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32
s#1. 중궁전 앞 뜰 난정과 김씨, 계단 위 아랫 편에 멈춰선 채 서로를 팽팽하게 노려본다. 김씨 네 어찌 천한 기생년 따위가 감히 궐내 출입을 할수 있단 말이냐?! 난정 (여유) 나는 중전마마의 명을 받잡고 들었사온데 아우님께서는 어인 연유로 중궁전에 들르셨는지요? 김씨 뭣이라, 내 가만 두고 보자고 했더니 네 어찌 아우라는 말이 세치 혓바닥에 붙었더란 말이냐?! 난정 아우님, 여긴 지엄한 궐내이옵고 또한 중전마마께오서 계시는 교태전 마당이온데 (엄한) 어찌 언성을 높이시는 것이옵니까?! 김씨 (어이없는)..뭐,뭐라? 난정 이 사람, 중전마마께 급히 진언드릴 말씀이 있어 아우님과 더 말씨름할 짬이 없사옵니다. 시시비비를 따질 것이 있으시면 나중에 이년에게 기별을 넣어주시지요.(계단을 올라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김씨 ...?! 김씨 (난정을 휙-돌아보며) 네 정난정이라 했느냐?! 난정 (김씨를 휙-돌아보며) 왜요?! 이년에게 더 하실 말씀이라도 있사옵니까?! 김씨 네 정녕 중전마마의 부르심을 받잡고 온 것이 틀림없느냐?! 난정 그렇지 않으면 어찌 이년 같은 천 것이 궐내 흙을 밟아볼 수가 있겠사옵니 까?! 아니그렇사옵니까?! (웃음을 흘리며 중궁전쪽으로 총총히 가버린다) 김씨 (가슴속에서 뭔가 덜컹 무너져 내리는)...?!! s# 동 중궁전 복도 난정, 복도를 걸어와 엄상궁 앞에 선다. 엄상궁, 의외라는 듯 난정을 보는데 난정 (공손히 조아리며) 중전마마께 여쭈어주시옵소서. 엄상궁 중전마마, 정 아무개 들었사옵니다. s#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연상앞에서 뭔가를 생각하다가 흠짓 방문쪽을 본다. 윤비 정아무개..?..(난정임을 안다)..들라하게. 엄상궁(E) 예. 방문이 열리면 난정, 윤비 앞으로 걸어와 깊숙하게 조아린다. 난정 중전마마, 이년 마마께 급히 아뢸 말씀이 있어 찾아왔나이다. 윤비 다가와 앉거라. 난정 예. (자리에 앉는다) 윤비 그래, 무어냐? 난정 지금 장통교 기방에서 예판대감과 화천군대감이 남양군대감을 만나고 있사 옵니다. 윤비 예판과 화천군이 남양군대감을?! 난정 예, 마마. 윤비 조정대신들이 기방에서 회합하는 것이 어찌 급히 아뢸 일이더냐? 난정 이년 생각엔 단순한 회합이 아니오라 의기투합을 하는 자리라 사료되옵니 다! 윤비 (흠짓) 의기투합?! 난정 예. 예판과 화천군대감은 경빈박씨와 복성군을 떠받치는 분들이옵고, 남양 군 대감께오선 희빈홍씨의 부친이라 알고 있사옵니다. 윤비 ...?! 난정 조정에 각기 다른 세를 가지신 실세 분들께서 은밀한 말씀을 나누 신다면 분명 조정일을 도모하기 위한 자리일 것이옵니다. 윤비 조정일을 도모한다면 조정암을 찍어내기 위한..?! 난정 예. 윤비 (끄덕이며) 그럴 수도 있겠지.. 난정 이년은 분명 그럴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윤비 (보는)..?! 난정 마마, 정녕 경빈박씨와 손을 잡으실 뜻이 없으신 것이옵니까? 윤비 내 그리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 밝히지 않았더냐?! 난정 하오면 후궁전에서 무슨 일들을 꾸미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시급하옵니 다. 윤비 ... 난정 또한 장차 조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다 하여도 중전마마께오서는 알고는 계시되 말씀은 천만근 아끼셔야 할 것이옵니다. 윤비 알고는 있되 말을 아껴라? 난정 예, 마마. 지난번 소격서 혁파주청때 중전마마께오서 대사헌 영감과 사림들 을 옹호하신 일이 이년은 자꾸 마음에 걸리옵니다. 부디 이년의 뜻을 깊이 헤아려 주시옵소서. 윤비 ...음! s# 경빈 처소 방안 경빈 앞에 금이가 앉아있다. 경빈 뭬야, 그 댕기머리가 중전마마의 결찌가 아니더란 말이냐? 금이 중전마마의 결찌는 커녕 천출이었사옵니다. 경빈 천출?!..천출?!! 금이 예, 기방이나 갖바치 백정집에 예사로 출입하는 것으로 봐서는 천출이 분 명하였사옵니다. 경빈 (더욱 의혹에 쌓이는)..천출,천출이라..?! 허, 어찌 중전마마께오서 천출에게 당의까지 내리시어 궐내 출입을 시키신단 말이냐? 금이 사는 곳을 알아두었으니 조만간 정체가 밝혀질 것이옵니다. 경빈 금아, 댕기머리의 동태를 철저히 감시하도록 해라. (미소) 어쩌면 중궁전의 큰 약점을 틀어쥐게 될 것 같구나! 금이 예, 마마. 경빈 그나저나 희빈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금이 예에? 경빈 아니다. 넌 알 거 없다. s# 희빈 처소 방 안 走肖爲王이라고 적힌 종이가 방바닥에 놓여있다. 향이, 희빈을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며 말한다. 