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45
s#1. 난정모 집 외경(밤) 임서방, 불빛이 새어나오는 방문쪽을 보고 섰다. s#2. 동 난정모 방 안(밤) 난정, 윤원형의 술잔에 술을 따라준다. 난정모, 방문 앞에 불편한 얼굴로 앉아있다. 윤원형, 생각에 빠져 굳은 얼굴로 술잔을 들고 바라만 본다. 난정 (윤원형의 얼굴을 보며) 나으리, 어찌 안색이 불편해 보이시옵니다? 윤원형 엉?!..(정신을 차리며)..불편하긴?! (쭉 들이킨다 그 술맛이 쓰지만) 크-오늘 따라 술이 혓바닥에 짝짝 달라붙네! 난정 ('쓰다는 것을 안다' 미소)..한잔 더 받으시옵소서. 윤원형 아니다, 그보다는..내 장모한테 술한잔 따르고 싶구나. (난정모에게 술잔을내밀며) 장모, 사위 술 한잔 받으시구려. 난정모 (당황하여)..아,아니옵니다. 감히 쇤네가 어찌... 윤원형 괜찮소, 장모사위지간에 내외할 것 무에 있겠소? 사위사랑은 장모라는데 앞으로 이 사위 잘 좀 봐주시구려. 난정 (웃으며 받으라는듯) 어머니, 나으리 손이 무색하시잖아요. 난정모 (단호한) 그럴수는 없사옵니다. 나으리께서 이 천한 것을 장모로 여겨주시는 것만도 황송한 일이온데 어찌 술까지 받겠사옵니까? 말씀 거두어주시옵소서. 윤원형 그래요? 난정모 (완강한)... 윤원형 ('그럼 할수 없지..')... 난정 (난정모의 성격을 안다)... 윤원형 (어색함을 무마시키려는 듯 술잔 내밀며) 한잔 더 주시게나. 난정 (윤원형에게 술을 따른다).. 난정모 (조심스럽게)..나으리 쇤네가 한 말씀 여쭤보아도 되겠사옵니까? 윤원형 말씀해 보시지요. 난정모 참으로 우리 난정이와 정식으로 혼례를 치루실 마음이시옵니까? 윤원형 암요, 정실이든 소실이든 사내가 여인을 맞아들여 백연가약을 맺는 마음 이야 어찌 다르겠소? 아니 그렇소,장모? 난정모 ... 윤원형 (보며) 왜요? 장모는 혼례를 치루는 것이 마음에 아니드시는게요? 난정모 딸자식 둔 에미로써 나으리께오서 혼례를 치러주신다는데 어찌 못마땅 하겠사옵니까? 감지덕지하옵지요..하오나.. 윤원형 헌데요...? 난정모 행여, 만에 하나 소실을 들이는데 혼례까지 치루셨다는 말이 구설에 올라 나으리의 전정에 누가 되기라도 한다면 어쩌시려 하옵니까? 쇤네는 그게 걱정이옵니다. 윤원형 ..그건 말이오.. 난정 어머니! 중전마마께오서 윤허해주신 일이오니 걱정마세요. 난정모 (놀라 보는) 뭐, 뭐라, 중전마마께오서?! 난정 그러믄요, 나으리께 여쭈어보세요. 난정모 (윤원형 보며) 나으리, 난정이 말이 참이옵니까? 윤원형 그렇소, 중궁전의 윤허도 계셨고, 나또한 난정이를 단지 첩실로 들이는 것 이 아니라 난정이를 평생의 안해로 생각하겠다는 마음으로 혼례를 올리는 것이니 장모는 걱정일랑은 붙들어매시구려. 난정모 ...! s#3. 편전 외경(밤) 이하명,이세진, 이몽헌과 종친들이 강녕전 현판이 보이는 곳에서 연좌하고 있다. (*파릉군은 보이지 않는다) s#4. 동 편전 방 안(밤) 중종 앞에 파릉군이 앉아있다. 중종 숙부, 종친들이 과인에게 힘을 몰아주지는 못하실망정 어찌 과인의 발목을 붙들려고 하시는것이오?! 파릉군 전하, 군주가 어두운 길을 걸어갈 때 신하된 자로써 불을 밝혀드리고자 하 는 일을 어찌 발목을 붙잡는다 하시옵니까?! 전하, 어찌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시옵니까? 중종 민심?! 민심이라니요? 파릉군 전하께오서 조광조를 사사하신다는 명을 내리셨다는 것을 알고 선비들은 붓을 꺽고 낙향을 하고 있사옵고 백성들은 일손을 놓고 눈물을 뿌리며 통 곡하고 있사옵니다. 전하, 정녕 조광조를 살려달라는 어진 백성들의 뜻을 짓밟으시려 하시옵니까? 중종 (싸늘하게 보며) 숙부께서도 주초의 무리가 퍼뜨리는 사특한 간계에 물이 드시었소? 파릉군 전하, 주초의 무리라니요? 신은 단지.. 중종 (낮지만 무게실린) 과인은 더 이상 숙부의 옷자락에 매달리며 우왕좌왕하 던 어린애가 아니요. 과인이 용단을 내려 처결한 일이니 이만 종친들을 데 리고 물러가시오. 파릉군 전하, 어찌 이리도 흐려지셨사옵니까?! 중종 흐려지다니요?! 과인과 숙부가 가는 길이 다를 뿐이오! 파릉군 전하, 부디 신들의 뜻을 물리치지 마시옵소서! 중종 (버럭) 어허! 그대는 군주의 명을 거역하겠다는 것인가?! 파릉군 (움찔)...! 중종 과인은 금군을 풀어 숙부와 종친들을 내치고 싶지는 않소, 허니 스스로들 물러가시오! (고개를 휙-돌려버린다) 파릉군 (난감하다)...! s#5. 편전 앞 마당(밤) 파릉군, 처참한 표정으로 편전에서 나와 종친들이 연좌하는곳으로 온다. 이하명 대감, 어찌 되었소이까? 파릉군 (고개를 가로 젓는다).. 이몽헌 허어, 전하께오서 어찌 이러실수가... 이세진 전하께오서 조광조를 구명해주실때까지 아뢰보십시다. 설마 전하께오서 우 리들을 내치시기야 하시겠소? 종친들 (끄덕끄덕) 파릉군 (몸을 돌려 강녕전쪽을 보며 꿇어 앉으며) 전하! 크흐흐..(흐느낀다) s#6. 경빈 처소 방 안(밤) 경빈, 앞에 앉은 김상궁을 바라본다. 경빈 전하께오서 파릉군대감한테 역증을 내셨단 말인가? 김상궁 예. 하온데도 파릉군대감과 종친들께오선 연좌를 푸실 기미를 보이시지 않고 있으시옵니다. 경빈 (끄덕끄덕) 암, 파릉군이 그만한 마음다짐도 없이 입궐하지는 않았을게야. 김상궁 ... 경빈 전하께오서는 어찌 하고 계시는가? 김상궁 주안상을 들였사오니 오늘밤은 대전에서 침수드실것으로 아옵니다. 경빈 애쓰셨네. 전하께오서 찾으실지도 모르니 물러가시게. 김상궁 (조아리며) 예.(일어나서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잠시 생각하다가)..금이, 밖에 있느냐? 금이 (E) 예. 금이 (방문 열리며 들어와 서며) 마마, 찾아계시옵니까? 경빈 금아, 지금 좌찬성대감댁에 다녀오거라. 금이 예. 분부대로 합지요. 경빈 (야릇한 미소).. s#7. 경빈처소 마당(밤) 김상궁, 일각문을 빠르게 빠져나와 강녕전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오상궁, 김상궁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급하게 교태전쪽으로 간다. s#8. 중궁전 방 안(밤) 윤비 앞에 엄상궁과 오상궁이 앉아있다. 오상궁 중전마마, 큰방상궁이 경빈처소에 또 발걸음을 했사옵니다. 윤비 음..! 큰방상궁이 경빈의 눈과 귀노릇을 하는 것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그래 파릉군대감과 종친들께선 강녕전 앞에서 밤이 슬을 맞고 계시던가? 오상궁 예. 아직 연좌를 푸시지 않으시었사옵니다. 윤비 ..심상치가 않음이야! 심상치가..! 엄상궁 (심각한 표정).. 윤비 (문득 엄상궁을 보며) 엄상궁. 