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연가 3
거리 (밤)
아무도 없는 거리에 혼자 서있는 유진. 네온사인이며 전구의 불도 다꺼졌고 바닥에는 색종이들만
어지럽게 널려있다. 유진, 고개를 푹 숙인 채 돌아선다.
도로 (밤)
시내버스 맨 뒷자리에 앉은 유진. 창가에 고개를 댄 채 가고 있다.
반대편 창으로 스쳐가는 준상의 사고현장. 붉은 경광등 불빛...
그러나 유진은 보지 못한다.
학교 가는 길 (아침)
유진이 혼자 중얼거리면서 걸어가고 있다.
유진 (부드럽게) 준상아, 무슨 일있었어?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아냐 아냐
이건 아냐... 다시... 큼큼... (좀 세게) 강준상, 못오면 못온다고 말이라도 해줬어야지.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고개를 흔들고) 강준상 어제 많이 기다렸니? 집에 일이 많아서
못나갔어. (갸웃) 안 나갔어... 못 나갔어.... 이게 아닌데...?
후- 한숨을 쉬는 유진. 준상에게 할 말을 연습하며 학교로 간다.
교실 앞 복도 (아침)
교실 문 앞에 선 유진, 심호흡을 한다.
드르륵 문을 여는데- 아이들이 일제히 유진을 쳐다본다. 교실 분위기가 이상하다.
영남이를 비롯한 여자아이들이 책상에 엎드려 흐느껴 울고 있다.
유진 (당황하며) 무슨.... 일이야?
대답도 못하고 엉엉 우는 진숙과 영남.
유진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상혁, 용국 유진의 시선을 피한다.
진숙 (흐느끼며) 준....준상이가... 준상이가... 죽었데......!
유진 (웃으며) .... 무슨 소리야. 장난치지마...... (불안한..) 그럴 리가 없어.....
영남 (버럭) 진짜야....! 사고... 교통사고로... (꺽꺽 숨이 막혀버린다.)
유진, 털썩 가방을 떨어뜨린다.
복도 (오전)
유진, 정신없이 복도를 달려간다. 뒤쫓아오는 상혁, 유진을 붙잡는다.
상혁 유진아!
유진 (뿌리치며) 놔! 나 빨리 가야돼.
상혁 어딜 간다는거야...!!
유진 나... 할말있어. 준상이 만나서 할 말 있어. 준상이랑 나 만나기로 했단말야
상혁 유진아!
유진 싫어! 좋아한다는 말 해준다고 약속했는데.....기억해 준다고 약속 했는데....
나 기억 안 난단 말야. 준상이 얼굴.... 하나도 기억안나, 안나 상혁아, 어떻게....
나 어떻하지? 약속했는데....(후두둑 눈물 떨어진다)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려버리는 상혁. 망연자실해진 유진, 털썩 자리에 주저앉는다.
학교 이곳저곳 (오후)
-텅빈 교실. 준상의 자리에 꽃이 놓여있다.
-텅빈 음악실. 피아노 혼자 있고
-복도..... 소각장..... 운동장....... 모든 공간이 텅비어있다.
-유진 혼자 옥상에서 바람을 맞으며 서 있다.
호수 전경 (오후)
호수가 (오후)
아이들이 호수가에 모여있다. 상혁, 영남, 용국, 진숙, 그리고 유진.
아이들끼리 치루는 준상의 장례식.
진숙 그래도... 장례식인데.... 뭐라도 태워야하지 않을까?
영남 (글썽) ....생각해보니 준상이가 남긴 물건은 하나도 없네...
용국, 가방을 뒤적뒤적 하더니 아무것도 씌여지지 않은 백지를 꺼낸다.
용국 이거라도 태우자.
종이에 불을 붙여 날리는 용국. 아이들 용국을 따라 종이에 불을 붙인다. 금방 재가 되어버리는
종이. 준상을 생각하는 아이들 하나하나의 표정.
용국 (호수를 향해 손나팔을 만들고) 강준상! 잘 가라! 잘 가..... (흐느낌이 묻어나는...)
재들이 날아다니고 아이들은 울먹이는데 유진은 호수만을 바라본다.
집에 오는 길 (밤)
상혁이 유진을 데려다 준다.
상혁 혼자 있어도 되겠어?
유진 (끄덕)
상혁 (가려다 말고) 유진아... 차라리 울어. 나는 니가 울었으면 좋겠어...
유진 (슬프게 웃는다.)
상혁 갈게.
유진의 집 (밤)
어둡고 텅빈 집. 힘빠진 유진이 들어온다. 불도 켜지 않은 채 한 동안 서 있는다.
욕실 (밤)
세수하며 숨을 가다듬는 유진. 마치 울음을 참듯 숨을 크게 들이쉰다.
유진의 방 (밤)
방에 들어온 유진, 책상에 놓인 소포 하나를 발견한다. 그런데 발신인란에 이름이 없다. 뜯어보는데
테잎이 하나 나온다. 카세트에 꽂으면-
방안을 가득 채우는 피아노 소리. 포레의 '꿈을 꾼 후에' 틀림없는 준상의 피아노 연주이다.
유진, 놀란다. 멍하게 서서 연주를 듣는 유진. 준상과 함께 했던 순간들이 스쳐간다.
첫만남.... 꽃담길.... 폴라리스.... 첫키스....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하는 유진, 아직은 울음을 참고 있는데 연주가 끝나고 갑자기 준상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준상(소리) 유진아..... 늦었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행복해......
유진, 터져나오는 울음을 더 이상 참지 못한다.
호수가 (오후)
호수가에 혼자 서있는 유진의 슬프고 창백한 얼굴에서.....
제3회> 2002년 1월 21일 월요일
공사 현장 (오후)
뚝딱거리는 공사현장. 어지럽게 널브러진 자재들과 드릴 가는 소리. 인부들이 일하고 있다.
어디선가 때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인부 중 한명이 전화를 받는다.
인부 여보세요...... 잠깐만요... (위층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전화아!! 전화왔어요!
여자(소리) 네!!!
공사현장 외곽에 위태롭게 설치된 난간과 임시계단을 거침없이 뛰어내려오는 여자의 발.
인부, ‘겁도 없네’하는 눈으로 쳐다보고,
여자의 발이 다다다다 뛰어와 탁 멈추고 전화를 받는데, 십년 후의 유진이다.
유진 (활기차게) 네! 폴라리스 정유진입니다.
공사현장 밖에서 버스정류장 (오후)
도면과 서류봉투 등을 두 손 가득 챙겨든 유진이 뛰어나온다.
길을 따라 뛰어내려가는 유진의 모습과 유진을 스쳐가는 거리풍경.
유진, 막 떠나려고 하는 버스에 가까스로 올라탄다.
버스 안 (오후)
자리가 텅텅 비어있는데도 맨 뒷자리에 가서 털썩 앉는 유진. 휴우-
폴라리스 앞 (오후)
건물 앞에 붙어있는 작은 간판. ‘삶을 디자인하는 곳, 폴라리스’
폴라리스 (오후)
자료며 도면들이 널려진 사무실. 유진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유진을 반기는 정아와 승룡.
정아 생각보다 일찍 왔네?
유진 일은? 잘 됐어?
정아 (승룡을 보며) 잘되긴...? 야, 승룡! 자진납세해!
승룡 (의자에 길게 누우며 늘어지게) 아우- 나도 모올라요오. 내가 왜 그랬는지...
정아 몰라? (유진에게) 승룡이 쟤가 타일 주문하는 걸 깜빡 잊으셨단다. 그래서 오늘 공사 완전히
공쳤어.
