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99
난정과 파릉군, 서로의 얼굴을 보며 마주 서있다.모린, 중문쪽에서 난정과 파릉군을 엿보고 있다. 파릉군 난정아, 나를 조정에서 찍어내겠 다니, 아녀자 입에서 그 무슨 흉 한 말이더냐?! 난정 대감께오서 주상전하의 밀명으로 살생부를 만드신다고 들었사옵니다! 파릉군 (당혹스러운) 아니, 네가 그것을 어찌..?! 난정 그 살생부가 대감의 목숨을 위협 하고 있사옵니다! 대감마님, 조정일에서 손을 떼시고 물러나시 옵소서! 파릉군 뭐라?! 물러나라? 난정 대감마님께오서 스스로 물러나시지 않으시겠다면 소첩이 대감마님을 찍어낼 것이옵니다! 그리해야 대감마님께오서 구명도생이라도 하실 것이 아니옵니까? 파릉군 구명도생?! 아니 내 목숨을 부지 시켜주기 위해 네 손으로 나를 찍 어내겠다는게냐?! 난정 (진지한 눈빛) 이제 소첩의 마음 을 알아 들으시었사옵니까? 파릉군 (굳은 표정으로 보다가 대인답게 너털 웃음을 터뜨리는) 허허허! 난정 (쏘아보는) 소첩의 말이 농으로 들리시옵니까? 파릉군 (웃음 뚝 그치고 엄하게 보는) 농이든 아니든 네가 입에 담을 말 은 아닌 듯 싶구나! 내 지금 네가 한 말은 듣지 못한 것으로 할테니 이만 돌아가거라! (돌아서서 가려는데) 난정 대감, 승후관 첩년 따위가 감히 종친어른께 조정대사에 대하여 충 언을 드리는 것이 가소로우신겝니까? 파릉군 (멈춰서 휙-돌아보며) 내 이제껏 사람을 대할 때 신분의 귀천을 따 진 적이 없었거늘 네 어찌 나를 졸렬(拙劣)한 위인으로 보는 것이냐? 난정 그런 양반께오서 어찌 소첩의 말을 허투루 흘려 들으시려는겝니까?! 파릉군 난정아, 네 중전마마의 명을 받고 왔느냐?! 난정 (흠짓) 주, 중전마마요? 파릉군 그래! 중전마마께오서 네 입을 빌 려 나한테 살생부에서 손을 떼라고 경고를 하시는 걸로 들리는구나! 난정 ...?! 파릉군 난정아, 중전마마께 똑바로 전해 올리거라! 왕실과 조정에 참으로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살생부가 아 니라 중전마마께오서 조정일에 간여 하시는 일이다! 도가 지나치면 중전 마마께오서 다른 저의를 품고 계신 것으로 오해를 받으실 수도 있음이니라! 난정 ..오해는 무엇이고 다른 저의는 무엇이옵니까?! 파릉군 네 정녕 몰라서 되묻는 것이더냐? 난정 대감께오서 소첩의 우둔함을 깨우쳐 주시지요. 파릉군 중전마마께오서 조정에 영향력을 행 사하시어 장차 생산하오실 대군아기씨를 보위에 올리시려고 하신다는 오해 말이다! 난정 예에? (보다가 웃음 터지는) 호호호호! 파릉군(E) (찌푸리며 보는) 이 아이가 어찌, 어찌 이리 변했는가?! 어허 살기마저 느껴지는구먼! S#2 동 옥매향 안채 마당(밤) 옥매향, 빈 술병을 들고 아랫방에서 나오다 가 한편에 서있는 천서방을 반갑게 본다. 옥매향 아자씨, 아바디 돌아오신기야요? 천서방 그래, 지금 후원에서 난정이하고 말씀을 나누시고 계시다. 옥매향 ..예에? 난뎡이하고요? 난정(E) (후원쪽에서 들려오는) 호호호- 옥매향 (의아한 표정으로 후원쪽을 돌아 보는)...? S#3 동 옥매향 후원 (밤) 난정, 웃음소리가 이어지고 파릉군, 심기 불편한 듯 보고 섰다. 난정 (웃음 그치며)...황송하옵니다.. 대감께오서 중전마마를 잘못보시어도 한참 잘못보시고 오해를 하시오니 소첩 웃음을 멈출 수 없었사옵니다. 파릉군 한참을 잘못보았다? 난정 예! (휙-보며) 만에 하나 중전마 마께오서 다른 저의를 품고 계시 온다면 파릉군대감과 조정신료들 께서 살생부로 인해 사생결단의 각오로 싸우시는 것을 수수방관을 하시었을 것이지 어찌 소첩을 보 내시었겠사옵니까? 파릉군 ..하긴 네 어찌 중전마마의 주도 면밀하신 속내를 짐작하겠느냐? 난정 ..중전마마의 주도면밀한 속내라 니요? 옥매향(E)(중문쪽에서) 아바디! 파릉군,난정 (옥매향쪽을 돌아보는)...?! 옥매향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난뎡이 하고 무슨 재미난 말씀을 나누고 계신거야요? 파릉군 ..매향아, 네 아직 잠자리에 아니 들었던 것이냐? 옥매향 (수줍은 미소)..댬은 무슨요?.. 난정 (놀리듯) 매향아, 임선비의 품속이 그리도 좋은게냐? 아버지와 동무를 이렇게 뒷전으로 내팽겨칠 만큼? 옥매향 (수줍은 미소)..에미나이래 말뽄새 하곤? 기래 내레 미안하게 됐구나.. 파릉군 임선비가 왔더냐? 옥매향 예..아바디 밤기운이 차니 안으로 드시라요. 임선비께오서 잠시 눈을 붙이고 계시오니 내레 깨워서 인사 라도 올리게 할테니끼니! 파릉군 아니다, 매향아..오늘은 내 좀 곤하 니 날이 밝은 연후에 인사를 나누도 록 하자구나. 옥매향 기래요? 기러믄 어뗠 수 없디요. 파릉군 음!..(몸을 돌려 중문밖으로 나가고) 난정(E) (파릉군의 뒷모습을 보는) 중전마마 의 주도면밀한 속내라? 파릉군대감이 중전마마의 속내를 꿰뚫어보신겐가?! 옥매향 난뎡아, 기런데 아바디하고 무슨 얘 기를 한거이네? 난정 (옥매향 보며 미소)..그냥 파릉군 대 감께 문후를 여쭌게야..매향아, 늦었 으니 나도 이만 가볼께..(중문쪽으로 걸음을 하면) 옥매향 (갸웃하며 난정의 뒤를 쫓아 나간다) S#4 편전 외경(밤) 중종(E) (분기 탱천한) 중전, 지금 뭐라 말씀 하시었소이까?! S#5 동 편전 복도(밤) 대전내관과 김상궁, 엄상궁과 오상궁, 경악한 눈으로 방문쪽에 고개를 돌리고 주시하는 모습 위로 중종(E) 과인을 폭군, 폭군이라 하시었소?! 일동 (엄상궁, 조마조마한)...! S#6 동 편전 방 안(밤) 중종, 분기와 취기 서린 모습으로 윤비를 무섭 게 노려본다. 윤비, 중종을 시선을 간절한 눈빛으로 마주 보고 앉아있다. (* 뒤엎어진 술상이 바닥에 어지럽게 흐뜨러져 있다) 윤비 ... 중종 (고개를 강하게 저으며) 아니지, 아니야! 중전께서 감히 과인을 폭군이 라 지칭할리 없음이야! 과인이 취기에 환청을 들은 것일게야! 암! 그렇고 말 고! 아니 그렇소, 중전?! 윤비 전하, 신첩은 전하의 손에 죽는다 할 지라도 신첩이 내뱉은 말을 발명하거나 주워 담을 마음이 없사옵니다! 중종 (버럭) 중전, 지금 제정신이시요?! 윤비 전하, 어찌하여 조정대신들에게 스스로 사직을 청하란 명을 내리시었사옵니까? 파릉군 대감에게 살생부를 만들라 명하 신 뜻이 무엇이옵니까?! 전하, 조정대 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여 조정을 쇄신 하려 드신다면 신료들은 전하의 면전에 서는 몸을 낮추고 복종을 하는 듯이 보 일 것이나 장차 온 조정이 전하께 등을 돌리게 될 것이옵니다! 