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2
두 번째 공공의 적
프롤로그
1.
초등학교 외경부터 운동장을 지나 게시판이 걸린 현관.
그리고 다양한 표어가 적힌 계단을 올라가
신발이 가지런히 정렬된 신발장과 반들반들한 복도.
창문을 통해 보이는 교실과 교실을 가득 메운 1학년 어린아이들.
가슴 한쪽에 손수건을 핀으로 꽂고 있고 그 위에는 명찰이 달려있다.
칠판에는 ‘반장선거’ 라는 글씨가 큼직하게 쓰여 있고.
그 앞에는 똘똘해 보이는 어린 철중과 조금 멍청해 보이는 아이 하나가 나와 선거 연설을 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 위로 어린 철중의 나레이션이 흐른다.
어린철중 “(N)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떠들지 않고, 콧물 흘리지 않고, 여자 짝꿍 때리지 않으면 착한 어린이입니다. 나는 착한 어린이었고, 그래서 반장이 되었습니 다.”
반장에 뽑힌 듯 아주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어린 철중.
박수치는 친구들에게 꾸벅 인사를 한다.
강당에 잔뜩 모여 있는 어린이들. 모두 반장인 듯 앉음새가 반듯하고 ‘반장’ 뱃지가 달려있다.
강당 전면에는 ‘학생회장 선거’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강당 단상에 올라가 힘이 잔뜩 들어간 얼굴로 선거 연설을 하는 6학년의 강철중.
그 뒤에는 철중을 잔뜩 비웃는 얼굴로 서있는 건장한 6학년. 철중 보다 목 하나는 더 있는 체격이다.
철중이 들어가고 건장한 6학년이 마이크 앞에 나온다.
그러자 어린이들 뒤에 자리 잡고 앉아있는 선생님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다.
그리고 선생님들 사이, 교장 선생 옆자리에 화려뻑짜하게 꾸미고 앉은 자모 하나가 보인다.
선생님들, 자모에게 말을 걸며 잘 키웠다는 듯, 부럽다는 듯 이런 저런 칭찬을 하는 모습이 보이고.
뒷자리에 서서 그 모습을 보는 철중.
건장한 6학년의 연설이 끝나자 일제히 일어서서 박수를 치는 선생님들.
자모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이미 게임 끝났다는 듯 거만하게 웃는 건장한 6학년.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주먹을 꾹 쥐어 철중에게 보인다.
1학년보다 조금 나이든 목소리로
어린철중 “(N)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난 인생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것, 어른들이 좋아하는 것은 그런 모범생이 아니었 다.”
분한 듯 건장한 6학년을 쏘아보는 어린 철중.
건장한 6학년의 주먹이 철중 눈 하나 가득 들어온다.
어린철중 “(N) 난 12살 76일에야 세상을 배웠다.”
2.
뻑! 하는 격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주먹에 맞아 얼굴이 돌아가는 중학생의 철중.
가슴에 ‘강철중’이란 명찰이 정확하게 쓰여 있다.
화면 넓어지면 공사장 한 쪽의 공터.
수십 명 학생들이 패싸움을 벌이고 있다.
때리기도 하고 맞기도 하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버티는 철중.
중학생철중 “(N) 모범생으로는 채울 수 없는 것이 남자의 인생. 그 자식이 학생회장이 된 것은 나보다 힘이 셌기 때문인 게 분명했다. 힘을 키우기, 안되면 버티기 이것 이 내 인생의 목표가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교무실.
패잔병의 모습으로 줄줄이 서있는 학생들 수 십명.
선생님들, 그 앞을 지나가며 출석부로 학생들 머리를 쾅쾅 때리고 지나간다.
그래도 전우애를 느끼며 서로를 보고 씩 웃는 학생들.
유난히 뿌듯하게 웃으며 당당하게 고개 들고 출석부를 맞는 철중.
줄의 마지막, 곱상한 부잣집 도련님 같은 남학생 하나가 서있다.
출석부로 머리 치던 선생님, 도련님 앞에 가자 도련님 엉덩이만 툭툭 치고 지나간다.
어라...? 하는 시선이 되는 철중.
교무실 문이 열리고 육중한 유력자 느낌의 아버지와 고급스럽게 꾸민 어머니가 나타나고.
선생님들 일제히 일어나 꾸벅 머리를 숙인다.
부모, 다소 거만한 느낌으로 인사를 하고.
선생님 하나가 도련님을 향해 손짓을 한다.
도련님, 학생들에게 조금 미안한 표정을 짓더니 부모님 쪽으로 가고.
학생들, 도련님 동선을 따라 시선 옮아간다.
도련님을 맞는 어머니, 안쓰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쓸어주는데 얼굴이 천사 같다.
도련님 보는 학생들을 돌아보는 순간, 표독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바뀌는 어머니.
허걱- 놀라는 학생들.
선생님들의 토닥거림을 받으며 부모와 함께 교무실을 나서는 도련님.
충격을 먹은 청소년 철중 얼굴 C.U. 되고.
중학생철중 “(N)힘....것두 아니었다.”
3.
고등학생이 된 철중.
칠판 하나 가득 복잡한 수식의 문제를 풀고 있는 고등학교 철중의 뒷모습.
조용한 화면 위로 칠판을 날아가는 철중의 분필 소리만 흘러나온다.
마지막 답 ‘0’을 써내고는 딱- 점을 찍는 철중.
그리고 돌아서는 얼굴엔 안경이 씌워져있다. 가슴엔 자랑스러운 이름표 ‘강철중’
그러면서 씨익- 미소하는 철중.
앉아있는 학생들 중에 아주 느끼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재수 하나가 보인다.
모두들 철중을 향해 감탄을 하고 있지만 재수는 비릿한 웃음만 짓고 있을 뿐이다.
고교철중 “(N)학생의 본분은 공부. 중학교 때 개교 이래 최대 폭력 사건에서 그 자 식이 빠져 나간 것은... 그 새끼가 전교1등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나의 고교시절은 내신 1등급을 향한 고독한 싸움으로 시작되었고 난 승자가 되리라 믿 었었다.”
체육관
재수와 철중이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다.
둘 모두 비슷한 시기에 점차로 느려지더니 올라오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그러자 학생들 뒤, 의자에 앉아 무심한 듯 초시계 보고 있던 체육 선생님
슥 일어나 재수 머리 쪽으로 옮겨 와 쭈그리고 앉는다.
그리고 재수가 내려왔을 때, 곤봉으로 슬쩍 슬쩍 재수의 등과 허리를 밀어 올린다.
그 모습은 보지도 못하고 눈 질끈 감고 열심히 윗몸일으키기 하고 있는 고교철중.
체육관, 밖. 교장선생님이 서서 그 모습 바라보고.
흐뭇한 듯 고개 끄덕이며 바라보는 교장.
체육 선생 인사하고.
교장 선생, 슥 비켜서면
체육실 안으로 번쩍거리는 새로운 체육 도구들을 줄줄이 실어 나르는 인부들.
그 모습 보다가 돌아서는 교장 선생의 팔목에 금팔찌가 번쩍거린다.
모기 물려 가려운 듯 뒷목 긁적이는 교장 선생...목에도 금 번쩍이다.
새로운 체육 도구들 앞에서
‘B'가 쓰여진 평가표를 들고 서있는 고교 철중과 A플러스 평가표를 들고 서있는 재수.
그 모습 바라보는 철중의 충격 먹은 얼굴 C.U. 된다.
그리고 빠르게 인써트되는 과거의 모습들.
초등학교 시절, 교장 선생과 악수하며 돈 봉투를 건네던 엄마와
중학시절, 선생님 책상 위에 돈 봉투를 놓던 도련님의 아버지
그리고 재수를 보는 고교 철중의 얼굴로 돌아오고.
고교철중 “(N)착한 어린이가 돼도, 힘을 길러도, 공부를 잘해도...”
철중 “(N)내가 아무리 개지랄을 떨어도 넘어설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난 어른이 되었고...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나의 전쟁도 시작되었다.”
씬1. 도로 (아침)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들. 여기저기 빵빵거리는 크락션 소리와 매연, 탁한 공기 등이 짜증스럽기 그지없는 전경이다.
그 화면 위로 흐르는 맑고 경쾌한 목소리.
여자 “(E)눈 가장자리의 근육을 움직여 주시는 게 포인트 입니다. 입만 웃을 때, 상대방 은 뭔가 가식적인 인사를 받았단 느낌이 들겠죠.”
도로의 차 가운데 가장 낡았다 싶은 구형 중형차 한대로 Z.I. 되고
차 안
테잎이 돌아가는 카세트 데크.
여자 “(E) 자, 따라해 보시죠. 눈과 입을 함께 웃음으로. 치즈-!”
화면 넓어지면 운전하고 있는 철중.
테잎에서 시키는 대로 눈을 크게 뜨고 입으로 치즈- 하며 웃음을 지소 있다.
철중 “치즈-!”
치즈- 치즈- 계속 웃다가 뭔가 시선을 느낀 듯 돌아보면
옆 차의 운전자가 뭐하는 짓인가 싶어 구경하고 있다.
옆 차 운전자에게도 치즈- 하고 웃어 보이는 철중.
어이없어 마주 보고 웃는 옆 차 운전자.
계속 흐르는 매너 테잎의 여자 목소리.
여자 “(E) 자 그런 웃음과 함께 오늘 아침엔 가볍게 인사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하이!”
씬2. 로비(아침)
큰 건물의 로비.(서울지검)
경비 둘(나이든 사람과 젊은 사람)이 서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경례를 붙이고 있다.
여자들이 간간히 끼어있을 뿐 대부분 점잖은 인상의 남자들(검사들)
경비들의 인상도 경직돼 있다.
철중 “하이!”
움찔 놀라, 눈을 드는 경비들.
그들 앞으로 환하게 웃으며 손까지 흔들어 보이고 들어가는 철중.
나이든 경비, 빙긋이 웃으며 다시 경례하고.
철중이 엘리베이터로 향하자 의아한 듯 돌아보고 묻는 젊은 경비.
젊은경비 “누구에요? ...첨 보는 얼굴인데..”
늙은경비 “자네 출근한 지 얼마 됐지?”
젊은 경비 “4일이요.”
씬3. 사무실 입구(아침)-김신일 부장검사의 방
사무실 입구. 안에서 흘러나오는 벼락같은 목소리.
신일 “(E)4일 동안 잠복?!”
씬4. 신일 사무실(아침)
성질이 잔뜩 나있는 신일이 책상에 앉아있고.
그 앞에 열중 쉬어 자세로 서있는 철중.
신일 “(일어서며) 너 검사 맞어?!!”
철중 “(N) 그렇다. 난 세상을 향한 전쟁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 검사가 되었다.”
철중에게 손 내미는 신일.
내민 손바닥을 보다가
신일의 얼굴을 보며 웃으려고 하는 철중.
신일 “치즈- 너 그거 할라 그러지? 됐어. 신분증 내놔”
철중 “뭐 하시게요?”
신일 “수사관 발령 내 줄께. 잠복 실컷 하구, 현장에서 밤새고, 검사 할 거 뭐 있냐?”
그 때, 여직원이 서류철을 들고 들어온다.
여직원 “부장님, 여기 사인..”
철중 “(여직원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며) 하이!”
여직원, 쿡- 웃는데
신일 “(철중 손잡아 내리며 억제된 목소리로) 그냥...좀...검사하자, 응 검사답게.. ”
철중 “(N) (빙긋이 웃는 얼굴 C.U)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스마일 검사가 되었 다.”
씬5. 강력부 사무실(아침)
철중이 벌컥 방문 열고 들어가자 여직원, 40대의 박계장, 김계장, 20대의 강석신 수사관(씩씩한 느낌)과 30대, 40대의 수사관들이 일제히 바라보는데
철중 “(반갑게 손들고) 하이! 별일 없었죠?”
그 가운데 무서울 만큼 점잖을 떨고 목소리를 까는 수사관 석신이 슥 앞으로 나온다.
석신 “특별한 일이 있었습니다.”
철중 “(계속 웃으며) 뭔데?”
석신 “(깍듯하게 목례하며) 축하드립니다.”
의아한 철중.
천천히 고개 드는 석신, 아주 느끼한 미소를 짓고 있다.
석신의 미소에 따라 미소하는 철중.
CUT TO
그 크기 그대로 일그러진 철중의 얼굴 C.U. 되고 그 위로
최영섭 “(O.L.) 맞습니다. 위즐 나이트 저희가 접수할려구요....치구 박다가 뱀눈하구 쌍칼 하구...고의가 아니라..어쩌다가 머리를 그냥 좀 잘못 쳐서....”
화면 넓어지면 강력부 사무실.
철중이 가운데 책상에 앉아있고, 그 앞에 포승에 묶인 엄청난 덩치의 사내 셋이 앉아있다.
좌우로 늘어진 책상에 계장과 수사관들이 앉아 있거나 걸쳐 서있고,
모두 세 사내의 진술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강동일 “(고개 끄덕이며) 기물 파손한 것도 인정하구요..”
김이석 “(껄렁껄렁하게) 최사장 개새끼 협박으루두 걸었죠? 그것두 뭐...없는 얘기 아니니 까 인정하죠.”
세 사내를 쭉 훑어보고 후....깊은 숨을 내쉬는 철중. 더 이상 미소 짓는 얼굴이 아니다.
조용히 시간이 흐르자 모두 초조한 기색을 띄고
그러다가 씨익- 웃는 철중.
너무 무서워져 얼떨결에 따라 웃는 사내 셋.
최영섭 “(뒤를 돌아보며) 박계장님, 저기, 조서에 저희가 지장..”
철중 “(말 자르며)안테나 왔었냐?”
최영섭 “(화들짝 놀라 철중을 보며) 예?”
철중 “안테나가 광진파, 순식파 연합하는 거 들키느니 위즐나이트 한 건으루 정리하는 게 낫다구, 인정하라구 했지?”
최영섭 “(억지로 웃으며) 아니 무슨...안테나 형님 못 뵌 지가 언젠데..”
철중 “(최영섭을 보면서 씩 웃고 고개 끄덕이며) 음..”
최영섭 “(땀 뻘뻘 흘리며 시선 피하다가 벌컥 화내며) 그 동안 조사하시던 거 그냥 다 인 정 한다구요.”
철중 “(일어서며) 어제 얘네 면회 온 거 누군지 체크해서, 안테나 없으면 73년생 선영 규, 82년생 안상욱, 83년생 정승환, 85년생 최한솔.”
정신없이 받아 적는 수사관들과 계장들.
철중 “(멈칫 생각이 나지 않는 듯 인상 쓰며) 팔이..팔삼...팔오...누가 빠졌는데...”
생각해내려는 듯 최영섭을 째려보는 철중
반사적으로 움찔거리며 시선 피하는 최영섭.
철중 “(혼자 웅얼거리듯)팔공공오일팔...(수사관들 보며)아, 팔공년생 최용욱이, 팔일년 장 기현이..걔네들 중에 하나가 있을 거야. 그 놈이랑 안테나 들어오라고 하구, (서류 철 탕탕 정리하며) 위즐 나이트건하고 광진, 순식, PDA파 연합 건하고 묶어서 다 시 갑시다.”
자기 집무실로 들어가는 철중.
최영섭 “(강동일 보며) 야 한솔이 형님...아니 최한솔 그 개새끼...85년이었냐?”
강동일 “(넋이 나가) 전 영규 형님 73년 생인 것두 지금 알았는데요...(그러다가 생각난 듯 벌떡 일어서서)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구요, 피의자가 인정한다는데 이게 뭡니까, 도대체!”
강석신 “(뒤로 다가와 강동일 어깨 잡아 앉히며)그게 우리 검사님 스타일이다, 스타일”
최영섭 “(어이없고 억울해서) 아니 그래서, 두 달 동안 조사해온 거 다 엎어버리구 새루 시작한다구요?”
박계장 “(한숨 팍팍 쉬며 서류철 꺼내고) 한 번에 끝내시는 경우가 없어요, 한 번에. 고구 마 줄기 캐듯이 줄줄이 엮어 놔야 속이 풀리지.”
석신 “(박계장에게, 진지하게) 박계장님”
박계장 “어, 왜?”
석신 “지난주보다 스마일이 좀 진해진 것 같지 않습니까?‘
씬6. 집무실(아침)
서류를 훑어보고 있는 철중.
테잎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따라하고 있다.
여자 “(N) 치-즈-에 너무 질리셨다구요? 그럼 이런 발음으로 연습해볼까요? 위스키-!”
철중 “위스키-! (그러다 문득 고개 들고 아주 진한 발음으로, 마치 욕설처럼) 시베리안 허스키-! 스와로브스키-!”
그리고는 아주 흡족한 듯 킬킬거리며 서류를 읽어나간다.
씬7. 골프장 전경 (낮)
잘 다듬어진 초특급 골프장의 전경.
멀리로 양복을 입은 승우와 수행비서 정훈, 보디가드 풍의 사내1,2와 50대의 김사장이 골프장을 둘러보는 모습이 보인다.
김사장 “설비나 잔디 상태나 구조나...,뭐 내가 자네 선친 살아계실 때부터 맘에 뒀던 곳인 데 불만이 있을 리 있겠나. 그냥 좀 궁금할 뿐이지”
승우 “(웃으며) 궁금하시다뇨?”
김사장 “그 쇠심줄 같은 안이사를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말이야. 이 골프장에 목숨 걸었잖 아, 그 양반”
승우 “이사장이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매각을 결정한 일이면 이사가 협조해야하는 것 아 니겠습니까?”
김사장 “(은근슬쩍 승우의 어깨를 툭툭 치며) 에이, 이 사람...선수끼리 왜 이러나...나한텐 솔직해도 되지. 얼마에 쇼부 본건가?”
승우 “(미소하며) 그런 일 없습니다, 김사장님”
김사장 “(슬쩍 비웃는 느낌으로, 반쯤 협박조를 담아) 그래? 매매 계약서 도장 찍는 날까 지 공동 명의자 코빼기두 못보구 도장 찍어도 될까 모르겠네. 내 돈 주구 산 골프 장, 들어오는 건 두 달 뒤구, 어디 가서 샀단 얘기두 하지 말라구 그러구.”
승우 “(걸음 멈추고 서서) 조건에 합의가 돼서 계약하신 것 아닙니까?”
김사장 “(호기롭게 웃으며 승우 어깨를 툭툭 치고) 알어, 알어. 그 조건으루 싸게 샀지. (의 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그냥 어쩐지 자네하고 가깝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말 이야.”
잠시 보는 승우.
김사장이 앞서 걸어가고.
김사장의 뒷모습 보다가 피식 웃는 승우.
씬8. 골프장 사무실 (낮)
골프장이 한 눈에 훤히 내려다보이는 사무실 테이블에 마주 앉은 김사장과 승우.
승우의 뒤로는 수행비서 정훈이 서있다.
두 개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 서로에게 건네며 계약을 마치는 두 사람.
정훈이 문 쪽으로 슬쩍 갔다가 냉장고쪽으로 다가간다.
김사장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으며) 참....정말....자네 아버님한테 여기 공동 운영하자고 제안했다가 천박한 장사치 발 들일 곳 아니라구 문전박대 당했던 거 생각하면...”
