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93
S#1 대궐 일각 (낮) 윤비, 보교를 타고 오고 있다. 난정, 윤비의 보교 옆을 따르고 그 뒤로 엄상궁과 상궁나인들이 따른다. (*오상궁은 없다) 윤비E (난정을 내려다 얼굴 위로) 난정아, 너는 내 장자방이니라. 내 복중의 용종이 장차 보위를 이어받고 또 그 후손들이 대통을 이어 갈 수 있도록 네 자식들 역시 대를 이어 충성을 다 바쳐야 할 것이다. 난정E (윤비를 보는 결연한 얼굴 위로) 예, 중전마마. 소첩의 후손들 역시 대대 손손 이 나라 왕실에 견마지로를 다 바친 충신으로 이름 석자를 아로 새 길 것이옵니다. 윤비E (신뢰감) 오냐! 내 너를 믿을 것이다! 난정E (조아리며) 예, 믿으시옵소서! 윤비가 탄 보교가 난정을 거느리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 위로 파릉군E (간절한) 전하! 조정을 쇄신하시어야 하옵니다! S#2 편전 방 안 파릉군, 중종에게 간절하게 아뢰고 있다. 파릉군 군주를 바르게 보필하고 백성들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것이 신하된 자들의 당연한 소임이거늘 작금(昨今)에 이 나 라의 조정신료들은 일신의 영달과 자리 보전을 위하여 군주에게 아부만을 일삼 고, 또한 자신의 입신에 걸림돌이 되는 정적들을 음해하기 위하여 파당을 짓고 있사옵니다. 중종 ..음! 파릉군 전하, 신료들은 입만 떼면 백성들을 위 한 정치를 지껄여대지만 백성들은 조정 을 도적놈들 소굴이라 부르며 침을 뱉고 등을 돌리고 있사옵니다! 전하, 조정이 어찌 이리도 썩은 것이옵니까?! 전하, 조정신료들이 전하의 용안에 흙탕물을 튀기는 짓거리를 어찌 보고만 계시는 것 이옵니까?! 중종 (괴롭고 아픈) ..그만하세요, 숙부.. 파릉군 전하, 조정에서 소인배들을 퇴출 시키옵 소서! 전하께오서 용단을 내리시지 아니 하오시면 이 나라 종묘사직이 위태로워질 것은 자명하옵니다! 중종 과인도 잘 압니다. 허나 공신들은 과인을 이 자리에 추대한 자들입니다. 그들에게 과오가 있다고 한들 어찌 과인의 손에 공 신들의 피를 묻힐 수가 있겠소?! 파릉군 (피를 토하듯) 전하! 폐주 연산을 몰아내 시고 보위에 오르시었던 대의명분을 어찌 잊으신 것이옵니까?! 뒤틀렸던 이 나라 종사를 바로 세우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시겠다던 초심으로 돌아가시옵소서! 전하의 혜안을 흐리고 귀를 가리고 있는 공신들의 목을 치시옵소서, 그렇지 아니 하시오면 이나라 수백년 종사가 무너질 것 이옵니다! 전하, 부디 신의 진언을 깊이 깊이 새겨주시옵소서! 흐흑..! 중종 (파릉군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그래요, 내 숙부의 마음을 잘 압니다.. 그래서 숙부 를 부른 것입니다.. 숙부께서 과인의 곁에 머물면서 과인에게 바른 길을 일러주세요. 파릉군 전하, 흐흑... S#3 중궁전 방 안 윤지임과 윤원형, 김씨가 각기 찻소반 앞에 놓고 앉아 있다 윤지임 원형아, 네 중전마마께오서 우릴 급히 부르신 연유를 짐작하느냐? 윤원형 (마시던 찻잔을 놓으며) ..글쎄요, 소자 의 어림짐작으로는 마마께오서 아버님과 부인한테 긴한 당부라도 계실 듯 하옵니다. 윤지임 긴한 당부라니? 무슨? 김씨 (짐작한 듯) .. 오상궁E (방 밖에서) 중전마마, 드시옵니다. 윤비, 방 안으로 들어오면 윤지임과 윤원형, 김씨 가 황급하게 일어서서 예를 갖춘다. 윤비 (보료 위에 앉으며) 오래들 기다리시었 습니까? 윤지임 (선 채로) ..오래는 무슨요? 중전마마, 존체와 복중 아기씨는 평안하시온지요? 윤비 (미소) 아버님께오서 염려해주시는 덕분 에 평안합니다. 윤지임 (흐뭇) 예, 이번에는 반드시 대군아기씨 를 생산하시어야 하옵니다. 윤원형 암요, 염려 마시옵소서. 중전마마께오서 이번엔 틀림없이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실 겝니다. 윤비 편히들 앉으세요. 윤지임,원형,김씨 (자리에 앉는다) 윤비 이사람이 오늘 아버님과 오라버니 내외 분을 드시라 한 까닭은 본댁에 새 사람 을 들이는 일을 말씀드리기 위해서 입니다. 윤지임 예에? 집에 새 사람을 들이다니요? 윤비 오라버니 내외분께서는 이미 짐작하시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윤지임 (영문 몰라) 원형아, 며늘아, 대체 중전 마마께오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게냐? 윤원형 ..험, 험.. 김씨 ... 윤비 (방문쪽을 보며) 엄상궁, 난정이를 들라 하게. 엄상궁E (방문 밖에서) 예. 난정 (방문이 열리면 방 안으로 들어와 선다) 윤지임 (난정을 보고 놀라) 아, 아니. 넌 일편 단심 닐니리야?! 난정 (다소곳하게 조아리며) 아버님, 그동안 기체 대안 하시었는지요? 윤지임 뭐, 뭐라? 아버님?! 네 이년! 감히 뉘게 다 그따위 망발을 지껄이는 게냐?! 윤원형 (당황하여) 아버님! 중전마마 안전이시 옵니다. 윤지임 (윤비를 보며) 마마, 하오시면 집안에 들이라는 새 사람이 바로.. 윤비 예. 아버님께오서 난정이를 윤씨가문의 사람으로 받아들여 주세요. 윤지임 (충격으로 보는) ..! 윤원형 아버님, 난정이는 지난번 중전마마와 우 리 가문이 위급에 처하였을 때 큰 공을 세워.. 윤지임 닥치거라! 못난 놈! 윤원형 (찔끔) ..예에? 윤지임 (윤비를 보며) 아무리 중전마마께오서 명하신 일이라 해도 이 애비는 그리는 못하옵니다! 윤원형 아, 아버님! 윤비 이사람도 아버님 마음을 잘 압니다. 허나 장차 가문을 위해서 이 사람 말대로 따라 주세요. 윤지임 (완강한) 아니 되옵니다! 근본도 모르는 천한 계집을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 들이 다니요?! 가문을 위해서라도 그리 할 수 는 없사옵니다. 난정 (모욕감) ...! 윤지임 하오면 이 애비는 이만 물러가옵니다. (벌떡 일어서는데) 김씨 아버님, 난정이 뱃속에는 윤씨가문의 핏 줄이 자라고 있사옵니다. 윤지임 (돌아보며) 뭐, 뭐라? 며늘아! 네 지금 뭐라 하였느냐? 김씨 난정이는 서방님 핏줄을 잉태하였사옵니 다. 하오니 작은 사람을 받아들여 주시 지요. 윤지임 (윤원형을 보며) 그, 그게 참이냐? 윤원형 그러하옵니다.. 하오니 아버님.. 윤지임 (난정을 휙-보며) 그래봤자, 첩년의 자식인 것을! 난정 (움찔 보는) ..! 윤지임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 니년은 내 집안에 한발자국도 들여놓지 못할 테니 헛생각 말거라! (방문 밖으로 나간다) 난정 (모욕감에) ...! 윤원형 아, 아버님! (일어나 윤지임을 쫓아 방 밖으로 나가려는데) 윤비 오라버니, 그만 두세요! 윤원형 (윤비를 돌아보며) 예에? 윤비 (심기 불편한) 아버님께서 마음을 여시고 난정이를 받아들여 주시지 않으시오면 난 정이가 본댁에 들어간다 한들 집안이 분 란에 휩싸이고 난정이에게 고초만 따를 뿐이니 차라리 안들어가느니만 못할 것 입니다. 윤원형 예에? 하오시면..? 윤비 오라버니 내외분께서는 이만 퇴궐하세요! 윤원형 하오나.. 윤비 (외면하는) 윤원형 (윤비의 표정을 보며) ..예. 그리 하겠 사옵니다. 