무슨 일인가 싶어 서로 시선 교환 하는.

씬79 승하 사무실(오후)

승하, 자리에 막 앉는다.

광두 경찰에서 권변호사 사건으로 변호사님을 만났으면 하던데, 언제가

좋으시겠습니까?

승하 (담담하게) 나를요?

광두 권변호사가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 변호사님이었던 모양이에요.

승하 (주억이고는) 제가 담당형사한테 전화를 하죠.

씬80 승하 사무실 비서실(오후)

광두, 밖으로 나온다. 뭔가 생각이 복잡해지고 많아지는 광두.

씬81 달리는 차 안(밤)

오수, 운전을 하고 있고 반창호, 옆 자리에 앉아있다.

오수 갑자기 그 카페엔 왜 가시는 건데요? 가봐야 별로 건질 것도 없어요.

반 해인이보고 그리로 오라고 했어.

오수 (어리둥절) 서해인씨요?

반 ..응.

오수 서해인씨랑 아는 사이세요? 어떻게 아는 사인데요?

반 (묵묵히)

오수 아니 형사가 아는 사람이라면 피해자하고 피의자밖에 없는데

서해인씨가 피의자는 아닌 것 같구..피해자였어요?

반 (대답 않고 앞만 보는)

오수 (궁금해 죽겠다) 그것도 아니면 불륜인가?

반 (손 확 치켜들며) 에라, 이놈아.

오수 (휙 피하며)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하는데)

반 (대뜸) 6년 전인가 연쇄 살인사건 있었지?

오수 ...예. 팀장님이 폼 나게 해결하신 사건이잖아요.

반 내가 아니라 서해인이 해결한 사건이지.

오수 (뜨악해서 보는) 예에?

씬82 타로카페 안(밤)

해인, 갈등이 많은 표정으로 생각에 빠져있다.

입구 쪽에서 주희가 손님 두 명을 배웅하고 있다.

주희 (짐짓 심각하게) 그냥 가시게 해서 죄송해요. (속삭이듯) 이건 기밀

사항이지만 제가 국가기관에 중요한 자문 역할을 해야 하거든요.

손님 예에.

주희 (우아하게) 그럼. (손님을 내 보내고 얼른 해인 곁으로 오며 호들갑)

야야야 그러니까 우리 타로카드가 살인사건 현장에 있었다 그거지?

해인 ...응.

주희 어머어머 타로카드 훔쳐간 놈이 살인범이겠네 그럼?

해인 글쎄...

주희 (해인 살피며) 근데...너 정말 할 거야? 다신 그런 일 안 한다고 했잖아?

해인 (그저 미소로 본다)

주희 싫으면 그냥 거절해. 괜히 그러다 옛날처럼 병나면 어떡해?

해인 ...어쩐지 나하고도 무관한 일이 아닌 것 같아서.

-현관문에 달린 방울소리가 나자 돌아보는 해인과 주희.

반팀장과 오수가 서 있다.

해인 (자리에서 일어선다)

반팀장 (친근하게 웃어 보인다)

해인 (미소로) 그 동안 안녕하셨어요? (오수를 본다)

오수 (빙긋 웃으며 고개 인사를 한다)

주희 이쪽으로 오세요. (오수에게 유난히 친절) 형사님도요.

오수 네에.

반팀장 (다가와) 건강해 보이네. 어머님은 잘 계시구?

해인 네.

반팀장 (미안한 표정으로) 어려운 부탁이었는데 허락해줘서 고마워.

해인 (담담한 미소)

오수 (영문을 몰라 두 사람을 보는)...

씬83 출판사 안(밤)

작은 출판사 실내.

다들 퇴근 준비로 바쁜 와중에 영철 혼자 책상에 고개 깊숙이

숙이고 앉아 빨간 플러스펜으로 교정보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직원들 서넛 퇴근하면서도 영철은 그저 힐끔 볼 뿐 말을 걸지 않고

지나친다. 마지막으로 나가는 직원, 영철이 좀 안됐는지 말을 건다.

직원 영철씬 퇴근 안 해요?

영철 (어눌한 말투, 자신 없는 시선) 마..저..하구요.

직원 예에. (간다)

-영철, 원고가 뚫어질 듯 바라보며 교정을 보는 모습이 강박적으로

보인다. 펜이 잘 나오질 않자 새 펜을 찾으려고 책상 서랍을 연다.

책상 서랍안의 물건들이 과하다 싶을 만큼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새 펜을 찾아드는 영철, 그때 얼핏 서랍 안에서 해인의 타로카드가

스치듯 보인다.

씬84 타로카페 안(밤)

오수에게 배달 된 <심판> 타로카드와 잭나이프를 앞에 두고 있는 해인.

그 주위로 오수와 반창호, 주희가 있다.

오수는 도무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고.

반창호는 미안한 듯 해인을 본다. 주희는 호기심이 가득하다.

해인, 조심스럽게 타로카드에 손을 가져다 대고는 가만히 눈을 감는다.

오수 (의아해서 반창호에게) 도대체 지금 뭐하는 거예요?(하는데)

주희 (자신의 손가락을 오수의 입술에 대며) 쉿!

오수 (황당해서 보고)

-집중하고 있는 해인의 얼굴에 이상한 기운이 감도는 가 싶은 순간.

<플래시 컷 - 검은 가죽장갑을 끼고 <심판>타로카드를 들고 있는

누군가의 손.

-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감싸 안은 채 누군가의 발길질에

채이고 있는 교복 입은 소년.

- 잡지에서 글자를(오수에게 보낸 편지 속 글자)가위로

오려내고 있는 남자의 손, 가위 손잡이 부분이 붉은 색

실로 꽁꽁 동여매져 있다.

- 한 남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 남자가 돌아보려는 순간.>

해인 (눈을 번쩍 뜬다)

반 (해인의 말을 기다리듯 본다)

해인 (긴장된 표정으로 오수를 본다)

오수 (의아해서 보는)..

해인 (반창호를 보며) 제가 본 사람이...범인인가요?

반 얼굴이 보였나?

해인 (끄덕인다)

오수 얼굴이 보이다뇨? 도대체 지금 뭘 하는 겁니까?

반 (상관 않고 해인에게 조동섭의 사진을 내민다) 이 사람인가?

해인 (사진을 보더니).....아뇨. (하는데)

-현관문 열리는 방울소리가 들린다.

해인과 오수를 비롯한 시선이 현관으로 쏠린다.

현관 앞에 승하가 서 있다.

해인 (긴장해서 보는)..

승하 오승하라고 합니다. (미소를 지어 보인다)

-승하와 해인의 시선이 마주친다.

해인, 승하를 보곤 다시 오수를 본다. 그리곤 다시 승하에게 시선이 멈춘다.

오수가 승하를 바라보면 승하가 오수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 미소에 일순 굳어지는 오수. 그런 두 남자에게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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