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배우
1. 대학로 소극장 낮 ( )
“ ” . , . 둥 둥 연극 시작을 알리는 효과음 암전된 상태에서 서서히 조명이 밝아지면 아름다운 나비 한 마리가 날아간다 ∼ ∼
사회자
( 소리 )
이곳은 벨기에의 플란다스 지방 안트워프에서 가까운 작은 마을입니다 , .
19 . “ ” . 세기 벨기에 시골 풍경을 재현해 놓은 세트 나무 아래에는 아동극 플란다스의 개 주인공인 네로가 앉아 나비를 그린다
나비는 꽃 위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네로의 여자 친구 아로아가 무대로 뛰어 나온다 . .
아로아 경희 ( )
( , ) 사뿐사뿐 뛰며 옥구슬 굴러가는 귀엽고 맑은 목소리로
네로 네로 네로 ∼ ∼ ∼
네로 춘호 ( )
아로아.
아로아가 뛰어오자 나비가 멀리 날아간다 나비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네로와 아로아 , . .
아로아
나 때문에 날아가 버렸네 미안해 . .
( ) 네로의 얼굴을 가리키며
네로 얼굴 좀 봐.
( ) 아동극답게 과장해서
아하하하...
네로
( ) 손으로 얼굴을 닦으면 연필심이 얼굴에 더 묻는다
아로아
그림 그리고 있었어?
네로
아니 나비를 보고 있었어 그런데 나비는 왜 저렇게 특이하고 예쁜 무늬를 갖고 있는 걸까 . . ?
슬픈 피아노 선율의 음악이 선행하면서 네로와 아로아 있는 곳의 조명이 꺼진다.
반대쪽 무대에 조명이 번쩍 들어오며 철물점 주인과 파트라슈가 등장한다 철물점 주인은 털북숭이에 덩치가 크고 못되게 생겼다 , . .
파트라슈는 짐을 가득 실은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온다 힘든지 혀를 길게 빼고 헉헉대다가 그 자리에 쓰러진다 . .
주인 덕주 ( )
( ) 손엔 채찍을 들고 있다
뭐하는 짓이야 이런데서 쓰러지면 나는 어쩌라고 ! ?
( ) 파트라슈를 일으켜 세우며
일어나 저기 마을이 보이지 어서 가 ! ? .
파트라슈는 앞으로 조금 걸어가다가 다시 쓰러진다.
- 2 -
주인
( ) 채찍을 바닥에 내리치며
시간 없어 빨리 가라고 ! !
실수로 파트라슈의 등에 채찍이 맞는다.
파트라슈 성필 ( )
( ) 너무 아파서 자기도 모르게
아 따거 , !!
주인
( ) 당황한 나머지 객석을 보고 애드립
개주제에 어디서 엄살이야!
주인 다시 채찍질을 하는데 뚝 이번엔 채찍이 끊어져 버린다 채찍 손잡이만 들고 있는 주인 , ... ! . .
성필도 당황해서 객석을 쳐다본다 이제야 처음으로 보이는 객석에는 단 한 명의 관객만 앉아 있다 관객은 실망한 표정으로 일어 . .
나 문으로 걸어간다.
성필은 나가는 관객을 붙잡기 위해 꼬리까지 흔들면서 “ ! !” 멍 멍 힘껏 짖어본다 주인과 무대 뒤 배우들도 고개를 내밀어 나가는 관 .
객의 뒷모습을 지켜본다 주인은 끊어진 채찍을 집어서 어떻게든 연기를 계속 이어간다 . .
주인
너 데려오는데 내가 얼마를 낸 줄 알어 , ?
파트라슈
( ) 허탈하게 일어서며
그만해 임마 ... .
주인
( ) 평상시 톤으로
안 해?
파트라슈
보는 사람도 없는데 왜 하냐 , ?
덕주
시작했으면 끝을 내야 되는 거 아니야?
무대 뒤에 있던 연출 대 아로아 영석 대 아로아 경희 대 네로 춘호 대 도 무대 위로 나온다 (40 ), ( 50 ), ( 30 ), ( 30 ) . 父役 役 役
연출은 낚싯줄에 엉킨 가짜 나비 한 마리를 손으로 풀면서 나온다.
아로아
( ) 전라도 사투리로
정봉아 어여 튀어와 ! !
( ) 바닥에 끊어진 채찍 줄을 집으며
나가 소품관리 제대로 하라고 했냐 안했냐 ? ?
공연 내내 소품인줄 알았던 나무역할의 막내 정봉 대 이 깡충깡충 뛰어서 경희 옆으로 간다 (20 ) .
정봉
- 3 -
리허설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파트라슈
( ) 주인에게
넌 그 이상한 애드립 좀 하지마!
주인
그럼 갑자기 개가 말을 하는데 보고만 있어 , ?
영석
( ) 기억을 더듬으며
89 . 년도에 이런 적이 있었지
연출
그땐 어떻게 하셨어요?
끼이익 문이 열리면서 화장실에 갔던 관객이 다시 들어온다 -- .
우왕좌왕하는 배우들 나무와 네로는 서로 부딪치며 쓰러지고 다른 배우들은 어디부터 다시 할지 몰라 당황한다 . , .
파트라슈
어디부터 하지?
그러자 연출이 무대 뒤로 뛰어 나가면서 음향실에 손짓을 하자 음악이 급하게 나온다 , .
노래
랄랄라 랄랄라 랄라라라랄라라 랄랄라 랄랄라 랄라라라랄라라 ∼ ∼ ∼ ∼ ∼ ∼
사과밭 건너 저편에서 귀여운 아로아가 우릴 부르네∼
성필은 다시 개처럼 엎드리고 네로 아로와 주인 아로아 는 주제곡에 맞춰 흥겨운 율동을 시작한다 , , , . 父
성필은 축 쳐져 있던 꼬리를 올려 세우고 진짜 개처럼 꼬리를 흔들며 무대 위를 뛰어다닌다 그 옆으로 새겨지는 제목 , . .
2. 소극장 앞 낮 ( )
대학로 소극장에 걸려있는 아동극 플란다스의 개 포스터 옆에는 안톤 체홉의 갈매기 가 걸린다 “ ” . “ ” .
“ ” “ ” . 플란다스의 개 포스터는 만화로 그려져 있고 갈매기 포스터는 남자 주인공 류승지의 얼굴이 크게 나와 있다
한 소극장에서 오전에는 플란다스의 개 를 저녁에는 갈매기 의 공연이 오른다는 시간표도 보인다 “ ” “ ” .
3. 소극장 뒤편 낮 ( )
산과 하늘이 귀여운 그림체로 그려진 벽화 밑에서 담배 연기가 구름처럼 스멀스멀 올라온다.
택시가 한 대 도착하고 승지가 내린다 승지는 벽화 앞으로 폼을 잡으며 걸어간다 . .
성필
( ) 소리
선배를 봤으면 인사 좀 하자 승지야 , .
‘ ?’ . 주위에 누가 있나 두리번거리는 승지
벽화 밑에선 분장도 안지운채 쭈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극단 별무리 단원들 성필 덕주 경희 춘호 정봉 “ ” . ( , , , , )
승지
( ) 뒤로 돌아 성필을 보며
- 4 -
뭔 개소리야?
성필
( ) 담배를 비벼 끄며
이런 개새끼가!
승지
( ) 성필에게 다가오며
성필이 형 난 또 누구라고 ? .
( ) 성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이야 드디어 주인공이네 그것도 나랑 같은 극장에서 ∼ . .
갑자기 혐오스런 표정을 짓는 승지 성필 가랑이 사이로 개의 의상 꼬리가 성기처럼 휘어져 나와 있다 . .
성필
너 많이 컸다.
코 찔찔 흘리던 놈 연기 가르쳐준 게 엊그제 같은데 , .
승지
형 덕분에 많이 컸지.
( ) 흉내 내며
고드름 고드름 ! !
화가 난 성필이 승지 앞으로 다가가면 성필의 튀어나온 긴 꼬리가 승지의 사타구니를 건드린다 , .
승지
( ) 허리를 숙이고 뒷걸음질 치며
에이 추하게 , !
갈매기 조연출이 소극장 뒷문에서 나온다.
조연출
승지형 리허설 , !
승지는 소극장으로 들어가고 성필은 승지를 째려본다 여전히 튀어 나와 있는 꼬리 . .
4. 소극장 무대 낮 ( )
무대 위에서 승지가 갈매기 의 뜨리고린 을 연기한다 “ ” . 役
승지
( ) 분위기 잡으며
어떤 성공을 말씀하시는 거죠 난 한 번도 내 작품에 만족한 적이 없었어요 ? .
나는 자연을 마음속 깊이 느낍니다 그것은 나의 정열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욕망을 불러일으킵니다 . , .
무대 옆에선 별무리 단원들이 승지의 연기를 보면서 감탄한다 “ ” .
경희
으미 똥꾸멍 찢아지게 잘하는구마잉 다 보고 갈라고 ... . ?
정봉
네.
- 5 -
영석
재 인제 영화 시나리오도 들어온댄다.
경희
춘호 니는 삐라 수준으로 살포하고 다니잖어 프로필 , ? , ?
춘호
뭔 삐라를 뿌려.
덕주
( ) 정봉에게
우냐?
성필
( ) 갑자기 크게 웃으며 등장한다
하하하하하하∼
갈매기 연출이 웃음소리가 난 쪽을 신경질적으로 돌아본다 그러자 성필과 정봉을 뺀 단원들은 모두 몸을 숨긴다 . .
덕주는 정봉의 머리를 눌러 앉힌다.
승지
( ) 몸을 돌려 성필을 보며
하지만 나는 사방에서 이런저런 험담을 듣습니다.
마치 사냥개에게 쫒기는 여우와 다름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동안에
어느새 나는 앞으로 앞으로 전진해 가고 , ,
( ) 손가락으로 성필을 가리키며 비웃는다
너는 열차시간을 놓친 얼간이처럼 삽시간에 뒤로 처집니다 ! .
어느 순간 웃음을 거둬내고 팽팽한 눈빛으로 승지를 노려보는 성필.
5. 광활한 대지 영화 촬영장 낮 – ( )
한국판 웨스턴 영화를 찍는지 광활한 대지를 배경으로 액션 씬이 한창인 촬영장 , .
이 시대 최고 영화배우인 설강식이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삼륜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한다.
옆에는 악당 명이 말을 타고 강식 옆으로 빠르게 따라 붙는다 강식은 핸들을 이리저리 꺾어가며 악당들을 피해 도망간다 4 . .
악당 은 강식을 쫓아가며 들고 있던 창을 던진다 창은 강식의 삼륜 오토바이 바퀴에 정확히 꽂히고 오토바이는 한 바퀴 돌면서 1 . ,
전복된다.
바닥에 쓰러진 강식 악당들은 말에서 내려 강식을 포위한다 손에 칼과 도끼를 들고 시계방향으로 돌며 기회를 엿본다 . . .
강식의 시선이 잠시 흐트러지자 악당 이 빠르게 치고 들어온다 강식은 재빨리 피하며 악당 의 목을 팔로 휘감아 꺾어 버린다 1 . 1 .
힘없이 쓰러지는 악당 1.
그러자 악당 가 동시에 강식에게 달려든다 강식은 악당들의 얼굴과 배를 마구 때리며 제압한다 열연을 펼치는 강식 2, 3, 4 . . .
멀리서 컷 하는 소리가 들리자 연기를 멈춘다 주위에 있던 의상 분장팀과 제작실장이 강식에게 달려간다 “ ” , . / .
제작실장이 강식을 부축하려고 하자 강식은 카리스마 있게 괜찮아 의 제스처를 취한다 , ‘ ’ .
강식이 모니터로 가자 스태프들 모두 우르르 강식을 보좌하며 따라간다 , .
순식간에 모두 다 떠난 카메라 주변 시체처럼 쓰러져 있던 악당 가 스윽 하고 몸을 일으킨다 . 1, 2, 3, 4 .
썰렁한 듯 주변을 살펴보면 아무도 없고 멀리 모니터를 확인하는 강식과 감독이 보인다 , .
악당 1
목이 안돌아간다.
- 6 -
악당 2
진짜로 때리네요.
악당 3
오케이겠죠?
악당 4
살인하는 장면이면 사람 잡겠네.
이들 옆에서 카메라를 지키던 촬영팀 막내는 이들에겐 전혀 관심이 없는 듯 에어브러시를 꺼내 카메라에 붙은 먼지를 털어낸다.
푸식 푸식 악당들을 더 처량하게 만드는 모래 바람이 휙하고 지나간다 켁켁 기침하는 악당들 ... ... . “ ” .
강식
감독님 괜찮았어요 , ?
강식 옆에서 모니터를 보던 김 감독은 강식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준다.
김 감독
( ) 무전기를 누르며
오케이.
강식은 웃으며 악당들에게 다가간다 악당들은 의상팀에게 옷을 건네주고 있다 . .
강식
( ) 악당들의 어깨를 토닥이며
내가 진짜로 때린 거 아니지?
악당 4
워낙에 몰입을 하셔서....
강식
( ) 다시 어깨를 툭 치며
엔지나면 서로 힘들잖아?
악당 3
그럼요.
강식
다음에 또 보자.
악당 1
선배님 괜찮으시면 맥주한잔 어떠세요 , ?
강식
좋지 아 안되겠다 오늘 선약이 있네 다음에 한잔하자 ... , . ... .
강식은 매니저의 차를 타고 서둘러 현장을 빠져 나간다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악당들 . .
6. 고급 빌라 입구 밤 ( )
- 7 -
고급 빌라 촌에 강식의 밴이 들어온다 거대한 철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는 차량 . .
7. 강식의 집 앞 밤 ( )
강식이 차에서 내리면 매니저도 따라 내린다 , .
강식
( ) 급하게 서두르며
늦었네.
매니저
( ) 강식에게 쇼핑백을 주며
따님이 좋아하겠어요.
강식
( ) 출입구 비밀 번호를 누르며
우리 애가 제일 좋아하는 거야.
강식은 쇼핑백을 들고 안으로 들어간다.
8. 강식의 집 안 밤 ( )
문이 열리고 센서등이 켜진다 바닥은 고급 대리석이고 복층으로 되어있는 실내는 운동장 뺨칠만한 평수의 집이다 . .
물론 모든 소품들도 다 럭셔리하다 식탁위에는 먹다 남은 생일 케이크와 과일이 놓여 있다 . .
딸의 방문을 여는 강식 딸은 이불을 다 차 내고 잔다 강식은 방으로 들어와 정성스럽게 이불을 다시 덮어준다 , . .
아내의 방문을 여는 강식 아내도 이불을 다 차내고 잔다 강식은 그냥 문을 닫고 나간다 , . .
잠시 후 늦은 새벽 어두운 거실을 에서 나오는 빛만이 밝혀준다 에선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 방송된다 , . tv . tv .
강식은 소파에 앉아 를 보며 먹다 남은 케이크를 안주삼아 소주를 마신다 캬약 소주가 쓴지 인상을 구기는 강식 TV . ... .
시간 경과 아침 . ( )
소파에 누워 잠들어 있는 강식의 얼굴에 햇살이 비춘다 딸그락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깬다 . .
9. 강식의 집 부엌 아침 – ( )
부엌에선 강식의 아내 혜원과 딸 소희가 토스트를 먹는다.
혜원
( ) 기침하며
잘 때 안 추웠어?
소희
안 추웠는데.
강식이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입에 대고 마신다.
혜원 소희 ,
( ) 보지도 않고 동시에
컵에 마시라니까!
강식
( ) 식탁 옆으로 간다
아침부터 뭔 빵이야 국 없어 ... ?
- 8 -
혜원
지방 촬영이라고 하지 않았어?
강식
어제 온다고 했잖아.
소희
( ) 핸드폰 상자를 보며
생선?
강식
생선이 어딨어?
소희
생일 선물이냐고?
( ) 지금 쓰고 있는 핸드폰을 보여주며
엄마가 바꿔줬는데 어떻게 똑같은 걸 사오냐 .... ...
엄마 아빠는 서로 대화를 안 해 , ?
강식과 혜원은 서로 눈치 보며 아무 말도 못한다.
소희
( ) 강식이 사준 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며
이거는 남친 생선으로 줘야겠다.
강식
( ) 급 짜증
에이 그게 얼마짜린데 ! !
혜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현관으로 간다.
혜원
밥은 촬영장 가서 먹을 거지?
강식
( ) 소희를 향해
너 남자친구 있어?
혜원
( ) 신발 신으며
소희야 늦었어 빨리 와 , . .
소희는 조금 남은 토스트를 입에 가득 집어넣고 일어선다.
소희
( ) 우물우물
어쨌든 생선은 받은 걸로 할께!
혜원과 소희는 강식이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빛의 속도로 사라진다.
강식
( ! ) 쾅 닫히는 현관문을 보며
- 9 -
촬영 다 끝났는데...
강식은 넓은 거실에 서서 현관문을 바라본다.
10. 만화방 낮 ( )
성필
( ) 배우답게 복식 호흡으로
푸하하∼
성필의 웃음소리에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성필을 째려본다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운지 웃음소리를 작게 내려고 하지만 이내 다시 폭 .
소가 터진다.
옆에선 짜장면을 먹던 남자가 전화를 받더니 짜장면을 먹다 말고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하고 나간다 , .
성필은 남자가 남기고 간 짜장면에 자꾸 시선이 간다 거의 손도 안 댄 짜장면이다 배고픈지 침을 꼴깍 넘기는 성필 . . .
잠시 후 나갔던 남자가 다시 들어온다 원래 있던 자리로 걸어가는 남자 그런데 짜장면 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다 , . . .
옆에 있는 성필은 휴지로 입가를 닦고 있다 남자와 눈이 마주친 성필이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 .
11. 성필의 집 밤 ( )
성필의 집은 방 하나에 거실만 있는 좁은 집이다 거실 바닥에는 연극 대본이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고 벽에는 성필이 공연한 연 .
극 포스터들이 붙어 있다.
거실에선 아내인 지영과 살 난 아들 원석이 조촐하게 밥을 먹는다 원석은 밥을 먹으며 햄릿 희곡을 본다 9 . “ ” .
성필이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온다.
지영
밥은?
성필
짜장면 값이 또 올랐더라.
지영
( ) 안타까운 심정
밀가루를 왜 먹어 속도 안 좋으면서 , .
성필
( ) 원석이 읽는 책을 보며
햄릿이 재밌어?
지영
( ) 원석을 째려본다
원석
( ) 엄마의 눈길을 피하며
이제 좀 재미있어 질라 그래...
지영
사람은 좀 있었어?
성필
그럼 내가 주인공인데 꽉꽉 차지 ! .
- 10 -
지영
꽉꽉?
성필
꽈악꽉!
지영
( ) 비웃는다
꽈악꽉 근데 ! ?
성필
근 데 ... ?
원석
나 잘 때만 돈 얘기 한다며!
성필
( ) 괜히 핸드폰을 받으며 벌떡 일어나
어허 연출 오늘 연습이 있는 걸 깜빡했네 ∼ .
지영
( ) 많은 지로청구서들을 내밀며
당신이 처리해.
성필
진짜 연습 있다니까 내일 얘기해요 나의 베아트리체 . . ∼
( ) 성필은 급하게 다시 나간다
지영
( ) 나가는 성필을 보며
집에선 연기 좀 하지 마!
12. 선술집 밤 ( )
작고 허름한 대학로 선술집 벽에 걸려있는 강식의 소주 광고 포스터.
극단 별무리 배우들이 술을 마신다 다들 취했는지 눈이 반쯤 풀려 있지만 춘호는 콜라를 마신다 “ ” . , .
성필
우리 강식이형 많이 컸다 , .
( ) 아무도 관심 없는데
극단 봉봉 에 같이 있었잖아 “ ” .
춘호
( ) 콜라를 원샷하고 트림
꺼억 지겹다 그 얘기 ∼ . .
성필
내가 대학로 첨 들어와서 포스타 풀팅할 때 강식이형도 막내였거든 , ?
