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23
s#1. 자운아 기방 대문 앞 난정의 손에 들린 옥패주머니. 난정, 고개를 들어 저만치 멀어지는 파릉군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다시 손에 쥔 옥패주머니를 낯이 익은 듯 내려다 본다. 난정의 시선위로 후레쉬 백되는 난정모가 옥패를 꺼내던 주머니. 난정, 갸웃하며 주머니끈을 풀어볼 듯 손이 가는데 옥매향 (대문쪽 내다보며) 난뎡이 뭐하고 있네? 날래 들어오디 않고? 난정 (옥매향을 돌아보며)..응.. 난정, 옥패 주머니를 가슴속에 넣고 안채 중문쪽으로 들어간다. s#2. 동 기방 중문 안 마당 난정, 중문안으로 들어와 옥매향쪽으로 걸어온다. 옥매향 난뎡아, 우리 방에 들어가서리 탸나 한 댠 마시자우. 난정 그래. 옥매향 (부엌쪽에다) 심퉁아, 방으로 미삼탸 둄 들이라우. 심퉁 (부엌에서 내다보며) 야, 알았슈. s#3. 동 기방 아랫방 안 난정과 옥매향, 미삼차(尾蔘茶)를 마시고 있다. 난정, 찻잔을 입술에 대다가 보면 생글생글 웃고 있는 옥매향. 난정 매향아, 뭐가 그리 좋아서 그리 웃니? 옥매향 기럼 됴티, 됴쿠말구! 기동안 울 오마니가 올마나 외롭게 날 키워듀신듈 아네? 울 오마닌 나를 딸텨럼, 동무터럼, 어떨땐 서방님터럼 믿고 의디하면 서 이날 이때껏 살아오셨드랬어.. 난정 (뭔가 찡하다)... 옥매향 (글썽거리는 미소)기렇케 외롭던 오마니가 파릉군 나으리와 하룻밤을 디내 시고 텅비었던 가슴이 꽉 메꿔디신걸 생각하니...내레 가슴이 시리게 너무 너무 됴타 니 말이야. 난정 (동병상련의 난정모가 생각나는 듯 서글픈 느낌)...! 옥매향 난뎡아, 너도 댤 알아두라우, 녀자는 고저 빈껍데기뿐이라두 남뎡네가 옆에 있어야 되는거이야. 알간? 난정 (미소로 보며) 매향아, 너 꼭 풍상한설 다 겪은 퇴기같은 소리만 하는구나? 옥매향 퇴기? (호호호 웃는데) 심퉁(E) (방밖에서) 난정 아씨- s#4. 동 아랫방 밖 마당 난정, 방문을 열고 앞에 서 있는 심퉁을 내다 본다. 난정 왜, 심퉁아? 심퉁 마님이 찾으셔유. s#5.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자운아, 뽀얗게 분바른 얼굴로 경대를 보며 입술연지를 바르고 있다. 자운아, 거울속의 자기 모습에 만족한 듯 쌩끗 웃어주는데 난정(E) (방문밖에서) 아주머니, 난정이에요. 자운아 (보며) 기래, 들어오라우.(경대를 옆으로 치운다) 난정 (방문 열고 들어와서 자운아를 보고) 아주머니 웬일이세요? 화장을 다하시고? 자운아 (쑥스러운 듯) 심심해서 분틸 한번 해 본기야. 내레 아딕은 봐듈만하디? 난정 (과장) 그럼요, 열 여섯 먹은 동기같으세요. 자운아 (싫지 않게 흘기며)난뎡이 너 어른을 놀리면 못쓰는기야? 난정 정말이에요. 자운아 (연상 서랍에서 묵직한 염낭을 꺼내 건네며) 받으라우. 난정 (의아하게 보며) 이게 뭐여요? 자운아 며틸 후면 댱악원에서 가서 기뎍심사를 받아야 할거이야. 기때 닙을 옷하 고, 댱신구 둄 마련하라우. 텃날 부텀 매향이 옷을 빌려 닙고 갈수는 없는 노릇 아니네? 난정 (조아리며)..고맙습니다. 자운아 고맙긴? 어탸피 난뎡이 니가 니 기방 듀인이 될거 아니네? 난정 (놀라 보며) 예에? 자운아 에미나이래 놀란 토캥이 같티 보긴? 내레 니 기방을 너한테 물려듈거라 니 말이야! 난정 아주머닌 어쩌시고요? 자운아 내레 이뎬 물러나야디..(상상하듯 미소) 남은 평생 님 곁에서 그 분을 의디 하며 살고 싶어서 기래. (난정보며) 내 말 무슨 뜻인듈 알간? 난정 ...?! s#6. 동 기방 안채 마당 난정, 안채 마당으로 내려서서 은덩어리를 내려다보는데 임서방이 중문 안 으로 들어온다. 난정 (임서방쪽을 보면)...? 임서방 난정아, 우리 서방님이 기다리고 계시다. s#7. 윤원형이 마련해 준 초가 마당 난정, 임서방을 따라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임서방 서방님, 난정이를 데려왔습니다요. 윤원형(E) 어서 들라해라. 난정, 방안으로 들어간다. s#8. 동 초가 방 안 윤원형, 곱지 않은 눈길로 방안으로 들어오는 난정을 치켜본다. 난정 (앉으며)나으리, 이년을 어인 일로 찾으셨사옵니까? 윤원형 (어이없게 보며) 뭬야, 어인 일? 허, 네가 무슨 짓거릴 했는지 몰라서 묻는게냐?! 난정 (보며) 이년이 무슨 짓거릴 했는데요?! 윤원형 네 어찌 감히 내 집 안채 초당까지 쳐들어와 일편단심 넉자를 펴들었단 말 이냐?! 그 일로 집안이 온통 발칵 뒤집어 지고 내 체통이 땅바닥에 굴러 버렸다! 난정 (냉소적으로) 체면 귀하신 걸 아셨으면 땅바닥에 떨어진 체면 다시 주워 드시면 될 것 아니옵니까? 윤원형 뭐,뭐라? 난정 뭐라니요?! 윤원형 (보다) 내 분명 중전마마께 네 말을 여쭈었다고 했거늘 어찌 그리 완패막 심한 짓거릴 했느냐? 난정 여쭈었는지 안 여쭈었는지는 이년이 두눈으로 보지 못하였사오니, 이년이 중전마마를 뵈올 때 까지는 나으리 말씀을 믿을수가 없지요! 윤원형 허, 이리 답답할데가 있나? 난정 이년은 나으리께서 중전마마를 뵙게 해 주실때까지는 나으리 댁에 종종 발 걸음을 하여 동생을 찾아뵈올 것입니다. 윤원형 뭬,뭬야? 도옹생?! 난정 (쌩끗 웃으며) 이년이 아씨의 손 윗 형님이란 걸 잊으셨사옵니까? 윤원형 (쏘아보며) 네가 지금 나를 위협하는게냐? 난정 (냉랭하게) 나으리께오서는 이년의 말씀이 위협처럼 들리시는 모양이지요? 윤원형 난정아, 네 진정 이리 나온다면 나 역시 오늘 이후로 발걸음을 끊겠다. 우 리 인연은 여기서 끝난 것으로 하자꾸나.(벌떡 일어서는데) 난정 (앉은채 쌜쭉 웃으며) 그리 호락 호락 아니되실 것이옵니다. 윤원형 (내려다 보며) 뭐,뭐라? 아니된다? 난정 이제 이년은 평생 나으리만을 바라보고 살 수 밖에 없는 몸이옵니다. 헌데 나으리께서 이년과의 인연을 끊겠다고 하시오면 이년 무슨 낙으로 세상을 살겠사옵니까? 윤원형 뭐라, 허면 네 스스로 목숨이라도 끊겠단 말이더냐? 난정 (단호하게) 지아비에게 버림받은 년이 무슨 낯으로 살아가겠사옵니까? 윤원형 지아비?..(코웃음) 흥, 그래 목을 매달던 강물에 뛰어들던 어디 네 마음대로 해보거라. 난 가련다.(방문고리를 열고 나가려는데) 난정 서방님! 윤원형 (멈춰서는)...?! 난정 이년 유서를 써 중전마마께 올리겠사옵니다. 윤원형 (놀라 돌아보며) 뭬,뭬야?! 난정 나으리, 일구이언은 이부지자란 말도 있거늘, 장차 나랏일을 맡아 큰 일을 도모하실 분이 어찌 거짓말을 식은 죽 먹듯 하시옵니까? 윤원형 (찔리는)..흠,흠!! 난정 나으리의 크신 가슴과 머리를 이년이 채워드리려 함인줄을 왜 모르시옵니까? 윤원형 뭐라? 허면 네가 내 장자방이라도 되겠다는 뜻이냐? 난정 예, 이년 기꺼이 나으리의 장자방이 되어드리겠사옵니다. 윤원형 허면 난정아, 네 지금 당장 내 앞에서 저고리 고름을 풀수 있겠느냐? 난정 나으리, 자고로 열계집 마다하는 사내 없다고 하였사옵니다. 