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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천하 88


s#1. 난정모 집 외경(밤)

불켜진 방문위로 문앞에 서있는 길상과 
앉아있는 난정의 실루엣이 비친다.

길상(E) 난정아, 네 어찌 그러는게냐?!


s# 동 난정모 방 안(밤)

난정, 충격을 받은 듯 놀란 표정으로 앉아있다.
길상, 그런 난정을 놀란 눈으로 보고 섰다.

길상 (난정 옆에 앉으며) 난정아, 괜찮은
게냐?
난정 (표정 수습하며) 그래, 난 괜찮아..
길상 (보며) 너 혹시..?(차마 회임이냐고 
물어볼수가 없는)
난정 (미소) 아니! 낮에 빈속에 독주를 들
이켰더니 속이 메슥거리는 것 뿐이야.
길상 (안도하는 표정)..그러면 다행이고..
이기지도 못하는 술은 삼가고 네 몸
부터 잘 살피도록 해..(방밖으로 나가
버린다)
난정 ...


s# 중궁전 외경(밤)

중종(E) 중전, 어인 연유로 영모당대감에게 죄
를 물으라는게요?


s# 동 중궁전 방 안(밤)

중종,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윤비를 의아한 눈길
로 바라본다.

윤비 ...
중종 중전, 기탄없이 말씀해 보세요.
윤비 전하, 이나라가 누구의 나라이옵니까? 
이나라는 선비들의 나라가 아니옵고 또
한 공신들의 나라도 아니옵니다. 이 나
라는 바로 이씨의 나라이옵고 선대조의 
대통의 이으신 전하의 나라이옵니다!
중종 ...
윤비 전하께오서는 이나라 백성들의 인주이시
옵고 억조창생의 어버이 이시옵니다. 조
정신료들 역시 전하의 발 아래 몸을 낮
추고 군주를 떠받들어야 하오며 그 누구
든 어떤 명분으로든 전하와 왕실의 권위
에 도전하는 자는 단호하게 쳐내야 할 
것이옵니다.
중종 음! 허면 중전께선 영모당이 역모를 꾸민 
것이 참이라 생각하시는게요?
윤비 전하, 교태전에 앉아있는 신첩이 조정 돌
아가는 사정을 어찌 상세히 알수 있겠사
옵니까? 하오나 신첩이 듣기로 공신들이 
안당대감의 역모를 고변하였고, 안당대감 
또한 이나라 종묘사직을 위해 공신들을 
쳐내야 한다고 주청드린 것으로 알고 있
사옵니다.
중종 그래요, 중전께서 아시는 바 그대로요.
윤비 이는 곧 안당대감과 공신들이 한조정에서
는 물론이옵고 한하늘을 이고는 살수가 없
게 된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그래요, 과인의 고민도 그것이요..양측
이 타협의 여지가 없소이다.
윤비 전하! 용단을 내리시옵소서! 전하께오서 
용단을 늦추시면 늦추실수록 이나라 조정
은 더 깊은 반목과 혼란에 빠져 들것이옵
고 그리되오면 전하를 떠받드는 조정이 무
너져 내릴것이 자명하옵니다.
중종 헌데 중전께선 어찌 공신들이 아닌 영모당
의 죄를 물으라 하신게요? 지난 기묘년때는 
조정암을 두둔하시고 공신들을 내치라고 주
청하시지 않으셨소?
윤비 당시 조정암은 전하의 총애와 후광을 입어 
조정의 대세를 이루고 있었사옵니다. 전하
께오서 당시 조정암의 뜻에 따라 공신들을 
배척하시었다면 조정암은 전하를 위해 멸사
봉공하였을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중종 (아픈곳을 찔린듯)..음..
윤비 하오나 지금 안당대감과 그를 추앙하는 사
림들은 기묘년의 일을 겪은 이후에 전하 앞
에서 몸을 낮출지언정 전하께 목숨을 바치
는 충성을 하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중종 ...
윤비 전하께오서 안당대감과 그를 추앙하는 사림
들의 뜻을 가납하시어 공신들을 쳐내시오면 
사림들은 그 기세를 몰아 대의명분을 앞세워 
호시탐탐 전하와 왕실의 권위를 꺽으려 들것
이 자명하옵니다. 
중종 (탄식) 허어, 과인이 조정암을 사사한 일이 
아직도 과인의 발목을 잡고 있구려..!
윤비 전하, 지나간 일을 경계로 삼으시되 그 일에 
연연하시온다면 군주의 권위가 손상되실 뿐
이옵니다.
중종 ..그래요..그래요..그래되어서는 아니될 것
이요!
윤비 전하,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안당
대감에게 죄를 물으시옵소서! 그래야 전하와 
이나라 왕실이 평안해 질 것이옵니다!
중종 중전, 그리되면 과인의 곁에서 직언을 해주
는 충직한 신하들이 없어질 것이요..
윤비 전하, 신첩, 왕실의 종친들 중에서도 파릉군 
같은 큰 선비가 계시다고 들었사옵니다.
중종 (보며) 파릉군 숙부요?
윤비 예, 파릉군께오서는 폐주연산주 시절 지조와 
절개를 지키기 위해 벼슬을 마다하시었고 전
하께오서 보위에 오르신 후에는 이나라 종사
와 왕실을 위해 전하께 목숨을 걸고 충성을 
다 바치신 분이라 들었사옵니다.
중종 ...
윤비 전하, 파릉군과 충성스러운 종친들을 중용하
시오면 혼탁한 조정에 일침을 가하시어 왕실
의 지엄함을 보이실수 있을것이라 사료되옵
니다!
중종(E) (허공을 보며) 파릉군 숙부..참으로 보고 싶
구려. 


s# 어느 길 (밤)

파릉군, 달빛 아래서 천서방이 견마잡은 나귀를 타고 
오고 있다.파릉군의 회한가득한 얼굴 위로

파릉군(E)전하, 잠시만 기다려주시옵소서..신, 오매
불망 그리던 전하의 용안을 뵈오러 밤낮을 
달려 가고 있사옵니다.
파릉군 천서방, 서둘게나.
천서방 예, 대감마님. 이랴-

파릉군을 태운 나귀가 어디론가 급하게 간다.


s# 빈청 안(밤)

김전, 남곤, 심정, 홍경주, 김안로,윤임, 김제학 그
리고 말석에 윤원로가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다.
박승지, 빈청안으로 들어와 선다.

