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2회
2부-촬영고
S#1. 캐나다/ 쁘띠 샹플랭 거리 (낮)
1부 엔딩에 이어서..
은탁 여기가 캐나다고 아저씨 능력이 이 정도면, 저 결심했어요.
도깨비 뭘.
은탁 맘 먹었어요 제가.
도깨비 뭘!
은탁 저 시집갈게요 아저씨한테.
도깨비 (빡!)
은탁 난 암만 생각해도 아저씨가 도깨비 맞는 거 같거든요.
도깨비 !!!
은탁 (방긋) 사랑해요.
도깨비 !!! (후.. 이 당돌함을 어찌 해야 하나 싶어 보면)
은탁 오 처음 들은 척 하는 거봐.
도깨비 ! (당황) 하지 마.
은탁 오 적극적으로 거절 안하는 거봐. 자 그럼 저리로 가봅시다. 신혼여행이다 생각하고.
은탁, 도깨비가 잡을 틈도 없이 후다닥 튄다.
예쁜 색감의 가게들 거리에 죽 늘어서있다. 연신 “우와 우와!” 탄성 지르며,
/거리 끝에서 끝까지 막 뛰어다니면서 보고,
/쇼윈도에 코 박고 예쁜 물건들 구경도 하고,
/빙글빙글 몸 돌려가며 이쪽 편 저쪽 편 보고,
/좁은 거리 지그재그로 바삐 옮겨 다니며 보고,
도깨비의 시선에서 은탁은 왼쪽에 있었다 오른쪽에 있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그러더니, 쪼르르 달려와서 흥분된 목소리로,
은탁 저 되게 자연스럽죠. 불법체류자 안 같죠. 외국 처음 온 애처럼 안 보이죠.
도깨비 (뭐라 얘기하려하면)
은탁 자 그럼 이리로 가봅시다! (이미 가고 있고)
도깨비 (빡!)
S#2. 캐나다/ 화가의 거리 외 이곳저곳 (낮)
/화가의 거리. 풍경 그림 잔뜩 팔고 있는 거리 구경하는 은탁.
/이 골목 저 골목 들어가 보는 은탁. 역시나 우와 우와 또 거리 끝에서 끝으로 뛰어다닌다.
/그러다 철사공예품 노점 앞에 탁 멈춰선 은탁. 마음에 드는지 후드에 손 꿴 채 한참을 들여다본다. 그러나 살 돈이 없고. 아쉽게 걸음 떼는 은탁인데.
/한 가을에 크리스마스 용품 파는 상점. 쇼윈도 신기하게 들여다보는 은탁.
눈 마주친 점원이 “Merry Christmas.”하자, 은탁도 수줍게 “Merry Christmas.”하고.
그러다 문득 고개 돌려 뒤에 도깨비 있는 거 확인한 은탁, 도깨비 향해 맑게 웃는데..
도깨비, 그 미소에 순간 가슴이 울렁이는 기분이고.
그때 은탁, 쫑쫑쫑 도깨비 향해 오더니,
은탁 저 사진 좀 찍어주심 안돼요? 이 풍경 안에 있는 저를 남겨놓고 싶어서요.
(핸드폰 쥐어주며) 이 버튼을 누르면 찰칵 소리가 나면서 사진이,
도깨비 알아.
은탁 오 의왼데.
도깨비 (빡!)
은탁 (잽싸게 뒷걸음질로 빠르게 물러서며) 하나 둘 셋 해주세요.
도깨비 싫어. (바로 찰칵 찍고 은탁에게 폰 휙 던지고 가버린다)
은탁 (얼결에 받고) 아 진짜! 어디 가요! 같이 가요! (미아 될까봐 서둘러 쫓아가고)
S#3. 캐나다/ 메이플 로드 (낮)
단풍잎, 붉은 비 내리듯 쏟아진다. 도로에도 레드카펫처럼 빨갛게 깔린 단풍잎들.
은탁 우와 역시 단풍국. (바닥 보며) 이곳인가, 나를 위한 레드카펫?
함께 걸어서 영광이죠?
도깨비 (끙.. 앞만 보며 걷는)
은탁 히 다행이다. 영광은 굴비지, 할까봐 조마조마 했는데.
도깨비 (뜨끔! 눈치 보면)
은탁 이렇게 단풍을 보고 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단풍나무 가리키며) 저 그림에 사슴만 딱 이쪽 보고 있으면 장땡인데. 열 끗.
도깨비 ! (뜨악하게 보면)
은탁 에이 안 해요. 고딩이 무슨 섯다예요. 그림 같단 얘기죠.
근데 이 동네는 이름이 뭐예요?
도깨비 퀘벡.
은탁 오 이름도 멋져. 근데 그거 아세요?
(깡총깡총 뛰며 떨어지는 잎 잡으려 하며) 떨어지는 단풍잎을 잡으면, (보면)
도깨비 밑장빼기냐? (이미 빨간 단풍잎 하나 잡고 있고!)
은탁 잡았어요 지금? 아 왜요! 주웠다고 해요 얼른!
도깨비 왜 그래야 되는데.
은탁 떨어지는 단풍잎을 잡으면 같이 걷던 사람과 사랑이 이루어진단 말이에요!
(뺏으려고 손 뻗으며) 빨리 버려요.
도깨비 (단풍잎 든 손 위로 뻗고) 솔직히 말해 봐. 방금 지어냈지.
은탁 아니거든요? 떨어지는 벚꽃 잎 잡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 몰라요?
그거랑 같은 맥락이거든요? (단풍잎 잡으려고 깡충깡충)
도깨비 사랑한다며.
은탁 아저씨 도깨비예요?
도깨비 아니야.
은탁 (다시 뺏으려 버둥버둥) 그니까요. 빨리 내놔요!
도깨비 그럼 넌 왜 잡을라 그랬는데.
은탁 전 저 오빠랑 같이 걷고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은탁이 가리킨 곳 보면, 금발의 멋진 청년 가까운 곳에서 걷고 있고.
도깨비 오.. 빠아..? (빡, 은탁 보는데)
은탁 (방심한 틈 타 도깨비가 든 단풍잎 확 낚아채서 가며)
잘생긴 오빠 가까이 가서 주의 깊게 봐야지~
도깨비 (기막혀 보고 섰는데)
은탁, 수줍 수줍하며 금발 미청년 스쳐 지나가는데, 미청년이 먼저 말 건다.
은탁, 도깨비 돌아보며 “봤죠? 나한테 말 거는 거?” 손짓발짓 하며 좋아 죽고, 도깨비 끙..
은탁, 뭐라 뭐라 대답하다가 이내 애처럼 “으아!” 기절초풍해 도깨비 향해 달려온다.
은탁 캐나다 귀신, 캐나다 귀신. (도깨비 손목 탁 잡아끌며) 이쪽.
(하지만 반동으로 다시 제자리로. 도깨비가 꿈쩍도 안 한 것이다.)
도깨비 니가 뭘 안다고 이쪽이야. 이쪽. (하며 휙 은탁이 손 떼고는 반대편으로 걷는)
은탁 으아! 같이 가요! (쪼르르 도깨비 뒤 따르고)
S#4. 캐나다/ 호텔 로비 (낮)
은탁, 도깨비 따라 로비 들어선다.
은탁 (목도리 풀며) 아 무서워. 귀신이랑 눈 마주쳤어. 아 울렁거려..
도깨비 귀신 자주 본다며. 뭐가 그렇게 무서워.
은탁 영어로 말 걸잖아요. 영어 무서워.. 귀신이 영어 하니까 영어 더 무서, (하다)
근데 이 아저씨가! 여기 호텔 아니에요? 아니 암만 외국이래도 고딩이랑 이런
덴 좀 그렇지 않나? 이쪽 이쪽 하더니?
도깨비 시집 온다며 나한테.
은탁 아저씨 도깨비,
도깨비 (바로) 아니야. 여기서 기다려. (가려는데)
은탁 어! (놀라 옷자락 잡는) 어디 가는데요?
도깨비 볼일이 있어.
은탁 무슨 볼일이요? 나도 가면 안 돼요? 나 외국 처음이라 엄청 무서운데.
도깨비 엄청 무서운 애가 이리저리 잘도 뛰어다니던데.
은탁 그거는! 다 옆에 아저씨가 있으니까 믿고 그런 거죠. 오래 걸려요?
누구 만나는데요? (하다) 아.. 혹시 여자 만나요?
도깨비 (보면)
은탁 ..그쵸. 캐나다까지 왔는데 무슨 약조가 있었겠죠. 나보고 도깨비 신부 아니라는
게 다 맥락이 있었겠죠.. 알겠어요. 다녀오세요. 저는 뭐 돈도 없고 여권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막 호흡도 불안정하지만 혼자 기다려야겠죠..
제 말 무슨 뜻인지 알죠.
도깨비 모르겠는데.
은탁 한 10달러만 빌려 줄 수 없냐는 뜻이죠.
아저씨가 저를 버릴 수도 있잖아요. 의도적으로든 실수로든.
그럼 대사관에 전화라도 해야 하는데,
도깨비 내가 너 버리면 소환해. 대사관보다 그게 빨라 넌. (가는)
은탁 와 100달러도 아니고 10달러 아끼자고 저렇게까지 설득력을 갖춘다.
그래요 주지 마세요. 주면 안돼요? 주기만 해요?
도깨비 (대꾸도 않고 돌아서 가고..)
S#5. 한국/ 카페 (밤)
강남의 모던한 카페. 테이블 위에는 나란히 놓인 까만 페도라 두 개.
앳된 후배 사자(민재), 음료 두 잔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둘 다 수트 차림으로 깔끔하다.
민재 잔돈이랑 영수증이요. 잘 먹겠습니다. 아 이건 말씀하신 기타누락자 서륩니다.
반드시 수기작성 하시랍니다.
저승 (끄덕하고, 서류 받는)
민재 근데 기타누락자는 왜 생기는 겁니까?
전 기타누락자가 존재한다는 얘기만 들었지 처리해본 적이 없어서요.
저승 신의 변덕 같은 거야.
인간들은 그걸 기적이라고 부르고 우리는 그걸 기타누락자라고 하는 거고.
민재 아. 그럼 선배님 건도 기적입니까?
저승 더 특이 케이스.
생사부에도 명부에도 이름이 없어서 어떤 근거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모르겠다.
민재 와. 듣기만 해도 골치 아픕니다. 그 서류 언제 다 올립니까?
저승 그러게나 말이다. (차 마신다)
민재 근데 선배님 이사 가셨다면서요. 집들이 안 하십니까?
저승 전세라.
민재 저도 이사 가야 하는데 돈이 안 모입니다. 집 주인 여자가 신기가 있는지 자꾸
꿈에 저승사자가 보인다고. 아주 죽겠습니다.
저승 그러게 집터 잘 보라고 몇 번 말했어.
민재 옥탑방 꼭 살아보고 싶어서요. 근데 진짜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승사잔데 무슨
살 집도 있어야 하고 잠 못 자면 졸리고 밥 안 먹으면 배고프고 요 며칠 야근
했더니 피곤해 죽겠습니다. 저 요즘 이거 달고 삽니다 (홍삼 꺼내고) 아 맞다.
이번에 23기 중에 되게 예쁜 애 들어왔는데 혹시 보셨, (하는데)
그때, 명품 휘감은 40대 초반 남자(과거 고려상인과 동일 인물) 카페 안으로 헐레벌떡 들어오더니, 자기 손에 하, 입김 불어서 냄새 맡으며 창밖 막 살핀다. 한 눈에 봐도 술에 취해 있는데,
한 여자 급히 따라 들어오더니, 거칠게 다가가 남자 팔 확 잡더니,
여자 당신! 사람 쳐놓고 어딜 도망가! (킁킁 남자 냄새 맡아보고) 어 그래 맞지?
당신 술 마셨지? 너 이제 끝났어.