그러다가 멈칫하는 김사장. 수건에 콜라 캔을 꺼내 싸는 정훈을 본다.
김사장 “(수건에 싼 콜라 캔을 승우에게 건네는 정훈을 보며) 지금...뭐 하는...”
하는데 승우가 테이블 아래로 다리를 뻗어 김사장의 의자를 밀어 넘어뜨린다.
그러자 김사장에게 다가가 수건에 묶은 캔으로 김사장의 복부를 엄청난 힘으로 내리치는 정훈.
커억- 흰 거품을 뿜는 김사장.
충격이 너무 큰 듯 소리도 제대로 지르지 못한다.
조용히 계속 내리치는 정훈.
김사장이 사지를 부들부들 떨며 숨이 넘어갈 듯하자 천천히 일어서는 승우.
그제야 손을 멈추는 정훈
승우 “(김사장을 내려다보며) 내가 버린 찌꺼기 줏어먹구 케케묵은 상처를 씻든 가문의 영광으루 삼든 상관없지만....같잖은 협박으루 나를 같은 부류로 삼고 싶어 하면..... (차마 말을 다 하지 못할 만큼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오늘 일, 갚고 싶으면 사람 사서 날 죽여. 어설프게 복수하다 실패하면...평생, 오늘 죽지 못한 걸 후회하 면서 살게 될 거야.”
정훈은 그 사이 콜라를 다시 냉장고에 정리해 놓았다.
승우가 나가고.
정훈, 김사장을 일으켜 의자에 앉힌다.
정훈 “겉으로는 멍 하나 남지 않습니다. 병원 가서도 당장은 2주도 나오지 않습니다. 공 연한 수고 마십시오.”
승우의 뒤를 쫓아 나가는 정훈.
씬9. 명선 고등학교 강당 (낮)
전면에 [ 명선 장학재단 발족 및 1기 장학생 장학 증서 수여식]이라는 플랜카드가 붙어있다.
단상에는 승우가 학생들 하나하나에게 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단상 위 아래로 방송 신문사의 카메라가 포진해 있다.
씬10. 호텔 연회장 (밤)
[명선 골프 장학회 제 1기 후원회의 밤]이라는 세련된 CG 화면이 천장과 벽에 떠다니는 연회장.
한 눈에 보기에도 정재계 유력 인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다.
승우의 주변으로 그런 사람들 대 여섯 명이 몰려 서있다. 40-50대 유력인사들의 느낌이다.
승우의 바로 뒤에 그림자처럼 붙어있는 정훈.
정훈 “(승우에게 낮은 소리로) 한서뱅크 최행장님이십니다.”
최행장 “(악수를 청하며) 매스컴으로 뵙던 모습보다도 출중한 인물이십니다.”
승우 “(악수하며) 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최행장 “별말씀을요. 이렇게 훌륭한 일에 불러주셔서 영광입니다.”
정훈 “(옆의 신사에게 시선을 주며)서문 방송 차국장이십니다. 편성 담당이십니다.”
차국장 “(악수 청하며) 진작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승우 “꿈나무 특집 방송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차국장 “좋은 소재를 제공해주셨는데 제가 더 감사할 일이죠.”
신사3(이하 부총재) “(그들에게 다가오며) 우리 젊은 이사장 너무 유명해지셔서 이제 나 같은 늙은이는 필요 없어지는 거 아닌가?”
최행장, 차국장이 부총재에게 인사하고.
정훈이 입구를 향해 슬쩍 눈치를 주면
입구의 경호원들 길을 열어주고, 기자들 들어온다.
승우 “(웃으며) 부총재님께서 만들어주신 후원회원들이신데, 시기하십니까?”
부총재 “(다정하게 승우의 어깨를 짚으며) 시기 하지, 그럼. (승우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대한민국 차세대 중에 우리 조이사장만한 그릇, 눈 씻고 찾아봐도 없거든.”
기자들, 다가와 퍼퍼퍼펑- 사진 찍고.
승우, 최행장, 차국장, 부총재와 나란히 서서 외교적인 미소를 지어 보인다.
씬11. 강력부 (밤)
앞서의 세 명이 수사관들, 계장들 앞에 앉아 조서를 작성하고 있고
문 열리며 두 명을 더 엮어 들어오는 석신.
사무실 전체가 어수선하고 복잡한 느낌이다.
그 때, 벌컥 집무실 문 열고 나오는 철중.
일순 조용해지며 철중을 보는 일동.
씩- 웃는 철중.
철중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찰 둘을 보고) 앞으로 세 시간 동안 이 방에서 전화사용 금지. 알겠습니까? (수사관들과 계장들을 보고) 집합합시다.”
에...? 의아한 얼굴의 일동을 뒤로 두고 저벅저벅 걸어 나가는 철중.
씬12. 소회의실 (밤)
소회의실 열고 들어가는 철중. 뒤따라 들어오는 수사관들, 계장들.
방 안에 대기하고 있던 강력반 반장과 형사들 십 여 명이 벌떡 일어선다.
철중 “(반장에게 악수를 청하며) 급하게 요청해서 미안합니다.”
반장 “별말씀을요”
철중 “안테나파 제대루 정리해봅시다.”
인원 정렬하고 전면의 책상 앞으로 가서 서는 철중.
철중 “우리가 위즐나이트 건 빌미로 3파 연합에 대해 전격 수사 시작한다는 정보 흘린 지 딱 30시간 지났습니다. 지금쯤 모여서 머리 굴리면서 이빨 맞추고 있을 겁니다. (시계 보며) 23시 30분 기점으로 습격해서 광진, 순식, PDA파 행동대장급 이상 30명 체포 목표입니다.”
아...! 저런 속셈이었어...? 하는 느낌으로 서로를 보며 감탄하는 수사관들.
흠...역시...하는 느낌으로 팔짱끼고 고개 끄덕이는 석신.
철중 “세 개 파가 모여 있으니까 반항이 만만찮을 겁니다. (반장 보며) 총기 소지 점 검..?”
반장 “했습니다.”
철중 “(형사들 중 하나를 보며) 박진우 형사, 딸 예쁜가? 이제 한 달 됐지?”
형사1 “(씩 웃으며) 예, 저 안 닮았습니다.”
철중 “다행이네.(형사2 보며) 장모님 입원하셨다면서, 괜찮으신가?”
형사2 “어제 퇴원하셨답니다.”
철중 “못 가봤군. 늙어서 밥 얻어 먹구 살라믄 처갓집에 잘 해야 된다는데(반장 보며) 밥 하는 법 가르쳐 주든가, 집안 관리할 만큼은 시간을 주든가 하셔야 이 사람들 늙어서 안 굶을 텐데.”
반장 “밥하는 법을 검사님이 가르쳐 주시죠”
킥킥 웃는 형사들.
철중 “오늘 30명 체포 달성하면 강철중 요리 특강 있습니다. 각목, 야구 방망이까지는 오케이, 과도, 사시미 연장급 이상이면 발포 허가합니다.”
술렁이는 형사들.
철중 “나쁜 놈 인권 보호하다가 내 사람 피 쏟는 꼴, 난 안 봅니다. 내가 책임 질 테니 까, 알겠습니까?”
형사들 “(우렁차게) 예!”
철중, 움직이자 우르르 몰려나가는 형사들.
철중도 뒤따라 나가는데 들어오는 신일과 마주친다. 석신, 나가려다가 멈춰 서서 기다리고 있고.
신일 “출동인가?”
철중 “예.”
그리고는 점잖게 뒷짐 지고 서있는 신일.
조금 초조한 느낌으로 출구를 보다가 신일과 눈 마주치고.
씩 웃는 철중.
신일 “(마주 씩 웃으며) 작전 종료 보고 받을 때까지 나랑 저녁이나 먹을까?”
철중 “저녁 먹었습니다.”
신일 “그럼 야식하지, 뭐.”
철중 “부장님”
신일 “말해. 다 들어준다. 지금 현장 쫓아 나가서 가로 뛰구 세로 뛰는 거 하겠다는 것 만 빼구”
철중 “아니, 검사라구 현장 나가지 말라는 게 말이 안 되잖습니까?
석신 “(두 손 가지런히 모으고 서서) 말씀이 되지요.”
철중 “뭐?”
석신 “첫째, 검사는 검사로서의 품위를 유지해야 하니까 현장 출동은 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신일 “그렇지.”
석신 “둘째는 업무의 분담과 자기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검사는 범죄에 대한 조사와 감찰 을 하는 것이고 그에 따른 체포 현장은 수사관이 맡는 게 옳다는 것입니다.”
신일 “(눈 감으며) 옳지.”
석신 “세 째는 강철중 검사께서 출동한 현장은 언제나 유혈사태로 종결된다는 이유인 데...”
신일 “(눈 뜨며) 강석신 수사관, 정말 할 수만 있다면 강철중이랑 바꿔서..”
하다가 멈칫하며 두리번거리는 신일.
철중은 이미 자리에 없다.
석신 “(말하던 자세와 말투 그대로)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이놈들한테 당했다..싶어 뭔가 말하려는데
석신 “(머리 숙여 인사하며) 수사관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고 나쁜 놈들 잡아오겠습니 다.”
더 이상 뭐라 말 못하고 헛웃음 웃는 신일.
씬13. 룸살롱(밤)
와장창 깨지는 양주병.
화면 넓어지면
민간인들은 출구로 빠져 나오고
수사관과 형사들은 들어가고
조폭들은 뒷문으로 도망치기 시작하는 현장.
민간인들을 한쪽으로 대피시키면서 조폭 들을 쫓는 수사관들.
보스급들을 호위하며 내실에서 나온 조폭들, 뒷문으로 도망가려는데
형사들 몇이 뒷문으로 뛰어 들어오고.
조폭1 “(눈치를 보다가 앞문을 보며) 뚫어!”
그러자 앞으로 달려 나가는 조폭 막내들.
각목으로 형사들에게 대항하는데
살벌하게 생긴 조폭 몇 놈이 신문지에 쌌던 사시미칼을 풀어내며 눈빛을 빛낸다.
형사들, 주춤하고
그 때, 뒷문으로 뛰어 들어 오다가 상황 보고, 멈칫하는 석신.
재빠르게 소파 뒤로 자세를 낮춘다.
뒤따라 들어오던 철중도 석신 뒤로 자세를 낮추고.
철중의 pov로 보이는 조폭 두목 급들.
철중 “광진이, 순식이, 안테나...오케이 다 있다. ”
석신 “(자세 낮춰서 움직이며) 잡아오겠습니다.”
철중 “석신아 .”
몸조심하라는 눈빛으로 따뜻하게 바라보는 철중.
철중 “(눈빛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제대로 조져”
씩- 웃고 접근하는 석신.
그 사이 살벌하게 사시미를 휘두르는 놈들 때문에 조금씩 밀리는 형사들.
반장의 시선으로 놈들 뒤쪽으로 접근하는 석신이 보이고.
반장 “(총 꺼내 겨누며) 내려놔 자식아!”
조폭1 “빈 총 들고 쑈하는 거 지겹지두 않나?”
반장 “빈 총인지 아닌지 해 볼까, 자식아?!”
조폭1 “(소파 딛고 도움닫기 하며 날아올라 칼로 찍을 자세 취하며) 해 보자구, 자식아!”
순간 석신이 소파의 등받이를 짚으며 돌려 찬 다리로 조폭1의 다리를 걸어 엎어뜨리고.
반장, 기다렸다는 듯 조폭1에게 달려들어 수갑 채우고
형사들 몇이 가세하고,
몇 명은 보스 급을 체포하러 달려드는데
순간 쾅- 꺼지는 실내등.
어둠 속에서 놀라는 철중.
와장창- 컥- 으악- 비명만 들리는 가운데
누군가 쓰러지면서 잠깐씩 들어오는 무대 조명을 통해 상황이 보이는데
형사들이 밀리고 있다.
그 잠깐의 조명을 틈타 아수라장으로 뛰어가는 철중.
어둠 속에서 소리치는 철중.
철중 “나 서울지검 강력부 강철중 검사다! 조명갖구 장난친 새끼 수괴루 엮는다, 불 켜!”
그러면서 타앙- 울려 퍼지는 총성.
마지막 말과 동시에 팟- 밝혀진 불.
일순 정지되는 동작들.
반장이 바닥에 누운 채 총을 쏜 자세로 있고
반장을 향해 내리꽂히던 사시미칼, 그 칼날을 두 손으로 잡고 있는 석신과 철중.
칼날 끝은 반장의 목 바로 위까지 내려와 있다.
칼 잡고 있는 조폭2는 머리칼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상태.
철중 “체포해. 끝까지 반항하는 놈을 수괴로 보고, 순순히 체포에 협조하면 단순가담으 로 인정한다. 범단 수괴는 15년 이상, 꼬래비는 일년두 안 먹는 거 알지?”
그러자 보스급 세 놈이 앞 다투며 형사들 앞으로 수갑 받으러 나온다.
철중, 석신, 칼날 잡은 채 조폭2를 쫙- 째려보면
조폭2, 깜짝 놀라 손잡이 놓고.
그 바람에 조금 미끌, 하고 내려가는 칼.
헉- 놀라는 반장.
다시 사시미칼 고쳐 잡는 철중과 석신.
철중 “강석신 수사관, 이거 증거물 1호로 채택할 거니까 좀 놓지”
석신 “증거물 수집, 보고가 제 임무입니다. 검사님께서 놓으시죠.”
철중 “강수사관”
석신 “검사님”
철중 “야!”
석신 “형!”
눈빛으로 기 싸움하는 두 사람.
석신 “스마일!”
그러자 반사적으로 웃는 철중.
순간, 샥- 칼을 빼버리는 석신.
이겼다...하는 표정으로 웃는 석신.
흠.....그랬다 이거지...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철중.
씬14. 회의실 앞 복도(새벽)
열려진 문틈으로 보이는 회의실 풍경. 툴툴거리며 회의실 하나 가득 모여 있는 조폭들. 수 십 명은 족히 돼 보인다.
문 닫는 철중.
돌아서면 수사관들과 형사들이 서있다.
철중 “(반장에게 악수 청하며)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우나에서 헤쳐 모여 하시죠.”
일동 “예!”
모두 돌아나가는 데 부르는 철중.
철중 “강석신 수사관”
석신 “(철중에게로 돌아서며) 예”
철중 “압수 수색영장 청구해서, 쟤네들 아지트 세 군데 털어야지.”
석신 “지금...요?”
철중 “쟤네 삭 거둬왔으니까 아지트에 증거가 만발이겠지. 증거물 수집, 보고가 수사관 의 임무라면서요?”
석신 “검사님.”
철중 “네”
석신 “명령을 내릴 적절한 때를 가리는 것은 검사의 절대 미덕입니다.”
철중 “네...그렇군요. 미덕 너 하세요, 자식아.”
억울한 표정의 석신.
빨리 안 움직여..? 하는 표정으로 보는 철중.
몇 걸음 옮기다가 돌아보는 석신.
석신 “형은 뭐 할 건데요?”
철중 “(회의실 문 열고 들어가며 빙긋 미소) 연애!”
씬15. 회의실(새벽)
문 열고 들어와 조폭 들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앞으로 나가는 철중.
철중 “아이구...안 보는 사이에 등짝에 살 붙은 거 봐라,이거..참 (조폭1의 소매를 걷으 며) 750213 기만석이...문신하다 덧난 거 낫냐? (두드러기처럼 된 팔뚝을 보며) 문 신을 야매루 하면 이렇게 된다니까. (맨 앞의 책상으로 가서 앉으며) 자, 지금부터 시작하는데, 사전 교육 들어가겠습니다.”
눈으로 보스급 셋을 보는 철중.
보스급, 셋 아이씨...쪽팔리게...하는 느낌으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철중 “자, 너희 같은 자들을 네 글자로...뭡니까?”
보스급 셋, 뭔가 우물우물 거리고.
철중 “(조서 파일 하나씩 넘기며) 네 글자 뭡니까?”
보스급 “공공의 적입니다!”
철중 “(씩 웃으며) 자, 시작합시다. 공공의 적 여러분.”
씬16. 회의실 앞 복도(아침)
하품하면서 나오는 철중.
울리는 핸드폰.
철중 “어, 웬일이냐? .....동창회 지난달에 했잖아. 뭐...? 됐다. 됐네요. 검사 월급 명세서 뵈줄까? 절대 전혀..잘 나가지 않거든요. (계속 웃으며) 됐다. 끊는다.”
하품을 길게 하고 기지개를 켜는 철중.
맞은편에서 거의 시체처럼 졸면서 오는 석신.
철중 “압수 수색 영장!”
손에 든 영장을 들어 흔들어 보이는 석신.
그렇게 든 손에 하이파이브 하듯 손을 맞부딪치는 철중.
그 때, 철중의 앞 쪽, 다른 방 문 열리고 나오는 차장 검사 박차장. 인심 좋고 후하게 생긴 얼굴.
박차장 “강검사, 내가 급행으루 영장 오케이했다.”
철중 “(꾸벅 인사하며)감사합니다.”
박차장 “감사하긴. 열심히 뛰어. 팍팍 밀어줄 테니까. 김부장이 발목 잡으면 나한테 일러!”
철중 “(웃으며) 예, 차장님.”
씬17. 김신일 집무실 (저녁)
서류에 눈길 준 채로 뭔가를 계속 쓰며 이야기하는 신일.
김신일 “작전 수행 공간에서 일반인에 대한 안전장치나, 경고 등의 사전 조치 없이 밀어붙 인 검사의 폭주로 인해 부상자 12명, 파손 집기 약 420만원 어치...”
눈 들어 철중 보는 김신일
김신일 “형사들한텐 총질하라고 사주하구, 검사는 손으로 칼날 잡고...수사관두 싫으면 스 턴트맨 자리 알아봐 줄까?”
철중 “일석 삼십조...했는데.....”
김신일 “(수북히 쌓인 서류철을 툭툭 내리치며) 그래서 검사의 폭행, 과도한 진압 행위에 대한 고소장도 삼십 개다.”
철중 “부장님”
김신일 “법 왜 배웠어?”
철중 “...식사 안하세요? 제가 사겠습니다.”
김신일 “검사가 수사관 밥그릇에 숟가락 담그는 게 재미냐?”
철중 “소주두 살게요.”
김신일 “강철중..너 내가 맨날 그냥 하는 소린 줄 알지?”
잠시 멀뚱히 보는 철중.
철중 “(머리 벅벅 긁으며) 시말서 써오겠습니다.”
돌아서는 철중.
문고리 잡는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
김신일 “껍데기 집...?”
씩 웃으며 돌아보는 철중.
씬18. 껍데기집 (저녁)
지글지글 먹음직스럽게 구워지고 있는 돼지고기.
김신일 “(E) 이건 이거구, 진짜 좀 어떻게 해야 돼 너. 알어?”
화면 넓어지면 마주 앉아 식사 중인 철중과 김신일.
철중 “(아무 자극 안 된다는 얼굴로 고기를 뒤집으며) 추가해요?”
김신일 “(빈 술병 들어 보이며) 이것두 500년 전부터 비었다”
철중 “(고개 돌리며) 아줌마, 여기 백세주요.”
다시 테이블로 고개 돌리면 철중 앞에 놓여있는 새 핸드폰 하나.
