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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천하 37


S#1 난정모 집 마당(밤)

난정, 놀란 눈으로 입을 틀어막은 사내를 돌아보는데
사내, 난정의 입을 막은채 뒷곁으로 끌고 간다.




S#2 동 난정모집 뒷곁(밤)


사내, 난정의 입에서 손을 뗀다.
난정, 그제서야 사내의 얼굴을 보면 길상이다.

난정      (놀라) 길상아, 이게 무슨 짓이야?
길상      (손가락을 입술에 데며 낮게) 쉬!
난정      ...?!
길상      네게 물을 말이 있어 왔어.
난정      ..물을 말?
난정모(E) (방안에서) 난정아!
난정      (방쪽을 휙-돌아본다)..?!




S#3 동 난정모 집 방 앞(밤)


난정모, 방문을 열고 나온다.

난정모   (두리번거리며) 난정아-난정아!




S#4 동 난정모 집 뒷곁(밤)


난정    (길상에게 낮게) 길상아..
          남소문 집에 가 있어. 내 곧 뒤따라 갈게.

길상, 끄덕이고는 몸을 날려 휙- 담을 넘어간다.
난정, 길상이 사라진 쪽을 보다가 마당쪽으로 간다.




S#5 대궐 편전 외경(밤)


중종(E)    경빈, 대체 그 무슨 말이오?!




S#6 동 편전 방 안(밤/36회 S#65의 연속)


중종, 앞에 경빈을 놀란 눈으로 보며 말한다.

중종      대사헌 조광조가 과인의 보위를 찬탈하려는 역심을 품고 있다니?!
경빈      전하, 지금 조광조는 조정의 공론을 주도하여 실질적으로
            이 나라를 통치하고 있사옵니다! 조정신료들과 백성들은 조광조를
            군주처럼 떠받들고 있사옵고 전하께오서는 단지 조광조의 뜻을 쫓아
            교지를 내리시고 옥새로 처결하실 뿐이라 생각하고 있사옵니다.
중종      뭐라?! (술상을 쾅 내려친다) 허면 과인이 조광조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경빈      전하 앞에 또 다른 군주가 있다는 말씀이옵니다.
중종      뭐라, 또 다른 군주?!
경빈      전하, 신첩의 불경한 혓바닥을 잘라내시기 전에 작금의 현실을
            깊이 살피시옵소서!
중종      (분노의 신음)..음!!
경빈      전하, 지엄한 지밀주변 후원에 주초위왕이라고 새겨진
            잎파리가 난무하고 있사옵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이겠사옵니까?!
            조광조를 추대하려는 반역의 무리가 이미 궐내에 깊이 박혀있다는
            증거가 아니면 무엇이겠사옵니까?
중종      ...!!
경빈      전하께오선 이번에 조광조의 주청을 가납하시어
            정국공신 일흔여섯명의 위훈을 삭제하신 것은 전하께오서
            스스로 폐주연산을 축출하고 보위에 오르신 정통성을
            부인하옵신 것이오며 전하의 수족을 친히 잘라내신 것이옵니다.
            앞으로 조광조가 조정의 공론을 주도하여 전하의 어의를
            사사건건 꺽고자 할때 누가 있어 조광조를 견제하고 전하의
            방패막이가 되어주겠사옵니까?!
중종      (괴롭다)...
경빈      전하, 조광조는 기세를 몰아 전하를 보위에 추대한
            모든 정국공신의 훈작을 삭제하려 들 것이옵니다.
            (글썽이던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이미 유명을 달리한
            공신들의 무덤을 파내어 관을 뽀개고 시신의 목을 베어 낼것이
            분명하옵니다. 그런 연후엔..
중종      그런 연후엔...?
경빈      역성혁명이 일어나옵니다!
중종      (흠짓) 뭐,뭐라?! 역성혁명?!
경빈      (피를 토하는) 전하,
정녕      종묘에 한양 조씨의 위패가 모셔지는 것을 보실것이옵니까?!
중종      (버럭) 경빈, 그 입 다물라!!
경빈      입을 다물라니요?! 전하, 지금 조광조를 도모하시지 않으시오면
            분명 역성 혁명이 일어나 이 나라의 종묘사직이 전하의 대에서
            그치게 될 것이옵니다.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중종      그만하라! 그만하라! (믿고 싶지 않은)
            정암은 역심을 품을 사람이 아니오!
경빈      조광조가 역심을 품지 않았다 한들 조광조에게 붙쫓는 것들이
            추대를 한다면 조광조인들 어떻게 하겠사옵니까?!
            태조대왕께옵서도 개국공신들 까닭에 마음에 없으신
            왕위를 받으시어 새 왕조를 창업하신 것이 아니옵니까?!
중종      ...!
경빈      (조아리고 울음을 토해낸다)
            전하, 부디 신첩의 진언을 깊이 헤아려 주시옵소서! 흐흑...




S#7 동 편전 복도(밤)


희빈, 방문 앞에 서서 방안에서 흘러나오는 경빈의 울음소리를 듣고 섰다.

경빈(E)   (방안에서) 전하, 신첩의 진언을 깊이 새겨주시옵소서..흐흑..
희빈      (망설이다가 결심했다는 듯 대전내관을 보며)..고하여주시오.
대전내관  (난처한 듯) 하오나..
희빈      (날카롭게) 어서요!
대전내관  (움찔) 예..(방문쪽에다)
            전하, 희빈 들었사옵니다.




S#8 동 편전 방 안(밤)


중종, 앞에서 울음을 토해내는 경빈을 보다가 흠짓 방문쪽을 돌아본다.

중종      뭐라? 희빈이?!
경빈      (조아리고 울면서도)...!
중종      음...들라하라.
대전내관 (E) (방밖에서) 예.

방문이 열리면 희빈이 방안으로 들어온다.

중종      희빈은 이 밤에 어인 연유로 편전에 들었는가?!
희빈      (경빈 옆에 무너지듯 조아리며)
            전하! 신첩, 아녀자의 몸으로 편전에 발걸음을 하는 것이
            대죄인 줄은 아오나 이 나라 종묘사직을 위해
            목숨을 던질 각오로 전하께 한 말씀 아뢰고자 왔사옵니다.
중종      (심상치 않게 보는)..뭐라?!
경빈      (조아린채 눈물속에서 희미한 미소)...
희빈      전하, 조광조와 주초의 무리를 한시 바삐 찍어내시어
            위태로운 종묘사직을 구하시옵소서!
            (흐흑 울음을 토해낸다)
중종      이보시오, 희빈!
희빈      전하께오서 그들의 음모에 속고 계시옵니다. 흐흑...
중종      (피울음을 토해내는 경빈과 희빈을 보며)...!!




S#9 중궁전 외경(밤)


오상궁, 급한 걸음으로
중궁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위로

윤비(E)    뭐라?! 경빈과 희빈이 강녕전에 들어있단 말이더냐?!




S#10 중궁전 방 안(밤)


윤비 앞에 엄상궁과 오상궁이 앉아있다.

오상궁    예, 경빈이 먼저 들었사옵고, 희빈이 그 뒤를
            이어 들었다 하옵니다.
윤비      이런 발칙한! 어찌 내명부 일품명부 따위가 편전에
            발걸음을 하여 전하의 심기를 어지럽힌단 말이냐?!
엄상궁    중전마마, 쇠인이 보기에도 후궁전 동태가 심상치 않사옵니다.
윤비      엄상궁 말이 맞네! 이것들이 작당을 한 것이야!
            (주먹을 움켜쥐며) 내 이번 일은 그냥 보아 넘길 수가 없음이야!

