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바이러스 1회
ver 1.10
S#1콘서트홀 지휘자 대기실 (밤 / 과거)
팔짱끼고 무표정하게 앉아있는 연미복 차림의 강마에.
그 앞에 단장, 양손에 지휘봉 꼬옥 쥐고 기 싸움하듯 마주 앉아있다.
<자막> 1998년
시계 흘끔 보는 단장, 째깍째깍 초침소리가 귀에 유난히 크게 울린다.
단장, 태연을 가장해보지만 이마에 한 방울 땀이 흘러내리고 지휘봉 쥔 손이 덜덜 떨리는데..
그 앞에 강마에는 태연하기만 하다.
단장 (시계 다시 흘끔 보며) ...10분 남았군요.
강마에 못합니다.
웃어 보이려는 단장... 하지만 입가 덜덜 떨리고. 다시 시계 흘끔 본 단장,
도저히 못 참겠다! 급히 강마에 앞에 무릎 꿇으며,
단장 (사정하듯) 선생님, 제발요~!! 딱 한번만, 한번만 지휘를 해주시면...
강마에(OL) 못합니다.
단장 (미치겠다. 무대와 객석용 모니터를 가리키며) 아니, 관객들도 다 와 계시는데~~ 10분전, 아니 9분전이예요, 공연 9분전~!
강마에(OL) 돌아가라고 하세요. 연습이 덜됐습니다, 아니 연습을 해도 이건, 오케스트라 수준이 안 됩니다. 못합니다.
단장 (꼭지 올라, 벌떡 일어나) 그냥 좀 하라고!! 당신 이대로 지휘 관두면 파문이야 파문! 음악계에서 쫓겨나!!
강마에 오늘 연주할 곡이 누구 껀지 아십니까? 브람스입니다.
(옷가방 들고 나가며) 나중에 죽어서 천국가면 그 사람 볼텐데, 미안해서 고개 못 듭니다. (덤덤하게 나가버리는)
S#2콘서트홀 복도 (밤 / 과거)
단장 (뛰쳐나오며 화나서 버럭버럭) 천국? 야 이 자식아 넌 지옥이야!!
그중에서도 불구덩이, 뱀구덩이로 떨어질 꺼야 이 염라대왕 같은 놈아!!
아랑곳 않고 저벅 저벅 걸어가는 강마에.... 스틸 잡히며...
<자막> 세계적 지휘자 - 마에스트로 강
S#2-1주택가 초입 도로 (낮)
뙤약볕이 내리는 경찰차안. 임 떡하니 벌린 채 잠들어 있는 젊은 경찰.. 건우다.
촌스럽게 그을린 까무잡잡한 얼굴로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자막 < 2008년 >
벌컥 열리는 경찰차 앞문.
경찰1 어이~ 깡건우야. 나 왔다.
건우 (반쯤 깬 상태로 입 쩍쩍이며) 예에... 오셨어요. 아들이예요. 딸이예요?
경찰1 내 대신 말뚝 근무 선 보람 있다. 나 똑 닮은 아들이다. 크크... (삼각 김밥과 콜라 내밀며 좋아라~) 상탠 어디 갔냐?
건우 (일어나 나오며 받고는) 위에 신호등 고장 났대요. 아우.. 배고파 죽는 줄 알았어요.
경찰1 고맙다. 임마~
건우 고생하세요.
경찰1 그래 집에 가서 씻고 잠 좀 자라. (차에 올라타는)
건우 예.. (가는데... 빠라비리비리비 무전 오는...)
계장F 강건우 교인 [강건우 나와라]
건우 여기 강건우 교인입니다. [건우입니다.]
계장F 날 때 단대동 45중인지? [너 아직 단대동이냐?]
건우 18입니다. [예..]
계장F 야~ 미안하다. 죽통 목길 마고다. 너 밖에 없다. 들렸다 퇴근해라. 16.
[야~ 미안하다. 죽통 골목에 추돌이다. 너 밖에 없다. 들렸다 퇴근해라.]
건우 (머리 쓱 쓸고는) 18입니다. 수고 45하십쇼. [알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S#3 주택가 이면 도로 (낮)
겨우 차량 한 대 빠져나갈 주택가 도로 멀리 뒤쪽에 이삿짐차가 길 가로막고 이삿짐 내리고 있고,
삼거리 골목에서 나오던 차 두 대가 추돌한 듯 길 가로막고 중년 두명 싸우고 있다. ‘
야 이 미친놈아, 뒤에서 받는 건 무조건 뒷 차 잘못인거 몰라?!’ ‘
내가 받았냐?! 니가 후진하다 날 받은거잖어!!!’
그들 사이에서 스프레이로 열심히 바퀴자국 체크하던 교통경찰차림의 사내, 고개 든다. 건우다.
건우 (피곤하고 더운, 땀 닦으며) 그만 싸우시구요, 어떻게, 보험처리 하실껍니까.
건우 뒤로 사내한명, 만삭의 부인을 안다시피 데리고 나와 주차된 차로 가는.
중년1 (중년2향해 눈 부라리며) 보험처리 할꺼냐 새꺄?
중년2 니가 받은 건데 내가 왜해? 할라면 니가 하던지~!!
중년1 와 나 이런 얼척이 없는 자식을 봤나~~ (달려들어 잡으려하고)
건우 (말리며) 잠깐잠깐, 이러지들 마시구요~~ (하는데)
사내 (임산부아내 차에 태우고 운전석 타려다,) 거기 뭡니까!! 차 안빼요?!!
건우 (흘끔 보면)
중년1 (같이 보고) 당신 같으면 빼게 생겼어?? 뒤로 돌아가!!
사내 (뒤쪽 탑차 혹은 가로막은 것 가리키며) 어디루 뭘 어떻게 돌아가라고요! 우리 마누라 애 나온단 말야! 빨리 차 빼요!!
건우 (뒤쪽 보면 탑차 막고 있다, 중년1,2등 향해) 차 빼셔야 되겠는데요.
중년2 (건우 향해) 허, 나참, 내가 다 뒤집어쓸게 뻔한데 미쳤다구 차를 빼??
중년1 (중년2 향해) 니 잘못인거 알긴 아냐? 연락처나 내놔!!
건우 싸움은 서에 가서 하시구요, 일단 차부터.... (하는데)
중년2 못 빼! 안 빼!!
사내 (임산부, 아악~!하자 몸 달아 소리) 야아~!!!
중년1 나도 못 빼!!
미치겠는 건우, 하늘 올려다본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폭염에 이글거리는 좁은 주택가 지붕..
그 위로 덮히는 사람들의 고함소리. 차빼! 못빼! 아악~!!
건우 (잠시 그렇게 있다가, 다시 중년1,2등 보는. 뭔가 결심한듯 단호해져있다)....마지막경곱니다. 차 빼세요.
그러나 중년1,2등‘다시 따져봐 새꺄, 나오면서 니가 멈췄지? 내가 멈췄냐?’‘언제?’싸우고만 있다.
보던 건우, 그냥 몸 홱돌려 앞쪽 중년1의 차에 타더니 꽂혀있는 키로 시동 거는!
중년1 (싸우다 ?해서 돌아보더니 달려가) 야! 너 뭐하는 거야!! (하는데)
건우, 아랑곳 않고 후진 기어 넣더니 악셀 밟는다.
부웅~! 소리와 함께 뒤쪽 중년2의 차를 쾅! 받아버리는 건우! 중년1,2 놀라보면 건우,
그대로 계속 중년2의 차를 밀어내며 후진한다. 중년1,2와 사내, 임산부까지 멍하게 보는데 건우, 그대로 계속 후진중.
으드득 범퍼 깨지는 소리와 함께 중년2의 차, 건우의 후진에 밀려 옆 골목길로 찌그러지듯 들어가고...
중년1 (멍해있다 달려들어) 야 너 뭐야!!!
중년2 내차 어쩔 꺼야!! 물어내!!
건우 (탁 뿌리치며 명함 꺼내 두 중년 호주머니에 넣어주며) 중원경찰서 교통지도계 강건웁니다. 연락하십쇼. (사내 향해 나가라고 손짓)
사내 (급히 차 몰고 빠져나가면서 건우 향해) 감사합니다..!!
빨리 가라고 수신호만 하는 건우, 뒷주머니에 꽂힌 삼각 김밥과 콜라가 보인다. 무덤덤한... 건우의 얼굴위로 자막.
<자막> 미래의 지휘자 - 강건우
S#4 삼겹살집 방 (밤) <빈대떡 신사 - 바이올린>
뭔가를 심호흡하면서 내려다보고 있는 루미. 성남시청 문화예술과 직원들 회식자리, 루미 앞에 충성주 놓여있다.
크게 숨 들이마시는 루미, 팍!! 탁자에 이마 박으면 술잔위에 나무젓가락으로 걸쳐져있던 소주잔 퐁당 빠지고.
루미 (술잔 들고) 성남시청 문화예술과를, 위하여!!!
직원들 (웃으며) 위하여!!!
루미 (단숨에 들이키는)
직원들 (와~~~ 박수치며 원샷들,..)
루미 (입 스윽 닦고 바이올린케이스와 가방 들고 일어서며 아부하듯 방실방실) 저..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김계장 두루미씨 진짜 열심이야. 일하면서 바쁜데 오케스트라까지 하구 말야.
루미 에이, 그냥 취미로 하는 건데요 뭐. 저 그럼 먼저... (갈듯 나서는데)
김계장 (장난스럽게 웃으며) 아이~ 벌주 한잔으론 안 되지이. (바이올린 가리키며) 한 곡 선사해주고 가, 어?
루미, 멈칫해서 보면 사람들, ‘맞아, 한곡만 해줘~’ ‘두루미씨 진짜 음대 나온 거 맞어? 한 번두 못 봤어~’
하며 ‘한곡, 한곡, 한곡!!’ 연호한다. 당황해 서있던 루미, 갑자기 씨익 웃으며 알았다는 듯 손 내민다.
사람들, 기대에 차서 보면,
루미 ...바이올린 연주 한번 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말이죠...
(맥주 따르고는 벌컥벌컥 마시더니 사악하게 웃으며) 니들이 나 바이올린 하는데 보태준거 있냐?
(손에 든 맥주잔 머리에 퍽 쳐서 깨버린다)
사람들 ....!!?
루미 그래, 나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 해서 음대 갔다.
근데, 오케스트라 들어간데 마다 다 해산하구, 뽀개지구, 나중엔 월급까지 떼어먹구 도망가드라?
그래, 그래서 나 적성 안 맞게 공무원해~
(격앙 되는) 맨날 서류에 틀린 글자 찾구, 종이컵 몇 개, 복사용지 몇 개, 사무실 비품비 계산하구 있다구~!!!!
그것만두 속터져 죽겠는데, 내가 니들 술맛 나게 연주까지 해야 돼? 내가 왜? 내가 미쳤냐~!!!
(하면서 탁자를 뻥~!!! 발로 차버린다.)
탁자 위 술병들 다 쓰러지고, 놀란 사람들 벙쪄서 루미 쳐다보는.....!!
루미, 속이 다 시원한 듯 후~! 이마 위 머리카락 불어 넘기는데,..
멍하니 보던 사람들, 어느새 환하게 ‘한곡! 한곡! 한곡!!’ 연호하는 모습으로...
루미E (사람들 가만히 보며, 아부 섞인 난처한 미소 띠는 위로, 마음의 소리) ......라고 말하면 짤리겠지?
사람들, 계속 ‘한곡! 한곡!’ 연호하자 루미 할 수 없다는 듯 바이올린 꺼내든다.
사람들, 와~! 박수치고 루미 연주 시작하는. 우아한 곡을 할 듯 포즈 잡더니 신나게 뽕짝 켜기 시작한다.
사람들 좋아서 박수치고 환호, 과장은 나와서 김계장과 함께 춤까지 추고...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신나게 뽕짝 켜주는 루미 위로,
루미E (마음의 소리) 그래, 인생 뭐, 별거 있어? 클래식이구 꿈이구 나발이구, 그냥 이렇게 살다 가는 거야~~~ 그런 거지 뭐~~~
자포자기해서 신나게 뽕짝 연주하는 루미, 스틸 잡히며 자막.
<자막> 63일 후 오케스트라 악장 - 두루미
S#5 시청 문화예술과 사무실 (낮) <사라사테, 지고이네르바이젠 - 바이올린>
루미, 앞이 안보일 정도의 서류들을 들고 비틀비틀 계장자리로 가고 있다.
그 뒤로 직원 한 사람, ‘성남시 문화특구 아이디어안 마감 30분 전입니다~ 안내신분 빨리 내세요~’ 소리치며 다니고 있고..
루미 (계장책상에 서류 더미 힘겹게 놓으며) 계장님, 여기 말씀하신 서류요.
김계장 (인터넷만 보고 있더니) 두루미씨, 이사람 자기 동창이랬지? 잘하나보네~ 나 요새 클래식이 자꾸 좋아져서 그러는데 말야,
초대권하나 얻어다 줄 수 있어?
루미 (흘끔 보는, ‘영혼의 소리를 지닌 연주자’로 칭송받는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 데뷔무대 호평 기사정도 떠 있는, 표정 불퉁해져)
걔 연주 디게 못해요.
김계장 아니, 그래도 국립 차이콥스키 음악원 나왔다는데....
루미 (더욱 불퉁해서) 모스크바에 차이코프스키 이름만 딴 학원들이 을마나 많은데요.
그거 콘서트두 다 지 돈 내서 한 걸 꺼구요, 관객두 다 일가친척에 초대장 뿌려서 긁어모은 걸 껄요. 돈 지랄이예요 다...!
김계장 ??해서 보는데도 홱 돌아서 와버린 루미, 자기 자리로 가서 일하려다 한숨, 그래도 궁금한 듯 인터넷 띄워 위의 기사 찾아본다.
우아하게 연주하는 친구의 콘서트사진과 함께 한국예술평론가협회 ‘올해의 주목할 만한 예술가상’ 수상 기사 등~ 주욱 나와 있고
아래에는 동영상 파일도. 파일 플레이 클릭하는 루미, 우아하게 연주하는 친구의 모습과 함께 음악 나온다.
뚱해서 듣는 루미.... 근데 연주, 꽤 괜찮다. 그동안 훌쩍 성장해 버렸나보다.
루미 (불퉁해서 툭 던지듯 혼잣말) ...잘 하네. (계속 듣는.... 그런데 눈이 서서히 빨개지는가 싶더니 눈물이 고인다.
...분하고, 속상하고, 서럽고, 뭔가 속에서 치받치는,..) ..........미친 년.
