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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연가 2회

 

# 유진네 집 앞 (밤)

유진가족이 상혁과 김진우를 배웅한다.

유진모 와주셔서 고마웠어요, 상혁이 아버님.

김진우 별 말씀을..... 그럼 가보겠습니다.

유진/희진 안녕히 가세요!

왁자하게 작별 인사를 하는 유진과 상혁의 가족.

유진의 집 앞 골목 귀퉁이에 몸을 숨긴 채 서 있는 준상.

차로 걸어가는 상혁과 김진우의 다정한 모습을 쓸쓸하게 지켜본다.

학교 전경 인서트 (아침)

교실 앞 복도 (아침)

가방을 들고 복도를 걸어오던 유진,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준상과 눈이 마주친다.

마주보고 씩 웃는 두 사람. 드륵 교실문을 열고 함께 들어서는데-

와-! 하며 교실안이 왁자지껄해진다. 짝짝 박수를 치는 아이들.

남자아이1 사랑의 도피란 말이냐....! 아흐 죽인다!

남자아이2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대단해! 놀라워!

아이들, 정신없이 유진과 준상을 놀려댄다. 굉장히 당혹스러워하는 두 사람.

그때 가가멜이 들어온다. 얼른 자리에 앉는 아이들. 유진과 준상도 제자리에 앉는다.

가가멜 (출석부로 교탁을 탕 치며) 어제 내가 자율학습 감독인데도 땡땡이를 친 간뎅이 부은 놈들이 있었다. (싸늘하게 둘러보고) ....강준상, 정유진 일어서! (쭈뼛거리며 일어서는 유진과 준상) 강준상, 이놈의 자슥, 이젠 혼자 땡땡이치는 것도 모자라서 유진이까지 물들여? 정유진이가 비록 지각대장이긴 해도 땡땡이는 몰랐던 애다. 니가 먼저 나가자고 했지? 엉?

준상 ....죄송합니다.

유진 (얼른) 아니에요. 선생님.

가가멜 아니면 뭐야?

준상 (가만있으라고 눈짓한다.)

유진 저도 나가고 싶어서 나간 거에요. 준상이 잘못 아니에요.

삐익 휘파람 소리. 환호하는 아이들. "끝내준다!!" "정유진 죽인다!"

가가멜 조용히 햇! (둘을 보며) 니들이 내 앞에서 지금 연애질하냐? 엉? 이것들을 그냥!!! (지휘봉으로 책상을 탁 내리친다) 느그, 한달간 소각장 청소야, 알았어!!!

여자 화장실 (오후)

유진이 세면대 앞에서 손을 씻고 있다. 심각한 표정으로 유진을 보는 진숙

진숙 유진이 너, 혹시 강준상한테 협박당했니?

유진 (어이없다) 뭐어?

진숙 그렇잖음 강준상같이 무서운 애하고 니가 땡땡이를 왜 쳐.

유진 (웃으며) 준상이 무서운 애 아니야.

진숙 아니긴 뭐가 아냐? (유진이 손을 꼭 잡으며 엉뚱한 소리) 내가 애들한테는 잘 말해줄 테니까 걱정하지마. 너는 나만 믿어. 알았지?

하는데 화장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영남이 아이 1, 2를 데리고 들어온다.

영남 정.유.진! 너, 내가 옛날에 강준상 찍었다고 한 말 들었어, 못들었어?

유진 들었다. 왜?

영남 들었으면서도 꼬리를 쳤단 말이지.....

유진 (기가 막혀서) 꼬-리?

영남 난 너같은 애들 잘 알아. 친구인 척 하면서 여자냄새 풍기고 다니지. 얼굴 안되는 애들의 아주 전형적인 수법!!! 아냐?

유진 (다가서며) 넌 툭하면 뭐든지 잘 안다고 그러는데..... 니 꼬리는 몇 개나 되는지 한번 세보지 그래?

하면서 영남의 치마를 펄럭이더니 화장실을 나간다. 영남, "어머머"하면서 치마를 움켜쥔다.

소각장 (오후)

준상은 소각장 주변의 낙엽을 쓸고 있고 유진은 낙엽들을 모아서 소각장에 넣어 태운다.

유진 (낙엽을 태우는 냄새를 맡으면서)음...이 냄새구나....

준상 (무슨말인가 싶어 유진을 본다)

유진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 그거 배울 때... 낙엽 태우는 냄새가 뭔지 늘 궁금했었다. 낙엽을 태우면 잘 익은 개암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개암냄새가 뭔지 모르니까....

준상 .......

유진 근데 무슨 냄새랑 비슷한 지 이제 알았어....(준상을 보며 씩 웃는다)

우리 아빠 냄새야....

준상 (유진을 본다)

유진 어렸을 때.... 아빠가 엄마 몰래 담배 피우다가 나한테 들키면....꼭 안아주면 서 비밀지켜달라고 했었거든.... 그때 아빠한테서 나던 냄새랑 비슷해.

흠흠... 계속 낙엽 냄새를 맡는 유진을 내려다보는 준상

준상 ....유진아

유진 왜....?

준상 넌 한번 한 실수는 절대 안하는 편이니? 아니면 안해야지하면서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편이니?

유진 (준상의 말이 어렵다)무슨 말이야?

준상 예를 들어서... 다신 안만나야지 하고 결심했다면 보고 싶어도 참겠니 아니 면 다시 만나겠니?

유진 ...아마 나 같은면 다시 만나려고 할 것 같아.

준상 왜.....?

유진 ...보고 싶은데 이유가 있을까?

유진은 준상을 보고 웃는다. 준상도 유진을 보고 웃어준다.

준상의 집 (밤)

준상, 창가에 서서 유진의 말을 생각한다.

유진(소리) 보고 싶은데 이유가 있을까?

준상, 생각을 떨치려는 듯 황급히 돌아서는데 전화가 울린다.

준상 여보세요.

미희(소리) 엄마야. 잘 지냈니?

준상 ....네에.

미희(소리) 공연 일정이 앞당겨졌어. 나랑 같이 들어가려면 너 유학준비 서둘러야 될 것 같다.

준상 .....꼭 그렇게 해야하나요?

미희(소리) 지금 와서 무슨 소리 하는거야? 엄마랑 한 약속 잊었니?

준상 .......

미희(소리) 딴 생각말고 준비하고 있어. 도착하면 연락하마.

준상, 전화를 내려놓는다.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준상.

대학 건물 외경 (오후)

대학캠퍼스. 김진우 연구실이 들어있는 대학 건물이 보인다.

김진우 연구실 앞 (오후)

연구실 문 앞의 팻말, '교수 김진우'. 문 앞에 선 준상, 노크를 할까 망설이고 있다.

손을 들어올렸다가 그냥 내려버린다. 휙 몸을 돌려 가려고 하는데

김진우(소리) 학생, 잠깐만!

준상, 멈춰선다. 준상에게 다가와 얼굴을 보는 김진우.

김진우 자네, 예전에 내 수업에 들어왔던 그 학생, 맞지?

수긍도 부인도 못한 채 고개만 옆으로 돌리는 준상.

소각장 (오후)

유진 혼자서 청소를 하고 있다. 상혁이 다가온다.

상혁 강준상은 어디 가고 너 혼자야?

유진 어.... 준상이 일 있다고 해서 내가 가라고 했어.

상혁 (불끈하지만 참고) ......이리내.

상혁, 묵묵히 유진 대신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바라보는 유진.

김진우 연구실 (저녁)

김진우의 연구실에 있는 두 사람. 준상, 어색하다. 차를 만들고 있는 김진우.

준상은 책상 앞에 놓여진 상혁의 사진을 노려보고 있다.

진우 (차를 만들며) 어쩐지 낯이 익었다 했는데.... 설마 상혁이 친구일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네. (기가 막힌 듯) 고등학생이었다니.... 허 참....

준상 ........

진우 (준상을 돌아보며)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겠네. 자네, 나랑 같이 공부해보는 건 어떤가? 뭐.... 학교 다니면서 일주일에 두 번정도 만나면 좋겠지. 자네 진로에도 도움이 될거고.....

준상 (똑바로 쳐다보며) 왜 저한테 관심을 가지시는 거죠?

진우 (차를 놓아주며) 글쎄..... 자넨 믿을지 모르겠지만 교수 생활 20년만에 자네 같은 학생은 처음이네.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 그저 함께 얘기해 보고 싶을 뿐이니까 부담 가질 필욘 없네.

준상 .........

준상, 상혁의 사진에 시선을 박아둔 채 대답하지 않는다. 김진우는 준상 앞에 앉는다.

김진우 (사진을 흘깃 보며) 중학교때 사진이지. 우리 상혁이.... 학교에선 어떤가?

준상 ....상혁이하고 안 친합니다.

진우 (약간 당황한다.) 허허... 그래...? 상혁이 놈, 자네처럼 재능이 뛰어나진 않아도 어디가서든 사람들에게 모나지 않게 잘 하는 편인데......

준상 상혁이를..... 많이 사랑하시나보죠?

