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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포왕


1.몽타주
2.서대문서 강력팀 / 아침
홍대 앞 풍경
클럽데이에 줄을 길게 선 사람들의 행렬.
클럽 안 요란한 음악에 춤을 추는 사람들.
클럽 안에서 은밀하게 거래되는 신종마약들.
신촌 풍경
그에 반해 술 취한 취객들만이 가득한 올드한 느낌의 신촌.
호객행위를 하는 삐끼들의 모습들.
상암동
신식 건물이 즐비한 상암동 주변
아현동
대부분 재개발 지역인 아현동의 황량한 벌판.
: 조형사(v.o) 아무래도 요즘은 신촌보다는 홍대 쪽이 대세 아닙니까.
마, 90년대엔 신촌의 락카페가 주름을 잡았는데,
이제는 클럽이라고... 홍대에 클럽이 50여개가 넘는데,
클럽데인가 하는 날엔 홍대앞이 미어 터져 붑니다.
젊은아들뿐만 아니라 교포들 미군들이 있다보니
자연스레 엑스터시 같은 신종마약 사범들도 많이 늘었고요.
그리고 서대문 쪽은 지금이사 재개발이다 뭐다 하며
온통 황무진데 마포 상암동엔 월드컵 경기장이면 됐지,
무슨 IT, CT 다 하면서 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몽타쥬의 마지막 실제 장소가 지도 이미지로 바뀌면,
형사과장이 서대문구와 마포구의 관내 차트 지도를 펼쳐 놓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이용갑 CT는 또 뭐야? 건물이 무슨 암이라도 걸렸어?
이용갑 옆에 있던 한 젊은 간부가 한마디 한다.
: 형사과장 컬쳐 테크놀러지, 문화 기술이라고 하는 겁니다.
형사과장의 지적에 무안해진 이용갑 서장. 말을 돌리는데,

: 이용갑요즘 연대생들은 정치의식도 없어?
전엔 툭하면 신촌에서 모이고 그랬잖아?

형사과장, 차트를 넘기면 연대 앞 시위장면 사진과 광화문 촛불시위 사진이 보인다.
: 조형사 데모는 또 요즘 광화문, 시청 쪽이 대셉니다.
촛불집회 한창일 때, 종로서가 일 년치 검거실적을
한꺼번에 올렸다는...
이때 갑자기 분위기를 깨는 요란한 소리. ‘땡그렁 땡, 땡...’
의찬이 문을 열고 들어서다, 입구에 쌓아 둔 빈 그릇을 발로 걷어차 버렸다.
바닥으로 흩어진 잔반 찌꺼기들. 그리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을 나뒹구는 빈 밥공기.
그걸 보고는 헛구역질이 나오는 의찬. 입으로 뭔가 나오려다가 꿀꺽 삼킨다.

: 의 찬빈 그릇이 왜 여기 있어. 서장실이 어디...
아니 그보다 걸레부터 좀...
(다시 발끈) 경찰서 치안상태가 왜 이 모양이야
!
여기가 아무나 불쑥불쑥 들어오는 데야?!
: 이용갑

그리고 당신! 서장을 찾는 거야, 걸레를 찾는 거야?
경찰서장이 걸레만도 못해! 대체 뭐하러 온 사람이야?
: 의 찬 출근하러 온 사람인데요.
모두들 뜨악한 얼굴로 다시 한 번 그의 행색을 훑어보기 시작한다.
: 의 찬 2010년 10월 1일부로 서대문 경찰서
강력 3팀장으로 발령받은 정의찬입니다. 충성!
(다시 헛구역질) 어제, 여청계 환송회 땜에...
이용갑, 한심한 듯 형사과장을 바라보자,

: 형사과장
: 이용갑
24기랍니다.
(한 숨 쉬며) 요즘 경찰대는 커트라인이 많이 낮아졌나 보지?

그 순간, 급히 뛰어오는 김형사.
: 김형사 상황 발생. 청도파 애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답니다.
우르르 나가는 형사들.
: 이용갑 너 안 나가니?
서장의 말에 우물쭈물하다 밖으로 나가는 의찬. 또 다시 그릇에 걸려 넘어진다.
그 모습을 한심스럽게 쳐다보는 이용갑.
3.청도유통 창고 앞 / 낮
4.맞은편 빌딩 옥상 <서대문팀> / 낮
5.빌딩 맞은편 빌딩 옥상 <마포팀> / 낮
쌍안경 시점.
탑차 한 대가 도착하자 일사천리로 움직이는 조직원들.
탑차에서 하얀 포대를 꺼내 컨테이너로 운반한다.
서대문서 조형사가 쌍안경을 통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쌍안경을 의찬에게 넘기며 말을 거는 조형사.

: 조형사
: 의 찬
물건이 도착했나본데...
무슨 물건요?

정의찬 일행이 있는 곳보다 더 높은 곳.
망원경으로 서대문서 형사들을 감시하고 있는 재성.
옆에는 헤드폰을 끼고, 기계로 뭔가의 얘기를 엿듣고 있는 신형사.

: 재 성
: 송형사
: 재 성
: 송형사
(망원경 속 정의찬을 보며) 저 추리닝은 뭐야?
서대문서 신삥 팀장이겠죠. 이번엔 얼마나 갈려나.
(가소로운 듯) 운동하러 나온거야, 담밸 사러 나온거야?
(비웃으며) 쟤들 하는 게 다 그렇지 말입니다.

이때, 헤드폰을 벗으며 재성에게 보고하는 신형사.

: 신형사
: 재 성
도리도리 랍니다.
오케이. 장사하자.


6.맞은편 빌딩 옥상 <서대문팀> / 낮
서대문서 형사 쪽. 의찬에게 계속해서 설명해주는 조형사.

: 조형사마른 고추를 수입한다고 해놓고 그 안에 엑스터시
알약을 넣어부렀어..

장장 6개월에 걸친 수사, 서대문서의 야심작.
의찬을 기분 나쁘게 쳐다보며 쌍안경을 건네준다.
: 조형사 무임승차나 하고 말이야. 나중에 한 턱 내슈.
조형사가 건네준 쌍안경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의찬.
의찬, 조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짐을 나르는 광경을 쳐다본다.
그 순간, 망원경으로 보이는 쇠파이프를 들고 조직원들을 공격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
빠른 몸놀림으로 조직원들을 제압한다.
: 의 찬 저기 싸움 났는데요?
조형사, 의찬의 망원경을 가져가서는 천천히 지켜보면서,

: 조형사밥그릇 싸움 하는 거예요? 홍대 쪽이 워낙 뜨니까,
구역 다툼 허는 거지.

(망원경을 보다가 당황하며) 아니, 쟤들 언제 저기 간 거야.
조형사의 망원경에 잡힌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신형사,
그리고 그 모습을 팔짱을 끼고 바라보는 재성.
7.청도유통 창고 안 / 낮
쇠파이프를 쥔 형사들과 맨손의 조직원의 모습.
차림으로 보나 흉기로 보나 형사 쪽이 조폭 같고 조직원이 형사 같다.
마포서 형사들이 조직원들을 수, 실력 면에서 압도적이다.
형사들의 쇠파이프에 나가떨어지는 조직원들의 모습.
이 때, 두목으로 보이는 사람(조태복)이 현장을 벗어나 도망간다.
신형사가 그 모습을 보고 여유 있게 따라 나간다.
코너를 돌아 나온 조태복 앞에 차키가 꽂혀있는 빈차가 보인다.

급히 차에 올라탄 조태복 차를 출발시키면, 간발의 차로 신형사가 도착한다.
: 신형사 (무전으로) 물건 포장했습니다.
8.청도유통 창고 앞 / 낮
9.카체이싱 몽타주
뒤늦게 창고에 도착한 서대문 정의찬 일행이 차를 타고 도주하는 두목 조태복을
본다. 서대문 형사들도 조태복을 쫓아 차에 올라타고, 재성은 이미 차에서 대기
중 이던 송형사의 손짓에 승합차에 올라탄다. 의찬을 비롯한 서대문 형사들도
차에 올라타며 추격이 시작된다.
: 조형사 저 놈 조태복 맞지? 따라붙어.
골목으로 따라 들어가는 의찬 차. 그제서 나온 신형사, 골목을 보면서 무전을 친다.
철길 옆 도로
알 수 없는 배경을 달리고 있는 차 안. 무전 소리가 들린다.
: 신형사(O.S) 사리 하나 따라 붙었습니다.
: 재 성 뭐, 하나 정도야... 유모차 준비하라고 그래.
도로
골목을 빠져나오는 조태복 차량. 한적한 도로. 좌회전을 한다.
하지만 저 앞에서 패트롤카 두 대가 역주행 해 온다.
조태복, 급히 차를 유턴 시킨다.
패트롤카 따라 간다.
뒤늦게 골목에서 빠져나온 의찬 차 그 뒤를 따라 붙는다.
길의 끝 삼거리. 또 다른 패트롤카가 오른쪽에서 들어온다.
조태복 차는 좌회전해서 철길 옆 도로로 접어든다.
철길 옆 도로

: 의 찬
: 조형사
: 의 찬
: 조형사
(패트롤카들을 보며) 오옷 지원팀! 제 때 도착했네.
(심란한 표정) 저 놈들은 아군이 아닙니다.
네?
저 잡것. 마포 구렁이들이지.


: 의 찬
: 조형사
마포 구렁이들? 경찰이 아니고요?
(흥분하며) 경찰이 아니라 강도라니까. 강도.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가 남의 물건 채가는 날강도.

패트롤카마다 ‘마포’라고 붙어있다.

: 조형사니놈들이 뭔 꿍꿍인지 몰라도, 여기는 서대문 관할이다.
마포로는 갈 방법이 없다 이거야.

조형사 따라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의찬.
옆으로는 철길이 길게 이어져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는 의찬.
패트롤카들이 조태복 차를 에워싸서 진행하는데, 마치 호위하는 것처럼 보인다.
의찬 차가 조태복 차로 진입을 시도하나, 마포 패트롤카에 막혀 실패하고 뒤로
처진다.
주변의 눈치를 살피는 조태복, 앞에 길 전체를 가로막는 바리케이트가 눈에 띈다.
왼쪽으로 돌아나가려 하나 패트롤카가 가로막는다.
추돌을 피하려 어쩔 수 없이 급브레이크 제동을 하는 조태복. 여유 있게 주변을
에워싼 패트롤카들.
차에서 내린 조태복, 도로 옆 좁은 지하터널로 도주한다.
패트롤카에서도 경찰들이 내려 따라붙는다.
승용차 안에서. 조태복이 지하터널 안으로 도망가는 모습을 보는 의찬과 조형사.

: 조형사그쪽은 안 돼. 태복아! 우리가 널 얼마나 아꼈는데!
(차를 터널 쪽으로 꺾으며) 그대로 질러버려!
네에? 안 돼요. 스톱 스톱!
여청계에선 어떻게 하셨는진 몰라도
강력계서 내 길이 다 일방이요.
: 의 찬
: 조형사

의찬 차, 과감하게 승용차를 탄 채로 지하보도를 향해 질주한다.
움찔하는 마포서 경찰들. 그들을 제치고 지하보도 입구를 박아버리는 의찬 차.
지하보도 안으로 간신히 들어가는 의찬과 조형사의 승용차
지하보도 안 / 낮
젊은 여성, 이어폰으로 된 무전으로 작전을 지시 받으며 유모차를 끌고 반대편
지하보도로 들어간다. 지하보도를 뛰는 조태복.
그 뒤를 쫓는 조형사와 의찬의 승용차.

거의 조태복의 뒤에 다다른 조형사와 의찬의 승용차.
사력을 다해 달리는 조태복과 다 잡았다 싶은 표정의 의찬과 조형사.
이때, 맞은편에서 젊은 여성 한명이 유모차를 밀고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깜짝 놀라는 의찬과 조형사, 급정거하며 아슬아슬하게 유모차 앞에서 정지한다.
네비게이션에서 나오는 멘트.
: 네비게이션 더불어 잘사는 복지구 마포입니다.
: 조형사 환장하것네.
그 모습을 보고 더욱 힘차게 달아나는 조태복.
벽과 차문 사이의 좁은 틈을 힘겹게 빠져나와 조태복을 뒤쫓는 의찬과 조형사.
달리는 조태복과 그 뒤를 쫓는 의찬과 조형사.
지하보도를 벗어나 재차 거리가 좁혀질 때 쯤,
맞은편 도로에서 승합차가 급정거한다. 그리고는 문이 열리며,
: 송형사 형님! 이쪽입니다!
영문도 모른 채, 일단 차 안으로 몸을 던지고 보는 용의자,

: 용의자
: 송형사
못 보던 얼굴인데 누구 밑에서 일하냐?
마포 황구렁이요.

도로
조태복이 타고 사라진 차량을 보고는 허탈해하는 의찬과 조형사.

: 의 찬
: 조형사
이건 또 무슨 상황...
닭 쫓던 개 같은 상황이죠.
저 놈, 저 날강도 같은 마포황구렁이!

승합차 안

: 용의자
: 재 성
마포황구렁이? 첨 듣는 이름인데...
어이 반갑다. 나 마포 황구렁이야.

그제야 앞좌석에서 고개를 돌리는 마포서의 황재성 강력1팀장.
그 순간 용의자 조태복의 손목에 채워지는 수갑.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용의자 조태복.
손목에 채워진 수갑이 왕(王)자로 변하며, <타이틀> 
체포왕
10.마포서 정문-현관 앞 / 낮
빠르게 정문을 통과하는 검정 세단.
현관 앞으로 급하게 차가 멈춰 서면, 흥분한 이용갑이 차에서 내린다.
11.마포서 서장실 / 낮
‘마포 경찰서장 조준구’ 라는 명패가 보이고, 신문을 보고 있는 사내의
뒷모습이 보인다. 신문에 재성의 사진이 실린 ‘신종마약 밀수 조직 검거’ 란
기사가 헤드라인으로 올라와 있다. 이 때, 문을 박차듯이 열고 들어서는 이용갑.
: 이용갑 조준구 너 이 자식, 정말 이따위로 할래!
천천히 신문을 내리고, 의자를 돌리는 사내. 순식간에 이용갑의 표정이 바뀐다.
: 이용갑 처, 청장님.
고개를 돌려보면 마포서장 조준구는 저쪽에서 차판을 들고 들어오고 있다.
: 조준구 청장님, 이게 요번 중국 출장 때 갖고 온 십전대보탕입니다.
조준구, 청장에게 차를 올린다. 그리고는 여유롭게 이용갑을 쳐다보는 조준구.

: 조준구
: 이용갑
왜 다짜고짜 행패야? 내가 뭘 어쨌다고?
(잠깐 청장의 눈치를 살피고) 몰라서 물어?
남들 열심히 뺑이 쳐가며 수사한 사건을, 눈앞에서
날름 가로채 놓고 지금 그런 말이 나와!
같은 경찰끼리 정말 이럴 수 있어!
내가 왜 너하고 같은 경찰이야?
장돌뱅이로 촌구석이나 떠돌다 겨우 서울 올라온 주제에...
뭐, 장돌뱅이? (흥분해서 달려들며) 이 자식이 정말...
: 조준구
: 이용갑

둘이 얼굴을 맞대고 삿대질을 하는 순간,

: 청 장(말을 끊으며) 니들은 학교 다닐 때부터 그러더니
아직도 그러냐?

(이용갑을 보며) 선수가 인터셉트 한다고, 심판이 파울 부는 거 봤어?
경찰을 홍어 좆으로 아는 놈들 잡는데, 무슨 룰이 필요해.

13.서대문서 취조실 / 낮
12.서대문서 강력팀 / 낮
고개가 뚝 떨어져 있는 의찬. 의찬, 츄리닝 차림이다.
의찬의 앞에는 현숙과 현숙의 아버지가 앉아있다.
한적한 서대문서 안.
회의 테이블에서 설렁탕을 시켜먹고 있는 형사들.
: 조형사 야, 김형사. 밥 먹고 그릇 저기다 두지 마. 자꾸 누가 차더라.
강력팀 철문을 열고 들어오는 양복의 중년남. 옆에는 한 아가씨가 ‘아빠, 왜
이래’하며 싫은 표정으로 따라 들어오고 있다. 들어오다 말고 입구에 있던
음식 그릇에 걸리는 중년남.
: 중년남 빈 그릇을 왜 엿다 둬 갖고. 여기 정의찬이 누구야?
순간 중년남으로 집중되는 시선. 분위기에 압도당한 김형사가 충성을 하자
조형사도 충성을 한다. 의찬, 책상에 앉아 있다가 상황을 지켜본다. 아가씨와는
이미 알고 있던 사이였던 듯 서로 사인이 오가고, 슬쩍 자리를 피하려 할 때,
: 조형사 저기 서 있는 사람요. (잠시 후) 앉았네요.
의찬, 그 말에 슬그머니 앉는다.

: 이용갑
: 청 장
: 이용갑
: 청 장
청장님, 아무리 그래도...
알지? 이번 경무관 승진, 실적! 무조건 실적이야!!
근데 왜... 꼭 저만 보고 그런 소릴 하십니까?
너만 보고 하는 게 아니라, 저걸 보고 하는 소리야!
니 눈엔 저게 그냥 엿가락으로 보이냐!
그물로 잡건 낚시로 잡건, 안 되면 밧데릴 써서라도
무조건 잡아.

청장의 말에 기가 죽는 이용갑에 비해 미소를 띄는 조준구.
이용갑의 등 뒤로 보이는 서울시 관내별 실적, 지도와 함께 그래프로 그려져 있다.
바로 인접한 마포서와는 너무나 비교되는 서대문서의 실적표.

: 장 인 속도위반 범칙금이 얼마야?
의찬, 슬쩍 현숙의 눈치를 본다.

: 의 찬위반속도 20Km 이상일 경우 벌점 15점에 6만원,
위반속도 20Km 이하일 경우 벌점 없고, 3만원입니다.
아니 거밖에 안 돼? 최소한 전세값은 있어야 되는 거 아냐?
네?
: 장 인
: 의 찬

장인, 자신의 나온 배를 치면서,
: 장 인 이 속도위반 말이야.
의찬, 그때서야 상황을 파악한 듯, 현숙을 쳐다본다. 현숙, 의찬을 향해
‘다 아셔’란 입모양.

: 의 찬네, 아버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허락만 해주시면 전세값 꼭 마련하겠습니다.
(의찬의 차림새를 보며) 그건 뭔가?
요즘 공무원은 그러고 출근하나?
: 장 인

의찬, 자신의 차림새를 내려다보면, 알록달록한 추리닝 차림이다.

: 의 찬아, 양복을 하숙집 아줌마가 옆방 꺼하고 착각을 해서
세탁소에 맡겨버리는 바람에...
하아숙?
왜 이래? 조서 하루 이틀 써봐? 내가 하숙 얘기는 하지 말랬지
.
: 장 인
: 현 숙

의찬을 뚫어져라 노려보던 장인이 놀란 얼굴로 현숙을 쳐다본다.
현숙과 의찬, 고개도 들지 못하고 쩔쩔 맨다.
14.마포서 강력팀 / 아침
여기저기 조서 작성으로 분주한 가운데,
사무실 안에 있는 티 테이블에서 커피를 타는 재성.

: 송형사(원두커피를 따라 마시며) 그 프림하고 설탕이
비만의 원인이래요. 달달한 게 뭐 좋다고...


: 재 성 언제부터 아메리카노 마셨다고 너나없이 아메리카노 타령이야.
커피를 들고 자신의 자리로 향하는 재성.
그러다 한쪽에서 울먹이는 할머니를 힐끔 보는 재성.

: 재 성
: 신형사
: 재 성
: 신형사
: 재 성
: 할머니
뭐야?
벼룩시장을 고물상에 팔았답니다.
(다시 슬쩍 할머니를 보더니) 얼마나?
1600원 받았다는데, 어떡할까요?
(서랍에서 구두약을 꺼내며) 어떡하긴, 절도로 입건해.
(무릎 꿇고 울먹이며) 아이고, 형사 양반. 내가 몰라서 그랬어.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 나 감옥 가면 안 돼.
나 감옥 가면 우리 손자들 어떡해.
(구두를 닦으며) 할머니, 입건된다고 다 감옥 가는 거 아니거든요.
어차피 기소유예 나올 거고, 그럼 아무 일 없습니다.
: 재 성

자신의 자리에 도착해 넥타이를 풀고 옷걸이에 걸어두는 재성.
이어서 입고 있던 양복저고리를 콤비 재킷으로 갈아입는다.
이때 재성의 눈에 한 여중생의 모습이 들어온다.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말이 없는 여중생.
: 재 성 쟤는 뭐야?
신형사, 할머니를 다른 형사에게 인계하고는 자리로 들어오며,

: 송형사
: 재 성
동네 슈퍼에서 커피믹스를 훔쳤다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임마! 절도로 입건시켜.

