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131
S#1 중궁전 외경 윤비E 난정아, 이제 어찌하면 좋겠느냐? S#2 동 중궁전 방 안 난정과 윤비, 침통한 표정 속에 앉아 있다. 윤비 효혜공주가 졸하였으니...공주가 내 앞에서 세자궁에 작서를 들인 일을 자인하였던 일까지 땅 속에 묻혀버릴 것이 아니냐? 난정 (침통) ..예, 효혜공주께오서 시아비 김안로의 목숨을 구명해 주신게지요.. 윤비 (탄식) ..허면 앞으로 내 생사여탈을 김안로 손에 맡길 수밖에 없단 말이냐?!... 김안로 손에 내 목숨이 달려있단 말이냐?! 난정 (눈물 글썽) ..하늘이 참으로 원망스럽사옵니다...어찌 어찌 중전마마께 이리 큰 시련을 내려주시는지 하늘이 참으로 원망스러울 뿐이옵니다... 윤비 난정아, 눈물을 거두거라. 이 모두가 하늘의 뜻이라면 따를 수밖에...! 난정 ..마마, 흐흑.. 윤비 (한숨을 크게 내쉬는) ... S#3 효혜공주 안채 방 안 효혜공주, 잠자듯 죽어있고 그 앞에 김희가 슬픈 표정으로 앉아있는 모습위로 (*한쪽에서 침모의 우는 모습도 보인다) 해설NA중종의 맏딸이자 세자의 친누이시었던 효혜공주께서 신묘년 사월에 스물 한 살의 젊은 나이로 돌아가시었다. 효혜공주의 죽음은 왕실과 조정에 또 한 번의 큰 파란(波瀾)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S#4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 뭔가 비통함과 결연함이 뒤섞인 표정으로 앉아있는 얼굴 위로 김안로E 두고 보시옵소서! 이 시아비가 공주마마의 죽음을 결코 헛되이 하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결코..! S#5 윤원형집 작은 사랑채 외경 윤원형E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천하를 도모하다니요?! S#6 동 윤원형집 작은 사랑채 방안 윤원형과 정순붕, 이기, 허자가 각기 찻잔을 놓고 앉아있다. 정순붕 윤공, 소인배들의 손아귀에서 좌지우지 되고 있는 위태로운 이 나라 종묘사직과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위해 우리와 의기투합 하시겠는가?! 윤원형E (침을 꼴깍 삼키며 세사람을 보는) ..대체 이 자들의 저의가 뭐란 말인가?! 허자 우리에게 언평을 옭아맬 올가미 따위는 없소! 순수한 우국충정으로 찾아 왔소이다! 윤원형E (세 사람을 보는) ..우국충정으로 찾아왔다? 정,이기,허자 (윤원형을 진지하게 보는) ... 윤원형 (갑자기 껄껄 웃는) 하하하, 농이 지나치시옵니다! 시생은 출사도 못한 백두인데다 정치와는 담을 쌓고 지내는 외척이옵니다. 천하를 도모하다니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기왕 발걸음을 하시었사오니 차나 한 잔 씩 드시고 가시지요. 이기 언평! 그대같은 봉황이 언제까지 닭들 속에 섞여 던져주는 닭모이를 쪼고 있으실 작정이신가?! 윤원형 (흠짓) ...보, 봉황이요?! 정순붕 윤공, 지금은 비록 화천군이나 희락당같은 소인배들이 국정을 탁란하고 정사를 농단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 나라 조정에도 새 기운이 솟아날걸세! 우리는 그때를 기다리고 있네! 그때는 윤공이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 믿네! 윤원형 ..때를 기다린다?.. 헌데 어찌 하필이면 시생에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옵니까? 허자 언평 뒤에는 중전마마께오서 계시기 때문이오. 윤원형 ..주, 중전마마요? 허면! 이기 장차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오면 언평에게는 큰 힘이 생기게 될 걸세. 우리는 장차 언평의 그 힘을 빌리고자 하네. 윤원형 뭬요?! (버럭) 당장 돌아들가시오! 정,이기,허자 (움찔) ...?! 윤원형 어찌, 외척을 등에 업고 권세를 쥐려 하시는겝니까?! 그것이 소인배와 다를게 무에 있사오이까?! (돌아앉으며) 그따위 더러운 말로 내 귀를 더럽히고 싶지 않으니 당장들 돌아가세요! 정순붕 하하하! 윤원형 (힐끔 보며) ..왜들 웃으시는게요? 정순붕 내 사람을 잘못보지는 않은듯 싶구만?! 이기,허자 (미소로 끄덕이는) 윤원형 ...? 이기 윤공, 너무 노여워하시지 마시게나! 조정의 쇄신하고 백성을 위하는 마음에 선비와 외척이 어찌 다를 수 있겠는가?! 우리는 윤공의 그 기개를 높이 사고 싶네! 윤원형 ..예에?! 정순붕 과 이기, 허자가 진지하게 뭔가를 말하고 윤원형 진지하게 그 말을 듣는 모습 위로 해설NA(정순붕의 얼굴 위로) 정순붕, 본관은 온양이고 호는 성재다. 연산군 때 별시문과에 급제한 이후 중종 11년에 조광조 등과 더불어 사유(師儒)로 선발되고 좌부승지를 거쳐 형조참의에 이르렀으나 기묘사화로 사림이 일망타진 되면서 관직이 삭탈된 인물이다. (이기의 얼굴 위로) 이기, 본관은 덕수이고 호는 경재다. 연산군 때 문과에 급제하여 명성이 자자하였으나 장인이 재물을 탐하였던 일로 번듯한 벼슬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허자의 얼굴 위로) 허자, 호는 동애로 본관은 양천이다. 중종18년에 문과에 급제하여 이조좌랑을 지내고 있는 인물이다. 이들 세 사람 모두 지금은 비록 한직에 밀려나 있었으나 (윤원형 얼굴 위로) 장차 윤원형을 중심으로 조정의 권세를 다툴 소윤파의 핵심이 될 인물들이다. 이들이 서서히 장차의 일을 모색하며 행보를 내딛고 있었다. S#7 동 윤원형 대문 안팎 윤원형, 정순붕과 이기, 허자 대문 밖으로 나온다. (*임서방 그 뒤를 따른다) 윤원형 (깊이 숙이며) 살펴들 가시옵소서! 