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목소리가들려 2
음악실 (D) - 4층
성빈, 껌을 씹으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들어선다.
책상에 앉아 가방에서 네일아트 재료들을 꺼낸다. 매니큐어, 에센스, 화장솜, 아트팬 등등을 책상위에 가지런히 놓는 성빈
그리고,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려는 순간
동희 (창밖에서 날카로운 비명소리/off) 으악!!!!!
그리고는 쿵하는 둔탁한 소리가 난다.
성빈 (영문몰라) 이게 무슨 소리야? (창가로 가는)
학생들 (남/여 학생들) 꺄악!!!
성빈, 아래를 내려보는데, 창가 아래 동희가 떨어져 있다.
주변의 학생들 비명 지르고, 119 부르라는 둥 아수라장이 됐다.
성빈 (동희 보고 놀라서) 뭐야. 저거 쌍코 아냐?
그때 동희 주변의 아이들 중 남학생 하나가 창 위를 보다가 성빈과 눈이 마주친다.
남학생 (성빈을 가리키며) 야! 성빈이 쟤 잡아!! 쟤가 밀었어!!
성빈 (놀라서) 뭐? (자기도 모르게 얼른 숨는)
남학생 빨리 경찰에 신고해!! 얼른!!
성빈, 당혹스런 표정에서
소회의실 (D)
지원서를 한가득 쌓아놓고 검토하고 있는 면접관들과 공숙, 마치 슈퍼스타K 심사위원들처럼 세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있다. 공숙은 가운데 자리
면접관1 (지원서들 분류하며) 요즘 변호사 업계가 불황이긴 불황인가봅니다. 국선전담 경쟁률이 슈퍼스타K 저리가라에요.
면접관2 (분류를 하며) 그러게 말입니다. (강순 서류보고) 이 친구 어떻게 할까요?
공숙 (서류 보고는) 아. 눈싸움 때문에 억울하게 퇴학당했다는 변호사..
면접관1 에이~ 사연은 그럴 듯한데 평판조사 보니까 영 아니드라구요. 오죽하면 별명이 20초랍니다. 변론이 꼴랑 반성하고 있으니 선처바랍니다 딱 20초면 끝난다고.. (양손으로 엑스자 만들며) 전 반댑니다.
#INS 1회 11씬
강순, 한손은 머리를 이고 한손은 연필을 돌리며 염불 외듯 피고인 신문을 하고 있다. 그런 강순을 판사와 검사는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
강순 피고인. 피고인은 이 사건에 대해 깊이 반성을 하고 있죠?
면접관2 그래도 사연 들어보면 꽤 괜찮은 재목 같던데요. 사연도 기구하고, 용기도 있고.. (양손을 모아 O자 만들며) 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INS 1회 49씬
강순, 법정문을 열고 들어선다. 강순, 수하와 눈 마주치고는
강순 전, 이 살인사건의 목격자 강.순.이라고 합니다!
엑스자와 O자를 만든 면접관들 사이에 공숙 고민에 빠져있다.
면접관2 김부장님은 의견은 어떠세요?
공숙 (서류에 보며) 글쎄요.
강순의 사진으로 줌인되는 위로
공숙 (E) 좋은 변호사 같기도 하고 나쁜 변호사 같기도 하고..좀 헷갈리네.
# 타이틀 - Bad Girl Good Girl
강순네 통닭가게 앞 (D)
S/S 한달 후
통닭가게 앞에 커다랗게 드리워진 플래카드
‘경축! 강순네 통닭가게 외동딸 강순, 2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선전담변호사에 합격’ 그리고 곳곳에 ‘강순 국선전담변호사 위촉 기념 세일, 통닭 한 마리 9900원’ 등등 조악한 포스터가 여기저기 붙어있다.
담벼락에 쭉 붙어있는 포스터, 그 끝에 강순모 포스터를 붙이고 있고 옆에서 강순 풀들고 포기한 듯 서있다.
강순모 (기분좋아 흥얼거리는) 여 좀 보소~ 여 좀 보소~ 우리 딸 좀 보소~
강순 (삐죽거리며) 꿔간 돈 받을 생각하니까 노래가 절로 나오지 그냥?
강순모 돈 때무이 아이라 니 국선전담변호사에 떡 붙어가 좋은기다!!
강순 (반색) 그래? 그럼 돈 안갚아도 돼?
강순모 (대답대신 전단지로 강순 머리 빡 친다)
강순 아!! 머리 좀 때리지 마! 내 나이가 몇인데..
강순모 니 이제 국선이다. 갈길이 천만리 가시밭길인데 정신 단디 차려되지 안켔나!
강순 무슨 소리야. 국선이 가시밭길이면 내가 왜 가. 편하니까 가지.
강순모 뭐라꼬?
강순 월급 꼬박꼬박 나오겠다 수임도 나라에서 알아서 해주겠다 대충 선처해달라 몇마디만 하면 땡이겠다 완전 거저먹기구만.. 대충 몇 년 월급 타먹다가 시집이나 갈래. (전단지 날아오는거 피하며) 고만 때려라! 진짜!
강순모 (으름장) 대충 하기만 해봐라! 우리나라 최초로 법정에서 엄마한테 맞는 변호사가 되는 수가 있다 니.
강순 (흘기며) 치...고만 좀 붙여. (툴툴) 국선 된게 뭐 자랑이라고.
강순모 (다시 벽에 빗자루로 풀칠하며) 방은 어데로 구했나?
강순 법원에서 가까운데로 구했어. 옥탑방이긴한데 방도 두 개고 욕실도 있어.
강순모 잘했다. (포스터 붙이며) 다 좋은데 연주시가 뭐꼬. 너무 멀다.
강순 땅끝마을이라도 붙기만 하면 장땡이라드니..
강순모 연주법원에 친한 연수원 동기는 없나? 선배는?
강순 내가 언제 그런거 키우는거 봤어? 그리고 필요도 없어. (또 맞았다) 악!!! 엄마! 쫌~!!!
연주지방검찰청 (D)
S/S 연주지방검찰청
허계장 (버럭/E) 말해! 니가 떠민거 맞잖아!!
도연의 사무실 (D)
허계장(40대초/남) 사납게 피의자 성빈(날라리 차림)을 몰아붙이고 있다. 테이블 위에는 빨대 꼽은 한약봉투가 컵에 들어 있다.
허계장 (책상 땅땅치며 신경질적으로) 이왕 털거면 나한테 털어. 내가 이쪽 계통에선 상당히 매너있는 편에 속하거든. 딴데 가면 너 비오는 날 먼지나게 털려.
성빈 ...
허계장 (한약 빨대 쪽 빨아먹고) 너.. 문동희 밀었지?
성빈 (도리도리) ...
허계장 (한약 쪽 빨고는 서서히 고조) 넌 문동희가 길거리 캐스팅된걸 고까와했고! 그래서 성형빨이네 쌍코네 놀리면서 왕따를 주동했고! 것도 모자라 혼자있는 동희를 4층에서 떠밀어서 죽이려했고! 그걸 봤다는 놈들이 널리고 깔렸다! 이게 팩트야!
성빈 (못참고) 팩트 좋아하시네! (욕에는 삐소리) XX! 난 걔가 음악실에 있는지도 몰랐다니까!! 성적이 X갖다구 인간도 X같은줄 아나..
허계장 (책상위 진술서들을 땅땅치며) 야! 오리발도 상황 봐가면서 내밀어. 봐봐 니 친구들도 다 진술서 썼어.
도연 (살짝 성빈의 팔짱을 낀다) 저기요 계장님. 지금부턴 내가 할께요.
성빈 (팔짱 빼며) 당신 뭐야?
허계장 (당황해서) 서검사님이 직접 신문을 하실라구요?
성빈 (의외라는 듯 도연을 훑으며) 검..사?
도연 네. (허계장에서 박하사탕 건네며) 이거 좀 드시구요.
허계장 됐습니다. 저 박하사탕 별루 안좋아합니다.
도연 (생긋 미소로) 그래도 드세요. (입가리키며) 한약냄새 정돈 단속해주는게 매!너!잖아요.
성빈 (도연의 반격이 내심 통쾌해 도연을 다시 보고) ...
허계장 (떨떠름해서) 네에.. (하고 박하사탕을 까고)
도연 성빈이라고 했지? 이쪽으로 올래? (테이블 쪽으로 가며 성빈에게) 어머~ 네일 예술로 했네.
성빈 (내편이구나, 맘이 확 놓여 미소) 네. 내가 직접 한거에요.
성빈 통쾌해서 허계장에게 넌 끝이다 목긋는 시늉해보이는
그때, 사무관 피자 들고 들어오면서
사무관 피자 왔습니다.
<컷튀면>
테이블에서 허계장과 사무관들 피자를 먹으면서 도연과 성빈을 힐끗거리고 있다. 도연, 자기 자리에서 성빈을 신문하면서 피자를 먹고 있다.
도연 (한손으로 피자 먹고 한손으론 자판을 대충 치는) 그러니까 문동희가 음악실에 있는것도 몰랐다?
