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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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투두두두....
총격전 소리 요란한 폐허의 도심을 날고 있는 수송헬기 10여대.
헬기내부.
무기와 장비를 점검하는 레쥬렉션 대원들을 둘러보는 대장.
그중 유난히 겁먹은 얼굴로 허둥대는 대원 보인다. 덥수룩한 수염의 털보다.
털보에게 다가가는
대장
(장비 점검해주며) 털보형님, 어제 내가 꿈,
존거 꿨어. 내 뒤만 따라오면 문제없으니까
편하게 가요.
털보
(안도의 눈빛으로) 대장... 고마워.
털보 어깨 툭 쳐주고는 부대원들을 향해 돌아서며
대장
오늘 우리가 상대할 놈들이 쉽지 않다는 거
잘 안다. 하지만 우린 수많은 전투를 함께
해온 전우다. 동료를 믿고 의지한다면
불가능은 없다.
이어셋을 통해 다른 수송헬기의 대원들도 듣고 있다.
대장
두려움은 잊어도 좋다. 선두엔 항상 내가
있다는 걸 기억해라.
대원들과 시선을 교환하고는 레펠을 타고 뛰어내리는 대장.
그 뒤로 나머지 대원들도 일제히 뛰어내린다.
날아오는 총탄에 맞아 지상으로 곤두박질치는 몇몇 대원들...
아찔하게 내려가더니 잠시 후 지상에 착지하는 대장.
사방에서 쏟아지듯 날아드는 적들의 총탄, 대장의 지시로 각자의 위치로 흩어져
자리를 잡는 대원들. 적들을 향해 응사한다. 나가떨어지는 적들...
공포에 질린 털보는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대장 뒤만 졸졸 따라다닌다.
그 모습을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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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1
(소리치는) 아이, 털보형님!! 그렇게
쫓아다니면 대장이 노출되잖아? 위험해, 뒤로
빠져!!!
각자 필사적으로 뛰며 전투에 임하면서도 걸림돌 같은 털보가 못마땅하다.
대원2
아이씨, 털보... 저러다 사고치지.
대장의 사인을 보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대원들.
여러 갈래로 흩어졌다 1차 목표건물을 향해 접근해서는 적들을 집중 공격한다.
낙엽처럼 떨어지는 적들... 신속하게 건물로 올라가 폭발물을 제거하는 대원.
(대원)
(무전) 1차 목표 클리어.
대장
(무전) 다음 작전 들어간다. A조 정면에서
놈들 유인하고 B조 좌측, C조 우측에서
기습한다. 놈들이 분산되면 공중 침투조
작전대로 움직인다. 다들 숙지했으면
작전개시.
A조 일제히 난사하며 적들을 향해 돌진한다.
잠시 주춤하던 적들이 역습으로 나오자 뒤로 빠지는 A조.
드론(무인기)에서 보내온 영상을 보는 대장, 만족한 듯 보다가
대장
(무전) 2차 목표 클리어 되면 보고하라.
(GPS 켜서 목표지점 확인하고는) 난 마지막
지점으로 이동한다.
이때, 이상한 느낌에 뒤돌아보는데 슈-웅 날아오는 로켓탄.
잽싸게 몸을 날려 피하자 뒤쪽 건물 귀퉁이에 맞아 폭발한다.
연기와 분진이 서서히 사라지자 저만치 보이는 허머.
운전석 문이 벌컥 열리더니 고개를 내밀고 소리치는 털보.
털보
대장! 여기야 여기!! 빨리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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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발치는 총탄을 피해 달리는 대장, 운전석에 타더니 액셀을 밟아 차를 출발시킨다.
조수석에서 웃고 있는 털보를 한 번 보고는
대장
역시 형님은 뭐 찾는데 귀신이야.
털보
(헤헤 웃고는) 목표지점까지 가려면 여길
뚫어야 되는데 괜찮겠어?
남오
형님이 맵 올려주면 식은 죽 먹기지. 중간에
튀어나오는 놈들은 알아서 꼴통 날려주셔.
털보
롸져!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폐허의 도심을 미친 듯 달리는 허머.
대장의 시점으로 그 사이를 뚫고 지나간다.
순간순간 돌발 장애물이 나타난다. 바리케이트, 장갑차와 테러범들이다.
털보가 공간별로 맵을 올려주면 장애물을 확인하고는 현란한 운전 솜씨로 빠져나간다.
간간히 나타나는 적들은 털보가 총질을 하지만 대부분 빗나간다.
운전하던 대장이 잽싸게 총을 꺼내 저격한다. 신난 털보.
마지막 목표 건물을 발견한 대장,
와장창!! 1층 로비 유리창을 뚫고 돌진해 주차하듯 차를 세운다.
차에서 내리는 대장과 털보.
여유롭게 무기를 점검하고 계단을 오르는 대장, 튀어나오는 적들을 향해 불을 뿜는 총기.
테러범들,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털보
나이스 샷!
대장
(털보를 보다가) ... 나 혼자 올라갈게.
형님은 밑에서 대기해.
투다다다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총을 난사하며 달려 나오는 테러범들.
대장, 재빨리 털보를 밀치고 응사하자 적들이 나가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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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
... 내가 방해되지?
대장
형님, 위험해질까봐 그래요.
연이어 나타난 적들과 근접해 있는 남오. 현란한 격투술로 제압한다.
놀라서 뒤로 나자빠지는 털보.
털보
(겁먹은) 그..그래... 난 여기 남는 게 좋겠다.
털보를 한번 보고 위로 올라가는 대장.
어깨에 총을 견착한 채 긴장된 표정으로 계단을 오르는데 튀어나오는 테러범 셋. 투두두!!
그대로 고꾸라지는 놈들...
탄창을 교체하려는 순간, 대각선 유리창에서 반짝이는 뭔가!!!
대장, 잽싸게 몸을 날리며 데저트이글 자동권총을 꺼내 연사한다.
유리창이 깨지며 쏟아지듯 쓰러지는 테러범.
홀스터에 데저트이글을 집어넣는 대장... 적들의 동태를 살피는데...
탕-! 총격 소리에 돌아보면 건물 사이 통로에 쓰러져 있는 털보 보인다.
대장
(놀라) 형님!!
털보
(고개를 저으며) 스나이퍼야... 난 틀렸어.
먼저 가.
주변을 살펴보는 남오,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동료대원들 보인다.
대원1
대장, 털보는 버리고 빨리 올라가서 클리어
해. 시간이 없어!
설치된 폭탄의 타이머가 째깍째깍 0을 향해 가고...
대장
(갈등하는)
도무지 스나이퍼의 위치가 파악이 안 된다.
이를 악물고 건물 밖으로 튀어나가는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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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1
안돼!!!
탕-! 스나이퍼가 발사한 총탄이 쉭-! 소리를 내며 대장 옆을 스쳐가고..
탕-! 두 번째 총탄이 엄폐물을 박살낸다.
달리던 힘으로 슬라이딩해서 털보 옆에 도착한 대장,
털보를 엄폐물 뒤로 끌어낸다.
털보
... 여길 오면 어떡해?
대장
(계속 스나이퍼 찾으며) 형님도 살아서
승리의 맛을 봐야지.
털보
(보는)
숨을 멈춘 스나이퍼의 스코프가 대장을 겨누고 있다.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빠른 움직임으로 먼저 스나이퍼를 향해 두두두!!!
콘크리트 더미와 함께 떨어지는 스나이퍼.
동료대원들 달려와 부상 입은 털보를 뒤로 빼낸다.
대장
(대원들에게 부탁한다는 손짓하는)
대원3
대장도 같이 가야지?
대장
같이 움직이면 위험해. 엄호할 테니까
먼저가.
털보를 빼내는 동료대원을 지키기 위해 적들을 향해 나가는 대장.
두두두두!!!!! 필사적으로 엄호사격을 한다.
그 사이 아군지역에 들어가는 털보와 대원들. 대장에게 도착했다고 소리치자
돌아보며 잘했다고 주먹을 쥐어 보이는 대장... 이때,
투다다다다!!!!! 적의 총탄에 벌집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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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으아아아악!!!
느린 화면으로 쓰러지는 대장...
놀란 눈으로 그 광경을 보는 털보... 그리고 대원들...
그와 동시에 대원1이 테러범들이 설치한 폭탄의 타이머를 제거한다.
(대원1)
(무전) 마지막 목표 클리어!
[ 레쥬렉션 WIN ]
팀의 승리를 확인하고 다행이란 얼굴로 쓰러지는 대장... 눈을 감는다.
테러범들, 쓰러진 대장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고 분풀이 하듯 난사한다.
투두두두두두!! 투두두!! 두두두!! [허리케인 조 사망]
2. PC방 / 낮
남오
(헤드셋 쓴 채 멍하니 앉아있는) ... ...
전쟁영웅 같았던 게임 속 캐릭터와 달리 츄리닝 차림으로 앉아있는 사내,
PC방 구석 자리에서 게임을 하던 백수 남오다. (남, 20대 후반)
긴 한숨과 함께 고개 숙이는...
<시간경과>
레쥬렉션 클랜들과 음성채팅 중인 남오.
(대원1, ID:여백의 미)
미안하게 우리만 또 살아남았네.
(대원2, ID:데몰리션)
이게 다 털보형님 때문이잖아!
(대원3, ID:용도사)
아니 어떻게 끝까지 민폐 캐릭터야?
그 정도면 게임을 끊을 때도 된 거 아냐?
(털보)
대장.. 미안하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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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오
팀이 승리했으면 됐지 뭐...
(대원4, ID:은폐)
(감탄) 와 진짜. 이런 대장 봤어? 뛰어난
전략과 스킬, 거기다 희생정신!
(대원5, ID:엄폐)
야야... 니가 호들갑 안 떨어도 이 게임하는
유저는 전부 허리케인 조 팬들이야.
남오
그럼 뭐해, 맨날 나만 탈락인데.
(털보)
남 생각하면서 게임을 하니 그렇지.
(대원1, ID:여백의 미)
그게 지금 털보형님이 할 소리야?
(털보)
아 미안...
(대원1, ID:여백의 미)
자자 레쥬렉션 승리 기념으로 내일 정모 때
제대로 회식 합니다! 회비 3만원.
(대원2, ID:데몰리션)
대장, 이번엔 꼭 나와야 돼. 제발 얼굴 한번
보여주셔 응?
(대원들)
내 말이! / 과도한 신비주의는 이제 그만. /
궁금하다고! / 이렇게 매번 우승하는데 대장
얼굴도 모른다는 게 말이 돼?
남오, 지갑을 보는데... 교통카드와 PC방 정액권 카드가 전부...
게임세상과 현실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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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오
아..하하... 제가 워낙 바빠서요... 나중에 기회
되면..
(대원3, ID:용도사)
아 진짜, 도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그렇게
바빠? 나랏일 하시나?
그때, 남오의 핸드폰 벨이 울린다.
남오
(다행이다 싶은) 아, 업무로 급한 전화가
왔네요. 그럼 담에 또 봐요.
채팅 끄고 핸드폰 드는 남오.
남오
(퉁명스럽게) 왜?
(엄마)
너 어디야? 또 피씨방이야?
남오
아 근데 왜?
(엄마)
니가 애야? 허구헛날 게임이야 게임이.
남오
(짜증) 왜 전화했냐고?
(엄마)
가스 밸브 안 잠그고 나왔다.
가서 잠가라.
남오
(한숨) 그것 땜에 전화한 거야? 지금?
(엄마)
그거 터져! 후딱 들어가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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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오
그게 왜 터져! 나 바빠.
3. 병원, 치매환자 병동 / 낮
엄마
장하다 이눔아, 백수주제에 바빠서.
오늘 엄마 병원에서 밤샘하는 날이라고 했지?
좋은 말로 할 때 들어가.
치매 할머니의 몸을 수건으로 닦아주며 남오와 통화중인 엄마.
(남오)
아 몰라!
엄마
낼 아침에 보자 아들~ (남오가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 끊어버린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전화를 끊고 치매노인의 몸을 닦아주고 있는 엄마...
아까부터 엄마의 목에서 왔다갔다하는 목걸이가 맘에 드는지
목걸이 쪽으로 손을 뻗는 치매노인. 흔한 게르마늄 목걸이다.
엄마
이쁘지? 우리 아들이 중학교 수학여행 때
사다준 거야. 게르마늄 목걸이라고 이게
건강에 그렇게 좋다네? 내 입으로 말하긴
그래도 이놈이 효자야. 엄마 아프지 말라고
이런 걸 다 사주고...
아들 자랑을 늘어놓는 엄마의 이마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4. 남오 집, 거실 / 낮
S.E
(초인종 소리)
한 낮의 밝은 햇살이 가득 들어와 있는 남오의 집. 울리는 초인종 소리...
여전히 한밤중인 남오... 소파에 엎어져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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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서서히 내려오면
거실바닥에는 각종 게임 공략집과 게임 맵 분석표들이 널브러져 있다.
잠시 후, 현관문 따는 소리 들린다.
(엄마)
조남오! 초인종 소리 안 들려? 너 이눔새끼
아직도 자는 거야?
현관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는 엄마.
엄마
너 또 게임한다고 밤 샜지? 에라 이 한심한
놈아! (볼기짝 한 대 때리며) 얼른 인나!
남오, 부스스한 눈으로 일어나더니 곧장 리모컨으로 TV를 켠다.
영락없이 게임 채널이다.
엄마
(어질러진 거실 치우며) 영숙이 그년은
지 아들이 월급 탄 걸로 여행을 보내 준다고
전화해서 30분이나 자랑 질을 해대는데 한말
또 하고, 한말 또 하고...
남오
(엄마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 듯)
엄마
아니 그럼 자랑만 하던지 니 아들은 취직
안한다냐 어쩐다냐... ... 에이 썩을 년.
(시간경과)
밥상 앞에 앉아 엄마와 함께 늦은 아침을 먹는 남오.
밥을 먹는 순간에도 시선은 게임 채널의 격투 게임 중계 방송에 고정돼 있는 남오.
(상대의 급소 포인트가 뜨고 기습적으로 들어가면 화면에 슬로우가 걸리는 게임 방식)
마치 올림픽 중계라도 보는 듯 넋을 빼고 게임 방송을 본다.
엄마
(남오 밥 위에 반찬 올려놓으며)
엄마 이메일인가 뭔가 그거 하나 만들어줘.
보호자한테 ‘재활 잘하고 있습니다~’ 하고
매달 이메일을 보내랜다. 찾아와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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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보면 될 것을 늙은이한테 컴퓨터는
배우라고 지랄이야. 안 그래도 복잡한 세상에
에이 썩을 것들...
말하다 말고 게임 중계에 빠져있는 남오를 빤히 보는 엄마...
왠지 속상하다...
엄마
도대체 너 뭐가 문제니? 남들 다 하는 취직도
안하고 이 나이 먹도록 게임에 미쳐서... 너
엄마 죽는 꼴 보구싶어?
남오
(진지하게 돌아보며) 엄마... 만원만.
엄마
(보는)
남오
방탄조끼 사게... 계속 죽고 있어.
생각 없이 우적우적 밥 먹는 남오의 등짝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엄마.
엄마
망할 놈의 게임을 끊든지, 나랑 부모자식
관계를 끊자.
5. 거리 / 저녁
남오
내가 책임져야할 대원이 몇 명인데 그걸
끊으래?
집에서 쫓겨나 슬리퍼를 끌고 나온 남오...
소란스런 소리에 고개를 든다.
“불법사찰 중단하고 책임자 처벌하라” “우리는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촛불집회 인파로 발 디딜 틈 없는 거리. 극심한 교통체증에 빵빵거리고 난리다.
그 사이를 비집고 나가는 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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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오
(짜증) 아 증말.. 이런 현실이 싫다.
사이. 저만치 촛불집회 행렬 사이에 작은 소란이 인다.
행렬에서 노파를 끌고 나와 격하게 연행하고 있는 경찰 2명 보인다.
노파
니들은 에미애비도 없냐! 이거 놔 이놈들아!
아! 아! 아이고 경찰이 사람 잡네~~
집회행렬도 잠시 그쪽으로 시선이 모인다.
모두들 보고만 있을 뿐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경찰1
(거칠게 잡아끌며) 아.. 이 노인네가 정말,
말로 할 때 고분고분 따라와!!!
순간, 인파를 헤치고 앞으로 달려 나오는 남오.
눈깔 뒤집고 붕~ 날아오르더니 경찰의 머리를 팍- 들이받는다.
벌러덩 나자빠진 경찰 위에 올라타서 멱살을 쥐고 흔드는 남오.
집회 행렬들 일제히 남오의 행동을 본다.
경찰1
이..이 새끼 뭐야?
경찰2
(다급히 무전기에 대고) 소매치기 연행 중
피습. 지원바람. 지원바람!!
남오
...소매치기?
하며 보는데, 할머니는 이미 도망치고 없다.
남오
...!!
경찰1
너 이 새끼, 소매치기랑 한패지?
순간, 벌떡 일어나 뒤도 안보고 도망치는 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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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파출소 앞, PC방 / 저녁
바람에 옷깃을 날리며 파출소 앞에 나타나는 남오.
입고 있던 바바리코트를 벗자 온갖 무기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수류탄의 핀을 뽑더니 파출소로 던진다. 펑! 터지는 파출소.
안에서 근무하던 경찰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오자, 마구 총질을 해대는 남오.
따다다다- 따다다다-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키는 듯 미친 듯한 클릭질을 하고 있는 남오의 모습 보인다.
역시나... 게임 속 세계였다!!
남오, 그제서야 속이 후련한 듯 씨익- 미소 짓는다.
이때,
띠리리링~~ 벨소리가 들려온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벨소리에 주변을 살피던 남오,
언제부터 있었는지 옆자리에 빛을 발하고 있는 핸드폰 보인다.
남오
(받으며) 여보세요...?
(여자)
(F) 거기 PC방이죠? 제가 깜빡하고 폰을
놓고 왔거든요.
남오, 건성으로 들으며 다시 게임을 시작하려는데
(여자)
(F) 죄송한데 제 폰 좀 가져다주실래요?
여기가 어디냐면요...
남오
(자존심 빠직) 이봐요... 나참 어이없어서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 줄...
여자 (F)
(콧소리로) 사례 할게요~ 30만원.
남오
(바로) 거기 어딥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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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모텔 / 밤
남오, 객실번호를 살피며 모텔 복도를 걸어 들어온다.
이 모습이 CCTV화면으로 보이고...
어느 객실 앞에 서더니 벨을 누르는 남오.
잠잠하다.
다시 벨을 누르려다 문틈에 맥주병을 끼워 열어 놓은 것을 발견한다.
빼꼼히 고개를 들이밀고 안을 살피다가
남오
실례합니다. 안에 계세요? (대답 없다)
욕실 쪽에서 들리는 물소리...
침을 꼴깍 삼키며 욕실을 향해 다가가는 남오. ... 망설이다가
남오
저기 핸드폰 가져왔는데요.
(여자)
아, 오셨구나? 제가 샤워중인데 거기
아무데나 놓고 가심 되요.
남오
약속하신 사례비는...
(여자)
침대에 올려놨잖아요.
침대 위에 10만원권 수표 3장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얼굴에 화색이 도는 남오, 수표를 집어 들고 나가려다...
남오
(돌아서서) 문 열어두면 위험하니까
문 꼭 잠가요.
8. 모텔 밖 / 밤
신난 얼굴로 밖으로 나오며 게임 클랜들에게 카톡을 보내고 있는 남오.
“대장도 없고 해서 금새 끝냈어요. 아 아쉽네. 담에는 꼭 같이 봐요. 대장~”
급 다운되는 남오... 손에 쥐고 있는 수표를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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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집 / 아침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남오, 소파에 엎어져 자고 있다.
바닥에는 먹다 남은 족발에 빈 소주병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현관문 밖, 조용하지만 분주한 여러 명의 발소리와 후레쉬 불빛이 어지럽게 흔들린다.
‘딸각’ 현관문 따는 소리 들리자 설핏 잠에서 깨는 남오.
남오
(졸린 말투로) 엄마?
일순 그림자의 흔적도, 발소리도 멈춘 채 정적만 흐른다.
남오
냉장고 함 봐봐...
엄마 좋아하는 족발 사다놨어. 이 아들이...
철컹!!! 순간적으로 현관문 걸쇠가 부서지며 쏟아져 들어오는 괴한들!!
놀라며 벌떡 일어서는 남오를 덮친다. 팔이 꺾인 채 바닥에 처박히는 남오...
낮은 시선에 어지럽게 보이는 구둣발들. 족발이 밟히고...
남오
(기겁을 하고) 뭐..뭐야? 당신들!!
(괴한)
조남오. 너를 하지수에 대한 미성년자강간,
살인 혐의로 체포한다. 넌 씨발놈아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도 선임할 수 있는데
그래봤자다.
형사, 남오에게 수갑을 채우려는데 손에 피가 묻자 주변을 살핀다.
집안 곳곳에 핏자국이 떨어져 있다.
형사
감식반, 여기 혈흔 채취 해... (피 묻는 칼도
눈에 들어온다) 이 새끼 뭐야?
남오
(칼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
비닐장갑 낀 손으로 피 묻은 칼을 증거물 비닐 팩에 담는 감식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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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에 빠진 남오가 할 말을 잃고 경찰들에게 끌려 나가면
10. 경찰서 앞 / 낮
봉고차의 옆문이 활짝 열리고 모자에 마스크를 한 남오가 포승줄에 묶인 채 끌려나온다.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의 플래시가 일제히 터진다.
남오, 기자들을 보며 뭔가 소리치려고 하는데, 옆에 형사가 남오의 목을 찍어 누르며
급하게 데리고 들어간다. 그 장면이 뉴스화면으로 연결.
11. 몽타주
- 뉴스화면
앵커
어제 새벽, 미성년자 하모씨를 강간 후
살해한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용의자 조모씨는 대학까지 나온
고학력자임에도 특별한 직업 없이 폭력적인
게임에 중독돼 지내 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 강력계 취조실
남오
난 그 여자가 누군지도 몰라요!!!! 왜 내
말을 안 믿어주는 건데!! 와 미치겠네. 악!!!!
방방 뛰는 남오의 항의에도 아랑곳없이 강제로 입을 벌리고 상피세포를 채취하는
감식반원.
- 모텔, 살해 현장
감식반이 침대 위의 휴지를 증거물 봉투에 넣는다. ‘정액 1점’,
침대에서 시작된 혈흔이 욕실까지 이어져있다.
구급대원이 욕실에서 천에 싼 시신을 운반하고 있다.
천 밖으로 늘어져있는 긴 머리칼...
(앵커)
용의자가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살해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과 DNA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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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국과수에
의뢰했다고 밝혔습니다.
- 강력계 취조실
무슨 상황인지를 도통 알수 없는 남오, 불안한지 계속 떨고 있다.
남오 앞에 앉아 노트북으로 진술을 기록하고 있는 형사.
남오가 사용한 수표가 찍힌 사진을 내밀며,
형사1
니가 그날 사용한 수표야.
봐, 여기 뒤에 니 사인 맞지?
남오
예? 예. 맞는데요. 그건 그 여자가 핸드폰
가져다 준 사례금으로...
형사1
이 새끼가... 아까는 여자 얼굴도 못 봤다며?
근데 그 여자가 수표를 줘? 너 지금 나랑
장난 하냐?
남오
그게 아니라요! 수표는 침대에 있었고...
여자는 욕실에서...
형사, 남오 말을 가로막으며 피 묻은 칼이 찍힌 사진을 내민다.
형사1
씨발놈아 그럼 여기에 잔뜩 찍어 놓은 니
지문은 어쩔 거야?
남오
(사진보고 벌벌 떨며) 아..아니.. 난 안
죽였어요! 난 안 죽였다구요!!! 그 여자
핸드폰 가져다준 것 밖에 없어요.
형사1
(서류철로 남오 후려갈기며) 이 새끼가 또 그
소리네. 아까 너한테 피해자 휴대폰 통화기록
보여줬어 안 보여줬어?
- 17 -
이때, 형사2 취조실로 들어오며 형사1에게 서류 한 장 건넨다.
‘조남오 DNA일치’
형사1, 너 죽었어 하는 표정으로 남오에게 소견서 내밀며
형사1
현장에서 발견된 휴지에서 니 정액이
나왔다는 소견서야. 넌 끝났어. 새끼야.
남오
(부들부들 떨며) 으아아아...
- 경찰서
엄마
(경찰서 안으로 달려 들어오며) 우리 아들...
우리 아들 어딨어요? 우리 아들 내놔!!
형사 몇 명이 달려들어 엄마를 끌어낸다. 끌려 나가며 울부짖는 엄마...
12. 변호사 사무실 / 낮
산처럼 쌓인 서류 더미 가운데서 엄마의 하소연을 듣고 있는 국선변호사(40대 중반)
명패에 - 변호사 민천상
엄마
변호사님 우리 애는 절대 사람을 죽일 애가
아닙니다. 누구보다도 그건 제가 잘 알아요.
에미가 돼서 그걸 모르겠어요?
천상
(건성건성) 예. 예. 알겠습니다.
거기 서류 놓고 가시면 되요.
건성으로 얘기를 들으며 쌓인 서류를 뒤적이느라 정신없는 천상.
그러나, 엄마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앉아 있는다.
