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4
s#1. 객주 앞 길(밤) 난정,숨을 쌔근거리면서 능금을 매섭게 노려본다. 능금,의아하게 난정의 얼굴을 보다가 능금 (생각 났다는 듯)..아하, 너, 놀란 병아리 새끼처럼 도망치던 그 애구나? 난정 (노려보는)... 능금 니가 여긴 왠 일이냐? 난정 (손 내밀며) 내 놔! 능금 (의아하여) 뭘? 난정 옥패 말야, 반쪽으로 깨진 옥패! 능금 (흠짓하여)..옥패?..(얼른 표정 수습하며 천연덕스럽게) 그게 뭔데? 난정 니가 울 어머니 주머닐 땃지?! 능금 하, 얘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하고 있네? 생사람 잡지 말고 꺼져! 능금, 귀찮다는 듯 돌아선다. 난정, 재빨리 달려가 능금의 앞을 가로 막는다. 난정 어서 내 놔! 능금 어쭈, 이게 증말?! 능금, 난정의 다리를 걸어 어깨를 슬쩍 밀치면 바닥에 쿵-엉덩방아를 찧는 난정. 객주 방문을 열고 내다보는 길상. 능금 (내려다 보며) 쳇, 재수 없게, 별게 다 시비네. 난정, 발딱 일어난다. 길상 (난정쪽으로 다가오며) 이 애! 난정 (길상을 돌아본다)... 길상 (길상의 손에 들린 옥패주머니를 난정에게 내밀며) 이거 찾니? 난정 (눈이 반짝하여 옥패와 비단주머니를 길상의 손에서 낚아챈다)...! 능금 (화가 치미는 듯 길상을 노려보며)..길상이, 너?! 달래 (방문에서 얼굴 내밀며 능금에게) 내가 돌려주라고 했어. 도둑질 한 물건 난 싫소. 능금 뭐어?...(난정에게 달려들어 옥패를 뺏으려 하며) 이리 내! 내꺼란 말야! 난정 (옥패를 뺏기지 않으려는 듯 필사적으로 품에 감싼다) 길상 (능금을 잡고 말리며) 능금아 그만해! 모가비 (방문을 확 열며) 웬 소란이여?! 난정,길상,능금이 돌아본다 모가비 길상과 능금쪽 본다 길상이 능금을 붙잡고 서 있다 모가비 아니 저자식이. 모가비, 다가와 다짜고짜 길상의 뺨을 철썩 갈겨버린다.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길상. 난정,능금 ...!! 모가비 (길상 보며) 망할 놈의 자식, 감히 뉘게다 손을 대?! 달래 (달려와 길상을 부축하며) 오라버니... 길상 (입안이 터진 듯 피가 배어나온다)... 모가비 썩 꺼지지 못혀?! 길상 (손으로 입 주변에 묻은 피를 닦으며 달래와 방안으로 들어간다) 모가비 (자상하게) 괜찮으냐, 능금아? 능금 (속 상한듯) 아버진 알지도 못하면서?! 길상이는 왜 때려요?! (쿵쿵 발소리를 내며 어디론가 가버린다) 모가비 (의아하여) 아니, 쟤가 왜 저래? 난정 (겁에 질려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는)... 모가비 (난정을 험악하게 돌아보며) 너는 뭐여? 난정, 화들짝 놀라 황급하게 도망친다. s#2. 광대패 놀이판이 벌어졌던 곳(밤) 난정모, 한 곳에 넋을 놓고 앉아있다. 난정 (난정모 쪽으로 뛰어오며) 어머니! 어머니!(난정모 앞에 선다) 난정모 (힘없이 난정을 보는데)... 난정 (환한 표정) 찾았세요! (옥패를 내민다) 난정모 (눈이 번뜩 커지며 옥패를 낚아채고 본다)...!! (눈물 글썽하여 두 손으로 옥패를 쥐고 연신 조아린다).. 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 부처님!! 난정 (보는)...?! s#3. 난정모 방 안(밤) 등잔불 앞에서 옥패를 내려다 보는 난정모와 난정. 난정 어머니, 이 옥패는 어디서 났세요? 난정모 (차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는)... 난정 (대답을 기다리는 얼굴로 난정모를 보는)... 난정모 저..... (망설이다가)...이건 네 외할머니께서 주신거야. 난정 ..외할머니가요? 난정모 ..그래. 난정 어머니, 외할아버지, 할머니는 어떤 분이셨세요? 난정모 (곤혹스러운 표정)... 난정 (재촉하듯 간절하게 보며)..어머니. 난정모 (보며 망설이는)... 난정 (더욱 간절하게 보는)... 난정모 (어쩔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는)...이 얘긴 네가 더 커서 시집 갈 때 해주려고 했다만.. 난정 (바짝 긴장하며 듣는).. 난정모 네 외할아버지께선 역적으로 몰려 돌려가셨다. 난정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네에? 역적이요? 난정모 ...그래..성종대왕때 좌찬성까지 지내신 분이셨는데.. 그 분에 대한 임금님 사랑이 크셨는지라... 시샘을 받아 억울하게 역모 누명을 쓰고...참수형을 당하셨다.. 난정 (충격)...!! 난정모 ..역적의 집안이라고 재산은 적몰 당하고 집안 부녀자들은 관비 신세가 되어 팔도 각 고을로 끌려갔다...그때 네 외할머니께서 헤어지면서 (옥패를 보며)..이걸 나에게 주셨단다.. 난정 ... 난정모 (눈물을 글썽이며)..언젠가 네 할아버지 누명이 벗겨지면.. 꼭 살아서 다시 만나자고 하시며...옥패를 반으로 잘라 주시면서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라고 하셨단다... 난정 (눈물이 글썽하고 목이 매이는)... 난정모 (한숨 내쉬며)..이 어미가 너만 했을 때 일이니 벌써 이십년도 더 지났구나... 난정 ..어머니가 양반댁 딸이셨단 말이셔요? 난정모 (끄덕이는).. 난정 그럼 나도 당당한 양반댁 자손이네요! 난정모 ..그래. 난정 (가슴이 벅차 오르는)...! 난정모 나중에 네가 커서 시집 가게 되면, 이 옥패를 네게 줄 것이다만... 그때까진 누구에게도 이 옥패에 대해 말하거나 보여서는 아니된다.. 알겠느냐? 난정 (난정모를 빤히 본다)...?! s#4. 거제도 파릉군의 초가(밤) 파릉군, 평상위에서 거문고를 뜯고 있다. 애절한 거문고 가락에 한편에서 지켜보고 섰던 천서방이 눈물을 글썽인다. 파릉군,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s#5. 정윤겸 집 안채 외경(밤) 고요한 정적을 깨뜨리는 아기의 울음소리. C.A가 아기의 울음소리를 따라 아래채 쪽으로 PAN하면 s#6. 난정모 방 안(밤) 가위에 눌린 듯 괴로워 하는 난정모의 얼굴위로 응애-응애- 아기의 울음소리가 높아진다. 