승룡 (창 밖 보며 괜한 딴청) 어째 날씨가 꾸물꾸무울한게 꼭 눈 올 것같다.
정아 말돌리지마
승룡 (유진에게) 첫눈 아직 안왔지? 아... 첫눈 와야되는데......
정아 야, 눈 오면 공사 지장 있어. 재수없는 소리 좀 하지마.
승룡 (느릿느릿 개의치않고) 첫눈 오면 소원빌어야 되는데.... 누나는 무슨 소원 빌거에요?
정아 (퉁명스럽게) 첫눈 오는 날 같이 소원 빌 사람 하나 있는게 소원이다.
승룡, 푸하하 비웃고 유진도 웃는다.
그때 딩- 메일이 오는 소리. 유진이 클릭해보면 “접수완료. 5시 15분. 93.1mhz.”
암호같은 글씨들을 보고 씩 웃는 유진.
유진 (뒤를 돌아보며) 우리 음악이나 듣죠. 강산에의 제비꽃, 어때요?
승룡 (CD 뒤적) 그건 없는데에?
유진 (시계를 힐끗 보며 여유롭게 클릭) 라디오 틀면 나올거야.
승룡, 미심쩍은 표정으로 라디오 틀어보는데 정말로 강산에의 제비꽃이 나온다.
눈이 동그래져서 유진을 보는 승룡과 정아.
방송국 스튜디오 (오후)
제비꽃 cd가 돌아가고 있다. 생방송 중인 라디오 스튜디오.
상혁이 부스 앞에 앉아있다. DJ랑 이야기한다.
DJ (늘어져서) 클래식 프로에서 왠일인가 하겠어. 국민의 전파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김피디
너무하는거 아니야?
상혁 (웃으며) 에이, 한 번만 봐주세요.
DJ (건들) 나야 한 번이 아니라 두 번도 봐주지. 대신 결혼하면 공로를 인정해줘야해. (음악들으며)
....조오타.....
상혁, 웃는다. 노래가 끝나간다. 얼른 다시 방송준비를 하고... 상혁, 사인을 주면-
DJ(소리) (갑자기 톤이 확 바뀐다. 중후만발) 잘 들으셨습니까? 강산에의 제비꽃....
사실 제비꽃 향기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 남는 곡이라면 다 클래식이 아닌가... 저는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냥 말할 때와 멘트할 때가 완전히 다른 DJ. 상혁, 픽 웃는다.
방송국 복도 (저녁)
겉옷을 입으며 걸어가는 상혁, 엔지니어에게 CD를 건네주고 명랑하게 인사하며 서둘러 퇴근한다.
보석가게 (밤)
심플하지만 세련된 반지 두 개를 내미는 점원. 상혁이 반지를 본다.
점원(소리) 내일이 약혼식이라고 하셨죠? 축하드려요.
상혁 (웃는다)
보석가게 외경 (밤)
반지를 찾아나오는 상혁의 모습.
백화점 앞 거리 (밤)
상혁이 백화점 쪽으로 가고 있는데 저멀리 유진이 보인다.
유진은 어떤 아줌마한테 잡혀서 곤욕을 치루고 있다. 상혁, 웃으며 천천히 다가간다.
아줌마 아가씨. 나 아무나 붙잡고 이러지 않아요. 조상님 은덕이 있는 사람만 도에 대한 얘기를
듣는 거란 말야.
유진 (난처해서) 아주머니, 죄송해요. 제가 약속이 있어서...
아줌마 약속이 중요한 게 아니지.... 조상님이 다 지켜보고 있어. 아가씨.... 실연 당했지?
유진 (어이가 없다) 네?
아줌마 (진지하다) 남자가 보여.... 그 남자 다시 찾고 싶지?
유진 아줌마....
아줌마 내가 찾게 해줄까? 삼십분만 시간 내봐. 도를 알면 그 남자 찾을 수 있는데.
상혁 (나타나며) 그 남자, 여깄는데요....?
유진과 아줌마, 깜짝 놀란다.
상혁 (인사꾸벅) 감사합니다.
유진의 어깨를 잡고 돌아서는 상혁.
유진 (웃으며) 언제 왔어?
상혁 쫌 전에.
다정하게 걸어가는 두 사람.
레스토랑 (밤)
상혁과 유진이 앉아있다.
유진 (수첩을 보며) 식사는 그쪽에서 알아서 해줄거고.... 꽃도 주문했으니까 됐고 ...다
된거지?
상혁 잘 생각해봐. 빠진 거 없나....
유진 (잠시 생각) ....없는 것 같은데?
상혁 (빙긋 웃으며) .....정말 없어?
유진 아! 맞다! 반지!
상혁, 웃으며 반지케이스를 내민다. 유진 앞에 열어보이는 상혁.
상혁 어때? 마음에 들어?
유진 (끄덕) ....예쁘다.....
상혁 (반지를 꺼내들고 눈 찡긋) 예행 연습할까?
유진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는 상혁. 유진도 상혁의 손에 반지를 끼워준다.
자신의 손을 유진옆에 나란히 놓아보는 상혁. 둘의 손에서 빛나는 반지.
상혁 어렸을 때... 똑같이 생겼다는 말 들었던 거 기억나?
유진 (풋 웃으며) 기억나. 동네 미장원에서 둘다 바가지 머리로 자르고 나오니까 아줌마들이 쌍둥이냐며
막 놀렸잖아.
상혁 그때 니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 (흉내) 우리 쌍둥이 아니에요. 결혼할 사이에요!
유진 아-냐! 그건 니가 한 말이지. 여덟살인거 빼고는 똑같은거 하나도 없어요! 분명히 그랬다?
쿡- 웃는 두 사람.
상혁 (따뜻하게 보며) 이제 정말 똑같은게 생긴거야. (유진의 손을 잡으며) 하나만 있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어. 밤이 있어야 낮이 있는 것처럼 니가 있어야 내 인생도 의미가 있는거야.
지금까지처럼.
마주 보고 웃는 두 사람.
자동차 안 (밤)
유진의 집 앞에 멈춰서는 상혁의 차.
유진 (짐을 챙기며) 들어갈게.
상혁 (붙잡으며) 잠깐만 기다려봐.
자동차 안의 시계가 11시 59분에서 12시로 바뀐다.
상혁 드디어 김상혁과 정유진의 약혼식날이 되었습니다. (씩 웃으며) 약혼선물 줄게.
유진 .....?
뭔가 뒤적뒤적하는 척 하다가 유진에게 기습키스를 하려고 하는데- 실수로 클랙션을 빵 누르고
만다.
킥, 웃는 유진.
상혁 (멋적어서) 앗, 실패다.
상혁, 상황을 수습하고 진지하게 유진에게 키스하려고 다가오는데....
유진,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상혁 (섭섭) ....뭐야....
유진 너 여덟 살 때 바가지 머리가 생각나서 못하겠어.
맥풀린 상혁, 같이 웃고 만다.
유진의 집 앞 (밤)
유진에게 손을 흔들며 상혁의 차가 떠난다.
배웅하고 돌아서는 유진, 하- 심호흡을 하며 하늘을 한 번 본다.
유진의 집 전경 (아침)
유진의 방 (아침)
유진이 부산하게 출근할 준비를 한다. 옷을 챙겨입고 서류들을 가방에 챙기고 있는데 잠 덜 깨서
머리 부시시한 진숙이 들어온다. 여전히 어벙한 진숙의 말투.
