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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천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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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s#1. 정윤겸 집 안채 마당 일각(밤) 난정 독한눈으로 휙- 박씨를 돌아다 보면 박씨, 난정을 노려보며 매섭게 뺨을 후려친다. 박씨 (숨을 씩씩대며) 내..이년! 감히 뉘게다 손찌검을 해! 박씨, 분이 풀리지 않는지 연속해서 난정의 뺨을 후려친다. 맞을 때 마다 고개가 젖혀지지만 이를 악물고 신음소리를 참는 난정. 난정모, 울상되어 어쩔줄 모르고 보고만 있는데 사랑채 쪽에서 걸어오던 정윤겸이 이 광경을 보고 소리친다 정윤겸 이 무슨 소란이냐!! 박씨 (휙-정윤겸을 돌아보며)..대감, 세상천지에 어찌 이런 일이 있단말입니까?! 첩년의 딸년이 우리 렴이의 뺨을 치다니요!! 정윤겸 (난정과 난정모를 노려본다)...뭐 뭐라?! 난 난정이가...?! 박씨 문중에서 이 일을 알아 보세요 집안이 발칵 뒤집힐것입니다 난정모 (울먹이며)..마님, 차라리 이년을 죽여주셔요(무릅을 끓는다) 박씨 시끄럽네! 내 자네 딸년을 단매에 쳐죽여도 할말이 없을걸세! 난정 .... 정윤겸 부인, 사랑채로 들어오시오. 장흥댁 자네도! 난정모 ..예. 정윤겸 난정이 넌 부를때까지 방에 들어가 한발자국도 나오지 말거라! 난정 ...예..(아래채 방쪽으로 울면서 뛰어 간다) 박씨 대감! 휙- 돌아서 사랑채쪽으로 가는 정윤겸. 박씨 (난정모를 노려보며) 따라 오게! (사랑채쪽으로 간다) 난정모 (조용히 일어나 사랑채쪽으로 간다) s#2. 난정모 방 안(밤) 난정, 방안으로 후다닥 뛰어들어와 한구석에 무릎깍지를 낀채 얼굴을 파묻는다. 난정, 고개를 치켜 들며 터진 입술을 깨문다. 무엇인가를 결심한 듯한 난정의 독기서린 눈빛. s#3. 동 사랑채 방 안(밤) 정윤겸 앞에 박씨와 난정모가 앉아있다. 박씨 대감께서 그토록 애지중지 하시던 난정이가 정렴이에게 손찌검을 하였사옵니다. 이제 어찌하시겠사옵니까? 정윤겸 ...음!! 박씨 이 소문이 밖에라도 새어나간다면.. 난정모 (조아리며) 다 쇤네 잘못이옵니다. 쇤네가 두 분 마님께 씻어담지 못할 죄를 지었사옵니다. 쇤네를 죽여주시옵소서. 박씨 (냉랭하게) 내 당장 자네 모녀를 멍석 말아도 시원치않은 심정일세! 정윤겸 부인은 어찌했으면 좋겠소? 박씨 당장 내쳐야지요! 놔뒀다간 더 큰 화근을 부를수도 있사옵니다. 정윤겸 허어,아직 아이들 입으로 자초지종을 들은건 아니지 않소? 박씨 (어이없어) 첩의 딸이 정씨 문중의 종손에게 손찌검을 했사옵니다! 헌데도 대감께선 어찌 그 아이 역성만 드시는겝니까?! 대체 그 아이가 무엇이온데! 그 까짓게 무엇이온데! 정윤겸 부인! 박씨 모르겠사옵니다! 진정 대감의 뜻을 모르겠사옵니다!! 박씨, 벌떡 일어서서 휙-나가버린다. 정윤겸, 소리죽인채 흐느끼는 난정모를 보다가 허공을 향해 길게 한숨을 토해낸다 s#4. 난정모 방 앞 방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보퉁이를 낀 난정이 나온다. 난정, 주변을 살펴보고 대문쪽으로 뛰어간다 s#5. 정윤겸 집 대문 앞(밤) 무겁게 닫힌 대문이 끼익-소리를 내며 조심스럽게 열린다. 난정, 대문 밖으로 나와 몇걸음 옮기다가다 멈칫 서서 돌아본다.. 난정, 대문쪽을 원망스럽게 노려보며 입술을 깨물다가 몸을 돌려 골목 밖으로 뛰어간다. s#6. 정윤겸 사랑채 방 안(밤) 정윤겸 앞에 난정모가 머리를 조아린채 눈물을 글썽이며 앉아있다. 정윤겸 자네, 혹시 난정이에게 자네 집안 내력을 말해줬는가? 난정모 ...예... 정윤겸 허어, 어찌 자네 답지 않게 경솔한 짓을 하였는가? 난정모 .... 정윤겸 날이 밝으면 난정이를 불러 자초지종을 물을테니, 물러가 근신하고 있게. 난정모 ...예..(일어선다) s#7. 난정모 방 앞(밤) 난정모, 방문 앞으로 힘 없이 걸어온다. 한숨을 쉬고는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s#8. 동 난정모 방 안(밤) 난정모, 방 안으로 들어오다가 깜짝 놀라 멈춰선다. 반닫이 문이 열린채 옷가지등이 헤쳐져 있다. 난정모, 반닫이 속을 보다가 방안을 둘러보면 횃대에 걸려있던 난정의 옷가지도 없어졌다. 난정모 (방문쪽으로 다가와 밖을 내다보다가 털썩 주저 앉는다)..나,난정아! s#9. 어느 골목길 (밤) 난정, 보퉁이를 가슴에 안고 걸어간다. 골목 안쪽으로 등불을 든 순라 포졸 두명이 들어선다. 난정, 포졸들을 보고 흠짓 놀라 멈춰선다. 포졸 (난정 발견하고) 누구냐? 난정, 뒤돌아서서 후다닥 도망친다. 골목 밖을 빠져 나가는 난정의 모습 위로 포졸(E) 게 섯거라-(난정의 뒤를 쫓는 발소리) s#10. 다른 골목 안(밤)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난정,골목 안으로 숨가쁘게 뛰어와 담벼락에 몸을 바짝 붙이고 숨는다. 골목 밖으로 달려가는 포졸들의 발소리. 발소리가 멀어지면 발에 힘이 빠지는지 스르르 주저 앉는 난정. 난정, 무릎에 고개를 파 묻고 흑 흐느낌을 터뜨린다. s#11. 어느 길(밤) 난정모, '난정아-난정아-' 부르며 이곳 저곳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난정모 (안타까운)..난정아..난정아! s#12. 갖바치 초가 밖(밤) 갖바치, 쇠가죽 지게를 지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s#13. 동 갖바치 초가마당(밤) 갖바치, 마당으로 들어와 지게를 내려 놓고 방쪽으로 가는데 누군가 평상에 쪼그리고 앉아 작은 소리로 흐느끼고 있다. 갖바치, 의아한 눈길로 다가가서 보면 난정이다. 갖바치 (놀라) 아, 아니 너 난정이 아니냐? 난정 (고개 들고 보며)..아저씨.. 갖바치 네가 어찌..? 난정 (눈물 콧물 가득한 얼굴로)..집을 나왔세요..헌데 갈 데가 없세요. 갖바치 ...! s#14. 갖바치 방 안(밤) 갖바치에겐 어울리지 않게 책들이 가득한 방 안. 난정, 오한이 든 듯 오들오들 떨며 뜨거운 차를 마신다. 갖바치 (보며) 쭉 마셔라. 한기가 가실게다. 난정 ..고마워요, 아저씨. 갖바치 그나저나 대갓댁 도령의 뺨을 쳤다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으냐? 난정 ... 갖바치 날이 밝는대로 집으로 돌아가거라. 난정 (단호하게) 아니오, 집엔 두 번 다시 안 돌아가요. 갖바치 안돌아가?! 난정 걸핏하면 때리고 누명이나 씌우고..종년의 딸이라고 개,돼지 다루듯 멸시하는 그런 집엔 들어가지 않겠세요. 갖바치 (안스럽게 보는)...어머니는 어쩌고? 난정 (글썽하여) 모르겠세요..어머니껜 죄송해요..그치만 사람대접 못받고 사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어요.(흐느낌이 터진다) 갖바치 (안고 토닥여 준다)..그래..울어라..네 마음 속에 맺힌 한이 풀릴때까지 실컷 울어라.. 