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This Blog



 <후회하지 않아>_이송희일

 

프롤로그

 

1.

맑은 시골의 하천수민이 나체로 부드럽게 수영을 하고 있다햇빛에 반짝이는 물결과 수민의 몸마침내 수민이 물 밖으로 솟구쳐 나오며하천 둔덕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인다둔덕 풀밭에는 수민보다 조금 더 어려 보이는 소년이 이미 수영을 마쳤는지 팬티 바람으로 앉아서 커다란 그림을 펴보고 있다자동차 스케치스케치 밑에 서울 주소가 적혀져 있다약간 우울한 얼굴수민이 물 밖으로 기어 나와 소년 옆에 앉는다.

소년이 서운한 표정으로 수민에게 수화를 한다벙어리 소년이다. ‘멋있다서울 가면... 공부 열심히 해.’의 뜻그러자 수민이 웃으며 간단하게 대답하는 수화를 하며소년의 머리칼을 흩어놓는다.

 

2.

시골길소년을 뒤에 태운 채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는 수민수민이 평온한 얼굴로 바람을 느끼며주위 풍경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열심히 폐달을 밟고 달려간다여름의 싱그러운 시골 풍경햇빛에 반짝이는 가로수 나뭇잎들이 흔들리며 수민의 얼굴에 반쪽 그림자를 연신 떨어뜨린다수민의 어깨엔 길다란 화통이 매어져 있고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다뭐가 좋은지 수민의 얼굴엔 맑은 미소가 띄워져 있다뒤에 탄 소년은 옆에 스케치북을 끼고 있다잠시 후소년이 수민의 귀에 꽂혀 있던 이어폰을 자신의 귀에 꽂는다수민이 부드럽게 웃어 보인다자전거가 달려간다.

 

3.

커다란 짐가방을 짊어진 채 길을 걷고 있는 수민얼굴이 잔뜩 굳어져 있다금방이라도 울 것 같다하지만 이내 일부러 환한 웃음을 짓고 뒤돌아서서 손을 번쩍 들어 흔들어 보인다뒤에는 희망의 집’ 보육원 정문아이들이 죄다 안으로 뛰어가고 있고정문에는 예의 그 소년이 울지 않으려고 입을 다문 채 두 손을 바지 포켓에 찔러 넣고 있다그리고 손을 빼소년이 수화로 나도 곧 갈 거야.’라고 말한다손을 흔들던 수민다시 뒤돌아서서 발길을 힘있게 재촉한다입가에 서서히 떠오르는 각오의 빛.

 

 

4.

기차역 플랫홈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음악을 들으며 플랫홈 의자에 앉아 있는 수민발로 박자를 맞추며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고개를 뒤로 젖혀 녹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마저 입 안에 쏙 넣는 순간기차가 플랫홈으로 달려온다바람이 몰려온다흩날리는 머리칼입술에 묻어 있는 아이스크림고개를 외튼 채 달려오는 기차를 보며 씨익 웃는 열아홉 살 소년 수민달리는 기차의 바퀴.

 

 

타이틀 야만의 밤

 

 

1. INT. 냉장고 공장 (오후)

 

INSERT 원경으로 보이는 공장지대굴뚝 연기차가운 분위기.

위협적으로 철제물을 자르고 있는 프레스 기계냉장고 외곽 철판이 프레스에 잘려진다부지런히 움직이는 손기계 앞에서 일하는 사람은 작업복을 입고 있는 수민이다땀방울이 흘러나오고수민의 입에서 가쁜 숨하지만 열심히 일을 하는 수민그러다 철제 모서리에 팔뚝이 긁힌다아픈지 귀엽게 인상을 쓰며 다른 손으로 문지르는 수민뒤 라인에 있던 50대 노동자 광수가 혀를 찬다.

 

광수

쯔쯧... 밤에 제대로 잠을 안 자니까 그렇지 임마.

 

그러자 수민이 멋쩍게 씨익 웃는다이어 재철 쪽을 보면벽에 걸린 시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퇴근 후에 춤추러 가자는 시늉(몸을 우스꽝스럽게 흔들며)을 한다수민이 피식 웃으며 도리질을 한다뒤에서 광수재철을 가리키며

 

광수

저 놈또 발정 났지?

 

그러자 재철이 씨이하며 입을 벌려 이를 드러낸다이에 낀 보철기우스꽝스럽다.

 

 

 

2. EXT. 공장 앞 (저녁)

 

퇴근하는 노동자들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수민이 손목 시계를 바라보며공장에서 뛰어나온다급한지 헐레벌떡 가방을 매고 뛰는 수민퇴근하던 광수 아저씨가 뛰어가는 수민의 엉덩이를 기특하다는 듯 손으로 툭 친다.

 

광수

이 대리!

 

수민밝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는 내처 뛰어가기 시작한다.

 

 

3. INT. 캐드 학원 ()

 

열심히 학원에서 컴퓨터로 캐드에 관해 수업을 듣고 있는 수민컴퓨터 화면 속의 자동차 디자인졸린지 눈을 깜빡이지만놓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곧추세우는 수민그때 바지 주머니 속의 핸드폰이 진동으로 울린다수민조심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액정의 발신자 번호를 보고 귀에다 댄다.

 

수민

(잠깐 귀기울다 속삭이듯혜화역요지금 갈께요.

 

 

4. INT. 재철의 방 ()

 

재철이 집에 갓 들어왔는지 웃옷을 옷걸이에 걸고 있다그때 수민이 방 안으로 들어온다.

 

수민

일찍 왔네.

 

재철

또 운전? (수민이 아무 말도 안 하자바지 벗으며안 피곤하냐너도 지독한 놈이다.

 

수민

(씨익 웃으며손님이 토했다고 팁 많이 주던데?

 

재철

드러운 놈들작작 처마시지........ 너 학원도 좋고 알바도 좋은데.... 공장 일도 좀 신경 써라 임마안 들었어곧 정리해고 있을 거라고분위기 싸하더라너도 공장 들어온 지 1년 됐지?

 

수민

(피식 웃으며오늘 물 안 좋았어?

 

재철이가 뜬금없이 손을 내밀어 수민의 손을 잡는다.

 

수민

?

 

재철

내 손이 그렇게 거치냐?

 

수민

왜 그러는데?

 

재철

아 진짜오늘 나이트에서 깔쌈한 딸네미 하나 건졌거든근데 걔가 내 손 잡더니 이러는 거야. (목소리 간드러지게오빠왜 이렇게 손이 이태리 타올 같애?

 

수민이 웃는다.

재철

그래서 내가 그랬지. (목소리 깔며오빠는 골프를 좀 쳐서 그러는데.... 너는 얼굴로 쳤냐?

 

수민이 어이없어하며 계속 웃는다.

 

재철

웃지마 자식아쪽팔려 죽겠고만. (그리곤 벽 거울을 보고 보철기 이를 드러내보이며시발이빨만 고정되면 여자들 질질질 따라다니겠지이거 비싼 돈 들였는데...

 

수민

(일어나 앉으며형은 여자가 그렇게 좋아?

 

재철

(아주 빨리. ........(거울로 수민을 보며넌 아직도 남자가 좋아?

 

수민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다소 침잠한 얼굴.

 

재철

보육원 식구들 다 알아 임마환선이 형이 입이 싸잖아그거 니가 여자 맛을 몰라서 그래 임마언제 형이랑 미아리나 한 번 뜨자. ......... 근데 너 남자랑은 자 봤냐?

 

수민

......

 

재철

정신차려 새꺄시발우리 같은 놈들이 언제 가족이 있었냐? .....

수민이 쓸쓸하게 웃으며 재철의 뒷모습을 바라본다그때 주머니에서 울리는 핸드폰 진동전화 받는 수민.

 

재철

그래니가 대리를 언제 해보겠냐출동이 대리. (밖으로 나가는 수민에게)

 

 

5. EXT. 자동차유흥가 거리()

 

수민이 핸드폰을 끄면서 두리번거리다 지나가던 행인이 든 담뱃불에 팔을 덴다뜨거워 씨이 하며 팔을 손으로 마구 문지르며 행인을 잠시 째려보는가 싶더니 다시 자동차 쪽으로 달려온다.

자동차 안뒷좌석 소파에 깊숙이 앉아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던 재민전화기를 끊으며 앞 유리창으로 수민을 바라본다수민팔을 문지르다가 손에 침을 묻혀서 상처에 바르며 뛰어오고 있다재민피식 웃는다입에는 불이 안 붙은 담배가 물려져 있다이윽고 수민열려진 뒤 유리창 사이로 얼굴을 보이며 밝게 인사한다.

 

수민

대리 부르셨죠?

 

재민수민을 물끄러미 바라본다땀에 흠뻑 젖은 수민손으로 땀을 쓰윽 닦는다수민을 빤히 바라보던 재민이 잠시 후천천히 입을 연다.

 

재민

불 있어요?

 

 

6. INT. 자동차()

 

자동차가 밤거리를 달린다앞에서 운전하고 있는 수민뒤에 앉아 있는 재민재민은 멀거니 창밖을 보고 있다열려진 창문바람이 불어와 머리칼을 헝큰다다소 우울하고 지친 듯한 표정흐르는 침묵이윽고 재민고개 돌려서 수민의 옆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수민시선을 느꼈는지 힐끗 고개를 돌려 재민을 바라본다.

 

재민

CD 좀 틀어주세요.

 

수민

.

 

수민, CD플레이어 버튼을 누른다그때 들려오는 재즈존 콜트레인의 음반재즈를 주의깊게 듣던 수민자동차 천장에 달린 백미러를 뒤쪽에 맞춰 조절한다백미러에 창밖을 보고 있는 재민의 옆얼굴이 보인다호기심 어린 수민의 눈그때 재민이 고개를 돌려 (백미러 속의수민과 눈이 마주친다수민얼른 고개를 떨군다잠시 후 다시 고개를 들어 백미러를 바라보면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재민그러자 당황한 수민이 시선을 거두고유리창 앞의 휴지를 꺼내 괜히 이리저리 미러를 닦는다재민그런 수민의 모습을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는다.

 

재민

정말로....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을까요?

 

수민

(당황해서?

 

달리는 자동차.

 

 

7. INT. 재민 오피스텔 현관 앞 ()

 

수민이 오피스텔 현관문 앞에 서 있다현관문이 조금 열려져 있다수민이 이리저리 둘러보는 사이문이 열리고 재민이 밖으로 나온다손에 들고 있던 돈을 주며,

 

재민

지갑에 돈 있는 줄 알았는데... 미안해요번거롭게 해서.

 

수민

(밝게괜찮아요고맙습니다그럼...

 

하고는 수민이 꾸벅 인사하고 뒤돌아서서 엘리베이터 단추를 누른다.

 

재민

....

 

수민

?

 

재민

저 한 잔 더 할 건데같이 안 하실래요.

 

수민

(피식 웃으며일해야죠.

 

순간서로를 바라보며 묘한 침묵이 흐른다.

 

재민

처음이에요?

 

수민

............

 

수민당황하고 떨리는 표정그리고 속내가 다 드러나 저항의 빛을 띤 눈으로 재민을 빤히 응시한다그때띵똥 하고 엘리베이터 도착 소리수민이 서둘러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단추를 누르고뻣뻣하게 굳은 얼굴로 재민을 바라본다재민 한 발 다가간다.

 

재민

이름이 뭐예요?

 

하지만 문이 닫히기 시작한다수민대꾸하지 않고 재민을 빤히 쳐다본다.

 

CUT TO

 

1층 엘리베이터잠시 후 문이 열린다수민이 안에 타고 있다수민내리지 않고 천장을 우두커니 바라본다망설이는 듯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이윽고 수민이 재민 오피스텔 층수 버튼을 눌러놓고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간다닫히는 문.

 

 

8. INT. 공장 풍경 (아침)

 

몽타쥬

1. 공장지대많은 노동자들이 떼를 지어 바삐 출근하는 모습.

2. 사람들 속으로 지각한 수민이 바쁘게 뛰어가고 있는 모습.

3. 공장 안에서 작업복을 막 걸친 수민이 일을 하기 시작한다광수 아저씨짐을 나르다가 수민에게,

 

광수

이 대리너 이제 대리 안 한다며언제 관 뒀어?

 

수민

(피식저번 주요.

 

광수

잘했다임마얼굴 좋아진 것 봐라. (가면서이제 연애도 좀 하고 그래 임마. (가면서 웅얼웅얼젊었을 때.. 응응응도 많이 하고 그래야지.

 

피식 웃으며열심히 일을 하는 수민.

 

 

9. EXT. 공장 마당(점심)

 

축구공이 하늘로 솟구친다노동자들이 마당에서 족구를 하고 있다모두 손에는 아이스 바를 들고 있다수민재철도 함께 족구를 한다즐거운 휴식 시간모두 즐거운 표정수민이 공을 멋있게 차려다 바닥에 나동그라진다환하게 웃는 수민웃으며 저쪽에서 걸어오는 광수 아저씨를 본다광수 아저씨표정이 암울하다수민일어나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광수 아저씨를 맞는다.

 

수민

왜 그래요?

 

광수 아저씨수민을 바라보다 씨익 웃으며 눈물 한 방울 뚝 떨어뜨린다.

 

10. INT. 공장사무실 앞복도 (오후)

 

사무실 문이 열린다수민이 문을 세게 닫고 걸어나온다분노로 가득찬 얼굴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재철이 수민 뒤를 따라온다.

 

재철

(근심어린어떻게 됐어? ... 너도 짤렸어?

 

수민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빠르게 걷기만 한다얼굴은 여전히 분노와 침울.

 

재철

(그 뒤를 따르며시발 놈들비정규직이 무슨 지네들 좆밥야. 20명이나 한꺼번에 잘라내게. ..... 개새끼들. .... 존만한 새끼들.

수민코너를 돌아 다른 복도로 접어든다여전히 재철궁시렁거리며 뒤를 따른다그때맞은편에 걸어오는 세 사람의 양복 입은 일행수민은 거친 태도로 그냥 그 일행을 지나친다하지만 재철공손하게 그들에게 허리 굽혀 꾸벅 인사한다재철종종걸음으로 다시 수민 뒤따라온다.

 

재철

(안 들리게시발 놈들.

 

그때수민이 갑자기 걸음을 멈춘다그리곤 서서히 뒤로 고개를 돌린다이미 저쪽 편 양복 입은 일행도 서 있다재민이다재민도 수민을 알아보고 몸을 돌린 채 수민 쪽을 보고 있다깜짝 놀란 표정의 재민어안이 벙벙한 재철,

 

재철

?

 

수민과 재민거리를 둔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둘 모두 놀란 표정이다하지만 수민의 얼굴은 굳어 있다이윽고다시 걸음을 재촉하는 수민재철그 뒤를 바짝 쫓아오며,

 

재철

저 사람 알아인사과 낙하산. (슬쩍 뒤 돌아보며시발 놈부사장 아들이잖아알아?

 

수민그냥 굳은 얼굴로 걸음을 재촉한다.

 

 

11. 공장 안밖 (오후)

 

수민이 무표정한 얼굴로 기계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

광수 아저씨는 일을 하다 말고 동작을 멈춘 채 라인 앞에 멍하니 서 있다부품들이 그냥 지나친다재철이 뛰어와서 대신 그 일을 해준다재철안타까운 눈으로 광수 바라본다광수장갑을 벗더니 밖으로 나가버린다노동자1이 광수 라인 쪽으로 온다수민도 일을 하며 안타까운 눈으로 광수를 바라본다.

재철

시발 놈들분위기 좆같네광수 아저씨 어떻게 하냐? (노동자1에게딸네미가 고3이라면서?

 

노동자1

그러게.... 좆또우리 잔업만 늘어나겠네.

 

재철

그러니까시발내가 진작에 노조 만들자고 그랬잖아.

 

노동자1

나이트에서 언니들이랑?

 

수민여전히 무표정이다그때공장주임이 다가온다수민의 등을 치며 밖으로 나오라는 시늉을 한다수민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12. INT. 복도 (오후)

 

수민과 주임이 복도에 선 채 이야기를 하고 있다수민이 창밖을 보고 있다주임이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다.

 

주임

(이죽거리듯어쨌든 복직돼서 좋겠다근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너 00라인의 종호 알지니 대신 걔짤렸거든.

 

수민표정 굳어진다.

 

주임

(궁금하다는 듯하여간 낙하산이 항상 문제야이거인사과 송 실장이 특별히 부탁해서 된 거야근데 어떻게 아는 사이야?

 

수민얼굴이 점점 붉어진다이어 화가 난 듯 어디론가 빠르게 걸어간다.

 

 

13. INT. 공장사무실(오후)

 

문이 벌컥 열린다수민이 분노의 눈으로 문을 연 채 안을 노려본다안에는 재민이 앉아서 점퍼 차림의 공장 관리자와 회의를 하고 있다공장관리자와 재민이 놀란 눈으로 수민을 바라본다.

 

관리자

무슨 일야?

 

수민 아무 말 없이 재민을 바라보고 있다재민이 자리에서 일어난다공장 관리자에게,

 

재민

잠깐만 자리 좀....

 

관리자 경계의 눈초리로 수민을 바라보며 사무실 바깥으로 문을 닫고 나간다그 동안 수민과 재민은 서로를 계속 응시하고 있다어색하게 흐르는 침묵재민이 수줍게 웃는다.

 

재민

안녕하세요이수민 씨여기서 일하는지 몰랐어요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껄...

수민표정이 더 일그러진다수민 아무 말 없이 장갑을 벗어 저쪽으로 휙 던진다그리고는 상의 작업복의 단추를 천천히 푼다풀면서 여전히 재민을 똑바로 보고 있는 수민마침내 상의를 벗어 한 손에 쥐고는,

 

수민

고마운데요.... 니들이 한 번 입어봐요.

