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김삼순 9 회
1. 자막 - 제 9 회 당신은 내가 드린 마음을 장난감처럼...
2. 곱창집 안 (8 회 엔딩)
삼순, 아버지와 잔을 쨍 부딪히고 고개 살짝 돌리고 원샷한다
삼순 캬~ 진짜 달다... (얼굴은 점점 일그러지면서) 달다 정말.. 너무 달다.. 달다.. (결국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아버지 !...
삼순 (고개 떨구고 울기 시작한다)
아버지 ....
삼순 미안해 아부지..
아버지 ... 삼순아.
삼순 (흐느끼며) 신경질 나 죽겠어.. 이젠 남자 때문에 울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아버지 ...
삼순 아부지.. 서른이 되면 안그럴 줄 알았어. 가슴 두근거릴 일도 없고, 전화 기다리면서 밤새울
일도 없고.. 그게 얼마나 힘든 건데.. 나 좋다는 남자 만나서 마음 안다치게.. 그렇게 살고 싶었단
말야.. 근데 이게 뭐야.. 끔찍해.. 그렇게 겪고 또 누굴 좋아하는 내가 끔찍해 죽겠어...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 아부지..
3. 곱창집 안
흐느끼는 삼순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아버지.
아버지 ...삼순아.. 아버진, 심장이 딱딱해져서 죽었잖아
삼순 (본다)
아버지 심장에 피가 흐르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좋아하는 남자 때문에 아프기도 하고.. 아버진
우리 셋째딸 심장이 튼튼한 거 같아서 기분이 좋은데?
삼순 (그런가?... 눈물을 훔친다)
아버지 그 놈이 그렇게 좋냐?
삼순 (끄덕이며) ... 응.. 좋아.. (부끄러워 고개 숙인 채) 미치게.. 좋아..
아버지 (흐흐 웃으며) 바람둥이라며 뭐가 그렇게 좋아.
삼순 (곱게 흘기며) 아버진?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아버지 얘긴 해봤어? 니가 미치게 좋다구?
삼순 ...아니..
아버지 한심한 녀석, 그런 말도 못하고 징징 짜고 있어?
삼순 가서... 얘기 할까?
아버지 그럼 해보지도 않고 후회할래?
삼순 싫다 그러면.. 챙피하잖아.
아버지 챙피하긴. 임마, 인생 뭐 별 거 있어? 싫다 그럼 잘 먹고 잘 살아라, 한방 먹이고 오면 되지.
삼순 (눈물 젖은 채 킥 웃으며) 안그래도 내가 아까 한 방 먹였다? 킥. 사실 오늘만 그런게 아니라
그 자식 나한테 맨날 맞어. 내 밥이야. (킥킥 대는데)_
이영 (E) 꼴갑을 떨어요
삼순 (휙 보면)
이영 (맞은 편에 앉으며) 울다가 웃다가, 꼴뚜기가 사촌 하자고 안그러디?
삼순 언니, 아버지 왔다갔다? 근데 아버진 하나도 안늙은 거 있지. 우리만 늙나봐
이영 !... (드디어 돌았구나 싶어서) 어떡하니 내 동생...
4. 자하문 근처(동 밤)
나란히 걸어오는 삼순과 이영. 삼순은 내내 소변이 마렵다.
이영 어쨋든 게임 끝난 거야. 내가 남자래두 유희진한테 가지 김희진한테 안가 뭘 보고 너한테
가겠니?
삼순 (부어서) ... 유희진씨가 그렇게 괜찮아?
이영 괜찮고 말고.. 같은 여자지만 탐나더라
삼순 (팩 토라져서는) 그럼 데려다 동생 삼지? 이름도 사순이라고 짓구?
이영 걘 사순이보다 희진이가 어울려. 넌 삼순이가 어울리구.
삼순 (툴툴) 계급주의야 뭐야. 누군 태어날 때부터 삼순인가? (하다가 악 비명지르며 소스라치게
놀란다)
이영 (역시 비명을 지르며 놀란다)
깜장드레스를 입은 프란체스카가 도끼를 가슴에 품고 이들을 쳐다본다
삼순, 이제야 알아보고 진짠가 아닌가 싶어 고개를 마구 흔들고 다시 본다
삼순 (맞다)!... 프, 프...
이영 프란체스카?
프란체 촬영장소를 못찾겠어. 여기 동사무소가 어디지?
이영 (얼떨떨해서 가리키며) 저, 저기루 쭉 내려가면 있어요. 찾기 쉬워요.
삼순 데,데려다 줄까요?
프란체 아니 그럴 필요까진. 대략 감사. (인사도 안하고 도도하게 간다)
삼순 (넋놓고 바라보며) 데려다줄 수 있는데.. 같이 가지.. 와- 진짜 흡혈귀 같다.
이영 저 도끼, 심하게 압박 주네?
삼순 근데 평상시에도 저렇게 말하나봐
이영 연기자들은 자기가 맡은 캐릭터랑 닮아간대잖아
삼순 신기하네. (문득 찡그리며) 근데 언니야..
이영 왜.
삼순 (오줌보를 잡고 걸음걸이가 요상하다) 어떡해, 나올 거 같애.
5. 자하문
둥그런 문 아래서 엉덩이 까고 있는 삼순과 망보는 이영의 실루엣. 오줌 싸는 소리 쏴아-
삼순 남들은 길 가다가 연예인도 잘 만나더만 난 삼십년을 살면서 어떻게 하나도 안마주치나
했는데 이렇게도 만나지네. 아.. 싸인이나 받아둘걸. (부르르 떤다) 으~~~ (마침 핸드폰이 울리자)
누군지 타이밍 한번 잘 맞춘다. (발신자 보고 놀란다)!...
이영 빨리 받어. 노상방뇨한다고 동네방네 광고하니?
삼순 (그 자세 그대로 받는데) 여보.. 세요
나사장 (F) 내일 갈 데가 있으니까 집 앞에서 기다려라
삼순 네???
나사장 (F) 차 그리 보낼테니까 집 앞에서 기다리라구. 시간은 아침에 알려주마. (툭 끊는 소리)
삼순 (어리둥절)???
6. 나사장 침실(동 밤)
잠자리에 드는 나사장
윤비서 (거들며) 삼순양으로 마음 정하신 거에요?
나사장 말도 안되는 소릴..
윤비서 그럼 왜..
나사장 삼순이든 누구든 일단 희진이부터 떼어놔야지. 그 다음엔 삼순이도 떼고.. 미주는.
윤비서 자요.
나사장 (한숨)... 어린 것이 뭘 안다고 그렇게 서럽게 우는지.. 걔 울 때마다 속이 문드러진다
아주.. 현숙이 넌 아프지 마라.
윤비서 ?...
나사장 누구든 아프기만 해봐. 다 내다버릴 거니까.
윤비서 (픽 웃으며) 그럴거면 처음부터 거두시지 말든가. 끝까지 책임지세요
나사장 (흘기며) 뻔뻔하기는...
7. 희진의 거실(동 밤)
진헌은 희진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다. 희진이 귀를 판다.
희진 세상에- 귓밥 좀 봐. 그동안 귀 안팠어?
진헌 파줄 사람이 있어야지
희진 못말려 정말. 이래갖고 어떻게 들고 다녔어?
진헌 걱정마. 모모처럼 잘 듣고 다녔으니까
희진 ? 모모? 그게 뭔데?
진헌 있어, 쪼그만 녀석. 귀 기울여 잘 듣는대나 어쩐대나.
희진 돌아봐
진헌 (돌아누워 왼쪽 귀를 갖다댄다)
희진 어? 여기 점 생겼네?
진헌 원래 있던 거잖아.
희진 아냐아 없었어
진헌 야, 태어날 때부터 있던 거다
희진 어어? 아닌데? 그럼 내가 몰랐을 리 없잖아
진헌 (짐짓 으름장) 너무 무관심했던 거 아냐? 서방님 얼굴에 점 있는 것도 모르고?
희진 (갸웃) 이상하네? ... 왜 못봤지? (하며 귀를 판다)
진헌 (눈 가목 편안한) ... 나, 여기서 출퇴근할까?
희진 복학하면 바뻐. 밥 못해줘
진헌 밥은 레스토랑에서 먹지?
희진 안돼. 나 공부해야 되는데 너 밤마다 괴롭힐 거잖아
진헌 (눈 뜨며 흘긴다) 야! 니가 괴롭혔지 내가 괴롭혔냐?
희진 어쭈. 적반하장이네?
진헌 가만 있어봐. 다치겠다
진헌 (입 다물며 삐죽거린다)
희진 (무심히) 오늘 어머님 만났다?
진헌 !...
희진 아픈 며느리는 싫으시대
진헌 !... (일어나 앉는다)
희진 근데 미주 많이 컸더라. 너무 이쁘게 자란 거 있지.
진헌 아파서 그랬다는 말, 했어?
희진 응
진헌 (곰곰 생각하는)
희진 ...
진헌 나사장 말 너무 신경 쓰지 마. 니가 갑자기 떠나서 화가 났었는데 아직 안풀리는 것 뿐이야.