힘들었다 그 때 둘이 날마다 대사 서로 받아주면서 소주도 곁들이면서 . .... , ,
우린 무조건 잘 될 거야...
- 11 -
덕주
( ) 성필의 말을 끊으며
했는데 강식이 형은 대 스타가 됐고 형은 개 스타 됐네 흐흐흐 , , .
연출
( ) 술에 뻗어 눈 감은 상태로
우린 무조건 잘 돼 되게 돼 있어 , !
정봉
그럼요 희망을 버리면 세상은 암흑이에요 . .
경희
염병을 한 번 훑어봐라 희망적이냐 ... . ?
덕주
우리가 뭐 이년아!
경희
강식이는 잘하는 선배님이고.
연출
인정.
영석
경희야 다 내 잘못이다 한 잔들 해 . ∼
춘호
형 강식이 형 잘 안대매요 , .
좀 땡겨주라 그래.
영석
그런 거 다 쓸데없다 태산 같이 강물 같이 모르냐 . ! ! ?
춘호
전 잘 모르겠어요 선생님 . .
( ) 성필에게 작은 목소리로
그냥 땡겨 달라 그래 형.
성필
임마 한 방이야 우리가 아직 지 옷을 못 입어서 그래 , ! .
제대로 된 역할 맡아봐.
( ) 날갯짓하며
난다 새처럼 날아 . .
연출
근데 덕주는 못 날아.
덕주
- 12 -
아주 주무세요 연출님 . .
성필
형이 보여줄게.
( ) 영석에게
선배님 제가 힘이 될게요 너희들 걱정하지마 , . .
강식이 형 찾아 간다!
정봉
진짜요?
성필
( ) 핸드폰을 꺼내며
강식이형이 대학로 뜰 때 진짜로 힘들면 찾아와라 그러더라고.
덕주
됐어 형 그걸 다 믿어 , ?
( ) 술잔을 들며
그냥 마셔.
성필
( ) 핸드폰으로 번호를 찾으며
못 믿는다 이거지...
( ) 전화를 찾고 통화 버튼을 누른다
하 날 장기판 졸때기로 보네 ... .
( , . . 성필이 통화 버튼을 누르자 모두 성필을 주시한다 조용해진 술집 안
띠리링 띠리링 통화 연결음이 단원들에게까지 다 들린다 ... ... )
영석
아서라 말어라 ∼ ∼
경희
으미 난 분 발라야제 ...
( ) 화장품을 꺼낸다
성필
( ! ) 찰칵 통화가 연결된다
강식이형 저 성필이에요 ! .
다들 성필을 뚫어지게 본다 전화기에선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삐익 소리가 들린다 . -- .
춘호가 성필의 핸드폰을 뺏어 번호를 본다.
춘호
012.... ? . 뭐야 삐삐 번호잖아
다들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 성필은 춘호한테 다시 전화기를 뺏어 온다 , . .
성필
이래서 성공하면 변절했다고 욕먹는 거야.
- 13 -
춘호의 스마트폰으로 대리운전 콜이 접수된다 춘호는 스마트폰의 접수 버튼을 누르고 일어선다 . .
춘호
콜 들어왔다.
덕주
오늘도 대리 뛰냐?
춘호
놀면 뭐해요 돈 벌어야지 . .
연출
( ) 혀가 많이 꼬였다
돈 나오면 난 브로드웨이야 , !
성필
내가 밀어줄게!
연출이 고개를 들면서 눈을 팍 뜬다 맨 정신 같다 ! . .
13. 와인 바 밤 ( )
전 씬의 연극배우들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 와인 바에 모인 악마의 피 깐느 박 감독과 안 피디 주인공인 강식과 여배우 이수빈 “ ” , .
박 감독은 품격 있게 와인 잔을 돌리며 한 모금씩 음미한다.
강식
감독님 시나리오 죽이던데요 , .
박 감독
( ) 품격이 느껴진다
촬영 할 때까지 고치다 보면 더 좋아지겠지.
수빈
저희 말고 누가 또 캐스팅 됐어요?
박 감독
같이 작업했던 배우들은 지금 스케줄 알아보고 있어.
수빈
기대돼요.
안 피디
리체스 신부는 정말 오디션으로 뽑아요 감독님 역할이 꽤 큰데 , ? ...
박 감독
신선한 뉴 페이스가 어디 있지 않겠어?
강식
근데 왜 이름이 리체스에요 그런 신부님이 있나 ? ?
- 14 -
박 감독
리체스가 거머리야 한국말로 신부가 상현 , . (‘ ’ ) 악마의 피에서 강식의 역할이름 의 피를 갈구하고
거머리처럼 살에 붙어서 흡혈하니까 그렇게 지었지.
강식
아 그렇게 깊은 뜻이 역시 우리 감독님 괜히 깐느에서 부르는 게 아니야 ∼ ... ?
( ) 주변에 동의를 구하듯
그렇잖아 히히 근데 그걸 누가 알까요 ? ... ?
박 감독
아는 만큼 보이는 거지 그런 걸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진부하잖아 ... .
혹시 연극하는 후배 중에 누구 없어?
강식
찾아볼까요?
박 감독
응 어딘가 분명 있을 텐데 . .
아직 음지에 있어서 빛을 못 본 배우 말이야 다듬어지지 않은 . ...!
14. 소극장 무대 위 낮 ( )
성필
( ) 열변을 토하며
원석!
우린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무궁무진한 존재야!
다이아몬드도 될 수 있고 그냥 짱돌도 될 수 있어 알겠어 , . ?
정봉이는 수첩에 받아 적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한 쪽에선 경희는 안 찢어지는 다리를 찢고 영석은 가부좌를 틀고 있다 . , .
덕주는 기타로 뽕짝을 친다.
성필
( ) 진지하게
자 오늘 연습할 캐릭터는 고드름이다 , ...... .
고드름의 포인트는 녹아서 없어진다는 거야 자아가 없어져 그냥 싹 다 . !
정봉
( ) 수첩에 적다말고
저도 대사 있는 거 좀 해보면 안 돼요?
성필
너 들어온 지 몇 년 됐지?
정봉
83 . 일이요
성필
난 년인데 지금 개한다 20 , .
정봉
( ‘20 ... ’ ) 수첩에 년 개 라고 적으며
- 15 -
죄송합니다.
성필
해봐 고드름 텐션 . . !
정봉은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하다가 어떻게든 고드름처럼 몸을 만들어 본다 , .
옆에서 춘호가 무대로 들어온다.
경희
또 삐라 돌리고 오냐?
춘호
( ) 정봉이를 발견하고
너 뭐하냐 , ?
성필
영화?
춘호
깐느 박 감독님 설강식이 주인공하고 악마의 피 . . “ ”
찡찡 찡찡 덕주가 기타 코드를 잡아본다 !! !! .
성필
아이 강식이형 그런 게 있으면 먼저 나한테 연락을 해야지 이번 기회에 나도 깐느 한 번 가 ! ... ! ?
경희
깐느 같은 소리하고 있네.
영석
태산 같이 강물 같이 ! !
성필
영화사 어디냐?
여전히 고드름처럼 가만히 있는 정봉 그래도 조금은 녹은 것 같다 , .
춘호
너 고드름이냐 , ?
정봉이의 표정에서 벅찬 감동이 느껴진다.
15. “ ” ( ) 악마의 피 영화사 앞 오후
영화사 입구에서 연출부를 붙잡고 애절하게 부탁하는 성필.
성필
오디션이라도 꼭 한 번...
연출부
연락드리겠습니다.
- 16 -
성필
언제요?
연출부
정확히는 말씀 못 드리고요.
성필
제가 박 감독님 영화 좋아하거든요.
땡 엘리베이터가 도착한다 연출부와 성필은 동시에 엘리베이터를 쳐다본다 ! . .
선글라스를 끼고 이쑤시개로 이빨을 쑤시는 깐느 박 감독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온다.
연출부
감독님 나오셨어요!
박 감독은 성필을 스쳐 영화사 안으로 들어간다 박 감독의 포스에 눌린 성필 . .
성필은 프로필을 연출부에게 주려고 하지만 연출부는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린다 문 옆에는 프로필 접수함이 따로 마련돼 있다 . .
다른 배우들의 프로필로 가득 찬 접수함.
주변을 살핀 성필은 꽂혀 있는 프로필을 모두 빼내 자신의 프로필을 넣는다 다른 지원자들의 프로필을 전부 찢는 성필 . .
그때 프로필을 들고 계단을 올라오는 한 무명 배우의 뒷모습 성필은 찢은 프로필을 쓰레기통에 넣고 계단으로 내려간다 스쳐 지 . .
나가는 두 사람.
무명 배우
( ) 뒤로 돌아 성필을 보며
오디션 끝났어요?
( ) 실망한 표정으로 들고 온 자기 프로필을 찢으면서
영화는 나랑 안 맞나보다.
16. 버스 거리 어느 집 앞 낮 지영의 하루 / / ( ) -
버스에 서있는 지영 옆에는 커다란 어린이 책 상자가 있다 남자 승객 한 명이 상자를 피해 나가려는데 지영은 미안해서 상자를 , . ,
옆으로 옮긴다 그런데 자꾸 남자의 동선과 겹친다 에이 짜증내는 남자 승객 . . “ ...” .
버스에서 상자를 들고 내리는 지영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고 아차 싶어 다시 버스에 올라타 버스카드를 찍는데 문이 닫힐 뻔 한다 . , .
아주 긴 계단 카트에 상자를 올려서 한 칸씩 힘겹게 올라간다 . .
딱 봐도 부유해 보이는 층 양옥 집 앞 땀을 뻘뻘 흘리며 상자를 내려놓고 초인종을 누르는 지영 2 . .
지영
사모님 기다리시던 책 왔습니다 , .
사모
( ) 소리
연락을 미리 하고 오셔야지...
지영
( ) 비굴하게
오늘 갖고 온다고 말씀 드렸는데.
사모
( ) 소리
안 살래요.
- 17 -
지영
예 갑자기 왜요 사모님 ? , ?
사모
( ) 소리
남편이 봐 둔 게 있대요 원어로 된 걸루 . !
지영
이 책에도 영어 나와요 사모님 한 번만 더 다시 보시고 결정하세요 사모님 , . . ...
뚜 뚜 인터폰 끊기는 소리 지영은 초인종에 대고 계속 사모님을 불러 보지만 반응은 없다 - - . , .
다시 상자를 들고 돌아갈 길이 막막한 지영 아주 긴 계단이 지영을 기다리고 있다 . .
조심조심 상자를 갖고 계단을 내려오는 지영 너무도 위태로워 보인다 , .
17. 소극장 낮 ( )
무대 위에는 네로와 아로아 아로아 가 서있고 파트라슈는 개처럼 엎드려 있다 , . 父
관객은 아이들 포함해서 대략 열 명 정도 돼 보인다 그 중 애 엄마들은 꾸벅꾸벅 졸고 있고 애들 몇 명은 객석을 이리저리 뛰어 .
다닌다.
아로아 父
( ) 인상 쓰며
그림대회?
( ) 네로의 그림을 놀란다
오잉 잘 그리긴 잘 그리네 ! ... ...
아로아
네로는 멋진 화가가 될 거에요.
아로아 父
( ) 그림을 바닥에 툭 던지며
그림을 그리는 건 게으름뱅이나 하는 짓이야.
차라리 그 시간에 일을 배우는 게 나을 거다.
내가 네 나이 때는 농작물 키우는 법 소 키우는 법 풍차 돌리는 법을 배웠단다 , , .
사람은 열심히 땀 흘려 일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사람이 될 수 없어 . !
파트라슈는 아로아 의 말을 듣고 있다가 네로의 억울한 심정을 표현 하듯이 父 “ ! !” 멍 멍 . 짓는다
그때 갑자기 소극장이 문이 벌컥 열리더니 원석이 뛰어 들어온다 , .
원석
( ) 큰소리로
아빠!!
깜짝 놀란 눈으로 아들을 보는 파트라슈 성필 다른 배우와 관객들도 모두 원석을 쳐다본다 . .
18. 병원 복도 저녁 ( )
복도를 걸어가는 환자들과 의료진이 보인다 멀리 복도 끝에서 밝은 갈색 머리 하나가 코너를 꺾어 뛰어온다 . .
하얀 배경에 유독 튀어 보이는 성필의 머리 얼굴은 사람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 .
성필의 손을 잡고 같이 뛰는 원석 둘은 복도 끝에 있는 병실 안으로 들어간다 . .
19. 병원 인실 저녁 6 ( )
- 18 -
병실로 들어와 지영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성필과 원석의 뒷모습.
창가 옆 침대에 지영이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누워있다.
성필
...!
지영
계단에서 굴렀어.
성필의 얼굴은 분장을 지우다 말아서 아수라 백작 같다.
성필
( ) 지영의 행동이 답답했는지 목소리가 커진다
그냥 택시 타라니까!
장모
( ) 화장실에서 나오며
자네는 뭘 잘했다고 큰 소린가?
( , ) 성필이 돌아보자 성필의 얼굴을 보고 너무 깜짝 놀라 싸대기를 때린다
어머 이런 썅 ! !
성필
( ) 황당해하다가
어머님 언제 올라오셨어요 ... ?
장모
( ) 성필을 무시하고 지영 옆으로 간다
개새낀 줄 알았네.
이년아 그러니까 선봐서 직장 다니는 남자랑 결혼하라니까 , !
지영
엄마 언제까지 , ...!
장모
( ) 물수건으로 지영의 얼굴을 닦아주며
네가 걱정되니까 그렇지.
남편 하나 잘못 만나서 이런 개고생을 지지리 복도 없는 년 ... .
엄마 말 안 들어서 평생 고생하는 거야.
( ) 성필을 한번 쳐다보고
저러고 평생을 살아봐라 성공하나 , ?
내가 점 봤다 하도 답답해서 장서방은 성공할 팔자가 아니랜다 , . .
그 용하다는 처녀 보살이 굿한다고 될 게 아니래!
지영
엄만 교회 다니면서 점을 왜 봐!
장모
아무리 용 써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 .
개새끼가 평생 사람밥 먹는다고 사람이 되냐 돼 , ! ?
- 19 -
지영
그건 그렇지...
성필
( , ) 순간 눈치를 살피다가 호기롭게
장모님 저 이제 영화합니다 ! .
지영과 장모 모두 놀란다 원석도 놀라 다가선다 . .
장모
뭔 개소리야?
성필
설강식이 나오는 영환데요 역할도 크고 출연료도 쫌 됩니다 . .
장모
자네 인제 거짓말까지 하나?
성필
( ) 당황
거짓말 아닙니다.
감독님께서 제 연기가 마음에 든다고 하셨거든요.
지영
( ) 아픈 몸을 일으키며
정말?
성필
그럼 깐느 박 감독님이 나한테 딱 맞는 역할이 있다고 하시네 . .
원석
영화에서도 개로 나와?
성필은 원석의 입을 손으로 막아버린다.
20. 집으로 가는 골목 밤 ( )
좁디좁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골목길 성필은 원석을 업고 골목길을 걸어간다 . .
원석
그럼 엄마 병원비는 이제 걱정 안 해도 돼?
( , ) 성필 대답이 없다
아빠 영화에선 사람으로 나오지 , ?
“ !!” . . 왈왈 엄청 큰 개가 짖어 대는 집 앞을 지나가던 성필은 개와 눈이 마주친다 성필은 원석이를 내려놓고 개 자세를 잡는다
개와 철문을 사이에 두고 똑같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짖어댄다 왈왈 성필이 개보다 더 크게 짖자 개는 깨갱하며 조용해진다 . “ !!!!” , .
성필
( ) 꼬리 내린 개를 보며
이런 개새끼가 어디 사람한테 ... ...
원석
- 20 -
( ) 감탄하며
아빠 진짜 개 같애 ∼ !
21. 병원 병실 밤 ( )
누워있는 지영 옆에는 장모가 간이침대에 누워 있다.
장모
( ) 안타까운 심정
네가 뭐가 부족해서 장서방이랑 사냐?
너 정도 얼굴이면 의사랑 결혼할 수도 있었어.
지영
장서방 미워하지 마 착하잖아 . .
장모
개뿔 그거는 잘하냐 ! ?
지영
뭘?
( , ) 엄마 말이 이해되자 갑자기 얼굴이 빨개진다
엄마!
장모
( ) 지레 확신하며 일어나
크냐?
지영
( , ) 이불을 뒤집어쓰며 몸을 비비 꼰다
그런 거 아니야 엄마 저질 . ... !
장모
어이구 어이구 좋아 죽네 ... ... .
얼마나 잘하는 거야.
22. 청담동 골목 놀이터 밤 / ( )
술집이 즐비한 거리를 뛰어가는 성필이 보인다 한손에는 대리운전 콜이 들어오는 스마트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론 통화를 한다 . .
성필
춘호야 돈은 처음에 받냐 나중에 받냐 , ? ?
( ) 춘호의 대답을 듣고
근데 이렇게 뛰어 가야 돼 그냥 택시 타고 가는 게 빠를 거 같은데 ? .
성필은 통화를 하며 한적한 놀이터 앞에 도착한다 손님을 찾듯이 두리번거리는데 놀이터엔 아무도 없다 . , .
23. 룸살롱 앞 밤 ( )
시계를 보며 짜증난 얼굴을 하고 있는 마담 성필이 마담 앞으로 뛰어 온다 . .
마담
왜 이렇게 늦게 와요?
- 21 -
성필
놀이터가 진짜 놀이턴 줄 알고 ... ...
마담 머리 위로 룸살롱 간판 놀이터 가 보인다 앞에는 벤츠 클래스가 서있다 “ ” . S .
성필은 벤츠 운전석에 탄다 뒷좌석 창문이 열리면 풍채 좋은 사장이 마담을 향해 환하게 웃는다 . .
사장
( ) 취해서 혀가 꼬인다
담엔 차 갈 거다 2 ∼
마담
아잉 사장님 여기는 차 안 돼요 알면서 ... 2 . !
조심히 들어가세요∼
사장
( ) 창문 닫으며
이것들이 비싼 척 하기는...
성필
어디로 모실까요?
사장
우리 집.
성필
네?
사장
너 우리 집 몰라?
성필
제가 대리 운전이 처음이라 어떻게든 찾아가 보겠습니다 ... .
출발하려고 기어에 손이 가는데 기어가 있어야 할 곳에 기어가 없다 당황한 성필 , . .
성필
사장님 기어가 없는데요 , .
사장
촌스러운 새끼 거기 옆에 있잖아 ! .
성필이 기어처럼 보이는 것을 건드리면 워셔액이 앞 유리로 쭉 튀어 나오고 와이퍼가 움직인다 , .
사장
뭐하냐?
성필
운전할라구....
- 22 -
성필이 다른 걸 건드리자 차가 빠르게 후진한다 끼이익 아슬아슬하게 뒤에 있는 차 앞에서 멈춘다 , . --- .
당황한 성필은 기어를 다시 만진다 그러자 이번엔 다시 앞으로 차가 급출발한다 . .
사장
너 미쳤어?
또 끼이익 멈추는 차 사장은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조수석 뒷면에 얼굴을 부딪친다 --- . .
성필
( ) 기어를 다시 만지며
죄송합니다 제가 잘 아는 대리기사가 있는데 불러 드릴게요 . .
사장
딴 거 건드리지 말고 너 내려 새꺄 , ! !
아우 술이 다 깨네 , .
사장과 성필은 동시에 차에서 내린다 그러자 차가 앞으로 쭉 나간다 . .
동시에 눈이 마주친 두 사람 사장은 차를 잡으러 허둥지둥 뛰어 간다 . .
사장
( ) 뛰어가며
너 거기 꼼짝 말고 있어!
성필은 눈치를 보며 뒷걸음질로 도망친다.
24. 횡단보도 앞 아침 ( )
길바닥에 소주병이 쓰러져 있다 그 옆에서 자는 성필의 얼굴 앞으로 지나가는 하이힐과 구두 . .