향이 예에? 후원에 있는 나무 잎사귀마다 꿀로 글자를 쓰라니요? 희빈 쉿, 목소리가 크구나. 너는 되묻지 말고 시키는대로 하면 될 것이야. 향이 예, 알겠사옵니다. 희빈 쥐도 새도 모르게 감쪽같이 해야하느니라. 향이 예, 마마. 염려놓으시옵소서. 희빈 (연상에서 패물뭉치를 꺼내 향이 앞에 놓는다)..받거라. 향이 ...! 희빈 이걸로 일을 도와줄 나인들의 입을 막거라. 만에 하나 이 일이 밖에 알려 지는 날이면 나는 물론이고 너희들 모두의 목이 달아나게 될 것이야. 향이 (결연하게) 명심하겠사옵니다! 희빈 ...! s# 중궁전 방 안 윤비, 연상앞에서 뭔가 생각하고 있다. 윤비 (혼잣말)...경빈과 희빈이 손을 잡고 조정일을 도모하고 있다? 대체 무슨 일 을 꾸미고 있을꼬?! s#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윤비의 말에 화답하듯) 두고보면 알게 될 것이야! (싸늘한 미소를 짓는다) s# 자운아 기방 대문 앞 길 홍경주와 남곤, 심정을 태운 사인교가 떠나가고 있다. 옥매향과 향심, 탄금이가 배웅하듯 서있다가 대문안으로 돌아서 가는데 난정 (급하게 오며) 매향아. 옥매향 (돌아보며) 난뎡아. 난정 (멀리가는 홍경주 일행의 뒷모습을 보며)..벌써들 가시는거야? 옥매향 기래..기런데 너 듕뎐마마는 댤 만나뵈었네? s# 동 자운아 기방 아랫방 안 난정과 옥매향이 찻잔을 놓고 마주앉아있다. 난정 중전마마께오서 내 말에 귀를 기울여는 주시지만, 천성이 반듯하고 엄격하 신 분이시라, 내 방책을 받아들여주실 듯 싶진 않아. 옥매향 기렇다고 포기하딘 말라우. 디셩이면 감텬이란 말도 있댢니? 백번이고 텬 번이고 디극뎡성으로 말씀올리면 언뎬가는 듕뎐마마께서도 니 뜻을 받아 들여듀실 날이 꼭 올거이야. 난정 (미소)..고마워..헌데 매향아 아까 뫼셨던 손님분들께서 또 다른 말씀은 없 었니? 옥매향 다른 말씀?..(생각하다가) 아니..술댜리에서 내내 됴광됴란 분을 띡어내야한 다는 말씀들만 하셨어. 난정 ...그래..? 옥매향 기런데 난뎡아 됴광됴란 분이 대테 어떤 분이네? 어떤 분이길래 기렇게 미 운 털이 박힌거이네? 난정 ...훌륭한 선비어른이시지..이 나라 백성들이 우러러 뵐만한 분이시고. 옥매향 기래?..기런데 와 대감들께서 기런 훌륭한 분을 띡어내려고 하시는거이네? 난정 그렇게 훌륭한 분이니까 기를 쓰고 찍어내려는거야. 옥매향 뭐이? 고거이 무슨 말이네? 난정 (미소) 매향아, 너나 내가 조정에서 정치하는 분들의 속내를 어찌 알겠니? 그냥 솟아 오른 못이 망치를 맞는 이치 같은 거라고 생각해. 옥매향 어케 됐던..길케 훌륭한 분이시라면 내레 조광조 나으리께서 무사하셨으면 좋캈구만! 난정 ... s# 조광조 사랑채 방 안(밤) 조광조, 갖바치의 찻잔에 차를 따라준다. 조광조 매번 갖바치선생 집에서 차 대접 받는 것이 미안하여 이번엔 내 직접 선 생께 차 한잔 대접하려고 오시라 청했소이다. 갖바치 천한 놈을 사랑채까지 불러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조광조 별말씀을 다하시는구려, 드십시다. 갖바치 예. (한모금 마시고)..향이 일품이옵니다..나으리의 차 다리는 솜씨 역시 학 문 못지 않으시옵니다. 조광조 허허, 차 잎이 좋은게요. 지리산에서 올라 온 차요. 갖바치 아무리 차 잎이 좋다한들 냉수에서는 다향이 우러나지 않는 법이지요. 조광조 (마시려다 흠짓 보며) 위훈삭제 주청이 성급했다고 말하는거라면 이 사람 도 잘 알고 있소이다. 갖바치 성급한 것이 아니오라 하지 말았어야 된다는 말씀이옵니다. 조광조 ...?! 갖바치 나으리, 그깟 공신 칭호쯤 가짜가 있기로서니 무엇이 그리 대단한 일이옵 니까?! 소격서에서 굿판이 벌어지는 일이 무엇이 그리 대단하여 나으리께 서 목숨까지 걸어야 되는 것이옵니까?! 조광조 이 사람은 이 나라의 선비요. 선비란 아무리 사소한 불의라도 그것을 타파 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거는 것이요. 갖바치 하오나 그런 것들은 나으리의 목숨과 견줄수 없는 사소한 것들이옵니다. 만에 하나 나으리께서 잘못되시면 이 나라 백년 후까지 영향이 미칠 것이 옵니다. 나으리의 목숨은 나으리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어찌 모르신단 말 씀이옵니까?! 조광조 세상을 바로잡아 보겠다는 자가 어찌 일신의 안위를 위해서 중도에 물러설 수 있겠소이까?! 이 사람을 생각해주는 선생의 마음은 잘 알고 있소. 내 이번 일만 성사되면 처신에 신중을 기하리다. 갖바치 그리되면 이미 늦사옵니다. 바로 지금이 물러서실 때이옵니다. 조광조 ...?! 갖바치 (보는)...!! s# (조광조 집 근처)어느 골목길(밤) 갖바치, 걸어오다가 하늘을 올려다 보며 한숨을 푹 내쉰다. 길상, 뒤편 담벼락에 기대 갖바치를 보는데 갖바치 (돌아보지도 않은채) 자네 이름이 길상이라 했던가?! 길상 ...?! 갖바치 조만간 정암나으리의 신변에 큰 화급이 닥칠지도 모르네. 