천상
아드님께 자백하라고 하세요.
정상참작이라도 받아야죠. 계속 부인하면
형량만 올라갑니다. 내 자식만 보지 말고
- 18 -
수두룩하게 나온 증거들도 좀 보세요.
(사무장에게 내보내라고 눈짓하는)
사무장
저기 어머니, 변호사님이 잘 처리해드릴
겁니다. 염려 말고 돌아가 계세요.
사무장에 이끌려 마지못해 사무실을 나서는 엄마.
나가던 엄마, 천상을 향해 돌아서는데..
차마 흐르지 못하고 눈가에 가득 고여 있는 눈물.
엄마
변호사님만은... 우리 애 믿어주셔야죠.
천상
이 사건이 왜 저한테 왔는지 잘 아시잖아요.
저는... 일개 국선변호삽니다. (쌓인 서류
가리키며) 제가 하루에 감당해야할 건숩니다.
근데 전부 질게 뻔한 사건들이죠. 그런 것만
저한테 와요.
엄마
(절망의 눈으로 눈물 쏟는)
13. 법정, 뉴스 인터뷰 몽타주
- 법정
CCTV에 찍힌 장면이 대형 LCD 모니터에 나오고 있다.
남오가 손에 수표를 쥐고 모텔 문을 나서서 복도를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검사
보시다시피 조남오는 피해자를 살해 후
유유히 사건현장을 빠져 나갔고...
남오
(벌떡 일어나) 그냥 사례비만 받고 나오는
거잖아요!!!
국선변호사 천상이 남오를 만류하며 끌어 앉힌다.
- 19 -
- TV 뉴스 화면
여가부 인사
과몰입 상태의 게임 중독자는 현실과 게임 속
세계를 구별 못하거든요. 그러니까 거침없이
반사회적 행동을 유발하는 거 아니겠어요?
사람 막 죽이고... 그렇기 때문에
게임규제법을 강화해서...
- 법정
검사
사건 현장에서 채취한 증거물들의 감식
결과를 말씀해 주시죠.
국과수 연구원
현장에서 발견된 휴지에 묻어있던 정액의
DNA, 흉기 손잡이에서 채취한 지문, 모텔
문고리에서 발견된 지문 등이 모두 조남오의
지문, DNA와 일치합니다.
검사
피고 조남오는 미성년자인 피해자를 두
차례나 성폭행하고 이후 목과 복부를 무려
31차례나 찔러 사망케 한 후 사체를 욕실로
옮겨 증거를 은폐하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남오
(폭발하는) 이 개새끼들아! 내가 안 그랬다고
몇 번을 말해! 이 씨발놈들아!!!
법원 경위, 남오를 제지한다. 판사봉을 두드리며 역정 내는 재판장.
- TV 뉴스 인터뷰 화면
여성단체 회원
(피켓 시위 중에) 진짜 그런 짐승 같은 놈은
물리적 거세를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 20 -
50대 아줌마
30만원 때문에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게
인간이에요? 무서워서 어떻게 살아...
- 법정
천상
(힘겹게) 아.. 변론사항 없습니다.
- TV 뉴스 인터뷰 화면
국회의원
우리 당은 그간 미온적 대처로 사회 문제가
된 강간 살인죄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
일명 <조남오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법정
재판장
모든 증거가 명명백백함에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끝없이 거짓말로 일관하는 바,
피고인 조남오는 미성년자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과 살인
강간치상죄에 따라 법정최고형인 무기징역에
처한다. 피고인에 대한 공개 정보를 10년간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공개하고, 그 고지
정보를 10년간 고지한다. 또한 피고인에 대해
5년간 성충동 약물치료를 명한다.
(땅! 땅! 땅!)
남오
아니야! 난 안 죽였어!! 난 안 죽였다구!!!
남오가 경찰들에게 끌려 나가고, 엄마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한다.
- 21 -
14. 숲속 도로, 교도소 입구 / 밤
깊은 밤, 숲길을 달리는 호송버스...
큰 버스 안에는 남오만 혼자 앉아있고 철망이 처진 앞자리에 호송경관 넷이 보인다.
온 몸을 떨고 있는 남오... 자신에게 닥친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 듯 멍한 눈빛.
깊은 숲속에 흉물스럽게 자리하고 있는 흉악범교도소가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나타난다.
호송버스에서 도착을 알리는 무전을 보내자 감시탑에서 다시 상황실로 무전을 한다.
기괴한 마찰음을 내며 열리는 교도소 철문, 호송버스가 안으로 들어간다.
버스 문이 열리자 간수장과 몇 명의 교도관의 실루엣이 버스에 오른다.
교도관들 겁에 질린 남오를 끌어내리려는데 악을 쓰며 버티자 몇 명이 더 달라붙는다.
남오
(울부짖으며) 난 아무 죄 없어!! 난 무죄야!!
으아아악-!! 나 보내줘!! 보내달라구...
남오, 버스에서 내리면 정말로 모든 게 끝날 것 같은 심정에 악다구니를 쓰며 버틴다.
간수장이 교도봉으로 후려치고 교도관들이 안간힘을 써도 꿈쩍하지 않는 남오.
퍽!!! 진정제 주사기 바늘을 남오의 목에 찔러 넣는 교도관.
15. 교도소 복도 / 밤
미로 같은 좁은 교도소 복도를 이동하는 카메라 시점.
온 몸이 축 처진 채 교도관에게 끌려가는 남오...
어두운 쇠창살 너머로 짐승 같은 눈빛의 죄수들이 남오를 노리듯 본다.
16. 감방 / 밤
감방 철문이 열리고 남오를 던져 넣는 교도관.
철컹! 닫히는 문.
기절해 있는 남오...
17. 동 시간경과 / 밤
벽에 난 창살 너머로 빗소리가 들린다.
서서히 눈을 뜨는 남오...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핀다.
오래된 금속 세면대와 변기 그리고 침대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감방...
몸을 일으켜 창살 너머로 내리는 비를 보는 남오.
- 22 -
18. 법원 앞 / 비 / 낮
비오는 법원 앞에서 엄마가 우산도 없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조남오 법은 현 정권이 만들어낸 악법. 형평성에 어긋나는 과도한 형량 부과 반대’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은 울음을 억지로 삼키며 서 있는 엄마...
천상,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엄마에게 가져다준다.
눈물 그렁이는 눈으로 천상을 보는 엄마...
19. 감방 / 낮
차임벨 울리자 감방 철창문 열리고 죄수들 하나둘 나온다.
불안한 눈빛으로 남오도 뒤늦게 나오고...
20. 운동장 / 낮
남오가 운동장으로 나오자 갑자기 한 죄수가 다가와 침을 뱉는다.
“좆같은 강간범새끼, 어린년 따먹으니까 좋았냐?”
그걸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욕과 조롱이 쏟아지고
어떤 놈은 주먹질 위협을 한다.
“내 근처에 얼씬만 해봐, 씨발 목을 따버려.”
“교도관, 이 더러운 쓰레기 당장 이감시켜! 우릴 뭘로 보는 거야?”
죄수들 사이에서도 남오는 공공의 적이다.
무리를 빠져나와 구석으로 가는 남오...
그런 남오를 아까부터 빤히 보는 누군가...
심복들을 양쪽으로 거느린 교도소의 왕, 마덕수다.
자신을 노려보는 마덕수의 시선을 애써 피하는 남오, 막연한 두려움에 표정이 굳는다.
누군가 남오의 뒷목을 확 채어 마덕수 쪽으로 끌고 간다. 심복1이다.
저항해보지만 억센 심복1의 힘을 당할 수가 없다.
점점 마덕수와 가까워질수록 사색이 되는 남오...
먼발치에서 그 광경을 본 교도관, 못 본 척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마덕수
(남오가 앞에 세워지자) 새끼, 반반하네.
- 23 -
남오
... ... (온 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는)
마덕수
어이 강간범. 내 눈 똑바로 봐... 똑바로
보라고. 어린년이 막 발버둥 치고 하니까
많이 꼴리데? 쑤실 때 기분은 삼삼했고?
공포로 숨이 멎을 것 같지만 이대로 수긍하면 영원히 강간살인범이 될 것 같다...
남오
(이를 악물고) ... 그런 적 없습니다.
마덕수
(어이없는 웃음) 이 안에서 유일하게 지가 한
짓을 인정하지 않는 족속들이 있지. 바로 너
같이 발정 난 쓰레기들...
남오
(노려보며) 난 아니라고 했습니다.
심복1
(발로 걷어차며) 이 새끼가 어디서 형님한테
눈깔을 희번덕거리고.
심복1과 부하들, 남오를 마구잡이로 팬다.
누구하나 말리는 놈 없이 멀리서 구경만 하는 죄수들...
마덕수
(부하들 제지하며) 어떻게? 좀 맞으니까
강간했던 기억이 슬슬 올라오지?
남오
(피투성이 얼굴로 마덕수 노려보는)
마덕수
뭘 꼴아봐 이 더러운 강간범새끼가
남오
(폭발) 으아악!!!!!
- 24 -
벌떡 일어나 순식간에 마덕수의 얼굴을 들이 받는 남오!!!
예상 못한 도발에 마덕수가 뒤로 넘어지고, 죄수들 모두 당황한다.
마덕수
(쪽팔린 듯) 아나 이 좆밥 새끼!
부하들 일제히 달려들어 조남오를 폭행하자 교도관들 호루라기 불며 달려온다.
전후사정 들어볼 것도 없이 교도봉으로 남오를 마구 후려갈기는 교도관.
마덕수
(간수장에게) 저 강간범새끼 좀 어떻게 해봐.
교도소가 완전 막장이야 막장.
간수장
조남오,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 이거지?
근데, 강간범은 나도 용서가 안 돼. (뒤쪽
교도관에게) 징벌방으로 끌고 가!
그 상황을 지켜보는 죄수들은 마덕수의 눈 밖에 날라 흘긋흘긋 눈치만 보고 있는데...
한 죄수만이 전혀 관심 없다는 듯, 운동장 구석에서 직접 만든 화단에 물을 주고 있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주름진 눈의 노죄수다.
21. 징벌방 / 밤
어두운 징벌방 문이 열리고 남오를 밀어 넣는 교도관. 철컹 잠기는 철문.
지옥 같은 어둠... 겁에 질린 호흡소리... 흐느껴 우는 남오.
22. 식당 / 낮
마덕수의 지시를 받고 남오에게 다가가는 죄수.
남오가 밥을 먹으려는데 팔을 툭 쳐서 음식물이 흩어지고...
다시 밥 먹으려고 하면 머리를 잡아 식판에 처박는다.
국물에 엉망이 된 얼굴로 한참을 앉아있는 남오.
23. 차량 정비소 / 낮
남오, 자동차 정비를 배우고 있다.
하지만 시선은 언제 공격할지 모르는 마덕수 패거리들을 향해 있다.
- 25 -
이때, 남오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음흉죄수1,2.
음흉1
(친한 척) 힘들지?
남오
(보는)
음흉2
여기도 다 사람 사는 데니까 너무 겁먹지
말고. 무기 맞았다며?
남오
... ... 네... 하지만 누명 쓴 겁니다.
음흉1
알아, 알아. 그렇다고 마덕수를 들이받으면
어떡해? 마덕수는 여기서 왕이야.
남오
... !!
음흉1
올 봄인가 마덕수가 빵에 있으니까 맘 놓고
배신한 조직원이 있었어. 어떻게 됐겠냐?
바로 회를 떴지. 근데 일처리가 깔끔하지
못했다고 청부살인한 놈도 끔찍하게 살해해
버렸어.
음흉2
저 인간이 맘만 먹으면 여기 있는 놈이든
밖에 있는 놈이든 땅에 묻는 거, 일도 아냐.
음흉1
(어깨동무하며) 그러니까 앞으로는 우리랑 꼭
붙어 다녀. 응? 그래야 안전해.
남오
(뭔가 어색한)
- 26 -
음흉1
(조용히 속삭이는) 차근차근 얘기 좀 해봐.
몇 살이었어? 중학생? 고등학생?
음흉2
교복? 사복?
남오
(놀라서 뒤로 물러서며) 저리 꺼져!
음흉1
우리끼리 뭉쳐야지 따로 놀다가는 좆 돼.
남오, 음흉1,2를 경멸하듯 노려보며 다른 곳으로 간다.
음흉2
(남오 뒤에 대고) 그렇게 잘난 체 하다
후회한다. 여기는 혼자선 살 수 없는 곳이야.
24. 복도, 화장실 / 낮
복도를 걷는 남오, 누군가 뒤에서 따라 붙는다. 마덕수의 부하들이다.
걸음을 빨리 옮기는데, 앞 쪽에는 심복1과 부하들이 길을 막고 떡하니 서있다.
남오가 고개를 돌려 화장실을 보는데, 안에는 이미 마덕수가 앉아있다.
남오
(헉) ...!
우당탕- 남오를 끌고 화장실로 들어가는 부하들.
꼼짝 없이 마덕수 앞에 무릎 꿇려지는 남오.
마덕수
나는 말이다. 다른 건 몰라도 반성 안하는
새끼는 용서를 할 수가 없어. 힘들게
교도소에 왔으면 갱생을 꾀하고 새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보여야지... 암튼 오늘
이후로는 반성하는 모습을 꼭 좀 봤으면
좋겠다. (밖에다 대고) 끌고 와라.
부하들에게 피떡이 되도록 맞은 음흉1,2가 공포에 질린 얼굴 끌려 들어온다.
- 27 -
음흉1,2
사..살려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
마덕수
(부하들보며) 뭐해? 준비 안하고?
부하들 달려들어 음흉1,2를 바닥에 엎드리게 해서 찍어 눌러 잡고는
칼로 엉덩이 부분의 옷을 찢어낸다. 울부짖으며 소리치는 음흉1,2
마덕수
(남오에게) 어린년한테 했던 대로 여기서
이놈들한테 해봐.
남오
미..미쳤어? 난 못해!!
마덕수
(음흉1,2를 향해) 그럼 역할을 바꿔서 니들이
할래?
음흉1,2
아 네네!! 하겠습니다. 해야죠! 그런 건 또
저희 전문 아닙니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마덕수
하여간 강간범새끼들 아주 의욕이 넘치네.
자 조남오 어떡할래? 너한테 선택권 준다.
25. 감방 안 / 밤
상처투성이인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뭔가를 만들고 있는 남오.
남오의 눈빛에 살기가 가득하다.
잔뜩 모아 온 비닐봉지를 라이터불로 녹여 막대 모양으로 뭉친 다음에 콘크리트 벽에 갈
아 송곳처럼 끝을 날카롭게 만들고 있다.
26. 작업장 / 낮
작업장 구석에서 50대 죄수를 괴롭히고 있는 마덕수와 부하들.
- 28 -
이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는 남오.
인기척을 느끼고 뒤돌아보는 마덕수, 달려드는 남오를 발견한다.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마덕수의 목에 뾰족한 흉기를 들이대는 남오.
그러나... 찌르지 못하고 부들부들 떤다. 차마 사람을 죽일 수 없는 남오.
심복1, 재빨리 남오의 옆구리를 걷어차자 그대로 바닥에 나가떨어진다.
마덕수
아나 이 미친 강간범 새끼..
달려들어 마구잡이로 남오를 짓밟는 마덕수... 부하들,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난다.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는 남오...
달려온 교도관, 마덕수를 뜯어말리자
마덕수
(남오의 흉기 들어 보이며) 씨발 이게 뭐
같애?
교도관
조남오, 징벌방으로 끌고 가!
27. 징벌방 / 낮
징벌방에 던져지는 남오, 벽을 쾅쾅 치며 억울한 비명을 지른다.
남오
으아아악-!!!!
28. 광화문 광장 / 낮
엄마가 전단지를 나눠주며 사람들을 붙잡고 호소하고 있다.
엄마
우리 애는 죄가 없어요. 억울하게 누명을 쓴
거예요.
행인
(다짜고짜 전단지를 뺏어 엄마 얼굴에
던지며) 양심도 없이! 그것도 자식새끼라고...
부끄러운 줄을 몰라.
- 29 -
사방으로 흩어져 바닥에 떨어진 전단지들.
엄마에게 삿대질하며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에 마구 밟히는 전단지...
눈물 흘리는 엄마 위로 들리는...
S.E
(사이렌)
29. 징벌방 / 낮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징벌방으로 달려 들어가는 교도관들.
피가 흥건한 징벌방. 피 묻은 이빨을 드러내며 울부짖는 남오를 끌어내는 교도관들.
물어뜯은 손목에 피가 줄줄 흐른다. 초점 없는 눈. 정신이 아득해지며...
눈을 감았다 뜨면, 어딘가로 급히 이송되는 시점.
눈을 감았다 뜨면, 안. 산소마스크에 시야가 흐리다. 피가 수혈되는 링거가 보인다.
눈을 감았다 뜨면, 숲 속 풍경이 잠시 스친다.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보는 남오...
눈을 감았다 뜨면, 다시 독방이다. 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다.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남오.
30. 면회실 / 낮
엄마와 천상이 남오를 본다.
중환자처럼 초췌한 얼굴의 남오가 허공 어딘가를 보고 있다.
남오의 모습에 충격 받은 엄마...
엄마
(눈물을 참으며 힘주어 말하는) ... 엄마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도 하고...
시사주간지에 인터뷰도 하고 했더니 고맙게도
니 알리바이 입증할 자료가 있다고 연락이
왔어. 다음 주에 그 사람 만나서 소송준비
같이 하기로 했으니까 남오야... (남오의
붕대감긴 손목 보고 결국 말문이 막힌다)
남오
(고개 숙이는)
- 30 -
엄마
엄만 강간범 아들 둔 엄마 되기 싫어... 너도
강간범 되기 싫으면 이 악물고 버텨! 응?
알았지 아들? (결국 쏟아지는 눈물)
...엄마가... 여기서 너 반드시 꺼낼 거야.
천상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래, 어머니 봐서라도
힘 좀 내자.
엄마를 돌아보는 남오, 남오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린다.
31. 식당 / 낮
떠들썩하게 밥을 먹던 마덕수와 부하들...
밥을 먹던 마덕수 뭔가를 보고 멈칫한다.
저만치 구석자리에서 붕대 맨 손으로 우걱우걱 밥을 먹는 남오...
마덕수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저 새끼 봐라?
교도소 생활 열심히 할 모양인데 그럼
도와줘야지.
32. 몽타주, 남오 저항 시퀀스
차량 정비소
자동차를 수리하고 있는 남오,
이상한 낌새에 고개를 들면 마덕수 부하들이 에워싸고 있다.
슬며시 자리를 피하려는데 다짜고짜 달려들어 폭행하기 시작하는 부하들.
남오, 파이프렌치를 들어 고치던 차 유리창을 의도적으로 박살낸다.
교도관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달려오자 물러나는 부하들.
부하들의 폭행을 피해 일부러 징벌방에 갈 구실을 만드는 남오.
징벌방
징벌방에 던져지는 남오, 맞은 부위를 어루만지며 심호흡한다.
화장실
심복1의 소나기 펀치에 배를 끌어안고 쓰러져 호흡도 제대로 못하는 남오.
노죄수 아무렇지 않은 듯 화장실로 들어와서 조리에 물을 받아 나간다.
- 31 -
주먹을 휘두르다 말고 노죄수 보는 심복1.
식당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허겁지겁 밥을 먹는 남오.
맞은편에 식판 놓고 앉는 노 죄수, 여유로운 표정으로 밥을 먹다가
노 죄수
(주머니에서 야생초 잎 몇 장을 꺼내주며)
상처 놔두면 곪아.
남오
(노죄수 빤히 보는) ... ...
노 죄수
그렇게 얻어터졌으면 이제 알 때도 됐는데...
(남오 보자) 안 아픈 데를 골라 맞아야지.
급소 많이 맞으면 피똥 싸다 뒤진다.
남오
...!
남오를 향해 다가오는 심복1.
심복1
(얼굴 들이밀며) 어이 강간범, 밥 다 먹었냐?
상대해 주겠다는 듯 식판 들고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 남오,
건너편에서 지켜보는 마덕수를 똑바로 보며 나간다.
기계실
심복1과 부하들이 몰려오자 기계실로 숨어드는 남오.
공간의 틈새와 어둠을 이용해 몸을 숨겼다가 도망치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부하들에게 잡혀서 집단 구타를 당한다.
감방
심복1에게 얼마나 맞았는지 얼굴이 더 부어있다.
노죄수가 준 야생초 잎을 짓이겨 상처부위에 대는 남오, 윽.. 찡그리는.
작업장
마덕수가 심복1과 부하들을 집합시켜놓고 발로 가슴팍을 차고 있다.
- 32 -
마덕수
(핏대 세우고) 요새 깜빵생활 편하지? 존나
군기 빠져가지구.. 조남오가 내 눈을 똑바로
보드라?
운동장
심복1과 부하들 운동장 구석에 모여앉아 음모를 꾸미는 듯 속닥거리고 있다.
그 모습을 빤히 보는 노죄수... 불길한 눈빛이 된다.
세탁공장
세탁물 수레를 밀고 가는 남오...
저만치 뒤로 하나 둘씩 마덕수의 부하들이 따라 붙는다.
뭔가 음습한 기운을 감지한 남오, 뒤돌아보면 십여 명의 죄수들이 쫓아오고 있다.
혹시 싸움에 말려들까 일반 죄수들 두려움에 뒤로 슬금슬금 빠진다.
남오, 재빨리 방향을 틀어 스팀이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미로 같은 통로로 들어간다.
점점 많아지는 놈들의 실루엣, 먹잇감을 노리는 이리떼처럼 다가오자
순간적으로 게임에서 맵을 분석하듯 놈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남오. (슬로우모션)
무기로 쓸 만한 걸 찾다가 세탁물 기록대장을 뜯어서 가늘게 말기 시작하는 남오...
세탁물에서 런닝셔츠를 꺼내 입으로 찢어 적과 싸울 준비를 한다.
긴장된 눈빛... 잠시 멈춘 호흡...
갑자기 어둠 속에서 나타난 심복1, 흉기를 휘두르며 남오에게 달려든다.
뾰족하게 만든 종이심을 길게 찢은 런닝셔츠의 탄력으로 활시위처럼 당겼다 놓자
심복1
(어깨에 팍 박히며) 아아악!!!
남오, 기록대장을 들고 고꾸라진 심복1을 뛰어넘어 도망친다.
“저 새끼 잡아!!!” 일제히 무기를 꺼내들고 남오를 향해 튀어나오는 부하들.
달리면서 연신 종이를 말아 화살을 만드는 남오.
갑자기 앞에서 나타나는 놈의 견갑골을 향해 쏜다.
뒤에서 따라오는 놈도 허벅지에 맞는다.
(남오의 움직임이 프롤로그 게임 속 허리케인조의 행동과 정확히 겹쳐진다)
남오가 달리고 놈들이 넘어지고...
일반 죄수들 조금씩 지지의 눈빛을 보낸다.
날카로운 칼을 꺼내들고 정면에서 남오를 기다리는 마덕수.
달려오던 남오, 갑자기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다.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마덕수, 당황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 33 -
순간 코앞에 휙 나타나는 남오, 활시위를 당겼다 놓는다.
종이심이 마덕수의 이마에 정통으로 꽂힌다.
비명을 지르는 마덕수...
일반 죄수들 주먹을 쥐고 쾌재를 부른다.
사이렌 소리와 함께 아수라장이 된 세탁공장으로 달려오는 교도관들.
마덕수의 부하들, 더 이상 쫓지 않고 멈춰 선다.
교도관에게 달려오는 남오를 교도봉으로 후려치면 암전.
33. 징벌방 / 밤
철컹! 철문 열리고 남오를 거칠게 던져 넣는 교도관들.
징벌방에 던져지자마자 대짜로 뻗는 남오... 안도하는 표정이다.
(시간경과)
징벌방에 누워 떨어지는 물소리에 귀 기울이는 남오...
지독한 적막 속에서 들리는 묘한 파장... 이 순간이 왠지 평온하게 느껴진다.
(시간경과)
고요함을 깨며 철문의 작은 개폐기가 열린다.
간수장
조남오, 면회!
남오
(불안) ... 마덕수가 불러내는 겁니까?
간수장
잔말 말고 나와.
34. 복도 / 낮
불안한 시선으로 주위를 살피며 간수장을 따라가는 남오...
간수장은 앞만 보고 걷는다.
35. 면회실 / 낮
간수장을 따라 면회실로 들어서는 남오...
- 34 -
유리면 밖에 혼자 앉아있는 국선변호사 천상.
남오,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가서는
남오
혼자 오셨어요? 엄마는요?
천상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는) ... ...
<CUT TO>
남오
(충격 받은) 지..지금 제가 뭘 잘못 들은
거죠? 자..자살이요? 엄마가요?
천상
그동안 많이 힘들어 하시긴 했는데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할 거라곤 나도 미처 예상
못했네.
남오
(이를 갈며) 나 꺼내 준다고 버티라고 했던
엄마예요... 근데 자살이요? ... 이건 뭔가
잘못됐어요.
천상, 안타까운 시선으로 남오 보다가 조심스레 주머니에서 서류를 꺼내 내민다.
사망 진단서다.
천상
... 장례를 치르려면 자네가 서명을 해야 돼.