이년을 그런 계집으로 보지 마시옵소서. 윤원형 ...?!! 난정 그래도 이년을 버리시겠다면 나으리 뜻대로 하세요. 윤원형 (난정 앞에 앉으며)..허, 난정아, 내 널 버리겠다는 것이 아니라..가뜩이나 조심스러운 외척의 집안에 네 자꾸 발걸음을 하면 구설에 휩싸여 중전마마 께 누가 된다는 것을 왜 모르는것이냐? 난정 ('중전마마에게 누가 된다?')...! 윤원형 (설득조로 손을 맞잡으며)..난정아, 내 언젠간 너에게 중전마마를 알현시켜 줄테니 당분간 자중하고 있거라. 알겠느냐? 난정 나으리, 반드시 지켜 주실 수 있겠지요? 윤원형 그래, 내 약조하마. 약조할테니 나를 믿거라. 난정 이 년, 다시 한번 속는 셈 치고 나으리를 믿어볼까요? 윤원형 오냐, 오냐..그래.그래..날 믿거라! s#9. 어느 길 윤원형, 사인교를 타고 가는 얼굴위로 윤원형(E) 장자방이 되겠다? 허어 내 이때껏 이년, 저년 온갖 계집 다 겪어봤어도 저 리 맹랑한 계집은 처음일세..아니지?.. 순간 윤원형의 얼굴위로 떠오르는 s#10. 후레쉬 백(18회 s#19의) 구휼미를 나누어주는 윤원형의 모습위로 들리는 (18회 s#34의)난정의 소리. 난정(E) 혹시 아옵니까? 전하께오서 어사주라도 내리실지요? s#11. 후레쉬 백(18회 s#32의) 윤비, 윤원형에게 흡족한 표정으로 말한다. 윤비 전하께오서 크게 흡족 하시어 오라버니 혼례일에 어사주를 내리시겠다고 하셨사옵니다. s#12. 어느 길 사인교를 타고 가는 윤원형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한다. 윤원형(E) ..혹시 모르지? 난정이가 진정 내 장자방이 될지도?! 아무튼 더 두고 볼 일 이야.. 윤원형, 사인교 위에서 생각에 잠겨 어디론가 간다. s#13. 대궐 강녕전 앞 뜰 조광조와 김정을 위시한 사간원,사헌부,홍문관 예문관 젊은 관헌들이 자리 를 깔고 부복해 있다. 지치고 수척한 얼굴들이지만 굳은 결의를 담은 표정이다. 조광조 (밤새껏 소리를 질러 갈라진 목소리) 전하, 소격서를 혁파하시옵소서! 김정,일동 소격서를 혁파하시옵소서! s#14. 동 편전 방 안 조광조(E) 전하, 통촉하여주시옵소서- 김정,일동(E)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괴로운 듯 이마를 짚고 고민에 빠져있다. 중종, 연상을 쾅 치고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방문 밖으로 나간다. s#15. 강녕전 앞 뜰 중종, 대전내관과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나와 조광조 앞으로 다가와선다. 중종 (노려보며) 과인은 대간들이 모두 사직을 할지라도 소격서를 철폐하지 않 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노라. 허니 더 이상 과인의 심기를 어지럽히지 말 고 물러들 가라! 조광조 (울컥) 전하, 자고로 밝은 군주는 대간들의 올바른 간언을 잘 받아들이고 어두운 군주는 명분 없이 행하며 남의 말을 용납지 않는다고 하였사옵니 다. 하온데 전하께오선 올바른 여론을 조성한 대간들의 주청은 윤허치 아 니 하시고 사직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오시니 신, 격분하여 말씀 드릴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중종 뭣이라 격분?! 과인이 대간들의 입사를 여러 차례 부탁했거늘, 그래도 사 직의 뜻을 꺽지 않는 자들이 어찌 과인의 신하임을 자처한단 말인가?! 과 인에게는 그런 신하들은 필요가 없음이야! 조광조 전하, 연산주의 전철을 밟으려 하시옵니까?! 중종 (부릅뜨며) 뭐라?! 부제학은 말을 삼가하라!! 조광조 전하, 소격서 철폐를 간언 드린 대간들의 뜻은 올바른 것이온데 어찌 전하 께오서는 전하의 충성스러운 신하들을 내치려하시옵니까?! 어진 신하를 배 척하는 것은 어두운 군주가 행하는 일이옵니다. 전하, 원컨대 신들의 주청 을 가납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괴롭게 보다가 휙- 돌아서 간다) 조광조 (중종의 뒷모습에다 조아리며)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김정,일동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괴롭게 편전 계단을 오르고 조광조와 김정, 신진관헌들이 부복하여 '통촉'을 청하는 모습위로 해설(NA) 소격서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관청으로 정치적으로 전혀 중요시 되지 않 는 곳이었다. 하지만 조광조의 소격서를 혁파하라는 주청은 조선의 국시인 성리학의 정치 이념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중종은 선대로부터 이어온 소격서를 폐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고 조광 조는 중종이 소격서 같은 이단의 철폐에 대해 망설이는 것은 왕권이 성리 학적 이념 위에 군림하려는 것이며 더 나아가 세조나 연산군같이 신하들의 간언을 무시하고 왕권을 마음대로 행사하는 폭군이 될 위험성이 엿보이기 때문에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렇듯 소격서 철폐 여부는 왕권 지키려는 왕실과 성리학의 이념을 신봉하 는 신진사림들의 물러설 수 없는 힘의 대결로 번져갔다. s#16.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내려진 발 건너편에 앉아있는 남곤과 심정에게 일갈을 터뜨린다. 경빈 조광조와 그를 따르는 대간들이 강녕전 뜰 앞에서 밤새 맹꽁이 울어대듯 하는 통에 전하께오서 침수조차 드시지 못하셨답니다! 헌데도 두분 대감께 서는 조광조의 방약무도한 짓거리를 두고만 보실겝니까?! 남곤 망극하옵니다. 하오나 소격서가 좌도가 분명한 이상 조정에서 조광조를 탄 핵할 명분이 없사옵니다. 경빈 뭬요?! 허면 좌도인 소격서에서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기도를 올리는 이 사람은 대체 뭐가 되는겝니까?! 남곤 화,황공하옵니다,마마. 경빈 조광조 그 자는 이 사람에게 쌓인 억하심정으로 이리 하는겝니다. 심정 (의아하여) 억하심정이라니요? 경빈 (가늘게 보며) 몇 년전에 이 사람이 조광조에게 복성군의 왕세자 교육을 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허나 조광조는 이 사람의 청을 일언지하에 거부하 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지요! 심정 허어, 그리 오만방자할 수가?! 경빈 (남곤을 보며) 그날 조광조가 예판대감께 소인배라고 내뱉은 말을 기억하 십니까? 