순간, 여중생이 고개를 돌려 재성을 째려본다.
반항기가 가득하지만 뭔가 감정을 자아내는 여중생의 눈빛.
재성, 마음이 흔들린다. 그 순간,
: 송형사 여기 절도 두 개 추가!
그러자 게시판 앞에 서 있던 막내 순경이 입건 실적 란에 正자 하나를 추가한다.
게시판에는 각각 다른 점수로 현장출동, 즉결심판, 입건, 긴급체포 등의 실적
현황이 빼곡히 채워지고 있다.

15.서대문서 강력팀 / 낮
날씨에 어울리지 않게 두꺼운 코트를 입고 깃까지 올린 남자, 고박사가 들어온다.
사람들이 외면하는 가운데, 조형사가 나서더니 눈짓으로 책상에 앉아 전화를
하고 있는 의찬을 가리킨다.
: 의 찬 영권아, 오랜만이다. 너 요번에 파주 땅, 토지 보상 받았다며?
오해하지 마. 경찰이라서 뒷조사 하는 게 아니라,
실은 한 3천 정도만 빌려주면...
의찬, 앞에서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고박사를 발견한다. 옆 팀 동료들은
다들 모른 척.

: 의 찬
: 고박사
: 의 찬
누구... 신지?
자수하러 왔습니다.
(헉!) 자수! (전화기에 대고)
야, 잠시만. 내가 좀 있다 바로 할게...

하지만 이미 끊어져있는 전화. 다른 동료 형사들에게 도움이라도 청하듯
둘러보는데, 조형사가 맞장구치듯이.

: 조형사
: 의 찬
어, 자수.,. 자수... 조서 받으셔야죠.
조서, 받아야죠! (고박사에게 의자 내어주며) 여기 앉으세요.

꾸벅 인사하고 자리에 앉는 고박사.
의찬, 컴퓨터 자판에 손을 올려놓고 살짝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킨다.

: 의 찬
: 고박사
: 의 찬
: 김형사
그런데... 무슨?
연희동 32-4 한경숙 32세, 노고산동 산12-2 노명희 26세...
그게 무슨...
팀장님, 최근 6개월 실종자 명단과 일치하는데요.

김형사, 뭔가를 검색하더니 모니터를 돌려 의찬에게 보여준다.
: 고박사 제가 죽였습니다.
자신의 코트의 팔 부분을 목에 둘러 조르는 동작을 하는 고박사.
순간 놀라면서 두리번거리며 뭔 일을 해야 할지 모르는 의찬.
조형사를 쳐다본다.

: 조형사
: 의 찬
: 고박사
취조...
김형사, 취조실 지금 비었나?
오늘 같은 날이었어... 피 냄새가 나... 살이 썩는 냄새...
(갑자기 책상위로 올라가서는) 내가 사람을 죽였다.

의찬, 고박사의 말을 바로 컴퓨터로 옮긴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하며 코트를 망토처럼 걸치고 책상위에서 뛰어내리는
고박사. 강력팀 내부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고, 여기저기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런 상황을 보고는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는 의찬.
한심한 듯 의찬을 바라보는 팀원들.
16.마포서 서장실 / 낮
17.마포서 복도-주차장 / 낮
자리에서 결재서류를 훑어보는 조준구.
그 앞에는 언제나처럼 형사답지 않게 말끔한 차림의 재성이 서 있다.
화려한 담배케이스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는 조준구.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 조준구경위부터는 특진이 없는 건 알고 있지?
경위서부터는 정치야. 어떻게 처신하느냐가 문제지.

(서류에 사인하며) 청와대 인사이동 소문이 있는데,
내가 거길 노리고 있어. 어때? 생각 있나?
: 재 성 (감격하며) 저야 뭐 불러만 주시면...
고개를 들어 옆쪽의 서울시 관내별 실적표를 돌아보는 조준구.

: 조준구
: 재 성
: 조준구
강북은 우리가 확실한데, 강남이랑 영등포가 좀 걱정이야.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하란 소리가 아니야.
(재성을 보더니) 1등을 하란 소리지.
학력도 안 좋아, 인맥도 없어... 믿을 거 없으면 1등 해야지.

재성, 불쾌하지만 슬쩍 미소까지 보이며 감정을 삭이는 표정이다.
송형사와 함께 출동하려는 황재성.
재성, 주머니에 지퍼 넥타이가 있는지 확인한다.

이때 급하게 뒤쫓아 나오는 신형사.

: 신형사물총사건입니다. 연남동 원룸촌에 또 발바리가 떴다는데요.
지난 사건들이랑 수법이 똑같은 게 마포 발바리 짓인 게
분명합니다.
(무덤덤하게) 그래서?
네?
(쳐다보지도 않고) 그렇게 촉이 없냐. 다이가 영 아니잖아.
지난 사건이랑 동일범이면, 지문도 없고, DNA도 없단 소리 아냐.
천방지축 지 꼴리는 대로 날뛰는 놈이 니들 만나러 다시 현장에라도
온대냐?
설마 너, 아직도 범인이 다시 현장에 나타난다고 믿는 거 아니지?
(차 앞에 멈춰 서서) 잘 들어. 사흘 뒤져서 안 나오면 미제야.
: 재 성
: 신형사
: 재 성
: 송형사
: 재 성

덮어. 내일모레가 영어시험인데, 한가하게 수학책 펴놓고 덧셈
뺄셈하자는 거야 뭐야?
시간 남으면 장물애비나 뒤져. (차 문을 닫으며) 출발.
신형사, 허탈한 듯 떠나가는 차를 본다.
18.은행 창구 / 낮
19.현숙의 아파트 거실 & 은행 앞 거리 (교차) / 낮
은행 창구에서 전세자금 대출 상담을 받고 있는 정의찬, 표정이 좋지 않다.

: 의 찬네? 천밖에 안 된다고요?
아니 그래도 제가 공무원인데....국가가 보증하는 공무원.
(굉장히 친절한 톤으로) 국가에서 보증은 안 서 주죠.
아니, 그래도... 남들처럼 짤릴 걱정 없고...
(전산을 확인하더니) 이미 대출 금액이 많으셔서,
저희도 어쩔 수가 없네요.
아니, 그건 왕십리 지점에서 빌린 거고,
여긴 연희동 지점이잖아요. 엄연히 관할이 다른 거 아닙니까?
: 직 원
: 의 찬
: 직 원
: 의 찬

담당 직원, 황당한 표정이다.
어깨와 귀 사이에 전화기를 얹은 현숙.

아직 배도 부르지 않았는데, TV에서 나오는 임산부 요가를 하고 있다.
: 현 숙 천? 나머지 2천은 어쩌라구? 공무원이라고 했어?
의찬은 주차해 놓은 낡은 승용차로 걸어가며 현숙과 통화 중이다.

: 의 찬했지. 강력계 팀장이라고까지 했는데...
받아 놓은 대출이 많아서 더 이상은 안 된대.
그러게 누가 대출받고 주식에 꼴아박으래!
그 돈만 안 날렸어 봐.
(차에 올라타며) 그 얘길 왜 하냐? 주식정보 준 게 누군데?
니 동생 아냐? 믿고 샀다 하면 관리종목이야.
: 현 숙
: 의 찬

팔고 나면 상한가, 사고 나면 하한가. 증권회사 직원 맞냐?
의찬, 후진을 하며 차를 빼려 하는데, 뒤에서 울리는 ‘쿵’하는 소리.
놀라서 백미러를 보면 아무것도 안 보이고 갑자기 차 위에서
쿵쿵하는 소리가 들린다. 뭔가 하는 순간,
의찬의 눈앞에 허공에 뜬 사내가 차 앞으로 나동그라진다.
그리고 그 순간, 본넷 위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또 한명의 사내!
깜짝 놀라는 의찬.

: 현 숙(o.s)
: 의 찬
: 현 숙
: 의 찬
: 현 숙
무슨 소리야?
(너무나 놀란 얼굴) 현숙아, 큰일 났다. 오토바일 받았어.
오토바일 왜 받아? (좋아하며) 뭐 당첨됐어?
그게 아니고, 교통사고가 났다고~.
교통사고? 얼른 목잡고 드러누워.
절대 일어나지 말고. 알았지? 구급차 올 때까지...
그게 아니고... 아이, 씨... 일단 끊어.
: 의 찬

급히 차문을 열고 나오는 의찬.
헬멧 쓴 사내 둘이 바닥에서 꿈틀대고 있고, 바닥에는 여성용 백이 보인다.
의찬이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는데, 헐레벌떡 달려오는 건장한 아줌마.
: 아줌마 (흥분해서) 도둑이야...도둑...
얼른 백을 집어 들더니, 쓰러진 사내들을 확인사살 하듯 사정없이 내리치는 아줌마.

: 아줌마이런 못 돼 먹은 새끼들...
(의찬을 돌아보며) 아저씨가 잡은 거예요? 고맙습니다.
네?
: 의 찬


20.단란주점 룸 / 낮
재성이 커다란 벽걸이 TV를 보며 수배자 명단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카메라 아웃하면 옆에서는 송형사가 노트북을 조작하고 있는 모습.
언뜻 보기에는 회의실에서 재성이 브리핑을 하고 있는 상황처럼 보인다.

: 재 성이번 달 주요 사건의 용의자들입니다. 특히, 지금 화면에
보이는 빠마머리 주목해 주시고요. 이번 달 월척 되겠습니다.
특수강도에 살인이면 배점이 꽤 높겠는데. 한 150점쯤 되나?
역시, 강사장님! 도박장을 하셔서 그런지 고배당을 아시네.
그놈 애인이 홍대 클럽 죽순이랍니다. 그 일대 사장님들은
: 강사장
: 재 성

특히 유념해 주시고요. 다행히 여기 계신 사장님들 덕택에
대부분 새 얼굴로 채워진 만큼, 앞으로도 저희 마포서 많은
애용 부탁드립니다. (송형사 쪽을 보며) 송형사.
: 송형사 자, 그럼 모두들 기다리시던 번호를 불러드리겠습니다.
그러자 모두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펜을 꺼내드는 사장단.
모두들 숨을 죽인 채, 송형사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다.
: 송형사 6...15...27.
마치 로또번호를 받아적기라도 하듯, 재빨리 메모하는 사장단.

: 최사장
: 재 성
뭐야? 27일은 금요일인데, 그날 단속하면 어쩌란 거야!
(무시하고) 그리고 나머지 보너스 번호 하나는,
(다시 숨죽이고 있으면) 제보를 주시는 분에 한해
찍어 드리겠습니다.

동시에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재성의 핸드폰이 울린다.

: 재 성감사합니다. 마포서 강력계 황재성입니다.
아~ 의사양반! 응급실에...?

쓰러진 사내들을 ‘이게 웬 떡이냐‘ 란 듯 기쁜 표정으로 쳐다보는 의찬.
23.응급실 밖 / 낮
22.응급실 밖 / 낮
상황을 모른 채, 계속 응급실 앞에서 통화 중인 의찬.
이번에는 조형사와 통화 중이다.

: 의 찬네? 조형사님, 방금 뭐라셨어요? 천만 원짜리 현상수배범요?
아니 그럼 제가 천만 원을? 그렇죠. 경찰한텐 안 주죠.

자신의 등 뒤에서 날치기범을 끌고 가는 마포형사가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는 의찬. 여전히 전화기를 붙들고 조형사와 통화 중이다.
: 의 찬 그렇게 치사하게 구니까 경찰을 짭새라고 부르는 거 아니에요.
나, 참... 걔들이야 지금 응급실에 누워 있죠. 제 돌려차기에
제대로 맞았는데... (그제야 고개를 돌리더니) 어디 가나?
뒤늦게 황재성의 승용차에 오르는 절도범들을 보고 달려가는 의찬.
: 의 찬 야, 야 임마! 저기요!
인턴과 얘기를 하고 있는 송형사와 재성.

: 인 턴
: 송형사
: 재 성
그럼 저번 도박 건은 없는 겁니다.
그러게 왜 멀쩡한 의사 양반이 하우스는 들락거려 갖고...
혹시나 돈 잃으면 또 연락하고, 특히 칼 맞고 들어오는 놈들.
알죠?

불편한 다리를 절뚝이며 응급실을 빠져나오고 있는 날치기범들
주위를 살피며 열심히 통증을 참고 걷는데, 갑자기 앞에서 보이는 재성과 송형사.
황급히 방향을 트는 날치기범들. 절뚝이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빨라진다.

: 재 성그쪽으로 가면 황천길이다.
바로 그리로 갈래? 아니면 이리로 올래?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멈춰서는 날치기범들.
두 사람의 눈앞에 ‘장례식장 가는 길’ 이란 큼직한 푯말이 보인다.

24.마포서 기자실 / 낮
사건 브리핑을 하는 말끔한 차림새의 재성.
그 앞으로 방송 카메라와 노트북 앞에서 바쁘게 손을 움직이는 기자들이 보인다.

: 재 성이번 검거된 범인들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를 중심으로,
훔친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총 37회에 걸쳐, 약 9천여만 원의

금품을 갈취해 온 전문 날치기단입니다. 그동안 범행 지역이
워낙 광범위하여 검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25.서대문서 강력팀 / 낮
TV를 통해 뉴스를 전해 듣는 서대문서 팀원들.
화면 속에는 포승줄에 묶여 끌려가는 날치기범 두 명이 모습이 보인다.
의찬은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다. 기자가 계속해서 뉴스를 보도하고 있다.

: 기 자마포경찰서는 무려 5개월 동안의 끈질긴 탐문과 추적 및,
과학적 수사 기법 등을 총동원하여, 마침내 최모씨 등
일당 두명을 검거, 구속하는 개가를 올리게 됐습니다.
뭐, 5개월...? 과학적 수사 기법...? 저거 다 사기잖아요.
자신 있으면 사기죄로 입건하시던가...
(계산기를 두드리며) 37건이면 건당 25점에,
2인조니까 다시 따블치고 곱하기 2...
자식, 또 제대로 장타 날리네.
살인범 몇 놈 잡느니 저게 훨씬 낫다니깐요.
아는 놈들이 그러고 앉아 있냐!
: 의 찬
: 조형사
: 김형사
: 이용갑

갑작스런 이용갑의 등장에 다들 일어서서 자기 자리로 가는데,

: 이용갑(지나가는 의찬을 보고는) 눈 뜨고 코 베인다더니...
날치기범을 잡고 날치기를 당하셨다?

소리치며 달려오는 의찬을 보고, 태연하게 차를 출발시키는 송형사.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재성이 사이렌을 턱 울리더니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사라진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의찬. 사태파악이 안 된다.
: 조형사(o.s) 여보세요? 무슨 일이에요?
: 의 찬 그러게요. 이게 무슨 일일까?
26.껍데기 집 / 저녁
연탄불 위 석쇠에서 노릇하게 구워지고 있는 돼지껍데기.
재성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껍데기들을 뒤집고 있다.
그리고 맞은편에서 결연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는 의찬.
: 재 성 마포까지 오셨는데, 대접할 게 껍데기밖에 없어서 어쩌나?
(지나가는 조형사를 보고는) 조용한 조형사!
너 저 자식이랑 경찰동기라메? 이걸 보고 무슨 생각 들어?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멈춰버린 조형사.

: 이용갑
: 조형사
: 이용갑
: 조형사
: 이용갑
부럽냐?
아니요.
열 받냐?
아니요.
왜 아니야! 왜 열 안 받아! 왜 안 부러워!!
난 열 받고 부러워 죽겠는데, 니들은 왜 아무렇지도 않냐구~!!
똑같은 월급인데, 쟤들은 현찰 받고 니들은 어음 받냐!
자존심은 유치장에 가둬 놨어!!

(강력팀을 나가면서) 포상금을 삼천을 주면 뭐하냐구.
받을 재주가 없는데...
: 의 찬 포상금이라뇨? 경찰한테 안 준다면서요?
의찬, 조형사를 애처롭게 바라본다. 조형사, 게시판에 붙은 포스터를 가리킨다.
CUT TO
게시판에 붙여진 포스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의찬.
포스터에는 ‘2010 체포왕, 공개수배’ 라고 적혀있고 그 옆에는 재성이 정복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다. 포스터 앞에 붙어있는 공문을 치우면 ‘강력범죄 소탕 60일
작전, 포상금 3천만 원’ 굵고도 선명한 글자. 놀란 눈으로 동그라미를 하나씩
세어 보는 의찬.
: 의 찬 십만, 백만, 천만... 3천만 원...
도대체 왜 이런 걸 말 안 한 거야~
(주먹 불끈 쥐고 큰소리로) 왜!

의찬, 메뉴판을 살펴보니 소갈비살 등 다른 메뉴도 있다.
껍데기집 밖에는 <고기 드신 분 껍데기 무료>라는 플랫카드가 붙어있다.

: 재 성경찰대 나오셨다고... 4년 동안 배운 거랑 많이 다르죠?
사실 이론은 경험의 정리 아닙니까. 이제부터 많이 배우셔야죠.
천년만년 살면 배울 필요가 없겠죠. 살면서 경험하면 되니까...
고작 백년도 못살아서 배우는 겁니다. (껍데기를 하나 집어먹고는)
그리고 저 껍데기나 먹으려고 온 거 아닙니다. 범인 넘겨주세요.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이 자기 거 하나 못 지키면
그게 경찰입니까? 고양이도 쥐새끼를 잡아야 고양이죠.
고양이도 고양이 나름입디다.
쓰레기더미나 뒤지는 도둑고양인 쥐새끼나 마찬가지죠.
젊은 양반이 구라가 좋으시네.
: 의 찬
: 재 성
: 의 찬
: 재 성

요즘 서대문 유치장이 한산하다던데, 그러지 말고 거기서
세파트나 한 번 키워 봐요. 아주 텅텅 비어서 개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겠네
: 의 찬 제 귀에선 벌써 개소리가 들립니다... 바로 코앞에서.
전의에 불타는 표정으로 재성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의찬.
재성 역시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의찬의 얼굴을 노려본다.
그러다 술병을 들어 의찬의 빈 잔을 채우는 재성.
마치 제사상에 술을 따르듯, 한 번, 두 번, 세 번에 나눠서 술을 따른다.
: 의 찬 고맙습니다. 범인 잡는 귀신이 되란 걸로 알죠.
그러더니 잔을 들고 단숨에 입안으로 털어 넣는 의찬.
27.보습학원 앞 / 밤
중국집 쇼윈도우를 통해 건너편 보습학원을 주시하는 재성.
시계를 본다. 9시를 가리키는 중국집 시계.
: 재 성 지금 주시면 되겠네요.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막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한 여중생(딸 소영)이 웬 남학생과 함께 웃는 얼굴로 걸어 나오고 있다.
이미 주문한 탕수육을 테이블에 놔둔 채 딸을 데리러 가는 재성.
그 순간, 소영 앞으로 멈춰서는 자가용. 재성의 이혼한 부인이 조수석에 타고 있고,

어떤 남자가 차를 운전하고 있다.
소영이 남자에게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남학생에게 손을 흔들며 차를 타고
사라진다.
중국집에서 금방 시킨 탕수육이 모락모락 김을 풍기며 외롭게 놓여있다.
: 의 찬 이사간다... 3천!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 고박사박상문 40세, 마포 대흥동 모녀 살인사건 용의자,
강종철 52세, 서대문 홍은시장 화장실 살인사건 용의자...

의찬이 쳐다보니 휴게실 안 게시판에 붙은 수배자 명단을 적고 있다. 고박사,
의찬과 눈이 마주치자 얼른 자신의 노트를 닫는다.
그리고는 마치 은밀한 임무라도 수행하는 것처럼, 옷깃을 올리며
홀연히 사라지는 고박사.
맞은편에서 다가오던 조형사가 친숙하게 말을 건넨다.
: 조형사 고박사, 밥 먹으러 가자?
하지만 대답도 없이 종종걸음으로 멀어지는 고박사. 복도의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의찬이 황당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본다.

: 의 찬
: 조형사
재 뭐하는 애예요?
(의찬에게 다가오며) 사시 하다가 맛이 갔다던가, 박사과정 중에
헷가닥 했다는 얘기도 있고. 그래서 다들 고박사라고 불러요.
뭔 짓을 하건 그러려니 합니다. 식사나 하러 가시죠.

