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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맨스는 별책부록 1


 [잔잔한 음악]

 

 [기어를 달그락거린다]

 

 [버튼 조작음]

 

 [한숨]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린다]

 

 은호야

 

 - (여자1) 저기잠시만요  

 

 (여자1)  단이야

 

 - (여자2) 단이 언니  - (여자3) 단이 언니

 

 (여자1)  단이야축하해

 

 [떠들썩하다]  (단이)  고마워

 

 (여자1)  너무 이쁜 거 아니야?

 

 [여자들이 축하한다]

 

 [작은 목소리로]  예뻐

 

 ?

 

 못 들었으면 말고

 

 (사진작가)  하나

 

 [카메라 셔터음]

 

 (여자들)  감사합니다

 

 - (여자3) 너무 이쁘다진짜  - (여자1) 너무 이뻐

 

 [새가 지저귄다]

 

 [사회자의 헛기침]

 

 (사회자)  지금부터

 

 홍동민 군과 강단이 양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신랑 입장

 

 [하객들의 환호]

 

 (사회자)  다음은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잔잔한 곡을 연주한다]

 

 (사회자)  신부가 없어졌다고?  [마이크가 울린다]

 

 뭐라고?

 

 (하객1)  신부가 없어졌대

 

 [하객들이 웅성거린다]  [어두운 음악]

 

 신부가...

 

 - (하객2) 신부가 없어져?  - (하객3) 무슨 일이에요지금?

 

 [한숨]

 

 (은호)  

 

 너 뭐 아는 거 없어?  [은호의 한숨]

 

 얘 어디 갔는지 몰라?

 

 형이 잘 좀 생각해 봐요  별다른 일 없...

 

 아니또 싸웠어요?

 

 [버럭 하며]  싸움

 

 싸움이야 맨날 하는 거고!

 

 뭐 때문에 싸웠는데  이유가 있을 거잖아!

 

 - 누나가 아무 이유 없이...  - (동민몰라

 

 몰라모른다고

 

 (동민)  싸운 지그건 일주일이나 지났고

 

 나 진짜 벌써 화해도 했는데  아진짜

 

 [동민의 한숨]

 

 

 

 [학생들의 비명]

 

 (학생1)  !

 

 저기차은호 작가님?

 

 '피의 계약시리즈  차은호 작가님 맞죠!

 

 - (학생2) 사인 좀  - (학생1) 저도요  [은호의 난감한 신음]

 

 미안합니다사람 잘못 봤습니다

 

 - 맞는데  - (학생1) 맞아

 

 (학생2)  맞아

 

 - (학생1) 작가님!  - (학생2) 맞잖아요!  [차 문이 탁 닫힌다]

 

 - (학생1) 작가님!  - (학생2) 작가님!

 

 (학생1)  작가님!

 

 [안내 음성]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삐 소리가 난다]

 

 아유이게 뭐야진짜

 

 내가아휴

 

 누나 결혼식에서 피아노 치려고  한 달 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 (은호누나 진짜...  - (단이은호야

 

 누나누나 지금 어디 있어?

 

 (단이)  네 뒤에 있어

 

 내 뒤에?

 

 내 뒤에내 뒤...

 

 [당황한 신음]

 

 (단이)  빨간불

 

 [타이어 마찰음]

 

 [한숨]

 

 (은호)  미쳤어내 차를 왜 타

 

 그런 사고를 쳐 놓고  내 차를 타면 어떡해!

 

 그러게

 

 정말 미쳤나 봐

 

 (은호)  지금 그걸 말이라고...  [휴대전화 벨 소리]

 

 받지 마

 

 어떻게 안 받아

 

 받지 말라니까

 

 하지 마

 

 - (은호누나누나  받지 마받지 마

 

 [휴대전화가 달그락 떨어진다]  (단이)  ?

 

 (동민)  여보세요?

 

 은호야

 

 (은호)  

 

 (동민)  단이 너랑 같이 있지?

 

 너희 지금 같이 있잖아

 

 [의미심장한 음악]  (동민)  설마 둘이...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지?

 

 나 한 번도 이런 이상한 생각  해 본 적 없는데

 

 아니야형  아니야절대로 아니야

 

 뭐 해아니라고 해얼른

 

 (은호)  형 지금 오해하잖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들었지?

 

 누나 목소리가 작아서  잘 안 들렸을 거 같은데

 

 아니랬어어  분명히 아니라고 말했어

 

 (동민)  아니면 돌아와

 

 단이 데리고

 

 (동민)  단이야

 

 내가 못난 놈인 거  내가 잘못한 거 나 아는데

 

 이러지 말자단이야

 

 [울먹이며]  지금 우리 장모님 쓰러지셨어

 

 너무 놀라셨어!

 

 돌아와단이야

 

 [한숨]

 

 내가 데려갈게

 

 10분만 기다려

 

 왜 그랬어?

 

 불안해서

 

 (은호)  돌아가고 싶지 않으면 안 가도 돼

 

 다른 데 가고 싶으면 말해  데려다줄게

 

 [울먹이며]  갈 데가

 

 없어

 

 [차분한 음악]

 

 그럼 공항으로 갈까?