희진 ... 알아. 나도 노력할게. 대신 내일은 같이 못가. 사전작업도 없이 불쑥 나타나면 역효과만
날 거 같애
8. 집 근처 도로(아침)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삼순, 시계 보며 기다리고 있다.
저쪽에서 나사장의 차가 달려온다
삼순, 맞나? 목을 빼고 본다
차가 달려와 멈추고 기사가 나온다
삼순, 기사를 알아보고 꾸벅 인사한다
기사가 절도있게 인사하고 동승석 문을 열어준다
삼순, 머뭇거리며 뒷좌석을 본다
나사장과 윤비서가 앉아있다. 그 사이에 끼어있는 미주가 웃어준다
삼순, 살짝 손 흔들어 웃어준다
나사장 타거라
삼순, 조심스럽게 차에 오른다
기사도 차에 오르고 차는 출발한다
9. 나사장 차 안
어디로? 왜? 무엇을 하러 가는 걸까? 궁금하기만한 삼순.
나사장 삼순양
삼순 네?
나사장 오늘 동행한다고 우리 식구로 받아들인다는 뜻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네
삼순 ?... 저기.. 어디.. 가는 건데요?
나사장 가보면 알아
삼순 ...저기.. 진헌씨한테 말씀.. 못들으셨어요?
나사장 무슨 말
삼순 저희들.. 헤어(졌는데요)
나사장 (말 자르며) 희진인 잊어버려
삼순 !...
나사장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 식구로 받아들인다는 뜻은 아니야
삼순 (아리송)???...
10. 서울 근교 절 입구
나무숲 사이를 달려가는 차
11. 절 주차장
차가 달려와 멈춘다
모두들 내린다
삼순도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본다. 여긴 왜, 무엇 때문에 온 걸까...
저쪽에서 차 한 대가 달려온다
나사장과 윤비서가 쳐다본다
멀뚱하게 바라보던 삼순, 차가 가까워지자 갸웃한다
진헌의 차인 것 같은데..
차가 멈추고 진헌이 내린다
삼순 !...
오지배인도 내린다
삼순 ?!...
진헌, 이쪽으로 오다가 삼순을 발견하고 놀란다
진헌 ?!..
나사장 놀랄 거 없다. 내가 데려왔다
진헌 어머니가 왜요
나사장 니 여자친구잖니, 들어가자. (들어가고)
모두들 뒤따른다
진헌, 너무나 황당한 듯 삼순을 본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묻듯이.
삼순, 나도 몰라요, 난감한 표정으로 으쓱하고 따라들어간다.
진헌, 불만스런 표정으로 들어간다
12. 대웅전 마당
스님이 반야심경을 봉독하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13. 대웅전
향과 촛불이 타오른다
두 개의 위패(현진태/김신영)가 나란히, 조금 떨어져 한 개의 위패(최용주)가 놓여있고 그 앞에는
제수가 진설되어 있다
제주인 진헌이 잔을 올린다. 메 뚜껑을 열고 젖가락을 진수에 걸고 두 번 절한다
삼순 (숙연하게 지켜보는)...
미주가 진헌의 도움을 받아 잔을 올린다
진헌이 두 번 절하라고 낮은 목소리로 알려준다
미주가 어리숙하게 절을 한다. 조그만 엉덩이가 하늘로 치솟는다
삼순, 웃음을 참는다
미주가 뒤뚱거리며 일어나 두 번째 절을 하다가 엎어져 콩 이마를 박는다.
( 그러고는 쑥스러워 헤~ 웃는)
삼순 (결국 터진다) 푸하하 어떡해 너무 귀여워 하하하....
미주를 측은하게 보던 사람들이 일제히 흘겨본다
특히 진헌이 매섭게 쳐다본다
삼순, 얼른 입을 막는다
14. 대웅전 마당
위패에 불이 붙는다
위패를 사르는 진헌..
15. 대웅전
열려진 문 너머로 위패 사르는 걸 물끄러미 지켜보는 나사장과 오지배인
그 뒤에 얌전히 앉아있는 삼순
나사장 가끔은 그런 후회가 들어요
오지배인 (보는)
나사장 호텔에다 주저앉히지 말고 그냥 산 타게 내버려뒀으면 아직 살아있을려나..
오지배인 ... 전 그냥 오토바이를 사줄 걸 하고 후회가 되네요.. 알고나 있었으면 조심하라고
말이라도 해줬을텐데..
삼순 (오지배인을 보며 의아하다. 저쪽 사연은 모르겠어서)
나사장 스님하고 얘기 좀 해야겠네요. (일어나 나간다)
삼순 (얼결에 엉거주춤 일어나며 보는)
오지배인 (삼순을 본다) 새벽같이 끌려와서 힘들지?
삼순 (도로 앉으며) 아뇨.. 근데.. 오지배인님은 여길 어떻게..
오지배인 현사장이 말 안해?
삼순 네..
오지배인 (문 너머에 시선 던지며) ...
삼순 (궁금한)
오지배인 내가 아들이 하나 있었어
삼순 ?...
16. 아름다운 도로 (7 회 #40)
오토바이가 달린다. 스무살 쯤의 청년이 머플러를 휘날리며 멋지게 달린다
앞에 차 한 대가 간다
아름답고 꾸불꾸불한 도로를 차와 오토바이가 앞뒤로 달린다
오지배인 (담담한. E)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하고 딸처럼 애교도 많이 부리고... 오토바이
사달라고 조르는 걸 위험하다고 안사줬더니 나 몰래 아르바이트를 해서 기어이 샀네. 사고 나기
전까진 그 녀석이 오토바이 몰고 다니는 것도 몰랐어 난.
앞서가던 차가 갑자기 급회전을 한다
오토바이가 피할 틈도 없이 달려가 들이박는다
날아서..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나는 오토바이..
17. 대웅전
삼순, 놀라움을 감추며 오지배인의 말을 듣고 있다
오지배인 현사장.. 많이 때렸지 내가.. 꼼짝도 못하고 누워있는 사람한테 내 자식 죽였다고 욕도
참 많이 하고 흉악한 짓 많이 했지..
삼순 (그랬구나) ...
오지배인 장례 치루고 한 6 개월 쯤 지나니까 그제야 정신이 좀 들더라구. 그제서야 이런저런
생각이 나데. 현사장도 몸이 많이 망가졌구, 형님 내외는 그렇게 되구, 바짝 붙어 쫓아가던 내
자식도 잘못이지 싶고.. 마지막 수술하는 날 문병을 갔더니..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보이더라구.
삼순 (아.. 아프다..)
오지배인 그리곤 1 년쯤 지나서 찾아와갔구는 (훗 웃으며) 레스토랑을 개업하는데 지배인을
맡아달라는 거야. 아이들 가르치는 거 말곤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다 그랬더니 삼고초려를 하면서
그러네. 아이들 가르치는 거랑 손님들 접대하는 게 뭐가 다르냐구.
삼순 ...
오지배인 하나뿐인 아들 잃고 정년퇴직하고, 내가 심심할까봐 불러낸 거지.
삼순 (마당을 본다)
진헌이 미주의 두 손을 잡고 뱅뱅 돌리고 있다. 가끔 하는 놀이인 듯 미주가 몹시 좋아라 한다
삼순 (가만 바라본다. 참 보기 좋다) ...
18. 절 주차장
걸어오는 사람들
나사장 오지배인님은 제 차 타시죠. 모처럼 쉬는 날인데 둘이 데이트 좀 하라 그러게.
( 하다가 콰당 제대로 넘어진다)
아까 당한 삼순, 이번에는 시침 뚝 떼고 안웃는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쿡쿡 웃는다. 미주랑 진헌도
어? 웃어도 되는 타이밍인가? 그제야 크크 웃음 터트리는 삼순. 옆의 윤비서를 툭툭 치며 크크크.
(윤비서는 얜 뭐야? 하는 표정)
민망한 나사장, 괜히 삼순을 흘겨보고는 백조처럼 우아하게 차로 간다
윤비서와 미주와 오지배인도 따른다
진헌, 얼른 다가와 나사장을 한쪽으로 끌고 간다
나사장 (손을 뿌리치며) 얘가 왜 이래?
진헌 앞으로 이러지 마세요. 삼순씨랑 헤어졌으니까.
나사장 누구 맘대로
진헌 ? 갑자기 왜 이러세요?
나사장 나야말로 묻고 싶다. 뭐 훌륭하 여자네 어쩌네 하면서 집에 데려온 지가 얼마나 됐다구
벌써 헤어져? 넌 여자를 장난으로 만나니?
진헌 (답답한)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요
나사장 희진이 때문이면 일찌감치 그만둬라
진헌 !...
나사장 난 아픈 며느리 싫다. (돌아서는데)
진헌 (짐짓 카리스마있게) 나사장!!
나사장 (돌아서더니 퍽 머리를 갈긴다) 이게 어따 대고!
