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84
s#1. 당추 암자 마당 난정, 앞에 선 군관을 놀란 얼굴로 보고 섰다. 난정 지금 어명이라고 하시었소? 군관 그렇소, 어서 예를 갖추고 어명을 받으시오! 난정, 북쪽(*)을 향해 큰 절을 올린다. 당추, 객사쪽에서 나오다가 난정이 절을 올리 는 것을 본다. 군관, 전교문을 펴드는 모습위로 s# 편전 방 안 중종 승후관 윤원형의 첩 정난정은 전교를 받는 즉시 승후관 윤원형과 함께 입 궐하여 과인을 알현하도록 하라. s# 당추 암자 마당 난정, 군관이 펴든 전교문을 보며 눈물을 글썽 인다. 난정 (눈물이 주르르) 주상전하의 우악하오 신 성은에 이년 망극할 뿐이옵니다. 당추 (보며) 나무 관세음보살... s# 대비전 외경 자순대비(E)(화가 난) 중전, 지금 뭐라 하시 었소?! s#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있는 윤비를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다.방문 앞쪽에는 윤임, 멈춰선채 윤비를 돌 아본다. 자순대비 대비전에 외척을 자주 들이지 말라니?! 중전께선 이 늙은이가 일가붙이들을 대 비전에 불러 담소를 나누는 것이 그리도 못마땅하신겝니까? 윤비 신첩은 그런 뜻으로 말씀올린 것이 아니 옵니다. 자순대비 허면요?! 윤비 ... 자순대비 왜 말씀을 못하시는 겝니까?! 중전, 똑 바로 말씀해 보세요! 윤임 (돌아서서) 대비마마, 중전마마께오서 외척이라 말씀하시었던 자는 신을 일컬 음이라 생각하옵니다. 하오니 역정을 푸시옵소서. 자순대비 중전께서 대비전에 자주 들이지 말라고 하신 분이 판부사대감을 빗대어 말 씀하신겝니까? 윤비 예, 그러하옵니다. 자순대비 허어, 중전! 어찌 세자의 외숙부되시는 판부사대감을 자주 들이지 말라고 하시 는겝니까?! 윤비 대비마마, 신첩은 마마가 걱정되어 드리 는 말씀이옵니다! 자순대비 이 늙은이가 걱정이 되다니요? 어인 까닭 으로요? 윤비 신첩의 오라비들이 뇌물을 받았다는 구설 에 올라 국문을 받고 신첩 또한 폐서인되 어 궐에서 내침을 당하는 위급에 빠진 연 후에 외척의 처신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어려운지 신첩 뼈가 저리도록 깊이 깨달 았사옵니다. 자순대비 ... 윤비 판부사대감께서는 세자의 외숙이시기에 온 조정의 주목을 받고 있으신 분이옵고 또한 이번 백아무개의 뇌물 비리에 깊이 연루되 신 전례가 있으신분이옵니다. 그런분께오서 자중하여 근신하지 아니 하시고 궐내 출입 을 빈번하게 하시니 언제 무슨 구설에 휩쓸 리실지 알수가 없사옵니다. 윤임(E) (일그러지는) 뭐,뭐라? 윤비 만에 하나 판부사대감께오서 외척의 구설에 오르시면 필시 대비전에도 불길이 번질수 있음이오니 신첩, 대비마마께 각별히 조심 하라는 말씀을 올린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중전께서 참으로 이 늙은이가 걱정되어 하시 는 말씀이십니까? 윤비 예, 마마. 그러하옵니다. 어찌 다른 마음을 을수 있겠사옵니까?! (윤임쪽으로 시선을 주 며) 판부사대감, 전하께오서 대감의 죄를 묻 지 않으시었다면 천운이 따르시었음이시온 데 어찌 자중하고 또 자중하시지 못하고 무 상으로 궐내 출입을 하시는겝니까?! 윤임 ... 윤비 정녕 대비마마께오서 대감으로 인해 위급에 처하시는 것을 목도하시고 싶으신겝니까?! 윤임 마마, 신의 불찰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옵 소서! 윤비 이 사람 말뜻을 알아들으시었다면 대비마마께 오서 대감의 바람막이가 되주실 것을 기대하 지 마시고 돌아가 자중, 또 자중토록 하시며 처신을 올곧게 하세요! 윤임 (모욕감을 참으며) 예, 분부대로 따르지요! 하오면 물러가겠사옵니다.(방밖으로 나간다) 자순대비 중전께오선 참으로 알수가 없으신 분입니다. 중전의 말씀 한마디에 이 늙은이의 심기가 이 대로 수그러드니 말씀이요. 윤비 ...황공하옵니다. s# 동 대비전 마당 엄상궁과 오상궁, 중궁전 상궁나인들이 서있다. 윤임, 불쾌한 표정으로 대비전에서 나와 멈춰선다. 윤임(E) (대비전을 돌아보며) 중전께오서 정녕 이사람 과 척을 지시겠다면 그리하시지요! 세자의 외 숙부와 자웅을 견주려고 하시다니요. 어디두 고 보십시다! 윤임, 엄상궁을 못마땅하게 보고는 휘적휘적 어디론가 가버린다. s# 동 대비전 방 안 윤비, 자순대비 앞에 앉아있다. 자순대비 중전, 이 늙은이가 중전께 다짐받고 싶은게 하나 있소. 윤비 말씀하시옵소서. 자순대비 중전께서도 이번에 배앓이하시어 공주를 생산 해보시었으니 잘 아실것이오. 윤비 ... 자순대비 전실(前室) 소생이 아무리 효도를 하여도 내 배로 낳은 자식에게 눈이 한번 쏠리고 손길이 한번 더 가는게 인지상정이요. 허나 세자는 장차 주상의 대통을 이어 보위에 오르실 분입 니다. 윤비 ... 자순대비 허니 장차 중전께서 대군을 생산하신다할지라 도 세자를 지금처럼 어여삐 돌봐주세요...(글 썽 목이 메이는) 세상에 나온지 이레만에 어미 를 잃고 유모의 젖으로 자란 불쌍한 세자이십 니다..중전께서 그리만 해주신다면 이 늙은이 는 중전한테 어떤 허물이 있다하시어도 덮어드 릴 것을 약조하리다. 윤비 세자는 이나라 왕실의 유일한 적통대군이옵니 다. 