난정모, 뒤척이다가 헉-신음소리를 토해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 동시에 아기 울음소리도 뚝 그친다. 난정모, 땀에 젖은 얼굴로 옆자리를 돌아보면 곤하게 잠든 난정. 난정모, 난정을 보다가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긴다. s#7. 경빈 처소 외경(새벽) 지저귀는 아침 새소리가 들려온다. s#8. 경빈 처소 방안(새벽) 밤새도록 탄 황촛불이 사그러진다. 앞에 놓인 하얀 가루약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는 경빈박씨의 얼굴위로. 경빈(E) 이거면, 이거면... 경빈박씨, 갈등하다가 뭔가 결심했다는 듯 입술을 깨문다. 경빈 (방문쪽을 보며) 금이 밖에 있느냐? 금이 예, 마마님. 금이 (방문 열고 들어오며)찾아계시옵니까? 경빈 잣죽 좀 쑤어라. 금이 입 맛이 없으시옵니까,마마님? 경빈 중궁전에 바칠 죽이니 정성을 다하거라. 금이 (의아하여) 예에? 중궁전에요? 경빈 ..그래.(묘한 미소를 짓는다) 금이 나간다, 경빈 가루약을 보는 경빈의 얼굴 s#9. 중궁전 방 안(낮) 자순대비, 중전에게 자상한 눈길로 말한다. 자순대비 흉한 것은 보지도 말고, 거스르는 말은 듣지도 말 것이며, 말씀 한마디, 행동 하나라도 살얼음을 밟듯 조심해야 될 것이고 먹는 것 하나, 입는 것 하나에도 각별히 마음을 쓰시어야 할 것입니다. 중전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자순대비 (중전의 두손을 맞쥐며) 중전, 이번엔 꼭 원자를 생산하셔야 합니다. 중전 (조아리며)..예.마마. 박상궁(E) 중전마마, 경빈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의외라는 듯)..경빈이? s#10. 중궁전 방 밖 복도 박상궁과 상궁나인들이 서 있다. 방문 앞에 경빈박씨와 그 뒤에 금이가 잣죽이 놓인 소반을 들고 서있다. 중전(E) 들라하게. 박상궁 예. (경빈에게)드시지요. 경빈 (금이에게) 이리다오. 금이 예.(잣죽 소반을 경빈에게 준다) 방문이 열리면 경빈이 작은 소반을 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s#11. 중궁전 방 안 경빈, 잣죽이 놓인 작은소반을 들고 들어온다. 자순대비 어서오세요.경빈 경빈 (조아리며) 대비마마, 납시었사옵니까? 자순대비 (끄덕이며) 그래요 호호호(가볍게웃는다). 경빈 (중전에게 깊숙이 허리숙이며) 중전마마, 회임을 경하드리옵니다. 중전 고맙소, 경빈. 앉으세요. 경빈 예.(앉는다) 상을 놓는다 자순대비 그것이 무엇이요 경빈 중전마마께오서 입덧이 심하다 하시어 심란하던 차에, 마침 여주에서 좋은 잣이 올라왔길래 신첩이 잣죽을 쑤어왔사옵니다. 중전 잣죽이요? 경빈 예,마마. 자순대비 오, 그래요? 중전, 경빈의 마음이 가상하구려, 어서 드셔보시오. 중전 예,마마.. 경빈, 잣죽을 담은 대접의 뚜겅을 열고 공손히 바친다. 중전 고맙소, 경빈.(은수저를 들어 조금 맛본다) 경빈 (보다가)..어떠시옵니까? 중전 다른 음식은 넘기기가 역하였는데 이 잣죽은 입에 맞는구려. 경빈 황공하옵니다. 중전마마. 자순대비 (흐뭇하게 보며) 두분 사이가 이리도 아름다우니 내 앞으론 아무 걱정이 없겠소. 호호 (얇게 웃는다) 경빈 (야릇한 표정)... s#12. 대궐 일각 희빈홍씨와 창빈안씨가 나인들을 거느리고 온다. 희빈 걸음을 멈추고 선다 창빈도 선다. 희빈 창빈, 내가 상감마마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방을 일러드릴까요? 창빈 (솔깃하여) 비방이라니요? 희빈 암여호의 무엇을 말려서 노리개를 해차면 사내가 바싹 덤벼든다는게요. 호호호. 창빈 (의아하여) 암여호의 무엇이,무엇이옵니까? 희빈 그것 말이오, 왜 그것 있지 않소? 호호호..새끼낳는 곳 말이오.호호호. 창빈 (샐쭉 찌푸리며) 그런 비방은 희빈이나 하세요. 오늘이라도 열두벌을 차시고 전하를 독차지 하세요 희빈 호호, 농 한번 한 것 가지고 무얼 그래요? 실은 경빈이 차고 다니는 사향 주머니는 사향이 아니라 암여호 그것이랍디다. 창빈 ...설마요?..(하다가 저편에서 오는 경빈을 보고) 어머! 저기 경빈께서 오십니다. 희빈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경빈,금이와 나인들을 거느리고 오다가 희빈과 창빈 앞에 멈춰선다. 경빈 무슨 재미난 말씀들을 나누시는게요 내게도 좀 해 주세요? 희빈 (뼈 있는)암여호가 요술 피우는 얘기를 하고 있었소. 경빈과 희빈,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팽팽히 노려보는데 창빈 (무마하듯) 경빈께선 일찍 어딜 다녀오시옵니까?..저희는 중궁전에 문안 여쭈러 가는 길인데 같이 가시죠. 경빈 난 벌써 다녀오는 길이오. 희빈 (코웃음) 잽싸기도 하시구려?! 경빈 잽..잽?! (희빈쪽에게) 뒷전에서 남 허물잡다가 코 깨진 사람이 많다니 조심하시구려,희빈. 희빈 뭐,뭐요?! 경빈 호호호-(웃으며 간다) 금이도 희빈홍씨전 나인 향이에게 콧방귀를 뀌고 간다. 희빈 (발끈하여)저,저런?! s#13. 편전 남곤과 홍경주, 그리고 정광필이 중종앞에 앉아있다. 남곤 전하, 파릉군을 신원하시오면 그간의 대역죄인들조차 자신의 무고함을 들어 상소가 빗발 칠 것이오며 나라안이 소란스러워 질 것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좌의정은 어찌 생각하시오? 정광필 당시 파릉군의 일은 속단한 점이 있사옵니다. 공초를 살펴보면 파릉군은 물론이고 연루된 종친들 역시 죄를 인정하지 않았사옵니다. 허니 파릉군과 그 일에 관련된 자들을 신원 하심이 옳을 줄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과인의 뜻도 좌의정과 같소.(홍경주 보며) 남양군은 어찌 생각하오? 홍경주 (망설이다가)..신은 전하의 뜻에 따르겠나이다. 남곤 (당황하여 홍경주를 보는)..이,이보시오, 대감?! 홍경주 음! 중종 (남곤을 보며) 왜요? 남곤 아,아니옵니다. 