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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파일


the Berlin File

외유내강

베를린 벼룩시장 - 실외/낮

각종 물품 거래로 분주한 벼룩시장.

30대의 동양인 남자 표종성이 아랍 상인의 케밥 코너에 선다.

표종성 (독일어)

두 시까지 따뜻하게 하나만.

케밥을 다 먹은 종성이 코너를 돌아 나와 주변을 살피며 케밥을 쌌던 종이를 확인한다.

케밥을 포장했던 종이에 호텔 숫자가 적혀있다.

주소 숫자를 확인한 종성이 지포라이터로 포장지를 태우고 전차를 기다린다. 이 위로 뜨는,

베를린 파일

the Berlin File

종성 앞으로 전차가 도착하면서 화면 위에 떠 있던 타이틀을 가린다. 이 위로-

아심 (영어 소리)

미사일 테스트 결과는 어쩔 거야? 우리한테 말했던 수치와 500미터 이상 차이가 났어.

특급호텔 방 - 실내/낮

인서트. 베를린 도심에 있는 대형 호텔이 보이고- 이 위로,

표종성 (영어 소리)

우리 쪽 기술자가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테스트요.

차악- 러시아 무기 브로커 유리가 방안 커튼을 친다.

아랍 테러리스트 아심이 룸서비스 음식을 먹고 있는 가운데, 종성이 그와 마주 앉아 있다.

아심 (영어)

소총이나 단거리 미사일 같은 건 문제가 안 돼. 중요한 건 장거리 미사일이지.

표종성 (영어)

(플라스틱 병에 든 물을 마시며)

노동 호를 사지 않으면, 다른 물건들도 못 넘겨.

유리 (영어)

이러지들 말고... 우선 계약 먼저 하고,

(은행계좌로 연결된 노트북을 내밀며)

북한 쪽 기술자들이 직접 참석해서 장거리 미사일 테스트를 한 번 더 하는 걸로 정리하면 어때?

이때 적막을 깨고 들리는 휴대폰 진동소리. 서로 돌아보는 사람들.

살짝 당황하며 전화기를 꺼내 받는,

표종성

나중에 통화합시다.

(상대들의 불편한 시선을 의식하고 옆에 있는 유리테이블 위에 휴대폰 액정화면을 뒤집어 내려놓으며, 영어로)

미안합니다.

유리판 아래에서 보면, 종성의 휴대폰이 통화상태로 켜져 있다.

베를린 북한 대사관, 여비서 통신실 - 실내/낮

매직미러로 차단된 기밀통신실에서 북한대사의 여비서가 종성의 거래내용을 전화기로 듣고 있다.

표종성 (영어 소리)

난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오. 지시를 따르는 사람이지.

특급호텔 지하 주차장 - 실내/낮

건장한 백인 호텔 보안요원이 비상계단을 통해 주차장으로 나온다. 이 위로 연결되는,

표종성 (영어 소리)

우리 쪽 조건은 변동할 수 없소.

구석에 주차된 한 차의 실내등이 깜박인다.

차량을 확인한 보안요원이 CCTV 카메라를 살피며 구석으로 향한다.

보안실 CCTV 화면에 등장한 보안요원이 사각지대로 사라진다.

차에서 나온 모사드 요원 다간이 주차장 기둥 구석에서 보안요원에게 현찰 뭉치를 건네면,

보안요원이 카드 열쇠를 건넨다.

누군가 이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

특급호텔 방 - 실내/낮

계약서를 사이에 두고 팽팽하게 신경전을 벌이는 아심과 종성. 종성은 물을 마시고, 아심은 식사 마치고 손을 닦으며 시간을 끈다. 이들 사이에서 유리는 시계를 보며 초조한 기색을 드러낸다.

아심 (영어)

... 좋아, 장거리 미사일 테스트를 안 하는 조건으로 소총하고 탄약을 더 얹어 줘.

표종성 (영어)

(물병을 내려놓으며)

잠깐 실례 좀...

화장실로 들어가는 종성을 보고 화가 나서 음식 테이블을 치는 아심을 말리는,

유리 (영어)

저 친구도 긴장했어. 저 물을 다 마셨잖아.

종성이 앉아 있던 테이블에 그의 휴대폰이 켜진 채 놓여 있다.

특급호텔 방, 화장실 - 실내/낮

종성이 다른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건다.

베를린 북한 대사관, 여비서 통신실 - 실내/낮

종성의 전화기를 통해 들리는 소리를 듣고 있던 여비서, 전화벨이 울리자마자 걸려온 전화 수화기와 이미 듣고 있던 수화기를 연결한다.

특급호텔 방, 화장실 - 실내/낮

화장실.

종성이 휴대폰으로 바깥 상황을 듣고 있다.

유리 (영어 소리)

정말 왜들 이래? 계약하러 온 거지 협상하러 온 게 아니잖아.

호텔 방.

종성의 휴대폰 너머로 아심을 설득하고 있는,

유리 (영어)

내가 최근에 중개한 계약 중에 가장 합리적이라고. 지금 이건 자존심 싸움 하는 걸로 밖에 안 보여.

아심 (영어)

... 달러로 맞춰줄 수가 없어...

유리 (영어)

유로는 괜찮고? 거기까진 내가 설득할 수 있어.

특급호텔 비상계단 - 실내/낮

보안요원이 문을 열고 비상계단으로 들어서는데,

퍽! 누군가 보안요원의 뒤통수를 쓰레기통으로 후려치며 밀고 들어온다.

쓰러진 보안요원의 목을 밟아 입을 벌리게 한 뒤 알약 하나를 입안에 집어넣는,

천세황 (영어)

삼켜.

(놀라서 우물쭈물하는 보안요원의 이마에 총구를 들이밀고)

돈은 여기저기서 다 받아 처먹고 소스는 한쪽에만 흘려?

(얼떨결에 꿀꺽 삼키는 보안요원을 더욱 밀어붙이며)

3분 후부터 심장이 뛰기 시작하고 이상 신호가 올 거다. 그리고 호흡이 가빠지고, 다음은 심장마비.

(다른 알약을 꺼내 보이며)

해독제 먹으려면 시간 없어. 어디 놈들이야?

특급호텔 방 - 실내/낮

종성이 화장실에서 나와 자리에 앉는다.

아심은 물러설 수 없다는 눈빛으로 종성을 보고-

종성은 시계를 슬쩍 본 뒤 아심과 유리를 번갈아 쳐다본다. 이 위로-

보안요원 (영어 소리)

이스라엘 정보부!...

특급호텔 비상계단 - 실내/낮

식은땀을 흘리며 벌벌 떠는 보안요원의 주머니에서 현찰뭉치와 휴대폰을 꺼내는,

천세황 (영어)

이스라엘, 모사드? 확실해?... 노름빚 땜에 직장 잘리는 거 막아주고, 이혼 위자료까지 막아줬는데, 카드키는 엉뚱한 놈들한테 넘겨?

보안요원 (영어)

(현찰뭉치와 휴대폰 발신번호를 확인하는 세황을 보며)

... 모사드하고 친구 아냐?! 난 그냥...

천세황 (영어)

(퍽! 보안요원의 낭심을 걷어차며)

이 바닥에서 친구가 어딨어... 타깃은?

보안요원 (영어)

(숨을 몰아쉬며)

러시아 하나... 아랍 하나... 북한 하나... 약부터 주면 안 될까?...

천세황 (영어)

(자신의 휴대폰에 찍힌 다간과 거래하는 동영상을 보여주며)

조심해.

보안요원 (영어)

(자기 휴대폰을 돌려 받으며)

해독제는 어떡하고?!

천세황

(계단을 뛰어오르며)

니가 삼킨 거 내가 먹던 혈압 약이다...

특급호텔 방 - 실내/낮

유리가 시계를 보며 초조한 듯 테이블 위에 놓인 위스키를 들이킨다.

종성의 화물선적 계약서와 유리의 노트북을 번갈아 보며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탁탁탁 두드리는,

아심 (영어)

사인 먼저 하면, 송금하지.

표종성 (영어)

송금 먼저.

특급호텔 엘리베이터 앞 - 실내/낮

세황이 계단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하는데,

엘리베이터가 바로 닫히고, 남은 엘리베이터는 도착하려면 한참 남았다.

세황이 짜증을 내며 다시 비상계단으로 향한다.

특급호텔 방 - 실내/낮

종성의 눈치를 살피는 아심.

종성은 끄떡도 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아심이 결국 유리 노트북의 엔터키를 누르고 노트북 화면을 돌려 보여준다.

은행계좌 이체 진행이 시작된다.

이때 철컥- 카드키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종성이 화물선적 계약서에 사인을 하려다 문소리에 놀라 동작을 멈추고 아심을 노려본다.

철컥- 문이 열리는데, 체인 록에 걸린다.

동시에 품에서 총을 꺼내 서로를 겨누는 종성과 아심.

유리가 재빨리 노트북 자판을 두드려 계좌이체를 중단시킨다.

푸슉- 밖에서 날아든 총알이 체인 록을 부수고-

종성과 아심이 동시에 각자의 계약서를 챙기며 의자 뒤로 몸을 숨긴다.

유리가 재빨리 칩을 빼낸 뒤 자신의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자 화면에 위험” 표시가 뜬다.

다간과 모사드 요원 둘이 치고 들어온다.

유리의 노트북 내부가 터지며 파괴된다.

서로를 겨누던 종성과 아심이 모사드 요원들에게 총을 쏜다.

푸슉- 푸슉- 정교한 소음총 사격이 이어지고-

모사드 요원들의 반격에 아심이 맞고, 종성이 뒤쪽으로 몸을 피한다.

푸슉- 종성이 쏜 총에 모사드 요원 하나가 맞아 쓰러진다.

유리가 칩을 부러뜨린다.

한차례 공방이 오간 뒤 대치하는 사람들.

종성을 보고 협상하는,

다간 (영어)

십분 뒤에 우리 청소 팀이 도착해.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아심과 당혹스러워하는 유리를 번갈아 보는 종성.

다간 (영어)

(종성에게 당한 요원이 피 흘리는 것을 보고)

더 이상 크게 만들지 말고, 여기서 정리하자. 우린 재래식 무기거래는 관심 없어. 러시아 브로커하고 아랍 테러리스트 신병 확보만 하면 돼. 그 친구들 아니어도 거래할 곳은 많잖아.

종성이 갈등한다.

특급호텔 복도, 방 - 실내/낮

땀으로 범벅이 된 세황이 힘겹게 비상구를 나와 복도로 들어선 뒤 숨을 고르고 문제의 방을 향해 간다. 달린다고 달리는데 다리가 살짝 풀렸다.

방문이 열린 것을 본 세황이 한발 늦었음을 깨닫고 총을 꺼내든다.

다간이 파괴된 유리의 노트북을 챙기고 있고, 총에 맞았던 요원은 방탄조끼를 벗어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나머지 요원은 유리와 아심의 손에 수갑을 채우다가- 권총을 든 세황이 들이닥치자 총구를 겨눈다.

천세황 (영어)

(헐떡이는 숨과 함께 한쪽 손바닥을 내밀어 보이며)

NIS... South Korea.

(부서진 노트북과 유리, 아심을 보고는)

북한 친구는?

다간이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는 듯 약 올리는 행동을 보인다.

이런 다간에게 분통을 터뜨리며 밖으로 뛰쳐나가는,

천세황

에이 개새끼들 진짜... 힘들어 죽겠는데...

호텔 보안실과 비상계단 - 실내/낮

보안실.

보안 모니터 앞에 앉아있던 보안요원의 전화가 울린다.

비상계단.

비상계단을 뛰어 내려오며 보안요원과 힘들게 통화하는,

천세황 (영어)

지금... 모니터로 북한 친구... 어디로 나가는지... 확인해줘.

보안실.

함께 있는 동료 한 명의 눈치를 보며 통화하는,

보안요원 (영어)

어... 그건...

비상계단.

계속 뛰어내려오며 통화하는,

천세황 (영어)

그동안 니가 여기저기서 돈 받아 고객명단 빼돌려 판 거 터뜨려 줘?... 그럼 호텔에서 쫓겨나는 건 둘째 치고... 호텔에서 너한테 소송 걸 텐데... 소송비용은 감당할 수 있겠어?

특급호텔 지하 물류주차장 - 실내/낮

종성이 물류주차장 쪽으로 빠져나와 주위를 살피며 밖을 향하는데-

철컥! 종성의 관자놀이에 총구가 들어온다.

천세황

(억지로 가쁜 숨을 참으며)

... 조용하게 가자...

표종성

남조선에선 관자놀이에 겨누라고 배우나?

천세황

... 거래물품하고...

표종성

(세황이 숨 돌리느라 말을 바로 잇지 못하자)

관자놀이에 겨눈 총구는 부상은 입혀도 죽이진 못해.

천세황

... 거래은행 계좌만... 확인하면 된다.

표종성

고개만 돌리믄 총알은 빗나가거든.

천세황

... 알았으니까, 일단 가서 얘기하자...

하는데, 종성이 고개를 옆으로 확 돌리며 몸을 숙인다.

탕!- 동시에 본능적으로 세황이 총을 쏘고, 화염이 종성의 귓불을 스친다.

귓가에 피를 흘리면서 재빨리 몸을 일으켜 세황의 총을 잡는 종성.

세황이 종성의 반격을 막아내며 총을 쏘려고 하지만,

종성이 계속 세황을 몰아붙인다.

팍- 팍- 팍- 근접거리에서 육박전을 벌이는 두 사람. 세황이 밀린다.

격렬하게 몸을 부딪치던 종성이 세황의 총에 자신의 손가락을 같이 끼워 총알을 마구 발사한다.

탕탕탕탕!- 주차장 벽면과 주차된 차들에 총알이 박히고,

세황이 겨우 반격하며 빠져나와 종성의 이마에 총구를 겨누면,

동시에 세황에게서 빠져나온 종성도 세황의 이마에 총구를 겨눈다.

철컥! 세황이 방아쇠를 당기는데 세황의 권총 슬라이드가 빠져있다.

철컥하는 순간, 본능적으로 움찔했다가 세황을 노려보는 종성.

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는 세황. 긴장한다.

퍽-! 종성이 자신의 권총을 거꾸로 쥐고 세황의 머리통을 후려친다.

베를린 표종성의 집 - 실내/낮

우당탕- 귓가에 흐르는 피를 손수건으로 막은 채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서는 종성.

집안의 커튼을 모두 닫고 조그만 작업 방으로 들어간다.

종성이 책상 위로 올라간다. 종성의 발 옆으로 아내 련정희의 사진 액자가 보이는데, 종성이 서두르다 발로 툭- 사진 액자가 바닥에 떨어져 깨진다. (집안 어디에도 종성의 흔적은 없다)

종성이 천장을 툭 치면, 천장 블록 하나가 움직인다.

천장 블록을 열고 그 안에서 상자를 꺼내는 종성.

종성이 상자 안에 권총을 분해해 집어넣는다.

종성이 깨진 사진 액자를 소파 테이블 위에 놓고 냉장고 문을 연다.

종성이 냉동실 안에 있던 생선들 중 한 마리를 들고 얼음을 챙겨 화장실로 들어간다.

얼음으로 상처부위를 문지르며 화장실로 들어온 종성이 세면대에 냉동된 생선을 놓고 뜨거운 물을 튼다.

뜨거운 물에 생선이 녹는 동안 화장실 선반에서 구급약을 꺼내 대충 소독하는 종성.

생선이 녹자 생선에 손가락을 넣어 그 안에 숨겨놓은 주사기와 주사약을 꺼낸다.

주사기에 약품을 넣고 자신의 팔뚝에 주사를 놓는 종성. 이 위로 들리는,

리학수 (소리)

그놈이 네 놈 면상 확인했담서?

베를린 보위부 비밀가옥 - 실내/낮

인서트. 종성이 한약재상으로 위장한 보위부 비밀가옥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위로-

표종성 (소리)

그 친구를 죽이믄, 그쪽이 우리한테 씌우려는 혐의를 인정하는 꼴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귀에 붕대를 댄 종성과 마주 앉아있는 북한 대사 리학수. 표정이 어둡다.

국정원 베를린 위장 사무실 내 조사실 - 실내/낮

인서트. 국정원 위장 사무실 안으로 외교부 조사관이 들어서고, 국정원 강민호가 이를 맞이한다.

(국정원 위장 사무실은 여행사로 위장한 곳이다.)

외교부 조사관 (소리)

외교부에서 나왔습니다.

창문이 없는 조사실에 세황이 얼음봉지로 머리 상처를 식히고 있다.

거울을 보며 상처부위를 확인하는 세황의 모습이 안쓰럽다. 이 위로-

외교부 조사관 (소리)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영사관, 대사관 다 발칵 뒤집힌 거 아시죠?

거울 반대편에서는 오타쿠처럼 생긴 분석관이 조사실 내부 상황을 모니터하고 있다.

조사실 내부에서 강민호와 외교부 조사관이 세황을 마주 앉혀놓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천세황

그 쪽은 내 소관이 아니라서...

외교부 조사관

...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이러저런 일 생길 수 있죠. 근데 문제는 말이죠... 총격 사고예요. 외교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단 말입니다. 예컨대 천세황 요원 보고서대로 상대가 설령 북한 보위부 요원이었다 해도, 국제법상 모든 것이 우리한테 불리하게 돌아가요.

인터컷.

유리의 노트북을 챙기는 다간,

현장에서 모사드 요원들에게 체포된 유리와 아심,

종성의 관자놀이를 겨냥하는 세황의 총구,

세황에게 겨눈 총구를 거두고 후려치는 종성의 모습이 차례로 이어지며-

외교부 조사관 (소리)

현장에서 북한이 불법 무기 거래를 했다는 증거도 없고, 아무 증거도 없이 위협은 우리 쪽에서 먼저 한 거잖아요?

다시 현재.

강민호

(불쾌함을 드러내며)

상부 허가도 안 받고 이렇게까지 무리한 이유가 뭡니까?

천세황

(민호를 불편해하며)

... 러시아 군부 출신 마피아 브로커들을 끼고, 중동 군소 테러단체에 재래식 무기를 파는 북한 거래망을 추적하는 중이었습니다.

인터컷.

동명수의 호위를 받는 북한 군부 동중호와 유리, 그리고 아심과 압둘이 이끄는 테러조직이 유럽 벌판에서 재래식 무기 테스트를 하고 있다. 이 위로-

천세황 (소리)

주로 베를린을 비롯해, 런던, 코펜하겐, 취리히 등 유럽의 대도시에서 거래가 이뤄진다는 정황들이 입수됐어요.

인터컷.

공항 화물터미널에서 항공사 여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서류들을 살피는 세황의 모습 위로-

천세황 (소리)

모든 거래가 현찰로 이뤄지지 않는 이상, 거래는 유럽의 특정 은행계좌를 거쳐야 되기 때문에,

인터컷.

평양 예술단의 베를린 공연장 2층 VIP 석에서 리학수와 독일 정치인 지그문트, 련정희가 공연관람을 하고 있다.

1층 객석에 앉은 천세황이 시계에 부착된 소형 카메라와 작은 모니터를 이용해 2층에 있는 리학수 일행을 몰래 찍고 있다.

천세황 (소리)

이를 추적하면 베를린 공관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김정일이 주변 로열패밀리들의 유럽 비자금 세탁 선을 밟을 수 있다는 게 밑그림이었습니다.

다시 현재.

강민호

잠깐만요, 왜 이 모든 내용이 제대로 보고가 안 됐죠?

천세황

... 이번 거래를 잡아서 확실한 물증이 잡히면 공식적으로...

강민호

저번에 리비아에서도 선배님 촉만 믿고 공식보고 없이 움직이다가 개망신 당했던 거 아닙니까?

천세황

보고만 안 했을 뿐이지 모든 기록이 남아 있잖아! 거래했던 호텔 직원 놈이 쇼핑 리스트를 이스라엘 놈들한테만 안 넘겼어도...

강민호

(옆에 놓인 기록용 카메라를 끄고)

그 세포는 누가 키운 건데요? 그 호텔 보안요원한테 들어간 돈이 얼만 줄 아십니까?!

(세황을 향해 보고서에 실린 사진들을 내보이며)

이런 건 정황들이고, 정보는 어딨냐구요? 정보.

천세황

지금 정보 찾아서 넘겨주려다 다친 거 아냐. 사람이 다쳤는데, 괜찮냔 말 한마디 없이 정보 타령부터 하고 있어?

매직미러 뒤에서는 분석관이 여전히 다른 카메라로 찍히는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외교부 조사관

(두 사람이 너무 난리를 피우자 버럭 하며)

지금 어떤 상황인지나 알고들 있는 겁니까?! 정부에서 요즘 북한하고 러시아 가스관 사업 체결하려고 예민하다는 거 몰라서들 이러시는 거냐구요?!

베를린 보위부 비밀가옥 - 실내/낮

종성의 상처를 치료한 붕대에 피가 배어 나오는 것을 보며 말을 잇는,

리학수

유리는 미국 놈들이 추적하던 무기 브로커니까 남조선 놈들이 꼬리잡기가 수월했을 테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심도 반미투쟁을 하는 친구라 이스라엘보다는 미국 놈들이 치고 들어왔어야 말이 돼...

표종성

셋 중 하나에서 정보가 샌 겁니다.

리학수

(구급약품 상자를 꺼내며)

러시아 놈이 이스라엘에 팔렸거나, 아랍 놈이 모사드 이중간첩이거나...

표종성

그도 아니면... 우리 쪽에서 흘렀거나...

잠시 정적이 흐른다.

리학수

어이, 표종성이...

(종성을 뚫어지게 보다가 갑자기 버럭)

정신 차리라!