 

수민이 재민에게 상의 작업복을 휙 던진다재민놀란다수민뒤돌아서 밖으로 나가버린다문이 열리자 복도에 있던 관리자가 상의 벗은 수민을 보고 놀란다수민굳은 얼굴로 복도를 빠져나간다관리자가 몸을 기울여 안을 기웃거린다.

 

 

14. INT. 치킨집 ()

 

촌스러운 트롯트 가요가 흘러나오는 한적한 치킨집통닭 두 마리를 놓고 혼자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수민옆에는 사복과 짐가방이 놓여져 있다마치 폭식증에 걸린 사람처럼 닭고기를 입안에 꾸역꾸역 밀어 넣고 있다목이 메이는지 생맥주를 한 잔 들이킨다그때 테이블 위에 있던 핸드폰이 울린다수민신경질적으로 밧데리를 빼버린다그리곤 일어나 통닭집 한켠에 놓인 파란색 공중전화박스 쪽으로 간다동전을 밀어 넣고 전화버튼을 누르는 수민여전히 입안에 가득 찬 닭고기 때문에 우물우물.

 

수민

(목 메인 소리환선이 형난데... ...... 거기 자리 있어?

 

 

15. INT. 레스토랑주방 ()

 

근사한 레스토랑안에는 근사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수다를 떨며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레스토랑 매니저가 빈 접시를 들고 화난 표정으로 주방으로 간다주방에서 열심히 식기를 닦고 있는 손접시와 거품들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식기를 닦는 사람은 수민이다땀을 닦아내며 정신없이 식기를 닦고 있는 중이다.

그때 레스토랑 매니저가 접시 하나를 들고 주방으로 버르르 들어온다접시를 수민 앞에 치켜든 채,

 

 

매니저

이거 니가 닦았지?

 

수민당황한 눈으로 말없이 접시를 바라본다.

 

매니저

기름기 남아 있잖아이렇게 더러워서 손님한테 어떻게 먹으라는 거야접시는 손이 아니라 눈으로 닦는 거라니까!

 

매니저접시를 싱크대 위에 휙 던져놓고 쌩하니 나가며 환선을 흘겨본다.

 

매니저

(싸늘하게유환선 씨이따 나 좀 봐요.

 

매니저 사라진다동작을 멈춘 채 닦던 접시를 들고 지친 눈으로 씽크대 위의 접시를 바라보는 수민보조 주방장 환선이 수민 뒤로 슬그머니 나타나 접시를 집어든다.

 

환선

깨끗하기만 하고만... (밖을 쏘아보며 밖에 들리지 않게하여튼 결벽증 환자들.... 지들은 눈에서 퐁퐁이 나오나 보다눈으로 접시 닦게.

 

수민이 환선의 손에서 접시를 채뜨려 다시 물속에 집어넣는다환선이 속상한 눈으로 재민을 바라본다수민이 쓰레기봉투를 들고 후문으로 나간다.

 

 

16. INT. 레스토랑 ()

 

늦은 밤앞치마를 한 수민이 텅 빈 레스토랑에서 밀걸레질을 하고 있다손님도 없고 종업원도 없이 혼자 바닥 청소중의자가 모두 위로 올라가 있다수민 손에는 담배가 들려 있다잠시 후 뒤에 환선이 나타난다접시에 먹을 게 담겨 있다접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피우며,

 

환선

밤에도 찜통이다찜통.... 너 가게에선 금연야 임마.

 

수민이 계속 밀걸레질을 한다환선이 의자 하나를 내려거기에 앉는다.

 

환선

언제부터 담배 폈냐?

 

수민

(무뚝뚝하게오늘.

 

환선

(안쓰럽게 바라보며오늘도 여기서 잘 거야?

 

수민

.......

 

환선

..... 하여간 그 놈의 똥고집. (속상한 듯접시 닦아서 언제 돈을 벌어?

 

수민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환선담배연기 짙게 품어낸다접시를 내밀며,

 

환선

이거 먹어치킨수플레야.

 

수민

이따가.

 

 

환선

(접시를 다시 놓고그러니까 그냥 꾹 참고 재철이네 공장에 눌러 있지 임마요새는 학원도 잘 안 가지?

 

수민

(귀찮은 듯밤에 일하잖아.

 

환선

이그... 아무래도 너 접시닦기 체질이 아닌갑다....

 

수민

(자조적으로매니저가 주말까지 나가래?

 

환선

(잠시 침묵 후에... 다른 일 해볼래돈도 좀 번다던데.....

 

수민이 밀걸레질을 멈추고 뜨악해하는 표정으로 환선을 바라본다.

 

수민

무슨 일?

 

환선

...... 접시 나르는 일.

 

 

17. INT. 호스트바 (늦은 오후)

 

INSERT 도시 전경 세 컷

호스트바 밖수민이 ‘X-랜드라는 호스트 바 간판 밑에서 쪽지와 간판을 번갈아 보고 있다골목이 으슥하다문뜩수민이 기분이 이상한지 뒤를 돌아다본다.

 

호스트바 안호스트바 안의 조그만 스탠드 바단란주점 같은 룸들이 보인다. 30대 초반의 잘 차려입은 남자 마담이 수민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커다란 금반지마담 뒤로깔끔한 양복으로 잘 차려입은 정태가 테이블을 정돈하고 있다.

 

마담

생각보다 여기 돈 많이 벌어. (엄지손가락으로 뒤에 있는 정태를 가리키며저번 달에 한... 천은 벌었을 껄그냥잠깐 자존심만 버리면 돼.

 

맞은편에는 수민이 앉아 있다수민의 표정은 단단히 굳어져 있다.

 

수민

이거 환선이 형도 알아요?

 

마담

몰라그냥 단란주점인 줄 알아니가 이걸 하면 넌 말 하겠니돈 벌려고 이 짓 하는 거지.

 

수민인상이 더 어둡게 구겨진다그때 마담 어깨 뒤로정태가 삐딱한 눈으로 수민을 유심히 쳐다본다.

 

마담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계속 접시나 닦든지... 할 사람 많아.

 

말이 끝나게 무섭게수민이 가방을 집어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가버린다마담이 수민의 뒷모습을 비웃듯이 바라본다.

 

정태

쟤 호모 같지 않아안 온다에 만 원.

 

마담

다시 올 걸.... 고아래쟤네들.... 열 여덟 살 되면 고아원에서 다 나가야 되잖아갈 데가 어디 있어?

 

정태

또 올드한 새끼네...

 

 

18. EXT. 길거리 (늦은 오후)

 

수민이 도망치듯 정신없이 길을 걷는다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다분노와 자신에 대한 연민이 뒤섞인 표정마치 멈추지 않을 것처럼 그렇게 무작정 걷던 수민의 얼굴이 점차 슬픈 표정으로 바뀐다혼잣말처럼,

 

수민

개새끼들.

 

수민의 걸음이 점차 빨라진다.

 

 

19. INT. 호스트바 (늦은 오후)

 

호스트바 문이 벌컥 열린다땀에 젖은 수민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다.

 

CUT TO

 

마담

근데.... 우리호모들은 일 안 시켜이런 데 오는 손님들도 호모 싫어하고..... 난 내가 호모지만..... 애매호모한 거 싫어니가 진짜 호모여도 손님들 앞에선 끼 떨지 마넌 뭐야?

 

마담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팔짱을 낀 채 뒤돌아온 수민을 향해 설교조로 말하고 있는 중이다맞은편 수민이 마담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잠시 생각에 잠기는 표정이윽고 입을 연다.

 

수민

환선이 형한테 말하지 마요.

 

 

20. INT. 호스트바 ()

 

수민이 객실이 있는 복도를 천천히 걸어간다손으로 방 하나씩 열어본다마치 자신이 일할 곳을 처음 둘러보듯카메라에 객실의 실내 풍경이 계속 보인다이윽고 끝 방수민이 문을 연다그리곤 우두커니 선 채 실내 방을 들여다본다수민의 뒷모습외로우면서도 비장하다.

 

 

21. INT. 호스트바 손님 룸 ()

 

하얀 팬티만 입은 수민이 반나체로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다옆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마담. (slow) 술에 약간 취한 수민은 흐느적흐느적 관능적으로 춤을 추고 있다.

이어수민이 테이블에 있던 양주를 한 번에 입안에 털어 넣고 테이블 위로 올라가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룸 중앙 소파에는 양복 차림의 50대 남자가 박수를 추며 흥겨워하고 있다수민이 그 남자의 얼굴에 바짝 대고 자신의 사타구니를 격렬하게 흔들어댄다남자가 지폐를 수민의 팬티 속에 집어넣는다그러자 뒤로 허리를 젖히는 수민천장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 허무가 가득하다.

 

 

 

 

22. INT. 모텔 ()

 

침대에 벌거벗은 채 누워 있는 수민중년 사내로 보이는 사람의 머리가 수민의 사타구니께에서 위아래로 움직인다오럴 섹스이어 사정을 하는지 몸을 조금 뒤틀며 얼굴을 찡그리는 수민.

 

CUT TO

 

옷을 다 입은 수민이 돈을 세고 있다침대에 누워 있는 사내의 다리가 보인다.

 

사내 (voice over)

몸이 이쁘네... 아까 무슨 학과라고 그랬지?

 

수민이 주머니에 돈을 넣으며

 

수민

시각디자인학과요.

 

사내 (voice over)

그랬지.... 이런 일.... 오래 했어?

 

수민한참 뜸을 들인다이윽고밀랍 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사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수민

오늘 처음이에요.

 

 

23. EXT. 길거리 ()

 

편의점에서 나온 수민가그린 병을 따며 걷는다가그린표정이 건조하다다시 한 번 가그린수민이 깊은 새벽의 거리를 목을 젖힌 채 가글을 하며 혼자 걷고 있다.

24. EXT. 호스트바 앞 ()

 

수민이 막 호스트바 앞에 도착했을 때정태가 술 취한 손님을 택시에 막 태워 보내고 있다택시가 떠나자정태가 인상을 쓰며 자신의 어깨에 마치 더러운 게 묻은 것처럼 손으로 털어낸다다른 손에는 훔친 손님의 지갑이 들려져 있다정태지갑을 열어 지폐를 꺼내는 순간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 수민이를 본다눈이 부딪힌다정태아무렇지도 않게 휴지통에 지갑을 던진다.

 

25. EXT. 동네 공원 ()

수민과 정태가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다정태는 벤치 위에 올라가 쭈그려 앉아 있다둘이 캔맥주를 마시고 있다.

정태

게이들은 이 짓 오래 못해가끔 손님이랑 눈 맞아서 도망가니까우리야 미친 척 돈 벌려고 그런 거지 뭐. (비웃으며시발 놈들드러.... 난 죽어도 엉덩이는 안 까인다. (분위기 반전용으로 수민에게소감이 어때첫 손님 받았는데.

 

수민이 아무 말 없이 맥주를 홀짝이자,

 

정태

설마 뒤로?

 

수민의 표정은 여전히 무겁다.

 

수민

형은 이거 왜 해요?

 

 

정태

왜 하냐고? (갑자기 목소리 간사하게저희 엄마가 위암에 걸리셨는데요집안에 돈 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제가 어쩔 수 없이...

 

수민

정말요?

 

정태

미쳤냐그냥 접대용이지....... 우리 엄마 죽은 지가 언젠데.... 너도 원생이라며나도 원생야. .... 소년원. (피식올드하지?

 

수민이 놀라면서 코믹한지 피식 웃는다그때 정태의 주머니에서 핸드폰 메세지 착신 소리가 들린다정태벤치에서 폴짝 뛰어내려 핸드폰을 본다.

 

정태

마담 호출손님 왔나 보다.

 

정태가 먼저 공원 바깥쪽으로 향한다수민이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간다산책하듯 둘이 나란히 걷는다.

 

정태

... 졸라 멍청한 늙다리 호모 하나 잡아서 등골까지 죄다 뽑아먹을 거야스포츠카도 하나 사고우리 선미한테 근사한 선물도 앵기고... 흐흐... 나 몸 판 돈우리 여자친구한테 다 갖다 바친다. .... 너는?

 

수민

여자 친구 없어요.

 

정태

아니왜 하냐고 이짓.

수민잠시 머뭇거리며 고민하는 표정이윽고,

 

수민

.

 

정태

그래.... 시발 것돈만 벌 수 있으면.... (심장을 칼로 찌르는 흉내이어 두 손으로 받치는 흉내심장 한 쪽을 도려내서식기 전에 어서 드세요.

 

그리고는 정태갑자기 수민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쥔다.

 

정태

난 말야니가 돈만 준다면 니 껏도 빨 수 있어.

 

하고는 별안간 수민의 입술에 키스를 한다이어 씨익 웃는 정태당황했던 수민도 어이가 없어 씨익 웃는다정태수민의 어깨를 두르며,

 

정태

가자돈 벌러.

 

나란히 공원을 빠져 나가는 두 사람카메라가 부드럽게 그 뒤를 밟는다.

 

 

26. INT. 호빠 생활 (몽타쥬)

경쾌한 음악에 맞춰 수민의 호빠 생활 이미지들이 빠르게 흘러간다.)

 

1.

팬티만 입은 정태가 룸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있다마치 나비가 춤을 추듯평화롭게... 한 편에서는 팬티 차림의 수민이 벽을 향해 돌아서서 정태의 춤사위 리듬에 맞춰 몸과 손을 흔들며 자위를 한다마침내 오르가즘으로 몸을 떨며 찡그리는 얼굴이어 뒤로 돌아서며정액이 담긴 소주를 손님에게 건넨다.

 

2.

수민

저희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셨어요.

 

그 말을 하는 동안 어느 사내가 손을 수민의 바지춤 속에 집어넣고 물건을 주물럭거리고 있다.

 

수민

(당연하다는 듯) 2차 나가실 거죠?

 

3

모텔방어느 중년 남자가 침대 맡에 앉아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있다반나체의 수민이 반대쪽 침대 위에 걸터앉아 웃옷을 막 입고 있는 중이다.

 

남자

(울음소리너 사랑하나 봐.

 

수민

(단추를 꿰며 심드렁하게내일도 우리가게 놀러 오세요.

 

4

길거리귀여운 새끼 강아지를 안고 한 손에 안고 있는 수민발걸음이 다소 가볍다비싼 양복에 고급 선글라스사랑스러운 듯 강아지를 쓰다듬는 수민.

 

5

작은 옥탑방붉은 저녁 빛이 쏟아진다옥상 마당에서 발발거리며 돌아다니는 새끼 강아지방문을 열어젖힌다텅 비어 있는 옥탑방아담하다생애 처음 갖는 자신의 새집을 돌아보는 수민.

6.

뒷골목에서 왕창 토하고 있는 수민토하고 나서 일어나 벽에 기댄 채 숨을 고르고 있는 수민벽을 짚고 있는 손에 돈다발을 꼭 쥐고 있는데돈다발 끝에 토사물이 좀 묻어 있다유심히 그걸 보고 있는 수민이내 돈을 벽에 쳐서 토사물을 털어낸다그리고는 주머니에 그냥 구겨 넣는 수민바지에 두 손을 찔러 넣고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쓰고휘파람을 불며 천천히 골목을 빠져나간다.

 

 

27. EXT. 호스트바 앞 ()

 

바지에 두 손을 찔러 넣고 선글라스를 쓴 수민이 호스트바 골목 어귀에 들어서다가 딱 그 자리에 멈추고 만다호스트바 앞에 보조 주방장인 환선이가 담배를 뻑뻑 피며 서 있고그 옆에 마담이 환선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뭔가를 설득하고 있다마담의 팔을 잡아서 뿌리치는 환선표정이 잔뜩 구겨져 있다수민이가 조금 다가가자환선이가 고개를 돌려 수민이를 본다잔뜩 화난 표정다짜고짜 서슬 퍼렇게 다가오더니 수민이의 뺨을 후려친다.

 

환선

나쁜 자식. (울컥너 형들이 이러라고 그랬어이럴려고 서울 올라왔어!

 

순식간에 무너지며 눈물이 핑 도는 수민.

 

수민

.

 

 

28. INT. 포장마차 ()

 

파란 테이블이미 술에 취한 환선이는 테이블에 머리를 뉘인 채 쓰러져 자고 있다소주병들환선이 마지막으로 비몽사몽간에 헛소리를 한다.

 

환선

시발 놈의 고아새끼들... 줄줄이 굴비 새끼들... 나쁜 놈내가 똥기저귀 갈아주고... 지 아플 때 닭서리해서 잡아줬으면.... 잘 살아야지이 등신 같은 놈.

 

수민이 가만히 앉아 있다가 소주잔을 입에 털어 넣는다소주잔을 내려놓고취한 듯이 조금 몸을 흔들다가,

 

수민

(혀 꼬부라진 소리.... 이미 독해... 아주 독해악착같이 돈 벌어서... 나 대학에도 갈 거야나도.... 그렇게 재수 없는 놈이 될 거야잠시만... 비상 깜박이 좀 켤게.

 

수민의 독한 눈빛.

 

 

29. EXT. 공원 ()

 

푸른 잔디밭의 공원반바지와 운동화 차림의 수민이 썬글라스를 끼고 이어폰을 꽂은 채시원스럽게 조깅을 하고 있다결연한 얼굴 표정.

 

 

30. INT. 호스트바 대기실 룸 ()

 

소파에 앉아 수민이 지포 라이터로 담배를 피워 문다손님 룸을 개조해 만든 선수 대기실 룸몇 선수는 고스톱을 치고 있고정태는 바지를 입고 있다수민이 바닥에 떨어진 신용카드를 주워서 뒷면을 슬쩍 보고는 정태에게 내민다.

 

수민

고만 좀 해.