자네 혼자 힘으 로는 막아낼 수 없을지도 모르지..허나 모쪼록 최선을 다해 나으리를 지켜 드리게나..(그대로 가버린다) 길상 (갖바치의 뒷모습을 보며)...!! s# 백치수 사랑채 마당(밤) 능금, 비단옷(*31회 백치수가 가져다 준)을 화사하게 차려입고 방쪽으로 걸어온다. 능금, 댓돌위을 보면 갖신 두켤레가 놓여있다. 능금 (방쪽에다) 백도주아저씨-나요, 능금이요. 백치수(E) (방안에서) 들어오너라. 능금, 방안으로 들어간다. s#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밤) 능금, 방안으로 들어오면 상석에 김안로가 앉아있고 그 옆에 백치수가 앉아있다. 백치수 (김안로에게) 대감, 이 아이올시다. 김안로 (능금을 찬찬히 살펴보는).. 능금 (어색한지 시선을 피하는데)... 백치수 뭣하고 선게냐? 냉큼 인사올리지 않고! 능금 아,알았소..(어색하게 큰 절을 올린다)..능금이라 하옵니다. 능금, 옷이 불편한지 몸이 뻣뻣한지 간신히 엉덩방아 찧기를 면한다. 김안로, 능금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백치수 (능금에게) 그만 나가보거라. 능금 ...예에?! 옷 차려 입느라구 한식경도 넘게 걸렸는데 이걸루 끝이요? 백치수 어허, 나가있으래두! 능금 ..알았소.(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s# 동 백치수 사랑채 방 밖(밤) 능금, 마당으로 내려서서 방쪽을 흘겨보다가 쿵쿵-거리며 가버린다. s#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밤) 김안로,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모금 마신다. 백치수 대감, 보시기에 어떻사옵니까? 김안로 세상물정 모르는 들마같구마. 백치수 예, 이제 갓 안장만 얹은 격입지요. 김안로 헌데 하필이면 저런 아이에게 객주를 물려주려는 연유가 뭔가? 백치수 장사란 누구나 할수 있고 또 하다보면 이문을 남기는 법도 깨우치는 법입 지요. 허나 큰장사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배포입지요. 능금이란 아이는 큰 장사꾼이 될만한 배포를 가지고 있사옵니다. 김안로 ..그래? 백치수 이놈은 분명 그리 보았사옵니다. 김안로 ... 백치수 나으리, 앞으로 나으리의 시대가 열릴 때 저 아이 역시 나으리의 그늘을 필요로하는 장사꾼이 되어있을 것이옵니다. 김안로 허니, 저 능금이란 아이를 자네 보듯 해달라 이 말인가?! 백치수 예, 그리만 해 주신다면 나으리께오서 쓰실 재물은 얼마든지 내어드릴 것 이옵니다. 김안로 (생각하다가)...알았네, 내 그리함세. 백치수 (조아리며) 맏겠사옵니다. s# 남소문 객주 마당(밤) 능금, 씩씩대며 걸어오는데 송서방이 하품을 하며 나온다. 송서방 (놀리듯) 왜 또 삐졌누? 야밤에 비단옷 입고 다니는걸 봐주는 사람이 없 어 그런가?. 능금 (흘겨보고 들어가려다가) 아,참 아저씨..아까 하던 얘기 마저 해보슈. 송서방 무슨? 능금 백도주 아저씨, 딸 월희 말이우. 대체 왜들 쉬쉬하는게요? 송서방 (주변 살피고) 능금아 대신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된다. 능금 알았으니 감질나게 굴지 말고 얼른 털어놔보슈. 송서방 실은 월희 아씨께서는 이 세상 분이 아니셔.. 능금 그거야 나도 짐작한 일이구, 헌데요? 송서방 .. 월희 아씨 스스로 목을 매서 자진하셨어! 능금 ...예에?! s# 대비전 외경(밤) 중종, 옥교에서 내려 대비전으로 들어가는 모습위로 조상궁(E) 대비마마, 주상전하 납시셨사옵니다. s# 동 대비전 방 안(밤) 자순대비, 앞에 앉은 중종의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놀란듯 본다. 자순대비 아,아니 주상, 용안이 어찌 이리 상하셨습니까?! 중종 소자의 불효를 용서하시옵소서. 소자, 근자에 곤함이 누적되어 그런 듯 하옵니다. 자순대비 주상 탓이 아니십니다. 지난번 소격서 철폐 일로 며칠 밤을 침수도 제대로 드시지 못하신 터에 이제는 다시 위훈삭제 주청까지 불거져 나와 밤낮으로 상소에 시달리고 계시니 무쇠로 된 몸인들 어찌 견디어내겠습니까?! 중종 ... 자순대비 주상, 군주가 강녕해야 나라가 평안한 것입니다. 당분간 조강, 석강만이라 도 폐하시고 옥체를 돌보도록 하세요. 중종 어마마마, 소자 군주로서 마땅히 해야할 소임이오니 너무 탓하지 마시옵소 서. 자순대비 어미 말대로 하세요. 어의에게 명해 보약을 지어 올리도록 하시구요! 중종 ..예,그리하겠사옵니다. 자순대비 조광조 그자가 조정에 들어오고 난 연후에 신하들이 주상과 왕실을 대하는 것이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그 자가 어의를 꺽으려 드니 주상과 왕실의 위엄이 무뎌지고 있어요! 중종 어마마마. 자순대비 알았소, 이 늙은이 입을 다물지요. 