남곤 (불편한)..음! 경빈 소격서에서 이 사람이 아들을 비는 굿이 벌어지는 때에 조광조가 소격서 철폐를 저리 악착스럽게 주청하는 것은 분명 이 사람에 대한 사사로운 원 한 때문일겝니다. 심정,남곤 (서로의 얼굴을 본다)...! 경빈 이 사람은 처음부터 조광조는 같은 길을 걸어선 아니될 줄로 생각했습니 다. (휙 보며) 이번에야 말로 기필코 조광조를 찍어내도록 하세요. 그렇지 못하면 조광조, 그자는 장차 복성군이 세자책봉을 받을 때 반드시 걸림돌 이 될 것입니다. 심정 마마, 하오나 예판의 말씀대로 조정의 힘만으로는 조광조를 탄핵하기 어렵 사옵니다. 경빈 그래서요? 심정 지금 전하께오서 조광조의 주청을 완강하게 거부하시는 가장 큰 이유는 대 비전의 진노가 크시기 때문이라 알고 있사옵니다. 경빈 ('맞다')... 심정 하오니 대비마마께오서 결단을 내리시게 하오심이 조광조를 찍어내는 첩경이 될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경빈 (끄덕이며) 알았소, 대비전에는 이 사람이 말씀을 올릴테니 두분 대감은 조 정의 공론을 모아주세요. 이번에 그자를 꺽어버리지 못한다면 언제가는 반 드시 더 큰 화근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이 사람의 말 뜻을 아시겠습니까?! 남곤,심정 (조아리며) 명심하겠사옵니다. s#17.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아있는 엄상궁에게 말한다. 윤비 (걱정되는) 엄상궁, 전하께오서 아침 수라는 젓수시었다던가? 엄상궁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전하께오선 수랏상에 수저 한번 아니대시고 그냥 물 리셨다 하옵니다. 윤비 뭐라?..(한숨)..밤새껏 한 숨도 주무시지도 못하시고 수랏상까지 그냥 물리 셨다니 이러다 전하의 옥체라도 상하시면 어이할꼬? 엄상궁 망극하옵니다. 윤비 엄상궁, 지난번 전하께오서 육신죽을 맛있게 젓수셨으니, 소주방(燒廚房)에 일러 낮것(*임금의 점심)으로 육신죽을 쑤어 올리도록하게. 엄상궁 예. 중전마마께오서도 아침을 거르셨사오니 같은 죽을 쑤어올리겠사옵니다. 윤비 아닐세. 전하께오서 식음까지 폐하시고 저리 고심을 하시는데 지어미 된 자가 어찌 배부름을 구하겠는가? 엄상궁 ... 윤비 (문득) 엄상궁, 탕약 마실 때가 지났거늘 경빈은 어인 연유로 늑장을 부리 는 것인가? 엄상궁 오상궁을 경빈의 처소로 보냈사옵니다. 윤비 ('이것이 또?')..음. 오상궁(E) 중전마마, 오상궁이옵니다. 윤비 들라. 오상궁(E) 예. 방문이 열리면 오상궁이 들어와서 조아린다. 윤비 경빈은 어인 일로 아니 들었는가? 오상궁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경빈은 대비전에 들었다 하옵니다. 윤비 (움찔)뭣이라, 대비전에?..(뭔가를 생각하는)..대비전, 대비전이라? (대비전쪽 을 휙 돌아본다) s#18. 대비전 방 안 경빈, 자순대비 앞에서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다. 경빈 대비마마, 신첩이 소격서에서 아들을 비는 굿을 하는 것 때문에 조정이 시 끄럽다니 신첩 대죄를 지은듯 하여 몸둘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자순대비 소격서에서 왕실의 발복을 비는 일이 어찌 대죄란 말씀이오? 감히 누가 그 런 말을 입에 담는단 말이오? 경빈 중전마마께오서 그리 말씀하셨사옵니다. 자순대비 (흠짓)..중전이?.. 중전께서 무슨 뜻으로 그리 말씀하셨을꼬? 경빈 신첩, 이번일로 복중의 태아가 놀란 듯 하여 심히 걱정이옵니다. 자순대비 (놀라) 뭬요? 무슨 징조라도 비쳤단 말이오? 경빈 그런 것은 아니오나, 조석으로 두 번 중궁전에 들러 탕약을 마신 후로는 가끔씩 복통을 일으키옵니다. 자순대비 음!..어의를 불러 진맥토록 해보십시다. 경빈 망극하옵니다. 자순대비 또한 내 중전께 일러둘테니 앞으론 처소에서 탕약을 드시도록 하오. 경빈 하오나, 중전마마께오서.. 자순대비 허, 괜찮다지 않소. 경빈,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내 무슨 일이 있어도 경빈 의 잉태한 용종을 지켜줄 것이오! 허니 경빈은 태교에만 마음을 쓰도록 하시오. 경빈 마마, 홍문관 부제학은 전하께오서 총애하는 신하라 들었사옵니다. 그런 분 이 이제껏 가만 있다가 왕실의 후사를 빌고 있는 소격서를 철폐하라고 주 청드렸다면..신첩의 좁은 소견일지도 모르겠사오나 혹시 불순한 마음이 있 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되옵니다. 자순대비 불순한 마음이라? 경빈 황공하옵니다. 자순대비 아니오, 경빈이 바로 보신게요! 이 늙은이 눈에도 조광조의 불순한 역심이 보입니다! 경빈 (애처롭게) 신첩,두렵사옵니다. 잉태한 복중의 태아에게 무슨 일이 있을까 (눈물 주르륵) 너무도 두렵사옵니다! 자순대비 (조광조에 대한 분노)..조광조! 조광조 내 가만 두고 보지는 않을게요! s#19.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정광필, 안당, 이장곤, 김전, 홍경주, 남곤, 심정이 앉아 있다. 중종 이렇듯 경들을 들라 한 것은 과인이 소격서 철폐에 대해 경들의 뜻을 다시 한번 묻고 싶어서요. 경들의 뜻을 기탄없이 말해보시오. 정광필 전하, 이번 일로 대간들이 사직을 청하여 국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사옵니다. 하오니 하루라도 속히 소격서를 철폐하시어 대간들이 맡은 바 소임에 전념할 수 있게 하오심이 옳을 듯 사료되옵니다. 남곤 당치도 않은 말씀이옵니다. 조종조에서도 제사를 올리신 소격서를 어찌 하 루아침에 폐할 수가 있겠사옵니까? 선대에서 정한 제도는 함부로 혁파할 일이 아닌 줄 아옵니다. 안당 전하, 비록 조종조에서 소격서에서 제사를 지내신 바가 있사오나 그것은 관례에 따른 것일 뿐 성심으로 높여 받드신 것은 아니옵니다. 전하께오서 이번에 소격서를 혁파하시어 이 나라가 도학의 나라임을 만천하에 밝혀 주시옵소서! 홍경주 허면 소격소 철폐를 거부하는 전하께오선 어두운 군주란 말씀이오? 안당 허어, 남양군께서는 어찌 말트집만 잡으시려는게요? 홍경주 말트집이 아니라 의정부대신들께서 부제학의 뜻만 쫓으려 하니 답답해서 드리는 말씀이외다. 김전 부제학의 뜻을 따른 것이 아니오라, 종사를 위해 단안을 내린겝니다. 심정 전하, 조광조는 언관들의 공론을 주도하여 전하의 뜻을 꺽으려 하고 있사 옵니다. 전하께오서 소격서 혁파를 받아들이신다면 군주의 권위는 크게 손 상을 되실 것이옵니다. 전하께오서 조광조를 문책하시어 군주로서의 위엄 을 보이심이 마땅하다 사료되옵니다. 이장곤 화천군, 전하께오서 신료들의 주청을 가납하시는 것이 어찌 군주로서의 권 위를 손상하는 일이 된단 말씀이오! 