 

정태

(카드를 쥔 채 옷 입으며그런 새끼들은 그래도 싸시발 꼴뚜기, 2차도 안 갈 거면서 옷 벗기고 지랄이잖아파묻어버릴라개새끼......

 

수민

?

 

정태

아니 시발 놈이 셋이 같이 하자고 그러잖아너 같으면 하겠냐변태새끼들.

 

수민

들키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정태

(카드를 보고 뒷주머니에 찔러 넣으며몰라우리 선미 선물이나 사줄 거야다음 주에 생일이거든.

 

수민이 담배연기 품어내며피식 웃는다그때문이 열리고 마담이 들어온다요란하게 박수 치며,

 

마담

손님 오셨다준비들 해쯔쯧... 재우 너똥꼬에 바지 씹혔다허리 업!

 

정태

(마담에게어때또 꼴뚜기야?

 

선수들이 부산을 떨며옷차림을 정돈하고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진다.

 

마담

몰라.... 어떤 년인지내가 맛을 봤냐니가 가서 보든지 말든지... 옷은 새끈하더라빨리이 년들이 오늘 죄다 엉덩이로 호두를 깠나자 선수단 입장수민이 3.

 

정태

(마음에 들지 않은 듯진짜나 3번이 좋다니까!

 

마담

셧업!

 

마담이 나간다수민이 여전히 앉은 채다선수1이 일어나며,

 

선수1

마담오늘 왜 저래?

 

정태

(일어나며생리하는가 보지?

 

선수2

오늘전 부인이 가게 와서 난리쳤잖아요즘 애 때문에 법원 다닌다는데.

 

정태

(비웃듯올드하게 무슨 호모가 애는.... (수민에게오늘은 내기 2만 원.

 

수민이 피식 웃으며말없이 승낙의 표시로 정태의 손바닥을 친다.

 

 

31. INT. 호스트바 손님 룸 ()

 

선수들이 차례차례 한 명씩 룸으로 들어온다들어오면서 한 명씩 소파에 앉아 있는 손님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며 자기 이름을 말한다수민이 3정태가 2모두 여덟 명이 나란히 손님을 향해 선다이윽고 살짝 고개를 수그리고 있던 수민이 손님을 똑바로 마주본다이상하게 점점 일그러지는 수민의 얼굴맞은편 소파 중앙에 앉아 있는 사람은 바로 재민재민이 애틋한 눈으로 수민을 바라본다마담이 재민의 옆에 앉으며,

 

마담

어때요손님오늘은 손님이 없어서 순 에이스로만 추렸는데... 몇 번으로 하실래요?

 

재민과 수민은 서로를 팽팽하게 바라보고 있다수민은 만감이 교차하는 복잡한 얼굴이다재민이 아무 말도 없자마담 다시 채근한다.

 

마담

다른 애들 좀 더 부를까요?

 

재민

.......

 

마담

고르기 좀 불편하시면 애들 나가라고 해도 되는데?

 

재민

아뇨.

 

재민서서히 손을 들어 수민을 정확히 가리킨다그러자 재민을 바라보던 수민의 눈빛이 독해진다곧이어 수민이 그냥 밖으로 휑하니 나가버린다당황하는 사람들마담이 당황하면서 재민의 눈치를 보더니,

 

마담

죄송합니다손님너네들도 다 나가 있어. (일어나며제가 잘 타이를.... 잠시만....

 

마담이 후다닥 나간다.

32. INT. 호스트바 복도 ()

 

수민이 스탠드 바 쪽에 와서 생수병을 들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다마담이 성질이 나서 수민에게 버르르 다가오고그 뒤로 이상한 눈으로 수민을 바라보는 정태와 선수 무리들.

 

마담

미쳤어?

 

물을 마신 수민의 얼굴은 분노가 가득하다자존심도 상해 있다.

 

마담

이 자식이누구 장사 말아먹으려고 작정했어?

 

그러자 수민이 생수병을 느닷없이 벽에 집어던지고는 다시 재민이 있는 손님 룸으로 걸어간다.

 

 

33. INT. 호스트바 손님 룸 ()

 

텅 빈 룸 안에 마주하고 있는 수민과 재민수민은 뻣뻣이 룸 한쪽에 선 채 공손하게 뒷짐을 지고 있다눈을 내리깔고 있다재민도 눈빛을 내리깔고 있다어색한 침묵이 지리하게 흐른 뒤이윽고 재민이 수민을 바라본다.

 

재민

저기...

 

수민

우린 손님들 일에 관여하지 않습니다모든 게 비밀이에요.

 

재민

그게 아니라... ..... (애틋하게기억하죠?

 

그때서야 수민이 눈을 들어 재민의 얼굴을 바라본다무표정한 얼굴.

 

수민

우린 돈 많이 주는 손님들만 기억해요. ..... (비꼬듯제가 마음에 드세요?

 

수민과 재민은 이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 채 침묵을 지킨다.

 

 

34. INT. 택시 안 ()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는 수민과 재민둘 모두 외면한 채 창밖을 보고 있다재민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수민을 바라본다.

 

재민

나랑 가기 싫죠?

 

수민

(쳐다보지도 않고손님이 절 사셨잖아요.

 

다시 서먹해지는 두 사람수민을 바라보는 재민의 눈이 애틋하다.

 

 

35. INT. 오피스텔 화장실 ()

 

재민네 오피스텔 화장실수민이 벽에 기댄 채 거울을 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자욱한 연기담담하면서도 속이 끓어오르는 눈빛그러다 수민이 화장실 안쪽의 거울이 달린 수납장을 힐긋 보고는열어본다가지런히 개어져 있는 하얀 수건그리고 명품 향수와 고급 화장품들수납장 안을 노려보던 수민이 문을 확닫는다수납장 문 거울에 비치는 수민의 얼굴.

 

 

36. INT. 오피스텔 ()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재민이 부엌 쪽 어두운 벽면에 살짝 몸을 걸친 채 옷을 벗고 있는 수민을 엿본다성욕이 없는 애틋한 재민의 눈수민이 팬티만 입고 침대에 앉는다재민이 자신의 침대 쪽으로 간다수민이 재민을 힐끔 보고는 팬티 차림으로 침대 위에 올라와 벌러덩 눕는다재민은 침대 맡에 비스듬히 앉는다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던 수민,

 

수민

빨리 해요나 들어가야 돼요.

 

그제서야 재민이 고개를 돌려 수민을 본다그의 아름다운 몸밀랍 같은 무표정의 얼굴을 천천히 바라본다다소 슬픈 눈을 짓는 재민.

 

재민

남자 좋아해요?

 

수민

여자 좋아해요.

 

재민

뭘 걸고 맹세할 건데요?

 

수민

(잠시 뜸 들였다가.

 

재민이 어눌하게 수민을 바라보다가 수민의 손바닥을 어루만진다손금을 보는 듯,

 

재민

돈도 많이 못 벌겠고만.

 

웃지 않는다수민은 계속 뻣뻣하게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침묵을 지킨다이윽고 재민이 수민의 겨드랑이께의 상처를 본다손가락으로 수민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만진다.

 

재민

다쳤나 봐요?

 

수민

(도전적으로궁금해요? ...... 예전에 당신네 공장 다녔잖아요.

 

재민의 눈이 심하게 흔들린다잠시 후,

 

재민

옷 입어. (수민의아해하는 눈으로 재민을 바라본다너랑.... 못 잘 것 같아요돈은 줄께.

 

잠시 재민의 뒷등을 보던 수민이 잠시 흔들리는가 싶더니이내 망설임도 없이 벌떡 침대 위에서 일어나 바지를 주어 입는다.

 

CUT TO

 

옷을 다 입은 수민이 돈을 세어보고는 막 나가려다가 되돌아선 채,

 

수민

(비웃듯그런 죄의식..... 별로예요.

 

재민

아니너 오늘 안 씻었잖아.

 

수민이 비죽 비웃음을 짓고는 쾅문을 닫고는 밖으로 나가버린다재민이 망연히 혼자 앉아 있다마침 수민이 깜박 놓고 간 얇은 넥타이가 있다재민이 넋을 놓은 채 넥타이를 보며 혼잣말.

 

재민

오늘 어떤 여자랑 약혼했다힘들어... 힘들어 죽겠다....

 

하지만 잠시 후다시 문이 벌컥 열리고 수민이 들어온다.

 

수민

한 번 안아도 돼요?

 

재민이 말없이 일어나면 수민이 다가와 재민을 살며시 안는다그리고는 상술로 단련된 비릿한 미소를 띤 채 귓속말로,

 

수민

다음에 또 올 거죠? ... 손님.

 

그 말을 하는 사이 수민은 유혹하듯손으로 재민의 성기께를 꽉 움켜쥔다재민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CUT TO

 

문이 쾅 닫힌다잠시 닫힌 문을 응시하던 재민바닥에 떨어진 수민의 넥타이를 집어들고베란다 쪽으로 걸어간다바깥을 처연하게 응시하며,

 

재민

오늘 너랑 자면 나 무너질 것 같아... 근데 왜 자꾸 너한테 가는 걸까?

 

 

37. INT. 수민의 옥탑방 (오후)

 

오후의 햇살이 베란다 창문으로 들어온다커텐이 하늘거리며 흔들린다선풍기가 돌고 있다수민의 방은 썰렁하다화초 하나냉장고 하나옷걸이.. 그리고 메트리스 하나가 전부다전화가 울린다곧이어 수민이 눈을 뜬다귀찮은 듯 전화 받는 수민.

 

수민

(졸린 목소리네 김 사장님오랜만입니다........어떻게 하죠... 제가 오늘 몸이 안 좋아서... 그냥 밤에 가게로 오세요.

 

전화 끊은 수민다시 누운 채 천장을 보며 생각에 골몰하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강아지를 찾는다문이 열려 있고강아지 없다수민이 일어난다.

 

CUT TO

 

수민이 팬티만 입은 채 한손엔 생수병한손엔 담배를 들고 저벅저벅 옥상 끝으로 걸어간다뽀득이가 놀고 있다수민담배를 쥔 채 뽀득이를 안아 올리며,

 

수민

뽀득이이빨 좀 갈지 마.

 

웃으며 귀엽게 쓰다듬어준다그리곤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을 여유롭게 바라본다생각에 골몰한다.

 

 

38. EXT. 공원 (오후)

 

푸른 잔디가 깔린 평화로운 공원수민이 반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조깅 중이다귀에 이어폰을 꽂고마치 기분을 업 시키려는 듯열심히 뛰고 있는 수민인상을 쓰며 더욱 속도를 낸다.

39. INT. 재민네 회사 회의실 (늦은 오후)

 

재민

그럼 수고들 해주세요.

 

회의 탁자에 앉아 있던 서너 명의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그 중 젊은 직원 한 명이 머뭇거리며 어쩔 줄 몰라 하며 재민을 힐끔이다가 이윽고 사람들을 뒤따라나간다재민이 회의에 지친 몰골로 가장 늦게 일어나 자신의 서류들을 챙긴다그때 나갔던 직원 한 명이 들어온다조심스럽게 문을 닫는다재민에게 다가온다재민이 의아해하는 눈으로 바라본다.

 

재민

무슨 일이에요?

 

직원한참 동안 망설인다.

 

직원

오랜만입니다실장님.

 

재민

?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이번 신입사원 아니에요?

 

직원

(씁쓸하게 웃으며 뜸 들이다가아직도 청담동에 사세요? 2년 전에 한 번 갔었는데... 거기 오피스텔이 회사에 계신 줄 몰랐어요.

직원씁쓸하게 웃는다재민이 그제서야 기억해냈다는 듯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재민

기억나요. (자신의 서류를 마저 챙기며 일그러진 웃음회사 생활 잘 하세요.

재민서류를 들고 출입문 쪽으로 걸어간다몇 걸음 걸어다가 직원을 향해 뒤돌아선다.

 

재민

(사무적으로잘 아시겠지만..... 앞으로 우린... 오늘 처음 본 사이에요다음 달에 나결혼해요.

 

재민이 냉랭하게 뒤돌아서서 나간다.

 

 

40. EXT. 웨딩전문점 (해질녘)

 

화려하게 불 밝혀진 웨딩드레스 숍재민의 자동차가 서서히 정지한다재민이 잠시 시동을 끄고 생각에 잠긴다하지만 이내 시계를 보고 자동차에서 나와 서둘러 웨딩드레스 숍으로 걸어간다유리창으로 재민모와 재민의 약혼녀 심현우가 보인다화사한 웨딩드레스를 입은 심현우하지만 점점 가까워질수록 재민의 발걸음이 느려진다쇼윈도우 안의 재민모와 심현우를 바라보는 재민의 얼굴이 어둡다담배를 피워 물며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벽에 붙어 허공을 응시하는 재민유리창 안의 재민모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자바깥에 있는 재민의 호주머니에서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재민전화도 받지 않은 채 그렇게 허공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

 

 

41. EXT. 호스트바 밖 (해질녘)

 

택시가 멈춰 선다수민이 택시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호스트바 골목으로 걸어 들어온다호스트바 간판 밑에 가람이 서 있다큰 배낭을 메고 손에는 얼음과자와 쪽지를 들고 있다흐르는 땀입안에 우물거리는 얼음안경을 벗고 눈 주위 땀을 손으로 훔친다다가가는 수민이 표정이 점차 긴장된다. (프롤로그의 소년과 동일함. 1인 2거의 다가갔을 무렵가람이 고개를 돌려 수민을 물끄러미 바라본다여전히 얼음을 넣고 우물거리는 입.

 

가람

저기요...

42. INT. 호스트바 대기실 룸 ()

 

수민이 깔끔한 양복 한 벌을 들고 호스트바 복도를 걸어간다이윽고 당도한 곳은 대기실 룸정태를 비롯해서 몇 명의 선수들이 앉아 있고한쪽 소파에 촌스러운 옷을 입은 20대 초반의 가람이 벌쭘하게 앉아 있다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다수민이가 가람에게 옷을 건네준다정태는 달마시안 산보 인형 풍선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수민

이거 입어봐나중에 옷 사면 돌려줘.

 

가람

(일어나 꾸벅고맙습니다.

 

정태

얌마그래서 너 잘 데 있어?

 

가람

당분간 찜질방에서....

 

수민안쓰럽게 가람을 바라본다.

 

정태

니 상태 보니까... 넌 계속 찜질방에서 자야되겠다마담 눈썰미 요즘 왜 이리 올드해?...

 

수민

(나무라듯..... (가람에게잘 데 없으면 당분간 우리집에 와 있어.

 

가람

진짜요?

 

 

수민

딱 며칠간이다.

 

가람

(다시 인사하며고맙습니다.

 

정태가 탁박수 치며,

 

정태

이 눈물겨운 장면그래 원생들끼리 서로 도와야지.....

 

수민이 픽 웃으며정태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쿡 찌른다그때마담이 대기실에 들어서며요란하게 박수를 친다.

 

마담

손님 오셨어김 사장님 오셨다서둘러.

 

정태

또 수민이야?

 

마담

(가람가리키며그럼 얘니넌 무슨 신림동 고시원에서 기어나왔냐안경 벗고빨리 갈아입어!

 

마담 사라지고선수들이 부산을 떨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람

(뜨악해하는 표정근데 신림동이 어디예요?

 

 

43. EXT. 호스트바 앞 ()

 

‘X-랜드라는 붉은 글씨의 작은 간판이 음습한 골목 한 귀퉁이에 걸려 있다잠시 후호스트 바 문이 열린다수민과 어느 40대 남자김 사장저쪽 골목에 나타난 재민호스트바를 향해 걸어온다비틀거리는 김사장.

 

김사장

(술 취한 목소리오늘은 꼭 아침까지야.

 

수민이 한 손으로 김 사장의 어깨를 감싸 쥔다그리고 몇 걸음 걸었을까걸음을 멈추는 수민앞에 서 있는 재민수민을 가만히 응시한다수민도 재민을 차분하게 응시한다곧이어 차가운 어조로,

 

수민

또 오셨네요손님. ...... (시니컬하게안에 선수들 많아요.

 

하고는 김사장과 함께 재민 곁을 냉랭하게 지나가는 수민재민은 그대로 서 있는다골목에 우두커니 서 있는 재민의 뒷모습.

 

 

44. EXT. 모텔 앞 ()

 

수민이 모텔에서 나온다모텔 앞에 잠시 우두커니 선 채 하늘을 바라본다차도 앞에 선 수민이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든다저 멀리서 택시 한 대가 달려온다바람이 분다수민은 문뜩자신이 택시를 잡기 위해 들고 있는 손을 바라본다손가락 끝에 붙어 있는 작은 휴지조각바람에 나부끼고 있다정액을 닦다 묻은 휴지조각그걸 바라보는 수민의 표정참담하다.

 

 

 

45. INT. 호스트바 대기실 룸화장실 ()

 

수민이 거칠게 세면대에 허리를 숙이고 세수를 하고 있다앞에 술 쟁반을 들고 있는 마담이 서서 잔소리.

 

마담

빨리 와저 사람 너 땜에 두 시간이나 기다렸잖아.

 

하고는 급히 사라진다수민계속 거칠게 세수를 하다가 마담이 가버리자 그냥 세면대 물속에 얼굴을 집어넣는다잠시 동안 그렇게 있는 수민이윽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린다눈을 감은 채 손으로 물 젖은 머리칼을 연신 쓸어 올린다그리고는 천천히 뒤쪽을 바라본다.

 

 

46. INT. 호스트바 손님 룸 ()

 

문이 열리고 수민이 객실 안에 들어선다한 손을 바지 주머니 속에 넣고 뻣뻣이 선 채로 냉랭한 눈으로 안쪽을 바라본다수민의 머리칼은 젖은 채 잔뜩 헝클어져 있다코믹하다안쪽 소파엔 혼자 술 마시고 있다가 수민을 쏘아보고 있는 재민.