남오
(고통스런 신음소리) 흐으윽...
천상
자네 말고는 연고자가 없어서 장례는
관할구청에서 대신 치러주기로 했어...
자넨 장례식에 참석 못할 거야.
당국에 건의해 봤는데 받아들여지지가
않았어. (길게 한숨) 도움이 못돼 미안해.
실성한 듯 몸을 떨며 소리 없이 우는 남오를 간수장도 본다.
- 35 -
36. 운동장 / 낮
영혼이 빠진 듯 유령처럼 걷는 남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마덕수 패거리들.
심복1
(조롱하듯) 야 니네 엄마 자살했더라?
마덕수
강간범새끼를 자식으로 뒀으니 쪽팔려서
살 수가 있었겠냐. 그러니 못 견디고 자살을
하지. 결국은 저 강간범새끼가 지 엄마를
죽인거야.
남오
(눈깔 뒤집고) 으아아아악!!!!!!
마덕수에게 달려들어 목을 조르는 남오,
놀란 부하들 남오의 머리와 복부를 갈기며 떼어내려 해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달려온 교도관이 교도봉으로 남오를 세게 후려친다. 역시 꿈쩍도 않고...
교도관, 진정제 주사기를 남오의 목에 찔러 넣는다.
그제서야 옆으로 쓰러지는 남오, 교도관들 양쪽에서 잡고 끌고 간다.
노죄수
(물끄러미 보는) ... ...
37. 징벌방 / 밤
죽은 듯 쓰러져 있는 남오... 간혹 발끝만 움찔움찔 움직인다.
완벽한 어둠 속... 공포와 환각이 교차하며 시간이 흐른다.
(CUT TO)
어디선가 굉음이 들리고... 남오가 힘겹게 눈을 뜬다.
소리 나는 쪽으로 힘겹게 고개를 돌리는 남오.
물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증폭되어 들리다
소리와 함께 어둠이 벗겨지며 물방울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엔 천장에서 거대한 사삭, 사삭 소리가 들려온다.
거미줄을 기어가는 거미도 어둠이 벗겨지며 형체가 남오의 눈에 보인다.
청각의 감각이 열리면서 보게 되는 어둠의 세계...
- 36 -
이때, 밝은 빛과 함께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들어선다. 엄마다.
남오... 놀라서 잠시 멈칫하다가 왈칵 눈물을 쏟으며 달려가 엄마를 꼭 안는다.
포근한 미소로 남오를 토닥여 주는 엄마의 환영...
남오
(아이처럼 소리 내 우는)
38. 작업장 / 낮
초췌해진 모습으로 작업장에 들어서는 남오.
죄수들이 힐끔거리며 남오를 돌아본다. 뭔가 초월한 듯한 눈빛의 남오...
마덕수, 부하들을 거느리고 남오 앞을 막아선다.
마덕수
(이를 갈며) 이 씨발놈을 어떻게 죽여야 속이
풀릴라나. 여기서 아예 포를 떠주까?
남오
(순간 마덕수 턱을 꽉 움켜쥐는)
마덕수
윽!! 뭐..뭐야 이 새끼?
남오
넌, 다 좆같은데 그 중에서도 그 입이
최악이야.
마덕수의 얼굴에 스치는 칼날.
손으로 입을 감싸 쥐고 쓰러지는 마덕수,
손가락 사이로 피가 솟구쳐 나온다.
마덕수
끄아아악!!! 아악!!!
달려오는 교도관들.
칼을 쥐고 있는 남오를 향해 교도봉을 날리려는 찰나,
남오가 자신의 옆구리를 찔러 자해한다.
남오
으아아아아악!!!!
- 37 -
교도관
(긴급무전) B-1! B-1!
39. 도로, 구급차 / 낮
요란한 사이렌 울리며 숲속 길을 달리는 구급차 한 대.
구급차 안에는 얼굴에 붕대감은 마덕수와 남오가 나란히 누워있다.
<플래시백> 노죄수가 낡은 인체해부학 책 펼쳐 보여주며
노죄수
(옆구리 부분 가리키고) 동맥, 근육, 장기
중에 뭐 하나라도 건드리면 너도 골로가.
깊이로 찔러 넣지 말고 옆으로. 응?
남오
(보며) 뭐 하시던 분이였어요?
노죄수
남의 인생 궁금해 하지 말고 니가 왜 여기
들어왔는지나 궁금해 해. 나가면 계획은
있어?
남오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요.
스르르 떠지는 남오의 눈...
간수장, 링거 유리병 속에 피가 역류하는 게 보인다.
놀라서 돌아보면, 이미 남오가 팔에서 뽑은 링거 바늘을 간수장 눈앞으로 가져왔다.
간수장
...!!
남오가 수갑을 들어 풀게 한다.
간수장은 난감해 하다가 수갑 열쇠를 꺼낸다.
바로 그때, 차가 덜컹거리고 수갑 열쇠를 떨어트리는 간수장.
열쇠를 집으려는 남오를 향해 권총을 꺼내드는 간수장, 재빨리 팔을 밀치는 남오.
탕- 발사된다.
총알이 운전기사의 어깨를 관통하고 유리창에 튀는 피.
- 38 -
운전자
으악...!!!! (핸들을 놓치고)
구급차 요란하게 요동치더니 산비탈로 떨어지고 만다.
구급차 안에서 붕 떠버리는 남오, 간수장, 운전기사, 기절한 마덕수...
남오는 그 와중에 눈앞에서 날아가던 수갑 열쇠를 한 손으로 잡아챈다.
쿵-
산길 도로 밑으로 떨어져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구급차.
잠시 후, 남오가 차 밖으로 기어 나온다. 한 손에는 구급약품이 들려있다.
고요한 산 속...
차 안에서 신음소리가 들린다. 생존자들이다.
남오
(갈등) ....
<CUT TO>
간수장과 운전자를 차례로 구급차 밖으로 끌어내는 남오.
40. 야산 / 해질녘
남오, 피가 흐르는 옆구리를 쥐고 산을 내려간다.
한 손에는 구급약통과 약초가 들려있다.
41. 호수 낚시터 / 밤
남오가 정신없이 뛰다보니 안개 자욱한 호수가 드러난다.
낚시터다.
호수 주변 몇몇 좌대에 불빛이 보인다.
불빛이 보이지 않는 빈 좌대로 숨어드는 남오.
약초를 씹어 옆구리 상처에 대고는 대충 거즈를 대고 반창고를 붙인다.
<CUT TO>
남오가 동정을 살피며 조심스레 밖으로 나와서 낚시터에 널어놓은 옷으로 냉큼 갈아입는다.
옷을 챙겨 입은 남오가 사라지려는데,
안개가 너무 껴 앞이 보이질 않아 자기도 모르게 깡통을 걷어찬다. 깡-
남오가 흠칫 놀라서 멈칫하는데... 아무도 없다. 이에 남오가 다시 움직이려는데...
바로 그때, 누군가 남오를 탁 잡는다.
- 39 -
남오
(헉 놀라 굳어버리는) !!
얼어있는 남오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나지막이 속삭이는 낚시꾼.
낚시꾼
솔직히 말해봐.
남오
... ....
낚시꾼
(윗 주머니에 만 원짜리 2장 꽂으며) 저기가
명당 맞아? 사장한테 암만해도 속은 거 같단
말야. 애기들이 전혀 입질을 안해. 응?
자네는 알거 아냐?
남오
(멈칫) ...?
남오가 자신을 내려다보니, 훔쳐 입은 옷에 00낚시터라고 쓰여 있다.
직원용 옷이다.
42. 낚시꾼들 좌대 / 밤
둘러앉아 닭도리탕에 소주를 마시고 있는 낚시꾼들.
멀찍이서 그 광경을 보는 남오... 군침을 꿀꺽 삼기는..
<CUT TO / 새벽>
화들짝 놀라 눈을 뜨는 남오, 낚시 의자에 앉아 깜빡 잠이 들었다.
새벽이다. 안개도 많이 걷혔다.
주위를 둘러보는 남오, 낚시꾼들은 여전히 낚싯대를 드리우고 찌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
슬그머니 일어나 그 자리를 뜨는 남오...
뒷길로 도망치던 남오가 주차된 차에서 소리를 듣는다...
무전
(F) 치칙- 치칙- 십에 오십구, 십칠. 교도소
탈주. 십에 오십구, 십칠. 치칙-
기겁한 남오가 굳은 채로 차 안을 보는데, 경광등이 있다.
- 40 -
옷 속의 지갑을 꺼내 신분증을 확인해보니 경찰이다.
주차된 모든 차에서 무전기 소리가 난다. 그 차들도 경광등이 있다.
남오
...!!
낚시꾼
(off) 하여튼 오늘 무전 받으면 배신이야들!
알았어? 마누라 전화도 받지 마!
남오, 차 안에 있는 가죽점퍼로 갈아입고 지갑에서 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낸다.
무전기를 싹 쓸어서 호수에 첨벙- 던진 다음 숲속으로 사라진다.
43. 도로, 야산 / 낮
비상등 깜빡깜빡, 남오가 도로가로 나와 택시를 잡고 있다.
택시기사
갈 거요, 말거요?
남오를 바라보는 택시기사의 인상이 참 험악하다.
팔뚝엔 문신... 一心
남오
....
부앙-
택시가 남오를 두고 가버린다. 남오는 결국 안탔다.
남오가 택시를 보내고 서있는데, 경찰차들 대여섯 대가 쌩 지나간다.
기겁한 남오는 다시 야산으로 기어 올라간다.
<CUT TO>
안개가 자욱한 산 속을 경찰견을 앞세우고 수색해 오는 경찰병력...
산을 이 잡듯 뒤지고 있다. 버려진 죄수복 발견하고 웅성대는 현장.
<CUT TO>
남오가 야산을 달리다 도로를 내려다보는데,
차 지붕에 여행용 캐리어를 잔뜩 실은 경차가 고장으로 보닛을 열고 멈춰서 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지나가는 차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뚱뚱한 남녀, 외국인(아랍) 부부다.
그러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 41 -
간혹 지나가는 차에서 “야! 탈레반 니들 나라로 가!!”
아랍 부부
(낭패감에 울상이다) ... ...
<CUT TO / 밤>
시원하게 달리는 경차. 뚱뚱한 아랍인 부부가 타고 있다.
아랍 남편
(의외로 한국말 실력이 좋은) 당신 기술 진짜
대단해. 놀랐어.
뒤돌아보는 아랍 아내,
그제서야 아랍인 부부의 몸집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뒷좌석의 남오 모습이 보인다.
아랍 아내
휴가 망치는 줄 알고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데? 당신이 우릴 구했어~
남오
(어색하게 미소) ... ...
아랍 남편
청주 공항에 가는 길이었어.
항저우로 한 달 동안 배낭여행 가거든.
아랍 아내
여행이 너무 좋아~ 한국 사람들 일 너무
많이 해. 일중독.
남오는 자유롭고 즐거운 표정의 부부를 부러운 표정으로 물끄러미 본다.
<CUT TO>
아랍 아내는 곤히 잠들었다. 운전하는 남편...
그때, DMB로 남오의 수배 뉴스가 나온다.
뉴스기자
강간 살인범 조남오가 탈옥 했습니다. 어제
오후 2시 10분 경, 조남오는 교도소 내에서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 도중
교도관을 제압하고 구급차를 전복시킨 후
- 42 -
탈주 했습니다. 현재, 경찰병력은 교도소
인근 야산을 수색중이며, 주변지역의
검문검색을 강화...
경찰들이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는 DMB영상을 보자
당황하여 고개를 숙이는 남오의 모습이 룸밀러를 통해 보인다.
아랍 남편, 남오와 눈이 마주치는데..
남오
...!
아랍 남편은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물끄러미 남오를 본다.
44. 검문소 / 아침
도로에 임시로 만든 검문소, 차들이 밀려있고, 하나하나 검문을 하는 경찰들...
남오, 심장이 쿵쾅댄다. 경찰이 다가오자 창문을 내리는 외국인 남편...
남오는 긴장한 표정으로 차문 손잡이를 잡고 도주할 준비를 한다.
경찰
수고하십니다, 잠시 검문이...
아랍 남편
What’s going on? I haven’t got all day?
경찰
(당황) 어... ... (손짓하며) 패스! 패스!
아랍 남편
(차창 올리고 출발하며) 한국 사람들 영어만
하면 무서워 해.
남오
(겨우 안도하는)
45. 청주 공항, 주차장 / 낮
청주 공항 주차장에 들어서는 아랍인 부부의 차.
아랍 아내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다.
- 43 -
아랍 아내
(남오에게) 굿모닝!
남오
(어색하게 손 인사)
아랍인 부부와 나란히 선 남오...
아랍 남편이 손을 내밀어 남오에게 악수를 청한다.
아랍 남편
(자신의 차를 보며) 한국에 첨 왔을 때
20만원 주고 샀는데 폐차가 40만원이래.
코미디 같지?
남오
... ...
떠나는 부부... 혼자 남은 남오가 손을 펴 보면 자동차 열쇠가 들려져 있다.
46. 서울진입 몽타주 / 낮에서 밤까지
선물 받은 20만원짜리 경차를 운전하고 있는 남오.
표지판 - 서울까지 70킬로미터.
/
전국적으로 검문이 한창이다.
낚시터의 형사들을 상대로 조사하는 경찰들.
/
청주공항 관제탑에서 CCTV화면을 확인하는 경찰...
/
서울로 진입하는 톨게이트에서 경광등 번쩍이며 대대적으로 검문하고 있는 경찰들...
달리는 남오의 차에서 카메라 빠지면 검문소를 내려다보며 국도를 달리고 있다.
/
시내 곳곳에서도 검문이 한창이다.
라이트를 끄고 골목길로 이동하는 남오.
47. 국선변호사 사무실 앞, 내부 / 밤
허름한 5층 건물로 들어서는 국선변호사 천상,
핸드폰을 귀에 대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
- 44 -
천상
(통화) 아이구, 예, 예. 그럼요.
제게 맡기시고 편히 주무세요.
새로운 사건 의뢰를 받는 듯, 계속 통화를 하며 사무실 문을 연다.
천상
제가 내일 날 밝는 대로 현장에 가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선 천상...
어두운 실내. 창 너머 새어 들어오는 불빛에 언뜻 낯선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스윽-
어두운 그림자가 앞으로 나서자....
천상
깜짝이야! (남오의 얼굴을 가만히 보더니)
아니 자네...
남오
쫓기는 몸이라 밖에 있기가 좀 그래서 허락도
없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천상
사람이 왜 이렇게 무모해? 탈옥했다가 잡히면
특수도주죄가 추가되는 거 몰라?
남오
어차피 무기수라 더 나빠질 것도 없어요.
천상
(한숨) 커피 한잔 할래? 숨 좀 돌리고
얘기하자구. (간이 주방으로 향하는)
주방,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며 믹스커피를 뜯어 종이컵에 담다가...
휴대폰을 들고 갈등하는
그러나 차마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망설인다.
1초가 마치 1시간이라도 되는 듯이 깊은 고민에 빠지는 천상.
결국 112 버튼 누르는
- 45 -
인서트 - 신고를 받고 급하게 출동하고 있는 경찰차들.
믹스커피를 내려놓고 남오와 마주앉은 천상...
벽시계만 본다. 초침이 움직일 때마다 심박 수도 올라간다.
남오
예전에 엄마랑 면회 오셨을 때.. 제
알리바이 입증할 자료 주겠다는 사람
기억나세요?
천상
그건.. 왜?
남오
자료가 뭔지 궁금해서요. 어쩌면 엄마의
죽음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고...
천상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연락이 끊겼어.
남오
(절망적인) ... ...
뭔가를 꺼내서 남오에게 건넨다. 엄마의 목걸이다.
남오
(울컥) 이건...
천상
어머니 마지막 유품이야.
가슴이 미어지는 남오... 목걸이를 보는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다.
이때, 어디선가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서는 남오!!!
천상
(고개 떨구고) ... 내가 신고했어...
남오
(놀란) 변호사님!
- 46 -
천상
그냥 자수하게. 자네가 위험해지는 거 보고
싶지 않아.
남오
... ... !!
우당탕탕, 요란하게 계단을 뛰어오르는 경찰들의 소리가 나고,
쾅! 사무실 문이 열린다.
경찰들
(들이닥치며) 조남오!! 꼼짝 마!!!!
사무실 옆 간이주방 창문이 활짝 열려있고, 천상만 혼자 남아있다.
요란하게 들이닥쳤던 경찰, 허탈한 표정들이다.
48. PC방 / 밤
벽에 걸린 시계에 03:00
새벽임에도 게임에 열을 올리는 손님들로 시끌벅적한 PC방.
카메라 옆으로 흐르면 PC방 구석에 앉아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는 남오.
검색창에 ‘조남오’ 치자
탈주범 조남오 오리무중.
현상금 5천만원
놀면 뭐하나 현상금을 쫓아 너도나도 조남오 찾기에 혈안.
인서트) PC방 감시카메라가 스윽- 움직이더니 남오를 감시한다.
누군가 뒤를 지나가자 얼른 검색창 닫고 게임창 여는 남오...
아이디 허리케인조 입력하고 게임을 하는 척하며 지나간 사람을 살핀다.
이때, 띠링~ 귓속말 채팅이 들어온다. 아이디 털보
털보 : (귓속말) 탈주범이 생각 없이 게임에 접속하다니
간이 큰 거야? 머리가 나쁜 거야?
온 몸의 털이 바짝 선 남오!!! 휘둥그레진 눈으로 주변을 빠르게 살핀다.
털보 : (귓속말) 그만 두리번거리지. 다들 이상하게 보잖아.
남오,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누가 자기를 보는지 살핀다.
- 47 -
털보 : (귓속말) 그 PC방에서 그만 나와야 할 것 같은데?
좀 전에 주인이 어디로 전화했거든.
수화기를 내려놓는 주인, 테이블 밑의 수배전단과 남오를 비교해서 보고 있다.
이때,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 들려온다.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나는 남오!!!!
(형사1)
어디로 간다 이런 말 없었어요?
49. 경찰서 강력계 / 낮
천상
없었습니다.
초췌한 얼굴로 취조 받고 있는 천상.
형사1
(빤히 보다가) 혹시라도 연락 오면 곧바로
알려주시고... 그만 돌아가도 좋습니다.
천상
(일어서다 돌아서서) 저기... 조남오 사건파일
아직도 보관돼 있죠? 열람할 수 있을까요?
형사1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괜한 짓 말고 본인
일에나 열중하시지 국선변호사 양반.
천상
네? 아 네 하하.. 그럼 수고하십시오.
굽실굽실 절을 하며 강력계를 나서는 천상...
경찰서 복도를 나서는데 휴대폰 벨 울린다.
천상
(받으며) 네 사무장님.
(사무장)
(F) 아침에 거기다 차 가져다 놨습니다.
- 48 -
50. 경찰서 주차장 / 낮
천상, 주차장으로 걸어 나와 주차된 낡은 차를 본다. 키가 꽂혀있다.
차에 올라타며 계속 통화중인 천상...
(사무장)
(F) 오늘 정례회동 있는 날인 거 아시죠?
천상
(통화) 안가면 안 됩니까? 거기 재미없는데.
오늘 사건현장도 가야하고...
(사무장)
(F) 현장은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늦으면
어르신들 역정 내니까 서둘러 출발하시죠.
천상
(한숨) ... 알았어요. 알았어.
학교가기 싫은 어린 아이처럼 잔뜩 구겨진 인상으로 차 시동을 거는 천상...
51. 도로 / 낮
느릿느릿 운전이 서툰 천상...
잔뜩 긴장한 채 앞만 보고 운전하고 있다.
뒤차들 빵빵거리고 난리다.
(사무장)
(F) 아! 그리고 지시하신 자료는 조수석에
놔뒀습니다.
천상
아 여기 있네요. 어디보자.
어설픈 운전 중에도 서류를 들춰보는 천상...
남오의 교도소 수감기록이다.
꼼꼼히 살피다 뒷장으로 넘기자 마덕수 자료가 나온다.
입을 옆으로 꿰맨 기이한 인상의 마덕수 사진..
- 49 -
천상
(얼굴 찡그리며) 마덕수? 이 친군 뭐예요?
(사무장)
(F) 조남오하고 같은 교도소에 복역하던
잡니다. 조직원만 100명이 넘는 거대 조직
보슨데요. 살인교사, 마약밀수, 인신매매
안하는 게 없는 그야말로 악질 중에
악질입니다.
천상
근데 입은 왜 이래요?
(사무장)
(F) 그게... 조남오가 그랬답니다.
천상
에?
이때, 속도를 높여 천상 옆으로 다가와 창문을 내리라고 손짓하는 고급승용차.
천상, 뭔가 싶어 창을 내린다.
고급승용차 운전자
(폭발) 야이 씹새끼야!!!!
뒤에 차 밀린 거 안보여. 확 휘발유 뿌려서
똥차에 불을 싸질러 벌라. 병신쪼다 같은
새끼, 운전 하지 마 새끼야 버스타고 다녀!!
위협적으로 앞을 가로막듯 추월해가는 고급승용차...
천상
(번호판 유심히 보며) 62나6089 흰색 BMW
640i... 재밌게 사네.
52. 무릉도원 / 낮
휴양림을 지나 계곡을 따라 도는 천상의 차...
서서히 드러나는 허름한 가옥, 3대째 전통을 자랑하는 보신탕집 ‘무릉도원’이다.
‘오늘은 쉽니다.’라는 팻말을 보며 뒤편 주차장으로 차를 모는 천상.
즐비한 고급 세단들을 지나 맨 끝에 차를 댄다.
- 50 -
곳곳에 배치된 경호원들이 무전으로 천상이 도착했음을 알린다.
천상, 노트북과 서류를 주섬주섬 챙겨서 헐레벌떡 안으로 들어간다.
53. 은하수 다방 내부 / 낮
덜컹 문이 열리고 다방 안으로 들어서는 남오...
주변을 살피며 구석 자리로 가서 앉는다.
긴장한 눈빛으로 다방의 손님을 하나하나 살피는데...
유난히 털이 많은 50대 아저씨가 남오를 빤히 본다.
털보라고 확신하고 스윽 일어나 천천히 다가가는 남오.
따르릉- 다방 전화벨 울리더니 잠시 후...
다방 아가씨
(장난전화 받은 표정으로) 손님 중에
허리케인...조님 계세요?
화들짝 놀란 남오, 50대 아저씨를 다시 보면
그 양반 시선이 남오가 아닌 카운터 아가씨 가슴골에 가 있다.
얼른 카운터로 달려가 낚아채 듯 전화기를 건네받는 남오.
남오
(눈치 살피며) 여보..세요? ... ... 형님?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굵직한 목소리.
(털보)
(F) 어라? 거기 진짜로 갔네?
남오
예?
(털보)
(F) 아니 탈옥수가 무슨 배짱으로 떡하니
다방에 가서 앉아 있나?
남오
(황당한 표정으로) ... 형님이 여기서
기다리라고...
- 51 -
(털보)
(F) 그냥 해본 소린데...
남오
지금 장난해요? 도와줄 것처럼 사람
불러내놓고...
(털보)
(F) 생각해보니까 괜한 짓 하는 거 같아서...
솔직히 남 일에 끼어드는 거 안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딸깍 전화 끊어버린다)
남오
여보세...
어이없는 표정으로 잠시 멍하니 선 남오...
그런 남오를 다방 아가씨들이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본다.
혼란스러운 듯 맥없이 제자리로 돌아가 쏟아지듯 주저앉는 남오.
근데 문득 보면 앞자리에 누군가 앉아 있다.
남오
(움찔 놀라는) !!!... 뭐야 당신?
모자와 목도리, 옷으로 온몸을 꽁꽁 싸맨 여자, 여일이다. (20대 초반)
불안한 표정으로 주변을 경계하는 여일... 그 모습을 빤히 보는 남오...
여일, 시선도 마주치지 않은 채 남오 앞으로 아이폰을 밀어준다.
남오
... 혹시 털보형님이 보냈어?
이때, 띨릴릴리~ 울리는 아이폰... 액정에 ‘털보’
남오
(얼른 통화버튼 누르며) 지금 뭐하는 겁니까?
(털보)
(F) ... ...
남오
(애써 침착하게) ... 이 여잔 뭐예요?
- 52 -
사전에 얘기도 없이 아무나 막 보내고 그럼
어떡합니까? ... 믿을 만한 여자예요?
(털보)
(F) 내가 털보야.
남오
(벙쩌서 할 말 잃은) ... ...
(털보)
(F) 앞에 있는 나 말야.
이해가 안가는 듯 앞을 보면
여전히 불안한 얼굴로 주변을 살피며 아이폰에 대고 속삭이고 있는 여일 보인다.
여일
(F) 내가 털보라구.
남오
목소리가...?
여일
(F) 퍼니톡 어플... 음성변조...
남오
(충격) !!
54. 도로, 남오의 차 안 / 낮
여일을 태우고 차를 운전하고 있는 남오,
털보의 정체에 충격을 받고 잠시 말을 잊은 상태다.
남오
... ...
적막을 깨고 울리는 남오의 아이폰 벨소리. 헉!! 놀라는 남오...
액정 확인하면 털보다.
남오
(이상한 듯 보며) 뭐..뭐야?
- 53 -
툭. 핸드폰 꺼버리는 여일...