전하의 심기를 어지럽히는 말씀을 삼 가하시오! 심정 전하의 심기를 어지럽혀드리다니요?! 중종 그만들 하시오! 과인이 경들의 뜻을 알았으니 물러들 가시오. 일동, 중종에게 조아리고 일어나 방문밖으로 나가는데 중종(E) (그리움의 눈길로 허공을 보는) 이럴 때 파릉군 숙부가 옆에 계셨다면 과 인에게 큰 힘이 되셨을 것을..보고 싶구려 숙부.. s#20. 어느 정자 위 파릉군이 이세진과 이몽헌,이하명등의 종친과 앉아있다. 파릉군 종친들께서는 소격서혁파에 대해서 어찌들 생각 하시오? 이세진 종친들 내부에서도 견해가 양분되고 있사옵니다. 파릉군 양분이요? 이몽헌 소격서는 조종조에서 제사를 올리신 곳이니 존속시켜야 한다는 견해가 있 는 반면에 태조대왕께오서 조선을 창건하실때 숭유배불의 국시를 살려 소 격서는 마땅히 혁파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사옵니다. 이하명 대감께오선 소격서 혁파에 대해 어떤 의중을 가지고 계시옵니까? 파릉군 이 사람에게 무슨 의중이 있겠소이까? 허나 조광조의 주청에 명분이 있으 니 결국 전하께오서 받아들이실 수 밖에 없을 것이오.. 이몽헌 허나 툭하면 여론을 불러 일으켜서 전하를 압박하는 조광조의 과격함이 마 땅치 못한 건 사실이옵니다. 이하명 정국공신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거병의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답니다. 파릉군 음..큰일이외다. 종친들조차 뜻을 한곳에 모으지 못하고 있으니 앞으로 이 나라 정치는 붕당의 조짐으로 혼란에 빠져 들것이외다. 세진,몽헌,하명 (서로의 얼굴을 보는)...?! 이세진 대감, 이럴 때 대감께오서 전하의 곁에 계셔준다면 전하께 큰 힘이 될 것 이옵니다. 파릉군 (한숨)..아니오, 아직은 이 사람이 전하의 곁에 들어가는 것은 시기상조요. 좀 더 때를 봅시다. s#21. 백치수 사랑채 마당 능금, 귀를 쫑긋 세우고 사랑채 방 안을 엿듣고 있다. s#22. 동 사랑채 방 안 백치수, 어음을 봉투에 넣어 길상에게 건네준다. 백치수 약조한 자네 몸값이네. 이 정도면 황진이나 소춘풍 같은 명기들도 기적에 서 빼낼 수 있을 걸세. 길상 (받으며) 고맙사옵니다. 백치수 그 어음을 받는 순간부터 자네 목숨은 내 것이야. 허니 몸을 함부로 다루 지 말게나. 길상 (조아리며) 이놈 물러가겠사옵니다.(일어서서 나가려는데) 백치수 내 말 명심하게, 재물로는 사람의 참마음을 살 수가 없다는 것 말일세. 길상 (백치수를 힐끗 보고는 방문 밖으로 나간다) 백치수 허허.(연상위에 놓인 장부를 훑어본다) s#23. 동 사랑채 방 밖 마당 길상, 마당으로 내려서서 어음봉투를 품에 넣고 대문쪽으로 간다. 한편에 몸을 숨기고 있던 능금이 길상의 뒤를 쫓아간다. s#24. 윤원형 아흔아홉칸 집 외경 윤원로(E) 뭐가 어쩌고 어째요?! 출입을 금하다니요?! s#25. 동 윤원형 사랑채 방 안 상석의 윤지임 옆에 윤원로, 윤원형, 그리고 건너편에 김씨가 앉아있다. 윤원로 (김씨를 휙 보며) 제수씨, 허면 나를 이 집에서 내치겠다는 말이요?! 허 어, 사대부가의 훈육을 받으신 제수씨가 어찌 그런 망발을 입에 담을 수 있단 말씀이오?! 김씨 출입을 금하는게 아니오라 이 집에서 머무실 것이오면 아주버님 두 내외분 께서 아주 이사를 들어오시란 말씀이옵니다. 윤원형 부,부인..형님내외가 이리로 들어오신다는 건 좀.. 김씨 이 댁은 여염집이 아니옵니다. 부원군 댁이옵니다.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 거수 일투족이 중전마마의 체통을 깍을 수도 있는 것이옵니다. 윤원로 허면 이 사람이 중전마마의 체통을 깍을 만한 처신이라도 했단게요? 김씨 그건 아주버님께오서 더 잘 아실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윤원로 뭬,뭬요, 사료? 허, 제수씨가 유식한 문자만 쓰신다고 중전마마의 체통이 서신답니까? (윤지임을 보며) 아버님, 어찌 가만히 듣고만 계신것이옵니 까? 장손을 내치겠다는 제수씨를 어찌 가만히 보고만 계시옵니까? 윤지임 (시선 피하며) 며늘애가 틀린 말을 한 것 같지는 않구나. 윤원로 뭐라구요? 아버님, 소자는 아버님의 제사를 모실 이 집안의 장손이옵니다. 헌데 어찌 며느리 편만 드시는것이옵니까? 윤지임 이놈아, 집 안 잘되자는데 니편 내편이 어딨느냐? 그리고 효도를 하려면 살아 생전에 해야지! 난 죽어서 니 놈이 차려주는 제삿밥 축낼 맘 없다. 윤원로 아버님! 윤지임 며늘애가 다 중전마마를 위해서 그런다지 않느냐? 윤원로 원형아, 네가 뭐라고 말 좀 해보거라. 넌 이 형이 이 집에 들어오는 걸 쌍 수 들고 반대하지 않았느냐? 윤원형 형님 내 바깥 사랑채를 내어드릴테니 형수님하고 이사를 들어오슈. 윤원로 너,너..지금 처가에서 내쫓긴 형의 처지를 뻔히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하는게냐? 윤원형 (힐끔) 아니까 이런 말을 하는게지요. 윤원로 뭬,뭬야?! 허 참,이거 장손을 면박주고 쫓아내려고 다들 작당을 했구려?! 윤지임 작당이라니?! 이게 다 처가살이 하겠다고 의절하고 나간 네 놈의 업보야, 업보! 윤원로 아버님, 소자, 억울하옵니다. 원형이를 내치고 소자의 봉양을 받으시겠다고 다방골 기방에서 이놈의 손을 꼭 쥐시며 해주신 굳은 약조는 다 어디로 간 것이옵니까? 윤원형 (흠짓) 아버님, 진정 그런 일이 있었사옵니까? 윤지임 (김씨의 눈치를 보며)..내, 내가 언제?! 윤원로 월향이가 그 자리에 있었사온데 어찌 모른다고 시치미를 잡아 떼시는겝니 까? 당장이라도 월향이를 불러올까요? 윤원형 월향이요? 윤지임 시끄러 이놈아. 입 다물지 못해?! 김씨 허면 그리 알고 물러가겠사옵니다.(일어서려는데) 윤원로 (애원조) 제수씨, 내 공밥은 안 먹을테니 밤이슬만 피하게 해주시오. 김씨 (다시 앉으며) 아주버님께서 그리 이 집에 계시겠다면 약조 해주실 것이 있사옵니다. 윤원로 야,약조라니요? 그게 뭐요? 김씨 아주버님께서 이제부터라도 과거공부를 하시겠다고 약조하시면 이 집에 머 무셔도 좋사옵니다. 윤원로 과거공부라니요? 김씨 아주버님이 과거에 입격하셔야 조정에 나아가 장차 중전마마의 버팀목이 되어주실 것 아니겠사옵니까? 윤지임 (김씨를 믿음직하게 보는)...옳도다! 윤원로 (크게 끄덕이며) 내 약조하리다. 김씨 또 하나 앞으로 과거에 입격하실때까지 기방출입은 안하시겠다고 맹세를 해주십시오. 윤원로 나야, 애초에 기방출입하고는 담을 쌓은 몸이요. 아버님이 하도 조르셔서 몇 번 발걸음을 한 것뿐이지요. 윤지임 야, 이놈아 며늘애 앞에서 너 그 무슨?! 윤원로 험험, 아무튼 기방출입이라면 난 딱 끊겠소, 허니 제수씬 아버님하고 원형 이 일편단심만 잘 감시하시면 될게요. 윤지임 (김씨의 눈치 힐끔 본다)...?! 윤원형 혀,형님?!