아침 출근길의 대학로 많은 사람들이 출근중이다 잠에서 깨는 성필 사람들은 성필을 피해 간다 , . , .
성필은 술 안 마신 사람처럼 연기하며 옷을 툭툭 털며 걸어간다 , .
Cut to . – 근처 강식의 차
신호 대기 중인 검은색 밴 차량 운전하는 매니저와 뒷자리에 있는 강식이 길바닥에서 일어난 성필을 본다 . .
강식
요즘도 길거리에서 자는 사람이 다 있네?
개도 아니고 말이야.
매니저
대학로엔 가끔 있더라고요.
강식
( ) 걸어가는 성필을 보며
에휴 작작 좀 마셔라 ... .
매니저
해장하고 가실래요?
강식
- 23 -
늦지 않겠어?
매니저
. 좀 늦는다고 전화하죠 뭐
강식
( ) 기다렸다는 듯이
저기서 우회전....
그 할매 아직도 있나 모르겠네 연극할 땐 많이 갔었는데 ... ...
25. 해장국 집 아침 ( )
맛있게 해장국을 한 입 떠먹는 강식 주인 할머니가 앞에 서있다 , .
강식
할매 맛이 안 변했네 역시 , . !
( ) 쩝쩝대며 맛있게 먹는다
할머니
맛이 변하면 죽을 때가 된 거여 몇 년 안 오더니 딴일 찾은 겨 ... , ?
강식
그런 건 아니고.
할머니
사람 구실하고 살어 이눔아 처자식 생각하고 , ! !
강식
알았으니까 깍두기나 더 줘요 , .
매니저
( , ) 할머니가 주방으로 가자 실실 웃는다
이때 문 열고 들어오는 성필.
할머니
너 이 새끼 어제도 집에 안 들어 간 겨 , ?
( ) 컵을 던지듯이 내려놓으며
연극이 밥 먹여 주냐 대체 언제 정신 차릴래 ? !
성필
( !) 강식을 발견
어 강식이 형 안녕하세요 ! ...! ?
강식
제가 형이에요?
성필
저 성필이에요 장성필 , . !
그 왜 구륙년도에 봉봉 에 같이 있었잖아요 형 , “ ” , .
- 24 -
강식
기억이 잘 안 나네.
성필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나시는구나.
많이 바쁘시죠?
강식
... ... . 뭐 그렇지 요
성필
뭐 좀 여쭤보고 싶은데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 ?
매니저
선배님이 바로 가셔야 돼서요.
성필
한 십 분이면 되는데.
강식
( )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내가 오늘은 시간이 안 되고 나중에 한 번 연락할래요 , ?
강식은 일어나 식당 앞에 주차된 차에 올라탄다.
성필
( ) 강식을 따라 식당 밖까지 따라간다
강식이 형!
매니저
( ) 성필에게 명함을 주며
저희가 지금 늦어서요 저희가 연락드릴게요 . .
매니저는 차를 몰고 사라진다.
26. 소극장 입구 낮 ( )
소극장 건물로 들어오는 성필 청소도구를 챙기는 청소아줌마와 만난다 . .
청소아줌마
오늘은 늦었네.
성필
강식이 형이랑 밥 먹고 왔어요.
청소아줌마
설강식 영화배우 설강식 ? ?!
성필
이젠 영화 쪽에서도 난리네요 같이 작품 한번 하자고 . ...
- 25 -
청소아줌마
역시 실력 있는 사람들은 숨어있어도 다 찾아낸다니까.
성필
( ) 주먹을 불끈 쥐어 앞으로 내밀며
한 방이에요.
( . ) 지하 계단으로 들어가는데 핸드폰 벨이 울린다 전화 받으며
예 맞는데요 네 ... . ??
27. 성필의 집 아침 ( )
햇살이 비치는 거실 거울을 보며 복식호흡으로 크게 소리를 내며 목을 푸는 성필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 . .
뒤에선 원석이 책가방에 햄릿 책을 넣으며 성필을 구경한다 “ ” .
성필
( ) 한 호흡으로
곪은 광견병 걸린 개가 결막염 걸린 개미핥기에게 가해행위를 공공연히 하고
까막눈 까막딱따구리는 가막살 나무 위에서 까막까치와 가만가만 까막잡기를 한다.
원석
( ) 책가방을 메고 성필 뒤에 서며
그게 대사야?
성필
숫염소를 끌고 가는 숫처녀는 숫총각의 애인이고 숫양 끌고 가는 숫총각은 수탉 키우는
( ) 발음이 꼬인다
숫쳐뎌 숫처뎌 에유 .. ... !.
원석
( . ) 따라한다 한 호흡에 막힘없고 발음이 정확하다
숫염소를 끌고 가는 숫처녀는 숫총각의 애인이고 숫양 끌고 가는 숫총각은 수탉 키우는 숫처녀!
성필
( ) 뒤돌아보며 흠칫
이 새끼가...
원석
근데 숫처녀가 뭐야 까만 처녀야 ? ?
28. “ ” ( ) 악마의 피 영화사 낮
카메라를 뚫어지게 보는 성필의 얼굴 화면 왼쪽 상단에는 빨간색 글자로 글자가 깜빡이다가 선명해 진다 . ‘REC’ .
누가 이기나 눈싸움 하듯이 카메라를 뚫어지고 보는 성필.
연출부
( ) 소리
뭐하세요?
( ) 성필이 뭔 소리인지 모른다는 표정으로 보자
자기 소개하세요.
성필
- 26 -
저는 대학로에서 무대를 지키고 있는 장성필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연극에 빠져 사느라 영화 오디션은 일부러 보지 않았습니다 만 , ...
이제는 영화에서도 제 연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감독님 이 장성필이 잘 기억해 주십시오 ! , .
( ) 손가락으로 카메라를 가리키며
이 이름을 부를 일이 많아질 겁니다!
손발 오그라드는 멘트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성필.
Jump cut
이제 연기를 시작하는지 의자에 앉아 힘껏 눈에 힘을 주고 있는 성필 나 이제 연기 시작해요 라는 얼굴로 카메라를 노려본다 . . ∼
연출부
( ) 소리
시작하세요.
성필
( ) 카메라를 뚫어지게 보며 시선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입만 움직인다
잠시만 아직 감정이 안와서 요 . .... .
성필은 눈에 너무 힘을 주다 보니 자꾸 눈물이 난다 감정이 안 잡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 .
그러다 뜬금없이 발성 연습을 한다.
성필
아 아 푸르르 아르르 꼬르르 ! ! ∼ ∼ ∼
( . ) 이젠 아예 일어나서 다리를 찢고 몸을 푼다 카메라를 보고
아시죠?
( ) 본격적으로 발차기 한 번
제가 또 액션연기가 됩니다 대역도 필요 없습니다 . .
배우가 기본적으로 이 정도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어떤 역할이든 맡겨만 주시면 다 해낼 자신 있습니다 ! !
( ) 주변을 확인하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듯이
그리고 이건 어디 가서 얘기 안 하는 건데 박 감독님 영화면 제가 그 성기 노출도 가능합니다 .... ... ... .
와와와 황당한 표정의 연출부 ∼ .
Jump cut
다시 다소곳하게 앉은 성필 이제야 성필의 연기를 볼 수 있는 건가 . ?
성필
( ) 처음부터 과잉된 감정으로
유리조각이 박혀있는 시멘트 바닥이라도 좋습니다 발바닥이 찢겨 피가 나도 행복합니다 . .
( ) 숨을 안 쉬고 한 호흡으로 밀어 붙인다
모세가 나일강을 피로 바꾸고 개구리와 메뚜기 떼를 부르고 사람들을 피부병에 걸리게 만들었듯이 ,
기적이 꼭 인간의 기준으로 아름답고 선한 형태로 찾아오는 건 아닙니다.
흡혈귀면 어때 앉은뱅이 걷게 해주는 게 기적이 아니고 뭐란 말입니까 ? ?
( ) 숨이 막힌 듯 대본을 집어 던지며 일어선다
휴 피를 좀 나눠 주세요 ... ,
연출부
( ) 소리
나는 이제 수사도 아니고 신부도 아니야.
더 이상 나한테 그런 부탁 하지 마.
- 27 -
성필
( ) 주변을 서성이다 갑자기 벽에 기대 울음을 터트린다
이건 다 연극이라고 말해줘요 날 시험에 들게 하려고 . ...
( ) 힘찬 샤우팅으로
신부님이 짜낸 연극이라고 모두 다 , !
이게 뭔가 하는 표정의 연출부들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는 연출부 막내와 그 옆에서 대본을 들고 있는 연출부 세컨 . .
둘은 넋 나간 표정으로 성필을 본다 성필은 눈물을 닦으며 감정을 추스르고 자리에 앉는다 . .
연출부
근데 선배님...
( ) 어이없음
이게 휠체어에 앉아서 치는 대산데...
성필
( ) 숨을 헐떡이며
네 그래요 ? ?
연출부
대사에도 나오잖아요 앉은뱅이라고 . ...
( ) 대본을 손으로 가리키며
지문에도 나오는데 휠체어에서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 ...
성필
( ) 이상하다는 듯이 떨어진 대본을 다시 주워 본다
감정만 생각하다보니...
( ) 너무 소리를 질러 현기증이 온다
아 어지러 워 ... ... ..
잠시 후 연출부 책상 주변 , .
“ ” , 6 . 우하하하 연출 제작부들 명 정도가 성필의 오디션 영상을 보며 박장대소한다 ∼∼
조감독
이사람 뭐야 연기가 뭐 이래 크크크 왜 숨을 안 쉬고 해 ? ... ... .
연출부
연기가 거침이 없어요 모든 감정을 폭발 시키는데 웃음 참느라 혼났어요 . ... .
조감독
( ) 하도 웃어서 눈물이 난다
아이고 배야 이 사람 어떡하냐 .... .
연출부
이거 감독님 보여드릴까요?
조감독
미쳤냐 이거 보여줬다가 또 무슨 소리 들으려고 ? .
- 28 -
연출부
보고 맘껏 웃으시라고...
조감독
그럴까 하하하 ? ...
모니터 화면에는 성필이 장기로 준비한 단 돌려차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모두가 또 빵 터졌다는 듯이 다시 한 번 크게 웃는다 2 . .
돌려차기 하다가 넘어진 성필은 일어나서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시도한다.
다리가 아픈지 절뚝대면서도 열심히 한다 하지만 원래부터 안 됐던 거 같다 . .
29. 소극장 앞 낮 ( )
웬일로 소극장 앞에 노란 유치원 교복을 입은 아이들 명 정도가 선생님의 인솔 하에 서있다 20 .
아이들 옆으로 책가방을 맨 원석이 지나가다가 멈춰 선다 원석은 아이들을 둘러보고 소극장 안으로 들어간다 . .
30. 소극장 분장실 낮 ( )
원석이 복도를 지나 분장실로 들어가면 분장을 끝낸 배우들이 있다 원석이를 보며 반가워하는 경희와 춘호 , . .
경희
으미 내 새끼∼
원석
( ) 전라도 사투리로
야 엄니 다들 잘 지내셨지라 . ∼
춘호
얘 점점 능청스러워지네 연기해도 되겠다 . .
원석
지는 허벌라게 좋은 직장 댕길건디요.
31. 소극장 무대 낮 ( )
무대 위에선 리허설이 한창이다.
한쪽 구석에서는 정봉이가 파트라슈 의상에 전구를 달고 있다 털옷에 조악하게 전선들이 연결돼있다 . .
연출은 천장에 올라가서 스노우머신을 설치중이다.
연출
정봉아 빨리 끝내고 올라와 , .
이거 니가 작동해야 돼.
정봉
네 갑니다 . .
정봉이는 전구를 단 파트라슈 의상을 성필에게 건넨다 정봉이 스위치를 켜자 불이 반짝반짝 들어온다 . , .
성필
( ) 무대 위에 있는 연출을 향해
이 설정 괜찮아?
연출
- 29 -
그래서 주인 대사 고쳤어.
정봉이 사다리를 타고 연출 옆으로 올라온다.
연출
3 . 막 시작할 때 뿌려라
예열이 돼있어야 눈이 나와 파란 불이 켜졌지 그 때 이 빨간 버튼을 눌러 . , .
좌우로 흔들면서 자연스럽게 뿌리는 느낌 알지 이렇게 ? .
( , ) 빨간 버튼을 누르자 눈이 나온다
무대에 있는 배우들 위로 눈이 아름답게 흩날린다 배우들은 모두 좋다는 듯이 무대 위를 쳐다본다 . .
춘호
느낌 좋네 진작 좀 하지 ! .
연출
( )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며
이것도 겨우 외상으로 빌려 온 거야 이 자식아 주댕이만 터져가지고 . .
( ) 배우들 앞에 서며
오늘 유치원 연합회 임원진들 오십니다 재밌으면 단체 많이 잡아 주신 댄답니다 . .
자 다들 평소보다 더 실감나게 해주십시오 , .
32. 소극장 분장실 낮 ( )
분장실 의자에 혼자 앉아 있는 원석 주위를 둘러보면 분장도구가 보인다 . .
원석은 분장용 펜을 하나 집어 든다 거울을 보며 아빠의 점과 똑같은 위치에 점을 그린다 . .
배우처럼 거울을 보며 표정을 잡아보는 원석.
33. 소극장 낮 ( )
이제 연극은 막이 끝나고 막이 시작된다 2 3 .
유치원 원장과 유치원 연합회 임원진들 그 옆으로 나란히 앉은 명의 귀여운 유치원생들이 무대를 보고 있다 . 20 .
정봉이 스노우머신의 빨간 버튼을 누르자 눈이 나오기 시작한다 무대 위 조명이 천천히 페이드인 되면 무대 위로 눈발이 날린다 , . .
유치원 원장과 아이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우와 감탄한다 “ ” . ∼
아로아 아로아 파트라슈 철물점 주인이 무대로 등장한다 , , , . 父
아로아 경희 ( )
( ) 눈을 맞으며 두리번거린다
네로 네로 어디 있어 ∼ ∼ ?
주인 덕주 ( )
네로야 대답 좀 해봐 ! .
아로아 영석 父 ( )
이거 큰일이구나 밤새 눈이 올 거 같은데 . .
아로아
아빠 네로가 너무 추울 거 같아요 어떡해요 ! . .
아로아 父
걱정하지 마라 아로아 . .
네로는 똑똑하니까 따뜻한 곳에 잘 숨어 있을 거야.
- 30 -
주인
어르신 제가 파트라슈 등에 전구를 달았습니다 . .
이러면 아무리 어두워도 네로가 파트라슈를 잘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인은 파트라슈 등에 단 전구 스위치를 켠다 그러자 파트라슈 몸에 환하게 불이 들어온다 . .
“ ” . 우와 공연을 보던 아이들은 불이 반짝이는 파트라슈 의상을 보며 또 다시 감탄한다 ∼
아로아 父
허허 대단하구만 주인장 . . .
파트라슈 빨리 네로를 찾아 보거라 ! .
파트라슈
멍!
파트라슈는 눈 내리는 무대를 뛰어다니며 네로를 찾기 시작한다.
아로아
아빠 눈이 점점 많이 내려요 , .
스노우머신에서 연기가 나며 덜거덕 멈춰버린다 당황하는 정봉 밑에 있던 배우들도 당황한다 .... . . .
아로아 父
( ) 눈이 안 나오자 애드립
눈이 잠시 멎은 것 같구나 다행이다 ... ... . .
무대 옆에 있는 연출이 정봉이에게 빨리 눈을 나오게 하라고 손짓한다.
파트라슈는 네로의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니는데 꼬리에 달린 전구 하나가 푸식 터지면서 꼬리에 불이 붙는다 , ! .
파트라슈는 꼬리에 불이 붙은지 모르고 배우들 앞을 지나간다.
파트라슈의 꼬리에서 연기나 나는 것을 본 배우들은 표정이 경직된다 관객들도 약간 당황한 표정이다 . .
아로아 父
( ) 애드립
몸에서 연기가 날 정도로 파트라슈가 열심히 하는구나 .... .
그 말에 파트라슈가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꼬리를 본다 헉 놀란 파트라슈는 무대 옆에 있는 연출을 본다 그러자 연출은 계속 , . ! .
해야 된다는 수신호를 보낸다.
정봉이는 코드를 뺏다가 다시 꽂고 전원 스위치를 켰다 껐다 반복 해보지만 이젠 아예 전원도 들어오지 않는다 , , .
푸식 푸식 퍽 파트라슈 옷에 달린 다른 전구들이 연달아 터진다 이젠 파트라슈 몸 전체에서 연기가 나면서 등에도 불이 붙는다 ! ! ! . .
파트라슈
( ) 애절하게 다른 배우들을 보며
멍 멍 멍 ! ! !
웅성거리는 유치원 선생님들과 아이들.
철물점 주인이 급하게 자기 겉옷을 벗어 파트라슈를 덮어준다.
주인
( ) 손바닥으로 불이 난 파트라슈의 등을 때리며 애드립
파트라슈 너 많이 아프구나 열이 나네 ! . .
- 31 -
경희는 파트라슈의 불붙은 꼬리를 발로 밟아 불을 끄려고 한다 , .
천장에 있는 정봉이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돼있다 비 오듯이 흐르는 땀을 손으로 닦고 그 손으로 코드를 콘센트를 꽂는 정봉 . .
퍽 순간적으로 불꽃이 튀더니 지잉 감전 된다 기절한 정봉이 밑으로 떨어진다 쿵 무대로 떨어진다 ! , -- . . ! .
“ !” . . 헉 관객들이 순간적으로 깜짝 놀란다 배우들도 당황하며 무대에 쓰러져 있는 정봉이를 쳐다본다
아로아 는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해 보고자 손가락으로 정봉이를 가리키면서 父 , ....
아로아 父
( ) 애드립
네 네로를 찾았다 ... !!!!
아로아 아로아 주인이 정봉이에게 뛰어간다 父, , .
아로아
( ) 애드립
네로 나무 위에 있었구나 왜 이런 옷을 입고 있어 ! .... ?
주인
( ) 애드립
우리가 널 얼마나 찾았는지 아니?
파트라슈
( ) 다급하게
멍 멍 ! !
“ !!!” . . 아악 관객들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파트라슈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린 배우들은 모두 경악한다
주인이 덮어놓은 옷에 불이 옮겨 붙어 파트라슈 등이 활활 타오른다 파트라슈의 얼굴은 점점 일그러진다 , . .
“ ” . . 랄랄라 랄랄라 랄랄라라 라라라라 생뚱맞게 주제가도 흘러나온다 아비규환의 현장 ∼ ∼ ∼ ∼
촤악 천장에 달린 스프링클러가 전부 작동된다 --- .
소극장 문이 열리고 선생님들 아이들이 물에 젖은 채로 비명을 지르며 뛰어 나온다.
다른 배우들은 무대에서 나가는 관객들을 보며 허탈해 한다.
연출은 소화기로 성필의 등에 붙은 불을 끈다 소화기에서 나온 하얀 가루를 뒤집어 쓴 성필 마치 백구 같다 . , .
객석에 있는 원석이는 물을 맞으며 안타까운 눈으로 아빠를 바라본다 원석이 얼굴에 그렸던 점이 서서히 지워진다 . .
34. 소극장 뒤편 오후 ( )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 옆으로 젖은 의상과 대걸레 손걸레 등이 빨랫줄에 걸려 있다 , .
힘 빠진 얼굴을 한 영석 경희 덕주 성필 원석이 바닥에 쭈그려 앉아 있다 원석이는 부채로 아빠의 등을 부채질해준다 , , , , . .
춘호
형 등짝 괜찮아 , ?
성필
.....
원석
아빠 이제 연기 못 해?
길가에서 연출과 정봉이 걸어오자 배우들이 모두 일어난다 , .
경희
저 년 썽썽하네 괜찮어 ? ?
- 32 -
정봉
( ) 더 해맑아졌다
아무 이상 없데요 오히려 몸이 더 업그레이드 된 기분이에요 . .
