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바이, 마마1
[문이 달칵 닫힌다]
(근상) 오, 뭐야!
[근상이 투덜거린다]
(강화) 안 가, 안 간다고!
안 간다고, 이 미친놈아, 진짜
내일모레 기말이야, 축구? 미쳤나 봐, 진짜
너 지금 파리 같아
야!
누나가 아는 동생 데리고 온다 그랬다고
엄청 이쁘다니까?
강화야 우리가 어떻게 들어온 대학교인데
너 공부만 할 거야? 연애 안 해?
[가방을 툭 뺏으며] 어, 안 해
연애하려고 대학 왔냐? 의대생이 빠져 가지고, 진짜
너 부모님한테 죄송한 줄 알아라
야
너 내가 우리 부모님 얘기 하지 말라 그랬지?
[뛰어가는 발걸음] 아나, 저 계근상, 진짜, 씨...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의대생?
아, 뭐야, 언니, 말도 없이 나 갈래
(현정) 야, 야, 야, 야
아, 그냥 같이 축구 보자는 거잖아 뭐, 연애를 하래?
아, 남자랑 있는 거 나 불편하단 말이야
아이, 알았어, 아, 얘가 진짜... [유리의 황당한 숨소리]
(현정) 앉아, 앉아 봐, 아이, 앉아 봐, 앉아 [TV 중계가 흘러나온다]
- (사장) 어서 오세요 - (근상) 안녕하세요
(강화) 야, 너 30분이다
야, 누가 너보고 연애하래? 같이 축구 보자는 거잖아
알았어, 가, 가, 빨리 가
너 때문에, 새끼야, 후반 30분...
지금 축구가 중요하냐고, 진짜! 지금 기말이 진짜...
- (근상) 누나! - (현정) 자기야!
(현정) 누구야, 누구, 누구, 누구?
[사람들의 기대하는 탄성]
[잔잔한 음악]
(유리) 서로를 알아보고
사랑에 빠진 시간, 3초
예측 불가능한 순간
사랑은 평범한 척 우리의 인생에 찾아왔다
[밝은 음악]
(강화) 유리야!
- 끝났어? - (강화) 어
[쪽 하는 효과음]
[카메라 셔터 효과음]
[되감기 효과음]
[함께 환호한다]
[카메라 셔터 효과음]
[카메라 셔터 효과음]
[카메라 셔터 효과음]
[유리와 강화의 웃음]
[유리와 강화가 재밌게 떠든다]
[카메라 셔터 효과음]
[강화가 기침한다]
[문이 덜컹 열린다]
[개가 왈왈 짖는다]
어?
어... [밝은 음악]
[헛웃음] [유리가 화낸다]
[유리의 웃음]
[카메라 셔터 효과음] [유리의 비명]
[카메라 셔터 효과음] [강화의 힘주는 신음]
[개가 왈왈 짖는 효과음]
(유리) 찰나의 순간을 비웃듯
우리가 사랑한 시간 수년
켜켜이 쌓인 시간들 속에
우리의 운명은 무적인 줄 알았다
[파도 소리]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중계자) 자, 2010 남아공 월드컵
대한민국과 그리스의 첫 번째 경기
[TV 중계가 계속된다] (사람들) 대한민국!
[사람들이 응원한다] [유리의 한숨]
[강화의 거친 신음]
(강화) 미안해, 내가...
내가 나오려고 하는데 막 환자, 환자가
막, 막...
아, 대체 응급실은 왜, 왜 그럴까?
왜, 왜 내가 교, 교대할 때만 항상 이럴까?
진짜 별꼴이지, 그렇지?
내가 따라 줄...
자, 아, 아이, 그래 내, 내가 스스로 따를 수 있어
어, 자
아, 아이, 그래
자, 따를게
짠 할까? 어, 어, 나 혼자 마실게
[한숨]
- 안 되겠어 - (강화)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유리야, 내, 내가, 내가 잘못했어, 어?
(강화) 유리야, 어? 내가...
우리 그냥...
(TV 속 중계자) 자, 여기서, 좋아요! 박지성이 끌어냈습니다!
박지성 좋아요!
박지성, 박지성! 폭풍같이 달려갑니다! [사람들의 기대하는 탄성]
박지성 좋아요, 그대로 슛!
결혼하자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TV 속 중계자) 골! [사람들의 함성]
어? 뭐, 뭐라고?
씨...
내가 살아 준다고 [사람들이 응원한다]
[한숨]
나한테 장가와!
조강화!
[밝은 음악]
[밝은 반주가 흘러나온다] [사람들의 박수]
(강화) ♪ 나도 그댈 사랑해 ♪
♪ 그대보다 더 ♪
♪ 오래오래 ♪
♪ 평생 웃게 해 줄게 ♪
♪ 우리 둘이서 ♪
♪ 같이 산다면 ♪
[유리의 당황한 숨소리] 아니야
♪ 그댈 사랑해 ♪
♪ 그대보다 더 ♪
(유리) ♪ 많이많이 ♪
♪ 평생 웃게 해 줄게 ♪
♪ 우리 둘이서 ♪
♪ 같이 산다면 ♪
♪ 그댈 사랑해 ♪
♪ 그대보다 더 ♪
♪ 많이많이 ♪
[폭죽이 펑 터진다]
- (강화) ♪ 평생 웃게 해 줄게 ♪ - (유리) ♪ 평생 웃게 해 줄게 ♪
- (강화) ♪ 우리 둘이서 ♪ - (유리) ♪ 우리 둘이서 ♪
- (강화) ♪ 같이 산다면 ♪ - (유리) ♪ 같이 산다면 ♪
(유리) 강화 유리처럼 깨지지 않을 이 단단한 13년의 시간들을
(강화) 감사합니다! [하객들의 환호]
(유리) 우린 믿었다
[달그락 소리가 들린다]
(유리) 서우야, 밥 먹어야지 엄마 밥 다 했네?
어어? 서우야
[어두운 음악]
서우야, 그거 만지는 거 아니야
엄마 '이놈' 한다?
아, 위험해, 안 돼, 서우야!
