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빙유 <제1회>
S# 1. 바닷속 / 오후
제주의 푸른 바닷속을 가르며 유영하고 있는 다래(19세, 반바지에 티셔츠).
물살을 가르는 두 팔.. 하느적거리는 두 다리.. 평화로운 모습인데.
S# 2. 동 수면 + 선상 / 오후
난간에서 티격태격하는 남녀를 촬영 중인 혁(24세, 염색에 웨이브진 머리)과 일행들(스탭 점퍼에 한국대 영화패 새겨진) 위로,
여자(E) : 기상 속봅니다. 제11호 태풍 `파북'이 예상 진로를 바꿔 빠르게 북상함 에 따라, 29일 오전 11시를 기해 제주도 앞바다에 태풍 주의보가 발효되고, 일부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습니다.
소리 따라가 보면, 빈 조종실 라디오에서 흐르는
여자(E) : 제주 지방 기상청은 오후에는 남해 먼바다까지 태풍 주의보가 확대 발효 될 예정이라며, 해상에서 조업 또는 항해 중인 선박들에 주의를 당부했습니 다. (흐르는 동안)
푸우우.. 숨비 소리를 내며 물 위로 솟구치는 다래.
작은 바위섬에 의지해 호흡을 고른다.
얼굴의 물기 쓸어내는데, 촬영중인 혁의 배가 보인다. 호기심에 보는 다래.
몰려오는 먹구름과 비바람에 카메라를 잡고 있던 스탭1(친구 종수),
바람이 심상치 않아. 그만 철수하자.
안 돼! 계속해! 강행시키는 혁.
일에 몰두해 진두 지휘하는 혁의 강렬한 모습에 빨려드는 다래.
그런 풍경에서 화면 빠르게 팬하면.
S# 3. 같은 시간, 인근 벼랑 위 / 오후
비바람에 세차게 흔들리는 풀잎과 나뭇가지들..
누군가의 구둣발(젊은층이 신는 앞이 뾰족한)이 위협적으로 움직이고.
겁먹은 얼굴로 왜 이러나? 누군가, 자네? 뒷걸음치는 진부장(47세, 와이
셔츠에 넥타이). 그 결에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돌조각들..
아찔한 그 벼랑 밑을 보면,
S# 4. 동 바다 위 / 오후
철-썩! 거센 파도가 높이 일며, 불어닥치는 폭풍우..
조명기가 바람에 날아가고, 스탭1이 이를 잡다가 같이 바다로 빠진다.
구명 튜브! 어쩌고 하는 스탭들, 아수라장이 되고.
혁, 바로 점퍼 벗어던지고 바다로 뛰어드는 위로,
(E) 아아악! (길게 메아리쳐지는 비명)
S# 5. 동 벼랑 위 / 오후
벼랑 밑으로 새처럼 팔을 휘저으며 추락하는 남자(진부장).
거센 파도만이 벼랑에 부딪치며 날카로운 포말로 부서지고..
S# 6. 동 바닷속 / 오후
의식을 잃고 가라앉고 있는 혁.. 물결에 따라 움직이는 혁의 목에 걸린 프레임 바(오렌지색 투명 형광 소재의 수제품).
혁, 뾰족한 바위에 부딪치며, 흰 면티 옆구리쪽에서 번져나는 붉은 핏물...
물살을 가르며 혁에게로 가는 다래.
흐려지는 혁의 시야에, 자신을 향해 돌진해 오는 다래의 모습이 뿌옇게 보 인다. 의식을 잃은 혁의 목을 감싸안고 수면을 향해 발차기하는 다래.
S# 7. 동 바닷가 (둘의 운명의 바닷가) / 오후
다래, 혁을 안은 채 해안으로 향하는데, 혁의 프레임 바 목걸이줄이 다래의 팔에 걸려 있다. 마치 둘의 운명을 하나로 묶듯이...
이미 해안에 대어진 혁의 배.. 다래 쪽으로 달려오는 구조 대원.
다래, 축 늘어진 혁을 구조대원에게 인계하는 순간, 프레임 바 목걸이 줄이 뚝 끓어져, 다래의 팔목에 걸린다.
그제야 힘이 빠져 털썩 주저앉는 다래.
저만치 구조대에 의해 옮겨지는 혁과 일행들의 모습..
그 위로 (E) 앰뷸런스 사이렌..
S# 8. 병원 마당, 응급실 앞 / 초저녁
경광등을 켜고 달려나가는 앰뷸런스와 엇갈려 들어오는 택시.
안에서 내리는 다래와 영란. 영란, 믿기지 않는 듯 멍한 표정이고,
눈물 범벅이 된 다래. 둘, 응급실 쪽으로 뛰어들어가고..
S# 9. 응급실 안 + 복도 / 초저녁
전기 충격기로 응급 처치 받고 있는 스텝1. 그러나 반응 없는...
스텝1의 얼굴 위에 흰 시트 덮여지고, 의사와 간호사들 물러나면,
붙어서 있던 혁 일행들, 침대 부여잡고 오열하고..
다른 침대에 누워 있던 혁(대충 걸친 셔츠 사이로 복부에 감겨진 붕대 보이고), 링겔 바늘 뽑고 달려온다. 종수야...! 절규하듯 부르짖는데,
그 옆 복도.. 어딘가 황망히 달려가고 있는 다래와 영란 보이고.
S# 10. 시체 안치실 안 / 초저녁
누군가에 의해 흰천이 거둬지면,
다래 : 아빠! (경악하며, 울음이 쏟아지고)
영란 : 어..! (기어이 심장 발작 일으키며, 쓰러져 버린다.)
다래 : (울며) 엄마! (붙잡는 사이)
진부장 얼굴에 다시 흰천이 덮이며 F.O
S# 11. (F.I) 제주 공항으로 하강하는 비행기 / 오전
자막 : 1년 후
S# 12. 제주 공항 청사, 로비 출구 / 오전
배낭과 기본적인 촬영 장비 들고 나오는 민, 성욱과 일행남, 일행녀.
수경만 기내용 하드 케이스 가방 끌고 나온다. 캐주얼한 옷차림의 일행들과 달리 챙 넓은 모자에 선글라스, 하늘하늘한 원피스까지 차려입은..
성욱과 일행남, 일행녀 앞서 나가고.
수경 : (얼른 민에게로 가 팔짱을 끼며) 흐음... 벌써 바다 냄새가 나는 거 같네.
민 : (놀랍다는 듯, 킁킁 자기 셔츠 냄새 맡으며) 아침에 해물탕 먹었는데 어떻게 알았지?
수경 : (아이.. 애교스럽게, 민의 어깨 살짝 때리는)
민 : (장난기 가득한 미소.. 그때 휴대폰 울리고 받는, 반갑게) 아버지?
수경 : (솔깃한데)
민 : (수경에게서 떨어져가며) 예. 지금 막 도착했어요. 차를요? 버스 타고 가도 되 는데..
수경 : (차를 보냈구나, 민의 뒤에 서서 만족스럽게 보고)
민 : (좀 어두워지는) 형이요? 아직 통화 못 했는데.. 걱정 마세요. 네.
S# 13. 제주 공항 청사 앞 / 오전
민, 수경, 문을 빠져 나오는데, 일각, 꽃미남들과 일행인양 다정히 나오는
미미. 일행 남녀와 기다리고 있던 성욱, 그 모습 보며 일그러지고.
성욱 : 입 찢어지누만.. (못마땅) 미미 선배! (꽥) 안 선배!
미미 : (손전화 시늉) 연락하이소! 바이~! (오며) 자슥들, 솜털이 뽀송뽀송하이
(하다, 성욱 얼굴 보고, 깬다. 손으로 그 얼굴 치우는데)
성욱 : (얼굴 돌려진 그대로 민, 수경에게) 봤냐? (손 프레임 만들어 보이며 흉내) 각이 예술이라, 예술. 오디션 한번 안 받아 볼랍니꺼? (구시렁) 자기가 무슨
명감독이야?
미미 : (발로 성욱 다리 차는 시늉) 내가 와 명감독이고? 안 감독이지. 안미미 감독!
민 : 아, 신혼 여행 왔나. 부부 쌈은 이따 방에서 하고오..
미미, 성욱 : (서로 보더니, 몸서리치며 찢어져 다른 쪽으로 가고)
그 앞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중형차 두 대.
