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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목소리가 들려 1


교실 (D) - 2012년 2월 설정입니다.

충기(19세/남) 등 교복차림의 학생들 십여명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충기를 비롯한 몇몇이 키득대며 대걸레에 순간접착제를 바르고 있다. 몇몇은 대걸레로부터 좀 떨어진 바닥에 양초를 꼼꼼히 문대고 있다.

그런 충기 일행을 한심하게 보는 정훈(19세/남) 그러다 충기가 위협적으로 보면 얼른 시선 내리고 청소에 열중한다. 요란한 염색머리 날라리 성빈(19세/여) 헐레벌떡 달려들어온다.

성빈 야! 쌍코 온다. 쌍코!! 빨랑 빨랑 움직여!!

학생들 분주히 자기 자리로 가서 청소하는 척 한다.

복도 (D)

동희(17세/여), 빈 쓰레기통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그 뒤로 수하(19세/남) 걸어온다.

교실 (D)

동희 들어서고 그 뒤로 수하 들어서자 성빈이 시선에 들어온다.

성빈 야! 쌍코! 거기 대걸레 좀 갖구와서 여기 좀 닦아! (E) 대걸레에 본드 잘 발랐나? 딱 붙어야 되는데..

수하 !! (힐끔거리는 충기를 보면)

충기 (E) 얼굴 쪽으로 넘어져야 재밌는데.. 양초를 더 바를걸 그랬나?

동희 (쓰레기통 놓고 대걸레 쪽으로 가는데)

수하 (동희를 앞질러 대걸레 낚아채는) 대걸레는 내가 할테니까 넌 창문 닦아.

성빈/충기 (자기도 모르게 버럭) 야아!! 박수하!! / 잡지마!!

수하 (영문 모르겠다는 듯) 왜? (하다 대걸레를 보고) 어라? 이거 왜 이래? (흔들어보며) 어어.. 이거 안떨어져! (하며 뒷걸음 치다가 양초바른 바닥에 미끄덩 넘어지는) 으악!!

충기 (열받아) 저 새끼 저거!! (수하에게 달려가서) 야 이 븅신아!! 너 때문에..(하고 패려는데)

수하 (일어나는 척 슬쩍 피하고) 야. 이거 안떨어져.

충기 (또 때리려고 달려들며) 야! 너 때문에..

수하 (돌아보는 척 피하고) 나 뭐?

충기 (열받아) 어어? 이 자식봐라? (하고 때리려는데)

수하 (쌱 피하며) 왜 그래.

충기 (완전 열받아) 하? 이제 보니까 이 새끼 나하고 한판 붙자는거네? (열받아 겉옷 벗어던지며) 오케이박수하! 너 오늘 관짜는 날인줄 알아! (소매 단추 풀러 걷으며 고개를 양 옆으로 꺾는다)

정훈 (걱정돼서 성빈에게 작게) 진짜 관짜야 될지도 몰라. 충기 저 자식 태권도 도대표 출신이잖아.

성빈 (살짝 걱정스런 표정) 충기 쟨 쌍코 놔두고 쌩뚱맞게 수하한테 오바질이야.

수하 (슬금슬금 뒷걸음 치며) 충기야. 왜 이래.. 무섭게..

충기 닥쳐! 새꺄!!

충기 수하에게 달려드는데 수하, 대걸레를 든 채 요리 조리 피한다.

충기의 위력적인 발차기를 막다 대걸레 부러지고, 수하, 양 손에 대걸레 자루를 들고 충기의 공격을 요리조리 막는다. 계속 이러지마, 말로 하자. 달래는데 절대 한 대도 안맞는 수하. 충기 숨이 거칠어진 반면 수하는 숨이 여전히 고르다. 다시 추스르고 공격하는 충기, 수하의 눈빛 순간 날카롭게 변하더니 날렵하게 공격을 피하고는 뒷발차기로 충기에게 일격을 가한다. 충기, 그대로 나가 떨어진다. 일순 조용해지는 교실! 일제히 수하를 본다.

수하 얼떨떨한 표정.

화장실 (D)

얼굴에 멍이 든 충기,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면서 들어서고 있다.

충기 야! 누가 맞았대. 그냥 미끄러진거야. (버럭) 수하가 무슨 짱이야! 제대로 붙으면 짤없어 그럼. (귀찮아서) 됐고, 끊어. 나 오줌 싸야 돼. (끊는)

박력있는 충기의 소변줄기, 어느새 충기 옆에 수하 선다.

수하 ..거짓말.. (일보는)

충기 (놀라 흠칫) .. 아씨.. 놀랐잖아.

수하 봐준거치군 너무 용쓰든데..? (충기의 사그라드는 소변줄 보고) 짜식! 쫄기는.. 찔금거리지 말고 편하게 일 봐라.

충기에 비해 수하의 줄기가 당당하다. 충기 얼른 수습하고, 세면대로 간다.

슬쩍 수하보다 눈 마주치자 얼른 피한다.

수하 (그런 충기보고 빙긋) 궁금하나부네? 내가 어떻게 이긴건지?

충기 (뜨끔) ...! (E) 귀신이네 이 자식..

수하 (충기 옆 세면대로 가서 손을 씻는다) 비결.. 가르쳐줄까?

충기 (궁금하긴 하지만) ...돼.. 됐어.

수하 (충기의 눈을 뚫어져라 보며) 난 말야. 사람 눈을 보면...

충기 (수하 눈이 잠깐 빛나는 듯 보이는 것 같다. 그 눈이 무서워 피하면) ...

수하 (한손으로 충기 턱 잡아 돌리고 다시 눈 마주보며) 그 사람 마음을 읽을 수가 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디로 공격할지.. 어디로 피할지까지..

충기 (놀라) 지.. 진짜?

수하 (진지하게 잠시 응시하다가 픽 웃음 터져) 뻥! 그걸 믿냐?

충기 (하.. 숨 내쉬며) 뭐야. 너..

수하 (쿨하게 웃으며) 마! 비결 같은게 어딨냐? 미끄러져서 헛발질 한건데 우연히 먹힌거야.

충기 (그제야 안도의 웃음으로 큰소리) 그지? 그런거지? 너 그 우연에 감사해라! (E) 빌빌거리는 고아새끼! 불쌍해서 그냥 봐준다~

수하 (그 말에 턱 걸려서 얼굴 굳으면) !

충기 (움찔해서 소심하게) 왜애..

복도 (D)

쉬는 시간 학생들 쏟아나와 있고, 수하 복도로 걸어나온다.

걸어나오며 헤드폰잭을 핸드폰에 연결하는 수하

반짝이는 십자가 모양의 핸드폰 고리가 흔들거린다.

차안 (N) - 10년 전

백미러에 걸린 십자가가 흔들거리고 있다.

인적이 드문 거리를 달리는 승용차

라디오에서는 핑클의 영원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 안에 어린수하(9세/남)와 인혁(40세/수하부)가 안무를 따라하며 노래를 부른다.

어린수하 아빠, 난 효리가 내 스타일인가봐. 웃을 때 진짜 이뻐.

인혁 웃을 때만 이쁘지. 정색할 때 성깔있어 보이든데.. 난 유리가 더 좋드라. 목소리가 딱 니 엄마야.

어린수하 (놀라서) 진짜? 엄마 목소리가 유리 같앴어?

인혁 어. 얼굴도 좀 닮았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그때 인혁 쪽으로 순간 신호를 위반하고 5톤 트럭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승용차의 측면을 들이 받는다.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바닥에 스키드 마크가 새겨진다. 교차로에 승용차와 5톤 트럭이 뒤엉켜있다. 승용차는 뒤집어져 있는 상태. 승용차 안에는 안전벨트를 맨 채 수하와 인혁이 거꾸로 매달려있다. 수하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인혁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인혁 (피투성이가 된 채 힘겹게 거꾸로 매달려) 수..하야. 수하야. 정신 차려.

어린수하 (머리에 피가 흐르고) 아빠..

인혁 그래. 어디 다친데는.. 아픈데는 없어?

어린수하 (힘겹게) 머리.. 아파..

인혁 좀만 기다려. 정신 놓지 말고.. (하며 벨트를 풀어보려고 하는데 잘 안된다.)

그때 트럭에서 내리는 민준국(33세/남)의 발이 보인다. 좀 다친 듯 절뚝거리며 인혁의 차쪽으로 온다.

준국 (인혁 쪽으로 달려와 살피며 다급히) 안에 누구 있습니까?

인혁 (창문 두드리며) 네! 여깁니다! 우리 좀 빼주세요!! 우리 애가 다쳤어요.

어린 수하, 희미하게 뜬 눈으로 준국과 눈이 마주친다.

어린 수하의 동공이 커지면서 눈빛이 변한다.

준국 (겁에 질려 덜덜 떠는/E) 살아있잖아. 안되는데.. 죽여야 돼. 둘 다 죽여야 돼.

어린수하 (놀란다) !!!

준국 (ON) 잠깐만 기다려요. (달려간다)

인혁 이제 괜찮아. 수하야. 좀만 참어. 좀만..

어린수하 (힘겹게) 아.. 빠.. 피해..

인혁 어?

어린수하 저 사람이.. 우릴... 죽일거야.

인혁 (놀라서) 그게 무슨 소리야.

그때 인혁 쪽 유리가 와장창 깨진다.

인혁 놀라서 보면 준국, 쇠파이프로 내리쳤던 것..

준국, 겁을 잔뜩 먹은 표정으로 눈 질끈 감고는 다시 쇠파이프를 인혁의 머리 향해 내리친다. 경악하는 수하.. 인혁, 그대로 숨을 거둔다.

어린수하 아빠.. 아빠.. (매달린 채 오열하는) 으아아아!!

준국, 쇠파이프를 드르르륵... 끌면서 반대편 수하에게로 간다.

수하, 두려움과 원망이 섞인 눈빛으로 준국을 본다.

준국 (E) 죽어.. 제발.. 꼬마야. 죽어줘.

절박한 표정의 준국, 쇠파이프를 들어 수하를 내리치려는데서 블랙아웃

수하 (E) 그 날 이후..