경희
염병을...
성필
( ) 연출에게
공연 계속 할 수 있는 거야?
연출
의자 우에다 방석 깔기로 했어.
다들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있는데 승지가 통화를 하면서 성필 앞으로 지나간다 , .
승지
( ) 성필 들으라는 듯이
그럼 제가 어디로 갈까요?
( ) 또박또박 크게
강식이 형!
공연 끝나면 시쯤 되니까 시까지는 갈 수 있어요 강식이 형 8 , 9 . !
감독님이랑 제 공연 한 번 보셔도 좋을 것 같은데요 강식이 형 . ?
스케줄은 전혀 문제없어요 강식이 형 . !
성필
( ) 소극장으로 들어가는 승지의 뒷모습을 보며
저 새끼가.....
원석이는 깊은 눈빛으로 아빠를 본다.
35. 마로니에 공원 낮 ( )
주말이라 사람들로 북적이는 마로니에 공원 원석은 혼자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한다 . .
연극표를 나눠주며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다른 한쪽에선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가수와 구경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 .
또래의 여자애인 미지가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걸어가다가 원석을 보고 멈춰 선다 미지는 들고 있던 솜사탕을 조금 뜯어 원석에 , .
게 준다.
미지
먹을래?
원석
( ) 솜사탕을 받으며
미지
난 미지야 넌 . ?
원석
원석.
- 33 -
어리지만 둘 사이에 묘한 눈빛이 오간다.
원석
너 플란다스의 개 봤어 “ ” ?
미지
아니.
잠시 후 지나가던 사람들이 무슨 구경거리인가 하고 하나 둘씩 모여 든다 마로니에 공원 한 가운데에 꼬마들이 모여 앉아서 원석 , .
이가 연기하는 것을 본다 뒤에는 부모들도 서있다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는 사람도 보인다 . . .
원석이는 사람들 앞에서 플란다스의 개 한 장면을 인 다역으로 연기한다 “ ” 1 .
원석 네로 ( ) 役
( ) 눈물을 흘리며
할아버지 죽으면 안 돼요 절 혼자만 남겨 두지 마세요 ... . .
원석 할아버지 ( ) 役
( ) 바닥에 눕는다
너는 혼자가 아니란다 조르쥬 폴 그리고 파트라슈가 있잖니 . , , .
원석 네로 ( ) 役
( ) 일어서서 다시 운다
그래도 싫어요 할아버지가 옆에 안계시면 싫어요 . .
원석 할아버지 ( ) 役
( ) 다시 바닥에 누워
이젠 네가 어디 있던지 항상 함께란다.
엄마와 함께 항상 하늘에서 널 지켜보마.
자 이제 울지 말고 어서 웃는 얼굴을 보여다오 어서 ... . !
원석은 일어서서 눈물을 닦고 감정을 추스른 다음 할아버지를 향해 웃어 보인다 아이들은 모두 원석이의 연기에 넋이 나갔다 . .
원석
파트라슈 네로를 부탁한다 항상 옆에서 네로를 지켜 줘 ! . ... ...
( ) 죽는 연기를 하고 일어나
그러면 파트라슈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뭐라고 하는 줄 알어?
꼬마들
( ) 동시에
몰라 빨리 얘기해 줘 ! !
원석
( ) 파트라슈 자세를 취하며 슬프게
멍 멍 .... !
미지를 포함해 몇 몇 꼬마 여자애들이 눈물을 흘린다.
미지
( ) 눈물을 닦고
그래서 그 다음은 ? ?
- 34 -
원석
( ) 미소를 띠며
궁금해?
36. 소극장 무대 뒤 낮 ( )
무대 뒤 배우들이 고개를 내밀어 커튼 틈으로 보이는 객석을 보고는 놀란다 . .
덕주
( ) 박수치며
브라보.
경희
으미 내 새끼들 꽉 차 부렸네 ... .
춘호
아로아 누님 화이팅!
경희
삐라 화이팅!
연출
( ) 뛰어 들어오며 배우들의 등을 두드린다
백퍼 유료 객석 꽉 ! !
영석
태산 같이 강물 같이 . .
그러나 때론....!
37. 소극장 입구 낮 ( )
공연 후 입구에 선 출연진들은 관객들을 배웅해 주며 같이 사진을 찍어준다 , . 미지의 아빠가 미지를 성필에게 보내면 성필은 미지를 들어 안는다 , . | 아이들에게 인기가 제일 많은 건 단연 파트라슈다 , . |
( ) 사진을 찍으며
미지야 여기 봐 , ∼
미지
파트라슈 너도 저기 봐 ! .
미지 父
하나 둘 셋 , , !
성필
( ) 카메라를 향해
멍!
성필이 짖어주자 미지는 꺄르르 좋아 죽는다 , . ∼
- 35 -
38. 대학로 주차장 밤 ( )
잠든 미지를 카시트에 앉히는 미지 엄마 미지 아빠는 한잔 걸쳤는지 얼굴이 뻘건 상태로 통화 중이다 . .
미지 父
혜화 주차장 흰색 소나타요 , .
미지 母
오고 있대?
미지 父
( ) 전화를 끊으며
저기 왔네.
전화기를 든 성필이 뛰어와서 미지네 흰색 소나타 앞에 멈춘다 미지 의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돌리며 차 키를 받는 성필 . . 父
39. 도로 밤 ( )
미지 가 운전하는 성필의 얼굴의 뚫어지게 쳐다본다 성필은 운전에 방해가 될 정도로 고개를 돌리고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父 . .
미지 父
혹시 파트라슈 아니에요 .... ?
성필
( ) 모자를 눌러쓰며
아 아닌데요 ... .
미지 父
( ) 고개를 앞으로 내밀어 얼굴을 쳐다보며
에이 모자로 가린다고 될 얼굴이 아닌데 , ...
미지
( ) 잠에서 깨며
아직 안 왔어?
미지 父
미지야 이 아저씨가 파트라슈다 , .
미지
( ) 눈이 번쩍
파트라슈?
미지 父
응 파트라슈가 우리 차 운전해 주는 거야 . .
미지
파트라슈가 왜 운전을 해 파트라슈는 우유 배달해 ? .
미지 父
- 36 -
파트라슈도 힘들면 운전도 하고 배달도 하고 다 하는 거야 , ... .
미지
아니야!
미지 父
기사님 아니 배우님 아까처럼 짖어줘 봐요 애가 믿질 않네 , . .
미지 母
아니라는데 왜 그래?
미지 父
맞다니까 모자 좀 벗어 봐요 ! .
미지
( ) 울먹인다
파트라슈 아니야 엉엉엉 ... ...
미지가 울자 정신이 하나도 없는 차 안의 상황 성필은 안되겠는지 뒤로 돌아 미지를 본다 , . .
모자를 벗고 미지를 보는 성필 미지는 울음을 멈추고 성필을 본다 . .
성필
( ) 건성으로
멍 멍멍 ! !!
미지
( , ) 잠시 정적 더 울기 시작한다
아니야 파트라슈 아니야 !! !!
더 소란스러워지는 차 안 성필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른다 . .
40. 미지네 아파트 지하 주차장 밤 ( )
미지 엄마는 미지를 안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간다 성필에게 돈을 주는 미지 아빠 . .
미지 父
근데 애한테까지 삐끼를 시키고 좀 너무하드라 뭐 재밌게는 봤는데 ... ... ...
성필
( ) 뭔 말인지 모른다
예?
미지 아빠는 아파트로 들어가고 성필은 무슨 말인지 곰곰이 생각한다 , .
41. 마로니에 공원 낮 ( )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곳으로 뛰어가는 성필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 .
그러자 보이는 것은 원석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아빠처럼 파트라슈를 하고 있다 , .
원석
- 37 -
( ) 관객들을 향해
멍 멍 ! !
보는 사람들은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대며 웃어 재낀다 성필은 원석이 연기하는 것을 보다가 눈시울이 붉어진다 . .
원석은 엉덩이에 꼬리도 달고 흔들어 댄다 성필은 도저히 못 참겠는지 뛰쳐나가 원석을 일으켜 세운다 . .
성필
너 뭐하는 거야 ... !
원석
아빠...
성필
이런 거 누가 시켰어 어 ? !
행인
거 재미있는데 더 봅시다 , !
성필
( ) 뒤로 돌아 사람들에게
이제 안하니까 다 돌아가세요 , !
( ) 원석의 어깨를 잡아 흔들며
왜 그랬어?
분위기가 싸해지자 사람들은 금세 흩어진다 , .
성필
말 안 해 왜 그런 거야 왜 ! ? !!!
원석
( ) 눈물이 그렁그렁
... ... ... ... 아빠 연기하는 거 사람들한테 보여 주고 싶었어
울컥하는 성필 아무 말도 못하고 잡고 있던 원석의 어깨를 놓는다 원석이의 눈에선 닭똥 같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 . .
성필은 뒤로 돌아 애써 눈물을 참는다.
성필
... , ... 배우한테 자존심 빼면 아무것도 없는 거야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리고 성필은 뒤도 안 돌아 보고 걸어간다.
42. 집 앞 골목 밤 ( )
술 취해 비틀대며 걸어가는 성필 평상시 같으면 짖어대던 개도 오늘은 성필의 눈치를 본다 . .
핸드폰이 울리고 전화를 받는 성필.
정봉
( ) 소리
형 어디에요 , ?
성필
( ) 횡설수설
정봉아 너는 배우로 성공할 때까지 절대로 결혼하지 마라 ... , .
- 38 -
정봉
( ) 소리
갑자기 무슨 뜻이세요?
성필
우리처럼 창작을 하는 영혼들은 연기 생각만 하고 살아도 될까 말깐데 ... ...
결혼하면 그게 안 돼!
어느새 도착한 집 앞 성필은 통화를 하며 대문을 열고 들어간다 대문을 열면 층에 세 들어 사는 성필의 집으로 가는 계단이 보 , . 2
인다 계단을 올라가며 통화하는 성필 . .
성필
가족은 짐이야 뗄레야 뗄 수 없는 짐 ... ... .
씨발 존나게 무거워 자유롭게 못 날아 . .
성필이 계단을 다 올라오면 집 앞에서 깁스한 발로 기다리던 지영이 보인다 성필에 대한 실망과 서운함이 표정에 그대로 담겨 있 .
다.
43. 성필의 집 안 밤 ( )
성필
( ) 문을 두드리며 애원한다
지영아 그런 뜻이 아니라 ... ...
저기 대사 연습한 거야 오해라고 문 열어 봐 ... . ... .
하지만 굳게 닫힌 문에선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어떻게든 지영을 설득해 문을 열려고 하는 성필 . .
44. 성필의 집 안방 아침 ( )
문에 기대어 주저앉아 있는 지영 눈가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 .
방 끝에서는 원석이 옆으로 누워서 자고 있다 눈은 감고 있지만 깊은 잠을 자는 건 아닌 것 같다 . .
Insert . – 산동네의 아침 풍경
45. 성필의 집 안방 아침 ( )
안방 문 옆에서 쪼그려 잠든 성필 벌떡 일어난다 안방 문이 열려 있다 , . .
안방으로 들어온 성필 옷장 문이 열려있고 안은 텅 비었다 화장대 위에 있던 지영의 화장품도 보이지 않는다 , . .
핸드폰 통화 버튼을 누르는 성필.
46. 기차 안 아침 ( )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핸드폰을 보는 지영 환하게 웃는 성필의 사진 전화번호 밑에는 대배우 라고 이름이 뜬다 . , “ ” .
지영은 핸드폰을 바라보다가 이내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옆에 앉아 있던 원석이 지영을 본다 . .
지영의 뺨에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엄마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원석 어린 나이지만 세상을 다 알아버린 깊은 눈빛을 가졌 . ,
다.
47. “ ” ( ) 악마의 피 영화사 밤
성필의 오디션을 진행했던 연출부 세컨이 전화를 받는다.
연출부
여보세요.
성필
- 39 -
( ) 소리
연락이 왔는데 제가 못 받았나해서 전화 드렸어요 감독님 보여 드렸나요 . ?
연출부
보여 드렸고요 죄송한데 더 좋은 작품에서 봬야 될 거 같습니다 . , .
성필
( ) 소리
혹시 제가 왜 안 됐는지 알 수 있을까요 ... ?
연출부
아무래도 감독님이 생각하는 캐릭터랑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성필
( ) 소리
제가 화면발이 잘 안 받아서 그럴 거예요.
감독님 한번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연출부 뒤로 출입문이 열리고 중국집 배달원이 들어온다 제작부가 배달원을 회의실로 안내하면 문으로 성필이 들어온다 . , .
연출부
그건 좀 어렵겠는데요 선배님 . ...
성필
시간 많이 안 뺏고 잠깐 인사만 하고 갈게요 예 , . ?
연출부
( ) 슬슬 짜증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오늘은 감독님도 안계시고 . ...
성필
( ) 연출부 앞에 선다
연출부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성필
( ) 핸드폰 집어넣으며
작은 역할도 괜찮으니까 어떻게 인사라도 , ...
연출부
이렇게 찾아오시면 곤란해요.
제가 감독님한테 다시 말씀드릴 테니까 지금은 돌아가 주세요 , .
그때 방에서 나와 회의실로 들어가는 박 감독 성필이 그걸 놓칠 리 없다 . .
성필
계시네.
- 40 -
성필은 막무가내로 회의실로 걸어간다 연출부는 성필을 뒤따라가며 말린다 . .
연출부
선배님 이러시면 안 돼요 ! .
성필
정말 인사만 드리고 갈게요.
연출부가 성필을 가로 막자 막무가내로 회의실 문을 여는 성필 , .
회의실 안에는 박 감독이 승지와 작별인사를 하는 중이다 승지와 눈이 마주친 성필 연출부는 성필을 회의실에서 끌고 나간다 . . .
박 감독
( ) 악수를 청하며
다음 주에 강식씨랑 연극 보러 갈게요.
승지
( ) 악수하며
감사합니다.
승지가 회의실에서 나오면 성필이 연출부와 실랑이 중이다 승지는 성필을 모른 체하고 지나간다 . .
성필은 다시 회의실로 들어간다 후루룩 짜장면을 먹는 박 감독 앞에 선 성필 뒤따라온 연출부는 난감하다 . ... . .
성필
( ) 꾸벅 인사하며
감독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학로에서 정통 연기를 년째 하고 있는 장성필이라고 합니다 , . 20 .
박 감독
( ) 피식
저는 충무로에서 정통 연출을 하는데 무슨 일로 ... (?) .... ?
성필
제가 캐릭터랑 안 맞는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어떤 이미지를 생각하시나요?
연출부
오디션 보셨는데...
( ) 성필에게
선배님 이러지 마시고 제가...
박 감독
어떤 역할로 봤니?
연출부
리체스 신부로 봤습니다.
박 감독
내가 오디션 테잎 봤니?
연출부
- 41 -
... ... 아니요
성필
( ) 연출부를 쏘아본다
박 감독
제가 바빠서 아직 못 봤네요.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연출부들이 연락드릴 겁니다.
성필
제게도 감독님 영화에 출연할 영광을 주십시오.
박 감독
( ) 민망하다
정통 연기를 하는 분이니 제가 영광이죠 ... .
성필은 자기도 모르게 박 감독이 먹고 있던 짜장면으로 시선이 간다 성필의 시선을 느낀 박 감독 짜장면을 자기 쪽으로 당긴다 . , .
48. 소극장 안 밤 ( )
세트와 조명 보수를 하는지 배우들이 직접 공구를 들고 못질을 하고 있다 옆에선 성필이 사다리를 타고 조명이 매달린 아시바 위 , .
로 올라가고 있다.
성필
정봉아 이런 건 막내가 하는 건데 나는 아직도 한다 , , .
정봉
존경합니다 선배님 . .
성필
( ) 다 올라 왔다
내가 막내 때는 이 위에서 와이프랑 살림 차렸어 , .
아시바 위에 올라온 성필이 조명 위치를 조정한다 밑에서는 춘호와 경희가 소품을 정리한다 . .
춘호
승지 형 악마의 피 확정이라던데 , “ ” .
경희
으미 씨벌 새끼 인자 제대로 뜨것네 ∼ .
근디 성필이 성도 오디션 봤다고 하지 않았냐?
춘호
( ) 주위에 성필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냥 성필이 형은 개나 잘 하라 그래.
춘호와 경희는 소품 박스를 챙겨 분장실로 들어간다.
치부를 들킨 표정으로 아시바 위에 앉아 있던 성필 늑대 같은 울음소리를 낸다 , .
49. 영화사 앞 낮 ( )
- 42 -
영화사 건물이 보이는데서 통화를 하는 성필.
성필
정말 다른 역할도 할 게 없나요 여보세요 ? ?
( ) 뚜뚜뚜 저쪽 전화가 끊긴다 —
잠시 후 성필의 손에는 강식 매니저의 명함이 들려 있다 핸드폰으로 번호를 누른다 , . .
50. “ ” ( ) 악마의 피 영화사 안 오후
매니저
제가 운전 중이라 있다가 전화 드릴게요 , .
구석에서 전화를 끊는 강식 매니저 영화사에서는 고사가 한창이다 . .
박 감독과 강식이 고사상에 절하고 일어선다 뒤로 많은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서있다 . .
박 감독
또 모이게 돼서 너무나 기대됩니다.
절을 하면서 딱 세 가지를 빌었습니다.
퍼스트 안전 세컨드 안전 앤 써드 역시 안전입니다 , . , .
다치는 사람 없이 무탈하게 촬영을 마칩시다.
안 피디
우리 영화의 주연배우 충무로가 발견한 대배우 설강식 선배님 말씀 듣겠습니다 ! ! .
강식
저도 딱 세 가지를 빌었습니다.
( ) 스태프들 웃음
펄스트 안전 세컨드 대박 앤드 뽀나 스 , , ! ∼
모두 박수와 환호로 화답한다.
51. 식당 뒤 주차장 밤 ( )
강식의 검은색 밴에서 매니저가 통화 중이다.
매니저
( ) 여친과 통화중이다
오늘도 새벽에 끝나겠지 그래도 훈련 가면 잠은 푹 자니까 걱정 하지마 . .
나도 보고 싶을 거야 토끼야 사 . ... ∼
( ) 성필의 얼굴이 옆 유리창 밑에서 스윽 하고 올라온다
아니 옆에 뭐가 있어서 그래 있다가 다시 할게 ... . .
매니저는 전화를 끊고 유리창을 내린다.
성필
( ) 유리창 사이로 얼굴을 끼워 넣으며
정말 분이면 된다니까요 5 !
매니저
뭐 왜 ? ?
성필
한번만 딱 예 한번만 ! ? !
- 43 -
매니저
( )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당신 때문에 욕바가지로 먹었어 선배님한테 알어 , . ?
들이댄다고 돼 모르신대잖아 ? !
성필
뭘 몰라요 옛날에 같은 극단에 있었다니까요 봉봉 에 ? ! “ ” !
술도 같이 얼마나 많이 마셨는데요!
매니저
너 같은 게 한둘 인 줄 알어?
한 동네 산다 같은 학교다 혈연 지연 응 이 씨방새야 , , , ? !
성필
이 씨방새 ... ?
매니저
아 미안합니다 되셨나요 ... . ?
( ) 성필을 손으로 밀며
조용히 꺼져 주세요.
( ) 전화 받으며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간다
어 토끼야 , ∼
차 옆에서 우두커니 서있던 성필 갑자기 식당 쪽으로 뛰어간다 매니저도 급하게 차에서 나와 성필을 뒤쫓아 간다 , . .
52. 식당 앞 안 밤 / ( )
식당 문을 향해 빠르게 뛰어가는 성필 뒤에선 매니저도 빠르게 쫓아온다 . .
성필이 식당 문을 잡고 들어가려고 하자 매니저가 성필의 뒷덜미를 확 잡아챈다 성필은 안 끌려가려고 버텨보지만 매니저는 막무 , . ,
가내로 성필을 끌고 간다.
