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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성스캔들 1회

S#1 1930년대의 경성거리(밤)

네온사인과 까페의 불빛....

어디선가 작게 흘러나오고 있는 스윙재즈의 음율...

주변을 살피며 비밀리에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신식 양복을 입은

청년들의 모습. 맥고모자를 푹 눌러쓴 완, 세기, 왕골, 탁구다.

흡사 의열단 단원처럼 서로 눈신호를 보내고 고개를 끄덕이는 등

거사장소로 이동 중인 듯 신중하고도 긴장된 그들의 모습위로,

완 (N)(마치 투사처럼) 조국. 민족. 해방.

S#2 고리대금업자의 집(밤)

고관대작 집 수준으로 보이는 으리으리한 저택 앞.

엉망으로 취한 악덕 고리대금업자, 수행원으로 보이는 두 남자의

부축을 받으며 차에서 내리고 있는.

완 (N) 계급. 혁명. 자유.

-어둠 속. 고리대금업자를 향해 겨눠지는 총구.

-공포감으로 작게 덜덜덜...떨리고 있는 그 총을 쥔 누군가(인호)의 손.

완 (N) 독립. 투쟁. 테러. 그딴 건....

S#3 경성 거리(밤)

경성 비밀 사교클럽 건물을 마치 거사 장소라도 되는 양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는 완. 진지했던 표정, 마치 반전처럼 한순간에 비식 웃는

얼굴로 바뀌며,

완 (N) 개나 줘버려. (하는 순간)

-탕! 경성 시내를 울리는 한발의 총성!

-탕! 총성과 함께 활짝 열리는 경성사교 클럽의 문!

-스윙재즈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고 있는 모던 걸과 모던 보이들!

-끼이익-- 흙바람을 일으키며 고관대작 집 앞으로 들어서는 바이크!

-바이크위에 탄 채로 탕탕! 정확한 총성으로 깔끔하게 세 남자를

모두 해치우고는 끼이이익---다시 바람처럼 사라지는 고글을 쓴

바이크 위의 혁명전사!

-모던 무리들과 함께 광란의 춤을 추고 있는 완의 일행!

-피를 흘리며 처참하게 죽어있는 고리대금업자와 수행원들의 사체!

그 위에 떨어져 있는 七必殺!이라 적힌 종이 한 장!

-완과 어느 섹시한 모던 걸과의 신나는 커플 스윙댄스!

-총을 쥔 손을 축 늘어뜨린 채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골목에서 나오는

인호. 방금 자신이 본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이크가 사라진

방향과 사체를 번갈아 바라보는 멍한 표정...!

-갈수록 열기가 더해가는 광란의 댄스파티에서.

파바바박! 화면 안으로 강렬하게 튀어 들어오는 타이틀.

<경성 스캔들>

S#4 부산역 플랫폼 (이른 새벽)

<자막 : 사건 발생 일주일 전. 부산역>

새벽안개가 자욱한 텅 빈 플랫홈....

마치 한 장의 그림엽서처럼 마주보며 서있는 남자와 여자.

맥고모자에 레인코트(혹은 양복)를 입은 완과

클로슈 모자에 스윙 쟈켓을 입은 모던걸이다.

완의 발치에 이별을 암시하듯 놓여있는 암갈색 여행용 가방(!).

마치 카사블랑카의 한 장면처럼 로맨틱한 그들의 이별 장면.

모던걸 .... (눈물 그렁해서) 꼭....만주에 가야 하나요?

완 너무 오랫동안 미뤄왔어. 조선의 아들로 태어나, 일제에 짓밟혀

신음하는 이 땅의 아픔을 더는 외면할 용기가 없어.

모던걸 (슬픔으로) 결국 나보단 조국이 우선이군요.

완 틀렸어. 난 미자가 있는 이 나라를 구하고 싶은 거야.

미자를 낳아준 이 나라를 지키고 싶은 거야.

이 나라를, 그리고 너를 위해서 싸울게.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모던걸 (감동해서 눈물 후두둑 떨어지며) 완이씨...

완 (여자를 와락 안으며) 해방된 조국에서 다시 만나자, 미자!

여자를 풀어주고는 눈물을 감추듯 모질게 외면하며 기차에 오르는 완.

증기를 뿜으며 천천히 출발하는 기차.

하염없는 눈물 흘리며 멀어지는 기차를 눈으로 쫓는 모던 걸.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 흔들어주던 완... 슬픈 표정으로 돌아서는

순간 눈썹을 씰룩이며 씨익 웃는,

완 조국 해방은 무슨. 너한테 해방되는 게 먼저지...

S#5 기차 안 (이른 새벽)

휘파람을 불며 열차 복도를 걸어오고 있는 완.

언제 이별했냐는 듯이 밝고 후련한 얼굴로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는다. 문고본 책을 꺼내드는데 문득 느껴지는 시선.

저만치 건너 편 자리에 앉아 완의 멋진 모습을 보며 소곤대고 있던

두 세 명의 모던 걸들, 완의 시선에 화들짝 놀라 시선을 피하더니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며 어머, 어떡해... 우릴 봤어...

자기네들끼리 소곤거리며 좋아 죽는다.

완, 멋지게 한번 피식 웃어주고는 폼 나게 책을 척! 펼쳐 드는데서.

S#6 경성역 플랫폼(낮)

책에 얼굴을 푹 파묻고 있는 여자.

책 너머로 빼꼼이 드러나는 여경의 눈이 좌우를 조심스럽게 살핀다.

플랫홈에 기차가 도착한다.

남자 (E)(50대 정도의) 정오에 도착하는 부산 발 기차 두 번째 칸이다.

흰 저고리에 검정 치마 차림의 여경, 기차를 바라보며 바짝 긴장한다.

S#7 기차 안 + 경성역 플랫홈(낮)

승객들이 내리느라 번잡해진 기차 안.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가려던 완, 웬일인지 뭔가에 헉! 놀라,

낮은 포복자세로 다시 자리로 되돌아온다.

낮은 포복 자세 그대로 슬쩍 창밖을 내다보는 완.

창밖으로 플랫홈 이곳저곳에서 자신을 기다리며 서있는 여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기생에서부터 까페 여급, 여학생, 일본 여자, 모던 걸

등등... 계급도 외양도 다양한 완의 여자들이 재회의 기쁨으로 상기된

얼굴로 기차를 기웃거리며 완의 모습을 찾고 있다.

이런 젠장... 미치겠는 완의 표정에서.

S#8 경성역 플랫폼 + 역내(낮)

삼삼오오 사람들이 하차하고 있는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살펴보고

있는 여경.

남자 (E) 긴 코트를 입고 잿빛 맥고모자를 쓴, 키 큰 남자가

암갈색 여행용 가방을 들고 나올 거야.

그때, 잿빛 맥고모자를 필요 이상으로 푹 눌러쓴 완이

암갈색 여행 가방을 들고 기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여경 ....!!

여경, 바싹 긴장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완을 향해 다가간다.

여경과 완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남자 (E) 네 인상착의를 일러두었으니, 아마 그쪽에서 먼저 접근을

시도할 게다. 그러니 섣불리 먼저 나서지 마라.

모자를 더욱 푹 눌러쓰는 완, 여경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여경, 아닌가? 어쩔 수 없이 완을 스쳐 지나가려는 순간,

와락 여경의 어깨를 잡아 팔을 두르고는 품에 안는 완.

여경 !! (화들짝 놀라 보면)

완 쉿! (긴장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작고 은밀하게) 쫓기고

있습니다. 잠시만 이대로 걸어가 주시겠습니까?

여경 !!! (맞구나! 완을 본다)

여경을 이용해, 군데군데 지뢰처럼 심어져 있는 여자들을 피해

플랫홈을 빠져나가는 선우완의 모습 위로,

남자 (E) 남자가 말을 걸어오면, 암호를 말해라.

여경 (작게 암호를 말한다) 뻐꾸기....

완 (여자들을 살피는 일에만 온 신경이 가있다. 건성으로) 네?

여경 (작지만 또박또박) 뻐.꾸.기.

완 (좌우로 여자들을 살피며, 건성으로) 뻐꾸기? 뻐꾸기는...

둥지로 날아갔겠지요.

여경 ! (확신하고 본격적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검문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도주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구두끈을 미리 단단히 묶어두시지요.

완 (또 못 들었다) 네?

여경 도주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구두끈을 미리 단단히 묶어두시라

했습니다.

완 ! (감탄해서 본다) 세심하시군요. 그런 것까지 신경을 다 써 주시고...

완, 걸음을 멈추고 가방을 내려놓고는 구두끈을 묶는다.

완 (끈 묶으며) 보아하니 아가씨도 선수인거 같은데 (다 묶고 일어나

손 내밀며) 우리 서로 통성명이나...

하고 보면 여경 이미 사라지고 없다.

완 ....??? (벙해서 주변을 둘레둘레 찾아보는, 그러다 문득

가방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가방...! 내 가방...!!!

(이런 씨! 두 눈 질끈 감았다 뜨고는 뛰어나가는)

S#9 경성역 앞(낮)

가방을 들고 침착하게 나오고 있는 여경.

핫비 유니폼에 자카다비를 신은 인력거꾼들 서 너 명,

손님을 기다리며 윷놀이로 시간을 떼우고 있다가 여경을 발견한다.

행동이 날랜 망치가 먼저 잽싸게 달려온다.

망치 (반색하며) 어서옵쇼! 어디로 모실까요?

여경 (인력거에 올라타며) 일단 출발해주세요.

망치 (활기차게) 예! 예! (하며 돌아서는 순간 곁눈으로 여경을

살피는 눈빛이 매섭게 빛난다)

여경을 태운 인력거가 출발함과 동시에 역 안에서 뛰어나오는 완.

저만치 달려가는 여경을 태운 인력거를 발견하고는,

완 야! 흰 저고리 깜장 치마!! 너 거기 안 서!!! (소리치며 쫓아가려는데)

기생 (그 소리에 완을 발견하고는 반색하며 달려와) 오라버니!

완 (헉!!)

순간 여기저기서 완을 기다리고 있던 여자들이 오빠! 도련님!

기자님! 선생님! 선우 상! 다양한 호칭으로 완을 부르며 다가온다.

그러다 벙쩍은 표정으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여자들.

그러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벙쩍은 표정으로 다시 완을

바라보는 여자들.

양손을 펼쳐 보이며 어깨 으쓱하고는 여유 있게 웃는 완.

순간 사태를 파악하고 표정 험악하게 변하며 완을 향해

우왁스럽게 달려드는 여자들.

이런 씨! 몸을 잽싸게 돌려 도망가는 선우 완.

S#10 경성 거리(낮)

죽기 살기로 달리고 있는 완.

그의 뒤를 악귀처럼 따라붙어 달려오고 있는 기생, 여급, 학생,

모던 걸, 기모노녀 등등등...돈 주고도 볼 수 없는 일대 장관이

경성 시내에 펼쳐지는 위로,

탁구 (E) 낚싯대로 고기를 낚듯이 무슨 수단을 써서 여자를 후리지

말거시다. 돈 많은 것을 자랑하느라 식당으로 끌고 다니며

목도리를 사주네, 우산을 사주네, 옷감을 떠주네 하지 말거시다.

미친 듯이 달리고 있는 완의 맞은편에서 달려와 끼이이익---

멈춰서는 고급 자동차 한 대!

집사 (후다닥 차 안에서 내려서며) 늦어서 죄송합니다. 도련님! 짐은 어디,

하는 순간 집사를 밀쳐내고 운전석에 올라 직접 차를 운전하는 완.

