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71
s#1. 당추 암자 법당 안팎(낮) 난정, 불안한 표정으로 법당 밖으로 뛰쳐 나와 석등을 잡고 숨을 헐떡인다. 난정 (숨을 헐떡이며 불안한 눈길로 주변을 둘러보는데)... 당추 (난정쪽으로 다가오며) 난정아, 내 어찌 그리 안절 부절 못하는게냐? 난정 ..중전마마께오서 아기씨를 생산하신 듯 싶사옵니다. 당추 뭐라? 허, 중전마마께오서 아기씨를 생산 하셨다면 감축드릴 일이거늘 네 어찌 얼굴이 백랍같은게냐? 난정 (불안감)..모르겠사옵니다..왜 이리 가슴이 방망이질 치는지 까닭을 모르겠사옵니다. 당추 ...? 난정, 뭔가 불길한 표정으로 법당 안의 부처님을 돌아본다. s# 법당안 부처님의 얼굴(INSERT) (E) (부처님 얼굴위로 들려오는 아기울음소리) s# 중궁전 외경 도열한 중궁전 상궁나인들이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중궁전쪽을 기대감 에 가득찬 표정으로 숙이고 있던 허리를 펴며 바라본다. s# 동 중궁전 방 안(산실청) 윤비, 탈진한 듯 얼굴이 온통 땀투성이로 누워있다. 엄상궁, 윤비의 이마에 땀을 찍어내고 있다. 노상궁, 아기를 대야물에 씻긴 후 강보에 쌓아서 안아들면 아기가 울음을 그친다. 수측나인들이 대야물이며 피묻은 천등을 들고 방문을 드나들며 산후 뒷정 리를 한다. 윤비 (힘겹게 눈을 뜨고 정신을 가다듬으며)..엄상궁. 엄상궁 중전마마. 이제 정신이 드시옵니까? 윤비 ..아들인가...딸인가? 엄상궁 (순간 어두워지는)... 윤비 ..엄상궁..내 묻고 있지 않느냐..? 엄상궁 ..공주 아기씨이옵니다. 윤비 (움찔) 뭐라, 공주?..지금 공주라 했는가? 엄상궁 (짐짓 밝은 표정으로 노상궁에게 아기를 받아들고 윤비에게 보이며)예, 중전마마를 꼭 빼어 닮으신 아주 어여쁘신 공주 아기씨옵니다. 윤비 (허탈한 표정으로 아기 얼굴을 보는).. 아기 (천진난만한).. 윤비(E) (얼굴에 경련이 일며 얼굴을 돌리며).. 네 어찌하여 세상에 나왔느뇨? 나왔느뇨? (눈에서 눈물이 길게 흐른다) s# 편전 방 안 중종, 윗목에 부복해 있는 오상궁을 바라보며 말한다. 중종 뭣이라, 중전께서 공주를 생산하시었어?! 오상궁 예, 주상전하. 중종 (실망감을 감추며)..공주라..음..! (오상궁을 보며) 그래, 중전의 산후는 어떠하시냐? 오상궁 순산을 하시어 중전마마와 공주아기씨 모두 무탈 하시옵니다. 중종 (끄덕이며) 그래, 참으로 다행이로다..알았으니 물러가거라. 오상궁 예.(일어나 조아리고 뒷걸음질로 방문 밖으로 나간다) 박승지 ... 중종 (섭섭한) 허어..중전께서 대군을 생산하셨으면 좋으셨을 것을.. s# 자순 대비 방 안 자순대비, 옆에 세자가 앉아있고 그 앞쪽으로 박상궁과 조상궁이 앉아있다. 자순대비 (안스러운 한숨)그리도 대군을 바라셨는데 주상께서 얼마나 서운하실꼬? 세자 할마마마, 소손이 누이동생을 잘 돌봐줄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암요, 그러셔야지요.(조상궁을 보며) 그래, 중전과 공주아기씨는 무탈하시다 더냐? 조상궁 예, 중전마마께오선 출산 하시는 동안 소리 한번 안지르셨다고 하옵니다. 자순대비 (끄덕이며) 그래, 그러셨을것이야. 중전께서는 그러시고도 남을 분이시지.. 조상궁 ... 자순대비 (세자를 보며) 어쩌면 중전께서 이번에 공주를 생산하신 것이 중전 스스로 나 세자를 위해서 오히려 잘 되신 일인지도 모르겠구려. 세자 예에? 자순대비 아,아니요..세자, 중전께서 마음이 상하셨을테니 나중에 중궁전에 들어 어머니를 위로해 주도록 하세요. 세자 예, 할마마마. 그리하겠사옵니다. 박상궁,조상궁 ... s#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윤원로, 윤원형 삼부자가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윤지임 중전마마께오서 얼마나 상심이 크실꼬..얼마나..! 윤원로 (한숨을 푹 내쉬는)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이 우리 삼부자를 할퀴려고 발톱을 갈아 세우고 있는 판에 중전마마께오서 공주아기씨를 생산하셨으니 하 늘이 무너져 내린 듯 참으로 막막하옵니다! 허어, 참! 윤원형 ... 윤지임 원형아, 이제 어찌하면 좋겠느냐? 윤원로 아버님, 원형이라고 용빼는 재주가 있겠사옵니까? 윤원형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으니 어떡해서든 구멍을 파봐야 지요! (벌떡 일어나서 방밖으로 나간다) s#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마당 윤원형, 방에서 나와 마당에 내려선다. 윤원형(E) (하늘을 올려다 보며 한숨 푹)하늘도 무심하시구먼! 하늘이 무심해...! 윤원형, 중문쪽으로 급하게 나가버린다. s# 자운아 기방 안채 마당(밤) 모린, 안방쪽에서 빈 술병을 들고 나와 부엌쪽으로 걸어간다. 윤임(E) (안채 방안에서 호탕한 웃음소리) 하하하- 모린 (안채 방쪽을 휙-돌아본다)... s# 동 자운아 안채 방 안(밤) 윤임과 김안로, 김전과 김제학이 술상 앞에 앉아있다. 옥매향, 윤임 옆에 앉아있고 기생 셋이 사내들 옆에서 술시중을 들고 있다. 옥매향, 술을 따르며 윤임등 말하는 사람의 면면을 유심하게 살핀다. 윤임 (호탕하게 웃는) 하하, 중전마마께오서 공주 아기씨를 생산하셨으니 앞으로는 중궁전의 기세도 한풀 꺽일 것이고 이제 한시름 덜었소이다! 김제학 예, 주상전하께오서도 중전마마를 예전처럼 괴이시지는 않으실테지요. 김전 (김안로를 보며) 헌데 네 얼굴이 왜 그리 흐린게냐? 김안로 시생은 이번에 중전마마께오서 공주아기씨를 생산하신 것이 득이 될지 해가 될지 가늠하지 못하겠사옵니다. 윤임 희락당 대감 그 무슨 말씀이시오? 중전께서 대군을 생산치 못한 것이 우리에게 해가 될지도 모른다니요? 김안로 경빈이 중궁전에 대한 견제를 풀고 두분께서 의기 투합하실수도 있지요. 윤임 허허, 그럴리가요?! 물과 기름이 어찌 한데 섞일수 있겠소이까? 