 

수민

(냉랭하게또 2차 가요오늘은 모텔로 가요.

 

재민이 수민을 빤히 바라본다그리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냥 수민을 스쳐 지나 밖으로 사라진다수민이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잠시 후 재민이 다시 돌아와 수민을 시니컬하게 바라본다.

 

재민

모텔비 니가 낼래?

 

 

47. INT. 실내 사격장 ()

 

수민대기실 소파에 앉아 유리창을 통해 사격장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안에서 재민이 권총을 들고 사격을 하고 있다총성 소리수민은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다리 한쪽을 떨며지포 라이터를 열었다 닫았다 한다.

잠시 후안에서 사격을 마친 재민이 보안경과 헤드폰을 벗으며 대기실로 나와 수민을 모른 척하며 그냥 지나간다수민이 쟤뭐야 하는 표정으로 째려본다.

 

 

48. INT.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

 

엘리베이터가 상승 중이다수민이와 재민이가 목석의 표정으로 나란히 서 있다수민양복 웃옷을 벗어서 옆에 끼고 있다수민이 불만인 듯한 표정으로,

 

수민

이제 활 쏘러 가요나 바빠요.

 

재민수민의 옆모습을 힐끗 쏘아본다이내 지갑을 꺼내 백 만 원짜리 수표를 꺼내 수민에게 내밀며,

 

재민

(싸늘하게이제 시간 나니?

 

수민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물끄러미 손에 쥔 수표를 바라본다수민을 바라보던 재민퉁명스럽게 손을 뻗어 수민의 구렛나루와 옆얼굴을 도전적으로 만진다수민여전히 목석의 표정.

 

 

49. INT. 재민의 오피스텔 ()

 

재민이 웃옷을 벗어 거칠게 집어던진다. (카메라 앞으로 팔랑거리며 날아오는 재민의 속옷이미 침대에는 수민이 벌거벗은 채 누워 있다눈을 감고 있다재민이 수민의 몸 위로 올라온다재민한참 동안 떨리는 눈빛으로 수민을 바라보다가 키스를 하기 위해 천천히 머리를 수그린다그러자 수민이 피하듯이 고개를 돌려버린다약간 화난 듯한 재민이윽고 그는 수민의 몸을 돌려버린다침대 위에 엎어진 수민재민이 다소 격앙된 얼굴로 손에 침을 뱉는 동안 건조하게 벽을 바라보다가 단호하게,

 

수민

뒤도 안 돼요.

 

재민동작을 멈춘 채 침대에 엎어져 있는 수민을 쓸쓸히 바라본다잠시 후천천히 입을 연다.

 

재민

그럼... 발기는 돼니?

 

CUT TO

 

재민이 침대 위에 엎드려 있다그리고 그 위에 수민이 엎드린 채 섹스를 하고 있다수민은 그 위에서 마치 복수를 하려는 것처럼 거칠게 피스톤 운동을 시작한다재민은 고개를 외튼 채 고통과 쾌감을 동시에 느끼는 표정을 짓고 있다열적은 신음 소리 방 안에 가득 고인다벽면을 향하고 있던 재민의 눈이 이내 감긴다재민은 고통과 쾌락자기 연민에 사로잡혀 있다마치 자기 욕망을 표현하듯재민은 팔을 뻗어 수민의 팔을 꼭 부여잡는다간절하게,

 

재민

니 물건이 권총이었으면 좋겠어.

 

수민이 순간 동작을 멈춘다.

 

재민

내 안에서.... 방아쇠를 당겨버렸으면 좋겠어.

 

차갑게 굳어버린 수민의 얼굴.

CUT TO

 

옷을 허겁지겁 차려입는 수민재민이 침대 위에 비스듬히 누운 채 자조의 눈으로 창문의 커텐을 바라보고 있다옷을 다 입은 수민지갑에서 수표를 꺼내들어 침대의 재민에게 휙집어던진다그리고 문을 열고 나가려던 차에그냥 되돌아선 채로 말문을 연다.

 

수민

너 재수없어처음부터재수없었어대체 나한테 뭘 바래너 같이 부자 놈들은 카드 긁듯이 사람 갖고 쉽게 장난치겠지만우린 시발.... 이 몸뚱아리 팔 것밖에 없어오지 마안 팔아다시 오면 내가 너 죽여.

 

말을 끝낸 수민이 쾅하고 문을 닫고 나가버린다문이 닫히면서 커텐이 요동친다그 춤추는 커텐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재민혼자 넋두리하듯.

 

재민

안 팔아소비자보호협회에 신고할 거야.

 

 

50. INT. 재민의 오피스텔 앞 ()

수민이 재민 오피스텔 문을 닫고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바로 엘리베이터가 도착한다문이 열리면재민의 약혼녀 심현우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귀에다 핸드폰을 댄 채 내린다수민이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뒤돌아보면닫히는 문 사이로 심현우가 재민의 집 초인종을 누르는 게 보인다수민이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본다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가 내려간다현우초인종 반응이 없자 문을 두드리며,

 

현우

재민 씨재민 씨!

 

이어 문을 살짝 열어본다문이 열려진다현우의아해하는 눈으로 고개를 돌려 엘리베이터 쪽을 힐끗 바라본다.

51. INT. 재민의 오피스텔 ()

 

침대에 현우와 재민이 나란히 누워 잠자고 있다재민의 팔에 머리를 뉜 채 자고 있는 현우잠시 후재민이 눈을 뜬다슬며시 자기 팔에서 현우의 머리를 들어내고 침대에서 일어난다침대에 걸터앉아 멍히 어둔 허공을 바라보다가 왼팔이 저리는지오른팔로 왼팔의 알통을 주무르며왼팔을 위아래로 몇 번 움직인다그리곤 조심스럽게 잠들어 있는 현우를 바라본다측은한 눈빛.

 

재민

(나즈막이왜 니 머리는.... 팔이 이렇게 아프니? ...... (처연하게많이 아프다.

 

그때 등 돌린 채 누워 있는 현우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침대보 바깥으로 나와 있는 손으로 이불 시트를 꽉 움켜쥔다.

 

 

52. EXT. 호스트바 앞 (새벽)

 

짐가방을 잔뜩 들고 있는 가람과 수민이 나란히 골목을 걸어가고 있다잠시 후 정태가 뛰어나오듯 호스트바를 빠져나오고뒤이어 마담이 뒤쫓아 온다.

 

마담

(신경질적으로손님 두고 어디 가?

 

정태

(혼잣말처럼맥주 시키는 주제에 무슨 손님야.

 

마담

!

 

정태계속 앞으로 걸어가며 미안하다는 뜻으로 뒤로 손을 흔들어 보인다정태 뒤로 달마시안 산보 인형이 허공에서 통통거리며 뒤쫓아 간다한손엔 명품 쇼핑백을 들고 있다한편골목 어귀에 자동차 한 대가 세워져 있고보조석 문이 열려져 있다보조석에 앉아 있는 선미스타킹을 고쳐 신고 있다정태수민과 가람 곁을 스치며,

 

수민

왜 그래?

 

정태

형수님 생일이시다.

 

정태수민과 가람을 지나 골목 어귀에 있는 자동차로 간다선물을 받았는지 선미의 웃음소리정태문을 닫아주고 운전석으로 간다선미가 달마시안 산보 인형 풍선을 유리창 밖으로 내놓는다이윽고 차가 출발한다.

 

 

53. EXT. 도심 (새벽)

 

짐가방을 잔뜩 들고 있는 가람과 수민이 나란히 걷고 있다.

 

가람

(둘러보며 씩씩하게서울은..... 불빛이 너무 좋아요. .... 나중에 싹 돌아다녀야지.

 

수민

난 이 놈의 서울싹 불질러버리고 싶은데........

 

가람

멋있는데멋있지 않아요?

 

수민

서울에선 아무도 믿으면 안 돼.......

 

 

가람

왜요?

 

수민

(가볍게 웃으며넌 왜 올라왔어?

 

가람

(귀엽게돈 벌러 왔죠시골에 있으면 뭐해요우리 같은 놈들한테 뭐가 있나..... 히히... 실은 시골에서 인터넷 보고 이런 거 알았어요. (조금 부끄러워하며근데 형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줘요?

 

수민

(가람을 애틋하며 바라보며닮았어.

 

수민

누구요?

 

수민웃으며 가람의 머리를 헝큰다.

 

가람

히히... ? (귀엽게우리 배고픈데... 뭐 먹고 가요찜질방 값도 굳었는데제가 쏠게요.

 

나란히 다정하게 걸어가는 두 사람.

 

 

54. INT. 수민의 오피스텔 ()

 

수민이 잠에서 깨어난다옆에서 자고 있는 가람이가 몸 위에 팔을 얹어놓고 곤히 있다수민이 가람의 손을 치우며 자리에서 일어난다잠시 애틋한 눈으로잠들어 있는 어린 가람이를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난다침대 맡에서 자고 있던 뽀득이가 따라나온다.

베란다 바깥을 보며 생수통으로 벌컥벌컥 물을 마시는 수민그때전화가 울린다수민이 귀찮은 눈으로 전화기 있는 쪽을 흘겨본다.

 

 

55. INT. 병원 ()

 

다급한 걸음걸이로 병원에 들어서는 수민복도를 황급히 걸어간다.

 

 

56. INT. 입원실 ()

 

입원실재철이가 팔과 어깨에 붕대를 감은 채 병원 침대에 누워 있다수민조금 걱정스러운 눈.

 

재철

연락 좀 하고 살지 임마독한 놈하여튼 환선이 형 호들갑은.... 그냥 일하다 조금 다쳤어곧 나갈 거야.

 

수민

어깨 아파서 이제 골프를 어떻게 쳐?

 

재철

얌마지금 딸딸이도 못 쳐.

 

수민재철의 손을 잡으며,

수민

보철기 빼니까 완전 킹카다.

 

재철

(좋아서 씨익그래?

수민

보기 좋아.

 

재철 여전히 웃는 낯으로,

 

재철

근데손에 땀 나거덩. (징그럽다는 듯 수민의 손에서 자기 손을 슬그머니 뺀다)

 

수민

지랄.

 

재철

너 예전부터 내 엉덩이 쳐다보고 다녔지?

 

수민

(피식 웃는다)

 

재철

근데... 너 요즘 뭐 먹고 사냐신수는 훤해졌네.

 

수민표정이 어두워진다.

 

재철

환선이 형도 얘기 안 하고... 그 사람 너한테 갔었니?

 

수민

누구?

 

재철

왜 그 인사과 낙하산 있잖아너 해고되던 날....

 

수민표정이 다시 어두워진다.

 

수민

근데?

 

재철

아니예전에 니 얘기 자꾸 물어봐서... 환선이 형네 가게 갔다고 얘기했거든하도 물어보길래.... 왜 찾냐니까.....

 

 

57. 회상몽타쥬

 

재민

(수줍게 웃으며미안한 일이 있어서..... 사과하려고요.

 

공장 마당재민이가 재철이를 바라보며 말한다그리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며 뒤돌아가는 재민표정이 수줍으면서도 밝다.

 

CUT TO

 

레스토랑 뒷골목재민이가 또다시 환선에게 통사정을 하고 있다환선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하지만 재민이가 허탈하게 뒤돌아서자환선이 그를 불러세운다그에게 내미는 명함 한 장명함을 쥐어들고뒤돌아서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 재민.

 

CUT TO

 

호스트바 앞재민이가 어두운 골목 안쪽에서 홀로 빛나는 ‘X-랜드라는 간판을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있다.

 

CUT TO

호스트바 앞수민이 손님과 함께 호스트바에서 나와 모텔로 향한다자동차 안에서 그 모습을 훔쳐보는 재민수민과 손님의 어깨를 감싸쥔 채 재민의 앞을 스쳐 지나간다재민표정이 어둡다.

 

CUT TO

 

호스트바 안수민 가게에 재민이가 처음 온 날빤히 앞을 보고 있다가 초이스를 위해 천천히 손을 뻗어 앞을 가리키는 재민.

 

 

58. INT. 택시 안 ()

 

뒷좌석에 앉아 있는 수민정면을 바라보고 있지만 깊은 시름에 잠긴 듯 눈빛이 몽롱하다한참 그렇게 있다가 조용히 입을 연다.

 

수민

담배 한 대 펴도 돼요?

 

CUT TO

 

뭉게뭉게 담배연기를 피어올리며 여전히 생각에 잠겨 있는 수민도심 속을 달리는 택시.

 

 

59. INT. 호스트바 ()

 

호스트바에 갓 들어온 수민에게 마담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뭔가를 속닥이고 있다.

 

마담

스타킹 말던 그 후라빠 같은 년 있잖아쟤 카드 싹 긁어서 날랐대사채 보증까지 서줬나 봐어떻게 하냐? (가다가 생각난 듯 수민에게너도 돈 꿔달라고 하면 없다고 해. (천연덕스럽게다 같이 몰살될 순 없잖아.

 

마담이 총총걸음으로 사라진다수민이 무거운 얼굴로 복도를 지나 끝에 있는 객실 쪽으로 걸어간다마침 복도 중간쯤에서 가람이가 젊고 핸섬한 손님의 어깨를 부여잡고 나온다횡재나 낚은 듯이 가람이 수민을 보며 씨익 웃는다그들이 지나간다가람걸어가며 뒤쪽으로 손을 들어 보인다검지와 엄지가 만든 오케이 싸인수민은 마치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이 두 사람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슬픈 눈으로 바라본다.

수민 몸을 돌려 조금 더 걸어가복도 끝 쪽에 있는 객실 문을 슬며시 연다안에는 정태가 혼자 고개를 숙인 채 양주를 마시고 있다몰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수민걱정스러운 얼굴로 정태를 바라본다.

 

수민

....

 

정태

(여전히 고개 숙인 채수민아..... 이렇게 팔다리 다 잘라놓으면... 포복은 어떻게 하냐? ....... 수류탄 사게 돈 좀 꿔주라... (눈물 그렁그렁지금 졸라 올드하지?

 

수민이 안타까워하는 얼굴로 정태를 바라본다그때현관문 쪽에서 어서 오세요하는 마담과 선수의 목소리.

 

 

60. INT. 실내 사격장 ()

 

타켓을 향해 맹렬히 총을 쏘아대는 재민허무한 표정사격이 끝나고 타켓이 재민에게 다가간다재민다가오는 타켓을 보며 보안경을 벗는다공허하고 슬픈 표정이내 고개를 뒤로 돌려텅 빈 대기실을 바라본다.

 

 

61. INT. 게이 찜질방 ()

 

어둠 속복도와 방들복도 천장에 매달린 붉은 등흰 가운을 입은 재민이 천천히방들을 둘러보며 지나간다뒤에서 복도를 어슬렁거리는 가운 입은 남자들열적은 섹스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재민이 둘러본 방에는 뒤엉켜있는 남자들.

재민걸음을 멈추고 벽에 기대어 남자들이 정사를 하고 있는 방안을 훔쳐본다그때 반대편에서 귀엽게 생긴 남자가 지나가며 슬쩍 재민을 바라본다그리고 잠시 후지나갔던 남자가 다가와 재민의 몸을 더듬는다재민천천히 고개를 돌려 남자를 응시한다남자과감히 재민의 성기를 만진다가만히 있는 재민남자가 재민의 손을 잡고 간다몇 걸음 따라가던 재민손을 뿌리치고 뒤돌아선다그리고 복도를 걸어나온다슬픔이 가득한 얼굴.

 

 

62. INT. 호스트바 손님 룸 ()

 

수민이와 어떤 손님이 가라오케 앞에서 춤을 추고 있다그 옆에서 선수 한 명이 노래를 부르고 있고소파에는 또 다른 손님 한 명수민이는 웃통을 벗고 손님을 끌어안은 채 눈을 꼭 감고 느릿느릿한 리듬에 몸을 맡기고 있다천천히 빙그르르 두 사람이 몸을 돌린다수민어떤 기척에 눈을 뜨고출입문 쪽을 본다.

열려진 출입문그 앞에는 재민이가 우두커니 선 채 질투와 분노가 뒤섞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수민은 여전히 손님을 끌어안고어깨 너머로 재민을 쏘아본다수민쏘아보며 손님의 목덜미에 보란 듯이 쪽입을 맞춘다끄떡도 하지 않은 채 수민을 쏘아보는 재민.

 

 

63. INT. 호스트바 복도 ()

 

재민이가 거칠게 수민의 손을 잡고 복도를 빠져나오고 있다수민이 웃통을 벗은 채로 엉겁결에 손을 붙잡혀 끌려나오고 있다한쪽 손엔 러닝셔츠가 들려져 있다앞에 양주를 쟁반에 들고 가던 가람을 재민이 밀치는 바람에양주병이 바닥에 와장창 깨진다.

 

 

수민

!

 

하고는 손을 뿌리친다그때 뒤에 모습을 드러낸 마담놀라는 표정을 짓는다수민과 춤을 추던 손님도 방문 사이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다.

 

마담

뭐야왜 그래?

 

재민다시 돌아가려는 수민의 손을 낚아채듯 붙잡고 다시 복도를 빠져나간다.

 

 

64. EXT. 호스트바 앞 ()

 

바 문이 열리고 재민이 수민의 손을 잡아끌고 나온다수민이 다시 한 번 거세게 손을 뿌리친다.

 

수민

(노려보며오늘은 천 만원이야?

 

그러자 재민이 수민의 뺨을 후려친다.

 

재민

그저... !

 

수민

이 개새끼!

 

화가 난 수민이 러닝셔츠를 집어던지고는 재민에게 달려들어 주먹으로 얼굴을 후려친다재민이 힘없이 바닥으로 나동그라진다.

수민

그래돈에 미쳤다 자식아니들이 그걸 알아?

