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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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암전의 화면에서 타이틀이 뜨기 시작하면서 들려오는 마이크 음성.
재판관(VO/F)
피고 이준석.. 일어나세요. 주민등록번호. 본적. 그리고 주소를 말하세요.
준석(VO/F)
640227-1105914. 부산시 남구 우암동 189번지. 주소는 영도구 청학3동
대림빌라 4동 1109홉니다.
재판장(VO/F)
검사측 질문 하세요.
검사(VO/F)
피고 이준석은... 지난 92년 10월, 서면의 국제 나이트 클럽 앞에서 살해된
한동수를 알고 있습니까?
SLOWFADE IN
INT. 재판정-DAY
화면이 서서히 밝아지며 과거 재판정 모습으로 이어진다.
피고인석에 앉아있는 은기와 우산청년. 그 옆에 준석이 서 있다.
준석
예... 친굽니다.
법정 안은 방청객들로 가득 차 있고, 그 가운데 중호, 상택의 모습도 보인다.
동수 아버지의 목젖이 크게 움직이고
검사
에... 그러면 피고가 당시 박은기과 송기호에게 한동수를 살해 할 것을 지시한
적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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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호가 속이 타는 심정으로 준석의 뒤통수를 쳐다본다.
준석
(가볍게 쉼호흡을 하고는)
예... 제가 지시 했습니다.
순간 방청석이 왁자지껄 소란스러워지고 동수의 부친은 지그시 눈을 감는다.
상택과 중호 그리고 진숙의 표정이 허탈해 진다.
재판관이 망치를 두들기며 장내의 소란을 잠재우는 동안 담담한 표정으로 서 있는 준석.
친구의 주제음악 <In Memorium>의 선율이 흐르기 시작하고...
DISSOLVE FROM
DISSOLVE TO
TITLE SEQUENCE
아련한 멜로디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굵은 장대비.
한적한 시골길. 소풍을 나섰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맞는 초등학생들의 모습.
야속하단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보는 아이들이 가방과 손으로 비를 가리며 근처 나무 가지 밑으로 우르르
뛰어간다.
소나기가 퍼 붓는 뿌연 물 안개 속에 보이는 어느 들녘의 전경.
소쿠리를 하나씩 든 채 풀 숲 사이 어디론가 걸어가는 한 무리의 사람들.
우산이나 우비도 없이 푸른색 같은 옷을 입고 줄지어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극부감으로 1960년대의 장대비가 내리는 부산 자갈치 근처의 한 거리가 보인다.
카메라가 점점 아래로 내려가며 옛날식 검은 우산들과 우비를 입은 사람들의 바쁜 움직임을 잡다가 막 한
횟집에서 나오는 한 무리의 남자들이 우산을 펴 드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노랗고 붉게 물든 단풍잎들에 연신 빗방울이 떨어지고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불면 촉촉히 젖은 성훈(남 12세)과 다른 아이들이 우르르 왔던 길을 빠른 발길로 다시
돌아간다.
런닝 셔츠 차림의 남자 무리가 나뭇가지 아래로 밭에서 줄지어 일하는 모습이 부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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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서 다 자란 상추를 따서 각자 소쿠리 속에 넣는데 카메라가 얼굴로 올라가면 얼굴에서 빗물이 흘러 내리는
준석의 모습.
60년 초반의 비 오는 거리를 중절모를 쓴 이철주(30대 중반)와 멋쟁이 건달들.
각자 부하들이 씌워주는 우산 속에서 얘기를 나누며 차를 향해 걸어간다.
우산의 검은 천에 튕기는 빗방울들...
처마 끝으로 모여 떨어지는 굵은 물줄기 너머로 아이들이 우르르 지나가면 그 아래 쪼그리고 앉은 성훈.
혼자서 김밥 도시락을 먹다가 빗속에 부르릉~ 연기를 내며 멀어지는 마을 버스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사동 입구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줄기.
교도관들이 재소자들의 몸을 수색하고 그 앞으로 준석이 다른 재소자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간다.
쓱 뒤를 돌아 하늘을 한번 올려다본다.
승용차 안에 앉아 물끄러미 밖을 내다보는 이철주의 얼굴이 비치는 차창 위로 빗물이 스쳐 흘러내린다.
화면이 점점 어두워지며 음악과 함께 타이틀 씨이퀀스가 끝난다.
FADE OUT
FADE IN
EXT. 사찰 아래-NIGHT
암전의 화면에서 서서히 밝아지면...
짙푸른 어둠 속, 온통 진한 새벽 안개로 뒤 덥힌 산 아래의 전경. 그 위로 뜨는 자막 <2008년 양산>
뿌연 안개 입자 속에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차량들의 헤드라이트.
장삼을 입은 팔뚝에 노란색 완장을 차고 기다리고 있는 십 여명의 중들. 모두 비장한 얼굴이다.
CUT TO
텅텅 문이 닫히며 젊은 녀석들 20명 가량이 각자 나눠 타고 온 차에서 내린다.
곧이어 각목,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채 걸어 와 스님들과 조우한다.
그 중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성훈)이 쓱 앞으로 나온다.
쌍꺼풀이 진한 눈. 오똑한 콧날에 갸름하고 하얀 얼굴이 그다지 건달처럼 보이진 않는다.
그런 성훈을 본 대장 중(30대 후반)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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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중
야아들 이거...?! 건달 맞나?
그러자 성훈이 따라 하듯 대장 중을 아래위로 훑어 보며
성훈
이 사람들 이거... 소림사 맞나?
대장중
머..?
성훈이 목을 빼서 각목을 든 중들의 면면을 쳐다보더니 옆으로 침을 찍 뱉으며
성훈
완전 도 닦는 스타일들만 왔네... 이래가 절 도로 찾겠소?
EXT. 산 오르막-새벽
두두두둥- 북소리와 함께 푸르스름한 여명.
푸드득 새가 날아가고
새벽 서리를 맞으며 산을 오르는 성훈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의 입에서 짙은 입김이 뿜어져 나온다.
EXT. 사찰 일각-새벽
산허리에 위치한 사찰. 마치 횟불을 밝힌 성처럼 보인다.
담장과 사찰 입구에 머리만 깎았지 생긴 건 틀림없는 건달들이 진을 치고 있다.
사찰 입구 중들 중 하나가 멀리 올라오는 무리를 발견하곤 얼른 입구에 있던 조그만 종을 친다.
따당따당따당~ 종이 울리기 시작하자
와아아아~하는 함성이 울려 퍼지며 성훈 무리가 일제히 사찰을 향해 돌격한다.
사찰 입구에서 옆으로 흩어지는 공격진들.
군데군데 담장을 뛰어 넘는 성훈 무리와 각목과 쇠파이프를 휘둘러 이를 저지하는 방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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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기와가 떨어져 박살나고 바리케이트를 부수고 사찰 안으로 진입해 들어 온 성훈.
사찰 여기저기서 몰려 나오는 무리들과 일대 격전이 벌어진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처럼 벌어지는 싸움.. 푸른 새벽 산사에 둔탁한 타격음과 함성..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산 너머에서 붉은 해가 쏫아 오른다.
EXT.INT. 대웅전/앞-DAY
절을 지키던 녀석들이 우르르 산 아래로 퇴각하고 사찰 접수에 성공한 무리는 부상자들을 챙기고 물을 마신다.
손에 피 뭍은 도끼를 들고 숨을 몰아 쉬는 성훈.
그런데 대웅전 쪽이 아직 시끌벅쩍 소란스럽다.
다가가는 성훈이 삐딱하게 안을 쳐다본다.
성훈이 밖에 서서 웅성거리는 녀석들 중 귀걸이를 한 녀석에게
성훈
머고?
장삼이 흠뻑 젖은 한 젊은 중의 손에 육각 성냥이 들려 있고, 휘발유를 부은 듯 옆에는 기름통이 놓여있다.
해영
깡패들 다 나가라. 안 그라믄 절에 확 다 불질러 뿐다.
그런데 쓱 앞으로 가서 젊은 중의 얼굴을 쳐다보는 성훈의 미간에 진한 주름이 생긴다.
성훈 뒤로 우르르 몰려오는 건달들.
젊은 중이 작심을 한 듯 들고 있던 성냥 개피를 꺼낸다.
지켜보던 이들이 화들짝 긴장하고 그 중 몇몇은 아예 우물 쪽으로 뛰어간다.
이때, 성훈이 바닥에 도끼를 던져놓더니 주머니를 뒤적이며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간다.
성훈
그래, 질러라. 다 나무라가 잘 타겠다...
획 고개를 돌려 성훈을 쳐다보는 젊은 중.
그 역시, 어?! 하는 표정이 되고
성훈이 라이터를 툭 던져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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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거 써라. 쥐똥아!
놀란 중의 눈이 힐끗 라이터를 향하는 순간, 확 앞으로 몸을 날리는 성훈.
팍- 하고 성훈의 발이 해영의 손을 차버린다.
동시에 지켜보던 녀석들이 우르르 달려든다.
해영
놔라! 놔! 이 깡패 새끼들아!
팍- 성냥 개피들이 마루 바닥에 흩어지고
젊은 중이 발버둥을 치며 덩치들의 손에 끌려 나간다.
이를 쳐다보던 성훈이 다소 안도한 표정으로 라이터를 집어 들다 대웅전의 커다란 부처상과 눈이 마주친다.
부처상의 눈이 근엄하게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성훈
뭐.. 보요? 씨파..
성훈이 쓱- 한번 대웅전 안을 둘러보곤 그만 몸을 돌려 뚜벅뚜벅 걸어 나온다.
여전히 근엄한 미소를 머금은 채 내려다보는 부처의 얼굴.
INT. 고깃집-DAY
장삼을 입은 해영이 성훈, 귀걸이와 마주 앉아있다
성훈이 지글지글 불판에 구운 고기를 건네며
성훈
좀 무우라, 새끼야! 아무리 중이라도 십 년이 다 되가 만에 만난 친구랑 고기
한 점 같이 못 묵나?
성훈을 노려보던 해영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고기 한 점을 쓱 집어 먹는다.
그리곤 보라는 식으로 고기를 마치 고무 씹듯 질겅질겅 씹어 보인다.
찝찝한 표정으로 이를 쳐다보던 성훈이 소주를 한잔 따라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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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니 같은 놈이 중 되고 그랄 줄은 꿈에도 생각 몬했는데...
해영
나는 니가 이런 사람이 될 줄 진작에 알았지...
성훈
뭐? 임마.
해영
깡패, 건달... 새끼야.
성훈이 황당하단 얼굴로 귀걸이와 쓱 마주 보더니 슬쩍 약을 올리려는 듯
성훈
니는 임마, 좆도 공부도 몬하든 기... 니 불경, 한자 그런 거 읽을 줄 아나?
옆에 있던 귀걸이가 픽- 웃는다.
해영
읽을 줄 안다! 새끼야..
성훈
어이고오~ 자쓱아... 니 주제에 머 빤다고 대가리를 깎고 지랄이고? 지랄이...
해영
내사 대가리를 깎던 말든 니나 잘 살아라, 임마...
성훈
니 씨파~ 절에 오는 여자 신도들 다 따 묵을라고 그라제? 맞제?
해영
(정색을 하고 쳐다보며)
니 아무래도 부처님한테 벌 좀 받아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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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
차암~ (달라는 시늉을 하며) 그래, 도! 벌!
이때, 벌컥 고깃집 문이 열리며 입구로 형사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온다.
어?! 황당하고 해영을 쳐다보는 성훈과 귀걸이.
둘이 동시에 팍 몸을 튕겨 뒷문 쪽으로 달아나지만 그 쪽에서도 형사들이 우르르 들어와 둘을 붙잡는다.
성훈이 격렬하게 몸부림을 치며 해영을 향해 고함친다.
야~이 개, 씨발 땡중 새끼아... 니 나중에 죽었다!
해영이 형사들에게 잡혀가는 성훈의 모습을 쳐다보며
해영
나무 관셈보살...
EXT. 교도소 전경-DAY
지방의 한 교도소 전경. 그 위로 자막 <2009년, 영월 교도소>
준석(VO)
누구라고?
INT. 감방 복도-DAY
감방 문이 열리자 준석이 교도관이 기다리는 복도로 나온다.
교도관
신청서에 이름 있잖아요?
준석은 푸른색 수의를 입은 채 이젠 머리가 제법 희끗희끗해 졌고 눈가엔 진한 주름도 잡혀있다.
하지만, 묵직하게 풍기는 중년 건달의 분위기는 아직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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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
내는 모르는 사람이라니까...
교도관
그럼 취소하던가?
INT. 감방 면회실 복도-DAY
교도관과 함께 복도를 걷는 준석의 모습이 정면 스테디캠으로 잡힌다.
면회를 마치고 돌아오던 다른 재소자들이 준석에게 꾸벅거리며 인사를 한다.
전라건달
(진한 전남 사투리)
접견 가십니까요? 형님.
준석이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여 준다.
충청건달
(충남 사투리)
형님, 나가실 때가 다 되아서 그런지 얼굴이 좋으십니다..
INT. 면회실-DAY
딩동댕~ 소리와 함께 면회실 문이 열리며 준석이 들어온다.
그런데 그의 눈 앞에 40대 중반쯤 되었나, 준석 또래쯤으로 보이는 중년 여자 한 사람이 앉아있다.
준석이 자리에 앉으며
준석
누구... 십니까..?
여자(혜지)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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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지
내... 기억 안 나죠? 옛날에 느그 집에서 같이 음악 듣고 놀고 그랬는데..
준석이 눈살을 찌푸려 여자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본다.
연혜지라고... 고등학교 때 레인보우 멤버였다. 진숙이랑도 친했고...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다.
그제서야 준석이 어렴풋한 기억이 되살아 나는지
준석
아~ 그래. 혜지.. 맞네! 생각난다. 그란데... 이게는 우짠 일이고?
혜지
(잠시 주저하더니)
사시일... 니한테 부탁이 있어서 왔다.
준석
...뭔데?
혜지
옛날에... 고등학교 때, 내 사고 치가 임신하는 바람에 우리 집이 다 울산으로
이사를 갔거던.. 그런데 그때 놓은 아가 하나 있는데 이노무 새끼가 어릴 때부터
싸움질만 해 샀드만, 얼마 전에 느그 부산쪽 건달들하고 싸워서 감방 가가꼬
지금 이게 있다.
준석의 미간 사이에 주름이 생기고 혜미기 속상한 얼굴로 계속 말을 잇는다.
우리 아 친구들 말이 이 안에서 느그 부하들이 우리 아를 어떻게 할 지도
모른다 해서..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자식인데... 내가 잠을 몬 자겠다.
준석이 가볍게 한숨을 쉬자 혜지가 눈길을 내리깔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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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이래 찾아와가 진짜 미안한데... 니가 우째 좀 몬하구로 말리주믄 안
되겠나?
준석
아 이름이 뭐고?
혜지
성훈이다. 최성훈..
INT. 감방 샤워실-DAY
머리와 얼굴에 잔뜩 비누칠을 한 건달녀석 하나가
감방건달
와~ 행님, 글마 독종입니다. 세 달 전에 우리캉 양산에 있는 사찰 인수껀 때문에
함 부디칬는데, 고마 도끼로 우리 아 무릎을 까뿌가 불구가 됐습니다.
준석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준석
지 식구들도 있나?
감방건달
뭐 식구라고 해 봐야 좆만한 새끼들 몇 명 데리고 댕기는 갑는데.. 고마 이 참에
안에서 확 담가 뿔라고예.
INT. 공장 작업실-DAY
공장 출력을 나온 재소자들 수십 명이 한참 목공 작업 중이다.
준석에게 다가온 감방건달이
감방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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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맙니다. 행님...
준석이 부하가 눈으로 가리키는 녀석을 쳐다본다.
그런데 갑자기 준석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긴다.
사나운 눈매에 깡다구가 서린 입. 오똑한 콧날... 분명 어디선가 낯이 익은 얼굴이다.
문득, 준석이 성훈의 눈길과 마주치자
준석
마, 니 일로 와 봐.
성훈이 자신을 부르는 준석을 쳐다보며 잠시 의아해하자 교도관이 가 보라고 턱짓을 한다.
성훈이 내키지 않는 듯 삐딱한 걸음으로 다가오며
성훈
머업니까?
준석
니가 성훈이가?
성훈
(눈을 치켜 뜨며)
눈교?
준석
내 이준석이다.
성훈이 그제서야 누군지 안 듯, 하지만 경계를 풀지 않은 채 쓱 고개를 숙이며
성훈
아~ 맞습니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준석
밖에서 우리 아아들캉 문제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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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이 준석의 옆에 선 건달 녀석과 쓱 눈이 마주치더니
성훈
그란데... 와예?
준석이 기가 찬 듯 그만 픽 웃어버리며
준석
어린 새끼가 말하는 싸가지 하고는... 마, 안에서는 서로 싸우지 마라.
준석이 단호한 어조에 성훈과 준석의 부하가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혹시 내 나가고도 이 안에서 무슨 일 생기믄 안 된다. 알았제?
준석의 부하가 먼저 고개를 숙이며
감방건달
예, 알겠습니다. 행님.
준석
니도.
준석이 성훈에게 정색을 하고 말하자 녀석도 고개를 끄덕이며
성훈
예, 고마 먼저 안 건들믄 저도 참겠습니다.
준석이 묵묵히 성훈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다가 옆의 동생에게
준석
홍계장한테 말해가 자리 좀 만들어라.
EXT. 관구실-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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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관이 앉아있는 관구실의 안쪽 공간.
필터가 없는 담배 한 개피를 성훈에게 건네주는 준석.
성훈이 받기를 주저하자
준석
괘안타, 받아라.
탁- 준석이 성냥으로 불을 켜서 뻐끔거리고 성훈에게도 붙여준다.
성훈이 나름 조심스럽게 불을 붙이고 뻐끔거리자 준석이 허공에 후~ 하고 길게 연기를 뿜으며
몇 살이고?
성훈
스물 여섯, 돼지띱니다.
대답을 한 성훈이 조금은 호기심 어린 눈길로
그란데... 혹시 저를 아십니까?
준석
느그 엄마랑 옛날에 친구다.
성훈
아~ 예, 맞습니까?
성훈이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고 준석이 다시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들이며
준석
아부지는 어떤 일 하시노?
성훈
엄마 남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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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
...뭐라고?
성훈
친아버지가 아이고, 저 중학교 때 엄마가 결혼 했습니다.
준석이 잠시 물끄러미 성훈을 쳐다보다가
준석
친아버지는?
성훈
(고개를 가로 저으며)
몰라예. 누군지...
성훈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입술을 오므려 꽁초 끝 불꽃이 환해지도록 담배를 빤다.
그 모습을 쳐다보는 준석의 미간에 진한 주름이 생기며
준석
니... 내하고 처음 보나?
성훈
(좀 의아한 듯)
예...?
준석
(다시 생각을 바꿔)
아이다, 그래... 얼마 받았노?
성훈
1년 채우믄 나갑니다.
준석
나오거던 연락해라. 느그 엄마랑 같이 밥이나 묵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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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이 조금은 의아한 눈길로 준석을 쳐다보며 고개를 꾸벅 숙인다.
INT. 교도소 일각-NIGHT
짤깍 짤깍 움직이던 벽시계 초 바늘이 이제 막 12시를 넘긴다.(slow dolly into ECU)
이때, 갑자기 멀리서 빠앙~ 빵빵~ 빠아앙~하고 요란한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려온다.
EXT. 교도소 입구-NIGHT
교도소 입구에서 십 여대의 검은 세단들이 정신 없이 빵빵거리며 크락션을 울려대고 있다.
두꺼운 건달의 손이 핸들 중간을 사정없이 누르는 가운데, 자동차 전방 유리 시점으로 멀리 교도소 입구에 있는
검은 양복의 덩치들이 보인다.
CUT TO
딱 건달 스타일로 생긴 빠박이 교도소 입구의 직원들을 향해
빠박
아니이~ 시계를 보소! 인자 12시가 넘었으믄 28일 아이가? 안에서 18년 동안
고생한 사람 1초라도 빨리 내보내야지..
입구 초소 안에 있던 직원이 마지못해 짜증나는 얼굴로 인터폰에 대고
직원
좀 귀찮더라도 지금 내 보내죠. 어차피 몇 시간 차인데..