진숙 회사 하루 쉬지 그랬어.
유진 에이.. 바쁜데 부담스러워 할까봐 말 안했어.
진숙 왠만하면 하루 쉬지..... (갑자기 진지함) 근데 너..... 왜 오늘 아침밥 안했어?
너 나를 굶겨죽일 생각이지?
유진 (어처구니 없어 픽 웃는다) 야! 오늘 나 약혼식이야. 하루 봐 줘라.
진숙 (웃으며) 농담이었어. (포장된 샌드위치를 불쑥 내밀며) 내가 했어.
유진 (너무 고마운 표정) 진숙아!
진숙 (졸려 눈을 반만 뜨고) 어제 새벽에 만든거야. 뭘 넣었는지는 기억 안나는데 아무튼 먹어봐.
유진 (가방에 챙겨넣으며) 잘 먹을게. 참, 엄마 5시에 도착하신다고 했거든.
진숙 (졸리지만 열심히 대답) 걱정마. 용국이랑 만나서 모셔올테니까 너나 잘 하고 와. (유진의
옷매무새를 잡아주며) 할 일 없는 백수가 그런 거라도 도와줘야지.
유진 (웃으며) 고맙다, 친구!
진숙 (흐뭇하게 보면서) 이쁘다, 친구!
유진 갈게. 저녁에 보자. (하고 나가는데)
진숙 아참! 기쁜 소식!
유진 (돌아보면)
진숙 (씩 웃으며) 오늘 첫눈 온데.
웃는 두 사람.
거리 (아침)
바쁘게 걸어가면서 샌드위치의 포장을 뜯는 유진. 먹음직스럽게 한입 무는데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렇게 이상한 맛은 처음이라는 표정.
폴라리스 외경 (오후)
폴라리스 (오후)
부산하게 일하는 사람들. 유진, 도면을 그리고 있다.
시계를 보며 다급하게 유진을 재촉하는 정아.
정아 아직 멀었냐?
유진 거의 다 됐어요.
정아 시간 얼마 안남았으니까 서두르자. (투덜) 마르시안 너무 하는거 아냐? (도면을 흔들며)
이게 도대체 몇 번째야?
승룡 (느리적) 거기 대표이사 바뀐 거 몰라요? 원래 새로 오면 유난을 떨잖아요.
정아 대표이사? 뭐하던 인간이래? 혹시 낙하산 아냐?
승룡 그런건 잘 모르겠고 경력이 장난 아니라고 그러던데요. 그치, 유진아?
유진 몰라요, 난. (자료를 정리하며) 언제 봤어야 알지.....?
정아 맨날 가면서 얼굴도 못봤어?
승룡 (정아에게) 그 사람 재미교포라던데, 그래서 그런지 이 바닥을 잘 모르는 것 같애요. 선수들끼리
이러는 법이 없는데.......
정아 (쩝...) 스키장 리노베이션 맡겨준 거야 고맙지만... 이거 피곤해서 일 하겠어?
유진 다했어요!!
정아 그래? (자료들을 쓸어모아 챙기며) 투덜이! 얼른 갔다 와라.
유진 (일어서며) 제가 갖다주고 오늘 일찍 퇴근할게요.
정아 일벌레가 왠일이야?
유진 (챙겨들고 나가며) 오늘, 약혼식 하거든요.
승룡/정아 (놀란다) 뭐야???
유진 갑니다!!
버스정류장 (오후)
버스에서 내리는 유진. 도면을 들고 걸어간다.
거리 (오후)
거리에 사람들이 많다. 유진, 마르시안이라고 씌여진 건물을 확인하고 걸어가는데 마지막 낙엽들이
눈처럼 흩날린다. 그때 유진의 눈이 갑자기 커진다. 사람들 속에서 언뜻 준상을 닮은 남자의 모습을
본다. 인파에 묻혀 사라져버린 준상. 유진, 잠시 멍하지만.... 내가 잘못 본거겠지.....생각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마르시안 사무실 (오전)
유진이 사무실에 들어가는데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바뀐 대표이사의 짐을 나르는 분위기. 방 하나를
새로 정리하는 듯 하다. 사무실의 직원이 유진에게 묻는다.
직원 어떻게 오셨죠?
유진 화이트 스키장 리노베이션 맡은 폴라리슨데요.
김차장(소리) 아! 정유진씨!
유진, 돌아보자 김차장 반색하며 다가온다. 유진 인사하고
김차장 (어질러진 복도를 보며) 어지럽죠? 이사님 방 좀 다시 세팅하느라구요.
유진 아, 그 새로 오셨다는 분이요?
김차장 (허허 웃으며) 다른 협력업체들은 이사님 때문에 우는 소리 하던데... 폴라리스는 달달
볶이지 않아요?
유진 (웃으며 도면을 내민다) 이게 벌써 다섯 번째에요.
김차장 그래도 그 쪽은 괜찮은 편이에요. 아예 짤린 데도 있는데.
유진 (웃는다)
김차장 지금 안계시니까 저 주고 가세요.
유진, 가져온 것들을 건네주는데 한 인부가 커다란 퍼즐판을 들고 나른다.
김차장 (퍼즐판을 보고) 저게 퍼즐이죠? 저런 거 붙잡고 있는 사람들 보면 한심하지 않아요?
다 맞추면 뭐한다고..... 도대체 저런 거 왜 하는 거래요?
유진 글쎄요.... 아주 심심하든지 아니면.... 한조각 한조각 기억하고 싶은게 많은가보죠.
김차장, 무슨 말인가 싶어 보고 유진은 멋적게 웃고 만다.
로비 (오후)
유진, 걸어가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퍼즐 한 조각을 발견한다. 유진, 몸을 숙여 조각을 줍는다.
가져다줄까하고 위를 올려다보다가 다음에 주지 뭐... 하는 표정으로 그냥 주머니에 집어넣고 나간다.
터미널 전경 (오후)
터미널 하차장 (오후)
목을 쭉 빼고 도착하는 버스들을 살펴보는 진숙의 얼굴이 밝아진다. 손을 들고 흔드는 진숙.
진숙 어머니! 희진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유진엄마와 여고생이 된 희진이 진숙을 보고 반가워한다.
주차장 (오후)
자동차운전석에 앉아있던 용국이 다가오는 진숙, 유진모, 희진을 보고 얼른 차에서 내린다.
용국 어머님, 그간 만수무강하셨습니까?
유진모 (웃으며) 잘 있었어?
용국 우리 희진이 오빠 안보고 싶었냐?
희진 (히- 웃는다)
용국 어머님 좋으시죠?
유진모 그러엄. 용국이 넌 장가 안가니?
용국 아이구 참 어머님도.... 희진이가 아직 이렇게 어린데....
유진모/희진 뭐...!!?/에...?
진숙 (주먹으로 쿵 치며) 언감생심 어디...!!
깔깔 웃는 네 사람.
약혼식장 로비 (저녁)
상혁이 기다리고 있는데 한복을 차려입은 지영이 들어선다.
상혁 (반기며) 어머니!
지영 아버지는?
상혁 벌써 오셨어요. 유진이 어머니도 오셨어요.
지영 (냉랭하게) 그래?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모자.
엘리베이터 안 (밤)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상혁과 지영.
상혁 유진이는 미장원에서 머리하고 있데요. (웃으며) 어머니한테 이쁘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지영 (못마땅한 듯) ......넌 그렇게 유진이가 좋냐?
상혁 어머니... 왜 또 그러세요...