난정, 갖바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서럽게 울어댄다. 갖바치, 동병상린의 심정으로 길게 한숨을 쉰다. s#15. 중궁전 복도(낮) 윤임처, 손에 약첩을 들고 복도를 걸어와 방문앞에 선다. 박상궁 마마, 판돈령부사 정부인 들었사옵니다 중전(E) 오, 어서 뫼시어라. 박상궁 예.(방문을 열어주며 윤임처에게) 드시지요. s#16. 중궁전 방 안 윤임처, 방안으로 들어온다. 중전 (반갑게) 어서 오세요. 윤임처 (절하며) 중전마마, 오랜만에 문후드리옵니다. 중전 (손을 맞잡으며) 그간 어찌 지내셨습니까? 나를 위해 불공드리러 다니신단 말씀은 들었습니다. 윤임처 송구스럽사옵니다..(중전 보며 놀라) 마마, 어찌 이리 수척해지셨사옵니까? 중전 (어색한 미소) 별 일 아닙니다. 윤임처 근자에 중궁전에서 벌어지는 해괴한 일 때문이옵니까? 중전 벌써 사가에까지 소문이 들어갔습니까? 윤임처 예. 후궁전 누군가의 소행이라고 하옵니다. 마마께오서도 알고 계신지요? 중전 (고개 저으며) 가당치 않은 말입니다, 분명 도깨비 장난입니다. 윤임처 예에?..하오나.. 중전 (단호하게) 도깨비 장난이어야 합니다.사람의 짓이라면 당장 대궐이 발칵 뒤집어지고 (배를 쓰다듬으며) 이 뱃속의 아기에게도 좋지 못한 일입니다. 윤임처 하오면 마마께오선.. 중전 (미소)예,나도 누가 도깨비 장난을 하는지 짐작을 합니다. 나 역시도 후궁의 처지라면 똑같은 짓을 했을지도 모르지요. 윤임처 ('중전이 괜히 중전이 아니다'는 경외감의 느낌)..! 중전 회임을 했을때도 체증이니 뭐니 했지만 내가 입을 다물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을 겝니다. 윤임처 (충격)...회,회임까지도요?! 중전 예, 그런 곳이 궁궐입니다..궁궐에서는 알아도 모른척 들어도 못 들은 척해야 평안합니다. 윤임처 (두렵기까지 하다)...?! 중전 (미소) 오랜만에 오셨으니 우리 쌍륙이라도 놀까요? s#17. 대궐 일각 희빈과 창빈이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걸어온다. 반대편에서 마주오던 무수리 두명이 머리를 조아리고 지나간다. 창빈, 힐끗 돌아보면 저만치서 자기들끼리 입을 가리고 낄낄대며 가는 무수리 둘의 뒷모습. 창빈 (얼굴을 돌리며) 궐내에 벌써 어제밤 소문이 퍼졌답니다. 앞으로 어찌 낯을들고 다녀야 할지 모르겠사옵니다. 희빈 의연 하세요, 창빈. 체통만 깍이시옵니다. 창빈 상감마마를 무슨 낯으로 뵌단 말입니까?...꼭 죽고만 싶사옵니다. 희빈 (입술을 깨물며) 내 꼭 고 여우에게 당한 수모를 갚아주고 말겠소! s#18. 경빈 처소 안 경빈, 연상 위에서 뭔가를 쓰고 있다. 종이위에 "癸酉 二月 五日 丑時"라고 쓴다. 경빈 (문밖에다) 밖에 금이 있느냐? 금이 (E) 예. 마마님. 금이 (방문 열고 들어오며) 찾아계시옵니까?(무릎 꿇고 앉는다) 경빈 너 소격서에 좀 다녀오너라. 금이 소격서요? 경빈 그래..(글씨를 쓴 종이를 봉투에 넣으며) 이 사주 임자의 운세를 알아가지고 오너라. 될 수 있으면 많은 술사들에게 보여야 하느니라. (건네준다) 금이 (받으며)예..하온데 누구의 사주이옵니까? 경빈 너는 알고 싶은게 왜그리 많으냐, 어서 다녀 오너라! 금이 예.(일어나 나간다) s#19. 빈청 안 홍경주와 남곤과 심정, 정광필, 그리고 윤임이 말석에 앉아있다. 윤임 대감들께오선 무슨 연유로 도총관을 파직하라고 하시는겝니까? 지금 정도총관 만큼 전하께 충성스런 신하가 어디있단 말이오? 홍경주 가재는 게편이라고 같은 무반출신이라 편을 드시는게요? 윤임 전하 앞에 내편 네편이 어디 있사옵니까? 소실을 취한 사사로운 일로 정도총관 같은 충직한 인물을 파직하라하시니 드리는 말씀이외다. 남곤 그 소실이 바로 역적의 딸이외다. 윤임 허나 전조의 일이옵니다! 심정 공평무사하신 좌의정께서도 도총관을 변방의 외직으로 좌천시키라고 간 하셨으니 좌상대감께 말씀해보시오. 윤임 (정광필 보며) 좌상 대감, 정도총관의 죄가 그리도 큰 것이옵니까? 정광필 판부사. 윤임 예, 대감. 정광필 판부사는 조정의 인사에 대해 말을 아끼는 편이 좋겠소. 윤임 이 사람은 단지 충언을 드리는 것이옵니다. 심정 좌의정의 말씀은 외척은 정사에 가까이 않는게 좋다는 뜻이오이다. 윤임 외,외척?! 남곤 놀라시긴요? 중전의 오라버니께오서 외척이 아니시면 누가 외척이란 말이오? 안그렇소이까, 허허허. 홍경주 암, 그렇구말구요! 허허허. 윤임 (모멸감)...! s#20. 대궐 중문 밖 윤임, 사인교쪽으로 걸어오면 윤임의 집사가 맞으며 조아린다. 윤임 (사인교에 오르며) 도총관댁으로 가자. 윤임집사 예. 윤임을 태운 사인교가 어디론가 간다. s#21. "昭格署" 현판 (INSERT) 해설(NA) 소격서는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을 정한 뒤 삼청성신에게 제사를 지내게 하던 관청으로 이 풍속은 신선의 도교사상에서 유래한 것이다. 소격서에는 소격전과 삼청전, 태을전이란 전각이 있고 성제의 우물이 있었는데 오늘날 서울의 삼청동의 이름은 여기서 유래 된 것이다. s#22. 소격서 일각 소요관을 쓴 도사들과 장옷과 쓰개치마등을 쓴 아낙들이 지나는 모습위로 해설(NA) 소격서에는 관원이외에 선도를 공부하는 도사들이 있어서 사람들의 명과 복을 빌어주는 까닭에 궁궐은 물론 여염집에서도 점을 치고 사주를 보러 몰려들었다. 금이, 걸어오는데 백발에 염소 수염을 기른 묘하게 생긴 홍안의 사내가 그 앞을 막아선다. 방백인이다. 방백인 대궐에서 나오신 마마님이십죠? 금이 경 칠 소리 마시오, 일개 나인보고 마마님이라니요?! 방백인 얼마 안 있어 승은을 입고 마마님 소릴 들으실 몸인데 조금 앞당겨 들으면 어떻소? 금이 (솔깃하여) 정말이오? 내가 승은을 입는단 말이오? 방백인 얼굴에 그렇게 쓰여 있소이다. 금이 (싫지 않고) 관상을 볼 줄 아시오? 방백인 본업은 사주쟁이요, 관상은 덤으로 봐드립죠. 금이 (방백인의 얼굴을 살펴보다가)..좋소, 어디 사주 한번 봅시다. s#23. 소격서 객사방안 십이지신상 탱화가 걸려있는 도교적인 분위기의 방안. 방백인이 "癸酉 二月 五日 丑時" 글씨를 보고 있다. 방백인 계유년 이월 초닷새 축시라...(앞에 앉은 금이를 보며) 이 사주의 임자가 누구라고요? 금이 우리 마마님의 조카뻘되시는 분의 사주라 하셨소. 방백인 그래요?...(갸웃하며) 거 참 괴이한 일일세... 금이 괴이하다니요? 방백인 (보며) 분명 이 사주의 임자가 후궁전 마마님의 조카분 맞소? 금이 그렇다니까요?..헌데 왜요? 방백인 이 사주의 임자는 세 살 되는 해에 박살을 당하고 사지를 찢길 운세요. 아마 사람의 사주가 아니라 개나 돼지같은 육축의 새끼일께요. 금이 뭐, 뭐요? 방백인 사주가 그런걸 낸 들 어쩌겠소? 금이 이리 내요! (사주가 적힌 종이를 뺏으며) 순 돌팔이 같으니라고! 금이,사주종이를 챙겨서 밖으로 총총히 가버린다. 방백인 (금이 뒷모습을 묘한 눈으로 보며)..허허.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겠지.. s#24. 정윤겸 집 사랑채 외경 정윤겸(E) 뭣이오? 난정이가 집을 나갔단 말이요?! s#25.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윤겸, 놀란 표정으로 박씨의 얼굴을 본다. 박씨 예, 아주 보따리까지 챙겨 야반도주를 하였답니다. 