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여왕2
팀장실 (D)
태희, 들어오는데. 누군가 태희 자리에 앉아 있고. 뒷모습만 보인다.
태희 (!! 기막힌다) 누구야? (표정) 누군데 남의 방에 떡하니 앉아서...
누구냐구 거기!!
그러자 빙글 돌려지는 의자.
의자 위에, 이날 따라 더 화려하고 예뻐보이는 여진이 앉아 있다.
그제야 보이는 명패. 팀장 백여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싸늘하게 웃는 여진과
헉... 해서 여진을 바라보는 태희 표정.
여진 (방긋) 오셨어요?
태희 (애써 추스르며 또각또각 다가간다) 백여진씨가 왜 남의 자리에 앉아 있어?
여진 신혼여행은 즐거우셨어요? 발리 쪽이 리조트 괜찮죠.
태희 대답이나 해. 왜 거기 있냐구! 내 짐은 왜 밖에 있고?
여진 아무리 즐거우셨어도 전화기 로밍은 해 가지 그러셨어요. 인사팀에서 연락했는데, 통화가 안됐나봐요.
태희 무슨 연락?
여진 특별인사가 있었어요. 임원회의 때 기획팀장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구요. 그 후임자로 제가 결정됐어요.
태희 (아찔..)
여진 (뭐 더 할 말 있냐는 표정으로 보고)
태희 (호흡마저 떨리지만) 그래서... 니가 내 짐 저렇게 쳐박아놨니?
여진 (아무렇지 않게 생긋) 네. 주인도 없는데 함부로 정리하기도 그래서요.
태희 (하..) 너 정말..
여진 그리구.. 앞으론 너라고 하지 말고, 팀장님이라고 불러주세요.
왜냐면, 이젠 제가 팀장이니까요. (여기 보란 듯, 예쁘게 다듬어진 손톱으로 톡톡.. 크리스탈 명패를 두드린다)
태희 (기막히고)
여진 나가 주실래요? 나갈 때 문 닫는 거 잊지 마시구요. (생긋)
태희 (모욕감에 파르르..)
사무실 (D)
태희, 팀장실 문을 박차고 나서면.
자기들끼리 모여서 소곤소곤대고 있던 현주 기쁨 등 여직원들,
태희 홱 노려보면. 고소하다는 미소로 뿔뿔이 흩어진다.
유경도 주변 눈치 때문에 쉽사리 태희에게 다가오지 못하고 있고.
태희, 꾹 참으며 나간다.
상무실 앞 (D)
문 열리고 한상무 나온다. 그리고 그 뒤로 몇몇 부장급들.
맨 뒤에 목부장도 있다.
태희 상무님!
한상무 (힐끗 보고) 응. 신혼여행 잘 다녀왔지?
태희 네. 저..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한상무 (자르듯) 무슨 얘긴지 아는데. 그게, 회사가 내린 결론이야.
태희 그렇지만..
한상무 (OL) 어쩌지? 내가 시간이 없어서. 자기 얘긴 다음에 듣자.
한상무, 부장들 이끌고 여왕처럼 가 버린다.
부장들 중에 맨 끝에 쳐져서 가던 목부장, 눈치 보다가 슬금슬금 뒤로 온다.
목부장 일이 이렇게 돼서 어쩌냐 황팀장?
태희 (한마디만 하면 눈물 터질 것 같아 꾹 참는)
목부장 처음 당해봐서 좀 놀랬겠지만, 이런 일 흔해. 너무 충격받지 말고.. 나중에 술이나 한잔.. 사. 내가 얘기 들어주는 건 잘하잖아. (하고 간다)
태희, 억지로 다리에 힘 주고 꼿꼿하게 서 있는.
사무실 (D)
태희, 새로운 자리에 앉아 짐 정리 하고 있다.
애써 티는 안내려 하지만 기분은 드럽다.
이때 현주가 기쁨 옆구리 쿡쿡 찌르면,
기쁨 약간 곤란해 하다가 다가온다.
기쁨 저...
태희 (보면)
기쁨 새 팀장님 축하파티 때문에요... 팀 차원에서 선물 사드리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삼만원씩 걷기로 했...
태희 (살벌하게 본다)
기쁨 (헉! 기에 눌리고) ...지만 안내셔도 된다구요. 지금 기분이 말이 아니실텐데.... 그럼 전 이만... (까딱 인사하고는 쪼르르 현주에게 간다)
현주 기쁨, 지들끼리 ‘안내겠대?’ ‘무서워서 말도 못꺼내겠어요’ ‘무섭긴 뭐가 무서워. 이제 아무것도 아닌데.. 쫄지 마’ 식의 대사 작게 주고받고.
태희, 그 꼴 힐끗 보며 열받아 죽겠다.
준수, 표정.
옥상 (D)
태희와 준수 서 있다.
태희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준수 (태희보다 더 흥분하며) 그러니까!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
태희 아니 어떻게 한마디 말도 없이 사람을 이꼴로 내치냐구.
준수 (태희보다 한 톤 높은) 그러니까! 결혼이 죄야? 결혼했다고 팀장자리에서 밀려나야 돼? 이거 무슨 쌍팔년도도 아니고!
태희 그것두 우리 신혼여행 가 있는 사이에!
준수 (더 큰소리) 너무 비겁한 거지! 사람 정신줄 놓고 있을 때 뒤에서 찌른 거랑 뭐가 달라? 아우 이 나쁜 놈들을 그냥!
태희 사람을 뭘로 보고 말야!
준수 (장단 딱딱) 이것들이 우리 자기를 뭘로 보고!!! 내가 어디다 확 고소를 해야 하나? 내가 변호사를 선임할까 자기야?
태희 (물끄러미 준수를 본다)
준수 ... 왜?
태희 결혼하니까 좋네.
준수 응?
태희 무조건 내편 들어주는 사람이 생겼잖아. 지금까진 엄마 빼고 그런 사람 없었는데. (좀 풀린) 든든하다.
준수 (칭찬해주니 더 큰소리 빵빵) 누가 자기 건들면 다 데리구 와! 내가 가만 안둔다.
태희 진짜?
준수 (좀 오바) 그래! 그리구.. 너무 드럽고 치사해 못해먹겠다 싶으면 관둬!
태희 관두면? 자기가 나 먹여살리게?
준수 당연하지! 자기 서방님이 누구야?
태희 든든한 우리 자기.
준수 그렇지. 그러니까 우리 자긴, 서방님만 딱 믿고. 아무 걱정 하지 마!
태희 (감동) 자기야. 나 진짜 시집 잘 간 거 같애.
준수 당연하지!
두 사람 서로 얼굴만 봐도 좋아죽는데.
테이크아웃 커피 들고 기쁨 현주와 함께 오던 여진, 그 모습 본다.
현주 좋~댄다. 물 먹어놓구.
기쁨 그르게요? 황태희 원래 성격 같았음 난리가 나도 백번은 났을텐데. 결혼해서 좋긴 좋은가부네.
여진 (왠지 약오르고 제대로 이긴 것 같지가 않다. 홱 돌아 내려간다)
사무실 (D)
태희, 새로운 책상에 자기 짐 정리하는데. 우울해 죽겠다.
팀장 명패를 한참 바라보다가 서랍 맨 밑에 넣어두는데.
여진이 팀장실에서 나오고.
여진 오늘 저녁 시간 다들 비워뒀죠?
현주 그럼요! 팀장님 환영 파티 해야죠.
태희 (표정)
여진 뭘 새삼스럽게요. (너무 착하다) 사실, 선배님 제치고 이 자리 앉아 있는 거.. 얼마나 거북스럽고 민망한데요.
태희 (하!)
오대리 역시.. 우리 팀장님은 참 겸손하셔.. 외모는 인성에 비례하나봐.
여진 (수줍어하며) 그래서 말인데요. 제 환영파티는 생략하고, 우리 봉준수씨 신혼집 집들이하는 거 어때요?
태희,준수 (화들짝)
일동 (좋다며 환호)
태희 오늘? (뭐라고 하려는데)
여진 (OL/ 준수 보며) 봉준수씨 괜찮겠어요?
오대리 신입이 괜찮고 말고가 어딨습니까! 감히 팀장님이 하라 그러시는데. 안그래 준수씨?
준수 (태희를 슬쩍 쳐다보면)
태희 (절대 안된다는 눈짓)
회의실 (D)
태희 준수 서 있다.
태희 미친 거 아냐? 지금 나더러.. 이 와중에 집들이까지 하라고?