INT. 교도소 복도-NIGHT
탕-하고 쇠창살 문이 열린다.
두 명의 교도소 보안과 직원들이 감방 앞으로 와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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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직원(VO)
733번 출소.
CUT TO
보안과 직원들의 구둣발과 준석의 맨발이 시멘트 복도 바닥을 걸어간다.
INT. 보안과-NIGHT
2009년 메모용 달력이 있는 책상 위에 양복 한 벌과 양말 그리고 낡은 구두 한 켤레가 놓여진다.
노란 봉투 속에서 수십 장의 사진과 편지들이 나오는데 그 중에 <김중호>라는 이름이 보인다.
보안직원
빠진 거 없죠?
준석
그 동안 감방 산다꼬 기만 다 빠짔지. 또 빠질게 뭐 있습니까?
건조한 표정의 보안과 직원이 영치금 장부를 내밀며
보안직원
들어 올 때 백 육만원하고 영치금 남은 거 칠백사십사만 이천 오십원...
보세요, 맞는지?
준석이 주섬주섬 호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내밀며
준석
그 돈... 이 사람들 앞으로 영치금 좀 넣어주소.
보안직원
(서류에 도장을 쾅 찍으며)
나가서 직접 넣으세요. 여기 싸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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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이 입맛이 쓴 표정으로 도로 쪽지를 넣고는 출소자 확인란에 ‘이준석’이라고 써 넣는다.
이때, 보안과 문이 열리더니 다른 교도관들이 좀 무식하게 생긴 젊은 녀석 하나를 데리고 들어오며
교도관
이 사람도 오늘 출소니까, 문 여는 김에 같이 보냅시다.
CUT TO
옷을 갈아입는 남자(고조태 29)의 어깨에 앙증맞은 피카추 문신이 보인다.
준석과 힐끗 눈이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푹 숙인다.
준석
...누고?
조태
예, 김해 사는 고조태라고 합니다.
EXT. 교도소 앞–NIGHT
담장 너머 위 망루에 외곽 근무병이 아래를 내려다 본다.
철커덩, 교도소 철문이 열리자 넥타이를 메지 않은 양복 차림의 준석이 나온다.
입구에 검은 세단 십여 대가 서 있고, 기다리던 덩치들 수십 명이 일제히 90도로 절을 하며
건달들
고생 하셨습니다. 형님!
준석이 녀석들의 인사에는 아랑곳 않고 쓱 주위를 둘러보더니
준석
임마는... 안 왔나?
덩치들 중 빠박이 확 대가리를 숙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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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박
네, 회장님은 부산에서 행님 환영회 준비하고 계시지 말입니다.
준석이 좀 기가 차다는 듯 픽- 웃더니
준석
...회장님?
말을 했던 빠박이 아차! 하는 표정을 짓는다.
준석이 앞에 세워진 벤츠로 향하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입구에 혼자 멀뚱하게 가방을 든 채 서 있는 조태와 눈이 마주치자
어이!
조태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예!
준석
타라!
EXT. 고속도로-새벽
준석을 태운 메르세데스 550시리즈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뒷좌석에 몸을 실은 준석이 차 안 이곳 저곳을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창 밖의 다른 차들에도 눈길을 준다.
대부분 처음 보는 차들이다.
EXT. 고속도로 톨게이트-DAY
부산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차량들.
준석이 탄 차가 하이패스 전용 게이트를 통과해 지나가자 잔액이 얼마가 남았다는 음성 멘트가 들린다.
㈜Trinity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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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이 저게 뭔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앞 조수석에 앉은 녀석이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만지며 실시간 교통정보를 들여다보더니
마중건달
백양 터널 쪽에 사고 났단다. 선두 차보고 하단 쪽으로 빠지라 캐라.
운전건달
(핸들을 잡은 채 대가리를 팍 숙이며)
예, 행님.
준석이 녀석들이 하는 짓을 호기심 어린 눈길로 쳐다보자 옆에 있던 조태가 슬쩍 귀뜸을 하듯
조태
스마트폰이라고... 요즘은 전화기로 다 인터넷도 하고 그라지 말입니다.
그 말을 들은 준석이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다시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EXT. 수영 도로-DAY
준석을 태운 차량 행렬이 고층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선 해운대 쪽으로 들어선다.
준석이 도로 표지판과 고층 아파트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준석
어데고? 이게가?
조태
(다시 쓱 나서며)
예, 해운대 센텀시티 쪽이지 말입니다. 행님.
준석의 이마에 주름이 생기며 멀리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지른 광안대교를 쳐다본다.
INT. 호텔, 로얄 스위트룸-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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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컥 문이 열리자 화장을 진하게 한 채 소파에서 꾸벅거리며 졸던 여자가 번쩍 눈을 뜬다.
안으로 들어서는 준석을 보더니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이다가 휘청- 중심을 잃고 비틀거린다.
건달들이 고개를 숙이고 문을 닫아준다.
준석이 여자를 본 채 만 채 욕실로 걸어가며 상의를 벗는다.
CUT TO
쏴아아~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를 맞으며 샤워를 하는 준석.
마치 감방에서 싸인 몸의 먼지를 다 씻어내려는 듯 비누칠한 몸을 열심히 문지른다.
INT. 호텔방 앞-DAY
문 앞에서 마치 자신이 준석의 경호원이라도 되는 듯 눈을 꿈벅이며 우두커니 서 있는 조태.
멀찌감치 서서 조태의 그런 모습을 쳐다보던 건달들이
건달1
(턱짓으로 조태를 가리키며)
누고? 점마...
건달2
몰라... 처음 보는데.
INT. 호텔, 로얄 스위트룸-DAY
샤워를 마치고 나온 준석. 여태 소파에 앉아 있는 젊은 여자를 그제서야 의식하고
준석
니 언제부터 있었노?
여자
(손목시계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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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다섯 시간 정도 된 것 같은데예.
준석
기다린다고 욕봤다. (영치금 봉투에서 대충 잡히는 대로 돈을 꺼내어 주며)
차비하고.. 고마 가거라.
여자
(안절부절하며)
아, 아입니다. 사장님한테서 잘 모시라고...
준석
어느 사장인지는 몰라도 내 말만 들으면 된다. 가라.
EXT. 양곱창집 앞-NIGHT
고급 양곱창집 앞으로 미끄러져와 멈추는 벤츠.
얼른 조수석에서 뛰어나온 조태가 문을 열어주자 준석이 내린다.
은기
고생 많으셨습니다. 형님.
깔끔한 양복 차림의 은기가 깍듯이 고개를 숙인다.
동수가 죽던 날, 우산을 던지고 뒤에서 목을 졸랐던 바로 그 인물이다.
준석이 쓱 은기를 쳐다보며
준석
회장님, 신수 좋네.
은기
아입니다, 형님이 양곱창 좋아하셔서 일로 잡았습니다. 들어가시지예.
준석
아이기는 임마, 얼굴 좋아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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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이 식당 입구로 성큼성큼 걸어가면 은기가 조금 불편한 표정으로 따라간다.
INT. 양곱창집-NIGHT
기름기 많은 특양과 대창이 지글지글 불판 위에 굽히고,
은기가 따라주는 소주를 받는 준석.
이미 붉게 상기된 얼굴로 잔을 입에 가져가다가 힐끗 벽에 붙은 가격표를 쳐다본다.
1인분에 3만원이 넘는다.
준석이 다시 눈길을 돌려 족히 서른 평이 넘는 홀 안을 가득 메운 덩치들을 본다.
상추에다 한 가득 쌈을 싸 입 속에 마구 쑤셔 넣는 모습들.
그 와중에 조태도 테이블 한 구석에 앉아 열심히 고기를 먹고 있다.
준석이 비운 잔을 도로 건네며 힐끗 소주병 라벨을 보더니
준석
소주가 와 이래 밍밍하노..? 진로 없나?
은기가 한쪽 손을 가슴에 대고 잔을 받으며
은기
그래도 이기 다음날 머리도 안 아프고, 좋습니다. 형님.
준석
(픽- 웃으며)
원래 소주가 아침에 머리가 깨 지야 소주 아이가?
주변 녀석들이 별로 동의하지 않는 얼굴이다.
준석이 은근히 화제를 바꿔
큰 형님, 좋은데 뿌리 드맀나?
은기
예, 형님.. 거제도 상찬이 형님이 애 많이 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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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
그건 그렇고... (정색을 하며) 와 면회 안 왔노?
은기
(살짝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 좀 바빠서 못 갔습니다..
준석의 날카로운 눈이 은기를 쳐다본다.
하지만 은기 역시 어쩔 수 없다는 눈길로 대충 이를 무시한다.
동석한 은기의 부하들이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조심스레 지켜본다.
준석
요새, 사업은 머머하노?
은기
예, 뭐... 이것저것 합니다. 형님.
준석이 뚝 동작을 멈추며
준석
그기 대답이가?
주변 건달들이 일제히 준석을 쳐다보고
준석 역시 쓱 눈길을 돌려 은기와 뒤에 건달들을 쳐다보는데
은기가 노골적으로 좀 기분이 상한 표정을 지으며
은기
형님, 고마 며칠 푹 쉬시고 어데 외국에 바람이나 좀 쐬고 오시죠.
준석이 기가 차다는 듯이 픽 웃으며
준석
씨발 새끼.. 많이 컸네. 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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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기가 더욱 얼굴이 굳은 채 입을 다물고 있고 다른 건달들도 아주 썰렁한 분위기가 된다.
EXT. 해운대 백사장-NIGHT
한 밤중이라 인적이 드문 해운대 백사장.
혼자 우두커니 서서 밀려오는 파도 앞에 선 준석.
한동안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와 검푸른 바다를 보던 준석이 담배를 꺼내 문다.
그러자 뒤에 있던 조태가 잽싸게 라이터를 꺼내 두 손으로 촥- 불을 붙여준다.
준석이 진한 담배 연기를 폐 깊숙이 빨아들이더니 힐끗 조태를 보며
준석
니 이름이 뭐라고?
조태
예, 고조탭니다. 행님.
준석
이름 직이네. 몇 살이고?
조태
예, 스물 아홉입니다. 행님.
준석
그래? 그란데 와 그래 얼굴이 삭았노?
조태
예, 어릴 때 한약을 잘 못 묵어서 그렇습니다.. 행님.
그 말에 준석이 픽 웃더니
준석
뭐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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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
예?
준석
와 내 따라 댕기노, 임마?
조태
예, 행님. 그냥 뭐 필요하신 거 있으시믄 제가 챙기 드릴라고...
준석
그래? 그라믄 내는 니 목숨이 필요한데, 줄래?
조태
예?
준석
당장 가서 연장 가 온나. 은기랑 밑에 싸가지 없는 새끼들 다 작업 해뿌자.
조태가 잠시 고민을 되는 듯 우물쭈물 하다가 갑자기 몸을 획 돌리며
조태
예, 알겠습니다. 행님.
조태가 차가 있는 쪽으로 뛰어가자 준석이 말리며
준석
마, 마, 일로 온나. 장난이다.
조태가 우뚝 서더니 다시 준석에게로 뛰어와 머리를 조아리며
조태
그러신 줄 알았지 말입니다. 행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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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이 기가 찬 듯 픽- 웃으며
준석
쉐에~끼, 생긴 거는 좆 같은데 하는 짓은 씩씩하네..
조태
(고개를 팍- 숙이며)
고맙습니다. 행님.
INT. 호텔방-DAY
TV 케이블 채널에서 사극이 재방송 되고 있다.
TV(F)
예봉은 피하는 게 상책이란 말도 모르는가? 여보게, 자넨 잔말 말고 당분간은
산사에 몸을 숨기고 있게나..
갑옷을 입은 주인공 장수가 다른 갑옷에게 비장한 표정으로 말한다.
넓은 테이블 위에는 룸 서비스를 시켜 먹고 남은 음식들이 널려있고 가운 차림으로 소파에 누워 있는 준석.
손에 들고 있던 리모컨을 누른다.
케이블 채널과 홈쇼핑 채널의 화면들이 뚝뚝 끊어지는 음성과 함께 팍팍 지나간다.
이를 보는 준석의 표정이 무척 낯설어 보인다.
이때, 딩동~ 하고 벨이 울린다.
준석이 힐끗 문 쪽을 보더니 끙~하고 무겁게 몸을 일으킨다.
CUT TO
벌컥 문이 열리자 중년의 아저씨로 변한 중호와 상택이 서 있다.
중호가 다짜고짜 팍 인상을 쓰며
중호
개새끼야! 다음 달 되야 나온다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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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 바닷가 횟집-황혼
막 해가 지기 시작하는 바다가 보이는 횟집 방에서 준석과 중호, 상택이 마주 앉아있다.
준석
미안하다, 일부러 그래 편지를 썼다. 인자 밖에서 깃털 다 빠진 내 꼬라지가
좀 쪽팔릴까봐...
중호
임마, 친구끼리 그런 기 어데 있노? 다 살다보믄 쪽 좀 팔 때도 있고, 가오 좀
살 때도 있고 그런거지..
셋이서 다시 소주잔을 주고 받더니
상택
그래도 니 감방에 있는 동안 많이 챙깄다메? 다달이 돈도 넣어주고?
준석
(씁쓸하게 웃으며)
밑에 아아들 보기에 모양새는 좋다 아이가. 식구들 때메 장기수 된 사람을
무시하믄, 앞으로 누가 조직을 위해가 칼 차겠노? 최소한에 예우만 갖추는
거지, 그 이상은 없다.
씁쓸한 표정의 상택 뒤로 귀에 이어폰을 꼽은 여고생 하나가 들어오며
중호딸
내 왔다.
중호의 아내가 주방에서 나오며
중호처
니 와 벌써오노? 오늘 학원 안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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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호딸
어제 말했다 아이가? 오늘 학원 공사해가 쉰다고...
중호처
무슨 학원이 맨날 그래 쉬노? 돈 받을 거는 다 받아 묵으맨서...
준석이 물끄러미 두 사람을 쳐다본다.
중호
미란아! 아버지 친구한테 인사해라.
중호딸이 준석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며
중호딸
안녕하세요..
준석
그래. 예쁘게 생깄네...
중호딸이 슬쩍 고개를 숙이고는 쪼르르 안으로 사라진다.
중호가 딸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준석을 향해
중호
그라믄? 은기 빼고 옛날에 니 밑에 있던 아아들은 완전히 다 아웃 해뿟나?
준석
김대중 때, 부산 지역 왕창 통일하고... 형두 행님 폐암으로 죽기 전에 은기한테
바통 준다니까 반대하던 식구들이 꽤 있었는 갑데. 글마는 원래 상곤이쪽 사람
아이가? 그라이까 고마 차례차례 다 작업 해뿟지, 칼 맞기 싫은 놈들은 은퇴해가
시골 가뿌고...
중호
그 새끼... 얼마 전에 광안리에서 벤틀리 타고 댕기는 거 함 봤다. 그라이까
새끼야, 그때 내 말대로 하지, 니만 독박 썼고 글마는 딱 3년만 살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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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준석
마, 형두 형님 처사도 다 이해한다. 원래 대가리는 영악한 놈들이 한다 아이가?
참, 상택이 니는? 함씩 신문에도 나오고 그라던데 돈 좀 벌었나?
입에서 뭉글뭉글 연기를 뱉던 상택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상택
개살구다.
준석
뭐가?
상택
빛 좋은 개살구... 솔직히 내 묵고 살기 바빠가 니 신경 못 썼다. 미안하다.
준석
서로 잘 있는 거만 알믄 되지 뭐... 사람 사는 거 밸거 있나?
상택
나와서 함 얼굴은 봤나?
준석
누구?
상택
누구겠노?
준석
(씁쓸하게 웃으며)
감방 생활이 3년 째 접어들 때부터, 일부러 면회를 거절했다. 고마 지 알아서
살라고... 내 같은 놈 다 잊아 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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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이 자기 잔에 소주를 따르려 하자 중호가 얼른 병을 가로채 따라주며
중호
씨파~ 말이 십팔년이지... 진짜 많이 변했제, 그자? 특히 우리나라는 너무 팍팍
변하니까 밖에 있는 우리도 숨이 가빠서 몬 따라간다.
잔을 받는 준석이 대답 대신 그냥 빙긋이 웃어 보인다.
이를 보던 상택이 좀 걱정스런 얼굴로
상택
우째? 묵고는 살아지겠나?
준석
뭐, 대충... 어째 안 되겠나?
상택
인자 건달 안 해도?
준석
아이고~ 감빵은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고마 조용히 지낼라고...
중호
맞다, 그기 정답이지. 자, 한잔 박자.
세 사람의 잔이 다시 쨍~하고 부딪힌다.
EXT. 공원묘지-DAY
꼬불꼬불한 공원묘지 길로 준석의 차가 올라온다.
조태가 운전하는 차에 앉아 밖을 쳐다보는 준석의 눈에 구역별로 표시된 푯말이 보인다.
CUT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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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맛살을 찌푸리며 무덤들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는 준석.
분명히 아버지의 묘자린데 다른 이름의 묘비가 서 있다.
관리인(VO)
원래 계약서에 그래 돼 있다니까예...
INT. 공원묘지 관리실-DAY
공원 묘지 관리인이 준석에게 계약서를 짚어 보이며
관리인
자, 보이소. 계약상 20년이 지나믄 유골을 꺼내가 화장한 다음 납골당에
보관하는 걸로...
준석이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자
보통 20년쯤 지나믄 누가 찾아오는 사람도 별로 없거던예..
INT. 납골당 안-DAY
목욕탕 신발장만한 작은 공간의 유리문에 아버지의 오래된 흑백 사진이 붙어 있다.
어디서 구했는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찍은 사진에서 아버지의 얼굴만 오려내어 입자가 거칠어 보인다.
물끄러미 이를 쳐다보던 준석의 눈가에 진한 주름이 생기며...
<회상 시작>
EXT. 동래별장-DAY
펑- 하고 카메라 후레쉬가 터지고 그 위로 자막 <1962년, 부산>
사진을 찍고 난 30대 중반의 준석 아버지(이철주)가 다른 정치인, 군인들과 웃으며 악수를 나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예쁜 아가씨들이 우르르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몰려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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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 요정 안-NIGHT
각종 요리들도 상이 가득하고 아가씨들을 낀 채 술잔을 주고 받는 사람들.
장군
이번에 각하께서 미국 가시믄 꼭 케네디캉 담판을 지으실 겁니다. 우리야
6.25 때 실전 경험도 많고, 우짜든지 월남은 가야지 나라가 살지요.
정치인
맞다, 우리 젊은 아아들 목숨 값이 아깝긴 하지만서도 자고로 자꾸 싸우고
전쟁치는 아아들이 결국 패권을 쥐는 기라.
이때, 준석 아버지 옆에 앉아있던 안경 남자가 어깨를 툭 치더니 나오라고 턱짓을 한다.
이철주가 안경 남자를 따라 밖으로 나가고
특히, 앵글로 색슨 쪽 아아들이 참~ 전쟁 하나는 기똥차게 친다니까.
EXT. 동래별장 뜰-NIGHT
정원 연못 앞에서 화랑 담배를 피워 무는 두 사람.
안경남
이사장이 애 많이 쓴 거는 알지만도 이번에 일본에서 빠찡고 기계 들여 오는
거는 좀 보류하는 기 좋겠어. 아직은 시기상조다.
이철주
그기 무슨 소립니까? 우리 아제가 재일교포 재산 반입하는 걸로 세관하고도
다 이야기가 끝났고 서울 시내에만도 33군데나 개설을 승인했는데?
안경남
워커힐 전회장이 직접 각하를 찾아갔다 안카나? 호텔마다 빠찡고 기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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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들라오믄 즈그 호텔 카지노 영업에 막대한 차질이 생긴다 카멘서...
이철주가 분을 참지 못하는 듯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이철주
이런.. 개 자슥이요...
EXT. 카지노 호텔 앞-DAY
호텔 정문 옆 카지노 간판에서 카메라가 붐 다운하면 호텔 진입로를 가득 메우고 있는 수백 대의 차량들.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지나가고 호텔 관계자들과 건달로 보이는 차주들, 그리고 경찰이 격한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경찰
당신들, 무슨 짓이야 이게? 진짜 콩밥 좀 먹고 싶어?
