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63
s#1. 난정모 집 외경(낮) 난정 (E) (방안에서) 예에?! 스님,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s# 동 난정모 방 안 난정, 당추를 놀란 눈으로 보며 말한다. 당추 옆에 모린이 앉아있다. 난정 모린이를 거두어 달라니요? 당추 난정이, 네가 암자를 떠난 후로 무슨 까닭인지 이 아이가 어미를 기다리는 어린 새처럼 식음을 폐한채 네가 돌아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느 니라. 난정 하오나, 스님 아직 제 몸뚱이 하나 편히 눕히지 못하는 처지에 어찌 다른 사람을 보살필 수 있겠사옵니까? 당추 무리한 청인줄은 알지만..따지고 보면 모두가 부처님께오서 정해주신 인연 이 아니겠느냐? 난정 (모린을 보는)... 모린 (고개를 숙인채 불쌍한 표정)... 난정 (뭔가를 생각하는)... s# 백치수 사랑채 외경 곽서방, 마루위에 앉아있다. 백치수 (E) 장대인, 중전마마를 알현하신 일은 어찌 되셨는가? s#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 장씨와 백치수가 찻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장씨 이사람, 중전마마께 추상같은 호통만 맞고 쫓겨났습니다. 백치수 (의아) 호통을 맞고 쫓겨나다니? 장씨 성정이 반듯하고 대쪽같으신 분께 장사얘기를 끄집어 냈다가 경을 치는줄 알았소이다. 백치수 허어, 경빈마마께서 써주신 서찰이라도 내보이지 그랬는가? 중전마마께오 서 그 서찰을 보셨다면 자넬 박대하시진 못하셨을것을. 장씨 (미소) 과연 그랬을까요? 백치수 암, 그렇고 말고! 중전마마께오서 그 서찰만 손에 넣으신다면 중궁전을 위 협하는 경빈마마의 큰 약점을 틀어쥐시게 되는데 자넬 매정하게 내치실 리 가 있겠나?! 장씨 괜찮소, 첫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백치수 헌데 지엄하신 중전마마를 뵈오니 어떠하시던가? 장씨 참으로 크신 인물이십디다. 허나 때를 잘 못 타고 나시었소. 백치수 때를 잘 못 타고 나셨다? 장씨 (찻잔을 들어 입술을 적시고)..백도주, 이사람은 평소에 조선의 여인네들을 참으로 가엽게 여겼소이다. 평생을 길쌈이다 밭일로 허리 한번 펴보지 못 하고 등골빠지는 고된 살림 속에서도 사내를 상전처럼 떠 받들어야 하는 건 물론이고 양반가의 여인들 역시 고리타분한 법도에 얽매여 대문밖 출입 조차 제 맘대로 못한채 평생 움크리고 살 수밖에 없으니 참으로 처참한 팔 자 아니오이까? 백치수 사내가 높고 여자가 낮은 것은 세상에 정해진 이치가 아닌가? 장씨 세상에 정해진 이치요?! 하하, 이사람이 평생 여러곳을 다녀봤어도 세상 천지에 조선땅처럼 여자들을 옭죄는 나라는 보질 못했소이다. 백치수 허허, 장대인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겐가? 장씨 (진지한 표정) 이사람이 이번에 조선땅에 와서 중전마마를 비롯하여 경빈 이나 심지어 승후관의 첩실이라는 난정이를 만나보니 참으로 영웅호걸의 기상입디다. 백치수 영웅호걸의 기상?! 허허, 여자들이 영웅호걸 기상을 타고 났다 한들 무엇 에 쓰겠는가? 장씨 그러니 때를 잘못 타고 났다는 말이지요. 백치수 (끄덕이며) 하긴 그럴수도 있겠지.. 장씨 허나 아직은 속단 할 일은 아닌 듯 싶소. 혹시 아오? 조선땅이 치마폭에 휘둘려 들썩거릴지? 백치수 허허허, 천지가 개벽되지 않는한 그런 일은 절대 없을걸세..것보다는 능금 이가 걱정일세. 지난밤 이후론 도통 방밖 출입을 안하고 틀어박혀 있으니... 장씨 (냉정하다) 입에 쓴 약이 몸에는 좋은 법이지요.(찻잔 들어 마신다) s# 남소문 객주 아랫방 안 능금, 무릎을 곧추세운채 생각에 빠져있는 얼굴위로 들려오는. 길상(E) (62회 s#42의)다른 사내와 살을 섞은 몸뚱이로 내 배필이 되겠다고?! 앞으 론 나를 배필로 생각지도 말고 부르지도 마! 알았니?! 능금, 눈물 글썽한 슬픈 표정으로 문득 손가락을 들어 본다. 손가락에 끼어있는 옥가락지. s# 후레쉬 백(11회 s#8의) 길상, 능금에게 옥가락지를 주던 장면. s# 동 남소문 객주 아랫방 안(현실) 능금,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얼굴에 옛생각에 희미한 미소가 스친다. 능금 (옥가락지를 한참 들여다 보다가 더욱 처참한)...! s# 편전 외경 중종(E) 과인은 누구를 왕세자로 낙점할 것인지에 대해 아직.. s#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김전, 남곤, 이유청(*), 홍경주, 정광필, 안당이 앉아있고 윗목에 박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어의를 정한 바가 없소. 허나 왕세자 책봉을 더 미룬다면 조정의 공론은 분열되고 기강이 혼탁해질 것이라 생각되오. 하여 과인은 이번에 여러 왕 자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왕재를 가리고자 하오. 일동 (서로의 얼굴을 보며)...! 중종 그 자리에 경들도 배석해 주셨으면 하는데 경들의 뜻은 어떠하시오? 김전 나라의 방본(邦本)을 정하는 막중한 자리에 신들을 불러주시온다니 전하의 하해와 같은 성은에 감읍할 뿐이옵니다. 중종 과인은 왕자들의 적서와 장유를 따지지 않고 불편부당하게 왕재의 품절을 따져 본 연후에 낙점을 하고자 하니 과인이 어의를 정하는데 경들의 혜안을 빌려주시구려. 