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 별책부록 1
[잔잔한 음악]
[기어를 달그락거린다]
[버튼 조작음]
[한숨]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린다]
은호야
- (여자1) 저기, 잠시만요 - 네
(여자1) 단이야
- (여자2) 단이 언니 - (여자3) 단이 언니
(여자1) 단이야! 축하해
[떠들썩하다] (단이) 고마워
(여자1) 너무 이쁜 거 아니야?
[여자들이 축하한다]
[작은 목소리로] 예뻐
어?
못 들었으면 말고
(사진작가)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여자들) 감사합니다
- (여자3) 너무 이쁘다, 진짜 - (여자1) 너무 이뻐
[새가 지저귄다]
[사회자의 헛기침]
(사회자) 지금부터
홍동민 군과 강단이 양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신랑 입장
[하객들의 환호]
(사회자) 다음은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잔잔한 곡을 연주한다]
(사회자) 뭐? 신부가 없어졌다고? [마이크가 울린다]
뭐라고?
(하객1) 야, 신부가 없어졌대
[하객들이 웅성거린다] [어두운 음악]
신부가...
- (하객2) 신부가 없어져? - (하객3) 아, 무슨 일이에요, 지금?
[한숨]
(은호) 형
너 뭐 아는 거 없어? [은호의 한숨]
얘 어디 갔는지 몰라?
형이 잘 좀 생각해 봐요 별다른 일 없...
하, 아니, 또 싸웠어요?
[버럭 하며] 싸움, 하
싸움이야 맨날 하는 거고!
아, 뭐 때문에 싸웠는데 이유가 있을 거잖아!
- 누나가 아무 이유 없이... - (동민) 몰라
몰라, 아, 모른다고, 야
(동민) 싸운 지, 그건 일주일이나 지났고
아! 나 진짜 벌써 화해도 했는데 아, 진짜, 씨
[동민의 한숨]
야, 야
[학생들의 비명]
(학생1) 와!
저기, 차은호 작가님?
'피의 계약' 시리즈 차은호 작가님 맞죠!
- (학생2) 저, 사인 좀 - (학생1) 아, 저도요 [은호의 난감한 신음]
미안합니다, 사람 잘못 봤습니다
- 맞는데 - (학생1) 맞아
(학생2) 맞아
- (학생1) 작가님! - (학생2) 맞잖아요! [차 문이 탁 닫힌다]
- (학생1) 작가님! - (학생2) 작가님!
(학생1) 작가님!
[안내 음성]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삐 소리가 난다]
아유, 이게 뭐야, 진짜
내가, 아휴
누나 결혼식에서 피아노 치려고 한 달 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 (은호) 누나 진짜... - (단이) 은호야
누나, 누나 지금 어디 있어?
(단이) 네 뒤에 있어
내 뒤에?
내 뒤에, 어, 내 뒤...
[당황한 신음]
(단이) 빨간불
[타이어 마찰음]
[한숨]
(은호) 미쳤어? 내 차를 왜 타
그런 사고를 쳐 놓고 내 차를 타면 어떡해!
그러게
정말 미쳤나 봐
(은호) 지금 그걸 말이라고... [휴대전화 벨 소리]
받지 마
어떻게 안 받아
받지 말라니까
아, 하지 마, 좀
- (은호) 아, 누나, 좀, 누나 - 받지 마, 받지 마
[휴대전화가 달그락 떨어진다] (단이) 어?
(동민) 어, 여보세요?
은호야
(은호) 어, 형
(동민) 단이 너랑 같이 있지?
너희 지금 같이 있잖아
[의미심장한 음악] (동민) 설마 둘이...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지?
나 한 번도 이런 이상한 생각 해 본 적 없는데
아니야, 형 아니야, 절대로 아니야
아, 뭐 해, 아니라고 해, 얼른
(은호) 형 지금 오해하잖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형, 들었지?
누나 목소리가 작아서 잘 안 들렸을 거 같은데
아니랬어, 어 분명히 아니라고 말했어
(동민) 아니면 돌아와
어, 단이 데리고
(동민) 단이야
내가 못난 놈인 거 내가 잘못한 거 나 아는데
이러지 말자, 단이야
[울먹이며] 지금 우리 장모님 쓰러지셨어
너무 놀라셨어!
돌아와, 단이야
[한숨]
형, 내가 데려갈게
10분만 기다려
왜 그랬어?
불안해서
(은호) 돌아가고 싶지 않으면 안 가도 돼
다른 데 가고 싶으면 말해 데려다줄게
[울먹이며] 갈 데가
없어
[차분한 음악]
그럼 공항으로 갈까?