그때 멀리서 직원, ‘성남시 문화특구 아이디어안 다 내셨죠? 걷어갑니다~!’
루미 (급히 직원 향해) 자, 잠깐만요!! 저 안냈어요! 10분만 기다려주세요!!
갑자기 워드 띄우는 루미, 우다다다다다 끓어오르는 듯 뭔가 치기 시작한다.
‘음악의 도시 성남!!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성남시를 음악의 도시로...!!!’
S#6 성당 오케스트라 연습실 (낮)
오래된 창틀 사이로 여름 햇살이 들이치는 목조 장식의 고색창연한 성당.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을 맞이할 준비로 부산한 가운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루미의 모습이 보인다.
지휘자 포디움(지휘용 단상), 연습용 의자와 보면대, 대형 TV 모니터, 컴퓨터 데스크, 마이크, 팀파니 등이 설치된다.
흥에 겨운 김게장이 택배 배송직원을 데리고 와서 루미에게 인계하고는, 들어오는 그랜드 피아노를 맞으러 허겁지겁 돌아선다.
배송된 소포를 뜯는 루미. 오케스트라 악보다... 좋아라~ 활짝 웃는 루미. 보면대에 악보를 세팅하기 시작한다.
루미NA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난 그때까지만 해도 그 일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S#7 바닷가 절벽 (아침)
깎아지른 바닷가 절벽 초지... 맨발로 선 루미의 모습이 보인다.
거센 바람이 불어 루미의 엉클어진 머리를 흩날린다.
절벽 아래 내려앉은 바다의 거친 파도 소리가 세상을 삼킬 듯 울려 퍼진다....
루미NA 뭔가 어긋난 걸 알았을 땐 이미 모든 것이 끝장나 있었다.
...길은 하나였다. 죽어 버리자, 죽어서 도망치자!
루미, 숨을 후욱~! 들이마시는가 싶더니 갑자기 초지를 달려.. 그대로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다!
허공에 떠 오른 루미의 몸이 어느 순간 바다를 향해 내려서더니.. 무서운 속도로 추락해 거친 파도 속으로 사라진다.
S#8 바다 속 (아침)
수면 위에서 뻗어 내린 햇살 사이로 일렁이는 바다 속.
끝도 없이 펼쳐진 바다 아래 암흑의 공간으로 서서히 흘러내리는 루미의 몸.
죽은 듯 미동도 없이 물의 흐름에 따라 이리 저리 흔들린다. 눈을 감은 채,... ..표정도 호흡도 없는 루미의 얼굴,...
루미NA 누구는 말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하지만 나한테 필요한 건 돈.. 돈구멍이다.
3억, 자그마치 3억을 날렸다..!
정말 이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제 나에게는 더 이상 아무런 희망도...
하는데 때르릉 울리는 핸드폰벨소리..! 죽은 듯 떠내려가던 루미,. 갑자기 눈 번쩍 뜨고!
그대로 일어나 앉으면 루미집 욕실이다.
S#9 루미집 욕실 (아침)
푸아아~!! 옷을 입은 채 욕조 물에 잠겨 있다가 일어나 앉는 루미!
보면 세면대위 핸드폰이 울리고 있다. 허겁지겁 뛰쳐나온 루미, 발신인 보면.. ‘존경하는 시장님’이다.
소스라치게 놀라 가슴을 움켜쥐더니 뚫어지게 전화기를 쳐다보며 숨을 몰아쉰다.
떨리는 얼굴을 타고, 물이 뚝뚝 떨어진다. 갑자기 전화기를 집어던질 듯 움켜쥐는가 싶더니 그대로 굳어 다시 숨을 몰아쉬는 루미.
‘안 된다’는 듯 짧게 고개를 흔들더니 날카롭게 전화기를 든 손을 돌아본다.
루미 아네, 시장님! (사이) 네, 연습은 이따 10시부텁니다!!
(어설픈 미소로, 그러나 목소리는 힘차게) 네 그럼요, 준비는 완벽하게 끝났죠!!
S#10 시장 차안 (아침)
강시장 (뒷자리 타고 가며) 이거 참, 첫 연습엔 제가 꼭 가서 인사를 드려야하는데, 아침부터 또 중요한 회의가 걸렸네요.
S#11 루미집 욕실 / 시장 차안 (아침)
루미 (얼어붙는, 급히) 아녜요, 오실 필요 없어요...!! 연주자분들도 다 연락됐구요, 연습, 잘 될 꺼예요. 저, 절대 오실필요 없어요...!!!
강시장 (웃는) 두루미씨 열심히 하는 거야 다 알죠.
주위에선 9급 공무원을 너무 밀어주는 거 아니냐 그딴 말도 있긴 한데, 기획안 처음 낸 사람도 두루미씨 아닙니까.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음악의 도시 성남을 알리자, 훌륭한 아이디어도 내셨고, 음대도 나오셨고. 9급 7급 그딴 게 뭐 그리 중요합니까.
3억짜리 프로젝트다, 그게 중요하지요.
루미 (얼어붙은) ..그, 그럼요! 오케스트라...공연.... 3억...! 물론입니다..!
강시장 음악의 도시 성남, 아시죠? 두루미씨가 그 첫 포문을 열어주시는 겁니다.
우리 시의 사활이 걸렸어요. (힘주어) 한 치의 잘못도 있어선 안 됩니다.
루미 (침 꿀꺽) 네 잘 알고 있습니다. 넵 넵..! (전화 끊는 루미, 김 서린 거울을 보며 멍하다...
스윽 거울에 서린 김 닦아 자신의 얼굴을 보며, 애써 힘내듯) ..구멍? 파지 뭐..!
S#12성당 오케스트라 연습실 앞 (아침)
해쓱해진 얼굴로 걸어오는 루미. 연습실 안에선 악기 튜닝소리 들려오고.
혁권, 그 앞에 콘트라베이스 들고 어정거리다 루미 발견하고,
혁권 왜 이렇게 늦게 와? (약간 흥분한, 안쪽 보며) 어디서 저렇게 쟁쟁한 사람들을 다 모았어?
나 얼어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한참 기다렸잖어.
루미 (멍...보는)
혁권 나 진짜 저 사람들하고 공연해도 되는 거냐?
회사 다닌다는 건 비밀로 한다쳐두, 실력이 한참 딸릴.... (하다가) 너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루미 ...선배, 돈 있어?
혁권 (??해서 보면)
루미 ...없지? (들어가며) 있을 리가 없지....
혁권 ....???
S#13동 연습실 안 (낮)
비척비척 들어오는 루미, 서너명의 외국인 연주자와 통역을 포함해 40여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튜닝중이거나 잡담중이다가 하나 둘씩 루미를 쳐다본다.
걸어가 단상위에 서더니 뭔가 꺼내는 루미. 혁권 들어와 자리 앉으며 그런 루미 이상한 듯 흘끔 보는데,
단원1 (튜닝하다 루미보고) 두루미씨, 지휘자선생님은 나중에 오신다고 했죠? 그럼 연습은 우리끼리 먼저 시작하나요?
루미 (안주머니에서 꺼낸 것 들고 비장하게 읽는).......돈.
혁권/단원들 ....??
루미 ...돈이란 바닷물과도 같다.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말라진다. 쇼펜하우어.
혁권/단원들 ......???
루미 재물은 생활을 위한 방편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칸트.
단원2 ..저, 두루미씨~
루미 (천천히 고개 들어 단원들보며, 결연한) ...네, 그렇습니다,
돈...! 우리에게, 특히 예술을 하는 우리 음악인에게 돈은 수단은 될 수 있을지언정, 결코 목적이 될순 없습니다.
혁권/단원들 ...........???
단원1 (가만히 보다가, 뭔가 짚이는 듯) ...무슨 일 생겼습니까?
숨만 쌕쌕 쉬고 있던 루미, 한켠의 대형 TV를 켠다. 공연 프로듀서 구정애에 관한 뉴스 나오고 있다.
구정애 잡혀가는 모습과 함께, 기자 목소리.
기자E ..줄리어드 음악원 출신으로 알려졌던 구정애씨는, 고졸 학력으로 대학에 입학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클래식 음악계의 유명 기획 프로듀서로 수많은 공연을 기획해오는 동안 20여억 원에 가까운 돈을 횡령해 왔으며.....
혁권/단원들 ..........!!!!!
단원2 (루미 향해) 혹시, 저기에....?!
루미 (창백한, 툭 끄고 단원들 향해) ........아직 시장님은 모르세요.
검찰에서도 공연비 횡령 내역은 수사 종결 시까지 밝히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잠시 말 못하고 숨 몰아쉬던 루미, 결심선 듯 단원들 앞에 무릎 꿇는다.
단원들, 멈칫해서 보고 혁권도 보지만 나서지 못하고...
루미 (더듬더듬, 열심히) 저....전요, 바이올린 초등학교 때 첨 잡았거든요?
그땐 언니가 첼로하니까 샘나서 그냥 한 건데.... 베토벤 로망스...
그걸 첨 들었을 때 막 주위가 다 사라지구 환해지구... 너무 좋아서요,
테입이 다 너덜너덜 해질 정도루...... 듣구 다니구 그랬어요. 그래서 이번에두 그 곡 넣었는데....
묵묵히 보는 단원들... 그러나 단원2, 조용히 일어서더니 악기 챙긴다.
루미 (단원2 챙기는 것 느끼지만, 열심히) ....근데 음대가구 졸업하구... 여러분도 아시잖아요,
우리 그렇게 부자 아닌 거. 좋은 시향 들어가두 월급 얼마 안되구.....것두 유학 안 갔다 오면 못 들어 가구,..
단원2나가고, 뒤이어 다른 사람도 조용히 일어나 악기 챙기며 나가는...
루미 (당혹스럽지만 안간힘으로 계속 말하는) 겨우 들어가두 오케스트라 가는 데마다 다없어지구...
여튼 그래서 공연한번 못 해보구요, 지금은 적성에두 안 맞는 공무원하고 있는데....
단원들 술렁인다.
루미 (눈물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으며 애써 말하는) ...근데 지금두 베토벤 로망스 들으면.. 옛날처럼 즐거워지구..
밥먹구 똥 싸는 거 말구 이런 것두 있었지 행복해지구 그래요.....
(단원들 올려다보며) ...연주료는 아마도 못 드릴 거예요. 근데... 한번만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단원들 여기저기서 일어나 나가기 시작한다...
단원3 (OL 나가다가 덤덤히) 사기 당했다는 거, 비밀은 지켜드릴께요.
루미 더 이상 말도 못하고 앉아있는... 나머지 단원들도 조용히 나가버린다.
혁권 보면 루미, 해쓱해져서 참았던 눈물만 두두둑 흘리고 있는....
혁권 (다가가 위로하듯 조용히 손 얹으며 쓴 미소) ...넌 베토벤 로망스였냐? 난 생상의 코끼리였는데.
루미 다시 ....모으자.
혁권 .....!
루미 (울음으로 힉힉거리면서도) ....모아야 돼. 나 짤려, 철창 가. (하다가 홱 고개 돌려 혁권 향해) 선배 동창회 명단 갖구 있지?
혁권 (갈등으로 보다가) ......메일로 보내줄께.
루미 (멍 보다가, 안 믿기는) .......안 도와줄라구?
혁권 음악의 도시 선포래매. 그 첫 행사를 어떻게 어중이 떠중이...
루미(OL) 음대 다녔던 사람들루 모으면 되잖아!
혁권 돈 줄 수 있어? 요새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루미 난 해!
혁권 난 못해. 나 회사 다녀. 가장이구. 먹구 살아야지.
루미 (멍 보다가) ....너무하다 선배. 내가 첨 연락했을 땐 불러줘서 고맙다구 막 그래 놓구 지금와선.....
혁권 ...그땐 프로들 틈에 묻혀갈 때 얘기구. 나 이제 앞에 나서는 거 싫어. 안 해.
루미 ......선배 변했다....
혁권 ....철들었단 소리루 알아들을께.
루미 보면 혁권, 조용히 나간다. 루미, 그런 혁권 보다가,
루미 ...선배, 진짜 철드는 게 뭔 줄 알어?
혁권(보면)
루미 (악에 받힌, 낮은) ...죽어두 포기하지 않는 거야.
S#14주택가 거리 일각 (낮)
터억 벽에 붙여지는 전단지.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단원모집! 나이불문, 경력불문, 4년제 음대졸 이상. 보수 없음’
루미, 위 내용의 전단지를 거리 곳곳에 붙이고 있다.
결연한 표정으로 열심히 전단지 붙이는 루미, 코너로 빠지면 누군가가 루미의 전단지를 다 떼면서 오고 있다. 교복 차림의 여고생 이든이다.
이든 (북~찢으며 통화하는) 지금 다 떼고 있거덩요? (북~) 것 보다 아줌마 아까부터 자꾸 얼만지 뭉개는데~ 그니까 얼마?
(북~ 뜯다가 멈추며 화난) 아니 태평동까지 다 떼는 건데 어떻게 가격이 그래?
S#15주택가 갑용집 앞 (낮)
이든 (위 연결, 떼고 오면서) 학원전단지랑 카바레, 과외, 또 별 그지 깽깽이 같은 오케스트라까지 무쟈게 많거덩요? 그니까 만원만 더 써요. 내가 그럼 써비스루 외곽까지 다 뜯어 놓을께. 그렇게 알구 나 끊어요? (뭐라 뭐라 소리 들리지만 그냥 끊고는 전잔지 뜯으며 궁시렁) 아나~ 본드로 붙였나, 무보수 오케스트라 좋아하네~ 암튼 죄다 거저 먹을라 그래, 도둑놈들.
이든 뒤로 대문 앞에서 딸기우유 하나들고 망연자실해서 뭔가 열심히 중얼중얼하며 서성이는 갑용이 보인다. 아든 쪽으로 다가온다.
갑용 (침착하려하지만 떨리는) 저기 학생, 이.. 이거, 무슨 우유지?
이든 네?
갑용 (해쓱한) 이게 그... 딸기 우유... 딸기일 리가 없는데...
이든 (?해서) 딸기우유 맞잖아요, 빨간색~
갑용 (당혹, 횡설수설) 아냐, 내가 분명히...어제도 흰 우유를 먹었고, 그제도...
(절박한) 5년이야..! 5년 동안 난 흰 우유만 먹었어.!
이든 (이상한 할배다, 뜨아해서 보면)
갑용 (대문에 걸린 우유주머니 뒤적이며) 아냐, 이럴 리가 없어...어디 분명히 있을텐데 흰 우유가...