(김씨의 눈치를 힐끔본다) 김씨 (다소곳한 기품속에 위엄이 있는) 하오면 아버님 앞에서 하신 아주버님의 맹세를 믿겠사옵니다. s#26. 동 사랑채 마당 김씨, 방에서 나와 기다리고 섰던 배천댁과 탄실이를 데리고 별채쪽으로 간다. 윤원형과 윤원로가 뒤따라 나와 김씨의 뒷모습을 보고 선다. 윤원로 (가는 눈으로 보며) 닮았어. 암만 봐두..닮았어! 윤원형 (의아하여) 누가 누굴 닮았단 말이오? 윤원로 제수씨 말이다. 중전마마께오서 사가에 계실 때 모습하고 꼭 닮았다 이 말 이다. (놀리듯) 원형아 앞으로 상전 모시고 살려면 고생문이 훤하겠구나. 흐흐.(뒷짐지고 어디론가 걸어 간다) 윤원형 (윤원로를 흘겨보다가 갸웃하며) 중전마마와 닮았다?..어째 그런 것 같기도 하고..? s#27. 갖바치 마당 난정, 손에 비단 몇 필을 들고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아랫방쪽을 기웃대며) 아주머니, 당골네 아주머니! 당골네 (멍자국이 안가신 얼굴로 방문을 열고 나오며) 난정이 왔구나? (손에 든 비단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뛰어나오며) 이,이거 비단 아니냐? 난정 (미소) 예, 약조 드린 비단이에요. 맞춤 옷 해 입으세요. 당골네 호호호, 고맙구나. 잠시 들어가자.(비단을 받아들고 난정의 손을 잡아끈다) 임자, 그만 자빠져 자고 일어나시오, 난정이가 왔소. s#28. 동 갖바치 아랫방 안 당골네 (비단을 뺨에 비벼대며) 아유, 참 곱기도 해라. 내 평생 이런 호사는 처음 이구나. 방백인 (손톱자국이 안가신 뚱한 얼굴로 보며) 난정아, 대체 이 여편네가 무슨 수 발을 들었길래 이리 비싼 비단까지 준게냐? 난정 (미소) 그럴 일이 있었어요. 당골네 임잔 몰라도 되오. 여인네 끼리 통하는 그런게 있소. 방백인 (당골네를 흘겨보는데)...여편네... 난정 아저씨, 헌데 내 사주가 망자의 사주가 틀림이 없어요? 방백인 아마, 네 어머니께서 사주를 잘못 일러주셨을게다. 그 사주의 임자는 진즉 백골이 진토되었을게다. 난정 (불길한 느낌)... 당골네 (갸웃거리며)..내 어젯밤 곰곰이 되새겨보니 네 사주 일시가 아마 성님께서 안방 마님한테 쫓겨나 피접을 나갔던 그날 같던데... 난정 (흠짓 보며) 예에? 어머니가 마님한테 쫓겨나 피접을 나가셨다니요? 당골네 (움찔 놀라) 아,아니다! 아유, 요 주둥이. 난정 아주머니,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당골네 (곤혹스러운)..그,그게 말이다.. 방백인 이 여편네야, 고 놈의 주둥이 닥쳐! 당골네 알았소!.. 난정 (당골네를 의아하게 보는데)...? 갖바치(E) 난정이 왔느냐?! 당골네 (반가운 듯) 아이구, 이 댁 주인 오셨나보다. 어서 나가보거라. 난정 ....! s#29. 동 갖바치 마당 난정, 아랫방문을 열고 나오면 갖바치, 윗방쪽으로 걸어온다. 난정 (일순 반갑다) 아저씨! 갖바치 오냐, 신발을 보고 네가 온 줄 알았다. 난정 (힐끗 보며)..아저씨..울 어머니하고 암자에 가셨다면서요? 갖바치 그래, 아주머니께선 암자에서 며칠 더 머물다 오실게다. 난정 (뭔가 불안한)...그래요?..헌데 어머닌 무슨 일로 암자엘 가셨어요? 갖바치 잠시 들어오너라. 내 너에게 할 말이 있구나.(자기 방안으로 들어간다) 난정 (머뭇거리다가 갖바치 뒤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간다) s#30. 동 갖바치 윗 방 안 갖바치 앞에 난정이 앉아있다. 갖바치 난정아, 왜 기생이 되려고 하느게냐? 딴 일도 많은데? 난정 ... 갖바치 그 일로 아주머니께서 마음의 충격을 많이 받으신 듯 하구나. 난정 (결연한 표정으로 보며) 하지만 어머니도 똑바로 아셔야 되요. 우리같은 천 출이 택할 수 있는 길 중에서 내 스스로 선택한 길이에요. 어머니를 위해 서라도 난 기생이 될거에요. 언젠가 내 원을 이루게 되면 어머니도 이 마 음을 알아주실거에요. 갖바치 ...음!... 난정 아저씨도 날 말리실 작정이시라면 그만두세요. 누가 뭐래도 내 결심은 변 함 없어요! 갖바치 난정아, 이 아저씬 너를 말릴 생각이 없다. 난정 (의외라는 듯 보는)..?! 갖바치 허나, 내 오랜 친구로서 너한테 한마디 일러주고 싶은게 있구나. 난정 ...? 갖바치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아니더냐? 네가 기생이 되던 아니면 또 다른 무엇 이 되던 그건 네 스스로 택한 길이니 네 갈 길을 가야겠지. 허나 그것이 네 어머니나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네 자신을 위해서 택한 길이었 으면 좋겠구나. 난정 ...!! s#31. 난정모 초가 마당 난정, 대문 안으로 들어와 툇마루에 털썩 주저 앉는다. 난정, 뭔가를 생각하는 얼굴위로 들려오는 갖바치(E) 그것이 네 어머니나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네 자신을 위해서 택한 길이었으면 좋겠구나. 난정 (혼잣말)..내 자신을 위해서 택한 길..?..(생각에 잠기는데) 길상 (대문안으로 들어온다)..난정아. 난정 (돌아 보며) 길상아..여긴 어인 일이야? 길상 (심각하다)..네게 할 말이 있어. 난정 ...? s#32. 동 난정모 방 안 난정 앞에 길상이 고개를 숙인채 묵묵히 앉아있다. 난정 할 말이 있다면서?..왜 그러고만 있어? 길상 (고개 들고 보며)..난정아..내게로 와 줘. 난정 (움찔)..뭐어?! 길상 넌 내게 좋은 사람으로 남아 달라고 했지만..난 그럴 자신이 없어. 아니 그 리는 못하겠어. (난정의 손을 덥썩 잡는다) 난정아, 내게로 와! 난정 길상아, 이러지 마. 우린 가는 길이 다르다고 말했잖아. 길상 (품에서 어음을 꺼내 난정의 손에 쥐어주며) 이걸 봐, 이만한 재물이면 니 가 기방에 나가지 않아도 돼, 남의 첩살이 안하고도 너랑 나랑 우리 둘이 서 평생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어. 난정 (손에 쥔 어음을 보다가 고개를 치켜들고 길상을 노려본다)...! 길상 (애원조) 난정아, 그러니 제발.. 난정 (어음을 길상의 얼굴에 휙 던져버린다) 길상 ...!! 난정 너만은 다를 줄 알았어! 헌데 너도 다른 놈들과 똑같아. 재물만 가지면 뭐 든 니 맘대로 될 수 있을 줄 알았니?! 이따위 재물 몇푼 가지고 내 몸뚱이 를 살 수 있을줄 알았냐구?! 길상 ..난정아..('그게 아니란걸 알잖아..') 난정 (고개 돌리며) 꼴도 보기 싫으니 썩 꺼져! 길상 (참담하게 일그러지는)...! 난정 (냉랭하다)... 길상 (일어서서 나가려다 돌아보며)...난정아.. 난정 (버럭) 앞으로 두 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도 마!! 길상 (난정을 보다가 힘없이 방문 밖으로 나간다)... 