티켓 있는 데 맞춰서 그냥 아무 데나
(은호) 거기가 어디든 가서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신혼여행 스페인 가기로 했는데
엄마가 돈 없다고 제주도 가라 그랬는데
내가 우겨 가지고
신혼집에 넣을 가구며 뭐며 다 빚인데
지금 그런 걱정 할 때야? 쯧
엄마가 쓰러졌다잖아
아버지 돌아가신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단이가 훌쩍인다]
[단이가 숨을 카 내뱉는다]
[단이가 훌쩍인다] [차 문이 탁 닫힌다]
(단이) 어? 아, 야, 야, 네 차!
[단이의 다급한 신음] (은호) 어? 어, 어, 잠시만요!
멈춰! 잠깐...
[부드러운 음악]
(단이) [작은 목소리로] 미안
(단이)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날이 있다면
딱 그 순간이다
결혼 생활이 힘들 때마다 그때를 떠올리곤 했다
그날
내가 다시 결혼식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그날 은호가 가자는 대로 어디인가
다른 먼 나라로 가 버렸다면
지금의 나와는 다른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 익숙한 병 아시죠?
우리나라 대표 자양 강장제
[발을 구른다]
[거친 숨을 내뱉는다]
힘들게 일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
(단이) 또 더운 불 앞에 서서 한 상 차렸지만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 피로가 싹 풀리는
나는 역시 엄마구나
(면접관1) 그 광고 알아요
엄마가 아들한테 '우리 아들 누구 거?' 물으면
여자 친구 이름 대는 게 핵심이죠
자식 다 필요 없다
진짜 피로 회복제는 약국에 있다
제 주부 경험을 살려서 만든 광고입니다
(단이) 이게 끝이 아닙니다
이걸 시작으로 2012년 광고 대상 수상까지 거머쥐었죠
감히 예상컨대 대한민국에 신드롬을 일으킨 이 광고
모르시는 분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수영!
♪ 빠름, 빠름, 빠름 ♪
대한민국 태권도
♪ 빠름, 빠름, 빠름 ♪
이 익숙한 리듬 안 들어 보신 분 없으시죠?
이 광고 스토리텔링 누가 했을까요?
네, 바로 제가 했습니다
♪ 빠름, 빠름, 빠름 ♪
7년 전이잖아요
(단이) 그렇죠, 7년 전이죠
(면접관2) 7년 전에 회사 그만둔 뒤로는 쭉 노셨네요?
(단이) 면접관님, 오해하고 계신 거 같은데요
저는 논 게 아니라 국가 미래 자산인 아이를 잘 키우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가족을 위해 헌신하면서
[익살스러운 효과음] 구청 문화 센터에서도 봉사 활동...
(면접관3) 네, 네, 알겠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한숨]
[한숨]
[신나는 음악]
(강사) 할 수 있다, 업, 업, 업, 업!
할 수 있다, 자신감 있게!
(함께) 할 수 있다, 자신감 있게!
(강사) 할 수 있다
[강사의 기합]
[익살스러운 효과음]
직장을 그만둔 이유가 뭔가요?
버텨 보려고 했는데
아이 봐 주시던 친정엄마가 아파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면접관3) 입사해도 상사들이 다 나이가 어릴 텐데
버틸 수 있겠어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면접관2) 커피 타기, 복사하기 등
잔심부름만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면접관3) 야근이나 휴일 근무 출장 있으면 어떻게 할 거예요?
남편은 뭐 하는 분이세요?
(면접관1) 그동안 외벌이로 7년을 살 수 있었으면
남편 벌이도 괜찮았을 거 아니에요
아, 잘렸구나, 남편이?
1년 전에 이혼했습니다
(강사) 할 수 있다, 자신감 있게!
(함께) 할 수 있다, 자신감 있게!
(강사) 할 수 있다, 자신감 많이!
(함께) 할 수 있다, 자신감 많이!
(강사) 소리 질러!
[함께 환호한다]
[작은 목소리로] 아유, 또 까졌네
(단이) 저, 죄송한데요
밴드 있어요?
(지원자1) 아니요, 없는데요
(직원) 57번 강단이 님
58번 서정인 님
(단이) 네
[지원자1의 헛기침]
(면접관4) 살림하는 동안 힘드셨겠어요
한땐 잘나갔던 분인데
포기도 쉽지 않았을 거고
혼자 도태된 느낌도 들었을 거고요
제 경험이 이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
[잔잔한 음악]
아까는 면접 보기 전이고 지금은 면접 다 봤으니까
고마워요
(지원자1) 취업 시장은 20대만으로도 피 터지는데
아줌마 같은 사람들까지 많아서 정말 짜증 나요
[지원자1이 가방을 정리한다]
[문이 탁 여닫힌다] [한숨]
강단이 성질 다 죽었다
(단이) 진짜 옛날에 만났으면...