진헌 (으 아프다)
나사장 거기다 '님'자 하나 더 붙이면 입이 닳기라도 한대? 뽕꾸라 같은 놈. (간다)
나사장의 차가 출발한다
모두 떠나고 진헌과 삼순만 남았다
진헌 (불만스런 눈초리로 빤히 본다)
삼순 (왜 저래)?...
진헌 나사장한테 언제 연락받았어요?
삼순 ... 어젯밤이요
진헌 근데 왜 나한테 말 안했어요
삼순 !... (기껏 연민이 생겼건만 불끈 화가 난다) 무슨 일인지 알아야 무슨 말을 하든가 하죠. 집
앞에서 기다리라는 말씀만 하시고 끊으셨는데
진헌 앞으론 나사장 말 듣지 마세요. 내 말만 들어요
삼순 !...
진헌 그리고, 또 이런 일이야 없겠지만 만에 하나 비슷한 일이 생기면 나한테 먼저 말해주구요
삼순 (주저없이) 싫은데요
진헌 ?!...
삼순 유희진씨 때문에 어머님이랑 냉전중인가본데, 나 그런 싸움에 휘말리기 싫어요.
이용당하기도 싫구요. 나사장이든 현사장이든 아무 말도 안들을 거에요. 그리고 (가방에서 봉투를
꺼내며) 이거요.
( 턱 안기고는 팽 돌아서서 간다)
진헌 (? 한 얼굴로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꺼내어 본다)
( 인서트) 사직서
진헌, 당황해서 얼른 쳐다본다
씩씩하게 가고 있는 삼순
19. 절 입구
가로수 사이로 뻗은 길을 걸어오는 삼순
차가 느릿느릿 쫓아온다
진헌 (운전하며 창 밖으로) 타요. 여긴 버스 없어요
삼순 됐어요. 내 다린 튼튼하니까
진헌 걸으면 한시간이에요
삼순 이젠 백순데 한시간이든 열시간이든
진헌 누구 맘대로 백수에요?
삼순 내 맘이요
진헌 타요.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삼순 그냥 갓요.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진헌 (짜증스럽다)...
진헌, 차를 세워두고 내려서 쫓아와 삼순을 붙잡는다
진헌 후임자도 안구해놓고 관두는 사람이 어딨어요? 이러헥 무책임해도 되는 거에요?
삼순 (팔을 확 뿌리치며) 저도 왠만하면 그러고 싶거든요?
진헌 ...
삼순 근데 내 맘이 영 아니네요. 이런 맘으로는 맛있는 케익을 못 만들 거 같아서요 됐어요?
진헌 왜요? 나 때문에요?
삼순 (속내를 들킨 게 챙피해서)!... 그, 그게 왜 사장님 때문이에요?
진헌 (태연하게) 내가 좋다면서요
삼순 !... 어우, 어우, 저 뻔뻔한 것 좀 봐! 어떻게 자기 입으로! 이럴 때 박봉숙 여사는 뭐라
그러는 줄 알아요? 뻔뻔하기가 양푼 밑구녕 같다!
진헌 (찡그리며) 박봉숙 여사는 또 누굽니까?
삼순 궁금하면 그것도 검색해보세요! (돌아서서 간다)
진헌 ... (따라간다)
삼순 (본 체도 안하고)
진헌 그럼 어떡해요. 내가 진짜애인이 되줄 수도 없고
삼순 (인상 구겨진다. 챙피하고 얄밉고, 변명을 해댄다) 레스토랑 식구들은 우리가 진짜로 사귄
줄 아는데 헤어졌다 그러면 서로서로 불편할 거 아녜요.
진헌 (그럴 수도 있겠군) ... 그럼 어떡할까요. 방법을 생각해봐요
삼순 (완전 무시하고 걷는다)
진헌 월급 올려줘요?
삼순 (흥!)
진헌 남자 소개 시켜줘요?
삼순 (헹!)
진헌, 멈춘다. 안되겠군... 돌아서서 차로 간다
삼순, 돌아가는 기척을 곁눈질로 느끼고 궁금해 죽겠지만 모른 척 걷는다
잠시 후, 차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삼순, 궁금하지만 쳐다보지 않는다
삼순의 곁을 지나쳐가는 차
20 차 안
- 진헌, 무표정하게 삼순을 지나쳐 간다
21. 절 입구
차는 벌써 저만치 가고 있다
황당해하는 삼순!
삼순 와- 그런다고 진짜 가나.. (약올라 시원하게 감자를 먹인다) 에라 잘 먹고 잘 살아라 이
미지왕아.
22. 차 안
진헌, 룸미러를 본다
룸미러로 보이는 삼순이 감자를 먹인다
진헌, 무심한 얼굴로 악셀을 밟는다
23. 절 입구
멀어져가는 차.. 드리더는 시야에서 사라진다
삼순, 괜스레 힘이 빠져서는 터덜터덜 걷는다
24. 집 근처 버스 정거장(동 낮)
버스가 달려와 멈춘다. 삼순이 내린다. 더위와 배고픔과 하이힐에 지쳐 절뚝거리며 몇발짝
걷다가 놀라 멈춘다
진헌이 느긋한 폼으로 앉아있다
삼순, 흥! 외면하며 걷는다
진헌이 뒷짐 진 채 따라온다
진헌 거봐요. 내 차 탔으면 벌써 왔죠. 다리도 안아프고 시원한 냉면도 먹고.
삼순 (삐죽삐죽)
진헌 (총총히 걸어와 앞을 막아선다)
삼순 비켜요. 해 가리지 말고
진헌 더운데 그림자 지고 좋죠
삼순 (흘기고 지나치려는데)
진헌 (얼른 막아서며 뒤에 숨기고 있던 푸짐한 꽃다발을 내민다)
삼순 이건 또 무슨 수작이에요?
진헌 여자 김삼순한테 주는 거 아녜요. 파티쉐 김삼순한테 바치는 거에요
삼순 ???!!!
진헌 (짜증스럽게 머리라도 긁적이며) 아.. 나 원래 이런 말 못하는데.. (칭찬에 서툴러 딴데보며)
당신은 훌륭한 파티쉐에요. 놓치고 싶지 않아요
삼순 !!!... (감동이 밀려오지만 애써 참는)
진헌 받아요 좀. 팔 아파요
삼순 (새초롬) 무릎도 꿇어야죠
진헌 ???
삼순 영화도 못봤어요? 목석 같이 서서 꽃다발 주는 남자가 어딨어요?
진헌 여자한테 주는 게 아니라니까요?
삼순 아 몰라요. 무릎을 꿇든가, 다른 파티쉐를 구하든가 (팽 가버린다)
진헌 (황당!)
삼순 (무신경하게 걷는)
진헌 (아 미치겠다!) ... 김삼순씨!
삼순 (그냥 간다)
25. 자하문과 근처 골목
걸어오는 삼순. 따라오는 진헌
삼순 (멈춰 돌아보며) 아 왜 자꾸 따라와요. 엄마한테 들키면 피곤해지니까 빨랑 가요
진헌 (찡그린 채 다가온다)
삼순 왜요, 정말 무릎이라도 꿇게요?
진헌 꿇으면.. 취소할 거에요?
삼순 봐서요
진헌 그런 게 어딨어요
삼순 왜 없어요, 여기 있지. 내 마음을 움직여봐요. 마음이 움직이면 머리도 따라가겠죠 뭐.
진헌 (아 정말! 더 일그러진다)
삼순 치, 싫으면 말구. (돌아서는데)
진헌 (얼른 잡는다)
삼순 (본다)
진헌 (완전 우거지상을 짓는다)
삼순 (흥!)
진헌 (살다살다 별 짓 다 하네, 하는 표정으로 오른 쪽 무릎을 꿇는다)
삼순 (어머! 진짜로 꿇네? 놀랍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진헌 (고개 푹 숙인 채 꽃다발을 내민다)
삼순 큼.. 근데 왜 우거지상일까?
진헌 (으씨.. 더 인상 구기며) 빨리 받아요. 무릎 아파요
삼순 (아참 무릎! 냉큼 받는다)
진헌 (무릎 털며 일어나더니 품 안에서 사직서 봉투를 꺼내 찢는다) 됐죠?
삼순 아뇨
진헌 ???
삼순 내 마음이 안움직이네요. 꽃은 받은 거니까 그냥 가져갈게요. (돌아서서 간다)
진헌 (쫓아오며 버럭) 이런 법이 어딨어요!
삼순 (그냥 가며) 여기 있다 어쩔래.
진헌 (우이 씨!) 그럼 꽃 도로 내놔요!
삼순 니가 그렇지 뭐. 역시 넌 꽃을 몰라
진헌 (약올라 죽겠다) 적어도 후임자 구할 시간은 줘야 될 거 아냐!
삼순 짜식이 또 반말이네?
진헌 프로가 이래도 되는 거야?
삼순 !.. (멈춰 돌아본다)
진헌 (앞에 멈추며, 흥분했다_) 당신 아마츄어야? 취미생활로 직장 다녔어?
삼순 야, 너 왜 또 반말이야
진헌 당신 면접 볼 때 뭐라 그랬어. 뭐? 초코렛 상자에는 인생이 담겨있다고? 이렇게
제멋대로면서 그거 다 거짓말 아냐?