차에서 내리는 기사와 목례 나누는 민.
수경 : (흐뭇한 미소로 차들을 보는데)
미미 : (못마땅) 햐.. 시작부터 이래 호강하모 안 되는데... 퍼뜩 타자! (잽싸게 타고)
성욱 : 차비 굳었네. (얼른 탄다, 일행 남녀도 타고)
수경 : (난처한 듯, 트렁크 한번 민이 한번 보는데)
민 : (다정한) 무겁지? (얼른 수경의 트렁크, 차에 실어 준다.)
S# 14. 해안 도로 + 차 안 / 오전
질주하는 두 자동차, 헬리캠으로 보여지고..
미미, 성욱 등 창밖 보며 환호하는데, 의미 심장히 휴대폰을 찍는 수경.
S# 15. 선과장 안 / 오전
컨테이너 위, 자동 세척에서 왁스칠, 건조, 포장 등 각 과정을 거치고 있는 감귤들. 다른 선과기에선 크기별로 구멍을 통해 빠져 나오는 감귤들..
선과 작업(상하고 썩은 귤을 가려내는)을 하는 일용직 아줌마들.
다래, 포장된 박스 위에 확인 도장 찍으며 분주히 움직이는데,
(E) 휴대폰 벨 소리.
S# 16. 선과장 앞 / 오전
막 트럭 한 대가 빠져나가고 있고.. 출하되기 전의 감귤 박스들 쌓여진..
다래 : (받으며 나오는/반갑게) 수경이? 정말 왔구나? 어디야, 지금?.. 그러엄! 당근 봐야지. (했다) 참, 오늘... 어? 아냐. 잠깐이라도 들를게. 어디?.. 알았어. (끊 고, 조금 씁쓸해지는데)
아줌마1 : (안에서 얼굴 내밀고) 진 양! ** 농장은 왜 안 와? (놀리듯) 주임 휴가 간 거 알았나?
다래 : 아유, 걱정 마세요! 저만 믿으세요. (일각에 세워진 자전거를 본다.) !
S# 17. 농장 가는 길 / 오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다래. 바람에 나부끼는 머릿결까지... 상쾌한 기분.
S# 18. 농장 안 / 오전 다래 : (자전거 타고 들어오며) 계세요? (둘러보며) 아무도 안 계세요?
(E) 물 소리..
S# 19. 동 혁의 숙소 앞 / 오전
자전거 탄 채로 코너 돌아오는 다래.
햇살에 부서지듯 쏟아지는 물줄기. 트렁크 팬티 차림으로 샤워하고 있는 혁.
길게 연결된 물총 호스로 머리 위에 물을 쏟아붓고, 주위 나무에도 뿌리는..
다래, 흐익! 벗은 남자!! 당황해서 자전거 비틀비틀..
어어어 하다가 울타리 뒤에서 결국 콰당! 자전거와 함께 나동그라지고..
헛바퀴가 도는 자전거...
혁, 소리에 그쪽 보는데..
울타리에 가려진 다래, 아픈 기척도 못 내고 우이씨.. 엉덩이 문지른다.
혁, 잘못 들었나? 다시 샤워하고..
다래, 숨죽이며 일어나, 자전거 일으켜 세우려는데,
혁의 호스 물이 뚝 끊긴다.
혁 : ?? 누구야!
다래 : (그대로 얼어붙는데)
혁 : (호스 들고 온다. 호스 따라 시선 쭉 훑으면.. 호스선 밟고 있는 다래의 발) !!
다래, 혁과 시선 딱 마주치고.. 뒷걸음질치며 호스에서 발을 떼는 다래.
그 순간, 다래 쪽으로 향하고 있던 호스에서 물줄기 뿜어져 나온다.
엄마야-! 갑작스런 물세례에 기겁하며 피하던 다래,
옆에 쌓아둔 감귤 상자들을 건드려 넘어뜨리고..
우루루 쏟아져 나오는 감귤을 뒤집어쓰는 다래. 감귤 바다가 되고..
엎어진 다래의 등위에서 또르르 굴러내리는 마지막 한 알의 감귤..
혁 : (얼른 수도꼭지 잠그고, 척척 걸어온다. 뭐야 너! 하는 눈빛)
다래 : (지레 당황해 버벅대는) 저기 그게, 자전거가, 샤워하길래..
혁 : (바닥에 쏟아진 감귤들 쓰윽 훑어보며 미간 찡그리고.. 그 눈빛 다시 다래에게)
다래 : 담아 주면 되잖아요.. (일어나려는데, 엉덩이 아파서 주저앉고) 아아..
혁 : 쯧쯔. (손 잡아줄 듯 내밀며 다가오고)
다래 : (일으켜 주려는 줄 알고) 됐어요.
혁 : (그 옆 지나쳐, 감귤 집어들고 혼잣말로) 다 못 쓰게 됐잖아?
다래 : (기막혀) 길 가다 누가 넘어져도, 다친 덴 없냐, 괜찮냐, 물어 보는 게! (혁의
벗은 가슴이 다시 신경쓰인다. 손가락으로 얼굴 가리고) 옷 좀 입어요!
혁 : 싫은데.
다래 : (기막혀 손가락 쫙 펴고 보는) 상댈 말자, 말어...
혁 : (그 손 나꿔채 확 일으켜세운다.)
다래 : (혁의 코앞까지 바짝 당겨져서, 깜빡깜빡)
혁 : 다친 데 있어?
다래 : 아, 아뇨.. 괜찮은데요..
혁 : 근데 어쩌나? 얘넨(감귤) 하나도 안 괜찮으니.
다래 : (으이씨.. 손목 확 뿌리치며) 근데.. 왜 반말해요? 언제 봤다구.
(시간 경과)
타월로 머리 털며 숙소에서 나오는 혁. (작업복 느낌의 심플한 복장).
다래, 감귤 주워담느라 정신없다. 옷에 닦기도 하고, 얼굴의 물기도 닦아 가며, 앉은걸음으로 종종거리는.. 어떡해..다 망가졌네..
혁, 그런 다래가 귀엽다.. 피식 웃음이 나고.. 타월을 어깨에 걸치고, 계단쯤 에 앉아 담배를 문다. 시원하게 한 모금 빨더니
혁 : (능글맞지 않게, 무표정) 저기 저쪽!
다래 : (얼른 저쪽에 있는 감귤 집어 들고)
혁 : 여기! 조오기두 있네! (턱짓, 얼른 하라고)
다래 : (우이씨.. 앉은걸음으로 종종 가서는 집어드는데)
혁 : 어차피 못쓰게 됐는데. 그냥 변상하고 가지?
다래 : 내, 내가 왜요?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기 훔치고)
혁 : (걸치고 있던 타월을 휙 던지는데)
다래 : (우습게 머리에 뒤집어 쓴) ... (타월을 잡아내리고)
혁 : (여전히 무표정) 두 번 밖에 안 썼어.
다래 : (기막히지만, 별수없이 주섬주섬 닦는, 웬지 찝찝해 냄새 맡아 보고, 인상)
혁 : (그제야 피식 웃고) 근데 무슨 일로 왔지?
다래 : (그제서야 여기 왜 왔는지 생각나는, 벌떡 일어나) 아, 참! 감협!! 감귤 어떻 게 된 거예요!
혁 : 감협? 오다 트럭 못 봤어?
다래 : 어머, 어떡해!
혁 : (귀엽다. 피식 웃고..)
S# 20. 농장 앞길 / 오전
자전거 뒤에 실린 감귤 한 상자..
다래 : (자전거 끌며 가다가)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지? (분해서, 휙 돌아보는데)
혁 : (뒤에서 온다)
다래 : (당황) 또, 뭐요? 한 상자면 됐지.
혁 : (픽 웃고)
다래 : (내가 참자..) 참을인, 참을인, 참을인.. (씩씩거리며 가는데)
혁 : 뒤에 조심해.
다래 : (앞만 보며) 안 그래두 조심하고 있네요. 날건달이 쫓아오는데, 어떻게 방심 하겠어요? (뒷자리에 대충 묶인 상자, 끈이 헐거워져 떨어질듯)
혁 : 방심은 벌써 한 거 같은데..