난정, 무릎에 얼굴을 묻고 쿨쩍 눈물을 터뜨린다. s#33. 난정모 대문 앞 길 길상, 어깨가 축 쳐진채 대문 밖으로 나온다. 길상, 하늘을 보고 한숨을 내쉬고는 터벅터벅 어디론가 걸어간다. 능금, 나무 뒤편에서 나와 길상의 뒷모습을 보다가 난정모 대문쪽을 본다. s#34. 동 난정모 방 안 난정, 무릎에 파묻었던 얼굴을 들고 눈물을 닦아낸다. 난정, 숨을 한번 몰아쉬고는 방밖으로 나간다. s#35. 동 난정모 마당 난정, 방문을 열고 나오는데 마당 한편에서 능금이 노려보고 서있다. 난정, 능금을 보고 순간적으로 움찔한다. 능금 (쏘아보며) 혹시나 했는데 역시 난정이 니가 맞구나? 난정 (냉랭하게) 능금아, 우린 볼 일이 없을텐데 무슨 일로 찾아 왔어? 능금 무슨 일? 너 기생이 되더니 사람이 아주 못쓰게 변했구나? 난정 뭐어? 능금 송도에서 일 벌써 잊었어? 길상이는 너를 구해준 은인이야. 동녀로 팔려갔 던 너를 목숨걸고 구해준 은인이라고! 헌데 니까짓게 뭔데 길상일 우습게 보는거야?! 난정 난 누구도 괄시한 적 없어. 괜한 트집 잡지 말고 돌아가. 능금 내 말해두겠는데 한번만 더 길상이한테 꼬리치거나 우습게보면 내가 널 가만 안놔둘거야! 난정 꼬리?..(위악적으로 깔깔대고 웃는다) 호호호- 능금 넨장맞을! 남은 진지하게 얘기하는데 왜 웃는거야? 난정 (웃음 뚝 그치고 똑바로 보며) 능금아, 난 너한테 길상일 뺏을 생각은 눈꼽 만치도 없어! 하지만 니가 진정 길상일 좋아한다면 남의 탓만 하지 말고 길상이가 다른데 한 눈 팔지 않게 니가 좀 더 마음을 써야되지 않겠니? 능금 (발끈 하여) 뭐야?! 너 증말 말 다했어? 난정 그만 돌아가. 괜한 일로 너하고 입씨름 할 짬이 없어. 니 말대로 난 기생이 니까 곧 기방에 나가봐야 하거든? (시선을 돌린다) 능금 (씩씩대며 보다가) 난정이 너 곱상한 얼굴에 칼자국 나기 싫으면 앞으로 행동거지 조심해! 알았어?! (인상 북 긁고 노려보다 휙 돌아서 나가버린다) 난정 (능금의 뒷모습을 본다).... s#36. 대궐 강녕전 앞 뜰 조광조와 김정, 그리고 신진관헌들이 부복해 있다. 대열에서 누군가가 탈진했는지 정신을 잃고 푹 쓰러진다. 조광조, 결사적인 눈빛으로 강녕전을 쏘아보고 있다. 조광조 ...전하! s#37. 대비전 복도 중종, 힘없이 방문쪽으로 걸어온다. 조상궁 대비마마,주상전하 납시었사옵니다. 자순대비(E) 어서 뫼시어라. s#38. 대비전 방 안 방문이 열리고 중종이 방안으로 들어온다. 자순대비, 머리에 띠를 두르고 자리에 누워있다가 힘겹게 일어나 앉는다. 중종 (대비 옆에 앉으며 걱정스럽게) 어마마마, 어디가 미령하시옵니까? 자순대비 주상, 이 에미는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중종 어마마마..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자순대비 의정부 대신들까지도 조광조의 주청을 쫓아 소격서를 혁파하라고 하였다지요? 중종 예, 삼사뿐 아니라 재상들의 공론도 소격서 혁파로 모아지고 있사옵니다. 소자, 더 이상 조정의 뜻을 불윤할 수는 없을 듯 하옵니다. 자순대비 주상, 이대로 어의를 꺽으셔서는 아니됩니다. 군주의 위엄이 무너지면 이씨 의 나라가 무너지는 것이옵니다! 중종 하오나.. 자순대비 하오나라니요?! 중종 어마마마.. 자순대비 주상, 어찌 이리 유약하시오?! 조정신료들 역시 집안에 일이 생기면 무당 을 불러다 치성을 드리고 명산대찰을 찾아 기도를 올리고 있어요. 헌데도 제 집안 단속은 게을리 하면서 어찌 왕실부터 다스리려 하는지 그자들의 속내가 의심스럽소! 중종 ... 자순대비 이 모든 일의 배후엔 조광조의 사특한 간계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중종 어마마마.. 자순대비 이 어미는 이제껏 조광조 그 자처럼 무도한 신하는 본 적이 없습니다. 평성부원군조차 왕실의 후사를 보는 일에는 관여치 않았어요. 중종 ...! 자순대비 헌데 조광조 그자가 이씨의 씨를 말려서 어쩌겠다는겝니까? 스스로 왕이 되겠다는 심보가 아니면 뭐겠습니까?! 중종 어마마마, 어찌 그리 망극한 말씀을 하시옵니까? 자순대비 예, 망극한 말씀이지요. 허나 이 늙은 에미의 눈에는 그리 보입니다. 조광 광조 그자에겐 분명 역심이 있어요! 주상께서 이대로 물러나시면 큰 일을 저지를 자입니다. 주상, 조광조를 경계하셔야 합니다. 주상, 이 늙은 에미의 말을 명심하세요. 중종 (괴롭다)...! s#39. 희빈의 처소 방 안 희빈과 홍경주가 다과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희빈 아버님, 궐내가 하도 뒤숭숭하여 꿈자리도 사나운게 꼭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사옵니다. 홍경주 이럴 때 일수록 처신만 잘하신다면 전하의 신임을 받으실 수 있을것이옵니다. 희빈 어떻게요? 홍경주 우선 대비마마와 중전마마의 신임부터 얻으셔야 합니다. 허니 대비전과 중 궁전에 자주 들리시어 두분 마마의 마음을 잡으셔야 합니다. 희빈 (바짝 다가앉으며) 그래서요? 홍경주 (손바닥을 펴서 흉내내며) 이렇듯 양편에 발을 디디고 계셨다가 전하의 마 음이 중궁전에서 멀어지시면 마마께서도 (한쪽 손바닥 올리며) 중궁전에서 발을 떼시고, 전하께오서 중궁전을 가까이 하시면 또 이쪽편에 발을 떼어 놓으시면 됩니다. 희빈 호호, 아버님 말씀은 발떼기를 잘하란 말씀이옵니까? 홍경주 예, 그렇사옵니다. 요즘 같이 앞 길이 한치도 보이지 않을 때 발놀림을 잘 하는 것만이 살 길이옵니다. 희빈 (끄덕 끄덕)...! s#40. 중궁전 외경 윤임처, 손에 약첩을 들고 중궁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위로 윤임처(E) 중전마마, 오랜만에 문후 드리옵니다. s#41.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은 윤임처를 미소로 바라본다. 윤비 정부인께서도 평안하셨는지요? 윤임처 (앉으며) 예, 모두가 마마께오서 돌봐주신 은덕이옵니다. 윤비 소격서 일로 궐내가 어수선한데 어인 일로 입궐하시었습니까? 윤임처 예, 중전마마께 약첩을 올리기 위해 들어왔사옵니다.(약첩을 공손하게 내민다) 윤비 (받아보며) 이게 무슨 약입니까? 윤임처 (미소) 회임에 좋은 탕재이옵니다. 윤비 (움찔)...!! 윤임처 장경왕후께오서도 이 탕약을 드시고 회임을 하시었사옵니다. 마마께오서도 이 탕약을 드시고 하루라도 속히 회임을 하시어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신다 면 소첩 더 바랄것이 없겠나이다. (힐끗 윤비의 표정을 살핀다).. 윤비 (윤임처를 담담하게 보다가)..고맙습니다. 엄상궁(E) 중전마마, 원자아기씨 드셨사옵니다. 윤임처 ('원자?' 움찔)..?! 윤비 (방문쪽 보며) 오, 어서 드시라해라. 엄상궁(E) 예. 방문이 열리면 박상궁이 원자를 데리고 들어온다. 