(그러다 혼자 열심히 따져보려 하며) 보자, 어제 내가 아침 먹고 먹었지? 맛이 분명히.. 담백했어. 향 없었어. 없었고...
이든 배달이예요? 그럼 잘못 배달됐을수도 있잖아요.
갑용 (심란한 듯 중얼) 아냐, 아냐, 그 아줌마 성실해, 잘해. 문제는 나야.
이든 성실해두 가끔 실수를 할 수도.. (하는데)
갑용(OL) (버럭) 조용히 해!!! 생각하고 있잖아!!!
이든 (움찔해서 보다가, 화나서 소리) 아 왜 화를 내고 그래요!! 내가 먼저 물어봤어요?? 할아버지가 먼저..
하는데 갑용, 그대로 우유를 퍽! 땅에 던지더니 발로 콱!! 밟는다.
이든, 입 떡 벌리고 보면 갑용, 쏟아진 우유색을 확인하듯 막 헤쳐 보며,
갑용 (정신 나간 사람처럼) 빨간색... 빨강 맞는데... 어떻게 된 거지 이게...??
미친 사람이다!! 이든, 주춤 뒤로 물러나더니 후다닥~!! 도망가 버린다.
우유 헤치던 갑용, 안되겠는지 핸드폰 꺼내 우유주머니에 적힌 번호로 전화 거는.
갑용 (떨리는) ...여보세요? 여기 태평3동... 네, 접니다. 한 가지 물어볼게 있어서 그런데요,
오늘 저희 집에 배달된 우유가.... (환해지며) 아 그렇습니까?
잘못 배달된 거군요!! (무너질 듯 안도하는) 아... 잘됐어요. 안심입니다..!
전 제가 착각한 줄 알고... 아닙니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정말 고마워요~~
전화 끊은 갑용, 힘이 다 빠지는 듯 대문 앞에 털썩 주저앉는다.
잠시 숨 몰아쉬는 갑용... 너무 긴장해서 힘도 없고 허한... 이렇게 불안해서야 어떻게 사나...
S#16 악기 전문점 (낮)
갑용, 사장에게 악기하나 내민다. 오보에다.
사장 (놀라서) ...파실려구요?
갑용 (끄덕)
사장 아니 왜.... (조심스럽게) 자제분이 일본에서 용돈 안보내주세요? 돈 때문이시라면 다른 방법을...
갑용 그런 건 아니고... (쓴 미소) 그냥 다 귀찮아졌어. 시골 가서 편하게 쉴려구.
사장 왜요 선생님. 지금 학생들 레슨하시는 데도 있고.... (하는데)
갑용 (말 자르듯) 값이나 잘 쳐줘.
더 이상 말 못하고 예.. 하고 오보에 들고 일어서는 사장.
갑용, 허한 얼굴로 고개 돌리는데 그 뒤로 들어오는 루미 보인다.
사장 (루미 보고, 짜증 배인) 또 오시면 어뜩해요, 아까 전단지 다 놓구 가셨잖아요.
루미 그니까요, 여기 유리에 붙여달라구 했는데 안 붙이시니까~~
갑용 (흘끔 보지만 관심 없다. 다시 고개 돌려버리는)
사장 자리두 없는데 뭘 붙입니까, 지저분하게.
루미 (사정) 그래두 사장님, 이거 좋은 일이잖아요. 우리 성남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하겠다는 건데에~
갑용 (오케스트라? 다시 흘끔 보는)
사장 솔직히 그거 다 빠그라졌다면서요. 알 만한 사람 사이에선 벌써 소문 짜해요.
루미 (놀라서) 정말요? 어디까지 소문이 퍼졌는데요??
사장 아니 그냥, 조금요. 시장님 귀에는 아직 안 들어갔을 꺼예요.
아가씨 이러고 다니는 건 오히려 소문 부채질 하는 거니까 (루미 밀며) 그냥 조용히 가세요, 네?
당혹스런 표정으로 밀려 나가는 루미, 문 닫고 나가려다가 선다.
그러다 돌아보며 서운하고 분한 듯,
루미 근데 아저씨 말 너무 이상하게 하신다. 아직 공연 시작두 안했는데 빠그러지다뇨?
사장 아니 난 그냥 사람들이...
루미(OL) 그리구 설사! 빠그러질 때 빠그러지더라두, 하는 데까진 해봐야죠! 손 놓구 가만있음 뭐 나와요? 노력이라두 해봐야 되는 거 아녜요??
‘아 글쎄 노력은 그쪽이 많이 하시구요~’하며 루미와 사장 투닥이는. 그런 루미를 갑용, 가만히 보는....
S#17 희연집 마당 (밤)
마당 탁자에 앉아 세수 대야에 얼음물 떠 놓고 발 담근 채 바둑판과 바둑책을 들고 열공~중인 진만.
시장 봐온 듯 봉다리들 잔뜩 들고 급히 들어서는 희연.
진만 어딜 갔다 오는 거야! 저녁 안 해?!
희연 (급히 현관 쪽 가며, 버버, 두서없는) 밥만 푸면 되요~ 시장 갔다 오는 길에 그 뭐냐, 건우네 김치 갖다 주느라 잠깐....
진만 건우집이 만리 길이냐? 30초면 가는데, 뭐 하느라 이제사 나타나?
희연 아니 뭐 간 김에.. 좋은 집에서 샤워 좀 하구, 드라이두. (버버) 전기세.. 지난 달...
진만(OL) 전기세 같은 소리하구 자빠졌네. 부엌 불이나 끄고 다녀. (배 쓰다듬이며)
아이씨~ 배고파. (벌떡 일어나 들어가며) 물부터 줘!
S#18 동 거실/주방 (밤)
진만 들어와 소파로 가는데, 희연 후다닥 들어와 부엌으로 가더니 장 본 물건을 던지듯 식탁에 올려놓고 얼른 물 찾아 따른다.
민지 (방에서 나오며) 엄마 양마알~!!!
희연 (물 갖다 주다 흘리는, 마음이 바빠서 옆에 걸레 발로 짚어다 바닥의 물 닦으며 다시 물 따르는)
엄마 방 냉장고, 아니, 문, 아니, 그 뭐냐, 서랍!! 서랍 봤어? (얼른 남편 물 갖다 주고)
민지 저번에 새로 산 거 없단 말야!
진만 (물 받으며, TV에서 시선 안 떼고) 밥은.
희연 금방차려요. (주방 쪽으로 바삐 가며 민지에게) 세탁기 쪽 봐봐.
민지 (털썩 소파 앉으며) 나 학원 늦었단 말야 엄마가 봐.
희연 (냉장고등에서 찬거리 꺼내며) 엄마 지금 밥 준비.. (하는데)
진수 (동시에 들어오며) 다녀왔습니다.
희연 어, 진수 왔...(하는데)
진만 이봐 밥!!!
민지 양말부터 좀 줘 엄마!
진수 (소파 앉으며) 아이 배고파.. 엄마 밥!
S#19 동 세탁실 (밤)
희연, 세탁기에 상반신 거의 집어넣다시피 양말 찾고 있는.
밖에서는 진만이 ‘밥 안줘!!!’ 민지가 ‘어우 나 몰라 학원시간 늦었단 말야!’ 난리.
희연 (짜증 배어서 소리) 찾고 있잖아!!
하는데 양말 없다. 급히 세탁기안 뒤지는데 종이 같이 넣고 빤 듯 흰 부스러기 마구 보이는.
아우 이게 뭐야... 떼어내다가 멈칫. 자기 바지 주머니께 세탁기에 같이 돌려 뭉개진 종이 보인다.
뜯어보는 희연, 오케스트라 모집 공고다. 희연, 지치고 삭막해진 얼굴로 가만히 전단지 보고....
S#20 동 루미방 외경 (밤)
불 켜진 루미방 창문
루미E (혁권과 통화중, 절박한) 사람만 응?
S#21 동 루미방 (밤) <스트라우스, 라데츠키 행진곡 - 트럼펫 / 오케스트라>
루미 사람 모으는 거만 좀 도와주라 선배~~ 트럼펫이나 호른 누구 없어? (명단 보며) 지금 우리학교 사람은 세 명 됐고.... (하다가 문소리에 돌아보면)
희연, 전단지와 반찬통 하나들고 빼꼼 들어온다.
희연 (어설픈 미소로 밑반찬 내밀며) 반찬 좀 한 거, 먹어보라구.
루미 (아예, 꾸벅 받고 급히 계속 통화) 서른아홉 명 남았는데, (사이) 모을 수 있어, 모은다니까?!
근데 수준을 좀만 낮춰서 음대 중퇴한 사람이나, 다니고 있는 학생이래두 그냥... (사이) 할 수 있다니까 진짜 왜 그래~~!
희연 (전단지 꾸겨 잡고 열심히 말할 기회 찾고 있는)
루미 (명단 뒤적이며) 빈자리? 뭐 그냥 다 뻥뻥 비었지.... (하다가 반짝) 첼로?? 없어!! 구해야 돼!! 누군데??
희연 (같이 반짝!)
루미 (듣다가, 아우~~~) 5년, 안되지~! 5년 쉬었으면 손다 굳구 엉망인데~!!
멈칫 굳어지는 희연, 풀죽어서 조용히 문 닫고 나간다.
그 위로 서서히 트럼펫 소리 들리기 시작하는.
루미 (희연 나가는 것 모른 채 계속 통화) 현악은 과애들 족칠꺼니까 일단은 관악기 좀 어떻게 안 될까? ...미치겠다, 진짜~
밴드부라두 찾아가볼까? (그때 밖에서 들리는 트럼펫 소리 듣고 버럭)
아씨! 누가 야밤에 트럼펫을 불구 지랄이야!! (얼른 통화, 울상) 진짜 없을까 선배?
하다가 루미 멈칫한다. 멀리서 들려오는 트럼펫 소리...
루미 어? 트럼펫이다! 잠깐만 선배! (귀 기울여 듣는... 혁권이 뭐라 계속 떠들자)
아 좀 조용히... 나중에 걸께!!
(탁 끊어버리고, 다시 귀 기울이는.. 라데츠키 행진곡,매우 잘 분다. 점점 환해지며) ...트럼펫 ....죽인다!!
(그대로 뛰어나가는)
S#22 동 마당 (밤)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희연. 현관문 벌컥 열리며 루미 튀어나온다.
루미 (나가다가 다시 돌아와 다급히 희연에게) 아줌마, 누구네 새로 이사왔어요?
희연 ...이사? 아니. 못 봤는데.... (음식물 쓰레기통 덮다가 돌아서며) 아~! 이 소리?
루미 예~ (다급해서 끄덕 끄덕)
희연 (씩 웃으며) 우리 동네 아냐. 옆에.. 밭 하우스.
루미 (정신 나간 사람처럼) 옆이요?.. (다급히) 고맙습니다. (후다닥 돌아서는)
희연 저기, 루미씨...!! (하는데 이미 달려 나간 루미)
S#23 건우 동네 (밤)
뛰어 가는 루미위로 박자 맞춰 더욱 크게 울려 퍼지는...
주관적 시점 교향곡편성의 라데츠키 행진곡!
소리 나는 집을 찾아 이리 저리 뛰어 다니는 루미...
S#24 건우집 마당 (밤)
루미 건우집 앞에 와서 기웃기웃, 이 집이 틀림없다.
그러다가 결심 굳힌 듯 마악 벨 누르려는데.. 음악 딱 끝나버리고 정적!
멈칫한 루미, 시계 흘끔 본다. 너무 늦은 시각,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 그래도! 결연하게 벨 누른다.
짧은 정적 후 달칵 인터폰 수화기 드는 소리 들리면,
루미 (최대한 이쁘게) 저기요~ 트럼펫 때문에 왔는데요~ (하는데)
건우E 죄송합니다, 밤늦게 안 불께요. (달칵 끊고)
루미, ???해서 보는데 희연이 루미씨~~ 부르며 오는 것 보인다.
루미 ?해서 보는데서.
S#25 지하철역 계단 (아침)
계단 가볍게 내려오는 건우, 중간쯤 양손에 짐 든 할머니 잠시 내려놓고 쉬자,
스치듯 지나갔다가 다시 올라와 훌쩍 짐 채듯이 들고 올라간다.
할머니 놀라서 어, 이봐요! 도둑이야!! 하는데 건우, 계단위에 짐 내려놓고 플랫폼 쪽으로 내려가는.
그제서야 안 할머니, ‘아이구 난 또 도둑인줄 알고...고마워요~!’ 하는데도 못 들은 척 훌쩍 지하철에 타버리는.
S#26 지하철 안 (낮) <베토벤, 로망스 2번 - 바이올린>
지하철에 탄 건우, 털썩 자리에 앉아 무릎위에 트럼펫 케이스 올려놓는데 뭔가 그 위로 툭 던져지는.
보면 어떤 여자가(루미) 사람들에게 걸인처럼 뭔가 쓴 종이를 나눠 준다. 이내 주섬주섬 바이올린을 꺼내들고 연주를 시작한다.
베토벤 로망스 2번이다.. 건우, 그런 루미 보다가 종이 읽으면,
루미E 저는 민간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하고 있는 두루미라고 합니다.
저희는 매년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선 공연을 해왔으나 설상가상 트럼펫연주자마저 나가 버리고 자금도 없어,
지금은 마지막 공연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건우, 다시 흘끔 루미 본다. 열심히 연주만 하는 루미, 그러나 자기 흘끔 보는 건우 시선 느끼고 있다.
그러 루미를 보는 건우의 덤덤한 얼굴 위로,
희연E 이 집에 건우... 내 조카 살아. 강릉 우리 언니 아들.
S#27 건우집 마당 (밤 / 회상)
S#24 연결, 루미 돌아보면, 뛰어온 희연 말하고 있는.
루미 (놀라는) 방금 트럼펫 분 사람이요? (환해져서) 음악가예요?
희연 (피식 웃는) 경찰이야.
루미 예? 경찰요?? (집 쪽 보며) 근데, 이렇게 큰 집에....
희연 잠깐 있는 거야. 집주인이 갑자기, 그 뭐냐 샌프란시스 콘가로 나가게 되서 나 보구 누구 사람 있냐구,
마침 건우가 발령받아 와 갖구, 잔디두 깎구, 수도 동파 안 되게 관리두 해주면서 공짜로 그냥...
루미(OL) (반짝해서) 잔디두 깎을 정도면 시간 많단 소리네요?
희연 오케스트라? 근데 걔가 요새 상황이 좀...... 경찰 정직 당했거든.