성빈 (피자 먹으면서 편하게) 두말하면 숨가쁘죠. 그리고 만일 알았대도 그래요. 거기가 4층인데 죽이자고 작정하지 않고서야 밀었겠어요?
도연 (피자 때문에 한손으로 서툴게 받아 치며 끄덕) 그럴거 같드라. 그러면 완전 살인미순데, 니가 그럴 관상은 아니거든. (피클 건네며) 여기 피클.. (자연스레) 그럼 문동희를 왕따 시킨 적도 없다는거지?
성빈 (피클 받으며) 네! 전혀요! 껏해야 쌍코라고 별명 부르는 정도? 것두 다들 그렇게 부르니까 그냥 웃자구 부른거구요.
도연 쌍코라고 부르면 다들 웃어?
성빈 (별 생각없이 낄낄대며) 웃죠 그럼. 별명부터 빡 오잖아요. 쌍꺼풀에 코수술 했대서 쌍코.
도연 (같이 낄낄대며) 그러게. 안봐도 비디오라니까. 근데 문동희도 쌍코 소릴 듣고 웃었어?
성빈 (피자 먹다 멈칫) ... 네?
도연 (피자 먹으며 별 생각없이) 장난이라며. 장난은 하는 사람이 아니라 당하는 사람이 웃어야 장난 아닌가? 동희가 안웃었음 그건 장난이 아니고 테러잖아.
성빈 (섬뜩해진다) 테..러요?
허계장 (먹다가 흥미로운 듯 도연을 보며 혼잣말처럼) 시작하셨네..
도연 (그런 성빈을 보더니 피자를 내려놓으며 의외라는 듯) 어라? 웃자고 한 소린데 안웃네? 왜지? (하다) 아~ 테러가 맞나보구나. (물티슈 꺼내는)
성빈 (손이 가늘게 떨린다. 도연이 무서워진다) ...
도연 (물티슈로 손을 꼼꼼히 닦으며 미소) 그럼 나도 장난으로 하면 안되겠다. 그쵸? (자판에 두손을 올리면서 미소 싹 가시는) 시작할까요? 고성빈씨 맞죠? 문동희씨 살인미수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거 알고 계시죠. 본인에게 불리한 사실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변호인을 선임해서..
도연의 대사 위로 성빈, 겁에 질려 피자먹던 허계장과 눈 마주친다.
허계장, 넌 죽었다면 목 긋는 시늉
교실 (D)
학생들 삼삼오오 모여서 성빈의 기사가 실린 신문과 핸드폰을 모여서 보고 있다. 충기 일당도 기사를 보며 놀라고 있다. 신문보는 정훈(19세/남) 옆자리 수하는 헤드폰을 끼고 공부를 하고 있다.
충기 (신문기사를 읽으며) 헐.. 대박! 고성빈이 진짜 범인이 맞았네.
정훈 (수하 헤드폰 빼며) 야야~! 지금 공부 할 때가 아냐! 너 이거 보면 겁나 놀날걸?
수하 (무심히) 안 놀랄걸..
정훈 너 고성빈이 알지? 너 좋다고 맨날 쫓아다니는 노랑머리..
수하 몰라. 관심 없어. (다시 헤드폰 끼려는데)
정훈 (신문 들이밀며) 보구 얘기해. 보구!
수하, 신문을 무심코 보는데 성빈의 기사가 아닌 강순의 기사(국선전담변호사 위촉 기사)를 본다.
놀란 수하, 얼른 신문을 집어든다.
수하 (놀라서) 말두 안돼..
정훈 (의기양양) 거봐! 내가 놀랄거라고 했지!!
수하 믿어지지 않는 듯 계속 신문을 본다.
강순의 사진을 떨리는 손을 만져본다.
서서히 벅차올라 미소짓는 수하
정훈 (수하가 보는 기사를 보며) 그쪽 말고 이쪽을 보라니까..
수하 (와락 정훈을 꽉 안으며) 고맙다!! 정훈아! (신문을 들고 달려가는)
정훈 (어리둥절) 얌마.. 어디가?
충기 (기막히고) 저 새끼 왜 저래? 성빈이가 잡힌게 고마운 뉴슨거야?
학교 (D)
수하, 벅찬 설레임으로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려간다.
거리 (D)
수하, 횡단보도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다가 신호 바뀌자마자 달려나가다 달려오는 오토바이와 부딪힐 뻔하고, 수하, 날렵하게 피한다.
수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달려가다가 다시 오토바이에 와서 헬멧에 쪽 키스하고는) 죄송합니다!! (다시 달려가는)
오토바이 (헬멧 올리고 어이없어서) 뭐야 저거..
연주지방법원 앞 (D)
S/S 연주지방법원
달려오는 수하, 멈춰서서는 숨을 몰아쉬며 벅찬 표정으로 법원을 본다.
수하, 다시 신문을 본다. 신문 기사 속 강순 사진을 보며
수하 (혼잣말) 하나도 안변했어. (다시 미소를 보면서 설레임에 미소 짓는다)
교도소 전경 (N)
S/S 연주구치소
감방 (N)
성경책을 정성스레 필사하고 있는 준국, 옆에 달중(57세/남)은 기보를 보며 바둑을 홀로 두고 있다. 준국의 책장에는 토플책, 한국단편소설 100선, 명심보감 등등 책들이 빼곡이 꽂혀있다.
달중 준국이 너 가석방이 언제지? 다음준가?
준국 (미소로) 네.
달중 좋겠다. 짜식.. (준국 옆으로 당겨앉으며) 어떻게 12년에서 2년을 땡겨? 비결이 뭐냐? 너처럼 맨날 성경을 열심히 필사하면 되는거야?
준국 (미소로 성경책을 쓰다듬는) 글쎄요. 이 안에 길이 있긴 있나봐요.
달중 (성경책을 들고) 이 안에 길이 있어? (그 안을 펼쳐서 책장을 넘기며) 나도 필사나 해볼까? 그럼 나도 30년이 25년이 될 수 있는거냐? (성경 책장 안에 강순과 관우의 기사가 뚝 떨어진다. 떨어진 기사를 들어보고) 이건 뭐야? 아는 사람이야?
준국 (기사를 받아들고) 아.. 네. (기사를 성경에 소중하게 다시 끼워넣으며 온화하게, 그러나 의미심장한) 갚아야할 빚이 있는 사람이에요. (기사 속 강순의 사진을 보며 서늘한 미소를 짓는다. 낮은 웃음소리) 흐흐흐..
강순방 (D) - 방2개, 거실, 부엌, 욕실로 구성된 옥탑방
준국의 음산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지고..
강순, 그 소리에 악몽을 꾸는 듯 괴로워하다가 헉! 하고 깬다.
강순 (둘러보고 가슴을 쓸며 안도하다) 출근 첫날부터 재수없게 그놈 꿈이야..
머리는 사방으로 눌리고 뻗치고, 흐트러진 잠옷차림으로 슬리퍼 찍찍 끌고 욕실 문을 여는..
강순집 현관앞 (D)
전씬과 연결처럼 현관문 닫히면 강순, 단정한 정장차림이다. 가슴에는 변호사 뱃지가 반짝인다. 누가봐도 변호사 차림으로 또각거리고 나오는 강순.
법조타워 앞 거리 (D)
걸어가는 강순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는 누군가의 손..
강순, 돌아보면 관우가 서있다.
촌스럽고 뭔가 사이즈가 안맞는 기성양복, 지나치게 단정한 가르마다.
관우 (반색하는) 계속 불렀는데 그냥 가시네. 내가 아까 버스부터 따라왔는데요..
강순 (관우를 기억 못하고 가려는데) ...
관우 (당황해서 잡으며) 아니 저기요.
강순 (관우손을 탁 치며 정색한다) 이봐요. 그쪽 제 타입 아니거든요? 됐습니까?
관우 (지갑 건네며) 이거 그쪽 지갑 아니에요? 아까 버스에서 떨어트렸어요.
강순, 자기 지갑이 맞다. 하필 횡단보도 앞이라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강순, 여전히 도도한 얼굴로 지갑을 응시하고 있다. 어찌해야하나.. 잠시 정적 후..
강순 (도도한 톤 유지) 제거 아니네요.
관우 (황당해서) 네?
강순 (지갑 낚아채며) 근데 제가 주인 찾아줄께요! 됐죠? (가는)
관우 무슨 소리에요. 안에 주민등록증도 그쪽거든데.. (따라가며 다 알겠다는 듯 미소로) 에이~ 챙피해서 그러는구나?
법조타워 로비 (D)
강순, 도도하지만 잰걸음으로 가는데 관우 계속 따라오며 눈치없이 주절댄다.
관우 (뛰어가 강순 앞으로 가 뒤로 걸으며 주절주절) 나 기억 안납니까? 차관우라고 전에 한번 봤죠.
강순 (힐끔 보며) 초면인데요. (엘리베이터 앞에 서는)
관우 (옆에 서서 말갛게 주절주절) 아니, 왜 국선전담변호사 면접볼 때 잠깐 봤잖아요. 예상문제 달라고 내 멱살도 잡았는데 기억 안나요?