순간 윤비의 움찔하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S#11 후레쉬 백(36회 S#9의)


난정     이번 거사가 끝날때까지는 중전마마께오서
           눈을 감으시고, 귀를 덮으시고, 입을 다무셔야 하옵니다!
           숨소리조차 내지 마시옵소서! 그래야 살아 남으시옵니다!




S#12 동 중궁전 방 안(밤)


윤비, 양미간을 찌푸리며 갈등하다가 분을 삭이듯 큰숨을 내쉬며
연상을 쾅! 내려친다.

윤비      아니돼! 이대로는 아니돼!
오상궁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윤비, 생각하는 얼굴위로

난정(E)   (36회 S#9의) 마마, 참으시옵소서. 참으시옵소서!
            참는 것이 이기는 길이옵니다.
엄상궁    중전마마, 날이 밝는대로 경빈과 희빈을 불러들일깝쇼?
윤비      ..아닐세, 불러들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것이야?!
엄상궁    (의외라는 듯)..!
오상궁    ...하오시면?
윤비      (깊은 침잠에 빠져드는)...음!




S#13 경빈처소 방 안(밤)


경빈과 희빈, 술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경빈      (희빈의 잔에 술을 따라주며)
             .. 희빈, 참으로 고맙습니다.
             때마침 희빈께서 편전에 드시지 않았으면
             이 사람 전하께 내침을 당할 뻔 했소이다.
희빈      (술을 받으며) 역심을 품은 조광조를 도려내지 못한다면
            전하를 뫼시던 우리와 왕자분들까지 어육이 될 판인데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막아야지요!
경빈      오늘 밤, 우리 두사람이의 읍소로 전하께오서 흔들리시던
            마음이 바로 잡히셨을것이오.
희빈      헌데 중전마마께오서 우리 두사람이 편전에 들었다는 것을 알면
            가만 있으시지는 않을 것인데 그게 걱정이오.
경빈      종묘사직을 위한 우국충정으로 한 일입니다.
            중전마마께오서도 감히 우리를 어쩌시지는 못하실 것입니다.
희빈      그럴까요?
경빈      중궁전의 일은 이 사람이 무마할테니 아무 걱정마시고 드세요.
희빈      허면 중궁전 일은 경빈을 믿어볼까요? (한잔 마시는데)
경빈      (힐끗 보며)..헌데 희빈.
희빈      왜요?
경빈      벌레가 갉아먹은 주초위왕 이파리 말이오?
            혹시 희빈께서 하신 일이 아니오?
희빈      (흠짓 놀라 버럭) 경빈, 사람 잡을 소리 마시오!
            이 사람은 경빈이 아닐까 의심 하였소이다.
경빈      호호호, 아니면 그만이지 그리 소리를 치시긴요? (술잔 들며)
            자 쭉 드십시다.

경빈과 희빈, 술잔을 들이키며 서로를 힐끔 바라보는 얼굴위로

희빈(E)     저 여우한테 꼬리를 밟힐 수는 없지, 암!
경빈(E)     희빈도 제법 능구렁이가 다 되었구먼? 만만치가 않아.




S#14 편전 방 안(밤)


중종, 혼자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중종    (허공을 보며 한숨을 내쉬는)..!




S#15 난정 초가 마당(밤)


난정, 대문 안으로 들어와 불이 켜진 방쪽으로 다가간다.

난정     길상아, 안에 있니?
길상(E)  (방안에서) 들어와.




S#16 동 초가 방 안(밤)


난정과 길상, 묵묵히 마주 앉아있다.

난정      (보다가)..내게 물을 말이 있다면서.. 왜 입을 안 떼는거야?
길상      난정아, 일전에 나한테 조정암 나으리를 뫼시는 일 그만두라고 했지?
난정      ...그래, 분명 그리 말했어.
길상      내 목숨을 맡으신 백도주께서도 같은 말씀을 하셨어.
조정암    나으리의 뒤를 쫓다가는 개죽음을 당할거라고.
난정      (흠짓).. 백도주께서도 짐작을 하신게지!
            길상아, 그 분 말대로 따라!
길상      ..난정아, 나는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 지는 몰라도
            조정암 나으리께서 화를 당하신다면
            난 못 본척 할 수만 없어.
난정      길상아, 왜 조정암 나으리한테 연연하는게야.
            그분은 양반이고 넌 천출이야! 양반 한 분이 어찌되던
            너하고 무슨 상관인데?!
길상      ...난정아..
난정      길상아! 난 니가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 그러니 내 말대로 해.
길상      난정아, 내가 그 어른을 모신지 얼마 안되었지만 그 어른은 천출인
            나를 사람답게.. 인정으로 대해주셨어.
            비록 내 목숨이 떨어진다해도 난 그분을 곁에서 지켜드릴거야.
난정      너 정녕 내 말을 듣지 않겠다는거야?!
길상      ...실은 네게 조정암 나으리를 구할 방도를 묻고자 왔어..
            헌데 다 부질 없는일 이었구나. (일어선다)..나 갈게.
            (방밖으로 나가려는데)
난정      길상아.
길상      (멈춰서는)...?!
난정      갖바치 아저씨를 찾아가 봐.
길상      (돌아보는)...?
난정      내게는 조정암 나으리를 살릴 방도가 없지만 갖바치 아저씨는
            알고 계실지도 몰라, 아니 분명 아시고 계실거야.
길상      ...! (방문 열고 나가려다가 돌아보며)..고맙다.
            (방밖으로 나간다)
난정      (착잡한 표정을 짓다가 어딘가를 휙-돌아본다)...!




S#17 윤원형 집 작은 사랑채 방 밖(밤)


임서방, 댓돌 앞에서 방쪽을 보고 말한다.

임서방     (낮게) 작은 서방님, 난정이가 찾아왔습니다요.
윤원형(E)  (방안에서) ..뭬,뭬야? 난정이가 또?




S#18 윤원형 대문 앞 계단(밤)


난정, 장옷으로 얼굴을 감싼채 서 있다.
대문이 빼꼼 열리며 졸린 표정의 윤원형이 살그머니 나온다.

윤원형     나, 난정아. 이 밤중에 또 무슨 일이냐?
난정       나으리, 처숙이신 희락당대감의 숙부님이 공조판서
             대감이 맞사옵니까?
윤원형     (갸웃) 처숙어른의 숙부님?.. (끄덕이며)..그,그런데?
난정       공조판서 대감께오서 이번 거사에 힘을 보태실 것이옵니다.
윤원형     뭬,뭬야? 처조부께오서?
난정       날이 밝는대로 처숙어른 댁에 찾아가 자초지종을
             알아보도록 하시지요.
윤원형     자초지종을 알아본 연후엔 어찌 하란 말이냐?
난정       나으리께오서도 그 분들과 뜻을 함께 하시겠다고
             분명히 밝히시옵소서.
윤원형     뜻을 함께 하겠다고 밝혀라?
난정       예. 중전마마를 위해선 나으리께오서 그리 하셔야 하옵니다.
윤원형     ...




S#19 윤원형 대문 안 마당(밤)


윤원형, 살금살금 들어온다.

윤원형     (임서방에게) 임서방, 문단속 잘하게.
임서방     예. (대문 빗장을 채운다)

윤원형, 하품을 쩍지게 하며 작은 사랑채쪽으로 걸어간다.
김씨, 별채 중문 앞에 서서 윤원형의 모습을 지켜보고 섰다.