루미 정직이요?? 그럼 시간 남아돌겠네~~~
희연 휴가가 아니라 정직이라니깐? 그 뭐냐, 교통사고 조사 나갔다가 차두 뿌개구 그런거라 항의가 말두 못했대.
지 말룬 임산부 도울라 그랬다는데 그게 어디 들어먹혀? 짤릴뻔한 거 정직으루 그친 건데,
루미 그니까 반성하면서 조용~히 공연만 하면 되잖아요?
희연 안그래도 내가 트럼펫 잘 부니까 한번 해봐라 그랬는데, 안하겠대. 어디 무대 선다는 거 자체가 나대는 거 같다구 싫대.
루미 (실망) ...그래두 제가 함 얘기해 보면...
희연(OL) 안 될껄. 커브 트는 게 힘든 애야. 직진만 해.
루미 (실망해서 다시 집 쪽 보는데)
희연 근데 ...잘 사정해보면 또... 쟤가 마음이 아주 약하거든.
불쌍한 사람은 그냥 못지나치니까 혹시... (반짝) 낼 11시에 트럼펫 땜에 서울 악기점 간다 그랬거든..
루미 (보면)
S#28 지하철 안 (낮)
루미, 슬픈 표정으로 슬프게 연주하고 있다. 뚱하니 종이 읽는 건우 위로,
루미E 게다가 저는 설상가상 귀까지 멀어 이번 공연은 제 인생의 마지막 공연이 될 듯합니다.
클래식을 사랑하시는 여러분의 작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추신. 트럼펫 연주자 급히 구합니다. 제발 도와주세요...ㅜㅜ
건우, 종이 보면 ‘트럼펫 연주자’ 붉은색 글씨에 밑줄, 동그라미, 강조했다.
떨름해지는 건우, 약간 갈등하는 듯... 그 사이 루미, 연주마치고 건우 쪽부터 종이 걷기 시작한다.
건우 모른 척 무릎 위 종이둔 채 신문 보는. 시민들이 주는 후원금 받는 루미, 건우 앞에 온다.
종이 걷는듯 하다가 트럼펫 케이스 보고,
루미 (멈칫 놀라는 척) 이거 악기 같은데... 맞나요?
건우 .....네.
루미 (슬픈 가운데 희망을 본 듯, 간절한) 네, 하셨죠? 입모양을 보니 그러네요.
혹시 ... 트럼펫?
건우 (갈등으로 보다가 끄덕일 듯 고개 드는..)
루미 (좋아하려는데)
건우 (갈등하다 그냥 고개 천천히 젓는다)
아.... 실망하는 루미, 목례해보이고 다른 사람 종이 걷고는 맞은편에 앉는...
그러면서 흘끔 건우 보는 루미, 화난. 그 위로,
루미E (마음의 소리) 마음이 약해? 뭐가 약해. 거짓말까지 하는데 뭐가 약해!!!
하며 루미 불퉁해서보면 건우, 내릴 듯 문께로 간다.
루미E 가? 그냥 가?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가, 그냥 가아?? (허~ 하고는 입술 깨물고 바닥을 내려다보는데)
문 열리고 내리는 건우. 그제서야 건우쪽 다시 보는 루미. 건우, 내리고 없다. 화들짝 놀라 후다닥 짐 챙겨 뛰어내리는 루미...
S#29 지하철역 플랫폼 (낮) <롯시니, 윌리엄텔 서곡 4부 뒷부분 - 트럼펫>
플래폼과 계단을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건우를 찾는데,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루미 (어이없는, 계단 위를 올려다보며 혼잣말) 와 나~...뭐 저런 인간미 없는 자식이 다 있냐? 잽싸게도 사라졌네~
하는데 누군가 톡톡 뒤에서 치는. 보면 헉헉, 숨 몰아쉬고 있는 건우.
루미 (건우 보자마자 바로 슬픈 듯, 허탈한 듯) 아, 누가 절 치고 가네요. 안 그래도 힘든데.... 근데 무슨 일루....
건우 (보다가 한숨처럼) ....한번이면 되요?
루미 네? (하다가) 아.... 혹시, 정말 트럼펫?
건우 네. 잘하진 못하는데요, 그래도 괜찮다면...
루미 (좋지만 너무 티내지 않으며) 물론이죠, 실력이 무슨 상관있겠어요, 마음이 중요하 죠. 근데 트럼펫은 어떻게....
건우 혼자 배웠어요.
루미 죄송한데, 제가 귀가 안 들려서요. 앞에 서서 크게 또박또박 말씀해주시겠어요?
(입 열심히 보는 척 하며) 악기도 좀 꺼내봐 주시구요.
건우 (?해서 악기 꺼내며, 루미 향해 입모양 크게) 독학했어요. 잘 못해요.
루미 (미소로) 아 네... 한번 들어볼 수 있나요?
건우 (?해서) 못 들으신다면서...
루미 (미소로 트럼펫 나팔 끝 살짝 잡으며) 이렇게 잡으면 손끝으로 다 느껴요. 부탁드려요.
건우 ....여기서요?
루미 (미소, 위말 반복하듯) 장소가 무슨 상관있겠어요. 마음이 중요하죠.
트럼펫 꺼내들고 난감해서 두리번거리는 건우. 루미, 트럼펫 나팔 끝 잡고 간절히 쳐다본다.
건우, 난감하지만 결심한 듯 그냥 불기 시작한다. 정말 잘 분다.
루미E (얼굴은 슬픈 듯한 미소로) 오예~~ 좋아 좋아, 왕건이야~!!
사람들 흘끔 흘끔 보며 가고, 그중 두세 명은 서서 가만히 듣는...잠시 불던 건우, 사람들 보자 민망한 듯 그냥 트럼펫 내린다.
듣던 사람들 미소로 박수쳐주며 가고 민망한 건우, 뚱하니 루미 보면,
루미 (미소로) 정말 잘하시네요. 그럼 우리 약속을.... (하는데 핸드폰 울린다. 루미, 멈칫하지만 계속 말하는) ...약속을 한번 잡아보죠.
건우 핸드폰 울려요. 진동 안 해놓으셨어요?
루미 (그제서야 찾는 척) 아 그렇군요. 근데 문자나 볼까, 소리는 뭐....
(하고 발신인 보는데 확 굳어진다, 급히 받는) 네 시장님! 어떻게 직접 전화를...
건우 ........?!!!
루미 (쩔쩔매는) 네네, 그럼요, 잘되고 있죠. 직접 전화까지 주시고, 감사합니다.
네, 계장님 바꿔주세.. (하다가 그제서야 아차!!! 건우 천천히 쳐다보면)
건우 (굳어진) .......이봐요.
루미 (멍해서 보는... 전화 바꿔 받은 계장은 두루미씨? 여보세요? 하고 있다. 루미 얼른 탁 전화 끊어버리고 뒤늦게나마 슬프게)
...특수 제작한 핸드폰인 걸 깜박했네요. 어제 주문했어요. 이렇게 잡으면 손끝으로 소리가....
건우 (버럭) 야!!
루미 (움찔!)
건우 (무섭게 보다가, 이갈듯 낮게) ....꺼져.
루미 (열심히 웃으며 잡을 듯) ....저기요~ (하는데)
건우 앵벌이루 콱 잡혀가구 싶어?!!
흠짓 놀란 루미, 우다다다 바이올린 들고 도망간다.
매우 못마땅하게 그런 루미 보는 건우, 트럼펫 챙기고.
S#30 지하철역 일각 (낮)
트럼펫 메고 인상 쓰고 가는 건우, 빠지면 벽에 기대 서있던 루미, 건우 뒷모습 팔짱 끼고 보며 서있다.
루미 짜식, 쎄네....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하는데 삐리리 전화) 네, 계장님. 아깐 죄송해요, 전화가 끊어져서...
(하다가) 네에? 시장님이 직접요??
S#31 시청 문화예술과 사무실 (낮)
김계장 응, 오케스트라 연습하는걸 보고 싶다고 하시네. 아까 전화루 격려도 해주시고, 기대가 크신가봐. 다다음주쯤 괜찮지?
S#32 지하철역 일각 (낮)
루미 (미치겠다) 아 그게,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잖아요. 손발을 맞추려면, 다들 바쁘신 분들이라...
김계장F 실력 있는 분들인데 한두번이면 딱딱 맞지 뭘 그래. 다다음주 토요일로 벌써 잡아놨어.
루미 (허걱.. 죽었다.) ....다다음주요?
S#33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연습실 (낮)
자기가 다니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동호회원들 만나고 있는 루미.
준기 이렇게 막 가두 되요?
루미 (초조한, 열심히) 네. 오세요. 우리 같이 하던 대루 연습하고 그럼 되요. 대신 보수는 없어요. 아시죠?
준기 큰 무대에 서는 건데 보수는 무슨...
첼로지영 근데 정말 우리 같은 아마추어가 괜찮어?
루미 괜찮아요. 오세요.
바순나연 그래두 시에서 하는 엄청 큰 공연인데....
루미 (마음은 급하고 제정신 아닌, 버럭) 괜챦아요 괜챦다구요! 악기들 수 있죠?
손 멀쩡하죠? 소리 낼 수 있죠? 괜찮으니까 좀 오세요!! 하라구요 좀!!
일동 (헉해서 보면)
루미 (보다가 억지 미소 지어 보이며) ...예술은 모두에게 평등해요. ...오세요
S#34 거리 일각 (낮)
루미, 거의 정신 나간 듯 저번에 붙인 전단지위에 뭔가 마구 덧붙이고 있다.
전단지 ‘음대졸업자 이상’ 글씨위에 붙여지는 작은 종이.
음대 중퇴-> 악기 10년이상-> 8년이상-> 5년이상-> 3년-> 2년-> 1년-> 아무나!!
S#35 야산중턱 운동기구 공터 (아침)
허리 돌리기 기구에 다리 걸치고 스트레칭 하는 건우.
억지미소 띠고 짠~ 나타나는 루미, 손에 바이올린 모양 헝겊 패치 들고 있다.
건우, ?!해서 보면,
루미 (무섭지만, 열심히 미소로) 이거 붙여드릴라구. 저번에 보니까 트럼펫 케이스 한쪽이 좀 튿어졌드라구요. 요거 붙여놓으면 이쁜데.
건우 (무섭게 보며) ...나 여깄는 건 어떻게 알았어.
루미 (열심히 애교떨듯) 이모~ 제가 세 들어 있는 집 주인이 강건우씨 이모님이예 요. 몰랐죠, 몰랐죠!
건우 (멍 보다가 미치겠는 듯 고개 돌리며) 아씨~
루미 집에 같이 가서 이거 붙여드릴께요. (서로를 번갈아 가리키며) 이웃사촌~!
건우 (스윽 무섭게 보면)
루미 (얼어붙어 보다가, 다시 용기 내어 얼른 패치 건우 호주머니에 넣으며, 애걸복걸)
그래요, 제가 미친년이예요. 앵벌이, 잘못했죠, 잡아가세요. 근데, 공연만 하구 잡아가세요. 네? 트럼펫만 좀~~
건우 (무시할 듯 스트레칭만 한다)
루미 그래요 정직, 일도 하지 말고 2개월 동안 반성해라, 알아요.
근데 사람이 어떻게 주구장창 반성만 해요? 얘기 들어보니까 뭐 그리 잘못한 것두 아니더만!
공연하면 맨 뒤에, 안 보이는데 세워 드릴테니까요, 나댄다 생각하지마시구 살짝 좀....
건우, 자리이동해서 턱걸이 중. 역시 대꾸도 없다. 루미 또 따라붙으며,
루미 (더 답답해진) 아니~ 그정도 실력이면 트럼펫 전공두 하셨을텐데 도대체 왜 안하신 다는거예요? 집에서두 계속 부시잖아요~
건우 나 대학 안나왔거든?
루미 (놀라운) 그럼 진짜 독학이예요?? 근데 그렇게 잘해요?? 와 천잰가부다!!! 너무 놀라워요!!!
건우 (대꾸도 귀찮다는 듯 턱걸이만)
루미 (꼬시듯) 대학은 가고 싶었는데 못간 거죠, 그쵸? 그럼 이참에, 와서 사람들두 사귀구요, 클래식두 정식으루....
건우, 줄넘기하며 위 말 자르듯,
건우 난 클래식이 싫어.
루미 (??해서) ..네? 저번에 클래식... 행진곡...
건우 (흘끔 보는, 불퉁) 그건 애국조회 노래구.
루미 (멍 보다가) 그거 라데츠키 행진곡이예요! 요한 스트라우스 1세의 Radetzky Marsch Op. 228이라구...
(웃으며) 아하~ 모르셨구나! 어쩐지~! 근데 뭐 어때요? 같이 배우자구요~
건우 (줄넘기 그치고 윗몸일으키기 쪽으로 가며) 싫어.
루미 (따라가며) 왜요???
건우 (판을 제일 경사지게 올려놓고 발걸이 쪽에 줄넘기 줄 걸어 잡아 윗몸 일으키기 하며) 재미없어. 재수 없고 짜증나.
루미 (격한 반응이다. 멍 보다가, 같이 옆판 경사지게 걸어놓고 앉으며)
아니, 왜요? 트럼펫 그만큼 부셨으면 분명히 클래식두 많이 하셨을 텐데, 도대체 왜요?
건우 (윗몸일으키기 하며) 클래식두 싫구, 클래식 하는 사람두 싫어.
루미 아니 그니까 왜....(하는데)
건우 (앉으며) 그 중에 니가 제일 재수야. (가버린다)
어이없어 보는 루미, 저기요, 잠깐만요!!! 해보지만 건우 빠른 걸음으로 가버리는...
루미, 멍하니 보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든 듯 줄넘기 줄을 발에 감는. 건우, 휘적휘적 가는데 갑자기 악~!! 비명소리. 건우 돌아보면,
루미 (간절히 보며) 발이, 줄이 엉켰어요. 그쪽 따라가려구, 억지로 일어날라 그랬더니 막.....
무표정하게 보던 건우, 뚜벅뚜벅 온다. 루미, 시간 좀 벌었다싶어 보는데 다가온 건우,
줄넘기 줄을 루미 발에 더욱 칭칭 동여매는!루미 입 떡 벌리고 보면 건우, 마무리로 꽈악~! 묶어버린다.
루미 아파서 아악~! 비명 지르는데,
건우 운동하면서 발버둥 좀 쳐. 풀릴 꺼야. (가버린다)
루미 (어이없어) 이보세요~ (간다, 풀려고 애쓰며) 이봐요~ (간다, 안 풀린다)....야! (간다) 야 이 새끼야!!! (가버렸다)
S#36 혁권 회사 회장집 앞 (낮)
혁권, 피곤한 표정으로 전화 받고 있다.