이번 위훈삭제 주청에 대해서 이 에미도 짐작이 가는 바가 있으나 조정의 일이니 추이를 지켜보겠습니다. 중종 ..고맙사옵니다. 자순대비 허나 내 언제까지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겝니다. 중종 (보다가)..어마마마, 실은 어마마마께 긴히 논의 드릴 일이 있사옵니다. 자순대비 긴한 논의라니요? 중종 중전이 회임을 하지 않겠다고 하였사옵니다. 자순대비 ('안다')...주상..이 에미도 들어 알고 있습니다. 중종 하온데 어마마마께오서는 어찌 가만히 계시는 것이옵니까?! 자순대비 ..가만히 있다니요?! 중종 어찌 이런 일이 있을수 있사옵니까?! 소자는 중전을 이해할 수가 없사옵니 다. 아니 중전을 용납할 수가 없사옵니다! 만일 이 일을 종친부나 조정에 서 알게되면 중전을 폐서인 시켜 사가로 내치자는 공론이 일 것이옵니다. 소자, 중전을 지켜줄 명분도 없고 또한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사옵니다! 자순대비 주상께서 진노하시는 것도 당연합니다. 왕실의 법도로 보아도 용종을 잉태 치 않겠다는 중전의 망발은 용서 받을수 없는 대죄가 분명합니다. 중종 ...! 자순대비 허나, 주상께서는 중전이 그리 말씀 한 까닭을 알고 계십니까? 중종 원자의 앞날을 위해서라고 들었사옵니다. 하오나 중전이 대군을 생산한다 고 해도 원자를 괴이는 마음만 변함이 없다면 그것이 무슨 상관이겠사옵니 까? 자순대비 허나, 자식을 가진 아녀자들의 마음은 그런게 아닙니다. 중종 예에? 자순대비 이 에미도 지난날 생모를 잃은 융을 친자식처럼 키운 사람입니다. 중종 ...!! 자순대비 (감회에 젖는 표정)...!! 해설(NA) 융은 연산군의 이름이다. 연산군은 네 살때 생모인 폐비윤씨가 사가로 쫓겨나자 당시 성종의 계비로 책봉된 정현왕후 즉 지금의 자순대비를 생모 로 알고 자랐다. 후에 진성대군, 지금의 중종이 태어나자 인수대비의 사랑 은 진성대군에게 쏠렸고 이것이 연산군이 할머니인 인수대비에 대해 응어 리를 품게한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자순대비 ..주상, 이 늙은 에미는 중전의 마음을 알듯도 싶구려. 중종 어마마마.. 자순대비 허니 당분간 중전을 지켜보십시다. 그 후에 조치를 취해도 늦지는 않을게 요. 중종 아니되옵니다.. 자순대비 주상, 이번 일만은 이 에미의 뜻에 따라주세요. 중종 ... s# 대비전 뜰(밤) 중종, 힘없는 걸음으로 대비전에서 나와 옥교에 오른다. 중종 (옥교에 앉아 피곤한 듯 눈을 감는다).. 대전내관 전하, 어디로 납시올런지요? 중종 (눈을 뜨며)... 김상궁 전하, 오랜만에 희빈의 처소로 납시지요. 오늘 합궁일진이 대길이옵니다. 중종 (끄덕이며)..그래 희빈 처소로 가자. 중종을 태운 옥교가 어디론가 간다. s# 경빈 처소 방 안(밤) 경빈, 앞에 앉은 금이에게 말한다. 경빈 금아, 큰방상궁에게 분명 내가 시킨대로 일렀느냐? 금이 예, 마마. 오늘밤 전하께오서 희빈마마 처소로 드실것이옵니다. 경빈 (미소) 희빈이 호들갑 떨어대는 얼굴이 눈에 선하구먼! s# 희빈 처소 외경(밤) 중종의 옥교가 세워져 있고, 대전내관과 김상궁등이 시립해 있다. 희빈(E) (방안에서) 전하, 이 대체 얼마만의 발걸음이시옵니까?! 김상궁 (방쪽을 돌아보며 미소)... s# 동 희빈 처소 방 안(밤) 희빈, 앞에 앉은 중종을 감격한 눈길로 보고 있다. 희빈 신첩, 전하께오서 신첩을 아주 잊으신 줄 알았사옵니다. 중종 그럴 리가 있겠소? 이렇듯 기뻐하는 희빈을 보니 과인이 그동안 너무 격조하였나 보구려. 희빈 신첩을 잊지 않고 이리 발걸음을 해주시오니 황감할 따름이옵니다. 중종 (희빈의 과장된 애교가 싫지는 않은 듯 미소)... 희빈 (조아린 고개들고 보다가) 전하, 용안이 몹시 피로하신 듯 하옵니다. 편히 누우시옵소서, 신첩이 다리를 쳐 드리겠사옵니다. 중종 그리 합시다.(보료에 기대 다리를 쭉 펼치면).. 희빈 (중종의 다리를 주무른다).. 향이(E) (방밖에서) 희빈마마, 화채이옵니다. 희빈 (방문쪽 보며) 들이거라. 향이(E) 예. 방문이 열리면 향이, 쟁반에 화채그릇을 들고 들어와 놓고 나간다. 희빈, 화채(*붉은 액체)그릇을 들고 중종의 입에 대어준다. 희빈 오미자 화채이옵니다. 드시오면 해갈이 되실것이옵니다. 중종 (마시고) 마침 입술이 타는 듯 했는데 시원하구려. 희빈 주안상을 마련하라 일렀사오니 잠시 눈을 붙이고 계시옵소서. 희빈, 중종을 부축하여 보료 위에 눕히고 다리를 주무른다. 중종 (눈을 감으며) 참으로 희빈의 손이 약손이구려. 내 피곤이 다 풀리는 듯 하 구려..(잠에 빠져든다) 희빈 (미소 쌩끗)...! s# 중궁전 방 안(밤) 윤비, 엄상궁의 보고를 받고 있다. 엄상궁 전하께오서 희빈의 처소로 납시셨다하옵니다. 윤비 분명한가? 엄상궁 예, 분명 그리 들었사옵니다. 윤비 음..