김진우 그럼. 하나밖에 없는 아들인데. 자기 아들을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아버지가 있을까. 아마 자네 아버지도 그럴 걸세.

준상 .......!!

김진우 (준상을 보며) 우리 상혁이 내 아들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괜찮은 놈이라네. 친구가 되면 좋을거야.

쳐다보는 준상.

소각장 (저녁)

상혁, 일을 멈추고 유진을 바라본다.

상혁 방금 뭐라고 했니?

유진 ......준상이하고 친구가 되라구.

상혁 내가 왜?

유진 내가 볼 때 너희들은 너무 닮아서 서로 밀어내는 거야. 원래 자석은 같은 극끼리 밀어내잖아.

상혁 니가 그렇게 준상이를 잘 알아?

유진 아니. 너를 잘 알아. ......난 이제까지 니가 누굴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걸 본적이 없으니까.....

상혁 .....니 충고 거절해서 미안한데, 나 강준상이랑 친구하기 싫어. 그리고.... 니가 강준상이랑 친한 것도.... 난 싫어.

상혁, 유진을 남겨놓고 돌아선다. 안타깝게 상혁의 뒷모습을 보는 유진.

교실 (오전)

가가멜 이제 다음주부터 겨울방학이다. (와- 아이들 환호하고) 좋아할 거 없어 이놈들아. 곧바로 보충 시작할 거니까.... (우우-) 다, 니들 잘되고 나라 잘되자고 하는 거야. 한 놈도 빠질 생각말고 뜨거운 고3을 준비하기 바란다. 그럼 이상.

가가멜 나간다. 상혁, 준상에게 다가간다.

상혁 강준상, 잠깐 볼까?

학교 일각 (오전)

준상과 상혁이 마주 보고 서 있다.

상혁 난 누구보다도 유진이 잘 알아. 유진이 강하고 똑똑해보이지만 사실은 마음 여리고 상처 잘 받는애야.

준상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상혁 유진이한테 장난치는거 그만 뒀으면 좋겠어.

준상 .....장난?

상혁 그래. .....사실 나, 니가 어떤 애라는 거 전혀 몰라. 하지만.... 유진이 대하는 니 모습이 순수하지 않다는 것만큼은 잘 알아.

준상 (픽 웃으며) 그래?

상혁 ......저번에 야간자습 빠질 때 너 나랑 눈 마주쳤었어. 나한테 보여주려고 일부러 그런 거잖아. 아냐?

준상 (노려보며) 유진이를 진짜로 좋아한다면....? 그러면 어쩔 건데?

상혁 (정색을 하고) ...너 정말이니?

준상 .....

상혁 정말이야?

준상 .....할 말 다했으면 간다. (돌아서는데)

상혁(소리) 강준상!

준상 (멈춰선다)

상혁 니가 아무리 유진이한테 그래도 소용없을거야. ....내가 허락하지 않아.

준상, 휙 돌아서 가버린다.

방송실 부스 안 (오후)

유진이 방송실에 앉아있는데 판 몇 개를 든 준상이 들어온다.

유진, 준상을 보고 얼굴이 환해진다.

유진 (멋적게 웃으며) ....늦었네?

준상 미안.... (판을 건네주며) 집에 있는 거 몇 개 가져왔어.

유진 그래? 들어보자.

유진 판을 뒤적거리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준상이 자신을 훔쳐보다가 얼른 고개를 돌린다. 유진도 어색해서 얼른 고개를 돌리면 준상이 다시 유진을 본다. 준상의 시선을 느끼고 어색해진 유진, 얼른 일어나서 테잎 하나를 턴테이블에 올린다.

그런데 예전에 준상이 쳤던 " 처음 "이 나온다. 갑자기 귀가 쫑긋해지는 유진.

유진 이거, 니가 저번에 연주해준 거다! 그치?

준상 (웃는다.)

유진 제목이 뭐랬지?

준상 ....처음

유진 처음?(중얼거리듯) 처음... 처음...... 제목 좋다.(웃으며) 정말 '처음'같아

준상 .....(무심코)너 가질래?

유진 (고개를 젓는다.) 난 니가 치는게 더 좋아. (아차, 너무 속보이나?)

(어색하니까) 난 학교 땡땡이친거 처음이야

준상 (미소)

유진 남자애하고 농구하고 자전거탄거 니가 처음이야

준상 ....토요일날 나랑 영화보러 가지 않을래? 이런말 하는거, 처음이야.

놀라는 유진의 얼굴

유진의 집 (밤)

유진의 엄마가 옷을 수선하고 있다. 턱을 괴고 앉아있던 유진, 엄마를 돌아본다.

유진 엄마... 엄마는 아빠 어디가 좋았어?

엄마 (본다) .......그건 왜?

유진 .....그냥.... 갑자기 궁금해서 그래...

엄마 얘는... 새삼스럽게..... (그래도 떠올려보니까 기분 좋다) 글쎄..... 슬쩍슬쩍 훔쳐보는 눈길에 반했다고나 할까?

유진 어? (준상 생각하고 빙그레, 뭔지 알겠다.) 어.....!!

엄마 (감회에 잠기듯) ...처음엔 무뚝뚝하고 쌀쌀맞아서 엄말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실은 그게 좋아서 그랬던 거야.

유진 (갑자기 맞장구) 그렇지? 그런거지?

엄마 (엥? 의아하게 보고)

유진 (수습...) 아니... 아빠가 정말 그랬을 것 같애서.....

엄마 (다시 실을 꿰며 무심한 척) ......유진이 너, 좋아하는 사람 생겼지?

유진 (오바) 아냐!! 아니야!

엄마 얘좀봐.....! 진짠가보네?

유진 (챙피해서) 몰라아!

쑥스러워하는 유진의 표정.

교실 (오전)

용국이 상혁과 영남, 진숙을 모아놓고 얘기하고 있다. 유진이 들어오자 반기는 아이들.

용국 유진아 드디어 날 잡았다.

유진 무슨 날?

상혁 토요일날 영남이네 산장에 놀러가기로 했어. 갈 수 있지?

용국 (신나서) 가자! 가자! 가자!

유진 (난처함..) ..어쩌지....? 안될 것 같은데....

일제히 야아!!!

유진 (궁색하게) 저기... 나 다른 약속이 있어서...

진숙 약속? 무슨 약속? (상혁을 보며) 얘 무슨 약속이야?

상혁 (자신도 궁금해서 유진을 보는데) 뭔데 유진아? 집에 무슨 일 있는거야?

유진 어? 어..

그냥 말꼬리를 흐리는 유진. 상혁, 유진을 의심스레 본다.

청소시간 (오후)

상혁과 용국이 봉걸레로 바닥을 밀고 있다.

용국 (탁 멈추고) 거 이상하단 말이야? 정유진 일을 김상혁이 모른다는게 말이 돼?

상혁 ........

용국 (상혁을 보며) 얌마 너 관리 똑바로 해. 소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그때 준상이 지나간다.

용국 (준상을 부르며) 야, 강준상! 너 우리 엠티 가는 얘기 들었냐?

준상 아니.

용국 이번 주 토요일에 가기로 했으니까 너도 같이 가자. 뭐 별로 준비할 건 없고.... 시간 맞춰 나오기만 해.

준상 .....못갈 것 같은데? 약속이 있거든.

준상, 말을 마치고 가버린다. 준상을 보는 상혁. 감잡았다는 표정의 용국.

용국 (상혁을 슥 돌아보며) 아까 정유진도 약속있다고 했잖아. 이상한데.... 혹시 둘이? (무릎을 탁 치며) 틀림없다. 이건 틀림없는 적신호다.

상혁 (대수롭지 않은 척) 헛소리 말고 청소나 해.

용국 (아랑곳않고 손가락 마디를 짚으며) 강준상..... 강준상..... 오늘 운세가.... (눈을 번쩍 뜨며) 동쪽으로 가면 귀인을 만난다.....!!! (상혁을 보며) 귀인이래! 귀인이 누구겠어? 정유진이 아니겠어? 너 오늘 강준상 뒤 좀 따라가봐. 틀림없다, 틀림없어!

상혁 (봉걸레를 용국에게 던지며) 미친놈.....

하더니 나가버린다. 용국, 봉걸레를 잡고 상혁의 뒷모습을 보며

용국 그러고보니 중원이 오래 조용했구만.... 으짤꼬.....?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치겠구나.... (천장을 본다)

복도 창가 (오후)

준상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고 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상혁, 망설이다가 가방을 들고 준상의 뒤를 쫓아가기 시작한다.

대학 정문 앞

준상이 대학 안으로 들어간다. 뒤 따라오던 상혁의 얼굴에 의구심이 생긴다. 얼른 뒤를 따라가는 상혁.

대학 건물 앞 (저녁)

준상이 김우진의 연구실이 있는 건물로 들어간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상혁.

김진우 연구실 앞 복도 (저녁)

화이트 보드 위에는 미분기하학 도표들과 숫자들이 어지럽게 써져 있다.

문제를 열심히 푸는 준상.

준상 (열심히 적으며) dxh, zy에 대해서는 dyk이니까.....