루미F 선배애~ 제발 나좀 살려주라. 지금 트럼펫두 없구, 오보에 플룻 첼로 다 없구~
혁권 루미야, 나 지금 바빠.
S#37 야산중턱 운동기구 공터 (아침)
루미사람 모으는 건 다 내가 할 꺼거든? 선밴 그냥 콘트라베이스만 좀 해줘 응?
S#38 회장집 앞 (낮)
혁권진짜 바빠. 끊는다.
혁권 탁 끊으면 빠지면서 드러나는 전경.
으리으리한 집 앞에 30~50대정도 되는 과장이상 양복쟁이들 바리케이트치듯 서있고 혁권 그중에 섞여있는.
그 앞에 회사 감원조치로 짤린 듯한 사람들이 빨간띠 매고 ‘해고자 복직!’‘임금인상!’피켓들고 시위중이다.
상무 (집지키는 양복쟁이들 앞을 왔다갔다 하며) 정보에 의하면 저놈들이 곧 회장님 댁을 덮칠 꺼라고 하니까 각오 단단히 해.
한 놈도 들여보내면 안돼! (하다가 혁권 향해) 어이 박과장, 자넨 나이도 젊은 사람이 왜 뒤에 처박혀있어.
(끌어내며)나와~ 앞에서 대문막아. (시계 흘끔 보고) 자자, 다들 팔짱끼시고!!
당혹스런 얼굴로 끌려나온 혁권, 맨 앞줄에 서서 주위 과장, 차장, 부장들과 스크럼 짠다.
그때 갑자기 와아~!!! 소리와 함께 피켓부대 대문향해 돌진!! 전경과 시위대가 부딪히듯 난리가 난다!
그 와중 막으려고 애써보는 혁권! 시위대들 ‘나와!! 박과장님, 나오십쇼!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 회장 나와!!’
고함과 소란 속에 혁권, 피켓에 양복 찢기고, 누군가의 손바닥에 얼굴 눌리고, 또 다른 한명은 혁권 얼굴에 계란을 확 뭉개버리고 엉망진창...
그때 옆 과장 한명, 혁권을 머리통으로 툭툭 친다.
혁권 (정신없는) 예?
과장 저기, 자네 와이프.
그 소리에 혁권, 과장이 턱짓하는 쪽 보면, 애기를 가졌는지 봉긋한 배를 한 아내와 어린 딸(4살),
혁권 보고 서있는. 혁권과 눈 마주치자 어린 딸, 당황해서 그냥 고개 푹 박고. 한 손엔 도시락 가방을 든 아내,
역시 혁권 보는데 당혹한 모습 역력한.... 혁권, 계란 칠한 꼴로 가족들보며 참담한.....
S#39 회장집 옆 골목 (낮)
시위가 소강상태인지... 회장집 옆 골목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김밥들 먹고 있는.
혁권, 한켠에 쭈그리고 앉아 아내가 싸온 주먹밥 먹고 있다. 대충 닦긴 했지만 그래도 몰골 참담한.
혁권 챙피하고 무안해서 고개도 안 들고 밥만 먹고 있는. 혁권처도 말없이 밥만 먹고 있다.
아빠 모습에 충격 받았는지, 무표정한 어린 딸은 괜시리 반찬 뚜껑 들어 땅땅 바닥 치며 뚱하니 장난질 중.
그렇게 말없는 혁권과 혁권처 사이에 딸의 땅땅 바닥 치는 소리만 떠다니는데,
혁권처 (밥만 먹으며) ....회사 가니까, 여기 있다 그래서 그냥... 이런 줄 몰랐어요.
혁권 (못 들은 척) ....
딸 (반찬통 뚜껑 들어 땅땅 바닥 치는)
혁권처 (다시 젓가락만 깨작대며 딸 향한) ....보라야, 그만해.
딸 (계속 땅땅 바닥 치는)
혁권처 ...정신없어, 그만해. (하다가 계속 땅땅 치자 버럭! 등짝 때리며)
그만해!!!(퍽!) 그만하라구! (딸 울 듯 삐죽삐죽 거리자) ..뚝!!
어린 딸, 눈물만 그렁그렁해서 혁권에게 폭 안기는.
혁권, 한손으로 딸내미 등짝만 토닥토닥 하며 꾸역 꾸역 밥 먹는..
혁권처, 역시 말없이 밥만 밀어 넣고... 그렇게 어색한 침묵 흐르는데,
혁권 (짐짓 아무렇지않게) 참, 나 오케스트라 다시 할라구.
혁권처 ......?
혁권 (아무렇지 않은 척, 그러나 약간 젠체) 루미가 도와달라구 막 울더라구.
나하나만 잡으면 사람들 좌악 따라오는 거 아니까. 내가 인맥이 좀 되잖어.
혁권처 ....진짜? 저번엔 콘트라베이스만 해달라 그랬다구...
혁권 (기분상한 듯) 이 사람이, 뭔 얘길 들은 거야? 나 학교때 뭐했는지 몰라?
단대 오케스트라 누가 꾸렸어? 나야, 내가 초대 단장이야. 음대 연합회 누가 만들었어? 나야~
혁권처 (보다가 열심히 맞장구) 그지~ 오빠 연합회 회장두 했었잖어.
혁권 그니까. (고민되는 듯) 아 나 이거, 나이 들어서 좀 쉴라 그랬는데, 도와줘야겠지? 후밴데.
혁권처 (열심히 맞장구) 그럼, 해줘야지, 두루미씨 나이도 어린데 엄벙덤벙, 안돼. 오빠가 딱 앞에서 끌어줘야 중심이 잡히지.
혁권 (고민하는 듯) 맞어. 콘트라베이스 하는 사람 많지도 않고, 한다고 해도 실력두 뭐....
(하는데 전화 온다, 보면 루미다. 허참하듯 보여주며) 이거 봐, 루미 또 운다 울어. (받으며) 여보세요.
루미F (터진) 야 이 자식아!! 니가 선배냐!! 니가 사람이야?!!
혁권 사람은 걱정 말라니까? 내가 다 모을테니까 오디션 날짜나 말해봐. 몇 시야?
S#40 야산중턱 운동기구 공터 (아침)
루미..어? 선배 뭐라구? 할꺼야???
S#41 회장집 옆 골목 (낮)
혁권 (답답한 듯) 울지 말구. 전화 몇 통이면 끝나는 건데 뭐가 고마워. 뚝!
루미F (당황) 어, 오디션은 토요일 1신데... 근데 진짜 선배 하는거 맞어? 어떻게 갑자기....
혁권 알았어. 사람 싹다 끌고 갈 테니까 음료수나 좀 사다 놓구 푹 쉬어. 어. (끊는)
혁권처 (미소로 보다가, 달뜬 척) 공연 두 달 뒤랬지? 오빠 연주하는 거 오랜만에 보겠네. 옷은 뭐 입구가?
혁권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것두 아닌데, 신경 쓰지마. 대학 때 입던 거 있잖어.
혁권처 총각 때랑 지금이랑 같어? 그래두 아까우니까 한번 수선해보고 안되면....
(하는데 딸, 옆에서 안 되는 발음으로 콘짜베스!) 어이구 얘가 뭘 아네~ 아빠가 뭘한다구? 콘트라베이스!
보라 콘짜베스!
아니, 다시 정확하게, 콘트라베이스! 딸과 얘기하는 혁권처.
혁권, 그런 둘 보며 보일락 말락 웃는... 혁권처도 아이 어르다 혁권 보며 안들키게 살짝 미소... 서로 속고 속아주며 따스한....
S#42 성당 오케스트라 연습실 (낮, 오디션 몽타쥬)
“성남 음악 도시 선포를 위한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오디션”붙어있고.
혁권과 루미, 책상 앞에 앉아 문만 뚫어져라 보고 있다. 아무도 없다.
루미 .....문 잠긴 거 아니지.
혁권 아까 확인했잖아.
루미 (미치겠는 듯 팍 책상에 엎드리며) 진짜 납치를 해야되나, 어떻게 된 거야... 전단지를 그렇게 뿌렸는데....
하는데 끼이 문 열리는 소리. 루미와 혁권 번쩍해서 보면 희연이다.
희연 (빼꼼히 문 열고 고개만 내밀며) ...수고가 많네. 밥은 먹었어?
루미 (실망으로, 미소) ...아 네 뭐 그냥요.
희연 ....저기 여기 첼로 자리는 찼어?
루미 (?) 네?
용기 (희연이 막고 있는 문 퉁 열며 당당) 저기요! 전단지 보고 왔는데요. 오디션 보는데 여기 맞습니까?
루미/혁권 !!!!!
(1)배용기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 3악장 - 트럼펫>
마치 막 연주에 설듯 깔끔한 연미복차림으로 앉아있는 용기.
루미 (이력서 보다가) 어? 한양대 나오셨어요? 저희둔데!
혁권 (갸웃, 이런 사람 모른다) ...몇 학번이죠?
용기 (멈칫하지만, 바로 뻔뻔) 아, 제가 한양대라고 썼나요? 중대입니다. 학교를 옮겼거든요.
루미 아.. (혁권 흘끔 보는, 수상쩍지만) 그럼 연주한번 해보
실래요? (적힌 것 보며) 하이든트럼펫 협주곡... 몇 악장 하실꺼죠?
용기 악장요? (잠시 생각하지만 당당히) 뭐, 그리 두껍진 않습니다.
루미 (?해서) 아뇨, 악보 말고 악장요. 3악장까지 있잖아요.
용기 (멈칫, 하지만 인상 쓰며) 그렇죠. 그걸 누가 모릅니까? 지금 절 무시하시는 겁니까?!
혁권 (수상하다) 아뇨, 그런 건 아니구.... 일단 해보시죠. 3악장 솔로부분 하실 꺼죠?
용기 (기분 나쁜 듯) 싫습니다. 1악장 하겠습니다. 전 맨 앞에 꺼 아니면 안합니다.
혁권과 루미, 아 네... 해보라는 듯. 용기 불기 시작한다. 평균치정도의 실력. (이것만 죽어라 연습해서) 그런데 3악장이다.
루미 (?해서 혁권에게 작게) 3악장이쟎아.
혁권 (인상 쓴, 맘에 안 든다) 그니까. (하는데)
용기 (불다가 틀렸다) 아 이거, 분위기가 안 잡히네요. (헛기침하고 처음부터 부는)
루미 (억지미소로 보지만 약한 한숨....)
(2)김갑용 <모차르트, 오보에 협주곡 D장조 1악장 - 오보에>
오보에 연주하는 갑용. 매우 잘 분다. 루미와 혁권, 서로 봉 잡았다는 표정으로 눈짓. 갑용, 연주 끝내고 약간 긴장한 듯 보면,
혁권 나이가 있으신 데두 대단하시네요~
루미 (이력서 보다가 허걱!) 와!!! 서울시향에 계셨어요?
갑용 네, 1970년 8월 원경수 선생이 마에스트로로 오실 때 같이 들어가서 30년 5개월 동안 있었습니다.
그중에 18년 2개월은 오보에 수석을 했구요, 2000년에 정년 퇴임하고 나서도 운동 꾸준히 했구요,
오보에 계속 불었습니다. (가방 뒤적이며) 필요하시다면 여기 병원 진단서도....
루미 (황송해서 말리며) 어휴, 진단서는요 무슨..... (양손으로 손잡으며) 많이 가르쳐주세요 어르신.
갑용 (마주 잡으며) 김갑용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히려 꾸벅)
(3)하이든 <비제, 아를르의 여인 - 플루트>
이든 (대학생차림, 새침한) 어제 전화 드렸던 사람인데요, 실력에 따라서 돈 줄 수 있다는 거 사실이죠?
루미 (떨름) 네 뭐, 아주 잘 부시면...
이든 아주라는 근거가 어디 있는 건데요. 매우냐, 제법이냐, 훌륭하냐 다 다르거든요?
혁권 대학생이시죠? 실력 봐서 퍼스트할 정도다 생각이 되면 저희가 알아서..
이든 그니까 그 알아서가 얼마냐구요. 딱 부러지게 얼마, 클리어하게 일 못하세요?
혁권 (기분 안좋아) 일단 먼저 좀 불어보시죠?
이든 (허! 기막힌듯 있다가) 됐네요. (가버리려고 하자)
루미 (급하게 잡으며) 잠깐만요, 얼마정돌 생각하고 오신 건데요?
이든 (흥! 도도한) 저 좀 비싸요. 댁들 수준으론 무리일 꺼 같네요.
루미 (맘에 안 들지만) 그니까 얼마요.
이든 (못 이기는 척 도도하게 계산해 보며) 일주일 세 번 연습, 세 시간씩 잡고 두달이니까.. 72시간, 왔다갔다 교통비,
악기관리비, 저녁 먹어야 되고, 곡 분석해야 되고, 집에서 연습하고 고민하는 거까지 다 합치면.....
루미/혁권 (긴장으로 보면)
이든 ....20만원? (말해놓고 긴장으로 흘끔 눈치 보면)
루미/혁권 (어이없다)
이든 ........십팔...만원?
루미 (어이없어 보다가) 콜!!!
이든 (반색하며, 애처럼) 진짜요??
루미 (좋아서) 네, 그 정도야 당장.... (혁권, 안된다고 눈짓) ....아니, 공연 끝나고나서 드릴께요. 일단 먼저 실력부터....
이든 (좋아서) 네 알겠습니다!
하고 이든, 일어나서 불기 시작한다. 꽤, 매우, 아주~ 잘 분다.
혁권과 루미, 서로 보며 저 정도면 뭐, 놀랍다는 듯 끄덕끄덕...
(4)정희연
희연 (민망하지만, 열심히) 첼로 전공했구요, 시간만 맞다면 열심히... 남편 밥 차려줘야되서요.
루미 (반가워서) 어우 아줌마~ 진작에 저한테 말씀하시지~
혁권 (속삭이듯) 아는 분이야?
루미 (역시 작게) 우리 집주인~~
혁권 아 반갑습니다 아주머니, 저 루미 선배 박혁권이라고 합니다.
희연 (정색하고) 정희연입니다.
루미/혁권 (?해서 보면)
희연 (약간 빈정 상한, 우아한 척 웃으며) 아줌마가 아니라, 정희연이라구요. 정희연씨, 이렇게 불러주세요.
혁권 (당황하지만 웃으며) 아 죄송합니다 정희연씨. (이력서 보며) 음대 졸업하신지는 꽤 되셨는데...