준수 그러게. 그건 좀 힘들겠지?
태희 당연하지! (했다가) 그런데 그랬다간 당신이 찍힐까?
준수 아 됐어. 나야 백여진한테 어차피 찍힌몸!
태희 자기가 왜 백여진한테 찍혀?
준수 (!!) 아니.. 백여진하고 자기.. 사이 안좋은데...
남편인 날 좋게 보겠어? 당연히 찍혔겠지.
태희 (표정 있다가 강경) 아 몰라. 맘대로 하라 그래. 난 못해. 미쳤어?
태희집 주방 (N)
부산스럽게 음식 준비하고 있는 태희, 옆엔 태희 모.
옆에서 이거저거 집어먹고 있는 연희.
거실에선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소리 들린다.
태희모 야 이 기지배야! 집들이를 할 거면 미리미리 얘길 할 것이지.. 이게 웬일이니 증말~ 혼 빠지겠네.
연희 아니면 도우미 아줌마를 부르든가. 만만한 게 우리야? (집어먹는)
태희 넌 안 불렀거든? 뭐 집어먹기나 할 거면 가!
이때, 밖에서 들리는 소리.
“백여진 팀장님을 위하여~!”
태희모 얘. 그런데 어떻게 된거니? 팀장이.. 바뀐거야?
태희 (표정)
연희 그러게? 아까부터 사람들이 자꾸만.. 이쁘게 생긴 여자보구 팀장님 팀장님 그러더라?
태희 저게 뭐가 이뻐! 딱 백여시처럼 생겼는데! 이름도 백여진이야!
연희 (확인사살) 그럼.. 언니 너.. 너보다 이쁘고 어리기까지 한 백여진씨한테 팀장을 뺏긴거야?
태희 야!
연희 뺏겼네. 뺏겼어.
태희모 (걱정) 진짜야? 너 팀장에서 밀렸어?
태희 (표정) 그렇다기보다는..
연희 어머! 그럼.. 물 먹어놓고 새팀장 환영파티를. 니 돈 쳐들여. 니 집에서.
이렇게 뻑적지근하게 차려주는거야 지금? 웬일이니. 속두 좋다 진짜.
태희 아니거든? 이건 우리 결혼 축하 집들이거든?!! (하는 순간)
밖에서 우렁차게 들리는 소리.
“새로운 팀장님의 건강과 안녕을 위하여. 다시 한번 건배!!!”
왁자하게. “축하드립니다~팀장님~” “전 제 일처럼 기뻐요 팀장님~” 등등..
연희, 태희를 빤히 보고. 태희, 모르는 척 전 뒤집는다.
태희집 거실 (N)
다들 먹고 마시고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분위기고.
태희가 접시 들고 온다.
태희 (애써 태연) 뭐.. 부족한 거 없어?
유경 (얼른 일어나며) 제가 할께요. (하려는데)
현주 (얄밉게) 어우 우린 여기 봉준수씨 손님으로 온거야. 신입사원 와이프한테 편하게 대접 좀 받자. (태희 보며) 저희 그래두 되죠 과장님~
태희 (기막히지만) 그래. 음식들은 입에 맞아?
여진 좀.. 짜네요.
태희 (허..)
여진 어쨌든 준비하신 거니까 잘 먹을께요. (방긋)
태희 그래. 잘 먹어. 두시간만에 상차려내느라 어깨 빠질 뻔 했는데. 음식쓰레기 만들어 내버릴 순 없잖아? (쌩하니 주방으로 가면)
한방에 분위기 싸해진다.
현주 (궁시렁) 하여튼.. 어디서 학원 다니셨나봐. 분위기 초치는 법 배우는 학원 같은 데.
기쁨 (땅콩 오도독) 그 방면으론 박사학위도 땄을 분이죠.
준수 (좀 불편한)
여진 (그런 준수 힐끗 보다가) 나 화장실 좀... (하고 일어난다)
화장실 (N)
신혼집 화장실답게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다.
들어오는 여진.
휘.. 둘러보는데 기분이 영 이상하다.
나란히 꽂힌 칫솔 두 개. 하나는 핑크색 하나는 파란색.
나란히 놓인 슬리퍼 두 켤레. 그것도 하난 핑크색 하나는 파란색.
나란히 걸린 샤워가운 두벌. 나란히 놓인 남자화장품. 여자바디용품들.
왠지 약오르고 기분이 묘해지는 여진. 그런 여진 표정 위로.
최고급 아파트 모델하우스 화장실 (D) - 회상
(3년 전의) 여진과 준수, 손잡고 들어온다.
준수 어때. 죽이지.
여진 역시 고급아파트 화장실은 다른데? 여기가 모델하우스 아니고 우리 신혼집이었으면 좋겠다.
준수 3년만 기다려라. 내가 고시 패스하고. 바로 이런 집 사서 너랑 결혼할테니까.
여진 (피식) 고시패스가 복권당첨이야? 암튼 뻥은..
준수 너 지금 히말라야 고시원 대표꽃미남 봉준수, 무시하냐?
여진 (기막혀 웃으며) 아우 영광이네요. 히말라야 고시원 대표 꽃미남 봉준수가 내 애인이어서.
준수 아 빨리 우리 여진이랑 결혼했으면 좋겠다. 그럼 내가 어머니도 잘 모시고. 진짜 잘할 수 있는데. (어깨 감싸고)
여진 (치.. 하며 웃고)
화장실 (N)
여진, 뭔가 싸한 기분으로 나가려다가, 멈칫. 칫솔 얄밉게 보고.
핑크색 칫솔 빼서 변기에 퐁당 빠뜨리고 나간다.
안방 앞 (N)
화장실에서 나와 거실로 가려는데, 안방 문 조금 열린 거 보인다.
여진 표정 있다가 슬쩍 들어가는.
안방 (N)
여진 들어온다.
신혼집 안방답게, 달콤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인테리어.
두 사람 결혼 사진 보이고.
커다란 침대가 눈에 들어온다. 온통 레이스와 핑크빛.
그리고 역시 나란히 놓인 베개 두 개.
다른 쪽을 보면. 침대 바로 맞은 편에 텔레비전.
여진 표정 위로.
모델하우스 안방 (D) - 회상
(3년 전의) 준수와 여진, 침대 위에 나란히 앉아 있고.
준수 나는 결혼하면.. 저 앞에 텔레비전 놀거야.
여진 티비를 거실에 안두구 안방에 논다구? 왜?
준수 그게.... 너랑 있으면 티비 보느라 거실 왔다갔다 할 시간도 아까울 것 같아서. 그냥.. 침대에만 계속 있을라구.
여진 어으~ 뭐야~ (하며 확 일어나는데)
준수 야아~ 어디가~ (하며 팔 잡아당기고)
여진 (꺅 하며 무릎 위로 앉게되는)
두 사람 풋풋하고 이쁘던 모습.
안방 (N)
여진, 침대와 텔레비전 보면 왠지 심정 복잡하다.
막 나가려는데. 문 열리고. 여진 ! 놀라면. 들어오는 준수.
준수 (역시 놀라고) 여기서.. 뭐하십니까?
여진 (표정 있다가) 그냥 뭐...
준수 (좀 어색)
여진 (찌릿.. 보고) 좋아?
준수 (딱딱) 네. 좋은데요.
여진 (피식) 마음에도 없는 여자랑 결혼해놓고 좋긴 뭐가 좋아?
준수 (발끈) 너 점쟁이냐? 무당이야? 내 맘 속에 내 와이프가 있는지 없는지, 니가 내 속을 어떻게 알아?
여진 나랑 헤어져도 평생 자기 맘속에 여자는 나밖에 없다 그러지 않았어?
준수 연애할 때 뭔 소릴 못해.. 그리고 그건 3년 전이다. 니가 나 배신하기 전인 3년 전!
여진 아아.. 3년이면 사람이 그렇게 싹 바뀌는거야? 쉽네.
준수 (기막히고) 너는 3년도 안 걸렸잖아! 파란색 외제차.. 니가 그놈한테 갈 때 나한테 했던 말들을 생각해 봐. 애가 왜 이렇게 뻔뻔하냐?
거실 (N)
태희, 술 가지고 와서 자리에 앉는데. 여진도 없고 준수도 없다.
태희 (유경에게) 백여진 어디 갔어?
유경 네? 화장실 가신 거 같던데..
태희 우리 준수씬?
유경 글쎄요. 어디 가셨지? (두리번)
태희 (표정 있다가 일어난다)
안방 (N)
준수, 여진 여전히 싸우는 중.