 

 티켓 있는 데 맞춰서 그냥 아무 데나

 

 (은호)  거기가 어디든  가서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신혼여행 스페인 가기로 했는데

 

 엄마가 돈 없다고  제주도 가라 그랬는데

 

 내가 우겨 가지고

 

 신혼집에 넣을 가구며 뭐며 다 빚인데

 

 지금 그런 걱정 할 때야

 

 엄마가 쓰러졌다잖아

 

 아버지 돌아가신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단이가 훌쩍인다]

 

 [단이가 숨을 카 내뱉는다]

 

 [단이가 훌쩍인다]  [차 문이 탁 닫힌다]

 

 (단이)  네 차!

 

 [단이의 다급한 신음]  (은호)  잠시만요!

 

 멈춰잠깐...

 

 [부드러운 음악]

 

 (단이)  [작은 목소리로]  미안

 

 (단이)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날이 있다면

 

 딱 그 순간이다

 

 결혼 생활이 힘들 때마다  그때를 떠올리곤 했다

 

 그날

 

 내가 다시 결혼식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그날 은호가 가자는 대로 어디인가

 

 다른 먼 나라로 가 버렸다면

 

 지금의 나와는 다른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 익숙한 병 아시죠?

 

 우리나라 대표 자양 강장제

 

 [발을 구른다]

 

 [거친 숨을 내뱉는다]

 

 힘들게 일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

 

 (단이)  또 더운 불 앞에 서서 한 상 차렸지만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 봐도  피로가 싹 풀리는

 

 나는 역시 엄마구나

 

 (면접관1)  그 광고 알아요

 

 엄마가 아들한테  '우리 아들 누구 거?' 물으면

 

 여자 친구 이름 대는 게 핵심이죠

 

 자식 다 필요 없다

 

 진짜 피로 회복제는 약국에 있다

 

 제 주부 경험을 살려서 만든  광고입니다

 

 (단이)  이게 끝이 아닙니다

 

 이걸 시작으로 2012년  광고 대상 수상까지 거머쥐었죠

 

 감히 예상컨대  대한민국에 신드롬을 일으킨 이 광고

 

 모르시는 분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수영!

 

 ♪ 빠름빠름빠름 ♪

 

 대한민국 태권도

 

 ♪ 빠름빠름빠름 ♪

 

 이 익숙한 리듬  안 들어 보신 분 없으시죠?

 

 이 광고 스토리텔링 누가 했을까요?

 

 바로 제가 했습니다

 

 ♪ 빠름빠름빠름 ♪

 

 7년 전이잖아요

 

 (단이)  그렇죠, 7년 전이죠

 

 (면접관2)  7년 전에 회사 그만둔 뒤로는  쭉 노셨네요?

 

 (단이)  면접관님오해하고 계신 거 같은데요

 

 저는 논 게 아니라  국가 미래 자산인 아이를 잘 키우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가족을 위해 헌신하면서

 

 [익살스러운 효과음]  구청 문화 센터에서도 봉사 활동...

 

 (면접관3)  알겠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한숨]

 

 [한숨]

 

 [신나는 음악]

 

 (강사)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자신감 있게!

 

 (함께)  할 수 있다자신감 있게!

 

 (강사)  할 수 있다

 

 [강사의 기합]

 

 [익살스러운 효과음]

 

 직장을 그만둔 이유가 뭔가요?

 

 버텨 보려고 했는데

 

 아이 봐 주시던 친정엄마가 아파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면접관3)  입사해도 상사들이  다 나이가 어릴 텐데

 

 버틸 수 있겠어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면접관2)  커피 타기복사하기 등

 

 잔심부름만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면접관3)  야근이나 휴일 근무  출장 있으면 어떻게 할 거예요?

 

 남편은 뭐 하는 분이세요?

 

 (면접관1)  그동안 외벌이로 7년을 살 수 있었으면

 

 남편 벌이도 괜찮았을 거 아니에요

 

 잘렸구나남편이?

 

 1년 전에 이혼했습니다

 

 (강사)  할 수 있다자신감 있게!

 

 (함께)  할 수 있다자신감 있게!

 

 (강사)  할 수 있다자신감 많이!

 

 (함께)  할 수 있다자신감 많이!

 

 (강사)  소리 질러!

 

 [함께 환호한다]

 

 [작은 목소리로]  아유또 까졌네

 

 (단이)  죄송한데요

 

 밴드 있어요?

 

 (지원자1)  아니요없는데요

 

 (직원)  57번 강단이 님

 

 58번 서정인 님

 

 (단이)  

 

 [지원자1의 헛기침]

 

 (면접관4)  살림하는 동안 힘드셨겠어요

 

 한땐 잘나갔던 분인데

 

 포기도 쉽지 않았을 거고

 

 혼자 도태된 느낌도 들었을 거고요

 

 제 경험이 이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

 

 [잔잔한 음악]

 

 아까는 면접 보기 전이고  지금은 면접 다 봤으니까

 

 고마워요

 

 (지원자1)  취업 시장은 20대만으로도  피 터지는데

 

 아줌마 같은 사람들까지 많아서  정말 짜증 나요

 

 [지원자1이 가방을 정리한다]

 

 [문이 탁 여닫힌다]  [한숨]

 

 강단이 성질 다 죽었다

 

 (단이)  진짜 옛날에 만났으면...