이기 허면 나중에 또 보세나. 정,이기,허자 (계단을 내려가 간다) 윤원형E (돌아서서 대문 안으로 들어오며 뭔가를 생각하는) ..천하를 도모한다?.. 천하를? 김씨 (배천댁을 거느리고 다가오며) 서방님. 손님들이 드시었다는데 벌써들 가시었사옵니까? 윤원형 손님은 무슨요? 왕년에 기방에서 만나던 술벗들이니 마음 쓰시지 마시구려.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김씨 ...? S#8 동궁전 마당 박상궁, 다급한 표정으로 급하게 동궁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위로 세자E 뭐라?! 뭐라?! 옥하누이께오서 졸하시었단 말이냐?! S#9 동궁전 방 안 세자와 세자빈, 방문 앞에 울상으로 서있는 박상궁을 충격으로 본다. 박상궁 (울음이 터질 듯) ..예.. 저하.. 세자 (믿기지 않는) ...아니다 그럴 리 없다.. 그럴 리가.. 박상궁 ..양어의가 공주마마의 훙거를 주상전하께 고하였사옵니다.. 세자 (충격)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세자빈 (눈물)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리도 어지신 공주마마를 어찌.. 어찌.. 데려가시었단 말씀이시옵니까.. 흐흑.. 세자 (일그러지는) 그자들이, 그 자들이 옥하누이를 죽인 것이오! (벌떡 일어서는) 세자빈 ..저하.. 어딜 가시려 하시옵니까?! 세자 (분노) ..내 그자들을 가만히 둘 수가 없소! 세자빈 (일어서서 막아서며) 저하, 아니되시옵니다! 고정하시옵소서! 세자빈 궁을 비켜 서시오! (방밖으로 나간다) 세자빈 (세자의 뒷모습을 보며) 저하! 저하!.. 흐흐흑 (바닥에 주저앉으며 운다) S#10 편전 방 안 중종, 비통한 표정이고 윗목에 강찬과 박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자조적인) ..과인이 덕이 없어 맏아들인 복성군을 사사하고 옥하마저 먼저 보냈구려.. 과인이 무슨 면목으로 조종조를 뵈올지 모르겠소.. 강찬,박승지(안쓰럽게 보는) ... S#11 동 편전 복도 대전내관과 김상궁, 침통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는데 세자, 굳은 얼굴로 대전내관과 김상궁이 서있는 방문 쪽으로 다가온다. 세자 (대전내관에게) 고하여 주시게! 대전내관 예. (방문 쪽에다) 주상전하,세자저하 드시었사옵니다. 중종E 들라 하라. 대전내관 예.. 드시옵소서. 세자 (뭔가 비장한) ...! S#12 동 편전 방 안 세자, 방안으로 들어와 조아리고는 중종 앞으로 다가와 선다. 중종 ..세자, 네 옥하의 기별을 들은 것이더냐? 세자 (앉으며) 예, 아바마마. 중종 ..그래.. 세자가 하늘에 기도까지 드렸거늘... 모두 이 아비가 못난 탓이다.. 이 아비의 죄가 많은 탓이야..내 세자를 볼 낯이 없구나. 세자 아바마마, 옥하누이를 죽인 자들에게 죄를 물으시옵소서! 중종 (보는) ..뭣이라? 세자 네 지금 뭐라 하였느냐? 세자 (비장한) 옥하누이가 망극한 일을 당한 것은 아바마마의 탓이 아니오라 작서의 변괴가 옥하누이의 소행이란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그것을 재조사하라고 주청을 올린 화천군과 신료들이옵니다! 중종 (당혹스러운) ...세, 세자 네 어찌..?! 강찬,박승지 (놀라 보는) ...?! 세자 아바마마, 소자, 큰 불효이온 줄은 아오나 지금 가슴 속에 울분이 북받쳐 올라 주체할 수가 없사옵니다. 소자의 죄는 옥하누이의 원통함이 풀리오면 달게 받을 것이옵니다! (피눈물을 삼키듯) 아바마마, 감히 진언 드리건대 저들의 주청대로 작서의 변괴의 의혹을 엄중하게 파헤치시어 변괴의 배후를 명명백백하게 밝히시옵소서! 그것만이 옥하누이의 원통한 죽음을 풀어주시는 길이 될 것이옵니다! 중종 ..세자..?! 세자 (조아리며) 아바마마,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그래.. 과인이 어찌 세자의 울분을 모르겠느냐?! 오냐 내 세자의 말대로 할 것이다. 세자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흐흑..! 중종 (강찬을 보며) 도승지는 들으라. 강찬 예, 전하. 중종 영의정 정광필을 추관으로 명하노니 작서의 변괴는 물론이고 작금의 익명서 변괴를 철저히 추핵토록 하라! 강찬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세자E (눈물이 줄줄 흐르는) ...감사하옵니다, 감사하옵니다!아버님! S#13 의금부 마당 정광필, 당상에 앉아있고 김극핍, 장순손, 이항, 윤은보, 이유청과 판서급 대신들(*) , 이언적 등이 마루 끝에 앉아있다. 심사순(*), 형틀의자에 앉아 주리틀림을 당하며 ''아악-''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정광필, 손을 들어 주리를 멈추게 한다. 금부도사 멈추랍신다. 심사순 (*)(형졸들이 주리를 멈추면 널부러지는) ..으..으.. 정광필 심사순은 듣거라! 네 어찌 도성 길목과 대궐 안에 불경한 익명서를 날린 것이냐?! 이는 필시 대역부도한 마음을 먹은 것이 아니냐?! 심사순 (*) ...시생은 억울하옵니다.. 억울하옵니다.. 장순손 (한 발 나서며 버럭) 네 이 놈! 익명서에 쓴 글이 네놈의 필체와 같거늘 어찌 발뺌을 하려는 것이냐?! 심사순 (*)..시생은 정녕 모르는 일이옵니다.. 장순손 네놈이 무릎뼈가 튕겨져 나가야 바른 말을 토설하겠느냐?! 심사순 (*)(고개를 젓는) ... 장순손 영상대감, 아니되겠사옵니다. 