여진 그런데 어뜩해? 팀장이랑 결혼한다구 기세등등하더니.
완전 닭 쫓던 개 꼴 났잖아.
준수 개? 내가 개냐?
여진 비유를 하자면 그렇다는 거지. 이해력이 이렇게 떨어지니, 고시에도 번번이 미끄러졌지.
준수 그래. 고시에서 미끄러진 놈은 싫다구, 너 간 거잖아. 그래서 내가 쿨하게 보내줬고.
여진 쿨 좋아하네. 자동차 본넷 위에 엎어져서, 갈테면 날 밟고 가라.. 그랬던 게 누구더라?
준수 ... 그거는... 실연의 충격에 잠깐 그런거지.
여진 그래? 그럼, 쿨해서 나 따라 회사까지 들어온거야?
준수 (말문 막히고) 그만하자. 누가 들을까 겁난다. (나가려고 하면)
여진 누구? 와이프? (살짝 웃고) 내가 그냥 자기 와이프한테 얘기해 줄까? 우리 두 사람 과거.
준수 (표정)
여진 (의기양양) 왜? 무서워?
준수 (표정 있다가) 하고 싶으면 해.
여진 !
준수 와이프한테만 얘기하게? 그냥 사람들한테 다 얘기해!
니가 그렇게 싫어하는 황태희한테, (강조) 남자 뺏겼다고.
여진 !!
준수 니가 울면서 막 매달리기까지 했는데 그 남자가 황태희한테 갔다고.
얘기할 수 있으면, 해.
여진 (분한 표정 있는데)
태희off 뭘 얘기해?
문 열리고 막 들어서던 태희, 두 사람 보고 좀 놀란다.
준수와 여진도 놀란다.
순간 긴장감 감돌고.
준수 (헉 놀라고) 어 그게...
태희 (어색하게 웃으며) 뭔데? 무슨 얘긴데 그래? 둘이.. 무슨 얘기 중이었어?
여진 (표정 추스르고) 이런 말 해도 되나? 기분 나쁘실텐데.
태희 (표정)
준수 (표정)
여진 솔직히....
준수 (급긴장)
여진 인테리어가 좀 촌스럽다구요. 컨셉도 없고.. 일관성도 없고. 감도 없고.
태희 뭐?
준수 (표정)
여진 나이 들어 신혼집 꾸미느라 좀 흥분하셨겠지만. 그래두 우린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인데, 너무 올드하고 유치한 거 아닌가.. 싶어서요.
준수 (표정)
태희 (기막히고) 지금 백여진씨가 내 신혼방 지적하는거야?
여진 지적이라기보다는요. 팀장으로서 팀원의 감각에 좀 실망했다고나 할까요. (피식 웃으며 툭 던지는 말투) 뭐야..레이스.. (웃으며 나간다)
태희 (너무 기막혀 말도 안나온다) 아니.. 뭐 저런 게... 완전 똘... (준수에게 괜히 버럭) 레이스 촌스러 자기야?
준수 (표정) 아니? 이뻐.
거실 (N)
태희, 여진, 준수를 비롯한 팀원들 모여 앉아서 먹고 마시는 분위기.
태희는 아직 빈정이 상해있는 상태.
여진 아무렇지 않게 예쁘게 웃으며 사람들에게 술 따라주기도 하고..
기쁨 저기.. 잠깐만요. 오늘 우리 팀원들 다 모이신 김에요. 새로운 팀장님이신 백여진 팀장님께 선물 증정하려구요.
일동 (와아.. 하면)
태희 (어이없다) 있지. 미안한데. 오늘 백여진 축하자리야? 아니면 우리집 집들이야?
현주 겸사겸사죠 뭐. 아참.. 과장님 집들이 선물도 사와놓고 깜박했다. 유경씨?
유경 (눈치 보며 두루마리 화장지 한박스 민망하게 내놓는다) 앞으로... 술술 잘 풀리시라는 의미에서 두루마리 화장지... 천연펄프 백프로...래요.
태희 (기막히지만) 그래. 잘쓸게. (소주 원샷)
기쁨 (그러든가 말든가) 그리구.. 우리 팀장님 선물요. (하더니 핸드백에서 조그맣고 몹시 고급스런 선물상자 꺼낸다)
여진 뭐야 이게...
현주 일단 개봉해 보세요.
여진 뭐하러.. 괜찮은데... (하면서 선물상자 열면, 번쩍번쩍 황금두꺼비가 나온다) 어머! 이거 금두꺼비잖아.
현주 저희 정성이에요 팀장님~ (태희 흘낏 보고) 물론 빠진 정성도 있지만.
여진 금값도 비싼데. 너무 고마워요. 여러분의 마음, (감동) 감사히 받을께요. (곱게 인사)
일동 (환호)
태희, 두루마리 화장지와 금두꺼비 비교하면 기가 막힌다.
주방 (N)
태희, 오징어 잘게 찢으며 열받아 있는데. 유경이 슬그머니 들어온다.
유경 어머니랑 동생분 가셨어요?
태희 (안보는 채로) 응. 좀전에.
유경 저는 두루마리 화장지 반대했었거든요 팀장님.
태희 내가 왜 팀장이니. 난 과장이야.
유경 왜 그러세요. 상황이 이렇게 되긴 했지만요. 제 마음 속의 팀장님은 팀장님 한분이세요.
태희 아니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나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유경 (오징어 입에 하나 물고 씹으며) 제가 인사팀 소영씨한테 들었는데요. 인사회의에서 기획팀장 바꿔야 된다구 제일 목소리 높이신 게.. 한상무님이셨대요.
태희 (!!!) 상무님이?
유경 저희 진짜 다 깜짝 놀랐잖아요. 한상무님은 팀장님을 거의 자기 아바타로 생각하실만큼 이뻐하셨는데. 왜 그러셨는지 정말..
태희 (표정)
유경 물론 한상무님이 모태솔로시라... 결혼한 커플들을 굉장히 싫어하긴 하시지만. 설마... 그것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시는 걸까요?
태희 (표정)
화장실 (N)
취한 오대리, 좀 비틀대며 들어와 볼 일 보려고 변기 앞에 서는데.
변기 속 보면 칫솔 떠 있고. 응? 해서 쑥 건져내는.
뭐야..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선반 위에 올려두고.
비틀대며 볼일 보기 시작하는.
거실 (N)
삼삼오오. 술 마시며 따로따로 얘기 나누는 분위기.
동원 취한 분위기로 준수 옆에서 술 마신다.
동원 사랑하는 동기야. 너 이제 어떡하냐?
준수 뭐?
동원 아니... 솔직한 말로 니 와이프 볼 거 뭐 있냐. 명예와 권력이 유일한 장점이었는데... 너도 참 재수가 없지.
준수 (버럭 하려다 참고) 너 취했냐?
동원 혼인신고 했냐? 하기 전이면 다시 한번 고려해 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도 있잖아.
여진 (안듣는 척 하며 다 듣고 있다)
준수 (확 열받지만 다시 한번 참고) 그만해라.
동원 자식! (뒤통수 한 대 퉁 때리며) 너 목에 힘 빼. 이젠 니 뒤에 너를 커버해줄 니 와이프는 없어!
준수 야.. 내가 저번부터 체크해 볼라 그랬는데. 너 몇 년생이야!
동원 몇 년생이면 어쩔건데!
준수 민쯩 까! 까보라고!
동원 내가 왜 까! 너나 까! 난 못 까!
준수 까 이 자식아! 어린노무 자식! 어디 형한테 꼬박꼬박.. 너라 그러구!
동원 형은 무슨.. 동기끼리 형동생이 어딨어 자식아! 늙은 게 자랑이야?
준수 (확 멱살 잡고) 이 자식이...
동원 (하... 같이 멱살 잡으며 일어나는) 뭐야 지금? 해보자는거야?
오대리 (옆에서 술 먹다가 놀라서 뜯어말리며) 왜들 이래!!
동원 대리님. 이 자식이 아직도 황태희 빽만 믿고 까불..
준수 (눈에 불켜고 달려들며) 황태희? 이 자식아 우리 마누라가 니 친구야!! (주먹 날린다)
동원, 준수, 서로에게 달려들며 난장판 되고. 사람들 뜯어 말리고.
주방에서 뛰어나오는 태희와 유경. 놀라고.
태희 어머 이게 무슨 일이야. (준수가 동원 때리면, 좀 약하게) 아니 왜 이래... 이러지 마... (동원이 준수 때리면, 버럭) 하지 말라고!! 확 그냥!!!