삼순 (어? 할 말이 없어진다)
진헌 어떡할거야 이제. 책임을 지든가, 아니면 난 위선자라고 양심고백을 하든가.
삼순 너 내가 전에 뭐라 그랬지?
진헌 뭘?
삼순 (머리통 퍽 갈기며) 이게 어따 대고 자꾸 반말이야?
진헌 (으이 씨) 당신 조폭이야?
삼순 딱 2 주일이야
진헌 ???
삼순 2 주동안 인혜 교육시키고 나갈테니까 그 안에 후임자 구해. 그 이상은 절대 안돼.
진헌 (어? 먹히네?)
26. 나사장 비서실 (동 오전)
똑똑 노크소리에 모니터 보던 윤비서가 '네' 한다.
문이 열리고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들어오는 희진
윤비서 ?!...
희진 (표정 밝은) 안녕하세요, 어머님 계시죠
윤비서 계시긴 한데...
희진 (다짜고짜 들어가며) 저 어머니랑 얘기 좀 할게요
윤비서 (붙잡으려 책상을 돌아나오는) 저기 희진아.
그러나 희진은 이미 들어가고.
27. 나사장 집무실
- 희진이 들어온다
- 통화중이던 나사장, 힐끔 보고는 놀란다
나사장 !... (통화) 네, 그럼 그건 그렇게 처리해주시구, 다음주에 한번 뵙죠. 네, 우리 윤비서랑
시간 잡으시구요. 네, 끊습니다. (끊고 본다)
희진 (애교 반, 겸연쩍음 반) 저랑 운동하러 가요 어머니.
나사장 (황당한) ...
희진 저 요즘 요가하는데 어머니도 같이 하시면 좋을 거 같애서요.
나사장 (기가 막힌다)... 너 지금 반항하니?
희진 요가 하고 점심 사주세요 어머니.
나사장 당장 나가지 못해!
희진 (흠칫)...
나사장 (인터폰 버튼 누르고) 넌 뭐하는 거야. 왜 불청객은 들이고 그래?
희진 (바짝 다가들며) 어머니, 그러지 마시고 딱 한시간만, 네? 딱 한시간만 내주세요. 저
요가하는 거 보시면 어머니도 분명 좋아하실 거에요.
나사장 (들어오는 윤비서에게) 얼른 데리고 나가
희진 어머니, 저 건강해요. 안아프다구요.
윤비서 희진아.
28. 비서실
나오는 희진과 윤비서
희진 (민망하고 부끄럽고) ... 윤비서님.
윤비서 응
희진 저 민망해 죽겠어요. 윤비서님이래두 밥 사주세요.
29. 호텔 내 한식당
마주앉아 밥 먹는 희진과 윤비서. 희진은 조금씩 맛있게 오물오물 먹는다
윤비서 (보고는 픽 웃는다)
희진 ... 왜요?
윤비서 꼭 새처럼 먹잖아.
희진 진헌이가 복받은 거죠. 조금 먹으니까 조금만 벌어도 되고. (씨익 웃는다)
윤비서 (픽 웃으며) 식이요법은 안해?
희진 즐겁게 먹는게 식이요법이랬어요.
윤비서 누가?
희진 헨리, 아니 주치의가요. (사이) 근데.. 결혼하신 줄 알았어요. 그때 만나던 분 계셨잖아요.
윤비서 글세.. 한 그늘에 오래 앉아있다보니 다른 그늘로 옮겨앉는게 쉽지 않네.. 번거롭고 싫어.
희진 (아.. 알겠다는 듯 살짝 주억거리고는) 저 밥 잘 먹는다구 어머님한테 꼭 전해주셔야 돼요?
30. 베이커리실(여러 날, 낮)
밀가루 푸대를 작업대에 올려놓는 삼순
삼순 오늘부터 하드트레이닝이야. 파트(반죽)는 니가 다 만들어.
인혜 ? 왜요?
삼순 왜. 일 배우기 싫어?
인혜 아뇨. 설마요
시간경과
난이도 높은 파트를 만드는 인혜. 옆에서 지켜보며 잔소리도 하고 시범도 보이고 하는 삼순
시간경과
케익을 만드는 인혜. 여깃 옆에서 가르치는 삼순
등등 삼순 가르치는 모습이 스케치 되고
31. 베이커리실 (낮)
삼순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혜가 작업을 한다.
무딘 칼로 커버츄어를 잘게 자르고..
잘게 자른 걸 볼에 넣고 중탕하고
젓던 주걱에 아랫입술을 살짝 대 온도를 가늠해본다.
삼순도 주걱을 가져가 자기 입술에 대어본다.
맞다고 다음 작업을 지시하면
대리석 작업대 위에 초콜릿을 붓고 팔레트에 얉게 펴면서 열을 식힌다 (또는 볼을 찬물에 담궈
식히는 수냉법이라든가)
인혜가 온도계를 꽂자 삼순이 빼더니 자기 손등을 대어 온도를 가늠한다
삼순 이 온도야. 28 도에서 29 도. 밀크나 화이트 초콜릿은 1-2 도 더 낮고
인혜 온도계로 하면 안돼요?
삼순 손을 온도계로 만들어. 아니 손 뿐만 아니라 온 몸을 온도계로 만들어. 그래야 프로야
인혜 네 (하다가 인기척을 돌아본다)
삼순 (역시 돌아본다)
채리가 입구에서 째려보고 있다
삼순 (퉁명스레) 오랜만이다? (인혜에게) 인혜야 잠깐 나가 있어
인혜 (얼른 나가는데)
채리 소식 들었어
삼순 뭐. 놀부네 지붕에 박이라도 열렸대?
채리 드디어 진헌오빠한테 채였다는 거.
삼순 !...
나가던 인혜가 그 말을 듣고 놀란다
채리 희진언니랑 다시 만난다며? 어떡하냐 불쌍해서?
인혜, 후다닥 나가고
삼순 빠르다 빨러..
채리 우리 바닥이 원래 좀 그렇거든. 너무 실망하진 마. 원래 언니 자리도 아니었는데 뭐.
삼순 고맙다 걱정해줘서. 할 말 다 끝났으면 그만 가시지?
채리 내가 남자 소개시켜줄까?
삼순 적선하니?
채리 그래야 우리 아저씨, 아니 현우오빠한테 집쩍거리지 않지.
삼순 !...
채리 파리에서도 그렇게 쫓아다녔다며? 거머리처럼?
삼순 !... 그 새끼가 그러디?
채리 어머머머! 어떻게 그런 상스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차라리 욕쟁이라고 신문에 광고를 내지?
삼순 걱정 마, 벌써 났으니까. (확 밀치며) 아우 귀찮어. 가. (밀가루 푸대를 꺼내서 볼에 붓는다)
채리 현우오빠한테 집쩍거리기만 해?
삼순 (무시하고 일 하는)
채리 왜 대답 안해?
삼순 (묵묵부답)
채리 야, 김삼순!
삼순 (어이없게 쳐다본다)
채리 현우오빠가 잠깐 한눈 팔고 진헌오빠까지 넘어왔다고 눈에 보이는 게 없나본데,
착각하지마.
넌 그냥 가끔 먹는 별미같은 거야. 알어?
삼순 (화도 안난다) 말 다 했냐?
채리 약속해, 현우오빠한테 집쩍거리지 않는다구
삼순 뜨거운 맛 보기 전에 가라?
채리 약속하라구!
삼순 (볼에 들은 밀가루를 확 부어버린다)
채리 악!!!
32. 홀 일각
인혜와 여직원들, 진헌과 삼순이 헤어졌다는 놀라운 소식을 갖고 이러쿵저러쿵 술렁이다가
비명소리에 쳐다본다. 채리의 비명과 스텐 볼이 날아다니는 소리...
곧 산발한 머리에 밀가루를 잔뜩 뒤집어 쓴 채리가 뛰어나와 도망간다
물바가지를 들고 쫓아나오는 삼순
삼순 너 거기 안서? 야 장채리! (현관까지 쫓아갔다가 멈추며) 누가 이라이자 아니랄까봐 머리는
배배 꽈가지구... 쯧.. 한번만 더 건드려봐. 오븐에 넣고 확 구워버릴테니까. (들어가다가 벙-해서
쳐다보는 아이들과 눈 마주치자) 뭘봐, 니들도 오븐에 들어가고 싶어?
33. 화장실
불불이 들어오는 삼순. 여자칸으로 들어가면서
삼순 누구든 건들기만 해봐
바로 옆 남자칸에 앉아있는 진헌. 삼순의 목소리에 쳐본다
삼순 (E) 시럽이랑 달걀물이랑 발라서 노릇노릇 구워버릴테니까
진헌 (하여튼 이 여자 못말려)
바지 벗고 변기에 앉는 삼순. 방구 뽀옹~
진헌,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린다
삼순, 힘 주느라 온갖 인상을 쓴다
삼순 아 이놈의 변비... 삼식이한테 확 옮아가라
진헌 (뭐?)