전하, 정녕 폐주 연산의 전철을 밟으시려 하시는 것이옵니까? 중종 (일그러지며) 뭣이라?! 폐주 연산의 전 철을 밟아?! 윤비 폐주 연산은 조정을 쇄신한다는 미명하 에 바른 말하는 신하들의 혀를 자르고 뼈를 바수었사옵고 조정신료들의 목에 묵언 패찰을 걸게하여 온 조정을 벙어리 로 만들었사옵니다. 백성들은 폭군의 잔 혹함에 숨소리조차 크게 내쉬지 못하였 사옵니다. 전하, 조정이 평안치 못하면 백성들이 동요하여 생업에 종사할 수가 없사옵니다. 전하, 간절히 원하옵건데 조정신료들의 사직을 청하라는 명을 거 두시옵고, 살생부는 묻어버리시옵소서! 중종 (거친 숨을 내쉬며 노려 보다가) 중전! 중전이 아무리 복중에 용종을 잉태하고 있다고 한들 과인을 이리 기망하고도 살 아남길 바라는가?! 윤비 기망하다니요, 전하?! 신첩은 전하께오서 조정신료들과 백성들의 뜻을 힘으로 찍어 누르시고자 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워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부디 신첩의 충심 을 깊이 깊이 헤아려주시옵소서! 중종 중전, 당장 교태전으로 물러가시오! 내 두 번다시 중전과 얼굴 마주 대하고 싶지 않소! 윤비 전하! 중종 (방문쪽을 휙-돌아보며) 밖에 김상궁 있느냐?! 김상궁(E)예. 김상궁 (방문 열리면 들어와 조아리며) 찾아계 시옵니까? 중종 당장 중전을 교태전으로 뫼시어가라! 김상궁 예.. 중종 과인의 어명이 있기 전까지는 중전께서 교태전 밖으로 한걸음도 나오시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김상궁 (윤비를 당혹스럽게 보며)..중전마마.. 교태전으로 드시지요.. 윤비 (중종을 간절하게 보며)..전하, 신첩이 우려하는 것은 전하께오서 살생부로 퇴 출시키고자 하는 신료들은 거병을 하여 일국의 군주를 축출한 자들이란 것이옵 니다! 저들이 궁지에 몰리면 무슨 짓거 리를 할지 모르옵니다. 중종 (휙-돌아보며) 뭣이라?! 허면 저들이 또다시 반정이라도 일으킬 것이란 말인가?! 윤비 전하, 부디 신첩의 충언을 깊이 깊이 되새겨주시옵소서! 중종 (외면해 버리는)..! 윤비 하오면 이만 물러가옵니다.(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문 밖으로 나간다) 중종 (윤비가 나간쪽을 무섭게 노려보며) 폭군이라니?! 내, 중전을 용서할 수가 없음이야! 용서할 수가 없어! S#7 중궁전 방 안(밤) 윤비, 방문이 열리면 엄상궁을 거느리고 방안 으로 들어와 보료위에 앉는다. 윤비(E) (뭔가 심각한 생각에 잠기는) 파릉군 대감을 한시라도 빨리 찍어내지 못한다면 내 대군을 낳는다 한들 앞날을 도모할 수가 없음이야! 없음이야! 엄상궁 중전마마, 대체 무슨 일이시옵니까? 쇠인들은 혼비백산하여 숨이 멈추는 듯 싶었사옵니다! 윤비 날이 밝는대로 사가에 기별을 넣어 난정이를 급히 입궐하라 이르게. 엄상궁 예. 마마. 윤비 (배를 소중하게 보듬어 안으며)... S#8 경빈 처소 방 안(밤) 경빈, 앞에 앉은 김상궁을 놀란 눈으로 본다. 경빈 중전이 실성을 했구먼! 감히 주상전하 면전에서 폐주 연산을 들먹이다니?! 김상궁 예. 전하께오서도 이번만큼은 그대로 넘어가시진 않을 듯 싶사옵니다. 경빈 (야릇한 미소) 중전마마께오서 스스로 무덤을 파시었으니 난정이의 발걸음이 더더욱 바빠지겠구먼. 김상궁 예에? 그 무슨 말씀이시온지..? 경빈 김상궁. 김상궁 (보며) 예, 마마. 경빈 아,아닐세 이만 물러가게. 김상궁 편히 침수드시옵소서.(조아리고 일어 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E) 난정이가 파릉군을 찍어내는데 앞장 설 것을 생각하니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든든하구먼! 그래, 역천자는 틀림없이 망할 것이야.. S#9 난정모 집 외경(밤) 불켜진 방문위로 난정과 모린의 실루엣이 보인다. S#10 동 난정모 방 안(밤) 난정, 앞에 앉은 모린을 보며 말한다. 난정 파릉군대감께오서 종친 두분을 기방에 불러들이시어 조정의 판세를 은밀하게 논의하시었단 말이지? 모린 예, 아씨. 난정 (뭔가 생각하다가) 그 종친분들이 어디 사시는 뉘신지 알아보았느냐? 모린 예, 이년이 한분을 뒤를 밟아 집을 알 아두었사옵니다. 난정 (흡족하게 끄덕이며) 잘 하였느니. 이 번 일만 끝내면 너를 본댁으로 부를터 이니 그때까지는 기방에서 네 소임을 다하도록 해라. 모린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난정 물러가 보거라. 모린 편히 쉬시옵소서.(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난정 (어음들을 꺼내 보며 야릇한 미소를 짓는다)...! S#11 옥매향 안채 방 안(밤) 파릉군, 서안(書案) 앞에 놓인 장부책을 물끄 러미 바라본다.(*장부책은 제목을 적는 란이 비어있다) 파릉군, 뭔가를 결심한 듯 붓을 들고 먹을 묻 혀 제목란에 <殺生簿> 라고 적어 넣는다. 파릉군 ...! S#12 윤원형 작은 사랑채 외경(밤) 윤원형(E)처남, 앞으로 자네 거취를 어찌 정 할텐가? S#13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밤) 윤원형과 길상, 술상을 놓고마주 앉아있다. 윤원형 난정이가 내집에 들어왔으니 기왕이 면 자네도 내뒤만 밟지 말고 내 집 으로 들어오는게 어떤가? 길상 (술잔을 들고 단숨에 털어 넣는다) 윤원형 (한잔 따라주며) 처남, 술만 마시지 말고 자네 의향을 말해보게. 길상 (다시 단숨에 마신다).. 윤원형 허어, 이사람 술에 걸신들린 사람같 구먼! 길상 (윤원형을 똑바로 보며) 나으리, 이놈 나으리께 여쭤보고 싶은 말이 있사옵니다. 윤원형 말해보게나. 길상 난정이를 참으로 괴이시옵니까? 윤원형 허허, 이사람,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 더군다나 지금 난정이 복중에는 내 핏줄이 자라고 있는데 내 어찌 아니 괴일수가 있겠는가? 길상 난정이가 나이가 들어 미색이 바래고 못된 짓거리를 하여 나으리께오서 심 기를 상하신다 하여도 평생 난정이를 버리시지 않으실 수 있으시옵니까? 윤원형 사람 일을 어찌 장담할 수 있을까만 은 내 그리 할것이야. 길상(E) (윤원형을 쏘아보듯이 똑바로 보는) 나으리, 난정이가 다른 사내와 몸을 섞고 또 그 사내의 아이를 낳는다하 여도 괴이실수가 있사옵니까?! 