 

 [변기 물이 쏴 내려간다]

 

 [문이 탁 열린다]

 

 [물이 쏴 나온다]  발이 조금...

 

 요즘 면접 자리에서  경단녀들 많이 보네요

 

 (면접관4)  [수도꼭지를 탁 잠그며]  구직 활동 힘들죠?

 

 (단이)  쉽진 않네요

 

 강단이 씨 마지막 답변이  기억에 남아요

 

 (면접관4)  11년 살림한 경험이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된다

 

 우리 회사가 강단이 씨한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죠?

 

 그게...

 

 우선 서류를 보셔서 알겠지만  제가 예전부터...

 

 (면접관4)  아니요현재의 강단이 씨요

 

 이 바닥이 참 많이 바뀌었어요

 

 (면접관4)  감히 경력 단절이니  재취업이니 하면서

 

 멋도 모르고 소풍 가는 기분으로  올 자리가 아니라고요회사라는 곳이

 

 잠깐만요

 

 저도 저 나름대로는 절박하게...

 

 (면접관4)  기분 나쁘게

 

 내가 어떻게 지킨 직장인데

 

 이제 와서 기어 나와기어 나오길

 

 [문이 탁 여닫힌다]

 

 (은호)  오늘로 19세기 후기

 

 낭만주의 고딕 소설의  구조 분석 강의는 끝났고

 

 제가 여러분에게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주는 선물이 있죠?

 

 [학생들의 야유]

 

 이번 챕터에서 배운  이론적 논의에 맞춰서

 

 조별로 원하는 장르 문학을 선정해서  분석토론해 오시고

 

 [학생들의 한숨]

 

 개인 과제 안 내 주면 또 서운하니까

 

 [학생들의 야유]  - (학생3) 안 서운해요  - (학생4) 괜찮아요

 

 내가 서운하니까

 

 (은호)  '장르 문학과 순수 문학의 경계'를  주제로

 

 리포트 한 편씩들 써 오시고

 

 [학생들의 야유]

 

 다음 시간에는 퀴즈 볼 거니까  그것도 준비해 오셔야 돼요

 

 (학생들)  너무해요!  [발랄한 음악]

 

 (은호)  너무 잘생긴 거

 

 나도 알아

 

 (학생5)  교수님!

 

 (학생6)  교수님잠깐만요

 

 (학생5)  교수님이것 좀 받아 주세요

 

 (학생6)  이것도요

 

 (은호)  오늘은 여기까지

 

 (학생7)  교수님이거 제가 쓴 소설인데  한 번만 읽어 봐 주시면 안 돼요?

 

 다음 달에  우리 출판사 신인상 공모 있으니까

 

 거기 투고해공식적으로

 

 (학생5)  교수님여자 친구 있어요?

 

 내일모레 상견례야  곧 결혼하려고

 

 (학생7)  말도 안 돼

 

 [새가 지저귄다]

 

 [발랄한 음악]

 

 [힘주는 숨소리]

 

 [힘주는 신음]

 

 ?

 

 (단이)  지난번하고 사이즈가 다르잖아?

 

 아유그새 또 바뀌었어

 

 [휴대전화 알림음]

 

 (단이)

 

 (단이)

 

 [익살스러운 음악]  아이진짜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도우미 아줌마  다른 아줌마로 바꿔 줘누나

 

 ?

 

 일단 청소해 놓은 거 보면 깔끔하고

 

 음식도 까다로운 네 입맛에  잘 맞을 거고

 

 (은호)  뒷말하는 아줌마 싫어

 

 사사건건 누나한테 다 말하잖아

 

 그래서?

 

 그 빨간 브래지어 여자는  언제 바뀐 건데?

 

 아이속옷 색깔까지 말했어?

 

 내가 진짜 누나가 소개한 아줌마라서  이때까지 참았는데

 

 [한숨 쉬며]  그 아줌마 칠칠찮아

 

 돈은 하루치 다 받아 가면서  일은 반나절밖에 안 하는 거 같고

 

 [통화 종료음]

 

 !

 

 까칠하기는

 

 네가 날 자르면 어떡하냐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으며]  당장 갈 데가 없는데

 

 나 이거라도 못 벌면 안 되는데

 

 [휴대전화 벨 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안녕하세요실장님

 

 (실장)  재희 어머니잘 지내시죠?

 

 재희 학생이 이번 학기도 여기서  다니고 싶어 한다는 얘기는 들으셨죠?

 

 그러려면 재정 보증인 서류가  필요해서요

 

 서류라면...

 

 (실장)  보호자의 재직 증명서랑

 

 천만 원 이상의 통장 잔고 내역서도  주시면 됩니다

 

 통장 잔고랑 재직 증명서요?

 

 [익살스러운 음악]

 

 [휴대전화 알림음]

 

 (단이)

 

 [물소리가 쏴 들린다]

 

 [휴대전화 알림음]

 

 (은호)

 

 (은호)  그 아줌마 이상해

 

 우리 집에서 샤워하는 거 같아

 

 내가 안 쓴 수건이  건조대에 걸려 있다니까?

