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43
S#1 난정 초가 마당 (밤) 옥매향, 대문 안에 서 있다가 안채쪽으로 다가선다. 금이, 몸을 돌려방문 앞을 막듯이선 채 옥매향을 노려본다. 옥매향, 금이의 시선을 피하며 방안의 동정이 궁금한 듯 방 쪽을 힐끔 본다. S#2 동 난정 초가 방 안 (밤) 난정, 아랫목에 앉아있고 경빈이 그 앞에 서 있다. 난정 (조아리며) 존엄하오신 경빈마마를 앉아서 맞는 이년의 불경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무릎 걸음으로 자리를 내주며) 내려 앉으시지요. 경빈 (보료 위에 앉으며) 마음쓰지 말거라. 네가 중궁전에서 매를 맞고 혼절하여 업혀 나갔던 일은 내 들어 잘 알고 있느니라. 난정 ... 경빈 (다정한) 그래 몸은 좀 어떠하냐? 난정 마마께오서 바다와 같은 넓은 아량으로 이년의 불경을 용서해 주시옵고, 또한 미천한 것의 몸까지 걱정해 주시오니 황공할 따름이옵니다. 경빈 헌데 어인 연유로 중전마마께오서 그리도 모질게 종아리를 치셨단말이냐? 난정 이년이 중전마마께 회초리를 맞은 까닭은 경빈마마께오선 더 잘 알고 계실 줄로 아옵니다. 경빈 쯧쯧.. 내 처소로 발걸음 한번 한 것을 가지고 이리 매를 치시다니.. 중전마마께오서 모질고도 모지신 분이야. 난정 하오나 이년은 중전마마를 원망하지 않사옵니다. 경빈 (힐끗) 네가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더냐?! 난정 경빈마마께오선 금이가 중궁전에 들어서 다과상을 받고 중전마마와 담소를 나누었다면 어찌 하시겠사옵니까? 경빈 ..하긴, 그랬다면 내 금이의 혓바닥에 단근질을 했을 것이다. 난정 (미소) ..그것 보소서. 경빈 헌데 난정아, 네 어찌 내가 찾아 올 줄 짐작하고 있었더냐? 난정 중전마마께오서 참으로 회임을 하신 것인지 아니면 이년이 중궁전의 밀명을 받잡고 거짓 회임을 흘리는 것인지 알아 내시는 일이 경빈마마께는 촌각을 다투는 급한 일이 아니겠사옵니까? 경빈 ('여우 같은 것!') ..내 다시 한번 물으마. 난정 무엇이든 물어보시옵소서. 경빈 네 정녕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신 것으로 보느냐? 난정 이년, 천하를 꿰뚫어 보시는 경빈마마 안전에서 어찌 감히 한 입으로 두 말을 내 뱉겠사옵니까? 분명 그리 짐작하옵니다. 경빈헌데 말이다.. 헌데 네 말대로 중전께서 용종을 잉태하셨다면 어찌 그 사실을 숨기고 계시었더냐? 진즉 회임사실을 밝히시었다면 전하의 진노를 사시지 않으셨을 것 아니더냐? 난정 (빙긋) ..경빈마마께오선 중전마마를 너무 얕보시옵니다. 경빈 얕보다니? 내가?! 난정 중전마마께오선 무서운 분이시옵니다. 교태전에 앉으시자마자 경빈마마의 석고대죄를 받으신 분이 아니옵니까? 경빈 (쓴 미소) ..네가 그 일까지도 알고 있었더냐? 난정 황공하옵니다. 경빈 허면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숨기시는 연유가 무엇이더냐? 난정 이년은 중전마마께오서 경빈마마를 끌어들이기 위해 덫을 놓고 함정을 파신 것이라 알고 있사옵니다. 경빈 (흠짓) 뭬야?! 덫을 놓고 함정을 파?!.. 이럴 수가?! S#3 중궁전 복도 (밤) 오상궁, 급한 걸음으로 엄상궁쪽으로 다가와 선다. 오상궁 (엄상궁의 귀에다 뭐라고 소근거리면) ... 엄상궁 (흠짓) ...?!..(오상궁에게) 그게 정말인가? 오상궁 예, 틀림 없사옵니다. 엄상궁 (방 쪽에다) 중전마마, 급히 아뢸 말씀이 있사옵니다. 윤비E (방안에서) 들라. S#4 동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연상 앞에 앉아있는데 엄상궁이 문을 열고 들어와 조아린다. 윤비 (보며) 무슨 일인가? 엄상궁 마마, 경빈이 변복을 하고 금이를 앞세워 은밀히 궐 밖으로 나갔다고 하옵니다. 윤비 (의외로 담담하게 웃는)..호호호 .. 그래, 그랬을 것이야. 내 짐작하고 있었느니! 엄상궁 (오히려 놀란) 예에? 하오시면 마마께오선 아시고 계셨사옵니까? 윤비 사특한 간계로 조정의 충신들을 몰아낸 계집이, 무슨 짓인들 못하겠나? 엄상궁 중전마마, 내명부가 야심한 밤에 궐 밖 출입을 한 것은 용서받지 못할 대죄이옵니다. 당장 경빈의 처소로 발길을 하시어 경빈의 죄를 물으시옵소서. 윤비 엄상궁. 엄상궁 예. 윤비 경빈은 큰방 상궁까지 수족처럼 부리고 있네. 모르긴 몰라도 궐내의 궁인들이나 무예청, 별감들까지도 경빈의 손아귀에 쥐어 있을 걸세. 엄상궁 ...! 윤비 사정이 이러할진대 경빈이 제 스스로 토설하지 않는 한 궐 밖 출입을 한 것을 무엇으로 밝힐 수가 있겠나? 엄상궁 하오면 경빈의 방약무도한 짓거리를 이대로 두고만 보실 참이시옵니까? 윤비 (보일 듯 말듯한 미소) 기다려보게. 경빈이 아마 지금 쯤이면 제 스스로 판 함정에 제 발로 빠져 들고 있을 게야! 엄상궁 (영문 몰라)...예에? 함정이라닙쇼? 윤비 (보며) 엄상궁, 내가 한 말은 다 잊어버리게나. 엄상궁 ... S#5 난정 초가 방 안 (밤) 경빈, 심각한 표정으로 난정을 바라본다. 경빈 난정아, 네 지금 중전마마께오서 나를 끌어들일 덫을 놓고 함정을 파셨다고 하였느냐? 난정 모르고 계셨사옵니까? 중전마마께오선 마마께서 더 더욱 핍박을 가해 주시기를 바라고 계시옵니다. 경빈 ..더욱 핍박을 가해 주기를 바라신다? 난정 예, 궁지에 몰려 더 이상 물러서실 수 없는 폐서인의 벼랑 끝에 서시었을 때, 중전마마께오선 회임 하신 사실을 천명하실 것이옵니다. 경빈 ...! 난정 그리되면 어찌 되겠사옵니까? 전하와 대비전에서는 태도를 바꾸시어 용종을 잉태하오신 중전마마를 애지중지 하실 것이며 지금껏 중전마마를 핍박하고 음해하고 찍던 자들은 하루아침에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가 될 것이옵니다. 경빈 ...네 그 무슨 섬뜩한 말이냐?! 난정 게다가 만에 하나 중전마마께오서 덜컥 대군아기씨라도 생산하신다면 아무리 마마께오서 전하의 총애가 크신 총관후궁이라 하신들 목숨을 부지하시기 힘드실 것 이옵니다. 경빈 (인상이 굳는) ..음!! 그럴지도 모르지. 난정 (표정을 살피다가) 하오나 지금은 중전마마보다는 희빈마마를 견제해야 할 때라 생각하옵니다. 