일동 망극하옵니다. s#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내려진 발 너머의 남곤과 심정을 보고 말한다. 경빈 허면 전하께오서 왕자들의 자품과 지혜와 식견을 시험하시는데 원임 정승 들까지 배석시키겠다는 말씀이시오? 남곤 예, 대비마마와 중전마마께오서도 자리를 함께 하실 것이란 말씀이 계셨사 옵니다. 경빈 정광필과 안당대감은 물론이고 대비마마와 중전마마께오서도 내심 원자를 왕세자로 밀고 계신분들 아닙니까? 헌데 어찌...?! 심정 마마, 심려거두시옵소서. 전하께오서 왕실뿐 아니라 조정의 신료들이 참석 할 자리를 마련하신 것은 불편부당한 낙점을 하시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 신 것이라 생각되옵니다. 남곤 그러하옵니다. 복성군께오서 공정하게 다른 왕자들과 자웅을 겨룬다면 반 드시 왕세자로 책봉되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사옵니다. 경빈 (결연한) 암요, 반드시 그래야지요! 우리 복성군께서 왕세자로 책봉되신 연 후에 왕실이나 조정에서 혹시 잡소리가 터져 나올수도 있으니 조정의 고삐 를 바짝 틀어쥐셔야 합니다. 남곤,심정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경빈 (E) (야릇한 미소) 복성군께서 왕세자에 책봉되신 연후엔 이 사람이 교태전으 로 들어갈 것이야..호호. s# 대비전 앞 마당 희빈, 금원군과 봉성군을 데리고 대비전쪽으로 걸어온다. 그 뒤를 따르는 향이와 희빈처소 상궁나인들. 희빈 (멈춰서서 금원군과 봉성군을 돌아보며) 금원군, 봉성군.대비마마 앞에서 당당함과 의젓함을 보이셔야 합니다. 또한 추호도 대비마마의 심기를 상하 게 하시는 말씀을 하시면 아니되십니다. 이 에미 말뜻을 아시겠습니까? 금원,봉성군 예, 어마마마. 희빈 (봉성군의 복건을 잘 씌워주며)..들어가십시다. 희빈, 금원군과 봉성군과 함께 대비전 안으로 들어간다. s# 대비전 복도 희빈, 금원군과 봉성군을 데리고 방문쪽으로 걸어온다. 자순대비 (E) (방안에서)호호호. 희빈 (방안 동정을 힐끗 보며) 조상궁, 방안에 누가 들어계시는가? 조상궁 창빈마마와 영양군 덕흥군 두분 왕자께서 들어계시옵니다. 희빈 (움찔) 창빈이?!..고하여 주시게. 조상궁 예,(방문쪽에다) 대비마마, 금원군, 봉성군 왕자두분과 희빈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E) (방안에서) 오, 뫼시어라. 조상궁 예. (희빈에게) 드시지요. 희빈 (금원, 봉성군에게) 드십시다. s#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창빈과 영양군, 덕흥군이 다과상을 놓고 앉아있다. 희빈, 금원군과 봉성군을 데리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자순대비 희빈, 어서오세요. 희빈 대비마마, 신첩 마마께 문후 여쭈러 들었사옵니다. 금원,봉성군 (큰 절을 올리며) 할마마마, 존체 평안하시옵니까? 자순대비 (끄덕이며) 금원군, 오늘보니 참으로 의젓하게 장성하시었구려? 금원군 불감하옵니다.할마마마. 희빈 (흡족) 하온데 대비마마, 무슨 재미난 말씀을 나누고 계시었사옵니까? 자순대비 덕흥군이 이 늙은이에게 양상군자에 대한 고사를 말씀해 주시어 모두 재미있게 듣던 중이었습니다. 희빈 그래요? 덕흥군 이사람에게도 재미난 말씀을 해주시지요. 희빈 (E) (창빈 힐끔보며) 흥, 창빈도 보위가 눈앞에 어른거리니 체면도 없구먼! 그리 반듯하게 굴던 창빈이 선수를 치다니?! 창빈 (E) (시선을 피하며)아무렴요, 자식을 위한 일인데 세상에 어미가 못할 일이 어 디 있겠소? 자순대비 이렇듯 왕자분들을 한자리에서 뵈니 이 늙은이는 마음이 든든하구려..희빈. 희빈 예, 마마. 자순대비 (창빈 보며) 창빈. 창빈 예, 대비마마. 자순대비 (왕자들을 둘러보며) 앞에 계신 왕자분들도 잘 들어두세요. 왕자들 예, 할마마마. 자순대비 여기 앉아계신 왕자분들중에서 낙점을 받을수도 있고, 또 아닐 수도 있습 니다. 허나 누가 왕세자에 책봉 되시든 빈들께선 주상의 지어미들이시고 왕자분들은 주상의 한 핏줄을 받으신 아드님들이시란 것을 잊으셔서는 절 대 아니될 것입니다. 이 늙은이의 뜻을 아시겠습니까? 일동 명심하겠사옵니다. s# 중궁전 방 안 윤비, 원자를 품에 안고 앉아있다. 윗목에 박상궁이 앉아있다. 윤비 (안스럽게 보며) 원자, 얼굴이 많이 야위셨구려. 강학청 공부가 많이 힘 드신 게요? 원자 아니옵니다, 어마마마. 윤비 (박상궁을 엄하게 보며) 박상궁, 원자의 존안이 어찌 이리 상하셨는가?! 박상궁 근자에 원자마마께오서 주야로 공부에 정진하시는 연유로.. 윤비 허, 지금 내 앞에서 발명을 하는겐가?! 박상궁 (납짝 조아리며) 화,황공하옵니다. 모두가 쇠인의 불찰이옵니다. 원자 어마마마, 박상궁을 나무라지 마시옵소서. 소자는 괜찮사옵니다. 윤비 (끄덕이며) 원자께서 참으로 너그럽구려..참으로 성군의 자질이시오..(박상 궁을 보며) 박상궁, 앞으로 원자의 존체를 보살피는데 추호도 소홀함이 없 어야 될 것이야! 내 말 가슴 깊이 새기도록 하시게! 박상궁 명심하겠사옵니다. 윤비 원자, 부디 강녕하게 장성하시어야 합니다. 이제까지는 어미가 원자를 지켜 드렸지만 앞으로는 원자가..(글썽)..원자가 이 어미를 지켜주셔야 합니다... 원자 어마마마.. 윤비 원자..이 어미를 지켜주신다고 약조하실수 있겠소? 원자 예, 어마마마..소자 어마마마를 지켜드릴 것이옵니다. 윤비 (품에 꼭 안으며) 고맙소, 참으로 고맙소..