이제 윤승후관 형제만 찍어내 버리면 중전께서는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 아니오이까?! 옥매향(E) (움찔 보며) 뭐이 어드레? 윤승후관을 띡어내?! 김전 이 늙은이 생각에도 네가 괜한 기우(杞憂)를 하는 듯 싶구나. 김안로 (뭔가 불안하지만)..예, 그런 듯 싶사옵니다! 윤임 (옥매향의 허리를 안으며) 매향아! 술자리가 이리 싱거워서 되겠느냐? 네가야금으로 흥취를 돋구어 보거라. 옥매향 (미소로 술을 따르려는데 술병이 비었다) 댬시만 기다리시라요. (몸을 빼고 일어나며) 모린이, 이 에미나이래 술 둄 더 들이랬더니 어띠 함흥탸산디 모르갔네?(방밖으로 나간다) 윤임 (옥매향의 뒷모습을 끈적한 미소로 보며 술잔을 비우는).. s# 동 자운아 안채 마당(밤) 옥매향, 방밖으로 나와 방쪽을 휙-돌아보는 얼굴위로 옥매향(E) (갸웃하며) 판부사대감이래 조카이신 윤승후관을 띡어내다니, 이게 어케된 닐이디...? s# 갖바치 방 안(밤) 윤원형, 술잔을 탁 내려 놓으며 말한다. 술소반 앞에 갖바치와 방백인이 앉아있고 당골네가 윗목에서 눈치를 보고 앉아있다. 윤원형 내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리라 추호도 의심치 않았는데.. 방백인 (한잔 마시며) 후사는 하늘이 점지해 주시는 것이니 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법이지요.. 당골네 임자,복중 암평아리를 수평아리로 바꿀수 있다는 신통방통한 비술이라도 써볼걸 그랬소? 방백인 (휙-노려보며) 이 여편네! 어딜 사내들 말씀 자리에 끼어들어, 끼어들긴?! 나가서 술이나 더 받아와! 당골네 (삐죽) 알았소.(방밖으로 나간다) 윤원형 (갖바치를 보며) 선생, 중전마마와 우리 가문의 막막한 앞날에 숨통을 틔워줄 방책이 있다면 일러 주시구려. 갖바치 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하지 않았사옵니까? 조급한 마음을 버리시고 세월을 기다리시는 수 밖에요. 윤원형 인간만사 새옹지마라?! 정말 그럴까요? 갖바치 (술 한잔 마시는).. s# 경빈 처소 방 안(밤) 경빈, 황촛불 건너편에 앉은 심정을 보며 은밀하게 말한다. 경빈 화천군대감, 중전께서 아들을 낳지 못하셨으니 때가 무르익었음입니다! 때가요! 심정 마마, 때라니요? 무슨..? 경빈 이 사람과 중전이 손을 잡고 윤임과 김안로를 쳐낼 때 말입니다. 심정 (걱정스럽게 보며) 마마, 신의 생각으로는 차라리 판부사와 손을 잡고 중전마마를 찍어내 폐서인 시키시는데 힘을 보태심이 옳은 듯 싶사옵니다. 경빈 (쏘아보며) 화천군대감, 평생 윤임이와 김안로의 떨거지 노릇만 하다가 찍혀져 나가고 싶으신겝니까?! 심정 예에? 떨거지 노릇만 하다가 찍혀져 나가다니요? 경빈 조정에서 힘을 모아 중전을 폐서인시킨다 할지라도 이사람이 교태전을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심정 ...?! 경빈 (저으며) 가당치도 않습니다. 중전을 내쫓은 연후엔 윤임이와 김안로는 이사람의 목줄기를 물어뜯으려 할게 자명합니다. 심정 (흠짓) 하오시면..? 경빈 이쪽에서 선수를 쳐서 윤임이와 김안로, 그 두 놈을 찍어내야지요! 심정 하오나 주상전하의 총애를 받고 있는 세자의 외숙인 판부사와 왕실의 사돈인 희락당대감을 어찌 호락호락 쳐낼수 있겠사옵니까? 경빈 중전께서 이사람에게 합세해 주신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지요. 심정 마마, 저자거리의 왈짜패들이 의기투합하는데도 명분을 따지는 법이온데 중전께오서 마마께 쉽게 손을 내밀겠사옵니까? 경빈 (자신감에 찬 미소) 두고보세요. 중전께서 분명 이 사람에 뜻에 따라주실겝니다.(어딘가를 휙-돌아본다) s# 중궁전 방 안(밤) 윤비, 이불위에서 아기를 품에 안고 깊이 들여다 보는 얼굴위로. 윤비(E) 아가..아가..네 어찌 공주로 태어나서 이 어미의 가슴을 이리도 아프게 하는 게냐..어찌..(설움이 북받쳐 오르는지) 흐흐흑.. 윤비, 아기를 꼭 안은채 흐느낌을 억지로 참아내는 얼굴위로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s# 동 중궁전 방 밖 복도(밤) 중종, 대전내관과 김상궁을 거느리고 엄상궁과 오상궁쪽으로 걸어온다. 엄상궁 (중종에게 조아리고 방쪽에다) 중전마마, 주상전하 납시셨사옵니다. s# 동 중궁전 방 안(밤) 윤비, 황급하게 눈물을 닦으며 방밖을 보고 말한다. 윤비 어서, 뫼시어라. 중종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와 앉으며) 중전, 그냥 앉아 계세요. 윤비 (일어서려다가 앉는다)... 중종 어디 과인이 우리 공주를 한번 보십시다. 윤비 (아기를 보여주며).. 중종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 보며)허허, 공주가 중전을 닮아 이목구비가 반듯하구려..애쓰시었소, 중전. 윤비 신첩, 전하와 왕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황감하고 황감할 뿐이옵니다. 중종 황감하다니요? 중전께서 아직 젊으시니 다음번에 대군을 생산하시면 될게 아니겠소? 윤비 전하께오서 신첩을 위무해 주시는 하해와 같으신 성총에 눈물이 나옵니다. 하오나 신첩은 이번에 공주를 생산하온 것은 하늘과 조종조의 뜻이라 생각하옵니다. 중종 하늘과 조종조의 뜻이라니, 그 무슨 말씀이시오? 윤비 신첩이 이번에 대군을 생산하였다면 아직 년치 어린 세자가 보위에 오르는 데 부담이 될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하오니 이나라 종묘사직을 위해서라도 세자가 장성할 때까지는 대군을 생산치 말라는 하늘과 조종조의 뜻이라 생 각하옵니다. 중종 중전...! 윤비 ..신첩은 대군이 아닌 공주를 생산한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옵니다..(글썽이는 눈물을 감추려는 듯 고개를 숙이는) 중종 (뭉클하여) 중전..참으로 어진 심성을 지니셨구려 ..허나 중전께서도 사람일 진대 어찌 섭섭한 마음이 없으시겠소? 