멀어지는 고박사를 유심히 지켜보다 뭔가 떠오른 의찬. 돌아서는 조형사를 보며,
: 의 찬 조장님, 우리 고춧가루 한 번 제대로 뿌려볼까요?
난데없는 소리에 의찬을 멀뚱히 바라보는 조형사.
28.서대문서 강력팀 / 아침
포스터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재성의 얼굴을 보며 결연한 의지로 충만한 의찬의
표정. 열심히 팔굽혀펴기를 하는 의찬. 어느새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온다,

30.마포서 취조실 / 낮
도무지 가늠이 안 되는 얼굴의 고박사.
재성이 취조실 밖 모니터룸에서 고박사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 송형사 사람을 죽였다고?
대답도 없이 슬쩍 냉소적인 웃음만 흘리는 고박사.

: 재 성
: 송형사
: 고박사
도무지 가늠이 안가는 얼굴이야.
누굴 죽였는데?
서미경 27세 마포구 상암동... 정유경 35세 서대문구 홍제동...
김유라 26세 서대문구 연희동... 홍재희... 32세 마포구 상수동...
(실종자 명단을 넘기다 옆의 신형사를 보며) 이 자식 이거
너무 외운 티가 나는 거 같지 않아? 눈빛도 살짝 맛이 간 거 같고.
..
: 재 성

신형사, 글쎄요 하는 표정.
이때, 모니터룸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마포 형사

: 마포형사
: 재 성
팀장님, 서대문서에서 신병 인도 요청이 들어왔는데요?
서대문?

29.마포서 복도 / 낮
재성이 송형사와 함께 빠르게 취조실로 향하고 있다.

: 송형사이름은 고명헌. 나이 35세. 특별한 전과 기록은 없습니다.
가족은 칠순의 노모가 전부고요.
사람을 죽였다고?
네. 열두 명을 죽였다는데요.
미친놈 아냐?
글쎄요. 살짝 맛이 간 거 같긴 한데...
죽였다는 열두 명이 실종자 명단과 일치합니다.
: 재 성
: 송형사
: 재 성
: 송형사

송형사의 말에 걸음을 멈추는 재성.
32.동네 야산 / 낮
31.마포서 강력팀 안 / 낮
마포서 경찰들이 고박사를 앞세워 대대적인 수색을 펼치고 있다.
탐식견까지 동원하여 일렬횡대로 산을 오르는 경찰들.
고박사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흥분이 되는 듯한 표정이다.

: 재 성(고박사를 돌아보며) 터지기만 하면 대박인데...
정말 여기가 확실한 거야?

이때 갑자기 하늘에서 번개가 치면서 ‘쿠르릉’거리는 천둥소리.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보며, 더욱 희열을 느끼는 표정의 고박사.

: 고박사
: 재 성
오늘 같은 날이었어... 피 냄새가 나... 살이 썩는 냄새...
(메가폰을 들고) 대충 훑지 말고 샅샅이 뒤져~!

빗방울이 나뭇잎에 떨어지기 시작한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의찬과 조형사를 마포서 형사들이 끌어내고 있다.

: 의 찬당신들 정말 이러기야! 우리가 그놈을 얼마나 뒤지고 다닌 줄 알아!
고명헌이 어디로 빼돌렸어!
빼돌리긴 어딜 빼돌려요, 그냥 제 발로 걸어 들어왔다니까요.
야, 야, 걔 또라이야. 정상이 아니라고~
괜히 불쌍한 애 괴롭히지 말고, 그냥 내보내라니까~
알았다고요. 우리가 조사해서 내보낼 테니까, 그냥 돌아들 가시라고~
당신들 정말 이러는 거 아니야! 수사에도 도리가 있어야지 말이야.
에라이~, 잘 먹고 잘 살아라~! 퉤, 퉤, 퉤!
: 신형사
: 조형사
: 송형사
: 의 찬

결국 못 이기는 척, 서로 눈치를 주고받으며 물러나는 의찬과 조형사.
복도 끝에서는 재성과 송형사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송형사
: 재 성
뭔가 있는 모양인데, 그냥 우리 쪽에서 바로 쳐 버리죠?
전경 1개 중대 집합시켜.


33.불법 도박장 / 낮
34.동네 야산 / 낮
건물의 지하로 내려가는 좁은 계단. ‘쾅, 쾅, 쾅’
조형사가 두꺼운 철문을 세차게 두드리고 있다.

: 조형사강사장님! 강사장님 계세요?
황팀장이 보내서 왔습니다. 마포서 황팀장요! 강사장님!

잠시 후, 안쪽에서 이중삼중의 잠금장치를 푸는 소리들이 들린다.
그리고 문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내는 강사장과 기도들.
: 강사장 (웃고 있는 조형사를 보며) 황팀장이 왜?
이때, 조형사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의찬. 바로 뒤에서 경찰들이 밀려든다.

: 의 찬
: 강사장
안녕하세요? 서대문에서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뭐야? 왜 이러는 거야?

기도들이 입구를 막아보지만, 금세 제압을 당하고 만다.
경찰들을 이끌고 좁은 복도를 따라 빠르게 걷는 의찬과 조형사.
드디어 복도 끝 방의 문을 젖히면, 너른 홀 안에 도박장이 펼쳐진다.
사태를 파악 못 한 사람들은 각종 도박과 게임기에 정신이 팔려 있다.

: 의 찬
: 조형사
경제도 어려운데 용돈들 참 많으시네.
동작 그만!!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도박꾼들, 부랴부랴 비상구를 통해 달아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속속 경찰들에 끌려가는 사람들. 그 중엔 앞서 보였던 병원 인턴도 보인다.
장대비 속에 악전고투 중인 마포서의 경찰들.
곳곳에서 미끄러지기도 하고, 탐식견도 제대로 움직여 주질 않는다.
아무런 성과 없이 모두 지치고 피곤한 몰골이다.
나무 아래에서 짜증스럽게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재성과 송형사.
옆에는 고박사가 쪼그리고 앉아 추위에 떨고 있다.
: 재 성 (짜증스럽게 올려보며) 하여튼 기상청 이것들은...
35.불법 도박장 / 낮
재성과 통화 중인 강사장. 강사장 뒤로는 연행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 강사장정말 내가 말도 없이 번호 바꿨다고 이러는 거야!
오늘은 찍어준 단속 날짜도 아니잖아~ 근데 왜 이래?

어느새 다가온 의찬이 강사장의 전화기를 뺏어 든다.
: 의 찬 (전화기에 대고) 혹시 아직도 고명헌이 붙잡고 계세요?
말했잖아요. 걔 정상이 아니라고. 기자들 몇몇 도착했죠?
엄한 사람 붙잡고 가혹수사 한다고 난리 나겠네.
(사운드 개소리) 어, 개소리가 들리네.. 그럼 수고하세요.
빈정거리는 표정의 의찬. ‘그럼 수고하세요.’하며 전화를 끊는다.
36.동네 야산 / 낮
끓어오르는 분을 참으며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재성.
송형사와 함께 사탕을 빨고 있는 고박사. 다짜고짜 그의 멱살을 움켜쥐는 재성.
: 재 성 너 이 새끼, 뭐 하는 놈이야! 지금까지 우릴 갖고 논 거야!
말해 봐! 내가 만만해 보이냐! 말해 봐 자식아!
그리고 저 개새끼. 조용히 좀 시켜!
재성 뒤쪽에 있던 기자들이 재성의 행동을 보고는 조명을 켜고, 카메라를 든다.

: 송형사
: 고박사
(말리면서) 팀장님, 왜 그러세요.
(이전과는 다른 표정) 어~ 춥다. 집에 가자. 배고파. 집에 가자.

(산 아래에서 여기자와 카메라맨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는)
저것들은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재성, 주머니에서 지퍼 넥타이를 꺼내 목에 맨다.
이때 재성의 주머니에서 울리는 핸드폰 진동음. 액정에 ‘강사장’ 이란 이름이 뜬다.
: 재 성 여보세요?
: 강사장(o.s) 이봐 황팀장, 나한테 섭섭한 거 있어. 정말 왜 이래?
자신을 향해 순진한 웃음을 짓는 고박사를 보고 멱살을 풀면서,
: 재 성 어~ 춥다. 집에 가자!
‘삐이익~’ 어디선가 길게 울리는 호각소리.
모두의 시선이 소리가 난 쪽으로 돌아가는데.
: o . s 여깁니다!
CUT TO
화면 위로 보이는 목을 맨 여인의 시신, 그 발끝으로 빗물이 뚝뚝 떨어진다.
안타까운 시선으로 시신을 올려다보는 재성과 경찰들.
37.몽타주
동네 야산 아래 / 밤
어느새 비가 그친 사건 현장.
산 아래 구급차로 시신이 옮겨지는 가운데, 모두 분주하게 철수하는 모습이다.
그 한쪽에서 리포트를 하는 방송기자.
: 기 자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 따르면, 사망한 정씨는 한 달 전
자신의 원룸주택에 침입한 괴한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마포서 기자실 / 밤
기자들 앞에서 사건 보고를 하는 재성. 깔끔한 슈트에 넥타이까지 반듯한 모습이다.

: 재 성(인터뷰) 피해자 정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범인이 앙심을 품고
사건 당일 찍은 피해자의 알몸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해 버린거죠.

PC방
피해자의 동영상을 보며, 수군거리는 십대들.
모니터 속에는 발바리의 강요에 옷을 벗기 시작하는 정씨의 모습이 보이고
옆창으로 그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다운받으며 올라오는 수많은 댓글들이 보인다.
십대 중 한명이 댓글을 마우스로 스크롤 하다 어느 하나에서 멈추면,
‘쟤 내가 아는 앤데’ 하는 글과 정씨의 신분이 드러나는 사진들이 떠있다.
정씨의 원룸 안 / 밤
38.서울지방경찰청 로비 / 낮
청장을 위시로 무거운 표정으로 로비를 지나 복도로 향하는 서장들.
무거운 표정의 조준구와 이용갑의 모습도 보인다.
앞씬의 컴퓨터 화면과 연결되어 같은 댓글이 띄워져있는 정씨의 모니터.
댓글에 ‘**대학교 **과 정양’까지 뜨자 절망하는 정씨의 표정.
모니터를 끄고는 책상위에 엎드려 흐느낀다.

: 재 성결국 심한 모멸감과 수치심에 시달리던 정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마포서 서장실 / 낮
사건 현장의 사진들을 두고, 서장 조준구와 형사들 앞에서 브리핑하는 재성.

: 재 성범인은 주로 혼자 사는 여성들을 노리고 건물 외벽의
도시가스 배관을 타서 화장실 창문으로 침입,

정씨의 원룸 안 / 낮
샤워기의 물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소형 핸디캠을 든 범인의 뒷모습.

: 재 성(o.s)범행 후에는 신고를 막기 위한 협박용으로,
피해자들의 알몸을 자신의 비디오카메라로 촬영까지 했습니다.

또한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범행 후 진공청소기로 청소까지
한 후 먼지필터를 빼고 가는 치밀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웅’ 하는 진공청소기 소리. 범인이 진공청소기를 갖고 이곳저곳 청소를 한다.
뒤로 손이 묶인 채 엎드려서 그 소리를 듣고 있는 정씨.
마포서 서장실 / 낮
마포와 서대문 일대의 사건 발생 지역에 붉은 표시가 된 지도.

: 재 성이상의 범행수법과 사망한 정씨의 신고 당시 진술을 검토한 결과,
2009년부터 현재까지 마포와 서대문 일대에서 일어났던
열두 건의 성폭행사건과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입니다.
동일범이라면...
예, 맞습니다. 마포 발바리, 그놈 짓입니다.
: 조준구
: 재 성


39.서울지방경찰청 회의실 / 낮
각 경찰서장과 서울지방 경찰청장, 각 경무관급 이상의 간부들이 모여 있는 회의실.

: 청 장서울 전 지역도 아니고, 서대문 마포에서만 열두 건이야.
똑같은 놈이 똑같은 방법으로 똑같은 짓을 열두 번이나 하고 다니는
동안, 니들은 똑같이 아무것도 한 게 없어. 서대문 이용갑!
신고된 사건이 열두 건이면 실제 발생 건수는 얼마나 되겠어?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의 신고율이 7%도 안 되는 걸
감안하면, 적어도 100건 이상은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100건... 그놈이 짐승이지 사람이야?
그런 미친개가 대낮에 서울 도심을 활보한다는 게 말이나 돼?
마포서 조준구! 이번 사건도 해결 못 하고, 실적 1위 했다면
언론이 가만있을 거 같아?
이미 저희가 손을 댄 만큼, 책임지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무슨 소리야? 열두 건 중 일곱 건이 우리 관할인데?
언론에서도 마포 발바리 사건이라고 부르는 거 몰라?
시체가 발견된 건 우리 관내야.
이것들이 어디서 정신 못 차리고 아옹다옹이야!
그걸 지금 자랑이라고 떠드는 거야!!
(눈치 없이) 그럼 저희 중부서에서 맡는 건 어떨까요?
어차피 지리적으로도 양쪽의 접경인데...
가만히 좀 안 있어!!
: 이용갑
: 청 장
: 조준구
: 이용갑
: 조준구
: 이용갑
: 청 장
: 중부서장
: 청 장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분위기. 청장이 한숨을 돌리더니, 다시 이용갑과 조준구를
노려본다.

: 청 장당장에 수사본부 꾸려. 니들 둘이 책임지고 이 사건 마무리하는 거야.
시간은 2주. 그 안에 해결 못 하면 둘 다 대기발령이야. 알았어!
(동시에 힘없이) 네.
: 조 / 이

대답해놓고도, 서로 못마땅하게 흘겨보는 두 사람.
40.합동수사본부 외부-내부 / 아침
‘서대문·마포 합동수사본부’ 란 현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이용갑과 조준구. 그 양쪽으로 의찬과 재성의 모습도 보인다.

불만 가득한 얼굴로 초라한 수사본부 건물을 바라보고 있는 재성.
이때, 재성의 곁으로 다가오는 의찬.
CUT TO
서대문서의 트럭을 막고 있는 마포서. 조형사가 송형사에게 다가간다.

: 조형사
: 송형사
뭐야? 니네들 원래 물총은 안하잖아.
이게 보통 물총입니까. 그나저나 발바린 맨손으로
5층까지 오른다는데, 선배님은 사다리 들고 다니셔야겠습니다.
나쁜 놈 잡는데 사다리 못 들고 다니겠냐?
너나 헛다리짚고 다니지 마라.
: 조형사

CUT TO
나란히 복도를 걸어와 맞은편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는 두 서장.

: 조준구
: 이용갑
괜히 차려놓은 밥상에 숟갈 올릴 생각 마라.
나도 너랑은 겸상할 생각 없다. 각자의 길로 가자.

CUT TO
의찬이 빈 창고 안을 둘러본다. 이미 창고 안을 둘러보던 재성.

: 재 성어쩌다 보니 한물에서 놀게 됐습니다.
(힐끗 보더니) 너무 깊이 들어올 생각 말고, 그냥 물가에서 놀아요.
(텅 빈 창고 안을 보며) 수사를 하라는 거야, 공사를 하라는 거야.
(귀찮은 듯) 깔끔하게 먼저 수갑 채우는 놈이 임자하기로 합시다.
좋습니다. 먼저 수갑 채우는 놈이 임자.
: 의 찬
: 재 성

41.합동수사본부 마포팀-서대문팀 / 낮
마포팀
서대문서와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별도의 테이블을 두고 앉아 있는 마포서 팀.

: 송형사IP 추적 결과, 범인은 아현동의 한 PC방에서 5월 3일 03시경,
나폴레옹이란 ID로 한 P2P 사이트에 접속,
피해자의 동영상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나폴레옹 그 자식 신원은 확인됐어?
남가좌동에 사는 김도식, 27년생인데요.
27년생? 그럼 몇 살이야?
: 재 성
: 송형사
: 재 성


: 송형사 인터넷 할 나인 지나셨죠.
서대문팀
자욱하게 담배연기가 가득한 서대문 쪽. 책상 위에는 온갖 서류와 사진들이
가득하다. 고민하는 듯 담배를 연신 피어대는 의찬. 그 순간, 분무기로 화분에
물을 뿌리던 조형사.

: 조형사
: 의 찬
물총 사건은 다이가 역시 안 좋아.
물총 사건이라뇨?

의찬, 조형사가 찍찍거리며 난에 물을 뿌리는 행동을 본다.

: 김형사
: 의 찬
보통 성폭행 사건을 그렇게 줄여서 얘기하거든요.
사건이 무슨 장난입니까? 앞으론 그런 말 쓰지 마세요.
회의합시다.

순간, 한꺼번에 나가는 마포형사들. 의찬이 그 모습을 지켜본다.
42.김도식의 집 밖-방안 / 낮
올해 84세의 김도식씨와 할머니가 방긋방긋 웃으며 재성의 손을 잡고 있다.

: 김도식
: 할머니
아이고, 나랏일 하시는 분들이 바쁠텐데... 장해, 장해...
오신 걸음에 밥들 드시고 가. 내 얼렁 챙겨 올껴.

할머니, 부엌으로 들어간다.

: 송형사할아버지! 그게 아니고요! 할아버지가 나폴레옹인데,
그 나폴레옹이 동영상을 올려놨다니깐요!
그런데 할아버진 나폴레옹이 아니잖아요. 진짜 나폴레옹을 아세요?
알지? 마늘주.
: 김도식

재성, 노인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른 채, 한쪽에는 뜯지도 않은 쌀 포대가 보인다.
쌀 포대 위로 보이는 스티커. ‘증. 한울복지재단’

: 의 찬
: 김도식
계십니까...
하이구, 오늘은 많이도 오지...


43.합동수사본부 서대문팀-마포팀 / 낮
서대문팀
관내 동종 사건의 전과자들을 세워놓고, 화장실 창틀을 들고 있는 의찬.

: 김형사관내 동종 전과자들의 사건 당일 행적을 모두 조사한 결과,
지금 제 옆에 서있는 다섯 명이 알리바이가 불충분합니다.

의찬, 창틀을 들고는 용의자들 앞으로 다가간다.

: 조형사
: 의 찬
(의찬이 들고 있는 창틀을 보고) 그걸로 뭐하실려구?
범인이 침입했던 화장실 창틀과 같은 크기 창틀입니다.

한 명씩 창틀을 머리에서부터 통과시켜 보는 의찬.
첫 번째, 워낙 덩치가 큰 탓에 창틀을 들다 그냥 통과하는 의찬.
두번째, 떡 벌어진 어깨에서 걸린다.
세 번째, 누가 봐도 무난히 통과될 것 같은데, 유난히 볼록한 배에서 걸린다.
네 번째, 의찬의 창틀을 계속해서 피해보다가 김형사가 잡아서야 껴본다.
대문으로 들어오는 의찬, 재성을 발견하자 인상을 팍 구긴다.
CUT TO / 시간 경과
마늘주가 담긴 나폴레옹 술병을 들고 노인에게 따르는 의찬. 재성은 여기저기 둘러본다.

: 의 찬그러니까 잘 들어 보세요. 누군가 할아버지 주민번호를
도용해서 인터넷 사이트에... 인터넷은 아세요?
(자신 있게) 알지.
(의외라는 듯) 아세요?
요 아래 사는데, 그 아들 인덕이가 참 잘 혀.
인덕네야 걱정 없지.
(고개를 끄덕이며) 네, 인덕네. 좋으시겠네...
: 김도식
: 의 찬
: 김도식
: 할머니
: 의 찬

한편, 벽에 걸린 달력을 발견하는 재성, 달력하단에 한울복지재단이라고 인쇄되어 있다.
인쇄문구 위에는 계좌번호가 하나 쓰여 있다. 재성, 계좌번호를 수첩에 받아 적는다.
그때 재성의 행동을 주목하던 의찬이 재성 쪽으로 다가와 달력을 짚는다.
순간 긴장하는 재성.
: 의 찬 다음 주가 벌써 현숙이 생일이네.
하지만 역시나 어깨에서 걸린다. 그렇게 서너 명을 더 시도해 보지만 아무도
통과하지 못한다.
: 조형사 그리로 사람이 들어갈 순 있는 겁니까?
그러자 자신이 직접 시도해 보는 의찬.
일단 머리를 넣고 한쪽 팔을 겨우 우겨넣었지만, 더 이상은 옴짝달싹할 수가 없다.
아무리 버둥거려도 마찬가지다.
마포팀
파티션 너머 반대편에서 팩스를 기다리는 재성, 서대문서 팀의 소동을 한심스럽게 본다.
: 재 성 생긴 대로 논다, 정말...
요란한 팩스음이 들어오고, 수신 내용을 확인하는 재성.
달력에 적혀 있던 계좌의 최근 거래내역이다.