김씨    ...!




S#20 김안로 사랑채 마당(아침)


김안로, 사랑채 방쪽으로 다가오는데

황서방    (김안로 집사)이 사랑채 방문을 열고 마당으로 내려선다.
김안로    황서방, 숙부님께오선 기침 하셨는가?
황서방    예, 꿀물을 타 올렸사옵니다.
김안로    (끄덕) 잘했네. (사랑채 방쪽 보며)
            숙부님, 저 올습니다.
김전(E)   들어오너라.
김안로    예.(방안으로 들어간다)




S#21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 방안으로 들어오면 김전이 마시던 꿀물대접을 내려놓는다.

김안로     (앉으며) 숙부님, 괜찮으시옵니까?
             숙부님께오서 너무 대취하시어 시생의 집으로 모셨사옵니다.
김전       허허, 내 지난 세월을 잊고 기방 꽃향기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게지.
김안로     숙부님, 어제밤 술자리에서 무슨 말씀들을 나누시었사옵니까?
김전       얘기는 무슨? 그냥 오랜만에 술 한잔 나누는 자리였다.
김안로     숙부님, 어인 연유로 공신들의 거사에 한 팔 힘을 쓰시려 하시옵니까?
             잘못 되었다간 가문이 문을 닫을 일이옵니다.
김전       ('알고 있었나?')..뭐라?!
김안로     숙부님! 부디 자중하시어야 하옵니다.
김전       음!..내 니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보며)
             전하께오서 밀지를 내리셨다.
김안로     (놀라) 예에? 밀지요?!




S#22 윤임 사랑채 외경


윤임(E)    분명 밀지에 적힌 글씨가 어필이 틀림없었답니까?




S#23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과 김안로가 앉아있다.

김안로     예, 숙부님께오서 어필을 확인하셨다고 하옵니다.
윤임       허, 어찌 전하께오서 조광조를 도모하라는 밀지를 내리셨을꼬?
김안로     근자에 전하께오서 조광조의 집요한 주청에 지치셨을겝니다.
             그 지친 마음에 주초위왕 넉자가 전하의 심기를 흐리게 하신게지요.
윤임       허나, 허나 말이오! 지금 조정의 대세는 조광조에게 기울어져 있소이다.
             또한 병조판서 이장곤이 굳건히 버티고 있는 한 군사를 일으킬수도
             없음인데 어찌 명분도 군사도 없이 거사를 성공할수 있겠소이까?
김안로     하오나, 대감! 전하의 뜻이 그리 정해지셨다면
             우리 역시 전하의 뜻에 따라야 할 것이옵니다!
윤임       음! 내 지금이라도 입궐하여 전하를 알현해야겠소이다.
김안로     그러시지요, 입궐하시는 차에 대비전에도도 발걸음을 해보시지요.
             이사람은 저자거리의 동정을 살펴보도록 하겠사옵니다.
윤임       (뭔가 생각하며 끄덕이는데)..
박서방(E)  대감마님, 파산부원군댁 둘째 서방님께오서 오셨습니다요.
윤임       (갸웃하며) 언평이?...




S#24 윤임 사랑채 마당


윤원형, 박서방 뒤편에 서 있다.
한쪽 편에서 황서방이 윤원형을 보고 섰다.

윤임(E)   (방안에서) 뫼시어라.
박서방    예.(윤원형에게) 드시지요.
윤원형    (헛기침하며 방안으로 들어간다).




S#25 동 사랑채 방 안


윤원형, 방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윤임       허허, 근자에 조카님을 자주 보는구먼?
김안로     일문끼리 자주 얼굴을 대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요.
윤원형     예, 안 그래도 처숙어른댁에 들렀더니 이댁으로
             발걸음을 하셨다길래 겸사겸사 왔사옵니다.
김안로     이 사람은 무슨 일로?
윤원형     (낮게) 시생, 거사가 준비되고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윤임       (흠짓) 뭐,뭐라? 거사라니?! (당황하여 김안로를 보는)
김안로     (껄껄 웃어버리는)..이 사람아, 조정이 안일하고
             나라가 태평한데 거사라니? 당치도 않네!
윤임       허허,조카님 이제보니 큰 일날 사람이로구먼!
윤원형     (윤임과 김안로를 슬쩍 보며) 허면 시생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옵니까?
김안로     암, 잘못 알아도 한참 잘못 짚었네 그려!
윤원형     그렇사옵니까?
윤임       헌데 그런 소문은 어디서 들었나?
윤원형     장안에 파다하게 퍼진 소문 아니옵니까?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있사오면 시생도 어르신들
             옆자리에서 곁불을 쪼이게 해 주시겠지요?
윤임       암, 당연히 그래야지!
윤원형     시생은 언제라도 두 어르신과 생사를 함께 할 것이옵니다!
             허니 두분께오서 부디 이놈을 버리지만 말아주시옵소서!

윤원형, 김안로와 윤임에게 큰 절을 올린다.
윤임과 김안로, 겉으로는 웃지만 심각하게 눈짓을 교환한다.




S#26 중궁전 외경




S#27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

윤비     (혼잣말로 되씹는)..눈을 감고 귀를 덮고 입을 다물어야 한다..
           숨소리 조차 내지 않아야 살아 남을 수가 있다...?
           (고개를 번쩍 들며) 참는 것이 이기는 길이다?!




S#28 난정 초가 방 안


난정, 중전에게 화답하듯이 말한다.

난정    예, 중전마마, 그래야 살아 남으실 수 있사옵니다.
          마마께오서 살아남으셔야 훗날을 도모하실 수 있사옵니다.




S#29 중궁전 방 안


윤비, 다시 한숨을 내쉬며 생각하다가 눈이 번쩍 뜨인다.

윤비(E)     (결연한 표정위로) 허나, 중궁의 지위에 있는 자가 내명부들의
              사특한 짓거리조차 바로 잡지 못하고 눈치를 본대서야
              살아 남은들 그 어찌 살아있음이라 할 수 있을까?!
윤비       (방문쪽을 휙 돌아본다) 엄상궁.
엄상궁(E)  예.
엄상궁     (방문이 열리면 들어와 조아리며) 찾아계시옵니까?
             윤비 당장 경빈과 희빈을 불러들이게.
엄상궁     (흠짓 보다가) 예,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윤비       (뭔가 벼르는 눈빛)...!
오상궁(E)  중전마마, 경빈 들었사옵니다.
엄상궁     ...!
윤비       (방문쪽 보며) 뭣이라? 경빈이 제 스스로 발걸음을 했다?
             (잠시 생각하는)...?!




S#30 동 방 밖 복도


경빈, 방문 앞에 여유있는 미소를 지으며 서있다.