 

 샴푸도 두 배로 줄고

 

 [마우스 클릭음]  [컴퓨터 오류음]

 

 어어어어...  [마우스 클릭음]

 

 ...

 

 (은호)  내가 바보야?

 

 [은호가 짜증 낸다]  노트북 전원이 켜져 있었던 적도 있어

 

 (은호)  내가 이런 얘기까지는 좀 그런데

 

 심지어 쌀도 팍팍 줄어

 

 그 아줌마 집에서 밥 먹고 간단 말이야  [은호의 한숨]

 

 [흥미진진한 음악]

 

 [만족스러운 신음]

 

 [힘주는 신음]

 

 남의 집 일 하다 보면  밥도 먹을 수 있지

 

 까칠한 새끼

 

 내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상자를 탁 민다]

 

 

 

 [새가 지저귄다]

 

 [흥미진진한 음악]

 

 (해린)  안녕하십니까이사님

 

 (유선)  굿모닝

 

 송 대리문에 붙은 종이 떼

 

 시간 정하면 뭐 해다들 늦는데

 

 아직 아무도 안 왔지?

 

 (해린)  안녕하십니까편집장님

 

 (은호)  안녕송 대리

 

 [문이 탁 열린다]  [지홍이 소리친다]

 

 (지홍)  작가님또 왜 이래

 

 글 좋다니까

 

 뭐를 또 엎어  그냥그냥 쓰면 돼

 

 쭉 쓰라니까그냥그냥 좀!

 

 컴퓨!

 

 컴퓨컴퓨터가 지금 이 순간에  왜 막 고장이 났을까?

 

 너 같으면 그 말을 믿겠니?

 

 (지홍)  그냥 차라리 손가락이 부러졌다 그래!

 

 이따 보자

 

 [거친 신음]

 

 (영아)  송 대리나 차에 구두

 

 미안해갖다줘

 

 (영아)  대표 아직 안 왔지?

 

 애가 아침에 갑자기 아파 가지고

 

 두 사람 결혼 안 하길 참 잘했어요

 

 남편은 남이고 애는 짐이고

 

 집이고 회사고 다 난장판이고

 

 내 인생 하나도 없고

 

 무슨 놈의 회의를 날이면 날마다

 

 딱히 대단한 용건도 없으면서

 

 솔직히 우리 얘기  들어주는 것도 아니잖아

 

 결정은 자기 혼자 다 하면서

 

 말 그대로 독재도 이런 독재가 없는데  무슨 놈의 간부 회의를

 

 날이면 날마다  그놈의 갈 길이 멀다는 말만 하고

 

 아유진짜  [영아가 화장품을 달그락거린다]

 

 (재민)  또 지각이시고

 

 [웃으며]  오셨네

 

 (재민)  갈 길이 멀어요갈 길이

 

 다음은 신입 사원 채용에 대한 건

 

 이거 서 팀장이 만든 거죠?

 

 이거 인사 팀장이랑  상의한 건데왜요?

 

 수정 사항이 좀 많은데요

 

 일단

 

 나이 제한 없음

 

 그게 왜...

 

 굳이 이렇게 명시할 필요가 있나요?

 

 (지홍)  아니아무리 다들 연령 차별 금지법  어긴다지만

 

 우리책 만드는 사람들인데  좀 부끄럽지 않나?

 

 (재민)  오케이오케이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기졸업자 및 2019 8월 졸업 예정자

 

 대신 서류 심사할 때 졸업한 지  2년 이상 된 애들 싹 다 걸러요

 

 됐지법 지켰지?  [은호의 한숨]

 

 (지홍)  부끄럽다정말

 

 그럼 이거 어떡해요?  학력 제한 없음

 

 (재민)  학력 제한이 없으면 되나

 

 공부 잘하는 애들이 일도 잘해요

 

 그렇죠공부를 잘했으면  인내심성실성열정기타 등등

 

 기본 자질은 그거 하나로  증명이 끝난 거죠

 

 (재민)  하나 우리가 또  책 만드는 사람들 아닙니까

 

 너무 계산적으로 살면  오던 복도 사라져요

 

 해서 하나는 법대로 제대로 합시다

 

 어디 보자업무 지원 팀

 

 '나이 제한 없음학력 제한 없음'

 

 [익살스러운 음악]  지원 팀 원래 고졸자 뽑잖아

 

 딱 한 명 그렇게 뽑으면 되겠네

 

 어차피 계약직이잖아요

 

 (재민)  그게 어디야이 불경기에

 

 - 아니그래도아니...  - (재민에취에이!

 

 - (은호아이씨  - (재민다음은 지난달 실적표

 

 (재민)  갈 길이 멀어요갈 길이

 

 [영아가 흥얼거린다]  이게 뭐야

 

 이게 실적표인가

 

 이거 어쩌나

 

 [지홍이 코를 훌쩍인다]

 

 [재민의 웃음]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익살스러운 음악]

 

 [구두가 툭 떨어진다]

 

 [신음]

 

 [문이 탁 닫힌다]

 

 [단이가 구두를 툭 내려놓는다]

 

 [단이의 힘주는 숨소리]

 

 [지퍼를 직 연다]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잔잔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 (동민단이야같이 해  - (단이

 

 (단이)  역시 집은 남향이야

 

 햇살도 이렇게 가득 들어오고

 

 어때우리 집이랑 잘 어울리지?