중종 이 조정에 과인에게 바른 말을 일러주는 신하가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지중추부사?! 남곤 (식은 땀이 흐르는)... 중종 (방문쪽 보며) 승지는 들라. 김승지(E) 예. 김승지가 들어온다. 중종 (근엄한) 병인년에 역모죄로 거제도에 위리안치 된 이생의 위리안치를 풀고 삭탈된 관작을 파릉군으로 복작시키니 그대로 거행토록하라! 김승지 예, 전하! s#14. 대궐 일각 남곤과 홍경주가 걸어온다. 남곤 (따지듯) 남양군대감, 이토록 쉽게 물러서도 되오이까? 홍경주 그럼 어쩌겠소? 상감의 뜻이 그리도 완강하시온데. 남곤 파릉군은 우리 공신들에게 큰 위협이옵니다. 홍경주 (걸음을 멈추서며) 전하께오서 우리들의 뒤통수를 치신게요.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한바탕 피바람이 일것이오이다. 남곤 그러니 하는 말이요 홍경주 각자 살 길을 찾읍시다! (한마디 뱉고 급하게 가버린다) 남곤 대감! 심정 (급히 걸어오다가 남곤을 보고) 대감 남곤 (돌아본다) 심정 (이때 급하게 와서 남곤 옆에 서며) 어찌 되었소이까? 남곤 (홍경주의 뒷모습을 보며 못마땅한 신음)... 음!! 아무래도 아무래도..... s#15. 중궁전 방 안 희빈홍씨와 창빈안씨가 중전 앞에 다소곳하게 앉는다. 홍,안 중전마마, 회임을 경하드리옵니다. 중전 (미소) 고맙소. (밖에다) 박상궁. 박상궁(E) 예. 중전 다과상을 들이게. 박상궁(E) 예. 창빈 중전마마께오서 이번엔 꼭 원자아기씨를 생산하기실 기원드리겠사옵니다. 중전 고마워요, 창빈..(하다가 갑자기 욱-헛구역질이 치민다) 중전, 욱-욱-입을 가리며 심하게 헛구역질을 한다. 희빈 (놀라)중전마마! 창빈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중전 (비단 수건으로 입을 닦으며)윽. 으윽(심한구토를 한다) 오늘 따라 입덧이 심하구려. 윽윽 희빈 무엇을 드시었길래 그러시옵니까? 중전 아침에 경빈이 가져온 잣죽이 입에 맞아, 좀 과하게 먹은 듯 싶어요. 희빈 잣죽이요? 희빈과 창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혹의 눈초리를 짓는다. 중전 윽윽(심한 구토를 한다) s#16. 어느 절 명부전 안 난정모, 간절한 표정으로 뭔가를 빌고 있다. s#17. 동 명부전 앞 명부전 현판 잡아 CA PAN DOWN하면 부처님께 기원하는 난정모의 뒷모습, 윤임처가 하녀를 거느리고 명부전 앞을 지나간다. 윤임처, 멈칫 서더니 몸을 돌려 명부전 앞으로 다가와 문안을 들여다 본다. 간절히 기도하는 난정모. 윤임처, 고개를 갸웃거리며 난정모를 보다가 돌아서 간다. s#18.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성껏을 닦는 난정의 손 CA TU 되면 난정의 얼굴. 청지기, 장부를 들고 들어오다가 보고 청지기 (깜짝 놀라) 어이구 난정아, 조심해라. 그 벼룬 임금님께서 하사하신 아주 귀한 벼루야, 어서 내려놔. 난정 마저 닦구요.(계속 닦는다) 청지기 어허, 고집하곤?...조심해라. 난정 예. 청지기 (방밖으로 나간다) 난정 (열심히 벼루를 집어들고 닦는다) s#19. 사랑채 방 앞 사랑채 툇마루쪽을 걸어 오던 옥련 무엇을 느꼈는지 걸음을 멈추고 숨는다 난정, 걸레대야를 들고 나와 안채로 들어간다. 옥련, 난정을 보고는 정렴의 방쪽으로 총총히 간다. s#20. 정윤겸 사랑채 아랫방 정렴, 책을 베고 누워 연시를 먹고 있다. 옥련 (들어온다).. 정렴 무슨 일이냐? 옥련 (앉으며)..오라버니는 분하지도 않소? 정렴 (멀뚱) 뭐가? 옥련 첩년 모녀 때문에 오라버니는 회초리까지 맞고, 어머닌 가슴앓이를 하시지 않아요? 정렴 그럼 어쩌냐, 아버지께서 난정이만 감싸고 도시는데! 옥련 오라버니, 자식된 도리로써 부모님께 효도를 해야지요. 정렴 그게 무슨 소리냐, 뜬금없이? 옥련 고 화근덩이 모녀를 집에서 쫓아냅시다. 정렴 무슨 수로? 옥련 내게 맡기시오. 다 수가 있으니. s#21. 정윤겸 사랑채 방안 문갑 위에 놓인 용벼루. 옥련과 정렴, 그것을 보고 있다. 옥련, 벼루를 번쩍 집어든다. 정렴 (겁이 나는) 옥련아, 그걸 어쩔려고? 옥련, 벼루를 내 던지면 퍽- 깨지는 용벼루. 정렴 (놀라고 당황하여) 옥련아 너 미쳤니?! 옥련 (휙 돌아보며) 미치긴요? 두고보시요.(쌩끗 웃는다) s#22. 갖바치 마당 갖바치가 방 앞 툇마루에 걱정스럽게 걸터 앉아 있고 열린 방문 안에 당추와 난정모가 앉아있다. s#23. 동 방 안 당추 오늘이 사산한 아이의 기일이란 말씀이옵니까? 난정모 예..(흐느끼는) 며칠째 꿈에 죽은 아이가 나타나서 어미를 원망하며 울어댑니다.. 갖바치 (보며)일전에 당골네를 보셨다더니 그때 일이 생각났던게지요. 난정모 아까 봉은사 명부전에서 아기의 명복을 빌긴 하였사온데 자꾸만 마음에 걸리옵니다. 당추 그러시겠지요(한숨을 쉬고) 소승이 암자에 올라가 사산한 태아의 극락왕생을 발원을 드리도록 하겠사옵니다. 난정모 고맙사옵니다,스님.. s#24. 정윤겸 사랑채 방 안 깨진 벼루조각을 집어드는 박씨. 박씨 아니,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청지기 (울상) 아침나절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좀 전에 들어와 보니... 박씨 (노기) 이게 어떤 벼루인줄 아는가? 임금님께오서 하사하신 벼루일세.. 대감께서 아시면 진노하실텐데 돌아오시기 전에 누구의 소행인지 밝혀내야 할 것이야! 청지기 ...예, 마님. 박씨 (생각하다가) 오늘 사랑채에 출입한 자가 누군가? 청지기 소인하고...(생각하다)..난정이가 걸레질을 했습지요. 박씨 난정이? 당장 난정이를 불러오게나! s#25. 동 사랑채 방 밖 마당 엿듣고 있던 옥련과 정렴이 마주보며 웃고는 황급히 도망친다. s#26. 길 어느곳 난정모, 당추와 걸어오고 있다. 난정모 (걱정스러운) 스님, 난정이가 당추 절대로 난정이의 출생에 대해서 말씀하시면 아니됩니다 소승의 말을 명심 하셔야 합니다 난정모 허나 그 아이가 너무 종명해서........ 당추 그 아이가 글을 가까이 한다는게 걱정이 되옵니다. 난정이가 글을 읽지 못하게 하시지요. 난정모 ...예?! 