지영 (앞만 보며) 너 그거 알아야돼. 솔직히 니가 좋다니까 허락한 거지 내 눈에 차는 며느리는
아니다.
상혁 어머니!!
지영 집 안에 새 사람을 들이면 뭔가 기대되는 것도 있어야하는데 우리가 걔네 집에 기대할게 뭐가
있니? 남들이 다그래. 기우는 혼사라고.
상혁 어머니!! (참고 달래듯) 유진이 잘 할 거에요.
지영 누가 뭐래? (새침해져서) 하고 싶은 말도 못하니?
띵 소리가 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먼저 나가는 지영. 상혁, 한숨을 쉬고 따라나간다.
약혼식장 (밤)
이미 세팅이 완료된 약혼식장. 가족들이 앉아있다. 지영과 상혁 다가가면 가족들이 일어나 반긴다.
지영 (못마땅한 기색을 얼른 감추고) 일찍 오셨네요. 올라오시느라 힘들었죠?
유진모 아유... 아니에요.
지영 유진이 어머님 얼굴 좋아지셨네요.
진우 아니 유진이 어머니가 뭐야. 이젠 사부인이라고 불러드려야지. 안그렇습니까, 사부인?
유진모 (웃으며) 그러네요, 사돈어른.
하하 웃는 사람들.
미장원 (밤)
손님이 많은 미장원안.
유진의 머리를 다듬던 미용사가 의자를 돌려 유진에게 거울을 보여준다.
거울속에 비친 유진의 모습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미용사 (머리를 매만져주며 흐뭇하게) 너무 이쁘시다. 마음에 드시죠?
유진 (쑥스럽게 거울 속 자신을 본다)
미용실 앞 (밤)
미용실에서 나오는 유진. 늦은 듯 급하게 뛰어간다.
대학로 (밤)
거리를 달려가는 유진.
열심히 달려가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유진 (열심히 걸어가며) 미안! ....거의 다 왔거든. 쫌만 기다려..... 알았어. 오케이.
유진 핸드폰을 꼭 쥐고 계속해서 열심히 걸어가는데 갑자기 유진의 얼굴 앞으로 하얀 무언가가
툭 떨어진다.
보면, 첫눈이다. 펑펑 쏟아지기 시작하는 첫눈. 지나가던 사람들이 “와! 첫눈이다!” 하며 좋아한다.
유진, 잠시 멈춰서서 환한 얼굴로 떨어지는 첫눈을 맞는데.....
거리 저쪽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 혼자 서 있는 준상을 다시 본다. 순간, 핸드폰을 떨어뜨리는
유진.
첫눈을 올려다보며 활짝 미소짓는 준상의 얼굴 위로 들리는 소리.
준상(소리) (속삭이듯) 첫눈 오면 뭐할거니?
멍하게 보는 유진.
준상(소리) 유진아, 첫눈 오면 뭐할거니.....
속삭이듯 유진의 귓가를 울리는 준상의 목소리. 그리고 예전과 똑같은 준상의 미소. 유진, 아득해진다.
약혼식장 (밤)
상혁,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다가 초조하게 시계를 본다.
상혁에게 다가오는 용국, 사회자용 장갑과 꽃을 달고 있다.
용국 (툭 치며 낮게) 야, 십분도 안남았는데 얘 왜 이렇게 안오냐?
상혁 곧 도착한다고 했으니까 올테지. (하면서도 초조한 기색)
용국 오면 얘기해줘. 시작할테니까.
용국 들어가고 불안한 듯 계속 바깥을 기웃거리는 상혁.
몽타주 (밤)
-사람들 사이를 걸어가는 준상의 뒷모습을 쫓아가는 유진.
-유진의 시야에서 준상이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다. 가로막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정신없이
달려가는 유진.
-눈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유진의 핸드폰.
-핸드폰을 들고 걱정스럽게 고개를 가로젓는 진숙. 상혁의 표정이 어둡다. 불안한 표정의 부모들.
손님들 하나 둘씩 자리를 뜨고 연신 죄송하다고 인사하는 부모들.
-걱정으로 미칠 것 같은 상혁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매 다니는 유진. 얼굴이 일그러진 채 미친 사람처럼 찾아헤맨다. 이
사람 저 사람을 붙들고 묻기도 하고.
-어린 시절, 산장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장면과 교차된다.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거친 산 속을
헤매는 유진의 모습. 그리고 현재 준상을 찾아 헤매는 모습.
-과거- 어둠 속에서 나타난 준상의 플래쉬가 강하게 빛을 발하면,
-현재- 유진의 얼굴에 반사되는 헤드라이트 불빛. 준상을 처음본 그 자리에 멍하게 서있는 유진.
밤바람에 온통 헝클어진 머리카락.
약혼식장 (밤)
손님이 다 가버리고 썰렁한 약혼식장.
진숙 (불안하다) 정말 무슨 일 있으면 어떡하지..? 나 불안해.
용국 (골똘) ....왠지 이상한데.... 느낌이 그때랑 비슷해....
진숙 (용국을 본다)
용국 산장에서 유진이 없어졌을 때.... 왠지 그때랑 비슷한 것 같애....
진숙 ......?!
약혼식장 구석. 유진 엄마를 위로하며 앉아있는 지영과 진우.
유진모 (하얗게 질려 희진의 손을 꼭 잡고) 유진아... 유진아... 이 일을 어째...
지영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무슨 일이야 있겠어요.....
진우 그래요. 진정하시고 좀 기다려봅시다.
상혁 (급하게 다가오며) 아직 아무 연락 없나요?
진우 (끄덕) .....그래, 경찰서에선 뭐라고 하디?
상혁 신고들어온 건 없다는데..... 아무래도 제가 찾으러 나가봐야겠어요.
진우 신고했으니까 무슨 일 있으면 연락이 오겠지.....
상혁 (표정이 어둡다)
진우 여긴 내가 정리할테니까 사부인 좀 유진이 집에 모셔다 드려라. 많이 안좋으신것같다.
상혁 .......네......
진숙(소리) 유진아!!!!
일제히 일어나는 사람들. 보면, 눈에 젖어 초췌해진 유진이 쓰러질 듯 휘청하며 서 있다.
유진모 (유진을 붙잡으며) 어떻게 된거야, 유진아!!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진숙 유진아 무슨 일이야!!
유진 (멍하게 서서 흔드는 대로 흔들리며) ........
유진모 (흔들며) 어떻게 된건지 말 좀 해봐. 이것아...!!
유진 (초점없이) ......나도.... 잘 모르겠어요........
지영의 얼굴색이 싹 변한다. 기가 막힌 듯 유진을 보는 지영.
지영 (싸늘하게) 우리가 괜한 걱정 한 것 같구나. 상혁아, 나 먼저 들어가마.
지영, 한복치마를 여며 쥐고는 찬바람나게 가버린다.
유진엄마, 지영의 뒷모습을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데 유진을 보는 상혁.
상혁 (화를 가까스로 참으며) 유진아 어떻게 된 일이니?
유진 ........
상혁 (버럭) 너도 뭔가 할 말이 있을 거 아냐.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구!!!
유진 (가까스로) ......상혁아.... 나......
말을 다 못하고 갑자기 털썩 쓰러지는 유진. 놀라는 사람들.
유진의 집 전경 (밤)
유진의 방 (밤)
유진 누워있고 머리맡에 앉아있는 엄마. 유진, 가까스로 눈을 뜬다.
유진모 (가라앉은 목소리) 상혁이는 좀전에 갔다.
유진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는데)
유진모 ........무슨 일이니....?