전하께오서 어찌 한동안 걸음을 아니하시던 희빈처소로 드셨을꼬..? (표정이 심각해지는)...! s# 윤원형 집 초당 외경(밤) 방에 불이 밝혀져 있다. s# 동 윤원형 초당 방 안(밤) 자수를 놓다가 생각에 잠겨있는 김씨의 얼굴위로 s# 후레쉬 백(32회 s#1의) 김씨 네 정녕 중전마마의 부르심을 받잡고 온 것이 틀림없느냐?! 난정 그렇지 않으면 어찌 이년 같은 천 것이 궐내 흙을 밟아볼 수가 있겠사옵니 까?! 아니 그렇사옵니까?! (웃음을 흘리며 중궁전쪽으로 총총히 가버린다) s# 동 초당 방 안(밤) 김씨, 생각에서 깨어나 건너편에서 동정을 달던 배천댁을 본다. 김씨 배천댁. 배천댁 (바느질 멈추고 보며) 예, 아씨. 김씨 작은 사랑에 가서 초당으로 듭시라 여쭙게. 배천댁 예. (일어나 방문 열고 나간다) 김씨 (뭔가를 생각하는)...! s# 동 윤원형 집 작은 사랑채 방 밖(밤) 윤원형, 방문을 열고 나오며 마당에 선 배천댁을 본다. 윤원형 뭬야, 아씨께서 나를 찾으신다? 배천댁 예, 나으리. 윤원형 (희색이 돌며)..드디어..오늘밤..?!..(초당쪽을 휙 돌아본다) s# 동 윤원형 초당 방 안(밤) 김씨, 앉아있는 얼굴위로 들리는 윤원형 (E) 험험, 부인, 나요! 김씨 (일어서며) 들어오시지요. 윤원형 (방안으로 들어와 앉으며) 부인, 이 야심한 밤에 어인 일로 보자셨소? 김씨 소첩, 서방님께 여쭐 말씀이 있사옵니다. 윤원형 ('합궁이 아니고?') 여,여쭐 말씀이요? 김씨 일전에 서방님께오서 난정이를 데리고 입궐하셨을 때 궁궐구경만 시켜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사옵니까? 윤원형 부인, 왜 또 지난 일을 들추시는게요? 김씨 분명 틀림없사옵니까?! 윤원형 그,그렇다니까요. 그 애가 애지간히 졸라대야지요. 내 적선하는 셈치고 대 궐 구경을 시켜 줬다고 하지 않았소? 김씨 ... 윤원형 부인, 것보다도 우리 합방은 어찌되는게요? 회임불공도 중단했으니 이제 택일을 해야되지 않겠소? 김씨 곧 답 해드리겠사옵니다. 윤원형 (입맛 쩍쩍)..곧?! 알았소..허면 난 나가보겠소.(벌떡 일어서서 나간다) 김씨 (배신감)....!! s# 동 초당 마당(밤) 윤원형, 사랑채쪽으로 가다가 휙- 초당쪽을 돌아본다. 윤원형(E) (갸웃하며) 가만, 혹시? 난정이한테 중전마마를 알현시켜준 것을..?! 아니지 그럴 리가 없지! 암 그럴리 없을게야! (사랑채쪽으로 간다) s# 난정모 집 외경(밤) 방문에 불이 꺼져 있다. s# 동 난정모 방 안(밤) 난정, 잠을 이루지 못한채 말똥말똥 생각에 잠겨있다. 난정(E) ..조정암 나으리가 찍혀나가면 장차 중전마마께오서 위태로워 지실것이고... 공신들이 밀려나간다 해도..원자께서 보위에 오를테니 중전마마께오선 개밥 에 토토리 신세가 되실 뿐이야..어쩐다..?!..그리되면 나는?! 난정, 답답한지 벌떡 일어나 앉아 자리끼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그러다 번뜩 무슨 생각이 났는지.. 난정 (눈을 빛내며)...! s# 난정모 집 외경(아침) 난정모(E) 난정아, 그게 무슨 소리냐? 당분간 암자에 가 있겠다니?! s# 동 난정모 방 안 난정과 난정모가 앉아있다. 난정 어머니, 암자 부처님 앞에 가서 가슴을 씻어내고 싶어서 그래요..허락해 주 세요. 난정모 ..네 뜻이 정 그렇다면 말리지는 않겠다만..암자에서 얼마나 있을 작정이냐? 난정 우선 당추스님을 만나 뵈온 연후에 석달이던 일년이든 정하겠어요. 난정모 난정아, 네 다른 마음을 먹고 있는 것은 아니지? 난정 (미소) 다른 마음이라니요? (농조)어머닌 내가 머리를 깍고 출가할까봐 그 게 걱정되세요? 난정모 ... 난정 염려 놓으세요. 허면 우선 당추스님께 말씀을 드려야 할테니 며칠간만 다 녀올게요. 난정모 그래..스님께 에미 안부도 전해드리렴. 난정 그럴게요. s# 당추 암자 계단 일각 동자승, 계단을 빗자루로 쓸고 있다. 난정, 저만치서 걸어오며 동자승을 부른다. 난정 스님-작은 스님- 동자승 (보고 반갑게) 오, 난정이로구나. 난정 (다가와 서며) 그간 무고하셨지요? 동자승 그래, 너도 무탈하고, 보살님께서도 잘 계시고? 난정 예에. 헌데 당추스님은 어디 계세요? 동자승 ..당추스님은 면벽참선에 들어가셨어. 난정 ...? s# 동 당추 암자 방 안 당추, 벽을 향해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다. 당추의 양미간이 일그러지는 표정위로 빠르고 어지럽게 떠오르는 1. 당추, 갓 태어난 난정의 탯줄을 이빨로 끊는다 2. 당추, 계향에게 반쪽 옥패를 건네받는다. 3. 당추, 난정모에게 아기와 옥패를 건넨다. 4. 난정, 법당앞에서 당추에게 소리를 치고 휙 달려간다. 5. 우마차 타고 귀양가는 파릉군... 당추의 얼굴이 땀방울이 솟아나며 더욱 고통스럽게 변하는데 s# 동 방문 밖 난정과 동자승이 방문 앞에 서 있다. 동자승 스님, 원이옵니다. s# 동 방 안 당추 (눈을 뜨며 버럭) 내 방해치 말라고 그리 일렀거늘!!! s# 동 방문 밖 난정 (방문 앞으로 다가서며) 스님, 난정이옵니다. s# 동 방 안 당추 (움찔 방문쪽 돌아보며) 난정이 네가 어인 일이냐?! s# 동 암자 방 밖 난정 스님께 긴히 부탁드릴 일이 있어 왔사옵니다. 