하오면 이만 물러가옵니다. 윤원형,김씨 (일어서서 윤비에게 조아리고 방문쪽 으로 나가다가 난정을 보는) 난정 (고개를 숙인 채) ... 윤원형,김씨 (방문 밖으로 나간다) 윤비 난정아, 넌 천한 신분으로 지엄한 편전에 들어 주상전하를 알현하였다. 허니 내 이 번에 네가 본댁에 들어가는 일도 네게 맡 길 것이다. 난정 예, 중전마마! 소첩, 지극 정성을 다하여 파산부원군 대감께오서 굳게 빗장을 채우 고 닫으신 마음의 문을 열겠사옵니다. 윤비 오냐, 내 너를 믿으마. 난정 (결연한 표정으로 어금니를 무는) ..! S#4 대비전 외경 파릉군, 걸어와 대비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위로 자순대비E (반갑게) 그래, 주상은 알현 하시었 소이까? S#5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와 파릉군이 찻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파릉군 예, 전하와 대비마마께오서 미천한 신을 이리도 반갑게 맞아 주시오니 감격이 북 받칠 뿐이옵니다. 자순대비 파릉군대감, 모쪼록 주상께서 대감을 부 르신 어의를 잘 헤아려 주상을 잘 보필해 주세요. 파릉군 예, 마마. 신은 전하께오서 바른 정사를 펼쳐나가실 수 있도록 분골쇄신할 것이 옵니다. S#6 동 대비전 방 밖 복도 세자, 박상궁을 거느리고 다가와 선다. 세자 (조상궁에게) 할마마마께 고하여 주시게. 조상궁 예. (방쪽에다) 대비마마, 세자저하 문 후 드시었사옵니다. S#7 동 대비전 방 안 파릉군 (차를 마시려다가 흠짓 방문쪽을 본다) 자순대비 오, 세자가? 어서 뫼시어라. 조상궁E 예. 세자, 방문이 열리면 방 안으로 들어서고 파릉군, 예를 갖춰 일어선다. 세자 (자순대비에게 조아리며) 할마마마, 소손 문후 여쭈러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이리 내려와 앉으세요. 세자. 세자 예, 할마마마. (자순대비 앞으로 다가와 앉는데) 파릉군 (세자를 감격한 눈으로 보는) ..저하, 참으로, 참으로 훌륭하게 장성 하시었사 옵니다..! 세자 (파릉군을 돌아보며) 누구시옵니까? 자순대비 세자, 인사 드리세요. 파릉군대감이십니 다. 종친부의 명망 높으신 어른이시자, 주상의 신임이 두터우신 분이십니다. 세자 (파릉군에게 조아리며) 파릉군대감께오 선 큰 선비라 들었사옵니다. 앞으로 큰 가르침을 주세요. 파릉군 (허리를 깊숙하게 숙이며) 신, 세자저하 의 총명하신 모습을 뵈오니 이 나라 밝은 장래를 보는 듯 하여 마음이 든든하 옵니다. 세자 (파릉군을 의미심장하게 보는) ... S#8 대궐 후원 일각 파릉군과 세자, 후원을 거닐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박상궁과 동궁전내관과 상궁나인들이 뒤를 따른다. 금이, 한편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몸을 돌려 어디론가 총총히 간다. S#9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방문쪽에 서있는 금이를 보며 말한다. 경빈 앞에는 남곤과 심정이 앉아있다. 경빈 뭬야? 세자저하께오서 파릉군대감과 후원을 거닐고 있다? 금이 예. 두분께오서 마치 오랜 지기를 만나 신 듯 즐거워 보이시었사옵니다. 경빈 (뭔가 생각하며) ..알았느니, 금아 넌 물러가거라. 금이 예, 마마. (방 밖으로 나간다) 경빈 (남곤과 심정을 휙-보며) 대감들, 파릉군은 어찌하실 겝니까?! 공신들과 는 견원지간인 파릉군이 김안로와 윤임 이한테 합세하여 세자의 방패막이가 된 다면 장차 일을 도모하기가 어려울 것 은 불을 보듯 자명하지 않습니까?! 남곤 결코 그런 일은 없도록 할 것이옵니다! 심려 거두시옵소서! 심정 마마, 파릉군이 금부에 하옥되어 있는 안당을 두둔이라도 한다면 찍어낼 빌미 를 잡을 수도 있을 겝니다. 지금은 파 릉군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이 상책인 듯 싶사옵니다. 경빈 예! 대감들, 파릉군의 일거수 일투족을 철저히 감시하세요! 돌아가신 아버님께 오서 생전에 가장 경계하시던 자가 바 로 파릉군입니다! 파릉군이 필마단기인 듯 싶지만 그 뒤에는 종친들과 이나라 유생들이 버티고 있으니 천하를 쥐려는 사람에겐 큰 위협이 될 것이라 하셨 습니다! 남곤,심정 명심하겠사옵니다. 경빈 좌의정대감, 중전의 큰 오라비 윤원로 는 어찌 되었습니까?! 남곤 중전마마께오서 오라비들의 출사를 막 은 일로 불만이 팽배해 있사옵고, 근 자엔 금족령까지 내렸다고 들었사옵 니다. 심정 윤원로가 욕심이 많은 위인이니 우리 수중에 들어올 것입니다. 경빈 예, 김안로와 윤임이가 손을 쓰기 전 에 먼저 우리 사람으로 끌어들여야 할 것입니다! 반드시요! S#10 윤원형 집 안채 큰 사랑채 외경 임서방과 배천댁, 탄실이 방 안의 눈치를 살피 며 서있는 모습 위로 윤원로E 뭬요?! 중전마마께오서 원형이 첩년을 집안에 들이라 명하시었단 말씀이 옵니까?! S#11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보료 위에 불편한 표정으로 앉아있고 윤원로, 그 옆에서 핏대를 올리고 있다. 윤원형과 김씨가 그 앞에 앉아있다. 윤원로 허어! 어찌 중전마마께오서 그런 얼토 당토 하지도 않은 분부를 내리시었단 말이옵니까?! 윤지임 (심기 불편한) ..으음! 어명이 계시어 도 내 그리는 못한다! 윤원로 암요! 아버님, 잘 생각 하시었사옵니 다! 첩년을 집안에 들일 수는 없지요! 윤원형 형님, 어찌 불난 집에 기름을 쏟아 붓 고 계신 게요? 중전마마께오서도 다 생각이 계시니 그리 분부하신 게지요! 윤원로 생각은 무슨 놈의 생각?! 고 여우같은 닐니리야 계집한테 단단히 홀리신 게지! 윤원형 허어, 형님, 그 무슨 불경한 말씀이오 ?! 윤원로 원형아, 계집한테 홀리면 약도 없다니 냉수 먹고 정신 차리거라! 네 지금 눈에 뭐가 씌여도 단단히 쓰인 게다! 김씨 아버님, 작은 사람이 우리 윤씨가문을 위해 큰 공을 세운 바 있고 또한 이댁 핏줄을 잉태하고 있사오니 난정이를 거두어 주시지요. 윤지임 (휙-돌아보며) 내 그리는 못한다고 말 하지 않았느냐?! 그 얘긴 두 번 다시 꺼내지 말거라! 윤원로 제수씨, 이때껏 닐니리야한테 당하신 수모가 모자라서 고 계집 역성을 드시 는 게요?! 허어 참! 부처님이 따로 없 구먼! 윤원형 형님, 난정이 뱃속에 내 핏줄이 자라 고 있단 말씀이오! 윤원로 니 핏줄?! 원형아, 막말로 창기노릇하 던 계집인데 뱃속에 든 게 네 씨앗인 줄 어찌 장담하느냐?! 윤원형 뭬, 뭬요?! 형님, 듣자 듣자하니까 말 이 너무 심한 듯 싶소! 윤원로 왜,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느냐?! 윤지임 (휙-보며) 정신 사나우니 다들 나가! 내 혼자 있고 싶구나! 얼른! (등을 돌 려 누워버린다) 윤원형,원로 (서로들 울그락불그락 보면서 일어 나서 방 밖으로 나간다) 김씨 (한숨을 내쉬고는 일어서서 방 밖으로 나간다) S#12 동 윤원형 중문 근처 일각 윤원형, 분기탱천한 듯 씩씩대며 걸어오다가 뒤따라 오던 윤원로를 휙-돌아본다. 윤원형 형님! 두 번 다시 난정이 복중 태아에 대해 왈가왈부 하시면 내 아무리 형님 이라도 용서치 않을 게요! 윤원로 (과장된) 어이구, 무서워라! 