신첩은 세자를 주상전하를 대하듯 아끼고 보살필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고맙소, 중전..내 중전을 믿으리다. s# 윤원형 집 초당 외경 배천댁과 탄실, 초당 방문 앞에 서있다. 김씨(E) 조부님, 저한테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 옵니까?! 배천,탄실(움찔 방문쪽을 보는)..! s#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김씨, 윗목에 앉아 김전을 야속한 눈길로 보며 말한다. 김씨 제가 조부님께 윤서방을 구명해달라고 길바닥 에 무릎을 꿇고 눈물로 청을 드릴때는 그리도 매정하게 내치시더니 이제와서 중전마마께 화 해의 말씀을 올려달라니요?! 참으로 야속하시 옵니다! 김전 (착잡한)..이 할애비가 너 볼 낯이 없구나. 김안로 내 너의 마음을 짐작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 만 할아버님을 너무 탓하지 말거라. 그 당시에 는 조정일이 그리 될 수 밖에 없었음이니라. 김씨 (김안로를 휙-보며) 윤서방이 금부에서 문초를 당하며 살점이 찢겨져 나가고 다리뼈가 뒤틀리 시어 비명을 지르실 때 조부님과 숙부님 두분 께오서는 대체 어디 계시었사옵니까?! 윤서방 의 억울함을 잘 알고 계시던 두분께오선 대체 무엇을 하고 계시었사옵니까?! (자기 감정에 겨워 눈물과 흐느낌이 터지며) 손주사위가, 조 카사위가 누명을 쓰고 주리를 틀리고 형장을 맞 을 때 감싸주시지는 못하실 망정 내심 죄를 거 짓토설하기를 바라시지 않으셨사옵니까?! 흐흑 .. 김전 ..음! 김씨 두분에게 더는 드릴 말씀이 없사옵니다. 허니 이만 돌아들 가시옵소서.. 김안로 (보다가) 네 말이 모두 맞다...허나 네게 생명 을 주고 훈육해준 우리 김씨 가문이 위급이 닥 치는 것을 너도 보고 있지만은 않을것이라 믿는 다. 김씨 (냉정하게 고개돌리며) 저는 출가외인일 뿐이옵 니다! 김전 (한숨을 내쉬며)..네 가슴속에 맺힌 한이 참으 로 깊구나..미안하구나..(김안로를 보며) 이만 돌아가자구나..(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가는) 김안로 (일어서서 나가려다가 김씨를 돌아보며) 이번에 중전마마와 윤서방을 구명하는데는 난정이란 계 집에게 공이 있었음이야. 앞으로 중전마마와 윤 서방이 그애를 애지중지할 것이다. 그리되면 이 집에서 네 자리는 점점 좁아질게다. 아마 송곳 꽂을 만큼도 남지 않을지도 모르지. 김씨 ...! 김안로 그리 되었을 때 너를 감싸주고 받아줄 사람들이 누구인지 잘 생각해 보거라.(방밖으로 나가버린 다) 김씨 ...! s# 동 윤원형 초당 마당 김전과 김안로, 배천댁이 신겨주는 신발을 신고 마당으 로 내려선다. 김전 배천댁. 아씨를 잘 뫼시게. 배천댁 (눈물글썽) 예, 대감마님, 명심하겠사옵니다요. 김전 (착잡한 눈길로 하늘을 보다가 중문쪽으로 간다) 김안로 (그 뒤를 따른다) s# 동 윤원형 대문 안 마당 윤원로, 중문쪽을 기웃거리며 서성거리는데 김전과 김안로, 중문밖으로 나온다. 윤원로 (보고 비아냥거리듯) 영상대감, 그동안 기체 대안하시었사옵니까? 김전 ... 윤원로 시생이 금부옥사에서 문초를 받을 때 뵈었을 때보다 어찌 기력이 더 쇠하신듯 싶사옵니다 . (살펴보며) 흰머리가 더 느신 듯 하옵니다 ? 김안로 (나서며) 자네 감히 뉘앞이라고 이죽거리는 겐가?! 윤원로 (움찔)...! 김전 안로야, 그만하거라.(윤원로를 보고) 나중에 또 보세나.(대문쪽으로 간다) 김안로 (윤원로를 엄한 눈빛으로 보다가 김전 뒤를 쫓아 대문밖으로 나간다) 윤원로 흥! 조금 있으면 낙마할 꼬락서니들이 기만 살아가지고! (임서방에게) 임서방, 대문 굳 게 걸어잠그게! (중문쪽으로 간다) 임서방 예! (대문쪽으로 뛰어간다) s#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김씨 (눈물자국이 얼룩진채 뭔가 생각에 잠겨있 는)...! s# 중궁전 외경(밤) 윤비(E) 뭐라? 전하께오서 난정이가 머무는 암자에 파발을 띄우셨단 말이냐? s# 동 중궁전 방 안(밤) 윤비, 앞에 앉아있는 엄상궁을 의외라는 눈길로 보며 말한다. 엄상궁 예, 윤승관과 함께 입궐하라는 전교를 내리 셨다 하옵니다. 윤비 오라버니와 함께 입궐하라는 전교를 내리셨 다? 엄상궁 (밝은) 예, 쇠인 생각으로는 전하께오서 윤 승후관과 작은 안으서한테 큰 상급을 내리 시리라 짐작되옵니다. 윤비 (끄덕) 암, 오라버니와 난정이가 내 목숨을 구명해 주었으니 큰 상급을 받을만한 공을 세웠음이야. s# 당추 암자 외경(밤) 객사 방문에 불빛이 새어나온다. s# 동 당추 암자 방 안(밤) 난정과 당추, 호롱불 앞에 마주 앉아있다. 당추 난정아, 네 어명을 받았음에도 어찌 떠날 채비를 하지 않는 것이더냐? 난정 아직은 떠날때가 아닌 듯 싶사옵니다. 당추 뭐라? 허어, 네 지엄한 어명을 거역할 셈 이더냐? 난정 주상전하께오서 저같이 미천한 것을 불러들 이시는 까닭을 잘알고 있사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어명을 받들수는 없사옵니다. 당추 (걱정되는) 허어, 내 너의 의중을 짐작키 어 렵구나. 네 어찌 어명을 받들지 않는 대죄를 지으려는게냐? 