차주1
아니, 차 주차한 기 죈교? 이 호텔에 미리 모임도 다 예약했고, 주차장이 다
차뿐 거를 우짜라고?
호텔 메니저가 난감한 표정으로 보면 멀리 도로 진입로 쪽에도 차들이 뒤엉켜 있다.
EXT. 삼익 아파트-DAY
당시로선 현대적으로 지어진 5층짜리 아파트 전경.
1층 화단 안 쓰레기 하적 공간의 철문이 열려 있고, 일꾼들이 옛날 식으로 썩어서 질퍽한 쓰레기를 삼지창 같을
걸로 떠서 트럭에 싣고 있다.
이철주(VO)
한꺼번에 500대나 보내 놨으니 생 난리가 안 났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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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 아파트 안-DAY
60년대의 최고급 가구들로 화려하게 꾸며진 거실.
가운을 입은 채 금색 전화기를 든 이철주.
이철주
아니, 아니.. 어허~ 그기 무슨 섭섭한 소링교~ 친구들끼리 서로 무슨 돈을
주고 받노? 다음에 내가 서울 갈 때 밥이나 함 사믄 그만이지...
이때, 베란다 쪽에서 빨래를 널다 창 밖을 본 노모가 얼굴이 파래져서
노모
야, 야야.. 밑에 함 봐라...
황급히 베란다로 온 이철주가 아래를 내려다보자 이미 군용 지프 다섯 대가 동 입구를 봉쇄하고 있다.
표정이 굳는 이철주. 애써 침착하게 현관으로 가서 문을 걸어 잠그며
이철주
최대한 오래 끄이소..
노모
우, 우짤라고?
급기야, 탕탕탕- 쾅쾅- 하며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CUT TO
덜컹, 겨우 사람 몸 하나가 들어갈 만한 쓰레기 투척구의 녹슨 쇠문이 열린다.
1층의 하적 공간까지 수직으로 연결된 시커먼 쓰레기 통로.
비좁은 공간 안으로 간신히 몸을 구겨 넣은 이철주.
중간에 있는 팔뚝만한 원통 파이프를 잡고 마치 곡예를 하듯 매달린다.
CUT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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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아파트 문이 부숴지듯 열리고 권총을 든 군인들이 들이 닥친다.
EXT. 아파트 호 라인 현관 앞-DAY
부웅~ 하고 쓰레기 트럭이 지나가고 현관을 봉쇄하고 있는 군인의 무전기에 들리는 소리.
무전음(VO/F)
집 안에 없는데? 제보 확실한 거야?
카메라가 바닥에 누런 쓰레기 물이 고여 있는 화단 안쪽 철문을 향해 dolly in해 들어간다.
CUT TO
불빛이라곤 거의 없는 쓰레기 하적 공간 안.
썩은 생선 뼈다귀가 있는 질퍽한 바닥에 이철주의 맨발이 닿는다.
멀리 보이는 철문의 틈새로 바깥의 빛과 막 철수를 하는 군인들 소리가 새어 들어온다.
EXT. 바다-NIGHT
이철주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며 자그마한 통발선에 몸을 싣고 있다.
그 위로 들리는 안경남의 목소리
안경남(VO)
당신 제 정신이가? 전회장이 누구라고 그런 짓을 해?
멀리 시커먼 바다에 떠서 묘박 중인 배 한 척이 점점 가까워진다.
무조건 빨리 떠라! 인자 내한테는 전화도 하지 말고.
이철주가 입맛이 쓴 표정으로 부산의 야경을 돌아본다.
<회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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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 고속도로(달리는 차 안)-DAY
물끄러미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 준석.
차가 부산-울산간 민자 고속도로 푯말 아래를 달리고 있다. 그 위로 전화 신호음이 떨어지더니
혜지(VO/F)
여보세요?
준석이 핸드폰을 들고 있다.
준석
혜지야, 준석이다.
혜지(VO/F)
어, 그래.. 준석아! 어데쯤이고?
준석
한 20분 있으믄 도착이다.(사이) 그게 있는 거 확실 하드나?
혜지(VO/F)
응, 확인했다. 송기호씨, 맞제?
INT. 교도소 면회실 복도-DAY
면회 순번을 알리는 스피커 안내음이 들리는 가운데 장삼을 입은 해영이 귀걸이이와 함께 면회실로 다가오며
귀걸이
혼자 드가 보이소.. 나는 그제도 봤으니까.
해영이 다소 부담스런 표정으로 후~ 하고 한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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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 교도소 면회실-DAY
해영과 성훈이 유리 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있다.
해영
내가 보낸 편지들은 다 봤나?
성훈
아니, 싹 다 안보고 바로 찢어 뿠는데.
해영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경찰, 내가 부른 거 아이다, 즈그들이 알고 찾아 온 거지...
성훈
개새끼야, 니가 빌었다 아이가? 내가 부처님한테 벌 받으라고.
해영
벌 받는 거라고, 생각이나 하나?
성훈
안 한다. 임마!
해영
그라믄 니 또 나가믄 깡패 하겠네?
성훈
내가 깡패하는 거나 나 니가 땡중하는 거나, 뭐가 다르노 임마?
잠시, 두 사람이 잠자코 말이 없다가
해영
하기사, 함씩 옛날 생각만 하믄 내가 부처님 모실 자격이나 있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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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이 해영의 자조적인 표정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회상 시작>
EXT. 고등학교 전경-DAY
울산에 있는 한 고등학교 전경이 보이고 그 위로 퍽! 퍽! 소리와 함께 신음이 터져 나온다.
INT. 교실-DAY
교실 뒤에서 엎드려뻗쳐 자세로 담임에게 몽둥이 세례를 받는 고등학생 용백.
그 옆에는 성훈과 해영이 서 있다.
덩치가 아주 크고 잘 생긴 용백이 뻑뻑 엉덩이를 맞고 쓱 인사를 하고 무르면
담임
이것들이 담임을 완전 개 호구로 아나.. 고마 나오기 싫으면 나오지 말던가?
종례시간 다 돼서 학교는 와 나오는데?
이번엔 해영의 가방을 뒤지는 담임.
해영이 찔끔하는 표정이고
맨날 학교 와서는 판치기나 하고 말이야.. 학교가 라스베가스가 새끼야?
그런데 가방에서 뜻 밖에도 커다란 절단기 하나가 나온다.
절단기 위에 앙증맞게 붙어있는 <2학년 6반 이해영>이라고 쓰여있는 이름표!
담임의 얼굴이 황당해져서
뭐고... 이거는?
해영이 굳이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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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영
함씩 집에 문이 잠기가...
성훈과 용백이 서로 마주보며 픽- 웃고
혀를 끌끌 차며 해영을 바라보는 담임.
담임
그래, 솔직히 나는 니가 제일~ 기대된다.
선생님이 해영의 얼굴과 허벅지를 마구 때리며
뭐 될래? 뭐 될래?
해영이 맞는 동안 팍팍- 인상을 쓰고
이어, 담임이 성훈 쪽으로 다가가자 성훈이 쓱 자동으로 엎드려 뻗친다.
니는 임마, 사고치가 전학을 왔으믄 얌전히 학교나 다닐 것이지 이런 꼴통
하고 와 같이 댕기는데?
담임이 몽둥이질을 시작해 퍽퍽- 소리가 나지만 성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매를 맞는다.
그리고 일어서는 성훈. 씩씩거리던 담임이 성훈을 아래 위로 벌레 보듯 훑어보며
내일 당장 학교에 부모님 오시라 해!
성훈
...내일 없습니다.
선생
뭐?
성훈
신혼여행 갔습니다.
선생이 짐짓 당황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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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 아케이드 오락실-NIGHT
커다란 건물 지하의 불 꺼진 오락실 앞.
잠시 후, 나이키 가방을 든 세 사람의 그림자가 오락실 앞으로 다가온다.
해영과 성훈, 귀걸이가 주변 눈치를 살피다가 가방에서 절단기를 꺼낸 굳게 잠긴 자물쇠를 한방에 잘라낸다.
툭- 하고 문이 열리면, 후레쉬를 들고 안으로 들어서는 세 녀석.
오락실 기계에 달린 자물쇠들을 차례로 절단하기 시작한다.
많이 해 본 솜씨인 듯 오락기마다 그득한 동전 통을 꺼내 가방에 들이 붓는다.
INT. 경양식 집-DAY
부지런히 칼질을 하며 돈까쓰를 먹는 세 녀석들.
맞은편에는 발랑 까지게 생긴 여학생들이 셋이 앉아있다.
각자 입에다 돈까쓰 조각을 쑤셔 넣기 바쁘다가
여학생1
우리... 밥 묵고 어데 갈 껀데?
성훈
부산.
해영
와? 부산에 뭐 있나?
성훈
없다.
하지만 용백이 무슨 생각이 낫는 지 쓱 고갤 들어 벽에 걸린 달력을 보더니
용백
쉐에끼~ 니 또 배 보러 갈라고 그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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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2
무슨 배?
CUT TO
여학생들과 성훈, 귀걸이가 먼저 밖으로 나가고 카운터 위에 턱하고 내려지는 해영의 나이키 가방.
크윽~ 트림을 하며 지퍼를 열면, 가방 속에 가득한 100원짜리 동전들!!
INT. 옷 가게-DAY
패션 쇼핑몰에 위치한 옷 가게.
녀석들과 여학생들이 이리저리 헤집고 돌아다니며 맘에 드는 옷들을 골라 입어본다.
CUT TO
카운터 앞의 귀걸이와 해영이 동전 수백 개로 열심히 계산을 치르고 있다.
짜증나고 의심스런 눈길로 녀석들을 쳐다보는 여자 점원.
그 뒤쪽으로 성훈이 가죽 잠바 하나를 입고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면
본 조비의 <It’s my life> 강력한 음색이 화면을 덮기 시작한다.
EXT. 부산 광안리-NIGHT
강력한 WOOPER 사운드 위로 부다다다당~ 와아아아앙~거친 엔진소리가 울려 퍼진다.
각자 뒤에 여학생들을 하나씩 태우고 오토바이로 부산 광안리 도로를 달리는 친구들.
성훈과 해영, 그리고 용백의 오토바이가 서로 마치 시합을 하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질주를 한다.
지나던 또래의 무리들이 야리고 쳐다보면 용백이 마치 묘기를 부리듯 지그재그로 턴을 하며
용백
다 살았다~ 다 살았다~ 씨발아~
마치 그들만의 세상이라도 된 듯 엔진 소리를 크게 부르릉 거리며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는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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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이 환호와 괴성을 질러대며 힘차게 달린다.
해영
우아아아~ 개 씹새끼들.. 덤비라! 다 직이주께~!!
INT. 등대 안-NIGHT
고물 소파며 버려진 운동기구, 온갖 잡동사니들이 펼쳐져 있는 공간에 음악소리가 크게 울려 퍼진다.
술에 잔뜩 취한 용백이 상체를 벗은 채, 술병에 주둥이를 박고 술을 마시며 음악에 취해 몸을 흔들고
해영은 이미 구석에 박혀 여학생의 팬티를 벗기며 쪼가리를 씹고 있다.
해영
개안타.. 함 벌리 봐.. 벌리 봐라, 가시나야..
물끄러미 이를 쳐다보던 성훈이 담배를 태워 물고 밖으로 나간다.
EXT. 등대 방파제-NIGHT
방파제 끝으로 밀려 온 파도가 처얼썩~ 포말로 터져버린다.
부는 바람에 녹슨 철문이 쾅- 열리며 성훈이 나온다.
터벅터벅 끝으로 걸어가 방파제 끝에 서는 성훈.
미간 사이를 찌푸려 멀리 쳐다보면 화려하고 커다란 유람선 한 척이 보인다.
이때, 여학생 하나가 옆에 다가와 서자 성훈이 돌아보지도 않은 채 길게 담배 연기를 뿜으며
성훈
좆~ 나게 행복하겠제, 그자?
술에 취한 여학생이 성훈의 팔을 하나 잡아 자신의 목에 두른다.
저 배에 타고 있는 새끼들...
유람선의 화려한 불빛이 성훈의 촉촉한 눈동자에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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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뒤에서 부다다당~ 하며 달리는 오토바이 엔진 거는 소리가 들린다.
성훈이 돌아보면, 오토바이에 탄 용백이 고함을 치며
용백
같이 가자? 술 사러.
술에 취한 용백의 모습이 다소 위태로워 보인다.
눈살을 찌푸리고 쳐다보던 성훈이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젖는다.
그러자 용백이 두 번 묻지도 않고 단박에 핸들을 돌려 부아아앙~ 방파제 입구로 달려간다.
뒤늦게 등대에서 튀어나온 해영이 멀어지는 오토바이와 성훈을 번갈아 보며
해영
야! 점마 저거 괜찮겠나?
성훈이 다시 눈길을 돌려 유람선을 바라보고 그 뒤로 해영이 다가오며
내가 함 따라 가 보까?
하지만 성훈은 연신 담배만 피워댈 뿐 대꾸도 않는다.
EXT. 국도-NIGHT
와아아아앙~ 소리를 내며 국도를 내닫는 오토바이.
용백의 상기된 얼굴에 바람이 부딪히자 아아아~ 하고 크게 입을 벌린다.
이때, 뭔가 확 도로 앞을 가로질러 지나가고
용백이 급히 브레이크를 꺾는다.
끼이이이익~ 오토바이가 순식간에 도로에 미끄러지더니 그만 화악~ 전봇대를 향한다.
콰앙~ 소리와 함께 오토바이와 용백의 몸뚱이가 각각 공중에 떠 오른다.
INT. 응급실 앞-NIGHT
응급실 대기 의자에 성훈과 해영이 멍한 얼굴로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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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영
우리가 따라만 갔어도... 미리 발견해가 살았을 낀데..
성훈이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말이 없다.
해영이 고개를 푹- 숙이며
누가 보고 전화라도 한 통 해 줐으믄.. 씨파~ 아~ 씨파~
성훈이 잔뜩 충혈된 응급실 안에서 비척거리며 걸어 나오는 용백의 아버지를 쳐다본다.
INT. 동수의 집-DAY
여행용 트렁크가 마루 바닥에 뒹굴고 반건달처럼 생긴 계부를 향해 악다구니 쓰는 혜지.
혜지
내가 언제? 내가 언제 그 새끼 쳐다봤노? 니가 그 어린 년 궁디를 먼저
쳐다봤지...
계부
(손을 치켜들고 다가가며)
그기 말이가 빵구가? 야, 이 더러븐 년아! 니는 보는 놈마다 다 벌리 줄래? 응?
고마 확 똥치집에 팔아 뿌까? 어!
혜지
(물건들을 던지며)
그래, 팔아라, 팔아. 씨발놈아! 내 팔고 인자 돈 주고 달라케라 미친놈아!
참다 못한 계부의 손이 혜지의 면상에 퍽- 작렬하고 비틀거리자 연타로 얼굴을 때리며
계부
이 또라이 같은 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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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에 선 성훈이 물끄러미 엄마가 맞는 꼴을 쳐다본다.
엄마를 두들기던 계부가 힐끗 뒤를 돌아본 다음 멋쩍게 행동을 멈춘다.
혜지가 바닥에 쓰러져 서러운 듯 엉엉 울어대고 계부가 좀 힘이 든 듯 씩씩거리며
아~ 배 고파라, 씨파...
INT. 중국집-DAY
짜장면 곱빼기 두 그릇이 테이블 위에 툭툭 놓인다.
계부가 나무 젓가락을 짝 찢어 짜장을 비비기 시작하며
계부
쉐끼야, 원래 부부 사이가 싸우고 그라맨서 정도 들고 하는 기다.
앞에 앉은 성훈도 나무 젓가락의 비닐을 벗겨 내며 힐끗 계부를 쳐다본다.
계부가 우악스럽게 짜장을 먹기 시작하며
두고 봐, 내가 이 참에 느그 엄마 그 타고 난 화냥끼를 확 고치 놓을... 어?
성훈의 손이 계부의 머리카락을 콱 움켜 잡았다.
놀란 계부가 눈이 동그래져 올려다본다.
순간, 성훈이 들고 있던 나무젓가락으로 힘껏 계부의 한쪽 눈을 푹- 쑤셔 버린다.
아악- 하는 비명과 함께 계부가 손으로 눈을 가리며 옆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러자 성훈도 자세를 바꿔 다시 젓가락 끝을 나머지 한쪽 눈에다 박아 넣는다.
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중국집 안을 가득 메운다.
EXT. 먹자골목-DAY
눈에서 피가 흐르고 입에는 아직 짜장면이 남아있는 계부의 머리카락을 움켜 쥔 채
성훈
일 나와! 일 나와 개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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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과 포장마차들이 즐비한 중국집 앞 먹자골목으로 계부를 질질 끌고 나오는 성훈.
오뎅과 떡볶이를 먹던 사람들이 눈이 동그래서 쳐다본다.
성훈이 힘껏 계부를 내동댕이쳐서 펄펄 국물이 끊고 있는 오뎅 솥에다 머리를 박아버린다.
아아악~ 꺄악~ 삽시간에 먹자골목 주변은 사람들의 비명으로 난리가 난다.
하지만 성훈의 행동은 그칠 줄 모르고 다시 계부의 얼굴을 떡볶이 판에 짓이기더니 이번엔 골목 한 가운데로
끌어낸다.
그리곤 옆 리어커에 호떡 반죽을 미는 나무봉을 집어 개 패듯이 계부를 마구 갈긴다.
결혼은 좆 빤다고 해가... 지랄이고 지랄이..
딱, 빡 소리가 날 때마다 계부가 처절한 비명을 지른다.
INT. 구치소-DAY
죄수복을 입은 고등학생 성훈이 텅 비어있던 화면 안으로 쓱 들어온다.
분필로 자신의 이름이 써진 조그만 칠판을 가슴에 들자 팍- 하고 사진이 찍힌다.
화면 위로 철커덩- 쇠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회상 끝>
EXT. 재활 요양소-DAY
덜컹 철문이 열리면, 쾡한 눈으로 몰골이 초최한 40대 초반의 남자(송기호) 한 사람이 나온다.
과거, 우산장수로 위장해 동수에게 직접 칼질을 했던 바로 그 인물이다.
남자가 가운을 입은 사람을 따라 건물 사이를 가로질러 면회실로 향한다.
그 위로 자막 <2010년 진해, 약물중독 재활센터>
INT. 요양소 면회실-DAY
남자가 쾡한 눈으로 마주앉은 준석을 노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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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와 왔습니까? 또 무슨 백정 짓 시킬 거 있어예?
준석
(잠시 말이 없다가)
많이 원망스러울 거 안다. 나도 나와서 한참 있다가 니 소식 들었다.
둘이서 잠시 말이 없이 정적이 흐르고 남자가 후~ 깊은 한숨을 쉬더니 자리에서 일어선다.
송기호
고마 가이소, 인자 꿈 깬지 오랩니다.
준석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자신도 일어서며 봉투 하나를 내 놓는다.
준석
그래, 니하고 다시 무슨 꾸미자고 온 거 아이다. 일단 몸부터 잘 추스르라.
나가려던 남자가 갑자기 쓱 고갤 돌려 준석을 쳐다보더니
송기호
그래도 행님은 돈 좀 주던 갑지예?
준석의 눈길이 다시 남자와 부딪힌다.
십 년 만에 나갔는데... 내는 돈은 안 주고 약만 줍디다. 그래서, 완전 뽕쟁이
되가 이 꼴로 살고요...
남자가 지독히도 원망스런 눈길로 준석을 쳐다보며
그 씨발 새끼한테 딱 한번 싫은 소리 했는데.. 내를 우쨌는지 압니까?
남자가 입고 있던 헐렁한 상의를 확 들어 보이자 배와 옆구리에 깊이 칼로 난자 당한 흔적이 남아있다.
이를 보는 준석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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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 울산 시내 노래방 앞-DAY
시내의 한 상가 건물이 보이고 잠시 후, 그 앞으로 낡은 승용차 한대가 멈춰 선다.
차에서 내린 40대 초반의 남자(짬보)가 주변을 둘러보며 키로 차 문을 잠그는데 손가락 두 개가 없다.
INT. 노래방 일각-DAY
카운터에서 주류 박스를 들여놓는 직원과 계산기를 두들기며 정산을 하던 혜지.
