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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천하 29


s#1. 대궐 일각 

난정, 고개를 돌려 저만치 가는 정윤겸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서 있다. 

윤원형 (돌아보며 재촉) 난정아, 게서 뭘하고 섰는게냐? 
난정 (윤원형 돌아보며) 가옵니다. 

난정, 윤원형의 뒤를 총총히 따른다. 
담벼락 밖으로 금이의 얼굴이 쏙 나온다. 
금이, 심상치 않은 눈길로 윤원형과 난정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지켜본다. 


s#2. 어느 길 

윤원형을 태운 사인교가 앞장서고 그 뒤로 난정을 태운 가마가 가고 있다. 


s#3. 동 난정의 가마 안 

난정, 무언가 생각하는 날카로운 눈빛위로 떠오르는 


1.박씨, 난정의 뺨을 매몰차게 갈기는(5회 s#1에서 25회 s#64로 이어지는) 
2.깔깔거리며 웃는 박씨의 얼굴 
난정 (원한에 서린)...! 


s#4. (윤원형이 마련해준) 난정 초가집 앞 

사인교와 가마가 대문앞에 멈춰선다. 
난정, 가마에서 내린다. 

윤원형 난정아, 이틀뒤면 네가 약조한 사흘이니라. 
네 설마 잊지는 않았겠지? 
난정 잊다니요? 이년이 신방을 차리는 대로 기별을 드리겠사옵니다. 
윤원형 오냐, 내 니 기별만 오길 학수고대하고 있으마. 
(임서방보고)가세, 임서방. 
임서방 예. (교꾼들에게) 뫼시게! 
난정 (조아리며) 살펴가시옵소서. 

윤원형을 태운 사인교와 빈가마가 떠난다. 
난정, 고개를 들고 굳은 표정으로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s#5. 동 초가 마당 

난정, 마당안으로 들어오는데 툇마루에 앉아있던 당골네가 일어선다. 

당골네 (쭈빗대며)..나,난정아.. 
난정 (당골네 보고) 아주머니, 어인 일이세요? 
당골네 으응..그게..저..(손에 든 보퉁이를 내보이며)이걸 돌려주려고.. 
난정 ...? 


s#6. 동 초가 방 안 

방바닥에 (난정이 주었던) 비단과 노리개가 놓여진다. 

난정 이걸 왜 돌려주시는게지요? 
당골네 (힐끔 눈치보며) 에휴..내..성님한테 죽을 짓을 한줄 
니가 뻔히 알았는데... 
내 무슨 낯짝으로 이걸 받아 챙길수 있겠니? 
난정 이건 수발 든 보답으로 드린거니까 넣어두세요. 
당골네 ..하지만..? 
난정 (보며) 아주머니는 망나니 노릇을 하신거에요. 
당골네 마,망나니?! 
난정 참수형 당하는 사람들이 망나니를 탓하지는 않는 법이지요. 
당골네 ('무슨 뜻인지')..?! 
난정 아주머닌 마님이 명하는대로 따른 것 뿐이라면서요? 
당골네 그,그럼. 나야 마님이 명하시는대로 따른 것 뿐이지. 
난정 아주머닐 원망하지 않을테니 이것을 가지고가세요. 
당골네 (안도)..니가 그리 생각해준다니 고맙구나,고맙구나. 난정아. 
난정 대신 아주머니께서 해줄 일이 있어요. 
당골네 ..뭘?! 
난정 은밀하게 해주실 일이 있어요.(명령조) 
마다하시진 않겠지요?! 
당골네 마다하다니?! 뭐든 말만해라. 내 성님한테 속죄하는 셈으루다 
무슨 짓거리든 다하마! 
난정 (야릇한 미소)..! 


s#7. 대비전 외경 

윤임(E) 대비마마, 문후 여쭈옵니다. 
자순대비(E) 어서오세요, 판부사. 


s#8.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앉은 윤임에게 차를 권한다. 

자순대비 (자기 찻잔을 들며) 드세요. 
윤임 예, 마마.(앞에 놓인 찻잔을 들고 심각한 표정)... 
자순대비 (윤임 표정을 보고)..판부사, 이 늙은이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신게구려? 
윤임 (찻잔 놓으며)...대비마마, 지난번 소격서 일로 
중궁전에 대한 심기가 불편하시었다고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흠짓 보다가)..사소한 오해가 있었지요. 
허나 중전께서 총명하신 지혜로 이 늙은이의 오해를 
풀어주시어 이젠 마음이 편안합니다. 
윤임 마마, 근자에 중전마마의 출중하오심이 내외명부는 물론이고 
조정에까지 회자되고 있사옵니다. 
자순대비 ..그럴겝니다. 중전께서 총명함과 반듯한 성품을 지니셨으니까요. 
윤임 마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중궁전이 돋보이면 
대비전의 권위가 무력해지옵니다. 
자순대비 (보는)..?! 
윤임 대비전이 무력해지시오면 전하께오서도 힘과 권위가 
쇠약해지시옵니다. 
자순대비 (놀란 눈으로 보며) 판부사! 그 무슨?! 
윤임 신도 잘 아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원자마마를 
친아드님 못지 않게 괴이신다고 들었사옵니다. 
원자께오서 장성하시어 세자에 책봉되시고 대통을 이으실때까지 
중전마마께오서 든든한 버팀목이자 그늘이 되어 주실 것이라 
믿사옵니다. 
자순대비 ('판부사도 알면서, 어찌?')... 
윤임 하오나 칭찬 받을 일은 칭찬해 주시되 견제하셔야 할 것은 
견제를 하셔야 마땅할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자순대비 음!!..이 늙은이 판부사의 뜻을 충분히 알겠습니다. 
윤임 (조아리며) 신의 충심을 헤아려주시오니 황감하옵니다. 


s#9.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찻잔을 앞에 놓고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s#10. 후레쉬 백(28회 s#51의) 

난정 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지 않으시겠다는 뜻을 대궐과 
조정에 분명히 밝히시옵고, 또 그대로 행하시온다면 
사람들은 원자 마마를 위하시는 중전마마의 덕을 
칭송할 것이오며, 조정의 경계심도 풀릴 것이옵니다. 
윤비 (미소) 허면 내 회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어찌 밝힐꼬? 
난정 우선 내명부의 충성서약부터 받으셔야 할 것이옵니다. 


s#11.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번진다. 

윤비(E) 충성서약..충성서약이라? 참으로 묘책이로다.. 
난정이가 어찌 이런 묘책을 생각해 냈을꼬? 
엄상궁 (보다가) 마마, 무슨 좋은 일이라도 계시옵니까? 
윤비 (보며) 엄상궁, 자네 보기에 난정이란 아이가 어떠하던가? 
엄상궁 쇠인이 어찌... 
윤비 자네는 사십년 넘게 궁궐의 대소사를 겪어왔으니 
사람보는 눈이 남다르리라 여겨지네. 말해보게나. 
엄상궁 쇠인 보기에 난정이란 규수가 사대부가의 품절은 갖추지 
못했사오나, 총기나 재색은 어느 내명부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듯 싶었사옵니다. 
윤비 (끄덕이며)..잘보았네. 내 앞으로 그 아일 중궁전에 자주 
불러 들일터이네. 자네가 각별히 살펴주게. 
엄상궁 (걱정된다는 듯) 마마, 중궁전에 잡인을 출입시켜 
괜한 구설에라도 오르시 오면 어쩌시렵니까? 
윤비 허니, 자네가 잡소리 나지 않게 뒷감당을 잘 해달란 말일세. 
내 말 뜻을 알겠는가? 
엄상궁 예, 마마. 


s#12. 경빈의 처소 방안 

경빈, 앞에 앉은 금이를 보며 말한다. 