유진 ........
유진모 말좀 해봐. 무슨 일이야....
유진 ........
유진모 너... 엄마한테도 말 못할 일이 있는 거야?
유진 (고개만 푹 숙인 채 있다)
유진모 상혁이하고.... 무슨 문제 있니....? 응? .....그런거야?
유진 (고개만 가로젓는다)
유진모 (답답해서) 그럼 이유가 뭔데....? 도대체 이유가 뭔데....!!
유진 (목이 잠겨) ....엄마...
유진모 니가 정신이 있는애니 없는 애니? 너 상혁이 부모님한테 뭐라고 할래? (등을 때리며)
뭐라고 할거냐고.... 이것아!!! (목소리가 흐려진다)
유진 .......
유진모 (가슴이 콱 막히는 엄마. 눈물이 나올 듯... 돌아앉는다)
유진 엄마 미안해.......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눈물만 뚝뚝 흘리는 유진.
상혁네 집 전경 (오후)
상혁네 집 거실 (오후)
상혁은 안방 앞에서 문을 두드리며 엄마를 부른다. 유진, 그 뒤에 고개를 푹 숙인 채 서 있다.
상혁 (문을 두드리며) 어머니... 어머니.... 이러지 마세요.
지영(소리) 글쎄... 난 지금 말할 기분이 아니라니깐.
상혁 어머니, 나와서 말씀하세요. 나오시라구요!
진우 상혁아, 그만하고 와서 앉아라.
상혁 (엄마가 이해안된다) 아버지!
진우 그만하래두. 니가 그러면 유진이가 더 힘들다.
상혁, 마지 못해 유진의 옆에 와서 앉는다. 유진은 죄인의 얼굴이다.
유진 ... 아저씨, 죄송합니다. 제가 드릴 말씀이 없어요.
진우 유진아.
유진 네.
진우 난 니가 어떤 앤지 안다. 정말 불가피한 일이 생겼으니까 못왔겠지....
유진 (더 죄송할 뿐이다) ... 죄송합니다.
진우 안다. 니가 지금 힘든 상황인 거 알고 미안해하는 것도 안다. 하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필요한 거야. 상혁이 엄마도 아마 그래서 저러는 걸거다. 무슨 말인지 알겠냐?
유진 ..... 네.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있는 유진의 모습.
상혁의 집 앞 (오후)
집을 나오는 유진과 상혁. 잠시 멈춰서서...
상혁 집으로 갈거지?
유진 (뭔가 말하려) ......상혁아... 나.....
상혁 (유진의 시선을 외면하며 말을 끊는다) 어제 일...... 화나지도 않고 궁금하지도 않아.
유진 (고개를 들어 상혁을 본다)
상혁 그러니까 너도 잊어버려...... 약혼식 안했다고 바뀌는건 없어.
유진 (...움츠러드는 느낌) ....그래...
상혁 (약간 냉랭하게) 가자. 데려다 줄게.
유진 아냐. 괜찮아. 나혼자 갈게.
상혁 태워다 줄게.
유진 (애써 웃으며) 들어가서 어머니 위로해드려. 나 땜에 맘 많이 상하셨을거야.
상혁 ....
유진 어서...
상혁 그래.... 전화할게
유진, 애써 미소 지어 인사하고는 몸을 돌려 걸어간다. 상혁, 집에 들어가다 말고 어깨를 한껏
웅크리고 걸어가는 유진의 모습을 한동안 바라본다.
한적한 거리의 긴 계단 (늦은 오후)
주머니에 손을 꾹 찔러넣은 채 계단을 올라가는 유진.
한걸음한걸음 힘없이 올라가는데 계단 중간턱에 다 녹아서 지저분해진 눈사람이 있다.
멈춰서서 한동안 눈사람을 바라보는 유진. 슬픈 눈빛.
유진의 방 (밤)
스탠드만 켜진 방. 유진은 멍하게 앉아서 준상을 그린 그림을 보고 있다.
그림을 보다가.... 서랍에서 준상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테잎을 꺼내 튼다.
준상의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온다. 눈물이 글썽해지는 유진.
유진 엎드려 그림을 보다가 낙서를 한다. 뭔가를 끄적거리는 유진.
방송국 스튜디오 (오후)
방송중인 스튜디오안. 상혁은 생각에 잠겨있다.
DJ(소리) .....지난달에 잠깐 내린 진눈깨비를 가지고 첫눈이다 아니다로 많은 연인분들이
싸우셨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요... 첫눈 인줄 알고 무턱대고 애인을 기다리다 싸우신 분들....
며칠전에 진짜 첫눈이 펑펑 내렸을 때 다들 화해하셨겠죠? 음악... 보내드리겠습니다. 모차르트
K421번, 알반베르그 4중주단이 연주합니다.
멘트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생각에 잠겨있는 상혁.
옆에 앉아있던 여자작가가 “김피디님!”하며 쿡 찌르자 얼른 정신을 차리고 사인을 준다.
주차장 (밤)
운전대 앞에 앉은 상혁, 주머니에서 반지케이스를 꺼내 보고 있다.
후- 심호흡을 하고... 주머니에 케이스를 집어넣고 시동을 건다. 핸들을 돌려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상혁.
딩동 소리
유진의 집 (밤)
진숙이 문을 열어주자 상혁이 들어온다.
상혁 유진이는?
진숙 아직 안들어왔는데?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
상혁 어.... 그래?
유진의 방 (밤)
상혁이 유진의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정갈하게 치워진 방.
상혁, 유진의 책상에 앉는다. 반지케이스를 꺼내 책상에 놓고 편지라도 남기려고 하는데
유진이 낙서한 종이를 발견한다. 펼쳐 읽어보는데.... 상혁의 표정이 굳는다.
유진(소리) .....내가 널 본 게 정말 꿈이었을까.....
몽타주 (밤)
유진의 편지 소리 위로 장면들이 교차된다.
유진(소리) 난 아직도 많은 걸 기억하고 있어. 니가 쳐주던 피아노 소리...... 너와 함께
걷던 호수가의 저녁노을.... 니가 내 손을 잡아줄 때 입가에 번졌던 그 미소도...... 난
아직 기억해.....
-거리에서 하염없이 서서 준상을 기다리고 있는 유진의 모습.
-음악실.... 호수가..... 꽃담길.... 유진의 기억 속에 있는 준상의 모습들...
-유진, 혹시나 준상이 오지 않을까 두리번거린다. 사람들, 무심하게 유진 앞을 스쳐지나가고...
유진(소리) 늘 기도했었어. 내 기억 속에 살아 있는 너의 미소를 다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첫눈이 내 소원을 들어준걸까... 그날 대학로에 내리던 첫눈 속에서...... 나 혼자만 꿈을
꾼 건 아니었겠지? .........준상아.... 넌 지금 어디 있니........ 지금 어디에
있는 거니.....
- 거리를 다급하게 달려가는 상혁.
- 유진, 밤이 되어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 대학로를 헤매고 다니는 상혁.
- 유진, 체념한 듯 멍한 눈으로 서있다.
- 상혁, 또 다른 거리에서 유진을 찾는다. 사람들이 많이 한산해졌다.
- 유진, 한산한 거리에 서있다.
상혁, 달리던 걸음을 멈추면... 저 멀리 혼자 우두커니 서있는 유진이 보인다.
멍하게 바닥만 보고 서있는 유진의 눈에 들어오는 남자의 구두.
유진, 고개를 들면 상혁이다.
상혁 바보야.... 추운데 장갑이라도 끼고 있지 그랬어.....?