관우와 강순, 사람들이 꽤 모여있는 엘리베이터 앞이다. 그 말에 사람들 관우와 강순을 힐끔 본다. 모두 양복과 정장차림인걸 보니 변호사들로 보인다.
강순 (눈치 보여서 작게 복화술처럼) 안나요.
관우 (계속 주절주절) 와~ 그땐 잠깐 봐서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되게 미인이시네.. (미인이란 말에 사람들 다시 강순을 힐끔거리기 시작) 누구 닮았단 소리 많이 듣죠? 누구드라..그 왜 입술 두툼한.. (손가락 튀기며) 아! 졸리! 안젤리나 졸리 닮았다는 말 많이 듣죠?
일동 (자기도 모르게 일제히 강순을 본다. 졸리를 닮아?)
강순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숙인 채 이 악물며 작게) 목소리 좀 낮춰요. (땡 하고 엘리베이터 문 열리자 후다닥 탄다)
관우 (눈치없이 따라타며 말갛게) 왜애~ 칭찬인데.. 이쁘단 소리에요.
뒤따라 타는 사람들 입모양으로 서로에게 ‘대체 어디가?’
엘리베이터 (D)
사람들이 꽤 많이 탄 엘리베이터
강순, 관우를 외면한 채 아예 엘리베이터 벽을 보고 섰다.
그러나 관우는 개의치 않고 계속 주절대고 있다.
관우 어쨌든 다시 만나니까 반갑네요.
강순 (대꾸도 하기 싫다. 벽을 향한 채 계속 외면) ...
관우 강순씨는.. (하다) 아니 강변이라고 부를까요? (하다) 아니다. 그건 지하철역 이름같고.. 깡변이 더 낫겠다. (주먹쥐어 보이며) 깡있어 보이잖아요.
강순 (무시) ...
관우 (개의치 않고) 난 깡변이 나처럼 국선전담변호사가 꿈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쑥스러우니까 괜히 아니라고 그런거죠? 아까 지갑 얘기할 때 알았습니다. 쑥스러우면 괜히 싸납게 나가는 타입이죠?
강순 (벽본채 수양하듯 아예 눈까지 감는다) ...
관우 나 깡변이 왜 연주시에 지원했는지 알거 같은데.. 맞춰볼까요?
강순 (무시) ...
관우 (다 안다는 듯) 신상덕 변호사님 때문이죠?
강순 (무시) ...
사무실 앞 복도 (D)
엘리베이터 열리면 강순, 또 잰걸음으로 나온다.
관우도 나오며 계속 주절주절 떠든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관우 (벅찬 듯) 나도 신상덕 변호사님 때문에 여기 왔거든요. 공익변론에 국선변호만 무려 40년.. 제 인생의 롤모델이에요. 강순씨도 그렇죠?
강순 (주먹 꼭 쥐고 이제 더 이상은 못참겠다. 참았던 짜증이 폭발해 홱 돌아서서 발까지 구르며 버럭) 아뇨! 아뇨! 아뇨오오!!!!!!
관우 (놀라서 흠칫)
강순 (홱 돌아서 관우에게 다가가며 몰아친다.) 차관우 변호사라고 했죠? 나요. 졸리 안닮았구요! 당신이랑 같은 곳에 배정될거 꿈에도 몰랐구요! 깡변소리 듣기 싫구요! 여기 온거 신상덕 변호사 때문 아니구요! 보청기에 틀니까지 끼고 재판 나가는 퇴물 변호사가 내 롤모델은 더더구나 아닙니다! 됐습니까!!
관우, 놀라 찔끔하는데 그때 뭔가 떽데굴 구르는 소리가 난다. 관우,강순 소리나는 쪽을 보면 떨어진 틀니가 이가 맞물리며 따다다닥 소리를 내고 있다. 강순과 관우, 놀라 보면, 사무실 입구 쪽에 상덕(68세/남)과 유창(29세/남)이 서있다. 손에는 양치컵과 칫솔을 든 채 틀니가 빠진 상덕, 굳은 얼굴로 있다. 세 사람, 스틸화면처럼 정적. 그 사이에서 유창, 놀라지도 않고 늘 있는 일인양 익숙하게 틀니를 집어서 유리컵에 행군 후 상덕에게 준다.
관우 (설마) 신상덕.. 변호사님?
상덕 (무거운 얼굴로 틀니 끼우며 끄덕) ...
강순 (젠장) !
관우 (당혹스럽고) 죄송합니다. 못알아 뵜습니다. (강순에게 작게) 사과하세요. 얼른..
강순 (민망하지만 애써 당당히) 제..제가 뭘요?
상덕 (온화한 미소로 강순보며) 됐습니다. 사과할 필요 뭐 있나요? 다 맞는 말만 골라 하셨는데..새로 오신 국선들이신가?
관우 (꾸벅 인사하며) 네! 전 차관우.. (강순 가리키며) 이쪽은 강순.. 변호삽니다.
상덕 (유창 가리키며) 여긴 사무원 최유창이에요. 인사들 하고..
유창 (인사하며) 반갑습니다.
관우 (얼른 유창 손 잡으며) 어유~ 반갑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강순 (민망하지만 애써 아닌척 인사) 저두요.
상덕 (관우보며) 다 같이 나가지. 환영의 의미로 조촐하게 내가 커피 쏠테니까.. (나가고)
관우 감사합니다! (따라 나가며) 깡변! 뭐합니까! 갑시다.
강순 (어떻게 해야하나 난감하다) ...
유창 (강순에게 슬쩍 다가가 담담히 충고) 신변호사님 뒤끝이 상당히 기십니다. 얼른 사과하는게 좋을겁니다. (가고)
강순 (뻘쭘해서) 뒤끝길면 뭐 어쩔건데.. 짜고 왕따라도 시킬건가?
국선전담변호사 사무실(이하 사무실)
컷 튀듯 넘어가면 유창의 테이블에는 커피전문점 커피, 관우의 책상위에 커피전문점 커피, 그 옆에 걸터앉은 상덕의 손에 커피 전문점커피, 짧게 컷컷컷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강순의 책상 위에는 초라한 자판기 커피
기막힌 강순, 신경질적으로 서류(증거기록)을 넘기면서 검토하기 시작한다.
상덕, 관우의 엄지손가락에 친절하게 고무골무를 끼워주며
상덕 이걸 끼고 넘기면 드럽게 침 묻히면서 넘기지 않아도 돼.
강순 (마침 손가락에 침 묻히는 찰라였다) !!
관우 감사합니다! 신변호사님! (넘기면서) 와~ 진짜 잘넘어가네요.
강순 (혓바닥에 엄지 꾹 찍어 과격하게 종이 넘긴다)
유창 (전화를 받고 있다) 네. 복도 끝에 사무실입니다. 네. 제가 지금 나가겠습니다. (문쪽으로 가며) 차변호사님, 조영숙씨 도착했답니다.
관우 (씩씩하게) 네!! (얼른 서류 찾으며) 조영숙 조영숙.. 여깄다. 특수절도 및 특수공무집행방해시구나.. 청각장애인이시고..
유창 (문열고 복도를 향해) 이쪽입니다. 들어오시죠. (계속 문 옆에 있고)
영숙(50대 중반의 선량한 인상의 아주머니)이 들어선다.
관우 (일어나 수화로 인사) 오셨습니까?
상덕 수화도 할 줄 알아?
관우 네, 국선하려면 필요할 거 같아서요. 요즘 점자도 배우고 있습니다. (면담실쪽으로 영숙을 안내하며 수화로) 이쪽으로 오시죠.
유창 강변호사님 피고인도 왔는데요. 지금 들어오라고 할까요?
강순 네.
유창 (문 열며) 들어오세요.
그때 사무실문 열리고 노란머리의 성빈, 들어선다.
성빈 (전씬과는 달리 많이 초조하고 기죽은 얼굴이다) ..저.. 고성빈이라고 합니다.
사물함 (D)
수하, 사물함 열고 책을 넣다가 사물함 앞에 붙은 거울을 보게 된다.
머리를 이리저리 매만지다가
수하 안녕하세요. 저 박수하에요. 기억하죠? (하다) 아냐.. 기억 못할 수도 있잖아. (다시) 오랜만입니다. 저 박수합니다. (갸우뚱) 다나까체는 너무 군인같지? (다시 미소로) 보고 싶었어요. 강순씨.. (몸서리) 어우! 너무 느끼해. (하다 미소로) 오랜만이야. 누나.. (몸 꼬고) 누나는 어색해. (머리 긁적이며) 아.. 뭐라고 그러지.
혼자 거울보고 중얼거리는 수하를 멀리서 보는 정훈과 친구 얼어붙어
친구 쟤 왜 저러냐?
사무실 (D)
강순, 성빈을 중앙 테이블에서 면담하고 있다.
유창과 상덕은 자기 책상에 앉아있다.
강순, 성빈의 화려한 손톱을 보고 짐작 간다는 듯 한심하게 본다.
성빈 (정말 억울하다) 전 범인이 아니에요!