연습은 뭐 동호회 같은데서 계속 하셨죠?
희연 (멈칫하지만 얼른) 네, 꾸준히...
루미 그럼 연주한번 해보실래요?
희연 (당황) 아... 악기가... 결혼할 때 팔았는데..
루미 ???
희연 (간절한) ...대여 같은 거.. 안 되나요?
혁권 (절망스러운 느낌으로) 안 되는데요...
(5)주연 / 주희 <비발디, 사계 여름 3악장 [스톰 편곡] - 전자 바이올린 합주>
혁권 (이력서 뒤적이며) 주연씨는 중학교 때까지 바이올린을 하셨네요.
주연 네.
주희 (주연 슬쩍 보고는 귀엽게 잘난 척) 전, 고등학교까지 했는데요~
루미 (피식 웃고는) 근데, 왜 전자 악기를 시작하셨어요?
주희 (순간 맹하게 생각하는 듯하더니 푼수 같이) 완전 짜릿하잖아요.... 헤헤~
주연 (팔꿈치로 툭 주희를 치고는) 우리가 하두 전자 악기만 좋아라 했더니, 전자 음악 버릇이 들었거든요,
여기서 오케스트라 하면서 다시 고치고 배워보려구요.
루미 그럼, 일렉 바이올린이라도 좋으니까 연주 함 해 보세요.
주연 (조심스럽게) 저기, 옷을 좀 갈아 입어두 될까요...?
루미 예..? (황당한 듯 끄덕이는) 예..
주연/주희(좋아라~ 일어나 나가는)
<시간 경과>
입 떡 벌리고 보고 있는 루미와 혁권...
요염한 복장에 도발적인 자태로 전자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주연 주희.
혁권 (넋 나가서) 죽인다...
루미 (그런 혁권 보더니, 어깨 퍽 때리는)
혁권 (화들짝 놀라 추스리면서 입가에 침 닦는)
S#43 희연집 뒷 마당 (새벽)
바위 위에 조심스럽게 놓아지는 한하게 웃는 얼굴의 희연 시어머니 영정.
희연, 그 앞에 작은 소반 놓고 과일 몇 개 등 소박한 제상처럼 차려놓고, 꿇어앉는다.
희연 어머니 제가요, 부탁드릴게 있어 갖구... 제가 어머니, 8년동안 똥오줌 다 받구요,
그 뭐냐, 욕창 안 생기게 돌려 눕히구 주물러 드리구요~ 제가 뭐 이제 와서 생색내겠다는 건 아닌데요,
어머니 계실 땐 바빠서 몰랐는데 가시구 나니까...
아~ 가슴이 막 답답한 게~ 어머니두 아시잖아요 저 양반, 어머니 아들이요.
웃는 얼굴에서 스르륵 무표정하게 변하는 시어머니 영정.
희연 (점점 더 답답해지는) 제가요, 정희연이잖아요. 이름두 이뻐요.
이봐, 엄마, 이런 게아닌데, 막 저이랑 애들이이~~ (물젖기 시작하는) 저 그래서, 첼로 좀 할라구요.
뭐 손두 다 굳구, 어떻게 잡는지두 까먹구 그랬는데, 그래두. (말하니까 더 치받친다, 입만 달싹거리다 울먹거리며)
...근데, 악기가 없어요. 그때 저 시집올 때, 어머니가 꼭 한복, 그 뭐냐 금침으루 해 달라구 하셔서, 제가 첼로 팔았잖아요.
근데 그게 없어서.. 제가 아~ 돈 좀 어디서 꿍칠래두 집하나 있는 건 20년을 깔구만앉아있지,
쥐꼬리만한 연금 그건 다 저이가 쥐구~ 천원 이천원 조기새끼 살 돈, 이렇게 밖에 안주구우우~
급기야 희연, 울기 시작한다. 자는 남편 깨지 않게 숨죽여 잉잉 우는...
잠시 그렇게 있다가, 정신 차릴 듯 얼른 눈물 손등으로 씩씩 닦으며, 시어머니 영정 보는데...
무표정한 얼굴에서 화난 듯 희연을 노려보는 얼굴로 변하는.
희연 ....어머니 그렇게 무섭게 보지 마시구요... 제가, (돈 봉투 꺼내며)
이거 어머니가 장례비용 하라구 주신 돈 남은 거거든요?
수의두 말씀하신대루 그 어디냐, 삼베마을 특산으루 했구요, 관두 최고급으로 하구 남은 거예요.
이걸루 저.... 첼로 좀 사면 안 될까요?
근엄하게, 절대 안 된다는 듯 노려보던 영정 속 시어머니 스르륵 희연을 외면하고 고개 돌리는....
희연 (다시 간절히) 어머니 제발... 그럴께요 어머니, 예? ...예?
희연, 간절히 귀 기울이지만... 여전히 대답 없는 고개 돌린 시어머니.
실망한 기색 역력한데, 갑자기 밖에서 빠바바바빠바밤! 오토바이 경적 들린다.
희연 (반짝해서 돌아보고는) 맞죠? 어머니 방금 저 오토바이로 신호 주신 거 맞죠?
영정 다시 환하게 웃는 처음의 얼굴로 변해 있다.
희연 (좋아서 일어나며) 저 그럼 첼로사요? 고마워요 어머니, 살께요..!!
S#44 성당 오케스트라 연습실 안 (밤)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서곡 - 오케스트라>
단원들 모두 모여 있는 연습실. 처음 서로 만나 서먹하지만 두런두런, 악기 음 열심히 맞춰보는 등 긴장과 설렘이 가득한..
희연 (첼로 파트 쪽으로 가 앉으며 살짝 살짝 목례, 달뜬) 반갑습니다~ 반가워요~ 정희연이에요.
(하다가 옆 사람 첼로 보며) 그 첼로는 얼마짜리에요? 때깔 좋네~ 어디서 샀어요?
여전히 예복 차림의 트럼펫 용기 팔짱끼고 버티고 앉아있다. 그 옆에 혁권 악기 들고 난감해서 서 있는.
용기 (기분 나쁜) 글쎄 절대 못 비키겠거든요?
혁권 아니, 저쪽에 자리 있는데 왜 굳이...
용기 내말이! 그니까 당신이 저리로 가라고~ 나 1착으로 왔어.
여기 성당 수위 아저씨 보다 먼저 와서 딱 불 키고 자리 젤 먼저 잡은 게 나야~
억울하면 당신이 1착으로 오덩가~ 왜 늦게 와서 나보러 비키라 마란데, 어?
혁권 여기가 제자리니까요.
좌악 빠지면 첼로 콘트라파트 정중앙에 떠억 자리 잡고 있는 트럼펫 용기...
첼로 콘트라 등 흘끔흘끔 용기 보며 있고.
혁권 금관은 저 뒤거든요...
용기 (...해서 있다가 옮길 듯 트럼펫들 챙기지만 그래도 기분 나쁜, 팽!) 아 그럼 진작 말을 하덩가!
혁권 (어이없고)
목관파트. 건강 칙즙 쪽쪽 먹으며 열심히 악보 넘겨 꼼꼼히 체크하는 갑용,
시선 느껴져서 보면 약간 뒤로 몸 빼고 인상 쓰며 빤히 보고 있는 이든.
갑용 (? 하면서도 웃으며) 먹고 싶어? 한번 맛봐. (빨대 꽂아 내밀면)
이든 (빤히 보다가) ...할아버지, 나 기억 안나요?
갑용 (웃으며) 글쎄... 왜, 내가 낯이 익어? 전생에 꼬마아가씨랑 인연이 있었나, 태초에 서로 바람이었나 보네.
이든 (?해서 보면)
갑용 “인연” 김지헌님의 유명한 詩 몰라? (폼 잡으며 시 읊기 시작하는)
“너는 나의 태초의 바람, 산맥을 가르고 바다를 가로질러 내게로 왔구나...” (인자한 미소로 눈뜨고 보면)
이든 (미소도 없이 보다가) ...할아버지 미쳤죠.
갑용 .....?!!
이든 (냉랭한) 딸기 우윤 해결 됐어요? 할아버지 오락가락한 거 사람들은 알아요? 말은 하구 들어온 거예요?
갑용 (멍해서 보다가 당황해서) .....아.. 그게... (하는데)
루미 (악보 들고 문 열고 들어오며 밝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단원들, 환하게 안녕하세요~ 마주 인사. 이든도 그냥 흥해서 루미 쪽 본다.
갑용, 당혹스런 표정으로 이든 보는데,
루미 와~ 다들 일찍 오셨네요. (단상으로 가며) 8시까진데 5분전에 그냥 자리가 꽉.... (하는데 휘청하며) 엄마야~!
동시에 앉아있던 갑용도 휘청!!
갑용의 방석찜질팩 연결한 전선줄에 루미가 걸려 둘 다 휘청했다.
갑용 (서둘러 나와) 아이고 이거 죄송합니다 (전선줄 정리하고)
이든 (드릴 듯 말듯) 차~! 가지가지 한다.
용기 (긴장과 흥분상태, 오바) 아 이럴 땐 효과음을 빠라라랑 넣어주셔야지~ (옆의 팀파니 북채 뺏어들고 빠라라라라 치는)
팀파니 황당해서 보고 사람들은 와르르 웃고.
혁권은 용기의 진지해 보이지 않는 그 모습이 못마땅하고.
루미 (그사이 갑용과 대충 정리한 후 단상으로 가서) 반갑습니다.
아직 다 꾸려진 건 아니지만 계속 구하고 있는 중이니까 걱정마시구요, 먼저 연습부터 해보죠. 악보는 다들 받으셨죠?
단원들 네, 네~!
루미 지휘자선생님이 오실 때까진 일단 제가 연습을 시킬께요. 바이올린 맡고 있구요, 자칭 악장, 두루미라고 합니다.
루미 인사하면... 단원들 박수 친다. (현악기는 활로, 악기 큰사람들은 발로, 나머지는 박수로.)
용기 (사람들 따라 발로 박수치며 옆 사람에게) 저 아가씨는 몇 악장이예요? 3악장? (옆 사람이 ??해서 보자, 그냥 박수만)
루미 튜닝 다 하셨죠..? 자, 그럼 연습 해오셨으리라 믿고!! 첫곡 시작해보겠습니다.
루미 바이올린 들고 시작하는데 분명히 낯익은 곡인데도 뿡~끼익~캬악~ 불협화음에 박자 뭉개지고 엉망.
루미, 약간 당황하면서도 그래도 한번 끝까지나 가보려고 하는데, 필 받은 용기, 꾸밈음에 애드립까지 넣어가며 난리 부르스.
루미 (안되겠다, 탁탁 치고) 자, 잠깐 잠깐. (용기에게 좋게) 저, 배용기씨. 너무 그렇게 과도한 꾸밈음을 넣으시면...
용기 (멈칫하지만) 아니 이, 트럼펫이란게요 원래, 이렇게 좀 해줘야 맛이거든요?
혁권 (기분 나빠) 여기가 무슨 카바렙니까? 좀 진지하게 할 수 없어요?
용기 (굳어지는, 일어나서) 아니 카바레라뇨? 이 사람이 진짜 아까부터~
혁권 흥분하는 거 보니까 맞나보네. (루미 향해, 무시하듯) 일단 가 그냥.
용기 (얼굴 시뻘개 벌떡 일어나, 자격지심) 카바레라니, 누가 카바레야!! 너 음표 몇개나와! (자기 파트보 흔들며) 난 봐봐! 새까매!
루미 (말리듯) 아 저기요~!
혁권,‘아니면 됐지 뭘 그렇게 흥분하고 그래요?’ ‘이게 진짜, 너 이 쇳덩이루 한번 맞아볼래??’ 난리 난... 루미, 보다가 한숨... 큰일 났다.
S#45 동 연습실 앞 (밤)
루미 선밴 왜 싸우고 그래~
혁권 사람이 진지하질 못하잖어. 카바레출신이야. 분명해.
루미 그러다 저 사람까지 나가면 우리 트럼펫 어쩔려구~
혁권 구하면 되지 뭘~ (수첩 꺼내 따져보며) 첼로하나 오늘 늦게라두 온다 그랬구,
비올라 둘 내일 올꺼구. (하다가) 아 정일이, 석규 이 자식들 진짜....
루미 (어깨너머로 보고) 뭔데? (울상) 트럼펫이네~ 한명두 없네~~
혁권 (입맛 쓴) 우리 현악이 원래 금관이랑 안 친하잖어.
루미 오빤 콘트라베이스라 친하잖아!!
혁권 아 거 진짜 누가 바이올린 아니랠까봐 디게 앵앵되네~ (하다가)
시장님 앞에서 꼭 뷰글러스 홀리데이 해야 돼? 다른 곡들 많잖어.
시장님 클래식두 잘 모른다면서 뭐 하러 트럼펫 세 개씩이나 들어가는 걸....
루미 바꾸면, 트럼펫 안 필요해? 2관 편성인데 하나 갖구 되냐구, 것두 카바렌데.
혁권 (한숨, 고민하다) ....시장님 언제 와서 본다구?
루미 다음주.... (뭔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혁권 아씨~ 정일이 석규 두 달 뒤에나 된다는데....
루미 (고민하다, 혼잣말처럼) .....두드려도 안 열리면 부셔야겠지?
혁권 ...뭔 소리야? (하는데)
루미 (대답대신 지나가는 희연 향해) 아줌마! 저기요~~
S#46 건우집 거실 (밤)
건우, 반바지에 런닝 차림으로 소파에 누워 다리 쩍 벌리고 아주 편안한 자세로 조그마한 자기 TV보고 있다. 그때 누군가 쾅! 문 열고 들어오는! 건우 놀라 벌떡 앉아보면 루미다.
루미 (들어서자마자 건우 꼬나보며) 너, 할 꺼야 말 꺼야.
건우 (놀라서) 너.. 어떻게...!
루미 (이판사판) 니네 이모한테 물어봤지. 야~ 현관번호가 1234가 뭐냐? 초딩이냐?
건우 (어이없어 보다가) 나가.
루미 나가면, 오케스트라 들어올 꺼야?
건우 이거 불법 가택침입이야. (전화기 들며) 바루 서로 쏴줘?
루미 (옷깃 열어젖히며) 쏴! 총이든 뭐든 다 쏴! 나 이미 여러 번 죽었어!
건우 (바로 번호 누르는데)
루미 (달려들어 무릎 꿇고 전화 못 걸게 잡으며 사정) 도대체 왜 안하겠다는건데~! 클래식이 왜 싫은데, 왜! 이유나 좀 알자, 어?!