경빈 중전마마와 후원을 거닐던 댕기머리 처녀가 
윤승후관과 함께 퇴궐을 했다? 
금이 예, 이년 짐작엔 중전마마의 사가쪽 처자인 듯 
싶었사옵니다. 
경빈 ..사가쪽 처자?..사가쪽 처자라?!...(금이보며) 
금아, 너 그 댕기머리가 중전마마 사가쪽 뉘댁 처자인지 
낱낱이 알아내서 고하거라. 
금이 예.마마. 
나인(E) (방밖에서) 마마, 예조판서와 화천군 들었사옵니다. 
경빈 (방밖을 보며) 뫼시어라. 
금이, 일어나 발을 내리고 방문을 열면 남곤과 심정이 들어온다. 
금이,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못마땅한 듯 고개를 꼰다)..음! 
남곤 (앉으며 조심스럽게) 마마, 신기는 어떠하오신지요? 
경빈 (휙-보며) 정녕 몰라서 물으시는겝니까?! 
남곤,심정 (조아리며) 망극하옵니다! 
경빈 이 사람, 낙태의 한도 풀지 못하고..(이를 갈 듯) 
중궁전에 불려가 복성군앞에서 평생 씻어내지 못할 
모욕과 수치를 당했습니다! 
남곤 ('안다')...?! 
경빈 화천군께서는 다 된 형조판서 승차에서 낙마를 하셨구요! 
심정 (찌푸린다)...?! 
경빈 이 사람과 두분 대감은 한 배를 탔습니다. 
헌데 그 배 밑바닥에 틈새가 벌어져 물이 새들어 오고 있습니다. 
이제 어쩌시렵니까?! 
걱정만 하다가 강바닥으로 가라 앉으실겝니까? 
남곤 신들도 조광조를 도려내기 위해 몇차례 도모했사오나 
그때마다 번번히.. 
경빈 쯧쯧..답답들 하십니다. 지금 조광조 그 자를 섯불리 건들여서 
좋을것이 없습니다. 
남곤 하오면?! 
경빈 이 나라에서 조광조를 찍어낼 수 있는 사람은 
전하 단 한 분 뿐이십니다. 
심정 하오나, 조광조에 대한 전하의 
총애가 저리도 크시니 어쩌겠사옵니까? 
경빈 듣기 좋은 말도 한두번 인겝니다. 
지금 전하께오서 조광조를 총애하오심은 틀림없으나, 
언제고 전하께오서 조광조를 경계하시는 마음이 드실 때가 
반드시 올것입니다. 
남곤 그리 보시옵니까? 
경빈 이사람, 전하를 십년 넘게 섬겨왔습니다. 
전하는 이사람이 잘 압니다. 
허니 두분 대감께오선 은인자중하시면서 때를 기다리세요. 
허나 그 때가 왔을 땐 단번에 조광조를 찍어버릴수 있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함을 잊으셔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남곤,심정 예! 
경빈 (자기 확신에 찬 미소) 살을 맞대고 사는 계집도 언제가는 
싫증이 나는법입니다! 
남곤,심정 ...!! 


s#13. 빈청 안 

김안로, 정윤겸에게 나지막하게 말한다. 

김안로 지금 조정은 삼사의 언관들이 공론을 주도하고 있사옵니다. 
이제껏 정국을 주도해왔던 훈구공신들의 불만이 
팽배해가고 있사옵니다. 
정윤겸 대감, 어찌 정치와는 거리가 먼 일개 무관인 이 사람에게 
그런 말씀을 들려주시는 것이옵니까? 
김안로 장차 종묘사직이 위태로울수도 있사와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정윤겸 종묘사직이 위태롭다? 
김안로 예, 조광조와 사림들에게 불만을 품은 일부 공신들의 거병설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소이다. 
정윤겸 당치도 않은 말씀이외다. 누구든 거병하여 범궐을 한다면 
이사람이 목숨을 바쳐 전하를 지켜드릴것이외다! 
김안로 모쪼록 그러셔야지요. 허나, 요즘 같이 하수상한 시절엔 
무관들 역시 정치를 도외시해서는 아니될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정윤겸 음!! 
김안로 대감께오서 앞으로 나서시어 무관들의 세를 결집하여 
주시온다면 전하께더 더욱 큰 힘이 되실 것이옵니다. 
정윤겸 ... 
김안로 자금은 쓰실 만큼 이 사람이 대어 드리겠사옵니다. 
정윤겸 대감들이 도모하시는 일에 이사람을 끌어들이지 마시오! 
이 사람은 정치를 알아서는 아니되는 사람이외다. 
김안로 대,대감! 
정윤겸 (일어서며) 이사람은 도총부로 가보겠소이다. 
윤임 (빈청안으로 들어오며) 도총관대감 벌써 일어나시옵니까? 
정윤겸 (윤임에게) 다음에 또 뵙겠소이다.(빈청 밖으로 나간다) 
윤임 (보다가 김안로 옆에 앉으며) 
도총관대감을 설득하지 못하신게구려. 
김안로 우리와는 가는 길이 다른 사람이었사옵니다. 
윤임 (끄덕이며)...음! 
김안로 대비전에 드셨던 일은 어찌 되셨사옵니까? 
윤임 대비마마께오서 중궁전에 대한 적당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우리의 뜻을 헤아려주셨소이다. 
앞으로 원자께오서는 대비전과 중궁전, 큰 나무 그늘아래서 
무럭무럭 장성하실거외다. 
김안로 (흡족한)..참으로 다행이옵니다! 


s#14. 자운아 기방 마당 

심퉁, 툇마루에서 걸레질을 하고 있는데 난정, 마당으로 들어선다. 

난정 (심퉁을 보고) 심퉁아. 
심퉁 (걸레질 멈추고 난정을 돌아보는) 난정아씨. 
난정 (미소) 아주머니 계시니? 
심퉁 야. (안채 방쪽에다) 마님, 난정아씨 오셨구먼요. 


s#15.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난정, 자운아 앞에 앉아있다. 

난정 아주머니..지난번 장악원 나으리 앞에서 패악을 부린 일.. 
용서하세요. 
자운아 아니다! 에미나이래 댤했어! 아듀 댤한거이야! 
내레 속이 다 후련했드랬어! 
난정 (보는)..?! 
자운아 솔딕히 내레 니 뱃심에 놀랬어. 내레 기런 뎜 때문에 
너한테 이 기방을 물려듀려고 했던거이야! 
난정 ...! 
자운아 헌데 난뎡이 너 기생 되갔다는 생각 아듀 뎝고 
윤승후관 텹실로 들어간다고 했다믄서? 
난정 ..예. 
자운아 니가 기렇게 마음 먹었다면 네 속에 무슨 생각이 있는거갔디? 
난정 ... 
자운아 기래, 탸라리 네 갈 길을 댤 택한거이야. 
이 됴선땅에서 텬한 서튤로 태어나 움치고 뛸데가 또 어디있갔니? 
난정 ...! 
자운아 승후관 나으리래 널 애디듕디하시니끼니 텹살이노릇이 
서럽디는 않을거이고! 게다가 듕뎐마마께오서 
네 든든한 그늘이 되어듀실디도 모르디? 
난정 ...!! 
자운아 난뎡아..나듕에 후회 같은거 하디 말고 
이 풍딘 세상 네 맘대루 훨훨 살아보라우. 
난정 ...아주머니..고마워요.. 


s#16. 동 자운아기방 안채 마당 

난정, 안채 방안에서 나오는데 서성거리던 심퉁이 다가온다. 