김진우 (열심히 끄덕이며 보다가 펜을 들고) 만일 f(x)가 이 구간에서 원시함수를 가지면.....

준상 아니죠. dx를 여기서 미분하면 편미분이 되니까...

열심히 문제를 푸는 두 사람. 조금 열린 문 틈에 숨어서 두 사람의 모습을 멍하게 지켜보는 상혁.

김진우(소리) (하하 웃으며) 그렇지.... 그렇게 풀 수도 있겠구만.

김진우 웃고 준상도 조용히 미소짓는다.

김진우 (불쑥) 그러고보니 자네가 웃는 건 처음 보는구만. 웃는 모습이 보기 좋은데 앞으로는 종종 자주 웃게.

아버지와 다정하게 말하는 준상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상혁, 천천히 돌아나온다.

연구실 건물 앞 (저녁)

상혁이 터덜터덜 건물에서 걸어나온다. 멍하고 정신이 없는 듯한 표정.

넋나간 사람처럼 걷는 상혁의 귓가에 아버지와 준상의 웃음소리가 울린다.

연구실 쪽을 돌아본다. 여전히 불이 밝혀져 있다.

방송실 (늦은 오후)

늦은 오후, 어두운 방송실. 준상이 방송실에 들어선다.

테이블 위에 어질러놓은 판을 챙겨드는데-

상혁(소리) 오늘은 과외 수업이 없나보지?

준상, 흠칫 놀라 돌아보면 상혁이 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구석에 턱을 받친 채 앉아있다.

준상 (다시 판을 챙기며) ..... 무슨 말이지?

상혁 모르시겠다.... 그럼, 내가 본 건 뭘까?

준상 ......(상혁을 본다)

상혁 (몸을 일으키며) 어제...... 아버지 연구실에서 너 봤어. 어떻게 생각해?

준상, 예상치 않은 상혁의 말에 놀란다.

교실 (오후)

유진, 책을 챙기며 부산을 떤다. 진숙은 옆에서 거든다.

진숙 내가 챙겨줄테니까 빨리 올라가봐.

유진 (일어나며) 땡큐! 갔다올게 .

방송실 앞 (오후)

유진이 웃으면서 방송실로 종종걸음치며 다가가는데 싸우는 듯한 상혁의 목소리가 들린다. 걸음을 딱 멈추는 유진. 열린 문틈으로 방송실 안을 보면 준상과 상혁이 마주보고 있다.

상혁 너 도대체 우리 아버지한테까지 찾아간 이유가 뭐야?

준상 (담담하게)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상혁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니가 그게 왜 알고 싶어? 너 이자식,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야! 이유가 뭐냐고!!!

준상 .....넌 가진 게 너무 많아.

상혁 ....뭐...?

준상 난 너처럼 모든 걸 다 갖고 있는 놈들을 보면 뺏고 싶어져. 그게 이유야.

상혁 ...그래서 유진이한테 접근했다 이거야?

준상 (노려본다)

상혁 (멱살을 쥐며) 나쁜 자식! 내가 싫으면 나한테 얘기할것이지 왜 유진이를 건드려? 유진이가 니 장난감이야?

준상 ... (상혁을 노려본다)

상혁 말해봐. (버럭) 유진이한테 접근한 것도 나 때문에 그런거지?

준상 .....

상혁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나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거지? 대답해봐.

나 때문에 그런거 맞잖아!

준상 (싸늘하게)...그래

상혁, "뭐야!!!"하면서 준상을 잡고 한 대 치려고 할 때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

얼굴이 파래진 유진이 서 있다. 상혁, 준상을 놔준다. 유진, 준상에게 다가간다.

유진 (떨리는 목소리로) 준상아.... 방금 한 말 정말이니?

준상 ..... (유진을 보고 당황한다.)

유진, 갑자기 손을 들어서 준상의 뺨을 철썩 때린다. 세 사람 사이의 낯선 정적.

유진 (감정을 추스리고 상혁에게) 상혁아, 오늘 방송은 못하겠다. 내가 진숙이한테 부탁할게. 괜찮지?

유진, 뒤돌아서 나간다. 걸음을 멈추고

유진 (아무렇지도 않게) .......참, 강준상! 이번 토요일에는 못 나갈 것 같애. 다른 약속이 있는걸 깜박 했어.

이를 악문 유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린다. 체념한 표정의 준상.

교실 (오후)

수업시간. 유진이 아무렇지도 않게 수업을 듣고 있다.

걱정스럽게 유진을 보는 상혁.

준상은 뭔가 할 말이 있는 표정으로 유진을 본다.

준상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려버리는 유진.

유진의 집 전경 (밤)

유진(소리) 다녀왔습니다....

유진의 집 거실 (밤)

짠! 예쁜 원피스 하나를 들고 서 있는 엄마.

엄마 (신나서) 유진아, 어때?

유진 (원피스를 본다)

엄마 데이트 할 때는 치마 입어야 예뻐. 이거 사간다는 사람 많았는데 엄마가 눈물을 머금고 안팔았다. 맘에 들어?

유진 (담담하게) 엄마, 내일 방송반 애들이랑 산에 가기로 했어. 바지 입고 가야 돼.

엄마 (의아하게) 데이트한다며?

유진 (명랑한 척) 그렇게 됐어.

유진 자기 방으로 가고 엄마는 원피스를 쥔 채 이상한 눈으로 유진을 쳐다본다.

유진의 방 (밤)

문을 쿵 닫는 유진. 책상에 가방을 내려놓는다.

옷장문을 열고 교복을 벗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툭 터진다.

소리죽여 흐느끼는 유진의 뒷모습.

기차역 (오전)

아이들이 모여 있다. 출발시간을 기다리며 서 있다.

용국 닭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아- 드디어 출발이구나! (느끼-) 진숙아, 좋지?

진숙 (배시시 웃으며) 응. 좋아. 근데 거기 가면 연못에서 확실히 썰매 탈 수 있는거지?

용국 그러엄!

상혁 기차 시간 다 된 것같은데....이제 슬슬 들어가 볼까?

영남 (못마땅) 김상혁, 강준상 아직 안왔다....?

상혁 (표정이 굳는다.)

진숙 강준상 온다는 말도 없었는데 뭐...

유진, 괜히 대합실 쪽을 기웃거린다. 그러다가 상혁과 시선이 마주친다.

유진, 황급히 시선을 거둔다. 괜히 기차 쪽으로 걸어가는 유진. 이때,

영남(소리) 어, 저기 준상이 온다?

유진의 얼굴빛이 순간 변한다. 체념했다가 뭔가 안도하는 빛.

유진, 준상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준상, 유진을 보면 유진은 준상의 시선을 피한다.

용국(소리) 잘 왔다 강준상. 딱 좋네! 남자셋에 여자셋,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실현되는 환상적인 숫자 아냐? 자, 그럼 이제...... 출발해볼까나!!

아이들은 플랫포옴 쪽으로 뛰어 들어간다.

상혁 (유진에게) 들어가자.

준상, 상혁과 유진이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본다. 따라 들어가는 준상.

산길 (오후)

어깨에 가방을 맨 아이들이 열심히 산길을 올라간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호수가 옆을 지나쳐가는 아이들의 모습

산장 전경 (노을지는 오후)

드디어, 산속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산장이 보인다. 와- 소리를 지르며 얼마 안남은 거리를 뛰어 올라가기 시작하는 아이들.

산장 안 (노을지는 오후)

아이들, 산장 안으로 들어선다. 영남과 진숙은 벽난로를 보자 마자 달려간다.

용국과 상혁은 벽에 세워진 낚시대를 구경하고 있다.

진숙 와아.... 나, 실제로 이런 거 첨본다. 여기다 고구마하고 감자 구어 먹어도 되겠지?

영남 (비웃으며) 니 수준이 그렇지...뭐. 나 같으면 촛불 켜고 와인 마시겠다.

(갑자기 다정하게) 야, 공진숙. 유진이 왜 갑자기 강준상한테 눈길도 안주는 거야? 무슨 일 있었지?

진숙 모ㅡ 몰라. 나도....

영남 내가 맞춰볼까? 유진이... 강준상한테 채인 거야. 그래서 강준상 미워하기로 맘 먹었겠지. 상처받은 여자의 마지막 발악이라고나 할까....?

진숙 .... 강준상한테 채인 건 너 아니었어?

영남 (노려본다) 채인 거 아냐. 강준상이 아직 날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거였지... 알지도 못하면서!!!

영남, 풍풍거리며 밖으로 나가고 진숙은 어이가 없는 듯 영남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산장 2층 거실 (노을지는 오후)

유진이 창가에 서서 주변 풍광을 바라보고 있다. 내려가려고 하는데 준상과 부딪힌다.

준상 유진에게 뭔가 말하려고 멈춰서지만 유진, 준상을 외면하고 계단을 내려간다.

준상, 각오하고 있었지만 괴롭다.

거실 파티 몽타주 (밤)

-기름을 붇자 화르르 불이 올라오는 장작불.