당추 (눈을 감고)나무 관세음보살... s#27. 정윤겸 안채 마당 박씨,대청 위에서 마당에 꿇어앉은 난정을 엄하게 본다. 청지기와 하인들이 보고섰다. 박씨 (노기) 그래도 바른 말을 안할터이냐?! 난정 마님, 쇤네는 걸레질만 했을뿐이옵니다. 박씨 저런 발칙한 것이 있나? 누굴 기망하려 드는게야.. (청지기에게) 배서방, 저 애를 광에 가두고 바른말이 나올때까지 굶기게. 물 한모금이라도 주어선 안되네. 청지기 예. 마님. 청지기, 하인들에게 눈짓하면 하인 둘이 난정을 끌고 간다. 난정 (끌려가며) 마님, 쇤네 억울하옵니다... 마님 마님 박씨 (보다가 청지기에게) 배서방은 어서 나가 장흥댁을 찾아오게! 청지기 예, 마님. s#28. 정윤겸 대문 앞 난정모, 골똘한 생각에 잠겨 대문 앞으로 걸어온다. 청지기, 대문 밖으로 나오다 난정모를 본다. 청지기 장흥댁 어딜 갔다 오는게유 난정모 (생각에서 깨어나) 예? 청지기 안방마님께서 난정이를 광에 가두셨어요. 어서 들어가 비세요. 난정모 (놀라)...예에?! (대문안으로 급하게 들어간다) 그뒤를 측은하게 바라보는 청지기 s#29. 동 안채 마당 난정모, 박씨 앞에 조아리고 섰다. 박씨 상감께서 하사하신 벼루를 깬 것도 모자라 거짓말로 상전을 기망한 것은 용서 못하네. 내 법도로써 다스릴터이니 그리 알게 난정모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요...허나 자식을 잘못 가르친 쇤네의 잘못이 크옵니다...쇤네도 난정이와 함께 광에 있겠습니다. 박씨 (노려 보다가)..그 딸에 그 에미일세나! (휙 안방으로 들어가버린다) 난정모 마님! ( 광쪽을 본다) s#30. 광 안 어두컴컴한 광 안에서 무릎을 모은채 쪼그리고 앉아있는 난정. 난정, 고개를 파묻고 훌쩍이는데 난정모(E) 난정아! 난정 (일어나 광문쪽으로 달라붙으며)어머니! s#31. 광 문 밖 마당 난정모, 광문 앞에서 붙어서 있다. 난정모 네가 대감마님의 벼루를 깼느냐? 난정(E) (눈물) 아니에요, 내가 안깼서요 어머니. 난정모 그래, 어민 너를 믿는다...죄가 없다면 곧 풀려날 것이니 힘들더라도 참거라. 난정아! s#32. 광 안 난정 ..네..어머니..(눈물을 닦으며 혼잣말로)...당당한 양반댁 자손답게 울지 않겠세요. s#33. 정윤겸 집 대문 앞 마당 정윤겸, 대문안으로 들어와 사랑채 쪽으로 들어가려다 청지기를 보고 정윤겸 배서방, 난정이를 사랑으로 들라하게. 청지기 (난감한)그게..저.. 정윤겸 (돌아다 보면)...? 청지기 안방마님께서 난정일 광에 가두셨습니다요.. 정윤겸 (버럭) 뭣이라?! 청지기 (찔끔하는데)... 정윤겸 마님, 사랑으로 드시라 하게. 정윤겸, 성큼성큼 사랑으로 가버리면 휴-한숨을 내쉬는 청지기. s#34. 동 사랑채 방 안 박씨, 깨진 벼루를 싼 보자기를 들고 방안으로 들어선다. 정윤겸 (엄하게) 부인, 무슨 일로 난정이를 광에 가두시었소? 박씨, 보자기를 풀어 깨진 벼루를 연상위에 놓는다. 정윤겸 (보고)...!! 박씨 소첩, 장흥댁 모녀가 집안에 들어온 십년동안 모녀의 허물이 있어도 질책 한번하지 않았사옵니다. 속 좁은 아녀자의 투기로 보일까봐 알고도 모른척, 보고도 못본척, 듣고도 못 들은척.. 시집살이 아닌 시집살이를 해왔사옵니다. 그게 다 대감의 일신에 누가 될까봐 염려해서였지요. 하오나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옵니다. 정윤겸 부인, 난정이를 풀어주시오. 박씨 (단호한) 그리는 못합니다.. 정윤겸 부인! 박씨 집안에 기강을 세우는 일이옵니다. 대감께선 모든 걸 소첩에게 맡겨주시옵소서. 정윤겸 (보다가) 부인..이 벼루는...내가 깼소. 박씨 (보며)...네? 정윤겸 내 먹을 갈다 실수하여 벼루를 떨어뜨려 깨진게요. 박씨(E) 아,아니 이 양반이?! s#35. 동 사랑채 방 밖 방 안에서 들려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옥련과 정렴이 놀란다. 정렴 옥련아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옥련 (눈초리가 치켜 올라가며 휙 한쪽을 매섭게 노려본다)....! s#36. 광 안 한 구석에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앉아있던 난정이 고개를 치켜든다. 난정, 무언가 결심한 듯 입술을 깨문다. s#37. 바닷가를 말을 타고 달려오는 금부도사 일행 s#38. 거제도 바닷가(석양) 파릉군, 바닷물에 낚시를 드리우고 앉아있다. 천서방 급히 뛰어온다. 천서방(E) 대감마님! 대감마님! 파릉군 (고개돌려 보면)...? 천서방 (파릉군앞에 숨을 고르며 서는)..대,대감마님! 어, 어명을 받든 그, 금부도사가 왔습니다요. 파릉군 (흠짓하여) 금부도사? (어느곳을 돌아본다) s#39. 거제도 파릉군 초가마당(밤) 바닥에 깔린 돗자리 위에 의관정제한 파릉군이 사은숙배를 올린다. 그 앞에 교지를 들고 서 있는 금부도사와 그 뒤로 횃불을 든 금부나장들. 그리고 그 옆으로 천서방의 모습도 보인다. 파릉군, 단정하게 꿇어 앉는다. 금부도사 교지를 펴들고 읽는 모습위로 중종(E) 병인년에 역모죄로 위리안치된 이생의 위리안치를 풀고 삭탈된 관작을 신원하노라, 이에 과인이 관복과 말 내리니 파릉군은 속히 입궐토록 하라! 파릉군 성은이..망극하옵니다..전하..(눈물이 흐른다) 천서방도 훌쩍거린다. s#40. 대궐 일각(밤) 중종을 태운 옥교가 어디론가 가고 있다. 내관과 상궁들이 조족등을 밝히고 따른다. s#41. 경빈 처소 밖(밤) 금이, 급하게 일각문을 뛰어들어온다. 금이 (방쪽에다)마마님,마마님! 상감마마께오서 납시옵니다. s#42, 경빈처소 방안(밤) 거울을 보며 머리단장을 하던 경빈박씨가 여유있는 미소를 짓는다. s#43. 경빈처소 밖(밤) 중종을 태운 옥교가 일각문을 들어선다. 내관 상감마마 납시오- 경빈, 방에서 나와 툇마루에 무릎을 꿇는다. 옥교가 경빈 처소마당에 멈추면 중종이 내려온다. 경빈 (조아린다)..전하. 어서 납시오소서! 중종 (끄덕이며) 들어갑시다. 중종, 앞장서면 그 뒤를 쫓아 방으로 들어가는 경빈. s#44. 경빈처소 안(밤) 중종이 앉으면 그 앞에 따라 앉는 경빈박씨. 중종 경빈이 잣죽을 쑤어 중궁전에게 올렸다지요 경빈 (경빈 긴장한다) 중종 중전이 과식한 탓인지 오늘따라 구토가 너무 심해 기진했어요 경빈 ..... 