(민정) 조서우
[민정의 한숨]
위험하게 이거 만지면 어떡해
엄마 화낸다?
[한숨]
[코드를 탁 내려놓으며] 이리 와
[거친 숨소리] [차분한 음악]
(유리) 그러나 인생은
우리가 마음먹은 것처럼 호락호락 흘러가 주지 않았고
아무도 우리의 이별을 예측하지 못했다
[새가 지저귄다]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유리) 아, 왜 물을 거기다 놔, 위험하게?
좀만 늦었어 봐
잠깐 눈 돌리면 뻔히 사고 칠 나이인데
이씨, 이봐요, 듣고 있어요?
[유리의 놀란 숨소리]
나 보이는 거 아니지?
아, 근데 지금 뭘 잘했다고, 자기가, 씨...
하, 뭐야
[헛웃음]
[애교스럽게] 서우야
[차분한 음악] [유리의 웃음]
어? 우리 서우 그래도 오늘은 기분이 좋네? 어?
아이, 착해, 아이, 예뻐
(유리) 난 귀신이다
[유리가 말한다]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
인간이 하는 수많은 착각 중
살아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게 있다면
바로 세상에 인간만이 살고 있다는 착각이다
사실 세상은 보이진 않지만
수많은 생명들이 함께 살고 있는데 말이다
계근상?
- (강화) 야, 너 변비라며 - (근상) 어?
- (강화) 이거 마셔 - (근상) 생큐, 생큐...
(근상) 출근길에...
뭐 하는 거야, 출근길에, 이 자식아
[시끌시끌하다] (유리) 우리 귀신들도 함께
(유리) 우리 서우 오늘 큰일 날뻔했다, 그렇지?
아유, 누구 딸내미인지 그냥 아주 이뻐 죽겠네, 어?
뽀뽀, 엄마 뽀뽀
뽀뽀, 뽀뽀, 뽀뽀, 뽀뽀, 뽀뽀...
[한숨]
[편안한 음악]
[한숨]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학부모들이 저마다 인사한다]
안녕, 바이 바이
(미소 엄마) 서우 엄마!
바빠요?
오늘은 커피 한잔하지?
(치인 엄마) 그래, 그만 빼고 같이 가요
얘기도 하고 좋잖아
전 안 좋아해요, 무리 지어 다니는 거
(미소 엄마) [헛웃음 치며] 저 싸가지
아유, 오만정
[치인 엄마의 웃음] (은비 엄마) 서우 엄마 오민정 아니에요?
별명
(치인 엄마) 애가 자기 엄마한테 오만 정 다 떨어지겠다고 해서 오만정이잖아
[엄마들의 웃음]
(치인 엄마) 아유...
아니, 이제 겨우 다섯 살짜리 애가, 어?
미술, 영어, 발레
종일 학원 뺑뺑이 돌리는 거지, 뭐
(유리) 그래서 오만정?
뭐, 그럴듯하네
(미소 엄마) 자기 새끼였어 봐, 저러나
(은비 엄마) 자기 애가 아니에요?
(치인 엄마) 서우 아빠 재혼했잖아, 전 마누라 죽고
[무거운 음악] 애 혼자 보기 힘드니까 학원 돌리는 거지, 뭐
(은비 엄마) 아, 친엄마가 죽었구나
- (은비 엄마) 아, 어쩐지 애가... - (미소 엄마) 어둡지?
(미소 엄마) 자기도 느꼈지?
자세히 보잖아?
[작은 소리로] 애가 어둡고 이상해
어이, 엄마들
(미소 엄마) 아유, 깜짝이야, 아...
남의 집 걱정은 사서도 한다지만
거, 말 좀 가려서 합시다
- (치인 엄마) 아니, 우리가 뭘... - (미소 엄마) 아니, 우리가 뭐...
(현정) 우리도 다 죽어요
미소네 휴가 발리로 간다면서요?
화산 폭발도 아직 안 했지?
발리
[의미심장한 음악]
(미소 엄마) 마녀야, 뭐야?
(유리) 아니, 어둡긴 어디가 어두워?
그렇게 보려니까 그래 보이는 거지
다섯 살짜리가 어두울 게 뭐가 있다고, 진짜
다들 죽어 봐야 안다니까, 어?
저렇게 몰려다니면서 남 얘기 할 시간에
내 새끼 얼굴 한 번 더 보는 게 낫지
이씨, 너희들은 천년만년 살 줄 알아? 그렇지?
근데 저러고 가서 또 가게 욕하고 다니는 거 아니겠지, 언니?
하라면 하라지
아, 됐어, 뭐 어째
뭐, 끼니 굶을까 무서워? 까려면 까라 그래
확 다 까 버릴까 보다, 그냥
내가 다 까 버릴 거야 내가 아주 그냥 다, 다
- 손으로 아주 다, 아주 - (유리) 그렇지
(현정) 다 까 버릴 거야
아유, 야, 이거 칼로 까야겠다 [차분한 음악]
[마우스 조작음]
심전도 결과가 나왔는데요 부정맥 맞으시네요
이거 간단한 수술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환자) 선생님이 해 주시는 거죠? 수술
에이, 아니요
저보다 한 5만 배 잘하는 분이 해 주시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 네
[마우스 조작음]
(환자) 네
아, 그럼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들어가세요
[문이 드르륵 여닫힌다] [전화기 버튼음]
예, 지금 나간 환자분
장 교수님 스케줄 체크해서 넘겨드려요
네
[수화기를 달칵 내려놓는다]
(남자1) 지금 내가 아프잖아, 아프잖아! [간호사들이 제지한다]
- (간호사1) 술 깨고 내일 오세요 - (남자1) 치료를 해 달라고!
- (간호사1) 술 깨고 내일 오세요 - (남자1) 아니, 아프다고!
(간호사1) 술을 마시지 마시고 내일 오세요
(남자1) 의사 선생님 어디 있어, 의사 선생님
(간호사2) 의사 선생님 지금 예약 다 찼어요 [익살스러운 음악]
- (남자1) 내가... - (간호사2) 집으로 가실게요
(남자1) 의사 데려오라 그래, 의사!