복도 (D) - 현재

F.I

복도에 서있는 채 눈을 감고 있는 수하

수하 (E) 나의 세상에는 두 가지 소리가 존재한다.

하나는 남들에게도 들리는 소리..

학생들 웃음소리, 문자 오는 소리 등이 간혹 들린다.

수하 (E) 그리고 또 하나는... (눈을 뜬다) 나에게만 들리는 소리.

수하, 눈을 뜨는 순간, 수하와 눈 마주치는 사람들의 속마음이 빠르고 어지럽게 섞여 들리기 시작한다.

사람들 (수하를 훑어보는 남/E) 수하, 저 자식이 충기 팼다든데.. 진짠가? (선생님 주머니 뒤지며 오는/E) 아! 핸드폰 어딨지? 어따 뒀드라. (자기 손에 들린 핸드폰 보고/E) 야! 여깄다. / (여학생/E) 아! 찝찝해. 생리 이틀짼데 야짜 쨀까? (등등이 마구 섞여 들리는..)

어지럽게 지나가는 학생들 사이에 틈 속에 홀로 서있는 수하..

수하 (E) 나의 세상은 다른 사람들의 세상보다 좀 더.. 시끄럽다.

수하, 헤드폰을 쓰자 음악이 그 속마음 소음을 덮어버린다.

# 타이틀 - 제 1 화 너의 목소리가 들려.

복도 (D)

성빈, 수하에게 아세톤과 솜을 건넨다.

성빈손은 요란한 네일아트가 되어 있다.

수하 (받는) 뭐냐.. 이게? (아세톤 열어 냄새 맡고) 으엑..

성빈 아세톤이야. 본드 묻은거 이걸로 지워.

수하 (솜에 묻히며) 이걸로 본드가 지워져?

성빈 어. (하다) 근데 박수하. 너 아까 왜 그런거야? 왜 쌍코 놀리는거 초를 쳐?

수하 (손을 꼼꼼히 닦으며) 쌍코 놀리는거였어? 난 몰랐는데..

성빈 뻥치시네. 알고 그런거잖아.

수하 (손 닦으며) 몰랐다니까.. (손 살피며) 어? 진짜 지워지네?

성빈 (그런 수하를 보며) 너 쌍코 좋아하지?

수하 (기막혀 성빈보고) 아니.

성빈 너 저번 발렌타인데이 때 그랬잖아?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그래서 초콜렛 안받는다고?

수하 (별 생각없이) 어. 좋아하는 사람 있어. 근데 쌍코는 아냐.

성빈 그게 누군데? (기대의 눈으로/E) 설마.. 난가?

수하 (기막힌 듯) 설마 너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성빈 (얼른 말도 안된다는 듯 웃으며) 야.. 내가 미쳤냐? 그걸 나라고 (바로 공격적으로 톤 바꿔) 생각은 안하는데 누구야? 그 기집애가? (E) 설마 첫사랑 같은건가?

수하 (못박듯) 내 첫사랑이야.

성빈 (!!) 누..누군데? 니 첫사랑이? (E) 이쁜가? 착한가?

수하 (대답처럼) 이뻐. 죽이게..

거리 (D) - 거리 농구장이 있는 근처의

단정한 정장차림, 변호사 배지가 반짝인다.

서류가방을 들고 걸어가는 강순(27세/여) 의 모습 위로

성빈 (실망/E) 여자 이쁜거 너무 밝히지마. 선생님이 그러는데 그거 다 한때래.

수하 (E) 이쁘기만 한게 아냐.

그때, 물이 고인 웅덩이에 농구공이 튕기면서 물이 강순의 옷에 튀긴다.

강순, 짜증을 삼키듯 눈 지그시 감았다 뜬다.

옷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다가 발 아래 떨어진 농구공을 든다. 좀 떨어진 곳에서 농구를 하고 있던 재철(19세/남 수하와 같은 학교 교복) 손을 흔든다.

재철 (멀리서 손 흔들며) 아줌마!! 그 농구공 좀 일루 던져주세요!~

강순, 무표정한 얼굴로 그 공을 남학생들 반대편으로 있는 힘껏 던지고는 걸어간다. 벙찐 학생들을 뒤로한 채 다시 걸어가는 강순의 모습 위로

수하 (E) ..착해. 착하고, 똑똑하고, 이 세상에서 최고로 근사한 여자야.

법정 앞 복도 (D)

개정중’ 표시에 불이 들어와 있다.

합의부 법정 (D)

강순, 한손은 머리를 이고 한손은 연필을 돌리며 염불 외듯 피고인 신문을 하고 있다. 그런 강순을 판사와 검사는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

강순 피고인. 피고인은 이 사건에 대해 깊이 반성을 하고 있죠?

피고인 (남/50세) 네.

강순 피고인은 미혼으로 현재 몸이 불편한 아내를 간호하며 어렵게 살고 있죠?

피고인 네.

판사 (한심해서) 피고인이 미혼인데 아내가 있습니까?

강순 (당황한 기색 없이 그 자세 그대로) 피고인. 피고인은 기혼으로 현재 다리가 불편한 아내를 간호하며 어렵게 살고 있죠?

피고인 네.

<컷>

강순, 역시 같은 자세로 옆에 피고인만 바뀐 채 여전히 염불외는 톤으로 신문을 하고 있다. 판사, 그런 강순의 말을 입모양으로 립싱크까지 한다.

강순 피고인. 피고인은 이 사건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죠?

피고인 (여/60세) 네.

강순 피고인은 기혼으로 현재 몸이 불편한 아내를 간호하며 어렵게 살고 있죠?

판사 (한심해서) 변호인. 지금 피고인은 여성입니다. 아내가 있을 수 없지요.

강순 (역시 전혀 동요없이 그 자세 그대로) 피고인, 피고인은 기혼으로 현재 몸이 불편한 남편을 간호하며 어렵게 살고 있죠?

판사/검사 (기막히다는 듯) 차...

법원 앞 (D)

강순, 피곤한 얼굴로 강순모와 전화를 하면서 오고 있다.

강순 재판 중이었다니까.. 전화를 어떻게 받아?

전방에 이빨 모양 포스트잇(치과 판촉물)을 나눠주는 아줌마가 있다.

강순모 (E) 니 내일 국선전담변호사 면접 아이가? 준비는 단디 했재?

강순 (포스트잇 받으며) 국선전담 그거 개나소나 다 붙는거구만 준비를 왜 해. 쪽팔리게..

강순모 (기막혀/E) 쪽팔려? 팔릴 쪽이 있으면 퍼뜩 팔아가 내한테 꿔간 돈이나 갚아라. 대한민국에 변호사딸한테 용돈 주는 엄마는 내 하날기다!

강순 (자연스레 돌아가며) 엄만 뉴스도 안봐? 요즘 변호사 업계가 얼마나 불황인데. 변호사는 차고 넘치는데 사건수는 그대로지. 우리나라 변호사 6명 중에 1명은 월 200도 못번대요.

강순, 다시 포스트잇 받으려하자 아줌마, 그런 강순을 흘기며 할 수 없이 준다.

강순모 (E) 하이고, 월 이백이라도 벌면 소원이 없겠다! 니 지난달에 88만원 벌었다카지 않았나!

강순 내가 88만원 세대니까 그렇지! 때를 잘못 타고난 걸 어쩌겠어. (다시 돌아가는)

강순모 (E) 시끄럽고!! 국선전담 되믄 월급 꼬박꼬박 나온다켔지? 내 바로 차압들어갈기다.

강순 (심드렁) 알았어.

강순모 (E) 그라고, 만에 하나 떨어지믄 전세를 빼든, 장기를 팔든 내한테 꿔간 오천, 9부이자 쳐가 한달 내로 퍼뜩 갚아라. 알았나!

강순 알았다!

강순, 전화 확 끊고 포스트잇 받으려는데 아줌마 돌아서고

강순, 돌아선 아줌마에게 가서 포스트잇 받아가려고 하면

아줌마 (짜증) 아까도 받았잖아.

강순 직업상 제가 이게 많이 필요해요. 날도 추운데 아줌마도 많이 받아가면 좋잖아요.

강순, 아줌마 바구니에서 포스트잇 한주먹을 뺏어간다.

아줌마 황당한 표정

서울중앙지법 전경 (D)

단정한 1:9 가르마, 뭔가 촌스럽게 안맞는 양복차림의 관우(33세/남), 벅찬 표정으로 들어선다.

입구 안내 입간판에 국선전담변호사 면접실 동관 529호라고 써있다.

관우 (입간판을 보며 힘차게) 529호! 오~케이! (씩씩하게 걸어가는)

529호 대기실 (D)

관우, 두리번 거리면서 들어선다.

큰 회의실 같은 분위기, 의자들이 놓여있는데 강순만이 덩그러니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앵그리버드류의 게임을 하고 있다.

관우 여기가 국선전담변호사 면접 대기실 맞습니까?

강순 (보지도 않고 계속 게임하며 심드렁하게) 네..

관우 (강순 근처에 앉으면서) 사람들이 생각보다 없네요. 난 경쟁률이 엄청 높을 줄 알았는데, 이상하네요. 그쵸?

강순 (계속 시선 안주고) 당연한거 같은데요.

관우 (잠시 정적 후 다시 강순을 보며) 제가 선배들 만나서 적중률 100% 국선전담변호사 면접 질문들 몇 개 뽑아왔는데, 볼래요?

강순 (계속 무심히 오락하며) 아뇨.

관우 (또 잠시 정적을 못참고) 되게 떨린다. 전 국선전담변호사가 되는게 꿈이었거든요. 그쪽도 그래요?

강순 (오락하면서) 전혀요.

관우 (여전히 굴하지 않고) 제가 사실 경찰이었어요. 근데 다 때려치고 사시 봐서 변호사가 됐거든요. 것도 국선전담변호사가 될려구.. 왜 그랬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강순 (못참고 버럭) 네! (다시 오락)

관우 (쫄아서) 아..네..

그때 사무관 들어선다. 바짝 긴장하는 관우와 심드렁한 강순

사무관 (어리둥절해서) 여기서 뭐하십니까?