남자 이 여자가 미쳤나. 누가 술을 마셔! 사지 멀쩡하면 됐지 왜 지랄이야? 이거 안 놔?!
일각에 지켜보고 있던 저승, 페도라 집어 든다.
민재 (싱긋 웃으며) 수고 하십쇼. (홍삼 쪽쪽)
남자와 여자, “경찰서 가자고!” “죽고 싶어? 놓으라고!” 실랑이로 소란스러운데, 직원들 관심도 없고 시선도 안 준다. 오직 저승만 페도라 쓴 채 청첩장 봉투 열며 두 사람 향해 뚜벅뚜벅 다가가더니,
저승 (남자에게) 박영환. 44세. 병신년 무술월 기미일 02시 22분. 교통사고사.
(여자에게) 김혜령. 35세. 병신년 무술월 기미일 02시 28분. 교통사고사.
(보며) 본인들, 맞으시죠?
남자/여자 !!!
남자 어깨 너머의 창밖으로 길 건너 편 교통사고 현장 보인다.
남자의 자동차, 여자 치고 그대로 가로수에 받은 듯하다.
운전석에 핸들에 고개 박은 채 즉사한 남자.
여자는 머리 쪽에 피 흘린 채로 도로 위에 쓰러져 있다.
사람들 점점 몰려들고 있고...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S#6. 저승의 찻집 (밤)
앞 씬의 남자와 여자, 테이블에 앉아 있다.
여자 앞에만 찻잔 내려놓는 저승.
저승 드세요. 이승의 기억을 잊게 해줍니다.
여자 (찻잔을 쥐는 손 미세하게 떨린다) 정말.. 다 잊어야 하나요?
저 인간에 대한 원망도? (남자 노려보면)
남자 이 여자야. 다 지 팔잔 거지 다 죽은 마당에 뭘 또 꼬라봐 꼬라보길?
저승 그러는 편이 좋습니다. 망각 또한 신의 배렵니다.
남자 근데 너 왜 이거 이 여자만 주고 나는 안 줘.
저승 당신은 기억해야지. 무슨 죄를 지었는지.
사람 치어서 죽게 한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남자 !!!
>>인서트 플래시 백.
1부 20씬. 은탁모 치고 간 뺑소니차의 운전자가 바로 이 남자다!
저승 처음엔 차 한 잔 못 마신 이 순간을 후회할 거야. 다음엔 차 한 잔 못 마신
이유를 되짚을 거야. 그리고 깨달을 거야. 그 어떤 순간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그리고 넌 이미 지옥에 있다는 걸.
남자 !!!
저승 온몸이 매일 조각조각 찢길 거야. 고통에 몸부림치는 매 순간 너는 니가 한 짓을
후회하겠지만 그 고통은 끝나지 않을 거야, 영원히.
남자 !!!
여자 (얼른 찻잔 들어 차 확 마셔버리고 약 올리듯 남자 본다)
남자 자.. 잘못했습니다! 용서 해주세요!
저승 글쎄. (손가락으로 위 가리키며) 워낙 신경질적이셔서.
남자 !!!
저승 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진 채로 지옥을 살고 있는 이를 한명 알지.
그 또한 수도 없이 빌었을 거야. 용서해 달라고.
S#7. 캐나다/ 평원 (낮)
끝도 없이 펼쳐진 푸른 대평원. 그 한가운데 꽃다발 든 도깨비 서 있다.
저승E 그래도 소용없었지. 그는 여전히 지옥 한가운데 서 있으니까.
도깨비의 등 뒤로는 호텔 건물 멀리 펼쳐 보이고.
도깨비의 먹먹한 시선 끝에 닿아있는 낡은 비석 하나.
한자로 ‘고려에서 태어나 이국땅에서 잠들다. 유금선’ 쓰여 있다.
카메라 팬하면, 아무것도 없던 평원이 무성한 숲으로 변하고,
온통 단풍잎 가득한 숲 속에 아담한 오두막 하나. 그 오두막 앞에 서 있는 도깨비고..
/-1. (과거 회상) 숲속/ 오두막 (낮)
작지만 따뜻해 보이는 오두막집에서 저녁을 알리는 연기 피어오른다.
마당을 이리저리 몰려 뛰어다니는 닭들, 병아리들..
마당 한편에는 돌로 쌓은 한국식 우물 하나 있고, 투박한 두레박 하나도 걸려있다.
처마에는 갖가지 나물들 가지런히 널려 있는 정겨운 모습인데.
S#8. (과거 회상) 숲속/ 오두막 안 (낮)
아직 켜지지 않은 호롱을 사이에 두고 테이블에 마주 앉은 도깨비와 손자.
테이블 위에는 종이에 어설프게 적힌 영어 단어와 그림 펼쳐져 있고.
손자, 종이 넘기며 도깨비에게 영어 단어 가르쳐주고 있다.
손자 애폴.
도깨비 애폴.
손자 버네너.
도깨비 버네너.
손자 (박수) 잘하셨습니다.
이 어려운 걸 이리 빨리 배우시는 걸 보니 나으리는 큰 사람이 분명하십니다.
도깨비 (미소) 그러하냐. 스승이 훌륭한 까닭이다.
이어 도깨비, 빈 종이 펼쳐서 슥슥 붓으로 한문 써내려간다.
청출어람(靑出於藍) 써서 손자에게 내밀자 손자, 손가락으로 한문 위에 겹쳐 그리며 공부한다.
영어 단어를 앞에 둔 도깨비와 한문을 앞에 둔 손자 도란도란 함께 공부 하는 모습이고.
Cut to. (밤)
날 어두워져 손자, 호롱에 불 붙인다.
불 밝히는 어린 손자의 손에서, 청년(20대 중후반. 20대 덕화와 같은 얼굴)의 얼굴로,
다시 불 밝히는 핏줄 불거진 손, 중년의 손자고,
다시 불 밝히는 검버섯 핀 손, 노인이 된 손자의 얼굴이고..
S#9. (과거회상) 숲속/ 오두막 뒷마당 (여러 해 낮에서 밤)
뒷마당에 묘비 하나. 한자로, ‘고려에서 태어나 이국땅에서 잠들다. 유금선.’ 쓰여 있다.
/손자의 묘비 위에 내려앉는 세월들.
묘비 위로 눈 내리고, 비 내리고, 꽃잎도 화드득 졌다가.. 점차 깎여 나가는 모퉁이들.
깎인 틈 사이로 이끼 끼고..
/그 묘비 옆에 또 하나 생기는 유씨성의 묘비, 그리고 또 생기는 유씨성의 묘비..
그렇게 몇 백 년의 세월이 흐르는데..
S#10. (과거회상) 외국 어딘가 (밤)
높은 천장. 화려한 샹들리에. 멋진 르네상스식 인테리어의 거대한 홀.
허나, 흰 시트로 가구며 그림 다 덮여있고, 촛불 몇 개 밝혀진 홀에 울음소리만 가득하다.
보면, 도깨비, 참고 참았던 울음을 토해내고 있다. 그때 창밖의 섬광 번쩍!
도깨비의 손 안에 쥐어진 검 보인다. 도깨비, 울부짖으며 가슴에 박힌 검 빼보려 하는데..
이 또한 일종의 자살이다. 허나 검은 꼼짝도 않는다. 울음소리 더더욱 깊어지고..
바닥을 모르겠는 외로움이 추락하던 어느 날이었다. 그 위로..
신E 그 어떤 죽음도 잊히지 않으리라.
S#11. 다시 현재, 캐나다/ 평원 (낮)
도깨비의 먹먹한 시선..
도깨비, 최초의 손자 묘비 아래 가져온 꽃다발 가만히 내려놓더니,
도깨비 그간 편안 하였느냐. (그 옆 다른 비석들 바라보며) 자네들도 무고한가.
나는 여태 이렇게 살아 있고.. 편안하진 못하였네..
담담해서 외려 쓸쓸해 보이는 도깨비고..
그런 도깨비의 등 너머로 웅장하고 아름다운 페어몬트 샤또 프랑뜨낙 호텔 보인다.
S#12. 캐나다/ 호텔 이곳저곳 (낮)
그 시각, 은탁은 호텔 이곳저곳 홀린 듯 돌아다니며 구경 중이다.
/호텔 프런트에 놓여있는 항공사 브로슈어와 퀘벡 여행책자 기념으로 잘 챙겨서 가방에 고이 넣고,
/호텔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우편함 신기하게 보다가 쑥 입구에 손가락도 한번 넣어보고,
/호텔 앞에 펼쳐진 드넓은 강도 내려다보고, 누구 찾는 듯 주변도 둘러보고,
/호텔의 아름다운 외관에 입 떡 벌리며 뒷걸음질로 점점 호텔에서 멀어지고..
S#13. 캐나다/ 평원 일각1 (낮)
끝도 없이 펼쳐진 평원. 사람들 잔디밭에 띄엄띄엄 흩어져 피크닉 즐기고 있다.
은탁, 메이플 시럽 사탕 빨며 또 누구 찾는 듯 주변 두리번 하는데,
잔디밭에 누워 자연스레 키스하는 연인들 발견하고,
괜히 얼굴 빨개진 은탁, 얼른 멀리 보는데, 어?! 저 멀리 서 있는 도깨비의 뒷모습..
은탁 찾았다..
Cut to. (낮)
은탁, 도깨비와 적당한 거리 두고 앉아 그런 도깨비 지켜본다.
도깨비, 묘비 앞에 하염없이 앉아 있다..
은탁의 손엔 민들레 홀씨 들려 있다. 은탁, 도깨비의 뒷모습에 후~ 민들레 홀씨 불어 본다.
하늘 하늘 날아가는 홀씨 사이로, 쓸쓸히 앉은 도깨비 보이고..
그런 두 사람 주변 사람들 하나둘 떠나고, 평원에 밤이 내린다.
Cut to. (밤)
도깨비, 문득 정신 들어보면 해 져 있다.
해진 하늘 한번 올려다보고 그제야 은탁 걱정돼 일어나는데, 은탁 딱 서 있다.
도깨비 (살짝 당황하고, 미간 찌푸리며) 얌전히 있으랬지.
은탁 얌전히 있었어요. 나 온 거 몰랐으면서. 볼일이.. 이거였어요?
도깨비 끝났어. 가려던 참이야.
은탁 (어느 묘비 보며) 근데 아저씨만 연령미상이네요?
보면, 유씨성 가진 묘비들 사이, 1800년대 흑백 초상사진 끼워진 묘비도 있다. 도깨비다!
도깨비의 묘비엔 이름 없이 [???~1801] 연도만 있다.
은탁 살던 곳을 이렇게 떠나는 거예요? 몇 번이나요?
도깨비 ..안 세어봤어.
은탁 (가만히 끄덕 하더니, 도깨비 묘비에 꾸벅) 안녕하세요 지은탁입니다.
대략 한 이백년 후에 아저씨 신부될 사람입니다.
도깨비 아니야.
은탁 아닌가 봅니다. 그치만 약 한 이백년 후에도 아저씬 여전히 멋있으세요.
도깨비 !....
은탁 때때로 좀 못 됐긴 한데, 반듯하게 잘 크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도깨비 !!...
은탁 그럼 전 이만. (꾸벅 반절 하고) 가요. (맑게 웃고 먼저 돌아서 간다)
도깨비 (그런 은탁의 뒷모습 한참 바라보는데..)
S#14. 캐나다/ 평원 일각2 (밤)
나란히 걷고 있는 은탁과 도깨비.
은탁 오래 살았어요 여기?
도깨비 무인 산중의 오두막이 저 호텔이 될 세월만큼 떠났다 다시 돌아오고 돌아오고 했어.
고향을 떠나 처음 정착한 곳이 여기였거든.
은탁 아 아깝다. 그때 그 오두막을 샀어야 하는 건데! 그럼 지금 저 호텔이 아저씨 건데.
도깨비 (의미심장하게 보면)
은탁 (!) 설마 저 호텔..이..?!
