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21
s#1. 윤원형 대문 앞 (밤) 난정, 윤원형을 보며 쌩끗 야릇한 미소를 짓는다. 윤원형 (당황하여)..나,난정아..네가 어인 일로 또 예까지 왔느냐? 난정 (미소) 또라니요? 이년이 못 올 데라도 왔사옵니까? 윤원형 ..아,아니..그런게 아니라..이 야심한 밤에.. 난정 이년, 동생한테 인사를 받으려 왔사옵니다. 윤원형 (의아하여) 동생?..동생이라니? 누구를 이름이냐?! 난정 이번에 나으리와 혼례를 치루신 이 댁 아씨 말씀이옵니다. 윤원형 (휘둥그레지며) 뭬야?..아씨? 난정 예, 지체로 보자면 저같은 천 것이 우러러 뵈어야할 지체 높은 양반댁 규수이시 오나, 나으리께서 아씨와 혼례를 치루시기 전에 이년을 먼저 안해로 맞아주시겠 다고 굳게 언약 하시지 않았사옵니까? 허니 이댁 아씨가 이년의 손아래뻘 동생 이 되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윤원형 (어이없어) 허! 얘, 난정아, 너 지금 제 정신이냐? 난정 제 정신이라니요? 이년의 정신은 반듯하옵니다. 윤원형 나,난정아! 난정 세상 이치가 그러하지 않사옵니까?! 이년의 생각이 잘못되었나요? 윤원형, 휙-교꾼들을 돌아다 보면 급히 머리를 조아리는 교꾼들. 윤원형 (임서방과 교꾼들을 살피며)..난정아, 여긴 아랫것들 눈이 있으니 우리 어디 조용한 곳으로 가자. 난정 (음식 목판을 보며) 하례 인사로 가져온 음식이 쉬겠사옵니다. 쉬기전에 동 생에게 전해주고 싶사옵니다. 윤원형 (목판을 빼앗아 들고)..임서방! 임서방 (계단위로 달려와 서며) 예, 나으리. 윤원형 (목판 건네며) 자네, 이 음식을 쉬기전에 별당에 올리게나. 알겠는가? 임서방 예. 윤원형 (난정을 보며) 이젠 됐느냐? (난정의 손을 잡아끌며) 가자! 난정 아니되옵니다. 제 손으로 전해야 되옵니다, 나으리. 윤원형, 난정을 세차게 끌고 계단을 허둥지둥 내려간다. 난정 아니되옵니다..제 손으로 전해야 되옵니다,나으리... 임서방 (그 뒷모습 보며)허허,이거 사단이 나도 큰 사단이 나겠는걸? s#2. 윤원형 별채 초당 방 안(밤) 김씨 옆에 몸종 탄실이가 앉아있다. 배천댁, 목판을 들고 들어와 김씨 앞에 놓는다. 김씨 (배천댁을 의아하게 본다) 배천댁, 이게 무엇인가? 배천댁 나으리께서 임서방을 시켜 아씨께 올리라는 음식이옵니다. 김씨 (영문몰라)..서방님께서?.. 배천댁 예, 아씨. 김씨 어느 댁에서 가져온 것이라 하던가? 배천댁 쇤네도 일러주는 말을 듣지 못했사옵니다. 김씨 (의아하여)..서방님은 사랑에 드셨는가? 배천댁 대문 앞까지 걸음을 하셨다가 다시 발걸음을 돌리셨다 하옵니다. 탄실이 ..?! 김씨 ..그래?..(뭔가 석연치 않은 눈길로 음식목판을 본다) s#3. 초가 외경(밤-윤원형이 마련해준-) 방에 불이 켜져 있다. 윤원형(E) 아,아니 난정아, 대체 그 무슨 소리냐?! s#4. 동 초가 방 안(밤) 난정과 윤원형이 앉아있다. 난정 무슨 소리라니요, 못 알아 들으시어 되물으시옵니까? (윤원형을 보며) 무릎 꿇고 약조하신대로 이년을 안해로 맞아달란 말씀이옵니다. 윤원형 허어, 참으로 답답하구나. 어찌 한꺼번에 정실부인을 두명씩이나 맞을수 있 단 말이냐? 난정 나으리께오서 이년의 머리를 올려주시지는 않았사오나, 이년의 마음은 이 미 나으리와 백년가약을 맺은 터이옵니다. 나으리께오서 이년을 안해로 맞 아 주시지 않겠다면 이년 보고 평생 생과부 노릇을 하며 살란 말씀이시옵니까? 윤원형 난정아, 내 너를 소실로 들이면 될게 아니냐? 난정 (휙-고개 꼬며) 첩살이는 싫사옵니다! 싫사옵니다! 윤원형 허면 어쩌란 말이냐? 이미 치룬 혼례를 무를수도 없고?! 난정 무를수 있으면 물러야지요. 어찌 대장부가 두말을 하시옵니까?! 윤원형 뭐, 뭐라? 난정 나으리, 이년 앞에서 무릎까지 꿇고 맹세 하시며 써주신 일편단심 넉자를 벌써 잊으셨사옵니까? 윤원형 ..잊다니?!..잊다니? 잊을 리가 있느냐?! (품에서 각서를 꺼내 방바닥에 펼 쳐 보이며)내 이렇게 품속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허나, 세상엔 법도가 있질 않느냐? 난정 법도,법도 그 법도란게 뭐 말라비틀어진 것이옵니까? 윤원형 나,난정아! 난정 법도 또한 사람이 만든 틀 아니옵니까? 윤원형 얘, 난정아! 난정 (방바닥에 펼쳐진 一片丹心 각서를 들어 윤원형 얼굴에 들이댄다).. 윤원형 난정아, 제발 내 사정 좀 봐다오, 응? 난정 사정을 봐달라니요? 나으리께서 이년의 전정을 망쳐놓으시고 어찌 이러실 수가 있사옵니까? 윤원형 이봐라, 난정아. 난정 나으리께오서, 이년을 안해로 맞아들이실 수 없다면 대신!.. 윤원형 ..대신? 난정 예, 대신! 윤원형 ..?! 난정 이년에게 중전마마를 뵈옵게 해주시옵소서. 윤원형 그,그야 나도 그러고 싶지만, 네..네가 무슨 수로 중전마마를 뵐수 있겠느냐? 난정 지난 번 이년이 말씀드린 구휼미 방책으로 나으리 혼사에 어사주까지 내렸 다고 들었사옵니다. 맞사옵니까? 윤원형 맞지! 난정 틀림없이 맞사옵니까? 윤원형 그래, 맞다니까. 난정 허면 나으리께오서 중전마마께 그 일이 이년에게서 나왔다고 말씀 드려주 시든지 아니면 다른 수를 쓰시든지, 여하튼 이년에게 중전마마를 알현케 해 주시어요. 허면 이년 나으리의 첩살이를 하던, 뒷방살이를 하던 이년 몸뚱이를 다 바치겠사옵니다. 윤원형 (난감한)...허,참...! 난정 허,참 이라니요? 윤원형 아,아니다. s#5. 어느 골목길(밤) 길상, 어깨의 상처를 움켜쥐고 비틀걸음으로 오고 있다. 길상, 누군가를 보고 움찔하여 담 옆으로 몸을 휙-숨긴다. 앞쪽 골목 어귀에 딱부리와 패거리들이 지키고 서 있다. 딱부리 남소문으로 가는 길목마다 지켜라. 상처입은 몸으로 멀린 못갔을게다. 왈짜패들 예! (몇놈은 남고 나머지는 흩어진다) 길상 (낭패한)...! 길상, 골목 다른 편으로 빠져 나간다. s#6. 자운아 기방 마당 옥매향, 안방에서 나와 아랫방 쪽으로 걸어간다. 길상(E) (중문쪽에서)..이보시오.. 옥매향, 중문쪽을 돌아보면 길상이 중문에 몸을 기대고 서있다. 옥매향 (반갑게) 어서 오시라요.(길상쪽으로 다가간다) 길상 (어깨를 움켜쥔 채 인상을 찌푸리며 비틀거린다)..아.. 옥매향 (피를 보고 흠짓 놀라는)..이거이 어케 되신거야요?! 길상 ..잠시 신세 좀 져야겠소.. 옥매향 (주변을 살피며) 날래 안으로 드시라요! 옥매향, 길상을 부축하여 아랫방쪽으로 간다. s#7. 