엄상궁 예. 윤비 자네 얼굴이 어찌 이리 어두운가? 엄상궁 마마, 쇠인은 중전마마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겠사옵니다. 윤비 내 뜻을 헤아리지 못하겠다니? 엄상궁 마마께오서 회초리를 치시어 쫓아내오신 난정이를 다시 맞아주시는 것도 그렇사옵고.. 윤비 또? 엄상궁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신것이 사실이옵니까? 윤비 그것이 그리 궁금한가? 엄상궁 예. 윤비 (빙긋) 자네 보기엔 어떠한가? 내가 회임을 한 것 같은가? 엄상궁 쇠인은 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신 듯 싶사옵니다. 오상궁 (중전을 보는)... 윤비 ..그리 생각되어 지는가?! 엄상궁 예, 근자에 들어 마마께오서 수라나 음식을 저어하시는 것도 그렇사옵고 무엇보다 몇 달째 몸을 하시지 않으신 것으로 아옵니다. 윤비 내 사가에 있을 때도 몸을 거르는 적이 종종 있었느니.. 엄상궁 마마께오서 회임에 대해 쇠인들에게 가타부타 말씀을 아니해주시는 것은 중전마마께오서 크고 깊으신 뜻이 있으실 것이라 생각하옵니다만.. 윤비 (보는)... 엄상궁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신 일은 나라의 큰 경사이온데 마마께오서 아무 런 말씀을 아니하시오니 쇠인들이 어찌 처신해야 하올지 도무지... 윤비 엄상궁. 엄상궁 예. 윤비 오상궁. 오상궁 예. 마마. 윤비 나는 두사람을 믿네. 허나 이번 회임에 대해서는 내가 먼저 말을 꺼내기 전엔 함구하고 있는 것이 자네들이 나를 도와주는 일이네. 내 말을 깊이 새기시게! 엄,오상궁 (조아리며) 예. 분부대로 따르겠사옵니다. 윤비 ... s#9. 난정모 집 대문 앞(밤) 윤원형, 대문앞에 서있고 난정과 난정모가 배웅중이다. 윤원형 장모, 사위대접 잘 받고 가오. 난정모 (황송한지 숙이며) 살펴가시옵소서. 윤원형 난정아, 몸조리 잘하고 있거라. 난정 나으리, 스무여샛날을 잊으시면 아니되시옵니다. 윤원형 오냐, 알았느니. (임서방 보고) 가세나. (돌아서는데) 난정 나으리! 윤원형 (돌아보는)...? 난정 이년이 며칠 날이라 여쭈었지요? 윤원형 스무여샛날. 난정 (빙긋 웃으며 조아린다) 윤원형 (빙긋웃으며 돌아서서 조족등을 든 임서방을 거느리고 간다) 난정 (윤원형의 뒷모습을 보다가)..들어가세요, 어머니. 난정모와 난정, 대문 안으로 들어가서 대문을 닫는다. s#10. 동 난정모 방 안(밤) 난정과 난정모, 술상이 놓여져 있는 방안으로 들어와 앉는다. 난정 상은 제가 치울게요, 쉬세요. 난정모 (앉으며 걱정스러운 한숨).. 난정 (보고) 어머니, 어찌 한숨을 내쉬세요? 난정모 ... 난정 (난정모 앞에 앉으며) 혼례상 차리는 것 때문에 그러세요? (품에서 경빈이 준 염낭을 꺼내 건네며)..이거면 남부럽지 않게 차릴수 있을거에요. 난정모 (받으며 놀라) 이건 웬 돈이냐? 난정 궐안에 계신 분이 부조(扶助)해 주신거에요. 난정모 (불안한 듯 보는)...난정아, 이 에민 네 속내를 짐작할 수가 없구나. 대체 중 전마마나 궐안에 계신 분들과는 어찌 연분을 맺은 것이냐? 난정 나중에 말씀드릴게요.(상을 들고 일어서려는데) 난정모 난정아, 대감마님께도 알려야되지 않겠느냐? 난정 (휙 보며) 어머니, 대감마님 말씀은 마세요. 정씨 집에서 쫓겨난 첩실과 서 출에겐 남보다도 못한 분이시니까요! (방밖으로 나간다) 난정모 (한숨)...! s#11. 윤원형 집 대문 앞(밤) 윤원형, 대문앞 계단쪽으로 걸어오며 중얼거린다. 윤원형 스무엿새라..허어, 이거 참으로 지지리도 복도 없지! 합궁일과 혼례일이 겹 치니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임서방 (영문몰라 보며) 예에? 무어라 말씀하시었는지요? 윤원형 아,아닐세. 윤원형, 계단을 올라 대문쪽으로 걸어간다. s#12.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밤) 윤지임과 윤원로가 앉아있는데 윤원형이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윤원형 (다가와 앉으며) 아니, 형님은 어찌 또 예 와서 앉아 계신게요? 윤원로 음, 그리되었구나. 윤지임 내 보기가 하도 딱해 집에 데려왔다. 윤원형 딱하다니요? 아버님, 그게 무슨 말씀이옵니까? 윤지임 내가 남양군대감댁에 인사를 갔는데..아 글쎄, 원로가 고린내나는 식객들 방에 들어박혀 내기 장기판을 두들기고 있더라. 윤원형 형님이야 그렇다고 치고, 아버님, 편치 않으신 몸을 이끌고 남양군대감댁에 인사를 가셨단 말씀이옵니까? 윤원로 그래, 남양군 그자가 아버님을 파락호나 진배없는 식객들 북새통에다 두식 경씩이나 버려두고는 코빼기도 내밀지 않더라. 윤원형 아니, 명색이 부원군이신 아버님을 그리 푸대접을 했단 말이오?! 이런 천 하에 몹쓸 양반놈같으니라고! 윤원로 내 그 댁 밥을 축내는 처지라 해도 어찌나 분이 치미는지! 윤지임 애비는 괜찮다. 중전마마와 너희들의 전정을 위해서라면 몇날 며칠을 기다 린들 대수겠느냐? 허니 내 걱정일랑은 말거라. 원로,원형 (뭉클한)...! s#13.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밤) 윤원형과 윤원로가 들어와 앉는다. 윤원형 형님, 남양군대감의 주변 돌아가는 사정은 어떠합디까? 윤원로 (낮게) 앞으로는 남양군대감의 시대가 열릴 듯 싶다. 윤원형 예에? 윤원로 남양군이 이번 조광조를 찍어낸 거사에 앞장서는 댓가로 공신들이 희빈의 소생이신 금원군을 보위에 밀어올리기로 약조가 된 모양이더라. 윤원형 (벌컥) 그 무슨 가당치도 않은 말따위랍니까?! 중전마마께오서 계시온데 어찌 후궁 소생 따위가 감히 보위를 넘본단 말이오! 윤원로 (멀뚱 보며) 중전마마라니?! 윤원형 (말끝 흐리며)..아,아니오.. 윤원로 원형아, 너 행여 제수씨한테 책잡힐 짓거릴 하면 안되겠더라. 윤원형 형님,그 무슨 말씀이오, 뜬금없이? 윤원로 이번에 정승들이 싹 갈릴 것 같다는 소문이 돌던데..신임 영의정에 네 처조 부께서 거론되시는 모양이야. 허니 제수씨 눈에 쏙들게 행동거지 잘하란 말이다! 윤원형 그래야지요.. 윤원형 (E) (근심 어린 표정)..허어, 이거 부인에게 뭐라 말해야 될지 막막하구먼! (한숨을 쉬며 별채쪽을 돌아보는).. s#14. 동 윤원형 별채 초당 방안(밤) 김씨, 수를 놓고 앉았고 그 앞에 배천댁이 바느질을 탄실이가 꾸벅꾸벅 졸 고 있다. 김씨, 수를 놓고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들고 어딘가를 본다. 김씨 (E) 서방님, 아니되시옵니다. 