주리를 더 틀라 하시지요! 어서요! 정광필 ..죄인이 이실직고 할 때까지 주리를 틀어라! 금부도사 주리를 틀랍신다. 형졸들 예. (주리를 틀어대면) 심사순 (*) ..아악! 김극핍E (장순손을 휙- 노려보는) 장판서 어찌, 하루아침에 안면을 이리 싹 바꿀 수 있단 말이오?! 이항E (노려보는) 이런 천하에 소인배 같으니라구! 장순손 (그 시선을 피하는) ..허엄! 김극핍과 이항, 벌떡 일어나 추국장을 빠져나간다. S#14 대궐 일각 심정, 초조하게 서성거리고 있는데 김극핍과 이항, 급하게 다가온다. 김극핍 화천군대감! 심정 (급히 돌아보며) 대감들, 추국은 어찌 되었소이까?! 김극핍 자제분께오서 아직은 아무런 말도 아니하였사옵니다. 심정 당연하지요! 그 애가 한 짓거리가 아닌데 실토할게 무에 있단 말이오?! 김극핍 하오나 문초가 가혹해지면..장담할 수는 없지요. 이항 더구나 장순손이가 자제분의 죄를 덮어씌우기 위해 광분하고 있사오니 큰 일이옵니다! 심정 (어금니를 물며) ..음!..내 그놈의 도야지 대가리를 박살내 버릴 것이요! 이항 화천군대감, 차라리 희락당을 만나 타협을 보시는게 어떻겠사옵니까? 심정 타협이라니요?! 내 자식놈에게 대역부도죄를 덮어씌운 자와 무슨 타협을 본단 말이오이까?! 김극핍 하오나 괜히 이번 일이 장기 튀김되어 조정에 큰 옥사가 벌어지기라도 한다면 큰 일이 아니오이까?! 심정..음! 내 이 쳐죽일 놈들을 가만 둘 수는 없소이다! (어디론가 간다) S#15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있는 엄상궁을 보며 말한다.(*난정, 엄상궁 옆에 앉아있다) 윤비 허면 세자가 전하께 주청을 올려 재추국이 벌어지고 있단 말인가?! 엄상궁 쇠인 분명 그리 들었사옵니다. 윤비 ...엄상궁, 금부에 사람을 보내 추국이 어찌 되는지 상세히 알아보도록 하게. 엄상궁 예, 마마. (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세자가 치솟는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로구나. 난정 중전마마, 이리된 바에 다른 방도는 없게 되었사옵니다. 세자저하께 일의 전말을 말씀드리시옵소서. 윤비 (흠짓 보며) ..세자에게 말이냐?! 난정 예, 김안로의 비수가 중궁전까지 미치는 것을 막으시려면 그 수 밖에는 없사옵니다. 윤비 허나 이미 효혜공주가 졸하였거늘 세자가 내 말을 믿어주겠느냐?! 난정 저하께오서 믿으시든 안 믿으시든 벼랑 끝에 서계신 중전마마께오서 믿으실 의지처는 세자저하 뿐이시옵니다. 윤비 ..세자에게 내 목숨을 맡기라? 난정 예, 마마! 윤비E ..세자에게 내 목숨을 맡겨야 한단 말인가? 윤비 그래, 네 말대로 하마. (방문 쪽을 보며) 엄상궁! 동궁전으로 들 채비를 하게! S#16 동궁전 마당 윤비, 굳은 표정으로 엄상궁과 오상궁을 거느리고 들어와 동궁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위로 박상궁E 세자저하, 중전마마 드시었사옵니다. S#17 동 동궁전 방 안 윤비, 굳은 표정으로 보료 위에 앉으면 세자와 세자빈, 따라 앉는다. 윤비 이 어미가 세자에게 경거망동하지 말라 그리도 일렀거늘 어찌 편전에 들어 작서의 변괴와 익명서에 대해 국문을 하라는 청을 들였단 말인가? 세자 ... 윤비 세자, 효혜공주의 훙서로 왕실이 비통에 잠겼거늘 어찌 옥사를 벌여 대궐을 뒤숭숭하게 하였는가 이 말이오?! 세자 ... 윤비 세자가 정녕 나를 친어미로 생각했다면 어미말을 거스르는 불효를 행하지는 않았을 것을! 그렇지 아니한가?! 세자빈 중전마마, 저하께오서는.. 윤비 (휙- 보며) 빈궁, 그 입 다물라! 내 세자에게 묻고 있느니! 세자빈 (찔끔) ...?! 세자 어마마마께오서 소자를 친자식보다 더 괴이시어 주시었거늘 어찌 소자가 어마마마를 거스르는 불효를 행하겠사옵니까? 소자는 어마마마의 은혜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사옵니다. 또한 어마마마께오서 소자의 종아리에 회초리를 치신 까닭을 깊이 깨우치고 있사옵니다. 윤비 헌데 어찌?! 세자 어마마마, 왕조가 생긴 이래 조정이 풍파에 휩쓸릴 때마다 무고한 종친과 지친들이 애꿏은 목숨을 잃었사옵니다. 옥하누이 역시 조정의 누군가가 소자를 음해하려던 작서의 변괴가 빌미가 되어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소자는 앞으로 조정의 정치싸움에 휩쓸려 왕실에서 피를 보는 일이 없기를 바라옵고 아바마마께 청을 드린 것이옵니다. 윤비 (세자를 보다가) 세자, 정녕 작서의 변괴를 누가 저지른 소행인지를 진위를 알고 싶소?! 세자 (놀라보는) ..예에? 하오면 어마마마께오선.. 윤비 그래요! 지난 번 이 어미가 효혜공주를 중궁전으로 불러들여 유언비어의 진위를 물었을 때 공주가 무어라 답하신 줄 아시오?! 세자,세자빈 ...?! 윤비 (보다가) ..그만 두십시다. 내 이미 유명(幽明)을 달리한 공주를 욕되게 하고 싶지는 않소이다! (일어서서 방쪽으로 나가려는데) 세자 어마마마, 누이가 무어라 답을 하시었사옵니까?! 윤비 (멈춰서서 세자를 돌아보며) 이 어미가 무슨 말을 해본들 세자가 누이를 잃은 슬픔 때문에 믿으려 들지 않을 것이니 내 지금은 말을 아끼리다 허나, 세자의 주청으로 조정이 온통 회오리에 휩싸이게 되면 세자가 얼마나 무모한 짓거리를 하였는지 깨닫게 되실게요! 그때가 되면 알려 주리다! (방밖으로 나간다) 세자 ...?! S#18 동궁전 마당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을 거느리고 동궁전에서 나와 돌아보는 얼굴 위로 윤비E 그래, 아직은.. 아직은 때가 아니야.. 아직은! 