중종 내 오늘밤은 예서 쉬겠소. 경빈 (보며)..전하. 중종 왜요? 경빈 신첩이 오늘 몸이 불편하와..전하를 뫼시지를 못할 듯 싶사옵니다. 중종 ............ 경빈 오늘 밤은 희빈의 처소로 드시지요..오랫동안 전하를 뫼시지 못했사온데 오늘은 희빈을 위로해 주시오소서. 중종 허허,경빈의 마음이 이리도 고우니, 내어찌 경빈을 사랑치 않을수 있겠소? 경빈 전하...(중종의 품에 안긴다) s#45. 희빈처소 방 안(밤) 희빈홍씨 앞에 희빈전 나인 향이가 앉아있다. 희빈 (입술을 물며)그래 오늘도 이시더냐? 향이 ..그렇사옵니다. 희빈 (치마에서 향주머니를 빼어들고) 이게 여호 그것이라고?! 흥, 이딴게 다 무슨 소용이라더냐? (향주머니를 휙 던져버린다) 향이 (주머니를 주워 건네며)..마마. 희빈 너나 가져라. 향이 ........?! 희빈 (냉소적으로) 그것만 차고 있으면 무예청이나 내시들까지 씰룩거리는 네 엉덩이를 졸졸 쫓을 것이다. 향이 예...? 내관 상감마마 납시오- 희빈 (놀라)...?! 희빈홍씨, 향이에게서 향주머니를 뺏어들고 방문밖으로 나간다. s#46. 희빈 처소 앞(밤) 중종을 태운 옥교가 일각문 안으로 들어와 멈춘다. 황급하게 방에서 나와 마당으로 내려서는 희빈홍씨. 희빈 (감격하여) 전하! 중종 (옥교에서 내려서며 미소) 희빈, 오랜만이구려. 희빈 (눈물이 글썽하여) 전하, 신첩, 일각이 여삼추로 전하께오서 납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중종 허허, 그래서 이리 걸음을 했소 자 들어갑시다, 희빈. 희빈 예, 전하. 중종, 앞장서서 방으로 들어가면 쌩긋 웃으며 그 뒤를 쫓는 희빈. s#47. 난정모 방(밤) 난정모, 앞치마를 풀며 들어오는데 등잔불 아래서 "명심보감"을 읽고 있는 난정. 난정모 (난정옆에 앉으며 보다가)..난정아. 난정 예? 난정모 앞으로는 책을 읽지 말거라. 난정 (놀라)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머니? 난정모 책을 읽어 세상 보는 눈이 트인들 네게 무슨 소용 이겠느냐? 난정 하오나 대감마님께오선.. 난정모 (단호하게) 에미말을 듣거라. 어차피 서녀의 신분인 것을! 난정 (충격)..어머니.. 난정모 네 가슴속에 맺힌 상처만 깊어질 뿐이다. 난정모, 난정이 보던 "명심보감"과 그 옆의 "사자소학"을 들고 방 밖으 로 나간다. 난정 어머니! (난정모 뒤를 쫓아나간다) s#48. 동 안 채 부엌(밤) 난정모, "명심보감"과 "사자소학"을 들고 들어온다. 난정, 그 뒤를 쫓아 들어온다. 난정 (아궁이 앞을 막아서며) 어머니, 안돼요. 난정모 비키거라. 난정 (눈물 글썽)..어머니.. 난정모 (엄하게) 어서 비키래두! 난정모, 난정을 밀치고 책들을 아궁이에 넣어버리는 난정모. 활활 타오르는 책. 난정 (울먹이며)..어머니. 난정모 (가슴아프게 난정보며) 이게 다 너를 위해서니라.(밖으로 나간다) 난정, 타오르는 책을 보며 바닥에 꿇어앉아 서럽게 울어댄다. 그 위로 구슬픈 단소소리가 들리면서. s#49. 어느 객주 마당(밤) 길상, 평상에 걸터앉아 구슬픈 가락의 단소를 불고 있다. 길상의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와 앉는 능금. 능금 ..단소 소리 참 슬프다...나 왜 자꾸 울고 싶지? (길상을 보며) 길상아... 길상 (눈을 뜨고 힐끗 보면)...! 능금 (묘한 눈으로 보는데)...! 모가비 (방문 벌컥 열고 고함) 이놈아! 청승 좀 그만 떨구 자빠져 자! (방문 쾅 닫 는다) 길상, 단소를 그치고 일어나 방쪽으로 간다. 능금 (길상 뒷모습 보며) 길상아, 길상아!.. 길상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능금 (모가비 방 쪽을 노려보며 발을 쿵 구른다) 어유,참 아버진! 꼭 산통을 깬다니까?! s#50. 편전 외경(낮) 중종(E) 뭣이야?! 파릉군 숙부께서 오시질 않았단 말이더냐? s#51. 편전 안 중종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김승지. 김승지 (두손으로 서찰을 받쳐들고 중종에게 전하며) 거제도에서 파릉군이 올리는 서찰이옵니다. 급하게 서찰을 받아들고 펴보는 중종의 얼굴위로 파릉군(E) 전하, 불충한 소신의 귀양을 거두시고 신원을 시켜주신 성은에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신도 전하께오서 계신 궁궐로 한달음에 달려가 돈수백백 하고 전하의 용안을 뵙고 싶사옵니다. s#52. 바다위를 떠가는 배 위 파릉군, 뱃전에 서서 추산도를 감회에 젖은 눈으로 보고 있는 모습위로 파릉군(E) 하오나 신에겐 찾아야 할 사람이 있사옵니다. 전하의 부르심에 따르지 못한 신의 불충은 백번 죽어 마땅 하옵니다. 신의 자식을 가진 사람을 찾지 못하면 영영 때를 놓칠 것 같사와 불충을 저지르고 말았사옵니다. 신의 불 충을 전하의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가엾게 여기시어 용서하여 주옵소서... 파릉군과 천서방을 태운 배가 추산도쪽으로 다가간다. s# 53 편전안 중종 서찰에서 눈을 떼면 중종 자식을 가진 사람이라?....... s#54. 경빈 처소 안 경빈박씨,서안 위에서 쓰고 있던 서찰을 접어 봉투에 넣는다. 경빈 앞에 무릎꿇고 앉아있는 금이. 경빈 (서찰을 건네며) 이 서찰을 안국동 지중추부사댁에 전하고 오너라. 금이 (받아들고) 예. 경빈 누구의 눈에도 띄어선 아니될 것이야. 금이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경빈 (은닢을 꺼내주며)..이건 출입할 때 궐문 문지기들에게 주어라. 금이 (받으며) 예,마마님. s#55. 남곤 집 사랑채 방 안 남곤과 심정이 논의중이다. 남곤 파릉군이 세를 모아 전하의 곁에 머문다면 반드시 그자가 우리 공신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요. 심정 이런 일은 남양군 대감과 상의해봐야 되지 않겠소이까? 남곤 아니오, 남양군도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오. 