경빈 (휙-보며) 뭬야?! 희빈을?! 난정 이년은 조광조를 도모한 이번 거사의 배후에는 경빈마마께오서 계신 것으로 믿고 있사옵니다. 경빈 ... 난정 하오나 희빈마마의 아버님이오신 남양군대감께오서 이번 거사의 전면에 나서신 것을 보면 경빈마마께오서 남양군대감께 무슨 밀약을 하신 것으로 짐작은 하옵니다만... 경빈E (놀라는) ..허, 난정이 이 애가 참으로 무서운 아이로구먼! 경빈 (표정 변화없이) 밀약이라니? 네 지금 밀약이라 했느냐?! 난정 혹시 남양군대감께 금원군을 왕세자로 책봉시키는데 힘을 보태겠다는 그런 약조 말씀이옵니다! 경빈 듣자듣자 하니 네가 큰 일 낼 소리를 하는구나! 난정 마마, 지금은 중궁전과 맞서실 때가 아니옵니다. 그것보다는 희빈마마의 기세를 꺾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라 생각하옵니다. 경빈 ..희빈의 기세를 꺾으라?! 난정 그래야지요, 마마께오서 중궁전에만 눈길을 돌리시고 계시다가 때를 놓치시면 희빈마마께오서 어부지리를 하실지도 모르옵니다. 경빈 (흠짓) 뭬야? 어부지리?! S#6 희빈 처소 외경 (밤) 대전내관과 김상궁이 지켜서 있고 향이의 모습도 보인다. 금원,봉성군E 아바마마, 옥체 강녕 하시옵니까? S#7 동 희빈 처소 방 안 (밤) 중종, 상석에 앉아있고 그 옆에 희빈이 앉아있다. 금원군과 봉성군이 중종에게 큰 절을 올리고 앉는다. 중종 (금원군과 봉성군을 다정하게 보며) 오냐, 너희들도 무탈하였느냐? 금원,봉성군 예, 아바마마. 희빈 전하, 망극하옵니다. 신첩 오늘 밤 전하께오서 납시올지 모르고 왕자들과 늦게까지 담소를 나누고 있었사옵니다. 중종 아니오, 과인이 오랜만에 금원군과 봉성군을 보니 마음이 든든하구려. 희빈 (숙이며 쌩끗) ... 중종 금원군은 요즘 무슨 공부를 하고 있느냐? 금원군 소자, 시전을 배우고 있사옵니다. 중종 오 그래, 시전을? 내 금원군의 문재가 출중하다고 들었느니.. 언제고 이 애비 앞에서 시전을 강해 보도록 하여라. 금원군 황공하옵니다. 희빈 (금원, 봉성군에게) 전하께오서 곤하실 터이니 이만들 물러가도록 하세요. 금원,봉성군 예. (중종에게 조아리며) 아바마마 침수 편안히 드시옵소서. (방문 밖으로 나간다) 중종 (대견하게 보는)..희빈께서 왕자들 훈육을 아주 잘 하시었구려. 희빈 황공하옵니다. 주안상이 마련되는 동안 신첩이 다리를 쳐드리겠사옵니다. 편히 누우시옵소서. 중종 그리 하십시다. 중종, 보료에 길게 누우면 희빈, 중종의 다리를 주무르며 쌩끗 웃는다. S#8 난정 초가 방 안 (밤) 경빈, 뭔가 생각에 잠긴 채 앉아있다. 경빈E ..희빈이 어부지리를 한다..? 난정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경빈 (깨어나며) 오냐, 내 오늘밤 네가 한 말들을 머릿 속에 잘 담아두도록 하마. 금이E (방밖에서) 마마, 차를 들일깝쇼? 난정 마마, 일어나시기 전에 차라도 드시지요. 경빈 ..그러자구나. 난정 (방 밖에다) 들이랍신다. S#9 동 초가 방문 밖 (밤) 금이 앞에 옥매향이 차소반을 들고 서있다. 금이 (옥매향을 보고) 이리 내거라. 옥매향 (미소) 아니옵네다. 니년 손으로 딕뎝 올리고 싶습네다. 금이 ..뭐야?! 옥매향, 차소반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S#10 동 초가 방 안 (밤) 옥매향, 경빈 앞에 놓인 찻잔에 다소곳하게 차를 따른다. 옥매향 (찻잔을 받치며 미소) 마마, 드시옵소서. 경빈 (찻잔 받으며 옥매향을 보고) ..네 미색이 참으로 곱구나. 옥매향 (수줍은) 니년 부끄러워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네다. 난정 (눈짓하며) ..매향아.. 옥매향 (보고) 기래.. 기럼 니년 물러가옵네다. (경빈에게 조아리고 방 밖으로 나간다) 경빈 경국지색 (傾國之色)이란 말이 있느니.. 저 아일 두고 일컫는 말일 게야. 난정 매향이의 미색이 빼어나다고는 하오나 일개 노류장화 기생이옵지요. 천하를 손아귀에 쥐고 계신 경빈마마의 출중한 미색에 어찌 견주겠사옵니까? 경빈 (싫지 않은) ..호호, 네가 단소리도 다 할 줄 아는구나? 난정 (미소) .. 경빈 저 매향이란 아이나, 난정이 너나 한이 많겠구나. 난정 예에? 경빈 둘 다 세상을 쥐고 흔들만한 미색과 총기를 지녔거늘 천한 신분에 옭매여 움크리고 살자니 이 세상에 대해 한도 많고 원망도 얼마나 크겠느냐?! 난정 (흠짓) ...! 경빈 나 역시도 그랬느니..상주땅 촌고을에서 무지렁이 홀아비 밑에서 자라던 시절엔 세상 원망을 많이 했다! 난정 ... 경빈 난정아, 너를 보면 입궐하기 전의 내 모습을보는 듯 하구나. 난정 (당황하여) 마마, 아니되시옵니다. 어찌 이년 같이 천한 것에다 비하시옵니까? 경빈 참말이란다. 난정 황공하옵니다. 경빈 ... 난정 마마, 이년은 세상을 원망하지 않사옵니다. 경빈 뭐라? 난정 이년같은 천것이 아무리 몸부림쳐 본들 세상이 까딱이나 하겠사옵니까? 그럴 바에는 이년이 세상에 맞춰 살아가야지요. 경빈 허면 넌 세상에 아무런 욕심이 없단 말이더냐? 난정 사람이 살면서 타고난 팔자는 세 번 바뀌는 것이라 들었사옵니다. 이년, 중 전마마와 인연을 맺고 중궁전에 출입을 하게 된 것이 첫 번째로 팔자를 바꾼 것이옵고, 경빈마마를 이리 지척에서 뵈옵는 것이 두 번째 기회가 될지는 이년의 우둔한 머리로 좀 더 생각을 해봐야 되겠사옵니다. 경빈 난정아, 네 정녕 중궁전에 등을 돌리고 내게로 올 마음이 없느냐? 난정 (미소) 중전마마와 경빈마마, 두 분 모두 이년이 받들어 뫼실 만한 분들이옵니다. 하오나! 경빈 허나?! 난정 일전에 말씀 올렸듯이 이년은 평생의 소원을 풀어주시는 분께 머리와 몸뚱이를 다 바칠 것이옵니다. 경빈 (보다가) 오냐, 내 깊이 네 일을 생각해 보겠다. 내 오늘은 이만 일어서야겠구나! (일어선다) 난정 (앉은 채 조아리며) 마마, 어두운 길, 살펴서 돌아가시옵소서. 경빈 (난정 앞에 묵직한 비단 염낭을 툭 던지는) .. 난정 (보며)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경빈 은자 몇 냥 넣었느니라. 난정 (굳는) 마마, 이년의 마음을 이깟 재물 몇 푼으로 사실 것이라 생각하시옵니까? 경빈 (빙긋) 그럴 리가 있겠느냐? 