(고개 든 종성과 눈을 마주치자 한숨을 내쉬고 감정을 추스르며)

종성아...

(약품 상자를 내려놓고 앉으며)

내 말 잘 들으라.

표종성

......

리학수

(붕대를 꺼내며)

평양에서 지금 누가 오고 있는지 아니?

(붕대에 약을 바르며)

동명수가 오고 있다...

베를린 행 기차 - 실내/낮

달리는 기차 안에서 일본인 관광객으로 위장한 동명수가 기차 칸을 옮기며 자리를 찾아간다.

리학수 (소리)

종성이 네가 나와 있는데도 보위감찰원을 보내는 이유가 뭐갔니?

베를린 보위부 비밀가옥 - 실내/낮

약 바른 붕대를 종성에게 건네는,

리학수

평양에서 우릴 못 믿고 있다는 기다... 우린 감시대상이 된 기야...

베를린 행 기차 - 실내/낮

자리를 찾아가던 명수 앞으로 선글라스에 깔끔하게 차려입은 백인 청년이 다가온다.

자기 자리를 찾는 것처럼 앞쪽을 살피며 걷다가 좁은 통로에서 명수와 엇갈리는 백인 청년.

자리를 찾은 명수가 자신과 엇갈리며 인사하는 백인 청년을 쳐다보고 배낭을 벗는데,

배낭 바닥이 찢어져 있다.

기차 화장실 - 실내/낮

명수와 부딪쳤던 백인 청년이 명수에게서 소매치기 한 손가방을 꺼내 내용물을 확인한다.

명수의 사진이 붙어있는 일본여권과 현찰들. 여권 하나가 더 나오는데 중국여권이다.

같은 사진이 붙은 두 개의 여권을 보고 피식 웃음을 흘리는 백인 청년.

현찰과 여권만 빼고 나머지는 휴지통에 버린 뒤 문을 열고 나가는데,

명수가 서 있다.

놀란 백인 청년이 명수에게 대드는데,

퍼벅! 명수가 백인 청년의 급소를 치고 들어오며 재빨리 만년필 독침을 빼든다.

독침을 백인 청년의 목에 꽂아 툭- 쏘는 명수.

순간, 따끔한 독침을 빼고 계속 저항하려다 맥없이 변기에 주저앉는 백인 청년.

명수가 화장실 문을 잠근다.

백인 청년의 몸이 고통스럽게 마비되기 시작한다.

명수는 침착하게 자신의 돈과 여권을 챙긴다.

입에 거품을 물고 파르르 떠는 백인 청년의 피부가 까맣게 변해가고-

명수가 백인 청년의 죽어가는 모습을 무심하게 바라보며 그의 현찰과 소지품까지 챙긴다.

인서트.

명수를 태운 기차가 베를린을 향해 질주한다.

베를린 오래된 한국 식당 - 실내/저녁

인서트. 강민호가 식당으로 들어간다.

구석 테이블에 혼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세황 앞에 강민호가 다가선다.

천세황

앉아라. 밥은 먹었냐?

강민호

(주위를 살피며 자리에 앉아)

형님, 참... 우리 한국 식당 다니면 안 되는 거 아시잖아요...

천세황

(국을 뜨다 만 채 세황을 보며)

야이... 개새끼야...

(민호가 놀라서 보면)

내가... 오늘 생일이라... 미역국 좀 얻어먹으려고 여기 왔다... 이 나이에 혼자 미역국 끓여먹기 쪽팔려서, 여기 한인회 그림자도 안 비치는 식당 찾아와서 미역국 좀 끓여달라고 했다. 이것도 보고서 써서 제출해야 되냐?

강민호

형님 진짜 왜 이러십니까? 예? 어차피 여기서 조용히 두 달만 버티시면 서울 돌아가시잖아요?...

(반찬 하나를 세황 앞에 밀어주며)

아깐 죄송했습니다... 외교부 애들이 더 설쳐대면 형님 옷만 구겨질 것 같아서 제가 오바 좀 했습니다... 제 얼굴 봐서라도 일 그만 벌리시죠.

천세황

(수저 내려놓으며)

이번 사건 현장에 6자회담 당사자들도 아닌 이스라엘 정보국 일급 무장 요원들이 와 있었어. 거기다 나랑 부딪쳤던 그 빨갱이 새끼는 완전 에이스야. 지금 누가 일을 벌이고 있는 거 같냐?

강민호

어쨌건 김정일이 측근 비자금 거래 선은 둘째 치고, 무기 거래했다는 은행계좌도 우리 손에 없잖아요.

(서류 한 장을 꺼내 내밀며)

송환명령섭니다.

(답답한 듯 담배 꺼내며)

외교부 쪽에서 무리한 진행하지 말라고 위에다 압력 넣었어요.

천세황

여기 금연이다...

(슬쩍 송환명령서를 보고 내려놓으며)

강 부장. 현장 확인하고, 면상확인하고,

(머리 상처 가리키며)

피까지 봤다. 7부 능선 넘었어.

강민호

형님, 여기 이북 애들 이빨 다 빠져서 힘도 없어요. 오죽하면 공관 애들이 술 담배 밀수하다 걸립니까? 형님이 냄새 맡을 정도였으면 CIA 애들이 벌써 치고 들어 왔죠. 지금 이북 에이스들 다 중국에서 놉니다. 그렇게 현장 계속 뛰고 싶으시면 제가 평가서 잘 써드릴 테니까 중국으로 가세요.

천세황

이 새끼가 근데... 너 처음 입사했을 때 해외 기초교육 누구한테 받았어? 상투 틀었다고 이 새끼가 지 사수도 몰라보나?...

(민호가 바로 대꾸하지 못하자 한숨을 내쉬고)

내가 아무리 이빨 빠졌어도 촉은 아직 살아있다.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이번만 카바해. 넌 하던 대로 윗사람들 의전만 잘 해도 살아남잖아. 넌 의전하고 난 작전 짜고.

강민호

... 형님한테 남은 카드가 얼마 없는 거 아시죠? 이번에 찬스 쓰시면 저한테서는 더 이상 찬스 안 나와요.

천세황

빨갱이 새끼들 잡을 땐, 좋은 찬스 나쁜 찬스가 따로 없어요. 그때그때 때려잡아야 그나마 실수를 안 해.

베를린 고급 레스토랑 - 실내/저녁

리학수와 련정희(앞서 사진으로 등장했던 종성의 아내)가 식당으로 들어온다.

정희가 유창한 독일어로 예약 테이블을 확인하고 안내를 받는다.

련정희

먼저 와 있답니다.

리학수

(시계를 보며)

하여간 독일 놈들...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서 학수 일행을 발견한 독일인들이 수인사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반갑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리학수

저 놈들이 여기서 보자 했으니 오늘 식비는 저쪽 계산이지?

(정희를 돌아보고)

내가 외부 사람 만날 땐 반지 빼고 만나라 하지 않았나?

련정희

(황급히 손에서 반지를 빼며)

죄송합니다.

리학수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말 전달만 잘한다고 통역 잘하는 게 아니야.

테이블에 도착한 학수와 정희가 독일인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자리에 앉는다. 관료로 보이는 자(지그문트)는 무척 탐욕스럽게 생긴 인상이다.

인서트.

레스토랑 뒷문이 열리고 레스토랑 직원이 주위를 살피며 나온다.

벽에 분필로 시간과 장소가 적혀있는 것을 확인한 레스토랑 직원이 분필을 손으로 지우고 다시 들어간다.

어둠 속에 묻혀 서성이던 천세황이 이것을 확인하고 골목 저편으로 사라진다.

시간경과.

세황과 만났던 종업원이 음식 그릇을 치우고 후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운데 대화를 이어가는,

지그문트 (독일어)

지난달, 오스트리아에서 북한 외교관들이 담배 밀수를 하다가 적발된 일이 국회에서 거론되고 있습니다.

정희는 아직 식사를 마치지 못했는데도 다른 사람들의 접시가 치워지자 자신의 접시도 치워 달라고 한다. 지그문트가 이런 정희를 유심히 살펴본다.

리학수

오스트리아에서 벌어진 일을 왜 독일 국회에서 문제 삼나? 아까 설명했잖아. 문서상 착오가 있었던 거라고...

정희가 눈치껏 문서상의 착오내용만을 통역하자, 지그문트는 정희에게 미소를 짓는다.

레스토랑 직원이 이들의 모습을 계속 살피며 일을 한다.

련정희

주변국에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면, 우리 희토류하고 주류 수입허가에 대한 국회비준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답니다.

정희가 통역하는 동안 지그문트는 정희의 몸매를 훑어본다.

정희의 다리를 훑던 카메라가 테이블 아래를 비추면 소형 마이크가 설치된 것이 보인다.

세포 레스토랑 직원이 후식을 내온다.

리학수

(지그문트를 보고 웃으며)

없는 살림에 뱃대지에 기름칠해 줬더니 고작 그따구 소리나 하고 자빠졌네?...

련정희

독일 정부는 확실한 약속을 원하고 있습니다. 우리 쪽에서 밀수품을 철저히 단속하겠다는...

학수가 끈적거리는 시선으로 정희를 살피는 지그문트를 보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지그문트 (독일어)

그래, 난 의회를 설득할 근거가 필요한 것뿐이에요. 이쪽 일이 그렇잖아요. 모든 일에 기록이 중요하니까...

정희가 통역하려는데, 이를 끊고 말하는,

리학수

... 잿밥 얻어먹을라구 제사한번 거하게 차리누만.

정희는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하고, 학수는 정희를 바라본다.

지그문트가 신호를 주자 그의 수행원이 카드를 들고 결제하러 자리를 뜬다.

리학수

(미소와 함께 와인 잔을 들고 건배 청하며)

개새끼... 밝히긴...

(눈은 지그문트를 향한 채 정희에게)

접대하라.

련정희

!......

리학수

(지그문트에게 미소를 던지며)

이놈이 민간사절을 원한다.

베를린 표종성의 집 - 실내/밤

불 꺼진 방. 표종성이 딱딱하게 굳은 빵을 우걱우걱 씹으며 보드카를 들이킨다.

우걱우걱, 종성이 안면근육을 움직이자 상처치료 붕대 테이프가 살짝 떨어진다.

보드카 옆으로 깨진 정희의 사진 액자가 놓여 있다. 이 위로-

지그문트 (독일어 소리)

세상에서 가장 이기기 힘든 상대가 자기 자신이라고 하잖아. 자기와의 싸움이 가장 힘들다고...

베를린 호텔 바 - 실내/밤

지그문트와 련정희가 마주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거나하게 취해 정희에게 수작을 부리는,

지그문트 (독일어)

만약에 말이야, 자기와의 싸움을 했는데...

(정희의 두 손에서 손가락을 하나씩 잡아 세우며)

그 싸움에서 졌어. 한쪽이...

(정희의 한쪽 손가락을 다른 손가락이 누르게 만들고)

그런데 자기와의 싸움에서 자기가 졌다면 그 싸움에서 이긴 건 누구지?

정희가 지그문트를 빤히 본다.

지적으로 상대방을 압도했다는 우월감에 취해 대화를 이어가는,

지그문트 (독일어)

... 결국 그것도 나잖아. 그럼 자기하고 싸움에서 졌다는 건, 다른 쪽에서 보면 내가 이긴 거고. 맞지?

(정희의 손등을 손가락으로 살살 긁으며)

그러니까 굳이 자기하고 싸우면서 긴장하고 있을 필요가 없어. 그냥 자기한테 충실해. 어느 쪽이든 자기를 이기는 건 마찬가지니까...

정희가 지그문트의 탐욕스런 시선을 받으며 술잔을 입에 댄다.

지그문트 (독일어)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말... 알지?

지그문트가 호텔 방 열쇠를 정희 앞에 두고 먼저 일어난다.

정희가 차가운 표정으로 열쇠를 바라본다.

베를린 도심 전차 - 실외,내/밤

베를린의 야경이 펼쳐지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전차가 보인다.

리학수의 테이블을 맡았던 세포 레스토랑 직원이 전차 맨 뒷좌석에 앉아 있다.

전차가 정거장에 정차하고, 신문을 든 천세황이 전차에 오른다.

레스토랑 직원이 앉은 곳으로 가 옆에 앉는 세황. 레스토랑 직원 옆에 이어폰이 나와 있고, 레스토랑 직원 주머니에 소형 녹음기가 슬쩍 나와 있는 것이 보인다.

세황이 신문을 펼치며 이어폰을 슬쩍 들어 귀에 꽂는다.

이어폰으로 내용을 간단히 확인한 세황이 레스토랑 직원 옆에 신문을 접어 슬쩍 내려놓자,

레스토랑 직원 (독일어)

신문 좀 봐도 될까요?

세황이 고개를 끄덕이자 레스토랑 직원이 접힌 신문 사이에 끼워둔 현찰 뭉치를 확인하고 신문을 펼친다.

펼친 신문 뒤로 세황이 레스토랑 직원의 소형녹음기와 디지털 카메라의 칩을 빼 주머니에 넣고 일어난다.

다음 정거장에 세황이 내리는 모습을 앞쪽 좌석에서 신문을 보고 앉아 있던 누군가가 살펴보는데... 동명수다.

베를린 아파트 - 실내/밤

레스토랑 직원이 아파트 계단을 오른다.

레스토랑 직원이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는데, 누군가 뒤따라와 문을 잡는다.

보면, 문 앞에 선 동명수가 레스토랑 직원을 보고 반갑다는 듯 미소 짓는다.

시간경과.

명수가 집안에 술병과 알약 등을 흩어 놓는다.

그 뒤로 레스토랑 직원이 목을 매단 채 죽어 있다.

위장을 마친 명수가 죽은 직원 앞에 세워두었던 카메라를 빼낸다.

베를린 표종성의 집 - 실내/밤

침실.

잠을 이루지 못한 표종성이 째깍거리는 시계를 보며 침대에 누워 있다.

철컥 열쇠 돌리는 소리가 들리고,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현관문이 열리며 문 아래로 현관 복도의 빛이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종성이 시간을 확인한다. 새벽 한 시 2분 전이다.

또각또각- 련정희의 발소리를 확인한 종성이 눈을 감는다.

곧이어 방문이 열린다.

정희가 종성이 잠들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조용히 방문을 닫는다.

욕실.

쏴아- 정희가 샤워를 하다 멈추고 쏟아지는 물을 맞는다.

플래시 백.

레스토랑에서 정희에게 명령하는,

리학수

접대하라.

호텔 바에서 정희에게 수작을 부리는,

지그문트 (독일어)

당신이 그래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데?...

(건배를 청하며)

당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뭔지나 알아?

욕실.

정희가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조용히 몸을 씻는다.

다시 침실.

조용히 문이 열리고 샤워를 마친 정희가 침실로 들어온다.

종성은 눈을 감은 채 등을 돌리고 누워 있다.

종성이 자는 모습을 확인하던 정희가 종성의 상처를 만져본다.

종성은 아무 반응 없이 잠든 척 하고 있다.

정희는 이런 일이 익숙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새로운 거즈를 가져온다.

피 묻은 종성의 거즈를 떼어내고 조심스럽게 새로운 거즈를 붙여주는 정희.

치료를 마친 정희가 창을 열고 떼어낸 거즈를 불에 태워 휴지통에 버린다.

종성은 정희의 이런 모습을 가구에 반사된 모습으로 본다.

창으로 새어 들어오는 달빛이 얼굴에 닿자, 정희가 깊은 한숨을 내쉰다.

정희는 자리에 눕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련정희

자요?...

종성이 슬며시 시계를 본다.

새벽 4시 7분...

정희가 등 돌린 종성을 뒤에서 꼭 끌어안는다.

정희의 체온이 느껴지자 종성이 조용히 눈을 감는다.

시체 안치실 - 실내/아침

여행사 직원처럼 위장한 천세황이 담당 경찰과 인사 나누고 명함을 건넨 뒤,

함께 시체 안치실을 향해 간다.

담당 경찰 (영어 소리)

피해자 소지품에서 발견된 연락처로 모두 연락하다 보니 번거롭게 해드리게 됐습니다. 신원확인만 간단히 해주시면 됩니다.

담당 경찰의 입회하에 시체를 확인하는 세황.

부검의가 시트를 걷어내자 죽은 레스토랑 직원의 얼굴이 보인다.

천세황

(혼잣말)

이런 개새끼들...

골치 아픈 듯 시신을 살피며 담당 경찰에게 대답하는,

천세황 (영어)

제가 단골로 가던 식당 종업원이 맞습니다.

(레스토랑 직원의 목 주위 상처를 살피며)

사인은 뭡니까?

세황이 담당 경찰의 이야기를 들으며 손목시계 카메라로 시체 상처부위를 찍는다.

담당 경찰 (영어)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보고 있습니다. 유서에 도박 빚에 대한 언급도 있고...

베를린 셀프 세탁소 - 실내/낮

인서트.

세탁소 앞 정차하는 작은 차에서 퉁퉁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백인 마티가 세탁물을 들고 내린다.

천세황 (영어 소리)

... 우리도 새로운 접선방식 좀 개발하자.

세탁기에 돌아가는 빨래들을 보고 있는 세황 옆에서 세탁기에 세탁물을 넣고 있는,

마티 (영어)

새로운 거 타령 하던 놈들 치고 오래 가는 놈들 못 봤다. 우리 같이 옛날 방식 쓰던 놈들은 버티고 있잖아?

천세황 (영어)

(시계와 모니터를 꺼내 연결하며)

옛날 타령 하지 마. 진짜 옛날 사람 같잖아.

마티 (영어)

(빨래를 다 넣고 세황 옆에 앉으며)

우리가 옛날 사람이지 뭐, 요즘 애들이야?...

(세황이 보여주는 모니터를 보며)

이것 땜에 보자고 한 거야?

모니터에 레스토랑 직원의 시신을 촬영한 내용이 흐른다.

천세황 (영어)

6개월 전에 한국 유학생이라고 밝힌 제보자가 자기가 아르바이트 하는 식당에 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단골로 온다고 제보해 왔어.

인터컷.

베를린 고급 레스토랑 앞 공중전화에서 전화하는 누군가의 뒷모습. 그 앞으로 리학수와 련정희가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현재와 다른 계절)

국정원 베를린 위장 사무실에서 분석관과 강민호, 천세황이 제보전화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베를린 고급 레스토랑에 천세황이 앉아있고, 죽은 식당 직원이 천세황의 테이블을 서빙한다.

천세황 (영어 소리)

확인해보니 내용은 사실이었지만 제보자 신원은 확보 못했고. 죽은 친구는 제보자 대신 우리가 세포요원으로 작업했던 식당 직원이야.

다시 현재.

마티 (영어)

뭐가 문제지? 너무 힘들게 몰아붙였던 거 아냐?

(세황의 모니터를 건네며)

우리 CIA에서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한 세포들만 모아도 웬만한 정보국 하난 꾸릴 걸?

천세황 (영어)

(세탁기에서 탈수된 빨래 꺼내며)

어제 러시아 브로커 유리하고, 아랍 테러리스트 아심을 모사드가 채간 거 알고 있지?

마티 (영어)

말 마. 그것 땜에 내가 새파란 양복쟁이 놈들한테 시달린 거 생각하면...

천세황 (영어)

그 현장에 나도 있었어.

마티 (영어)

뭐?... 우리가 그 아랍 놈 조직 쫓느라 얼마나 애먹는지 알면서 나 엿 먹이려고 작정했어?

천세황 (영어)

나도 굉장히 촉박하게 움직였던 거야. 난 북한 애들 은행계좌만 추적하면, 나머지는 너희 회사 쪽으로 넘겨주려고 했다고. 그런데 모사드가 이미 정보를 다 꿰고 먼저 치고 들어온 거지. 어쩌면 너희 쪽에서 정보가 샜을 수도 있고.

마티 (영어)

내가 아니라 모사드 쪽에 먼저 알아봐야 되는 거 아니야?

천세황 (영어)

작년에 파키스탄으로 북한 핵물리학자가 넘어간 정보를 자기네들한테 안 알려 준 것 때문에, 아직까지 우리하고 사이가 안 좋아. 이스라엘 입장에선 자기들이 직접적인 당사자들인데 기분 나쁘다 이거지.

마티 (영어)

그런데? 그게 세포가 자살한 거 하고 무슨 연관이야?

천세황 (영어)

시점이 너무 절묘하잖아. 우연이 반복되면 의심해야지.

(USB를 건네며)

죽은 세포가 마지막으로 나한테 넘겼던 물건이야. 지그문트라고 외교통상부 북한 담당관이 어제 저녁에 북한 대사하고 만난 녹음내용. 마지막 부분에 북한 대사가 통역관으로 보이는 여자에게 접대를 하라고 해. 정황상 은밀한 접대가 이뤄진 것 같고. 우린 다 아는 내용들이라 별 쓸모없지만, 자기 쪽에서는 언제고 정치적으로 쓸 일 있지 않겠어?...

마티 (영어)

... 너무 비싼 거 요구하지 마. 나 이번 달 말이면 돌아가. 이제 겨우 집에서 마누라가 해주는 밥 먹으면서 살 수 있다고.

천세황 (영어)

CIA 쪽 대북정보 창구 좀 열어 줘. 중동, 러시아, 중국, 뭐 다 좋으니까 북한하고 관련된 정보면 뭐든지. 이혼당하고 혼자 사는 옛날 친구한테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자신의 빨래에서 나온 여자 브래지어를 꺼내 보이며)

가질래?

베를린 대성당 - 실외/낮

관광객들이 많은 대성당에 안경에 카메라까지 들고 변장한 동명수가 등장한다.

구석 벤치에 리학수가 앉아서 일본어로 된 안내 책자를 보고 있다. 그 옆으로 다가서는,

동명수 (영어)

혹시, 일본인이세요?