정윤겸 ...?! 박씨 못된 송아지 어디에서 뿔이 난다고, 어쩌시겠사옵니까,대감? 정윤겸 ..음!! 박씨 당장 하인들을 풀어 난정일 잡아 들이라 하세요. 그대로 놔뒀다간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발칙한 계집이옵니다. 정윤겸 ...?! 박씨 평소에 난정이가 자기는 역적의 자손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을 정렴이와 옥련이가 들었답니다. 혹시 대감께 누라도 끼칠까 걱정이옵니다. 정윤겸 필시..제 발로 들어올게요 기다려봅시다, 부인. 박씨 대감!! 정윤겸 (눈을 감는).... 배서방 (E) 대감마님, 판부사께오서 오셨사옵니다. 정윤겸 (눈을 뜨며) 판부사께서? s#26. 동 사랑채 방 밖 방문이 열리고 박씨가 나와 마당으로 내려선다. 윤임이 배서방 옆에 서 있다. 박씨 (다소곳하게 조아리며)오셨사옵니까? 윤임 (인사받으며) 예. 박씨, 얼굴의 피하며 안채쪽으로 간다. 정윤겸 (나오면서) 어인 발걸음이시옵니까? 윤임, 헛기침을 하며 마루로 올라 방으로 들어간다. s#27. 동 안채 마당 박씨, 안채쪽으로 오는데 아래채쪽에서 난정모가 외출복차림으로 나온다. 난정모 (박씨에게 다가와 조아리며) 마님.. 박씨 (못마땅하게 눈길을 준다) 난정모 쇤네..다녀올데가 있어서.. 박씨 (안채보며) 양평댁- 양평댁 (나오며)예, 마님. 박씨 사랑채에 차를 들이게. 양평댁 예.(부엌으로 가는) 박씨, 난정모를 무시하듯 고개를 꼬며 냉랭하게 안방으로 들어가버린다. 난정모 ... s#28. 동 사랑채 방 안 윤임과 정윤겸이 찻잔을 놓고 대좌하고 있다. 윤임 대감, 어쩌자고 이 사람의 말을 한 귀로 흘려 버리십니까 작은댁 일로 구설에 오를것이라 하지 않았소이까? 정윤겸 내 불충에 대해선 이 사람이 지겠습니다. 윤임 어찌 책임을 지신단 말이옵니까? 정윤겸 파직을 당하던 외직으로 나가던 전하의 뜻에 따르겠소이다. 윤임 대감께오선 전하를 위하는 일보다 한 낱 소실일이 더 중하시단 말씀이옵니까? 정윤겸 (보며) 판부사, 말씀이 지나치시오. 윤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소이다. 소실을 내보내세요! 허면 이 사람이 대감을 구제할 방도를 마련해보리다. 정윤겸 ... 윤임 괜한 고집 피우지 마세요, 전하께 더 큰 불충을 저지르게 될 뿐이외다! 정윤겸 (눈을 감는다)...음!! s#29. 정윤겸 집 대문 앞 윤임, 대문을 나와 사인교쪽으로 간다. 윤임 (집사에게) 자네 이길로 교동 이학봉 나으리댁에 가서 파릉군 대감을 뫼셔오게. 내 장통교 자운아 기방에서 기다리고 있겠네. 윤임집사 예.(급하게 어디론가 간다) 윤임 (사인교에 오르며) 가자. 윤임을 태운 사인교가 어디론가 간다. s#30. 갖바치 초가 마당 옥매향, 마당으로 쏙 들어온다. 옥매향 (둘러보며) 아자씨! 갖바티 아자씨!..어딜가셨디? 난정 (부엌에서 나오며)..쇠가죽 고르러 가셨어. 옥매향 (신기하다는 듯 난정을 보며) 이 에미나이래 말은 할 줄 아는구먼? 난정 ...응? 옥매향 내래 널 텀 봤을땐 벙어린줄 알았어, 야!. 난정 (픽 웃는)... 옥매향 너 갖바티 아자씨 딸이네? 난정 아니. 옥매향 긴데 와 여기서 사네? 난정 ..갈 데가 없어서.. 옥매향 (보다가)..너 몇 살이네? 난정 열 살...왜? 옥매향 기럼 나랑 동갑이네? (빤히 보다가) 우리 동무할까? 난정 동무? 옥매향 기래, 내레 피양에서 외할머니랑 살다가 한양에 온디 얼마 안됐어, 기래가디구 한양에 동무가 없어. (보며) 기러니끼니 우리 동무하자우. 어떠네? 난정 (생각하다가)..그래, 좋아. 옥매향 (활짝 웃으며) 내레 매향이야, 옥매향! 피양 옥진사께서 울 아버지야. 기리니끼니 이래뵈두 내레 반뼉따귀 양반이야. 난정 ..내 이름은 난정이야..정난정.. 옥매향 난덩?..난덩아. 우리 동무됐는데 맹탕처럼 이러구 있지말고 나가자우. 내레 맛있는 것 사줄테니끼니. 난정 ...?! 옥매향, 난정의 손을 막무가내로 끌고 문 밖으로 나간다. s#31. 경빈 처소 안 경빈, 연상위에 쌓인 사주풀이 종이들을 들춰보고 있다. 금이 술객들마다 고귀하게 될 분의 사주라고 하셨사옵니다. 경빈 (야릇한 미소) 고귀하다? 금이 예..사내라면 천군만마를 호령할 장수의 운세이옵고, 여자분이오면 침선 방적에 막힐 것 없는 현모양처가 되실 분이라 하옵니다. 경빈 그래? 금이 예, 하오니 조카분 걱정은 안하셔도 좋으실 듯 하옵니다. 경빈 도사들중 이상한 점괘를 말한자는 없었느냐? 금이 (생각하다가 문득) 아 참, 돌팔이 점바치가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말을 한 것을 빼고는.. 경빈 (솔깃하여) 그래? 그 자가 누구더냐?! 금이 (의아하여)..예? s#32. 자운아 기방 외경 대문 앞에 세워둔 윤임의 사인교 근처에서 윤임의 집사와 천서방이 장기판을 벌이고 있다. 골목 한편에서 지켜보고 선 중치막이 긴장하고 대문쪽을 본다. s#33. 자운아 기방 안채 방 안 파릉군과 윤임이 술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윤임 정도총관을 구하실 분은 대감밖에 없사옵니다. 허니 대감께오서 전하께 한 말씀 도와 주시옵소서. 파릉군 허허, 내게 무슨 힘이 있다고.. 윤임 전하께오서 대감에 대한 총애가 깊지 않사옵니까? 파릉군 글쎄요..내 어쩌면 한양을 떠날지도 모르겠소. 윤임 (놀라) 예에? 떠나시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옵니까?! 파릉군 내겐 찾아야 될 사람과 혈육이 있소이다. 그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채 도성안에 머물고 있다는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지요. 윤임 대감께오선 사사로운 정 때문에 전하곁을 떠나시겠단 말씀이옵니까? 파릉군 내가 전하곁에 있으면 조정이 혼란스러워질 것이오. 윤임 예? 파릉군 벌써부터 조정에서 정치세력들이 이합집산하고 있는 모습이 보여요. 이대로 가다간 조정에 큰 회오리가 일 것이외다. 전하께오서 감당하실 수가 없을 만큼 거센 회오리가.. 윤임 그러니 더욱 더 대감께오서 전하 곁에 계셔야지요. 파릉군 (저으며)난 일개 종친에 불과하오.전하를 지켜드릴 만한 힘이 없소이다. 윤임 (침울한)...! 파릉군 (보며) 허나 곧 조정에 새로운 기운이 나타날테니 너무 염려마시오, 판부사. 윤임 (솔깃하여) 새로운 기운이라 하오시면? 파릉군 (한잔 마신다)... s#34. 자운아 기방 마당 조광조, 대문 안으로 들어선다. 조광조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자운아 (조광조 앞으로 나오며) 어이구, 옥골선풍 선비님께오서 대낮부터 기방출입 이시라니요? 조광조 허허, 파릉군 대감을 뵈러왔네. 유하시는 곳에 여쭤보니 이곳에 계실거라 해서. 자운아 선비님 성함은 어찌되시는디요? 조광조 조광조라고 하네. 자운아 (보며) 따라오시디요. 자운아가 앞장서면 그 뒤를 따르는 조광조. 자운아, 안채 방 문 앞 마루에 선다 자운아 대감-조광조란 선비님께서 뵙자고 하십네다. 파릉군(E) (반갑게) 오, 어서 뫼시게. s#35. 동 안채 방안 자운아, 방문을 열어주면 조광조가 들어온다. 