여자들과 반대방향으로 끼이이익----! 차를 몰아가는 그 터프한

운전실력! 급하게 방향을 바꿔 이번엔 완의 차를 향해 악귀처럼

달려가는 여자들!

탁구 (E) 또한 달콤한 시를 써서 뵈이거나 아조 미문으로 러브레터를

써서 홀리지도 말거시다.

S#11 지라시 사무실(낮)

경성 최고의 저질 대중문화 잡지 월간 지라시 사무실.

한 손에 원고뭉치를 들고 사무실을 왔다, 갔다하며 읽고 있는 탁구.

탁구 이러한 것은 자기와 상대자 두 사람에게 죄를 짓는 것뿐 아니라,

세기 (귀 후비며 심드렁하게 듣고 있는 위로)

탁구 (E) 일반 사회에 해독을 끼치는 거시다.

왕골 (카메라 닦으며 하품하는 위로)

탁구 (E) 또한 그런 수단을 써서 연애하는 연애는 길지 못한 법이다!

탁구 캬~ (다 읽은 원고를 책상 위에 탁! 내려놓으며) 어떠냐?

세기 (심드렁) 뭐가요?

탁구 뭐 드는 생각이 있을 거 아냐.

세기 완이 생각이 나네요.

왕골 (끄덕이며) 그러네. 딱 완이 얘기네.

탁구 혹시 따끔거리는 양심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리진 않고?

세기 제 양심이 왜요?

탁구 우리도 이런 고고한 자유연애론이나, 화끈한 스캔들 하나 터뜨려서

판매부수 좀 팍팍 올려야겠다, 그런 생각은 안 들어?

세기 히익! 여기서 더 화끈하시게? 이번에도 검열에 걸리면

영구 폐간 될 텐데... 차라리 에로잡지를 만드시죠 왜.

탁구 (찌릿 세기를 본다)

세기 아, 왜 그래요. 나는 영화부 기자잖아. 그런 건 경성 최고의

스캔들 메이커, 완이한테 시켜요.

탁구 (찌릿 왕골을 본다)

왕골 아, 기사다운 기사나 던져 줘 봐요. (카메라 들어올리며) 한방에

찍어줄테니까. 고고함은 무슨. 맨 날 기생 사진이나 찍어오라고

시키면서.

탁구 (기어이 터지며, 원고 뭉치로 두 남자 패기 시작하며) 이런 싸가지

없는 놈들! 기자 정신을 좀 가져봐! 나 굶어죽는 꼴 보고 싶어?

왕골 아, 굶어죽긴 왜 죽어요. 부업하시잖아요, 부업!

탁구 (여전히 패며) 니들이 잘해봐. 내가 부업을 하나 안하나!!!

하는 순간 벌컥! 문 열리며 들어오는 완.

채 들어오지도 못하고 문가에 기대서서 헉헉헉!

탁구 (웬일인지 너무나 반색하며) 완아-----!!! (달려와 완의 볼을

양쪽으로 쭈욱 잡아 늘리며) 으이구 귀여운 것. 일본 출장은 즐거웠쪄?

왕골 (가당치도 않다는 듯) 출장은 무슨. 꼬인 여자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난 도피성 출장이지.

세기 내지는, 활동 영역 제한에 따른 정치적 망명.

탁구 (버럭) 시끄럿!!!! (하고는 완의 귀에 대고 은밀하고도 진지하게)

물건은....구해왔겠지?

완 (심히 부담스러운 표정이 되는)

S#12 해화당(낮)

가방을 들고 들어오자마자 민첩하게 서점 문을 걸어 잠그고,

창가에 커튼을 확 쳐서 가리는 여경.

S#13 쌀가게 앞(낮)

퍽! 이강구의 발길질에 바닥으로 나동그라지는 인호.

쌀가마니와 함께 자전거가 바닥에 뒹굴고 있고,

괘씸하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는 고리대금업자.

말리지도 못하고 공포에 질려 바라보고만 있는 사람들.

강구 쌀 어디로 빼돌렸어.

인호 (넘어진 채로 억울한) 말했잖아요. 저는 빼돌린 적 없어요!

지난주에 분명 제대로 배달했다구요!

강구 (살벌하게) 죽고 싶어?

인호 (지지 않고) 몇 번을 말해요! 저 사람이 거짓말하는 거예요!

고리 이눔의 자식이! (강구에게) 아, 뭐해! 당장 까막소에 가두지 않고!

인호 (고리 대금업자를 노려보는 위로)

고리 (E) 이번 일 한 번이면 말을 안 해 내가. 허구 헌 날 찾아와서는

지 애비 죽인 살인자네, 지 동생 팔아버린 악질이네,

고리 어찌나 악랄을 떨어대는지 심장이 다 벌렁거려 내가!

인호 (노려보며) 사실이잖아.

고리 뭐야?

인호 당신이 우리 아버지 데려다 실컷 부려먹고는 죽게 만들었잖아!

내 동생을 북간도에 팔아넘긴 것도 당신이잖아!!!!

강구 (무섭게) 입 닥치지 못해!

인호 (강구를 홱! 노려보며) 당신도 저 사람이랑 똑같아! 부자들 얘기만

믿어주고, 같은 조선인 주제에 일본 놈들한테 굽신대는 당신도

저 사람이랑 똑같다구!

강구 (순간 피가 거꾸로 솟으며) 이 새끼가, (발길질) 감히 대일본제국의

경찰 앞에서 반항을 해?!!!!

고리 옳지! 잘 한다, 그렇지! 어이구 내 속이 다 시원하다.

탓하려거든 니 애비를 탓해 이 자식아. 지 새끼 저당 잡혀 내 돈

빌려다 쓴 게 누군데!

강구 (발길질 멈추지 않으며 광기로) 개 같은 새끼, 사람대접 해줬더니 주인

손등을 물어뜯어? 너 같은 놈들은 멸시받고 천대받아야 정신을 차려!

그래야 지가 개새낀줄 알고 살지! 죽어 이 새끼야! 오늘 개 값 한 번

물어보게! (*강구는 자신과 인호의 트라우마가 같기 때문에 더욱

잔인해지는 것이다)

S#14 선술집(낮)

험악한 표정으로 홀로 앉아 낮술을 벌컥 벌컥 마시고 있는 강구.

가게로 들어서던 손님들 강구를 발견하고는 흠칫 겁에 질려

도로 나가버린다. 이때, 넉살 좋게 들어서는 망치.

망치 (쩌렁쩌렁하게) 여기 시원한 막걸리 좀 내와요!

하고는 강구의 뒷자리에 등을 맞대듯이 하고 앉는다.

강구 (자작한 술잔을 들어 마시는데)

망치 (작게) 나여경이 움직였습니다.

강구 ! (멈칫 정지되는 표정)

S#15 해화당(낮)

종이에 글을 적어 내려가고 있는 여경.

여경 (E) 어린 뻐꾸기는 무사히 둥지 안으로 돌아왔습니다.

해 저물녘 돌아올 어미 새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완성된 메모를 책 사이에 끼우고는 책장에 꽂아 넣고 돌아서는데,

탕탕탕! 잠긴 서점 문을 두들기는 소리.

여경 (바싹 긴장해서) 누구...세요?

여경, 바싹 긴장한 표정으로 문을 향해 다가가는 순간,

발로 팍!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강구.

여경 ....!!

강구 (비열하게 웃으며 느물느물) 뭘 그렇게 놀라시나,

(표정 살벌해지며) 나여경 선생.

여경 (두려움 감추며 꼿꼿하게 보는 위로)

세기,왕골 (E)(기겁해서 동시에) 뭐어? 여자한테 뺏겨?

S#16 지라시 사무실(낮)

기겁한 표정으로 완을 보고 있는 세기, 왕골.

세,왕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동시에) 천하의 선우 완이, 여자한테 당해?

완 이게 아주 제대로 선수더라니까! 뻐꾸기를 함께 날려보자는 둥,

신발 끈을 바짝 묶으라는 둥, 생긴 건 촌스러워 가지구 아주

제대로 고수야 고수.

탁구 (충격 받아 넋이 빠진 표정으로 멍하니....앉아 있다가, 느닷없이

원고뭉치로 완을 패며) 죽어! 죽어! 죽어!!

세기,왕골 (말리며) 탁구형, 말로 해. 말로.

탁구 (세기, 왕골에게 잡힌 채로 파닥거리며 버럭버럭) 아우, 아우,

저 애물단지를 어따 써 진짜! 그거 하나 제대루 운반 못하고

여자한테 뺏겨? 너 그게 전부 얼만 줄이나 알어?!

완 (짜증나서) 아, 물어주면 될 거 아니야! 물어주면!

탁구 지금 돈이 문제냐?

완 그럼 뭐가 문젠데!

탁구 만에 하나, 그게 경찰 손에 넘어가기라도 해봐. 너는 무사할 꺼 같아?

우리 모두 무사할 거 같냐고!

순간 헉! 동작 정지 되며 공포에 질리는 세 사람에서.

S#17 종로경찰서 안(낮)

탕! 위협적으로 책상을 치는 이강구.

강구 한 번만 더 묻는다. 가방 어디 있어.

여경 (동요 없이 꼿꼿하게 노려보며)

강구 가방 안에 뭐가 들어있지.

여경 (노려보며 야무지게) 책이라고 말했잖아요!

아이들 야학교재로 쓸 책이라구요. 그것도 죄가 되나요?

강구 (귓등으로도 안 듣고) 경성 역에서 너한테 가방을 건네준 자가

누구야. 물론 그 배후세력이 누군지도 알고 있겠지?

여경 (피식 웃으며 비웃듯) 대일본제국의 유능한 순사 부장님도 모르는 게

다 있군요.

강구 (여경의 멱살을 움켜쥐며 살벌하게 노려본다) 죽고 싶어?

여경 (비식 웃으며) 매사를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네요. 협박 말고 제대로 취조하는 법을 좀 배우시죠.

강구 (눈 뒤집혀서 있는 힘껏 따귀를 올려붙인다)

여경 (바닥에 내동댕이쳐지지만 꼿꼿하게 노려본다)

강구 (시선은 여경을 노려보는 채로 김순사에게) 지금 당장 이 년의

집과 서점을 샅샅이 뒤져라! 경성역에서 이 년이랑 함께 있던 남자를

목격한 자가 있는 지 찾아봐!

여경 (두려운 마음 숨기며 노려보는)

S#18 해화당 앞(낮)

인호, 무슨 일인지 어두운 표정으로 서점 문 앞에 머뭇거리며

서있다. 결심한 듯 문을 열려는데 잠겨있고.

최학희 (일감으로 보이는 보따리 하나를 들고 오다 발견하고) 인호야.

인호 (돌아보고는 꾸벅 인사) 어디...다녀오세요...?

최학희 (웃으며) 명치정에 바느질감 좀 받으러 갔다 오는 길이야.

근데... 인호 너 얼굴이 왜 그러니? (얼굴 잡아 보며)

누구랑 싸운 거야?

인호 (얼른 외면하며) 배달가다 넘어졌어요....

최학희 ... (아닌걸 알지만) 왜 안 들어가구 서 있어.

선생님 보러 온 거 아니야?

인호 안 계신 거 같아서... (하더니 옆구리에 끼고 있던 교재를 불쑥 내민다) 저 이거...

최학희 ? (봤다가) 이건.... 야학 교재잖니? 이걸 왜....

인호 (어두운 표정으로) 그게....앞으로 쭉 못 나 올 거 같아서요...