동 기방 아랫방 안(밤) 길상, 옥매향의 부축을 받으며 찡그리며 앉는다. 옥매향 (상처를 보고) 안되갔시오, 의원을 불러야겠시오.(일어서는데) 길상 안되오, 의원을 부르지 마시오! 옥매향 (돌아보며) 길티만..? 길상 ..것보다, 청 하나만 들어주시오. 옥매향 (의아하여) 텽이요? s#8. 백치수 사랑채 방 안(밤) 백치수 앞에 송서방이 무릎을 꿇고 앉는다. 백치수 (보며) 길상이는 아직도 기별이 없는가? 송서방 예, 어르신..헌데 길목마다 송파 딱부리패들이 쫙 깔렸답니다요. 백치수 딱부리 패가? 송서방 예, 아무래도 무슨 사단이 난 것 같사옵니다. 백치수 (심각해지는)..허면 길상이가?! s#9. 동 백치수 사랑채 방밖 마당(밤) 능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방쪽 계단을 올라오는데 백치수(E) 사람들을 풀어, 사대문 안을 샅샅히 뒤져 꼭 찾아오게! 송서방(E) 예. 능금 (듣다가 인상을 찌푸리며)...! 능금, 방문 쪽으로 확 다가간다. s#10.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밤) 능금,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능금 (씩씩대며)사람들을 풀다니?! 길상이한테 무슨일이 있소?! 백치수 (능금 무시하며)송서방, 어서 시킨대로 하게. 송서방 예. 능금 (송서방을 막아서며) 만약 길상이가 돌아오지 않으면 내가 주머니를 따던 가, 몸을 팔아서라도 그깟 오만냥 갚아줄테니 길상이한테 해꼬지할 생각마시오! 백치수 네가 참견할 일 아니니 썩 물러가거라! 능금 (백치수 노려보며) 재물버는 법을 배우라고? 댁같은 좀팽이한테 배우긴 뭘 배워?! 송서방 허어, 얘가 감히 뉘 앞에서? 능금 (치켜보며) 뉘 앞이라니, 도주어른 앞에서지! s#11. 동 방문 밖 마당(밤) 심통 (급하게 계단을 뛰어 올라와 방앞에 선다) 어르신, 장통교에서 왔구먼요! s#12. 동 사랑채 방 안(밤) 백치수 뭐라 장통교?(후다닥 일어나 방문 밖으로 나간다) s#13. 동 방문 밖 마당(밤) 백치수, 방밖으로 급히 나오고 송서방과 그 뒤로 능금이가 나온다. 백치수 (심퉁을 보고) 네가 여긴 웬일이냐? 심퉁 길상이 총각이 어르신께 급히 기별을 넣어달라고 했구먼요. 백치수 무어야, 허면 길상이가 지금 너희 기방에 있단 말이냐? 심퉁 예. 능금, 어느새 마당으로 내려서 대문쪽으로 후다닥 튀어나간다. s#14. 자운아기방 마당(밤) 난정, 중문안으로 들어서다가 부엌에서 대야를 들고 나와 아랫방쪽으로 가는 옥매향을 본다. 난정 (미소) 매향아. 옥매향 (돌아보고)어, 난뎡아, 너, 어딜 갔다 오는기야? 난정 ..왜? 무슨 일이 있어? 옥매향 길상툥각이래 많이 다텼어! 난정 뭐어? 길상이가? 옥매향 기래, 아랫방에 있으니끼니 들어가 보라우. 난정 (아랫방쪽으로 급하게 가는데)...! 옥매향 난뎡아, 이 대야 들고 가라우. 난정 (돌아서서 대야를 받아들고 후다닥 아랫방쪽으로 간다) s#15. 동 기방 아래채 방 안(밤) 길상, 벽에 기댄채 앉아 수건으로 한쪽 손으로 어깨의 피를 닦아낸다. 난정(E) (방밖에서) 길상아. 길상 (방문 쪽을 보면)... 난정 (방안으로 들어오면서 길상의 상처를 보고 흠짓)..어찌 된 일이니? 길상 (대수롭지 않게)..별거 아냐.. 난정 (옆에 앉으며) 별거 아니긴?..피가 이리 나는데...이리 줘.. 난정, 수건을 빼앗아 들고 피가 나는곳을 누른다. 길상, 난정이 닦을 때마다 고통에 찡그리지만 참아낸다. s#16. 동 자운아 기방 마당(밤) 자운아, 안방에서 나와 부엌쪽을 향해 부른다. 자운아 심퉁아-심퉁아- 요 에미나이래 대체 어딜 간기야? 옥매향 (아랫방쪽에서 오며) 오마니, 심퉁인 내레 심부름 보냈시오. 자운아 기래?..난뎡이는? 옥매향 난뎡이래 아랫방에 있시요..오마니 난뎡이래 동무가 많이 탸쟈왔으니끼니 아랫방에 손님 받디 마시라요. 자운아 (의아) 동무? s#17. 동 기방 아래채 방 안(밤) 난정,길상의 상처를 누르고 있다가 손을 떼고 상처를 본다. 난정 ..안되겠어, 상처를 꿰매야 겠다. 길상 ..! 난정 (윗목으로 간다).. s#18. 동 자운아 기방 대문 앞 길(밤) 능금, 전력질주로 달려와 기방 대문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s#19. 동 기방 마당(밤) 능금, 뛰어들어오다가 안채 쪽에서 나오는 옥매향을 본다. 능금 (옥매향쪽으로 달려가 헐떡대며) 야, 구미호, 내 배필 길상이 어딨어?! 옥매향 뭐이 어드레? 보댜보댜 하니끼니 나이도 어린것이 와 자꾸 반말띠꺼리네? 능금 (버럭) 내 배필 어딨냐니까?! (둘러보며) 배필아-배필아- 능금, 아랫방 댓돌 위에 놓인 길상의 신발을 보고 아랫방쪽으로 달려간다. 능금, 아랫방문을 벌컥 열어젖힌다. s#20. 동 기방 아래채 방 안(밤) 방문이 벌컥 열리며 능금의 얼굴이 방안으로 불쑥 들어온다. 난정, 길상의 상처를 바늘로 꿰매고 있다가 힐끗 능금을 본다. 능금 (길상을 보고) 길상아..!!! 길상 (순간적으로 당황하여)..느,능금아! 능금 (달려 들어와 길상의 상처를 보고 울상이 된다) 너, 지금 뭐하는게야! 길상 괜찮아, 상처를 꿰매는거야. 난정 (꿰매는 것을 멈추고 이빨로 실을 끊는다) 능금 언놈이 이랬어?! 언놈이 이런거냐구, 엉?! 길상 괜찮아..능금아.. 난정 (길상과 능금을 보다가 나가려는데)... 능금 (휙-돌아보며) 넌 누구야? 누군데 길상이하고 같이 들어앉아 있는거야? 난정 (보며 미소) 능금아, 넌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대로구나? 능금 (눈이 커지며)..어!! 난정이?..너 난정이 맞지!! 난정 그래. 상처는 꿰맸으니 약이나 잘 발라줘.(방문 밖으로 나간다) 능금 (다시 길상의 상처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너 정말 괜찮은거야? 길상 (난정이 나간쪽을 본다)....! s#21. 동 자운아 기방 마당(밤) 난정, 대야를 들고 아랫방에서 나온다. 중문안으로 백치수와 송서방, 그리고 그 뒤를 쫓아 심퉁이 들어온다. 난정, 백치수에게 목례를 하고 부엌쪽으로 간다. 옥매향 (조아리며) 백됴듀어른, 오셨시오? 백치수 그래, 길상이가 여기 있다지? 길상 (옷을 걸친채 아랫방에서 나오며 조아린다) 도주어른... 백치수 (반갑다)..오, 무사했구먼.허허허! 능금 (뒤따라 나오며)..무사한게 다 뭐요? 어깨에 칼자국이 깊은데! 