심퉁 난정아씨, 우리 매향아씨가 하루종일 말이 없으셔유. 
난정아씨가 기방에 안 나오신다니까 많이 상심하셨나봐유. 
난정 ..매향인 어디있니? 
심퉁 후원에 계셔유. 
난정 (후원쪽으로 간다) 


s#17. 동 자운아 기방 후원 

옥매향, 연못 앞에 힘없이 앉아있다. 

난정 (옥매향쪽으로 다가와 서며)..매향아.. 
옥매향 ... 
난정 (옆에 앉으며)..너무 섭섭해 하지마. 
우리가 아주 헤어지는 것은 아니잖아? 
옥매향 (글썽이는 눈으로 난정을 보는)..난뎡아, 
너 뎡말 윤승후관 소실로 들어가기로 댝심한거이네? 
난정 (끄덕이는)... 
옥매향 너 듁어도 남의 텹살이는 하디 않캈다고 했댢네?! 
나하고 됴선 퇴고의 기생이 되댜고 냑됴하디 않았네?! 
난정 ...그래, 그랬지.. 
옥매향 기런데 와 니뎨와서 맘이 변한거네? 
난정 (보는)... 
옥매향 와?! 대톄 와기런건데?! 
난정 매향아, 나 중전마마를 뵈었어. 
옥매향 (놀라) 뭐이, 듕뎐마마?! 
난정 그래..내가 기적에 올라 기생신분이 되면 
앞으로 중전마마를 다시는 뵈올수 없을지도 몰라... 
그래서 기생이 되겠다는 생각을 접은거야. 
옥매향 ...기럼 난뎡이, 너..승후관 소실이 되갔다는것도? 
난정 (끄덕이며) 이 세상에서 내 가슴 속에 맺힌 한을 풀어주실 분은 
중전마마 한분 밖에 안계셔! 
중전마마의 곁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할거야! 
옥매향 ...난뎡아.. 
난정 (품에서 은장도를 꺼내 건네며)..매향아..이거 받아.. 
옥매향 (은장도를 받아쥔다)... 
난정 아주 먼 훗날 우리 둘이 어찌 변해 있다해도 
이 은장도 날이 녹슬지 않는한..그리고 니가 준 이 
비취가락지가 내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한 우린 동무야. 
옥매향 (글썽이며 보는)..그 말 믿어도 되네? 
난정 (끄덕끄덕) 그래..(옥매향의 눈물을 닦아주며) 바보같이 울긴?.. 
옥매향 (난정에게 기대 눈물을 터뜨린다)..흐흑.. 
난정 (옥매향의 등을 토닥여준다)... 


s#18.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외경 

윤원형(E) 아버님, 소자 내외를 찾으셨사옵니까? 


s#19. 동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연상 앞에 앉아 고개를 돌린채 앉아있고 그 옆에 윤원로가 
그 앞에 윤원형과 김씨가 앉았다. 

윤원형 (보다가 재촉하듯) 
아버님, 불러놓으시고 어찌 말씀을 아니하시옵니까? 
윤지임 (휙 돌아보며) 며늘아, 혼례를 올린뒤로 지금껏 네 서방과 
한방을 쓰지 않았다는데 그 말이 사실이냐? 
김씨 ...?! 
윤원형 (윤원로를 보며) 혀,형님..?!('또 일러바치신게요?!) 
윤원로 원형아, 너 팔불출 소리 듣고 싶지 않으면 제수씨 역성들 
생각말고 잠자코 있거라. 
윤원형 (낭패한 듯 김씨쪽을 힐끔 보는데).. 
윤지임 내 사실이냐고 물었다. 
김씨 그렇사옵니다, 아버님. 
윤지임 허, 며늘아, 
네 어찌 우리 집안을 말랑말랑한 연시보듯 하는것이냐?! 
김씨 (보며)..아버님,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윤지임 홀애비인 시애비와 처가살이하다 쫓겨난 못난 네 시아주버니는 
그렇다고 치자. 
윤원로 아니, 아버님..처가살이하다가 쫓겨나다니요?! 
윤지임 넌 입 다물어! 
윤원로 예, 아버님! 
윤지임 (김씨보며) 늦장가를 든 네 서방을 생각해서 얼른 후사를 
볼 생각은 아니하고 어찌 독수공방을 시키느냐?! 
김씨 ... 
윤지임 네 아무리 불심이 깊기로서니 이 집이 절간인줄 알았더냐?! 
그러고도 할 말이 있음이냐? 
김씨 아버님, 지금은 무엇보다 중전마마의 회임이 중요한 일이라 
사료되옵니다. 
윤지임 그거야 그렇지..허나! 
김씨 서방님과는 회임불공이 끝나는 대로 택일을 받아 합방을 하기로 
뜻을 모았사옵니다. 
윤지임 원형아, 며늘애 말이 참이더냐? 
윤원형 ..예,아버님, 참으로 참이고 말고요.. 
소자, 그리 약조를 하였사옵니다. 
윤지임 (윤원로를 휙-보며) 허면, 원형이가 며늘애한테 소박맞았다는 
소린 뭐냐? 
윤원로 소,소자가 어찌알겠사옵니까? 
소자는 단지 원형이가 밤마다 잠자리에서 하도 괭이 앓는 
소리를 내길래..걱정이 돼서 여쭌 말씀이옵니다. 
윤지임 뭬야?! 
김씨 시아주버님께오선 과거공부에 정진하고 계시옵니까? 
윤원로 그럼요, 내 논어,맹자,중용,대학을 줄줄이 꿰어차고 있소이다. 
김씨 (다짐받듯) 저와의 맹세를 잊지는 않으셨겠지요? 
윤원로 잊을 리가 있겠소. 내 반드시 다음번 과거에 입격할테니 
내치겠다는 말씀 일랑은 마시오. 
김씨 (윤지임 보며) 아버님, 저는 이만 회임불공을 드리러 물러갈까 
하옵니다. 
윤지임 오,오냐..그러거라.. 
김씨 (조아리고 나간다).. 
윤원형 형님은 왜 자꾸 벌집을 들쑤셔놓는단 말이요?! 
부인-부인-(쫓아나간다) 
윤지임 (윤원로 흘기며) 야, 이놈아. 너땜에 시애비 체면 깍이고 
본전도 못건지게 생겼다. 어어구 챙피해! 
윤원로 (시선 피하며 딴청) 험험.. 


s#20.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마당 
윤원형, 사랑채 방에서 급하게 뛰어나와 걸어가는 김씨의 앞을 가로막는다. 

윤원형 부인, 정녕 회임불공을 끝까지 드리실 작정이시요? 
김씨 그 일은 서방님께오서 소첩에게 맡겨주시지 않으셨사옵니까? 
윤원형 하지만 중전마마께오서는 분명 불공을 그치라는 분부가 계셨소. 
김씨 서방님, 중전마마께 꾸중을 들으실까 걱정이시옵니까? 
윤원형 꼭, 그렇다기 보다두요? 
김씨 소첩이 나중에 입궐하여 중전마마께 전후사정을 말씀드리면 
마마께오서도 이해해 주실것이오니 심려거두시옵소서. 
윤원형 ('정말 그럴까?')... 
김씨 허면, 소첩은 이만..(배천댁을 거느리고 간다)... 
윤원형 (보며)휴- 부인의 성정이 저리 깐깐하니 앞으로 난정이와 
두집살림하기도 만만치는 않겠구먼. 


s#21. 윤임 사랑채 방 안 

관복을 입은 윤임과 김안로가 앉아있다. 
윤임처, 찻잔에 차를 따르며 말한다. 