원자.. s#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외경 윤지임 (E) 원형아, 그 닐니리야 소실은 어찌 할 작정이냐? s#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과 윤원로, 그리고 윤원형이 앉아있다. 윤원형 예에? 어찌하다니요, 아버님? 윤지임 안채를 내어달라고 또 찾아오면 어쩔 것이냐 이 말이다. 윤원형 소자 작은집 일은 안사람에게 맡겨둘 것이옵니다. 윤지임 며느리한테 말이냐? 윤원형 예, 아버님. 윤원로 (점잖게 저으며) 아니야, 제수씨 힘만으론 어림없다. 이 형 생각엔 일편단 심 닐니리야가 더 큰 사단을 벌이기 전에 절연하는게 상책일 듯 싶다. 윤원형 저,절연이요? 윤원로 잘 생각해봐라, 제년이 아무리 중전마마의 윤허를 받고 너와 혼례를 올렸 다고 쳐도 어찌 시아버지와 시아주버니한테까지 안하무인격으로 대들 수 있단 말이냐?! 윤원형 ..못난 소자 아버님께는 참으로 송구하여 드릴 말씀이 없사옵니다. 윤원로 천번 만번 양보하여 아버님과 이 형이 일편단심 닐니리야의 되먹지 못한 짓거리를 꾹 참아 넘긴다고 치자. 허나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선 아니 새겠느냐? 행여 네 작은 댁이 밖에서 중전마마의 뒷배를 믿고 온갖 행악잡 질이라도 벌린다면 중전마마나 우리 가문에 큰 위해가 될게다. 윤지임 그건 원로 말이 맞다. 원형아 네 전정을 위해서라도 못된 싹은 싹똑 잘라 버리는게 좋을 듯 싶구나. 윤원형 (괴로운)... 윤원로 원형아, 어찌 말은 않고 우거지 상만 써대는게냐? 윤원형 아버님, 형님. 제게 조금 더 생각할 여유를 주시오면 조만간 결단을 내리겠 사옵니다. s# 동 윤원형 대문 안 마당 윤원형, 한숨을 푹 내쉬며 안채 큰 사랑채 쪽에서 나온다. 윤원형 하긴, 난정이가 심하긴 심한 짓거릴 한게야..허어, 이거 참.. (걸어오는 임서 방을 보며) 임서방. 임서방 (다가와서 조아린다)..예, 나으리. 윤원형 작은 아씨께서 들여놓으신 짐들은 잘 간수하고 있는가? 임서방 예, 곳간에 들여놓았습지요. 윤원형 (끄덕이는)잘 했네.(초당쪽 보며) 헌데 오늘따라 초당이 어찌 이리 조용한 가? 임서방 초당아씨께오선 배천댁과 탄실이를 거느리시고 출타하셨습니다요. 윤원형 출타? 어딜? s# 난정모 집 마당 배천댁과 탄실, 한편에 서서 방쪽을 주시하고 있다. 난정모 (E) 우리 난정이가 아씨께 무슨 대죄라도 지었사옵니까? s# 동 난정모 방 안 김씨, 아랫목에 앉아있고 그 앞에 난정모가 불안한 듯 안절부절 서있다. 김씨 대죄라니, 당치도 않네. 우선 앉으시게나. 난정모 ..예..(앉으며 김씨의 눈치를 보는)... 김씨 (미소) 작은댁이 자네의 빼어난 기색을 쏙 빼 닮았구먼. 난정모 송구하옵니다...하온데 본댁 아씨께오서 기별도 없이 불쑥 누추한 집을 찾 아주시니 쇤네 바늘방석에 앉은 듯 하옵니다. 김씨 (미소) 너무 불안해 하지 말게. 내 작은댁이 어찌 사는가를 보고 싶기도 하 고 또 자네에게 이를 말이 있어서 왔네. 난정모 쇤네한테요? 김씨 (비단 염낭을 꺼내 내민다) 받게. 난정모 (알아보고)..이것은..? 김씨 그래, 내 작은 사람한테 와가라도 한 채 얻으라고 내어준 걸세. 헌데 자네 딸은 와가 대신 내집에 들어와 살 작심을 한 듯 싶네. 난정모 (놀라 보며) 예에? 그게 정말입니까? 김씨 자네 딸이 내 집에 들어오면 집안에 풍파가 그치지 않을뿐 아니라 서방님 이나 중전마마께 큰 누가 되는 일일세. 허니 자네가 잘 알아듣게 말을 해 주게. 난정모 ... 김씨 내 말 뜻을 아시겠는가? 난정모 예, 아씨..쇤네 딸년 일로 발걸음을 하시게 하여 송구할 뿐입니다. 김씨 허면, 자네만 믿고 이만 일어나 보겠네..(일어서면) 난정모 (따라 일어서는).. 김씨 (방문쪽으로 가다가 돌아보며) 헌데 자네는 어느 분을 뫼셨는가? 난정모 예에? 김씨 자네 딸이 어느분의 혈육인가 이 말일세. 난정모 ..도총관대감이시옵니다. 김씨 도총관 대감? 허면 의기로 명성이 높으신 정도총관 말씀이신가? 난정모 예..지금은 쇤네 모녀와 의절을 하셨습지요. 김씨 (끄덕이며) 작은댁이 재색은 자네를 빼어 닮았고, 성정은 도총관대감의 피 를 받은 모양이구먼. 난정모 (흠짓) 예에? 김씨 아닐세. (방문 밖으로 나간다) 난정모 (방밖으로 따라나가는) s# 동 난정모 대문 앞 김씨가 탄 가마가 배천대과 탄실을 거느리고 떠나고 있다. 난정모, 깊숙이 허리를 숙인다. 난정모 (고개를 들며)... s# 자운아 기방 아랫방 앞 마당 모린, 불안한 듯 눈치를 힐끔거리고 섰다. 심퉁, 그런 모린을 아래위로 훑어본다. 옥매향 (E)(아랫방안에서) 뭐이 어드레? 모린이라는 에미나이를 우리 기방에 들여달 라 이 말이네? 심퉁,모린 (아랫방쪽을 힐끔 돌아본다) s# 동 자운아 아랫방 안 난정과 옥매향이 마주 앉아있다. 난정 그래, 기생수업을 받게 해달라는게 아니라 부엌 허드렛일이라도 거들면서 여기서 먹고 자게만 있게 해 줘. 옥매향 기거야 어렵디 않티만 뎌 에미나이래 말도 못한다며? 난정 하지만 말귀도 잘 알아듣고 눈치도 빠르니까 속을 썩히지는 않을거야. 옥매향 오마니한테 어케 말하디? 난정 매향아, 내 얼굴을 봐서라도 당분간만 당분간만, 응? 옥매향 (곱게 흘기며) 에미나이래?..됴와, 어탸피 울 오마니래 심퉁이 데리고 뎨듀 도 가시면 닐손도 딸릴텐데 길케 하디 뭐. 난정 고마워, 매향아. s# 동 자운아 안채 마당 심퉁, 모린이를 보며 말한다. 심퉁 나이가 몇이여? 모린 (겁이 나는 듯)... 심퉁 (손짓하며) 증말 말 못혀? 모린 (끄덕이는)... 아랫방안에서 난정과 옥매향이 나온다. 모린, 눈을 반짝이며 난정쪽으로 다가온다. 난정 모린아, 당분간 매향아씨가 널 돌봐 주실거야. 