원형아, 네 어찌 이 형보다 계집을 더 두둔하 고 나선단 말이냐?! 윤원형 형님, 중전마마께오서 난정이를 집안 에 들이라 명하신 까닭을 아직도 모르 시오? 윤원로 까닭이라니? 윤원형 난정이가 형님보다는 우리 가문에 열 백, 백배는 더 보탬이 되는 사람이기 때문이오! 윤원로 뭬, 뭬야? 네 지금 그걸 말 따위라고 내뱉는 게냐?! 윤원형 (휙-중문 밖으로 나가버린다) 윤원로 얘, 원형아! 원형아! 임서방 (윤원로쪽으로 다가오며) 나으리! 윤원로 무슨 일인가? 임서방 젊은 선비분이 나으리를 뵙기를 청하 며 기다리고 계시옵니다요. 윤원로 (갸웃) 젊은 선비가? S#13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마당 윤원로, 임서방을 거느리고 사랑채쪽으로 걸어 온다. 박희량, 등을 돌린 채 서있다. 윤원로 뉘신데 나를 보자고 하시었소? 박희량 (돌아보며 조아리며) 처음 뵙겠사옵 니다. 시생, 사간원 정언 박희량이라 하옵니다. 윤원로E (보며) 사, 사간원 정언?! S#14 중궁전 외경 윤비E 뭐라?! 파릉군대감이 지금 동궁전에 들어계신단 말이냐? S#15 동 중궁전 방 안 윤비와 난정, 찻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고 엄상궁이 앞에 서있다. 엄상궁 예, 마마. 세자저하께오서 청하시었 다고 들었사옵니다. 윤비 (뭔가 생각하는) 세자가 파릉군대감 을 동궁전으로 청했다? ..세자가..? 난정 (굳는 얼굴 표정 위로 떠오르는) INTER CUT-92회 S#49의 난정과 파릉군이 스 치는 장면 난정E (심각한) 그래, 혹시나 했는데 파릉 군대감이 도성으로 돌아오신 게야. 윤비 (난정을 보며) 난정아, 네 안색이 왜 그러느냐? 난정 소첩, 중전마마께 긴히 여쭐 말씀이 있사옵니다. 주위를 물리쳐 주시옵 소서. 윤비 엄상궁, 자넨 물러가게. 엄상궁 (난정을 힐끗 보고는 조아리며) 예, 마마. (뒷걸음질로 방문 밖으로 나 간다) 윤비 긴히 할 말이라니? 난정 중전마마와 중전마마께오서 장차 생 산하오실 대군아기씨께 위해를 끼칠 삼적(三賊)이 있사옵니다. 윤비 삼적이라? 난정 예, 그 첫 번째가 지난번 중전마마 를 찍어내려고 한 김안로와 윤임이 옵고, 그 두 번째가 경빈이옵니다. 이들은 각기 세자저하와 복성군을 기반으로 조정의 세를 형성하고 있 기에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도 않을 뿐더러 서로가 서로를 찍어내지 않 으면 후일을 기약할 수 없는 자들이 기에 중전마마께오선 이들의 준동을 경계하시고 또 경계하시오면 오히려 양자가 이전투구를 벌이는 틈바구니 에서 어부지리를 취하실 수도 있사옵 니다. 하오나 중전마마께 가장 위협이 되는 자는 세 번째 적이옵니다. 윤비 세 번째는 누구를 일컬음이더냐? 난정 파릉군대감이옵니다! 윤비 (놀라 보는) 뭐라, 파릉군?! 난정 예, 마마! 파릉군이야말로 중전마마께 가장 큰 위해를 끼칠 적이옵니다! 윤비 (충격) ...! 난정 (결연한) ...! 파릉군E (어디선가 들려오는 웃음소리) 허허허! ] S#16 동궁전 방 안 파릉군의 웃음소리가 이어지면서 파릉군과 세자가 마주 앉아있다. 파릉군 허허, 아직 년치 어리신 세자저하께 오서 소학과 효경을 달통하시었사오 니 신의 학문이 부끄러울 뿐이옵니다. 세자 과찬이십니다.. 헌데 내 대감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파릉군 하문 하시옵소서. 저하. 세자 아바마마께오서는 어찌 소인배들의 목을 쳐내지 않으시는 것이옵니까? 파릉군 (진지하게 보는) ...! 세자 어찌 간신배들이 정사를 농단하는 것 을 보고만 계시온지 참으로 답답하옵 니다! 파릉군 저하, 임금의 자리는 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옵니다. 군주의 자리는 덕 이 아니면 지켜질 수가 없는 법이옵 니다. 세자 허면 지금 세상이 어지러운 것은 아 바마마께오서 덕이 없기 때문이란 말이오? 파릉군 (멈칫 보는) ... 세자 (추궁하듯) 어찌 말씀을 못하시는 것이오? 파릉군 그렇사옵니다. 세자 뭐라? 대감 어찌 그런 불충한 말씀을 하시는 게요?! 파릉군 지금 전하께오선 소인배들의 장막에 눈과 귀를 가리시어 천도와 민의를 잠시 보고 듣지 못하고 계신 것 뿐이 옵니다. 세자 (한숨을 폭 내쉬는) .. 파릉군 신, 저하의 심기를 불편케 해드린 듯 싶어 황공하옵니다. 세자 대감, 난 세자 자리가 싫소. 파릉군 (충격) 예에, 저하 그 무슨?! 세자 내가 임금의 자리에 올라도 조정엔 소인배들만 득실댈 것이오. 나는 그런 간신배들과 정사를 논하기 싫소. 파릉군 저하! 세자 난 세자 자리가 싫소. 파릉군 저하 심려치 마시옵소서! 전하께오선 반드시 조정에서 소인배들을 몰아내시 고 이나라 조정의 기강을 바로 세우실 것이옵고 종묘사직을 굳건히 하실 어진 군주가 되실 것이옵니다. (결연한) 신 이 그 선봉에 설 것이옵니다! 세자 내 대감을 믿을 수 있겠소? 파릉군 (결연한) 믿으시옵소서! 세자 (감동한) 내 대감을 믿겠소! 대감, 동궁전에 자주 발걸음을 하시어 내게 어진 임금이 되는 길을 일러주세요. 파릉군 예, 저하! 소신, 신명을 다 바치겠사 옵니다. S#17 동 동궁전 방 밖 복도 김제학, 방문 앞에 충격받은 표정으로 서있다. 박상궁 고할까요? 김제학 아닐세, 지금은 손님이 들어계신 듯 하니 나중에 다시 들겠네. (몸을 돌 려 간다) 박상궁 ...? S#18 중궁전 방 안 난정, 윤비에게 은밀하게 고하고 있다. 난정 마마, 파릉군대감은 세자저하를 내 세워 천하권세를 쥐려는 김안로나 윤 임이와는 다르옵니다. 파릉군은 대의 명분을 세우는 일에는 목숨을 초개처 럼 내던지실 그런 분이옵지요. 윤비 (끄덕이며) ..그래, 나도 그리 들었 느니. 난정 파릉군을 찍어내지 못한다면 장차 큰 화근이 될 것이옵니다. 윤비 파릉군을 찍어낸다? 허어, 내 교태전 을 지키기에도 벅찬 처지에 어찌 전 하의 신망을 받는 파릉군대감과 대적 할 수 있겠느냐? 난정 파릉군은 경빈이나 김안로에게도 큰 위협이 될터이오니 그쪽에서 먼저 움 직일 것이옵니다. 마마께오선 당분간 추이를 지켜보시지요. 윤비 ... 난정 하오면 그동안 소첩이 파릉군대감의 지근에서 살피며 방책을 강구할 것이 옵니다. 윤비 지근에서 살핀다? ..난정아, 네 파릉 군대감을 알고 있더냐? 난정 예, 소첩 어릴 때부터 그 분과 면식 이 있었사옵지요. 소첩이 천출인 것을 아랑곳 하지 않으시고 소첩을 사람답 게 대하여 주시었던 제게는 고마운 분 이시었사옵니다. 윤비 (떠보듯) 허어, 그랬더냐? ..헌데 네 어찌 그런 분을 네 손으로 찍어낼 수 있단 말이냐? 난정 소첩의 주인은 오직 중전마마시옵니다 ! 소첩은 중전마마를 지키기 위해서라 면 무슨 짓거리라도 할 것이옵니다. 믿으시옵소서! 윤비 네 참으로 기구한 인연이로구나. 난정 (비장한) 소첩은 하늘 아래 중전마마 와 맺은 인연만이 소중할 뿐이옵니다! S#19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방문 앞에 앉은 금이를 보며 말한다. 복성군, 경빈 앞에 앉아 귀를 쫑끗 세우고 듣는다. 경빈 뭬라? 세자께오서 동궁의 자리가 싫다 고 하시었단 말이냐? 금이 예, 동궁전 나인 말로는 분명 그리 말 씀하시었다고 하옵니다. 경빈 허어, 세자께오서 년치가 어리시다고 는 하나 말이 씨가 되는 법이거늘, 어 찌 보위가 싫다는 말씀을 뉘 앞에서건 그리도 쉽게 내뱉으시는 겐지? 