관우 국선전담변호사 면접 기다리고 있는데요?

사무관 면접은 동관 529혼데요? 여긴 서관이고..

관우 (놀라) 네에?

그때 누군가 관우를 가로질러 쌩하고 뛰어간다. 강순이다.

관우 (허겁지겁 짐 챙기며) 같이 가요!!

법원 복도 (D)

강순, 헐레벌떡 뛰어온다. 강순, 국선전담변호사 면접 대기실이라고 씌여진 529호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동관 529호 (D)

강순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휘둥글 해진다.

백여명의 면접 지원자들이 치열하게 면접을 준비하고 있다.

누군가는 긴장된 표정으로 옷매무새를 다듬고, 누군가는 짝을 지어 면접 연습을 하고 있다. 뒤늦게 달려온 관우 역시 대기실 풍경을 보고 놀란다.

관우 (휘둥글) 이게 다.. 면접 보는 사람이에요?

지원자1 (문 옆에서 서류 보다가) 이게 다가 아니죠. 3일 동안 면접을 보는거니까, 딱 이거 세배만큼 더 있다고 보면 되죠.

강순 (관우 어깨를 잡아 벽에 밀쳐서 몰며 다급히) 그거 줘봐요!

관우 (놀라서) 네?

강순 면접 예상 질문!!

면접실 (D)

공숙(45세/남/부장판사)을 비롯한 면접관들 세 명이 엄숙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서류를 보고 있고, 그 앞에는 긴장한 표정의 관우가 앉아있다.

공숙 (서류 보면서) 차관우 변호사님.

관우 (씩씩하게) 네!

공숙 (서류 보면서) 성적이 좋네요. 이 정도 성적이면 로펌 쪽 제안이 많이 왔을텐데.. 왜 국선전담변호사를 지원한겁니까?

관우 전 돈을 위해 변호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유전을 무죄로 만드는 그런 변호사보다는 무전이라서 유죄가 되는 억울한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컷>

지원자2 (결연히) 인권의 최전방의 병사가 되어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서글픈 현실과!

<컷>

지원자3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외치는!!!

<컷>

지원자4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을 결코..

<컷>

지원자5 다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컷>

강순 더 이상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암담한..

공숙 (지친 표정으로) 그만! 그만! 이번 면접에 족보가 돕니까? 대답들이 하나같이 유전무죄 무전유죄 타령입니까! 그런 원론적인 대답 말고, 솔직한 이유 없습니까?

강순 (당황해서) 아.. 아니.. 그건..

공숙 네, 나머지 얘긴 안들어도 알거 같구요. 나중에 결과는 이메일로 보내드릴께요.

강순 네.

강순, 망했구나, 심난한 얼굴로 나가다 주머니에 이빨 모양의 포스트잇이 잡힌다. 잠시 그 포스트잇을 보던 강순, 결연한 표정으로 돌아서서는 면접관들에게 이빨 포스트잇을 나눠준다. 면접관들 그런 강순이 어리둥절하다.

면접관1 (어리둥절해서) 이게 뭡니까?

강순 치과 판촉물이에요. 포스트잇 살 돈 아끼자고 얼굴에 철판 깔고 받아냈어요.

공순 (거슬리고) 동정표를 얻겠다는겁니까?

강순 솔직한 이유를 대라고 하셔서요. 저요. 여기 돈 때문에 왔습니다.

공숙 !!

강순 솔직히 저요. 로펌갈 실력도 없고, 브로커 두고 일할 돈도 없어요. 고등학교 퇴학당하고, 지방대 나와서 이 바닥 인맥도 거의 없어요. 그래서 한달에 버는 돈이 꼴랑..

공숙 잠깐만요. 퇴학을 당해요?

강순 네.

공숙 (흥미로운 듯 턱을 만지며) 왜요?

강순 (반짝) 얘기하면 붙여주실겁니까?

공숙 얘기가 임팩트 있으면.. 혹시 모르죠.

강순 (혼잣말처럼) 임팩트라.. (싱긋 미소로) 임팩트야 확실하게 있죠. 모든건 10년전 눈싸움에서 시작했어요.

공숙 ... 눈싸움?

면접실 창밖으로 눈이 내린다. 카메라 창밖으로 빠지면...

학교 운동장 (D) - 10년전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여학생 스무명 정도가 강아지처럼 눈밭을 뛰어다니며 신나게 논다. 몇몇 여학생은 발자국 남기고, 몇몇 여학생들은 내리는 눈을 받아 먹는다. 다들 뛰어노는데 어린 강순(17세)만 뚱하게 서있다.

여학생1 (눈뭉쳐 도연에게 던지며) 서도연 받아랏!! 학생회장 축하빵이다!!!

도연 (맞으며 퉤퉤) 야! 뭐야. 눈 먹었잖아.

강순 (멀리서 그런 도연을 보며 혼잣말) 많이 쳐먹어라. 요즘 눈은 황산염, 질산염, 암모니아 범벅이라드라.

도연 강순아! 뭐해? 너 혹시 학생회장 떨어졌다고 삐진거 아니지?

강순 (쿨한 미소로) 아냐. 그런거.. (미소로 복화술) 내가 지같은 줄 아나? 삐지게.

여학생2 아니면 와서 같이 도연이한테 축하빵 날려줘!! 그래야 쿨해보이지.

강순 (미소로 복화술) 알았어. (미소로 복화술) 알겠습니다. 축하빵 원하시면 날려드려야죠. 쿨하게..

여학생들 한바탕 눈싸움이 벌어진다.

강순도 열심히 눈싸움을 하는데..

갑자기 악!!! 하는 도연의 비명소리와 함께 하얀 눈위에 핏자국이 뿌려진다. 놀란 여학생들 비명을 지르고..

여학생2 (놀라서 쓰러진 도연에게 달려가는) 도연아!!

도연 (눈을 감싸며 비명을 지른다) 악!!! 내 눈! 아아악!!

여학생2 (부축해 안은채 어쩔줄 몰라) 어떡해.. 도연아.. (모여든 아이들에게 악쓰며) 뭐해!! 얼른 119 불러! 빨랑!!!!!

학생들 어쩔 줄 몰라하고 아수라장이 되는 운동장... 눈을 감싼 채 쓰러져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도연의 곁에는 돌이 들어있는 눈덩이가 있다.

충격으로 얼어붙은 강순의 모습 위로 엠뷸런스 소리가 울려퍼진다.

도연의 집 (D)

넓은 잔디마당이 있는 집

테이블이 여러개 놓여져있고 가든파티를 준비 중이다.

도연부(53세/남/이하 대석)는 테이블에 앉아 자서전들에 사인을 하고 있다.

도연모(50세/여)는 출판을 축하드립니다’ 라고 쓰인 화환들을 옮기는 기사에게 지시하고 있다.

도연모 장기사! 오른쪽으로.. 아니 더 오른쪽.. (양손을 들어) 스탑!! 됐고, (강순모(42세/여)에게) 강순엄마, 냅킨들 좀 셋팅하고..

강순모 사모님. (냅킨 접고)

대석 (싸인하며) 도연이는?

도연모 학교 끝나는대로 온대요. (하다) 당신도 도연이 문자 받았죠? 학년회장 당선된거?

강순모 (그 말에 냅킨 접다가 멈칫) ! 잘됐네예. 축하드립니더.

도연모 (좀 민망해서) 아.. 맞다. 강순이도 후보였다던데..

강순모 에이그 가스난 후보도 감지덕지지예. 언감생심 지가 뭐라꼬..

도연모 왜요. 강순이도 밝고 씩씩한게 회장감이지. (그때 핸드폰 벨이 울리고) 여보세요. 네, 선생님, 웬일이세요? (하다 뭔가 심상치않고) 네? 도연이가 왜요?

대석 (무슨 일인가 보는) ?

도연모 (놀라) 어느 병원인데요?

강순모 (걱정되고) 병원..?

응급실 (D)

눈에 붕대를 두른 채 고통에 몸부림치는 도연

옆에 친구들과 선생2 걱정스레 보고 있다.

급히 달려온 대석과 도연모, 이 광경을 보며 경악하고..

의사 (E) 눈덩이 속에 돌이 들어있어서 상처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진찰실 (D)

엑스레이 사진을 보며 대석과 도연모에게 도연의 상태를 설명하는 의사

굳은 얼굴로 듣고 있는 대석, 도연모는 눈물을 흘리며 듣고 있다.

의사 다행히 CT 상으로 뇌손상은 없지만 왼쪽 눈 상태가 많이 걱정됩니다.

대석 (불안하다) 걱정된다는 소린 설마..

의사 네, 붕대를 풀어봐야 알겠지만 안구 손상이 심한 상태라 왼쪽 눈은 실명까지 각오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도연모 (얼굴 감싸며) 아.. 안돼.

도연집 부엌 (D)

강순, 식탁 쪽에서 찬합에 나물 등 반찬을 담으며 주워먹고 있다.

미역국 간을 보는 강순모

강순모 (강순보고) 고만 좀 쳐묵고 퍼뜩 세 번째 서랍서 보온병 좀 꺼내와라.

강순 (보온병 꺼내며 뚱해서) 아픈게 무슨 벼슬이라구 이렇게 해다바친대? (그때 강순모의 손이 강순의 등짝을 후려친다) 악!!!

강순모 말뽄새 참.. 이쁘게 한다 니! 도연이가 남이가? (보온병에 미역국 담고)

강순 (등 문대며 버럭) 도연이가 남이지 그럼 나야?

강순모 가족보담 더 끈끈한 그 무엇 아이가!? 니랑 십년을 한집서 살았는데.. (찬합과 보온병 보자기에 싸며) 퍼뜩 옷차려 입어라. 병원 같이 가야재.

강순 싫어. 엄마 혼자 가. 난 걔 얄미워서 꼴두 보기 싫으니까..(까 소리와 동시에 강순모 강순의 머리를 냅다 때린다) 악!!! 머리 좀 때리지마!

입원실 (D)

도연,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침대에 누워있다.

그 옆에는 대석, 도연모, 그리고 선생1, 친구(여학생1,2)가 함께 있다.