도깨비 그 눈빛은 뭘까.
은탁 (급히 주머니에서 메이플 시럽 사탕 꺼내 공손히) 이거 드실래요?
도깨비 어디서 났어. 너 돈 없잖아.
은탁 그래서 훔쳤죠. (도깨비 손에 쥐어주며) 그니까 얼른 드세요. 먹어 없애야 해요.
도깨비 뭐?!
은탁 믿는다 그걸. 신기해서 불쌍하게 쳐다보니까 주더라구요. 근데 저 호텔이 진짜,
도깨비 너 안 늦었어?
은탁 어딜요?
도깨비 학교.
은탁 으아..! 지금 한국 몇 시예요?
도깨비 (시계보고) 오전 10시.
은탁 으아..! 담임한테 죽었다.. 아 나 그냥 여기 살까? 지각보다 불법체류가 낫지. 그죠.
도깨비 (뜨악..)
S#15. 한국/ 서울 한복판 (다음 날 낮)
[0월 0일 GRAND OPEN!] 커다란 플래카드로 벽 한 면이 다 가려진 건물 보이고.
이내 건물 한편 출입문 밑 환해지더니, 문 열고 나오는 도깨비와 은탁.
화면 넓어지면, 8차선 대로변 경적 소리, 어디론가 바삐 이동하는 사람들, 빌딩 유리벽에 부딪치는 햇빛.. 서울 도심 한복판이다. 캐나다에 갔던 것이 꿈만 같은 은탁이다.
은탁 아, 잘 잤다.
도깨비 ? (보면)
은탁 (밝아서 슬픈) 꿈에서 깬 것 같아서요.
저 살면서 외국여행 같은 거 가볼 거라고 상상도 못했는데,
덕분에 외국도 가보고 (꾸벅) 오늘 감사했습니다.
도깨비 (뭔가 미안한 맘 들고. 보면)
은탁 그럼 전 이만. 꿈 깼으니 등교해야죠. (뒷걸음질 치며) 제가 혹시 오늘 민폐
끼쳤더래도 한 번만 봐주세요! 제가 진짜 너무 신나서 그랬을 거거든요!
도깨비 !! (보는)
은탁, 손 흔들어주고 뒤돌아 뛰어간다. 도깨비, 은탁 뒷모습 오래 바라보는데..
담임E 지은탁.
S#16. 은탁 학교/ 교무실 (낮)
교무실 불려온 은탁. 담임한테 혼나고 있다.
담임 지금 몇 시야. 몇 시야 지금!
은탁 ..죄송합니다.
담임 너 고삼이야. 고삼이 어떻게 3교시에 등교를 해? 너 급식 먹으러 학교 오니?
아님 너 학교 다니기 싫어? 수시 접수 했다고 고3 다 끝났지 아주.
대학 붙었어 아주? 어? 등록금도 없다면서?
은탁 (!..) 죄송합니다..
담임 왜 늦었냐고! 너 부모님 안 계셔서 이모 밑에서 힘들게 사는 거 아는데
너만 힘든 거 아니다? 다 힘들어, 다. 수능 막바지고, 너 대학 못 간다고 다른
애들까지 피해줄 순 없잖아.
은탁 ..저 대학 갈 건데요.. (똑바로 보면)
담임 어머 얘 눈빛 봐. 가. 누가 가지 말래? 넌 꼭 좋은 말에도 이런 식이더라?
(그때 핸드폰 울리자) 잠깐 기다려. (E) 아 예 안녕하셨어요 지수 어머니.
은탁 (비참해 서 있는데..)
S#17. 은탁 집 (밤)
경미 대자로 자고 있고, 은탁, 앉은뱅이책상에 스탠드 켜놓고 앉아 이어폰 꽂고 라디오
들으며 캐나다에서 챙겨온 팸플릿, 길거리에서 받은 전단지 신기하게 보다가 페이지 사이에
끼워온 단풍잎 꺼내 본다. 도깨비가 잡은 떨어지던 단풍잎이다. 히 예쁘다.
라디오E 비를 맞고 돌아온 저녁. 당신의 우산이 되어 주는 건 무엇인가요? 부르면 대답하는 목소리, 같은 시간에 같은 걸 봤던 기억, 처음 속도를 맞춰 걷던 순간 같은 것들. 누군가가 생각나시나요? 그래요. 바로 그 사람이에요. 첫 곡 보내드릴게요.
/캐나다에서 도깨비와 함께 걸었던 모습,
/함께 바라보았던 풍경,
/함께 마주보았던 순간,
들 떠올라, 잠시 행복해지는 은탁인데..
S#18. 도깨비 집/ 거실 (다음 날 낮)
저승, 야채 음료 마시며 TV 보느라 정신없는데 도깨비 그 앞 가로 막으며,
도깨비 바뻐?
저승 어 바뻐.
도깨비 그럼 나 좀 따라 나와 봐.
저승 (빡! 째려보면)
도깨비 바짝 따라와. 너무 붙진 말고.
저승 바짝 따라 가는 만큼 중요한 일이어야 할 거야. 안 그럼 죽는다.
도깨비 나도 그거 확인하는 거야. 나의 생사여부. (문으로)
저승 뭔 소리야. (따라 나가는데)
/도깨비는 메밀밭으로,
/저승은 마당으로 나오는데.
/도깨비, 자기가 나온 출입문 보며 조금 기다리는데. 저승 들어올 기미 없고.
역시 그 아이만 하는 건가? 다시 문 열고 들어가면,
/저승, 앞서 나간 도깨비 없자, 두리번거리는데,
이내 저승이 나온 문 열리고 마당으로 나오는 도깨비.
저승 왜 그리 나와?
도깨비 신기하지? 저승사자도 그저 신기한 걸 그 아인 했단 말이지.
저승 뭐 누구. 누가 뭘 했는데! 다시 해. 더 바짝 붙어? (가까이 가면)
도깨비 (질겁) 무슨 짓이야!
저승 왜 뭐! 승부욕이야. 어디로 가.
도깨비 난 그냥 욕이야. 꺼져! 멀리 가 멀리. (하고 들어가 버린다)
저승 (빡!) 니가 그러고 들어가면 내가 뭐가 돼! 뭔데. 내가 뭘 못하는데! (들어가려는데)
덕화E (반가운) 세입자님?
저승, “아 깜짝이야” 돌아보면 덕화다.
덕화 아우 우리 세입자님. 왜 나와 계세요 추운데. (본심) 삼촌은..요?
저승 안에. (들어가려하면)
덕화 아뇨아뇨 사실 저는 저희 세입자님 뵈려고, (하며 팔 잡으려고 손 내미는데)
저승 (덕화가 손 내민 만큼 상체 뒤로 물러나며) 거기서.
덕화 ? (멋쩍게 손 접으며) 하하. 스킨십 되게 싫어하시는 구나.
저승 (경계하며 보면)
덕화 아 뭐 되게 중요한 건 아니구요, 혹시 생활하시는 데 불편하신 점 없으신가 해서.
갑자기 막 습해진다든지, 문밖이 막 환해진다든지.. (눈치 보면)
저승 (얘 다 아나?) 난 그저 그쪽 삼촌이 갑자기 막 집만 나가줬음 좋겠거든?
덕화 그쵸. 사실 저도 삼촌이 하루 빨리 국제로 좀 나가줬음 하는 바람이 있는데..
알고 보면 진짜 되게 큰 사람인데 왜 한국에서 저러고 있나 싶고.. 느껴지시죠.
저승 아니.
덕화 (뻘쭘..) 근데 제가 앞으로도 자주 들를 것 같아서 그러는데 호칭을 뭐라고..
계속 세입자님 하면 너무 정 없어 보여가지구. 삼촌..은 너무 다정할까요?
저승 (그저 보면)
덕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끝방삼촌. 저 한번만 살려주세요.
혹시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찾아와서 누구냐고 물으면 그냥 놀러왔다고 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 분이 제가 끝방삼촌한테 세놓은 거 아시면 저 죽거든요.
저승 그 할아버지가 누군데.
덕화 저희 할아버지요. (방긋)
저승 (띵!)
덕화 저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끝방삼촌의 편에 설 것입니다. 진짜로.
저승 (아 뒷목..)
S#19. 건물 일각 (낮)
도깨비 따라 캐나다 갔던 문 앞에 서 있는 은탁. 왠지 긴장한 얼굴이다.
은탁 이 문을 열면 캐나다다... 캐나다다...
은탁, 결심한 듯 문 확 열면! 그저 평범한 공용화장실이다.
한 S라인 여자 손 씻다가 흘깃 돌아본다. 여자, 다름 아닌 젊어진 삼신이다.
삼신 쓸 거야 학생?
은탁 아, 아뇨. 쓰세요.
삼신 고삼?
은탁 (?) 어떻게 아세요?
삼신 교복 입고 눈깔 퀭하면 대부분 고삼이더라고.
은탁 아.. 눈깔..
삼신 어디 살아?
은탁 (?) 네? 아 요 근처 사는데요.
삼신 잘됐네. 이거 가져가서 먹어. (옆에 놓인 꾸러미 툭 건네주고)
은탁 ? (받아서 보면 시금치다) 시금치네..요?
삼신 어 뭐 부담 갖진 말고. 남자한테 받은 거야.
은탁 (?) 시금치를요?
삼신 어 근데 내가 집에 이게 많거든. (거울 보며 립스틱 슥슥 바르고)
은탁 (?) 시금치가요?
삼신 어 집에 가서 가족들이랑 나눠 먹어. 꼭.
삼신, 도도하게 문 열고 나간다.
뭐지? 시금치 들고 멍하니 서 있는 은탁이고...
S#20. 은탁 집 (밤)
은탁 (들어오며) 다녀왔습니다.
은탁, 옆에 시금치 꾸러미 내려놓고 신발 벗고 있는데,
이모 (TV보며) 야 넌 다 저녁이 되도록 어딜 싸돌아 댕기다 이제 와. 바람났냐?
은탁 학교 끝나고 바로 오면 이젠데요.
이모 너 자꾸 그렇게 꼬박꼬박 말대꾸 해애?
경식 (열린 문으로 게임하는 모습 보이고) 엄마 나 배고파.
이모 나도 고파 이 새끼야. 남의 집 새끼들은 밖으로 잘만 돈다는데 어휴.
빨리 밥이나 해! 너 하날 지금 몇 사람이 기다려 기집애야!
은탁 네 네. (작은 반항 해보는데)
이모 대답은 한 번만 해! 어? (뭐 집어 던질 기세고)
은탁, 가방 대충 거실에 내려놓고 냉장고로 직행한다.
냉장고 열어보면 동그란 단무지, 오래된 오이, 계란 몇 개가 고작이다.
밥통 열어보면 밥도 눌어붙어 있다. 잠시 생각하다, 삼신이 준 시금치 보는 은탁인데..
Cut to.
/밥에 참기름, 깨, 소금간 해서 버무리는 모습.
/시금치 데치고 동그란 단무지, 오이, 계란 부쳐서 재료 준비하는 모습.
/준비한 재료 들고 대충 김밥 마는 모습 컷컷.
그때 경미, 방에서 무언가 들고 뛰쳐나오며,
경미 엄마 엄마 이거 봐! (흔드는데, 은탁의 퀘벡 팸플릿이다!)
쟤 해외로 튈 준비 하나봐. 내가 검색해봤는데 (팸플릿 흔들며) 여기 캐나다야.
은탁 !!! (참기름 묻은 비닐장갑 급히 벗는데)
이모 뭐? 줘봐! (확 뺏어서 보고는) 어 그래 내가 니 년이 이럴 줄 알았어.
보험금 들고 아예 해외로 튀게? 이러면서도 니가 통장이 없어? 어!
은탁 (확 이모한테 다가와서) 주세요. 그냥 기념으로 갖고 있었던 거예요. 주세요.