잠시 정적...
다시 울리는 벨소리...
남오, 황당한 표정으로 아이폰 받는다.
여일
(F, 굵은 남자목소리) 여기서 좌회전...
남오
(이미 늦어서 직진하는) 늦었... ... 아니 직접
얘길 하지 전화로... 그리고 그 도둑놈 같은
목소리 계속 들어야 돼?
여일
(퍼니톡 끄고 본인 목소리로 계속 전화하는)
이 차... 훔친 거야?
남오
(보는)
여일
(시선 피하고) ... 엄청.. 후지다.
55. 재개발지역, 여일의 집 앞 / 낮
남오, 입을 벌리고 정면을 보고 있다.
다 쓰러져간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낡고 오래된 느낌의 빈집들로 가득 찬
재개발 지역이 남오 눈앞에 펼쳐져 있다.
남오
... ...!!
여일, 주변을 살피며 어느 집 대문 앞으로 가서 시험 볼 때처럼 손으로 가리고
비밀번호, 지문인식, 열쇠 등등.. 대 여섯 가지는 족히 될 잠금 장치를 해제하고 있다.
그런 여일을 빤히 보는 남오...
56. 동 내부 / 낮
덜컹, 현관문이 열리더니 어두컴컴한 실내로 들어서는 여일.
- 54 -
연신 불안한 표정이었는데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곧바로 따라 들어오던 남오, 잠시 멈칫한다.
거실 안쪽에 얼기설기 컴퓨터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고
한쪽 벽면은 수많은 정보들이 사건별로 분류되어 붙어있다.
S.E
(아이폰 벨소리)
아이폰 받는 남오...
여일
(통화) 앉아... 아무데나
남오, 앉으려다가
발밑의 오만 잡동사니와 기계 장치들 보더니 그냥 서 있는다.
남오
(통화) ... ... 가족은? 혼자 사나?
여일
(욕실 가리키며) 저기서 씻어.
옷도 갈아입고... 지금 엄청 더러워.
탈옥수 신세라 행색이 남루한 남오, 자신을 내려다보는데
딩동-
흠칫 놀라는 남오.
여일, 모니터로 대문 밖 CCTV를 확인하더니 마이크로 말한다.
음성 변조된 남자 목소리로.
여일
대문 앞에 놔두고 가세요.
모니터 속의 택배기사는 어디서 들리는 소린지 어리둥절해 하다가 짐을 놓고 간다.
/
낑낑대며 쌀 포대를 끌어안고 들어오는 여일.
뒤뚱뒤뚱 들어오다 잡동사니에 걸려 철푸덕 앞으로 고꾸라진다.
놀란 남오, 잽싸게 다가가 여일 대신 쌀 포대를 번쩍 들더니
남오
어 쌀이네? 혼자 살면서 뭘 이렇게나 많이...
(대답 없자) 어디다 두까? 털보형님.
- 55 -
형님이란 말에 잠시 멈칫했다가 주방 옆 쌀독을 가리키는 여일.
<CUT TO>
남오, 여일이 준비한 옷으로 갈아입으며 나오다,
한상 가득 차려진 식탁을 본다.
남오 앞으로 엄청난 양의 밥이 담긴 그릇을 내려놓는 여일.
남오
...?
여일도 밥이 한 가득이다. 옛날 할머니 밥상 스타일...
물끄러미 보다 남오도 숟가락으로 밥을 뜨고 찌개를 먹는다.
반찬에도 손이 간다... 오랜만의 맛보는 집 밥이 맛있다.
허겁지겁 밥을 밀어 넣다 주루룩 눈물을 흘리는 남오...
점점 주체할 수 없는 서러움이 밀려와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는 여일...
S.E
(아이폰 벨) 띨릴릴리~
남오
(울먹이며 전화 받는다) ...왜?
여일
다들 올 시간 됐어.
남오
... ...?
여일
(F) 질질 짜는 거 보여줄 순 없잖아.
대장 체면에.
띠띠띠띠... 징- 철컥! 대 여섯 가지의 잠금장치 해제 소리가 들린다. 여일이 했던 것처럼.
입 안 가득 밥을 문 채 긴장한 눈으로 소리 나는 현관문을 바라보는 남오.
잠시 후,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3인의 실루엣...
놀라서 벌떡 일어나 무기될 만한 걸 찾는 남오!!!
어둠 속의 3인, 주저 없이 거실을 지나 주방의 식탁 앞까지 저벅저벅 걸어와서
여백의 미 (38세)
(식탁에 앉으며) 털보형님, 우리도 밥 좀.
- 56 -
용도사 (33세)
난 많이.
데몰리션 (24세)
와 맛있겠다.
남오, 공포에 질린 눈으로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이냐는 듯 여일을 보는데
여일은 대꾸 없이 일어나 밥을 가지러 간다.
여백의 미
동네가 사람을 허기지게 만들어.
올라오는데 배고파 죽는 줄 알았네.
용도사
대신 CCTV도 없고 안전하잖아. 그 정돈
참아야지? (남오에게) 안 그래 대장?
남오
(경계의 시선으로) ...?
데몰리션
(남오 빤히 보며) 잘생겼다. 수배전단에 나온
사진이랑 완전 달라.
여백의 미
짭새들은 뭐든지 성의가 없어. 개새끼들.
당황한 남오가 말도 못하고 눈만 껌뻑이고 있는 동안
여일이 밥을 가져와 식탁에 턱턱 놓는다.
여백의 미
(크게 밥 한 숟갈 뜨고는 남오에게) 사실
우리도 털보형님 만난 지 얼마 안됐어.
대장 탈옥했단 뉴스 나온 다음에 연락
왔으니까... 이틀?
남오
... ??
- 57 -
여백의 미
우리도 아직 서먹한 사이란 얘기야. 그러니까
괜히 대장 혼자만 어색해할 필요 없다고.
데몰리션
(여일에게 음식이 맛있다는 표정 지어보이며)
털보형님도 정모 때 한 번도 안 나왔으니까.
여백의 미
근데 털보형님은 희한하게 얘기를 죄다
전화로만 해. 뭐 대인기피증 그런 거야?
여일, 괜히 시선 피하고...
용도사
진짜 놀라운 사실은 이 모임을 털보형님이
주도했다는 거야. 와 음식 하난 진짜
대박이다.
남오
다들 레쥬렉션...?
일제히 고개 끄덕.
게임 속의 캐릭터들에 비해 많이 후진 모습들이다.
여백의 미
여긴 용도사. (용도사 손 인사)
용산의 몰락과 함께 일거리 거덜 나고
반백수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용산A/S계의 식물인간.
용도사
게임할 시간이 넘쳐나는 꿈의 직장이지.
여백의 미
여긴 데몰리션, 영화 특수효과팀 막내.
데몰리션
영화에 신기한 장면 많이 나오지?
그런 일 하는 거야. 내가.
- 58 -
여백의 미
잔심부름이 뭐가 신기해?
데몰리션
다 그렇게 시작하는 거지.
여백의 미
그리고 은폐엄폐 커플... 은 오늘 못 왔어.
우리 팀답지 않게 일이 미어터진다네?
꼭 오고 싶었는데 인사 전해달라고 영상편지
보냈어.
스마트폰 실행하자 은폐와 엄폐의 영상편지가 나온다.
은폐 (여, 26세)
하이 대장~ 난 은폐
엄폐 (남, 35세)
난 엄폐.
은폐
우리가 열라 바빠서 직접 가지는 못하지만
대장의 왕팬이란 것만 꼭 알아줘~
엄폐
대장, 도움이 필요할 때 주저 말고 연락 줘.
만사 제쳐두고 달려갈 테니까.
은폐, 엄폐
(동시에) 우린 영원한 레쥬렉션!!
여백의 미
쟤들은 지들이 연예인인줄 알아.
용도사
뭐 준 연예인이지. (남오를 향해) 엄폐는
성인방송국 PD, 은폐는 PJ. 으흐흐...
요즘 백수들 상대하느라 잠잘 시간도 없어.
여백의 미
마지막으로 나를 소개하자면...
- 59 -
용도사
(대머리 가리키며) 여백의 미. 지방대학에서
건축과 교수라는데 확인된 바 없어.
남오
(불안한 눈으로 살피며) 저기 잠깐만...
여백의 미
그러니까 우리가 왜 모였는지 그게 궁금한 거
아냐? 그건 털보형님이...
이미 잡동사니 속 서재를 뒤져서 USB를 컴퓨터에 꽂고 있는 여일...
여백의 미
... 보여주는 거, 저거 보면 돼.
데몰리션
털보형님이 만든 조남오 미스테리.
두둥!
남오
(번뜩) ... 혹시, 엄마한테 연락한 사람이..?
용도사
당연히 털보형님이지.
남오
(놀라서 여일 보는) ... ...!
데몰리션
그 당시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모텔 CCTV
기록이 황당하게도 대장 출연분량만 빼고
앞뒤가 싹 지워져 있었다는 거 아냐.
용도사
검찰은 기계오류라고 했지만 털보형님이
대번에 냄새를 맡은 거지. 그래서 찾기
시작한 자료들을 편집해서.. (여일 보며)
만든 거잖아?
- 60 -
여백의 미
근데 이걸 왜 우리가 설명하고 앉았냐?
직접 만든 장본인은 암말도 안하고 있는데.
여일, 말없이 영상을 실행시키자 음악과 함께 블랙화면에 자막이 뜬다.
제작 : 네티즌수사대 털보
제목 : 조남오 그는 진범인가?
남오
네티즌.. 수사대??
용도사
털보형님 정체가 네티즌수사대래. 놀랍게도.
남오가 연행돼서 수감되기까지의 뉴스화면들을 편집한 영상 위로
털보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변조된 굵은 남자 목소리)
(털보)
하지수 살인사건으로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게임중독자 조남오... 잔혹한
살해방법이나 반성 없는 싸이코패스적인
행동에서 그는 의심할 여지없이 희대의
살인마였다.
남오, 영상을 보자 또 다시 억울한 생각에 눈가가 떨려온다.
그런 남오를 안타깝게 보는 레쥬렉션 동료들...
(털보)
그러나 이 사건의 조사과정에서 풀리지 않는
몇 가지 의문점을 발견했다.
사건 현장(모텔) 앞에 세워져있던 자동차의 블랙박스 영상이 보여 진다.
남오가 모텔에 들어갔다가 수표 세 장을 들고 나오는 장면...
(털보)
한 차량의 블랙박스에 사건당일 조남오가
우연히 찍혔다는 사실을 그때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 61 -
용도사
(신기한) 저 영상을 어떻게 구했대?
(털보)
이 영상은 한 초보 해커의 장난이 아니었으면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었다. 블랙박스에
우연히 찍힌 이 영상을 차 주인이 언론사에
제보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불방처리 됐고
방송국 서버에서 영원히 잠들 뻔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초보 해커가 장난으로
방송국을 해킹하는 과정에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데몰리션
저 초보해커가 혹시 털보형님 아냐?
여일
(흠칫,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는)
(털보)
이 영상에서 조남오가 모텔에 들어갔다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정확히 3분 16초.
성폭행 두 번에 칼로 서른 한차례나 찌르고
사체를 욕실로 옮겨 증거를 은폐하는
치밀함을 보이기에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라는
점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남오
(놀라는) ... !
(털보)
또한, 모텔에서 나오는 장면을 자세히 보면
검찰이 주장한 살해 도구였던 피 묻은 칼을
숨겨뒀을 만한 가방 같은 것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여백의 미
예리해. 우리 털보형님.
여일
(무뚝뚝한 표정) ... ...
- 62 -
(털보)
좀 더 명확한 자료가 필요했던 우리는
피해자 하지수가 살해되기 전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클럽에서 찍은 핸드폰 사진 한 장.
셀카를 찍은 한 여성의 배경으로 남자와 춤추고 있는
피해 여고생의 모습이 조그맣게 보인다.
(털보)
사진 뒤쪽으로 보이는 이 여성이 살해된
여고생 하지수다. 사건 이틀 전, 클럽에서
생일파티를 하던 손님이 촬영하고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어렵사리 구했다.
사진 배경에 보이는 인물과 하지수가 동일
인물인지 확인 들어간다.
셀카 속 하지수와 주민등록상의 사진을 비교하는 영상 떠오르고
데몰리션
하지수 맞네.
남오
!!!
(털보)
이제 남은 작업은 그날 클럽 CCTV영상을
확보해 뒤지는 일이다. 여러분도 이 부분을
자세히 봐주시기 바란다.
영상에서 털보의 내레이션이 지시한대로 남오와 레쥬렉션 대원들이 영상을 자세히 본다.
CCTV영상의 하지수에 동그라미 쳐지는 그래픽.
(털보)
춤추던 남자랑 같이 나가는 여성이 하지수다.
이때 시각 새벽3시... 그리고는 하루 반나절
후에 모텔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경찰에서는 하지수와
같이 나간 이 남성을 수사선상에 올리지도
않은 채 조남오를 긴급체포하고 수사를
서둘러 마무리 짓는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 63 -
남오
(놀란 얼굴로 보는) ... ... !!!
(털보)
지금까지 본 자료들만으로 조남오를 범인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조남오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알리바이가 나온 만큼 수사기관은 적극적이고
성실한 재수사를 할 필요가 있다.
열 명의 진범을 놓치더라도 한명의 무고한
사람은 만들지 말라는 형사법 대원칙의
정신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주길 바란다.
클로징 멘트와 함께 서서히 음악 잦아들고 화면 어두워진다.
용도사
야~ 이건 뭐 목소리 빼고 다 좋네.
데몰리션
털보형님이 이거 안 보여줬으면
우리도 세상 사람들이랑 똑같이 대장을
의심하고 있었을 거야.
남오, 감동한 나머지 눈가에 물기가 비친다.
이때, 울리는 남오의 아이폰 벨소리. 액정에 털보... 아이폰 받으며 여일을 본다.
여일
(F) 대장... 밥 더 주까?
눈물 그렁이는 눈으로 밥공기 내미는 남오,
밥공기 받아들고 주방으로 가는 여일의 뒷모습 빤히 본다...
57. 무릉도원 밀실 / 낮
보신탕집 밀실에 모인 거물들이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거물1
이번 사안은 좀 심각하니까
각급 기관장들과 재계의 대표님들께서는
적극 도와주셔야 합니다.
- 64 -
거물2
때마침 발생한 어린이집 교사 폭행사건과
안산 인질범 살인사건을 확대해서 보도하라고
각 방송사에 지침을 내렸습니다.
최대한 관심을 돌리도록 해보겠습니다.
거물3
거 긴말할 것 없이 과장급에서 총대 메고
마무리하는 걸로 합시다.
거물4
매번 너무 뻔하잖아? 국민들이 바보야?
머리는 폼으로 달고 있나 생각들을 해 생각!
거물3
(괜히 신경질) 어이 거기, 자네 생각은 어때?
맨 구석자리에 앉아서 밀린 업무 처리에 정신을 팔고 있는 천상.
천상
(뭔 소린지 못 듣고는) 네?
거물3
이거 아주 태평하구만. 다들 이 난린데 넌
뭐하는 놈이야? 대책 안 세울 거야?
천상
(시선은 밀린 업무 쪽에 두고) 내일 자정에
시스템 내리고 깔끔하게 회수하겠습니다.
거물3
(황당한) 뭐? 은행 전체를 다운시키겠다고?
너 이게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나 알고
떠드는 거야? 이거 잘못되면...
천상
(말 끊고) 일단 국방부를 통해 북한 디도스
공격으로 추측된다고 발표하시고 보안전문가
몇 명 인터뷰 따서 언론에 계속 도배해
주세요. 여기에 연예인 불륜 뉴스 몇 개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리겠습니다.
- 65 -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처리하고
보고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언론대응에 관한
문서 보내드릴 테니까 번거로우시겠지만
숙지하시고 입을 좀 맞춰주시기 바랍니다.
뭐 별거 아니니까 걱정들 마시고 수육 좀
드세요. 오늘 수육이 참 좋네요. (한 입
먹는다)
모든 거물들... 천상을 본다.
이때, 한 의원이 늦게 밀실로 들어온다. #47에서 천상과 통화했던 추의원이다.
추의원
아이고...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하하하!
거물들과 악수도 하고 웃으며 인사를 나누면서도 연신 누군가를 찾는다.
밀린 업무에 여념이 없는 천상을 발견하고 슬며시 다가가는 추의원...
추의원
(슬쩍 뒤에서 부르는) 이봐 민변호사.
천상
(고개 드는)
추의원
아니 이 사람, 현장에 가보겠다고 하고선
여태 여기서 죽치고 있는 거야? (다른 의원
지나가자 잠시 말을 멈췄다가) ... 나는
어젯밤부터 한잠을 못 자고 속을 태우고
있는데 이렇게 태평해도 되는 거야? 응?
(사람들 시선 의식해서 나직이)
내 정치생명이 걸렸어.
천상
(여유로운 표정으로) 저희 사무장이
꼭두새벽부터 달려가서 꼼꼼히 살펴보고
있으니까 염려마세요. 뭐 별거 아니니까 수육
좀 드시구요. 식사도 못하신 얼굴인데...
(주섬주섬 짐을 챙기며) 그럼 전 일이 밀려서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짐 챙겨 나가는 천상을 못마땅한 듯 보던 추의원, 비서관을 손짓으로 부른다.
- 66 -
비서관
(다가오며) 네 의원님.
추의원
저 친구 어때?
비서관
무슨 일로...?
추의원
아..아니 그냥 뭐 어떤 친군가 궁금해서.
비서관
(대충 눈치 채고) 김 사무장 얘기로는 비상한
두뇌를 가진 자라고 합니다. 큰 어른의
신임을 받는 사람이니까 보통사람은
아니겠죠. 저도 여기로 발령받고부터 옆에서
쭉 지켜봤는데 무서울 정돕니다.
추의원
... 그래?
58. 무릉도원 주차장 / 낮
천상
(통화하며 나오는) 사무장님, 현장은 좀
보셨어요? 추의원 그 인간, 오줌 싸고 털
시간도 없는 사람한테 계속 징징거리는데
귀찮아 죽겠네요.
이런 사적인 일까지 해줘야 합니까?
내가 지들 똥개도 아니고...
(사무장 얘기 듣고는) 네네... 알겠습니다.
저도 일이 너무 많으니까 짜증이 좀 났어요.
암튼 현장에 다녀온 얘기는 사무실에 가서
듣도록 하죠. (전화 끊는다)
(남오)
공통된 패턴?
- 67 -
59. 여일의 집 / 낮
남오 아이폰을 스피커폰으로 설정해 놓고 레쥬렉션팀이 빙 둘러 앉아서 듣고
여일은 저만치 구석에 등 돌리고 앉은 채 핸드폰으로 얘기하는 독특한 상황.
(여일)
(F) 요 몇 년 사이에 발생한 강력사건 중에
유사점을 보인 것들만 모아서 분석해 봤어.
여백의 미
털보형님.. 회의를 희한하게 한다.
남오
(구석의 여일 보는)
데몰리션
난 평범하지 않아서 좋은데... (여일 보며)
그래서 공통된 패턴이?
(여일)
(F) 범행을 저지른 가해자는 최대한 증거를
은폐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데몰리션
그렇지! 인간이라면 당연하지.
(여일)
(F) 대장 때도 그렇고 내가 추려낸 사건의
살해현장은 마치 전시장처럼 결정적 증거들을
그대로 남겨뒀다는 거야.
데몰리션
와..
여백의 미
참 열심이다. 근데 털보형님은 너한테 눈길
한번 안준다, 지금.
(여일)
(F) 거기다 사건발생 후 채 24시간이
- 68 -
안 돼서 유력한 용의자가 체포되고 재판도
하기 전에 언론에 곧바로 신상이 공개돼.
그러면 온 국민이 달려들어 사형시키라고
아우성을 치고
용도사
이미 여론재판으로 중형에 처해지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남오
!!
여백의 미
진짜... 그럴 듯하네?
여일이 리모컨을 켜자 모니터에 영상 뜬다. 한적한 도로의 CCTV 영상이다.
(여일)
(F) 저 화면은 사건당일 모텔 주변 1km
안에 있던 CCTV를 다 뒤져서 겨우 찾아낸
거야.
여백의 미
뭘 찾았는데?
도로에 딸랑 트럭한대 서 있구만.
(여일)
(F) 대장이 모텔에서 나오는 시간에
정차해서 정확히 36분 후에 떠났어.
도무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레쥬렉션팀.
여일, CCTV화면에 보이는 자재운반 트럭 뒤편으로 빌딩 조명 빛을 가리키며
(여일)
(F) 보통 빌딩조명 불빛이 찍힌 동영상은
파장의 간섭효과로 일렁이듯 보이는 게
정상인데 여긴 그게 없어.
남오
(눈 번쩍) 정지화면인 거야?
- 69 -
(여일)
(F) 1km 밖에 떨어져있는 차를 정차하고
있는 것처럼 공들여 화면을 조작한 이유는
뭘까?
모두들 흥미로운 듯 여일에게로 시선이 집중된다.
(여일)
(F) 대장과 같은 패턴의 사건들도 CCTV가
조작됐는지 찾아봤어.
여일이 리모컨을 다시 누르자 각각의 영상 속에 위치한 차량들에 동그라미가 쳐진다.
승합차, 자재운반 트럭, 택배 탑차 등도 정차한 것처럼 조작의 흔적이 보인다.
여백의 미
(눈 동그래져서) 야 씨발 저거 뭐지?
데몰리션
점점 재밌어지는데? 진짜 게임 같애!
(여일)
(F) 혹시나 해서 저 차들의 주소지를 추적해
봤는데...
모두
(일제히 여일 보며 침 꼴깍) ... ...!
(여일)
(F) 전부 인천의 한 폐차장으로 돼 있었어.
60. 폐차장 / 낮
폐차할 차들을 실어 나르는 운반차량이 드나드는 폐차장.
안쪽으로는 납작하게 눌려진 폐차대기 차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미는 남오와 데몰리션.
데몰리션
우리 팀은 뭐 말 다했고 다른 팀들도 대장을
얼마나 좋아했는데.. 대장은 진짜 최고였어.
그런 대장이랑 같이 있다니...
- 70 -
들뜬 얼굴의 데몰리션을 힐끗 보고는 안쪽으로 들어가는 남오...
뒤쫓아 가는 데몰리션.
데몰리션
여백형이랑 용도사형 출근하면서 얼마나
부러워 했다구. 난 때마침 휴차라 완전
계 탄 거지.
남오
도와주는 건 고맙지만 위험해질 수도 있어.
데몰리션
세상이 너무 심심해서 영화판에 들어갔는데
솔직히 지금이 더 짜릿해. 이건 리얼이잖아.
철없는 아이를 보듯 데몰리션을 빤히 보는 남오...
데몰리션
(두 눈 휘둥그레지며) 찾았다.
데모리션이 보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남오.
CCTV에서 봤던 차량들이 폐차장 구석에 세워진 게 보인다.
데몰리션
와씨 그 차들이 진짜 있네.
이때,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사내 둘이 나온다. 폐차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정장 차림이다.
검정색 에쿠스에 올라타더니 시동을 거는 정장 사내.
몸을 낮춘 채 숨어 있다가 에쿠스가 지나가자 잠시 고민하더니
남오
난 저 차 쫓을 테니까 데몰님은 여기
감시해야겠다. 할 수 있지?
데몰리션
롸져!
밖으로 빠져나와 차를 타고 에쿠스를 쫓아가는 남오.
- 71 -
61. 올림픽대로 강일IC부근 / 낮
속도를 올려 달리는 에쿠스...
약한 엔진이 폭발할 듯 겨우겨우 쫓아가는 남오의 낡은 차.
62. 호화별장 / 낮
별장에 도착한 에쿠스... 정장 사내 둘이 내리더니 별장 안으로 들어간다.
남오, 별장 밖 수풀 속에 주차를 하고 재빨리 별장 쪽으로 숨어든다.
발코니 위로 올라서서 창가로 다가가는데
덜컹! 문이 열리더니 커다란 더블베이스 케이스를 맞잡고 나오는 정장 사내 둘.
놀라서 발코니 밑으로 숨는 남오.
뒷좌석에 케이스를 싣고 별장을 떠나는 에쿠스.
시야에서 충분히 멀어진 걸 확인하고는 뒤쫓기 위해 신속히 발코니에서 나오는데,
저만치서 또 다른 차량이 접근하는 게 보인다.
화들짝 놀라 다시 발코니 밑으로 몸을 숨기는 남오...
청소대행 마크가 찍힌 탑차가 별장 안으로 들어선다.
차에서 내리는 청소팀, 일회용 가운을 입은 채 작업 도구를 챙겨서 별장 안으로 들어간다.
에쿠스를 쫓을까하다 발코니 위로 올라가 창 안쪽을 들여다보는 남오.
남오
(두 눈 휘둥그레지는) 헉!!!!
63. 별장 안 / 낮
잔혹한 살해 흔적이 남은 별장 안을 둘러보고는
과학수사요원처럼 여기저기 현장 사진을 찍고 있는 청소팀원,
피가 묻었거나 부서진 가구를 체크리스트에 표시하는 청소팀원,
청소도구와 약품들을 하나하나 나열해 놓는 팀원 등 분주히 움직이는 청소팀.