조광조 (허리 숙이며 농조)대감, 낮부터 풍류에 젖어 계시옵니까? 파릉군 허허, 이 사람 자네야 말로 날 만날 핑계로 기방출입을 하려던거 아닌가? 조광조 대감께오서 제 의중을 꼭 집어 내셨사옵니다 .하하. 윤임 허어, 대감 이사람도 인사를 나누게 해주셔야지요. 파릉군 두분께선 초면이신가? (조광조에게) 이 분은 판돈령부사 대감이시네. 조광조 (얼굴 굳어지며) 아옵니다. 윤임 ...?! 조광조 (파릉군에게) 소생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일어선다) 파릉군 허어, 이 사람, 왜 그러시는가? 윤임 (당황하여) 내 그대에게 무슨 결례라도 범하였소? 조광조 소생은 파릉군대감과 이 나라의 도학정치의 장래를 논하고 싶어 찾아왔사옵니다. 윤임 (미소) 그런 자리에 이 사람도 끼워주시면 안되겠소? 조광조 자고로 외척과는 정사를 논하지 않는다 하였사옵니다. 그럼. 조광조, 고개를 숙이고는 휙- 몸을 돌려 나가버린다. 윤임 (무안하여) 아니, 저, 저 사람.. 파릉군 (껄껄 웃으며) 과연 정암 답구만.하하하. 윤임 나무가 너무 곧으면 부러지기 쉽고 모난 돌이 정을 맞는 법인데.. 저 젊은 선비가 딱 그 격이옵니다. 파릉군 예, 그러니 요즘 같은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 아니겠소이까?! 윤임 ...예에?... 파릉군 큰 그릇입니다. 능히 상감의 사표가 될 인재로 이 나라 조정을 이끌어 나갈만한 큰 재목감이오! 판부사께서 저런 젊은이들의 방패막이가 되어주시오, 허면 전하께오서도 바른 정치를 펼쳐나가시는 명군이 되실거외다. 윤임 (조광조가 나간 방문쪽을 돌아보며)...조광조라..?! s#36. 당추 암자 마당 난정모, 계단을 올라오다가 계단을 내려오는 당추를 본다. 난정모 스님! 당추 (돌아보며 합장인사를 올린다) 안그래도 소승이 보살님을 찾아뵈려던 참이었사옵니다. 난정모 스님께오서요? 당추 예..당골네가 찾아왔었사옵니다. 난정모 (놀라)예에?...기어코..그 사람이.. 당추 소승이 호통을 쳐서 쫓아냈사오니 걱정마시오소서.. 난정모 .... 당추 자 안으로 드시지요 (계단을 다시 올라간다) s#37. 당추의 암자 방 안 난정모와 당추, 찻잔을 두고 마주 앉아있다. 당추 (한숨) 허어, 난정이가 집을 나가다니... 난정모 스님, 어쩌면 좋사옵니까? 당추 (생각하다가)..보살님께서 댁을 나오시는게 좋겠사옵니다. 난정모 (놀라) 예? 집을 나오라니요? 당추 난정이가 친부를 만난 일이나..당골네가 찾아온 것도 그렇고 조짐이 심상치 않사옵니다. 허니 더 큰 급류에 휩쓸리기 전에 한 걸음 물러서시란게지요. 난정모 급류라 하오시면? 당추 자칫 난정이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질지도 모르옵니다! 난정모 (깜짝 놀라) 예에?! 당추 ... 난정모 ..집을 나왔다가 영영 난정이를 찾을수 없게되면 어쩝니까? 당추 새들도 날이 저물면 둥지를 찾는 법이지요. 난정이도 제 발로 보살님을 찾아올테니 소승의 말대로 하시지요. 난정모 ... s#38. 어느 강변 정자위 옥매향이 화려한 춤사위를 펼치고 있다. 난정, 옥매향의 춤에 취한듯 넋을 놓고 보고 있다. 옥매향, 큰 절을 하는 것으로 춤을 마친다. 옥매향 (숨을 고르며 난정쪽으로 온다)..난덩아, 어떠네? 난정 (감탄한 듯)..너 참 대단하구나? 옥매향 (웃으며) 내레 조선 최고의 기생이 될기야. 남정네들을 내 발밑으로 보면서 내 마음대로 쥐락펴락 하는 그런 명기가 되갔어! 난정 ...넌 좋겠다..되고 싶은게 있으니.. 옥매향 (보며) 난덩아, 넌 뭐가 되고 싶네? 난정 나?..(생각하다가)..난 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 옥매향 기럼 너도 기생이나 되려므나? 얼굴도 반반하겠다 못할 게 뭐있네? 난정 (보며)..기생? 옥매향 기래, 조선 천지에 우리 같은 첩실 소생이 움치고 뛸 데가 어디있갔어? 어차피 관비로 박히거나 남의 첩노릇아니면 기생노릇이디. 난정 (한번도 기생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다)... 옥매향 기생이 되면 재물,권세 다 모을수 있잖네? 혹시 아네? 나중에 금관자 붙인 대감마님 작은댁이라도 될지? 난정 (단호하게) 난 첩노릇은 싫어! 옥매향 맘 바뀌어서 기생이 되고 싶음 우리 오마닐 찾아오라우. 난정 네 어머니? 옥매향 응. 울 오마니 피양에서 유명짜한 기생이었어. 연산주때 흥청으로 뽑혀 올라와 궁궐에서도 지냈드랬대. 언제든 찾아오라우. 장통교에 와서 자운아를 찾으면 다 알테니끼니. 난정 너도 재물과 권세 때문에 기생이 되고 싶은거니? 옥매향 아니, 내레 재물도 천하권세도 다 싫어. 기냥 내 맘대로 춤추면서 한평생 살고 싶어서기래. 난정 ...! s#39. 소격서 어느 객사 앞 볕이 드는 툇마루에서 이를 잡고 있는 방백인. 금이가 쓰개치마를 쓴 경빈박씨를 인도하여 온다. 금이 (방백인 가리키며) 저 자이옵니다. 경빈, 방백인의 묘하게 생긴 얼굴을 보는데 방백인, 시선을 느끼고 경빈을 돌아보다가 화들짝 일어나 바닥에 엎드린다. 방백인 마마! 경빈 자네가 나를 아는가? 방백인 (씩 웃으며) 경빈마마 아니시옵니까? 오실 줄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경빈 (심상치 않게 보는)...?! s#40. 소격서 방 안 경빈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방백인. 경빈 자네 말이 맞았네. 자네가 본 사주는 내 조카의 것이 아니라 실은 내 사가에서 키우는 누렁개의 일시일세. 방백인 마마께오서 소격서 술사들의 재주를 시험하셨사옵니다?..하하. 경빈 한 이삭에도 알갱이와 쭉쟁이가 섞여있는 법 아닌가? 방백인 그렇습죠! 경빈 이번엔 진짜 사주를 보고 싶네. 방백인 일러 보시지요. 경빈 (소매에서 사주가 적힌 봉투를 꺼낸다)... 이 사주 임자의 후사를 알고 싶네. 방백인, 소중하게 봉투를 받아 그 속에 든 종이를 꺼내면 "辛亥 八月 二日 卯時"라고 적혀있다. 방백인 (보며) 신해년 팔월 초이틀 묘시라.. 방백인, 눈을 감고 육갑을 짚다가 깜짝 놀라 경빈을 본다. 방백인 이,이 사주는?! 경빈 왜 그리 놀라는가? 방백인 덕배지존에 만성지모라..이 사주는 중전마마의 사주가 아니옵니까? 경빈 (흠짓하다가 표정수습하며)..맞았네. 내 중전마마의 후사가 어떠하신지 알고 싶어 왔네. 방백인 (중얼거리며 생각하다가 일필휘지로 一王一主라고 휘갈긴다) 종사지경은 일왕일주라..왕자한분에 공주 한분이옵니다. 경빈 (순간 실망하는 빛이 스치지만 내색않고)...허면 이번엔.. 아들이란 말인가? 방백인 예, 분명 원자아기씨이시옵니다. 경빈 음!!..(복잡한 심정인데) 원자라?!.. 방백인 (눈치 살피며) 마마! 소인에겐 달걀속의 수평아리를 암평아리로 바꾸는 비술이 있습지요. 경빈 (움찔하여 보는)..!! 방백인 산모 복중의 사내아이를 계집애로 바꾸는 이치도 같사옵니다. 마마께오선 소인의 비술을 사주실 듯 싶은데 의향이 어떠하오신지요?! 경빈 (버럭) 이놈! 네가 죽고 싶어 그런 불경한 혓바닥을 놀리느냐? 방백인 소인의 목숨은 경빈마마께 맡겼사오니 뜻대로 하소서.(눈을 감는다) 경빈 (방백인을 보다가)...정말 복중의 사내아이를 계집애로 바꾸는 비술이 있는가? 