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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천하 118


S#1 밤하늘에 달 (INSERT) 

S#2 갖바치 마당 (밤) 

[난정, 달을 보고 서있는데 갖바치 방문을 열고 나온다. 
갖바치, 난정 옆으로 다가와 선다.] 

난정     ; ...오늘따라 달이 처연해 보이는 듯 싶사옵니다. 
갖바치   ; ...난정아, 네가 작서를 매달아 세자저하를 방자하였단 말은 들었다.
난정     ; 아저씨, 너무 꾸짖지 마세요.. 이번에 경빈을 파내버리지 못한다면
           중전마마께오서는 물론이옵고 세자저하의 안위마저 위태로우실 겝니다.
갖바치   ; 그래 그럴게다..허나 피는 반드시 피를 부르는 법이다.
난정(E)  ; (흠짓 보며) 피는 피를 부른다?!
갖바치   ; (돌아서서 방쪽으로 들어가는데)...
난정     ; 아저씨!
갖바치   ; (돌아보는) ...?
난정     ; 갖바치아저씬 아직도 내 친구 맞지요?
갖바치   ; (씁쓸한 미소를 지어주고는 방 안으로 들어간다)
난정     ; (다시 달을 바라보는) ...!

S#3 처연한 달 (INSERT) 

S#4 편전 마당 (밤) 

[경빈, 댓돌 위에서 앉아 강녕전을 향해 울부짖고 있다. 
경빈 주변을 대전별감들이 둘러섰다. 
금이, 경빈처소 상궁나인들과 한편에서 안절부절 경빈을 보고 섰다.] 

경빈     ; 전하, 화천군 그 놈이 신첩을 모함하는 것이옵니다! 전하, 신첩의 가려한
           처지를 굽어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전하- 흐흐흑!

S#5 동 편전 방 안 (밤)

경빈(E)  ; (편전 밖에서 들려오는) 전하- 신첩 억울하옵니다! 전하! 흐흐흑-

[중종, 굳은 표정으로 심정과 마주 앉아있다.] 

중종     ; (방문 쪽을 휙- 돌아보며) 대전내관은 들으라!
대전내관(E) ; (방밖에서) 예, 하명하시옵소서.
중종     ; (버럭) 대전별감들에게 일러 경빈을 처소에 유폐시키도록 하라!
대전내관(E) ; (방 밖에서) 예-
심정     ; (섬?한)...?!
중종     ; (깊은 생각에 잠기는) ..음!

S#6 동 편전 마당 (밤)

[대전내관, 편전 밖으로 급하게 나온다. 경빈, 더욱 서럽게 흐느끼는데]

대전내관 ; 별감들은 어명을 받으시오! 
대전별감들 ; (조아리며) 예!
대전내관 ; 경빈마마를 처소로 뫼신 연후에 출입을 엄금토록 하라!
대전별감들 ; 예!
경빈     ; (당혹스러운) 뭬, 뭬야? 아니다! 전하께오서 그러실 리가 없다!
           전하! 이러실 수는 없사옵니다! 
대전별감들 ; (경빈을 일으켜 세워 거칠게 계단 밑으로 끌고 간다)
경빈     ;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강녕전 쪽을 돌아보며) 전하- 전하- 신첩 억울하옵니다!
           전하- 전하-

[대전별감들, 경빈을 합문 밖으로 끌고 나가면
금이와 경빈처소 상궁나인들이 그 뒤를 따른다] 

경빈(E)  ; 전하! 전하! (울부짖음 소리가 점차 멀어진다) 
대전내관 ; (한숨을 내쉬고는 들어간다)
오상궁   ; (한편에 서서 지켜 보다가 교태전 쪽으로 몸을 돌려 급히 간다)

S#7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방문 앞에 서 있는 오상궁을 보며 말한다. (*엄상궁, 윤비 앞에 앉아있다)]

윤비     ; 대전별감들이 경빈을 처소로 끌고 갔다? 
오상궁   ; 예, 마마.
윤비     ; 경빈이 키우던 화천군이란 개한테 발뒷꿈치를 물린 게로구먼!
엄상궁   ; 하온데 전하께오선 어찌 경빈을 국문하여 죄상을 밝히라는 어명을 내리시지
           않으시는 걸까요?
윤비     ; 경빈은 스무해가 넘도록 전하를 뫼신 총관 후궁일 분 아니라 전하의 장자인
           복성군의 생모일세. 전하께오서도 섣불리 어명을 내리실 수는 없을 게야.
엄상궁   ; 하오면 경빈에 대한 국문이 없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옵니까?
윤비     ; (저으며) 화천군이 경빈의 목줄기를 물어 뜯을 것이니 경빈의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는 목줄기에 박힌 이빨을 놓치는 않을 게야!

S#8 편전 방 안 (밤)

[중종,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용안 위로] 

중종(E)  ; 정녕 경빈이 세자를 방자했단 말인가?! 경빈이?! 
심정     ; (중종을 결연하게 보며)전하, 용단을 내리시옵소서! 경빈처소의 상궁나인들을
           추국하시오면 경빈의 죄상이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옵니다.
중종     ; (심정을 보며) 화천군! 경빈은 화천군을 우의정에 천거한 장본인이오.
           헌데 어찌 화천군을 정승반열에 올려준 사람에게 죄를 물으라 하는 것인가?
심정     ; 전하, 나라의 녹을 먹는 조정신료가 어찌 사사로운 까닭에 이끌려 국가의
           막중대사를 그르칠 수가 있겠사옵니까?! 신, 관직을 버리고 백의종군하는
           충심으로 청하옵건데 전하, 경빈의 역심을 단죄하시어 이 나라 종묘와 사직을
           편히 하시옵소서! 
중종     ; 화천군, 그 말에 책임을 지겠는가?
심정     ; 신, 이번 변괴의 배후와 진상을 밝히지 못하오면 관직은 물론이옵고,
           목숨까지 내놓을 것이옵니다.
중종     ; (갈등하는) ...?!
심정     ;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생각하다가 결심한 듯) 화천군.. 과인이 화천군을 추관으로 명하노니
           후궁들 처소의 상궁나일들까지 철저히 추국하여 작서의 변괴를 일으킨 자릴
           발본색원토록 하라!
심정     ; (조아리며) 신, 신명을 다바치겠사옵니다!

S#9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분에 떨며 앉아있다.] 

경빈     ; 화천군! 네 감히 은혜를 원수로 갚아 내 뒷통수를 치다니?!
           내 이놈을 갈갈이 찢어 죽여도 시원치가 않음이야! 시원치가! 
금이     ; (찻잔에 차를 따라 경빈에게 바치며) 마마, 다뜻한 차를 드시오면 속이
           풀리실 것이옵니다!
경빈     ; (찻잔을 휙- 밀쳐 버리며) 치우거라! 내 중전과 화천군, 두 년 놈을 갈아
           마시기 전에는 무엇으로도 이 속이 풀리지가 않을 게다!
금이     ; (섬뜩한데) ...!

S#10 대궐 일각 (밤) 

[금부도사의 지휘로 횃불을 든 금부군사들이 어드론가 가고 있다.]

S#11 경빈 처소 마당 (밤) 

[별감들, 일각문 앞팎과 처소 입구를 철통같이 지키고 서있다. 
횃불의 일렁임과 발소리가 가까워 온다. 
금부도사, 앞정 서고 금부군사들이 일각문 안으로 들어선다.] 

금부도사 ; 주상전하의 어명이시다. 처소의 상궁나인들을 모조리 잡아 들여라!
군사들   ; 예!

[금부군사들, 처소 이곳저곳으로 흩어진다. 금부도사 나장들을 거느리고 처소 쪽으로 들어간다.]

S#12 동 경빈처소 방 안 (밤) 

[경빈과 금이, 앉아 있는데 방밖에서 나인들의 '악-' 비명소리와 함께 방문이 벌컥 열리고
금부도사가 나장들을 거느리고 들어선다.] 

경빈     ; 네 놈들이 실성을 했느냐?! 감히 예가 어디라고 함부로 출입을 하는 게냐?!
금부도사 ; 이 사람은 어명을 받을 뿐이옵니다.
경빈     ; 뭬야, 어명?!
금부도사 ; (거느린 나장들에게) 끌고 가라!
나장들   ; 예! (금이를 일으켜 세운 후 거칠게 끌고 간다)
금이     ; (버둥대며) 이거 놓지 못할까?! (끌려가며) 경빈마마, 쇠인을 살려 주시옵소서!
           마마- 마마- (방문 밖으로 끌려간다)
경빈     ; 장상궁! 금아- 금아-
금이(E)  ; (방 밖에서 애절하게) 마마- 마마-
경빈     ; (금부도사를 휙- 노려보며) 네 놈이 내게다 이런 짓거리를 하고도 살아 남기를
           바랬더냐?!
금부도사 ; (조아리고 방 밖으로 나가 버린다)
경빈     ; (이를 가는) ...!