난정 (미소) 상급을 내리시려는 어의를 받들지 않 는다하여 설마하니 주상전하께오서 저를 죽이 시기야 하실라구요? 당추 네 도통 모르는 말 만 하는구나. 난정 (쌩끗)... s# 편전 외경(낮) 중종(E) 과인이 경들을 들라 한 까닭은.. s#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안당과 정광필, 김전, 남곤, 이유청(*), 홍경주, 심정, 김안로,김제학등과 판서급 대신들 그리 고 윗목에 박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기묘년에 제주도로 귀양간 파릉군을 복권시키 는 일에 대해 견해를 듣고자 함이오. 일동 (남곤, 심정, 홍경주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김 안로와 김제학의 인상이 펴진다)...! 중종 (둘러보다가) 영의정의 뜻은 어떠하시오? 김전 파릉군은 종친부의 큰 어른이시자 덕망이 높아 선비와 유생들의 존경을 받 분이옵니다. 하시 라도 속히 불러들이심이 옳을줄로 사료되옵니 다. 정광필 신의 생각도 같사옵니다. 전하께오서 파릉군의 죄를 거두시온다면 조정의 기강은 물론이옵고 흐뜨러진 민심도 제자리를 찾는데 일조를 할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홍경주 하오나 파릉군은.. 중종 (엄하게 보는) 남양군께서는 과인의 어의에 반 대를 하는것이요? 홍경주 (움찔 꼬리 사리는) 전하, 그럴리가 있겠사옵 니까? 신은 단지.. 중종 (무시하듯) 좌의정은 어찌 생각하시오? 남곤 신은 전하와 조정 공론에 따를 뿐이옵니다. 중종 (둘러보며) 다른 분들께서는 이견이 없으시오? 일동 ... 중종 과인은 경들의 견해를 쫓아 제주도로 귀양간 파릉군의 죄를 사면한다는 전교를 내릴 것이오! s# 대궐 일각 홍경주와 남곤, 심정이 걸어온다. 홍경주 좌의정대감, 파릉군은 우리 공신들에게 반감을 지닌 종친인데 어찌 침먹은 지네마냥 입을 꽉 다물고 계시었소? 심정 그러는 남양군대감께오선 어찌 꼬리를 사리신 것이외까?! 홍경주 이 늙은인 치부책을 태워버린 이후로는 전하의 용안을 똑바로 뵐수조차 없으니 어쩌겠소? 남곤 이사람도 그런걸 어쩌겠소이까? 홍경주 어허, 전하께오서 우리 공신들을 퇴물취급을 하시는 듯 싶어 어째 서글퍼지는구려. s# 빈청 안 정광필과 안당, 김전, 이유청(*)등이 심각하게 앉아 있다. 김전 전하께오서 이번 파릉군의 사면을 계기로 조정 에 새로운 인물들을 등용하시려는가 보오이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니오이까? 안당 새로운 인물은 무슨요? 전하께오선 항상 조정 을 개편하시면서 그 밥에 그 나물 같은 구시대 의 인물들을 등용하시지 않으시었소이까? 정광필 첫술 밥에 배 부를리는 없겠지요. 허나 아무리 산더미같은 과제라도 차근차근 풀어가면 풀리게 되어있으니 기다려 볼 밖에요. s# 어느 길 파발마가 말발굽소리를 내며 힘차게 어디론가 달려간다. s#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울그락불그락하여 앞에 앉은 남곤과 심정을 보며 말한다. 경빈 파릉군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파릉군은 이사람과 복성군께 큰 위협이 될 자입니다! 남곤 하오나 파릉군을 사면한다고 그자가 조정에 들 어오는 것은 아니오니 큰 심려 거두시옵소서! 경빈 좌의정대감! 큰 방죽도 개미구멍에서부터 무너 지는겝니다. 파릉군이 돌아온다면 그걸로 사림 들이 힘을 얻을 터이고 그리되면 조정이 점차 사림들로 채워질게 자명하지 않습니까? 심정 하오면 어찌해야 좋을런지요? 경빈 파릉군이 돌아온다해도 결코 도성안에 머물게 하여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남곤,심정예, 명심하겠습니다. 경빈 (분기를 삭이며) 음! s# 희빈 처소 방 안 희빈, 병색의 얼굴로 누워있고 창빈, 옆에 앉아 안쓰럽 게 본다.창빈의 앞에 죽사발이 놓인 소반이 놓여있다. 창빈 (죽사발을 들며) 희빈, 이 죽을 한술 뜨세요. 입맛을 찾아야 자리에서 훨훨털고 일어나실게 아닙니까? 희빈 (눈물이 길게 흐르며) 이사람은 차라리 죽고만 싶소이다..전하께 평생 씻어담지 못할 수모를 당했거늘 내 살아본들 무엇하겠소이까..? 흐흑.. 창빈 희빈, 약한 소리 마세요. 아버지를 구명하기 위한 희빈의 마음을 전하께오서 어찌 모르시겠 습니까? 조금 지나면 전하께오서도 희빈을 예전 처럼 어여쁘게 보아주실겝니다. 희빈 흐흑..내 아버님이 참으로 야속하고 참으로 원 망스러울뿐이오이다! 창빈 ... s# 동 희빈 처소 마당 향이, 심각한 얼굴로 처소쪽을 보며 서있다.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을 비롯한 상궁나인들을 거느리 고 처소쪽으로 들어온다. (*뒤에 선 나인 하나가 비단보 로 싼 탕약을 바쳐들었다) 엄상궁 중전마마 행차이시다! 향이, 화들짝 놀라 윤비 앞에 허리를 깊이 숙인다. 처소 마당에 서있던 희빈과 창빈처소 상궁나인들이 윤비 를 향하여 일제히 고개를 조아린다. 엄상궁 (향이를 보며)희빈마마께 고하거라. 향이 예. (처소쪽을 돌아보며) 희빈마마, 중전마마 드시었사옵니다! 윤비 ... 