(사무장)
노준영이라고 요즘 잘나가는 배웁니다.
64. 변호사 사무실 / 낮
청소팀이 확인하고 있던 현장의 사진을 모니터로 보여주며 브리핑하는 사무장.
- 72 -
피로 붉게 물든 침대 위에 남자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는 사진을 띄우고
사무장
평소 여자관계가 복잡했는데 그 문제로
애인관계였던 추의원님 따님과 다투다 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플래시백) 추의원 딸, 추예리가 노준영을 여러 차례 칼로 내려찍고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이미 죽은 노준영의 빰을 때리고 손톱으로 할퀸다.
천상
(밀린 업무를 처리하다 흘깃 보고는)
증거로 도배를 했네?
사무장
현장은 물론이고 시체의 온몸에 지문과
손톱조각, 그리고 타액이 범벅이 돼
있었습니다. 시체에서 완벽하게 증거를
제거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요?
천상
(관심 없다는 듯 다시 밀린 업무를 처리하며)
그건 사무장님이 걱정하실 거 없어요.
(사무장 빤히 보자) 추의원 그 노인네
귀찮아서라도 후딱 끝낼 테니까 걱정 마세요.
그보다 사체 운반팀이랑 청소팀은 투입 됐죠?
사무장
네. 지시하신 대로 조치했습니다.
천상
(짜증) 아.. 이런 잡일까지 꼭 내손으로 해야
됩니까? 할 일이 태산인데.
65. 별장 안 / 낮
청소팀장 (40대)
주문했냐?
- 73 -
청소팀1 (30대)
목록 보냈으니까 곧 배송될 겁니다.
재생 불가능한 가구들이 많아서 견적 꽤나
나오겠는데요?
청소팀2 (50대)
(투덜) 이건 뭐 피가 사방으로 튀어서 전체를
다 만져야할 판이네. 지미럴 오늘은 새참
먹을 시간도 안 나겄어.
청소팀3 (30대)
남양주까지 나왔는데 그럴 수 없죠.
후딱 끝내고 나가는 길에 동치미 국수랑
녹두 빈대떡 먹어줘야죠. 헤헤.
청소팀장 (40대)
그저 먹는 타령은, 빨리 시작이나 해.
해지면 디테일 놓친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청소팀.
피로 물든 카펫은 걷어지고
바닥에 남아있던 핏자국은 약품 묻은 걸레로 꼼꼼하게 닦아낸다.
핏방울이 튄 벽지는 벗겨내고 새로운 벽지로 도배를 한다.
침실에 있던 작은 소품 하나하나까지도 닦고, 문지르자 사라지는 흔적들...
청소팀의 능수능란한 손놀림에 피로 얼룩졌던 사건 현장은 점점 안락한 침실로 변해간다.
남오, 아이폰으로 별장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몰래 촬영하고 있는데
(데몰리션)
(F) 대장, 아까 대장이 쫓아갔던 에쿠스 다시
들어오는데?
66. 폐차장 / 낮
폐차장 안으로 들어온 에쿠스,
정차하더니 사내 둘 내려서 다른 트럭에 삼성전자 스티커를 붙이고
배달사원 복장으로 옷도 갈아입는다.
- 74 -
데몰리션
(계속 살피며) 어라 삼성전자 스티커를
트럭에 붙이고... 옷도 갈아입고 있어.. 뭐야
쟤들?
에쿠스에 실어놨던 더블베이스 케이스를 냉장고박스에 옮겨 싣고 다시 떠나는 사내들.
데몰리션
(다급해진) 에쿠스에서 내린 거 싣고 어디로
가는데? 어..어떡하지 대장?
(남오)
(F) 쫓아 가.
데몰리션
어떻게? 차도 없는데?
(사방 둘러보다) 어... 일단 알았어.
67. 도로 / 낮
할아버지 스쿠터 뒤에 앉아서 트럭을 쫓고 있는 데몰리션.
데몰리션
할아버지 밟아!!! 저거 놓치면 끝장나요!!!
할아버지
(마치 007을 태운 듯 심각하게) 비밀임무여?
68. 호화별장 밖 / 낮
청소팀의 작업광경을 촬영하고 숨죽여 별장을 빠져나가는 남오.
차의 시동을 걸고 후진해서 달리다 180도 드리프트하며 도로에 진입한다.
남오
(이어셋에) 데몰님 지금 출발하니까 위치
알려줘.
(데몰리션)
(F) 롸져!!
- 75 -
69. 오피스텔 건너편 / 낮
남오의 경차가 오피스텔 건너편에 멈춰 서자 잽싸게 달려오는
데몰리션
대장.
남오
저기야?
데몰리션
그 놈들 냉장고 배달하고 갔어. 어떻게든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외부인 접근 불가.
70. 여일의 집 / 밤
레쥬렉션팀이 둘러 앉아 저녁을 먹으며 남오가 촬영한 별장내부 사진을 보고 있다.
피가 낭자한 사진들...
여백의 미
(인상 찡그리고) 에이 저런 거 볼 때
밥상을 차려 가지구...
밥그릇 가득 담긴 밥을 씩씩하게 먹고 있는 여일과 눈이 마주치자
여백의 미
털보형님은 어디 나무하러 가나?
여일
(계속 밥만 잘 먹는)
데몰리션
근데 걔들 오피스텔로 뭘 옮긴 거지?
용도사
별장 안이 피 칠갑인데 시체가 없잖아.
데몰리션
아... (밥 한 숟갈 뜨고) 근데 시체를..
- 76 -
거 뭐더라 무슨 큰 악기통 같은데다 넣고
옮겨? 정장 쫙 빼입고.
여백의 미
어이 데몰. 퀴즈 프로그램 진행해?
용도사
범인들이 대체로 시체 옮기다 CCTV에
찍혀서 잡히잖아. 의심받지 않게 나름 변장을
한 거지. 좋은 별장에서 나오니까 럭셔리한
악기통. 뭐 그런 거 아닐까?
남오
밥 먹고 털보형님은 별장이 누구 소윤지
알아봐 주고, 나머지 분들은 나랑 악기통에
뭐 들었는지 확인하러 가죠.
71. 직업소개소 / 밤
직업소개소 간판이 밝게 불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사무실 안에서는 직업소개소 실장이 누군가를 향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소개소 실장
서울 거주하는 25세에서 35세의 여성 중
신용등급 6등급 이하 무직자들과 비정규직
알바생 등 컨셉 적합도 80% 이상인 후보로
총 73명 선별했습니다.
카메라 빠지면 모니터에 떠 있는 프랑켄슈타인 아바타에게 프레젠테이션 하는 중이었다.
72. 큐브 / 밤
직업소개소 실장의 프레젠테이션 화면에서 카메라 뒤로 빠지면
컴퓨터 시스템으로 가득한, 크롬 재질의 금고형 밀실 큐브에서
OO은행 시스템 해킹 작업을 하는 천상 보인다.
큐브 안에는 첨단장비는 물론 침대, 욕조, 주방까지 구비되어 있는
국선변호사로 위장한 천상의 원룸형 비밀기지다.
천상 옆으로 믹스커피를 타 먹은 종이컵이 만리장성처럼 쌓여있다.
- 77 -
한쪽 모니터에서는 계속해서 직업소개소 실장의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쪽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이는 천상...
천상
(화면 속 직업소개소 실장을 보지도 않고)
그걸 후보라고 답답하네 진짜...
직접 죽은 노준영의 동선을 빠르게 검색하는 천상.
잠시 후, 룸살롱 데이터가 죽 뜨자
천상
실장님 잘 들어요. 논현동에 ‘오스카’라고
노준영이 이놈이 자주 드나드는 룸살롱이
있네요. 거기 연결된 보도방 아가씨들 싹
뒤져서 다시 보내도록 하세요.
73. 직업소개소 / 밤
똥 씹은 얼굴로 다시 검색 시작하는
소개소 실장
(투덜) 뭐가 이렇게 맨날 까다롭냐?
대충 좀 넘어가지 니미.
74. 큐브 / 밤
(소개소 실장)
(F) 자료 다시 보냈습니다.
검토 부탁드립니다.
전송된 룸살롱 아가씨들의 신상이 포함된 사진이 화면에 죽 뜨자
천상
(어떤 사진을 보더니) 소현정, 이대 영문과
휴학 중... 학벌도 좋은 애가 룸살롱을 나가?
부산에 홀어머니, 연락 두절된 오빠...
이 친구 좋네. 파티플래너한테 자료 넘겨요.
결제 바로 해드릴 테니까 청구서 보내구요.
- 78 -
(소개소 실장)
(F) 감사합니다!
천상
(돌아앉아 키보드 빠르게 치며) 하기 싫은
일은 후딱 해치우는 게 상책이지.
(언론팀 화면에 뜨자) 모델자료 전송했으니까
헤드라인 뽑고 기사초안 작성하세요.
아침까집니다.
(언론팀)
(F) 네.
75. 도로 / 밤
이동 중인 파티플래너의 승합차, 차량 옆면에 ‘파티컨설팅 에이전시’ 문구가 크게 보인다.
차량에 거치된 휴대폰으로 프랑켄슈타인 영상 들어온다.
(천상)
모델자료 받았죠?
이번 작업 컨셉은 ‘연예인을 스토킹하던
룸살롱녀의 엽기적 살인’입니다.
파티플래너
근데... 시체에서 증거를 완벽하게 분리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더라구요.
(천상)
그럼 거저먹을 생각이었습니까?
아예 증거를 못 찾게 하면 되잖아요.
요즘 여자들 캔들 좋아한다던데?
파티플래너
캔들이요?
(천상)
이런 일은 타이밍이 생명인거 알죠?
- 79 -
76. 역삼동 다세대촌 일각 / 낮
정수기회사 로고가 박힌 승합차에서 코디가 내린다.
프랑켄슈타인이 전송한 소현정 사진을 확인하며 어느 호수의 초인종 누른다.
(소현정)
누구세요?
코디
정수기 필터 교체하러 왔는데요.
77. 다세대 원룸, 소현정의 집 / 낮
침대에 잠들어 있는 소현정. 화면 조금 멀어지면,
정수기회사 코디가 방 안을 휘젓고 다니며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소현정 옆에는 빨대가 꽂힌 야쿠르트 병이 놓여있다.
휴지통에서 모발과 사용한 화장지, 세탁통에서 속옷 등을 챙기는 코디...
휴대용 스캐너로 소현정의 손을 스캔하고는 어딘가로 전송한다.
78. 치기공소 / 낮
화면에 나타난 두개골의 치아를 3D로 모델링 작업을 하고 실행버튼을 누르자
연결된 3D프린터에서 치아모형이 자동으로 세공되는 치기공소의 모습 보인다.
이때, 띠링~ 코디가 전송한 데이터 도착.
스캔된 손 모양의 크기와 지문을 인식해 따로 분리해 내는 치기공사.
소현정 손 모양의 라텍스 장갑을 출력해 내고 그 위에 인식된 지문을 3D프린터로
입히는 작업을 실행한다.
/
제작된 라텍스 장갑을 상자에 담아 대기하는 택배직원에게 건네는 치기공사.
79. 오피스텔 외부 / 밤
용도사, 단자함을 열고 외부로 연결된 인터넷 선을 자르고는
저만치 차에 타고 있는 남오 일행에게 OK 사인을 보낸다.
- 80 -
80. 오피스텔 MDF실 / 밤
인터넷 업체 복장을 한 용도사, 여백의 미, 데몰리션이 각종 서버와 저장하드가 빼곡히
들어찬 오피스텔 MDF실에 들어와 회선을 점검하고 있다.
여백의 미
(관리소 직원에게) 이 시간이면 다들 퇴근해
버리고 내일 아침에 봐준다고 그러지
우리처럼 책임감 넘치게 달려오고 그러질
않아요. 흔치 않지 이런 서비스. 요새 사람들
책임감이 저질이야. (옆에 있는 데몰리션을
소개하듯) 아 여기는 새로 들어온 신입기산데
얘가 또 그렇게 성실해. 우린 책임감
중심으로 선발하거든.. 어쩌구... (중얼중얼)
여백의 미가 쉴 새 없는 수다로 관리소 직원의 정신을 빼놓고 있는 사이
용도사가 메인 서버의 회선에 송출기를 장착한다.
인서트) 여일이 오피스텔 홈네트워크에 접속해서 현관문 오픈 명령을 클릭하자
징- 열리는 현관문.
대기하던 남오 재빨리 오피스텔 안으로 숨어든다.
여일, CCTV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설치 후 냉장고 배달트럭을 검색한다.
관리소 직원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여백의 미
(얼른 앞을 가로막으며) 책임감 없는
AS기사들도 문제지만 막 서두르면서 다
됐냐? 언제 끝나냐? 저번에 온 기사는
잘하던데 이번은 왜 이러냐? 사회가 점점
경쟁 속으로 우릴 내몰아. 이거 되겠어요?
세상이 아주 엉망진창이야!
관리소 직원
(억울) 그냥 물어본 거예요... 궁금해서...
(여일)
(F) 대장 1306호.
- 81 -
(남오)
(F) 롸져.
용도사
(벌떡 일어나며) 다 됐습니다.
가서 한번 확인해 보시죠. 가요 형님.
여백의 미
벌써? 그렇게 빨리 끝내면 내가 뭐가 되냐?
(관리소 직원에게) 우리도 빨리하고 그런
사람입니다. 경쟁력이 있다고.
용도사
털보형님, 우린 나간다.
(여일)
(F) 수고 했어.
81.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복도 / 밤
엘리베이터 내부.
남오
(이어셋에) 털보형님, 곧 내린다.
인서트) 여일, 13층 통신 단자함을 조작해서 복도의 CCTV 화면을 빈 상태로 유지 시킨다.
(여일)
(F) 13층 클리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남오가 천천히 나와 복도를 걸어 들어간다.
남오, 윗주머니에 아이폰 카메라가 전방으로 향하도록 꽂자
/
대기 중인 레쥬렉션팀 모두에게 화면이 전송된다.
인서트) 여일, 남오의 아이폰에서 전송된 영상을 보며
1306호 도어 오픈 명령키를 누른다.
- 82 -
82. 1306호 내부 / 밤
스링~ 열리는 도어록.
안으로 들어오는 남오... 아무도 없는 듯 깜깜하다.
인서트) 밖의 차 안에서 테블릿으로 내부 상황을 보던 레쥬렉션팀...
작은 손전등을 켜고 이곳저곳을 비춰보다가
한 쪽 벽면에 걸린 대형 액자 속 사진에 불빛이 닿는다.
데몰리션
어라? 노준영인데?
남오
아는 사람이야?
데몰리션
황태자의 이중생활 주연이잖아! 대박 나서
여자애들한테 완전 난리도 아니지...
근데 거기 노준영네 집이야?
용도사
설마 노준영이 죽은 건 아니겠지?
데몰리션
에이, 걔가 갑자기 왜 죽어?
여백의 미
니들은 별 걸로 다 싸운다.
대장이 어련히 알아서 확인할까.
남오, 전등을 켜고 사방을 둘러보다 한쪽 벽에 세워놓은 더블베이스 케이스를 발견한다.
주방에서 일회용 비닐장갑을 찾아 끼고 더블베이스 케이스로 다가간다.
케이스를 옆으로 눕히고 천천히 뚜껑을 열자 피투성이의 노준영 시체가 드러난다.
데몰리션
아 씨발 노준영 맞어.
용도사
이..이게 어떻게 된 거냐?
- 83 -
여백의 미
인생 허무하네. 노준영 그렇게 잘나가더니...
더블베이스 케이스 안의 노준영 시체를 물끄러미 보고 있는 남오...
액자 속 밝은 표정과 대조적으로 잔혹한 최후를 맞은 자의 죽음을 목도한다.
(여일)
(F) 대장 손님 올라가는데?
남오
!!!!
‘띠리링‘하고 열리는 오피스텔 현관문.
불 꺼진 오피스텔 내부로 들어서는 무리... 전등을 켜자
흰색 셔츠에 검정 조끼, 나비넥타이를 맨 깔끔한 차림의 남녀 4명 보인다.
가슴에 ‘파티플래너 000’란 명찰을 차고 있다.
아무 변화 없는 오피스텔 내부...
더블베이스 케이스도 원래 위치에 그대로다.
/
이것저것 장비들을 꺼내는 플래너들.
바닥에 펼쳐지는 장비들에서, 카메라 서서히 고급 장식장 쪽으로 이동한다.
장식장 뒤 어두운 공간에 숨어있는 남오.
/
노준영의 사진액자에 소현정의 조잡한 스티커사진을 덧붙이고 있는 플래너...
마치 소현정이 스토커인 것처럼 오피스텔 안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
플래너1
(하트 스티커 붙이며) 너두 참... 몸 팔다
결국 살인자 신세가 되는구나.
플래너2
다 지 팔자지 뭐.
한쪽에서는 더블베이스 케이스에서 노준영의 사체를 꺼내 관처럼 생긴 틀 안으로 옮긴다.
알코올램프로 젤 캔들 왁스를 녹여 틀 안에 채워 넣고 굳어지길 기다린다.
플래너3
선배님, 프랑켄슈타인
직접 만나본적 있어요?
- 84 -
플래너4
아니, 그리고 관심도 없다. 세금도 안 떼는
거금을 날짜 한 번 어긴 적 없이 쏴주고
뒤처리 깔끔하게 해주는데 못 봤으면 어떠냐.
젤 왁스가 굳어지자 투명한 물속에 담긴 인형처럼 노준영의 사체가 환상적으로 보인다.
관 주변을 장미 꽃잎과 파티 캔들로 분주히 장식하는 파티플래너들.
소현정의 집에서 채취해온 휴지, 머리카락 등 각종 증거물들을 조심스레 놓아두고..
한눈에 봐도 스토커에 의한 엽기적인 살인의식이 벌어진 장소처럼 장식한다.
플래너3
(감탄) 완전 작품이네...
플래너4
짜식 감탄은...
딩동-
초인종 소리에 잠시 손길을 멈추는 파티플래너들.
인터폰을 통해 보이는 택배기사.
택배기사, 치기공소에서 보낸 상자 건네고 돌아간다.
/
상자를 열어 지문 장갑 꺼내는 파티플래너4, 장갑을 끼고 현관 손잡이부터
동선에 따라 조심스럽게 지문을 찍으며 온다.
액자에도 찍고, 관과 주변 물건에도 찍고, 캔들에도 찍는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남오,
자신의 일이 생각나는지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며 당장 뛰쳐나갈 기세다.
(여일)
(F) 대장 안돼! 증거를 잡아야지.
이를 악물고 이성을 찾으려 애쓰는 남오.
/ ‘
파티 준비 마쳤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메시지 전송하고 오피스텔을 빠져나가는 파티플래너들.
/
장식장에서 걸어나와 액자에 붙어있는 소현정의 사진을 보는 남오...
그때, 거실의 TV로 서서히 들어가는 카메라...
TV에 장착된 스마트 캠 렌즈까지 들어간다.
- 85 -
83. 큐브 / 밤
캠을 통해 남오를 지켜보고 있는 천상...
키보드 치자 남오의 동선이 붉은 점으로 표시된 화면이 뜬다.
곰곰이 생각하다 CCTV 영상을 뒤지는 천상...
화면에 나타나는 별장 안을 살피는 남오.
천상
... !!
84. 밀수창고 / 낮
넓은 창고 한 켠, DURIAN(두리안, 과일)이라 적힌 박스들이 쌓여있고,
마스크를 한 10여명의 조폭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두리안을 칼로 쪼개고 있다.
두리안 안에서 나오는 비닐에 쌓인 마약들...
또 다른 밀수상자에서 총기를 꺼내 쏘는 시늉을 해보는 중간보스 갈치.
갈치
터지지 않게 잘 해. 니들 밥줄이니까.
이때, 쾅! 열리는 창고 문, 마덕수가 들어온다.
갈치
(놀란) 혀..형님!?
마덕수
애들 싹 다 불러 모아라. 지금 당장!
마덕수의 갑작스런 등장에 어안이 벙벙한 부하들...
정신 줄 놓고 있던 부하 한명 잘못해서 마약봉지를 칼로 터뜨린다.
허겁지겁 봉지를 틀어막는데 ‘퍽’ 마덕수의 발길질에 나가떨어진다.
마덕수
뭘 보고 있어 빨리 안 움직여!!
부하들
(일제히) 넵!!!!
후다닥 뛰어나가는 부하들.
마덕수에게 조심스레 다가와서는
- 86 -
갈치
형님, 연락도 없이 어떻게... 가석방입니까?
마덕수
씨발 나도 몰라. 내가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갈치
안 그래도 형님한테 택배가 하나 와서 뭔가
했는데 출소하시는 걸 누가 안 모양입니다?
마덕수에게 건네는 상자.
뜯어보면 투박한 형태의 구형 위치추적장치다.
마덕수
뭐냐 이게?
85. 여일의 집 / 밤
남오의 얼굴에서 카메라 빠지면 또 다시 회의 대형.
스피커폰을 테이블 중앙에 놓고 레쥬렉션 대원들이 죽 둘러앉아 있고
여일만 멀리 떨어져서 핸드폰으로 얘기하고 있다.
(여일)
(F) 별장 소유주 알아봤는데
추상덕이라고 4선 국회의원이야.
데몰리션
영화배우가 왜 국회의원 별장에 가서 죽었데?
여백의 미
데몰? 너 계속 퀴즈로 갈래?
노준영과 한 여성이 몰래 데이트하는 화면 띄우며
(여일)
(F) 최근 디스패치에서 촬영한 사진인데
노준영하고 추예리가 데이트하는 장면이야.
용도사
추예리?
- 87 -
(여일)
(F) 별장 소유주, 추상덕의원의 딸.
일동 놀라서 잠시 정지...
여백의 미
퍼즐이 희한하게 맞아 들어간다.
(여일)
(F) 정리하자면... 추예리가 자기네 별장에서
노준영을 살해했는데 누군가 나타나서 별장을
청소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노준영의 시체를
노준영의 오피스텔로 옮겼어.
어딘가에서 스티커 속 여자의 물건과 증거들
그리고 지문 장갑이 배달이 됐고 그 증거들을
가지고 살해 현장처럼 완벽하게 세팅하는 또
다른 자들이 있었어. 그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는 프로들이야.
용도사
(혼란스러운) 아씨 얘네들 뭐야? 무섭게...
(여일)
(F) 어쩌면 대장도 이런 식으로 당했을 거야.
미세하게 얼굴 근육이 떨리는 남오...
모두 안타까운 시선으로 남오를 본다.
데몰리션
그럼 추예리가 범인? 대장한테 전화한 사람도
여자라고 했잖아?
용도사
경찰에 신고부터 해야 되는 거 아냐?
남오
확실한 증거부터 잡아야 되요. (여일에게)
이걸로 그 스티커 속 여자 찾을 수 있을까?
남오가 내민 건 조작단이 지문 장갑을 끼고 만졌던 파티 캔들이다.
- 88 -
남오
여기에 찍힌 지문으로.
(여일)
(F) 문제없어.
/
스카치테이프로 캔들의 지문을 찍어낸다.
지문을 스캔하고
주민등록 시스템 해킹, 수많은 신상정보가 빠르게 흐르다 소현정에서 멈춘다.
86. 헤어샵 / 밤
밤에 출근 준비를 하는 룸싸롱 아가씨들이 일렬로 쭉 앉아서 세팅을 말고 있다.
그 가운데 소현정의 모습도 보인다. 옆으로 카메라 이동하면 여백의 미 앉아있다.
여백의 미
(미용사에게) 최대한 풍성하게 부탁 좀
합시다.
여백의 미는 잡지를 보는 척 하며 흘깃흘깃 소현정이 전화기 만지는 걸
훔쳐본다. 이상하게 보면 딴 데 보는 척...
/
소현정이 핸드폰을 두고 샴푸하러 간 사이, 잽싸게 핸드폰을 낚아채 비밀번호를 풀고
도청 바이러스를 심는 여백의 미.
쇼윈도 밖 어두운 골목에 숨어 있는 남오를 향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 사인을 보낸다.
이때, 헤어샵 앞에 끼익- 멈춰서는 벤츠S500 승용차 한 대.
차에서 내린 험악한 인상의 건달이 헤어샵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더니
다짜고짜 소현정의 머리를 일수가방으로 후려친다. 움찔 놀라는 여백의 미.
남오
!!
급기야 머리채를 잡힌 채 밖으로 끌려 나오는 소현정.
힐끔거리며 보고 지나갈 뿐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건달
(따귀를 때려가며) 돈도 안 갚고 전화도
안 받고 씨발년이 뭐하나 인간적인 게 없네.
내일까지야? 알았어? 요즘 중국 부자들이
- 89 -
보양식으로 인육 많이 찾거든? 내말 좆으로
들었다가는 중국 놈 밥상에 올라가는 수가
있어! 알았냐? ... 대답을 해. 씨발년아!!!
마지막 경고 날리고 한 대 더 후려치려는 건달을 탁- 잡는 누군가의 손.
돌아보면, 남오다.
건달
(소현정에게) 뭐야? 니 서방이야?
남오가 건달의 목을 턱! 잡고 어두운 골목 안으로 밀고 들어가더니
우당탕탕 쿵- 소리 난다.
잠시 후, 고요해진 골목...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 골목을 살피는 소현정...