: 재 성
: 신형사
: 재 성
서대길, 서대길... 서대길이 대체 누구야?
왜 그러시는데요?
(팩스내용을 넘기며) 매달 나오는 생활보조금이 서대길 계좌로
빠져나가잖아. 주민번호로 인적 확인해.

전산으로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송형사.

: 송형사이 새끼. 물총 좀 쏴본 놈인데요.
730116-194414 서대길. 서울 망원동 549번지...
(팀원들을 보며) 당장 수배해.
잠깐만, 이 시간에 나 잡아가라고 집에 있겠니?
: 재 성

망원동 549... 유수지 근처면...
(수첩을 꺼내 살피며) 누가 있더라.
재성의 수첩에는 관할구역마다 이름과 전화번호가 가득하다.
44.합동수사본부 자료실 / 낮
젊은 여자의 진술화면에서 다른 여성의 진술화면으로 넘어가는 TV화면.
진술화면을 진지하게 바라보던 의찬, 무언가를 발견한 듯 놀란다.
리모컨으로 화면을 처음에 보았던 여성의 진술화면으로 돌리는 의찬.

45.한강 망원지구 주차장 / 낮
46.원룸 주택 내부-외부 / 낮
한강변을 달리는 다방 스쿠터. 그 스쿠터에는 나이가 많아 보이는 아줌마가 타고 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아줌마. 크락션을 울리는 승합차를 발견하곤, 차 쪽으로 간다.
문을 열어주는 송형사. 아줌마가 차에 들어가자, 조수석에서 고개를 뒤로 돌리는 재성.
: 재 성 오랜만에 쌍화차 맛 좀 볼까.
정마담, 재성을 보고는 얼굴을 찌푸린다.

: 정마담쌍화차에 노른자 두 개 띄우라고 했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도대체 몇 년째 날 우려먹는 거야.
정마담, 남자 좀 소개시켜 줄라구.
또 구라 푸신다. 얼른 용건이나 말해요. 미용실 가야 돼.
: 재 성
: 정마담

의찬과 조형사가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있다.
잠시 후 안전고리가 걸린 채 열리는 문. 그 안에서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 젊은여자
: 의 찬
(조심스럽게) 누구세요?
경찰입니다. 얼마 전 신고하셨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대로 ‘쾅’ 닫히는 철문.
의찬, 서서히 이어폰을 귀에서 내린다.
이어폰을 빼고 문제의 구간을 다시 반복해서 보는 의찬.
두 사람의 진술에서 ‘운전학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운전학원을 가려고...’
라는 비슷한 말이 반복된다.
CUT TO
서대문, 마포 지도에 사건 발생 지역이 빨간색 점으로 표시되어 있다.
빨간색 점들을 이리저리 이어보는 의찬.
그 모습을 조형사와 김형사가 의아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다.
그러더니 뭔가 깨달았다는 듯 옷을 챙겨 밖으로 나서는 의찬.
: 조형사 어디 가세요?

: 의 찬
: 조형사
(닫힌 문에 대고) 혹시 양지운전학원에 다니신 적 있으세요?
운전학원이 뭔데요?

CUT TO 아줌마의 빌라
문 앞에 서 있는 의찬과 조형사. 문 안쪽에서 들리는 여자의 목소리.
: 아줌마(o.s) 그런 분 안 계세요. 이사가셨어요.

: 의 찬
: 조형사
그럼 딱 하나만 물어볼게요. 양지운전학원에 다니신 적 있나요?
어어 참...그거...

하지만 이중삼중으로 자물쇠를 걸어 잠그는 소리.
곧이어 중년남성(아줌마 남편)의 목소리가 선행된다.
: 남편(o.s) 꺼져! 안 꺼져!!
CUT TO
빗자루를 든 중년의 집주인이 막무가내로 두 사람을 밀어내고 있다.

: 집주인안 그래도 이상한 소문으로 집이 안 나가는 판에...
누구 집값 떨어져서 뒤지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그놈의 집값, 집값... 너무 하시네 정말...
아무리 집주인이셔도, 이러시면 공무집행 방해라는 거 모르세요?
고발해 자식들아, 고발해! 이것들이 어디서 협박이야, 협박이.
니네들 이름이 뭐야, 어디서 근무하는 나부랭이들이야!
나부랭이는 아니고요, 마포경찰서의 황재성입니다. 황.재.성.
: 의 찬
: 집주인
: 의 찬

그리고는 휙 돌아서 가버리는 의찬.
47.당구장 / 낮
비키니 차림의 야릇한 액자 앞에서 신중하게 큐를 재는 서대길.
순간, 삑사리가 나면서 짜증을 내는 서대길. 주머니에서 진동으로 울리는 핸드폰.
짜증내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서대길.
: 정마담(o.s) 잘 있었어, 오빠.

: 서대길누구세요?
: 정마담(o.s) 누구세요? 우리가 그런 사인가? 나 전화 끊을래...
: 서대길어, 잠깐만... 내가 핸드폰 바꾸느라 전화번홀...


48.승합차 안 - 당구장 (교차) / 낮
49.혜진의 원룸 현관 앞 / 낮
핸즈프리로 연결된 핸드폰으로 정마담이 서대길과 통화 중이다.
정마담, 아까와는 달리 최대한 귀엽고 젊어보이게 목소리를 변조하고 있다.
목소리와 현재 모습이 언매치. 그 모습을 보고 킥킥거리는 재성과 형사들.

: 정마담
: 서대길
: 정마담
: 서대길
: 정마담
: 서대길
당구장 어디? 스카이? 그린필드?
아니, 초원 당구장인데... 근데 너 어디냐? 이 근처야?
응. 친구들이랑 같이 가도 돼?
친구? 몇 명이나?
좀 많은데...
(같이 당구를 치는 사람들을 보며) 괜찮아.
오빠도 친구들이랑 있으니까. 근데 진짜 누구야?
직접 보면 알지. 금방 갈게.
: 정마담

전화를 끊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뛰쳐나가는 형사들.

: 정마담(재성을 보며 사뭇 다른 목소리로) 경찰서에 여자 없어?
담부턴 이런 일로 부르지 마.
정마담이 약만 안 먹으면...
약 끊었다니까.
그럼, 머리카락 몇 가닥 뽑아도 되나?
왜 이래?
: 재 성
: 정마담
: 재 성
: 정마담

정마담, 신경질적으로 승합차에서 나간다.
피곤하고 지친 모습으로 초인종을 눌러보는 의찬.
하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다. 이때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조형사.

: 조형사
: 의 찬
안에 사람은 있던데요. 창문으로 커텐 닫는 게 보였거든요.
(옆 계단으로 주저앉으며) 이 집이 마지막인가...

: 정마담(o.s) 근데 오빠 지금 어디야?... (소리를 듣고) 당구장인가 보다.
: 서대길 응? 귀신이네. 들리냐?

: 조형사그렇네요. (의찬의 옆으로 앉으며) 안 그래도 자기들
동영상까지 뜰까봐 노심초사할 텐데, 쉽게 만나 주겠어요?

갑자기 조형사를 빤히 보는 의찬. 조형사,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싶은 표정.

: 의 찬
: 조형사
조장님 가족사진 갖고 다녀요?
(영문을 모르고) 가족사진요?

조형사, 지갑에서 사진 하나를 빼서 의찬에게 보여준다.
조형사의 가족사진에는 딸만 셋에 막내는 사내다.

: 의 찬
: 조형사
와... 능력도 좋으시네. 펜 있으세요?
아니 무슨 형사가 펜도 없이...

그러면서 주머니 안쪽을 뒤져 펜을 찾는 조형사. 그 사이 조형사의 가족사진에
뭔가를 적는 의찬. 황당하게 의찬을 쳐다보는 조형사
.
50.당구장 / 낮
세면대 거울 앞에서 나름 매무새를 다듬는 서대길.
이때, 송형사가 동료들을 이끌고 당구장으로 들이닥친다.
당구장 안에는 고등학생 그룹과 아저씨 한 그룹이 당구를 치고 있다.
아저씨 그룹으로 다가가며 여유롭게 소리치는 송형사.
: 송형사 (다가서며) 대길이 오빠. 친구들 데리고 왔는데 함 놀아볼까?
순간, 당구를 치는 뒷모습에서 고개를 드는 덩치.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다.
: 고삐리 아저씨들 뭐야?
교복을 입은 고삐리의 명찰을 확인하자, 김대길이다.
그 순간, 눈치를 살짝 보며 자리를 뜨는 서대길.
고등학생이 송형사를 노려보는 순간, 천천히 자리를 뜨는 서대길을 주목하는 송형사.
: 송형사 야, 서대길.
순간, 큐대를 던지며 간이식 계단이 있는 비상구를 향해 도망치는 서대길.
비상구를 열고 계단을 내려가던 서대길 앞에 선글라스를 낀 재성이 올라오고 있다.

51.혜진의 원룸 앞 / 낮
52.혜진의 원룸 안 / 낮
원룸주택의 외부를 살펴보는 의찬과 조형사.

: 조형사
: 의 찬
저 도시가스 배관을 타고 4층까지 올라간 모양입니다.
(도시가스 배관을 만지며) 와, 이게 가능하나?

의찬, 배관을 타고 올라가려 시도한다.
하지만 1층 높이도 못 올라가고 그대로 내려오는 의찬.
그러자 호기스럽게 조형사가 나선다.
: 조형사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녜요.
조형사, 자신이 배관을 타더니 쑥쑥 올라가기 시작한다.
밑에서 의찬이 감탄사를 연발하자,
: 조형사 제가 대학 때 산악반 좀 했죠. 여름에 암벽 등반, 겨울에는 빙벽 등반..
순간, 3층 높이에서 더 이상 위로도 밑으로도 꼼짝하지 못하는 조형사.

: 의 찬
: 조형사
아니, 왜 가만히 계세요.
아, 이게 오랜만에 했더니... 다시 올라갑니다.

하지만, 올라가지는 못하고 낑낑대는 조형사,
: 조형사 팀장님, 저기 사다리 좀 구해다... 아니 아예 119좀...
그 모습을 황당한 듯 쳐다보는 의찬.
원룸 주택 내부. 현관으로 다가오는 여자(혜진)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현관 바닥에 떨어진 뭔가를 주워드는 여자. 간단한 메모가 적혀 있다.
재성, 선글라스를 내리곤 대길을 바라보며 씨익 웃는다.
대길, ‘씨발’을 연발하며 도주를 포기하는 모습.

‘딸들이 맘 편히 살 수 있는 세상, 형사가 아닌 아빠로서 꼭 만들어야죠.
사진은 꼭 돌려받았으면 합니다.’
조형사의 가족사진 하단에는 <정의찬 : 010-XXX-XXX> 적혀 있다.
53.합동수사본부 취조실 / 낮
황재성과 마주앉아 있는 서대길.
테이블 위에는 그의 집에서 컴퓨터 하드를 비롯하여 압수한 물품들이 잔뜩 쌓여있다.
한쪽에 쌓인 불법 DVD들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는 송형사. 라벨에 적힌 제목들을 보며,
: 송형사 (DVD 라벨들을 보며) 콜렉션이 아주 대단하시네.
(옆집누나) 옆집엔 할머니가 사는 놈이,
(가정부) 가정부 둘 형편도 안 되는 놈이,
(여대생) 대학은 죽어도 못 들어갔을 놈이,
(과외선생) 과외 받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을 테고,
(간호사) 주사 맞는다고 고쳐질 병도 아닌데...

: 재 성
: 서대길
: 송형사
자꾸 보다 보니까, 니가 직접 배우가 되고 싶지? 찍고도 싶고?
사람을 아주 쓰레기 취급하시네.
그럼 니가 쓰레기지 인간이야! 할 짓이 없어 동네 노인 양반
생활비를 빼먹어? 넌 이미 횡령에 절도로 구속감이야 자식아.
그거 삼촌이 저 용돈 하라고 주는 거예요.
(대길의 머리를 한 대 때리며) 너, 키가 몇이야?
170요.
깔창 빼고.
164.7
그래서 나폴레옹이야?
네?
니가 동영상 올렸던 ID... 나폴레옹.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나폴레옹이 어쨌다고?
자식이 정말 모른척할래! 나폴레옹 키가 너하고 똑같이 164야.
나폴레옹 키랑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
: 서대길
: 재 성
: 서대길
: 재 성
: 서대길
: 재 성
: 서대길
: 재 성
: 서대길
: 송형사
: 서대길

이때 느닷없이 취조실로 들어서는 의찬.

: 의 찬에헤이, 내 이럴 줄 알았어. 열심히 뭔가 파헤치고 계신 줄
알았더니, 또 삽질만 죽어라 하고 계시네.


54.합동수사본부 외부 / 낮
일제히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는 형사들.
서로 경쟁적으로 차에 오르더니, 야단법석을 피며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옆에 있는 상대방 차량 키 박스에 껌을 쑤셔 넣기도 하고, 출발하려는 차량 앞에
주차 가로막을 밀기도 하고, 상대의 앞을 막고 피하는 천태만상의 풍경들.
몸은 서두르고 있지만, 서로의 방해와 공작에 출동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일단 재성이 먼저 차를 출발시키자, 아직까지 차에 올라타지 못한 의찬이
자신의 앞으로 지나가는 차를 잡아탄다는 것이 재성의 차다.
황당한 표정의 재성, 차를 정지시키기고는 의찬을 째려본다.
: 의 찬 범인 놓칠 거예요? 빨리 출발합시다.
재성, 어쩔 수 없이 차를 출발시킨다. 뒤이어 다른 차들도 출발하기 시작한다.
서대길, 이건 또 무슨 소린가 하는 표정.

: 의 찬이름 서대길. 나이 29세. 자격증은 물론이고 운전면허도 없는
완전무결 백수. 헛다리 제대로 짚으셨네.
이름 서대길. 성폭행 전과 3범에 사기 공갈까지... 촉이 딱 오지 않나?
명색의 합동수사본분데, 내가 정팀장 이름 하나는 넣어줄께요.
그럴 일 없습니다. 이 자식은 운전면허가 없으니까요.
도대체 운전면허는 뭔데? 요새 강간범들은 면허 받아서 하나?
그래도 운전면허는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요?
무슨 근거 있습니다. 직접 알아보세요.
: 재 성
: 의 찬
: 재 성
: 의 찬
: 재 성
: 의 찬

이때, 취조실로 들어오는 마포서 여경1.

: 여경1
: 재 성
: 여경1
: 의 찬
: 여경2
나폴레옹 떴어요.
무슨 소리야?
인터넷 P2P 사이트에 방금 전 나폴레옹이 접속했어요.
어디야?
(느릿느릿 걸어오며) 아현동 **피시방인데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재빨리 밖으로 뛰쳐나가는 재성과 의찬.
55.PC방 앞 도로 / 낮
56.PC방 / 낮
멀리서 빠르게 달려와 멈춰서는 재성과 의찬의 차.
의찬이 먼저 조수석에서 내리려는 순간, 재성이 벽으로 차를 붙인다.
서둘러 내리는 재성과 다급한 나머지 투덜거리면서도 그 좁은 틈새로
낑낑거리며 내리는 의찬.
먼저 PC방에 도착한 재성. 카운터에 조용히 신분증을 내밀고는 뭔가를 얘기하는 모습.
이때, 재성의 모습을 주시하던 맨 안쪽에 앉아있던 사내.
인터넷 설정 창을 열어 쿠키를 삭제하는 등 자신이 사용했던 흔적을 재빨리 지운다.
재성, 천천히 의자에 앉아 컴퓨터에 몰두하고 있는 사내들을 하나하나 훑어본다.
이때, 의찬이 들어와서는 재빨리 입구 문을 걸어 잠그더니 신분증을 내밀며,
: 의 찬 모두 스톱!
재성, 돌아서서는 의찬의 행동에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데, 굉장히 당황하는
아저씨의 모습이 의찬의 눈에 들어온다. 의찬, 감잡았다는 듯 아저씨에게
다가간다. 아저씨의 화면에는 고스톱 아이콘이 떠있다.
: 아저씨 (울상이 돼서는) 흔들고 양박에 쓰리고 찬슨데....
고를 불러야 될 타이밍이지만 어쩔 수 없이 스톱을 누르는 아저씨. 실망감이 가득한 얼굴.
의찬과 재성, 고스톱 아저씨에게 시선을 뺏긴 사이, 한 사내가 일어서서는 천천히
비상구 쪽으로 나간다. 순간, 고개를 돌려 사내를 주시하는 재성.
모자를 눌러쓴 사내가 천천히 걷다 말고 재빨리 비상구를 빠져나간다.
황급히 비상구를 향해 나가는 재성. 의찬도 상황 파악을 한 듯 뒤쫓는다.
재성이 비상구를 열어보면 벌써 3층 높이에도 불구하고 창문을 열어 밖으로 도주한 상태.
재성, 쉽사리 몸을 던지지 못하는데 뒤늦게 도착한 의찬이 시비를 건다.
: 의 찬 안 뛰어내리고 뭐해요? 지금 놓치게 생겼잖아.
의찬, 재성을 밀쳐내더니 창문틀에 올라서 뛰어내리려 하다, 밑을 보고는 멈칫하는데,
: 재 성 왜 겁나세요?
57.PC방 앞 / 낮
피시방 계단을 내려와 송형사에게 무전을 보내는 재성.
: 재 성 송형사, 어디야?
피시방 출입구 쪽으로 급정거하는 마포 승합차.

: 송형사
: 재 성
: 송형사
: 재 성
(차에서 내리며) 여깁니다. 발바린요...
분명히 이 안쪽 블록에 숨었는데, 쥐새끼 같은 놈.
이미 순찰차로 사방을 다 막고 있어서 빠져나가진 못했을 겁니다.
하나하나 털어서라도 잡아내.

뿔뿔히 흩어진 마포팀. 재성은 계단을 올라간다.
뒤늦게 도착한 서대문서 조형사 차량. 계단을 올라가는 재성을 본다.
: 조형사 잰 어디 가는 거야?
CUT TO.
의찬, 무전기를 주머니에 넣고 좁은 틈을 통해 도주하는 발바리를 본다.
슬림한 체구로 좁은 틈을 통과하는데, 그걸 보고는 의찬 역시 틈으로 몸을
집어넣는다. 그러다 좁은 틈 사이에 끼어버린 의찬. 그 때, 조형사에게서 무전이 온다.
: 조형사(o.s) 팀장님, 어디세요?
뒷주머니에 있는 무전기를 꺼내기 쉽지 않다. 의찬, 낑낑대면서 온몸을 비틀어
무전기를 꺼내는 데 성공하는데,

: 의 찬
: 조형사
저 낑겼어요. 골목길 안 빨간 벽돌집 틈에 있어요.
(무전을 듣고 나서) 어느 골목, 어느 빨간 벽돌집이야.

조형사가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 골목길 대부분이 빨간 벽돌집이다.
재성은 주택가 제일 꼭대기 옥상에서 밑을 조망중이다.
그 순간 주택 틈을 빠져나와 도주하는 발바리를 보게 되는 재성.
재성의 말에 ‘에잇’하며 뛰어내리는 의찬. 착지가 불안했지만 이내 일어서서는
집 틈 사이로 뛰어가는 발바리를 쫓아간다.

: 재 성 송형사, 덕인슈퍼 앞에 용의자 출현. 검은색 잠바.
재성, 높은 곳에서 발바리의 움직임을 따라 옥상을 이동하고 있다.
송형사가 무전을 듣고는 신형사와 함께 덕인슈퍼 앞으로 이동 중이다.
재성이 발바리를 멀리서 주시하는 순간, 골목길 빨랫줄에 걸려있던 빨간 모자로
바꿔 쓰는 발바리. 입고 있던 점퍼 역시 빨랫줄에 걸어둔다. 결국 빨간색 모자에
회색 티셔츠로 바뀐 발바리. 바뀐 정보를 알려주려고 무전기를 꺼내는 순간,
손에서 미끄러지며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나는 무전기. 재성이 멀리서
바라보면 송형사가 발바리가 있는 골목으로 꺾는대도 발바리를 그냥 지나친다.
안타까운 마음에 소리를 지르며 황급히 옥상을 내려가는 재성.
한편, 빨간 벽돌집을 찾아 헤매던 조형사의 눈에 들어온 건물 틈에 꽉 낀 의찬.
: 조형사 팀장님, 거기서 뭐하세요?
CUT TO.
골목길을 걷다가 집 앞에 놓인 쓰레기봉투 두 개를 들고 걸어가는 발바리.
조형사가 의찬과 함께 골목길을 살펴보며 걷고 있다.