식당 안에서는 박 감독과 안 피디 강식 수빈이 한 테이블에 모여 있다 유리창 밖으로 성필이 끌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 , . .
안 피디
리체스 신부는 결정하셨어요?
박 감독
그러게...
식당 남자 직원이 고기를 자르러 테이블 옆으로 들어온다 뒷모습이라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 .
강식
그냥 승지로 가 보시죠?
박 감독
언제까지 결정해야 되지?
안 피디
아직 한 달 정도 시간은 있어요 뒤에 촬영할 거니까 . .
- 44 -
박 감독
괜히 신인으로 간다고 그랬나?
( ) 주위를 둘러보며 동의를 구하듯이
그냥 하균이 시킬까?
고기를 자르던 남자 직원이 놀라서 들고 있던 가위를 떨어트린다 모두 남자 직원을 쳐다본다 . .
강식
하균이도 바빠요 요즘 얼마나 잘 나가는데 . .
남자직원은 뿌듯한 표정으로 가위를 집어서 다시 고기를 자른다.
53. 식당 뒤 주차장 밤 ( )
자갈로 된 주차장 바닥에 패대기쳐지는 성필 옆에 있는 매니저를 올려보면 코피가 흐른다 . , .
매니저
뭐 이런 게 다 있어 너 어디에서 왔니 ? ?
성필
봉봉에서 왔다 왜 . ?
매니저
이 거머리 같은 새끼.
매니저가 다리를 들어 성필을 밟으려고 하는데 강식에게 전화가 온다 매니저는 통화를 하며 차로 뛰어간다 , . .
54. 식당 앞 강식의 밴 밤 , ( )
차에 타는 박 감독 안 피디 강식 수빈 다들 많이 취했는지 비틀비틀 , , , . .
강식
( ) 조수석에 앉아
와인바로 가자.
콧구멍에 휴지를 꽂아 넣고 옷도 너덜너덜해진 성필 앞으로 오는 밴 , .
성필은 조수석에 있는 강식을 쳐다본다 강식도 성필을 쳐다본다 쌩 밴은 성필을 매정하게 스쳐간다 . . . —
성필의 눈빛에 지금까지 와는 다르게 살기가 느껴진다.
55. 와인바 새벽 ( )
꾸벅꾸벅 졸던 종업원이 짜증나는 표정으로 벽시계를 보면 벌써 새벽 시다 5 .
다른 손님은 없고 박 감독 안 피디 강식이 술을 마시고 수빈은 테이블에 엎드려 잔다 , , .
와인바 문이 열리고 강식 매니저가 강식에게 다가간다.
매니저
( ) 눈치 보며
저 선배님 ... ...
강식
좀 있으면 갈 거야 차에서 기다려 . .
- 45 -
매니저
제가 오늘 시부터 예비군 훈련이라 ... 7 ...
( ) 강식이 취한 눈으로 노려보자
죄송합니다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습니다 계속 제꼈었는데 오늘도 안가면 벌금 때린다고 . . , ...
안 피디
( ) 혀가 다소 꼬여
아직도 예비군 귀엽다 얘 ? .
강식
( ) 혀가 많이 꼬여
나는 나느은 ∼ ∼
매니저는 키를 내려놓고 스물스물 뒤로 빠진다.
56. 와인바 건너편 편의점 새벽 ( )
와인바에서 나온 매니저가 택시를 타고 사라진다.
성필은 길 건너 편의점에서 짜장 라면을 먹으며 와인바를 주시한다 띠리링 스마트폰에 대리 콜이 들어온다 . . ∼
성필은 콜을 확인하고 접수 버튼을 누른다.
57. 와인바 앞 새벽 ( )
취했는지 밴 뒷좌석에 쓰러지듯이 타는 강식 밖에는 다 가고 안 피디만 남았다 , . .
안 피디가 운전석으로 걸어온다 운전석에는 대리기사가 앉아 있다 . .
안 피디
( ) 대리기사에게 돈을 주며
괜히 귀찮게 말 걸고 그러지 마세요.
안 피디에 가려져 있던 대리기사의 얼굴이 보이는데 성필이다 , .
성필
( ) 의미심장한 얼굴로
네.
58. 도로 새벽 ( )
새벽시간이라 한산한 도로 빠르게 속도를 내며 지나가는 검은색 밴 성필은 백미러로 뒷좌석에서 꾸벅꾸벅 조는 강식을 본다 , . .
성필
일어나 보세요!
강식
( ) 취해서 정신없다
성필
저 정말 기억 안 나세요 형 ? !
강식
... ... 너무 밟지 마라
- 46 -
성필
형 저 성필이에요 봉봉 에 ! ....“ ” ...
강식
... ? ? 어 그래 한번 하까
이젠 아예 뒷자리에 대자로 뻗는 강식 성필은 난감해진다 . .
59. 소극장 아침 ( )
캄캄한 소극장 안 성필의 손이 조명콘솔의 디머를 위로 올린다 천장에 매달린 탑 라이트가 서서히 환해진다 , . .
라이트가 비추는 곳은 객석 중앙 그 자리에는 강식이 앉아 꾸벅 졸고 있다 , .
갑자기 조명이 강식을 비추자 눈을 찌푸리며 잠에서 깬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되는 표정이다 , . ... .
강식은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도 없는 소극장에 혼자 있다 의자에서 일어나 두리번거린다 . . .
무대 옆에 있는 문을 열어보는데 잠겨있다 강식은 다른 출입문을 열어보지만 역시나 잠겨있다 , . .
강식
( ) 주먹으로 문을 두드리며
여기요 여기 문 여기요 ! ... !
( ) 혼잣말
어디야?
강식이 아무리 소리쳐도 밖은 조용하다 그때 안내방송이 나온다 . .
안내방송
이제 곧 공연이 시작되오니 핸드폰은 꺼주시고 자리에 착석해 주십시오 , .
강식은 무의식적으로 자리에 앉는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는데 핸드폰도 없다 . , .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린다 강식은 발소리가 나는 무대 위를 쳐다본다 ... . .
무대 위에는 어두운 뒤에서 조명이 닿는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오는 한 사람이 보인다 올드보이 의 오대수 머리를 한 성필이다 . “ ” .
성필
( ) 분노의 눈빛
너 이 개새끼야 너 머리털 끝부터 발톱까지 이 지구상 동서남북 어디서도 네 시체를 찾을 수 없을 거야 ! ! !! .
왜 내가 잘근잘근 씹어 먹을 거니까 ? .
( ) 순한 양 눈빛
강식이형 아니 강식이 형님 내가 잘못했다 내 이말 취소한다 정말 취소해 , , . . .
회장님 어르신 흑흑 , .... ...
( ) 강식의 얼굴을 보며
강식이형 우리 우리 같은 극단이었잖아 어 , ... ... . ?
( , ) 군가 부르듯이 주먹을 위 아래로 올리며
대학로 소나무의 정기를 받아 엉엉 거룩한 극단 봉봉 .... ... ....
성필은 연기를 끝내고 옷을 주섬주섬 벗고 머리도 만진다 강식은 이놈이 지금 뭐하냐 하는 표정이다 . ‘ ?’ .
이번엔 살인의 추억 의 박두만 의상과 머리를 한 성필이 감정을 잡는다 “ ” .
성필
( ) 눈물이 그렁그렁
밥은 먹고 다니냐?
- 47 -
다시 옷을 주섬주섬 벗는 성필 이번엔 박하사탕 의 김영호다 . “ ” .
성필
( ) 혼신의 힘을 다해
나 다시 돌아갈래∼
이번엔 햄릿 의상과 분장을 한 성필 “ ” .
성필
( ) 전형적인 연극 톤으로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겠지 , .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참고 사는 것이 장한일인가?
아니면 고통의 바다에 대항하여 무기를 들고 대항하다 죽는 것이 옳은 일인가?
강식
( ) 벙찐 표정으로 있다가 갑자기 웃는다
푸하하하∼
성필은 강식이 왜 웃는지 이해가 안 된다 배를 잡고 한참을 웃는 강식 . .
강식
너 지금 나한테 연기 보여 준거냐?
하하하 미친 놈 야 빨리 문 따 . .... , ...
성필
형이랑 얘기가 하고 싶었어요.
강식
나는 당신이 누군지 모르고!
연기를 하고 싶으면 연습을 더해.
성필
연기한 지 년이나 됐는데 언제까지 연습만 하라구요 20 , ?
강식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냐?
성필
저 너무 답답해서 그래요 그러지 말고 좀 도와주세요 형 . . .
강식
( ) 답답한 듯 혼잣말
뭘 도와 달라는 거야?
성필
박 감독님한테 전화 해줘요.
( ) 비장하게
“ ” ! 악마의 피 리체스 신부로 날 쓰라고
강식
- 48 -
뭐?
성필
기회를 주시면 제가 꼭 붙들겠습니다 평생 후회할 거 같아서 그래요 . .
강식
날 무슨 양아치로 아나?
성필
( ) 무대에서 내려와 강식한테 온다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요 잘 할 수 있어요 ! !
제 캐릭터 괜찮지 않아요 형 느낌 있죠 , ? ?
강식
느낌 있지 너 안 되는 느낌 있지 . .
성필
왜요 왜 안 되는 데요 ? ?
강식
솔직히 얘기해 줘?
( ) 고민된다
됐다.
성필
괜찮으니까 말해주세요 전 상처 안 받아요 . .
강식
( ) 냉정하고 단호하다
너는 존나 못 해 .... !
대학로에서 여태까지 버텼다는 게 신기하다 년 평생 해봐라 . 20 ? .
( ) 말하다 보니 더 흥분한다
임마 다른 게 사기가 아니야 그게 사기 치는 거야 ! ! .
성필
( !) 충격
강식도 말해놓고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 .
충격 받은 성필은 객석에 앉는다.
성필
아직 기회가 없었고 좋은 작품을 못 만나서 그렇지 그 정도로 못하는지는 몰랐어요 ... .
같이 연극하는 사람들 말은 안 믿었어요.
( ) 자기를 무시했던 사람들에게 반박하듯이
그들은 나를 평가할 자격이 안 된다!
언젠간 내가 보여준다 너희들의 평가가 잘못됐다 내가 증명한다 ! ! !!
강식은 눈치를 보며 성필 뒷자리에 앉는다.
성필
근데 형이 얘기하니까 마음에 확 와 닿네요 .... .
- 49 -
강식
들을 줄 알아야 좋은 배우다.
( ) 일어나서 성필 앞으로 오며
감독님 미팅정도는 잡아 줄 수 있어.
나도 해봤는데 내가 네 마음을 왜 모르겠니 , ?
그리고 절대 신고 같은 거 안할 테니까 , ...
성필은 일어나서 강식을 지나쳐 무대 위로 올라간다.
강식
( ) 성필을 따라가서 어깨를 잡아 돌려 세우며
이제 문 따라.
그때 소극장 문이 열린다 어두운 소극장에 환한 빛이 들어오고 청소아줌마가 서있다 강식의 표정이 환해진다 . . .
청소아줌마
누구요 거기 ? ...
성필
저에요 성필이 ! !
강식
( ) 필사적으로 뛰어가며
아줌마 문 열 ! .... ...
성필은 손으로 강식의 입을 막으며 뒤에서 덮친다.
강식
( ) 입이 막힌 상태로
어 놔 ... ...
두 사람 무대 위에서 서로 뒤엉켜 구른다 성필이 힘으로 강식을 제압하며 위에 올라탄다 , . .
성필
( ) 연극 톤으로
가만히 있어 이런다고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을 거 같아 ! !
청소아줌마
설강식 아침부터 맹연습이네 ! .
성필
( ) 연극 톤으로
문 좀 잠가 주세요 재빨리 , !
강식이 성필의 손을 이빨로 꽉 물어버리자 성필은 짧은 비명을 지른다 , .
강식
아니야 아줌마 문 열 어 ... ! ... ...
성필은 주먹으로 강식의 얼굴을 때린다 강식은 잠시 정신을 잃은 듯 더 이상 반항하지 못한다 . .
- 50 -
청소아줌마
끝나면 이따가 사인 좀 해주세요 강식씨 . ∼
쓰러져 있는 강식의 시점으로 보이는 출입구 청소아줌마는 문을 꽉 닫고 나간다 좌절한 강식은 눈을 감는다 , . .
Insert . – 계단을 올라가는 청소아줌마
다시 소극장 무대.
강식은 무대 위에 있는 의자에 밧줄로 꽁꽁 묶여 있고 성필은 그 앞에 미안한 얼굴로 무릎 꿇고 있다 , .
강식
너 진짜 죽을래?
( ) 묶인 몸에 힘을 주며
이거 안 풀어!
성필
( ) 전화기를 대밀며 단호하게
한 통화면 나갈 수 있어요 결정하세요 형 . . !
강식은 묶인 상태로 핸드폰을 머리로 쳐서 날려 버린다.
강식
풀어 이 쌍느무새끼야!!!
성필은 무릎을 꿇고 다시 주저앉는다 잠시 정적 . .
성필
( ) 조심스럽게 말문을 연다
애가 하나 있어요 원석이 . .
( )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핑 돈다
그 자식은 정말 원석 같은 놈이에요.
아빠 연기하는 거 사람들한테 보여준다고 개새끼 흉내를 내는데 잘해 , .
그런데 그걸 보면서 흐뭇해야 되는데 아빠니까 기분이 괜히 드러워지면서 ... ...
길바닥에 개처럼 엎드린 아들을 보는데...
( . ) 눈물이 흐른다 가슴을 가리키며
여기가 아려요 너 참 못났다 원석아 . . !
너를 깎아서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줘야 되는데 ... ...
지지리 병신 원석이가 친구들한테 우리 아빠 이런 사람이야 잘나가는 배우야 ! !! !!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게....
( ) 다시 간절하게
한 통화만 부탁드릴게요.
강식
( . ) 감동받은 얼굴이다 잠시 고민
전화 줘봐.
성필
( ) 벌떡 일어나 밧줄을 풀어주며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 . .
밧줄이 풀리자 성필의 안면을 빡 하고 때리는 강식 성필의 배 위로 올라타 때리기 시작한다 !! . , .
강식
- 51 -
이 똘아이 새끼야 니 구라를 믿을 거 같냐 !! ?
네 얼굴에 네 연기로 년인데 뭐 애가 있어 20 , ?
누가 너 같은 놈이랑 결혼을 하고 세를 꿈꿔 2 !
성필은 반항하지 못하고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맞는다.
강식
원석 다이아몬드 ? ?
한참을 때린 강식은 이제 힘이 빠지는지 주먹질을 멈추고 헉헉댄다 성필도 맞다 지쳐 기절한 듯 보인다 , . .
일어서는 강식 하지만 아직도 분이 다 안 풀린 것 같다 성필의 주머니에서 키를 꺼내 나가려고 한다 . . .
성필
( ) 웃으면서
... ... 형처럼 하면 될 줄 알았지
강식
( ) 멈칫 하더니 뒤로 돈다
뭐?
성필
형이 어떻게 떴는지 잘 아니까.
강식
( ) 다시 성필 옆으로 걸어온다
뭐래는 거야 이 새끼 , ...
성필
( ) 고개를 들어 강식을 본다
형 그 마지막 뒷모습 나는 못 잊지 , .
강식은 성필을 내려다본다.
60. 대학로 거리 밤 회상 ( ) -
20 . “ ” . 24 . 년 전 긴 담벼락에 따닥따닥 붙은 연극 맥베드 포스터가 보인다 담이 끝나는 지점까지 포스터 풀팅하는 살의 성필
등에 맨 플라스틱 바게스에는 포스터가 가득 실렸다 멀리서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자 성필은 황급히 도망간다 . , .
61. 대학로 봉봉 극단 소극장 밤 “ ” ( )
늦은 시간 소극장에는 강식 혼자 무대 위에 서있다 깜깜한 무대에 탑 조명만이 살 강식을 비추고 천천히 무대를 거닐던 강식은 , . 25
대사를 시작한다.
무대 뒤로 들어온 성필은 혹시나 방해가 될까 조심스럽게 무대 위를 응시한다 , .
강식은 아무도 없지만 마치 실제로 공연 하는 것처럼 연기 한다 성필이 살짝 움직이다가 빠직 소리가 나고 강식은 소리 나는 곳 . ...
을 돌아본다.
그때 분장실 통로가 있는 곳에서 극단 최고참 선배인 대호가 걸어 나온다 대호는 술에 취했는지 비틀대며 걸어온다 . , .
대호
어이 설강식이 꺽 뭐하냐 ∼ !! ... ?
강식
...
- 52 -
대호
( ) 강식 앞에 서며
뭐 하냐구?
강식
연습이요 형님 . .
대호
해봐라 해봐 내 대사 쳐봐 이 새끼야 . . . !
강식
.....
대호
( ) 손바닥으로 강식의 머리를 때린다
탐나 내 역할 탐나 ? !
강식
그런 게 아니고 연출 형이 형님이 뜨셔서 혹시 바쁠지 모른다고 대사 외워 놓으라고 .... .... .... ...
대호
( ) 말을 끊으며
어 그랬어 그런 깊은 뜻이 있었어 근데 왜 난 니가 재수가 없냐 ... . ? ?
강식
....
대호
이 무대는 내꺼야 난 떠블 안 해 난 죽어도 무대에서 죽어 알았니 . . , ?!
( ) 왠지 뿌듯한 듯
씨발 대사 간지 있는데 죽어도 무대에서 죽어 , “ !”
이 말 어디 가서 쓰지 마 내꺼야 ! .
대호는 비틀거리며 뒤돌아 걸어간다 강식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 .
대호
( ) 뒤돌아보며
넌 눈빛이 맘에 안 들어 , .
( ) 나가면서 혼잣말로
죽어도 무대에서 죽어 캬 .... ...
어두운 커튼 사이로 숨죽이고 지켜보는 성필이 보인다.
62. 소극장 아침 ( )
현재 성필이 누워서 강식을 올려다본다 노려보고 있는 강식 . . .
성필
나도 무대 위에서 죽을 거야.
- 53 -
강식
장성필이 극단에서 포스터 붙이고 담배 심부름 하던 ... .
성필
( ) 입가의 피를 닦으며 앉는다
흐흐 거봐요 내가 거짓말 한 거 아니잖아요 ... . .
됐어요 가세요 가서 경찰에 신고하세요 제가 잠깐 미쳤었나 봐요 . . . .
( ) 일어난다
형이 차로 친 건 아니니까 죄송합니다 ... .
( ) 인사를 하고 무대를 내려간다
강식
( ) 생각이 복잡하다
장성필!
성필은 멈춰 서서 씨익 웃는다.
63. 소극장 낮 ( )
객석에 앉아 창피한 듯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있는 강식 꼬마 한 명이 옆에서 쑥 나오더니 강식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 , .
꼬마
어 설강식이닷 ? !!
그러자 주변의 아이들 엄마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강식을 둘러싼다 , .
엄마 1
어머 팬이에요 , .
엄마 2
여긴 웬일이세요?
강식
후배가 나와서요.
엄마 3
어머 역시 인간적이시다 이런 공연도 보구 ∼ . ...
64. 대학로 선술집 밤 ( )
극단 별무리 배우들과 강식이 술을 마신다 가운데 앉은 강식의 모습이 보이고 옆에는 성필이 앉아 있다 “ ” . , .
강식
성필이 없었으면 난 담배도 못 폈어요 그땐 뭐 차비만 들고 나오던 시절이니까 . .
강식이 고마운 듯 성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 성필은 콜라를 마시며 씨익하고 웃는다 , .
경희
( ) 서울말을 쓰며 귀엽게
- 54 -
선배님한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게 안 믿겨져요.
덕주
( ) 경희에게
고향이 서울이셔요?
경희
어우 뭐래 호호호 ∼ ∼
강식
( ) 대사하듯
우리 성필이는요 제가 장담하건데 좋은 배우가 될 겁니다 , .
( ) 영석에게
그렇죠 선배님 , ?