S#3 대궐 일각 (밤) 

[금부도사의 지휘로 횃불을 밝힌 금부군사들이 금이와 경빈처소 나인들을 줄줄이 잡아가고 있다.
금이 일행(*여덟명 정도), 겁에 잔뜩 질린 채 끌려간다.] 

S#14 대비전 방 안 (밤) 

[자순대비, 가채와 당의를 벗은 차림으로 요위에 앉아 봉상궁을 보며 말한다.]

자순대비 ; 금부에서 경빈처소 상궁나인들을 잡아들여 문초를 한단 말이냐?
봉상궁   ; 예, 분명 그리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끄덕이며) 주상께오서 용단을 내리시었구나! 암, 그러시어야지! 그래 추관은
           누구라더냐?
봉상궁   ; 전하께오서 화천군대감을 추관으로 명하시었다고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의아) 뭐라, 화천군?! 화천군은 경빈의 뒷배로 정승자리에 오른 자인에
           주상께오서 어찌 화천군을 추관으로 명했을꼬? 어찌? 

S#15 희빈 처소 방 안 (밤) 

[희빈과 창빈, 찻상을 놓고 앉아있다.] 

희빈     ; 화천군이 추관이 되었다면 초록은 동생이니 이번 추국도 태산진명에 서일필이란
           말처럼 십중팔구는 흐지부지 되어버릴 공산이 크겠지요.
창빈     ; 허나 들리는 말로는 경빈처소 상궁나인들을 추국하라 주청을 드린 사람이
           바로 화천군이라 합니다. 
희빈     ; 설마요? 화천군은 경빈을 신주단지 모시듯 받들던 경빈의 충신 아닙니까?
창빈     ; 이사람도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희빈     ; 어찌된 영문이건 우리야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그 뿐이지요.
창빈     ; (심난한) ...
희빈(E)  ; (찻잔을 들다가 문득) 혹시 이번 일로 경빈이 참으로 쫓겨나게 되는 것이 아닐가?
           (저으며) 아니야,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게야! 

S#16 의금부 마당 (밤) 

[금부군사들, 형틀과 형구 주변에 횃불을 밝힌 채 도열해 섰다. 
정광필과 장순손, 김극핌, 윤은보, 이유청(*)과 
판서급 대신들이 대청 쪽에 심각한 표정으로 서있다.] 

장순손   ; (김극핍에게) 대감, 그토록 완강하게 불윤(不允)하시던 전하께오서 어찌
           어의를 돌리시어 경빈처소 상궁나인들의 추국을 윤허하신 것일까요?
김극핍   ; 글쎄 말이오이다. (정광필을 보며) 영부사대감은 그 연유를 아시옵니까?
정광필   ; 이 사람도 아는 바가 없소이다! 성심을 다해 세자궁에 변괴를 저지른 범인을
           색출할 밖에요!
윤은보   ; ...

[심정, 급하게 의금부마당으로 들어오고 그 뒤를 강찬이 따른다. 
심정, 대신들을 근엄하게 보면 장순손과 김극핌, 심정의 시선을 피한다. 
심정, 대청 위로 올라서서 근엄한 표정으로 금부도사에게 말한다.] 

심정     ; 추국할 경빈처소 시녀들을 데려오라! 
금부도사 ; 추국할 시녀들을 데려 오랍신다-

[금부나장과 군사들, 겁에 질린 금이와 경빈처소 나인들을 끌고과 땅바닥에 꿇힌다.]

심정     ; (금이 일행을 노려보며) 너희들은 듣거라! 지난 이월 스무닷새 세자저하의
           탄신일날 세자궁침소에 하례물을 빙자하여 작서를 들이고
           또한 동궁후원에 작서를 매단 요괴스런 짓거리를 한자가 누구냐? 
금이일동 ; ...
심정     ; 너희들 중 쥐를 매단 자가 있거나 또한 그런 짓거리를 하는 것을 보거나
           들은 바가 있다면 이실직고 하렸다!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줄 것이다!
금이     ; 화, 화천군대감.. 이년들은 정녕 모르는 일이옵니다.
나인일동 ; 모르는 일이옵니다.
심정     ; 모른다?
금이일동 ; 예!
심정     ; 저것들이 바른 말을 토설할 때까지 형장을 쳐라!
금부도사 ; 형장을 치랍신다!
군사들   ; 예!

[군사들, 금이와 나인들을 일으켜 세워 형틀로 끌고 간다.
심정의 근엄하게 금이를 지켜보는 얼굴에서.]

S#17 경빈처소 방 안 (밤) 

[경빈, 정적 속에 한 손으로 이마를 괴고 앉아있는 얼굴 위로] 

경빈(E)  ; 어제까지만 해도 왕실과 조정을 호령하던 내가 이리 처참한 나락(奈落)으로
           굴러 떨어지다니?! 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 이건 악몽일 게야. 끔찍한 악몽!
경빈     ; (방문 쪽을 보며) 장상궁, 밖에 있느냐?!

E ; (정적) ...

경빈     ; 장상궁! 금아! 금아! ...

E ; (정적) ...

경빈     ; 금아, 네 이년! 나를 혼자 내팽개쳐 두고 네 어딜 간게냐?!
           (갑자기 오한이 아는지 몸을 움츠리며 부들부들 떨어대며 흐느끼는) 흐흑..

S#18 중궁전 방 안 (밤) 

윤비(E)  ; 경빈, 네 스스로 쳐놓은 올가미에 걸려 들었으니 네 살점이 다 뜯겨 나갈 때까지
           발버둥쳐 본들 결코 빠져 나가지는 못할 것이다!

S#19 의금부 마당 (밤) 

[형졸들, 금이를 비롯한 나인들을 속바지 차림으로 형틀에 엎어놓고 
철썩- 철썩- 물볼기를 치고 있다. 
금이와 나인들, 악- 비명을 질러댄다. 
물에 젖어 달라붙은 나인들의 속바지가 피로 물들었다.] 

금부도사 ; 물을 더 부어라! 

형졸들 ; 예! 

[형졸들, 나인들 속바지 위로 물을 퍼붓고는 다시 물볼기를 친다. 
어린 나인 몇이 형장을 이기지 못하고 혼절을 한다.] 

심정     ; (손을 들며) 멈추어라! 
금부도사 ; 형장을 멈추랍신다.
형졸들   ; 예! (형장을 멈춘다.)
심정     ; (금이를 보며) 장상궁, 네 이래도 토설치 않겠느냐?!
금이     ; (심정을 원망스럽게 보며 고통 속에서 짜내듯)..화천군대감.. 작서의 변괴가
           경빈마마와 쇠인의 소행이 아니란 것을..대감께오서.. 누구보다도 잘 아시고
           계실 터인데..무엇을 토설하란 말씀이시옵니까..?참으로 억울하옵니다.. 흐흑..
심정     ; 네 년이 정녕 장하에 죽고 싶은 것이더냐? 여봐라! 저 년이 이실직고 할 때까지
           매우 쳐라!
금부도사 ; 매우 치랍신다!

[형졸들, 금이의 볼기에 매를 치면 금이, 비명을 질러댄다.]

장순손   ; (낮게) 화천군이 어찌 눈에 불을 켜고 경빈의 죄를 캐내려는 겔까요?
김극핍   ; ..글쎄 말이오이다..
심정     ; (장순손과 김극핍을 휙- 돌아보며) 주상전하의 명을 받든 지엄한 추국장에서
           잡담을 삼가하시오!
장순손, 김극핀 ; (찔끔하는) ...?!

[금이, 비명을 멈추고 까무룩 정신을 잃는다.] 

정광필   ; 화천군, 형장을 멈추시는 게 좋겠소이다. 
심정     ; 멈추라니요? 저것들이 바른 말을 토설할 때까지 그럴 순 없소이다.
윤은보   ; 화천군대감! 시녀들이 형장을 견디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도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겝니까?! 저들을 다 죽이실 작정이시오?!
심정     ; (못마땅하게 보다가) 멈춰라! 한식경 후에 추국을 재개할 것이다.

[심정, 대청을 내려와 어디론가 가버린다.
향이, 한쪽에서 안쓰럽게 지켜보다가 몸을 돌려 어디론가 간다.]

S#20 희빈 처소 방 안 (밤) 

[향이, 희빈에게 고하고 있다.] 

향이     ; 추국장이 차마 눈을 뜨고는 볼 수 없을 만큼 참혹하였사옵니다.
희빈     ; 그래? 허면 경빈과 화천군이 등을 돌리고 갈라선 것이 분명하단 말인가?!
창빈     ; ..희빈, 우리 두사람이 주산전하께 추국을 멈추어 달라고 청을 드려보십시다.
           이러다가는 애매한 사람들만 상하겠소이다.
희빈     ; 창빈, 이번 일에 나서실 생각일랑은 마세요! 괜히 끼어들었다가 다른
           후궁들한테까지 장기튀김 된다면 그야말로 낭패를 볼게 자명할 겝니다.
창빈     ; ...