복성군 어마마마, 세자는 참으로 동궁의 자리 가 싫은 듯 싶사옵니다. 경빈 당치도 않은 말씀 마세요! 지금이야 동궁의 자리를 개나 물어가라지 하고 내던질 듯 싶어도 막상 폐세자의 명이 떨어지면 동궁의 자리를 움켜쥐고 내 놓지 않으려고 피눈물을 쏟으며 발버둥 을 칠 겝니다. 복성군 하오면 어찌..? 경빈 철이 없는 세자께오서 호사에 겨우신 게지요! 암, 호사에 겨운 게야! 복성군 (다른 생각을 하는) .. S#20 김안로 사랑채 외경 김안로E 김제학, 지금 뭐라 하시었소?! 파릉군 대감이 동궁전에 있다니요?! S#21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와 윤임, 김제학을 놀란 눈으로 본다. 김제학 파릉군대감이 세자저하께 조정의 소인 배들을 몰아내는데 선봉이 되겠다는 결의를 밝혔사옵니다! 윤임 뭣이라? 소인배?! 소인배라면? 김안로 예, 분명 우리들을 소인배라고 일컫는 게지요! 윤임 허어! 중궁전은 물론이고 경빈과 맞서 기도 버거운 판국에 파릉군대감까지 돌아와 우리 가슴팍에 비수를 들이대다 니 참으로 설상가상이외다! 김안로 (생각하며) ..기왕 이리된 바에야 파릉 군대감을 찍어내던가 아니면 파릉군을 한배에 태울 밖에요! 윤임 (끄덕이며) 음! 그래야겠지요.. S#22 동 김안로 사랑채 마당 황서방, 백치수를 데리고 사랑채 방쪽으로 걸어 와 선다. 황서방 대감마님, 백치수가 대감을 뵙기를 청 하옵니다. S#23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 (흠짓 방문쪽을 돌아보며) 백도주가?! 윤임 허어, 그자가 어인 연유로? 김안로 음.. 들라 하게! S#24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황서방 예. (백치수를 보며) 들어가 보시게. 백치수 (쩔뚝이며 대청으로 올라 방 안으로 들어간다) S#25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백치수,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백치수 (김안로등에게 큰 절을 올리며) 이 놈, 대감들께 오랜만에 문후 여쭈옵 니다. 그간 기체 대안들 하시었사옵 니까? 김안로 (백치수의 행색을 보며) 자네가 내 집엔 어인 발걸음인가? 백치수 대감들, 벌써 잊으시었사옵니까? 이 놈이 희락당대감과 판부사대감을 비 롯한 조정대신들을 지켜드리옵기 위 하여 가혹한 문초 속에서도 입에 자 물통을 채우고 있었사옵지요! 윤임 (외면하는) ..음! 김제학 (시선 피하는) ... 김안로 자네가 원하는 게 뭔가? 백치수 이놈은 약조를 지켰사오니 이제는 대감들께오서 이놈과의 약조를 지키 실 차례이옵니다. 윤임 (휙-보며) 약조? 약조라니?! 백치수 대감들께오서 이놈에게 조선의 인삼 독점권을 주시기로 하시었지요! 윤임 허어, 인삼독점권이라니?! 조정신료] 들이 자네한테 뇌물을 받은 일이 만 천하에 드러난 판에 어찌 그런 가당 치도 않은 말을 하는 겐가?! 백치수 이놈도 큰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옵 니다. 이놈이 빼앗긴 남소문 객주만 이라도 되찾게 해주시옵소서. 하오면 이놈, 예전처럼 대감들께 재물을 바 치겠사옵니다. 김안로 (웃음 터뜨리며) 하하하! 일동 (김안로를 의아하게 보며) ...? 김안로 남소문 객주를 되찾게 해주면 다시금 뇌물을 바치겠다? 백치수 (결연하게) 예! 김안로 황서방, 게 있는가? 황서방E 예, 대감마님! 김안로 들게! 황서방 (방문 열고 들어서며) 찾아계시옵니 까? 김안로 이 미친놈을 당장 대문 밖으로 내쳐 버리게! 황서방 예! (백치수를 거칠게 잡아끌며) 이 리 나오게! 백치수 (당황하여) 대, 대감! 어찌 어찌 이 러시옵니까?! 김안로 네 이놈! 네 놈이 치부책을 만들지 만 않았어도 이런 사단은 없었을 것 을! 네 어찌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찾아와 생떼를 쓰는 게냐?! 황서방, 이 자가 다시 찾아오거든 불문곡직하 고 다리몽둥이를 분질러 놓아라! 황서방 예, 대감마님! (백치수를 질질 끌고 나가며) 따라와! 백치수 (방 밖으로 끌려나가며) 대, 대감! 이러실 수는 없사옵니다! 대감! (방문 밖으로 나간다) 백치수E (점점 멀어지는) 대감, 대감! 윤임 희락당대감, 우리를 위해 충성을 다 바쳤던 자인데 좀 심한 듯 싶소이다. 김안로 이미 무용지물이 된 자이옵니다. 우 리가 저자의 뒷배를 보아주었다는 말 이 돌면 장대인이 우리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을 것이옵니다. 윤임 허면..?! 김안로 한번 흘러 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 릴 수 없는 법이옵니다! 우리에겐 폐 인이 된 백도주와의 약조보다는 장대 인의 재물이 절실하옵니다. 윤임,김제학 (끄덕 이며) ..음! S#26 김안로 집 근처 길 황서방의 지휘로 하인 둘이 백치수를 길바닥 에 내팽겨친다. 황서방, 하인 둘을 거느리고 돌아서 간다. 백치수 (엎어진 채 눈물을 뿌리며) ...크흐] .. 이놈들 두고 봐라. 내 언젠 가는 반드시 다시 일어서서 너희놈들 이 내 앞에서 애걸복걸하게 만들 것이 야! (간신히 일어서서 절뚝이며 어디 론가 간다) 능금 (한편에 서서 백치수의 뒷모습을 지켜 보다가 뒤편에 서있는 딱부리에게) 가 세. (어디론가 간다) 딱부리 예, 행수 어르신. (능금의 뒤를 따른다) S#27 남곤 사랑채 방 안 능금, 남곤에게 어음봉투를 내어놓는다. 남곤, 봉투를 열어 어음을 꺼내보고 심정, 그 모습을 지켜본다. 능금 소인이 수결한 십만량짜리 어음이옵니 다. 남곤 (끄덕이며) 내 요긴하게 쓰도록 하지. (봉투를 연상서랍에 넣는데) 능금E (미소) 너희들은 내게 발목을 잡힌 게다. 심정 네 행여 백도주처럼 치부책에 적어두는 짓거리는 하지 않겠지? 능금 (미소) 소인, 금부에 잡혀가 문초를 당 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사옵니다. 대신 두분 대감께 청이 있사옵니다. 심정 청이라니?! 돈을 준 댓가로 청탁을 넣 겠단 말인가? 능금 조만간 백도주가 찾아올 것이옵니다! 두분대감께오서 불문곡직하고 백도주를 내쳐버리시옵소서. 그리만 해주시면 되옵니다. 곤 (끄덕이며) 암, 자네가 청하지 않아도 그리할 셈이었네! 능금 하오면 두분 대감을 믿고 물러가옵니다. (일어나 조아리고 방 밖으로 나간다) S#28 동 남곤 사랑채 마당 능금, 방에서 나오면 기다리고 섰던 딱부리가 다가온다. 능금, 딱부리를 거느리고 대문쪽으로 가는데 남곤집사, 윤원로와 박희량을 데리고 사랑채 방쪽으로 온다. 능금, 길을 비켜주면 윤원로와 박희량, 능금을 지나쳐 사랑채 앞에 선다. `곤집사 (방쪽에다) 대감마님, 윤승후관과 박 `정언 오셨습니다요. 남곤E (방 안에서) 들라 하게. 능금, 윤원로와 박희량이 방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심장하게 돌아보다가 몸을 돌려 대문 쪽으로 간다. S#29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과 심정, 그 앞에 윤원로와 박희량이 앉아있다. 