방백인 예, 마마님.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아뢰오리까? 경빈 ...자네, 나와 한 말 관 속까지 가지고 갈 수 있겠는가? 방백인 소인, 칼산 지옥을 나뒹굴지언정 누설치 않겠사옵니다. 경빈 ...음!!..(보고) 자네 이름이 뭔가? 방백인 방백인이라 하옵니다. 경빈 방..백..인... s#41. 갖바치 초가 마당 난정모가 갖바치 앞에 서서 놀라고 있다. 난정모 예에? 난정이가 여기 있다고요? 갖바치 알려드리지 못해 송구스럽사옵니다. 이사람 생각에 당분간 혼자 두는게 좋을 듯 싶어 그랬사옵니다. 난정모 그 애는 무사한가요? 어디 다친데는 없고요? 갖바치 예.. 난정모 고맙사옵니다,고맙사옵니다, 부처님... 갖바치 난정일 어쩌시립니까? 난정모 집으로 데려가 대감마님께 사죄를 드리게 해야지요. 갖바치 ... 난정모 어떠한 벌이든 대감마님의 처분에 맡긴 연후에 저희모녀 집을 나올 생각이옵니다. 갖바치 ...음!! 하는데 난정이 마당으로 들어서다가 난정모를 보고 깜짝 놀라 멈춰선다. 난정 어,어머니! 난정모 (휙 돌아 보고) 나,난정아! 난정, 머뭇대다가 몸을 돌려 잽싸게 문 밖으로 도망친다. 난정모 (그 뒤를 쫓아 문밖으로 뛰어 나가며) 난정아-난정아- s#42. 동 문 밖 골목길 난정모, 문 밖으로 뛰어나와 보지만 어느새 모습을 감춘 난정. 난정 (낭패한)...난정아.. s#43. 당추 암자 계단 아래 동자승, 계단에 비질을 하고 있는데 계단 뒤편에서 쏙 나타나는 당골네. 당골네 (웃으며) 스님. 동자승 (힐끔 돌아보고는 비질만 한다).. 당골네 (동자승에게 다가오며)어쩜 이리도 잘 생기셨을까?..스님만 아니라면 내가..(하다가) 아이구 요 주책! 무슨 망측한 생각을 하는건지..호호. 동자승 (진지하게) 소승께 무슨 볼일이라도 있습니까? 당골네 스님, 이 암자엔 오래 계셨수? 동자승 여기서 걸음마를 배웠으니 근 이십년 넘었지요. 당골네 허면 십년전 일에 대해서도 잘 아시겠구려? 동자승, 들고 있던 빗자루로 당골네의 엉덩이를 후려친다. 당골네 (놀라)에구머니!..왜, 왜 이러시오?! 동자승 큰 스님께오서 이르시길 보살님이 다시 와서 십년전 일을 묻거든 불문곡직하고 볼기짝을 때려 보내라 하셨사옵니다. 소승 큰 스님 말씀에 따를밖에요! 동자승, 빗자루를 휘두르면 당골네 계단 아래로 쫓겨내려간다. s#44. 암자 내려가는 산길 당골네, 갸웃거리며 온다. 당골네 분명 뭔가 있긴 있는데..?..가만있자..그댁 대감마님이 장흥댁모녀를 혜화문 갖바치집에서 데려왔다지?...혹시..? 당골네, 뭔가 생각하다가 급하게 산을 내려간다. s#45. 정윤겸 대문 안 마당 난정모, 맥이 풀린 듯 축 쳐져서 대문안으로 들어오는데 옥련, 지나가다가 난정모를 보고 부른다. 옥련 (쏘아보며) 장흥댁- 난정모 (고개들고 보며) 예?..아씨.. 옥련 (앙칼지게) 자네 모녀때문에 집안이 발칵 뒤집어 졌는데 근신은 않고, 어딜 이렇게 쏘다니는겐가? 난정모 ...난정이를 찾아보려고요.. 옥련 집 안이 풍비박산이 날 판인데 자넨 딸년만 중하단 말인가? 난정모 ... 옥련 자네 때문에 어쩌면 아버님 벼슬이 떨어지게 생겼단 말일세! 난정모 (보며) 예에..? 옥련 만일 아버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시면 내 자넬 가만 놔두지 않을테니 그 리 알게!! 옥련, 눈물까지 글썽하여 노려보다가 쌩-돌아서서 가버린다. s#46. 어느 강변 정자 강물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난정의 얼굴위로 난정 (E) 그래, 어차피 관비나 남의 첩살이 밖에 할 수 없는 팔자라면...재물이나 권세를 쥘 수 있는 기생이 되는거야..조선 최고의 기생이 되어서 이제껏 나를 깔보고 사람 대접 안해 준 자들에게 내 한을 푸는게야.! 난정, 뭔가 결심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 어디론가 간다. s#47. 어느 객주 방 안 길상, 달래의 얼굴을 씻겨주고 있다. 달래 오라버니, 우리패가 내일 황해도로 떠난다면서? 길상 그래. 임진나루를 건너서 송도로 갈거야. 달래 (뾰루퉁) 치, 도성구경 시켜준다고 해놓고... 길상 (웃으며) 좋아, 달래야 지금부터 우리 도성구경가자. 달래 (환히 펴지며)정말? s#48, 어느 대갓댁 앞 길상, 달래의 손을 잡고 가다가 멈춰서 솟을대문을 올려다 본다. 달래 야, 정말 대궐만큼 큰 집이네? 길상 이 담에 오라비가 돈 많이 벌면 우리도 이런 집에서 살자. 달래 ..난 초가집도 좋으니 떠돌아다니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소. 길상 그래..꼭 그렇게 될거야..오래비가 약속할게. 자 업혀.( 주저 앉는다) 달래 (업히며) 오라버니, 나 배고파. 길상 알았어, 가자. 길상, 달래를 목무등을 태워서 간다. s#49. 장터 일각 길상과 달래가 음식좌판이 펼쳐진 곳에서 빈대떡이라도 먹고 있다. s#50. 장터 근처 어느 골목길 길상, 달래의 손을 잡고 오는데 골목 저편으로 난정이 걸어가고 있다. 달래 (길상의 팔을 끌며)오라버니. 길상 응? 달래 (손가락질 하며) 저 언니! 울 엄마 닮은 언니 맞지? 길상 (난정을 보고) 그래! 달래 얼른 따라가 봅시다. 길상과 달래, 난정의 뒤를 쫓으려는데 중갓 (E) 도둑이야-도둑놈 잡아라! 길상, 돌아보면 능금이 중갓 쓴 사내에게 쫓기고 있다. 능금, 헉헉대며 길상 쪽으로 뛰어온다. 길상, 능금이 보내고 달려오는 중갓 쓴 사내의 발을 슬쩍 건다. '어이쿠-' 자빠지는 사내. 길상, 달래의 손을 잡고 능금이 간 반대편 길로 잽싸게 도망친다. 도망치던 능금, 잠시 멈춰서서 길상의 뒷모습을 보며 쌩끗 웃고는 다시 도망친다. s#51. 희빈 처소 방 안 희빈이 앞에 앉아있는 향이를 본다. 희빈 뭬야, 경빈이 소격서 출입을? 향이 예, 마마님. 경빈마마가 만났던 사주쟁이가 그 길로 짐을 챙겨 소격서를 떠났다고 하옵니다. 희빈 (갸웃하며) 고 여우같은 경빈이 또 무슨 일을 꾸미는거지?.. s#52. 경빈 처소 앞 마루 생각에 잠겨 왔다가 갔다가 하다가 걸음을 멈추고 휙 얼굴을 돌리는 경빈의 얼굴위로 경빈(E) 두고 보라지..천하가 내것이 될것이야.(묘한 웃음을 짓는다) s#53. 갖바치 초가 마당 갖바치, 쇠가죽을 마름질 하는데 큰 등짐을 짊어진 방백인이 들어온다. 방백인 (웃으며) 형님! 갖바치 (돌아보며) 아, 아니! 이게 누군가? 아우님 아니신가? 갖바치와 방백인, 달려와 서로를 부둥켜 안는다. 갖바치 이게 대체 얼마만인가, 이사람아! 방백인 사부님께오서 돌아가실 때 뵈었으니 벌써 십년도 훨씬 넘었소. 갖바치 허허, 잘왔네, 자 앉게나 (평상쪽으로 간다). 방백인 (둘러보며)아니, 스승님께오서 당대 최고의 경륜이라 인정한 형님께서 고작 가죽마름질이나 하고 있단 말이오? 갖바치 무얼하면 어떤가? 입에 풀칠이나 하면 고마운게지. 자네는 어찌 지냈는가? 방백인 남의 사주, 관상이나 보면서 팔도를 떠돌아 다녔지요. 떠돌기가 싫증나서 요즘은 소격서에서 식객 점바치 노릇을 하고 있었소. 갖바치 허허, 이럴게 아니라 우리 술청에가서 한잔 하세나. 방백인 아니오, 나중에 합시다. 내 오늘밤 자시에 긴히 할 일이 있소. 갖바치 긴한 일이라니? 방백인 평생 먹고 살 걱정없이 한몫 단단히 챙기는 일이오. 왜 형님도 끼어드릴까요? 