(최학희가 뭐라 묻기 전에 얼른) 안녕히 계세요. (하고 달려가는)

최학희 인호야! 인호야! (부르며 이상한데)

이때, 김순사와 이순사 등 순사들이 해화당 서점으로 달려와

최학희를 확 밀치고 문을 열려한다.

최학희 ! (놀라서) 무슨 일입니까?

순사들 (대꾸 없이 잠겨있는 문을 발로 차고 들어간다)

S#19 해화당(낮)

후다닥 들어와 닥치는 대로 여기저기를 헤집기 시작하는 순사들.

최학희 (뒤 따라 들어오며 놀라서)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요.

순사들 (대답 않고 책장의 책들을 와르르 쏟아 꺼내며 수색하는)

최학희 (추상같이 엄한 소리로) 지금 뭐 하는 짓이냐고 묻지 않소!

S#20 지라시 사무실(낮)

완 ... (팔짱낀 채로 두 눈 질끈 감고 있고)

탁구 ... (책상에 머리를 쿵쿵 박고 있고)

세기 ... (다리를 덜덜덜 떨며, 손톱을 씹고 있고)

왕골 ...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아 그 위에 머리 박고 있고)

이 사태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고민하며 초조한 네 사람인데,

순간 똑똑똑! 노크소리!

헉!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문을 바라보는 네 사람!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선우관의 집 집사.

일동 에휴휴휴---긴장 풀리며 늘어지고,

집사 (조심스럽게) 도련님...집으로 안 가십니까? 어르신께서 오늘은

꼭 집으로 모시고 오라고,

완 (O.L) (버럭!) 지금 가방을 잃어버렸는데 그게 문제야!!!!

집사 .... (상처받고 조용히 나가는)

일동 (다시 침울해 지는데)

세기 (비장하게) 형, 우리 이 일 덮자.

일동 ....!!! (보는)

세기 그 가방이 우리 거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앞으로 우리 활동하기

힘들어져. 우리의 유일한 자금줄인데 끊기면 활동이 안 되잖아.

집사 ... (다시 조용히 들어온다)

왕골 (모르는 채로) 맞아. 게다가 그 여자...(완을 보며) 완이 얼굴을 봤잖아.

탁구 (새삼 완을 보며 쯧! 째린다)

세기 게다가 형은 이미 종로경찰서의 요주의 인물이잖아.

가방 찾겠다는 생각, 버리자. 절대 찾지 말자.

네 사람, 진지하게 눈빛을 교환하더니

의열단의 단원들처럼 굳은 각오로 고개를 끄덕이는데,

집사 (E) 거기 종로경찰서죠?

순간 헉! 해서 집사를 바라보는 네 사람!

언제 들어왔는지 조용히 전화를 걸고 있는 집사.

집사 우리 선우완 도련님이 가방을 잃어버리셨거든요.

순간 기겁해서는 안돼에에에에----! 전화기를 향해 달려가는 네 사람.

달려와 수화기를 잡는 것과 동시에 간단히 통화를 끝내고 사뿐히

수화기를 내려놓는 집사.

집사 (칭찬받으리라 생각하며 미소로) 경찰서로 나와서 사건 경위를

설명해주면 금방 찾아주겠답니다. 안 나오면 직접 방문하겠다네요.

네사람 (에이 씨...울고 싶어지는 표정 위로)

김순사 (E) 찾았습니다!!!

S#21 종로경찰서 안(낮)

여경의 집을 뒤지고 온 김순사, 여경과 이강구 앞에 의기양양하게

가방을 턱! 내려놓는다.

여경 ! (가방을 보며 바싹 긴장하고)

강구 (그런 여경을 바라보며 야비한 미소를 짓는)

S#22 종로경찰서 앞(낮)

지라시 팀을 태운 완의 시보레가 달려와 멈춰 선다.

차 안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종로경찰서를 바라보는 네 사람.

휘이잉그들 위로 비장한 바람이 휘몰아쳐 지나간다.

완 (경찰서 보는 채로) 상황에 따라 세 가지 전술을 이용하면 되는 거지?

세기 (경찰서 보는 채로 끄덕이고는) 첫째 무조건 아니라고 발뺌한다,

둘째 가방은 이미 찾았다고 구라친다, 셋째 이 가방은 내 가방이

아니라고 쌩깐다.

완 (끄덕이고 비장하게 차문을 열고 내려서는 종로경찰서를 바라보며)

끝까지 함께 있어 줄꺼지? (하며 돌아보면)

이미 저만치 도망가고 있는 시보레.

S#23 종로경찰서 안(낮)

다이얼식 잠금장치가 되어있는 예의 그 가방이 여경 앞에 놓여있고.

강구 (재미있다는 듯이 여경을 보며) 열어.

여경 ...

강구 (여유 있게 웃으며) 아이들 교재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전혀 두려워할 이유가 없잖아. 안 그래?

여경 ... (가방의 비밀 번호를 알 리 없고)

강구 (그 표정 읽고는) 설마 자기 가방의 비밀번호도 모르는 건 아니겠지?

여경 ....

강구 (비식 웃고는 가방을 김순사에게 넘기며) 열어.

김순사 (가방을 받아서는 요리조리 비밀번호를 맞춰나가고)

여경 (두려운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고)

강구 (야비한 미소로 그런 여경을 바라보는)

S#24 종로경찰서 복도(낮)

문 앞에서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고 연습을 한 번 해보는 완.

완 (마치 투사처럼) 아니오! 모르오! 내 것이 아니오!

자신의 연기가 흡족한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들어간다.

S#25 종로경찰서 안(낮)

안으로 들어서다가 헉! 하고 멈춰서는 완.

자신의 가방을 앞에 두고 있는 여경과 강구,

가방의 다이얼을 맞추고 있는 심각한 표정의 순사를 발견하고는

하얗게 질려버리는. 딸깍! 소리와 함께 가방을 열려는 순간.

완 (기겁해서) 안돼에에에--! (달려오는)

여경 (아니 저분은...! 놀라서 바라보고)

완이 가방 근처에 세이프 함과 동시에 벌컥 열리는 가방!

그 가방 가득히 꽉꽉 들어찬 포리스 가제트!!

(*포리스 가젯: 여인의 나체 사진을 실은 미국의 저질 포르노 잡지)

강구 !!! (여경을 보고)

여경 !!! (헉! 기겁해서 얼른 시선을 돌리고)

이순사 (벙....해서) 야학 교재...

김순사 (이강구 눈치 살피며 입 다물라고 이순사의 머리를 툭 치고)

강구 (분한 표정으로 완을 보면)

완 (세이프 한 채로 두 눈 감으며 이씨....)

S#26 종로경찰서 앞(밤)

화를 꾹 눌러 참고 있는 듯 씩씩대며 앞서 나오고 있는 여경이고,

그 뒤를 따라 나오는 완, 여경에게 뭔가 말을 건네려는 순간,

집사 (싱글싱글 웃으며 다가와) 도련님, 가방은 찾으셨습니까?

제가 어르신한테 얼른 전화를 넣은 덕에, 벌금형으로

끝난 거 맞죠?

찌릿! 얄미워서 집사를 째려보는 완. 얼른 찌그러지는 집사.

쯧! 한번 째려주고 홱 돌아서는 완, 저만치 씩씩대며 걸어가고 있는

여경을 보며 미안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머리 한번 북 긁고는 쫓아가는.

S#27 종로경찰서 안(밤)

포리스 가제트를 거칠게 확확 넘겨보고 있는 이강구.

뭔가 단서를 찾으려는 광기어린 집착.

김순사 (조심스럽게 다가와) 저....압수한 불온 밀수 서적은 어떡할까요...?

강구 (대답 없이 보던 잡지를 확! 구겨서는 책상 위에 팍! 던져놓고 나간다)

김순사 !!! (그 서슬에 흠칫해서 다른 순사들을 향해) 뭐해! 샅샅이

뒤지지들 않고!!! 단서를 찾아, 단서를!!!

순간 얼른 책을 골라잡는 순사들.

서로 자기가 먼저 보겠다고 작게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고.

포리스 가젯 보며 침을 꿀떡꿀떡 삼키는 순사들.

열기로 후끈후끈 달아오르는 분위기.

S#28 경성 거리(밤)

네온사인과 까페의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거리.

굳은 표정으로 씩씩대며 걸어오고 있는 여경.

완 (호주머니에 양 손을 집어넣은 채로 뒤 따르며) 어이!

여경 (우뚝 걸음 멈추더니 홱 돌아본다)

완 (넉살 좋게 웃으며 다가오는) 불미스러운 일로 엮였지만 이것도

인연인데 제대루 통성명이나 하지. (손 내밀며) 나는 선우,

여경 (완이 내민 손을 야무지게 찰싹! 쳐내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정중히)

꺼지십시오.

완 뭐? (기막히고 쪽팔려서) 바....바...방금 뭐라고 했어 너.

여경 (역시 무표정으로 정중하게) 좋은 말로 할 때 꺼지시라고 했습니다.

완 뭐...? 꺼...지십..(태도가 정중한지라 화낼 수도 없고 미치겠는)

그래 좋아. 니가 나 때문에 의심받고, 취조 받아 억울하고 분한 건

알겠는데, 엄밀히 말하면 나도 피해자야. 니가 가방 들구 튀지만

않았으면 이런 일은 없었잖아!

여경 할 말 다 하셨습니까? (끝났으면 가겠다고)

완 게다가 가방 하나에 목숨은 또 왜 거냐? 이건 내 가방이 아니오!

이러저러해서 여차저차했는데, 럴럴럴러해서 랄랄랄라하게 된 것이오!

이렇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으면 깔끔했잖아!

여경 더 하시렵니까?

완 내가 목숨 걸어달라고 부탁했냐? 아니 지가, 지 마음대루 가방 들구

튀었다가, 지가 지 목숨 내 걸고 지 가방이라고 우겼으면서,

화는 왜 내냐고 도대체!

여경 아직 남았습니까?

완 솔직히 너 그 가방 열어본 거 아니야? 왜, 열어보니까 취향에 잘 맞는

거 같애? 아님 팔면 돈 좀 손에 쥘 것 같았어? (하는 순간)

여경 (퍽! 완의 얼굴로 주먹을 날리고)

완 (윽! 제대로 맞아 얼굴 돌아간다)

여경 (야무지게 다다다다) 그런 걸레만도 못한 저질 책자를 운반하면서,

독립투사의 이름을 팔아먹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 그런 뻔뻔한 짓을

하면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애국지사들에게 조금도 미안

하지 않냐구! 목숨은 그런 걸레 따위에 거는 게 아니야. 남자라면!

좀 더 그럴 듯 한데에 목숨을 걸어. 알았어? (하고는 홱 돌아서

찬바람을 일으키며 가고)

완 (분해서) 야!!! (소리치다가 어떤 느낌에 홱 돌아보면)

흥미진진하게 집중하고 있던 사람들, 일제히 딴청 피우며

가던 길 계속 가기 시작하고,

아까 도망갔던 시보레 언제부터 와있었는지 빤히 구경하고 있다가

완의 시선에 흠칫! 놀라서는 쌔앵---도망간다.

완 (에이 씨.....)

S#29 해화당 앞(밤)

인적이 끊긴 늦은 밤의 텅 빈 거리.

분하고 억울한 심정으로 걸어오고 있는 여경인데,

서점 문 앞에 나와 애가 타는 심정으로 딸을 기다리고 있는

최학희, 저만치 걸어오고 있는 딸을 발견하고는,

최학희 여경아!

여경 (다가온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미소) 어머니.

최학희 (여경의 얼굴 어루만지며)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구?