집어 들고 이게 뭐냐는 듯 신일 보는 철중.
신일 “(고기 먹으며) 그걸루 써. 24시간 켜놓구.”
철중 “(감격했지만 드러내지 않고, 억지로 웃음 참으며) 선물...이예요?”
신일 “(입 안에 고기 잔뜩 넣은 채로) 그거 갖구 있으면 니 위치 다 추적되거든. 내 핸 드폰으루. (자기 핸드폰 꺼내 보여주며) 봐라, 자 이거.”
빈정 상해서 표정 일그러지는 철중.
하다가 멈칫하더니 텔레비전을 보는 철중.
신일 “(철중 툭툭 치며) 잘 보라고. 이거 강력부 비품으루 산 거니까, 이거 꺼놓거나 잃 어버리면 국가 재산 유실이다. 알았어?”
그래도 계속 텔레비전 보는 철중.
그제야 철중의 시선을 따라 텔레비전을 보는 신일.
가게 한 구석의 텔레비전 수상기에 승우의 장학증서 전달식이 보도되고 있다.
아나운서 “(E)명선 학원의 조승우 이사장이 취임 1년, 재단의 거의 모든 재산을 정 리하여 글로벌 인재 육성에 전념하겠다는 행보에 교육계는 물론 사회 각층에서 관 심을 갖고 있습니다.”
김신일 “알어?”
철중 “(쓴 웃음 지으며) 은인이요.”
김신일 “은인?”
철중 “고등학교 동창인데...저 새끼 돈 많았거든요, 전 돈 없구..저 새낀 쌈 잘했구..”
김신일 “너두 쌈 잘하잖아.”
철중 “(웃으며) 저 새끼 땜에 그렇게 된 거구, 그 땐 호구였어요. 저 새끼 집안 빵빵하 구, 우리 집 뭐..”
김신일 “(피식 웃으며) 또 있네.”
철중 “뭐요?”
김신일 “(화면 보며) 잘 생겼네..”
어이씨...하는 느낌으로 김신일을 보는 철중.
철중 “아무튼 뭐...저 새끼 땜에 검사 하겠단 생각 먹었으니까 은인은 은인이죠.”
김신일 “(젓가락 탁 내려놓으며) 야 ....니가 그런 불순한 의도로 검사질을 하니까 사고가 끊이지를 않는 거야. 신성한 검사직을..”
철중 “부장님, 공무원 윤리 헌장하구 검사 윤리 강령하구 공무원 윤리 헌장 실천 강령, 검찰 민원 행정 서비스 헌장, 공무원의 신조 5개항...외워요?”
김신일 “(어안 벙벙) 뭐..?”
철중 “그거 다 합쳐서 숫자 빼고, 마침표 빼고, 쉼표 빼고, 괄호 빼고 글자만 따지면 2881자 거든요. 저 그거 다 외워요. 저 서울지검에서 제일 윤리적인 검사에요.”
할 말을 잃고 잠시 보는 김신일
김신일 ·“(다시 젓가락 잡으며) 집요한 새끼...”
씬19. 종합 병원 외경 (밤)
정문에 멈추는 최고급 승용차.
수위가 달려 나오고, 지나가던 몇 몇 의사도 발길을 멈춘다.
차에서 내리는 승우.
수위와 의사들, 깍듯이 인사하고.
가볍게 목례하며 들어가는 승우.
씬20. 병실 (밤)
넓은 공간과 원목의 가구로된 응접실.
한쪽 벽면이 유리로 돼서 병실이 보이고 유리벽 이쪽은 응접실로 돼있다.
병실 침대에는 승우의 형 승준이 산소마스크를 쓰고 의식불명인 채 누워있다.
응접실에 앉아있는 것은 60대의 신사. (이하 효준) 단정하고 고집스러운 외모다.
문이 열리고 승우가 들어온다.
잠시 돌아본 효준.
승우도 효준을 볼 뿐, 인사도 없다.
승우가 병실로 다가가자 일어서는 효준.
병실로 들어가려는 승우의 길을 슬쩍 막는 모습이다.
보는 승우,
효준 “세상만사가 다 니 뜻대루 될 줄 알지. 할아버지 아버지가 평생을 두고 쌓아올린 재단 재산 다 팔아서 니 배 불리겠다는 작정..”
승우 “(말 자르며) 뉴스 안 보십니까? 글로벌 시대에 글로벌 인재를 키우겠다는 겁니다. PGA 정복하려면 PGA 시합이 열리는 골프장에서 쳐 봐야죠. 국내에서 발버둥 쳐 봐야 개구리 수 십 마리 키우는 겁니다.”
효준 “(비웃으며)세상 사람이 다 속아주고 장단 쳐주니까 내 눈도 가릴 수 있을 줄 알았 냐? 니가 인재를 키워? 다 팔아치운 돈 해외로 빼돌려 니 놈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서 살 작정인 거 내가 모를 것 같아?!”
승우 “안이사님....”
효준 “명선학원 재산이 무슨 돈인데! 이 나라에서 부모들이, 자기 자식 잘 키워 달라고, 안 먹고 안 입고 낸 등록금 모인 거다. 이사장님이 평생 비싼 옷 한 벌 안 해 입으 신 이유가 뭔지 넌 모르지. 알 수 없지. 가진 거 없는 나라, 다음 세대 잘 키워야 되는데, 그거 하라고 모인 돈은 돈이 아니라 소망이야...그걸 돈으로 보는 놈은 명 선을 맡을 자격이 없어.”
승우 “안이사님. 저 명선 이사장입니다.”
효준 “이사장 대행이지! 승준이 깨어나면..”
승우 “(웃으며)깨어나면요...깨어나면...그렇죠. 그러면 형이 이사장이죠.”
효준 “승준이가 못하면 내가 한다.....썩을 대로 썩은 네 놈이 무슨 짓 했는지 다 밝혀서! 지은 죄만큼 죄 값 받게 하고 명선 이름 살려놓는다. 그래야 죽어서라도 이사장님 뵐 면목이 서지.....(분노와 슬픔으로 얼굴이 일그러지며) 이사장님이 네놈이랑 단 둘이 여행가신다고 할 때부터....말렸어야 됐는데.....”
승우 “아버님 심장 발작도 제 책임입니까?”
효준 “이사장님 돌아가시고 2주 만에 승준이 쓰러진 게 죄다 우연이고 사고냐?!.”
후....한숨 쉬며 빙긋이 웃는 승우.
승준의 병실 쪽으로 걸음 옮기려는데 막아서는 효준.
효준을 보는 승우.
조용히 웃더니 한걸음 뒤로 물러선다.
그리고 문 쪽으로 가서 손잡이를 잡고 돌아본다.
승우 “안 이사님...건강하세요.”
나가는 승우.
씬21. 병원 복도.
천천히 걸어나오는 승우의 얼굴이 무섭도록 굳어져있다.
씬22. 거리 (새벽)
가로수에 가려 가로등 불빛도 어두운 한적한 거리.
오가는 차는 보이지도 않고 인적도 없다.
그 한 쪽에 주차된 승우의 차.
차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며 들고 나온 휴대폰으로 전화를 거는 승우.
승우 “방법은 알아서 해.”
전화를 끊은 승우.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하다가 그대로 전화기를 가로등에 던져 악살을 낸다.
그리고 담배를 던져 버리고
차에 올라탄다.
시동을 걸고 기어를 넣는 승우.
그 때, 창문을 두드리는 그림자.
돌아보는 승우.
창 밖에는 60대의 늙은 환경미화원이 서서 창을 내려보라는 손짓을 한다.
창을 내리는 승우.
미화원 “(승우가 버린 꽁초를 손에 들고 보이며) 이렇게 좋은 차타고 다니시면서 이러시면 보기 안 좋아요.”
하...오늘 참 여러 가지네...하는 느낌이 되는 승우.
미화원 “(미소하며) 꽁초 버려서 쓰레기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낙엽에 불붙으면, 큰 불도 되거든요. 앞으로 좀 주의해 주세요.”
대답 없이 차를 출발시키는 승우.
등 뒤에서 미화원이 소리치는 것이 들린다.
미화원 “(E) 자식 같은 젊은이라서 말한 거니까 언짢아하지 마요”
승우의 한 쪽 입 꼬리가 비틀려 올라간다.
차를 유턴시키는 승우.
라이트를 끈다.
앞 유리창을 통해 저만치 앞에서 낙엽을 쓸고 있는 미화원이 보인다.
서서히 액셀을 밟는 승우의 발.
급하게 올라가는 계기판의 RPM.
무심히 돌아보는 미화원.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 퉁- 차에 받히는 미화원의 몸뚱이.
백미러로 도로에 널부러진 미화원을 확인하는 승우,
승우 “천하게 살아도 목숨 귀한 줄은 알아야지, 영감. 분수를 모르니까 이렇게 되잖아.”
차를 출발시키려다가 멈칫하는 승우.
앞에서부터 놀란 얼굴로 비틀비틀 다가오는 할머니 한 명이 보인다. 공공 근로자용 조끼를 입고 있다.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지만 다가오며 “영감...영감...”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쫓아오던 할머니, 어느 순간 놀란다.
그리고 급하게 뒤 돌아 달려가기 시작한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이 급격하게 가까워지더니 화면을 덮어오며 쿵- 엄청난 충격음.
그대로 할머니의 몸뚱이는 사라져 버리고
텅 빈 도로 멀리로 사라지는 차 소리가 들린다.
화면 넓어지면 미화원과 할머니의 시체가 뒹구는 도로가 보인다.
씬23. 서울지검 입구 (아침)
출근하는 철중.
입구를 지키는 경찰들의 경례에 인사하면서도 골이 울리지 않게 조심하는 자세가 다소 우스꽝스럽다.
고개 숙이다 멈칫하는 철중.
그의 시선 속으로 민원실 앞 의자에 앉아있는 효준이 보인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꼿꼿하고 바른 자세로 앉아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시선을 가리며 불쑥 끼어드는 얼굴, 강석신 수사관.
강석신 “뭐하십니까?”
철중 “(고개 휙 들며) 어?!”
그러다가 골이 크게 흔들려 찡그리는 철중.
강석신, 오토바이 헬멧을 옆구리에 끼며 점잖게
강석신 “왜 아직도 절 보면 아침마다 놀라시는 겁니까?”
철중 “(머리 꾹꾹 누르며) 목소리랑 오토바이 헬맷이랑...결정적으루 니 나이가 스물다섯 이란 거랑...도무지 조화가 안 되거든.”
석신 “검사님이 검사님이라는 거랑, (손들어 보이며 철중 흉내내고) 하이- 만큼 부조화 스럽습니까?”
이 자식이...하는 느낌으로 보는 철중.
씩 웃으며 보는 석신.
그 때, 두 사람 앞으로 다다다다- 뛰어나오는 젊은 조검사.
조검사, 철중 미처 보지 못하고 달려가며 양복상의 단추를 채워 입는다.
조검사 “선생님..”
조검사를 따라 시선 돌리는 철중.
보면, 효준에게 달려가 인사드리는 조검사.
그 깍듯함이 눈에 뜨일 만큼 정중하고, 인사를 받는 효준의 당당함도 인상적이다.
cut to
"그냥 시켜 먹지..뭘 굳이 나가”“ 하루에 한 번은 콧김을 쐬야죠.” “뭐 먹지?”등등 떠들면서 현관으로 나오는 철중, 강석신, 박계장 등 철중네 방 사람들.
그러다가 멈칫하는 철중.
효준이 아침과 똑같은 자세로 앉아있다. 고집스럽고 화가 난 모습이다.
cut to
퇴근하는 모습으로 나오는 철중.
그 때 로비 저쪽에서 다소 크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 억누르려 하지만 뭔가 비져 나오는 슬픔 같은 것이 느껴지는 목소리다.
효준 “(V.O) 내가 아닌 걸 그렇다고 말할 사람인가! 내가 자네한테 그렇게 밖에 안 뵈는 게야?!”
돌아보는 철중.
젊은 조검사가 민망한 듯한 표정으로 서있고 효준은 노기에 부들부들 떨고 있다.
씬24. 조검사 집무실 (밤)
피곤한 표정으로 일하고 있는 앞 씬의 젊은 조검사.
일 하다가 신경질이 나는 듯 볼펜을 탁 내려놓는데
들어오는 철중.
철중 “(음료 캔 하나를 책상에 내려놓으며)뒷 골 땡길 땐 파 보든가, 완전히 접어버리든 가 해야지..볼펜한테 신경질 낸다고 해결이 되나”
조검사 “예...?”
빤히 보는 철중.
알아들은 듯한 조검사.
조검사 “보셨어요?”
철중 “누군데? 아버님 친구 분? 당숙?”
조검사 “아뇨...고등학교 때 선생님이요....선생님이 이사로 계시는 재단...이사장이 1년 전에 교통사고 당해서 혼수상탠데 그걸 재조사 해달라구요.”
철중 “교통사고?”
조검사 “...오토바이랑 엮인 뺑소니 사고였는데....포인트는 그게 아니구 그 동생이 지금 이 사장 대행을 하는데, 선생님 주장은 그 동생이 조작한 사고였을 거라는 거죠.”
철중 “그렇게 생각하실 이유가 있나?”
조검사 “젊은 이사장 하는 사업이 맘에 안 드시니까...거기 요새 급진 개혁하는 데거든요. 아무려면 친형인데 학교 이사장 자리 놓고 그렇게까지 했겠어요? 근데 왜요?”
철중 “(슥 일어서며) 아니 뭐 그냥..”
조검사 “(일어서며) 그냥이 어딨어요, 그냥이. 선배님 또 뭐 꺼리 있나 싶어서 오셨죠. (철중 팔을 잡으며) 가세요. 밥이나 사주세요.”
철중 “(팔을 빼며) 밥을 내가 왜 사?”
조검사 “왜긴요. 기분 꿀꿀한 후배한테 딱 걸리신 거죠.”
철중 “됐어.”
조검사 손을 피해서 문으로 나가는 철중.
에이...하는 느낌이 되는 조검사.
철중 “(멈칫 돌아보며) 조검사 고등학교..”
조검사 “명선 나왔죠.”
철중 “(잠시 보다가) 밥 먹자.”
조검사, 의아한 얼굴.
씬25. 고급 한정식 식당 앞 (밤)
유리문 안으로 카운터에서 계산하고 있는 조검사가 보이고
조검사, 억울한 표정으로 문 밖을 힐끔 거린다.
문 앞에서 담배 피우며 전화하고 있는 철중이 보인다.
철중 “..난데...그 동창회....오피니언 리더스 클럽...모임이 언제라구?”
씬26. 호텔 로비 (밤)
정장을 입은 철중이 단단히 마음의 결심을 한 표정으로 들어와 두리번거리지만 행사장이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나가는 호텔 직원에게 묻는 철중.
호텔 직원이 웃으며 한 방향을 가리킨다.
씬27. 호텔 풀사이드 (밤)
화려한 조명이 밝혀진 실외수영장.
수영장 가장자리로 차려진 테이블에는 화려한 음식이 가득하고.
와인 잔을 들고 있는 30대 중반의 남자들과 모델로 보이는 여자들이 어울려있다.
은은한 탱고곡이 흐르고 있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몇 쌍이 탱고를 추고 있다.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건물에서 풀 사이드로 나오는 철중.
이 이국적이고 이질감이 느껴지는 자리가 낯선 듯 바라본다.
그의 시선으로 보이는 춤추는 커플들.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승우 커플이다.
곡이 끝나고 구경하던 사람들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한다.
딱히 뭐라 꼬집을 수 없지만 못마땅한 느낌이 드는 표정이 되는 철중.
칵테일 바로 가서 술을 한 잔 받는 철중.
그리고 돌아보면 승우의 주변으로 동창들 대부분이 모여들어있다.
철중이 한 입에 술을 털어 넣고 다시 술잔을 받으려 돌아서는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회장 “(E)왔구나!”
돌아보면 대머리에 배까지 나온 동창 하나가 반가운 얼굴로 서있다.
회장 “(철중 어깨를 툭 치며) 야, 확실히 검찰청 밥이 무섭구나. 물 만 밥 철중이 어깨 에 힘 팍 실리구 말이야..”
철중 “갑자기 뭔 춤이냐?”
회장 “요새 사업 하려면 골프는 기본, 댄스는 옵션이야. (철중 표정 살피며)그래두 우리 동기 중에 검사는 너 하나다. 너 서울지검에 있단 얘기 듣구는 꼭 클럽 멤버루 초 대하라구 난리여서...아, 승우 못 봤지? (손 끌고 가며) 난 명목상 회장이고, 이 클 럽은 사실 승우가 만든 거야.”
동창들에게 둘러싸인 승우에게 다가가기 위해 몇 명을 밀치며 철중을 끌고 들어가는 회장.
그 때, 승우 주변에 모여 있는 동창들과 승우의 대화가 들린다.
동창1 “한서뱅크 도움 크게 받았다, 전화 한통으루...정말 놀랐다. 신세 어떻게 갚냐?”
동창2 “우리랑 승우가 같냐. 우리야 파일 바리바리 싸들구 들어가서 하루구 이틀이구 기 다려야 만나는 사람들, 승우는 전화 한 통으루 다 되지. 지난번에 니그로네 회사 인허가두, 6개월 끌다가 도산 직전에 승우가 살려줬잖아.”
동창3 “그 때 죽다 살았다, 죽다가.”
동창4 “여기 다 죽다 산 놈들이네. 클럽 이름 바꿔야 되는 거 아니냐? 조승우와 구사일 생?!”
그다지 웃기지도 않는데 과장되게 와하하하- 웃으며 동의를 표하는 동창들.
회장 “아 좀 비켜 봐라, 아저씨들..아 좀 승우가 초대한 뉴 멤버다”
그러자 좌우로 갈라서며 길을 터주는 동창들.
회장 “(주변을 보며) 됐어, 자식들아. 경계할 거 없다. 지금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영감 님, 강철중이야.”
승우 “(미소하며 악수 청하고) 반갑다. 많이 변했네.”
회장 “(승우의 마지막 말과 동시에) 하나두 안 변했지?”
상반된 두 말이 동시에 나오자 뻘쭘한 회장과 승우.
회장이 눈치를 주자 주변으로 흩어지는 동창들.
회장 “(재빨리 수습하며) 하긴 뭐, 안 변해봐야 나이 속이냐? 벌써 20년이나 흘렀는데."
철중 “(승우를 살피듯 보며, 약간의 냉소와 더불어) 승우 전하는 안 변했는데, 뭘. ”
승우 “(웃으며) 어, 야 너 어떻게 그 별명을 기억 하냐? 역시 검사들 머리는 다르네. 하 긴 학교 다닐 때부터 성적 좋았지.”
회장 주춤.
철중의 눈치를 살피고, 승우의 눈치를 살피고.
철중 “성적 좋았던 적 한 번도 없는데.”
회장 “(조금 과장된 웃음을 지으며) 하하하, 얘가 그..고등학교 1학년 2학기부터 사시 준 비한다구..학교 공부 잘 안하구...머리는 진짜 좋은데 성적은 그냥 그랬지...야, 승우 너두 너무 오래 전이라 그런가부다.”