원자 (윤비에게 쪼르르 달려와 안기며) 어마마마. 윤비 (품에 안아주며) 오, 그래 잘 지냈누? 윤임처 (그 모습을 감동적으로 본다)..!! 윤비 원자, 인사 여쭈세요. 외숙모님 되십니다. 원자 (윤임처에게 조아리며) 문후 여쭈옵니다. 윤임처 (맞절하며) 예, 마마...(뭉클 눈물이 글썽거린다)...!! 윤비 (윤임처를 보며) 원자는 내 배로 낳은 친아들처럼 보살필테니 정부인께선 아무 염려 마시고 돌아가세요. 윤임처 (조아리며) 중전마마의 하해와 같으신 은혜에 황감할 따름이옵니다. 윤비 (보는)... s#42.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이 윤임처를 보며 호탕하게 웃고 있다. 윤임 허허, 그래요? 중전마마께오서 원자를 그리 아끼신단 말씀입니까? 윤임처 예, 중전마마께오서 원자마마를 품에 안고 계신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우신 지 소첩 지극히 감동하여 눈물까지 비쳤사옵니다. 윤임 (끄덕이며)..음..내 부인의 말씀을 들으니 이제 좀 안심이 되는구려. 윤임처 앞으로 원자마마 걱정은 안하셔도 좋을 듯 싶사옵니다. 윤임 암요, 그래야지요! 허허허. s#43. 중궁전 방 안 윤비, 창빈 앞에 (윤임처가 올린) 약첩을 밀어놓는다. 윤비 창빈, 이 탕재를 조석으로 두 번 다려 드시도록 하세요. 창빈 마마, 이 것이 무슨 약이옵니까? 윤비 (미소) 판부사 대감댁에서 올린 회임에 좋다는 탕재입니다. 이 약의 효험을 보시어 창빈도 왕자를 생산하도록 하세요. 창빈 (당황하여) 주,중전마마, 어찌 신첩이 중궁전에 올린 물건을 받을수 있겠사 옵니까?..그,그것도 중전마마의 회임을 위한 탕재를요? (조아리며)천부당 만 부당 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윤비 (미소) 괜찮소, 창빈. 이사람은 원자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이 약을 먹어서 는 아니될 것이오. 허니 이 사람의 뜻에 따라주시오. 창빈 예에?...마,마마! 윤비 ... s#44.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금이를 추궁하듯 본다. 경빈 뭬야, 중전마마께오서 판부사댁에서 올린 회임 탕재를 창빈에게 주었단 말 이더냐? 금이 예, 창빈마마의 처소 나인들이 그 탕재를 다리고 있다 하옵니다. 경빈(E) (눈동자를 굴린다)..중전께서 대체 무슨 꿍꿍이 속이실꼬? s#45.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과 김안로가 마주 앉아있다. 윤임 대감, 이제 발을 쭉 뻗고 주무셔도 되겠소이다.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에 좋 다는 탕재를 창빈께 드렸다지 않습니까, 허허! 김안로 하오나 아직은 중전마마의 뜻이 무엇인지 더 지켜봐야할 듯 싶사옵니다. 윤임 아닙니다. 이 사람은 중전마마께 감동하였사옵니다. 대감, 우리 두사람이 힘을 써서 윤승후관 형제의 승차를 밀어봅시다. 김안로 윤승후관 형제를 말씀이옵니까? 윤임 허허,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도 있어야 되는 법 아니오이까? 중전마마 께오서 원자를 괴이시는 것이 분명하니 우리 역시 중궁전에 충정을 보이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소이까? 김안로 (뭔가 느낌이 좋지 않은듯)..음!! s#46. 정윤겸 집 외경 s#47.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윤겸과 박씨 앞에 뺨에 상채기가 난 박희량이 앉아있다. 양평댁, 찻상을 놓고 조아리고는 뒷걸음질로 방밖으로 나간다. 정윤겸 혼례를 치루고 난 뒤 이 집에 들어와 살기로 자네 부모님께서 허락을 하셨 으니 앞으로 자주 드나들면서 집안 법도나 분위기를 익히는 것도 나쁘진 않을걸세. 박희량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박씨 행여라도 처가살이 한다고 생각말게. 예로부터 남귀여가(男歸女家)는 엄연 히 다른 것이니 말일세. 박희량 잘 알고 있사옵니다. 정윤겸 이 집에 머물면서 자네가 대과에 급제를 한다면 양가의 가문을 빛내는 일 이 될테니 글공부에 더욱 전념하게나. 박희량 명심하겠사옵니다. s#48. 동 정윤겸 사랑채 마당 박희량, 사랑방에서 나와 대문쪽으로 가는데 옥련이 그 앞을 막는다. 옥련 (수줍게 보며)..도련님..지난번 소녀가 버릇없게 굴었던 것 용서하셔요. 박희량 (보며) 앞으론 몸가짐에 조심해주시오. 옥련 예..(고개들고 박희량을 보다가 깜짝 놀라) 에그머니, 도련님 얼굴에 웬 상채기옵니까? 박희량 (당황하여 얼굴을 가리며)..아,아무것도 아니요. 옥련 (살펴보며) 아무것도 아니라니요? 소녀가 보기엔 손톱자국 같사온데..(표정 변하며) 도련님, 혹시 오라버니를 따라 기방출입이라도 하시는겝니까? 박희량 어허, 왜 또 이러는게요?! 아무것도 아니라지 않소! 박희량, 옥련을 휙 밀치고 대문쪽으로 나간다. 옥련 (쫓아가며) 도련님- 정렴 (대문 안으로 들어오다 박희량과 마주친다) 어, 희량이 자네 왔는가? 박희량 (휙- 대문 밖으로 나가버린다) 정렴 어? 저 친구, 왜 저러지? 옥련 (다가와 도끼눈으로 정렴을 쏘아본다)... 정렴 (움츠러 들며) 옥련아, 왜 그런 눈으로 보는게냐? 옥련 오라버니, 한번만 더 희량 도련님을 데리고 기방출입 했다간 내 가만있지 않을테니 그리 아시오! 정렴 뭐,뭐야? 옥련 (휙-찬바람 소리나게 가버린다) 정렴 (영문 몰라 갸우뚱)...? s#49. 어느 길 박희량, 바쁘게 걸어오다가 걸음을 멈춘다. 박희량, 얼굴의 상채기를 어루만지며 표정이 날카롭게 변한다. 박희량 난정이..난정이..내 가만두지 않을것이야! 박희량, 다시 어디론가 간다. s#50. 난정모 방 안 난정, 난정모의 옷가지들을 개키고 있다. 난정, 그중에 난정모의 속치마를 들고 보면 흉할 정도로 너덕너덕 기워져 있다. 난정 (안스럽게 보다가 입술을 깨문다)...어머니.. s#51. 당추 암자 법당 안 난정모, 정성을 담아 부처님 앞에 절을 올리고 있다. s#52. 동 당추 법당 마당 당추, 멀리 산을 바라보고 서 있는데 신씨, 옆으로 다가와 선다. 당추 (인기척 느끼고) 나오셨사옵니까? 신씨 예. 하온데 스님,(법당쪽 보며) 저 보살님은 누구신데 저리도 간절히 절을 올리고 계십니까? 당추 (난정모의 뒷모습을 보며)..자식의 업보를 씻으려는 모성이지요. 신씨 ... s#53. 동 당추 법당 안 부처님을 바라보는 간절한 눈빛의 난정모의 얼굴에서. s#54. 중궁전 외경 윤원형(E) 중전마마, 찾아계시옵니까? s#55.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윤원형이 조아리고 앉는다. 