강순 (그럴 줄 알았다.) 여기 오는 사람들이 다 그 소리를 한다드라. 근데 봐봐. (서류 후루륵 넘기며) 우기기엔 너무 증거가 많잖아. 거기다 너 검사 앞에서두 범인 아니라구 뻥쳤다며? 그러니까 살인미수까지 때려맞지.
성빈 (미치겠다) 말두 안되요. 살인미수라뇨.
강순 왜 말이 안돼. (서류 펼치며) 봐봐!
# 성빈의 범죄사실을 검사의 시각으로 짧은 컷으로 보여준다.
창가에 앉아있는 동희, 그런 동희를 적의로 노려보는 성빈
강순 (E) 꼴보기 싫은 친구가 창가에 앉아있었다.
# 그런 동희를 밀치는 성빈, 동희 무방비로 떨어진다.
강순 (E) 음악실에 아무도 없겠다, 혼내줄려다가 욱해서 죽이려고 밀었다.
# 병원에서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의식이 없는 동희
강순 (E) 근데 죽진 않구 현재 의식불명이다. (ON) 여기서 피해자가 죽으면 넌 살인이야. 아직 살아있으니까 살인미순거고..
성빈 (당혹스럽다) 미치겠네. 아줌마. 아니 언니. 내가 욕 좀 하고 애들한테 삥 좀 뜯긴 했어요. 근데 다 상식선상에서 뜯었지 이 정도로 막나가진 않았어요. 살인미수라뇨! 나 진짜 아니에요.
강순 (짜증이 치민다) 니가 민거 본 사람이 있다잖아.
성빈 (버럭) XX! 그건 얘들이 뻥친거라니까. 날 엿맥일려구!!
강순 (기분 나빠서 서류 탁 덮고 싸늘) 얘. 나 너한테 돈 한푼도 안받고 변호해주는 사람이야. 이딴 태도로 나오면 나도 협조 못해. 너 변호사 없이 혼자 재판 받고싶어?
성빈 (분해서 강순 노려보는) ...
그때 면담실에서 관우와 영숙이 나온다.
영숙 (나오면서 수화로) 근데 판사도 제 말을 안믿어주면 어떡하죠?
관우 (말과 수화로) 걱정마십쇼! 진실은 반드시 재판에서 이깁니다. 제가 이겨보이겠습니다.
영숙 (그런 관우를 꼭 안아주고 나서 수화로) 전 정말 변호사님만 믿어요.
관우 (말과 수화로) 네. 조심해서 들어가십쇼! (문을 열어주는)
영숙 (수화로) 네. 법정에서 뵈요. (나가는)
성빈 (그런 관우를 부러운 듯 본다) ...
강순 (증거목록 탕탕 치며 성빈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이 정도 증거면 빼도박도 못하고 유죄야! 괜히 무죄라고 잡아떼다 걸리면 형만 엄청 늘어나요.
성빈 (억울해 눈물이 고인다)
강순 깔끔하게 인정하고, 실수였다 반성한다. 하면 내가 과실치상으로 얘기 잘 해볼게. 그럼 감옥까진 안가도 될거야. 어때? 무죄라고 잡아뗄래? 아님 유죄 인정하고 반성할래?
성빈 (울먹이며) 내가 민게 진짜 아니거든요. 걔가 음악실에 있는지도 몰랐는데..(흐느껴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다) 저 범인 아니에요. 이씨.. 진짜 아닌데..
강순 그래서 계속 잡아뗄거야? 니 친구들 스파게티 먹고 놀러 다닐 때 너 혼자 깜방에서 콩밥 먹고 싶어?
관우 (안되겠어서) 강변. 그렇게 강요할게 아니라 이 친구 말대로...
강순 (OL) 제 피고인이에요.
관우 아니, 참견하는게 주제넘은 짓이란 거 아는데..
강순 (OL) 알면 가만있죠.
관우 (열오른다) 우리 사이에 의견 정돈 얘기할 수..
강순 (OL) 없다고 생각합니다.
관우 왜요? 우린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같은 팀..
강순 (OL) 같은 팀 아니에요.
관우 (어이가 없고) ...
상덕 (그런 강순을 못마땅하게 본다) ...
강순 (서류보며 사무적으로) 유죄야? 무죄야? 니가 택해. 대신 난 결과에 책임 못져.
성빈 (눈물 그득 고여 벌떡 일어나) 그래! 나 유죄다! 됐냐 (삐소리) XX! (하며 얼굴 감싸 주저앉으며 통곡을 한다) 으허허헝..
상덕 (그런 강순과 관우를 본다. 둘 다 다른의미로 걱정이 된다.)
법조타워 외경 (N)
복도 (N)
유창, 상덕, 관우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상덕 (사무실쪽 보며) 깡변은 왜 안나와?
유창 변호인의견서 다 작성하고 퇴근하겠답니다.
관우 (도저히 납득이 안된다) 신변호사님! 아까 제가 깡변한테 한 말들, 다 맞는 말이죠?
상덕 (감정 섞여서 끄덕이며/OL) 그럼!
관우 로펌만 팀짭니까? 우리도 짤 수 있는거잖아요.
상덕 (OL) 그렇치!
관우 검사 쪽은 선배며 부장검사며 체계가 잘 서있잖아요. 거길 상대할려면 우리도 팀처럼 뭉쳐야죠!
상덕 (OL) 당연하지!
관우 그리고, 세상사람이 다 안믿어도 변호사는 피고인을 믿어줘야되는거 아닙니까?
상덕 (그 말에는 대답을 안한다) ...
관우 (어라? 상덕에게 재차 묻는) 제 말이 틀렸습니까?
그 대답이라도 하듯 엘리베이터 땡! 하고 울리며 열린다.
엘리베이터 (N)
상덕, 유창, 관우 오른다.
관우 (의아하다) 신변호사님은 피고인들을 믿지 않으세요?
상덕 믿으려고 노력은 하지. 근데 가끔.. 그 믿음이 독이 될 때가 있어.
관우 그게 무슨 소립니까! 피고인을 믿어야 변호를 하죠. 전 제 피고인 백프로 믿습니다.
유창 그러다 거짓말이 들통나면 피고인에게 더 불리해지잖아요.
관우 제 피고인은 거짓말을 안합니다. 딱 보면 알아요.
상덕 (읊조리듯) 보면 안다. (관우보고) 부럽구만. 난 40년을 봐도 통 모르겠던데..
관우 ...
사무실 (N)
어둑어둑한 창밖, 사무실에는 강순만 남아있다.
강순, 컴퓨터로 성빈의 변호인 의견서를 작성하고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습니다.”를 치는..
아까 성빈의 모습이 자신의 과거와 겹쳐서 떠오른다.
# INS 38씬
성빈 (눈물 고이며) 근데 저 진짜 민게 아니거든요. 걔가 음악실에 있는지도 몰랐는데..(흐느껴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다) 저 범인 아니에요. 이씨.. 진짜 아닌데..
# INS 1회 23씬
강순 나 진짜 아냐!! (뿌리치며) 나 아니라니까!! (컷) 도연일 미워했지만 그 정돈 아냐. 나도 내가 성질 드러운거 아는데.. 그 정돈 아니다 진짜.. 그 정도로 모질지 않다. 진짜..
강순 (답답한 듯) 아! 기분 진짜 그지같네. (귀찮은) 아 몰라몰라. (안되겠다는 듯 벌떡 일어나 서류를 챙긴다)
법조타워 앞 (N)
수하, 법조타워 벤치에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국선전담변호사’를 검색을 하고 있다.
수하 (검색된걸 보면서) 국선전담변호사.. 우리나라 변호사 중 1% 차지.. 돈이 없거나, 미성년자들, 심신 장애등.. 변호사 선임이 어려운 사람을 위한 변호사.. 돈이 아닌 사명을 위해 일하는 인권의 수호자..
#INS 1회 49씬
법정문을 열고 들어오던 강순
증언선서를 읽던 강순의 모습이 떠오른다.
수하 (설레는 표정) 딱 자기 같은 직업을 골랐네.
멀리 법조타워 회전문으로 강순이 나오는게 보인다.
수하, 한눈에 강순을 알아봤다.
강순, 생각이 많은 듯 시선은 아래쪽을 향한 채 회전문 안을 계속 돈다. 다가가던 수하, 왜 저러나 싶어 강순을 본다.
강순 (E) 아.. 머리 터질거 같애. 빨랑 잊자. 잊어버리자 강순아..
한참을 돌다가 걸어나오는 강순.
수하, 그런 강순이 궁금하다. 계속 따라가보는..
버스안 (N)
강순, 오르면 수하 따라오른다.
수하 오르자마자 버스 급출발한다.
강순, 중심을 잃고 어어어 하면서 뒤로 넘어지려는데 뒤에 따라타던 수하 얼른 강순을 잡아준다.
강순 (돌아보지 않은 채 건조하게) 감사합니다. (손잡이를 잡고 선다)
수하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강순을 본다. 보기만 해도 절로 미소가 번진다)
거리 (N)
강순, 집으로 가고 있다. 좀 떨어진 곳에서 따르는 수하
어두운 골목으로 가려고 꺾은 강순, 가려다가 멈칫한다.