창빈 (급한 걸음으로 처소에서 나와 윤비 앞에 조아 리며) 중전마마, 오시었사옵니까? 윤비 창빈께서 희빈의 병문안을 오신게로구먼? 창빈 예, 드시옵소서. 희빈은 병이 깊어 중전마마께 예를 갖춰 맞이하지 못함을 망극하게 생각하고 있사옵니다. 윤비 (끄덕이며)..엄상궁 따르게. (처소안으로 들어 간다) 엄상궁 예. (탕약을 든 나인에게) 이리다오. 나인(*) (탕약을 건네주는) 엄상궁 (나인에게 탕약을 받아들고 윤비를 따라 처소 안으로 들어간다) s# 동 희빈 처소 방 안 윤비, 방안으로 들어선다. 그 뒤로 창빈과 엄상궁이 따라들어온다. 희빈, 힘들게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채 조아린다. 희빈 중전마마, 신첩 병이 깊어 마마를 자리에서 맞이하는 불경을 넓으신 아량으로 깊이 헤아 려주시옵소서. 윤비 (희빈 앞에 앉으며) 괜찮네. 내 희빈의 병이 깊다는 소문을 들었네. 희빈 ..황공하옵니다. 윤비 내 희빈의 병이 지난번 남양군 대감을 구명하 기 위해 편전에 들었던 연후에 생긴 마음의 병이라는 것을 잘 아네. 허나 기력을 회복해 야 마음의 병도 이겨낼 수 있는것일세.. 희빈 (뭉클) 마마.. 창빈 ...! 윤비 엄상궁, 이리 주게. 엄상궁 예, 마마. (바쳐든 탕약의 비단보를 걷고 윤 비에게 건넨다) 윤비 (탕약을 들고) 내 특별히 내의원에 명해서 지 어온 탕약일세. 희빈, 이 탕약을 마시고 속히 쾌차하시게. 희빈 (울컥 눈물이 솟으며 윤비앞에 고개를 박으며 )..중전마마, 신첩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흐흑.. 윤비 용서라니? 희빈이 내게 용서를 빌게 무에 있 나?.. 희빈 마마, 마마..흐흑.. 창빈 (눈물을 글썽이는) 윤비 희빈, 탕약이 식기전에 어서 들시게나. 희빈 (눈물범벅된 얼굴을 들고)..예..(탕약을 건네 받고 마신다) 윤비 (보는)... s#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앉아있는 조상궁을 보고 말한다 자순대비 중전께서 희빈처소로 발걸음을 하시어 희빈에 게 탕약을 내리시었다? 조상궁 예. 희빈마마께오선 감동이 북바치시어 눈물 을 흘리시었다하옵니다. 자순대비 (흐뭇한)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로다..중전께 오서 내명부들을 따뜻한 가슴으로 감싸안으시 었다니..중전께서 공주를 생산하신 연후에 심 경에 많은 변화가 계시었음이야..내 이제 중 전을 믿어도 좋을 듯 싶구려.. s#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금이와 마주 앉아있다. 경빈 (고개를 저으며) 아니야, 중전께서는 그리 쉽게 변하실 분이 아니야. 금이 (눈치 보며)..중전마마께오서 희빈마마의 지 난 날의 잘못을 모두 용서해 주시었다 하옵 니다.. 경빈 모르는 소리 말거라! 멍청한 희빈따위가 백번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빌어본들 중전께오선 외 눈 하나 깜짝 않고 사약을 내리실 분이란걸 아 직도 모른단 말이냐?! 금이 ...그야 그렇습지요. 경빈(E) 중전이 내명부들을 감싸안으려는 저의가 대체 무어란 말인가? s# 중궁전 방 안 윤비, 배를 소중하게 감싸안으며 알 듯 모를듯한 미소 를 짓는다.(*두번째 용종을 회임중이다) 윤비 ... s# 윤임 사랑채 마당 황서방과 박서방이 한편에 서서 쑥덕거리고 있다. 윤임처, 사랑채로 걸어오다 멈춰서서 걱정스러운 표정 으로 방쪽을 본다. s#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과 김안로, 바짝 마주 앉아있다. 윤임 전하께오서 파릉군을 불러들이시옵고 안당을 중용(重用)하시오면 조정엔 다시 사림들이 주 도권을 쥐게 될것이 아니오이까? 김안로 아마도 그리될 공산이 크겠지요. 윤임 그들이 세자저하 주변을 둘러싸게 된다면 대감 과 이사람은 죽쑤어 개 주는꼴이 되는 것이 아 니오이까?! 김안로 그리되어서는 아니되지요. 윤임 허면 전하의 신임을 회복할만한 무슨 방도라도 있는것이오이까? 김안로 정면돌파를 해야겠지요. 윤임 정면돌파요? 김안로 예, 대감과 이사람이 전하께 조정의 개혁을 주 청들여 조정에 쇄신을 꾀하는 것이옵니다. 윤임 개혁이요? 김안로 예, 우리 두사람이 조정의 개혁을 주도해 나간 다면 전하의 신임도 되돌릴수 있을뿐 아니오라 그 과정에서 눈에 가시같은 신료들을 물갈이할 수도 있을 것이옵니다. 윤임 허나 개혁을 한다면 사림들이 대거 동참할것이 고 그리되면 오히려 안당 같은 자에게 힘을 실 어주게 되는 것이 아니오이까?! 김안로 그리되지는 않을것이옵니다! 이번 개혁은 좌의 정이나 남양군같은 노회한 공신들과 손을 잡고 그들을 끌어들여야 하옵니다. 그래야 차후에도 사단이 나지 않사옵니다. 윤임 음..헌데 좌의정이나 남양군께서 우리의 뜻에 따라줄까요? 김안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사오니 모두들 살기위해서는 우리 뜻에 따라줄 것이옵니다. 윤임 그렇겠지요. 김안로 이 사람이 금명간(今明間)에 회합을 마련해보겠 사옵니다. s# 갖바치 마당 임백령, 평상작업대 위에 앉아 미동도 없이 생각에 빠져 있다.당골네, 뒷곁에서 나와 생글거리며 임백령쪽으로 다가온다. 