노래방 안으로 들어서는 남자를 보더니
혜지
7번 방으로 가 보세요... 기다리고 있습니다.
CUT TO
짬보
으엉~ 으흐엉~ 으으아~
준석 앞에 앉은 짬보가 설움에 북받쳐 펑펑 울고 있다.
행님, 개 씹새끼들 무조건 다 작살을 내입시더. 행님 나오시는데 가 보지도
몬하고 이래 연락 주실 날 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맀다 아입니까... 엉엉~
준석이 손가락이 몇 개 남지 않은 손으로 눈물을 훔치는 짬보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준석
미안하다 짬보야, 나도 나와가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더라. 참, 그라고...
요새 미남이는 뭐하노?
INT. 제비방-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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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귀와 목에 주렁주렁 보석을 달고 얼굴이 거의 성형괴물 수준의 중년 아줌마들.
각자 남자 파트너를 끼고 시선은 테이블 앞쪽으로 쏠려있다.
카메라가 앞쪽을 잡으면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제비(미남이)가 엉덩이를 깐 채 돌아서 있다.
이를 보고 있던 아줌마들이 큰 소리로
아줌마1
없다!
아줌마2
나는 있다!
아줌마3
나도 있다!
양다리를 오므리고 있던 미남이가 획 돌아서며
미남이
없다~!
미남이가 잔뜩 오므린 사타구니 사이에 고추를 끼어 넣어 보이질 않는다.
아줌마들이 손뼉을 치며 까르르 좋아하면서
아줌마1
자, 있다고한 년들 빨리 한잔씩 마시라, 쭈욱~
아줌마2
다음 차례는 누고 파트너고 빨리 나가라! 자, 자~ 다음 타자!
남자 제비가 내기에 진 아줌마들한테 술을 따라주고 다른 한 녀석이 허리띠를 풀며 앞으로 나간다.
이때, 룸 문이 빼꼼 열린다.
테이블로 오며 버클을 꿰던 미남이가 쓱 돌아본다.
웨이터가 잠깐 나와보라고 손짓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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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T TO
미남이가 투덜대며 카운터 쪽으로 걸어 나온다.
미남이
짜슥아, 한참 물 오르는데 누가.. 어?!
미남이가 앞에 서 있는 준석과 짬보를 보고는 화들짝 반색을 하며
해, 해, 행님!
EXT. 산 속 투견장-NIGHT
산 중턱의 널찍한 곳에 환하게 조명이 켜져 있고 많은 사람들로 우글거린다.
준석이 미남이 짬보와 함께 머리에 가발을 쓴 남자를 따라 함께 트럭으로 향한다.
가발이
짬보 전화 받고 나서... 저도 인자 마지막으로 큰 거 한판 하고 끝내기로
했습니다.
트럭 짐칸에 담요로 덮여 있는 것을 걷어내자 그 안에 투견용 핏불 한 마리가 들어있다.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이미 잔뜩 흥분해 있다.
야가 오륙년 전만해도 싸울 상대가 없었습니다. 고마 콱 물고 돌리뿌믄
견디내는 개들이 없었거던예... 그란데 요번 시합에서는 임마한테 거는
사람이 저 밖에 없습니다.
핏불을 쳐다보던 준석이 무슨 소린가 싶어 돌아보면
최근에 참피온을 여섯번이나 한 젊은 놈캉 붙는데, 전부다 우리 개가 이길
가능성은 제로라고...
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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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가발이
일마 이기 사람으로 치믄 중년이 넘어가 다 늙었으이까 그렇지예...
미남이
맛이 갔다 그 말이네. 그란데 니는 와 대가리 총 맞았다고 야한테 거나?
돈 다 날리구로?
짬보
새끼야, 그래도 의리! 정! 그런 기 있다 아이가? 키운지 10년이 된다는데...
가발이
의리.. 그런 거 아이다.
짬보
그라믄?
CUT TO
주인들이 잡고 있는 목줄을 금방이라도 끊고 튀어나올 것처럼 두 마리의 핏볼 투견이 서로를 향해 으르렁댄다.
고함을 치며 응원하는 사람들 틈에 선 준석과 나머지 인물들도 호기심 어린 눈길로 이를 지켜본다.
이윽고 탁 줄이 풀리자 두 투견이 서로를 향해 와락 달려든다.
<회상시작>
INT. 레슬링 경기장-DAY
와닥닥 달려온 동양인 레슬러가 링의 반동을 이용해 화려한 점프 킥을 날린다.
퍽- 킥에 가슴을 맞고 쾅- 바닥에 쓰러지는 미국인 복면 레슬러.
화면이 넓어지면 프로 레슬링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체육관이다. 그 위로 자막 <1963년 일본 동경>
환호와 야유를 퍼붓는 관중들 사이로 이철주가 다른 양복 한 사람과 함께 링 바로 앞 좌석으로 걸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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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
오야붕도 부친은 한국 사람이라. 함씩 성질도 불 같아서 지난 주에는 역도산이
모임에 안 왔다고 불러가 울매나 뺨따구를 쌔리 갈기던지..
이철주가 아제의 안내로 기모노를 입은 여자들과 맨 앞 VIP석에 앉아있는 야쿠자 오야붕에게 인사를 한다.
오야붕이 앉은 채로 악수를 하더니 자신의 바로 옆 자리를 권한다.
아제(VO)
5.16 혁명 초기에, 아직 대통령이 아니라서 국빈자격 없이 일본을 방문한
박정희를, 조총련 테러에 대비해가 스미요시 야쿠자들이 경호를 맡았을
정도로 정계 쪽 인맥이 좋다.
링 밖으로 밀려나온 미국 복면이 팬티에 숨긴 흉기로 일본 선수의 머리를 가격한다.
하지만, 일본 선수가 이마에 피를 흘리면서도 니킥으로 반격을 시도한다.
오야붕이 껄껄 웃고 기모노 여자들은 놀라면서도 좋아라 꺅꺅 비명을 지른다.
INT. 호텔 스위트 룸-DAY
마치 동선을 연습하듯 손에 잡지를 말아 쥐고 소파 위에 놓은 쿠션을 향해 걸어가며 이철주.
아제(VO)
지난 달에 조직원들 중에 골통 한 놈이 검찰에다가 구미 뒤를 봐 주는
정치인들 명단을 다 넘깄어.
종이에 그려놓은 동선을 보며 다시 거리를 계산하듯 발걸음을 재어본다.
문제는 글마를 보호하는 경찰들이 조직원들 면면을 다 파악하고 있어서
즈그는 도통 접근이 힘든기라...
창문에 선 이철주가 콧수염을 기른 30대 중반 남자의 사진을 보며 담배를 한대 태워 문다.
아래 길 건너편에 가라오케 간판 하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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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 가라오케 입구-NIGHT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산을 쓴 이철주가 아제와 함께 가라오케 입구로 들어간다.
보초를 서고 있는 사복 경찰들이 슬쩍 손에 들고 있던 사진 명단과 대조해 본다.
아제(VO)
경찰들이 일마를 미끼로 써서, 혹시 복수한다고 뎀비는 놈들 있으믄 현장에서
체포해가 그 구실로 조직 전체를 뿌사뿔 계획이라카네...
INT. 가라오케 안-NIGHT
백여 명에 가까운 손님들과 접대부들로 붐비는 가라오케 안.
무대에서 분위기 있게 생긴 여자 가수가 부르는 엔카가 홀 전체에 울려 퍼진다.
바에 앉아 술을 마시는 이철주의 눈이 바 안쪽의 거울 반사로 걸어가는 웨이터의 동선을 살핀다.
구석 테이블에 콧수염이 여자들을 끼고 앉아 있다.
하지만 홀 안 이곳 저곳에 날카로운 눈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 역시 확인된다.
INT. 비상구-NIGHT
비상구 계단 쪽으로 나온 아제가 건물 벽에 붙은 옛날식 두꺼비집의 뚜껑을 연다.
안에 양극 단자를 연결해서 고압이 흐르면 금방 타 버리게끔 만든, 납으로 된 퓨즈가 보인다.
아제가 주변을 살피더니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퓨즈 중간을 지지기 시작한다.
INT. 가라오케 안-NIGHT
이철주가 물잔을 툭 엎지른다.
이를 본 웨이터가 다가오지만 이철주가 괜찮다며 손수건을 꺼내 닦고 쓱 손바닥 안쪽에 편다.
그리곤 주머니 속에 집어 넣더니 길다란 뭔가를 움켜 쥔다.
그런데 갑자기 콧수염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긴장한 이철주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갑작스런 콧수염의 움직임에 당황한 이철주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바에서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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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수염이 엔카를 부르는 여가수 앞으로 걸어가는데 팍- 하고 정전이 된다.
음악이 뚝 끊기고 어둠 속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간신히 사람의 윤곽만이 보일 듯 말 듯한 상황 속에 누군가가 재빨리 움직인다.
카메라가 움직이는 인물을 따라 가는데 잠시 후, 흑- 컥- 커억-하는 소리가 들린다.
카메라가 뒤 돌아서는 인물을 따라 다시 빠르게 움직이고 손님들과 종업원들이 뭐라고 일본말로 떠들어 댄다.
그러다 갑자기 툭-하고 카메라가 따라가던 인물이 누군가와 부딪힌다.
아- 하고 여자의 짧은 비명이 들리고 카메라는 뒤쫓던 인물을 계속 따라간다.
팍- 하고 다시 홀 안에 불이 들어온다.
사람들이 다시 밝아진 가라오케에서 서로를 쳐다보며 오~ 하고 떠들어댄다.
바에 앉은 이철주가 자신의 손에 피가 묻어 있는지 확인하고 막 카운터에 돈을 내는 순간,
꺄악~ 꺄아악~ 하고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다.
손님들의 시선이 한 곳에 쏠리고 이철주는 출구로 향하다 무대 앞 쪽에 있던 여가수와 눈이 마주친다.
여가수의 발 밑에 피 뭍은 손수건이 떨어져 있다.
이철주가 막 문을 빠져나가는 동안, 사람들이 우르르 목에 칼이 박힌 콧수염 주위로 몰려든다.
여가수가 사람들 몰래 얼른 손수건을 집어 들더니 옷 속에 감춘다.
EXT. 가라오케 입구-NIGHT
밖에 있던 형사들이 황급히 안으로 들어가고 기둥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이철주가 침착하게 계단을 내려온다.
이어, 막 도착하는 세단에 몸을 싣자 차는 곧장 빗줄기가 퍼붓는 시내 거리 속으로 사라진다.
<회상끝>
EXT. 울산 시내-DAY
준석의 벤츠가 울산 시내의 한 저축은행 앞에 멈춘다.
차에서 내리는 준석의 손에는 커다란 가방이 하나 들려있고 성큼성큼 저축은행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운전석에 앉은 미남이가 룸미러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며 앉아있다.
INT. 저축은행 행장실-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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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가방이 열리자 그 속에 5만원권 지폐가 가득 들어있다.
눈이 동그래진 은행장이 준석을 쳐다보며
은행장
아이고... 다 현찰이네요.
준석
늙은 개가 이깄습니다.
은행장
예?
은행장의 책상에 놓인 조그만 액자 속 가족사진.
지난번 제비방에서 있다 없다 게임을 하던 중년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준석
(쓱 상체를 앞으로 숙여)
도시개발 국장님캉 친하시죠? 같이 나쁜 짓도 많이 하시고...
눈이 더욱 동그래진 은행장이 금테안경 너머로 준석을 쳐다본다.
INT. 도시개발 국장실-DAY
급속 물 포트 손잡이 위의 빨간 버튼이 탁- 올라오면
이를 중국식 차 다기 세트 위로 가져가는 국장과 그 앞에 앉아있는 준석.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국장이 차를 우려내는 조그만 주전자에 끓는 물을 따르며
국장
안 그래도 송행장이 전화가 왔더라고... 같이 이것저것 많이 한다면서?
준석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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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
그래도 이래 갑자기 인사를 오믄 내가 좀 당황스럽잖아...
준석이 대꾸 없이 묵묵히 앉아있다.
국장이 차 주전자로 준석 앞에 놓인 잔에 따라주며
MB가 워낙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는 의지가 굳으신 분이라가 장관님께서도
아직은 어느 지역이 선정될 지 구체적으로는 모른다 카네...
국장이 차 주전자를 테이블 유리 밑에 깔린 지도 위로 가져가더니 쓱 기울여 차를 조금 떨어뜨린다.
준석의 눈에 찻물이 떨어진 지도 상의 한 지점이 확인된다.
국장의 의미가 담긴 눈빛을 본 준석이 그제야 쓱 자리에서 일어서며
준석
인자 그만 가 보겠습니다.
INT. 노래방 룸-NIGHT
테이블 위에 펴 놓은 지도에 빨간 색으로 동그라미가 쳐진다.
준석
다음 달에 발표만 나도 최소한 다섯 배는 뛴다.
함께 앉아있는 짬보, 가발, 그리고 미남이가 침을 꿀꺽 삼킨다.
행장 권한으로는 백 개 까지는 밀어 준다니까 각자 알아서 부동산들 만나라..
준석이 비장한 눈빛으로 모두를 둘러보며
타이밍 싸움이다. 우리가 준비되기 전에 먼저 당하믄 끝이다.
듣고 있던 녀석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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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 노래방 카운터-NIGHT
세 사람이 노래방을 빠져 나가고 준석이 혜지에게 다가오며
준석
성훈이 15일날 출소제?
혜지
응..
준석
은행에 저당 잡힌 건물 지하가 비었는데 200평 정도 된단다. 내가 직접 하기는
그렇고... 성훈이나 니 명의로 룸싸롱 하나 하자.
혜지
룸싸롱?
준석
동생들 말로는 요새 4대강 때문에 낙동강쪽 수주 받은 건설업자들이 돈을
물 쓰듯이 쓴다네. 고급일수록 좋고.
혜지
내야 해 보믄 좋지.. 돈은?
준석
내가 주께.
혜지
참, 말 쉽게 하네. 좋다, 그라믄 술집 이름은 뭐로 할래?
준석이 쓱 주변을 둘러보다 양주병 하나를 발견하고는
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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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좋네.
혜지가 준석이 가리키는 술병을 보고는
혜지
씨저..?
EXT. 교도소 앞-DAY
철커덩- 교도소 문이 열리면 머리가 긴 성훈이 밖으로 나온다.
눈 앞에 마중을 나온 혜지와 귀걸이, 그리고 지난번 사찰 작업을 함께 했던 녀석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혜지
고생 많았제? 하이고~ 짜슥아...
성훈이 양팔을 한껏 벌려 친구들과 흑인 스타일로 차례대로 포옹을 한다.
귀걸이
혼자 총대 메고... 미안하다.
성훈
(웃으며)
치아라, 새끼야.
그러다 쓱 눈길을 돌려 친구들 뒤에 서 있는 BMW 오토바이를 보더니
뭐고?
혜지
준석씨 알제? 느그 친구들이 그라는데 니 저런 거 좋아 한다메?
성훈이 눈이 동그래서 쳐다보면 귀걸이가 들고 있던 가죽 잠바를 툭 던져준다.
잠바를 받은 성훈이 쓱 혜지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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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
둘이 사귀나?
EXT. 국도-DAY
국도를 달리는 차량들과 BMW 오토바이.
오토바이를 탄 성훈의 눈이 운전하는 혜지의 눈과 마주친다 싶더니
부다다당~ 손목을 꺾어 콰콰콱 혜지의 차를 추월해 시원스레 뻗은 도로 위를 달려나간다.
얼굴에 바람을 맞으며 달려가는 성훈의 모습이 카메라에 가득 잡힌다.
차 전방 유리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혜지의 핸드폰이 울리자 이를 받는다.
혜지
어, 성훈이 나왔다.. 억수로 좋아 미치네...(웃으며) 야, 니캉 내캉 둘이 결혼하는
지 물어보는 거 있제... 머스마가..
EXT. 씨저 룸사롱 앞-NIGHT
로마 스타일로 화려하게 꾸며놓은 룸싸롱 입구.
주차장엔 고급 승용차들이 즐비하고 술 취한 손님들이 연신 입구로 들어간다.
서너 명의 주차요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성훈과 친구들이 차와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성훈의 친구들이 혀를 내두르며
귀걸이
야~ 성훈이 엄마 돈 많이 벌겠네...
성훈이 이맛살을 찌푸린 채 싸롱 입구의 씨저 석상을 쳐다본다.
EXT. 룸싸롱 방-NIGHT
조태가 조그만 약 봉지를 건네주자 준석이 물끄러미 이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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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라이터를 꺼내더니 불로 약을 봉지 채 지져 없애며
준석
미리 말은 좀 흘맀나?
조태
예, 돈도 안주고 자꾸 약만 사오라 하는데 완전 돌아 뿌겠다고 짜증을 좆나게..
아니, 억수로 냈습니다....아니, 내는 척 했습니다. 행님.
준석
잘했다. 각 지역별로 어떤 놈이 실세고 어떤 놈이 제일 불만이 많은지, 약은
하는지, 여자를 좋아하는지, 노름에 미친 놈인지 다 알아내야 된다.
듣고 있는 조태가 상기된 얼굴로 침을 꿀꺽 삼키며
조태
예. 행님.
준석
그라고 주로 움직이는 동선들도 잘 파악해 놓고...
준석이 옆에 있던 묵직한 돈 가방을 건네며
일단 3억이다.1억은 니가 쓰고 나머지는 니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놈들 술,
약, 다 사주고 오입도 시키라. 필요하믄 또 달라카고...
조태
(꾸벅 절을 하며)
예,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행님.
준석이 좀 안심이 안 되는 듯
준석
니보고 우째 저래 돈을 펑펑 쓰고 댕기는지 의심하믄 우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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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
(잠시 당황하지만)
아, 아버지가 다이 하시가 땅 팔고 집 팔았다고 하겠습니다. 행님.
준석
진짜 다이 하싰나?
조태
사실 거의 그런 상태지 말입니다. 지금 당뇨로 중환자실에 계시가...
준석
그라믄 더 이상 거동이 힘들어서 니가 미리 재산권을 다 상속 받았다 해라...
조태
예, 너무 좋은 말씀이시지 말입니다. 행님.
준석이 기가 찬 듯 픽 웃더니 다시 표정을 진지하게 바꿔
준석
잘 해라..
조태
(꾸벅 인사하며)
예, 잘 하겠습니다. 행님.
INT. 룸 싸롱 복도-NIGHT
복도를 걸어 나오는 준석의 눈에 맞은편 방에 밴드가 스피커와 악기를 넣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안에서 술을 마시며 떠들어대는 성훈 무리.
상석에 앉아 여자 둘을 옆에 끼고 후배들에게 술을 따라주는 성훈이 제법 그럴 듯 하게 보스 폼이 난다.
성훈
㈜Trinity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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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들아, 다 내가 카바 처 줄 때 잘해라. 어?
여자애 하나가 성훈에게 싹 안기며
술집여1
잘생긴 오빠야, 우리 오늘 딥하게 놀거제~ 그자?
성훈
그기 뭔데? 가시나야.. 어?!
성훈이 문 앞을 지나는 준석의 눈과 마주치자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꾸벅 고개를 숙인다.
그리곤 오토바이 키를 들어 보이며 멋쩍게 씨익 웃는다.
고개를 끄덕여 주고 지나던 준석이 갑자기 걸음을 우뚝 멈춘다.
그리곤 다시 뒤를 돌아보며 성훈이 짓던 얼굴 표정을 생각해 본다.
분명, 어디선가 낯익은 모습이다.
EXT. 해운대 앞바다/요트 계류장-NIGHT
화려하고 멋지게 빠진 요트가 천천히 해운대 야경이 잘 보이는 곳에서 해안선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요트 갑판에서는 배가 나온 중년 남자들 셋이 젊고 잘빠진 여자들을 끼고 술을 마시고 있는데
핸드폰 벨이 울리자 은기가 요트 안 쪽으로 들어오며 전화를 받는다.
은기
그래..
빠박(VO/F)
예, 형님. 요새 준석이 형님은 울산에서 술집하는 여자 기둥서방 하는
갑는데예.
은기
울산? 우째 아는 여잔데?
빠박(V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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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알았는 갑던데예, 세 번이나 이혼을 해가 지금은 혼자랍니다.
그란데...
은기
그란데 뭐?