칠흙처럼 어두운 골목
강순 (E) 너무 어두운데.. 가로등 좀 달지 쫌. (하다/E) 돌아가자. 운동한다 치지 뭐.
강순 방향을 틀고는 큰길 쪽으로 간다.
수하, 어두운 골목을 보다가, 가고 있는 강순을 다시 본다.
다시 강순을 따라가는 수하.
강순집 앞 (N)
강순, 들어서면 슈퍼주인 평상에서 화투로 운세 띠고 있다.
이곳 가로등 역시 꺼져있다.
슈퍼주인 아~ 이번에 새로 이사온 색시구만. 어때? 집은 맘에 들어?
강순 (시니컬하게) 들겠어요? (한심하다는 듯) 깜깜한데 패가 보여요?
슈퍼주인 (화투치며) 깜깜해도 돈하고 화투는 다 보이드라구.
강순 가로등은 언제 고쳐준데요?
슈퍼주인 (화투치며) 몰라. 어제두 동사무소 전화했더니 구청건설과로 전화하라대. 그래서 오늘 전화했더니 행정관리과로 전화하라네? (강순, 짜증나서 포기하고 집으로 향한다) 행정관리과로 전화하니 또 고장신고과로 하래. 그래서 전화했더니 다 퇴근했대. (하고 보면 이미 강순 계단 오르고 있다. 강순 뒤에 큰소리로) 암튼 조만간 고쳐줄거야. 걱정마~
슈퍼아들 (E) 엄마! 드라마 시작한다!!
슈퍼주인 벌써!? (서둘러 화투판 싸들고 들어간다)
강순의 방에 불이 켜지고, 골목에 수하가 들어선다.
강순의 집과 꺼져있는 가로등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수하.
강순집 거실 (N)
강순, 잠옷 단추 채우는데 전화가 울린다.
보면 ‘어마마마’라고 떠있다.
강순 (스피커폰으로 받으며) 어. 엄마.
강순모 (E) 내다. 오늘 으예 별일 읍썼나?
강순 (심드렁하게, 단추 마저 잠그는) 응. 별일 없었어.
강순모 (E) 사무실에 사내들만 셋이라매? 연애 걸만큼 개안은 사내는 읍드나?
강순 (바로) 없어. 전혀! 완전 쉣! (현관 쪽으로 가며) 인간말종들만 모아놨어.
강순모 (E) 와~ 니 여자라꼬 무시하나?
강순 (강순의 구두가 두켤레 놓여있다. 그 옆에 커다란 남자 구두와 남자 운동화를 잘 보이게 놓으며) 아니. 그런건 아닌데 시끄럽고 피곤해.
강순모 (E) 니 와 그래 목소리에 힘이 없노? 뭔일 있나?
강순 없어. 괜찮아. (일어나 쇼파 쪽으로 가며)
강순모 (E) 목소리가 그기 아인데? 엄마가 내일 올라가까?
강순 (쇼파 앉으며) 괜찮다니까. 그냥.. (하다 컴컴한 창밖보고 둘러대는) 가로등이 고장나서 그래.
강순모 (E) 가로등?
강순 어. 가로등.. 나 어두운거 싫어하잖아. 그래서 그래. (그때 창밖이 환하게 불이 들어온다. 놀라 벌떡 일어나) 어라? 가로등 불 들어왔네?
강순모 (E) 그래? 누가 와서 고쳤나삐네.
강순 이 시간에? (시계보면 밤 10시가 넘었다) 설마..
강순모 (E) 됐다. 이제 고마 다리뻗고 푹 자라. 내일이 첫 재판이라 안캤나?
강순 (창가로 가며) 알았어. 엄마도 잘자요.
강순모 (E) 오야! 똥칠한 용꿈 꾸라. (끊는)
강순, 전화를 끊고 창문을 열어 밖을 내다본다. 환하게 켜진 가로등.
강순 뭐야? 이 시간에 구청직원이 출동한거야?
환한 가로등을 보니 그제야 미소가 지어진다.
강순, 창밖으로 몸을 쑥 내밀어 누가 고쳤나 밖을 본다.
아무도 없는 골목. 멀리 수하의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저 사람인가? 갸우뚱 하는 강순
강순집 앞 (N)
수하, 가다가 뒤를 돌아본다.
멀리 창밖을 보는 강순을 본다.
수하, 싱긋 미소를 짓는다.
강순, 어둑한 곳에 서있는 수하의 실루엣만 보인다.
강순 (미소 지으며) 우리나라 공무원들 생각보다 듬직하네?
환하게 켜진 가로등을 뒤로 한 채 수하, 걸어가는 모습에서..
지하철 승강장 (N) - 스크린 도어 없는 곳으로
수하, 기분 좋은 듯 승강장에 경쾌한 걸음으로 들어선다.
맞은 편 승강장에 낯익은 얼굴이 있다. 성빈이다.
수하 어? 저거 고성빈 아냐?
성빈 (넋이 나간 듯 멍하게 앉아 하염없이 눈물 흘리고 있다/E)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난, 아무짓도 안했는데 왜 내말을 안들어주는건데..
수하 (무슨 소리지?)
성빈 (E) 살인미수면.. 나 감옥에 가겠지..감옥에..
수하 !!
성빈 (승강장을 보며/E) 그냥 죽어버릴까..
수하 !!!
성빈 (E) 친구들도.. 변호사도.. 세상에 아무도 날 안믿어주는데... 살아서 뭐해. (일어서는) 내가 죽어버리면 믿어줄까? 안믿은거 후회할까..
수하 (다급히) 고성빈!!!
성빈 (놀라서 고개 들면 수하가 있다) !!
수하 너 거기 가만있어. 내가 지금 그리로 갈게. (달려가려는데)
성빈 (눈물이 흐른다/E) 수하는 울어줄까? 아니.. 내가 없어진지도 모를거야.
수하 성빈이 너 쓸데없는 생각하지마! 거기 가만있어!
그때 지하철 도착알림 음악이 울린다.
성빈, 눈물 흘리며 지하철이 오는 쪽을 본다.
수하, 다급히 계단으로 달려간다.
# 사력을 다해 계단을 뛰는 수하
# 성빈, 승강장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 수하, 미친 듯이 뛰어간다.
# 지하철이 멀리 오고 있다. 성빈, 지하철을 멍하니 본다.
성빈, 한걸음.. 한걸음 승강장 쪽으로 걸어간다.
거의 발끝이 승강장에 걸쳐있다. 성빈, 뛰어내릴 듯 눈 질끈 감는
# 주변에 사람들 자기들끼리 담소를 하다가 뒤늦게 성빈 쪽을 보고 악!! 비명을 지른다.
# 건너편에서 보는 시각으로 지하철 승강장에 빠르게 진입한다.
# 지하철에서 내리는 사람들 수근대며 어딘가를 본다.
시선 따라가보면 수하 품에 안겨 쓰러진 성빈
수하 (몸 일으켜 버럭) 야! 이 등신같은 기집애야! 이게 뭐하는 짓이야!
성빈 (서러움에 무너지듯 수하에게 매달려 통곡을 한다) 수하야.. 수하야...
놀이터 (N)
수하, 성빈 그네에 나란히 앉아있다. 수하, 성빈에게 캔음료 따서 건네며
성빈 (진정이 된 상태) 고마워.. (마시지 않고 수하를 보며) 너.. 내 얘기 들었지?
수하 어..
성빈 너도 내가 쌍코.. 아니 동희를 밀었다고 생각해?
수하 (그런 성빈을 본다) ..아니.
성빈 (그런 수하를 보며/E) 거짓말.. 내가 죽을까봐 그냥 하는 말이야.
수하 (단호히) 진짜 믿어. 넌 절대 범인 아냐.
성빈 (눈물이 고이며) 열라 고맙다. 씨..
수하 변호사는 만나봤어?
성빈 응. (자조적으로 웃으며) 변호사도 너처럼 날 믿어주면 좋을텐데..
수하 (결심한 듯) 변호사가 누군데?
성빈 (피식) 왜? 만나서 패주게?
수하 (무심히) 필요하면 그러지 뭐. (성빈 보며) 누구야?
성빈 국선전담변호사래.. 강순이라고..
뚝 떨어지는 수하의 캔음료
성빈 (왜 그런가 싶어서 수하 보고) ?
수하 (충격으로) 강..순?
성빈 응. 성이 강, 이름이 순. 이번에 연주시로 왔대.
수하 ... !!
수하집 (N) -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 / 30평대 아파트
수하 들어서면 현관에 불이 들어온다.
신발 벗고 들어선다. 신발장에 신발이 단정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
불켜고 책상 쪽으로 가는 수하, 의자에 털썩 앉는다.
책상 유리 밑에 강순의 기사를 물끄러미 본다.
성빈 (E) 내가 아무리 얘기해도 내 말을 안믿어줘. 유죄를 인정 안하면 형이 늘어날거라구 겁도 주고... 검사보다 더 무서운 변호사야.