심정 하긴 남양군께선 따님이신 희빈이 계시니 무슨 걱정이겠소? 남곤 우리도 궁중안에 우리의 눈과 귀 노릇을 해줄 사람을 찾아야겠소! 심정 옳은 말씀이외다. 남곤 (생각하며)..궐안에 누굴 심는다?.. 청지기(E) 대감마님! 남곤 (문밖을 돌아다 본다) s#55. 동 사랑채 방 밖 마당 청지기 뒤에 쓰개치마로 얼굴을 잔뜩 가린 금이가 서있다. 청지기 대궐에서 사람이 나왔사옵이다. 남곤(E) 대궐에서? 남곤, 방문을 열고 대청으로 나온다. 남곤 (금이 보고)어느 전에서 나오셨는고? 금이 경빈마마께오서 보내시었사옵니다. 남곤 (놀라)..겨,경빈마마? 금이, 품에서 서찰을 꺼내면 청지기가 서찰을 받아 들려는데 금이 (서찰을 휙 감추며)..대감께 직접 전해드리라 하시었사옵니다. 남곤 (끄덕이며 직접 서찰을 받는다)...좀 들어오시겠나? 금이 아니옵니다, 서찰만 전하고 돌아오라 하시었사옵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옵 니다. 금이, 남곤에게 조아리고 총총히 돌아서 간다. 남곤 (금이 뒷모습을 보며)허어, 참 당돌한 계집앨세. (긴장된 얼굴로 급히 서찰을 읽는다) s#57. 추산도 어느 폐가 앞(석양)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듯 잡초가 우거진 폐가 앞에 서서 살펴보는 파릉군과 천서방의 모습위로 사내(E) 계향이가 기생노릇을 하다 왕실 종친의 첩실로 들어갔다는 소문이었지요. 헌데 십년전부터 딱 소식이 끊어졌다우. 계향이를 기다리던 노모도 몇 년전에 죽어 동네사람들이 공동으로 장사를 지내 줬지요. 젖은 눈으로 하늘을 바라다 보는 파릉군의 얼굴위로 깊은 F.O s#58. 정윤겸 집 대문 앞(낮) 한 채의 가마가 와서 대문 앞에 멈춰 선다. 앞장섰던 윤임네 집사가 대문 앞에 서서 부른다. 윤임집사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청지기 (대문을 열며) 뉘시오?..(집사보고) 오,자네 왔는가? 윤임집사 잘 있었나? 우리댁 마님 모시었네 청지기 아이구 어서 뫼시게 청지기 가마를 보고 대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가마가 대문안으로 들어가면 하인들 대문을 닫는다. 골목 한편에서 중치막을 입은 사내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보고 섰다. s#59. 동 안채 방 안 박씨와 윤임처, 들어온다. 박씨 앉으시지요. 윤임처 예.(앉는다) 박씨 (방문 앞에 서 있는 옥련에게)옥련아,가서 다과상 좀 내오라 일러라. 옥련 네.(나가면서 방문을 닫는다) 박씨 그래,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셨다니 얼마나 기쁘세요? 윤임처 이번엔 꼭 원자아기씨를 생산하셔야될텐데 그게 걱정이에요. 박씨 걱정마세요, 꼭 아들을 낳으실겝니다. 윤임처 그래야지요, 안그래도 봉은사에 중전마마께오서 꼭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불공을 드리러 다니고 있습니다. 박씨 (끄덕이는데)..그러셔야지요. 윤임처 헌데, 일전에 봉은사에서 이 댁 소실을 보았습니다. 박씨 (놀라) 장흥댁을요? 윤임처 예, 잘못 봤나 해서 몇 번을 확인했는데 틀림없었어요. 박씨 (갸웃하며)...봉은사에 갈 일이 없을텐데..?! 윤임처 드릴말씀은 아니오나, 이 댁 소실을 하루라도 빨리 댁에서 내보내도록 하세요. 박씨 (한숨)..글쎄 그러고 싶지만 대감께서 그 모녀를 감싸고 도시니.. 윤임처 아니면 따로 살림을 내보내도록 하시던지요 요즘 같은 때 역적의 딸을 소실 삼어 한 집안에 데리고 있으면 무슨 빌미라도 될 지 누가 압니까? 박씨 ... s#60. 동 안채 방 밖 옥련, 듣고 있다가 깜짝 놀라 입속으로 '역적의 딸..' 읊조리다가 마당으로 내려선다. 옥련 (지나가는 배서방 보고)배서방. 청지기 예, 아씨. 옥련 난정이는 어디 있는가? 청지기 난정이요? 글쎄요? 아까부터 보질 못했는뎁쇼? 옥련 ..... s#61. 갖바치 집 마당 쇠가죽을 널고 있는 갖바치와 한 곳에 우울하게 앉아있는 난정. 난정 요즘 울 어머니가 변하셨세요...이젠 책도 못 읽게 하세요. 갖바치 (보며) 그게 다 너를 생각하셔서그러실게다. 난정 저를 생각해서라니요? 갖바치 (다가오며) 난정아, 아저씨가 꽃신 만들어 줄까? 난정 (솔깃하여) 꽃신이요? 정말요? 갖바치 그러엄, 네게 어울리는 아주 예쁜 꽃신을 만들어주마. 난정 (활짝 펴지는)...고마워요, 아저씨!! s#62. 남곤의 사랑채 방 안 남곤 앞에 중치막을 입은 사내가 꿇어 앉아있다. 그 옆에 앉은 심정. 남곤 도총관댁에 판부사댁 안방마님이 들르셨단 말이냐? 중치막 예. 남곤 (심각한) 음!! 심정 허어, 도총관과 판부사의 내왕이 잦은 것은 예삿일이 아니오이다. 남곤 (중치막 보고) 차후, 도총관의 행적을 철저히 살피거라. 중치막 (조아리며) 예. 남곤 (뭔가를 생각하는)... s#63. 정윤겸 집 안채 방안 난정모, 박씨 앞에 조아리고 앉았다. 박씨 자네 일전에 봉은사에 다녀왔다지? 난정모 (흠짓 놀라는)...예? 박씨 다 알고 묻는것이니 추호도 거짓이 없어야하네! 난정모 ..마님. 쇤네가 절에 간 것이 마님께 누가 됐다면 사죄 드리옵니다. 박씨 누가 절에 간 것을 뭐라 했던가? 아무리 나라에서 법으로 금한다 하지만 왕실 종친들께서도 행하시는 일이니 탓할 일은 못되네만.. 난정모 (보며)...? 박씨 절에는 무엇을 하러 갔던가? 난정모 (당혹스럽다)... 박씨 뭐하러 갔느냐니까? 난정모 (망설이다가)..대감마님의 더 높은 승차를 발원드리러.. 박씨 (버럭) 대감마님의 승차를 명부전에서 빌었단 말인가?! 난정모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박씨 명부전이라면 망자의 명복을 비는곳 아닌가? 난정모 .... 박씨 (몰아붙이는) 누구의 명복을 빌었는가?! 난정모 (곤혹스럽다)... 박씨 (난정모의 얼굴을 쏘아보며)어서 사실대로 고하게. 난정모 (망설이다가)...쇤네 아비의... 박씨 뭬야, 그렇다면 역모로 참수당한 자네 아비의 명복을 빌었단 말인가?! 난정모 ...예, 마님. 어제가 제 아비의 기일이었사옵니다. 