CUT TO
요트 계류장 파라솔 근처에서 서성이는 빠박이.
빠박
그 여자 아 새끼가 좀 밸납니다. 우리캉도 한 1년 전에 양산에 사찰 문제로
부딪힌 적도 있고예... 재근이 목발 짚은 사건예.
은기(VO/F)
그래 알지. 그 울산 꼬맹이들...
빠박
예. 그런데 그때, 용성이 말로는 우리 아아들이 안에서 한번 담가뿔라 한 거를
준석이 행님이 억수로 말맀답니다.
은기(VO/F)
그래? 탁공 쪽 아아들이가?
빠박
머.. 건달이라기 보다는 고마 논두렁 비슷하게 그런 거 같습니다. 참, 그라고
행님..
CUT TO
은기
말 해라.
빠박(V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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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준석이 형님 출소 할 때부터 따라 댕기던 얼빵하게 생긴 놈 혹시
기억 나십니까?
은기
몰라. 와?
빠박(VO/F)
글마가 자꾸 우리 아아들한테 약을 사간답니다.
은기
뭐고? 뽕쟁이가?
CUT TO
빠박
김해 사는 즈그 동기들한테 물어 보이까 술 묵고 함씩 포장마차에서 꼬장은
지기도 뽕은 안한다드라고예... 혹시, 준석이 행님 약 합니까?
CUT TO
은기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은기
차암~ 옛날 버릇 개 몬주는 가베...
EXT. 해운대 포장마차-NIGHT
술에 취한 조태가 길거리 포장마차를 통째로 뒤집어 엎으며
조태
이런 개 씨박 새끼들이!
그릇과 안주들이 와장창 바닥으로 떨어지고 앉아있던 다른 손님들도 화들짝 눈이 동그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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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가 연신 씩씩대며
내가 자연산캉 양식도 구별 몬하는 줄 아나? 엉? 내가 은기 행님캉 어떤
사인지 아나? 어? 야이 씨발것들아...
근처 다른 포장마차에 앉아 있던 건달들이 쓱 조태 쪽을 돌아보며
포장건달1
누고..? (옆 사람에게) 아나?
포장건달2
몰라.. 우리 식구 아인 거 같은데...
포장건달1
개 자석이 우리 이름 팔고 댕기는가베... 체포 해뿌자.
INT. 요트 계류장-NIGHT
계류장 한 쪽에 있는 편의점 앞 파라솔.
빨대로 과일 슬러시를 쪽쪽 빨아대는 빠박이 앞에 조태와 그 옆 포장마차에 있던 건달들이 보인다.
조태
(억울한 듯)
저는 사실 제가 준석이 행님 모시고 댕기믄 고마 자동으로 부산 쪽 식구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지 말입니다.
빠박이가 입술을 오무려 빨대를 빨며 좀 한심하단 표정으로
빠박
식구 해가 머하구로?
조태
그야, 머... 일단 설명할 필요도 없이 바로 느와르 인정이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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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녀석들이 기가 찬 듯 픽- 웃는다.
하지만 조태는 더욱 울상을 하며 최대한 리얼하게
진짜, 진짜 너무 힘듭니다. 세상물정 모르제, 잔소리 많제, 돈도 안 주고 약은
구해오라 하제.. 혹시 가짜 이준석이 아입니까?(다시 인상을 바꿔) 뭐, 그래도
막말로 눈 딱 감고 그런 거는 다 참을 수 있거던예. 그란데...
빠박
와?...머를 몬 참겠는데?
조태가 스스로 최대한 비애에 젖은 표정으로
조태
빵에서 너무 오래 생활을 하셔서 그런지.. 함씩 같이 잘 때는 자꾸 더듬고
만지고 그랍니다.
빠박
(눈이 동그래서)
어데를?
조태
(팍 찡그리며)
그게예!
INT. 호텔 방-DAY
여자와 벌거벗은 채 자고 있는 성훈.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에서 당시 유행하는 음악 벨소리가 울리지만 골아 떨어진 성훈은 눈조차 뜨지 않는다.
몇 초 후, 다시 띠리리리~ 띠리리리~ 방의 전화가 울린다.
할 수 없이 부스스 일어 난 성훈이 짜증난 얼굴로 수화기를 집어 들며
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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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고?
준석(VO/F)
씻고 나온나, 해장이나 하구로.
INT. 복국집-DAY
젖은 머리의 추리닝 차림에 슬리퍼를 질질 끌며 걸어오는 성훈.
미리 와 기다리는 준석이 눈에 창문을 통해 녀석이 걸어 오는 게 보인다.
식당 안으로 들어선 성훈이 준석을 보자 꾸벅 인사를 한다.
CUT TO
준석이 복국에 말은 밥을 먹고 있다.
맞은편의 성훈이 밥을 먹다 말고 배가 부른 듯 숟가락을 내려놓자
준석
(힐끗 보며)
밥은 다 무우라..
성훈
배.. 부른데예. 어제 밤에 닭을 많이 무우가..
준석이 녀석의 그런 모습을 잠시 쳐다보다가
준석
니 건달들이 와 서로 만나기만 하믄 “식사하셨습니까?”하고 물어 보노?
성훈
몰라예..? 와예?
준석
대부분 집들이 못살고 사는 기 험하니까 끼니를 거를 때가 많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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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
아~ 맞습니까? (빙긋이 웃으며) 쪼매 구질구질 하다. 그지예?
준석
와? 니는 구질구질하게 안 살고 싶나?
성훈
머, 어차피 한번 사는데.. 남자가 좀 대차게 살아야 안 되겠습니까?
성훈의 말을 들은 준석이 쓱 숟가락을 내려 놓더니
준석
그라믄 니, 내하고 같이 부산 접수할래?
다시 숟가락을 들던 성훈이 몇 번 눈을 꿈뻑이더니 별 주저 없이
성훈
예, 부산 접수하고 올라가가 서울도 묵지예.
준석
농담 아이다.
성훈
저도 아인데예.
두 사람의 눈길이 잠시 마주치고
울산 사람들 입에 발린 소리가 먼지 아십니까?
준석
뭔데?
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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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맹쿠로예..
준석
(픽 웃더니)
그래서? 똘똘한 아아들 몇이나 있노?
성훈
아아들은 걱정 마이소. 양산이랑 마산 쪽에도 센 놈들 꽉 있습니다.
준석
그라믄 언제 다 같이 조용한데서 밥이나 함 묵자.
성훈
밥 말고 그냥 돈 주시지예.
준석이 조금 당황한 듯 미간 사이에 주름을 만들어 보면
성훈이 당연하지 않냐는 말투로
요즘에는 행님, 동생 하는 거 보다... 고마 돈만 많이 주믄 일 다 합니다.
준석
식구가 안 되도 돈만 주믄 무조건 한다 그 말이가?
성훈
뭐, 꼭 그런 건 아이라도.. 돈이 있어야 식구가 되지예.
준석
그라믄 니는?
성훈
제가 뭐예?
준석
작년에 들어갈 때, 와 딴 아들은 안 불고 니만 총대 맺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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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
그야 뭐, 제가 대장이니까...
준석
와? 아아들 돈 더 나나주고 니는 드가지 말지?
성훈
돈이 있어야지예? 용역비 받은 거를 경찰한테 다 뺏기가...
준석이 기가 찬 듯 그냥 픽 웃어버린다.
참, 그라믄 형님...
준석
뭐?
성훈
나중에 형님캉 제캉 같이 전국 통일하고 나문... 대장은 누가 합니까?
준석이 전혀 당황하지 않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준석
함 보자메. 니 따르는 아아들이 많으믄 니가 대장하고, 내 따르는 아아들이
많으믄 내가 하믄 안 되겠나? 식구들이 따라야 보스를 하지.
성훈
아~ 맞습니까? 그라믄 역시 결국에는 돈이네예 그지예?
준석이 좀 갑갑한 가볍게 한숨을 쉬다가 갑자기 멈칫한다.
성훈의 목에 걸린 좀 특이한 모양의 목걸이가 보인다.
분명 어디선가 낯익은 물건이다.
뭔가를 생각하는 준석의 주름진 눈이 마저 밥을 먹는 성훈의 얼굴과 목걸이를 번갈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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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시작>
INT. 오야붕의 별장-DAY
털컥-007 서류가방이 열리자 그 안에 만엔권 지폐가 가득 들어있다.
이를 본 이철주와 아제가 오야붕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인다.
오야붕이 앉으라는 듯 손짓을 하며 굵은 음성으로
오야붕(일어)
몇 년 전에 일본에 온 박정희를 보니까 앞으로 한국은 힘들겠어..
이철주(일어)
무슨 말씀이신지..?
오야붕(일어)
북한 때문에... 군인들이 최소한 20년은 해 먹지 않겠나 말이야. 건달들이
아무리 용맹해도 기관총, 대포를 이길 수야 없지.
이철주와 아제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다.
더구나 군인들은 우리 같은 사람들을 쓰다 버리는 걸레로 알아. 그러니 그냥
일본에 남는 게 좋을 거다. 일본 정치인들은 절대로 우리를 버리지 못해.
듣고 있는 이철주의 표정에 깊은 고민이 서린다.
INT. 오야붕의 별장 앞-DAY
가방을 든 이철주가 아제와 함께 차로 걸어가며
아제
다 니를 아껴서 하시는 말씀이다. 잘 한번 생각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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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코 걸어 와 차 문을 열던 이철주가
이철주
아제, 사람 하나만 찾아 줄랍니까?
INT. 고급 레스토랑-NIGHT
하얀색 보로 덮어진 테이블 위로 얼룩덜룩 마른 피가 묻어 있지만 곱게 접힌 손수건이 건네진다.
이철주 앞에 가라오케에서 노래를 부르던 여자 가수가 고운 양장을 입고 앉아있다.
이철주
교포 분이라고 들었는데... 그라믄 부모님 고향은 어데십니까?
여가수
부산입니다.
이철주
아~ 그렇습니까? 저도 부산에서 일본에 온지 몇 년 됩니다.
여자가 끄덕이며 다소곳이 웃는데 이때, 웨이터가 식사를 가져온다.
웨이터가 음식을 놓고 떠나자 이철주가 슬쩍 여자의 눈치를 보며
경찰한테... 와 내 이야기를 안 했습니까?
여자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들어 담백한 눈으로 쳐다보며
여가수
그냥 제 느낌에... 선생님도 한국사람 같았습니다.
이철주가 입술을 다물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와 애정이 어린 눈길로 여가수를 쳐다본다.
EXT. 부산항-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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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항으로 들어오는 관부 연락선의 모습. 그 위로 자막 <1964년 부산>
이철주가 임신해서 배가 불러있는 여가수와 함께 여객선에서 내린다.
중절모를 쓰고 마중 나온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INT. 이철주의 방-DAY
엔화가 가득 든 가방을 본 애꾸눈이 황당하단 얼굴로
애꾸눈
형님, 이거를 다 나나 주뿌믄 형님은 우짜십니까?
이철주
우짜시기는? 또 버시믄 되지...
애꾸눈
(웃으며)
차암~ 그래도..
이철주
됐다. 내 없는 동안 다들 어려벘다메... 고마 줄 거라도 있는 기 다행이다.
EXT. INT. 호텔입구/로비-DAY
호텔 입구에 60년대 당시의 고급차량 한대가 멈춰 선다.
차에서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 둘이 내리다 입구에 우글거리는 덩치들을 보고는 미간에 주름이 생긴다.
이때, 호텔 매니저가 뛰어 나와 고개를 숙이며
매니저
(슬쩍 작은 소리로)
비서관님, 혹시 오늘 이철주 보기로 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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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관
응, (턱짓을 하며) 뭐야? 쟤들...
매니저
하~ 참.. 부산 촌놈들이 아예 객실 한 층을 다 잡았습니다.
INT. 프레지던트 스위트룸-DAY
명품 양복에 금장 로렉스 시계, 다이아몬드 카우치 버튼을 한 이철주가 소파 상석에 앉아있고
옆에는 비서관이 앉아있다.
비서관
(쓱 상체를 숙이며)
2장이믄..? 이백 말입니까?
이철주가 쓱 소파 뒤로 기대 앉으며
이철주
보이소, 비서관님. 제가 한번 이래 움직이는 데만 기백 듭니다. 공을 하나
더 보태이소.
비서관
뭐, 뭐라구요?
비서관이 함께 온 사람과 마주보며 아주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INT. 동래별장-NIGHT
이철주가 상석에 앉아 있고 애꾸눈을 비롯한 중년 건달들이 쭉 줄지어 앉아 있다.
이철주
온천장에 명태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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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명된 중년 남자가 쓱 상체를 숙여 인사를 한다.
영도에 공치성이...
다른 중년 역시 좌중을 향해 무게 있는 인사를 하자
인자 부산은 어느 지역 무슨파 할 거 없이, 다 한 식구다. 자, 잔들 채아라!
각자의 잔에 크라운 맥주가 채워지고 이철주가 절도 있는 말투로
우리가 백만원짜리로 보이믄 우리한테 일을 부탁하는 놈도 기껏해야 몇
백을 내 놓는다. 하지만, 우리가 천만원짜리로 보이믄 수천, 수억을 내 놓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가, 앞으로 우리 가치는 우리가 높이기 나름이다 이
말이야.
앉아있는 깡패들이 나름 비장한 표정이다.
앞으로 밑에 어린 놈들은 전부 머리를 군인처럼 짧게 잘라라. 인사는 항상
예의 바르게 90 도로 하고, 옷은 반드시 양복을 입고 댕기도록.
깡패들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예, 회장님!
이철주
(잔을 들며)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 자, 건배!
깡패들
건배~!
쭈욱 잔을 비운 깡패들이 기분 좋게 우르르 박수를 친다.
아버지 옆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애꾸눈 역시 뿌듯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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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꾸눈(VO)
그기 벌써 오십 년이 다 되가네...
<회상끝>
INT. 일식집 방-NIGHT
이제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어버린 애꾸눈.
애꾸눈
느그 아버님캉 내는 별반 형제나 다름없다. 내한테 앞으로는 울산이 뜰
거라면서 미리 이쪽으로 보내신 분도 회장님이셨고...
주름진 눈으로 준석 옆에 앉은 40대 남자(울산보스)를 쳐다보며
이 친구가 이게 있는 동안, 무슨 일을 우째 하든지 무조건 도와라...
울산보스
(고개를 숙이며)
예, 회장님.
준석
감사합니다. 울산 탁공 식구들한테는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울산보스
아입니다. 무슨 일이든지 고마 편하게 하이소.
EXT. 부산 해운대 전경-NIGHT
마천루들의 화려한 야경이 보이는 부산 해운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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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 와인바–NIGHT
탱그렁~ 하고 길다란 샴페인 잔들이 부딪힌다.
화면이 넓어지면 와인바 테이블에 모여 앉은 깔끔한 양복 차림의 중년 건달들.
야하게 생긴 30대 중반의 마담이 샴페인 병을 들어 보이며
마담
돈페리뇽 레드.. 이거는 오빠들 때문에 특별히 아껴 둔 건데. 병당 백은
주셔야 되요..
턱쭈가리
좋다, 이거 열병 까믄 한 사람은 책임지는 거 알고 있제?
마담
차암~ 한 사람만 책임지도 되겠어요? 호호..
마담이 다시 차례로 샴페인 잔을 채우고 중년들이 힐끗거리며 마담의 엉덩이를 본다.
화면 위로 준석의 목소리가 들린다.
준석(VO)
부산의 각 지역별 조직들이 다시 하나로 묶이면서 여기저기 느슨해진 데가
많아졌다...
INT. 사설 카지노/룸–NIGHT
꽃남방을 입은 건달이 입으로 카드 밑을 후후 불더니 카드가 찢어지도록 뒤집는다.
꽃남방
까오딘 아이가~까오딩!!!
입이 찢어지며 기분 좋게 칩을 자신의 가슴 앞으로 모으는 꽃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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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VO)
비대해지면 물러진다. 옛날에는 오백 명 안팎으로 단단하던 조직원들 수가,
흡수 통합 과정에서 어정이 떠정이 다 합치가 천명이 넘었다.
INT. 골프 연습장-NIGHT
배가 툭 튀어나온 남자가 빽스윙을 올려서는 개폼 자세로 휘익- 드라이브를 휘두른다.
탱- 소리와 함께 공이 반원을 그리며 옆으로 날아간다.
준석(VO)
당연히 적이 없어지니까 서로 싸울 일도 없고, 전투력은 갈수록 약해질 데로
약해진 상황이지...
INT. 씨저 룸싸롱-DAY
상석에 앉은 준석의 표정이 결연하다.
준석
그래도 아직 전면전은 멀었다. 처음에는 그냥 단순 시비인 것처럼 행동해라.
좌우로 앉아있던 짬보, 미남이, 가발이, 그리고 성훈과 귀걸이의 모습이 보인다.
준석이 힘있는 말투로
우리가 뺏는 거 아이다. 도로 찾는 거지.
준석이 BMW 오토바이 키를 만지작거리는 성훈의 눈길과 쓱 마주친다.
별 문제 있나?
성훈
(쓱 고개를 들며)
별 문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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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준석
(다시 한번 다짐을 받듯)
절대 죽이지는 말고 최소 8주 진단서만 끊게 만들어라. 두 달 안에 쇼부 본다.
가라!
일제히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난다.
EXT. 골프 연습장-NIGHT
밤에 환하게 라이트로 밝혀진 골프 연습장의 전경.
주차장 안으로 성훈의 BMW 오토바이와 차가 한대가 들어온다.
INT. 골프 연습장-NIGHT
배뿔뚝이가 자세를 잡으며 다시 발로 버튼을 누르자 핀 위에 공이 올라온다.
다시 천천히 빽스윙을 하는데 그때, 옆에서 깡~ 하는 소리가 들리자 공을 휙 헛치고 만다.
돌아 보면 옆 타석에 알루미늄 야구 배트를 들고 있는 성훈이 보인다.
성훈
아이고.. 씨파, 이 동네에는 와 야구 연습장이 없노?
다시 다시 공을 띄워 배트를 휘두르자 깡~ 소리가 울려 퍼지며 연습장의 모든 사람들이 성훈을 쳐다본다.
기가 차단 표정의 배뿔뚝이가 인상을 쓰며
배뿔뚝이
니 돌았나, 새끼야?
성훈
(쓱 쳐다보며)
방금 방구 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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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뿔뚝이
뭐?
성훈
아니이~ 나는 말씀을 너무 좆같이 해가 똥구멍으로 말 한 줄 알고..
기가 찬 배뿔뚝이가 직접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손짓을 해 멀리 있던 양복 덩치 둘을 부르며
배뿔뚝이
야, 이 아새끼 좀 들내라.
덩치 둘이 뒤뚱거리며 다가오는 모습 뒤로 슬쩍 성훈의 친구들이 따라 붙는다.
성훈 또한 배트를 쥔 속에 꽉 힘이 들어간다.
INT. 클럽 안/복도-NIGHT
터질 듯한 음악과 번쩍이는 조명 아래 미친 듯이 반라의 몸을 비벼 대는 젊은 남녀들.
힐끔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짬보가 성훈의 친구들 세 명과 함께 복도 끝으로 걸어간다.
비상구 문이 열리고 지하 계단 아래로 툭툭툭 내려가는 짬보와 나머지 녀석들.
INT. 지하 카지노 방 입구-NIGHT
덩치 둘이 사우나 의자(완전히 눕혀지는)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위의 유리로 된 스테이지 바닥을 통해 사람들의 아래가 보인다.
덩치들이 미니 스커트와 핫팬티를 입은 여자들 무리가 몰려오자 침을 꿀꺽 삼킨다.
이때, 슬쩍 문고리가 돌아간다.
느긋하게 사타구니를 주무르며 캔맥주를 마시는 덩치.
갑자기 퍽-하고 캔맥주가 찌그러지며 거품이 튄다.
이어 누워 있던 또 다른 덩치가 몸을 세우는 순간 퍽- 소리와 함께 바로 기절한다.
찢어진 캔 때문에 입술이 터진 덩치가 벌떡 일어서 주먹을 들지만 짬보가 다짜고짜 치이익- 가스총을 쏘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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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 와인바–NIGHT
멍청하게 웃으며 샴페인을 마시는 중년 건달들.
그때 턱쭈가리 뒤에서 나타난 손이 잔을 집더니, 미남이가 쭉 샴페인을 마셔버린다.