모린 (놀라 고개를 젓는다).. 난정 당분간 여기서 지내면 나중에 널 데려갈게. 알았니? 옥매향 기래, 아딕은 난뎡이가 몸둉 부릴 형편이 안되서 기래. 모린 (어쩔수 없다는 듯 끄덕끄덕)... 난정 심퉁아, 잘 부탁할게. 심퉁 야,아무 걱정 마세유! 난정 (매향에게) 그럼 나중에 보자. 옥매향 기래. 또 보자우. 난정 (중문쪽으로 나간다) 모린 (난정의 뒷모습이 사라질때까지 보는데) 옥매향 내레 난뎡이하고 둘도 없는 동무니끼니 난뎡이 보듯 하라우. 알간? 모린 ... 옥매향 심퉁아, 이 에미나이래 목욕시키고 새옷으로 갈아입히라우. 심퉁 야, 아씨. (모린에게) 따라와.(부엌쪽으로 간다) 옥매향 (안방쪽으로 가면) 모린 (옥매향의 뒷모습을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쏘아본다) 심퉁 (부엌앞에서 돌아보며) 빨리 오지 않고 뭐혀? 모린 (풀이 죽어 심퉁쪽으로 걸어간다) s# 갖바치 집 마당 당골네, 방백인을 보고 말한다. 당골네 모린이 처녀한테 액이 씌였다면 내가 살풀이 굿이라도 해서 풀어볼까요? 방백인 시끄러 여편네야!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말도 몰라? 당골네 선무당이라니?! 내 이래뵈도 장군신을 몸주로 모셨던 몸이요. 방백인 시끄러 여편네야!..(갸웃하며) 허어, 참. 당추 형님께서 어찌 그 처자의 살 기를 꿰뚫어보시지 못하셨을꼬?(방쪽을 휙-돌아본다) s# 동 갖바치 방 안 갖바치, 당추를 보며 말한다. 갖바치 허면 형님께선 일부러 모린이를 난정이 곁에 두시려는겝니까? 당추 (끄덕이며) 난정이는 지금 주변의 누구도 믿지 않는다네. 심지어는 부처님 까지도 말일세. 갖바치 (한숨) 난정이 가슴속에 가득차 있는 야심이 난정이의 눈을 흐리게 만든게 지요. 당추 모린이처럼 온몸에 가시가 돋힌 아이를 곁에 둔다면 난정이가 거울을 들여 다보듯이 경계로 삼지 않겠는가? 갖바치 형님, 만에 하나 두사람 다 상처를 입으면 어찌하시렵니까? 당추 진인사대천명이라 했으니 부처님뜻에 맡겨야지..나무관세음보살. 갖바치 ... s# 대궐 후원 일각 금원군(*희빈소생)과 덕흥군(*창빈소생), 걸어오고 있다. 금원군, 유독 표정이 굳어있다. 덕흥군 (조심스럽게) 금원군 형님, 안색이 불편해 보이시옵니다. 금원군 (멈춰서며) 이보게 덕흥군아우, 난 이번 왕세자 책봉 때문에 형제들간에 우 애가 상할까 심히 우려가 되네. 덕흥군 주상전하의 한 핏줄을 이어받은 형제간에 무슨 걱정이겠습니까? 금원군 모르는 말일세. 선대조의 일을 살펴보아도 왕자들간의 골육상쟁은 왕실과 조정은 물론이고 온 나라안을 피로 물들이는 법일세. 덕흥군 허면 금원군형님은 이번 주상전하께오서 왕재를 살피시는 시험에 참례치 않으실겝니까? 금원군 아우님이라면 그러시겠는가? 덕흥군 ... 복성군, 걸어오다가 금원군과 덕흥군을 본다. 복성군 (다가오며) 금원군, 덕흥군 예서 무엇을 하고 있는게냐? 금원,덕흥군 (조아리며) 복성군 형님! 복성군 왕세자책봉에 대해 둘이 야합이라도 하고 있었더냐? 금원군 야합이라니요?! 형님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복성군 너희들이 아무리 왕세자 자리를 노려본들 무슨 소용이겠느냐? 이미 아바마 마의 어의가 내게로 기울었음이야! 금원군 (불쾌하다는 듯 보는) 어의가 기울다니요? 복성군 참으로 아둔하구나! 전하께오서 적서를 구별치 않으시겠다는 천명하신 것 은 장자인 나를 염두에 두시고 하신 말씀이란걸 아직 몰랐단 말이더냐? 덕흥군 (금원군에게) 금원군 형님, 가시지요. 금원군 그럽시다.(돌아서 가려는데) 복성군 이런 무엄한 놈들! 형님 말씀이 아직 끝나지 않았거늘 등을 보이다니?! 금원군 (휙-돌아보며) 왜요? 형님께서 원자의 뺨을 치시듯이 우리의 뺨도 치시렵 니까? 복성군 뭬야? 금원군 네 지금..?! 덕흥군 형님은 정명(正名)의 뜻을 잊으셨사옵니까? 형님이 형님답지 못하온데 어 찌 아우들의 공경을 받으려 하시옵니까?! 복성군 더,덕흥군, 너까지?! 금원군 형님께서 장차 대통을 이으시면 형제들의 뺨을 치시는 대신 귀양을 보내거 나 사약을 내리시겠지요! 아니그렇사옵니까? 복성군 (울그락불그락)..네,네 이 놈들! 그 입 닥치거라! 금원군 우리는 중전마마의 부름을 받잡고 교태전에 드는 길이니 이만 가보겠소이 다! 금원군과 덕흥군, 등을 돌리고 가버린다. 복성군 (E) (금원, 덕흥군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분을 참지 못하고)두고봐라! 내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을것이야! 복성군, 반대편쪽으로 휙-돌아서서 어디론가 간다. s# 대궐 또 다른 일각 복성군, 울그락불그락하여 걸어오다가 문득 멈춰선다. 복성군 중전마마께서 무슨 뜻으로 금원군과 덕흥군만을 교태전에 부르셨는가?! (생각에 잠기는데) 금이 (급하게 뛰어오며) 복성군마마! 복성군 (휙-금이를 쏘아보며) 무슨 일이냐? 금이 (움찔하며)..중전마마께오서 급히 찾아계시옵니다. 복성군 (인상이 펴지며) 뭐라, 어마마마께오서? 금이 예. 복성군 오냐, 알았느니! (인상이 펴지며 급하게 어디론가 뛰어간다) 금이 (복성군 뒷모습을 보며 갸웃) 어마마마?! s# 중궁전 마당 복성군, 숨을 헐떡이며 합문 안으로 뛰어들어와 급하게 계단을 올라 중궁 전 안으로 들어간다. s# 동 중궁전 복도 복성군, 급하게 방문쪽으로 다가온다. 복성군 (엄상궁에게) 어서 고하여라. 엄상궁 드시기 전에 의관을 정제하시어 예를 갖추시지요. 복성군 (흐뜨러진 옷매무새를 바로 잡는다) 엄상궁 중전마마, 복성군 들었사옵니다. 