리학수 (영어)

네...

동명수 (일본어)

아, 그러세요! 잘 됐네요.

(지도를 펼치며)

뭐 좀 여쭤 봐도 될까요?

관광객들 틈에 섞여 앉아 있는 동명수와 리학수는 누가 봐도 평범한 관광객이다.

리학수 (일본어)

생각보다 늦게 왔구만.

동명수 (일본어)

도착하자마자 해결할 일이 있었습니다.

리학수 (일본어)

위에서 특별한 얘기가 없었는데?

동명수 (일본어)

(카메라를 조작하며)

보시면 왜 그랬는지 아실 겁니다.

리학수 (일본어)

우리 땐 명령이 상충되는 법이 없었지... 목소리가 늘 하나였어.

동명수 (일본어)

요즘은 그렇게 일하지 않습니다.

명수가 카메라 동영상 화면을 켜고 이어폰을 연결해 학수에게 건넨다.

화면에는 전날 학수가 정희와 함께 독일 관료를 만나기 위해 식당에 출입하는 모습이 나온다.

학수는 주위를 경계하며 긴장된 모습으로 다음 화면을 본다.

이어지는 화면에는 리학수 테이블을 담당했던 직원이 퇴근하는 모습이 보인다.

동명수 (일본어)

그 친구 얼굴 기억하죠?

리학수 (일본어)

여기 단골이니까. 독일 친구들이 좋아해서...

인서트.

지난 밤 전차에서 동명수가 신문을 펼친 채 한 손에 휴대폰을 들고 있다. 휴대폰 액정에는 뒷좌석에 앉은 레스토랑 직원과 천세황이 신문을 주고받는 모습이 반사되어 보인다.

동명수 (일본어 소리)

독일 친구들 말고 남조선 친구들도 좋아해요.

카메라 화면 속에 레스토랑 직원과 세황이 신문을 주고받는 모습이 흐른다.

충격 받는 리학수. 하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고 주위를 살핀 뒤 침착하게 계속 화면을 응시한다.

카메라 화면 속 레스토랑 직원이 자신의 집에서 올가미에 목이 걸린 채 벌벌 떨고 있다.

동명수 (일본어)

평양에선 베를린 지부에 구멍이 뚫렸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는데, 리학수가 화면 속 레스토랑 직원이 뱉는 말을 듣고 충격을 먹는다.

리학수 (일본어)

...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동명수 (일본어)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건 항상 벌어지고 난 다음에 사람들이 하는 말이죠.

리학수 (일본어)

그 친구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당에 고발했나?

동명수 (일본어)

기록은 남겼습니다. 하지만 제가 조사해서 밝히는 것보다 대사동지가 직접 밝히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리학수 (일본어)

... 시간은?

동명수 (일본어)

이틀.

리학수 (일본어)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동명수 (일본어)

당에서 재촉하겠죠.

리학수 (일본어)

벌써... 당이 지목한 건가?

동명수 (일본어)

아시잖아요.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학수와 눈을 마주치고)

당의 판단이 잘못된 게 됩니다.

학수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자 짐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동명수 (일본어)

준비가 되건 안 되건 이틀 뒤에 찾아갑니다.

카메라 속 동영상을 다시 보는 리학수.

동영상 속 취조당하는 레스토랑 직원의 모습 위로,

동명수 (독일어 소리)

다시 한 번 말해봐. 정보를 팔아넘긴 게 누구라고?

레스토랑 직원 (독일어)

... 대사관... 통역하는... 여자... 련정희란 이름으로 예약하는...

동영상 화면 안의 명수가 레스토랑 직원 앞으로 다가서서 사진을 보여준다.

동명수 (독일어)

사진에 있는 이 여자가 확실해?

레스토랑 직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명수가 화면 쪽으로 고개를 돌려 사진을 보여준다. 화면 포커스가 사진에 맞으면, 사진 속 련정희가 뚜렷하게 보인다.

베를린 보위부 비밀가옥 - 실내/낮

표종성이 노트북으로 레스토랑 직원의 증언내용과 련정희의 사진을 보고 있다.

리학수 (소리)

남조선 세포 노릇을 하던 웨이터 놈이 자백했다.

표종성

... 아니란 거 아시잖습니까.

리학수

동명수가 자백을 위조했다는 거니?

표종성

그건 모르는 일이죠.

리학수

네 마누라 일도 모르는 일이다. 사람 일이잖니...

표종성

... 시간은 얼마나 남았습니까?

리학수

이틀.

그제야 종성이 고개를 들어 리학수를 바라본다.

리학수

자백이 위조됐든 아니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보위부에서 파견한 요원이 공식적으로 남긴 증거자백에서 네 마누라 이름이 나왔어. 그것도 평양에서 확인하고 싶어 하던 이름이 확인이 된 거야. 당이 유죄라는데도 네가 정희를 보호한다면... 너도 유죄다.

잠시 두 사람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리학수

정말 아무 낌새 없었니?

종성이 감정을 숨기며 생각에 잠긴다.

플래시 백, 표종성의 집.

창밖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는 정희.

종성을 뒤에서 끌어안는 정희.

다시 현재.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표종성

... 별다른 거 없었습니다.

리학수

네가... 아랍 애들 거래정보가 모사드 쪽으로 샜던 게 우리 쪽일 수도 있다고 했었잖니...

표종성

......

리학수

내 위치에선 항상 답을 가지고 있어야 돼... 아니면 대안이라도...

표종성

자백 말고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잖습니까...

리학수

(자리에서 일어서며)

원래 그릇하고 여자는 바깥으로 돌리면 기쓰나는 법이야...

밖으로 나가다가 등 돌린 채 종성에게 말을 던지는,

리학수

살아있는 하룻강아지가 죽은 호랑이보다 낫다고 했다.

나가는 학수 뒤로 홀로 남겨진 종성, 착잡하다.

베를린 북한 대사관 사택 - 실내/밤

인서트.

북한 대사관 사택이 있는 건물 외경. 이 위로-

여비서 (소리)

그만 뒤척이고 눈 좀 붙여요.

여비서와 함께 침대에 누워 있던 리학수가 뒤척이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리에 누운 채 말을 잇는,

여비서

내일 아침에 저 은행업무도 처리해야 합니다...

(리학수가 불을 켜자)

그러면 잠을 더 못자요... 그러지 말고...

리학수

니가 내 마누라라도 되나?

리학수의 서슬 퍼런 목소리에 잠에서 깨는,

여비서

아니... 제 말씀은... 그게 아니라...

리학수

말 섞고 살 섞어 줬다고 착각하지 말라. 내 마누란 평양에 있어. 넌 그냥 비서야. 앞서지 말라.

여비서

... 죄송합니다...

리학수

평양에 남편 두고 나와서 화냥질이나 하는 년이 감히 누구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생각지도 못한 리학수의 발언에 여비서가 충격을 받는다.

리학수

꼴 보기 싫으니 네 방 가서 자라.

여비서가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밖으로 나간다.

리학수는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있는 가족사진을 보고 긴 한숨을 내쉰다.

베를린 표종성의 집 - 실내/밤, 아침

문 앞에서 종성이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정희를 보고 있다.

침대에 등 돌리고 누워있는 정희는 눈을 뜨고 있다. 종성이 들어오지 않고 사라진다.

자신의 작업 방 책상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종성.

시간 경과.

정희가 아침을 차리다 멍하게 서있다.

등을 돌리고 있는 종성이 식탁 위의 거울로 멍하게 있는 정희의 모습을 살핀다.

조용히 밥을 먹는 두 사람.

표종성

요즘... 일은 어떤가?...

련정희

... 똑같죠 뭐... 갑자기 일은 왜 묻고 그럽니까?...

(종성이 표시내지 않고 묵묵히 밥만 먹자)

상처 그대로 두면 깊어집니다. 간호사라도 준비 시킬까요?

표종성

놔두라...

계속 밥을 먹는 두 사람.

베를린 북한 대사관 - 실외,내/아침

일상적인 거리 풍경. 북한 대사관이 보인다.

대사관 안에서 련정희가 일상적인 사무업무를 보고 있다.

벽에 걸린 액자 뒤에 숨겨진 감시 카메라가 보인다.

어둡고 좁은 기계실.

퀭한 얼굴의 표종성이 헤드폰을 끼고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모니터에는 대사관 안에 있는 정희가 나오고 있다.

호텔 보안요원의 집 - 실내/아침

쿵쿵쿵! 쿵쿵쿵! 세황이 보안요원의 집 현관문을 두드린다.

안에서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는 세황. 문고리가 돌아간다.

조심스레 집안으로 들어서는 세황. 난장판인 집안에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긴장한 세황이 총을 꺼내려는데- 세황이 꺼진 TV 화면에 반사된 누군가를 발견한다.

휙- 퍽! 야구배트를 휘두르는 사나이! 헛방을 날리는데, 호텔 보안요원이다.

부웅- 보안요원이 큰 스윙을 날리자 가까스로 피하는 세황.

퍽! 벽에 걸린 보안요원의 과거 선수시절 사진 액자가 배트에 맞아 깨진다.

으아아아!!!” 광분하는 보안요원.

천세황

얌마! 왜 이래? 와이? 어허... 홧 프라블룸?!

보안요원 (영어)

(술에 취한 채 다시 배트를 휘두르며)

너 때문에 다 끝장났어... 다 끝났다고!!!

세황이 뒤로 물러나다 가구에 몸이 부딪친다.

가구 위에 진열해 둔 트로피가 떨어지자, 보안요원이 달려들어 떨어지는 트로피를 잡는다.

천세황

(당황해서 한국말로)

얌마! 야! 형이야!... 헤이... 스탑!... 야이 씨발 놈아 그만 하라고!!!

트로피를 안전하게 해놓고 다시 배트를 휘둘러대는,

보안요원 (영어)

칠년 동안 일했던 직장에서 잘린 기분을 알아? 다음 달에 승진이었는데!!!

세황이 보안요원의 배트를 잡아 돌리며 유도 기술로 집어던진다.

쾅! 가구 모서리에 찍히며 처박히는 보안요원.

세황이 재빨리 제일 큰 트로피 하나를 집어 든다.

정신 차리고 배트를 움켜쥐며 세황을 노려보는,

보안요원 (영어)

그거 안 내려놔?

천세황

유 퍼스트! 놔!

보안요원 (영어)

니가 CCTV 자료만 안 빼갔어도 잘리진 않았다고!!!

보안요원이 달려들자 트로피를 던지는 세황.

보안요원이 떨어지는 트로피를 향해 몸을 날려 트로피를 잡아챈다.

이때, 탕- 세황의 총이 발사되고- 파편이 보안요원에게 튄다.

천세황 (영어)

(총구를 보안요원에게 겨누며)

그만 하라고 할 때 그만 해라. 이건 혈압 약 아니다.

쾅! 욕실 욕조에 처박히는 보안요원.

세황이 쓰러진 보안요원에게 찬물을 뿌린다.

천세황 (영어)

모사드 애들하고 연결해.

(보안요원이 독일어로 욕을 해대자, 샤워기를 뜨거운 물로 돌려 보안요원에게 뿌리며)

아... 새끼 거... 욕한다고 뭐가 달라지냐?

보안요원 (영어)

... 날... 죽일지도 몰라...

천세황 (영어)

그것 땜에 온 거야. 너 죽지 않게 하려고. 너처럼 나하고 거래하던 세포 하나가 자살로 위장돼서 발견됐어. 빨갱이 새끼들한테 개죽음 안 당하려면 나한테 협조해라.

보안요원이 세황의 말을 듣고 질려버리는데, 이때 세황의 전화벨이 울린다.

포츠담 광장과 보안요원의 집 - 실외,내/아침

베를린 장벽 설치물이 보이는 길에서 서류를 들고 이동하며 통화하는,

마티 (영어)

뜨거운 거 관심 있어?

천세황 (영어)

(욕조에 앉은 채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보안요원을 보며)

지금 길게 통화할 상황이 아니거든?

마티 (영어)

베를린 공관에 있는 북한인 한 명이 망명 요청을 해왔어.

천세황 (영어)

뭐? 미국으로?

마티 (영어)

(서류를 살피며)

아니, UN을 통해서 정치난민 신청을 하겠대. UN 난민 수용소를 통해서 제 3국으로.

천세황 (영어)

CIA 입장은?

베를린 북한 대사관 앞 - 실외/낮

사람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련정희가 북한 대사관 건물에서 나오고 표종성이 뒤따라 나와 정희를 쫓는다. 이 위로 들리는,

마티 (영어 소리)

윗선에서는 골치 아파 해. 우리 쪽 분위기 알잖아? 북한 쪽은 한 동안 죄었으니 좀 풀어주자 분위기거든. 중국 쪽 눈치도 봐야하고. 중동 민주화 분위기를 잘 몰아서 북한 핵 문제를 부드럽게 풀겠다는 판에 정치망명에 개입하기가 부담되는 거지.

포츠담 광장과 보안요원의 집 - 실외,내/낮

천세황 (영어)

(보안요원을 슬쩍 보며)

다음 접선은 언젠데?

베를린 지하철 역, 지하철 - 실내/낮

표종성이 련정희의 뒤를 추적한다.

아직 아무런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정희가 자동판매기에서 지하철 표를 산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정희를 추적하는 종성. 지하철 표를 사려는데,

지하철이 도착하고 정희가 지하철에 오른다.

표 사기를 멈추고 재빨리 옆 칸에 타며 정희에게 전화를 거는 표종성.

전화 받는,

련정희

이 시간에 어쩐 일입니까? 전화를 다 주고.

표종성

(옆 칸의 정희를 살피며)

대사관에 갈 일이 있어서. 점심 했나?

련정희

밖에 잠깐 일이 있어서 나왔어요.

표종성

어디?

련정희

... 의회 도서관에 자료 찾을 게 있어서... 어떡하죠? 점심은 같이 못하겠는데...

표종성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같은 칸에 탄 동양인 남자를 발견하고)

알겠소. 집에서 봅시다.

전화를 끊는 종성. 동양인 남자를 살피는데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시 정희 쪽을 보고 어디론가 전화 거는 표종성.

인서트.

비서실에 있던 여비서가 비상통신 신호를 받자 매직미러 너머에 있는 기밀통신실로 들어간다. 이 위로-

표종성 (소리)

모란봉 4639... 련정희 동지 외출신청 기록 좀 확인할 수 있소?

정희와 같은 칸의 동양인 남자를 두리번거리는 종성의 모습 위로 전화기 너머에서 뭔가 확인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여비서 (소리)

기록된 바 없습니다.

정희가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려고 일어선다.

재빨리 다음 정거장을 확인하는,

표종성

의회 도서관이 브란덴부르크 역이오?

베를린 북한 대사관, 여비서 통신실과 베를린 지하철 - 실내/낮

북한 대사관, 여비서 통신실.

전화 받는,

여비서

의회 도서관은 프리드리히스트라세 역인데요? 제국 의사당 옆에.

지하철.

정희의 뒷모습을 살피며 통화하는,

표종성

브란덴부르크에 뭐가 있소?

북한 대사관, 여비서 통신실.

여비서

거긴 대사관들이 있죠. 프랑스하고 미국 대사관들이...

지하철.

지하철 유리창에 반사된 동양인 남자를 발견하는,

표종성

기밀통신이니 기록만 하시오. 보고는 내가 직접 하겠소.

북한 대사관, 여비서 통신실.

여비서가 전화를 끊음과 동시에 리학수가 대사 방에서 외투를 입으며 나오는 모습이 매직미러 너머로 보인다. 재빨리 밖으로 나가는,

여비서

외출하십니까? 저한테 말씀 안 해주셨는데...

대답하지 않고 싸늘하게 나가는 리학수.

여비서가 리학수의 손에 들려진 가방을 본다.

베를린 지하철 - 실내/낮

다시 한 번 역을 확인하는 종성. 이번 정거장은 브란덴부르크 역이다.

종성이 동양인 남자를 살피는데, 종성 뒤로 정희가 탄 칸에서 넘어오는 검표원 두 명이 보인다.

정희가 문 쪽으로 선다.

동양인 남자가 티 안 나게 슬쩍 문 쪽으로 움직인다.

종성이 검표원들에게 다가가 뭐라고 속삭인다.

지하철이 다음 정거장에 정차한다.

종성이 문 쪽으로 나선다.

동양인 남자도 문 쪽으로 나서고-

문이 열리며 정희가 내리고,

종성도 내리고,

동양인 남자도 내리려는데, 검표원들이 동양인 남자를 잡는다.

동양인 남자가 잡히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 틈으로 사라지는 종성.

동양인 남자와 종성이 시선을 교환한다.

베를린 지하철 브란덴부르크 역 출구 - 실내/낮

정희를 따라 이동하는 종성.

앞서 가던 정희가 출구에 이르자 주변을 살핀다.

종성이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꺼내자 주머니에서 열쇠와 동전이 떨어진다.

열쇠와 동전을 줍는 것처럼 몸을 숙이며 자연스레 앉아 정희의 시야로부터 벗어나는 종성.

종성의 손은 열쇠와 동전을 줍지만 그의 시선은 정희의 발을 따른다.

정희가 이동하자 종성이 그녀 뒤를 다시 추적한다.

베를린 표종성의 집 - 실내/낮

우당탕- 집으로 들어온 표종성이 창문 커튼을 모두 가린 뒤 집안을 모두 뒤집는다.

가구를 뒤집고, 서랍을 열어 뒤집고, 침대를 찢어 매트리스 안을 뒤지고,

벽을 살피고, 책들을 뒤지고, 액자를 열어 뜯어보고, 커튼 뒤를 살피고,

종이들을 풀어놓고 약품에 적셔 자외선 기계에 비춰보고,

컴퓨터를 뒤지고, 메모지에 연필로 칠을 해 메모 흔적을 찾고,

세면대에 뜨거운 물을 틀어 수증기로 거울의 흔적을 찾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우편물에 자외선을 비쳐 내용물을 확인하고, 옷가지들을 풀어헤친다.

아무런 단서가 나오지 않자 머리를 싸매고 주저앉는 종성.

자신이 찍어온 카메라를 확인한다.

카메라 안에는 미 대사관을 배경으로 거리를 걷는 정희의 모습이 보인다.

동영상 기능으로 돌리는 종성.

동영상에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외국인이 정희에게 말을 거는 모습이 보인다.

대화하는 부분을 계속 돌려보는 종성.

정희의 입 모양을 유심히 살피고 따라해 본다.

입 모양을 살피던 종성이 입 모양을 따라 정희의 영어대화를 메모한다.

다음... 접선은... 언제...

정희가 사람들 틈으로 사라지는 모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딩동- 벨 소리가 들리자 긴장하는 종성. 밖을 확인한다.

문밖에 동명수가 서 있다.

종성이 문을 열자 난장판이 된 집안으로 들어서는,

동명수

오랜만이오, 형님.

표종성

아직 이틀 안 됐잖아? ...정희한테 추적 붙였었나?

동명수

(피식 웃고 집안을 살피며)

형수 문제로 온 게 아니오.

(어질러진 옷가지 중에서 정희의 팬티와 브래지어를 집어 들며)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밖에서 그렇게 철저하던 사람이 집안 단속을 못해서...

표종성

(명수의 무례함을 참아내며)

뭔가 잘못된 거다.

동명수

(싸늘하게 바라보며)

공적으로 하는 말입니까?

표종성

......

동명수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두고 봅시다. 형님이 실수할 일은 없고... 뭐이가 잘못됐다믄, 잘못 처리한 사람이 고발당하겠지.

표종성

무슨 일로 왔나?

동명수

엉뚱한 일이 하나 터졌어요. 제 일이 아니라서 제가 손대질 못합니다.

표종성

?

동명수

망명을 시도하는 반동분자가 있습니다.

종성이 들고 있던 카메라를 뒤로 숨겨 칩을 빼며 명수를 바라본다.

종성을 의식하지 않고 계속 집안을 둘러보며 무심하게 말을 뱉는,

동명수

공관 사람이에요...

(종성에게 몸을 돌리며)

리학수 동지.

베를린 북한 대사관, 리학수의 방 (플래시 백) - 실내/낮

앞서 종성과 통화를 마치고 리학수가 나가는 것을 보는 여비서의 모습이 다시 펼쳐진다.

리학수의 가방을 주시하는 여비서.

리학수가 밖으로 나가자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던 여비서가 리학수의 방문 손잡이를 돌려보는데, 잠겨있다.

이상한 느낌을 받은 여비서가 재빨리 자기 서랍에서 열쇠를 찾아 리학수의 방문을 연다.

리학수 방으로 들어선 여비서가 리학수의 책상으로 가 책상과 쓰레기통을 살피다가 금고가 있는 벽장문이 살짝 열려있는 것을 본다.

서둘러 금고를 확인하는 여비서.

금고를 열어보니 금고가 텅 비어있다.

여비서가 창가로 가 창밖을 내다보면,

리학수가 대사관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화면 밖으로 빠져나가는 여비서.

동명수 (소리)

오늘 리학수 동지가 대사관 금고에서 활동비를 모두 빼갔다고...비서 동지가 일러줬습니다.

동베를린 카페 (플래시 백) - 실내/낮

커피와 함께 계산서를 가지고 리학수의 테이블로 오는 백인 웨이트리스.

리학수가 계산서를 열어보면, 사이에 휴대폰이 끼어있다.

리학수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돈을 테이블 위에 놓은 뒤 자리에서 일어난다.

리학수가 나가는 뒤로 바에 앉아 있던 마티가 보인다.

웨이트리스와 대화를 나누는 마티 너머로 밖으로 나가는 리학수가 보이고, 그 뒤로 여비서가 리학수를 쫓는 것이 보인다.

