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102
S#1 장대인 사랑채 외경 곽서방, 방문 앞에 서있는데 장대인(E) 부인, 지금 백치수를 미끼로 쓰겠다고 하시었소?! 곽서방 (놀란 눈으로 방문쪽을 돌아보는)...! S#2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 놀란 눈으로 난정을 보는데 난정, 쌩끗 웃으며 찻잔을 들어 한모금 마시고는 장대인을 본다. 장대인 지금 미끼라 말씀하시었소? 난정 김안로와 윤임이 같은 큰 고기를 낚으려면 미끼가 백치수쯤은 되어야 하지 않겠소이까? 장대인 (표정 수습하며) 부인께서는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이 백치수라는 미끼를 덥썩 물 것이라고 생각하시는게요? 난정 틀림없이 물게 되어있소이다. 그 까닭은 장대인께서 잘 아실것이라 믿소. 장대인 글쎄요..이사람은 도통 짐작이 가지 않소이다. 난정 (미소) 장대인, 지금 이사람의 속내를 저울질 하시는게요? 장대인 그럴리가요? 난정 어차피 김안로와 윤임이는 중전마마와 경빈마마께 위협이 되는 자들이외다. 허니 우리 두사람이 의기투합하여 찍어내야 하지 않겠소?! 장대인 우리 두사람이 의기투합한다? 난정 암요, 장차 서로의 가슴팍에 비수를 들이댈 때 들이대더라도 지금은 의기투합 해야지요! 아니그렇소이까? 장대인 허면 이사람이 자금을 대고... 난정 예, 이사람이 김안로와 윤임이를 찍어낼 방책을 내지요! 장대인 (난정을 보며 웃음이 번지다가 호탕하게 웃어대는) 하하하! 난정 (웃는)호호호! 난정과 장대인, 웃어대는 모습에서. S#3 중궁전 외경 S#4 동 중궁전 복도 엄상궁과 오상궁, 방안의 동정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다. 심정(E) (방안에서) 주,중전마마..어찌 이러시옵니까?! 윤비(E) (방안에서 호통) 화천군, 그 입다물지 못할까?! 엄,오상궁 (움찔)...! S#5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방바닥에 이마를 박고 바짝 조아린 심정을 노려본다. 심정,수치심에 얼굴이 벌겋게 익었다. 윤비 화천군, 고개를 들라! 심정 (방바닥에서 이마를 떼고 허리를 편다)...! 윤비 화천군대감! 이사람에게 맞은 연유를 짐작 하시겠소?! 심정 (분을 삼키듯) 모르겠사옵니다! 신은 중전마마께오서 어찌 당상관에게 찌검을 하시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사옵니다. 윤비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심정 (어금니를 물며) 예, 마마. 윤비 화천군은 전하의 어명도 받잡지 않고 금부군사를 움직여 파릉군대감과 종친분들을 잡아들였소. 주상전하를 기망한 대감께서 어찌 뉘우치는 기색조차 없는것인가?! 심정 (항변하듯) 중전마마, 신이 어명을 받잡지 않고 금부군사를 동원한 짓은 백번 처형 당한들 발명할 수 없는 대죄이오나 파릉군대감이 뇌물을 받았다는 증거를 인멸할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하여 내린 선참후계의 결단이옵니다. 윤비 ...선참후계? 심정 예. 신은 그 일로 전하께 석고대죄를 드렸사옵고 전하께오서는 신의 충정을 알아주시어 죄를 묻지 않겠다 하시었사옵니다! 하온데 어찌 전하께오서 용서하여주신 일을 중전 마마께오서 재론하시며 당상관을 이리도 욕보이시는 것이옵니까?! 윤비 화천군! 이사람에게 맞은 것은 그리도 분하신가?! 심정 (울분을 참으며) 중전마마께오서 금부당상이자 공신작위까지 받은 이사람에게 손지껌을 하신 것은 조정신료들 모두를 욕보이신 것과 진배없사옵니다. 이는 온 조정이 공분할 일이오며 중궁전의 위엄과 권위를 중전마마께오서 스스로 크게 훼손시키신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윤비 온 조정이 공분할 일이라?! 허면 화천군께서 조정에 공론을 일으켜 이사람을 폐서인이라도 시키시겠다는 말씀이신가? 심정(E) (경련을 일으키는 표정) 암요! 내 중궁전을 나가는 길로 온 조정의 공론을 모아 중전을 폐위시켜드리고 말고요! 윤비 화천군은 파릉군대감에게 뇌물을 받은 증거가 있다는 것을 어찌 확신하였는가?! 경빈이 화천군에게 일러라도 주었는가?! 심정 예에? 윤비 그대는 주상전하의 어명이 아니라 경빈의 명을 받고 금부군사를 동원한 것이 아니더냐?! 심정 (당황하여) 주,중전마마..그,그럴리가요?! 윤비 화천군이 경빈의 수족 노릇을 하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인데 네 어찌 내 앞에서 거짓을 고하려드는게냐?! 심정 (움찔)...! 윤비 화천군! 화천군은 누구의 신하인가? 주상전하의 신하인가, 경빈의 수족인가?! 심정 (움츠리며)..마,마마.. 윤비 화천군이 일개 후궁의 명을 받잡고 금부군사를 동원하였다면 이는 스스로 후궁처소의 개라는 것을 자인한 것이거늘! 심정 ...마,마마.. 윤비 내 공신작위를 받은 조정의 금부당상의 뺨을 친 것이 아니라 후궁처소에서 기르는 버르장머리 없는 개한테 손지껌을 했기로서니 그것이 죄가 된단 말인가?! 