-진숙이 커다란 접시에 뭔가 먹을 것을 내온다. 좋아하는 아이들.

-무릎을 치면서 게임을 하는 모습. 007빵 같은 류의 것들.

-영남이 걸려 등을 두들겨 맞는다. 입이 한사발이나 튀어나오는 영남.

-방석 게임. 방석을 차지하려고 난리를 피우는 아이들. 우연히 유진의 옆에 준상이 앉게 된다.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유진. 그 사이에 방석을 차지하고 좋아하는 용국......

(시간경과)

벽난로에선 장작불이 피어오르고 있고 그 앞에는 아이들이 앉아 있다.

진숙 (노트를 꺼내들고 적으며) 음... 나부터 시작할게. (머리를 굴리며) 음.... 옛날에....... 영희와 철수가 사이좋게 살고 있었습니다.

상혁 (떠올리며)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였죠.

영남 영희, 철수? 이름들이 왜 이렇게 촌스러? 비슷한데 영남이라고 하면 안되니? (아이들, 우-) 알았어, 알았어. 어느날 영희앞에 (준상을 보며) 민수라는 근사한 남자가 나타나서 사랑을 고백합니다. (자기 머리카락을 말면서) 영희는 워낙 미인이니까 당연한 결과였지요.

용국 (놀리듯) 영희가 조금씩 재수없어지려고 하는데... 음.... 아무래도 남녀상열지사가 재밌겠지? 그날밤 영희는 민수와 여관에 갔습니다.

진숙 (화들짝) 용국아.....!

용국 사랑을 고백했다며? 그럼 이부자리 피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 (아이들 못말린다는 표정) 알았어. 그럼.... "영희는 철수와 민수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삼각관계 좋잖아?

진숙(소리) (아무것도 모른 채 맞장구) 히- 좋아좋아!

상혁은 유진과 준상을 훑어본다. 두 사람 모두 얼굴이 어둡다.

(시간경과)

상혁 철수는 영희가 무슨 짓을 하건 절대 화내지 않았습니다. 영희를 누구보다도 진심으로 좋아하기 때문이죠.

영남 하지만 민수는 다른 여자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거에요. 민수는 영희를 차버리죠.

유진은 자신의 순서도 모르고 멍하니 앉아 있다.

진숙 유진아, 니 차례야.

유진 어....... (한참후) 영희는........ 민수가 했던 말들이 다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준상, 유진을 본다. 유진은 준상과 눈이 마주치자 얼른 시선을 피한다.

이야기짓기는 계속 된다.

용국 민수가 거짓말을 잘하는 건 타고난 바람둥이였기 때문입니다. (하고 끼들댄다)

진숙 (용국을 때리며) 너, 자꾸 장난치면 나 화낼 거다....

유진은 자기 차례가 지난 후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나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준상.

진숙 그럼 정식으로 할게. (목소리 가다듬고) 그러던 어느날.... 민수가 고향을 떠나기 전날 영희를 찾아갑니다. .....(준상을 보며) 강준상, 니가 마지막이야...

준상 (흐려진 눈빛) .....민수가 영희에게 마지막으로 말했습니다...... (중얼거리듯) 미안해.

산장 밖 (밤)

유진이 산장에서 한참 떨어진 곳을 걷고 있다. 뒤에서 준상이 나타난다.

준상 유진아!

유진 (멈칫 한다)

준상 .......그때 한 말.... 오해야.

유진 ......(돌아본다) 오해? 뭐가 오핸데?

준상 ....

유진 .....상혁이 때문에 날 이용했다는게 오해라는 거니?

준상 .......

유진 (웃으며) 거봐. 너 아무말 못하잖아. 난 그것도 모르고 니가 만나자고 해서 좋아했으니.... 너, 참 재밌었겠다.

준상 ....그건 진심이었어.

유진 진심? 넌 그게 무슨 뜻인지나 알아?

준상 유진아!!

유진 진심이란말 함부로 쓰지마. 난 니말 안 믿어.

준상 (절박하게) 믿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내 말도 들어봐야 되는거 아냐?

유진 이번에는 또 무슨 말을 하려구? 내가 모르는게 또 있나보지? (비아냥거리듯) 하... 넌 참 비밀도 많구나. 그래 좋아. 얘기해봐 내가 아직도 모르는게 도대체 뭐야?

준상 정유진, 너 정말 이렇게 밖에 말못해? ......왜 남의말은 듣지도 안고 니 맘대로 생각해?

유진 니 거짓말에 더 이상 속기 싫어서야! 난 바보되기 싫으니까.

준상 (벌컥)그래, 너한테 한 말, 너한테 한 약속, 다 거짓말이야. 난 원래 진심이란 건 하나도 없는 놈이야. 이럼 됐어?

유진, 상처받은 표정으로 준상을 노려보다가 돌아서 간다.

말한 걸 후회하는 준상, 쫓아가려다 만다.

산 속 (밤)

유진, 앞도 보지 않고 마구 달린다. 혼란스러운 느낌.

그러다가 숨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산장 앞 (밤)

준상이 괴로워한다.

거실 (밤)

아이들, 거실로 하나 둘 모인다.

용국 (문을 열고 들어오며) 뒤쪽에는 없는데?

진숙 2층에도 없어.

영남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상혁 (갑자기 둘러보며) ...준상이는...? 준상이는 어디 갔지? (불안하게) 강준상도 없어진거야? (옷을 집어들며) 내가 찾아볼게.

용국 나도 가자.

상혁 아냐. 너흰 여기 있어. 혹시 길이 엇갈릴 지도 모르잖아.

그때 준상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일제히 쳐다보는 아이들.

용국 준상아, 유진이 못봤니?

준상 .......왜?

진숙 (울상) 유진이가 없어졌어.

준상,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멍해진 준상.

산속 (밤)

유진, 마음의 평정을 찾은 듯 뒤돌아선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히는 유진. 산장은 보이지 않는다. 유진, 추위와 두려움에 몸을 움추리고는 주위를 살피며 걷기 시작한다.

유진 (작은 목소리로) 상혁아...! 진숙아....! 용국아....!

겁에 질린 유진의 목소리

상혁과 유진의 찾는 교차 (밤)

- 상혁이 유진을 부르며 호수가를 살펴보고 있다.

- 유진이 둘러보며 "얘들아.... 살려주세요"를 가느다랗게 외치고 있다.

- 상혁이 창고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유진이의 이름을 부른다.

- 유진이 큰 소리로 "살려주세요"하면서 걷는다. 어디선가 무슨 소리가 들리자 화들짝 놀라며 아무 데로나 뛰어 내려가는 유진.

- 상혁은 계속 유진의 이름을 부른다.

산 속 (밤)

유진, 겁에 질린 눈으로 돌아보면 이 곳도 모르는 곳이다.

유진, 눈물을 애써 참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두려움과 공포로 어쩔 줄 모르는 유진의 눈.

그때 유진에게 비춰지는 손전등 불빛. 누군지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눈부심이 가시면 손전등을 든 준상의 모습이 보인다. 준상은 땀에 젖은 머리칼에 계속 뛰어왔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유진, 준상에게 달려가 꼭 끌어안고 엉엉 울기 시작한다.

준상 (유진을 꼭 안으며 지친 목소리) 다행이다.... 못찾는 줄 알았어.

다른 산 길 (밤)

손전등 하나로 아슬아슬하게 길을 내려가는 유진과 준상.

그런데 유진이 갑자기 돌에서 미끄러진다. 얼른 잡아주는 준상.

준상 (걱정스럽게) 괜찮아?

유진 .....괜찮아...

유진, 어색한 듯 얼른 손을 빼낸다.

준상 여기서 잠깐 쉬었다가자.

조금 떨어져 앉은 유진과 준상. 유진, 추운 듯 몸을 움츠린다. 준상, 말없이 겉옷을 벗어 유진에게 덮어준다. 움찔하던 유진, 준상이 덮어준대로 가만히 있는다.

어색한 두 사람 사이로 겨울바람이 스치고 지나간다.

준상 .......유진아.......

유진 .......

준상 여기 와야되나 말아야되나.... 고민 많이 했었어. 너무 늦어지면 더 얘기 못할 것 같아서.....

유진 (준상을 본다)

준상 니가 나 미워한대도 할 말은 없지만, 나...너한테 진심이었어. 이 말 꼭 하고 싶었어.

유진 ....

산장앞

아이들이 모두 밖에 나와 있다. 이때 저 멀리서 상혁이 다가온다.

영남 찾았어?

상혁 (놀라서) 아직 안왔단 말야?

진숙 (울상이 되서) 그래. 날도 추운데 어떻게 된 거야.....?

상혁 나, 다른 델 찾아볼께...

용국 (어깨를 잡으며) 상혁아. 가만 있어봐.

상혁 어떻게 가만있어?

용국 준상이가 찾았을지도 모르잖아. 응? 좀 기다려보고 그래도 안나타나면 같이 가자구.

진숙과 영남도 옆에서 용국을 거들고.... 상혁의 얼굴은 점점 더 불안해진다.