과인도 중전의 마음을 잘 아오.. 윤비 (눈물이 주르르)..전하.. 중종 (어깨를 안아주며)..그래요, 중전..다음번에는 꼭 대군을 생산해 주시구려.. 윤비 전하..흐흑...(중종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토해낸다) s# 당추 암자 방 안(밤) 난정, 앞에 놓인 화선지를 바라보며 골똘한 생각에 잠겨있다. 난정(E)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중전마마께오선 반드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셨을 게야! 허나 만에 하나 공주아기씨를 생산하시었다면.. 난정, 뭔가를 생각하다가 문득 눈을 빛내며 붓을 들어 화선지에 轉禍爲福이라고 휘갈겨 쓴다. 난정 (자신이 쓴 글씨를 의미심장하게 보며) 그래 어쩌면.. 어쩌면 전화위복이 될수도 있음이야! 전화위복이! (F.O) s# 중궁전 앞 마당(F.I/낮) 경빈,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합문 안으로 들어온다. 경빈,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중궁전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위로 오상궁(E) 중전마마, 경빈 들었사옵니다. s#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당의를 입은채 강보에 쌓인 아기를 품에 안고 보고 앉아있다. 윤비 앞에 엄상궁과 유모(*)가 앉아 있다. 윤비 (의외라는 듯) 경빈이?..들라해라. 오상궁(E) (방밖에서) 예. 경빈,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와 윤비 앞으로 다가와 선다. 엄상궁과 유모, 일어나 경빈을 맞이한다. 경빈 (조아리며) 신첩, 중전마마의 강녕하오신 존안을 뵈오니 참으로 감격스럽사옵니다. 윤비 ..고맙구먼.(유모를 보며) 유모, 공주를 잠시 곁방으로 뫼시게. 유모 예. (윤비에게 아기를 건네 받아들고 엄상궁과 함께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나가는 아기를 미소로 본다)... 윤비 (경빈을 보고) 앉게. 경빈 예. (자리에 앉으며) 중전마마, 무탈하게 공주아기씨를 생산하시온 것을 감축드리옵니다. 윤비 감축드린다? 경빈 예, 마마. 윤비 경빈은 내가 이번에 대군이 아닌 공주를 생산한 것에 내심 쾌재를 불렀을 것이야. 아니 그러한가? 경빈 (미소) 중전마마께오선 어찌 신첩의 속내를 훤히 꿰뚫어 보시옵니까? 윤비 뭐라? 경빈, 네 지금 나를 우롱하려 드는것이냐? 경빈 우롱이라니요? 당치도 않사옵니다! 신첩은 중전마마와 한 배를 타게 되어가슴이 설레인다는 뜻으로 드린 말씀이옵니다! 윤비 한배를 타다니?! 내 경빈과 손을 잡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 천명한 일을 벌써 잊었는가?! 경빈 잊을 리가 있겠사옵니까?! 허나..! 윤비 ... 경빈 중전마마,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이 마마의 오라버니들이신 승후관 형제분의 비리를 전하께 주청드린 일을 알고 계시옵니까?! 윤비 뭐라?! 내 오라버니들의 비리를 주청드리다니?! 경빈, 그 무슨 말인가?! 경빈 금시초문이시옵니까, 마마? 윤비 어서 말해보라! 경빈 전하께오서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중이시라 처결을 미루신 듯 싶사오나 이제 마마께오서 해산을 하셨사오니 조정에서는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의 주도하에 윤승후관 형제분의 비리를 탄핵하는 상소가 빗발칠 것이옵니다! 그리되면 주상전하께 오서도 그냥 모른척 묵과하시지는 못하실 것이옵니다! 윤비 ...! 경빈 허면 윤승후관 형제분들께오선 변방 외직으로 쫓겨 나가시거나 가산을 적몰당하실 것이 자명하지 않겠사옵니까? 윤비 ...! s# 남곤 사랑채 방 안 김안로, 봉투를 남곤에게 내민다. 남곤 (봉투를 받아 목록이 적힌 종이를 꺼내보며) 이것이 무엇이오이까? 김안로 보시옵소서. 남곤 (종이에 적힌 내용을 보고 깜짝 놀라) 아,아니 이건?! 김안로 좌의정대감께오서 남소문 백도주에게 받으셨던 뇌물 액수와 일시이옵니다. 남곤 뭐, 뭐요?! 김안로 좌의정대감께오선 전하께 진상되는 특산물들을 백도주가 사들일 수 있도록 지방수령들에게 손을 쓰셨다고 들었사옵니다. 남곤 (일그러지는)...! s# 홍경주 사랑채 방 안 홍경주, 목록이 적힌 종이를 구겨버리며 윤임을 격노한 얼굴로 본다. 홍경주 (버럭) 판부사, 지금 이 늙은이를 위협하시는게요?! 윤임 이번 윤승후관 형제를 찍어내는데 남양군대감께오서 힘을 보태주실 것이라 믿사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홍경주 (가늘게 보며)그렇지 않으면 어쩌실테요?! 윤임 남양군께오서 받으신 뇌물액수와 청탁을 들어주기 위해 애쓰신 일을 전하께 고하는 수 밖에요. 홍경주 (일그러지는)... 윤임 어찌하시겠소이까? 홍경주 음! 좋소이다, 내 윤승후관 형제를 찍어내는데 한팔 힘을 쓰리다! 윤임 (미소)... s# 중궁전 방 안 경빈, 윤비를 보며 자신감에 찬 어투로 말한다. 경빈 마마, 전하께오서 총애하시어 세자저하의 호위까지 맡기셨던 정윤겸 도총관이 무슨 연유로 하루 아침에 관복을 벗었는지 아시옵니까? 윤비 ..정도총관의 자제가 왕자들의 재시험을 주청하러 대궐에 난입하려던 유생들의 수두였다고 들었네. 경빈 (미소) 그것은 허울좋은 구실일 뿐이옵고 실은 정도총관의 서출이 윤승후관의 소실이었던 것이 참 이유이옵니다. 바로 난정이 말이옵니다. 윤비 (흠짓) 뭐라? 난정이가?! 경빈 예,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은 중전마마의 방패막이가 되어줄 만한 측근들은 그 누구든 모두 찍어낼 심사 이옵니다. 그런 연후엔 누구를 노릴 것인지는 불을 보듯 자명하지 않사옵니까? 