베를린 지상철 역 (플래시 백) - 실외/낮

휴대폰을 켜며 지상철 역을 향해가는 리학수.

휴대폰 액정 화면에 음성 확인 후 자동소멸이란 글자가 영어로 써 있다.

휴대폰 내용을 들으며 계단을 오르는 리학수. 이 위로-

마티 (영어)

...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광장에서 접선, 암호 확인, 안가 이동...

지상철 역 안으로 들어선 리학수가 휴대폰 내용을 다 확인하고 휴대폰을 끄자,

피식- 휴대폰 내부가 터지며 연기를 일으킨다.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휴대폰에서 연기가 올라오자 사람들 시선을 의식한 리학수가 휴대폰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이동해 도착한 열차에 오른다.

쓰레기통에서 연기를 내뿜고 있는 휴대폰을 들어 올리는 손. 여비서다.

재빨리 휴대폰을 분해해 안에 있는 칩을 확인하는 여비서.

배터리가 터져 주변이 녹아내리는 중에 칩은 약간의 손상만 입은 상태.

여비서가 칩을 빼내는데 성공한다. 이 위로-

동명수 (소리)

오 분도 안 걸리더만요. 살 섞었던 사람한테 등 돌리는 게...

베를린 북한 대사관, 여비서 통신실 (플래시 백) - 실내/낮

여비서가 가져온 칩을 복구하고 있는 가운데, 그 옆에 동명수가 있다.

복구된 내용이 MP3에 저장되고 있다.

동명수 (소리)

접선 장소와 시간이에요.

베를린 표종성의 집 - 실내/낮

내용이 복구된 MP3를 표종성 앞에서 내보이는,

동명수

지도자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이 외국 나와 남 여편네랑 바람을 피우질 않나... 거, 가족들 내팽개치고 서방으로 넘어갈 생각이나 하고 말이오...

동명수가 MP3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베를린 도로,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가는 길 - 실외/낮

바앙- 종성의 차가 도로를 질주한다.

분노와 혼란이 뒤섞인 상태로 운전하는 종성.

혼란스러운 와중에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달리다가 앞에서 가로지르는 차량과 사고가 날 뻔 한다. 위태롭게 핸들을 꺾으며 중앙선을 넘었다가 마주 오는 차량을 가까스로 피한 뒤 다시 차선을 넘어 곡예 하듯 앞 차들을 가로지르며 정상 차선으로 돌아오는 종성.

동명수 (소리)

공화국 인민들은 굶어 죽어가는 마당에 대체 여기서 무슨 짓거리들을 하고 있었던 겝니까?

베를린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광장 - 실외/낮

광장 저편으로 미국 대사관이 보이고, 마티와 카페에서 웨이트리스 역할을 했던 여자요원 한 명이 광장으로 들어온다.

전화 통화를 하는,

마티 (영어)

어디쯤이야?

관광객들 틈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전화통화를 하는,

천세황 (영어)

거의 다 왔어.

세황의 시야에 차에서 내리는 강민호와 관광객으로 위장했지만 방탄조끼로 뚱뚱해진 차림새에 선글라스와 리시버로 기관원임이 표시 나는 국정원 백업 팀들 4명이 보인다.

민호가 세황을 발견하고 팀원들을 남겨둔 채 세황에게 다가와 무전기를 건넨다.

천세황

(무전기 받으며)

아예 명찰들 달고 다니라 그래라...

강민호

시간 없어서 파리하고 런던 파견 나온 애들 넘겨받았더니...

천세황

여기가 무슨 실습장이냐?...

강민호

그래도 다 시험보고 들어온 애들이에요.

천세황

여기서 시험 쳐? 현장 어떻게 돌아가는 줄도 모르는 안경잽이들 데리고 뭔 작전을 한다는 거야?

강민호

(천세황을 막아서며)

형님이 어떤 생각하시는지 알겠는데요, 작전 현장 지휘권은 저한테 있습니다.

천세황

... 차에 갈 때까지 우왕좌왕하지 말고 아이스크림이나 사 먹고 있으라고 그래.

이때 마티가 여자동료와 함께 다가온다. 강민호와 악수하는,

마티 (영어)

준비들 됐나?

천세황 (영어)

(북적이는 사람들과 순찰 경관들을 보며)

근데 왜 하필 여기야?

마티 (영어)

(미국 대사관을 보며)

바로 길 건너가 우리 쪽 대사관이니까, 최악의 상황에선 대사관이라도 뛰어 들어가겠단 거지. 그쪽 요구사항이야.

광장 저편으로 리학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주변을 살피며 시계를 보고 말을 꺼내는,

마티 (영어)

그쪽에선 너희쪽이 개입한 줄 모르니까, 우리가 먼저 접선한 다음 바로 그쪽 차로 태울 거야. 문제없지?

강민호가 도로에 정차된 차량을 가리키며 문제없다는 몸짓을 한다.

마티 (영어)

우린 거기까지만 도울 거야. 이후 문제는 알아서 해. 성공하든 실패하든 CIA는 공식적으로 이번 작전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거야. 기록으로 남겨서도 안 되고. 대신에...

(주위 눈치를 살피며 세황에게 바짝 다가서)

우리한테 파일 얘기를 했어. 네가 얘기했던 비밀계좌하고 연관이 있는 것 같아.

천세황 (영어)

북한 비밀계좌?

마티 (영어)

아직 확실히는 몰라. 하지만 자신을 보호해주는 조건으로 자기가 관리하는 비밀계좌 자료를 들고 오겠다고 했어. 만약 그게 우리 회사에서 털었던 마카오 계좌 연장선에 있으면 나하고 공유해야 돼.

천세황 (영어)

이게 얼마 만에 연합 작전이야?...

마티 (영어)

연합 작전 아니라니까.

천세황 (영어)

알았어, 알았어... 하여간 나이 먹더니 겁만 많아져 가지고...

마티 (영어)

(못마땅하게 세황을 보고 고개 저으며)

너도 자식 키우는 스파이 돼봐...

천세황 (영어)

그래서 자식 안 낳고 이혼 한 거야.

마티 (영어)

(피식 웃고 시계를 보더니)

움직이자.

마티와 여자 요원이 접선 장소로 이동한다.

강민호

(무전으로)

각자 위치로.

세황이 마티를 따라 슬그머니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벽 사이로 사라진다.

사람들이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광장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부감으로 보인다.

마티와 여자 요원이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벽들 사이로 걷는다.

가방을 든 리학수가 관광객들을 지나치며 약속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마티와 여자 요원이 리학수를 발견한다.

리학수가 긴장한 모습으로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데,

리학수에게 다가서는,

마티 (영어)

혹시 라이터나 성냥 가지고 계신가요?

리학수 (영어)

(주변을 의식하며)

공항에 다 두고 왔습니다.

마티 (영어)

전 공항에서 물도 뺏겼어요. 한 모금 밖에 안 남았었는데.

서로 암호를 확인한 리학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악수를 청하며 리학수를 안내하는 마티.

여자 요원과 마티가 리학수를 가운데 두고 이동하는데,

관광객들 틈에서 상황을 살피는 세황이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벽 사이로 모자를 푹 눌러쓰고 휙 지나가는 종성과 스친다.

얼핏 스친 종성을 지나치다 돌아보는 세황. 느낌이 이상하자 종성의 뒤를 쫓는다.

종성이 벽 사이로 휙 사라지고-

세황이 종성을 쫓으며 무전 한다.

천세황

내 쪽으로 두 명만 와봐.

대기하고 있는 차량을 살피던 민호가 무전을 받는다.

강민호

내 명령 떨어지기 전까지 자기 자리 지켜.

세황이 종성의 흔적을 쫓아 관광객들을 지나치며 무전 하는데-

천세황

두 명만 보내라고!

주위를 살피며 무전 받는,

강민호

천세황 요원, 돌발행위 하지 말고 제 쪽으로 오세요. 명령입니다.

세황이 신경질을 내며 무전을 끄고 움직인다.

학수가 CIA 요원들과 함께 이동하는데, 맞은편에서 모자를 눌러 쓴 종성이 등장한다!

종성을 발견한 학수가 놀라지만 마티의 눈치를 살피며 애써 모른 체 태연한 척 한다.

다가오던 종성이 지도를 펼치고 다른 관광객처럼 주위를 살피며 학수 일행과 지나친다.

마티와 여자 요원이 별다른 의심 없이 학수를 데리고 종성과 스치는데,

종성이 총을 꺼내며 뒤로 돌아 순식간에 마티와 여자 요원의 머리통을 후려쳐 제압한다.

벽들을 지나던 세황이 학수가 납치되는 것을 발견한다.

천세황

(학수를 향해 달리며 무전으로)

표적노출. 레스큐.

순간, 리학수가 표종성과 함께 벽들 사이로 사라진다.

대기하고 있다가 무전을 받으며 달려가는,

강민호

에이 씨발... 현장으로 들어가!

종성이 학수를 데리고 기둥 사이로 이동한다.

리학수

종성아... 잘 생각하라...

표종성

대화는 나중에 합시다.

이동하는 종성 맞은편에서 국정원 요원 1,2가 달려온다.

종성과 국정원 요원 1,2 모두 주위를 살핀다.

관광객 한 무리가 이들 사이를 지나간다.

멈추는 종성과 국정원 요원 1,2.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종성과 학수는 국정원 요원 1,2의 시야에서 이미 사라졌다.

종성이 리학수를 데리고 이동하고, 국정원 요원들이 퍼지며 이를 쫓는 모습이 부감으로 펼쳐진다.

종성이 학수를 데리고 벽들을 지나는데,

국정원 요원 3이 튀어나오며 종성을 덮친다. 이 틈에 학수가 도망친다.

종성이 곧바로 덮친 국정원 요원 3을 꺾어 넘기고, 가차 없이 짓밟는다.

국정원 요원 3이 버티며 종성의 발목을 잡자, 종성이 소음 총으로 국정원 요원 3의 무릎을 쏜다.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버티는 국정원 요원 3.

종성이 국정원 요원 3의 관자놀이를 후려쳐 기절시키고 학수를 쫓는다.

세황이 학수를 찾아 기둥 사이를 달린다.

학수가 세황의 시야에 들어왔다 사라진다.

학수를 쫓는 세황.

기둥을 도는 학수를 발견한 종성이 그를 향해 달리는데,

처음에 마주쳤던 국정원 요원 1,2와 부딪친다.

총을 꺼내려는 국정원 요원 1,2의 목울대를 쳐 제압하는 종성.

파괴적인 격술에 국정원 요원 1이 나가떨어지고-

덩치가 큰 국정원 요원 2는 맷집으로 버티며 종성을 붙잡고 늘어진다.

자신에게 유도 기술을 쓰려는 국정원 요원 2의 공격에 대응하는 종성.

국정원 요원 2가 힘으로 종성을 밀어붙여 종성을 번쩍 들어 올린 뒤 벽에 쿵! 쿵! 찍어댄다.

종성이 발로 차고 머리로 받으며 겨우 국정원 요원 2에게 떨어진 뒤 급소들을 가차 없이 공격!

쓰러진 국정원 요원 2를 박살내는 종성.

이동하던 세황이 무릎에 총을 맞고 기절해 있는 요원 3을 발견하고 맥박을 확인한다.

천세황

(주변 살피며 쓰러진 요원을 툭툭 치며)

얌마, 정신 차리고 빨랑 빠져.

기둥 사이에서 목숨을 건 싸움이 벌어지는지도 모른 채 관광객들은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주변을 돌고, 카메라는 이들을 지나 기둥 사이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따라간다.

도망치던 학수에게 민호와 함께 대기하던 국정원 요원 4가 모습을 드러낸다.

막상 눈앞에 타깃이 보이자 국정원 요원 4가 당황하는데-

뒤에서 종성이 나타나 국정원 요원 4를 가격한다.

휘청하는 국정원 요원 4가 뒤로 돌아 종성에게 반격을 가하지만,

종성의 무차별 공격에 결국 쓰러지고 만다.

질려버리는 학수.

종성이 학수를 데리고 다시 빠져나가는데,

세황이 총을 겨누며 등장한다.

뒤를 돌아보는 종성.

강민호 (소리)

그만 둬.

뒤편에는 민호가 총을 겨눈 채 다가온다.

천세황

두 번은 못 빠져나가. 우리 망이야.

학수에게 총구를 들이댄 채 주변을 살피는 종성.

천세황

총부터 내려놓고 얘기하자.

팽팽한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들 사이로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지나간다.

순간, 무기를 감추는 사람들.

종성이 재빨리 소음기를 분리한다.

학수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는 것 같다.

관광객들 너머로 서로를 지켜보는 종성과 세황.

관광객들이 지나가자 종성이 허공에 총을 쏜다.

탕! 탕! 탕! 우레와 같은 총성이 일고-

광장 주변은 일대 혼란이 일어난다.

갑작스런 종성의 행동에 놀란 세황과 민호.

광장 주변 순찰 경관들이 총성이 들린 곳을 향해 무전 연락을 취하며 달려간다.

종성은 학수를 방패로 삼아 세황의 시야에서 벗어난 뒤 민호를 걷어찬다.

세황은 학수 때문에 총을 쏠 수 없는 상황.

종성이 학수를 방패삼아 세황을 향해 총을 쏘며 뒤로 빠져나간다.

이때 종성 뒤편으로 총을 겨누며 나타나는,

마티 (영어)

멈춰!

하는데 슈욱- 퍽! 어디선가 날아든 저격 총알이 마티의 머리통을 관통한다!

종성에게 마티의 피가 튄다.

세황이 쓰러지는 마티를 본다.

도망치던 종성이 이를 보고 주변을 살핀다.

세황이 마티에게 달려가며 주변을 살핀다.

건너편 건물 옥상에서 동명수가 저격용 라이플을 챙기는 모습이 역광으로 보인다.

라이플 저격수가 사라지는 모습을 확인하는 세황. 종성을 바라보고-

종성은 세황과 눈을 마주치자 재빨리 시야를 벗어난다.

총성이 정리되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세황이 사람들을 의식하며 재빨리 마티의 주머니를 뒤져 지갑과 두 개의 휴대폰, 권총 등 마티의 신분을 노출시키는 물건들을 챙긴다.

경찰들이 죽은 마티를 향해 달려오자 경찰들을 향해 소리치는,

천세황 (영어)

빨리요! 사람이 총에 맞았어요!

경찰과 사람들이 모여들고,

세황이 경찰들을 피해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난다.

경찰이 세황을 부르는데,

세황이 사람들 틈에 묻히더니, 벽 너머로 사라진다.

죽은 마티를 뒤로 한 채 이를 악물고 현장을 빠져나오는 세황. 제정신이 아니다.

베를린 보위부 비밀가옥 - 실내/저녁

쾅! 문이 열리며 리학수가 바닥으로 쓰러진다. 방안에는 이미 벽과 바닥에 비닐이 깔려있다.

취조 의자에 앉은 학수의 손발을 묶는 종성.

자포자기 상태로 말을 거는,

리학수

이러지 않아도 어차피 명수가 원하는 대로 자백할 거라는 건 알잖네... 니가 가르친 중에 제일 뛰어난 놈이니까.

다 묶고 난 뒤 학수의 가방을 열어 가방을 뒤지는,

표종성

... 왜 그랬습니까?

리학수

... 살고 싶어서... 우린 평양으로 가도 숙청된다.

표종성

(가방 안의 현찰들을 빼내며)

우리가 아니라 대사 동지죠.

리학수

... 내가 생각하라고 했잖네. 아무리 생각해도 동명수가... 아니... 명수 아버지 동중호가 여기 베를린을 먹으려고 하고 있다.

표종성

(가방 안의 서류들을 챙기며)

이스라엘 놈들한테 정보 넘긴 것도 대사 동지가 한 짓입니까?

리학수

내 말 들어. 마카오에서 동명수 일가가 관리하던 비밀계좌 은행이 미국 놈들한테 털리고 위험해졌다.

인터컷.

집무실에 있는 동중호가 마카오 비밀계좌를 추적한 CIA의 활약을 다룬 외신기사를 읽고 있다.

무기 테스트를 하던 들판에서 동중호가 동명수의 호위를 받으며 유리와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군부들이 모인 비밀모임에서 동중호가 뭔가 설명을 하고 있고, 이 뒤에 동명수가 서 있다.

리학수 (소리)

명수 집안은 새로운 판을 짜지 않으면 밀려나. 동중호가 김정은이 편이 아니라 김정남이 편이었는데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군 간부들이 무기 팔아서 빼돌린 외국 비밀계좌를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야.

다시 현재.

종성이 리학수의 가방에서 빼낸 비밀계좌 자료들을 보고 있다.

리학수

그래서 베를린을 자기들 손에 떨어뜨려야 되는 거다. 유럽 비밀계좌 중앙거점을 확보해 간부들 비자금을 계속 관리해야 하니까.

표종성

... 언제부터 스파이 짓을 한 겁니까?

리학수

... 내 말을 듣지 않는구나...

표종성

당신은 가족들 다 내버리고 서방으로 넘어가려고 한 사람입니다.

리학수

... 생각해라... 생각... 동명수가 왜 여길 왔고, 니 마누라가 왜 스파이 혐의를 받는지...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니라면, 누가 우리 공작정보를 흘릴 수 있는지...

표종성

... 정희는 어떤 역할입니까?

이때 문이 열리고 동명수가 들어온다.

학수의 얼굴에 절망감이 묻어난다.

종성이 명수와 학수를 보며 말문을 닫는다.

종성과 눈을 마주친 뒤 카메라를 설치하는,

동명수

당에서 직접 보고 듣는 걸 원해서...

카메라를 설치한 명수가 가방에서 누런색 약물이 든 주사기를 꺼낸다.

리학수

원하는 걸 말하라. 그대로 대답해 줄 테니... 대신 고통스럽게 죽이지만 말아 달라.

동명수

끝까지 평양에 있는 가족 생각은 안하누만.

리학수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잖네.

동명수

(슬쩍 종성을 보고 피식 웃은 뒤 주사기를 가져가며)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누가 누명 씌우는 줄 알겠습니다...

명수가 학수의 팔뚝에 주사를 놓는다.

이를 지켜보는 종성.

잠시 후 눈알이 뒤집히며 입에 거품을 무는 학수.

명수는 차갑게 이를 지켜본다.

온몸에 힘을 주고 버둥거리는 학수. 종성이 학수의 고통스런 발작을 지켜본다.

고통을 이기지 못한 학수가 손톱으로 의자 팔걸이를 긁어대다가 손톱이 부러진다.

학수의 발작이 멈추자 카메라를 켜고 질문하는,

동명수

이름과 소속.

종성이 축 늘어진 짐승처럼 앉아있는 학수를 참담하게 바라본다.

실핏줄이 터져 마치 토끼 눈처럼 된 한쪽 눈 때문에 학수의 모습이 기괴해 보인다.

리학수

... 리... 학... 수... 조선... 인민... 민주주의... 공화국... 독일 주재... 북한... 대사...

카메라가 빨간 불을 번쩍이며 학수의 모습을 담고 있다.

동명수

왜 배신했나?

베를린 뒷골목 - 실외/밤

인적이 드문 뒷골목. 세황이 드럼통에 피운 불 앞에서 마티의 소지품을 꺼내 보고 있다.

마티의 지갑엔 약간의 현찰과 신분증들, 카드 몇 장이 있고, 업무용 휴대폰에는 베를린 관련 전화번호와 사진들이 저장되어 있다. 개인 휴대폰 안에는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있다. 마티의 생일을 축하하며 생일 축하 노래를 전송한 휴대폰 동영상을 보는 세황. 이 위로-

강민호 (소리)

뒷수습은 제가 할 테니까,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세요.

천세황 (소리)

강 부장 너는?

강민호와 세황이 어둠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강민호

관련 기록이 없으니까, 제가 계속 잡아떼면 마티가 뒤집어쓰는 거죠. 마티랑 같이 나온 그쪽 여자 요원은 하급 요원이라 마티가 주는 정보만 알고 있으니 우리와 어떻게 연관됐는지는 밝힐 수가 없을 겁니다.

민호가 말없이 세황에게 뭔가를 건네는데,

서울행 비행기 티켓이다.

천세황

(마티 휴대폰을 분해해 하나씩 불 속에 넣으며)

현장에 나타났던 새끼... 호텔에서 부딪쳤던 놈이다... 이북 놈들 아무리 상황이 어렵다고 해도, 무기 암거래하고 망명 작전에 같은 사람을 뺑뺑이 돌릴 정도로 멍청하게 일하진 않지.

강민호

형님, 진짜 씨발 왜 이래요! 다 끝났어요! 우린 좆 됐다니까! 더 이상 뭐 어떻게 망가져야 속이 시원해?!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형님 그 옛날 촉만 믿고 같이 무너지라는 거예요?!

이때 천세황의 전화로 문자메시지가 온다.

contact'

비행기 티켓을 민호에게 건네는,

천세황

미안하다. 그냥 내가 명령 불복종 했다고 보고해라.

강민호

형님, 제발 그냥 접읍시다.

천세황

너도 내 꼴 나고 싶어? 이 바닥이 몸 사린다고 사려지는 동네냐? 여기서 정리하면 너나 나나 이대로 쫑이야...

(전화기 들어 보이며)

호텔 현장 치고 들어왔던 모사드 애들 접촉라인 찾았어. 더 무너지기 싫으면 사무실 들어가서 CIA 애들하고 여기 경찰 교신 내용들 감청해...

(마티 지갑에서 현찰을 챙긴 뒤 지갑을 불 속에 넣고 돌아서며)

잘못되면 나한테 다 뒤집어씌우고, 잘되면 니가 다 먹어.

베를린 표종성의 집 - 실내/밤

집으로 돌아온 련정희가 난장판이 된 집안을 둘러보며 넋을 놓고 서 있다.