수하, 강순의 기사에 “사회적 약자 출신의 강 변호사가 어려운 처지의 피고인들에게 더 잘 공감” 이라고 쓰여진 부분이 역설적으로 보인다.
수하 (신문보며 혼잣말처럼) 오해야. 성빈이가 사람을 잘못본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혼란스러운 수하.
연주지방법원전경 (D)
법정 앞 복도 (D)
강순, 들어서다가 전방에 상덕과 관우를 보고 표정이 일그러진다.
상덕, 마치 권투감독처럼 긴장한 관우(단정한 1:9 가르마 머리)의 양뺨을 손바닥으로 짝짝 때리며 기합을 넣고 있다.
상덕 (비장한 표정으로 큰소리로) 문채식 판사가 제일 좋아하는 말은 뭐!?
관우 (비장하게 기합 들어가서) 존경하는 재판장님!
상덕 넌 피고인이 아니니까 어떻게?
관우 당당하게!
상덕 그러나 변호인이니까 어떻게?
관우 겸손하게 재판에 임한다!!
상덕 (관우 양뺨을 톡톡 쳐주며) 좋았어!! 준비 끝!!
강순 (혼잣말) 참.. 주접도 다채롭게들 떠신다. (지나가려는데)
관우 (강순을 보고 달려와) 깡변!
강순 (심드렁) 왜요.
관우 깡변 재판은 오후부터 시작이죠? 오전엔 별일 없죠?
강순 네에..
관우 그럼 지금 내 재판 보러 와요.
강순 왜요?
관우 (자신있는 미소로) 보여줄께요. 믿음으로 무장한 변호사가 얼마나 막강한지..
강순 (기막혀) 하..
단독부 법정 (D)
판사 앉아있고 증인석에 조영숙 사복으로 앉아있다.
방청석에 강순, 상덕을 포함해 몇몇 방청객들이 앉아있다. 관우는 서류(피고인신문)를 들고 영숙을 보며 멋지게 신문을 하고 있다.
관우 (영숙을 향해 말과 수화로) 피고인은 현재 80이 넘은 노모를 모시고 있죠?
영숙 (끄덕) 네.
관우 (말과 수화로) 노모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파지도 줍고, 공공근로도 나가며 별짓을 다해봤죠?
영숙 (울먹이며) 네. 그치만 어머니 병원빌 대기엔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성금에 손을 댔습니다. 어머닐 살리고 싶은 마음에..
현범 (그럴 줄 알았다. 손들며) 잠시만요. 피고인 조영숙의 어머니는 7년전 사망한 걸로 되어있는데요.
관우 (놀라) 네? (하다 영숙을 보며) 그럴 리가..? (말과 수화로) 어머니가 살아계세요?
영숙 (수화로) 아뇨. (변명이랍시고 구차하게) 어머닌 아직 살아계십니다. 제 마음속에...
관우 (낭패다. 황망함에 머리를 긁적인다) ..
강순 (기가 막히다) ...
<컷튀면>
관우 (머리가 좀 흐트러진 채, 영숙 앞에서 말과 수화로) 피고인은 체포될 당시, 경찰들에게 성추행을 당해 어쩔 수 없이 (과도를 들어보이며) 이 과도를 휘두른거죠?
영숙 (끄덕) 네. (울먹이며 수화) 너무 치욕스러워서 저도 모르게 그만..
현범 (여유롭게 손들며) 저기 잠시만요. 관할서에 문의해보니까 사건당시 피고인을 체포한 경관들은 모두 여경이었든데요?
관우 네..에? (하고 영숙을 보면 영숙,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말과 수화로) 경관들이 여경이었어요?
영숙 (애써 당당히 수화로) 아니, 여경들이긴 했는데 엄청 건장했어요.
관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
강순 (더 볼 필요도 없다. 콧방귀를 끼고 일어나 나가는)
법정앞 (D)
관우, 산발이 된 머리를 감싼 채 넋이 나가 있다.
옆에 상덕이 다독이고 있다.
강순 (관우에게 다가와 약올리듯) 재판 자알~봤습니다. 차변호사님..
관우 (그런 강순을 본다) ..
강순 (비아냥)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피고인을 무작정 믿는게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았구요. 고마워요. (가버린다)
관우 (그런 강순이 얄밉다) 깡변 정말 인생노선을 참 특이하게 잡지 않았습니까? 욕먹고 오래살기로 작심하지 않고서야, 저러기 힘든데 말입니다.
상덕 (맞장구 쳐준다) 관상부터가 글렀어. 저 물건..
관우 (억울하다는 듯 상덕에게) 근데요. 아까 조영숙씨 진짜 딱한 분이거든요. 월세 이십짜리 반지하방에 살았는데 그나마도 이번 물난리에 잠겼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살구 있어요. 그런 분이 도대체 왜 거짓말을..
상덕 (그런 관우를 다독이는 손을 거두며, 진지한 표정으로) 자넨 가난하면.. 다 착할거라고 생각하나? 가난하면, 다 억울할거 같애?
관우 네?
상덕 (관우를 보며) 가난한데.. 억울하지 않은 사람이 찾아오면 어쩔거야?
관우 그거야.. (하다 말 못찾는다) ...
상덕 (다정한 상덕의 모습이 아니다. 엄한 선생처럼) 우리같은 국선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실제로 남의 돈을 뺏고, 목숨을 뺏은 사람들이야. 변호가 의미도 없고, 보람도 없는 흉악범들도 많아. 그땐.. 자넨 어떻게 변호할건가?
관우 ...!
법원 앞 버스 정류장 (D)
수하, 버스를 보면서 성빈을 기다리고 있다.
시계를 보고는 안되겠다 싶어서 성빈에게 전화를 건다.
수하 (전화 받은 듯) 여보세요. 고성빈, 나 수한데.. 너 지금 법원 오고 있는거지?
성빈 (E) 어..
수하 딴 생각 하지말구 바로 와. 내가 재판 같이 들어가줄게..
성빈 (E/현장소리와 함께) 고마워.
수하 이상해서 뒤 돌아보면 조금 떨어진 곳에 성빈이 전화기를 든 채 서있다. 전과는 다르게 단정한 검은단발머리(가발)에 교복차림이다. 손톱도 매니큐어를 다 지웠다.
수하 (그런 성빈을 보고 놀라) 야.. 너..? 고성빈 맞아?
성빈 (어색한 미소로 머리를 귀뒤로 넘기며) 응.. 오늘은 욕두 참아볼라구..
수하 (그런 성빈을 보고 픽 웃음 짓는다) 들어가자.
검찰청 복도 (D)
도연, 결연한 얼굴로 법복을 입고 나서고 있다.
허계장 (마주오다) 지금 재판 들어가십니까?
도연 네.
법원 로비의 엘리베이터 (D)
상덕, 관우, 강순 엘리베이터 앞에 있다. 이들 앞으로 사람들이 꽤 서 있다.
강순 (관우의 모습이 고소하다) 저 좀 있으면 재판 들어가는데 해줄 말 없나요?
관우 (산발된 머리로 상덕이 던진 질문을 골똘히 생각중이다) ...
강순 (혼잣말처럼) 있을 리가 있나?
상덕 (그런 강순이 얄밉다) ..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상덕, 관우, 강순 순으로 사람이 가득 탄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그 뒤로 멀리 도연이 건물로 들어선다.
이대로면 강순과 도연은 마주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때 강순이 탄 엘리베이터 만원 경고벨이 삐~ 울리면서 다시 열린다.
강순, 안내리려고 안쪽으로 파고들려는데
상덕 마지막에 탄사람이 내리는게 우리나라 정서법 아닌가? (강순의 등을 슬쩍 밀어 내쫓는다)
강순 (밀려서 튕겨나오며) 악! (뒤를 보면서 버럭) 신변호사님!!
상덕, 강순을 외면한 채 닫힘버튼을 기민하게 눌러 문을 닫아버린다.
강순, 분을 삭이며 엘리베이터 버튼 다시 누르는데 누군가의 손과 겹친다.
강순, 뭐지? 하고 보면 도연이 놀란 표정으로 강순을 보고 있다.
강순, 심장소리 쿵쿵 뛰기 시작한다.
도연 (놀라) 강순이 니가.. 니가 여기 어떻게?
강순 (역시 놀라) 너.. 너야말로 여긴 어떻게.. (도연 검사복 보고) 검사였어 너?
도연 (애써 반가운 듯) 연진이한테 너 변호사 됐단 소린 들었는데,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네. 개업했어? 아니면 로펌?
강순 아니. 사선은 아니고.. 국선이야.
도연 (끄덕이며) 아~ 국선~ 잘하면 법정에서 만날 수도 있겠다. 우리..
강순 (살짝 거슬린다) 그러게. 꼭 만났으면 하네.
그때 성빈과 수하가 들어선다. 성빈, 강순을 발견하고 뛰어간다.
성빈 (헐레벌떡 강순에게 뛰어오며) 강변호사님! 저 안 늦었죠? (하다 도연보고 표정 굳으며) 어? 검사님도 계셨네요.