윤비 예, 내 오라버니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 기별을 드렸습니다. 윤원형 (무릎걸음으로 바짝 다가앉으며) 무슨..? 윤비 앞으로 이 나라 조정이 뒤숭숭해질겝니다. 윤원형 예에? 소격서 때문에 말씀이옵니까? 윤비 아무래도 이번 일은 소격서만으로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허니 외척이신 아버님과 오라버니 두분의 처신에 각별히 조심하셔야 할 것이옵니다. 윤원형 예. 윤비 기방출입을 절대 금하시는 것은 물론이고 청탁으로 뇌물을 받아서도 안되 고 만에 하나 받은 재물이 있다면 반드시 돌려주도록 하세요. 윤원형 ... 윤비 사람 만나기를 조심스럽게 하시고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라도 바르게 하셔야 될 것입니다. 윤원형 ...?! 윤비 (다짐 받듯) 이사람 말을 허술히 듣지 마세요. 윤원형 예, 마마! 윤비 오라버니 항상 몸을 낮추셔야 합니다. 하여 지난번 구휼미를 푸셨던 것처 럼 세인의 칭송이 전하의 귀에 들리게 해야 할 것입니다. 무슨 뜻인지 아 시겠습니까? 윤원형 명심, 또 명심 하겠사옵니다. 윤비 두 분 오라버니한테는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게 옆에서 거들어줄 수 있는 조언자가 필요한데 참으로 걱정입니다. 윤원형 마마, 조언자라 하오시면 혹시 장자방을 이름이시옵니까? 윤비 (미소) 그렇습니다. 주변에 믿을 수 있는 장자방을 찾으세요. 윤원형 ...!! s#56. 어느 길 윤원형, 생각에 잠겨 걸어가고 있다. 윤원형(E) 장자방, 장자방이라?...허어, 어찌 중전마마의 말씀과 난정이 말한 것이 이 리도 똑 들어맞는단 말인가?..거 참..!! 윤원형, 갸웃거리며 걷는데 그 옆으로 임서방과 빈 사인교가 다가와 나란히 걷는다. 임서방 서방님, 진정 가마를 타지 않으실 작정이시옵니까? 윤원형 암, 건장한 두 다리는 뒀다 뭐에 쓰겠는가?..앞으로 우리집에서 가마탈 일 이 없을테니 이 사인교는 팔아버리도록 하게. 임서방 ..하오나? 윤원형 어허, 상전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할 일이지 웬 말이 그리 많은가? 임서방 (조아리며) 알겠습니다요. 윤원형, 앞장서서 걸어간다. s#57. 남소문 객주 마당 길상, 툇마루에 힘없이 앉아있다. 능금, 슬쩍 옆으로 다가와 앉는다. 능금 길상아, 하루종일 끼니도 거르고 이게 무슨 짓이야? 길상 ... 능금 난정이 그만 잊어. 너 싫다는 년한테 뭣하러 목을 매고 있어? 길상 (흠짓 보는)..! 능금 그래 나도 니 맘 다 알어. 나한테 관심도 보이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는게 어떤건지 다 알어. 길상 ... 능금 하지만 너한텐 내가 있잖아. 그러니 아무 걱정마. 길상 (일어서서 밖으로 나간다) 능금 (쫓아 일어서며)길상아- 달래 (길상과 반대편에서 다가오다가) 오라버니, 어디 가오? 능금 (그냥 스쳐지나간다)... 달래 (능금쪽으로 오며) 언니, 오라버니가 왜 저러오? 능금 (인상 쓰며) 씨, 이게 다 난정이 그 년 때문이야!(방으로 들어가버린다) 달래 (갸우뚱)...난정언니? s#58. 자운아 기방 마당 난정, 중문안으로 들어선다. 옥매향과 심퉁이가 툇마루 밑이며 마당 곳곳을 뒤지고 있다. 난정 (의아하여) 매향아, 무슨 일 있니? 옥매향 난뎡아, 파릉군 나으리께서 딩표를 잃어버리셨대. 난정 징표? 옥매향 기래, 파릉군 나으리께서 계향 아듀마니한테 듀신 그 딩표 말이야. 기걸 잃 어버리셨다고 애탸게 탸으시는데 보이디가 않지 뭐네? 심퉁 아무래두 도둑괭이나 쥐가 물어간 듯 싶네유. 난정 ('아 참!' 미소)..그래? 그거라면 내가 주워서 간직하고 있는데.. 옥매향 뭐이 어드래? 기걸 모르고 괜히 온 딥안을 들쑤시고 다니디 않았네?! 난정 미안해.. 심퉁 (부엌쪽으로 뛰어가며) 마님, 그 징표를 찾았어유. 자운아 (앞치마를 두르고 팔을 걷어부친 차림으로 부엌밖으로 나오며) 뭐이 어드 레? 턎았어? 심퉁 야, 난정 아씨가 가지구 계셨더라구유. 자운아 (난정 보며) 난뎡아, 고거이 뎡말이네? 난정 예.(자운아 차림새에 킥 웃음 터뜨린다) 자운아 에미나이래 사람을 보고 와 웃는거이네? 옥매향 와긴요? 오마니도 이뎨보니 녕락없는 부엌데기 아듀마니 같아서 길켔디요. 자운아 (흘기며) 뭐이 어드레, 에미나이래 말뽄새하고는? 난뎡아, 날래 안방으로 들어가 보라우. 난정 예..(옥매향에게 낮게) 헌데 아주머니께서 부엌엔 왜..? 옥매향 (낮게) 파릉군 나으리께 손수 음식상을 탸려드리겠다고 뎌 야단이디뭐네? 난정, 미소를 지으며 안채 방쪽으로 다가가 선다. 난정 나으리, 난정이옵니다. 파릉군(E) 오냐, 어서 들어오너라. 난정 예.(안채 방안으로 들어간다) s#59. 동 기방 안채 방 안 파릉군, 앞에 앉은 난정을 반갑게 본다. 파릉군 난정아..네가 내가 떨어뜨린 비단주머니를 주웠다고 했느냐? 난정 예, 황송하게도 이년이 주워 간직하고 있었사옵니다. 파릉군 어디 보자구나. 난정 (품에서 옥패 주머니를 꺼내 두손으로 내민다)..여기 있사옵니다. 파릉군 (받아 들고) 오,그래 참으로 고맙고도 고마운 일이로구나. 난정 (웬지 기분이 좋다)... 파릉군 이 물건은 내게 목숨만큼 귀중한 것이니라. 어디 내 너에게 고맙다는 인사 를 하고 싶은데 무엇이든 원하는 걸 말해봐라. 내 들어줄 수 있다면 뭐든 들어주마. 난정 아니옵니다. 이년 나으리께오서 기뻐하시는 모습을 뵙는 것만으로도 부족 함이 없사옵니다. 파릉군 허허, 내 너를 만날때마다 신세만 지는 것 같구나. 그래 언제고 원하는 것 이 생기거든 말하거라. 난정 (조아린다)... 파릉군 난정아, 네가 기적에 오르기로 작정을 했다니 이왕이면 조선의 풍류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예기가 되거라. 자고로 한 명의 예기가 열 사람의 선 비 못지 않다는 말도 있으니 네 정진하여 꼭 열 선비 못지 않은 기생이 되 어 주었으면 좋겠구나.허허.. 난정 나으리 말씀 깊이 새기겠사옵니다. 파릉군 오냐, 나가보거라. 난정 예.(일어서서 방문을 나간다) 파릉군, 난정이 나가면 그제서야 주머니를 열고 옥패를 꺼내본다. 그 옥패 위로 계향이의 얼굴이 이미지 컷으로 떠오른다. 파릉군, 옥패를 보는 얼굴위로 파릉군(E) 허허, 어찌 저 아이를 볼때마다 계향이가 떠오르는 것인지..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거늘.. 파릉군, 옥패를 손에 꼭 쥐며 한숨을 푹 내 쉰다. s#60. 동 기방 안채 방문 밖 마당 난정, 마당으로 내려서서 댓돌위에 놓인 파릉군의 신발을 가지런히 놓는다. 아랫방 쪽으로 가려다가 안채 방문 쪽을 휙 돌아보는 난정의 얼굴에서 스톱모션
.여인천하↲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