심정 ...! 윤비 화천군대감, 내 말에 틀림이 있는가?! 심정 ... 윤비 화천군! 심정 예, 마마.. 윤비 이사람에게 맞은 것이 분하거들랑 어디 한번 조정에 공론을 일으켜보시오! 심정 ..마,마마..신은 단지...! 윤비 화천군, 다시 한번 전하의 어명을 받잡지 않고 금부군사를 멋대로 움직인다면 내 다음번에는 손찌검만으로 그치지는 않을것이오! 명심하시오! 심정 (진땀이 나는)... 윤비 내 명심하라 했느니! 심정 예, 마마..며, 명심하겠사옵니다. 윤비 이만 물러가시오. 심정 ...예, 마마..(일어서는데 다리가 휘청거리며 비틀거린다)... 심정,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방문쪽으로 걸어간다. 윤비 (심정의 뒷통수에다) 허, 아녀자의 호통에 오금조차 펴지 못하는 자가 공신작위를 받은 금부당상이라?! 심정 (모멸감)...! S#6 동 중궁전 방 밖 복도 심정, 이를 악물고 방밖으로 나와선다. 엄상궁 화천군대감, 어디가 미령하시옵니까? 어찌 안색이 흐리시옵니다? 심정 (말리는 시누이처럼 보다가)..아,아닐세.. (복도 끝쪽으로 걸어간다) 엄,오상궁 (심정의 뒷모습을 보는)... S#7 동 중궁전 마당 심정, 중궁전에서 나오다 비틀하다가 가까스로 몸을 지탱한다. 심정, 이마의 진땀을 닦으며 숨을 고르다가 교태전을 휙-돌아본다. 심정 (노려보는) 두고보시오, 중전. 언제가는 공신을 욕보인 댓가를 열곱, 백곱으로 되갚아주리다! 심정, 중궁전계단을 내려가서 어디론가 간다. S#8 대궐 일각 심정, 걸어오는데 금이,주변을 눈치를 살피며 쪼르르 다가온다. 금이 화천군대감, 경빈마마께오서 처소로 드시랍니다요. 심정 ..경빈마마께오서...? 금이 예. (앞장서서 가면) 심정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금이의 뒤를 따른다) S#9 장대인 사랑채 방 안 난정과 장대인, 바짝 마주 앉아 은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대인 백치수를 어떤 미끼로 쓰려고 하시오? 난정 우선 백치수의 손으로 김안로와 윤임이에게 정치자금을 쥐어주어야 하오. 장대인 허면 김안로와 윤임의 숨통을 틔워주자는 말씀이시오? 난정 (끄덕이며) 지금 조정은 흡사 거북이 등껍질같이 갈라진 논처럼 자금줄이 매말라 있소이다. (야릇한 미소) 그 까닭은 장대인이 자금줄을 틀어쥐고 좌의정대감한테만 뒷돈을 대어주기 때문이지요. 장대인 (긍정하는 미소)..그래서요? 난정 김안로와 윤임이는 백치수의 뒷돈을 받게 될 것이 자명하오이다. 백치수의 돈줄로 서서히 김안로와 윤임이를 옭아매다가.. 장대인 그 뒤는 이 사람이 말해볼까요? 난정 어디 말해보시오. 장대인 백치수가 김안로와 윤임이에게 건네준 뒷돈의 액수와 그 청탁내역등을 상세하게 기록해 두었다가 전하께 아뢴다는것이겠지요. 난정 ... 장대인 그만한 계책이라면 이사람도 진즉 생각해 둔터 내 부인과 손을 잡을 까닭이 무에있겠소이까? 난정 장대인, 김안로는 기억력이 비상한 사람이오. 그런 자가 한번 당했던 계책에 또다시 발을 걸려 넘어질 듯 싶소? 장대인 허면 다른 생각이라도 있으신게요? 난정 오늘은 예까지만 하지요. 그전에 우선 백치수를 끌어들이는 것이 시급하오. 장대인 그건 걱정마시오. 내가 손만 벌리면 날개깃이 꺽인 백치수가 순순히 따라 올 수 밖에 없을게요. 난정 장대인, 백치수는 수십년동안 조정의 풍파를 겪으면서도 살아남은 장사꾼이오! 너무 호락호락 여기진 마시구려! 장대인 글쎄요, 호락호락한지 아닌지는 두고보면 알겠지요. 난정 ... S#10 어느 주막 마당 능금, 한곳에 서있는데 송서방과 딱부리, 능금쪽으로 다가온다. 능금 백도주는 어딜 간겐가? 송서방 ..오늘까지도 이 주막 뒷방에서 머물렀는데.. 한식경전에 내쫓았답니다. 능금 ...! 딱부리 다른 주막을 찾아볼깝쇼? 능금 (끄덕이며) 가세. (돌아서는데 뒤편에서 들리는) 주모(E) (101회 주막방 주모와 동일 목소리) 그놈의 거렁뱅이 잘 내쫓았지! 암, 잘 내쫓았구말구! 능금 (휙-가버린다) 송서방,딱부리 (능금의 뒤를 따른다) S#11 윤원형 집 대문 앞 길 윤원형, 관복을 입은채 사인교를 이끌고 걸어온다.(*임서방은 없다) 윤원형, 대문앞 계단을 올라 가려는데 백치수 (급하게 달려오며) 나으리! 그간 무고하시었사옵니까? 윤원형 (흠짓 보다가) 아,아니 자넨 백도주 아닌가?! 백치수 도주라니요. 이놈 장타령꾼보다 못한 신세가 되었습지요. 윤원형 (흠짓 굳으며) 헌데 자네가 날 어찌 찾아온겐가? 백치수 나으리께 드릴 말씀이 있어왔사옵니다. 윤원형 듣고 싶지 않네! 지난번 금부옥사에서 자네가 내게 한 짓거리를 생각하면 자네같은 자와 두 번 다시 상면하고 싶지가 않네! 백치수 나으리! 윤원형 돌아가래두! (휙-돌아서서 계단을 올라가는데) 백치수 나으리께오서 수결해주신 각서를 잊으시었사옵니까? 윤원형 (돌아보며) 가,각서?! 백치수 이놈이 은자 삼만냥을 드리는대신 나으리께오서 이놈의 목숨을 구해주겠다는 각서를 한 장 쓰시었지요! 윤원형 허,허면 나보고 자네 목숨을 구해달란 말인가? 백치수 목숨대신 돈으로 갚아주시어도 좋사옵니다. 윤원형 (잠시 생각하다가)..돈으로 갚아주어도 좋다? 하긴. 셈은 셈이지. 알았네. 묵은 빚을 청산하세. 