건우 말해주면, 갈 꺼야?
루미 이해가 되면! 물론!
건우 (삐딱) 땡벌, 남행열차, 소양강 처녀... 간결하구 좋잖아. 근데 이건 읽기두 힘든 외국말에, 제목부터 너무 길어. 짜증나.
루미 (멍 보다가 웃으며) ...아 그건~
건우 공연할 땐 또 양복에 드레스 입지? 파티 가냐?
루미 (당황해서) 옷은 그냥...
건우 영어는 또 왜 그렇게 써대?
루미 영어 아니거든... 이태리어지.
건우 (딱 째리며) 이거 봐. 딱 잘난 척. 좋은 우리말 놔두고. 예술 한다구 티 내냐?
루미 (설득하려) 안 그래두 그건 바꾸려구 작업중이래. 근데 일단 입에 붙어서,....
건우(OL) 내가 평생 클래식 하는 사람을 딱 두 명 만났는데~
루미 (보면)
건우 하난 너구, 다른 하난........ 난 그 새끼 때문에라두 클래식, 안해.
루미 (???해서 보다가) ...어떤 새끼?
건우 클래식에 관심이 갔었는데, 아주 잘~ 뭉개줬어 그 놈이.
루미 그니까 어떤 놈~
흥, 하듯 고개 돌리는 건우... 그 위로,
강마에E 오늘 연주할 곡이 누구 껀지 아십니까?
S#47 콘서트홀 지휘자 대기실 (밤 / 과거)
강마에 브람스입니다. (옷가방 들고 나가며) 저 나중에 죽어서 천국가면 그 사람 볼텐데, 미안해서 고개 못 듭니다. (덤덤하게 나가버린다)
S#48 콘서트홀 복도 ( 밤 / 과거)
단장 (뛰쳐나오며 화나서 버럭버럭) 천국? 야 이 자식아 넌 지옥이야!! 그중에서도 불구덩이,
뱀구덩이로 떨어질 꺼야 이 염라대왕 같은 놈아!!
아랑곳 않고 저벅 저벅 걸어가는 강마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 두 명, 양쪽에서 탁 강마에 양팔을 잡는다.
강마에 (긴장한) 뭡니까 이거...
단장 (경호원들 향해) 그냥 끌고가! 어떻게든 포디움에 세워버려!!
경호원들 (강마에를 잡아끄는...)
강마에 (끌려가며) 무대 위에서 바톤 던지는 거 보고 싶어?!!
놔 이거!! 놓으란 말야!! (잡힌 팔을 뿌리치는)
머리를 쓸어내리고는 무섭게 경호원을 쏘아본다.
움찔하며 시선 돌리는 경호원.... 깊은 숨을 내쉬더니 한켠 의자에 가서 앉는 강마에.
단무장, 다시 경호원들에게 잡으라는 듯 눈짓하는데,
강마에 (고민하듯, 손들어 보이며) 잠깐, 5분만. 생각 좀 해봅시다.
단무장 (시계 보며) 안 됩니다.
강마에 5분으로 공연 전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공연의 질을 생각하세요.
단무장 질은 이미 훌륭합니다. 아니, 안 좋다고 해도 할 수 없습니다. 올라가시죠.
강마에 ...........
그때 코너 돌아오는 누군가, 어린건우다.(15)
어린건우 (약간 이상한분위기다, 떨름하지만) 저기.. 학교 숙제땜에 왔는데요, 지휘자 선생님께 뭣 좀 여쭤볼라고...
강마에 ........
단무장 학생, 미안한데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하는데)
강마에 (불쑥) 아닙니다. (보지도 않고 건우 향해 손짓하며) 이리 와봐.
단무장 (시간 벌려고 저러는 거 같다, 강마에 향해) 저기 선생님... (하는데)
강마에 학교 숙제라지 않습니까! 도와줘야죠.
단무장, 미치겠다는 얼굴로 있다가, 어린 건우 향해 가보라는 듯 눈짓.
건우, 머쓱하게 다가가 꾸벅 인사하고 팬 꺼내며,
어린건우 예 저... 음악숙젠데요, 클래식은 네모다 할 때, 네모를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강마에 동그라미는 아니라고 생각해.
어린건우 (더욱 당황) 아뇨, 그 네모는 괄호... 클래식이란 뭐, 뭐다, 이렇게...
강마에(OL) 넌 뭐라고 생각하는데. 10분줄테니까 고민해봐.
하고 강마에, 공연 어떻게 하나 심사숙고 들어간다.
건우, 당황해서 서있고, 단무장 시계 보며 초조해하다가 건우 향해 빨리 대답하라고 눈짓하면,
어린건우 ...아 전.... 그니까... 오래전부터 내려온...
강마에(OL) (짜증) 10분 안지났잖아. (하다가 참듯) ..그래, 오래전 언제. 원시시대? 우가우가 차차차도 클래식인가?
어린건우 (정리하려고 애쓰며) 아뇨. 그... 악기, 아니 문명이 좀 생겼을 때 나타난, 정리된 양식의.....
강마에(OL) 네모가 길어? 1미터두 넘나보네? 요점만 말하란 말야.
어린건우 (당혹스러운, 화도 나려하지만 참으며) ...아니요, 그니까.... 모짜르트나 하이든이.....
강마에 바하는. 헨델, 비발디는. 그전 시대 사람들인데 음악가 아냐? 요리사였나?
단무장 (보다가 안 되겠다, 끼어들며) 저 학생, 지금 선생님 바쁘시니까.....
강마에 아냐, 괜찮아. 시간 있어. (건우 향해 대답 기다리듯 보면)
어린건우 (굳은) ......죄송합니다, 제가 공부를 잘....
강마에(OL) 안했으면 여길 왜 와. 공짜로 강의라도 얻어들을 줄 알았어?
어린건우 (참는, 그러나 말투는 이미 삐딱해진) ....전 그냥 네모만 채울라구 온 건데요.
강마에 그니까 그 네모란 뭐야, 함축적인 걸 말하는 건데 넌 뭘 어떻게 함축시켜야하는지도 모르잖아.
어린건우 .............
강마에(보다가 단무장 향해) 보셨죠. 전 오케스트라 수준만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관객도 이건 뭐.... 이따위 애들은 왜 들여보낸 겁니까.
어린건우(입술 깨물며 듣고 있는... 당혹스럽고 분하고 화나고)
단무장(미치겠다) 저 선생님~ (하는데)
강마에(기분 나쁜듯) 3분 남았군요. 일단, 마음 좀 가라앉히고 생각해봅시다.
하고 강마에, 생각 정리할 듯 지휘자 대기실로 들어가 버린다.
그런 강마에 보다가 홱 돌아서는 건우, 가다가 벽에 종이대고 써 갈긴다.
‘클래식은 개똥이다!’
S#49 건우집 거실 (밤)
말마치고 가만히 루미 보는 건우....
루미 (당혹스런) ....아니 어떻게 그런 사람이.... (하다가) 그 지휘자 이름이 뭐야?
건우 그 이름이 또 웃긴 게,.... (말하려다 쩝) 아 몰라. 기분 나뻐.
루미 (믿기지 않는다) 아닌데... 그렇게 이상한 사람, 진짜 없는데.....
건우 (흘끔 보더니) 없어? 있잖아 너.
루미 .......?!
건우 너두 너밖에 모르잖아. 그 놈처럼.
루미 (당황해서) ....내가 언제? (하는데)
건우 싫다는 사람 엉겨 붙어서 화 내구, 협박하구, 안하무인 배 째, 너 하나 살라구 이러는 거 잖어. 안 짤릴라구.
루미 ........!!!
건우 3억 사기 당했으면 죄 값을 받아야지, 왜 남을 못살게 굴어. 니 잘못인데.
루미 ............
건우 그렇게 살면 편하냐? 나 같으면 감옥 들어가구 말겠다.
루미, 멍해서 서있는... 건우, 그런 루미 싸하게 보면,
루미 (멍한.... 정신 차리려 하지만) ...그러네, 내 잘못이네. ....안 짤릴라구 ...맞어.
건우 ..........
루미 (상처로 황망해진) ...미안해. ...그 동안 고생 많았다. 나 때문에.
하고 루미 돌아서 가는.... 건우, 조금 미안해지지만 그냥 뚱하니 앉아있고.
문께로 간 루미, 빨리 열고 도망치고 싶은데 문 안 열린다.
마음은 급하고 번호키라 뭘 눌러야할 진 모르겠는. 그냥 삐삐삐 아무거나 급히 누르는. 보던 건우, 일어나 다가간다.
루미, 해쓱해진 얼굴로 막 누르고 잡아당기고 있는데 건우 달칵, 깔끔하게 열어준다.
루미, 고개도 못 들고 그냥 열고 나가려다가 멈춰서는. 건우 보면,
루미 (숨만 달싹이며 있다가, 겨우 입떼며)......근데.....
건우 (보면)
루미 ....안 짤릴라구....그것만은 아니거든? 짤리는 거.... 그래, 무서워. 근데, 레슨하면 웬만큼 벌수도 있구,
그러다 막히면 시집가두 돼. 근데.....
건우 ...........
루미 (진심어린) ...공연은 못해. 바이올린 한지 17년인데, 공연은 정말, 거의 못 해봤어.
나뿐만 아니라 우리 오케스트라 사람들, 다 그래. 난 그래서 차라리, 잘됐다 생각 들어.
모자란 사람들만 모여 있지만 우리두 할 수 있다, 잘 한다, 보여주구 싶어, 다른 잘난 사람들한테.
건우 .............
루미 (참담한) .....믿을지 안 믿을지 모르지만 나한테 그럼 맘 쪼금 있거든? (간다)
건우, 살짝 내가 너무 심했나... 보면 루미, 휘적 휘적 걸어가는 뒷모습..
건우, 약간 갈등하다가 따라 나가며,
S#50 건우집 마당 (밤)
건우 (막상 나와서는 흠, 헛기침하더니 짐짓) ....있어만 주면 되냐?
루미 (....?해서 보면)
건우 (퉁 던지듯) 하지 뭐 까짓 꺼. 머리수는 채워 줄께.
루미 (멈칫하는... 그러나 대답 없이 가만히 보고만 있다.)
건우 (?해서 보면,)
루미 (입만 달싹이며 보는... 붙잡을까 말까 심한 갈등 하는..... 그러다 자기 의지와는 다르게 수도물 저절로 흘러나오는 듯한 목소리로..)
....아니, 그냥 너 하지 마라.
건우 (?!) ...뭐?
루미 아무리 급해두 머리수만 채우는 건... (하다가 아직도 갈등이 심하다, 정리하려 애쓰며) ....
아냐, 이럴 땐 너를 붙잡아야 되는 게 맞는데..... (흔들리다가 다시 그냥 끊어낼 듯) ...아냐, 그냥 오지마.
건우 ...........
루미 ....우스워 보이겠지만, 내 마음이 그렇네. ...내가 아직 좀 덜 컸나봐.(하며 웃어 보이려는데 일그러지며 오히려 눈물 비치는)
건우 ..........
루미 (더 있다간 울 것 같다, 피할 듯 몸 돌리며) 고생 많았다. (가버리는)
건우 ................
S#51 음대 강사실 (아침)
권인식 (트럼펫 든 채 무표정) 일주일에 세 번이면... 150만원입니다.
루미 (당황해서) .....150이요?.....원래 공연 한 번에 3, 40씩 받으시잖아요.
권인식 (확고부동한 어투로) 다른 분들이 아마추어면 제가 커버해야 되는데 거기다 1주일에 3일 연습, 이건 150입니다.
루미 아뇨, 선생님은 시장님 앞에서 할 때랑 공연 때랑 리허설만.....
권인식(OL) 150입니다. 급하다고 해놓고 왜 이러시죠?
루미 (요지부동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까지 입금해 놓을께요. (가려는데)
권인식(OL) (느낌으로) 참 제가 섭외해서 데리고 갈 다른 트럼펫 한분은 경력이 좀 되십니다. 200입니다.
루미 .............
S#52 은행 창구 (낮)
은행직원 해약이요? 적금 이거 두달만 부으시면 만기인데.....
루미 그냥 깨주세요. 돈이 좀 급해서....
은행직원 그래두 3년을 부으신 건데.... 너무 아깝다.... (하면서도 서류처리하고)
루미 (해쓱해서 보는.....)
S#53 지하철 안 (낮)
건우, 지하철타고 가고 있다. 신문도 보지 않고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는.
그때 어디선가 하모니카 소리 들린다. 걸인이 다리 끌고 하모니카 불며 바구니 들고 오고 있다.
사람들 다 살짝씩 걸인 지나가게 피하고 외면하는데 그 걸인 가만히 보던 건우, 자기 앞에 걸인이 오자 지갑에서 돈 꺼내 툭 넣는다.
꾸벅하고 받던 걸인, 돈보고 놀란다. 만원이다. 걸인, 놀라 건우 보면 뚱하니 다시 생각에 잠기는 건우.....
S#54 성당 지휘자 대기실 (낮)
루미 왜!! 왜 안 오냐고!! 돈도 받았는데, 왜, 왜!!!
루미, 혁권과 같이 서서 발 동동, 거의 미쳤다. 그런 두 사람 뒤로 연습중인 단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단원들, 흘끔 흘끔 둘 보고.
혁권 (단원들 눈치 보며) 루미야, 진정하고~
루미 아니, 돈을 받았으면 와야 할 꺼 아냐!! 그 돈을 내가 어떻게 모은 건데, 그걸 홀라당 빼먹고 말야!!
시장님 지금 출발하셨다잖아!! 한 시간 후면 도착인데 왜 안 오냐고 도대체에~!!!!
하는데 삐걱 외부 출입문 소리! 혁권과 루미 홱 돌아보면 들어오는 사람 건우다. 루미, 굳어서 건우 보는데,
건우 (뚱) 모자르대매.
루미 (갈등으로 보기만....)
건우 (보다가) 갈까? (몸 돌리는데)
루미 (바로 막아서며, 자존심 챙길 때가 아니다, 자리 가리키며) 아니, 저쪽.
S#55 성당 연습실 안 (낮) <앤더슨, 나팔수의 휴일 - 오케스트라>
건우, 터덜터덜 자리 쪽으로 가고, 루미 그런 건우 보는데,
용기E 어! 왔다!!
루미, 홱 돌아보면 인식, 통화하며 들어서고 있는. 루미, 당황해서 보고 혁권도 당황한. 건우, ?해서 돌아보면,
주연 트럼펫 넘치네~
주희 (주연에게) 그러게~ 졸지에 네 명이나 됐네...