소첩 다른 일은 다 참을 수 있사오나 난정이만은 절대 용서할 수가 없사옵니다. 난정이는 용서할 수가 없사옵니다. s#15. 남곤 사랑채 방 안(밤) <先斬後啓>라고 적혀있는 종이. 남곤, <선참후계> 글자를 심각하게 보다가 그 옆에 앉아있는 심정에게 건 네준다. 그 앞에 외출복 차림의 금이가 앉아있다. 금이 경빈마마께 무어라 답해 올릴깝쇼? 남곤 마마께오서 이르신대로 하겠노라고 전해올리거라. 금이 예, 하오면 물러가옵니다.(남곤과 심정에게 조아리고 일어선다) 심정 애썼느니라. 밤길 조심하거라. 금이 (방밖으로 나간다) 심정 (글자를 보며) 선참후계..선참후계라?..먼저 목을 친 연후에 고하라..? 남곤 화천군께서 판의금부사 자리에 계시니 금부군사를 동원하시어 파릉군 과 종친들을 잡아가둔 연후에 전하께 고하라는 뜻이 아니겠소이까? 심정 허나 전하께오서 총애하시는 파릉군과 왕실 종친들을 어찌..? 남곤 화천군, 경빈마마께오선 전하의 심중을 꿰뚫고 계시는 분이시오, 마마께오 서도 생각이 있으실테니 믿어봅시다. 심정 ..음! s#16. 자운아 기방 대문 앞(밤) 자운아, 대문앞에서 골목길 저 멀리보며 초조하게 서성거리고 있다. 옥매향 (E) (뒷편에서) 오마니! 자운아 (돌아보면 옥매향이다).. 옥매향 (다가와 서며) 오마니, 밤이 깊었는데 와 대문밖에 나와있시오? 자운아 (골목길쪽을 살피며)...기별도 없이 와 이러케 늦으시나 모르갔구나? 옥매향 아바디께선 어디 둉틴댁에라도 발걸음을 하신게디요. 자운아 에미나이래, 넌 나으리 걱뎡도 안되는거이네? 옥매향 오마니, 나랏닐 걱뎡을 하시는 분한테 딥안닐로 댜꾸 마음을 쓰시게 하시 면 어케 하겠시오? 아바딘 님금님 숙부되시는 분이시댠아요. 아무 닐 없을 테니끼니 고만 들어가시댜요. 자운아 ...기럴까?.. 옥매향 기럼요. 자운아 기래, 상감마마께서도 툥애하시는 나으릴 기렇케 내티시디는 않으실거이야. (자기 확신) 기럼, 기러코 말고! 자운아, 옥매향과 대문 안으로 들어가다가 뭔가 불길한 듯 뒤를 돌아본다. s#17. 구름속으로 숨는 달(INSERT) s#18. 대궐 일각(밤) 심정, 초조한 듯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금부도사가 급하게 다가온다. 금부도사 대감, 찾아계시옵니까? 심정 자네, 내가 시키는 일 좀 해줘야겠네! 금부도사 분부만 내리시옵소서. 심정 당장 금부군사들을 풀어 강녕전 앞에서 연좌하고 있는 종친들을 잡아 금부 에 하옥 시키게. 금부도사 (놀라) 예에? 하오나.. 심정 (휙 노려보며) 금부도사가 판의금부사인 내 명을 거역하겠다는겐가? 금부도사 아,아니옵니다. 심정 날이 밝는대로 내 전하를 알현하여 고할것이니 자네는 즉시 종친들을 끌어 내게나! 금부도사 알겠사옵니다. 분부대로 따르겠사옵니다. 심정 전하께오서 계신 곳이니 잡소리가 나서는 아니될 것이야, 내 말뜻 알겠는 가? 금부도사 예.(조아리고 급하게 돌아서 간다) 심정 ...! s#19. 편전 앞 마당(밤) 파릉군과 종친들이 침묵연좌를 하고 앉아있다. 사방에서 수십명의 군사들이 금부도사의 지휘로 일사불란하게 종친들쪽으 로 달려온다. 이세진, 낌새를 느끼고 돌아보면 계단을 뛰어올라오는 군사들. 이세진 (놀라) 아,아니! (파릉군을 보며) 대감! 파릉군 (눈을 뜨고 군사들을 본다)..! 종친들, 군사들을 보고 술렁거리며 동요하는데 군사들, 종친들을 막무가내로 잡아 끌어낸다. 이몽헌 이놈들, 감히 뉘게다! 금부도사 (손가락질 하며) 저 주둥이를 막아라! 군사 하나가, 이몽헌의 머리를 방망이로 퍽-내려친다. 군사들, '놓아라-''이놈들-' 외치는 종친들을 마구잡이로 구타하며 질질 끌 고 간다. 원통하게 '전하-전하-' 외치는 이세진과 이학봉등에게 가차없이 몽둥이가 떨어진다. 파릉군,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양 옆구리를 거칠게 끼고 끌고가는 군사들에 게 몸을 맡긴채 원망스럽게 강녕전쪽을 돌아본다. 대전내관, 그 장면을 보고 급하게 편전안으로 뛰어들어간다. s#20. 편전 복도(밤) 대전내관, 급하게 불꺼진 방문쪽으로 걸어온다. 대전내관 (불이 꺼진 방문을 보며) 전하께 급히 아뢸 말씀이 있는데.. 김상궁 전하께오선 대취하시어 깊이 침수드셨사오니 기침하신 연후에 아뢰시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대전내관 (걱정스러운)..허어, 어쩌면 좋단 말인가? s#21. 동 편전 방 안(밤) 중종, 어둠속에서 이불을 덮고 잠든 듯 누워있다. 그러나 중종, 눈을 뜨고 있다. 종친들 (E) (밖에서 울부짖는) 전하-전하- 중종 (두손으로 귀를 막아버린다)...! s#22. 대비전 외경(아침) s#23.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놀란 얼굴로 조상궁을 바라본다. 그 옆에 앉은 창빈도 놀라는 표정이 된다. 자순대비 뭐,뭐라?! 그 말이 참이더냐?! 조상궁 예. 판의금부사가 어명도 받잡지 않고 종친들을 잡아가두라는 명을 내렸다 고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연상을 쾅 치며) 이런 괘씸한! 어찌 판의금부사 따위가 독단으로 종친들 을 함부로 잡아가둘수 있단 말이냐?! 아니되겠다, 내 당장 주상을 뵈어야 겠느니! 조상궁, 주상께 이 늙은이가 뵙자고 말씀을 전해 올리거라. 내 왕 실의 체통을 깍은 판의금부사에게 형장을 치고 삭탈관직을 시켜달라고 주 청을 드릴것이야! 창빈 마마, 고정하시옵소서. 전하께오서 판의금부사를 편전으로 불러들이셨다니 무슨 하명이 계실줄로 사료되옵니다. 자순대비 (분노를 씹으며) 조정신료들에게 왕실이 얕보여서는 아니되느니! 암, 그리 되서는 아니되고 말고!! s#24.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심정이 앉아있다. 그 뒤편으로 김전, 홍경주, 남곤, 고형산(*),손 주(*), 방유령(*).홍숙(*),성운(*) 그리고 윗목에 김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분노) 화천군은 과인과 종실을 능멸하려 함인가?! 심정 전하, 능멸이라니 당치도 않사옵니다! 중종 허면 어찌하여 어명도 받지 않고 금부군사들을 동원하여 종친들을 금부에 하옥하였는가?! 옥사에 갇혀 있는 분들은 과인과 피를 나눈 형제들이요, 숙질들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심정 전하, 신은 오직 전하께 충성을 다하고자 하였을뿐이옵니다. 신의 충정이 전하의 위엄과 왕실에 누를 끼쳤다면 신의 목을 베어주시옵소서! 흐흑.. 중종 ... 남곤 전하, 화천군은 판의금부사라는 본분을 다해 전하를 보위하려던 것이라 사 료되옵나이다. 