그래서.. 박씨 그 말 믿어도 되겠는가? 난정모 예, 마님. 박씨 (난정모를 빤히 보면)... 난정모 (고개를 숙여 그 따가운 시선을 피하는) 박씨 ...나가보게! 난정모 네 마님.(일어서서 나간다) 박씨 (난정모의 뒷모습을 노려본다) s#64. 경빈처소 앞 마당 금이, 앞장서고 그 뒤를 쫓아 남곤이 일각문을 조심스럽게 들어선다. 금이 (방앞에서 조아리며) 마마님, 지중추부사께오서 오셨사옵니다. 경빈(E) 어서 뫼시어라. 금이 (남곤에게) 드시지요. 남곤, 헛기침을 하며 방안으로 들어간다. 금이, 댓돌위에 놓인 남곤의 신발을 마루 밑에 숨긴다. s#65. 경빈 처소 방 안 남곤, 방안으로 들어오면 드리워진 발 너머에 앉아있는 경빈. 경빈 어서오세요, 어려운 걸음 하셨사옵니다. 남곤 (앉으며) 마마께오서 어인 일로 이 사람을 찾아계시옵니까? 경빈 아버님께오서 생전에 늘 남대감에 대해서 말씀을 하셨사옵니다. 남곤 평성부원군께오서요? 경빈 예..정국 삼등공신중에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재목감이 있다 하셨사온데 그 분이 바로 대감이라 하셨사옵니다. 남곤 ...?! 경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사옵니다. 내 대감을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자리에 올려드리지요. 남곤 (충격)..마마. 경빈 대신 대감께오서 내 아들 복성군을 지켜주세요. 남곤 보,복성군을요?! 경빈 중전마마께오서 원자아기씨를 생산하신다면 복성군은 벼랑에 버려진 꼬락서니가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아니옵니까? 남곤 (식은 땀이 나는).... 경빈 만일 원자아기씨가 장성하시어 세자책봉을 받으실 때가 되면 전하의 장자인 복성군은 눈엣 가시같은 존재가 될게 자명하질 않겠습니까. 남곤 (이런 엄청난 말이 곤혹스럽다).... 경빈 허니 그때는 대감께오서 우리 복성군을 지켜달라 이 말씀이옵니다. 남곤 ...! 경빈 어찌 생각하시옵니까? 아버님께오서 남대감이 천하를 경륜할 만한 큰 그릇이라 하시었는데 아버님께오서 잘 못 보셨던건 아니시겠지요?! 남곤 (조아리며)마마, 신, 신명을 다 바쳐 마마와 복성군을 지켜드리겠사옵니다. 경빈 그 말씀 믿겠습니다. 대감! 쌩긋 미소짓는 경빈의 얼굴이 섬뜩하다. s#66. 자운아 기방 전경(저녁) 홍등이 내걸려 있고 풍악소리가 들려나온다. s#67. 자운아 기방 안채 방안(저녁) 정윤겸과 윤임이 술상을 앞에 놓고 대좌하고 있다. 윤임 도총관께서 아직도 그 소실댁을 집안에 두고 계시다고요? 정윤겸 (술 한잔 마시고) 판부사께선 이사람의 남의 집안사에 관심이 많으십니다. 윤임 허어, 단순한 집안사가 아니라..(낮게) 만일 파릉군께서 전하를 알현하신 후에 정사에 관여라도 하시게 된다면 조정에 피바람이 불게요. 정국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옵니다. 정윤겸 ... 윤임 그때는 도총관대감과 이 사람이 전하를 보위해 드려야할 것 아니옵니까? 정윤겸 ...음!! 윤임 헌데 그 전에 먼저 구설에 휩쓸려 파직이라도 당하신다면... 정윤겸 이 사람은 정치는 모르거니와 조정사에 휩쓸리기도 싫소이다! 윤임 대감, 전하를 위하는 길이오이다. 조정이 이전투구에 흙탕물이 튕기는 것을 보고만 계시겠소이까? 정윤겸 ...음!! 자운아, 술병을 들고 들어온다. 자운아 (안색을 살피며) 왜들 그리 심각하십네까? 기방에 들르셨으면 흥겹게 노셔야디요! 아이들을 부를깝쇼? 윤임 오, 그러게나. 자네 집에서 제일 절색인 아이들로 부르게. 자운아 알아 뫼시겠습네다.(술병을 놓고 나간다) s#68. 자운아 기방 아랫채 방 안(밤) 옥매향, 툇마루에 앉아 턱을 괸채 앉아있다. 방안에서 들려나오는 애절한 거문고 소리에 눈물을 흘리는 옥매향. s#69. 동 방 안(밤) 조촐한 술상을 앞에 놓고 거문고를 타고 있는 파릉군. 파릉군, 거문고 연주에 흠뻑 빠져 있는데 문 밖에서 훌쩍이는 옥매향의 울음 소리. 파릉군 (연주 멈추고 보며) 밖에 누구냐? 옥매향(E) 아,아니옵네다.. 파릉군 들어오너라. s#70. 동 방 밖(밤) 옥매향, 마루에서 일어나 당황하는데 파릉군(E) 어서! 옥매향 예..(눈물을 훔치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s#71. 동 방 안(밤) 옥매향,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파릉군 (보고) 허허, 네 무슨 일로 방 밖에서 울고 있느냐? 옥매향 (눈물 그렁하여)..나으리의 거문고 소리가 너무도 애절하여..이년이 울고 말았습네다. 파릉군 허허, 어린 것이 벌써 풍류를 아는구나? 옥매향 나으리, 청이 있사옵네다. 파릉군 청이라? 옥매향 나으리의 거문고 소리를 방안에서 듣게 해주시라요. 허면 내레 우리 기방 최상급의 술을 내오갔시오. 파릉군 허허, 내 네 덕분에 공술을 먹게 생겼구나. 옥매향 잠시만 기다리시라요, 쇤네가 술을 가져 오갔습네다.(나간다) 파릉군 (귀엽다는 듯 보고는 한숨을 쉰다)... s#72. 동 안채 마당(밤) 방 마다 흥겨운 풍악이 흘러나온다. 옥매향 (아랫방쪽에서 부엌쪽으로 쪼르르 달려오며)..오마니,오마니! 자운아 (부엌에서 나오며) 야래 왜 또 호들갑이네? 부엌일 좀 도우라고 했더니 어딜 싸돌아다녀? 옥매향 지금 아랫방에 대 풍류객이 오셨시요. 자운아 그거이 무슨 소리야? 옥매향 행색이 허름하여 내레 아랫방으로 뫼셨는데 알고보니, 대 풍류객이셨시요. 자운아 에미나이래 흰소리 말고 날래 부엌일이나 거들라! 옥매향 아이 참, 오마니두 참말이라니까 기래요. 파릉군 (아랫방문을 열고 나오는) 자운아, 그간 잘 있었는가?! 자운아 (보고 낯이 익은)...?! 옥매향 오마니, 저 분이야요. 파릉군 (미소) 허허, 벌써 내 얼굴도 잊었는가? 자운아 (생각났다 파릉군에게 다가오며) 이거이 누구시야요? 파릉군 대감아니십네까?! s#73. 동 기방 안 채 방안(밤) 정윤겸과 윤임, 기생들이 따라주는 술을 받다가 흠짓 놀란다. 정윤겸 ....! 윤임 (방밖을 돌아보며) 파릉군?! s#74. 동 안채 마당(밤) 급하게 방문을 열고 나오는 윤임과 정윤겸. 