유진 앞에 선 상혁, 애틋하고 슬픈 눈으로 유진을 바라본다. 멍하게 서서 상혁을 바라보기만
하는 유진.
유진 .......상혁아......
상혁 나한테 말하지 그랬어..... 나.... 같이 기다려 줄 수 있는데......
유진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진다. 유진을 안고 어깨를 잔잔하게 다독거려주는 상혁.
상혁 ......가끔 그런 생각했다. .....옛날에 니가 산장에서 길 잃어버렸을 때....
그때 너를 찾은 사람이 나였다면 어땠을까...... 내가 먼저 널 찾았다면..... 그랬다면......
니가 날 먼저 사랑했을까.....
유진 ......
상혁 하지만 내가 먼저 사랑한 거 후회 안해. 니가 이렇게 힘들어할 때 내가 옆에서 어깨 빌려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거 그것만으로도..... 난 후회 안해. .....기뻐....
유진 .....상혁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상혁 (눈물 글썽해지지만 억지로 미소 지으며) .....준상이 그놈 참 나쁜 놈이다. 우리 유진이
마음 이렇게 아프게 하고.....
유진은 상혁의 품에 안겨서 흐느껴 울고 상혁의 눈에서도 눈물이 떨어진다.
유진의 집 뒷마당 (늦은 오후)
유진이 스케치북을 태우고 있다. 활활 타들어가는 불꽃 속 미소짓는 준상의 얼굴.
무릎을 껴안고 쭈그려 앉은 유진, 눈가가 젖긴 했지만 울지 않는다.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조그맣게 중얼거린다. “준상아.... 안녕...”
폴라리스 전경 (오전)
폴라리스 (오전)
정아가 앉아있는데 유진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한다. 놀라 유진을 보는
정아.
정아 아프다더니 몸은 괜찮아?
유진 (명랑) 괜찮아요.
정아 (걱정되어) 그날..... 계속 전화왔었어.... (눈치를 살피며) 약혼식은....?
유진 ....못했어요. (말을 돌리며) 스키장 건은 어떻게 됐어요? 도면이랑 기획안 아직 통과
안됐어요?
정아 다음주 쯤 연락올거야. 그쪽에서 예산안 보낸거 내가 책상 위에 뒀으니까 한 번 읽어봐.
유진 (씩씩하게) 알겠습니다.
조금 걱정스러운 눈으로 유진을 보는 정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유진, 웃어보이고 자리에 가서
앉는다.
유진, 자기 자리에 앉아 밀린 일들을 처리하며 서류를 넘겨보는데 딩-하고 메일이 온 소리가 난다.
메일을 열어보는데... 의외의 인물인 듯 얼굴에 미소가 올라온다.
채린(소리) 오랜만이다. 나 오채린이야. 설마 누군지 잊어버리지는 않았겠지?
오채린 부띠끄 (오후)
부띠끄 앞에 간판이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채린.
사람들이 부지런히 일하고 있고 채린은 팔짱을 낀 채 이것저것 일을 지시한다.
마네킹을 세워 디스플레이를 하고 옷을 정리하는 모습들....
채린(소리) (자신만만, 잘난 척) 프랑스에서 돌아온지는 좀 됐어. 너희들이 뭐하고 사는지는
대충 알고 있지만 나에 대해서 궁금해할까봐 소식 전하는거야. 아직도 옛날처럼 떡볶이나 사먹으며
궁상떨고 사는 건 아니겠지?
도도하게 서서, 개장 직전의 가게를 훑어보는 채린의 얼굴에 자신감이 줄줄 흐른다.
너무나 세련되고 멋지게 변한 모습.
채린(소리) ...... 기대해. 조만간 너희들이 깜짝 놀랄 만한 일이 있을거야.
동물병원 (오후)
깽깽 개짖는 소리. 강아지들이 왈왈대는 동물병원.
모니터를 함께 들여다보고 있던 용국과 진숙이 고개를 들어 얼굴을 마주본다. 의외라는 표정.
수의사 가운을 입은 용국은 강아지를 보듬어준다.
진숙 채린이가 먼저 연락하다니..... 별일이 다 있네?
용국 타향만리에서 생활하다보니까 드디어 친구들의 소중함을 깨달았나보지.
진숙 근데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뭘까?
용국 (심드렁) 혹시 프랑스 남자라도 사귄거 아냐?
진숙 설마.....
용국 오채린이 사랑에 국적 가릴 것 같냐? 그런건 공진숙 너도 좀 보고 배워. 그 나이 되도록
제대로 연애 한 번 못하고 뭐했냐?
진숙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용국이 원망스럽다.) .....그러는 넌?
용국 나? 나야 늘 진행중이지. 난 사랑없이는 물 한 모금 밥 한 숟가락 안 먹는 사람이야.
(강아지에게 뽀뽀하려들며) 그치, 쫑쫑아?
진숙 (서운한 눈길로 용국을 본다)
용국 (강아지 머리를 쓰다듬다 말고) ....그나저나 상혁이랑 유진이는 어쩌냐?
진숙 그러게.... (뭔가 생각난 듯) 용국아!!
용국 (보면)
진숙 (신나서) 우리가 약혼식 해주면 어때?
용국 (무슨 말?) 응?
진숙 채린이도 돌아왔잖아! 옛날처럼 다같이 춘천에 모여서 우리끼리 약혼식을 해주는거야. 어때?
괜찮지 않아?
용국 (어처구니없다는 시선으로 진숙을 보면)
진숙 (쫄아서) .....왜...? ....이상해...?
용국 (웃으며) 공진숙! 니 입은 먹는 데만 쓰는 줄 알았는데 쓸만한 말도 할 줄 아는구나!
진숙 (발끈 주먹을 쥐며) 뭐얏?!
용국 (피하며) 아니...! 좋다구!
진숙이 용국의 배를 퍽 친다.
유진네 집 외경 (오전)
유진의 집 전경. 문이 열리면 상혁이 유진을 무작정 끌고 나온다. 유진, “어디가는 건데?”
상혁, “글쎄... 일단 타봐”하면서 유진을 차에 태운다. 어딘가로 떠나는 상혁의 차.
춘천가는 길 몽타쥬 (오전)
- 서울. 유진, “정말 어디가는 거야? 나, 세탁기 돌리다 나왔단 말야?” 상혁은 그냥 웃는다.
- 춘천으로 접어드는 길. 유진, “어?”하면서 상혁을 본다. 빙그시 웃는 유진.
- 춘천 호수를 달리는 차. 유진, 창문을 열며 너무 좋아한다. 유진, “상혁아!!!”하고 웃으며
좋아하면 상혁도 좋아한다.
- 가로수길. 낙엽은 다 떨어졌지만 그래도 고즈넉하고 좋다. 흐뭇해하는 유진.
학교 앞 (오후)
학교 앞에서 내리는 두 사람. 오랜만에 와보는 학교가 너무 정겹다.
유진 (상혁의 마음이 고마운 듯 본다) 보여주고 싶다는 데가 여기였어?
상혁 (돌아보며) 어이, 지각대장!!! 빨리 와.
유진 (픽 웃더니) 너어...!
두 사람, 웃으면서 학교 정문을 지나서 운동장 쪽으로 뛰어간다.
운동장 (오후)
텅빈 운동장. 앙상한 나무들.... 그래도 두 사람은 정겹고 좋다.
운동장 한 가운데 선 상혁, 유진을 돌아본다.
상혁 (학교를 둘러보며) 옛날하고 똑같네.