승우 “(사교적인 미소를 지으며) 미안하다. 솔직히 같은 반 아니었던 동창들은 잘 기억 못하는데, 기억 못 한다 그러면 서운할 것 같아서...”
회장 “(민망해서 아예 자리를 뜨며) 아, 이 자식들은 진짜 올 거면 시간 맞춰 오든가.”
철중 “(피식 웃으며)1학년 3반, 2학년 7반, 3학년1반..(당황하는 승우를 보며) 1학년 때 난 54번 넌 57번, 2학년 땐 55번 56번, 3학년 땐 52번 59번.”
잠시 철중을 보다가 큰 소리로 웃는 승우.
승우 “(웃음을 수습하며) 미안, 진짜 미안하다. 강력부 검사란 말 듣구 좀 잘 보이구 싶 어서...아, 미안. 민망하네. (악수 청하며) 어쨌든 반갑다.”
철중 “(잠시 보다가 악수를 받으며) 형님이 교통사고 당하셨었다면서?”
잠시의 사이.
두 사람, 서로를 날카롭게 관찰하는 시선이 오간다.
승우 “(천천히 손놓으며) 1년도 넘은 일인데...”
철중 “1년이건 10년이건 범인은...잡아야지. 난 그거 부탁하고 싶어서 나 초대한 줄 알았 는데.”
대답 안하고 과일 하나를 집어 먹는 승우. 급격하게 생각을 발전시키고 있는 얼굴이다.
그런 승우를 잠시 보는 철중.
철중 “재단 이사가 그렇게 간곡하게 수사 해달라고 할 정도면...가족은 눈 뒤집혀 있어야 정상 아닌가?”
승우 “(고개 천천히 끄덕이며) 안효준 이사님......우리한텐 가족 이상인 분이니까...(미소 하며 친근한 듯 철중의 어깨를 툭 치고) 어쨌든 잘 부탁한다.”
그러십니까...? 하는 느낌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철중.
천천히 술을 마시는 승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감돌고 있다.
씬28. 부장검사 김신일의 방 (낮)
부장 검사 신일과 철중, 조검사 외 몇 명의 검사가 둘러앉아있다.
검사1 “이종명이 입만 열면 됩니다.
신일 “지난 주 회의 때도 같은 말 한 거 알지?”
검사1 “죄송합니다.”
신일 “이종명이 애인 찾아봤어?”
검사1 “잠수 탔습니다.”
신일 “그쪽 찾아내는 게 빠를 테니까 집중하고. (철중 보며) PDA 파는?”
철중 “기획인데요.”
신일 “그래, PDA파, 기획해서 끌구 왔잖아.”
철중 “..명선이라구 들어보셨죠?”
조검사 “선배님!”
의아한 듯 두 사람을 보는 신일.
씬29. 껍데기집 (밤)
신일과 철중이 마주 앉아있다.
신일 “조검사가 알아볼 만큼 알아 봤다면서”
철중 “예.”
신일 “근데?”
철중 “(혼자의 생각에 빠져서)...오십년 전통 사학 재단을...다 팔아치워서...이사들이랑... 불현 듯 발생한 사고랑.....조검사 말 처럼요..”
신일 “(익숙한 일인 듯 혼자 고기 집어 먹으며 건성으로 추임새를 넣고) 그럼...그렇지... 그래...”
철중 “(불현 듯 고개 들고 신일을 보며) 하게 해주십시오.”
신일 “그러니까 결론은 그냥 니 느낌이 땡겨서 기획수사를 해보고 싶다는 거지?”
철중 “(한참 보다가)예”
신일 “그러면 나는 니 느낌 위에다가 또 소설루 정황이랑 기획의도 같은 거 만들어 붙여 서 기안 작성해야 되는 거지”
철중 “예”
어이구...이걸....하는 느낌으로 보는 신일.
씨익- 연습한 그 미소를 짓는 철중.
신일 “(고개 끄덕이며) 그래, 좋아. 뭐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하나만 묻자. 명선 이사장 이 너 학창 시절에 꼴리게 굴던 놈 아니었더라도 이 수사 했겠냐?”
눈 껌벅거리며 보는 철중. 미소가 서서히 사라진다.
그다지 특별한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던 듯 무심히 고기 먹는 신일.
그러다가 계속 생각에 잠겨있는 철중을 보고 멈칫.
신일 “야! 너...임마, 그럴 때는 그냥 아니었더라두 수사 했을 겁니다. 수사에 개인감정 싣지 않습니다...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수사합니다...이렇게 대답하구 그러는 거잖 아. 그걸 그렇게 오래 생각하면 어떻게 하냐, 자식아.”
철중 “아뇨...그 놈을 아는데...그놈이라면 앞에서 모범생하고 뒤에서 양아루 살고 얼마든 지 그럴 수 있는 놈이라는 거 알아서 시작하는 건데..부장님한테 거짓말은 못 하 죠.”
신일 “너를 보면서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너를 향한 내 정서가 좀 통일된 방향으루 움직이게 해줘라, 응?”
씨익 웃는 철중.
그리고 신일 밥그릇에 고기 한 점을 올려놓는다. 정겨운 모습이다.
씩 웃고 먹는 신일.
신일 “(금방 뱉어내며) 야, 이거 덜 익었잖아!“
씬30. 강력부 철중 집무실 (낮)
철중을 중심으로 둘러앉은 계장들과 수사관들.
철중 “전직 현직 이사장의 가족 사항,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가족들 소재지, 재산 보유 현황 철저히 파악해 주고”
수사관1 “예”
철중 “명선 재단 운영 자금 흐름 파악해 주시는데, 필요하면 금감원에 협조 요청 하시구 요”
박계장 “예”
철중 “안효준 이사는?”
강석신 “여행 가셨답니다.”
철중 “행선지는? 휴대폰 연락 안 되나?”
석신 “마음 복잡할 때 훌쩍 나가면 며칠씩 소식 끊으신답니다. ”
철중 “매일 체크해서 확인되는 대로 빨리 나 만나게 해주고. (가볍게 박수 치며) 자, 나 중엔 시간 싸움 될 수 있으니까 초반이라고 느슨히 움직이지 마시고.”
일동 “예!”
사람들 사이로 바람같이 빠져 나가는 철중.
강석신 “(점잖게 고개 끄덕이며) 이거 큽니다.”
박계장 “뭐가?”
강석신 “검사님 공직 생활 최대 사건이 될 듯합니다.”
박계장 “아니야. 명선 조승우 이사장, 여성잡지, 인터넷, 뉴스, 토크쇼...안 나오는 데 없는 인기인에 교육부에서 표창까지 받은 사람이야. ”
석신 “(박계장을 슥 보며)그러니까 크죠. 죄 지을 것 같은 놈들이 짓는 죄는 거기서 거 깁니다. 근데 절대 아닌 것 같은 데서 터지는 게 크죠. 제 느낌입니다.”
박계장 “(벌컥 화 내며) 검사는 감으루 움직이구 수사관은 느낌으루 움직이구, 여기가 검 찰청이야, 점집이야?”
쾅 나가는 박계장.
석신 “(곰곰히 생각하는 얼굴이 되었다가) 섬세하게 감이 좋은 검찰청 하면 되지 왜 화 를 내구 그러지?”
씬31. 몽타쥬.
승우의 집안 족보를 슬라이드 화면으로 띄워놓고 브리핑하는 계장1.
승우가 병원에서 나오는 모습, 파티장에서 중년들과 만나는 모습, 장학재단 사진 등 다양한 사진을 회의 테이블에 펼쳐 놓고 설명하고 듣는 철중과 강력부 식구들.
굉장한 분량의 서류철을 쌓아 놓고 하나씩 검토하는 철중과 계장들.
씬32. 서울지검 화장실 (저녁)
정신없이 세수를 하는 철중. 티셔츠 차림이다.
잠을 쫓는 세수인 듯하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나가려는 철중.
그 때 들어오는 조검사와 마주친다.
조검사 “어? 선배님, 아직 그렇게 계세요?(시계 보며) 출발해야 되는데, 양복 갖다 놓은 거 있으세요?”
철중 “뭐가?”
조검사 “홈커밍데이요”
눈만 껌벅이는 철중.
조검사 “아, 왜 온갖 걸 다 기억하시면서 이런 모임 약속은 기억하시는 게 없어요, 도대체. ”
철중 “관심 없는 건 지워져. (나가며) 나 안 간다. 말씀..”
조검사 “(잡으며) 안돼요. 부장님이 모시던 강력부 부장님들 오신다구, 해외 출장, 부모님 초상 외에는 전원 집합이랬어요.”
철중 “나 지금 양복두 없는데..”
씬33. 고깃집 (밤)
수십 명의 전현직 검사들이 소박한 고깃집에 둘러앉아있다.
꽤 작은 양복을 억지로 껴입고 불편한 얼굴로 앉아있는 철중. 고기 하나를 집으려 해도 불편한 모습이다.
나이 든 전직 검사들이 인자한 표정으로 후배들에게 술잔을 권하는 분위기.
전직1 “여러 가지로 나아졌다고 하지만 결국 수사는 사람이 하는 거니까 힘 드는 건 마찬 가지겠지.”
현직1 “예”
전직2 “사이버 수사대라는 거 도움은 좀 받나?”
현직2 “그럼요”
전직3 “술을 좀 줄이면 괜찮은데...이게 또 한달에 스무날 야근하면서 술 힘 안 빌리구 못 버티거던, 우리두 다 해봐서 알어”
현직3 “저희 술은 다 선배님들께 배웠습니다.”
전직4 “마누라한테 잘해, 은퇴하는 순간부터..밥 빌어먹는 게 큰일이야.”
현직4 “변호사 사무실 개업하시면서 칙사 대접 받으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러다가 신일에게 술 따라주는 나이 든 전직1.
전직1 “(무심한 듯) 명선...재단이라고 아나?”
신일 “(술잔 받다가 멈칫) 예..”
힐끗 철중 보는 신일.
동시에 철중도 신일을 돌아본다.
그 시선을 따라 전직1도 시선을 옮기고.
철중의 표정이 반사적으로 굳어지는데
푸근한 미소가 번지는 전직1의 얼굴.
전직1 “(술병을 들어 보이며) 한 잔 받겠나?”
술병 너머로 보이는 전직1의 얼굴이 음흉한 듯 인자한 듯 애매하다.
씬34. 화장실
소변기 앞에 나란히 선 철중과 신일.
철중 “81년도 지진회 사건, 83년도 길성 나이트 난투 25인 전원 체포..전설의 백검사... 맞죠?”
신일 “맞어.”
뜨아한 표정이 되는 철중.
신일 “(바지 추스르며 힐끗 보고 피식 웃음) 그래서? 쫄았냐?”
철중 “제가요? 왜요?”
신일 “허구헌날 치즈- 하이- 하던 놈이 똥 씹은 얼굴을 풀지를 못해.”
철중 “남의 돈 뺏은 놈, 남의 살에 연장 박은 놈...맨날 그런 놈들만 보니까 멀쩡한 사람 들한테두 그런 놈들 대하듯 할까봐 연습한 거지..누가...저런...”
신일 “저런 뭐?”
철중 “저런.....”
신일 “(피식 피식 웃으며) 저런 위대한 선배님?”
철중 “아, 몰라요. 암튼 내 살인 미소는 구린 놈들 앞에선 절대 안 나오니까.”
신일 “(살인 미소란 표현에 기가 막혀서) 아무리 바빠두 거울은 좀 봐라. (철중 어깨를 툭툭 짚으며) 이제 겨우 자료 모으기 시작한 사건인데 저 정도 거물이 일부러 아는 체 했다는 건 제대로 짚었다는 증거니까, 똥 그만 씹구 얼굴 풀어.”
철중, 신일을 보고 씩 웃고.
신일도 씩 웃는다.
그리고 신일 먼저 나가는데
손을 씻다가 신일 손을 씻지 않은 것이 생각난 듯 소변기 한 번 보고 자기 어깨 보고 찝찝한 표정이 되는 철중.
씬35. 서울지검 주차장 (낮)
계단 올라가다가 빠라바라 바라방- 요란한 크락션 소리에 돌아보는 철중.
석신이 엄청나게 화려한 오토바이를 폼 나게 몰고 들어와 멋지게 선다.
그냥 저절로 피식 웃는 철중.
석신 “(오토바이에서 내리면서 점잖게) 부러운 시선에 머물지 마시고 과감하게 라이더의 세계로 들어오시죠.”
철중 “(웃으며) 안효준 이사는?”
석신 “지금 그 댁에서 오는 길인데, 아직 소식 없으시대요.”
철중 “얼마 됐지?”
석신 “일주일이요.”
느낌이 좋지 않은 표정이 되는 철중.
씬36. 검사 집무실 (낮)
굳은 얼굴로 앉아 책상을 톡톡 두드리는 철중.
그 볼펜 아래 놓인 종이 보이면
명선
조승우- 안효준- 조승준
교통사고- 재단 매각....일주일 연락 두절...
등의 메모가 적혀있다.
노크 소리 들리고 들어오는 박계장
철중 “(일어서며) 명선 재단 수색 영장 나왔죠?”
박계장 “(난감한 표정으로) 안 나왔습니다.”
상의를 입으려다가 멈칫하는 철중.
박계장 손에 들린 기각 영장을 뺏듯이 받아보는 철중.
씬37. 검찰청 복도 (낮)
거친 걸음으로 마구 걸어가는 철중.
그 때 맞은편에서 박차장이 걸어오고.
철중 “차장님”
박차장 “어, 그래.”
철중 “수색 영장..”
박차장 “어, 그거 내가 안 내줬지.”
철중 “그거..”
박차장 “나쁜 놈들 잡어, 나쁜 놈들. 우리 강력부가 그렇게 한가한가? 이미 벌어진 강력 범죄 수사도 다 감당 못하는데도 뺑소니 교통사고에 검사가 매달려서..이게 무슨 짓이야?”
철중 “뺑소니 사고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닙니다.”
박차장 “그러면? 명선에 무슨 악감정 있어서 이러는 건가?”
철중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
박차장 “몰라 물어?”
사람들 하나 둘 방에서 나오거나 모여들기 시작하고
철중 “차장님이야 말로 이러시는 거 명선이랑 무슨 좋은 관계시길래..”
박차장 “잘 한다 잘 한다 하니까 어디까지 기어 올라?!”
철중 “차장님!”
신일 “(v.o) 강철중 검사!”
돌아보면 신일이 두 사람을 보고 있다가 천천히 걸어온다.
신일이 주변 사람들 돌아보자 흩어지는 구경꾼들.
신일 “(박차장 보고) 죄송합니다, 차장님. ”
철중 “부장님”
신일 “방으로 돌아가지, 강검사.”
뭔가 한 마디 더 하려다가 돌아서서 가는 철중.
씬38. 철중의 집무실 (낮)
거칠게 들어와 털썩 앉는 철중.
씬39. 박차장의 방(낮)
박차장이 들어오고 뒤따라 들어오는 신일.
박차장 “(소파로 앉으며) 어...정신없는 놈, 김부장이 왜 저 놈 때문에 골치 썩는 지 이제 알겠네. 명색이 검사가 저렇게 천지분간을 못해서 어떻게 하나”
신일 “(맞은편에 앉으며) 범죄다 싶은 데 꽂히면 좌우를 못 보니까 검사하는 겁니다.”
박차장 “뭐...?”
신일 “지 돈으루 증인들, 참고인들 밥 사줘가면서, 차비 대줘가면서 수사하구, 나쁜 놈 잡는 일인데 목숨 걸라 그러면...그것두 내놓을 놈입니다. 그래서 골치 썩는 겁니다. 아까운 놈, 지 명줄 줄여가면서 검사질 할까봐.”
박차장 “자네 지금.. 부장이 그 모양이니까 부서 검사가 저 꼴이지?! 평검사가 날뛰면 부장 이 잡아줘야 할 거 아닌가?!”
신일 “부장은...평검사가 검찰 안팎의 보이지 않는 압력을 느끼지 않도록, 앞만 보고 똑 바로 수사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본연의 임무이자 역할이라고 배웠습니다.”
박차장 “말...가려서 하는 건 안 배웠나?”
신일 “사람 눈치 보고 말 가려서 하면 검사가 아니라...줄섰다가 정년퇴직하는 밥버러지 되는 거 아닙니까?”
그 때, 여비서가 들어와 박차장과 신일에게 메모를 전달한다.
메모 펴 보는 박차장. 의아한 얼굴.
씬40. 서울지검 대강당 앞 복도 (낮)
걸어오는 조검사, 고개를 갸웃갸웃 거린다.
그러다가 맞은편에서 이리저리 눈치를 보며 오는 다른 검사1을 만난다.
조검사 “어, 무슨 일인데 이리루 나오라 그래? 사무실루 안 오구?”
검사1 “무슨 소리야?”
조검사 “할 말 있다구 대강당으루 오라며? 메신저루..”
그 때, 뒤에서 뛰어오는 검사2.
검사2 “(겁먹은 얼굴로 두리번거리며) 박선배. 그거 사실이에요?”
검사1 “뭐가?”
검사2 “다 들통 났으니까 빨리 피해야 된다구..”
검사1 “얜 또 뭐야?”
그 때, 웅성거리며 대여섯 명의 검사들이 더 몰려온다.
대강당 입구에 서서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박차장과 신일.
그 때, 강당 안쪽에서 마이크 소리가 들려온다.
철중 “(E) 자리에 착석해 주십시오.”
의아하게 보던 검사들 강당 문을 열면, 조명이 꺼진 강당 안, 전면 스크린에 뭔가가 투사되고 있다.
씬41. 대강당 안
부장 급 몇 명을 포함, 수 십 명의 검사들이 앉아있는 가운데
들어와 앉는 박차장과 신일. 어색한 듯 조금 떨어진 자리를 잡는다.
전면에 명선의 사진이 뜨고 그 위로 정리된 사건일지가 떠오른다.
그리고 무대 위로 나오는 철중.
철중 “명선의 전임 이사장 조인국씨가 1년 전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한 후, 장남 조승준씨 가 그 자리를 물려받았습니다. 그러나 승계 후 2주 만에 사고를 당해 1년째 혼 수상태입니다. 명선 재단은 차남 조승우씨를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화면에 건물 사진이 떠오르고.
철중 “그 후 1년 간 50년 전통의 명선은 재단이 소유하고 있던 모든 기관을 차례로 매 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의 사립 유치원 7개, 사립 초등학교 다섯 개, 사립 중 고 등학교 3개와 예술 대학 2개, 골프장 2개, 체육관 1개와 병원1개입니다.”
몇몇 중년들과 승우가 파티장이나 세미나 장에서 찍은 사진들이 스크린에 투사된다.
철중 “이렇게 형성된 거액의 자금은 해외에 골프 학교 건립을 위해 빠져 나갔는데, 현재 까지 해외로 유출된 금액은 확인된 것만 약 5천 억 원 입니다. 분명 개인이 해외로 내보낼 수 없는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조승우씨는 다양한 인맥을 활용하여 해외 골 프 학교 건립이라는 명목으로...”
그 때, 어두운 객석에서 누군가 소리친다.
“지금 무슨 짓 하는 거야?! 강 철중, 너 지금 니가 표적 수사하고 있다고 광고 하냐?!”