전하께오서 충성을 다한 화천군의 죄를 물으시온다면 이 틈 을 타서 주초의 무리들이 준동할 것은 자명할것이옵니다. 부디 깊이 헤아 려주시옵소서! 김전 신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주초의 잔당들이 무슨 간계를 꾸밀지 모르는 이 엄중한 시기에 누구보다도 모범을 보여야 할 종친들께오서 오히려 강녕전 앞에서 연좌를 했다면 이것은 전하를 위엄과 왕실의 체통을 깍아내리려는 불순한 의도가 담겨있었을 것이옵니다. 화천군의 죄를 물으시기전에 이번 종친들을 주동한 파릉군의 죄를 물으심이 옳을 줄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우의정, 지금 과인에게 숙부의 죄를 물으라 하시었소?! 홍경주 전하, 종친분들이 비록 전하와 피를 나누신 분들이라 하오나 그 분들 역시 전하의 신하들일 뿐이옵니다. 전하께오서 뼈를 깍는 심정으로 파릉군을 치 죄하시온다면 주초의 잔당들에게 일벌백계를 보이시는 일이 될 것이라 사 료되옵니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일동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s#25. 옥사 안 파릉군과 이세진을 비롯한 피투성이의 종친들이 옥안에 갇혀 앉아있다. 파릉군, 간절하게 어딘가를 보며 앉아있다. 파릉군 (E) 전하, 부디 소인배들의 간언에 흔들리지 마시옵고 군주의 정도를 걸으시옵소서! s#26. 편전 안 중종, 눈을 감고 생각에 빠진 듯 앉아있다. 김전, 홍경주, 남곤, 심정, 고형산(*),손주(*), 방유령(*).홍숙(*),성운(*) 그리 고 윗목에 김승지가 숨을 죽인채 중종을 입을 주시하고 앉아있다. 중종 (눈을 뜬다)..승지는 명을 받들라. 김승지 예, 전하. 중종 (낮은) 종친들을 선동하여 대역죄인 조광조를 감싸 두둔한 파릉군의 죄를 물어 원찬(遠竄) 시키도록 하라! 김승지 예. 명을 받잡고 봉행하겠나이다. 홍경주 전하, 참으로 영명하오신 용단이시옵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일동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중종 (E) 숙부, 용서하시구려! 용서하시구려! s#27.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놀란 얼굴로 조상궁을 본다. 창빈이 그 옆에 앉아있다. 자순대비 뭐라? 주상께오서 파릉군대감을 원찬 보내라 명하셨단 말이냐? 조상궁 (울상) 예, 승정원에 전교를 내리셨다 하옵니다. 자순대비 (충격으로 어찔 비틀거린다)..! 창빈 (급하게 부축하며) 마마,괜찮으시옵니까? 자순대비 ..주상께오서 어찌..어찌..종실의 큰 어른을 내치시어, 스스로의 날개깃을 꺽 어버리시는 과오을 범하셨단 말이냐..어찌..어찌... 창빈 ... s#28. 중궁전 방 안 윤비, 침착하고 냉정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고 있다. 윤비 (찻잔을 내려놓으며) 전하께오서 조광조를 내치실 때부터 이미 정해진 수 순을 밟고 계시거늘..그리 놀라실 일도 아닌 것을..아닌것을...! s#29. 편전 방 안 중종, 승지에게 뭐라고 명을 내린다. 김전, 홍경주, 남곤, 심정, 고형산(*),손주(*), 방유령(*).홍숙(*),성운(*) 등이 흡족한 미소를 감춘채 앉아있다. 해설(NA) 중종은 거사를 주동한 공신세력의 강력한 주청을 받아들여 조광조를 구명 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던 선비들과 종친들 그리고 조정의 신료들까지 죄를 물어 형장을 때리거나 귀양보냄으로서 대대적인 정치적 숙청을 단행 했다. s#30. 몽타쥬 1) 어느 사랑채 마당 -금부군사들이 선비차림의 양반을 사랑채 방안에서 거칠게 끌고 나온다. 2) 어느 길 -군사들이 선비들을 오라를 지어 거칠게 끌고 간다. 지나던 행인들이 길을 멈춰서서 그 모습을 보며 수근거린다. 3) 금부 옥사 앞 -형리들이 잡혀온 선비들에게 매를 치고 주리를 틀고 있다. 해설(NA) 연산군때 두 번의 사화를 거치면서 정치적 무대에서 사라졌던 사림세력은 조광조의 등장으로 상징되듯 도학정치를 내세우며 다시 정치적 무대에 등 장하였으나 개혁정치의 포부를 펼쳐보기도 전에 수구세력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쳤고 또한 믿었던 중종의 배신으로 뜻이 꺽이고 위축되었다. s#31. 편전 방 안 중종, 눈을 감고 고민하는 모습위로 해설(NA) 중종은 조광조를 숙청하는 과정동안 줄 곧 애매하고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 여줌으로써 스스로의 권위를 실추시켰으며 s#32. 빈청 안 김전, 홍경주, 남곤, 심정, 고형산(*),손주(*), 방유령(*).홍숙(*),성운(*) 등이 환호작약하듯 웃고 떠드는 모습위로 해설(NA) 조정의 권력은 조광조의 숙청을 주도했던 반정공신세력들과 s#33. 희빈 처소 방 안 희빈과 홍경주가 흡족한 얼굴로 속삭이고 있다. 해설(NA) 그들과 깊숙하게 결탁하고 있던 후궁들에게 돌아갔다. 흡사 중종반정 직후 의 조정의 판도를 재현한 듯 s#34.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남곤과 심정의 '감축드리옵니다' 인사를 받고 있다. 깔깔깔 웃음을 터뜨리는 경빈의 얼굴위로 해설(NA) 조정에서 살아남고 장래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공신들과 후궁들의 눈치를 살펴야했으며 이들에게 뇌물과 충성맹세가 줄을 이었다. s#35. 난정모 마당 난정, 툇마루에 앉아 상처가 많이 아물은 종아리를 살피고 있다. 옥매향, 대문안으로 황급히 들어온다. 옥매향 (난정앞으로 다가서며) 난뎡아- 난정 (보고 미소) 매향아. 어서와. 옥매향 (울먹울먹) 난뎡아 큰 일 났어! 난정 (웃음 거두며) 큰 일? 매향아, 대체 무슨 일인데 울지말고 차근히 말해봐. 옥매향 (울음을 삼키며)...울 아바디께서 뎨듀도로 귀양을 가신대! 난정 (충격) 뭐야, 귀양?! 매,매향아 그게 참말이야?! s#36. 성문 밖 길 말을 탄 금부나장과 군사들이 호위하는 함거를 타고 귀양을 가는 파릉군. 천서방이 함거를 뒤에서 따르고 있다. 저편에서 자운아와 심퉁이가 급한 걸음으로 귀양행렬을 쫓아온다. 자운아 나으리, 나으리-(함거 옆에 다가와 선다) 파릉군 (눈을 뜨며 보고 놀라) 자운아, 자네가 어찌? 자운아 (눈물 글썽) 나으리, 어띠 니년 혼댜 버려두고 가시옵네까? 파릉군 내, 자네 볼 낯이 없구먼.. 자운아 ..기런 소리 마시라요. 