남곤 (윤원로를 보며) 내 거두절미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네. 자네가 원하 는 벼슬이 무언가? 윤원로 (침을 꿀꺽 삼키며) 대감! 참으로 시 생한테 벼슬 한자리 내려주시는 것이 옵니까? 심정 암, 그렇다마다! 좌상대감께오서 허 튼 말씀을 하실 듯 싶은가? 윤원로E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이 윤원로 가 드디어 조정에 출사를 하게 되다 니?! 남곤 기탄없이 말해보게. 윤원로 (표정 수습하며) 시생은 사헌부 장령 을 원하옵니다. 심정E (미소) 사헌부 장령?! 허어, 이자가 욕심이 과하구먼. 남곤 사헌부 장령이면 정사품 아닌가? 윤원로 어찌 그러시옵니까? 시생이 분에 넘 치는 청을 드렸사옵니까? 남곤 아닐세. 헌데 자네가 사헌부를 원하 는 까닭이 뭔가? 윤원로 사헌부는 조정신료들의 비리를 감찰 하는 곳이오니 시생이 조정신료들의 비리를 캐낸 연후에 그 약점을 틀어 쥐게 되오면 감히 누구도 중궁마마를 음해하지 못할 것이 아니옵니까?! 남곤 허허허! 중전마마께 대한 자네의 충 성심이 참으로 가상하구먼! 심정 그러게 말이옵니다, 허허허! 윤원로 (따라 웃는) 당연한 일인 것을요! 하하하! 박희량E (야릇한 비웃음) 중전의 큰오라비가 미욱 하다더니 그 소문이 참이었구나. 남곤 허나 처음부터 정사품 직이면 전하의 낙점을 받기에 어려울 수도 있으니 정오품, 사헌부지평으로 하세나! 어떤가? 원로 까짓것 사헌부 관직을 얻을 수만 있 다면 좋사옵니다. 대신 그 전에 경빈 마마를 뵈옵게나. 윤원로 (놀라보며) 겨, 경빈마마요? 심정 암, 자네 벼슬은 경빈마마께오서 내려 주시는 것이니 마땅히 마마를 찾아 뵙 고 고맙다는 인사를 드려야지. 윤원로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남곤 오, 박정언도 윤승후관과 함께 인사를 드리게나. 박희량 시생, 경빈마마를 뵈올 수 있다면 평 생의 광영이옵지요. S#30 중궁전 마당 경빈, 금이를 거느리고 합문 안으로 들어온다. 경빈, 계단 앞에 멈춰 교태전 현판을 바라보는 얼굴 위로. 경빈E 파릉군은 장차 중궁전에도 큰 위협이 될 자가 분명하거늘 중전께오서 파릉 군을 어찌 생각하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구먼! 중전께오서 화근의 싹을 모르고 있다면 내 중전의 무지함을 깨우쳐 줄 것이야. 경빈,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계단을 올라 중궁 전 안으로 들어가는 위로 엄상궁E 중전마마, 경빈 들었사옵니다. S#31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아있는 경빈을 보며 말한다. 윤비 경빈, 그 무슨 말인가? 파릉군대감을 경계하라니? 경빈 중전마마, 정녕 모르시는 것이옵니까? 아니시오면 신첩의 속내를 떠보시기 위하여 모르시는 척 시치미를 잡아떼 시는 것이옵니까? 윤비 뭐라?! 경빈, 내 어찌 바늘끝 보다도 좁은 네 속내 따위를 떠 볼 마음 따위 를 먹겠느냐? 경빈 (미소) 신첩이 어찌 바다처럼 넓고 깊 으신 중전마마의 마음을 헤아릴 수가 있겠사옵니까? 신첩은 다만 중전마마 께오서 파릉군을 경계하시지 않으시오 면 장차 마마께 큰 위해를 끼칠 수도 있음을 일러 드리러 온 것이옵니다. 윤비 내게 큰 위해를 끼칠 수도 있다? 경빈 예. 파릉군은 중궁전은 물론이옵고 후 궁들과 온조정이 힘을 합하여 찍어내 야할 위험한 자이옵니다. 윤비 (쏘아보며) 경빈, 옛말에 이르길 입은 모든 화근의 문이요, 혀는 제 스스로 를 베는 칼과 같다고 했거늘 네 어찌 전하께오서 깊이 신망하시는 왕실의 종친을 모함하는 말을 함부로 내뱉어 화를 자초하려 드는 게냐?! 경빈 마마, 파릉군이 오늘 동궁전에 들어 세자저하와 치세의 경륜을 논했다 하옵 니다. 파릉군이 왕실의 어른이란 명분 으로 장차 동궁전을 무상으로 출입하시 게 된다면 중전마마를 향한 세자저하의 마음을 돌려세울 수도 있을 것이옵니다. 그리되오면 중전마마께오서 쌓아올리신 아흔아홉칸 공든 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 질 수도 있음이옵니다. 아니 그렇사옵니 까?! 윤비 경빈, 그 입 다물라! 네 지금 나와 파릉 군대감 사이에 이간질을 획책하는 것이 냐?! 경빈 천부당만부당 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신첩은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 산하시옵고 또 그 대군아기씨가 장성하실 때까지 중전마마를 보호해 주시어야 할 세자저하께오서 중궁전에 등을 돌리실까 저어되어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윤비 듣기 싫으니 당장 물러가거라! 경빈 중전마마께오서 신첩의 충언을 깊이 헤아 려주실 것이라 믿고 이만 물러가겠사옵니 다! (일어나 조아리고 방 밖으로 나간다) 윤비 (찌푸리는) ...! S#32 동 중궁전 방 밖 복도 경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방 밖으로 나와 복도 끝으로 가려는데 엄상궁 경빈마마, 어찌 용종을 잉태하오신 중전 마마의 심기를 어지럽혀 드리는 말씀을 드리신 겝니까?! 경빈 (멈춰서서 야릇한 미소로 보며) 엄상궁! 웃전의 입맛에 맞는 말씀만 올리고 웃전 의 명대로 복종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세. 진정한 충신이라면 때로는 웃전의 귀에 거슬리고 입에 쓴 말도 할 줄 알아 야 되는 게야! 엄상궁E 허어, 감히 뉘를 가르치려 드는 게야? 경빈 자네가 진정 중전마마를 위한다면 내 말 을 가슴 속에 깊이 깊이 새겨두시게나. 호호호. (몸을 돌려 복도 끝으로 가버린다) 엄상궁 (일그러지는) ...! S#33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뭔가를 골똘하게 생각하는 얼굴 위로 윤비E 세자가 내게 등을 돌릴 수도 있음이라? 세자가? 세자가?! 윤비, 연상을 쾅-치며 어딘가를 휙-돌아본다. S#34 동 중궁전 마당 경빈, 만면에 미소를 띈 채 중궁전에서 나오는데 금이 (급하게 다가오며) 마마, 대비전에서 찾아계신다 하옵니다. 경빈 대비마마께오서? 오냐, 대비전으로 가자 구나! (중궁전을 돌아보며) 중전, 잘 궁리해 보시구려! 호호호! (웃음소리를 흘리며몸을 돌려 어디론가 간다) S#35 빈청 방 안 김전과 홍경주가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홍경주 허어, 파릉군이 돌아왔다면 우리 공신들 도 무슨 방도를 강구해야 될터인데.. 이를 어찌한다? 김전 대감,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조정에서 물러날 때가 된 듯 싶소이다. 홍경주 (놀라보며) 물러나다니요?! 그 무슨 가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오이까?! 요즘같이 정국이 혼란할 때일수록 우리 같이 경륜 과 식견이 있는 노신들이 전하의 곁을 지켜 드려야지요! 김안로, 윤임, 김제학이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홍경주 어서들 오시구려! 