삼순 옮아가서 확 치질도 만들어버리구
진헌, 이 여자가! 잠시 흘겨보고는 휴지걸이로 손을 뻗는데 휴지가 없다
이런 낭패가! 그때 핸드폰 울리자 흠칫 놀라고!
삼순도 놀라 옆칸을 휙 쳐다본다
진헌, 얼른 배터리를 빼버린다
삼순 (다 들었겠군, 낭패스런 얼굴로) 누구에요?
진헌 (이런!)...
삼순 누구냐구요
진헌 (아) ....
삼순 이부장님? 기방이니?
진헌 (어쩔 수 없다. 뻔뻔하게) 치질은 사양이에요
삼순 (헉!)... 아니 거기 숨어서 기척도 안하면 어떡해요
진헌 숨긴 누가 숨어요. 그쪽이 요란한 거지.
삼순 (할 말 없어서 괜히 삐죽삐죽)
진헌 (아 정말 이 말은 하기 싫은데) 근데.. 부탁이 있어요.
삼순 ?... 변소에서 왠 부탁?
진헌 (아 쪽팔린다) ... 휴지.. 좀 줘요.
삼순 ?... (뒤늦게 깨닫고 입 막으며 킥 웃고는 휴지걸이를 본다. 두툼한 휴지가 걸려있다. 소리
안나게 사용할 휴지를 말면서) 어머, 어떡하나? 여기도 휴지가 똑 떨어졌네? 도대체 누구야,
화장실 담당이?
진헌 (이런!)
삼순 흠.. 이럴 땐 혈액형별로 방법이 다 있는데 가르쳐줘요?
진헌 (혈액형?)
삼순 인내심이 강하고 내성적인 A 형은 청소하는 아줌마가 올 때까지 기다리죠.
진헌 (싫다)
삼순 자기애가 강한 B 형은 단 두 개의 그걸로 해결하죠
진헌 (두 개의 그것?)
삼순 손가락.
진헌 (윽)
삼순 합리적인 AB 형은 쓰레기통을 뒤져 남이 쓰다 버린 휴지로 해결하고
진헌 (우욱)
삼순 사소한 것에 신경쓰지 않는 O 형은? 그냥 나와요. 나중에 닦으면 되니까
진헌 (웩)
삼순 사장님은 어느 타입?
진헌 (초난감!)... 그쪽은 어떡할 겁니까?
삼순 저야 뭐.. 30 년을 살다보면 그런 노하우쯤이야 기본이죠. 양.말.
진헌 (뭐?)
칸에서 나오는 삼순
진헌, 문 여닫히는 소리에 놀란다. 정말 양말로? 수돗물 소리까지 들리자 다급해진다
진헌 뭐해요?
삼순 (손 씻으며) 양말 빨아요. 한짝만 쓰고 한짝은 남았는데 빌려드릴까요?
진헌 (찌푸린다)... 휴지.. 갖다 줄꺼죠?
삼순 (수도꼭지 잠그고 타월에 손 닦으며) 당근이죠. 좀만 기다리세요. (메롱~ 하고 나간다)
진헌 (속절없이 기다린다)
34. 홀
식사하는 사람들
오지배인 (두리번거리며) 이상하네.. 누구 사장님 본 사람 없어요?
제각각 없다고 고개 젓고 대답하는 직원들
현무 어디 외출 한 거 아녜요?
오지배인 그럼 나한테 말씀을 하고 나가시는데
현무 삼순씬 몰라? 말 안하고 나갔어?
영자 그걸 삼순씨한테 물어보면 어떡해요. 새애인하고 같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삼순 (흘겨보는)
현무와 오지배인이 의아하게 쳐다본다
다른 직원들은 다 알고 있으므로 어색해하고 민망해한다
현무 새애인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삼순 (화제 돌리느라) 아 맞어! 청바지! 죄송해요 이부장님. 언니가 청바지 갖다주라 그랬는데
제가 자꾸 깜빡해서. 내일 갖다드릴게요.
현무 청바지는 청바지고, 새애인이라니. 둘이 벌써 헤어졌어?
오지배인 (눈치 채고 현무의 옆구리를 찌른다)
현무 아! 왜 찌르고 그러세요
오지배인 (마구 눈짓을 준다)
현무 아니왜 윙크를 하고 그러세요, 깜찍하게 흐흐 (하다가 저쪽 보고) 어 저기 오네.
삼순이 쳐다본다
식판 들고 오는 진헌
삼순, 어? 어떻게 해결했지?
현무가 뭔가 물어보려는데 오지배이닝 얼른 단속을 한다
영문 모르는 진헌이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하필이면 삼순의 옆자리만 비어있자 거기에
앉는다
직원들, 표정들이 복잡하다. 헤어졌는데 저러고 앉았으니.. 쯧..
삼순 (모른 척 밥 먹는)
진헌 (나물반찬을 듬뿍 집어 삼순의 식판에 놓아준다) 변비에는 섬유질 섭취가 최고에요
삼순 (허! .. 나물을 돌려주며) 치질에도 섬유질이 최고에요
치질? 모두들 쳐다본다. 특히 여직원들, 완전히 경악한다.
당황한 진헌, 눈이 동그래져서는 난 아니라고 손을 설레설레 저어본다.
삼순 나 잘 아는 병원있는데 소개해질까요?
진헌 (휙 쳐다본다, 이 여자가 정말!)
삼순 (흥! 외면하며 여직원들을 향해) 얘들아, 오늘 이 왕언니가 간만에 관절치료 좀 하고 싶은데
살짝 무도회장 갈 사람 손들어봐. 내가 쏜다!
(E) 음악소리
35. 나이트 클럽 (동 밤)
현란한 사이키 조명과 귀청을 때리는 음악..
신나게 춤추는 여직원들. 춤 못추는 삼순은 코믹스런 춤으로 흥을 돋우고..
나중에는 아이들도 따라하고..
시간경화
옹기종기 모여 맥주 마시는 아이들. 살짝 취했다.
인혜 삼순이언니, 사실 나 사장님한테 실망했구만요
여직원 1 나두요
나머지 아이들도 두서없이 나두요 나두요 하고.
삼순 ? 얘들이 왜 이래 갑자기?
인혜 백일 지난 지가 얼마나 됐다구
여직원 1 여잔 관심도 없는 척 하더니 순 바람둥이야
여직원 2 내말이. 완전 내숭이잖아
삼순 야 니들 내가 한턱 쏜다고 아부하는 거 아냐?
아이들, 일제히 아녜요~ 하면서
인혜 언니, 그라지 말고 사장님보다 훨씬 잘난 남자 만나서 뽄때를 보여줘요
여직원 3 맞아요. 우리가 밀어줄게요
여직원 4 사실 언니가 좀 통통해서 그렇지 피부도 좋고 가끔 귀엽잖아요.
삼순 (우쭐해서는) 얘들이 이제야 진가를 알아보네. 실연당할만한데?
여직원 1 근데 사장님보다 잘난 남자가 있을까?
순간 분위기 가라앉는다
여직원 2 하긴.. 좀 잘생겼어? 콧대 날렵한 거 봐
여직원 3 코만 잘 생긴 건 아니지. 턱선 봐, 예술이잖아.
여직원 4 쭉 뻗은 롱다리는 어떻고?
인혜 (부끄부끄) 보조개랑 속눈썹두...
삼순 (얘기가 이상한 데로 흐르자 어이가 없고)
영자 (내내 새침하게 있다가) 야야야, 실연당한 사람 앞에서 이게 무슨 짓들이야. 왜 그렇게들
예의가 없어?
삼순 (왠일이야 얘가?)
영자 다 치우라 그래. 뭐니뭐니해도 앵~두같은 입술이야.
맞아! 꺄악! 으흥! 제각각 감탄사를 내뱉으며 서로를 때리고 몸을 배배 꼬며 한바탕 난리 법석인
여직원들.
삼순 으유 철없는 것들.. (맥주를 홀짝)
영자 (삼순 보며) 못먹는 감 찔러본 기분이 어때요?
삼순 (허!) .... 떫디다. 아~~~주 떫디다
영자 당연히 떫겠죠. 삼겹살을 어따 들이대? 흥!
삼순 (박차고 일어난다) 야 장영자!!!
영자 (역시 박차고 일어나며) 왜요 김삼순씨!!!
싸움날라, 바짝 긴장하는 아이들
삼순 ... 니가 먹은 건 니가 계산해!
웨이터 (E) 언니들..
- 다들 쳐다본다. '삼식이' 라는 명찰을 단 웨이터가 설레발을 친다.
웨이터 이쁜 언니들이 여기서 뭐하는 거야. 룸에 괜찮은 오빠들 있는데 한번 떠줘야지.
일제히 이쁜 척하는 영자와 여직원들
삼순도 이쁜 척 머리를 넘기다가 '삼식이' 라는 명찰을 보고 기가 막힌다
영자 (도도하게) 인혜야, 니가 가서 간 좀 보고 와라.