영석
난 그냥 웃지 뭐 허허허 . .
다들
( ) 어색하게 웃는다
강식
제가 아는 성필이는요 잠재력이 우주 사이즈에요 코스모스 . , .
같이 연극 하시니까 속속들이 다 아시죠?
성필은 어깨가 절로 으쓱한다 동료들은 마지못해 웃는다 . .
덕주
이제 연극은 바빠서 못하시죠?
강식
( ) 잠시 정적
하고 싶죠 지나고 보니까 연극할 때가 제일 ... ...
뭐 더 시키세요 막내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 , ?
이거 내가 사는 거 아냐 성필이가 사는 거야 . .
( ) 잔을 들며
장성필을 위하여!
연출
( ) 술에 취해 자고 있다가
랄랄라 랄랄라 ∼ ∼
다들
( ) 누가 먼저 할 거 없이 합창
랄라라 랄라라 랄라랄라라 라랄라라 ∼ ∼ ∼ ∼
강식도 눈치 보다가 노래를 따라 부른다 흥겹게 마무리되는 술자리 . .
65. 강식의 집 앞 밤 ( )
- 55 -
주차된 밴 앞에 서있는 성필과 강식 성필은 강식에게 차키를 건네준다 . .
성필
다시 연극하고 싶단 말은 진심 같았어요.
강식
이걸로 끝이야 이제 그 일은 네 머릿속에서 지우는 거다 . .
성필
아직 하나 남았잖아요.
강식
이 새끼야 그건 안 된다니까 캐스팅은 감독 고유권한이야 난 그냥 불면 날라 가는 일개배우라구 , ! . !
성필
형도 처음엔 그런 식으로 기회를 잡았잖아요!
강식
난 임마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고 넌 재능이 없다고 ! ... !!
성필
( ) 강식의 어깨를 툭 건드리며 스쳐 걸어간다
잘 생각해 봐요.
66. 강식의 집 안방 밤 – ( )
침대에는 혜원이 이불을 걷어차고 자고 있다 강식은 혜원의 이불을 덮어준다 . .
혜원
( ) 뒤척이며
왔어...
강식
( ) 침대 옆에 걸터앉으며
납치당했었는데...
혜원
( ) 아직 잠이 덜 깼다
이번에도 센 거네.
강식
( ) 우울한 듯
휴우 나 다시 연극할까 ... ?
혜원
우울증 내 약 줄까 ? ?
강식
그때로 다시 돌아가면 어떨까 다시 돌아가도 지금처럼 될 수 있을까 ? ?
- 56 -
혜원
( ) 천천히 일어난다
옛날 생각나는 구나?
당신 연극할 때 우리 맨날 뭐 때문에 싸웠는지 기억나 , ?
버스비 때문에 싸웠어 난 사백 원 아끼려고 좀 더 걸어가서 일반 버스 타자 . .
당신은 걷기 싫다 좌석 버스 타자 , .
어디 나가기만 하면 그걸로 싸우고 며칠 동안 서로 말도 안하고 그랬잖아.
강식
그랬나 이젠 기억도 잘 안 나네 ? .
혜원
나는 가끔 그때가 그리워 그때는 버스비 때문에 싸우기라도 했으니까 . .
강식
지금은?
혜원
싸울 시간도 없잖아.
강식
.........
67. 강식의 밴 고속도로 아침 , ( )
강식은 밴을 직접 몰고 고속도로를 운전한다 강식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교차하는 듯하다 . .
고속도로 표지판에는 원주 라고 쓰여 있다 30km .
68. “ ” ( ) 안파치노 연기학원 앞 낮
지방의 일상적인 시장 풍경 허름한 건물에 떨어질 것 같은 낡은 간판이 보인다 . .
“ ” 2F. . 안파치노 연기학원 강식은 고개를 들어 간판을 확인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69. “ ” ( ) 안파치노 연기학원 안 낮
옛날 공연 사진이 액자에 걸려 있다 사진의 주인공은 대호다 년도 넘은 사진이라 이젠 색도 희미해졌다 . . 20 .
강식은 좁고 지저분한 학원 사무실에서 혼자 사진을 본다.
대호
( ) 소리
누구세요?
강식이 뒤를 돌아본다.
70. 대학로 술집 앞 밤 회상 ( ) -
20 . “ ” . . 년 전 극단 봉봉 단원들이 술에 취해 휘청대며 걸어 나온다 대호가 맨 앞에 서서 단원들을 이끌며 나온다
대호
4 ! 차 가자
연출
그만 하시죠 형님 내일 두시 프레스 콜이에요 , . .
- 57 -
대호
하던 대로 하자 연출 자 차 . 4 !
연출
형님 벌써 많이 되셨어요 내일 기자들도 많이 오는데 사진 찍고 눈 뻘겋고 술 냄새 펄펄나고 형님 . ... .... ... .
후배1
그래요 선배님 오늘은 그만 하시죠 , . .
( ) 일행들이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
연출
야 막내 , !
( ) 차 키를 성필에게 던져주며
대호 형님 집까지 안전하게 모셔라.
성필
네!
성필이 대호를 부축하며 걸어간다 강식은 단원들 사이에 껴있다 . .
71. 골목 밤 ( )
골목에 구형 프라이드 차량이 멈추고 운전석에서 성필이 내린다 성필은 뒷좌석 문을 열어 대호를 부축하며 나온다 , . .
대호
그만 가 인제 혼자 갈 수 있어 . .
성필
댁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선배님 . .
대호
( ) 뿌리치며
가라고 안 취했다니까 ! .
성필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푹 쉬세요 . .
대호는 비틀대며 좁은 골목 안으로 들어간다 성필은 아랫길로 내려간다 . .
숨어서 두 사람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선.
골목 안 술에 취해 걸어가다가 인기척을 느낀 듯 뒤를 돌아보는 대호 아무도 없다 다시 걷는다 , . . .
72. 골목길 입구 밤 ( )
성필은 헐리데이라는 팝송을 흥얼거리다가 주머니에서 차 키를 발견한다 ‘ ’ .
73. 대호의 집 앞 밤 ( )
대호는 집 대문 앞에 서서 집 열쇠를 찾는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뒤적이는데 다가서는 그림자 강식이다 . . .
74. 대호 집 앞 골목 밤 ( )
- 58 -
성필이 헉헉 대며 모퉁이를 도는데 강식과 대호가 집 앞에서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 .
성필은 본능적으로 골목 안으로 숨는다.
대호
너 되게 웃긴다 프레스를 네가 한다구 약 먹었냐 낄 때 껴 이 새꺄 . ? ? , !
( , ) 화를 못 참겠는지 머리를 쓸어 올리며
너 극단 나가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 넌 매장이야 내가 만만해 생각하니까 너무 열 받네 , ! ! . ? .
대호가 강식의 뺨을 세게 후려친다 또 한 대 치려고 하자 강식은 대호의 손목을 붙잡는다 . , .
대호
이 새끼가 엉까네 이거 안 놔 . !
너 같은 새끼는 대학로 바닥에 발을 못 붙이게...
대호를 보는 강식의 눈빛이 무섭다.
75. 소극장 사무실 분장실 낮 + ( )
연출이 사무실에 있던 전화기를 집어 던지며 사무실을 나간다.
분장실 복도를 뛰어가는 연출 건너편 복도에서는 분장을 마친 배우가 걸어온다 . .
배우 1
전화도 안 받아요?
연출
아우 씨발 이게 뭔 일이냐 , ... ...
분장실 연출이 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 .
연출
( ) 구석에 있는 성필을 발견하고
너 어제 집에 들어가는 거 확인했어 ! ?
성필
골목부터 걸어가신다고...
( .) 손을 뒤로 하고 대호의 차 키를 만지작댄다
연출
얌마 집에 들어가는 거 확인 했어야지 ! !
조연출
( ) 헤드폰을 끼고 분장실로 들어온다
30 . ? 분 남았어요 엄청 많이 왔는데 어떡하죠
연출
( ) 시계를 보고 고민한다
아 일단 ... ...
( ) 주위를 둘러보다
강식이 대사 다 외웠지 ! ?
분장실 구석에 있던 강식이 고개를 끄덕인다.
연출
- 59 -
일단 네가 올라가서 막만 어떻게든 해봐 1 !
76. 대호네 창고 앞 낮 ( )
빠악 둔탁한 소리와 함께 창고 문이 부서지면서 대호가 굴러 나온다 !! .
대호
개새끼 죽여 버릴 거야 !! !
미친 듯이 집 밖으로 뛰어나가는 대호.
77. 골목 낮 ( )
대호가 골목에서 나오면 주차돼있는 프라이드가 보인다 대호는 차 키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주먹으로 운전석 창문을 깬다 . .
운전석에 타서 대쉬보드를 열어보는 대호 잡동사니 사이에 보조키가 보인다 . .
부응 타이어가 스키드마크를 찍으며 빠른 속도로 골목을 빠져 나간다 ∼ .
78. 소극장 낮 ( )
무대 뒤 주인공 분장을 끝낸 강식은 긴장되는지 몸을 푼다 그때 조연출이 뛰어 들어온다 . . .
조연출
( ) 연출에게
대호 선배 지금 오고 있데요 , !
강식의 얼굴에는 실망스런 기운이 드리워진다.
무대 앞 객석 기자들은 카메라 세팅을 끝내고 대기 중이다 유명 인사들도 앉아 있다 무대 앞으로 연출가가 나온다 . . . .
연출가
( ) 마이크를 잡고
무대 장치에 문제가 생겨서 분 후에 시작하겠습니다 30 .
진행이 원활하지 못한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79. 도로 낮 ( )
꽉 막힌 도로 상황 시계를 보면 시다 대호는 급한 마음에 크락션을 눌러보지만 앞의 차들은 미동도 없다 . 2 . , .
대호
씨발 가야 돼 빨리 좀 가자 제발 ... ... !!! ...
안 되겠는지 갓길로 차를 모는 대호 갓길과 옆 차선을 차치기 하며 곡예 운전을 한다 . .
빵빵 앞에 신호가 파란불에서 주황색불로 바뀌는 중이다 대호는 액셀러레이터를 더 세게 밟는다 순식간에 확 올라가는 수 !! . . RPM
치 대호의 차가 주황색불이 켜진 사거리에 진입하는 순간 오른쪽에서 직진하던 차가 튀어 나온다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다 . , . .
“ ” . . 됐어 하며 희열을 느끼는 대호 그때 갑자기 좁은 골목에서 차가 튀어나온다
빡 골목에서 나온 차와 부딪치는 대호의 차 차는 옆으로 전복되면서 바닥에 질질 끌리며 미끄러져 간다 !! . .
쿵 전봇대에 부딪치며 멈추는 차 타이어만 빙글빙글 돌아간다 ! . .
80. 소극장 무대 낮 ( )
무대 장치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무대 맥베드 의 마지막 장면 돌아가던 무대가 멈춘다 맥다프가 맥베드 강식 를 칼로 찌른다 . “ ” . . ( ) .
강식 맥베드 ( ) 役
하루하루 지껄여대지만 점점 더 죽음으로 기어 가.
- 60 -
그래서 인생이란 다 지나고 나면 하찮은 이야기...
잘하지 못했던 일들과 불편했던 시절만 머릿속을 맴도는 구나...
경이로운 표정으로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들 모두 강식의 연기에 압도된 표정을 짓는다 . .
강식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면 무대 뒤로 숲의 나무들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른다 , .
커튼이 느리게 내려오는 동안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친다 절대 행동의 흐트러짐 없는 강식 . .
81. “ ” ( ) 안파치노 연기학원 낮
현재 연결 뒤를 돌아보는 강식 학원 상담실 유리 너머로 걸어오는 대호의 모습이 보인다 . S#69 , . .
예전과는 다르게 대호의 머리는 거의 백발이 됐다 강식에게 충격적인 것은 늙은 외모가 아니라 절뚝이며 걸어오는 대호의 다리다 . .
대호
....!
강식
....!
82. 뚝방길 낮 ( )
나란히 걷는 대호와 강식.
대호
( ) 단호하게
네가 잘했으니까 성공 한 거야.
내가 그 무대에 섰다고 해도 너만큼 잘 하진 못 했을 거야 , .
강식은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인다.
대호
다 지난 일이다.
( ) 갑자기 톤을 높여 대화 주제를 바꾸려고 한다
온 김에 사진 한 장 찍어주고 갈 수 있냐?
예전에 내가 너 연기 가르쳤다고 하면 애들이 믿질 않아 , .
잠시 후 환하게 웃으며 핸드폰 셀카를 찍는 두 사람 찰칵 대호는 사진을 확인하며 뿌듯해 한다 , . ! .
대호
이제 짜식들이 믿겠네.
가끔 뒤도 돌아봐 너 보고 따라오는 애들 많으니까 , .
( .) 대호가 강식을 지나쳐 앞서간다
83. 소극장 뒤편 오후 ( )
담벼락 앞에선 배우들이 놀란 표정을 짓는다.
경희
으미 강식씨랑 친하니까 박아 준거야 ∼ ?
성필이 성 제대로 물었네 춘호야 니는 . ?
춘호
( ) 무시하고 성필에게
형님 제가 형님 평소부터 형님 아시죠 형님 , , , ? .
- 61 -
영석
( ) 성필에게 껌을 내밀며
태산 같이!
정봉
강물 같이!
덕주
술 사!
놀란 배우들 앞에 성필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서있다.
성필
왜 그래 민망하게.
( ) 갑자기 분위기 잡으며
사실 배우 인생이라는 것이 마음먹은 대로 술술 풀리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 ...
승지
( ) 짜장면을 먹으려다가 젓가락을 집어 던지며
냄새 무지하게 나네 구리지 않아 . ?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짜장면을 먹는 갈매기 의 배우들 모두 짜장면을 먹는데 승지는 안 먹고 일어선다 “ ” . , .
성필
( ) 누구 있냐는 듯이
뭔 새소리냐?
승지
( ) 성필 앞으로 온다
대학로 사람들 다 잡고 물어봐 이 캐스팅이 설득력이 있나 . ?
성필
좀만 버텨라 승지야 , .
( “ ” ) 승지의 갈매기 대사를 따라한다
나는 앞으로 앞으로 전진해 가고 , ,
( ) 손가락으로 승지를 가리키며 비웃는다
너는 열차시간을 놓친 농부처럼 삽시간에 뒤로 처진다 ! !
성필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은 승지는 아무 대꾸도 못한다.
84. “ ” ( ) 악마의 피 영화사 낮
연출부 세컨이 문을 열어주면 당당하게 영화사로 들어오는 성필의 모습이 보인다 머리는 검게 염색했고 손에는 가방을 들었다 . .
사무실에 있던 연출부 제작부들이 모두 일어나서 성필에게 인사를 한다 성필은 거만한 표정으로 이들에게 답례를 하면서 회의실 , .
로 걸어간다.
Cut to – 회의실
회의실에 앉아 있던 박 감독과 강식이 일어나서 성필을 맞이한다 그런데 성필의 얼굴을 본 박 감독의 표정이 서서히 굳는다 . .
박 감독
- 62 -
( ) 성필에게 악수를 청하며
아 정통연기를 하는 ... ...
성필
( ) 악수를 하며
기억하시죠?
박 감독
누군가 했더니...
( ) 강식을 보며
잠깐 얘기 좀 , .
Cut to . – 박 감독의 방
난감한 표정을 짓고 앉아 있는 박 감독과 그 앞에 서서 당황해 하는 강식.
박 감독
많이 당황스럽네 저 친구 어떤 면이 괜찮은 거야 . ?
강식
절실함 그런 게 보였어요 무엇보다 의지가 강해요 ? . .
박 감독
아니 무명배우 중에 절실하지 않은 배우가 어디 있어 , ?
강식
( ) 곤란하다
그게 참 어떻게 설명하기가 ... ...
박 감독
( ) 잠시 생각하고
강식씨 이러면 곤란해 어느 정도 수준이라는 게 있는데 이건 아니잖아 . . .... .
강식
( ) 갑자기 흥분한다
제가 언제 이런 부탁 한 적 있어요 추천해 달라고 그러셨잖아요 ? !
저 친구도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이란 게 있다구요.
저도 무명 때 오디션 개판으로 본 적 많았어요 그럼 나도 연기 못하는 거네 , ! ?
감독님은 배우를 인지도로 평가하는 분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잘못 생각했네요 ... .
이럴 거면 처음부터 잘 나가는 배우들 시키시지 왜 오디션 봐서 간다고 한 거에요 , ?
박 감독
( ) 강식이 말하면서 튀긴 침을 닦으며
......
Cut to . – 다시 회의실
박 감독과 강식이 나란히 앉아 있고 테이블 건너편에 성필이 앉아 있다.
박 감독
시나리오는 어떻게 봤어요?
- 63 -
성필
정말이지 꿈에서나 그리던 내용이었습니다.
박 감독
어디가?
성필
감독님이 전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느낌으로 다 오더라고요.
피를 갈구하는 상현 신부의 모습에서 결국 피가 아니라 사랑을 얻고 싶었던 거죠?
리체스 신부 역시 상현 신부에게 붙어서 피를 갈구하는 이유가 겉으로는 다시 걷고 싶어 서지만 , ,
내면에는 죽어버린 성기를 다시 살리고 싶어 하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 눈치 보며
맞게 해석한 거 맞나요?
박 감독
맞는 것도 있고 성기 부분은 난 거기까진 생각 안 했었는데 ... ... ...
성필은 가방에서 수십 장의 보고서를 꺼내 박 감독에게 내민다.
박 감독
( ) 보고서를 받으며
??
성필
리체스 신부 캐릭터를 삼일동안 분석해 봤는데요.
이 신부가 어떤 배경에서 살아왔는지 왜 휠체어에 의존하는 신세가 됐는지 , ...
한번 꼼꼼히 읽어 보시고 이상한 데 있으면 말씀 해주세요.
박 감독
( ) 보고서를 훑어보며
뭘 이렇게 많이 썼어...
강식
FM . 이야
성필
리체스 신부 이름은 거머리에서 따온 거죠?
박 감독
오 어떻게 알았어 ∼ ?
성필
캐릭터 분석을 하다 보니까 보이더라고요 진짜 거머리처럼 행동하던데요 . .
리체스 신부가 상현 신부의 피를 한 방울 먹고 절름발이로 걷지 않습니까?
그건 한쪽 다리만 저는 정도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박 감독
음 그런 거랑은 달라야 되는데 ... .
- 64 -
장애 때문이 아니라 먹은 피 때문에 다리가 재생되고 있다 뭐 그런...
성필은 일어나서 절름발이 흉내를 낸다 왼쪽 다리를 못 쓰는 사람처럼 다리를 질질 끌며 걸어본다 . .
성필
이렇게요?
박 감독
( ) 민망하다
여기서 이렇게 안 해도 되는데...
성필
( ) 다리를 더 심하게 절며
이건요 너무 심한가요 ? ?
박 감독
그건 너무 과장됐고...
정말 다리가 아파서 못 걷는 사람이면 좋겠는데.
강식
( ) 박 감독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절실해요 절실해 . ...
성필
잠깐 화장실 좀 갖다가 금방 오겠습니다 , .
Cut to . – 영화사 화장실 앞
화장실로 들어가는 성필 잠시 후 화장실 안에서 악 짧고 강한 성필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 , “ !” .
Cut to – 회의실
왼발을 절뚝대며 회의실로 들어오는 성필 박 감독과 강식은 성필의 다리 저는 연기를 유심히 본다 . .
박 감독
제대론데!
성필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열심히 한다.
강식
머리는 나쁜데 몸을 잘 쓰네 , .
박 감독
연습하고 온 거야 노력파네 ? .
( ) 강식을 힐끔 보며
누구하고는 다르게?
강식
저는 머리가 좋잖아요.
박 감독
???