당추(E) 내 면벽수도 중이니 만날수가 없구나, 삼칠일이 지나거든 다시 오너라! 난정 스님, 급한 일이옵니다. 스님! 당추(E) ... 동자승 난정아, 소용없을게다. 곡기까지 끊으신 참이니.. 난정 (실망스러운데)... 동자승 헌데 스님은 어인 일로 뵈러 온게냐? 난정 (보다가)..작은스님, 이 암자를 회임불공 도량으로 쓰고자 하는데 당추스님 께오서 허락해 주실까요? 동자승 회임불공?!..글쎄다..한번도 그런일이 없던터라..내 뭐라 말할수 없구나.. 난정 (암자방문을 아쉬운 듯 돌아보는)...! 난정과 동자승이 계단쪽으로 걸어오는데 언년이(*신비의 몸종)가 급하게 다가온다. 언년 스님, 우리 마마를 뵙지 못하셨는지요? 동자승 예, 아까뵈오니 연못가에 계셨사옵니다. 언년 예..나중에 마마께오서 쇤네를 찾으시면 저녁상에 올릴 나물을 뜯으러 갔다 고 전해주시지요. 동자승 예, 그러겠사옵니다. 난정 (가는 언년의 뒷모습 보다가)마마라니요?! 이 암자에 궁에서 나오신 분이 계시옵니까? 동자승 ...그런것이 아니라.. s# 동 암자 근처 정자 위 신비, 정자위에 앉아 물을 내려다 보고 있다. 난정, 조심스럽게 신비쪽으로 다가온다. 난정 (보다가) 마마, 문후여쭈옵니다. 신비 (시선 고정된 채 혼잣말처럼)..참으로 한가롭구나..예서 얼마간 지내보면 속 세의 재물이니 권세니 하는 것들이 얼마나 부질 없는 것인줄 알터인데..? 난정 ...!! s# 편전 외경 김승지, 상소문을 잔뜩 들고 편전안으로 들어간다. s# 편전 방 안 중중, 연상위에 쌓인 상소들을 보며 김승지에게 고함을 지른다. 해설(NA) 중종의 완강한 거부에도 불구하고 대간들의 위훈삭제 주청은 끊이지 않았 다. 중종의 완강한 거부가 계속되자 삼사의 대간들은 전원 사직을 요청하 였다. s# 편전 방 안(다른 시간) 중종 앞에 정광필, 안당, 김전, 이장곤, 남곤, 심정, 김안로, 조광조,김승지가 앉아있다. 정광필과 안당, 김전, 이장곤,남곤, 심정, 김안로가 중종에게 의견을 개진하 는 모습위로 해설(NA) 결국 중종은 한발 물러서서 절충안을 제시할 수 밖에 없었다. 중종 (비장한) 과인은 삼사에서 올린 위훈삭제 명단에 올라있는 일흔여섯명 중 부정한 방법으로 녹훈된 것이 명백한 유순,김감, 구수영등 열 아홉명의 훈 작을 삭제하고자 하오! 일동 (각자의 표정)...?! 중종 과인은 이들 열 아홉명 이외에 더 이상 정국공신의 개정을 하지는 않을 것 이오! (조광조를 보며) 대사헌, 과인이 이들의 훈작을 삭제하는 것은 삼사 의 주청에 동감한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조정이 분란에 휩쓸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오! 그대는 과인의 뜻을 알겠는가?! 조광조 (굳게 다문 침묵으로 일관)...! s# 대궐 일각 조광조와 안당, 이장곤이 걸어온다. 안당 전하께오서 한걸음 물러나셨으니 삼사의 대간들도 복귀하여 소임을 다하 라고 설득해 주게나. 조광조 ... 이장곤 정암, 좌의정 말씀대로 이만하면 명분은 세웠네. 허니 더 이상 고집피우지 말게! 조광조 (멈춰서서) 시생은 국사를 돌보는 일에 흥정이 있어서는 아니된다고 생각 하옵니다. 일흔여섯명 모두의 훈작이 잘못되었다면 모두 삭제되어야 마땅 한 일이지 어찌 그 중에서 추려낸 열아홉명만 삭제하는 것으로 이번일이 무마될 수 있다는 말씀이옵니까?!(다시 휘적휘적 가버린다) 안당 저,저사람! 이장곤 음..! s# 대비전 방안 자순대비 앞에 윤임이 앉아있다. 윤임 예에?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지 않으시겠다고 하셨사옵니까?! 자순대비 판부사, 이 말씀이 조정이나 종친부에 알려지면 큰 사단이 날 것입니다. 윤임 예, 잘 알고 있사옵니다. 허어 어찌 이런 일이?! 자순대비 누구보다도 주상의 진노가 크십니다. 허니 판부사께서 주상을 알현하시어 주상의 마음을 누그러뜨려주세요. 판부사께서는 주상께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몇 안되는 분이니 말씀드리는 겝니다. 윤임 ...! 자순대비 또한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되어 조정에서 공론이 일어나게 되면 판부사께오 서 중궁전을 지켜드려야 할것이옵니다. 윤임 명심하겠사옵니다. 자순대비 이 사람 판부사만 믿으리다. 윤임 하온데 신 대비마마께 여쭐 말씀이 있사옵니다. 자순대비 (미소)...예, 압니다. 이 늙은이가 어찌 중전이 회임하지 않겠다는 말에 역증 을 내지 않는지 궁금하신게지요?! 윤임 (그렇다)..황공하옵니다. 자순대비 이 늙은이는 중전이 원자를 진심을 다해 괴인다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윤임 ..?! s# 빈청 안 윤임과 김안로가 앉아있다. 