객석 중간에 앉아있는 부장급 검사들.
어째야 하나 눈치보고 있는데
신일 “(철중을 쏘아보며) 저 정도 개 짖는 소리에 중단할 거면서 시작했나?!”
보일 듯 말 듯 미소하는 철중.
철중 “골프 학교 건립을 위한 골프장 매입 가계약은, 확인 결과 조승우씨 개인 명의로 이뤄졌습니다. 조승우씨가 골프장을 학교 시설로 이용하지 않고 개인 사업 목적으 로 이용한다 해도 아무런 법적 제한 장치가 없습니다. ”
불이 밝혀진다.
철중 “결국 명문 사학 재단의 재산이 개인 재산으로 둔갑되어 해외로 빠져 나가는 일에 교육계, 언론, 정계가 힘을 모아 도와준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의 명선이 있 기까지 평생을 바쳐온 이사 한 사람이 이 문제를 수사해 달라고 검찰청에 찾아왔 고...그 다음날 여행을 떠났다는데 오늘로 열흘 째 소식이 없습니다.”
검사들의 모습이 철중의 POV로 천천히 보인다.
철중 “ 그런데...이 수사에 대해 참 말이 많습니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하며) 전 이 렇게 구린내 풀풀 풍기는 사건, (스크린에 떠있는 승우 사진을 힐끗 돌아보며) 이런 놈 수사 못한다면, 검사질도 계속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쪽팔려서요.”
철중이 돌아보고
객석은 잠잠하다.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철중.
씬42. 부장 검사실 (저녁)
문 열고 들어오는 신일.
소파에 앉아있는 철중의 뒷모습이 보인다. 어쩐지 긴장하고 있는 듯하다
신일 “(걸어 들어가며) 그렇게 좌불안석할 거, 뭣 땜에 일을 크게 벌이냐? 왜, 소집하는 김에 총장님도 한 번 모시지? 쪽팔려? 너 때문에 내가..”
하면서 앞으로 돌아 들어가면 철중, 앉아서 졸고 있다...기보다 아예 자고 있다.
하...어이없는 신일.
(시간 경과)
아예 소파에 누워 자고 있는 철중.
담요도 덮여있다.
돌아눕다가 소파 등받이에 코가 막혀 숨을 쉬기 어려워진 철중. 그제야 깬다.
깨고 일어나 두리번거리면 책상에 앉아 일을 하고 있는 신일.
신일 “(서류에 눈 떼지 않은 채로) 죄 짓는 놈들은 돌아가면서 죄 짓고, 휴식하고 또 나 오고 하지만 우리는 뺑이 치면서 30년이다. (철중 보고) 잠자는 거, 먹는 거, 싸는 거 무시하지 마라. 안 그러면 체포 영장 손에 쥔 채로 응급실 실려 가는 수 있으니 까.”
피식 웃는 철중.
신일 “웃기는...(일어서며) 제대루 할 거야?”
계속 웃으며 듣다가 멈칫하며 신일 돌아보는 철중.
신일 “(소파로 와서 앉으며) 지검장님이 그러시더라. 일선 검사 쪽팔리게 만들면 안 되 는 거 아니냐고. ”
씩 웃는 철중.
씬43. 강력부 사무실 (낮)
앞에 나왔던 골프장 매입자 김사장이 불안한 시선을 이러저리 굴리며 앉아있다.
조서를 꾸미던 강석신, 책상이 흔들려 글씨가 써지지를 않자 문득 고개 들어 본다.
김사장이 다리를 심하게 떨고 있다.
강석신 “(웃으며) 사장님, 뭐 죄 짓구 오신 것두 아니구 그냥 참고인으루 오신 거니까 너 무 긴장하지 마십시오.”
김사장 “(억지로 웃으며) 긴장은요...뭐...제가...뭐...잘못한 게 있겠습니까...뭐 폭행당한 일 이 있겠습니까?”
강석신 “(예리하게) 폭행이요?”
김사장 “(과장되게 웃으며) 하하하, 아니 뭐 예를 들면 그렇다는 거죠.”
옆 책상의 박계장이 일어나 다가온다.
박계장 “마지막으루 한 번 더 여쭙겠습니다. 골프장 매입하시면서 안효준 이사와 조승우 이사장 간에 다툼이나 이견이 있었다거나 그런 인상이 없으셨다는 거죠?”
김사장 “(역시 조금 과장된 반응으로) 아휴- 그럼요, 다 합법적으루 확인하구, 본인한테 도 장 받구, 모든 절차가 합법적이구...명선 이사장님이 아주 예의가 바르구..뭐..착하시 더라구요.”
박계장 “(강석신을 보며) 그만 가시게 하지?”
강석신 “(일어서며) 예. 수고 하셨는데 마실 것 좀 드릴까요? (냉장고 문 열고) 콜라 어떠 세요?”
김사장 “(기겁을 하며) 저...저...코, 콜라...안 마십니다. 콜라 됐어요..”
엄청나게 두려워하는 반응에 콜라를 꺼내던 강석신, 의아해 한다.
씬44. 자료 조사실 (낮)
방을 채운 회의용 넓은 테이블. 그 위에 산더미 같은 자료를 쌓아 놓고 조사하고 있는 철중과 직원1,2,3.
강석신, 철중 옆으로 다가와 콜라를 내려놓으며 조용히 말한다.
뒤따라 박계장도 들어온다.
강석신 “그 아저씨 좀 이상합니다.”
철중 “(서류 넘기며) 뭐가?”
강석신 “뭔가에 되게 쫄았어요.”
천천히 고개 드는 철중. 생각한다.
철중 “안효준 이사한테 직접 도장 받았대?”
석신 “예. 인감도 확인했는데 이상 없었습니다.”
씬45. 골프장 (낮)
라운딩을 하는 승우, 부총재, 차국장, 최행장.
승우 “(퍼팅할 준비를 하며) 국위선양도 마음이 맞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님 학교 일 하실 때도 그랬죠. 답답한 공무원들 덕분에 몇 년씩 준비한 프로젝트 엎어 지고.”
퍼팅하는 승우.
공이 홀컵으로 들어가고.
박수치는 멤버들.
씬46. 골프장 주차장.(저녁)
차 트렁크에 골프 가방을 싣는 기사들.
그 때, 정훈의 지시로 승우의 경호원들이 멤버들의 트렁크에 골프 가방을 하나씩 더 싣는다.
나란히 서 있다가 의아한 시선으로 승우를 보는 멤버들.
승우 “제가 하는 일이 아직도 제대로 알려지지를 못해서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
부총재 “(끄덕이며)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지. 그런 거 하라고 후원회 있는 것 아닙니까, 차 국장?”
차국장 “예, 물론입니다.”
차갑게 미소하는 승우.
씬47. 방송국 세트장
여자와 남자 M.C. 가 앉아 있고 좌우로 네 명의 패널이 앉아있는 교양프로그램 녹화 현장.
남자 MC "(카메라를 보며) 기획 특집 한국의 미래를 꿈꾼다, 오늘 그 세 번째 시간 으로 스포츠 스타 육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스탶들 뒤로 조용히 나타난 차국장.
스튜디오 문이 열리고
멈칫 돌아보는 차국장.
들어오는 것은 정훈이다.
굳어지는 차국장의 얼굴.
씬48. 방송국 회의실
프로듀서들 10여 명이 앉아있고 들어오는 차국장.
차국장 “스포츠 기획 특집 한 번 더 제대로 해보지.”
의아한 시선을 주고 받는 PD들.
PD1 "또 요?“
차국장 “막연하게 접근하지 말고 체계적으로 스포츠 스타를 육성하는 사례를 좀 찾아보 고..”
PD2 "(슬쩍 눈치 보며) 명선...말씀입니까?“
차국장 “(무심한 듯 끄덕이며) 뭐...거기 괜찮겠네. 명선에서 해외에 건립하는 골프 학교 집 중 취재해서 이번 주 중에 편성 잡아 보자구.”
씬49. 최행장 사무실 (낮)
최행장이 싸인을 하고 있고
그 앞에 결재를 받으려고 직원이 서있다.
최행장 “(결재한 서류를 건네주며) 명선 조이사장 출금...차질 없지?”
직원 “말씀대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만 전례가 없는 일이라”
최행장 “모든 일엔 시작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밀어붙이고...혹시 뭐 걸리는 사안 있으면 일민당 부총재님께 즉시 연락 드려서 도움 받고”
직원 “예, 알겠습니다.”
씬50. 소회의실 (저녁)
박계장이 칠판에 자료를 써가며 브리핑 하고 있고
철중과 나머지 직원들 책상에 앉아 있다. 철중을 제외한 직원들은 모두 노트북을 펼쳐 놓고 있다.
박계장 “재단 시설 및 교육 기관 매각은 각 기관별로 조건이 모두 다릅니다. 현찰 거래가 된 곳은 유치원 한 곳 뿐이고, 나머지는 해외 골프 학교에 대한 재투자나...장기간 의 임대, 해외 부동산과의 교환 등의 형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현재 명선을 통해 해외로 나가는 자금 규모가 정확하게 측정되기는 어렵습니다.”
철중 “(수사관 한 명 돌아보며) 명선 주 거래 은행하고 조승우 개인 주거래 은행이 다르 지?”
수사관1 “예, 명선 재단은 그동안 조일 은행하고 거래해왔구요, 조승우씨는 한서뱅크하고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철중 “한서 뱅크 안에 조승우 자금 숨어있는 걸 다 털어 봅시다.”
박계장 “뚜렷한 사유 없이 은행 전체 자금을 조사해 들어가는 건 좀 무리가 따릅니다.”
철중 “그러면, (석신 보며) 리스트”
석신 “(프린트 된 종이를 전체에게 돌리며) 그 동안 조승우가 개인적으로 밀접하게 접촉 한 각계 유력인사 25명 입니다.”
철중 “매스컴 플레이, 거래 허가 관련 뒤 봐주기...뭐 이런 거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일 높은 인간들이니까, 이 사람들 쪽으로 들어간 자금만 우선 잡아내 봅시다.”
박계장 “(석신에게 프린트물 받아보고서) 이 사람들에게서 직접적 혐의가 발견된 게 아닌 데 계좌 추적했다가 문제가 커지지 않겠습니까?”
철중 “혐의 발견하면 되죠. 보세요, 무슨 게이트, 스캔들, 사태...터질 때마다 한 다리씩 걸쳤던 위인들입니다. (종이 흔들어 보이며) 지 버릇 개 주나...해 먹던 놈이 계속 해 먹지.”
석신 “(중후하게 끄덕이며) 옳습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했습니다. ”
철중 “그건 좋은 일에 쓰는 표현 아냐?”
석신 “(눈 꿈벅거리다가) 라이더들 사이에선 나쁜 놈한테 쓰는 표현입니다.”
어이구...하는 느낌으로 석신 머리 한번 툭 치는 철중.
철중 “밥 먹고 갑시다. 오늘 유식한 라이더가 쏜다 그랬지?‘
석신 “6천원 이하 한도에서 쏩니다,”
철중 “1년에 한 번 생일인데 좀 더 쓰지?”
석신 “6천 5백원”
티격태격하며 회의실을 나서는 강력부 식구들.
씬51. 골프장 승우의 사무실
강아지 머리 C.U.
화면 넓어지면, 사무실 입구의 여비서 책상 앞에 서있는 승우. 그 승우의 쟈켓 주머니에 들어있는 강아지.
늘씬하기 그지없는 여비서 너무 놀라고 감격스러운 듯 말도 못하고 있다.
보고 빙긋이 웃더니 주머니에서 꺼내 강아지를 안겨주는 승우.
여비서 “이거....저 주시는 거예요?”
승우 “강아지 갖고 싶어 했잖아.”
여비서 “그래두 이렇게 비싼 건...고맙습니다.”
빙긋이 웃더니 자기 사무실로 들어가는 승우.
그러다가 멈칫 돌아본다.
승우 “내일 저녁 시간 비워”
여비서 “네...얼마나...”
승우 “(잠시 보다가 싱긋 웃으며) 백 오십 만원어치”
빙긋 웃는 두 사람.
씬52. 철중 집무실.(낮)
철중과 마주 앉아있는 단아한 느낌의 50대 아줌마. 현주.
석신이 야쿠르트 하나를 갖고 들어와 현주 앞으로 내놓고.
철중, 빨대를 꽂아 밀어 놓는다.
현주, 가볍게 목례하고 집어 들지만 마시지는 않고.
현주 “저기...그 양반 별 일...없는 거겠죠.”
철중 “예...근데, 안이사님을 빨리 뵈야 일도 진행이 되구요, 안이사님 소재를 빨리 찾으 려면 정식으로 실종 사건으로 접수를 해야 되기 때문에 신고를 하시라는 것 뿐입니 다.”
현주 “(억지로 웃으며) 그렇죠....뭐...흉한 일이 있기야 하겠어요....”
철중 “......예”
철중을 보며 애써 웃는 현주.
애써 같이 웃어주는 철중.
씬53. 요트 위 (밤)
호화로운 개인 요트 선실.
한바탕의 정사를 치룬 듯 시트로 대충 몸을 두른 승우와 여비서가 푹신한 침대에 누어있다.
둘 사이에 강아지도 있고.
리모콘 들어 누르는 승우.
전면의 초대형 벽걸이 텔레비전 화면에 엄청난 골프장 촬영 장면이 나오고.
비서 “어머...우리 골프장 아니네요? 굉장하다.”
승우 “비교가 안 되지”
비서 “어디에요?”
승우 “하와이.”
비서 “골프 학교 세우는 그 골프장? 세상에...학생들이 저런 데서 배워요? 학생 시설로 쓰기 아깝다. ”
승우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비서를 끌어안고 낮은 소리로) 아깝지.”
그 때, 울리는 승우의 핸드폰.
씬54. 서울지검 외경.(낮)
승우의 최고급 승용차가 계단 앞으로 서고.
조수석에서 내린 정훈이 문을 열면
차갑게 굳은 얼굴의 승우가 내린다.
정훈 “안효준 실종 사건에 대한 참고인 조산데...굳이 응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이라 도..”
승우 “(단호히) 됐어. 개를 피하면서 개를 길들일 수 없잖아.”
계단을 올라가는 승우.
씬55. 강력부 사무실 (낮)
수사관과 계장들, 참고인과 피고, 피의자들로 시장 바닥 같은 집무실.
“아 글쎄 모른다구요!”
“모른다가 장땡이 아니라구요!”
“이름도 몰라?! 이름 갖구 세 시간 끌래?”
“밥부터 좀 먹읍시다, 계장님. 예?”
등등 잡스럽게 섞인 소음을 들으며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철중과 승우.
철중 “(미숙하게 자판을 치며)이름, 주민 등록 번호, 주소를 좀 대야 되는데..”
승우 “조승우. 670625-1026214.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246-4번지 노블레스 타운 1004호.”
더듬더듬 치는 철중.
피식 웃는 승우.
철중 “(모니터와 자판에 시선 둔 채로)검찰 직원 통 털어서 내가 제일 못 치니까 오해 마라. 노블레스...타운....안효준 이사와 관계...”
승우 “참고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명선 재단의 이사.”
철중 “(갑자기 자판을 휙 밀어 놓으며) 어디 가셨을까..? 너하구 내가 만나서 그 양반 얘 기한 다음날부터 소식이 뚝 끊겼거든”
승우 “....난 참고인인 줄 알았는데, 검찰 대신 사람 찾아내는 해결사로 소환된 건가?”
철중 “맞어. 참고인. 지금은.”
승우 “지금은?”
철중 “실종 사건이 사망 사고로 결론 나는 경우 유력 용의자로 소환될 거거든.”
피식 웃는 승우.
철중도 웃고.
승우 “합리적인 검찰, 과학적인 수사...선전용 멘튼가?”
철중 “아니, 검찰 통 털어서 내가 제일 비과학적이고 불합리하지.”
승우 “내가 운이 나쁘군.”
철중 “어.”
승우 “(한숨쉬며) 안효준 이사를 마지막으로 본 건 장학증서 수여식이 있던 날 밤, 형 병원에서고, 형 병실을 지키고 있던 안이사님이 많이 안타까워하신 것 외에 특별한 일은 없었고, 나와 안이사님 공동 명의로 돼있는 골프장 매각도 그 이전에 순조롭 게 진행됐고..또 물을 것 있나?”
갑자기 “이 개새끼!” 소리를 지르며 피의자들끼리 어깨를 부딪치며 싸움이 벌어지고.
달려든 수사관들이 둘을 떼놓는다.
동시에 돌아본 철중과 승우.
어느 순간 시선이 마주친다.
철중 “저쪽이 백 배 쉬워. 잡기도 쉽고, 자백 받기도 쉽고, 개과천선시키기도 쉽지. 많이 배우고, 많이 가져서 도망갈 길도 많은 것들은..”
승우 “(말 끊으며) 진짜 쉽군.(뭐가...? 하는 느낌으로 보는 철중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자기 콤플렉스를 그렇게 쉽게 드러낼 수 있다는 게...일정부분 부럽네.”
철중 “콤플렉스?”
승우 “한국 참 신기하지. 민주 자본주의 사회라고 떠들면서 많이 가진 건 무조건 죄야. 못 가진 콤플렉스끼리 힘을 모아 부자들을 공격하면서 그게 정의라고 부르짖기까지 하거든.”
철중 “(끄덕이며) 아...그거....아버지 피땀으로 부자 놀이 하는 애들 때문에 좋은 부자들 까지 숨죽이고 사는 거야. 착한 부자가 나 부자다...하고 살게 해줘야지. 그래야 열 심히 일해서 정직하게 부자 될 희망을 좀 가져보잖아.”
승우 “컴퓨터도 못 다루고, 비합리적인데 이상주의자이기까지 하면...그런 사람이 검사해 도 되나?”
철중 “어, 돼. 왜 되는지...니 손에 수갑 채우면서 가르쳐줄게”
승우 “......기대하지.”
철중 “이 미친 새끼야!”
일순 방 안의 모두가 철중을 본다.
석신 “(눈을 감고 중얼거리듯) 피의자 및 참고인에게 욕설이나 인격 모독의 발언을 하여 모멸감을 주는 자는 중징계를...”
철중 “(빙긋이 웃으며) 지금 저한테 그렇게 말씀하시고 싶은 거 꾹 참고 기대한다고 말 씀하셨죠? (악수를 청하며) 이렇게 예의바르게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만 나서 수사에 도움 받도록 하겠습니다.”
천천히 일어나 악수를 받는 승우. 입에는 비틀린 웃음이 걸려있다.
포옹하듯 철중을 가까이 하는 승우.
승우 “(철중의 귀에 대고) 아냐...진짜 기대할게...너두 ...기대해라.”
승우의 눈이 살벌하게 빛난다.
슥 포옹 풀고 나가며 일일이 수사관들에게 목례하는 승우.
걸음걸이며 미소가 우아하기 그지없다.
씬56, 도로 (저녁)
승용차 뒷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기는 승우.
승우 “정훈아”
조수석의 정훈이 돌아본다.
승우 “전화해라.”
씬57. 소회의실.(저녁)
침통한 표정으로 조용히 중국음식을 먹고있는 철중과 일동.