남곤 오, 박승지, 전하의 어명이 계시었는가?
박승지 전하께오선 중궁전에서 나오시어 강녕전 
침소로 납시셨사옵니다.
김전 전하께오서 오늘밤에는 용단을 내리시지는 
않을 듯 하니 이만 퇴청들 하십시다.
심정 예, 그리들 하시지요.
윤원로 (버럭) 대감들,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
일동 (윤원로를 보는)..?!
윤원로 대장부가 칼을 한번 뽑았으면 끝을 봐야지
요! 시생은 전하께오서 우리의 뜻을 가납
해주실때까지 앉은 자리에서 망부석이 될
지언정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을것이옵니다
!
홍경주 허허, 이사람 의욕이 과하시구먼. 정치를 
하려면 기다릴줄도 알아야 하는법일세.
윤임 이사람아, 걸음마를 떼어놓기도 전에 달음
질 치려다가는 넘어져서 코가 깨지는 법일
세나.
윤원로 코가 깨져요?
김안로 일어서시게. 자네가 정치에 입문하였으니 
내 경하주(慶賀酒)를 삼세.
윤원로 경하주요?!..대감들께오서 그리들 청하시
니 어찌할수 없지요.(일어선다)
홍경주 허허허, 중전마마의 오라비께서 우리에게 
합세하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보다 더 든든
하오이다! 아니그렇소이까?
김전 암요, 그렇고 말고요.

일동, 동감을 표시하며 윤원로를 데리고 빈청밖으로 
나가는데 남곤과 심정, 뒤를 따라 나가면서 눈짓을 
교환한다.


s#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발너머에 앉아있는 남곤과 심정을 보고 
말한다.

경빈 전하께오서 중궁전을 나와 강녕전 침소에 
드시었단 말씀이십니까?
남곤 예, 하온데 중전마마께오서 안당을 두둔하
시옵고 우리 공신들을 내치라는 주청을 드
리시었을까요?
경빈 이사람, 틀림없이 그리 짐작합니다. 대감들
, 안당을 찍어낼 방책은 분명 가지고 있으
신겝니까? 치부책 일을 거울삼아 같은 실수
를 되풀이 하시어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아
시겠습니까?
남곤 예, 믿으시옵소서! 
심정 하온데 마마, 중전마마의 큰 오라비가 안당
을 찍어내는 대사에 의기투합하겠다는 뜻을 
밝혔사옵니다.
경빈 뭬요? 중전의 큰 오라비가요?!


s# 옥매향 기방 안채 방 안(밤)

김전, 홍경주, 김안로, 윤임, 김제학, 윤원로가 기
생들을 하나씩 옆에 앉혀놓고 거나하게 술판을 벌리
고 있다. 
옥매향, 가야금을 연주에 기생 둘이 춤을 추고 있다.
윤원로, 대신들이 연신 따라주는 술을 껄껄대며 마셔
댄다.


s# 경빈 처소 방 안(밤)

경빈, 남곤과 심정에게 말한다.

경빈 대감들, 벼슬을 내려주더라도 중전의 큰 
오라비를 곁에 두도록 하세요. 
남곤,심정예, 마마.
경빈 (야릇한 미소) 어쩌면 중궁전의 큰 약점을 
틀어쥐게 될듯도 싶습니다.


s# 중궁전 방 안(밤)

윤비, 가채와 당의를 벗은채 촛불 앞에 앉아 있다.
윤비, 소중하게 배를 감싸 안는 얼굴위로

윤비(E) 아가, 이 어미는 네 장래에 걸림돌이 되는 
자들은 비록 피를 나눈 형제들 이라도 용
서치 않을 것이다. 네가 이 어미의 마음을 
안다면 반드시 반드시 대군으로 세상에 나
와야 할 것이다. 대군으로...!


s#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밤)

윤원형, 책상위에 놓인 책을 보고 있다.

윤원형 (한숨을 푹 쉬며) 대체 공자님 말씀에 왜 
이리 토(*주석)를 많이 달아 놓았누? 그 
소리가 그소리 같아서 더 알수가 없구먼! 
난정이가 곁에 있었다면 글귀에 숨은 뜻을 
명쾌하게 일러줬을 것을! 벌써부터 그애가 
보고 싶구먼...에휴..(다시 책을 펼쳐본다)


s# 난정모 집 방 안(밤)

난정, 굳은 표정으로 미동도 없이 등잔불을 노려
본다.

난정(E)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무서운 
표정으로 쥐어짜듯 배를 움켜쥐며) 그리되
어선 아니돼! 아니돼!

난정, 품에서 비단 염낭을 꺼낸다.
난정, 염낭을 풀어 그속에서 반쪽짜리 옥패를 
꺼낸다.
난정, 옥패를 뚫어지게 노려보는데서


s# 밤하늘에 달(INSERT)


s# 옥매향 기방 후원(밤)

임백령, 달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E) (안채쪽에서 들려오는 윤원로,김전,김안로
,윤임,김제학등의 왁짜한 웃음)
임백령 (안채쪽을 돌아보며 착잡한 표정)..!


s# 옥매향 기방 안채 방 안(밤)

윤원로, 기생들과 어울려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다.
김전, 홍경주, 김안로, 윤임, 김제학등이 껄껄대며 
본다.
옥매향, 홍경주 옆에 앉아있다.

홍경주 허허, 이제 보니 승후관이 천하 한량이었
구먼.
윤원로 예, 한량을 뽑는 과거가 있다면 진즉 장원
급제를 했을것이옵니다.
김전 허허, 자네 말이 맞네 그려.
김안로 남양군대감께오서도 오늘밤은 격식을 벗어
던지고 맘껏 취해 보시지요.
홍경주 그럴까요? 하긴 이 늙은이도 소시적엔 기
방출입깨나 했지요! 좋소이다, 내한량무 
한자락 펼쳐보겠소이다.(술 한잔 마시고 
일어선다)
윤원로 다른 대감들께오서도 일어서시지요.

홍경주, 김제학, 윤원로 등이 기생들과 어울려 춤을 
춘다.
옥매향, 그 틈에 살포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간다.
윤임, 술한잔을 급히 마시고 취한 듯 비틀걸음으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간다.


s# 동 옥매향 기방 안채 마당(밤)

옥매향, 안채 마당으로 내려서서 두손으로 볼을 감
싸고 한숨을 내쉰다. 모린, 술병이 놓인 소반을 들
고 부엌에서 나온다.