윤원형 (술잔을 들고 마시려다가 문득 보는) 허어, 이사람 어찌 그런 눈으로 보는가? 길상 (시선 피하며)..아니옵니다. 나으리, 난정이가 겉으로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나지 않을 듯 강하게 보이지만 실상은 여리고 눈물이 많은 아이옵니 다. 그걸 감추기 위해 더 모진 척 하 는 지도 모르지요.. 윤원형 ..그랬던가? 길상 (허공을 보며 눈물이 맺히는) 어릴 적 에는 이놈이 단소를 불때마다 곁에서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지요.. 윤원형 (마시고)...오누이 사이가 각별했구먼 .. 길상 ..난정이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마시옵소 서..나으리께오서 난정이 눈에 눈물을 흐르게 하시오면... 윤원형 처남! 아무 걱정 말게. 정 못미더우면 자네가 내집에 들어오면 될게 아닌가? 어떤가, 그리 해주겠는가? 길상 (갈등하는).... S#14 동 윤원형 대문 안 마당(밤) 난정, 임서방이 대문을 열어주면 집안으로 들어온다. 임서방 작은 아씨, 이제 오십니까요? 난정 (대문쪽으로 걸어나오는 길상을 보고 흠짓 굳는)...! 길상 (난정을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으로 보는)...! 난정 (임서방 시선을 의식하듯 밝게 웃으며) 오라버니! 이집엔 어쩐일이시오? 길상 ... 임서방 나으리께서 부르시었사옵니다. 난정 그래?..(길상에게 다가서며) 술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보니 서방님과 대작(對 酌)이라도 하신 모양이구려? 길상 (보는)... 탄실 (중문을 나와 난정쪽으로 다가와서며) 작은아씨, 초당으로 드시랍니다요. 난정 나를?..알았느니. (길상을 보고) 오라 버니, 내 오라버니께 긴히 할 말이 있 으니 술이 깨시면 다시 한번 발걸음을 해주시구려. 길상 ... 난정 꼭이요! 잊으시면 아니되오! 그럼 살 펴가시오! (중문쪽으로 간다) 탄실 (난정의 뒤를 따르고) 길상 (대문쪽으로 가다가 멈춰서서 난정의 뒷모습을 보는)... S#15 윤원형 초당 방 안(밤) 김씨, 탕약을 앞에 두고 윗목에 앉아있다. (*방안은 김씨의 농짝이 아니라 난정의 가재 도구로 채워져 있다) 탄실(E) (방밖에서) 작은 아씨 오시었사옵니다. 김씨 들라해라. 탄실(E) (방밖에서) 예.. 난정 (방문을 열고 들어서며) 아우님 이사 람을 찾으시었소? 김씨 앉게. 난정 (앉으려다가 흠짓)...어찌 이사람에게 아랫목을 내어주시는게요? 김씨 앞으로 자네가 이 초당의 주인이니 아랫목으로 내려앉으라 이말일세. 난정 (아랫목 보료 위에 앉으며 만감이 교 차하는)...! 김씨 (탕약을 내밀며) 마시게. 난정 아우님, 내 아우님의 정성을 생각해서 라도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마실테니 걱정마시고 놓아두고 가시오. 김씨 (똑바로 보며) 이 탕약이 요강속에 버 려지는 것을 뻔히 알면서 어찌 탕약만 놔두고 가겠는가? 난정 아우님, 아시고 계시었소? 김씨 어찌 나를 믿지 못하는가? 내 이 탕약 에 못된 약이라도 타서 자네 복중 태 아를 해꼬지할 것이라 생각했는가? 난정 서방님의 괴임을 다투는 처첩지간에 첩실이 아이를 먼저가졌으니 당연히 조심을 해야지요! 김씨 뭐라?! 난정 이사람은 복중태아를 지키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 것이오. 아우님, 이만 내 방에서 나가주시지요! 김씨 (움찔 노려 보다가)...그래 내 나가지! (일어서며) 허나 이것만은 분명히 알아 두게! 자네와 내가 서로를 믿지 못한다 면 한 집안에서 사는 것이 고역이 될 수 밖에 없네. 내 말 명심하게! 난정 깊이 새겨두겠소이다. 김씨 (방 밖으로 나간다) 난정 (방바닥에 놓인 탕약을 보다가 웃어대 는) 호호호! S#16 동 초당 방 밖(밤) 김씨, 배천댁과 탄실을 거느리고 안채쪽으로 가려는데 난정(E) (방안에서) 호호호- 김씨 (돌아보며)...! S#17 동 초당 방 안(밤) 난정, 미친 듯이 깔깔깔 웃어대는 얼굴에서 S#18 편전 외경(낮) 중종(E) 뭣이라?! 재상들이 한사람도 등청하지 않았다니?! S#19 동 편전 방 안 중종, 노기띈 얼굴로 박승지를 본다. 중종 앞에 김전이 낭패한 기색으로 앉아있다. 중종 (연상 쾅-) 이 자들이 사직을 청하라 는 과인의 어명을 거스르고 군주의 권위에 도전을 하려는 것인가?! 박승지 (낭패한)... 중종 영상, 조정신료들이 과인에게 항심을 품고 있는 것인가?! 김전 항심이라니요? 천부당만부당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조정신료들은 전하의 충성스런 신하들이옵니다. 전하께오서 말미를 주시오면 어명을 받들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중종 (심기 불편한) 으음! S#20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과 심정, 홍경주, 김안로, 윤임, 김제학이 앉아있다. 홍경주 좌의정대감, 언제까지 등청을 거부하 실겝니까? 남곤 전하께오서 사직을 청하라는 어명을 거두시거나 우리에게 파직을 명하시든 가 양단간에 결판이 날때까지 버텨야 지요! 김제학 그러다 전하께오서 파직을 명하시오면 어찌하옵니까? 김안로 전하께오서 파직을 하실 요량이시었으 면 사직을 청하라 명하시었을리는 없 으시었을겝니다. 심정 암요! 이사람도 희락당 대감과 같은 생각이오이다. 윤임 (뭔가 석연치 않은)..음. 정말 그러실 까요? 김안로 우리 신료들이 한뜻으로 굳건하게 결속 하고 있는 동안에는 무탈 할것이옵니다. 허나 만에 하나 혼자만 살아남기 위하 여 뒤로 다른 짓거리를 하는 일이 있다 면 결속은 깨어지고 결국 모두에게 위 해가 될 것이옵니다. 홍경주 누구든 그런 자가 있다면 이 늙은이가 용서치 않을 것이요! 윤임 예, 그런 소인배는 일벌백계로 징치해 야 마땅할 것이외다! 남곤 이 사람이 의정부대신들을 단속할 것이 니, 남양군께오선 원로 대신들을 맡아 주시고, 희락당 대감이 육조판서들을, 김제학 영감은 삼사를, 화천군과 판부 사께선 무관들과 긴밀한 연계를 맺어주 시오. 우리가 똘똘 뭉쳐 맡은 바 소임 을 다한다면 전하께오서도 어쩌시진 못 하실게요! 김제학 하온데 우리가 등청을 거부하는 동안 파릉군대감이 살생부를 만들어 전하께 올리게 되면 낭패아니옵니까? 홍경주 ...! 김안로 그전에 파릉군을 함정에 몰아넣어야지 요! 