금부나장 (말위에서 휙-돌아보며) 웬 계집이 봉명행차를 막느냐?! (군사들에게) 뭣들하느냐? 잡인을 물리쳐라! 군사들 (우르르 자운아쪽으로 몰려와 자운아를 끌어내려는데) 파릉군 (버럭) 이놈들! 물러서지 못할까?! 지아비를 떠나보내는 아낙의 슬픔에 아 량을 베풀지는 못할망정 이리 야박하게 대하느냐! 군사들 (찔끔 멈춰서고)...! 금부나장 (말에서 내려 다가온다) 무슨 일이오? 자운아 (금부나장에게 애원조) 나으리, 먼길 떠나시는 분께 술 한댠 올리게 해주시 라요. 그리만 해듀시면 후히 사례하갔습네다. 금부나장 (생각하다가)..좋소, 대신 갈길이 바쁘니 서둘러야하오. (군사들에게) 멈추어라.(행렬이 멈춰선다) 자운아 (조아리며) 고맙습네다.고맙습네다. 심퉁아! 심퉁 예, 마님!(재빨리 다가와 술병과 술잔을 꺼낸다) 자운아 (파릉군에게 술잔을 건네고 술마개를 뽑는다)..나으리, 아듀 멀고도 험한 뎨 듀땅으로 가신다니 (술을 따라주며) 어뗘면 니년이 마지막으로 따라드리는 술이 될지도 모르갔습네다. 파릉군 (묵묵히 채워진 술잔을 보다가 마신다).. 자운아 (눈물로 다시 한잔 따른다).. 파릉군 (다시 벌컥벌컥 들이킨다).. 자운아 듀불쌍배(酒不雙杯)라 했사오니, 한댠 더 받으시라요.(한잔 더 따른다) 파릉군 (말없이 마셔버린다).. 금부나장 (다가와) 더는 지체 할수가 없사옵니다. 파릉군 (자운아 보다가)...(금부나장에게) 가세나. 자운아 나으리, 부디 됸톄 보듕하시라요. 파릉군 (목이 매이는)...잘있게! 금부나장 가자. 파릉군의 함거행렬이 다시 떠난다. 자운아, 떠나가는 파릉군의 뒷모습에다 큰 절을 올린다. 자운아 나으리, 부디 됸톄보듕하시라요! (땅바닥에 주저앉은채 오열하는) 흐흑.... 심퉁 (안스럽게 보는데)... 옥매향이 앞장서고 그 뒤를 난정이 따라서 급하게 온다. 옥매향 (자운아 옆에 앉아 안아주며)..오마니!..아바딘 곧 귀양이 풀리시어 반드시 돌아오실거야요..(울먹 울먹) 기러니 너무 걱뎡마시라요.. 난정 (떠나는 파릉군의 뒷모습을 보며)...! s#37. 능주 어느길 말을 탄 금부도사가 나졸들을 거느리고 오고 있다. 길상, 지나가다 금부도사 일행을 보고 흠짓 놀라 몸을 돌려 달려간다. s#38. 조광조 능주 귀양지 초가 마당 (E) (까치 울음소리) 조광조 (방에서 나오다가 시선으로 까치소리를 쫓으며) 반가운 소식이 있으려나? 까치가 왜 이리 울어쌓누? 길상 (급하게 달려오며) 나으리! 나으리! 조광조 무슨 일이길래 이리 급한가? 길상 금부도사 일행이 이리로 오고 있사옵니다. 조광조 그래? 허허 잘됐구먼. 길상 예에? 조광조 금부도사가 왔다면 필시, 전하께오서 이사람을 다시 불러 올리시는 전하의 명을 가지고 왔을게야. 길상 (뭔가 불안한)... 조광조 당추선사와 갖바치 선생을 뫼셔오게. 내 먼저 도성으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르니 작별인사라도 나눠야겠네. 길상 예.(조아리고 나간다) 조광조 (북쪽을 보며)..어지신 전하께오서 이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는게지. s#39. 강물이 보이는 곳 갖바치와 당추가 서있다. 당추 아우님, 예까지 내려와서 정녕 정암나으리를 뵙지 않을 작정이신가? 갖바치 (강물만 보는)... 당추 허, 사람 고집도 참! 길상 (달려오며) 스님! 어르신! 당추 무슨 일인가? 길상 한양에서 금부도사가 왔사옵니다. 당추 (흠짓) 뭐라, 그게 정말인가? 갖바치 ...! 길상 나으리께오서 먼저 도성으로 올라가게 되실지도 모르신다면서 작별인사를 나누고 싶다고 하셨사옵니다. 당추 (굳은 표정)..아우님, 가세나. 마지막 모습이라도 지켜봐야지. 갖바치 ...형님, 내 그분을 뵈오면 눈물을 쏟을 것 같소. 먼 길 가실분 앞에서 눈물 을 보여서 마음을 편치 않게 해 드려서 좋을 것 뭐있겠소? 당추 음..알겠네.(길상보고) 가세나. 당추,길상 (급한 걸음으로 간다) 갖바치 (강물을 보며 껄껄껄 웃어대는) 세상 돌아가는 꼴이 참으로 우습구나,우스 워! (웃고 있는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다) s#40. 동 조광조 초가 마당 조광조, 의관을 정제하고 방문을 열고 나와 금부도사앞에 선다. 금부도사 일행, 조광조와 마주서서 본다. 금부도사 죄인, 조광조는 어명을 받으시오. 조광조 (삿자리 위에서 북향사배를 올리고 다소곳하게 꿇어 앉는다) 금부도사 죄인 조광조에게 사약을 내립신다는 어명이시다. 조광조 (충격) 뭐,뭐라?!..사약!! 금부도사, 눈짓하면 나졸들이 소반을 챙겨 조광조 앞에 놓고 다른 나졸들은 형리를 풀러 그 속에서 독주가 든 술병과 사발을 꺼내 소반 위에 놓는다. 조광조 (금부도사를 보다가)..사사의 말씀만 있고 사사의 글월은 없소이까? 금부도사 (품속에서 글월이 적힌 종이쪽지를 꺼내 펴서 보인다) 조광조 (분노의)..아무리 대역죄인이라 할지라도 사사에는 교지가 따르는 법이거 늘..이 사람은 정경대부의 반열에 있었는데 어찌 종이쪽지에 명을 내리셨 단 말인가! 금부도사 나는 명대로 따를뿐이오이다. 조광조 (허망한 시선으로 하늘을 보는) 정녕 전하께오서 이 사람을 버리시려 함이 신가..? 금부도사 ... 조광조 (눈물을 감추며)..전하의 옥체는 강건하시오? 금부도사 강녕하시옵니다. 조광조 지금 정승이 누구누구요? 금부도사 김전대감께서 영의정으로 승차를 하셨고, 남곤대감이 좌의정이 되셨소이다. 조광조 뭐라?..(탄식) 반듯하신 대감들께오서 벼슬이 갈리시고..소인배들이 정승의 반열에 오른 것을 보니 오늘 이사람이 죽는게 틀림없는 일이로구먼! 금부도사, 턱짓하면 나졸중의 하나가 조광조 앞에 놓인 빈사발에 독주를 따른다. 금부도사 어서 어명을 받드시오. 조광조 (약사발을 드는데).. 길상 (급하게 들어오며) 나으리! (분노에 칼이라도 뽑을 듯 하는데).. 당추 (길상의 손을 꽉 움켜쥔다).. 조광조 (길상을 보고)..내가 죽거든 관을 두껍게 쓰지 말고 얇은 나무를 쓰도록 하 게. 먼 길을 운구해야 할 터인데 관이 무거우면 힘이 들것이야. 길상 (소울음을 터뜨리는) 나으리, 크흐흐..(꿇어 앉는다) 당추 ...! 조광조 (정신을 가다듬으며 詠詩를 읊는) 임금을 어버이처럼 섬기었고, 나라를 내 집처럼 근심하였네. 밝은 해가 세상을 굽어보니 붉은 충정을 밝게 밝게 비 추리라!..(약사발을 들고 마신다) 조광조, 고통이 북받쳐 올라오지만 참아낸다. 금부도사, 눈짓하면 덩치좋은 나졸하나가 끄나풀을 들고 조광조의 목을 조 르려고 다가선다. 조광조 (부릅뜨고 호통) 이놈들! 상께옵서 내 몸을 보전해 주시기 위해 사약을 내 리셨거늘 네 어찌 감히 내 목을 얽으려 하느냐! 나졸 (움찔)...! 조광조 독주를 더 따르거라! 나졸, 독주를 사발에 따라주면 조광조, 벌컥벌컥 들이킨다. 