옥매향 모린아, 임선비께오선 어디 계시네?
모린 (후원쪽을 돌아본다)
옥매향 기래? (후원쪽으로 가려는데)
윤임 (안방에서 취한 걸음으로 나오며) 매향아.
옥매향 판부사대감, 어띠 나오신거야요?
윤임 (옥매향에게 다가서며) 매향아, 내 오늘밤 
네 머리를 올려주마.
옥매향 예에? 판부사대감, 많이 튀하신 듯 싶사옵
네다.
윤임 취하긴? 네 오늘밤은 무슨 발명을 해도 내 
뜻을 꺽지는 못할것이야. (옥매향을 와락 
품에 안는다)
옥매향 (몸을 빼내려고 하며)대감, 왜이러십네까?
윤임 (더욱 힘껏 안으며) 왜 이러긴? 네 언제까
지 내 마음을 달게 만들게냐?!
옥매향 이러디 마시라요..!

윤임과 옥매향, 실갱이를 한다.
모린, 어찌할바를 모르고 보는데

임백령 (후원중문에서 나오다 보고는) 대감, 체통
을 지키시지요!
윤임 (임백령쪽을 돌아보는)...?
옥매향 (윤임의 품에서 몸을 빼내며)..나으리..
임백령 (윤임쪽으로 다가서며) 조정일에 노심초사
하시어야 할 대감들께오서 기방에서 술타령
을 벌이시는것도 모자라 어찌 기생까지 희
롱하시는겝니까?
윤임 (당황하여) 뭐, 뭐라?! 
임백령 (옥매향의 손을 잡아끌며) 이리 오시오! 
옥매향 (임백령의 손에 이끌려 가며)..나으리..
윤임 네 이놈! 감히 내가 누군줄알고 이리 무례
한 짓거리를 하는게냐?!
임백령 (휙-보며) 시생, 대감께오서 누구이시온지는 
모르오나 대감께오서 술판에서 기생을 희롱
하시는 모습을 뵈오니 어찌 이 나라 조정이 
이리도 혼탁해졌는지 또한 백성들이 어찌 조
정에 등을 돌리고 있는지 잘 알게 되었사옵
니다!
윤임 (일그러지며) 뭣이라?! 
임백령 시생이 잘못 알고 있는것이옵니까?!
윤임 네 이놈! (임백령의 뺨을 후려친다)
옥매향 (놀라) 나으리!
윤임 네 정녕 금부에 끌려가 물고가 나고 싶은게
냐?!
임백령 (윤임을 노려보는데)..!

남곤과 심정, 안채 중문쪽으로 들어온다.

남곤 (윤임쪽으로 다가오며) 판부사대감, 예서 
뭘하고 계시는게요?!
윤임 (돌아보며) 좌의정대감..
옥매향 (조아리며) 좌상대감 오시옵네까?
남곤 오냐, 매향아 잘 있었느냐?..이사람이 늦었
소이다..자 들어가십시다.(안채로 걸어가고)
심정 (윤임에게) 드시지요.
윤임 예, 그러시지요.(남곤과 심정을 따라가려다 
임백령을 휙-돌아보며) 자네 이름이 무언가
?
임백령 임백령이라 하옵니다!
윤임 임백령..! 내 그 이름 석자를 기억해두지! 
(안방으로 들어간다)
옥매향 (울상되어 임백령의 얼굴을 살피며) 나으리
, 괜찮으시옵네까?
임백령 괜찮소..(떠들석한 안채방쪽을 노려보는)
...!


s# 갖바치 방 안(밤)

갖바치, 자기 옷을 꿰매고 있다.
갖바치, 임백령이 공부하던 책상쪽을 돌아본다.

갖바치 (한숨을 내쉬는)..음!


s# 옥매향 아랫방 안(밤)

옥매향, 임백령의 잔에 술을 따른다.

옥매향 (울먹거리며) 나으리께오서 소텹 때문
에 봉변을 당하신듯 싶어 니년 가슴이 
띶어딜 듯이 아프옵니다.
임백령 아니오..조정신료들의 작태를 내 눈으
로 목도하니 낙향결심이 더욱 굳어지
는구려. 이런 조정에 출사하여 본들 
내 어찌 큰 뜻을 펼칠 수가 있겠소?
옥매향 ..나으리..
임백령 허나..매향이를 두고 간다는게 마음에 
걸리는구려.  
옥매향 나으리께오서 낙향하시오면 소텹도 따
라갈 것이옵네다.
임백령 아, 아니오, 내 매향이를 데려갈 순 
없소.
옥매향 와요? 니년이 노류댱화 턍기라서 그러
신거야요?
임백령 가당치도 않소. 내 매향이를 그리 생각
했다면 어사주를 들고 찾아오지도 않았
을게요.
옥매향 나으리, 니년은 술자리에서 사내들에게 
웃음을 파는 기생년이옵니다. 길티만 
니년 마음만은 어떤 사내한테도 녈디 
않았시요...나으리 니년을 버리시디 마
시라요..흐흑..(임백령 품에 쓰러진다)
임백령 (매향을 안아주며 긴한숨을 내쉰다)...


s# 당추 암자 계단(낮)

난정, 결연한 표정으로 계단을 올라온다.


s# 동 당추 암자 마당

당추, 법당에서 나오는데 난정, 계단을 올라와 
당추쪽으로 다가온다.

당추 (난정을 보고 반갑게) 오, 난정아!
난정 ..스님..
당추 (난정앞에 다가와서며) 그래, 네 주상
전하의 용안은 알현하였느냐?!
난정 ..예..스님..
당추 헌데 난정아, 네 평생의 광영을 입었거
늘 어찌 얼굴에 그늘이 깊게 드리운게
냐?
난정 스님! 흐흑! (당추의 품에 쓰러지며 흐
느낌을 터뜨린다)
당추 (뭔가 있구나)...!


s# 동 당추 암자 방 안

난정, 당추앞에 앉아있다.