윤임처 (윤임보고) 대감, 대비마마를 알현하신 일은 잘 되셨사옵니까? 
윤임 (흡족한) 암요, 잘되다 마다요. 대비전과 중궁전이 원자마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고 게다가 부마댁이신 희락당 대감이 
버티고 계시오니 원자마마의 장래는 아무 걱정이 없을것이오. 
윤임처 하오나 소첩이 듣자오니 질부가 봉은사 회임불공을 아직도 
그치지 않고 있다 하옵니다. 
윤임 그래요? 
윤임처 예, 봉은사 주지스님께 들은 말씀이오니 틀림없을 것이옵니다. 
김안로 너무 심려마십시오. 이 사람이 입궐하여 숙부님을 잠시 뵈온뒤에 
조카딸에게 들러 자초지종을 알아보겠사옵니다. 
윤임 예, 그리해주시면 고맙겠소이다. 


s#22. 자운아 기방 아랫방 안 

난정, 옥매향에게 술을 한잔 따라준다. 

옥매향 (술잔 받으며 취한 듯) 난뎡아, 내레 어린시뎔부터 흥텽으로 
뽑혀간 오마니와 떨어뎌 피양 외할마니 손에서 댜랐어.. 
난정 ...?! 
옥매향 내레 외롭게 댜라서리 여태껏 사귄 동무라곤 너 밖에 없어.. 
난뎡아, 너도 댤 알디?! 
난정 나 역시..하늘 아래 내 동무는 매향이 너 하나뿐이야. 
옥매향 (마시고 술잔 건네며) 댜 받으라우. 
난정 (술잔을 받으면).. 
옥매향 (술을 따라준다) 누가 뭐래도 우린 동무야. 뎔대 닞지 말라우! 
난정 매향아, 나 너한테 청이 있어. 
옥매향 텽?..말해보라우. 
난정 (망설이는)..저.. 
옥매향 말해보라니끼니?! 동무끼리 들어듀디 못할 텽이 어디있갔네? 
난정 이 기방엔 조정에 쟁쟁한 신료분들이 드나드시잖니..? 
옥매향 기렇디! 
난정 술자리에 앉으면 그 분들이 무슨 얘기를 나누시는지 가끔 내게 
일러줄수 있겠니? 
옥매향 뭐이, 기럼 나보고 끄나풀 노릇을 해달라 이 말이네? 
난정 끄나풀이 아니고..중전마마께 한 걸음 다가서기 위해서 
나한테 꼭 필요한 일이야. 
옥매향 길티만 술댜리 얘기는 듣디도 뱉디도 생각디도 말아야되는거이 
모르네? 
난정 (간절한 눈빛) 매향아, 평생의 동무로써 나를 도와줄수 없겠니?! 
옥매향 (보다가)...기래,됴와! 동무끼리 돕디 않으면 누가 돕갔네? 
내레 도와주갔어! 
난정 (매향을 와락 안아주며)..고마워, 매향아..니 은혜 잊지 않을게..!! 


s#23. 조광조 사랑채 방 안 

조광조를 상석으로 하여 김식,김구,김정, 그리고 윤자임,기준,박세희,박훈등 
의 여덟사람이 앉아있다. 
김식, 조광조에게 접힌 문서를 한 장 건네준다. 

조광조 (받아 펴보며) 노천, 이것이 무엇인가? 
김식 병인년 반정당시 부당하게 공신록에 오른 자들을 명단일세. 
조광조 (움찔 놀라) 뭐라? (문서 펴보면 빽빽이 적힌 명단)..?! 
김구 거기 적힌 여든명의 공신들은 하나같이 청탁을 하거나 
뇌물을 써서 부당하게 공신에 책록된 자들이옵니다. 
김정 자고로 공신이란 천추에 길이 빛날 공훈을 세운 사람으로 
후세에 귀감이 되어야 할터인데 더러운 수단으로 책록되었다면 
이는 조종조와 억조창생을 기만한 큰 죄악이오이다. 
조광조 허면 이들의 거짓 훈작을 삭제하잔 말씀들이시오이까?! 
김식 그렇네! 공신들의 위훈을 바로잡는데 정암이 앞장서 주시게! 
김구 소격서 혁파때와 같이 삼사와 사림들은 정암을 따를것이옵니다. 
조광조, 방안의 면면을 둘러보면 모두가 결연한 표정이다. 
김정 정암, 왜 아무런 말씀도 안하시는것이옵니까? 
조광조 이 사람, 여러분들의 충만한 의기를 잘 알고 있소이다. 
또한 부당하게 공신의 자리에 오른 가짜공신들을 조정에서 
몰아내는 것이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을 걷어내는 일이란것도 
잘 알고 있소이다! 허나 이번일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할 듯 싶소. 
일동 (조광조의 약한 모습에 술렁이는)...?! 
조광조 공신들의 훈작을 삭제하겠다면 그들은 목숨을 걸고 덤벼들 것이네. 
게다가 그 삭제대상이 여든명이라면 훈구공신들 전체와 맞서 
싸우겠다는 뜻 아닌가?! 
김구 그렇사옵니다. 삼사와 사림들은 이참에 조정에 빌붙어 연명하는 
소인배들을 모조리 몰아내자고 결의를 다졌사옵니다! 
조광조 ...허나 아직은 때가 이른 듯 싶으이! 
김정 허, 어찌 정암께오서 불의앞에서 몸을 사리시옵니까? 
김식 정암, 자네 조정의 높은 관직에 오르더니 마음이 변한 것인가? 
조광조 (어금니를 깨무는)...! 
김구 영감께오서 나서주시지 않는다해도 우리는 우리의 뜻을 전하께 
관철시킬 것이옵니다! 
조광조 (눈을 감은채 깊이 침묵하는)...! 

조광조, 눈을 감은채 침묵하는 위로 김식,김구,김정을 비롯한 일동이 결연 
한 의지를 담은 소신발언을 하는 모습 위로 

해설(NA) 

소격서 혁파로 기세가 오른 신진사류들은 부당하게 공신의 자리에 오른 자 
들의 훈작을 삭제하라는 공론을 모으기 시작했다. 중종반정의 권력의 뿌리 
이자 그 후로 십 수년을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조선을 장악하고 있던 공신 
들에 대한 사림들의 정치적 공세는 중종시대의 최대의 정치적 격변을 예고 
하는 것이었다. 


s#24. 빈청 안 


정광필, 안당, 김전, 이장곤, 김안로가 앉아있고 윗목에 김승지가 앉아있다. 

김전 허어, 공신들의 훈작을 삭제하라니요?! 
이거야 말로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들겠다는게 아니오이까?! 
정광필 아직은 전하께 주청이 들어가지는 않은 듯 하니 우의정께오서 
정암을 만나 사실여부를 확인해 보심이 좋을 듯 싶소이다. 
안당 (한숨)..이번 일은 정암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현량과로 
등용된 삼사의 언관들에 의해 공론화 되고 있다고 들었소이다. 
김안로 하오나 어차피 정암이 사림의 영수 아니옵니까? 
정암이 앞장서게 된다면 조정에 피바람이 불 것은 자명하옵니다. 
이번엔 공신들 역시 목을 내놓고 맞설 것이오니 일파만파의 
격랑이 일것이옵니다. 
안당 (착잡한) 예, 조정의 그 누구도 피해갈 수는 없겠지요. 
김승지 ...?! 
김전 만에 하나 전하께오서 이 일을 아시게 된다면 어쩌실겝니까? 
정광필 아직은 전하께 말씀을 올려서는 아니될 것이옵니다. 
우리 손에서 사림들의 공론을 막아 볼 수 밖에요?! 
이장곤 (깊이 생각하는)...!! 


s#25. 갖바치 마당 

당골네가 갖바치 방 안을 엿듣고 있다. 


s#26. 동 갖바치 방 안 

이장곤,갖바치와 당추, 조광조와 심각하게 앉아있다. 