도연모 (침대 곁에 앉아 애써 위로) 수술은 잘 끝났어. 어디 아픈데는 없어?

도연 네..

대석 (무겁게) 누가 그런겁니까? 우리 애.. 이렇게 만든 사람이 누굽니까?

선생1 (난감해서) 죄송합니다. 저희도 노력했지만 못찾았습니다. 눈싸움을 했던 애들이 스무명이 넘어서요.

도연 (낮게) 난 봤어요. 누가 나 이렇게 만들었는지..

도연모 (놀라서) 그게 누군데?

강순모 (노크소리 E) 지들 왔심더. (문열고 강순과 들어서며 걱정스런 얼굴로) 도연아.. 괘안나?

도연 (강순을 보자 흥분되서) 강순이가 그랬어요! 제가 봤어요.!!

일동 (놀라 강순을 본다) !!!

강순모 (영문을 몰라) 야가 뭘 했다꼬?

도연 (악에 받쳐) 내눈 이렇게 만든게 강순이에요! 쟤가 눈에 돌을 넣어서 던졌어요!

강순 (기가 막혀) 내가?? 너 미쳤냐? 내가 언제!!

도연 (악쓰며) 너 내가 학년회장 된거 땜에 열받아했잖아. 너야! 니가 던졌어!

대석 (그 이유 때문에 범인으로 모는건가?) !!

도연모 (일어나 강순에게 다가가며 분노로) 세상에..니가 어떻게.. 니가 어떻게 우리 애한테 이럴 수가 있어?

강순 (억울해서 악쓴다) 아니에요! 진짜!!!

대석 (차분히) 도연아. 강순이가 돌을 던진거냐? 던졌다고 생각을 하는거냐?

도연 ...네?

대석 정황만으로 범인으로 모는건지, 아니면 진짜로 던지는걸 본건지 얘기해. 중요한 문제다.

도연 (대석을 보니 말을 함부로 못하겠어서) 그게..

강순 쟨 못봤어요. 아니 안봤어요!! 내가 안했는데 어떻게 봐!!

여학생1 저도 봤어요. 강순이가 눈에 돌 넣는거!!

강순 (황당해서) 야!!

여학생1 (얼른 여학생2에게) 너도 봤지?

여학생2 (얼결에) 어? 어.. (끄덕이며) 나..나도 봤어.

대석 !!!

도연 (힘을 얻어) 들으셨죠. 얘들도 봤고 저도 봤어요. 강순이가 범인 맞아요!

강순모 (놀랍고 허탈하다) 진.. 진짜가?

강순 (어이없어서) 거짓말이야. 저것들이 다 짜고치고 날 몰아세우는거야!!

도연 비겁하게 끝까지 인정 안해!? 날 이 꼴로 만들고?

강순모 (찬합 탁자에 올려놓으며) 잠깐만.. 강순아. 엄마랑 얘기 좀 하자.

도연모 (기가 막혀서) 얘긴 무슨 얘길 해!! 여기서 빌어도 시원찮을판에!!

대석 (도연모 잡으며) 가만있어봐.

강순모 걱정 마이소. 지가 얘기 잘하고 오겠심더. (강순 끌고 나가는)

강순 (끌려나가며 악쓴다) 엄마도 나 못믿어? 그런거야?? (나가고)

도연모 (대석에게) 당신 설마 강순이말 믿는거에요!?

대석 (속을 알 수 없는 담담한 표정) ...

병원복도 (D)

강순, 강순모에게 끌려나가며 소리친다.

강순 나 진짜 아냐!! (뿌리치며) 나 아니라니까!!

강순모 (강순 어깨를 꽉 잡고 엄하게) 내 눈 똑바로 보고 말해라. 니 진짜 아이가!!

강순 (억울해서 씩씩대며) 아냐. 진짜 아냐.

강순모 니가 했대도 내 니 지킬기다. 그러니까 더하지도 말고 덜지도 말고, 딱 사실만 얘기해라.

강순 (엄마마저 안믿자 눈물이 고이며 고조되는) 내가 아무리 독해도 결국 엄마딸이야! 내집 사람보다 남의 집 사람 떠받드는!! (무너지듯) 순댕이 어춘심여사 딸이라고.. (오열이 되어 뭔말인지 모르겠다.) 도연일 미워했지만 그 정돈 아냐. 나도 내가 성질 드러운거 아는데.. 그 정돈 아니다 진짜.. 그 정도로 모질지 않다. 진짜..

강순모 (그런 강순을 잠시 보다 안도의 한숨 쉬며) 댔다. 고마 울어라.. (소매로 강순 콧물 닦아주며) 아드러버라. 코찔찔이..

강순 (훌쩍이며) 믿는거야? 나?

강순모 (퉁명스레) 믿으라매.

강순 (어이없어서) 믿으래서 믿는거야? 진짜 믿는게 아니고?

강순모 (밉지 않게 흘기며) 머꼬? 이젠 믿는다꼬 지랄이가? (머리 쥐어박으면)

강순 (훌쩍이며) 씨.. 머리 때리지 말랬지!!

병원일각 (D)

도연모 흐느끼고 있고, 대석 굳은 표정으로 있다.

강순모 (강순 손잡고 들어서며) 저기..판사님예.. 사모님예, 지가 강순이랑 얘기 해봤는데예. 범인은 강순이가 절대 아입니더.

대석 !!

도연모 (기가 막히다) 이봐.. 강순엄마! 이게 감싼다고 될 일이야?

강순모 감싸는기 아이고 사실을 얘기하는깁니더. 강순이 야는 절대 안우는 압니더. 지 아버지 잃었을 때도 안울고, 스케이트 타다 다리 뿐질렀을 때도 눈물 한방울 안흘렸심더. 하도 안울어가 병원도 데려가봤는데 눈에 이상은 없다카데예. 야가 울 때는 이유가 딱 한가집니더.

대석/도연모 ...

강순모 억울할 때..

강순 !!

강순모 저래 펑펑 우는거 보이까네 점마가 보통 억울했던게 아인가봅니더. 범인은 강순이 말고 따로 있심더. 학실합니더. 지 믿고 강순이도 믿어주이소.

도연모 (도저히 못들어주겠어서 악쓴다) 봤다잖아! 강순이가 돌 넣는거 똑똑히 본 애가 있다잖아!!!

강순모 아들이 너무 많아가 헷갈릿나봅니더. 진짜 야는 아입니더.

도연모 (답답해서) 당신 뭐해요!! 이 사람 헛소리 하는거 계속 듣고만 있을거에요!!

대석 (강순에게 다가가) 강순아..

강순 네.

대석 (차분하지만 단호하다) 믿어서 듣고 있는게 아니다. 기다리고 있는거야.

강순 (영문 모르겠고) 뭘 기다리는데요?

대석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사과하는 거..

강순 !!! (억울해 미치겠다) 저 아니라니까요!!

대석 지금이라도 인정하고, 도연이한테 진심으로 사과하면, 니 미래를 생각해서 다 용서하고 지금처럼 살아볼 생각이다.

도연모 (기가 막힌다) 여보!!!

대석 그렇지만 끝까지 이런식이라면.. 널 도연이랑 같은 학교에 다니게 둘 순 없을 거 같다.

강순 그게 무슨 소리에요? (놀라서 눈이 커진다) ...절 퇴학시키겠단 소리에요?

강순모 (놀라) 판사님예!! 야가 아니라카지 않았습니꺼? 와 지 말을 못믿는교?

대석 (강순모 보고) 그리고, 아주머니도 내 집에서 나가야할겁니다.

강순 (충격이다) ...나가라뇨. 갑자기 우리보구 어디로 가라고..

대석 (다시 강순에게) 그러니까 사과해라. 진심으로 반성하고! 10년간 널 살피고 지켜본 정으로 주는 마지막 기회다.

강순 (다시 억울함에 눈물이 고인다. 엄마를 본다. 어떻게 할까..) .... 엄마..

강순모 (이 상황이 혼란스럽다. 강순을 보며 뭐라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

강순 (강순모를 보며 갈등한다. 이대로면 쫓겨난다.) 저는... 범인이..

대석/도연모 (그런 강순을 주목한다) ...

강순모 (그런 강순을 보는 눈빛이 흔들리는 듯 보인다) ...

강순 (강순모를 차마 못보겠어서 외면한 채 눈 질끈 감고 버럭) ..아니에요! (눈 뜨고 대석 보며) 그러니까 사과할 것도, 반성할 것도 없어요. 전!

교무실 (D)

프린터에서 자퇴서가 천천히 출력되고 있다. 그걸 보는 강순

강순의 앞에는 선생2가 난감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선생2 어제 니 징계위원회가 열렸었어. 정황도 있고, 목격자들도 있는 상황이라 결과가 안좋게 나왔어.

강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담담하다) ...

선생2 간신히 퇴학처리는 막았고 (프린터에 자퇴서 꺼내 건네며) 자퇴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게 학교나 너나 모양새가 좋으니까..

강순 (담담히) 만일.. 자퇴서를 안쓰면요?

선생2 퇴학 쪽으로..결론이 날거다. 잘못하면, 경찰서까지 가야될지도 몰라.

강순 (자조적으로) ...퇴학..

도연집 앞 (D)

강순, 터덜터덜 멍하니 걸어오는데, 멀리 작은 트럭에 단촐한 세간살이짐을 싣고 있는 강순모와 기사가 보인다.

강순모 (기사에게 꾸벅 일하며) 고맙심더. 장기사님. 고마 들어가이소..

장기사 (걱정스레) 어디 갈데는 있고?

강순모 야. 있심더. 걱정 마이소..

장기사 (백만원쯤 든 봉투 꺼내며) 저기.. 이거 판사님이 퇴직금조로 챙겨주셨거든?

강순모 (잠시 본다) ...

강순 (E) 받지마!!!

강순모 (놀라 보면 좀 떨어진 곳에서 강순이 분노로 소리치고 있다.) !!

강순 (소리치며) 받지마! 나 믿으면 그 돈 받지 마!!!

강순모 (그런 강순을 말없이 본다) ..