당추 난정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보거라.
난정 아니옵니다, 스님..이년 주상전하를 알
현하였던 일이 떠올라서 감격에 가슴이 
벅차 올라 울음이 터진 것뿐이옵니다.
당추 난정아..
난정 (쌩끗 웃으며) 스님,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었사옵니다. 
당추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난정 예. 이년 부처님 앞에 중전마마의 대군
아기씨 생산을 위한 백일불공을 드릴 
것이옵니다.
당추 ...
난정 스님, 중전마마께오서 이번엔 반드시 
아드님을 생산하시어야 하옵니다. 하오
니 스님께오서도 기원해주시옵소서.
당추 오냐, 내 그리하마.. 
난정 (밝은 표정) 고맙사옵니다, 스님.
당추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난정을 보며)
..음!


s# 장대인 사랑채 마당

능금, 대문을 들어와 급한 걸음으로 방쪽으로 
다가온다.

곽서방 (방쪽에다 고하려는) 대인어른..
능금 (그대로 대청위로 올라서며 방안으로 
들어간다) 
곽서방 (놀라)..저,저..


s#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 수묵화를 그리고 있는데 능금, 방문
을 왈칵 열고 들어온다.

능금 어른, 어찌 이러실수 있소?
장대인 (짐작한 듯 담담한) 우선 게 앉거라.
능금 내게 해명부터 하시오. 대체 길상이를 
죽이려는 까닭이 뭐요?!
장대인 말해주지 않았더냐? 화근의 싹은 미리
미리 짤라버려야 할것이라고!
능금 하지만 길상이 일은 내게 맡겨두기로
..
장대인 (말을 자르며) 네 분명 대국을 떠나올 
때 조선땅을 다시 밟는 순간 피도 눈물
도 없는 장사꾼이 되기로 맹세하지 않
았더냐?!
능금 (움찔)...!
장대인 헌데 네 어찌 아직도 사사로운 정에 이
끌려 대사를 그릇치려 하는게냐?!
능금 ...
장대인 길상이는 네게로 돌아오지 않는다! 또한 
너 역시 길상이에게 모진 마음을 먹을수 
없음이야! 그런 까닭에 내 사람을 사서 
보낸게다.
능금 (노려보며) 어른, 길상이 주인은 나요! 
길상이 일은 죽이되든 밥이되든 내손으
로 처리하겠소!
장대인 (보는) 넌 아직도 길상이를 가슴에서 파
내버리지 못했다. 네 어찌 그걸 깨닫지 
못하느냐?!
능금 길상이를 건들지 마시오! 만약 어른께서 
다시 한번 길상이를 노린다면..(표창을 
꺼내들며) 내 누구라도 용서치 않을게요!
장대인 (능금의 뺨을 찰싹 친다)
능금 ...!
장대인 어리석은 것! 내가 배워준 재주로 나를 
어쩌겠다는게냐?!
능금 ...
장대인 오냐, 길상이는 당분간 네손에 맡겨두마
! 허나 내가 주시하고 있음을 명심하거
라! 나가보거라!
능금 ..고맙소..(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장대인 ...!


s# 대궐 일각

자순대비, 조상궁이 배행하는 자비를 타고 어디론
가 가고 있다.
자순대비의 굳은 표정위로 

대전내관(E) 전하, 대비마마 드시었사옵니다.


s# 편전 방 안 

자순대비, 중종 앞에 앉아 있다.

자순대비 주상, 이 늙은이가 주상의 어의를 알
고 싶어 왔소이다.
중종 어마마마, 소자의 뜻이라니요?
자순대비 지난번 조정신료들의 역모고변이 있었
다고 들었소. 주상께선 어찌 아무런 
처결도 아니내리시는겝니까?  
중종 어마마마, 소자 깊이 살피고 있사옵
니다.
자순대비 허나 주상, 이번일에 용단을 미루시면 
주상의 지엄한 권위가 훼손된다는 것
을 어찌 모르십니까? 
중종 하오나 어마마마, 역모로 고변당한 영
모당대감은 사림들의 존경을 받고 있사
옵니다. 영모당대감을 잡아들여 국문한
다면 사림들이 소자와 조정에 등을 돌
리게 될 수도 있음이옵니다.
자순대비 (보는)...
중종 또한 역모를 고변한 조정신료들에게 죄
를 준다면 이나라 조정의 한축이 무너져 
내릴것이옵니다.
자순대비 허어, 주상, 군주가 신하들을 두려워해
서야 어찌 정사를 펼쳐나갈 수 있겠습니
까? 주상, 강건한 군주의 힘을 보이시지 
못하면 장차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
는다고 어찌 장담하겠소?! 
중종 어마마마, 소자는 때를 기다리고 있사옵
니다. 하오니 소자를 믿고 맡겨주시옵소
서.
자순대비 ..음!


s# 중궁전 복도

자순대비, 근엄한 표정으로 조상궁을 거느리고 
걸어와 방문 앞에 선다.엄상궁과 오상궁, 자순대
비에게 조아린다.

자순대비 (엄상궁을 보며) 고하여라!
엄상궁 예. (방문쪽에다) 중전마마, 대비마마 
드셨사옵니다.


s#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연상위에 놓인 책을 보다가 방문쪽을 
돌아본다.

윤비 어서 뫼시어라. 
엄상궁(E)예.
윤비 (보료에서 일어나 자리를 비켜준다)
자순대비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온다)
윤비 (조아리며) 대비마마, 오시옵니까?
자순대비 (보료위에 앉으며) 앉으세요.
윤비 예. (앉는다)
자순대비 내 편전에 들어 주상을 뵙고 나오는 
길에 중전께 물을 말이 있어 발걸음
을 했소.
윤비 하문하시옵소서.
자순대비 중전께서 지난밤 주상께 안당대감에
게 죄를 물으라는 주청을 드리셨다는 
데 이 늙은 말이 맞소?
윤비 (보다가) 예..그러하옵니다.
자순대비 허어, 중전께선 이 시어미가 이번일
에 눈을 감고 귀를 덮은 채 함구해 
달라는 당부를 벌써 잊으신게요?!
윤비 마마, 신첩은 전하의 하문에 지어미
로써 말씀을 올린 것일뿐 다른 뜻은 
없었사옵니다.
자순대비 다른 뜻은 없었다?
윤비 예, 마마.
자순대비 그래요, 지아비의 고충을 듣고 지어
미로써 조언을 해드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겠지요.
윤비 ...
자순대비 허나, 이 늙은이가 듣기로 중전의 큰
오라비께서 안당대감의 역모를 고변한 
조정신료들과 의기투합하시어 행동을 
함께 하신다고 들었소!
윤비 (흠짓 놀라보며) 예에? 신첩의 큰 오
라비가요?
자순대비 왜 그리 놀라시는게요? 허면 중전께서 
큰 오라비께 그리 시키신 일이 아니
란 말씀이오?! 
윤비 천부당만부당 하신 말씀이시옵니다. 
신첩이 어찌..?
자순대비 모르신다니 더는 묻지 않으리다! 허나 
중전이 주상께 안당대감의 죄를 물으
라는 주청을 드리셨고 중전의 큰 오라
비께서 역모를 고변한 신료들과 합세 
하시었다면 누가 보더라도 중전께서 
안당대감을 찍어내려 하신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음이요!
윤비 마마..
자순대비 중전, 오비이락(烏飛梨落)이란 말이 
있습니다. 괜한 구설에 오르시지 않게 
자중, 또 자중하세요! 중전께서 평안
하시어야 중전의 복중태아도 평안할게 
아닙니까?! 
윤비 ...
자순대비 이 늙은이의 말을 깊이 새기도록 
하세요.
윤비 예,마마.