- 65 -
85. 영화사 사무실 낮 ( )
영화사 한쪽 벽에 붙어 있는 캐스팅 보드판 가장 맨 위에 붙어 있는 주인공 강식의 얼굴이 보이고 그 바로 밑에는 붙여지는 성필 . ,
의 프로필 사진 성필 사진 밑으로는 피라미드처럼 쭉 연결된 다른 배역들의 사진도 붙어 있다 . .
인상 쓰고 있는 성필의 사진이 보드판에 붙으면 사진 속 성필이 환하게 웃는다 , .
86. 대학로 골목 낮 ( )
전 씬의 사진 속 얼굴처럼 환하게 웃는 성필 경쾌한 음악이 나오고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한쪽 발이 불편하지만 참고 뛴다 . , . .
성필은 공중으로 점프해 발끼리 부딪쳐보기도 하며 전봇대를 붙잡고 한 바퀴 돌기도 한다 너무 기쁜 나머지 혼자서 탭댄스도 추 , .
고 지나가던 사람들 앞에서 환호성도 지른다.
사람들은 미친 사람 보듯이 보며 피해간다 성필은 행복한 비명을 연신 질러댄다 마치 뮤지컬의 한 장면 같다 . . .
87. 장모님 식당 안 낮 ( )
테이블 위에 다 먹은 그릇을 치우는 지영 장모님은 주방에서 분주하게 요리를 한다 , .
카운터를 보는 원석 손님의 카드를 받아 능숙하게 카드기계에 긁는다 , .
손님
( )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며
제대로 계산한 거 맞아?
원석
사인해주세요
( , ) 손님이 사인을 하자 카드와 영수증을 손님에게 준다
손님
( ) 영수증을 훑어보더니
거봐 음료수 빼먹었네 돈으로 줄까 , . ?
원석
서비스∼
성필이 가게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손에는 선물이 든 쇼핑백 여러 개가 들려있다 . .
원석
아빠∼∼
원석이는 아빠에게 뛰어와 안긴다 성필은 원석이를 안고 주방으로 가서 장모님께 크게 인사한다 . , .
성필
( ) 주방 안에 고개를 들이밀고
어머님 장배우 왔습니다 ! !
장모
( ) 보는 둥 마는 둥
변강쇠 왔구만.
성필은 지영에게 다가간다.
성필
여보 이제 고생 끝이야 ∼ !
- 66 -
하지만 지영은 찬바람을 날리며 성필 옆을 스쳐 지나간다.
88. 식당 뒤편 낮 ( )
한적한 식당 뒤에서 서있는 성필과 지영.
성필
이 영화만 개봉하면 이제 나도 명품 조연 되는 거야 , .
성필이 지영을 껴안으려고 하면 지영은 밀쳐버린다.
성필
왜 그래 너는 안 좋아 ... ?
지영
( .) 시선을 외면한다
성필
어디를 봐 지영아 이제 화 좀 풀어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데 ? . . ... ?
지영
누구 때문인데?
성필
가족 때문이지 너 원석이 우리 어머니 ... ... ... ...
지영
아니지 당신이 좋아서 하는 거지 . !
성필
내가 성공하면 우리 가족이 다 행복하게 살 수 있잖아!
지영
당신이 성공하건 말건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 .... .
( ) 성필이 지영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만지지 마.
( ) 냉정하려고 하지만 눈물이 핑 돈다
우리는 짐이잖아 당신한테 벗어버리고 싶은 짐 . .
지영은 식당으로 들어가 버린다 낙담하는 성필 . .
89. 세트장 앞 낮 ( )
세트장 앞에서 멈추는 택시 성필이 택시에서 내린다 거대한 세트장 문 앞에 단호한 표정으로 서있는 성필 , . .
강식
( ) 소리
장성필 이제부터 시작이야 ! .
90. 세트장 복도 낮 ( )
뒤따라오는 성필을 돌아보며 설명해 주는 연출부 세컨.
- 67 -
연출부
일단 분장부터 하시고요 다 되면 제가 모시러 오겠습니다 . .
성필은 세트장이 처음이라 정신없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태프들과 보조출연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 .
91. 분장실 낮 ( )
성필의 분장 과정 몽타주.
빠르게 움직이는 분장 팀장의 손 동시에 다른 분장팀은 성필의 머리를 드라이 하고 왁스를 한손에 발라 머리에 골고루 바른다 . , .
분장이 끝나자 의상을 들고 앞에 선 의상팀 탈의실에서 의상을 입고 나온 성필의 옷을 숙련된 손놀림으로 마무리하는 의상팀 , . .
어느새 평범한 장성필에서 배우 장성필의 모습으로 변화돼있다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혼자 거울 앞에 선 성필은 오만가지 인상을 .
쓰며 안면근육을 풀어준다.
92. 세트장 입구 낮 ( )
세트장 입구에 선 성필은 숨이 차는지 심호흡을 깊게 몇 번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93. 세트장 안 낮 ( )
병원 입원실 세트의 한쪽 벽면을 댕깡해서 촬영 중이라 카메라와 배우들의 모습이 다 보인다 모니터에는 박 감독이 앉아 있다 . .
성필은 세트장으로 들어와 모니터 쪽으로 가다가 슛 소리를 듣고 제자리에 멈춘다 , .
조감독
슛 들어갑니다!
박 감독
레디!
녹음기사
스피드!
촬영기사
롤!
연출부 막내
씬 의 의 57 4 1.
( ) 슬레이트 탁 친다
박 감독
액숀!
액션 소리와 함께 연기를 시작하는 강식과 수빈 수빈은 빈 침대에 앉아 있고 강식은 수빈 발치에 쪼그리고 앉아 구두를 벗긴다 . , .
강식
태주씨를 안는 거는요 무슨 물속에 들어간 것 같고 거의 육체가 아닌 것 같고 . ... ...
하여튼 그게 죄라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와줘서 고마워요 다시는 오지 마세요 ... ... .
수빈
불쌍한 사람 도와주러 왔는데두요?
강식
- 68 -
( ) 태주 무릎에 오른손을 올려놓고 찬찬히 설명하듯
사제가 이러면 죄가 더 커요.
수빈
나는 신자도 아닌데요 나한텐 그냥 불쌍한 노총각예요 ... .
강식
우리 둘 다 지옥가요.
수빈
나는 신앙이 없어서 지옥 안 가요.
강식 수빈의 하얀 목에 키스하고 살짝 깨문다 카메라가 서서히 옆으로 이동해 온다 발자국 소리 하나 나지 않는 조용한 세트장 , . . .
성필은 숨죽이고 강식과 수빈의 연기를 넋 놓고 감상한다 그런데 이동 중인 카메라가 강식 앞으로 오면서 성필이 서있는 자리에 . ,
서는 강식의 얼굴이 카메라에 가려진다 성필은 강식과 수빈의 얼굴을 보기 위해 소리 나지 않게 발을 들어 옆으로 움직인다 . .
강식과 수빈은 짐승처럼 키스를 한다 랄랄라 울리는 성필의 핸드폰 성필은 당황한 나머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빼다가 바닥에 . . ∼
깔린 전선에 발이 걸린다 순간 휘청 이며 손을 뻗어 아무거나 잡는데 그만 조명기 스탠드를 잡는다 . ... .
성필이 조명기 스탠드를 잡고 쓰러지자 순식간에 주위에 있던 다른 조명기들도 딸려 쓰려진다 우당탕탕 빠직 뿌식 , . ! — ∼
조명기에서는 스파크가 나고 램프가 나갔는지 번쩍인다.
박 감독
컷 이거 뭐니 ! ?
스태프들과 배우들은 동시에 성필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세트장 상시등이 켜지자 금방 환해진다 성필이 쓰러진 조명기 . .
사이에서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일어난다 조명팀 막내가 짜증 섞인 눈을 하고 다가오더니 성필을 지나쳐 조명기 램프를 확인한 . ,
다.
조명팀 막내
램프 다 나갔는데요.
연출부
괜찮으세요?
성필
저는 괜찮은데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 ...
모니터에는 박 감독과 강식 수빈이 방금 촬영한 장면을 보고 있다 강식과 수빈의 탐욕스러운 키스가 이어질 때 우당탕탕 소리가 , . ,
들리고 감정이 깨지는 강식의 얼굴이 모니터에서 나온다.
박 감독
아 대사 감정 다 좋았는데 이대로 똑같이 한 번 더 할 수 있겠어 ... , . ?
강식
다시 할게요.
수빈
진짜 좋았는데...
성필
( ) 소리
죄송합니다.
- 69 -
강식과 수빈이 뒤를 돌면 인사를 하고 허리를 드는 성필이 보인다 강식은 수빈을 데리고 세트 안으로 들어간다 , . .
박 감독
일찍 왔네 여기 앉아 있어 . .
성필은 모니터 앞에 있는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는다.
앉아서 대본을 꺼내 외우기 시작하는 성필 박 감독은 목에 걸린 카메라를 만지작댄다 . .
성필
저기 감독님 ... .
박 감독
( ) 카메라만 만지작대며
응?
성필
저 캐스팅 된 다음날부터 아내와 잠자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박 감독
( ) 카메라를 들어 성필을 찍는다
왜?
성필
신부 역할이니까 금욕 해야죠.
캐릭터와 저를 동일시 시켜야 좋은 연기가 나오니까...
박 감독
( ) 조감독을 향해
뭐 기다리니?
94. 리체스 신부 방 세트 밤 ( )
드디어 성필의 촬영이다 입원실 세트 옆에 지어진 리체스 신부 방 세트 . .
연출부의 안내를 받으며 세트 안으로 들어오는 성필 성필이 먼저 밝은 목소리로 스태프들에게 인사하고 휠체어에 앉는다 . .
조감독
( ) 콘티를 보여주며
이 대사까지만 하시고요.
( ) 카메라 렌즈 옆을 가리키며
저기 옆에 붙은 하얀 테이프 보이시죠 시선은 저기를 보면서 하시면 돼요 ? .
성필이 카메라 렌즈를 보면 작게 하얀 마스킹 테이프가 붙여있다 , .
성필
저기 조감독님...
조감독
( , ) 성필의 말을 못 듣고 무전기에 말한다
감독님 준비 됐습니다.
- 70 -
박 감독
( ) 무전기에서 들리는 소리
성필씨 특별한 거 없으니까 바로 슛 가도 되죠 ! ?
성필
( ) 정신없다
네?
조감독
레디!
성필이 눈을 감으면 화면이 어두워진다 감정을 잡기 시작하는 성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화면에 조감독의 콜 사인이 들리 . .
고 성필은 속으로 혼잣말을 한다.
성필
난 연기자다 이 무대에선 내가 주인공이다 . .
집중 집중 집중 나는 집중한다 ... ... ... .
감독의 액션 소리와 함께 눈을 뜨는 성필 어두웠던 실내에 조명이 번쩍 켜지고 카메라도 나타난다 그런데 카메라가 원래 크기 “ ” . , .
보다 훨씬 커지기 시작한다 카메라 울렁증이다 성필은 카메라 렌즈를 똑바로 쳐다보다가 아차 싶은지 옆에 붙어있는 하얀 테이 . . ,
프로 시선을 돌리며 대사를 시작한다.
성필
( ) 어수선하게 연기
형은 남의 피로 연명하면서 왜 나한테는 피 한 방울도 나눠주지 않는 거야 , ?
카메라가 트랙으로 앞으로 오자 조명기사가 반사판을 카메라 밑에 대고 같이 걸어온다 성필은 갑자기 튀어나온 조명 기사의 반사 , .
판을 본다.
박 감독
( ) 무전기에서 나는 소리
컷!
연기하다 어딜 봐 , ?
조감독이 무전기를 성필이 들을 수 있게 귀 쪽에 대준다.
성필
갑자가 하얀 게 튀어 나와서요.
박 감독
( ) 한숨 쉬며
그거 신경 쓰지 말고 연기만 해.
조명기사
반사판 빼고 갈게요.
성필
시선은 계속 저 하얀 거 보면 됩니까?
촬영기사
하얀 테이프가 상대배우 눈이라고 생각하세요.
- 71 -
다시 촬영.
성필
( ) 긴장했는지 연기가 어설프다
흡혈귀면 어때 앉은뱅이 걷게 해주는 게 기적이 아니고 뭐란 말입니까 ? ?
피를 좀 나눠 주세요.
카메라가 성필 얼굴 바로 앞까지 와있다.
박 감독
컷 모니터 확인 ! .
모니터 앞에서 성필이 연기한 화면을 보는 박 감독과 성필.
박 감독
대사가 너무 연극 톤이야 좀 더 편하게 해 . .
성필
예.
박 감독
편집 점 때문에 그러니까 액션하면 초만 있다가 대사 시작하고 3
“ .” 5 유리조각이 박혀있는 시멘트 바닥이라도 좋습니다 는 카메라가 움직이고 초 쯤 있다가
( ) 화면을 가리키며
자기 얼굴이 이 정도 사이즈 일 때 하는 게 좋아.
그리고 대사 할 때만큼은 눈 깜빡이지 말고.
성필
( ) 이해가 잘 안되는지
예...
박 감독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성필
알 겠어요 .... .
다시 시작된 촬영.
박 감독
액션.
성필
( ) 마음 속 소리
하나 둘 셋 , , .
( ) 대사 시작
형은 남의 피로 연명하면서 왜 나한테는 피 한 방울도 나눠주지 않는 거야 , ?
카메라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성필
( ) 마음 속 소리
- 72 -
하나 둘 셋 넷 다섯 , , , , .
( ) 대사
유리조각이 박혀있는 시멘트 바닥이라도 좋습니다 발바닥이 찢겨 피가 나도 행복합니다 . .
모세가 나일강을 피로 바꾸고 개구리와 메뚜기 떼를 부르고,
성필은 눈을 깜박이지 않으려 눈을 부릅뜬다.
박 감독
컷 다시 그렇다고 그렇게 부릅뜨면 어떡해 ! ! !
민망해하는 성필 스태프들이 시선이 차갑게 느껴진다 동시녹음 기사가 헤드폰을 낀 채로 성필에게 다가온다 . . .
동시녹음
톤이 매 테이크마다 다르거든요 어느 정도는 일정하게 맞춰주셔야 됩니다 . .
조명기사는 성필 옆에서 조명을 다시 수정한다.
조명기사
얼굴에 그림자가 너무 많이 떨어지니까 고개 너무 숙이진 마세요 , .
성필
( ) 고개를 숙이며
요 정도 요 정도 ? ?
조명기사
네 거기까지 . .
잠시 후 모니터를 보며 연기 지도하는 박 감독의 몽타주 , .
박 감독
컷 대사 좀 일찍해 다섯 너무 길어 셋에 해 ! . ! !
컷 다시 시선이 안 맞아 ! . .
24 , 13 , 36 번째 테이크 대사 톤에 시선은 번째가 좋았고 감정은 번째가 좋았으니까
그걸 좀 섞어서 해줘.
컷 카메라 이동이 끝나기 전에 대사를 다하면 안 돼 ! !
다시 와서 모니터 좀 봐봐 ! !
컷 힘드냐 ! ?
점점 지쳐가는 성필.
촬영팀 막내
백업하고 갈게요.
주변의 모든 스태프들이 성필을 원망하는 눈으로 쳐다보고 여기저기서 짜증 섞인 말들도 들려온다.
분장팀 막내
배우 맞어?
촬영팀 1st
이게 몇 번째 테이크냐?
촬영팀 막내
- 73 -
62 . 번째요
붐 맨
아이 배고파 똑같은 걸 몇 번이나 찍냐 ... ... .
스태프들이 조용히 말하는 소리가 성필의 귀에는 크게 들려온다 창피해서 고개를 못 드는 성필 . .
Cut to – 모니터 주변
머리를 감싸고 있는 박 감독 옆에선 강식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모니터 주변의 스태프들도 지쳐 보인다 , . .
심각하게 고민하던 박 감독이 옆에 있는 강식을 쳐다본다.
박 감독
그냥 오케이 하자.
강식
끝까지 가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박 감독
에휴 벌써 오늘 회차 오바야 ... .
연출부 막내가 슬레이트를 치고 빠지면 성필이 다시 연기를 한다 , .
성필
( ) 더 경직됐다
유리조각이 박혀있는 시멘트 바닥이라도 좋습니다.
발바닥이 찢겨 피가 나도 행복합니다 모세가 나일강을 피로 바꾸고 개구리와 메뚜기 떼를 부르고 . ,
사람들을 피부병에 걸리게 만들었듯이 기적이 꼭 인간의 기준으로 아름답고 선한 형태로 찾아오는 건 아닙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연기에 집중하는 성필 셀 수도 없이 테이크를 계속 간다 피아노 선율의 음악 흘러 성필이 더 애처로워 보인다 , . , .
이젠 현장에는 최소한의 스태프들만 남았다 어느새 슬레이트의 테이크 넘버는 이라는 숫자가 붙어 있다 . 98 .
성필
( ) 지쳐서 이젠 애절하기까지 하다
흡혈귀면 어때 앉은뱅이 걷게 해주는 게 기적이 아니고 뭐란 말입니까 피를 좀 나눠 주세요 ? ? ...
연기를 끝낸 성필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조감독의 무전기에서 들리는 박 감독의 힘없는 오케이 소리 . “ ” .
조감독
( ) 기운 없다
오케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
숨어서 자느라 보이지 않던 스태프들이 어느새 기다렸다는 듯이 모습을 나타내고 세트장을 빠져 나간다 , .
성필은 힘없이 모니터 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모니터 앞에는 강식과 박 감독이 심각하게 얘기를 하고 있다가 성필이 나오자 말을 .
멈춘다.
성필
감독님 오케인가요?
박 감독
어 찍은 것 중에 골라 쓸게 ... .
- 74 -
성필
인제 풀린 것 같습니다 감독님 한 번만 더 하면 , . ...
박 감독은 짐을 챙겨 나가고 뒤에 있던 강식도 박 감독을 따라간다 성필은 강식을 붙잡는다 , . .
성필
인제 영화판이 한 눈에 싹 들어오네요 처음에는 정신이 없어서 . ...
강식
잘 할 수 있다며 똑 같은 걸 아흔 여덟 번 찍었어 ? .
성필
...
강식은 빠른 걸음으로 박 감독을 쫓아간다 박 감독은 강식을 날선 시선으로 쳐다본다 . .
박 감독
잘 할 수 있다며 똑 같은 걸 아흔 여덟 번 찍었어 ! .
강식
( ) 고개 숙인다
박 감독
오디션 때랑 다른 게 하나도 없잖아 절실해 ! ?
강식을 죄인처럼 서있고 멀리 있는 성필은 이 모습을 지켜본다 , .
95. 고풍스러운 담장 낮 ( )
사람들이 담장위에 서서 밑을 내려다본다 담장 밑에서는 촬영을 준비하는 분주한 스태프들이 보인다 . .
성필은 떡이 든 박스를 들고 스태프들을 한 명씩 찾아다니며 떡을 돌리고 있다.
성필
떡 드시면서 하세요.
이미 주변에는 성필이 나눠준 떡을 먹는 스태프들의 모습이 보인다 성필은 박 감독과 강식에게도 떡을 준다 . .
박 감독
( ) 떡을 보고
인절민 없어?
강식
( ) 비꼬며
이사 왔냐?
성필
저 때문에 다들 고생하셨잖아요.
조감독
리허설 준비 할게요!
- 75 -
리허설 시작 강식이 건물 뒷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면 뒤이어 성필이 왼발을 절뚝이며 나온다 . , .
성필
한 방울만 제발 한 방울만 더 주세요 ... .
강식
( ) 뒤도 안돌아 보고 멈춰 서서
이젠 걸을 수 있게 됐잖아 더 이상 안 돼 . .
( ) 얼굴만 살짝 돌리며
난 이제 수사도 아니고 신부도 아니야!
성필
( ) 앞으로 걸어가며
완벽해 지고 싶어 아무도 날 무시 못 하게 . ...
박 감독
컷 슛 갈 때는 다리 제대로 절 꺼지 ! ?
성필은 준비해온 가방을 들고 화장실을 찾는다 , .