S#21 빈청 방 안 (밤) 

[심정, 불안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얼굴 위로] 

심정(E)  ; 허어 만에 하나 장상궁과 나인들이 혹독한 형장에도 입을 열지 않아
           경빈의 결백이 밝혀진다면 나는 어찌되는 겐가? (고개를 저으며) 아니 돼!
           이리 약한 마음을 먹어서는 아니 돼! 경빈이 결백하다면 죄를 뒤집어 씌워서라도
           작서의 변괴를 경빈의 소행으로 밀어붙일 수 밖에 없음이야! 
금부도사 ; (급하게 빈청 안으로 들어오며) 우상대감!
심정     ; (돌아보며) 무슨 일인가?
금부도사 ; 경빈처소에서 작서의 변괴를 저지른 확증을 잡았사옵니다.
심정     ; 뭐라, 확증?!
금부도사 ; (손에 든 종이함 - 윤씨가 금이에게 준- 을 바치며) 이것을 보시옵소서!

[심정, 기대감에 급히 종이함을 열어보면 
(INSERT) 함속에 대바늘이 꽂혀있는 제웅이 들어있다.] 

심정     ; (놀라 보며) 아, 아니 이것은?! 
금부도사 ; 장상궁 거처를 방뒤짐 하여 찾아낸 것이옵니다!
심정     ; (희색이 돌며) 가세! (종이함을 들고 일어나서 급하게 빈청 밖으로 나간다)
금부도사 ; (심정의 뒤를 따른다)

S#22 의금부 마당 (밤) 

[금이와 나인들, 신음소리를 흘리며 땅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정광필과 윤은보, 강찬, 이유청(*), 판서급 대신들이 서있고 
한편에 장순손과 김극핍이 바짝 보며 마주 서있다.] 

장순손   ; ..경빈처소 시녀들이 자목을 하지 아니면 어찌 되는 겝니까?
김극핍   ; 경빈마마대신 화천군대감의 목이 떨어지겠지요...
장순손   ; 음, 이번 추국이 어찌 결말이 나든 경빈마마나 화천군대감 둘 중 한사람은
           끝장이 날 것이 자명하겠구만!

[심정, 자신감 있는 얼굴로 마당으로 걸어와 금이 쪽으로 다가간다. 금부도사, 심정 뒤를 따른다]

심정     ; (금이 앞에 앉으며) 장상궁, 네 년이 정녕 사지를 자른 작서로 세자저하를
           방자한 일이 없단 말이냐?
금이     ; (고통과 원망) ..화천군대감 쇠인 형장을 맞고 죽을지언정 결코 그런 일은
           없었사옵니다.
심정     ; 네 참으로 독한 년이로구나?
금이     ; ..쇠인의 결백이 밝혀지면 화천군대감께오서도 무사치는 못하실 것이옵니다.
심정     ; 뭐라? 이런 발칙한 년! (대바늘이 꽂힌 제웅을 금이 눈앞에 내밀며)
           허면 이 제웅은 뭐란 말이냐?! 
금이     ; (제웅을 보고 경악하는) ..아, 아니 이것은?!
심정     ; (벌떡 일어서며 금부도사에게) 여봐라! 죄인이 죄를 이실직고할 때까지
           주리를 틀어라!
금부도사 ; 주리를 틀라신다!
형졸들   ; 예!

[형졸들, 금이를 일으켜 세워 형틀의자에 앉힌다. 금이, 절망스러운 표정이 되는데
심정, 승리자의 미소로 금이를 본다.] 

S#23 대비전 방 안 (밤) 

[자순대비, 앞에 앉은 봉상궁을 놀란 눈으로 보며 말한다.] 

자순대비 ; 뭣이라?! 대바늘이 꽂힌 제웅?! 
봉상궁   ; 예, 장상궁 거처를 방뒤짐 하여 찾아내었다 하옵니다.
자순대비 ; 내 그럴 줄 알았으니라! 작서의 변괴도 분명 경빈이 저지른 짓거리가
           틀림이 없음이야!

S#24 희빈 처소 방 안 (밤) 

[희빈과 창빈, 경악한 눈으로 향이를 본다] 

희빈     ; 허면 경빈이 작서의 변괴로 세자저하를 방자했다는 소문이 참으로 판명된
           게 아니오?!
창빈     ; 아직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향이를 보며) 장상궁이 자복을 하였다던가?

S#25 중궁전 방 안 (밤) 

[엄상궁, 윤비에게 고하고 있다.] 

엄상궁   ; 장상궁이 모진 형문에도 아직은 자복을 아니하고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윤비     ; (끄덕이며) 장상궁이 경빈의 충복이니 쉽게 입을 열지는 않을 게다.
엄상궁   ; 하오나 장상궁이 토설을 하든 아니하든 경빈이 작서의 변괴를 저지를
           배후라는 것이 드러난 것이 아니옵니까?
윤비     ; 그래.. 경빈이 죄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윤비(E)  ; 제웅.. 제웅이라..? 하늘이 경빈을 버리시는구먼!

S#26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얼굴 위로-] 

금이(E)  ; (처절한 비명소리) 아악- 
경빈     ; (겁에 질린 표정으로 어딘가를 돌아보는) ...!

S#27 의금부 마당 (밤) 

[금이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이어지면서 형졸들, 금이의 주리를 틀고 있다.
금이,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몸부림 치다가 정신을 잃는다.
형졸, 금이 얼굴에 물을 퍼붓는다.]

금이     ; (간신히 정신이 돌아오는데) 으... 으... 
심정     ; 장상궁, 누구의 명을 받고 이 대침을 박은 제웅을 만든 것이냐?!
금이     ; (고통이 기진맥진) .. 쇠인은 모르옵니다.. 모르옵니다..
심정     ; 쥐를 태워 매단 일이 허사로 돌아가자 또 다시 세자저하를 방자하기 위하여
           경빈이 명하여 만든 것이 아니더냐?!
금이     ; ..모르옵니다..
심정     ; 네 년이 어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드는 것이냐?! 여봐라, 저 년이
           바른 말을 토설할 때까지 주리를 틀어라!
형졸들   ; 예! (금이의 다리사이로 주릿대를 틀어대면)
금이     ; (고통에 몸부림 치며 비명을 지르느) 아악-

S#28 대궐 전각들 위로 해가 떠오른다 (INSERT) 

S#29 편전 마당 

[심정, 앞장 서고 그 뒤로 강찬이 공초문과 제웅을 받쳐들고 계단을 올라 편전 안으로 들어간다.]

S#30 동 편전 방 안 

[중종, 분기탱천하여 앞에 놓인 제웅을 바라본다. 중종, 앞에 심정과 강찬이 앉아있다.]

중종     ; (심정을 보며) 화천군, 이 제웅이 장상궁의 처소방에서 나온 것이 틀림 없는가?!
심정     ; 예 전하! 장상궁은 경빈의 심복으로서 장상궁이 비록 자복치는 않았사오나
           경빈의 명으로 만든 것이 분명하옵니다! 또한 제웅에 대침이 박혀있는 것으로
           보마 누군가를 방자하려는데 쓰려는 물건이 틀림 없사옵니다.
중종     ; (참담한) 이럴 수가?!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심정     ; 모든 정황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지난번 세자저하를 음해하려던 작서의 변괴
           역시 경빈의 소행이 분명하옵니다!
중종     ; 경빈이 무슨 까닭으로 세자를 모해하려 들었겠는가?!
심정     ;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경빈이 세자저하를 음해한 연후에 복성군을 새로운
           왕세자로 옹립하려고 했을 것이라 추측 되옵니다.
중종     ; 뭣이라? 복성군을 새 왕세자로 옹립한다?!
심정     ; 전하, 경빈을 금부로 잡아들이시어 친국하시오면 변괴의 진상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이라 생각되옵니다! 속히 경빈을 잡아들이시어 그 죄를 엄중히
           물으시옵소서!
중종     ; (갈등하는) ...음! 과인이 혼자있고 싶으니 경들은 이만 물러가도록 하오.
심정, 강찬 ; 예. (일어나 조아리고 방 밖으로 나간다)
중종     ; (장탄식을 내뱉는)...!

S#31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쾡한 얼굴로 멍하게 앉아있다.] 

경빈     ; (눈물이 흐르는)...! 