자순대비, 일어나면 윤비, 일어나서 예를 갖춘다.
자순대비, 방밖으로 나가면 윤비, 보료위로 가서 
앉는다.

윤비 (찌푸리며 뭔가를 생각하는) 큰 오라버니
가 어찌..?! (방문쪽을 휙-보며) 
엄상궁!


s#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과 심정, 김안로와 윤임이 둘러 앉아 껄껄대며 
웃는다.

남곤 중전마마의 큰 오라비까지 우리와 의기투
합하였으니 두려울게 없소이다.
김안로 예, 큰 복덩이가 제발로 걸어들어온 셈이
지요.
심정 암요, 우리가 윤원로를 방패막이로 내세
운다면 중전마마를 총애하시는 전하께오서
도 우리공신들을 어쩌시지 못하실겝니다.
윤임 하온데 전하께오선 어찌 용단을 내리시지 
않으시는걸까요?
심정 섯불리 용단을 내리시었다가는 사림들이 
왕실에 등을 돌리실까봐 저어하시는게지
요.
남곤 그깟 사림들이 등을 돌려본들 조정의 대세
가 우리한테 있음이니 곧 용단을 
내리실겝니다.허허허.
김안로 예, 허나 전하께오서 어의를 정하실때까지 
안당대감의 뒤를 철저하게 캐어내어 국문
과정에서 옴싹달싹 빠져나가지 못하게 옭아
매야 할 것이옵니다.
남곤 그건 걱정마시구려. 내 희락당대감께서 내
버린 쓸개를 잘 쓰고 있소이다.
김안로 예에?
남곤 그보다는 이번에 안당을 찍어내면 이사람을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자리로 밀어 주시겠다
는 약조나 잊지마시구려. 
김안로 예, 믿으시옵소서!
남곤집사(E)대감마님, 수천대감께오서 급히 뵙기를 
청하시옵니다.
일동 (흠짓 놀라 방문쪽을 돌아보는)...!
남곤 ..수천대감이?
심정 어인 연유로 수천대감에 예까지 찾아왔을
까요?
남곤 어차피 한번은 맞딱드려야 할 일인것을요..
(방문쪽에다) 드시라해라.
김안로 ...


s# 동 남곤 사랑채 마당

남곤집사 예. (정광필에게) 드시지요.
정광필 (굳은 표정으로 방쪽으로 들어간다)


s#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과 심정, 김안로와 윤임이 앉아있는데 정광필, 
굳은 얼굴로 방안으로 들어온다.

남곤 수천대감께오서 내 집까지 어인 발걸음을 
하시었소이까?
정광필 (선채로 방안의 면면을 둘러보다) 대감들
, 어찌 이러실수가 있단 말이오?!
남곤 그 무슨 말이오이까?! 뜬금없이?!
정광필 대감들, 무슨 저의로 영모당대감을 역모로 
고변하시었소이까?!
심정 무슨 저의라니요? 그거야 누구든 혐의가 
있다면 전하께 아뢰는 것이 신하된 도리가
..
정광필 그 입 다무시오!
심정 (찔끔)...!
정광필 (둘러보며) 어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
려 하시는게요! 대감들이 뇌물비리에 연루
되어 전하의 신망을 잃게 되자, 영모당대
감을 역모로 몰아 전하하와 세인의 관심을 
돌려세운후 대감들이 조정의 대세를 다시금 
움켜쥐려는 속셈이란 걸 삼척동자도 아는일
이외다!
윤임 대감, 말씀이 과하시오이다!
정광필 과하다니요?!
김안로 수천대감, 이사람들은 영모당대감의 결백이 
밝혀지면 목숨을 바치기로 전하께 약조를 
드리었사옵니다! 공신들이 목숨을 담보로 
고변한 일을 어찌 폄훼하려 드시는겝니까?!
정광필 뭐요? 
김안로 영모당대감이 역모를 꾀한 혐의가 밝혀지면 
대감의 목숨을 내어놓으시겠소이까?!
정광필 (흠짓)...!
남곤 수천대감, 목숨을 내어놓으실 자신이 없다면 
이만 돌아가주시오! 목숨을 내어놓은 사람들
끼리 더 나눌 말이 있소이다.
정광필 좋소, 내 대감들이 어찌 생사람을 잡는지 두
고 볼것이외다!(휙-돌아서 방밖으로 나간다)
윤임 (둘러보며) 이번 일이 성사되지 않으면 우리
가 파놓은 함정에 스스로 빠지게 될 것이오
이다! 
남곤 안당대감은 반드시 찍혀져 나가게 되어있사
옵니다, 마음 놓으시구려, 허허!
심정 암요, 그렇고 말구요!
김안로 (‘이자들이 어찌 이리 태평인가’)... 


s# 어느 길

안당, 사인교를 타고 어디론가 간다.
박희량, 담뒤에서 얼굴을 내밀고 급한 걸음으로 그 
뒤를 쫓는다.


s# 다른 한적한 길

안당, 사인교에서 내려 집사(*)를 보며 말한다.

안당 자넨 이만 돌아가게.
안당집사(*)예, 대감마님. (사인교를 돌려 오던길로 
간다)
안당 (떠나는 사인교를 보다가 발길을 돌려 어디
론가 간다)
박희량 (몸을 드러내며 안당을 보다가 그 뒤를 
쫓는다)


s# 갖바치 마당

갖바치, 평상 작업대 위에서 신발을 꿰매고 있다.
방백인,툇마루에서 부적을 그리고 있고 당골네, 한편
에서 키질을 하고있다.