이모 이게 왜 기념이야. 뭐가 기념이야. 니가 이런 델 언제 가봤다고 기념이야!
어 너 오늘 잘 걸렸어. (E) 이게 키워준 은혜를 이따구로 갚아?
하더니 손에 잡히는 대로 은탁의 머리고 어깨고 등짝이고 마구 때리는 이모.
은탁 주세요! 달라구요! 제 거니까 주세요!
은탁, 매를 피하지도 반항도 없이 그저 팸플릿만 챙기려하고..
경미는 그러거나 말거나 부엌으로 들어와 도마 위에 김밥 놓고 썬다.
경미 도망갈 생각에 신났네. 김밥 만 거 보니. 맛있겠다~
(하다) 악! 엄마! (비명 지른다. 칼에 손가락 깊이 베였다. 피 뚝뚝 떨어진다)
경식 뭐가 맛있겠어. 니 손이? 뷰웅신. (경미 꼴 보고 낄낄대며 다가와 김밥 한 줄
통째로 집어 들어 콱 씹는데 목에 컥! 시금치 걸린다) 컥! 어.. 엄마!
이모 아유 이것들이 왜 쌍으로 지랄이야! (팸플릿 휙 던지고 달려가는데)
경미와 경식 소리 지르고, 울고불고, 이모 등 두들기고 휴지로 손가락 말고 정신없는 와중에
은탁, 바닥에 떨어진 팸플릿 주워 가방에 챙겨 넣고 단단히 메더니,
부엌으로 턱턱 걸어가 김밥 한 줄 확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가는데.
이모E 야, 이 기집애야! 너 안 서! 어딜 도망가!
S#21. 은탁 집 근처 골목1 (밤)
골목 어귀 어딘가에 가방 끌어안고 쪼그려 앉아 구겨진 팸플릿 펴는 은탁.
울지 않으려고 죽을힘을 다하며, 들고 나온 김밥 우걱우걱 째로 먹는 은탁인데..
S#22.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도깨비, 은탁이 생각에 머리가 복잡한지 침대에 누운 채로 계속 뒤척대고 있다.
도깨비 소환도 하고 문도 따라 들어오는데 검은 못 본다.
(뒤척) 대체 뭐란 말이냐 너는.. (또 뒤척)
/은탁 (2부) 아저씨 신부될 사람입니다.
도깨비 (뒤척)
/은탁 (1부) (방긋) 사랑해요.
도깨비 (눈 질끈, 다시 뒤척) 무엇보다 그 말이 진심이라면, 퍽 난감하군..
하는데 화면 넓어지면 도깨비, 침대 벗어난 허공에서 자연스럽게 누워있다.
누운 채로 한숨 훅, 쉬더니 그대로 발딱 일어난다.
도깨비 호기심은 항상 품위를 이기는 법. 매우 궁금하니 가서 물어봐야겠군.
(가내복에 외투 하나 대충 집어 들고 나가는데..)
S#23. 은탁 집 근처 골목2 (밤)
은탁, 집 주변 계속 배회하는 듯, 같은 가게 앞 세 번째 지나가고 있다.
S#24. 은탁 집 근처 건물 옥상 (밤)
도깨비, 조금 높은 건물 위에 서서 갸웃하며 그런 은탁 내려다보고 있다.
S#25. 은탁 집 근처 골목2 (밤)
은탁, 같은 가게 앞 네 번째 지나가는데, 저 앞에 딱 서 있는 남자, 도깨비다.
은탁 ..어..?
도깨비 (적반하장) 본 지 얼마나 됐다고 불러내. 것도 이 밤중에.
내가 아주 바쁜 와중에 중요하게 있었는데 어떡할 거야. (횡설수설인데)
은탁 (?) 저 안 불렀는데요?
도깨비 불렀어.
은탁 아닌데. 이번엔 진짠데?
도깨비 너 방금 내 생각 했어 안 했어.
은탁 (엇! 놀라) 아.. 그게..
도깨비 거봐. 맞지. 내 생각 했지. 니가 그렇게 내 생각 하고 그러니까 내가 되게
바쁜데 자꾸 이렇게 불려나오는 거 아냐.
은탁 내가 아저씨 생각만 해도 소환되는 거예요?
도깨비 정확하진 않은데 섬세하고 예민한 편이니까 그냥 좀 서로 간에 주의하자.
은탁 아 죄송해요..
도깨비 내 생각 뭐 했는데. 어떤 종류.
은탁 그게.. 캐나다 예뻤는데, 여기 살면 행복하겠다, 그래도 잠깐은 행복했네,
생각하다 보니까 아저씨 생각이 당연하게 나서 옷도 비싸 보이고 시계는 더
비싸 보이고 호텔도 자기 거 같고 좋은 건 다 가졌는데 왜 슬퍼 보이지?
도깨비 !!!
은탁 그런 생각으로 이어진 건데..
도깨비 뭐 그건 그렇고, 왜 이렇게 뺑글뺑글 돌고 있어. 이 밤중에 수상하게.
은탁 그건 또 어떻게 아세요?
도깨비 나도 내가 뭘 몰랐으면 좋겠다.
은탁 이모네 잠드는 거 기다리는 중이요. 한번 곯아떨어지면 업어 가도 모르니까
얼른 자고 아침 일찍 나올라고. 한 12시면 곯아떨어져요.
도깨비 그래서 여기 계속 이렇게 수상하겠다고? 12시까지?
Cut to.
어느새 은탁과 같이 동네 돌고 있는 도깨비다.
도깨비 먹은 거 소화 안 돼서 걷는 거야.
은탁 알아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뭘 되게 잘 드셨나봐요.
도깨비 오해 하지 말라고.
은탁 그 말도 세 번 했어요. (E) 가셔도 되는데.
도깨비E 그 말도 세 번 했어.
그때, 수진(여학생1), 집에 오다가 둘 발견한다.
수진, 바로 핸드폰 꺼내 카톡 하는데.
- 대박. 지은탁 원조교제 현장 발견. 남자 딱 봐도 삼십대.
- 미친ㅋㅋ
- 인증샷 찍어서 단톡방에 올려 얼른ㅋㅋ
수진, 또 사진 찍으려고 핸드폰 드는데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유리문에 댕! 이내 꽈당!
수진 아씨 뭐야! 이 문이 왜 열려!
은탁 (댕! 소리에 뒤돌아보면 밖으로 열린 유리문에 부딪쳐 넘어져있는 수진이다)
쟨 또 넘어져있네. (갸웃하고 가고)
가게 안에서 나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끼익.. 공포스럽게 혼자 닫히는 유리문.
수진, “으아!” 비명 지르며 도망치고..
도깨비 (아무 일 안 한 듯 계속 앞만 보고 걷는데)
은탁 근데 제 알바는 언제,
도깨비 내일.
은탁 혹시 양계장,
도깨비 아니야.
은탁 설마 닭집에 닭으로 붙는 건 아니죠.
도깨비 그러고 싶어?
은탁 아 무슨 수호신이. 그럼 이모네는,
도깨비 코 곤다. 들어 가.
도깨비, 뒤도 안 돌아보고 성큼 걸어가 버리고.
은탁, 멈춰서 보면 어느새 집 앞이다. “안녕히 가세”하고 보면, 도깨비 이미 없고..
S#26. 치킨 집 안 (다른 날 낮)
창문에 ‘알바구함’ 그 밑에 ‘술 안 파는 치킨 집’ 쓰인 종이 거꾸로 보인다.
은탁 실례합니다. (하며 들어오는데)
파리만 날리는 적막한 치킨 집 풍경 속, 창가 테이블에 뻥튀기 한 그릇 놓고 앉아 창밖만 내다보는 여자 뒷모습 보인다. 여자, “어서 오세요.” 하며 송혜교 각도로 머리카락 휘날리며 고개 돌리는데, 은탁, 심하게 예쁜 여자에 놀라 멍- 눈 못 뗀다. 여자, 바로 써니다.
써니 포장?
은탁 아, 저 손님 아니구요, 요 앞에 알바 구한다고 붙여놓으셔가지고, 사장님 안 계세요?
써니 계시네 여기. (교복 차림인 은탁에) 고딩? (앉으라고 자기 앞 툭 가리키면)
은탁 (앉으며) 아 네. 아 사장님이셨구나. 전 너무 예쁘셔서 손님이신 줄 알고.
써니 그지. 손님 예쁜데. 근데 손님 본 지가 언젠 줄 모르겠다. (시름겹게 뻥튀기만..)
침묵.. 흐르고.. 은탁 이런 면접은 처음이고 괜히 머리 넘기며 시선 끌어보지만, 계속 침묵..
은탁 (안되겠어서) 궁금하신 거 있으면 물어보세요. 참고로 저는 사장님 조건 다 맞출
수 있어요. 더 이상 물러날 데가 없거든요. 제 나이 아홉 살에 조실부모하고
사고무탁하여 혈혈단신,
써니 아 무. 우리 집 무 맛있는데. 손님이 무 달라고 한 게 언젠 줄 모르겠다. (뻥튀기만..)
또 침묵 흐르고.. 은탁, 허걱.. 하필 왜 사고무탁을 꺼내가지고.. 미치겠는데,
써니 먹을래? (뻥튀기 한 움큼 주면)
은탁 (냉큼 받고) 감사합니다.
써니 가난하니? (뻥튀기 으적)
은탁 그런 편이에요.
써니 학교는? 안 다녀?
은탁 다니는데요. 고삼이에요.
써니 좋겠다 어려서.
은탁 네?
써니 이따 약속 있니?
은탁 아니요?
써니 그럼 오늘부터 우리 1일이다. 일해.
은탁 정말요? 우와! 감사합니다!
(일어나 가방 벗고 블라우스 소매 걷어 올리며) 저 진짜 열심히 할게요! 진짜! 정말!
써니 그래, 너 알아서 해.
은탁 네!! 알아서 척척 하겠습니다! (하다, !) 아저씨가 말한 닭은 치킨이었구나.
써니 그치. 닭은 치킨이지. 근데 손님이 치킨 달라고 한 지가 언젠 줄 모르겠다.
은탁 .....
S#27. 골목 (밤)
은탁, ‘아르바이트-지은탁’ 적힌 명찰 기분 좋게 보다가 주머니에 넣고, 가만히 눈 감고 선다.
도깨비 생각하는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눈 뜨고 주위 두리번거려도 도깨비 없다.
은탁 뭐야 생각해도 안 오네 뭐. (치킨집 홍보성냥 꺼내 훅 불어 끄고 돌아보며)
나 드디어 알바 붙었어요! 사장님 완전 미인!
도깨비 (실내 슬리퍼 신은 채 스테이크 덩이 꽂힌 포크 들고 서 있다! 쪽팔려 죽겠고!)
은탁 오~ 비싼 거 먹어. 근데 돈 오백을 그렇게 안 해준다.
도깨비 (끙..) 핸드폰 걸고 받고 약속하고 만날 생각은 없니? 문명인답게?
은탁 전 이대로 괜찮아요.
도깨비 내가 안 괜찮아. 내 생각은 안 해?
은탁 생각했는데 안 오던데.
도깨비 !!
은탁 미래를 약속하고 만날 생각은 있는데. (방긋) 사랑해요.
도깨비 (빡! 휘리릭 사라지고)
은탁 아 스테이크 냄새. 아.. 배고파..
S#28. 도깨비 집/ 거실 (밤)
저승, 거실에서 TV로 드라마 보고 있는데, 포크 든 채 휙 들어와 거실 가로질러 휙 방으로 가는 도깨비. 저승, 포크는 왜 들고 다녀? 자기 머리 옆에 손가락으로 원 빙글빙글 그리는데,
S#29. 도깨비 집/ 저승 방 (밤)
온통 하얀 시트와 이불. 저승, 마치 자살자처럼 슬리퍼 가지런히 침대 앞에 벗어두고,
이불 주름 안 지게 조심스럽게 침대로 들어가는데 도깨비 훅 방문 열고 들어온다.