조광조, 입과 코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진다. 해설(NA) 자는 효직, 호는 정암, 조광조는 향년 삼십팔세의 나이로 귀양지 능주에서 끝까지 믿음을 버리지 않았던 중종에게 사약을 받고 숨을 거뒀다. s#41. 조광조 몽타쥬(기존 촬영분) 1. 경연장에 처음 나가 대사헌과 대사간을 탄핵하던 2. 정국공신들과 격론을 벌이던 3. 소격서 철폐를 주장하며 연좌농성을 벌이던 4. 함거에 실려 귀양을 떠나던등등의 조광조의 모습 해설(NA) 관직에 나간지 사십개월만에 종이품 사헌부 대사헌에 올라 파격적인 승차 를 거듭하면서 청고한 인품과 임금 앞에서도 직언을 서슴치 않았던 강직한 성정으로 당대는 물론이요 후대에까지 유생과 선비들의 가슴속에 도덕적 사표로써 자리매김하고 있다. 율곡 이이는 조광조를 '현철한 자질과 경세제 민의 재능을 가졌으나 학문이 대성하기도 전에 너무 급하게 요직에 올라 위로는 임금의 마음을 잡지 못하고 아래로는 훈구파의 비방을 막지 못하여 소인배들이 한번 참소를 하자 몸이 죽고 나라가 어지러워졌다'고 한탄했다. s#42. 어느 길(석양) 길상, 조광조의 관을 지고 걸어간다. 갖바치와 당추가 침통한 표정으로 길상의 옆을 따르는 모습위로 F.O 해설(NA) 혹자는 조광조를 성리학의 원리원칙에만 치우쳐 현실정치를 살피지 못하고 결국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상주의자로 보기도 하고, 그의 비타협적이 고 성급한 성정을 탓하기도 하지만 조광조가 추구했던 개혁정치의 이상은 성패를 떠나 당대나 지금까지도 수구세력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치고 있는 개혁론자들에게는 되씹어 볼만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s#43. 편전 외경(F.I) s#44.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영의정 김전, 좌의정 남곤, 우의정 이유청(*),대사헌 홍숙(*),대 사간 조언방(*), 그리고 김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과인이 부덕한 소치로 지난번 조정과 종실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소. 과 인은 그 일을 생각할 때 마다 항상 가슴 아프고 매우 자책하고 있소. 일동 망극하옵니다. 중종 허나 지난 일은 되돌릴 수 없으니 장래에 경계로 삼는 것이 올바른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하오. 경들은 조정의 화평과 국맥이 공고해질 수 있도록 영의정을 중심으로 합심해 주기 바라오! 일동 (조아리며) 명심하겠사옵니다. s#45.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심정이 발이 걷혀진 방안에 앉아있다. 심정 마마, 이젠 되었사옵니다. 남대감이 좌의정에 오르셨으니 조정은 우리 수중 에 떨어진 것이나 진배 없사옵니다. 경빈 (저으며) 아직 마음을 놓기는 이릅니다. 조정에서 찍어낼 인물이 한 명 더 있습니다. 심정 (갸웃하며) 눈엣 가시 같은 조광조와 안당, 이장곤, 게다가 파릉군까지 귀 양을 갔사온데 누굴 더.. 경빈 (날카롭게 보며) 도총관 정윤겸을 잊으셨습니까?! 심정 하오나 정윤겸은 전하께 사직을 청하는 상소를 올리지 않았사옵니까? 경빈 아니됩니다! 제 발로 물러나게 해서는 아니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 윤겸 그 자를 찍어내야 합니다. 화천군께서 힘을 써보세요. 심정 ..그리하지요! 경빈 (E) (벼르는) 난정이를 내 손아귀에 움켜 쥐기 위해서는 정윤겸이란 큰 미끼가 꼭 필요함이야! s#46. 희빈 처소 방 안 희빈과 홍경주가 마주 앉아있다. 희빈 아버님, 이사람은 영문을 모르겠사옵니다. 영의정 자리를 어인 연유로 마다 하신겝니까? 홍경주 (미소) 가는 것이 있어야 오는 것도 있는 법이옵니다. 모두 마마와 금원군 을 위해서 그리 한 것이옵니다. 희빈 예에? 홍경주 이 에비가 영의정 자리를 내주는 대신에 장차 조정에서 금원군을 왕세자로 밀어 올리기로 밀약이 있었사옵니다. 희빈 허나, 영의정과 좌의정이 합세하여 복성군을 밀어부치면 어찌 하옵니까? 홍경주 이 에비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옵니다. 마마 께오선 전하와 대비전의 마음을 잡으실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셔야 할것이 옵니다. 희빈 그리 하겠사옵니다, 아버님. s#47. 대비전 외경 중종, 대전내관과 김상궁등을 거느리고 대비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위로 조상궁 (E) 대비마마, 주상전하 납시셨사옵니다. 자순대비 (E) 어서 뫼시어라. s#48. 대비전 방 안 중종과 자순대비가 다과상을 놓고 앉아있다. 중종 파릉군 숙부의 일로 어마마마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옵니다. 자순대비 주상, 군주는 신하들에게 위엄을 지키시어 때로는 두려움을 주시는 것도 필요한 일이나 한 핏줄로 맺어진 종친들에게는 후덕함을 보이셔야 하옵니 다. 그래야 종친들이 전하의 방패막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중종 ... 자순대비 가슴 아픈일이나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을터, 속히 마음에서 걷어내 세요. 허나 잊으시어서는 아니되십니다. 항상 이번일을 되새기시며 이후에 더욱 현명한 판단을 내리시는데 경계로 삼으세요. 중종 명심하겠사옵니다, 어마마마. 자순대비 (차 한모금 마시고) 주상, 중전은 어찌 하실 작정이십니까? 중종 (흠짓 보며) 어찌 하다니요? 자순대비 중전께서 언제까지 독수공방 하시게 내버려두실 작정이냐 이 말씀입니다. 중종 중전의 일은 소자가 더 상량한 연후에 단안을 내릴것이옵니다. 자순대비 주상.. 중종 어마마마, 중전은 회임을 거부했사옵니다. 소자의 자식낳기를 거부했사옵니 다! 어디 그 뿐이옵니까? 조정일에 나서서 조광조를 두둔하였사옵니다. 소 자, 중전의 참뜻을 알기전까지는 중전을 용서할 수가 없사옵니다. 자순대비 (안스럽다)... s#49. 중궁전 앞 뜰 양어의, 중궁전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금이, 한편에 몸을 숨기고 양어의가 중궁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다. 