어둠 속에 싸인 채 앉아서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있는,

표종성

왔나?

련정희

무슨 일입니까?

표종성

(퀭한 눈으로 자신이 찍은 카메라 속 영상을 계속 돌려보며)

그러는 자네는 무슨 일인가?

련정희

?...

표종성

(정희에게 자신이 찍은 동영상을 보여주며)

오늘... 외출보고도 없이... 나한테 얘기한 곳과 다른 곳에 갔어...

련정희

... 미행했습니까?

표종성

나한테 할 말 없나?

련정희

... 다 알고 계셨습니까?

표종성

다 알았으면 좋겠나?

련정희

... 대사님 명령이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일들이 아니라...

표종성

아직 내가 원하는 건 말하지 않았다.

련정희

당신이 원하는 걸 내가 모르는 모양입니다.

표종성

(버럭)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야!

정희를 향해 손찌검을 하려다 멈추는 종성. 정희를 향해 손을 올린 자신도 놀라는 눈치다.

이런 종성에게 위축되지 않고 똑바로 두 눈을 마주치는,

련정희

아시잖습니까?! 제가 뭘 할 수 있겠어요?... 접대도 명령인데 어쩝니까?... 그래도...

정희의 말에 더욱 혼란스러운 종성.

련정희

그래도... 뱃속에 애는 우리 앱니다.

표종성

!

베를린 밤거리 - 실외/밤

바앙- 천세황이 차를 몰고 전속력으로 도로를 질주한다.

베를린 표종성의 집 - 실내/밤

종성이 서서 지켜보는 가운데, 식탁에 앉아 관광객과 자신이 대화하는 동영상을 보는,

련정희

나하고 얘기하는 여행객 남자는 광장에 있는 행사일정을 물어본 겁니다. 난 매주 있는 행사날짜를 알려줬던 거구요.

종성이 앞에서 다음 접선은 언제?... 라고 해석했던 입모양이 완전히 다른 뜻으로 해석된다.

종성의 카메라를 통해 미 대사관 근처 건물에서 들어가고 나오는 자신의 사진을 보는,

련정희

그리고 이곳은... 산부인과가 있는 곳입니다...

표종성

(카메라를 가져오며)

... 왜 얘길 안했나?

련정희

애가 있다는 걸 당에서 알면 평양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표종성

돌아가는 게 싫든?

련정희

(종성과 눈을 마주치며)

무슨 대답을 원합니까?...

표종성

사실.

련정희

(핸드백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종성에게 건네며)

이게 사실입니다.

종성이 사진을 받아보면, 정희 뱃속을 찍은 초음파 사진이다.

할 말을 잃은 종성. 혼란스럽다.

련정희

전... 당신이 남자관계를 묻는 줄 알았습니다...

표종성

... 뭐가 됐든 거짓말은 거짓말이지.

련정희

어차피 지금 날 믿지 않고 있잖습니까.

표종성

(평정심이 흔들리며)

그럼 왜 말을 안했나? 그게 사실이라면 대체 뭐가 무서워서?

련정희

우리 첫 아이... 당에서 키워준다던 그 아이가... 제대로 젖도 못 물렸는데... 죽은 지 이제 이년 됐습니다...

(이를 악물고)

어떻게 치료받았는지도 모르고... 그리고 엄마란 년은 또 아이를 가졌어요... 아이를 낳으려면 평양으로 돌아가야겠죠... 그리고 당에서 책임진다는 말만 믿고 나는 다시 나와야 할 겁니다...

표종성

(호흡을 고르며 애써 냉정을 되찾고)

... 뱃속에서 지울 생각을 했었나?

련정희

말도 못하는 애가 얼마나 아팠을지 생각해 봤습니까? 난 내 새끼 그렇게 두 번은 못 죽입니다... 그런데 지울 수도 없었어요... 그래, 생각은 했습니다. 그래요. 당신 하는 일에서는 생각도 죄가 되죠. 내 단짝이었던 수란이도 성경 책 읽고 기도했다는 죄로 당신한테 고발당했으니까.

표종성

... 당신... 지금... 당과 인민을 배반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련정희

당신은 마누라하고 자식보다 당과 인민이 더 중요합니까? 난 내 자식이 중요합니다. 애비가 지켜주지 못한다면 에미라도 지켜줘야죠.

표종성

(초음파 사진을 돌려주며)

... 내일 아침 나와 함께 병원으로 간다. 만약 거짓말일 경우...

련정희

고발당하고 스파이가 되는 겁니까?...

(종성을 바라보며)

내가 스파이가 돼야 당신 마음이 편하겠죠. 당이 나를 스파이라고 했으니까.

표종성

... 오늘... 리학수 동지가 서방으로 망명을 시도했다.

뜻밖의 말에 놀라는 정희.

이때 전화가 걸려온다. 종성과 정희 모두 적막을 깨는 전화 소리에 놀란다.

정희는 전화와 종성을 번갈아 바라본다.

긴장한 모습으로 천천히 전화기를 향해 가는 종성.

정희는 조심스럽게 수화기를 드는 종성을 본다.

베를린 보위부 비밀가옥 - 실내/밤

수화기를 들고 전화통화 하는,

동명수

형님, 자백은 받으셨습니까?

베를린 표종성의 집과 보위부 비밀가옥의 교차 - 실내/밤

표종성의 집.

정희에게 등을 돌린 채 통화하는,

표종성

아직 시간이 남았다.

정희가 슬쩍 종성의 작업 방으로 들어간다.

보위부 비밀가옥.

동명수

부부생활 하시는데 제가 깨웠구만요.

표종성의 집.

감정을 억누르며 통화하는,

표종성

리학수 동지 취조는?

보위부 비밀가옥.

보위부 요원들 네 명이 리학수의 시신을 보디 백에 넣고 얼음 채우는 것을 보며 통화하는,

동명수

덕분에 잘 끝났습니다. 리학수는 평양으로 송환처리 됩니다. 수고하셨소.

베를린 한적한 공터 - 실외/밤

인적 없는 공터에 세황의 차가 서 있고, 공터로 다른 차량 한 대가 들어온다.

차에서 내리는 남자. 앞서 유리와 아심을 체포했던 모사드 요원 다간이다.

기다리고 있던 세황의 차 안에는 호텔 보안요원이 대기하고 있다.

다간이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차에서 호텔 보안요원도 내린다.

다간 (독일어)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얼마나 중요한...

하는데, 갑자기 뒤를 덮치며 지지직- 전기 총으로 다간을 쓰러뜨리는 세황.

베를린 표종성의 집과 보위부 비밀가옥의 교차 - 실내/밤

표종성의 집.

시계를 보고 긴장하는,

표종성

아직 정희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못 찾았다.

수화기 너머로 동명수의 코웃음 소리가 들린다.

동명수 (소리)

긴장 푸시죠, 이제.

표종성

?

동명수 (소리)

축하드립니다, 형님.

정희가 종성의 작업 방에서 숨죽인 채 수화기를 들고 통화내용을 엿듣고 있다.

보위부 비밀가옥.

보위부 요원들이 리학수의 시체를 끌고 나가는 가운데 통화하는,

동명수

당성 시험에 무사히 통과하셨습니다.

표종성의 집.

작업 방에서 수화기 입을 막고 몰래 듣던 정희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역시 혼란스러워 쉽게 다음 말을 잇지 못하는,

표종성

... 그... 무슨... 리학수 동지는?...

동명수 (소리)

모든 게 리학수 때문이었습니다.

보위부 비밀가옥.

보위부 요원 하나가 비닐을 걷어내고 정리하는 가운데 통화하는,

동명수

최근 평양으로 들어오는 외화벌이 액수가 눈에 띄게 줄었단 말입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리학수가 개인 사유재산 빼돌리고 망명할 거라고 당이 의심하면서 형님까지 말이 나오지 않았겠습니까.

인서트.

건물 뒤편에 승합차 두 대가 서 있고, 밖으로 나온 보위부 요원들이 리학수의 시신을 한쪽 승합차에 넣는다.

승합차 안에 준비된 화물 상자를 여는 보위부 요원들.

이중으로 된 화물 상자 밑바닥에 리학수의 시신을 넣고 그 위에 얼음주머니를 더 채운다.

동명수 (소리)

저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표종성 동지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보위부나 당의 입장이 어디 그렇습니까? 그래서 제가 당성 시험을 치르자 했죠. 자기 마누라까지 수틀리면 고발하는 사람의 당성을 어떻게 의심하겠습니까?

표종성의 집.

넋 놓고 듣고 있는 종성 위로-

동명수 (소리)

조금 이따 보위부 식구들이 집으로 찾아갈 겁니다. 내일 평양으로 함께 가셔서 축하받으시고,

종성이 정신을 차리고 방안을 훑어보는데, 정희가 보이질 않는다.

동명수 (소리)

새로 올린 계급장 차면, 다시 나오실 겁니다. 집은 오늘 일 때문에 추적당할 수 있어서 평양에서 온 친구들이 청소할 테니까 필요한 것만 챙겨서 준비하고 계십시오.

보위부 비밀가옥.

동명수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형님은 저까지 살리셨소.

표종성의 집.

종성이 전화를 끊고 작업 방으로 뛰어 들어간다.

정희는 방에서 수화기를 들고 넋을 잃은 채 서 있다.

표종성

... 어디까지 들었나?...

차갑게 종성을 노려보는,

련정희

어디까지 들었으면 좋겠습니까?

종성이 정희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정희 앞에 선다.

련정희

당신도 불쌍하지만... 당신을 믿고 산... 내가... 당신을 아버지라고 알고 죽은... 내 아이가... 그리고 뱃속에 내 아이가...

정희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욕실로 들어간다.

베를린 한적한 공터, 세황의 차 안 - 실외/밤

플라스틱 수갑으로 핸들에 묶여 있는 다간의 양쪽 엄지손가락을 지문 인식기로 찍는 세황.

뒷좌석에 있는 보안요원은 다간을 향해 전기 총을 겨눈 채 불안해하고-

세황은 저항하는 다간의 눈을 벌려 안구 인식기로 찰칵-

지문과 안구 사진을 어디론가 전송하는 세황을 보는,

다간 (영어)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천세황 (영어)

(지문과 안구 인식 정보를 확인하며)

북한하고 아랍 애들 무기거래 하는 정보 어디서 받았어?

다간 (영어)

나한테 한 짓이 알려지면, 넌 죽어.

천세황 (영어)

너는 어떻게 될 것 같은데?

베를린 표종성의 집 - 실내/밤

욕실.

정희가 물을 틀어 놓고 앉아 배신감과 분노의 감정을 겨우 억누르고 있다.

거실.

욕실에서 새어나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집안을 서성이는 종성. 혼란스럽다.

집안을 서성이다 뭔가 밟는데,

내려 보면, 동명수가 집어 들었던 정희의 브래지어다.

브래지어를 집어 들며 살펴보는 종성.

브래지어 안에 뭔가가 있는데, USB다.

USB를 빼내는 종성. 시계를 본다.

새벽 3시 50분을 넘어서고 있다.

주변을 살피는 종성.

텔레비전과 오디오 스피커를 유심히 바라본다.

플래시 백.

표종성의 집.

표종성

... 내일 아침 나와 함께 병원으로 간다. 만약 거짓말일 경우...

련정희

고발당하고 스파이가 되는 겁니까?...

보위부 비밀가옥.

동명수

축하드립니다, 형님... 당성 시험에 무사히 통과하셨습니다.

표종성의 집.

동명수의 전화를 듣는 종성의 얼굴 위로-

동명수 (소리)

자기 마누라까지 수틀리면 고발하는 사람의 당성을 어떻게 의심하겠습니까?

다시 현재.

천천히 일어나 집안을 둘러보는 종성. 집안 전체가 마치 종성을 감시하고 있는 것 같다.

종성이 텔레비전과 오디오를 켠 뒤 노트와 매직펜을 들고 욕실로 향한다.

욕실 문이 잠겨 있자, 쾅! 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종성.

욕실.

정희가 종성을 노려본다.

밖으로 나가려는 정희를 붙잡는 종성.

정희는 강하게 저항하며 밖으로 나가려 한다. 하지만 종성의 완력에 정희가 잡힌다.

소리치려는 정희의 입을 틀어막는 종성.

정희의 입을 틀어막은 종성이 수증기가 올라온 거울에 글씨를 쓴다.

도청

종성을 보는 정희.

거울에 대고 노트 위에 글씨를 쓰기 시작하는 종성.

함정

베를린 한적한 공터, 세황의 차 안 - 실외/밤

천세황 (영어)

이 사건에 얽힌 내 친구가 북한 빨갱이 새끼가 쏜 총에 머리가 뚫려서 죽었어.

다간 (영어)

오후에 있었던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광장 저격?

천세황 (영어)

(고개 끄덕이며)

근데 죽은 그 친구가 CIA야. 아심 조직을 추적하던.

(안구 인식을 한 기계를 내보이며)

내가 윗선에 네 신분 노출시키고, 정황상 북한하고 이스라엘이 손잡았다고 보고하면, 아마 이틀도 안 돼서 네 신상명세가 CIA에 뿌려질 거야. 니가 현장에서 북한 놈 빼돌렸던 건 사실이잖아.

(다간이 할 말을 잃자)

이런 걸로 미국하고 외교적인 문제까지 일으킬 필욘 없잖아?

보안요원은 불안에 떨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한숨을 내쉬고 말을 꺼내는,

다간 (영어)

... 북한 애들이야. 평양에서 우리 쪽으로 연락이 왔어.

베를린 표종성의 집 - 실내/밤

메모한 종이에 불을 붙이고 다음 종이에 적는,

당신 고발

동명수에게 한 적 없음

이거 본 적?

브래지어에서 찾은 USB를 정희에게 보여주는 종성.

정희가 혼란스럽게 종성을 본다.

동명수 집에 왔었음.

플래시 백.

집에 찾아와 여기저기 훑어보던 동명수가 정희의 브래지어를 들고 그 안에 USB를 숨긴다.

혼란과 공포에 휩싸이는 정희...

계속 메모하고 태우기를 반복하는 종성.

고발은 방금 처음 나온 얘기

고발하지도 않았는데

당성시험 통과

어떻게?

도청

도망쳐야 돼

싸늘하게 바라보는 정희.

다시 적는 종성.

시간 없어.

종성이 손목시계를 보여준다. 시간은 네 시를 향하고 있다.

새벽 네 시는

체포의 시간

이때, 쿵쿵쿵!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베를린 보위부 비밀가옥 - 실내/밤

감청장치를 통해 무심히 소리를 듣고 있다가 무전 연락을 하는,

동명수

갑자기 음악 소리가 크다. 조심들 하라.

베를린 표종성의 집 - 실내/밤

창밖을 확인하는 종성.

아래 승합차 한 대가 서 있고, 그 옆에 보위부 요원 하나가 무전하며 서 있다.

베를린 한적한 공터, 세황의 차 안 - 실외/밤

다간 (영어)

거래를 했어. 평양에서 베를린 공관 인력들을 교체할 빌미를 만들어주면, 자기들이 거래하던 아랍 테러 조직 하나를 우리한테 넘기기로. 그래서 아심 조직하고 하는 거래에 우리가 훼방꾼으로 들어간 거야.

천세황 (영어)

평양에서 왜? 자기들 돈 줄인데?... 북한 공관 내부에서 배신이라도 생긴 거야?

다간 (영어)

우린 필요한 것만 알아... 하지만... 정황상 그때 현장에 있던 북한 친구는 배신당했다고 봐야겠지...

천세황 (영어)

너희들은 상대국에 무기 팔아먹는 놈들하고도 거래를 하나?

다간 (영어)

순진하게 왜 이러셔?... 우리도 예전에 북한 무기 많이 샀어. 예전에 친구였는데 다시 친구 되지 말란 법도 없잖아.

천세황 (영어)

그때 통화기록 가지고 있지?

다간 (영어)

그걸 달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천세황 (영어)

(전화기 꺼내 보이며)

어차피 지금 니가 한 말 다 기록됐어. 이 기록 없애고 싶으면 빨갱이 새끼랑 통화한 거 넘겨.

베를린 표종성의 집 - 실내/밤

종성이 총에 소음기를 장착하고 현관문을 향해 간다.

현관문 옆에 붙은 인터폰으로 복도를 확인하는 종성.

두 명의 보위부 요원들이 무기 없이 서 있다. (이 중 한 명은 지하철에서 종성이 봤던 낯선 동양인이다.)

총을 뒤로 숨기고 문을 여는 종성.

보위부 요원들이 인사를 하며 안으로 들어온다.

보위부 요원 1

짐 정리는 하셨습니까?

하는데, 다른 보위부 요원 하나가 USB를 숨긴 브래지어가 있던 곳으로 간다.

보위부 요원 1

(소형 카메라를 꺼내며)

보고용 기록 좀 남기겠습니다.

카메라를 든 보위부 요원 역시 USB를 숨긴 브래지어가 있던 곳으로 다가가 찍는다.

엉뚱한 브래지어를 집어 들고 뒤적이는 보위부 요원 위로-

표종성 (소리)

이거 찾나?

종성이 USB를 들고 서 있다.

순간, 총을 꺼내려는 보위부 요원들을 향해 푸슉- 푸슉- 총을 쏘는 종성.

보위부 요원 하나가 쓰러지며 허리에 있는 비상호출기를 누른다.

베를린 보위부 비밀가옥 - 실내/밤

감청 중이던 동명수가 긴급호출 신호를 받는다.

동명수

(휴대폰을 들며)

개새끼들, 조심들 하라니까니...

베를린 표종성의 집 앞 - 실외/밤

표종성의 집에서 화염이 번쩍이는 것을 본 보위부 백업 요원이 긴급호출기를 확인하며 기관총을 빼들고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베를린 표종성의 집 - 실내/밤

종성이 욕실에 있던 정희에게 외투를 건넨다.

비밀 서랍에서 현찰뭉치를 꺼내고,

권총 탄약을 챙기고,

노트북을 챙겨 가방에 쑤셔 넣는 종성.

베를린 아랍 식당 주방 - 실내/밤

주방 테이블 주변에 아랍 남자들 다섯 명이 모여 앉아 압둘에게 폭탄 제조법을 배우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압둘이 전화를 받는다.

베를린 표종성의 집, 복도 - 실내/밤

가방을 둘러맨 종성이 정희를 데리고 집을 나서는데,

보위부 백업 요원이 기관총을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푸슈슈슈슈슉!!!

복도에서 보위부 백업 요원이 소음 기관총을 갈겨대며 다가온다.

날아드는 총탄을 피해 정희를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가는 종성.

베를린 보위부 비밀가옥 - 실내/밤

수화기를 귀에 댄 채 책상 위에 놓인 총을 조립하며 통화하는,

동명수 (영어)

연락이 좀 늦었지? 너희 형 소식은 들었어?

베를린 아랍 식당 주방 - 실내/밤

주방 벽에 붙은 사진들 중 아심과 함께 찍었던 사진을 보며 통화하는,

압둘 (영어)

모사드 놈들이 재판도 않고 처형했어.

베를린 보위부 비밀가옥 - 실내/밤

동명수 (영어)

너희 형 아심을 이스라엘 놈들한테 넘긴 배신자를 찾았다... 지금 움직이면 잡을 수 있어.

베를린 표종성의 집, 옥외 비상계단 - 실내,외/밤

종성이 창문을 열고 정희를 옥외 비상 철제 계단으로 내보낸다.

정희가 종성을 보는데,

푸슈슈슈슈슈슉!!!

밖에서 쏴대는 총알에 현관 문짝이 뚫리기 시작한다.

정희가 비상 철제 계단으로 나가고 종성도 따라 나간다.

현관문이 부서지며 보위부 백업 요원이 들이닥친다.

종성이 창밖으로 나가며 총을 쏜다.

정희가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이 잠겨 있자 발로 쾅쾅 쳐 계단을 겨우 내린다. 계단은 너무 오랫동안 쓰지 않아 녹이 많이 슬어있는 상태다.

보위부 백업 요원이 종성의 총알을 피한 뒤 다시 기관총을 난사한다.

창문이 깨진다.

옥외 비상계단으로 내려가는 종성과 그 아래층에 도착한 정희의 머리 위로 깨진 유리 파편이 떨어진다.

아래층에 도착해 다시 비상계단을 힘겹게 발로 차 연결하는 정희.

창가에 도착한 보위부 백업 요원이 아래쪽으로 기관총을 쏴대며 계단으로 나온다.

끼이익- 녹슨 계단이 아래로 이어지고-

종성은 정희가 계속 내려가게 하고 푸슉- 푸슉- 엄호사격을 한다.

정희는 계속 아슬아슬하게 총알을 피하며 계단을 연결하며 이동하고-

종성이 정희를 쫓아 이동하는데-

보위부 백업요원이 난사한 총알이 종성이 이동하는 비상 철제 계단 곳곳을 부순다.

연결고리가 끊기며 계단이 부서지고,

휘청한 종성이 부서지는 계단과 함께 아래쪽으로 바로 떨어진다.

착지와 동시에 가방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트는 종성.

콰강-! 종성 옆으로 부서진 계단이 떨어지고, 종성이 착지한 층의 계단을 연쇄적으로 부서뜨리며 아래로 떨어진다.

이미 종성보다 세 층 아래 건물 3층에 도착한 정희가 계단을 연결하기 위해 애쓰다가 위쪽에서 무너져 내리는 계단을 본다.

보위부 백업 요원이 점프를 하며 6층의 종성을 향해 빠르게 다가온다.

종성이 보위부 백업 요원을 향해 총을 쏘며 아래를 내려다본다.

계단들이 떨어지자 정희가 철제 난간에 바짝 붙여 피한다.