도연 (놀라) 강순이 너, 고성빈이 변호사야?
강순 (역시 놀라) 설마.. 이 사건 검사가 너였어?
경악하는 강순과 도연
멀리 이들을 보는 수하.
화장실 (D)
세수를 하는 강순, 흥분을 가라앉히려는 듯 심호흡을 한다.
강순, 서류들 중 소송기록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선명히 ‘검사 : 서도연’ 이라고 써있다.
강순 서도연.. 이걸 왜 못봤지.
강순, 다시 거울을 본다. 과거 도연과의 역사들이 떠오른다.
# INS - 1회 22씬
도연 내눈 이렇게 만든게 강순이에요! 쟤가 눈에 돌을 넣어서 던졌어요!
# INS - 1회 26씬
강순 엄만 속도 없어? 화도 안나? 나 오늘 퇴학당했어. 아무짓도 안했는데 학교에서 쫓겨났다고!!
# INS - 1회 31씬
도연 그래! 나 거짓말 했다. 니가 거짓말 하니까 너 잡을려고 했어.
# INS - 1회 37씬
도연 어디 한번 증명해봐. 쫄지않구 법정에 가서 증언하면 인정할게. 너 거짓말쟁이 아니란거..
강순, 결심한 듯 서류들을 챙겨 나간다.
합의부 법정 앞 (D)
사람들 몇몇이 지나다니는 복도
기다리고 있는 성빈과 수하에게 오는 강순
강순 성빈아. 나랑 얘기 좀 하자.
강순, 성빈의 손목을 끌고 어디론가 가려는데 수하도 따라 나선다.
강순 (수하가 거슬려 성빈에게) 야! 저 껌딱지는 뭔데 자꾸 널 따라와?
성빈 친구에요.
강순 야 껌딱지! 지금 머리 복잡하니까 넌 거기 가만있어.
강순, 성빈을 끌고 어디론가 간다. 수하도 따라간다.
법원 복도 (D) - 아무도 없는 구석진 곳
강순, 성빈이를 붙잡고 신신당부를 하고 있다.
좀 떨어진 곳에서 이들의 대화를 수하가 듣고 있다.
강순 (피고인 신문사항을 건네며) 자! 이거봐. 이게 이따 재판에서 너한테 내가 물어볼 것들이야. 잘 읽고..(하다 다시 뺏으며) 아니다. 읽지말고 넌 내가 물어보면 무조건 네라고만 하면 돼. 무조건 네!!! 알았지?
성빈 싫어요! 난 안밀었어요. 그러니까 사실대로 얘기할거에요.
강순 (바로 버럭) 안돼! 절대 안돼! (성빈 어깨 잡고) 아까 그 검사 봤지? 그 검사한테 괜히 책잡히면 너도 망하고 나도 망해. 잘못하면 너, 살인미수에 괘씸죄까지 덤탱이 써! 난 개망신 당하고!
성빈 ...
수하 (실망을 넘어 화가 치민다) ...
강순 난 절대 그꼴 못봐! 넌 유죄다! 깊이 반성하고 있다! 그래서 난 선처를 바란다!! 이렇게 마무리하는게 가장 깔끔해! 알았어?
그때 누군가 강순의 손을 확 잡아 돌려세운다. 수하다. 성난 듯 보인다.
강순 뭐야. 너..
수하 (성빈에게) 너 여기 잠깐 있어봐. (강순에게) 당신 나랑 얘기 좀 해! (다짜고짜 강순을 끌고 간다)
강순 (끌려가며) 야! 너 뭐야. 이거 안놔! 야!! (안끌려가기 위해 주저앉는)
수하, 안되겠다 싶어서 아예 강순을 들쳐메고 간다.
강순 계속 악악거리며 버둥댄다.
성빈, 놀라 얼어붙었다.
법원 계단 (D) - 역시 아무도 없는
강순을 들쳐메고 온 수하, 강순을 내려놓는다. 강순, 옷도 흐트러지고 머리도 헝클어졌다. 강순, 도망치려고 하는데 수하에게 팔이 꽉 잡혀 갈수도 없다.
강순 (벗어나려고 버둥대며 몰아친다) 놔! 너, 지금 날 강제로 체포한거야! CCTV로 다 찍혔어. 너!! 체포죄가 얼마나 무서운 죈 줄 알아!
수하, 그런 강순을 실망과 분노로 본다. 강순, 그 정적을 틈타 도망가려는데 수하, 강순의 팔을 놓지 않는다.
강순 일단 이거 놓고 얘기해. 흥분 가라앉히고 이성적으로다가..
수하 성빈이 무죄야.
강순 뭐?
수하 그러니까 당신이 무죄란 거 밝혀내!
강순 너 뭐니? 뭐하는 자식인데 이렇게 막무가내야!
수하 (팔 놓으며) 성빈이 같은 반 친구야.
강순 (수하에게 잡혔던 팔 주무르며) 너 뭐 이 사건에 대해 아는거 있어? 사건현장이라도 본거야?
수하 아니. (하다) 어제 성빈이 죽으려고 했었어. 당신 만나구 나서..
강순 !! (놀랍지만 애써 아닌척) 그래서 뭐 어쩌라구. 그게 증거라도 돼?
수하 (실망이다) 최악이다. 당신 변호사 맞아?
강순 (도저히 못참겠고)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어따대고 훈계야! 머리에 피도 안마른 자식이 납치에 반말에 훈계까지.. 대체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야! 애면 애답게 굴어!!
수하 (지지않고) 당신이야말로 변호사답게 굴어. 변호사면 피고인 말을 제대로 들어봐야 되는거 아닌가? 들어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유죄라고 몰아치면, 검사랑 다를게 뭐야?
강순 (버럭) 증거가 없잖아! 증거가!! 온통 성빈이가 유죄란 증거밖에 없는데 그럼 어떡해! 증거를 하나라도 갖고 와서 따지든가!!
수하 증거 있어.
강순 뭔데?
수하 (그런 강순을 노려본다) ...
강순 (열 받아서) 왜 그렇게 보는건데!
강순/수하 (동시에) 그렇게 노려보면 없던 증거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라도한대니?
강순 (놀란다) ..!!!
강순/수하 (경악/동시에) 너 뭐야! 어떻게 하는거야!
강순 (놀라 한걸음 물러난다)
강순/수하 (동시에) 너, 내가 무슨 말 할지를 아는거야?
수하 ....
강순 (수하가 괴물같다. 겁에 질려) 마.. 말도 안돼. (도망치려고 가면)
수하 (달려가 강순 손 잡아 돌려 세운다. 강순의 어깨를 꽉 움켜잡고) 난 다른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어.
강순 !!!
수하 그게 증거야!
강순 (놀라움에 얼어붙었다) ...
검사 대기실 (D)
도연도 강순과의 만남이 적잖이 충격이다.
생각많은 얼굴로 있다가 앞에 놓인 성빈 사건 기록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한다. 놓친게 없나 꼼꼼히 연필로 메모한걸 포스트 잇을 붙여가면서..
법원 계단 (D)
강순, 수하와 멀찍이 떨어져서 벽에 딱 붙어있다.
수하 (강순쪽으로 가며) 언제까지 그러구 있을거야! 가서 성빈이 무죄를 밝혀야될거 아냐!
강순 (겁먹어) 오지마!! 오지마!!!
수하 (멈추고) ...
강순 (괴물 보듯 보며) 어.. 어떻게 그게 가능해?
수하 (저런 반응일 줄 알았다. 외면하며) 그렇게 괴물처럼 보지마! 세상엔 아이큐가 200인 사람도 있고, 백미터를 9초대에 뛰는 사람도 있어. 남들보다 특별하다고 괴물은 아니잖아. (하다 강순 맘이 읽혀 짜증) 유치하긴.. 나 외계인 아냐! 지구에서 태어났어!
강순 (놀라서) 너 지금도 내 속마음 읽은거지. 야! 읽지마! 몰카보다도 기분 드러워.
수하 나도 남의 속 듣구 사는거 싫어. 근데 어떡해! 눈을 보면 들리는데..
강순 (얼른 눈 가리며) 미치겠네. 이걸 신고해야되나? 이건 사생활침해보다 더 한건데..
수하 딴소리 하지말구 성빈이한테 집중해! 어떻게 무죄로 밝힐건지.
강순 (수하를 등진 채 혼란스럽고, 생각이 많아진다.) ...
수하 입은 거짓말을 해도 마음은 거짓말을 못해. 성빈인 무죄야. 내가 들었어. 그러니까 당신이 꼭 밝혀내야 돼.
강순 (결심한 듯 눈 뜨고는/이하 계속 수하를 등진 채 이야기) 난 못해.
수하 (그런 강순 보고 기막혀) 무죄 주장 안할거야?
강순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거야. 증거가 없잖아!
수하 (강순을 돌려세우며 버럭) 말했잖아! 내가 증거라고! 내가 들었다고!!
강순 그럼 니가 법정에 설래? 성빈이 마음 읽었는데 무죄더라. 그렇게 증언할래?