사람들에 의해 겨우 떼어진 두 사람, 여전히 씩씩대는.
여진 (핸드백 들더니 발딱 일어나고) 오늘 자리는 여기까지 하죠. 내일 회사에서 봐요. (하고 나가 버린다)
사람들, 주섬주섬하며 어색하게 나가고.
준수 동원 여전히 씩씩대고. 태희 표정.
태희 아파트 앞 (N)
여진, 현주, 기쁨 걸어간다.
현주 그런데 봉준수씨가 황태희 돈만 보고 장가간 건 아닌가봐.
기쁨 그러니까요. 아까 지 와이프 좀 씹는다고 눈에 불 켜고 달려드는 거 봤죠. 와.. 뭐 한마디 더했다간 살인 나겠드라.
여진 (더 약오르는 표정)
화장실 (N)
태희, 준수 나란히 서서 양치질 준비한다.
태희는 선반 위에 있는 아까 그 칫솔에 치약 묻히고.
준수 (슬쩍 눈치 보고) 화났어? ... 화났지.
태희 ....
준수 아 자식이.. 나한테 뭐라는 건 상관 없는데.. 자꾸 자길 걸구 넘어지잖아.
태희 처음이야.
준수 응?
태희 남자가 나 때매 누구랑 싸워준 거. (준수 쿡 찌르고) 솔직히 자기.. 좀 멋지드라.
준수 (어린애처럼 바로 업되고) 사실... 나도 이런 내가 싫긴 해. 불의를 보고도 꾹 참을 줄 아는 찌질한 놈이 되고 싶은데. (훗..) 타고난 그릇이 대인배라... 쉽지 않네.
태희 (웃으며 준수 얼굴 보다가 헉! 놀라며) 괜찮아? 여기 얻어맞았지! 어떡해. 빨개졌잖아.
준수 (쎈척) 아냐. 맞은 거 아냐. 거기.. 원래 빨갰어.
태희 그랬어..?
준수 아까 못 봤어? 일방적으로 나만 때리는 거?
태희 그래. 자긴 못하는 게 없긴 하더라. 주먹 뻗는 각도가 다르더라니까?
준수 (업된) 내가.. 초등학교때 태권도를 했었는데. 그때 사범님이 그랬었어. 검은띠를 이렇게 단시일에 따는 애가 없다구.
태희, 치.. 하고 웃으며 양치하기 시작하는.
그런데 화장실에 쌓인 두루마리 화장지 보니 또 열받는다.
태희 근데 이것들이.. 누굴 두루마리로 보나! 새팀장한텐 금두꺼비를 안겨주면서.. 난 두루마리나 먹고 떨어지라는 거야?
준수 그러게 말이야. 참.. 권력이란 게 덧없긴 하다. 그지 자기야?
태희 이대론 안되겠어. 최소한... 내가 왜 이꼴이 됐는지는 알아야겠어. (양치질 전투적으로 하는 표정에서)
조깅 코스 (D)
새벽. 시크한 조깅복 입고 한상무 뛰고 있고.
그 뒤로 조금은 힘들게 따라오는 태희.
한상무 (태희를 힐끗 본다)
태희 (같이 뛰며) 상무님.
한상무 웬일이야? 자기 뛰는 거 잘 못하잖아.
태희 네. 그런데 이렇게 아니면 절 안 만나주실 것 같아서요. 전화도 안받으시구.
한상무 (맘대로 하라는 듯 먼저 빠르게 뛰어간다)
태희 (에씨... 죽겠다. 하지만 따라 뛰어가고)
(시간 경과)
태희, 온몸이 땀에 젖어 거의 천식환자처럼 헥헥대며 뛰는데
한상무는 여전히 산뜻하고 말짱하다.
태희, 힘들어 죽을 것 같아 더는 못뛰겠다 싶을 때. 한상무 돌아본다.
한상무 (멈추고 보며) 할 말이 뭔데.
태희 (반갑고. 헉헉대며)
한상무 (좀 기다린다)
태희 (간신히 숨고르고) 이번 인사.. 왜 이렇게 됐는지.. (헉헉.. 말을 못잇고)
한상무 (보며) 이유를 알고 싶다고?
태희 (끄덕끄덕) 여러 가지로... 납득하기 어려워서요.
한상무 (표정 있다가) 내 마켓팅디렉터는 둘 중 하나여야 해.
내가 백퍼센트 신뢰할 수 있거나. 나를 백퍼센트 속일 수 있는 사람.
태희 (표정)
한상무 난 자기가 전자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이번에 겪어보니까 아니드라.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어. 더 절망적이었던 건,
자긴 날 백퍼센트 속일 능력조차 없는 사람이었다는 거야.
태희 (!!!)
태희 땀 흐르는 표정 위로.
<플래쉬컷들. 태희가 한상무에게 거짓말하던 장면들>
태희, 다 알고 계셨구나... 생각에 식은땀 흐른다.
태희 상무님께 본의아니게.. 거짓말 한 적 있었어요.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한상무 그래서? 지금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태희 (간절) 최소한... 제가 하던 일 마무리는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한상무 (본다)
태희 (숨 차지만 할 말은 하는) 한방 미백 라인은 아직 출시된지 얼마 안돼서, 매출 증대를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중이었습니다. 그 일들 마무리는 제가 하고 싶습니다.
한상무 (표정 있다가) 그래?
태희 네.
한상무 이따 내 방으로 와.
태희 (환해져서) 네 상무님. 감사합니다!
한상무 (빠른 속도로 가버리면)
태희 (다리힘 풀리며 주저앉는다)
여자 화장실 공동구역 (D)
여진, 화장 고치고 있고. 그 옆에 기쁨,현주.
기쁨 그런데 황태희.. 좀 의외지 않아요?
여진 응?
기쁨 아니.. 그렇게 물 먹고도 그대로 회사 다니잖아요. 나같음 때려쳤다. 자존심도 없나?
여진, 문득 개인 구역 쪽 보면. 아래로 태희의 구두가 보인다.
피식 웃더니 그 안의 태희 들으란 듯.
여진 자존심... 없나부지.
여자 화장실 개인 구역 (D)
태희, 하! 저것들이! 기가 찬다.
여자 화장실 공동구역 (D)
현주 그런데요 팀장님. 앞으로 좀 불편하지 않으시겠어요?
여진 뭐가?
현주 황태희 그 성질머리에 팀장님이 시킨다고 꼬박꼬박 말 들어먹을 것 같지가 않아서요.
여진 (안에 있는 태희 의식하며) 걱정 마. 아무 것도 안 시킬거니까.
여자 화장실 개인 구역 (D)
태희 !!!
여진off 자기 말대루, 그 여자가 내 말 듣겠어? 그래서 아무 것도 안 시킬려구.
현주off 그럼 가만 있겠어요?
여진off 가만 안 있음 어쩔건데?
태희 (파르르)
여자 화장실 공동 구역 (D)
여진 (거울 보며) 회사에서 황태희 까내구 그 자리에 나 앉힌 이유가 뭘까? 더 이상 이 회사에 황태흰 필요없단 얘기야. 내가 필요하다는 거지.
딸깍.. 문 여는 소리.
여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빤히 거울로 본다.
또각.. 태희가 나온다. 현주와 기쁨은 헉.. 놀라 눈치 보지만.
여진은 태연하게 거울로 태희 모습 본다.
태희가 여진 쪽으로 걸어오고.
여진, 그제야 돌아본다.
여진 (돌아보며 놀란 듯) 어머. 거기 계셨어요? 그럼 다 들으셨겠네요?
태희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던데?
여진 (현주 기쁨에게) 먼저 갈래?
현주,기쁨 (눈치 보고 나간다)
여진 그럼 분위기 파악 됐겠네요. 앞으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태희 백여진씨. 너무 기고만장하느라 깜박한 것 같은데. 너 내 후배야.
팀장 좀 달았다고 선후배도 못 가리니?
여진 (미소) 가려요. 가리니까 그나마 이 정도 대접도 해드리는 거에요.
태희 뭐?
여진 대접해 드릴 때 적당히 하세요. 남편 분 생각도 하셔야죠.
태희 여기서 그 사람 얘기가 왜 나와!
여진 제가 선배님께 후배 갈구는 법을 너무 제대로 배워서...
제 후배인 봉준수씨를 무지막지하게 갈구게 될지 모르겠어서요.
태희 (하...) 뭐? 갈궈?