심정 그 일을 논의코자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것 아니오이까? 남곤 허니 파릉군을 찍어 낼 좋은 의견이 있으시면 기탄없이 말씀들 해보세요. 일동 (진지해 지는)...! S#21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앉아있는 조상궁을 보고 말 한다. 자순대비 뭐라? 주상께서 사직을 청하라 명하신 대신들이 등청을 거부하였다? 조상궁 예. 지금 빈청이 텅 비어있다 하옵니다. 자순대비 허어, 이런 발칙한 자들을 보았나?! 신하된 자들이 항명을 하다니?! (심기 가 불편한 듯 뭔가 생각하다가) 음!.. 조상궁, 당장 중궁전과 후궁들 처소에 기별을 넣어 대비전으로 불러들이게! 조상궁 마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중전마마께 오선 어제 편전에 드시었던 일로 전하의 금족령이 내리시어 교태전 밖으로 나오 실수가 없는지라.. 자순대비 (연상을 쾅-내려치며)..허어, 주상께서 언제까지 정국을 이리 혼란스럽게 이끌 고 가실 작정이신지 참으로 알수가 없구 먼, 알수가?! S#22 중궁전 방 안 난정과 윤비, 다과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윤비 난정아, 한시가 급하다. 파릉군대감의 일을 서두르는 것이 좋을 듯 싶구나. 난정 마마,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사옵니까? 윤비 내 어젯밤 편전에 들어 주상전하께 조정 신료들에게 사직을 청하라는 어명을 거 두어달라고 주청 드린 일로 금족령까지 내리시었다. 난정 금족령이요? 윤비 그래..또한 조정신료들이 전하의 어명에 맞서 등청 거부를 하고 있다니, 조정 돌 아가는 사정이 일촉즉발의 살얼음판을 딛고 선 형국인 듯 싶다. 이럴 때 파릉 군대감이 전하께 살생부를 올린다면 걷 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음 이다. 난정 마마, 심려거두시옵소서. 파릉군대감께 오선 살생부를 작성하진 못하실 것이옵 니다. 윤비 네 어찌 그리 생각하느냐? 난정 소첩, 어젯밤 파릉군대감을 만나뵈었사 옵니다. 윤비 그래 잘하였다. 잘하였구나. 난정 소첩, 결코 중전마마를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 것이옵니다. S#23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김상궁을 보며 웃어댄다. 경빈 호호호! 신료들이 등청을 거부했다? 김상궁 예, 그 일로 전하의 심기가 크게 불편 하시옵니다. 경빈 (웃음기 뚝 그치고) 전하께오서 자초하 신 일이시거늘 심기가 불편하실게 무에 있단 말이냐?! 김상궁 ...? 경빈 전하께오서 누구 덕에 지금껏 용상에 앉아계시온데..그것이 다 내 아버님과 정국공신들 덕분이거늘! 어찌 전하께오 선 그 일을 가끔씩 잊어버리시는지 모 르겠구먼?! 아니 그런가 김상궁? 김상궁 그, 그렇습지요. 경빈(E) 두고 보아라! 이번 참에 전하께오서 두 번 다시는 다른 마음을 잡수시지 못하 게 버릇을 단단히 가르쳐 드릴 것이야! 경빈 호호호호! 김상궁 (섬뜩하게 보는)..! 금이(E) (방밖에서) 마마, 금이옵니다. 경빈 들어오너라. 금이 (방문이 열리면 들어와 조아리며) 대비 전에서 급히 드시라는 전갈이옵니다. 경빈 대비전에서? S#24 대비전 마당 경빈, 희빈, 창빈을 필두로 홍숙의, 이숙의, 이숙원, 김숙원이 금이, 향이를 비롯한 상궁 나인들을 거느리고 걸어와 대비전 안으로 들어 가는 모습위로 조상궁(E)대비마마, 후궁 일곱분 모두 들었사 옵니다. S#25 동 대비전 방 안 경빈, 희빈, 창빈을 비롯한 후궁일동이 서열 순대로 자순대비 앞에 서있다. 후궁일동 대비마마, 찾아계시옵니까? 자순대비 앉으세요. 후궁일동 예. (자리에 앉는다) 자순대비 (후궁들의 면면을 엄하게 살펴보는) 후궁일동 (경빈, 희빈은 담담하고 나머지는 그 시선을 피하는).. 경빈 대비마마, 신첩들을 어인일로 찾아 계신 것이옵니까? 자순대비 주상께서 사직을 청하라 명하신 신 료들이 등청을 거부했답디다! 여러 분도 이미 아실것이라 믿소! 경빈,희빈,창빈 ... 자순대비 이 시어미가 세분 빈들을 불러 파릉 군대감에 맞서지 말라고 당부까지 했건만 어찌 신료들이 등청거부까지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단 말이오?! 후궁일동 ... 자순대비 너희들이 정녕 이 나라 종사가 무너 지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더냐?! 경빈 대비마마, 이번 일은 신첩들과 조정 신료들만을 책하실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옵니다! 자순대비 뭐라? 경빈 그 무슨 말이오? 경빈 신첩들이 강녕전에 들어 전하께 살 생부에 대한 일을 거둬달라고 주청 을 드렸사옵고, 또한 어젯밤에는 중전마마께오서 편전에 드시어 같 은 주청을 드리신 것으로 아옵니다. 하오나 전하께오선 중전마마와 신첩 들을 청은 완강히 물리치시옵고 파 릉군을 앞세워 조정신료들을 찍어내 려 하시고 계시옵니다. 사정이 이러 할진대 신첩들이 어찌 아비와 오라비 들에게 사직을 청하라 설득하여 그들 을 사지로 내몰 수 있겠사옵니까? 신 첩들도 어찌 해볼 도리가 없사옵니다. 자순대비 경빈, 네 지금 주상의 잘못을 질책하 는 것이더냐? 경빈 마마, 신첩은 이번 사태의 근원이 파 릉군대감께 있음을 말씀드리는 것이 옵니다. 자순대비 파릉군대감?! 경빈 파릉군대감이 항차 무엇이간대 전하의 성총을 흐리는 것이옵니까?! 전하께오 서 병인년에 이나라를 다시 세우시었 을때도 신첩들의 아비와 오라비들이 전하의 좌우에 있었사옵니다. 또한 나 라를 사랑함도 전하께 충성을 바침도 모자람이 없사온데 파릉군대감께오서 어찌 평지풍파를 일으키시는 것이옵니 까? 신첩은 파릉군 대감의 속셈을 모 르겠사옵니다! 희빈 신첩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신첩 아버 님께오선 정국 일등공신이시었던 것을 가문의 광영으로 여기시어 대대손손 물려주시려 하시었사온데..전하께오서 살생부에 이름이 적혀있다는 연유로 공신들을 내치시오면 공신록에 오른 이름 석자가 무색해 지는 것이 아니옵 니까? 자순대비 음!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로 생각하시 오? 후궁일동 (창빈만 고개를 숙인채 빠지는) 그러 하옵니다. 