S#32 빈청 방 안 

[장순손과 김극핍, 이항과 박희량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박희량   ; 간밤에 경빈처소 시녀들이 추국을 당하였다니 일이 어찌 돌아가는 것이옵니까?
이항     ; 글쎄말이오? (장순손과 김극핍을 보며) 두 분 대감께오선 어제밤 추국장에
           계시었으니 사정을 아시겠지요?
김극핍   ; 우린들 어찌 알겠소이까?
장순손   ; 화천군대감께오서 우리를 빈청에 부르시었으니 오시면 무슨 말씀이 계시겠지요.
심정     ; (빈청 안으로 들어오며) 다들 오시었소?
일동     ; (긴장하여 보는) ...
심정     ; (자리에 앉으며) 이사람이 여러분을 뵙자고 한뜻은 경빈과 복성군을 쳐내는
           일을 논의하기 위해서요!
일동     ; (서로의 눈치를 보며) ...?!
박희량   ; 화천군대감, 복성군계 충성을 맹세한 우리들이 어찌...?!
심정     ; 장상궁처소에서 누군가를 방자하려는 제웅이 나왔소. 이것으로 작서의 변괴가
           경빈의 소행임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또한 죄를 피라기 어려울 것이오!
김극핀   ; 하오면 우리가 선수를 치자는 말씀이옵니까?
심정     ; (끄덕) 우리 손으로 경빈과 복성군의 목을 쳐 받쳐야 조정에서 우리들 입지가
           확고해질 수 있다는 말씀이오!
장순손   ; 암요, 지당한 말씀이옵니다. 대세의 흐름이 바귀었으니 말을 바꿔 타야지요!
박희량   ; ...?!
이항     ; 하오면 우리는 어찌해야 하옵니까?
심정     ; 전하께오서 경빈에게 대역부도 죄를 물으시에 해야할 것이오!
일동     ; ...?!
심정     ; 박제학은 삼사와 유생들을 움직여 경빈을 친국하라는 상소를 올리도록 하시오!
박희량   ; 대감의 말씀대로 따르겠사옵니다.
심정     ; 대사헌은 조정에서 경빈의 수족노릇을 하는 자들을 모조리 잡아들여 잡소리가
           나지않게 하시어야 합니다.
이항     ; 그리하겠사옵니다.
심정     ; 무엇보다 중대한 것은 이번 일로 인해 김안로와 윤임이를 조정에 돌아오게
           하여서는 결코 아니 된다는 것이오!
일동     ; ...!

S#33 김안로 유배지 근처 강가 

[김안로와 김희, 강물을 보며 서 있다.] 

김안로   ; 경빈이 죄를 당하여 대궐에서 내쫓겨 나간다 할지라고 조정신료들은 이 아비가
           조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으려 들것이오!
김희     ; 하오면 어찌해야 하올런지요?
김안로   ; 전하께오서 판부사대감을 조정으로 불러 들이신다면 방도가 생길 것이오.
           허니 연성위께서 입궐하시어 전하나 세자저하를 뵈올 때마다 이 아비가 아니라
           판부사대감을 조정으로 불러들이라 주청을 드리세요. 또한 입궐하실 때는
           반드시 공주마마와 함께 드시어 주청을 드리도록 하세요! 아시겠습니까?
김희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김안로   ; 공주마마께오서 기다리실테니 이만 돌아가십시다.
김희     ; 하온데 아버님, 윤승후관 작은 안으서를 곁에 두면 큰 힘이 될 듯 싶사옵니다.
           경빈이 쫓겨나고 아버님께오서 돌아오시게 된다면 난정이가 일등공신 아니옵니까?
김안로   ; 연성위, 이 아비가 하는 말을 가슴 깊이 새겨 들으세요!
김희     ; ...
김안로   ; 이 아비가 조정으로 돌아가면 가장 먼저 난정이의 목을 쳐낼 겝니다!
           그런 연후에 중전마마를 내칠 것이외다! 
김희     ; (놀라) ..예에?
김안로   ; 세자저하와 중전마마는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 이옵니다!
           하오니 중전의 장자방인 난정이를 결코 믿어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S#34 대궐 일각 

[나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서 수군거리고 있다.
난정 (*당의차림), 쌩끗 미소를 지으며 나인들을 지나쳐 걸어간다.]

S#35 중궁전 방 안 

[난정, 윤비 앞에 앉아있다.] 

난정     ; 마마, 지난밤에 경빈처소 시녀들이 추국을 당하였다지요? 
윤비     ; 그래, 화천군이 내게 충성맹세를 한 연후에 편전에 들어 전하께 강경한
           주청을 올린 까닭에 전하께오서 용단을 내리시었다.
난정     ; (미소) 화천군대감이 중전마마를 위해 참으로 큰 공을 세웠사옵니다.
윤비     ; 그게 어디 화천군의 본심이었겠느냐? 살아남기 위해 화천군도 어쩔 수 없었던게지.
난정     ; 그렇사옵니다! 경빈의 충견노릇을 하던 화천군이 살아남기 위해
           경빈의 뒷통수를 후려쳤다면 언젠가는 또 다시 중전마마의 발뒷꿈치를
           물려고 할 것이옵니다!
윤비     ; 그래, 한번 주인을 배신한 개를 내 어찌 믿겠느냐? 허나, 난정이 네 손바닥
           위에서 꼭두각시 놀음을 하는 화천군 따위가 무엇이 두려울까?
           아니 그러하냐, 난정아?
난정     ; ..황감하옵니다.
윤비     ; 헌제 네 어찌 오라버니께 편전에 들어 판부사를 불러 올리라는 주청을
           드리라 한 것이냐?!
난정     ; 마마, 경빈이 내쫓긴 연후에 구심점을 잃은 조정신료들은 사분오열 될 것이
           자명하옵니다. 그리되오면 조정의 대세는 세자저하를 받드는 신료들이
           장악하게 될 것이옵니다. 이 말은 곧 세자파의 수장인 김안로가 조정의 권세를
           틀어쥐게 된다는 것이옵니다. 
윤비     ; ..김안로가 권세를 틀어쥔다?
난정     ; 김안로의 귀양이 풀려 조정에 돌아오면 김안로는 세자저하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경빈의 잔당들을 회유하거나 축출한 연후에 반드시 중전마마의
           가슴팍에 비수를 겨눌 것이옵니다.
윤비     ; 그래, 어쩌면 희락당이 경빈보다 더 무서운 적이 될 수도 있을 게다.
난정(E)  ; 예, 분명 그럴 것이옵니다.
윤비     ; 허면 네 그때를 대비하여 판부사를 방패막이로 쓰려함이더냐?
난정     ; 유비무환이옵지요.
윤비     ; 허나 윤임이는 우직한 위인이라 김안로의 창끝을 막을 쓸만한 방패막이는
           되지 못할 게다.
난정     ; 하오나 폭우가 꼳아질 때는 남의 집 처마 밑이라도 아쉬운 법이지요.
윤비     ; (한숨 내쉬듯).. 경빈이랑 격류를 가까스로 건넌 듯 싶었는데 앞에 희락당이라는
           태산준령이 가로막고 있구나..! 이 모두가 내 대군을 생산치 못하였기에
           겪는 수모와 고초가 아니겠느냐?
난정     ; 마마, 심려 거두시옵소서. 소첩이 이번 경빈을 도모하는 일에 연성위와
           효혜공주 내외를 깊이 끌어들여 김안로의 약점을 틀어쥐고 있아오니
           김안로도 중궁전에 함부로 도전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윤비     ; 그래, 난정이, 네가 내 곁에 있는데 내 천하에 두려울게 무엇이 있겠느냐?!
난정     ; 황감하옵니다. 마마, 아직은 경빈의 숨통이 끊어지지가 않았사오니
           경빈이 회생할 수 없도록 뿌리채 파내버리는 게 급선무일 것시옵니다!
윤비     ; 오냐 그럴 것이다!

S#36 경빈 처소 마당 

[자순대비, 봉상궁 등을 거느리고 일각문 안으로 들어온다. 
처소를 지키고 섰던 별감들이 자순대비에게 조아린다. 
자순대비, 주변을 둘러보며 싸늘한 미소를 짓는다.] 

자순대비 ; 봉상궁, 따르거라. 
봉상궁   ; 예.

[자순대비, 봉상궁을 거느리고 처소 안으로 들어간다.] 

S#37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눈물자국이 얼룩진 퀭한 얼굴로 앉아있다. 
방문이 열리고 자순대비가 들어와 경빈 앞으로 다가와 선다. 
봉상궁, 자순대비의 뒤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선다.] 

자순대비 ; (경빈의 몰골을 내려다 보는데) 
경빈     ; (미동도 없이 시선조차 움직이지 않는) ...
봉상궁   ; 무엄하시오! 대비마마께 예를 갖추시오!
경빈     ; ...
봉상궁   : (다그치듯) 경빈마마!
자순대비 ; 내버려 두거라! 제 정신일 때도 방약무도한 짓거리를 일삼던 경빈이거늘.
           하물며 하늘이 무너져내린 듯 넋이 나간 지금 예를 갖출 정신머리가 있겠느냐?
경빈     ; (자순대비를 치켜보며) .. 그리 잘 알고 계시는 대비마마께오서 예까진
           어찌 발걸음을 하시었사옵니까?
자순대비 ; 그리도 위세를 부리던 경빈이 어떤 몰골을 하고 있는지 내 두 눈으로
           경빈의 꼬락서니를 보러 왔다.
경빈     ; (쏘아보며) 마마, 이제 만족 하시었사옵니까?
자순대비 ; 발칙한 것! 감히 세자를 폐하고 복성군따위에게 대통을 잇게할 역심을 품다니?!
           네 하늘이 두렵지 않는냐?! 
경빈     ; 대비마마! 아직은 신첩의 죄가 밝혀진 바가 없는데 어찌 신첩을 대역부도한
           죄인 취급을 하시는 것이옵니까?! 어찌요?!
자순대비 ; 네 아직도 죄를 뉘우치지 못한 것이냐?!
경빈     ; (악쓰듯) 신첩은 뉘우칠만한 죄를 지은 바가 없사옵니다! 신첩은 대비마마의
           존안을 더는 뵙고 싶지 않사오니 이만 물러가세요! 어서 물러가시래두요!
자순대비 ; (보다가) 오냐, 나 역시 네 가증스러운 얼굴을 더는 보고 싶지가 않다.
           허나 경빈, 이것만은 명심하거라! 네 가슴 속에 품은 역천의 야심 때문에
           너 뿐만 아니라 복성군까지도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다!
경빈     ; (충격) ...뭬, 뭬요?! 복성군이 어쩌고 어찌 돼요?
자순대비 ; 가자! (몸을 돌려 방 밖으로 나간다)
봉상궁   ; (자순대비를 따라나가면 방문이 닫힌다)
경빈     ; 뭬야, 이 어미 때문에 복성군이 화를 입다니...?
           (거센 도리질) 아니돼! 아니돼!
           내 복성군을 위해서라도 이리 주저앉아 죽을 수는 없어!
           (독기서린 눈빛으로 어딘가를 휙- 노려본다) ...!