매를 치거나 수만금을 준대도 네가 마음을 돌리지 않을 것이란 것쯤 내 어찌 모르겠느냐? 난정 ...! 경빈 (야릇한 미소) 내 인정으로 주는 것이니 약값에 보태던 용채로 쓰건 네 마음대로 하거라. 허면 나중에 또 보자꾸나. (방 밖으로 나간다) 난정 (염낭을 주워들고 보는) ...! S#11 난정 초가 대문 앞 (밤) 금이가 옆에 선 채 경빈을 태운 가마가 떠난다. 옥매향, 떠나는 가마 뒤에다 깊숙하게 허리를 굽힌다. 옥매향 살펴 가시라요. 옥매향, 재빨리 대문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S#12 동 난정 초가 방 안 (밤) 난정, 비단 염낭을 보며 앉아 있는데 옥매향,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옥매향 (옆에 앉으며) 난뎡아, 뎌분이 경빈마마 맞디? 난정 그래.. 나는 새도 떨어뜨리신다는 경빈마마셔. 옥매향 이야, 내레 가까이서 뵈니까네 턈으로 기품이 념텨 흐르시두만.. 우리같은 텬 것은 감히 곁에 앉디두 못할 분 같았어. 난정 그래봤자, 일개 후궁이지. 우리로 치면 첩년이고! 옥매향 뭐이? 난뎡아 고거이 무슨 불경스런 말이네? 난정 중전마마께오선 감히 후궁 따위가 범접하지 못하실 말큼 지엄하신 분이야. 옥매향 (끄덕) 기거야 그렇켔디. 기런데 듕뎐마마하고 경빈마마하고는 견원디간이시라는데 뎌분이 널 어케 탸댜 오신 거이네? 난정 ...매향아.. 옥매향 와? 난정 ..이건 동무로써 말하는 건데.. 옥매향 뜸들이디 말고 말해 보라우. 난정 ..난 니가 조정일에는 관심을 안 가졌으면 좋겠다. 옥매향 고거이 무슨 말이네? 난정 (침울한) 내가 널 괜한 일에 끌어들인 거 같아서 마음이 편치가 않아. 옥매향 에미나이래, 기런 소리 말라우, 우린 피를 나눈 동기간 보담두 더틴한 동무 아니네? 난정 (옥매향의 손을 쥐며 고맙고 미안한 느낌) ..!! 옥매향 ...?! S#13 달 (INSERT) S#14 중궁전 뒤편 난간 (밤) 윤비, 혼자생각에 잠겨 걸어와 하늘을 바라본다. 윤비E 난정이가 비록 나를 위해 고육책까지 썼다고는 하나.. 내 정녕 그 애를 믿을 수 있을까? 난정이의 총명함 속에 독이 들어있다면 내가 뒷통수를 맞을 수도 있음이야.. 내가.. (흠짓 어딘가를 돌아본다) ..! S#15 동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당의로 갈아입고 머리 매무새를 만지고 있다. 금이, 변복을 가지런하게 챙기고 있다. 경빈 금아, 애썼느니라. 나가서 쉬거라. 금이 (걱정스럽게) 마마, 난정이를 참말로 믿으시는 것이옵니까? 경빈 금아, 세상에 두발로 걷는 짐승처럼 간살스러운 것이 또 어디 있겠느냐? 내 사람의 말이나 마음을 믿었다면 어찌 이때 껏 살아남아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겠누? 금이 예에? 하오시면.. 경빈 내가 도총관 정윤겸의 숨통을 틀어쥐고 있는 한 난정이는 내 앞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음이야. 이것이 천지간에 조화인 게야. 호호호. 금이 (섬뜩하다) ...! S#16 정윤겸 집 외경 (낮) 대문 밖에 (이장곤의) 교꾼들과 사인교가 서있다. 정윤겸E 대감께오서 이 누추한 곳까지 어인 발걸음 이시옵니까? S#17 동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윤겸과 이장곤이 마주앉아 있다. 이장곤 이사람, 도총관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러 왔소이다. 정윤겸 고맙다니요? 이장곤 이번 조광조 옥사에서 대감께서 도총부군사를 동원하시지 않은 일은 참으로 현명하신 처사셨소이다. 정윤겸 현명한 것이 아니라 우매하기 짝이 없었소이다! 안그래도 이 사람 소임을 다하지 못하였으니 전하께 사직을 청하고 낙향할 것이옵니다. 이장곤 예에, 대감께서 본분을 지키신 일을 가지고 사직까지 청하시다니요?! 정윤겸 신하된 자가 군주의 심중을 읽지를 못하였으니 큰 불충을 저지른 것이 아니오이까?! 이장곤 ...! S#18 동 정윤겸 대문 안 마당 배서방이 대문을 열어주면 대문 안으로 들어오는 정렴. 정렴 사랑채에 손님이 들어계신가? 배서방 우찬성대감께오서 오셨사옵니다. 정렴 (사랑채 보며 갸웃) 우찬성대감께오서?.. (걸어가다가) 옥련인? 배서방 양평댁하고 장엘 가셨는 뎁쇼. 정렴 뭐야? 아버님께오서 낙향을 하실지도 모르는 판에 장구경을 갔어? S#19 어느 정자 위 박희량, 고개를 숙인 채 갈등하는 표정이다. 박희량 (뭔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치켜드는데) ...! 옥련E (등 뒤에서) 도련님! 박희량, 돌아보면 옥련, 정자 쪽으로 뛰어온다. 저편에 양평댁이 망을 봐주듯이 서있다. 박희량 옥련낭자. 옥련 (얼굴 보고 놀라) 도련님, 몰골이 어찌 이리 처참히 상하셨사옵니까? (눈물 글썽) 금부 옥사에 갇히셨다더니.. 얼마나 고생을 하셨길래... 박희량 낭자, 이사람은 괜찮소. 허니 눈물을 거두시오. 옥련 (저고리 고름으로 눈물을 찍어내는데) .. 박희량 낭자, 이 사람을 믿어주시겠소? 옥련 예에? 그 무슨 말씀이시온지..? 박희량 이 사람이 세상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을 만한 일을한다 해도 그것은 오직 낭자를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한 일이란 것을 믿어주겠소? 옥련 예, 소녀, 도련님을 믿사옵니다. 박희량 (두 손을 맞쥐며) 고맙소, 고맙소.. S#20 편전 외경 김안로와 윤임이 비장한 얼굴로 편전 계단을 오르고 있다. S#21 동 편전 방 안 중종, 상소문을 읽고 있고 윗목에 김승지가 앉아 있다. 해설NA 중종은 친위 쿠테타로 조광조를 숙청했지만 숙청의 명분도 약했고, 쿠테타 세력 또한 조정의 정계 개편을 통해서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할 만한 정치력을 갖추지도 못했기에 중종은 연일 조광조를 사면하라는 상소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 중종 (한숨을 내쉰다) ...! 