다래 : 뭐요? (홱 뒤도는데, 그 결에 바닥으로 떨어지는 감귤상자, 쏟아지는 감귤 들..) 아으... 난 몰라...! (거의 울기 직전)
혁 : (와서 감귤 집어들려고 하자)
다래 : 됐어요! (하는데)
혁 : (감귤들 상자에 담으며) 오백원, 천원, 천오백원..
다래 : ?
혁 : (무표정) 아까 대충 담아서.. 계산은 정확하게 해야지.
다래 : (허.. 기막혀 쏘아보는데)
혁 : (그래도 감귤 다 담아, 자전거 위에 상자 올려 주고) 꼭 갚어, 귤값! (간다.)
다래 : 어으.. 저 날건달!
S# 21. 카페 산타루치아 앞 / 정오경
차가 서면, 혼자 내리는 민. 카페 둘러보고..
S# 22. 산타루치아 안 / 정오경
잠자기 좋게 축 늘어지는 음악... 손님 한 명 없이 썰렁한 카페 안.
매니저(32세), 테이블에 발 척 올리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민(E) : 매니저님?
매니저 : (벌떡 일어나 침 닦고) 어서 오세.. (하다, 대번 알아보고) 아, 민이 학생? 비서실에서 연락 받았어요. 제가 (강조) 매니접니다.
민 : 안녕하세요? (둘러보며) 형은요? 통 연락이 안 되던데..
매니저 : 저희도 얼굴 보기 힘듭니다. 명색이 사장이란 사람이 콧뵈기를.. (민 눈치 보며 말 끊고) 흠. 농장에서 살잖아요. (삽질하는 시늉) 막 일.
민 : (씩 웃는) 형답네요.
S# 23. 태성 리조텔 로비 / 정오경
휘둥그레 입을 딱 벌리며 들어오는 미미, 성욱과 일행 남, 여.
수경, 자연스럽고 당당한.. 그러나 의미있게 둘러본다.
미미 : 원님 덕에 나발 분다드이. 어떤 영화패가 이런 데서 자며 영활 찍겠노?
수경 : (피식, 회심의 미소)
미미 : 엔딩 크레딧, (끊어서 강조) 후원. 태성 레저 개발에서 5초간 자막 정지다!
수경 : 우리, 민이 아버지한테 감사 인사라도 드려야 되는 거 아녜요?
미미 : 니네 아빤, 입 딱 씻으시나?
수경 : (당황기, 얼른) 나중에 가든 파티라도 열어 달라 그럴까..
성욱 : 이왕이면 쫑파티 때 해라. 공금 굳게.
S# 24. 태성 회장실 / 정오경
창완 들어오는데, 소파에 앉아 있다 반갑게 아버지! 와락 뛰어가 팔에 매달리는 민.
창완 : (흐뭇하게 웃으며) 친구들은?
민 : 숙소에요. (팔짱낀 채 소파로 가며, 밝게) 엄마 불만이 대단해요. 집엔 언제 올 가실 거예요?
창완 : (앉으며) 불만은 무슨. 내가 없어야 니 엄마도 자유지.
민 : 아버지, 일중독인 건 아시죠?
창완 : 녀석.. (웃는데)
민 : (뒤로가 창완 어깨 주물러 주며) 혈압약은 제때 챙겨 드세요?
창완 : 그놈 참.. 오랜만에 만나서 잔소리밖에 할 게 없냐.
민 : (장난스레 웃으며) 모전자전이잖아요.
창완 : (웃다가) 혁인 아직 못 봤지? (한심한) 부른 지가 언젠데 연락도 없으니..
민 : (잠깐 멈칫했다, 다시 주무르며) 농장에 가 볼려구요..
S# 25. 리조텔 로비 / 정오경
혁, 들어오다 습관처럼 어느 쪽 향해 멈추면, 벽에 걸린 그림 액자(풍경화).
편안한 미소가 떠오른다.
이 때, 누군가 혁의 목을 팔로 휘감는다. (E) 혀어엉!
혁, 확 굳어져 돌아보는데,
민 : (그림 보며) 어머니 생각해?
혁 : (팔 풀며, 뚝하게) 웬일이냐?
민 : (모르나?! 얼른) 휴대폰 얼마나 때린 줄 알어? 연락이 돼야 말이지.
(눈치 살피며) 카페 말야.. 나 동아리 사람들이랑 한달간 운영하기로 했는데..
(강조) 영화 제작비가 없어서어.
혁 : (놀라는... 이내 비죽) 그래?
민 : (눈치 보며) 말까? 형이 말라면 말게.
혁 : 아버지 만나러 온 거냐?
민 : 어.. 뵙고 나오는 길이야.
혁 : 가 봐라. (가려다가, 생각난) 이 민.
민 : ? (보면)
혁 : 친구들한텐 내가 카페 사장이니, 니 형이니, 암말 마라.
민 : (농조) 형은 아버지가 태성 회장인 게 싫은 거야? 내가 동생인 게 싫은 거야?
혁 : (가버린다)
민 : (형의 마음은 알지만, 착잡한..)
S# 26. 동 회장실 / 정오경
창완, 책상 앞에서 서류 검토하고 있는데, 대뜸 들어오는 혁.
창완 : (혁의 차림새에 찌푸려지는) 앞으론 회사 들어올 때 양복 입어라. 농장 숙소 도 그만 정리하고.
혁 : (비죽 쓴웃음 짓는데)
창완 : 니 엄마가 걱정이 많다. 농장에서 먹고 잔다니까, 불편할 거라고.
혁 : 엄마요? 아아. 민이 어머니요? 난 또, 돌아가신 엄마하고 통화라도 하셨다구요.
창완 : (찌푸리지만.. 관두자 싶고) 민이 내려온 거 알지? 그놈이 나인 어려도 속이 꽉 찼다. 제작비 내노라고 할만도 한데, 굳이 지 힘으로 벌어서 하겠다니..
혁 : (냉소) 것땜에 부르셨어요? 민이한테, 카페 넘기라구요?
창완 : (서류 페이지 넘기며) 지난 달 운영 보고는 니가 직접 해라.
혁 : 가 보겠습니다. (휙 나가버린다.)
창완 : (답답한 심정으로 보고..)
S# 27. 산타루치아 안 / 정오경
민의 안내로 왁자지껄 우루루 몰려 들어오는 수경, 미미, 성욱, 일행남, 여.
텅빈 듯 썰렁한 카페 분위기에 일순 멈칫하고.
미미 : (둘러보며) 뭐꼬? 장사 안 하나?
성욱 : (걱정스런) 잘못하다가 영환 고사하고, 카페 적자 메꾸는 거 아냐?
민 : (자기도 당혹스럽지만 이내 별거 아닌 듯) 그니까 짐 풀자마자 데려 온 거지.
미미 : 이래가 안 된다. (손뼉치며 비장하게) 봐라봐라. 구호 대형으로 모이 봐라!
일행들, 그래, 화이팅 한번 하자, 좋아좋아 등 애드립,
다들 둥그렇게 서서, 비장한 표정으로 손바닥 맞펴고, 박수칠 자세 돌입!
그 순간 울리는 휴대폰 벨 소리. (우아한 걸로)
아으 참.. 누구야? 뭐냐?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데,
수경 : (휴대폰 꺼내보더니, 얼른 표정 관리) 어머. 유럽 여행 가신 엄마네.. 미안.. (나가면)
일행들 : (짝짝짝짝짝, 여얼정 시대!! 짝짝짝짝짝, 열정시대! 손발 착착 맞고)
S# 28. 산타루치아 앞 발코니 / 오후
지금까지와는 판이하게 다르게, 싸늘하고 표독스럽게 휴대폰 통화중인
수경 : 바쁘다니까! 신경 좀 건들지마요, 제발. 끊어요! (탁 끊고) 평생 도움이 안 돼 정말..
민 (E) : 무슨 일 있어?
수경 : (당황! 다가오는 민 앞에 일순 다정한 미소로 바꾸는) 일은 무슨.. 유럽 너무 좋다구.. 괜히 내 생각 나서 전화하신 거지 뭐.
민 : 지금 어디 계시대?
수경 : (일순 당황) 어? (이내 예쁜 미소로) 어, 이태리..
민 : 이야.. 여행 좋아하는 조수경이 거길 못 따라가 어떡하냐?
수경 : 아냐아. 난 영화가 더 좋아. (슬쩍) 여긴 너두 있구.
민 : 좋아좋아. (수경 어깨에 손 척 올리며) 그 정신으루 이번 작업, 쭈욱 밀어붙이 자구.