자순대비 (창빈을 보며) 창빈, 창빈의 뜻도 그러 하신게요? 창빈 예, 대비마마. 신첩의 뜻도 같사옵니다. 자순대비 ...음! 경빈,희빈 (창빈쪽을 보며 미소 스치는)... S#26 대비전 앞 마당 경빈, 희빈, 창빈을 비롯하여 홍숙의, 이숙의, 이숙원, 김숙원들이 나온다. 금이, 향이를 비롯한 상궁나인들이 각자의 웃전의 뒤를 따른다. 경빈 (후궁들을 돌아보며) 우리가 뭉쳐야 조정에 계신 우리들의 아버지와 오라 비들이 힘을 쓰실수가 있소이다. 결 코 잊으시어서는 아니될 것이오! 후궁들 (희빈,창빈은 제외) 예! 명심하겠사 옵니다.(조아리고 다른 쪽으로 물러 간다) 경빈 창빈, 이사람 처소에 가서 다라도 한 잔 나누십시다. 창빈 이사람은 몸이 불편하여 처소로 돌아 가봐야겠소이다. (상궁나인들을 거느 리고 다른 곳으로 간다) 경빈 (창빈을 보는데).. 희빈 경빈, 마침 내게 향이 깊은 차가 있 으니 이사람 처소로 가십시다. 경빈(E) (보는)..희빈한테 무슨 꿍꿍이가 있 구먼. 희빈 (미소 쌩끗).. S#27 희빈 처소 방 안 경빈과 희빈, 찻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경빈 (희빈을 놀란 듯 보며) 그 무슨 말 이오? 재물을 융통해 달라니?! 희빈 내 급한 용처가 있어 그러하니 은자 삼만냥만 돌려주시오. 경빈 ..은자 삼만냥이라...? 희빈 내 시세대로 이자까지 쳐서 갚으리다. 경빈 그거야 어렵지 않지만 헌데 대체 어 디에 쓰시려는게요? 희빈 (흠짓 보다가 미소로 얼버무리며).. 이, 이사람 부처님께 우리 금원군의 무사무탈을 발원드리는 불공을 드리 려하오. 경빈 자식을 위해 불공을 드리겠다는데 돌 려드려야지요. 그리 하십시다. 희빈 고맙소, 경빈..자 차 드세요. 경빈(E) (찻잔들며 미소) 불공은 무슨? 남양 군의 정치자금으로 내어주려는게지. 희빈, 내 돈을 갚지 못하면 내 수족 노릇을 해야 할텐데 그 수모를 어찌 견디시려오? 희빈(E) (찻잔들고 미소로 보는) 내 아버님이 영의정자리에 앉으시면 그깟 은자 삼 만냥쯤은 하루아침에 갚아줄 것이야! 경빈(E) 희빈, 참으로 딱하게 됐소이다! 남양 군께서는 절대 영상자리에 앉으실수 가 없을테니 말이오! 호호호. S#28 윤원형 집 안채 큰 사랑채 외경 S#29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난정, 당의를 입은채 윤지임에게 큰 절을 올 리고 있다. 난정 소첩, 중궁전의 부름을 받고 문후를 여쭙고 왔사옵니다. 윤지임 중전마마께오선 평안하시더냐? 난정 예, 아버님. 평안하시옵니다. 윤지임 복중 아기씨도 무탈하시고? 난정 예. 아버님. 윤지임 오냐, 애썼다..나가 보거라. 난정 (조아리고 일어서서 나가려는데) 윤지임 작은애야. 난정 (돌아보며) 예, 아버님. 윤지임 복중에 태아를 잉태한 임부가 입맛이 당긴다고 아무것이나 함부로 먹어서 는 아니되느니라. 모쪼록 섭생에 조 심하거라. 난정 (감격) 예..아버님. 명심하겠사옵니 다. 윤지임 나가보거라. 난정 편히 쉬시옵소서.(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S#30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마당 난정, 방밖으로 나와 마당으로 내려서는데 윤원로 (들어오다가 난정을 보고 멈칫 서며) 당의를 갖춰입었다고 천 것이 양반 되고 초당에 기거한다고 첩년이 정실 되는 줄 아느냐? 난정 (눌러 참으며 무시하듯 지나치는데).. 윤원로 중전마마께오서 어찌 저런 근본도 모르는 계집한테 당의까지 내리시었을꼬? 어허 참! 난정 (휙-돌아서며) 근본도 모르다니요?! 소첩의 아비는 정이품 오위도총부 도총관을 지내신 정윤겸 대감이옵고 소첩의 어미는 성종대왕때 좌찬성을 지내시었던 허 찬자, 수자 대감의 여식이오이다. 윤원로 (당황하여)..뭬,뭬야?.. 난정 소첩에게 더럽고 천한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니오라 억울하게 역모 죄 누명을 쓰고 참수를 당하신 업보 가 흐르고 있을 뿐이오이다! (살기 띈 눈빛으로 노려보며) 아시겠소이까?! 윤원로 (섬찟한데).. 난정 시아주버니 조심하시오. 괜히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박아무 개 같은 놈과 어울려 다니시다간 아 주버니 자손들도 근본 없는 자식들 이라 손가락질 받을지수도 있음이옵 니다! (휙-돌아서서 가버린다) 윤원로 저,저런 발칙한 년!..뭬야, 박아무 개?..(잠시 생각하는) 혹시..? 아니지 닐니리야가 어찌 박정언 알 겠누? (난정이 간쪽을 돌아보는)... S#31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난정, 의를 입고 들어오는데 윤원형, 보료에 앉아 맞이한다. 윤원형 오, 부인 어서오시구려. 난정 서방님, 어찌 초당에 들어계시옵니까? 윤원형 허어, 내 어젯밤 처남과 대작한 술 이 과하였던지 부인이 들어오시는 것도 못보고 또 오늘 아침에 입궐 하신 것도 나중에 들어 알았소이다. 이 초당 잠자리가 편안하시었소? 난정 예, 서방님.. 윤원형 그래 중전마마께오서 무슨 일로 급 히 입궐하란 명을 내리신게요? 난정 주상전하께오서 중전마마께 금족령 을 내리시었다고 하옵니다. 윤원형 뭬,뭬요? 그, 금족령이라니요?! 난정 예. 윤원형 (자세를 고쳐 앉으며) 아니 궐안이 온통 뒤숭숭한 이때 금족령 이라 니?!부인 자세하게 말씀 좀 해보시구려! S#32 옥매향 기방 안채 방 안 파릉군, 이세진과 이몽헌과 머리를 맞대고 은밀하게 숙의하고 있다. 이세진과 이몽헌, 기별지에 적힌 이름들을 가르키며 뭐라 하면 파릉군, 결연하게 고개 를 끄덕이는 얼굴위로. 윤원형(E)뭬요? 파릉군대감이 살생부를요?! S#33 윤원형 초당 방 안 윤원형, 놀란 눈으로 난정을 본다. 난정 이번에 반드시 파릉군 대감을 찍 어내어야 하옵니다! 윤원형 헌데 부인, 내 아둔한 머리로는 파릉군대감께서 살생부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시어 공신들을 찍 어내고 후궁들의 기세를 꺽어버리 시는 것이 중전마마께 보탬이 되는 일인 듯 싶은데..어찌 부인께서는 파릉군대감을 찍어내야한다는게요? 난정 서방님, 파릉군이 공신들을 쳐낸 다면 이나라 선비들이 조정에 출사 를 하여 대의명분과 대통이 바로 설것이며 조정은 바늘 하나 박힐 틈도 없이 기강이 확립될 것이옵니다. 윤원형 그리되면 이나라 종사가 반석위에 세워지는 것이 아니오? 