백치수 허허, 사내자식이 그만한 걸루는 죽지 않는다! 객주로 돌아가자. 길상 예. 백치수 (옥매향을 보며) 내 매향이 네 신세는 잊지 않으마. 옥매향 신세라니요, 기런 말씀 마시라요. 백치수 (길상이 보고) 가세.(돌아서 중문쪽으로 간다) 길상, 옥매향에게 목례를 하고 송서방과 능금의 부축을 받으며 백치수를 쫓아가다가 돌아본다. 난정, 부엌에서 얼굴을 내밀고 보다가 다시 부엌 안으로 들어간다. 길상 ...! 능금 (부엌쪽을 휙-돌아보며 뭔가 석연치 않은 눈길로 쏘아본다)... s#22. 백치수 사랑채 방 안(밤) 길상, 백도주에게 끝에 피가 조금 배인 오만량짜리 어음을 내민다. 옆에 송서방과 능금이 앉아있다. 백치수 (어음을 받아 들고 보며 감격스럽다)..목숨을 걸고 지켰구나! 길상 해지기 전에 돌아오겠다는 약조를 지키지 못해 송구하옵니다. 백치수 (길상의 손을 맞잡으며) 아닐세, 아니야..이깟 오만량이야 있어도 그만, 없 어도 그만이다. 내 자네 같은 보물을 잃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네. 길상 .... 능금 흥, 거보슈, 의심은 많아갖구?! 백치수 허허, 네 말이 옳다. 송서방. 송서방 예, 도주 어른. 백치수 대국서 들어온 최상급의 약을 내주게. 송서방 예. 백치수 당분간 다른 생각말고 상처가 덧나지 않게 하게. 환부가 아물면 자네가 할 일이 많아질거야. 길상 예. s#23. 남소문 객주 아랫방 안(밤) 능금, 길상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있다. 길상 (통증에)..아! 달래 (안스럽게 보며)오라버니, 정말 괜찮은거요? 길상 ..그래, 곧 나을테니 걱정마. 능금 (눈물 그렁하여)..것 봐, 날 두고 딴년 생각을 하니까 이렇게 다치잖아! 그 러니까 너 앞으로 난정이든, 고 구미호같은 평양 기생년이든 딴 맘먹으면 안돼. 알았지? 길상 (뭔가 생각하는)... s#24. 자운아 기방 뒷 곁(밤) 난정, 손에 <一片丹心>각서를 보고 있다. 옥매향 (다가오며) 난뎡아, 예서 뭐하네? 난정 (각서를 품안에 챙겨 넣으며)... 옥매향 길상툥각 탸쟈온 고 에미나이래 넝금이라고 했디? 난정 응. 옥매향 고 에미나이래 맹랑하데..? 난정 응..능금이 그 애 어렸을때하고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어. 옥매향 기래, 넝금이란 에미나이, 꼭 들마터럼 날뛰는거이 길상툥각하고는 어울리 디가 않아, 길티 않네?! 난정 ... 옥매향 기런데..난뎡아, 네 오마니, 네가 기뎍에 올라 딘땨 기생된 거 아시면 가만 있디 않으실텐데 괜찮캈어? 난정 앞으론 어머니도 세상을 똑바로 보셔야 해. 옥매향 길티만... 난정 어머니하고 난 달라, 아니 달라져야 돼.(휙-일어나 간다) 옥매향 (일어나 난정의 뒷모습을 본다) s#25. 난정모 방 안(밤) 난정모, 등잔불 앞에서 손에 쥔 옥패를 보고 있다. 난정모(E) 난정이 한테 출생의 비밀을 알려주는 것이 옳은게 아닐까?..하지만 내가 친어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그 아인 친부를 찾아 훌쩍 떠날거야!..아니, 아니지..그렇치는 않을거야! 난정모, 고개를 들어 어딘가를 보다가 다시 손에 쥔 옥패를 내려다보면 s#26. 당추 암자 방 안(밤) 누군가의 손에 들린 반쪽짜리 옥패. 파릉군, 착잡한 표정으로 손에 쥔 옥패를 들여다 보고 있다. 당추(E) (방문밖에서)..주무시옵니까? 파릉군 (옥패를 넣으며)..아니올시다, 들어오시오. 당추 (술병과 사발을 두 개 들고 방안으로 들어오며) 잠이 안 오시면 소승과 곡 차라도 나누시지요? 파릉군 허허, 이리 깊은 산사에 곡차라, 거 좋지요. 당추 (앉아서 사발을 건네주고 술병을 따른다)..받으시지요. 파릉군대감. 파릉군 (흠짓 보며) 허어, 속세를 떠나신 대사께서 이 사람을 어찌 아시오? 당추 일전에 대감을 먼발치를 뵈온적이 있습지요. 당대의 풍류객으로 병인년 반 정당시에 헤어진 소실과 핏줄을 찾아 팔도를 주유하신다는 것은 아해들까 지도 알고 있는 사연이옵지요. 파릉군 (한잔 마시고)..다들 알고 있는데도 그 사람만이 모르니 필시 이 세상 사람이 아닌게지요. 당추 ... 파릉군 ... 당추 (보다가)..대감, 그때 헤어진 대감의 핏줄이 살아있다면 어찌 하실 작정이 시옵니까? 파릉군 (흠짓 보며) 어찌 하다니요? 그 아이가 살아있다면 어디든 쫓아가서 찾아 와야지요. 당추 허면 이때까지 대감의 핏줄을 길러 준 사람들은 어찌해야 하옵니까? 하루 아침에 부모의 자리을 잃는 것이옵니까? 파릉군 ...! 당추 병인년에는 바닷가에 왜구의 출몰이 잦았지요. 소승은 왜구들이 노략질하 는 와중에 죽어가는 산부가 출산하는 것을 본일이 있지요 소승이 탯줄을 이빨로 끊어 아이를 받았사옵니다. 파릉군 허면, 그 아기는 지금 어찌됐소...? 당추 마침 아기를 잃은 아낙을 만나 그 아기를 건네 주었사옵니다. 파릉군 허어, 어찌 그런 일이? 당추 그 아기는 잘 자라고있습지요..헌데 어느날 친부가 나타나 그 아이를 내놓 으라 한다면 아기를 기른 에미의 심정은 어떻겠사옵니까? 파릉군 (생각하며)..음!..이 사람 대사의 말 뜻은 알겠소이다만은 핏줄이 땡기는 것 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 여겨지오. (한숨 푹 쉬며)이 사람이 그런 처지라 도 좋으니 내 핏줄이 살아만 있다면 멀리서라도 내 아이의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싶구려.. 당추 ...나무관세음보살... s#27. 정윤겸 집 사랑채 마당 옥련, 살금살금 다가와 방안을 엿듣는다. 박씨(E) 대감, 어찌 잠자코 계시옵니까? s#28. 동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침울한 정윤겸 앞에 박씨가 앉아있다. 박씨 난정이가 기생이 된것은 가문의 수치요,대감의 전정을 흐리는 일이옵니다. 대감께오서 장흥댁 모녀와 인연을 끊으심이 현명하신 처사 일것이옵니다. 정윤겸 허나, 아직 난정이가 기적에 오른 것은 아니지 않소? 허니 좀 더 두고 보 십시다. 박씨 대감, 난정이의 당돌한 행실을 봐서는 벌써 기적에 올랐을겝니다. 정윤겸 ..음! 박씨 예전부터 대감께오선 소첩이 장흥댁 모녀를 핍박한다고 탐탁치 않게 여기 셨어도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언젠가는 화근이 될거라는 소첩의 생각이 들어 맞지 않았사옵니까? 