 

 딱이네

 

 (단이)  재희!

 

 [동민의 장난 섞인 탄성]  [자전거 벨이 울린다]

 

 [단이의 놀란 신음]

 

 (단이)  마룻바닥 다 긁히게

 

 재희야

 

 우리 따뜻해지면  밖에 나가서 자전거 타자

 

 공원에서

 

 (동민)  바닥 얼마나 긁힌다고닦으면 되지

 

 (단이)  얼마나 어렵게 산 집인데  차라리 내 얼굴을 긁어라

 

 

 

 (동민)  재희야일로 와주스 먹자

 

 (재희)  주스많이 먹을래  [동민의 힘주는 신음]

 

 [재희가 재잘거린다]  [동민의 웃음]

 

 [단이가 칼질한다]  (동민)  재희야이거 뭐야?

 

 - (재희강아지  - (동민강아지

 

 - (동민요거는?  - (재희뭐야?

 

 - (동민고양이  - (재희고양이!

 

 (동민)  그거 얼마나 한다고  사다 먹으면 되지

 

 (단이)  요즘 대파가 얼마나 비싼데

 

 이렇게 한 번 사서 꽂아 놓으면  겨울 내내 먹을 수 있는데

 

 그렇지?

 

 (동민)  재희야, '빌딩해 봐, '빌딩'

 

 (재희)  빌딩

 

 너희 엄마 돈 모아서 빌딩 사겠다

 

 [단이가 칼질한다]  - (재희빌딩 사겠다  - (동민이거 뭐야?

 

 (단이)  [울먹이며]  재희 아빠

 

 우리 다시 시작하자?

 

 내가 더 노력할게

 

 그래도 우리 사랑해서 결혼했잖아

 

 재희는 어떡해

 

 내가 다 잘못했어

 

 당신 사업 실패한 거

 

 나도 속상해서  싫은 말 많이 한 거 알아  [동민이 혀를 찬다]

 

 잘못했어다신 안 그럴게

 

 집 넘어간 것도 괜찮아난 다 괜찮아

 

 우리 시골 아버님 댁에 가서  다시 시작해도...

 

 시골 가서 뭐

 

 너 거기 가서 뭐 하려고

 

 땅 파먹고 사냐?

 

 (단이)  그래서

 

 바람피우면 그게그게 다 해결돼?

 

 그래서 바람피웠어?

 

 (동민)  아휴

 

 [한숨]

 

 잠깐만잠깐만재희 아빠재희 아빠

 

 [단이의 거친 숨소리]

 

 다시는

 

 다시는 그 여자 얘기 안 할게

 

 (단이)  내가 잘못했어내가 잘못했어

 

 (동민)  !

 

 (단이)  재희 아빠재희 아빠

 

 [문이 탁 여닫힌다]

 

 [흐느낀다]

 

 (단이)  울지 마

 

 단이야

 

 네 남편 안 돌아와

 

 아무리 울어도 안 돌아와

 

 넌 앞으로 계속 혼자야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손전등을 달칵 누른다]

 

 (단이)  재희야엄마야

 

 엄마가 유학원 실장님 전화를 받았는데

 

 미안한데 엄마가 형편이 너무 안 좋아

 

 엄마가 아직 집도 못 구하고  취직도 못 했어

 

 그래서 말인데...

 

 [휴대전화 벨 소리]  [놀란 신음]

 

 [휴대전화 조작음]  (단이)  재희야

 

 [재희의 울음]

 

 왜 그래재희야?

 

 왜 울어무슨 일이야?

 

 (재희)  [울며]  엄마

 

 나 너무 아파

 

 배가 너무 아파

 

 배가 어떻게 아픈데?

 

 병원은병원병원 안 갔어?

 

 (재희)  아니여기 보험 안 돼서  병원비 비싸단 말이야

 

 [단이의 한숨]  병원비...

 

 그렇다고 병원을 안 가면 어떡해!

 

 당장 선생님한테 전화하고 병원 가

 

 - (재희엄마...  - 재희야

 

 엄마 돈 있어

 

 네 병원비 얼마든지 있다고

 

 [한숨 쉬며]  병원도 가고

 

 거기서 공부 더 해도 돼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돼?

 

 속상하게

 

 왜 아픈데 병원을 안 가!

 

 ...

 

 서사는 좋은데 문장이...

 

 [컴퓨터 전원음]

 

 [안경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마우스 클릭음]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은호)  아이진짜이 아줌마가 진짜

 

 책상 근처는 손도 대지 말랬는데

 

 이걸 어떻게 참아

 

 강단이 소개고 뭐고  자르고 만다내가이씨

 

 아유!

 

 [한숨]

 

 [프린터 작동음]

 

 [한숨]

 

 (은호)  뭐야누나 왔다 갔어?