[변기 물이 쏴 내려간다]
[문이 탁 열린다]
[물이 쏴 나온다] 발이 조금...
요즘 면접 자리에서 경단녀들 많이 보네요
(면접관4) [수도꼭지를 탁 잠그며] 구직 활동 힘들죠?
(단이) 쉽진 않네요
강단이 씨 마지막 답변이 기억에 남아요
(면접관4) 11년 살림한 경험이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된다
우리 회사가 강단이 씨한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죠?
그게...
우선 서류를 보셔서 알겠지만 제가 예전부터...
(면접관4) 아니요, 현재의 강단이 씨요
이 바닥이 참 많이 바뀌었어요
(면접관4) 감히 경력 단절이니 재취업이니 하면서
멋도 모르고 소풍 가는 기분으로 올 자리가 아니라고요, 회사라는 곳이
잠깐만요
저도 저 나름대로는 절박하게...
(면접관4) 기분 나쁘게
내가 어떻게 지킨 직장인데
이제 와서 기어 나와, 기어 나오길
[문이 탁 여닫힌다]
(은호) 자, 오늘로 19세기 후기
낭만주의 고딕 소설의 구조 분석 강의는 끝났고
제가 여러분에게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주는 선물이 있죠?
[학생들의 야유]
이번 챕터에서 배운 이론적 논의에 맞춰서
조별로 원하는 장르 문학을 선정해서 분석, 토론해 오시고
[학생들의 한숨]
개인 과제 안 내 주면 또 서운하니까
[학생들의 야유] - (학생3) 안 서운해요 - (학생4) 괜찮아요
내가 서운하니까
(은호) '장르 문학과 순수 문학의 경계'를 주제로
리포트 한 편씩들 써 오시고
[학생들의 야유]
어, 다음 시간에는 퀴즈 볼 거니까 그것도 준비해 오셔야 돼요
(학생들) 너무해요! [발랄한 음악]
(은호) 너무 잘생긴 거
나도 알아
(학생5) 교수님!
(학생6) 교수님, 잠깐만요
(학생5) 교수님! 이것 좀 받아 주세요
(학생6) 이것도요
(은호) 응, 오늘은 여기까지
(학생7) 교수님, 이거 제가 쓴 소설인데 한 번만 읽어 봐 주시면 안 돼요?
어, 다음 달에 우리 출판사 신인상 공모 있으니까
거기 투고해, 공식적으로
(학생5) 교수님, 여자 친구 있어요?
응, 내일모레 상견례야 곧 결혼하려고
(학생7) 말도 안 돼
[새가 지저귄다]
[발랄한 음악]
[힘주는 숨소리]
[힘주는 신음]
어?
(단이) 지난번하고 사이즈가 다르잖아?
아유, 그새 또 바뀌었어
[휴대전화 알림음]
(단이)
(단이)
[익살스러운 음악] 아이, 진짜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어, 왜
도우미 아줌마 다른 아줌마로 바꿔 줘, 누나
왜?
일단 청소해 놓은 거 보면 깔끔하고
음식도 까다로운 네 입맛에 잘 맞을 거고
(은호) 뒷말하는 아줌마 싫어
사사건건 누나한테 다 말하잖아
그래서?
그 빨간 브래지어 여자는 언제 바뀐 건데?
아이, 속옷 색깔까지 말했어?
내가 진짜 누나가 소개한 아줌마라서 이때까지 참았는데
[한숨 쉬며] 그 아줌마 칠칠찮아
돈은 하루치 다 받아 가면서 일은 반나절밖에 안 하는 거 같고
[통화 종료음]
야, 야!
하, 까칠하기는
네가 날 자르면 어떡하냐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으며] 당장 갈 데가 없는데
나 이거라도 못 벌면 안 되는데
[휴대전화 벨 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네, 안녕하세요, 실장님
(실장) 네, 재희 어머니, 잘 지내시죠?
재희 학생이 이번 학기도 여기서 다니고 싶어 한다는 얘기는 들으셨죠?
그러려면 재정 보증인 서류가 필요해서요
아, 그, 서류라면...
(실장) 보호자의 재직 증명서랑
천만 원 이상의 통장 잔고 내역서도 주시면 됩니다
아, 통장 잔고랑 재직 증명서요?
[익살스러운 음악]
[휴대전화 알림음]
(단이)
[물소리가 쏴 들린다]
[휴대전화 알림음]
(은호)
(은호) 그 아줌마 이상해
우리 집에서 샤워하는 거 같아
내가 안 쓴 수건이 건조대에 걸려 있다니까?