여진 (예쁘게 웃으며) 그럼 선배님이... 또 지랄지랄하실 거 아니니.
태희 (잘못 들었나 싶어) 너... 방금 뭐랬니? 내가 잘못 들은거니?
여진 아냐. 니가 제대로 들었어.
태희 (파들파들) 야! 백여진!
여진 (미소 짓고 나가버린다)
태희 야!! 저게 정말.... (더는 못참겠고 쫓아나가는데)
전화 온다.
태희 (버럭) 여보세요! (톤 꺾는) 네. 지금요?
상무실 (D)
태희, 비서 안내 받아서 들어온다. 들어오자마자 인사 꾸벅 하고 보면
여진이 한상무의 맞은편에 앉아 방긋 웃고 있다.
태희, !! 해서 여진 이글이글 노려보고.
한상무 앉아.
태희 (앉는다)
한상무 아까 아침에 황태희씨가 날 찾아왔더라구?
여진 (태희 힐끗 본다)
한상무 여름에 출시된 한방미백라인.. 아직은 시장에 정착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매출이 안정될때까지 마무리를 하고 싶다고.
어떻게 생각해 백팀장?
여진 (표정 있다가) 물론 선배님 입장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건 이제.. 팀장인 제가 맡아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상무 (태희 응시하며) 나도 같은 생각이야.
태희 (! 표정)
여진 (승리감에 엷은 미소)
한상무 (매서운) 우리 회사 인사평가시스템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아. 황태희씨가 생각하는 거 정도는, 임원진도 다 예측하고 있어.
태희 그렇지만...
한상무 백팀장한테 인수인계나 확실히 해줘.
태희 (무참하다) ..
여진 (오히려 더 순하고 착하게) 그럼 잘 부탁드려요 선배님.
태희 (그런 여진이 너무 가증스럽고)
한상무 두 사람 호칭 정리.. 아직 안된거야?
여진 (기다렸다는 듯) 네.
한상무 황태희씨. 앞으로 백팀장한테.. 깍듯하게 존칭해. 자기 하나 때매 회사 위계질서를 다 무너뜨려야겠어?
태희 (분하다)
여진 (고소하다)
한상무 그리구... 앞으로 나한테 뭔가 할 말이 있을 땐. 다이렉트로 오지 말고,
백팀장을 통하고. 그게 순서라는 거, 잘 알잖아?
태희 (그런 한상무가 낯설고)
상무실 앞 (D)
태희, 문 닫고 나오는데. 모욕감에 눈물 쏟아질 것 같다.
하지만 그래서 더 도도하게 걸어가고.
사무실 (D)
태희와 여진 들어오는데.
여진 황과장님? 한방미백라인 관련해서 안넘겨준 자료 있으면, 빨리 정리해서 주세요.
태희 ....
여진 대답.. 안하실래요?
태희 (표정 있다가 이 악물고) 네. 그러겠습니다. 팀장님.
주변 사람들 모두 눈 휘둥그레진다. 웬일이니..
여진, 여유로운 미소로 팀장실로 가고.
태희, 자존심이 바스러지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으며
책상 앞에 꼿꼿하게 앉아 있는.
피부관리실 (N)
한상무와 여진 나란히 누워서 맛사지 받는데.
여진 상무님 아깐 감사했어요. 안그래도 좀 곤란하던 참이었거든요. 황선배 성격.. 아시잖아요.
한상무 잘 알지. 황태희에 대해서 잘 아는 건, 아마 자기보단 내 쪽일거야.
여진 ... 네에.
한상무 그래서 말인데... 너무 까불진 마.
여진 (표정)
한상무 자긴 황태희보다 실력이 좋아서 그 자리 앉아있는 거 아니잖아. 내가 앉혀줘서 있는 거지. 그러니까 언제라도 그 자리 다시 내줄 수도 있다는 거, 잊지 말고.. 자중해.
여진 (표정)
한상무 내가 한때나마 내 사람으로 데리고 있었을 땐,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여진 명심할께요 상무님.
여진, 한상무가 아직 태희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거두진 않았구나 싶고.
주방 (N)
태희와 준수, 식탁에 마주보고 앉아 있다. 캔맥주 하나씩 앞에 놓고.
태희 자기. 그때 나한테 그랬지? 더럽고 치사하면 관두라고.
준수 (아무 생각 없이) 응.
태희 나 진짜 관둘까봐.
준수 (땅콩 까먹으려다 멈칫) 응?
태희 나야 관둬두 뭐.. 우리 서방님이 먹여살려주겠지. 안그래?
준수 그건 그런데... 그래도 그게 그렇게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좀 더 심사숙고를 해봐야..
태희 (OL) 누가 쉽게 결정해. 지금 내 상황 몰라서 그래?
준수 알지. 자기 힘들어하는 거 보면, 나도 화가 나.
태희 화가 나는데!
준수 그렇지만 회사 다니다보면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이 생길 수 있는 거잖아. 그렇다고 회사를 홀라당 관둬?
태희 홀라당 관두긴 누가? 내가 오늘 백여진이랑 상무님한테 얼마나 당했는지 알아? 몽둥이로 얻어맞는 거만 아픈 게 아니야. 난 오늘 자존심을 너무나 얻어맞아서, 지금 정신이 다 없어.
준수 그래. 내가 봐도 당신, 지금 정신이 좀 없어 보여. 좀 진정해.
태희 됐어. 나 말리지 마. 확 그만둘거야.
준수 (저도 모르게) 그럼 우리 아파트 대출금은 어떡하냐?
태희 (!!!) 뭐?
준수 (좀 실수했다 싶지만, 그래도 얘기하는) 아니.. 대출 이자 나가는 게 꽤 되는데.. 무턱대고 회사 그만두고 나면...
태희 (기막히고 울컥) 뭐야 그럼. 자긴 내가 힘들고 분한 건 괜찮고. 이자만 걱정된다는 거야?
준수 누가 그렇대?
태희 그럼!!!
준수 아니.... 솔직히 결혼하기 전에 자기가 이 집 대출 꼈다는 얘긴 안했었잖아.
태희 (!!!!) 그래서! 지금 이 집에 대출이 껴 있어서, 나한테 실망했단 거야, 자기?
준수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요즘 은행대출이자가 장난이 아니니까...
태희 (울분) 그래. 집에 은행대출 좀 꼈다고 나한테 실망했을 정도면, 사채라도 꼈으면 아주 갈라서자 그랬겠다!
준수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사람 진심을 곡해해도 정도가 있지!
난 우리가 당연히 맞벌이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매...
태희 (벌떡 일어나며) 내가 좋았던거야! 맞벌이가 좋았던거야!! 아니면, 이 아파트가 좋았던 거야!!!
준수 (자존심 상하고) 당신 정말.. 날 아파트 때매 장가든.. 그런 인간으로 생각해? 딴 사람은 몰라도, 자기는 내 맘을 알아줘야지!
태희 나 먹여살린다며! 언제든 힘들면 그만두라며! 그래놓고, 왜 말을 바꾸냐구! 남자가.. 비겁하게!
준수 (비겁하단 말에 홱 돌고) 비겁.. 하.. 그래. 됐다. 됐어. (일어나며 겉옷 챙기는)
태희 뭐하는거야?
준수 나 다른 건 몰라도, 내 여자한테 비겁하다는 소리 듣고 이 집에 있을 수 없다. 내 여자 옆에서, 비겁한 놈으로 빌붙어 살긴 싫다고.
태희 뭐? (따라 일어나는)
준수 (냉정) 혼인신고 하기 전이잖아. 당신한테 기회 줄 테니까 잘 생각해 봐!
비겁한 놈이랑 평생 살 순 없잖아? (하더니 홱 나가버린다)
태희 자기야!
잠시 후 현관문 여닫는 소리 들리고.
태희, 이 상황 정말 최악이다.
안방 (N/D)
태희, 서성서성 시계 보며 기다리는데. 준수 안 들어오고.
전화해 보면 꺼져 있다.
침대에서 날밤 새는 태희.
서서히 날이 밝아오고.
호텔 스위트룸 (D)
베란다 커튼 사이로 햇살 비춰 들어오면.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 있는 남자 뒷모습.
그 옆엔 여자가 누워 있고.
돌아누우면, 준수 아닌.. 용식이다.
용식, 문득 눈 뜨고. 옆에 있는 여자를 본다.
용식 (흔들어 깨운다) 어이! 동 텄는데?
여자 (일어나기 싫어서)
용식 아니... 대학총장님 따님이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으신거야. 내가 집에 들어가지 말랬다고, 진짜 안 들어가냐?