정윤겸 .... 박씨 대감, 장흥댁 모녀 일은 그리 처결하시고 렴이나 옥련이 일에 더 마음을 써주세요..('請婚書' 봉투를 정윤겸 앞에 놓는다)..박참의 댁에서 매파를 보 내 왔었습니다. 정윤겸 (봉투를 받아들고 속을 꺼내 보며)..박참의댁이요?..그댁 둘째 자제라면 정 렴이의 글방 친구였던 희량이 아니오? 박씨 예. 박참의댁에서 우리 옥련이가 마음에 드시나봅니다. 진즉부터 통혼하자 는 말이 있었사옵니다. 이제 대감께오서 변방에서 돌아오셨으니 허혼을 하 시고 혼례를 치루도록 하는게 좋겠사옵니다. 정윤겸 .... s#29. 동 사랑채 방 밖 마당 옥련, 방안을 엿듣고 있다가 쌩끗 웃으며 정렴의 방쪽으로 간다. s#30. 동 정렴의 방 안 정렴과 박희량이 다과상을 놓고 앉아있다. 정렴 희량이, 요즘 자네 얼굴이 수척해졌는데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가? 박희량 (얼굴을 쓸며) 아,아닐세.. 정렴 (픽 웃으며) 어차피 우린 처남,매부가 될 사이 아닌가? 허니 마음속을 다 털어놓아 보게. 어디 연모하는 계집이라도 있는가? 박희량 이사람, 무슨 그런 망발을 하는가? 정렴 (가늘게 보며 웃는데) 옥련(E) 오라버니! 옥련이옵니다. 정렴 들어오너라. 옥련 (방문 열고 들어오는데)... 박희량 (일어서며) 난 이만 가보겠네. 옥련 (보며) 도련님, 어찌 소녀가 들어오니까 일어서시옵니까? 다과라도 드시며 좀 더 머무시지요. 박희량 옥련 낭자! 내 이런 말은 하지 않으려 했소만, 어찌 대갓댁 규수가 외간남 자가 있는 방에 무상으로 출입한단 말이오?! 낭자는 남녀칠세 부동석이란 말도 들어보지 못하였소! 옥련 (무안하다)..하오나, 도련님과 소녀는 이미 양가에서 혼인을 허락한 사이온 지라.. 박희량 허, 부부지간에도 내외의 구별이 있거늘 어찌 그런 범절도 모른단 말이오! (정렴에게) 다음에 보세나!(방문 밖으로 휙-나가버린다) 옥련 도련님, 도련님- 정렴 (고소하다는 듯)..흐흐, 옥련아 앞으로 네 시집살이도 순탄치만은 않겠구나? 옥련 (휙- 노려보며) 흥, 누가 시집살이를 한답디까? 어머니께 말씀드려 혼인후 에도 이 집에서 살테니까, 너무 좋아마시오! 정렴 뭐어? 이집에 살어? 아니 니가 정신이 있는 아이냐, 없는 아이냐? 옥련 그 말은 내가 오라버니 한테 물어보고 싶은 말이요!(방문을 쾅-닫고 나가버린다) s#31. 난정모 마당 난정,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방문쪽을 보다가 결연한 표정으로 방앞에 다가선다. 난정 어머니, 저이옵니다. 난정모(E) (방안에서) 들어오너라. s#32. 동 난정모 방 안 난정모,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난정, 방문을 열고 들어와 앉으려는데 난정모 (휙 보며) 네 다 큰 것이 어디서 밤을 새고 들어 오는게냐? 난정 ..매향이와 같이 있었사옵니다. 난정모 뭐야, 허면 장통교 기방에서 있었더란 말이냐?.. 난정 예. 난정모 이런 못된 것! 에미와의 약조를 또 어겼단 말이냐?! 난정 어머니께 이년은 기생이 되겠다고 말씀여쭌걸로 알고 있사옵니다. 난정모 뭐, 뭐라...? 난정 어차피 천대받는 천출이 남한테 멸시받지 않고 사는 길은 두손에 재물을 쥐는 길 밖에 없어요! 난정모 안된다. 이 에미 눈에 흙이 들어가는 한이 있어도 기생만은 아니돼! 난정 어머니, 세상을 똑똑히 보세요. 첩의 딸년이 기생이 되는 일은 허구 많은 일인데 이년이 대체 뭐가 달라서요?! 난정모 ...하지만 너,넌..('파릉군의 여식인 것을'..) 난정 나같은 천출 남정네 한테 시집을 가서 자식을 낳고 그 자식한테 이년과 똑 같은 아픔을 물려 줄 순 없어요! 난정모 난정아, 대감마님을 생각하거라. 네 그 어른을 욕되게 할 셈이냐?! 난정 어제 대감마님을 뵈었어요. 대감께 이년의 결심을 다 말씀드렸어요. 난정모 (당황)..대,대감마님을..? 난정 예, 대감마님께서 이년에게 아버지라 부르기를 허락하셨사옵니다. 난정모 ...!! 난정 하지만 그딴 겉차림이 무슨 소용이에요?! 대감마님을 골백번 아버지라고 부른다 한들 쌀이 나와요?! 장작이 나와요?! 지체 높으신 대감마님의 체면 을 깍지 않기위해 우리 모녀 앉아서 명줄을 끊을수 없어요! 그러니 이년 뜻 대로 하게 내버려 주세요! 난정모 ..난정아, 너! 난정 (비취가락지를 꺼내놓는다)..이걸 바꿔서 새 옷 한 벌 지어주세요. 이 세상 에서 가장 화려한 옷을 지어주세요. 난정모 (놀라) 난정아, 너 이 귀한 물건이 어디서 났느냐?..혹시, 너..('도둑질을...') 난정 아무것도 묻지 마시고 그리 해주세요. 난정모 이 에민 그리는 못한다! 그리는 못해!! 난정 (똑바로 보며) 어머니가 지어주시는 옷을 입고 기적에 오르고 싶어요! 난정모 네 이년!! 난정 이제껏 이년은 어머니 뜻에 따라 살아왔어요, 하지만 이번엔 어머니가 이 년의 뜻에 따라 주세요! 난정모 (눈물이 글썽인다)...아니된다! 난정 (와락 안으며) 믿으세요, 어머니! 이년을 믿으세요!! 믿으세요!!! 믿으세요! s#33. 대궐 편전 외경 s#34.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조광조가 면대를 하고 있다. 승지가 중종과 조광조의 대화를 눈을 빛내며 듣고 있다. 중종 소격서의 혁파는 불가하오. 조종조에서 혁파하지 아니한 일을 과인이 고칠 수는 없는 일이오. 더 이상 소격서에 관한 일은 거론치 마오. 조광조 전하, 조종때의 일이라도 잘못된 폐습은 바로잡으셔야 하옵니다. 그래야 전 대의 공덕을 더욱 빛낼 수 있는 것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정암, 소격서가 좌도라면 어찌 세종대왕과 성종대왕같으신 성군들께오서 혁파하지 않고 눈을 감고 계셨겠는가? 그것이 좌도가 아니기에 그냥 놓아 두신 것이 아니던가? 조광조 전하, 세종대왕과 성종대왕께오선 성군이시긴 하오나 소격소를 혁파하지 않으신 것은 큰 잘못이옵니다. 중종 (놀라 보며) 뭣이라? 조종조를 욕보이려 함인가?! 조광조 전하께오서 세종대왕과 성종대왕께서 혁파하지 않으신 것이라 하여 소격서 를 그냥 놔두시온다면 후대의 군주들께오서도 전하의 예를 들어 말할 것이 니 결국 소격서의 폐단은 더욱 심해질 것이옵니다. 중종 (괴롭다)..과인은 더 듣고 싶지 않다. 조광조 전하, 삼사의 관헌들이 한목소리로 소격서를 혁파하라는 뜻을 전하께 주청 드리고 있사온데 무엇을 망설이시는 것이옵니까? 