 

열 받은 수민이 반쯤 몸을 일으키고 있는 재민 위로 날쌔게 올라가다시 얼굴을 후려치기 위해 주먹을 높이 쳐든다.

 

수민

내가 너 다시 오지 말랬지!

 

재민이 피하지 않고 눈을 똑바로 뜬 채 수민의 얼굴을 올려다본다간절한 눈빛수민치려다가 차마 치지 못하고 주먹만 치켜들고 있다.

 

재민

한 번만.... 날 돈으로 말고 인간으로 보면 안 돼?

 

여전히 주먹을 허공에 든 채 재민의 얼굴을 노려보고 있는 수민눈빛이 동요한다.

 

 

65. INT. 자동차 안 ()

 

조용히 도심 속을 질주하는 자동차운전석엔 재민이보조석엔 수민이 타고 있다흐르는 침묵수민은 무표정하기만 하다흙 묻은 러닝셔츠 차림재민의 입가의 상처핏자국자동차가 계속 도심 속을 달리고 있다두 사람여전히 앞만 본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이윽고 수민이 먼저 입을 연다.

 

수민

자꾸.... 왜 나 따라다녀?

 

재민잠시 회한에 잠긴 듯 침묵을 지키다가,

 

 

재민

우리 제대로 인사도 못했잖아.

 

수민이 재민을 물끄러미 바라본다연민을 느끼는 듯한 수민의 얼굴재민은 앞을 보고 계속 운전 중이다.

 

재민

(수민을 애틋하게 바라보며배 안 고파?

 

수민

들어가 봐야 돼.

 

재민

니 돈 내고 니가 먹을 거야.

 

달리는 자동차.

 

 

66. INT. 포장마차 ()

 

포장마차 테이블수민은 국수를 먹고 있고재민은 그 옆에 소주병을 깐 채 가만히 앉아서 수민이 먹는 것을 보고 있다수민은 국수를 먹다가 재민을 힐끔 보고는다시 먹기 시작한다.

 

재민

정말.... 니 돈 내고 너만 먹는구나.

 

수민웃지 않는다수민을 바라보는 재민애틋하다.

 

 

 

67. EXT. 공원 ()

 

수민과 재민이 나란히 서울 야경을 향해 오줌을 누고 있다수민이 먼저 일을 끝내고 길을 걷는다뒤이어 재민이 그 뒤를 따른다서울의 야경이 밝게 빛난다수민은 손에 작은 생수병을 들고 있다공원엔 아무도 없다.

 

재민

넌 내가 왜 그렇게 싫어?

 

수민이 침묵을 지킨 채 잠자코 병마개를 따서 물을 마신다.

 

재민

(넋두리처럼나 힘들다너를 알게 돼서 더 힘들어.

 

수민

(시니컬하게왜 선수를 좋아해서?

 

재민

........

 

수민

왜 니가 게이여서?

 

재민

..... 너 처음 봤을 때....... 니 웃는 모습은 꼭.. 유성 같았어.

 

수민

전유성?

 

재민잠시 수민을 바라보다가말없이 수민의 생수병을 받아든다그리곤 한 모금 마시며병마개를 천천히 돌린다.

재민

넌 왜 나 무시하는데?

 

수민

.... 그런 멘트 식상해수많은 손님들이 밤마다 내 귀에 대고 그런 말들을 지껄여... 당신은 배운 것도 많고 집도 좋잖아더 근사한 멘트 좀 개발해 봐지겨워.....

 

수민이 자기 연민에 사로잡힌 표정을 짓고서울 야경을 쓸쓸히 바라본다재민이 수민의 어깨에 팔을 두른다

 

수민

내려요.

 

재민팔을 내리지 않는다.

 

수민

내리라니까!

 

재민이 아랑곳없이 수민의 어깨에 팔을 걸친 채 나란히 걷는다수민도 말만 그렇게 할 뿐움직이지 않는다.

 

재민

나도 이유를 모르겠어그냥 니가 좋아너 아직도 내 이름 모르지?

 

수민의 얼굴이 눈빛이 흐려진다수민몸을 돌리며 자신의 어깨에서 재민을 팔을 내린다.

 

수민

무드 깨서 미안한데다시는 나 찾지 마요.

 

하고는 수민돌아서 간다몇 걸음 걷다가 다시 돌아와 재민에게 격렬하게 키스를 한다그리곤 손으로 재민의 목덜미를 세게 부여잡고,

 

수민

이게 내가 손님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공짜야돈을 억만금을 가져와도 내 자존심이 당신을 허락 못해당신은 부자여서 도망갈 곳이 많겠지만난 아무 곳도 없어잊어요.

 

그리곤 수민이 휙 돌아서 혼자 걷기 시작한다뒤에 망연자실 서 있는 재민금세 눈이 부옇게 흐려진다.

 

재민

안녕하세요수민 씨!

 

수민걷다가 순간 움찔하지만 그냥 빠르게 걷기 시작한다.

 

 

68. EXT. 도심 (새벽)

 

수민이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도심을 걸어간다잠시 걷다가 뒤를 돌아다본다아무도 없다수민다시 고개 돌리고 어두운 얼굴로 걸음을 다시 재촉한다.

 

 

69. EXT. 공원 (오후)

평온한 푸른 잔디밭수민이 반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공원에서 조깅 중이다옆에 가람이가 따라오는데 많이 지쳐 보인다수민은 땀을 뻘뻘 흘리지만 잘 달린다결국 뒤따라오던 가람이가 길에 주저앉고 만다.

수민고개를 힐끗 돌리고 주저앉은 가람이를 보고는 걸음을 멈춘다허리를 숙이고 손으로 무릎을 잡은 채 헉헉거린다.

CUT TO

 

지친 수민과 가람이 잔디밭에 평화롭게 누워 있다뽀득이가 잔디밭 팻말에 줄로 묶여져 있다가람이귀여운 듯 뽀득이를 갖고 장난친다.

 

가람

(킥킥 웃으며그 경찰청장인가 하는 아저씨... 나한테 푹 빠졌나 봐어제밤에 나한테 차 뽑아준다고 그러는 거 있지.

 

수민

그래?

 

가람

나 되게 차 갖고 싶었는데... 차 뽑으면... 닥치는 대로 서울 시내 쏘다녀야지.

 

수민이 피식 웃는다하지만 웃음 끝에 씁쓸함이 묻어 있다.

 

가람

자동차 나오면.... (밝게우리 며칠 여행 가자.

 

수민

돈 좀 모아라.... 맨날 쓰기만 하고그래서 어디 야간 대학 들어가겠어?

 

가람

(웃음내가 언제우리 원장님이 난백과사전을 삶아먹어도 대학 못 들어간다고 그러던데.

 

수민

(웃는다)

 

가람

있잖아. ...... 형은 남자랑 그거, (뽀득이를 두 팔로 배 위에 올린 채 장난을 치며응응응할 때 어때아무 느낌 없어?

 

수민

...... ?

 

가람

... 좋아하는 사람 생긴 것 같아.

 

수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앉는다그리고 누워 있는 가람을 바라보며,

 

수민

못 들은 걸로 할께마담 그런 거 안 좋아해 임마그러면 이 장사 못한다.

 

가람

... 형도 소문 파다하던데... 그 사람이랑 .... (질투 어린 목소리로정말로 누구야?

 

수민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수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약간 얼굴이 상기된 수민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가기 시작한다가람이일어나 앉으며 뽀득이 양쪽 앞발을 잡고 앞에다 세운다뽀득이에게,

 

가람

진짜 좋아하나보다그치?

 

뽀득이를 안고 수민의 뒤를 따라가는 가람.

70. INT. 호스트바 ()

 

수민이가 가람이와 함께 호스트바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선다선수들과 마담이 호스트바를 청소 중이다가람이가 능청스럽게,

 

가람

죄송합니다.

 

선수1

이것들이 빠져가지고가람이 너빨리 빨리 안 다녀?

 

가람

(선수1이 들고 있는 밀걸레 자루를 집어 들며 어리광에이....

 

스탠드 바 쪽에 있던 마담이 손짓으로 수민이를 부른다수민이가 다가간다.

 

마담

그 놈니 스토커 아까 다녀갔어문 열자마자 들어오더라징한 년.

 

수민이의 표정이 굳어진다.

 

마담

니가 하라는 대로 했어. ..... 너 지방으로 떴다고 하니까... (명함을 찾으며아무 말 없이 명함만 주고 그냥 가던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니년들 연애질하지?

 

마담이 명함을 수민에게 준다그때씻었는지 물에 젖은 몰골로 뒤쪽에서 다가오던 정태가 명함을 가로챈다사람이 많이 달라져 있다.

 

 

정태

(명함 들여다보며송재민이 새끼돈 많냐등쳐먹기 좋게 생겼던데...

 

정태 눈빛이 다소 냉정하다수민아무 말 없이 정태의 손에서 명함을 채뜨리고는 그냥 말없이 복도를 걸어간다.

 

정태

(테이블의 생수병을 들며서늘하게내가 말했지저 자식호모 같다고.

 

벌컥물 마시는 정태.

 

 

71. INT. 화장실 ()

 

좌변기 안물이 소용돌이치며 구멍으로 쓸려 내려간다물속에 명함이 섞여 있다하지만 명함 크기 때문에 빨려 들어가지 않고 다시 올라온다물 위에 다시 뜨는 명함가만히 그걸 바라보는 수민씁쓸하다잠시 후좌변기에 손을 넣어 그 명함을 집는 수민.

 

 

72. INT. 레스토랑 ()

 

근사한 레스토랑도심이 보이는 창가 테이블재민심현우가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거의 식사가 다 끝났다재민은 밥맛이 없는지 음식을 끄적거리고 있고현우가 눈치를 불안하게 살핀다심현우테이블 밑에서 냅킨을 손으로 꽉 움켜쥐며,

 

현우

우리 언니가... 우리 결혼 선물로 유럽여행권 알아놨대프라하도 있다자기도 거기 가고 싶었잖아.

 

재민아무 말이 없다그때화장실 갔던 재민모가 테이블로 다가와 앉는다재민모보석 카탈로그를 다시 보며 현우에게,

 

재민모

그래골랐니이거 괜찮더라가격도 이만하면 적당하고.

 

현우

(빙그레 웃으며예쁘다. (재민의 눈치 다시 살피며근데 너무 비싼 거 아니에요어머님?

 

재민모

비싸긴... 내가 아들이 둘이 있냐셋이 있냐얘 아버지는 더해요엄격하긴 해도 얘를 얼마나 끔찍하게 생각하는데.... 어이재민군. (카탈로그 재민에게 보여주며이거 어떠냐?

 

재민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보석을 유심히 바라본다표정이 금새 어두워진다테이블 밑재민이 손으로 나이프를 꽉 움켜쥐고 있다피가 새어나온다.

 

재민

(싸늘하게많이 반짝거리는 걸로 해요반짝반짝. .... 나 회사 들어가.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버린다피가 난 손을 주먹쥔 채 걸어가는 재민재민모와 현우가 놀란 눈으로 재민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73. INT. 레스토랑 화장실 안 ()

 

피 나는 손으로 핸드폰을 쥐고 있는 재민다른 한 손엔 ‘X-랜드의 명함.

 

재민

아직도 거기서 일하죠?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 친구로 보내주세요.

 

전화 끊는 재민변기 쪽에서 오줌을 누고 있는 꼬마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다하지만 그냥 세면대 수도꼭지를 틀어 상처 난 손을 씻는다씻겨 내려가는 핏물손을 씻다가 고개를 돌리면꼬마가 조금 겁에 질려 자신을 보고 있다손에는 푸른색 투명 물총이 들려져 있다.

 

 

74. INT. 호텔복도 ()

 

붉은 카펫이 깔려진 복도를 차분하게 걸어가는 수민이윽고손에 쥐고 있던 쪽지로 자신이 찾은 방 호수를 확인한다수민조심스럽게 노크한다아무 소리가 없다다시 노크한다.

 

 

75. INT. 호텔방 ()

 

방이 다소 어둡다스탠드 불 하나만 켜져 있다재민이 창문 쪽에 서 있지만실루엣만 있어 알아보기 힘들다수민이 방에 들어서서그 실루엣을 바라보고 있다.

 

수민

엑스 랜드에서 왔어요.

 

수민앞에 있던 실루엣의 재민이 아무 말 없자문을 닫고 창가 쪽으로 다가간다그리곤 침대 옆에 서서 재민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수민

옷 벗을까요?

 

어둠 속에서 재민의 미간이 움찔 떨린다.

 

재민

아니요. ........ (잠시 침묵어떤 소심한 놈이 있었는데...... 어느 날 어떤 가난한 사람을 좋아하게 됐어요처음에 보자마자.... 근데 그 사람은 몸을 팔고 있었죠소심한 놈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어요. .........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재민이 넋두리처럼 말하는 동안 수민은 점점 그가 재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표정이 어두워진다.

 

수민

포기해요.

 

재민이 뒤돌아선다손에 (화장실에서 꼬마가 들고 있던 예의 그푸른색 투명 물총을 들고 있다손은 아까 다친 상처 때문에 붕대로 감겨져 있다물총으로 수민을 겨누고 있다.

 

재민

이래도?

 

재민의 얼굴 표정은 간절하다수민도 뭉클가슴이 무너짐을 느낀다.

 

수민

이게 개발한 멘트야?

 

재민

.

 

재민을 바라보는 수민의 표정도 간절해진다.

 

수민

... 날마다 수많은 자지를 빠는데.... 니 자지가 특별한 이유가 뭔데?

 

재민의 눈이 그렁그렁해진다.

 

재민

내 껀 하나니까.... (울컥니 것도 하나니까.

 

재민의 눈을 보던 수민이 참지 못하고 몸을 돌려 호텔방을 뛰쳐나간다.

 

 

76. 몽타쥬 ()

 

(음악이 흘러나오는 동안)

 

1.

수민이 큰 걸음으로 붉은 카펫이 깔린 호텔 복도를 휘적휘적 걸어간다슬픈 얼굴로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걷는 수민카펫을 밟는 구두발의 리듬.

 

2.

붕대 감은 손에 여전히 푸른색 투명 물총을 든 채복도를 걸어가는 재민갈림길에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고는 애타게 수민을 찾아 붉은 카펫을 걸어가는 재민카펫을 밟는 구두발의 리듬.

 

3.

엘리베이터 안하강 중수민이 벽에 기댄 채 생각에 잠겨 있다번뇌의 표정.

 

4.

자동차 안재민이 어디론가로 자동차를 몰고 가고 있다.

5.

도심을 걷는 수민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6.

호스트바 앞자동차를 세운 재민이 바깥으로 나와 가게로 휘적휘적 걸어간다.

 

 

77. INT. 호스트바 ()

 

문이 열리고 재민이 호스트 바 안으로 들어선다마담을 비롯해 안에 있던 일행이 모두 놀란 눈으로 재민을 바라본다그 뒤로 선수1이 급하게 뒤쫓아온다.

 

선수1

손님!

 

재민

이수민!

 

마담

(당황해서손님왜 그러세요?

 

재민

수민이 어딨어요?

 

재민망설임 없이 손님 룸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마담

수민이 없다니까요!

 

재민이 복도를 지나며손님 룸을 마구 열어보기 시작한다.

 

재민

수민아이수민!

 

마담

저 년미친 거 아냐쟤 잡아!

 

정태와 다른 선수들이 달려가 재민의 어깨를 붙잡는다.

 

정태

시발왜 이래?

 

재민

(정태를 밀어내며!

 

정태

이 새끼가 미쳤나!

 

정태재민의 목덜미를 뒤에서 팔로 감아 응접실 룸 쪽으로 주욱 잡아끌어다 내동댕이친다재민 발버둥치며 일어나면서 큰 화분을 넘어뜨리고탁자와 작은 의자 등을 집어던진다.

 

재민

이수민!

 

그러자 정태와 다른 선수들이 달려들어 재민을 사정없이 두들겨 패기 시작한다.

 

(slow)

계속 얻어터지는 재민맞으면서도 들고 있는 물총맞을 때마다 손에 힘을 주는지 물총에서 물이 찍찍 발사된다마담 눈에 물이 날아간다마담어머하고 숨겨져 있던 여성성이 터져 나온다다른 선수들도 물총에서 나오는 물을 피한다룸 안에 있던 손님과 선수들이 반 벌거벗은 상태로 옷을 추스르며 기어 나와 고개를 내밀고 구경하고 있다가람이 씁쓸해하는 눈으로재민의 모습을 바라본다바닥에 나동그라진 재민길게 뻗어 있다여전히 손에는 물총을 들고 있다정태가 신경질적으로 재민의 옆구리를 발로 걷어찬다.

 

정태

아이좆만한 자식이 신경 돋구네.

 

마담

(눈 주위를 닦아내며저 새끼완전히 또라이 새끼네여기가 어딘 줄 알고.... 밖으로 끌고 가저 물총은 오늘 밤 미친 컨셉이냐?

 

선수들이 완전히 넉다운이 된 재민을 걷어찬다그때문쪽에서

 

수민

.

 

하고 언제 들어왔는지 나타난 수민이 낮게그러나 큰 소리로 말한다하지만 정태가 보란 듯이 다시 한 번 걷어찬다.

 

수민

!

 

모두가 수민을 바라본다그 기세가 무서워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수민이 입을 굳게 다문 채 재민에게 뚜벅뚜벅 걸어간다그리곤 쓰러진 채 자신을 보며 눈을 그렁거리며 미소를 짓는 상처투성이의 재민 얼굴을 내려다본다금세 수민의 눈이 뿌옇게 흐려진다.

 

수민

일어나이 병신 새끼야 일어나. (울컥일어나!

 

 

78. EXT. 거리 ()

 

수민이 재민을 업고 거리를 걷고 있다등에 업힌 재민은 그제서야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다터진 입술에 난 핏자국수민도 무표정하긴 하지만 재민에 대한 마음이 담겨 있는 표정.