금이, 갸웃하며 유심히 보다가 급히 몸을 돌려 어디론가 간다. s#50. 경빈 처소 방안 경빈, 경대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며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데 금이 (E) (방밖에서) 마마, 금이옵니다. 경빈 들어오너라. 금이 (방문이 열리면 들어와 서는) 마마, 지금 중궁전에 양어의가 들었사옵니다. 경빈 뭬야?! 허면 중전마마께오서 어의에게 진맥을 받으신단 말이냐?! 금이 그런 듯 싶사옵니다. 소주방 상궁나인들이 귀뜸해준 바에 따르면 요즘 중 전마마께오서 도통 수라를 젓수시지 못한다고 들었사옵니다. 경빈 (심각해지며)..음..진맥이라.. s#51. 중궁전 복도 양어의, 장지문 밖에서 명주실에 손가락을 대고 진맥중이다. 오상궁, 양어의를 지켜보고 서있다. 팽팽한 명주실을 따라 방안으로 들어가면 s#52. 동 중궁전 방 안 그 팽팽한 명주실 끝이 누군가의 손목에 매어져 있다. 윤비, 손목을 내민 시늉만 하고 있을뿐 명주실은 그 옆에 앉은 엄상궁의 손목에 매어져 있다. s#53. 동 방 밖 복도 양어의 (진맥이 끝난 듯) 명주실을 걷으시옵소서. s#54. 동 방 안 엄상궁, 손목에 매어 놓은 명주실을 푼다. 윤비 양어의, 내 어찌 근자에 들어 까닭도 없이 입맛이 없고 몸이 무겁고 곤한 것인가? s#55. 동 방 밖 복도 양어의 크게 미령하신 데는 없는 듯 싶사옵니다. 마음을 깊이 쓰시오면 심신이 곤 하옵고 입맛을 잃으시는 경우가 있사오니 마음을 편히 잡수시옵소서. 신이 보약을 지어올리겠사옵니다. 윤비 (E) (방안에서) 애쓰시었네, 물러가시게. 양어의 예.(방쪽에다 조아리고 일어서서 복도밖으로 나간다) s#56. 동 중궁전 방 안 엄상궁,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윤비를 보며 말한다. 엄상궁 중전마마, 어찌 쇠인의 손목에 명주실을 감아 진맥케 하시옵고, 어찌 양어 의의 눈을 가리시는 것이온지..쇠인 영문을 모르겠사옵니다. 윤비 엄상궁, 다 내가 살고자 함일세. 허니 당분간은 되묻지 말고 이르는대로 따르게. 엄상궁 마마.. 윤비 입을 꽉 다물게, 꽉! 엄상궁 예, 그리합지요. 윤비 ...! s#57. 대궐 일각 양어의,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는데 금이가 급하게 다가온다. 금이 (양어의 앞에 서며) 쇠인 좀 보시어요. 양어의 (보며) 너는 경빈마마의 나인 아니더냐? 금이 우리 마마께오서 양어의를 부르시오. 양어의 (의아)나를? s#58.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양어의가 내려진 발 너머로 앉아있다. 경빈 조금전에 중전마마의 진맥을 하시었다 들었네. 양어의 예, 그러하옵니다. 경빈 (슬쩍 떠보는) 그래, 중전마마의 복중의 태아는 어떠하시던가? 양어의 (깜짝 놀라) 복중의 태아라니요?! 경빈 (미소) 무얼 그리 놀라시는가?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셨음은 이 사람도 짐작하고 있음인 것을?! 양어의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셨다니요?! 마마,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경빈 (눈이 번뜩) 뭬야? 허면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이 아니시란 말씀이신가?! 양어의 예, 중전마마께오선 회임의 징표인 활맥이 아니 뛰셨사옵니다. 경빈 양어의, 그 말씀에 목숨을 걸수 있겠소?! 양어의 (움찔)...! 경빈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지 않으셨다는 말에 목숨을 걸 수 있겠냐고 묻지 않았는가?! 양어의 예, 마마. 트, 틀림 없사옵니다. 경빈 ..알았으니..이만 물러가시게. 양어의 (조아리고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어금니를 물며) 중전이 회임을 하지 않으셨다?! 허면 난정이 고년이 중전 과 짜고 나를 속였단 말인가?! 감히 그년이 나를?!...으음!! 경빈, 연상을 쾅 내려치며 어딘가를 휙-노려본다. s#59. 중궁전 방 안 윤비, 얼굴에 득의에 찬 미소를 흘리고 있다. 윤비 경빈, 네 스스로 판 함정 속으로 걸어들어오게 될 것이야. 호호호. 윤비, 웃음 속에 살기띈 눈빛을 번뜩이며 찻잔을 들어 한모금 마신다. s#60. 윤임 사랑채 외경 윤임처, 술병이 놓인 소반을 들고 방문쪽으로 다가와 선다. 윤임처 대감, 소첩 이옵니다. 윤임 (E) (방안에서) 들어오시오. 박서방, 마루로 뛰어올라가 방문을 열어준다. 윤임처, 소반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s#61.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는데 윤임처, 방안으로 들어와 술병이 놓인 소반을 내려놓고 윤임 앞에 앉는다. 윤임처 대감, 조정신료들의 면면이 일변하였다는데 어찌 방안에서 두문불출하시는 것이옵니까? 윤임 조정이 온통 흙탕물 천지니 괜시리 움직였다가는 몸에 흙탕물 튀기기 십상 이요. 윤임처 하오나 신임 재상들 댁에 문안인사라도 다니시는 것이 좋지 않겠사옵니까? 윤임 (휙-보며) 부인, 지금 나보고 뇌물을 들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란 말씀 이시오?! 윤임처 원자마마를 위해서라면 굽히실 때는 굽히셔야지요. 윤임 음!..내 희락당대감과 상의해서 결정할 터이니 잠시 더 지켜봅시다. s#62. 남소문 객주 마당 송서방과 달래가 물목 맞춤을 하고 있다. 달래 (물건 살피며)..수달피 쉬흔장에 초피 스물 닷장이요..산삼 스무근에..밀초 열닷근하고요.. 송서방 (물목에 적으며) 달래야 천천히 불러..산삼 스무근에 밀초가 열닷근이라.. 김안로 (황서방을 거느리고 대문 안으로 들어선다) 송서방 (김안로 보고 깊숙하게 숙이며) 대감마님께오서 객주까지 어인 발걸음이시 옵니까? 김안로 백도주를 만나러 집에 들렀더니 객주로 나왔다고 하더구만. 송서방 예, 이리로 나오셨다가 다시 출타를 하셨는뎁쇼? 김안로 출타를 했다? 허면 남양군대감댁인가, 좌의정대감 댁인가? 송서방 예에? 이놈이 그것까지 어찌 알겠습니까요? 김안로 장사치들의 마음은 참으로 팔랑개비와 같구먼. 송서방 예에? 김안로 조정에 바람이 불어댈 때마다 이리 저리 저울질하고 줄을 대러 다니느라 바쁘니 하는 말일세.(못마땅한 신음)으음! 가세 황서방!