따라오게.(앞장서서 계단 위를 올라대문 쪽으로 간다) 백치수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윤원형 뒤를 따른다) 길상 (한편에서 윤원형과 백치수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S#12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마당 윤원형, 방쪽으로앞장서서 오고, 백치수 그 뒤를 따라오는데 윤원로와 박희량, 사랑채 방문을 열고 마 당으로 내려선다. 윤원로 (윤원형을 보고) 원형아, 마침 잘왔다. 인사 나누거라! 이쪽은 사간원 박정언이시고 이쪽은 내 아우 윤원형이오. 박희량 처음 뵙겠사옵니다. 시생 박희량이라 하옵니다. 윤원형 아, 예..이사람 윤원형이올시다. (힐끗 보며) 헌데 박정언과는 구면인 듯 싶은데 혹시 이사람과 면식이 있으신게요? 박희량 시생은 처음 뵙사옵니다. 혹시 대궐 먼발치서 몇 번 뵈었을지도 모르지요. 윤원형 그래요? 윤원로 내 박정언과 술한잔 하러 가는데 같이 가려느냐? 윤원형 그러고는 싶지만손님이 계시어서.. 윤원로 (백치수를 보며) 헌데 이 분은 뉘시냐? 낯이 익은데..? 백치수 (고개를 돌리는데).. 윤원로 (생각났다) 아,아니 저놈은?! 우리 집안을 패가망신시키려고 했던 백아무개놈 아니냐?! 윤원형 형님, 오늘은 내 손님으로 찾아 왔으니 그만두시구려! 윤원로 원형아, 네가 정신이 있는게냐? 저놈 때문에 중전마마와 우리 가문이 결단날뻔 했는데 어찌 저런 놈한테 문턱을 넘게 한것이냐?! 윤원형 형님! 나중에 다 말씀드리겠소이다. 박정언, 어서 형님을 뫼시고 가시오. 박희량 (윤원로를 말리며) 진정하시지요.. 윤원로 (울그락 불그락)..원형아, 네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다만 저런 놈과 상종을 했다간 집안이 망칠테니 당장 내쫓거라. 윤원형 예, 예, 형님 내 알아서 할테니 어서 가보시구려. 윤원로 (씩씩거리며 박희량의 손에 이끌려 간다).. 윤원형 (백치수에게) 드십시다.(방으로 들어가면) 백치수 (방으로 따라들어간다) S#13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백치수, 윗목에 앉아있고... 윤원형, 문갑 깊은곳에서 어음봉투를 꺼내들고 보료위에 앉는다. 윤원형 내 일전에 장대인한테 받은 십만냥을 만냥짜리로 바꾸어두길 잘했나 보네. (봉투에서 어음석장을 꺼내 내밀며) 옛네, 은자 만냥짜리 어음 석장일세. 백치수 ... 윤원형 이걸로 자네와의 묵은 빚은 다 청산한걸세! 백치수 허허허! 윤원형 (의아하게 보며) 왜 그리 웃는가? 백치수 나으리 이놈 목숨값이 고작 삼만냥 값어치밖에 아니 되는 것으로 보시었사옵니까? 윤원형 그 무슨 말인가? 내 그때 분명 삼만냥을... 백치수 그때의 삼만냥에 이자가 붙었으니 지금은 은자 삼십만냥쯤 되겠지요. 윤원형 뭬,뭬야?! 이런 날도둑놈 같으니라구! 형님 말씀대로 상종 못할 자였구먼! 꼴도 보기 싫으니 당장 내집에서 나가게! 백치수 (소매에서 尹彦平이라고 적힌 각서봉투를 꺼내며) 이것이 나으리께오서 수결하신 각서이옵지요. 윤원형 ...! 백치수 이놈이 나으리께 빌려준 돈을 되받기 위해 이 각서를 증거로 하여 한성부에 소장을 내면 중전마마께 큰 누가 될 지도 모르옵니다. 그래도 좋겠사옵니까? 윤원형 자,자네, 지금 날 위협하는겐가? 백치수 위협하는 것이 아니오라, 이놈을 도와달라고 말씀드리는 것이옵니다! 윤원형 도와 달라니? 백치수 이놈이 남소문 객주를 되찾을 수 있게 나으리께오서 힘을 보태주시옵소서! 윤원형 (''잘못 걸렸구나!'')..! S#14 동 윤원형 대문 앞 길 백치수, 환한 표정으로 대문을 나온다. 백치수 (대문을 돌아보는 얼굴위로) 암, 중전마마의 오라비의 힘을 빌릴수 있다면 내 언제간 남소문 객주를 되찾을수 있음이야. 암,그렇고말고! 백치수,껄껄 웃으며 어디론가 간다. 길상, 몸을 드러내며 백치수의 뒷모습을 의미심장하게 본다. S#15 옥매향 기방 후원 옥매향과 임백령이 서있다. 옥매향 (글썽거리며) 나으리, 아바디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어카디요? 임백령 매향이, 내 약조하리다! 만에 하나 파릉군대감께오서 화를 당하시온다면 내 선비로써 이름을 걸고 대감을 구명하기 위하여 이 한목숨을 다바칠 것이오! 옥매향 (임백령 품에 안기며) 고맙습네다..나으리..고맙습네다.. 임백령 전하께오서 반드시 대감의 무고함을 풀어주실테니 너무 걱정마시오.. 모린 (중문안으로 급하게 뛰어들어와 옥매향쪽으로 온다) 옥매향 (임백령의 품에서 떨어지며) 모린아 무슨일이네? 모린 (손짓과 표정으로 뭔가 설명하는)... 옥매향 (눈이 커지며) 뭐이 어드레? 아바디께서 돌아오시었어? 모린 (크게 끄덕끄덕)..! 옥매향 (눈물을 훔치고 중문쪽으로 뛰어간다) 아바디- 임백령 (옥매향 뒤를 따른다) 모린 ... S#16 동 옥매향 안채 마당 옥매향, 후원중문에서 뛰어나오는데 파릉군, 천서방을 거느리고 중문 안으로 들어선다. 옥매향 아바디-(파릉군에게 달려가 품에 안긴다) 아바디! 파릉군 허허, 매향아! 옥매향 (글썽) 내레 아바디를 올마나 걱뎡했는디 아십네까? 파릉군 그래, 그래..