윤임 (밝은 표정)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지 않으시겠다고 말씀을 하셨답니다. 김안로 (생각하는)..음! 윤임 대비전에서는 중전마마의 충정으로 믿으시는 눈치이셨소이다. 김안로 ... 윤임 안사람의 말로는 질부가 봉은사에서 드리던 회임불공도 며칠전부터 그쳤다 고 하오이다. 이사람도 중전마마를 믿는 마음이 깊어집니다. 허허. 김안로 허나 중전마마께오서 원자를 생각하심이 너무 과하신 것은 아니올런지요? 이 사람은 그게 마음에 걸리옵니다. 윤임 허허, 괜한 걱정이시옵니다. 대감, 오랜만에 장통교기방에 들러 술이나 한 잔 하십시다. 김안로 기방이라니요? 조정이 화급한 시기아니옵니까? 윤임 남들이 다 위훈삭제 일로 조마조마하고 있을 때 기방을 출입한다면 이 또 한 사람들의 눈길을 피하는 방도아니겠소이까? 김안로 ... 윤임 이왕이면 도총관대감도 청하시지요. 김안로 도총관 대감은 청하시지 않는게 좋을 듯 싶사옵니다. 윤임 왜요? 김안로 일전에 무관들의 세를 결집해 달라는 청을 거절한 일도 있고, 또 얼마전에 는 도총관께서 조강지처를 내치셨다 하옵니다. 윤임 예에? 설마 그럴리가요! 김안로 도총관께서 무슨 구설에 휩쓸릴지 모르니 당분간은 거리를 두는 것이 좋을 듯 하옵니다. 윤임 음...! s# 정윤겸 집 대문 앞 박희량, 대문 앞에 무릎을 꿇은채 조아리고 있다. 그 옆에서 배서방, 안절부절하고 있다. 배서방 도련님, 이러시지 마시고 돌아가세요. 곧 대감마님께오서 돌아오실겝니다. 박희량 (고집스러운)... 저만치서 정윤겸의 사인교가 대문쪽으로 다가온다. 배서방 (조아리며) 대감마님, 오십니까요?! 정윤겸, 박희량을 가증스럽게 보다가 사인교에서 내려 무시하듯 대문안으 로 들어가려는데 박희량 대감마님! 시생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정윤겸 (울화가 치미는 듯 버럭)...네 이놈!! 네 어찌 인두껍을 쓰고 내 집에 발걸 음을 할수 있단 말이냐?! 썩 물러가지 못하겠느냐?! 박희량 대감마님, 시생 분명 이댁에 씻지 못할 대죄를 지었사옵니다. 뼈저리게 뉘우치고 있사옵니다. 하오니 시생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시옵소서. 정윤겸 뭣이라! 허면 네놈이 옥련이와 혼사라도 치루겠다는것이냐?! 박희량 시생 두 번 다시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을 것을 맹세드리겠사옵니다. 정윤겸 닥치거라! 배서방! 뭣하고 섰는가?! 저놈을 당장 패대기치게, 두 번 다시 내 집 근처엔 발을 못 붙이게 하게! (대문안으로 들어가버린다) 박희량 ....! 배서방 (박희량을 일으키며) 도련님, 이만 돌아가시지요! 박희량, 천천히 일어서서 가려는데 대문이 열리고 옥련이 뛰어나온다. 옥련 (글썽이며) 희량 도령님! 박희량 (돌아보며) 낭자..내 낭자에게 못할 짓을 했소. 허나 이 사람에게 과오를 씻 을 기회를 주시오. 옥련 당분간 이 집엔 발걸음 하지 마세요. 어머니께오서 외가로 나가신 뒤로 오라버니가 난정이와 희량 도령님을 벼르고 있어요. 박희량 ...! s# 어느 주막 마당 딱부리와 패거리들이 평상에 모여 앉아 탁배기잔을 들이키고 있다. 누군가가 술자리 옆에 다가와 선다. 딱부리, 같지 않다는 듯 치켜보면 정렴이다. 정렴 자네가 딱부린가? 딱부리 그렇수만 곱상한 양반댁 도령께서 무슨 볼일이슈? 정렴 (휙-술상위에 묵직한 염낭을 던진다) 돈만 주면 뭐든 다 할수 있다지? 딱부리 (염낭을 들어 무게를 가늠해보며)...말씀해 보슈! 정렴 사내놈과 계집 하나 손 좀 봐주게. 사내놈은 죽지 않을만큼만 몰매질 을 해주고 계집은 평생 계집구실 못하게 해주게! s# 난정모 대문 앞 난정, 걸어와 대문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뒤편에서 누군가 다가온다. 임서방 난정아. 난정 (돌아보며) 아저씨. 임서방 (난처한 표정) 너를 좀 데려오시란다. 난정 나으리께오서 어디 계신대요? 임서방 그게..저..나으리가 아니라 초당아씨께오서 분부하셨어. 난정 ...! s# 윤원형 집 별채 마당 화려한 옷의 난정, 임서방의 뒤를 따라 초당 방문쪽으로 다가선다. 임서방 (방문에다) 아씨-난정이를 데려왔습니다요. 김씨(E) (방안에서) 들이게! 임서방, 들어가 보라는 듯 눈짓하면 난정, 대청위로 올라선다. 방문을 열고 배천댁이 나온다. 난정, 배천댁을 무시하며 방안으로 들어간다. s# 동 초당 방 안 난정, 김씨 앞에 들어와 서서 내려다 본다. 난정 아우님께서 어인 일로 이사람을 보자하셨사옵니까? 김씨 (보며)앉게! 난정 (앉는)... 김씨 내 자네가 무슨 일로 중전마마를 알현하였는지 알고 싶어 불렀네. 난정 아우님께서 사대부가의 훈육을 받으셨다고 들었는데 이사람이 잘못 알고 있었나보오이다. 김씨 뭣이라?! 난정 (휙-보며) 목에 칼이 박힌다 한들 어찌 중궁전 지밀안에서 여쭌 내밀한 말 씀을 밝힐수 있겠습니까? 김씨 ...?! 난정 이 사람 말에 한치라도 틀림이 있사옵니까?! 김씨 허면 언제부터 중전마마를 알현하였는가? 