일제히 돌아보는 마담과 중년들.
미남이가 쩝쩝 입맛을 다시며
미남이
뭐고 이거? 사이다가?
마담
아니. 누구세요?
미남이
느그 엄마다 와? 이~ 씨발년아.
미남이가 마담의 머리채를 잡더니 확 끌어당겨 자신의 사타구니에 박으며
자, 나도 책임 좀 지도. .
여자가 버둥거리를 꼴을 보는 중년들이 긴장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본다.
EXT. 골프 연습장-NIGHT
성훈
말을 주디로 해야지, 어? 더럽구로 똥구멍으로.. 이 새끼가..
성훈이 사정없이 휘두르는 알루미늄 배트에서 퍽- 빡- 둔탁한 소리가 나고
배뿔뚝이
아악~ 악!
속수무책으로 두들겨 맞고 있는 배뿔뚝이 너머로 다른 녀석들에게 작살이 나는 양복 덩치 둘의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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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 사설 카지노-NIGHT
쿵-하고 카지노 입구 문이 열리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문 쪽으로 고갤 돌린다.
짬보가 성훈 친구들 셋과 함께 카지노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온다.
카드를 쪼우던 사람들의 인상이 굳고 안에서 기도를 보던 덩치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꽃남방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꽃남방
야~ 짬보 행님, 그 동안 잘 지냈소?
짬보
지냈소? 소? 내가 소가 씨발 자석아...
꽃남방의 인상이 구겨지자 옆에 있던 다른 건달이 일어서더니 눈을 부라린 채 다가오며
노름건달
이런~ 썅놈의 행님을 봤나..
순간, 노름 건달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서 테이블로 쾅- 내려 꽂힌다.
동시에 의자를 잡아 달려드는 녀석 하나의 턱을 쳐버리는 성훈 멤버.
다른 녀석은 주먹을 휘두르는 덩치를 슬쩍 피하며 벽에 걸린 액자를 뽑아 내려친다.
액자에 머리가 끼인 덩치를 끌어 당기며 발로 무릎을 차 버린다.
아악- 비명과 함께 무릎이 꺾이며 쓰러지고
원 투 손을 내 저으며 어설프게 덤비는 덩치 얼굴에 작은 화분 하나가 날아와 ‘퍽’ 소리와 함께 박살이 난다.
이윽고 짬보의 주먹이 꽃남방의 콧등을 찍어버리자 쌍코피가 터지며 뒤로 자빠진다.
짬보
쓰모하나? 배떼지만 티 나와가. 썅놈의 시끼들이..
짬보가 꽃남방의 가슴팍을 한번 더 차서 꾹 눌러 버린다.
‘우직’ 가슴뼈가 내려 앉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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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 와인 하우스–NIGHT
마담
악~ 아악~!
미남이
씨발년아, 보자니까? 니 없으믄 내가 만들어 주께!
미남이가 마담의 치마 속 팬티를 잡아 당기는 모습 뒤로 젊은 놈들 셋이 연장을 들고 들어오며
미남대원1
행님, 무슨 문제 있습니까?
이미 기가 죽은 중년 건달들은 사색이 된 채
턱쭈가리
미남아..
미남이
(획 돌아보며)
와?
턱쭈가리
(여유를 부리며)
자, 자, 그만하고. 우리 일단 이야기 좀 하자..
미남이
뭘 그만해? 동생 데이트 중이잖아. 개새끼야.
턱쭈가리
미남아. 니가 오해가 있는데.. 옛날부터도 우리 진심은 그기 아이다. 니도
우리 이야기를 함 들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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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이
노래하나?
턱쭈가리의 머리에 와인 병을 그대로 내리치는 미남이.
퍽-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꼬꾸라지는 턱쭈가리.
다른 중년이 벌떡 일어나면 뒤에 있는 녀석이 탕- 하고 쇠파이프로 머리를 내리친다.
이때, 나머지 중년이 휭-하고 주먹을 날리자 고개를 획 숙이는 미남이.
덩치의 목을 잡고 업어치기로 내동댕이 치자 와장창 유리 테이블이 박살 난다.
어느새, 와인바 안을 일대 격전장으로 변하고 나이든 중년 건달들이 어린 건달들에게 흠씬 얻어터진다.
다시 쓱 넘어진 턱쭈가리를 바라보는 미남이. 포크를 집더니 곧바로 턱쭈가리의 볼에 팍- 꽂아버린다.
놀라서 고함도 못 지르는 종업원들.
INT. 사설 카지노/룸–NIGHT
현금이 가득 든 돈가방을 챙기는 짬보가
짬보
또 오께. 돈 많이 벌어놔라...
얼굴이 피 투성이가 되어 한쪽 구석에 널브러진 노름꾼들과 기도들.
짬보 무리가 가방을 들고 우르르 카지노를 빠져 나간다.
EXT. 골프 연습장-NIGHT
부릉~ 시동을 건 성훈의 오토바이가 먼저 골프연습장을 빠져 나가고
그 뒤로 승용차 한대가 뒤 따른다.
INT. 보일러 실-NIGHT
가발이와 젊은 건달들에게 둘러 싸인 앞 이마가 톡 튀어나온 남자.
꿇어 앉은 머리에서부터 콸콸콸 석유가 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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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그렁~ 빈 석유통이 바닥에 떨어지자 앞에 앉은 가발이가 머리의 가발을 쓱 벗는데
머리꼭지에 화상자국이 선명하게 보인다.
가발이
고마 온 몸이 이래 되지 말고... 서류에 지장만 찍지.
하지만 짱구가 여전히 사나운 눈매로 앞에 놓인 서류들을 바라보다가 가래침을 퉷- 뱉어버린다.
짱구
행님요.. 고마 자지나 홀딱 까소...
뒤에 있던 귀걸이이가 소화기로 짱구의 머리를 탕- 갈기며
귀걸이
이 씨바새끼가.
짱구의 머리에서 기름에 섞인 선혈이 흘러내린다.
하지만 여전히 독기가 남아
짱구
느그... 이래가 나중에 감당이나 하겠나..?
그 말을 들은 가발이가 푹- 한 숨을 쉬더니 손에 든 가발을 녀석의 입에 쑤셔 넣는다.
쓱 일어서며 옆에 소화기를 들고 있는 귀걸이를 향해
가발이
붙이라. 10초만 태우자...
귀걸이이가 쓱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자 짱구의 독살스런 눈마저도 공포에 질리고 만다.
INT. 씨저 룸싸롱-NIGHT
중호가 마이크를 잡고 신나게 <BAD CASE OF LOVING YOU>를 불러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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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호
닥터, 닥터, 깁미더 뉴 사카라~ 베드 케이스 오브 러빙유~ 아킬 가더 홈마니
사카라 베드 케이스~ 오브 러어~ 빙유~
중호가 콩그리쉬 가사로 노래를 부르는 사이 준석이 혜지와 상택을 인사 시킨다.
두 사람이 서로 기억을 더듬으며 아는 척을 하며
상택
어?! 그라믄 혹시 고양이 갖고 왔던 그 아가?
혜지
야아는~ 아는 무슨 아고? 내일 모레 오십인데.. 호호..
혜지는 이미 술에 취한 듯 얼굴이 많이 상기되어 있다.
이윽고 촤촤촤촹~ 하고 노래를 끝낸 중호가 가쁜 숨을 헐떡이며 마이크에 대고
중호
쉐끼들아~ 우리 나중에 늙으면 전원주택이라도 지어가 다 같이 모이가
살구로 계라도 하나 들자.. 야, 상택아. 나와 봐. 내캉 같이 준석이 18번 하나
불러 주구로...
준석
쉐끼야, 내 18번을 와 느그가 하노?
중호
니 또 그 노래 부르고 감빵가믄 우짤끼고? 고마 우리가 부르께~
밴드가 <My Way>의 전주를 시작하고 준석이 황당한 표정으로
준석
저 새끼가...
상택과 중호가 어깨동무를 하고 마이크를 잡더니 듀엣으로 목청껏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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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선율과 함께 둘이 제법 바리톤으로 목소리를 깔아 화음 비슷하게 넣는다.
물끄러미 이를 쳐다보는 준석에게 축 쳐져 힘이 없어 보이는 혜지가 다가오더니
혜지
우리... 느그 집에서 전축 틀어놓고 놀 때만 해도, 나중에 이래 살 줄 알았겠나?
그자?
준석이 묵묵히 혜지를 쳐다 본다.
혜지가 테이블 위에 있던 양주 원액을 한잔 그대로 들이키더니 크~ 하고 인상을 쓴다.
준석의 미간 사이에 주름이 생겨
준석
무슨... 일 있나?
혜지가 푹~ 한숨을 쉬더니 원망스런 눈길로 준석을 쳐다보며
혜지
준석아, 우리 성훈이가 그래 싸움을 잘 하드나? 니가 누구 때리라 카믄 때리고
가서 칼 주라 카믄 가서 칼 주고...
준석의 표정이 조금 굳는다.
니 내한테 술집 차리가 돈 벌게 한 기 우리 아를 부하로 만들라고 그랬나?
준석이 뭐라 대꾸를 못하고 허공을 향해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준석
그런 거 내가 못 시킨다. 고마 지가 하는 거지...
혜지가 픽- 웃으며 다시 술병을 기울여 잔에 따르려고 하자 준석이 이를 막는다.
두 사람이 다시 서로를 쳐다보고
준석이 마치 궁색한 변명을 하듯
숫놈들은 다 그런 기 있다. 각자 지 방식대로 최고가 되고 싶은 욕심... 정치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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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 사업하는 놈들, 운동하는 놈들, 건달하는 놈들도 다 마찬가지 아이가.
특히, 성훈이 같은 아아들은...
혜지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준석
내.. 성훈이 아버지가 누군지 안다.
혜지가 술이 확 깨는 듯 얼굴이 굳는다.
준석이 담담하게 말을 잇는다.
고등학교 때... 동수랑 진숙이 때문에 함 다투고 나서 나도 마음이 불편해가
도로 화장실로 갔거던...
혜지가 눈이 동그래져서 준석을 쳐다본다.
그런데, 미안하다고 말할 상황이 못되더라..
말을 마친 준석이 물끄러미 혜지를 쳐다보고
듣고 있던 혜지가 어느새 눈물이 그렁해져서 코맹맹이 소리를 한다.
혜지
내 진짜 좋아했었다... 그런데 내보고 아 놓으믄 직인다 카드라...
준석이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듣고 있다.
혜지가 물수건으로 코를 팽~ 풀더니
아 놓고 몇 년 있다가 보믄 지도 어쩔 수 없이 좋아하겠지 했는데... 빙신
새끼.. 고마 건달하다가 죽어뿠다 아이가...
준석이 입을 꾹 다문 채 듣기만 한다.
혜지가 다시 잔에 술을 따르며
인자... 성훈이 그래 되는 거 아인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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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이 씁쓸한 얼굴로 이마에 주름을 만들어
준석
요즘도 함씩 꿈에 동수가 나타난다.
준석이 고개를 돌려 혜지를 똑바로 쳐다보며
어차피 나중에 다 볼 거니까... 너무 서두르지 마라더라...
혜지의 눈에서 다시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린다.
내가 한 가지만 약속하께... 절대로 느그 아아가 내보다 먼저 동수 만날 일은
없을 거다.
혜지가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훔치며 나가버린다.
상택과 중호가 잠깐 혜지를 돌아보지만 그래도 노래는 계속한다.
준석의 상기된 얼굴로 카메라가 가까워지고...
<몽타주 및 회상시작>
INT. 준석집 화장실-DAY
준석이 문을 열고 화장실을 나가려는데 동수가 준석의 어깨를 턱- 잡으며
동수
내는 뭔데? 내는 니 시다바리가?
자신의 어깨에 얹혀진 동수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 한번 보더니
준석
죽고 싶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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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동수가 욱-하며 금방이라도 칠 듯이 준석을 노려본다.
그러자 동수가 슬그머니 눈을 피하고 만다.
손을 어깨에서 내리자 준석이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화장실을 나온다.
문이 닫히자 말없이 한참 서 있던 동수가 핏-하고 혼자 웃음을 터트리고 만다.
동수
죽고 싶나...?
이때, 화장실 문이 덜컥 열리며
혜지
엄마야!
고등학생 혜지가 화장실을 들어오려다 동수를 보고 놀라지만, 이내 배시시 웃으며
도, 동수야.. 내 쉬 좀 할라고..
DISSOLVE FROM
DISSOLVE TO
INSERT- 단발머리 혜지가 고등학생 시절 갓난 아이를 안고 아버지의 호통에 울며 도망치는 모습.
INSERT- 친구들 넷이서 함께 극장까지 달리기 시합을 하던 장면.
INSERT- 진숙을 보러 놀러 온 상택을 놀리는 준석과 친구들.
INSERT- 골방에서 키스하는 상택과 진숙.
INSERT- 풍선과 리본으로 장식한 차가 혜지와 신랑을 태우고 떠나자 예식장 귀퉁이에서 물끄러미 이를
쳐다보는 고등학생 성훈.
<회상끝>
EXT. 사찰-DAY
산 속에 자리잡은 아담하고 조그만 사찰 하나가 보인다.
그 위로 성훈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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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VO)
절 하나 짓는데 얼마나 드노?
INT. 사찰 방-DAY
해영 앞에 놓인 나이키 가방 안에 5만원권 다발이 가득하다.
해영이 고개를 들어 물음표가 담긴 눈으로 성훈을 쳐다본다.
성훈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성훈
영수증 써 도. 돈세탁이나 좀 하구로..
해영이 아무런 대꾸나 움직임 없이 그냥 잠자코 앉아있다.
성훈이 슬쩍 인상을 쓰며
와? 깡패 돈은 부처님이 싫어하나?
그제서야 해영이 돈 가방의 지퍼를 잠그며
해영
그래 받으께. 이걸로 좋은 불사 많이 하겠지만.. 우리 절은 너무 작아서 이런
돈은 못 받으니까, 영수증은 종단에 말해 보께.
성훈
그거야, 뭐 스님 꼴리는데로 하소...
해영이 문득 고개를 들어 성훈을 쳐다보며
해영
와 이라는데?
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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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해영
니 내 싫어한다 아이가?
성훈
아이다, 임마. 그냥 좀 한심하게 생각하는 거지..
두 사람의 눈길이 다시 허공에서 만나더니
나도 깡패 짓 하다가 지옥 갈 거니까 고마 미리 느그 오야붕한테 짜웅이나
좀 할라고.
해영이 기가 찬 듯 피식 웃어버린다.
EXT. 오솔길-DAY
주변이 나무들로 빽빽한 오솔길.
해영과 성훈이 터벅터벅 걸어 멀리 차가 있는 곳으로 향하며
해영
용백이 글마.. 친구들 중에 체격도 제일 좋았고 얼굴도 참 잘 생겼고... 껄렁
거리고 댕기도 마음씨는 착해가 누구 괴롭히지도 않았고... 그런데 그런 거
다 소용 없더라 아이가..
성훈이 얼굴에 그늘이 진 채 듣고 있다.
나는 그때 화장터까지 따라 갔는데... 그게 일하는 아저씨가 그라데. 보통
사람보다 덩치가 좀 크니까 한 30분 더 걸린다고... 식당 가서 밥 먹고 한참
있다가 오라고...
성훈이 우뚝 걸음을 멈추자 해영이 엷은 미소를 지은 채 촉촉한 눈길로 성훈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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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기 다더라.. 사람이 죽는다는 기...
INT. 사우나 안-DAY
별로 사람들이 없는 사우나 안.
벌거벗은 채 전신 거울 앞에서 쉭쉭- 주먹을 뻗으며 혼자 섀도우 복싱을 하고 있는 조태.
마침 온 몸에 문신을 하고 그 옆을 지나던 짬보가 조태 어깨의 피카추 문신을 보더니
짬보
니 그기 뭐고?
조태가 쓱 돌아서 짬보의 몸을 보더니
조태
와~ 제가 문신 쪽은 행님한테 많이 밀리지 말입니다. 그래도 일단.. (다시 쉭쉭
손을 뻗으며) 문신 전에 모션 아이겠습니까? 행님.
짬보가 좀 한심하단 표정으로 쳐다보다 밖으로 나가자
어, 벌써 나가십니까? 행님?
짬보
화장실 간다.. 똥누러.
조태
아, 행님! 화장실은 요 밑에 스타벅스 가시지예. 그게가 깨끗해가 똥은 제일
잘 나오지 말입니다.
EXT. 길가 포장마차-NIGHT
조태, 미남이, 짬보가 도로를 등지고 있고 가발이는 모서리 안쪽에 앉아 서로 소주잔을 주고 받는다.
선배들 셋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조태는 안주를 엄청 부지런히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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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보
은기 쪽 아아들이 도통 뭐가 뭔지 몰라가 난리 굿이란다. 씨박 새끼들...
미남이
그래도 니가 종잣 돈 마련한 기 컸다. 씨파~ 다 늙어 빠진 그 개가 이길 줄
누가 알았겠노?
가발이
내가 알았지.
짬보
우째?
가발이가 쭉 한잔 소주를 들이키고 나더니 크~ 인상을 쓰며
가발이
우리 개가 한참 잘나갈 적에 서로 씨 받아 갈라고 난리였거던... 돈 천 안 주믄
고마 냄새도 못 맡게 했다.
조태는 여전히 안주빨을 세우느라 정신이 없고
딴 놈들은 잘 기억 몬해도 같이 싸운 개가 즈그 아들이다. 개들끼리도 서로
지 핏줄은 알아 보거던.. 자식 개가 아무리 세도 끝까지 물고 있지를 못한다
말이야...
듣고 있던 사람들이 아~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짬보
와~따, 씨바... 아부지가 더 독한가베, 진짜 개새끼들이네 그거...
그러던 짬보가 쓱 눈을 내리깔고 미남이를 쳐다보며
미남아, 그런데 니는 와 아무리 빠구리를 치도 아가 없노? 니 혹시 우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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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씨 없는 수박...
미남이
(확 빈정이 상해)
조까라 씨발놈아, 니는 느그 아가 누구 씬지 알기 뭐고?
짬보
새에~끼. 장난 친 거를 확 열받아가꼬.. 쫀쫀하구로...
짬보가 약 올리듯 빙긋이 웃다가 잠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참, 그란데 요새 아아들은 우장춘을 아나?
옆에서 먹기만 하는 조태를 툭 치며
임마, 느그는 학교 댕길 때 우장춘이라고 배았나?
조태가 화들짝 쳐다보며
조태
자, 장춘이 행님예? 글쎄예... 혹시 얼굴 보믄 알 수도 있을 거 같은데예.
짬보
머라고?
다들 황당해서 푸하하 큰 소리로 웃어버린다.
CUT TO
주행 중인 승용차의 전방 유리 시점으로 가발이 무리가 웃고 떠들며 앉아있는 포장마차가 보인다.
운전 중이던 빠박이 핸드폰을 꺼서 주머니 속에 넣는다. 그리곤 악셀을 밟아 점점 차의 속도를 높인다.
전방 시점의 포장마차가 점점 빠른 속도로 가까워진다.
CUT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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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발이
아지매, 얼큰하게 해물 항거 넣고 라면 하나 끓이...
순간, 쾅- 하는 소리가 나자 가발이가 고개를 돌린다.
아?! 하고 보는데 순식간에 옆에 있던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세 사람의 몸뚱이가 아스팔트 바닥에 뒹굴고 있고 그들을 치인 차는 덜컹 반대편 도로로 진입하더니 끼이이익~
소리와 함께 멀어진다.
튀어나온 가발이가 보자 조태, 미남이, 짬보의 깨진 머리와 찢어진 몸뚱아리 여기저기서 피가 흘러 나온다.
얼굴이 하얘진 가발이가 얼른 핸드폰을 꺼내 든다.
EXT. 병원 응급실 입구-NIGHT
응급실 입구로 준석의 차가 빠른 속도로 달려와 끼익- 선다.
INT. 병원/응급실-NIGHT
얼굴이 잔뜩 굳은 준석이 입구에서 기다리던 가발이와 함께 응급실 안으로 들어온다.
가발이
조태는 방금 수술 들어갔고... 짬보랑 미남이도 장담은 못한답니다..