윤비, 몸을 돌려 엄상궁과 오상궁을 거느리고 간다. S#19 희빈 처소 방 안 희빈, 경대를 보며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 얼굴 위로 희빈E 전하께오서 대비마마에 뒤이어 맏따님을 잃으시었으니 얼마나 상심이 크실까?. 하긴 나로서는 잘된 일인지도 모르지. 이럴 때 전하의 마음을 위로해 드린다면 전하의 총애를 독차지 할 수도 있음이야! 호호호. 향이E (방밖에서) 마마, 윤승후관 작은안으서가마마를 뵙기를 청하옵니다. 희빈 (흠짓) ..뭐라? 난정이가? (경대를 치우며) 들라 해라 난정,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와 희빈 앞에 선다. 희빈 자네가 어인 일로 내 처소에 까지 발걸음을 하시었는가? 난정 소첩, 희빈마마께 드릴 말씀이 있어 들었사옵지요. 희빈 앉게. 난정 고맙사옵니다. (앉는데) 희빈E (경계하듯 보며) 이년이 천변만화의 요설로 사람을 홀려간을 빼먹는 재주가 있다던데 무슨 말을 하려온게지? 난정 (미소로 보며) 마마, 당랑거철(螳螂拒轍)이란 말을 아시옵니까? 희빈 당랑거철?! 난정 당랑이란 놈이 제분수도 모르고 무모하게 수레에 덤벼든다는 뜻이옵지요. 희빈 (찌푸리며) ..그런데? 난정 희빈마마, 희락당대감의 눈과 귀 노릇을 해주시는 대가로 무엇을 받기로 하시었사옵니까?! 희빈 ..뭐, 뭐라?! 난정 희락당대감이 중전마마를 찍어낸 연후에 마마를 교태전에 앉혀드린다고 약조를 하던가요?! 희빈 (당혹감에) 자, 자네 지금 무슨 망발을 하는겐가?! 난정 희빈마마! 주상전하의 괴임을 받는 총관후궁으로 남으실 것이옵니까?! 아니면 수레바퀴에 깔려 몸뚱이가 참혹하게 뭉개지는 당랑꼴이 되실 것이옵니까?! 희빈 (일그러지며) 뭣이라?! 감히 첩년 따위가 일품명부를 위협하는게냐?! 난정 말씀대로 소첩은 첩년이옵지요! 하오나 중전마마 앞에선 희빈마마도 똑같은 뒷방 후궁 처지라는 것을 어찌 모르시옵니까?! 희빈 (울그락 불그락) ...?! 난정 (노려보며) 마마, 아둔한 당랑이 되어 화를 자초하지 마시옵소서! (일어서며) 소첩의 말을 명심, 또 명심하시옵소서! 희빈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히는데) 난정 (공손하게 조아리며) 하오면 소첩은 나중에 또 들지요! (방밖으로 나가는) 희빈 (그 뒷모습을 보며) ..저..저런.. 쳐죽일 년이 있나?! 희빈E (문득) ..분명 중전이 난정이를 시켜 나를 위협하려는게 틀림없음이야! (겁이 나는 듯) 이를 어찌하지? 어찌? S#20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와 윤임, 앉아있다. 김안로 판부사대감, 궁지에 몰린 중전이 성정이 여리신 세자저하의 마음을 뒤흔들려고 들것이옵니다. 윤임 (끄덕이며) 예, 중전은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지요! 김안로 대감께오서 정부인과 함께 동궁전에 문후를 자주 드시어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중전과 난정이의 책동을 막아 주시어야 하옵니다. 윤임 예, 의당 그리해야지요! 김안로 또한 약한 바람에도 이리저리 휩쓰리는 희빈마마께오서 두길 보기를 못하시도록 철저히 다잡으시어야 할 것이옵니다. 윤임 이사람은 희빈마마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지 의문이오이다. 김안로 나중에 소용이 다하면 토사구팽 해버리면 그만이오나 지금은 아쉬운대로 우리의 눈과 귀 노릇을 잘해주고 있사오니 그리하는 게 좋사옵니다. 윤임 (끄덕이며) 음..! S#21 동 김안로 사랑채 마당 황서방, 심정집사를 데리고 방문 쪽으로 온다. 황서방 (방문 쪽에다) 대감마님, 화천군대감댁에서 사람이 왔사옵니다. 김안로 (방밖으로 나오며) 뭐라? 화천군이 사람을 보내? 심정집사 (조아리며) 저희 대감마님께오서 서찰을 전해드리라 하였사옵니다. (서찰을 두 손으로 건네면) 김안로 (서찰을 받아들고 보는) ..서찰이라? S#22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 보던 서찰을 내려놓는다. 윤임 (지켜보다가) 대감, 화천군이 무슨 서찰을 보내왔사오이까? 김안로 화천군이 이사람과 단둘이서 은밀하게 만나자고 하옵니다. 윤임 단둘이서요?! 대감, 혹시 화천군이 대감을 쥐도 새도 모르게 해꼬지 할지도 모르니 조심하시어야 할 것이오이다! 김안로 예, 화천군이 마음 속으로는 이사람의 목을 열 두번도 더 쳤을 테지요. 윤임 허면 이 서찰은 모른 척 하시지요. 김안로 (미소) 이사람도 생각이 있으니 심려 거두시지요. S#23 어느 인적이 드문 정자 위 심정, 앞에 금부도사가 서있다. (*정자 위에 방석과 바둑판이 놓여져있다) 심정 어찌되었는가? 금부도사 대감, 군사들의 배치를 마쳤사옵니다. 심정 (들고 있는 부채를 촤륵 펴며) 내가 부채를 펴들면 잡아들이게. 허나 내 명이 없이는 결코 군사를 움직여서는 아니될 것이야. 금부도사 명심하겠사옵니다! (조아리고 정자를 내려가 어딘가로 사라진다) 심정E (부채를 접으며) ..희락당이 타협하지 않겠다면 이 방도를 쓸 수밖에.. S#24 어느 길 김안로, 황서방을 거느리고 걸어와 선다. 김안로 황서방. 황서방 예. 김안로 나 혼자 갈 테니 자넨 예서 기다리게. 황서방 예, 대감마님. 김안로 (하늘을 보며) 하늘이 참으로 청명하구먼.. (휘적휘적간다) S#25 어느 인적이 드문 정자 위 심정, 초조한 표정으로 서성거리고 있는 얼굴 위로 심정E 허어, 김안로가 눈치를 챈 것인가? 김안로 (정자 쪽으로 다가오며) 화천군대감. 오래 기다리시었사옵니까? 심정 (돌아보며) 희락당대감, 어서 오시오. 김안로 (정자 위로 오르며) 대감, 이사람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오면 집으로 청하실 것이지 어찌 이리 인적이 드문 곳으로 부르시었사옵니까? 