여경 (밝게 웃으며) 괜찮아요.

최학희 .... (안쓰럽게 보다가 잠시 주변을 살피고는) 좀 전에 사람이

다녀갔어.

여경 ! (보는)

최학희 일은 잘 해결되었으니 염려말래.

여경 (아....! 눈을 감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S#30 여경의 집 외경(밤)

S#31 여경의 집(밤)

조촐한 찬이 놓인 밥상을 사이에 두고 앉은 최학희와 여경.

여경의 손에 숟가락 쥐어주는 최학희.

최학희 취조 받느라 힘들었을 텐데 어서 먹어.

여경 (어머니가 걱정할까봐 짐짓 밝게 웃으며) 네. (하고는 씩씩하게 밥

한 수저 뜨는데, 차마 입으로 넘기지 못하고 결국 수저 내려놓는) ...

최학희 (그 맘 알고) 네 잘못이 아니야. 가방을 건네줄 사람이 한 시각이나

늦게 기차를 탔대잖니. 그쪽도 검문이 심했던 모양이야.

여경 (그래도 여전히 마음 무겁고) ...

최학희 군자금은 임시정부로 무사히 전달될 테니 너무 걱정 말라시드라.

어려운 부탁 들어줘서 고맙고, 위험에 처하게 해서 미안하다구...

여경 (좀 웃어 보이며) 제가 너무 큰 실수를 했어요. 절 믿고 어렵게

부탁하신 건데....돌아가신 아버지 딸이니 틀림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텐데, 그쵸?

최학희 넌 내 딸이니 틀림없다.

여경 (보며)

최학희 넌 아버지 딸이기도 하지만 내 딸이기도 해.

넌 틀리지 않았어. 실수를 했을 뿐이지. 실수는 만회할 수 있어.

무서웠을 텐데 용기 내줘서 고맙다고, 틀림없이 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하실 거야.

여경 (울컥하지만, 애써 씨익 웃으며) 다음에 다시 기회가 오면

절대 실수 하지 않아요.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킬 거예요.

(상쾌하게 털어버리고는 씩씩하게 밥 먹기 시작한다)

최학희 (대견해서 미소 짓는) ....

S#32 해화당(밤)

열 서 너 살짜리 아이들 네 댓 명 앉혀놓고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는 여경의 밝고 이쁜 모습.

문득 인호의 교재가 놓여져 있는 빈자리를 바라보는 여경...

강인호라는 이름이 또박 또박 적혀있는 역사와 지리 교재...

오늘도 안 오려나....벽시계와 서점 문을 번갈아 바라보며 무거워지는...

S#33 선우완의 집 앞(밤)

고위 관리급 수준의 고급 저택.

안 그래도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던 완의 발걸음,

집 근처에 오자 더욱 무거워 진다.

아직 불을 밝히고 있는 저택을 바라보는 완. 들어가기 싫은 기분.

S#34 선우완의 집 거실(밤)

집사의 안내를 받으며 막 현관으로 들어서는 완.

거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 선우관과

고고한 자세로 앉아 책을 읽고 있는 허영화.

집사 어르신, 도련님 오셨습니다.

완 (마지못해 끌려온 듯 심드렁하게) 그동안 별고 없으셨습니까?

선우관 ... (신문(책)에 시선 둔 채로, 쳐다도 안보는)

집사 어르신...

선우관 (신문 확 접고 일어나 마뜩찮게 한번 봤다가, 그대로 들어가버리는)

완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피식 웃고)

허영화 (따라 들어가려다) 뭐해? 들어오지 않구. 아버지 식사두 안하구

내내 기다리셨어. (하며 돌아서는 순간 한심하다는 표정 되는)

S#35 선우완의 집 주방(밤)

식탁에 앉아 늦은 저녁 식사를 하는 선우완의 가족.

완을 위해 준비했는지 반찬은 풍성하나, 무미건조한 분위기.

허영화 (먹으며 짐짓) 경찰서가 체질에 맞나봐?

완 (힐끔 본다)

허영화 (우아하게 반찬 집으며) 그럼 경찰이 되지 그랬어 왜.

아님 총독부에서 야망을 한 번 펼쳐보든가.

완 가시 빼고는 말 못해요?

허영화 아버지 체면도 좀 생각해줘. 앞으로 큰 일 하실 분인데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협조를 좀 해줘야지.

완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란 말에 수저질이 멎는다)

선우관 그만큼 놀아봤으면 됐다. 사내라면 일을 해야지. 공부를 좀 더 하든가.

허영화 저 싫다는데 어쩌겠어요? 억지로 시켜봤자 공염불이죠.

동경유학도 일 년 만에 중도작파하고 돌아왔잖아요. (질렸다는 듯

고개 절레절레하며 혼잣말처럼) 돈이 아까워. 보람이 없어 보람이.

완 (싫증나서 젓가락 탁 내려놓으며 계모를 보는데)

선우관 아니면 번듯한 직장에 취직이라도 하든가.

허영화 왜요. 직장 있잖아요. (좀 비웃듯 미소로) 월간 지라시 객원 기자.

선우관 (버럭) 남의 뒤꽁무니 쫓아다니면서 추문이나 캐고, 삼류 저질

잡지나부랭이나 팔아먹는 것도 일이고 직장이야?!!!

완 (이미 계모 때문에 심사가 꼬였다. 비식 웃으며) 그게요 아버지,

오늘 제가 큰 실수를 해서 거기서 짤릴 뻔 했거든요? 근데 오늘도

역시 아버지가 바루 빼내주시드라구요. 노느니 땅 판다고, 선배 부탁도

있고 해서 심심풀이로 시작한 일인데, 이번 일을 계기로 장기근속

한 번 해보려구요.

선우관 (노려보듯 보고)

완 근데 이왕 빼내주시려면 밀수 서적도 같이 좀 빼주지 그러셨어요.

그거 제가 일본에서 웃돈 주고 어렵게 구한 건데.

선우관 (노여워서 버럭) 뭐야?

완 아버지 특기자 장기시잖아요. 뒷돈 거래. 그걸루 총독부 입도 막고,

뒤도 닦고, 배도 채워주고...

선우관 (컵을 움켜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너는 내 인생의 유일한

실패작이다. (하며 일어서려는데)

완 (O.L) (표정 굳으며) 왜요. 저 말고도 한 명 더 있잖아요.

(아버지 보며, 또박 또박) 이.수.현.

하는 순간 기어이 물 컵 날아와 완의 등뒤 벽에 부딪쳐

와장창 박살난다.

허영화 (꺄악! 놀라서) 여보!

선우관 너 이눔, 내 앞에서 그 놈 이름 꺼내지 말랬지!!

허영화 참아요 여보. 참으라구요. (완을 보며) 완이 너 이게 무슨 짓이야.

달포 만에 나타나서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짓이냐구!

완 (양복저고리 들고 일어서며) 걱정 마세요. 그 자식도 낯짝이 있는데,

설마 경성 바닥에 다시 발붙이겠어요? (비죽 웃고는 나가고)

선우관 (굳은 채로 부들부들)

S#36 선우완의 집 앞(밤)

양복저고리 어깨에 턱 걸치고 문을 나서는 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떨쳐버리듯 피식 웃고는 가려는데,

어린 수현 (E)(17세의 목소리로) 어이, 선우 완!

순간 우뚝 걸음 멈추고 확! 뒤를 돌아보는 완.

가로등 불빛 아래 경기 고보 교복을 입은 수현이

완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어린 수현 계동에 팥 빙수 먹으러 가자. 오늘은 내가 살게.

완 (저도 모르게 문득 입가에 미소가 생긴다)

어린 수현의 모습이 사라진 가로등 불빛 아래 텅 빈 공간...

완 (웃으며) 이수현 이 개자식... (표정 한순간에 살벌하게 식어 내리며)

너는 내 손에 걸리면 죽는다.

거칠게 홱 돌아서 골목을 빠져나가는 완.

잠시 후... 그 텅 빈 공간 안으로 한 남자가 들어선다.

완이 사라진 골목 끝을 바라보다가 가만...히 선우관의 집을

올려다 보는 남자.

수현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담담한 얼굴로 보며)....

S#37 쌀 창고(밤)

달빛이 들어오는 어두운 창고 안....

쌀가마니들을 일일이 확인하며 뭔가를 찾고 있는 인호.

자기만이 알아 볼 수 있도록 작게 x표시를 해놓은 쌀가마니 하나를

발견하고는 긴장된 표정으로 푸대 속을 헤집기 시작하는 인호.

쌀 속에 깊숙이 파묻혀 있던 소형 권총을 꺼내든다.

공포와 갈등이 혼재하는 복잡한 인호의 표정...

달빛에 번뜩이는 권총을 바라보는 인호의 얼굴에서....F.O

S#38 종로경찰서 외경(아침)

<자막 : 사건 발생 6일 전. 종로경찰서>

S#39 종로경찰서 안(아침)

밤새 포리스 가젯을 읽느라 녹초가 된 순사들.

얼굴에 덮고 자는 사람, 머리에 베고 자는 사람 등등...

막 출근해서 들어서던 강구 그 모습 한심하게 보고는 자리로

가려는데, 문득 발밑에 떨어져 있는 봉투 하나를 발견한다.

어떤 느낌에 후다닥 봉투를 열어 종이를 펼쳐보는 강구.

강렬한 필체로 휘갈겨 쓴 七必殺!

강구 ....!!! (순식간에 표정 굳는)

S#40 총독부 외경(낮)

담담한 표정으로 조선 총독부 건물을 바라보며 서있는 수현...

마모루 (E) 살인 예고장?

S#41 총독부 보안과장실(낮)

책상 위에는 강구가 올린 七必殺!’ 종이가 놓여있고,

책상 앞에 팔짱끼고 앉아 이강구의 보고를 듣고 있는 마모루.

그 앞에 경직된 자세로 서있는 강구와 코우지.

강구 그렇습니다. 오파괴 칠가살. 즉, 파괴 대상 다섯과 암살 대상

일곱을 정하여 테러와 암살을 자행했던 의열단의 행동목표와

흡사합니다. 수사에 필요한 자금과 인력만 지원해주신다면

제가 책임지고,

코우지 (O.L) 모방 범죄일 수도 있습니다.

마모루 (코우지를 본다)

코우지 이미 의열단을 비롯한 수많은 과격 테러집단과 비밀 결사조직들이

와해와 분열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 핵심인사들의 움직임은

일분일초 단위로 저희 보안과에 보고되고 있으며, 이따위

조잡스러운 협박장을 날릴 만한 움직임은 전혀 없습니다.

강구 (지지 않고) 새로운 조직의 진군을 알리는 출사표일 수도 있습니다.

코우지 (O.L) 대일본제국을 상대로 살인예고장을 보낼만한 강심장이라면,

일개 경찰서 따위에 협박장을 날리지는 않습니다.

강구 (O.L) (치솟는 감정 누르며) 조선인의 속성은 누구보다 제가 잘

압니다. 이건 분명 신생 조직의 도발입니다!

코우지 (O.L) 개인의 원한에 의한 살인을, 테러행위로 위장하기 위한

모방 범죄일 가능성이 큽니다.

마모루 (번갈아 두 사람을 주시하는)

두사람 (긴장하는데)

똑똑 노크소리.

마모루 들어와.

수현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와 절도 있게 목례하는)

마모루 어, 어서 오게. 안 그래도 연락 받고 기다리고 있었네.

수현 오늘 부로 경무국 보안과에 전보 발령받은, 이수현입니다.