소격서를 혁파하시어 도 학정치의 길을 열어주시옵소서! 중종 그만, 그만하라. 조광조 전하! 중종 과인이 더 상량해 볼터이니 이만 물러가도록 하오. 조광조 (보며) 전하, 답을 주시옵소서!! 중종 (시선 피하며) 어허, 물러가라지 않소?! 조광조 (충격으로 보는)....! s#35. 빈청 안 정광필과 안당, 김전, 홍경주와 남곤, 심정과 말석에 김승지가 앉아있다. 홍경주 허허허, 전하께오서 소격서를 혁파하라는 조광조의 주청을 가납치 않으셨 으니, 이제 조광조도 꺽인게요! 허허허! 안당 허나, 조제학의 주청이 틀린 바는 없사오니 우리가 나서서 다시 한번 전하 께 주청을 드리십시다. 남곤 그 무슨 말씀이오니까? 조정대신들이 소격서같이 미미한 관청의 존폐를 놓 고 왕실과 맞서자는 말씀이요? 안당 왕실과 맞서다니요? 김전 전하께오서 조제학의 주청을 가납치 않으신 것은 전하의 뜻이라기 보다는 대비전과 왕실 종친들의 반발이 완강하신 탓이옵니다. 지금 조정에서 조광 조의 주청에 가세한다면 왕실의 더욱 큰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 말씀이지요. 심정 좌참찬 대감의 말씀이 지당하외다. 지금 소격서에서는 경빈의 회임을 경하 하고 순산의 무운을 비는 굿이 벌어지고 있다하옵니다. 이럴 때 소격서 혁 파를 주청드리는 것은 때가 좋지 않소이다. 정광필 음!..그렇다고 잘못된 폐습을 혁파하자는 주청을 전하께오서 윤허치 않으신 것을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일 아니오이까? 안당 예, 그렇다고 조제학이 이대로 물러설 사람도 아니지 않소이까? 이대로 놔 두었다가 어쩌면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소이다. 홍경주 허나, 전하의 뜻이 저리 완강하신데 아무리 조광조 그자라도 별수 있겠소 이까? 허허허. 안당 웃으실 일이 아니오이다. 홍경주 ..?! s#36. 중궁전 외경 엄상궁(E) 중전마마, 경빈 들었사옵니다. 윤비(E) 들라해라. s#37. 동 중궁전 방 안 경빈, 윤비앞에 조아리고 앉는다. 경빈 (경계하듯 보며) 중전마마, 찾아계시옵니까? 윤비 경빈, 요즘 조정이 소격서 혁파를 놓고 시끄럽다는것을 알고 계시오? 경빈 (짐짓) 후궁전을 지키고 있는 신첩같은 것이 어찌 조정일을 알 수 있겠사 옵니까? 신첩은 들은바도 없고 아는바도 없사옵니다. 윤비 (뼈있는) 허, 내 경빈처소에 조정 대신들의 발걸음이 잦다고 들었는데 모르 신다? 허면 그 분들께선 무슨 일로 경빈을 찾는것일꼬? 경빈 (놀라) 마마, 누가 그런 불경한 말씀을 올렸는지 신첩 억울하옵니다. 윤비 억울하다? 경빈 예, 누가 그런 모함을 했는지 대면시켜 주시오면 시비를 가려 신첩의 결백 함을 밝히겠사옵니다. 윤비 내 오늘은 그 일을 추궁하기 위해 경빈을 부른게 아니오. 경빈 (일단 안도, 한편 불안)...?! 윤비 그 일은 차후 논의토록 하고.. 경빈 ... 윤비 경빈. 경빈 예, 마마. 윤비 이번 소격서 혁파 주청이 경빈이 소격서에서 굿을 벌이고 있는 일 때문에 불거진 것임을 경빈도 알고는 계시라는겝니다. 경빈 중전마마, 예로부터 왕실에서 회임을 한 비빈들은 소격서에서 제사를 올려 왔사옵니다. 대비마마께오서도 주상전하의 무병장수를 소격서 태을전에서 빌고 계시지 않사옵니까? 신첩이 행하는 굿 역시 대비전의 윤허가 계신 일 이옵니다. 윤비 내 경빈을 책하자는게 아니오, 새끼 밴 짐승조차 보호해주는 것이 인지상 정이거늘 내 어찌 용종을 잉태한 경빈을 질책하겠소. 이 사람은 경빈이 왕 자를 생산하여 왕실의 종사를 번창시키는 일을 갸륵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경빈 ...하오면 무슨 일로 신첩을?! 윤비 (방밖을 보며) 엄상궁. 탕약을 들이게. 엄상궁(E) 예. 방문이 열리고 엄상궁이 탕약이 올려진 소반을 들고 들어온다. 엄상궁, 다가와 탕약소반을 경빈 앞에 놓는다. 경빈 (의아하여) 마마,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윤비 지난번 경빈이 내팽겨쳐버린 바로 그 탕약이오. 경빈 (놀라) 예에? 윤비 이 사람이 내의원에 특별히 명해 경빈의 복중의 태아를 위해 탕약을 지어 보냈거늘, 경빈이 팽개쳐 버렸다고 들었소. 경빈 (당황하여)..마마..그,그런게 아니오라.. 윤비 설마, 내 앞에서도 이 탕약을 내팽겨쳐 버리지는 않으시겠지요? 경빈 (조아리며) 마마, 신첩 기필코 그런 일이 없었사옵니다. 그날 탕약을 마시 려다 손이 미끄러져 그만 탕약이 쏟아진 것일 뿐... 윤비 그만 입 다무시오. 지금은 평온한 마음으로 태교를 하는 일이 더 중요한 일이오. 허니 내 앞에서 이 탕약을 드시오. 경빈 ... 윤비 어서 드시래도요. 경빈 예..(어쩔수 없이 약사발을 들고 마시려다가 멈칫한다)..! 윤비 왜요? 돌아가신 장경왕후께오서 원자를 잉태하셨을 때, 경빈이 올린 잣죽 을 드시고 몇날 동안 구역질을 하셨던 일이 생각나서 그러시오? 경빈 (보며) 마마! 어찌 그런 말씀을... 윤비 내 경빈을 위해서가 아니라, 복중에 잉태한 용종을 위해 지은 탕약이니 한 방울도 남김없이 드셔야 할 것이오. 경빈 예. (약사발을 입에 대고 꿀꺽꿀꺽 마신다) 윤비 (본다)... 경빈 (다 마시고 약사발을 내려놓는다).. 윤비 애쓰셨소. 오늘부터 하루 두 번씩 중궁전에 들어와 내가 보는 앞에서 탕약 을 드시도록 하시오, 아시겠소, 경빈? 경빈 예.. s#38. 중궁전 마당 경빈, 나와서 신발을 신고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가는데 창빈이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경빈쪽으로 온다. 경빈과 창빈, 서로를 팽팽하게 쏘아보며 지나치다가 멈춰선다. 경빈 (못참고 돌아보며) 창빈, 중궁전엔 또 무슨 고자질을 하려 가시는게요? 창빈 (돌아보며) 고자질이라니요? 말씀 삼가하세요. 경빈 허, 그토록 얌전하시던 창빈이 이렇듯 변할 줄이야, 누가 그 속내를 짐작이 나 했겠소? 창빈 경빈, 중전마마께오서 후덕하신 심성을 지니신걸 천행으로 아세요. 이사람 이 중궁의 자리에 있었다면 경빈의 오만방자한 행실을 가만히 두고 보고 있지만은 않았을겝니다. 경빈 뭬요? 창빈 묻긴, 몰라서 되 물으시요?!(휙- 돌아서 중궁전쪽으로 간다) 경빈 (창빈의 뒷모습을 보며)..저,저.. 