(간호사1) 진정하세요, 진정하세요
- (간호사1) 깨시고 내일 오세요 - (남자1) 아니라고
(남자1) 아픈데,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놔, 놔 봐!
아, 아프다잖아! [간호사들이 계속 제지한다]
(간호사1) 그렇죠, 그렇죠 술을 마셔서 그래요, 선생님
- (남자1) 나 술 안 마셨어! - (간호사1) 냄새가 나는데...
[남자1이 말한다]
[강화의 한숨]
어, 야, 야, 야, 일로 와
(강화) 너 절로 가
저 전산실 가야 되는데
절로 돌아가 확, 씨, 빠져 가지고, 빨리 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의사1) 오, 선생님, 선생님!
됐어
- (정 간호사) 식사하셨어요? - 네
(정 간호사) 조 선생님, 장 교수님이 찾으시던데
어떤 뉘앙스로?
뭐, 가령 '조 선생님 못 봤어요?'라든가
아니면은 '조강화 이 삐 새끼 어디 갔어!'
막 '삐 새끼' 뭐, 어떤...
후자 같아요
- 고마워요 - (정 간호사) 아, 예
고마워요, 네
조울 수치도 낮고, 우울 수치도 정상
근데 시계는 어디서 사셨어요?
예?
예...
아, 강박도 없으시네 어, 폭식도 없고
한번 만져 봐도 돼요?
예?
[옅은 한숨]
(근상) 또 오세요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강화) '또 오세요'?
또 오긴 뭘 또 와, 이 자식아 병원에서 할 말이냐, 그게?
- 너 봤냐? - 뭐, 쟤?
너 운동하는 사람 처음 보냐?
야, 근데 쟤는...
야구 선수야, 연예인이야?
(근상) 아니, 시계...
시계 말이야, 시계, 시계!
리미티드 에디션 저거...
저거를 내가 1년을 구했는데 못 구한 거잖아, 아...
아, 쟤는 저거를 어떻게 구했지?
뭐, 셀럽 찬스 그런 거 있나?
너도 셀럽이야
우리 병원에서 유명해, 빨리 들어와
[헛웃음]
(근상) 아, 뭐, 아, 뭐야
(근상) 아, 뭐... [문이 탁 닫힌다]
하긴, 너 아까 걔 옷발 봤지?
이게 외모만 된다고 아무나 셀럽을 하는 건 아니거든, 응
이 얼굴과 몸의 비율 이거는 내가 유명하지
그런 셀럽 말고
유명해, 너, 미친놈으로
- 미친놈? - 그래, 이 미친놈아
아, 야, 시끄럽고, 빨리 와서 소견서 좀 빨리 뽑아 봐 봐, 아...
장 교수님이 나 찾는대, 아...
아이고, 미친놈
(근상) 너는 언제까지 이 짓 할래?
그냥 다 솔직하게 얘기하고 치료를 받자니까?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안녕 못 해
네
[침을 꿀꺽 삼킨다]
[문이 탁 닫힌다]
(장 교수) 너...
호출을 3일째 하고 있는데 왜 안 와
아니, 그게, 그...
진료가 계속 밀리니까
그, 환자를 제쳐 두고 갑니까? 의사가
뭣이 중한디... 요
똥 싸라
환자가 그렇게 중해서 몇 년째 외래 진료만 보냐?
흉부 애들 인원 달려서 밤낮으로 수술실 처박혀 있는 거 보면
양심의 가책도 안 느껴, 넌?
더는 못 봐줘
(장 교수) 다음 달부터 수술 팀 붙어
넌 인마, 수술하기 싫으면 왜 대학 병원에 붙어 있어!
나가 개업해!
아, 무슨 망할 일 있어요? 흉부로 개업을 왜 해
아, 미쳤나 봐, 왜 이러시니, 진짜
- (근상) 미... - (장 교수) 뭐, 이 새끼야? 씨...
(강화) 아니, 아니, 내가 그리고 뭘 안 하고 싶어서 안 하나? 어?
매달 소견서 내잖아요 양해해 달라, 예?
아, 막말로 나 수술하다가 이거 뭐야, 그, 수전증 이거 와 봐요
그러면 큰일 나요, 의료 사고 나
우리 다 골로 가는 거예요
네, 교수님, 음...
사실 지금도 저와 상담 중이었습니다
- 닥치고! - (근상) 예
- 갖고 와 - (근상) 예
[흥미진진한 음악]
어, 가, 갖다드려
[프린터 작동음]
'불규칙한 생활 패턴 불면증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
(장 교수) '수전증과 양극성 정동 장애가 보임'
'오전엔 무기력과 우울에 빠지고'
'저녁 6시 이후 급격히 기분이 좋아짐'?
(장 교수) 나도, 이 새끼야 아침에 출근할 때 무기력해지고
퇴근할 땐 기분 좋아 날아다녀
네, 저도...
'음주 후 극도의 행복함을 느끼고'
(장 교수) '다음 날 급격한 통증이 동반됨'?
[강화의 아파하는 숨소리]
뭔 통증?
술병...
[근상의 신음]
이게 전문의 소견서냐?
절친 소견서지, 이...
미친놈들아!
[속삭이며] 미친 새끼야
[속삭이며] 죽여 버려, 죽, 죽을래?
- (강화) 무슨 생각으로... - 죽여 버려
[장 교수의 한숨] [강화가 속삭이며] 네가 생각이 있는 새끼냐?
[강화가 콧노래를 부른다]
[간호사들이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강화) ♪ 나는 행복합니다 ♪
♪ 나는 행복합니다 ♪
♪ 정말정말 행복합니다 ♪
♪ 기다리던 오늘 그날이 왔어요 ♪
♪ 즐거운 날이에요 ♪
♪ 움츠렸던 어깨 답답한 가슴을 ♪
♪ 활짝 펴 봐요 ♪
[추임새]
♪ 가벼운 옷차림에 다정한 벗들과 ♪
♪ 즐거운 마음으로 ♪
♪ 들과 산을 뛰며 노래를 불러요 ♪
♪ 우리 모두 다 함께 ♪
[신호등 알림음]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강화) ♪ 나는 ♪
[신호등 알림음]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 나는 행복합니다 ♪
♪ 나는 행복합니다 ♪
♪ 나는 ♪
[TV에서 발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콩콩 콩순이 콩콩콩 ♪
♪ 너도 나도 콩콩 콩콩♪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서우야, 아빠 오셨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 (민정) 일찍 왔네요 - (강화) 응
(강화) 서우 잘 놀았어?