좀 전에 입었던 옷과 거의 흡사한 옷 갈아입고 들어왔다.
도깨비 이 옷이 더 낫지.
저승 무슨 옷.
도깨비 아까 입었던 옷보다. 솔직히.
저승 (?) 옷을.. 갈아입었어?
도깨비 후- 그럼 이 옷이랑, (책 들어 보이면 ‘목민심서’다) 이 책은 어울려?
아무래도 계속 부를 기세야. 언제 어디서든 지적이고 빈틈없는 모습이고 싶어.
저승 누구한테.
도깨비 제발 집중 좀 해! 내가 이 집 떠날 때 입을 옷이다 생각해. 그럼 쉬울 거야.
저승 멋있어. 막 눈부셔. 최고.
도깨비 이 옷은 아니란 얘기군.
Cut to.
도깨비 이 CD가 나아, 이 LP가 나아? 클래식부터 케이팝까지 편견 없이 듣는 설정이야.
저승 요새 애들 다 파일로 들어.
도깨비 (충격 받아 CD, LP 툭 떨어뜨리고)
Cut to.
도깨비 이 그림이 고상해, 이 그림이 우아해? 인상주의부터 포스트모더니즘까지
두루 아우르는 설정이야.
저승 (어이없고) 그 그림 진짜냐?
도깨비 어.
저승 그럼 오르세에 있는 건 뭘까?
도깨비 (갸웃) 그러게 그거 뭘까?
저승 와 진짜 죽여 버릴까? 진짜 안 나가냐 이 집에서?!
도깨비 마음 비워. 어차피 나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으며, 물이고 불이고,
저승 나가! 평온한 내 밤 좀 그만 망치고 나가라고!!
머리끝까지 하얀 시트 덮는 저승. 꼭 죽은 사람 같다.
도깨비 (식겁해서) 뭐야!!! 너 이러고 자?
저승 (빼꼼 내다보고) 왜. 난 이렇게 자야 편해. (다시 이불 머리끝까지 쓰는데)
도깨비 하지 마! 이게 방이야? 영안실이지? 화환은 안 필요하냐?
Cut to.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다 경악을 금치 못하는 저승.
보면, 저승의 흰 시트들 죄다 공주풍 꽃무늬 시트로 다 바뀌어 있고..
머리엔 레이스 헤어캡 귀부인처럼 씌워져 있다.
저승 도깨비 너 오늘 죽었어!
S#30-0. 도깨비 집/ 식당 (낮)
저승 한방 먹이고 콧노래 부르며, 정성껏 커피 타는 도깨비고.
S#30. 도깨비 집/ 거실 (낮)
저승 소파에 앉아 빨래 개키고 있다.
도깨비 (커피 잔 들고 식당에서 나오며, 기분 좋은) 뭐하냐?
저승 빨래가 다 말라서.
도깨비 열심히 해라. (테라스로 가며) 난 테라스에서 커피나 한잔, (하는데)
저승 (속옷 개키며 흥얼흥얼 노래 부른다. ♬) 도깨비 빤스는 튼튼해요 질기고도 튼튼해요.
도깨비 (허걱!!!) 하지마.
저승 아 이거 니 노래였어? 몰랐지 난. 어쩐지 되게 몰입되더라.
(♬) 도깨비 빤스는 더러워요. 냄새나고 더러워요.
도깨비 경고했다.
저승 와 빤스에 뭔 짓을 했길래..
도깨비 아니야!
저승 (갸웃) 이게 이렇게 노래로 남을 정도면..
도깨비 아니라고!!
저승 대체 빤스에 뭔 짓을 하면 노래로 남지? 되게 남자다웠나?
도깨비 하지 말라고!!
와 동시에, 창밖으로 우르르쾅! 번개 치는데!!
S#31. 강남 교차로 전광판 (낮)
전광판에 뉴스 나오고 있다.
“성북동 일대에 때 아닌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S#32.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낮)
텅 빈 공간 가운데 심플하게 놓여있는 커다란 침대.
방과 침대 크기가 무색하게 도깨비, 침대 모서리 끝에 잔뜩 구겨져 모로 누워있다.
그때 문 열리며 덕화 빼꼼 고개 들이밀고,
덕화 별일 없어 삼촌? (방으로 들어오며) 때 아닌 폭우가 글쎄 성북동에만! 쏟아졌..
(하다) 삼촌! 왜 구겨져 있어. 우리 삼촌 누가 꾸긴 거야!!
도깨비 ...
덕화 (답답) 이럴 거면 삼촌이 필요한 곳에 가, 집에 있지 말고. 호남 지방엔 가뭄이
극심해서 농작물이 다 죽어나간대.
도깨비 (근엄) 덕화야.
덕화 어. 말해. 무슨 안 좋은 일 있어?
도깨비 무슨 안 좋은 일을 말하기 위해서는 그것보다 앞서 너에게 해야 할 말이 있다.
네 집안에 대한 비밀과 내 비극적 운명에 대한 얘기다. 놀라지 말거라. 사실 나는,
덕화 도깨비라고?
도깨비 !!!!
덕화 그 얘기가 아닌가? 호남 싫으면 해외 갈래?
도깨비 대체.. 언제부터 안 것이냐.
덕화 여덟 살 때 알았는데? 사실 여섯 살 때부터 의심은 좀 했었어.
삼촌 취하기만 하면 금나와라 뚝딱해서 나한테 막 금 자랑하고 그랬잖아. 기억 안나?
>>인터컷
테이블에 수북하게 쌓이는 금덩이들. 기분 좋게 취한 도깨비, 물의 검 들고 비틀비틀 서 있다.
어린덕화 우와! 이거 나 주는 거야?
도깨비 (취해서 해맑게) 아니?
어린덕화 (팔짱 꽉!) 짱나.
/다시, 현재
덕화 거기서 일단 진짜 삼촌은 아니구나 확신이 들었고,
지금도 봐봐. 매번 이런 식인데 내가 어떻게 몰라.
보면, 도깨비, 침대 끝 허공에 책상다리 하고 딱 앉아 있다.
덕화 (한심) 조심 좀 해라. 집에서 새는 삼촌 밖에서는 안 새는지 걱정이다 진짜.
도깨비 그러니까 너는 내가 도깨비라는 걸 알고 있었단 말이지. 여섯 살 때부터 쭉.
덕화 어.
도깨비 근데도 넌 나한테 “어” 했단 말이지. 여섯 살 때부터 쭉.
덕화 어. (하다 바로 눈치 까고) 니요?
E 우르르 쾅쾅!!!!!! 천둥소리에 이어 빗소리 얹히면서...
S#33. 치킨 집 (낮)
“성북동 일대에 낮보다 더 큰 폭우가 쏟아져 (E)퇴근길 시민들의 발이 묶였습니다.”
화면 넓어지면 은탁의 등 뒤 놓인 TV 화면에서 나오고 있는 뉴스고.
은탁, 매장 탁자 걸레질 중이다. 매장 안은 여전히 손님이 한명도 없이 텅 비어 있다.
써니 (뻥튀기 먹으며) 비 오네... 좋다...
은탁 뭐가 좋아요 비오면 손님도 없는데.
써니 비 안 와도 손님은 없어.. 어차피 안 올 거 비라도 오니까 좋잖아.
은탁 우산 없는데..
써니 내 거 많아. 하나 가져가. 귀찮아서 맨날 안 가져갔어.
(화내듯) 귀찮으니까 도로 가져오지 말고.
은탁 (!!!) 진짜요? (카운터 밑에 보면 우산들 쌓여있다) 우와. 저 우산 생겼어요.
감사합니다.
써니 우산 첨 보니. 내 인생에도 우산이 생겨야 할 텐데. (뻥튀기 와그작) 아.. 눅눅해..
은탁 새 거 드릴까요?
써니 됐어. 아는 맛이야. 새 거 씹기 귀찮아.. (앞치마 벗으며) 가게 잘 보고 있어.
은탁 어디 가시게요?
써니 그런 멘트는 사장전용이야 알바생. 넌 나 없을 때 땡땡이 치고 놀면 돼.
은탁 에이, 사장님 안 계시다고 땡땡이 치면 어떡해요 알바가.
안 보일 때 더 열심히 해야죠.
써니 안 보일 때 더 열심히 하면 사장은 몰라 알바생. (백이랑 우산 챙겨 나가며) 놀아.
은탁 아씨. 멋있어. 다녀오세요!
S#34. 점집 안 (밤)
낮은 테이블 사이에 두고 바닥에 마주 앉아 있는 써니와 한복 차림의 점쟁이(40대女)
써니 (점쟁이 뒤로 붙어 있는 가족사진 보는데, 헉! 세쌍둥이다!)
점쟁이 세쌍둥이야. 내가 막내. 보자. (쌀 뿌리며) 뭐시 궁금해서 왔는가.
써니 그건 그쪽이 맞춰야 하는 거 아닌가.
점쟁이 (뜨끔) 뭐시 잘 안 풀리지?
써니 잘 풀리면 여기 안 있지. 가게에 앉아 돈 세고 있지.
점쟁이 (쌀 집던 손 딱 멈추더니) 서방복 자식복 하나 없고 도화살에 역마살에 아이구야..
써니 그니까. 살이란 살은 다 꼈어. 나잇살까지. 나 살 빼야겠죠.
점쟁이 (혀 쯧쯧 차더니) 팔자 참 춥다. 혈혈단신 천애고아구나.
써니 (!) 그건 또 어떻게 안대.
점쟁이 망망대해에 띄워진 돛단배 같은 인생이네.
써니 그 배에 잘생긴 남자랑 둘이 있었음 좋겠네..
점쟁이 !! (무언가 점괘 제대로) 보인다 남자! 모자 쓴 남자 조심해. 새까만 모자.
써니 그 모자 쓴 남자 잘생겼음 좋겠네..
S#35. 도깨비 집/ 거실 (밤)
테이블 위에 놓인 까만 페도라 집는 손. 보면, 저승이다.
페도라 들고 거실 나가는 저승인데. 도깨비, 방에서 나오다 그 모습 보고,
도깨비 어디가.
저승 세탁소. (모자 상표 보여주며) 드라이클리닝 온리거든 이게.
도깨비 매번 느끼는 건데 그 모잔 정말 좋은 기획이야.
망자들 마지막 가는 길에 우스워 보이기.
저승 (끙) 죽음을 찾지 말라. 죽음이 당신을 찾을 것이니, 에 입각한 아이템이야.
이걸 써야 망자들이 알아봐. 인간들 눈에는 안 보이고.
도깨비 인간들 눈엔 안 보인다니 다행이다. 많이 창피할 텐데. 잘 다녀와.
끙.. 출근하는 저승이고..
쿵! 현관문 닫히는 소리 나면,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 도깨빈데.. 무언가 기다리는 듯 다리 떨고..
Cut to.
시선은 딴 데 보고 있지만, 무릎 위에 ‘목민심서’ 반듯하게 올려놓고 앉아 있는 도깨빈데...
Cut to.
무릎 위엔 ‘목민심서’, 옆엔 LP와 CD도 놓여 있고..
다리 달달 떨며 무언가 계속 기다리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신경질 난 도깨비, 치, 하는 느낌으로 책 휙 LP 위로 던지고 화면 밖으로..
S#36. 도서관 일각 (밤)
도서관 일각 휴게테이블에 앉아 있는 은탁과 친구(정현).
은탁, 테이블에서 열심히 뭔가 만들고 있다. 보면, 캐나다에서 가져온 단풍잎 코팅 중이다.
정현 다리미로 다려야 되는 거 아니야?
은탁 너 언제적 사람이냐. 요샌 그냥 이렇게만 해도 잘 붙어.
정현 그러는 넌. 요새 누가 단풍 코팅한다고.
은탁 이거 받을 사람이 좀 옛날 사람이라 괜찮아.