대전내관E (방 밖에서) 전하, 판부사와 이조참판 들었사옵니다. 중종 (상소를 접으며) 어서 뫼시어라. S#22 동 편전 복도 윤임과 김안로가 서있다. 대전내관 (조아리며) 드시지요. S#23 동 편전 방 안 방문이 열리면 윤임과 김안로가 중종에게 곡배를 하고 앉는다. 중종 두 분께서 마침 잘 찾아주시었소. 윤임 전하께오서 조정암을 내치신 일로 심기가 불편하다고 들었사옵니다. 전하, 이제 조광조의 일은 덮어두시옵고 조정이 한 뜻으로 뭉쳐 백성들의 민생을 돌보심이 가할 줄로 사료 되옵니다. 중종 과인도 그러고 싶소, 허나 아직도 삼사에서는 조정암을 사면하라는 상소를 올려 과인의 발목을 붙잡고 있구려. 김안로 전하께오서 용단을 내리시어 조광조의 구명을 간하는 자들을 엄단하시오면 조정의 분란도 가라앉을 것이라 사료 되옵니다. 중종 (의외라는 듯 보며) 평소 조광조를 두둔하셨던 두 분께서 어찌 마음을 돌리시었소? 김안로 한번 엎질러진 물을 어찌 다시 퍼담을 수 있겠사옵니까? 중종 조광조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윤임 그러하옵니다! 지나간 일에 연연하시오면 크고 크신 위엄을 잃게 되시옵니다. 중종 허나 명분이 없어요, 명분이... 김안로 군주의 어명보다 더 큰 명분이 어디 있겠사옵니까? 전하께오서 용단을 내리시오면 신들 목숨을 내걸고 전하의 명을 따를 것이옵니다! 중종 두 분의 뜻은 고맙구려..과인이 좀 더 상량해 본 연후에 용단을 내리리다. 허니 경들은 과인의 지근에 계셔 주구려. 윤임,김안로 ...! S#24 대궐 일각 홍경주, 걸어오는데 남곤이 맞은편에서 급하게 온다. 남곤 (다가서며) 남양군대감, 지금 편전에 판부사와 이조참판이 들어있다지요? 홍경주 염려하실게 무어요?! 판부사와 이조참판이 우리에게 보탬이 되어줄 주청을 드릴 것이외다. 남곤 허나 그 두사람은 평소에 우리와는 뜻이 다르지 않았사옵니까? 홍경주 허허, 정치란 힘이 있는 쪽으로 저울추가 기울게 마련 아니겠소이까? 그 분들도 살 길을 찾기 위해선 우리와 손을 잡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거외다. 남곤 (뭔가 불안한) ..음! 홍경주 그것보다 유생들은 어찌되었소? 남곤 (낮게) 곧 입궐할 것이옵니다. 윤원형 (저만치서 급히 오며) 좌찬성대감! 좌찬성대감! (다가서며) 어찌 걸음이 그리 빠르시옵니까? 남곤 어허, 이사람 아주 찰거머리로구먼! 윤원형 아니, 찰거머리라니요?! 홍경주 (윤원형 보고) 이 젊은이는 승후관 아니오이까? 윤원형 예, 남양군대감. 그간 기체 대안 하셨사옵니까? 홍경주 헌데 이자가 어찌 좌찬성대감의 뒤를 따르는 게요? 남곤 그게.. 저.. 윤원형 시생, 좌찬성대감께 정치를 배우고 있사옵니다. 홍경주 정치?! 윤원형 예. 외척으로 처신하는 방도서부터 조정의 큰 격변에도 살아남는 법을 배우려고 이리 좌찬성대감을 뒤따르고 있사옵니다. 홍경주 그래요? 허허! 한 어미 자식도 오롱이 조롱이라 하거늘, 어찌 자네 형제는 한치도 다르지 않은가? 윤원형 (영문 몰라) 예에? 대감께오서 시생의 형을 알고 계시었사옵니까?! 홍경주 암, 알다마다! 자네와 똑 판박일세 판박이야! 허허. (웃으며 어디론가 걸어간다) 남곤 (찌푸리며) 허어, 이거 자네 때문에 망신살만 뻗쳤네. 내 뒤만 졸졸 쫓지 말고 이왕 입궐했으니 중전마마께 문후라도 여쭙게나. 윤원형 예, 그리합죠. 남곤 에잉! (못마땅한 표정으로 어디론가 간다) 윤원형 (남곤의 뒷모습을 보며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는) 내 안그래도 중전마마를 뵈올려고 했느니! (몸을 돌려 어디론가 간다) S#25 중궁전 앞 마당 윤원형, 중궁전 계단을 올라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엄상궁E 중전마마, 승후관 드셨사옵니다. 윤비E 뫼시어라. S#26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윤원형이 앉아있다. 윤비 (엄한투) 오라버니, 중궁 전엔 어인 일로 드셨습니까? 윤원형 마마, 오늘은 좌찬성 대감의 허락을 받고 문후를 들어왔사오니 남의 눈을 꺼릴 것이 없사옵니다. 윤비 좌찬성의 허락이라니요? 윤원형 (머쓱한 웃음) 시생이 좌찬성에게 정치를 배우고 있사옵니다. 윤비 (찌푸리는) ..좌찬성이라면 경빈의 주구노릇을 하는 신료 아닙니까? 윤원형 예, 하오나 호랑이 새끼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 가라는 옛말도 있지 않사옵니까? 윤비 (엄하게 보며) 오라버니, 그리하시라고 난정이가 일러 주었습니까? 윤원형 (당황) ..하, 하오나 시생 생각에는 난정이 말에도 일리가 있는 듯 하옵니다. 윤비 (버럭) 난정이를 상종하지 말라는 이 사람의 당부를 잊으셨습니까?! 윤원형 시생은 도통 영문을 모르겠사옵니다. 그리도 난정이를 괴이시던 마마께오서 어찌 이리 돌변하신 것이온지.. 윤비 오라버니, 일전에 난정이가 이사람이나 오라버니에게 약으로 쓰일지 독으로 쓰일지 모른다고 드린 말씀이 기억나십니까? 윤원형 예. 윤비 헌데 오라버니께오선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난정이를 어찌 그리 믿으시는 것입니까? 난정이가 이사람이나 오라버니를 배신하지 않는다고 어찌 확신 하시느냐 이 말씀입니다! 윤원형 (할 말이 없는) ...그거야..저.. 윤비 ('윤원형에게 확신을 얻고 싶은 속내로'..똑바로 보는) ... 윤원형 (윤비의 눈빛을 피하다가 보며) 하오나 시생은 난정이를 믿사옵니다! 윤비 허면 오라버니께오선 이사람의 명을 어기고 앞으로도 난정이와 상종을 할 것이라 이 말씀이십니까? 윤원형 마마, 시생 비록 글공부 깨치는 머리는 우둔하오나 계집 보는 눈은 트였다고 자부하옵니다. 시생이 보기에 난정이는 마마의 믿음을 저버릴 아이가 아니옵니다. 윤비 오라버니, 그 말씀에 책임을 지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윤원형 (결연하게) 예! 만에 하나 난정이가 마마께 등을 돌리는 일이 있다면 시생의 손으로 난정이를 요절 낼 것이옵니다! 윤비 ...! 윤원형 (진지하게 보는) ...! 윤비 허면 오라버니께서 난정일 소실로 들이세요. 윤원형 (화들짝 놀라) 예에? 