이장곤 정암, 어쩌실 생각이신가? 
정녕 사림들의 위훈삭제에 앞장서실 생각이신가? 
조광조 위훈을 삭제하라는 삼사의 공론에는 명분이 있사옵니다. 
이장곤 허면 전하께 위훈삭제 주청이라도 드리겠단 말씀이신가?! 
조광조 (고민되는)...음! 
당추 대사헌께오선 피를 보실 작정이시옵니까?! 
이장곤 (휙-보며) 피라니?! 


s#27. 동 갖바치 방 밖 

당골네 (엿듣다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피?!..(다시 엿듣는다) 


s#28. 동 갖바치 방 안 

당추 공신들은 포악한 연산군을 몰아내었던 세력이옵니다. 
그런 자들이 배부르고 등 따뜻한 공신의 자리에서 만만히 내려 
올리 만무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 입지요. 
허니 결국엔 피를 봐야 해결이 될 것 아니겠사옵니까? 
조광조 (안다)...! 
갖바치 잘못된 역사는 피를 보아서라도 바로잡아야 함이 마땅하옵니다. 
언젠가는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공신들도 조정에서 솎아 내셔야할 
것이옵니다. 허나 지금은 시와 때 모두가 좋지 않사옵니다. 
이장곤 시와 때가 좋지 않다? 
갖바치 아직은 사림들의 힘이 공신들을 밀어낼 만큼 자라지 않았사오니 
시기가 이르다는 것이고, 지난번 소격서 혁파주청으로 전하께오서 
지쳐 계실 것이옵니다. 이럴 때 위훈삭제의 주청이 계속된다면 
전하께오서 반드시 역증을 내실것이오니 때가 좋지 않다는 것이지요. 
조광조 (결연한) 이 사람은 전하를 믿소! 전하께오서 가납만 해주시온다면 
이사람은 피를 보지 않고도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오! 
일동 ...?! 


s#29.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 방백인을 유심히 보며 묻는다. 
남곤 뭐라, 갖바치와 조광조가 조정일에 대해서 별다른 이야기를 
않고 차만 마시고 헤어진다 이 말인가? 
방백인 예, 이놈이 귀를 까뒤집고 들어봐도 별 말씀이 없었사옵니다. 
심정 갖바치 집에 대사헌뿐만 아니라 이판대감까지 드나든다던데 
사실이던가? 
방백인 관복을 입지는 않았사오나 희강이라는 범상치 않은 분이 
드나드십지요. 
남곤 희강이가 바로 이판대감의 자일세. 
방백인 평생 이름대신 이놈 저놈으로 불리며 사는 이놈 같은 천 것이 
양반님들의 자나 호를 어찌 알겠사옵니까? 
심정 그 자들이 갖바치 집에서 차만 마시고 헤어진다니 대체 알수 없는 
일이로구먼. 
방백인 그리 궁금하시오면 갖바치 형님을 직접 불러 하문해 보시던지요. 
남곤집사(E) 대감마님, 김승지께서 오셨사옵니다. 
남곤 뭐라, 김승지가? (은전 몇닢 던져주며) 자넨 이만 물러가 있게. 
방백인 (은전 받아들고 조아리며)예, 고맙사옵니다.(일어선다) 
남곤 (방밖에다) 어서 뫼셔라! 
남곤집사(E) 예. 
방문이 열리고 김승지가 들어오면 방백인이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김승지, 남곤 앞에 앉는다. 
남곤 김승지께오서 예까지 발걸음을 하신 것을 보면 예삿일은 
아닌 듯 싶은데.. 조정에 무슨 중대한 일이라도 벌어진게요? 
김승지 (낮게) 대감, 지금 삼사에서 위훈삭제 공론을 주청드리려고 한답니다. 
남곤 (놀라) 뭐,뭐라 위, 위훈삭제요?! 
심정 (경악하는)...?! 


s#30. 난정 초가 마당 

난정, 툇마루에 앉아 손가락에 낀 비취가락지를 내려다 보고 있다. 
비취가락지 위로 옥매향의 화사하게 웃는 얼굴이 떠오른다. 
난정(E) 매향아..용서해..널 이용만 하려는건 아냐.. 
언젠가 중전마마께오서 우리 모녀의 신분을 되찾아주시는 날.. 
중전마마께 네 공에 대해서도 말씀을 올릴거야... 
당골네 (대문 안으로 들어오며)난정아.. 
난정 (보며) 아주머니! 
당골네 내 네 말대로 조광조란 분이 오셨길래 무슨 말씀을 나누는지 
엿듣고왔다. 
난정 ...! 


s#31. 동 난정 초가 방 안 

난정, 당골네를 놀란 눈으로 본다. 
난정 조정에서 가짜 공신들을 밀어낸다고 하셨다구요? 
당골네 그래, 뭔지 모르겠지만 피를 봐야 되는데 시가 어떻고 
때가 어쨌다는등, 무시무시한 말들이 오고가는데 조정에서 
한바탕 변괴가 일어날 모양같더라. 
난정 (생각하다가)..아주머니, 평소에 갖바치 아저씨가 조정암 나으리를 
어찌 말씀 하세요? 
당골네 (갸웃 생각하다가)..태백성처럼 크신 인물이라던가..? 
아무튼 큰 인물이라고 하시지. 
난정 ..방백인 아저씨는 뭐라세요? 
당골네 그 양반이 남 좋은 소리하는거 봤니? 태백성 꼬리가 짧다는등 
맨날 뒤에서 험담이나 늘어놓다가 꾸중듣기 일수지 뭐..헌데 왜? 
난정 아,아니에요.(뭔가 생각하는)...태백성 꼬리가 짧다?! 


s#32. 어느 골목길 

조광조, 걸어가고 있다. 
길상, 멀찍이서 조광조의 뒤를 쫓고 있다. 
조광조, 무언가를 느끼고 뒤를 휙-돌아보면 길상, 재빨리 담벼락에 몸을 
휙-숨긴다. 
조광조 내 뒤를 밟는자가 누구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거라! 
길상 (몸을 숨긴채)... 
조광조, 길상이 숨은 담벼락쪽을 노려보다가 다시 몸을 돌려 빠르게 간다. 
길상, 담벼락 밖으로 얼굴을 빼고 보면 저만치 골목 밖으로 빠져나가는 조 
광조의 뒷모습. 
길상, 재빠른 걸음으로 조광조의 뒤를 쫓아 골목을 빠져나가는데 