이때, 핸드폰 벨이 울리자 준석이 꺼내 액정을 들여다본다.
힐끗, 가발이를 쳐다보더니 전화를 받는다.
핸드폰에서 비릿한 은기의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은기(VO/F)
형님, 와 이라십니까? 고마 머리도 식힐 겸 여행 좀 다녀오시라고 한 건데,
이래 오해를 하시뿌믄 우짭니까?
준석
아~ 그랬드나. 우짜노? 내가 울렁증이 있어가 비행기를 몬탄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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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기(VO/F)
형님, 일단 만나서 오해를 푸시지예? 우리끼리 이거는 아니지 않습니까?
준석
그래, 얼굴 함 봐야지. 어데서 볼래?
INT. 은기의 숙소-NIGHT
광안대교가 보이는 숙소 안.
부하들 몇이 병풍을 친 가운데 거실을 서성이는 은기가 담배를 피우며
은기
기장 가는 길에 있는 방파제 아시지예?
준석(VO/F)
알지.
은기
내일 오전에 저는 운전하는 꼬마만 데리고 가가 먼저 낚시나 하고 있겠습니다.
뭐 대충 형님이 원하시는 거 다 들어드릴 생각이고, 단지 현실적인 부분만 좀
고려해 주시지예...
준석(VO/F)
내야 뭐 큰 욕심 없다. 그래, 만나가 얼굴보고 대화하자.
INT. 한적한 국도-DAY
기장이라고 쓰여진 푯말이 붙은 도로를 달리는 준석의 차. 도로는 비교적 한적하다.
썬그라스를 쓴 채 묵묵히 앉아있는 준석 옆에는 역시 썬그라스를 쓴 성훈이가 운전을 하고 있다.
창 밖을 보던 준석이 애써 감정을 추스리려는 듯 침착한 표정이다.
그런데 핸들을 잡고 있던 성훈이 징~ 창문을 내리더니 밖에다 오백원짜리 동전을 하나 툭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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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그렁~ 하고 동전이 아스팔트 바닥에 튕긴다.
준석
뭐하노?
성훈
뭐가예?
준석
동전? 와 밖에 버리노?
그제서야 성훈이 씨익 웃으며
성훈
아~ 고마 길바닥에 로드킬 당한 동물들 있으믄 하나씩 줍니다. 혹시라도
아직 숨이 붙어 있으믄 그걸로 전화라도 하라고...
준석이 좀 의외라는 눈길로 성훈을 쳐다보자
옛날에 친한 친구가 오토바이 타다가 죽었는데... 의사들 말이 누가 좀 일찍
발견해가 전화라도 한 통 해 줐으믄 살 수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예...
묵묵히 듣고 있던 준석이 다시 쓱 눈길을 앞으로 돌려
준석
직접 치아 본적 있나? 니가 운전하다가...
성훈
그런 적은 없는 거 같습니다. 와예?
준석
그럴 때는 고마 콱 더 밟아 뿌는 기 맞다. 괜히 급브레이크 밟다가 잘못하믄
지까지 죽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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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성훈이 끄덕이고 두 사람이 각자 나름의 생각에 잠긴 표정이다.
EXT. 방파제-DAY
옛날에 동수가 은기와 함께 있던 바닷가 방파제.
도착한 차에서 내린 준석이 방파제 끝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주말이라 그런지 가족단위로 낚시를 하러 나온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방파제 입구에 차를 대고 지켜보는 성훈.
떨어져 주차된 은기 차 옆의 빠박과 쓱 눈이 마주치더니 무시하듯 딴 곳을 쳐다본다.
성훈의 눈에 한 쪽에 덩치 큰 남자들끼리 낚시하러 온 무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소주를 마시며 웃고 떠드는 모습들이 건달로 보이진 않는다.
EXT. 방파제 끝-DAY
준석이 삼각기둥뿔 위에 낚싯대를 펼쳐놓은 은기 옆으로 가서 선다.
준석
좀 잡히나?
은기가 쓱 고개를 돌려 준석과 눈이 마주친다.
은기가 슬쩍 목례를 하고 다시 눈길을 바다로 돌리며
은기
앉으시지예?
준석
됐다. 고마 서 있으께...
은기
옛날에 동수 행님이 형두 형님 작업하고 이게 쪼그리고 앉아가 담배를 피고
있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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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쳐다본다.
은기가 얼굴에 엷은 미소를 머금은 채
뜬금없이 저한테 조오련하고 바닷거북이하고 수영 시합하믄 누가 이기겠냐고
물어 보더라고예...
준석이 갑자기 어떤 회상에 잠긴다.
한편, 은기는 낚시 찌에 시선이 꼽힌 채
동수 형님 죽고, 저도 감방 안에서 자꾸만 그 말이 생각나가... 도대체 그기 무슨
소리지... 생각 많이 했습니다.
준석
그래서? 알았나? 무슨 소린지...
은기
뭐 정답은 아이겠지만... 친구끼리 싸우자니까 이런저런 많은 생각이 들었을 거고,
조오련하고 거북이하고 시합시키는 것처럼, 고마 꼭 안 해도 되는 짓을 하는 기
아닌가? 혹시 그런 거 아니었을까예?
준석이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생기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준석
그래, 마 그걸 수도 있겠네.. 우리 어릴 때, 쓸데없는 생각 마이 한다 아이가?
태권브이가 이기나 마징가가 이기나?
자신도 씁쓸하게 웃던 은기가 다시 고갤 돌려 준석을 쓱 올려다보며
은기
해운대랑 온천장만 제가 맡겠습니다. 남포동, 서면 쪽은 고마 옛날처럼 형님이
하시죠...
그 말에 준석이 픽-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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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
임마, 요새 부산에 그나마 돈 도는 데가 해운대 밖에 없다던데...
은기
해운대는 재개발 될 때부터 동생들이랑 제가 피를 너무 많이 흘맀습니다.
형님캉 나눈다고 하믄 저도 동생들한테 명분이 없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준석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준석
그래. 조오련캉 거북이캉 시합 그만 시키자. 그라고...
은기가 쓱 돌아본다.
요즘 내랑 지내는 여자 아들이 하나 있다. 최성훈이라고...
은기
(잘 안다는 듯이)
아~ 울산 꼬마예?
준석이 은기를 노려보며
준석
혹시라도 글마나 즈그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기믄.. 고마 다 없던 일이다.
엷은 미소를 짓는 은기가 알겠다는 듯이 끄덕거리더니 다시 시선을 돌려 바다를 쳐다본다.
준석이 다시 방파제 위로 성큼성큼 걸어 올라간다.
EXT. 한적한 국도-DAY
준석의 차가 왔던 길을 돌아가고 있다.
준석이 다시 썬그라스를 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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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
그래 선뜻 내 줄 놈이 아이다. 일요일에, 서면하고 남포동 쪽 아아들 보내가
정리시키겠다는데 우리 쪽 아아들 다 연장 채아라.
성훈이 별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성훈
예, 알겠습니다. 아, 참 그런데 형님...
준석
와?
성훈
우리 아버지는 머때메 담갔습니까?
준석
뭐라고..?
준석의 얼굴이 그만 굳어버린다.
하지만 성훈은 마치 전혀 딴 사람 얘기를 하듯
성훈
행님이 담뱃불 떨차가 신호 줏다면서예? 우리 아버지 직이뿌라꼬...
잠시 당황한 준석이 당장 뭐라고 대꾸를 못하는데
아까 방파제에서 이야기 끝나고 걸어 오실 때 은기한테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사실입니까?
참다 못한 준석이 마침내 입을 열어
준석
차 세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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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이 그러자는 듯 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꺾는다.
EXT. 국도 갓길-DAY
준석의 차가 한적한 갓길에 멈춰 선다.
차 문이 열리고 준석이 내리자 성훈도 따라 내린다.
두 사람이 차 본네트 앞쪽으로 걸어 오더니 잠시 동안 말 없이 서 있다.
무거운 표정으로 고민하던 준석이 이윽고 마음을 먹은 듯 성훈을 쳐다보며
준석
어쩔 수가 없었다...
성훈이 물끄러미 준석을 쳐다볼 뿐 뭐라고 대꾸를 않는다.
쓸데없이 변명하기 싫으니까.. 지금이라도 복수하고 싶으믄 해라. 연장 갖고
왔제?
여전히 대꾸를 않는 성훈의 얼굴에 알 수 없는 미소가 서린 채 준석을 쳐다본다.
준석이 결코 성훈의 눈길을 피하지 않는다.
그거 때문에 빵에서 18년을 썩었다... 그라고도 평생 죄인 심정으로 사는 거고...
그러자 성훈이 대뜸 손으로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성훈
에이~ 뭐.. 저 솔직히 아버지 얼굴 한번 본 적도 없습니다.
그제야 준석이 성훈을 똑바로 쳐다본다.
성훈이 자신도 좀 쓸데없는 질문을 했다는 듯이 계면쩍어 하며
가시지예... 고마 궁금해서 한번 물어만 본 겁니다.
준석이 다시 차에 오르려다 문득 성훈을 쳐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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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
우쨌거나, 나는 내 인생에 절반은 살았다. 니는 아직 많이 남았고...
성훈이 준석을 쳐다본다.
혹시 은기랑 약속한 거 있으믄 미리 말 해라. 나는 고마 이쯤에서 그만해도
되니까...
준석이 진심 어린 눈빛으로 성훈을 쳐다본다.
성훈이 다시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띠우더니
성훈
형님, 그래서 제가 말씀을 드린 겁니다. 원래 배신자들 하는 짓이 뻔하다
아입니까? 이간질...
EXT. 조그만 바닷가-DAY
철썩이는 파도가 자갈이 깔린 해변가로 몰려오는 조그만 바닷가.
바위 위에 쪼그리고 앉아 아버지의 유골 함에서 뼛가루를 꺼내 뿌리는 준석.
준석
아부지.. 인자 갑갑한데 그만 계시고, 시원하고 넓은데 계시이소..
옆에는 중호가 앉아있고 준석이 이마에 주름을 만들어 멀리 수평선 끝을 바라보다가
문득 눈길을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세상에 어떤 아부지가 즈그 아들이 건달로 살겠다는 거를 그래라 하겠노?
중호가 묵묵히 준석을 쳐다본다.
준석이 담배에 불을 붙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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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이가 내 아들은 아니지만... 우리 아버지가 형두 형님한테 내 딸리
보낼 때... 자꾸 그때 우리 아버지 얼굴이 생각난다.
중호
도대체... 처음에 동수가 상곤이 쪽으로 간 이유가 머겠노?
준석이 후~하고 길게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준석
내 하고 같이 있어봐야 지는 갤국 2등 아이가... 은기가 내를 보낼 라는 이유도
마찬가지고...
INT. 이태리 레스토랑-DAY
두꺼운 유리 자동문이 열리며 감방건달과 모습을 드러내는 성훈.
조금은 낯선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쓱 손을 들어 보이는 은기에게로 걸어간다.
CUT TO
여자 종업원이 차를 놓고 떠나자 은기가 옆에 있던 부하 건달에게
은기
니는 가서 한 십 분만 소변 좀 봐라..
감방건달
(푹 대가리를 숙이며)
예, 알겠습니다. 행님.
감방건달이 테이블을 떠나자 은기가 편안한 얼굴로 성훈을 쳐다보며
은기
준석이 형님이 잘 해 주는 가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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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
(끄덕이며)
예..
그러자 은기가 사람 좋게 웃더니 허허 웃더니
은기
나도 한 때는 준석이 행님이랑도 좋은 시절 있었지... 덕분에 빵에서도 몇 년
안 있다 나왔고...(그러다 슬쩍 미간 사이를 찌푸리며) 참, 그란데 내가 솔직히..
이준석이 그 양반이 누구 작업하는 거를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었나? 아이다...
(고개를 저으며) 누구한테 들어 본 적도 없는 거 같네..
듣고 있던 성훈의 얼굴이 살짝 변한다.
은기가 그것을 놓치지 않고 다시 슬쩍 자세를 바꾸며
고마 처음부터 즈그 아부지 후광 입고 행세는 많이 하고 댕깄지. 맨날 말로는
오리지날이 어떻고 즈그 아부지가 야쿠자랑 어떻고.. 참내, 요새 그런 기 다
무슨 소용있노?
은기가 쓱 차를 한잔 마시며 스스로의 과거를 회상해 보듯
반면에.. 나는 이까지 오면서 참 살벌하게 살았네.. 일본에 약 보내는 배에
올라가가 썩은 생선들 위로 피도 참 많이 흘맀고.. 당신 부친 일 있을 때도
사실 마음 속으로는 참 많이 괴로웠고..
듣고 있던 성훈의 얼굴이 그만 굳어버린다.
후~ 하고 길게 한 숨을 쉰 은기가 두 손을 깍지 껴서 앞으로 모으더니 아주 점잖은 어조로
우째 생각하믄 사람이 좀 독해서 그렇지.. 참 투명한 사람이었는데.. 뭐 속으로
딴 생각하고 그런 기 없는 분이였거던..
승운이 자신도 모르게 목젖이 크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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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는 준석이 행님캉은 많이 다르지..
은기가 성훈의 마음에 마지막 비수를 꼽듯이
함 봐라.. 이번에도 틀림 없이 지는 손에 피 안 묻힌다.
은기가 손가락을 펴서 성훈의 가슴을 가리키며
니보고.. 가라 할끼야.
EXT. 이태리 레스토랑 앞-DAY
무거운 얼굴로 레스토랑을 빠져 나오는 성훈.
터벅터벅 오토바이로 걸어가며 핸드폰을 꺼내 든다.
잠시 후, 신호음이 울리자
성훈
어, 엄마.. 내다.
EXT. 도로-DAY
부아아앙~ 천천히 도로 위를 달리는 성훈의 오토바이.
핸들을 잡고 있는 성훈의 눈이 깊은 고민에 잠겨있다.
커브길이 나오자 핸들을 틀더니 다시 손목을 꺾어 바아아앙~ 속력을 높인다.
INT. 약물중독 재활센터-DAY
면회실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성훈.
잠시 후, 성훈 앞으로 환자복을 입은 송기호가 걸어 오더니 얼굴에 물음표를 머금은 채 쳐다본다.
성훈이 대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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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
한동수씨 아들입니다.
그 말을 들은 송기호의 얼굴이 굳어버린다.
이야기 좀 나놔도 되겠습니까?
송기호가 자신도 모르게 성훈의 시선을 피한 채 다른 곳을 쳐다본다.
성훈이 애써 송기호의 눈길을 잡으려는데 송기호가 입술을 꾹 다물어 버리며
송기호
나눌 이야기가 없소..
한동안 두 사람 사이에 진한 침묵이 흐르고
성훈
얼마 전에 이준석씨 왔다 갔지요..?
하지만 송기호는 여전히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딴 곳을 보고 있다.
그런 송기호를 쳐다보던 성훈이 그만 포기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뚜벅뚜벅 걸어 면회실을 나가 버린다.
남아있는 송기호의 목젖이 크게 한번 움직인다.
<회상시작>
EXT. 병원 전경-DAY
화면이 밝아지면 60년대식으로 지어진 병원 건물이 보이고
그 위로 자막,<1964년 2월 27일, 부산 성분도 병원>
INT. 입원실-DAY
검은 띠가 그려진 캡을 쓴 간호사가 링거를 갈고 나가면 이철주가 부하들 몇 명과 함께 병실 안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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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핏덩이를 안고 누워있는 아내를 보며
이철주
부산에서 제일 유명한데 가가 이름 지아 왔다.. 이, 준, 석. 어떻노?
여가수
남자답네요.. 이.. 준석..
이철주가 꼬물거리는 갓난 아이를 내려다보며
이철주
이놈아, 이 준석이... 니는 아부지처럼 건달 하지 말고, 꼭 판검사나 군인! 그런
거 되라. 알겠제? 이 자석, 머시마가 맞는 지 고추 함 보자!
이철주가 아기의 강보를 벗긴다.
이때, 아이가 쪼르륵 이철주의 얼굴에다 오줌을 싸 버린다.
부하들이 와하하 웃고 이철주가 더욱 기분이 좋아서
아이고야~ 이놈 봐라 이거~ 확실히 말해 주네~ 허허허~
이철주의 아내가 된 여가수가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회상끝>
INT. 어느 창고 안-DAY
띠리리릭~ 핸드폰 벨이 울리자 성훈과 눈이 마주친 준석이 전화를 받는다.
준석
어, 그래.
은기(VO/F)
(잠시 말이 없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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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직접 나오실 거지예? 업소들 명의 이전 할라믄 인감도 좀 갖고 오이소.
준석
그래, 알았다.
INT. 은기의 숙소-DAY
핸드폰을 끊는 은기의 표정이 매우 실망스럽다.
쓱- 고개를 돌려보자 뒤에 빠박을 비롯한 건달들 수십 명이 모여있다.
은기
(픽 웃으며)
고마 확실하게 분위기 창출되네...
쓱 뒤를 돌아보며
이 참에... 울산 쪽도 접수하자. 요새 그게 돈 좀 돌제?
빠박
예, 억수로 돕니다. 행님...
은기
울산 접수하고 나믄... 니가 맡아라.
빠박
(머리를 조아리며)
예, 감사합니다. 행님...
INT. 어느 창고 안-DAY
한편, 서른 명 남짓한 대원들과 함께 있던 준석이 성훈에게 턱짓을 해 함께 구석으로 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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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
은기 목소리가 많이 실망스럽네.. 니가 내 작업을 안 해가..
성훈이 준석과의 눈길을 피하며 무리를 벗어나 따라온다.
연막 칠 사람들은 준비했나?
성훈
예, 시간 맞차가 올 겁니다.
구석으로 간 준석이 문득 돌아서더니 성훈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성훈이 마치 무슨 말을 예상이나 한 듯 준석을 쳐다본다.
준석이 어려운 말을 꺼내려는 듯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준석
이번에... 니는 가지 마라.
성훈
...예?
성훈이 혼란스러움에 휩싸이듯 얼굴 근육이 씰룩거린다.
준석
내가 직접 갈 테니까... 니는 성덕이, 정근이, 아아들 몇 놈이랑 남아 있어라.
어차피 내가 벌인 일이다..
성훈이 미간 사이에 주름을 만들어
성훈
같이 벌인 일... 아입니까?
준석이 다시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손을 뻗어 성훈의 어깨를 잡으며
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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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니 말이 맞다. 같이 벌인 일이지. 그라이까 혹시라도 내한테 무슨 일이
생기믄... 니라도 남아서 하던 일 마자 챙기야 될 거 아이가?
고민스런 표정이 된 성훈이 쓱 고개를 돌려 연장을 차는 친구들을 바라본다.
준석이 성훈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며
옛날에 느그 아부지한테... 내는 정말이지 진심으로 부탁했다. 제발 지보고
떠나라고...
두 사람의 눈빛이 다시 부딪힌다.
그란데 글마가... 끝까지 내 말을 안 믿었다.
두 사람이 서로의 눈을 응시한 채 한 동안 말이 없다가
진하게 갈등하던 성훈이 결국 승복한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성훈
알겠습니다... 남으께예...
준석이 그제서야 안심하는 표정이 되어 성훈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 준다.
하지만 성훈은 여전히 어딘가 석연치 않은 표정이다.
터벅터벅 걸어 대부분이 성훈의 친구들로 구성된 무리들 앞으로 다가가는 준석.
준석
다들 몸 조심하고... 작업이 끝나믄 사건이 잠잠해 질 때까지 각자 알아서
잠수 타라.
준석이 가방에 있던 마지막 현찰 뭉치들을 풀어 놓으며
도망자금은 최대한 아껴 써라. 최소 6개월 동안은 서로 연락도 하지 마라.
죽은 놈처럼 찍소리도 내지 말고!
녀석들이 돈다발을 마구 주머니와 가방에 쑤셔 넣는다.
그런데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성훈의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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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이 성훈의 친구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눈다.
마치 이제는 준석의 부하들이 된 듯 친구들이 준석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이 슬로우 모션으로 잡히고
이를 보는 성훈의 눈꼬리 또한 점점 가늘게 찢어진다.
준석이 마지막으로 귀걸이의 어깨를 다독거려주며 뭐라고 얘기하자
기묘하게 일그러지던 성훈의 얼굴은 오히려 점차 무표정하게 변한다.