어두운 골목 밖으로 살짝 보이는 건달의 구둣발, 놈은 기절했다.
남오가 어둠 속에서 나와 소현정을 한번 보고는 반대편으로 사라진다.
소현정
... ...!
87. 역삼동 다세대촌 일각 / 낮
아침 출근길에 반대로 언덕을 올라오는 소현정, 지친 그녀의 퇴근길이다.
88. 소현정의 집 / 낮
도어락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 들리고 문이 열린다.
지친 얼굴로 퇴근한 소현정... 어제 그 건달과 통화하며 집 안으로 들어선다.
소현정
(통화) 진짜 모르는 사람이야. 내가 서방
키울 돈이 어딨어? 밤새 일하고 온 사람한테
왜 그래? 짜증나게. (어쩌구 저쩌구...)
(인서트) 여일의 집
소현정의 통화 내용을 레쥬렉션 모두 듣고 있다.
계속 통화하며 강아지 밥도 주고 TV도 켜는 소현정.
남오의 탈주 뉴스가 흘러나온다.
- 90 -
(건달)
(F) 그 새끼 잡히면 회를 떠버린다고 전해!
소현정
(TV속 남오 얼굴 보고) ... 탈주범이었어.
(건달)
(F) 뭐? 이 미친년이 지금 뭐래? (뚜-)
전화를 끊고 멍하니 TV 속 남오를 쳐다보는 소현정...
그때, 다시 울리는 전화.
소현정
(짜증) 진짜 나랑 상관없는 놈이라니까!
(여자)
(F) 저기, 제가 지갑을 주웠는데요.
지갑 안에 연락처 있어서 연락했어요.
89. 여일의 집 / 낮
소현정에게 걸려온 전화 목소리에 충격 받아 온 몸이 굳은 채 앉아있는 남오.
주먹이 부르르 떨려온다.
남오
... ... 그 여자야.
여백의 미
누구...?
남오
(이 악물고) 나한테 전화했던 그 여자.
90. 콜센터 사무실 / 낮
헤드셋을 착용한 콜센터 여직원들이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분주히 응대하고 있다.
카메라 옆으로 흐르면 소현정과 통화하는 핸드폰녀.
- 91 -
핸드폰녀
청담동 00오피스텔이에요. 오시면 드릴게요.
(소현정)
(F) 고마워서 어떡해. 빨리 갈게요~
핸드폰녀
네.
전화 끊고 프랑켄슈타인에게 메시지 전송 “걸려들었음.”
91. 여일의 집 / 낮
온 몸을 떨며 신음하는 남오,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생각한 분노와 억울함이
핸드폰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되살아나 남오의 폐부를 찌른다.
남오
(분노한 야수의 눈으로) 털보형님... 이 여자
위치 좀 찾아줘... 부탁 좀 할게...
용도사
괜찮아? 너무 흥분한 거 같어. 그 여자
찾아서 뭘 어쩌게?
데몰리션
... 그래 대장...
여일, 연민의 눈으로 남오를 보다가 소현정 통화상대를 역추적하자
콜센터 번호 뜬다. 전화 연결하는 여일...
(핸드폰녀)
(F) 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남오
!!!!
여일
(전화기 내밀며) 3분만 끌어.
전화를 받아들었지만 표정이 굳고 손이 떨리는 남오...
- 92 -
분노가 끓어올라 말도 못하고 거친 호흡만 내뱉는다.
(핸드폰녀)
(F)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남오
...씩 ... 씩...
말을 못하고 거친 숨만 내쉬는 남오를 안타깝게 보는 레쥬렉션...
(핸드폰녀)
(F) 니미 짜증나... 여보세요? 많이 힘드신가
봐요. 그쪽이 지금 뭐 하시려고 그러는지
알거든요. 이 변태새끼야. 이게 어따
전화해서 헐떡거리고 지랄이야.
분노한 남오,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말문이 막혀 꺽꺽거리고 있다.
막 끊어질 찰나 남오의 아이폰을 뺏는 여일.
여일
(퍼니톡 어플 켜고) 이런 씨발년이 싸가지
없이 뭐 변태새끼? 배떼지 내장을 다 긁어
내벌라.
(핸드폰녀)
(F) 어머? 야이 미친 새끼야 밥 처먹고
할 짓이 그렇게 없냐? 어따 전화해서
개수작이야. 너 백수지? 안 봐도 뻔하다.
여일
백수는 전화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
이게 고객님한테 뒤질라구 같이 한번
흥분하자는데 그게 그렇게 눈깔 뒤집고 뎀빌
일이야? 책받침으로 대가리를 쪼사 벌라.
(핸드폰녀)
(F) 야이 변태 씹새끼야 그렇게 흥분하고
싶으면 업소엘 가. 여기서 개 주접떨지 말고
미친 고자새끼야.
- 93 -
여일
너 솔직히 내 목소리 듣고 벌써 흥분했지?
은근 쌍년이네. 욕 처먹어야 흥분하는
스타일이네 이거. 에라이 썅년아.
대한민국 지도가 점차 확대돼서 서울시로 세분화 되다가
위치추적이 마무리돼 가는 시간 3... 2... 1...
핸드폰녀와 쌍욕을 주고받던 여일이 툭! 전화를 끊어버린다.
여일
찾았어.
남오와 레쥬렉션들,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정지동작으로 여일을 보고 있다.
92. 오피스텔 / 낮
오피스텔 엘리베이터를 타는 소현정.
CCTV 시점으로 그녀가 보인다.
인서트) 영상조작 사무실.
오피스텔 로비에 들어서고 나가는 소현정의 CCTV 화면 상단에
시간과 날짜를 지우고 새로운 시간과 날짜 넣는 영상조작팀.
93. 거리 / 낮
통화하며 걷는 핸드폰녀의 뒤를 쫓는 남오.
핸드폰녀
아 여보세요? 배영득씨죠? 여기 고려
인력인데요. 야간공사건이 하나 들어와서요.
시간되시죠? 네네... 잠실 00공사 현장으로
이따 8시까지 가시면 되요.
핸드폰을 끊고 핸드백 안에 넣고 다른 폰을 꺼내서 “걸려들었음”
모자를 깊게 눌러쓴 남오, 핸드폰녀를 향해 빠르게 다가가 손을 뻗는데,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당황해서 몸을 돌린다.
핸드폰녀
여보세요?
- 94 -
(천상)
(F) 택시 타. 노출됐어. (당황하는 핸드폰녀)
돌아보지 말고.
굳은 표정으로 잽싸게 택시를 잡아타고 쌩하니 사라지는 핸드폰녀.
코앞에서 핸드폰녀를 놓치고 허탈해 하는 남오...
이때, 어디선가 “조남오다!!” 외치자
지나가던 시민들이 일제히 남오를 쳐다보고 있다.
남오가 서있던 뒤쪽 쇼윈도 너머 TV화면에 남오의 수배 뉴스가 흐른다.
뉴스를 본 시민들 여기저기서 소리치자 경찰이 무전을 치며 달려온다.
사이렌 소리 울리며 달려오는 경찰차 보고
재빨리 자신의 경차로 달려가 힘껏 액셀을 밟는 남오.
94. 도로, 남오의 차 / 낮
남오의 차가 달리고 그 뒤로 사이렌을 울리며 추격해 오는 경찰차들.
도심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남오와 경찰의 추격전.
놀라운 운전 실력으로 경찰을 따돌리는가 싶던 남오..
그러나 경차의 약한 엔진이 한계를 맞고는 교차로 중앙에서 경찰에게 완전히 포위당한다.
차에서 내려 일제히 총을 겨누는 경찰들.
남오
(절망적인) 아... !
경찰
손들어! 조남오, 손들고 투항해라! 어서!
(무전기에 대고) 으하하! 잡았습니다!
조남오 잡았어요!
그때, 끼이이익- 브레이크 파열로 굉음을 내며 경찰차와 충돌하고 멈춰 서는 대형트럭.
갑작스런 급제동에 뒤따라오던 몇몇 차들도 연쇄 추돌을 일으키고..
일대 혼란이 벌어지는 도심.
경찰들 우왕좌왕.
트럭 운전기사 내려서 굽실굽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는데... 보면 마덕수 부하, 갈치다.
갈치
죄송합니다. 브레이크가 나가는 바람에...
아 이런 참...
- 95 -
경찰, 시야가 가려져 남오의 차가 보이지 않자
경찰
이봐 당장 트럭 빼!! 빨리 치워!!!!
뒤에 차들 갓길로 나가!!!!
어리둥절해 하는 남오...
이때, 운전석 문이 덜컥! 열리더니
마덕수
어이, 강간범 오랜만이다.
남오
(헉) ... 마덕수..?
남오에게 날아드는 둔기. 퍽!!!!
95. 한적한 주택 / 낮
온 몸이 묶인 채 입은 테이프로 가려진 노부부...
잡혀온 남오가 부하들에게 폭행당하는 모습을 두려움에 떨며 보고 있다.
마덕수
(노부부 보며) 마땅한 데가 없어서 잠시
빌리는 거니까 양해 좀 해주셔. 응?
노부부
(테이프에 가려져 말은 못하고 격하게 고개만
끄덕인다)
마덕수, 남오를 패고 있는 부하들을 지켜보며 칼을 헝겊에 깨끗이 닦고 있다.
실신 지경에 이른 남오를 보고는 부하들을 밀치고 앞으로 나서는 마덕수.
남오의 입을 턱 움켜쥐고 칼을 들며
마덕수
(버둥거리는 남오에게) 왜왜? 내가 어떻게
할지 다 알잖아? 니 아가리 쫙 찢은 다음에
산 채로 이집 화단에 묻어주고 갈 거야.
그 순간, 갑자기 밖에서 싸이렌 소리와 함께 경찰의 경고 방송 소리가 들려온다.
- 96 -
(소리)
(메가폰) 조남오!
너는 완전히 포위됐다!
황당한 표정의 마덕수와 부하들.
창밖을 살피자, 경찰차들이 건물을 에워싼 모습이 보인다.
계속되는 경찰의 방송.
(소리)
(메가폰) 탈옥수 조남오는 인질을 풀어주고
순순히 투항하라!!
갈치
혀, 형님! 짭새가 이 새끼 나오라는데요?
마덕수
(아랑곳 않고) 뭐해? 안 잡고.
갈치
네? 아 네...
마덕수가 남오의 입에 칼을 넣고 힘을 주려는 순간,
창문을 깨고 연막탄이 날라들더니 경찰특공대가 우르르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연기가 조금 걷히자 서서히 드러나는 모습...
마덕수 부하들과 경찰특공대들, 마주보고 선 상태로 잠시 멍하니 서 있는다.
경특1
이것들은 뭐야?
마덕수
조져!!
경찰과 조폭의 한판 대결이 펼쳐진다.
연막탄으로 자욱한 아수라장 속을 기어 밖으로 빠져나가는 남오...
마덕수
(경찰들과 엎치락뒤치락 하면서도) 조남오!
야, 조남오 이 새끼 어딨어?! 조남오 찾아!!!
- 97 -
96. 도로 / 낮
간신히 탈출한 남오, 주택가를 빠져나와 막 도로가로 접어드는데...
갑자기 끼기기긱— 쓰레기통을 엉망으로 쓸어버리며 겨우 멈춰서는 경차 한 대.
차 창 밖으로 머리를 내민 것은 여일이다.
여일
얼른 타!
남오가 차에 오르자 쏜살같이 내달리는 경차.
뜻밖이란 얼굴로 여일을 보는 남오...
남오
고마워..
여일
... ...
남오
... 근데 운전이 좀 불안하다...
여일
무면허야.
남오, 여일 빤히 보다가 얼른 안전벨트를 매려다가 멈칫하고는
남오
자리 바꿔.
여일
(보면)
남오
빨리.
먼저 운전대를 잡고 옆으로 넘어가는 남오, 여일도 자리를 이동하는데...
두 사람 얼굴이 겹쳐진다. 앞이 가려져 마주 오는 차량을 전혀 볼 수 없는 상태...
정신없이 울려대는 경적소리들!!
충돌 직전에 남오가 핸들을 돌려 가까스로 위기 모면, 자리를 바꾼 두 사람...
- 98 -
남오
... 경찰들이 나 있는 델 어떻게 알고
나타났지?
여일
누구겠어?
플래시 백- 경찰본부에 전화를 걸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여일...
“꺅- 조남오가 우리 집으로 들어오고 있어요!!!!”
여일
밖에 나오는 거 싫어하는데...
대장 땜에 두 번이나 나왔다 씨.
남오
(사뭇 진지하게) ... 신기하네.
여일
(보는) ... ...?
남오
아침부터 폰 없이 얘기하고 있는 거 알아?
여일
(화들짝) 웁!
빵- 경적 소리에 놀라는 남오와 여일!!!!
옆을 보면 마덕수 패거리들이 맹렬히 추격중이다.
마덕수
야! 조남오!! 넌 잡히면 죽었어!!
남오, 급히 핸들을 꺾어서 반대 차선으로 넘어가 지하 도로로 들어간다.
반대 방향으로 가는 남오를 보는 마덕수, 부하를 다그쳐 차를 돌리라고 소리친다.
남오
저것들이 어떻게 알고 계속 쫓아오지?
여일, 전파탐지기를 꺼내 남오의 몸을 훑는다.
- 99 -
남오
뭐..뭐해?
여일
몸수색.
삐삐삐- 요란하게 울리는 전파탐지기. 놀라는 남오.
여일
주머니에 있는 거 뭐야?
남오
(목걸이 꺼내는) ...?
여일, 목걸이를 확인하다가 알 부분 중 하나에 이음새가 보인다.
반으로 쪼개자 드러나는 위치추적센서...
남오
(놀라는) 그..그게 왜 거기에...?
플래시 백 - 남오에게 목걸이 건네는 천상.
남오
!!!
여일
버려.
남오
!!! (차마 버리지 못하고 꼭 쥐고 있는)
추격해 오는 마덕수와 부하들의 차.
부하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보일 겁니다.
마덕수
밟아!
남오, 창문을 열고 목걸이를 버리려고 손을 내밀고 있지만 차마 손을 떼지 못한다.
그때 맞은편 차선으로 순찰중인 경찰차 한 대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 100 -
경찰차의 열린 창문으로 목걸이를 던져 넣는 남오.
마덕수의 차가 경찰차를 따라 급히 좌회전을 한다.
97. 경찰서 앞 / 낮
부하가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경찰서 앞이다.
갈치
(위치추적장치 보여주며) 혀, 형님... 여기
나온 데로 온 건데요.
마덕수, 괴성을 지르며 갈치를 팬다.
98. 여일의 집 / 밤
여백의 미
변호사가 어머니 유품인 목걸이를 줬는데
그 안에 위치추적센서가 내장돼 있었다.
용도사
거기다 쫓아온 놈들은 엉뚱하게도 교도소에
있어야할 조폭이고?
데몰리션
도대체 그 변호사 정체가 뭐야?
남오
용도사님, 부탁할게 있어요.
99. 여일의 집 밖, 재개발지역 / 밤
을씨년스러운 재개발 지역을 천천히 지나가는 승합차 한 대.
차 지붕에 큰 접시 안테나가 장착돼 있다.
내부에서는 사내들이 헤드폰을 끼고 음파를 탐지 중이다.
간간히 불이 들어온 집에서 가족끼리 아웅다웅하는 소리가 수신되고...
앞 조수석에서는 마덕수가 누군가와 통화중이다.
- 101 -
마덕수
조남오 목을 따달라고 날 빵에서 꺼내줬다 이
말이잖아? 보통 힘이 있는 양반이 아닌 거
같은데 어디 소속이요?
(천상)
(F) 마선생, 쓸데없는 거 궁금해 마시고
조남오 찾는데 집중합시다.
위치추적 할 수 있었을 때 놓치니까 이렇게
피곤한 거잖아? 암튼 보내드린 데이터를
중심으로 싹 한번 뒤져봐요. 조남오 잡으면
당신은 진짜 자유의 몸이 됩니다. 그럼
(뚜-)
마덕수
여보세... 씨발, 지만 말하고 딱 끊네.
100. 민천상 감시 몽타주 / 밤
- 변호사 사무실 맞은편 건물 옥상 (용도사, 여백의 미)
용도사, 직접 제작한 구닥다리 드론을 아이패드와 연동시켜 이륙버튼을 누르자
위잉~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용도사
(이어셋에) 어때? 잘 보여?
- 여일의 집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에서 보낸 영상과 사운드가 모니터에 뜬다.
여일
들어왔어.
- 도로, 남오의 차 (남오, 데몰리션)
남오
잘 보입니다.
데몰리션
(감탄) 역시 용도사.
- 102 -
- 변호사 사무실 맞은편 건물 옥상 (용도사, 여백의 미)
여백의 미
이런 놈이 일거리가 없어서 백수처럼
살다니... 대한민국 참.
용도사
엄마한테 욕 많이 먹었는데... 이런 짓하고
논다고.. 이럴 때가 다 있고 아 기분 좋다.
변호사 사무실로 날아간 드론...
마치 한 마리 새처럼 창문 밖에서 사무실 내부를 본다.
천상과 사무장이 뭔가를 논의하고 있는 모습이 전송돼서 모니터에 뜬다.
(천상)
작업자들한테 들어온 견적서 정리 다하셨으면
재경팀에 보내서 협의하세요.
(사무장)
네 변호사님.
-여일의 집
천상의 모습과 목소리가 선명하게 전달된다.
- 변호사 사무실
TV화면에 ‘00그룹 회장 자살’ 소식이 떠들썩하게 뉴스에 보도되고 있다.
천상
(통화) 보셨습니까? 그림 잘 나왔네요.
네네... 유출된 문서는 전량 폐기했고 관련
데이터는 제가 따로 보관해 뒀습니다. 더
이상 문제될 거 없으니까 맘 놓으시라고
전해주십시오.
이때, 문이 꽝 열리더니 변호사 사무실로 들어서는 추의원.
순간 표정 일그러지는 천상, 전화 끊는다.
사무장은 당황해서 얼른 추의원을 맞이한다.
사무장
추의원님 어쩐 일로 여길 다 오셨습니까?
- 103 -
추의원
당신은 됐고 어이 민천상이!
너, 일 이런 식으로 할 거야? 내가 분명히
말했지? 이번 일, 내 정치생명이 걸린
문제라고. 근데 딴 짓만 계속하면서
사람 무시해도 되는 거야?
사무장
추의원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추의원
저리 안 비켜? 누구 앞이라고 감히.
천상
의원님 진정하시고 딴 짓이라뇨?
그게 무슨...?
추의원
니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
내 일 뒤로하고 딴 거 하고 있잖아?
천상
(불쾌하지만 참으며) 의원님? 현장을 못 보신
모양인데요. 따님이 워낙 터프하게 노준영을
보내는 바람에 시체에 온통 따님 증거
투성입니다. 그거 그렇게 쉽게 처리되지
않아요. 별 탈 없이 깔끔하게 처리하느라
시간이 좀 걸리는 것 뿐입니다. 나중에
사소한 증거라도 하나 나오면 더 힘들어지지
않겠습니까? 절 믿으세요.
추의원
그래? 잘 하고 있어?
이때, 울리는 추의원의 핸드폰. 받자마자 터지는
(추예리)
(F) 아빠, 나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돼?
추의원
당분간 전화하지 말랬잖아!
- 104 -
(추예리)
(F) 꼭 이런 후진 병원에 처박아 놔야 돼?
밥도 맛없고 더 이상 못 견디겠단 말야!
추의원
(한숨) 넌 어떻게 평생 이 애비 발목을
잡냐... 에이 한심한 것.
(추예리)
(F) 민천상인가 뭔가 하는 그 인간 아직
연락 없어? 왜 이렇게 굼떠? 전문가라며?
아빠가 뭐라고 좀 해!
통화음이 밖으로 다 들리자 당황한 듯,
핸드폰 귀에 댄 채 통화음을 줄이는 추의원.
추의원
아, 거 참... 시끄럽고... 끊어! (종료버튼
누르고 천상에게 돌아서며) 그럼, 민변호사만
믿고 난 가보겠네.
사무장
(얼른 문 열어주며) 아, 가시게요?
추의원
(괜히 미안한 듯) 내가 성격이 좀 급한
편이라 흥분을 좀 했네. 뒤끝은 없는
스타일이니까 기분 풀고 나중에 내 거하게
한잔 사지.
천상
일은 전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깔끔하게 정리하고 곧 연락드리겠습니다.
나가는 추의원을 똑바로 보고 있는 천상... ...
/
차에 있는 남오와 데몰리션,
옥상에 있는 용도사와 여백의 미,
집에 있는 여일... 모두가 놀라서 목석처럼 꼼짝 못하고 있다.
- 105 -
남오
(혼란스러운) ... 민천상... 저 변호사가 모든
조작의 머리였어...
여백의 미
저런 놈이 실제로 존재하네.
데몰리션
저런 허름한 사무실에서 그 많은 일을
꾸민다는 게 가능해?
여일
조작을 지휘하는 곳은 따로 있겠지.
빅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저기선
불가능하지.
용도사
어라? 어디로 갔지? 민천상이 사라졌어.
뜬금없는 소리에 모두들 모니터로 시선을 돌리는데
사무장만 남아있고 천상은 보이지 않는다.
용도사
주방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봤는데 갑자기
사라져 버렸어.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여백의 미
그놈 거기 있어.
모두
(여백의 미에게 집중한다)
여백의 미
용? 금속 탐지기 가지고 있지?
용도사
금속 탐지기는 왜?
여백의 미
드론 한 대만 더 띄워보자.
- 106 -
두 대의 드론이 변호사 사무실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날고 있다.
여백의 미
건물이란 건 대부분 콘크리트와 철골로
구성돼 있어서 금속 탐지기만 있으면 건물의
기본구조를 파악하는 거, 식은 죽 먹기지.
각각 금속 탐지기를 내장한 두 대의 드론이 건물 양쪽에서 날고 있다.
여백의 미
한쪽에서 전파를 쏴 주고 반대편에서
수신하면 끝이야.
여일, 두 대의 드론에서 송수신한 수 십 만개의 전파 패턴들을 컴퓨터에 옮기고
해석 알고리즘에 삽입한다. 로딩 되는 상황을 초조하게 지켜보는 레쥬렉션 대원...
데몰리션
(흥분한) 으.. 첩보영화 같다. 살 떨려.
여백의 미
털보형님 다 돼가?
여일
지금 구조 나오고 있어.
모니터에 서서히 나타나는 변호사 사무실의 건물 구조...
간이주방 안쪽에 숨겨진 비밀의 방.
MRI를 보는 듯이 내부구조가 한눈에 보이는 영상,
주방 밑으로 커다란 금고형태의 공간이 자리하고 있고 그 안에 큐브가 공중에 부유하고 있
다. 큐브 주변에는 수많은 케이블이 나무가 뿌리를 뻗고 있는 듯 사방으로 퍼져있다.
여백의 미
(놀란 듯) 와오... 이..이건...
용도사
신기하네... 어떻게 저런 걸 건물 안에
넣었지?
남오
여백님, 저기 들어갈 방법이...
- 107 -
여백의 미
(단호히) 없어. 못 들어가. 절대로.
일반적으로 건축물에 사용되는 자재는
비용 때문에 대략 압축응력을 1제곱 센티당
280kg정도로 하는 게 보통이야. 근데 저긴
자갈 대신 세라믹 보석을 넣은 극고강도
콘크리트에다 특수강을 썼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어. 한마디로 개인이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란 뜻이야.
용도사
개인이 아니면?
여백의 미
그야 나도 모르지. 암튼 저 정도로 철옹성을
지어놨다면 저 안에... 대장의 누명을 벗길
뭔가가 잔뜩 들어있다는 거 아니겠어?
데몰리션
털보형님, 해킹으로 뚫을 수 없을까?
여일
계속 시도하고 있는데 안돼.
인서트) 마덕수의 승합차
재개발지역 주변을 돌며 계속 음파탐지 중인 마덕수 부하들...
마덕수 패거리의 음파추적은 까맣게 모른 채
집에 혼자 있는 여일의 뒷모습이 위태롭게 보인다.
여백의 미
소현정이 살인범으로 발표되면
저 놈은 조작의 머리로 꼼짝없이 걸려드는
거야.
남오
만약에 실패하면 소현정은 진짜 살인범이
돼서 나처럼 지옥을 경험해야 돼.
여백의 미
경찰들도 함정수사 많이 하잖아?
- 108 -
조작을 하는 전 과정이 증거로 있어야
빼도 박도 못하지. 저놈이 잡히면 대장도
그 여자도 무혐의로 풀려날 거야.
남오
경찰도 불안해.
데몰리션
그냥 언론에 쫙 뿌려버리는 건 어때?
용도사
털보형님이 만든 대장 알리바이 영상도
전혀 방송 못 탔잖아. 괜히 털보형님만
수배 내려져서 숨어 지내는 거 아냐?
남오
(이제야 숨어 지내는 이유를 알 것 같은) ...
여백의 미
내 생각도 그쪽은 아닌 것 같아.
모두들 아무 말도 못하고 침묵만 지킬 뿐...
고민 끝에 말을 꺼내는
남오
나한테 방법이 있어.