: 조형사
: 의 찬
팀장님은 끼는 데는 일가견이 있나 봐요.
조장님도 그런 말할 처지는 아닐텐데요.

순간 의찬과 조형사 앞에 나타난 발바리. 하지만 바뀐 옷차림과 쓰레기봉투를 든 탓에
주민인 줄 착각하고 스쳐 지나는데, 이후 발바리가 지나왔던 공간에 쓰레기가
쌓여있는 것을 발견한 조형사. 갑자기 발바리가 사라진 골목 쪽으로 달려간다.
의찬, 영문도 모르고 조형사를 뒤쫓는다.
하지만 골목길에 쓰레기봉투 두 개만 덩그러니 놓여있고, 하늘을 보면 발바리가
가스관을 타고 올라가고 있다.
조형사, 가스관을 타고 올라가는데, 의찬이 걱정하며 말린다.

: 의 찬
: 조형사
괜찮겠어요?
119사건 땜에 그러는가 본데... 걱정 마시고, 계단으로 뒤쫓아 오세요.

의찬, 조형사가 올라가는 것을 보니 속도나 기량이 예전보다 나은 모습.
안심하며 뒤돌아서서는 계단으로 올라가려는 순간. ‘쿵’하는 소리.
: 의 찬 조형사님.
의찬, 떨어진 조형사를 향해 달려가 보면, 조형사, 다리를 움켜잡고 괴로워하고 있다.

: 조형사(고통스러워하며) 아아. 저기 119는 직접 부를 테니까
팀장님은 빨리 쫓기나 하세요.

의찬, 조형사를 놔두고 발바리를 쫓기 시작한다.
재성, 발바리를 보지 못했지만, 속도를 내며 뛰기 시작하는 의찬을 발견하곤 의찬을 쫓는다.
범인, 뒤를 쫓아오는 걸 알고 골목길 방향을 바꾸다 나뭇가지에 모자가 걸리면서
얼굴이 드러난다. 순간, 긴장한 표정으로 뒤를 보는데, 여전히 시야에 없는 형사들.
여유롭게 다시 모자를 쓰는데, 그제야 골목을 꺾는 의찬과 재성.
재성, 발바리를 쫓는 과정에서 갑자기 방향을 바꾼다. 발바리가 골목길을
빠져나가려 하자 그 앞 출구를 막는 재성. 반대에는 의찬이 있다.
발바리가 다시 가스배관을 타고 건물을 오르기 시작한다. 너무나 가볍고 날렵한
동작으로 순식간에 2층 높이를 오르는 용의자. ‘아차!’ 싶은 두 사람이 뒤늦게
달려든다.
젊은 의찬이 먼저 매달리는 순간, 바지를 잡고 끌어내리는 재성.
그 상황에서도 서로 먼저 오르기 위해 몸싸움을 벌인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건물 옥상까지 오른 용의자, 곧바로 옆 건물로 훌쩍 뛰어넘는 용의자.
58.주택가 건물 옥상 / 저녁
재성과 의찬, 역시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오른 뒤, 발바리를 추격한다.
마치 허들 경기를 하듯 경쟁을 하며 건물을 넘는 재성과 의찬.
사다리가 놓인 건물을 동시에 오르려는 두 사람. 양보하라는 듯 째려보지만
그럴 맘이 없고, 동시에 사다리를 오르기 시작한다.
결국 무게를 이기지 못한 사다리가 뒤로 넘어가며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지는 두사람,
충격으로 신음소리를 내며 발바리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본다.

: 의 찬(신음소리를 내며 무전으로) 김형사, 발바리가 맨 끝 빨간 벽돌집
옥상으로 사라졌어.
(무전으로) 어느 빨간 벽돌집요?
맨 위 접시달린 빨간 벽돌집!
(사다리를 걷어내며 누워있는 의찬을 보며) 양보를 해야지.
장유유서 모르나?
경찰이 나이로 서열 따지는 경로당입니까?
남의 사건이나 뺏으면서 무궁화까지 단 주제에!
뭐? 경찰대 출신이라고 우쭐대는 거냐?
그래, 난 육두품이다. 성골 출신이니까 좋냐?
그 알량한 피해의식 때문에 경찰 내부에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 김형사
: 의 찬
: 재 성
: 의 찬
: 재 성
: 의 찬


재성, 의찬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의찬도 뒤지지 않고 주먹을 날린다.
재성, 한 대 맞더니 아예 작정을 하고 의찬에게 덤벼든다.
결국 막싸움으로 돌입한 현장. 옥상에서 서로 구르고 난리법석이다.
의찬을 쓰러뜨리고 그 위에 올라타서 주먹을 휘두르는 재성.

: 재 성
: 의 찬
너 경찰 몇 년이나 했어? 너 같은 애송이가 뭐 알긴 알어?
모르긴 뭘 몰라? 점수 작다고 성폭행 사건 회피한다며...
피해자가 점수로 보이지?

재성, 다시 쓰러진 의찬을 향해 주먹을 꽉 쥐고는 패려하다, 그냥 바닥을 한 대 치고 만다.
그리고는 옥상을 내려가는 재성. 혼자 옥상에 남아 있는 의찬.
재성이 내려가버린 옥상 문을 쳐다보다 고개를 돌린다. 저녁놀이 진다.
순간, 들리는 무전소리의 연속.

: 무전음4지역 용의자 추적 불가. 1지역 동일상황. 2지역 동일상황...
(무전이 치직거리며)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59.동네 슈퍼 앞 / 밤
재성이 슈퍼 앞 평상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다.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는
느낌에 앞을 보면, 길 가운데 교복을 입은 여중생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다시 커피를 마시는 재성. 재성을 지나 밖에 있는 냉장고에서
우유를 자연스럽게 꺼내는 수연. 재성이 앉은 평상위에는 계란 판이 쌓여있다.
무심코 그걸 보다가 하나를 꺼내 눈을 비비는 재성. 수연, 역시 파라솔에 앉아
바구니에 담긴 맥반석 달걀을 하나 집어 까먹는다.
: 수 연 경찰도 맞고 다녀요?
재성, 수연을 한 번 쳐다보고는, 허리춤에서 밖으로 나온 수갑을 쳐다보고는 점퍼를 내린다.
하지만, 수연은 예전 커피믹스를 훔쳤던 그 여중생.
재성은 수연을 알지 못하지만 수연은 재성을 아는 상황.

: 수 연
: 재 성
: 수 연
: 재 성
: 수 연
동네가 시끌벅적한 게 아저씨 땜이구나. 근데 잡았어요?
뭘?
꼴을 보니 잡진 못 한 거 같구.
조그만 게 뭘 안다구.
저라도 잡아가실래요? 이번엔 뭘 훔칠까? 예전처럼 커피믹스를
훔쳐야 잡아가나? 아니면 이거라도 훔칠까요?


61.병원 입원실 / 낮
60.합동수사본부 마포팀 / 아침
마포 쪽
분위기가 침통하다.

: 송형사그러게 제가 이번 사건 잘 해봐야 본전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쯤 본서에 있었으면 최소 10건은...
지금 그런 소리가 나올 때야? 어제 피씨방 주변 통화기록 중
사건발생지역과 일치하는 건, 모두 조사해.
팀장님, 몇 천 건이 될지도 모르는데, 그걸 어떻게 다 합니까
?
어떻게라니? 일일이, 전부, 빠짐없이.
: 재 성
: 신형사
: 재 성

다리와 팔에 깁스하고 누워 있는 조형사.
옆에는 조형사의 딸로 보이는 이십대 초반의 여성이 간호하고 있다.
다른 환자들로 북적대는 6인실 병상. 의찬을 비롯한 서대문 형사들이 문병을 하고 있다.
: 조형사 빠짐없이 다 왔네. (아들 보고) 명훈이 이리 와봐.
이제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외아들 명훈이 병원 안 TV에 열중하고 있다.

: 조형사(계속해서 TV만 보고 있던 명훈에게) 아빠 회사 팀장님이셔.
경찰대 나오신 분이야, 임마. 너도 경찰 대학! 알았지?

자신에게 인사하는 명훈을 보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의찬.

: 의 찬
: 조형사
몸은 좀 어떠세요?
진통제 맞고, 금 약간 가고, 그냥 감각 없고...
근데 제가 올라가 보니까 보통 실력으로는 힘들겠더라고요. 신발도

암벽 탈 때 신는 릿지화 같은 게 있어야 할 것 같고... 요새 암벽타기
동호회가 많던데, 거길 뒤져보는 게 어떨까 싶은데... 근데 얼굴은 왜?
수연, 파라솔 바구니에 있던 맥반석 달걀 두 개를 양손에 집어 보인다.
순간, 재성을 째려보는 눈빛. 그제야 재성이 눈치를 챈다. 우유까지 다 마시고
일어서는 수연.
재성 앞으로 지나쳐 나간다. 수연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재성. 달걀로 눈을 비빈다.

조형사의 말에 씁쓸한 표정의 정의찬.

: 의 찬
: 조형사
: 의 찬
(뜸을 들이다가) 이제 운전학원을 한 번 파보죠.
도대체 그 운전학원이 피해여성과 무슨 상관인데요?
(여유로운 표정으로) 지금은 좀 그렇고,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김형사. 준비해 왔지?

CUT TO
6인실 병상 벽에다 떡하니 붙은 마포 서대문 지도.
김형사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김형사지금 빨간 점들은 사건이 일어났던 현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라인들은 양지운전학원 셔틀 버스 노선들이고요.
보시는 바와 같이 사건발생지역과 노선도가 일치하고 있습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 조형사

의찬이 나서면서,

: 의 찬피해자들은 양지운전학원을 다녔거나 다니던 중 성폭행을
당했다는 거죠. 이런 걸 지리적 프로파일링이라고 하는데,
사건 발생 지역에서 공통점을 찾아 단서를 역추적 하는 겁니다.
그런 거 따지면 버스나 지하철도 다 되겠네.
(여유로운 표정으로) 김형사. 조사한 내용 말해봐.
피해자 12명 중 8명이 양지 운전 학원에서 면허증을 발급한 걸로
나오는데요.
: 조형사
: 의 찬
: 김형사

순간 표정이 변하는 조형사. 병상에서 일어서며,
: 조형사 갑시다.
엉거주춤, 느릿느릿 걸어가는 조형사.
62.양지운전학원 사무실 / 낮
어수선한 운전 교습 학원 사무실. 의찬을 비롯한 조형사, 김형사 등 서대문서 팀이
사무실 안에서 온갖 서류들을 뒤적거리고 있다. 밖에서는 학원 수강생들이
소곤거리고 있고, 실장으로 보이는 사람은 안절부절못한다.

: 의 찬 한 사람도 빠짐없이 알리바이 조사해. 사건 당일 근무 기록 철저히 조사
하라고. (밖의 수강생을 보며) 저기 강사들 중에 심하게 치근덕거리거나
그런 사람 없었어요?
여자 원생들이 고개를 기우뚱 거리는데, 갑자기 실장이 항의한다.

: 실 장수색영장도 없이 뭐하는 짓입니까?
강사 중에 발바리가 없으면 책임질 겁니까?

의찬, 실장을 보니 호리호리한 체격. 괜히 시비를 건다.
: 의 찬 당신 이렇게 발끈하는 거 보니까, 뭐 캥기는 게 있나본데...
의찬, 손에 든 창틀을 실장의 가슴에 대고는 가늠해본다.
: 실 장 당신들, 지금 직권 남용하는 거야. 인권위에 제소할거야.
실장과 의찬이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사무실로 들어온 강원장.
: 강원장 김실장, 지금 뭐 하는 거야?
정의찬, 소리가 나는 곳을 보자, 작은 체구지만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외모의
강원장이 서 있다. 의찬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 강원장 최대한 협조해 드려.
그리고는 밖으로 나간다. 정의찬, 강원장을 유심히 쳐다보는데, 목발을 짚고 있던 조형사.
: 조형사 저사람, 여기 말고 골프연습장, 오피스텔, 식당 등등...
뭐 현금 동원력에서는 마포 서대문 최골걸요? 그래도 밉지 않은 게
뭐 무슨 복지 재단 같은 거 하면서 어려운 사람 돕고 그러더라구.
의찬이 사라지는 강원장을 보는 사이,

: 조형사
: 여직원
(기록을 보더니) 근데 이 사람은 근무기록이 더 이상 없네.
아, 장석철씨요? 짤렸어요. 그 아저씨 자꾸 치근덕대.
나한테도 얼마나 그랬는지. 이쁜 건 알아가지고...

여직원에 말에 바로 서류를 확인하는 의찬.
63.주택가 골목 / 밤
밤늦은 시각. 장석철의 집 앞에서 잠복 중인 의찬과 김형사. 그리고 뒷좌석에는
목발을 짚은 조형사가 있다. 핸드폰을 카메라처럼 들고 낮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의찬.
영상통화로 현숙의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있다. 옆에서 김형사가 의찬의
행동을 보며 웃고 있다.
: 의 찬 (라이터 불을 켜고) 사랑하는 현숙이 생일 축하 합니다~
케익의 양초 대신 라이터 불을 ‘후우~’하고 불어 끄는 의찬.
화면으로 보이는 현숙의 얼굴이 슥 치워지더니 장인이 등장한다.

: 장 인
: 의 찬
: 장 인
: 의 찬
: 장 인
: 의 찬
: 조형사
수고가 많네.
(부동자세) 아닙니다!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
자네 아이 생일 때도 이렇게 하는 건 아니겠지?
당연히 아이 생일은 챙겨줘야죠.
아이는 챙겨주고 내 딸은 안 챙겨주고?
그게..
형사 치고 마누라, 아이 생일 챙겨주는 사람 어디 있다고... 넘 하네!

뚜뚜뚜... 끊겼다. 의찬, 절망스럽다.
이때, 김형사의 눈앞에 수상한 사내가 들어온다. 의자를 뒤로 제끼며...
: 김형사 팀장님, 장석철. 장석철.
갑자기 어두운 담벼락 사이로 사라지는 장석철.
: 의 찬 눈치 챘나? 집으로 안 오고 뭐 하는 거야?
의찬과 김형사가 급히 차 문을 열고 나선다. 이때 정적을 깨는 여자의 비명. “아악~!!”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의찬과 김형사가 재빨리 달려간다.
그리고 좁은 담벼락 사이로 접어들자 눈앞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광경.
웬 젊은 여자가 비틀거리며, 소변을 보고 있는 장석철의 뒤통수를 가방으로 치고 나간다.

: 젊은여자
: 장석철
이런, 미친 새끼!!
(소변을 보며 취한 목소리) 쏘리, 쏘리. 여자 화장실인 줄 몰랐지.

여자가 나간 담벼락 아래로는 또 다른 오줌 줄기가 흐르고 있다.
64.여대생의 원룸 안 / 밤
65.합동수사본부 마포팀-서대문팀 / 밤
책상에 앉아 노트북으로 리포트를 작성하는 여대생. 음악을 듣고 있는 듯 몸을 흔들거린다.
원룸 안, 화장실 문이 열려있다. 화장실 창문 또한 열려 있는데...
그 창문을 통해 기어들어오는 발바리의 모습.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창문을 다 넘고서 여대생을 향해 다가온다.
하지만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여대생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천천히 다가와 여대생의 입을 틀어막는 사내. 여대생의 동공이 공포로 커진다.
마포 쪽 - 몽타주
수십 명의 사람들이 항의하며 조사를 받고 있다.
1. 택배가 그럼 물건 배달하고 있지 뭐하긴 뭐해요?
2. 적십자 회금 고지서 돌리고 있었수다. 항상 안 내는 사람이 안내요.
자기가 낸 돈이 불우이웃에 쓰이는지 안 쓰이는지 어떻게 아냐고?
3. 보일러 수리가 들어와서요.
고객한테 A/S간다고 미리 전화하고 가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4. (취한 목소리로) 낮술 먹고 있었다. 왜? 나 짜른 놈한테 한마디도 못하고
나왔는데, 술 먹고 그 새끼한테 욕 좀 했다. 그 새끼가 욕했다고 잡아가라 그러든...
거의 난장판이 된 마포 쪽 상황.
이 분위기 속에 더 큰 소란을 일으키는 장석철을 연행하면서 정의찬이 등장한다.
: 의 찬 완전히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구먼.
CUT TO. 서대문 쪽
모두 귀를 막고 웅크리고, 쪼그려서 잠을 청하는 서대문 쪽 형사들.
건너편 마포 쪽에서는 여전히 통화기록 논쟁으로 어수선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자 비틀거리며 마포 쪽으로 향하는 장석철.
장석철, 이상한 듯 옆을 쳐다보자 의찬이 소변을 보고 있다.
: 장석철 남자 화장실 맞네.
의찬, 장석철을 보며 씨익 하고 웃는다.

: 장석철노상방뇨 좀 했다고 경찰이 이래도 되는 거야!
정상참작, 정상참작이란 게 있어야 할 거 아냐! 변호사 불러.
야! 이 새끼 당장 안 내보내! 여기가 무슨 파출소야!
어서 똥오줌도 못 가리는 놈을 데리고 와 갖고 지랄이야, 지랄이.
여기가 수사하는 데지, 술 취한 놈이랑 수다 떠는 데야!
수다는 누가 떨었다고 그래. 막무가내로 막장수사 하는 게 누군데요!
막장? 그래서 그쪽은 엉뚱한 운전학원이나 들쑤시고 다니셔?
왜? 그놈이 학원에서 발바리한테 음주운전 가르쳤답니까?
: 재 성
: 의 찬
: 송형사

계속되는 양쪽의 입씨름 속에 이제는 먹은 걸 쏟아내는 석철.
순식간에 수사본부는 난장판이 되고 만다.
그 와중에 시끄럽게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 서로 싸우느라 정신없는 양쪽.
거기서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여경이 전화를 받는다.
하지만 아무런 관심도 없는 사람들. 여경이 수화기를 들고는 작은 목소리로 ‘사건 발생’
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소란스러운 상황. 여경이 작정하고 큰 소리로 외친다.
: 서대문여경 조용!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는 사람.
: 마포여경 조용!
그제야 상황을 멈추고 여경을 쳐다보는 사람들.
66.운전학원 원장실 - TV 화면 / 몽타주 / 밤
캐비넷에서 뭔가를 정리하는 누군가의 뒷모습. 정리하다 뭔가가 떨어지는데,
DV테이프이다. 테이프 라벨에는 2010.10.5 대흥동이라고 적혀있다. 테이프를
다시 주워 금고 안에 넣으면 금고 안이 몇월 몇일 **동이라고 쓰인 테이프들이
가득 차 있다. 테이프를 정리하는 동안 방안에 퍼지는 뉴스 소리.
: 기 자 서울 서북부 지역의 연쇄 성폭행범 검거가 늦어지면서 또다시
서대문구 대현동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여 전격적으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직접 사건을 지휘하는 수사본부가
꾸려졌습니다. 서울경찰청은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누군가의 리모컨으로 계속해서 돌아가는 채널. 고정된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시사토론.

: 사회자발바리처럼 너무 날쌔다. 그래서 못 잡는다는 것은 핑곗거리가
되지 않는 것 같은데요, 최근 경찰이 너무 무능력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교수님,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맞습니다. 경찰이 무능한 거죠. 요즘 초등학교 가보면 난리랍니다.
: 김교수

자녀들 직접 등교시키고 하교시키고, 맞벌이 부부들은 심부름센터에서
사람까지 고용한다고 그러네요.
그제야 보이는 의자에 앉은 한 남자의 모습. 강원장이다.
강원장, 자신의 책상에 놓인 한울복지재단 후원자 명단 서류를 살펴본다.
노인들의 사진과 인적사항. 페이지를 넘기던 강원장의 손이 멈춘다.
서류에 붙은 한 앳된 여중생의 사진. 수연이다.
67.합동수사본부 외부 / 아침
합동수사본부의 현판이 내려지고, 인부들이 트럭에 사무실 집기들을 옮겨 싣고 있다.
무조건 수사 자료를 챙기려는 광역수사대 측과 사소한 개인 물품을 챙기려는
형사들간에 가벼운 입씨름이 벌어지고 있다.
개인 소지품까지 증거물로 착각하고 챙기려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멀리서 재성과 의찬이 나란히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의 찬
: 재 성
: 의 찬
: 재 성
: 의 찬
: 재 성
: 의 찬
전에도 이런 적 있었어요?
있었으면, 진작에 관뒀겠지.
그런데 갑자기 왜 반말?
진작에 말 놨어야 하는데, 이제 서로 볼일 없지 않겠냐?
무슨 소리. 나랑 또 붙어야잖아.
누가 너랑 붙는 대냐? 내가 너랑 같은 체급인 줄 알아!!
체급이 다르긴 뭐가 달라요? 같은 팀장끼리.