(휙-돌아서 나간다) 황서방 예.(김안로의 뒤를 따른다) 달래 (다가서며) 저 대감마님께서 뭐라 하신거에요? 송서방 ...낸들 알겄냐? 물목이나 마저 맞추자구나. s#63. 남곤 사랑채 외경 남곤 (E) 백도주, 자네가 내 집까지 어인 발걸음을 하였는가? s#64.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 앞에 백치수와 비단옷을 차려입은 능금이가 앉아있다. 백치수 대감께오서 정승의 반열에 오르셨다 들었사옵니다. 이놈 대감마님의 승차 를 경하드리러 왔사옵니다. 남곤 (노려보며)경하?! 백치수 예. (능금을 보며) 능금아, 무엇을 하느냐? 능금 알았소. (품에서 어음봉투를 꺼내 두손으로 받치며)대감마님, 정승으로 승 차하신 것을 경하드리옵니다. 남곤 (능금을 힐끔보며) 이 애가 자네 뒤를 이어받을 그 아인가? 능금 예, 소녀 능금이라 하옵니다. 백치수 대감께오서 능금이를 어여삐 보살펴주시옵소서. 남곤 (어음봉투를 들고 꺼내보지도 않고 휙-던져버린다) 도루 가져가게! 능금 ...?! 백치수 (놀라) 예에? 대감마님! 어인 연유로..? 남곤 몰라서 되묻는겐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것인가?! 백치수 ('길상이 때문이란 것을 안다')..이놈은 알지 못하오니 깨우쳐 주시옵소서! 남곤 (노려보며) 자네가 진정 나와 연을 끊지 않으려면 조광조의 호위로 붙였던 총각놈을 데려오게! 그 놈을 데려와 내 앞에 무릎을 꿇리란 말일세! 백치수 (낭패한)...! 능금 ...! s#65. 어느 길 백치수, 생각에 잠겨 걷고 있는데 능금이 옆에 바짝 붙어선다. 능금 도주아저씨, 그 총각놈이 길상이 맞지요! 백치수 ..그래. 능금 증말 길상일 저 대감한테 넘겨줄 심사요?! 백치수 내 목숨을 부지하려면 그럴 수밖에! 능금 (뚝 멈춰서며) 뭐요?! 그딴 말 마슈! 누구든 길상일 해꼬지하는 놈은 내 손 으루 배떼기에 칼을 박아 버릴거요! 알아 들었소?!(쿵쿵 대며 가버린다) 백치수 (능금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s#66. 갖바치 마당 난정모, 대문안으로 들어와 조심스럽게 방쪽을 살피는데 방백인 (뒷곁에서 나오며 반갑게) 아주머니 오셨소? 난정모 (꾸벅)..헌데 갖바치 어르신은.. 방백인 당추형님과 작반하시어 능주로 내려가셨소. 난정모 예에..허면 이만.. 방백인 아주머니, 난정이 혼사 일로 갖바치 형님과 상의하러 오셨지요? 난정모 예에? 그걸 어떻게.. 방백인 어떻게는 무슨요? 이 사람이 난정이와 승후관나으리의 혼사 택일을 잡아줬는데요. 난정모 ...?! 당골네 (방문 벌컥 열고 내다보며 음산한 표정과 말투) 누가 왔소? 방백인 이왕 발걸음을 하셨으니 방으로 드시지요. 난정모 아닙니다, 이만 가봐야겠습니다.(돌아서 가는데) 당골네 (음산한) 성님, 묵은 원한일랑 싸그리 잊어버리시오! 안그러면 큰 재앙이 닥칠거요! 방백인 어휴, 저 여편네..또, 또! 당골네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간다) 난정모 (가다가 휙-돌아다본다)... s#67. 갖바치 대문 앞 길 난정모, 대문 밖으로 나온다. 난정모 (E) 아무래도 난정이 혼사를 대감마님께 알려드려야 돼.. 그래, 그게 도리야.. 난정모, 어디론가 총총히 간다. s#68. 정윤겸 사랑채 마당 금부군사들이 정윤겸을 끌고 나오고 있다. 군사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정렴, 눈물을 뿌리고 있고 옥련, '아버님-아버님-' 부르며 울부짖는다. 배서방과 양평댁을 비롯한 하인들이 둘러서있다. 정렴 대체 아버님께 무슨 죄가 있으시다고 이러시는거요?! 금부도사 그거야 금부에 가서 문초를 해보면 백일하에 밝혀질터 물러들 서거라! 정윤겸 렴아. 정렴 (울먹)..예, 아버님! 정윤겸 내게 죄가 있다면 벌을 받을 것이고 죄가 없으면 풀려날 것이니 애비없는 동안 네가 집안을 잘 보살피거라. 정렴 예,흑흑.. 금부도사 (군사들에게) 서둘러라. 금부군사들, 정윤겸을 대문쪽으로 끌고 간다. 그 뒤를 식솔들이 따른다. s#69. 정윤겸 대문 앞 길 금부도사, 앞서 나오고 그 뒤로 군사들이 정윤겸을 끌고 간다. 정렴과 옥련, 배서방, 양평댁과 하인들이 그 모습을 본다. 옥련 (울부짖는)아버님,아버님- 양평댁 (옥련을 부축하며 눈물을 찍어내는)... 박희량 (반대편에서 급히 오며) 낭자, 이 대체 무슨 일이요?! 어찌 금부군사들이 도총관대감을 끌고 가는것이요? 옥련 (박희량을 보자 더 슬프게 울어댄다)..도련님..흑흑! 박희량 ...! s#70. 근처 다른 길 난정모, 걸어오는데 맞은편에서 금부도사와 금부군사들이 오라를 지운 정 윤겸을 끌고 온다. 난정모, 길옆으로 비켜서서 고개를 조아리다가 문득 정윤겸을 본다. 난정모 (경악하는)..대,대,대감마님! 정윤겸 (난정모를 보지만 모른척 시선을 돌리고 끌려간다) 금부도사 행렬이 지나가면 난정모, 맥이 풀리는 듯 땅바닥에 털썩주저 앉는다. s#71. 난정모 집 마당 난정, 툇마루에 걸레질을 치고 있는데 난정모, 넋이 나간 얼굴로 대문안으로 급하게 들어온다. 난정모 (난정쪽으로 달려와 어쩔줄 몰라) 난정아, 이 일을 어쩌면 좋으냐? 어쩌면! 난정 어머니, 대체 무슨 일이세요? 난정모 (털썩 주저앉으며)..대감마님께오서 금부에 끌려가셨다... 난정 (놀라) 예에?! s#72. 경빈 처소 마당 난정, 굳은 얼굴로 일각문 안으로 들어온다. 금이 (마루에 앉아있다 난정을 보고 다가오며) 마마께오서 네가 찾아올것이라 하시더니 참말이셨구나? 난정 (무시하듯) 여쭈어라! 금이 (모멸감에 보며) 이,이게... 난정 (버럭) 어서! 금이 (그 눈빛에 움찔하여 처소 방쪽으로 들어간다)..마마, 난정이가 들었사옵니 다. 난정 ...! s#73. 경빈 처소 방 안 난정, 방문이 열리면 굳은 표정으로 들어와 경빈 앞에 선다. 경빈 (차를 마시며 여유있는 미소) 난정아, 오늘은 무슨 일로 나를 찾아 왔느냐? 난정 (경빈을 보는)...마마께오서 잘 알고 계시지 않사옵니까? 경빈 허면 도총관을 풀어달라는 청을 하러 온것이더냐? 난정 이년은 마마께오서 여걸이신줄 알았사온데 이제보니 상주골 촌부의 따님 티를 벗지 못하셨군요! 경빈 (휙-노려보며) 뭬야?! 촌부의 딸?! 난정 (싸늘하게) 아니라 하시오면 천하를 한 손에 움켜 쥐고 계오신 마마께오서 어찌 이년 같이 하찮은 것을 위협하시는겝니까? 경빈 (무섭게 쏘아보며) 네 이년! 그 주둥이 닥치지 못할까?! 난정, 경빈을 눈빛을 무섭게 맞받아 쏘아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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