파릉군이 입궐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오시는 게요? 윤임 예. 파릉군이 이번 옥사에 대해 전하께 주청이라도 드리면 낭패이옵니다. 김전 허면 어찌 하잔 말이냐? 김안로 하시라도 빨리 금부에 하옥된 역당의 무 리들을 처결하시라고 전하께 주청을 드려 야지요! 홍경주 암요. 좌의정과 육조의 판서들이 입궐하 는 즉시 전하께 주청을 드립시다. S#36 의금부 옥사 안 파릉군과 안당, 안타까운 표정으로 옥살 너머로 손을 맞쥐고 있다. (*다른 옥살 안에 안처겸과 선비들이 지친 듯 갇혀있다) 파릉군 (눈물 글썽) 이 못난 위인이 대감과 젊 은 선비들을 구명할 수 없음이 천추의 한이오이다. 안당 대감, 그런 말씀 마시구려. 이사람 눈을 감기 전에 파릉군대감을 뵈오니 저승 가 는 발걸음이 가벼워졌소이다. 전하와 세 자저하는 알현 하시었소? 파릉군 예, 세자저하께오선 참으로 총명하시고 어지신 분이십디다. 안당 (끄덕이며) 대감, 부디 훗날을 기약하시 어 조정암과 이사람이 못다 이룬 이나라 개혁정치의 한을 풀어주시어야 합니다. 파릉군 예, 내 반드시, 반드시 내 대감과 젊은 선비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겠노라 고 약조드리리다! 안당 (목이 매이는) ...고맙구려.. 내 대감만 믿겠소.. (눈물이 길게 떨어지는) S#37 어느 길 교꾼들이 난정이 탄 가마를 메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S#38 동 흔들리는 가마 안 난정, 뭔가를 생각하는 얼굴 위로 떠오르는 S#39 난정과 파릉군의 몽타쥬 1. 어린 난정, 파릉군에게 자리끼를 떠주던 첫 만남. (*정윤겸 사랑채 방 안) 2. 파릉군, 어린 난정에게 노리개를 주던 (*정윤겸 대문 앞) 3. 성인 난정, 파릉군에게 옥패주머니를 건네주 며 환하게 웃던 (*자운아 기방 안방) 4. 성인 난정, 떠나가는 파릉군을 눈물 글썽하여 보던 (*자운아 대문 앞) S#40 동 흔들리는 가마 안 난정의 감회 젖은 얼굴 위로 난정E 예, 대감께오선 첩년의 딸년을 사람으로 대해주시었지요. 이년 평생 대감께오서 베푸시었던 마음을 잊지 않을 것이옵니 다.. (눈을 번뜩 빛내며) 하오나 이년 대감의 은혜를 원수로 갚을 것이옵니다. . (배를 감싸쥐며) 이년 뱃속의 아이의 밝은 앞날을 위해서.. 이년 어미된 죄로 대감께 배은망덕할 수 밖에 없사옵니다! (비장한 얼굴) ...! S#41 난정모 집 대문 앞 난정을 태운 가마가 멈춰 선다. 난정, 가마에서 내려 교꾼에게 동전 몇닢을 주고 대문을 들어가려다 멈칫 선다. 난정, 냄새를 맡듯 코를 벌름거리다가 대문 안으 로 들어간다. S#42 동 난정모 마당 난정, 대문 안으로 들어오는데 탄실, 화덕에 약탕기를 다리고 있고 배천댁, 사발에 탕약을 짜담고 있다. 난정 (인상을 쓰며) 예서 뭣들 하는 게냐? 배천댁,탄실 (난정에게 깍듯하게 조아리며) 작은 아씨, 오십니까요? 난정 내 집에서 뭣들 하는 게냐니까?! 김씨E (방안에서) 배천댁, 방으로 뫼시게. 배천댁 (방쪽을 보며) 예. (난정에게) 작은아씨, 방으로 드시지요. 난정 (노려보다가 방 안으로 들어간다) S#43 동 난정모 방 안 난정,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면 김씨, 약첩을 앞에 놓고 앉아있다. 난정 (쏘아보며) 아우님, 내 집에서 대체 무엇을 하는 게요? 김씨 (차분한) 앉게. 난정 (김씨 앞에 앉는) .. 김씨 아버님께오서 자네를 집안에 들이시는 것 을 저리도 완강히 거부하시오니 당분간 자네 혼자 이 집에 머물러야 할게야. 정 그래서요? 아우님께서 불쌍하게 된 이년 처지를 비웃어 주려고 오시었소? 김씨 (약첩을 내밀며) 태아에 좋은 보약일세. 정성껏 다려 하루 세 번 식후에 복용하 시게. 난정 (약첩을 보며) ...! 김씨 배천댁, 들이게. 배천댁E (방 밖에서) 예. 배천댁 (탕약사발을 바쳐 들고 방문을 열고 들어 와 난정 앞에 약사발을 놓는다) 김씨 드시게. 난정 호호호! 김씨 (난정을 보는) ... 배천댁 ...? 난정 (김씨를 휙-쏘아보며) 아우님, 이런다고 내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아우님께 고맙다고 큰 절이라도 할 줄 아시었소? 냉큼 이것들을 가지고 돌아가시오! 김씨 자네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네 복중에서 자라는 윤씨가문을 핏줄을 위해 지어온 탕약일세. 괜한 고집 부리지 말고 내 말 대로 하게. 난정 (노려보는데) ... 김씨 배천댁, 이만 가세나. (일어서는 방 밖 으로 나가면) 배천댁 예, 아씨. (일어서서 김씨를 뒤따라 나간다) 난정E (탕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 복중에서 자라는 윤씨가문의 핏줄을 위해 지어온 탕약이라? ..오냐, 내 마셔줄 것이야.. (탕약사발을 들어 마시려다가 무슨 생각 에 멈칫 멈춘다) ...! 난정, 머리를 매만지다가 긴 머리카락 한 가닥을 뽑는다. 난정, 손가락에 낀 은가락지를 뽑아 머리카락에 꿰어 은가락지를 조심스럽게 탕약 속에 담근다. 난정, 은가락지를 탕약에서 빼내어 유심하게 보면 변함이 없는 은색. 난정, 안도하는 표정으로 약사발을 들어 마시려다 가 자괴감에 인상이 찌푸려지며 약사발을 벽에 내 던져 버린다. 와장창 깨지는 사발과 동시에 탕약이 벽을 더럽힌다. 난정 (어딘가를 휙-무섭게 노려보는) ...! S#44 갖바치 방 안 윤원형과 갖바치, 그리고 방백인이 술잔을 기울 이고 있다. 윤원형 내 지난번에는 자초지종을 살피지도 않고 갖바치 선생의 뜻을 오해하여 송 구하기 짝이 없소이다. 갖바치 허허, 나으리께오선 그릇이 크시옵니다. 오해가 풀리시었다고 소인같은 천것에게 잘못을 조아리시는 분도 흔치는 않습지요. 윤원형 내 께름직한 것은 마음 속에 오래 담아두 는 성정이 못되는 걸 어쩌겠소? 방백인 (심각한) 나으리, 정녕 난정이를 집안에 들이실 겝니까? 윤원형 난정이를 하시라도 속히 불러들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아버님께오서 저리도 반대하시오니 당분간은 두집 살림을 할 수 밖에 도리가 없네. 방백인E (안도하듯) 다행이구먼. 다행이야... 이 는 필시 하늘이 돌보신 게야. 윤원형 옛 말에 계집 둘 거느린 놈의 창자는 호랑이도 안먹는다고 하더니 옛말 틀린 게 하나도 없는 듯 싶소이다. (한숨 쉬며 한잔 마시는) 갖바치 그것이 나으리께 무에 큰 흠절이 되겠사 옵니까? 집안 단속조차 제대로 못하는 자 들이 조정에 나가 경륜을 펼치는 것이 사 단을 불러 일으키는 게지요. 윤원형 헌데 임선비는 또 어딜 출타하신 게요? 내 선생께서만 허락해 주신다면 임선비와 동고동락하며 과거공부를 해보는 게 어떨 까 싶은 생각이 드오만은.. 방백인 형님, 그게 좋겠소. 내 사주를 풀어봐도 두분께오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정승반열 에 오르실 운세이시니 두분 교분이 찰떡 궁합 같소이다. 윤원형 (활짝 펴지며) 그, 그게 참말인가? 방백인 암요! 그렇고 말구요! 갖바치 허허, 두분 풍류남아께오서 과거공부는 뒷전이시고 허구헌날 문턱이 닳도록 기방 출입만 하시면 어쩌시려는가? 윤원형 풍류남아요? 