하오시면 시생이 난정이를 소실로 맞아들이는 것을 윤허해 주시는 것이옵니까? 윤비 (미소) 어차피 핏줄이 아닌 바에야 살이라도 섞어 부부의 연이라도 맺어 두어야 난정이가 다른 마음을 먹지 못할 게 아닙니까? 윤원형 (조아리며) 고맙사옵니다, 고맙사옵니다! 마마. 윤비 (연상서랍에서 호리병을 꺼내 건네주며) 이 약을 난정이에게 전해 주세요. 윤원형 황감하옵니다. S#27 희빈 처소 외경 향이, 방쪽에서 나와 마당으로 내려서는 모습 위로 홍경주E (방 안에서 당혹한) 지, 지금 뭐, 뭐라 하시었사옵니까?! 회임이라니요?! 향이 (방쪽을 돌아보며) ...! S#28 희빈 처소 방 안 홍경주, 앞에 앉은 희빈을 깜짝 놀란 얼굴로 바라본다. 홍경주 중전마마께오서 참으로 회임을 하셨단 말씀이옵니까?! 희빈 (낮게) 지금 궐내에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셨다는 소문이 은밀히 떠돌고 있사옵니다. 홍경주 (심각한) 하오나 전하께오서 중궁전에 침수를 드신지가 두달도 넘었다고 하시지 않았사옵니까? 희빈 이사람은 분명 그리 알고 있사옵니다. 홍경주 (저으며) 헌데 회임이라니 당치도 않으시옵니다! 마마, 하늘을 봐야 별을 따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또한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었다면 이제껏 숨기고 계실리 만무하지 않사옵니까?! 희빈 (불안한) 그럴까요? 홍경주 (자신감) 괜한 뜬 소문일 것이옵니다, 에비를 믿으시옵소서! 희빈 ...허나 차후에라도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어 덜컥 대군아기씨라도 생산하시온다면..? 홍경주 마마, 중궁전은 더 이상 염려하시지 않으시어도 좋을 듯 싶사옵니다. 희빈 염려하지 말라니요? 아버님, 중전마마께오선 그리 호락호락하신 분이 아니십니다. 홍경주 중전마마께오서 위엄과 반듯함을 갖추셨다고는 하오나 그 오라비 들의 꼬락서니들을 보아하니 마음을 놓으셔도 괜찮으실 것이옵니다. 희빈 여우같은 경빈은 어쩌구요? 우리 금원군이 원자를 젖힌다 해도 전하의 장자이신 복성군이 있지 않사옵니까? 홍경주 마마, 이 늙은이가 이번 거사과정에서 밀약을 받은 것이 있사오니 심려 거두시옵소서. 희빈 밀약이요? 홍경주 예. 믿으시옵소서! 헌데 전하께오선 처소에 자주 발걸음을 하시옵니까? 희빈 (밝아지며) 어제도 침수 드시기 전에 금원군과 봉성군의 문후를 받고 대견해 하셨사옵니다. 홍경주 (함밖웃음) 그래요?! 허면 됐사옵니다. 금원군께오서 왕세자에 책봉 되시는 것은 떼어놓은 당상 이옵니다. 허허허. 희빈 (미소 쌩끗) ...! S#29 경빈 처소 외경 경빈, 앞에 앉은 김상궁을 보고 짜증스럽게 말한다. 경빈 뭬야?! 허면 어젯밤 전하께오서 금원군과 봉성군의 문후인사를 받으셨단 말인가?! 김상궁 (난처한) 예, 쇠인 어젯밤 경빈마마의 분부대로 전하를 희빈처소에 납시도록 하였사온데 두 분 왕자께오서 희빈과 함께 있으셨사옵니다. 경빈 (어금니를 물며)..희빈이 제법 꼼수가 늘었구먼. 흥! (김상궁 보며) 김상궁! 김상궁 예, 마마. 경빈 오늘 이후로 전하께오서 희빈의 처소에 발걸음을 하시어서는 아니될 것이야. 내 말을 명심하게나! 김상궁 예,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 경빈 이만 물러 가게나. 김상궁 예. (조아리고 방 밖으로 나간다) 경빈 (묘한 미소) 암! 내 희빈 따위가 어부지리를 하게 내버려 둘수는 없고 말고! S#30 난정 초가 마당 윤원형,관복을 입은 채 환하게 웃으며 대문 안으로 뛰어 들어온다. 윤원형 (방 쪽으로 가며) 난정아- 네 방에 있으렸다?! (방안으로 들어간다) S#31 동 난정 초가 방 안 난정, 보고 있던 비단염낭을 치우는데 윤원형, 방문을 급하게 열고 들어와 금방이라도 환호작약이라도 할 듯한 얼굴로 앉아있는 난정을 내려다본다. 윤원형 난정아, 드디어, 드디어... 난정 (영문 몰라 빤히 올려다 보는) ..? 윤원형 드디어 중전마마께오서 윤허를 내려주셨다! 하하하. 난정 윤허라니요?.. 무슨? 윤원형 (바짝 앉으며) 무슨 윤허라니?! 너하고 신방을 차려도 좋다는 말씀이 계셨느니라! 난정 예에? 하오면... 윤원형 그래, 마마께오서 너를 소실로 맞아들여도 좋다고 명하셨느니라! 난정 (굳는) ...! 윤원형 하하, 고진감래라! 기다리던 보람이 있어 이제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되었구나! 으하하. 난정 ('서러운' 눈물이 핑돈다) ... 윤원형 (글썽거리는 난정을 보고) 네 감격하여 눈물이 나는 게로구나. 오냐, 오냐 오늘은 내 넓은 가슴에 안겨 실컷 울어 보거라. 난정 (착 가라앉은) 나으리.. 이년 혼자 있고 싶사옵니다. 윤원형 뭐라?.. (표정 살피며) 난정아 네 왜 그러느냐? 난정 이년 너무도 서러워 견딜수가 없사옵니다. 윤원형 서럽다니? 오늘에야 원을 풀었는데 서럽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난정 나으리, 아무 것도 묻지 마시고 오늘은 이년 혼자 내버려 두실 순 없겠사옵니까? 윤원형 (영문 몰라) ...?! S#32 난정 초가 대문 밖 길 윤원형, 앞에 서서 걷고 있고 그 뒤를 임서방과 사인교가 따른다. 윤원형E 어허,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로세. 기뻐서 방구들 무너지도록 길길이 뛰지는 못할망정, 서럽다? 윤원형, 갸웃하며 난정 초가쪽을 돌아보고는 간다. S#33 동 난정 초가 방 안 난정의 손에 윤비가 윤원형에게 건네준 호리병이 들려 있다. 난정, 호리병을 감싸쥐고 서러운 눈물을 줄줄 흘린다. 난정 ...! S#34 편전 외경 S#35 동 편전 방 안 중종, 한손으로 이마를 받치고 눈을 감고 있는데 유생들E (합문 밖에서 멀리) 전하, 조광조를 사사하시옵소서- 중종 (놀라 눈을 번쩍 뜨며)..밖에 대전내관 있느냐? 대전내관E (방문 밖에서) 예. 대전내관 (방문이 열리면 당혹스런 표정으로 들어오는) 전하,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과인이 지금 꿈결에 환청을 들은 것이더냐?! 유생들E (합문 밖에서) 전하-조광조를 사사하시옵소서- 중종 (당황하여) ..