윤비(E) (방안에서) 들라해라. 엄상궁 예, (복성군에게) 드시지요. 복성군 (방문쪽으로 들어간다) s# 동 중궁전 방 안 복성군, 방안으로 들어서다가 흠짓 놀라 멈춰선다. 윤비 앞에 각기 다과소반을 앞에 놓은 원자와 금원군과 봉성군, 영양군과 덕흥군, 해안군과 덕양군이 앉아있다가 복성군을 돌아본다. 복성군 (윤비에게 조아리며) 어마마마, 소자 기별을 늦게 받은 연후로 늦었사옵니 다. 용서하시옵소서. 윤비 괜찮소, 앉으시구려. 복성군 예, 어마마마. 복성군, 금원군과 덕흥군을 힐끔 노려보고는 원자 옆자리에 마련된 다과소 반 앞에 앉는다. s#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금이를 보며 말한다. 경빈 뭬야, 중전께서 복성군을 불러들이셨다? 금이 예,마마. 하온데 복성군마마뿐만 아니오라 원자아기씨를 비롯한 여덟분 왕 자분 모두를 교태전에 부르셨다 하옵니다. 경빈 (흠짓) 왕자들을 모두 다 말이냐? 금이 예, 분명 그리 들었사옵니다. 경빈 어찌 중전께오서 왕자들을...어찌..?(어딘가를 휙-돌아본다) s#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자애로운 미소로 왕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복성군은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윤비를 보고, 원자를 비롯한 다른 왕자들 역시 눈을 빛내고 앉아 있다. 윤비 내 왕자분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어느분께서 전하의 대통을 이으신다 하시 어도 손색이 없으실 만큼 모두 출중한 왕재와 총기를 지니신 듯 합니다. 과연 전하의 핏줄을 받으신 아드님들 다우십니다.(눈물을 글썽인다) 원자 (걱정스럽게) 어마마마, 어찌 눈물을 보이시옵니까? 윤비 ..내 여러 왕자분들을 이렇듯 한자리에서 뵈니 감동이 지극하여 이 어미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는구려. 왕자들 (조아리며) 망극하옵니다. 윤비 내 오늘 여러분들을 청한 뜻은 다짐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왕자들 ('다짐')...? 윤비 조만간 주상전하께오서 여기 앉아 계신 여덟분 중 한 분을 왕세자로 낙점 하실겝니다. 여기 계신 분들께선 어느 왕자가 왕세자로 낙점을 받으시던 전하의 어의에 승복하시겠습니까? 왕자들 예, 승복하겠사옵니다! 윤비 (끄덕이며) 그래야지요! 전하의 어의에 승복하지 않는 것은 아버지의 뜻에 거스르는 불효인 동시에 군주의 뜻에 반하는 반역대죄를 짓는 것이니 마땅 히 따라주시리라 믿습니다. 왕자들 ... 윤비 또한 왕세자로 책봉될 왕자에게 형제로서의 우애뿐 아니라 군신간의 충성 을 다 하실 것을 맹세할 수 있겠습니까? 왕자들 맹세하겠사옵니다! 윤비 고맙습니다, 이렇듯 여러분의 다짐을 받으니 내 마음이 든든합니다. 다과들 드세요. 복성군 어마마마. 윤비 말씀하세요, 복성군. 복성군 소자는 이번 왕세자 책봉에 원자와 소자 두사람 이외에는 왕세자로 낙점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옵니다! 윤비 뭐라? 금원,덕흥 (일그러지는)...! 그외왕자들 (일제히 복성군을 보는).. 윤비 복성군, 그 무슨 말이요?! 다른 왕자들은 왕세자 자격이 없다니? 복성군 소자를 제외한 다른 왕자들은 일전에 중전마마 앞에서 원자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음을 소자 똑똑히 기억하옵니다. 어마마마께오서는 물론이옵고, 이 자리에 앉아있는 왕자들도 잊지 않았으리라 믿사옵니다. 윤비 (끄덕이며) 그랬지요. 헌데요? 복성군 이미 원자에게 신하로써 고개를 숙이고 충성을 맹세했던 자들이 어찌 군주 의 자리에 오를수가 있겠사옵니까? 윤비 ...! 복성군 만에 하나 금원군이나 덕흥군이 왕세자에 책봉이 된다면 자신들이 고개를 숙였던 원자를 가만 놔둘 리가 없을 것은 자명한 일 이옵니다. 금원군 (복성군을 노려보면) 형님! 그 무슨 망발이십니까? 덕흥군 (복성군을 노려보는)... 윤비 복성군, 그 당시 왕자들이 원자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은 중궁전의 명을 받 아 행하여 진 일이고 명분 또한 어긋남이 없는 일이었느니. 명분을 가지고 행해진 일에 어찌 잘잘못을 따질수 있겠는가? 복성군 어마마마! 소자는 원자의 안위가 걱정되어 충정으로 말씀드리는 것이옵니 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윤비 복성군, 만약 허물이 있었다면 충성을 맹세한 왕자들이 아니라 충성맹세를 시킨 내게 있었던 것이니라. 지금 복성군은 내 잘못을 들춰내어 죄를 묻겠 다는 것인가?! 복성군 마마, 대통을 이을 왕세자를 뽑는 일이옵니다. 어찌 사사로운 원한이 있을 수 있겠사옵니까? 하오나 소자는 장차 티끌만한 화근의 싹도 있어서는 아 니 될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어마마마께오서 이러한 사정을 주상전하께 고 하여 주시옵소서! 윤비 (보다가) 복성군. 복성군 예, 마마. 윤비 만약 복성군이 그때 원자에게 충성 맹세를 했었다면 복성군이 왕세자에 책 봉되어 장차 보위에 오른다면 원자와 형제들에게 사약이라도 내리겠다는 말씀이신가? 복성군 (E) (결연한) 중전마마, 군주는 지존이옵니다. 종사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라도 천번 만번 그리 할것이옵니다! 