S#38 복성군 사가 안채 마당 

[윤씨, 방 밖에 서있는 모습 위로] 

복성군 (E) ; 어마마마 처소의 시녀들이 추국을 받았다니?! 
윤씨     ; (흠짓 방문쪽을 돌아보는) ...!

S#39 동 복성군 사가 안채 방 안 

[복성군, 놀란 눈으로 앞에 앉은 장대인을 보며 말한다.] 

복성군   ; 장대인 이 대체 무슨 일인가?! 
장대인   ;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경빈마마께오서 작서의 변괴를 일으킨 배후로 지목받고
           계신 듯 싶사옵니다!
복성군   ; 뭬야?! 어마마마께오서?!
장대인   ; ...
복성군   ; (분기에 찬) 분명 그 두 년이 내 어머니를 모함하려고 꾸민 짓거리일 게야!
장대인   ; 두 년이라니요?
복성군   ; 중전과 난정이란 계집 말일세!
장대인   ; ...!
복성군   ; 자네 혜화문 밖에 사는 점바치 놈을 잡아들였다고 했지?!
장대인   ; 예에?.. 예, 마마.
복성군   ; 장대인, 난정이년을 잡아들여 점바치놈과 함께 금부에 끌고 가서 작서의 변괴를
           일으킨 진범이라고 발고를 하게! 그래야 내 어머니께오서 누명을 벗으실 수 있네!
           알겠는가?! 
장대인   ; 예, 그리 하겠사옵니다.
복성군   ; 이 위중한 시기에 내게 충성을 맹세한 조정신료들은 어찌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겐가?! 허어, 참으로 답답하구먼! 답답해!
장대인   ; ...!

S#40 편전 방 안 

[중종, 연상 위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상소를 읽다가 탁 엎어버린다.
(*중종 앞에 강찬이 앉아있다)]

중종     ; 이럴 수가?! 아직 자복도, 확증도 없거늘 어찌 삼사에서는 경빈을 작서의 변괴의
           주범으로 몰아 죄를 주라는 상소를 올리고 있는가?!
강찬     ; 경빈의 시녀 처소에서 방자에 쓰이는 제웅이 나왔사옵고 또한 세자저하께오서
           망극한 일을 당하시온다면 전하의 장자이신 복성군께오서 왕세자에 책봉되실 것이
           분명하오니.. 정황을 살펴보건데 모두들 경빈의 소행이 틀림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사옵니다.
중종     ; (탄식) ..과인의 심정이 참으로 참담하구려...
대전내관(E) ; (방 밖에서) 전하, 화천군대감과 신료분들이 면대를 청하고 있사옵니다.
중종     ; 면대를?!.. 음.. 드시라 해라!

S#41 동 편전 복도 

[심정, 장순손, 김극핍, 이유청(*)과 판서급 대신들이 결연한 표정으로 방문 앞에 서있다.]

대전내관(E) ; 예. (심정 일행에게) 드시지요!
심정일행 ; (방문쪽으로 한걸음 내딛는다)

S#42 동 편전 방 안 

[방문이 열리면 심정일행, 방 안으로 들어선다.] 

중종     ; 경들은 어인 연유로 면대를 청하시었소? 
심정     ; (부복하며) 전하! 경빈과 복성군에게 죄를 물으시옵소서!
일동     ; (심정을 따라 부복하며) 죄를 물으시옵소서!
중종     ; 뭣이라? 경들은 어찌 복성군에게까지 죄를 물으라는 것인가?!
심정     ; 경빈이 복성군을 왕세자로 옹립시키려는 야심을 품었다면 복성군도 이를
           몰랐을 리는 없을 것이옵니다! 감히 대통을 넘보려는 경빈과 복성군을 처형하시어
           종사를 바로 세우시옵소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일동     ;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난감한) ...!

S#43 빈청 방 안 

[정광필과 윤은보, 이언적과 박승지가 앉아있다.] 

박승지   ; 지금 화천군이 당상관들을 이끌고 편전에 들어 경빈과 복성군을 죄 주라는
           주청을 드리고 있다 하옵니다.
정광필   ; 허어, 화천군이 어찌 그리 무모한 짓을 하려 드는 겐지?
윤은보   ; 제 밑이 구리니 하루라도 속히 일을 매듭지어 이번 일을 덮으려는 게지요!
이언적   ; 성정이 어지신 세자께오서 이번 일로 크게 상심하실 것을 생각하니 이사람,
           가슴이 아프옵니다.
일동     ; ...!

S#44 동궁전 방 안 

[세자,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얼굴 위로 떠오르는] 

S#45 후레쉬 백 (117회 S#43의) 

복성군   ; 저하! 어찌 이리도 모르시는 것이옵니까?! 지금 궐내에는 시생의 어미가
           시생을 새로운 왕세자로 옹립시키기 위해 저하를 방자하였다는 유언비어가
           파다하옵니다. 세자저하께오서 지켜주시지 못하오면 시생보자는 대역부도 죄로
           사약을 받게 될 것이옵니다! 크흐흐...
세자     ; (복성군 앞에서 손을 맞쥐며) 형님,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옵니다.
           이 아우가 형님과 경빈마마를 지켜드릴 것이옵니다.

S#46 동 동궁전 방 안 

[세자, 한숨을 푹 내쉬는데 세자빈, 세자를 걱정스럽게 보며 말한다.]

세자빈   ; 저하, 무슨 근심이라도 계시옵니까? 
세자     ; 내가 부덕하여 경빈마마와 복성군 형님께서 억울한 고초를 당하고 계실 것을
           생각하니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세자빈   ; 저하, 너무 자책하지 마시옵소서. 형제가 죄를 당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오나
           죄를 지었다면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옵니다. 
세자     ; (흠짓 보며) 빈궁, 빈궁께서도 작서의 변괴가 경빈마마의 소행이라 생각하시는 게요?
세자빈   ; (긍정하는 듯한 표정) ...
세자     ; 빈궁, 그리 생각지 마세요. 경빈마마는 내 어머니가 되시는 분이시옵고,
           복성군 형님 또한 나를 친아우처럼 아껴주신 분입니다. 왕실과 조정에서
           그분들을 위삼한다 할지라도 나와 빈궁만은 두 분을 감싸주어야 할 것입니다.
세자빈   ; 황공하옵니다..소첩의 생각이 짧았사옵니다.

S#47 금부 옥사 마당.

[향이, 금부도사에게 서찰을 내보인다 금부도사, 서찰을 펼쳐 보고는 길을 비겨준다.
향이, 조아리고 옥사 안으로 들어간다.] 

S#48 동 금부 옥사 안 

[향이, 옥사 안으로 걸어들어와 옥살 안을 살펴보면 나인들이 널부러진 채 신음을 흘리고 있다.
향이, 옥살 안을 살피는데 한쪽칸에 금이가 피투성이가 된 채 엎어져 있다.]

향이     ; (옥살에 바짝 매달리며) 장상궁! 장상궁! 
금이     ; (간신히 눈을 뜨고 보는)..자네 내 걱정이 되어 온 겐가?
향이     ; (안쓰럽게 눈물까지 글썽)..그래..장상궁, 이게 다 어찌된 게야?
금이     ; ...고맙구먼.. 내 몰골이 흉하지..?
향이     ; 지금 몰골이 대순가? 진작 자복하였으면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걸..
금이     ; ..아니 내 거짓 자복이라도 했다면 벌서 죽었을 게야...경빈마마께오서
           이번 일을 무사히 넘기시오면 반드시 나를 구명해 주실 게야.
향이     ; ...참으로 자넥 한 짓이 아닌가?
금이     ; ...누구 소행인지 나도 궁금해..
향이     ; 허면 장상궁 방에서 나온 대침 박힌 제웅은 어찌된 게야?
금이     ; (주변을 살펴보며) 뉘게도 말 안 하겠다고 약조할 텐가?
향이     ; (끄덕끄덕)..내 자네 이런 몰골을 보고 뉘게다 고하겠나?
금이     ; (안간힘으로 몸을 일으켜 옥살을 잡고 향이의 귀에다 속삭인다) ...
향이     ; (흠짓) 그게 참말인가?
금이     ; (끄덕이며) ..정상궁.. 자네만 알고 있게.
향이     ; 약조함세.. (일어서며) 허면 내 이만 갈테니 몸보중 하게나.
금이     ; 정상궁, 내 없는 동안 우리 경빈마마 처소에 자주 들러 우리 마마를
           잘 살펴주시게..
향이     ; (눈물을 닦으며) ..내 그리함세.. (옥사 밖으로 나간다)
금이     ; (눈물이 흐르는) ..마마..