보던 건우, 다른 사람 섭외했구나 싶다. 다시 몸 돌려 나가려는.
루미, 그런 건우 잡지도 못하고 보는데,
인식 (전화 끊으며, 루미에게) 좀 늦었죠? 근데 같이 오기로 한 트럼펫이 일이 생겼다네요. 그래서 오늘은 저만 할 껀데, 괜찮죠?
루미, 건우 돌아본다. 건우 보면,
루미 ....서드(Third), 괜찮아?
건우 (끄덕 하고 자리로 가는)
루미 (차례 대로 건우, 용기, 인식 가리키며) 트럼펫은 건우가 서드, 배용기씨가 세컨, 권선생님이 퍼스트, 이렇게 갑니다~!
인식 (?해서 보다가) 문제 있으면 보내세요. 저 혼자 두 파트 쯤은 충분히 커버할 수있....
(전화 왔다) 여보세요? 어, 나 여기 연습실. 응 누가 좀 도와달라고 해서.
루미 (단상 쪽으로 가며) 자자, 시장님 오실 때까지 40분 남았거든요? 빨리 한번 맞춰 봅시다.
자신 없는 분들은 그냥 흉내만 내셔도 되요. 아셨죠?
사람들, 얼른 자세 가다듬으며 살짝 연습해보고, 자리 앉은 건우, 옆 용기에게 뭔가 물어보는 듯. 용기,
열심히 넌 여기서 이렇게 난 여기서 이렇게 불면서 가르쳐주고 건우 끄덕이며 듣는 등 바쁜데, 인식은 느릿느릿 자리로 가며 통화중..
루미 (급한, 활로 다다다다 바이올린 치면서 조금 기다려주다가, 인식에게 열심히 미소로) ...저 선생님? 저희 지금 연습 시작할 껀데....
인식 (하라는 듯 팔 돌리며) 하세요, 맞출께요. (느릿느릿 트럼펫 꺼내며 계속 통화)
건우 (용기에게 설명 듣다가 흘끔 인식 보는....)
루미 (다다다다 기다리다가 시계 흘끔, 도저히 안 되겠다) 선생님, 그럼 시작하면 바로 들어오세요? 강건우씨, 대충 아시겠죠?
건우 (끄덕) 네. (트럼펫 드는)
루미 자, Begler's Holyday, 나팔수의 휴일, 갑니다~!
첫 소절, 합주라서 용기와 건우의 소리로 그냥 넘어간다. 그러나 두 번째 소절, 서드 트럼펫 건우, 세컨 트럼펫 용기 부는데,
퍼스트 인식파트, 소리 안 들린다. 인식은 여전히 통화중이다.
루미 (멈추고, 미치겠다, 그러나 열심히 미소로) 저, 선생님~ 통화는 좀 나중에....
인식(OL) (약한 짜증 비슷하게) 다 맞춰요, 당신들 같지 않으니까 하세요 일단.
(계속 통화)
굳어지는 루미, 가만히 보다가 그냥 시작하자는 듯 손짓. 음악 다시 시작된다.
루미E (마음의 소리) 퍼스트, 퍼스트..! (돌아보면)
인식 (여전히 웃으며 통화중, 파트 빈다)
건우 (트럼펫 불며 그런 인식 가만히 보고...)
혁권E (마음의 소리) 퍼스트, 저 개새끼..! (돌아보면)
인식 (계속 통화중, 또 파트 빈다)
루미, 이제는 그냥 포기한 듯 굳은 표정으로 연주만 한다.
단원들도 자존심상해 안 좋은 표정으로 연주만 하는..... 그렇게 반쪽짜리 절름발이 같은 한동기가 지나가고...
두번째 동기 시작, 인식은 계속 통화중이다. 루미, 이제는 포기하고 연주만 하는데,
서드, 세컨의 트럼펫 소리 후 딱 맞춰 차고 드는 퍼스트 트럼펫!!
루미E (마음의 소리) 퍼스트, 퍼스트다!!! (홱 인식 돌아보면)
인식 (여전히 통화중이다)
루미 (???해서 건우 쪽 홱 보면)
건우 (다음 소절, 인식의 파트 또 다시 불어버리는)
혁권, 갑용, 희연, 이든등도 ???해서 돌아보고, 용기도 놀라보고,
인식도 통화하다 멈칫해서 건우 보는....
이어지는 소절에서도 건우, 그냥 무표정으로 자기 몫인 서드와 인식 몫인 퍼스트까지 여유만만 다 불어버린다.
인식 (굳어서 건우 보다가, 핸드폰대고) 나중에 통화하자. (끊고 건우 보는...)
건우 (무덤덤, 앞만 보며 불고 있는....)
인식 (보다가, 루미 쪽 향해) 자자, 전화 끊었어요. 다시 합시다.
그러나 루미, 들은 척 만 척 연주 계속 한다. 굳어지는 인식!
다른 단원들도 못들은 척 연주 계속한다. 혁권, 갑용, 이든, 희연, 용기는 삐죽삐죽 미소까지 배어 물고 있다.
인식 (굳어서 보다가, 좀 더 크게) ...악장님, 다시하자구요.
그러나 루미, 계속 하라는 신호로 연주하며 팔 돌려 보이는.
굳어지는 인식, 가만히 보다가 허참, 기막힌 듯 웃고... 그러거나 말거나 연주만 계속하는 단원들,
인식 (기막힌 듯 웃으며 일어나) ...이거 지금 뭐하자는 거지? 나 나가? (루미 향해) 나 가요?
단원들 (연주만 계속)
인식 (외로운 섬처럼 혼자 일어나 있다가 허참, 트럼펫 챙겨들고 나가는, 단원들에게 손가락 꽂으며)
어 그래, 잘하는 짓들이다. 아~주 좋아.
단원들 (연주만)
인식 (나가며 빈정거리듯 박수) 잘해봐, 잘들 해 보라구.
하고 나가버리는 인식. 단원들, 아랑곳 않고 비죽 미소 머금은 채 연주만 한다.
루미, 미소로 건우 쪽 흘끔 보다가 멈칫! 건우가 뒤쪽 선반에 놔둔 트럼펫 케이스, 자기가 줬던 바이올린 패치가 붙어있다.
씨익 웃는 루미.... 마침, 트럼펫과 바이올린이 주고받듯 연주하는 파트다.
루미, 미소로 대화를 나누듯 건우를 보며 바이올린 앙상블 넣고, 건우도 주고받듯 연주하는.... 그러다 건우, 루미 향해 씨익 웃어 보인다.
처음 보이는 건우의 미소다. 마주 웃어 보이는 루미..... 건우를 가만히 느낌으로 보는.....그렇게 음악 끝나고,
카메라 빠지면 단원들 깔끔한 흑색 공연복 차림이다. 단원들, 시장 앞에서 연주 마쳤다. 숨 헐떡이며 긴장하는데,..
강시장 (이층에서 박수치며) 브라보~!!!!
(서둘러 계단 내려오며)대단하네요! 이 짧은 시간에 어떻게 이렇게, 역시 프로들이라 다르시군요!
좋습니다, 브라보~! 굿~!! (수행원들과 다시 박수치는)
루미 (활짝 미소) 감사합니다. 지휘자선생님이 안 계셔서 지금은 좀 그런데, 진짜 공연땐 더 괜찮을 꺼예요.
강시장 아 그렇군요. 어쩐지, 내 뭔가 하나 비는 느낌이다 그랬는데, 그게 바로 지휘자.(하다가 ?해서) 근데 왜 안 오신 거죠?
루미 아, 오늘 도착하세요.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시는 분이라....
강시장 오 유럽! 좋습니다.
루미 한 달 전에 말씀 다 드리고 계약금두 드렸는데요, 다른 일정 때문에 좀 늦게 들어오신다구 하셔서......
오후에 도착하시니까 바로 모시러 갈께요.
강시장 좋습니다. 근데 어떤 분....... (하다가, 반색하며) 혹시 정명환선생님?
루미 (웃으며) 어휴, 그분은 내후년까지 스케쥴 꽉 차있어서 다른 분 모셨어요.
근데 정명환선생님 만큼이나 세계적으루 유명하구 실력 있는 분이니까요 기대하셔도 좋을꺼예요.
강시장 아 그렇군요. 성함이....
루미 강건우 선생님이요.
건우 .........!!!
갑용 ........!!!
루미 외국에서 주로 활동하셔서 일반인은 잘 모를 수도 있는데요, 음악인들 사이에서는 정말 유명... (하는데)
갑용(OL) 강건우 선생님? 마에스트로 강 말야??
루미 (갑용 얼굴 굳어있다, ?해서) 네, 왜요?
강시장 (같이 ?해서 보며) 왜, 아시는 분입니까?
갑용 (멈칫해서, 버버) 아뇨, 예, 알죠.. 그... 예, 대단하신 분입니다.
하면서도 얼굴 사색이 되는 갑용...
루미와 혁권 등 그런 갑용 ??해서 보면, 그 위로,
강마에E (기분 나쁜듯) 3분 남았군요. 일단, 마음 좀 가라앉히고 생각해봅시다.
S#56 콘서트홀 복도 (밤 / 과거)
강마에, 지휘자 대기실로 들어가 버린다.
단무장, 안절부절 방 앞에 서 있고....
S#57 콘서트홀 지휘자 대기실 (밤 / 과거)
옷가방을 휙 던지더니 차 따라 마시는 강마에의 모습 위로.
갑용E 마에스트로 강.... 우리는 그 사람을 강마에라고 불렀는데, 실력하나는 정말 대단했어. 그런데.....
S#58 근처 치킨집 (낮)
루미, 혁권, 갑용, 용기, 준기, 주연, 주희 등 어두컴컴한 치킨집에 심각하게 모여앉아
괴담 듣는 분위기로 강마에에 관한 갑용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건우는 굳어서 술만 마시고 있고...
갑용 그 사람 별명이 뭔 줄 알아? 오케스트라 킬러야. 자기 실력만큼 단원들 실력도 엄청 따져.
조금 모자르거나 해이하다? 그냥 해산이야. 버텨낸 오케스트라가 없어.
S#59 콘서트홀 (밤 / 과거)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 - 오케스트라>
브람스 교향곡 중 음산한 부분 연주되고 있는 콘서트홀.
갑용 열심히 연주 보고 있는. 갑용 시선으로 멀리 무대,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지휘하는 강마에 보인다. 그 위로,
갑용E 그때 강마에가 맡았던 오케스트라두 우리나라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데였는데,
그래도 강마에는 마음에 안 들어하더라구. 그래서 이번에도 또 공연 엎겠구나했는데.....
갑용, 흘끔 올려다보면 로열석에 10년 전 대통령 내외의 모습 보인다.
갑용E 그날 객석에 대통령내외분이 와 계셨던 거야. 별 수 있어? 날고 긴다 하는 강마에도 할 수 없이 포디움에 서게 됐지. 그런데...
한참 지휘하던 강마에, 스륵 손을 내려버린다. 갑용, ??해서 보는. 연주하던 단원들, 눈치 보며 연주 이어가다가 서서히 연주 멈추고.
객석 웅성웅성 거리는.... 강마에, 천천히 객석 향해 돌아선다.
강마에 ....관객여러분, 그리고 대통령내외분, 졸리시죠? 당연합니다. 방금 들은 연주는 쓰레기입니다. 이건 뭐 도저히, 참아줄 수가 없네요.
갑용 놀라고. 관객들도 크게 술렁. 대통령도 영부인과 뭐라고 얘기하는.
강마에 비싼 돈 주고 표 사서 들어오셨죠? 당장 주최측 가서 환불받으시고, 그 돈으로 브람스 CD를 사서 들으세요.
저는 더 이상 브람스를 이따위 연주로 더럽힐 수 없습니다.
(돌아서려다가) 집에 가서 샤워들 꼭 하시고, 특히 귀에 때를 빡빡 밀어주시기 바랍니다. (뚜벅뚜벅 나가버리는)
S#60 근처 치킨집 (낮)
혁권 루미등 위 얘기 들은듯 멍한 표정으로 갑용 보는데,
건우 (표정 없이 있다가) ....미친 놈,
혁권 (멍한 채 갑용에게) 그래서요? 어떻게 됐어요?
갑용 (쓰게 웃으며) 뭐 그다음이야, 난리가 났지. 주최측에서 기자들 입막음을 해서 큰 기사까지는 안 난 모양인데...
강마에는 그때 그 일로 파문 비슷하게 당하고 떠났어. 뭐 본인은 지발로 지가 떠난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어쨌든.
일동 ................
혁권 그런 사람이 우리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이거네요. (천천히 루미 본다)
루미 (해쓱.....)
혁권 (타박과 빈정 섞인) 10년 만에 한국에 와서,. 응? 그것도 니가 불러서.
루미 .......... (멍해서 끄덕끄덕)
S#61 인천공항 입국장 로비 (낮)
소파에 거만하게 앉아있는 누군가.
공항 직원 두 명, 양옆에 작은 구멍이 뚫린 실크로 덮인 커다란 상자를 보물처럼 소중히 밀고와 세워놓고는 꾸벅 인사하고 간다.
거만한 누군가, 실크의 앞쪽을 들추더니 상자의 문을 연다.
상자로 보였던 건 커다란 개 케이스. 열린 문 앞으로 고급 육포를 흔들어 보이는 거만한 누군가. 안에서 컹컹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S#62 근처 치킨집 (낮)
건우 (벌컥벌컥 맥주를 마시더니, 시선 외면한 채) ...루미야!
루미 (돌아보는)
건우 ....클래식은 네모다!
루미 (멍해 있다가, 표정 서서히 변하는데...)
건우 (천천히 루미를 본다) ...그 놈이... ....그 놈이야.
S#63 인천공항 로비 (낮)
뚜벅뚜벅 걸어 나오는 거만한 발걸음. 옆에 멋지게 생긴 개가 따라 나오고 있다.
가벼운 짐 하나와 개만 끌고 나오는 거만한 누군가,... 강마에다!
S#64 인천공항 밖 (낮)
자동문 열리고 밖으로 나오는 강마에...
선글라스를 벗고는 세련되게 지어진 인천공항청사 주욱 둘러본다....낮게 중얼거린다.
강마에 ....강산도 변한다는 십년인데 말야, 뭐가 변한거야 도대체.
마음에 안 드는 듯 천천히 다시 선글라스를 쓰고 움직이는 강마에...
거만하고 냉정하고 차갑고 심술궂은 강마에의 얼굴에서----
-2부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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