(유리) 잘 놀기는, 응?
하루 종일 어린이집, 미술, 발레, 영어
학원만 갔는데, 이씨
- (강화) 별일 없었지? - (민정) 응, 별일은 뭐
별일이 없다고?
야, 네 딸 오늘 큰일 날뻔했어, 어?
(유리) 하마터면 감전돼서 나 따라올 뻔했다니까?
[TV에서 발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하늘 높이 콩콩콩 ♪
[애교스럽게] 서우야
오!
어, 따라 해 봐
♪ 콩콩콩 ♪
- ♪ 너도 나도 콩콩콩 ♪ - ♪ 너도 나도 콩콩콩 ♪
[의미심장한 음악] [유리가 계속 노래한다]
[강화의 탄성]
[차분한 음악]
[종이를 사락거린다]
(강화) 서방이 너무 잘생겨서 눈을 못 떼겠지?
뭐 이런 조각 같은 놈이 다 있나 싶고
하, 뭐래
이제 볼 일 없으니까 미리 많이 봐 두는 거다, 이 밥팅아
어디 가게? 나 놔두고?
우리 열무 나오면 네 얼굴 볼 시간이나 있겠어?
애 보기 바쁘지
너도 내 얼굴 많이 봐 둬
이제 내 얼굴 보기 힘들걸?
네,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강화) 씁, 어디 한번 봐 둬 볼까?
(유리) 아! 어? 하지 마, 야 [강화의 힘주는 신음]
- 자, 이렇게도 봐 두고 - (유리) 아, 씨...
아, 야!
(유리) 일로 와, 너 일로 와 네 얼굴도 뭉개 보자, 어?
- (유리) 일로 와 - (강화) 가만있어 봐
(강화) 조서우, 아빠가 흘리지 말고 먹으라고 했지?
왜 그래요? 애가 흘리고 먹을 수도 있지
(강화) 서우가 흘린 건 서우가 주워 먹어, 얼른
[칭얼거린다]
서우 이제 다섯 살이잖아 이런 거 혼자 할 줄 알아야지
이씨
이제 다섯 살짜리가 뭘 혼자 해, 이 밥팅아!
[유리의 성난 숨소리]
(유리) 치, 자기는 다섯 살 때까지 똥 기저귀 찼다면서
웃겨, 정말
내가 우리 서우 크면 다 말해 줄 거야
(여자1) 딸, 점심 뭐 먹었어?
- (여학생1) 돈가스 - (여자1) 저녁은?
- (여자1) 부대찌개? - (여학생1) 응!
(여자1) 엄마가 맛있게 끓여 줄게
[차분한 음악]
[버스 문이 칙 닫힌다] 어어?
[유리의 안도하는 한숨]
[유리의 한숨]
[어두운 음악]
[유족들이 흐느낀다]
"고 강상봉 신위"
[TV 전원음] (TV 속 앵커) 며칠 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야구 선수 강빈 씨의 발인이 오늘 진행됐습니다
경찰은 강 씨가 최근 승부 조작 혐의와 게이설에 휩싸여
이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TV 뉴스가 계속된다]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웃음소리가 들린다]
"고 정귀순"
[울음소리가 들린다]
"고 차유리"
[흐느낀다]
어우, 씨...
[의미심장한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함께 놀란다]
[빈의 비명] [대춘의 놀란 탄성]
누, 누, 누구세요?
뭐여, 야 지금 놀란 겨? 시방 우리가 귀신이라고?
다, 다, 당신들 누, 누, 누, 누구야
아니, 아니, 아니 누, 누, 누, 누구세요?
저승사자다, 이놈아! [빈의 겁먹은 탄성]
(귀순) 입주를 했으면 떡을 돌려도 모자랄 판에
왜 동네방네 시끄럽게 처울고 있어!
[미자가 벽을 탁 짚는다]
처음 죽어 봤잖아요, 뭘 알겠어
(귀순) [헛웃음 치며] 여기 뭐, 두 번 죽어 본 귀신 있나?
- (봉연) 아유... - 아이씨...
[빈의 놀란 탄성] [대춘의 웃음]
강빈 맞지?
(영심) 아, 대박
(봉연) 도루왕 강빈? 진짜?
(영심) 강빈! [봉연의 놀란 신음]
어머, 어머, 맞네, 맞아!
죽었단 소식은 들었는데 여기로 왔구나
(귀순) 누군디? 아는 놈이여?
(대춘) 아이, 거, 왜, 있잖아요, 거, 어?
야구 선수 강빈! [대춘의 웃음]
강빈!
- (봉연) 강빈! - (대춘) 강빈!
(빈) 아이, 진짜... [봉연의 환호]
도루를 어떻게 그렇게 기가 막히게 잘해?
내가 그거 물어보고 싶어 가지고 왔어요 [봉연이 소리친다]
(대춘) 야구를 기가 막히게 잘하잖아, 어?
아이, 나와 봐!
[저마다 말한다]
(봉연) 오, 강빈!
(대춘) 아니, 그, 그, 어떻게 한 거예요? 어? [봉연이 '강빈'을 외친다]
[저마다 계속 말한다]
와 봐, 와 봐, 와 봐, 와 봐, 와 봐
[빈의 당황한 신음] - (대춘) 강빈, 강빈!
(귀신1) 어? 강빈 같은데?
- (대춘) 강빈, 강빈! - (봉연) 강빈!
[귀신들이 시끌벅적하다]
(대춘) 나 진짜 강빈 씨 팬이야
[귀신들의 탄식] [저마다 걱정한다]
[빈의 아파하는 신음] (미자) 우와!