샴푸도 두 배로 줄고
[마우스 클릭음] [컴퓨터 오류음]
어어? 어어... [마우스 클릭음]
아, 아...
(은호) 내가 바보야?
[은호가 짜증 낸다] 노트북 전원이 켜져 있었던 적도 있어
(은호) 내가 이런 얘기까지는 좀 그런데
심지어 쌀도 팍팍 줄어
그 아줌마 집에서 밥 먹고 간단 말이야 [은호의 한숨]
[흥미진진한 음악]
[만족스러운 신음]
[힘주는 신음]
남의 집 일 하다 보면 밥도 먹을 수 있지
까칠한 새끼
내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상자를 탁 민다]
치
[새가 지저귄다]
[흥미진진한 음악]
(해린) 안녕하십니까, 이사님
(유선) 굿모닝
송 대리, 문에 붙은 종이 떼
시간 정하면 뭐 해, 다들 늦는데
아직 아무도 안 왔지?
(해린) 안녕하십니까, 편집장님
(은호) 안녕, 송 대리
[문이 탁 열린다] [지홍이 소리친다]
(지홍) 작가님, 또 왜 이래
글 좋다니까
아, 뭐를 또 엎어 그냥, 그냥 쓰면 돼
쭉 쓰라니까, 그냥, 그냥 좀!
커, 컴퓨, 아, 야!
컴퓨, 컴퓨터가 지금 이 순간에 왜 막 고장이 났을까?
어? 너 같으면 그 말을 믿겠니?
(지홍) 그냥 차라리 손가락이 부러졌다 그래!
이따 보자
[거친 신음]
(영아) 송 대리, 나 차에 구두
아, 미안해, 갖다줘
(영아) 대표 아직 안 왔지?
애가 아침에 갑자기 아파 가지고
아, 두 사람 결혼 안 하길 참 잘했어요
남편은 남이고 애는 짐이고
집이고 회사고 다 난장판이고
내 인생 하나도 없고
아, 무슨 놈의 회의를 날이면 날마다
딱히 대단한 용건도 없으면서
어? 솔직히 우리 얘기 들어주는 것도 아니잖아
결정은 자기 혼자 다 하면서
말 그대로 독재도 이런 독재가 없는데 무슨 놈의 간부 회의를
날이면 날마다 그놈의 갈 길이 멀다는 말만 하고
아유, 진짜 [영아가 화장품을 달그락거린다]
(재민) 또 지각이시고
[웃으며] 오셨네
(재민) 자, 갈 길이 멀어요, 갈 길이
다음은 신입 사원 채용에 대한 건
이거 서 팀장이 만든 거죠?
네, 이거 인사 팀장이랑 상의한 건데, 왜요?
수정 사항이 좀 많은데요
일단
나이 제한 없음
그게 왜...
굳이 이렇게 명시할 필요가 있나요?
(지홍) 아니, 아무리 다들 연령 차별 금지법 어긴다지만
우리, 응? 책 만드는 사람들인데 좀 부끄럽지 않나?
(재민) 오케이, 오케이,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기졸업자 및 2019년 8월 졸업 예정자
대신 서류 심사할 때 졸업한 지 2년 이상 된 애들 싹 다 걸러요
됐지? 법 지켰지? [은호의 한숨]
(지홍) 부끄럽다, 정말
그럼 이거 어떡해요? 학력 제한 없음
(재민) 학력 제한이 없으면 되나
공부 잘하는 애들이 일도 잘해요
그렇죠, 공부를 잘했으면 인내심, 성실성, 열정, 기타 등등
기본 자질은 그거 하나로 증명이 끝난 거죠
(재민) 하나 우리가 또 책 만드는 사람들 아닙니까
너무 계산적으로 살면 오던 복도 사라져요
해서 하나는 법대로 제대로 합시다
자, 어디 보자, 어, 업무 지원 팀
'나이 제한 없음, 학력 제한 없음'
[익살스러운 음악] 지원 팀 원래 고졸자 뽑잖아
딱 한 명 그렇게 뽑으면 되겠네
어차피 계약직이잖아요
(재민) 그게 어디야? 이 불경기에
- 아니, 그래도, 아니... - (재민) 에취, 에이!