인혜 네. (얼른 일어나는데)
웨이터 간은 내가 다 봤어. 싱싱하고 짭쪼름하니까 그냥 가. (부추기며) 얼른얼른.
여직원들, 흥분을 감추며 일어나고 영자와 삼순도 일어나는데
웨이터 (삼순과 영자를 주저앉히며) 에이 누님들은 아니지이. 동생들 놀게 그냥 계셔.
웨이터가 아이들을 우르르 몰고간다. 아이들도 '좀만 놀다올게요' 한마디씩 하며 뒤도
안돌아보고 간다.
삼순 (기막혀서) 쪼그만 것들이 남자 좋은 건 알아가지구...
영자 (마찬가지) 의리없는 것들...
삼순 하여튼 삼식이들이 하는 짓이 다 그 모양이지.
그러다 눈 마주치자 뻘쭘해서 팩 고개 돌리며 각자 술을 푼다.
36. 게스트하우스 룸
헨리, 핸드폰 버튼을 누른다. 신호음이 간다
37. 째즈바
악단이 연주를 한다
희진의 가방 속에서 핸드폰 램프가 반짝거린다. 소리는 음악에 묻힌다.
나란히 앉은 진헌과 희진. 거의 안 듯이 하고 앉아 연주를 감상한다.
38. 게스트 하우스
헨리, 핸드폰을 닫고 벌렁 눕는다. 곧 손을 뻗어 한글 교재를 집어들고 읽는다.
헨리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형.. 누나..
39. 째즈빠
연주가 끝나고 모두들 박수를 친다
진헌과 희진도 박수를 친다
무대 위로 넉넉한 몸집의 째즈싱어가 올라온다
모두들 휘파람을 불며 환호한다
진헌과 희진도 기대감으로 본다
싱어 이번에 부를 곡은 over the rainbow 인데요,
진헌과 희진, 눈 맞추며 놀라워 한다
싱어 오랜만에 이쁜 친구들이 와서요. (하며 진헌과 희진에게 눈인사)
진헌은 멋적어하고, 희진은 알아봐주는 게 고마워 살짝 손 흔들어 보인다
싱어 노랫말에 이런게 있어요. birds fly over the rainbow / why then, oh why can't I? 무지개 너머
파랑새들이 행복에 잠겨 날아다니는데 왜, 왜 나라고 날 수 없겠어요? 그럼 주위에서 그러죠. 넌
날기에는 너무 무겁다고.
진헌과 희진이 웃는다
연주가 시작되고 싱어가 노래를 부른다
감회에 젖어 노래를 듣는 진헌과 희진
40. 집으로 가는 길(동 밤)
적당히 취해 '멍' 을 흥얼거리며 터벅터벅 걸어오는 삼순
삼순 잘못이었어. 너를 만난 건 너는 사랑 따윈 관심도 없던거야. 다만 넌 니 뜻대로 모두 맞춰줄
너 하나밖에 모르는 내가 필요했을 뿐. 다 돌려놔 (특유의 춤까지) 너를 만나기 전의 내 모습으로
추억으로 돌리기엔 내 상처가 너무 커. 바랄게~ 다음번에 너 누굴 사랑한다면 너같은 사람 꼭
만나기를~ (노래를 다 부르자 뒤를 돌아본다) 어떻게 이 밤중에 쫓아오는 놈 하나 없냐.. (다시
걸으려 앞을 보다가 옴마야~ 자지러지게 놀란다)
술이 심하게 취한 아저씨가 심하게 중심을 잃은 채 삼순을 노려보고 있다
겁먹은 삼순,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을 간다
41. 삼순네 뜰
그네를 털썩 앉는 삼순. 가볍게 흔들흔들..
시원한 밤바람이 불어온다. 나뭇잎이 사사삭 소리를 낸다.
삼순 근데 화장실에서 어떻게 나왔지? A 형? B 형? ... O 형은 분명 아닐거고.. 싸가지로 봐서는
B 형인데... 그럼 손가락? 거 참 되게 궁금하네.
삼순, 하루종일 머릿속을 맴도는 그 노래를 또 흥얼거린다.
삼순 바랄게~ 다음번에 너 누굴 사랑한다면 너같은 사람 꼭 만나기를... 그래, 더도 덜도 말고 꼭
너같은 사람 만나라! 꼭!
그래봤자 속은 안풀리고 힘빠지는.. 불현듯 밀려오는 그리움과 서글픔...
42. 째즈바
싱어의 노래는 계속되고..
진헌의 어깨와 기댄 희진이 진헌을 바라본다. 진헌도 바라본다
희진 .... 사랑해.
진헌 (장난스레) 얼만큼?
희진 (흘긴다)
진헌 (보챈다) 얼만큼. 얼마나. 언제까지.
희진 (사랑스럽게 흘기며) 하늘만큼 땅만큼. 달하고 지구 사이에 육교가 놓일 때까지.
진헌 !...
희진 ?... (떨어지며) 감동했어?
진헌 너도 지식검색창 이용하니?
희진 (에?)
진헌 (혼자 웃는다)
희진 ?... 뭔데에..
진헌 (계속 웃음이 난다. 다시 어깨를 안으며) 아냐 아무것도..
희진 뭐야아 혼자만 웃고..
진헌 우리, 올해 안에 결혼하자.
희진 (어깨에 기댄 채 바라본다)
진헌 표정이 왜 그래?
희진 대신 조건이 있어
진헌 (삐진 듯이 내치며) 체. 싫으면 관둬라?
희진 (얼른 안기며) 결혼하면 아내라고 불러줘.
진헌 ???
희진 우리 동창중에 어릴 때 결혼해서 애가 벌써 세살인 친구가 있는데, 자기 와이프를 아내라고
부르더라? 우리 아내가, 우리 아내가...
진헌 ....
희진 너무 듣기 좋은 거 있지. 나도 그렇게 불러줘.
진헌 (빙그레 웃는다)
희진 왜 싫어?
진헌 이뻐서. 아내라는 말이.
희진 그치?
진헌 (사랑스럽다는 듯 어루만진다)
희진 (미소) ...
진헌 (주저없이 다가와 입을 맞춘다)
희진 (팔을 두른다)
43. 뜰
(E) over the rainbow
오두마니 앉아 있는 삼순
삼순 (N) ... 보고 싶다.. 미치게, 보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마음을 꺼내 맑은 물에 깨끗이
헹궈내고 싶다.. 아무래도 난.. 미쳐가고 있는 것 같다.
삼순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더니.. 결국 흑 어깨를 들썩이며 울기 시작한다
44. 째즈바
입맞춤이 깊어진다
45. 뜰
계모임에라도 갔다오는 듯 외출복 차림의 봉숙이 키로 문 열고 들어오다가 뭔가를 보고 멈칫, 눈을
가늘게 뜨고 본다
삼순이 그네에 앉아 울고 있다
봉숙 ?... 쟤가 저기서 뭘 하는 거야? (그리로 가며) 삼순아.
삼순 (힐긋 보고 계속 운다)
봉숙 (다가오며) 이 밤중에 여기서 뭘 하는 거야? 보쌈해달라고 기도하니? (하다가 우는 걸
깨닫고는 놀라서)!... 너 왜 그래.
삼순 (엄마를 보자 서러움이 밀려온다) 엄마아~ (엄마 품으로 툭 쓰러지며 아예 목놓아 울기
시작한다)
봉숙 ?!...
삼순 (목도 가슴도 미어진다. 엉엉 운다)
봉숙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토닥토닥 해주며 이리저리 짐작을 해본다)
46. 마루
삼순이 대성통곡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봉숙이 이영을 다구친다
봉숙 빨리 말해. 쟤 연애하지. 끝난거야 뭐야.
이영 몰라아. 내가 어떻게 알어.
봉숙 빨리 말 안해? 맨날 둘이 속닥속닥 댔잖아.
이영 (울상이다) 아우..
봉숙 작년 크리스마스때도 현운지 뭔지 그 놈 때문에 삼일 밤낮을 저러고 울더라. 누구야 어느
놈이야.
이영 말하면 안되는데..
봉숙 (뭔가 찾으며) 어디 갔어 이거. (방빗자루를 들이대며) 맞고 말할래 그냥 말할래, 어?
이영 아우 미쳐 정말...
봉숙 (방빗자루로 등짝을 딱!) 매 벌지, 매 벌어
이영 아! 알았어 알았어 말할게. 연애.. 했어.
봉숙 누구랑
이영 이건 진짜 말하면 안되는데...
봉숙 누구냐구!
이영 (얼른) 쟤네 사장.
봉숙 !... 사장? 즈이 레스토랑 사장?
47. 삼순 방
밖에서 '엄마!' 하는 이영의 외침이 들리면서, 봉숙이 벌컥 들어와 이불을 확 들춘다
곰처럼 웅크리고 엎어져 울고 있는 삼순
봉숙 (방빗자루로 마구 때리며) 울긴 왜 울어. 헤어지면 헤어진거지 뭘 잘했다고 울어 이 등신아.
이영 (빗자루 뺏고 말리고 하며) 하지마아. 아픈 애한테 왜 이래에.