s#33. 다른 골목길 

길상, (앞씬의) 골목에서 빠져나오다가 흠짓 놀라 멈춰선다. 
조광조, 길상의 앞을 가로 막고 노려보고 섰다. 
조광조 네 누구냐?! 소인배들이 보낸 자객이더냐?! 
길상 (조아리며) 아니옵니다, 이놈은 나으리를 지켜드리기 위해 
뒤따르는 자이옵니다. 
조광조 이판 대감께오서 보내셨더냐? 
길상 이놈 그런 것은 모르옵고, 나으리를 지켜드리란 명을 
받았을뿐이옵니다. 
조광조 ..명을 받았다?..돌아가서 너한테 명을 내린자에게 전하거라. 
뜻은 고마우나 내 소인배들에게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을것이니 
너무 염려말라고.(뒤를 돌아서 휘적휘적 간다) 
길상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멀찍하게 조광조의 뒤를 따른다).. 
조광조 (멈춰서 다시 돌아보며)어허, 돌아가래두. 
길상 이놈, 명을 받은대로 행할 뿐이옵니다. 
조광조 (미소)..네 이름이 무엇이냐? 
길상 길상이라 하옵니다. 
조광조 길상이라..? 네 정 그렇다면 앞으론 내 뒤가 아니라 
옆에서 따르거라. 혼자 걸음할 때 말벗이라도 되게. 
길상 이놈, 뒤에서 따르란 명을 받았사옵니다. 
조광조 오냐, 알았느니라! 네 명을 받은대로 하거라. 
길상 예. 나으리. 
조광조, 몸을 돌려 앞장서 가면 길상, 멀찍이서 그 뒤를 따른다. 


s#34. 남소문 객주 마당 

백치수와 송서방, 아랫방쪽을 보고 섰다. 
백치수 아직 멀었느냐? 
능금(E) 나가니, 그만 좀 보채시오! 
능금,방문을 열고 어색한 표정으로 나온다. 
백치수와 송서방, 비단옷으로 화려하게 차려입은 능금을 감탄한 듯 본다. 
송서방 (휘둥그레 보며) 네가 정말 능금이 맞느냐? 
옷이 날개라더니 하강선녀가 따로 없구나. 
백치수 허허, 들마가 얌전한 조랑말이 되었구나! 
능금 (쑥스러운 듯 버럭) 자꾸 놀리면 이 옷 벗어버릴거요?! 
백치수 (짐짓)허어 송서방, 왜 자꾸 능금일 놀리는겐가?! 그만 하게. 
송서방 예,예.그리합죠. 
백치수 (능금보고) 자 어서 가자구나. 
능금 (신발 신으며) 헌데 이렇게 차려입고 어딜 가자는게요? 
혹시 날 색상한테 팔아먹으려는거 아니요? 
백치수 허허, 별소리를 다하는구나, 따라와보면 안다. 
(송서방 보며) 내 다녀옴세. 
송서방 (조아리며) 도주어르신 살펴서 다녀오십시오. 
백치수와 능금, 대문쪽으로 간다. 


s#35. 홍경주 사랑채 외경 

백치수(E) 남양군 대감, 오랜만에 뵙겠사옵니다. 
홍경주(E) 어서오시게, 백도주. 


s#36. 동 홍경주 사랑채 방 안 

홍경주 앞에 백치수와 능금이 다소곳하게 앉아있다. 
홍경주 이 늙은이를 잊지 않고 찾아주니 참으로 고맙구먼. 
백치수 대감마님, 별고 없으시옵니까? 
홍경주 내 요즘 골치아픈 조정일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지내고 있네. 
능금 (힐끔힐끔 눈치 살피는)... 
홍경주 헌데 자네가 내 집엔 어인일로 발걸음을 했는가? 
(농조) 이 늙은이 용채라도 주려는겐가?! 
백치수 (능금 보고) 뭣하느냐? 어서 내어올리지 않고. 
능금 ..알았소..(품에서 봉투를 꺼내 연상위에 놓는다) 
홍경주 (받아들고 보며) 이게 뭔가? (봉투속에서 어음을 꺼내보며)...?! 
백치수 용채이옵니다. 
홍경주 용채?! 허허, 자넨 예나 지금이나 통이 크구먼! 
암, 내 요긴하게 쓰겠네. 
백치수 송구하옵니다. 
홍경주 헌데 (능금을 보며) 저 아이는 누군가? 
백치수 객주에서 일을 보는 아이옵니다.(능금에게 눈짓하면) 
능금 (어색하게 조아리며) 느,능금이라 하옵니다. 
백치수 앞으로는 대감께 용채를 드릴 일이 있사오면 이놈 대신 
이 아이를 보내겠사옵니다. 
홍경주 (끄덕이며)..내 그리 알겠네. 
헌데 저 아이가 월희를 많이 닮았구먼. 
백치수 (굳어지는)...! 
능금(E) (백치수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보는)...월희! 


s#37. 홍경주 집 골목길 

백치수와 능금, 걸어온다. 
능금 그 늙은이는 뭘하는 사람이오? 
백치수 연산군을 몰아낸 반정때 일등공신이신 남양군대감 이시다. 
늙은 호랑이지. 
능금 헌데 그런 늙은이 한테 나를 데려간 이유가 뭐요? 
나를 저 늙은 대감한테 팔아먹는 줄 알고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줄 아시오?! 
백치수 허허, 재물을 모으려면 사람을 많이 알아두어야 하느니라. 
특히 큰 재물은 조정에 계신 저런 분들이 뒷배를 봐주지 않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큰 재물은 모을 수가 없는법이다. 
능금 ...나는 도통 무슨 말인지 못알하 듣겠소?! 
백치수 (미소) 차차, 눈과 귀가 뚫린게다. 
능금 ...?! 
백치수 부지런히 서둘러야겠다. 해지기 전에 몇군데 더 들러볼 곳이 있다. 
능금 (쫓아가며) 헌데 월희가 누구요? 나하고 닮았다던데? 
백치수 (표정굳으며) 나중에 차차 알게 될게다. (앞장서 가면) 
능금 (부지런하게 쫓으며) 같이 가요- 


s#38. 난정모집 마당 

난정, 마당으로 들어오는데 툇마루에 앉아있던 난정모와 달래가 다정하게 
웃으며 난정을 맞이한다. 
달래 (보고 반가운) 난정 언니?! 
난정 (미소) 달래 왔구나. 
난정모 이제 오느냐? 
난정 예, 헌데 무슨 얘기를 그리 재미있게들 하세요? 
달래 어릴적 광대패 쫓아다닐 때 알던 재담 몇토막 해드렸더니 
이리 좋아하시잖소. 
난정 ..그래?..헌데 벌써 가려고? 
달래 예, 아주머니 생각이 나서 잠시 들렀소, 
해지기 전에 객주로 돌아가야지요. 
(난정모 보며) 아주머니, 다음에 또 찾아뵐게요. 
난정모 그래, 잘가거라. 
달래, 대문쪽으로 가면 난정, 그 뒤를 따라 간다. 


s#39. 동 난정모 대문 앞 

난정과 달래가 대문 밖으로 나온다. 
달래 언니, 또 봐요. 갈께요. 
난정 달래야... 
달래 (돌아보는)..? 
난정 ..길상이..길상이는 잘 있니? 
달래 길상 오라버닌, 객상들 따라서 장사 떠났소. 
난정 장사..?! 
달래 예..길상오라버니 돌아오면 내가 언니한테 기별을 하겠소. 
나, 가요! (환하게 웃으며 돌아서 간다) 
난정 ...?! 