맨발로 마당으로 내려와 허리를 숙인다. 윤임 대감!! 파릉군, 자운아와 서있다가 윤임을 돌아본다. 파릉군 누구시더라..? 윤임 저, 윤임이옵니다. 대감! 파릉군 아하, 자네..이거 못 알아보겠구만. 정윤겸 (파릉군에게 고개를 숙인다).. 파릉군 (정윤겸 보고) 이 분은 또 누구신가? 정윤겸 군기시첨정하던 정윤겸이라 하옵니다. 파릉군 (끄덕인다)..오,그래요, 이제야 생각나는구먼. 허허 잘들 계시었소? 옥매향, 세사람의 조우를 눈을 반짝이며 본다. s#75. 동 안채 기방 안(밤) 상석에 앉은 파릉군을 중심으로 윤임과 정윤겸, 그리고 자운아가 앉았다. 윤임 (한잔 따르며) 십년 세월에 도성도 많이 변했습지요? 파릉군 허허, 내 집에 들러보니 집을 헐어 웅덩이가 되어 있더구만. 헌데 웅덩이 물이 탁해 잉어가 헤엄치지는 않더구만..허허허. 정윤겸 ...! 윤임 ...송구스럽사옵니다. 파릉군 송구스러울 건 뭐 있겠소이까 변하지 않은 건 자운아, 자네의 미색뿐이야. 허허. 자운아 자꾸 놀리십네까? 파릉군 허허, 자네한테 아직도 수줍어하는 구석이 남아있었네 그려? 윤임 대감께오서 신원되시고 난 후 모두들 대감의 행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기방에서 뵙게 되다니요?!....... 파릉군 허허, 정국공신들과 대역죄인이 한자리에 만나 술잔을 기울이고 있으니 이것도 참으로 기이한 인연일세나..아니 그렇소? 하하. 정윤겸 전하는 알현하시었사옵니까? 파릉군 통기를 넣어놨어요. 윤임 아직도 대감을 따르는 신진사류와 유생들이 많사옵니다. 대감께오서 전하 곁에서 보필하신다면 조정의 앞날이 밝을 것이옵니다. 파릉군 내 술 한잔 먹고 싶어 왔을 뿐이오이다. 정치이야기는 덮어십시다. 자운아 그러시지요들, 자 소첩 술 한잔 받으시라요.(술을 따르면) 파릉군 (받으며 윤임보고) 중전께오서 회임을 하시었다니 경하드릴일일세. 윤임 (미소)...예. 파릉군 (정윤겸 보고) 도총관을 뵈오니 내 마음이 든든하오. 자 한잔 받으시오. (술을 따라주면) 정윤겸 (공손히 받는다).. 파릉군 우리 오늘 대취해봅시다.허허허. 세사람, 술잔을 입에 털어넣는다. s#76. 자운아 기방 대문 앞(밤) 대문이 열리면 취하여 비틀걸음으로 나오는 파릉군과 윤임, 정윤겸, 그 뒤를 따르는 천서방. 사인교 꾼이 일어나 사인교를 맬 준비를 한다 자운아와 옥매향이 배웅한다. 파릉군 (자운아에게) 잘 있게. 덕분에 오랜만에 흥겨웠네. 자운아 (노리개를 건네주며) 받으시라요. 파릉군 이게 뭔가? 자운아 다음번에 다시 들르시라는 정표입네다. 꼭 다시 들려주시라요,대감. 파릉군 그래,그러세나...(옥매향 보고) 허허, 너도 잘있거라. 옥매향 (조아리며) 예,편히 가시라요. 파릉군 (자운아에게) 이 아일 잘 가르치게. 천하 명기의 자질을 타고 난 아일세. 옥매향 (얼굴이 발개진다)... 윤임 다음에 또 보세. 파릉군과 정윤겸, 윤임이 사인교가 세워진 쪽으로 걸어온다. 그 뒤를 따르는 천서방. 윤임 (파릉군에게) 댁이 파가저택 되셨으니 유하실곳이 마땅이 없으실터인데.. 파릉군 도성안에 내 한 몸 뉘일데 없을라고요? 정윤겸 이 사람 집으로 가시지요, 오늘밤 대감을 뫼시고 싶사옵니다. 파릉군 도총관께서요? 정윤겸 예, 대감. 윤임 그러시지요, 제 사인교를 타고 가시면 될겝니다. 파릉군 판부사는 어쩌시고요? 윤임 달과 벗하여 걸어가도 좋지 않겠사옵니까? 파릉군 허허, 이제보니 풍류남아 기질이 넘치시는구먼? 이 사람도 달빛에 젖어 보고 싶소이다. (정윤겸에게) 자 걸읍시다 파릉군과 정윤겸 걸어간다. 그 뒤를 따르는 정윤겸의 사인교와 천서방. 파릉군과 정윤겸이 가는 뒷모습을 보는 윤임. 윤임, 사인교에 올라탄다. 윤임 가자! 윤임의 사인교가 반대편으로 간다. 중치막을 입은 사내가 골목 한편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예사롭지 않은 눈빛으로 파릉군과 정윤겸, 그리고 윤임을 본다. s#77. 정윤겸 집 안채 부엌(밤) 난정모, 솥뚜겅을 닦고 있고 난정, 군불을 지피고 있는데 고개를 내미는 청지기. 청지기 난정아, 사랑채 손님께 자리끼를 내다 드리거라. 난정 예. 난정모, 물독에서 물을 퍼 쟁반에 놓인 대접에 따른다. 난정, 물대접 쟁반을 받아들고 나간다. 난정모 (청지기에게) 사랑에 누가 오시었소? 청지기 귀양 갔셨던 파릉군대감이 오셨다네. 임금님의 숙부되시는 분 말이야. 난정모 (놀라)...파..파.. 청지기 (의아하여) 왜 그러는가? 난정모 아,아니오...(급하게 부엌 밖으로 나간다) s#78. 동 사랑채 마당(밤) 난정모, 사랑채 쪽으로 달려가서 보면 난정, 이미 사랑채 방문 앞으로 올라서고 있다. 난정모 (멈춰서 불안하게 보는)...! s#79. 동 사랑채 방 안(밤) 파릉군, 자리에 앉아 책을 보는데 난정(E) 자리끼옵니다. 파릉군 (방문쪽 보며) 들어오너라. 난정, 다소곳하게 들어와 자리끼 대접을 내려놓는다. 파릉군, 대접을 들어 벌컥벌컥 들이킨다. 난정 (그 모습을 보는).... 파릉군 (대접 내려 놓으며) 마침 목이 타던 참이었는데 고맙구나. 난정, 빈 물대접을 쟁반에 올리는데 난정의 얼굴을 빤히 보는 파릉군. 난정 왜그러시옵니까? 파릉군 아니다..올해 몇 살이냐? 난정 열 살이옵니다. 파릉군 (보며)........열살...... 난정 (고개를 숙인다) 파릉군 (찬찬히 본다)... 난정 (더욱 수줍어 고개를 숙인다)... 파릉군 ..총명하게 생겼구나. 난정 (얼굴이 발개진다)... 파릉군 (미소)... 난정 편안히 주무시옵소서.. 파릉군 오냐,오냐. 난정, 일어나 조심스럽게 뒷걸음질로 나간다. 파릉군, 난정을 보다가 옷속에서 옥패를 꺼내 들여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파릉군(E) 계향이가 낳은 아이도 살아 있다면 저 애 만큼 컸을테지... s#80. 동 사랑채 방 밖(밤) 난정, 사랑채 대청을 내려오다 댓돌위의 파릉군의 신발을 본다. 난정, 파릉군의 신발을 들어 똑바로 놓는다. 안채쪽으로 가려다가 멈칫 서는 난정. 난정, 고개를 돌려 파릉군의 실루엣이 비추는 사랑채 방문 쪽을 휙 돌아보는데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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