윤비 나를 폐서인 시키겠다? 경빈 중전마마께오서 폐서인 되시오면 이사람이나 희빈을 교태전에 밀어올리겠다는 조정의 밀약이 있었사옵니다! 윤비 (심각한)..뭐라?! 밀약?! 경빈 (미소로 보는) 예, 마마. 윤비 (경빈을 보며) 경빈, 내게 이런 말을 일러주는 속내가 무엇인가? 경빈 중전마마께오서 신첩에게 사약 대신 보약을 내려주신 연유와 같사옵니다. 윤비 ...! 경빈 신첩, 이 교태전에 앉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사옵니다! 허나 전하의 대통을 이을 왕재를 지닌 왕자는 복성군밖에 없다는 생각에는 아직도 변함이없사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전마마께오서 신첩과 복성군을 밀어주셔야 함이옵니다. 윤비 경빈, 그 입 다물라! 네 어찌 감히?! 경빈 중전마마! 마마께오서 장차 폐서인 되실 불행을 막아드릴 만한 조정의 세를 가진 사람은 신첩밖에 없사옵니다! 신첩이 중전마마를 구해드릴 것이옵니다! 하오니 마마께오서도.. 윤비 경빈, 네 불경한 말따위로 내 귀를 더럽히기 싫으니 당장 물러가거라! 경빈 예, 신첩 이만 물러가옵지요. 허나 중전마마께오서 신첩의 충언을 되새겨 주시리라 믿사옵니다. (조아리고 일어나서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외면한채 고개를 돌리고 있다가 경빈이 나간 방쪽을 돌아보는)...! s# 중궁전 앞 마당 경빈, 중궁전 밖으로 나오면 금이와 상궁나인들이 그 뒤를 따른다. 경빈(E) (냉소) 암, 당장 목에 칼이 들어온다 한들 중전께서 그 알량한 자존심을 단숨에 허물지는 못할 것이야! 금이 (힐끗 경빈을 보는데) 경빈 (금이를 보며) 금아. 난정이의 행방은 아직도이더냐? 금이 사람들을 풀어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있사오니 곧 찾아낼 것이옵니다. 경빈 서둘러야 할 것이야. 알겠느냐? 금이 예, 마마. 경빈(E) (교태전 현판을 돌아보며) 난정이 그 애만이 나와 중전 사이에 다리를 놓아 줄 수 있음이야! 난정이 그 애만이! 경빈,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려 어디론가 간다. s#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뭔가를 생각하다가 방문쪽을 돌아보며 말한다. 윤비 엄상궁, 들게. 엄상궁(E) (방밖에서) 예. 엄상궁 (방문 열리면 들어서는) 중전마마, 찾아계시옵니까? 윤비 사가에 기별을 넣어 둘째 오라버니를 드시라 하게. 엄상궁 예,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E) 난정이가 곁에 있어야 함이야. 난정이가...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본다) s# 당추 암자 근처 정자 위 난정, 정자 난간에 걸터 앉아 연못물을 내려다 본다. 옥매향(E) 난뎡아- 난정 (돌아보면) 옥매향 (화사한 기생성장차림으로 난정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서있다) 난정 (반가움) 매향아! 난정, 옥매향쪽으로 달려가 두손을 맞쥔다. 옥매향 에미나이래, 듁었는디 살았는디 기별도 없이 산속에 틀어박혀 뭐하는 거이네? 니러고도 우리 동무 맞네? 난정 내가 잘못했어,매향아... 모린 (흐느낌)..! 난정 (그제서야 모린을 돌아보고)..모린이도 왔구나. 모린 (난정을 원망과 반가움이 뒤섞인 글썽거리는 눈으로 보는).. 옥매향 니 에미나이래 나 모띠 않게 널 보고 싶어 하는거이 같아서 데려온기야. 난정 그래, 들어가자. 난정, 옥매향과 모린과 함께 암자쪽으로 올라간다. s# 동 당추 암자 방 안 난정과 옥매향, 찻잔을 놓고 앉았고 윗목에 모린, 눈치를 살피며 앉아있다. 난정 (끄덕이며)..중전마마께오서 공주아기씨를 생산하셨구나.. 옥매향 기래..기런데 난뎡아, 실은 내레 너한테 급히 뎐할 말이 있어 온기야. 난정 급히 전할 말이라니? 옥매향 뇨듐, 판부사대감하고 희락당대감이 우리 기방에 뻔딜나게 튤입을 하시는데 술자리에서 윤승후관 나으리를 띡어낼 논의만 하시는기야! 내레 대톄 어케 돌아가는 영문인디 모르갔어! 난정 (흠짓) 뭐어? 매향아, 그분들이 무슨 말씀을 나누시는지 상세하게 말해 봐. 옥매향 기러니까 몬 말씀들을 나누셨냐 하면... 난정 (진지하게 듣는)..! s#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와 윤임, 마주 앉아있다. 윤임 남양군께서 원임대신들의 뜻을 모아주기로 약조를 하셨소이다. 김안로 좌의정대감께서도 조만간에 의정부와 삼사의 공론을 모아 윤승후관 형제의 탄핵을 주청드리기로 하셨사옵니다. 윤임 허허, 잘되었소이다! 허면 이제 윤승후관 형제가 찍혀져 나가는 것은 자명한 일이 아니오이까?! 김안로 예, 그 다음에는 중전마마 차례가 될것이옵니다. 윤임 헌데, 중전을 내치는 대사에 조정 공론이 그리 쉽게 모일수 있겠소이까? 김안로 (치부책을 보며) 조정신료들의 명줄을 틀어쥐고 있는 이 치부책이 우리 손에 있는 한 조정신료들은 반드시 우리의 뜻에 따르게 되어있사옵니다. 윤임 (끄덕이며 치부책을 보는)..음, 그렇겠지요! 허허! s# 동 당추 암자 방 안 난정, 옥매향을 의아한 눈길로 본다. 난정 치부책?! 옥매향 기래, 댜세한 것은 모르갔디만 백도듀 아자씨가 희락당대감한테 건네듄 거같애. 난정 백도주가? 옥매향 (끄덕) 응! 내레 기렇게 들었어. 난정(E) (눈을 반짝이며) 허면 그 치부책은 분명..분명! (어딘가를 휙-노려본다) s# 남소문 객주 마당 송서방의 지휘로 짐꾼들이 짐을 창고로 나르고 있다. 달래, 평상에 앉아 물목을 맞추고 있다. 백치수, 대문 안으로 들어오면 송서방과 달래가 허리를 숙인다. 송서방 도주어르신 오십니까요? 백치수 송서방, 장대인이 부탁한 인삼은 어찌 되었는가? 송서방 삼만근을 맞춰서 송파객주 창고에 쟁여놓았습니다요. 백치수 그래? 틀림없겠지? 송서방 예, 도주어르신. 내일이라도 의주로 보낼깝쇼? 백치수 (잠시 생각하다가)..