허어, 이사람이야 기방에서 머리가 굵은 것을 인정하오만 임선비가 그리 보이지는 않던데 풍류남아라? 갖바치 허허, 길고 짧은 것은 대어보아야 아는 법이지요! S#45 옥매향 기방 후원 옥매향, 연못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겨 한숨을 폭 내쉬는 얼굴 위로. 옥매향E ..기래, 내레 미련 따윌랑은 훨훨 떨텨 버리고 나으리를 따라 해남으로 가는 거이야... (눈물까지 글썽이며) 오마니 도 내레 마음을 알아주실 거이야. 파릉군 (뒷편에서 다가오며) 매향아, 바람이 차거늘 네 어찌 예 나와있는 것이냐? 옥매향 (돌아보며) ..아바디. 디금 퇴궐하신 거야요? 파릉군 오냐, (눈물을 보고) 헌데 네 어찌? 매향아 무슨 근심이라도 있는 것이 더냐? 옥매향 아무것도 아니야요. 파릉군 허어, 부녀지간에 털어놓지 못할 말이 무에 있느냐? 어서 말해보거라. 옥매향 실은 내레 뎡인을 따라 해남으로 내려 가기로 댝심했시오.. 기런데 한번 내 려가믄 오마니도.. 아바디도.. 난뎡이 도.. 두 번 다시 만나디 못할 거 같아 서리... 파릉군 (끄덕이며) 그래.. 내 니 마음을 잘 안다. 가슴에 묻어둔 정인을 따라가거 라. 비록 네가 가는 길이 험한 길일지 라도 가거라. 나처럼 정인을 떠나보내 고 평생 후회와 자책감에 사는 것 보 다는 그게 나을 게다.. 옥매향 (훌쩍) ..아바디.. 파릉군 난 네가 그리 마음을 정한 것이 자랑 스럽구나.. 옥매향 (파릉군에게 안기며) 아바디.. 파릉군 (옥매향을 안아주며) 그래.. 임백령, 후원 중문 앞에 선 채 충격적인 시선 으로 파릉군과 옥매향을 본다. 임백령E 허어,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내 여지껏 뭇사내들의 품을 전전하는 노류장화 기생년 웃음자락에 농락 당 했단 말인가? 옥매향 (임백령을 발견하는) ..나으리! 파릉군 (임백령을 돌아보는) ..? 임백령 (몸을 돌려 급히 가버린다) 파릉군 허면 저 젊은 선비가 바로? 옥매향 예, 기런데 어띠 성이 나신 듯 돌아 가시는 게지? 파릉군 (미소) 선비가 무슨 오해를 했나 보다 . 어서 따라가 보거라. 옥매향 예, 아바디. (중문쪽으로 급히 가며) 나으리..! 모린 (급하게 가는 옥매향을 보는) ...? S#46 동 옥매향 기방 대문 앞 길 임백령, 굳은 얼굴로 대문을 나와 어디론가 가는데 옥매향, 급히 뒤를 따라 대문을 나와 두리번 거리다가 임백령의 뒷모습을 본다. 옥매향 (그 뒤를 쫓으며) 나으리!어딜 가시는 거야요?! 임백령 (멈춰서 고개를 돌려 옥매향을 무섭게 노려보고는 다시 몸을 돌려간다) 옥매향 (움찔 멈춰서며 울상) ..나으리.. S#47 대비전 외경 금이, 향이, 창빈처소 상궁나인들이 서있는 모습 위로 자순대비E 세분 빈들도 주상께오서 파릉군대감 을 사면하신 일을 아시리라 믿소. S#48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경빈, 희빈, 창빈이 앉아있다. 자순대비 빈들도 아시다시피 파릉군대감은 주상께오서 보위에 오르신 이후 지금껏 정국공신들의 핍박으로 두 번에 걸친 귀양을 겪으셨고 또한 오랜 세월동안 유랑을 하신 분입니다. 경빈 대비마마, 정국공신들의 핍박이라니 당 치도 않사옵니다! 파릉군에게 죄를 물 으시었던 분은 전하이시었사옵고 그때 마다 파릉군의 죄는 명명백백 드러났사 옵니다. 희빈 신첩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창빈 ... 자순대비 이 늙은이 말을 더 들으세요. 바로 빈 들의 이런 반발이 내 가장 우려하는 바 입니다. 더 숨긴들 무얼하겠소? 파릉군 과 정국공신들 사이에 뿌리 깊은 반목 이 있는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인 것 을요! 경,희,창빈 ... 자순대비 이 늙은이 생각엔 주상께오서 파릉군대 감을 중용하실 듯 싶소. 경,희,창빈 (굳은) ...! 자순대비 그리되면 조정에 풍파가 일 것은 물론 이고 빈들께서도 피치 못하게 풍파에 얽혀들게 될 것이 자명하니 참으로 걱 정이구려. 이 늙은이가 당부하건데 빈 들께서 아버지와 형제분들을 자제시켜 주세요. 중전께서 회임 중이시고 세자 께서 아직 년치 어리시니 행여나 조정 일로 상처를 입을까 심히 저어되어 드 리는 말씀입니다. 이 늙은이의 말뜻을 아시겠습니까? 경빈E 대비마마의 마음은 잘 아오나 신첩 그 리는 못하옵니다! 파릉군과 신첩들은 한 하늘을 이고는 살 수가 없사옵니다. 희빈E 암요, 내 아비가 찍혀져 나가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파릉군을 찍어내버려야 지요! 창빈E (난감한) ..황공하옵니다, 대비마마.. 신첩도 어찌 할 수가 없사옵니다. 자순대비 (세 빈을 둘러보며) 이 늙은이의 말을 따라주시겠습니까? 경,희,창빈 (고집스럽게 입을 다문 채) ... S#49 대비전 마당 경빈, 희빈, 창빈이 대비전에서 나오면 금이, 향이, 창빈처소 상궁나인이 각기 웃전 뒤로 따라 선다. 경빈 (희빈과 창빈을 보며) 희빈, 창빈! 비록 우리 세사람의 가문이 다르다 할지라도 지금의 전하를 추대한 정국 공신들의 여식들이요. 다른 일에는 아웅다웅 하는 일이 있을 수 있지만 파릉군이라는 공적 앞에서는 똘똘 뭉쳐야 합니다. 희빈 암요, 두 번 말할게 무에 있겠소? (창빈을 보며) 창빈! 창빈께서도 우 리와 의기투합하여 주시겠지요?! 창빈 그리 하겠소이다. 경빈 창빈, 중전마마께오서 파릉군을 두둔 하시어도 뜻을 꺾지 않으실 자신 있 소? 창빈 ... 희빈 물론이지요! 우리 세사람은 피를 나 눈 동기들보다 더 진한 인연으로 묶 여져 있음을 창빈도 잊지는 않으실 게요! 경빈 (창빈을 보는) 창빈 (난감한) ... S#50 대궐 또 다른 일각 복성군, 어디론가 걸어가는 얼굴 위로 세자E 형님, 잘 오시었사옵니다. S#51 동궁전 방 안 복성군과 세자가 마주 앉아있다. 복성군 이 형이 세자저하가 걱정되어 왔사옵니다. 세자 이 아우가 걱정 되시다니요? 복성군 저하께오서 동궁의 자리가 바늘 방석에 앉으신 듯 하다고 들었사 옵니다. 세자 (보는) ... 복성군 저하, 어찌 곤혹스러운 자리에 앉아계신 것이옵니까?동궁의 자리 가 싫으시오면 주상전하께 세자자 리를 물려달라고 주청을 드리세요. 세자 하오나 형님 한번 정한 세자를 아바마마께오서 어찌 퇴하시겠사 옵니까? 복성군 저하, 태종대왕의 장남이시었던 양녕대군께오서도 세자자리를 충녕 대군께 물려주시지 않으셨사옵니까 ? 전례에 있는 일이오니 간곡하게 주청을 드리시오면 되실것이옵니다. 세자 허면 누가 나를 대신하여 세자가 된단 말씀이옵니까? 복성군 (당황) ..그, 그야.. 세자 형님! 대통은 적통대군이 잇는 것이 법도이옵니다. 복성군 (놀라 보며) 예에?! 세자 내가 동궁의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어마마마께오서 생산하실 대군아우 가 세자가 되어 대통을 이을 것입 니다. 복성군 (충격) ...! 세자 나는 대군아우가 태어날 때까지 동궁의 자리를 지킬 것입니다. 복성군 (당혹감에) ..예에.. 그, 그러시 어야지요! 세자 형님, 이 아우와 감주라도 한잔 하시겠습니까? 복성군 아, 아니옵니다! 저하의 강녕하오신 모습을 뵈었사오니 이 형은 이만 물 러가겠사옵니다. (황급하게 일어서 서 방문 밖으로 나간다) 세자 ...? S#52 동 동궁전 방 밖 복도 복성군, 급하게 방 밖으로 나오다가 놀라 움찔 멈춰선다. 