심정 오늘 일기가 좋아, 골치아픈 조정일은 잡시 접고 바람이나 쏘이며 수담 한수 나누자고 청하였소이다. 김안로 수담이요? 좋지요. 심정 (바둑판 쪽으로 자리를 권하며) 앉으십시다. 김안로 예. 심정,김안로(방석 위에 앉으며 바둑돌로 바둑판 위에 깔아놓는다- *요즘 일본식이 아니라 미리 돌을 깔고 두는 순장바둑이다-) 심정 자부이신 공주마마께오서 훙거하시어 얼마나 망극하시오이까? 김안로E 네놈이 편전에 들어 공주께오서 작서의 변괴에 연루되신 일을 고한 일을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김안로 인명은 재천이라 하였사오니 어찌하겠사옵니까? 그보다는 자제분께오서 익명서에 연루되시어 금부에 하옥되시었다니 참으로 안타깝사옵니다. 심정E 암, 네놈의 간을 내어 씹어도 분이 풀리지가 않을게다! 심정 자식놈이 불민한 탓인걸 누굴 탓하겠소이까? 김안로 시절이 하수상하니 자식둔 아비들 심정이야 누군들 애가 타지 않겠사옵니까? 이사람은 자식을 구명할 수 있다면 사직이라도 할 것이옵니다. (한수 두는데) .. 심정E (흠짓 보며) 사직?! 지금 이자가 내게 사직을 종용하는 것인가?! 김안로 두시지요. 심정 (돌을 통 속에 넣으며) ..졌소이다. 김안로 예에? 아니 놓기도 전에돌을 거두시다니요? 심정 희락당대감, 내게 뇌물명부를 건네주시오! 허면 내 자식놈이 익명서를 쓴 범인이라 자복을 시키겠소이다! 김안로 허어, 대감께오선 자식 목숨보다 조정에 남으시는 것이 더 중하시단 말씀이옵니까?! 심정 어차피 내가 죽으면 가문이 멸문지화가 될 터인데 자식 놈을 잃더라도 가문은 살려야지요! 김안로 (보는) ...?! 심정 (노려보며) 허나, 대감이내 청을 들어주지 않겠다면 이 사람도 그냥은 죽지 않을 것이외다! 김안로 대감, 지금 이사람을 위협하시는 것이옵니까?! 심정 내 자식놈 목숨과 뇌물명부를 바꾸자는 것이오! 김안로 화천군대감, 참으로 비정한 부정(父情)이시옵니다. 심정 자식놈 목숨 하나 버려서 온 조정이 평안해진다면 대감도 그리하시었을게요! 김안로 (보는) ...! 심정 (팽팽하게 맞쏘아보는) 어찌 하시겠소?! 이사람과 거래를 하시겠소?! 김안로 이사람, 수담도 끝났으니 이만 돌아가겠사옵니다.(일어서는데) 심정 (쫓아 일어서며) 희락당대감 어찌 답을 안하시는게요?! 김안로 (돌아보며) 산중에 두 마리 호랑이가 있을 수는 없지요! 심정 뭐, 뭐라?! 허면...?! 김안로 (정자를 내려가는데) 심정 ..저, 저놈이?! (부채를 집어들고 금부도사 쪽을 향해 펼쳐드려는데) 한중보 E희락당대감! 심정 (소리나는 쪽을 돌아보면)? 한중보, 말을 탄 채 도총부 군사들을 거느리고 온다. 김안로 도총관대감! 내 마침 화천군 대감과 수담이 끝나 돌아가려던 참인데 잘오시었소이다. 한중보 (말에서 내리며) 가시지요. 김안로 그리하십시다. (심정을 돌아보며) ..화천군대감, 나중에 또 뵈옵지요. (한중보와 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나란히 간다) 심정 (낭패한) ...?! S#26 어느 길 김안로, 한중보와 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걸어온다. 한중보 대감, 위급하실 뻔 하시었사옵니다. 대감께서 예측하신 대로 근처에 금부군사들이 매복하여 있었사옵니다. 김안로 허허, 도총관대감께오서 이사람의 목숨을 살리시었소이다. 한중보 이사람은 대감께오서 분부하신 대로 따른 것 뿐인 것을요 헌데 화천군을 내버려두실 것이옵니까?! 김안로 화천군의 속내를 분명히 알았으니 명줄을 끊어 놓아야지요! S#27 옥매향 기방 마당 난정, 당의를 입은 채 모린을 거느리고 중문 안으로 들어선다. 정렴 (난정에게 다가오며) 난정아, 네 종질이란 사람이 널 한참동안 기다렸다. 난정 (영문 몰라) ..종질? 종질이라니? 정렴 아랫방에 들였으니 어서 들어가봐. 난정 (갸웃하며 아랫방 쪽을 보다가 방문 쪽으로 걸어간다) S#28 동 옥매향 아래채 방 안 난정, 방 안으로 들어오면 윤춘년, 정좌를 하고 있다가 급하게 일어선다. 윤춘년 (조아리며) 이제 오시옵니까?! 난정 (윤춘년을 경계하듯 보며 보료 위에 앉는) ..처음 뵙는 분 같은데 뉘시온지요? 윤춘년 절부터 받으시지요, 당숙모님! (넙쭉 큰 절을 올리는) 난정 (당혹스러워 보는) ..당숙모라니요?! 윤춘년 (넉살좋게 웃으며) 윤춘년이라 하옵니다. 시생의 아비와 언평당숙께오선 사촌형제간이시옵지요! 하오니 시생의 당숙모가 되시는 것이옵지요. 난정 ..허나, 이사람은 승후관나으리의.. 윤춘년 예, 당숙모님께오선 당숙어른의 부실이 되시옵지요! 난정 헌데 어찌 이사람을 당숙모라 공대하시는게요? 윤춘년 당숙모님께오서 비록 부실이시긴 하오나 언평당숙께오서 조강지처로 여기신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옵고 또한 중전마마께오서 당의까지 내려주시어 궐내를 무상으로 출입하실 만큼 중전마마의 괴임을 받으시고 계시오니 당연한 일이지요! 난정 (싫지 않은) 호호호, 집에 계신 정실께오서 아시면 경을 치실 테니 행여 어디 가서 그런 말씀 마시오. 윤춘년 (굳으며) 그분은 중전마마와 우리 윤씨가문을 노리는 김안로의 조카분 아니시옵니까?! 아무리 출가외인이라고는 하오나 정적의 핏줄을 믿을 수는 없지요! 아니 그렇사옵니까, 당숙모님? 난정E (새삼스럽게 보는) ..네 제법 세상 이치를 깨친 듯 싶구나. 윤춘년 (조아리며) 당숙모님, 이 조카가 당숙어른과 당숙모님의 칼이 되어드릴 것이오니 거두어 주시옵소서. 난정 (보는) ...?! S#29 윤원형집 초당 외경 배천댁이 서있는 모습 위로 윤원형E 부인 그 무슨 말씀이시오?! 공주마마의 문상을 가시자니요?! 