윤비 복성군! 내 묻고 있지 않는가? 복성군 (말문이 막혀) 예에?..소,소자가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윤비 암, 그럴리도 없거니와 그래서도 아니될 것이야! 나는 복성군이 보위에 오 른뒤에 형제에게 목숨을 위협하는 짓거리를 하지 않을 것이라 믿소! 또한, 복성군 ... 윤비 다른 왕자들 역시 복성군과 마찬가지로 그리 할것이라고 믿소! (왕자들을 보며) 내 그대들을 믿어도 좋겠는가? 왕자들 (조아리며) 믿으시옵소서! 복성군 ...! 윤비 (복성군을 보는) 복성군은 보위에 오른다면 태종대왕의 본을 받고 싶다고 했지? 복성군 예, 소자 그 마음에 한치의 변함도 없을 것이옵니다. 윤비 태종대왕께오서 손에 형제분들의 피를 묻히셨을 때 얼마나 괴로우셨을까 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복성군 예에? 윤비 나는 복성군이 태조대왕께오서 골육상쟁을 통해 보위에 오르신 일 보다는 그 분께오서 보위에 오르신 연후에 쌓으셨던 위업을 본받기를 바랄뿐이야. 복성군 (참담해 지는)... s# 남소문 객주 마당 송서방과 달래가 물목 맞춤을 하고 있는데 백치수,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송서방 도주 어르신, 나오셨습니까요? 백치수 (아랫방쪽을 보며) 능금이는 아직도인가? 송서방 예, 어르신..식음을 폐하고 방문밖 출입을 않고 있습지요. 백치수 (아랫방 안으로 다가가며) 험험! 내 들어가마.(방안으로 들어간다) s# 동 남소문 객주 아랫방 안 능금, 멍한 상태로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앉아있다. 백치수 (방문 열고 들어오며)능금아, 네 정녕 굶어죽을 작정이더냐? 능금 ... 백치수 능금아, 네 심정은 잘 안다. 허나 이런다고 길상이가 돌아오진 않는다. 네 어찌 그걸 모르느냐? 능금 ... 백치수 한 사내에 얽매여 꽃봉오리 한번 피워보지 못하고 인생을 망칠셈이더냐? 이제 그만 일어나거라! (능금의 어깨에 손을 얹는데) 능금 (버럭) 망치든 말든 날 좀 가만 내버려 두란말이오!! 백치수 이런 못난 것같으니! 이럴 바엔 차라리 네 손으로 목을 매거라! 월희년처 럼 말이야! 능금 (움찔하여 보는) 워, 월희?! 백치수 ... s# 백치수 사랑채 마당 난정, 곽서방의 인도를 받으며 방쪽으로 걸어온다. 곽서방 (방쪽에다 대고) 어르신, 승후관댁 안으서께서 뵙자십니다. 장씨 (방안에서) 드시라 하게! 곽서방 예,(난정에게) 드시지요. 난정, 마루위로 올라서서 방안으로 들어간다. s#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난정, 방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선다. 장씨, 산수화(*예전것과는 다른 그림)를 그리던 붓놀림을 멈춘다. 장씨 어서 오시지요. 중전마마께 박대를 당한 이사람에게 아직도 볼일이 남으셨 소이까? 난정 장대인을 호통치신 것은 중전마마의 본뜻이 아니셨을테니 오해는 하지 않 으셨으면 하오. 장씨 본뜻이 아니셨다? 하하, 나보고 그 말씀을 믿으란게요? 난정 믿고 안믿고는 장대인의 마음이지만 이 사람은 분명 그리 생각하오. 장씨 헌데 어인 연유로 다시 발걸음을 하시었소? 난정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리다. 내 장대인과 거래를 하고 싶소. 장씨 거래? 거래라? 이사람과 무슨 거래를 하고 싶으신게요? 난정 조선왕실과 조정에서는 이번에 경빈마마의 소생이신 복성군마마를 왕세자 로 책봉하게 될 것이오. 장씨 (힐끔 보며) 복성군을요? 난정 (결연한) 그렇소이다. 틀림없이 그리 될 것이오! 장씨 그래서요? 난정 조선에서 대국에 복성군을 왕세자로 승인해달라는 주청사를 보내면 장대인 께서는 대국 조정에서 복성군을 승인하지 못하도록 힘을 써주시오. 장씨 ... 난정 또 하나 경빈마마께서 써주었다던 서찰을 이사람에게 넘겨주시오. 장씨 허면 내게는 무엇을 주시겠소? 난정 그리만 해주시면 조선 인삼의 독점권은 장대인 수중에 떨어질 것이오. 어 떻소, 나와 거래를 하겠소? 장씨 그것이 중전마마의 뜻이오이까? 난정 (흠짓)....! 장씨 (난정을 뚫어지게 보며) 중전마마의 뜻이 계셨냐고 묻지 않소? 난정 중전마마께오서 이사람의 충정을 알아주시어 결국엔 이사람의 뜻에 따라주 실것이라 믿소! 허니, 나와 거래를 할 것인지 말것인지 가부만 정하시오! 장씨 (보다가) 이사람은 거절하겠소이다. 난정 (당황하여)뭐, 뭐라? 지금 거절이라 했소? 장씨 무얼 그리 놀라시오이까? 장사꾼이란 거래할 상대의 밑천이 바닥나면 거래 를 트지 않는 것이 당연지사이지요. 내 어찌 일개 승후관댁 작은 안으 서의 약조만 믿고 수십만냥이 오가는 거래를 할 수가 있겠소이까?! 난정 (이를 물고 보는) 이사람을 믿지 못하시겠다는 말이오? 장씨 이사람은 중전마마를 뵈옵고 참으로 반듯하신 위엄을 갖추신 분이라 생각 했소. 중전마마께오서 이사람과 거래를 하지 않으시겠다고 말씀하셨다면 중전마마께오선 앞으로 이사람과는 마주 앉지 않으실 것이라 생각하오. 난정 ...! 장씨 헌데도 승후관 안으서께서는 어찌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중전마마의 뜻 을 거스르려고 하시는게요? 난정 호가호위라니요?! 장씨 말이 과했다면 용서하시오. 난정 (쏘아보다가 벌떡 일어서며) 거래가 무산됐으니 내 더 이상 이 자리에 앉 아있을 까닭이 없겠구려! 나중에 후회하지 마시오!