 

재민

안 아파......

 

수민

무거워아무 말 하지 마.

 

천천히 느릿느릿 도심 속을 걸어가고 있다.

 

 

79. INT. 수민의 옥탑방 ()

 

새벽빛만 들어오는 수민의 방재민이 웃옷을 벗은 채 눈을 감고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다수민이 비스듬히 옆에 앉아 수건으로 재민의 입술 상처를 닦아준다이내 다 닦아내고는 애틋한 눈으로 재민의 얼굴을 바라본다잠시의 침묵이윽고 수민이 수건을 쥔 채 뒤로 돌아앉는다재민이 천천히 손을 들어 수민의 등에 갖다 댄다수민가만히 앉아 있다마치 재민의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를 느끼듯이그리고는 잠시 후수민이 가만히 재민의 옆에 눕는다재민과 수민천장을 바라보며 그대로 가만히 누워 있다잠시 후 수민이 손을 뻗어 재민의 성기께에 가만히 손을 올려놓는다.

 

CUT TO

 

재민의 가슴에 살포시 얹어지는 수민의 손이윽고 수민이 얼굴을 숙여 재민의 눈에 입맞춤을 한다반대편 눈에도 입을 맞춘다그리고 손을 뻗어 재민의 머리칼 속에 집어넣어마치 소중한 것을 소유하는 것처럼 격렬하게 휘젓는다곧이어 두 사람 섹스를 하기 시작한다. 1. 수민이 밑에 엎드려 있고재민이 그 위에서 애널 섹스를 하는 중. 2. 수민이 두 다리를 공중에 든 채 서로 마주보며 섹스를 하는 두 사람서로를 애틋하게 마주보고 있다수민은 통증과 쾌락을 동시에 느끼는 표정이윽고 손을 뻗어 재민의 얼굴을마치 생전 처음 얼굴을 처음 만지듯이 열정적으로 어루만진다.

 

CUT TO

 

섹스를 끝낸 두 사람 침대에 누워 있다둘 모두 비스듬히 누워 있는데재민이 수민을 뒤에서 껴안고 있다바람이 불어 커튼이 나부끼고두 사람 모두 커튼을 바라보고 있다.

 

재민

뒤는 처음이야?

 

수민

재수 없어꼰대 같아.

 

재민

그래.

 

잠시 침묵재민진심을 담은 표정으로,

 

재민

고마워.....

 

수민

그것도 재수 없어.

 

재민

그래.

 

재민이 웃으며수민의 몸을 끌어당겨 자신의 가슴에 더 파묻는다.

 

재민

.... 처음에 봤을 때... 그렇게 재수 없었어?

 

수민

(잠시 뜸 들이다가.

재민

그래....

 

수민이 혼자 생각에 잠겨 가벼운 미소를 뺨에 올린다.

 

재민

이제야 알 것 같다.

 

수민

뭐가?

 

재민

내가 정말 재수 없는 놈 같아.

 

수민

그래.

 

수민과 재민이 함께 웃는다.

 

재민

내일 회사 안 갈 거야.

 

 

80. EXT. 국도 ()

 

지평선이 보이는시원스럽게 내리 뻗은 길재민의 자동차가 경쾌하게 질주한다선글라스를 쓴 수민이 바깥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재민을 바라본다운전을 하고 있던 재민이 고개를 돌려 수민을 바라본다마냥 기분이 좋은지 씨익 웃는다수민이 웃고 있는 재민의 턱을 장난스럽게 가볍게 툭친다재민도 왼손으로 수민이를 때린다이어 두 사람의 요란스런 난타전웃음자동차가 한적한 시골 국도를 빠르게 질주한다.

 

 

81. EXT. 바다 (해질녘)

 

모래사장을 걷는 두 사람아직바다는 보이지 않는다수민이 뒤로 팔을 꺾고 있고재민의 손이 수민의 등 뒤로 팔을 뻗어 손을 깍지 낀 채 마주 잡고 있다두 사람은 아무 말 하지 않은 채 모래사장을 걷는다.

이윽고모래 언덕 위에 올라서는 두 사람바다가 보인다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져 있고파도가 친다재민뒤로 맞잡은 수민의 손에 힘을 준다.

 

CUT TO

 

두 사람이 모래사장에 나란히 앉아 모래사장을 보고 있다바다 위에 아름다운 일몰이 지고 있다.

 

재민

넌 꿈이 뭐야?

 

수민잠시 침묵을 지키다 씨익 웃는다.

 

수민

안 가르쳐 줄 거야.

 

재민

(웃으며내가 알아낼 거야.

 

재민과 수민 서로를 보며 웃다가 다시 바다를 바라본다재민수민의 손을 따뜻하게 쥔다.

 

재민

... 그 일 그만 둬.

 

수민

(무뚝뚝하게?

재민

나 돈 많이 들어.

 

그러자 수민이 픽웃는다재민도 따라 웃는다손을 들어 수민의 머리칼을 만진다.

 

재민

너 그 일 계속 하면 나또 물총 들고 간다. (웃음) .... 고마워수민아.

 

수민이 미소 띤 재민의 얼굴을 바라본다사랑의 감정이 가득한 눈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서로 애틋하게 마주보고 있는 두 사람.

 

 

82. INT. 호스트바 ()

 

어두운 골목에 홀로 빛나는 ‘X-랜드’ 광고판.

호스트바 안복도 쪽에 수민과 정태가 서 있다정태벌거벗은 상체 위에다 양복 윗저고리만 걸친 채 빈 양주병을 들고 있다수민이 뭐라 하며돈 봉투를 정태의 양복 주머니 속에 집어넣으며정태의 어깨를 툭툭 친다이내홀로 빠져나오며,

 

수민

(선수1에게나중에 보자. (마담에게 씨익 웃어보이며자주 놀러 올께요.

 

마담

뭘 와이 나쁜 년아.

 

하고는 꾸벅 인사하며 미련 없이 호스트바를 나간다정태가 복도에서 시무룩한 얼굴로 다가와 스탠드바의 테이블 위에 빈병을 놓는다.

 

마담

저 년진짜 시집가네. ...... 나도 못간 시집을...

정태웃옷 속에서 봉투를 꺼내 슬쩍 열어본다.

 

마담

너 아까 사채업자 다녀갔어쯔쯧... 큰일이다그렇게 모아서 되겠냐?

 

정태아무 말 없이 시니컬하게 그냥 손님룸 쪽으로 걸어간다.

 

CUT TO

 

호스트바 앞가람이가 수민을 꼭 안고 있다.

 

가람

나 우형이네로 짐 다 옮겼어.

 

수민

미안해.

 

가람

....... (섭섭해서그렇게 좋아?

 

수민이가 가람의 품에서 빠져나와 가람을 바라본다수줍게 웃으며 뺨을 톡톡 친다수민의 얼굴은 여전히 생글생글.

 

 

83. INT. 재민의 회사 ()

 

아주 활달한 표정으로 복도를 걸어오는 수민청바지에 회색 셔츠간만에 입는 가벼운 옷차림얼굴 표정이 무척 밝다.

이윽고재민이 일하는 사무실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는 수민조심스럽게 유리창으로 들여다본다안에 재민이 혼자 스탠드 불빛에 의지한 채 일을 하고 있다재민이 혼자 일하는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 수민핸드폰을 꺼내 재민을 향해 폰카 셔터를 누른다플래쉬 불빛재민이 수민을 보고는 환하게 웃는다.

 

CUT TO

 

수민과 재민이 재민의 책상에 비스듬히 몸을 기댄 채 키스를 격렬하게 키스를 나눈다컴퓨터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수민이 재민의 입에 쪽하고 키스를 한다.

 

재민

우린손님하곤 키스 안 하는데요.

 

수민

(웃으며 쪽입맞춤그럼 뒤는요?

 

재민

(입맞춤손님은.... 마음에 드니까 특별히 할부로 해드리죠.

 

수민

(키스돈 많이 벌어야 되겠네너무 일 열심히 하는 거 아냐?

 

재민

(키스그렇지너랑 유럽여행 가려고 하루 종일 인터넷만 했는데우리 프라하 꼭 가자.

 

수민

여행경비는?

 

재민

(성기를 움켜쥐며이걸로 대신 해야지.

 

수민움찔 하며 웃는다재민의 귓불에 키스한다.

수민

나 오늘 편의점 면접 봤다.

 

재민

(수민의 목덜미에 키스하며그래서?

 

수민

야간 타임만 있다고 해서 포기했어.

 

재민

(계속 키스하며?

 

수민

(혀를 길게 내밀어 재민의 목덜미를 핥으며밤에는 형이랑 이 추잡한 짓거리 해야지.

 

재민이 웃는다곧이어 재민이 수민이 손을 이끌어 춤을 추기 시작한다재민과 수민이 음악에 맞춰 서로를 안고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두 사람 얼굴에 가득한 웃음마침청소부 할아버지가 진공청소기를 끌고사무실 문 앞을 느릿느릿 지나치지만 안에서 춤추고 있는 그들을 보지 못한 채 지나간다도로 건너편 빌딩에서도 두 사람이 춤추는 모습이 보인다불 밝혀진 서울 도심.

 

 

84. INT. 재민 오피스텔 ()

 

문이 열리고 재민과 수민이 장난을 치면서 깔깔거리며 들어온다어둡다.

 

재민

하지 마.

 

수민

잠깐만.

 

재민

옷만 갈아입고 빨리 나가자.

 

재민이 불을 켠다불이 켜지는 순간 재민이 화들짝 놀란다재민의 혁대를 풀고 있던 수민 역시 혁대를 붙잡은 채 놀라서 안쪽을 바라본다.

오피스텔 안쪽에는 재민모가 다리를 꼰 채 의자에 앉아 담배를 태우고 있다재민모가 분노에 찬 얼굴로 두 사람을 노려본다.

 

재민

나가 있어.

 

수민

(혁띠를 내려놓으며.

 

재민

나가 있어!

 

수민이 재민모를 보며 놀란 눈으로 밖으로 나간다재민이 넥타이를 푼다재민모가 서서히 일어난다.

 

재민

사생활은 지켜줘요.

 

그러자 재민모가 느닷없이 재민의 따귀를 후려친다.

 

재민모

결국 이거였어너 다신 안 그런다고 약속해잖아. ..... 또 발작한 거야!

 

재민

(똑바로 바라보며상관하지 마내 인생예요더 이상 속이고 못 살아.

 

재민넥타이를 집어던지고 옷방으로 가면서 와이셔츠 단추를 한꺼번에 잡아 뜯는다우드득소리.

 

재민모

결혼이 보름밖에 안 남았어!

 

재민

결혼 안 해요. (바지를 벗어 던지고 재민모를 노려보며엄만같은 여자면서어떻게 현우한테 나 같은 남자랑 결혼하라고 해요대학에서 애들그렇게 가르쳐요?

 

재민모

! (재민모의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엄마한테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내가 아들이 한 명이 있어두 명이 있어!

 

재민

요즘 페미니스트 교수들은 다 그렇게 얘기해요?

 

재민모가 들고 있던 담배에서 담뱃재 떨어진다분노 때문에 떨고 있다청바지를 대충 입은 재민티셔츠 하나를 손에 쥐고서 막 나가려다 등진 채,

 

재민

엄마.... 저기 밖에 있는 애제가 끔찍히 사랑하는 남자예요.

 

재민모

(떨며나도 끔찍히 너 사랑한다포기 못해! ....... 니 아버지한테 말할 거야!

 

나가던 재민이 움찔제자리에 선 채 고개를 돌려 원망의 눈빛으로 재민모를 바라본다이내 재민 나간다닫히는 문벌벌 떨리는 손으로 다시 새담배 무는 재민모.

 

 

85. EXT. 수민 옥탑방옥상 ()

 

타워팰리스가 보이는 옥탑 옥상낡은 안테나가 세워져 있다그 옆에 재민이 접이 사다리를 세운 채 올라가서이리저리 만지작거리고 있다그때수민이 다가온다.

 

수민

소용없을 거야너무 낡아서.

 

재민

(이리저리 만지며넌 어떻게 TV도 없이 살았니?

 

재민은 계속 만지작거린다수민이 그런 재민을 애틋하게 본다.

 

수민

(걱정스러운 듯이괜찮아?

 

재민

뭐가우리 엄마.... 예전부터 내가 게이라는 거 알고 있었어.

 

수민

난 엄마 아빠 없어서.... 그거 하나는 편하네.

 

수민 타워팰리스를 바라보면재민이 일손을 멈추고 수민을 보며 따뜻하게 웃는다.

 

재민

너랑 있으면 단단해져.

 

수민이 재민을 마주본다재민이 사다리에 올라선 채 팔을 뻗어 수민의 목을 안아서 자기에게로 이끈다다정하게 키스하는 두 사람배경으로 보이는 타워팰리스.

 

 

86. INT. 수민의 옥탑방 (아침)

 

수민의 매트리스 침대에서 수민과 재민이 서로 얼싸안은 채 달콤하게 자고 있다잠시 후 핸드폰 울림소리수민이 간신히전화를 받는다.

 

수민

. ....... 아침이잖아...... ?

 

수민졸린 눈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옥탑 마당으로 걸어가아래를 내려다본다밖에는 가람이가 서 있다옆에는 새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수민

정말야좋겠다임마.

 

밖에 있는 가람가람이 수민의 옥탑방을 올려다보며,

 

가람

일주일간 휴가 냈다서울 지리도 알 겸졸라 쏘다닐 거야이 차로 형이랑 여행 가고 싶었는데.... 그 사람 거기 있지? (살짝 미소좋겠다. ....... (애틋하게 위를 바라보며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 사람은... 작은 옥탑방에 살아.

 

가람전화를 후닥닥 끊고는 멋쩍게 군대 경례를 붙인다그리고는 자동차 안으로 들어간다수민이 여전히 귀에 전화를 댄 채 떠나는 자동차를 물끄러미 바라본다감상적으로 변하는 수민그리곤 옥탑방으로 들어와잠들어 있는 재민을 바라본다곤히 자고 있는 재민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재민을 바라보며턱을 쓰다듬는다이어 고개를 숙여 두 손을 모은 다음재민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인다잠들어 있던 재민의 얼굴에 피어나는 미소.

 

재민

(눈을 감은 채 속삭이듯나도 니가 나 때문에 행복했으면 좋겠어.

 

수민이 다시 귀에다 대고 속삭인다여전히 눈을 감은 채 웃고 있는 재민.

 

재민

나도 아침에 그게 설 때마다 널 생각했으면 좋겠어.... 흐흐.

 

재민마침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눈을 뜨면서 수민이를 끌어안는다서로를 부둥켜안으며 행복하게 웃는 두 사람.

 

 

87. INT. 재민의 회사복도회의실 (아침)

 

재민이 경쾌한 발걸음으로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기분이 좋다잠시 후직원 한 명이 지나가면서 재민의 어깨를 툭 친다.

 

직원1

축하해재민 씨.

 

재민 직원1를 돌아다보며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잠시 후여직원 두 명이 지나간다.

 

재민

굿모닝.

 

여직원1

축하해요실장 님.

여직원이 인사하고 지나가면서 둘이 키득거리며 웃는다여자2(문현정씨)여직원(심현우 팀장)에게 언니어떻게 해하고 말하는 소리재민갈피를 못 잡는 표정잠시 후재민이 자기 사무실에 거의 왔을 때 남자 직원(38에 나오는 남자 직원한 명이 청첩장 한 묶음을 들고 밖으로 나온다.

 

직원2

축하합니다실장 님. (표정야릇이거 회사에 돌리고 있었어요어머님... 아니사모님 회의실에서 기다리시는데...

 

재민청첩장 하나를 얼른 채뜨린다자기 청첩장이다얼굴이 하얘지는 재민청첩장을 쥐고는 바로 회의실 쪽으로 뛰어간다정신없이 허겁지겁 뛰어가는 재민다른 직원들이 인사하지만 재민은 그저 뛸 뿐이다마침내 당도한 회의실.

회의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간다의자들이 정갈하게 놓여진 회의실안에 재민모가 창문가에 선 채 담배를 태우고 있다.

 

재민

이게 뭐예요?

 

재민모가 뒤돌아선다차가운 얼굴 표정.

 

재민모

섹슈얼리티를 모를 만큼 그렇게 무식하지 않아니가 남자랑 자든 말든 상관없어어차피 임신하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결혼은 해.

 

재민

(분노대체 왜 그래요?

 

재민모

(빨리 걸으며나 이따 수업 있어빨리 결론 내자지금 부사장실로 가 봐.

 

재민이 분노에 찬 얼굴로 재민모를 응시한다재민모담뱃재를 바닥에 털어내며,

 

재민모

이제 니 아버지도 알아.

 

재민아버지도 안다는 말에 표정이 잔뜩 일그러진다.

 

재민모

아니니 아버지 말고딴사람들한테 죄다 알려서라도.... 포기 못해.

 

재민절망의 표정.

 

 

88. INT. 부사장실로 가는 복도 (아침)

 

재민이 복도를 뚜벅뚜벅 걸어간다극도로 긴장한 얼굴이지만 짐짓 침착한 척하며 휘파람을 분다휘파람의 곡조는 콰이강의 다리하지만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

이윽고 부사장실 앞에서 걸음을 천천히 멈추는 재민어느새 휘파람이 멈추어져 있다재민불안함이 스치는 얼굴천천히 뒤를 돌아다본다복도텅 비어 있다이어 재민이 문을 두드린다복도에 울리는 노크 소리.

 

 

89. INT. 부사장실 (아침)

 

재민이 고개를 숙인 채 중앙에 서 있다재민은 죄 지은 표정으로 서 있지만눈빛엔 분노가 살짝 어려 있다.