당골네 대체 임선비께서는 어딜 가셨길래 이리 감감
무소식이오?
방백인 낸들 아나? 
당골네 과거에 급제할 자신이 없어 낙향하신게 아닐
까요?
방백인 여편네, 그 양반 영의정반열에 오르신다는 
내 점괘를 뭘로보고 그런 소릴혀?! 
당골네 그리고 신통방통한 솜씨로 그 양반 어딜 가
셨는지 방위점이나 쳐보시구랴.
방백인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니 기다리면 돌아오실
테지!
갖바치 (바느질을 하다가 가슴이 턱 막히듯 고통스
러운) 음!
방백인 형님, 왜그러시오?
당골네 ...?!
갖바치 (가슴을 움켜쥐며) 아닐세..괜찮네..
갖바치(E)(고통스러운 얼굴로 하늘을 보며)허어, 학
의 목이 달아나게 생겼구먼!


s# 어느 한적한 암자 안팎

안당, 암자위에 서있다.
박희량, 한편에 몸을 숨기고 안당을 훔쳐보고 있는데
안처겸(*안당의 아들), 급하게 다가와 정자위로 올라
온다. 

박희량(E)(안처겸을 보고 움찔) 아니, 저자는?!..
안처겸 아버님.
안당 (돌아보며)왔느냐?
안처겸 예. 하온데 어찌 소자를 인적이 드문 예까지 
부르신 것이옵니까?
안당 ..이 에비가 주상전하를 독대를 하였다.
안처겸 독대를요?
안당 그래 주상전하께 공신들의 목을 쳐내라는 주
청을 드렸다.
안처겸 (흠짓 보다가) 아버님, 참으로 잘하시었사옵
니다! 부패한 조정을 쇄신하고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하는 길은 공신들을 쳐내고 개혁정
치를 이루는 길 뿐이라 생각하옵니다. 소자
는 아버님이 존경스럽사옵니다!
안당 처겸아. 말을 아껴야 하느니라.
안처겸 예에?
안당 공신들이 전하께 이 에비가 역모를 꾸미고 
있다는 고변을 하였다.
안처겸 예에? 이,이런 쳐죽일 놈들!
안당 네 근자에 친구들과 어울려 조정을 갈아엎어
야 한다는 말을 토하고 다닌다고 들었다. 
안처겸 예, 선비된 자는 군주가 어두운 길로 빠지면 
군주의 종아리에 회초리를 쳐서라도 바른길
로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옵니다!
박희량 ...!
안당 지금은 말을 아끼고 아껴야 하느니라. 그자
들에게 터럭만한 빌미를 주어서는 아니될 것
이야.
안처겸 지난번 소자와 함께 현량과에 급제한 벗들이
오니 말이 새지는 않을것이옵니다.
안당 이 에비가 너를 이 곳으로 불러들인 까닭을 
곰곰이 되새겨보도록해라.
안처겸 ...
박희량 (헛기침을 하며 몸을 드러낸다)...
안당 (휙-돌아보며) 게 누구냐?! 
박희량 시생, 두분 말씀을 잘 들었사옵니다..(숙이
며) 하오면 시생은 이만 물러가옵니다.(몸을 
돌려 간다)
안처겸 아,아니 저자는?!
안당 (안처겸을 낭패한 보는)...!

s# 윤원형 집 안채 큰 사랑채 외경

윤지임(E)원로야, 요즘 네 어딜 그리 싸돌아다니는
게냐?!


s#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과 윤원로, 윤원형이 찻소반을 놓고 둘러앉아
있다.

윤원로 아버님, 소자 정치를 하러 다니고 있사옵
니다.
윤지임 정치?!
윤원형 (윤원로에게 코를 대며 킁킁 냄새를 맡으
며) 형님, 정치를 하러 다니시는 분 몸에
서 어찌 기생년 분냄새가 진동하는게요? 
요즘 정치는 조정이 아니라 기방에서 한답
디까?
윤원로 원형아, 두고봐라! 이 형이 중전마마의 뒷
배없이 스스로 힘으로 출사를 할테니!
윤원형 그러시려면 과거공부를 하시어야지요. 
기방출입을 하시면 쓰겠소?
윤지임 암, 그건 원형이 말이 백번 옳다.
윤원로 아버님, 우리 형제같이 공부머리가 없는자
들이 어느세월에 과거를 보아 장원급제를 
할 수 있겠사옵니까?! 원형아, 이 형을 믿
거라. 이 형이 출사를 하게되면 네 앞길을 
닦아놓을 것이니..
임서방(E)(방밖에서) 대감마님! 궐에서 사람이 나
왔습니다요.
윤지임 궐에서?


s# 어느 길

윤원로와 윤원형을 태운 사인교가 앞장서고(*임서방
이 배행한다)그 뒤로 배천댁과 탄실이가 배행하는 
김씨의 가마가 따르고 있다.

윤원로 (뭔가 찔리듯) 중전마마께오서 우리 형제를 
어찌 불러들이시는게냐?
윤원형 (농조) 혹시 모르지요, 형님이 하도 벼슬,
벼슬하시니까 중전마마께오서 능참봉직이라
도 한자리 내려주실런지요?
윤원로 (찔리는)..헌데 어찌 제수씨까지 함께 불러
들이시는게냐?
윤원형 그거야, 형님 제수씨가 그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하였으니 중전마마께오서 위로를 해주
시려고 하시는게지요..(김씨 가마를 돌아보
며) 아니 그렇소, 부인?


s# 동 흔들리는 김씨 가마 안

김씨, 무표정한 얼굴위로 

원로,원형,김씨(E) 중전마마, 찾아계시옵니까?


s#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은 윤원로와 윤원형, 김씨를 본다.
윤원로, 바늘방석에 앉은 듯 윤비의 눈치를 살피
는데

윤비 (김씨를 보며) 내 두분 오라버니와 긴
히 나눌 말이 있으니 잠시 자리를 비
켜주시겠소?
김씨 예, 그리하겠사옵니다.(일어서는데)
윤비 엄상궁.
엄상궁(E)예.
엄상궁 (방문이 열리면 들어서며)찾아계시옵니
까?
윤비 작은 오라버니 안으서를 곁방으로 
뫼시게.
엄상궁 예,마마. (김씨에게) 따르시지요.