S#49 희빈 처소 방 안 

[희빈, 뭔가를 생각하며 앉아있는데] 

향이(E)  ; 마마, 정상궁이옵니다. 
희빈     ; 어서 들거라!
향이     ; (방문이 열리면 방 안으로 들어서는)
희빈     ; 그래, 알아보았느냐?
향이     ; 예, 제웅을 만든 자는 (희빈의 귀에 속삭이는) ...
희빈     ; (눈이 흠짓 커지며) 그래?
향이     ; 예, 장상궁이 분명 그리 말했사옵니다.
희빈     ; (의미심장하게 끄덕이며) 정상궁, 당장 대비전으로 들 채비를 하게!
향이     ; 예. (조아리고 방 밖으로 나가면)
희빈     ; (쌩끗 웃으며) 그래, 그랬단 말이지?

S#50 중궁전 방 안 

[창빈, 놀란 얼굴로 윤비를 보며 말한다.] 

창빈     ; 주, 중전마마, 지금 후궁들을 뜻을 모아 경빈을 내치라 하시었사옵니까?
윤비     ; 창빈의 목소리가 크구먼!
창빈     ; (낮게) 마마, 어찌 추국도 끝나지도 않은 일에 후궁들이 나설 수가 있겠사옵니까?
윤비     ; 경빈의 시녀들은 결코 경빈의 명으로 작서를 매달았다고 자복하지 않을 게야.
           자목했다가는 경빈은 물론 자신들의 목숨도 달아날 것이 자명하니 그럴 수 밖에...!
창빈     ; ...!
윤비     ; 험한 추문을 당하면서도 경빈의 시녀들이 죄를 자복치 않는다면 경빈에
           대한 의심은 점차 풀려갈 것이고 전하께오서도 경빈을 가여이 여기시어
           작서의 변괴는 누구의 소행인지 밝히지도 못한 채 흐지부지 마무리 될
           공산이 크네. (창빈을 휙- 보며) 그리 되면 어찌 될지 생각해 보았는가?!
창빈     ; 어찌 되다니요, 마마?
윤비     ; 경빈이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한 자들을 가만히 놓아두겠느냐 이 말일세?!
           왕실과 조정에 또 한바탕 피바람이 불 것이야! 
창빈(E)  ; (흠짓) 그래, 경빈 성정이라면 반드시 그럴 게야.
윤비     ; 허니 더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이번 일을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이야!
창빈     ; ...
윤비     ; 창빈, 자네도 이나라 종사를 걱정하는 왕실의 일원으로써 힘을 보태주겠는가?
창빈     ; 예, 마마. 신첩 미력하나마 중전마마의뜻을 받들겠사옵니다.
윤비     ; 고맙네. 내 창빈을 잊지 않을 것이야.

S#51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앉은 희빈을 놀란 얼굴로 보며 말한다.] 

자순대비 ; 뭐라?! 허면 제웅을 만든 자가 경빈의 며느리란 말인가?! 
희빈     ; 예, 대비마마! 분명 장상궁이 그리 토설했다 하옵니다.
자순대비 ; 허면 작서의 변괴에 복성군도 연루되어 있다는 말인가?!
희빈     ; 신첩의 짧은 소견으로 십중팔구 그럴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자순대비 ; (연상 쾅- 치며) 허어, 이럴 수가?! 어찌 이럴 수가 있누?!
희빈(E)  ; (미소 스치는) 경빈, 이제는 솟아날 구멍이 없을 듯 싶구려.
자순대비 ; (분기) 내 경빈과 복성군을 가만두지는 않을 게야!
봉상궁(E) ; (방밖에서) 대비마마, 세자저하 내외분 드시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드시라 해라!

[방문이 열리면 세자와 세자빈이 방 안으로 들어와 조아린다.
희빈, 일어서서 세자 내외를 예를 갖추어 맞이한다.]

자순대비 ; 세자 마침 잘 오시었소. 이리 내려와 앉으시구려.
세자, 세자빈 ; 예. (자순대비 앞으로 다가와 앉는다)
자순대비 ; 그간 작서의 변괴 때문에 마음이 얼마나 심난하시었소. 허나 이제 누구의
           소행인지가 분명해졌으니 세자와 빈궁께서는 염려 놓으세요.
세자     ; 할마마마, 소손 그 일로 할마마마께 청이 있어 왔사옵니다.
자순대비 ; 청이라니요?
세자     ; 할마마마, 이번 일을 엎어주시옵소서.
희빈(E)  ; 뭐라?! 세자가 지금 제 정신인가?
자순대비 ; 세자 그 무슨 말씀이시오? 세자를 모해하려던 자를 용서해 주시겠다는 말씀이시오?
세자     ; 할마마마, 소손은...
자순대비 ; 아니 될 말씀이오! 작서의 변괴는 세자에 대한 모해일뿐 아니라
           왕실과 조정은 물론이고 이나라 국본을 뒤흔들려고 하는 대역부도한 짓거리요!
세자     ; 할마마마, 소손도 잘 아옵니다! 하오나 작서를 매달아 소손을 방자한 일로
           왕실과 조정이 확증과 자복도 없이 왕실의 지친이신 경빈마마와 복성군 형님을
           범인으로 지목하여 단죄한다면 장차 소손이 보위에 올랐을 때 치세에 큰 부담으로
           남게 될 것이옵니다.
           (간절한) 할마마마, 부디 소손의 뜻을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지금 왕실과
           조정에서 벌어지는 불편부당치 못한 처사를 막아주실 분은 할마마마 뿐이시옵니다.
세자빈   ; 소첩의 뜻도 같사옵니다.
자순대비 ; (세자와 세자빈을 보며) 그래요, 이 할미가 어찌 세자와 빈궁의 어진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겠소? 허나 이는 종사의 안위가 걸린 일이오.
           허니 세자와 빈궁께서는 모른 척 하고 계세요. 이번 일은 주상과 이 할미가
           알아서 처결한 것이오!
세자     ; 할마마마!
세자빈   ; 대비마마!
자순대비 ; (자상하지만 근엄한) 세자, 빈궁께서 아직 미령하실 터이니 빈궁을 뫼시고
           이만 세자궁으로 돌아가세요.
세자, 세자빈 ; ...!

S#52 어느 길 

[김희와 효혜공주, 황서방과 계집종을 거느리고 걸어온다. 
맞은 편에서 오던 가마가 김희와 효혜공주를 지나치다가 
가마창이 열리며 난정의 얼굴이 나타난다] 

난정     ; (반갑게) 연성위나으리와 공주마마 아니시옵니까? 
김희     ; (보며) 아, 아니 자네는?
난정     ; 멈추어라!
교꾼들   ; (가마를 땅바닥에 내려놓으면)
난정     ; (가마에서 내려 김희 내외에게 공손이 조아리며) 가마를 아니 타신 것을 뵈오니
           희락당대감께오서 계신 풍덕에라도 다녀오시는 길이시옵니까? 
김희     ; (경계하즛 보며) 자넨 내 집 근처엔 어인 일인가?
난정     ; 소첩, 댁에 들렀다가 출타를 하시었다길래 발걸음을 돌리던 길이었사온데
           하마터면 헛걸음을 한 뻔 하였사옵니다.
김희     ; 자네가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는가?
난정     ; (쌩끗 웃으며) 남의 이목이 있사오니 댁으로 드시지요.

S#53 김안로 사랑채 방 안

[난정, 김희와 효혜공주 앞에 패물함을 건넨다.] 

김희     ; 이것이 다 무엇인가? 
난정     ; 연성위나으라와 공주마마께오서 이번에 경빈을 도모하는데 큰 힘을 보태주신데
           대한 소첩 성의이옵니다.
김희     ; 되었으니 가지고 물러가게!
난정     ; 연성위께오선 어찌 소첩의 정성을 물리치시는 것이옵니까?
김희     ; (난정을 경계하듯 보는 얼굴 위로 떠오르는)

S#54 김안로 유배지 근처 강가 (김희의 회상)

김안로   ; 난정이는 독버섯 같은 계집이옵니다! 겉보기에는 화사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지요! 허니 연성위께오선 결코 난정이를 가까이 해서는
           아니 될 것이옵니다!