수경 : (어깨에 올려진 민의 손 흘깃, 기분 좋고..)
S# 29. 농장 / 초저녁
트럭에 감귤 한 상자 싣고, 운전석에 올라타는 혁.
(M) 때려부시듯 시끄러운 라이브 음악..
S# 30. 산타루치아 안 / 초저녁
호프잔 가득 채워지는 생맥주.
미미, 맥주기 조절 못 해 잔 밖으로 거품이 넘친다.
으매.. 아까워서 얼른 거품을 마시는 미미.
성욱, 옆에서 접시에 노가리 담고 있다가 선배! 기겁하고.
그 앞의 민, 생맥주 두잔 받아 급히 테이블로 가다가, 맥주잔 흔들려 바닥
으로 쏟아지고.
무대에선 밴드가 나름대로 열심히 연주하지만, 그나마 서너명의 손님들
전혀 관심없고.. 남자 손님은 시끄러운 듯 밴드 보며 인상까지 쓴다.
일각 테이블의 초췌남(부시시한 머리에 왜소한 체격), 구겨진 표정으로
맥주 들이킨다. 꺾여진 카드와 꽝난 복권, 말아쥔 신문지까지.. 그 위에
남자(E) : 대구포 안 줘요?
수경(E) : 네! 가요!
수경 : (주방 앞) 대구포 멀었어?
성욱 : (주방 안) 노가리 아냐?
미미 : (주방 안) 노가리나 대구포나. 사촌인데 대강 묵지.
머리를 쥐어뜯던 초췌남, 문득 뭔가 발견하고 꿀꺽 침을 삼킨다.
카운터에 쭉 뽑혀 있는 캐쉬함, 지폐들이 보이고.
초췌남, 카페 안을 둘러보는데.. 민 일행들, 캐쉬함에 신경쓰는 사람 없이
다들 서툴게 우왕좌왕.. 초췌남, 비장한 눈빛으로 카페 안을 둘러보고..
신문 안에 무언가 길죽한 금속성의 물체를 넣고 꽉 움켜쥔다.
수경 : (대구포 접시 들고 옆으로 와) 죄송합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초췌남 : (눈빛 날카롭게 빛나고, 얼른 수경의 목을 나꿔챈다.)
수경 : 엄마-! (놀라 접시를 떨어뜨리고)
모두 : (쨍그랑 소리에 그 쪽을 보고, 밴드도 연주 정지)
초췌남 : (신문지를 수경의 목에 대고) 꼬, 꼼짝 마! (손이 덜덜덜 떨린다.) 다, 다들 테이블 밑에 들어가, 빨리!
살벌한 긴장이 감도는 까페 안..
민 일행과 몇 명의 손님들, 밴드까지, 바짝 얼어서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고..
초췌남 : 터, 털끝만 움직여 봐? 얘, 주, 죽어! (신문지 더 디미는)
수경 : (겁에 질려, 울상으로 어쩔 줄 모르는데)
다래 : (양손에 감귤 봉지 들고 환하게 들어서다, 수경의 목에 신문 들이대고 있 는 초췌남과 엎드린 사람들을 본다. 그대로 봉지 놓치고) 강, 강도..! 수경아!
초췌남 : (다래 보고) 너! 문 잠궈!
다래 : 네! (문을 보더니) 자동문인데요?
초췌남 : 그, 그럼.. 이쪽(안쪽)으로 엎드려! 어서! (하며, 수경 끌고 문옆 카운터 로 간다.)
다래 : (테이블 밑에 엎드리는데, 민이 있는 테이블이다. 뜩 마주치는 민) !!
S# 31. 동 뒷문 + 주방 / 초저녁
감귤 상자 끌어안고, 카페 뒷문 통해 주방으로 들어오는 혁.
왜 아무도 없지? 의아하게 둘러보고...
대형 냉장고 열어 보는데, 신통치 않은 듯 찡그린다.
S# 32. 동 카페 안 / 초저녁
민 : (쟁반 안고 상황 주시하던/안 되겠다는 듯 움직이려는데)
다래 : (냉큼 민의 쟁반을 뺏는)
민 : (놀라, 속삭이는) 어쩔려구요?
다래 : 잡아야죠.
수경 : 민아..! (울듯이 민을 찾는데, 다래와 바짝 붙어 속삭이고 있는 민) !!
다래 : (쟁반 든 채, 기어나가려고 하자)
민 : (붙잡으며) 위험해요...!
다래 : 괜찮아요. (뿌리치고, 낮은 포복으로 기어간다.)
초췌남 : (한 팔론 수경 안은 채, 잡히는 대로 지폐를 주머니에 쑤셔넣으며) 우, 움 직이기만 해!
수경, 바로 옆까지 온 다래를 보고 놀라는데,
다래, 쟁반으로 강도의 뒷무릎을 가격한다.
초췌남, 억.. 고꾸라졌다가, 열 받아 수경 대신 다래를 확 나꿔챈다.
수경, 살았다! 얼른 민 쪽으로 도망가고..
주방 쪽에서 감귤 상자 들고 오던 혁, 그대로 몸을 날려 초췌남을 뒤에서 덮친다. 초췌남의 손목을 뒤로 꺾어 신문지 떨어뜨리는 혁.
일행들, 뻥해서 바닥에 떨어진 신문지 안의 포크! 보고...
혁이 반항하는 초췌남을 돌려 세우는 순간, 쟁반으로 초췌남의 머리를 내려치는 다래. 땅! 하고 혁의 머리에 맞는다.
혁, 아! 하며, 돌아보다 다래와 마주치고. 오마나... 손으로 입 가리는 다래.
민, 얼른 강도에게 달려들고, 미미, 성욱 등도 가세해 강도를 덮친다.
완전 인해 전술로 밑에 깔려 곤죽이 되는
초췌남 : 사, 살려 주세요..!
성욱 : (얼른 주머니의 지폐부터 도로 뺐고) 십년 감수했네..! (도망가고 있는 손님 들에게) 저기, 계산이요? (하는데, 그냥들 가버리고)
(시간 경과)
수갑이 채워져 끌려가는 초췌남. 불쌍할 만큼 떡이 되어 있다.
민, 수경, 다래, 미미, 성욱, 카운터 앞에 서 있고, 혁은 테이블에 앉아 담배 피고 있다. (일행 남, 여는 주방 쪽에서 얘기하고 있고..)
경찰 : 사장이 어느 분이죠? 서까지 같이 가셔야겠는데..
민 : (혁을 보는데)
혁 : (시선 피해 고개 돌리고)
민 : (경찰에게) 여기 정리하고 금방 따라갈게요. (수경 어깨 잡으며) 괜찮아?
수경 : (끄덕끄덕. 짐짓 걱정스럽게) 다래야, 괜찮니?
다래 : (씩씩하게) 그럼.
민 : 수경이 친구라구? (쟁반 치는 시늉) 쟁반꺾기! 끝내 주던데?
미미 : 오늘의 영웅이다 아이가.
다래 : (장난스레) 상금 같은 거 없나? 강도두 때려잡았는데..
민 : (웃고) 전우끼리 인사 정돈 해야지. (손 내밀며) 나, 이민이다.
수경 : (일순 굳어지지만 이내 밝게) 다들 인사해요. 여긴 진다래. 내 중학교 동창이 에요.
다래 : (악수마치고, 사람들에게도 가볍게 목례하다 혁 쪽에 눈길)
혁 : (무심히 담배만..)
다래 : (수경에게) 미대 갔다며? 학교는 어때? 재밌어?
수경 : (다정한 미소로) 캠퍼스 생활이 다 그렇지 뭐.
민 : 거긴 무슨 학부야? 설마 (팔뚝 보이며) 체대?
다래 : 나? (웃고, 장난기로) 난, 판매부.
성욱 : 판매부?
다래 : (밝게) 학생 아냐, 나.
혁 : ! (다래 보는데)
수경 : 그래, 얘. 아버지 돌아가셨다며? (정말 안 됐다는 듯 다래 손 잡으며) 많이 힘들었지? 형편도 안 좋아졌다며..
다래 : 어어. (난처한데)
혁 : (일어나 그 옆 지나가고)
다래 : (혁에게) 아저씨, 여기도 귤 배달해요?
민 : 우리 형 알어?
다래, 수경 : 우리 형?