송서방, 잠시 좀 보세. (대문 밖으로 나간다) 송서방 달래야, 물목 셈 잘혀. 달래 걱정말고 다녀오시오. 송서방 (대문 밖으로 백치수를 따라 나간다) s# 백치수 사랑채 방 안 송서방, 백치수를 놀란 눈으로 본다. 송서방 예에? 송파객주에 쟁여둔 인삼을 남소문으로 옮기라닙쇼? 백치수 자넨 내 말대로만 하게! 송서방 허면 장대인어른과의 약조를 파기하시는 겝니까요? 백치수 (버럭) 허어, 언제부터 자네가 내 말에 토를 달았는가?! 송서방 (기가 죽어) 예, 도주어르신께서 시키는대로 합죠.. 백치수 이만 나가보게! 송서방 예, 어른신..(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백치수(E) (생각하는 얼굴위로) 어차피 조선의 인삼독점권을 내 손에 쥐려면 장대인하고 맞설 수 밖에 없음이야..음! s# 편전 외경 중종(E) 그 무슨 말이오?! 윤승후관 형제의 죄를 물으라니요?! s#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앉은 김전과 홍경주, 남곤을 본다. 윗목에 박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과인이 어찌 뇌물로 치부했다는 소문만으로 처남들을 치죄할 수 있단 말이 오?! 김전 전하, 종친과 외척이 연루된 일일수록 더욱 공명정대하게 처결하시어야 할 것이옵니다! 그리하셔야 조정과 백성들이 군주의 위엄을 두려워하게 되옵니다. 홍경주 신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외척들이 구설에 휩싸인 일만으로도 왕실의 체통을 깍는 일이옵니다! 중종 경들은 중전께서 이번에 대군을 생산하셨다면 이런 주청을 하셨을게요?! 남곤 전하, 잘못된 일을 바로잡고 조정의 기강을 세우는 일에 어찌 사사로운 마음이 있을수 있겠사옵니까?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음!..경들이 그리 생각한다면 과인도 그 뜻에 따르리다! 박승지. 박승지 예, 전하. 중종 파산부원군의 가산에 대해 뇌물로 치부한 여부가 있는지 철저히 실사하도 록 하라! 박승지 예, 분부대로 봉행하겠나이다!(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 (심기가 불편하고) 김전,남곤,홍경주 (서로를 보는 각자의 표정)...! s# 중궁전 방 안 윤비, 노한 표정으로 윤원형을 똑바로 보며 말한다. 윤비 오라버니들께서 뇌물을 받아 치부를 하셨다는 소문이 궐안에 떠돌고 있는 데 실로 뇌물을 받으신게 있는지 무슨 명목으로 받으셨는지 자초지종을 숨 김없이 털어놔 보세요! 윤원형 마마, 그게 저..일전에 진상품을 돌려주는 대신 구휼미를 풀었던 일로 재물을 빌려쓴 적이 있사온데 그 일을 판부사 대감과 희락당대감이 꼬투리 잡아 저희 삼부자를 음해하려는 모략이라 생각하옵니다. 윤비 모략?!..모략이라..? 윤원형 예, 마마!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당사자들만 아는 은밀한 일이 이렇듯 조정에까지 소문이 들어올 리가 있겠사옵니까? 윤비 오라버니, 이번 일은 조용히 넘어가지 않을 겝니다. 허니 일이 더 커지 기 전에 이길로 돌아가시어 재물을 빌렸던 자의 입부터 막으세요. 아시겠 습니까?! 윤원형 예, 그리 하겠사옵니다! 윤비 ..오라버니, 난정이는 아직도 산사에 머물고 있습니까? 윤원형 예, 시생이 몇 번이나 발걸음을 하여 도성으로 데려오려 했사오나 쇠심줄 같은 고집을 부리고 있사옵니다. 윤비 (끄덕이며)..그래요.그럴것이에요..내 난정이를 그리도 매정하게 내쳤으니 제딴엔 야속하기도 하겠지요. 윤원형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중전마마를 향한 난정이의 마음은 해보다도 더 붉은 일편단심이옵니다! 윤비 (멀리 보며) 내 요즘 난정이 생각이 자주 납니다..자주납니다. 윤원형 ... s# 윤원형 집 앞 길 윤원형, 생각에 잠긴채 임서방과 사인교를 거느리고 걸어온다. 윤원형(E) 허어, 나와 백도주 두사람만이 아는 일이 어찌 소문이 났을까? 어찌?! 임서방 (급히 다가서며)나, 나으리, 저기좀 보시옵소서! 윤원형 (깨어나며) 왜그러는가? (대문앞을 보다가 흠짓 놀라는) ..아,아니?! 창을 든 관군들이 엄중하게 지켜 선 가운데 짐꾼들이 쌀가마, 피륙, 난정 이가 가져온 가재도구등을 대문밖으로 짊어지고 나와 우마차 , 수레등에 싣고 있다. 윤원로, 우거지 삶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섰다. 하인들(배천댁,탄실 포함)도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섰다. 관리(*), 실어나르는 물건들을 꼼꼼하게 물목에 적고 있다. 윤원형 (급하게 윤원로 쪽으로 달려가며) 혀,형님, 대체 이 무슨 난리요?! 윤원로 (한숨 푹) 낸들 알겠느냐?! 저 자들이 다짜고짜 들이닥쳐 곳간마다 물건을 조사하더니 이렇듯 실어내 가는구나! 윤원형 예에?! 그럴수야 있나요! (관리에게 다가가서) 이보시오! 명화적패도 아닌데 대체 어인 연유로 남의 가산을 실어 내는 것이오?! 관리(*) 이사람은 어명을 받들었을 뿐이요! 윤원형 (휘둥그레지며) 어,어명이요?! 지금 어명이라고 하시었소? s#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과 윤원로, 윤원형이 침통하게 앉아있다. 윤원로 (분기) 이런 죽일놈들! 야, 원형아 낱알갱이 한톨까지 남김없이 실어가버렸으니! 무얼 먹고 살라는 말이냐?! 윤지임 재물이야 그렇다치고 앞으로 사람이야 다치지 말아야 할 터인데.. 이 에빈 그게 걱정이로구나. 윤원형 그 말씀이 옳사옵니다. 윤원로 ... 윤원형 이번일은 처숙이 초당에 일부러 들러 출가외인이라고 내뱉고 간 일과 무관치 않사옵니다! 처숙과 판부사가 중전마마의 손을 묶으려고 뇌물을 빙자하여 궐안에 소문을 내서 주상전하의 어의를 흔들어 주상전하와 중전마마 와의 사이를 떼어놓으려는 계획된 짓거리를 행동에 옮긴겝니다! 윤지임 계획된 짓거리라니? 윤원형 아버님, 형님! 