[미자의 탄성]
나 운동선수 처음 봐
이렇게라도 보니 반갑네? 인사해
(대춘) 아유, 반가워, 반가워 [귀신들이 인사한다]
(귀신들) 안녕
(영심) 운동선수라고 하기엔 병이 좀 깊지
병이 좀 깊지
- 뭔 병인데? - 스타병
[귀신들의 웃음]
(영심) 어?
너 이름도 가명이야?
본명은 상봉이여, 강상봉 [귀신들의 웃음]
(귀순) 아이고, 강빈은 무신
원빈이여, 현빈이여, 김우빈이여?
아주 그냥 연예인 나셨네, 나셨어!
근데 어쩌다 죽었대? 젊은 양반이?
(만석) 자살 [귀신2의 놀란 신음]
아까 뉴스에서 주야장천 틀어 주던데
자살? [금재의 헛웃음]
에이씨!
너 쟤랑 붙어서 놀아라
안녕, 나도 자살
[긴장한 숨소리]
[바람이 휭 분다] [비장한 음악]
[미동댁의 당황한 탄성] [익살스러운 음악]
[귀신들의 놀란 신음]
[미동댁이 쾅 떨어진다] [귀신들의 놀란 신음]
[귀신들의 놀란 숨소리]
[미동댁의 신음] [귀신들이 걱정한다]
[힘주는 신음] [귀신들의 놀란 탄성]
뭐야, 이게
뭔 놈의 바닥을 이리 빡빡 닦아 놨어!
(귀순) 아유, 여기 뭐, 사람 사는 데여?
인적이 없어 그러제
[손뼉 치며] 방뎅이 깨진 겨?
[귀신들의 웃음]
아이고, 살살 좀 허지, 똥폼은
[미동댁의 거친 숨소리]
[미동댁의 헛기침]
(미동댁) 뭐, 마침 다 모여 있네
뭐, 얘야?
뭐, 자살이라니까 속은 안 썩이고 올라가겄네
(미자) 뭐, 우리는 속 썩이나?
근데 최 씨는 가족들하고 인사 잘하고 올라갔어?
올라가긴 개뿔
- 나와! - (귀신3) '나와'?
(대춘) 아, 뭐야 아니, 왜, 왜, 왜 최 씨가 여기 있어?
아니, 마지막으로 식구 만나게 해 주면 올라간다 그랬잖아!
[귀신들이 웅성거린다]
[차분한 음악]
(미동댁) 어디서 본 건 있어 가지고
인사는 하러 갔지
(최 씨) 얘들아
그래, 아비다
아비 이제 가마
잘들 살아라
아비 인생은 너희들 덕에 행복했고 고마웠다
어미야, 너의 탕국이 그리울 것 같다
넌 어미한테 잘해, 이 새끼야
둘째 며느리, 너도 고생했고
사랑한... [익살스러운 효과음]
(남자2) 물티슈
[가족들의 탄성]
(여자2) 어디서 이런 게 들어왔어? 에이
[귀순이 혀를 찬다]
(귀순) 지 아비 두 번 죽였구먼, 호래자식
[최 씨가 훌쩍인다]
[귀신들의 안타까운 신음]
[미동댁의 당황한 탄성]
(미동댁) 울기는 왜 처울어?
너 올라갈 거라고 내가 보고서를 싹 다 올렸는데
내가 울고 싶다!
너희들도 그래
아무리 귀신이라지만
약속을 했으면 좀 지키라고! [흥미진진한 음악]
내 구역만 지금 실적이
빵 프로야, 빵!
[귀신들의 헛기침]
빵 프로라는 게 말이 돼? 이게 지금?
[유리의 괴로운 신음] 넌 어디 도망가려고? 어?
(유리) 아, 도망은, 누가 도망을 가 그냥 귀가 중이었지
[작은 소리로] 아이씨, 저게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나
- (미동댁) 뭐, 이것아? - 아, 아, 아, 알았어, 알았어
어, 안 도망갈게, 어? 어, 이것 좀 놔 봐
- 이거 좀, 이거 좀 놓고 얘기해, 어? - (미동댁) 어딜...
(유리) 이것 좀 놔 봐!
[귀신들의 놀란 신음] [미동댁이 털썩 넘어진다]
허, 한번 해보자 이거지? [방울이 딸랑거린다]
[귀신들이 야유한다]
(미동댁) 원위치!
[방울이 딸랑거린다]
[신비로운 효과음] [귀신들의 놀란 탄성]
[미동댁의 웃음] (유리) 아, 진짜!
아, 미동댁 실적 빵인 게 뭐, 우리 탓이야?
위에서 그, 환생 순환, 순환 정책인가? 뭐
그 이상한 정책을 만들어 내려보내니까 그러지!
시대가 어느 때인데 이 민주주의 시대에
(미자) 어? 맞네, 맞아 유리 말이 백번 맞네
시대가 어느 때인데, 어? 옳소!
(귀신4) 맞아, 맞아! [귀신들이 동의한다]
[귀신들의 놀란 탄성]
너희들이 올라가 환생을 안 하니까 지상에 인구수가 줄어
[흥미진진한 음악] (미동댁) 귀신 수만 급증해져서
길에 밟히는 게 귀신이야, 미어터져! [귀신들의 놀란 탄성]
근데도 위에서 낸 정책이 이상해?
그럼 처음부터 귀신 민주화를 시키지 말든가
[귀신들이 호응한다] 옛날처럼 사자들 보내서 다 데리고 올라갔으면 됐잖아!
귀신도 인권이 있다면서
뭐, '이승에 살지 저승 가 환생할지 골라라'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다들 환생 안 하니까, 뭐 인구수 줄었다고 올라가라면 가?
(귀순) 사람이나 신이나 매한가지여
윗분들 바뀌면 정책 엿 바꾸듯이 바꾸는 거
- 요랬다조랬다 - (미자) 응, 내 말이!
(미동댁) 천벌받아! [귀신들의 놀란 신음]
어디서 함부로 입을 놀려!
다 뜻이 있는 거야, 윗분들의...