창문에서 들어오는 아침 태양 때문에아버지 그림자가 부사장 테이블을 가로질러 재민의 뒷벽에까지 뻗쳐 있다위압감재민부는 전화 중이다재민부앞에 있는 재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재민부 목소리

(웃으며, 9월 16일에요그 날이 좋다고 그러더라고요장관님이 꼭 해주셔야죠. .......... 아이고맙습니다결혼식 끝내고아들 녀석이랑 함께 필드에서 한 번 뵙겠습니다아이고 감사합니다조만간 전화 한 번 더 드릴께요들어가십시오.

 

전화 끊는 소리.

 

재민부 목소리

(감정 억눌러청진그룹 회장님께 청첩장 보내 드렸니?

 

재민아무 말 없다잠시의 침묵그때 울리는 전화재민부가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받는다.

 

재민부 목소리

(격앙된 목소리너 짤리고 싶어내가 전화 돌리지 말랬지!

 

하고 전화를 끊는 재민부재민부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쪽으로 걸어간다밖을 내다본다잠시 침묵이 흐른다.

 

재민부 목소리

재민아.... 니 엄마 말고 내가 여자가 없었다고 생각하니? .......... 너 땜에 어제 한숨도 못 잤다꼭 너 어렸을 적에 아파서 날 샌 것 같아아침에 너 기운 차려서 활짝 웃고 있는 거 보면 이 애비 가슴이 얼마나 뭉클했는데.... 어제 그 얘기 처음 듣고 어땠는지 알아그 자식아무도 모르게 죽여 버리고 싶었어........

 

재민고개를 들어 약간 놀란 눈으로 재민부를 바라본다잠시의 침묵.

재민부 목소리

그 친구랑 계속 그렇게 지내도 돼앞으로 그거에 대해 묻지 않으마상관 안 할께근데... 꽃 달자니 결혼식에 이 애비가슴에 꽃 달고 싶다그러니까 너도 티내면서 말하지만 마결혼은 그런 거다.

 

재민부 창문 쪽에서 재민에게 다가온다재민의 뺨을 어루만진다태도가 누그러져 이제 애원마저 담고 있다. (재민부는 의외의 배우였으면 하는 바램)

 

재민부

우리 가족이 회사우리 이름...... 나 한평생 앞만 보고 달렸다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지면 나 어떻게 사니? (눈물을 그렁거린 채 재민의 넥타이를 고쳐 매주며넌 내 아들야.

 

재민

아빠...

 

재민부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뒤돌아선다재민이 아버지의 등을 바라본다.

 

재민부

이 아빠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무릎이라도 꿇을까? ...... (울컥너 없으면 아빠도 없다.

 

재민부 눈꼬리에서 미끄러지는 눈물무너지는 재민의 얼굴.

 

 

90. INT. 지하주차장 (정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재민이 격한 얼굴로 서 있다다친 손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손등의 상처핏자국재민이 나오면 엘리베이터 뒷면 거울이 산산조각 나 있는 게 보인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재민성큼성큼 걸어가 자신의 자동차를 타고 지하주차장을 달린다. 30미터쯤 빠르게 질주하던 자동차이내 끼익 하고 급정거한다자동차 안의 재민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다무표정한 얼굴손등으로 쓰윽 눈물을 훔치면얼굴에 묻어지는 핏자국차 안에서 울리는 핸드폰 벨 소리.

 

 

91. EXT. 레스토랑 앞 (정오)

 

유리창을 통해 앉아 있는 수민이가 보인다옆에는 주방장 옷을 입은 환선이가 서 있다둘이 뭐라고 하면서 함께 웃고 있다신나게 수다를 떠는 수민.

잠시 후 환선이가 가고안에서 수민이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거는 모습이 보인다재민의 호주머니에서 울리는 핸드폰 소리재민받지 않는다.

레스토랑 안전화를 끊는 수민걱정스러운 얼굴로 시계를 봤다가유리창밖을 두리번거린다아무도 없다.

 

 

92. INT. 재민의 오피스텔 (늦은 오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급하게 튀어나오는 수민수민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초인종을 반복해서 계속 누른다아무 반응이 없자문을 두드린다.

 

수민

형 ......... !

 

잠시 후문이 열린다문 앞에 나타난 사람은 약혼녀 심현우설거지를 하다 나왔는지 두 손에 젖은 빨간 고무장갑을 끼고 있다둘 다 놀란 눈치.

 

현우

지금 재민 씨 없는데.... 누구시죠?

 

순간수민이 당황스러워하면서 뜸을 들인다점점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는다.

 

수민

누구세요?

 

현우도 다소 당황스러워한다.

 

현우

저요?

 

 

93. INT. 재민 오피스텔 (황혼녘)

 

문을 닫고 들어오는 현우잠시 문에 등을 대고 암울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더니이윽고 거실로 걸어와 리모콘으로 음악을 끈다그리곤 창문가로 다가간다커텐을 살며시 젖힌다마치 걸어가고 있는 수민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으로 바깥을 응시하며깊은 생각에 잠긴다.

 

 

94. EXT. 길거리 (황혼녘)

 

노을이 비치는 중앙 버스정류장불안한 표정으로빠르게 길을 걷고 있는 수민분노와 착찹한 심경이 섞여 있는 얼굴빛수민의 손에 청첩장이 들려져 있다그렇게 걷던 수민잠시 후 제자리에 서서 서서히 청첩장을 펴본다침울하게 굳어지는 수민의 얼굴버스가 도착하고사람들이 내려 수민을 스쳐 지나간다미동도 않는 수민.

 

 

95. INT. 수민의 옥탑방 ()

 

수민이 침대에 누워 몸을 뒤척이고 있다멍한 표정으로 뽀득이를 쓰다듬어주고 있다그때문 두드리는 소리 요란하게 들린다수민아하고 외치는 술 취한 소리수민이 문쪽을 잠시 노려보다가 일어나 현관으로 간다차가운 동작으로 천천히 문을 연다술 취한 재민이 문 바로 앞에서 비틀거린다재민이 다친 손을 들어 보이며 바보같이 씨익 웃는다.

 

재민

아프다.

 

CUT TO

 

불이 켜져 있지 않아 어둡다재민이 창문가에 서 있다수민은 바닥에 앉아 재민의 손에 붕대를 감아주고 있다마지막 매듭을 맨다그리곤 가위로 붕대 끈을 자르려는 순간창문을 바라보며 침울한 표정을 짓던 재민이 입을 연다.

 

재민

그래.....비겁하지?

 

수민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수민

재수 없어.

 

재민

그래... 난 처음부터 재수 없었던 놈이니까..... 그래도..... 그래도..... 너 사랑해.

 

수민가위를 든 채 천천히 일어난다그리곤 재민을 바라본다재민도 수민을 본다.

 

수민

그럼우리 사이는 뭐야?

 

재민고개를 들어 수민을 바라본다재민수민의 슬픈 눈을 견딜 수 없다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수민

내가 무식해서 그래공부 열심히 할께.

 

재민의 침묵.

 

수민

내가 더러워서 그래앞으론 형만 보고 살께. .......... 내가 가난해서 그래일 열심히 할께.

 

재민이 비참한 얼굴로 수민을 바라본다수민은 물기 가득한 눈으로 간절하게 재민을 보고 있다.

 

수민

........ 우리 사이는 뭐야?

 

재민수민의 얼굴을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수민이 떨리는 목소리로 또다시 묻는다.

 

수민

그럼우리 사이는 뭐예요?

 

재민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냥 방바닥을 가로질러 밖으로 나가 버린다미처 자르지 못한 붕대가 재민의 손을 따라 주욱 펼쳐진다마침내 붕대 끝마저 질질 끌려간다. 2미터 가량의 흰 붕대마치 새처럼 날아간다수민은 슬픈 눈으로 재민의 뒷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본다침대 위에서 자던 강아지 뽀득이가 고개를 들어 뭐야하고 재민이 뒷모습을 바라본다.

 

 

96. EXT. 공원 (새벽)

 

수민이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또 뛰기 시작한다땀에 흠뻑 젖어 있다처음에는 천천히 뛰다가마침내 속력을 낸다마치 자신을 학대하듯 비명을 속에 삼킨 채 사력을 다해 뛰는 수민.

 

 

97. EXT. 바닷가 ()

 

바닷가가 보이는 해안도로를 달리는 재민의 자동차재민붕대 감은 손으로 운전을 하며 깊은 생각에 골몰해 있다핸드폰이 울리지만 받지 않는다.

 

CUT TO

 

수민과 함께 왔던 모래사장에 혼자 서 있는 재민격정에 찬 얼굴로 바다를 응시한다바람이 분다이어 붕대 감은 손을 조용히 응시한다.

 

 

98. EXT. 재민의 회사 앞 (늦은 오후)

 

재민의 회사 앞거대한 메트로폴리탄 서울의 정중앙에 위치한. (카메라 고층빌딩 사이사이 바라보며 재민의 회사로 근접해온다.)

수민이 회사 앞에 혼자 떡 버티고 서 있다양복 입은 사람들이 퇴근 중이다수민 옆을 스쳐 지나간다수민손에 핸드폰을 들고 귀에 붙인 채 통화 중이다.

 

수민

전화 받아요잠깐이면 돼요형 볼 때까지 여기 있을께.

 

수민이 음성메세지를 녹음하고버튼을 누른다이어 다시 한 번 재민 회사 건물을 올려다본다잠시 후 전화가 울린다수민얼른 전화를 받는다.

 

수민

여보세요?

 

하지만 점점 충격을 받은 듯 구겨지는 얼굴.

 

 

99. EXT. 어느 도로 (해질 무렵)

 

자동차가 도심 도로 가운데 거꾸로 뒤집어져 있다자동차 사고의 흔적들엔진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차체 뒤편으로 견인차가 달려오고 있다.

가람이 차체에 거꾸로 매달려 눈을 뜬 채 죽어 있다어딘가를 동경하는 듯한 슬픈 얼굴흐르는 피.

 

 

100. EXT. 화장터 앞 (해질 무렵)

 

수민이 검정 양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채 옆구리에 유골 단지를 안고 걸어온다선글라스를 쓴 수민의 표정은 창백하다뚜벅뚜벅 걸어오면 앞에 자동차 한 대가 세워져 있고검정 옷을 입은 정태가 수민이를 기다리고 있다침울한 얼굴이마에 밴드와 멍 자국이 나 있다.

 

정태

시발어떻게 고아라고... 상주가 한 놈도 없냐?

 

수민

(자동차 문을 벌컥 열며 단호하게서울로 가.

 

 

101. EXT. 도심자동차 ()

자동차가 서울 도심을 달린다창밖으로 수민의 손이 나와 있고그 손에서 가람의 유골 가루가 허옇게 흩날려진다수민이 계속 가루를 바람에 흩날린다.

정태는 운전을 하고 있고수민은 뒷좌석에 앉아 유골을 서울 도심에 뿌리고 있는 중이다유골 흩날리는 걸 보지 않고선글라스를 쓰고 시선을 앞으로 한 채 울고 있다.

정태

... 개새끼 봐. (창밖으로 얼굴 내밀며 울컥시발 새끼들아 운전 똑바로 해!

 

수민흐느낌 소리가 더 짙어진다서울 밤도시에 흩날려지는 하얀 유골 가루.

 

 

102. EXT. 경찰서 앞 ()

 

경찰서 앞잠시 후 수민과 정태가 경찰서에서 나온다정태가 씩씩거린다수민은 여전히 유골함을 들고 있다양복 웃옷에 허옇게 가루가 묻어 있다.

 

정태

시발 놈들그럼 어디다 뿌리란 거야별 게 다 불법이고 지랄이네. .... (정태갑자기 생각난 듯 경찰서 쪽을 노려보며가람이한테 차 사준 놈도 경찰 아니었냐?

 

수민아무 말도 없이 걷는다정태도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고 확신한 듯 수민에게 동의를 구하던 얼굴을 앞으로 돌리며 걷는다둘 다 표정이 어두워진다.

 

정태

개새끼들..... 다 쓸어버려야 돼.

 

수민

..... 가게 다시 나갈래.

 

정태

오지 마...... 뭣하러 기어들어와 새꺄. (조금 걸어가다 멈춰서서!

 

 

103. EXT. 도로자동차 ()

 

자동차가 도심을 달리고 있다.

 

정태

흡혈귀야 그 새끼들너 같은 등신들.. 몸도 주고 마음도 주고시발 진짜 올드하네.... 나중에 봐그 좆만한 새끼결혼하고 배 이렇게 쳐나오면 슬슬 기어나올 껄.

 

수민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정태

꼴값하네...... 가람이 저렇게 된 거 안 보여 새꺄나는 어떻고? (이마 상처 손으로 가리키며이거 안 보여어제 그 사채 개새끼들... 요즘 피 말려 돌아버리겠어. ........ 나 같았으면 그 새끼 죽도록 패줬을 거다돈도 왕창 뜯어내고....... 내 그 도망간 년이랑 니 그 새끼랑 뭐가 다른데.... 니가 한다고만 하면 내가.....

 

수민

(나무라듯?

 

정태

(눈빛이 독하다너 흡혈귀가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몰라너랑 나랑....

 

수민정태를 바라보며 인상을 구긴다.

 

수민

여기서 내려 줘.

정태

니가 한다고만 하면....

 

수민

내려 줘!

 

CUT TO

 

자동차 문이 쾅 닫힌다수민이 인도로 올라간다.

 

정태

멍청한 새끼!

 

정태신경질적으로 크락션을 세고 길게 누른다자동차 출발한다차에서 내린 수민이 유골함을 안은 채 인도를 걷는다피곤한 얼굴로 한참을 걷다가고개를 숙여 유골함을 한 번 보고는 다시 걷기 시작한다이어 유골함에게 말을 걸듯 혼잣말로,

 

수민

(슬픈 얼굴가람아..... 내가 왜 자꾸 그 형네 집으로 가고 있냐?

 

조금 걷다가 골목에서 방향을 트는 수민.

 

수민

가람아..... 그 형도 어쩔 수 없었을 거야그치? .... 그래도... 서울에선 아무도 믿으면 안 돼.

 

쓸쓸히 걸어가는 수민의 뒷모습.

 

 

 

 

104. 수민의 옥탑방 (오후)

 

잘 마른 와이셔츠빨래줄에 매달려 흔들린다수민이 와이셔츠를 걷어서 방으로 들어간다.

 

CUT TO

 

수민이 정장으로 잘 차려입고 거울을 보고 있다넥타이까지 매고 있다머리엔 무스를 발랐다손으로 머리를 다시 한 번 매만지면서 거울을 보며일부러 밝은 척 미소를 짓는다.

 

수민

잘 살아야 돼.

 

 

105. EXT. 재민의 회사 앞 (오후)

 

잘 차려입은 수민이 회사 앞을 활달하게 걸어와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106. INT. 재민의 회사 (오후)

 

엘리베이터 안수민을 비롯해 몇 사람이 탔다수민이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모습이 흐뜨러지지 않았는지 살짝 살펴본다마침내 재민이 일하는 사무실 층수민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활달하게 모퉁이를 돌아간다모퉁이를 막 돌았을 때수민은 멈칫 그 자리에 선다마침 맞은편에서 재민 가족 일행이 다가오고 있다재민부재민모심현우그리고 재민그리고 뒤에 붙은 비서진 몇 명이들이 나란히 수민 쪽을 향해 다가온다수민 쪽에서 가던 직원 몇 명이 그들을 향해 인사한다재민모가 재민부를 보며 기분좋게 수다를 떨고 있다.

수민은 완전히 얼어붙은 듯이 그 자리에 서 있는다재민이 수민을 알아본다깊고 떨리는 눈으로 응시한다마침내 네 명이 수민 옆을 지나간다수민 옆을 지나면서도 재민아는 체하지 않는다얼굴이 차갑게 굳어 있다수민이 스쳐 지나가는 재민을 보며 몸을 돌린다가족이 나란히 걸어간다심현우만이 고개를 돌리며 수민을 바라본다수민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수민

.

 

하지만 재민 모른 체 그냥 걸어간다심현우가 고개를 돌려 재민의 눈치를 살핀다수민다시 애타게 부른다.

 

수민

.

 

재민그냥 걷기만 할 뿐이다심현우가 다시 고개를 돌려 수민을 바라본다차분하면서도 물기가 묻어 있는 눈빛수민은 재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망연자실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다얼굴에 점점 어리는 애증의 분노.

 

 

107. INT. 엘리베이터 안 (오후)

 

재민재민모재민부심현우 이렇게 네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있다.

 

재민모

정말 민우당 총재님께서 오신대요?

 

재민부

그럼 와야지. (소근내가 한 게 얼만데....

 

재민모

일찍 알았으면 총재님한테 주례 맡기는 건데....

 

웃는 재민모재민의 표정은 잔뜩 구겨져 있다잠시 후무겁게 입을 연다.

재민

현우야......

 

재민이 현우의 손을 잡는다현우가 대꾸하지 않은 채 재민의 얼굴을 올려다본다마치 무슨 말이 나오려는지 아는 듯한 표정.

 

재민

미안해.

 

현우

......

 

재민

방금 지나온 남자....

 

현우

.......

 

재민

....... 내가 사랑하는 사람야.

 

재민모

송재민너 왜 이래?

 

현우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진다재민이 촉촉한 눈으로 현우를 바라보며,

 

재민

미안해.

 

순간현우가 재민의 뺨을 때린다.

 

 

현우

(울음 섞인 목소리너 그렇게 이기적으로 살지 마.

 

재민앞을 보며다소 편안해진 얼굴.

 

재민

고마워.

 

엘리베이터 안이 쥐죽은 듯이 고요하다뒤틀려지는 사람들의 얼굴.