S#55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희, 굳은 표정으로 뭔가 생각하는데] 

난정     ; 연성위나으리 어디가 불편하시옵니까? 
효혜공주 ; (걱정되듯) 서방님, 괜찮으시옵니까?
김희     ; (깨어나며) 괜찮소...
효혜공주 ; 연성위께오서 곤하신 듯 싶으니 자넨 이만 물러가게.
난정     ; 예, 공주마마. 하오면 소첩은 이만 물러가지요.
           (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문쪽으로 걸어가다가 휙- 돌아보며) 
           소첩은 공주마마께오서 베풀어주신 은혜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옵니다!
효혜공주 ; 은혜라니, 무슨...?
난정     ; 공주마마께오서 세자궁 침소에 작서가 담긴 하례물을 놓고 나오신 일 말이옵니다.
           동궁후원에 쥐를 매단 것만으로는 일이 성사되지 못하였을 것이옵니다. 
           아니 그렇사옵니까? (쌩끗 웃어주고는 방밖으로 나가는)
효혜공주 ; (겁에 질린 듯 울상되는) ..서방님.. 저 애가 발고라도 하면 어찌하면 좋사옵니까?
김희     ; (효혜공주의 손을 잡아주며) 괜찮소, 그런 일은 없을 게요.
김희(E)  ; (찌푸리며 방문쪽을 돌아보는) 아버님 말씀대로 참으로 요사스런 계집이로구나!

S#56 김안로 대문 앞 길

[난정, 가마와 교꾼들이 서있는 곳으로 걸어나온다. 
난정, 쌩끗 웃으며 걸어나온 곳을 돌아보는 얼굴 위로] 

난정(E)  ; 내 오금을 박아두었으니 희락당이 돌아온다 할지라도 함부로 중전마마를
           위협하지는 못할 게다!
난정     ; (가마 안으로 들어가며) 가세!
교꾼들   ; 예!

[교꾼들, 난정이 탄 가마를 들고 떠난다.] 

S#57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과 삼이, 각기 책상을 앞에 놓고 마주 앉아 서책을 보고 있다. 
윤원형, 다른 생각에 잠긴 얼굴 위로] 

윤원형(E) ; 주상전하께오서 조강지처와 진배없는 경빈을 궐 밖으로 내치실 수 있을까?
           가만, 경빈이 쫓겨나고 희락당과 판부사가 조정으로 돌아오면 중전마마와
           우리 가문에 더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도 있음인데..
           그래서 부인이 판부사를 불러올리라는 주청을 드리라 한 겐가?.. 
           허어, 이거야 원, 얽힌 실타래를 푸는 것보다 더 어렵구만.. (문득 삼이를 보면)
삼이     ; (하품을 하다가 윤원형과 눈이 마주치면 화들짝 놀라 조아리는) ...
윤원형   ;  (웃으며) 괜찮다. 이 애비도 너만했을 때 그랬다.
삼이     ; 송구하옵니다.
윤원형   ; 삼아, 네 요즘 봉은사에 다니며 부처님께 무슨 소원을 빌었느냐?
삼이     ; (쭈볏대는) ...
윤원형   ; 괜찮다. 말해보거라.
삼이     ; 이놈 소원은 도령복 입고 글을 읽기보다는 헐벗고 배를 곯더라도 서출놈
           분수에 맞게 사는 것이옵니다.
윤원형   ; (충격으로 보는) 뭐, 뭐라? 삼아, 누가 너모고 서출이라 뭐라 한 적이 있느냐?!
삼이     ; 아니옵니다. 이놈, 마음이 편치가 않아서 그렇사옵니다.
윤원형(E) ; 허어, 이 어린놈 가슴에 벌써 귀천의 담벼락이 쌓였단 말인가?
김씨(E)  ; (방밖에서) 서방님, 소첩이옵니다.
윤원형   ; 들어오시구려.
김씨     ; (다과소반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와 앉는데)
윤원형   ; 삼아, 정신 번적 나도록 찬물로 세수를 하고 들어오너라!
삼이     ; 예. (방 박으로 나간다)
윤원형   ; 부인, 근자에 삼이가 마음에 상처를 받을만한 일을 당한 적이 있소?
김씨     ; 예에?
윤원형   ; 아니오.. 삼이어미가 없는 동안 저놈한테 마음을 더 써주시구려.
김씨     ; 그리 하겠사옵니다.
윤원형   ; 판부사댁 정부인은 찾아 뵈시었소?
김씨     ; 어제 봉은사에서 우연히 만나 뵈었사옵니다.
윤원형   ; 그래요? 전하께오서 판부사대감을 곧 조정으로 불러올리실 것이란 말씀도
           전하시었소이가? 
김씨     ; 예.. 하온데, 판부사대감께오서 참으로 도성으로 돌아오시는 것이옵니까?
윤원형   ; 분명 그리 될 게요!

S#58 달려가는 파발마 몽타쥬

1) 산길을 달려가는 
2) 강변길을 달려가는

S#59 경원 관아 앞 

[파발마가 달려와 멈춰서면 역졸이 말에서 내려 관아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역졸(E)  ; 경원부사 윤임은 주상전하의 어명을 받으시오! 

S#60 동 경원 관아 마당 

[윤임, 관복을 차려입고 교지를 읽는 모습 위로 윤임의 뒤편으로 허항과 채무택이 서있다.]

중종(E)  ; 과인이 경원부사 윤임을 내직으로 불러올려 막중한 소임을 맡기고자 하니
           전교를 받는 즉시 도성으로 돌아와 입궐하여 과인의 명을 받으라!

윤임     ; (눈물이 줄줄 흐르는)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흐흑!
허항, 채무택 ; (찡하여 보는) ...!

S#61 갖바치 방 안 

[갖바치, 길상의 옆구리와 어깨에 붙인 약초를 갈아주고 있다. 
길상, 갖바치의 손길에 고통스러운지 찌푸린다.] 

갖바치   ; (약사발을 건네주며) 마시게. 
길상     ; (약사발을 받아 마시는) ..
갖바치   ; (낡은 약초등을 챙기며) 갈라진 곳이 덜 아물었으니 아직은 움직이지 말게.
길상     ; (약사발을 내려놓으며) ..어르신.. 고맙소..
갖바치   ; (길상을 보며) ..자넨 언제까지 난정이 곁에 머물러 있을 겐가?
길상     ; (흠짓 보는) ...?!
깆바치   ; 자네가 난정이를 떠나지 못하는 까닭이 뭔가?
길상     ; ..이놈도 모르겠사옵니다.
갖바치   ; 그래.. 기다리고 있으면 난정이가 언젠가는 자네에게 돌아올 것 같은가?
길상     ; (흠짓) ...?!
갖바치   ; 헛된 기대 따위는 하지 말게! 그 애는 결코 자네한테 돌아가지 않아!
길상     ; (움찔하여 보는) ...!
갖바치   ; 승후관이나 삼이 때문이 아닐세. 난정이의 가슴속 야심이 그 애를 움켜잡고
           있기 때문이야!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야심 말일세!
길상     ; ...?!
갖바치   ; 자네도 자네 길을 가게! 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 다 비참해질 걸세.
           (약초와 약사발을 챙겨들고 방 밖으로 나간다) 
길상     ; ...!

S#62 당추 암자 마당 

[당추, 법당 앞에서 부처님한테 합장인사를 하고 탑쪽으로 내려서는데 
임백령, 힘없는 표정으로 누마루 계단 위를 올라온다.] 

당추     ; (임백령쪽으로 다가가며) 임선비, 그동안 어딜 다녀오신 겝니까?! 
임백령   ; ..선사께 걱정을 끼쳐 송구하옵니다.
당추     ; 허허, 이렇듯 돌아오시었으니 한시름 놓았소이다. 곤하실테니 들어가 쉬시지요.
임백령   ; 예.. (방쪽으로 걸어가다 당추를 돌아보며) 내 선사께 부탁이 있사옵니다.
당추     ; 부탁이라니요?!

S#63 동 당추 암자 방 안 

[당추, 앞에 앉은 임백령을 놀란 눈으로 보며 말한다.] 

당추     ; 예에? 이 방문에다 대못을 쳐달란 말씀이시옵니까?
임백령   ; (결연한) 예, 선사. 그리하여 주시옵소서! 
당추     ; 허어, 어찌 빈도에게 그런 부탁을 하시는 겝니까?
임백령   ; 내 과거에 장원급제를 할만큼 공부를 이룰 때까지는 방문 밖으로는 한발짝도
           나가지 않을 작정이옵니다!
당추     ; (보는) 허어...
임백령   ; (결연한 각오가 담긴 표정) ...!

S#64 편전 외경 

신료일동(E) ; (심정과 장순손, 김극핍, 이유청(*)과 판서급 대신들의)
          전하, 경빈과 복성군을 처형하시어 이 나라 대통의 지엄함을 보이시옵소서!

S#65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서 부복하고 있는 심정과 장순손, 김극핍, 이유청(*) 판서급대신을 난감한
듯 보며 말한다. (*강찬, 윗목에 앉아있다.)]