- (은호) 아이씨 - (재민) 자, 다음은 지난달 실적표
(재민) 자, 갈 길이 멀어요, 갈 길이
[영아가 흥얼거린다] 이게 뭐야
이게 실적표인가
이거 어쩌나
[지홍이 코를 훌쩍인다]
[재민의 웃음]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익살스러운 음악]
[구두가 툭 떨어진다]
[신음]
[문이 탁 닫힌다]
[단이가 구두를 툭 내려놓는다]
[단이의 힘주는 숨소리]
[지퍼를 직 연다]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잔잔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 (동민) 단이야, 같이 해 - (단이) 어
(단이) 와, 역시 집은 남향이야
응? 햇살도 이렇게 가득 들어오고
어때? 우리 집이랑 잘 어울리지?
딱이네
(단이) 재희, 예!
[동민의 장난 섞인 탄성] [자전거 벨이 울린다]
[단이의 놀란 신음]
(단이) 마룻바닥 다 긁히게
재희야
우리 따뜻해지면 밖에 나가서 자전거 타자
응? 공원에서
(동민) 바닥 얼마나 긁힌다고, 닦으면 되지
(단이) 얼마나 어렵게 산 집인데 차라리 내 얼굴을 긁어라
치
(동민) 재희야, 일로 와, 주스 먹자
(재희) 주스! 많이 먹을래 [동민의 힘주는 신음]
[재희가 재잘거린다] [동민의 웃음]
[단이가 칼질한다] (동민) 자, 재희야, 이거 뭐야?
- (재희) 강아지 - (동민) 강아지
- (동민) 요거는? - (재희) 뭐야?
- (동민) 고양이 - (재희) 고양이!
(동민) 아, 그거 얼마나 한다고 사다 먹으면 되지
(단이) 아, 요즘 대파가 얼마나 비싼데
이렇게 한 번 사서 꽂아 놓으면 겨울 내내 먹을 수 있는데
그렇지?
(동민) 재희야, '빌딩' 해 봐, '빌딩'
(재희) 빌딩
너희 엄마 돈 모아서 빌딩 사겠다
[단이가 칼질한다] - (재희) 빌딩 사겠다 - (동민) 이거 뭐야?
(단이) [울먹이며] 재희 아빠
우리 다시 시작하자, 어?
내가 더 노력할게
그래도 우리 사랑해서 결혼했잖아
재희는 어떡해
내가 다 잘못했어
당신 사업 실패한 거
나도 속상해서 싫은 말 많이 한 거 알아 [동민이 혀를 찬다]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
집 넘어간 것도 괜찮아, 난 다 괜찮아
우리 시골 아버님 댁에 가서 다시 시작해도...
시골 가서 뭐
너 거기 가서 뭐 하려고
땅 파먹고 사냐?
(단이) 그래서
바람피우면 그게, 그게 다 해결돼?
그래서 바람피웠어?
(동민) 아휴
[한숨]
잠깐만, 잠깐만, 재희 아빠, 재희 아빠
[단이의 거친 숨소리]
다시는
다시는 그 여자 얘기 안 할게
(단이)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동민) 아, 좀!
(단이) 재희 아빠, 어? 재희 아빠
[문이 탁 여닫힌다]
[흐느낀다]
(단이) 울지 마
단이야
네 남편 안 돌아와
아무리 울어도 안 돌아와
넌 앞으로 계속 혼자야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단이) 재희야, 엄마야
엄마가 유학원 실장님 전화를 받았는데
미안한데 엄마가 형편이 너무 안 좋아
엄마가 아직 집도 못 구하고 취직도 못 했어
그래서 말인데...
[휴대전화 벨 소리] [놀란 신음]
[휴대전화 조작음] (단이) 어, 재희야
[재희의 울음]
왜 그래, 재희야?
왜 울어, 무슨 일이야? 어?
(재희) [울며] 엄마
나 너무 아파
배가 너무 아파
배가 어떻게 아픈데?
병원은, 병원, 병원 안 갔어?
(재희) 아니, 여기 보험 안 돼서 병원비 비싸단 말이야
[단이의 한숨] 병원비...
그렇다고 병원을 안 가면 어떡해!
당장 선생님한테 전화하고 병원 가
- (재희) 엄마... - 재희야
엄마 돈 있어
네 병원비 얼마든지 있다고
[한숨 쉬며] 병원도 가고
거기서 공부 더 해도 돼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돼, 어?
하, 속상하게
왜 아픈데 병원을 안 가!
아...
서사는 좋은데 문장이...
[컴퓨터 전원음]
[안경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마우스 클릭음]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은호) 아이, 아, 진짜, 이 아줌마가 진짜
책상 근처는 손도 대지 말랬는데
이걸 어떻게 참아
강단이 소개고 뭐고 자르고 만다, 내가, 이씨
아유!
[한숨]
[프린터 작동음]
[한숨]
(은호) 뭐야, 누나 왔다 갔어?