정현 누구? 너 남친 생겼어?
은탁 아우 야. 남친은 무슨. 알바도 붙여주고 해서 걍 고마워서.
정현 근데 이거 받고 오해하면 어떡해. 자기 좋아한다고
은탁 내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분이라 안 그럴 거야.
하면서도 단풍잎 열심히 코팅 중인 은탁인데..
S#37. 광장 계단 (밤)
칙-! 빨갛게 타오른 성냥불. 밤 깊어 인적 드문 광장. 은탁, 광장 계단에 쪼그려 후- 성냥 분다.
흰 연기 퍼지고, 이내 은탁 옆으로 드리우는 커다란 검은 그림자..!!
은탁, 머리 양 귀 뒤로 정돈해 넘기며 예쁜 표정 짓더니 고개 한껏 꺾어 돌아보며,
은탁 아저씨 나 아저씨 선물, (!!!)
돌아 본 곳엔 도깨비는 없고 페도라 쓴 저승 딱 서 있다!
제대로 눈 딱 마주친 둘인데...
은탁 !!! (못 본 척 얼른 시선 돌리며) 아 목도리. 목도리 놓고 왔다. (벌떡 일어나는데)
저승 역시 넌 내가 보이는구나, 10년 전에도 지금도. 멘트도 똑같고.
은탁 사장님이 문 잠그고 가셨음 어떡하지..? 아 바보. (계속 연기하며 지나가려는데)
저승 소용없어. 보이는 거 다 알아. 이젠 널 지켜줄 이도 없고.
은탁 ! (무섭지만, 화도 나고) 후.. (깊은 숨) 나도 들킨 거 다 알거든요?
저승 이사 갔더라? 덕분에 십년 째 찾던 중인데 이렇게 보네?
은탁 그럼 찾지 말던가! 이 정도면 이승에선 스토커라고 불러요 아세요?
고소할 거야. 명부에 내 이름도 없잖아요.
저승 기타누락자엔 올라가 있어. 19년 치 증빙 서류가 골치긴 하지만.
은탁 (!!!) 그럼.. 저 이제 어떻게 되는데요? 저 죽어요? 저 이제 겨우 열아홉 살인데?
저승 아홉 살에도 죽고, 열 살에도 죽어. 그게 죽음이야.
그런데.. (미간 좁히며) 이번엔 대체 누구랑 있는 거야 넌 또.
은탁 ??
시선 돌리는데, 옆에 도깨비 딱 서 있다!
은탁, 도깨비 발견하자마자, 1초도 망설임 없이 튀어가 손으로 도깨비 눈 가리며!!
은탁 눈 감으세요. 눈 마주치면 안돼요. 저 사람 저승사자예요.
도깨비 !!... (가려진 은탁의 손 안에서.. 가만히 눈 뜨는데)
저승 ?? (둘이 아는 사인가 싶은데)
은탁의 손가락 사이로 본 은탁의 얼굴, 필사적으로 저승 경계하는 표정이다.
이 힘없는 인간 아이가 나를 보호하려고 한다.. 도깨비, 마음 술렁인다..
도깨비, 가만히 은탁의 손잡아 천천히 내린다.
은탁 (?!!) 안 돼요. 눈 마주치면 안 돼요. 데려가요.
도깨비 (그런 은탁 손 꼭 잡으며) 괜찮아. 우리 구면이야.
(하더니, 저승에게) 일하는 중인가 봐?
은탁 !!!
저승 난 그러는 중인데 넌 뭐하는 중인지 모르겠네?
도깨비 난 인간의 생사에 관여하는 중이지.
저승 그러니까 말이야. 크게 실수하는 것 같아서. 이 아인 이미 19년 전에,
그때 우르릉 쾅!! 마른하늘에 천둥과 번개 친다!!
저승 !!! (긴장하고 보면)
도깨비 내가 설명 듣고 싶은 것처럼 보여? (텔레파시, E) 도깨비가 진지할 땐 흘려듣지
말라고 안 배웠어? 조심해. 그대의 생사에도 관여하고 싶어질지 모르니.
저승 !!!
은탁 사이에 두고 팽팽한 두 남자의 시선 부딪치고!
은탁 (살벌한 분위기에 두 사람 표정 살피며)
그냥 일단 튀어요. 일단 튀면 방법 있어요. 이쪽!
하면서 도깨비 팔 잡아당기는데, 도깨비 꿈쩍도 하지 않아 은탁 힘 준 그대로 제자리로 돌아온다.
도깨비 괜찮아. 그냥 있어. 너 못 데려가니까.
은탁 좀 전에 날 십년 째 찾고 있었다고
도깨비 그래도. 널 백 년 째 찾고 있었어도. 그래도.
은탁 ?!! (보면)
도깨비 그 어떤 사자도 도깨비에게 시집오겠다는 애를 데려갈 순 없어.
그것도 도깨비 눈앞에서.
은탁 !!!
저승 아.. 혹시 그럼 얘가, (하는데)
은탁 네 맞아요. 저 맞아요. 소문 무성한 그 도깨비 신부. 이제 어쩔 건데요?
그래도 나 잡아갈 거예요?
그때, 앰뷸런스 여러 대 요란스레 지나간다. 저승, 앰뷸런스 쪽으로 흘낏 시선 주더니,
저승 보아하니 분위기상 내가 나쁜 놈인 모양인데 나도 일단 급한 건 저쪽이라.
(도깨비에게) 자세한 얘긴 이따 하자. (은탁에게) 우린 또 보자.
오늘처럼 우연도 좋고, 나랑 선약을 잡아도 좋고.
은탁 !!!
저승, 앰뷸런스 사라진 방향으로 훅 사라진다.
광장에 은탁과 도깨비만 남았다. 은탁, 도깨비 뚫어져라 본다.
도깨비 말 해. 할 말 되게 많은 얼굴인데.
은탁 (도깨비의 차분함에 왠지 불안해서) 거봐요. 도깨비 맞잖아요. 그럴 줄 알았어.
도깨비 (그저 보는)
은탁 근데 왜 도깨비 아니라고 거짓말 했어요?
도깨비 처음엔 널 다시 볼 줄 몰랐으니까. 니가 들어올 줄 알았나. 한 번도 누군가가 따라 들어온 적 없는 내 문 안으로.
은탁 (!!..) 그 다음엔요. 내가 다음에도 여러 번 물었잖아요.
도깨비 그 다음엔 정정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마 앞으로도 넌, 도깨비 신부가 아니니까.
은탁 !!!
도깨비 (가만히 보면)
은탁 그럼 난, 뭔데요? 귀신들이 맨날 그놈의 도깨비 거리면서 와서 말 걸고,
안 보면 안 본다고 괴롭히고, 보면 본다고 들러붙고,
이렇게 살아 있는데 저승사자는 살아 있음 안 된다 그러고, 이런 난 뭐냐구요.
도깨비 말했잖아. 니가 감수해야 하는 거라고. 나한테 따질 건 아닌 것 같은데.
은탁 (흑- 울음 터져서) 와 치사해. 너무 치사해.
도깨비 ?!
은탁 내가 뭐 도깨비 만나면 진짜 시집갈라고 그랬겠어요? 솔직히 말해 봐요.
다른 이유죠. 혹시 내가 안 예뻐서 도깨비 아니라고 한 거 아니에요?
(가슴 크게 허리 잘록 제스처 하며) 아저씨 이상형이랑 너무 동떨어져서?
도깨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보면)
은탁 맞네!
도깨비 아니야.
은탁 뭐 맨날 아니래 도깨비도 아니라고 했는데 맞았잖아요!
도깨비 너 예뻐.
은탁 !!! (쿵! 해서 보면)
도깨비 나는 900년을 넘게 살았어. 나는 예쁜 사람을 찾고 있는 게 아니야.
나에게서 무언가를 발견해줄 사람을 찾고 있는 거지.
그렇기 때문에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하는 너는 도깨비 신부가 아닌 거고.
단지 그 뿐이야. 니가 효용가치 없다는 건 그런 뜻이거든.
은탁 와.. 너무 쌈빡해서 상처다.
도깨비 상처 받을 거 없어. 외려 다행으로 여겨. 니가 나에게서 무언가를 발견했다면,
은탁 ?!!
도깨비 (눈빛 깊이 보며) 넌 나를 아주 많이 원망했을 거야.
은탁 그럼 끝까지 도깨비 아니라고 하지 이제 와서 왜 밝히는 건데요?
도깨비 아니라고 한 이유와 같은 이유로. 괜한 헛된 희망으로 나를 불러내지 말라고.
난 이제 곧 여길 떠나거든.
은탁 !!! (어쩐지 그 말이 더 섭섭해 자기도 모르게) 어디루요?
도깨비 (대답 없이 보면)
은탁 ..아니에요 대답하지 마세요. 하나도 안 궁금해. 누가 아저씨 신부한대요?
꽃다운 열아홉에 미쳤어요 내가? 다신 안 불러 낼 테니까 맘 편히 사세요.
나도 아저씨 필요 없거든요. 그냥 아 도깨비 이렇게 생겼구나 싶거든요.
(확 가버린다!)
알 수 없는 미안함과 알 수 없는 책임감 느껴져 오래 서 있는 도깨비고...
점점 멀어지는 은탁.. 도깨비 쪽 돌아보지 않는데.. 그러다 혹시나 돌아봤는데,
도깨비 이미 가버리고 없다. 하.. 왠지 서러워 눈물 나는 은탁인데...
S#38. 도깨비 집/ 거실 (밤)
도깨비 거실 들어와 자기 방으로 가는데,
저승E 드디어 죽는 거야?
도깨비, 멈추고 보면, 소파에 앉아 있는 저승.
저승 소문엔 신부가 나타나면 죽는다던데.
도깨비 애석하게도 못 죽어. 걔가 검을 못 봐.
저승 아직 못 보는 걸 수도 있잖아. 혹은 홀딱 다 벗어야 보이거나. 애가 아직 어리던데.
도깨비 (빡!) 애가 아직 어리니까 얼씬도 하지 마.
저승 왜 보호하는데? 검도 못 본다며.
도깨비 그냥 축하나 해. 더 오래 살게 됐으니까.
저승 딴 데 가서 오래 살아. 나는 내 생사에 관여하는 도깨비랑은 같이 못 살아.
도깨비 니가 나가는 아주 쉬운 방법도 있어. 출구는 저쪽이야. (방으로 들어가는)
저승 (빡!)
S#39.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육중한 커튼 사이 커다란 창밖으로 점점 수상해지는 어두운 하늘 보이고..
불도 안 켠 어두운 방 침대 끝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도깨비.
순간 번쩍 창밖으로 섬광 내리 꽂히면, 그 짧은 찰나에,
심장부터 등까지 관통한 거대한 검, 죽을 때 모습 그대로의 도깨비의 본 모습 보인다.
우르릉... 짐승 울 듯 먼 곳에서 천둥 울리고, 더 없이 쓸쓸히 앉아 있는 도깨비고..
S#40. 도서관/ 열람실 (밤)
은탁, 책 위에 얼굴 모로 엎드려 있다. 상처받은 눈빛이 슬퍼 보인다..
그러다 갑자기 빡친 듯 베고 있던 [수학의 정석] 탁! 당겨 놓더니,
‘수학’ 위에 죽죽 줄그어 지우고는 [미남]이라고 써넣는다.
은탁 이거 다 풀고 서울대 가서 도깨비보다 더 좋은 남자 만나 시집 갈 거야.
20장 풀면 강동원. 30장 풀면 정우성.
S#41. 치킨 집 (다음 날 낮)
마대로 미친 듯이 홀 닦고 있는 은탁.
은탁 알바 열심히 해서 돈 많은 누나 돼서 도깨비보다 더 젊은 연하 만나 시집 갈 거야.
오백 모으면 2살 연하! 천 모으면 5살 연하!!