Insert - . 간이 화장실
가방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오는 성필 가방에서 수건을 집어 자기 입에 쑤셔 넣는다 성필은 입 안 가득 수건을 물고는 가방 안에 . .
있던 망치를 꺼낸다.
변기에 앉아 오른 손에 망치를 들고 왼발의 복숭아뼈가 잘 보이게 발을 비튼다 긴장되는지 땀이 삐질삐질 들고 있는 망치가 덜덜 , . ,
덜 떨리기 시작한다 망치로 정확히 왼발 복숭아뼈를 조준하고는 천천히 망치를 댔다가 올렸다를 반복한다 . .
“ ” . . !! 아야 때리기도 전에 신음소리를 내는 성필 이제 결심 했는지 망치를 위로 번쩍 들어 힘차게 내리친다 빡 ∼
시간 경과 박 감독은 헤드폰을 끼고 모니터를 본다 . .
모니터에서는 성필이 다리를 절뚝이며, “ . ...” 완벽해 지고 싶어 아무도 날 무시 못 하게 . 하고 강식의 뒤를 쫓아간다
박 감독
( ) 스크립터에게
다리 잘 절지?
컷 모니터 확인 ! .
강식과 성필이 모니터로 걸어온다 성필은 왼발이 아픈지 계속 절뚝인다 이를 옆에서 본 강식 . , . .
강식
촬영 할 때만 절어.
성필
연습해야죠.
모니터에서는 촬영기사와 박 감독이 앵글에 대해 얘기중이다.
촬영기사
카메라를 측면에서 잡으니까 다리 저는 게 잘 안보이네요 , .
박 감독
- 76 -
그럼 반대로 옮겨.
촬영기사
빽은 지금이 좋거든요.
박 감독
그렇지.
( ) 옆에서 모니터 확인 중인 성필에게
성필씨 오른발 절자 , .
성필
( ) 날벼락
네 왜요 ? ?
박 감독
옆에서 잡으니까 다리 저는 게 잘 안보여.
성필
( ) 급 당황
오른발은 잘 안될 거 같은데요.
박 감독
( ) 이해가 안 된다
왜 그게 힘들어 ? ?
성필
힘들다기 보다는....
박 감독
바꿔.
성필
그럼 잠깐 어디 좀 갔다가 ... ....
시간 경과 다시 촬영 .
촬영장 문 안에서 대기하는 성필 얼굴에 식은땀이 주룩주룩 흐르고 창백한 게 아파 보인다 . .
무전기에서 감독의 액션 소리가 들리고 강식이 먼저 밖으로 나간다 성필은 왼발은 최대한 멀쩡한 척하며 걸어간다 , . .
성필
한 방울만 제발 한 방울만 더 주세요 ... .
강식
( ) 뒤도 안돌아 보고 멈춰서
이젠 걸을 수 있게 됐잖아 더 이상 안 돼 . !
난 이제 수사도 아니고 신부도 아니야!
성필
( ) 앞으로 걸어가며
완벽해 지고 싶어 아무도 날 무시 못 하게 . ...
- 77 -
박 감독
컷!
서있는 성필의 다리가 부들부들 떨린다 모니터에서 박 감독이 뛰어온다 . .
박 감독
왼발도 저는 거 같애.
촬영기사
두 발 다 절어요.
박 감독
이게 피 한 방울에 다리 하나가 재생됐다는 컨셉이야 한 발은 멀쩡해야지 ... .
성필
다시 해볼게요.
박 감독
자기 잘 했잖아 이거 때문에 캐스팅 한 건데 ! .
다시 재개된 촬영 성필의 양말에선 조금씩 피가 배어나온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강식과 성필 , . .
강식
난 이제 수사도 아니고 신부도 아니야!
성필은 최대한 오른발로 절어보려고 하지만 왼발의 통증 때문에 잘 안 된다.
성필
( ) 심각하게 창백한 얼굴이다
완벽해 지고 싶어 아무도 날 무시 못 하게 ... ...
박 감독
컷 뭐야 똑같잖아 ! ? !
통증이 심해 더 이상 참지 못하는 성필 동공도 서서히 풀려온다 , .
박 감독
그냥 왼발로 절고
( ) 촬영기사에게
다리는 클로즈업으로 따로 하나 찍자.
성필은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쓰러진다 깜짝 놀란 스태프들이 성필의 주변으로 모여든다 . .
성필이 서있던 자리에는 피가 떨어져 있다.
강식
이게 무슨 피야 오늘 특수 분장 있냐 ... ?
연출부가 성필의 바지를 걷어본다 성필의 양말은 피로 흥건하다 . .
- 78 -
박 감독
엥 피가 왜 나 ? ?
옆에 서있던 강식이 성필의 발을 확인해 본다.
강식
( ) 안타까운 눈으로 성필을 붙들고
임마 연기를 해야지 . !
이 지경까지 만들면 어떡하냐.....
성필
잘 하고 싶었어요.
안 피디
( ) 성필의 다리를 보며 제작부에게
빨리 병원 가야지!
남자 스태프들이 성필을 챙긴다 제작부 차량이 현장으로 들어와 성필을 싣고 가려는데 성필은 괜찮다며 일어선다 . , .
성필
감독님 다시 해볼게요 , .
성필이 감독 앞에서 다시 오른발을 절어보는데 통증 때문에 제대로 안 된다 안타까워하는 박 감독 , . .
성필
( ) 통증을 참아가며
저 안 아파요 한 번만 더 가시죠 네 . . ?
( ) 박 감독에게 다가가다가 다시 주저앉는다
감독님 저 믿어주세요 카메라 돌면 잘 할 수 있어요 ... . .
이 정도도 못 참으면 그게 배운가요?
( ) 일어서서 스태프들에게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가시죠 . !
성필은 다시 힝 없이 주저앉는다 스태프들이 성필을 일으켜 세워 차로 데려가려고 하지만 성필은 계속 뿌리치며 박 감독한테 사 . ,
정한다 강식은 이 상황을 지켜본다 . .
피디와 제작부들이 성필을 달래며 차에 태운다 모두 안타까운 눈으로 성필을 바라본다 성필이 탄 차가 멀어진다 . . .
96. 병원 입원실 앞 밤 ( )
지영과 원석이 초조한 듯 입원실 앞에서 서성인다 잠시 후 입원실 문이 열리고 박 감독과 안 피디가 걸어 나온다 . , .
지영은 원석을 밖에 있게 하고 혼자만 입원실 안으로 들어간다.
97. 병원 입원실 안 밤 ( )
두 다리에 깁스를 하고 누워있는 성필 눈가에 촉촉하게 눈물이 맺혀 있다 . .
지영
뭐래?
성필
... ... 미안하다고
- 79 -
지영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성필
다른 배우 캐스팅 한대 촬영이 늦춰지면 개봉일 못 맞춘다고 . ...
지영
자기가 촬영한 거는?
성필
( ) 울컥한다
... ... ... 다시 찍겠지 새 배우가
지영
그걸 못 기다린대 연기 하다가 다친 건데 ? ?
성필은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울기 시작한다 지영은 그런 성필을 안아준다 . .
성필
어떻게 찾아온 기횐데 이런 기회 다신 안 올 텐데 ... ...
( ) 서럽게 운다
흑 흑 내가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엉 엉 엉 ... ... ? ... ... ... ...
지영
( ) 성필을 안아주며
괜찮아 기회는 또 올 거야 난 믿어 ... ... ...
성필
미안해 여보 호강시켜 줄 수 있었는데 ... ... ....
지영
....
지영에게 기대 우는 성필 지영은 성필을 꼭 껴안아 준다 원석은 문 밖에서 아빠의 우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본다 . . .
98. 극장 앞 낮 ( )
“ ” . . 악마의 피 대형 포스터가 극장에 걸린다 포스터가 팽팽히 펼쳐지면 드러나는 강식과 수빈의 얼굴 카리스마 있는 강식의 눈빛이
인상적이다 강식과 수빈 사이 휠체어에 앉아 있는 배우는 다름 아닌 대호이다 백발이 인상적인 대호의 얼굴 성필이 하지 못 . , ...... . .
한 리체스 신부 역할을 대호가 했음을 알 수 있다.
99. 소극장 무대 낮 ( )
무대 미술은 성당 실내 벽에는 루벤스의 그림이 걸려있다 장엄한 교향곡이 흘러나오고 네로는 황홀한 얼굴로 그림을 본다 , . , .
네로
( ) 눈물이 그렁그렁
드디어 드디어 그림을 봤다 너무 멋진 그림이야 ... ... . .
아 마리아님 감사합니다 ... , .
( )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 80 -
이제 이제 저는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어요 ... ... .
네로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엎드리고 파트라슈가 성당으로 들어온다 네로의 장갑을 입에 물고 천천히 네로에게 온다 . .
장갑을 내려놓고 네로의 얼굴을 혀로 핥는다 네로는 잠에서 깨어 파트라슈를 안아준다 . .
네로
넌 언제까지 나와 함께 있겠다고 말해주려는 거지 고마워 ? .
파트라슈
( ) 슬프게
멍...
( ) 네로 옆에 눕는다
네로와 파트라슈는 서로 얼굴을 비빈다.
네로
파트라슈 난 봤단다 제일보고 싶었던 루벤스의 그림을 , . ...
그래서 난 지금 너무나 행복해.
파트라슈와 네로는 고개를 들어 루벤스의 그림을 같이 본다.
네로와 파트라슈는 바닥에 엎드린 상태로 서서히 눈을 감는다 주변의 조명은 어두워지고 탑 조명이 네로와 파트라슈만 비춘다 . , .
교향곡의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무대 위에서 어린 천사들이 와이어를 타고 내려온다 천사들은 쓰러져 있는 네로를 들어 위로 올 , .
라간다.
무대에 혼자 남아 위를 올려다보는 파트라슈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진다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들린다 . . .
박수 소리가 서서히 작아지면서 화면 디졸브 되면 세트가 철거 된 휑한 무대가 보인다 , .
그 무대에 성필이 서있고 정봉이는 뒤에서 쪼그려 앉아 있다 , .
정봉
형 왜 그래요 떠나는 사람처럼 ... ? .
성필
( ) 독백하듯
가족을 짐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 자유롭게 연기하면서 날고 싶었는데 . ...
아주 무거운 짐이 내 발목을 잡고 있어서 못 나르는 거라고 생각했지 ... .
내 몸만 자유로울 수 있다면 난 뭐든지 해낼 줄 알았어 , .
그런데 있잖아 가족한테는 내가 짐이었어 ... .
나라는 큰 짐 때문에 다들 마음편한 날이 없었어.
모두가 나를 위해 희생하고 있었는데 난 그게 짐이라고 생각했어 , .
가족들은 내가 성공할 거라는 확신 때문에 희생한 게 아니야 왜인 줄 알어 . ?
.. ... ... 그냥 가족이니까 성공하든 실패하든 상관없이 우린 그냥 가족이니까
그것도 모르고 날 믿어주지 않는다고 한탄만 했어...
이제는 내 역할에 충실하고 싶어 배우란 게 그런 거잖아 역할에 충실한 사람 . . ...
( ) 눈물이 한 방울 흐른다
나 무대를 떠나는 거 아니야 ... !
날 진정으로 아끼는 관객들 앞에 서기 위해 무대를 옮기는 거지.
정봉
( !!! ) 짝짝짝 박수를 치며 일어난다
형 눈물 날 뻔 했어요 그 대사 어디 나온 거예요 , . , ?
( )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며
까먹기 전에 적어 놔야겠다.
- 81 -
정봉이 눈에 보이는 성필의 뒷모습 조명 때문인지 더 품위 있어 보인다 , .
정봉
그거 알아요 형 뒷모습이 멋있어 졌어요 ? .
( ) 성필에게 수첩과 볼펜을 건네며
싸인 하나 해주세요.
성필
내 주제에 무슨 싸인이냐...
성필은 못 이기는 척 정봉의 수첩에 싸인을 하는데 우측 상단에 서울대 마크가 보인다 의아한 눈으로 정봉을 보는 성필 , . .
정봉
입학할 때 받은 거에요 , .
성필
이 새끼...
100. 장모님 식당 낮 ( )
지영이 건네주는 음식을 철가방에 담는 성필 능숙하게 철가방을 들고 오토바이에 시동을 건다 성필의 표정이 그 어느 때 보다 . .
밝다 급하게 식당에서 뛰어 나온 지영 미술 준비물을 든 가방을 성필에게 준다 . , .
지영
이거 원석이한테 갖다 줘 오늘 미술 수업인 거 몰랐대 . .
성필
오케이.
지영
( ) 운전석에 있던 헬멧을 성필에게 씌어주며
꼭 쓰고 다녀 다치면 안 돼 . .
성필
( ) 고마운 눈으로 지영을 바라본다
부웅 오토바이를 몰고 멀어지는 성필은 지영에게 손을 흔들어 준다 ∼ .
101. 초등학교 교무실 낮 ( )
수업중이라 한산한 교무실 컴퓨터로 동영상을 보던 한 교사가 옆에 있던 교사에게 말을 건다 , .
교사 1
이거 봤어요?
교사 2
( ) 재생중인 동영상을 보고
아 걔 반 원석이라고 ... 2 , ...
- 82 -
교사 1
인터넷에서 지금 난리에요 연기 신동이라고 . ...
마로니에 공원에서 인 다역을 했던 원석이의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재생된다 1 .
102. 초등학교 복도 낮 ( )
미술 준비물을 들고 원석이의 반을 찾느라 두리번거리는 성필 전화벨 소리가 들린다 . . 번호다. |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보는데 모르는 , |
여보세요?
( ) 듣고
맞는데요 오디션이요 . ?
103. 장모님 식당 밤 ( )
간판불이 꺼진 식당 안 실내등도 하나만 켜놔서 어둡다 마주보고 앉아 있는 지영과 성필 분위기가 자못 심각하다 . . , .
성필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지영
어떻게 하고 싶은데?
성필
내가 물었잖아.
지영
내가 안 된다 그러면 당신이 가장 잘 알거 아니야 ? ?
성필
한이 되겠지.
104. 공개 오디션 장 낮 ( )
초조한 듯 오디션 대본을 보는 성필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대사를 작게 읽어본다 그때 오디션 장 문을 열고 나오는 연출부 . . , .
연출부
오디션 시작할게요.
성필이 벌떡 일어나서 문 쪽으로 가다가 옆을 보면 원석이 서있다.
원석
해주고 싶은 얘기 없어?
성필은 무릎을 꿇고 원석이와 눈을 맞춘다 그리고는 아무도 못 듣게 원석이에게 귓속말로 속삭인다 , . .
성필
멍.
긴장이 풀리는지 환하게 웃는 원석.
- 83 -
원석이는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다시 뒤로 돌아 아빠 본다 원석이를 바라보는 성필 문이 닫히고 안으로 들어가는 원석 , . . .
105. 사극 촬영장 밤 ( )
전 씬 연결 차 문이 열고 나오는 원석 . .
멀리 보이는 조명기와 장비 차량 그리고 사극 분장을 한 보조출연자들을 보면 이곳이 사극 촬영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 .
카메라는 계속 원석이의 뒷모습만 잡고 따라간다 원석은 카메라가 있는 현장으로 걸어가서 세팅된 왕의 자리에 앉는다 . .
분장팀이 분장을 마무리한다 건너편에는 노비 복장을 하고 얼굴과 몸에 피를 흥건히 묻힌 강식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 .
모니터에서 앵글을 확인하는 감독과 현장에 놀러온 중견 배우가 있다.
중견 배우
( ) 모니터에 나오는 원석을 보며
얘가 그렇게 잘한다고?
감독
말도 마세요.
감독과 중견 배우 뒤로 모니터를 보는 성필이 보인다.
A . B . 모니터에는 왕의 자리에 앉아 있는 원석의 측면 바스트 모니터에는 피 흘리며 묶여 있는 강식의 측면
감독
( ) 무전기에 대고
원석아 카메라 정면으로 와서 멈추기 전에 눈물 한 방울 흘리는 거 잊지 마 , .
눈물 나오면 초 있다가 대사하고 3 .
원석은 감정을 잡고 있어서 대답 대신 카메라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 .
중견 배우
애한테 너무 디테일하게 요구하는 거 아니야?
감독
보세요 쟤가 어떻게 하나 자 레디 . ... , !
빠르게 원석의 얼굴 앞으로 들어오는 슬레이트 제목 제왕의 후예 주연 설강식 장원석 , “ : , : , ”
감독
액션!
강식
( ) 처절하게 입에서 피를 토하며
여기서 물러서지 않겠소.
소인 비록 지금은 왕 앞에 비굴하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지만 내 복수는 저승에서도 계속 될 것이오 , .
죽어서 죽어서라도 이 땅에 흘린 내 피가 헛되이 쓰이지 않게 하겠소 ... .
원석은 냉정하게 강식을 내려다본다.
원석
( ) 차분하며 단호하다
어리석은 자여 너는 정녕 내 마음을 알지 못하는 것이냐 . !
내 비록 어린 나이에 왕의 자리에 올랐지만 시국과 민심을 살피는 일에 소홀히 하지 않았다 , .
그런데 너는 나를 모함하는 것도 모자라 중전을 능욕하고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구나 , .
- 84 -
( ) 사연이 있어 보이지만 억누르는 감정
내 육신이 썩어 한 줌 재로 남을 때까지 난 그 날 본 것을 잊지 못할 것이오 , .
만고풍상을 다 겪은 자여 저승에서 다시 만날 때 까지 , ...
네 죄를 반성하고 인정하거라...
원석이 냉정하게 뒤로 돌면 강식 옆에 있던 호위무사가 긴 장검으로 강식을 베어버린다 빠르게 강식을 베고 지나가는 검 , . .
강식은 원석을 향해 손을 뻗으며 피눈물을 흘린다.
원석은 뒤돌아 있지만 어깨가 흐느끼기 시작한다 카메라가 원석의 뒷모습을 보여주다가 원형으로 돌기 시작하면서 사이즈가 타이 . ,
트해 진다 원석의 얼굴이 정면으로 보이고 카메라가 멈추기 직전 원석의 눈에선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린다 . , .
감독은 모니터를 보며 연기 호흡을 생각하듯 입 모양으로 하나 둘 셋을 센다 정확히 초 후 나오는 원석의 대사 , , . 3 , .
원석
잘 가시오 내 소중한 형제여 ... ...
원석은 왕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슬픔을 참아내는 연기를 한다 감독 중견 배우 성필 모두 원석의 연기에 빠져 있다 . , , .
감독
컷 어때요 ! ?
중견 배우
( ) 엄지를 치켜세우며
이놈 기가 막히네 , !
감독
얘는 그냥 천재에요.
감독 뒤에서 모니터를 보던 성필이 흐뭇하게 웃는다.
원석과 강식이 모니터 확인을 위해 같이 걸어온다.
강식
( ) 장난치듯
나보다 잘하면 안 되지.
근데 연기 어디서 배웠어?
원석
연기를 배워요 느끼는 거죠 ? .
아빠가 그랬어요.
할 말 없는 강식.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확인하는 원석 뒤에서 같이 모니터 중인 성필 원석이 성필의 손을 꼭 잡는다 , . .
강식이 성필 옆으로 와서 선다.
강식
이 작품 끝나면 연극하나 할 건데 혹시 생각 있냐 , ?
성필
저요?
강식
역할이 크진 않아 대사도 많지 않고 . .
갑자기 생각이 복잡해진 성필은 대답을 하지 못한다.
모니터를 다 확인한 감독이 메가폰에 대고 크게 소리친다.
- 85 -
봉 감독
한 번 더 갈게요!
조명팀이 조명을 켜자 우연히 성필 머리 위에 있는 조명이 켜진다 , .
탑에서 조명을 받으며 고민하는 성필의 얼굴에서 카메라 쭈욱 빠져 나오면 영화 현장이 마치 연극무대처럼 보인다 , .
경쾌한 재즈풍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끝.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실제 오디션 장면이 나오고 그 옆으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 .
.대배우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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