임백령 (당골네를 의식못한 듯 굳은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는).. 당골네 (갸웃하며) 나으리! 임백령 ... 당골네 임선비나으리! 임백령 (그제서야 돌아보는) 이사람을 불렀소? 당골네 (요리조리 살피며) 무슨 근심이라도 있으시옵 니까?! 임백령 근심은 무슨? 아무것도 아니오. 당골네 아니긴요? 나으리 얼굴에 그리 쓰여있는뎁쇼? 울적하시오면 쇤네가 맹물 술이라도 한잔 쳐 드릴깝쇼? 임백령 (일어서며) 아니오. 가죽짐 지게를 짊어진 갖바치와 방백인이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임백령 갖바치 선생! 시생, 잠시 좀 뵈었으면 하옵 니다. 갖바치 (지게를 내려놓으며) 그러시지요. 드시옵소 서. (방쪽으로 들어가면) 임백령 (갖바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간다) 방백인 (갸웃)임선비께오서 평소와 달리 왜 저러시 는가? 당골네 낸들 알겠소? 온종일 소죽은 귀신처럼 말씀 한마디 아니하시고 까막귀가 되시어 망부석 처럼 앉아계십디다. 방백인 과거시험이 다가오니 걱정이 되시는게지.. (방쪽을 돌아보는) s# 동 갖바치 방 안 임백령, 갖바치를 보며 울분을 토한다. 임백령 참으로 답답하옵니다! 조정신료들과 외척들 이 뇌물비리에 연루되어 이 나라 국모께오서 폐위전교까지 받으시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전하께오서 어찌 그런 막중대사를 이리 유야 무야 처결하여 넘기실 수 있단 말이옵니까? 갖바치 ..음! 조정이 뿌리채 썩어들어가고 있으니 주상전하께오서도 어찌 해보실 방도가 없으 시었던게지요. 임백령 더욱 가관인 것은 삼사의 언관들과 유생들조 차 함구하고 있다는 것이옵니다! 바른 말하는 선비들이 보이지 않으니 이나라가 어디로 갈 지 참으로 울분이 터질 듯 하옵니다! 갖바치 ..음! 임백령 물이 고여 썩고 있다면 방죽을 터뜨려 물길을 틔워야지요! 갖바치 허나 한 두사람의 힘과 의기만으로는 성사시킬 수 없는 일이옵니다. 임백령 비록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어리석은 짓거리가 될지언정 선비라면 목숨을 걸어볼만한 일이지 요! 갖바치 (보는)...?! 임백령 (뭔가 결심한듯한 결연한 표정)...! s# 자운아 기방 안채 외경 s#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김전, 홍경주, 남곤, 심정, 김안로, 윤임, 김제학이 각자 앞에 찻잔이 놓인 소반을 놓고 앉아있다. 옥매향과 모린, 각자의 찻잔에 차를 따라준다. 김안로 매향아, 자리를 비켜주겠느냐? 옥매향 예, 기럼 말씀들 나누시라요...(일어서며) 모린아. 날래 닐어나라우. 모린 (일어서서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옥매향을 따라 방밖으로 나간다) 일동 (침묵속에서 김안로를 보는)... 홍경주 희락당대감, 사람들을 불러놓고 어찌 아무 말씀도 아니하시는게요? 김안로 (찻잔을 들어마시는).. s# 동 자운아 안채 방 밖 마당 옥매향과 모린, 마당으로 내려선다. 옥매향 모린아, 내레 후원에 있을테니끼니 손님들 께서 찾으시면 기별하라우. 알간? 모린 (끄덕끄덕).. 옥매향 (후원쪽으로 간다) 모린 (부엌쪽으로 가다가 발길을 돌려 안채 방 쪽을 귀를 기울여 엿듣는다) 김안로(E (방안에서) 이사람이 여러대감들을 뵙자고 청한뜻은.. s#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김안로, 일동의 시선을 받으며 말한다. 김안로 이번에 전하께오서 파릉군을 사면하시는 것을 계기로 조정인사를 쇄신하시려는 어 의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자 이옵니다. 일동 (수긍하는 끄덕임)... 홍경주 허어, 허면 이 늙은이뿐만 아니라 여러분 대감들께서도 위기감을 느끼고 계시었단 말씀이오? 윤임 조정에 새로운 인재들이 등용된다면 신입 구출이란 말처럼 치부책 때문에 전하의 신망을 잃은 우리들 먼저 조정에서 퇴출될 것이 자명할 것이외다. 홍경주 아니될 말씀이오! 폐주 연산을 내쫓고 이 나라 종사를 지금의 반석위에 올려놓은 우 리 공신들이 쫓겨나갈수는 없는 일이외다! 심정 암요! 무슨 방도를 강구해서라도 막아야 하옵니다. 김전 허면 어쩌겠소이까? 전하의 어의가 확고하 게 굳어지신 듯 하온데.. 남곤 우선은 안당과 정광필을 전하의 곁에서 떼 어놓아야 할것이오이다! 일동 (남곤을 보는)...? 김안로(E (미소가 스치는) 허, 과연 좌의정께서도 이사람과 같은 생각이시었구먼! 남곤 특히 안당은 이번 윤승후관을 국문하는 추 관으로 명받은 것을 빌미로 조정신료들의 비리를 발본색원한다는 명분아래 우리를 찍 어내려던 자이오이다! 심정 예, 조광조를 따르던 주초의 잔당들이 추앙 하는 자이니 분명 우리에게 위협이 될 것이 옵니다! 일동 (적개심으로 굳는)...! 홍경주 설일게 무에 있소이까? 당장 안당, 그자부터 찍어내십시다! 윤임 하오나 전하께오서 우리들을 신망하시지 않 고 계시오니 처신에 신중을 기해야 할것이외 다! 김제학 허면 어찌해야 좋겠사옵니까? 김안로 우리들이 살아남으려면 그동안의 사사로운 원한은 덮어두고 뭉쳐야 할것이옵니다! 