봉숙 (손으로 등짝을 퍽퍽 때리며) 등신같은 년. 넌 왜 맨날 이 모양이야. 니가 뭐가 모자라서,
손이 없어 발이 없어,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왜 맨날 차이고 다녀 왜!
삼순 (서러워서 더 크게 울고)
봉숙 속 터져 정말. 속터져 속터져!
이영 (못말린게 후회 막심이다)
봉숙 (표정 독해지는) ... 울지 말고 일어나.. 너 그 자식 집 알지.
삼순 (뚝 울음 멈추며 놀라 보는)
이영 (역시 놀라고)
봉숙 어떤 녀석인지 낯짝 좀 봐야겠다. 지는 얼마나 잘나서 우리 딸을 차? 기가 막혀 정말. 빨리
일어나.
이영 엄마 지금 오버하는 거 알어? 다 끝났는데 만나서 뭘 해 추잡스럽게.
봉숙 이러고 있는 건 안추잡스럽니? 차라리 화끈하게 끝내! (일어나며 잡아끈다) 빨리 일어나,
앞장 서.
삼순 (눈물바람으로 이영을 본다. 언니 어떡해)
이영 (말리며) 화끈하게 끝냈어. 내가 때려줬으니까 엄마까지 나설 필요 없다구.
봉숙 (버럭) 이거 안놔?! 넌 동생이 이 지경이 되도록 뭐 했어! (삼순을 질질 끌고 가며) 빨리
안나와? 나이만 쳐먹었지 니가 할 줄 아는 게 뭐 있어. 앞장 서 얼른!
삼순 (어떻게든 엉덩이 힘으로 뭉개며) 엄마 잘못했어. 엄마.. 엄마아... (구원을 요청하는) 언니..
이영 (나보고 어쩌라구, 울상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그만해! 계약연애란 말야!
삼순 (허걱!)
봉숙 (? 해서 본다)
이영 가면 집안망신이야. 가지 마.
봉숙 계약, 뭐?
48. 집 전경 (동 밤)
(E) 온 동네 개가 멍멍 왈왈 짖어대는 소리
퍽! 퍽! 매 맞는 소리. 악! 으악! 엄마! 자매의 비명소리. 야 이년들아! 봉숙의 고함소리! 뭐가
날아다니는 소리! 창문으로 도망다니는 자매와 빗자루 들고 쫓아다니는 봉숙의 실루엣 등등..
49. 마루
머리는 산발한 채 맞은 곳을 문지르며 무릎 꿇고 앉아 있는 삼순과 이영
봉숙, 살벌하게 두 딸을 노려보고 잇다
삼순 (고개도 못 들고) ...
이영 (마찬가지) ...
봉숙 (수화기를 들고 버튼 누른다. 잠시 후) 박사장님이세요?
삼순 ?...
이영 ?...
봉숙 저 방앗간댁이에요. 우리.. 집 좀 팔아주세요.
삼순, 이영 엄마!!!
봉숙 빠르면 빠를 수록 좋아요
이영 (달려들어 수화기 뺏으며) 미쳤어? 집을 왜 내놔!
삼순 (동시에 전화기 집어들고)
봉숙 이것들이? 이리 안 내놔?
삼순 (이영에게서 수화기까지 빼앗아 전화기를 통째로 가슴에 꼬옥 품는다)
봉숙 다리 밑에 천막을 쳤으면 쳤지 이런 꼴 당하곤 못살아. 뭐? 오천만원에 뭘 어쩌고 저째?
(삼순에게) 으이구 저걸 안낳고 호박을 낳았으면 국이라도 끓여먹지. (이영에게) 넌 뭐야.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면서 동생을 심청이로 만들어?
삼순 (그 와중에도 풋 웃음이 난다)
이영 (역시 삐질삐질 웃음이 새어나온다) 그럼 레스토랑이 인당순가?
삼순 삼식이는 용왕이구 크크크..
봉숙 웃음이 나와 이년들아!
삼순, 이영 (찔끔)....
봉숙 삼순이 너, 내일부터 출근하지 마.
삼순 !...
50. 홀 (아침)
직원들, 청소도 하고 테이블세팅도 하고 있다
벌컥 문이 열리고 봉숙이 들어선다
영자 (돌아보고는) 죄송합니다 손님. 아직 오픈 안했거든요?
봉숙 여기 사장 어딨어.
모두들 멈추고 쳐다본다
봉숙 사장 나오라 그래. 사장 어딨어
영자 저.. 누구신지..
봉숙 니가 사장이야? (확 밀치며) 아님 비켜. (안으로 들어가며) 사장 나와! 사장 어딨어!
직원들은 술렁이고, 주방에서도 내다보고, 안쪽에서 오지배인이 나온다.
봉숙 사장 너 안나올거야? 일 벌리지 말고 빨리 나와!
오지배인 누구신지요.
봉숙 아줌마가 사장이야? 아니잖아.
오지배인 저는 이 레스토랑의 지배인입니다. 사장님한테 볼 일이 있으시면 저한터 먼저
말씀하시죠
봉숙 아줌마한테 볼 일 없어요. 사장 나오라 그래요
오지배인 아직 출근 안하셨습니다. 무슨 일이신지 저한테 말씀하시죠
봉숙 그럼 기다릴게요. 사무실이 어디에요
오지배인 일단 누구신지 용무가 뭔지, 저한테 말씀을 해주시죠
봉숙 글세 아줌마랑은 볼 일 없다니까?
오지배인 아줌마가 아니라 지배인입니다.
봉숙 누가 물어봤어? (문득 머리가 거슬려서) 지가 클레오파트라야 뭐야. 머리 꼴하군...
오지배인 (허 세상에)!...
봉숙 사장실 어디야. (안쪽 보며) 저기야? (들어가려는데)
오지배인 (확 잡고는) 못들어갑니다.
봉숙 이거 안놔?
오지배인 너희들 뭐하니. 손님 나가신댄다.
웨이터들이 달려들어 봉숙을 번쩍 들어올린다
봉숙 (허공에서 바퀴처럼 발만 구르며) 뭐야 니들. 이거 안놔? 니들 깡패야 뭐야. 이것들이 사람
잡네 아주? 놔! 안놔? (현관까지 끌려오는데)
현관문이 열리며 진헌이 들어선다
웨이터들이 지레 놀라 내려놓는다
봉숙 (휘휘 번갈아보더니 이 자식이구나!)
진헌 ?... (웨이터들을 보며) 무슨 일이에요?
봉숙 니가 사장이니?
진헌 ?... 네.
봉숙 이 나쁜 자식! (하며 뺨을 올려붙이는데)
진헌 (본능적으로 고개만 살짝 피하고)
봉숙 (키가 작아 헛손질하고는 아니 이런!)
웨이터들 사이에서 쿡! 웃음 터지고.
봉숙 (뻘쭘! 민망! 분노! 만만한 넥타이를 확 움켜쥐고는) 니가 감히 우리 딸을 희롱해? 너 오늘
내 손에 죽어봐라. (넥타이를 개목걸이 삼아 질질 끌고 다니며) 나쁜 자식, 밑엣 사람을 그렇게
함부로 다루면서 뭐? 사장? 에라 이 호랑말코 같은 놈아
진헌 (속절없이 끌려다니며 당황! 창피! 엉거주춤!) 아니.. 왜 이러세요 아줌마.. 누구세요
도대체.. 아 이것 좀..
봉숙 너 몇 살이야.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게 돈으로 사람을 놀려? 니 에미에비가 그렇게 가르치디?
진헌 아.. 아줌마.. 아줌마..
봉숙 (넥타이 잡은 채 휘어진 등짝을 퍽퍽 때린다) 왜 불러 왜! 욕이 모잘라? 더 듣고 싶어?
이거나(주먹세례) 먹어라 이놈아. 나쁜 자식! 호랑말코 같은 자식! 감히 우리 딸을 어떻게 보고. 이
돼지 껍데기 같은 놈.
그 순간, 물세레를 받는 봉숙!
봉숙 (동작 정지) !!!...
진헌 (같이 물을 뒤집어쓰고는 놀라 돌아보면)
오지배인 (물바가지를 들고 서서 벼락치듯) 감히 어디다 손을 대, 어디다!! 그 손 못 놔!!
진헌 (얼른 봉숙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온다)
51. 주차장
택시가 들어온다. 삼순과 이영이 내려 다급히 뛰어들어간다
52. 홀
봉숙 (흠뻑 젖은 채 으르렁) 이게 감히 박봉숙이를 건드려?
오지배인 나가! 어서 나가!!!
봉숙 (달려들어 머리를 확 움켜쥔다)
오지배인 (어? 순간 당황하더니 확 열받아 역시 머리를 움켜쥔다) 야 이 우라질 년아. 어디 남의
영업장에 와서 행패야 행패가.
두 여자, 머리 끄댕이를 잡고 맘대로 소리 지르며 옥신각신한다. 두 분이 알아서 욕, 비명, 대사...
진헌과 직원들, 처음 보는 오지배인의 모습에 놀라 입 딱 벌린 채 말릴 생각도 못한다. 어느 순간!