유진 그러게.....
학교를 둘러보는 유진. 변한 건 없어보인다. 옛날 그대로이다.
상혁과 눈 마주치는 유진. 마주 보는 상혁과 유진.
방송실 창가 (오후)
용국이 운동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상혁과 유진의 모습이 보인다.
용국 오케이.... 도착하셨단 말이지....
운동장 (오후)
유진과 상혁이 서 있는데 “아아”하는 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운동장에 흘러퍼진다. 유진과 상혁,
두리번거린다.
용국(소리) 거기 방황하는 청춘남녀.... 들립니까? 들립니까?
유진 (왠지 낯익은 목소리) ....어?
용국(소리) 자.... 학교측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오랜만에 마이크 잡아보는 권용국입니다.
오늘 이 자리가 무슨 자리냐.... 바로 김상혁군과 정유진양의 못다한 약혼식을 완성하는 자리입니다.
(유진, 놀라서 쑥스러워하고 상혁은 알고 있었다는 듯 따스하게 웃어준다) 자.... 두 분 마주보십시오.
유진과 상혁, 키득거리며 마주본다. 유진은 좀 쑥스럽다.
용국(소리) 김상혁군.... 준비한 거 꺼내십시오.
상혁 (반지를 꺼낸다. 두 개의 반지)
용국(소리) 자, 김상혁군.... 어쩌면 이 날을 위해 평생을 기다려 왔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정유진양의 손을 잡고..... (상혁, 손을 잡는다) 나머지는 두 분이 알아서 하십시오.
마주보고 선 두 사람. 썰렁한 운동장에서 치루는 조촐한 약혼식이지만 행복하다.
상혁 유진아.... 니가 지금 내 앞에 있어줘서 얼마나 고맙고 기쁜지 몰라.
유진 (지금만은 행복하다) 상혁아....
상혁, 유진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고 유진도 상혁의 손에 반지를 끼워준다.
저번처럼 똑같은 반지를 하나씩 나눠낀 유진과 상혁의 손.
상혁 .....니 옆엔 언제나 내가 있다는 걸 기억해.
유진과 상혁, 서로 반지를 낀 손을 내려다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행복하다.
용국(소리) 오우.... 분위기 잡는데.....? 신성한 학교에서 남녀상열지사가 왠말이더냐......
허나, 날이 날이니만큼.... 두 사람, 서비스 차원에서 찐하게 키스해라. 우리도 돈 안내고
좋은 구경 좀 하자. (하고 키득거리는 웃음소리)
유진 저게...!!!
상혁 저 자식.... 잘 나가다가 꼭 저런단 말야....
하는데 삐웅- 마이크 웅웅대는 소리가 나고 낯익은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채린(소리) 정유진! 김상혁! 오랜만인데!
유진/상혁 (누구지...?)
진숙(소리) (끼어들어) 유진아! 나야 나! 나도 왔어!!!
채린(소리) 공진숙, 가만히 좀 있어. 너희들, 십년 동안 지겹지도 않던? 아무튼 대-단하다,
대단해.
유진/상혁 (마주보고) 오채린?!
두 사람, 방송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방송실 (오후)
유진과 상혁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용국과 진숙이 기다렸다는 듯 폭죽을 터트린다.
용국/진숙 축하한다. 이것들아!!!
용국 김상혁, 너 운 좋은 줄 알어. 정유진 같은 여자 없다. (유진에게) 유진이 너도 상혁이
마음껏 사랑해줘라....
진숙 (손을 잡으며) 유진아.... 부럽다.....
유진 진숙아.... 고마워. 용국이, 너두....
그때 유진에게 꽃다발을 내미는 채린.
채린 축하해.
유진 채린아..... 고맙다. .....너 많이 달라졌다?
채린 글쎄..... 달라진 건가...? 어쨌든 칭찬인거지?
유진과 손을 맞잡은 채린. 뭔가 긴장감있는 분위기.
용국 (끼어들며) 자자.... 여기서 이러지 말고 우리가 준비해놓은 게 있으니까...
짠- 하며 테이블 위에 덮어놓은 천을 걷는 용국. 유진과 상혁을 위해 마련한 케잌이 놓여있다.
촛불을 불어 끄는 유진과 상혁.
아이들 박수를 짝짝 치고.... 테이블에 둘러앉은 아이들.
유진 채린이 너는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채린 용국이가 연락해줬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희 둘이 약혼한다는데 내가 빠질 수야 없지.
상혁 고맙다. 그래....요샌 뭐하니?
채린 작은 부띠끄를 하나 차렸어. 조만간 오픈할거야.
용국 거기 남성복도 파냐?
채린 (코웃음) 팔긴 파는데..... 니가 우정으로 사주기에는 너무 비싸지 않을까 싶다.
용국 (흐 웃는 표정) 나도 우정으로 입어주기에는 너의 패션감각이 너무 유별나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보는 용국과 채린의 대립에 웃는 아이들. “고만해..” “내가 뭘..?”
채린 (시계를 보며 혼잣말) 왜 이렇게 안오지?
유진 왜?
채린 ....아무것도 아니야.
진숙(소리) 어? 이게 아직도 있네?
유진, 돌아보면 진숙이 “처음”이 들어있는 LP판을 들고 서 있다. 당황하는 유진.
진숙 이거 졸업하기 전에 유진이 니가 엄청 많이 틀었잖아. 이 노래 좋았는데.... 한 번
들어볼까?
유진 (당황하며) 진숙아 우리 다른 거 듣자.
진숙 왜애? 너 이거 좋아했잖아. 어디 보자.....
유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처음”을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진숙. 바늘이 돌아가자 낡은 LP에서
준상과 함께 들었던 그 곡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그냥 음악이 좋다며
감상에 잠기고 유진은 멍하게 앉아있기만 한데.... 갑자기 똑똑 하는 노크소리가 들린다. 누구지?
하는 표정으로 아이들 문쪽을 보는데.... 문이 열리고..... 준상이 들어온다. 예전과 똑같은
준상의 모습.
너무나 놀란 아이들과 유진. 유진, 몸을 일으켜 준상을 향해 다가가려고 하는데 준상은 유진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지나쳐 채린에게 다가간다. 멍하게 바라보는 아이들.
민형 채린아!
그 자리에 굳은 듯 서 있는 유진.
채린(소리) (반색하며) 민형씨 왔어?
아이들 (경악하는데...)
채린 (팔짱을 끼며) 이름은 이민형이고 프랑스에서 사겼어. 민형씨, 내가 얘기했지? 고등학교
친구들이야. (유진과 상혁을 가리키며) 여긴 오늘 약혼한 친구들.
민형 (가볍게 목례하며) 축하드립니다.
채린 (민형을 보며) 차 어디다 세워놨어요?
민형 운동장에. (시계를 보며) 지금 갈 거지?
채린 먼저 가 있어요. 금방 내려갈게.
유진, 멍하게 민형의 얼굴만 바라보고 서 있는데 민형은 무심히 유진과 눈을 마주치고는 나가버린다.
채린 (웃으며) 많이 닮았지? 나도 처음엔 놀랬어. (상혁에게) 근데 결혼은 언제하는 거야?
상혁 그...글쎄.... 유진이가 지금 일하는 게 있어서..... 내년쯤으로 잡고 있어.
채린 그래? (유진을 보며) 언제 우리 가게 들려. 웨딩드레스는 내가 꼭 만들어줄테니까. 그럼
서울에서 또 보자. 아, 나올건 없어.
채린, 나간다.