[휴대전화를 쓱 집어 든다]
[휴대전화 조작음]
쯧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은호) 갑자기 취직은 왜 하려고
[잔잔한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단이)
[휴대전화 알림음]
(재희) 엄마, 잘 거 같아서 톡만 보내 [단이의 안도하는 한숨]
나 장염이래, 심각한 거 아니래
주사 맞고 내일 퇴원하면 된대
퇴원해서 전화할게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놀라며] 면접인데
[다급한 숨소리]
[단이의 비명]
(인부1) 야, 스톱, 스톱, 스톱, 스톱!
야, 안에 사람 있는데 확인 안 했어?
(현장 소장) 아, 뭡니까, 어? 여기 왜 있어요?
이것들 안 보여요?
아이, 어떻게 들어간 거야?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가면 어떡해요!
(단이) 죄송합니다
저, 정말 죄송한데 안에 짐이 좀 있어서...
(현장 소장) 아, 빨리 갖고 나가요
건물주 알면 당신 이거 가택 침입이야!
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무거운 음악] [현장 소장의 짜증 섞인 신음]
[문이 탁 닫힌다]
[거친 숨소리]
[힘주는 숨소리]
[인부들이 웅성거린다]
[인부1의 헛기침]
[현장 소장의 헛기침] (단이) 죄송합니다
(인부2) 뭐야, 노숙자야?
(인부3) 아, 전기도 수도도 다 끊겼는데 어떻게 살았어?
(인부1) 자, 자, 일합시다!
(인부4) 아휴
[문이 탁 닫힌다]
[숨을 들이켠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다, 다
다, 다, 다
[헛기침]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입니다
오갈 데가 없지만 일단 오늘은 면접을 보겠습니다
[단이의 아파하는 숨소리]
아, 밴드 하나 사야 되는데
- (단이) 진짜 아프네 - (남자1) 버스 왔네
(남자2) 저, 잠시만요
- (남자3) 잠시, 잠시만요 - (단이) 어?
(남자4) 잠시만요 [단이의 당황한 신음]
[버스 문이 탁 닫힌다]
하, 참 나
[어이없는 웃음]
하, 진짜 별의별 일이 다...
[구시렁거린다]
[사람들의 놀란 신음]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경적]
(남자5) 아이, 놀랐잖아요! 아이...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여자4) 오, 어떡하냐
(단이) 네
제가 오늘 면접 보러 가기로 한 강단이인데요
강단이요
제가 면접 가기가 어려울 거 같은데
혹시 내일 보러 가면 안 될까요?
아, 그럼 죄송한데 한 시간만 미뤄 주시면...
아, 네, 그럼요
그게 원칙이고 규칙인 거 아는데요
정말 딱 한 시간만...
[차분한 음악]
네
맞아요
제 사정 따위는 안 봐주시는 게 당연하죠
못 가는 게 아니라
안 갈 거예요
거기 가려면요
지하철도 세 번이나 갈아타야 되고요
회사도 구석에 있어서 나중에 다닐 때도...
어차피
저 안 뽑으실 거잖아요
됐어요, 됐다고요
다른 데 또 제가 구할 거고
내가 안 갈 거예요
[단이가 엉엉 운다]
[포스 단말기 작동음]
[휴대전화 알림음] (종업원1) 삼천 원입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 (종업원1) 안 사시게요? - 죄송합니다
[잔잔한 음악]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문고리를 달그락거린다]
(은호) 집 비번 바꿔 놓을 거야
그 아줌마 보내지 마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벨 소리]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은호) 만델링 드립으로 주세요
- (종업원2) 네 - (은호) 얼음 하나만 넣어서
[종업원2가 잔을 탁탁 내려놓는다]
(여자5) 나 선봤어
결혼하려고
[잔을 잘그락거린다]
바빴겠네 3주 만에 결혼 결정까지 내리려면
(은호) 남자는 어때?
할 말이 그것뿐이야?
중요한 문제잖아 너랑 결혼할 남자인데
우리 사귄 거 맞니?
- 날 사랑하긴 했어? - (은호) 알잖아
나 누구한테 맞추고 그런 거 복잡한 거 못 해
결혼?
안 맞아
[헛웃음]
잠깐만
이제 하고 싶은 대로 해
[여자5가 컵을 탁 내려놓는다]
야, 너는...
내가 이거 입고 집에 가려 그랬는데
(여자5) 넌 사랑을 몰라
그런 게 있다고 믿지도 않아
나쁜 자식 [컵을 탁 내려놓는다]
[문이 탁 열린다]
[포스 단말기 작동음]
(종업원3) 천육백 원입니다
[잔잔한 음악]
(은호) 내가 사랑을 믿지 않게 된 건
단이 누나 때문이다
[하객들의 환호와 박수]
(동민) 파이팅!