콰당탕탕- 정희 옆으로 떨어지던 계단이 정희를 스치며 떨어져 정희의 층 계단까지 부수고 그 위에 엉켜 쌓인다.

종성이 보위부 백업 요원을 향해 푸슉- 푸슉- 푸슉- 총을 쏘고,

콰당탕탕!- 부서진 철제 연결계단들이 아래로 떨어지고-

3층에서 내려갈 길이 없어진 정희가 위를 본다.

난사해대며 종성을 조여 가던 보위부 백업 요원이 거의 종성에게 다가가는데, 총알이 떨어진다.

종성이 이런 보위부 백업 요원을 향해 총을 쏘다가 총알이 떨어지자 재빨리 총을 뒤춤에 챙긴다.

보위부 백업 요원이 몸을 날려 종성을 덮친다.

종성이 보위부 백업 요원에게 반격을 가하고-

두 사람 몸이 충돌하며 연결계단이 부서진 철제 틀 사이로 떨어지는데-

종성이 5층 철제 틀을 잡고 버티고-

보위부 백업 요원은 몸이 철제 틀에 부딪치며 5층 난간에 떨어진다. 동시에 보위부 백업 요원의 기관총이 아래로 떨어진다.

쿵! 철제 계단 틀이 충격을 받으며 철컹- 하고-

정희가 위험하게 위를 본다.

보위부 백업 요원의 기관총이 정희 옆을 스치며 아래로 떨어진다.

종성이 정희의 바로 머리 위 4층 철제 판 위로 떨어지고,

이어서 보위부 백업 요원이 칼을 빼들며 종성을 따라 떨어진다.

다시 한 번 쿵! 충격을 받는 철제 계단.

종성이 재빨리 권총 소음기를 분해하고, 권총 슬라이드와 탄창을 뺀 뒤 총을 챙긴다.

보위부 백업 요원이 칼을 빼들어 종성을 위협하고-

종성은 권총 슬라이드와 탄창을 손에 쥐고 싸운다.

짐승같이 싸우는 두 사람.

보위부 백업 요원의 덩치와 힘에 밀리던 종성이 탄창을 던져 머리를 맞히고, 보위부 백업 요원에게 달려들어 권총 슬라이드로 보위부 백업 요원의 급소를 마구 찍어댄다.

이어서 보위부 백업 요원을 밀어붙여 녹슨 계단 틀을 부수며 아래로 떨어지는 종성.

동시에 정희가 서있던 곳까지 충격을 받아 휘청-

정희가 떨어지는 종성을 본다.

계단 아래 구조물 모서리에 보위부 백업요원이 찍히며 떨어지고,

종성은 그 위로 충격을 완화하며 떨어진다.

계단 구조물이 덜컹! 하며 정희가 서있던 곳이 충격과 무게를 못 이기고 부서지기 시작한다.

정희가 상판 난간을 잡고 버티는데- 끼이익-

우당탕- 철제 계단 틀이 부서지며 프레임 자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진다.

난간에 매달려 있던 정희가 프레임 바깥으로 떨어지는데- 가까스로 난간을 잡고 매달린다.

이를 본 종성이 정희를 향해 달려오고-

종성이 달려오는 것을 본 정희가 동시에 철제 프레임이 부서지는 것을 본다.

콰쾅- 철제 프레임이 부서져 나가며 동시에 난간에서 떨어지는 정희.

바닥으로 정희가 떨어지는 순간,

종성이 달려들어 정희를 낚아채며 튀어나가 바닥을 구르고-

종성과 정희가 빠져나간 뒤로 아슬아슬하게 계단 프레임 틀이 쿵!- 먼지를 일으키며 떨어진다.

종성이 쓰러진 정희가 다친 곳이 없는지 살핀다.

정희는 이런 종성의 상처를 살핀다.

소란에 놀란 집집마다 불이 켜지기 시작하고-

종성이 놀란 정희를 일으켜 세운 뒤 어둠 속으로 함께 사라진다.

다간의 집 작업실 - 실내/밤

다간이 컴퓨터에서 음성파일을 MP3에 옮기고 있다.

이 옆에서 지켜보는 세황. 전화벨이 울린다.

국정원 베를린 위장 사무실 내 상황실과 다간의 집 작업실 - 실내/밤

국정원 베를린 위장 사무실 내 상황실.

모니터를 보며 헤드셋으로 세황과 통화하는,

강민호

방금 주택가에서 총격전이 발생해서 경찰이 현장출동 한다는 무선이 감청 됐어요. 해당 건물 세입자 중에 북한 대사관 통역관이 있대요.

다간의 집 작업실.

다간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통화하는,

천세황

거 봐... 현장 주소 보내주고, CIA 위성통신 감청망 데이터 확보 가능하지?... 현장 반경 20킬로미터 내 모든 채널 감청공유 해줘.

국정원 베를린 위장 사무실 내 상황실.

분석관의 모니터에 각종 음성 그래프들이 뜬다.

강민호

미친 거 아닙니까? 윗선 허가도 없이 CIA 위성 통신 감청망을...

다간의 집 작업실.

천세황

니가 나보다 높잖아. 넌 네 일 해. 난 내 일 할 테니까.

국정원 베를린 위장 사무실 내 상황실.

강민호

네?... 천 선배... 천 선배... 야이 개새끼야!!!

다간의 집 작업실.

천세황

(전화 끊고 다간에게 MP3를 받은 뒤 전화기에 녹음된 내용 삭제버튼을 누르고, 영어로)

CIA는 영원히 이 문제 모를 거야. 너희 쪽에서 새지 않는 한.

다간 (영어)

조심해. 우린 누굴 위해 일하는지 몰라도 누구랑 싸워야 하는 지는 알거든. 언젠간 널 잡을 거야.

천세황

이 새끼들은 이런 대사도 연습하나...

(밖으로 나가며, 영어로)

또 보자고.

베를린 중급 호텔 로비 - 실내/밤

프런트 데스크에 혼자 있는 종업원이 꾸벅꾸벅 졸고 있다.

이 앞으로 표종성과 련정희가 다가온다.

종업원이 계속 졸고 있자 종성이 알람 벨을 띵- 울린다.

표종성 (독일어)

방 있소?

정희가 카운터테이블 위에 있던 편지봉투용 칼을 슬쩍 숨긴다.

종업원이 잠에서 깨며 열쇠를 찾아 건넨다.

표종성 (독일어)

방을 직접 확인하고 싶소.

베를린 중급 호텔 복도 - 실내/밤

종업원의 안내로 방을 확인하는 표종성과 련정희.

종업원이 열쇠를 건네자 종업원에게 유로화를 건네는,

표종성 (독일어)

숙박부에 기록은 안 남겼으면 좋겠는데?

돈을 내려 보며 종성과 정희를 번갈아보고 시계를 보는,

종업원 (독일어)

내일 아침 교대할 사람한텐 뭐라고 하죠?

표종성 (독일어)

(유로화를 더 건네며)

객실 청소할 직원 몫까지.

종업원 (독일어)

(돈을 받으며)

아침 8시 전에는 나가주세요...

(정희를 보고 웃으며)

원래 위험한 사랑은 돈이 많이 들어요.

베를린 표종성의 집 앞 - 실외/밤

경찰차와 앰뷸런스가 진을 치고 있고, 건물에서 시체가 실려 나오고 있다.

앰뷸런스에 시신이 들어가는 것을 본 세황이 사람들 틈에서 나와 통제중인 신참경찰에게 신분증을 대충 보이며 앰뷸런스로 다가간다.

천세황 (영어)

외교부 직원입니다. 신원 확인 연락을 받았어요.

세황이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자 영어에 서툰 신참 경찰이 당황하며 무전을 한다.

현장 책임경찰이 밀어붙이고 있는 세황에게 다가온다.

현장 책임경찰 (독일어)

당신 어디서 나왔다고? 우린 연락 받은 적 없어.

천세황 (영어)

아이 캔트 스피크 도이치.

현장 책임경찰 (영어)

(독일 억양 심하게 또박또박)

당신 어디서 나왔냐고? 우린 연락 받은 적 없다니까.

천세황 (영어)

(일부러 심한 콩글리쉬 발음으로 빠르게 소리치며)

무슨 소리야? 멀쩡하게 잘 자고 있는 사람 깨워서 난리를 쳐놓고... 현장 책임자 나오라 그래, 책임자!

현장 책임경찰 (영어)

(세황 따라가며)

뭐라고? 내가 책임자야.

천세황

(전화기를 꺼내 버튼 누르며)

아유 캡틴? 아유 슈어? 당신 여기 가만있어, 유 스테이! 여기 똑바로 딱 있어. 히어! 이놈에 일을 관두던지 해야지...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잘 안 터진다는 듯 이동하며 한국말로)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는데 기자들이 안으로 들어오려 하자 현장 책임경찰이 소리를 지르며 기자들을 향해 간다.

이때 세황이 재빨리 차 뒤로 사라진다.

국정원 베를린 위장 사무실 내 상황실 - 실내/밤

스피커폰으로 세황의 목소리를 듣는,

강민호

듣고 있잖아요!

베를린 표종성의 집 앞 - 실외/밤

잽싸게 구급차 안으로 들어온 세황이 보디 백을 열어 죽은 시체를 확인한다.

시체의 총상과 얼굴을 확인하고 바지 속을 확인하는 세황.

천세황

이 새끼들 포경 안 했어...

(이어서 시체 입을 벌려 조악한 보철치료 상태를 확인하며)

치과치료 상태도 이북 놈들 맞아.

앰뷸런스 앞으로 동명수의 호위 요원이 현장 상황을 카메라로 찍는다.

경찰이 다가오자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며 지나가는 택시를 잡는 호위 요원.

호위 요원이 현장을 빠져나간 뒤로 세황이 구급차에서 나와 현장을 빠져나간다.

베를린 중급 호텔 방 - 실내/밤

철컥- 철컥- 방문이 잠기고-

종성이 창밖을 살피는데, 쉽게 침입할 수 없는 가파른 건물구조를 확인한다.

창문 커튼을 치고, 불빛이 새나갈 수 있는 현관 문틈을 수건으로 막는 종성.

이를 지켜보는 정희.

이어서 샤워커튼 봉을 부러뜨려 문에 기대어 문이 열리지 않도록 막고 정희를 살펴보는,

표종성

괜찮나?

정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한발 물러나며 아까 챙겼던 편지봉투용 칼을 뒤로 숨긴다.

다친 곳이 없는지 살펴보려고 종성이 다가가자, 정희가 뒤로 물러난다.

손을 들어 보이며 정희를 안심시키고, 방에 비치된 생수병을 따 건네는,

표종성

잠깐 숨 좀 돌리라.

베를린 보위부 비밀가옥 외부 - 실외/밤

어두운 건물 뒤편 주차장에 동명수와 압둘, 압둘의 부하가 서 있다.

전화를 끊고 말을 건네는,

동명수 (영어)

그 배신자 놈이 우리 동지들을 다 죽이고 도망갔어.

압둘 (영어)

우리가 잡는다.

동명수 (영어)

일단, 현장 반경 10킬로미터 안에 있는 호텔들을 다 뒤져. 숙박기록은 안 남겼을 테니까 현찰로 이 시간에 들어온 남자, 여자 두 사람.

압둘 (영어)

확실한 거야?

동명수 (영어)

그 놈한테 배운 거니까. 계획 없이 도망칠 땐 등잔 밑에 몸을 숨겨라.

압둘이 전화기를 꺼내 버튼을 누른다.

베를린 아랍 식당 주방 - 실내/밤

식당에서 대기 중이던 4명의 압둘 부하들 중 아랍 남자 1이 전화를 받는다.

네 명의 아랍 남자들이 각자 무기를 챙겨 밖으로 나간다.

아랍 남자 1이 스마트 폰으로 사건 주변 지도검색을 하고,

다른 아랍 남자들은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인서트.

야시장, 뒷골목, 허름한 주택, 고급 호텔, 클럽, 등등 베를린 곳곳에서 활동하는 압둘의 조직원들이 연락을 받는다.

분할화면으로 연락받는 이들의 모습이 계속 이어지며-

각종 호텔 식당, 데스크, 발렛 파킹, 세탁실 등에서 근무하는 압둘의 아랍 정보원들이 전화 받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세탁물을 운반하는 아랍 조직원 하나가 차에서 세탁물을 내려 중급호텔 안으로 들어가며 전화를 받는다.

로비에 세탁물 아랍 조직원이 도착하면, 종성에게 방을 내줬던 중급호텔 직원이 잠에서 깬다.

국정원 베를린 위장 사무실 내 상황실 - 실내/밤

모니터를 보고 강민호에게 긴급하게 보고하는,

분석관 1

부장님. CIA 위성망에서 북한’, ‘친구’, ‘여기’, ‘이라는 단어가 검색됐습니다. 사용언어는 아랍어구요.

강민호

위치는?

분석관 2

사고 현장 10킬로미터 근방입니다.

분석관들이 민호의 지시를 기다린다.

잠시 고민하더니 한숨을 내쉬며 분석관에게 명령하는,

강민호

천 선배 연결해.

베를린 중급 호텔 방 - 실내/밤

화장실에서 종성이 보위부 백업 요원과의 격투에서 입었던 상처를 대충 치료하고 나간다.

종성이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키고 집에서 발견한 USB를 연결한다.

침대에 걸터앉아 지켜보던 정희가 종성 너머로 보이는 모니터 화면을 본다.

모니터에는 각종 숫자들이 표시되어 있다.

모니터를 보는 종성의 모습 위로-

리학수 (소리)

... 생각해라... 생각...

플래시백.

보위부 비밀가옥에서 종성에게 취조 받는,

리학수

동명수가 왜 여길 왔고, 니 마누라가 왜 스파이 혐의를 받는지...나도 아니고 너도 아니라면, 누가 우리 공작정보를 흘릴 수 있는지...

리학수의 가방에서 꺼낸 서류들을 보는 종성.

다시 호텔 방.

모니터에는 각종 비밀은행 계좌와 무기거래 내역이 담긴 기록들이 뜨고 있다.

리학수의 가방에서 봤던 서류와 모니터에 떠있는 계좌 내역들이 일치한다.

모니터에 비친 정희를 보며 말을 꺼내는,

표종성

... 내 말 잘 들으라... 지금, 그 놈이 내가 공관 비밀계좌 자료를 빼돌린 것처럼 꾸미려고 한다.

베를린 외곽 도로 향하는 길 - 실외/밤

동명수 일행을 태운 승합차가 도심 도로를 달린다.

압둘 (영어)

배신자 놈은 우리한테 넘겨 줘.

동명수 (영어)

나도 그러고 싶지만,

(뒤쪽에 리학수의 시신이 든 상자를 가리키며)

저 놈하고 같이 데려가야 돼.

베를린 중급 호텔 로비 - 실내/밤

호텔로 압둘 부하인 아랍 남자 네 명이 들어온다.

졸고 있는 종업원을 알람 종으로 깨우는 아랍 남자 1.

표종성 (소리)

리학수 동지하고 나를 배신자로 만들면, 동명수가 배신자를 색출하고, 그 공로로 자연스럽게 베를린 지부장이 될 수 있다.

베를린 중급호텔 방 - 실내/밤

USB를 빼내고 컴퓨터 사용기록을 지우며 말을 잇는,

표종성

그게 정치적으로 몰린 동명수 식구가 확실하고 자연스레 평양을 빠져나와 자리 잡을 수 있는 방법이거든.

베를린 중급 호텔 로비 - 실내/밤

아랍 남자들이 전화통화를 하며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프런트 데스크 아래에는 직원이 죽어 있다. 이 위로-

동명수 (영어 소리)

내가 베를린 책임자가 되면,

베를린 외곽 도로 - 실외/밤

차로 이동하며 전화 끊는 압둘과 계속 대화 이어가는,

동명수 (영어)

이제 중개인 없이 직접 거래할 수 있어. 훨씬 빠르고 싸게.

동명수의 차량이 외곽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가고 있다.

동명수 (영어)

원하면 미국 놈들 위조지폐도 만들어 줄 수 있고. 달라는 우리가 제일 잘 만들잖아.

압둘 (영어)

어쨌건 그놈 시체를 가지고 빠져나간 다음 일이잖아.

베를린 중급 호텔 방 - 실내/밤

종성이 정희를 보고 있다.

정희는 아까 챙겼던 편지봉투 칼을 꽉 쥔 채 종성을 겨누고 있다.

련정희

어디까지가 시험이고 어디까지가 진짭니까?...

표종성

명수가 우릴 고발하려 한다는 게 진짜다.

베를린 중급호텔 복도 - 실내/밤

아랍 남자 네 명이 복도로 들어온다.

베를린 중급호텔 방 - 실내/밤, 새벽

여전히 표종성과 대치한 채 말을 잇는,

련정희

... 너무 가혹하면 죄 받습니다...

표종성

괜한 짓 하지 말라.

하며 종성이 정희에게 다가서자 정희가 뒤로 물러서며 칼을 치켜세운다.

이때 철컥-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덜컹거린다.

방문 앞 복도.

문이 열리지 않자 아랍 남자 네 명이 한발 물러선다.

정희의 칼 쥔 손을 잡고 자기 목에 들이대는,

표종성

언제든 죽이라.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종성이 밖을 살피는데, 빠져나갈 수가 없는 구조다.

방문 앞 복도.

아랍 남자 네 명이 소음기가 부착된 기관단총을 꺼내 겨눈다.

종성이 방안에 있는 책상과 가구 집기들을 침대 앞으로 끌어와 엄폐물을 만든다.

매트리스를 엄폐물 뒤에 세운 뒤 이 뒤로 정희를 데려와 앉히고 정희의 배를 만지는,

표종성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셋은 살아남는다.

(권총을 잡고 거울을 방문 쪽으로 돌려 세우며)

그것만 생각하라.

방문 앞 복도.

푸슈슈슈슈슉!- 네 명의 아랍 남자들이 방문을 향해 기관총을 발사한다.

방문을 뚫고 들어오는 총탄들.

종성이 미니바 냉장고를 엄폐물 위에 얹고 정희를 데려와 엄폐물 뒤로 숨는다.

종성이 침대 테이블에 연결된 스위치로 방의 불을 모두 끈다.

아랍 남자들이 난사한 총알에 문짝이 누더기가 된다.

쾅! 아랍 남자들이 방문을 차고 들어온다.

푸슈슈슈슈슉- 거울에 반사된 자신들의 모습을 향해 총을 발사하는 아랍 남자들.

어두운 방안에 불빛이 번쩍이고 총알 띠가 방안을 채운다.

종성이 깨진 거울 조각을 집어 들어 반사각을 확인하고 탕! 탕! 탕! 총을 쏜다.

아랍 남자 1이 호텔 카드키를 뽑았다 다시 꽂아 전기가 들어오게 한다.

환해지는 실내. 푸슈슈슈슉- 파바바박-!

종성의 노트북이 박살나고-

마구 쏟아지는 총탄에 정희를 보호하며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는 종성.

총알들이 엄폐물을 뚫고 종성과 정희의 몸을 스치기 시작한다.

창문이 깨져 바람이 날리고 커튼이 흩날린다.

아랍 남자들이 안으로 치고 들어와 엄폐물이 보이자 그곳에 대고 마구 총을 쏴댄다.

종성도 되는대로 탕탕탕!- 응사하며 버틴다.

엄폐물이 부서져나가기 시작하고,

미니바 냉장고도 뚫리며 안에 있던 음료수들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종성이 맥주 캔 하나를 집어 흔든 뒤 응사하며 아랍 남자들을 향해 던진다.

날아드는 맥주 캔을 수류탄으로 착각하고 몸을 피하는 아랍 남자들.

종성이 맥주 캔을 향해 탕탕!- 총을 쏜다.

퍽! 맥주 캔이 터지며 촤아아- 사방으로 거품을 뿜자 다시 총을 쏘려던 아랍 남자들의 시야가 짧은 순간 방해를 받는다.

이때 탕! 탕! 탕! 탕! 종성이 전구를 향해 총을 쏴 다시 방안을 어둡게 한다.

하지만 새벽 동이 트기 시작한 실내에 바람과 함께 빛이 새어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랍 남자들의 난사가 이어진다.

종성이 재빨리 탄창을 갈아 끼우고 다시 탕탕탕탕! 응사한다.

탕! 탕! 아랍 남자 2가 종성의 총탄에 쓰러지고,

그 뒤로 아랍 남자 1이 종성을 향해 밀고 들어온다.

필사적으로 탕탕탕!- 응사하는 종성.

새벽 동이 터 펄럭이는 커튼을 뚫고 들어온 빛으로 실내가 점점 밝아지고, 엄폐물은 이제 누더기가 됐다.

철컥- 종성의 총알이 떨어진다.

종성이 팔뚝에서 피를 흘리는 정희를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잡는다.

종성도 어깨와 팔뚝, 목덜미 등에 총알이 스쳐 피를 흘린다.

아랍인들이 점점 종성과 정희를 향해 다가온다.

이때- 푸슈슈슉- 탕! 탕! 밖에서 들리는 총소리.

문 쪽에서 복도를 향해 총을 쏘던 아랍 남자 3이 쓰러지고-

탕! 탕! 탕! 청소 카트를 앞세워 권총을 쏘는 세황이 복도에 등장한다!

부상당한 아랍 남자 3과 4가 뒤편에서 치고 들어오는 세황과 총격전을 벌이고-

아랍 남자 1이 뒤쪽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확인하러 등을 돌리는 것이 거울에 비친다.

거울을 본 종성이 재빨리 전등 스탠드를 잡아 등 돌린 아랍 남자 1을 후려친다!

종성에게 당한 아랍 남자 1이 쓰러지며 총을 떨어뜨린다.