경빈, 갑자기 아랫배의 통증이 오는지 허리를 숙이고 배를 움켜쥔다. 금이 마마, 왜이러시옵니까? 경빈 (통증이 가신 듯 허리 펴며)..아니다..(중궁전쪽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다 가)..가자. 금이 예... 경빈,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어디론가 간다. s#39. 희빈 처소 방 안 연상위에 놓인 부적 한장. 희빈, 부적을 보다가 향이에게 말한다. 희빈 허면 합궁을 한 연후에 이 부적을 삼일동안 배에 붙여놓고 자면 분명 왕자 아기씨를 생산한다고 했단 말이더냐? 향이 예, 부적을 반드시 배꼽아래 한치 되는 곳에 붙이라 하였사옵니다. 희빈 분명 효험이 있다더냐? 향이 예, 그 점바치가 어찌나 용하다고 소문이 났는지 아들을 보겠다는 대갓댁 부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사옵니다. 희빈 (부적을 보다가 한숨을 푹 내쉰다)..헌데 비방만 있으면 무엇을 하겠느냐?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E) (문밖에서) 마마, 남양군대감 드셨사옵니다. 희빈 (부적을 챙겨넣으며) 어서 뫼시어라. (E) 예. 방문이 열리고 홍경주가 들어온다. 향이, 일어서서 홍경주에게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희빈 어서 오세요, 아버님. 홍경주 (앉으며) 마마, 그간 무고하셨사옵니까? 희빈 별일만 없으면 무엇하겠사옵니까? 지엄한 중전마마께서 계시고, 이번에 회 임을 한 경빈이 더 더욱 전하의 총애를 받고 있는데요. 이 사람과 금원군 은 개밥에 도토리같은 신세이옵니다. 홍경주 그럴리가요? 너무 낙담마시고 때를 기다리시옵소서. 아무리 원자가 계시고 복성군이 계시다 하지만 군주의 자리는 하늘이 내시는 것이옵니다. 장차 누가 대통을 이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옵니다. 희빈 (솔깃하여) 그럴까요? 허면 우리 금원군도..? 홍경주 예..(소매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낸다) 받으시옵소서.(희빈에게 건넨다) 희빈 (받아들고 보면 똑같은 부적이다)...?! 홍경주 내 어렵게 수소문하여 구한 부적이오이다. 전하와 합궁을 하신 연후에 이 부적을 배꼽아래 한치되는 곳에 삼일 밤낮을 붙여놓으시면 아들을 회임할 수 있다 하옵니다. 희빈 ..아버님..? 홍경주 왜 그러시옵니까? 희빈 아니옵니다. 고맙사옵니다.아버님. s#40. 윤원형 집 외경 s#41.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안절부절 고민하고 있는 얼굴위로. s#42. 후레쉬 백(21회 s#4의) 난정 이년에게 중전마마를 알현케 해 주시어요. 허면 이년 나으리의 첩살이를 하던 뒷방살이를 하던 이년 몸뚱이를 다 바치겠사옵니다. s#43. 동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허,참 어쩐다? 그래 까짓것 중전마마께 말씀이라도 넣어봐야지. 잘 만되면 누이좋고 매부좋은 것 아닌가? 윤원형, 벌떡 일어서는데 임서방(E) 작은서방님. 윤원형 (돌아보며) 무슨 일이냐? 임서방(E) 안채 사랑에 큰 서방님께서 오셨사옵니다. 윤원형 뭐,뭐라? (급하게 방밖으로 나간다) s#44. 동 안채 사랑방 안 윤원형, 급하게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윤원로, 윤지임 앞에 진지한 자세로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윤원형 아니 형님. 백공단 열두필을 내어드릴 때 이 집에 다시 발걸음을 안하시기 로 약조를 하시지 않으셨사옵니까? 헌데 또 어인 발걸음이시옵니까? 윤원로 .... 윤지임 (윤원로를 못마땅하게 보며)에이 못난놈, 쯧쯧.. 윤원형 (바짝 앉으며) 형님, 어찌된 일인지 말씀좀 해 보시오. 윤원로 니가 내어준 백공단이 사단을 불러일으켰다. 윤원형 사단을 불러일으키다니요? 윤원로 내가 첩실한테 백공단으로 옷을 해줬다는 말을 듣고 네 형수가 찾아와 첩 실 집안을 다 뒤집어놓고 갔다. 윤원형 그래서요? 윤지임 그래서라니?! 저 못난 놈이 지 마누라한테 쫓겨난거지! 윤원형 허면, 처가에서 쫓겨났단 말이오?! 윤원로 행여 어디가서 소문 낼 생각마라. 부원군댁 장손이 처가에서 쫓겨났다면 그 무슨 망신이냐? 윤원형 아니, 형수님이 중전마마를 보아서라도 어찌 형님을 내쫓을수 있단 말이 옵니까? 윤원로 니가 호랭이 같은 니 형수 성정을 몰라서 이러느냐?! 윤지임 쫓겨날 만하지. 저런 놈은 나라도 쫓아냈을게다. 에휴- 윤원형 허면 형님이 애지중지 하시는 첩실댁으로 가시면 될게 아니요? 윤원로 그게 말이다...저.. 윤지임 그 애지중지하던 첩년이 집을 팔아먹고 줄행랑을 쳤단다! 윤원형 뭐,뭐요?! 그게 정말이요? 윤원로 (고개 푹 숙이며) 이번엔 정말 아버님과 너를 볼 낯이 없구나. 윤원형 (어이 없는데)...그래서요..?..앞으로 어쩌시겠다는게요? 윤원로 어쩌긴?..내 니 형수가 다시 부를때까지 예서 신세를 좀 져야겠다. 윤원형 이 집에선 형님이 묵으실때가 없소. 절대 아니되니 그리 아시오! 윤원로 (애절하게 윤지임을 보며)..아버님..지금 한 말 들으셨사옵니까? 윤지임 원형아, 어쩔수 없지 않느냐? 부원군댁 장손이 거적을 깔고 길바닥에 나앉 았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그 또한 중전마마께 큰 누가 되는 일이다. 그저 쉬쉬 하자꾸나. 윤원로 고맙사옵니다, 아버님. (눈물 글썽) 소자, 이 불효막심한 불효자를 거두워 주시니, 이놈 이제껏 불효를 씻어내고 효자로 다시 태어나겠사옵니다. 윤원형 그 말을 어찌 믿을수가 있겠소? s#45. 중궁전 방 안 윤원형, 윤비 앞에 조아리고 앉는다. 윤비 오라버니, 입궐하셨던 지가 얼마 안되셨는데 무슨 일로 또 발걸음을 하셨 사옵니까? 윤원형 (웃음으로 때우며) 무슨 일이라니요? 신은 중전마마께 조석으로 문후를 여 쭈어도 모자람이 있다고 생각하옵니다. 윤비 (미소)..오라버니, 무슨 말씀이 계신지,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해보세요. 윤원형 그게 저...('난정이 일'을 꺼내려다가)..실은 원로형님께오서 처가에서 쫓겨나 셨답니다. 