홍경주 이 늙은이의 마음도 같소이다, 전하와 이 나라 종사를 위한 우국충정으로 거병하였던 반정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십시다! 김안로 좌의정대감과 화천군대감께오서도 힘을 보태 주시겠사옵니까? 남곤 (끄덕이며) 그리해야겠지요! 심정 이사람도 한팔 힘을 보태겠소이다. 김안로 허면 대감들께오서 의기투합해 주신 것으로 믿고 이사람과 판부사대감이 일을 추진해 보겠사옵니다! 일동 (결의를 다지는 표정)..! s# 장대인 사랑채 마당 곽서방, 송서방을 이끌고 방쪽으로 걸어온다. 송서방, 비단보로 싼 치부책(*세번째 것)을 품에 소중하게 품고 있다. 곽서방 어르신, 송서방이 데려왔사옵니다. 장대인(E (방안에서) 들이게! 곽서방 예. (송서방을 보고) 들어가 보게. 송서방 (방안으로 들어간다) s#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과 능금, 찻상을 놓고 마주 앉아 있는데 송서방, 치부책을 품에 안고 방안으로 들어선다. 능금 다가와 앉으시오! 송서방 (능금을 경계하며)..그, 그래..(장대인 앞에 앉는다) 장대인 (미소로 보며) 치부책은 가져왔는가? 송서방 예, 여기 있습니다요. (두손으로 연상 위에 내려 놓는다) 장대인 (천을 풀고 치부책을 훑어보며)..틀림 없구먼. 송서방 장대인 어른, 숨겨놓은 인삼도 내어드렸 고 치부책까지 바쳤사오니 약조대로 우리 도주어르신을 금부 옥사에서 꺼내주시는 것입죠? 장대인 내 백도주 일은 능금이에게 맡겼으니 저 애한테 물어보게.(느긋하게 찻잔 을 들어 마시는) 송서방 느,능금아.. 능금 내 약조대로 백도주를 구명해 드리리다. 송서방 고,고맙구나.. 능금 대신 송서방 아저씬 내밑으로 들어와 나를 도와주시오! 송서방 뭐,뭐야? 능금 남소문 객주는 이미 내 수중으로 떨어졌으 니 객주일을 계속 맡아달라 이 말이오. 내 아저씨 수완을 비싼 값으로 쳐주겠소. 송서방 허나 어찌 평생 모시던 도주어르신을 배신 할수 있겠느냐? 난 그리 못한다. 능금 백도주가 금부옥사에서 나와 장사를 다시 시작한다해도 두 번다시는 조정료들의 뒷배 를 빌릴수도 없게 된 처지니 큰 재물을 모 으지는 못할게요. 송서방 (갈등하는)... 능금 아가서 잘 생각해 보시고 답을 주시오. 송서방 (한숨을 푹 내쉬고 장대인에게 조아리고 일 어서서 방 밖으로 나간다) 장대인 잘했다. 장사를 하려면 저런 충직한 심복이 필요할게다. 능금 어른, 헌데 어찌 불쏘시개로 쓸 치부책따위 를 백도주의 구명과 맞바꾸신겝니까? 장대인 (미소로 치부책을 툭 던져주며) 조선 조정 을 움직이는 신료들의 명단이다. 잘 간수하 도록 해라. 능금 (치부책을 보며)...? s# 당추 암자 계단 밑 산길 파발마가 산아랫길로 달려가고 있다. s# 당추 암자 누마루 계단 위 난정과 당추, 멀어지는 파발마를 보고 섰다. 당추 난정아, 네 이번 어명도 받들지 않을 생각 이냐? 난정 스님, 아직은 때가 아닌 듯 싶사옵니다. 당추 때가 아니라니? 그러다 주상전하의 진노라 도 하시면 어찌하려느냐? 난정 옛고사에 유황숙께오서 제갈량의 마음을 얻기 위해 험한 길을 마다않으시고 세 번 이나 발걸음을 하시었다고 들었사옵니다. 당추 뭐라? 네 삼고초려(三顧草廬)의 고사를 따라 주상전하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이 더냐?! 난정 미천한 년이 감히 하늘같으신 주상전하를 저울질하다니요? (쌩끗) 그런 고사를 들 었다고만 말씀드린 것이옵니다. s# 편전 외경 박승지, 급한 걸음으로 편전 안으로 들어간다. 중종(E) 뭣이라? 윤승후관의 부실이 과인의 어명 을 두 번이나 받들지 못하겠다고 했단 말이냐?! s#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앉아있는 박승지를 추궁하듯 본다. 중종 그게 참말인가?! 박승지! 박승지 예, 전하. 중종 허어, 과인의 어명을 어찌 두 번씩이나 ... 박승지 전하, 어명을 거역한 정아무개를 대죄로 다스리시어 국법의 엄중함을 보이심이 가할줄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박승지, 어찌 과인을 용렬한 군주로 만 드려고 하는가? 또한 목숨을 초개와같이 버리길 마다하지 않는 자에게 대죄로 다 스리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박승지 황공무지하옵니다. 중종 알았으니 물러가라. 박승지 예.(일어나 방 밖으로 나간다) 중종 난정이가 두 번이나 과인의 어명을 거역 했다?(‘거 참 당돌한 계집이로구나’의 느낌으로 웃는) 허허허! s# 중궁전 방 안 윤비, ‘호호호-’ 웃어댄다. 엄상궁과 오상궁, 의아한 표정으로 윤비를 본다. 윤비 (끄덕이며) 과연 난정이답구먼. 전하의 어명을 두 번이나 거역하다니? 엄상궁 하오나 만에 하나 전하께오서 진노하시 오면 어찌 하옵니까? 쇠인은 윤승후관 작은 안으서가 무슨 뜻으로 그러는지 속내를 알지 못하겠사옵니다. 윤비 무슨 뜻이긴? 난정이 그 애가 전하께오 서 내려주신 가마를 타고 싶은게지. 호호호. 엄상궁 (더욱 의아하여) 예에? 오상궁 ...? s# 대궐 일 각 능금, 성장차림(*여성복장)으로 패물함을 들고 당당하게 걸어온다. 능금 ... s# 경빈 처소 마당 금이, 처소안에서 찻소반을 들고 나오는데 능금, 일각문 안으로 들어선다. 