(방밖으로 나가려는데) 장씨 내 술 벗으로 충언 한마디만 더 하리다. 조급하게 윗분의 뜻을 꺽으려 들 지 마시오! 괜한 오해를 불러 하루 아침에 내침을 당할 수도 있으니 말이 오! 난정 (장씨를 쏘아보다가 휙- 나가버린다) 장씨 (뭔가를 생각하는)... s# 동 백치수 사랑채 마당 난정, 방에서 나와 대문쪽으로 가려다가 멈춰서서 방쪽을 휙-노려본다. 난정 ...! 난정, 대문쪽으로 휙-가버린다. s# 정윤겸 사랑채 대문 앞 박서방과 황서방이 윤임과 김안로의 사인교 앞에 서있다. 윤임 (E) 대감 어찌 이러실수가 있단 말이오이까?! s# 동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윤겸 앞에 윤임과 김안로가 앉아있다. 윤임 장차 세자저하의 보위를 맡으실 대감의 자제분께오서 복성군을 왕세자 책봉을 주청드리는 연명상소에 이름을 올리셨소이다! 정윤겸 이사람의 자식은 아직 초시에도 입격치 못했는데 어찌 전하께 상소를 올릴 수 있겠소이까?! 대감들께서 잘못 아신 일이실테지요! 김안로 (소매에서 상소한장을 꺼내 정윤겸에게 건넨다) 이것이 명문 대갓댁 자제 분들께서 연명한 상소이옵니다. 정윤겸, 상소를 보면 상소끝자락에 이름들이 줄줄이 새겨져 있다. 정윤겸 (충격)..아,아니..렴이 이놈이! 윤임 이제야 믿으시겠소이까?! 자제분께서 서명한 차례를 보아서는 이번 일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으신 듯 하옵니다. 김안로 자제분께서 연명을 주도하셨든 아니면 누군가의 감언이설에 빠지셨든 때가 때인 만큼 대감께서 자제분 단속을 철처히 하셔야 할것입니다. 정윤겸 (울그락 불그락하여) 음!! (버럭) 배서방, 배서방-당장 렴이를 불러들이게! s# 어느 대갓댁 집 대문 앞(박희량 집) 박희량, 대문 밖으로 나오는데 정렴, 허겁지겁 박희량 쪽으로 뛰듯이 달려 와 멈춰선다. 정렴 이보게 희량이! 희량이! 크, 큰일났네! 박희량 큰 일이라니? 정렴 내 지난번 자네가 가져왔던 상소에 연명을 하지 않았나? 박희량 헌데? 정렴 그게 아버지한테 들통이 났다 이 말일세. 뭐라 발명할지 말 좀 해주시게. 박희량 허어, 이사람. 사내 대장부가 소신껏 뜻을 밝히고 연명을 해놓고 발명할 일이 무에 있나? 어르신께 자네 뜻을 분명히 밝히면 그만이지! 정렴 하지만 내 상소문 글월조차 읽어보지 못했는데... 박희량 내 지금은 급히 가볼데가 있으니 나중에 말씀하시게나.(휘적휘적 간다) 정렴 (뒤 쫓다가)이,이보게 희량이..(멈춰서며 낭패한)..허, 이거 참... s# 어느 길 박희량, 걸어오다가 멈춰서서 오던 길을 돌아본다. 박희량 ..쓸개 빠진 놈 같으니...(다시 가던길을 간다) s# 희빈 처소 방 안 희빈과 홍경주, 다소곳하게 앉은 금원군을 본다. 홍경주 복성군께서 태종대왕같으신 군주가 되시겠다는 포부를 밝히셨단 말씀이십니까? 금원군 예, 외조부님. 홍경주 허어, 이복 형제분이 많으신 터에 하필이면 태종대왕의 본을 받으시겠다 니..어찌 들으면 가시가 돋힌 말씀같기도 합니다. 희빈 금원군께서는 장차 보위에 오르시면 어느분의 본을 받으시겠습니까? 금원군 소자는 선비와 백성을 아끼셨던 세종대왕 같으신 성군이 되고 싶사옵니다. 홍경주 암요, 금원군께서는 사초에 길이 빛날 동방의 요순이 되실겝니다. 희빈 참으로 장하십니다, 금원군. 꼭 보위에 올라 이날 이때껏 기한번 펴보지 못 하고 움크리고 살아온 이 어미의 원을 풀어주세요. 금원군 예, 어마마마. s# 대궐 후원 연못 일각 창빈, 덕흥군과 함께 거닐고 있다. 그 뒤를 따르는 상궁나인들. 창빈 (덕흥군의 얼굴을 살피며) 덕흥군, 중궁전에 들었다 나오신 후로 어찌 안색 이 편치가 못한 듯 보이십니다. 덕흥군 어마마마, 소자, 이번 왕세자를 가리는 시험에 참례하고 싶지 않사옵니다. 창빈 덕흥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덕흥군 이번 일로 형제들 사이는 물론이옵고..어마마마께오서도 중전마마나 다른 후궁마마들과 반목의 골이 깊이 패이실까 걱정이옵니다. 창빈 덕흥군께서 주상전하의 심중에 드시어 왕세자 낙점을 받게 되신다면 덕흥 군과 영양군은 물론이고 이 어미도 태평하게 될겝니다. 허니 그런 말씀마 세요. 덕흥군 ... s#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복성군을 대견한 듯 바라본다. 경빈 복성군, 중전마마와 다른 왕자들 앞에서 태종대왕의 본을 받으시겠다는 소 신을 떳떳히 밝히셨다지요? 복성군 예, 어마마마. 경빈 참으로 잘 하시었습니다! 왕실과 조정에서는 세종대왕과 성종대왕을 동방 의 요순이시라 칭송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분들께오서 성군으로 칭송되시는 것은 그 앞에서 왕조의 기틀을 세우신 태종대왕 같으신 분이나 왕실의 위 엄을 공고히 하신 세조대왕 같으신 분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복성군 소자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경빈 모름지기 군주는 강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왕실은 물론이고 조정의 신료들 이 군주의 권위를 넘보지 못하는겝니다. 복성군 하오나 중전마마께오선 소자가 태종대왕을 흠모하는 것에 우려를 보이셨사 옵니다. 경빈 복성군, 중궁전에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중요한 것은 주상전하의 어의이 십니다. 전하께오선 보위에 오르신 이후 지금까지 강건한 군주는 되시지 못하셨습니다. 