민 : (당황) 어어. 같은.. 동네 살던.. 형이야.
수경 : (너무 차갑지는 않게, 명령조로) 아저씨, 저건 (바닥에 놓인 감귤 상자) 주방 에 두셔야죠.
민 : (얼른 나서며) 아냐아, 그냥 가, 형.
혁 : (피식, 민에게) 귤값은 나중에 줘. (다래에게) 어물쩡 넘어가지 말구. (출구로)
다래 : (하.. 기막혀 보다가) 나두 가봐야겠다. 집에 일이 있어서.
수경 : 벌써?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렇게 가면 어떡해.
미미 : 그라믄 안돼지. 전우끼리 한잔 해야지.
민 : 다음에 또 놀러와. 근사하게 한턱 낼 테니까.
수경 : (굳어지다가.. 다시 다정) 그래, 꼭 놀러와..
S# 33. 산타루치아 앞 거리 / 저녁
감귤 봉지 하나 들고 오는 다래, 흘깃 뒤쪽 의식하며 얕은 한숨.
달라진 자신의 처지에 조금 씁쓸해지지만, 애써 털고 걸음 재촉하는데,
일각, 세워진 트럭 앞의 혁이 보인다. 막 차에 오르려는.
다래, 못 본 척 쌩하니 그 옆을 지나가는데
혁 : (봤다. 쟁반으로 맞은데 만지며) 병원 가면, 2주쯤 나올래나?
다래 : (끽 선다. 찔려서) 많이.. 아파요? (혁의 얼굴 들여다보다가 문득 생각
드는.. 낯익은 얼굴이다) 혹시.. 전에 만난 적 있어요, 우리?
혁 : (픽 웃고) 이거 낡은 수법인 거 알지?
다래 : (헉)
혁 : 나한테 관심 있으면 솔직히 말해. 솔직한 게 더 매력적이니까.
다래 : (그제야 알아듣고, 기막혀 말도 안나온다. 입만 벙긋벙긋 하는데)
혁 : 귤값은 언제 줄건가? (하며, 운전석에 오르는데)
다래 : 준다, 줘. (봉지 내려놓고 지갑 꺼내 뒤지며) 얼마에요? 얼마면 돼요?
(하는데 딸랑 천원짜리 몇장..) 카드도 되죠? (카드를 마구 꺼낸다. 각종 할인 카드뿐. 당황해서) 저기.. (하는데, 가버리는 혁의 차. 기막혀 씩씩대며 반대 방향으로 가다가) 내가 왜 일루 가? 우리 집은 저쪽인데?
차 안의 혁, 백미러로 그런 다래 보며 귀여워 피식 웃고.
S# 34. 다래 집 마당 / 초저녁
저만치 바다가 보이고, 야트막한 돌담 안으로 손질된 화단이 있다.
다래, 막 집에 들어서는데, 평상에 엎드려 있는 영란.
다래 : 엄마! (봉지 던지고 달려가는) 왜 그래?
영란 : (물기 훔치고, 일어나며) 왔니? (제수용품들 나와 있고, 밤을 깎고 있었던)
다래 : (화난) 또 좌판 나간 거야?
영란 : 아냐아. 그냥.. 니 아빠 생각이 나서.
다래 : .....
영란 : 너나 쓸데없이 물질 나가고 그러지 말어. 회사일도 힘든데.
다래 : (가슴 아파 보는..)
S# 35. 동 안방 / 밤
제상 위 진 부장 영정, 환하게 웃고 있다. 그 앞에 모형 비행기까지..
영란 : (눈물 그렁해서) 무정한 사람.. 어떻게 그렇게 허망하게.. (기어이 눈물
터진다) 흡.. (손으로 입을 막는데)
다래 : (영란의 어깨 감싸며, 애써 앙다물고) 또 운다. 심장에 안 좋대잖아.
영란 : (얼른 눈물 훔치고, 애써 밝게) 내가 왜 우니? 저이는 저렇게 웃는데.
다래 : (가슴 아픈, 털듯 벽시계 본다) 그만.. 상 걷어야지?
영란 : 그래.. 그래야지.. (하면서도 멍하니)
다래 : (안되겠다 싶어, 상을 치우기 시작한다.)
영란 : (멍하니, 영정만 보며) 지금두 안 늦었어.
다래 : ?
영란 : 대학, 가고 싶음 가. 이 집 팔면, 너 하나 대학 못 보낼까.
다래 : 걱정 마요. 대학 안 가두, 하고 싶은 건 얼마든 할 수 있어.
영란 : (안타깝게 본다. 미안한)
S# 36. 다락방 / 밤
어둑한 가운데, 반짝 전구불이 켜지면..
먼지 앉은 상자들, 끈에 묶인 경영학 전공 서적들 보인다.
수십 개의 모형비행기들이 한쪽 구석에 쌓여 있고..
그 중 하나를 꺼내 드는 다래. 애틋한 그리움이 밀려 온다.
플래시 백〉벼랑이 있는 넓은 평원을 날아가는 모형 비행기.
비행기를 따라 평원을 달리는 진부장과 고등 학생 다래 위로,
아빠, 이쪽으로 난다, 날어! 다래 목소리와 부녀의 행복한 웃음소리..
그리움에 참았던 눈물이 터지는 다래. 얼른 훔쳐내는데,
그 너머로, 부각되는 책뭉치..
S# 37. 다래 방 / 밤
벽에 안개 속의 풍경,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정도의 동화적 성장 영화 포스터.. 방문에도 미술관 옆 동물원 정도의 로맨틱 영화 포스터 붙여진.
책꽂이엔 시나리오 작법, 영화에 대하여 알고 싶은 두세가지 것들 류의 영화 및 시나리오 기본 서적들 꽂혀 있고, 소장용 비디오 테이프도 꽤 있다. (모두 손때 묻은 것으로 고교 시절 보던 것들)
모형 비행기를 책상 컴퓨터 위에 얹는 다래. 그리움으로 돌아서는데,
천장 형광등 줄에 매달린 프레임 바가 보인다. (귀퉁이에 LH 새겨져 있고)
플래시 백> S# 2의, 촬영을 지휘하던 혁의 강렬한 모습..
새겨진 LH를 더듬어보는 다래.
다래, 버스 손잡이를 잡듯 프레임 바 잡아 당기면, 불이 꺼지고.
어두운 방.. 반짝거리며 흔들리는 형광 프레임 바.
S# 38. 프롤로그의 바닷가 / 새벽
저만치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흰국화 송이들...
파도가 밀려들어 오는 해안엔 빈 소주병이 구르고..
혁 : (붉어진 눈, 손나팔을 하고 절규하듯 부르짖는다) 종수야아-! 내 말 들려?
내 말 들리냐구! 미안해 임마...! (손이 스르르 내려가더니, 그대로 주저앉듯
끓어 앉아, 읊조리는) 정말 미안하다.. 나 혼자, 혼자 살아서... (흐느끼고)
철썩-! 바위에 부딪쳐 포말이 되는 파도에서.. 화면, 빠르게 팬하면,
S# 39. 바닷가 벼랑 위(영란의 꿈)
암흑 같은 사위, 비바람이 몰아치고, 그 위에 가쁜 숨소리.
겁에 질린 얼굴로 쫓기듯 벼랑 끝까지 오는 진 부장.
뭔가 부인하듯 강하게 도리질을 하는데, 발밑의 돌무더기가 무너져 내리고..
으아아악! 공명처럼 울리는 진부장의 비명.
S# 40. 안방 / 새벽
영란 : 안 돼, 여보! (진땀 흘리며 깨어나는)
다래 : 엄마! (뛰어들어오는) 또 나쁜 꿈 꿨어? 보약이라도 먹어야겠다. (걱정스런)
영란 : (멍해서) 니 아빠... 니 아빠.. 누가 죽였어...
다래 : (한숨) 경찰에서도 그랬잖아. 벼랑에서 발을 헛디딘 거 같다고.
영란 : (띵해 다시 눕고..)
다래 : (아프게 보는)
S# 41. 집 앞 돌담길 / 새벽
다래, 고무옷과 장비 든 비닐 가방과 오렌지색 테왁(해녀용 튜브)을 매고 나온다. 흘깃 집 쪽을 돌아보는 다래. 걱정스럽고..