준석(VO)
함 보자메. 니 따르는 아아들이 많으믄 니가 대장하고, 내 따르는 아아들이
많으믄 내가 하믄 안 되겠나...
이윽고 준석과 친구들이 차를 나눠 타고 창고를 빠져나간다.
귀걸이를 비롯한 녀석을 비롯해 몇 명 하고만 남은 성훈.
그의 눈이 멀어지는 준석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다가 쓱 귀걸이에게 눈길을 돌려
성훈
좋나?
귀걸이
...뭐가?
성훈
(낮고 살벌한 목소리로)
준석이 행님이 니 챙기주니까, 좋냐고? 씨발놈아...
귀걸이가 무슨 말을 하려다가 그만 입을 다물고 다른 녀석들도 눈길을 피해버린다.
EXT. 볼링장 앞 도로-DAY
벤틀리 한 대가 커다란 광고용 볼링핀이 서 있는 골목 앞에 멈춘다.
차에서 은기와 빠박을 비롯한 측근들 셋과 함께 차에서 내려 볼링장 안으로 들어간다.
INT. 볼링장 안-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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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대를 낀 손님 하나가 멋있게 어프로치를 해 볼링공을 던진다.
스르르득 기름이 잔뜩 칠해진 레인을 구른 볼링 공에 핀들이 맞자 팍- 하고 스트라이크가 난다.
게임을 하던 사람들이 좋아라하며 하이파이브를 주고 받는 모습 뒤로 사장이 은기 일행을 맞으며
사장
어?! 우짠 일이십니까? 행님. 오늘 달차캉 명걸이 본다 안하셨습니까?
은기
별일 없제? 잠깐 머리도 식힐 겸 니 보러 왔다.
사장이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은기 뒤를 따라 사장실로 들어간다.
그들을 따르던 카메라가 이동하면 가발이가 마치 놀러 온 손님인 것처럼 어린 녀석들과 함께 볼링을 치고 있다.
INT. 호텔 커피숍-DAY
호텔 커피숍에 앉아서 기다리는 중견 건달 둘이 보인다.
창 밖과 손목시계를 번갈아 보며 다소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각각 호텔 프런트와 로비, 그리고 정문 맞은편 주차장에 건달들이 삼삼오오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잠시 후, 커피숍 입구로 왠 나이가 지긋한 스님들이 수십 명 우르르 들어온다.
무슨 종단의 회동이 있는지 서로 미소로 합장을 하며 덕담을 주고 받는다.
지키고 있던 건달들의 시야가 가리며 짜증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본다.
스님들 중에 해명의 모습이 보이고 손목 시계를 보며 누구를 찾는 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남포동과 서면의 은기파 녀석들 역시 손목 시계를 보며 짜증난 표정을 짓는다.
이때, 띠리리릭-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린다.
EXT. 볼링장 근처 도로-DAY
지난번 빠박이에게 조태를 소개했던 녀석들 둘 중 하나가 차 안에 앉아 통화를 하고 있다.
포장건달1
예, 형님. 이게 ABC 볼링장인데예, 회장님이 고마 싸우지 말고 원래 주인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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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리주자 카멘서... 그냥 도장 찍으시랍니다.(사이) 예...
녀석이 눈길을 돌려 룸미러를 쳐다보면 뒷좌석에 앉아있는 준석의 얼굴이 보인다.
INT. 볼링장 일각-DAY
스테디캠 POV 샷으로 볼링장의 카운터 뒤쪽 사장실로 향하는 누군가의 움직임.
사장실 문이 확 열리자 멀리 소파에 앉아있던 두 덩치가 쳐다보고
앞쪽엔 등받이가 긴 사장 의자에 파묻혀 앉아있던 인물의 귀가 옆으로 삐죽 나와있는 게 보인다.
곧바로 시퍼런 사시미 칼이 확 수직으로 그어 튀어 나온 귀를 잘라 버린다.
툭- 하고 귀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가발이가 의자를 확 돌려 앉아있는 인물의 복부를 쑤신다.
푹- 하고 칼끝이 빠박이가 배에 대고 있던 쿠션에 박힌다.
빠박이가 반사적으로 쿠션을 밀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둘이 같이 뒤엉켜 바닥에 구른다.
이 틈에 다른 젊은 녀석들이 사장실 안으로 치고 들어와 안에 있던 녀석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달려든다.
한바탕 좁은 공간에서 칼부림이 일어나고
넘어졌던 빠박이가 먼저 뒤뚱거리며 일어선다.
뒤따라 몸을 일으키던 가발이의 눈에 녀석의 빵빵한 엉덩짝이 보인다.
가발이가 빠박의 똥꼬를 향해 사정없이 칼끝을 박아버린다.
아아악~ 하고 비명이 터져 나온다.
INT. 호텔 복도-DAY
호텔 주차장으로 향하는 좁은 복도로 황급히 걸어 나오는 서면과 남포동 건달들.
서면건달
아니이~ 회장이 무슨 초장을 잘못 찍어뭈나? 무슨 개소리고, 씨바꺼!(뒤에
따라오던 녀석을 향해) 마, 빨리 아아들 철수 시키라.
서면부하
예, 행님.
부하 녀석이 복도를 돌아 뛰어가고 두 사람이 막 주차장 계단을 오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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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옆에서 마스크를 한 성훈의 친구들이 튀어 나오며 화아아악- 손에 든 소화기를 얼굴에 뿌려버린다.
두 사람이 아악~ 눈을 가리며 허둥거리는 사이 각목과 야구배트가 두 사람의 머리에 작렬한다.
INT. 볼링장 일각-DAY
볼링장 안에서도 서로 쫓고 쫓기는 건달들의 비명과 고함 소리가 난무하며 여기저기서 칼부림이 벌어진다.
사람들은 기겁을 하며 우왕좌왕 밖으로 도망을 치다 서로 뒤엉켜 넘어진다.
이때, 화장실에서 나오다 볼링장 안의 상황을 본 은기.
침착하게 뒤로 돌아 기계실이라고 쓰여진 곳으로 향한다.
한편, 똥꼬에 칼이 꽂힌 채 다급히 레인 위로 도망치던 빠박의 발이 기름에 미끄러져 벌러덩 쿵- 뒤로 자빠진다.
급한 나머지 똥꼬에 박힌 칼을 뽑아 들더니 누운 채 쫓아 온 젊은 녀석을 향해 휙휙 휘두른다.
쫓아 온 녀석이 간신히 상대의 손을 붙잡지만 녀석 또한 미끄러지며 바닥에 나뒹군다.
다시 기름칠 된 레인 위에서 잡고 넘어지고, 버둥거리고, 칼질을 하며 처절한 난자가 이어진다.
레인 옆 길다란 홈으로 흘러내리는 피 위로 볼링 공이 굴러간다.
덜컹- 피 뭍은 볼링 공이 올라와 다른 공들과 부딪히고 그 옆에서 이리저리 은기의 행방을 찾던 가발이.
고개를 가로젓는 다른 녀석들과 눈빛을 주고 받더니 다시 주위를 둘러보며 이맛살을 찌푸린다.
EXT. 도로/차 안-NIGHT
후문에서 튀어 나와 차로 달려가는 은기.
부릉~ 시동을 켜고 악셀을 밟아 곧바로 차를 출발시킨다.
콰콰콰콱- 주차장을 빠져 나오던 은기의 차가 쿵-하고 감을 싣고 가던 리어커를 들이 받는다.
뒤집힌 리어커에서 쏟아져 나온 노란 감들이 까만 아스팔트 위로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끼이익- 은기의 차가 도로로 진입하는 가 싶더니 쾅- 하고 이번엔 맞은편에서 중앙선을 넘어온 차와 부딪힌다.
맞은편 차에 앉은 준석과 눈이 마주친 은기가 뒤를 보며 후진을 하려는데
쫓아 뛰어 온 가발이가 덜컥 차문을 연다.
그리곤 곧바로 사시미로 은기의 옆구리를 푹 찔러 버린다.
악- 하는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은기가 있는 힘껏 밀어 차문을 밖으로 튀어 나간다.
함께 보도로 꼬꾸라지는 가발이와 은기.
연이어 튀어 나온 다른 녀석이 은기의 머리통을 향해 야구 배트를 휘두른다.
일어서던 은기의 머리에서 깡- 소리가 나며 쓰러진다.
굴러 다니는 노란 감 하나를 지나가던 꼬마가 집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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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아부지~ 감!
꼬마의 아버지와 도로에 멈춘 차 안의 사람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린치 현장을 쳐다본다.
이윽고 얼굴이 피범벅이 된 은기가 쭉 뻗어버리고 가발이와 다른 녀석이 각각 은기의 손을 하나씩 잡는다.
그리곤 손에 든 사시미 칼을 한껏 위로 쳐든다.
이를 보던 주변 사람들이 꺄악~ 고개를 돌리고 감을 든 꼬마의 아버지는 얼른 꼬마의 눈을 가린다.
아아악~ 비명소리가 시내 도로 한 가운데 울려 퍼지고...
준석의 차가 현장을 떠나는 것과 동시에 볼링장에서 나온 젊은 건달들이 우르르 사방으로 흩어진다.
EXT. 고가 아래 공사장-NIGHT
카메라가 어두워진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동안 화면 위로 뉴스 소리가 들린다.
뉴스(VO/F)
그야말로 백주 대낮의 무시무시한 참극이었습니다. 오늘 오후 3시경, 부산의
조직폭력배들간의 세력다툼으로 보이는 사건이 조방 앞의 ABC 볼링장과 바빌론
호텔에서 거의 동시에 발생했습니다.
네비게이션에 장착된 DMV를 보고 있던 준석이 무거운 표정으로 다시 핸드폰을 본다
<성훈이>라고 이미 여러 번 전화를 한 기록이 보인다.
현장에서 과다 출혈을 일으킨 부상자들은 급히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대부분 중태며…
준석이 한숨을 쉬며 다시 한번 통화 버튼을 누른다.
잠시 후, 핸드폰이 꺼져 있다는 음성 안내음만이 들려온다.
INT. 병원 응급실-NIGHT
응급실 자동문이 열리며 뚜벅뚜벅 걸어 들어오는 성훈과 귀걸이 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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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도 않게 품속에서 일제히 사시미칼을 꺼낸다.
그리곤 여기저기 커튼을 걷어 젖히며 누워있는 은기 일당들을 찾기 시작한다.
이를 본 의사와 간호사 다른 보호자들이 사색이 되어 뒤로 무르고
그들을 발견한 은기 일당들 중 하나가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빠져 나와 도망을 친다.
이어, 곧바로 응급실 안팎에서 쑤시고, 자르고, 뛰고, 구르며 난동이 벌어진다.
마침내 응급실 한 구석에서는 은기를 찾아 낸 성훈.
산소 호흡기를 떼더니 손으로 은기의 코와 입을 막아버린다.
은기의 잘려나간 팔목에 감긴 붕대가 버둥거린다.
의사 하나가 몰래 핸드폰으로 112를 누른다.
성훈에게로 뛰어 온 귀걸이가
귀걸이
인자, 가야 된다.
하지만 성훈은 요지부동 악다문 입술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귀걸이가 더욱 안절부절하며
성훈아.. 가자!
잠시 후, 마침내 은기의 심장 박동기가 삐—하고 일직선을 그린다.
충혈된 눈으로 이를 확인한 성훈이 그제야 다른 녀석들과 함께 응급실을 빠져 나간다.
EXT. 고가 아래 공사장-NIGHT
쌩쌩 고가를 지나는 차들 밑에서 침통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던 준석.
잠시 후, 멀리서 부우웅~ 멀리 어둠 속에서 차 한대가 다가온다.
무거운 표정의 준석이 천천히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CUT O
성훈과 친구들이 차에서 내리는데 성큼성큼 다가간 준석이 다짜고짜 성훈의 뺨을 갈겨버린다.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성훈의 고개가 돌아간다.
화가 치밀어 오른 준석이 성훈을 노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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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
미친 자석아, 니 제정신이가?
성훈과 친구들이 아무런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서 있다.
후훅~ 한 숨을 쉬며 고민하던 준석이 들고 있던 돈 가방 하나를 성훈 앞에다 툭 던져주며
그래, 어차피 내 말 안들을거믄... 이 시간 이후부터는 각자 알아서 살자.
준석이 몸을 돌려 자신의 차로 향하려는데
성훈
와예?
준석이 돌아본다.
성훈이 준석을 노려보며
무조건... 형님이 시키는데로 해야 됩니까?
화가 난 준석이 쓱 몸을 돌려 성훈에게 다가오는 순간,
어쩐 일인지 귀걸이를 비롯한 성훈의 친구들이 우르르 준석을 에워싼다.
준석의 미간에 채 주름이 잡히기도 전에 녀석들의 손에 사시미 칼이 번뜩인다.
준석의 핏대선 눈이 성훈을 노려보고
오히려 별로 감정이 없어 보이는 성훈이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그래 안 하믄 직이뿌고..
준석의 미간에 진한 주름이 생긴다.
성훈이 특유의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엄지 손가락을 쓱 올리더니
우짤 수가 없다 아입니까? 어차피 하난데...
눈을 가늘게 뜬 준석이 이제야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 차린 듯, 가벼운 한숨과 함께 고개를 숙인다.
그리곤 다시 안타까운 눈길로 성훈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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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이 차갑게 그런 준석의 눈길을 피해버린다.
주위의 녀석들을 둘러보는 준석. 마침내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준석
아부지한테 전할 말 있나...?
준석을 노려보던 성훈이 그만 몸을 돌려 뚜벅뚜벅 걸어나간다.
CUT TO
멀찌감치 걸어 나와 담배를 한대 태워 무는 성훈.
뒤에서는 준석을 작업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후~ 하고 뱉는 성훈의 진한 담배 연기 속에서 다시 과거 회상으로 이어지며...
<회상시작>
INT. 영안실 일각-DAY
친구 1편에서 동수가 빗속에서 죽음을 맞이 할 때의 음악 <GENESIS>가 흘러 나오기 시작하는 가운데
화면에 6살 정도인 성훈의 꼬마시절 모습이 등장한다.
입가에 검정이 묻어 있고 한 손엔 초코파이를 든 아이의 다른 한 손이 할아버지의 주름진 손을 꼬옥 잡고 있다.
아이 눈 앞에 문이 열리며 장례식장의 입관실에 누워 있는 시신 한구가 보인다.
아이의 손을 잡고 다가온 할아버지가 흰색 담요를 걷자 누워있는 시신의 얼굴이 보인다.
아직 비록 뭐가 뭔지 잘 모르는 표정이지만 울먹이는 할아버지를 올려다보는 아이의 얼굴이 금방 시무룩해 진다.
이때, 할아버지가 아이의 손에다 세겹으로 감은 목걸이를 쥐어주자 아이가 이게 뭔가 쳐다본다.
갈수록 커지는 할아버지의 처절한 흐느낌 속에서도 아이는 초코파이를 우물거리며 목걸이를 쳐다본다.
<회상끝>
EXT. 창고 앞-NIGHT
얼굴과 옷에 피가 뭍은 귀걸이 무리가 성훈 곁으로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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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이 쓱 돌아보며
성훈
빨리 끝났네... 숨은 붙어 있제?
가쁜 숨을 몰아 쉬던 귀걸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귀걸이
응.. 고마 받기만 하더라.. 밸 저항도 안하고...
그 말을 들은 성훈이 툭 담배를 떨어뜨리더니 구둣발로 꽁초를 부벼끄며
성훈
삐뽀삐뽀 불러 주라...
성훈과 귀걸이를 비롯한 젊은 건달들이 우르르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EXT. 터널/도로-NIGHT
휙휙 벽에 박힌 불빛들이 스쳐 지나는 터널 안을 달리는 성훈의 차.
조수석에 앉은 성훈이 핸드폰으로 어딘가와 통화 중이다.
성훈
어, 엄마. 내는 준석이 행님캉 잠시 서울 가가 있을 거다. (사이) 아이다, 그거...
내가 나중에 따로 연락하께... (그러다 짐짓 인상을 찌푸리며) 뭐라고? 누구...?
CUT TO
멀리 터널 밖에서 싸이렌을 번쩍이며 빠른 속도로 다른 차들을 추월해 달려오는 앰뷸런스.
앰뷸런스의 바퀴가 화면 전방에 버려진 동물의 시체를 밟고 지나간다.
CUT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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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하는 성훈의 손이 <송기호>라고 쓰여진 문자의 번호를 누른다.
뚜~ 뚜~ 신호음이 가더니 잠시 후, 딸깍 전화를 받는다.
화면 위로 송기호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송기호(VO/F)
그쪽도 건달이라니까... 연장 써 봐서 알거요...
성훈이 묵묵히 듣고만 있다.
사실 누구를 작업할 때.. 칼질 그래 몬하지. 고마 몇 방 주고 평생 불구 만들믄
끝 아이요?
성훈의 무거운 얼굴로 카메라가 점점 가까이 들어간다.
퍽- 하는 플래쉬 섬광과 함께
INSERT- 은기가 바치고 있던 우산을 확 던지고 팔로 동수의 목을 휘감는다.
INSERT- 칼을 맞은 동수가 비틀거리며 도로를 가로지르다 쫓아 온 녀석에게 다시 칼을 맞고 쓰러진다.
INSERT- 몸이 걸레가 된 동수가 전봇대 아래서 헉헉거린다. 칼로 찌르던 녀석이 문득 뒤를 돌아보면,
길 건너에서 지켜보던 차가운 표정의 은기가 손 날로 쓰윽 목을 긋는 시늉을 해 보인다.
INSERT- 다시 미친 듯이 칼질을 해 대는 송기호.
INSERT- 마침내 동수가 눈을 부릅뜬 채 옆으로 쓰러지고 흐르는 핏물이 하수구에 빨려 들어간다.
EXT. 교도소 공장 옆-DAY
교도소 주변의 벚꽃 입들이 우스스 바람에 날려 떨어진다.
따듯한 햇살이 비치는 양지바른 곳에 준석과 성훈이 나란히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소보루 빵을 먹고 있다.
준석이 힐끗 성훈을 쳐다보더니
준석
니는 와 건달하노..?
성훈이 쓱 준석을 한번 쳐다보더니 씁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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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
그거라도 안 하믄.. 가슴이 터질 거 같아서예..
준석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이다 손으로 성훈의 머리를 쓱 만지며
준석
새끼...
성훈이 준석을 보며 순박하게 씩 웃어 보인다.
이때, 삐이익~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자 준석이 먼저 자리에서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서며
가자, 인자..
따라 일어선 성훈이 준석을 따라 나가면 텅 빈 프레임 속에 덩그러니 빛 그림자 두 개만 남아있다.
EXT. 터널/도로-NIGHT
성훈의 차 옆으로 경찰차와 앰블런스가 요란한 싸이렌을 울리며 지나간다.
손에 전화기를 든 채 전방만 주시하는 성훈의 눈에 잔뜩 핏대가 서 있다.
성훈
(혼잣말로 뇌까리듯)
씨바꺼...
터널을 벗어난 성훈의 세단이 부산 해운대의 화려한 도심 야경 속으로 점점 빠져 들고
룸미러 속에 보이는 앰뷸런스는 점점 어두운 터널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EXT. 고가 아래 공사장-NIGHT
밝아지는 화면 위로 <IN MEMORIUM>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피를 흘리며 쓰러진 준석의 얼굴 너머로 멈춰서는 앰뷸런스가 보인다.
눈이 파르르 떨리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누워있는 준석의 처연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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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게 떨리는 입술 사이로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가 들린다.
준석
동수야... 인자.. 쌤쌤이다... 그자...
헉헉 대며 가쁜 숨을 몰아 쉬던 준석이 마침내 호흡을 멈춘다.
준석을 발견한 경찰 하나가 고함을 쳐서 사람들이 달려오고
준석이 눈 꺼풀이 내려가자 진한 눈물 줄기가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 위로 아련하게 들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
친구들(VO)
준석아~
INSERT- 어린 시절, 대문 앞에 찾아 온 상택과 중호 그리고 동수가 목청껏 준석이의 이름을 부른다.
준석아~ 나온나~... 준석아~ 노올자~...
아이들의 목소리가 멈춰버린 화면 위에 공명으로 울려 퍼지며...
무지 화면 위로 서서히 엔딩 크레딧이 올라온다.
-1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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