석신이 단무지를 먹는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리자 일동 석신을 보고.
서로 눈이 마주치자 후다닥 시선을 거둬들이고 먹는데 집중한 척 한다.
그런 모습을 쭉 보다가 갑자기 젓가락 딱 놓는 철중.
철중 “말을 해! 말을! 왜요? 조승우 그렇게 만만찮은 놈인 거 몰랐어요? 나랑 하면서 쉬 운 수사 있었어? 조승우 실재로 보니까 겁나?”
석신 “검사님.”
철중 “왜!”
석신 “그런 거 아니구요..”
철중 “그럼 뭐, 왜?! ”석신 “(우물쭈물)그냥...저희는...”
철중 “말해.”
석신 “두 분이 계신 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조승우가....검사구....검 사님이...범인 이구 그렇게 볼 같아서....”
일동을 보는 철중.
철중 “(표정은 전혀 웃지 않으면서 혼잣말처럼 낮고, 빠르게) 치즈, 위스키, 시베리안 허 스키, 스와로브스키....”
석신 “아니...그렇더라구요...우아하게 잘 사는 사람 괴롭히는 나쁜 놈 된 기분이 들어 서.”
철중 “우리가 개 냐?”
석신 “네?”
철중 “개새끼들 그러잖아. (곱게) 저리가....그러면 꼬리 치면서 쫓아오고(거칠게)이리 와! 그러면 무서워서 도망가구.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얼굴로 그 새끼가 무슨 생각하는 지...그거 못 보면..우리 개야.
문득 숙연해지는 일동.
철중 “(피식 웃고 기지개 켜며) 딱 두 시간씩만 자고 움직입시다.”
그 때, 노크 소리와 함께 여직원이 들어오고.
여직원 “검사님, 댁에서 전화 왔습니다.”
철중 “집이라니...?”
여직원 “오피스텔 관리인인데요, 도둑이 들었다구 와 보셔야겠다구요.”
철중 “됐어, 훔쳐갈 것두 없어.”
여직원 “그렇게 말했는데 ”
뭐? 하는 느낌으로 인상 확 구겨지는 철중.
여직원 “(찔끔하면서) 그래두 확인 하시고 문도 고치고 그래야 된다고..”
철중 “냅둬요. 지금 못 움직여. 나 자야 돼.”
석신 “(대뜸 나서며 조금 오바하고) 아, 이런 개 같은 자식들이! 거기가 어디라구, (기운 차게 철중을 돌아보며) 걱정 마시고 업무에 전념하십시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철중 “됐다니까.”
석신 “아닙니다.”
석신이 사과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읽은 듯 피식 웃는 철중.
철중 “(자기 키 주며) 차루 가. 피곤할 때 오토바이 위험하다.”
씩 웃으며 열쇠 받는 석신.
석신이 나가고, 의자에 길게 누워 잠 잘 자세 취하는 철중.
씬58. 서울지검 주차장 (밤)
철중의 차에 올라타는 석신.
출발한다.
씬59. 도로 (밤)
기분 좋게 차를 몰고 가는 석신.
한적한 도로로 접어든 석신.
어디서부턴가 오토바이들이 하나, 둘 쫓아온다.
석신 “(피식 웃으며) 라이더가 라이더를 알아보나...아...내 바이크를 갖구 왔어야 실력발 휘를 해주는 데 말이야....서운하네.”
그러면서 길 한쪽으로 차를 붙여 길을 터주려는 석신.
그러나 교묘하게 석신의 진행을 막으며 어느새 포위하는 형국이 된다.
멈칫하는 석신의 얼굴.
선두의 라이더 하나가 슬쩍 차를 돌아보며 차 번호를 확인하는 것이 보이고.
선두가 뒤를 향해 손짓을 하는 순간
갑자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석신 차의 뒷 유리가 나간다.
억- 놀라며 핸들을 꺾는 석신.
동시에 운전석을 향해 날아오는 야구 배트.
한 번, 두 번,세 번. 이어지는 야구 방망이.
입술 굳게 문 석신, 핸들을 잡고 크게 방향을 돌리는데
순간 석신의 눈앞으로 쏘듯이 들어오는 급커브와 가파른 경사로가 시커먼 아귀처럼 입을 벌리고 있다.
쾅! 엄청난 굉음이 들리고
씬60. 회의실(밤)
엎드려 잠이 든 철중과 수사관들.
쾅! 앞씬과 연결된 불길하게 큰 소리에 놀라 번쩍 고개를 드는 일동.
문이 생각보다 세게 열린 듯 자기도 당황해서 서있는 박계장.
박계장 “죄송합니다.”
철중 “(길게 기지개를 켜며) 아뇨....(얼굴을 짝짝 때리며) 이제 일어나야지..”
하는데 울리는 철중의 핸드폰.
씬61. 병원 주차장(밤)
한 수사관이 운전하는 차가 들어와 급하게 서고.
철중과 강력부 사람들 내린다.
거의 동시에 앰블런스가 급하게 들어와 서고.
강력부 사람들 뛰어 들어가는데
앰블런스 문 열리고 흰 시트가 끝까지 씌워진 베드를 내리는 의료원들.
쫓아 들어가다가 멈칫하는 철중의 모습이 느린 화면으로 보이고.
의료원들이 이동카트에 베드를 옮기며 흘러내리는 시트.
그리고 드러나는 석신의 얼굴.
철중 앞을 지나가는 베드 위의 석신 얼굴이 흔들리고.
운전하던 수사관1, 병원에서 다시 나오다가 이 모습 보고 멈칫.
철중, 수사관1의 손에서 거칠게 키를 잡아 뺏어 차에 오른다.
씬62. 골프장 사무실 (새벽)
한쪽 벽면의 대형 텔레비전에는 골프 자세 교정 화면이 흐른다.
영상 자료를 보며 골프 연습을 하고 있는 승우. 라운딩 나가기 전에 자세를 교정하는 연습 중인 듯 하다.
밖에서 와당탕 쿵탕- “당신 뭐야”등등의 소리가 들리는 가 싶더니 왈칵 열리는 문.
씩씩거리며 들어선 철중. 양쪽 팔과 다리에 경비원을 달고 나타난 모습이 어딘지 볼썽사나운 느낌이다.
승우 “이른 시간에..”
하는데 그대로 달려든 철중, 승우의 얼굴이 돌아갈 만큼 주먹을 휘두른다.
소파로 나가떨어지는 승우.
쫓아가서 그런 승우의 멱살을 잡는 철중.
경비원들 쫓아 들어오려 하는데 슥 나타난 정훈이 경비원들을 불러 나가고, 문을 닫는다.
철중 “이른 시간이지. 사람 불러내서 교통사고 일으켜 골로 보내기엔 적당한 시간이구, 이 비겁하구 잔인한 새끼야”
승우 “무슨 소리를..”
철중 “(말 끊으며 승우의 멱살을 더욱 틀어잡고) 무슨 소리?! 그래 니가 보내구 싶은 내 가 사지 육신 멀쩡히 나타나 짖어대니 뭔 소린지 싶겠지. (승우의 멱살을 잡아 일 으키려하며) 가, 새끼야. 니가 나대신 보낸 인간, 젖먹이 딸린 스물다섯 살짜리 인 생..”
승우 “(철중의 손목을 잡고) 진정하지, 김검사.”
다시 승우의 얼굴을 돌려버리는 철중.
와당탕 나가떨어지는 승우.
철중 “(쫓아가며) 검사? 늬 눈에 내가 검사루 뵈기는 해?! 검사 무서운 줄은 아는..”
하는데, 쫓아간 철중의 가슴을 발로 걷어차는 승우.
뒤로 밀려나는 철중.
그런 철중을 쫓아가며 조용히 발로만 걷어차서 구석으로 몰아넣는 승우.
순식간에 엉망이 돼서 구석에 처박힌 철중.
그 앞으로 한 무릎 꿇고 앉는 승우.
철중 “너....늬 형 사고두 ...결국 이렇게..”
승우 “(천천히 일어서며) 아...형...그렇지. 우리 이렇게 된 거, 안효준이사가 형 사건 다 시 조사해 달라고 해서 시작된 거지. (일어나서 홈 바로 가서 칵테일을 만들며) 그 런데 어쩌지..? ”
기다렸다는 듯 울리는 전화벨소리.
승우 “(철중에게 시선 고정한 채로 전화 받고) 예, 김박사님....(얼굴은 뺀질뺀질한데 목 소리는 침통하게) 그랬군요....아뇨...괜찮습니다....형님두 차라리 그쪽을 원하셨을지 모르죠. 제 고집 때문에...1년 동안 형님 붙잡고 있었던 거 아닌가 싶습니다....장례 는...예, 아버님 때랑 같이 학교장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철중을 보는 승우
승우 “수사를 의뢰한 사람은 나타나지를 않고, 피해자는 죽었고....유능한 부하도 잃었군. 이제 뭘 할 거지, 강철중 검사?”
벌떡 일어나 승우에게 달려들려 하는 철중.
그 때 노크 소리 들리고
들어오는 정훈.
정훈 “변호사님들, 라운딩 준비 끝나셨습니다.”
승우 “그래.”
정훈이 들어와 리모콘을 누르자 옆 방과 사이에 쳐진 유리벽의 블라인드가 걷혀지고.
유리 문 너머에 쟁쟁한 느낌의 변호사들 십 여 명이 고급스러운 골프복 차림으로 앉아있다.
그 가운데 씬 에 나왔던 전직1의 모습도 보인다.
움찔 놀라는 철중.
승우 “(철중을 보며) 내 고문 변호사들이랑 라운딩 하려고.”
피식 웃으며 철중의 어깨를 툭 짚고 옆방으로 건너가는 승우.
씬63. 회의실(낮)
CC TV 화면으로 골프장 건물로 난입하는 철중의 모습이 텔레비전 브라운관으로 흘러나온다.
곧이어 승우의 사무실에서 승우의 멱살을 잡아 흔드는 철중의 모습이 역시 CC TV에 비친 모습으로 나온다.
화면 넓어지면 회의실에 둘러 앉아있는 지검장과 부장 검사들이 앉아있다.
노크 소리가 들리고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그 뒤로 부스스한 머리에 상처 난 얼굴을 한 철중이 들어와 꾸벅 인사한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비디오 화면이 끝나는데 철중이 승우의 얼굴을 주먹으로 치는 장면이고
잠시 후 지직 거리더니 비디오 테잎이 끝난다.
입이 쩍 벌어지는 철중.
신일이 리모콘을 들어 텔레비전을 꺼버리고.
펜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는 지검장.
지검장 “화면 속 인물, 강철중 검사 맞나?”
철중 “예, 그렇기는 한데 저게 전부가 아니고..”
지검장 “예, 아니오..”
철중 “예.”
지검장 “영장 소지 했나?”
철중 “아닙니다.”
지검장 “화면 속 피해자인 조승우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할만한 증거가 발견됐나?”
철중, 대답 못하고. 고개 떨구면
지검장 “조승우씨 변호인단에서 접근 금지 신청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 데 대해 이의 있 나?”
철중, 뭔가 반항할 듯 고개를 드는데
신일과 시선이 마주치고,
신일, 입 다물고 있으라는 눈짓이다.
철중, 억울한 듯 고개 숙이고.
지검장 “강검사, 법이 뭔가?”
철중 “예...?”
질문의 진의를 알 수 없어 머뭇거리는 철중.
지검장 “법은 최소한일세. 사람들끼리 살아가면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규칙. 쌈박질 안하고 살 수 있는 최저의 규칙이란 말이지. 행복하거나 평화롭거나..그런 높은 가치를 누 리면서 살려면 법 이상의 것을 추구해야만 가능한 걸세. 정의 사회를 외치는 검사 가,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법을 무시한다면, 범죄자들 보다 조금 덜 나쁜 정도가 되는 거지.”
철중 “(고개 숙이며) 죄송합니다.”
지검장 “너무 험한 범죄자들을 다루면서 자기도 모르게 거칠어진 것 같으니까 소년부로 가 서 자숙하지 . 나가보게.”
철중, 목례하고 나간다.
씬64. 회의실 앞 복도 (낮)
열 받았다가 열을 억지로 식혔다가 허탈해 하는 철중.
복도 코너를 돌자 기다리고 있었던 듯 다가오는 조검사.
조검사 “소년부 발령이라구요?”
철중 “지검장님 방에 감시 카메라 설치해놨냐?”
조검사 “오전에 벌써 MSN으루 쫙 돌았어요.”
철중 “엠...뭐?”
조검사 “아 이제 좀 컴퓨터 좀 해요. 과학 수사 시대에 영장두 없이 쳐들어가서 깽판 치니 까 ..”
철중 “.....법 정신에 입각해서 살구 싶거든? 더 이상 개 값 물기 싫거든 조검사야? ”
조검사 “아이, 선배.. 결국 제 학교 은사님 문제 땜에 이렇게 돼서 제가..”
철중 “(조검사 어깨 두드리며) 술 사”
난감해 하는 조검사 뒤로 두고 터덜터덜 걸어가는 철중.
씬65. 강력부 사무실.
자기 책상에서 박스에 짐을 넣는 철중.
열려진 문 너머로 포승줄에 묶인 PDA파 사건 보스1,2,3이 보인다.
피식- 쓰게 웃는 철중.
박스를 들고 사무실 밖으로 나오는 철중.
수사관들과 계장들 일어서고.
보스1 “어디...전출가십니까?”
철중 “내가 늬들을 뭐라 그랬냐? 네 글자루”
보스1,2,3 “공공의 적입니다!”
철중 “너희 그거 아냐. 오늘부로 세 글자루 하자.”
뭐지...? 하는 느낌으로 서로 보며 눈치 보는 보스1,2,3.
철중 “그냥 나쁜 놈...”
보스2 “그거 다섯 글잔데요. 그냥 나쁜 놈”
보스3 “공공의 적이 좀 더 있어 뵈는데..”
철중 “이번에 벌 받구 나가면 좀 착하게 살래?”
보스1,2,3 “(입을 모아) 예, 물론입니다! 후회하고 있습니다!”
철중 “(쓰게 웃으며) 것봐...너흰 그냥 나쁜 놈이지.”
박스 들고 나가는 철중.
의아한 느낌으로 철중의 뒷모습을 보는 보스1,2,3과 강력부 식구들.
씬66. 장례식장 (낮)
경찰들과 검찰 직원들이 가득한 장례식장.
강력부 식구들이 조문하고 있는데
장례식 구석, 들어가지 못하고 화환 뒤에 반쯤 몸 숨기고 서있는 철중.
그의 시선으로 보이는 석신의 영정 사진.
씬67. 거리 (밤)
술에 취해 비틀비틀 걸어가는 철중.
멀리로 싸이렌 소리가 들린다.
핸드폰을 거는 철중.
여자 “(f) 네.”
철중 “제수씨.....”
여자 “(f)예.... 검사님..”
철중 “....죄송합니다...”
여자 “(f) .............검사님이 왜 죄송해요....”
철중 “죄송합니다.”
씬68. 신일의 집(밤)
·
독신자 숙소인 듯 12평 정도의 아파트 구조다.
팬티차림에 라면을 끓이고 있는 신일.
끓이는 중에 라면을 집어 한 입 먹으려는데
쿵! 뭔가 굉장한 것이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신일, 놀라 라면을 놓치면서 바닥으로 흘린다.
에이..씨..하는 느낌으로 보다가 다시 크게 한 젓가락 잡는데 이번엔 더 큰소리가 들린다.
먹으려다가 다시 집어넣고 현관으로 나오는 신일.
신일 “(현관문을 열며) 어떤 자식이...”
문을 열다가 멈칫하는 신일.
철중이 현관을 등지고 앉아 머리로 쿵쿵 짓찧다가 현관문이 열리자 그대로 털푸덕 쓰러진다.
신일 “(내려다보며) 그렇지. 서울지검 강력부 부장검사 집에 와서 깽판 칠 놈이 너 밖에 더 있냐.”
철중 “(올려다보며 헤헤 웃으며) 홀아비 놀이 하고 계셨습니까?”
신일 “홀아비가 홀아비 짓 하는 게 홀아비 놀이냐? 홀아비 타령이지. 일어나!”
철중 “일어나면 내쫓구 문 걸어 잠글라구 그러시죠.”
신일 “둔하게 생겨 갖구 눈치만 100단이야. 너 시험 볼 때두 때려 맞힌 게 반이지?”
보고 씨익 웃더니 누운 자세 그대로 등으로 기어 현관까지 올라가는 철중.
신일 “어이, 야. 뭐하는 거야? 현관청소 할래?”
그러다가 문 잠그고 마루로 올라오던 신일 놀란다.
라면 냄비에서 연기가 풀풀 나면서 타고 있는 것.
신일 “(달려가며) 내가 진짜...너 땜에, 이거 마지막 남은 건데, 진짜..”
화면 와이프 되면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고 있는 신일.
철중이 타버린 라면 냄비 바닥을 박박 긁어 먹고 있다.
그러더니 기어이 트림까지 꺼억- 한다.
신일 “(기가 막혀 웃으며) 어디 가서 코 빠뜨리구 있을까 염려한 내 자신이 한심스럽다. 철중아!”
철중 “(피식 웃으며) 오랜만이네요. 그렇게 부르시는 거. (휴지 뽑아 입 닦으며) 왜 이러 구 사세요?”
신일 “어거지 다음엔 시비냐? 나 이렇게 사는 데 보태준 거 있어?”
철중 “유리 중학교 들어가구 우람이 초등학교 들어갈 때 변호사 개업하자구 형수님이 그 러셨죠. ”
신일 “(냄비 들고 일어나며)오밤중에 쳐들어와서 골고루 해라. 이젠 염장 지르기 들어 가냐?”
철중 “사모님이 저 찾아와 그러시더라구요. 세상에 널린 게 나쁜 놈이고 눈에 밟히는 게 그 나쁜 놈들한테 억울하게 당한 착한 사람들인데, 그 놈들 다 놔 두구 어떻게 개 업하냐구 그러셨다구요. 자기 새끼보다 세상에 널린 불쌍한 사람이 더 귀한 사람하 고는 못 살겠다구.”
신일 “(피식피식 웃으며 설거지 하고) 입만 툴툴이지. 못살겠다가 입에 붙었으면 그 시 골에서 시부모에 시누까지 건사하면서 부녀회장 됐댄다. 내 월급으루는 애 둘 학원 비두 못 대니까 시골에서 씩씩하게 크는 쪽이 낫지.”
철중 “저 그 얘기 듣구 아예 결혼 생각 접었습니다. 그러니까 부장님이 책임 지셔야 됩 니다.”
신일 “뭘?!”
철중 “조승우 나쁜 놈이잖아요. 나쁜 놈 잡아야죠. 나쁜 놈 돕는 놈 있으면 것두 같이 잡구요.”
신일 “(냄비와 쑤세미를 같이 던지며 철중 보고) 진짜...”
철중 “코 빠뜨리구 자빠질까 생각했는데..도저히 억울해서 못 살겠습니다.”
신일 “(한동안 노려보다가 다시 설거지 시작하며) 몰라 나두. 지검장님이 직접 지시하신 발령을 나보구 어쩌라구.”