네 정성이 이 애비를 무사히 방면시킨 듯 싶구나. .허허.. 임백령 (후원쪽에서 나오며) 대감, 무탈하시옵니까? 파릉군 허허, 자네가 나없는 동안 매향이를 잘 돌봐주었구먼? 임백령 ..금부옥사에 계시느라 곤하실텐데..쉬시지요. 시생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파릉군 아닐세..나와 술이나 한잔 하세나. 내 자네같은 젊은 선비의 생각을 듣고 싶구먼. 옥매향 그러시라요, 나으리.. 파릉군 자, 들어가세나. (앞서 안채쪽으로 들어가면) 임백령 예..대감..(파릉군의 뒤를 따른다) S#17 동 옥매향 안채 방 안 임백령, 파릉군의 술잔에 술을 따라준다. 파릉군, 술병을 바꿔들고 임백령 잔에도 따라준다. 파릉군 (술잔을 들고) 자, 드세나. 임백령 예. (마신다) 파릉군 (다시 따라주며) 자네는 이나라의 장래를 어찌보는가? 임백령 시생의 짧은 소견으로는 지금 이나라는 갈림길에 서있다고 생각하옵니다. 파릉군 갈림길이라? 임백령 대의명분을 앞세운 선비들이 조정에서 소인배들을 몰아내고 개혁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나라 조정은 공신과 척신들의 손아귀에서 농단될 것이옵고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 헤어나올수 없을 것이옵니다. 파릉군 전하께오서 조정쇄신의 의지를 천명하시었으니 전하께오서 조정개혁의 선봉에 서실것일세. 임백령 시생 외람된 말씀이오나 전하께오선 유약하시어 개혁의 선봉에 서시지는 못하실 듯 싶사옵니다. 파릉군 뭐, 뭐라? 자네 그 무슨 불경한 망발인가? 임백령 시생, 강녕전 앞에서 전하를 알현하옵고, 조정개혁에 대한 소신을 피력한 일이 있었사옵니다. 파릉군 자,자네가?! 임백령 그때 전하께오선 시생에게 어사주까지 내려주시었사오나 조정의 대대적인 개혁보다는 조정의 안정을 우선시 하시는 듯 싶었사옵니다. 파릉군 ..음! 임백령 시생의 생각엔 올곧은 선비들이 조정에 있어 군주를 바른길로 이끌 수 있을때에는 군주의 유약함이 오히려 성군의 자질로 비출수 있을것이오나 지금처럼 조정이 온통 소인배들로 가득차 있을때는 군주의 유약함이 나라를 망치는 독이 될 것이옵니다. 파릉군 자네 언사가 과격하구먼! 임백령 젊은 선비의 철없는 객기로 받아들여 주시옵소서! 파릉군 ..음..누가 뭐라해도 난 전하를 믿네..(마신다) 임백령 (마시는)... S#18 편전 마당 정광필과 정윤겸, 굳은 표정으로 편전계단을 오르는 모습위로 대전내관(E) 전하, 수천대감과 전임 도총관 정윤겸 들었사옵니다. S#19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정광필과 정윤겸이 앉아있다. 연상위에 조정신료들의 사직상소가 가득 놓여있다. 정광필 전하, 어찌 판의금부사가 어명도 받잡지 않고 파릉군대감과 종친분들을 금부로 잡아들일수가 있사옵니까? 중종 ... 정광필 전하, 어찌 군주를 기망한 판의 금부사의 죄를 사하여주신 것이 옵니까?! 어찌하여 파릉군을 찍어내려는 조정신료들의 작태를 보고만 계신 것이옵니까? 전하, 용단내리시어 조정에서 소인배들을 퇴출시키시옵소서! 중종 도총관도 그리 생각하시오? 정윤겸 예, 신의 뜻도 수천대감과 같사옵니다. 중종 (연상위에 놓인 사직상소들을 보며) 경들은 이 상소들이 무엇 인줄 아시오? 정광필,윤겸 ... 중종 과인이 사직을 청하라 명한 조정신료들이 올린 사직상소들이오! 정광필 전하, 무엇을 망설이시는 것이옵니까? 이번 기회에 그들을 퇴출시키시어 조정을 쇄신하시옵소서! 중종 수천대감..경은 거병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을 들어보시었소? 정광필 거, 거병이라니요, 전하?! 중종 과인이 조정을 쇄신하기 위해 조정신료들을 퇴출시킨다면 거병이 있을것이란 소문 말이오! 정윤겸 전하, 어찌 소인배들이 퍼뜨린 유언비어를 저어하시는 것이옵니까?! 신의 생각엔 누구도 전하의 권위에 도전하지 못할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허나 이들은 연산형님조차 보위에서 밀어냈던 자들이오..과인은 이들을 버릴수가 없구려..버릴수가 없어요! 정광필,정윤겸 ...! S#20 동 편전 마당 정광필과 정윤겸, 편전에서 나와 굳은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온다. 정광필 (멈춰서서 탄식하는) 전하께오서 너무도 유약하시구려.. 정윤겸 공신들 손으로 보위에 올려드렸으니 그런게지요.. 정광필 이나라의 장래가 어찌 될지 참으로 걱정이구려.. 정윤겸 ...! S#21 경빈 처소 외경 경빈(E) 화천군대감, 말씀을 해보세요. 대체 중궁전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던겝니까? 금이 (바짝 귀를 기울이는)... S#22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안색이 불편한 심정을 보고 있다. 경빈 전하께오서 금부군사를 움직인 화천군대감의 죄를 묻지 않으시겠다고 말씀이 계시었거늘 어찌 이리 불편해 하시는겝니까? 심정 ... 경빈 대감, 중전마마께 무슨 말씀을 들으신겝니까? 