s#40. 동 난정모 방 안 

난정, 방안으로 들어오는데 난정모, 벽쪽을 살피고 있다. 
난정 어머니, 뭣하세요? 
난정모 아무래도 도배를 새로해야 될것같구나. 
난정아 지전에 좀 들렀다 오겠니? 
난정 (앉으며)..어머니. 
난정모 (돌아보는)..왜그러느냐? 
난정 우리 이사가요. 
난정모 뭐라, 이사?! 
난정 예. 대감마님께오서 마려해주신 이 집에 있으면 
아직도 대감마님의 그늘에 머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허니 우리 이사가요. 
난정모 난정아, 대감마님께서 다신 발걸음을 하지 않으신다고 
하시지 않았느냐? 
또 우리 처지에 무슨 수로 새 집을 구한단 말이냐? 
난정 집은 제가 마련할수 있어요! 허니.. 
난정모 (완강하게) 아니된다! 그런 소리 마라. 
난정 어머니 마음속엔 아직도 대감마님께오서 남아계세요? 
그래서 이 집을 떠나지 못하시는거냐구요?! 
난정모 그래..에민 이 집에서마저 떠나면 대감마님과의 인연이 
아주 끊어지는 것 같아서 견딜수가 없을 것 같구나. 
난정 그래요, 어머니가 원하시면 계세요..(일어난다) 
난정모 어딜가니? 
난정 (미소) 지전에 들렀다 오려고요!(방밖으로 나간다) 


s#41. 동 난정모 방 밖 마당 

난정, 방문을 열고 나와 마당으로 내려선다. 
난정(E) (휙-방문쪽을 돌아보며) 
어머니, 우리 모녀의 장래를 위해선 대감마님과의 
연을 끊어내야 해요! 어머니께서 대감마님과의 인연을 끊으실 
수가 없으시다면 이년이 끊어드리지요! 
난정, 대문밖으로 급하게 나간다. 


s#42. 갖바치 마당 

당골네, 잔솔가지를 받쳐들고 부엌으로 가는데 
난정 (대문안으로 들어서며) 아주머니, 저 좀 보세요! 
당골네 (다가오며) 나,난정아. 또 무슨 일이냐? 
난정 (갖바치 방쪽의 눈치를 보며 당골네 귀에다 뭐라고 속삭인다).. 
당골네 (듣다가 갸웃하며 난정을 보는)..박참의댁? 


s#43. 어느 골목길 

박희량, 어느 대문밖으로 나오는데 당골네가 뒤편에서 다가온다. 
당골네 저..혹시, 박참의댁 둘째 자제분 되시옵니까? 
박희량 (의아) 이 사람이 맞는데, 뉘시오? 
당골네 (웃으며)호호, 바루 찾았네?..우리 난정아씨께서 보자십니다요. 
박희량 (솔깃) 난정낭자가?! 


s#44. 난정 초가 마당 

당골네, 앞장서고 그 뒤를 따라 박희량이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당골네 난정아씨, 뫼시고 왔사옵니다. 
박희량 (다급하게) 난정낭자, 나요! 박희량이가 왔소. 
난정 (방문 열고 나오며) 도련님.. 
박희량 낭자! 
난정 이년 도련님께 몇마디 여쭙고 싶은 말씀이 있어 뫼셨사옵니다. 
박희량 무엇이든 물어보시오, 내 가슴속에 품은 마음을 거짓없이 
다 말해 주리다. 
난정 우선 드시지요. 
박희량 (방안으로 들어간다) 
난정, 방안으로 들어가기전에 당골네를 돌아보며 끄덕여준다. 
당골네, 알아듣고 잽싸게 대문 밖으로 뛰어간다. 
난정, 싸늘한 표정으로 방안을 노려보다가 들어간다. 


s#45. 정윤겸 안채 마당 

옥련, 안채 쪽으로 걸어가는데 들려오는 
박씨(E) 뭬야?! 뭐가 어쩌구 어째? 
옥련, 안채쪽을 휙 돌아보다가 가까이 다가서서 엿듣는다. 


s#46. 동 정윤겸 안채 방 안 

자리보전 차림의 병색의 박씨가 앞에 앉아 있는 당골네를 노려본다. 
박씨 자네 지금 그걸 말따위라고 하는겐가?! 
당골네 쇤네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는대도 왜 믿지를 못하시옵니까? 
박씨 (노려보며) 정말, 난정이와 희량이가 은밀히 만나고 있는게 
틀림없는가?! 


s#47. 동 방 밖 마루 

옥련 (엿듣다가 충격)...?!! 


s#48. 동 안채 방 안 
당골네 쇤네, 난정이가 양반댁 도령님과 어울리는 것을 몇차례 
보았사온데..나중에 알고 보니 그 도령님이 박참의댁 
둘째 자제분이라지 뭡니까요? 
박씨 (당골네를 쏘아보는).. 
당골네 그냥 덮어둘까도 했지만 마님과의 옛정을 생각하여 이리 
고해드리는 것이옵니다요. 
박씨 만일 몇푼 뜯어내고자 거짓을 고한것이라면 이번엔 자네 목숨이 
성치 못할 것이야! 
당골네 (움찔하다가) 마님께오서 정 못 믿으시겠사오면 쇤네를 따라 
나서시면 아실게 아니옵니까?! 
박씨 ...음?! 


s#49. 중궁전 뜰 앞 

희빈, 금원군과 봉성군을 데리고 중궁전 쪽으로 걸어간다. 
희빈 (다짐받듯) 금원군, 봉성군..중전마마께오서 무엇을 물으시어도 
그저 지당하시옵니다, 지당하시옵니다. 
하는 것 잊지는 않으셨겠지요? 
금,봉성군 예. 
희빈 어디 한번 따라해 보세요. 지당하시옵니다! 
금,봉성군 지당하시옵니다. 
희빈 잘들 하셨습니다! 가십시다. 
뒷편에서 창빈이 영양군과 덕흥군을 데리고 걸어온다. 
창빈 희빈, 이제 드시는겝니까? 
희빈 (돌아보며) 예, 헌데 중전마마께오서 어인 연유로 왕자들을 데리고 
중궁전에 들라 하시었는지 창빈은 아시오? 
창빈 이 사람도 중궁전의 명을 받잡고 나온 상궁의 기별만 들었을뿐입니다. 
희빈 또 무슨 분부가 내리실지 이사람은 왜이리 불안한지 모르겠소. 
창빈 들어가보면 알겠지요. 자 드시지요. 
창빈과 희빈이 각각 영양군과 덕흥군, 금원군과 봉성군을 데리고 중궁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위로 
엄상궁 중전마마, 희빈과 창빈이 왕자분들과 함께 들었사옵니다. 


s#50. 동 중궁전 방 안 
희빈과 창빈, 그리고 영,덕,금,봉성군이 윤비에게 인사를 올린다. 
일동 중전마마, 찾아계시옵니까? 
윤비 (왕자들의 면면을 살피며) 어서들 오세요. 
희빈,창빈 (그런 윤비의 눈치를 불안한 듯 힐끔 살피다 서로의 얼굴을 본다) 
..?! 
윤비 (방밖쪽에다) 엄상궁. 
엄상궁(E) 예. 
엄상궁 (방문 열리면 문밖에 선채로)..찾아계시옵니까? 
윤비 경빈과 복성군은 왜 이리 늦는겐가? 


s#51. 경빈 처소 마당 

오상궁과 금이가 경빈의 방쪽을 향해 서있다. 
오상궁 경빈마마께서는 어찌 나오시지 않는게냐? 
금이 채비를 차리시는대로 나오실테니 너무 재촉 마시옵소서. 
오상궁 (불만스러운)...?! 