당장 나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도록 하라! 대전내관 예. (방 밖으로 나간다) 중종 ...! S#36 동 편전 밖 복도 대전내관, 밖으로 걸음을 하려는데 김승지가 허겁지겁 뛰어들어온다. 김승지 (대전내관에게) 전하께 어서 아뢰어 주시게! 대전내관 예. (방쪽에다) 전하, 김승지 들었사옵니다. 중종E (방안에서) 어서들라. S#37 동 편전 방 안 김승지, 급하게 들어와 조아린다. 김승지 전하, 유생들이 합문 밖에서 연좌를 하고 있사옵니다. 중종 뭣이라?! 허면 유생들이 또 궐내에 난입하여 조광조의 구명을 청하고 있단 말인가?! 김승지 아니옵니다, 전하. 이번엔 조광조를 사사하라는 주청을 올리고 있사옵니다. 중종 (놀라는) 뭐라? 유생들이 조광조를 사사하라고 청하고 있다하였는가?! 김승지 예. 중종 (생각하다가) ..당장 조정신료들을 편전으로 불러 들이도록 하라! 김승지 예, 전하! (급하게 방 밖으로 나간다) 중종 ..조광조를 사사하라..?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다 눈을 뜨며) ..사사하라?! S#38 강녕전 합문 밖 갓과 도포차림의 선비들과 유생들이 대오를 지어 연좌하고 있다. 주변에는 내금위 군사들이 호위하듯 서있다. (*관제 데모의 느낌) 박희량, 유생들의 맨 앞에 앉아 피를 토하듯 외치고 있다. 박희량 전하, 군주를 기망하고 종사를 위태롭게한 조광조를 사사하시옵소서! 유생들 조광조를 사사하시옵소서! 박희량 조광조를 두호하고 있는 사특한 주초의 무리들을 내치시옵소서! 유생들 주초의 무리들을 내치시옵소서! 박희량, 배신한 자의 격앙된 감정이 되어 거의 울부짖는 선창을 한다. S#39 근처 일각 김안로와 윤임이 박희량과 유생들이 연좌하여 외치는 모습을 착잡하게 보고 섰다. 김안로 ..드디어 시작된 듯 싶사옵니다. 윤임 음!.. 애꿎은 목숨들이 달아나게 생겼소이다. 김안로 이만 퇴궐 하시지요.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우리 손으로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건져야지요! 윤임 (한숨) ..그러십시다. 김안로와 윤임, 돌아서 간다. S#40 빈청 안 홍경주, 남곤, 심정, 고형산(*), 홍숙(*), 성운(*), 방유령(*), 손주(*)가뭔가를 기다리고 앉아있다. (*김전은 없다) 김승지 (빈청안으로 들어오며) 전하께오서 편전으로 듭시라 명하셨사옵니다. 홍경주 (벌떡 일어서며) 가십시다. 의정부 정승들께오서 입궐하시기 전에 이번 일을 마무리 하십시다. 남곤 예. 남양군대감께오서 앞장 서시지요! 홍경주를 필두로 김승지, 그리고 신료들이 웅성거리며 일어나 나간다. 남곤 (뒤에 쳐진 채심정의 귀에 대고) 화천군께서는 경빈마마께 급히 걸음을 해보시구려. 심정 (끄덕) 예, 그리하지요. 남곤과 심정도 빈청 밖으로 나간다. S#41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조상궁이 앉아있다. 자순대비 뭐라, 유생들이 궐내로 난입해 조정암의 사사를 요청하고 있단 말이더냐?! 조상궁 예. 마마. 자순대비 (어이없고)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조광조를 영수로 떠받들던 유생들이 어찌 손바닥뒤집듯 이리 쉽게 돌아설수 있단 말인가? 허어, 알 수 없는 일이로고! S#42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창빈이 앉아있다. 한편에서는 엄상궁과 오상궁이 간편하게 차려진 소반위에 놓인 전복쌈을 덜어내어 기미를 보고 있다. 윤비 (혼자말 처럼) 필시, 누군가가 유생들을 뒤에서 부추키고 사주한 것일테지. 창빈 예에? 도학을 공부하는 유생들이 누군가 사주를 한다고 해서 부화뇌동 하다니요? 신첩 믿어지지가 않사옵니다. 윤비 (씁쓸한 미소) 허니 저들이 가짜 선비인 게요. 창빈 ...! 윤비 가짜 선비들이 청고한 선비들을 축출하고 조정에 출사를 할 터이니.. 장차 전하께오서 어찌 어진 정사를 돌보실지 참으로 걱정이구려. 창빈 ... 엄상궁 (소반을 앞에 놓으며) 중전마마, 기미를 보았사오니 젓수시옵소서. 윤비 창빈, 드십시다. 내 요즘 입맛이 없어 별미로 전복쌈을 마련하라 일렀소. 창빈 마마께오서 먼저 젓수시지요. 윤비 (저를 들어 전복쌈 하나를 입에 넣으려다가 찡그리며) 엄상궁, 전복향이 어찌 역한가? 상한 전복을 내온 것이 아닌가?! 엄상궁 (놀라) 역하다닙쇼? 쇠인이 기미를 보았을 때 괜찮았사온데.. 창빈 (전복쌈의 냄새를 맡으며) 신첩도 전복향 같사옵니다. 윤비 (저를 탁 놓으며) 어서 물리게! 엄상궁 예. (오상궁을 보고) 물리랍시네. 오상궁 (소반을 챙겨 들고 나간다) .. 엄상궁 (윤비에게) 마마, 새로 전복쌈을 들이라 이르겠사옵니다. 윤비 아닐세, 비위가 상해 더는 먹고 싶지가 않으니 차나 다려오게. 엄상궁 예.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창빈, 차나 한잔 드십시다. 창빈 예.. (문득 중전을 보며 '혹시 회임?!') ...?! S#43 경빈 처소 방 안 심정이 경빈 옆에 바짝 붙어 귓속말을 해댄다. 경빈의 인상이 환하게 펴진다. S#44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홍경주와 남곤, 고형산(*), 홍숙(*), 성운(*), 방유령(*), 손주 (*), 그리고 윗목에 김승지가 앉아있다. 남곤 전하, 지금 유생들조차 붕당을 지어 전하를 기망하고 조정을 혼탁에 빠뜨린 조광조의 본색을 깨닫고 전하께 충정어린 주청을 드리고 있사옵니다. 부디 젊은 유생들의 충정을 받아들이시어 조광조를 사사하시는 것이 가한 줄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음! 홍경주 전하, 조정에는 조광조를 두호하는 주초의 무리가 많사옵니다. 그들은 현량과에 뿌리를 두고 있사옵니 현량과부터 혁파하시어 조정의 기강을 바로 세우시옵소서! 중종 과인이 의정부 신료들과 논의를 더 해봐야겠소. 남곤 전하, 의정부 신료 중에도 주초의 무리가 있사옵니다. 중종 뭐요? 좌찬성 지금 뭐라하시었소? 