심정 (거의 울상) 마마, 중궁전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사옵니다. 더는 묻지 마시옵소서! 경빈 (쏘아보며) 화천군대감, 이사람도 중전마마앞에서 필설(筆舌)로 못다할 수모를 당했습니다. 헌데 이사람에게 털어놓지 못할 말이 무에 있습니까? 심정 (난감한데)... 경빈 괜찮으니 말씀해 보세요. S#23 동 경빈 처소 마당 금이, 처소쪽에 더욱 바짝 귀를 기울이는데 세자, 박상궁과 동궁전 내관 및 상궁 나인들을 거느리로일각문 안으로 들어선다. (*뒤따르는 나인 손에 비단보에 덮힌 목판이 들렸다) 금이 (돌아보다가 화들짝 놀라 조아리며) 동궁마마, 드시옵니까? 세자 경빈마마, 계시느냐? 금이 (당황하여) 예에? 예에.. 세자 마마께 고하여라. 금이 예, 마마. (급하게 처소안으로 뛰어들어간다) S#24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뭬요?! 허면 중전이 화천군대감께 손찌검을 하시었단 말씀이오?! 심정 신, 어찌 하늘아래 낯을 들고 다닐수가 있겠사옵니까?! 경빈 ...! 금이(E) 경빈마마, 세자저하 드시었사옵니다! 경빈 (휙-돌아보며) 뭬야?! 세자가?! 심정 (당황하는)...?! 경빈 화천군대감, 어서 협실로 드시지요! 심정 (다급하게 일어서며) 예..(급하게 방문을 나간다) 경빈 금아! 세자저하를 뫼시어라! 아니다! 내 직접 세자저하를 맞이할 것이다! 경빈, 일어나서 방밖으로 나간다. S#25 동 경빈 처소 마당 세자, 박상궁들을 거느리고 서있는데 경빈, 반가운 표정으로 처소에서 버선발로 마당으로 내려온다. 경빈 세자저하께오서 소첩의 누추한 처소까지 발걸음을 하여주시오니 참으로 광영이옵니다! 세자 이리 반갑게 맞아주시오니 고맙사옵니다. 경빈 어서 드시지요. 세자 예. 박상궁 따르게. 박상궁 예. 세자, 앞장서면 경빈이 보필하듯 옆에서 따르며 처소안으로 들어간다. 박상궁 (목판을 든 나인에게) 그것 이리 다오. 나인(*) 예. (비단보에 덮힌 목판을 박상궁에게 건네면) 박상궁 (식기를 건네받고 처소안으로 들어간다) S#26 동 경빈 처소 방 안 세자, 보료위에 앉아있고 경빈이 그 앞에 앉아있다. 박상궁, 비단보에 덮힌 목판을 방바닥에 내려놓는다. 경빈 세자저하,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세자 약밥이옵니다. 경빈 약밥이요? 세자 지난번 마마께오서 잣죽을 쑤어주신 답례이옵니다. 경빈 저하께오서 소첩을 이리도 생각하여 주시오니 황감하여 몸둘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세자 박상궁, 마마께 약밥을 올리게. 박상궁 예..(비단보를 젖히고 먹음직스러운 약밥을 경빈쪽으로 밀며) 드시지요. 경빈 저하께오서 먼저 잡수시지요. 세자 아닙니다, 마마께 올리는 음식이니 먼저 드시옵소서. 경빈 예..하오면..(은저를 들어 약밥을 떼어 입에 넣는다).. 세자 박상궁, 마마께 식혜를 따라드리게. 박상궁 예. (목판위에 놓인 주전자를 들어 식혜를 따라 경빈앞에 놓는다) 경빈 (약밥을 먹다가 눈물이 돌며) 흐흑.. 세자 마마, 어찌 눈물을 보이시옵니까? 경빈 세자저하께오서 소첩에게 큰 은혜를 베풀어 주시오니 감동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나옵니다. 흐흑.. 세자 마마, 울지마세요.. 복성군 형님께오서 출궁하시오면 내가 자주 마마의 처소에 들러 복성군 형님의 빈자리를 채워드릴 것이 옵니다. 경빈 (감격에 조아리며) 세자저하, 고맙사옵니다..고맙사옵니다..흐흑... S#27 중궁전 방 안 윤비, 놀란 눈으로 엄상궁을 보며 말한다. 윤비 뭐라?! 세자가 경빈처소에 발걸음을 하였단 말이냐? 엄상궁 예. 지난번 경빈이 동궁전에 잣죽을 쑤어 올린 일에 대하여 세자저하께오서 답례로 경빈한테 약밥을 드리시었다 하옵니다. 윤비 (뭔가 허탈한)..세자가 중궁전에 앞서 경빈처소부터 들르다니.. (배를 감싸안으며) 세자가 이 어미의 복중 아우를 투기하는 것인가? 엄상궁,오상궁 (윤비의 눈치를 보는)... 윤비 알 수 없는 일이야..참으로 알수가 없는 일이구먼. S#28 갖바치 마당 갖바치, 평상위에서 쇠가죽에 바늘땀을 넣고 있다. 방백인, 손바닥에 침을 퉤퉤 뱉어가며 장작을 패고 있고 당골네, 그 옆에서 장작개비를 차곡차곡 챙긴다. 난정 (대문안으로 들어서며) 아저씨! 갖바치 ...! 방백인 (돌아보며) 오, 난정이 왔느냐?! 당골네 난정아, 날씨도 쌀쌀하고 몸도 무거운데 어찌 발걸음을 한게냐? 난정 당추스님이 오시었다길래 뵈러 왔지요. 헌데 스님은 어디 계시온지요? 당골네 글쎄다, 어제까지만해도 난정이 너를 만나시겠다고 동분서주하시더니 어딜 가셨지? 갖바치 (일어서며) 난정아, 네게 할말이 있으니 들어오너라. (방으로 들어가는) 난정 예.(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방백인 난정아, 그댁 어른들은 모두들 무고하시냐? 난정 예..헌데 왜요? 방백인 아,아니다! (도끼로 장작을 쾅-내려치는데 엇나간다) 여편네야,장작좀 제대로 좀 들이대!당골네 (삐죽거리는)재주없는 목수 연장탓만 한다더니! 맨날 남탓은?! 난정 (미소로 보다가 방으로 들어간다) S#29 동 갖바치 방 안 난정과 갖바치가 마주 앉아있다. 