아무래도 우리 삼부자에 대한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의 핍박이 시작된 듯 싶사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우리는 물론이고 중전마마께오서도 위태로워 지실 것이옵니다. 윤원로 이게 다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을 생산하시지 못하신 탓이다!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만 턱 생산하셨다면 감히 언놈들이 이렇듯 우릴 핍박하겠느냐?! 윤원형 형님, 중전마마를 탓하지 마시고 살길이나 궁리해 보십시다. 윤지임 원로야, 원형아, 우리 삼부자가 판부사대감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빌어보면 어떻겠느냐?! 윤원로 예에? 무릎을 꿇다니요?! 윤원형 아버님, 그런 말씀 마시옵소서!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데 무릎을 꿇는단 말이옵니까?! 그것은 우리가 뇌물을 받았다고 인정하는거나 한가지이옵니다! 윤지임 허면 어쩐단 말이냐? 김씨(E) (방밖에서) 아버님, 차들여 가옵니다. 윤원로 (못마땅한 표정)..음! 윤원형 (편치 않은)... 윤지임 들어오너라! 김씨, 방문을 열고 들어오고 탄실이가 찻상을 받쳐들고 뒤따라 들어온다. 윤지임,윤원로, 윤원형, 굳은 표정으로 침묵한다. 김씨 (찻상을 놓고 다기를 챙기다가 삼부자의 굳은 얼굴을 살피며) 어찌 세분께서 말씀을 끊으시는 것이옵니까? 윤원로 성씨가 다른 사람이 있는데서 어찌 가문의 장래가 달린 논의를 할 수 있겠소? 김씨 예에? 아주버님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윤원로 윤씨가 아닌 사람은 얼른 이방에서 나가 달라 이 말이오이다! 김씨 (윤원형과 윤지임을 보면)...?! 윤원형,윤지임 (김씨의 시선을 피한다)..음! 김씨 (섭섭함을 감추며 일어서는)...허면 소첩은 이만 물러갈테니 말씀들 나누시지요! (일어나 탄실이를 거느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윤지임 원로야, 며늘애한테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윤원로 아버님,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인데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제수씨를 어찌 믿을수 있겠사옵니까? 더구나 우리 삼부자의 숨통을 조여대는 희락당대감 의 질녀가 아니옵니까?! 아니 그러하냐, 원형아? 윤원형 (심기 불편한)..음. 소자 잠시 들러볼때가 있사옵니다. (일어나는데) 윤원로 원형아, 또 어딜 가려는게냐? 윤원형 (방밖으로 나간다) s#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마당 김씨, 야속함에 눈물을 글썽이며 방쪽을 보고 섰다가 힘없이 돌아서 간다. 윤원형 (방밖으로 나오다 김씨의 뒷모습을 보며)..! s#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내려진 발 너머에 앉아있는 남곤과 심정을 바라본다. 경빈 허면 조정에서는 윤승후관 형제를 찍어내시기로 공론을 모으신겝니까?! 남곤 예, 희락당대감이 윤승후관 형제의 비리를 꽉 움켜쥐고 있사오니 조정의 탄핵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옵니다. 경빈 (끄덕이며) 두분 대감께서 윤승후관 형제에 대한 탄핵을 좀 더 급박하게 추진하도록 하세요! 그래야 중전께오서 다급하시어 이사람을 찾게 되실 것입니다. 남곤,심정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경빈 헌데 이사람이 듣자니 희락당 대감이 윤승후관형제 뿐만 아니라 조정신료들의 약점이 담긴 치부책을 움켜쥐고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 말이 참입니까? 남곤 (당황함을 감추며) 치, 치부책이라니요?! 신은 금시초문이 옵니다. 경빈 (남곤을 가늘게 보다가)화천군께서도 그런 소문을 들으시지 못하셨습니까? 화천군 신은 소문은 들었사오나 두눈으로 본바가 없사오니 떠도는 유언비어라고 생각하옵니다. 경빈 유언비어라? 지금 유언비어라 하시었소? 남곤 ... 금이(E) (방밖에서 다급한) 경빈마마, 긴히 아뢸 말씀이 있사옵니다! 경빈 두분 대감께서는 이길로 물러가시되 털어버릴 먼지가 있으시면 말끔히 털어내시고 돌려줄 게 있으시면 돌려주세요. 남곤,심정 예. 마마.(일어난다) 경빈 금아, 들어오너라! 남곤,심정, 방밖으로 나가면 금이가 들어와 경빈 앞에 앉는다. 금이 마마, 난정이의 행방을 알아냈사옵니다. 경빈 뭬라? 그래, 난정이가 지금 어디 있느냐? 금이 도성밖 산중 암자에 머물고 있다 하옵니다. 경빈 ..암자에?! 금이 예, 마마! 경빈 (뭔가를 생각하다가)..금아, 네 직접 암자로 찾아가 난정이를 불러 들이거라! 금이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경빈 ... s# 희빈 처소 방 안 희빈과 홍경주, 찻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향이, 두사람의 찻잔에 차를 따르고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홍경주 (미소띈 얼굴)..마마, 이제 되셨사옵니다! 희빈 아버님, 되다니요, 무슨요? 홍경주 이번에 중전 두 오라비들이 조정의 탄핵을 받고 변방으로 밀려나갈겝니다. 희빈 예, 이사람도 그런 말을 들었사옵니다. 홍경주 허면 조정의 다음번 과녁은 중전마마가 될 것이옵니다. 희빈 하온데 아버님, 중전께서 그리 호락호락 찍혀져 나갈까요? 홍경주 대군을 생산치 못한 중전이 무슨 힘으로 조정의 공론을 막을수 있겠사옵니 까? 허나 그전에 중전마마를 내칠 명분이 있어야 하옵니다. 희빈 명분이요? 