당분간 교동에서 같이 지내신다고 하옵니다. 윤비 (굳어지며) 큰 오라버니께서 또 그럴만한 짓을 하신게지요. 윤원형 예에? 윤비 큰 오라버니의 안으서가 성정이 사내같기는 하여도 사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실분은 아닙니다. 분명 까닭이 있었을겝니다. 윤원형 형수님이 그런분이기는 하지요.. 윤비 허나, 부원군댁에서 그런 구설수에 올라서 어찌 되겠습니까? 내일이라도 큰 오라버니를 입궐하라고 이르세요. 내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윤원형 알겠사옵니다..하온데 중전마마, 혹시 난정이란 아이를 기억하시옵니까? 윤비 난정이요? 윤원형 예, 마마께오서 입궐전에 사시던 사가의 골목 끝집에 살던.. 윤비 (의외로 쉽게) 압니다. 내 요즘도 그 아이 생각이 간혹 납니다. 윤원형 (의외의 반응에 오히려 놀라는)..예에?.. 윤비 총명한 아이였지요...헌데, 왜요? 윤원형 실은 난정이가 기방에 있사온데.. 윤비 오라버니! 윤원형 (놀라)..예, 마마. 윤비 장가까지 드신분이 아직도 기방출입을 하고 계신겝니까?! 내 여쭙지 않았 습니까? 앞으로 기방출입을 금하고 글공부에 정진을 해서 과거에 입격하 시라고요! 윤원형 예, 그리하고 있사옵니다. 윤비 내 앞으로 큰 오라버니와 작은 오라버니 두분께서 크고 작은 구설에 휩쓸 리는 일이 생기면 가만히 두고만 보지는 않을겝니다. 아시겠습니까? 윤원형 예.. 윤비 이만 물러가셔서 글공부에 전념하세요. 윤원형 (조아리며)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 s#46. 윤원형 대문 앞 마당 윤원형, 사인교를 타고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윤원형(E) 이거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 되었으니 어쩐다? 윤원형, 사인교에서 내리다가 부인용 가마가 멈춰져 있는 것을 본다. 배천댁, 행랑채쪽에서 오다가 윤원형에게 조아린다. 윤원형 (배천댁을 보고)별채에 누가 오셨느냐? 배천댁 예, 판부사댁 정부인께오서 오셨사옵니다. s#47. 동 윤원형 별채 초당 방 안 김씨와 윤임처가 다과상을 놓고 마주앉아있다. 윤임처 봉은사에서 회임 불공을 드리겠다고요? 김씨 예. 윤임처 (미소) 시집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회임불공을 드리러 다니신단 말이신가? 김씨 이사람이 아니고 중전마마의 회임불공 말이옵니다. 윤임처 (흠짓) 중전마마?! 김씨 예, 예전에 숙모님께서 봉은사에서 불공을 드리신 덕으로 장경왕후께오서 원자아기씨를 생산하셨다고 들었사옵니다. 윤임처 ..그거야, 장경왕후께오서 후덕하오심에 하늘이 감동을 하셨던게지요... 김씨 예. 지금 중전마마께오서도 후덕하심이 뉘게 뒤지시는 분은 아니오니 꼭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실겝니다. 윤임처 (뭔가 불안하지만)..예, 모쪼록 그러셔야지요. 윤원형(E) 부인, 숙모님이 오셨다구요? 김씨 (일어서며) 들어오시지요. 윤원형 (방문을 열고 들어오며) 숙모님, 오랜만에 뵙사옵니다. 윤임처 어서오세요, 조카님. 마침 일어서려고 하던 참이었어요. 윤원형 왜요? 벌써 가시게요? 윤임처 (일어서며) 오래 앉아있었으니 가야지요. 윤원형 예, 숙부님께도 안부를 전해주시옵소서. 김씨 (일어나서 조아린다).. 윤임처 (방밖으로 나가면).. 윤원형 무슨 말씀들을 나누시었소? 김씨 중전마마 회임불공에 대한 말씀을 나누었사옵니다. 윤원형 헌데 중전마마도 중전마마이시지만 우리 합궁일은 대체 언제요? 김씨 조금만 더 기다리시옵소서. 친정에서 기별이 올것이옵니다. 윤원형 (조바심이 나는)..친정에서 기별이요?..음?! s#48. 중궁전 방 안 윤비, 책을 읽다가 문득 떠오르는 난정의 이미지. s#49. 후레쉬 백(12회 s#58의) 윤비, 대비전 댓돌위로 내려서면 어린 난정이 운혜를 신겨준다. 윤비 보면 어느새 성인 난정의 얼굴로 바뀌어져 있다. 성인난정 (신발을 받쳐들고 웃으며) 신으시옵소서! s#50.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생각에서 깨어나며 혼잣말을 한다. 윤비 난정이..그 총명하던 아이가 기생이 되었다니? 무슨 곡절이라도 있었던가?! s#51. 어느 초가 마당 윤원형이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부엌에서 나오며)나으리, 나으리께서 오시기만 목을 늘이고 있었사옵니다. 윤원형 오냐.. 난정 (기대감에) 나으리, 중전마마는 만나뵈었사옵니까? 윤원형 그래, 안으로 들어가자. s#52. 동 초가 방 안 난정과 윤원형이 앉아있다. 윤원형 중전마마께오서 널 총명한 아이로 기억하시더구나. 난정 (감격한 듯)..?! 윤원형 (슬쩍 보는데).. 난정 이년이 중전마마를 뵈옵고 싶단 말씀은 드리셨사옵니까? 윤원형 난정아, 그게 말이다... 난정 예..? 윤원형 아직은 긴 말씀을 여쭈지 못했다. 하지만 차차 말씀드리도록하자. 난정 (실망한 표정)...나으리께선 어찌 매사 이년과의 약조를 지켜주시는 법이 없 사옵니까? 윤원형 난정아, 그런게 아니라.. 난정 (휙-일어서며) 이젠 콩으로 메주를 쑤신다해도 나으리 말씀은 믿지 못하겠 사옵니다.(방문 밖으로 나가버린다) 윤원형 난정아-...원 성질머리 하곤...? 허, 어쩐다? s#53. 난정모 방 안 난정모, 방바닥에 놓인 비취가락지를 멍하게 내려다 보고 앉았다. 난정모, 비취가락지를 집어들고 뭔가 결심한 표정을 짓는데 당추(E) 보살님, 계십니까? 난정모 (흠짓 돌아보는)...! s#54. 동 난정모 방 밖 마당 난정모, 방문을 열고 나오면서 보면 당추가 마당으로 들어와 방문쪽을 보고 서있다 난정모 스님! 당추 소승, 보살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 왔사옵니다. s#55. 동 난정모 방 안 당추와 난정모가 앉아있다. 난정모 예에? 파릉군 대감께오서 암자에 와계시다고요? 당추 그렇사옵니다.. 난정모 (생각하다가)..그렇지않아도 스님을 찾아 뵙고 난정이 일을 의논드리고자 하였사옵니다. 당추 ..?! 난정모 며칠전 난정이가 암자에 갔을 때 난정이가 혹 무슨 말을 안하던가요? 당추 (의아하여) 며칠전이라니요? 난정모 허면 난정이가 얼마전에 암자에 갔었던 것이 아니란 말씀이옵니까? 