윤비(E)    (방안에서) 들라해라.
오상궁     예, (경빈보며) 드시지요.
경빈       (야릇한 웃음을 흘리며 방안으로 들어간다)




S#31 동 중궁전 방 안


경빈, 들어오면 엄상궁이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다가와서며) 중전마마, 신첩, 마마께 아뢰올 말씀이
            있어 발걸음을 했사옵니다.
윤비      (뭔가를 눌러 참으며 착 가라앉은) 앉게.
경빈      (조아리고 앉는)..예.
윤비      (보며) 내게 아뢸 말이라는게 무엇인가?
경빈      신첩, 어젯밤 강녕전에 들었던 일은 이미 중전마마께오서
            아실것이라 믿사옵니다.
윤비      허면, 어젯밤 일로 내게 죄를 청하러 들었단 말인가?
경빈      마마, 죄를 청하다니요?! 신첩에게 무슨 죄가 있사옵니까?
윤비      뭣이라?! 이런 뻔뻔한!
            네 감히 치마를 걸친 아녀자의 몸으로 편전 방안에까지
            발걸음을 한 것이 무슨 죄인줄 몰라서 묻는 것이더냐?!
경빈      (똑바로 보며) 중전마마,
            허면 내명부가 편전에 드는 것은 대죄이옵고 중전마마께오서
            천출 계집에게 당의까지 내리시어 중궁전 출입을 무상으로
            시키신 것은 죄가 아니된단 말씀이시옵니까?
윤비      (충격) 뭐,뭐라?! 네 지금 뭐라 했느냐?! (노려보며) 뭐라 했느냐?!!
경빈      설마 중전마마께오서 난정이란 계집을 모르신다고는
            말씀 못하실 것이라 생각 하옵니다.
윤비      (가슴이 덜컹)...!!




S#32 동 방 밖 복도


엄상궁    ...!!
오상궁    ...!!




S#33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쏘아보며) 네 난정이의 일을 어찌 알고 있는것이냐?
경빈      옛 말에 이르길 대궐 벽에는 귀가 있고 담에도
            눈이 있다하지 않았사옵니까?
            신첩이 어찌 아는지는 중전마마께오서도 더 잘 아시고
            계실 것이라 생각하옵니다만?!
윤비      ...음!
경빈      하오나 신첩은 난정이란 천것의 일로 발걸음을 한 것은 아니옵니다.
윤비      허면?
경빈      신첩, 어젯밤 강녕전에 들어 전하께 조광조를 찍어내시라는
            진언을 올렸사옵니다!
윤비      (일그러지는) 뭣이라?!
경빈      신첩이 살고자 함이옴니다!
윤비      뭐라?
경빈      중전마마께오서도 사셔야지요!
윤비      ...?!
경빈      희빈 역시 전하께 신첩과 같은 진언을 올렸사옵니다.
윤비      (버럭) 내명부가 조정일에 나선다면 전하께오서 정사를 돌보시는데
            누를 끼칠것이 자명한 것이거늘!!
            너희가 어찌 감히 중궁전의 명을 어기고 조정 일에 진언을
            드려 전하의 심기를 어지럽혀 드렸단 말이더냐?!
경빈      마마, 같은 말씀을 몇 번을 더 하실 참이시옵니까?!
윤비      백번을 들어도 내 말을 따라야하느니!! 따라야 하느니!!
경빈      마마, 전하의 심기를 어지럽혀드리는 것은 신첩들이 아니라
            조광조와 주초의 무리들이옵고 (윤비를 똑바로 보며 '당신같이')
            또한 궐내에서 그들을 감싸고 두둔하는 자들이옵니다!
윤비      그 입 다물라!!
경빈      전하께오선 조광조와 주청에 지칠실대로 지치셨사옵니다.
            또한 일전에 주초위왕의 이파리를 보신 연후에는 조광조와
            주초의 무리들이 역심을 품고 있는지에 대해 의심을 품고 계시옵니다.
            중전마마, 대세를 똑바로 보셔야 하옵니다.
윤비      네가 감히 나를 가르칠셈이더냐?!
경빈      마마, 신첩의 말을 똑바로 들으셔야 하옵니다!
윤비      (치밀어 올라 쏘아보는)...?!
경빈      전하께오선 유약하시어 결단을 내리시지 못하실 듯 싶어 신첩들이
            목숨을 내걸고 강녕전까지 발걸음을 하여 조광조를 도모하라 말씀을
            올린것이옵니다!
윤비      네 년이 대체 무엇이간대 조정의 중대사에 대해 함부로 주둥이를 놀렸느냐?!
            네 정녕 장하(杖下)에 죽고 싶은 것이더냐?!
경빈      중전마마, 신첩 병인년 반정때 대궐에 들어와 전하를 뫼신지 십수년이옵니다.
            정치란 것은 명분만으로는 되는 것이 아님을 충분히 깨달을 만큼
            긴 세월을 지내왔사옵니다.
윤비      그래도 그 주둥이 다물지 못할까?!
경빈      중전마마께오서도 모르시는 것이 있사오면 깨우쳐 드려야
            하는 것이 신첩의 도리라 생각하옵니다.
윤비      뭐라?! 네 이년!
정녕      그 요망한 혓바닥을 잘라야 말을 그치겠느냐?!
경빈      (마주 쏘아보며) 중전마마,
            오늘 밤 주초의 무리를 도모하는 거사가 있을 것이옵니다!
윤비      (알고는 있지만 적에게 듣는 경악감)..뭐, 뭐라? 거사?!!
경빈      그 말씀을 아뢰고자 중궁전에 들었사옵니다.
이번      거사에 중전마마께오서 조광조를 두둔하실지는 모르겠사오나
            전하께오서는 이미 조광조를 찍어낼 결심을 하셨사옵니다.
            하오니 깊이 헤아리시어 바로 처신하시옵소서.
윤비      (한방 먹은)...바로?!
경빈      허면, 신첩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일어나 보란 듯이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고 나가려는데)
윤비      경빈!
경빈      (돌아보며) 예, 중전마마.
윤비      오늘 밤 거사에 대해 내게 귀띔해주는 연유가 무엇인가?
경빈      (야릇한 미소) 신첩은 중전마마께오서 원자아기씨의 앞날을 위해
            회임을 하시지 않겠다고 천명하오신 그 맹세를 지키시는 모습을
            이 두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사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전마마께오서 오래 오래 중궁전을 지키셔야
            할 것이 아니옵니까?
윤비      ...!
경빈      허면 이만 물러가옵니다.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모욕감에 울그락불그락하여 연상을 쾅 내려친다)..!!




S#34 중궁전 앞 뜰


경빈, 중궁전을 나오면 금이가 옆으로 쪼르르 다가와 선다.

경빈      가자, 금아.
금이      마마, 중전마마께오선 어찌 하실 것 같사옵니까?
경빈      금아, 너 진퇴양난이란 말을 아느냐?
금이      진퇴양난이요?
경빈      그래, 중전마마께오서 조광조를 두둔하시자니 주초의
            무리로 몰려 폐서인이 되실터이고 모른척 하자니
            일개 후궁전의 말을 쫓는 듯 하여 배알이 뒤틀리실게야.
            허니 진퇴양난 아니더냐? 호호..
금이      예에..
경빈(E)   제가 파놓은 함정에 제가 빠져들게 될게야!

경빈, 가다가 멈춰서 교태전을 돌아보며 호호호 웃는다.




S#35 중궁전 방 안


경빈(E)   (웃음소리)..호호호..

윤비, 두손으로 귀를 막고 있다가 방문 쪽을 휙-돌아본다.

윤비      엄상궁, 들게.
엄상궁    (방문을 열고 들어오며) 중전마마, 찾아계시옵니까?
윤비      당장 강녕전으로 달려가 전하께 중궁전으로 납시어달라는 청을 넣게.
엄상궁    (당황하여) 하오나 마마..
윤비      어서!
엄상궁    예.(뒷걸음질로 나간다)
윤비      (분을 삼키며)
            내 오늘 당장 폐서인이 될지라도 경빈 따위와는
            손을 잡지는 않을것이야!




S#36 편전 뒤편 일각


엄상궁, 교태전 합문을 나와 강녕전 뒷계단을 바삐 올라간다.




S#37 동 편전 복도


엄상궁, 대전내관과 김상궁이 시립해 있는 방문쪽으로 걸어온다.