 

 [휴대전화를 쓱 집어 든다]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은호)  갑자기 취직은 왜 하려고

 

 [잔잔한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단이)

 

 [휴대전화 알림음]

 

 (재희)  엄마잘 거 같아서 톡만 보내  [단이의 안도하는 한숨]

 

 나 장염이래심각한 거 아니래

 

 주사 맞고 내일 퇴원하면 된대

 

 퇴원해서 전화할게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놀라며]  면접인데

 

 [다급한 숨소리]

 

 [단이의 비명]

 

 (인부1)  스톱스톱스톱스톱!

 

 안에 사람 있는데 확인 안 했어?

 

 (현장 소장)  뭡니까여기 왜 있어요?

 

 이것들 안 보여요?

 

 아이어떻게 들어간 거야?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가면 어떡해요!

 

 (단이)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한데  안에 짐이 좀 있어서...

 

 (현장 소장)  빨리 갖고 나가요

 

 건물주 알면 당신 이거 가택 침입이야!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무거운 음악]  [현장 소장의 짜증 섞인 신음]

 

 [문이 탁 닫힌다]

 

 [거친 숨소리]

 

 [힘주는 숨소리]

 

 [인부들이 웅성거린다]

 

 [인부1의 헛기침]

 

 [현장 소장의 헛기침]  (단이)  죄송합니다

 

 (인부2)  뭐야노숙자야?

 

 (인부3)  전기도 수도도 다 끊겼는데  어떻게 살았어?

 

 (인부1)  일합시다!

 

 (인부4)  아휴

 

 [문이 탁 닫힌다]

 

 [숨을 들이켠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도록 하겠습니다

 

 

 

 [헛기침]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입니다

 

 오갈 데가 없지만  일단 오늘은 면접을 보겠습니다

 

 [단이의 아파하는 숨소리]

 

 밴드 하나 사야 되는데

 

 - (단이진짜 아프네  - (남자1) 버스 왔네

 

 (남자2)  잠시만요

 

 - (남자3) 잠시잠시만요  - (단이?

 

 (남자4)  잠시만요  [단이의 당황한 신음]

 

 [버스 문이 탁 닫힌다]

 

 참 나

 

 [어이없는 웃음]

 

 진짜 별의별 일이 다...

 

 [구시렁거린다]

 

 [사람들의 놀란 신음]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경적]

 

 (남자5)  아이놀랐잖아요아이...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여자4)  어떡하냐

 

 (단이)  

 

 제가 오늘 면접 보러 가기로 한  강단이인데요

 

 강단이요

 

 제가 면접 가기가 어려울 거 같은데

 

 혹시 내일 보러 가면 안 될까요?

 

 그럼 죄송한데  한 시간만 미뤄 주시면...

 

 그럼요

 

 그게 원칙이고 규칙인 거 아는데요

 

 정말 딱 한 시간만...

 

 [차분한 음악]

 

 

 

 맞아요

 

 제 사정 따위는  안 봐주시는 게 당연하죠

 

 못 가는 게 아니라

 

 안 갈 거예요

 

 거기 가려면요

 

 지하철도 세 번이나 갈아타야 되고요

 

 회사도 구석에 있어서  나중에 다닐 때도...

 

 어차피

 

 저 안 뽑으실 거잖아요

 

 됐어요됐다고요

 

 다른 데 또 제가 구할 거고

 

 내가 안 갈 거예요

 

 [단이가 엉엉 운다]

 

 [포스 단말기 작동음]

 

 [휴대전화 알림음]  (종업원1)  삼천 원입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 (종업원1) 안 사시게요?  - 죄송합니다

 

 [잔잔한 음악]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문고리를 달그락거린다]

 

 (은호)  집 비번 바꿔 놓을 거야

 

 그 아줌마 보내지 마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벨 소리]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은호)  만델링 드립으로 주세요

 

 - (종업원2) 네  - (은호얼음 하나만 넣어서

 

 [종업원2가 잔을 탁탁 내려놓는다]

 

 (여자5)  나 선봤어

 

 결혼하려고

 

 [잔을 잘그락거린다]

 

 바빴겠네  3주 만에 결혼 결정까지 내리려면

 

 (은호)  남자는 어때?

 

 할 말이 그것뿐이야?

 

 중요한 문제잖아  너랑 결혼할 남자인데

 

 우리 사귄 거 맞니?

 

 - 날 사랑하긴 했어?  - (은호알잖아

 

 나 누구한테 맞추고 그런 거  복잡한 거 못 해

 

 결혼?

 

 안 맞아

 

 [헛웃음]

 

 잠깐만

 

 이제 하고 싶은 대로 해

 

 [여자5가 컵을 탁 내려놓는다]

 

 너는...

 

 내가 이거 입고 집에 가려 그랬는데

 

 (여자5)  넌 사랑을 몰라

 

 그런 게 있다고 믿지도 않아

 

 나쁜 자식  [컵을 탁 내려놓는다]

 

 [문이 탁 열린다]

 

 [포스 단말기 작동음]

 

 (종업원3)  천육백 원입니다

 

 [잔잔한 음악]

 

 (은호)  내가 사랑을 믿지 않게 된 건

 

 단이 누나 때문이다

 

 [하객들의 환호와 박수]

 

 (동민)  파이팅!

 

 [휴대전화 진동음]

 

 (단이)  

 

 - 왜 전...  - (은호전화했던데?

 

 (단이)  어디야?