그렇게 티격태격하는 사이, 둘의 옆에 목발을 짚고 등장한 조형사.
현판을 떼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 조형사 합동수사본부라... 우리가 언제 했냐. 합동!
현판 두 개가 동시에 바닥으로 떨어진다.

68.재성의 집 / 저녁
69.아파트 단지 / 저녁
철커덕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탁! 스위치를 올리면 꽤 널찍한 빌라 내부다.
같이 살던 집에 혼자만 남겨진 듯,, 큼지막한 냉장고와 대형 텔레비전 외에는
가구가 하나도 없다.
시간 경과
물이 든 냄비를 올려놓고 가스에 불을 붙이는 재성.
싱크대 위의 선반을 열어봐도, 냉장고를 열어봐도 아무것도 없다.
그의 눈에 들어오는 냉장고에 붙은 빛바랜 가족사진.
재성이 아파트 입구 주차장에 있다. 학원에서 소영을 태우던 승용차 한 대가
서더니 아내와 첫째 딸 소영 그리고 막내딸이 내린다. 떠나는 차를 향해 손을
흔드는 아내와 소영. 아파트로 들어서려는 그들을 재성이 막는다.
: 재 성 소은아.
깜짝 놀라는 아내와 소영, 막내딸 소은은 아빠하며 재성에게 달려드는데,

: 아 내
: 재 성
웬일이야?
애까지 데리고 나다니는 거야?

재성, 소영을 머리를 쓰다듬으려 한다. 하지만, 슬쩍 피하는 소영.
: 소 영 엄마, 나 먼저 들어갈게.
재성, 자신이 손이 무안해진다.
: 아 내 사춘기라 그래. 할 말 없음 들어갈게.
눈치를 살피는 막내딸, 재성의 허리춤을 붙잡고 있는데, 엄마가 반강제적으로
떼어 놓는다.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며 엄마에게 끌려가는 막내딸.
재성, 뒤에다 대고 혼잣말로,
: 재 성 문단속 잘하고 다니라고... 여자만 사는데... 요즘 좀 시끄럽잖아.
70.서대문서 강력팀 / 낮
혼자 남겨진 재성이 쓸쓸해 보인다.
한가로워 보이는 서대문 경찰서의 풍경.

: 의 찬아니 뭐 꼭 3천까진 아니더라도. 오백이라도 안 될까?
그래? 아니야, 아니야. 니가 그런 말 하면 내가 더 미안하지.

고박사, 그런 의찬 앞에 나타나 의찬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리고는 뭔가를 계속 중얼거리는데, 그 모습이 자꾸 신경 쓰이는 의찬.

: 의 찬(고박사를 보며) 아이 참, 정신 사납게...
(전화기에 대고) 아니야, 아니야. 너한테 한 말이 아니고...

하지만 끊어지는 전화. 의찬,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고박사를 쳐다본다.

: 의 찬
: 고박사
: 의 찬
: 고박사
(고박사를 보고는) 넌 어떻게 돈 빌릴 때만 나타나냐?
너 범인을 누가 제일 잘 알거 같아?
(자신이 왜 이런 걸 해야되나 싶은 표정으로) 니네 엄마?
(당황하며) 어떻게 알았어. 우리 엄마 모르는 게 없는데...
우리 엄마 말고 그 다음에 잘 아는 사람?
혹시 너?
롱 앤써. 디 앤써 이즈 제니퍼 슈잇.
제니퍼 슈잇이 누군데...
: 의 찬
: 고박사
: 의 찬

고박사, 항상 들고 다니던 스케치북을 펼친다.
형광펜으로 표시된 헤드라인. ‘성폭행 피해자, CNN서 검거 호소…
19년 만에 범인 잡아’의찬, 신문기사를 천천히 읽어보는데,
: 의 찬 여덟 살 때 성폭행을 당했던 제니퍼 슈잇이 27세 된 지금 CNN 방송에
출연했다. 그녀는 ‘이 문제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 매일 밤 잠 못드는
어린 소녀들에 관한 문제라며 범인 앞에서 내가 이겼다고 말하고 싶다’
고 덧붙였다.
: 고박사 찾아야지. 범인을 잘 아는 사람.
고박사, 다시 그분이 오셨는지, 갑자기 큰소리로 ‘내가 사람을 죽였다’ 며
강력반으로 들어오는 조형사를 붙잡고 늘어진다.
평소 같으면 대꾸라도 하던 조형사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들어오는 모습을
발견하는 의찬.
: 고박사 뭐야, 또 떨어진 거야? 옥상에서 떨어져. 시험도 떨어져...
고박사의 조롱에 깁스한 다리로 목발을 무기삼아 고박사를 쫓는 조형사.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 의 찬
: 김형사
진짜 떨어졌나?
뻔하죠. 합수부 나가서 공부도 제대로 못 했잖아요.
이파리는 무성한데 꽃을 못 피우시네.

조형사, 강력팀으로 다시 들어오며,
: 조형사 팀장님, 서장님이 찾는데요.
71.마포서 서장실 / 낮
72.연희동 골목 / 낮
조준구 앞에 재성이 서 있다.

: 재 성
: 조준구
네? 갑자기 지구대라뇨?
그냥 편히 생각해.
이참에 순환근무 한다 생각하고, 다양한 경험 쌓고 좋지 뭐?
서장님. 저 황재성입니다. 체포왕 황재성.
아, 그걸 누가 몰라서 그러나
문책입니까?
(한숨을 내쉬더니) 누구 하나 총대 메는 사람은 있어야지 않겠냐?
아, 그래서 청와대 대신 지구대라도 가라고 하시는군요.
뭐, 같은 대긴 하네!
: 재 성
: 조준구
: 재 성
: 조준구
: 재 성

조준구, 재성의 말에 황당한 표정
연희동 초소로 파견된 의찬. 김형사가 의찬을 내려주고 있는 상황.
조형사 역시 목발을 짚고 같이 내린다.

73.지구대 안-앞 / 낮
74.서강동 골목
정복 차림으로 서 있는 재성.
그 앞에서 지구대장이 호미를 들고 서 있다. 머리가 희끗한 50대 중반의 지구대장.
재성에게 키(Key) 하나를 건네준다.
: 지구대장 앞으로 잘 부탁하네.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는 게
나 도와준다 생각하고... 내년에 정년이야. 조용히 끝내야지.
(나가며 혼잣말로) 에이 뭐 파출소가 귀양지도 아니고...
호미를 든 지구대장이 나가자 재성이 따라 나간다.
파출소 앞 화단에는 각종 꽃이 잘 꾸며져 있다. 잡초 제거를 하는 지구대장.
키를 들고 따라 나온 재성이 두리번거리는데, 순찰차는 한 대도 없다.
잡초를 뽑던 소장이 호미로 어딘가를 가리킨다. 쭉 따라가 보면,
하얀색 스쿠터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서강동 골목을 스쿠터로 순찰을 돌고 있는 재성.
노란 은행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다. 스쿠터의 바퀴에 낙엽이 날린다.
낙엽이 눈과 디졸브 되면서....
자막 한 달 후
눈길을 달리는 스쿠터. 약간은 수척해진 얼굴의 재성.
여전히 서강동 골목을 스쿠터로 순찰을 돌고있다.

: 조형사아니,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는데 여길 왜 지키냐?
도둑놈이 29만원 털러 온대냐?
팀장님, 힘내세요. 금방 복귀되겠죠.
좋네. 한가롭게 도나 닦지 뭐. (쇼핑백 하나를 꺼내며) 조장님, 이거
: 김형사
: 의 찬

조형사, 쇼핑백을 열어본다. 경찰승진참고서와 노트 등 수험서다.
: 의 찬 저기 옛날에 제가 보던 건데요, 형사소송법은 그게 족봅니다.
조형사, 형광펜으로 색깔별로 잘 정리해 놓은 요점 정리 노트를 보며 감탄한다.
김형사, 의찬의 배려에 흐뭇하게 웃는다.

75.편의점 앞 / 낮
편의점 앞을 지나치는 재성의 스쿠터. 재성, 편의점 안을 보니 주인과 여중생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머리가 헝클어진 여중생이 손에 커피믹스 한 박스를 꼭 쥐고 있다.
: 편의점주인 너 집이 어디야? 전화번호 불러봐.
순간 편의점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재성.
: 재 성 무슨 일이세요?
: 편의점주인 마침 잘 오셨네. 이거 훔쳐놓고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도 없고,
아주 독종이야. (여중생을 보며) 전화번호 얘기하라니까...
묵묵부답인 여중생, 재성을 한 번 쳐다본다.
: 편의점주인 이 자식이 정말. 집 없어! 니 애미애비도 없어?
순간, 편의점주인을 째려보는 여중생.
: 편의점주인 이 년이 째려보면 어쩔건데...
보다 못한 재성이 여중생에게로 다가선다.
재성이 여중생의 터진 입술에 묻은 핏자국을 보고 손을 내민다.
: 재 성 얼굴은 왜 이런 거야?
재성의 손을 슬쩍 뿌리치는 여중생.

: 재 성당신이 이런 거야?
: 편의점주인 네?
: 재 성당신이 때린 거냐고?
: 편의점주인 사람 환장하겠네. 내가 도둑질했어? 왜 나한테 지랄이야!
: 재 성폭행혐의로 입건할까? 미성년자 폭행은 가중처벌 되는 거 몰라?

: 편의점주인 (당황한) 네?
편의점 주인, 재성의 말에 기가 죽은 느낌.
: 재 성 그거 이리 내. 얼른.
76.연희동 골목 / 낮
연희동 골목에도 내린 눈. 창문을 열면서 쌓인 눈을 치우는 의찬.
라디오에서는 흘러나오는 멘트.
: 라디오 아, 오늘 첫눈이 왔죠. 그나저나 발바리 검거 소식은 감감합니다.
발바리도 겨울잠에 들어갔나 보죠. 우리 경찰들 굴이라도
뒤져야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의찬이 라디오를 신경질적으로 끈다. 그리곤 초소 안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창틀을 한 번 쳐다본다. 그 때 울리는 전화벨.
서대문서
: 현 숙 
자기 어디야? 나 서에 왔는데 당신 잠깐 나갔다네...
현숙, 서대문서 강력팀 안에서 전화를 하고 있다. 주변에서 조형사가 현숙과
눈을 마주치자 바삐 일을 하는 모습.

: 의 찬
: 현 숙
(당황하며) 나야 범인 잡으러 나왔지. 근데 왜 직장엘 찾아오고 그래.
오늘 우리 아기 사진 나왔어. (초음파 사진을 보며) 진짜로 예뻐.
도토리처럼 생겼어. 당신한테 첨 보여줄려고 왔는데...

그래도 반응이 없는 여중생.
재성이 손을 내밀어 움켜쥔 커피믹스를 슬그머니 빼들자,
그제야 절대 놓지 않을 것 같던 손을 슬며시 놓는다.
: 재 성 (여중생에게) 가, 집에 가라고, 임마.
그러자 재성의 얼굴을 슬쩍 한 번 보더니, 바로 돌아서는 여중생.
그렇게 그대로 나가는가 싶더니...
매대에서 또다시 커피믹스를 움켜쥐고 달아난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재성.
: 편의점주인 봐요! 저거, 저거! 저거 아주 싹수가 노란 년이라니까!
편의점 주인을 가만히 바라보는 재성.
편의점 주인, 또 기가 슬그머니 죽는데, 재성, 커피믹스 값을 치르고 편의점을 나선다.

: 의 찬
: 현 숙
어. 일단 집에 가있어. 저녁에 들릴게.
(조형사 앞에 앉아있는 고박사를 보며) 근데 자기 정말 힘든 일한다.
못된 사람들 잡아서 우리 도토리가 맘 놓고 살 수 있게 하는 거지.
정말 당신 자랑스럽다.

이 때, 초소 밖에서
: 의 경 누가 찾아오셨는데요.
의경이 전해주는 사진. 조형사의 가족사진이다. 의찬, 전화를 급히 끊는다.

: 의 찬
: 현 숙
현숙아. 잠깐만 지금 막 범인이....
범인 잡아야지. 파이팅...

CUT TO.
혜진과 초소 안에 마주 앉아 있는 의찬.

: 혜 진죄송해요.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보다, 그때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게 더 싫었어요. 아마 다른 분들도 저랑 비슷할 거예요.
이해합니다. 용기 내주셔서 감사하고요. 근데 보시다시피 제가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다른 분을 연결시켜드리겠습니다.
(일어서며) 제가 어리석었네요.
다른 경찰 분하고는 다를 줄 알았는데...
: 의 찬
: 혜 진

혜진, 사진을 의찬의 책상에 놓으며 쌩하니 일어선다. 이때, 책상위에서 울리는
핸드폰 메시지음. 핸드폰을 확인하니 사진 메일이 도착했다. 아기의 초음파 사진이다.
그 사진을 한참 보다가 밖으로 나가는 의찬.
저 멀리 혜진이 택시를 타고 나가는 모습을 보고는 허탈해한다.
77.수연의 집 / 낮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여는 수연.
복지사로 보이는 한 여자가 수연을 보고는 아는 척 한다.
: 복지사 수연아, 아빠는 안 계시니?
수연, 고개를 끄덕거린다.
강원장과 한울복지재단 일행들이 쌀 포대를 가지고 수연의 집 밖에서 안으로 들어간다.

쌀 포대를 안으로 들여놓는 강원장. 그런 강원장에게 복지사가 수연을 소개한다.
: 복지사 후원회장님이셔. 네 얘기 듣고 돕고 싶다고 하신 분이야.
수연, 그런 말을 듣고는 그냥 서있기만 한다.
: 강원장 얼굴은 왜 이런 거야?
강원장, 수연의 터진 입술을 마치 재성처럼 손을 내밀어 만지려고 하는데,
그 손을 툭 치며 강원장을 째려보는 수연.
78.지구대 / 밤
79.병원 복도-병실 / 밤
시비가 붙은 취객들로 소란스러운 지구대.
그 안에 어색하게 순찰복을 입은 황재성의 모습이 보인다.
과거 체포왕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취객들의 소란조차 잠재우지 못하고 쩔쩔매는 황재성.
이때 그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진동음을 울린다.

: 재 성(습관적으로) 네, 마포서 강력... 서강지구대 황재성입니다.
아, 의사양반.

508호 병실 앞에 멈춰서는 재성. 노크해도 대답이 없자, 슬쩍 문을 열고 들어선다.
안쪽 침대에 누워 있는 어린 여학생에게로 다가서는 재성.
이때 뒤에서 화장실 문이 열리며, 술에 취한 아버지가 나온다.
경찰복 차림의 재성을 보고 다소 놀라더니,

: 아버지
: 재 성
: 아버지
: 재 성
: 아버지
: 재 성
뭔일 있소?
폭행 사건이 있었다고 해서요.
우린 신고한 적이 없는데
누가 112로 신고해서, 그냥 확인 차 잠깐 들른 겁니다.
누가요?
그거야, 저희도 모르고요.
(침상을 돌아보며) 따님이시죠? 심하게 다친 거 같은데


: 아버지(냉장고에서 막걸리 하나를 꺼내 마시며) 동네 애들하고
쌈박질한 거갖구. 별일 없으니까 빨리 가보슈.

침상으로 다가가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재성.
링거를 꽂고 있는 환자의 팔뚝에 누군가의 완력으로 생긴 시퍼런 멍 자국들이 보인다.
심하게 구타를 당한 흔적이 역력한 얼굴. 무심코 보던 재성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진다.
침상에 누워 있는 학생은 얼마 전 커피믹스를 훔치다 자신과 마주쳤던 그 여중생 수연이다.
충격으로 자고 있는 듯, 눈을 감고 있는 수연. 입술 또한 터져 있는데,
전처럼 손을 가져가 보지만 전혀 움직임이 없는 여중생.
: 아버지 말 못 들었수? 빨리 나가라니까...
80.병원 휴게실 / 밤
81.수연의 집 밖-안 / 아침
나란히 휴게실 의자에 앉아 있는 재성과 인턴. 재성의 표정이 무척이나 무겁다.
: 인 턴 정액 검출은 없는데, 질 내 열상이나 출혈이 발견된 게 분명히
성관계가 있었던 거 같구... 손목에 난 멍 자국도 누군가
완력으로 누른 게 분명하고요. 얼굴에도 타박상, 맞은 게
분명하고, 그리고 어깨에는 자상, 유리에 찔린 것 같은데....
아무튼 물총 사건 맞죠?
건조하고 사무적인 말투로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인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재성.
인턴의 머리를 때리며,

: 재 성넌 그따위로 밖에 얘기 못 해?
겨우 열다섯 살 아이한테 물총이란 말을 쓰고 싶어?

재성의 말에 놀라 멍하니 있는 인턴. 갑자기 차트를 뺏어 보는 재성.

: 인 턴
: 재 성
(머뭇거리며) 다 영언데...
얘 주소는 어디 있어?

계단을 올라가는 재성.
어질러져 있는 집안. 방문에 달린 유리창이 깨져 있다. 그리고 널브러져 있는 집기들.

82.단란주점 / 낮
과거 재성의 모습처럼 유흥주점 사장단들을 모아놓고 협조를 구하고 있는 송형사와 신형사.

: 신형사
: 최사장
: 송형사
5... 12... 23... 이상입니다.
뭐야? 보너스 번호 말고 하나가 더 있어야지?
그동안 저희가 많이 쉬었거든요.
사장님들이 알아서 분발들 해 주세요.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거 구관이 명관이라고, 황구렁이보다 더하네
.
: 강사장

여기저기서 볼멘소리들이 쏟아지는 이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서는 재성.
그것들을 보며 안에서 벌어진 상황을 상상해보는 재성.
플래시백
‘팡’하면서 깨진 거울. 발바리가 수연을 밀치자 거울이 깨지며 방바닥으로 쓰러지는 수연.
수연의 어머니로 보이는 영정 사진과 그 앞에 놓인 식은 커피 잔이 보인다.
그리고 그 아래로 보이는 커피믹스.
재성의 시선이 한동안 움직일 줄 모른다. 커피믹스를 만지작거리는 재성.
플래시백
동네 편의점에서 커피믹스 박스를 꽉 쥐고 있던 수연의 손.
진공청소기가 눈에 띄자 뚜껑을 열어 먼지 필터를 확인해 본다. 역시나 없어진 먼지 필터.
플래시백
수연이 성폭행을 당하고 온몸을 떨고 있는 사이 여기저기 진공청소기로 청소하는 발바리.
재성, 벽에 붙은 달력을 본다. 달력 앞에 다가가 유심히 달력을 보는 재성.
플래시백
김도식 노인의 집에서 봤던 그 달력과 똑같은 달력이다.
달력 하단에 한울복지재단이라고 인쇄되어 있다. 전화를 꺼내는 재성.
: 재 성 송형사. 지금 어디야?
경찰복 차림의 재성을 보고 모두 놀라는 표정들이다.
강사장, 재성을 보더니 반가운 표정으로,
: 강사장 황팀장, 돌아온 거야?
CUT TO
송형사와 신형사, 그리고 재성이 룸에 남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송형사는 재성을 흉내 내듯, 넥타이를 턱 착용하고 있다. 송형사가 재성에게
파일을 하나 던져준다.
재성, 송형사가 던져준 파일을 살펴본다. 파일에는 한울복지재단 후원 대상자 명단이 있다.
거기에서 김도식과 최수연을 발견하는 재성.

: 송형사
: 재 성
: 송형사
: 재 성
그냥 조용히 파출소나 지키고 계시지 뭘 또 파시려고?
너, 나 없는 동안 많이 늘었다. 먹다 남은 밥그릇도 건들 줄도 알고...
먹다 남은 건 버렸고, 새로 설거지한 겁니다.
(약간 열이 받아서는) 밥 먹었으면 이제 슬슬 소화 좀 시켜야지.
발바리 잡자
.

송형사와 신형사, 미지근한 반응이다.