대전내관   엄상궁께서 어인 발걸음을 하시었소?
엄상궁     중전마마께오서 주상전하께옵서 중궁전으로 납셔주시길
             청하셨사옵니다.
김상궁     (냉랭하게) 지금 전하께오서는 조정신료는 물론이고
             누구와도 만나지 않으시겠다는 뜻을 밝히셨으니
             중전마마께 그리 전하시오.
엄상궁     ..하오나.
김상궁     감히 어명을 거스르겠다는겐가?! 물러가시게!
엄상궁     (김상궁을 보다가).. 예.(물러간다)
김상궁     (엄상궁의 뒷모습을 곱지 않게 본다)
대전내관   (걱정스럽게) 전하께오서 수랏상까지 들이지 말라고
             하시니 옥체를 상하실까 참으로 걱정이외다.
김상궁     (방쪽을 돌아보는)...




S#38 동 편전 방 안


중종 (깊은 생각에 빠져있다)...




S#39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서 있는 엄상궁을 본다.

윤비      뭐라? 전하께오서 누구와도 만나시지 않겠다고 하셨단 말이냐?
엄상궁    예, 쇠인 분명 그리 들었사옵니다.
윤비      음..!




S#40 홍경주 사랑채 외경


댓돌위에 갖신 네켤레가 놓여있다.




S#41 동 홍경주 사랑채 방 안


홍경주와 남곤, 심정, 김승지가 앉아있다.

남곤      공조판서께서 거사에 참여하기로 하셨으니
            그 조카인 이조참판 김안로나 판부사대감 역시
            우리 뜻에 동조하게 될 것이옵니다.
홍경주    예판대감, 병조판서 이장곤은 어찌되었소이까?
            병판을 설득 할수 없다면 이번 거사는 도로아미타불이
            될 것이외다.
남곤      어제 병판의 집으로 몇 번 찾아갔사오나 만나지는 못하였사옵니다.
김승지    허어, 그렇다면 낭패 아니옵니까?
심정      낭패가 아니라 오히려 잘 된 일이외다.
            예판께서 몇 번 헛걸음을 하셨다는 것을 알면 병판이
            무슨 일인가 하여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외다.
            이럴때 어명으로 부른다면 병판은 앞 뒤 생각없이
            달려오게 될 것이외다.
김승지    허면 병판대감을 어명을 빙자하여 불러내자는 말씀이옵니까?
홍경주    어명을 빙자하다니요?! (밀지를 꺼내며)
            이 밀지의 행간속에 전하의 어명이 다 들어있소이다.
김승지    음!
홍경주    허면 다시 한번 거사 일정을 확인하십시다.
            오늘밤 이경에 신무문에 모여 입궐을 하는것이외다.
            이미 사약방 관헌을 매수하였으니 신무문은 열려있을 것이외다.
            병판이 군사들을 근정전 서쪽 뜰에 나열하는 동안 이 사람은
            편전에 들어 전하를 배알하여 반역을 꾀하는 주초의 무리를 논죄하고
            그들을 잡아 들이라는 어명을 받을 것이오.
            허면 촌각도 지체없이 조광조와 주초의 무리를 잡아들여 박살낼 것이오!

남곤, 심정, 김승지가 비장하게 끄덕인다.

홍경주    이번 거사의 모든 연락은 김승지께서 맡아주시오.
김승지    예, 그리 합지요!
홍경주    허면, 지금은 이만 헤어지고 오늘밤 이경에 신무문 앞에서 만나기로 하십시다.
일동      (결연한 얼굴)...!




S#42 홍경주 집 근처 골목길


남곤과 심정이 각기 사인교를 타고 나란히 걸어온다.

심정      대감, 만에 하나 병판이 오지 않으면 어찌되는 것이외까?
남곤      너무 심려마시오.
            만약을 위해 삼이에게 무사 백명을 대기시켜 놓으라 했소이다.
심정      무사 백명이오?
남곤      병판이 오든 오지 않던 조광조는 오늘밤을 넘기지 못할것이외다.
심정      ...!




S#43 어느 길



중치막, 무장을 한 장졸 너댓명과
말을 타고 어디론가 황급히 달려간다.




S#44 난정 초가 마당



윤원형, 대문 안으로 들어와 방쪽으로 간다.

윤원형    난정아, 안에 있느냐?
난정      (방문 열고 나오는)
            나으리, 가신 일은 어찌되셨사옵니까?
윤원형    (대꾸도 않고 방으로 들어간다)
난정      ...? (윤원형 뒤를 따라간다)




S#45 동 초가 방 안



난정과 윤원형이 마주 앉아있다.

윤원형     난정아, 네 말대로 뭔가가 벌어지고 있는 낌새가 분명한데 
             어인 일인지 처숙어른과 숙부님께오서 내게는 깊은 말씀을 
             해주시지는 않는구나.
난정       나으리, 그 두 분과는 불가근 불가원 하셔야 되옵니다.
윤원형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리도 하지 말라?
난정       예, 언젠가는 중전마마나 나으리께오서 그 두분과 피를 흘리실 
             정적이 되실 것이옵니다.
윤원형     뭐,뭐라? 난정아, 그게 무슨 해괴한 말이더냐?
난정       나으리, 그건 먼 훗날의 일이옵고 당장은 나으리의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하옵니다.
윤원형     내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
난정       이번 거사가 성사되면 조정암 나으리뿐 아니라 차후 공신들에게 
             위협이 될만한 신료와 그 측근들까지 굴비 두름 엮이듯 찍혀져 
             나갈 것이옵니다.
윤원형     아마도 그렇겠지.
난정       지금 거사를 주도하는 공신들과 후궁들은 중전마마와 원자아기씨를 
             눈엣 가시처럼 여기고 있사옵니다.
윤원형     (놀라) 허면 저들이 중전마마까지 노리고 있단 말이더냐?!
난정       중전마마를 고립무원 시키기 위해 중전마마의 주변부터 쳐내려 할 것이옵니다.
윤원형     허면 우리 삼부자도?!
난정       예, 하오니 나으리께오선 각별히 몸조심을 하셔야 하옵니다.
윤원형     음!!
난정       한가지 다행인 것은 나으리의 처조부 되시는 공조판서 대감께오서 
             이번 거사에 참여하셨사오니 당분간 아우님의 친정댁과 각별히 지내셔야
             할 것이옵니다.
윤원형     네 아우님이라면?.. 내 마누라 말이더냐?
난정       예. 나으리.
윤원형     오냐, 알겠느니! 허면 넌 어쩌겠느냐?
난정       이년은 중궁전에 들어 중전마마께 오늘밤 일에 대해 
             다시 한번 당부를 드릴 것이옵니다.
윤원형     허면 또 내 관복이 필요한 것이더냐?
난정       송구하옵니다.
윤원형     오냐, 내 임서방을 통해 건네 주도록 하마.
난정       ...




S#46 윤원형 집 대문 앞 길



윤원형, 사인교를 타고 오는데 저만치서 달려오는 윤원로.

윤원로      원형아-(숨을 헐떡이며 달려와 사인교 앞에 서는)
윤원형      형님! 당분간 처가에 가 계신다더니 금새 발걸음을 돌리셨사옵니까?
윤원로      (다급하게 윤원형의 손을 잡고 사인교에서 끌어내려 한곳으로 가서 속삭인다)
              원형아, 곧 거사가 있을거란다! 거사! 헌데 내 어찌 처가에 
              몸을 움츠리고 있을수 있겠느냐?
윤원형      (임서방과 하인들 눈치보며) 형님, 진정하시고 들어가십시다.
윤원로      오,오냐!