(유리) 뜻은 개뿔, 어?
막말로 죽어서 올라가려는 사람이 어디 있어?
여기는 그, 아들 사업 망해 가지고 맨날 와서 울지
여기는 또 딸이 암 재발해 가지고 걱정이 태산이지
다들 갈 상황이 아니라고
알면서!
[귀신들의 한숨]
(귀순) 가자
- (귀신5) 가자 - (귀신6) 가, 가
(유리) 저거 봐, 저거 봐, 어?
꼭 귀신들 마음 아프게, 어?
씁, 그럼 넌 왜 못 가?
네 남편 새장가도 갔겠다 뭔 걱정이 있어서?
(미동댁) 너 네 딸 옆에 붙어 있으려는 거 누가 모를 줄 알아?
뭐, 뭐, 그럼 좀 안 되나? 어?
내가 내 새끼 옆에 좀 있겠다는데!
(유리) 메롱! [미동댁의 당황한 신음]
(미동댁) 이, 저, 저!
저, 입만 살아 가지고, 저...
[손을 탁탁 치며] 아기 옆에 붙어 있으면 안 된다고 몇 번을 말하냐!
곱게 올라가자고!
어?
[코를 드르릉 고는 소리가 들린다]
[무거운 음악]
쯧, 그래, 뭐...
(미동댁) 죽은 것도 억울한데
핏덩이 새끼 두고 가기가 어디 쉽겄냐
[혀를 찬다]
불쌍한 것들
아휴...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의미심장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유리) 아이고, 좋은 아침!
(미자) 아이고, 제삿날이라 기분이 째지지?
배 속에 기름칠 좀 하겠어?
그러게, 놀라는 거 아니야?
(영심) 쟤 오늘 제삿날이야?
아, 좋겠다
난 아직 제삿밥 먹으려면 6개월이나 남았는데
제삿날인데 좋기만 하겄냐?
[잔잔한 음악]
[종이 울린다] [목탁 소리가 들린다]
(스님) 정구업진언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오방내외안위제신진언
[스님이 계속 염불을 왼다] [유리의 탄성]
이쯤에서 알코올 한잔이 촉촉하게 들어와 주면 딱인데
(유리) 스님한테 말 좀 해 줘
아휴...
[혀를 찬다]
(유리) 아휴
아유, 아유, 배불러, 아...
아이고
아, 토할 거 같아, 아...
[유리의 힘겨운 신음]
[무풍의 한숨]
(무풍) 뭐가 그리 급했을까, 내 새끼
[흐느끼며] 아, 불쌍한 내 새끼...
[힘겨운 신음]
아, 아빤 또 왜 그래
(은숙) 불쌍하기는, 퍽이나 울 일도 많다
부모 앞선 딸년이 뭐 그렇게 불쌍하다고
아, 그만 울고 빨리 치우고 집에 가
[은숙이 음식을 정리한다]
(유리) [한숨 쉬며] 나도 알아, 엄마
미안해요
[물이 쏴 나온다]
근데 아빠한테 너무 그러지...
[은숙이 흐느낀다]
[슬픈 음악]
[은숙이 연신 흐느낀다]
[문이 탁 닫힌다]
(연지) 엄마, 세수했어?
(은숙) 졸려 죽겠어
운전대 잡은 사람 옆에서 꾸벅꾸벅 졸 수는 없잖아
(연지) 언니는 형부 재혼한 거 좋을까, 서운할까?
(무풍) 네 언니가 어떤 애인데
안 서운해해
좋아할 거야
[연지의 웃음] (연지) 맞네
엄마는, 어? 언니 제삿날만큼은 형부 좀 봐주지
시끄러워!
이제 우리 식구 아니야
잘 살고 있는 사람이 여기를 왜 와?
빨리 와
(강화) 숨이 가쁜 건요, 어머니
미세 먼지 때문일 수도 있어요, 아마
그러니까 마스크를 꼭 쓰고 다니셔야 돼요, 어머니
자, 뭐, 다른 거는 다 괜찮으니까 결과 나오면 그때 또 보시죠
[함께 웃는다]
동시에 수면 내시경을 한 거야
근데 와이프 마취가 먼저 깬 거지 [의료진들의 탄식]
그것도 모르고 그냥 계속 불륜녀 이름을 불러 대는데
막 '미진아'...
[의료진들의 탄식]
이걸 보다가 와이프가 뭐라 그랬게?
(의사2) 뭐라 그랬어?
'메스'
[의료진들의 웃음]
(간호사3) 오, 진짜요?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유리) 어?
서우다
[신비로운 음악] [비명]
[유리의 신음]
(유리) 아, 진짜...
하이
[유리의 짜증 섞인 숨소리]
왜, 왜, 왜 또!
(미동댁) 자, 자네들은 볼일들 보시고! [신비로운 효과음]
어?
(유리) 어, 나 불쌍하다며 그래 놓고 또 왜 이래?
(미동댁) 자는 척하더니 자기 유리한 것만 들었네?
애 옆에 있으면 안 된다는 소리는 못 들었냐?
(유리) 애 아니고 내 딸이거든?
네 딸이고 나발이고 안 된다고!
(유리) 아, 진짜...
아, 이럴 거야?
이거 풀어, 아, 빨리빨리 빨리 풀어!
(미동댁) 이게 어디서 신경질이야, 이게?
뭐, 뭐, 내가 틀린 말 했어?
이게! [방울이 딸랑거린다]
방울만 들면 다냐?
(유리) 방울 빼면 쥐뿔도 없는 게
아니야! 아니야!
(미동댁) 아니야!
아유, 더럽게도 말을 안 들어 가지고 아유, 속 터져, 정말
아유...
[유리의 신음] (미동댁) 아이고, 우째쓰까
[유리의 놀란 신음] 집 안에 덜떨어진 잡귀 하나가
착 붙어 가지고 떨어지질 않네
미쳤어? 아! [신비로운 효과음]
(미동댁) 이거 한 장이면 아주 그냥 근처에도 못 오게 할 수 있는데
20만 원, 카드도 환영
어, 우아, 지금 나 갖고 장사하려고 온 거야?