여자 (그제야 눈 뜨고 본다) 오빠...
용식 (일어나며) 오빠는 무슨... 내가 니 오빠였으면 벌써 머리 삭발시켰어.
나 보기보단 좀 보수적이라.
여자 (턱 괴고) 난 오빠같은 스타일 좋더라.
용식 어. 나도 나 같은 스타일이 좋아. (옷 입으면)
여자 우리 결혼할까? 어차피 그 얘기하려고 선 본 거잖아.
용식 너.. 그 얘기 들었지. 장숙정 여사가 내 친엄마 아니란 소문.
여자 아.. 그 루머?
용식 누가 루머래? 그거 진짜야. 나 그래서 우리집에서 무지하게 왕따에 소외계층이다.
여자 (좀 당황)
용식 우리 어머니 우리 형들한텐 다 계열사 맡기면서, 나한텐 결혼해서 유학가래잖아. 그게 무슨 뜻일까? (힐끗)
여자 (표정)
용식 (시계 보고) 그래도 나랑 결혼할 의지가 있는거면 빨리 얘기해 줘. 나 좀 이따 유학간다고 보고하러 우리 아버지 만나러 갈건데. 간 김에 날짜 받아올게.
여자 (말없이 후다닥 옷입기 시작하고)
용식 (시니컬한 미소)
회사 앞 (D)
폼나는 오토바이 한 대 정문 바로 앞에 서고.
용식이 직접 운전하고 왔다. 헬맷 벗고 내리는 용식.
회사 로비 (D)
용식 들어오면. 문 열어주고. 인사하고 난리인 경호원들.
용식 (좀 귀찮고) 괜찮아요. 그냥 저 혼자 갈께요. (물리치고 간다)
엘리베이터 앞 (D)
용식, 서 있는데. 옆에서 부민아, 기쁨과 현주가 수다 떨고 있다.
민아 자기네 부서 요즘 살판 났다며?
현주 황태희 물먹고 나니까 천국이 따로 없잖아.
기쁨 황태희보다 높은 하이힐도 맘껏 신을 수 있구요. 황태희보다 비싼 빽도 마음껏 들 수 있고. 황태희 눈치 안 보고 반차 월차 연차 대휴 생리휴가까지 다 찾아먹을 수도 있고. 뭣보다 칼퇴근도 내 맘대로 할 수 있고. 완전 좋아요.
현주 솔직히 많이 해먹었지. 지가 히틀러도 아니고 무솔리니도 아니고. 독재의 끝이 얼마나 처참한지, 요새 실감 좀 할거다. (키득)
기쁨 꼬셔 죽겠어요.
민아 뭐 또.. 황태희 새로운 소식 있으면 바로바로 업뎃해줘. 우리 부서 사람들도 다들 궁금해해서.
용식 (주머니에 손 넣고 무심히 듣고 있는 표정 있고)
엘리베이터 도착하면. 올라타는 사람들.
엘리베이터 안 (D)
엘리베이터 문 닫히려는데. 문 탁 잡더니 올라타는 사람, 태희다.
용식, 힐끗 보고.
현주,기쁨, 민아 등 떨떠름하게 보면.
태희 (찍 째려보고) 왜. 물 먹은 선배한텐 인사도 생략이니?
일동 (떨떠름) 안녕...하세요. (자기들끼리 재수없다는 눈빛 교환)
용식, 보면. 태희 목에 걸린 신분증. 떡하니 “황태희”라고 써져 있고.
용식 표정. ‘저 여자가 그렇게 욕을 먹던 황태희구나..’
저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힐끗 보게 되는데.
태희는 ‘저놈이 왜 저렇게 날 위아래로 훑어봐?’ 싶다.
용식, 안보는척 하다가 다시 한번 태희 보고.
태희, ?? 하는 표정 있다가 용식과 눈 마주치면.
뭔가 깨닫고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돌변.
엘리베이터 멈추고, 여직원들 줄줄이 내리면.
태희, 내리다가 다시 한번 돌아본다.
용식과 눈 마주치면. 용식, 다시 한번 피식 웃고.
태희, 기막히다는 듯이 경계하며 빠른 걸음으로 내린다.
태희 내리고 나면.
용식, 어이없기도 하고 씩 웃는.
문 닫힌다.
사무실 (D)
태희 들어오는데. 준수가 자리에 앉아 있다.
준수와 눈 마주치면. 태희,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준수 한번 보고
대충 자료 챙겨서 회의실로 들어가 버리는.
준수, 표정.
회의실 (D)
태희, 화난 표정으로 자료 뒤적이고 있으면 준수 들어온다.
준수 (말없이 태희 옆에 앉는데)
태희 (냉랭,도도) 나 아직 안 죽었드라. 출근하는데 어떤 남자가 자꾸만 쳐다봐서.. 아우 증말 혼났네.
준수 (발끈) 뭐? 언놈이 쳐다봐?
태희 그냥 보는 것도 아니구. 아주 사람을 위아래로 꼼꼼히 훑어보구...
준수 위아래... 꼼꼼히 훑.. (에씨!) 그걸 냅뒀어?
태희 자꾸 날 보면서 실실 웃질 않나. 사원증을 뚫어져라 쳐다보질 않나...
냅두면 아주 전화번호 딸려구 달겨들까봐, 내가 얼른 도망 왔네.
준수 (버럭) 미친 놈 아냐 그거? 왜 실실 웃어?
태희 미친 놈 같진 않던데?
준수 (표정)
태희 회사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기는 한데. 좀 어리구. 좀 잘생겼구. 좀 귀티나구. 그렇드라.
준수 뭐야 당신.. 그래서 지금 그놈이 맘에 들었다는 거야?
태희 자기가 그랬잖아! 혼인신고하기전에... 기회 주겠다고.
준수 (표정 있다가) 오늘 당장 하러 가자. 혼인신고.
태희 (!)
준수 당신 회사 관둔다 그랬을 때 내가 왜 반대했는지 알아?
태희 (표정)
준수 나 아직 수습도 못뗐고. 월급 달랑 88만원이야. 그런데 당신이 덜컥 회사 관뒀다가.. 먹고 살기 너무 팍팍하다고.. 힘들어하면 어떡하냐.
태희 (표정)
준수 솔직히 그래. 걱정..되드라. 너무 쥐뿔도 없는 놈이랑 결혼했다고.. 당신 후회할까봐!
태희 나는! 난 걱정 안했는지 알아? 나 이제 팀장도 아니구. 아파트도 대출 꼈구. 당신이 괜히 결혼했다구 후회할까봐.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준수 (속상) 뭐 그딴 걸 걱정해! 내가 왜 후회를 하냐?
태희 나는! 난 당신이랑 결혼한 거 너무 좋아서. 자다가 일어나서도 웃는데. 내가 왜 후회를 해! (눈물 나고)
준수 (태희 눈물 보면 울컥하고) 에이 정말... 일루와. (하고 확 안아준다)
태희 집엘 안 들어오면 어떡해! 어디서 잔 거야 도대체!
준수 요 앞에 수정찜질방.
태희 (안쓰런) 찜질방에서 잠이나 제대루 잤겠어?
준수 그러니까. 나 막.. 어깨 결려.
태희 (속상) 전화기도 꺼져 있구. 내가 얼마나 속탔는지 알기나 해?
준수 (토닥토닥) 미안해.
준수, 태희 달래주고. 태희 안겨서 훌쩍이는데.
문 확 열리고. 여진 들어오려다 그 꼴 본다.
얼른 떨어지는 두 사람.
여진 둘이 지금 뭐.. 에로영화찍어요?
태희 (눈물 쓱 닦고 일어나며 또박또박) 아뇨 팀장님. 이런 건, 멜로라고 하죠.
여진 (흥! 하고 웃는데)
태희 그리구 팀장님이 이렇게 두 얼굴.. 세 얼굴로 막 변신하면서, 자꾸 사람 헷갈리게 하시는 건... 이런 건 뭐라 그래야 되나... 싸이코 호러물? (하고 준수를 데리고 홱 나가면)
여진 (이런 씨!)
커피전문점 (D)
태희, 유경과 커피 마신다. 태희는 에스프레소.
유경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전 놀랐어요. 팀장님이 새팀장님 치하의 삶에 적응하시는 거 보구요.
태희 (여유) 그게.. 사랑의 힘이 크긴 크드라. 자기두 결혼해봐. 세상에 이해 못할 게 없구, 용서 못할 게 없더라니까?