갖바치 난정아, 지난밤 파릉군대감께오서 의금부에 끌려가셨던 일이 너와 연관이 있는 일이었더냐? 난정 아저씨, 어찌 그리 생각하시옵니까? 갖바치 파릉군대감께오서 머물고 계신 매향이 기방에서 어음들이 나왔다고 들었다. 네가 모린이를 시켜 그리 한 것이 아니더냐? 난정 (흠짓 보다 표정수습하며) 아저씨, 제가 파릉군대감을 모함할 까닭이 무에 있겠사옵니까? 갖바치 난정아..파릉군대감은 네가 어려서부터 너를 아껴주신 분이시다. 그런분께 위해를 끼쳐서는 아니될 것이야. 난정아, 네가 내말을 허투루 듣는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난정 (미소) 예. 저도 잘 알고 있사오니 심려마시어요. 갖바치 ...그래..너를 믿으마.. 난정 헌데 당추스님은 어딜 가신게지요? 어젯밤에 집까지 찾아오셨다고 들었사온데...? 갖바치 ... S#30 옥매향 기방 안채 마당 옥매향, 찻소반을 들고 아래채 방앞으로 다가와 선다. 옥매향 스님, 차들여가옵네다. S#31 동 옥매향 기방 아래채 방 안 당추, 한쪽에 앉아있다가 방문쪽을 돌아본다. 당추 들어오너라. 옥매향 (방문을 열고 찻소반을 들고 들어와 내려놓는다) ..스님, 아바디께서 말씀이 길어디실 듯 하옵네다. 당추 오냐, 헌데 안채에 들어계신분들이 누구시더냐? 옥매향 둉친어른 두분하고 수텬대감과 됴툥관대감께오서 들어계시옵네다. 당추 음! 도총관대감이라...나무관세음보살.. S#32 동 옥매향 기방 안채 방 안 파릉군과 이세진, 이몽헌, 정윤겸, 정광필이 찻잔을 놓고 앉아있다. 이몽헌 전하의 어명도 없이 금부군사를 동원하여 종친들을 금부에 하옥한 것은 왕실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오이다! 정광필 예! 이 자들은 말로는 임금에 대한 충성을 내세우면서 뒤로는 임금을 팔아 제 배 불리기에만 급급하고 있소이다! 이런 자들을 전하의 곁에 내버려 둔다면 전하의 용안에 먹칠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하께오선 사초에 용렬한 군주로 기록되실 것이 자명할 것이오다! 이세진 파릉군대감, 소인배들이 전하의 눈을 흐리게 하고 안하무인격으로 이나라 정사를 농단하도록 내버려두실 것이옵니까?! 파릉군 (결연한) 그리 내버려 둘수는 없지요! 내 이 한 몸을 불살라서 군주가 군주로써 바로서고 신하가 신하로써 충성을 다바칠수 있는 나라로 바로 세울 수 있다면 기꺼이 이 한목숨 바칠 것이외다! 정윤겸 이사람 역시 전하의 눈을 흐리고 귀를 막고 있는 한줌도 안되는 소인배들을 단칼에 쳐내는데 선봉이 될 것이오이다! 정광필 헌데 전하께오선 소인배들이 거병을 할 것을 저어하고 계시었소이다. 정윤겸 파릉군대감, 하시라도 속히 살생부를 작성하시어 소인배들을 찍어내는 것이 상책일 듯 싶소이다. 이세진 예, 살생부가 작성되면 전하의 어의도 굳건해지실것이옵니다. 이몽헌 그렇사옵니다! 파릉군 허면 누구의 이름을 첫장에 올려야 하겠소? 정광필 이번에 사직상소를 올린 신료들의 영수격인 좌의정이 첫장에 올라야겠지요! 정윤겸 전하의 어명도 받잡지 않고 멋대로 금부군사를 동원한 화천군도 포함되어야 할것이오이다! 파릉군 (침통한)..음! 살생부 명단은 조금 더 신중히 생각해보도록 하십시다.. 정광필 예, 허면 이 사람은 조정 쇄신에 뜻을 함께 할 원임 대신들과의 회합이 있어 이만 일어나 보겠소이다. 이세진 이사람들도 종친부의 뜻을 모아야 하오니 이만 돌아가보겠사옵니다. 파릉군 살펴들 가시오. 정광필 (일어서며) 파릉군대감, 대감을 노리는 자들이 많소이다. 부디 몸조심 하시오. 이 나라 조정의 장래가 대감의 손에 달려있사옵니다. 파릉군 내 여러분들의 조정쇄신의 뜻을 모아 전하께 전해올리겠소이다! 정광필 허면 나중에 뵙겠소이다.(방밖으로 나간다) 이세진,몽헌 (조아리고는 정광필의 뒤를 따라 방밖으로 나간다) 정윤겸 이사람도 이만 일어나 보겠소이다. (조아리고 일어서는데) 파릉군 정대감..바쁘지 않으시오면 오랜만에 이사람과 술이나 한잔 나누시지요. 정윤겸 그럴까요?.. S#33 동 옥매향 기방 아랫방 안 당추, 찻소반 앞에 앉아있는데 옥매향(E) (방밖에서) 스님, 매향이야요. 당추 들어오너라. 옥매향 (방안으로 들어오는데) 당추 매향아, 손님들께오선 모두 돌아가시었느냐? 옥매향 아딕 한분이 남아계시옵네다. 잠시 더 기다리시라요. 당추 ..그래? 어느분이 계시더냐. 옥매향 됴툥관대감께서 아바디와 술을 나누고 계시야요. 당추 도총관대감이? S#34 동 옥매향 기방 안채 방 안 파릉군과 정윤겸,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파릉군 조정에 협잡과 음해가 난무하니 천하의 도덕이 땅바닥에 떨어지고 선비들이 세상을 등지고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는 듯하오이다. 정윤겸 바로 잡아야지요! 말로 아니되면 칼을 휘둘러서라도 조정을 쇄신해야 할 것이옵니다! 파릉군 그래요..(술한잔 마시고) 대감, 이사람이 일전에 난정이를 만났소이다. 정윤겸 (흠짓 놀라) 난정이를요? 파릉군 예, 그 아이가 세상의 풍파를 겪으며 많이 변한 듯 싶었소이다. 