배천댁 (방쪽을 돌아보는) ...?! S#30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윤원형과 김씨, 마주앉아 있다. 김씨 연성위는 소첩의 사촌이 되옵니다. 공주마마께오서 망극한 일을 당하시었사오니 마땅히 찾아 뵈옵는 게 도리가 아닐런지요? 윤원형 (휙- 돌아앉으며) 가시려거든 부인께서나 다녀오시구려! 김씨 서방님, 비록 소첩의 숙부님과 조정일로 반목하시고 계신다 할 지라도 사람의 도리는 다하시어야지요! 윤원형 (휙-돌아보며)사람의 도리요! 김씨 ..송구하옵니다. 윤원형 사람의 도리를 하시려거든 부인께서나 실컷 하시구려. 이 사람은 가문을 위협하는 자한테는 인륜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없소이다! (벌떡 일어나방밖으로 나간다) 김씨 ... S#31 동 윤원형 중문 앞 마당 윤지임, 삼이의 부축을 받듯이 걷고 있다. 윤지임 삼아, 아무리 서출일지라도 사람의 도리를 알아야 사람으로 태어난 보람이 있는게다. 내 말뜻을 알겠느냐? 삼이 ...예, 대감마님.. 윤지임 암, 그래야지.. 그래야 하고 말고 윤원형 (씩씩대며 중문 밖으로 나오는) 윤지임 원형아, 네 어딜 가는 게냐?! 윤원형 소자, 바람 좀 쏘이고 오겠사옵니다. (조아리고 급하게 대문 쪽으로 간다) 윤지임 ...? S#32 당추 암자 법당 안 팎 당추, 염주를 굴리고 있고 용이, 부처님 앞에 절을 올리고 있는데 노승E (누마루 계단 쪽에서) 땡초야-땡초야- 당추 (눈을 뜨고 반가운 표정으로 돌아보는) ..?! S#33 동 당추 암자 마당 노승, 계단 위에 서있는데 당추, 법당에서 급하게 나와 다가온다. 당추 (합장인사를 하며) 들렀다 가시었다는 말씀은 들었사옵니다. 노승 오냐, 이놈아, 너 때문에 괜히 헛걸음질만 했다. 당추 (미소) 용아, 큰스님께 인사올리거라. 용이 (합장인사 하며) 용이라 하옵니다. 노승 고 놈 꼭 밤톨처럼 생겼구나. 당추 하하, 스님, 방으로 드시지요. 당추와 노승, 방쪽으로 가면 용이,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S#34 동 당추 암자 방 안 당추, 놀란 눈으로 노승을 보며 말한다. 당추 예에, 매향이가 머리를 깎았사옵니까? 노승 그래, 기생보다는 비구니가 될 사람이었다. 당추 음..! 하온데 스님께오서 임선비에게 써주신 괴마가 대체 무슨 뜻이옵니까? 노승 괴마?!.. 땡초야 그 뜻을 알고 싶으냐? 당추 예, 스님. 노승 하하하- S#35 갖바치 방 안 갖바치, "槐馬"라고 쓰인 글귀를 내려다 보고 있다. 그 옆에서 임백령과 방백인, 당골네가 갖바치를 주시하는데 갖바치 ..주례(周禮)에 보면 면삼괴 (面三槐) 삼공위언(三公位焉) 이란 글귀가 있지요. 세 명의 정승이 세 그루의 회화나무를 향해서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는 뜻으로 괴라는 글자는 정승의 지위를 뜻하는 것이옵니다. 당골네 (감탄한 듯 보는) ..역시 갖바치 어른께오서 다르긴 다르시네?! 방백인 허면 임선비께오서 정승반열에 오르신다는 뜻이 아니옵니까? 갖바치 글의 뜻이 그렇다는 말일세.. 임백령 하오면 말 마(馬)는 무슨 뜻 일까요? 당골네 정승반열에 오르시어 말을 타신다는 뜻이겠지요. 아니 그렇소, 임자? 방백인 내 생각에도 여편네 풀이가 그럴 듯 하구먼.. 당골네 임선비나으리, 감축드리옵니다. 임선비 (한숨) ..내 아무리 정승반열에 오른들 매향이가 없으면 무슨 보람이 있겠소.. 갖바치 ... 김안로E (방밖에서) 주인 있는가?! 갖바치 (움찔) ...?! 당골네 (방문 쪽을 보며) 손님이 오시었나보네? 갖바치 아무도 방밖으로 나오지 말게. 방백인,당골네 예에? 갖바치 내 시키는 대로 하게.(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일동 (서로의 얼굴을 보며) ...? S#36 동 갖바치 마당 김안로, 황서방을 거느리고 서있는데 갖바치, 댓돌 위로 내려선다. 갖바치 어찌 이놈을 찾아 오시었사옵니까? 이놈 목숨을 가져가려 오시었사옵니까? 김안로 (미소) 그럴 리가 있나? 내 지나다 묻고 싶은 것이 있어 잠시 들렀네. 자네 목숨 대신 답을 들으면 아니되겠나? 갖바치 ...하문 하시지요. 김안로 이나라 종사와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하려는 자가 지녀야 할 덕목이 어떠해야 하는지 말해 주게! 갖바치 ..진정 듣고 싶사옵니까? 김안로 암, 여부가 있겠나? 갖바치 ..총명하고도 경망치 않고, 고상하되 거만치 아니하며, 있고도 없는 것 같이 하고, 차고도 빈 것 같이 하는 자가 참된 사대부라고 할 수 있사옵니다! 김안로 (끄덕이며 듣다가) ..과연 은둔군자라 불릴만 하구먼.. 이 나라 조정에 그만한 덕목을 지닌 자가 있을까? 갖바치 희락당대감께오서 이 모든 것을 갖추고 계시지요. 김안로 내가? 과찬일세 그려. 갖바치 하오나 아무리 연륜과 식견이 뛰어난 사대부라도 사람이 사람의 도리를 알지 못하면 사람잡는 백정이 될 뿐이옵니다. 김안로 뭐라? 사람백정?! 갖바치 예, 이놈이 갖바치백정이라면 대감께오선 사람백정이시옵지요! 김안로 (일그러지는) 아, 아니 이놈이?! S#37 동 갖바치 방 안 당골네와 방백인, 방문 틈에 구멍을 뚫고 내다보며 안절부절 하고 있다. 당골네 아니, 갖바치어른께오서 목숨이 몇 개 이시길래 저러신담? 방백인 조용해! 여편네야! (눈을 방문에 바짝 붙이는) 임백령 ...! S#38 동 갖바치 마당 김안로, 당장 호통이라도 칠 듯 갖바치를 노려보는데 윤원형 (뒷편에서 들어오며) 희락당 대감! 김안로 (돌아보며) 아니 자네가 어찌 여길?! 윤원형 (갖바치를 막아서서 노려보며) 갖바치선생께서는 내 스승이시오! 대감께서 내 스승에게 터럭만큼 손끝이라도 댄다면 내 가만 있지 않을 것이오! 김안로 (노려보다가) ..언평, 자네도 출사를 하고 싶으면 이자와 인연을 끊게! 