S# 42. 프롤로그의 바닷가 / 이른 아침
푸우우.. 바다 위로 솟구쳐오르는 해녀..
테왁을 옆에 끼고 해변 쪽으로 헤엄쳐 온다.
오리발, 물안경과 해녀모를 벗고, 머리를 흔들어 터는 여자, 다래다.
다래, 테왁과 망시리를 매고 걸어나오는데, 해변에 누워 있는 남자.
웬지 이상한 느낌... 얼른 그쪽으로 가 보면, 혁이다!
다래, 땡그래서 허리 바짝 굽히고 들여다본다.
혁의 얼굴에 물기 떨어지고.. 혁, 차거.. 찌푸리며 번쩍 눈을 뜨는데,
눈을 깜박이며 내려보고 있는 새까만 고무옷의 다래.
혁, 놀라 벌떡 일어나다가, 혁의 머리와 다래의 이마가 정통으로 부딪친다.
아얏! 서로 머리와 이마 만지며 나동그라지고.
혁 : (고무옷과 오리발을 보고 허, 터지는 웃음)
다래 : 잘 됐네요. 안 그래도 찾아갈 참이었는데.
혁 : ?
다래 : (물이 뚝뚝 떨어지는 망시리를 척 안기고) 전복이랑 소라, 젤 큰놈으로만
땄어요.
혁 : ? (얼결에 망시리를 받는데, 엄청 큰 문어가 뭉클 손에 잡힌다. 윽, 기겁하다 망시리 떨어트리고)
다래 : (고소하다. 고개 돌리고 웃는.. 시치미 딱 떼고, 삐져나온 문어다리 척 집어넣 고는 다시 안기며) 갚으라며요?
혁 : (실소) 허. 물물 교환을 하시겠다? 귤 한 상자가 얼만데?
다래 : 언제, 비싼 전복을 먹어 봤어야지.. 오늘 횡재한 줄이나 알아요! (가려는데)
혁 : (물이 뚝뚝 떨어지는 망시리에) 이걸 날 더러 어쩌라구?
다래 : (그대로 가며) 회쳐 먹든, 팔아먹든 맘대로 해요! 난 빚 갚았으니까.
혁 : (고무옷 차림으로 씩씩하게 가는 다래를 보고, 귀여워서 피식 웃음이 난다.)
다래 : (한참 가다가, 뜩 멈춰서며) 혹시..? (그 영화 감독? 돌아보는데)
혁 : (신기해서 망시리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다래 : (말도 안돼! 몸서리치듯 고개 저으며 간다.)
S# 43. 다래 집 마당 / 아침
다래, 평상에서 아침 먹고 있는데, 귤을 소쿠리에 담아 들고 나오는 영란.
다래, 그 귤들 보며 문득 떠오르는..
플래시 백> S# 20의, 땀을 뻘뻘 흘리며 감귤을 줍고 있는 다래에게 턱짓으로 여기, 저기, 조기... 골려 먹던 혁.
다래 : 어으.. 날건달..!
영란 : (평상에 앉으며) 날 뭐?
다래 : 어.. 암 것도 아냐. (밥 먹는데)
영란 : (감귤 까며 슬쩍) 오늘은 많이 땄냐?
다래 : (무심코) 어, 물이 좋더라구.. (헉.. 유도심문에 걸렸다! 혀 빼물고)
영란 : 으이그, 하루 죙일 감협서 일하구, 니 몸이 무쇠라니?
다래 : (애교) 운동삼아.. 알잖어, 나 바다에서 스트레스 푸는 거. (히~)
영란 : 근데 망시린 엇다 팔아먹었어? 아무리 찾아도 없대?
다래 : 망시리? (맞다! 혁에게 준 것 생각나는) 날건달!
영란 : 얘가 아까부터... 날건달이 누구야 대체.
그 때, 대자앙, 놀자! 마당으로 뛰어들어오는 동네 꼬마 네명(초등 1, 2년).
영란 : 아이구. 느이 방학이라구, 대장두 방학이냐? 누나 출근해야 돼.
아아아아.. 다래의 팔다리 붙잡고 늘어지는 아이들.
다래 : 옷 찢어져 얌마. 퇴근하구 논다. 알았지? 약속! (아이들에게 일일이 손가락
걸어 준다.)
S# 44. 농장, 혁의 숙소 / 아침
벽에 걸린 그림 액자(리조텔 로비의 것과 같은 느낌의, 박정숙 사인)와
촬영용 조명기 형태의 실내 보조등이 인상적이다.
(침대에 붙박이장, 싱크대 등이 딸린 아담한 원룸 형태)
일각엔, 채 정리하지 못한 박스에 캠코더와 각종 영화 전문 서적들이 처박히듯 들어 있다.
싱크대에서 망시리에 담긴 해산물들 그릇에 옮겨담고 있는 혁.
초고추장에 해물 하나를 찍어 먹어 보는... 우물우물 씹다가.. 맛있네.
하나 더 집어먹다가, 셔츠 위에 초고추장이 떨어진다.
셔츠 벗고, 옷장 쪽으로 가다가... 문득 거울에 보이는 옆구리의 상흔.
(흉하진 않지만 널찍한)
혁, 생각으로 상흔을 만져보는데,
플래시 백> S# 6의 바닷속, 자신을 향해 돌진해 와선, 안아 끌어올려 주던
뿌연 기억 속의 여인.. (화면, 뿌옇게)
후배(E) : 여자요? 형, 구조 대원이 데리고 나왔는데?
혁 : (털듯 고개젓고..)
S# 45. 리조텔, 욕실 안 / 아침
벽의 샤워기에선 물이 쏟아지고, 욕실에 가득한 수증기와 담배 연기..
뿌옇게 김이 서린 거울에 손가락으로 씌어지는 글씨, 이 민..
손바닥으로 글씨 지워내면, 거울에 비치는 수경(머리수건에 타월을 두른).
깊게 담배를 빨아 거울 위에 내뱉으며, 비죽 계산적인 미소를 짓는.
S# 46. 리조텔 숙소, 거실 / 오전
미미 : (담배 피며 느긋이 설거지하고 있고)
성욱 : (재털이 받치고 쫓아다니며) 제발 한번에 하나씩만 해요.
민 : (소파에 앉아 대본 들여다보고 있는데)
수경 : (와서, 사뿐히 옆에 앉아 민의 셔츠 만지며) 명품이라 확실히 옷테가 산다. 너 바닷 가 씬, 이거 입구 찍을래? 환해 보이는 게, 조명두 필요 없겠다, 얘.
민 : (씨익 웃으며) 일단 인물이 되잖아. (셔츠 확 들어올리며) 맨몸으로도 광채가 나지?
수경 : 어으.. (웃으며) 그래, 맞다.
(E) 와장창 접시 깨지는 소리.
민, 수경 : (놀라 보는데)
미미 : 짜슥, 진짜로 말 많네! 자꾸 피곤하게 그칼래?
성욱 : (깨진 거 주우며) 피곤하게 만든게 누군데.. 난 선배 때문에 잠두 제대루
못 잤다구요. (민을 보고) 자는데, 왠 무가 한 덩이 목에 턱 얹히는 거야.
넌 줄 알았더니.. (미미라고)
민 : 벌써 첫날밤?
수경 : 어으으.. (있을 수 없다는 듯, 몸서리를 친다.)
미미 : 화장실 갔다 오는데, 이방이 저방 같고 저방이 이방 같은 기라. (말돌리듯
민에게) 야, 작가이자 주인공이자 연출부! 니 상대역은 우얄끼고?
민 : 바닷속을 뒤져서라두 낚아야죠. 젊은 해녀가 쉽진 않겠지만..
수경 : 우리(열정시대).. 민이 없으면 어떡했을까?
S# 47. 농장 숙소 앞 / 오전
평상 위에 아크릴 판이며 칼, 자 등 공구들이 늘어져 있고.
블루의 투명 형광판을 잘라 뭔가 만들고 있는 혁. (dis)
완성된 프레임 바에 칼로 뭔가 새겨넣고 있는.. 보면, LH.
프레임 바로 농장 일각을 담아 보는 혁. 4각 화면에 들어오는 농장 풍경.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데, 그 프레임 안에 민이 쑥 들어온다.