갖바치 아닐세. 내 자네 밥그릇을 뺏고 싶지는 않네, 허허. 방백인 술은 내일 다시 와서 합시다. 갖바치 (끄덕이며)그러시게나. 방백인 짐을 좀 맡겨놓고 가도 되겠지요. 갖바치 아무렴, 자네 편한대로 하게나. 방백인 (등짐을 푼다) s#54. 갖바치 문 밖 길 방백인, 올때와는 달리 간편한 개나리 봇짐 차림으로 삽짝 밖을 나선다. 골목에서 고개를 쏙 빼고 보는 당골네. 당골네, 갸웃하다가 방백인의 뒤를 쫓는다. s#55. 어느 주막 마당 방백인, 주막 안으로 들어온다. 그 뒤를 쫓던 당골네 한 옆으로 숨는다. 방백인 (둘러보며)주모-주모 있는가? 주모 (부엌에서 나오며) 어서 오시우. 방백인 빈 방 있는가? 주모 아, 있구 말구요. 방백인 셈은 후하게 치룰테니 다른 이는 받지 말게. 자 선셈일세 (은닢 몇 개를 준다) 주모 (받아들고 황공한 듯) 알아뫼시겠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방백인 (방으로 들어가려다 돌아보며) 아 참, 수탉 한 마리 구해주게. 주모 백숙으로 할깝쇼, 탕으로 드실깝쇼? 방백인 살아있는 생닭으로 한마리 구해주게. 자 닭값일세. (다시 은전 한닢을 준다) 저녁때까지 한숨 잘테니 깨우지 말게나. 주모 (입이 찢어진다)예,예, 분부대로 합죠. 방백인이 방으로 들어가면 주모, 신이나서 부엌으로 들어간다. 주막 담장 너머로 얼굴을 내밀어 기웃거리던 당골네가 심상치 않은 눈초리가 된다. s#56. 자운아 기방 앞(밤) 홍등이 걸린 대문 앞. 자운아, 한량차림의 손님들을 배웅하고 있다. 자운아 (뒷모습에다 조아리며)살펴들 가시라요? 자운아, 돌아서서 대문안쪽으로 들어가려는데 한귀퉁이에 서 있던 난정이 자운아 앞으로 다가온다. 난정 아주머니... 자운아 (보며) 나한테 무슨 볼 일있네? 난정 (망설이는)...저.. 자운아 뜸들이디 말고 날래 말해보라우. 난정 (용기를 내어) 저..기생이 되고 싶어요.. 자운아 뭐어? s#57. 자운아 기방 뒷 방 안(밤) 자운아 앞에 앉아 있는 난정. 자운아 너 기생이 뭔지는 알고 온거네? 난정 ..예. 자운아 (빙긋 웃으며) 기래?..기생이 뭐하는건데? 난정 (머뭇대며)..술손님과 벗하여..(점점 자신이 없다)..풍류를 즐기고... 자운아 (피식 웃으며) 풍류? 풍류가 뭔지 알고나 하는 소리네? 난정 아니요, 몰라요. (결심한 듯) 실은 저 재물을 모으고 권세를 쥐고 싶어요. 그래서 기생이 되고 싶어요. 조선 최고의 기생이요. 자운아 (난정의 눈빛을 보다가 훗 웃는)..요 에미나이래 당돌하구만?! 난정 ...기생이 되게 해주세요. 자운아 기생이 되고 안되고는 나중 일이고 부엌일부터 도우라우. 난정 그,그럼 받아주시는거에요? 자운아 먹여두고 재워주기는 하갔어, 헌데 새경 같은건 없으니 그리 알라우. 난정 (조아리며) 고맙습니다,고맙습니다... s#58. 자운아 기방 마당(밤) 난정, 마당으로 나오는데 옥매향이 아랫방에서 나오다 난정을 보고. 옥매향 난정아- 난정 (보고) 매향아.. 옥매향 (달려와 서며) 내레 니가 찾아올디 딱 알았어. 덩말 잘왔어. 잘된기야. 난정 매향아, 나 열심히 배워서 조선 최고의 기생이 될거야. 옥매향 기럼 나하고 내기하자우! 누가 먼저 조선 최고의 명기가 되는디 말이야? 난정 좋아! 서로 보며 웃는 난정과 옥매향의 얼굴에서. s#59. 난정모 방 안(밤) 난정모, 등잔불 앞에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일어서서 나간다. s#60. 정윤겸 사랑채 마당(밤) 난정모, 불 켜진 사랑채 방쪽으로 다가와 선다. 난정모 대감마님. s#61. 동 사랑채 방 안(밤) 정윤겸, 생각에 잠겨있다가 흠짓 방밖을 본다. 정윤겸 들어오게나. 방문이 열리고 난정모가 들어와 선다. 난정모 쇤네 대감마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 왔사옵니다. 정윤겸 앉게. 난정모 (다소곳하게 고개 숙인채 앉는다)... 정윤겸 (보며) 말해보게. 난정모 (어렵게 입을 뗀다)..쇤네, 대감마님 곁을 떠날때가 된 듯 싶사옵니다. 정윤겸 떠나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난정모 (흐느낌을 참으며) 대감마님의 은혜를 저버리는 이년의 죄를 용서해주시 옵소서.. 정윤겸 ..난정이 때문인가? 난정모 (눈물 글썽하여)..쇤네 평생 대감마님을 곁에서 뫼시고 싶었사오나.. 대감마님과 댁에 더 누를 끼칠까봐 두렵사옵니다.. 정윤겸 그 무슨 소리!자넨 내게 조강지처나 마찬가질세. 내 어찌 조강지처를 버릴수 있겠는가?! 난정모 (감격하여 눈물이 흐른다)대감마님, 허락해 주시옵소서..쇤네 마음만 더 무거워질 뿐이옵니다... 정윤겸 아니되네, 그럴수는 없네. 난정모 하오면..쇤네 당분간 댁을 떠나 산사에서 지낼까 하옵니다. 부처님께 저희 모녀가 지은죄를 참회하겠사옵니다. 정윤겸 (허공을 보며 한숨)..내 어찌 자네의 마음을 모르겠는가?... 자네에게 아무런 힘도 못되는 내 자신이 원망스럽구만... 난정모 (흐느낌 터지며)..대감마님.. s#62. 어느 객주 방 안(밤) 능금(E) 글쎄 들어와 보라니까? 능금, 길상이의 손을 잡아 끌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길상 이 손 좀 놔! 능금 (손을 놓고 한손에 든 보자기를 편다) 이거 먹어. 쫄깃쫄깃한 인절미야. 길상 (받으며)...? 능금 아깐 고마웠어. 아무도 주지 말고 혼자만 먹어. 길상 (보다가) 앞으로 다시는 도둑질 같은거 하지마.(나가려는데) 능금 (등뒤에서 길상의 허리를 감싸안는다) 길상아. 길상 (당황하여)..너,너 뭐하는 짓이야. 능금 (길상의 등에 얼굴을 묻으며) 난 네가 좋아..너도 내가 싫지는 않지? 길상 (어쩔줄 모르는데)..야, 너.. 달래 (방문을 확 열고 들여다 본다) 뭣들 하는 짓이오? 화들짝 놀라 떨어지는 길상과 능금. 길상 다,다,달래야..아,아무것도 아냐. 우리 떡 먹자.. 길상, 수상쩍게 노려보는 달래를 데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능금 아이, 깜짝 놀랐네! 능금, 길상의 체온이 남아있는 듯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며 쌩끗웃는다. s#63. 주막 마당(밤) 고요한 정적속에 방백인의 방에서만 불빛이 새어나온다. 벽쪽에서 얼굴을 슬그머니 내 놓는 당골네. 당골네, 살금살금 방앞으로 다가와 손가락에 침을 발라 문풍지에 구멍을 낸다. 당골네, 구멍에 눈을 바짝대고 안을 들여다 본다. s#64. 동 주막 방 안(밤) 소반으로 꾸민 제단 위에 쌍촛불이 켜져있고 그 앞에 보자기에 묶인 수탉과 섬뜩한 식칼이 놓여있다. 방백인, 향을 피우고 난 후 식칼을 집어든다. 방백인, 한손으로 닭의 목을 잡고 식칼을 치켜든다. 식칼을 휙 내려치면 s#65. 동 주막 방 밖(밤) 깜짝 놀라 방문 구멍에서 눈을 떼는 당골네. 당골네, 숨을 몇 번 몰아 쉰 후 다시 방문 구멍에 눈을 갖다 댄다. s#66. 동 주막 방 안(밤) 방백인, 닭피가 담긴 바가지를 바닥에 놓는다. 품 안에서 중전의 "辛亥 八月 二日 卯時" 사주가 적힌 종이를 꺼내 소반위에 놓는다. 방백인, 식칼에 닭피를 묻히며 주문외듯 중얼거린다. 방백인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신해년 팔월 초이틀 묘시이옵니다... 