난정 서방님, 그러한 조정에서 서방님 같은 외척들은 더 이상 발을 디딜 수가 없게 되는 것이옵니다. 윤원형 뭬,뭬요? 난정 또한 대군이실지라도 대통을 잇지 못하는 왕자분은 궐밖으로 나와 평 생 자신도 모르는 역모에 연루되지 않을까 목숨부지에 전전긍긍 하실 수 밖에 없사옵지요. 윤원형 ...허, 허면?! 난정 중전마마께오서 장차 생산하오실 대군아기씨와 서방님의 앞날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먹장구름이 끼게 되는 것이옵지요. 윤원형 (침을 꿀꺽 삼키며)..만에 하나 공 신들이 파릉군대감을 찍어낸다면 어찌되는 것이오? 난정 그들이 하나의 세로 뭉쳐 파릉군대 감을 찍어낸다면 차후 조정은 공신 들의 천하를 이어갈 것이옵니다. 서방님, 평생 공신놈들의 눈치를 살피며 살고 싶으신 것이옵니까? 윤원형 그럴수야 없지!허어, 허면 이리되 든 저리되든 중전마마와 우리 가문 의 앞날이 흐려지는게 자명하다는 말씀이오? 난정 소첩 손으로 파릉군대감을 찍어낼 수 있다면 중전마마와 서방님이 앞 날을 도모하실 방도가 생길 것이옵니다.. 윤원형 그래요? 난정 이번일에 서방님께오서 소첩의 말에 따라주신다면 조만간 서방님께 출사 길이 활짝 열릴것이옵니다. 윤원형 추,출사길이 열려요?! 난정 예! S#34 어느 길 홍경주,집사가 배행하는 사인교를 타고 온다.홍경주의 손에는 비단보에 싸인 패물함 (*희빈이 내어준)이 들려있다. 홍경주 (집사를 보고)서둘게나! 홍경주집사 예, 대감마님. (교꾼들에게) 서 둘랍신다. 홍경주를 태운 사인교가 급하게 간다. S#35 옥매향 기방 안채 마당 홍경주, 패물함을 들고 중문을 들어선다. 옥매향 (아랫방에서 나오며) 남양군대감 아니시옵네까? 홍경주 오냐, 매향아, 잘 지냈느냐? 옥매향 대감께오서 대낮부터 기방엔 어인 발걸음이시옵네까? 홍경주 내 파릉군대감을 만나뵈러 왔다. 옥매향 기래요? 댬시 기다리시라요? (안채 방쪽으로 다가서며) 남양군대감께 오서 뵙기를 텽하시옵네다. S#36 동 옥매향 안채 방 안 파릉군, 서안위에 놓인 기별지들을 펼쳐보 는데.. 파릉군 (고개를 들며 의아한) 남양군대감이 ?!...뫼시거라. S#37 동 옥매향 안채 마당 옥매향 예. (홍경주를 보고) 드시라요. 홍경주 오냐..(대청을 올라 방쪽으로 들어 간다) 옥매향 (부엌쪽을 보며) 모린아- 모린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나오며 보는)...? 옥매향 손님이 오셨으니끼니 안방에 차 들 이라우. 모린 (끄덕이며 부엌안으로 들어가는).. 옥매향 (아랫채쪽으로 걸어오는데) 임백령 (의관을 정제한채 아랫방안에서 나 온다).. 옥매향 (놀라 보며) 나으리, 오딜 가시려는 것이옵네까? 임백령 갖바치 선생댁으로 돌아가봐야겠소. 옥매향 (섭섭한) 나으리, 이대로 보낼드릴 수는 없시오. 곧 뎜심때이온데 댜시 고 가시라요. 임백령 허허, 내 매향이가 됴금만 더, 됴금 만 더 하며 붙잡는 것을 차마 뿌리 치지 못하여 밤을 지새웠으니 이만 가봐야겠소. 옥매향 나으리, 한식경만 더 계시라요. 임백령 내가 과거에 낙방이라도 한다면 매향 이한테 홀려 그랬다고 좋지 못한 소 문이 돌게요. 허니 잠시 섭섭하더라 도 장래를 위해 참아야하오. 옥매향 ..나으리 가끔씩 발걸음을 해주시갔 디요? 임백령 내 약조하리다. 파릉군대감께 인사를 여쭈고 가야겠소. 옥매향 디금 손님이 들어계시옵네다. 임백령 손님? 옥매향 예, 반뎡 일등공신이신 남양군대감께 오서 오셨시오. 임백령(E)(안방쪽을 보는) 제놈들이 살생부에 서 몸을 빼내려 발버둥을 치는게지. 임백령, 중문쪽으로 가면 옥매향이 그 뒤를 따른다. 모린, 부엌에서 나와 잽싸게 안채 방 문쪽으로 다가가 엿듣는다. S#38 동 옥매향 안채 방 안 방바닥에 패물함이 놓여진다. 파릉군 (의아하게 보며) 남양군대감, 이것 이 무엇이오이까? 홍경주 파릉군대감께서도 앞으로 정치를 하 시려면 자금이 필요하실테니 이 늙은 이가 대감께서 올바른 정치를 하시는 데 보탬이 되라고 가져온 것이외다. 파릉군 (놀라보며) 허면 뇌물이란 말이오? 홍경주 뇌물이라니요?! 말씀을 어찌 그리 하 시오이까? 큰 일하시는 대감께서 여 러곳에 쓰임새가 크실터이니 혹시 도 움이라도 될까하여... 파릉군 ...! 홍경주 허면 조정쇄신을 위한 구상으로 머릿 속이 번다하실 터이니 이 늙은이는 이만 물러가겠소이다.(일어서서 돌아 서려는데) 파릉군 (엄하게 보는) 남양군대감! 홍경주 (비장하게 무릎을 꿇으며) 대감! 이 사람의 성의를 받지 않으시려면 차라 리 이 자리에서 대감 손으로 이 늙은 이의 목을 치시오! (눈물을 글썽이며) 내 이 늙은 목숨을 대감께 맡기겠소이 다! (고개를 숙인채 어깨를 들먹이는) .. 파릉군 (보며) 내 대감의 뜻을 잘 알았으니 이만 돌아가시오... 홍경주 (눈물을 줄줄 흘리며) 고맙소이다.. 고맙소이다..내 대감의 은혜는 잊지 않으리다..(일어서서 도망치듯 방밖으 로 나간다) 파릉군 (패물함을 보다가 한숨을 내쉰다) S#39 동 옥매향 기방 대문 앞 길 홍경주, 사인교를 올라타며 환하게 웃는 얼굴위로. 홍경주(E)되았어! 이것으로 목숨은 부지하게 생겼구먼..하하하하! 홍경주를 태운 사인교가 어디론가 간다. 이유청(*)과 노회한 판서급 대신(*)을 태운 두 대의 사인교가 대문쪽으로 다가와 멈춰 선다.이유청(*)과 대신(*), 사인교에서 내려 기방을 살펴보며 "파릉군대감에 거처가 이 기방이 틀림없소이까?" "예, 들어가십시다." 등의 분위기로 기방안 으로 들어간다. 송서방(*멍석말이 후유증)과 딱부리, 한곳에 서 몸을 드러내며 그 모습을 엿본다. 딱부리 방귀깨나 뀌는 조정신료분들의 똥줄 이 타셨구먼! 송서방 (책에다 뭔가를 적는다)... S#40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과 심정 앞에 박희량이 앉아있다. 박희량 대감, 앞으로 조정은 어찌 되는 것 이옵니까? 남곤 조정이 어찌되다니 그 무슨 말인가 ? 박희량 대감들께오서 등청을 거부하시었는 데도 전하께오선 살생부를 거두란 명을 내리지 않으시니 참으로 답답 하옵니다. 심정 자네야 살생부에 이름이 오를 일도 없을테니 무얼 그리 전전긍긍하는 가? 박희량 대감들 걱정이 되어 그러는 것이옵 니다. 남곤 (농조) 허허, 고양이가 쥐 생각해 주니 고맙구먼. 박희량 대감, 이 상황에서 농이 나오시옵 니까? 남곤 기다려보게나!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걸세. 박희량 ... S#41 동 남곤 집 근처 길 박희량, 심각한 표정으로 걸어오다가 멈춰 서는 얼굴위로. 