세황과 싸우던 아랍 남자 4가 재빨리 종성을 향해 총을 쏜다.

푸슈슈슈슉- 파바박! 날아드는 총알을 피해 바닥을 나뒹구는 종성. 재빨리 소파를 쓰러뜨리며 그 뒤로 몸을 피한다.

몸을 일으킨 아랍 남자1이 종성에게 총을 쏘며 정희에게 다가가 정희의 목을 감싸며 끌어당긴다.

정희가 아랍 남자 1의 팔뚝에 편지봉투 칼을 꽂는다!

아랍 남자 1이 비명을 지르며 정희를 주먹으로 치고 팔을 꺾는다.

팔이 꺾인 정희가 아랍 남자 1의 총을 발로 차 종성 쪽으로 보내고,

종성이 아랍 남자 1의 총을 잡아채며 몸을 굴린다.

아랍 남자 4가 종성을 향해 총을 쏴대고-

동시에 아랍 남자 1이 정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탕탕탕! 아랍인들을 향해 총을 쏘는 세황. 슬라이드가 철컥- 총알이 떨어진다.

화장실에 몸을 숨기고 세황과 싸우던 아랍 남자 3이 세황의 상황을 눈치 채고 총을 쏘며 앞으로 나간다.

옆방 문 앞에 붙어 탄창을 갈던 세황이 총탄을 피해 권총으로 방문 손잡이를 부수고 들어간다.

세황이 치고 들어간 방에서 액션 영화를 보며 마약에 취해 있는 남녀가 세황을 본다.

파바바박- 아랍 남자 4가 쏘는 총탄에 몸을 굴리며 응사하는 종성.

아랍 남자 4가 쓰러지는 뒤로 아랍 남자 1이 정희를 끌고 나간다.

세황과 싸우던 아랍 남자 3이 세황이 숨은 방을 향해 총을 난사하고-

세황은 아랍 남자 1이 거칠게 저항하는 정희를 끌고 복도를 가로질러 가는 것을 본다.

베를린 중급호텔 복도, 계단 - 실내/이른 아침

표종성이 복도로 달려 나와 푸슈슈슉! 세황을 공격하던 아랍 남자 3에게 총을 쏜다.

퍼버버벅- 아랍 남자 3이 푹- 쓰러지면, 아랍 남자 1에게 끌려가던 정희가 복도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이 보인다.

표종성이 이를 쫓는데- 방에서 나온 세황이 표종성을 향해 총을 겨눈다.

동시에 세황을 향해 총을 겨누는 종성. 정희가 사라진 쪽을 본다.

종성을 겨누던 세황도 정희가 사라진 쪽을 보고는, 다시 종성을 돌아본다.

세황이 총을 쏘지 않자 세황의 총을 무시하고 정희의 뒤를 쫓는 종성.

세황도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종성의 뒤를 쫓는다.

이미 엘리베이터 문은 닫혔고-

종성이 바닥에 떨어진 정희의 목걸이를 줍는다.

곧바로 비상구로 방향을 트는 종성과 세황.

쾅! 비상구 문을 연 종성이 계단을 뛰어내리며 달린다.

베를린 중급호텔 로비, 호텔 앞 - 실내,외/이른 아침

쾅! 비상구 계단을 걷어차며 달려 나오는 종성과 세황.

승강기는 이미 비어 있다.

종성이 로비를 가로질러 밖으로 달려 나간다.

바앙- 아랍 남자 1의 승합차가 출발하는데,

종성의 시점으로 차안에서 저항하다 아랍납자 1이 휘두른 주먹에 기절하는 정희가 보인다.

이 뒤를 필사적으로 쫓아 달리는 종성. 하지만 따라잡을 수 없다.

종성이 승합차의 바퀴를 향해 총을 쏴대지만 맞추지 못한다.

종성이 미친 듯이 총을 쏘며 달리지만 승합차와 거리는 점점 벌어지고-

이내 지친 종성이 숨을 헐떡이고 빈총을 철컥거리며 뛰기를 멈추고, 이 뒤로 세황이 다가온다.

표종성

(정희의 목걸이를 움켜쥐며)

당길라믄 지금 당기라.

종성을 겨누던 세황이 가만히 종성을 본다.

세황이 아무 반응이 없자 종성이 세황을 돌아본다. 멀리서 경찰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총을 집어넣으며 말을 거는,

천세황

일단 이동하자.

베를린 외곽 도로 - 실외/이른 아침

끼이익- 외곽을 달리던 동명수의 차가 멈춰 선다.

차 안에서 전화 받는,

압둘 (아랍어)

여자만 잡았다고?... 다른 건?

전화 끊는 압둘의 모습에서 실패를 눈치 채고 몰아붙이는,

동명수 (영어)

실패했다고 말하지 마.

압둘 (영어)

현장에 둘만 있다고 그랬잖아! 애초에 정보를 제대로 줬어야지! 현장에 다른 한 놈이 더 있어. 우리 애들까지 당했다고.

동명수 (영어)

다른 한 놈? 양키?

압둘 (영어)

너희 같이 생긴 놈이래.

동명수 (영어)

남조선 놈이다...

(의외의 상황에 잠시 고민하다)

일단 여자 데리고 계획대로 접선장소로 오라고 해.

베를린 중급호텔 근처 골목 - 실외/아침

차량들이 빼곡하게 주차되어 있는 골목으로 표종성을 앞세운 천세황이 걸어간다.

세황이 자신의 차를 향해 리모컨을 삐빅- 누르는 순간,

종성이 순식간에 세황을 덮친다.

퍼벅- 세황에게 맞으면서 필사적으로 세황의 총을 잡는 종성.

퍽! 세황의 주먹에 뒤로 휘청하고 물러서며 빼앗은 총을 겨누는,

표종성

차 열쇠.

어이없다는 듯 종성을 노려보던 세황이 차 열쇠를 종성 뒤편으로 휙 내던진다.

멀리 떨어진 열쇠를 보고 계속 총으로 세황을 견제하며 열쇠를 향해 가는 종성.

바닥에 떨어진 열쇠를 종성이 줍는 순간, 뒤에서 들리는 녹음기 소리...

다간 (영어 소리)

... 그러니까 유리가 중개하는 아심 조직과의 거래를 우리보고 깨 달라고? 우리 쪽엔 아무 것도 원하는 게 없는데, 유리하고 아심을 우리 쪽에 그냥 넘겨주겠다니?... 믿을 수 없어...

종성이 열쇠를 들고 일어서며 굳은 표정으로 세황을 돌아보면,

세황이 다간에게서 받은 녹음기를 종성에게 보여주며 녹음기를 끈다.

천세황

궁금하냐?

(녹음기를 자기 발아래 내려놓고)

더 듣고 싶으면 잘못했습니다’ 그러고 바짝 엎드려 이 빨갱이 새끼야. 콱 밟아서 다 부숴버리기 전에.

국경지대 외곽 들판, 농가주택 - 실외,내/아침

인적 없는 들판에 위치한 홀로 서 있는 오래된 농가. 동명수가 타고 온 승합차가 보이고, 이 뒤로 정희를 태우고 온 아랍 남자 1의 승합차가 도착한다.

아랍 남자 1이 정희에게 총구를 들이대고 함께 안으로 들어간다.

쾅! 문이 열리고 정희가 밀려들어온다.

압둘과 함께 먼저 도착해 있던 명수가 정희를 맞이한다.

동명수

아이고, 형수... 이게 얼마 만이오? 오랜만인데 반갑지 않수?

(정희가 싸늘하게 바라보자 씨익 웃으며)

내가 이래서 형수 좋아한다니까니...

(정희의 볼을 만지며)

화냥년.

베를린 강가 한적한 곳 - 실외/아침

찰칵- 세황이 녹음기를 끄고 내려놓는다.

세황의 차가 길가에 세워져 있고, 그 안에 녹음내용을 모두 확인한 종성과 세황이 타고 있다.

천세황

그때 왜 호텔에 모사드 애들이 치고 들어왔는지 이제 감이 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 최소한 반년 전부터 시동 건 거다. 너희 쪽 간부들 마카오 비밀계좌 CIA한테 털린 즈음에...

인터컷.

집무실에 있는 동중호가 마카오 비밀계좌를 추적한 CIA의 활약을 다룬 외신기사를 읽고 있다.

군부들이 모인 비밀모임에서 동중호가 뭔가 설명을 하고 있고, 이 뒤에 동명수가 서 있다.

동명수의 호위를 받는 북한 군부 동중호와 유리, 그리고 아심과 압둘이 이끄는 테러조직이 유럽 벌판에서 재래식 무기 테스트를 하고 있다.

무기 테스트를 하던 들판에서 동중호가 동명수의 호위를 받으며 유리와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공항 화물터미널에서 항공사 여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서류들을 살피는 세황. 이 위로-

천세황 (소리)

난 니네가 무기 거래하는 선을 쫓고 있었거든. 그런데 아랍 애들하고 다이렉트로 거래하던 선이 왜 갑자기 마카오 털린 시점에 유럽으로 이동을 했을까? 무기거래 계좌가 이쪽 세계에서 세탁하기 좋거든. 너희들 마카오 계좌 트기 전에 스위스 계좌 텄었잖아. 근데 베를린에서 브로커 끼고 무기 장사? 오케이, 땡큐. 뭐든 하나만 걸려라. 쫓아갔지. 그 시점에서...

인터컷.

베를린 고급 레스토랑 앞 공중전화에서 제보하는 남자의 뒷모습.

앞서 익명의 제보자로부터의 제보 내용을 분석하는 세황과 민호, 분석관의 모습이 보이고-

고급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는 리학수와 련정희 일행.

이들을 지켜보며 전화하는 익명의 제보자... 동명수다. (현재와 다른 계절)

이후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당 직원에게 서빙 받는 천세황.

시체실에 죽어 있는 레스토랑 직원.

천세황 (소리)

우리 쪽으로 제보가 들어와요. 북한 공관 사람들이 자주 출입한다는 레스토랑이 있다는. 제보자를 못 찾은 거 보면, 분명 너희 쪽에서 우리 쪽에 역정보를 흘린 거야. 우리가 심었다고 생각했던 세포도 지금 보면 너희가 우리 쪽으로 보낸 이중간첩이었을 거고. 그런데 그놈도 죽였어 또. 왜?

다시 현재.

천세황

(흥분해서 점점 열 올리며)

요 며칠 새 너하고 내가 겪었던 일을 한 번 맞춰보면 답 나오지 않냐? 비밀계좌. 이학수가 히든카드로 내밀었던 그 계좌... 이 모든 쌩 난리가 마카오에서 무너진 평양 로열패밀리들 비밀계좌 선이 유럽으로 이동한 시점에서 시작된 거야. 내말 틀려? 계좌선 바꾸면 사람도 갈아야 되는데, 여기서 버티는 놈들이 워낙 쎄니까, 박힌 돌 어거지로 빼내서 버리겠다 이거 아냐? 내말 틀려?... 그래서 널 버린 거야. 그놈에 잘난 북조선이...

표종성

(정희의 목걸이를 만지며)

... 틀렸소... 날 배신한 건... 공화국이 아니오.

천세황

니네하고 우리하고 요즘 쓰는 말이 많이 다르냐? 내가 밖에 오래 나와 있어서 말 전달을 잘 못하는 거냐? 아니면 니가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거냐?

표종성

알려면 정확하게 알아두시오. 이 모든 건 동중호의 짓이오.

천세황

누구?

표종성

당신 양키 친구 저격했던 놈 애비.

국경지대 외곽 들판, 농가주택 - 실내/아침

련정희를 구석에 앉혀놓고 그녀에게 다가서는,

동명수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살고 봐야 하지 않간?...

(정희의 얼굴을 만지며)

설마 마누라 고발까지 하고 지 혼자 살겠다는 놈 기다리는 건 아니지?

베를린 강가 한적한 곳 - 실외/아침

세황과 종성이 차에서 내려 강가를 바라보고 서있다.

종성은 펜던트 뚜껑을 열어 그 안에 있는 죽은 첫째 아이의 사진을 본다.

천세황

그럼... 현재 스코아 이학수 대사는 죽었다고 봐야 되나?... 계좌 자료는 그놈들 손에 넘어가고?

표종성

내가 알고 있기로는.

천세황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넘어와... 어차피 지금 나 아니면 당신도 방법 없잖아?

표종성

... 거래 합시다.

천세황

(피식 웃으며)

지금 나하고 거래할 상황이라고 생각해?

표종성

아랍 놈들이 내 아내를 데리고 동명수란 놈한테 갔을 거요. 난 그리 갈 거요. 당신이 날 막을 방법은 없소.

천세황

(표종성 앞에 바짝 다가서며)

야이 빨갱이 새끼야... 여기서 뒤질래?

(싸늘하게)

이번 일로 다음 달이면 마누라가 해주는 밥 얻어먹을 수 있는 내 친구가 죽었어. 이 바닥에서 얻은 친구가 어떤지나 알아? 내가 니 까짓 빨갱이 새끼 하나 뒤지는 거 눈 하나 깜짝할 거 같아?

표종성

당신이 결정하시오. 그곳에 내가 원하는 것과 당신이 원하는 것이 모두 있소.

천세황

... 하- 나... 이 빨갱이 쉐키...

국경지대 외곽 들판, 농가주택 - 실내/아침

동명수

(정희에게 바짝 들이대며)

아까 싸움에 끼어들었던 놈 잘 생각해 보라... 표종성이는 남조선으로 넘어갔어. 끝났다고.

(정희 뒤로 가 정희의 몸에 바짝 기대며)

이렇게 하자. 표종성이 이중간첩 혐의만 증언하라. 앞뒤 정황은 내가 맞춰줄 테니. 그리고 들어갔다 다시 나와서 나랑 다시 시작하는 기야...

련정희

당 허가도 없이 우리를 이 꼴로 만들고 얼마나 무사할 것 같나?

동명수

(싸늘하게 귓속말)

그걸 누가 아는데?

베를린 강가 한적한 곳 - 실외/아침

세황과 종성이 바람을 맞으며 서 있다.

표종성

리학수 대사와 내 시체를 옮기려 했다면 밀수꾼들 통해서 국경을 넘겠단 계획일 거요. 새벽에 이동할 테니 따라잡을 수 있소.

천세황

어떻게 알아?

표종성

내가 하던 일이니까.

(천세황이 전화기를 켜고 몸을 돌리자)

지원은 안 되오. 살아남은 놈이 보고했다면, 남조선에서 개입했다고 판단 할 거요. 사람이 많을수록 내 아내가 죽을 확률은 높아지오.

천세황

(한숨을 내쉬고 종성을 돌아보며)

빨갱이 새끼 구한다고 목숨 걸고 내가 얻는 건?

표종성

우리 쪽 유럽 계좌내역을 원한다 하지 않았소?

국경지대 외곽 들판, 농가주택과 베를린 강가 한적한 곳 - 실내,외/아침

농가주택.

압둘과 그의 부하들이 소곤소곤 밀담을 나누고 있는데, 따르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놀라서 돌아보는 압둘.

명수가 정희를 두고 나온다.

압둘 (영어)

여길 아는 사람이 있어?

동명수 (영어)

(가구 뒤에 숨겨진 비밀전화기를 꺼내며)

여길 쓰던 사람은 알지.

베를린 강가 한적한 곳과 농가주택.

바람을 맞으며 통화하는,

표종성

나다.

정희를 돌아보는,

동명수

쏘세지만 쳐 먹더니 뱃대지에 기름이 꼈나, 왜 이리 늦소? 남조선 놈들은 잘해 주오?

표종성

바보 잡자고 등신 끌어들이겠나?

동명수

(피식 웃으며)

잘 판단하리라 믿소.

표종성

...정희 데려가나?

동명수

증언해줄라믄 증인이 필요하지 않갔어? 형님이 지금 남조선 놈들하고 붙어먹은 건 사실이잖소?

표종성

내가 남조선 놈들이 너나 나를 제낄 수 있다고 판단하겠나?... 정희 좀 바꾸라.

농가주택.

동명수가 피식 웃더니, 호위요원에게 정희를 데려오라고 손짓한다.

정희가 끌려오자 동명수가 수화기를 정희에게 대준다.

정희가 동명수를 노려본다.

베를린 강가 한적한 곳.

정희의 숨소리를 듣는,

표종성

... 마음 달래고 조금만 더 고생하라. 우선 명수 말 차분히 듣고. 내... 늦지 않게 데리러 간다.

농가주택.

탕! 동명수가 정희 옆에서 총을 쏜 뒤 달궈진 총구로 정희의 뒷덜미를 지진다.

압둘이 이 모습을 지켜본다.

이를 악물고 비명을 참는 정희로부터 전화기를 거두는,

동명수

뭐 이리 헛된 희망을 심어주오?

베를린 강가 한적한 곳.

수화기에서 새어나오는 정희의 신음소리를 듣는,

표종성

... 곱게 죽을라믄 조심하라.

농가주택.

땀을 줄줄 흘리며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내는 정희 얼굴 너머로 보이는,

동명수

난 내가 원할 때 죽을 테니 내 걱정은 하지 말라. 건강하고.

동명수가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베를린 강가 한적한 곳.

종성이 전화를 끊고 세황에게 건넨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표종성

결정할 시간이오.

천세황

... 그냥... 내가 형 같아서... 형이라고 생각하고... 아니, 그냥 남자대 남자로. 한 가지만. 뒤통수는 치지 마라.

표종성

아무리 떠 먹여줘도 씹어 넘기는 건 본인이오.

차로 들어가는 종성을 보고 혀를 차는,

천세황

아, 저 새끼... 하오체를 쓰니까 반말인지 존댓말인지 헷갈리네...

국경지대 외곽 들판, 농가주택 - 실외,내/낮에서 밤

들판을 가로지르며 낡은 차 한대가 석양을 배경으로 농가 주택을 향해 간다.

차에서 추가로 도착한 압둘의 부하 세 명이 무기를 들고 내린다.

들판에 어둠이 깔린다.

저 멀리 어둠을 뚫고 우유탱크 트럭이 농가주택을 향해 온다.

트럭에서 북한 요원 셋이 내린다.

정희가 이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승합차에서 리학수의 시신을 숨겨둔 상자를 꺼내는 북한 요원들.

보디 백을 꺼내 랩으로 돌돌 만 뒤 무게 추를 단다.

우유 탱크 트럭의 탱크를 열어 보디 백을 우유 속에 집어넣는 북한 요원들.

보디백이 우유 탱크 속으로 가라앉는다.

국경지대 외곽 들판 - 실외/밤

농가주택 뒤로 두 개의 언덕이 보이고, 두 번째 언덕 너머에 세황의 차가 서 있다.

낮은 포복 자세를 한 표종성이 망원경으로 주택 쪽을 살피고 있다.

그 옆에서 함께 농가 주택 주변을 살피는,

천세황

이거 뭐, 사방이 뻥 뚫려서 숨을 곳도 없구만. 해 뜨기 전에 끝내야 되겠는데?

표종성이 시계를 본다.

국경지대 외곽 들판, 농가주택 - 실내/밤

주택 안에서는 동명수가 압둘과 아랍 남자 1, 압둘 부하와 함께 카드를 치고 있다.

압둘 (영어)

그 놈이 오긴 오는 거야?

동명수 (영어)

(시계를 슬쩍 보고)

아직 한참 남았어. 그 놈은 네 시 넘어야 와.

압둘 (영어)

시간 약속이라도 했어?

동명수가 피식 웃으며 뒤쪽에 보초를 서고 있는 압둘의 부하를 가리킨다.

압둘이 돌아보면,

압둘 부하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구석 의자에 묶여 있는 정희가 그 앞을 지키고 있는 북한 요원이 각성제 먹는 것을 본다.

정희는 필사적으로 손목을 움직여 손목을 죄고 있는 플라스틱 수갑을 풀려고 하지만, 손목에서 피만 흐른다.

국경지대 외곽 들판, 농가주택 - 실외/밤

들판 언덕.

표종성이 망원경으로 계속 주택을 살피고, 세황은 졸음을 쫓기 위해 껌을 씹는다.

디졸브-

농가 주택.

압둘의 부하들은 하품하며 쏟아지는 졸음에 힘들어하는 반면, 북한 요원들은 쌩쌩하다.

플라스틱 수갑을 벗어내려던 정희가 지치기 시작한다.

이런 정희 옆으로 아랍 남자 1이 다가와 총으로 정희를 쿡 찌르고 조롱한다.

들판 언덕.

종성이 시계를 확인한다.

현재 시각 새벽 5시 48분.

천세황

여기서 더 버티다간 해 떠. 움직여야 돼.

종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세황이 귓바퀴에 살색 테이프로 부착하는 마이크로 이어폰을 꺼내 종성과 나눠 착용한다.

세황이 재빨리 몸을 움직여 트렁크에서 준비해온 라이플과 조명탄 등의 장비를 꺼낸다.

표종성

저격 훈련은 받아봤소?

천세황

나 사격으로 백일 포상휴가 받았던 사람이야...

베를린 외곽 들판, 농가주택 - 실외,내/밤에서 아침

표종성이 차를 몰고 농가주택을 향해 간다.

두 번째 언덕을 오르며 차량이 서서히 속도를 줄이자, 세황이 무기를 들고 차에서 뛰어내려 바닥을 구른다.

종성이 모는 차량과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세황.

종성의 차량이 라이트를 켜고 건물 쪽을 향하자,

농가주택 쪽에서 지평선을 너머 오는 차량 불빛이 보인다.

세황이 지평선을 향해 달린다.

밖을 살피던 호위 요원이 차량 불빛을 보고 휘파람을 분다.

명수와 압둘이 서로를 돌아보고,

정희가 긴장한다.