수평아리가 암평아리로 바뀌듯 복중의 사내아이가 계집아이로 변하게 해주시옵소서.. 방백인, '수리수리 마하수리'류의 알 수 없는 주문을 입속으로 중얼중얼 외우며 식칼에 묻힌 피를 사주종이위에다 뿌려댄다. 일순, 방백인이 주문을 뚝 그치고 섬뜩한 표정으로 사주 종이위에다 식칼을 꽂는다. s#67. 중궁전 방 안(밤) 금침이 펴진 앞에서 머리를 손질하던 중전이 악-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배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신음소리를 낸다. 박상궁(E) 마마! 무슨 일이시옵니까?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박상궁. 박상궁, 몸을 비틀며 고통스러워하는 중전을 부축한다. 박상궁 마마, 마마! s#68. 주막 방 안(밤) 방백인, 다시 사주종이위에 식칼을 퍽- 꽂는다. 사주종이에 섬뜩하게 꽃히는 식칼. s#69. 중궁전 방 안(밤) 박상궁과 나인들의 부축을 받던 중전이 다시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른다. 박상궁 (나인에게)어서 백비탕을 올리고 내의원에 기별해라. 나인 예.(급하게 나간다) 박상궁 (중전을 부축하며)마마, 정신 차리시옵소서.. (하다가 소스라치게 놀란다)...! 중전의 금침요에 붉은 핏자국이 묻어있다. s#70. 주막 방 안(밤) 방백인, 이마에 땀까지 배인 섬뜩한 얼굴로 사주종이를 노려본다. 방백인 이번 한번이면...수평아리가 암평아리로 바뀌는게야. 방백인, 식칼을 치켜들고 내리꽂으려는데 흔들리는 촛불. 방백인, 인기척을 느끼고 방문 쪽을 휙 돌아본다. 방백인 누구냐?! 방백인, 식칼을 들고 방문쪽으로 다가가서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s#71. 동 방 밖(밤) 방문을 열고 주변을 둘러보는 방백인. 그러나 아무도 없다. 방백인, 갸웃하며 방문을 닫고 들어간다. 툇마루 밑에 숨어있던 당골네가 빠져 나와 겁에 질린 듯 '걸음아 나 살려 라' 주막 밖으로 도망친다. s#72. 동 주막 방 안(밤) 방백인, 소반앞으로 다가서는데 방문 여닫는 틈에 촛불 하나가 꺼져있다. 방백인 (낙심하여)..이럴수가?촛불이 꺼지다니 ..십년공부 도로아미타불 됐구먼..허어 이걸 어쩐다? s#73. 중궁전 외경(낮) 대전내관과 김상궁이 걱정스럽게 서있는 위로 중종(E) 얼마나 놀라시었소, 중전? s#74. 중궁전 방 안 병색이 완연한 얼굴로 자리에 누워있는 중전. 중종, 중전의 손을 쥐고 있다. 중전 전하께 심려를 끼쳐드려 망극하옵니다. 중종 심려라니요? 그런 소리 마시고 어서 훌훌 털고 일어나시구려. 박상궁 (E) 마마, 어의 양수인 들었사옵니다. 중종 (밖에다) 중전의 복중의 태아는 어떠한가? s#75. 중궁전 방 밖 복도 박상궁과 상궁나인들이 도열해 있다. 방 밖에서 어의 양수인이 소반에 약사발을 받쳐들고 서있다. 양어의 아기씨는 무사하시옵니다. 중종 (E) 오, 그래?..탕약은 지어왔느냐? 양어의 예,중전마마의 기력이 쇠잔하신 듯 하여 혈을 보하는 탕약을 지었사옵니다. 중종 (E) 어서 들이라. 양어의 예. 박상궁, 양어의가 받쳐든 소반을 건네 받아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s#76. 동 중궁전 방 안 박상궁, 약사발이 놓인 소반을 들고 들어와 중전 앞에 놓는다. 박상궁, 중전을 부축하여 자리에서 일으켜 세운다. 중전, 힘겹게 일어나 앉으면 박상궁이 약사발을 받쳐드는데 중종 이리주게. 박상궁 예.(약사발을 중종에게 건네준다) 중전 (황감하여)전하.. 중종 (약사발을 중전의 입에 대어준다) 자... 중전 (감격한 표정으로 약을 마신다).. 중종 (비단수건으로 중전의 입가를 닦아주며) 원자가 무사하다니 이런 다행이 어디있소? 중전 항공하옵니다 마마 s#77.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희빈과 창빈이 앉아있다. 자순대비 참으로 망유기극한 일이오, 중궁전에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지 모르겠소. 희빈 대비마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누군가 중전마마의 원자아기씨를 생산을 해하려는 소행일지도 모르옵니다. 자순대비 해하다니?! 감히 누가 그따위 짓을 한단 말이오? 희빈 근자에 경빈이 소격서에 자주 드나들며 점을 친다고 하옵니다. 자순대비 (흠짓하여) 경빈이 점을?..창빈도 그런 말을 들었소? 창빈 (희빈을 슬쩍보며)..예, 경빈께서 큰 굿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있사옵니다. 자순대비 (심각한)...음!! 희빈 (희미한 미소가 스친다) s#78. 경빈 처소 방안 경빈, 호호호 웃는다. 금이 (보며) 마마님께오서 뭐가 그리 좋으시옵니까? 경빈 호호호, 넌 중전께오서 붉은 빛을 비쳤다는 말을 못들었느냐? 금이 하오나 양어의는 아기씨가 무사하다고 하지 않았사옵니까? 경빈 네가 모르는 소리다, 그게 다 수평아리가 암평아리로 바뀐 징조니라.호호. 금이 예에? 조상궁 (E) 경빈마마, 조상궁이옵니다. 경빈 (방문쪽을 돌아본다) s#79. 경빈 처소 마당 경빈, 금이를 거느리고 방에서 나와 대청 위에 선다. 조상궁이 나인을 거느리고 서 있다. 경빈 조상궁께서 어인 일이시오? 조상궁 (공손히 조아리며) 대비마마께오서 찾아계시옵니다. 경빈 (불안해지는)...대비마마께오서요? s#80. 대비전 방 안 경빈, 자순대비 앞에서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경빈 신첩이 중전마마를 방자하다니요, 억울하옵니다, 신첩 억울하옵니다. 자순대비 (경빈의 얼굴을 빤히 보는).... 경빈 대비마마 누가 신첩을 모함하는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허면 소격서엔 무슨 일로 출입을 하였소? 경빈 중전마마의 원자아기씨 생산을 축수발원 드리러 갔사옵니다. 정히 못믿으시겠사오면 소격서 술사들을 불러 알아보시옵소서.. 만약 신첩이 다른 마음을 먹었다면 당장 이 자리에서.. 천벌을 받을것이옵니다.(흑흑 가련하게 운다).. 자순대비 (보다가 마음이 찡하여) 그만하시오, 경빈, 내 경솔하였던 것 같구려. 경빈, 더욱 가련하게 눈물을 쏟아낸다. s#81. 대비전 복도 희빈과 창빈이 대비방에서 들려오는 경빈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자순대비(E) 그만 그치시라니까요? 내 잘 알았다지 않소? 경빈(E) 대비마마... 희빈 (방쪽을 흘겨보며 속삭이는) 저,저런 여우같으니라고! 창빈 (속삭이는)...아무래도 혹 떼려다 혹 붙인 것 같사옵니다. 희빈 ....! s#82. 편전 안 중종과 파릉군이 면대(사관이 참석한)하고 있다. 중종 숙부, 정녕 과인곁을 떠나시겠다는겁니까? 파릉군 신도 전하의 곁에 오래토록 머물고 싶사옵니다. 하오나 신은 찾아야 할 사람이 있사옵니다. 전하께오서 신의 마음을 헤아려주리라 믿사옵니다. 중종 압니다, 하지만 숙부께서 떠나시면 누가 과인을 지켜주겠소? 