S#42 총독부 복도(낮)

마모루를 필두로 복도를 걸어오고 있는 수현,코우지,이강구.

마모루 (걸으며) 지난번 근무지가 함경남도였지? 경성에는 언제 들어왔나?

수현 이틀 전에 도착했습니다.

마모루 야마시타, 자네도 이 친구 잘 알지?

코우지 (여전히 뭐 씹은 표정으로)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사법과와 행정과, 양대 고등 문관시험에 동시에 합격한 인재 중에

인재라구요. (싫은 감정) 보안과로 전보될지는 몰랐습니다.

마모루 (웃으며) 내가 유일하게 능력을 인정하는 조선인이지.

내가 자네한테 거는 기대가 아주 커. 하하.

이강구 (호기심으로 수현을 보는데)

마모루 이강구 순사부장.

강구 네.

마모루 앞으로 이 두 사람이 종로 서를 관할하게 될 테니까

알아서 잘 모시게.

강구 알겠습니다.

마모루 그리고 아까 그 일 말인데,(기대에 찬 눈빛으로 보는 강구 위로)

(E) 여기 이 두 사람이 맡아 수사를 진행할테니까, 자넨 명령에 따라

움직이게.

강구 (표정 굳고) 알겠습니다....

이수현 (잠깐 그런 강구를 보며) ...

S#43 명빈관 외경(낮)

고관대작들이나 드나들 수 있는,

화려하고도 거대한 규모의 고급 요릿집 외경.

S#44 명빈관 선우완의 방(낮)

오후의 햇빛을 받으며 잠들어 있는 완.

빼꼼이 열린 문 틈 사이로 완을 구경하며 소곤대고 있는 어린 기생들.

난향 잘 생기긴 진짜 잘 생겼다...

소홍 너 완이 오라버니 처음 봐?

난향 어 첨 봐. 경성 사교계의 황태자라는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저렇게 멋있는 줄은 미처 몰랐어.

완 (자는 척 하며 입가에 흡족한 미소 씨익)

월선 야, 근데 니들 그 얘기 들었어? 완이 오라버니 어제 경성 시내

한복판에서 여자한테 맞았대.

완 (움찔!)

난향 어머어머 진짜? 왜 맞았대? 왜에?

소홍 몰라. 맞을 짓을 했겠지.

완 (에이 씨...벌떡 일어나 앉는다)

어린 기생들 꺄~웃으며 도망간다.

S#45 명빈관 마당(낮)

방문을 열고 나오는 완.

날씨가 좋다. 으으으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고는,

완 영랑아. 오라버니 세숫물 좀 준비해주라!

영랑 (이미 세숫물 들고 나오며) 오라버니, 집에서 또 쫓겨났어요?

완 (세숫물 받으며) 쫓겨나긴 임마. 가정의 평화를 위해 이 한 몸

헌신한 거지. (웃고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내민다) 받아라.

영랑 (눈빛 반짝해서) 뭔데요? (받아서 보면 예쁜 동전 지갑) 어머, 이뻐라.

일본에서 사온 거예요?

완 (웃으며) 그거 뇌물이니까 잘 생각하고 받어 임마.

영랑 (지갑 요리조리 돌려보며 좋아서) 나한테 뇌물 쓸 일이 뭐 있다구.

완 (방 쪽을 한 번 돌아보며) 앞으로 종종 와서 쓰게 될테니

(영랑 머리를 오빠처럼 쓰다듬어주며) 방 청소 좀 잘 부탁한다구 임마.

영랑 (좋아서) 그쯤이야 뭐. (하고는 눈빛 반짝) 근데 오라버니.

완 (세수하려 소매 걷으며) 왜.

영랑 어제 여자한테 왜 맞았어요?

완 (에이 씨, 퉁명) 송주는 어디 갔냐?

영랑 (삐져서) 남자들은 맨 날 송주 언니만 찾아. (삐죽) 오늘 철도국

홍보 포스터 찍는 날이잖아요. (에서)

S#46 사진관(낮)

배경판과 조명판이 설치되어 있는 그 시대의 촬영세트장.

우아한 한복 차림의 송주, 고급스러운 수가 수놓아진 양산을 쓴 채

우수에 찬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러 종류의 한복을 갈아입으며 다양한 포즈를 연출하고 있는 송주.

철도국 관계자와 스탭들, 송주의 고혹적인 모습에

침을 꼴깍 삼키면서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고,

한켠에서 추근덕(요진보) 역시 흐뭇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 그 무리 속으로 들어서는 완.

근덕, 완에게 목례를 하고. (명빈관에 자주 드나들어 잘 아는 사이)

우아한 한복 자태를 뽐내고 있는 송주의 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미소 짓는 완. (저런 여우...저런 내숭...하듯이)

S#47 해화당(낮)

여경, 심난한 표정으로 인호의 교재를 바라보고 있다.

역사 교재를 한 장씩 넘겨보면 여기저기에 밑줄이 그어져

있고, 깨알 같은 글씨로 메모가 되어있다. 열심히 한 흔적.

최학희 (E) 앞으로 쭈욱 못 나오게 될 것 같다고 하면서 주구 가드라.

여경 ... (보며 마음 무거워지는데)

문 열리는 소리.

여경 인호니? (반색하며 돌아보는데)

밤새 울었는지 퉁퉁 부은 눈에 초췌한 모습으로 서있는 지란.

여경 지란아....? (다가와서 걱정스러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지란 여경아....(울음 터지며) 나 죽고 싶어어. (하고는 주저앉아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고 엉엉 울기 시작한다)

여경 (너무 놀라고 걱정 되서) 왜 그래. 무슨 일인데 그래.

S#48 명빈관 앞(낮)

굳은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는 여경, 명빈관 앞에 와서 멈춰 선다.

기생집이라 들어가기 망설여지는 여경.

도로 갈까, 말까? 몸을 왔다 갔다 하며 갈등하는 모습이 귀엽다.

어느 순간 에잇! 친구를 위해서라면! 용기를 내서 명빈관으로 향한다.

S#49 명빈관 마당(낮)

아직 이른 낮이라 한가로운 기생집 마당.

어린 기생들이 색깔 고운 한복을 허리춤에 걷어 부치고

이불 빨래를 하고 있다. 커다란 대야 속에 들어가 빨래를 밟다가

거품이 생기면, 꺄아거품을 잡는다고 강아지들처럼 뛰어다니는데,

너무 용기를 냈는지 암행어사처럼 문소리도 요란하게

벌컥 들어서는 여경! 순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흰 저고리 깜장 치마 차림의 여경을 둘러싸는 어린 기생들.

(*이하 동기들의 대사는 전부 악의 없이, 그저 아이들다운 말투로)

난향 (옆의 동기에게 작게) 어머, 저 언닌 시대가 어느 땐데

아직 흰 저고리에 검정치마라니?

소홍 (역시 들릴 듯 말듯 작게) 몰랐어? 저 언니 유명해.

별명이 조마자라구 경성에 모르는 사람이 없어.

난향 조마자?

월선 어. 조선시대의 마지막 여자. 조.마.자.

난향 (쿡! 터지려는 웃음 손으로 막고)

여경 .... (빛깔 고운 한복 속에 파묻혀 뻘쭘한데)

영랑 (또 호기심 반짝해서) 누구 만나러 왔어요?

여경 차, 차송주씨를 좀 만나 뵙고 싶은데요.

영랑 (안타깝다는 듯이) 송주 언니 지금 없는데. (또 눈빛 반짝)

무슨 일인데요? 나한테 말하면 내가,

여경 어디 가면 만나 뵐 수 있죠?

영랑 (실망해서) 인사동에 있는 깔패디엠에 한 번 가보세요.

언니는 일 끝나면 거기서 항상 커피를 마시거든요.

여경 (꾸벅) 감사합니다. (돌아서다가) 근데요. 차송주씨가 어떻게 생겼나요.

동기들 !!! (놀라서 여경을 본다)

영랑 (믿을 수 없다) 경성 최고의 기생 차송주를 모르단 말이예요? (에서)

S#50 경성역 앞 거리(낮)

여기! 저기! 경성거리 곳곳에 붙어있는 송주의 아름다운 얼굴들!

광고 포스터, 철도국 홍보 포스터, 음반 포스터 등등에 찍혀있는

송주의 얼굴들이다. 전차를 기다리며 혹은 가던 길을 멈추고

송주 사진을 보면 넋을 빼고 보는 경성의 남자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스윽--홍보 포스터 한 장을 떼 내

양복주머니에 넣다 순사에게 걸려 끌려가는 사람도 있다.

남자의 손에서 빠져나간 포스터가 바람에 휘잉날아가더니

걸어오고 있던 여경의 얼굴에 철푸덕! 달라붙는다.

포스터를 떼 내서 보는 여경, 포스터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송주!

S#51 사진관 앞(낮)

촬영을 마치고 나오는 송주. 양장으로 갈아입은 모습이

한복의 자태와는 전혀 다른 섹시한 모던 걸로서의 매력을 듬뿍

보여준다. 촬영장 앞에 대기하고 있던 남자들, 우 몰려드는데...

마치 보디가드처럼 송주를 엄호하며 따라나오는 근덕

송주에게 뭔가 귓속말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송주이고.

남자1 (양산 씌워주며) 차송주씨, 경성 방송국에 한번만 출연해주세요.

송주 (고혹적인 미소로) 안타깝네요. 제가 요즘 너무 바빠서.

(하며 더운 듯 무심히 실크 장갑으로 부채질하면)

남자2 (얼른 부채질 해주며) 이봐 송주, 이달 말에 백화점 기념행사가

있는데, 거기 싸인회 좀 와주지.

송주 (안타까운 미소로) 어쩌나. 다른 백화점에 미리 약속을 해둬서.

음반을 취입하자, 화보 사진을 찍자, 박람회에 참가해 달라,

쇄도하는 러브콜을 우아하게 물리치며 걸어가는 송주인데

근덕 (뒤에서) 여러분, 대기자 명단에 올려드릴 테니, 이쪽으로 오세요.

그 말을 듣자마자 떨거진 남자들, 우르르 몰려가 서로 먼저

예약을 하겠다고 난리 법썩을 떨고. 마치 매니저처럼

줄을 서세요 줄을! 하며 예약 스케줄을 받는 근덕.

이때 송주 앞으로 달려와 멈춰서는 완의 시보레.

남자들 (게임 상대가 안 되는 완의 등장에 전의를 상실하고)

송주 (우아하게 웃으며) 모두들 감사해요. 언제 명빈관에

한 번 오세요. 친절하게 모실게요.

하고는 차에 올라타는 송주.

멀어지는 시보레를 아쉬운 듯 바라보는 남자들.

S#52 달리는 완의 차 안(낮)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 화장품 케이스를 꺼내 거울을 보는 송주.

앞 씬의 고혹적인 모습 오간데 없고, 완전 선수다운 말투와 태도.

카멜레온 같은 그녀의 변신.

송주 어제 또 명빈관에서 잤어?

완 갔더니 없드라 너. 외박했냐?

송주 (루즈 바르려다 말고 아함~하품) 밤새 마작했어.

완 많이 땄어?

송주 (루즈 바르며) 별로. 쌀 열 섬 정도?

완 (대단하다는 듯 웃으며 고개 절레절레)

송주 (화장품 챙겨 넣고 하품하며) 피곤해. 까페 깔패디엠으로 가.

커피 한 잔 마셔야겠어.

완 오랜만에 만난 쏘울 메이트한테 할 말이 그거밖에 없냐?

송주 어제 여자한테 왜 맞았어?