금이 (보고 의아) 뉘시온지요? 능금 남소문 객주의 새 행수가 경빈마마께 인사를 여쭈러왔다고 고하여주게. 금이 예에? 능금 경빈마마를 알현키로 약조가 되어있으 니 그리 고하면 경빈마마께오서 아실 걸세. 금이 예..(갸웃거리며 처소쪽으로 돌아서 몇걸음 가다가 문득 떠오르는 듯 능금 쪽을 휙-돌아보며) 아,아니 댁은? 능금 (미소) 그동안 잘 지냈는가? 금이 ...? s# 동 경빈 처소 방 안 능금, 패물함을 경빈 앞으로 밀어준다. 경빈, 패물함을 열어보면 번쩍거리는 패물이 가득들었다. 경빈, 패물함을 닫고 경빈 (능금을 살펴보며) 방문도 제대로 찾지 못하던 아둔패기 계집이 남소문 객주의 새행수가 되었다니? 네 참으로 몰라보 게 달라졌구나! 능금 (미소) 이년 그동안 장대인을 따라 대 국으로 건너가 머물면서 세상보는 눈이 트였사오니 앞으로 방문을 찾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경빈 호, 그래? 능금 예, 마마, 믿으시옵소서. 경빈 헌데 장대인 말로는 능금이 네가 궐밖 도성은 물론이고 조선방방곡곡에서 일어 나는 일에 대해 내 눈과 귀노릇을 해주 겠다고 하였는데 네 정녕 그리 해줄 수 있겠느냐? 능금 예, 이년이 경빈마마의 눈과 귀는 물론 이옵고 수족노릇까지 해드릴것이옵니다! 경빈 네가 무슨 재주로? 능금 조선팔도에 장사치가 다니지 않는곳은 없습지요. 이년이 남소문객주를 발판으 로 조선의 물산을 손아귀에 거머쥘수만 있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 하옵니다. 경빈 ..어려운 일이 아니다? 능금 중전마마께오서 이번에 폐위를 당하실 위기에서 구명되신 것이 중전마마의 수족 노릇을 하는 윤승후관 첩실이 희락당대감 이 쥐고 계신 백도주의 치부책을 훔쳐낸 공이라 들었사옵니다. 경빈 (흠짓) 네 어찌 그런 내막까지 알고 있느 냐? 능금 (미소) 저자거리에 파다하게 퍼진 소문을 귀동냥했을뿐이옵니다. 경빈 음..! 능금 경빈마마께오서 이년의 뒷배를 밀어주시오 면 이년 경빈마마의 수족이 되어힘이 되어 드릴 것이옵니다! 경빈 (보는).. 능금 (간절하게 보는) 이년을 한번 믿어주시옵 소서! s# 윤원형 작은 사랑채 외경 s#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일어나 앉은채로 탕약을 마시고 찌푸린다. 그 옆에 앉아있던 김씨, 약사발을 받아들고 당과조 각을 건네준다.윤원로, 그 모습을 보며 빙긋 웃는 다. 김씨 하오면 소첩은 물러가오니 쉬시옵소서. 윤원형 그러시구려. 김씨 (약사발등을 챙겨들고 방밖으로 나간다) 윤원로 원형아, 이제 좀 견딜만 하냐? 윤원형 (당과조각을 씹으며) 전하께오서 어의까지 보내주시어 진맥케하시고 또내의원에서 탕 약까지 내려주셨는데 견딜만 하고 말구요. 윤원로 금부에서 그리 문초를 당하고도 뼈도 안상 하고 쾌차도 빠른걸 보면 근골은 근골이야 ! 윤원형 (농조) 설마하니 형님한테 비할라구요? 윤원로 형아, 이번에 출사를 하게 되면 무관직을 청해보자구나. 우리 같은 근골들은 빈청에 들어앉아 골치썩히는 것보다 무관이 더 천 성에 맞을 듯도 싶구나! 윤원형 관자리는 어디 하늘에서 떨어진답니까? 윤원로 두고봐라. 분명 이번에 우리 형제가 출사 를 하게 될 것이다. 암, 그렇구말구! 이 형 말을 믿거라. 윤원형 형님, 괜히 식은 소리 마시고 큰사랑으로 건너가 아버님 수발이나 잘 들어드리시오. 윤원로 오냐, 그리하마. 임서방(E (방밖에서) 나으리. 윤원형 무슨 일인가? s#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밖 마당 임서방과 그 뒤편으로 갓과 도포차림의 대전내관이 기품있게 서있다. 임서방 궐에서 대전내관께오서 나오셨사옵니다. s#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움찔 놀라) 뭬,뭬야?! 대전내관이?! 윤원로 대전내관?!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윤원형 대,대전내관이 어인 연유로?! s#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밖 마당 윤원로, 방밖으로 나오며 대전내관을 보고 웃는다. 윤원로 대전내관께오서 어찌 누추한 집까지 발걸 음을 하시었소이까? 대전내관 윤원형 승후관께 전하의 분부를 전하러 왔사옵니다. 윤원로 원형이에게요? 어서 드시지요. 대전내관 예. (법도 있는 자세로 방안으로 들어 간다) 윤원로 (그 뒤를 따른다) s#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앞에 앉은 대전내관을 놀란 눈으로 보며 말한다.윤원로 그 옆에 앉아있다. 윤원형 예에? 전하께오서 시생을 입궐하라는 분부를 내리시었다구요? 대전내관 예. 주상전하께오서 윤원형 승후관의 의 기를 치하하시면서 큰 상급을 내리실것 이란 말씀을 하시었사옵니다. 윤원형 저..전하께오서 이사람은 아니부르셨소 이까? 대전내관 (미소) 전하께오서 파산부원군과 큰 승 후관은 따로 부르실것으로 짐작하옵니다. 윤원로 암요, 그러실테지요. 윤원형 하오나..운신하기에 아직 몸이 성치가 못하니..이를 어쩌누..? 윤원로 원형아, 그 무슨 소리냐? 몸이 가루로 바스라지는 한이 있어도 전하의 부름을 받잡아야 할것이야! 대전내관 전하께오서 윤승후관을 편전까지 업어서 뫼시라는 말씀도 계시었사옵니다. 