당황해 프레임 바를 떨어뜨리는 혁. 얼른 집어 재료통에 넣지만,
민 : (이미 봤다. 프레임바 집어들며) 야아.. 프레임 바잖아? 오랜만에 보네. (눈치
슬쩍) 이 속에 형이 꿈꾸는 세상 담아 보겠다던 거... 난 아직 기억하는데..
혁 : (프레임 바 뺏어들며) 내가 그런 황당 무계한 소릴 했었나.
민 : (그 맘 다 안다) 종수 형도.. 형이 이렇게 사는 거 원치 않을 거야.
혁 : (공구들 챙기며) 안 바뻐?
민 : 나, 형한테 고백할 거 있어.
혁 : ?
민 : (살피며) 이번 영화.. 작년 형 사고가 모티브야. (뒷주머니에서 시나리오 꺼내 내밀며) 한번 볼래?
혁 : ! (씁쓸한, 받아서 표지를 보면- 제목 : 바다의 연인 / 각본 : 이민 / 연출 :
안미미 / 제작 : 동성대 영화패 열정 시대- 정도가 얼핏 보이는데)
민 : 주인공이 젊은 해년데.. 현지 캐스팅이 생각보다 힘드네.
혁 : 해녀? (고무옷 입은 다래가 문득 생각나고, 픽 웃는)
민 : ?
혁 : 어제 카페에 쟁반.. 니들 친구냐?
민 : 다래? 진다래?
S# 48. 길 위 + 선과장 마당 / 오후
주문서판 들고 종종거리며, 수하물 트럭이 나가는 걸 도와 주고 있는 다래.
손짓까지 하며 빠꾸 빠꾸..!
그런 다래의 모습, 신선하게 다가오는 민. 그 옆, 환한 미소의 수경.
다래 : (차 엉덩이 탕탕 쳐주며) 오라이! (하다, 두 사람 보고) 어?
수경 : 다래야!
민 : 하이! 전우! (반갑게 손 들어 보인다.)
다래(E) : 내가?
S# 49. 선과장 앞 일각 / 오후
다래 : 엑스트라도 아니고, 주연을? 에에. (안 된다고, 손사래)
수경 : (마음 감추며, 미소로) 상대역이 좀 그렇긴 한데..
다래 : (진짜 배우라도 나오나?)
민 : (뜩, 자기를 가리킨다.)
다래 : (너? 하듯, 민을 가리키면)
민 : (팔짱 끼고, 끄덕끄덕)
다래 : 차. (웃는데)
민 : 어? 비웃었어? (어깨에 팔 두르며) 포옹씬두 있는데.. (수경보고 눈 찡긋)
다래 : 어으. (들고 있던 주문서판 출하할 상자 위에 놓고, 민을 팔꿈치로 확 밀어
버린다.)
민 : 억. 수경아. (수경에게 푹 안기고)
수경 : 어으.. (살짝 밀어내며 다래에게 짐짓) 영화 좋아했잖아, 너.
S# 50. 트럭 안(길 위) / 오후
운전하는 혁. 옆자리에 놓인 망시리...
망시리 보며 피식 미소 떠오르고..
S# 51. 동 선과장 앞 일각 / 오후
민 : (다래 팔뚝 만지며) 장난 아닌데?
다래 : (다시 팔꿈치 들고)
민 : 오, 노! (두 팔 하늘 위로 번쩍 쳐들며 피하고)
수경 : (점입가경이군.. 눈치 못채게 잠깐 일그러지지만, 이내 다정하게) 하긴 회사
다니니까, 시간 빼기가 힘들긴 하겠다.
다래 : (맞다) 그래, 사실
민 : (O.L) 제가 누굽니까? 연출부, 스케줄 담당 아니냐. 무조건 니 중심으루 밀어
붙일께. 촬영은 주말에 몰아하고, 여름 휴가도 있을 거 아냐?
다래 : (난색) 여러 가지로 힘들..
민 : (O.L 실망) 알았어. 그냥 생각만 해봐.. (하다) 근데, 오늘 일곱시에 첫회의다?
수경 : (다래 매섭게 쏘아보는 표정 잠깐 스치고)
다래 : 주인공이면 좀 부담..
민 : (O.L 실망) 정 부담스러우면 할 수 없지 뭐... 근데, 대사 연습은 담주부터야.
다래 : (어이없어 웃는데, 그 위에)
아줌마1(E) : 진양!
다래 : 나 일해야 돼, 담에 보자! (선과장 안으로 쏙 들어가고)
민 : 대본 안 받아가? (나만 믿어 하는 눈길로 수경 보고는 다래 쫓아간다.)
수경 : (미소로 보다가 민이 사라지면 이내 독기 오르는... 상자에 놓인 주문서판에 눈길 머물고.. 맨 윗장 쫙 뜯어버린다.)
구겨지는 주문서(주문처 : 태성 리조텔/ 청견, 한라봉, 조생... *kg **박스).
수경, 주문서를 휙 던져버리는데, 민이 나온다. 일순 표정 환하게 바꾸고.
S# 52. 선과장 옆 길 / 오후
달려와 서는 트럭. 혁, 망시리 챙겨들고 내린다.
여긴가? 두리번 둘러보며 가는데.. 선과장 쪽에서 오던 민, 수경과 마주친다.
민 : 형? (오며) 웬일이야, 여긴?
혁 : (주춤.. 망시리 슬쩍 뒤로 돌려 감추며) 어, 저기.. 배달..
민 : 형두 참. 아주 본격적으로 나선 거야?
수경 : (반짝, 회심의 미소 스치고) 다래 만나러 왔나 봐요?
민 : 다래?
수경 : 불러 줘요? (선과장 쪽에 대고, 큰 소리로) 다래야! 진다래!
혁 : (당황, 부르지 말라는 뜻으로 손 내미는데 망시리 든 손이다.)
민 : (망시리 보며) 건 또 뭐야?
혁 : (난감한... 수경에게 망시리 턱 안기며) 쟁반한테 줘라. (트럭으로 간다.)
수경 : 어머머..! (질겁하며 망시리 던져버린다. 울상으로 옷 털어내고)
민 : (망시리 주워들며, 혁 한번, 망시리 한번 보고) ?
수경 : (민에게 바짝 붙으며) 저 아저씨 너무 무서워.. 깡패 같애.
민 : (애정 담긴) 괴짜지. 저래뵈두, 촉망받는 영화감독이었어.
수경 : 누가? 저 아저씨? (믿기지 않는데)
다래 : (선과장 쪽에서 오며) 아직 안 갔어? (민의 손에 들린 망시리 보며) 어? 그 거? (저만치 가고 있는 트럭 본다. 그 아저씨가 왔다 그냥 갔구나..)
S# 53. 제주 감귤 농업 협동 조합 *** 지소 전경 / 초저녁
S# 54. 동 판매부 사무실 / 초저녁
장부며 전표.. 잔뜩 어질러진 책상 위에,
민(E) : 오늘 일곱시에 첫회의다?
다래 : (시계를 보면, 6시가 조금 넘은.. 어떡하지..? 전표 뭉치에 한장씩 담당자 날 인하며) 간다, 안 간다, 간다, 안 간다... 간다! (전표가 거기서 끝남.) 그래. 한번 해 보자! (전표, 서랍에 후다닥 챙겨넣고, 가방 들고 나가려는데)
(E) 전화 벨.
읔.. 멈춰서는 다래. 뒤통수 땡겨서 그냥 못 가고,
다래 : (받는) 감사합니다. ***지소, 판매부 진다랩니다. (사이) 네? 그럴리가요?
(책꽂이의 주문서판 꺼내 보는데, 맨 앞장, 주문서 찢어진 자욱) 어?
S# 55. 태성 리조텔 후원 / 초저녁
트럭에서 각종 감귤 상자를 운반하고 있는 기사와 리조텔 종업원.
낑낑대며 마지막 상자 나르는 다래.
화면 팬하면, 일각 다른 쪽에 들어와 서는 혁의 트럭.
S# 56. 리조텔 로비 / 초저녁
혁, 장부 들고 들어오는데, 벽의 그림을 떼고 있는 총무부 직원1, 2.
혁 : (깜짝 놀라 달려가서) 뭐하는 겁니까?
직원 : 창고로 옮기라던데요.
혁 : 누가, 누가요?
직원 : 회장님 지시라던데.. (왜 이러나 보고)
혁 : (욱 치미는.. 휙 돌려 간다. 무섭게 허공 응시하는 위에)
혁 (E) : 아주 흔적까지 없애 버리시겠다?