완 (에이 씨.... 부쩍 더 열심히 운전하는)

S#53 까페 거리(낮)

(*설정 상 까페들이 많이 모여 있던 인사동 정도라 치고)

깔패디엠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걸어오고 있는 여경.

거리를 누비는 모던 걸, 모던 보이 속에 흰 저고리 깜장치마 차림의

여경은 단연코 튀고 있다.

여경 (비 맞은 땡중처럼 중얼중얼) 조국은 왜놈에게 짓밟혀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젊은 사람들은 양 물건, 양 음식에만 열광하다니.

너무해 진짜. (두리번거리며) 깡패디엠은 어딨는 거야 도대체?

S#54 까페 깔패디엠(낮)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는 완과 송주.

경성 최고의 모던걸 모던보이가 함께 차를 마시는 모습을

선망과 동경의 눈길로 바라보는 손님들.

송주 (커피 마시면서 잡지 넘기며) 명빈관 좀 그만 들락거리지?

자기 때문에 남자들이 자꾸 경계를 하네? 사업에 지장 있다는 걸

알까?

완 어때. 어짜피 쿨한 쏘울메이트잖아 우린.

송주 세상은 그렇게 생각을 안 하네?

완 지들이 엮으려드는데 어쩌겠어. 황태자와 디바의 슬픈 운명이라

생각하고 무시해버려.

송주 항복하고 집에 들어가. 아버지 돈으로 호의호식하면서, 너무 양심

불량 아니야? 아님 명빈관 말고 여관에 방을 차리던가.

완 우리 사이에 왜 이래? 너 말고 내 고독한 영혼을 누가 알아준다구.

송주 고루해. 그거 한물간 수법이야. 요즘은 안 먹혀.

완 차송주의 마음을 휘어잡을 만한 남자가 이 경성에 있을까?

송주 선우 완이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될 날이 올까?

완 댄스나 추러 갈까?

송주 것도 지겨워. 들키면 경찰서에도 가야하고.

완 원래 뭐든 금지된 게 스릴 있고 재밌는 법이야.

송주 (뒤적이던 잡지 탁! 덮으며) 아, 심심해... 경성에 뭔가 재밌는 일

없을까?

완 (탁자 턱, 짚으며 일어나고) 잠깐 기다려봐. 내가 재밌게 해줄테니까.

기대하시라구. (나가려는데)

송주 (손 쫙 펴서 손톱 들여다보며, 무심히) 여자한테 왜 맞았어?

완 (버럭) 아, 그 소리 좀 그만해!

S#55 까페 깔패디엠 앞(낮)

두리번 거리며 걸어오던 여경, 드디어 깔패디엠을 찾았다.

흐음! 결전을 앞 둔 심호흡 한번 하고는 안으로 들어가는 여경.

그와 엇갈려 기분 상해서 안에서 나오는 완.

한 참을 걸어가다가 어떤 느낌에 우뚝 멈춰서는 완.

방금 지나간 것은....흰 저고리, 깜장 치마...?

순간 뒤를 홱 돌아보는 완에서.

S#56 까페 깔패디엠(낮)

잡지를 넘기며 커피를 마시고 있는 송주인데,

여경 (E) 차송주씨?

송주 ? (보고는) 누구....

여경 (다소곳이 인사하고는) 해화당 서점의 나여경이라고 합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송주 (우아한 미소로) 무슨....

여경 본론을 말씀 드리기 전에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조국은 외세에 짓밟혀,

송주 (O.L) 일단은 앉으시죠.

여경 (뻘쭘해서 앉고는 큼큼, 다시) 조국은,

송주 (웃으며) 거긴 됐구요. 그 다음... 그러니까 본론을 말씀해 보세요.

이때 까페로 들어와 잘 보이지 않는 자리에 뒷모습으로 앉는 완.

(*해화당 서점의 나여경이라는 말은 못 들었다)

여경 먼저 묻고 싶습니다. 같은 여자로서 다른 여자의 연인을 뺏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 생각지 않습니까?

송주 다른 사람의 연인이라... 누굴 말하는 걸까요?

여경 최상현 선생님을 아시죠?

송주 네. 온 국민의 존경을 받는 교육자시죠. 그런데요?

여경 제 친구와 사랑을 언약한 분이시기도 합니다.

송주 저런, 축하드려요. 그런데요?

여경 친구말로는 그 분이 명빈관을 드나들면서부터 제 친구를 피하고

있다더군요. 그 분은 차송주씨에게 마음을 빼앗겼어요.

송주 세상에. 남자들은 왜 그를까요?

여경 아무리 자유연애가 만연한 시대라지만, 언약이란 소중한 겁니다.

연인이 있는 사람을 유혹해, 한 사람의 순수한 마음을 짓밟는 건,

송주 (O.L.) (웃으며) 여경씨는 사랑을 한 번도 안 해봤군요.

여경 네? (얼굴 확 달아올라) 조, 조국은 왜놈에게 짓밟혀,

송주 (O.L) 네. 조국은 왜놈에게 짓밟혀 신음해도, 청춘남녀들은 사랑을

한답니다. 그게 인간이에요.

여경 어쨋든! 최선생님을 제 친구에게 돌려주세요.

송주 (웃으며 차분하게) 친구 분한테 가서 전해주세요. 나는 그 분과 아무런

상관이 없고 또 그분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몸도 아니랍니다.

여경 그럼, 포기하시는 건가요?

송주 (순진하네...피식 웃으며) 보아하니, 친구 분도 키스내기 윷놀이

사건의 피해자 같은데 마음은 아프겠지만 빨리 잊으라고 전해주세요.

그 남자, 순진한 아가씨 친구 분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사람이에요.

여경 (놀라서) 키스! (했다가 헉! 주변을 살피고는 몸 팍 숙인채로 송주에게

몸 내밀며 작게 속삭이듯) 키스내기 윷놀이라니요?

송주 (귀엽다. 여경에게 몸 내밀며 작게) 그건 친구 분한테 직접 들으세요.

(하고는 우아하게 웃으며 일어나 나가고)

여경 (앉은 채로 멍하니) 키스...내기....윷놀이....?

완 (다 듣고 있다가 슬쩍 여경 쪽을 돌아보며 작은 소리로 혼잣말)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아가씨구만.... (피식 웃고는 일어나 나가는)

S#57 명빈관 앞(낮)

앞 서 걷고 있는 송주이고, 그 뒤를 여유 있게 뒤따르고 있는 완.

한 손엔 꽃다발을 들고 있다.

완 말해봐. 키스내기 윷놀이가 뭐냐니까?

송주 (무시)

완 (송주 앞으로 와서 꽃다발 내밀며) 널 위해 꽃다발도 사왔잖아.

정성이 괘씸하지 않아? 차도 팽개치고 쫓아왔잖아.

송주 (완이 내민 꽃다발 가만히 옆으로 치우며 미소) 꽃 사러 나갔으면

꽃만 사올 일이지, 추잡하게 남의 대화를 왜 엿들었을까. (하고 가는)

완 (따르며) 사람들은 늘 비밀과 진실을 알고 싶어하니까.

송주 또 기사로 쓰려구?

완 대중들 역시 비밀과 진실에 늘 목말라 하니까.

송주 (명빈관 문을 향해)

영랑 (두 사람 소리 듣고 나오며) 이제 오세요? 아까 사람이 찾아와서

알려줬는데, 만났어요?

송주 음, 만났어. (안으로 들어가고)

완 (큰 소리로) 말해 봐! 키스내기 윷놀이가 뭐냐니까아!

영랑 (재듯이 슬쩍) 나는 그게 뭔지 아는데...

완 ! (순간 눈빛 반짝해서 영랑을 돌아보는 위로)

여경 (E) (기겁해서) 뭐라구?

S#58 해화당(낮)

경악하고 있는 여경이고, 죄진 사람처럼 고개 숙여 앉아있는 지란.

여경 잠깐...잠깐만....! (잠시 이마 감싸 쥐고 정신을 가다듬은 다음,

불끈 보며) 그러니까 뭐야, 스승과 제자들이 모여서 윷놀이를 했는데,

질 때마다 벌칙으로 서로 뽀뽀를 해줬단 말이야?

지란 (주눅 든 표정으로 끄덕끄덕)

여경 선생님이 그러자고 했고?

지란 (입술 삐질거리며 끄덕끄덕)

여경 거기서 끝난 게 아니라 몇몇 여제자는 선생님과 그...뭐냐....그니까....

(말하기 곤란하지만 불끈 보며) 한 이불을 덮었단 말이지?

지란 (망설이다가 끄덕끄덕)

여경 (순간 버럭) 야!!! 너 미쳤어? 나는 그것도 모르고 차송주씨만

나쁜 사람 만들었잖아!

지란 (울음 터지며) 화내지마아. 너 화내면 무섭단 말이야아아앙--

여경 (후..앞머리 한 번 불어 넘겨 진정하고는) 너! 내 말 똑똑이 들어.

이 일! 절대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마 알았어? 무덤 끝까지 절대

입 열면 안돼? 절대! 절대!!! (위협하듯 소리치는데서)

S#59 여관 앞(다른 날 밤)

골목 뒤에 숨어 대기 중인 완과 왕골.

두 사람 다 맥고모자를 푹 눌러 쓰고 있고,

왕골은 1930년대 구식 카메라를 손에 들고 있다.

왕골 (긴장된 표정으로 작게) 야 근데 이거, 우리 이래도 되는 거냐?

아무리 그래도 존경 받는 교육자신데...

완 아 차식, 소심하기는. 이름은 이니셜로 처리하고 사진은 검정펜으로

눈을 확실하게 지워준다니까!

왕골 그래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아 볼텐데.

완 (O.L) 쉿!

한 손은 입에 갖다 대고 조용히 나머지 한 손으로는

여관 쪽을 가리키는 완.

여관에서 젊은 여제자와 함께 나오는 최상현의 모습이 보인다.

완 레디....

왕골 (카메라 준비하며 긴장하고)

완 액션!

하는 순간 다다다 달려나가 펑! 플래시를 터뜨리는 왕골.

니들 누구야!’ 기겁해서 소리치는 최상현.

모자를 눌러 쓰며 웃으며 도망가는 왕골과 완의 모습에서.

S#60 지라시 사무실(다른 날 낮)

탁구의 책상 위에 턱! 던져지는 원고 뭉치.

탁구 (다른 원고 보고 있다가)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선우완 기자님 아니십니까? 웬일이세요. 황송하게 출근까지 다

해주시고.

완 (원고 턱짓하며 거드름) 읽어봐 한 번.

탁구 (원고를 거칠게 팔랑팔랑 넘기며) 아니 뭘 원고 까지 쓰고 그러세요.

월급만 받아 가셔도 황송한데. 경찰에 물건 뺏긴지 얼마나 됐다고

원고를 다... (원고 읽는 표정 눈이 점점 커지더니) 완아...

완 (원고 뺏으며 거드름) 싫으면, 월간 <별건가>에 넘기고.

탁구 (살살 웃으며) 아우, 왜 그르세요. (홱 뺏고는) 사진은.....

손가락 사이에 낀 합성사진을 흔들어 보이는 완.

황급히 사진 낚아채서 확인하는 탁구의 표정에 기쁨이 출렁이는.

윷놀이 말판에 동그랗게 오린 외국 여배우 사진들 붙어있고,

최상현 선생의 얼굴 사진과 함께 Will you kiss me?'라고 적어놓은

완의 완벽한 사진 합성 실력!

탁구 (기쁨이 충만한 얼굴로 완을 보며) 완아, 내가 너 무지 무지 좋아하는

거 알지? (하고는 와락 안으며) 완아아아---!