S#42. 서점 (낮)
하지만, 동화책 섹션 한 구석, 도깨비 관련 책 높게 쌓아 놓고 앉아 동화책 읽고 있는 은탁.
아동도서 섹션이라 주변은 어린아이들 투성이다.
그때, 여자애(7세) 은탁 옆에 앉는다. 은탁, 잉? 하고 보면,
여자애 (은탁의 동화책에 시선) 언니는 다 큰 언니가 왜 이런 거 봐?
은탁 (픽) 남친 뒷조사 같은 거랄까. 페이스북 터는 거랑 비슷한 거야.
너도 나중에 크면 이런 거 다 해봐야 된다 알겠지?
여자애 언니 남친이 동화책에 나와? 왕자님이야?
은탁 그러게. 기왕 동화 속에서 나올 거 백마 탄 왕자님이면 얼마나 좋아.
(도깨비 그려진 표지 보여준다) 이게 뭐야. 그치.
여자애 (뭐래? 하는 눈빛으로 보다가, 들고 있던 책 내밀며) 이게 더 재밌어. 이거 봐.
은탁 (받고) 고마워.
여자애, 손 흔들흔들 하고 엄마 있는 데로 가고.
은탁, 여자애가 준 책 표지 가만 보다가.. 도깨비가 한 말 떠올리는데.
/도깨비 여전히 넌 도깨비 신부가 아니거든.
은탁 참나. 빗자루였던 주제에. 안 해 나도. 버릴 거야.
은탁, 주머니에서 단풍잎 코팅한 거 꺼내더니 책 사이에 확 끼워 탁! 접어 책꽂이에 푹! 꽂더니
책들 탁탁, 책꽂이에 꽂아 넣고 서점 나가는데..
그런 은탁의 뒤로 은탁이 꽂아놓은 책(단풍잎 든) 꺼내는 누군가의 손(덕화) 보이고..
S#43. 도깨비 집/ 테라스 (낮)
도깨비, 테라스에 서서 물끄러미 바깥 풍경 보고 있다.
마음이 소란한 것이 아마도 은탁 때문인 것 같다..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피어오르는 연기!
어? 소환인가?! 자기 몸 살피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보면, 옆 테라스에서 연기 뭉게뭉게 실려 오고 있다. 덕화의 담배연기였던 것이다.
도깨비 (빡!) 덕화, 너!!
덕화 (빼꼼 고개 내밀고) 헉! 삼촌 있었어? (놀라 담배 마구 비벼 끄며)
삼촌도 피웠다 끊었다매.
도깨비 언제적 얘길!! 삼백 오십년 전 얘기다 삼백 오십년!!
덕화 헐. 먄! (후다닥 도망치고)
괜한 기대감과 실망감 교차해 더 우울하고 쓸쓸해진 도깨빈데...
S#44. 도깨비 집/ 거실 (밤)
잠에서 깬 듯 기지개 켜고 나오던 저승, 헉! 이게 뭐야! 놀라 멈춘다.
보면, 소파에 오도카니 앉아있는 도깨비 주변으로 구름 가득 껴 있다.
구름 사이로 이따금씩 번개도 친다. 도깨비 주변에는 제습기 여러 대 윙윙 돌아가고 있다.
저승E 쟤 왜 저래.
덕화 세 시간 째 저래요. 습해서 미칫, (저승 보고 헉!) 휴.. 끝방삼촌까지 왜 그래요.
저승 내가 뭘.
보면, 저승 머리에 또 다시 귀부인 레이스 헤어캡 씌워져 있는데.
저승, 느낌 이상해서 머리 만져보고 빡!! 헤어캡 벗으며 도깨비에게 달려드는데!
도깨비, 아무런 시선도 액션도 없이 그저 온몸 주위로 불꽃 화르륵!
저승 (쫄아서 멈칫.. 구름 가리키며) 이거 뭉게구름이야? 나는 그거 물어볼라 그랬지.
덕화 (뜨악.. 저승 보면)
저승 (쪽팔려 괜히 뭐! 하는 눈빛이고)
도깨비 후... 한숨 쉬자 쿠르릉 구름 더 커지는데.. 도깨비, 은탁이 보고 싶은 것이다.
덕화 삼촌!! 비는 안 돼!! 누가 치워 그걸!!
도깨비 (텅 빈 눈으로 허공 바라보고 있고)
저승 딱 여자 생각하는 얼굴인데. 근 한 삼백년 만에 여자랑 세 마디 이상 해봤는데
여자한테 상처 준 얼굴.
도깨비 (헉!) 내가 뭐! 뭐가! 어디가!
저승 부부싸움의 결말이 그닥 좋진 않았나봐? 4주 후에 뵙겠습니다 뭐 그런 거야?
덕화 헐 대박. 삼촌 여자 생겼어? 이뻐요?
저승 열아홉 살이야.
덕화 헐 대박!! 이뻐요?
도깨비 나 걔 생각 하는 거 아니야! 그냥 주식동향 생각한 거야!
애 앞에서 별소릴 다하는 저승사자.
저승 저승사자의 예지력을 우습게보지 않길 바래 애 앞에서 여자 생각하는 도깨비.
덕화 (빤히 보면)
저승 왜.
도깨비 뭐.
덕화 자각 못했음 됐어요. 아니 근데요, 상처를 줬으면 ‘상처 줬다 미안하다’ 남자답게
빡 사과하면 되잖아요. 왜 이러고 있냐고.
도깨비 (목소리 깔고) 덕화야 니가 아직 어려서 뭘 잘 몰라 그러는데,
덕화 시끄럽고요.
도깨비 작게 말했어.
저승 한심하다 대화.
덕화 끝방삼촌이 이해하세요. 어디 내놔도 창피한 삼촌이라 제가 다 죄송하네요.
걍 사과해요! 남자답게! 남자답게 빡! 반지. 빡! 빽. 빡! 카드!
Cut to.
일각에 꽁꽁 묶여 버둥거리는 덕화고...
S#45. 도서관 일각 (밤)
은탁, 정현과 나란히 앉아서 자판기 커피 마시고 있다.
정현, 종이컵 그냥 가만히 들고 있고.
은탁 으 춥다. (목도리 싸매며) 벌써 겨울 같다. 그지.
정현 많이 추워? 마음이? 남친이 단풍잎 선물 별로랬구나.
은탁 야 남친은 무슨. 그런 거 아니야. 말하자면 일종의 정략결혼 같은 거야..
정현 정략결혼? 너 설마 재벌이야?
은탁 그지. 그런 거면 얼마나 좋아. 난 그냥 벌인 듯. 내 인생 자체가 벌인 거 같다.
정현 그럼 뭐야. 뭐 팔려 가는 거야?
은탁 운명에 팔려 가는 거지, 운명에. 근데 운명이란 단어 참.. 로맨틱하지 않냐?
정현 그럼 그냥 팔려 가. 뭐가 문제야.
은탁 문젠 그 운명이 파혼을 원하는 어이없는 상황이랄까? 첨엔 분명히 별 생각
없었는데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까 괜히 서럽고 섭섭하고 밉고 뭐 그래.
더 열 받는 건 안 보니까 보고 싶다는 거야.. 계속 볼 땐 몰랐는데.
계속 봤음 몰랐을 텐데..
은탁, 호록 커피 한 모금 쓰게 마시는데...
S#46. 도깨비 집/ 거실 (밤)
저승, 거실로 나가는데 외출복 차림으로 방에서 나오던 도깨비와 딱 마주친다.
저승 어디 가?
도깨비 슈퍼. 넌.
저승 세탁소. (페도라) 이게 자주 드라이클리닝 온리라. 먼저 간다.
도깨비 수고해. (저승 뒷모습 보는데)
S#47. 은탁 집/ 마당 (밤)
대문 밖 환해지고 이내 대문 들어서던 도깨비, 흠칫 놀라 멈춰 선다.
보면, 집 안에서 현관 열고 나오는 누군가, 저승이다!
저승 슈퍼 간다며. 여기가 슈퍼야?
도깨비 세탁소 간다며. 여기가 세탁소야?
저승 그래서 나 미행 했냐? 애도 없고.
도깨비 없어? 니가 죽였냐?
저승 그런 건 굉장히 무례한 표현이야, 부주의한 도깨비.
도깨비 남의 집에 신발 신고 들어가는 게 더 무례야, 무개념한 저승사자.
저승 애 어쨌어.
도깨비 니가 안 죽였어?
저승 (끙) 이사 가라고 니가 알려줬어?
도깨비 이사 가라고 알려주러 왔는데 알아서 갔네.
저승 이사 간다고 내가 못 찾을 거 같아?
도깨비 어. 못 찾았잖아. 십년 동안. 내가 봤을 때 넌 걔가 이사를 안 가도 못 찾겠는데.
(휙 가면)
저승 (끙, 따라가며) 이사 어디로 갔는데. (E) 너 알지.
S#48. 치킨 집 (밤)
그 시간 은탁은 영업 끝난 치킨집 홀에서 의자 붙여 침상 만들고 있다.
자그마한 옷가방 두 개 정도 옆에 놓여있고..
침상 위에 담요 덮고 누운 은탁.. 모든 게 서럽다..
은탁 괜찮아.. 뭐 어차피 잠만 잤지 진짜 우리 집도 아니었어.. (서글퍼지는데)
그렇게 물끄러미 누워있다, 무언가 퍼뜩 떠오른 듯 확 담요 젖히고 일어나는데!
S#49. 거리 (밤)
1부 34씬 처녀귀신 나왔던 거리다.
골목에서 무언가 찾고 있는 은탁...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그 때!
“얘.”하는 음산한 목소리. 은탁, 돌아보면, 1부의 그 기괴한 분위기의 처녀귀신이고.
처녀귀신 얘. 너 나 다 보이잖, (하는데)
은탁 네 보여요! 다 되게 잘 보여요!! 우리 얘기 좀 해요!
처녀귀신 (의외의 반응에 당황스럽고) 얘 너 무서워. 갑자기 왜 이래.
은탁 저번에 나한테 도깨비 신부라고 그랬잖아요. 왜 그랬어요?
처녀귀신 그거? 그 사투리 쓰는 할매한테 들었는데?
(시간경과)
할매귀신을 가운데에 두고 다양한 귀신들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다.
할매귀신 내 보니까 딱 얼굴 보고 살려준 거야. 느이 엄마가 인물이 좋았잖아.
니 엄마 꼴딱꼴딱 넘어가던 숨이 순식간에 훅 돌아오는데,
한겨울에 벚꽃은 후두둑 떨어지지, 어찌나 신기하던지.
은탁 (!) 도깨비가 우리 엄마랑 저를 살렸단 말이에요?
할매귀신 어. 모르긴 몰라두 너랑 니 엄마는 아마 그 날 죽을 운명이었을 거야.
조금 있다가 저승사자가 그 자리에 찾아왔더라고. 허탕치고 갔지.
처녀귀신 결국 자기 신부를 살린 거네. 로맨틱해~
은탁 그 아저씨 말이 다 맞았어요.. 저는 애초에 미워할 자격이 없었던 거네요.
도깨비 아니었음 태어나지도 못했을 거고.. 그럼 울 엄마랑 아홉 살 때까지 산
기억도 없었을 거고..
처녀귀신 화냈어? 도깨비한테? 심하게?
은탁 (끄덕) ..저 이제 어떡해요?
처녀귀신 그냥 이참에 나 따라갈래?
할매귀신 (여자귀신 뒤통수 딱! 하고) 뭘 어떡해. 도깨비한테 시집가야지.
은탁, 마음 복잡해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앉아만 있는데...
S#50. 거리 일각 건물 옥상 (밤)
옥상 모서리에 서서 무심한 얼굴로 어딘가 내려다보고 있는 도깨비.
보면, 은탁과 귀신들 모여 있는 곳이고..
S#51. 치킨 집 (다음 날 낮)
써니, 또 창밖 보고 앉아 뻥튀기 먹는데, 출입문 열리며 은탁 이모 들어선다.