난정 중전마마께오서 간택에 참례하시던 날 토사곽란을 일으키신 적이 있습니 다. 그때 이 사람이 약을 지어다 받쳤지요. 김씨 뭐, 뭐라? 난정 이사람, 중전마마를 평생 곁에서 뫼실 것이니 괜한 의심이나 투기를 하시 려거든 당장 그만두도록 하시지요. 내 이왕 예까지 걸음을 했으니 아우님 께 그 당부나 드리고 물러가도록 하지요.(벌떡 일어서서 나간다) 김씨 (충격)...!! s# 동 윤원형 대문 앞 길 윤지임과 윤원로가 걸어서 계단을 오르고 있다. 윤지임 몸이 예전 같지가 않구나, 대문 드나들기도 숨이 벅차니..? 윤원로 아버님, 소자에게 바짝 기대시옵소서. 윤지임 오냐. 대문이 열리고 집 안에서 난정이 걸어나온다. 윤원로 (보고) 아,아니..넌 일편단심?! 윤지임 네 이년?! 네 어찌 기생년 따위가 부원군댁에 출입을 한단말이냐?! 난정 (윤지임에게 공손하게 조아리며) 대감마님. 며칠만 기다리시옵소서. 허면 이년이 댁에 들어와 극진히 봉양하도록 하겠사옵니다. 윤지임 ...뭐,뭐라?! 난정 하오면..나중에 뵙겠사옵니다.(다시 인사하고 계단을 내려간다) 윤지임 (멍하여) 원로야, 저 계집이 지금 뭐라고 한게냐? 윤원로 ..글쎄말이옵니다..?! s# 대궐 몽타쥬 1) 후원 숲속 -나뭇잎 군데군데 벌레 파먹은 자국이 보인다. -바람에 잎사귀들이 떨어져 흩날린다. 2) 대궐일각 -내시가 마당을 쓸고 있다. 내시, 쓸던 나뭇잎을 주워 보며 갸웃한다. 그러다 놀라 커지는 내시의 눈. 3) 대궐 다른 일각 -별감들 둘이 벌레 먹은 나뭇잎을 보고 심각한 얘기를 나눈다. 4) 대궐 또 다른 일각 -나인들끼리 벌레먹은 나뭇잎을 보며 쫑알거린다. s# 중궁전 뜰 앞 오상궁, 급한 걸음으로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s# 동 중궁전 복도 오상궁, 급하게 엄상궁이 서있는 쪽으로 다가온다. 오상궁, 엄상궁 귀에다 뭔가를 고하면 흠짓 놀라는 엄상궁. 오상궁, 봉투에서 벌레먹은 나뭇잎들을 꺼내 보여준다. 엄상궁 ...! (나뭇잎들을 받아들고) 중전마마, 엄상궁이옵니다. 윤비(E) 무슨 일이냐? 엄상궁 마마께 급히 아뢸 말씀이 있사옵니다. s#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방쪽을 보며 말한다. 윤비 들게. 엄상궁 (E) 예. 방문이 열리고 엄상궁이 나뭇잎을 들고 급하게 윤비쪽으로 다가와 선다. 윤비 급히 아뢸 말이라니? 엄상궁 지금 대궐안에 상서롭지 못한 징조가 난무한다 하옵니다. 윤비 상서롭지 못한 징조? 엄상궁 보시옵소서.(봉투를 연상위에 놓는다) 윤비 (봉투속의 나뭇잎을 연상위에 꺼내 놓고 본다)..이게 무엇이냐? 엄상궁 파자(破字)인듯 사료되옵니다. 윤비 파자?...(나뭇잎들에 새겨진 자국을 본다) 나뭇잎 하나 하나에 走, 肖, 爲, 王, 글짜의 형체가 삐뚤빼뚤 새겨져있다. (* 잘 알아보기 힘들게) 윤비 (그 중 나뭇잎 하나를 들어 심각하게 보며)..?! s# 갖바치 마당 당골네, 한편에서 키질을 하고 있고 방백인, 평상에 앉아 술병채 들이키고 있다. 난정,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당골네 난정이 왔구나? 난정 예..갖바치 아저씨는요? 당골네 (방쪽을 턱으로 휙-가르친다)... 난정, 보면 방앞에 열켤레 안팍의 갖신이 어지럽게 놓여있다. 난정 손님이 오셨나 보네요? 당골네 그래, 조정암 나으리하고 조선에 내놓으라하는 선비분들께서 방안 가득 미 어지게 들어가계시다. 방백인 그럼 뭐하누? 태백성 꼬리가 짧은 것을! 당골네 이 양반 취했수?! 안에서 듣겠수! 방백인 (꼴깍꼴깍)... 난정 허면 나중에 다시 들를게요.. 당골네 그러려므나. 난정, 대문밖으로 나간다. s# 갖바치 대문 밖 길 난정, 대문 밖으로 나온다. 몇발자국 걸어가다가 멈칫 서서 돌아본다. 누군가 담벼락 안으로 휙-숨는다. 난정 (길상이구나)...! 난정, 뒤따르는 '길상'을 의식하며 걸어간다. s# 갖바치 마당 길상, 측간이라도 갔다 오는 듯 뒷곁에서 나온다. 방백인 이보게, 몽달귀 총각, 기다리기 지루할텐데 이리와서 술이나 한잔 하세나. 길상 (대꾸 없이 툇마루위에 앉는다) 방백인 멋대가리 없기는?! 그러니까 평생 총각신세를 못면하지?! 길상 ... s# 어느 골목길 난정, 걸어가다가 멈춰서서 돌아본다. 난정 길상아, 잠시 나와봐..너한테 할 말이 있어. (E) ... 난정 괜찮대두.. 난정, 담벼락 쪽으로 걸어가는데 딱부리 패거리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난정의 사지를 잡는다. 난정 (놀라) 왜들 이러시오?! 놔요!! 이제껏 난정의 뒤를 쫓던 딱부리가 난정 앞에 나선다. 딱부리, 눈짓하면 패거리들이 막무가내로 거칠게 난정에게 포대기를 뒤집 어 씌우려고 한다. 거칠게 발버둥치는 난정의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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