가파른곳

유진 ..... 준상아.

준상 응?

유진 나, 너.... 안미워해.

준상 .......알아.

준상, 그러더니 가파른 턱을 폴쩍 뛰어서 내려간다. 준상, 유진에게 손을 내민다.

유진, 준상의 손을 잡는다. 수줍은 듯 미소를 짓는 유진과 준상, 손을 꼭 잡고 내려간다.

산속의 평평한 구릉지 (밤)

갈대숲 같은게 있는 평평한 구릉지를 걷는 유진과 준상. 유진, 불안한 듯 두리번거린다.

유진 (서먹).....어딘지 알고 가는 거야?

준상 불안하니?

유진 (끄덕)

준상 (가리키며) 저기 더블유 모양으로 된 별..... 보이지?

유진 카시오페이아?

준상 그래. 그 별 옆에 폴라리스 보여?

유진 폴라리스?

준상 북극성 말야. 북두칠성하고 카시오페이아 사이에 있는 큰별.... 보이지?

유진 ..... 어, 보인다.

준상 앞으로 산 속에서 길을 잃으면 제일 먼저 폴라리스를 찾아봐. 그 다음엔 (시범을 보이며) 양 팔을 벌려서 나침반으로 삼는 거지. 아까 산장이 카시오페이아 쪽에 있었거든? 근데 지금은....

유진 북두칠성이 잘 보이네......

준상 그래. 그러니까 저 아래로 내려가면 산장이 있을거야.

유진 근데 별자리는 계절마다 바뀌는 거 아니니?

준상 아니. 이건 자리를 옮기지 않아. 그러니까 어디에 있어도 쉽게 찾을 수 있어. (유진을 보며) 길을 잃었을 땐.... 폴라리스를 찾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테니까.

유진 (준상을 본다)

준상 가자.

준상, 유진 앞에 앞장서서 내려가기 시작한다. 유진, 준상의 뒷모습을 보며 따라간다.

산장 앞 (밤)

상혁이와 아이들이 초조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다.

상혁 아무래도 안되겠다. 신고를 하든지 해야겠어. (하는데)

진숙(소리) 어, 저기 온다.

상혁, 고개를 돌려서 보면 유진이 준상과 함께 내려온다.

유진과 준상은 손을 잡고 있다. 아이들, 모두 놀란 눈으로 두 사람을 보고 유진과 준상은 손을 놓는다. 영남은 눈이 동그래져서 안으로 휙 들어간다. 상혁의 얼굴이 싸늘해진다.

진숙 유진아!!! 너 너무 하는 거 아냐? 다들 얼마나 놀랬는데....

유진 미안해. 정말...

용국 상혁이가 제일 걱정 많이 했어. 그러면 안되지....

유진, 상혁을 본다. 상혁, 여전히 딱딱한 얼굴이다.

유진 상혁아, 미안해.

상혁 (애써 덤덤한척) 괜찮아.... 무사히 돌아왔으니까 다행이다.....

하더니 상혁은 씁쓸한 얼굴로 준상과 유진을 보더니 안으로 성큼 들어가버린다.

산장 전경 (새벽)

새벽 안개가 낀 산장의 모습.

산장 안 창가 (새벽)

먼저 일어나 커피를 마시던 상혁이 문득 창밖을 보면 유진이 혼자 어딘가로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미소를 짓는 상혁, 커피를 내려놓고 겉옷을 챙겨 따라 나간다.

호수가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호수가. 유진이 혼자서 산책하듯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애써 급하게 따라잡지 않고 조용히 뒤를 쫓던 상혁, 아는체를 하려고 하는 순간

유진(소리) 일찍 일어났네?

나한테 말한건가? 놀라서 상혁이 쳐다보면 뿌연 안개 속에 준상이 서 있다.

조금 떨어져서 마주보고 웃는 유진과 준상의 모습.

상혁, 뒷걸음질치고 만다. 가다가 돌아보면 안개에 묻힌 두 사람의 모습이 희미하다.

기차역 (오후)

아이들이 역 앞에 모여 있다.

용국 그냥 가기 서운한데 밥이라도 먹고 헤어질까?

영남 권용국, 니가 사는 거지?

진숙 (말도 안된다는 듯) 아니지... 각자 내는 거지....

상혁 .... 난 먼저 갈게. (유진, 상혁을 본다)

용국 왜? 같이 먹고 가자.

상혁 (냉랭하게) 아냐. 가야겠어. 먼저 간다.

상혁, 휙 돌아서 가버린다. 얼굴을 마주보는 아이들. 왜 그러지?

준상, 유진의 얼굴을 내려다본다. 걱정되는 표정의 유진.

유진 나도 갈께. 조심해서들 들어가. (준상과 눈인사한다)

웃어주는 준상. 유진, 상혁을 향해 뛰어간다. "상혁아!"

거리 (오후)

상혁이 유진의 앞에서 걷고 있다. 유진은 상혁을 쫓아가고 있다.

유진 상혁아, 같이 가자!

상혁 (빨리 걷는다.)

유진 천천히 좀 가.

상혁 (더 빨리 걷는다.)

유진 (멈춰 선다) 김상혁!

상혁 (멈춰 선다)

유진 (앞에 서며) 왜 이러는 건데... 응? 너 이런 적 한번도 없었잖아.

상혁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유진 .... (생각하는 표정)

상혁 정말 모르겠단 말이야?

유진 (감을 잡은 표정) 준상이 때문이구나.

상혁 .....

유진 상혁아, 그건 말이지,

상혁 (말을 막고) 강준상이 널 이용한 것 잊었어?

유진 ("아니야"라고 하려는데 상혁은 계속 말한다)

상혁 (비아냥대듯) 너한테 그건 오해라고 하든? 미안하다는 말도 했겠지? 너, 또 순진하게 강준상이 하는 말 믿었지?

유진 (답답하다) 상혁아. 그게 아니야....

상혁 오늘 아침에도 같이 있는 거 봤어. (안타까운 듯) 유진아, 너 왜 바보같이 걔 말을 믿는 거야. 강준상 같은 애는 누굴 진심으로 좋아할 애가 아니야.

유진 (단호하게) 내가 좋아해.......... (간절하게) 상혁아, 내가 준상이 좋아한다구.

상혁, 충격받은 듯 멍한 눈으로 유진을 보다가 가버린다. 유진, 상혁을 잡지 못한다.

상혁의 집 현관 (오후)

소파에는 김진우가 앉아서 신문을 보고 있고 지영은 현관에 서있다.

잠시후 문이 열리면서 상혁이 들어온다.

지영 어서 와. 생각보다 일찍 왔네....?

상혁 ..... (진우에게) 다녀 왔습니다.

진우 (신문을 접고) 그래.

지영 재밌었니? 뭐하고 놀았어? 너 기다리느라고 엄마아빠가,

상혁 (말을 자르며) 죄송해요. 피곤해서.... 올라가 볼께요.

하고는 상혁은 2층으로 올라가버린다. 지영, 황당한 듯 상혁의 뒷모습을 본다.

지영 (뒷모습을 향해) 상혁아, 상혁아!!! (상혁, 방으로 들어간다) 여보.... 좀 이상하지 않아요?

진우 ...글쎄....

지영 (올라갈 태세) 아무래도 내가 가봐야겠어요.

진우 여보. 가만 둬요.

지영 아니 그래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진우 그냥 혼자 있게 놔둬요. 말할 만하면 나중에 말하겠지.... 안그래요?

지영, 그래도 뭔가가 석연치 않다. 진우와 이층을 번갈아보며 걱정스러워하는 표정.

상혁의 방 (밤)

유진과 상혁이 함께 찍은 사진액자가 보인다.

상혁이 사진을 보고 있다. 상혁의 눈은 붉어져 있다.

상혁, 사진을 보다가 휙 엎어버린다. 가까스로 눈물을 참는 상혁.

상혁의 집 앞 (밤)

상혁의 집 대문 앞에 서 있는 유진. 벨을 누르지도 못하고 멍하게 서 있기만 한다.

유진, 돌아서서 나오다가 불이 켜진 상혁의 창을 본다. 걱정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학교 외경 (오전)

소각장 (오후)

준상이 폐지뭉치들을 태우고 있는데 유진이 다가온다.

마주보고 말없이 웃는다. 묵묵히 태우기만 하는 두 사람. 재들이 하늘위로 올라간다.

유진 (쓰레기를 태우며) 태워도 태워도 끝이 없네.... 정말.

준상 그렇지....?

유진 준상아... 왜 첫눈이 이렇게 안오지? 올 때 됐잖아.

준상 언젠가 오겠지, 뭐.

유진 (생각난 듯) 나.... 작년에 첫눈 왔을 땐 상혁이랑 떡복기 만들어 먹었다. 근데 너무 매워서 다 못먹었어. 상혁이가 고추장을 너무 많이 넣었거든.

하다가 말을 멈춘다. 준상도 하던 일을 멈추고 유진을 바라본다.

유진, 눈시울이 붉어진다. 준상의 시선을 웃으며 피하는 유진.