남곤 전하, 좌의정 안당은 애초에 조광조를 천거한 자이옵고 현량과를 실시하는데 크게 역할을 한 자이옵니다. 뿐만 아니오라 안당의 세 아들 모두 현량과로 등과를 하였사온데 그런 자가 어찌 좌의정의 자리에 있을 수 있겠사옵니까? 홍경주 또한 우찬성겸 병조판서 이장곤은 금부당상의 몸으로 조광조를 문초할 당시 죄인이 자를 부르며 희롱하는 것을 오랜 친구사이라는 이유로 묵인하여 전하의 위엄에 먹칠을 한 자이옵니다. 전하, 주초의 두 수괴인 안당과 이장곤을 지금 내치시지 않으시오면 주초의 무리의 준동으로 조정이 위태롭게 될 것이옵니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일동 (일제히 조아리며)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괴롭다) ...! S#45 자운아 기방 안채 마당 자운아, 부엌에서 술병 몇 개가 놓인 소반을 들고 안방쪽으로 걸어간다. 옥매향, 외출복 차림으로 아랫방안에서 나온다. 자운아 (옥매향 보고) 에미나이래, 뇨듐 어딜 길케 쏘다니는 거이네?! 옥매향 오마니, 내레 난뎡이하고 국사당 굿구경 가기로 했시요. 둄 늦을디도 모르니끼니 기다리디 마시라요! 기럼 다녀오갔시오! (대문쪽으로 쪼르르 나가버린다) 자운아 (어이없어) 뎌 뎌, 에미나이래?! 심퉁 (부엌쪽에서 얼굴을 쏙 내밀고 본다) .. 자운아 (심퉁 돌아보며) 심퉁아, 매향이래 어딜 가는 거이네? 심퉁 지두 잘 몰르겄시유. (부엌 안으로 들어간다) 자운아 (보다가 안방 앞으로 다가가 선다) ..술 들여가옵네다. 파릉군E (안방에서) 들이게. 자운아 (안방으로 들어간다) ... S#46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조촐한 술상이 놓여 있고 파릉군, 윤임, 김안로 가상 앞에 둘러 앉았다. 웬지 무거운 분위기. 자운아 (방안으로 들어와 술병을 상위에 올리며) 오랜만에 옛 술벗들께서 만나셨는데 와 이리 됴용하십네까? 파릉군 자운아, 자넨 잠시 나가있게. 자운아 (눈치 살피며) 그리합디요. (방 밖으로 나간다) 파릉군 정녕 두 분 대감들께서도 조정암이 죽는 것을 팔짱 끼고 구경만 하실 겝니까? 윤임 참으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나 조정의 대세가 그리 흐르고 있사옵니다. 김안로 ..훗날을 기약할 수 밖에요. 파릉군 훗날?!.. 훗날이라.. 아니돼오! 막아야 하오! 김안로 대감을 벼르는 눈이 많사옵니다. 괜히 섣불리 조정암의 구명에 나서신다면 대감까지도 장기튀김되기 십상이옵니다. 파릉군 (버럭) 이사람, 대세에 편승하고 양시론따위나 펼치면서 구차한 목숨을 연명하고 싶은 마음이 없소이다! 김안로 ... S#47 동 자운아 안채 방 밖 자운아 (방문을 엿듣다가 움찔 놀라는) ...! S#48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윤임 대감, 허면 보람도 없이 목숨을 버리시겠단 말씀이옵니까?! 파릉군 (눈을 감는) 음!! 김안로 (술병을 들며) 대감, 이사람이 한잔 올릴테니 드시고 격분을 진정시키시지요. 파릉군 (눈을 뜨고 술잔을 들어 내밀다가 술잔을 상 위에 탁 엎어버린다) 김안로,윤임 ...! 파릉군 이사람, 소인배들과는 술자리를 하고 싶지 않으니 돌아들 가세요. 윤임 대감! 김안로 대감! 파릉군 (눈과 입을 닫는) ... S#49 조광조 능주 귀양지 초가 마당 조광조, 북향을 향한 채 삿자리 위에 정자세로 앉아있다. 길상, 산길에서 내려와 마당으로 들어온다. 길상 나으리! 조광조 (보며 반가움에) 아니, 길상아! 길상 (조광조 앞에 큰 절을 올린다) 그간 기체 대안하셨사옵니까? 조광조 (손을 잡아주며) 오냐, 네 참으로 먼길을 찾아 왔구나. 길상 (사나이 눈물 글썽) ...나으리, 얼굴이 많이 상하셨사옵니다. 조광조 (미소) 당추 (뒤따라 들어선다) 조광조 오, 당추선사께서도 오시었소? 당추 소승 지난번 나으리와 못다 나눈 이별주를 가지고 왔사옵니다. 조광조 (농조) 허허, 지난번 이사람의 문상을 오신 선사를 이렇듯 다시 만나게 되니 감개가 무량하외다. 당추 허허, 농을 하시는 것을 뵈오니 조광조 참으로 잘 오시었소!.. 헌데 갖바치 선생은 같이 오지 않으셨소이까? 길상 갖바치어른께서 성문 안까지 들어오셨사오나.. 이곳으로는 오시지 않겠다고 하셨사옵니다. 조광조 (흠짓) 그래? ..허긴 선생께서 내게 섭섭한 마음이 컸을게야. 당추 (바랑을 뒤지며) 소승의 아우가 나으리께 전해 드리라는 것이옵니다. (바랑에서 새 갖신을 한 켤레를 조광조에게 내어준다) 조광조 (받아들고 보며) ...?! S#50 능주 어느 곳 (혹은 강이 보이는 곳) 갖바치, 멀리 (혹은 강을) 바라보고 서있다. 갖바치 ...!! S#51 중궁전 외경 경빈,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중궁전으로 걸어온다. 금이, 은기(銀器)를 받쳐 들고 뒤를 따른다. 경빈, (중궁전 앞에 멈춰서서 금이에게) 이리 내거라. 금이 예. (은기를 건넨다) 경빈 (은기를 받쳐들고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S#52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찻잔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다른 생각에 잠겨있다. 그 앞에 엄상궁이 앉아있다. 오상궁E 중전마마, 경빈들었사옵니다. 윤비 (책을 접으며) 들라해라. 방문이 열리고 경빈이 은기를 받쳐들고 들어온다. 엄상궁, 일어서서 고개를 조아리며 맞는다. 윤비 (보며) 경빈, 손에 든 것이 무엇인가? 경빈 신첩이 가평에서 올라온 실한 잣으로 직접 쑤어 올리는 잣죽이옵니다. 윤비 잣죽? 경빈 예. 근자에 중전마마께오서 입맛을 잃으시어 수라를 그냥 물리는 일이 많다고 들었사옵니다. 신첩이 정성으로 쑤어 올리는 것이오니 이 잣죽을 드시오면 입맛을 되찾으실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윤비 (미소) 경빈이 참으로 충신이로구먼?! 올려 놓으시게나. 경빈 (은기를 다반 위에 두손으로 올려 놓는다) 윤비 (은기 뚜껑을 열면 잣죽이 들어있다.. 보며) 이 잣죽이 돌아가신 장경왕후께오서 원자를 잉태하셨을 때 드시고 몇 날 동안 구토를 하시고 복통에 시달리셨다던 그 잣죽인가? 