이모 저기요. 여기 은탁이라는 애 알바,
써니 (또 샤라라 송혜교 각도로 돌아보는 모습 슬로우로...)
이모 (써니 미모에 깜짝 놀라고) 아우 깜짝이야..
써니 어서 오세요.. (일어나 앞치마 매며) 편한 데 앉으세요.
이모 아 저기 나 손님 아니니까 아가씨 말고 사장 나오라고 해. 빨리. 급해.
써니 말씀하세요 급히. 이 아가씨가 여기 사장이에요.
이모 (의외라 좀 놀랐다가) 아, 아가씨가 사장이야? 아 나는 은탁이 걔 이몬데, 이봐 당신,
당신 대체 누구 허락 받고 남의 집 귀한 조카를 이런 데서 알바를 시키는 거야?
써니 안 귀해보였어요.
이모 뭐, 뭐야?!
써니 사고무탁이라는 말 알아요? 걔가 그거예요.
이모 뭔 소리야! 걔 지은탁인데. 지가 그거래?
써니 괜찮아요. 나도 몰라서 인터넷 찾아 봤어.
이모 근데 이 여자가. 너 지금 어디서 반말이야!
써니 그죠. 나도 반 마리 시키는 사람 딱 싫어. 닭은 한 마리지.
이모 아니 뭐 이런 또라이 같은 게,
써니 근데요 은탁 이모, 그 귀한 조카분 지금 학교 계실 시간인데 왜 여기 와 이러세요?
이모 (헉, 찔려서) 학교에선 내가 여러 번 해봤는데 거긴 사람도 많고 좀 그래서 온
거니까 협조 좀 해요. 애가 집을 나가서 걱정 돼서 그래요. (하고 얼렀다)
애 삐뚤어지면 당신이 책임 질 거야? (하고 화냈다, 자리 앉으며) 없는 듯
있을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적반하장인데, “어, 오빠야.”하는 사투리. 보면)
써니 (통화 중이다) 오빠 니 아직 사람 패고 그러나. 여자 패도 죄책감 없고. 오빠 니
그래 살면 안 된다. (사이) 내? 아니, 여 뭐 아줌마 한 분이 내 곱게 생깄다고
마음도 고운 줄 아는지 억수로 언짢네. (사이) 지금 온다꼬? 술이 이래 취했는데
와서 뭔 사고를 칠라고. 됐다 마.
이모 (헉! 후다닥 나가며) 간다 가! 가면 되잖아!
소리F (여자친구) 여보세요? 야. 뭔 소리야.
써니 조만간 갈게. 끊자. (끊고, 뻥튀기 와삭!)
써니에게 완전히 KO패 당한 이모고...
S#52. 은탁 집/ 마당 (낮)
이모 (벌컥 대문 열고 들어오며) 나원 별 미친년을 다보겠네. 하여튼 이년 진짜 잡히기만,
하는데, 다시 대문 덜컹 열리며 누군가 들어온다. 이모 헉! 놀라 보면, 사채업자1,2다.
이모 아우 뭘 집에까지 와. 내가 막 전화할려고, (하는데)
사채1 이봐 이봐. 돈 빌린 사람이 돈 빌려준 사람보다 속 편하게 산대니까.
난 뭐 기름이 쳐남아돌아 집에까지 왔겠어?
이모 진짜 통장만 찾으면 바로 갚는다니까?
그 기집애가 집 나가서 나도 아주 곤란해 지금!
사채1 (이모 멱살 확 잡아당기며) 난 아줌마가 전활 안 받아서 아주 곤란해 지금.
차 갖고 온 김에 어디 경치 좋은 야산 구경이나 함 할까 아줌마? 어?
이모 나 어떻게 되면 당신들 그 돈도 못 받아!! 걔 법적 보호자 나야!!
사채1 주둥이만 살았지. 그 보험금 소리만 몇 달째야. 진짜 보험금이 있긴 있어?
이모 있다니까! 걔 엄마가 꼭 지 죽을 날 아는 년처럼 태아보험부터 지 생명보험까지 8년을 꼬박 부었더라니까. 1억 5천정도 나왔어. 근데 자꾸 통장이 없어져. 재발급 받아도 없어지고. 진짜야. 그 기집애 손에 있어. 확실해.
사채1 걔 어느 학교 다닌다고?
S#53. 은탁 학교 앞 (낮)
핸드폰 문자 보며 하교 중인 은탁. [야 나 삼만원만. 급해. 담주에 주께. 답장해라.] 경미다.
은탁, 후- 한숨 쉬며 시선 드는데, 저만치 앞에 경미 전화 걸며 걸어오고 있다.
이내 핸드폰 울린다. 경미다. 은탁, 후- 얼른 다른 골목으로 꺾어 들어가는데,
골목 너머에 서 있던 차 한 대 슬슬 움직이더니, 은탁이 들어간 골목으로 따라 들어간다.
S#54. 학교 근처 골목 (낮)
인적 드문 골목. 은탁 혹시 몰라 뒤돌아 경미 따라오나 살피고 다시 고개 돌리는데,
끽- 은탁 막아서며 서는 차 한 대. 은탁, 놀라 보면, 사채1 내린다.
은탁, 안 좋은 예감에 튀려고 하는데, 이미 뒤에는 사채2 버티고 서 있다.
은탁 누구세요?!
사채1 학생이 집을 나오면 어떡하나 위험하게. 이모가 걱정하잖아. 타 빨리.
은탁 싫어요. 여기요!! 도와주세, (하는데)
사채1,2 그대로 은탁 입 막고 억지로 차에 태운다.
차문 닫히자마자 붕- 출발하는 차. 골목 끝으로 점차 멀어지는데..
S#55. 도깨비 집/ 식당 (밤)
도깨비와 저승, 떨어져서 식사하고 있다. 여전히 상반된 둘의 식단.
도깨비 궁금해서 그러는데, 이 집 20년 렌트면 돈이 만만찮을 텐데 그 큰돈이 어디서 났냐.
저승 상주가 상여나 제사상에 노잣돈을 올려줘. 망자가 저승강 건널 때 뱃삯 하라고.
무려 그걸 300년 동안 모았어. 그러니 내가 이 집이 포기가 되겠어 안 되겠어.
도깨비 (끄덕) 아. 돈을 모은다는 표현 되게 오랜만에 듣는다. 난 뭐 금도 많고 돈도 많아서.
저승 (빡!) 후추 안 필요해? (손짓으로 후추통 도깨비한테 날리는데)
도깨비 (날아오는 후추통 공중에서 멈추고는 가볍게 잡아 고기 위에 톡톡)
넌 어째 배우는 게 없냐.
저승 (손짓으로 커튼 확 젖히고, 창문 탁 열고 도깨비 앞의 접시 창밖으로 휙-)
혹시 이런 거?
E (잠시 후) 쨍그랑!
도깨비 (빡!) 방금 그거 루이 14세 때 접시다.
S#56 사채 차 안 (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 안. 철컥 철컥, 앞 뒤 좌석 문 모두 잠기는 소리.
은탁, 절망스런 얼굴로 창밖 살피는데, 사채1, 은탁이 안고 있는 가방 확 낚아채 확 쏟더니,
샅샅이 뒤진다. 책, 필통, 목도리, 기타 등등 쏟아진다.
아예 잭나이프 꺼내 은탁의 가방도 죽죽 그어가며 통장 찾는 중이고,
운전 중인 사채2는 담배 꺼내 물고는 담뱃불 붙이려 라이터 꺼낸다.
은탁, 눈빛 반짝! 해져, 라이터 불려고 죽기 살기로 앞좌석으로 몸 빼는데,
사채1, 은탁의 머리칼 잡아 과격하게 앉히고는 퍽, 머리 갈긴다!!
은탁 아..! (울음 삼키고)
사채2 아씨 깜짝이야. (놀라 라이터 떨어뜨린다)
은탁 (맞은 것보다, 라이터 떨어뜨린 게 더 절망스러워 눈물 툭툭 떨어지는데)
사채1 그러게 왜 매를 벌어 벌길. 어? 통장 어딨어. 통장 어딨냐고!
S#57. 도깨비 집/ 식당 (밤)
도깨비와 저승, 식탁 사이에 두고 대치한 채 씩씩거리며 앉아 있다.
둘 주변에 빙 둘러 온갖 집기들 공중에 떠 있다. 당장이라도 서로에게 날릴 것 같은데...
도깨비 (공중에 떠 있는 거 가리키며) 포크 내려놔.
저승 (공중에 떠 있는 거 가리키며) 니 나이프부터 내려놔.
S#58 사채 차 안 (밤)
은탁 저 정말 몰라요.. 저한테 정말 통장 없어요.. 이모한테 있어요.
사채1 니네 이모는 너한테 있다 그러고 너는 니네 이모한테 있다 그러고.
그럼 둘 중 하난 거짓말이네 그지? 이게 디질라고! (손 확 치켜들면!)
반사적으로 몸 움츠리는데 그 순간 은탁 목덜미의 낙인 반짝 빛난다!
S#59. 도깨비 집/ 식당 (밤)
팽팽한 눈싸움 하던 두 사람, 그 순간 이상한 기운 느낀 도깨비!!
도깨비 주변에 떠 있는 것들 죄다 바닥으로 떨어져 쨍그랑 쨍그랑 박살난다!!
저승 뭐야. 제대로 해보자 이거야? (하는데)
도깨비 (전에 없이 화난 얼굴로) 어. 너 좀 따라와야겠다.
저승 ?!!
S#60. 시골길 (밤)
은탁을 태운 차, 캄캄하고 으슥한 시골길 빠르게 달려가고.
S#61. 사채 차 안 + 시골길 (밤)
사채1 (은탁 멱살 확 잡아 당겨) 학생. 우리 성격 급해. 이 차가 어디 도착할 줄 알고 이래.
어? 여학생이 이런 으슥한 데 오면 어떻게 되는지 티비에서 많이 봤을 거 아냐. 어?
(멱살 흔들며) 어따 숨겼어 통장!!
은탁 (눈빛에 공포 가득해진다..) 저 정말 몰라요. 이모가 진 빚을 왜 저한테 그래요..
내려주세요! 안 내려주면 신고할 거예요!!
사채1 신고? 신고는 이년아 내가 하게 생겼다, 확씨! (때리려고 손 치며 드는데!)
끽- 하고 멎는 차. 사채1,2 포함 은탁까지 앞으로 훅- 쏠리고.
사채1 야 새끼야 운전 똑바로 안 해!
사채2 형 저기..
사채1 뭐! (보면)
/-1. 시골길 (밤)
저 멀리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개 자욱하고, 안개들 사이로 가장 먼 가로등부터 차례로 퍽! 퍽! 퍽! 터져나간다. 흡사 어둠이란 동물이 차근히 기어오는 것처럼 사위 점차 어두워지더니, 헤드라이트 불빛만 형형한 가운데.. 점점 더 가까운 곳 가로등들도 퍽! 퍽! 터져 나가, 드디어 차 서 있는 곳 가로등 하나 남았다. 마침내 헤드라이트까지 퍽 퍽 나간다! 불빛이라곤 자동차 내부 LED들만 반짝이는데,
사채1 뭐야, 씨발. 왜 저래! 왜 이래!
사채2 저.. 저기..
은탁 !!! (저 멀리 보이는 무언가!!)
멀리, 일렁이는 안개 속을 걸어 나오는 두 개의 검은 실루엣.
실루엣 점점 선명해지더니 뚜벅뚜벅 걸어오는 두 사람의 구둣발 보인다.
이내 안개 속을 나오는 선명한 두 사람의 얼굴, 바로 도깨비와 저승이다!!
은탁 !!!
서리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저벅저벅 걸어오는 도깨비와 저승,
그런 두 사람 놀라 바라보는 은탁에서..
2부 엔딩!!!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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