유경 사실은요. 엄마가 자꾸 선본 남자랑 결혼하라는데. 조건은 너무 괜찮긴 한데... 도저히 땡기질 않거든요.
태희 내가 단언할게. 그런 결혼은 하는 게 아니야.
조건? 조건은 조건일 뿐이야. (행복한 미소로 커피 마시고)
태희집 거실 (D)
태희모, 청소기 밀고 있다.
태희모 아유.. 먼지 봐라. 이 기지밴 청소를 하는거야 마는거야.
이때 비밀번호 띡띡 누르는 소리 들리더니. 준수모가 뭔가 바리바리 싸들고 들어온다. 두사람 서로를 보고 좀 놀라고.
태희모 니가.. 웬일이니?
준수모 너는?
태희모 나야... 우리 태희는 전업주부도 아니고. 일하랴 살림하랴 바쁘잖니. 그래서 청소나 좀 도와줄까 하고.
준수모 요즘 젊은 애들이야 다들 맞벌이 아니니. 일하면서도 살림 똑부러지게 하고 사는 애들 많더라만. (휘 둘러보며) 어째 신혼집이 지저분...하다.
(하며 주방으로 들어가고)
태희모 (표정)
태희집 주방 (D)
냉장고에 김치 넣는 준수모.
태희모 (들어오며) 김치 아직 있어.
준수모 응. (있는 김치통 죄다 꺼내며) 우리 준수는 내가 담가준 김치만 먹거든.
(새 김치통 집어넣는다)
태희모 무슨 소리야. 봉서방.. 내 김치 잘만 먹던데. 지 엄마 솜씨보다 낫다구 몇 번을 그러드라.
준수모 (표정 있다가) 그래?
태희모 그래. 그러니까 너 반찬 준답시구 막 드나들구 그러지 말어.
준수모 (멈칫하고) 너 그거 무슨 뜻이야?
태희모 왜 그런 얘기도 있잖니. 요즘 일등 시부모 될려면 반찬만 경비실에 맡기고 조용히 사라져야 된다구. (까르르)
준수모 너 지금 그걸 농담이라구 하니? 아니 무슨 농담도 그런 싸가지 없는 농담이 다 있니?
태희모 뭘 그렇게 흥분을 하고 그래. 예전에 혜숙이가 이 얘기 하니까, 너 맞아맞아.. 하면서 얼마나 웃었어. 니 딸네 시부모가 너무 드나들구 간섭해서 짜증난다 그러면서.
준수모 (큼..) 어쨌든 난 일등 시어머니는 아닌가봐. 반찬만 주고 조용히 사라지는 건 못하겠거든.
태희모 (표정)
준수모 그리구 우리 준수, 나 왔다가 그냥 가면 난리난다. 걔가.. 지 엄마라면 깜박 죽는 애라서.
태희모 (질새라) 우리 태희두 그래! 걔두 나 왔다 그냥 가면 엄청 섭섭해해.
거실 (N)
준수, 태희, 준수모,태희모 앉아서 과일 먹는다. 왠지 어색한 분위기.
준수 (과일 먹으며) 엄마.. 안 가? 버스 끊기겠다.
준수모 (표정) 자고 갈거야.
준수 (놀라며) 어? 왜?
준수모 (좀 성질나는) 내가 좀 자고 가면 안되니?
태희 (애교) 아니에요. 어머님. 주무시고 가세요. 꼭 그러셔야 해요~ (과일 찍어주며) 어머님~ 사과!
태희모 (그꼴 아니꼽다. 태희가 안 찍어주자 자기가 스스로 사과 찍어먹는다)
태희 엄만.. (슬쩍) 집에 안가봐도 돼?
태희모 내가 집에 누구 기다리는 사람 있는 것도 아니고. 나두 자고 갈랜다.
태희,준수 (표정들)
안방 (N)
태희, 준수 팔베개 하고 누워 있고
태희 왜들 저러셔.
준수 그러게 말이야. 아니.. 하루라도 빨리 손주 보고 싶으시면.. 저러시면 안되는 거 아냐?
태희 어으... 몰라.
준수 이리 와 봐. (은근히 당기는데)
태희 하지 마~ (하면서 좋아하고)
옆방 (N)
준수와 태희 까르르 하는 소리 다 들리는데.
태희모와 준수모가 어색하게 돌아누워 있다.
태희모 아우 시끄러..
준수모 (민망) 저것들이 잠도 없나.
태희모 참.. 자식 다 소용 없지 않니?
준수모 (좀 쓸쓸) 아까 우리 아들 봤지? 엄마 언제 가냐 그러는 거.
하룻밤 더 자겠다 그럼, 아주 내쫓겠드라.
태희모 우리 딸은 어떻구. 너한텐 살살 녹으면서, 나한텐 어찌나 무뚝뚝한지...
준수모 저것들도 빨리 자식을 낳아봐야 우리 속을 알지.
태희모 그러게나 말이다. (어느 정도 공감대 이뤄지는데)
준수모 그나저나... 새애기가 나이가 있어서 빨리 애를 가질 수 있을지...
아유 그래서 내가 그렇게 결혼을 반대한거였는데... (한숨)
태희모 (발끈) 얘!
준수모 깜짝이야.. 알았어. 자자 얘!
두 사람 서로 이불 자기 방향으로 땡기며 돌아눕는.
팀장실 (D)
여진, 여유롭게 통화중이다.
여진 네 유팀장님. 오늘 약속요. 저희 회사 근처 어떠세요. 제가 오후에 급한 회의가 잡혀 있어서. (애교) 대신, 제가 쏠께요.
사무실 (D)
여진, 팀장실에서 나와 태희 쪽으로 간다.
여진 황과장님. 한성코스메틱 유팀장 아시죠.
태희 네. 한성 인사팀장요? 잘 알죠.
여진 그분을 만나기로 했는데. 상무님이 좀 보자고 하셔서.. 늦어질 것 같아요.
태희 ...그런데요?
여진 늦겠다고 연락하려는데 통화도 안되고. 가서, 나 늦겠다고 전해주구. 얘기 좀 하고 있어요.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니까.
태희 (참.. 별걸 다 시킨다) 그러죠.
여진 (시계 보고) 지금 가 봐요. 내가 한 삼십분 후에 간다고 전해주구.
태희 네. (순순히 빽 들고 나간다)
현주 웬일이야. 완전 순한 양 다 됐네.
기쁨 대단하세요 팀장님.
여진 (피식 웃고, 의미심장한 표정)
커피 전문점 (D)
태희, 유팀장과 만나서 커피 마시고 있다.
유팀장 나도 소식은 들었어요. 어쩌다 그렇게 된거야?
태희 그러게요.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네요.
유팀장 그냥 우리회사로 와.
태희 (웃으며) 스카웃 제의하는거야?
유팀장 우리야 황팀장 같은 사람이 와주면, 땡큐지.
태희 고맙긴 한데. 난 노땡큐네요.
유팀장 왜~ 잘 한번 생각해 봐.
태희 (웃으며 커피 마시고)
커피전문점 앞 (D)
한상무와 함께 오는 여진.
여진 상무님 에스프레소 콘파냐 좋아하시잖아요. 여기서 먹어봤는데 참 맛있게 잘 만들더라구요.
한상무 그래?
여진과 한상무 안으로 들어간다.
커피 전문점 (D)
한상무 들어서다가 구석에서 태희와 유팀장이 함께 있는 모습 본다.
여진 (표정 있다가, 문득 발견한 듯이) 어머. 저기 한성코스메틱 인사팀장 아니에요?
한상무 (표정)
여진 (슬쩍) 황태희씨한테 스카웃 제의가 있다고 그러더니... 그 문제로 만나나...
한상무 누가 그래?
여진 그냥.. 들리는 얘기에요. 사실 황선배... 요즘 회사에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한상무 (표정 있다가) 커피는 다른 데서 마시자. (하고 홱 돌아 나간다)
여진 (표정 있다가 따라 나간다)
팀장실 (D)
여진, 라벨들 붙어 있는 샘플들을 줄줄이 늘어놓고 손등에 발라보고
향을 맡아보고 있는데. 태희가 들어온다.
태희 어떻게 된 거에요? 유팀장 기다리다가 열받아서 갔는데요.
여진 아 미안. 연락한다 그러구 깜박했네요.
태희 내 전화 못받았어요?
여진 상무님하고 중요한 얘기 좀 하느라..
태희 (빈정 상하는데)
여진 한방미백라인 업그레이드 버전 기획안을 만들기로 했는데.