수하 !!!
강순 그럼 판사랑 검사가, 독심술이라니 대단하다 오냐! 증언 인정해주마. 이럴거 같애? 너랑 나, 미쳤단 소리 듣구 쫓겨날걸?
수하 (반박을 할 수 없다. 10년전 재판이 떠오른다) ..
#INS - 1회 47씬
변호사 보셨죠? 박수하군은 마음을 읽는다는 말도 안되는 거짓말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런 박수하군의 진술을 과연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강순 그리고 만에 만에 만에 하나로 니 독심술을 인정해준다고 쳐. (수하 보고) 근데 니가 거짓말하는거라면?
수하 (흥분해서) 난 거짓말 안해!
강순 그걸 어떻게 알아? 다른 사람들은 너처럼 마음을 읽을 수 없는데, 법정에서 어떻게 증명할거야.
수하 !!
강순 그러니까 넌 증거로 인정이 안되는거야. 니 능력, 대단하긴 한데.. 이 상황에선 별 쓸모가 없어. 재판에서 진실을 알고 모르고는 변호사한테 중요한게 아니거든.. 증거가 있냐 없냐가 중요하지. (가고)
수하 ..진실은!
강순 (가다 돌아보고)
수하 진실은..재판에서 이기는거 아냐?
강순 (혀 끌끌, 애 타이르듯) 아니지. 얘야. 순서가 틀렸잖아. 진실이 재판에서 이기는게 아니라 재판에서 이기는게 진실인거야. (가고)
수하, 그런 강순을 실망과 분노로 바라본다.
이런 강순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10년을 기다린게 아니었다.
허탈한 듯 벽에 기대 미끄러지듯 주저앉는다.
가방에 늘 가지고 다니던 노트를 꺼내본다.
노트 안 빼곡히 적은 강순을 닮은 사람들의 목격기록들
수하, 노트를 냅다 쓰레기통에 던지고는 일어나 가버린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노트로 줌인..
잠시 후 그 노트를 주워가는 손. 수하다.
실망은 했지만 차마 포기하기는 힘들다.
법원 화장실 안 (D)
다소 흐트러진 머리와 옷차림의 강순, 거울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강순 (수하처럼 눈에 힘 줬다 풀며) 어떻게 하면 속마음이 들리는거야? 신기하네.. (생각을 털려는 듯 고개 저으며) 됐어. 신경쓰지마!! (눈 감고 뺨 짝짝 때리며) 지금은 도연이! 서도연만 생각해!! (하고 눈 떴는데 옆에 도연이 서있다. 놀라서) ..왁!!
도연 (파우치 들고 옆에 들어서며) 날 왜 생각하는데?
강순 (도연을 노려보는) ...
도연 (파우더 꺼내며 격의없는 미소로) 아까 놀라서 제대로 인사도 못했네. 얼마만이지 우리?
강순 (도연을 잠시 응시하다) 10년만인가? 법정에서 본게 마지막인거 같은데.. 기억나? 그때 넌 법정문 앞에서 도망쳤잖아.
도연 (파우더 두드리며 애써 태연) ..그랬나?
강순 (손을 씻으며) 다시 만나면 할 말이 참 많을거 같았는데 생각이 안나네. 이런식으로 만날 줄은 몰랐거든..
도연 그러게. 검사랑 변호사라..
강순 (티슈로 손 닦으며) 세상 참 좁고 재밌다. 그치.. (나가는)
화장실 앞 복도 (D)
강순, 나오면 도연 뒤따라나오면서
도연 오늘 재판.. 어떻게 할거야? 무죄주장 할거야?
강순 (멈춰서 돌아보며) 아니. 공소장을 아주 잘썼던데.. 일목요연하게, 빠져나갈 구석 하나 없이, 완벽하게! (미소) 그걸 보고 누가 무죌 주장하겠니?
그때 강순의 뒤쪽으로 수하가 오다가 이들을 보고 멈춰선다.
도연 (좀 아쉽다) 왜애? 해보지. 여지가 좀 있을 것도 같던데..
강순 싫다. 10년만에 만난 동창 앞에서 개망신 당할 일 있니?
도연, 그런 강순을 잠시 본다.
그런 도연을 보는 수하의 눈, 도연의 속마음을 읽었다.
도연 (혼잣말처럼) 정말 많이 닮았다.
강순 (영문 몰라서) 누구를?
도연 (미소로) 아냐. 있다 법정에서 보자.
강순 (지지않고 미소로) 그래.
도연이 뒤돌아가자 강순, 잠시 노려보다 대차게 돌아서는데 그 바로 앞에 수하가 있다.
강순 (흠칫, 수하의 시선에 자기 눈 가리고) 또 속 들여다보는거야?
수하 (가는 도연을 보며) 저 사람.. 누구야?
강순 알 필요 없잖아. 웬만하면 우리 마주치지 말자? 어? (지나쳐 가려는데)
수하 (궁금하다) 눈싸움.. 사건이 뭐야?
강순 (멈칫한다) !! (놀라 돌아보며)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수하 (강순을 보며) 아까 저 사람 생각을 읽었어.
강순 (수하에게 다가와 정색하며) 더 얘기해봐. 쟤가 무슨 생각했는지..
법정 건물 회전문 (D)
강순, 생각이 많은 듯 고개를 숙인 채 회전문 안에서 말없이 돌고 있다.
수하 (E) 성빈이가 당신을 많이 닮았대. 10년전 눈싸움 사건 때 당신..
강순, 그제야 아까 도연이 했던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다.
# INS 전씬
도연 정말 많이 닮았다.
# 강순, 회전문 안에서 나가지 않은 채 계속 돈다. 어떻게 해야하나.. 답이 안나오는 강순, 아합~! 기합 혹은 비명을 버럭 지른다.
판사복을 입고 배석판사들과 들어오던 공숙 흠칫 놀란다.
우배석판사 어? 저 친구.. 이번에 뽑힌 국선전담변호사 아니에요? 기사에도 났던..
공숙 (얼어붙었다) 어..
좌배석판사 아~ 성적은 영 아닌데 사연 듣고 붙여줬다는 변호사 아니에요? 착한 변호사 같다고..
강순, 이젠 회전문 안에서 발길질까지 하며 젠장! 젠장! 소리친다.
좌우 배석판사 대체 어디가 착한가 의아한 눈빛으로 공숙을 보면
공숙 (그 눈빛들에 궁색하게) 착해보였어! 그때는..
회전문 속의 강순, 혼란스럽다. 어떻게 해야하나..
법정 (D) - 합의부 법정
수하, 방청석에 앉아있고 성빈은 피고인석, 강순은 변호인석에 앉아있다.
법복을 입은 도연이 일어나 모두진술을 하고 있다.
그 진술 위로 강순, 뭔가 생각 많은 표정이다.
재판장은 공숙이다. 서류를 보면서 모두진술을 듣고 있다.
도연 (서류를 보며 읽는) 피고인 고성빈은 피해자 문동희와 같은 반 학생으로 (마치 과거 강순과 자신의 이야기인양 질책하듯 강순을 보며) 늘 피해자를 왕따시키고 괴롭혀왔습니다. 피고인은, 길거리 캐스팅이 돼서 기획사에 들어간 피해자를 질투한 나머지, 창가에 앉아있던 피해자를 밀어 떨어트렸습니다.
강순 (그런 도연의 시선을 읽었다) ...
도연 (다시 서류를 보며) 이로 인해 피해자는 전신에 걸쳐 다발성 골절의 중상해를 입은 채 의식불명의 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이에 피고인 고성빈을 형법 제250조 및 제254조 규정에 따라 살인미수의 혐의로 기소하는 바입니다.
성빈 (도연의 모두진술을 들으며 겁에 질려 손을 덜덜 떨고 있다.) ...
강순 (도연의 모두진술 위로 성빈의 손을 내려보다가 방청석의 수하를 본다/E) 너 얘가 무죄란거.. 확신해?
수하 (강순을 보며 끄덕) ...
공숙 (강순 보며) 변호인.. 공소사실의 인부를 하시지요.
강순 (계속 수하를 본 채/E) 나.. 너 믿어도 돼?
수하 (확신에 찬 눈빛으로 끄덕) ..
공숙 (조금 톤 높여) 변호인!?
강순 (얼른 정신차리고 일어나며) 네?
공숙 (재차 천천히) 공소사실 인정합니까?
강순 (변호인 의견서를 든다. 잠시 갈등하다가 도연을 본다. 그리고는 변호인 의견서를 엎으며)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합니다.
성빈, 놀라서 강순을 본다.
의외의 대답에 강순을 보는 판사들과 법원직원들
수하, 미소를 짓는다.
강순 (도연에게 시선을 둔 채)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합니다.
도연, 바라던 답이다. 여유로운 미소로 강순의 시선을 받아친다.
그 미소 때문에 불안해진 강순, 수하를 본다.
수하, 강순을 안심시키듯 확신에 찬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런 수하를 보고 여전히 불안한 표정의 강순
강순과 수하의 이분할에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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