박희량(E)내 저들만 믿다가 저들이 찍혀져 나간다면 비빌 언덕이 없어지는 것 인데 어찌해야 하누? (끄덕이며) 내 만일을 대비하여 다른 줄도 잡 아놓아야 함이야. 암. 그래야 하고 말고..(어디론가 휘적거리며 간다) S#42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처, 윤임과 김제학의 찻잔에 차를 따른다. 윤임처 하오면 말씀들 나누시지요.(일어 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윤임 드시지요. 김제학 판부사대감, 참으로 우리가 파릉군 대감을 찍어낼 수 있다고 보시옵니까? 윤임 우리가 찍혀져 나가지 않으려면 반 드시 찍어내야지요! (문득) 헌데 왜그러시오이까? 김제학 이사람 마음이 불안해서 그렇사옵 니다. 차라리 파릉군대감과 손을 잡는편이.. 윤임 (버럭) 두 번다시 그런 말씀 입 밖 에 내시지 마시구려! 이제와서 우 리까지 흔들린다면 화만 자초할 뿐 이외다! 김제학 ... S#43 김안로 사랑채 정자 위 김안로,멀리 보고 선채 뭔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김안로(E)기일을 끌면 끌수록 우리가 찍혀져 나갈 공산이 커질 수밖에 없음이야! 그리되어서는 아니될 것이야..내 수 중에 은자 십만냥만 있다면 일을 도 모해 볼 수 있는 것을...! 황서방(E)(뒷편에서) 대감마님. 김안로 (깨어나며 돌아보는) 무슨일이냐? 황서방 윤승후관 작은안으서가 뵙기를 청하 옵니다요. 난정 (황서방 뒤편에 서서 김안로를 미소 로 보며) 희락당대감 그간 무고하시 었사옵니까? 김안로 (난정을 보며 찌푸리는)..난정아, 네 어찌 나를 찾아온 것이더냐? 난정 소첩이 오지 못할 곳을 온것이옵니까? 김안로 네 나를 마주 앉기 싫은 소인배라 하지 않았더냐? 난정 예, 소첩 오늘은 소인배에게 청이 있어 왔습지요. 김안로 (보다가) 방으로 들어오너라. (방 으로 먼저 가면) 난정 (김안로 뒤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 간다) S#44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난정과 김안로, 앉아있다. 김안로 뭐라? 경빈마마께오서 네게 은자 십만냥을 내 주시었다? 난정 예, 대감께오서도 경빈마마께 은자 십만냥을 내 주십사 청을 드리시었 다지요? 김안로 허면 난정이 네가 나와 같은 생각 을 하고 있었단 말이냐? 난정 대감뿐 아니오라 경빈마마께오서도 소첩과 같은 생각을 하신게지요. 김안로 그래, 허허허! 그것 참 묘한 일이로구나. 난정 예, 참으로 묘한 일이옵니다. 김안로 헌데 네가 나에게 청할게 무엇이냐? 난정 대감께오선 이조에 계신 분이오니 외직으로 나가신 분들의 명단을 상 세하게 아실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김안로 그 명단을 내어달라? 난정 예, 대감! 김안로 허면 네가 벌써 은자 십만냥을 작 은 어음으로 바꾼것이더냐? 난정 (낡은 어음뭉치를 꺼내보이며) 예, 대감! 김안로(E)(놀라서 보는) 허어, 어찌 어린 계집이 이리도 주도 면밀할 수가 있단 말인가?! 난정 대감, 소첩에게 외직에 계신 분들 의 명단을 내어주시겠사옵니까? 김안로 오냐, 내어주마.. 난정 하오면 소첩은 그리알고 이만 물러 가옵니다. 김안로 명단은 어찌 가져가려느냐? 난정 (미소) 법구경을 놓아두신 곳에다 두시옵소서. 하오면 소첩이 쥐도 새도 모르게 가져갈 것이옵니다. 김안로 그리하마. 난정 (방밖으로 나간다) 김안로(E)(난정이 나간쪽을 보며) 허어, 저 계집을 가만 놔두었다가는 장차 우 리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야! S#45 김안로 집 근처 골목길 난정, 걸어온다. 길상, 뒤편에서 모습을 나타내며 난정의 뒷 모습을 지켜본다. 난정, 멈춰서며 길상쪽을 휙-돌아본다. 어느새 사라진 길상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난정 길상아, 나와 봐..내 너한테 청이 있어..(살피며) 길상아...어디있니? 길상 (뒷편에서 나타나며)..청이라는게 뭐냐? 또 조정대신의 목을 도려달라 는 청이냐? 난정 길상아, 신시쯤에 초당으로 와.. 기다릴게. (돌아서 간다) 길상 (난정을 보는)... S#46 갖바치 대문 앞 임백령, 대문쪽으로 걸어오는데 당골네와 방백인이 나온다. 방백인 (임백령을 보고) 아이구, 나으리 어딜 가시었다 오십니까요? 임백령 (머슥한 미소) 그리 되었소. 당골네 (슬쩍 살피며) 섣달 그믐날 온종일 떡방아를 찧어댄 떡메처럼 어찌 피 곤해 보이십니다요? 방백인 허어, 여편네가 못하는 소리가 없어! 임백령 헌데 내외분이 어딜 가는 길이오? 방백인 예, 당추형님께서 찾아오시었는데 우리보고 장터 놀음판구경이나 다녀 오라시지 뭡니까요? 임백령 허허, 객이 주인을 쫓아낸 격이구려. 방백인 웬걸입쇼? 우리 내외도 이집에 객이 라면 객인셈이지요. 허허. 임백령 헌데 무슨 일로? 당골네 아마, 누가 엿들으면 안되는 은밀한 말씀이라도 나누시는게지요! 임백령 (대문쪽을 보는)... S#47 동 갖바치 방 안 당추, 갖바치를 놀란 눈으로 본다. 당추 뭐라?! 난정이가 파릉군 대감을 찍 어내려 한단 말인가?! 갖바치 난정이 생각엔 파릉군대감께오서 중전마마를 궁지로 몰아 넣고 있다는 생각이 들테니 그리 움직일겝니다. 당추 (버럭) 아니되네! 그럴수는 없네! 난정이가 자기 친아버지에게 천륜을 어기는 짓거리를 하게 내버려 둘수는 없네! 갖바치 어찌 하시려고요, 형님! 당추 난정이한테 파릉군대감이 친아버지라 는 것을 알려야지! 갖바치 형님, 그리되면 더 큰 사단이 벌어질 수도 있사옵니다. 당추 더 큰 사단이라니?! 자식이 아비를 죽이려는 것보다 더 큰 사단이 어디 있는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런 일 이 일어나게 내버려둘 수는 없네. 갖바치 ..음! S#48 장대인 사랑채 마당 송서방과 딱부리, 급한 걸음으로 사랑채 방쪽 으로 걸어온다. 곽서방 대인어른, 송서방이 왔사옵니다. 장대인(E)들라하게! 곽서방 어서들 들게나. 송서방,딱부리 (급하게 방안으로 들어 간다) S#49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송서방, 탁자위에 명단 (옥매향 기방앞에서 적던)을 놓는다. 장대인, 명단(*남양군이라고 가장 앞에 적혀 있는)을 흡족하게 펼쳐본다. 능금, 시큰둥한 표정으로 그 옆에 앉아있다. 송서방 기방출입을 한 교꾼들에게 확인한 대감들의 이름과 직책입니다요. 