 

 집 비밀번호도 바꿔 놓고

 

 바꿔 놓는다고 했잖아  그 아줌마 보내지 말라고

 

 전화는 왜 안 받았어?

 

 [한숨]

 

 여친한테 차이느라

 

 왜 차였는데?

 

 아니웃기는 애네?  브래지어는 남의 집에 벗어 놓고

 

 사랑을 모른대내가

 

 남자들이 대충 그걸 모르긴 해

 

 너라고 알 턱이 없지

 

 이게 다 누나 때문이야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했는데?

 

 [헛웃음]

 

 됐어누난 알 거 없어

 

 (은호)  어제 우리 집 왔다 갔어?  이력서 있던데

 

 갑자기 취직은 왜?

 

 (단이)  다 끝났어

 

 경력 단절은 아무도 안 뽑아

 

 이번 생은

 

 망했어

 

 진짜 그런 기분이 들어

 

 (단이)  오라는 데도 없고 갈 데도 없고

 

 통장에 남은 돈은  재희한테 송금하면 끝이고

 

 (은호)  동민이 형 사업 괜찮아진 거 아니었어?

 

 누나 지금 어디인데?

 

 난 지금

 

 내 인생 절벽 앞

 

 [익살스러운 음악]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병을 탁 내려놓는다]

 

 나 이제 갈 데도 없는데

 

 (단이)  그냥 아무 남자나 나타나면

 

 그 남자가 어떤 남자든  따라가 버릴 거야

 

 오늘 밤 확 그 남자를...

 

 (남자6)  아가씨!  [단이의 놀란 신음]

 

 (단이)  아씨깜짝이야!

 

 [남자6이 헛구역질을 한다]  (은호)  누나

 

 너 일단 끊어 봐

 

 내 인생이 아무리 엉망이지만 진짜

 

 (단이)  아휴넌 진짜 아니다

 

 아유아저씨놔요!

 

 (남자6)  나랑 술 딱 한 잔만 하자

 

 내가 이래 봬도  되게 괜찮은 사람이거든

 

 이런 수박씨 발라 먹는 아저씨가

 

 어디서 이런 시바 새끼 견 같은  십 색 볼펜이 굴러와서

 

 조팝나무에 다 지나간  병신년을 쓰고 지랄이야?

 

 - (단이!  - (남자6) 내가 재밌게 해 줄게

 

 [단이의 힘주는 신음]  (남자6)  ?

 

 (단이)  너 죽을래놔  [남자6의 힘주는 신음]

 

 (서준)  너 그 손 안 놔?

 

 미안내가 많이 늦었지?

 

 가라고이 새끼야

 

 (남자6)  내가 뭐

 

 - (남자6) 무서워서 가는 줄 아나  - (서준!

 

 (남자6)  안녕히 계세요

 

 나도 사랑받고 싶다

 

 [서준의 한숨]

 

 (서준)  괜찮아요?

 

 미안해요

 

 저기 2층에서 보고 있었는데  위험해 보여서

 

 고마워요

 

 혼자서도 뭐  잘 싸울 수 있었지만 어쨌든

 

 (서준)  어휴

 

 신발 없는 사람 처음 보세요?

 

 한여름은 아니니까요

 

 (서준)  저기 앉아 봐요

 

 [단이를 탁 잡는다]

 

 ...

 

 (서준)  내가 지금 좀 미친놈 같은데

 

 나도 진짜 어이가 없는데요

 

 나한테 신발이 하나 있어요

 

 [부드러운 음악]

 

 (서준)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당신 자유인데

 

 나도 맨날 여자 신발 갖고 다니는

 

 그런 남자는 아니에요

 

 잠시만요

 

 그냥 가만히 있어요

 

 딱 맞네요

 

 [웃음]

 

 [웃음]

 

 왜 웃어요

 

 이거 내 신발이잖아요

 

 (서준)  아침에 버스 기다리다가

 

 어떤 여자를 봤거든요

 

 신발이 한 짝 없더라고요

 

 [자동차 경적]

 

 [자동차 경적이 연신 울린다]

 

 여기 있어요여기!

 

 (서준)  신발 주인한테 돌려주려고 했는데

 

 이미 없어졌더라고요

 

 그 여자를 좀 찾아봤는데

 

 찾은 건 다른 신발 한 짝이었어요

 

 두 짝이 다 있는 신발을  버릴 수도 없고

 

 '이걸 어떡하지?' 생각했는데

 

 딱 그 신발 주인을 만났네요  거짓말처럼

 

 (서준)  이 이야기 마음에 들어요?

 

 내가 방금 지어낸 이야기인데

 

 다 좋아하는 이야기죠신데렐라

 

 - 그렇죠?  - (단이근데

 

 신데렐라 이야기 믿기엔  내 나이가 좀 많아요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서  내 인생 구원한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난 안 믿어요

 

 난 내 힘으로 살고 싶어요

 

 [살짝 웃는다]

 

 [서준의 다급한 신음]

 

 [부드러운 음악]

 

 안 추워요?