준상 유진아, 내가 눈 오게 해줄까?

하더니 준상, 갑자기 낙엽이 잔뜩 들어있는 자루를 들고 소각장 위로 올라간다.

준상, 낙엽뭉치를 털어낸다. 낙엽들이 우수수 허공으로 날린다.

준상 (큰소리로) 어때....? 눈 오는 것 같지?

유진 (웃으며) 응.

준상 (하늘로 낙엽을 뿌리며) 유진아! 첫눈 오면 뭐할 거야?

유진 응?

준상 첫눈 오면 뭐할거냐구?

유진 (준상을 올려다본다) 넌 뭐할건데?

준상 난 울보 친구랑 호수가에서 만날거다! 넌 약속 없냐?

유진, 웃으며 준상을 올려다본다. 계속해서 낙엽을 뿌려대는 준상. 유진의 주위로 낙엽들이 눈처럼 흩어져내린다.

우체국 (오후)

작은 우체국. 포장한 작은 물건 하나를 여직원에게 내미는 준상의 손.

여직원이 도장을 쿵쿵 박는 모습을 본다.

여직원 연말이라 조금 늦어질 수도 있어요.

준상 (웃으며) 괜찮아요.

우체국 앞 (오후)

준상이 우체국 문을 열고 나온다.

혼자 괜히 미소를 지으며 웃는데 갑자기 얼굴 앞으로 눈송이 하나가 뚝 떨어진다.

깜짝 놀라 하늘을 쳐다보는데 하늘에서 첫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한다.

준상의 얼굴이 함박눈처럼 활짝 펴진다.

유진의 집 (같은 시간)

유진이 책상 앞에 앉아있는데 희진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희진 (흥분해서) 언니! 눈온다!!

유진 진짜?

유진, 얼른 커텐을 젖히면 눈내리는 광경이 보인다. 유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호수가 전경 (저녁무렵)

유진과 준상이 갔던 호수가. 한적한 호수가에 눈이 내리고 가로등에 불이 하나둘씩 들어온다. 아무도 없는 호수가를 따라 걷고 있는 유진. 문득 고개를 들면 앞에 준상이 미소를 지으며 서 있다. 유진, 놀란다.

유진 (시치미떼고) 여긴 왠일이야?

준상 ....약속 있어서.

유진 어... 그래?

준상 너는?

유진 나도 약속 있어. 저번에 말했잖아.

준상 (둘러보며) 아직 안왔나보지?

유진 (새침) 곧 올거야.

두 사람, 앞을 보면서 괜히 신경전을 벌인다.

새침한 유진을 보는 준상, 빙긋이 웃으면서간다..

유진이 뒷 쫒아가다가 준상의 그림자를 밟는다

준상 뭐..뭐하는거야?

유진 그림자 밟기 (씩 웃으며) 밟힌 사람이 소원 들어주는 거야.

준상 소원이 뭔대?

유진 약속한 사람대신 나랑 같이 노는거 어때?

준상 그러지 뭐.

약속한 상대가 서로라는 것을 아는 웃음.

호수가의 다른 곳 (밤)

두 사람이 눈을 굴려서 거의 다 만들고 있다. 두 개의 눈사람을 만드는 두 사람.

준상과 유진이 눈덩이를 들어서 각각 얹는다. 두 개의 눈사람이 완성된다.

유진 (좋아하며) 다 됐다....

유진, 나무 조각을 집어서 눈사람에게 눈코입을 만들어준다. 크고 동그란 입을 붙이는 유진.

준상 무슨 입이 이래?

유진 얘가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래.

준상 무슨 말?

유진 (준상을 보고 웃으며) .....나중에 얘기해줄게.

유진 웃는데 준상이 서로 마주보고 입을 맞추는 형상으로 붙인다.

유진 뭐야? 뽀뽀하네?

준상 (자기 눈사람의 머리를 만져주며) 넌 좋겠다....

유진, 눈사람을 바라보는 준상을 가만히 바라본다. 준상의 얼굴은 흐뭇한 표정이다.

유진, 갑자기 준상의 볼에 입술을 댓다가 얼른 뗀다. 준상, 깜짝 놀란다.

준상 반칙인데....? 자, 다시 해봐.

유진 (모른척) 뭘.....?

준상 (웃으며 자신의 볼을 톡톡 손가락으로 친다)

유진 싫어.

준상 하나, 둘, 셋하면 볼에다 해주는 거다. ......하나, 두울, 셋!!!

하면 유진이 준상의 볼에 입맞춘다. 이때 갑자기 얼굴을 돌려서 유진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대는 준상. 유진, 놀라서 눈을 크게 든다. 두 사람의 첫 키스.

데이트 몽타주 (밤)

-얼음 위에서 미끄럼을 타며 공원을 빠져나오는 두 사람

-시내. 뭔가 신나게 이야기하며 사람들 사이를 걷는 두 사람. 유진이 준상의 목도리로 목을 조르는 장난을 치기도 하고

-붕어빵을 사먹는 두 사람.

-레코드 샵 앞에 멈춰 서 음악을 듣기도 하고.....

시내 광장 (밤)

반짝거리는 전구가 가득 매달린 나무 앞을 걸어가는 두 사람.

번화가 광장이지만 지나는 사람이 별로 없어 한적하다.

유진 (전구들을 보며) 31일날 여기서 불꽃놀이한데. 예쁘겠지? (그러다가 불쑥)

넌 뭘 좋아해?

준상 ?

유진 뭘 좋아 하냐구? 무슨 색을 좋아해? 어떤 계절을 좋아해? 뭘 제일 잘 먹 어?

준상 그건 왜?

유진 내가 기억해 주려구. 너 기억 안 해주면 삐지잖아.

준상 뭐?(웃는다)

유진 (조그맣게)이제 너.... 내가 기억해 줄께(손 잡아준다)

준상 (가만히 뭉클해서 그러다가) 어디보자.... 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푸른 색이다 넌?

유진 난 단연코 화이트! 흰색! 계절은?

준상 가을....

유진 겨울!

준상 좋아하는 음식은 음..... 아무거나 잘 먹는데.

유진 난 울엄마가 끊여준 김치찌개!

준상 (웃는다) 맛있겠다

유진 (좀 미안해진다)에이 왜 이렇게 다르니, 우린?

준상 내가 바꿀까? (정말로 나중에 민형인 유진이가 좋아하는 걸로)

유진 (웃다가) 좋아하는 동물?

준상 ......사람

유진 에? 어떤사람?

준상 (씩 웃으며) 12월 31일 여기 나오면 얘기해주지

유진 (준상을 본다) 좋아. 나도 그날 얘기해줄게.

준상 ....뭘

유진 ....좋아하는 동물!

웃는 두 사람. 준상, 유진이 끼고 있는 벙어리 장갑 한 짝을 벗기고는 손을 끌어당겨 자신의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조그만 벙어리 장갑을 자신의 왼손에 꾸역꾸역 끼워넣는다. 각자 한 쪽씩 장갑을 끼고 푸하하 웃는 두 사람.

유진의 집 앞 (밤)

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는 두 사람.

유진 다 왔다. .....가야지?

준상 ... 참, 장갑!

유진 (나머지 한짝도 끼워주며) 손시려워. 이것도 끼고 가. 31일날 돌려주면 되잖아.

유진의 벙어리 장갑을 양손에 낀 준상의 손이 우습다.

멋적게 웃는 두 사람. 헤어지기가 싫다. 망설이다가...

동시에 있잖아!/저기! (둘다 멋적게 웃는다.)

유진 먼저 말해.

준상 (할 말이 없다) 그냥.... 저기.....12월 31일에.... 꼭 나오라고.....넌?

유진 ......저녁먹고 가라구.

얼굴이 환해지는 준상과 유진.

유진네 집 거실 (밤)

인형을 옆구리에 낀 희진이 입을 벌린 채 준상을 올려다보고 있다.

유진 희진아 오빠한테 인사해야지.

희진이 갑자기 준상의 다리에 찰싹 달라붙는다.

유진 (놀라며) 어머, 얘가 왜 이래? 희진아, 뭐하는 거야?

희진 (꽉 부여잡고) 언니, 나 이 오빠랑 결혼할래.

유진 (기가 차) 뭐어?

희진 이 오빠 멋진 것 같애. 나 이 오빠랑 결혼할거야.

유진/준상 (푸하하 웃는다.)

유진 (사뭇 진지하게) 희진아, 근데 멋진 오빠가 너무 배고프다고 하거든? 결혼하기 전에 밥부터 해주면 안될까?

희진 (눈 반짝) 밥? 알았어. 오빠, 금방 차려드릴게요. (부엌으로 달려간다.)

준상 (귀엽다는 듯 웃고)

유진 (준상에게) 조금만 기다려. 맛있는 거 해줄게.

유진, 부엌으로 들어간다. 준상은 유진의 집을 둘러본다.

단촐한 살림살이지만 따뜻한 가족의 냄새가 나는 집. 준상의 얼굴에 푸근한 미소가 감돈다.

그때 희진이 앨범을 들고 준상에게 쪼르르 달려온다.