김씨, 엄상궁을 따라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윤원로를 근엄하게 본다.
윤원로, 윤비의 시선을 피하며 안절부절하는데.

윤원형 (윤비와 윤원로를 보다가) 중전마마, 
어찌 형님을 그리보시옵니까?
윤비 ...
윤원형 (윤원로를 보며) 형님, 왜 그러시는
게요?
윤원로 ...
윤비 큰오라버니, 긴말 하지 않겠습니다. 
이길로 집에 돌아가시어 이사람의 명이 
있을때까진 대문밖으로 한발자국도 나
오시지 마세요!
윤원로 저, 마마..
윤비 그 입 다무세요!
윤원로 (찔끔)...!
윤원형 마마, 어찌 형님께 금족령을 내리시는
것이옵니까? 형님께서 무슨 대죄라도 
지으신 것이옵니까?
윤비 큰 오라버니께 여쭤보세요.
윤원형 형님!
윤원로 마마! 시생, 하루라도 빨리 출사를 하여 
중전마마를 지켜드리겠다는 뜻을 어찌 
모르시옵니까?! 시생은 중전마마에 대한 
충정으로..
윤비 오라버니! 외척이 역모고변에 앞장서서 
무얼 어찌하시겠다는겝니까?! 
윤원형(E)(놀라)..여,역모고변이요?
윤원로 하오나 마마, 이번일만 성사되면 시생 
당당히 조정으로 들어와...
윤비 (연상 쾅-) 오라버니께서 이사람 명을 
거역한다면 내 오라버니와의 연을 끊을 
것입니다! 그리해도 좋겠습니까?! 
윤원로 마마..
윤비 연을 끊어도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윤원로 (고개를 푹 숙이며) 마마의 명에 따르
겠사옵니다.
윤비 (윤원형을 보며)작은 오라버니께서도 이
사람이 대군을 생산하기 전까지는 조정 
일에는 말을 뱉거나 발을 내딛시어서는 
아니되십니다.
윤원형 명심하겠사옵니다!
윤비 허면 두분 오라버니께서는 먼저 퇴궐하
세요. 내 작은 오라버니 안으서에게 이를 
말이 있습니다.
윤원형,원로예, 그리하겠사옵니다.(조아리고 일어
서서 나간다)
윤비 (나가는 윤원로의 뒷모습을 못마땅하게 
보는)...


s# 어느 길

윤원로와 윤원형, 임서방이 배행하는 사인교를 
나란히 타고 온다,

윤원형 형님, 어쩌자고 부사리처럼 무모한 짓을 
하고 다니시는게요?
윤원로 원형아, 네 어찌 가문의 장남인 내 심정을 
알겠느냐?
윤원형 장남이고 차남이고 간에 누울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시어야지요! 그자들이 어떤 자들
인데 형님한테 벼슬을 주겠소? 괜히 공신
들의 화살받이 노릇하시다가 고슴도치되기 
십상이요. 중전마마 말씀대로 두문불출 하
시면서 이 아우와 서책이나 읽읍시다.
윤원로(E)네 어찌 참새가 봉황의 뜻을 알겠느냐?

윤원로와 윤원형을 태운 사인교가 어디론가 간다.


s# 중궁전 방 안

윤비와 김씨, 다과상을 놓고 마주 앉았다.

윤비 차 드세요.
김씨 예, 마마. (찻잔을 든다)
윤비 오라버니 안으서께서 그동안 마음 고생이 
많이 하시었던걸 이사람도 잘 압니다.
김씨 ...
윤비 또한 난정이를 본댁으로 들여보내라 명한 
일에 대해서도 섭섭한 마음이 많으실겝니
다.
김씨 소첩, 중전마마께오서 난정이를 집에 들
이라 명하신 뜻을 잘알고 있사온데 어찌 
섭섭한 마음이 있사오리까?
윤비 명한 뜻이라니요?
김씨 지난번 소첩의 조부와 숙부께서 중전마마
께 위해를 가하려는 대죄를 지었다고 들었
사옵니다. 아무리 출가외인이라고는 하오
나 소첩은 마마의 가문에 누를 끼쳤사옵고 
앞으로도 그럴수 있음이온데 어찌 소첩에게 
서방님의 내조를 맡기실수 있겠사옵니까? 
윤비 ..
김씨 소첩, 중전마마의 뜻을 받들것이오니 심려 
거두시옵소서.
윤비 (보다가)사내들의 마음을 잡으려면 자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아들 말입니다. 
김씨 예에?
윤비 난정이가 첩실이라고는 하나 자색이 빼어
나고 총기가 넘치는 아입니다. 작은 오라
버니를 난정이에게 빼앗기지 않으시려면 
난정이 보다 먼저 아들을 낳으세요. 그래
야 조강지처 자리를 지키실수 있으십니다.
김씨 (놀라보는)...!
윤비 이사람, 오라버니 안으서께 청이 있어 들
라했습니다.
김씨 청이라니요, 마마?
윤비 봉은사에서 이사람의 아들생산 불공을 드
려주세요.
김씨 (놀라는)...


s# 당추 암자 법당 안

난정, 부처님을 간절한 표정으로 올려다 보는 얼굴
위로

난정(E) 대자대비하오신 부처님, 이년의 죄를 용서
하시옵소서..(울먹이는) 이년의 어미와 이
년의 업보를 또 내리물림 할 수는 없사옵
니다..(법당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흐느끼
는)..부처님 죄많은 이년을 용서하시옵소
서...흐흑..


s# 동 당추 암자 방 안

난정, 간장이 가득 담긴 바가지를 앞에 놓고 앉아
있다.
난정, 바가지를 회한 가득한 표정으로 내려다 본다.
난정, 결심했다는 듯 바가지를 두손으로 받쳐들고 
간장을 꿀꺽꿀꺽 마신다.일그러지는 난정의 얼굴..
난정, 숨을 몰아쉬며 고통을 참아내며 간장을 들이
킨다.난정, 바가지를 떨구고 방바닥에 쓰러지며 
고통스럽게 헛구역질을 해댄다.

난정 (간신히 헛구역질을 멈추고 숨을 몰아쉬는
)...!


s# 대궐 후원 연못 일각

복성군, 난간에 걸터 앉아 연못을 내려다 보는 참담
한 얼굴위로.

복성군(E)정녕, 정녕 이 궐을 떠나야한단 말인가?! 
정녕?!

세자, 박상궁과 동궁내관과 상궁나인 호위별감등을 
거느리고 걸어온다.