 

 추워요

 

 살다 보면 가끔 추운 날도 있겠죠

 

 (단이)  이거 가져요

 

 선물이에요

 

 내 신발 찾아 준 값

 

 제 전 재산이에요

 

 가위로 이 초록 부분만 잘라서 드시면

 

 당분간 대파 살 일은 없을 거예요

 

 (서준)  잠깐만요

 

 이거 가져가요

 

 (단이)  돌려줄 방법이 없는데요

 

 이미 다 젖었기도 하고요

 

 그래도 가져가요

 

 [스위치를 달칵 누른다]

 

 [초인종이 울린다]

 

 [인터폰 조작음]

 

 [문이 달칵 여닫힌다]

 

 [문이 탁 닫힌다]

 

 뭐야형이랑 싸웠어?

 

 왜 이렇게 흠뻑 젖었어?

 

 나 따뜻한 물 한 잔만

 

 (은호)  

 

 [단이의 한숨]

 

 (단이)  추워

 

 (은호)  무슨 일인데?  [은호가 컵을 탁 꺼낸다]

 

 저 가방은 뭔데?

 

 아까 그 전화는 뭐고  [물이 보글보글 끓는다]

 

 [은호가 컵을 달그락거린다]

 

 [은호가 컵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한숨]

 

 [은호의 한숨]

 

 (은호)  

 

 [단이의 한숨]

 

 나 오늘 여기서 좀 자고 갈게

 

 다시 말해 봐

 

 여기서 좀 재워 달라고

 

 딱 하룻밤만

 

 [난감한 숨소리]

 

 가출했냐누나?

 

 [단이의 한숨]

 

 [한숨]

 

 거긴 왜 올라가

 

 (은호)  부부 싸움 칼로 물 베기라는데  그냥 집에...

 

 차은호!

 

 자고 간다고딱 하루만

 

 누나가 정말

 

 오늘은 갈 데가 없다고

 

 [잔잔한 음악]  (단이)  갈 데가

 

 없어

 

 [한숨]

 

 [문이 달칵 여닫힌다]

 

 [가방을 툭 내려놓는다]

 

 [단이의 힘주는 숨소리]  [스위치를 달칵 누른다]

 

 [한숨]

 

 [달그락거린다]

 

 왜 저러지?

 

 그래도 형한테 전화는 해 줘야 되나?

 

 [입소리를 쩝 낸다]

 

 내가?

 

 ?

 

 [새가 지저귄다]

 

 무슨 일인데?

 

 (은호)  이거 뭐야

 

 누나나 모르는 일 많지요즘?

 

 진짜 말 안 해 줄 거야?

 

 알았어말 안 시킬게천천히 먹어

 

 그래말 안 하고 싶을 수도 있지

 

 그럴 때도 있지살다 보면

 

 나 도우미 아줌마나 다시 구해 줘

 

 내가 할게파출부

 

 왜 그러냐진짜

 

 (은호)  집에 안 들어갈 거야?

 

 들어갈 집

 

 없어

 

 이혼했어, 1년 전에

 

 소설 쓰냐?

 

 (은호)  내가 모르는 일이  누나한테 있었다는 게 말이 돼?

 

 어젯밤에 재워 줬으니까  설거지 정도는 하고 나가

 

 그리고 집에 가

 

 주말에 내가 전화할게

 

 누나동민이 형 바람피웠어?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답답한 숨소리]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정말 이혼한 거 아니겠지?

 

 신입 사원 공개 채용?

 

 (단이)  내 볼까?

 

 [단이의 한숨]

 

 내 봤자 보나 마나 또 안 되겠지

 

 대학 나오고 스펙 있으면 뭐 하냐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걸

 

 그냥 확 버릴 수도 없고

 

 차라리 그냥 고졸이었으면...

 

 [흥미진진한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은호)

 

 (은호)

 

 (은호)

 

 [휴대전화 조작음]

 

 (은호)

 

 (은호)

 

 [한숨]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해린)  다음 번호 세 분 나와 주세요

 

 - (해린이지영 씨?  - (지원자2) 

 

 - 김민철 씨?  - (지원자3) 

 

 - 강단이 씨?  - (단이

 

 (해린)  이쪽으로 오세요

 

 질문 좀 길게 하지 마

 

 적당히 좀 끊고

 

 인재를 그렇게 뽑아야 쓰겠습니까?

 

 꼼꼼하게...

 

 [흥미진진한 음악]

 

 [부드러운 음악]

 

 (은호)  누나 최종 학력이 왜 고졸이야?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건데?  인생이 심심해?

 

 ()  우리 신입 사원 담당이

 

 2대 마녀라고 소문난 여자래요

 

 (해린)  이 중의 한 명은 한 달도 안 돼서  사직서를 쓸 겁니다

 

 (은호)  회사에선 남남이야

 

 알은척도 하지 말고  내 도움 받을 생각도 하지 마

 

 [자동차 경적]

 

 (단이)  너희 집에 가는 거 아니야

 

 [문이 달칵 열린다]

 

 [단이의 기분 좋은 신음]

 

 (송이)  쟤 좀 촌스럽다

 

 (은호)  아니요딱 제 타입인데요?

 

 (단이)  별로인가 봐

 

 [자동차 경적]  (단이)  나는 아직 너를 잘 몰라

 

 그래서 너를 지금부터  알아 가 보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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