써 주기만 해, 이씨
[서우가 미동댁을 툭툭 친다] [미동댁의 놀란 숨소리]
(미동댁) 안녕, 네가 서...
[의미심장한 음악]
(민정) 아니요, 괜찮아요
- (민정) 가자 - (미동댁) 아유, 저, 저, 잠깐만...
(유리) 두고 봐
[당황한 숨소리]
아이고, 아버지
[의사1의 당황한 신음]
(강화) 야, 네가 여기 왜 있냐? 오늘 당직 내가 신청했는데
일지 못 보셨습니까? 저로 바뀌었는데
- 그래? - (의사1) 예
어, 너 가, 내가 해
(의사1) 아유, 됐습니다, 가시죠, 그냥
가랄 때 가라, 마음 바뀌기 전에
확 그냥, 발로 확 그냥 차 버릴라
수고하십시오
[문이 드르륵 여닫힌다]
[한숨]
[강화의 한숨]
집에 가라
(근상) 애 기다린다
중환자실 발작요
- (근상) 야 - (강화) 야, 비켜, 비켜
[밝은 반주가 흘러나온다] (TV 속 성우1) 드디어 오늘이다
(TV 속 성우2) 요, 콩순이, 오늘이 뭔데?
(TV 속 성우1) 음, 오늘은
♪ 오늘은 내 생일 ♪
[TV에서 노래가 계속 흘러나온다] 아빠 안 오시나 봐
그냥 케이크 먼저 먹자
[칭얼거린다]
그럼 더 기다려?
[유리의 한숨]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한숨]
[한숨]
[차분한 음악]
[한숨]
(유리) 아빠가 생일 축하한대
생일 축하해, 우리 서우
[새가 지저귄다]
[긴장되는 음악]
[놀란 숨소리]
아이, 이게 진짜 또...
(유리) 좋은 말 할 때 나와라 쥐어 터지기 전에
뒤져서 나오면 두 대다, 너
어쭈, 안 나와?
나와
씁, 안 나와?
나와
[난처한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유리) 내 이럴 줄 알았어
너 나 보고 튀었지?
내가 분명히 여기 얼씬거리지 말라 했다
아, 저, 아니...
지박령한테 터에서 나가라 그러는 게 어디 있냐?
아, 어디로 가라고
아, 여기가 왜 네 터야 내 새끼 터지!
네 유골로 가!
그게...
[흐느끼며] 어디 있는지 몰라
(지박령) 잃어버렸어
뭐?
아니, 어쩌다가...
아, 아니...
암튼 그래도 안 돼
아, 그건 네 사정이고
(유리) 애들이 기가 얼마나 약한데
너 붙어 있으면 기 다 빨려, 내 딸
그렇게 치면!
너도 마찬가지지
넌 뭐, 사람이니?
[어두운 음악]
- 뭐? - (지박령) 내가 볼 땐
나보다 네가 더 문제야
쟤
좀 있으면 너 받아야 될걸?
쟤
(지박령) 우리 봐
[긴장되는 음악]
[놀란 숨소리]
[지박령의 웃음]
이런 미친!
야! 이게 불쌍해서 봐주려 했더니 뚫린 입이라고 진짜 [지박령의 웃음]
와...
하, 진짜, 저게 어디서 되지도 않는 개소리를 하고 있어
[분한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일어났어, 서우야?
[신비로운 음악]
[놀란 숨소리]
서, 서, 서우야...
(서우) 응?

[놀란 숨소리]
[놀란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강화가 하품한다]
(강화) 서우 잘 잤어?
물 줄까?
일로 와
[강화의 힘주는 탄성]
가자, 가자
[놀란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달려오는 발걸음]
[유리의 거친 숨소리]
서, 서우가...
날 보나 봐
[미동댁의 옅은 한숨]
나 때문이지?
유아기 애들은 기가 약하니까
그런 애한테 내가 태어날 때부터 붙어 있어서?
맞네, 나 때문
말을 했었어야지, 나한테
나도 최근에 알았다
말했잖아 애 옆에 붙어 있으면 안 된다고
(유리) 내가 그렇게 만든 거잖아
내가 귀신이니까
- 다 나 때문에... - 귀신이기 전에 엄마니까 그랬지
서우...
우, 우리 서우 어떡해, 이제?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긴장되는 음악]
[아이 귀신의 웃음]
(미동댁) 이미 느끼고 본다면
귀신들이 알고 애 주변으로 몰릴 거야
아직 아기라 사람이랑 귀신 구분 못 할 거고
그래서 더 위험할 수도 있어
(교사1) 서우야! 조서우!
아, 서우는 어디 간 거예요? 서우 못 봤죠?
대체 어디 간 거야
서우야!
얘 어디 간 거야
서우야, 조서우!
어디 있니, 서우야!
서우야!
조서우!
[한숨]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교사2) 없어요
(교사3) 아, 분명히 여기서 잘 놀고 있었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진짜
(원장) 위층에도 없어요
왜 그래요? 우리 서우 왜!
(원장) 저기, 일단 흩어져서 더 찾아보고 경찰에 신고하죠, 응?
서우, 서우...
(교사3) 서우야!
서우야! [문이 탁 열린다]
- (교사3) 없어요? - (교사1) 없어요
[거친 숨소리]
(교사3) 서우야!
[교사4가 수업한다]
[아이들이 떠든다]
[아이들이 떠든다]
(원장) 서우야!
[긴장감이 고조되는 효과음]
[아이 귀신의 웃음]
[아이 귀신의 웃음] [긴장되는 음악]
[놀란 숨소리]
(미동댁) 아직 아기라 사람이랑 귀신 구분 못 할 거고
그래서 더 위험할 수도 있어
[놀란 숨소리] (유리) 서우야, 서우야!
[어두운 음악] 서우야!
서우야
[다급한 숨소리] 어떡해
여기요, 여기! 우리 서우 여기 있어요!
저기예요, 저기, 냉동고!
어떡해, 우리 서우 좀 빨리...