세자 (복성군을 보고 다가오며) 복성군 형님.
복성군 (세자를 보고 일어나 털썩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다) 
세자 형님, 어찌 이러시옵니까?
복성군 (눈물 글썽) 세자저하, 이 못난 형이 궐안
에서 살수있게 해주시옵소서.
세자 형님,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복성군 세자저하께오선 주상전하께오서 중전마마의 
폐위전교까지 거두게 해주시지 않으셨사옵
니까? 부디 이 형을 불쌍하게 여기시어 주
상전하께 주청을 드려주시옵소서.
세자 형님, 그리는 못하옵니다!
복성군 예에?
세자 장성한 왕자가 혼례를 치루면 궐밖으로 나
가는 것은 대궐의 지엄한 법도이옵니다. 
아바마마께오서도 법도를 바꾸시지는 못하
옵니다.
복성군 ...
세자 (복성군의 손을 쥐며) 형님, 이 아우가 형님
이 보고싶으면 궐안으로 자주 부를것이니 너
무 섭섭해 마시옵소서.
복성군 ...


s# 경빈 처소 마당

복성군, 굳은 표정으로 일각문 안으로 들어온다.
금이, 복성군쪽으로 쪼르르 달려와 조아린다.

금이 복성군마마 오시옵니까?
복성군 어머니께 고하여라.
금이 예. (처소쪽에다)  경빈마마, 복성군마마 
드셨사옵니다.
복성군 ...


s#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비장한 표정의 복성군이 앉아있다.

복성군 어마마마, 소자의 혼처가 정해졌다고 들었
사옵니다.
경빈 (마음이 아프지만 애써 담담한) 예, 파평
윤씨일문인 윤인범의 여식입니다..이 어미
가 알아본 바로는 규수의 인물도 출중하고 
총기도 넘치니 복성군의 배필로는 손색이 
없는 듯 합니다.
복성군 어머니, 정녕 소자를 버리시는 것이옵니까?
경빈 복성군을 버리다니 그 무슨 가당치도 않은 
말씀이오?! 
복성군 (눈물이 흐르는)..소자, 이제껏 한번도 궁
을 떠나 살게 된다는 생각을 해본 일이 없
사옵니다. 
경빈 (아픈)..복성군...
복성군 어머니, 소자 두렵사옵니다. 어머니 품을 
떠나 궐밖으로 나가사는 일이 참으로 두렵
사옵니다...소자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옵
니다...흐흑..어머니 소자를..소자를..버
리지 말아주시옵소서...
경빈 (복성군쪽으로 내려와 안아주며) 복성군..
이 어미도 복성군을 떠나보내고 어찌 살아
야할지 가슴이 미어집니다. 허나 견뎌내시
어야 합니다. 참아내셔야 합니다. 그리 몇 
년만 참아내시면 반드시 반드시 이 어미가 
복성군을 불러들일 것입니다..반드시요..
허니 이 어미를 믿으세요, 믿으세요!
복성군 ..어머니...흐흑..
경빈 (안아주며)..복성군..(눈물을 흘린다)


s# 대궐 일각

심정, 서성거리고 있는데 박희량, 급한 걸음으로 
다가온다.

심정 (박희량을 보며) 오, 어찌되었는가?
박희량 (심정의 귀에 뭐라고 속삭이는)..
심정 (눈이 휘둥그레지며) 그게 참말인가?
박희량 예, 틀림없사옵니다.
심정 애썻네..(급하게 어디론가 간다)
박희량 (야릇한 미소)...


s# 빈청 안

김전, 홍경주,김안로,윤임, 남곤,김제학이 
앉아있다.
심정, 급하게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심정 대감들, 되었소이다. 확증을 잡았다고 
하옵니다.
홍경주 그래요?! 허면 강녕전으로 가십시다.
(일어선다)
남곤 그러시지요!

홍경주, 남곤,심정, 윤임, 김제학등이 일어서
서 먼저 빈청 밖으로 나간다.

김전 (나가려다 멈춰서 김안로에게) 내 이
번 일을 잘하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김안로 숙부님, 세자저하와 우리 가문이 사는 
길이옵니다.
김전 음..!
김안로 가시지요..

김안로와 김전, 빈청 밖으로 나간다.


s# 중궁전 방 안

윤비, 엄상궁을 놀란 눈으로 본다.

윤비 뭐라? 조정대신들이 강녕전 앞에서 
연좌를 한단 말이냐?!
엄상궁 예,마마! 조정대신들이 연좌를 하다니 
참으로 해괴한 일이옵니다.
윤비 (뭔가를 생각하다가) 엄상궁, 내 강녕
전으로 걸음을 할 것이다. 
엄상궁 예에? 지금 말씀이옵니까?
윤비 그래, 그자들이 무어라 하는지 내 눈으
로 보고 듣고 싶구먼. 

윤비, 일어나서 방밖으로 나가면 엄상궁이 그 
뒤를 따른다.


s# 편전 마당

김전, 남곤, 심정, 홍경주, 김안로, 윤임, 김제
학 등이 댓돌위에 연좌를 하고 있다.

김전 전하, 신들이 역모로 고변한 안당을 국
문하시옵소서!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일동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s# 동 편전 방 안

중종, 인상을 쓰며 분노를 삼키고 있다.
박승지, 윗목에서 중종의 안색을 살핀다.

중종 조정대신이란 자들이 어찌 이리할 수가 
있는가?! 어찌?!


s# 동 편전 마당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등을 거느리고 편전쪽으로 
걸어온다.
경빈, 합문을 통해 향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
고 들어온다.
윤비, 멈춰서서 조정신료들이 연좌하는 것을 
본다.
윤비와 김안로의 시선이 마주친다.

윤비 ...
김안로 ...
윤비 (문득 시선을 돌려 경빈쪽을 보는)..
경빈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윤비를 본다)
윤비 ...


s# 당추 암자 근처 절벽

난정,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다.
난정,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흐르는 얼굴
위로

난정(E) ..아가..이 못난 에미를 원망하거라
...

난정, 눈을 감고 절벽아래로 몸을 날린다.
난정, 절벽 비탈을 거칠게 굴러 바닥에 몸을 
부딪친다.
난정, 고통스럽게 숨을 몰아쉬며 점점 눈이 
감긴다..

난정 ..아가..아가..

난정, 고개를 툭 떨구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여인천하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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