윤원형 대감이 무엇이시관대 사제간의 연을 끊으라는 망발을 하시는게요?! 김안로 정치를 하려면 흙탕물에 몸을 담궈야 하는걸세. 헌데 어찌 흙탕물과 개똥을 피해가는 갖신이나 짓는 갖바치가 정치를 알겠나?! 윤원형 ..뭬, 뭬요?! 김안로 (갖바치를 노려보며) 내 자네 목숨을 두 번 살려 주었으나 세 번째는 용납지 않을 것이야! 가세, 황서방. (몸을 휙- 돌려 대문 밖으로 나간다) 윤원형 아, 아니 저자가..?! 갖바치 (껄껄 웃어대는) 하하하! 당골네,방백인 (방문을 열고 빼꼼 내다보며) ...? 윤원형 (갖바치를 보며) ...? S#39 심정 사랑채 방 안 심정 앞에 김극핍과 이항, 이유청과 판서급대신들(*), 그리고 박희량이 앉아있다. 김극핍 화천군대감, 희락당과 담판을 지으러 가시었던 일은 어찌되었소이까?! 심정 (굳은) ..담판은 깨졌소이다! 일동 (웅성거리는)...?! 이항 허면 앞으로 김안로와 타협의 여지가 없단 말씀이옵니까?! 심정 그렇소이다! 누가 죽든 죽을 수 밖에요! 김극핍 허어, 그러면 어찌되는겝니까?! 조정의 대소신료들이 희락당 쪽으로 돌아서고 있는 판국인데 김안로가 칼자루를 쥐고 있으니 우리에겐 승산이 없는 것 아니옵니까?! 심정 아주 방도가 없는 것은 아니오이다! 이항 방도라니요, 무슨요?! 효혜공주께오서 훙서하시어 김안로가 작서의 변괴의 배후라는 증좌가 인멸되지 않았사옵니까?! 심정 김안로가 변괴의 배후라는 것을 입증할 또 한 사람이있소이다! 김극핍 대감, 그게 누구이오이까?! 심정 중전마마의 오라비 윤승후관의 첩실이올시다! 일동 (놀라) 예에? 심정 난정이를 문초하여 이실직고하게 만든다면 김안로를 잡을 수 있을 것이오이다! 이항 허,허나.. 어찌 중전마마께오서 아끼시는 지친을..?! 심정 예, 중전께는 황공한 일이나 우리가 살려면 그 길 밖에는 없소이다. 박희량E (놀라 보는) ..나, 난정이 를 문초한다?! 난정이를?! S#40 김안로집 대문 앞 길 김안로, 황서방을 거느리고 대문 쪽으로 걸어오는 얼굴 위로 김안로E 갖바치, 그 놈이 윤원형이의 스승이라면 난정이와도 모종의 연관이 있을 게 틀림 없음이야.. 내 갖바치를 그 놈을 가만히 놔둘 수는 없어! 박희량 (김안로 쪽으로 급하게 뛰어오며) 희락당대감! 희락당대감! 김안로 (돌아보며) 박제학, 무슨 일인가? 박희량 (멈춰 서며) 화천군이 조정신료들을 이끌고 입궐하여 편전에 든다 하옵니다. 김안로 (냉소) ..내 화천군 따위가 편전에 든다 하여 무에가 두려울까?! 박희량 화천군이 정난정이를 문초하라는 주청을 드릴 것이라 하옵니다! 김안로 (흠짓 놀라) 뭐, 뭐라, 난정이를?! S#41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정광필과 윤은보가 앉아있다.(윗목에 강찬과 박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영의정, 심사순이 익명서사건의 죄를 토설하였소? 정광필 신이 엄중히 문초하였사오나 아직은 죄인이 자복치 않았사옵니다. 중종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배후를 색출해야 할 것이오! 정광필 그리하겠사옵니다. 윤은보 ... S#42 동 편전 복도 심정과 김극핍, 이항과 이유청(*)과 판서급대신들이 방문 쪽으로 몰려온다. 심정 (대전내관에게) 전하께 고하여 주시게. 대전내관 예.. (방문 쪽에다) 주상전하 화천군대감과 신료분들이 면대를 청하고 있사옵니다. S#43 동 편전 방 안 중종 (못마땅한) 화천군이 또 무슨 일로 면대를 청한단 말인가?! 정광필,윤은보 ... 중종 들라 하라! 대전내관E (방밖에서) 예.. 심정 (방문이 열리면 비장한 표정으로 신료들과 방안으로 들어서서 조아리는) 중종 화천군, 무슨 일로 편전에 드시었소?! 심정 (비장하게 보는) ...! 중종 화천군의 자제인 심사순을 방면하여 달라는 주청이라면 물러가시오! 과인은 복성군까지 사사하였소! 헌데 화천군은 어찌 사사로운 정 때문에 조정공사를 망치려드는 것이오?! 심정 전하, 신의 자식에게 죄가 있다면 백 번, 천 번이고 참수를 하시옵소서! 중종 (흠짓 보며) ...?! 심정 신은 전하께 희락당이 작서의 변괴에 범인임을 확증을 보이고자 들었사옵니다. 중종 뭐, 뭣이라?! 확증이라니? 그게 무엇인가?! 심정 전하, 중전마마의 오라비 윤승후관의 첩실인 정난정을 잡아들여 문초하시오면 희락당의 죄상이 백일하에 밝혀질 것이옵니다! 중종 (놀라 보며) ..난정이를 문초하라?! 심정 (비장한) 예, 전하! 작서의 변괴는 김안로가 조카사위인 윤원형의 첩실, 정난정이를 사주하여 벌인 일이옵니다! 중종 (분노를 누르며 보는) 화천군, 지금 그 말에 책임을 지겠는가?! 심정 신의 말에 추호의 거짓이라도 있다면 전하께오서 신에게 삼족을 멸하시옵고 가문이 문을 닫는다 하올 지라도 그 죄를 달게 받겠사옵니다! 중종 경들도 화천군의 맹세를 들었는가?! 일동 ...! 중종 도승지는 들으라! 강찬 예, 전하! 중종 당장, 정난정이를 잡아들이도록 하라! 과인이 친히 국문할 것이다! 강찬 예. (박승지와 함께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 (다짐받듯) 화천군의 말이 거짓이라면 과인이 이번 만큼은 화천군을 용납지 않을 것이오! 심정 신의 목숨을 전하께 맡기겠사옵니다! S#44 중궁전 방 안 윤비, 창빈과 찻상을 놓고 마주앉아 있다가 방문 앞에 서있는 엄상궁을 보며 말한다. 윤비 (분기탱천하여 연상을 쾅치며) 뭐라?! 화천군이 어쩌고 어찌해?! 엄상궁,오상궁 (윤비의 서슬에 움츠려드는) ...! 윤비 화천군이 제놈 살 구멍을 뚫기 위해 내게 등을 돌리고 난정이를 문초하라는 주청을 들였단 말이냐?! 창빈 ...?! 윤비 엄상궁, 당장 편전으로 들 채비를 하게! 내 화천군이 내 앞에서도 그런 주청을 드릴 수 있는지 똑똑히 볼 것이야! (일어서는데) 창빈 (급하게 윤비를 막아서며) 중전마마, 고정하시옵소서! 