윤원형과 윤원로,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S#47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과 윤원로가 마주 앉아있다.

윤원형      형님, 거사 얘긴 어디서 들으시었소?
윤원로      지금 도성안에 소문이 파다한데 어째 너 혼자 까마귀 귀였느냐?
윤원형      어허, 이거 참...
윤원로      변괴가 일어날 걸 젤 먼저 눈치 채는게 장사치들 아니냐?
              지금 육의전이고 난전이고 간에 장사치들이 닥치는대로 사재기를 
              해대는 통에 제사상에 올릴 어물이며 과실이며, 
              피륙까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단다.
윤원형      음!!
윤원로      헌데 원형아 정말 거사가 일어난다면 우린 어찌 처신해야 좋겠느냐,응?
윤원형      (생각하다가)..형님,
              병인년에 형님께서 공신 한자리 얻어 볼까하고 드나들던 
              댁들과는 뚝 연을 끊으신게요?
윤원로      연을 끊기는?
              내 가끔 그분들 댁에 발걸음을 하여 장기도 두곤 한다.
윤원형      잘되었소, 형님. 허면 당분간 그댁들을 조석으로 출입하시구려. 
              아니 아예 그 댁들중 한곳 사랑채에 붙박혀 식객노릇을 하시는 것도 좋으실게요.
윤원로      식객노릇?
윤원형      예, 형님이 식객노릇을 잘하셔야 우리 삼부자의 목숨이 보존되오이다.
윤원로      음, 알았다. 내 니 말대로 하마.
윤원형      형님, 거사에 대해서는 아버님께 입도 뻥끗하시면 아니되오.
윤원로      오냐 걱정마라,
              내가 세 살 먹은 어린애 인줄 아느냐? (손가락 입술에 대고) 쉿!
윤원형      (손가락 입술에 대고) 쉿!




S#48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병색의 윤지임이 머리에 띠를 두른채 약사발을 들이키고 있다.
그 앞에 김씨가 앉아있고 그 양편으로 윤원로와 윤원형이 앉아있다.

윤원형      (걱정스럽게 보며) 아버님, 좀 어떠시옵니까?
윤지임      며늘애가 이리 정성껏 시중을 들어주니 한결 나아진 듯 싶구나.
김씨        (약사발 건네받으며) 아버님, 누우시지요.
윤지임      오냐,오냐..(자리에 눕는다) ..에휴, 내 중전마마의 처지만 생각하면 
              뱃속에 들어간 탕약이 치솟는 듯 하구나.
윤원형      아버님, 중전마마께오선 잘 처신해 나갈것이오니
              아무 심려 마시고 속히 쾌차하시옵소서.
윤원형      암요, 아버님께오서 얼른 훌훌 털고 일어나시어야 소자와 함께 
              월향이 기방에도 발걸음을 하실게 아니옵니까?
윤지임      예끼, 이놈아. 또 기방타령이냐?
윤원형      아니옵니다, 아버님.
              다음번엔 소자가 아버님과 형님을 장통교기방으로 뫼시겠사옵니다.
윤지임      뭬,뭬야? 원형아, 며늘애도 있는데 어찌..? 
             (슬쩍 김씨의 눈치를 보면)..
김씨        (미소) 아버님께오서 기방에서 쓰실 용채는 제가 내드리겠사옵니다.
윤지임      뭐,뭐라? 즈,증말이냐, 며늘아?
김씨        예. 하오니 하루속히 쾌차하시옵소서.
윤지임      며늘아, 너 분명 이 시애비와 약조를 했으니 나중에 딴소리 말거라.
김씨       예. 아버님.

윤원형, 자랑스럽고 윤원로는 뭔가 미심쩍은 듯 김씨를 힐끗 본다.




S#49 동 윤원형 별채 초당 앞 마당


탄실이, 초당 마루에 걸레질을 하고 있다.
배천댁, 댓돌위에 놓인 윤원형과 김씨의 신발을 바로 놓는다

윤원형     (E) 부인, 참으로 고맙구려.

배천댁과 탄실, 방쪽을 돌아보고는 다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웃는다.




S#50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윤원형, 김씨의 손을 꼭 쥐고 말한다.

윤원형      부인께서 지극정성으로 병수발을 드신탓에 
              아버님께오서 차도를 보이시니, 부인은 참으로 효부이시오.
김씨        (손을 슬쩍 빼며)
소첩은      윤씨 가문의 며느리로써 또한 서방님의 안해로써 
              소임을 다할 것이옵니다.
윤원형      예, 모쪼록 그러셔야지요.
김씨        하오나, 그 전에 소첩, 서방님께 여쭐 말씀이 있사옵니다.
윤원형      해보시오.
김씨        서방님, 난정이를 첩으로 들이실 작정이시옵니까?
윤원형      (움찔)..예에? 난정일 첩으로 들이다니요?
김씨        소첩, 이제까지의 난정이가 했던 무도한 짓거리들을 불문에 
              부치도록 하겠사옵니다.
윤원형      ...?!
김씨        하오나 서방님께오서 난정이를 첩으로 들이실 의향이 있으시다면 
              소첩은 이 집을 떠나 깊은 암자로 들어갈 것이옵니다.
윤원형      부,부인, 그 무슨 말씀이오? 암자라니요, 당치도 않소이다.
김씨        소첩, 투기를 하는 것이 아니옵니다.
              단지 서방님께오서 난정일 첩으로 들이신다면 소첩에게
              큰 허물이 있어 내치시는 것으로 알겠다는 말씀이옵니다.
윤원형      부인, 그런 일은 결코 없을테니 행여 빈말이라도 그런 소리 마시오.
김씨        예, 소첩 서방님 말씀을 믿겠사옵니다.
              (연상 서랍을 열고 봉서를 꺼내며)..보시옵소서.
윤원형      (받으며) 이,이건 또 뭐요?
김씨        친정 어머니께오서 합궁일을 택일하여 보내셨사옵니다.
윤원형      (눈이 휘둥그레지며) 태,택일이요?!




S#51 동 윤원형 초당 방 밖 마당



윤원형, 봉서를 들고 방에서 나온다.
탄실, 걸레질을 멈추고 윤원형에게 조아린다.

윤원형     (탄실에게) 오냐, 오냐.. (마당으로 내려서며 봉서를 보며) 
             합궁택일이라?.. 이 일을 어쩐다?
             (초당쪽을 돌아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간다)..




S#52 남소문 객주 마당


송서방과 달래가 짐꾼들이 짐나르는 것을 돕고 있다.
능금, 평복차림으로 툇마루에 걸터 앉아 발을 까불거리고 있는데

백치수      (대문 안으로 들어서며) 송서방.
송서방      (조아리며) 도주어르신 나오셨사옵니까?
백치수      당장 객주 창고를 열어 쟁여둔 어물과 과실,
              그리고 상목등을 죄다 풀게.
송서방      예에? 하오나 어르신 조금만 기다리시오면 값이 
              올라가 막대한 이문이 굴러들어 올터인데..
백치수      어허, 시키대로 해!
              이 백치수가 언제 매점매석으로 재물을 모으겠다던가?!
              정치가 어렵더라도 도성안 백성들 호구지책은 시켜줘야지!
송서방      예, 시키는대로 합죠.
백치수      능금아!
능금        (못 들은척 딴 청)...
달래        (다가오며) 언니, 도주어르신께서 부르시잖소.
백치수      능금아!
능금        (그제서야 돌아보며) 날 불렀소?
백치수      (어음 봉서를 꺼내며)
              네 내 대신 지난번 들렀던 홍대감댁에 이것을 전해 올리거라.
능금        난 이 객주에서 손뗀지 오래요!
백치수      (버럭) 어허, 네가 이 손으로 볼기짝을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능금        (벌떡 일어서며) 알았소! 대신 내가 심부름 해주면
              아저씨 입으로 월희에 대해서 나한테 말해주어야 하오!
백치수      뭐라?
능금        싫다면 나도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소.