s#52.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복성군의 옷매무새를 만져주고 있다. 
경빈 복성군. 
복성군 예, 어마마마. 
경빈 복성군께서는 전하의 당당한 장자이시옵니다. 
아무리 중궁마마께오서 언성을 높이신다 하신들 절대 위축되거나 
기가 꺽이시면 아니되시오. 
복성군 예. 
경빈 이 에미가 항상 복성군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으시면 
아니되십니다. 
복성군 (결연한) 소자, 명심하겠사옵니다! 
경빈 (미소) 가십시다! 
경빈, 복성군을 데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s#53. 편전 방 안 

중종, 김상궁의 보고를 받고 의아한 표정이 된다. 
중종 뭐라? 중전께서 세 빈을 중궁전으로 불러들이셨단 말이더냐? 
김상궁 예, 세 분 빈마마들 뿐 아니오라 그 소생이신 왕자분들을 
함께 부르셨다하옵니다. 
중종 ...허, 대체 무슨 일 일꼬?! 


s#54.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뭔가를 생각하는 표정으로 혼잣말을 한다. 
자순대비 ..빈들과 왕자들을 불러들였다?..(앞에 서있는 조상궁을 보고) 
조상궁, 지금 중궁전에 가서 무슨 일인지 상세히 알아보도록 하게. 
조상궁 (조아리며) 예,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방밖으로 나간다) 
자순대비 (갸웃하다가 혹시 휙- 돌아본다)...?! 


s#55. 중궁전 방 안 

경빈과 복성군, 윤비 앞에 조아린다. 
경빈 신첩, 중전마마의 부르심에 늦어 황공하옵니다. 
윤비 앉으시오. 
경빈 예. 
경빈과 복성군, 자리를 찾아 앉는다. 
윤비, 미소를 지으며 앞자리의 다섯명의 왕자들을 쭉 훑어본다. 
영,덕,금,봉성군은 고개를 숙이는데 복성군만이 힐끔거리며 
윤비를 곱지않은 눈길로 본다. 
윤비 내 이렇듯 빈들의 아드님들을 한자리에서 보니 마음이 든든하구려. 
경빈(E) (비웃음 스치며) 든든? 흥, 정말 그 속이 좋으실까 궁금하구먼?! 
희빈(E) (불안하게 눈을 굴리며) 저렇듯 부처님 웃음을 짓다가도 언제 
불호령이 떨어질지 모르니.. 
창빈(E) (희빈을 보며) 희빈, 중전마마를 믿으세요. 
엄상궁(E) (방밖에서) 중전마마, 원자마마 드셨사옵니다. 
윤비 뫼시어라. 
엄상궁(E) 예. 
방문이 열리면 박상궁과 함께 원자가 방안으로 들어선다. 
원자 어마마마! 
일동 (원자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원자 (집중되는 시선에 멈칫선다)...?! 
윤비 원자, 이리오세요. 
원자 예, 어마마마.(쪼르르 가서 윤비의 무릎에 앉는다) 
복성군 (원자를 쏘아본다)...! 
윤비 내 이렇듯 세분 빈들과 빈들의 소생 왕자들을 들라 한 연유는.. 
일동 (긴장하는)... 
윤비 원자에 대한 왕자들의 충성서약을 받고자 함이오! 
일동 ('충성서약?')..?! 
윤비 여기 있는 왕자들은 모두 원자의 형님들이 되나 장차 적통인 
원자가 대통을 이어 받게 되면 신하들이 될 것이다! 
일동 ...! 
윤비 왕자들은 원자의 위엄과 권위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겠는가?! 
금,봉,영,덕흥군 예, 맹세하겠사옵니다! 
원자 (의젓하게 보는)...?! 
복성군 (양미간을 찌푸린채 침묵)... 
윤비 왕자들은 대통을 이을 원자에게 충성을 맹세할 수 있겠는가?! 
금,봉,영,덕흥군 예, 맹세하겠사옵니다! 
복성군 (묵묵부답)... 
윤비 (복성군을 보며) 복성군은 어찌 맹세를 하지 않는가?! 
가슴속에 아직 원한을 씻어버리지 못한 것이더냐?! 
복성군 ... 
윤비 복성군, 내 말이 들리지 않느냐?! 
복성군 ... 
일동 (정적속에 긴장감에 휩싸여 보는)... 
경빈 (뭔가 자신감있는 표정)... 
윤비 복성군! 
복성군 (휙-보며) 중전마마, 아무리 원자가 적통 대군이라고는 하오나 
장차 누가 세자에 책봉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옵니다! 
일동 (충격)...?! 
윤비 복성군, 지금 뭐라 하였느냐?! 
복성군 여기 있는 후궁전 소생 왕자들중에서 세자가 책봉될 수도 있고,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을 생산하시오면 그 대군아기씨께오서 
세자에 책봉될 수도 있음이라 사료되옵니다! 
윤비 (한방 먹은)...?! 
복성군 소자, 장차 어느분께오서 대통을 이으시던 군주께 충성을 다 할 
것이옵니다. 허나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는 바 원자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맹세할 수는 없사옵니다! 
(일어서서 조아리고는 휙-방밖으로 나가버린다) 
일동 (경악하는)...?! 
원자 (윤비에게 천진하게) 어마마마, 복성군 형님께오서 왜 저러시옵니까? 
윤비 아니오, 원자..(경빈을 보며) 경빈, 복성군의 말이 복성군의 뜻인가? 
아니면 경빈의 뜻인가?! 
경빈 신첩은 복성군과 이런 얘기를 나눈적이 없사옵니다. 
하오나 신첩, 복성군이 중전마마께 사리에 어긋난 말씀을 올리지는 
않았다고 사료되옵니다! 
윤비 뭐라?! (경빈을 휙 노려보는)...! 
일동,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는 중에 윤비와 경빈,팽팽하게 쏘아본다. 


s#56. 난정 초가 방 안 

난정, 조촐한 술상을 앞에 두고 박희량과 마주 앉아있다. 
박희량 낭자, 사람을 여기까지 불러놓고 어찌 아무 말도 없으신게요? 
난정 (천천히 보며) 도령님, 이년에 대해 품고 계신 마음이 참이시옵니까? 
박희량 몇 번을 되묻는다 해도 난정낭자를 생각하는 이 마음엔 추호도 
거짓이 없소! 
난정 대갓댁 도령님께오서 이년같은 미천한 계집을 정인으로 
생각하신다니 믿기지가 않사와 그렇사옵니다. 
박희량 사내가 여인을 연모하는데 어찌 귀천을 따지겠소?! 
난정 ...! 


s#57. 동 난정 초가 마당 

당골네, 박씨를 데리고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당골네 마님, 이 집이옵니다. 
박씨 (방문 앞 댓돌위에 놓인 남녀 신발을 보고는 방쪽으로 다가간다).. 
박희량(E) (방안에서 들려오는) 내 난정낭자의 마음을 얻을수만 있다면 
옥련낭자와 백번을 파혼 당한다 한들 두렵지가 않소! 
박씨 (충격으로 멈춰서는)...?! 


s#58. 동 난정 초가 방 안 

박희량 내 평생 목숨을 다 바쳐 낭자를 연모 할 것이요. 
(바짝 다가 앉으며 난정의 손을 쥐며)..낭자! 
부디 이 마음을 받아주시오! 
난정 ... 
방문이 벌컥 열리고 분기탱천한 박씨가 방안으로 들어선다. 
박희량 (보고 당황하여)..?! 
박씨 (분노로 몸을 부르르 떨며) 난정이 네 이년?!! 
네 이러고도 살아남길 바랬더냐?! 
난정, 오히려 기다렸다는듯 싸늘한 미소로 박씨를 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  


여인천하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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