홍경주 예, 중궁전의 조그마한 트집이라도 잡을수 있다면 불씨 하나가 들판을 태 우듯 조정의 공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것이옵니다. 희빈 (생각하다가) 아버님, 윤승후관의 소실이 당의까지 갖춰입고 중궁전을 무상출입하고 있었사옵니다! 이런것도 빌미가 될까요? 홍경주 그래요? 그게 참말이시옵니까? 희빈 예! 이사람 두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홍경주 (뭔가를 생각하는) 음! 마마께오선 그 일의 진상을 좀 더 알아보도록 하시 옵소서! 어쩌면 그 일이 중전마마께 큰 화가 될 수도 있음이옵니다. 희빈 (미소 쌩끗) 예, 아버님! (방문쪽 보며) 향이 게 있느냐?! 향이(E) 예,마마- s# 당추 암자 누마루 계단 위 난정, 저만치 계단을 내려가는 옥매향과 모린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모린, 눈물을 훌쩍이며 난정을 자꾸 뒤 돌아본다. 난정, 미소로 손사래를 쳐주고는 돌아서서 계단을 오르다가 문득 멈춰선다. 난정(E) 치부책이라?..분명 김안로와 백도주가 중전마마를 찍어내기 위해 농간을 부리고 있는게 틀림없음이야! (수심 가득한) 이번에 대군아기씨를 생산치 못 하신 중전마마께오서 어찌 이 난국을 헤쳐나가실꼬? 어찌?! s#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은 엄상궁을 보며 말한다. 윤비 뭐라? 한성부 관헌들이 내 사가에 들이닥쳐 곳간 뒤짐을 하고 미곡과 피륙들을 압수해 갔다?! 엄상궁 예, 전하의 어명이 계셨다고 들었사옵니다. 윤비 (굳는) 전하의 어명?!..전하께오서 어찌?! (뭔가를 생각하다가 날카로운 눈으로 어딘가를 휙-돌아보는)...! s#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앉은 중종을 보며 말한다. 자순대비 주상, 이번에 파산부원군댁에 행하신 일은 이 늙은이가 보기에 과한 듯 합니다. 명색이 중전의 사가인데 곳간 뒤짐을 명하시다니요? 중종 어마마마, 소자도 아옵니다. 하오나 조정의 공론이 모아진 일이었사옵니다.소자, 또한 외척들이 중궁전의 권위를 등에 업고 치부하는 것은 마땅히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옵니다. 자순대비 이 늙은이가 파산부원군의 둘째 자제분을 만나보니 그럴 사람은 아 닙디다. 중종 처남들의 죄가 없다면 다행이지만 만에 하나 소문대로 처남들의 비리와 죄상이 드러난다면 그 죄를 엄히 물을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주상, 때가 좋지 않습니다. 중종 때가 좋지 않다니요?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자순대비 중전께서 공주를 생산하신 연후에 중전의 친정오라비들의 죄를 묻는 것이 중전께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음을 명심하세요. 중종 ... s# 중궁전 방 안 윤비, 강보에 쌓인 아기를 깊이 내려다 보고 있다. 방긋방긋 웃는 아기의 얼굴. 윤비(E) (울컥 치밀어오르는) 이 모두가 내가 대군을 생산치 못했기 때문인 것이야..대군을! (아기를 보며) 아가 네 어찌 세상에 나와 이 에미의 가슴에 이리 못을 박는것이냐?! 어찌 이리 에미에게 수모를 안겨주는 것이냐?! 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아가,아가..흐흐흑.. s#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는 얼굴위로. 경빈(E) 호호, 중전, 아들을 생산하는 것이 목숨을 부지하는 것임을 이제야 깨달으셨소?! 아둔하시기는?! 천지신명께오서 이번엔 내 손을 들어주신게요! 호호호- s# 백치수 사랑채 외경 윤원형(E) 백도주, 사람이 어찌 이리도 신의가 없단 말인가?! 길상 (한곳에서 몸을 드러내며 방쪽을 주시한다)...! s#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 윤원형, 앞에 앉은 백치수를 쏘아보며 말한다. 윤원형 내가 언제 백도주에게 손을 내밀었소?! 백치수 ... 윤원형 그 잘난 삼만냥 어음 한 장으로 내 전정을 망칠 셈이신가?! 백치수 이놈은 나으리께오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사옵니다! 윤원형 자네가 희락당대감한테 무슨 약조를 받고 그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자네 같은 피라미 장사치와 거래를 한 것이 잘못이었네! 백치수 나으리 말씀이 지나치시옵니다! 피라미라니요?! 윤원형 허면 올챙이인가?! 백치수 (인상) 나으리! 윤원형 거두절미하고 내가 수결한 각서를 돌려주게! 백치수 이놈, 그리할 수는 없사옵니다! 윤원형 뭐라? 내 놓을수 없다?! 백치수 이놈, 분명 삼만냥을 내드리고 받은 각서이니 그냥은 내드릴순 없지요. 윤원형 (노려보다가) 좋네! (소매에서 어음을 꺼내 책상위에 탕! 내려놓는다) 장대인이 수결한 십만냥짜리 어음일세! 자 어서 내가 써준 각서를 내 놓게! 백치수 (어음을 보다가) 장대인은 대국으로 돌아갔사옵니다. 허니 지금 그 어음은 무용지물이옵지요. 윤원형 뭬,뭬야?! 자네 정녕 나를 기망하려드는겐가?! 백치수 나으리, 잠자코 이만 돌아가시지요! 윤원형 뭬야, 잠자코?! 아니, 이자가! 백치수 나으리, 지금은 가만히 엎드려 계셔야 하옵니다! 윤원형 (씩씩대며 보다가) 알았네, 내 돌아가지! (벌떡 일어서며) 허나 자네와 거 래를 한 일로 중전마마나 이사람의 신상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내 자 네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명심하게나! (방문 밖으로 나가버린다) 백치수 (자괴감에 한숨 내쉬며) 허어! 천하의 백치수가 인삼독점권에 눈이 어두워 어찌 이런 꼬락서니가 되었을꼬..(결연한) 아니지! 아니지! s# 어느 길 윤원형, 울그락 불그락 하여 걸어오다가 걸음을 멈추고 휙- 돌아본다. 