: 재 성
: 신형사
이놈들 봐라. 왜 싫어?
지문도 없고, DNA도 없이 천방지축 지 꼴리는 대로 날뛰는
놈을 어떻게 잡냐고 한 사람이 황팀장님 아닙니까.
사흘 뒤져서 안 나오면 미제야. 덮어. 실적이 남아돌아?
내일모레가 영어시험인데, 한가하게 수학책 펴놓고
덧셈 뺄셈하자는 거야 뭐야?
: 송형사

재성, 신형사와 송형사의 말에 대답할 말이 없다.
83.옛 합동수사본부 / 낮
아침 해가 뜬 합동수사본부 전경. 이제는 광역수사대가 차지하고 있다.
발바리가 저지른 성폭행 사건의 현장 사진을 살펴보고 있는 재성과 광역수사대 형사
사건 발생 후 깨끗이 청소된 현장, 먼지 필터가 사라진 진공청소기 등 사진을 보고 있다.

: 재 성범행 수법이 똑같습니다. 범행 후 현장을 청소한 거며,
먼지 필터 빼가는 것까지...


84.연희동 초소 안 / 낮
의찬이 의자에 앉아 무료하게 뭔가에 집중하고 있다.
가만히 보면 로또 복권에 번호를 마킹하고 있는 의찬.
펜을 들고 있는 손이 번호와 번호를 오가며 망설이고 있는 모습이다.
: 재 성(o.s) 이, 시팔!!
깜짝 놀란 의찬이 고개를 들면, 난데없이 재성이 바로 옆에 서 있다.

: 재 성
: 의 찬
: 재 성
적으라고. 2하고 18. 내 생일이거든. 2월 18일.
성질이 왜 그런가했네.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1/ 8, 145,060 차라리 발바리나 잡아서
포상금을 받는 게 확률적으로 더 쉽지 않나?


: 광역형사발바리 짓이든 아니든 신고가 들어와야 조사를 할 것 아닙니까?
우린 지금 유력한 용의자가 있으니까 혼자 그렇게 해보시든지요.

재성, 광역형사를 한 번 흘겨보고는 발을 돌린다. 그 뒤에 들리는 귀에 익은 목소리.

: 고박사98명인지 99명인지 헷갈리네. 그게 그렇더라구. 100에
가까워지니까 세기가 막 어려워. 그러다 보니까 여자들이 막

나를 좋아하는 거 같구. 내가 여자들을 좋아하는 건지,
그 여자들이 나를 좋아하는 건지, 장자처럼 내가 나빈지
사람인지 모르겠는 거야.
: 수사관 오케이, 쉽게 얘기해서 99명을 강간했다는 거 아냐. 맞지?
고박사,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러다가 갑자기 일어서서는 책상 위로 올라서며,
: 고박사 나는 야 미치광이 강간마 고박사! 나 잡아봐라.
고박사가 갑자기 날뛰자 당황하는 수사관. 고박사가 책상 위를 뛰어다니다가
재성 쪽으로 온다.
: 고박사 우리 의찬이 못 봤어? 요즘 통 안보이던데! 나 잡아봐라!
수사관, 고박사를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고박사의 말을 듣고 무언가 생각하는 재성의 표정.

: 의 찬
: 재 성
: 의 찬
: 재 성
: 의 찬
열 받게. 발바리 얘기는...
얼마면 되냐?
400억은 바라지도 않고, 한 40억쯤?
얼마면 되냐고? 전세보증금.
하여간 사람 염장 지르는 덴 국가대표야.

발끈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의찬.
: 재 성 내가 빌려줄게.
재성의 말에 걸음을 멈추고 재성을 바라보는 의찬.
85.껍데기 집-마포서 (교차) / 낮
재성과 의찬이 술 한 잔 했던 그 장소. 이번에도 여전히 껍데기를 먹고 있다.

: 의 찬
: 재 성
도대체 이 사건에 집착하는 이유가 뭐요?
15살 여자애가 당했어. 내가 보기엔 발바리 짓인데,
누구 하나 움직이질 않아. 산동네 꼬마가 당했건 말건
신경도 쓰지 않는 다구. 너 아는 거 있잖아. 그게 뭐야?
워워... 왜 이러슈? 홀라당 내꺼만 까먹으려고?
소심한 새끼... 동시에 까자.
좋아. 하나 둘 셋 하면 까기다.
콜. 하나, 둘, 셋!
: 의 찬
: 재 성
: 의 찬
: 재 성

하지만 아무도 얘기를 하지 않는다.

: 의 찬
: 재 성
: 의찬/재성
이럴 줄 알았어!
이번엔 진짜다. 하나 둘 셋!
(동시에) 양지운전학원!/ 한울 복지재단!

서로를 쳐다보는 재성과 의찬.

: 재 성
: 의 찬
: 재 성
너 장석철도 그렇고 운전학원에 집착했던 이유가 뭐야?
피해자 12명 중 8명이 그 학원에 다니던 중 당했어요.
강사들은 조사해 봤어?

고개를 끄덕거리는 의찬.
86.양지운전학원 원장실 / 낮
의찬은 강원장과 악수를 회피하고 장식장에 있는 암벽 등반 사진, 봉사활동
사진들을 유심히 살펴본다.

: 재 성
: 강원장
최수연 이라고 아시죠? 그 학생 병원비를 복지재단에서 냈던데...
그게 뭐 잘못됐습니까? 저희 복지재단에서 지원해주던 어린
학생이 몹쓸 짓을 당했다는데, 그 얘길 듣고도 가만있어야 하는 겁니까?
제가 뭐 불법 정치자금을 댄 것도 아니고,


: 재 성
: 의 찬
: 재 성
: 의 찬
: 재 성
전부 다 조사한 거야? 퇴직자까지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한울복지재단은 뭔데?
수연이가 한울복지재단 수혜 대상자였어.
수연이?
그 15살 꼬마애 이름이 수연이야. 나폴레옹 김도식 노인도
한울복지재단 수혜자였고...

밑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만지작거린다.

: 재 성분명히 운전학원과 복지재단 사이에 뭔가가 있어.
우선은... (뭔가 말하려 하는데)
조장님
.
아, 사람 말하는데 끊고 말이야...
: 의 찬
: 재 성

서대문서
자기 자리에 앉아 의찬이 준 핵심정리 노트를 보는 조형사.

: 조형사팀장님, 이거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데요. 아, 운전학원 건드리는
것도 모자라서 이젠 복지재단까지 건드리시려구요. 그럴 사람

아니래도 그러네... 그 강원식 만만한 사람 아닙니다. 팀장님이
걱정... (끊기는 신호음) 아, 사람 말하는 데 끊고 말이야..
.
BACK TO SCENE
전화를 끊는 의찬.
: 의 찬 그 놈이 그 놈이야.
재성, 의찬이 무슨 말을 하는 줄 모르겠다는 표정.
그렇다고 불법 로비를 한 것도 아니고요.

: 재 성
: 강원장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시간을 내야죠.

강원장과 일어서서 악수를 하는 재성. 재성, 강원장의 손을 유심히 살펴보는
재성. 강원장의 손등에 상처가 있다.

: 재 성
: 강원장
: 의 찬
근데 손바닥에 굳은살이 많으시네요.
아, 네. 암벽타기가 취미라서요. 스릴감은 최고 아닙니까.
(혼잣말로) 암벽 등반은 무슨... 가스관이나 탔겠지.
그게 스릴감 죽이잖아
.
(손가락을 움직여보며) 암벽 등반엔 굳은살이 배기질 않죠.
요 손가락 힘을 이용하는 게 암벽등반 아닌가요.
혹시 2일 밤 9시부터 11시까지 어디서 무얼 하고 계셨습니까.
: 재 성

의찬, 강원장이 얘기하는 동안 옷 안에 숨겨뒀던 창틀을 꺼낸다.
: 의 찬 뭘 하고 있었겠어. 아현동에서 청소기 돌리고 계셨겠지!
그 순간, 손에 들고 있던 창틀을 강원장에게 끼워보는 의찬.
창틀은 허리 부분에서 꽉 조이더니 힘을 줘 내리자 다리까지 쑥 빠진다.

: 강원장당신 뭐하는 거야? 이런 식으로 강압수사 하면 니들이
온전할 거 같아?
능력 있으면 짤라 보시던가
이 발바리 새끼야.
미친놈. 너 이름이 뭐야?
너 똑바로 들어. 나 마포서 황재성 경위야.
: 의 찬
: 강원장
: 의 찬

의찬의 말에 재성 황당한 표정이다.
의찬, 강원장의 멱살을 잡는다. 재성이 달려가 의찬을 말리지만, 계속해서 멱살을
잡아채는 의찬.
87.양지운전학원 현관 앞 / 낮
운전학원 앞을 나서는 의찬과 재성.
: 재 성 너 원래 그러냐? 이렇게 앞뒤도 안 가리고 대책 없이?
88.양지운전학원 원장실 / 낮
89.도로 / 낮
운전학원 창문을 통해 재성과 의찬이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강원장.
꽤나 신경 쓰이는 모습이다. 강원장, 전화기를 든다.

: 강원장검사님, 어젠 잘 들어가셨습니까. 그 정도는 제가 대접해야죠.
우리야 말하지 않고도 이심전심으로 동지적 관계 아닙니까?

도로를 달려가는 경찰 스쿠터.

: 의 찬폼 안 나게 이게 뭐야. 모터사이카도 아니고 스쿠터에...
가만, 같이 잡긴 잡는데 그 새낄 반으로 나눌 수 없잖아.
먼저 수갑 채운 놈이 임자. 어때?
콜. 그리고 이자율 3%.
도둑놈의 새끼. 콜.
: 재 성
: 의 찬
: 재 성

재성, 신경질적으로 갑자기 속도를 올리자 ‘어어’하며 재성의 허리를 꽉 쥐는 의찬.

: 의 찬그 어린애를 그렇게 만들어놓고, 태연하게 돈을 내미는 새끼가
어디 사람새끼야! 근데 왜 못 잡아!
잡아가면? 증거 있어?
창틀 통과하는 거 봤죠. 저 새끼 맞다니까...
범인을 아는 건 쉬어. 어떻게 깨느냐가 문제지.
형사가 흥분하면 범인한테 지는거야
.
: 재 성
: 의 찬
: 재 성

의찬, 재성의 말에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 오토바이 쪽으로 가서는 뒷좌석에
올라탄다. 그리고는 멀뚱히 서있는 재성을 보며,

: 의 찬
: 재 성
: 의 찬
왜 멀뚱히 서있는 거예요? 빨리 가야죠.
어딜?
범인 제일 잘 아는 사람 만나러...

재성,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오토바이에 올라탄다.
90.혜진의 원룸 현관 앞-집 안 / 낮
91.양지운전학원 안-마포서장실 / 낮
의찬을 찾아왔던 피해여성 혜진의 원룸. 초인종을 누른다. 하지만 대답이 없는 집안.
안에서 혜진이 의찬의 얼굴을 확인하고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의찬, 제니퍼 슈잇의 신문기사를 밑으로 쑥 내민다.
한눈에 보이는 헤드라인 ‘성폭행 피해자, CNN에서 검거 호소… 19년 만에 범인 잡아’
이후 계속해서 들리는 의찬의 목소리.
: 의 찬 제가 미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네요.
뭐 때문에 절 찾아오셨는지 이젠 알 것 같습니다.
도와주십시오.
혜진, 신문 기사 스크랩을 보더니, 용기를 내어 문을 연다.
CUT TO. - 원룸 안
의찬과 재성이 원룸 식탁에 앉아 혜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원장의 사진을 꺼내 혜진에게 보여주는 의찬.

: 혜 진운전학원에 다니긴 했는데, 이 사람 얼굴은 본 적이 없네요.
그리고 그때는 이불을 뒤집어씌우고 모자를 써서
전혀 볼수가 없었어요.
그럼 혹시 다른 신체적인 특성이라도... 몸에 반점이 있다거나,
: 재 성

흉터 같은 건 없었습니까?
고개를 내젓는 피해자. 여전히 가슴이 북받쳐 말을 꺼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 의 찬
: 혜 진
힘드시면 잠시 쉬었다 하셔도 됩니다.
(큰 숨을 들이마시고는) 아니 괜찮아요. 그냥 몸이 좋았던 것 같아요.
체구가 크지 않았던 거 같은데 왠지 딴딴하다고 할까...
혹시 목소리는 기억나십니까?
: 재 성

강원장실로 향하는 의찬과 재성 그리고 혜진, 점점 뒤처지는 혜진.
의찬과 재성이 거의 원장실에 다다를 무렵 혜진은 거의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의찬이 혜진에게 다가간다.

92.원룸 주택-몽타주 / 낮, 저녁
여대생의 원룸
방안에 좌식 테이블에서 여대생을 설득하는 의찬과 재성.

: 의 찬얼굴은 몰라도 목소리도 기억하잖아요. 길을 가다 마주칠 걱정은
안 해도 밤마다 그 목소리가 괴롭힐 텐데... 그 목소리를 잡아내야죠.
직접 대면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목소리만 확인해 주시면 됩니다.
: 재 성

재성, 후원회 안내 팜플렛을 여대생에게 내민다.

: 의 찬
: 혜 진
왜 그러세요?
잡을 수만 있다면야 뭐든지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막상 직접 대면하려고 하니...
지금부터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그냥 목소리만 확인하는 거예요.
그 자식이 맞는지 안 맞는지.
: 재 성

혜진, 대답 없이 고개를 숙인다. 재성에게 눈치를 주는 의찬.
순간, 울리는 재성의 전화벨. 받자마자 쏟아지는 욕.

: 조준구
: 재 성
황재성, 야 새끼야. 너 지금 어디야?
어디긴 어딥니까. 서강동 순찰 돌고 있죠.

마포서장실
자리에서 일어나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하는 조준구.
: 조준구 도대체 뭘 하고 다니기에 검찰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오고 난리야?
너 빨리 서로 튀어와. 알았어? 엄한 강원장 건드릴 생각 그만하고...
특히 내일, 너 한울복지재단 후원회 혹시라도 망칠 생각이면
옷부터벗는 게 좋을 거야? 알았어?
전화를 끊는 재성. 운전학원 벽에 붙은 ‘제4회 한울복지재단 후원의 밤‘
행사 포스터를 혜진과 의찬이 보고 있다. 재성이 그 포스터를 보면,

: 혜 진저기 저 말고 다른 피해자들도 있다면서요.
그 사람들과 같이 한다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줌마의 빌라
또 다른 빌라 출입문 앞.

: 의 찬나서기 쉽지 않다는 거 알아요. 목소리만 들어도
그때 생각이 날 테니까. 하지만 그 새끼 잡아야죠.

그 새끼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게 악몽을 떨쳐내는 거잖아요.
순간, 문이 열리며 소금세례를 받는 의찬이 아닌 재성.
: 아줌마 (흐느끼며) 니들이 더 악몽이야...
이때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이 아줌마를 껴안으며, 아줌마를 위로한다.
93.원룸촌 골목길 / 저녁
94.수연의 집 밖-안 / 밤
투덜거리며 재성의 뒤를 따라가는 의찬.

: 의 찬근데... 목소리로 놈을 잡는다는 생각이 맞는 거예요?
목소리도 증거가 돼?
되든 안 되는 다른 방법 있어?
이 사건은 피해자가 나서야 해. 그래야 끝나.
한 명 더 있잖아. 피해자..
.
: 재 성
: 의 찬

의찬, 재성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수연의 집앞에 멈춰서는 재성의 스쿠터.
탕탕... 철 대문을 두드려 본다.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없다.
다시 한 번 두드려 볼까...하는데, 열리는 문.
수연, 재성임을 확인하고는 다시 문을 닫으려 하는데, 재성이 문을 잡는다.
막무가내로 들어서는 재성.

: 수 연
: 재 성
뭐예요? 경찰 부를 거예요.
372-2000번. 그게 112보다 빠를 거다. 우리 파출소.

수연의 방으로 들어가는 재성. 손에는 커피믹스 박스가 들려있다.
95.옛 합동수사본부 안 / 밤
의찬, 합수부 맞은 편 옥상에 앉아 혼자 담배를 피고있다. 담배연기를 한 모금
하늘을 향해 뱉어내고는 들어오는 재성을 발견하는 의찬.

: 의 찬표정을 보니 잘 안 됐나 보네.
하긴, 그 꼬마한테 그렇게 힘든 일을 시킬 순 없지.

앉아있는 의찬의 옆에 서는 재성.

: 의 찬
: 재 성
뭐 하나 물어봅시다. 왜 그렇게 기를 쓰고 실적,실적 하는 거예요?
그렇게 안 하면? 나 같은 순경 출신을 누가 거들떠나 보는 줄 아냐?
밤새 뛰어봐야 너 같은 먹물들한테 밀리는 게 이 바닥 생리야.
경찰대만 나온다고 팔자 피는 줄 아세요.
나도 줄에서 떨어져나간 놈이야. 어물전의 꼴뚜기.
: 의 찬

재성, 가만히 의찬을 쳐다본다. 괜히 이 친구를 끌어들인 건 아닐까 하며...

: 재 성
: 의 찬
너 괜찮겠냐?
뭐?

재성, 커피믹스 박스를 어머니 영정이 있는 상청에 놓으려 하는데, 커피가 있던
자리에 대신 잭나이프가 놓여 있다. 재성이 칼을 만지자마자, 칼을 낚아채는 수연.
: 재 성 칼 내놔.
수연, 말없이 칼을 뒤로 숨긴다.

: 재 성
: 수 연
칼 가지고 뭐 하려고 그래? 내놔.
칼 가지고 뭐하든요? 뭐하든 무슨 상관인데?

재성, 수연이 들고 있던 칼을 결국 낚아챈다.

: 재 성너 이러면 어머니가 좋아하시겠니. 지난 2일 밤에 무슨 일 있었어?
너 성폭행...

오래 꾹 참았던 울음소리가 새어나온다.
수연이 입을 굳게 다물고 주먹을 쥔 채, 고개를 숙이고 울고있다.

: 재 성 내일 잘못되면 옷 벗을 수도 있다고...
일어서서 재성을 쳐다보는 의찬.

: 의 찬그 학생 병원비도 강원장 그 새끼가 결재했다며.
창틀도 쏙 들어가! 뭐가 더 필요해요? 그 새끼 맞아요.
그래, 맞아야지.
걱정 마요, 걱정 마. 잡아. 잡으면 돼.
: 재 성
: 의 찬

얼굴에 결의가 가득 찬 의찬과 재성.
카메라 멀어지면 둘이 대화하고 있는 창고 뒤편으로 서울 시내 야경이 보인다.
96.몽타주-재성 집, 연희동 초소 / 낮
97.후원회장 / 저녁
98.후원회장 앞-식당 (교차) / 저녁
출정을 앞둔 전사처럼 옷을 입는 두 사람.
캐주얼 복장을 입는 재성과 반대로 양복을 입는 의찬.
한울복지재단의 후원회 행사가 시작됨을 알리는 사회자의 목소리.
후원아동의 합창을 시작으로 무대의 막이 열린다.
그 모습을 흐뭇한 듯 쳐다보는 강원장.
의찬이 기다리는 분수대 쪽으로 다가오는 재성. 의찬은 양복을 입고 있고,
재성은 캐주얼 복장이다. 서로의 바뀐 옷차림에 놀라는 두 사람.

: 의 찬
: 재 성
: 의 찬
갑자기 웬 잠바에 운동화?
양복 입고 구두 신고 범인 잡는 거 봤어? 그러는 넌?
(넥타이를 한 번 더 만지며) 최소한의 예
니다. 피해자들한테...

재성도 의찬의 말에 동감을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 때, 울리는 전화벨.

: 의 찬
: 현숙소리
여보세요?
지금 어디야?


: 의 찬 어디긴? 범인 잡고있지.
이때 바뀌는 목소리. 장인이다.
상견례 식당
양복과 한복을 차려입은 어른들이 뒤로 보이는 가운데 현숙과 장인이 전화를 하고 있다.

: 장 인지금 제 정신이야? 속도위반을 해서라도 당장 5분 안에 나타나.
안 그럼 내 딸 없는 줄 알어. 우리집을 뭘로 보고...

전화가 뚝 하고 끊긴다. 의찬,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 의 찬
: 재 성
: 의 찬
아, 맞다. 처갓집 어른들 인사날인데...
가 봐. 당신 말고도 체포할 사람 많으니까.
미쳤어요. 누구 좋으라고...

의찬의 말에 재성, 씨익 하고 웃는다.

: 재 성
: 의 찬
근데 올까, 오겠지?
와야죠. 분명히 올 겁니다.

의찬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둘러보는데 혜진이 모퉁이를 돌아 나온다.
반갑게 맞이하는 재성과 의찬.
: 혜 진 다른 분들은요?
혜진의 말에 고개를 젓는 의찬과 재성
99.후원회장 / 밤
사회자의 다음 안내.

: 사회자다음은 지난 한울복지재단의 1년간 활동을 담은 영상입니다.
다 함께 보시겠습니다.