 

 

108. INT. 재민네 회사 복도 (오후)

 

엘리베이터에서 헐레벌떡 나와 복도로 빨리 걸어오는 재민복도에 들어서면서 걸음을 멈춘다텅 빈 복도수민이 없다간절한 표정의 재민.

 

109. EXT. 수민의 옥탑방 (오후)

 

재민이 계단을 올라와 수민 방문을 두드린다.

 

재민

수민아이수민!

 

방문을 두드리다 손잡이를 돌려보던 재민창문 쪽으로 가서 안을 들여다본다그리곤 다시 나가며 전화를 한다.

 

 

 

 

110. INT. 통닭집 (오후)

 

핸드폰 벨 소리가 들린다수민전화 받지 않는다외려 더욱 얼굴빛이 굳어진다전화벨 소리 계속 울린다테이블에 수민이 혼자 앉아서 닭 두 마리를 시켜놓고 혼자 우걱지걱 먹고 있다닭고기 살점을 손으로 뜯는 수민이미 넥타이는 풀어놓았다씹을 새도 없이 허겁지겁 닭을 먹어대는 수민깊은 시름에 잠긴 눈처연하다.

닭고기를 입에 몽땅 쳐넣은 채 우물거리며 통닭집의 파란 공중 전화 쪽으로 다가간다동전을 넣고버튼을 누르는 수민전화 받는 상대방.

 

수민

(목 맨 소리나야.

 

 

111. INT. 재민 오피스텔 주차장 (저녁)

 

재민이 주차된 자동차에서 나온다리모콘 키를 누르며,

 

재민

저 어쩔 수 없어요지금내일도 못 나갑니다부장님죄송해요.

 

재민이 전화를 끊고는 피곤한 기색으로 몇 걸음 걸어간다그리곤 다시 생각난 듯수민에게 전화를 건다이윽고어디선가 들려오기 시작하는 수민의 핸드폰 벨소리재민움찔 놀란다그리곤 핸드폰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재민놀라워하면서도 반가워하는 표정천천히 그 방향으로 걷던 재민의 발걸음이 점차 빨라진다핸드폰 소리가 나는 주차장 기둥 가까이 다가간 재민서둘러 기둥을 돌아간다거기에는 수민이 기둥에 등진 채 다른 곳을 보며 서 있다순간놀라는 재민곧이어 순식간에 머리를 강타하는 야구 배트.

 

 

 

 

112. INT. 자동차 ()

 

달리는 자동차재민이 눈을 떴을 때 자신은 자동차 뒷칸에 손발이 묶이고 재갈이 물린 채 뉘어져 있다앞을 보니 운전석에는 수민이 앉아 있고 보조석에는 정태가 앉아 있는 것 같다재민공포에 떨지만 수민이라는 것을 알고 끙끙 소리를 낸다정태가 슬쩍 고개를 돌려재민을 바라본다.

 

정태

저 새끼깨어났네.

 

하지만 수민이는 쳐다보지 않는다정태몸을 뒤로 돌려 재민이의 얼굴을 후려친다.

 

정태

좆만아조용히 해이 씹새끼야!

 

외마디 소리와 함께 재민이 다시 실신한다이미 머리는 피범벅이다정태피 묻은 주먹을 재민의 와이셔츠에 쓱쓱 닦는다다시 자동차를 시동 걸어 출발시키며,

 

정태

저 새끼 트렁크에 넣어야겠다.

 

하지만수민 쳐다보지 않고 운전만 하고 있다.

 

 

113. EXT. 365자동차 ()

 

바람이 분다흔들리는 나무들과 날아다니는 휴지들자동차 안에 앉아 있는 수민이 담배를 태우고 있다.

 

라디오 소리

태풍이 서울을 지나고 있다는 디제이의 목소리....

잠시 후, 365 현금출납소 문이 열리고 정태가 나온다모자와선글라스마스크손에는 묵직한 봉지가 들려져 있다바람 때문에 몸을 숙이고 온다정태가 자동차 안으로 들어온다돈봉투를 열어보며 눈을 반짝이는 정태.

 

정태

바람 졸라 부네한 군데 빨리 더 돌자.

 

자동차 출발한다돈봉투는 쳐다보지도 않고바깥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는 수민뒷좌석은 텅 비어 있다.

 

 

114. EXT. 산 ()

 

재민의 자동차가 어두운 산속 길로 들어간다헤드라이트 불빛만이 전부다이윽고 자동차가 으슥한 곳에 선다수민이 열쇠를 돌린다헤드라이트 불빛이 꺼진다주위 수풀들이 바람에 몹시 흔들리고 있다바람 소리어둠 속에서 수민이 흔들리는 자동차 키를 보고 있다.

 

정태

마음 독하게 먹어어차피 여기까지 왔어쟤네들이 그냥 당할 놈들야신고하면 너나 나나 인생 끝장야언제까지 저 새끼들 좆 빨고 살아?

 

트렁크에서 끙끙거리는 소리.

 

정태

(트렁크 쪽을 향해조용히 해씹새꺄!

 

정태가 먼저 바깥으로 나온다잠시 후 수민이 따라 나온다정태는 손에 후레쉬를 들고 있다수민도 마찬가지정태하늘을 올려다보면서 후레쉬로 비춘다태풍이 지나가고 있다바람이 계속 분다.

 

정태

날씨 좆 같네.

 

이어 정태가 자동차 뒤편으로 와서 트렁크를 연다안에는 재민이 실려 있다끙끙거리며 발버둥친다재민이 큭큭거리며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수민이를 보자수민이 차갑게 고개를 돌린다.

 

정태

(능글맞게손님그 동안 실컷 즐기셨죠? .... 이제 산악훈련할 시간예요.

 

하고는 정태재민의 목덜미와 어깨를 잡아 트렁크에서 끄집어낸다.

 

정태

나와새끼야.

 

신음 소리 내는 재민이어 트렁크 밖으로 쿵 떨어지며 나동그라진다.

 

 

115. EXT. 산 ()

 

어둠에 잠긴 숲속후레쉬 불빛이 나뭇가지 사이로 길게 드리워진다바람이 분다흐느끼는 산.

온몸이 꽁꽁 묶인 재민이 앞에서 걸어가고 있고그 뒤를 재민의 몸을 묶은 줄을 잡고 있는 정태그리고 맨 마지막에 후레쉬와 삽을 들고 있는 수민이 뒤따라가고 있다비틀거리며 맨 앞에서 걸어가던 재민이 뭔가 말하고 싶은 얼굴로 몸을 돌려 수민이를 바라본다간절한 얼굴바람에 머리칼이 흩날린다수민이 그냥 고개를 외면한다.

 

정태

빨리 안 가새끼야!

 

재민고개를 돌리고 걷다가 발을 헛디뎌 바닥에 쓰러지자 정태가 발로 재민이를 마구 걷어찬다.

 

정태

생쑈를 해라생쑈를이 고문관 새끼.

 

다시 실신해버리는 재민.

 

수민

그만 해!

 

발로 차던 정태가 언짢은 듯이 수민을 바라본다.

 

 

116. EXT. 산 ()

 

수민과 정태가 열심히 삽으로 땅을 파고 있다거의 다 팠다딱 한 사람 누울 만한 공간수민이는 마치 현실과 재민에게 복수하려는 듯 땀을 뻘뻘 흘리며 사정없이 구덩이를 파내려가고 있다.

한쪽에 누워 있는 재민은 기절해 있다잠시 후의식이 깨어난다다리를 움직여보지만 두 다리도 묶여 있다앞에서 자신의 무덤을 파고 있는 두 사람을 보자재민의 표정은 절망적이다재민이 조금씩 몸을 움직여 벌레처럼 바람에 나부끼는 수풀과 들꽃 사이를 기어가기 시작한다.

수민이 일을 하다 말고 허리를 편다기어가고 있는 재민을 본 것이다살기 위해 바둥거리며 기어가는 모습이 안쓰럽다수민삽을 흙더미 속에 푹 쑤셔 넣고밖으로 나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피워 문다이어 정태도 재민의 모습을 본다.

 

정태

허허.... 저 새끼 분명 지 애비 빽으로 군대 안 갔을 거야저거 포복하는 솜씨 봐라.

 

침을 톡쏘아 뱉는 정태정태구덩이에서 나와 재민의 두 다리를 꽉 잡고 구덩이 쪽으로 잡아끈다.

정태

오빠이리와요천국 갈 시간이다.

 

질질 끌려가는 재민재갈 물린 입에서 큭큭신음소리가 새어나온다재민이 구덩이 바로 위에까지 끌려온다재민수민을 향해 뭐라고 말을 하지만 재갈 때문에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 않는다수민그제서야 재민의 얼굴을 바라본다콧물눈물침으로 범벅된 재민의 얼굴간절한 눈하지만 수민무표정한 얼굴을 짓고 바람이 부는 숲속을 바라본다.

 

정태

저승가기 전에 담배 한 대 줄까? ........ 됐어몸에 해로워.

 

말을 끝내자마자 정태재민의 몸을 발끝으로 구덩이로 밀어 넣는다재민의 몸이 데굴 하고 한 바퀴 돌며 구덩이 속으로 들어간다관에 딱 누운 모양이다재민구덩이 안에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울음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정태재빠르게 삽으로 흙을 퍼서 재민의 몸 위로 던지기 시작한다.

 

정태

(흙을 던지며이 시발 놈의 돈은... 땅을 파서 나오는 게 아니라..... (힘 주며땅에... 사람을 파묻어야 나오네. (계속 삽질하며가서.... 좆 같은 하느님 만나면.... 재수 없다고.... 아니지 졸라 고맙다고 좀 전해주라아멘...!

 

독기로 가득한 정태그제서야 수민이 재민을 내려다본다바람에 나부끼는 수민의 얼굴발버둥치며 흐느껴 우는 재민의 눈이 보인다벌써 입께도 흙이 덮어져 큭큭 거린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수민의 얼굴이 점점 연민과 슬픔으로 변해가기 시작한다눈물에 젖은 채 큭큭거리는 재민수민은 재민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마침내 흙이 재민 얼굴을 덮는다.

 

수민

그만해.

 

정태

(삽질하며다 됐어.

 

수민

그만해!

 

수민정태의 손에서 삽을 붙잡아 집어던진다그러자 정태가 수민의 멱살을 움켜쥔다.

 

정태

미쳤어자식아왜 그래?

 

수민

그만해나 못해그 돈 전부 가지고 가필요 없어.

 

수민정태를 뿌리치며 재민에게 다가가려고 한다그러자 정태수민을 붙잡고 따귀를 한 대 후려친다.

정태

정신 차려 이 새끼야그것도 정이냐같은 호모라서?

분노가 치밀은 수민정태를 주먹으로 후려친다정태가 나가떨어진다.

 

수민

그래개새끼야.

 

수민다시 재민에게 가려고 한다정태일어나 수민에게 달려든다바닥에 자빠뜨려놓고 주먹을 날린다.

 

정태

이 시발 놈너 죽을래?

 

수민

!

 

수민정태를 다시 밀어 자빠뜨린다그리곤 벌떡 일어나 주먹을 쥐고서 씩씩거리며,

 

수민

그 돈니가 다 가지라고필요 없어. (울컥내가 돈 때문에 그랬어저 자식 신고 안 할 거야그냥 가!

 

수민구덩이 쪽으로 다가간다거기서 무릎을 꿇고아직도 큭큭거리고 있는 재민의 얼굴에서 떨리는 손으로 흙을 쓸어내린다재민이 큭큭거리며 수민을 애틋하게 올려다본다.

그때수민 뒤에서 정태가 삽을 들고 나타나 수민의 뒤통수를 후려친다소리와 함께 구덩이 속으로 굴러 떨어지는 수민재민의 몸 위로 엎어지고 만다정태삽을 들고 씩씩거리며다시 한 번 삽으로 찍으려고 하다가 동작을 멈춘다이내 삽을 땅에 지르며,

 

정태

병신 새끼지랄하고 자빠졌네.

 

정태가 곧이어 삽을 퍼서 두 사람 몸 위에 던진다.

 

정태

그렇게 좋으면 너도 묻어줄게.

 

그렇게 네 번 정도 씩씩거리며 삽질을 하던 정태삽질을 멈춘다.

 

정태

(삽을 땅에 질러 넣으며에이개새끼왜 이렇게 우리 구질구질하냐에이 씨...

 

정태의 뒷말에 약간 물기가 묻어 있다정태뒤돌아서서 산을 내려간다재민은 재갈 때문에 말을 할 수도 없고 자기 위에 누운 수민 때문에 움직일 수도 없다수민은 죽었는지 어땠는지 알 수가 없다재민이 수민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재민수민 이름을 불러본다큭큭큭숨 쉬는 소리가 들린다무덤 위로 불던 바람이 잦아든다.

 

 

117. EXT. 산 아래자동차 ()

 

헐레벌떡 뛰어온 정태가 자동차 문을 열고 들어온다운전대 밑을 살핀다키가 없다자동차에 올라타고서 주머니를 뒤진다키가 없다산 쪽을 노려보며,

 

정태

아이시발.

 

그리곤 천장에 매달린 백미러를 열었다가 다시 신경질적으로 닫는다정태보조석에 놓여진 돈 가방을 허겁지겁 쥐고는 씩씩거리며 밖으로 뛰쳐나간다뛰쳐나간 정태도망가다가 갑자기 멈춰 선다바람이 모두 멈춰 서 있다고요해진 숲을 두려운 눈으로 보던 정태다시 도망가기 시작한다.

 

 

118. EXT. 산 ()

 

재민안도하며 하늘을 올려다본다달이 숲속 가지에 동그마니 걸려 있다구름이 빨리 흘러간다태풍의 눈이다아름답다바람이 부드럽게 불고달빛은 뚜렷하다그리고 자신의 몸 위에서 따뜻하게 자맥질하는 수민의 고른 숨결을 느낀다.

그 순간 재민은 자신의 삶을 반추했는지도 모른다그 긴 시간 동안그렇게 아무도 없는 산 속 구덩이 속에서 수민의 몸을 느끼며다시 돌아가면 어떻게 살아야할지 삶의 소중함을 느꼈는지도달빛만이 동그마니 비추고 있는 그 구덩이 안에서 재민은 수민의 숨 소리를 들었다.

새 한 마리가 푸득 날아오르고달팽이 한 마리가 풀잎 위를 미끄러진다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들꽃바위 위로 나와 고개를 든 도룡뇽평화가 찾아온 숲.

시간이 흐른 뒤수민이 신음 소리와 함께 깨어난다뒷머리를 손으로 어루만진다뒷골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보다가문뜩 재민의 얼굴을 본다눈이 부딪힌다오래 동안 침묵 속에서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본다이윽고수민이 눈빛을 떨군다수민이 간신히 상체를 일으키고 손을 천천히 움직인다재민의 팔에서 끈을 풀어낸다끈을 다 풀고수민 아픈지 구덩이 벽에 몸을 기댄다.

재민끈이 풀어지자재갈을 풀며 상체를 일으킨다그렇게 구덩이 속에서 둘이 다리를 서로 엮은 채 일어나 앉아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침묵이 흐른다그리고 달이 그 둘을 비추고 있다.

 

 

119. EXT. 산 ()

 

재민이 상처 입은 수민을 들쳐 업고서 산을 내려오기 시작한다달빛이 따라오는어둠에 잠긴 숲속 길을 둘이 내려오는 동안 서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수민의 손에 후레쉬가 들려 있다.

수민이가 훌쩍인다울고 있다재민이는 몸을 구부려 수민이를 다시 한 번 제대로 업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120. EXT. 자동차도로 ()

 

자동차가 시골 국도를 달린다사방이 어둡다자동차가 조용히 달리고 있다두 사람은 계속 침묵을 지킨다재민은 말없이 운전을 하고 있고수민은 뒷좌석에 엉거주춤 누워 위를 바라보고 있다잠시 후수민이 침묵을 깬다.

 

수민

미안해....

 

재민고개를 돌리지도 대꾸하지도 않는다또 이어 수민이가 울음 젖은 목소리로 조그맣게 말한다.

 

수민

안녕하세요.... 재민 씨.

 

그러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눈물을 쏟아내는 재민그리곤 참지 못해고개를 돌려 수민이를 바라본다.

그때 자동차가 길가 전신주를 들이 박아버린다.

 

 

121. EXT. 자동차도로 ()

 

고즈넉이 연기가 피어오른다찌그러진 보넷 사이에서 연기가 조용히 흐적거리며 피어오른다인적이 없는 조용한 시골 도로의 심야반쯤 동강난 전신주의 가로등이 구부정하게 휘어진 채 합선이 되는지 연달아 깜빡거리며 전신주 밑둥을 들이받은 자동차를 굽어보고 있다.

저 멀리서 달려온 교통경찰이 오토바이에서 내려 자동차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축축한 새벽의 공기 탓일까깨진 자동차 유리에 달라붙은 미세한 빛들이 아름답다교통경찰의 구두가 유리를 밟을 때 나는 사각 소리.

운전석에서 고꾸라져 있는 재민은 달콤한 꿈을 꾸는 듯 두 눈을 지긋이 감고 있다머리엔 피가 나고 있다한편수민이는 자동차 뒷칸에 널브러진 채 자동차 위를 향해 눈을 뜨고 있지만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흙투성이의 와이셔츠를 입은 채 뒷좌석에 불편한 자세로 누워죽었는지 살았는지 호흡을 멈춘 그의 눈은 생각에 잠겨 있는 것만 같다.

경찰이 유리창 깨진 창문으로 가만히 자동차 안을 바라보고 있다.

잠시 후재민이가 운전석 뒷좌석으로 천천히 손을 내밀어 수민이의 몸을 더듬기 시작한다다리를 더듬다가 마침내 성기께를 꽉 쥔다다신 놓칠 수 없다는 듯이 꼭.

 

- END -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