철중 “이 새끼 못 잡으면 저 옷 벗구 개업할 거니까 부장님두 저랑 같이 개업하세요.”
신일 “(숟가락으로 탄 부분을 벅벅 긁으며) 개업 아무나 하냐. 니 인상 내 인상 합쳐서 변호사 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참 잘두 사건 맡기러 오겠다. (생각만 해도 웃긴 듯) 변호사 사무실이라 그러면 아무도 안 믿을 거고, 무슨 심부름 쎈타라 그러면 믿을 거다.”
빤히 보고 있는 철중.
신일, 시선을 무시하고 계속 설거지를 하는데, 철중의 시선이 집요하다.
신일, 씻던 숟가락 팍- 던지더니 성질내듯 돌아보는데
철중의 눈에 눈물이 가득하다.
움찔 당황하는 신일.
철중 “(억지로 웃으려고 하며) 치즈-를 아무리 해도 더 이상 웃어지지를...않아요....그 새 끼는...석신이 그 자식은...잘 웃지두 않으면서 나 참 잘 웃겨 줬는데......”
CUT TO
술을 한 병씩 들고 베란다에 나란히 앉아있는 철중과 신일.
조용히 술만 마신다.
철중이 빠르다.
철중 병이 비자, 신일 병을 뺏어가려 한다.
신일 “(병 굳게 잡고 안 놓으며)건강까지 잃어버리면 뭘루 싸울래?”
철중 “링에두 안 올려 주면서 무슨 싸움을 하라구요”
신일 “사흘 휴가 안에 해결해.”
철중 “형님!”
신일 “부장이야, 자식아.”
철중 “(와락 껴안으며)형!”
푸근하게 웃는 두 사람.
철중 “차 빌려줘요.”
에레이! 하는 느낌으로 철중 밀어내는 신일.
씬69. 효준의 아파트 거실(낮)
소박하고 품위 있게 꾸며진 거실.
현주와 마주 앉은 철중.
현주 “(손수건으로 눈물을 꾹꾹 찍어내며) 그 동안 다니시던 산장이나...펜션에 다 연락해 봤는데...안 오셨다구.....친구분 찾아간 것도 아니구(도리질하며) 이젠 정말...살아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씬70. 몽타쥬 (낮)
‘명선재단’이라는 간판이 붙은 학교로 들어가는 철중.
나이 많은 수위, 교사들과 이야기하고.
신일의 차를 몰고 시골길을 달려가는 철중.
낚시터 간판이, 몇 개 스케치 되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대충 밥을 먹는 철중.
씬71. 여관방 (밤)
목욕을 하고 나오는 철중.
그의 다리에 걸쳐 방 풍경이 보이면 벽면 하나 가득 큭직한 제목이 붙은 자료들이 빼곡하게 붙여져있다.
[휴대폰 통화 내역] [친인척 주소] [관련 기관 주소록] [이용했던 숙박업소] [명선 재단 소유 재산 소재지] [출입국자 명단] [고속철 이용객 현황] [신용카드 사용 내역]
그 엄청난 자료의 홍수 한 가운데에 전국 지도를 펼쳐 놓고
팬티 차림으로 앉아 자료를 째려보는 철중.
철중 “검사답게 가자, 검사답게.”
전화를 끌어다 놓고 전화하는 철중.
(몽타쥬)
전화번호들이 죽죽 지워져 나가고.
지도 위에 복잡한 동선이 그려지고.
자료들 중에 아예 구겨져서 한쪽으로 치워지는 것들.
철중의 턱에 수염이 자라기 시작하고.
눈은 충혈 된다.
이러한 몽타쥬 화면 위로 사람들과 통화가 되어 안효준에 대해 묻는 철중의 목소리와 대답하는 상대편의 음성이 간간히 O.L. 되고.
그보다 훨씬 큰 소리로 뚜뚜뚜 거리는 통화중 신호음이 섞여서 들려온다.
마침내 벽면에 남은 세 개의 자료.
[핸드폰 통화 내역] 가운데 한 개의 전화번호에 반복적으로 동그라미가 쳐져있고
[관련기관 주소록] 가운데 강원도 주소에 동그라미가 쳐져있고
[신용카드 사용 내역] 가운데 00 휴게소에서의 사용 기록이 일정한 간격으로 기록돼 있다.
철중 “(전화하며) 조검사. 난데. 확인 좀 해줘.”
씬72. 도로 (낮)
운전하고 가는 철중 그 위로 O.L. 되는 목소리
조검사 “(V.O) 말씀하신 주소랑 전화 번호 동일한 곳 맞아요. 골프장 개발 예정지였다가 폐쇄된 곳이라서 전화가 끊긴 상황인 것 같구요. 휴게소, 서울서 거기 내려가는 길 에 있어요.”
씬73. 고속도로 휴게소 (낮)
한적한 느낌의 휴게소에서 국밥 전표를 사는 철중.
그러다가 문득 지갑 안에서 효준의 사진을 꺼내 아주머니에게 보인다.
철중 “혹시 이분...”
아주머니 “아이고, 이사님이시네요.”
철중 “아세요?”
아주머니 “알죠. 달포에 한번씩은 꼭 들르시니까.”
씬74. 야산 (저녁)
여기저기 조금씩 파헤쳐진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고
부리다 만 목재와 건축 자재가 보이는 공사가 중단된 현장.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서있는 철중,
아주머니 “(V.O) 예전에 같이 일하던 어르신이랑 학생들 가르치는 골프장 짓다 만 곳이래요...그 어르신 돌아가신 담에 맘 붙일 데가 없어서 그냥 그 어르신 뵙는 맘 으루 다녀 가신다구...예, 맞어요. 열흘 전엔가...아니다 달포 됐다...그 때두 왔다 가 셨죠....또 오실 때 됐네요.”
씁쓸한 마음으로 둘러보는 철중.
분위기 한참 잡고 있는데 모기가 덤비는 듯 손으로 휘휘 저어 쫓는 철중.
그러다가 멈칫.
한 웅덩이 위에만 새까맣게 파리가 모여 있다.
다른 웅덩이들을 보면 그저 일반적인 수준.
파리들이 몰려있는 웅덩이 보면 물도 시커멓게 썩어있다.
그 웅덩이를 향해 다가가는 철중.
불길한 느낌의 시선에 툭 걸리는 금장 단추 하나.
웅덩이 옆에 떨어져 있다.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코와 입을 막는 철중.
CUT TO
환하게 조명을 밝힌 공사장.
포크레인이 서있고, 그 옆에 건져 올려진 효준의 시체. 썩어 있어 얼굴이 보이지는 않지만 효준임을 짐작할 수 있는 상태다.
그 옆에 서서 내려다보고 있는 철중.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느낌이 드는 얼굴이다.
씬75. 김사장의 사무실 (아침)
천박한 느낌으로 꾸며진 사무실. 사채업자 같은 느낌이다.
김사장 “(전화통화하며) 그럼, 그럼. 걱정하지 마. 내가 그 조승우 하구 막역한 사이거든. 요새 대한민국에서 조승우 안 통하구 뭐 사업 할 수 있겠어? 걔가 말이야..날 거의 지 형으루 생각하지. 그럼. 그래, 그래. 걱정 말고. 어이, 들어가게.”
전화 끊고 흡족해 있다가 엄마, 놀라는 김사장.
문가에 서있는 철중.
씬76. 골프장 사무실 (낮)
소파에 나란히 앉아있는 철중과 김사장. 김사장은 사색이 돼있다.
그리고 맞은편에 앉아있는 승우.
그 뒤에 서있는 정훈.
김사장이 사이사이 끼어들지만 승우와 철중은 철저하게 서로만 바라보고 있다.
김사장 “(부들부들 떨며)아니...저는 그냥...우리가...저기...얘기한대루 할려구..”
승우 “얘기한대로 라뇨, 김사장님. 우리가 계약 외에 뭐 다른 얘기 한 적 있습니까?”
김사장 “없지요. 없습니다. ”
철중 “잘 생각하세요, 김사장님. 안효준씨 시체가 발견된 이상, 이건 그냥 매매 사기 정 도가 아니라 살인 사건입니다.
김사장 “살인이 왜...내가 그..무슨 상관이 있다구..”
철중 “안효준씨한테 직접 도장 받으셨다고 했죠? 근데 그 전에 안효준씨가 죽은 걸 로 나오면 당신은 안효준씨를 죽이고..”
김사장 “아, 왜 내가 뭘 죽여요, 얼굴도 못 본 사람을 어떻게 죽이냐고요! 나 아닙니다. 나 아니구요. 나 말 할랍니다. 나요 그 계약 할 때..”
순간 미소가 걸리는 철중의 얼굴과
긴장된 승우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C.U. 되어 보이고.
정훈 “제가 안이사님 인감을 도용해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멈칫하는 철중.
정훈 “(승우를 향해 목례하며) 죄송합니다, 이사장님. 골프장 매각이 늦어지면 집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허락도 안 받고...안이사님께 위임받았다고, 이사장님까 지 속였습니다.”
승우 “(잔잔히 미소 지으며 철중을 바라본 채) 충성이 과했군. 부하 직원의 실수를 사과 드립니다, 검사님. (일어서며) 수사에는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안효준 이사님 사건 도 잘 해결됐으면 좋겠군요.”
철중 “꼭 잘 될 거다.”
승우 “(철중의 손을 일부러 끌어와 두 손으로 꼭 잡으며) 부탁합니다.”
득의만만하게 웃는 승우.
씬77. 신일 집무실 (낮)
소파에 마주 앉은 철중과 신일.
신일 “오른팔 하나 잘라왔으니까 끈덕지게 붙으면 목을 칠 날두 오겠지. 사흘에 이 정도 면 잘 했어.”
철중 “송정훈이에 관한 조사 제가 하게 해주십시오.”
신일 “변호인단에서 문제 제기하면 골치 아파진다. ”
철중 “강력부 검사실로 넣어 놓고...신문만 제가 하겠습니다.”
신일 “(한숨 쉬며) 너, 한 번 더 문제 발생하면 위험한 상황인 거 알지?”
철중 “예.”
신일 “조용하게 진행해 봐.”
씬78. 검사 집무실 (낮)
수갑 차고 앉아있는 정훈.
맞은편에 앉아 조서 꾸밀 준비를 하고 있는 철중.
철중 “(종이에 쓸 준비를 하며) 송정훈, 32세면 73년 생인가?”
소년부 계장이 파일을 들고 들어온다.
파일을 받아 읽던 철중, 멈칫 시선 들어 정훈을 본다.
철중 “미국 가서 성형하고 이름 바꾸고 그랬으면 그냥 거기 살지...10년 전에 2300억 주가조작으로 땡긴 돈 다 어디로 날리고 남의 집 살림을 해주나, 안칠복씨.”
정훈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네요.”
철중 “얼마 받고 대신 뒤집어 쓸 작정을 한 건데. ”
정훈 “안 이사님 인감 제가 도용했습니다. 누구 잘못 대신 뒤집어 쓴 거 없습니다.”
철중 “인감 도용 정도면...뭐...뒤집어 써 줄만 하지. 근데...안칠복씨, 이거 살인 사건이 야.”
정훈 “부검도 안 해보고 어떻게 아십니까? 그렇게 오랫동안 물 속에 방치된 시체, 부검 한다고 뭐 건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
의자를 조금 뒤로 젖혀 끽끽 소리 나도록 앞뒤로 흔들면 정훈을 한참동안 보는 철중.
그러다 문득 앞으로 바짝 당겨 앉으며 정훈과 눈을 마주치고.
철중 “선수네.”
정훈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철중 “그 동안 조승우가 거액을 빼돌리고, 학교 재산을 사유화 하는거 뒤 봐주면서 로비 한 증거두 많거든? 그것두 뒤집어 쓸 작정인가?”
정훈 “.....”
철중 “시간 끈다구 죄가 없어지거나 덮어지지 않아. 알지? 선수니까. 그냥...정말, 단지... 시간만 끄는 거지. 그래도 해볼래?”
약간 빙글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철중을 바라보는 정훈.
철중 “좋아. 소년부는 강력부랑 달라서 느긋이 기다려줄 수 있거든.”
그래도 미소가 지워지지 않는 정훈의 얼굴.
그 미소가 마음에 걸리는 듯한 철중의 얼굴.
씬79. 골프장 (밤)
대낮처럼 환하게 불이 밝혀진 골프장.
그늘 집을 중심으로 야외 파티가 벌어지고 있다.
그럴듯한 느낌의 중년들이 환한 얼굴로 축하를 하고 있다.
승우와 잔을 부딪치는 중년들.
승우 옆에는 부총재, 차국장, 최행장 등이 서있다. 세 사람의 얼굴은 굳어있다.
중년1 “축하드립니다. 해외로 진출하는 첫 번째 사학 재단이 되는 거 아닙니까?”
중년2 “쉽지 않은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을 텐데.. 단기간에 정말 놀랐습니다.”
승우 “(옆의 세 사람을 돌아보며) 어르신들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부총재 “(경직된 웃음을 지으며) 무슨 말씀을. 우리가 뭐 한 거 있습니까? 다 조이사장 능 력이지요.”
싸늘한 시선이 되는 승우.
차국장 “그럼요. 우리 조이사장님 인맥이 좀 두터워야죠. 저희 같은 사람들이야 뭐...”
부총재 “ (파티장에 모인 사람들을 보며) 여기 한 번 보세요. 여기에 폭탄이 떨어지면 말입 니다...대한민국 정치, 경제, 문화, 치안...한꺼번에 무너지게 생겼어요. ”
하하하하 웃는 사람들.
승우 “(중년들에게 파티 테이블 쪽을 가리키며) 신경 써서 준비하기는 했는데 입에 맞으 실지 모르겠습니다.”
중년들 테이블 쪽으로 가고.
중년들에게 시선 둔 채로 이야기하는 승우.
승우 “제 비서 연행된 얘기 듣고 긴장하셨나 보군요. 제 고문 변호인단 유지비가 1년에 얼만지 아십니까? (차분하게 미소하며)....일 벌이는 건 누구나 합니다. 마무리가 정 확해야 진짜 능력이죠..”
찔끔하는 세 사람.
승우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며) 예..말씀하신 대로 저 인맥이 넓습니다. 정계, 언론, 금 융...한 자리 오래 보전하는 위인이 몇 없으니까...필요할 때 쓰려면 사람을 많이 알 아두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
부총재 “이사장, 말이 지나친 거 아니오?”
승우 “(낮지만 으르렁거리듯) . 난 이 좁은 땅덩이에 남겨놓은 거 하나두 없어. 문제 터 지는 건 나 출국한 다음일 거고, 거기서 자취 감춰 버리는 건 어려운 일 아니야. 국제 경찰 뜨고, 옮겨 다니고...귀찮은 일 만들기 싫어서 뒷마무리 하라는 것뿐이니 까....그 정도 돈 풀면 당신들 아니어도 개처럼 길 인간들 줄로 세워. 마지막까지 제대로 못하면 누가 다칠지 잘 판단해.”
술을 마시는 차국장과 최행장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부총재의 얼굴은 흑빛이 되어간다.
씬80. 식당 (낮)
조검사와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철중.
조검사 “(신이 나서 떠들며) 내가 숙원사업 풀었으니까 거기 이용할려면 선배두 돈 내요. 알았죠?”
철중 “(설렁탕에 밥을 말아 퍽퍽 먹으며) 어.”
조검사 “아, 진짜 건물 전체 금연되구 나서, 휴게실 있으면 뭐하냐구요, 갔는데 부장님 계 시구 그러면 재떨이만 비우구 돌아오구 말야.”
철중 “(종업원이 들고 지나가는 쟁반 위의 밥 공기에서 두 개를 집어ㅡ 내리며) 어.”
조검사 “거긴 밖에서 뵈지두 않아요. 완전히 코너에 딱 가려갖구, 게다가 그 나무 큰 거 있죠, 거기 잎에 가려서, 담배 맛까지 좋더라구요, ”
철중 “어.”
조검사 “한 번 사용에 천 원 받을까요?”
철중 “(정신없이 밥 먹으며) 어.”
그제야 철중의 이상한 상태를 눈치 채고 멈칫 보는 조검사.
철중은 미친 것처럼 밥을 퍼먹고 있다.
조검사 “이천원 받을까?”
철중 “어.”
조검사 “선배한테만 만원 받을까요?”
철중 “어.”
조검사 “(장난기 발동하여) 오백만원은 어때요?”
철중 “좋지.”
조검사 “선배 분양받을 독신자 아파트 나 주지?”
철중, 갑자기 쾅 숟가락을 놓으며
철중 “개새끼!”
움찔 놀라는 조검사.
조검사 “농담이었어요, 농담!”
철중 “(자기 혼자 분을 못 삭여서) 감히 날 상대루 지구전을 펴?!”
조검사 “뭐가요..?”
씬81. 서울지검 외경 (낮)
조검사 “(V.O) 제가 도와드릴께요”
씬82. 서울지검 입구 (낮)
온갖 폼을 다 잡으며 건물로 들어오는 건달1. 공공의적 1편에 나왔던 산수다.
그 뒤로 하나씩 들어오는 건달들, 모두 1편에 나왔던 그놈들이다.
눈이 마주치자 워메...? 하는 표정으로 뜨악히 보는 건달1,2,3.(산수 및 1편에 나왔던 건달들)
건달1 “(비웃으며) 너는 그 나이에 아적도 이런 데 불려 다니고 그래 쌌냐?”
건달2 “민구시러븐 놈...나는 오늘 엄연히 영감님의 수사를 돕는, 이 신성한 업무 협조 요청을 받고 나오는 몸이여.”
건달3 “(앞장서서 걸어가며) 설사나 변비나..같은 똥들끼리 싸우지 말고 길 열어라.”
그러면서 엘리베이터로 가서 서로 먼저 타겠다고 난리를 치는 건달,1,2,3..
씬83. 집무실(낮)
어안이 벙벙한 얼굴의 정훈.
그 앞에 줄줄이 앉아있는 건달들 십 여 명. 건달1,2,3을 포함해 모두 한 가닥 하게 생긴 얼굴들이다.
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가관이다.
그 옆에 서있는 조검사. 괜시리 무게를 잡고 있다.
신경전 벌이던 건달 둘이 서로 눈을 부라리며 위협하는 모습을 보고 쿡- 웃는 정훈.
그러자 살벌한 눈빛으로 돌아보는 건달들.
정훈 “(전혀 쫄지 않은 얼굴로 조검사를 보며)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조검사, 정훈의 반응이 예상 밖인 듯 당황한 얼굴이 되고.
건달1 “아가, 느가 우리 하늘같은 검사님 면전에서 아가리 자물통 했다는 것이 사실이 냐?”
정훈 “뭐하는 양반들입니까?”
건달1 “(벌떡 일어서며) 야앙반?! 이 족보 없는 개 후레자식 같은 놈이 어서.. ”
건달2 “(건달1의 팔을 잡으며) 어허, 애기 오줌 지리겄네. 일단 말로다 합시다. 영감님도 계신데..(정훈을 보며) 개인적으루다가 뭔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겄다만 우리 이쪽 에서도 그 룰이란 것이 있는 디 말이여”
건달1 “니가 자물통 채우는 것은 이 세계에서 살아갈 기본자세가 아주 훌륭하게 돼있는 것이기는 한디, 자물쇠를 발휘할 일이 있고 아니할 일이 있는 것이고, 발휘할 때와 아닌 때가 있는 것이지.”