[휴대전화 진동음]
(단이) 치
- 왜 전... - (은호) 전화했던데?
(단이) 어디야?
집 비밀번호도 바꿔 놓고
바꿔 놓는다고 했잖아 그 아줌마 보내지 말라고
전화는 왜 안 받았어?
[한숨]
여친한테 차이느라
왜 차였는데?
아니, 웃기는 애네? 브래지어는 남의 집에 벗어 놓고
사랑을 모른대, 내가
남자들이 대충 그걸 모르긴 해
너라고 알 턱이 없지
이게 다 누나 때문이야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했는데?
[헛웃음]
됐어, 누난 알 거 없어
(은호) 참, 어제 우리 집 왔다 갔어? 이력서 있던데
갑자기 취직은 왜?
(단이) 다 끝났어
경력 단절은 아무도 안 뽑아
이번 생은
망했어
진짜 그런 기분이 들어
(단이) 오라는 데도 없고 갈 데도 없고
통장에 남은 돈은 재희한테 송금하면 끝이고
(은호) 동민이 형 사업 괜찮아진 거 아니었어?
누나 지금 어디인데?
난 지금
내 인생 절벽 앞
[익살스러운 음악]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병을 탁 내려놓는다]
나 이제 갈 데도 없는데
(단이) 그냥 아무 남자나 나타나면
그 남자가 어떤 남자든 따라가 버릴 거야
오늘 밤 확 그 남자를...
(남자6) 아가씨! [단이의 놀란 신음]
(단이) 아씨, 깜짝이야!
[남자6이 헛구역질을 한다] (은호) 누나
야, 너 일단 끊어 봐
하, 내 인생이 아무리 엉망이지만 진짜
(단이) 아휴, 넌 진짜 아니다
아유, 아저씨, 놔요!
(남자6) 나랑 술 딱 한 잔만 하자
내가 이래 봬도 되게 괜찮은 사람이거든
이런 수박씨 발라 먹는 아저씨가
어디서 이런 시바 새끼 견 같은 십 색 볼펜이 굴러와서
조팝나무에 다 지나간 병신년을 쓰고 지랄이야, 어?
- (단이) 놔, 놔, 놔, 놔, 놔! - (남자6) 내가 재밌게 해 줄게
[단이의 힘주는 신음] (남자6) 응?
(단이) 너 죽을래? 놔 [남자6의 힘주는 신음]
(서준) 야, 너 그 손 안 놔?
미안, 내가 많이 늦었지?
가라고, 이 새끼야
(남자6) 내가 뭐
- (남자6) 무서워서 가는 줄 아나 - (서준) 씁!
(남자6) 안녕히 계세요
하, 나도 사랑받고 싶다
[서준의 한숨]
(서준) 아, 괜찮아요?
아, 미안해요
저기 2층에서 보고 있었는데 위험해 보여서
네, 고마워요
혼자서도 뭐 잘 싸울 수 있었지만 어쨌든
(서준) 어휴
신발 없는 사람 처음 보세요?
한여름은 아니니까요
(서준) 저기 앉아 봐요
[단이를 탁 잡는다]
아...
(서준) 내가 지금 좀 미친놈 같은데
아, 나도 진짜 어이가 없는데요
나한테 신발이 하나 있어요
[부드러운 음악]
(서준) 아, 뭐,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당신 자유인데
나도 맨날 여자 신발 갖고 다니는
그런 남자는 아니에요
잠시만요
그냥 가만히 있어요
딱 맞네요
[웃음]
[웃음]
아, 왜 웃어요
이거 내 신발이잖아요
(서준) 아침에 버스 기다리다가
어떤 여자를 봤거든요
신발이 한 짝 없더라고요
[자동차 경적]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여기 있어요, 여기!
(서준) 신발 주인한테 돌려주려고 했는데
이미 없어졌더라고요
그 여자를 좀 찾아봤는데
찾은 건 다른 신발 한 짝이었어요
아, 두 짝이 다 있는 신발을 버릴 수도 없고
'이걸 어떡하지?' 생각했는데
딱 그 신발 주인을 만났네요 거짓말처럼
(서준) 이 이야기 마음에 들어요?
내가 방금 지어낸 이야기인데
다 좋아하는 이야기죠, 신데렐라
- 그렇죠? - (단이) 근데
신데렐라 이야기 믿기엔 내 나이가 좀 많아요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서 내 인생 구원한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난 안 믿어요
난 내 힘으로 살고 싶어요
[살짝 웃는다]
[서준의 다급한 신음]
[부드러운 음악]
안 추워요?