S#61 몽타주

- 인쇄소. 윤전기 활기차게 돌아가고.

- 빙그르르돌아서 잡지가 되어 나오는 지라시.

- 지라시 사무실. 책상마다 쌓이는 지라시 책자들.

- 거리. 트럭 혹은 자전거 따위로 각 서점으로 배달되는 지라시.

- 가판대.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지라시. 줄지어 사가는 사람들.

여기저기서 읽어보고, 끼리끼리 수군거리며 웃는 사람들.

- 깔패디엠(밤). 커피를 마시며 지라시를 넘겨보고 있는 송주.

기사 끝에 객원기자 선우 완이라는 이름을 보고는

결국은 쓰고야 말았군’ 고개 절레절레 저으며 못말리겠군 하는

표정으로 잡지 덮어버리는데서,

S#62 종로경찰서 외경(낮)

<자막 : 사건 발생 당일. 종로경찰서>

S#63 종로경찰서 안(낮)

책상 위에 두 다리 올려놓고, 월간 <지라시>로 얼굴을 덮은 채

누워 있는 강구인데, 그 책을 치워내는 누군가의 손.

강구 (험악한 표정으로) 누구얏!

하고 보면 눈앞에 서 있는 수현.

어쩔 수 없이 뭐 씹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하는 강구.

수현 (지라시 휘리릭 넘겨보며) 잠복이라도 했나? 피곤해 보이는군.

강구 (칠필살 사건을 못 맡게 된 일로 심사가 꼬인 상태)

일개 경찰서의 말단 순사부장이 피곤할 일이 뭐 있겠습니까.

잡지 검열이나 하고 있었습니다.

수현 (지라시 넘기던 손 멈춘다. 기사 제목 밑에 적힌 객원기자 선우완

유심히 보는데)

강구 보고 싶으면 가져가십시오.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수현 (지라시 탁! 접으며) 예고살인에 대한 흥미로운 의견을 내놨더군.

강구 (순간 민감하게 본다)

수현 야마시타 상한테 들었네. 나도 자네와 같은 생각이야.

강구 (진심인가? 경계의 눈으로 보고)

수현 자네가 올린 보고서 읽어봤네. 충분히 수사해볼 만한 가치가 있어.

강구 (진심 읽듯이 보며)

수현 수사에 도움이 될 내용이나 요주의 인물들을 정리해 놓은

서류가 있다면 검토해보고 싶은데.

강구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서류 넘겨주는)

수현 (서류 넘겨보다가 여경의 서류에서 멈추며) 해화당 서점의 나여경은

왜 리스트에 오른 거지? 전과나 별다른 혐의도 없는 것 같은데...

강구 아버지가 임정 활동을 하다 죽었습니다. 그 계집도 현재, 야학을

핑계로 청년운동과 불온사상 주입, 불온서적 전파를 주도한 혐의가

있구요. 분명 언젠가는 큰일을 낼 계집입니다.

수현 ....(보던 서류 접으며) 이 잡지와 서류는 가져가서 검토해 봐도

되겠지? (피식 웃고) 나도 이런 잡지는 꽤나 좋아해서 말이야.

S#64 해화당 앞(낮)

여경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 급히 서점에서 나와 문을 잠그고는

밝은 얼굴로 자전거에 올라타는데,

수현 (E) 벌써 폐점입니까?

여경 ? (돌아보면)

수현 (한 손에 지라시를 둘둘 말아 쥐고 서서) 폐점입니까?

여경 (웃으며 약간 들떠서) 아니요. 기다리던 책을 구했다는 연락을

받아서요. 지금 받으러 가는 길이거든요. 너무 좋은 책이라

오늘 당장 서점에 들여 놓구 싶어서요.

수현 그럼... 다른 날 다시 와야겠군요.

여경 아, 책 사시게요? 잠깐만요. (하더니 열쇠로 다시 서점 문을 열고는)

들어가서 잠깐 보구 계세요. 저 금방 돌아오거든요.

수현 (웃으며) 책을 도난당하면 어쩌려구 주인 없는 서점에 함부로

사람을 들입니까?

여경 에이, 우리 동네 사람들은 다 착해서 그런 사람 없어요.

뭐 또...책 도둑은 용서하라는 말도 있잖아요. (웃으며) 그럴 분

같아 보이진 않는데....틀렸나요?

수현 (웃으며) 맞습니다.

여경 (웃으며) 들어가서 보고 계세요. 금방 올께요.

여경, 밝은 표정으로 자전거 타고 가고.

저도 모르게 미소가 생기는 수현, 잠시 여경 쪽을 바라보다가

서점 안으로 들어간다.

S#65 해화당(낮)

안으로 들어서는 수현, 손에 쥐고 있던 지라시를 적당한 곳에

내려놓고 서점을 한 번 둘러본다.

책장 안에 꽂힌 책의 종류를 살펴보기도 한다.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창가 쪽을 돌아보는 수현.

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 한 명이(무척 가난해 보이는)

창에 바싹 달라붙어서 서점 안을 바라보고 있다.

수현 ... (보는데서)

S#66 경성 거리(낮)

원하던 책을 구하게 됐다는 기쁨에, 밝은 표정으로

자전거 폐달을 밟으며 가던 여경, 어쩐 일인지 우뚝 멈춘다.

여경 아! 책값! 아우...내가 미쳐. (방향 돌려 다시 서점으로 향하는)

S#67 해화당 앞(낮)

여경의 자전거 와서 멈춘다.

적당한 곳에 세워놓고 안으로 들어가는 여경.

S#68 해화당(낮)

입구로 들어서려다가 멈추는 여경.

서점 안. 아이 앞에 키를 낮춰 앉아 서너 권의 동화책을

펼쳐 보이고 있는 수현.

수현 (아이에게 친절한) 말해 봐. 니가 갖고 싶은 책이 뭔지.

아이 .... (때가 꼬질꼬질한 손을 내밀어 한 권을 가리킨다)

수현 (웃고는 그 책을 아이에게 내민다) 자.

아이 (받지 않는다)

수현 괜찮아. 가져. 니꺼야 이제.

아이, 더러운 바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수현에게 내민다.

아직 흙이 묻어있는 생고구마다.

수현 ? (보면)

아이 돈이....없어서.

수현, 웬지 가슴이 찡해진다. (*자신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수현, 웃으며 아이가 내민 고구마를 받고는 책을 준다.

아이 너무 좋아서 활짝 웃으며 책을 들고 나가려는데,

수현 잠깐만.

아이 ? (돌아보면)

수현 (생고구마를 반으로 뚝 잘라서 반쪽을 아이에게 내민다) 책값보다

너무 많이 냈어. 거스름돈 받아가야지.

아이 (얼굴 환해지며 꾸벅 인사하고 나간다)

수현 (웃으며 일어서다 문가에 서 있는 여경을 발견한다)

여경 (미소로) 책은 고르셨어요?

수현 찾는 책이 없네요. 다른 날 다시 오겠습니다. (지폐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으며) 저 아이 책값입니다. 그럼...(가려는데)

여경 책값을 너무 많이 내셨네요.

수현 (돌아보는)

여경 (수현 손에 들린 고구마를 턱짓) 그거면 되겠는 데요?

수현 ? (이거? 하듯 고구마 들어 보이면)

여경 (끄덕이며 수현이 놓아둔 지폐 내민다)

수현 (피식....어쩔 수 없이 지폐와 고구마 바꿔주고는 목례하고 나간다)

멀어지는 수현의 뒷모습을 창문으로 기웃 기웃 바라보며

여경 같은 남잔데 누구랑 참 비교 된다 진짜....

고구마 한 입 아삭 베어 물며 돌아서는데, 테이블 위에 놓인 지라시.

수현이 두고 간 것 같다. 갖다 주려고 집어드는데 접힌 페이지가

펼쳐진다. 완이 쓴 기사다.

이 기사를 왜 접어놨지? 싶어 읽어보는 여경.

점점 표정이 험악해진다.

어느 순간 불끈! 잡지를 움켜쥐고는 서점을 뛰어나가는 여경.

S#69 지라시 사무실 앞(낮)

한 손에 지라시를 불끈 움켜쥐고 분노로 씩씩거리며 달려와

사무실의 문을 잡아당기는 여경. 굳게 잠겨있는 사무실의 문.

사무실 문에 붙은 종이에 적혀있는 문장.

월간 <지라시> 완판 기념 자축행사로 오늘은 쉽니다

울컥 분노가 치솟는 여경. 종이를 뜯어 불끈 움켜쥐는 표정에서,

(M) 경쾌한 스윙재즈

S#70 경성 사교 클럽(밤)

스윙재즈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고 있는 모던 그룹들.

그 속에 서로에게 사랑의 권총을 발사해가며 춤추고 있는 지라시팀

(*S#1과 같은 날, 같은 의상)

그때 탕! 소리와 함께 활짝 열리는 사교 클럽의 문!

순간 뚝 끊어지는 음악! (경찰인가? 긴장상태!)

일동 동작 그만 상태로 일제히 문가로 쏠리는 시선!

그 문가에 서있는 송주. 한 팔은 위로 올려 문에 기대고, 한 팔은

허리에 가볍게 올린 S라인 자세로 서있는 그녀.

문 뒤로 조명이 역광으로 들어와 제대로 연출되는 그녀의

고저스하고도 뇌쇄적인 분위기. 그녀의 치명적인 모습에 침을 꿀꺽

삼키다가 파트너에게 한 대 씩 맞는 모던 보이들.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또각.또각.또각....구두 소리 에코로 울리며

요염하게 한발 한발 홀 안으로 들어서는 송주.

여신을 모시듯 모세의 바다처럼 쫘악--- 길을 터주는 사람들.

마침내 완의 앞에 와서 딱 멈춰서는 송주.

송주 (선수다운 뇌쇄적인 미소로) 특종 축하해. 못된 남자 같으니라구.

완 (선수다운 살인적인 미소) 땡큐 쏘 마치, 디바.

송주 (시선은 완에게 고정해 둔 채 손가락으로 딱 신호를 보내면)

다시 시작되는 스윙재즈 음악.

본격적으로 와우!!! 환호와 함께 다시 시작되는 광란의 댄스파티.

S#71 지라시 사무실 앞(밤)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고 있는 여경.

나타날 때 까지 기다리겠다는 투지와 의지로.

S#72 고리대금업자의 집 (S#2와 동일)

고관대작 집 수준으로 보이는 으리으리한 저택 앞.

어둠의 골목 속에서 그 저택을 바라보고 있는 인호의 매서운 눈빛...

권총을 숨긴 한 쪽 가슴에 손을 집어넣은 채 고리대금업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인호....

S#73 경성 사교 클럽(밤)

한층 열기를 더해 가는 광란의 댄스.

그 속에서 군계일학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송주.

춤을 추듯 멋지게 턴을 해서는 문가 쪽으로 가는 송주.

완 (춤추듯 품으로 잡아 감으며) 어디 가.

송주 (우아하게 웃으며) 원초적 본능을 해결하러.

완 (품에 감았던 송주를 춤동작으로 풀어주면)

송주 (완을 향해 웃어보이고는 화장실 쪽으로)

완 (웃으며 지라시팀에 합류하여 춤추는)

S#74 고리대금업자의 집 (S#2와 동일)

고리대금업자의 차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천천히....일어서는 인호.

엉망으로 취한 악덕 고리대금업자, 수행원으로 보이는 두 남자의

부축을 받으며 차에서 내리고 있다.

어둠 속. 고리대금업자를 향해 겨눠지는 총구.