장기사 그러지 말고 받아둬. 이제 드러워도 아쉬운게 돈이야.

강순 (간절하게) 그 돈 받지 마..제발..

강순모 (돈봉투 잠시 보다가 말없이 받는다) ...

강순 (엄마마저 날 안믿는구나.. 허탈하다. 원망스레 강순모에게) 엄만 속도 없어? 화도 안나? 나 오늘 퇴학당했어. 아무 짓도 안했는데 학교에서 쫓겨났다고!!

강순모 (트럭에 오르며) 타라.

강순 안타.

강순모 잔말 말고 퍼뜩 타라.

강순 (원망스레 보며) 그 돈 뱉을 때까지 여기서 꼼짝도 안할거야.

강순모 그럼 니는 걸어와라. (트럭기사에게) 아자씨.. 출발 하이소.

강순 !!!

트럭 출발한다. 강순, 눈물이 가득 고여서 스쳐지나가는 트럭을 본다.

장기사 (답답해서 강순에게 달려와) 뭐하냐? 얼른 따라가야지.

강순, 대답도 안하고 꼿꼿하게 서있다.

모두에게 버림받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느낌이다.

멀리, 집안 창가에 대석, 이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서점 앞 거리 (D)

강순모가 탄 트럭 신호에 걸렸는데 서점이 보인다.

서점에 서대석 판사의 자서전 포스터가 붙어있다.

강순모, 그 포스터를 물끄러미 보다가 봉투를 꺼내본다.

봉투 안에 백여만원의 돈이 있다.

강순모 아자씨..여 쪼매만 세워주이소.

도연집 앞 (N)

어둑어둑 밤이 됐다. 강순은 똑같은 자세로 그대로 망부석처럼 서있다.

눈물도 말라붙은 채, 엄마가 사라진 곳을 계속 보고 있다.

그때 누군가 강순 앞에 선다. 대석이다.

대석 (타이르듯) 언제까지 여기 있을거냐? 얼른 어머니 따라가.

강순 (계속 엄마쪽 보며) ...울 엄마 퇴직금, 얼마나 넣었어요?

대석 ...!

강순 한 십만원? 아님 백만원? (조소하듯 대석을 보며) 얼만지 모르겠지만 그게 아저씨 양심값일거에요.

대석 ...!

강순 찝찝해서 준거잖아요? 범인이 아니면 어떡하나..내가 틀렸으면 어떡하나.. 그게 걸려서 찔러줬죠. 그쵸?

대석 (그런 강순의 조소를 차분히 맞받아치며) 그 돈봉투로, 니 어머니한테 물어보고 싶었다. 당신딸을 믿는지 안믿는지?

강순 !?

대석 니 말대로.. 어머니가 널 믿었다면 그 봉투, 절대 안받았겠지. 어머니도 안믿는데, 내가 널 어떻게 믿겠냐?

강순, 분해서 대석을 노려본다. 눈물이 고인다. 대석, 그런 강순을 차갑게 보는데, 강순 너머 저 멀리 무언가를 보며 눈이 커진다.

강순, 대석의 시선을 따라 보면 도연의 집 앞, 강순모가 무언가를 잔뜩 쌓아놓고 그 위에 기름을 뿌리고 있다.

강순 (놀라) 엄마..

제대로 보니 강순모, 대석의 자서전 법이 구한 눈물’ 100여권을 쌓아놓고 그 위에 기름을 골고루 뿌리고 있다.

대석 (놀라) 저건.. (강순모 쪽으로 달려간다)

강순모, 무표정으로 대석이 건넨 빈봉투에 불을 붙인다. 당황하는 대석, 미처 손쓸 틈도 없이 강순모, 책더미에 불붙은 봉투를 던져버린다. 서서히 불이 옮겨붙으면서 불길이 거세진다. 놀라는 강순

대석 (분노로 낮게)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강순모 (타오르는 대석의 자서전 더미를 본다. 법이 구한 눈물들.. 따뜻한 심장의 판사란 글이 의미심장하게 타들어간다. 차분하게) 따뜻한 심장의 판사..? 읽을 땐 당최 몰것는데 태우니까 그나마 쪼깨 따신거같네예..

대석 (노여움에 버럭) 뭐하는 짓이냐고 묻잖아!!

강순모 (지지않고) 말이 안멕히니까 보여줄라꼬 이럽니더. (서서히 고조) 내 딸은 아무 짓도 안했다꼬! 억울하게 핵교서 쫓겨났다꼬! (무섭게 버럭) 내딸이 맞고 서대석 판사 당신이 틀렸다꼬!!! (다시 원래톤으로) 보여줄라꼬 이러는깁니더!!

대석 (노여움에 강순모를 노려본다) ...

강순 (그런 엄마가 놀랍고 감동적이다)

강순모 (강인한 미소로) 판사님 얼굴 보니까네, 대충 알아들으신거 같네예. 됐심더. (강순 손 끌고) 가자. 강순아..

강순 응.

활활 타오르는 자서전, 그 뒤로 강순의 손잡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강순모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대석, 두 모녀의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본다.

거리 (N)

강순모, 강순을 끌고 씩씩하게 가다 코너를 돌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 앉는다.

강순 (얼른 부축하며 옆에 앉는 꼴이 된다) 엄마!!

강순모 (쪼그리고 앉은 채 걱정되서 퍼붓는다) 강순아. 내 어땠노? 쫄아뵈지 않드나? 외운티 나드나?

강순 (어이없어서 옆에 쪼그리고 앉아) 하.. 뭐야. 아까 그게 연기한거였어?

강순모 할 말 다 했드나? (손바닥에 깨알같이 적힌 대사를 살피며) 빠진 게 있는거 같은데.. (하다 대사 발견하고는 안타까워서) 아! 있다. 판사님은 법으로 사람을 구하는게 아이라 울릴 사람이다. 이 말을 놓치삣다. 이게 핵심이었는데..아환장하긋네.

강순 (지긋하게 강순모를 보다) 엄마.. 진짜 나 믿었었네? (강순모 꼭 안는)

강순모 (그런 강순 보며) 가스나! 믿는다꼬 쌔삐리게 말했다 아이가! (하고 머리 쥐어박으면)

강순 (떨어지며) 아! 머리 때리지 말라니까.. (자기 머리 쓰다듬으며) 이제 이 머리로 검정고시도 봐야되고, 대학도 가야되고 돈도 벌어야 돼! (강순모 보며) 우리 밥줄이니까 이제 때리지마.

강순모 (헛웃음 나오며) 밥줄? 그 머리로 그기 되긋나?

도서실 앞 거리 (N) - 며칠 후

왼쪽 눈에 안대를 한 도연, 여학생1,2와 함께 나오며

여학생1 눈은 괜찮은거야? 벌써부터 공부 시작해도 돼?

도연 벌써가 아니라 이제지. 일주일이나 입원해있었는데..

여학생2 으유 독종~(밝게 팔짱끼며) 집까지 바래다줄까?

도연 됐어. 혼자갈 수 있어.

여학생2 (시계보며) 버스도 끊겼는데..

도연 공원 쪽으로 가로질러가면 금방이야. 들어가. 내일 보자.

여학생1,2 내일 봐. / 안녕~

도연과 여학생3,4 헤어지고 도연 걸어간다.

골목길 (N)

인적이 드문 골목, 가로등 아래로 누군가 나타난다. 강순이다.

흠칫 놀라는 도연. 강순 손에 돌이 들려있다.

도연 (겁먹은) 가..강순이 너 왜 이래. 그 돌로 뭐할려고!!

강순, 이를 악물고는 돌을 있는 힘껏 도연을 향해 던진다.

도연, 악!!! 하는 비명과 함께 머리를 양손으로 감싼 채 웅크려앉는다.

강순 (E) 너 진짜 내가 돌 넣는거 본거야?

도연 (실눈 떠보면 바로 코앞에 강순이 쪼그려 앉은 채 들여다보고 있다. 더 놀라) 악!! (하고 털썩 주저앉는다.)

강순 (손에 돌이 아직 들려있다.) 너 못봤지?

도연 (못봤지만 애써 당당히) 봤어! 똑똑히 봤어.

강순 봤는데 그땐 왜 아무것도 안했어?

도연 ?

강순 돌덩일 던지는 걸 알았으면 지금처럼 피했어야지. (갸우뚱) 왜 그냥 맞아? 봤다면서?

도연 (당황한다) 그..그건..

강순 (빙긋 웃으며) 내가 이렇게 똑똑한 줄 몰랐지?

도연 ...

강순 (웃음 가시며) 너 안봤잖아. 비겁하게 왜 자꾸 거짓말 해.

도연 (싸늘하게 굳어서 일어난다) 그래! 나 거짓말 했다. 니가 거짓말 하니까 너 잡을려고 했어.

강순 (일어나 그런 도연 팔 덥석 잡고) 말해. 지금 말한거 그대로! 우리 엄마한테, 니네 아버지한테 가서 말해!!

도연 (뿌리치며 격앙되서) 니가 범인이 맞는데 왜! 니가 벌 받는게 맞는데 내가 왜!

강순 (열받아 버럭) 서도연!!!

그때, 머지 않은 곳에서 천둥같은 굉음이 들린다.

도연 (놀라서) 이게 무슨 소리야?

도연, 소리가 난 쪽으로 간다. 강순 역시 쫓아가는

거리 (N) - 인적이 드문 거리 - 6씬과 같은 장면

강순과 도연 달려오다 눈 앞에 풍경에 경악을 한다.

교차로에 승용차와 5톤 트럭이 뒤엉켜있다. 승용차는 뒤집어져 있는 상태.

승용차 안에는 안전벨트를 맨 채 어린수하(9세/남)와 인혁(40세/수하부)이 거꾸로 매달려있다. 민준국이 쇠파이프로 인혁의 머리를 내리치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두 사람, 너무 놀라 얼어붙었다.

강순 뭐야. 사람을 죽인거야?

도연 (준국이 쇠파이프를 들고 수하쪽으로 가는걸 보며) 저 사람..애도 죽일건가봐.

절박한 표정의 준국, 쇠파이프를 들어 수하를 내리치려는데..