윤원형 예, 전하께오서 찾으시는데 가야지요. 형님, 이 아우의 관복을 좀 내주시오! 윤원로 오냐, 그러자구나. s# 어느 길 능금, 쓰개치마를 쓰고 걸어오는데 맞은편에서 군졸들이 엄하게 호위하는 가마가 온다. 군관 쉿 물럿거라! 능금과 행인들, 길 한편으로 비켜서서 허리를 숙인다.가마가 능금 앞을 지나쳐 간다. 능금, ‘요란한 행차구먼’의 느낌으로 고개를 들고 가마를 힐끔 보는데 빼꼼 열린 가마창으로 난정의 옆모습이 스친다.순간 가마창을 내다보는 난정의 눈과 시선이 교차한다. 능금 (충격)...! 난정 (가마안에서 미소를 짓는듯).. 능금, 지나가는 가마의 뒷모습을 노려본다. s# 동 흔들리는 가마 안 새당의를 차려입은 난정이 비웃는듯한 미소를 짓는다. s# 편전 앞 마당 윤원형, 덩치 좋은 별감(*)의 등에 업혀 합문 안으로 들어와 편전 계단을 오른다. 양옆으로 별감 둘이 더 따른다.윤원형, 편전 앞에 다다 르면 별감에게 말한다. 윤원형 내려주게나. 전하께오서 계신 곳이니 내 발로 걸어들어가겠네. 별감 예. 별감, 윤원형을 등에서 내려놓으면 양옆에서 다른 별감 둘이 부액을 한다.윤원형, 땅을 딛 는 것이 고통스러운지 어금니를 물며 참아내며 한발짝 한발짝 걸음을 떼어놓는데 난정(E) (뒷편에서) 나으리! 윤원형 (돌아보며)..부인.. 난정 (편전계단을 급히 올라와 윤원형 앞에 서며) 서방님, 몸도 성치 않으신 분께 오서 어인 연유로 입궐하시었사옵니까 ? 윤원형 나는 전하의 부르심을 받았소이다. 헌데 당추선사의 암자에 있어야 할 부 인께서는 어찌 입궐을 하신게요? 난정 소첩도 주상전하의 부르심을 받았사옵 니다. 윤원형 그래요?..허면 어서 드십시다. 난정 서방님, 소첩에게 기대시옵소서.. 윤원형, 난정의 부액을 받으며 편전안으로 들어 간다. s# 동 편전 복도 윤원형, 난정의 부액을 받으며 땀까지 흘리며 간신히 고통을 참으며 방앞으로 걸어와선다. 난정 서방님, 조심조심 내딛으시옵소서.. 윤원형 그래요..이제 되었소이다. 난정 (손을 놓고 옆에 선다) 대전내관 (걱정되는 듯) 괜찮으시옵니까? 윤원형 이사람은 괜찮소이다. 어서 고하여 주시오. 대전내관 전하, 윤승후관과 정아무개 들었사 옵니다. 중종(E) (방안에서 반갑게) 오 어서 들라하라! 대전내관 예. (윤원형과 난정에게) 드시지요. s# 동 편전 방 안 윤원형과 난정, 방안으로 들어선다. 중종과 윤비, 앉아서 두사람을 맞이한다. 중종 오, 작은처남 어서오세요. 윤비 (윤원형과 난정을 보고 환하게 웃어 주는).. 윤원형 (뭉클).. 난정 (눈물이 핑도는).. 윤원형과 난정, 곡배를 올린다. (*윤원형은 절을하며 고통을 굳건하게 참아내 는 표정이다) 윤원형 전하,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이리 내려와 앉으세요. 윤원형,난정(중종과 윤비앞에 다가와 앉는다) 중종 과인이 작은처남과 처남의 부실을 부 른 까닭은 두사람의 의기에 감복했기 때문이오. 윤원형,난정황감하옵니다. 중종 작은처남께서는 과인의 친국을 받으 시면서도 과인과 중전을 위해 입을 다문채 죄를 받으려고 하시었소이다. 윤원형 ...! 중종 또한 작은처남의 부실은 목숨을 버릴 각오로 과인에게 중전과 작은처남의 무고(無辜)함을 고하였을뿐 아니라 뇌물 명단이 적힌 치부책을 중전께 전하여 묻혀버릴 뻔한 조정의 비리를 밝히는데 공이 크도다. 난정 ...! 중종 하여 과인이 두사람을 치하하려 불러 들인것이오. 윤비 (미소로 보는).. 윤원형,난정... 중종 (방문을 보며) 김상궁. 김상궁(E)(방밖에서) 예, 들여가옵니다. 방문이 열리면 김상궁의 지휘로 소줏간 상궁 나인들이 산해진미로 차려진 술상을 들여온다. 술상이 놓여지면 김상궁과 상궁나인들이 조아 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 (술주전자를 들며) 자, 과인이 술을 받으시구려, 처남. 오늘은 아무 격식 없이 한잔 마셔보십시다.(따라주면) 윤원형 (두손으로 받으며) 황감하옵니다. 중종 처남의 부실도 받게.(따라주는) 난정 (떨리는 손으로 받으며) 소첩, 감히 주상전하의 어사주를 받으오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나이다. 중종 허허, 죽어서야 쓰나? 오래오래 중전 과 작은처남을 내조해 주어야지. 난정 망극하옵니다. 중종 자, 중전도 한잔 받으시구려. 윤비 (받으며) 황감하옵니다, 전하.(잔을 받는다) 중종 처남, 과인에게도 한잔 따라주시구려. 윤원형 예, 전하.(술주전자를 들고 중종의 잔에 따른다) 중종 (술잔을 들고) 자 드십시다. (기분좋 게 마신다) 윤원형 (마시고) 윤비 (술잔을 입술에 적시려다가 인상을 찌 푸리는)...! 난정 마시려다가 윤비를 보고)..중전마마, 어찌 그러시옵니까? 윤비 ..아니다..괜찮느니.. 윤비,분위기를 깨지 않기위해 표정을 수습하려 다가 참지 못하고 헛구역질을 해댄다. 중종 중전! 윤원형 마마! 난정 (중전 옆으로 다가서서 부축하며) 마마 , 마마! (‘혹시? 회임?!’)...! 윤비, 입을 가리고 괴롭게 헛구역질을 해댄다. 난정, 그런 윤비를 놀라서 보는 얼굴에서 스톱 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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