아, 제발
[흐느끼는 숨소리]
서우야
[유리가 흐느낀다]
서우야, 서우야
서우야!
[유리의 놀란 숨소리]
[놀란 숨소리]
(교사2) 어머, 어, 서우야!
여기 있어요!
서우 여기예요!
어떡해
[교사들이 소란스럽다]
[사이렌이 울린다]
(유리) [울며] 우리 서우 어떡해
좀 봐 봐
[심전도계 작동음]
[민정의 거친 숨소리]
(유리) 괜찮은 거지? 우리 서우 괜찮은 거지?
애가 혼자...
(강화) 냉동고에 왜 들어갑니까?
(교사3) 그게...
원래 애들이 주방이 어디인지도 모르는데
혼자 어떻게 알고서 거길 들어갔는지 모르겠어요
[강화의 한숨]
[강화의 한숨]
[강화의 한숨]
[차분한 음악]
(유리) 미, 미안
[흐느낀다]
나 때문에...
[한숨]
[유리가 계속 흐느낀다]
엄마가 미안
[의미심장한 음악]
(미동댁) 올라간다고?
(유리) 갈게
내가 갈게, 내가 없어질게
그럼 우리 서우 괜찮은 거지?
귀신 안 봐도 되는 거지?
그건 몰라
내가 올라가서 빌어 볼게
나 환생 안 해도 돼
[흐느끼며] 나 지옥 가도 돼
그냥...
그냥 걷는 것만 보고 가려고 그랬어
[잔잔한 음악]
걷는 것만... [흐느낀다]
[아기 서우의 옅은 신음]
[옹알거린다]
[아기 서우의 웃음]
[아기 서우의 울음]
(유리) [울며] 그러다가 말하는 거...
뛰는 거, 먹는 거
가야 된다는 거 아는데
[아기 서우의 울음] 조금만 더 보고 싶고
[유리가 흐느낀다]
조금만 더...
[거리가 시끌벅적하다]
[잔잔한 음악]
(여학생2) 엄마!
(여자3) 수아야!
아유, 우리 딸
[수아의 웃음]
- (여자3) 오늘 잘했어? - (수아) 당연하지
(여자3) 저녁 뭐 먹을래?
[유리의 한숨]
[고조되는 잔잔한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느려지는 잔잔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신비로운 음악]
[유리가 흐느낀다]
왜...
왜, 왜, 왜 안 돼?
왜 나만 안 돼?
(유리) 왜 안 돼, 왜!
그냥 보는 것도 안 돼?
그것도 안 돼?
왜 안 돼, 왜!
당신이 뭔데?
당신이 뭔데!
[유리가 오열한다]
[유리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어두운 음악]
[유리의 울음]
[천둥이 콰르릉 친다]
[사람들의 비명]
[천둥이 콰르릉 친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무거운 음악]
[천둥이 콰르릉 친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유리) [오열하며] 당신이 있어도 된다며!
있어도 된다 그랬잖아!
아, 왜, 왜, 왜, 왜 안 돼! [천둥이 콰르릉 친다]
[유리의 분한 숨소리]
네가 신이야? 어?
신이면 다야!
네가 신이야!
이 개새끼야! [천둥이 콰르릉 친다]
주말엔 그냥 간단히 수제비 한 그릇 먹으면 되는데
수제비가 간단해?
(은숙) 집에 감자도 하나 없고 어차피 장 봤어야 했어
(은숙) 뭐 해, 이 양반이
- 빨리 안 와? - (무풍) 어, 가, 가
[차분한 음악]
[문이 탁 닫힌다]
[연지가 중얼거린다]
[작은 소리로] 아빠 왜 저래?
어?
물러서
마음이 물러 터져서
(무풍) 그래, 안 돼
당신은 마음먹은 것처럼 다 될지 모르겠지만 난 안 되겠어
내 딸도 보고 싶고
손녀도 보고 싶고
사람이 어떻게 마음먹은 대로 돼!
[문이 쾅 여닫힌다]
아빠 또 서우 봤지?
(연지) 아, 그러니까 이럴 거면 차라리 이사를 가자니까
눈에라도 안 보이게
너도 들어가, 정신 시끄러워
네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밝은 음악이 연주된다]
(성가대) ♪ 기쁘다, 구주 오셨네 ♪
♪ 만백성 맞으라 ♪
♪ 온 교회여 ♪
♪ 다 일어나 ♪
♪ 다 찬양하여라 ♪
♪ 다 찬양하여라 ♪
♪ 다 찬양, 찬양하여라 ♪
♪ 구세주 탄생했으니 ♪
♪ 다 찬양하여라 ♪
♪ 이 세상의 만물들아 ♪
♪ 다 화답하여라 ♪
♪ 다 화답하여라 ♪
♪ 다 화답, 화답하여라 ♪
♪ 기쁘다, 구주 오셨네 ♪
♪ 만백성 맞으라 ♪
♪ 온 교회여 ♪
[감성적인 음악]
[타이어 마찰음]
[쾅 부딪는 소리가 들린다]
[사이렌이 울린다]
(강화) [흐느끼며] 유리야, 유리야
유리야, 유리야
[강화가 오열한다]
유리야!
[놀란 숨소리]
[신비로운 효과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부드러운 음악]
♪ 기다린 꿈처럼 넌 내게 ♪
♪ 봄처럼 환한 넌 내게 ♪
(유리) 어? 이게 왜 차가워?
보여! 설마 나 지금 사람 됐어?
대체 왜? 갑자기 왜?
(미동댁) 보여도 못 본 척
절대 다른 귀신들한테 걸리지 말아
(강화) 굉장히 닮은 사람들이 간혹가다가 있을 거야
쌍둥이처럼 닮은 [강화의 신음]
(근상) 정신 나가셨어요?
(강화) 뭐야, 이거, 이거 왜 이래?
도플갱어 본 적 있냐?
(미동댁) 딱 49일 안에
[개가 왈왈 짖는다] 네가 원래 자리를 찾으면
영원히 그대로 살 수 있어
(유리) [울며] 안녕, 서우야
.하이바이,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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