당추 ..허어..난정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사옵니까? 난정모 스님, 난정이가 기생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이젠 에미를 속이거나 할 생각 도 없는 것 같사옵니다. 당추 음!!..보살님. 난정모 (결연하게) 이제 때가 된 것 같사옵니다. 당추 때라니요? 난정모 스님, 암자로 가서 파릉군 대감을 뵙겠사옵니다. 당추 예에? 보살님...그러시면 아니되시옵니다. 난정모 아니옵니다. 이대로 난정이 출생의 비밀을 묻어두었다가는 난정이에게도 대감마님에게도 죄를 짓는 일이옵니다. 당추 .... 난정모 스님, 파릉군 대감을 만나게 해주시옵소서. 당추 ...!! s#56. 갖바치 마당 갖바치, 장작을 패고 있는데 당골네가 보퉁이를 든채 아랫방문을 박차고 뛰쳐나온다. 방백인 (뒤쫓아 나오며) 이 여편네야, 이리 못와!! 당골네 (마당으로 내려서며) 나도 임자하고 한 이불 쓰고 더는 못살겠소!(휙-돌아 보며)내가 동네 북이요? 걸핏하면 욕하구, 때릴려구나 하고 이렇게 마누라 대접 못 받고 살 바에는 아예 깨끗이 갈라서십시다. 방백인 그래, 갈라서자, 누가 뭐 겁낼 줄 아냐?! 맘대루 해봐 당골네 아이구, 그러시오? 내 이래뵈도 제대로 차려입고 나서면 아직 수작을 붙이 는 사내들이 많소. 방백인 그래, 가버려! 가다가 콱 개똥이나 밟아라! 당골네 흥, 알았소.(갖바치 보고) 그동안 신세 많이 끼치고 갑니다. 갖바치 거 왜들 또 그러시는겐가? 당골네 (방백인을 휙-노려보며) 나 가오. 방백인 (시선을 피하며) 가든지 말든지. 당골네 ...정말 간다니까아..? 방백인 (힐끔보는)... 당골네 (대문 밖으로 나가려는데) 방백인 (달려가 보퉁이를 휙 잡아채며) 이 여편네, 이리 못와. 빨랑 따라들어와. 당골네 이거 왜 이러시오, 가랄 때는 언제고..? 방백인과 당골네가 실갱이를 하는데 당추와 난정모가 대문 안으로 들어선다. 당추 왜들 이 야단인가? 어디 난리라도 난줄 알겠네! 갖바치 형님.. 아주머니 오셨습니까? 난정모 예. 당골네 성님, 오시었소..?(눈치를 보며 슬쩍 피한다) 갖바치 헌데 아주머니께서 당추형님과 어딜 가시옵니까? 난정모 암자에 파릉군 대감이 오셨다길래 뵈오러 갑니다. 갖바치 예에, 뭐, 뭐라구요? 당추 보살님께서 파릉군대감을 만나시기로 마을을 정하셨다네! 허니 자네도 같 이 동행을 해줬으면 하네. 갖바치 (놀란 눈으로 난정모를 보면).... 난정모 (결연한 표정)...! 당골네와 방백인이 무슨 일인가 갸웃거리면 표정들을 살핀다. s#57. 조광조 사랑채 방 안 조광조 앞에 김정과 김구, 김식이 앉아있다. 김식 정암, 전하께오선 왜 소격서 철폐의 주청을 받아들이시지 않는겐가? 조광조 ...음!.. 김구 대비전과 종실의 반발이 큰 탓이겠지요. 게다가 지금 소격서에서는 경빈의 회임굿이 벌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김식 아무리 그렇다할지라도 전하께오서 부제학의 주청까지 물리시면서 이리 완 강하게 거부하실줄은 없는 일이오! 김정 전하께오서 소격서를 철폐하시지 않으시겠다면 모든 대간들은 사직을 요청 하여 소격서 철폐의 뜻을 분명히 하는 수 밖에 없소이다! 김식 이 사람도 같은 생각이외다. 김구 암요, 그래야지요! 조광조 (깊은 생각하는).. s#58. 대궐 일각 윤임이 걸어가는데 반대편에서 김안로가 바쁘게 걸어온다. 김안로 (다가와 서며) 판부사대감, 어딜 가시는 길이옵니까? 윤임 허허, 오랜만에 대비마마께 문후를 여쭈러 입궐 하였소이다. 김안로 대감, 지금은 대비전에 발걸음을 하지 않으시는 편이 좋겠사옵니다. 윤임 (영문 몰라) 왜요? 대비전에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게요? 김안로 전하께오서 소격소 철폐의 주청을 들어주시지 않는다고 모든 대간들이 사직을 요청하였소이다. 윤임 뭐요? 사직을?! 김안로 예, 그 일로 지금 대비전의 진노가 하늘을 찌를 듯 하다고 들었사옵니다. 윤임 음!..(대비전쪽을 휙-돌아본다) s#59. 대비전 외경 자순대비(E) 주상, 어찌 이런 일이 있을수 있단 말입니까?! s#60.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분이 난 얼굴로 중종을 바라본다. 자순대비 왕실의 후사를 위한 굿이 벌어지는 소격서를 철폐하라는 주청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대간들이 사직을 요청하다니요?! 중종 모두가 소자가 부덕한 탓이옵니다. 자순대비 주상 탓이 아닙니다. 이 어미가 듣기론 이번 일은 조광조라는 자가 삼사의 여론을 주도하여 벌이는 것이라 알고 있습니다. 중종 ...어마마마, 부제학은 단지 도학정치의.. 자순대비 주상, 조광조 그자는 역심을 품고 있어요!! 중종 (놀라)..역심이라니요? 자순대비 역심이 없다면 왕실의 종사를 보는 일에 이토록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랍 니까? 이씨의 씨를 말리겠다는 것입니까? 중종 어마마마! 자순대비 주상, 조광조는 왕실의 권위에 항거하고 있는것입니다. 내 조광조 그자를 가만 두고보지는 않을겝니다. 중종 ... s#61. 조광조 사랑채 방 안 조광조, 깊은 생각에 잠겨 앉아있다. s#62. 윤원형 집 대문 앞 쓰개치마를 쓰고 곱게 차려 입은 난정이 대문 앞에 선다. 난정, 뭔가를 생각하다가 대문을 쾅쾅- 두들긴다. s#63. 동 별채 초당 마당 난정, 배천댁을 따라 방문앞으로 다가선다. 배천댁 (방문쪽에다) 아씨-누가 좀 뵙겠답니다. s#64. 동 별채 초당 방 안 김씨, 글을 읽다가 흠짓 방문쪽을 돌아본다. 김씨 들라하게.. 몸종, 탄실이가 일어나 방문을 열어주면 난정이가 방안으로 들어온다. 탄실, 방문을 닫고 나간다. 김씨 (난정을 보며) 누구길래 나를 보자 하였는가? 난정 (앉으며) 아씨께 드릴 말씀이 있어 찾아왔사옵니다. 김씨 ..무슨 말인가? 난정, 품에서 각서를 꺼내 방바닥에 편다 <一片丹心>이라고 쓰여진 각서. 김씨 (글귀를 입속으로 되뇌이며)..일편단심..? 김씨, 난정의 얼굴을 치켜보면 김씨를 마주 보며 쌩끗 웃는 난정의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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