복도 (오후)
채린, 방송실 쪽을 한 번 쳐다보고는 의기양양하게 걸어간다.
방송실 (오후)
아무 말도 못하고 앉아있는 아이들. 다들 유진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진숙 (쭈삣쭈삣) 정말 닮았다...... 그치?
용국 (진숙을 쿡 찌른다. 괜히 밝게) 저기.... 휴일이라 차 밀릴 것 같은데... 우리도
슬슬 정리할까?
상혁 그래..... 정리하고 출발하자.
용국 쓰레기 버리고 있을테니까 문잠그고 나와.
상혁 알았어.
뭔가 계속 말하고 싶어하는 진숙을 끌고 나가는 용국.
유진과 상혁,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고 정리를 한다. 걱정스럽게 유진을 보는 상혁.
상혁 유진아...
유진 (정리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내가 본 거.... 저 사람이었나봐...... (상혁보고
웃어주며) 나 되게 바보같았다. 그치?
아무렇지 않은 척 짐을 들고 나가는 유진. 상혁, 마음이 아프다.
민형의 차 안 (늦은 오후)
민형과 채린이 서울로 향하는 차 안에 있다.
채린 어땠어? 다 귀엽고 착하게 생겼지.
민형 (웃는다) 10년 전 친구들끼리 서로 약혼까지 하고.... 대단한데? 익숙한 걸 좋아해서
그런 거야? 아님 살다보니까 그냥 그렇게 된 거야?
채린 (웃더니 눈빛을 빛내며) 걔네가 좀 재밌는 애들이야.....
민형 (고개를 갸웃하며) 그런데..... 내가 잘못 나타난 건가?
채린 응?
민형 너희 친구들 말야. 왜 그렇게 나보고 놀라는거야?
채린 어? 어어.... 그거? 내가 남자친구 데리고 간거 민형씨가 처음이거든. 그래서 아마 놀랐을거야.
유진네 집 앞 (밤)
유진과 진숙이 내려서 상혁과 용국에게 잘 가라고 인사한다.
상혁 잘 쉬고.... 내일 전화할게.
유진 (명랑하게) 잘가. 조심해서 운전하고!
상혁 (웃어준다) 그래....
용국과 진숙도 인사하고 상혁은 유진이 걱정되는 눈치지만 차를 출발시킨다.
유진 (명랑하게) 들어가자.
유진, 진숙과 함께 집으로 향한다.
유진네 집 (밤)
유진과 진숙이 티비를 보고 있다. 유진의 눈치를 살피는 진숙.
진숙 (머뭇거리며) 유진아.... 괜찮아?
유진 (TV보며) 뭐가?
진숙 저기.... 아까.... 채린이... 그 사람..
유진 (아무렇지 않은 척) 준상이 되게 많이 닮았지?
진숙 (기다렸다는 듯) 그래애... 난 정말 준상이가 살아서 돌아온 줄 알았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하며 말을 계속하려는데)
유진 (말을 자르듯 TV를 보며) 어머! 진숙아, 저것 좀 봐! 너무 신기하지 않니?
유진, TV만 열심히 보고 진숙은 아무말도 못한다.
술집 (밤)
용국, 소주잔을 들이킨다. 상혁은 덤덤한 얼굴이다.
용국 ....너무 걱정하지 마라. 괜찮을거야. 유진이 강한 애잖아.
상혁 .... (소주잔을 비운다) 용국아...
용국 응?
상혁 정말 똑같이 생겼지.....?
용국 응? 그,그래. 똑같더라....
상혁 세상 참 재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허탈하게 웃는다)
용국 우리가 채린이 괜히 불렀나보다. 너한테 미안해서 어떡하냐....
상혁 미안하긴...... 세상에 닮은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어..... (씁쓸하게) 유진이가
괜찮을지 그게 걱정이다.....
상혁, 다시 잔을 비우고 용국은 그런 상혁을 미안하고 안쓰러운 얼굴로 바라본다.
유진의 방 (새벽)
유진이 불도 켜지 않은 채 방에 멍하게 앉아있다. F.O.
폴라리스 외경 (오후)
폴라리스 (오후)
정아, 승룡 다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유진도 도면이며 서류며 열심히 챙기는 모습
정아 승룡이랑 나는 분당으로 넘어갈테니까 너는 마르시안쪽 끝나는대로 전화해.
유진 (끄덕)
정아 오늘 프레젠테이션 잘 해야 해. 그 쪽 분위기 심상치 않아서 까딱 잘못하면 공은 우리가
들였는데 잿밥은 딴놈들이 먹을지도 모른다고.
유진 열심히 할게요.
승룡 유진아 잘해!
정아 아, 그리고 만약 거기 이산가 뭔가.... 싸가지 없이 굴면 나 불러. 알았지? 얼른 가봐.
유진, 고개를 끄덕이고는 도면들을 챙겨 나간다.
버스 정류장 (오후)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유진. 버스가 도착한다. 유진, 버스에 올라탄다.
맨뒷자리가 비어있다. 유진의 눈에 스쳐가는 비전-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있는 준상의 모습.
유진, 뒷자리에 앉지 않고 앞 쪽에 앉는다. 괜히 고개를 돌려 비어있는 뒷자리를 보는유진.
수첩을 뒤져서 전화번호부를 꺼낸다. 오채린이라는 이름 밑에 적혀있는 전화번호.
유진, 전화를 걸까말까 망설이다가 번호를 꾹꾹 누른다. 신호가 가고.....
라디오 스튜디오/버스 (오후)
전화를 받는 상혁, 초췌해 보이는데.....
상혁 네 김상혁입니다.
유진 .........상혁아. 나야.
상혁 (반가움 반 걱정 반) 어...그래....
잠시 어색한 침묵.
유진 상혁아..... 나...... 괜찮아. 니가 나 때문에 쓸데없는 생각하고 힘들어하는 거....
나 싫어.
상혁 .....!!
유진 무슨 얘긴지 알지?
상혁 ....그럼.....
유진 (명랑하게) 상혁아, 나 지금 프리젠테이션 하러 간다?
상혁 참.... 오늘이라고 했지?
유진 응. 니가 잘 하라고 해줘. 그럼 나 정말 잘 할 수 있을거 같아.
상혁 (목이 갈라진다) 그래.... 잘 해. 넌 잘 할 수 있을거야....
유진 고마워. 이제 힘이 난다. 나 똑똑하게 말 잘하고 올게.
상혁 .... 유진아, 사랑한다.
유진 (웃으며) 그래 나도.
전화를 내려놓는 상혁. 씁쓸하면서도 안도가 되는 느낌.
마르시안 외경 (오후)
심호흡을 하고 건물로 들어가는 유진.
사무실 (오후)
유진이 비서 앞에 서있다.
비서 이사님 금방 오실테니까 들어가서 기다리세요.
유진, 비서에게 인사하고 이사의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새롭게 정돈된 아담한 방.
깨끗하다기보다는 일하는 사람의 방 같다. 여기저기 놓여진 설계도들.
유진의 눈길이 저번에 보았던 퍼즐판에 머무른다. 다 맞추어졌는데 한 조각만 빠져 있다.
그날 입었던 것과 같은 코트를 입은 유진, 뭔가 생각난 듯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는데
주웠던 퍼즐 한 조각이 나온다. 유진, 퍼즐을 들고 다가가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을 탁 끼우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유진, 웃으며 몸을 돌리는데 얼굴이 굳는다.
민형이 그 곳에 서 있다. 놀란 유진의 얼굴에서-
<3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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