101. 큐브 / 새벽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침대를 놔두고 컴퓨터 앞에서 깜빡 잠들었던 천상, 놀라서 깬다.
천상
(목 잠긴 소리로) 여보세요.
(사무장)
(F, 다급한) 무..문제가 생겼습니다!
천상
예?
- 109 -
(사무장)
(F) 현장이 엉망이 됐습니다!!
102. 노준영 오피스텔 / 아침
떡 진 머리의 천상, 오피스텔에 우두커니 서서 상태를 보고 있다.
훼손된 현장, 증거물들이 뒤엉켜 복구 불능 상태다.
벽에는 남오가 한 듯한 낙서가 보인다.
코피가 터진 프랑케슈타인 아바타 그림, 그 위에... ‘넌 끝났다.’
천상
(실성한 듯 킥킥대며) 이 새끼 미친 거 아냐?
사무장
어쩌죠? 내일이 디데인데.
천상
(웃음기 걷히며) 하루만 미룹시다.
103. 몽타주
- 세팅했던 오피스텔을 원상복귀 시키고 있는 청소팀.
“어떤 놈이 겁도 없이 이런 짓을 했데? 살다살다 이런 일은 또 첨보네.”
청소를 하면서도 수군대는 조작팀.
- 사무장이 추의원과 통화중이다.
사무장
(통화) 아닙니다. 추의원님. 좀 더 꼼꼼히
준비하려다 보니 일정을 조금 연기하게
됐습니다. 완벽하게 마무리 할 테니까
염려 마십시오.
- 병원에서 추예리가 휴대폰 붙들고 노발대발 난리다.
추예리
(통화) 민천상 그 새끼 뭐야?
아빠, 나 더 이상 여기 못 있겠다고!!!!
- 110 -
통화하는 추예리를 몰래 지켜보는 시선... 모자를 깊게 눌러 쓴 남오다.
- 사체 운반팀이 삼성전자 작업복을 입고 들어와 냉장고 박스를 들고 나간다.
- 증거 수집팀, 기절한 듯 잠들어있는 소현정에게서 다시 증거를 수집한다.
- 룸살롱 앞
새끼마담의 머리채를 잡고 흔드는 건달. (소현정을 괴롭히던 사채업자)
“소현정 이년 어디로 숨겼어? 내 눈에 띄면 사지를 찢어버린다고 전해!”
시동을 거는데 반응 없는 차...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보닛(bonnet)을 열어보는데
텅빈 엔진룸... 건달, 점차 얼굴이 붉어지며 비명을 지른다.
- 여일의 집 뒷마당.
벤츠 마크 선명한 엔진을 경차에 장착하고 있는 남오...
그 뒤에선 용도사가 드론에 사제폭탄을 주섬주섬 매달고 있다.
- 무인 모텔.
냉장고 박스에서 사체를 꺼내서 새롭게 세팅하는 파티플래너들.
이때, 초인종 소리 삐- 잠시 멈칫하고는 문을 열어보면
상자를 들고선 택배기사, 상자를 건네고 사라진다.
택배상자 안에는 지문 장갑과 머리카락 등 증거들이 들어있다.
- 택배기사, 급히 차에 올라타더니 액셀을 밟아 출발한다.
깊게 눌러 쓴 모자를 벗어 옆자리에 던지자 드러나는 얼굴, 남오다!!
벤츠S500의 경쾌한 엔진음과 함께 도로를 달리는 남오의 차.
- 도로를 달리고 있는 청소팀 핸드폰에 들어오는 메시지...
“3초후에 폭발한다. 살고 싶으면 뛰어내려” 옆을 보면 나란히 날고 있는 드론.
드론 하단부에 장착된 폭탄을 발견하는 청소팀, 화들짝 놀라 문을 열고 뛰어내린다.
장착된 폭탄이 드론에서 분리되면서 차량에 떨어진다.
잠시 후, 엄청난 화염과 함께 터져나가는 차량.
- 직업소개소(밤)
어둠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조작팀들의 허벅지와 어깨 등에 칼을 꽂아 넣는 실루엣.
- 큐브에서 조작팀들이 지르는 비명 소리를 그대로 듣고 있는 천상... 표정 굳어진다.
- 복도로 굴러와 처박히는 영상조작팀원, 곧바로 폭발하는 작업시스템.
- 피를 흘린 채 거꾸로 매달린 치기공사의 화면이 천상의 모니터에 뜬다.
- 111 -
- 대여섯 개의 핸드폰을 뭉쳐서 휴지통에 버리고 짐을 싸서 도망치는 핸드폰녀.
공포에 질린 얼굴이다.
- 운전 중인 파티플래너팀, 갑자기 핸들이 외부의 제어로 고가도로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
고 공중으로 날아 도로에 처박힌다. 피 흘리며 밖으로 빠져나오는 조작팀.
104. 변호사 사무실 / 밤
사무장
작업자들이 조남오한테 모조리 당했습니다.
더 심각해지기전에 조치를 취하는 게...
천상
뭘 그렇게 심각한 얼굴을 하시고...
작업자야 새로 구하면 되죠.
일단 귀찮으니까 소현정 건부터
마무리합시다. (시계 보며) 공개될 시간 다
됐네. 작품 잘 나왔나? ... 그리고 조남오
걔는 너무 걱정 말아요. 곧 잡히게 돼
있으니까.
TV앞에 앉은 천상, 마치 아이가 선물을 기다리듯 들떠 있다.
105. 무인 모텔 / 밤
무인 모텔 위를 날고 있는 방송사 헬기.
경찰이 막아선 모텔 앞에서는 각 방송사가 경쟁적으로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뉴스기자
이곳은 파주에 위치한 무인 모텔 앞입니다.
일주일째 잠적했던 인기배우 노준영이
끔찍하게 살해됐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했는데요...
경찰1
야!! 거기 기자들 막아!!!
경찰2
막아!!! 못 들어오게 하라고 새끼야!!!
- 112 -
야야! 감식반 먼저 들여보내.
경찰들이 기자들과 몸싸움을 하고 있는 동안 감식반 3명이 모텔 안으로 급히 들어간다.
경찰2
(모텔 안에 대고) 증거부터 수집해. 서둘러!!
불 꺼진 모텔 안으로 더듬더듬 들어가는 감식반 3명.
투명한 젤 왁스 안에 갇힌 노준영의 시체와 그 주변을 장식한 장미꽃,
그리고 수백 개의 촛불이 만든 환상적인 분위기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짓는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널려있는 증거들을 하나하나 수집해서 비닐팩에 담는 감식반들...
이때, 앞에서 스윽 일어나며 기지개를 켜는 여자의 실루엣.
화들짝 놀라 짧은 비명을 지르는 감식반. “으악!!!!”
그때, 모텔 문이 벌컥 열리고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경찰과 기자들.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무작정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기자들... 팟팟팟팟!!!!
방송사들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생방송으로 뉴스를 진행한다.
시체 앞에 앉아있는 여자를 확인하고 놀라는 경찰과 기자들
경찰들 / 기자들
!!!!
여자는 다름 아닌 병원에 있던 진범, 추예리다.
화면 상단에 깜빡이는 LIVE 표시... 전국으로 생방송 중이다.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는 추예리 위로 뉴스 들린다.
(뉴스)
현직 국회의원인 추상덕의원의 차녀
추예리양이 인기배우 노준영을 살해하고
현장에서 태연하게 잠을 자다가 경찰에 검거
됐습니다.
106. 헤어샵 / 밤
(뉴스)
현재 국과수에 지문과 DNA감식을 의뢰한
상태로 결과가 나오면 실형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며 추상덕의원 역시 당으로부터 강한
사퇴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 113 -
일렬로 앉아 세팅을 마는 룸살롱 아가씨들, 소란스럽게 떠들고 있다.
소현정은 물끄러미 TV 뉴스를 보고 있다.
소현정
노준영 죽었어? 어떡해.. 불쌍해라...
107. 변호사 사무실 / 밤
천상
(비명) 으아아아악!! 조남오 이 개새끼!
잔뜩 긴장한 사무장이 천상의 비명에 놀라 움찔 한다.
울리는 핸드폰... 액정에 추상덕의원.
인상 구기며 받는 천상, 곧바로 터져 나오는 육두문자.
(추의원)
(F) 너 대체 뭐하는 새끼야!!!
내 딸이 왜 거기 있어!!! 어? 이 사태를
어떻게 책임질 거야!!! 어떡할 거냐고?
빨리 대책을 말해!! 대책 못 만들면
넌 내가 가진 모든 걸 다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매장시켜버릴 테니 그리 알아!!!!
천상
(분을 억지로 삭히며) ... 따님이 저지른
살인을 제게 은폐, 조작하라고 사주한 것까지
언론에 보도돼야 직성이 풀리시겠습니까?
(추의원)
(F) 뭐? 너 이 새끼, 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천상
이런 통화가 더 위험하다는 뜻으로 드린
말씀입니다. 의원님, 제가 다시 여론을
돌려놓을 겁니다. 그냥 절 믿고 기다리면
안 되겠습니까?
(추의원)
(F) 뭐? 너 이 꼴을 당하고도 또 큰소리치는
거냐?
- 114 -
천상
혼란스러우시겠지만 지금은 제게 의지하실
땝니다. 달리 방법도 없잖아요?
(추의원)
(F) ... ... 너 이새끼...
천상
지켜보십시오. 이 사건으로 추의원님은 지금
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얻게 되실 테니까.
의원을 달래고 전화 끊는 천상.
다시 울리는 핸드폰... 발신금지 표시 뜬다.
남오라는 걸 단번에 감지하고는 이를 악무는 천상, 한 호흡 쉬고...
천상
(여유로운 척 받으며) 조남오?
(남오)
(F) 어때? 괜찮았어? 니가 하던 방식대로
한번 해봤는데
천상
솔직히 좀 놀랐다. 대단했어.
(남오)
(F) 기분 묘하네. 죽이고 싶은 놈한테 칭찬을
다 듣고.
천상
이거 진심이다. 요즘 좀 지루하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활력이 생겼어. 아 막 흥분돼.
이런 기분 오랜만이거든. 하는 일이 맨날
똑같잖아. 너 그런 거 이해할라나?
이게 처음에는 그래도 재미가 좀 있었어.
스토리 만들어서 이놈저놈 엮어서 빵에
집어넣기도 하고, 내가 만든 기사에 온
국민이 울고 웃고 성내고... 성취감이 있었지.
근데 이것도 일이라고 하다보니까
지겨워지더라고. 재미가 없어. 변화가 없잖아.
- 115 -
(남오)
(F) ... 넌 개미를 죽이는 꼬마처럼
장난이었는지 몰라도 난 지옥에서 죽지 못해
개처럼 살았다.
천상
너 교도소 안 가고 밖에서 살았으면 안
힘들었을 거 같냐? 요즘 생활고로 자살하는
사람 천지야. 그래도 교도소는 밥은 제때
주잖아?
(남오)
(F) ... ... 근데 왜 나였냐?
천상
뭔 질문이 그래? ... 그냥 고른 거야.
세상에 있든 말든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안전한 카드였으니까. 근데 니 엄마 관심은
좀 질기더라. 사방팔방 들쑤시고 뭐 대단한
동영상이라고 들고 와선 재심이 어쩌니...
(남오)
(F) ... 이 개새끼....!!!
천상
엄마 만나거든 꼭 전해라.
사람이 포기할 때를 알아야 오래 산다고...
그래도 생각해 보면 좋은 분이셨는데.
천상이 말하고 있는데 조용해서 전화기 보면 이미 통화 종료돼 있다.
천상
아나.. 지금까지 나 누구랑 얘기한 거냐?
(악!! 소리치고는) 어린노무 새끼가 싸가지
없이 지 할 말만 다하고 남 얘기하는데
듣지도 않고 그냥 끊어버려? ... .. 이게
문제야. 젊은 새끼들하고는 소통을 할 수가
없어 소통을... 씨발 이게 문제라고!!!!
꾹 참아오던 분노가 폭발한 천상, 사무실 집기를 때려 부수기 시작한다.
공포에 질린 얼굴로 할 말도 못하고 뒤로 물러나 있던 사무장...
- 116 -
사무장
저기... 변호사님.. 변호사님... (천상 못 듣자)
야 민천상!!!
천상
(황당한 듯 돌아보며) 지금 나 불렀어요?
사무장
(어딘가 가리키며) 저기...
사무장이 가린킨 곳을 보는 천상...
그림자 진 구석 의자에 앉아있는 실루엣... 남오다!
천상
(화들짝) 엄마야!!!!
온 집기와 함께 쓸리며 우당탕탕 처박히는 천상.
남오, 야수의 눈빛으로 천상을 무지막지하게 두들겨 팬다.
도망가려고 발버둥치지만 끝까지 잡아서 패는 남오.
기절 직전의 천상, 축 늘어진 걸보고는 겨우 정신을 차리는 남오...
천상
헉헉... 넌 어떻게 된 놈이 남의 사무실을
맨날 허락도 없이 막 들어와? ... ...
다시 천상의 팔을 꺾어 테이블 위에 쾅!! 처박는 남오.
천상
아..아... 살살... 나 습관성 탈골이야.
그거 빠지면 대책도 없어.. 조심 좀 해줘.
이때, 골프채를 치켜들고 슬금슬금 다가오는 사무장.
뒤도 안보고 주먹을 사무장 인중에 꽂아 넣자 앞으로 고꾸라져 기절한다.
천상
(아쉬운) 아나... 저 양반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야 조남오... 내가 보니까 날
죽일 생각까지는 없는 거 같은데... 여기 온
목적이 뭐냐?
- 117 -
남오
주방 밑에 숨겨 놓은, 니 아지트.
천상
그거 어떻게 알았냐? 너 진짜 사람 놀래키는
재주있다?
남오
(천상 일으켜 세우며) 문 열어.
천상
얘 참 순진하네... 저길 열면 내가 끝장나는데
너 같으면 열겠냐?
남오
그래? 그럼 좀 편히 말할 수 있게 도와주지.
테이블을 쓸어치우고 천상을 그 위에 눕힌다. 케이블 선을 뜯어 손, 발을 묶는 남오.
전선의 피복을 벗기고 천상의 목에 칭칭 감는다.
남오
(전기코드를 콘센트 앞에 대며) 어때?
막 말하고 싶지? 자, 셋 셀 동안 결정해.
대(大)자로 묶인 채 헉! 긴장하는 천상.
남오
하나...
천상
우리 대화 좀 나눠볼까? 아주 중요한...
남오
둘...
천상
자..잠깐만... 중요한 얘기야. 안 들으면
후회한다.
남오
셋!
- 118 -
남오, 콘센트에 전기코드를 꽂으려 하자
천상
악! 씨발!!!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승질이
급해? 융통성 없게. 그러니 백수로 살았지.
니가 쓰레기처럼 살지만 않았어도 널 고르지
않았을 거 아냐.
남오
(퍽!! 죽통을 날리며) 더 떠들어 봐.
천상
(빤히 남오 보며) ... 너 억울한 거 알아...
그런다고 이러면 쓰냐? 어른한테 버릇없이...
자, 어쨌거나 시간은 다 됐다.
남오
... ...?
천상
나도 셋만 센다. 하나... 둘... 셋.
(S.E)
(아이폰 벨소리) 띨릴릴리~
액정을 보면 털보다.
천상
(신나서) 빨리 받아봐.
남오
(불안한 표정으로 통화버튼 누른다)
(여일)
꺅--!!!!!
남오
!!!!!
- 119 -
인서트) 여일의 집
총기로 무장한 마덕수 부하들에게 포로가 된 레쥬렉션.
폭행을 당했는지 모두들 몰골이 엉망이다.
남오
무슨 일이야? 털보형님!!!! 여백님!!!!!!
(마덕수)
(F) 야 조남오 씨발놈아, 다시 한 번 반갑다.
남오
마..마덕수?
남오, 놀란 눈으로 묶여있는 천상을 보자
천상
팀명은 레쥬렉션, 여백의 미, 용도사,
데몰리션, 털보, 은폐엄폐... 폭력게임에서
만난 클랜들로 조남오의 무죄 입증을 위해
뭉치다... 그럼 뭐해 지금은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을 텐데.
남오
(목을 조르며) 너 이 개새끼...!
천상
켁켁.. 아아 숨 막혀... 그러게 대화하자고
할 때 귀를 기울였어야지.
남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팀원들 손끝 하나만
건드려도 넌 죽는다.
천상
협박을 협박으로 되받아서 미안한데 니가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쟤들이 죽어.
이 손 좀 놔봐... 켁켁.. (폰에 큰소리로)
마선생! 이번엔 좀 확실히 합시다!!
- 120 -
(마덕수)
(F) 조남오나 빨리 보내셔. 내가 성격이
급해놔서 뭘 오래 못 기다리거든. (전화 뚝
끊어버린다)
천상
와우, 오늘 마선생 각오가 대단하시네.
(남오에게) 뭘 망설여? 후딱 선택해야지?
(큐브 가리키며) 니 무죄를 증명할 자료냐?
(밖을 가리키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게임중독자들이냐?
남오, 큐브를 보며 갈등한다...
그 안에만 들어가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길이 열린다.
하지만 동료의 위기를 외면할 수도 없다...
천상
(갈등하는 남오를 보며) 그러게 왜 소현정
작업은 방해했어? 이건 다 니들이 자초한
거야.
남오
(목에 감은 전선을 조이며) 개새끼, 죽여
버릴 거야.
천상
켁켁... 그럼 안 돼... 내가 15분 안에 전화
안하면 마덕수한테 그냥 싹 다 죽여 버리라고
했어. (퍽!!!)
천상의 면상을 주먹으로 후려치고는 밖으로 달려 나가는 남오.
108. 도로, 여일의 집 밖 / 밤
미친 듯 차를 모는 남오.
신호 무시, 중앙선 침범, 끼어들기, 폭발하는 엔진.
대로를 지나 좁은 골목으로 빠져나와 언덕길을 점프하듯 날아가는 남오의 차.
- 121 -
109. 여일의 집 내,외부 / 밤
마덕수 부하들, 집 안팎을 지키며 남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모두들 총으로 중무장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불안에 떨고 있는 레쥬렉션팀...
간간히 들리는 바람소리... 형광등 안정기에서 들리는 징- 소리...
점점 더 목이 타는 부하들... 목젖이 크게 움직인다.
삐걱...삐걱.. 2층으로 연결된 나무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
모두의 총구가 소리 나는 쪽으로 향하고...
마덕수도 긴장해서 손짓으로 계단 쪽으로 집결하라는 사인을 보낸다.
팟!! 갑자기 모든 전기가 나가고 칠흑같이 어두워지는 집안.
놀란 마덕수와 부하들 웅성댄다.
“야! 불켜!!!” “스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라이터 가진 놈 없어?” “여기 있습니다.”
칙- 켜지는 라이터 불... 떡하니 앞에 서 있는 남오!!
새파랗게 질린 놈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자 우당탕 쓰러지는 놈.
마덕수를 시작으로 소음기 낀 총구가 불을 뿜는다. 퓩퓩퓩퓩!!!
번쩍번쩍 총탄이 튀며 형태가 나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다,
사격을 멈추자 이내 고요해지는 집안...
완전한 어둠... 마덕수와 부하들의 웅성대는 소리만 들리고...
어디선가 쌀독을 여는 소리 들린다.
쌀을 한 움큼 쥐고 정면을 향하는 실루엣...
순간, 공중에 뿌려지는 쌀... 슬로우모션...
교도소 독방에서 단련된 예민한 청각으로 쌀과 부딪히는 곳이 밝게 느껴진다.
남오에게만 느껴지는 공간과 상대의 움직임... 미세한 흐름 속으로 파고드는 남오.
물 흐르듯 날리는 주먹, 킥..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당하는 공격은
두려움 그 자체다. 고통에 일그러지는 부하들...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다시 던진 쌀이 마덕수에게 부딪히면서 짐승처럼 격양된 얼굴이 보인다.
온 몸에 힘을 실어 마덕수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는 남오.
엉망으로 날아가 처박히는 마덕수...
남오, 어둠 속에 떨고 있는 여일과 레쥬렉션을 끌고 밖으로 나간다.
110. 여일 집 밖 / 밤
남오와 레쥬렉션팀, 집 밖으로 다급히 뛰어나온다.
- 122 -
작은 경차에 다섯 명이 구겨 타고 굉음을 내며 출발한다.
벤츠S500의 엔진답게 폭발적인 힘으로 달려 나가는 남오의 차.
퉁퉁 부은 눈의 마덕수와 부하들도 뛰쳐나와 차를 몰아 남오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마덕수
씨발, 조남오 잡아!!!
111. 도심 추격전 / 밤
도심을 달리는 남오의 차, 그 뒤를 바짝 뒤쫓는 마덕수와 부하들의 차.
4차선 교차로를 향해 달리는 남오, 갑자기 정지 신호로 바뀐다.
인서트) 큐브에서 천상이 도심의 교통체계를 조작하고 있다.
양쪽에서 출발한 차들이 벽처럼 앞을 막아서는 찰나에 엄청난 엔진음을 내며
먼저 뚫고 지나가는 남오의 차.
“으아악!!!” 비명을 지르는 레쥬렉션, 난리법석이다.
남오
털보형님 맵 좀 올려줘.
여일
롸져!
여일이 올린 맵을 보며 게임을 하듯 난관을 빠져나가는 남오.
인서트) 이번엔 승용차를 해킹하는 천상.
도로의 한 승용차, 예전에 천상한테 욕하던 운전자의 BMW 640i 차량이다.
갑자기 오작동하며 남오의 차를 향해 돌진하자 비명을 지르는 운전자.
건너편에 또 다른 차가 고속으로 돌진한다.
여일
꺅!!!!
서로 충돌하는 두 차량 사이를 간발의 차이로 빠져나가는 남오!!!
천상
(쾅! 테이블 치며) 에이썅!!
- 123 -
천상, 성벽을 쌓듯 교통 흐름을 계속적으로 막는다
아찔한 순간을 피해가며 내달리는 남오.
벙찐 얼굴로 그 광경을 보던 마덕수,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마덕수
어, 나다. 그래 애들 싹 다 불러.
내가 차를 하나 쫓는 중이거든? 니들 중에
먼저 잡는 놈한테 다섯 장 쏜다. 위치?
남영역 쪽 지나가고 있고, 베지색..
좆만한 경차야. 딱 보면 알아.
/
거칠게 차를 몰던 남오, 룸밀러를 통해 뒤를 보는데...
남오
!!!!
특유의 경적을 울리며 사방에서 몰려드는 렉카차들.
신호, 차선 모든 걸 무시하고 미친 속도로 달려온다.
그 중심에 마덕수의 차가 보인다.
도심을 아수라장으로 만들며 이어지는 추격전.
렉카차 무리들, 막무가내로 차량의 흐름 속을 뚫고 들어간다.
사방에서 터지는 경적소리와 브레이크 소음이 어지럽게 뒤엉켜 일대혼란이 벌어진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순간들을 넘기며 가까스로 빠져나가고 있는 남오...
겨우 안도하나 싶을 때 갑자기 정면에 나타난 또 다른 렉카차 부대.
위기의 순간, 달리는 힘으로 드리프트해서 270도를 돌아 건물 안으로 들어간 곳이...
서울역이다!!
112. 서울역 내부 / 밤
남오의 차가 역사 안으로 들어오자 사람들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몸을 날린다.
잠시 후, 유리를 박살내며 앞뒤 보지 않고 따라 들어온 렉카차들!!!
두두두두두!!! 눈깔 뒤집힌 마덕수와 부하들 총을 난사하며 쫓아온다.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피하는 사람들...
곳곳에서 구걸하던 노숙자들 눈을 껌뻑이며 그 상황을 본다.
1층에서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그러나 남오조차도 더는 갈 곳이 없어 난감한데...
여일
계속 밟아.
- 124 -
남오
뭐?
여일
엘리베이터!
이때, 정면에 보이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남오, 눈빛이 빛나더니 직관적으로 끼익- 드리프트하며 180도 돌아 주차하듯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멈춰 선다.
곧바로 키보드를 조작하는 여일, 문이 닫히고 올라간다.
레쥬렉션
(일제히) 예-!!!!!
2층에 도착해 빠져나가는 남오의 차.
운전대를 쾅! 치는 마덕수,
마덕수
(렉카차들에게 소리치는) 왜? 돈 벌기 싫어?
그대로 계단을 향해 액셀을 밟아대는 렉카차 한 대.
매연을 내뿜으며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나머지 렉카들도 앞 다투어 계단으로 차를 몰아댄다.
인서트) 마우스를 뽑아 집어 던지고 키보드를 책상에 내려쳐 부숴버리는 천상.
이어지는 서울역사 2층의 추격전.
사방에서 조여 오는 바람에 난간을 쓸며 달리는 남오.
부서진 철골들이 밑으로 쏟아져 내리자 놀라서 피하는 사람들.
인서트) 새 키보드 꺼내 뽁뽁이 벗겨서 책상에 다시 놓는 천상.
남오, 여일이 올린 서울역 맵을 보면서 미로 같은 좁은 통로로 들어가자
덩치 큰 렉카차들은 좁은 틈에 끼어서 더 이상 나가지 못한다.
그러나 안심할 겨를도 없이 내부통로를 크게 돌아 끈질기게 쫓아오는 몇몇 렉카차들.