중종     ; 경들은 과인의 심기를 더이상 불편케 하지말고 물러들 가라! 
심정     ; 신들은 전하께오서 경빈과 복성군에게 죄를 물으시겠다는 말씀을 듣기
           전에는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옵니다!
중종     ; 화천군, 정녕 과인의 어의를 힘으로 꺾겠다는 것인가?!
심정     ; 신들은 경빈과 복성군이 처형당한 연후에 전하께오서 내리시는 죄를 달게
           받을 것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일동     ;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난감한데) ...!

S#66 동 편전 복도 

[창빈, 홍숙의와 이숙의, 김숙원과 이숙원을 거느리고 방문쪽으로 다가온다.
대전내관과 김상궁, 창빈 일행을 보고 흠짓 놀라는데] 

창빈     ; 고하여 주시오! 
대전내관 ; (당황하여) 하, 하오나 조정신료분들이 들어 계시온데..
창빈     ; (당당하게) 이사람도 전차께 주청을 드리러 왔으니 고하여 주시오!
대전내관 ; 예.. (방문쪽에디) 전하, 창빈과 후궁 네분 드시었사옵니다.

S#67 동 편전 방 안 

중종     ; (당혹스럽게 방문쪽을 돌아보며) 뭐라? 창빈이?!... 나중에 다시 들라 하라!

S#68 동 편전 복도 

대전내관 ; (창빈에게) 나중에 다시 들라 하시옵니다. 
창빈     ; (방문쪽에다) 전차, 신첩과 후궁들은 국가의 막중대사에 대해 긴한 주청을
           올리러 들었사옵니다! 전하! 부디 신첩들의 충정을 물리지 마시옵소서!
후궁일동 ; 물리지 마시옵소서!
중종(E)  ; ...
대전내관 ; 창빈마마, 오늘은 때가 좋지 않사오니 다음에 다시 드시지요.
창빈     ; 전하! 신첩들을 물리지 마시옵소서!
후궁일동 ; 물리지 마시옵소서!
중종(E)  ; 들라 하라!
대전내관 ; 예, 드시지요.

S#69 동 편전 방 안 

[방문이 열리면 창빈과 후궁들이 방 안으로 들어온다.] 

중종     ; (곱지 않게 보며) 창빈, 긴한 주청이 무엇이오? 대체 무엇이간데 과인과
           조정신료들이 있는 자리에 드신 것이오!
창빈     ; (결심한 듯 부복하며) 전하, 이나라 대통을 위해 경빈과 복성군의 죄를 물으시옵소서!
후궁일동 ; (부복하며) 죄를 물으시옵소서!
중종     ; (경악하여 보는) ...!

S#70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정적 속에서 소복차림으로 머리를 풀어내린채 경대를 보고 있다.
(*산발이 아닌 한 갈래로 단정하게 땋아내린 머리) 경빈, 앞에 놓은 은장도를 들고 칼날을 뽑아본다.
경빈, 처염(悽艶)한 얼굴로 번뜩이는 칼날을 보다가 품에 넣고 일어서서 방 밖으로 나간다.]

S#71 동 경빈 처소 마당 

[경빈, 처소에서 나와 댓돌 아래로 내려서면 별감들, 우르르 몰려들어 경빈의 앞을 가로막는다.]

별감1(*) ; 처소 밖으로 못 나가시옵니다! 
경빈     ; 내 웃전께 죄를 청하러 가는 길이거늘 언놈이 감히 일품명부의 앞길을 가로 막는단 말이냐?!
별감들   ; (경빈의 기세에 움찔하여 서로의 눈치를 보는데) ...?!
경빈     ; 길을 열거라!

[경빈, 앞으로 나아가면 가로막았던 별감들이 비켜서서 길을 열어준다 경빈, 일각문 밖으로
나가면 별감들, 그 뒤를 우르르 따른다]

S#72 편전 방 안 

[중종, 심정과 신료들, 창빈과 후궁들을 무섭게 보며 말한다. (*강찬, 한쪽에 서있다)]

중종     ; 어찌 조정신료들과 왕실의 내명부들이 합세하여 과인을 이토록 참담하게 만드는가?!
일동     ; ...!
중종     ; 그대들은 정녕 과인의 손으로 조강지처와 장자를 처형하길 바라는가?!
심정     ; 전하, 모두가 이나라 대통과 종사를 위함이옵니다. 대의를 위하여 용단을
           내리시옵소서!
일동     ; 용단을 내리시옵소서!
중종     ; 아니오! 아니오! 과인은 그리 할 수 없소! 그대들은 과인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말고 물러들 가오!
일동     ;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그대들이 물러가지 않겠다면 과인이 내금위 군사들을 불러 끌어낼 것이니
           당장 물러들 가라!
자순대비 ;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서며) 주상! 경빈의 대역부도한 역심이 드러났는데
           무엇을 망설이시는 겝니까?! 
희빈     ; (자순대비의 뒤를 따라 편전방 안으로 들어서는) ...
중종     ; (당혹스럽게 보는) 어, 어마마마...
자순대비 ; (중종 앞에 걸어와 앉으며) 이들을 내치시겠다면 이 어미부터 내치도록 하세요!
중종     ; 어마마마, 어찌 이러시옵니까?!
자순대비 ; 주상께서 경빈과 복성군을 처형하란 명을 내리실 때까지 이 어미는 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오! (눈을 감아버린다)
중종     ; ...!

S#73 중궁전 마당 

[경빈, 머리를 푼 소복차림을 합문 앞으로 들어와 계단쪽을 올라 댓돌 위로 오른다.
별감들, 경빈의 뒤를 경계하듯 따른다. 오상궁 ; 중궁전에서 나오나다 경빈을 보고 흠짓 놀란다.]

경빈     ; 오상궁, 내 중전마마께 고할 말이 있으니 마마를 뫼셔오게!
오상궁   ; (급히 몸을 돌려 중궁전으로 들어간다)

[경빈, 고개를 들어 <교태전> 현판을 보는데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등을 거느리고
중궁전에서 나온다.]

윤비     ; 경빈, 네 어찌 유폐된 처소를 벗어나 교태전까지 발걸음을 한 것이더냐?!
경빈     ; 중전마마, 정녕 신첩을 죽이실 작정이시옵니까?!
윤비     ; 경빈, 네 스스로 자초한 화이니 내 원망은 말거라!

[경빈, 윤비를 쏘아보다가 품에서 은장도를 뽑아든다.
엄상궁과 오상궁, 움찔 놀라 윤비 앞을 막아서는데] 

윤비     ; 아무도 나서지 말거라! 
엄상궁   ; 하, 하오나 마마!
윤비     ; 비켜서래두!
엄, 오상궁 : (비켜서는데)
경빈     ; (싸늘한 눈빛으로 윤비를 쏘아보는) ...!
윤비     ; (경빈을 노려보는) ...!

[윤비와 경빈의 눈빛이 팽팽하게 부딪치는 데서.] 

S#74 갖바치 마당 

[방백인과 당골네, 툇마루에 앉아 무용담을 펼치고 있다.] 

방백인   ; 그래서 내가 그랬지. (흉내내며) 내 몸에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했다간
           네놈들 모두 죽은 목숨이여! 
당골네   ; 그래서요?
방백인   ; 그래서요는 무슨 그래서요야?! 그랬더니 비루먹은 개처럼 비실비실 길을
           터주길래 내 발루다 걸어나온 게지.
당골네   ; 행여나?! 임자가 그래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수!
방백인   ; 여편네, 의심은 많아갖구! 참말이라니까 그래!
당골네   ; 헌데 어찌 임자 고의에서 지린내가 나는 게요?
방백인   ; (흠짓하며) ..지, 지린내는 무슨?!
난정     ; (대문 안으로 들어서며) 무슨 재미난 말씀들을 하세요?
당골네   ; 난정아, 잘 왔다. 이이가 증말 장대인 집에서..
방백인   ; (쿡 찌르며) 그만하고 물이나 떠와!
난정     ; 길상이는요?
방백인   ; 일어나 앉을만한 모양이더라. 어여 들어가 봐라.
난정     ; 예. (방족으로 들어간다)

S#75 동 갖바치 방 안 

[길상, 벽에 기대 앉아있는데 난정,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난정     ; (길상 앞에 앉으며) 몸도 성치 앉으면서 어찌 앉아있는 게야.
           자, 내가 부축해 줄테니 누워... (길상을 부축하려는데)...
길상     ; (난정을 와락 껴안는다)
난정     ; (흠짓하여 밀쳐내려 하며) 길상아, 왜이래?
길상     ; (더욱 꽉 끌어안으며) 난정아, 모든 것 다 내버리고 나하고 훨훨 떠나자!
난정     ; 뭐어?! 너 미쳤니?! (길상을 밀쳐내며 따귀를 쳐버린다)
길상     ; (난정을 노려보며) 난정아, 왜 난 아니되는 게냐?! 왜?!

[난정, 숨을 몰아쉬며 길상을 쏘아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  

.여인천하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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