(핸드폰 찍히는 소리/E) 스마일! 찰칵!

준국, 놀라서 소리가 나는 쪽을 본다.

멀리 강순과 도연이 있다.

강순, 사진찍은 자세로 핸드폰을 들고 얼어붙었다.

강순, 핸드폰에서 소리가 날 줄 몰랐다. 허둥지둥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데 사색이 된 준국이 이들 쪽으로 달려온다. 도연, 도망친다.

강순은 겁먹은 채 얼어붙었다.

도연 (그런 강순을 보며 소리친다) 뭐해!! 도망쳐!!

강순,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기 시작한다.

준국, 다리를 절면서 사력을 다해 이들을 쫓기 시작한다.

강순, 도망치면서 뒤를 돌아본다.

차안에 거꾸로 매달려 울부짖는 수하와 눈이 마주친다. (slow)

근처 공원 (N)

아무도 없는 공원..

강순과 도연, 간신히 덤불에 몸을 숨기고 덜덜 떨고 있다.

가까이 쇠파이프 끄는 소리가 드르륵.. 들린다.

준국, 쇠파이프로 덤불을 헤치면서 강순과 도연을 찾는다.

강순과 도연이 숨은 덤불 바로 옆을 내리치는 쇠파이프.

도연 너무 놀라 딸꾹질을 시작한다.

준국, 뒤돌아 소리나는 쪽을 돌아본다.

강순, 도연의 입을 꼭 막는다.

눈을 질끈 감는 도연과 강순..

아주 멀리 사이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준국, 낭패다 싶다.

준국 (안되겠다 싶어서 절박하게) 니들 내 말 들리지? 이 근처에 있으니까 잘 들릴거야.

강순/도연 (숨죽인 채 듣고 있다) ...

준국 니들 아까 다 봤지? 아저씨가 그 사람을 왜 죽였을까?

강순 (도연의 입을 막은 채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다/눈물은 흘리지 않음) ...

준국 내 얼굴을 봐서 죽인거야. 근데, 니들도 나 봤잖아. 그럼 아저씨가 어떻게 할까? 니들도 죽이겠지?

도연 (겁에 질려 눈물이 고인다) ...

준국 그러니까, 꼭꼭 숨어있어라. 절대 나서지 말고, 말하지도 말고..

강순/도연 ...

준국 말하면 죽일거다. 니들 말을 들은 사람도 죽일거야. 그러니까, 평생 숨어있어. 아저씨한테 아무 말도 안들리게..아무것도 안보이게 꼭꼭 숨어있어라.

강순과 도연, 숨죽인 채 준국의 말을 듣고 있다.

점점 멀어지는 쇠파이프 끄는 소리..

강순과 도연, 계속 얼어붙어있다.

사건현장 거리 (N) - 이하 몽타쥬처럼

# 119 구조대원들이 정신을 잃은 수하를 차에서 꺼내는 모습

# 들것에 실린 인혁, 하얀 천이 머리끝까지 씌워진다.

# 들것에 실려가는 수하, 간신히 뜬 눈으로 그런 인혁의 모습을 본다.

# 경찰차에 오르는 준국

# 견인차 서너대와 경찰차, 엠뷸런스가 뒤엉킨 사건현장

위 상황들 위로 기자의 멘트

기자 (E) 오늘 새벽 12시 10분경, 연주시 도이동 사거리에서 달리던 승용차와 5톤트럭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건현장 거리 (D)

전씬 그대로 시간 경과 diss

현장은 깨끗하게 치워져있고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도로에는 하얀색 스프레이로 차량위치를 그려놨다.

그리고, 전봇대 사이에는

‘2002년 4월 24일 새벽 12시 10분경 교통사고를 목격한 목격자를 찾습니다. 연락처 010-OOOO-OOOO

기자 (E) 이 사고로 승용차에 타고 있던 마흔살 운전자 박모씨가 현장에서 숨지고 박씨의 아들은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박씨가 신호를 위반하고 돌진했다는 트럭운전자 민모씨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사건현장 거리 (D)

가로수 뒤에 숨어 아줌마들 쓰는 선캡을 쓴 강순, 전씬 질문의 대답처럼 선캡을 올린다. 두려운 듯 주위를 둘러보는 강순

아줌마들 서너명이, 현수막을 보며 이야기 중이다.

아줌마1 얘기 들었어? 이게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라네?

아줌마2 그러게. 살인사건으로 재판까지 간다든데?

아줌마3 가면 뭐해? 증거가 없는데..

아줌마1 증거가 없긴 왜 없어. 아들이 지 아버지 죽는거 봤다든데.

아줌마3 (한심하다) 꼬마애가 하는 말이잖아. 그런건 재판에서 아무 소용이 없어요.

아줌마1 그럼 목격자가 안나타면 그냥 단순교통사고가 되는거야?

아줌마2 (끄덕이며) 그렇겠지. 그리고 그냥 단순교통사고가 나. 괜히 살인사건이라고 그러면 동네 집값만 떨어지지.

아줌마3 맞어. 이놈의 현수막들 때문에 동네 분위기만 흉흉해지지.

강순 이들과 좀 떨어진 곳에서 아줌마들의 이야기를 유심히 듣고 있다. 준국의 협박이 떠오른다.

준국 (E) 말하면 죽일거다. 니들 말을 들은 사람도 죽일거야. 그러니까, 평생 숨어있어. 아저씨한테 아무 말도 안들리게..아무것도 안보이게..

강순, 손이 덜덜 떨린다. 애써 추스르고 선캡 내리고 가려는데 다른 가로수 뒤에 도연이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열심히 아줌마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겁을 잔뜩 먹은 얼굴이다.

강순 (도연에게 다가가) 뭐하냐?

도연 (돌아보다 강순의 선캡보고 너무 놀라 비명도 못지르고 주저앉는다) ... 으허억...

강순 (선캡 올리며) 나다. 강순이..

도연 (다시 일어나 추스르며) 뭐야. 깜짝 놀랐잖아.

강순 여기 숨어서 뭐하는거냐? 꼴사납게..

도연 (발끈해서 얼결에) 숨어있던거 아냐! 전화번호 볼려고 온거지. (뱉어놓고 본인도 놀라는)

강순 (멈춰서서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너.. 설마 목격자라고 나설려구?

도연 (오기로 다시 강순 쪽으로 가며) 응! 당연하지! (하다) 넌 아냐?

강순 (뒤로 몇발짝 물러나다가 지기는 싫어서 멈춰선다) 나.. 나도 맞아. (핸드폰 꺼내며) 나도 전화번호 딸려고 온거야. 사고 목격자라고 신고할려구..

도연 (강순을 비웃듯 보다가) 또 거짓말 하네. 신고는 무슨.. 겁나서 왔으면서..

강순 거짓말은 니가 하고 있지. 넌 없는 죄도 만들어서 남한테 뒤집어 씌우는 애잖아. 난 단 한번도 거짓말 한 적 없어.

도연 (그런 강순을 보고는) 거짓말을 해본 적이 없다. 한번도?

강순 그래. 한번도!!

도연 목격자로 나선다는 것도 거짓말이 아니란거지?

강순 (오기로) 물론!

도연 어디 한번 증명해봐. 쫄지않구 법정에 가서 증언하면 인정할게. 너 거짓말쟁이 아니란거..

강순 (움찔) !!

도연 왜? 못하겠어?

강순 (지기 싫다) 아니. 할거야. 대신 너도 와서 같이 증언해.

도연 (당황) 뭐?

강순 너도 증언할려고 여기 온거라며? 거짓말 아니면 법정으로 와!

도연 (잠시 노려보다) 좋아! 갈게. 갈거야! 가려고 했어.

도연,강순 서로의 눈빛이 팽팽히 부딪힌다.

둘 돌아서서 각자 다른 방향으로 씩씩하게 걸어간다.

코너를 돌자 강순의 당당했던 걸음걸이 점점 힘이 빠지고 멈춰선다.

머리를 쥐어뜯는 강순. 미쳤어 미쳤어! 발을 구르며 괴로워한다.

작은 쪽방 (N)

강순모, 수경을 낀 채 커다란 대야에 마늘을 그득히 쌓아놓고 열심히 까고 있다. 바닥에는 신문지가 깔려있다. 그 옆에서 강순, 작은 탁자 위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강순, 책이 눈에 안들어온다.

# INS

도연 (E) 어디 한번 증명해봐. 쫄지않구 법정에 가서 증언하면 인정할게. 너 거짓말쟁이 아니란거..

강순 (답답한 듯 양손으로 얼굴을 비빈다) 아, 미치겠네..

강순모 (그런 강순을 보고 수경을 벗어 던지며) 눈물나믄 이거 쓰고 해라.

강순 (다시 주며) 됐어. 눈 매워서 그런거 아냐.

강순모 (다시 수경쓰며) 내는 두 번 안권한다. 알재? (마늘 까는데 집중) ...

강순 (그런 강순모 보며) 엄마.. 내가 이뻐? 미스코리아가 이뻐?

강순모 (마늘까며 무심히) 당연히 미스코리아 아이가.

강순 (삐죽) 엄만 그게 문제야. 필요 이상으로 솔직해. (하다 슬쩍) 그럼.. 도연이가 이뻐? 내가 이뻐?

강순모 (마늘까는 것 멈추고는 곰곰이 생각하다) 전형적인 미인이라카면.. 도연이 쪽이재. 근데 걱정마라. 돈 많이 벌어가 눈 째서 키우면 비슷해질기다.

강순 (버럭) 아, 도연이가 그렇게 이쁘면 그때 도연이 편들지 왜 내 편 들었대? 딸이라 편든거야?

강순모 (머리 때리며) 가시나. 말뽄새 봐라! 그게 말이가! 빵구가!!

강순 (머리 문대며 흘기며) 아, 왜 자꾸 머리때려! 씨..

강순모 (마늘 다듬으며 무심히) 딸이라 편든게 아이다..

강순 ?

법원 앞 (D)

교복차림의 강순, 겁먹은 표정으로 서 있다. 그 모습 위로 강순모의 대사

강순모 (E) 니가 옳아서 편든기다...