정윤겸 행여 난정이가 대감께 무슨 불경한 짓거리라도 한것이오이까?! 파릉군 난정이 가슴속에 쌓인 한이 그 아일 그리 변하게 한게지요..그게 어디 난정이 탓만이겠소이까? 조정에 간신배들이 들끓고 세상이 어지러우니 그리 된게지요! 어찌 보면 그런 세상을 막지 못한 우리 들의 잘못이 큰 것 아니겠소이까?! 정윤겸 ...! S#35 동 옥매향 기방 안채 방 안 당추, 안채 방문쪽을 바라보고 서있는 안타까운 얼굴위로. 당추(E) 난정이를 낳아준 친부와 길러준 양부가 질기디 질긴 인연의 끈으로 엮어져 있구나..! 이 모두가 부처님의 뜻인 것을!..나무관세음보살.. 당추, 한숨을 내쉬고는 대문쪽으로 나간다. S#36 대비전 외경 금이와 향이, 창빈처소 상궁나인들이 서있는 모습위로 자순대비(E)경빈, 세자께서 처소로 발걸음을 하시어 약밥을 전해드리었다지요? S#37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경빈, 희빈, 창빈이 앉아있다. 경빈 예, 신첩,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이 그치지가 않았사옵니다. 희빈(E) (경빈을 힐끔보며) 흥, 행여나 그랬을라구?! 창빈(E) 중전마마께오서 섭섭해 하시지나 않으시었을지..! 자순대비 (온화한 미소) 중전뿐 아니라 세분 빈들께서도 세자한테는 어머니가 되시는 분들이시니 자애롭게 대하여주세요. 세자가 비록 어리다고는 하나 지극한 효심을 지녔으니 빈들을 어머니로 대하여 줄 것입니다. 이 늙은이의 말뜻을 아시겠습니까? 경,희,창빈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자순대비 이 늙은이가 빈들을 불러들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이번 살생부를 둘러싼 조정의 혼란이 무마될 듯싶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경,희,창빈 (자순대비를 보는)...?! 자순대비 빈들께서도 다들 아시겠지만 주상께오서 어명도 없이 금부군사를 움직인 화천군의 죄를 사하신 것은 조정의 분란을 묻어두시고자 하는 어의를 천명하신것이라 생각하오. 허니 빈들께서도 빈들의 아비와 오라비들에게 주상의 뜻을 분명하게 밝혀주세요! 경빈 대비마마, 정녕 전하께오서 조정의 분란을 원치 않으시는 것이옵니까? 자순대비 예, 이 늙은이는 분명 그리 생각하오. 경빈 하온데 어찌 전하께오서 조정신료들의 사직상소를 퇴하시지 아니하시는 것이옵니까? 자순대비 허면 경빈께선 이 늙은이의 말에 틀림이 있다고 생각하시는게요? 경빈(E) 전하께오서 조정의 분란을 원치 않으신다 할지라도 이번에 파릉군을 찍어내지 않는다면 조정에 평온은 결코 없을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경빈! 경빈 (자순대비 말에 틀림이 있다는 뜻으로)..황공하옵니다... 자순대비 뭐요? 희빈 신첩 역시 전하께오서 살생부를 만들라고 파릉군대감께 내리신 어명을 거두시겠다고 천명하시지 않으시는한 조정에 분란은 그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자순대비 뭐라? 경빈, 희빈, 빈들은 주상을 믿지 못하는 것이오? 창빈 대비마마, 신첩들은 전하의 어의를 분명히 알고 싶은 것이옵니다! 경빈,희빈,창빈 (결연한 표정)...! 자순대비 음! 빈들에게 아직 불신의 골이 깊게 패여있으니 이 일을 어찌할꼬..어찌? S#38 동 대비전 마당 경빈, 희빈, 창빈이 대비전에서 나온다. 금이와 향이, 창빈처소 상궁나인들이 각각의 상전의 뒤편에 선다. 희빈 경빈, 참으로 살생부가 무용지물이 될것이라 믿어도 좋겠소? 경빈 암요, 전하께오서 화천군에게 죄를 묻지 않으신 것을 보고도 믿지 못하시겠소이까? 창빈 헌데 전하께오선 금부에 하옥되었던 파릉군대감과 종친분들도 방면하여 주시지 않으시었소이까? 경빈 두고보시오! 전하께오서 조정신료들의 사직상소를 어찌 처결하실지 두고 보시면 분명히 아시게 될것이오이다! 가자 금아. (앞장서가면) 금이 예, 마마. (경빈의 뒤를 따르는) 창빈 희빈, 참으로 경빈의 말대로 될까요? 희빈 이사람도 그리되길 바라지만 경빈에게는 믿음이 안가오! 경빈은 누구보다도 세자를 원망하는 마음이 크면서도 세자저하 앞에서는 감격의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그런 사람이니 말이오! 가자 향아. (총총히 가면) 향이 예, 마마.(희빈의 뒤를 따르는) 창빈 ... S#39 남곤 사랑채 외경 남곤집사, 박서방, 황서방등이 몰려서 있는 모습위로 일동(E) (호탕한 웃음소리) 하하하! S#40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과 심정, 김안로와 윤임, 김제학, 김전, 이유청(*), 판서급대신들이 둘러앉아 호탕하게 웃고 있다. 남곤 하하하, 대세는 우리쪽으로 기울었소이다! 김제학 이번 일에는 화천군대감의 공이 크시었소이다! 윤임 암요, 그렇고말고요! 화천군께서 강녕전 앞에서 석고대죄까지 드리실줄 누군들 짐작이나 했겠소이까? 심정(E) (어색한 웃음) 공이라?! 내가 중전마마께 당했던 수모를 알면 그런 소리를 못할것이야! 김안로 허나, 아직은 마음을 놓아서는 아니될 것이옵니다. 