희진 (자랑스럽게 앨범을 내밀며) 오빠 오빠, 우리언니 어렸을 때 얼마나 못생겼는지 알아요?

앨범을 보는 준상과 희진. 갓난아이인 유진, 손수건을 달고 학교에 들어가는 모습.... 엄마 품에 안겨 있는 유진 등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유진과 가족들의 사진이 보여진다.

희진 (심각하게) 진짜 못생겼죠?

준상 (웃으며) 글쎄 말야.

부엌 (밤)

요리를 하고 있는 유진, 거실을 돌아보며 소리 친다.

유진 지금 뭐하는 거야? 내 흉보는 거 아니지?

거실 (밤)

희진(소리) 저는요 우리 언니처럼 편식도 안하구요, 우유도 잘 마시거든요? 근데 언니는 맨날 늦잠자서 지각한다고 엄마한테 혼나구요....

유진, 부엌에서 튀어나와 희진의 입을 틀어막는다.

유진 (겸연쩍어서) 얘가 오늘따라 왜 이러지...?

그런데 미소를 지으며 앨범을 넘기던 준상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는다.

강미희, 김진우 그리고 정현수가 함께 찍은 사진. 자신의 불탄 사진과 똑같은 사진이다.

준상 (굳어서) 이 사진..... 뭐니?

유진 (준상의 어깨너머 앨범을 보고) 아.. 그거? 우리 아빠 사진이야. 상혁이아빠는 저번에 잠깐 봤으니까 알테고.... 다들 고등학교 동창이래.

준상 (한 대 맞은 표정)

유진 희진이 넌 고만 떠들고 이리 와서 언니나 좀 도와줘.

유진은 희진을 끌고 부엌으로 다시 간다. 사진을 내려다보는 준상의 멍한 표정.

떨리는 손으로 불에 탄 사진을 꺼내 대보는 준상. 틀림없이 같은 사진이다.

유진(소리) 아빠 옆에 있는 아줌마 이쁘지? 엄마 말로는 그냥 친한 동창이었다고 하는데.... 팔짱도 끼고 찍은 걸 보면 좀 수상하지 않니? 꼭 애인같지?

준상, 아득해진다. 사진 속 환하게 웃고 있는 세 사람. 김진우, 강미희, 그리고 정현수.

부엌 (밤)

간을 살짝 본 유진, 렌지의 불을 끄고 상을 차린다.

유진 다 됐다..... 희진아 가서 준상이 오빠 오라고 해.

희진, 마늘까던 걸 내려놓고 일어선다. 잠시후-

희진 (다시 들어오며) 언니, 오빠 없다.

유진 응?

유진, 거실로 나가본다. 앨범만 남아있고 준상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의아하게 보는 유진.

골목길 (밤)

준상이 거리를 달려간다. 준상의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들.

-유진의 집 유진 "다들 고등학교 동창이래"

-호수가 유진 "아버지가 있다는 건 좋은거야. 살아있다면.."

-경찰서 유진 "아버지 없어요.'

-도서관에서 보던 강미희의 졸업앨범. 강미희와 김진우의 사진 근처에 있던 정현수의 얼굴.

-그리고 다시 세 사람의 사진

준상, 더 빨리 달린다.

대학 건물 앞 (밤)

건물 앞에 선 준상. 김진우의 연구실에 불이 밝혀져 있다. 똑똑- 노크소리

김진우의 연구실 (밤)

책상에 앉아 뭔가를 쓰고 있던 김진우.

김진우 네에. (문이 열리면) 아니, 자네가 이 시간에 왠일인가?

준상이 강의실에 들어선다. 준상의 긴장한 얼굴이 보인다.

시간경과.

김진우와 준상의 앞에 커피가 놓여져 있다. 김진우는 차를 마시고 있다.

준상 (급한 심정을 억누르고) .....교수님. 피아니스트 강미희씨랑 친하셨다면서요?

김진우 (놀라며) 강미희....? 자네가 그걸 어떻게....?

준상 유진이 집에서 세 분이 함께 찍은 사진을 봤습니다.

김진우 ... (혼잣말처럼) 그 사진이 아직도 남아 있었구만.

준상 세 분이 아주 친하셨나 보죠?

김진우 아아... 그랬지.... 유진이 아빠하고는 제일 가까운 친구였지.

준상 강미희씨는요?

김진우 ......

준상 유진이가 장난처럼 말하긴 했지만요.... 강미희씨랑 유진이 아버님이랑 가까운 사이였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김진우 (날카롭게) 그걸 자네가 왜 궁금해하지?

준상 제가 강미희씨 연주를 너무 좋아해서요....

김진우 (미소 지으며 안심하듯) 아....그래?

준상 ....정말 유진이 아버지하고 강미희씨가 좋아한 사이인가요?

김진우 .... (허허 웃더니) 유진이 친군데 이런 얘기 해도 될까.... (한 템포 쉬고) 좋아하긴 좋아했지. 현수가 결혼하자 마자 미희가 여기를 떠났으니까.

준상,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준상의 손이 가늘게 떨린다. 김진우는 눈치채지 못한다.

준상 (가까스로 담담하게) 그럼... 교수님은요....? 교수님은 강미희씨하고 아무 사이도 아니었습니까?

김진우 (착잡함을 감추며) 난. 미흴 짝사랑했지.... 미흰 현수를 좋아했고.... 다, 옛날 얘기라네....

김진우 연구실 복도 (밤)

준상이 아무도 없는 긴 복도를 걸어간다. 걷다가 걸음을 멈추는 준상. 멍한 준상의 얼굴.

준상의 집 (새벽)

새벽 동이 터오고 있다.

어슴푸레한 새벽 빛 속에 소파 깊숙이 몸을 묻고 있던 준상이 결심한 듯 몸을 일으킨다.

전화기를 들고 차분하게 번호를 누른다.

준상 ......어머니 저에요. .... 미국 갈게요.... 지금 당장요.

전화를 끊은 준상, 거실 창가에 선다. 마네킹처럼 무표정한 준상의 얼굴.

유진의 집 (오후)

12월 31일에 동그라미가 쳐진 탁상 달력.

유진의 손이 들어와 그 앞에 놓여있던 목도리를 집어든다.

거울을 보고 목도리를 이리 저리 매어보는 유진. 희진이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옆에서 보고 있다.

희진 언니, 왠지 수상해. 혹시 나 빼놓고 그 잘 생긴 오빠 만나러 가는거 아냐?

유진 (당황) 응? 어.... 아냐. (목도리를 매어보며) 근데 희진아, 이게 예뻐 아님... 이게 예뻐?

희진 (뚱-해서) 둘 다 안예뻐.

유진 (실망) 안예뻐?

희진, 방문을 열고 나갔다가 들어온다.

희진 (뭔가를 내밀며) 자! 내가 특별히 오늘 하루만 빌려주는거야.

유진 에? (보면 희진이가 해야 귀여울 토끼 귀마개다)

희진 (아쉬움을 참으며, 훌쩍) 멋진 오빠한테 잘 보여야해.

유진 (푸시시 웃는다.)

준상의 집 앞 (밤)

준상의 집 전경. 기사가 대문 앞에 선 승용차에 짐을 날라 싣고 있다.

준상의 방 (밤)

짐이 거의 빠진 방에 준상이 혼자 앉아있다. 망설이고 있는 표정.

그때 문이 열리면서 강미희가 들어온다.

미희 시간 다 됐는데.... 챙겼으면 가자.

준상 (심호흡) ......예.

준상, 미희의 뒤를 따라 나간다.

준상의 집 앞 (밤)

미희와 준상이 승용차에 올라탄다.

차를 타고 떠나는 준상의 표정이 어둡다. 움직이는 차안에서 슬쩍 뒤를 돌아본다.

거리 (밤)

인파로 북적이는 거리. 한껏 들뜬 연말 분위기.

유진이 일찍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 기대에 찬 표정.

준상의 차 (밤)

연말이라 차들이 거의 꼼짝도 하지 못할 정도로 심한 체증을 보이고 있다.

차를 타고 가는 준상. 마음이 편치 않다.

미희(소리) .....비행기 시간 얼마 안남았으니까 저녁은 그냥 기내식으로 먹자. 김기사,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겠어요?

김기사(소리) 글쎄요... 차가 너무 막혀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연말 풍경들. 준상, 입술을 깨문다.

거리 (밤)

손을 호호불며 준상을 기다리는 유진.

누군가 유진의 어깨를 두드린다. 유진, 준상이 온 줄 알고 반갑게 돌아보면 구세군이다.

실망한 기색을 감추고 돈을 내는 유진. "불우이웃을 도웁시다" 구세군은 종을 울리며 멀어져가고.... 유진, 조금 걱정이 되는 듯 시계를 본다.

준상의 차 (밤)

꽉 막힌 도로. 준상, 문득 코트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유진의 벙어리 장갑이 나온다.