허니 내심 장차 대통을 이으실 왕세자에게는 강한 군주의 모습을 보시길 원하실겝니다. 복성군 어마마마, 정말 그럴까요? 경빈 이 어미는 그리 생각합니다. 허니 복성군께서는 주상전하 앞에서도 당당히 소신을 밝히도록 하세요. 복성군 예, 소자 반드시 주상전하의 어의에 부합하여 왕세자가 될 것이옵니다! 경빈 (복성군의 손을 맞쥐며) 예, 어미는 복성군을 믿습니다. s# 중궁전 방 안 윤비, 편지를 봉투에 넣는다. 윤비 (방밖을 보며) 엄상궁, 들게. 엄상궁 (E) (방밖에서)예. 엄상궁 (방문 열리면 들어와 서며) 찾아계시옵니까? 윤비 (편지를 내밀며) 이 서찰을 사가 둘째 오라버니께 전하게. 엄상궁 (조아리며 편지를 두손으로 받아들고)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방밖으로 나 간다) s#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길상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 윤원형과 길상, 조촐한 술소반을 놓고 마주 앉았다. 윤원형 더위에 목이 컬컬할테니 쭉 들이키게나. 길상 (잔을 든채) 나으리, 이놈에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시옵니까? 윤원형 할 말은 무슨? 처남 매부지간에 술이라도 한잔 나누자는게지. 자 드세나. 윤원형, 술을 마시고 길상을 보면 아직도 술잔을 든채다. 길상 (잔을 든채)..말씀하시옵소서. 윤원형 사람 고집두..내 실은 자네 누이 일로 보자고 했네. 길상 ...! 윤원형 작은사람이 이 집 안채로 들어오겠다고 살림살이까지 들여놓은 일은 자네 도 알것이야. 허나 남의 눈도 있고..또 이 집 사정도 있으니 그리하지는 못 할걸세. 길상 ... 윤원형 (길상을 슬쩍 보며) 내 생각엔 자네 누이가 가까운 곳에 와가나 한 채 마 련했으면 좋으련만 내 말은 도통 씨알도 먹히지 않으니 어쩌겠나...? 길상 ... 윤원형 허니 자네가 누이한테 잘 좀 말해주게나. 길상 ...예, 그러지요.(술잔을 한입에 털어 넣는다) 윤원형 고맙네 처남. 헌데 자넨 언제까지 댕기머리로 다닐셈인가? 길상 이놈, 가슴속에 묻어둔 정인을 다시 만날때까지는 상투를 틀지 않을것이옵 니다. 윤원형 허어, 내 평생 사내가 절개를 지킨다는 말은 지나던 개가 웃을 소리로만 알았는데 이거 눈 앞에 앉아 계셨구먼..허허.. 길상 (굳는)... 윤원형 (보며) 그래, 무슨 사연이 있겠지..누군지는 몰라도 자네 정인은 복터진 처 자일세. 길상 ... 임서방 (E) (방밖에서) 나으리, 궐에서 기별이 왔사옵니다. 윤원형 (방밖 보며) 궐에서? 들어오게나. 길상 허면 이놈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윤원형 그리하게나. 길상, 일어서면 임서방이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길상, 방밖으로 나간다. 임서방 (서찰을 내밀며)중궁전 마마님께오서 서찰을 가져 오셨습니다요. 윤원형 (서찰을 받으며)서찰?! s# 윤원형 집 대문 앞 길상, 계단을 내려와 어디론가 간다. 반대편에서 김씨, 배천댁과 탄실을 거느리고 오다가 길상의 뒷모습을 본다. 김씨 배천댁. 저 총각이 누군데 집에서 나오는가? 배천댁 나으리를 호위하는 총각이 있다고 들었사온데 그 자인 듯 싶사옵니다. 김씨 호위? 배천댁 예, 아씨. 김씨 (길상의 모습을 갸웃하며 보다가 계단을 올라간다) s# 어느 의원집 대문 앞 대문 앞에 난정의 가마가 놓여져 있다. 난정, 당의차림으로 의원집 대문안쪽에서 밖으로 나온다. 난정 (가마에 오르며) 대궐로 길을 잡게. 교꾼들 예! 교꾼들, 난정이 탄 가마를 메고 어디론가 간다. s# 동 가마 안 난정, 품에서 약봉지를 꺼내 의미심장하게 본다. 난정 ... s#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읽던 서찰을 내려놓으며 긴 한숨을 내쉰다. 윤원형 ..중전마마께오서 누구를 왕세자로 밀어주실지 용단을 내리셨구먼.. 용단을 내리셨어.. s# 중궁전 마당 난정, 결연한 표정으로 중궁전 계단을 오른다. 엄상궁 (E) 중전마마, 윤승후관 작은 안으서 들었사옵니다. 윤비 (E) 들라해라. s#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연상앞에 앉아있는데 난정, 결연한 표정으로 방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윤비 앞에 절을 올리고 앉는다. 윤비 난정아, 네 어찌 기별도 없이 중궁전에 든것이더냐? 난정 중전마마, 소첩 중전마마께 목숨을 맡길 각오로 진언을 드리고자 들었사옵 니다. 윤비 (가볍게) 난정아, 네가 목숨을 건 진언이라도 할 참이더냐? 난정 (진지한) 예! 윤비 (흠짓) 뭐라?.. 난정, 품에서 약봉지를 꺼내 펼치면 하얀 약가루다. 윤비 그것이 무엇이더냐? 난정 비상이옵니다. 윤비 비상? 네 어찌 내 앞에서 비상을 펼치는 것이냐? 난정 중전마마께오서 소첩의 진언을 들어주시지 않으시오면 소첩 이 자리에서 이 비상을 먹을 것이옵니다. 윤비 말해보거라. 난정 마마, 복성군을 왕세자로 밀어주시옵소서! 윤비 (버럭) 난정아, 네 정녕 내 뜻을 꺽어볼 셈이더냐?! 난정 (간절하다)마마! 윤비 (고개돌려 외면하며) 듣기 싫으니 물러가거라! 난정 ...! 난정, 처참함과 살기가 뒤섞인 심정으로 앞에 놓인 약가루를 보는 얼굴에 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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