윤원형 (둘러보며 격앙된) 처남! 잠시 얼굴 좀 보이게! 길상 (윤원형 뒤편으로 다가서며) 나으리, 이놈을 찾으셨사옵니까? 윤원형 (길상을 돌아보며) 처남! 자넨 어느 쪽에 서겠는가?! 자네의 주인인 백도주 인가 아니면 난정이와 혼례를 올린 내 쪽인가? 길상 (단호하게) 이놈, 나으리께 피로 충성맹세를 드렸사옵니다! 윤원형 허면 암자로 가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난정이를 데려오게! 중전마마와 우리 가문의 앞날이 풍비박산나게 생겼다고 전하게! 그리 해줄수 있겠는가? 처남! 길상 ...! s#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 치부책을 넘겨 보고 있다. 김안로 (혼잣말) 허어, 조정신료들은 물론이고 외척, 종친..참으로 난마처럼 얽혀있구먼..온 조정이 장사꾼 손에 쥐어져 있었음이야.. 이 치부책만 있으면 두려울 것이 무에 있겠나?! 황서방(E) (방밖에서) 대감마님! 김안로 (방문쪽을 보며) 무슨 일이냐? s# 김안로 사랑채 방문 밖 마당 남곤, 황서방의 뒤편에 서있다. 황서방 (방쪽에다) 좌의정대감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요! 김안로(E) (방안에서) 어서 뫼시게. 황서방 예.(남곤에게) 드시지요. 남곤 (신발을 벗고 대청으로 오른다) s#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남곤,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김안로, 일어서서 맞는다. (*이미 치부책은 없다) 김안로 어서 오시옵소서. 내려 앉으시지요. 남곤 고맙소이다.(보료위에 앉는다) 김안로 (따라 앉으며)좌의정대감께오서 누옥엔 어인 발걸음이시 옵니까? 남곤 내 거두절미하고 말하리다! 대감께서 가지고계신 치부책에서 이사람의 이름을 지워주셨으면 하오! 그리만 해주시면 내 희락당대감이 원하는대로 조 정일에 힘을 쓰리다. 김안로 (보다가 짐짓) 치부책이라니요? 무슨 말씀이온지? 남곤 허어, 참으로 이리 시치미를 떼시기요?! 김안로 시생은 참으로 모르는 말씀이옵니다! 남곤 (버럭) 좋소이다! 대감이 이리 나오신다면 이사람도 생각이 있소이다! 음!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나가버린다) 김안로 대감-대감-(부르다가 냉정한 표정이 되며 싸늘하게 웃는)...! s# 동 김안로 사랑채 마당 남곤, 불편한 심기로 마당으로 나오다가 방쪽을 휙-돌아본다. 남곤(E) 허면 내 그 치부책을 무용지물로 만들 다른 방도를 쓸 수밖에! 남곤, 몸을 돌려 휘적휘적 대문쪽으로 가버린다. s# 당추 암자 정자 위 난정, 난간에 걸터 앉아있는데 길상, 소리없이 등뒤로 다가와 선다. 길상 ..난정아. 난정 ... 길상 ..중전마마께오서 위급한 처지에 놓이셨어. 승후관나으리께오서 너를 급히 데려오라고 하셨다. 난정 (일어서며) 그래, 돌아가야지..내 중전마마의 곁으로 돌아갈게야. 길상 (의외에 반응에)..! 난정 (길상을 휙-강렬하게 보며) 대신 니가 나를 위해 꼭 해줄 일이 있어! 길상 아, 이번일은 니가 반드시 반드시 해 줘야만 해! 길상 ...! s# 김안로 사랑채 외경(밤) 담장을 뛰어넘는 사내. 어둠속에서 사내의 그림자가 소리없이 방문쪽으로 다가온다. 길상이다. 길상, 방문쪽으로 다가가 귀를 바짝대고 방안의 동정을 엿듣다가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s#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밤) 길상, 방문을 열고 어두운 방안으로 소리 없이 들어온다. 김안로, 다소곳하고 반듯한 자세로 자리에 누워 잠들어있다. 길상, 김안로쪽으로 다가선다. 길상, 품에서 번뜩이는 비수를 빼들고 평안하게 잠든 김안로의 얼굴을 살 기서린 눈빛으로 쏘아본다. 길상 ...! s# 당추 암자 누마루 계단 위(낮) 금이, 힘겹게 누마루 계단위로 올라온다. 금이, 이마에 땀을 닦으며 암자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인기척을 찾는다. 금이 분명 이 암자라고 했는데...? 당추 (객사쪽에서 나와 법당쪽으로 걸어간다) 금이 (당추를 보고 반갑게) 스님! 스님! 당추 (돌아보며) 허어, 이 깊은 산중에 젊은 처자 혼자 어인 발걸음을 하시었소? 금이 이 암자에 난정이라는 젊은 보살이 머물고 있지요? 당추 그런데요? 금이 (환히 펴지며) 저는 난정이 동무이온데 난정이를 만나볼 수 있을까요? 당추 허어, 길이 엇갈렸나보오이다? 난정이는 동이 틀 무렵에 이 암자를 떠났소 이다. 금이 (다리심이 쭉 풀리는) 예에? 떠나다니요, 어디로요?! s# 대궐 중궁전 마당 난정, 당의를 입고 합문 안을 들어서고 있다. 손에는 비단으로 싼 무언가(*치부책)가 들려있다. 난정, 계단 쪽으로 다가와 멈춰서서 교태전 현판을 감회가 새로운 듯 본다. 난정 ...! 난정, 결연한 표정으로 중궁전 계단을 올라간다. s# 동 중궁전 방 밖 복도 난정, 엄상궁과 오상궁이 서있는 방문쪽으로 걸어와 선다. 난정 (미소로 조아리며) 두분 마마님, 그간 무고하셨사옵니까? 엄상궁 (움찔 놀라) 아,아니..자네는..? 오상궁 (놀라는)...! 난정 중전마마께 여쭈어 주시옵소서. 엄상궁 (마음을 가다듬고) 중전마마, 윤승후관 작은 안으서 들었사옵니다. s#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아기를 안고 있다가 놀란 표정으로 방문쪽을 본다. 윤비 뭐라? 난정이가?!..들라해라. 엄상궁(E) (방밖에서) 예. 방문이 열리면 난정, 방안으로 들어와 윤비 앞에 다가와 선다. 윤비 ..난정아.. 난정 (아기를 안고 있는 윤비를 보며)..중전마마.. 윤비 ..난정아, 참으로 오랜만이로구나. 난정 마마.. 난정, 억지로 눈물을 참으려고 하지만 끝내 눈물이 흐르는 얼굴에서 스톱 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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