태희 (! 해서 본다)
여진 황과장님이 맡아줄래요?
태희 내가? 정말? (했다가) 정말요?
여진 어차피 처음부터 주도하셨으니까. 내용을 가장 잘 아실 거 아니에요.
저 돕는 셈 치고, 프리젠테이션 준비 좀 부탁해요.
태희 (기쁘고)
거실 (N)
새벽3시경. 태희, 자료 이만큼 쌓아놓고 일하고 있는데.
방에서 나오는 준수.
준수 안 자?
태희 오늘은 못 자. 들어가 먼저 자.
준수 며칠째야. 좀 쉬면서 해야지. 몸축나겠다.
태희 상무님한테 내 진가를 보여드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황태희는 결혼했어두 황태희라는 거!
준수 아니.. 결혼을 했는데 황태희기만 하면 어떡하냐? 봉준수 마누라도 돼야지?
태희 응?
준수 (좀 툴툴) 내가 홀애비냐고! 맨날 혼자 자라 그러구.. 그럴 거면 침대 킹사이즈로 왜 샀어! 그냥 싱글사이즈 사지!
태희 으유~ 이거 잘하고 나면 내가 자기 선물 하나 거하게 쏠게.
준수 (혹해서) 선물?... 뭐?
태희 뭐 갖구 싶은 거 있어?
준수 .... 게임기?
태희 (어이없지만, 그런 준수 귀엽기만 하고) 알았어. 게임기 하나 사줄게.
준수 (바로 순하게) 응 여보. 내가 커피 타줄까?
태희 고마워 여보.
준수, 주방으로 가면.
태희, 어깨 아픈 듯 기지개 크게 켜 스트레칭 해보고.
다시 일에 집중하기 시작하는.
대형 회의실 (D)
아무도 없는 대형 회의실.
딱 떨어지는 정장 입고 있는 태희, 슬라이드 영상부터 페이퍼 자료들이며 꼼꼼하게 점검한다. 조금 긴장된 마음으로, 멘트들도 중얼중얼 연습해 보고.
태희 소득 증대에 따른 미용관련 제품 중 미백기능성 소재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어 신 미백 기능성 소재 개발은 제한된 소비구조를 가진 한방 약용작물에 대한 새로운 수요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어쩌고)
마지막으로 화장도 점검해 본다. 조금은 긴장되고 들뜬 마음. 심호흡도 해보고.
대형회의실 앞 (D)
태희, 회의실에서 나오는데.
여진이 온다. 깔끔하고 여성스러운 정장 차림이고.
여진 준비 다 됐어요?
태희 (자신감) 네.
여진 수고했어요. 가보세요.
태희 네?
여진 가보시라구요.
태희 (!!!) 가보라니.. 뭘..
여진 준비 다 끝났다면서요. 그럼, 가서 볼일 보시라구요. 여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여진, 또각.. 들어가려는데. 탁 잡는 태희.
여진, 돌아본다. 왜? 하는 듯한 표정.
태희 나한테 프리젠테이션 맡으라며!
여진 맡아서.. 준비해 보라 그랬죠. (강조) 나 돕는 셈 치고.
태희 지금.. 나랑 말장난 하자는 거야?
여진 아뇨? 내가 왜요?
태희 나 이거 열흘 준비했어. 열흘동안 잠 잔 시간 열시간도 안돼. 그렇게 혼자 동동거리면서 일 다 하게 해놓고, 이제 와서 뭐? 가서 내 볼 일 보라구?
여진 (피식) 그럼 설마... 본인이 프리젠테이션을 주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꾸 잊어버리시는 모양인데, 팀장은 나에요.
태희 너 일부러 그랬니?
여진 (미소)
태희 일부러 그랬지!
한상무 뭐하는거야?
태희,여진 (보면)
한상무를 위시한 임원진들 온다.
한상무 (태희 차갑게 보며) 무슨 일이야?
여진 (미소) 아무 일도 아니에요. 들어가세요. 준비 다 끝났습니다.
태희 (표정)
여진 (앞서 들어가고)
한상무, 힐끗 태희를 보다가 걸음 옮긴다.
일동, 안으로 들어가고.
태희,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어 있다.
안에서는 회의 시작되는데.
태희는 그대로 서 있는.
대형회의실 (D)
여진, 태희가 준비해 놓은 자료들로 프리젠테이션 하는 모습.
여진 시제품용 원료 조성을 선정한 후 피부안정성 시험과 피부미백효능효과시험을 미국 FDA 시험기관에 의뢰하였으며, 피부안전성 시험에 대하여 총 75명의 지원자가 시험에 참가하였으며 이중 시험 기간 동안 어떠한 부작용도 보고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통보 받았습니다.
대형회의실 앞 (D)
태희 그대로 서 있다.
안에서는 자신만만하게 프리젠테이션 하는 여진 모습 보이고.
대형회의실 (D)
여진 .... 지금까지 기획개발팀, 백여진 팀장이었습니다.
한상무 만족스런 듯 먼저 박수치고. 임원진들도 모두 박수.
여진, 미소로 인사하고.
대형회의실 앞 (D)
여진 박수 받는 모습 보다가, 천천히 걸음 옮기는 태희.
굳어진 표정, 점점 차갑게 변하고. 뭔가 결심하는 듯.
사무실 (D)
폭풍전야의 분위기.
태희, 꼼짝도 않고 앉아 있는데도
주변 사람들, 왠지 모를 엄청난 위협감에 선뜻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무슨 일이냐며 수군수군 대기만.
이때 여진이 들어오면.
태희, 서서히 일어나 여진을 본다.
여진도 멈칫하고 태희를 보고. 두 사람 마주보게 되는.
뜨거운 불꽃 튀는 두 사람 표정.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태희 (한참 그렇게 보다가) 프리젠테이션은.. 잘 마치셨어요?
여진 네. 덕분에요.
태희 알고 있었네요, 내 덕분인 거? 난 모르는 줄 알았지.
여진 (!!)
태희 그런데 어떡하나? 앞으론 내 덕 못 보실텐데.
여진 (피식) 무슨 소릴 하고 싶은 거에요?
태희 참 대단한 팀장님이신 것 같아요. 나두 못된걸로 치면 측천무후,미실,장희빈, 누구한테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소문난 사람이었지만.
아직까지 그건 못해봤거든요. 남의 공 가로채 내껄로 만드는 거!
여진 (표정)
일동 (표정들)
태희 그건 왠지... 기본에 관한 문제인 것 같아서. 못하겠더라구요 난.
팀장님은.. 해보니까 어떻든가요?
여진 (주변 의식하고) ... 들어가서 얘기하죠.
태희 아뇨! 그냥 여기서 하시죠. 뭐 긴 얘기도 아니거든요, 팀장님.
여진 (좀 난감하지만 밀리지 않고 노려본다) 하세요, 그럼.
태희 (주머니에 넣고 있던 사표를 꺼내 여진 얼굴 앞에 던지듯 뿌린다)
여진 (보고, !!!) 이게 뭐죠?
태희 내가 이 순간을 그리면서, 은장도 품는 심정으로 품고 다녔거든요.
견디다.. 견디다.. 더는 못견디겠다 싶을 때, 이걸 꺼내려구요.
여진 회사 그만 두겠단 쉬운 소리를, 꽤 어렵게 하네요?
태희 어렵게 결정한 거니까요. 내가 암만 생각해두, 팀장님 아니면 나.. 둘 중 하난 관둬야겠더라구요.
여진 (팽팽하게 노려보고)
태희 그런데 내가 관두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나야 여기 아니라두 오라는 데 많지만, 팀장님은 아니니까.
여진 (!!!!)
태희 (목에 걸린 사원증 빼서 손에 든다, 여진에게 보란 듯이 보여주고 여유롭게) 이제 계급장 뗐으니까, 오래 봐 온 언니로 한마디만 할까?
여진 (표정)
태희 너 지금 잔머리 써서 나 이겨먹으니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지? 그런데 너,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잔머리로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그렇게 섣불리,개념없이,재수없게 들이대다간, 뒤통수 제대로 맞는 날, 반드시 와. 조심해 너.
여진 (하!)
태희 (핸드백 달랑 들고 또각또각 가다가 홱 돌아보며) 내 짐은.. 택배로 부쳐줄래? 선불로.
뒤에 선 여진, 쪽팔리고 열받고. 태희 확 째려보는데.
태희, 통쾌하게 미소 지으며 밖을 향해 나가는데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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