남오
(건물 창밖 구조를 확인하고는) 꽉 잡아!!
레쥬렉션
(일제히 불안한 외침) 왜??!!!!
- 125 -
있는 힘껏 액셀을 밟아 유리창을 향해 곧장 달려 나간다.
레쥬렉션
(일제히) 엄마야!!!!!!!
유리창을 뚫고 아찔하게 붕 날아오른 남오의 차... 옆동 창을 뚫고 들어간다.
더 이상 쫓아오지 못하는 렉카차들...
마덕수
야 차 빼서 쫓아가!!!!
탕- 움찔 놀란 마덕수 돌아보면,
경찰특공대가 완전 포위하고 총을 겨누고 있다.
경찰
손들어! 움직이면 발포한다.
부하들 얼른 총을 옆에 버리고 손들면 짜증 폭발하는 마덕수 발로 문을 걷어찬다.
렉카차 운전자들은 쫄아서 얼굴이 사색이다.
(경찰무전소리)
조남오는 구역사로 진입했다.
전 대원 이동.
113. 구 서울역 내부 / 밤
구역사 안으로 진입하는 경찰특공대 뒤로 경찰차가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구경꾼들과 어지럽게 들려오는 무전소리로 서울역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구역사 중앙에 멈춰선 남오의 차를 발견하고 총을 겨눈 채 서서히 다가가는 경찰특공대...
쨍!!! 총구로 차창을 깨며 운전석을 겨누는데,
텅 빈 차 내부.
“저쪽이다!!!” 외치는 경찰,
저만치 도망치고 있는 남오와 레쥬렉션 보인다.
괴물처럼 몰려오는 경찰 무리의 실루엣. 공포와 체력 저하로 고통스런 표정의 팀원들...
남오, 뒤돌아보면 바짝 쫓아온 경찰들... 위기의 순간.
이때, 누군가 남오 일행을 ‘통제구역’ 안으로 구겨 넣듯 집어넣는다. 기계실이다.
어둡고 복잡한 기계실 통로로 레쥬렉션을 끌고 가다 돌아보는데 소매치기 노인이다.
- 126 -
남오
혹시... 할머니는...?
여백의 미
대장 아는 사람이야?
남오
(귓속말로) 소매치기...
레쥬렉션
(움찔)
소매치기 노인
(태연하게 끌고 가며) 가진 것도 없는 것들이
유난은...
114. 노숙자 거주지 / 밤
소매치기 노인을 쫓아 거대한 하수도를 걷는 레쥬렉션...
하수도를 지나자 서서히 드러나는 노숙자 거주지...
당황하는 표정의 레쥬렉션...
자신들의 공간으로 낯선 무리가 들어오자 경계의 시선으로 하나둘 모여드는 노숙자들...
겁에 질린 여일이 남오의 팔을 잡고 뒤로 숨는다.
남오
(위협적으로) 물러서!! 우린 그냥 지나가기만
할 거야. 해치지 않을 테니까 조용히 보내줘.
소매치기 노인
(돌아보며) 해치긴 니미, 우리 쪽수가
얼만데...
남오
... 할머니 여기 사세요?
소매치기 노인
니들 갈 데 없지? 오늘은 여서 자.
(시간경과)
나란히 누운 레쥬렉션...
- 127 -
꼬맹이들이 신기한 듯 몰래 훔쳐본다.
데몰리션
(긴장한 표정으로) ... 저기... 이런 얘기해서
미안한데... (모두보자) 나 솔직히 겁나...
근데 졸라 짜릿해. 게임할 때보다 백배는 더
재밌어. 으흐흐흐...
용도사
(짜증) 넌 지금 이 상황에 진짜...
재밌었구나? 음하하하... 나도 그래~
여백의 미
참나! 이것들이... 나만 재밌는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데 이히히.
남오
(여일 보며) 털보형님은... 괜찮아?
여일
은폐엄폐는 어떨까? 이런 경험을 못해서
안타까울까? 아님 다행이라고 생각할까?
모두 여일 보는...
그 위로 들리는 뉴스 앵커의 격양된 목소리.
(앵커)
긴급 속봅니다.
배우 노준영을 끔찍하게 살해한 범인이
탈옥수 조남오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습니다.
115. 뉴스 / 아침
뉴스화면에 추예리가 경찰서를 나와 가족들과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흘러나온다. 사방에서 터지는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
앵커
경찰이 확보한 CCTV에는 탈옥수 조남오와
그의 추종세력인 일명 레쥬렉션 일당이
- 128 -
태연하게 추예리씨를 납치하고 사건현장으로
옮기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남오와 레쥬렉션, 병원에서 추예리를 마취시키고 차에 태우는 장면,
무인모텔로 추예리를 옮기는 장면이 CCTV에 고스란히 찍혀있다.
앵커
경찰은 조남오가 탈옥 후 도피생활을
이어가던 중 추상덕의원의 차녀 추예리씨를
범행대상으로 삼고 강간을 시도하다
애인관계였던 배우 노준영을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추예리씨를 살해범으로 둔갑시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길을 가던 사람들 빌딩 LED전광판에 보도되는 뉴스에 경악한다.
모든 방송에서 조남오 조작사건을 톱뉴스로 보도하고 있다.
앵커
문제는 조남오와 함께 범행에 가담한
세력인데요. 평소 폭력게임에 중독된 이들은
평소에도 사제 폭발물 제조와 불법 차량개조
등을 일삼으며 범죄를 저질러온 사이코 범죄
조직단인데요. 지난밤 서울역 인근에서 벌인
총격전은 한마디로 무법천지나 다름없었고
시민들은 조남오 일당의 엽기적인 행각으로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116. 노숙자 거주지 / 낮
충격적인 뉴스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방송사들...
남오와 레쥬렉션은 낡은 14인치 구형 TV로 뉴스를 보고 있다.
(앵커)
탈옥수 조남오의 변호를 맡았던 민천상
변호사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여보세요? 민변호사님? 조남오가 탈옥 후
곧바로 변호사님을 찾아갔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맞습니까?
- 129 -
(천상)
네. 흉기로 위협하면서 요구사항을
들어달라고 했습니다. 자기는 사람을
죽이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고 겁을
주더군요.
온 몸이 얼어붙은 듯 꼼짝 못한 채로 보고 있는 남오와 여일 그리고 레쥬렉션...
117. 큐브 / 낮
같은 뉴스를 보는 천상...
앵커 옆에 나온 자신의 사진을 눈여겨보며
천상
(투덜) 잘나온 사진 많은데 꼭 저런 걸
쓰더라. 사람들이 성의가 없어.
에이, 인물 다 베렸네.
이때, 삐-하고 인터폰 울린다.
사무장
(F) 오늘 긴급회동 있다고 연락 왔습니다.
가셔야죠?
천상
저 당분간 여기서 안 나갑니다.
조남오 잡힐 때까지만 사무장님이 대신
가세요. 아, 가신 김에 비서관한테
씨레이션 한 달 치만 더 받아다 줘요.
거의 다 먹었네. 커피도요. (인터폰 끊고)
난 이 안이 왜 이렇게 좋냐?
118. 노숙자 거주지 / 낮
침울한 표정의 레쥬렉션...
여백의 미
여우같은 놈, 이런 식으로 뒤통수 칠 줄이야.
- 130 -
데몰리션
대장, 그 새끼 당장 잡아다가 모가지를
비틀어버리자. 응? 우리보고 뭐 게임에
중독된 사이코?
용도사
큐븐가 뭔가 안에 콱 틀어박혀서
꼼짝도 안할 텐데 무슨 수로 그 놈을 잡냐?
남오
자수할게요.
남오의 말에 모두 놀라 보면
남오
더 이상 여러분에게 피해를 줄 수 없어요...
여일
안돼! 대장... 이대로 잡히면 다 끝이야.
영원히 무기수로 살아야 돼.
남오
(여백의 미 보며) 은폐, 엄폐님이 필요해요.
방송을 한다고 했죠?
여백의 미
성인방송이지...
119. 큐브 / 낮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침대를 놔두고 컴퓨터 앞에서 또다시 깜빡 잠들었던 천상, 놀라서
천상
(목 잠긴 소리로) 네...
사무장
(F, 다급한) 지..지금 TV 아무데나 좀
틀어보세요!
- 131 -
천상
(짜증) 아, 뭔데 그래요?
사무장
(F) 조남오가 요 앞에서 인질극을 벌이고
있습니다.
천상
뭐요? (TV를 켠다)
TV엔 온통 탈옥수 조남오의 인질극 속보가 떠들썩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기자)
탈옥수 조남오가 인질을 잡은 채 경찰과
대치중 인 가운데 현재까지 인질의 신원은
파악되지 않은 걸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소매치기 노인의 목을 뒤에서 팔로 감은 채 신문에 싼 흉기로 위협하며 소리치는 남오.
주변에는 경찰병력과 취재진들 그리고 구경하는 인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120. 변호사 사무실 근처 대로변 / 낮
남오를 공중에서 쫓는 드론, 맞은편 건물 옥상에서 용도사가 조종하고 있다.
여일, 주변CCTV를 해킹해 남오의 이동하는 모습을 포착한다.
남오
나는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
억울하게 조작 당했다!!! 내 손에 증거가
있다. 이것만 공개하고 자수하겠다!!!!!
소매치기 노인
그래 더 세게 질러. 니 설움을 담아서.
남오
아무래도 이건 좀 위험해요...
소매치기 노인
왜? 경찰이 쏠까봐? 걱정 마. 지금 전국에
방송 다 나가고 있어. 지금부터는 좀 더
애절하게. 뭐해? 계속 안하고?
- 132 -
남오
(방송 카메라 향해 큰소리로)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는다는 거 안다!! 마지막으로
증거만이라도 공개하게 해 줘라!!!
경찰
(확성기) 조남오! 인질을 풀어주고 자수하라.
남오
세상을 속인 진짜 범죄자의 추악한 모습이
이 안에 있다!!!!
각 언론사 기자들 남오의 USB를 먼저 입수하려고 온통 난리다.
“무조건 받아내!!” “저것만 획득하면 니들 다 진급이다!!” “접근을 시도해”
121. 큐브 / 낮
천상
(어딘가로 전화하는) 아네 비서관님, 접니다.
네네... 보고 계시군요.
(비서관)
(F) 지금 어르신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천상
저격수 투입해서 사살해 버리세요.
(비서관)
(F) 국민들이 보고 있어요.
천상
뭐가 겁나십니까? 조남오가 끔찍한
살인마라는 사실은 초등학생도 다 알아요.
해결할 시나리오는 제게 많으니까 그냥
쏴버려요.
- 133 -
122. 몽타주
- PC방, 인터넷 방송을 보는 게임 유저들이 바삐 글을 올리고 있다.
‘자료를 공개해라!’
‘법의 심판은 그 후에도 늦지 않다!’
‘진실을 규명해라.’
- 소현정도 헤어샾에서 세팅을 말면서 핸드폰에 증거를 공개하라 글을 올린다.
- 방송에서도 즉각 비밀을 공개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난상토론이 펼쳐진다.
- 남오의 외침은 계속되고...
- 빌딩 LED전광판에도 남오의 인질극 모습이 나온다.
- 시민들 환호한다.
천상
(통화) 저 방송 언제까지 봐야 합니까?
이건 위에서도 좋아할 그림이 아니에요.
-조남오 관련 방송을 하다 갑자기 드라마나 예능 프로로 바뀌는 TV방송.
-그와 동시에 주변 건물들에 속속 저격수들이 배치된다.
천상
조남오, 조금만 기다려라... 곧 니 엄마
곁으로 갈 수 있으니까...
두두두두!!!!!! 총성과 함께 총탄이 남오 주변에서 솟구친다.
남오, 놀라서 소매치기 노인을 안고 몸을 날려 피한다.
기자들과 시민들의 비명이 사방에서 터져 나온다.
천상
(쾌재를 부르며) 우헤헤헤!! 그래그래!
얼른 쏴! 골로 보내버려!! 아 이거 재밌네.
이때, 인터넷 TV가 실시간 생중계를 시작한다.
게임유저들, 회사의 직장인들 컴퓨터를 통해 벌어진 사태를 경악하며 본다.
천상, 이건 뭐지 하며 슈퍼컴을 통해 방송 송출 진원지를 찾는다.
천상
뭐야? 성인방송?
사방에서 날아드는 총탄, 무기도 없는 상태의 남오...
소매치기 노인을 감싸 안고 뛴다.
아이폰에 여일이 올려주는 맵이 뜨자 그걸 보며
- 134 -
건물과 건물 그리고 공간의 특성들을 활용해 총탄을 피하며 전진한다.
초조한 눈빛으로 보는 게임 유저들... 그리고 레쥬렉션... 여일...
남오와 노인이 뛰는 모습이 저격수의 스코프에 뜬다.
흔들리는 초점...
(저격수)
인질이 위험하다. 발포 할 수 없다.
천상
자 어디 소속, 누군지 모르지만 내 말
잘 들어요. 그냥 냅다 쏴버리세요.
영창 가기 싫으면.
이마의 땀을 닦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넣는 저격수...
천상, 신난 아이처럼 웃는 모습이 슬로우로 보이고...
... ...
... ...
땅!!!
가슴에서 터지는 피.
동공이 커지며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남오.
놀라서 비명을 지르는 여일!!!
인터넷 방송을 보던 사람들도 일순간 정지...
입이 함박만 해지는 천상...
123. 큐브 / 낮
모니터를 통해 남오가 사살된 장면을 보고 있는 천상...
경찰들이 달려가 시체를 향해 총을 겨누고
의료진이 남오의 의식을 체크한다. 사망했다는 표시를 하는 의사.
이때, 경찰 중 누군가 남오의 손에 들려있던 USB를 몰래 탈취한다.
그 장면을 확대해서 보는 천상에게 손짓으로 USB 살짝 보여준다.
만족한 미소를 짓는 천상.
천상
오케바리~
앰블런스, 남오의 시신과 놀란 소매치기 노인을 싣고 사이렌을 울리며 출발하고
경찰들은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정리하기 위해 교통 통제를 실시한다.
- 135 -
124. 변호사 사무실 / 낮
주방에서 여유로운 표정으로 믹스커피를 젓던 봉투를 입으로 쪽 빨며 나오는 천상.
천상
(일에 몰두하는 사무장보며)
벌써 보고서 쓰는 겁니까? 쉬엄쉬엄 하세요.
월급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창문 쪽으로 가더니 아수라장이 된 거리를 내려다보며 커피를 마신다.
메케한 화약 냄새를 맡으려는 듯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뱉는...
천상
화약 냄새 한번 예술이다.
125. 응급차 내부 / 낮
의료진들 바쁜 손놀림 속에서 카메라 서서히 흰 천을 씌운 남오의 시체로 들어간다...
간호사중 한 명이 장비조작을 하다 흰 천 밖으로 나와 있는 남오의 머리를 툭 치자,
벗겨지는 가발... 대머리...
은폐
아이 씨발 놀래라.
컥!!! 하고 숨을 토해내며 벌떡 일어나는 시체(?)
여백의 미
아이고 숨 막혀라...
하마터면 진짜 뒤질 뻔했네.
의사가 돌아앉는데 엄폐다.
엄폐가 차량내부 커튼을 젖히자 병원물 성인동영상 촬영차다.
어설픈 세트와 각종 기구들로 가득 찬...
엄폐
어라? 사망하신 줄 알았는데 부활하셨네?
소매치기 노인
언제 갈아 치기 한겨? 내 손기술보다 잽싸네.
- 136 -
(플래시백) 남오가 쓰러지고 사람들이 몰리면서 시야를 가릴 때
얼른 자리에 눕고 가발을 쓰는 여백의 미.
이때, 끽 하고 차 멈춰 서자 다들 긴장...
문 열리고 데몰리션 탄다.
데몰리션
(총탄 스위치 들고) 타이밍 죽여줬지?
(플래시백) 데몰리션이 긴 자판처럼 생긴 특촬용 스위치 누르자
남오 주변으로 총탄이 튀고...
결정적인 순간, 스위치 누르자 남오의 가슴에서 피탄이 터진다.
운전석 칸막이 미닫이창이 열리고 운전석의 용도사와 여일 보인다.
용도사
다들 무사하지? 그럼 2단계작전 돌입합니다.
126. 변호사 사무실 / 낮
사방에서 들어오는 무전소리...
“어느 포지션에서 클리어 한 건가?” “발포한 포지션 응답바람.”
“무단으로 작전을 실행한 포지션?” “전 포지션 발포한 사실 없다.”
천상
(표정 굳어지며) ... 혹시 여기로
누구 들어온 것 같지 않아요?
사무장 대답이 없자...
천상
... 사무장님?
자리에 앉아 모니터에 머리를 박은 채 기절해 있는 사무장.
그 옆에 누군가 벗어놓은 경찰복이 놓여있다.
(플래시백) USB를 탈취해 보여주는 경찰...
- 137 -
소스라치게 놀란 천상... 주변을 빠르게 훑어보다 어두운 구석...
그림자 진 부분을 보다가 뒤돌아서서 필사적으로 큐브를 향해 뛴다... (고속)
127. 큐브 / 낮
잽싸게 달려 들어와 큐브 문을 닫자 자동으로 락이 걸리고
센서 감지되어 어두운 큐브 안이 밝아진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모니터로 변호사 사무실을 살피는 천상.
주방에서 나오는 어두운 그림자... 남오다.
천상
(인터폰에) 너 변태니? 왔으면 왔다고 얘길
해야지? 왜 매번 사람을 놀래 켜?
남오
(카메라를 보는) ... ...
천상
죽은 줄 알았는데 멀쩡히 살아있네? 실력
좋다. 그럼 뭐해 난 여기서 한발자국도 안
움직일 거고 넌 곧 잡힐 텐데. 잠깐 기다려봐
경찰 아저씨한테 전화 좀 하게.
핸드폰을 집으려고 돌아서다 슈퍼컴의 모니터를 본다... 데이터가 해킹당하고 있다.
동공이 마구 흔들린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죽 흐른다.
본체에 꽂혀있는 USB를 발견하는 천상...
천상
(모니터의 남오를 향해) 너 혹시... 여기
들어왔었니?
얼른 뛰어가 USB를 뽑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해보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
이미 90% 이상 전송된 데이터들.
천상
으아아아악!!!!
컴퓨터 전원을 뽑아버리는 천상. 다운되는 슈퍼컴.
경찰 사이렌소리가 들리자 곧바로 모습을 감추는 남오.
- 138 -
128. 관악산 송신소 / 낮
레쥬렉션팀이 탄 앰블런스, 경치 좋은 관악산 송신소 앞에 주차되어 있다.
그 위로 드론이 날고 있고...
여일
접수완료. 이제 방송 시작해야지?
엄폐
OK, 은폐 준비됐지?
엄폐가 방송 송출 기계장치를 조작하고.
은폐
(아나운서처럼 입을 풀며 손으로 ok 사인)
엄폐
큐!
은폐
지금부터 희대의 살인마 조남오의 진실을
밝히는 뉴스를 단독으로 보도합니당~
엄폐
(헤드셋에) 야, 교태는 빼! 성인방송이
아니야? 뉴스야. 뉴스.
129. 뉴스 몽타주 / 낮
조남오의 사망 소식을 전하던 뉴스... 칙- 화면이 바뀐다.
추의원
민변호사, 자네 도움이 필요하네. 우리
딸년이 사고를 쳤어. 노준영이라고
영화배운데 말이야...
인서트) 모든 방송국 조종실들... 장비가 먹통이 되면서 엄폐가 올린 방송이 송출된다.
실성한 듯 주절대는 천상...
- 139 -
천상
얘들아... 니들 지금 뭐하는 짓이야?
그..그러면 못써. 하지마... 내말 들어... 야
씨부랄 새끼들아 그만 하라고!! 그만해!!!
노회장
(한숨) 우리 아들놈이... 일을 저질렀어.
많이 취했었나봐.
천상
아이고 회장님,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런 일 하라고 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
노회장
근데 말이야... 여자 애가 미성년자라는구만.
- 호텔 CCTV 원본 화면에 술에 취한 하지수를 데리고 객실로 들어가는 노회장 아들.
-피가 낭자한 현장에 하지수가 숨져있고 경호원들이 들어와 가운을 뒤집어씌워 몸을 가린
후 노회장 아들을 데리고 나간다.
천상
실수 많이 할 나이 아닙니까. 제가 잘
정리하겠습니다.
노회장
회사를 물려받아야 할 놈인데
어떻게 그냥 둘 수 있겠나.
조남오 체포당시의 뉴스 영상이 나온다.
원본과 다르게 조작된 CCTV자료, 사건장소로 세팅된 모텔로 들어서는 모습 보인다.
천상
뉴스는 보셨습니까?
노회장
조남오라... 재판까지 문제는 없겠지?
천상
모든 증거가 완벽하게 준비돼 있습니다.
조작된 정황이 전국에 송출되자 심각한 분위기의 거물들 모임.
- 140 -
김사장
내가 우리 마누라랑 싸우다가... 그만...
천상
사모님은 내일 건설 진행 중인
잠실 현장 휴게실용 컨테이너에서
발견되실 겁니다.
김사장
고맙네 민변호사. 자네 덕분에 살았어.
계산은 어떻게 하면 되나? 이런 일이
처음이라...
천상
하하하! 이런 일 자주하시면 안 되죠.
조만간 우리 사무장님이 연락드릴 겁니다.
서울역, 인천공항, 가정집, 도심 전광판, 노인정, 카페,
소현정, 교도관 등...
사람들 경악하며 화면을 본다.
전광판에 민천상의 사진과 변호사 사무실 주소, 숨겨진 큐브의 투시도까지 모두 공개된다.
130. 큐브 / 낮
패닉 상태의 천상...
이미 점령 당한 큐브를 버리고 밖으로 도망치듯 빠져나간다.
131. 변호사 사무실 밖 / 낮
두려움에 가득 찬 얼굴로 사무실 계단을 뛰어내려 도망치는 천상.
급히 차에 올라타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운전대가 없다.
천상
으아아악!!!!!
132. 도심 / 낮
정신이 빠진 듯 도심을 달리는 민천상...
- 141 -
빌딩 전광판에 도망치는 자신의 모습이 뜨자 놀라서 본다.
시민들이 전광판을 보다 천상 쪽을 보자 기겁을 하며 도망치는 천상...
아무리 도망쳐도 계속해서 뉴스에 나오고 있다.
시민의 핸드폰 카메라. 노트북 카메라 등...
어디에도 숨을 수 없는 천상.
133. 관악산 송신소 / 낮
앰블런스 문이 열리고 남오가 들어서자 모두가 환호하며 대장을 맞이한다.
그 사이를 헤치고 나와 남오를 꼭 끌어안는 여일...
모두들 여일의 터프함에 놀라고...
남오도 눈물을 글썽이며 여일을 힘껏 안는다.
134. 뉴스 몽타주
- 뉴스.
남오의 무죄 판결 소식을 전하는 뉴스화면.
법원을 나서는 남오에게 몰려들어 카메라 플래시 터뜨리는 기자들.
뉴스
강간, 살인 누명을 쓰고 복역했던 조남오씨가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 경찰에 연행되는 조작팀과 사무장.
뉴스
또한 무고한 시민을 끔찍한 범죄자로
둔갑시켰던 조작단의 실체도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 조남오 진범 체포, 현장 출동 장면.
뉴스
하지수 강간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밝혀진
00그룹 장남 노00이 한바탕 소동 끝에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 142 -
-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사람들이 화면에 나온다.
뉴스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해 무고하게 징역형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즉시 방면과 그동안의
피해 구제 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 경찰에 체포됐던 마덕수와 부하들이 다시 교도소로 줄줄이 들어가고 있다.
뉴스
서울의 상권을 장악하려는 조직 간의 싸움이
서울역을 초토화시키는 사고로 번지자
정부 주도하에 전국의 조직폭력배를
척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135. 교도소, 다인실 감방 / 낮
개인 물품을 안고 감방 안으로 들어서는 초췌한 얼굴의 천상...
죄수들이 도열해 앉아 있는 중앙에 돌아누워 있던 왕초,
고개를 돌리는데...마덕수다.
마덕수
어서 와라. 씨발놈아.
천상
(헉) !!!
136. 남오의 집 거실 / 낮
시원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소박한 정원이 보이는 남오의 집 거실...
가을의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카메라 서서히 빠지면 거하게 차려진 밥상을 중심으로
남오와 여일, 그리고 레쥬렉션이 웃고 떠들며 맛있게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이
소리 없이 고속촬영 영상으로 흐른다.
친구들을 보며 웃고 있는 남오의 눈가에 얼핏 눈물이 비치는 듯하다.
F.O
- 143 -
137. 쿠키영상 / 청주공항 / 낮
(캐스트와 스탭 자막이 모두 올라가고 쿠키영상 뜬다)
여행이 즐거웠는지 한창 밝은 표정으로 외국인 부부가 입국장으로 들어선다.
주차장을 지나다가 광택이 번쩍번쩍 나는 자신들의 경차를 발견한다.
차 안에 꽂혀있는 키.
차에 올라 시동을 켜자 부아아앙~!!!!
엄청난 엔진음 소리에 놀라 서로를 보는 부부.
꺅- 신나는 비명을 지르며 달리는 차.
<끝>
2015.2.24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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