행사장 내부의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나오는 영상.
강원장과 동료들이 그동안 봉사를 했던 영상들이다. 산동네에서 연탄을 나르는 모습.
수연의 집에 쌀을 나르며 아버지와 손을 잡는 강원장의 모습도 나온다.

하지만 강원장의 얼굴은 흐뭇함만 보일 뿐 죄책감은 전혀 찾아볼수 없다.
자신이 나온 화면을 보는 수연. 수연의 옆에는 아버지가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치면서 그 장면을 보고 있다.
100.후원회장 로비 / 밤
결국 혜진과 재성, 의찬만 로비로 들어서 후원회장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아쉬움에 뒤를 돌아보는 혜진. 혜진의 눈에 헐레벌떡 뛰어오는 한 남자가 보인다.
재성과 의찬을 발견하고는 안심한 듯 뒤를 돌아보는 남자. 그 뒤로 피해자
아줌마가 등장한다. 비상구 쪽에서 등장하는 피해 여대생.
101.후원회장 / 밤
복지재단의 봉사활동 영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행사장.
영상이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행사장에 다시 조명이 들어온다.
조명이 들어오자 행사장 뒤편에 서있는 재성과 의찬, 혜진 그리고 아줌마와 여대생.

: 사회자삭막한 사회에 따뜻한 온정이 아직도 남아있는 모습.
아주 보기 좋습니다.

다음은 한울복지재단의 강원식 후원회장께서
거액의 장학금을 쾌척하셨습니다.
강회장님에게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강원장이 시상을 하기 전에 멘트를 던진다.
카메라 플래시가 강원장에서 연속으로 번쩍하며 터진다.

: 강원장안녕하세요. 강원식입니다. 여러분들 얼굴 보니까
행복이 가득 차보이시네요. 저도 참 행복합니다.

사람들은 받는 것이 행복한 줄 아는데, 베푸는 것만큼
행복한건 없지 않을까요? 우리에게 베푸는 행복을 준
주인공을 모시겠습니다. 아현1동의 최수연 학생.
강원장, 웃으며 박수를 유도하자 청중들 박수를 친다.
단상으로 올라가는 수연.
수연을 보고 당황하는 표정의 재성.
의찬, 피해자들을 돌아본다. 여대생의 낯빛이 하얗다.
혜진, 역시 목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라는 표정.

: 의 찬 맞죠? 저 새끼가 맞는 거죠?
혜진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옆을 보니 아줌마가 아무 말도 못하고 덜덜 떨고 있다. 남편이 그런 아내를 껴안는다.
수연의 주머니에 뭔가가 있는 듯, 수연,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는다.
INS. 플래시백
수연 어머니 상청에 놓여 있던 잭나이프. 그 잭나이프를 확 낚아채가는 수연의 손.
BACK TO SCENE
재성, 수연에게 뺏은 잭나이프를 보다가, 다시 수연을 본다.
수연의 손이 주머니에 있는 상태, 실루엣으로 보이는 길다란 물건의 느낌.
재성, 갑자기 단상 쪽으로 달려 나간다.
: 사회자 최수연 양은 어려운 환경 속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이
병든 아버지를 모시면서 타의 모범이 되고 학업에도 충실했기에
한울복지재단의 후원회장으로서 장학금을 수여합니다.
수연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하는 강원장. 수연의 손이 칼과 함께 주머니에서 빠져나온다.
막아야 한다! 재성이 강원장을 향해 달려든다. 우당탕! 재성과 뒤엉켜 강원장이 넘어진다.
강원장의 몸을 덮친 재성의 옆구리에서 피가 배어 나온다.
수연이 쭈그리고 앉더니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아직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연회장을 떠돈다.
재성, 흘러나오는 피를 손바닥으로 막는다. 그리곤 떨어진 칼을 숨기는 재성.
: 재 성 (수연을 보며) 이 놈 맞지? 나 말고 이 놈 찌르려고 한 거 맞지?
수연, 재성을 보며 울먹거린다.

: 재 성
: 의 찬
강원식. 연쇄성폭행 혐의로 긴급체포한다.
(
다가가며) 당신은 뚫린 입이 있으니까 그 입 막을 권리가 있고,
돈 좀 있으니까, 변호사를 사든 말든 상관 난 안할거고...

순간, 강원장의 보디가드 등 관계자들이 의찬과 재성을 막는다.
: 실 장 당신들, 직권남용으로 콩밥 좀 먹어봐야 정신 좀 차리지.
그 말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재성과 의찬과 실랑이가 벌어진다.
상황을 틈타 출입구로 나가려는 강원장. 피해 아줌마의 남편이 강원장을 막는다.
실장이 남편을 그냥 밀치고 나가자 그 모습을 단상에서 쳐다보고 있는 여중생.
유유히 입구 쪽으로 나가는 강원장. 출입구 옆에 넋이 빠진 채로 앉아있는
피해자들을 쳐다보고는 차가운 미소를 던지는 강원장. 피해자들, 그 시선을
외면하는데, 여중생이 갑자기 소리친다.

: 여중생가만히 있어. 가만히 안 있으면 죽여 버릴거야. 너도 좋잖아.
좋아서 소리치는 거 다 알아. (절규하며) 당신이 그랬잖아.

여중생의 말에 무대 위에서 실랑이를 벌이던 재성과 의찬이 강원장을 보면,
도주하는 강원장. 재성과 의찬이 그 뒤를 쫓는다.
102. 홍대 앞 거리-상견례장 (교차) / 밤
거리
홍대 앞 거리를 질주하는 강원장. 그 뒤를 의찬과 재성이 달리고 있다.
강원장, 인파 속을 헤치며 도주한다. 그 뒤를 맹렬히 쫓는 재성과 의찬.
재성, 와이셔츠가 피로 빨갛게 번지지만 사람들을 헤치며 강원장을 쫓는다.
먹자골목
먹자골목에 진입하는 강원장. 재성과 의찬이 뒤쫓자 가게로 들어가 다른 출입구로 나온다.
재성, 강원장이 다시 먹자골목 쪽으로 빠지자 가게를 통과하지 않고
다른 길로 달려간다. 강원장이 직선로로 달리는 순간,
반대편 계단을 내려와 강원장을 가로막는 재성.
강원장, 뒤를 돌아보자 반대편에는 의찬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결국, 서교프라자 건물 안으로 도주하는 강원장. 맞은 편 출입구는
이미 차단기가 내려와 있는 상태. 엘리베이터를 버튼을 황급히 누르는 강원장.
서교프라자
강원장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다다른 재성과 의찬.
서둘러 반대편 엘리베이터를 누른다.
: 재 성 너 먼저 올라가. 난 계단으로 갈테니까...
의찬, 피가 번진 재성의 와이셔츠를 본다.
: 의 찬 황팀장님이 올라가세요. 배에 구멍 나서 무리하면 늙어서 바람들어가.
의찬, 재성을 엘리베이터에 밀어 넣고 자신은 계단을 올라간다.
올라가며 강원장이 탄 엘리베이터의 층수를 확인하는 의찬.
이때 울리는 전화벨. 받자마자 이어지는 장인의 앙칼진 목소리.
상견례 식당
장인이 전화를 하는 사이 옆에서 현숙이 초조한 모습이다.

: 장 인
: 의 찬
자네, 범인 잡느라 우리 애는 안 잡을 건가?
아버님, 범인도 잡고 현숙이도 잡을 겁니다.
그래야 현숙이랑 토리가 안심하고 살 거 아닙니까
.
토리?
현숙의 뱃속 애기요. 도토리처럼 작지만 소중한 우리 토리요.
: 장 인
: 의 찬

장인, 의찬의 말에 변화된 표정.

: 장 인
: 의 찬
오늘이 끝날 때 까지 기다릴테니까, 범인잡고 꼭 나타나.
네. 네.

서교프라자 옥상
재성이 계속해서 강원장을 쫓고 있다.
강원장, 어느 순간 건물의 마지막 옥상 부분.
재성, 강원장이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음을 알고는 숨을 고르고는
강원장과 대면한다.
: 재 성 왜 또 뛰어보시지. 너무 높아서 겁나나 보지?
강원장, 어쩔 수 없다는 듯 재성과 맞붙는다. 먼저 재성의 얼굴을 날리는 강원장.
재성 또한 주먹을 날리며 반격한다. 강원장, 재성의 주먹을 날렵하게
피하더니 재성이 칼에 찔린 부분을 발로 강타하는데... 순간 고통에 쓰러지는
재성. 그 틈을 타서 다시 옥상으로 뛰어 내리는 강원장.
그의 눈앞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의찬의 모습이 보인다.
강원장을 가로막는 의찬.

: 의 찬야, 너 경찰 체력 테스트 시키는 것도 아니구...
너 때문에 계단을..
헉헉... 이번에 무술 테스트 함 해볼까?

의찬, 강원장을 잡더니 바로 유도기술로 엎어치기 한 판.
강원장, 드럼통 있는 곳을 나자빠진다. 그 모습을 위에서 지켜보던 재성.
강원장, 바닥에 보이는 흉기 하나 잽싸게 집고는 재성을 향해 돌진한다.

그리곤 재성의 목에 흉기를 대고는,
: 강원장 비켜.
의찬, 재성을 인질로 잡고 자신에게 비키라고 하자 당황하며 옆으로 비켜서는데...

: 재 성찔러. 새끼야. 배까지 찔렸는데 목에 찔린게 대수겠냐.
찌르라고 새끼야.

강원장이 찌르려는 순간, 의찬이 발로 강원장의 흉기를 강하게 찬다.
그 순간, 강원장의 얼굴을 강타하는 재성.
연이은 의찬의 붙잡고 메치기 한판에 나자빠지는 발바리. 쓰러진 발바리에게
연이어 주먹을 던지는 재성.
: 재 성 말해봐라!
연이어 날아드는 재성의 주먹에 정신이 없다.
팔을 짚고 일어서는 강원장, 눈은 초점을 잃어가는데, 날아드는 재성의 발.
: 재 성 왜 그랬어, 말해봐!!
다시 강원장을 걷어차려는데, 의찬이 몸을 날려 강원장을 덮친다.

: 의 찬
: 재 성
말로 해요, 우리. 말로 하자고!!
말해봐!!

강원장의 몸을 덮쳐 보호하는 의찬을 떼어내는 재성,
: 의 찬 그만하면 됐어요. 됐다니까!! 이러다가 애 죽어!
강원장의 멱살을 잡아 일으킨다.
무릎을 꿇은 자세로 주먹을 치켜드는 재성.

: 재 성
: 강원장
왜 그랬냐니까!!!
걔...걔네들이...좋아하니까... 싫다고 했지만 속으로 좋아하는 거
다 알고 있어. 솔직히 니들도 내가 부럽잖아. 그렇지?

강원장이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주먹을 날리는 재성.
그 순간, 주머니에서 수연의 칼을 꺼내는 재성. 그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라는 의찬,

: 의 찬
: 재 성
뭐 하는 거야.
이 새끼 길게 살아봐야 15년, 나오자마자 또 이 짓 할게 뻔한데,
잘라버려야지.
제발 좀!! 말로 하자고!!
: 의 찬

의찬, 몸을 던져 재성의 칼을 걷어찬다. 저 멀리 바닥으로 떨어져버리는 칼.
어두운 곳이라 어디로 떨어졌는지 찾을 수 없다. 재성, 분노감에 소리를 지르며
강원장의 급소를 걷어찬다.
말리는 의찬. 재성, 의찬의 팔에 수갑을 채우더니 다른 한쪽을 곁에 있던
구조물(아시바)에 연결해 버린다.
: 의 찬 뭐 하는 거야. 이거 안 풀어!
강원장의 급소를 걷어차 버리는 재성. 강원장 자신의 손으로 급소를 막아보지만,
재성, 마지막이라는 듯 온 힘을 다해 강원장의 급소를 걷어찬다.
강원장,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며 졸도하고 만다. 옥상을 내려가는 재성.
의찬에게 키를 던져준다.

: 의 찬씨발, 어디 가? 먼저 수갑 채운 놈이 임자라며.
혼자 멋진 척은 다 하고 말이야.

주머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는 재성. 결투 중 풀어낸 넥타이다.
그 넥타이를 다시 매는 재성. 재성의 얼굴엔 미소가 번진다. 
F.O
103.상견례 식당 / 밤
부모와 현숙이 나온 음식도 하나도 안 먹고 심각한 상황.
그 때 문이 열리더니, 수갑을 채운 강원장을 끌고 나타난 의찬.
다들 놀라는 상황. 의찬이 장인에게 절을 하려고 하는데 강원장이 그대로 있다.
강원장이 무릎 뒤를 치자 꿇어앉는 강원장.
그제야 의찬이 절을 한다. 흐뭇한 표정으로 의찬을 바라보는 장인.
104.뉴스화면
서대문서를 배경으로 기자가 보도하고 있다.
: 기자(v.o) 서울 서북부 지역을 공포 분위기로 만들었던 마포 서대문 일대의
연쇄성폭행범 용의자가 검거되었습니다. 서울 서대문서는 15살
최모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마포에서 운전학원을 운영하는 강모씨를
체포하여 조사하던 중 강씨가 12건의 연쇄성폭행을 저지른 일명
마포 발바리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자료화면 - 이용갑 서장의 브리핑

: 이용갑현재 용의자 검거 이후 80여 건의 신고가 접수되어
추가범행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뉴스가 실제 장면으로 오버랩 되면서, 수갑을 찬 강원장이 경찰서로 들어서자
‘얼굴을 공개해라’ ‘마스크 벗겨라‘ 등 강원장을 향한 비난이 쇄도한다.
그 위로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사진이 프리즈 되면,
105.서대문서 구석 / 아침
프리즈된 사진이 인쇄되어 있는 신문. 그 신문을 가위로 자르는 손. 고박사의 손이다.
신문에는 ‘서울 서북부 지역 연쇄성폭행 검거’란 헤드라인이 있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신문을 스크랩하는 고박사.
106.수연의 집 안 / 아침
주전자 코에서 나오는 증기. 맥스웰 커피믹스를 컵에 붇고 물을 붓는 손.
수연의 어머니 사진이 있는 상청에 놓이는 커피.
예전에 잭나이프가 있던 그 자리에 다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따뜻한 커피가 놓여 있다.
환하게 웃는 사진 속 엄마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올리는 수연.
고개를 돌려 방안 구석을 쳐다보는 수연의 시선을 따라가면
맥스웰 커피믹스 박스와 쌀 포대 등. 생필품이 놓여 있다.
거기에 적혀 있는 ‘증) 마포, 서대문서 형사 일동’
107.서울지방경찰청 강당 / 낮
정복 차림의 경찰들이 자리를 메운 가운데,
: 사회자 올해의 체포왕은 전국민적 이슈였던 마포발바리 체포의 주역,
서대문서 정의찬 경위, 그리고 총 3245점을 받은 작년도 체포왕
마포서 황재성 경위. 올해는 특별히 공동수상을 하게 되네요.
사람들이 박수 치는 가운데, 나란히 앉은 조준구와 이용갑.
이용갑은 신이 나서 박수 치는 반면 조준구는 그냥 그렇다.
그 옆쪽으로 앉은 서대문서 형사들과 마포서 형사들, 다들 손뼉을 치고 있다.

: 조준구아까워, 정말 아까워... 발바리만 우리가 잡았어도...
좋냐? 이제 겨우 따라오니 좋아?
너 이슈가 되는 사건은 프리미엄이 붙는 거 모르냐?
경무관 승진 누가 더 유리할까?
: 이용갑

이용갑, 계속해서 손뼉을 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속이 타는 조준구.
수상한 후 객석을 향해 경례하는 재성과 의찬.
CUT TO
시상이 끝나고 사진을 찍으려는 재성과 의찬의 동료와 가족들.
어느 정도 배가 부른 모습으로 재성에게 말을 건네는 현숙.

: 재 성
: 현 숙
뱃속의 애기가 복덩인가 봅니다. 아빠가 체포왕 된 걸 보면...
황팀장님, 범인만 빼먹는 줄 알았더니, 돈까지 빼먹는 거예요?
3000에서 100이 비던데...
아, 그거 선이자 깐 건데.
요즘 선이자 떼는 거 불법인 거 모르세요?
그리고 2%로 낮춥시다. 같은 경찰 가족끼리...
: 재 성
: 현 숙

재성, 입을 벌리곤 황당한 모습.

: 재 성야, 제수씨. 보통이 아닌데요. 2% 좋습니다.
2% 부족한 정팀장. (체포왕 메달을 만지며) 담엔 어림도 없다.
무슨 소리? 어디 한 번 해봅시다.
우리 사진 하나 박자!
: 의 찬
: 조형사

CUT TO
사진을 찍으려는 조형사. 정복의 계급장이 무궁화 하나로 바뀌어 있다. 현숙과
다정하게 팔짱을 낀 의찬을 부러운 듯 쳐다보는 재성. 조형사, 사진을 찍으려다
재성을 보며 한마디 한다.
: 조형사 황구랭아, 좀 웃어? 체포왕 표정이 왜 그래? 좀 웃어.
: 재 성 조경위, 이제 계급장 같다고 바로 태클 거는데, 빨리 찍기나 하셔.
하지만, 재성의 표정은 그대로다.
조형사, 사진을 찍으려다 말고 다시 뭐라고 말하려고 할 때,
그제야 환하게 웃는 재성.
: 조형사 그거야. 그렇게 웃어야지.
재성, 어느 한 곳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재성의 시선을 따라가면 소영이 저 멀리서 재성을 보고 있다.
재성, 환하게 웃으며 ‘찰칵’소리와 함께 사진 프리즈.
108.한강대교 (에필로그) / 낮
태양이 따갑게 내리쬐는 한강대교.
자막 -6개월 후-
사다리차와 경찰차가 혼잡하게 얽혀 있는 가운데, 한 남자가 아치 위에서
자살소동을 벌이고 있다. 워킹미터로 거리를 재는 소방구조대원. 거리를
재다말고 손을 올려 자살소동남의 위치를 가늠하고 있다.
: 소방대원 (큰소리로) 용산.
소방대원이 용산이라고 하자, 재성을 비롯한 용산서 경찰의 얼굴은 일그러지는
반면, 동작서 형사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어쩔 수 없이 다리로 올라가는 재성.
: 자살소동 가까이 오지마요! 정말 죽는다니까요!
재성이 자살 소동자에게 천천히 다가가고 있다.
: 재 성 가까이 안가, 임마! 니가 좀만 뒤로 가면 될 거 아냐!
그 말에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는 자살소동.

: 자살소동
: 재 성
오지 말라니까요!
그러지 말고, 좀만 뒤로 가라.


그 말에 다시 주춤주춤 물러나는 자살소동. 드디어 밑에 있던 소방대원이 소리친다.

: 소방대원
: 재 성
동작!
(밑의 동작서 형사들을 향해) 아이구 어쩌나 이젠 동작서 관할이네.

재성의 행동에 황당한 표정을 짓는 동작서 형사들.

: 자살소동
: 재 성
뭐하는 거예요? 여자친구 안 데려오면 뛰어내린다니까요!
니 여자친구 강 건너 노량진에 산다면서 임마!
쟤네한테 얘기해. 난, 내려간다.

그러면서 엉거주춤 막 돌아서려는데, 난데없이 들려오는 목소리.
: 의찬소리 오랜만입니다. 형님! 연락도 없이 언제 용산서로 가셨어요?
재성이 힘겹게 다시 돌아보면, 반대편 아치 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정의찬.
의찬, 역시 양복 차림이다.

: 재 성
: 의 찬
니가 왜 거기서 올라와?
저 엊그저께 동작서로 전근 왔거든요!
제가 또 형님 잡는 귀신 아닙니까!
귀신은 무슨 귀신... 얼른 그놈이나 끌고 내려가!
: 재 성

그 사이 황당하게 양쪽을 바라보던 자살소동이 다시 조금씩 재성에게로 다가선다.

: 의 찬
: 재 성
: 자살소동
가까우신 분이 데리고 가시죠!! 그러다 애 죽겠습니다.
야, 야! 너, 왜 그래 임마! 가만있으라니까!
(훌쩍) 씨발, 사람이 죽는다는데, 서로 떠넘기기나 하고 있고.
(울먹) 당신들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야?

화면, 빠르게 두 사람의 얼굴로 양분되면서,
: 의찬/재성 (동시에) 나? 대한민국 체포왕!!
따가운 태양 아래 마치 결투를 앞둔 총잡이처럼, 위태롭게 대치해 있는 두 사람.
그 위로 엔딩타이틀.
- 끝 -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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