추워요
뭐, 살다 보면 가끔 추운 날도 있겠죠
(단이) 이거 가져요
선물이에요
내 신발 찾아 준 값
제 전 재산이에요
가위로 이 초록 부분만 잘라서 드시면
당분간 대파 살 일은 없을 거예요
(서준) 아, 저, 잠깐만요
이거 가져가요
(단이) 돌려줄 방법이 없는데요
이미 다 젖었기도 하고요
그래도 가져가요
[스위치를 달칵 누른다]
[초인종이 울린다]
[인터폰 조작음]
[문이 달칵 여닫힌다]
[문이 탁 닫힌다]
뭐야, 형이랑 싸웠어?
왜 이렇게 흠뻑 젖었어?
나 따뜻한 물 한 잔만
(은호) 어
[단이의 한숨]
(단이) 아, 추워
(은호) 무슨 일인데? [은호가 컵을 탁 꺼낸다]
저 가방은 뭔데?
아까 그 전화는 뭐고 [물이 보글보글 끓는다]
[은호가 컵을 달그락거린다]
[은호가 컵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한숨]
[은호의 한숨]
(은호) 자
[단이의 한숨]
나 오늘 여기서 좀 자고 갈게
다시 말해 봐
여기서 좀 재워 달라고
딱 하룻밤만
[난감한 숨소리]
가출했냐, 누나?
[단이의 한숨]
[한숨]
아, 거긴 왜 올라가
(은호) 부부 싸움 칼로 물 베기라는데 그냥 집에...
야, 차은호!
자고 간다고, 딱 하루만
누나가 정말
오늘은 갈 데가 없다고
[잔잔한 음악] (단이) 갈 데가
없어
[한숨]
[문이 달칵 여닫힌다]
[가방을 툭 내려놓는다]
[단이의 힘주는 숨소리] [스위치를 달칵 누른다]
[한숨]
[달그락거린다]
아, 왜 저러지?
그래도 형한테 전화는 해 줘야 되나?
[입소리를 쩝 낸다]
내가?
왜?
[새가 지저귄다]
무슨 일인데?
(은호) 이거 뭐야
누나, 나 모르는 일 많지, 요즘?
진짜 말 안 해 줄 거야?
알았어, 말 안 시킬게, 천천히 먹어
그래, 말 안 하고 싶을 수도 있지
그럴 때도 있지, 살다 보면
나 도우미 아줌마나 다시 구해 줘
내가 할게, 파출부
아, 왜 그러냐, 진짜
(은호) 집에 안 들어갈 거야?
들어갈 집
없어
이혼했어, 1년 전에
소설 쓰냐?
(은호) 내가 모르는 일이 누나한테 있었다는 게 말이 돼?
어젯밤에 재워 줬으니까 설거지 정도는 하고 나가
그리고 집에 가
주말에 내가 전화할게
누나, 동민이 형 바람피웠어?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답답한 숨소리]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정말 이혼한 거 아니겠지?
신입 사원 공개 채용?
(단이) 내 볼까?
[단이의 한숨]
내 봤자 보나 마나 또 안 되겠지
대학 나오고 스펙 있으면 뭐 하냐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걸
그냥 확 버릴 수도 없고
차라리 그냥 고졸이었으면...
[흥미진진한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은호)
(은호)
(은호)
[휴대전화 조작음]
(은호)
(은호)
[한숨]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해린) 다음 번호 세 분 나와 주세요
- (해린) 이지영 씨? - (지원자2) 네
- 김민철 씨? - (지원자3) 네
- 강단이 씨? - (단이) 네
(해린) 이쪽으로 오세요
아, 질문 좀 길게 하지 마
적당히 좀 끊고
인재를 그렇게 뽑아야 쓰겠습니까?
꼼꼼하게...
[흥미진진한 음악]
[부드러운 음악]
(은호) 누나 최종 학력이 왜 고졸이야?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건데? 인생이 심심해?
(훈) 우리 신입 사원 담당이
2대 마녀라고 소문난 여자래요
(해린) 이 중의 한 명은 한 달도 안 돼서 사직서를 쓸 겁니다
(은호) 회사에선 남남이야
알은척도 하지 말고 내 도움 받을 생각도 하지 마
[자동차 경적]
(단이) 너희 집에 가는 거 아니야
[문이 달칵 열린다]
[단이의 기분 좋은 신음]
(송이) 쟤 좀 촌스럽다
(은호) 아니요, 딱 제 타입인데요?
(단이) 음? 별로인가 봐
[자동차 경적] (단이) 나는 아직 너를 잘 몰라
그래서 너를 지금부터 알아 가 보려고 해
.로맨스는 별책부록 ↲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