중전마마께오서 나서실 자리가 아닌 듯 싶사옵니다. 윤비 창빈, 비켜서게! 창빈 중전마마, 아니되시옵니다! 아니되시옵니다! 우선은 자초지종을 상세히 알아보신 연후에 편전으로 드시옵소서! 윤비 (분기를 누르며) ..그래, 창빈의 말이 옳은 듯 싶구먼..(자리에 앉는) .. 창빈 마마, 고맙사옵니다, 고맙사옵니다! 윤비 엄상궁, 당장 난정이를 불러들이게! 엄상궁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자기 다짐하듯) 내 교태전 자리를 걸고 난정이를 지켜줄 것이야! S#45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 고려청자를 감탄한 듯 보고 있다. 그 앞에 백치수가 앉아있고 송서방이 서있다. 장대인 과연, 고려상감의 섬세함에 감탄이 절로 나는 듯 싶소! 백치수 대갓댁에서 나온 물건일세. 장대인 백도주, 헌데 이 귀한 물건을 어찌 내게 주는 것이오? 백치수 허허.. 인정으로 생각하게 받게나. 장대인 인정으로 생각하라! (청자를 보다가 툭 바닥에 떨군다) 와장창- 깨지는 청자. 송서방,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는데 백치수 (놀라) ..아, 아니.. 자네 어쩌자고?! 장대인 귀하고 아끼는 물건일수록 손때가 묻을까봐 상전처럼 떠받들게 되는 법이지요! 내게 이따위 상전노릇할 물건은 소용이 없으니 깨뜨려버릴 밖에요! (송서방) 송서방 사금파리들을 치워버리게! 송서방 예, 어르신.(청자 조각을 치우는) .. 백치수 ...?! 장대인E (찻잔을 들며) 난정이와 백도주 네놈도 깨진 사금파리 신세가 될 것이다. S#46 편전 마당 김안로와 박희량이 서있는데 윤임과 장순손, 김제학, 한중보, 허항, 채무택, 윤원로가 급하게 다가온다. (*김안로 손에 치부책 비단보가 들려있다) 윤임 희락당대감, 화천군이 난정이를 문초하라는 주청을 드렸다지요?! 김안로 예, 우리도 급히 편전에 들어야 하옵니다! (한중보를 보며) 도총관대감을 만일을 대비하여 도총부군사들로 대궐을 경계토록 해주시지요! 한중보 그리하겠사옵니다.(급히 어디론가 가는) 김안로 박제학은 삼사의 대간들을 입궐하라는 기별을 넣게나! 박희량 예. (어디론가 급히 간다) 김안로 (김제학을 보며) 영감과 두분께오선 만일을 대비하여 우리를 따르는 조정신료들을 빈청에 들라 기별을 넣어 주시지요! 김제학 예. (허항, 채무택을 보며) 가십시다. 허항,채무택 예! (김제학과 어딘가로 간다) 김안로 판부사대감과 나머지 분들은 이사람과 편전으로 드시지요 (급히 앞장서서 가면) 윤임,장순손 (그뒤를 따르는데) 윤원로 (그 뒤를 쫓으며) 하온데 대감, 어찌 화천군이 원형이의 첩년을 발고한 것이옵니까?! 장순손 이사람아, 편전에 들면 알게 될 터이니 잠자코 따르게. 윤원로 (허둥지둥 장순손의 뒤를 쫓는다) S#47 편전 마당 김안로와 윤임, 장순손과 윤원로가 합문 안으로 급하게 들어와 계단을 올라 편전으로 들어가는 모습 위로 대전내관E 주상전하, 희락당대감과 판부사대감 들었사옵니다. S#48 동 편전 마당 중종 앞에 김안로(*손에 치부책 비단보를 쥔 채)가 앉는다. 윤임과 장순손, 윤원로가 말석에 앉으면 심정일파가 못마땅하게 본다. 중종 희락당대감, 마침 잘드시었소. 화천군대감이 대감께서 정난정을 사주하여 작서의 변괴를 저질렀다고 고하였는데 그게 참인가?! 김안로 전하, 그런 일은 결코 없었사옵니다! 중종 희락당대감도 스스로 결백하다는 것에 목숨을 걸겠는가? 김안로 예, 천 번, 만 번이라도 걸겠사옵니다! (심정을 휙- 노려보며) 화천군, 어찌 구차한 목숨을 건지자고 더러운 모해를 하는 것이오이까?! 심정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희락당, 누가 누구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것이오?! 이사람이 결백한 것은 하늘이 아시고 계시오이다! 윤임 화천군, 그 입 다무시오! 화천군 때문에 효혜공주께오서 망극한 일을 당하시었거늘 어찌 또다시 사특한 간계로 왕실과 조정을 피로 물들이시려는게요?! 김극핍 판부사, 윤판관 세자저하의 외숙되시는 분들께오서 어찌 희락당같은 소인배의 선봉에 서시려는겝니까?! 윤임 뭐, 뭐라?! 윤원로 소인배라니요?! 아니 누가 소인배란 말씀이오이까?! 이항 소인배지요! 양시론이란게 사대부가 내뱉은 주장이란 말이오이까?! 일동 (서로가 서로에게 으르렁거리는데) 정광필,윤은보 (눈을 감아버리는) 중종 (연상을 쾅-쾅 치며) 그만, 그만들 하라! 일동 (찔끔) ... 중종 정난정을 잡아들이라 명하였으니 국문을 하면 누가 죄인이고 누가 결백한 지가 밝혀질 것이오! 일동 ...! S#49 옥매향 기방 후원 난정, 연못물을 바라보고 있는 얼굴 위로 난정E 어찌하면 중전마마를 지켜드릴 수 있을까?.. 내 차라리 희락당과 야합하여 작서를 매단 일을 주상전하의 용안 앞에서 자복한다면?(저으며) ..아니 돼.. 그리 해본들 중전마마께오서도 의심을 면치 못하실 게야.. 어찌한다? 어찌? 심퉁E (중문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왜들 이러셔유?! 난정 (중문 쪽을 돌아보는데) ..? 금부도사, 군사들을 거느리고 중문 안으로 들어온다. 금부도사 저년이 정난정이다! 잡아라! 군사들 (난정 쪽으로 달려들어 난정을 붙잡는다) 난정 (몸부림 치며) 왜들 이러는게요?! 금부도사 정난정, 너를 잡아들이라는 어명이 계시었다?! 난정 (놀라) 어명?! 난정, 금부도사를 놀란 눈으로 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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