...니는 늘 옳았다... 아부지 닮아가..

강순, 결심한 듯 들어선다.

합의부 법정 앞 (D)

개정중 안내판에 불이 들어온다.

경위 (E) 모두 일어나주십쇼!!

합의부 법정 (D)

판사 세명이 법정으로 들어선다. 가운데에는 서대석이 있다.

민준국, 피고석에 기립해있고, 옆에 변호사가 있다.

방청석에는 수하가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서있고, 옆에 간호사가 함께다.

수하, 원망스레 민준국을 보고 있다. 민준국 담담하게 그런 수하를 본다.

법원 엘리베이터 앞 (D)

강순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엘리베이터 버튼에 손을 대려다 말다가를 반복하며 망설이고 있다. 그때, 누군가 버튼을 꾹 누른다. 보면 교복차림의 도연이다. 강순, 도연 서로 모르는 사람인 척 딴 데를 본다.

도연 (외면한 채) 안 올줄 알았는데.. 왔네?

강순 (역시 다른데를 보며) 너야말로..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땡하고 열리면, 둘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강순, 긴장한 듯 손에 땀이 차는 듯 손을 치마에 슥슥 문댄다.

도연, 역시 마른 침을 삼킨다.

합의부 법정 앞 (D)

개정중에 불이 들어와있다. 법정으로 들어가는 양쪽 문 앞에 각각 서있는 강순과 도연, 긴장된 표정이 역력하다. 문고리를 잡으려는데 강순, 손이 너무 떨린다.

준국 (떨고있는 강순의 표정 위로/E) 말하면 죽일거다. 니들 말을 들은 사람도 죽일거야. 그러니까, 평생 숨어있어. (떨고 있는 도연의 표정 위로/E) 아저씨한테 아무 말도 안들리게..아무것도 안보이게 꼭꼭 숨어있어라.

강순 (도연을 본다. 떨리는 목소리로) 왜 안들어가 너.

도연 (역시 떨리는 목소리로) 그러는 너는.. 왜 안들어가는데?

강순/도연 (서로를 본다. 무서움을 감출 수가 없다) ...

강순 (결심한 듯) 들어가자. 셋 세면 같이 들어가.

도연 (그런 강순 보고) 그래. 좋아. 하나..

강순 둘...

도연/강순 (눈 질끈 감고) 셋!!

법정문을 여는 누군가의 손 (Slow)

문을 열지 못하고 문고리에서 떼는 누군가의 손 (Slow)

면접실 (D) - 현재

면접관들 완전 강순의 이야기에 몰입을 하고 있다.

공숙 (몰입해서) 그래서요? 누가 문을 열었습니까?

강순 (잠시 망설이다 미소로) ..제 얘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공숙 (자기도 모르게 버럭) 아니 왜!! (하다 추스르고) 왜 얘길 더 안하는거죠?

강순 이 자리에선 솔직해야 되잖아요. 사실을 얘기하면 면접에 별로 도움이 안될거 같은데요.

면접관1 (공숙에게 슬쩍) 안들어갔네. 안들어간거에요.

면접관2 (갸우뚱하며 작게) 들어갔으니까 얘길 꺼낸거 아냐?

강순 (단호히) ...한가지 분명한건.. 그날 제 선택을 지금까지 후회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거구요.

공숙 (대강 짐작이 간다는 듯 끄덕) ...

학교 앞 (D)

학교 앞에 각종 학원 미니버스, 봉고차들이 즐비하다. 학생들 무리를 지어 차에 오른다. 그 무리들과 외따로 가는 수하

충기 (수하보며) 수하 저 자식은 무슨 학원 다니냐?

재철 수능의 신께서 늘 저 자식과 함께 하시는데 학원을 뭐하러 다니겠냐? 공부 잘해, 키도 커, (충기 힐끔보고) 거기다 싸움마저도 잘해.

충기 (거슬려) 야!!! 싸움은 빼라니까. 아깐 운빨로 이긴거라고 몇 번을 말해!

거리 (D)

수하, 걸어가는데 뭔가를 보고 멈춰선다.

멀리, 강순을 닮은 어떤 여자가 바쁜 걸음으로 걸어간다.

놀란 수하, 그 여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빠르게 달려간다.

여자를 놓치지 않으려면 길을 건너야하는데 빨간 불이다.

수하, 할 수 없이 빨간 불인데도 건너기 시작한다.

차들 끼익 끼익 서고, 수하, 이리저리 차를 피하며 달려간다.

그리고 간신히 건너서 여자를 쫓는데 이미 군중사이로 여자는 사라졌다.

답답한 수하.

태권도장 (D)

수하, 도복을 입고 앉은 채 두텁고 낡은 노트(10년이 됨직한)에 뭔가를 쓰고 있다. 2012년 2월 27일 5시, 동신공원 앞 횡단보도...

그리고는 생각이 많은 표정으로 벽에 기대 눈을 감는 수하

병원 입원실 (D) - 10년전

눈을 뜨면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는 어린수하다.

의사2, 펜라이트를 수하 눈에 비치면서 살피고 있다.

의사2 속이 메스껍거나 어지럽진 않니?

수하 (고개를 젓는다) ..

의사2 말이 아직도 안나와?

수하 (당혹스러운 듯 끄덕) ...

의사2 사고 충격 때문에 일시적으로 언어장애가 온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 맘 편히 먹고, 푹 쉬면 좋아질거야..

형사1, 형사2, 좀 떨어진 곳에서 그런 수하를 보며

형사1 진술 듣기는 글렀네요. 말을 전혀 못하니 원.

형사2 사고 조사결과랑 피의자 진술도 일치하고, 더 파볼 것도 없지않나?

형사1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 정도로 마무리 하면 될 것 같습니다.

형사2 깔끔하네.

의사2 (뭔가를 보고 놀라) 형사님!!

형사1 네?

보면, 수하, 종이를 형사를 향해 들어보인다.

트럭 아저씨가 쇠파이프로 아빠를 죽였어요’ 라고 쓰여진 종이

형사1 (보며) 트럭 운전사가.. (놀라) 쇠파이프로 아빠를 죽였다고?

수하 (결연히 끄덕인다) ...

형사1,2 (놀라고) !!!

형사1 (형사2에게) 그럼 이게 교통사고가 아니라 살인사건이란 소린데..

형사2 (작게) 애가 하는 말이라.. 것도 머리 다친 애가 하는 말인데 믿어야합니까?

형사1 (난감한) 까리하네. 목격자 연락 온건 없어?

형사2 (핸드폰 들며 도리도리) 아직..

합의부 법정 (D)

수하, 방청석에서 증인석에 앉아있는 준국을 노려본다.

형사1 (E) 애 증언만으론 힘들텐데. 목격자가 하나라도 나와줘야 얘기가 될거야.

검사가 준국을 신문하고 있다. 준국은 증인석에 앉아있다.

검사 피고인은 박인혁씨를 쇠파이프로 살해했습니까?

준국 (고개 절레절레 저으며 진짜 억울하단 톤으로) 절대 아닙니다. 교통사고를 낸건 사실이지만 쇠파이프로 살해라뇨. 당치 않습니다.

수하 (그런 준국을 노려본다) ...

검사 사고 생존자인 박인혁씨의 아들 박수하군은 피고인이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주장하던데요?

준국 제가 쇠파이프로 차 유리창을 깨긴 깼습니다. 박인혁씨를 구할려구요. 근데 깨서 보니까 이미 사망해 있더라구요. 아마 박수하군이 그걸 보고 오해한 것 같습니다.

수하 (분노로 주먹을 꼭 쥔다) ...으..으..

<시간경과>

변호사, 진술을 하고 있다. 준국은 피고인석에 앉아있다.

변호사 피고인이 살해를 했다는 증거는 단 하나! 사건의 생존자 박수하군의 진술 뿐입니다. 현재 박수하 군은 만 8세로 초등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죠.

수하 (계속 준국을 응시하고 있다) ...

판사들 (수긍하듯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

변호사 거기다 충격으로 언어장애까지 있는 상황입니다. 과연 이 어리고, 머리를 다친 꼬마의 진술이 유무죄를 결정할 만큼 무겁고 확실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준국 (변호사의 진술 위로, 판사를 보던 시선을 거두고 수하를 서서히 본다. 야비한 미소로/E) 꼬마야.. 여기 먹물먹은 등신들은 모두 내 편인거 같구나..

수하 (그런 준국을 보다가 종이에 뭔가를 쓰기 시작한다) ...

대석 (검사에게) 박수하군이 필담으로 진술했을 때 의사와 동석을 했습니까?

검사 아뇨. 하지만 뇌에는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리다는 이유로 증언을 배제하기엔 진술이 상당히 일관성 있고 구체적입니다.

수하 (방청석에서 벌떡 일어나 종이를 흔든다) ...

대석 (그런 수하를 보며) 뭐라고 쓴거죠? 옆에 계신분이 읽어주시겠어요?

간호사 (수하의 필담을 받아 읽는다) 여기 먹물먹은 등신들은 모두 내 편인거 같구나.. 라고 범인 아저씨가 생각하고 있어요.

준국 (충격을 받는다) !!!!

수하 (그런 준국을 노려본다) ..!

대석 (좀 어이가 없다) 그게 무슨 소리지?

수하 (계속 뭔가를 쓴다) ...

간호사 (읽으며) 저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놀라서) 읽을 수가 있어요.?

판사들과 변호사 어이없는 듯 실소가 나온다.

검사는 상황이 난감해진 듯 머리를 긁적인다.

그러나 단 한사람 준국만이 충격에 얼음장처럼 굳어있다.

변호사 (의기양양해서) 보셨죠? 박수하군은 마음을 읽는다는 말도 안되는 거짓말까지 하고 있습니다. (검사를 보며) 이런 박수하군의 진술을 과연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검사 (짜증나는 듯/E) 다 틀렸네..왜 쓸데없이 나서갖고..

수하 (미치겠다) 아..아...(말이 안나온다)

대석 (검사에게) 다른 증거는 없습니까? 혹시 목격자는 없습니까?