S# 57. 동 식음료 저장실 / 저녁
다래 : (꾸벅) 다신 이런 일 없을 거예요.
담당자 : (허리에 손 올리고 노려보고 있고)
다래 : (미소와 연줄작전) 저희 아버지도 여기 다니셨는데.. 관리부 부장님이셨거
든요. (얼른) 여기 사인좀.. (펜과 새로 써온 주문서 내미는데)
담당자 : (손등으로 탁 쳐버리며) 직거래한다고 물 먹이는 거야, 뭐야?
다래 : (놀라고, 무섭고)
담당자 : 대체 태성을 뭘로 보고.. 주임이 와도 션찮을 판에, (위아래로 훑으며) 어 서 새파란 애를... (보냈다고, 휙 저쪽으로 가버린다.)
다래 : (핑 눈물이 돈다. 얼른 물기 닦으며, 바닥에 떨어진 주문서와 펜 주워들고 쫓 아가며 사정) 죄송합니다. 한번만 양해해 주세요.
S# 58. 동 복도 / 저녁
터덜터덜 축 쳐져서 걸어오던 다래, 시선에 들어오는 관리부 명패.
다래 : (짠한 심정으로 본다) ... (그 앞으로 가, 슬며시 안을 기웃거리는데)
S# 59. 관리부 안 + 복도 / 저녁
책상 위, 정산 시스템이 켜진 컴퓨터 외에 각종 회계 장부들 펼쳐져 있 고..
일각 소파 테이블에 신문 깔고 자장면 먹고 있는 직원1, 2.
직원1 : 장불 몇개나 쓰라는 거야, 대체.. 이짓도 못 해먹겠다, 정말.
다래 : (입구에 들어왔다가, 사람이 있구나.. 나가려는데, 그 위에 들리는)
직원2 (E) : 그러고 보면, 진 부장님이 신존 곧았지.
다래 : (진부장 소리에 멈칫!)
직원2 : 죽어도 못하겠다 그랬으니..
직원1 : 그러다가 죽었잖아.
다래 : (흠칫 놀라고) !!
직원2 : 무슨 말이 그래?
직원1 : 다 아는 얘기 아냐? 웬 실족사? 자살할 만큼 무책임한 분도 아니고.
직원2 : (화들짝 둘러보며) 큰일날 소리.. 입 조심해.
직원1 : 어쨌든 강 과장만 살판났지. 진부장님 자리 꿰차구.
다래 : ?! (강 과장?)
윤수 : (들어오다가 다래보고) 누구세요?
다래 : (깜짝) 저, 저기... (뒤도 안 돌아보고 후다닥 도망간다.)
윤수 : 이봐요! (복도까지 쫓아오고, 나와 보는 직원1, 2)
직원1 : (괜히 찔려서) 무슨 일입니까, 강 과장님?
S# 60. 회장실 안 / 저녁
비서실장 : 오십 퍼센트를 이혁 군 앞으로요.
창완 : (책상에 앉아) 세금 문젠 관리부하고 상의하고.
비서실장 : 알겠습니다, 회장님.
혁 : (벌컥 문 열고 들어온다.)
비서실장 : (혁에게 가벼운 목례, 창완에게) 그럼, 전. (인사하고 나간다.)
창완 : (복장 훑으며 또 양복 안 입었군. 못마땅하게 보다가.. 테이블로 내려와
앉으며) 갖고 와 봐라. (손 내미는데)
혁 : (그대로 장승처럼) 엄마 그림은 불쏘시개라도 하실 모양이죠?
창완 : (보다가...) 당장 리조텔로 숙소 옮겨라. 기획팀으로 출근하고.
혁 : (비죽) 세상 참 쉽게 사시네요? 혼자 결정하고, 명령만 내리면 그뿐이니.. 하긴 한두 번도 아니죠. 엄마 돌아가시고 한 달도 못 돼, 민이 엄마 안방 차지하고,
니 엄마다, 한마디에 결정내신 분이니까..
창완 : 지 엄마 그렇게 생각하는 놈이 사는 꼴이 그게 뭐냐. 니 엄마가 지금 니 꼴
보면, 내 자식 장하다, 박수라도 쳐줄 줄 알어?
혁 : 엄마한테 고개 못 들 사람은 아버지 아닌가요?
창완 : (누르며) 그만 하자.
혁 : (고개 돌리며) 엄마가 왜 아팠는데, 엄마가 왜 죽었는데..
창완 : (벌떡 일어서며) 이놈이!
혁 : 가끔, 어떤 생각이 드는지 알아요? 제 속에 흐르는 아버지 피.. 몽땅 빼버리고 싶다구요!
창완 : (O.L 혁의 뺨을 때린다.)
혁 : (비죽 냉소.. 장부를 테이블 위에 던지듯 놓고 나가버린다.)
창완 : (혈압이 오른다. 휘청, 뒷목을 만지며 무너지듯 앉고)
S# 61. 회장실 층, 엘리베이터 앞 / 저녁
빠르게 걸어오는 혁.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뒤섞여, 눈시울 붉어져 있다.
앙 다물고 단추 누르면, 대기 상태에서 열리는 문.
S# 62. 동 엘리베이터 안 / 저녁
혁, 치솟는 화를 누르지 못해 벽을 쾅 치고, 뒤돌아 무너지듯 벽에 기댄다.
스르르 주저앉고... 으허헉.. 마침내 참았던 감정을 터뜨리는 혁.
S# 63. 다른 층, 엘리베이터 앞 / 저녁
복도를 걸어오는 다래.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고.
직원2(E) : 진 부장님이 신존 곧았지.
직원1(E) : 그러다가 죽었잖아.
직원1(E) : 강 과장만 살판났지. 진부장님 자리 꿰차고.
다래, 애써 부정하듯 털어 내는데, 막 문이 닫히고 있는 엘리베이터.
잠깐만요! 얼른 달려가는데,
S# 64. 동 엘리베이터 안 / 저녁
문이 거의 닫히기 직전... 달려오는 다래가 보이는데..
고개 숙인 채, 주먹 불끈 쥐고 서 있는 혁.
S# 65. 동 엘리베이터 앞 / 저녁
다래, 달려와 버튼 누르지만, 닫히는 문. 얼핏 보이는 고개숙인 남자(혁)..
너무하네.. 심정으로, 엘리베이터 층수 보는 다래.
S# 66. 리조텔 마당 + 야외 수영장 / 저녁
뒤쪽으로 가로등 불빛이 빛나고..
어둑한 가운데, 전조등이 왔다갔다하며 풀 안을 비춘다.
풀가 난간 위를 걸어가고 있는 혁.
불빛에 반짝이는 뺨 위의 눈물.
그 일각, 수영장 옆을 지나가고 있는 다래.
아차! 시계를 보더니, 후.. 맥이 빠진다. 내 몫이 아닌가 싶다.
털어 버리고, 씩씩하게 가는데,
(E) 풍덩!! 누군가 물에 뛰어드는 소리.
다래, 땡그래서 수영장 쪽을 보지만, 쥐죽은 듯 고요하고..
다래 : (이상한 느낌에 풀가로 다가가며) 누구 있어요?
어둠이 깔린 풀 안엔 아무도 없다.
다래, 고개 갸웃하며 돌아서는 순간, 물 위로 치솟는 혁.
하늘을 향해 누워 있는 혁. 귓가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다래, 느낌에 다시 돌아보면, 전조등이 풀을 비추며, 풀 가운데 옷 입은 채 죽은 듯 떠있는 남자. 놀란 다래 위로, 심장 박동 소리 들리고..
플래시 백> S# 6의 바닷속,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고 가라앉는 혁.
풀로 뛰어가는 다래. (심장 박동 소리 점점 커지며)
영란 (E) 다래야. 니 아버지가, 바다에서..
플래시 백> S# 10의, 흰천이 거둬지면, 죽은 아버지의 모습에 경악하며 울던 다래..
풀로 뛰어드는 다래. 능숙하게 물살을 헤치며 다가가서 얼른 혁의 목을 감싸안는데, 결에 눈을 뜨는 혁.
다래, 그제야 혁인 걸 알고 놀라, 입을 딱 벌리는데..
그런 다래의 머리를 잡더니, 그 입에 키스해 버리는 혁에서.
-- 1부 끝 --
러빙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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