경빈 (미소)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신첩이 감히 어찌 그런 짓거리를 할 수가 있겠사옵니까? 모두가 신첩을 음해하려는 누군가가 퍼뜨린 거짓 소문이었사옵니다. 윤비 그래?.. 허면 내 경빈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한 술 떠야겠네. (수저를 드는) 경빈 (야릇한 미소) .. 엄상궁 (놀라) 중전마마, 기미를 보이신 연후에 젓수시옵소서! 경빈 (휙 노려보며) 엄상궁! 허면 이 사람이 잣죽에다 몹쓸 약이라도 탔다고 의심하는 겐가?! 엄상궁 (움찔) ..법도가 그렇다는 말씀이옵니다. 윤비 엄상궁, 괜찮을 것이야. 내가 이 잣죽을 먹고 탈이 생기면 경빈은 목숨을 내놓아야 할터인데 설마하니 경빈이 그리 어리석은 짓거릴 했을라구! 윤비, 잣죽을 떠서 입안에 넣고 삼킨다. 경빈 ... 윤비 음.. 맛이 고소하구먼. 엄상궁 (긴장하여 보다가 안도하는) ... 경빈 맛도 고소할 뿐 아니오라 중전마마 복중의 태아께도 좋을 것이옵니다. 윤비 뭐라? 복중의 태아? 엄상궁 ('태아?') ...?! 경빈 신첩은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사온데 신첩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옵니까? 윤비 (똑바로 보며) 경빈은 내가 회임을 한 것인지 거짓회임을 한 것인지가 그리도 궁금했는가?! 해서 야심한 밤에 변복을 하고 궐을 빠져나가 난정이를 찾아갔던 것인가?! 경빈 목이 마른자가 우물을 파는 법이지요! 윤비 내 경빈이 영특한 줄 알았건만 이제 보니 그리 총기가 밝지는 못하시구먼! 경빈 ...?! 윤비 내가 회임을 했다면 어찌 지금껏 입을 다문 채 자네같은 후궁 따위에게 핍박을 당했겠는가?! 아니 그러한가? 경빈 (미소) 신첩을 발 밑에 덫을 놓으시고 함정을 파신 것이 아니옵니까? 윤비 (찌푸리며) ..뭐라? 경빈 난정이에게 들은 말이오니 신첩을 불경하다 노여워하시지 마시옵소서. 윤비 난정이가 자네한테 그런 말까지 했단 말인가? 경빈 마마, 난정이를 너무 믿지는 마시옵소서. 천하게 태어나 궁핍하게 자란 몸이니 마음먹기에 따라서 누구한테라도 쉽게 의탁하고 또 쉽게 등을 돌리지 않겠사옵니까? 윤비 ... 경빈 ... 윤비 (보다가) ..경빈, 참으로 내가 회임을 했다고 보시는가? 경빈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온 것이 참이든 거짓이든 신첩은 중전마마께오서 파놓으신 함정속에는 빠지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윤비 너무 자신하시진 말게. 경빈 같은 사람은 제 꾀에 빠져 스스로 함정 속으로 걸어들게 마련이거든! 경빈 (미소) 하오면 신첩 물러가겠사옵니다. 경빈, 조아리고 일어나 방문 밖으로 나간다. 윤비 (되씹는) ..천하게 태어나 궁핍하게 자란 몸이니 쉽게 의탁하고 쉽게 등을 돌린다? 엄상궁 (어리둥절) ..마마, 경빈과 무슨 말씀을 나누신 것이온지 쇠인은 도통 짐작 할수도 없사옵니다. 윤비 ...! S#53 난정 초가 마당 옥매향, 대문안으로 들어와 방쪽으로 간다. 옥매향 난뎡아, 난뎡아- (방문을 열어 들여다 본다) S#54 동 난정 방 안 옥매향, 방문을 열고 들여다 보면 빈 방안. S#55 동 난정 초가 마당 옥매향 (방문을 탁 닫고 툇마루에 앉으며) ..몸도 성티 않은 에미나이래 대톄 오딜간 기야? S#56 중궁전 앞 마당 난정, 당의를 입은채 절뚝거리며 계단을 오르고 있다. 힘을 줄 때마다 종아리에 고통이 오는지 양미간이 일그러진다. 난정, 이를 악물고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S#57 중궁전 복도 난정, 복도를 절뚝거리며 걸어온다. 엄상궁과 오상궁, 난정을 흠짓하여 바라본다. 난정 여쭈어 주시옵소서. 엄상궁 (난정에게) 잠시만 기다리거라. (방쪽에다) 중전마마 엄상궁이옵니다. 윤비E 들라. 엄상궁 예. 엄상궁,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간다. S#58 동 중궁전 방 안 엄상궁, 방안으로 들어와 조아린다. 윤비 (보며) 무슨 일인가? 엄상궁 마마, 난정이가 들었사옵니다. 윤비 ..난정이가?! 엄상궁 마마, 심기가 마땅치 않으시오면 물러가라 이를까요? 윤비 아닐세, 들라하게. 엄상궁 ..예, 들이랍시네! 방문이 열리면 난정이 힘겹게 들어와 윤비 앞에 선다. 엄상궁, 윤비와 난정의 표정을 힐끗 살피며 방 밖으로 나간다. 난정, 종아리의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면서 윤비에게 다가서서 큰 절을 올린다. 윤비 난정아, 네 성치 않은 몸으로 어찌 입궐하였느냐? 난정 중전마마께오서 승후관나으리께서 이년을 소실로 맞아 들이시는 것을 윤허 해주셨다고 들었사옵니다. 윤비 (미소) 허면 내게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온 것이더냐? 난정 (울컥) ..마마, 어찌하여 이년을 믿지 못하시옵니까? 윤비 믿지 못하다니? 네 그게 무슨 말이더냐? 난정 중전마마께오서 이년이 승후관나으리의 소실로 들어가는 것을 윤허해 주시온 것은 이년이 변심할 것을 염려하시어 부부지연으로 옭아 매어두시려 하심이 아니옵니까? 윤비 네 총기가 참으로 놀랍구나.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었더냐? 난정 이년 짐작이 맞사옵니까? 윤비 내 너처럼 총명하고 짐작키 힘들 만큼 깊은 속내를 지닌 사람은 이제껏 본 적이 없었느니라. 그런 너를 내 어찌 무턱대고 믿을 수 있겠느냐? 난정 마마, 그 말씀 진정이시옵니까? 윤비 진정이라면 어찌하려누? 난정 (눈물 줄줄) ..마마, 이년 두 번다시 중궁전에 발걸음을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일어나서 다시 큰 절을 올리며) 중전마마, 부디 만수무강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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