송서방,달래 (백치수의 눈치를 보는데)

백치수      ..오냐, 내 다 말해 줄테니 다녀오너라.
능금        약조한거요!
              (백치수에게 봉서를 뺏어들 듯 낚아채서 대문 밖으로 간다)
백치수      ...음!




S#53 대궐 일각


정광필과 안당이 걸어온다.

정광필     어찌 요즘 궐안이 고요합니다, 그려.
안당       지난번 전하께오서 위훈삭제의 결단을 내리신 뒤로 
             우환이 사라졌음이 아니옵니까? 앞으로는 전하께오서
             어진 정치를 펼치시도록 조정신료들이 한 뜻을 모아야지요.
정광필     (뭔가 찜찜한) 헌데 어찌...
윤임       (맞은 편에서 다가오다 조아리며) 영의정대감, 우의정대감,
             기체 대안들 하시었사옵니까?
정광필     허허, 판부사께서 어찌 입궐을 하시었소이까?
윤임       오랜만에 전하께 문후를 여쭙고 또, 궐내 돌아가는 소식도 
             주워 들을겸 이리 들었사옵니다.
안당       판부사 대감은 참으로 부지런도 하시구려.
윤임       예, 하수상한 시절에는 이곳 저곳 돌아가는 소식에 귀를 열고 
             있어야 무탈한 법이 아니오이까? 하오면 또 뵙겠사옵니다. 
             (조아리고 간다)
안당       영의정께오서도 이만 퇴청하시지요.
정광필     그러십시다. (가다가 윤임의 뒷모습 돌아보며)
              ...시절이 하수상하다?




S#54 대비전 외경



자순대비   (E) 뭐요?
             허면 주상께서 하루종일 누구도 면대하지 않으셨단 말씀이오?




S#55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창빈과 앉아있다.

창빈         예, 어젯밤 경빈과 희빈이 강녕전에 들어 전하를 
               뵈온 이후로는 아무도 전하의 용안을 뵈옵지 못했다 하옵니다.
자순대비     (깊은 한숨)..주상께오서 깊이 상량하실 무엇이 있으신게지요.
창빈         대비마마께오서는 짐작하고 계시는 것이라도 계시옵니까?
자순대비     ('대충 짐작한다')..창빈,
               지금은 알아도 모르시는 척 하는게 현명한 겝니다.
창빈         ...!
조상궁       (E) 대비마마, 판부사대감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잠시 기다리시라 여쭈어라.
조상궁       (E) 예.
창빈         하오면 신첩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자순대비     창빈, 이 늙은이의 말을 명심하세요.
창빈         예. (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문 밖으로 나간다)




S#56 동 대비전 방 밖 복도


창빈, 복도 저편으로 나가면 윤임이 (*곁방에서 나온 듯) 
반대편에서 들어와 방문앞에 선다.

자순대비   (E) 뫼시어라.
조상궁     예, (윤임에게) 드시지요.
윤임       (방안으로 들어가는)..




S#57 동 대비전 방 안


윤임, 자순대비 앞에 조아리고 앉는다.

자순대비   판부사께서 어찌 또 발걸음을 하시었소?
윤임       (주변을 둘러보다 낮게) 대비마마, 
             거사가 준비되고 있사옵니다.
자순대비   (흠짓) 거사요?!
윤임       예, 정국공신들이 주도하여 조광조와 사림들을 
             도모하려는 거사라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윤임       (보다가) 혹시, 마마께오서도 아시고 계시는 것이옵니까?
자순대비   이 늙은이도 귀가 있으니 그런 조짐이 보인다는 
             풍문을 들은적이 있습니다.
윤임       ...!
자순대비   군주의 길과 신하의 길은 엄연히 다른 것이오.
             헌데 조광조가 신하의 길을 벗어나 왕실의 권위를 
             깍았다면 그건 역심이 있는겝니다.
윤임       (당혹스러운)..마마..
자순대비   허나, 이 늙은이는 전하께오서 섯불리 조광조를 찍어내려 
             하시려다가 오히려 주초의 무리에게 해나 입지 않으실까 
             그것이 걱정입니다.
윤임       ...!!




S#58 동 편전 방 안


중종, 고뇌에 찬 표정으로 앉아있다.

중종(E)    (거의 울듯한) 정암, 어찌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들었단 말이오? 과인은 정암이 원망스럽소, 참으로 원망스럽소!!




S#59 조광조 사랑채 방 안


조광조, 상소문을 쓰고 있는 모습 위로

조광조    (E) 전하께오서는 도학정치의 초석을 놓으신 명군으로
            천세 만세 기록될 것이옵고
            신은 전하의 충성스러운 신하로 기억될 것이옵니다.
            (붓을 놓고 고개를 번쩍 든다)
            신은 오직 전하만을 믿사옵니다!!




S#60 자운아 기방 안채 마당


가야금 소리가 들려온다.
옥매향, 방문 열린 아래채 방 안에 앉아 가야금을 타고 있다.
심퉁, 그 앞 툇마루에 걸터 앉아 감탄한 듯 듣고 있다.
옥매향, 자신의 연주에 취한 듯 빠져드는데

자운아(E)    (안방에서 다급한) 나으리이-나으리-
옥매향       (흠짓 연주를 멈추고)
               심퉁아, 이게 무슨 소리네?
심퉁         (안방쪽 돌아보며) 마님이셔유.
옥매향       오마니가?

(가야금을 치우고 아랫방에서 나와 안채 쪽으로 급히 간다)




S#61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자운아, 얼굴이 온통 땀투성이가 된채 숨을 몰아쉬다가 
앞에 놓인 물대접을 들고 꿀꺽꿀꺽 마신다.
옥매향, 방문을 열고 급하게 들어온다.

옥매향      (자운아 앞에 앉으며) 오마니, 무슨 일이야요?
자운아      ..에미가 깜빡 흉몽을 꿨드랬어.
옥매향      흉몽이요?
자운아      ..기래.. 꿈에서.. 파릉군 나으리께서..
              녁모 누명을 쓰시고 갑산으로 귀양을 떠나셨는데..
옥매향      ...
자운아      이 에미가 아무리 나으릴 불러봐도 듣디를 못하시는기야.. 
              기러고 암만 나으리 뒤를 ?쳔?달려가 봐도 거리가 
              좁혀디디가 않고 말이야.
옥매향      (미소) 에이, 난 또 뭐라고요?
자운아      에미나이래 넌 나으리 걱뎡도 안되는거이네?
옥매향      오마니, 꿈은 반대라디 않아요, 기러니끼니 파릉군 
              나으리께서 됴만간 탸댜듀실 딩됴야요!
자운아      기럴까?
옥매향      기럼요, 오마니가 허구헌날 나으리 생각만 하시니끼니
              고런 꿈을 꾸시는거야요.
              기러니 맘 푹 놓고 기다시라요.
자운아      (뭔가 불안한)...으음..