딱부리 대인어른 말씀대로 기방으로 사인 교 행렬이 줄을 이었습니다요. 장대인 (흡족한) 그랬을 것이다. 추운데 애들 썼다. (돈주머니를 던지며) 이걸로 주막 봉놋방에서 술이나 한 잔하며 몸이나 녹이게. 송서방,딱부리 (선뜻받지 않고 능금의 표정을 살피는)...? 능금 어르신 말씀대로 하게. 송서방,딱부리(인상 펴지며 조아리는) 예. 고맙습니다요. 딱부리 (돈주머니를 들고 송서방과 함께 방밖으로 나간다) 능금 기방출입을 하는자의 이름은 알아 서 무엇하시려오? 장대인 (빙긋 미소) 이 자들은 술을 마시 러 간 것이 아니라 파릉군에게 줄을 대러 간 것이다. 능금 그래서요? 장대인 내 보기엔 파릉군이 뇌물을 받을 사람이 아니니 여기 적힌 자들은 조정에서 찍혀져 나갈 것이다. 우 리가 헛돈을 쓸 까닭이 없는 사람 들이지. 능금 난 무슨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소. 허면 가보겠소.(일어서서 나가려는 데) 장대인 능금아. 능금 (돌아보는)..? 장대인 아니다.. 나가보거라. 능금 (싱겁다는 듯 쳐다보고는 나가는) ... 장대인(E)(심난해지며) 능금아, 네 길상이 와의 인연을 끊어내지 못하면 언젠 가는 서로의 가슴에 비수를 들이대 게 될 수도 있음이야..음! S#50 대궐 편전 마당 파릉군, 손에 패물함(*홍경주가 건네준)을 들고 굳은 얼굴로 편전 계단을 오르고 있다. 중종(E) 숙부, 이것이 다 무엇이오? S#51 동 편전 방 안 중종, 방바닥에 놓인 패물함과 어음봉투 등을 보고 있다. 파릉군 오늘 하룻동안 신에게 건네준 뇌물 이옵니다. 중종 뭣이라?! 허면 과인이 스스로 사직 하라 청한 신료들이 살생부에 이름 을 올리지 않기 위해 숙부한테 뇌 물을 썼단 말이오? 파릉군 그러하옵니다. 중종 (연상 쾅-) 이런 죽일 놈들이 있나! 파릉군 (서찰을 바치며) 이 뇌물을 갖다준 자들 명단이옵니다.. 중종 (서찰을 펼쳐보며 분기로 일그러지 는)...! 파릉군 ... 중종 (방문쪽을 보며 버럭) 박승지 밖에 있느냐?! 박승지(E)(방밖에서) 예. 박승지 (방문 열리면 들어서며) 찾아계시 옵니까? 중종 과인이 스스로 사직을 청하라 명한 신료들을 당장 불러들이라! 박승지 (난감한)...하,하오나 전하.. 중종 (연상 쾅-) 감히 누가 군주의 명을 거역하려드는가?! 그자들이 오지 않겠다면 금부군사를 풀어 모두 잡 아들이도록 하라! 박승지 예..(방밖으로 황급히 나간다) 중종 (서찰을 부릅뜨고 보는) 내 이놈들 을 가만놔두지 않을것이야! 파릉군 ... S#52 중궁전 방 안 윤비, 서책을 읽다가 찻잔에 물을 붓는 엄 상궁을 본다. 윤비 엄상궁, 온종일 방안에만 있으니 답답하구만..잠시 나가 찬바람을 쏘이고 싶구나. 엄상궁 하오나..주상전하께오서.. 윤비 금족령말인가? 엄상궁 예, 지난밤 전하의 진노가 예사롭지 않았사옵니다. 윤비 교태전 댓돌위를 잠시 거니는 것뿐 인데 큰 탈이야 있겠는가? 엄상궁 ..그야 그렇사옵니다만.. 윤비 (배를 만지며) 배가 더 불러오면 거닐지도 못할게 아닌가?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가면) 엄상궁 (그 뒤를 따른다) S#53 동 중궁전 댓돌 위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을 거느리고 중궁전에 서 나온다.나인 하나가 잽싸게 달려와 윤비의 신발 신겨주는 시중을 든다. 윤비 (주변을 보며) 바깥 바람을 쏘이니 답답하던 가슴이 한순간에 뚫리는 듯 싶구먼. 윤비, 신발을 신으려다가 갑자기 움찔 인상이 굳는다. 윤비의 발이 삐끗하며 그대로 계단을 헛딛고 쓰러진다. 엄상궁과 오상궁, 상궁나인 들이 깜짝 놀라 윤비곁으로 몰려든다. 엄상궁 (부축하며) 중전마마, 괜찮으시옵니 까?! 윤비 (배를 움켜쥐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하는)...음! 내 아기..내 아기 ...! 엄상궁 마마 정신차리시옵소서! (오상궁을 보며) 어서 내의원에 기별을 넣게! 오상궁 예. (어디론가 뛰어가고) 윤비, 이를 악물고 배를 움켜쥔채 고통스럽게 신음을 토해내는 얼굴에서 S#54 대궐 일각 파릉군, 어디론가 가고 있는데 금이, 반대편 에서 쪼르르 다가와 멈춰선다. 금이 (조아리며) 파릉군대감. 파릉군 (멈춰서서 보며) 항아님은 누구신대 나를 아시는고? 금이 쇠인, 웃전의 명을 받잡고 대감을 뫼시러 왔사옵니다. 파릉군 허어, 항아님의 웃전이 누구이시간 대 외간 사내를 뵙자고 하시는게냐? 금이 (조아리며) 쇠인의 웃전께오서 저 앞에서 대감을 기다리고 계시옵니다. 파릉군 뭐라?! (금이가 가르키는 쪽을 보 는) ...?! 경빈,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중문을 나와 파릉군쪽으로 걸어온다. 경빈 파릉군대감, 처음 뵙겠사옵니다. 파릉군 마마께오선 뉘시온데 이사람을 보 자고 하시었사옵니까? 경빈 소첩, 경빈첩지를 받은 박아무개라 하옵니다. 파릉군 (당황하여) 하오시면, 겨,경빈마마..? 경빈 예, 이사람이 평성부원군 박원종대 감의 수양딸 이옵지요. 파릉군 (눈을 번뜩이며 보는)...! 경빈 (야릇한 미소로 보는)...! S#55 윤원형 집 초당 마당 임서방, 길상을 데리고 초당방쪽으로 다가와 선다. 임서방 작은아씨! 길상이 왔습니다요. 난정(E) (방쪽에서) 들라하게. 임서방 들게나. 길상 (방으로 들어가는)... 김씨, 초당방쪽으로 오다가 길상이 방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다. 김씨 (방쪽으로 다가가는)...?! S#56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난정, 보료위에 앉아있는데 길상, 방문을 열 고 들어온다. 난정 길상아, 약조대로 와 주었구나. 길상 (선채로) 내게 청할게 무어냐? 난정 길상아, 내가 파릉군 대감을 찍어낼 수 있도록 나를 도와줘! 길상 뭐라?! 네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나를 또 꼭두각시로 이용하려드는게냐?! 난정 길상아! 길상 (노려보다가 돌아서서 나가려는데).. 난정 길상아! 나를 위해서...아니 내 복중 태아의 장래를 위해서 그리 해줄 수 없겠니?! 길상 (난정을 돌아보는)..네 복중태아를 위해서?! 난정 그래, 길상아.. 난정, 길상을 간절하게 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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