준국 (수하를 계속 보며/E) 어떻게 니놈이 내 맘을 읽었는지 모르겠다만.. 고맙다. 니 덕에 살았어. 목격자는 기대하지 마라. 오면 내가 죽일거라고 했거든...

수하 (그런 준국을 보며 분노가 치밀어 일어난다.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며 오열을 한다.) 으... 으으... 으... 아.... 아...

그런 수하를 말리는 간호사

그때 누군가 법정문을 열고 들어선다. 강순이다.

강순, 옆에 문을 보면 도연은 없다. 충격으로 얼어붙었다.

법정에 있는 모두가 강순을 보고 있다.

대석, 강순을 보고 놀란다.

대석 (수습하고) 무슨 일입니까?

강순 (당혹스럽다) 네? 저.. 저는.. (하고 준국을 보고는 흠칫 놀란다) ..!!

준국 (강순을 놀라움과 분노로 보고 있다.) ...!!!!

강순 (손이 벌벌 떨린다. 뒷걸음질 치다 방청석에 있는 수하와 눈이 마주친다)...!

수하 (강순을 알아본다.) ...!!

BGM

# INS 33

사고당시 도망치면서 수하와 눈을 마주쳤던 장면

강순 (간신히 추스르고) 전, 이 살인사건의 목격자 강.순.이라고 합니다!

놀라는 대석, 준국, 수하.

이들의 시선을 받고 서 있는 강순의 모습

모두가 방청석의 강순을 주목하고 있다.

강순 (떨리지만) 사고 날 때 저, 거기 있었구요. 똑똑히 봤어요. (준국을 검지로 힘차게 가리키며) 저 아저씨가..(하다 준국과 눈이 마주치자 손가락을 소심하게 구부리며) 쇠파이프로 운전하는 아저씨 머릴 때렸어요.

대석 (수하에게) 박수하군. (강순을 가리키며) 저 누나가 목격자 맞아요?

수하 (강하게 끄덕인다) ..

대석 (준국에게) 피고인은 저 학생을 본 적 있습니까?

준국 (억울하다는 듯) 아뇨. 생전 처음 봅니다.

변호사 (벌떡 일어나) 재판장님! 저 학생은 수사단계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던 목격잡니다. 증인 자격도 없고 증언에 신빙성도 없습니다!

검사 (벌떡 일어나) 박수하군이 목격자라고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재판장님! 강순양을 재정증인으로 신청합니다.

변호사 (지지않고 흥분해서) 박수하군의 증언은 이미 신빙성이 없습니다! 아까 남의 맘을 읽을 줄 아네 어쩌네 헛소리하는 거 못들었습니까! 지금도 거짓말로 피고인을 유죄로 만들려고 기를 쓰는겁니다.

우배석판사 (대석에게 작게 속닥) 증인채택은 어렵겠는데요?

대석 ...

수하 (안타까움에 강순을 본다) ...

준국 (회심의 미소) ...

강순 (그런 수하를 보고, 준국을 본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본다. 만지작거리다가 결심한 듯 결연히) 여기에 사진 있어요!

준국 (충격을 받는다) !!!?

강순 (핸드폰 들어올리며) 저 사람이 쇠파이프로 내려치는 장면을 찍었는데.. 이것도 증거가 안되나요?

# INS 스마일~하고 사진 찍히던 장면을 떠올리는 준국

준국 (눈빛이 흔들린다) !!

대석 (그런 준국을 보고는) 검사님. 저 핸드폰을 보시고 증거로 채택을 할지 결정을 해주세요.

변호사 (이해가 안간다는) 재판장님!!

경위가 핸드폰을 가지고 검사에게 가지고 간다.

침착한 얼굴과는 달리 강순의 손이 덜덜 떨린다.

강순 근처 방청석에 앉아있는 수하, 그런 강순의 손을 보고는 그 손을 잡아준다. 강순, 수하를 보고는 그 손을 꼭 잡는다.

준국, 강순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검사, 핸드폰을 열어보는 순간

준국 격분해 으아아아!포효하며 피고인석을 박차고 나가며, 증인석으로 가던 강순에게 전광석화처럼 달려든다.

준국 (강순의 멱살을 잡으며) 말하면 죽일거라고 그랬지!!!

강순 아악!!!

검사/경위/교도관 (너무 순식간이라 말릴 틈도 없다. 뒤늦게 달려들며) 민준국!!!

준국 (목에 핏대를 세우며 강순의 목을 조르며) 죽일거라고 했다. 니 말을 들은 사람도 죽일거라고 했어.

경위/교도관 (떼어내려 애쓰며) 이게 무슨 짓이야!! 그 손 못놔!!

경위, 교도관들 간신히 준국을 떼어내고, 검사는 강순을 부축한다.

덜덜 떠는 강순, 목에 준국의 손톱자국이 났다.

준국 (끌어내지며 분노의 눈물을 흘리며 악을 쓴다) 난 약속 꼭 지킬거다! 널 죽일거야!

대석 (큰소리로) 피고인의 태도로 보아 증인이 피고인 앞에서 증언을 할 수 없을것으로 보입니다. 피고인에게 퇴정을 명하겠습니다.

준국 (교도관들에게 제지당하며 강순에게 퍼붓는) 끝이라고 생각하지마라!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준국, 끌려나가고 남은 경위와 법원직원들 아수라장이 된 법정을 정리한다.

강순, 검사의 부축을 받은 채 켁켁거리고 있다.

대석 (그런 강순을 보며) 증인.. 증언할 수 있겠어요? 아니면 진정하고 다음 기일에 증언하겠습니까?

강순 (간신히 내는 용기로 절박하게) 아뇨.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아요. 지금 아니면..

대석 (잠시 보다 끄덕) 좋습니다. 그럼 증인신문을 바로 하겠습니다. 증인, 증인석으로 와서 앉으세요.

증인석으로 가는 강순을 보는 수하

강순의 모습을 눈에 각인하듯 시선을 떼지 않는다.

법정에는 마치 수하와 강순만이 있는 듯 하다. 그 위로

대석 (E) 증인.. 선서를 해주세요.

강순 (떨리는 손을 들고 선서를 읽는다) 양심에 따라 숨기거나 보태지 아니하고 사실 그대로 말하며...만일 거짓말을 하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법원 앞 정원 (D)

검사, 간호사, 수하가 함께 걸어오고 있다.

검사 그 여학생 안왔으면 큰일 날 뻔 했어요.

간호사 그러게요. 근데 형량이 얼마나 나올까요?

검사 글쎄요. 교통사고 낸걸 숨길 목적으로 살인을 한거니까.. 징역 10년 이상은 나올겁니다.

이들의 대화위로 수하, 멀리 홀로 앉아있는 강순을 본다.

벤치에 쪼그리고 앉아 고개를 무릎에 파묻고 있는 강순..

태권도장 (D) - 현재

수하 노트에 쓰는 오늘 당신을 닮은 사람을 봤습니다’ 손글씨 위로

수하 (E) 오늘도 당신을 닮은 사람을 봤습니다..

법원 앞 정원 (D)

수하, 그런 강순을 향해 달려간다. 검사, 간호사 그런 수하를 기다려주는..

수하 (E)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수하, 강순의 옆에 앉는다.

강순, 누군가 톡톡 쳐서 고개를 들어보면 옆에 수하가 앉아있다.

강순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다.

수하, 바닥을 막대기로 톡톡 쳐보이고, 흙바닥에 고마워라고 쓰여져있다.

강순 (그런 수하를 보고는 발로 글을 사납게 지우며) 고마워할 거 없어. 괜히 왔다고 후회하는 중이니까!

강순, 벌떡 일어나 가버리면 수하, 강순을 쫓아간다.

강순 (버럭) 따라오지마! (가는데 수하 계속 따라오니까 멈춰서서) 따라오지말라니까!!!

다시, 씩씩거리고 가는데 수하 또 따라오고, 강순 달려가다가 넘어진다.

가방에 노트(수하가 쓰는 노트)들과 물건들이 쏟아진다.

강순, 열받아 상체만 일으킨 채 수하멱살 잡고 흔들며

강순 (원망으로 퍼붓는다) 이씨.. 다 너 때문이야!!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울음이 삐져나온다) 꼴보기 싫으니까 따라오지 마. (엉엉 우는) (E) 괜히 왔어!! 진짜 그 사람이 나 죽이면 어떡해!! 감옥에서 나오면 나 죽인댔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

무너져 우는 강순의 눈을 보며 그 마음을 다 읽어버린 수하

수하 (E) 나는 당신을 잊지 않았습니다.

수하가 강순의 목을 꼭 끌어안는다.

강순, 꼬마의 품에 안겨 우는 꼴이 된다.

수하 (E) 당신을 다시 만나면.. 꼭...

수하 (천천히 손 풀고 강순의 눈을 보며 힘겹게 입을 연다) 내..가..

강순 (그런 수하를 본다) ..

수하 지켜줄게..

강순 (그런 수하를 보며 울음이 잦아들며) 뭐야. 말 할 줄 아네..

수하 (끄덕이며 미소) ...

태권도장 (D)

다시 어린 수하의 모습에서 청년수하로 변한다.

강하게 미트를 차는 수하의 모습 위로

수하 (E) 내가 지켜주겠습니다.

바닥에 놓인 노트로 카메라가 움직인다.

노트에는 2012년 2월 27일 5시, 동신공원 앞 횡단보도...

오늘도 당신을 닮은 사람을 봤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있습니까?

나는 당신을 잊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면 꼭..

내가 지켜주겠습니다.라고 씌여져있다.

바람이 불자 노트가 전 페이지로 파르륵 넘어간다.

그 전장들에 빼곡하게 적인 메모들

‘2011년 8월 6일 10시, 명지동 육교 아래, 2011년 3월 1일 4시, 창인역 제일약국 앞, 2010년 12월 30일 밤 8시 317번 버스’ 등등 계속 기록이 빼곡이 되어있다. 그 메모들 위로 그동안 수하가 강순을 닮은 사람들을 따라가고 허탈해하던 모습들 몽타주가 디졸브 된다.

마지막 수하의 모습 위로

수하 (E)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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