S#62 동 자운아 안채 마당


옥매향, 안방에서 나오다가 안방쪽을 돌아보며
큰 숨을 내쉰다.
옥매향, 마당으로 내려서는데

심퉁      (다가와 낮게) 매향아씨, 난정아씨 오셨어유.
옥매향    기래?
심퉁      예, 아랫방에 드셨구먼유.
옥매향    (아랫채 쪽으로 간다)..




S#63 동 자운아 아래채 방 안


옥매향, 난정을 의아한 눈길로 본다.

옥매향     난뎡아, 고거이 무슨 말이네?
             술 한병만 내 달라니?
난정       이 기방에서 가장 좋고 또 한 두잔만 마셔도 취하는
             그런 술이어야 돼.
옥매향     오마니가 파릉군 나으리 오시면 드린다고 아껴둔 술이 
             한병 있긴 한데..
난정       잘됐다. 매향아, 그거 나 좀 내줘. 셈은 나중에 후히 치룰게.
옥매향     동무끼리 셈은 무슨?
             헌데 기런 술이 와 필요한거인데?
난정       (미소)...




S#64 어느 정자위


이장곤, 뒷짐지고 서있는데 백치수가 정자위로 올라온다.

백치수      어르신, 이놈을 부르셨사옵니까?
이장곤      (멀리보며) 이보게.
백치수      예, 어르신.
이장곤      내가 폐주 연산을 도모하려는 반정을 모의할 때
              자네가 군자금을 얼마나 댔는지 기억하는가?
백치수      은자 오십만량이었사옵니다.
이장곤      오십만량이라... 허면 지금은 얼마나 댔는가?
백치수      어,어르신.
이장곤      괜찮으니 말해보게.
백치수      (고개 숙이며)
은자        십만량이옵니다.
이장곤      (혼잣말처럼) 허면 반정은 아니로구먼..
              반정은 아니야..
백치수      ...
이장곤      (한숨을 푹 내쉬며 정자를 내려가 어디론가 간다)
백치수      (이장곤의 뒷모습을 보며)...!




S#65 갖바치 마당


방백인, 툇마루에 앉아 결가부좌를 튼 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당골네, 밥상을 차려들고 부엌에서 나와 평상에 내려놓는다.

당골네      (방백인에게) 임자, 밥 드슈.
방백인      (슬쩍 보고는 다시 눈을 감는)...
당골네      아유, 답답해.
              임자, 그러다 입에서 구린내 나겠수.
길상        (대문 안으로 들어오며) 아주머니.
당골네      오, 몽달귀 총각?!
길상        갖바치 어른 계시오?
당골네      방에 계시다우.
길상        (방쪽으로 다가서며)
갖바치      어른, 이놈 길상이옵니다.
갖바치(E)   (방에서) 들어오게나.
길상        (방으로 들어간다)




S#66 동 갖바치 방 안


갖바치와 당추가 앉은 자리옆으로 빈술병이 몇 개 놓여있다.
길상, 방문을 열고 들어와 갖바치 앞에 무릎을 꿇는다.

갖바치     자네가 어인 발걸음인가?
길상       이놈, 조정암 나으리를 살릴 방도를 알고 싶어 왔사옵니다.
당추       조정암을 살릴 방도?!
길상       예, 난정이 말로는 갖바치 어른께서 그 방도를 아실거라 
             하였사옵니다.
갖바치     방책이 있긴 있네만...
길상       (바짝 눈을 빛내며)
허면       이 놈에게 일러주시옵소서!
             이놈, 목숨을 걸고 조정암 나으리를 지킬 것이옵니다.
갖바치     (천정을 보며)..허나 자네 힘으로는 벅찰것이야.
길상       (간절한 눈빛) 어르신!
당추       허허, 이 젊은이의 용기가 가상하구먼...
             아우님, 일러주시게나.
갖바치     (길상을 보는)..자네...
길상       (뚫어지게 보는)...
갖바치     병판대감의 목을 도려낼 수 있겠는가?
길상       (충격) 예에?!!




S#67 중궁전 외경


승후관복차림의 난정이 손에 술병을 들고 계단을 올라 중궁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위로

엄상궁(E)    중전마마, 정아무개 들었사옵니다.
윤비(E)      들라해라.




S#68 동 중궁전 방 안


난정, 윤비 앞에 다소곳하게 앉는다.

윤비      ..난정아, 그리도 내가 걱정이 되느냐?
난정      예, 마마. (고개를 들고 윤비를 보다가 흠짓 놀라)
            중전마마, 하루새 어찌 이리 수척해 지셨사옵니까?
            어디가 미령하신것이옵니까?
윤비      (자조적) 조정에 세도 없고 대군도 없는 중궁의 자리가 
            이리도 미약한 것임을 내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을 뿐이다.
난정      ...!
윤비      ...
난정      하오나 중전마마, 마음을 굳게 잡수셔야 하옵니다.
윤비      (한숨을 내쉬는)..
난정      마마.
윤비      그래, 내 전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 할수 있겠더구나.
            내명부 따위가 고성을 지르는 것에 내 이리도 마음이 상했거늘, 
            이 나라의 군주이신 전하께오서 조광조라는 신하에게 
            어의가 꺽이셨을 때 어떤 마음이셨을까를 생각하니..
난정      (어금니를 물며) 이년, 중전마마를 욕보인 망극한 무리들에게 수백배,
            아니 수천배의 수모와 고통으로 되돌려 줄것이옵니다.
윤비      네 마음은 갸륵하다만 너 역시 몸조심을 해야할 것이야.
난정      예에?
윤비      경빈이 네가 중궁전 출입을 하는 것을 알고 있느니..
            당분간 궐내 출입을 삼가하거라.
난정      ('알고 있다') 마마, 이년은 중전마마께오서 부르시면 
            언제라도 마마의 곁으로 달려올 것이옵니다.
윤비      난정아..
난정      마마, 지금 경빈께서는 조정암 나으리라는 큰 사냥감을 노리고 
            있사온데 어찌 이년같은 미천한 것한테까지 눈길이 미치겠사옵니까?
            당분간은 염려놓으시옵소서.
윤비      (끄덕이며 보다가)
헌데      네 손에 든 것이 무엇이냐?
난정      (술병을 내밀며) 장통교 기방에서 가져온 술이옵니다.
윤비      (의아) 술?!
난정      예, 향이 깊고 맛이 단 술이오니 중전마마의 입에 잘 
            맞으실것이오나 또한 독한 술이오니 몇잔만 드시오면
            내일 아침까지는 깊이 침수 드실수 있으실 것이옵니다.
윤비      난정아, 네 이리 술까지 가져온 것을 보니 나를 믿지 못하였구나?
난정      황공하옵니다.
윤비      오냐, 내 오늘은 네 말을 쫓아
            이 술을 마시고 일찍 자리에 들것이니라.
난정      ...!




S#69 대궐 일각(저녁)


난정, 부채로 얼굴을 가린채 걸어나온다.
난정, 걸어가다가 얼굴을 가린 부채를 치우고 전각을 둘러본다.




S#70 대궐 전각들 위로 석양이 진다(INSERT)




S#71 동 대궐 일각(석양)


난정, 석양을 바라보며 뭔가 심상치 않은 얼굴로 말한다.

난정      (혼잣말) 오늘밤 대궐이 피로 물들 것이야. 피로!

난정의 얼굴이 석양빛에 붉게 물들어있다.
난정, 날카로운 눈빛으로 어딘가를 돌아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여인천하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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