건달4 “하모! 이런 때 우리 강력부의 새희망 철중 검사님 짐을 팍 덜어드리는 기 니 인생 에 을메나 보탬이 되는 일인지 니 아나?!”
“맞다!” “어차피 알게 될일 아가리 찢어놓기 전에 불어라!”“ 조용히 말씀 드려라.” 등등 협박과 회유와 윽박지름이 혼잡하게 이어지고.
그 때 문 벌컥 열리고 들어오는 철중. 멈칫하는데 건달들 서로 먼저 일어나 아는 체 한다.
“아이고, 우리 영감님, 그새 또 인격이 느셨네.”
“언제 국수 먹게 해줍니까,거?”
“지낸 달에 내 지리산에서 보낸 산삼 받아 봤지예?”
“우리 한석이, 큰 집에서 모범수 됐다고 편지 왔던데요.”
철중 “뭐하는 거야, 지금?!”
조검사 “아니...보통 자물통 잠근 놈들 이렇게 하면 좀 먹힌다구...”
들고 온 서류로 건달들 배를 꾹꾹 찌르는 철중.
철중 “철 좀 드쇼, 철. 은퇴해서 심심하면 깻잎이나 키워서 장에 내다 팔아 살림에 보태 든가”
건달1 “깻잎 팔아서 몇 푼이나 땡긴다구”
철중 “땡기...어이구 아직두..진짜... 그럼 똥이나 닦든가”
건달2 “찢어질 텐데”
눈살 찌푸리며 건달들 보는 철중.
철중 “(조검사랑 같이 건달들을 밀어내며)나가, 가! 가! 염장 제대루 터지게 하구 싶은 거면 성공했으니까 가, 어?!”
조검사와 건달들 밀려나가고.
후...한숨 쉬는 철중.
정훈 “(철중 뒤통수에 대고) 재미있는 분들이네요.”
열 확 받아 버리는 철중.
신경질적으로 확 돌아서서 정훈의 멱살을 잡아 일으킨다.
정훈 “(웃으며 고개 끄덕이고) 그렇죠. 이렇게 하셔야 강검사님 스타일이죠.”
부들부들 떨며 화를 참는 철중.
씬84. 지검 건물 한켠. (낮)
조검사가 말한 대로 외진 곳의 나무 그늘에 가려진 발코니문을 열고 나오는 조검사.
조검사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며) 으이 씨...”
그러다가 나무로 가려진 건너편에서 두런두런 말하는 목소리가 들리자 멈칫한다.
박계장 “(v.o) 이 쪽은 염려 마십시오.”
씬85. 교차 편집
정훈과 마주 앉은 철중.
철중 “(정훈을 쏘아보며) 이런 식으로 시간 끌어서...”
그러다 멈칫하는 철중 얼굴 C.U.
**********
나뭇가지를 슬쩍 들어 올려보는 조검사.
나무 가지 너머로 보이는 박계장.
조심스럽게 전화를 하고 있는 뒷모습이다.
박계장 “강철중이가 정훈이 붙잡구 장기전으로 들어갈 작정을 했습니다.”
**********
철중 “시간을 끌어서 뭘 하자는 게 아니라...”
*********
박계장 “부검 결과 나오는 것도 시간 걸릴 거고...이사장님 그쪽 가셔서 자리 잡으실 때까지 충분합니다.”
**********
철중 “시간을 끄는 것 자체가 노린 수라면....”
*********
고급 승용차의 뒷자리에 느긋이 앉아있는 승우.
조수석에는 여행 가방이 놓여있다.
승우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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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소년부 집무실에서 뛰어나오는 철중.
********
박계장의 어깨를 잡아 돌리는 조검사.
조검사 “(감격스러운 혼잣말로) 선배...이제 제대루 한 건 했습니다...나..”
씬86. 서울지검 복도 (낮)
정신없이 달려가는 철중.
거의 부딪칠 뻔 한 느낌으로 달려오다가 마주하는 조검사.
철중 “(동시에) 공항 예약 체크해줘!”
조검사 “선배님! 조승우 오늘 뜹니다!”
철중 “너 어떻게 알았어?”
조검사 “벌써 아셨어요?”
철중 “(조검사 어깨 두드리며) 암튼 빨리!”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는 조검사와 철중.
씬87. 부장검사 사무실( 낮)
거칠게 뛰어 들어오는 철중.
멈칫하고 보면, 전직1을 포함한 중후한 느낌의 변호사 다섯 명이 앉아있다.
씬88. 강력부 사무실 (낮)
한쪽에 박계장이 수갑 찬 상태로 앉아있고, 한쪽에 조검사가 통화중이다.
조검사 “예, 오늘 저녁 9시 30분 L.A GOD...조승우..예,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씬89. 부장검사 집무실 앞 비서실(낮)
철중의 팔을 붙잡고 끌고 나오는 신일.
철중 “부장님!”
신일 “그래서? 또 영장 없이 공항까지 쫓아가서 난동피우다가, 이번에 진짜 짤릴래? 그 리구 너 이제 강력부두 아니잖아.”
철중 “그 새끼 이번에 나가서 무슨 짓 할 것 같으세요?! 그동안 빼돌린 외화 그거 제대 루 관리할 파이프 만듭니다. 그거 존, 매리, 캐리, 제임스 씨발놈 이름으루 묻히면 죽었다 깨나두 못 찾습니다! 5천억이면 돈 없어서 도시락 못 싸는 애들 이십만명이 천 끼를 먹을 수 있는 돈입니다!”
신일 “그래두 법대루 하라구! 법대루! 좀! (목소리 낮추고 안 쪽의 눈치를 보며) 너 하나 팔 다리 자르겠다구 대한민국 수임료 랭킹 파이브 변호사가 다 뭉쳐서 쫓아와 있 어! 당장 니가 송정훈이 신문한 것부터 따지겠다는데! 여기서 더 문제 일으키면 돌 이킬 수가 없단 말이다.”
잠시 보던 철중.
벌떡 일어나 나간다.
씬90. 서울지검 복도(낮)
쾅- 부장 검사의 방문 열리고 나오는 철중.
신일 “(쫓아 나오며) 강검사! 강철중!”
쫓아온 신일이 철중의 팔을 잡자, 어쩔 수 없이 돌아서면서도 신일의 손을 놓는 철중.
사람들 하나 둘 복도로 나오고
신일 “그래서 어쩔 건데! 이대루 옷 벗구 나갈 거야?! 검사가 법을 안 지키면 어쩌겠다 는 거냐구!”
철중 “홍길동이 왜 홍길동 됐는지 아세요?”
신일 “뭐?”
철중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까 억울해서 도둑이 됐거든요.”
신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철중. 신분증 꺼낸다.
철중 “법이 뭔데요? 법, 그거 최소한입니다. 사람들끼리 살면서 정말 지켜야 될 최소한 인데....그것조차 안 지키는 진짜 나쁜 놈을 나쁜 놈이라구두 못하면서, 법 같은 거 없이두 착하게 사는 사람들 억울하게 만들면요....”
신일의 손에 검사증 쥐어주는 철중
신일 “너, 이거 무슨 뜻이야?”
철중 “다시 못 돌아와도 좋습니다. 아니, 나쁜 놈 잡을 수 없는 검찰이면 다시 안돌아 옵니다.”
구경꾼들 사이에서 슥 사라지는 박계장.
신일 “야!”
철중 “(몇 걸음 걷다가 뒤돌아보며) 이제 부하도 아닌데 너무 막 부르지 마시죠. 김신일 씨.”
하...! 어이없어서 입 쩍 벌어지는 신일.
씬91. 도로 (저녁)
미친 듯이 차를 몰고 있는 철중.
씬92. 지검장 집무실 (저녁)
테이블 위, 철중이 내놓은 파일과 신분증이 놓여있다.
화면 넓어지면 테이블 양쪽으로 앉아있는 지검장과 신일.
지검장 “사안이 급하거나 중대하다는 것은 주관적 판단에 근거한 것이고 절차는 모두가 지 키기로 한 약속입니다. 검사들이 너도 나도 절차를 무시하면서 사회 질서를 수호한 다고 나서면...일이 되겠습니까?”
신일 “예, 옳으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
그 때, 왈칵 문이 열리고 사색이 된 비서가 뛰어 들어온다.
지검장 “무슨 일이야!”
비서 “죄, 죄송합니다...근데...강력부 수사관..권총이 없어졌다고...아무래도...강철중 검사 님이 가져간 것 같다고...”
눈을 질끈 감는 신일.
놀란 얼굴로 신일을 돌아보는 지검장.
신일도 자기 신분증을 꺼내 철중의 신분증 옆으로 나란히 놓는다.
비장한 느낌으로 눈을 감는다.
그 얼굴 위로 들리는 지검장의 목소리.
지검장 “(V.O) 뭐합니까?”
눈 뜨는 신일. 그러다 그의 눈이 점점 커지고.
신일의 POV로 보이는 지검장, 특수 방탄조끼를 입고 있다.
지검장 “(짐짓 근엄함 표정으로) 일단 최악의 사태는 막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바람처럼 휙 나가는 지검장.
말투와 표정이 근엄하기 짝이 없는데...어딘지 웃긴다.
푹- 참지 못하고 웃는 신일.
그리고 책상 위의 신분증 두 개를 돌아본다.
씬93. 도로 (저녁)
어떤 도로를 질주하는 승우.
앞으로 인천 방향의 표시가 보인다.
**********
역시 어떤 도로를 질주하는 철중
멀리 보이는 모습으로 누군가와 계속 통화를 하고 있다.
역시 인천 방향의 이정표가 보이고.
**********
또 다른 도로로 경광등을 울리며 출동하는 검은 짚과 승용차들 십 여 대.
역시 인천 방향의 이정표를 보며 달리는 차량들이다.
그 가운데 한 승용차로 줌인 되면 뒷자리에 앉은 지검장, 비져 나오는 즐거움을 참지 못하는 얼굴이다.
씬94. 공항. (저녁)
공항 건물 앞으로 급정거하는 검찰 쪽 차량.
처처척- 내려서는 인원들.
그 가운데 근엄한 모습으로 내리는 지검장.
공항을 올려다보는 모습이 멋있다.
씬95. 주차장. (저녁)
공항의 주차장으로 보이는 어느 주차장에 진입하는 승우의 차.
척 내려서서 열쇠로 차를 잠근다.
그리고 앞 타이어 위에 키를 올려놓는다.
씬96. 공항.(밤)
출국장 주변으로 몸을 숨기고 자리를 잡는 특수 대원들.
그들 위로 무전 소리가 들린다.
대원1 “(V.O) 용의자 포착, 용의자 표착!”
공항 출입구가 부감으로 내려다보이는데 승우로 보이는 인물이 들어서는 것이 보인다.
일제히 긴장하여 그를 향해 조준하는 특수 대원들.
들어선 인물 구두끈이 풀린 듯 허리를 굽히고
지검장 손가락으로 하나, 둘, 셋을 가리키자
1층에 있던 특수대원들 달려들어 승우로 보이는 인물을 포위한다.
그리고 천천히 두 손을 들고 상체를 일으키는 인물.
(인써트) 선착장 (밤)
앞 씬 인물의 턱선과 같은 턱선이 C.U. 되고
인물의 얼굴 완전히 드러나면 다름 아닌 골프장 사장인 김사장.
김사장 “(기겁 사팔을 하며 두 손을 번쩍 들고) 왜, 왜, 왜 이러십니까? 나,나,나는...난...”
씬97. 요트 (밤)
비서와 놀던 그 요트가 정박된 부두. 그 앞에 선 승우. 승우에게 여러 개의 서류를 건네는 정장차림의 남자.
남자 “나리타에서 타실 비행기표하구요, 항해 허가 관련 서류들입니다. 신고 끝났구요. 근데...일본까지 혼자..괜찮으시겠습니까?”
승우 “사람 손 하나 없이 태평양두 건널 수 있는 배야. 뭘 걱정해?”
남자 “예.”
승우 “정훈이 보석으루 나올 거니까, 나오는 대루 건너와라.”
남자 “알겠습니다.”
배를 보는 승우
남자 “점검 끝났구, 드실 거 채워 놨습니다.”
승우 “오케이.”
배에 오르는 승우.
씬98. 공항 (밤)
“난 그냥 공짜 비행기 티켓 주면서 미국이나 갔다 오라 그러길래..”
등등으로 징징거리는 김사장을 배경으로
전화를 하고 있는 지검장과 도열해 있는 특수 부대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지검장 “그럼 용의자는 그렇다 치고 권총 들고 나간 강철중이는 어디 있는 거야!”
씬99. 요트 안 (밤)
선실로 들어가 가방 푸는 승우.
그리고 다시 갑판으로 나오면 그 앞에 버티고 서있는 철중.
승우 “검사가 줄 서서 된 거는 아니구나. 개미떼처럼 우르르 공항에 몰려갈 줄 알았더 니”
철중 “나쁜 놈 머리 쓰는 만큼은 써 줘야지. ”
승우 “뭐...칭찬해줄 만은 한데...니가 참 지겹다....뭘 얻고 싶어서 이러는 건데? 뭘 원 해? 내가 그걸 줄께. 지검장이면 되겠냐?”
철중 “나 다 가졌어. 나 대한민국 검사야. 나쁜 놈 잡아넣는데 뭐가 더 필요하냐?”
승우 “(천천히 단추 풀며) 태생이 천한 것들이 좀 괜찮은 자리에 오르면 착각을 해. 자 기들이 뭔가 대단한 걸 이룬 것처럼..그래서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것처럼...자기들 머리 위에 절대 이길 수 없는 존재가 있다는 걸...잊어버려.”
말이 끝나면서 동시에 가볍게 몸을 날려 철중에게 한 방을 먹이는 승우.
승우가 바로 다음 주먹을 날리려 하자 막아내는 철중.
철중 “(승우의 주먹을 막아내느라 팔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견디며) 우리 방에...자주 오는 형님들이 하는 말이 있는데...나쁜 짓하구 뽕 사이에 공통점이 있댄다..”
기어이 철중의 주먹을 뿌리치고 철중의 복부를 걷어 올리듯 치는 승우.
쓰러진 철중에게 다가가 발로 밟는 승우.
승우 “할수록 더 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죄책감이 사라지고”
철중 “(승우의 발을 두 손으로 잡으며) 안하고 사는 방법을 모르게 되지”
승우의 발을 밀어내며 일어서는 철중.
승우, 잠시 중심을 잃지만 이내 바로 잡고.
철중 “(비틀거리며 일어서서)너처럼”
승우 “뽕쟁이와 검사의 공통점은 얘기 안 해 줬나 보군...죽을 때가 돼서야 지들이 걸어 온 길을 후회하게 된다는 것”
말을 마치자 살벌하게 붙는 두 사람.
거의 승우가 압도적인 우세를 유지하지만 철중이 들러붙는 것도 끈덕지다.
승우도 조금씩 지친다.
아주 크게 주먹을 휘둘러 철중을 뻗게 만드는 승우.
비틀거리며 일어서려 애쓰는 철중.
승우 “(숨을 헐떡이며) 그냥 누워있어, 이 미련한 새끼야!”
철중 “검사가...대한민국 검사가..공공의 적을 세워두고 누울 수 없거든”
승우 “이런다고 누가 상 줄 것 같냐? 국민과 공공의 행복을 위해서? 세금 몇 만원 깎아 주고, 월드컵 축구나 계속 뵈 주면 돼. 누가 몇 천억을 어떻게 하든, 그런 인생들 하고는 상관없는 문제잖아! 늬들은 늬들끼리 그냥 살란 말이야! 버러지같은 인생들 끼리!”
순간 괴물 같은 고함을 지르며 승우에게 달려들어 허리를 껴안고 뒹구는 철중.
승우가 요트의 부속물에 허리를 찧으며 큰 충격을 받고.
그 기세로 밀어붙인 철중이 승우를 가로타고 앉아 무자비하게 주먹을 내리꽂는다.
철중 “너 안 이길께, 그래! 난 태생이 천해서 월드컵 4강 나간 날 빤스만 입구 광화문 뛰어다녔으니까, 너 안 이겨! ”
그러더니 권총 꺼내서 승우의 이마에 철컥 갖다대는 철중.
철중 “(쉬어버린 목소리로 낮게) 그냥 죽일께.”
경악하는 승우.
방아쇠에 걸린 철중의 손가락.
신일 “(V.O) 니가 아까워 강철중!”
멈칫 보는 철중.
그래도 다시 쏘려하는데
신일 “저런 새끼 때문에....총알두 아까워. 대한민국 재산이야.”
그래도 총을 내리지 못하는 철중.
신일 “(버럭 고함 치며) 공공의 적이 그 새끼 하나야?! 그거 하나 잡고 말래?!”
천천히 총 내리는 철중.
다가와 철중의 어깨를 토닥거리는 신일.
승우를 내려다보며 전화 하는 철중.
철중 “선배님. 여기 선배님 고용주가 뻗어 있거든요. ”
씬100. 접견실 (밤)
정훈을 앞에 두고 앉아있는 다섯명의 변호사들. 그 가운데 전화를 받고 있는 전직1.
철중 “(f) 당분간 선임료 드리지 못할 상황인 것 같은데..어쩌시겠습니까?”
전화를 끊는 전직1.
전직1 “(가방을 챙기며 정훈을 보고) 다른 변호사 알아보게.”
놀란 얼굴의 정훈을 뒤로 하고 방을 나가는 변호사들.
씬101. 항구 근처 (밤)
수갑이 채워진 승우가 경찰차에 태워지고 경찰들, 현장 정리하는 광경.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보며 나란히 앉아 담배 피우고 있는 철중과 신일.
철중 “지검장님이 신분증 둘 다 접수하면 어쩌실라구 그러셨어요?”
신일 “개업하자메”
철중 “심부름 쎈터요?”
피식 웃는 신일.
철중 “고맙습니다.”
신일 “뭐가?”
웃는 철중.
신일 “내가....너 좋아서 이러는 것 같지?”
철중 “아니면요?”
신일 “난 지긋지긋해, 너같이 럭비공 같은 새끼.. 너두 나중에 부장 달구 꼭 너같은 놈 하나만 거느려봐라...심장이 터져 죽든 간이 썩어 죽든 둘 중 하나다.”
철중 “(빈정 상한 듯) 아니 뭐 그렇게 못마땅한데 뭐 땜에 여까지 쫓아오구 그런데요? (생각난 듯) 어떻게 알았어요, 저 여기 있는...”
그러다 생각난 듯 핸드폰 꺼내서 보는 철중.
하..어이없어 웃고.
신일 “(피식 웃으며) 우리 유리하구 우람이 다 자라 어른 되면, 난 퇴직했을 거구...대한 민국 검찰에 너 같은 검사 하나 쯤 있어야...걔네들 보기 덜 쪽팔릴 것 같아서 그랬 다..됐냐?”
하 참...하는 느낌으로 웃는 철중.
항구 전경이 멀리로 보이며 아름다운 불빛이 하나 둘 밝혀져 간다.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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