윤비, 복성군 앞을 막아선 채 내려다 본다. 윤비, 뒤로 엄상궁과 오상궁이 서있다. 윤비 복성군, 네 어찌 동궁의 자리를 욕심내는 것이더냐?! 그것이 역심 임을 네가 정녕 모르는 것이냐?! 복성군 소, 소자는 그런 적이 없사옵니다! 소자는 정녕 모르는 일이옵니다! (윤비를 피해 엄상궁과 오상궁을 밀치며 도망치듯 뛰어간다) 윤비E (복성군의 뒷모습을 보며) 내 정녕 너를 이리 두어서는 아니 되겠구나. S#53 갖바치 대문 앞 길 윤원형, 대문을 열고 나오고 그 뒤로 갖바치 와 방백인이 나온다. 당골네, 빨래함지를 들고 대문쪽으로 오다가 윤원형을 보고 쪼르르 온다. 당골네 나으리, 벌써 가시게요? 윤원형 내 자주 들름세. (갖바치를 돌아보 며) 선생, 내 임선비와 글공부를 할 수 있게끔 잘 좀 말해주시오. 갖바치 그리 운을 떼어보겠사옵니다. 윤원형 고맙소이다. (하다가 저만치 오는 누군가를 보며) 아, 아니 저사람은 ? 장대인 (곽서방을 거느리고 일행쪽으로 다 가온다) 윤원형 아, 아니.. 자네는 장대인 아니신 가? 장대인 (인사하며) 승후관 나으리, 오랜만 에 뵙겠사옵니다. 윤원형 허어, 이런 우연이 있나? 이 넓은 한양땅에서 이리도 딱 마주치다니? 장대인 우연이 아니오라, 시생 갖바치를 찾아온 것이옵니다. 윤원형 갖바치 선생을? 어인 연유로? 장대인 시생, 맞춤한 신을 찾으러 왔사옵 니다. 윤원형 오, 그래? 허면 볼 일 보시게나. 나중에 술이나 한잔 하세나. 장대인 그러시지요. (갖바치 보고) 들어 가세나. (대문 안으로 들어가고) 갖바치 예.. (윤원형에게) 살펴가시옵소 서. (대문 안으로 들어가고) 곽서방 (그 뒤를 따라 대문 안으로 들어 간다) 윤원형 거참, 묘한 사내란 말씸이야? 당골네 사내는 무슨요? 자웅이 뒤집어졌 답니다요? 윤원형 자웅이 뒤집어지다니? 방백인 이 여편네, 또, 또 고놈의 주둥이! 당골네 아, 아닙니다요. 쇤네의 눈길을 끌지 못하는 사내는 사내도 아닙지 요. 윤원형 허허, 무슨 말인지, 통.. 방백인 나으리, 난정이를 들이는 일은 부원 군대감 뜻에 따르시는 것이 좋을 듯 싶사옵니다. 윤원형 허, 어쩌겠나? 가문의 어른께서 아 니된다면 어쩔 수 없는 게지... 허 면 잘들있게... (어딘가를 돌아보며 ) 가세나, 처남! (휘적휘적 간다) 방백인,당골네 (대문 안으로 들어가고) 길상 (모습을 드러내고 장대인이 들어간 대문쪽을 보는) ...! S#54 동 갖바치 방 안 장대인, 갖바치에게 어음을 내민다. 장대인 은자 십만량짜리 어음일세.. 갖바치 의 경륜과 식견을 사는 댓가로는 후 히 쳐주는 걸세. 갖바치 (어음을 들어 보며) 허허, 깃털만큼 가벼운 종이쪽이 이놈이 평생 갖신 을 짓는다 한들 벌지 못할 큰 돈이 옵니다, 그려. 장대인 어떤가? 자네가 내 장자방이 되어주 게. 허면 그만한 재물의 수백, 수천 배가 대수겠나? 갖바치, 어음을 등잔불에 들이대고 불을 붙인다. 순식간에 재로 타오르는 어음. 장대인 (흠짓 보는) ...! 갖바치 이놈은 바늘땀 넣을 일거리가 밀렸사 오니 이만 돌아가시지요!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간다) 장대인 (재가 된 어음을 보며 미소 짓다가 껄껄껄 웃어댄다) 하하하! S#55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발이 내려진 너머로 윤원로와 박희 량이 앉아있다. 심정이 윤원로 옆에 앉아있다. 경빈 (윤원로를 보며) 윤승후관께오선 중 전마마께 충성을 다 바치기 위하여 사헌부 지평자리를 원하시었다지요? 윤원로 그러하옵니다, 경빈마마. 경빈 큰 오라버니께오서 이리도 믿음직스 러우시니 중전마마께오선 든든하시겠 습니다. 윤원로 예, 중전마마께오서도 시생을 가장 신뢰하시옵지요, 하하. 경빈E (미소) 듣던대로 미욱한 작자로구먼. 어찌 중전에게 이런 오라비가 있을꼬 ? 한배에서 나온 게 믿어지지가 않는 구먼! 호호. 경빈 (박희량을 보며) 내 박정언에 대해서 는 기묘년때부터 주시하고 있었소이다. 박희량 (감동한 척 조아리며) 미열한 소신을 기억해 주시오니 광영이옵니다. 경빈 그래요, 조만간 이조에서 두 사람을 천거할 겝니다. 그리되면 전하의 낙점 을 받을 수 있도록 내 힘을 쓰리다. 윤원로 시생, 마마의 은혜를 잊지 않겠사옵니 다! 박희량 소신, 마마께 견마지로 다 바칠 것이 옵니다. 경빈 (미소) 이만 물러들 가세요. S#56 동 경빈 처소 일각문 밖 심정, 윤원로와 박희량을 데리고 일각문 밖으 로 나온다. 심정 곧 있으면 좋은 기별이 올걸세. 윤원로 시생, 화천군대감의 은혜를 평생 잊 지 않겠사옵니다. 심정 허면 이만 물러들 가게. 윤원로,박희량 예. 윤원로 (돌아서다가 히힉-놀라 멈춰선다) 마, 마, 마마...! 윤비 (엄상궁, 오상궁을 거느리고 오다가 윤원로를 노려보며) 오라버니! 예서 무얼 하시고 있으신 겝니까?! 윤원로 (고양이 본 쥐처럼 꼼짝 못하는) ...! 심정 ...! 박희량 ...! 윤비 오라버니, 정녕 명을 재촉하시는 겝니까?! 윤비, 무섭게 윤원로와 심정, 박희량을 쏘아보 는 살기등등한 눈빛에서 S#57 윤원형 집 대문 앞 길 난정, 소복차림으로 쓰개치마를 쓰고 삿자리를 들고 걸어오다가 멈춰선다. 난정, 결의에 찬 눈빛으로 계단을 오르는 모습 위로. 윤지임E 뭬야?! 닐니리야 계집이 무얼 어쩌구 어째? S#58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탕약을 마시려다 말고 방문 앞에 선 임서방을 본다. 김씨, 임서방을 돌아보며 김씨 임서방, 그 무슨 소린가?! 난정이가 대문 앞에 자리를 깔고 식솔들 출입 을 막고 있다니?! 임서방 (난감한) ..그, 그게 저.. 윤지임 (약사발 탁-놓으며) 아니 되겠다!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다! 윤지임, 일어서면 임서방이 부액하여 방 밖으 로 나가고 김씨, 그 뒤를 따른다. S#59 동 윤원형 대문 앞 난정, 대문 앞에 삿자리를 깔고 결연한 표정 으로 꼿꼿하게 앉아있다. 윤원형 (팔자걸음으로 느긋하게 걸어오다가 난정을 보고 화들짝 놀라) 아, 아니 나, 난정아! (난정쪽으로 뛰어간다) 길상 (멀리서 난정을 보며) ...! 윤원형 (한달음에 난정 옆으로 뛰어와 서며) 나, 난정아! 아니 부인, 어찌 소복 차림으로대문 앞에 앉아있으신 게요 ?! 난정 ...! 대문이 열리고 윤지임, 임서방의 부축을 받으 며 나오고 그 뒤를 김씨와 배천댁, 탄실, 하 인들이 따른다. 윤지임 네 이년! 어찌 천한 첩년 따위가 사 대부가의 대문을 막고 있는 게냐?! 썩 물러가지 못할까?! 난정 아버님! 이년은 아버님께오서 집안에 들여주실 때까지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옵니다! 윤지임 뭬야?! 네년이 나를 위협하는 게냐? 난정 아버님께오서 정녕 허락지 아니하시 온다면 이년,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 어 윤씨가문을 지키는 귀신이 될 것 이옵니다! 윤지임 뭬, 뭬야? 윤원형 ..부, 부인.. 대체 어쩌자고?! 김씨 ...! 난정, 죽음을 각오한 듯한 비장한 얼굴에서 스톱모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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