눈빛이 흐려지는 준상. 망설이고 있다. 교통체증이 풀리고 서서히 차에 속력이 붙기 시작한다. 창 밖에 스쳐가는 글씨. "안녕히 가십시오 춘천" 준상, 장갑을 꽉 움켜쥐고,

준상 (갑자기) 차 좀 세워주세요!

미희 (놀라 보고)

준상 어머니, 저 잠깐만 어디 갔다올게요.

미희 (대수롭잖게) 얘가...? 안돼. 시간없어.

준상 약속이 있어요. 가서 한 마디만 하고 오면 돼요.

미희 (달래듯) 공항에 가서 전화하면 되잖아. 지금은 늦어서 안돼.

준상 잠깐이면 돼요! 잠깐이면 된다구요!!!

미희 (단호하게) 안돼! (기사에게) 차세우지 마세요.

애원하던 준상 안되겠는지 도어락을 풀고 차가 움직이는데 문을 열어버린다.

끼익- 놀라서 급정거를 하는 자동차. 준상이 자동차에서 뛰쳐나온다.

미희 (다급하게 따라나오며) 준상아! 준상아! 김기사 쟤 좀 잡아줘요. 빨리! 준상아!

준상, 돌아보지 않고 뛰어간다.

기사가 붙잡으러 뛰어오는데, 달려오는 차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 택시를 잡아탄다.

거리 (밤)

근처 건물의 옥외전광판이나 상점의 멀티비전에서 "아듀 1992"같은 글씨가 보인다.

유진, 준상이 혹시 못보고 지나칠까봐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피며 서 있다.

발을 동동거리는 유진. 걱정이 가득한 표정.

준상과 유진의 교차

- 택시를 타고 가는 준상. 차가 막힌다. 초조하게 보다가 차에서 내려 달리기 시작한다.

- 준상을 기다리는 유진. 근처에서 나오는 TV방송 소리. "다사다난했던 1992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 인도를 가득 채운 인파들. 준상이 사람들의 어깨를 밀고 가려하지만 사람들이 많아 잘 나아갈 수가 없다. 준상, 차도로 달리기 시작한다.

- TV에서 카운트 다운을 하기 시작한다. 10, 9, 8....

- 달려오는 차들 사이를 거슬러 질주하는 준상. 왠지 위태위태한 느낌. 멈춰서려다 준상 앞에서 급정거하고 빵빵거리는 자동차. 준상, 위태하게 본네트를 짚고 피해 달려간다.

- 멈춰선 유진을 가리며 오가는 사람들.

- 카운트다운교차. 6, 5, 4........

- 빨간불이 곧 점멸할 듯 깜빡거리는 횡단보도. 많은 사람들이 멈춰서 있다. 망설임없이 도로로 뛰어드는 준상. 이때 맞은편에서 회전하며 달려오는 트럭. 준상의 눈앞에서 하얀 섬광이 부서진다. 준상의 눈에 짧게 스쳐가는 유진의 모습들. 모든 소리가 멎고.... 충돌하는 자동차들. 준상의 몸이 공중에 붕 뜬다.

준상(소리) 유진아....

- 유진, 누가 자신을 부른 듯 갑자기 고개를 뒤로 돌린다. 그때 폭죽이 파박 터지면서 올드랭사인이 울려퍼진다. 유진, 하늘에서 터지는 불꽃들을 쳐다본다. 함박눈처럼 쏟아져내리는 색종이들. 그런데 갑자기 바라보던 유진의 눈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진다. 뭔가 허전하고 서늘한 느낌.

눈물이 고인 유진의 얼굴에서- white out. ( 2부 엔딩 )

거리 (밤)

아무도 없는 거리에 혼자 서있는 유진. 네온사인이며 전구의 불도 다꺼졌고 바닥에는 색종이들만 어지럽게 널려있다. 유진, 고개를 푹 숙인 채 돌아선다.

도로 (밤)

시내버스 맨 뒷자리에 앉은 유진. 창가에 고개를 댄 채 가고 있다.

반대편 창으로 스쳐가는 준상의 사고현장. 붉은 경광등 불빛...

그러나 유진은 보지 못한다.

학교 가는 길 (아침)

유진이 혼자 중얼거리면서 걸어가고 있다.

유진 (부드럽게) 준상아, 무슨 일있었어?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아냐 아냐 이건 아냐... 다시... 큼큼... (좀 세게) 강준상, 못오면 못온다고 말이라도 해줬어야지.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고개를 흔들고) 강준상 어제 많이 기다렸니? 집에 일이 많아서 못나갔어. (갸웃) 안 나갔어... 못 나갔어.... 이게 아닌데...?

후- 한숨을 쉬는 유진. 준상에게 할 말을 연습하며 학교로 간다.

교실 앞 복도 (아침)

교실 문 앞에 선 유진, 심호흡을 한다.

드르륵 문을 여는데- 아이들이 일제히 유진을 쳐다본다. 교실 분위기가 이상하다.

영남이를 비롯한 여자아이들이 책상에 엎드려 흐느껴 울고 있다.

유진 (당황하며) 무슨.... 일이야?

대답도 못하고 엉엉 우는 진숙과 영남.

유진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상혁, 용국 유진의 시선을 피한다.

진숙 (흐느끼며) 준....준상이가... 준상이가... 죽었데......!

유진 (웃으며) .... 무슨 소리야. 장난치지마...... (불안한..) 그럴 리가 없어.....

영남 (버럭) 진짜야....! 사고... 교통사고로... (꺽꺽 숨이 막혀버린다.)

유진, 털썩 가방을 떨어뜨린다.

복도 (오전)

유진, 정신없이 복도를 달려간다. 뒤쫓아오는 상혁, 유진을 붙잡는다.

상혁 유진아!

유진 (뿌리치며) 놔! 나 빨리 가야돼.

상혁 어딜 간다는거야...!!

유진 나... 할말있어. 준상이 만나서 할 말 있어. 준상이랑 나 만나기로 했단말야

상혁 유진아!

유진 싫어! 좋아한다는 말 해준다고 약속했는데.....기억해 준다고 약속 했는데....

나 기억 안 난단 말야. 준상이 얼굴.... 하나도 기억안나, 안나 상혁아, 어떻게.... 나 어떻하지? 약속했는데....(후두둑 눈물 떨어진다)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려버리는 상혁. 망연자실해진 유진, 털썩 자리에 주저앉는다.

학교 이곳저곳 (오후)

-텅빈 교실. 준상의 자리에 꽃이 놓여있다.

-텅빈 음악실. 피아노 혼자 있고

-복도..... 소각장..... 운동장....... 모든 공간이 텅비어있다.

-유진 혼자 옥상에서 바람을 맞으며 서 있다.

호수 전경 (오후)

호수가 (오후)

아이들이 호수가에 모여있다. 상혁, 영남, 용국, 진숙, 그리고 유진.

아이들끼리 치루는 준상의 장례식.

진숙 그래도... 장례식인데.... 뭐라도 태워야하지 않을까?

영남 (글썽) ....생각해보니 준상이가 남긴 물건은 하나도 없네...

용국, 가방을 뒤적뒤적 하더니 아무것도 씌여지지 않은 백지를 꺼낸다.

용국 이거라도 태우자.

종이에 불을 붙여 날리는 용국. 아이들 용국을 따라 종이에 불을 붙인다. 금방 재가 되어버리는 종이. 준상을 생각하는 아이들 하나하나의 표정.

용국 (호수를 향해 손나팔을 만들고) 강준상! 잘 가라! 잘 가..... (흐느낌이 묻어나는...)

재들이 날아다니고 아이들은 울먹이는데 유진은 호수만을 바라본다.

집에 오는 길 (밤)

상혁이 유진을 데려다 준다.

상혁 혼자 있어도 되겠어?

유진 (끄덕)

상혁 (가려다 말고) 유진아... 차라리 울어. 나는 니가 울었으면 좋겠어...

유진 (슬프게 웃는다.)

상혁 갈게.

유진의 집 (밤)

어둡고 텅빈 집. 힘빠진 유진이 들어온다. 불도 켜지 않은 채 한 동안 서 있는다.

욕실 (밤)

세수하며 숨을 가다듬는 유진. 마치 울음을 참듯 숨을 크게 들이쉰다.

유진의 방 (밤)

방에 들어온 유진, 책상에 놓인 소포 하나를 발견한다. 그런데 발신인란에 이름이 없다. 뜯어보는데 테잎이 하나 나온다. 카세트에 꽂으면-

방안을 가득 채우는 피아노 소리. 포레의 '꿈을 꾼 후에' 틀림없는 준상의 피아노 연주이다.

유진, 놀란다. 멍하게 서서 연주를 듣는 유진. 준상과 함께 했던 순간들이 스쳐간다.

첫만남.... 꽃담길.... 폴라리스.... 첫키스....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하는 유진, 아직은 울음을 참고 있는데 연주가 끝나고 갑자기 준상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준상(소리) 유진아..... 늦었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행복해......

유진, 터져나오는 울음을 더 이상 참지 못한다.

호수가 (오후)

호수가에 혼자 서있는 유진의 슬프고 창백한 얼굴에서.....

<2회 끝>

.겨울연가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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