전하께오서 아직 우리가 올린 사직상소를 퇴하시지 아니하셨사옵니다. 남곤 전하께오서 화천군대감의 죄까지 사하여 주시었으니 사직상소도 곧 퇴하여 주실것이오이다. 김전 허면 파릉군대감은 어찌하실 것이오이까? 남곤 어찌하긴요? 두 번다시 조정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지요! 김제학 절도로 귀양을 보내시잔 말씀이오이까? 남곤 귀양이라니요? 이번에야 말로 파묻어 버려야지요! 김전 허나 그리되면 종친들과 유생들의 반발이 심하지 않겠소이까? 김안로 손톱밑에 박힌 가시를 파내는 일이니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쯤은 감수해야지요! 일동 (동의하듯 끄덕이는)...! S#41 옥매향 기방 안채 방 안 파릉군, 살생부를 앞에 놓고 눈을 감은채 정좌를 하고 앉아있다. 파릉군 ... S#42 편전 외경(밤) S#43 편전 방 안(밤) 중종, 사직상소들을 내려다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는 얼굴위로. 중종(E) 허어, 참으로 답답하구나! 이 일을 어찌 처결해야 좋을것인가? 어찌 처결해야..?! 과인의 곁에 믿을 만한 사람이 없음이야.. 믿을만한 사람이..! (문득 눈이 번쩍뜨이는)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 중종 (벌떡 일어나 방문쪽을 걸어가며) 김상궁! 내 중궁전으로 갈 것이다! 중종, 방문 밖으로 나간다. S#44 중궁전 방 안(밤) 윤비, 뭔가 골똘한 생각에 잠겨있는 얼굴위로 윤비(E) 파릉군대감이 돌아온 후로 모든게 달라지고 있음이야.. 조정의 공신들이 한뜻으로 의기투합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자까지 내게서 멀어지고 있음이야.. S#45 동 중궁전 방 밖 복도(밤) 중종, 대전내관과 김상궁을 거느리고 방쪽으로 다가온다. 엄상궁, 오상궁을 비롯한 나인들이 깊숙하게 조아린다. 중종 고하여라. 엄상궁 예..중전마마, 주상전하 납시셨사옵니다! S#46 동 중궁전 방 안(밤) 윤비 (흠짓보며) 전하께오서. 어서 뫼시어라!(일어나 예를 갖추려는데) 중종 (방안으로 들어와 보료위에 앉는다) 앉으세요, 중전. 윤비 (앉으며)..전하, 어찌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것이옵니까? 중종 과인이 스스로 과인의 무덤을 판듯싶소. 윤비 (놀라) 예에?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중종 과인이 파릉군숙부에게 조정쇄신을 위해 살생부를 작성하라 명한 일을 중전께서도 잘 아시고 계실것이오. 윤비 ... 중종 헌데 그 살생부가 지금 과인의 목을 조르고 있소. 윤비 (흠짓 보는)...?! 중종 지금 과인의 머릿속은 실타래가 뒤엉킨 것처럼 혼란스럽소. 윤비 전하, 어찌 그러시옵니까? 중종 과인의 주변엔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소..파릉군숙부가 귀양이 풀려 돌아오시면 과인의 곁에서 큰 힘이 되어주실 것이라 믿었소.. 윤비 ... 중종 헌데 과인이 숙부에게 살생부를 만들라 명한 이후로는 어찌된 일인지 숙부도 믿을 수 없는 사람처럼 생각이 드는구려.. 윤비 전하..전하께오선 이나라의 군주이시옵니다. 조정쇄신의 어의를 굳히시었다면 군주의 위엄과 권위로 용단을 내리시옵소서! 중종 허나 과인은 과인을 보위에 추대한 공신들을 내칠수는 없소.. 윤비 ..전하.. 중종 과인도 왜 이리 갈피를 잡지 못하는지 모르겠소... 과인도 이런 과인의 유약함이 싫소..(눈물이 글썽거리는)... 윤비 (글썽거리며 보는)..전하.. 중종 (목이 메이는)..과인은 어이해야 좋을지 모르겠소 .... 모르겠소....흐흑 윤비 (애처롭게 보는)....! S#47 옥매향 안채 마당(밤) 난정, 중문 안으로 들어선다. 그 뒤로 모린이 따른다. 난정, 불켜진 안채 방문을 노려보다가 안채 방 쪽으로 걸어간다. S#48 동 옥매향 안채 방 안(밤) 파릉군, 세필을 들어 살생부 첫장에 -南袞-이라고 적는다. 파릉군, 세필에 먹물을 묻히고 두 번째장에 -金安老-라고 적는다... 난정(E) (방밖에서) 파릉군대감, 소첩 난정이옵니다. 파릉군 (흠짓 방문쪽을 보다가) 야심한 밤에 네가 무슨 일이냐? 물러가거라. 난정(E) 소첩 잠시 들어가겠사옵니다. 파릉군 (당혹스럽게) 뭐라? 난정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파릉군 난정아, 네 어찌..?! 난정 (연상위에 살생부를 보다가 파릉군을 쏘아보며) 대감, 정녕 살생 부에 먹물을 묻히실 작정이시옵니까? 파릉군 (버럭) 난정이 네 이년! 네 어찌 아녀자가 조정대사에 알음알이를 하려 드는 것이냐?! 당장 물러가거라! 난정 대감, 정신 차리시옵소서! 정녕 보람도 없이 목숨을 버리실 작정이시옵니까?! 파릉군 뭐라?! 난정, 파릉군을 무섭게 쏘아보는 얼굴에 서 스톱모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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