공포감으로 작게 덜덜덜...떨리고 있는 인호의 손.

갈등과 공포로 흔들리는 인호의 눈.

결국 쏘지 못하고 힘없이 손을 내리는 순간.

끼이익-- 어디선가 흙바람을 일으키며 나타나는 바이크!

갑작스러운 상황에 골목 안으로 깊숙이 몸을 숨기는 인호!

바이크위에 탄 채로 고리대금업자를 향해 탕!

보디가드처럼 몸을 날려 달려드는 수행원들을 향해 탕!탕!

세 남자를 깔끔하게 해치우고는 끼이이익---다시 바람처럼 사라지는

고글을 쓴 바이크 위의 혁명전사. (*라이더 쟈켓에 가죽바지 헬맷에

고글 등으로 감추고 있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아볼 수 없는)

총을 쥔 손을 축 늘어뜨린 채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골목에서 나오는

인호. 방금 자신이 본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이크가 사라진

방향과 사체를 번갈아 바라보는 멍한 표정...!

피를 흘리며 처참하게 죽어있는 고리대금업자와 수행원들의 사체!

그 위에 떨어져 있는 七必殺!이라 적힌 종이 한 장!

완 (E) 십 분! 십 분이면 충분해!

S#75 경성 사교 클럽(밤)

춤판은 끝났고, 이제 삼삼오오 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거나

마작판을 벌이고 있는 모던 그룹들.

지라시팀은 술판을, 송주(!)는 세 명의 모던 보이들과 마작판을

벌이고 있다.

세,왕 (또 시작이다 지겨운 표정으로 보고)

완 십 분이면 왼 경성의 여자들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니까!

키스내기 윷놀이? 그딴 내기를 왜 해 치졸하게.

그딴 건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야.

탁구 그 학교 여학생들이 좀 보수적이냐? 윷놀이라도 이용해야

꼬실 수 있었겠지.

완 (손가락 하나 들고 좌우로 흔들며 잘난체) 으음으음. 진정한 선수라면

상대의 가치관, 인생관까지 변화시킬 수 있어야지. 그래야 진정한

고수지.

왕골 (허! 웃으며) 넌 가능하단 얘기?

완 오브 코즈! 경성에서 가장 촌스런 여자를 데려다 놔봐.

당장에 차송주 같은 모던 걸로 바꿔놓을 테니까.

윷놀이 내기 따윈 필요 없어!

송주 (마작하며 피식 웃고)

세기 (슬슬 장난기 발동) 진정?

완 진정.

세기 어떤 여자라 해도?

완 어떤 여자라 해도.

세기 그 동안 니가 꼬신 여자들이 너무 쉬웠던 건 아니고?

완 (발끈해서) 신세기, 너 날 그렇게 몰라?

세기 내기 할까?

완 (호기롭게) 내기? 내기 좋지! 조건은?

세기 니 차!

완 실패했을 때의 조건은 됐고, 성공했을 때의 조건을 말해야지.

세기 내가 월간 지라시를 위해 누드 화보집을 찍어주지.

탁구 ! (눈빛 반짝하며 너무 좋아라하는 표정) 진짜?

세기 (무시하고) (O.L) 단! 대상은 내가 정해. 오케이?

완 (호기) 얼마든지! 누구든지! 누군데.

세기 해화당 서점의 조마자!

탁,왕 !!! (헉!해서 세기를 보는 모습 위로)

두둥! 떠오르는,

(F.C) 완에게 퍽! 펀치를 날리던 여경의 모습(28씬의)

완 (그 반응에) 왜 그래? 조마자란 애가 그렇게 이뻐?

왕골 (퍼뜩) 어? 어어.... 그게.....이쁘다기 보다는.....

(F.C) 두둥! 대형 태극기 앞에 흰 저고리 검정 치마를 입고,

한 손엔 태극기를 들고, 머리엔 붉은 띠를 묶고, 마치 유관순 누나처럼

먼 산을 바라보며 서있는 비장한 모습의 여경!

탁,왕 (상상해보고는 심난해지는) ....

완 (점점 걱정되는) 왜.... 그렇게 도도해?

탁구 도도하기 보다는....

(F.C) 두둥! 카메라를 홱 돌아보더니, 좋은 말로 할 때 꺼지십시오!

살벌하게 외치는 여경.

탁,왕 ...

완 도, 도대체 뭐야 뭐? 걔가 그렇게 대단해?

세기 (실실 웃으며) 자신 없으면 포기하시든가.

완 무슨 소리! 선우 완 연애사전에 포기란 말은 없어!

탁구 이제 대따 크게 생길 걸....?

완 (자존심 팍! 상하는) 오케이 콜! (세기에게 손 내미는) 차 한 대 걸지.

세기 (손잡아 악수하며 실실) 괜찮겠어? 쉽지 않을텐데.

완 (객기 충전 백프로) 하하하하! 만약에 실패하면 조선의 해방을 위해

이 한 몸 바치는 독립투사가 되지! (살벌하게 세기 보며) 옷 벗을

준비나 해 두라구!

송주 (들으며 의미심장하게 피식 웃는)

S#76 명빈관 앞(밤)

술에 떡이 된 완을 양쪽에서 부축해서 걸어오고 있는 세기와 왕골.

해화당으로 가자! 해화당으로! 저스트 텐 미닛!

혀 꼬인 소리로 외치는 완이고,

완의 주정에 동네 개들이 컹컹컹! 짖기 시작하고.

S#77 명빈관 선우완의 방(밤)

이불 위에 완을 털썩! 눕히는 세기와 왕골.

세기 아 새끼, 더럽게 무겁네.

왕골 아, 전철 끊겨, 돈 끊겨, 걸어가야 겠네.

세기 염려 마라. 곧 우리 수중에 자동차 한 대가 생길테니.

왕골 (문득 킬킬 웃으며) 이 자식은 어떻게 조마자를 모르냐?

세기 (킬킬 웃으며) 모르긴. 경성 한 복판에서 얻어맞기 까지 했는데.

조마자가 그 여자 별명인 걸 모르는 거겠지.

왕골 잘 하면 죽기 전에 이 자식 독립투사 되는 거 보고 죽겠다.

세기 상대를 아주 지대루 만난 거지.

클클클 웃으며 나가는 세기와 왕골.

깊이 잠들어 있는 완의 모습에서.

S#78 지라시 사무실 앞(밤)

쪼그리고 앉아 완을 기다리고 있던 여경,

내일 다시 오리라, 불끈 일어나더니 문을 발로 한 번 뻥 까고 간다.

S#79 해화당 앞(밤)

늦은 밤. 텅 빈 거리.

한 손에 걸레가 된 지라시를 들고 터덜터덜 걸어오는 여경,

서점을 돌아 집으로 향하려다가 어떤 느낌에 멈칫 선다.

구석에 기대 앉아 벌벌 떨고 있다가 멍...하니 여경을 바라보는 인호.

여경 (놀라서) 인호야....!

인호 (공포에 질려 멍하니....바라보는데서)

S#80 해화당(밤)

벽에 붙어 무릎을 끌어안고 앉은 채 겁에 질려있는 인호.

거의 패닉상태다.

여경 정말... 니가 한 거 아니지?

인호 (멍....한 표정으로 끄덕이는)

여경 그럼 됐어. 내일 선생님이랑 같이 경찰서로 가서,

인호 (O.L) (공포에 질려) 시, 싫어요!

여경 그냥 니가 목격한대로 말하기만 하면 돼.

인호 싫어요! 저 안 갈래요 선생님. 안 믿어줄 거예요. 제가 본 걸 저도

못 믿겠는데, 이강구 그 사람이 내 말을 믿어 줄 리가 없어요.

여경 (달래려) 인호야.

인호 (O.L)(울며) 선생님, 저 북간도로 갈래요. 가서 내 여동생 찾아

같이 살래요. 도와주세요. 북간도로 도망 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여경 (침착하게) 지금은 안 돼. 벌써 경찰들이 움직이고 있을꺼야.

오늘은 일단 여기에 숨어있어. 날 밝으면 대책을 마련해보자.

인호 (울며 끄덕인다)

여경 근데 너....총은 어디서 났어.

인호 (보다가....천천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말 할 수 없다고)

여경 훔쳤어?

인호 (얼른) 아니예요 그런 거! 나중에....나중에 다 말씀드릴께요.

여경 (한숨 한번 쉬고는 가만히 손 내미는) 총 이리 줘.

인호 ? (본다)

여경 갖고 있으면 위험해. 선생님이 처리 할 테니까 이리 줘.

인호 (총을 꺼내려 옷 속을 주섬주섬 더듬다가, 하얗게 질리는)

여경 왜 그래?

인호 초...총이...없어요.

여경 (덜컥해서) 뭐?

인호 (공포에 질려) 부...분명 여기 넣었는데...어...없어요.

여동생이 만들어 준 손수건으로 잘 감싸놨는데...어...어떡하지?

여경 ! (눈앞이 아득해지고) 떨지 말고 잘 생각해봐. 짐작 가는 데 없어?

인호 모....모르겠어요. (하다가 짚이는 데가 있는 지 퍼뜩 여경을 보는데서)

S#81 수표교 근처(밤)

여경, 긴장된 표정으로 수표교 근처를 살펴보고 있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니던 여경.

마침내 구석에서 손수건에 감싼 인호의 총을 발견한다.

주변을 한 번 빠르게 살피고는 저고리 안에 총을 숨기는 여경.

S#82 경성 일각(밤)

달빛을 피해 어둠만을 밟으며 잰 걸음으로 걸어오던 여경,

저만치 순사들이 수색작업 하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흠칫! 몸을

숨긴다. 순사들을 지휘하며 수색작업을 벌이던 수현,

골목 안에서부터 길게 늘어져 나온 그림자(여경)를 발견한다.

수현 거기 누구야!

순간 후다닥 도망가는 그림자(여경).

수현 (순사들을 향해) 쫓아!!!

외치고는 그림자를 추격하여 뛰어가는 수현과 순사들.

S#83 명빈관 앞(밤)

필사의 힘을 다해 달리고 있는 여경.

뒤에서 추격자들의 발소리가 들려온다.

저만치 불을 밝히고 있는 명빈관을 발견하는 여경.

S#84 명빈관 선우완의 방(밤)

잠들어 있는 완. 숙취로 목이 타는지 두통이 이는 머리를

짚고 일어나 앉아 자리끼를 따라 마시는데, 벌컥 문이 열리고

여경이 튀어 들어온다.

완 (놀라서) 뭐야?

여경 (빈방인줄 알았다가 사람 소리에 헉! 놀란다)

어둠 속에서 서로를 보고 놀라는 두 사람.

완 (알아보고) 너....! (하는 순간)

황급히 달려들어 한 손으로 완의 입을 틀어막는 여경.

그 기세에 밀려 뒤로 넘어가는 완.

그 바람에 함께 완의 위로 넘어지게 되는 여경.

완의 눈과 여경의 눈이 어둠 속에서 가까이 부딪힌다.

완 ... (입이 막힌 채로 누워서 여경을 보고)

여경 ... (입을 막은 채로 위에서 완을 본다)

완 (어느 순간 완력으로 입을 막고 있는 여경의 손을 떼어내고는)

너, 이제 보니 완전 내숭,

하는 순간 딸깍! 소리와 함께 완의 머리에 겨눠지는 총!!

여경 (살벌하게) 좋은 말로 할 때 입 닥치십시오.

완 !! (헉! 놀라서 눈만 돌려 총을 보는 표정에서)

- <경성스캔들> 1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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