파릉군 전하께오선 지존이시옵니다. 덕을 쌓아 경륜을 이루시면 만백성이 전하를 우러러보며 의지할 것이옵니다. 그들이 전하를 지켜줄 것이옵니다. 중종 ...음!!.. 파릉군 신, 떠나기전에 전하께 충심으로 간할 말씀이 있사옵니다. 중종 말해보오. 파릉군 신진사류를 등용해 그들을 곁에 두시옵소서. 그들은 전하의 덕을 밝혀줄 새로운 정치세력이옵니다. 그 들 중 조광조라는 인물을 조정의 선봉으로 삼으신다면 전하의 업적은 후세에 길이 빛날 것으로 사려되옵니다. 중종 조광조...조광조라..? 파릉군 정윤겸 또한 충직한 인물이옵니다. 그를 항시 곁에 두시옵소서. 정치를 모르는 충직한 무관은 전하의 버팀목이 될것이옵니다. 중종 ...판부사 윤임은 어떻소? 과인의 처남이 돼서가 아니라 사람이 총명하고 신실하지 않소. 파릉군 윤임은 불가근불가원 하셔야 하옵니다. 중종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리도 하지 말라? 파릉군 예, 전하. 외척을 곁에 두고 쓰신다면 반드시 구설에 올라, 정쟁의 씨앗이 되는 법이옵니다. 중종 그래요..고맙소, 숙부. 내 숙부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겨두리다. 파릉군 (뭉클하여)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s#83. 자운아 기방 대문 앞(밤) 정윤겸과 윤임의 사인교가 근처 골목에 멈춰져 있다. 조촐한 술상을 놓고 천서방과 윤임의 집사가 술잔을 나누고 있다. 반대편 골목에서 난정과 옥매향이 댕기와 노리개를 들고 쫑알거리며 걸어 와 그들 앞을 지나쳐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s#84. 자운아 기방 안채 방 안(밤) 파릉군과 윤임, 정윤겸이 자리에 앉아 있다. 자운아가 그 옆에 앉아있다. 파릉군 오늘밤은 내가 도성에 머무는 마지막 밤이오. 그동안 인연이었던 두분과 이별주라도 나누고 싶어 불렀소이다. 윤임 정녕 떠나시렵니까? 파릉군 떠나야지요..앞으로 이 사람은 구름을 벗삼아 팔도를 주유하며 풍류객으로 살아 갈 것이오. 정윤겸 언제 다시 돌아오시렵니까? 파릉군 찾아야 할 사람을 찾으면 돌아올 것이요, 허나 그들을 찾지 못하면 어찌 될지 나도 모르겠소. 자운아 이거 섭섭하옵네다. 만나자 마자 이별이라닙쇼? 파릉군 너무 섭섭해 말게. 내 꿈속에서라도 자넬 만나러 올테니. 자운아 애들을 부를깝쇼? 파릉군 아니네, 오늘은 두분 벗과 정담을 나누는 자리니 자네가 곁에서 수발을 들어주었으면 좋겠구만. 자운아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옵네다. 그럼 쇤네가 술상을 준비하갔습네다. 자운아, 일어나서 방 밖으로 나간다. s#85. 자운아 기방 마당(밤) 자운아, 방밖으로 나와 마당으로 내려선다. 난정과 옥매향, 아랫방 마루에 걸터 앉아 손에 든 댕기며 노리개등을 서로의 머리에 대보거나 치마에 달아보며 히히덕거리고 있다. 자운아 (보고)저,저 애미나이들! 하루동일 어딜 그케 싸돌아다니다 오는기야? 옥매향 (보며) 난덩이 댕기 골라주러 방물뎐에 갔다왔시오. 자운아 쯧쯧, 날래 손닦고 술상 차리는 것 좀 거들라우! 옥매향 알갔시오... 자운아 뭐 하네, 날래 가보지 않고! 난정 예.. 난정과 옥매향, 부엌으로 들어간다. 자운아, 난정과 옥매향을 흘겨보다가 하늘을 쳐다본다. 자운아 (섭섭하다) 오늘따라 잔별도 오라지게 많구만.(한숨 내 쉰다) s#86.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들(INSERT) s#87. 자운아 기방 방 안(밤) 파릉군, 애절한 거문고가락을 연주하고 있다. 정윤겸과 윤임, 곡조에 취해 있고 자운아는 눈물을 찍어낸다. 파릉군, 연주를 그치고 눈을 뜬다. 파릉군 (둘러보며) 허어, 이 사람이 괜히 흥겨운 술자리를 망쳐놓은 듯 싶소이다. 정윤겸 아 아니옵니다 파릉군대감의 거문고를 직접 들으니 천하 풍류객이란 말이 과연 명불허전 이옵니다. 윤임 대장부 가슴이 이렇게 뭉클할 정도니 팔도의 기생들이 오금을 저릴만 하옵니다. 파릉군 허어, 과찬의 말씀이외다. 자운아 덩말 거문고 소리가 애를 끓게 만드누만요. (파릉군에게 한잔 따르며) 한잔 드시라요. 파릉군 (받으며) 고맙네. 자 듭시다.(정윤겸, 윤임과 함께 한잔 마신다) 자운아 대감의 신묘한 솜씨를 뵈었으니, 쇤네도 가야금으로 화답할까 하옵네다. 윤임 자네 가야금 솜씨는 벌써 녹슬지 않았는가? 자운아 무슨 소리야요? 내레 퇴기로 물러앉았디만 조선천지에 아직은 내 가야금을 따라올 기생은 없시요. 파릉군 암, 내 조선팔도를 다녀봤어도 자네 가야금 만한 소린 아직 보지도 듣지도 못했네. 자운아 과분한 말을 들으니 몸둘 바를 모르갔시요. 자운아,가야금을 꺼내 자세를 잡고 줄을 고른다. 자운아, 가야금을 튕긴다. s#88. 자운아 기방 마당(밤) 방안에서 자운아의 창과 흥겨운 가야금 소리가 들려나온다. 난정, 술병 몇 개가 놓인 소반들고 부엌에서 나오다 보면 방 쪽을 보며 서있는 옥매향. 난정 (다가오며) 뭐하니? 옥매향 우리 오마니가 타시는기야. 사내들 애간장을 녹이는 솜씨디.. 잘 들어보라우, 절로 흥이 나디 않네?(까딱까딱 어깨춤을 춘다) 난정 (듣다가) 매향아. 술 들여가야지. 옥매향 (보며) 난덩아. 이번엔 네가 가디고 들어갈 차례야!. 난정 (놀라) 뭐어?..싫어, 난 못해. 옥매향 (미소) 기생이 되갔단 에미나이래 글케 부끄럼이 많아서 어칼려고 기래? 난정 ...그치만.. 옥매향 조선 최고의 기생이 되갔단 에미나이래 결심이 고것 밖에 안되간? 난정 (망설이다 결심한듯)....알았어, 할게! 하면 되잖아. 옥매향 날래 들어가 보라우. 난정, 술병 몇 개가 놓인 소반을 받쳐들고 방문앞에 선다. 난정, 잠시 머뭇대며 마당에 서 있는 옥매향을 돌아본다. 옥매향 터음 딱 한번이 중요한기야. 한번만 넘기면 나머진 기냥 술술 풀리는기야! 난정, 입술을 깨물다가 숨을 크게 한번 내쉬고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s#89. 동 기방 안(밤) 난정, 고개를 푹 숙인 채 술 소반을 들고 들어온다. 파릉군과 정윤겸, 윤임은 자운아의 창과 가야금 가락에 취해 난정을 신경쓰지 않는다. 난정, 술상 뒤로 앉아 새 술병을 놓고 바닥의 빈 술병들을 챙긴다. 난정, 빈 술병들을 소반위에 올려 놓고 일어서는데. 파릉군 (무심코 난정을 보다)..너, 너는..?! 난정 (그제서야 파릉군을 보고 놀라는)...에그머니!..나으리..?! 정윤겸, 파릉군의 소리에 난정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난정도 정윤겸쪽으로 고개를 돌리다 시선이 마주친다. 정윤겸 (놀라) 나, 난정아! 난정, 소스라치게 놀라 소반을 떨어뜨린다.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술병들. 일순 자운아의 가야금 연주가 뚝 그치고 방안의 시선이 난정에게 집중된다.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난정의 당혹스런 얼굴에서 스톱모션.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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