삼순 (E) 엄마!!!
모두들 쳐다본다
진헌도 쳐다본다
오지배인과 봉숙도 서로의 머리를 움켜쥔 채 쳐다본다.
삼순과 이영이 이 엄청난 상황을 기막히게 보고 있다
삼순 (쪽팔린다! 콱 죽고싶다!) 엄마 미쳤어? 왜 이래 정말. 누구 죽는 꼴 보고 싶어?!
진헌 (넋나간 듯 봉숙을 본다. 엄마라고?)
53. 홀
직원들, 하던 일 마저 하며 사무실을 힐긋거린다.
이영, 한쪽 구석 테이블에 앉아 초조한 듯 물을 벌컥 마신다. 그 앞에 썩 다가서는 현무. 이영,
놀라보면
현무 (손에는 고기 다지는 기구를 들고서) 청바지 왜 안갖다줘요. 삶아먹었어요?
이영 ? 삼순이가 안갖다줬어요? 맡긴지가 언젠데?
현무 하 참.. (기구로 삿대질하며) 오늘 밤에 입어야 되는데 어떡할 거에요.
이영 (뭐야 이거. 나름대로 피하며) 미안해요, 나중에 갖다줄게요
현무 오늘밤에 입어야 된다니까요?
이영 청바지가 그거 하나 밖에 없어요?
현무 청바지야 많지만 오늘은 꼭 그걸 입어야 된다구요. (들이대며) 꼭!
이영 아 이것 좀 치워요! 그리구 청바지가 다 거기서 거기지, 다른 거 입으세요. 그냥.
현무 이 아가씨가 정말. 그걸 입든 다른 걸 입든 내 맘이지 어따 대고.. 아 몰라, 오늘밤 안으로
갖다줘요.
이영 여길 또 오라구요?
현무 이 아가씨 정말 뻔뻔하네? 잘못했으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와야지. (마지막 삿대질)
오늘밤 9 시까지에요! (들어간다)
이영 허! 저 넙치 자식 정말.. 어우 재수없어.
54. 사무실
책상을 두고 마주앉은 진헌과 봉숙, 삼순.
봉숙 (째려본다)
진헌 (시선을 슬쩍 피한 채 아.. 죽겠다)
삼순 (역시 죽을 상이고)
봉숙 (책상에 봉투를 탁 놓는다)
진헌 ?...
삼순 ?...
봉숙 우리집 집문서야.
삼순 (눈 동그래진다) 엄마..
진헌 ???...
봉숙 당장 오천만원 갚을 능력은 안되구, 성격상 뭉개고 있지도 못하겠고, 이거라도 담보로 갖고
있어.
진헌 (참 난감하고 무섭고) ... 저..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봉숙 누구 맘대로? 니 맘대로?
진헌 돈 얘긴 삼순씨랑 끝냈는데...
봉숙 안 갚아도 된다고?
진헌 ...네.
봉숙 (책상 너머로 멱살 잡으려 확 일어나는) 야 이 자식아! (동시에 진헌은 화들짝 물러나고)
삼순 (얼른 잡으며) 엄마 왜 또 이래에.
봉숙 우리 딸 희롱하고 오천만원으로 때우겠다는 거야 지금?
진헌 (쩔쩔맨다) 저기... 그게 아니구...
봉숙 그 말이 그 말이잖아!
진헌 진정하세요..
삼순 그래 엄마, 진정하구 앉아서 얘기해, 흥분하지 말구 응? (간신히 앉힌다)
봉숙 (앉아 노려본다)
진헌 (아 미치겠다)
봉숙 잘 간수하고 있어. 우리 둘째네 아파트 팔리면 그 날로 찾으러 올거니까. 알았어?
진헌 ... 네.
봉숙 그리구, 오늘부터 삼순이 출근 안하네.
진헌 !!!
봉숙 (일어나며) 가자. (나간다)
삼순 (말없이 앉아있다)
봉숙 (돌아보며) 빨리 안오구 뭐해?
삼순 밖에서 기다려. 잠깐 할 얘기 있어
봉숙 저 음탕한 놈이랑 무슨 얘길 해!
진헌 (음탕???)
56. 홀
사장실 쪽에서 나오는 봉숙
이영이 보고 일어난다
봉숙 가자. (나간다)
이영 (얼른 따라가며) 삼순이는
봉숙 그러게 내가 아들 하나 낳자고 그렇게 졸랐는데.
이영 여기서 아들타령이 왜 또 나와.
봉숙 아들이 있었어봐. 저 호랑말코 같은 자식을 가만 뒀겠어?
이영 요즘은 왜 아들타령 안하나 했더니...
오지배인이 현관 앞에 서서 문을 열어준다
봉숙 (멈춰 째려본다)
오지배인 (머리 잡고 싸우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정중히) 아깐 실례가 많았습니다. (90 도
각도로 절을 한다) 안녕히 가십시오.
봉숙 (흥! 콧방귀를 뀌며 지나친다)
이영 (꾸벅) 실례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나간다)
57. 사장실
삼순, 사직서 봉투를 책상에 놓는다
삼순 뭔줄 알죠?
진헌 (봉투는 보지도 않고) 무슨 여자가 그렇게 입이 가벼워요?
삼순 ?!...
진헌 집에는 당연히 비밀로 해야되는 거 아녜요?
삼순 (화가 난다) 내가 내 입으로 말했을까봐요? 자기 엄마한테 나 오천만원에 팔렸어요, 이렇게
말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거 같아요?
진헌 (귀찮다)... 됐어요. 그리고 약한 대로 2 주 채우세요. 그때까진 사표수리 안합니다.
(사직서르 쓰레기통에 버린다)
삼순 !... 왜 그렇게 자기 생각만 해요?
진헌 여기 관두면, 어디 갈 데 있어요?
삼순 (퉁명스레) 뭐.. 찾아보면 있겠죠
진헌 (곰곰 생각하다가) 이렇게 합시다
삼순 ?...
진헌 오늘 일은 없었던 걸로
삼순 (답답한) 사장님이야 그게 되겠지만 난 안돼요. 엄마한테 맞아죽어요
진헌 두고 보면 알겠죠, 맞아죽는지
삼순 !... 목숨 갖고 장난해요?
진헌 김삼순씨!
삼순 왜요!
진헌 (벌컥 화를 낸다) 직장이 오락실입니까? 기분따라 들락날락하게?
삼순 (기가 막힌다) 허! 이런 경우를 두고 박봉숙 여사는 뭐라 그러는 줄 알아요? 방귀 뀐 놈이 성
낸다! 난 오늘부로 관두니까 알아서 하세요! (휙 돌아서서 나간다)
진헌 !...
58. 탈의실
락카의 개인 소지품들을 쇼핑백에 담는 삼순.. 착잡하다. 다 담자 유니폼을 매만지는 삼순.
이름표가 눈에 뜨이자 가만히 만지다가 그걸 떼어내 가방 속에 넣는다.
인혜가 들어온다
인혜 언니..
삼순 (돌아본다)
인혜 정말 관두는 거에요?
삼순 ... 응.
인혜 헤어졌다고 관두래요?
삼순 아니야 그런 거. 그냥... 그럴 일이 좀 있어서... 너한테 미안해서 어떡하지?
인혜 (눈물이 글썽해서) 몰러요, 난 어쩐다요 이제.
삼순 ... (쇼핑백에 담은 소지품 중에 낡은 공책을 꺼내 건넨다) 받어.
인혜 (받으며) 이게 뭔데요?
삼순 그동안 이것저것 메모해둔건데 도움이 될 거야. 내 재산목록 1 호니까 나중에 꼭 돌려줘야
돼?
59. 홀
삼순이 나온다
직원들이 서운한 얼굴로 모여있다
삼순 ....
직원들 ....
삼순 나 작별인사하는 거 싫으니까 나오지들 마요. (총총히 나간다)
직원들이 따라오자 멈춰 돌아보며
삼순 아 나오지 말라니까. (얼른 내뺀다)
60. 현관 앞
엄마와 이영이 탄 택시가 기다리고 있다
재빨리 빠져나온 삼순이 얼른 택시에 탄다
삼순 아저씨, 빨리 가요
택시 출발한다
그제야 나온 직원들이 서운하게 바라본다
영자도 왠지 서운한 얼굴이다
61. 홀 일각
창가에 홀로 서서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택시를 바라보는 진헌
오지배인이 다가와 옆에 선다
진헌 (보는)
오지배인 (미안하고 걱정스런) 미안해. 내가 좀 참았어야 되는데.
진헌 아녜요, 오지배인 잘못 아니니까 너무 그러지 마세요
오지배인 당장 영업 어떡하나..
진헌 (난감)... 일단 어머니한테 부탁해볼게요. 지난번처럼 베이커리를 공수해오든가 당분간
파티쉐를 파견시켜달라든가
진헌 저도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오지배인 그렇게라도 되면 다행인데... (혼잣말처럼) 삼순씨 참 아깝네. (하며 간다)
진헌 (복잡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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