종성이 모는 차가 주택 마당을 향해 간다.

다른 호위 요원이 야간 투시경으로 들판을 살피는데,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다.

세황이 주택 창문이 보이는 곳에 자리해 사격자세를 잡는다. 숨을 헐떡이며 무전 하는,

천세황

위치확보.

안으로 진입하는 종성의 마이크로 이어폰으로 들리는,

천세황 (무전소리)

딴 생각 말고, 어떻게든 살아남아라. 니가 내 밥줄이다.

종성의 차량을 보며 혼잣말하는,

천세황

어린 노무 시키가 대답이 없어...

종성의 차량 앞으로 아랍 남자 둘이 나와 차를 세운다.

차에서 내리는 종성. 순간 뒤에서 파박- 북한 요원들이 튀어나와 종성을 잡는다.

붙잡힌 종성이 몸수색을 당하고, 다른 호위 요원은 차 내부와 외부를 살펴본다.

호위 요원이 종성의 몸에서 MP3와 USB를 찾아낸다.

세황이 망원경으로 농가주택 내부를 살핀다.

천세황 (무전소리)

밖에 둘 제외하고, 2층에 아랍 하나, 1층 테이블에 아랍 둘, 북한 하나. 중앙 양쪽 창가에 북한 둘. 여자는...

계산하며 걸어가는 종성 위로-

망원경으로 정희를 확인하는,

천세황

1층. 의자에 결박. 뒤에 아랍 하나.

세황의 시점으로 정희가 보이고, 정희 옆에 상처 입은 아랍남자 1이 보인다.

천세황 (무전소리)

상태 양호.

종성이 주택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뒤에서 호위요원이 지지직- 전기 총을 종성에게 쏜다.

찌잉-! 전기충격으로 송수신장치가 망가지자, 소리에 놀란 세황이 귀를 잡는다.

전기 총을 맞은 종성이 무릎을 꿇는다.

천세황

(이어폰을 만지며 망원경으로 종성을 살피는)

내 소리 들리면, 고개 털어.

하지만 종성의 이어폰은 전기충격으로 망가진 상태.

헐떡거리는 종성이 정신을 잃지 않으려 버티고, 호위요원들이 종성을 일으킨다.

천세황

(무선 연락이 끊기자)

썅...

호위 요원들이 주변을 살피며 종성을 주택 안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호위 요원이 명수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보고한다.

보고를 듣고 끌려 들어오는 종성에게 다가가는,

동명수

남조선 놈들은 어카고 혼자 오셨소?

표종성

... 나 표종성이야...

동명수

(피식 웃으며)

간나새끼... 주둥이는...

(호위 요원에게)

주위 잘 살피라 하고, 에미나이 데려오라.

호위요원이 결박된 정희를 풀어주고 종성 옆으로 데려온다.

정희가 종성을 보며 끌려와 앉는다.

정희가 자신의 옆에 놓인 자리에 앉자 종성이 손끝으로 정희의 피맺힌 손목을 살짝 만진다.

종성을 데려온 호위 요원이 MP3와 USB를 동명수에게 전달한다.

정희의 손목을 보며 피식 웃는,

동명수

(MP3와 USB를 확인하며)

그 와중에 빠져나가 볼라 애 쓰셨소.

종성과 정희 모두 명수를 싸늘하게 바라본다.

압둘을 비롯한 사람들을 둘러보는,

표종성

이렇게까지 안 해도 너희 집안이면 베를린 공관은 장악할 수 있잖네.

압둘이 이 둘의 모습을 지켜본다.

동명수

(USB를 노트북에 연결해 내용을 확인하며)

몸통은 하난데 어찌 머리가 둘이겠나?... 우리가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잖소.

표종성

위원장 동지랑 동중호 동지 사이가 그 밖에 안 되네?

동명수

위원장 동지도 사람이잖소. 사람은 배신해.

망원경으로 내부 상황을 살피며 혼잣말하는,

천세황

오케이... 그렇게만 있어라...

확인한 USB를 빼내고 노트북을 덮으며 말을 잇는,

동명수

천하에 표종성이도 에미나이 앞에선 어쩔 수 없구만. 대체 뭔 정신으로 이래 대책 없이 기어 오나?

종성이 노트북 위에 올려놓은 USB를 본다.

정희가 긴장된 시선으로 종성을 바라본다.

표종성

원하는 대로 배신자가 돼주러 왔다. 여기서 보내주기만하믄 평생 숨어서 살 자신 있고... 니들 원하는 자백은 거기 다 담아 놨다.

동명수

참 내... 살자고 별 짓 다하누만... 이거 영광이오. 천하의 표종성이 자백을 다 듣게 해주고.

(MP3를 들어 보이며)

공화국 인민영웅 표종성 중좌동지가 공화국을 배신했다? 야, 이거 설레누만. 함 들어보자.

표종성

그 전에... 하나만 묻자. 정희가 미 대사관 근처 병원에 다닌다는 걸 알고 간첩혐의를 만든 거였나?

동명수

병원?... 아...

(정희의 배를 보며)

애 뱄다 그랬지? 난 그냥 던진 기야. 거기 다 짜 맞춘 건 형님이 다 한 거잖소. 화살 먼저 쏘고 그 담에 과녁 그리는 게 특기 아니오?

종성이 정희를 보고 고개를 숙인 뒤, 세황이 있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망원경을 통해 종성과 눈이 마주친 세황이 조명탄을 준비한다.

동명수가 MP3를 재생한다.

다간 (영어 소리)

... 그러니까 유리가 중개하는 아심 조직과의 거래를 우리보고 깨 달라고? 우리 쪽엔 아무 것도 원하는 게 없는데, 유리하고 아심을 그냥 우리 쪽에 넘겨주겠다니?... 믿을 수 없어...

표정이 굳어지며 끄려는,

동명수

이런 개...

압둘 (영어)

(명수에게 총을 겨누며)

잠깐. 계속 틀어.

철컥- 철컥- 압둘이 총을 명수에게 겨누자, 다른 아랍인들도 북한 호위 요원들에게 총을 겨눈다.

북한 호위 요원들 역시 아랍인들에게 총을 겨누고 대치한다.

망원경으로 이를 보며 혼잣말 하는,

천세황

저런... 빙신들...

동명수 (영어 소리)

당에서 베를린 공관을 갈아치우고 싶어 해.

플래시 백.

평양 보위부 사무실에서 군복을 입고 다간과 통화하는,

동명수 (영어)

그런데 지금은 현재 공관인력들을 갈아치울 명분이 없거든.

현재.

동명수의 표정이 굳는다.

압둘이 종성을 바라본다.

압둘과 눈이 마주친 종성이 명수를 바라본다.

플래시 백.

모사드 안가에서 요원들과 함께 녹음하며 통화하는 다간,

동명수 (영어 소리)

당신들이 그 거래 판을 깨주는 것만으로도 우린 공관 인력을 갈아치울 명분이 생기는 거지.

현재.

철컥- 동명수의 관자놀이에 압둘의 총구가 닿는다.

내부 상황을 망원경으로 지켜보는 세황.

표종성

내가 항상 그랬지? 넌 성격이 급해서 결정적일 때 실수한다고.

명수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바짝 갖다 대는,

압둘 (영어)

내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봐.

동명수

(압둘은 신경 쓰지 않고 피식 웃으며 종성에게)

넌 니가 다 가진 줄 알지? 넌 인민영웅 행세하다 이 꼴 됐어...

(압둘이 관자놀이에 들이댄 총구를 더 세게 들이대자 종성에게)

좋은 선생이었던 건 인정하오.

순간, 종성이 정희를 밀치며 바닥으로 쓰러진다.

동시에 명수가 압둘의 총구를 비켜내며 고개를 확 돌린다.

탕! 압둘이 총을 발사하고-

동명수가 귓불에서 피를 흘리며 압둘의 총을 잡아채며 상을 뒤엎는다.

바닥에 노트북과 MP3, USB가 떨어지고-

탕- 세황이 주택을 향해 조명탄을 쏜다.

타타타탕- 서로에게 총질을 해대는 사람들.

쾅! 유리를 뚫고 세황이 쏜 조명탄이 들어온다.

갑자기 환해지는 실내. 사람들 모두 시야가 환해져 당황하고-

종성이 재빨리 바닥에 떨어진 USB를 손에 넣은 뒤, 정희의 손을 잡는다.

투타타타타- 시야가 불안한 상태에서 서로를 쏴대는 사람들.

압둘이 동명수에게 당하고-

이층에서 내려오던 아랍인 한 명이 북한 호위 요원 1에게 당하고-

아랍인 한 명이 쓰러지며 난사한 총알이 가스 밸브를 찢어놓는다.

1층에 있던 아랍인 하나는 환해진 시야에 가려 자신의 아랍 동료를 쏘고-

동료를 쏜 창가의 아랍인은 세황의 라이플에 쓰러지고-

아랍 남자 1은 2층에서 내려오던 동료를 쏜 북한 호위 요원 1을 쏴 죽이고-

북한 호위 요원 1이 지니고 있던 수류탄이 바닥에 떨어지며 펑-!

쓰러지던 북한 호위 요원 1이 수류탄 폭발에 날아간다.

밸브에서 새어나오던 가스로 인해 수류탄 화염이 허공에 붙었다 깨진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바람에 휩쓸려 잦아드는데- 가스가 계속 새어나온다.

북한 요원 2가 정희를 잡는데,

종성이 북한 요원 2의 총을 잡아 손목을 비틀어 그를 쏴 죽인 뒤 총을 확보한다.

아랍 남자 1이 표종성의 뒤를 향해 총구를 돌리는데,

정희가 옆에 쓰러졌던 아랍 남자의 총을 잡아 아랍 남자 1을 향해 탕!탕!탕! 쏜다.

아랍 남자 1이 개스 밸브 쪽으로 물러나며 종성을 향해 총을 쏘는데-

쾅!- 아랍 남자 1의 총구에서 뿜어진 화염이 새어나온 가스와 부딪치며 폭발을 일으킨다.

정희를 데리고 밖으로 빠져나가던 종성이 터지는 가스 폭발에 밀려 마당으로 나가떨어진다.

이와 동시에 집안에 남아있던 동명수와 남은 두 명의 호위 요원, 아랍인 하나도 폭발 화염에 밀려 창밖으로 튀어나온다.

천세황이 차량 있는 쪽을 향해 달려오다 가스 폭발에 놀라 주춤한다.

정신을 차린 종성이 정희를 일으켜 세워 재빨리 차량을 향해 달린다.

동명수가 자신의 발밑에 떨어진 남은 아랍인 하나를 향해 투타타타! 총을 갈기고-

동명수

(피를 닦으며 남은 두 명의 호위요원들을 향해)

뵈는 족족 죽이라!

라이플을 들고 들판을 가로질러 달리는 세황 뒤로 새벽 동이 터 오른다.

종성과 정희가 차량에 세황의 차에 거의 도착하는데-

명수와 두 명의 호위요원들이 종성과 정희를 향해 무차별 사격을 해댄다.

종성이 정희를 안고 몸을 피하고-

세황의 차가 박살난다.

들판을 달리던 세황이 자신의 차가 박살나는 것을 보고 열 받아 자리를 잡고 조준한다.

천세황

저런... 개새끼들이... 내 차를...

종성이 정희를 데리고 차량 뒤쪽으로 몸을 숨긴다.

종성과 정희를 향해 총을 쏘며 나가는 명수와 부하들.

세황이 북한 요원들의 차량을 향해 총을 쏜다.

퍽! 퍽! 세황이 쏜 총알이 차량들의 엔진과 바퀴와 연료통을 뚫고-

펑!- 차량 엔진이 터지며 보닛 뚜껑이 터져 오르고- 연료통을 맞은 차량들이 터진다.

세 대의 차량이 차례로 터지며 일으킨 화염과 파편이 명수 일당을 떼어놓고,

종성은 이틈을 타 정희를 데리고 아침 햇살이 쏟아지기 시작하는 들판을 향해 달린다.

명수와 부하들이 종성을 쫓으려는데,

세황이 속사사격으로 명수와 부하들의 이동을 막는다.

탕-! 세황이 쏜 총에 호위요원 하나가 쓰러진다.

종성이 정희를 데리고 황량한 들판을 필사적으로 가로지른다.

재빨리 재장전하고 일어나 달리는 세황. 호흡이 거칠다.

엄호사격이 멎자 명수가 종성과 정희를 뒤쫓는다.

다시 탕! 세황이 가쁜 숨을 쉬고 달리며 명수를 향해 총을 쏘고,

명수가 날아드는 총알을 피해 몸을 숙인다.

남은 호위 요원이 세황 쪽을 향해 총을 쏘고-

세황의 다리가 총알에 뚫린다. 땀범벅이 되어 바닥에 주저앉는 세황.

명수는 다시 기관총을 난사하며 정희와 종성을 뒤쫓는다.

난사되는 총소리를 들으며 계속 달리는 종성과 정희. 끝도 없이 펼쳐지는 들판.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다.

미친 듯이 난사하며 달리던 명수가 총알이 떨어지자 권총을 꺼내든다.

달리던 정희가 주저앉는다.

종성이 내려다보면,

정희가 하혈을 하고 있다!

표종성

... 괜찮겠나?

련정희

날 버려야 살 수 있습니다...

표종성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

련정희

(종성의 손을 잡으며)

당신 마음 압니다.

표종성

(외투를 벗어 정희를 덮어준 뒤 정희의 손에 목걸이를 쥐어주며)

내 맘 알믄 끝까지 버티라.

이 뒤로 탕- 남은 호위 요원 하나와 부상 입은 세황이 서로 자리를 잡고 한발씩 총을 쏜다.

탕! 탕! 명수가 총을 쏘며 종성에게 다가온다.

멀리 떨어진 종성과 명수. 유효사격 거리를 벗어나 있다.

종성이 남은 총알을 확인하고 명수가 오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 마주선다. 바람이 분다.

달려가던 명수가 속도를 늦추며 느긋하게 종성을 향해 탕! 탕! 탕! 총을 쏘며 다가간다.

탕-! 세황이 재빨리 라이플을 재장전하고-

호위요원이 모습을 드러내며 사격을 하는데-

타탕! 세황의 총알이 호위요원의 머리에 박힌다.

명수가 점점 유효사격 거리로 들어오자 총을 겨누며 명수 쪽으로 향하는 종성.

탕탕탕탕! 서로에게 총을 쏘는 종성과 명수.

서로 피하지도 않고 총을 쏴대는데-

퍽! 퍽! 서로 한 대씩 맞는 두 사람.

하지만 모두 팔뚝과 허벅지를 스쳤을 뿐이다.

가까워지는 두 사람.

철컥- 철컥- 두 사람 모두 총알이 떨어진다.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두 사람 모두 곧바로 총을 거꾸로 거머쥐더니 서로에게 달려든다.

권총 손잡이를 둔기로 사용해 붙는 두 사람.

세황이 다리를 절뚝이며 힘겹게 종성을 향해 달려가다 쓰러진다.

서로가 든 무기로 살벌한 격술을 펼치는 두 사람.

퍽! 동명수의 권총이 종성의 머리를 때리고-

퍽! 종성의 권총이 명수의 무릎을 때린다.

종성과 명수의 위치를 확인한 세황이 숨을 헐떡이며 라이플을 겨누는데, 조준하기가 쉽지 않자 다시 일어나 달려간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 끝에 종성이 명수에게 밀리기 시작한다.

강한 발차기와 둔기의 공방이 오간다.

종성의 상처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명수.

통증을 느끼며 밀리는 종성이 권총을 휘둘러 명수의 손목을 후려친다.

권총을 놓친 명수가 종성을 잡아채 목을 조르고, 만년필 독침을 꺼내든다.

순간, 종성이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해 권총을 휘두르는데,

명수가 발로 종성의 권총을 걷어 차내고 종성에게 달려들어 목을 조른다.

목 졸린 종성은 명수의 만년필 독침을 잡고 버틴다.

야수 같은 두 사람을 지켜보는 정희.

동명수가 표종성을 향해 만년필 독침을 찌르려는 순간-

종성이 엄지손가락으로 명수의 눈을 찌르고, 만년필 독침을 잡아챈 뒤 명수를 바닥에 쓰러뜨린다.

동명수

... 찌르라. 날 찔러서 끝낼 수 있으믄 찌르라.

종성이 독침을 들고 명수를 겨누지만 찌르지 못한다.

위치 잡고 조준하는 세황이 이 모습을 보고 방아쇠를 거둔다.

동명수

날 죽여 봐야 끝나지 않는다는 건 잘 알잖네. 내가 돌아가서 아버지한테 잘 얘기 할 테니, 여기서 끝내자...

명수의 목에 독침을 찌르는,

표종성

사람은 배신해.

독침에 찔리면서도 종성의 멱살을 잡고 버티는,

동명수

... 간나... 새끼...

독이 퍼지기 시작한 명수가 표독스럽게 종성을 바라보며 종성을 향해 침을 뱉는다.

몸이 마비되기 시작한 명수가 발작을 일으키며 고통스러워한다.

온 몸에 힘이 다 빠진 종성이 털썩 무릎을 꿇는다.

피부색이 변한 명수가 마지막 발악을 하고는 결국 숨을 거둔다.

세황이 힘겹게 절뚝거리며 다가와 라이플을 내려놓고 정희를 부축한다.

천세황

움직일 수 있겠어요?

정희가 세황의 도움으로 힘겹게 일어난다.

정희를 일으켜 세운 세황이 종성 쪽을 돌아보는데-

종성이 세황을 향해 라이플을 겨누고 있다.

천세황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하여튼 빨갱이 새끼들...

정희도 놀라서 종성과 세황을 번갈아 본다.

탕!- 종성이 라이플을 발사한다!

국정원 베를린 위장 사무실 내 조사실 - 실내/낮

탁- 책상 위에 베를린 파일’ 보고서가 놓인다.

외교부 조사관

전원 사망이란 겁니까?

베를린 농가주택 외곽 들판 - 실외/아침

탕! 탕! 탕!

종성이 허공에 대고 라이플을 쏴 총알을 모두 써버리고는 라이플을 바닥에 버린다.

표종성

여기서 살아남아서 빠져나가면, 우린 평생 쫓기면서 살아야 하오. 공화국 요원들 실력을 알잖소.

세황이 종성을 노려보는데, 종성이 세황에게 USB를 꺼내 던진다.

USB를 받아든 세황이 종성을 보면,

종성이 정희에게 다가와 세황에게서 자기 쪽으로 끌어안으며 부축한다.

표종성

우린 여기서 죽은 거요.

떠오르는 태양 아래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세 사람... 이 위로-

천세황 (소리)

통역관 여자는 이미 그 친구들이 살해한 뒤 시체를 유기한 것으로 보이고,

국정원 베를린 위장 사무실 내 조사실 - 실내/낮

천세황

저에게 정보를 제공했던 통역관 남편은 그 사실을 확인하자 저항 끝에 현장에서 죽은 것으로 보입니다.

거울 뒤편에서 분석관이 조사 내용들을 기록하고 있다.

강민호

다행히 천세황 요원이 현장 상황 정리를 잘 해줘서...

인터컷.

세황이 종성과 정희의 옷을 반쯤 불에 태운다.

농가주택 안에서 불탄 북한 요원의 시체 하나를 옮겨 종성의 옷을 대충 입히고 종성의 총을 옆에 놓는 세황.

쓰러지던 기둥 하나를 완전히 쓰러뜨려 기둥이 불탄 시체의 머리를 부수게 만든다.

정희의 불 탄 옷을 농가주택 안에 대충 던져 놓고, 정희의 목걸이를 라이터 불로 그을려 정희의 옷 근처에 던져놓는 세황. 이 위로-

강민호 (소리)

이번 사건은 북한과 아랍 테러조직 간 불법 무기거래 현장에서 벌어진 총격전으로 잘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독일 정보부나 CIA 모두 의심 없이 결과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고.

베를린 공항 - 실내/저녁

세황이 짐 가방을 들고 절룩거리며 공항 대기실로 걸어온다. 이 위로-

외교부 조사관 (소리)

어차피 사람이 중요한 건 아니었으니까요... 입수된 북한 비밀계좌는 분석결과 상당히 신빙성이 높은 걸로 보이네요.

대기석에 앉아 창밖에 보이는 비행기들을 바라보는 세황. 이 위로-

강민호 (소리)

성공적인 작전이었죠. 하지만 천 요원은 서울 돌아가면, 공식 절차를 무시한 작전 진행을 해명하셔야 됩니다.

국정원 베를린 위장 사무실 내 조사실 - 실내/낮

천세황

그건 알았고... 이후 작전은 우리 쪽에서 다이렉트로 북측에 역정보를 흘리는 방향입니까, 아니면 외신보도를 통해 역류시켜 압박하는 방향입니까?

외교부 조사관

(잠깐 당황해 세황과 민호를 번갈아보고)

아... 천 요원은 아직 얘기를 못 들으셨겠구나... 이번 작전은 여기서 종결입니다. 더 이상 천 요원이 가지고 온 계좌를 가지고 뭔가 진행 할 수가 없어요.

세황이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외교부 조사관과 민호를 번갈아 본다.

독일 국경 지대 - 실외/낮

먼지를 일으키며 차 한 대가 달리고 있다.

운전석에 종성이 앉아 있고, 정희가 그 옆에 앉아 있다. 두 사람 모두 헤어스타일과 옷차림 등이 완전히 바뀌어 있다. 이 위로-

외교부 조사관 (소리)

오늘 대통령께서 이번 러시아 순방외교 길에 평양 경유 대륙횡단 가스관 사업을 공식적으로 발표한다는 내부발표가 있었어요.

국정원 베를린 위장 사무실 내 조사실 - 실내/낮

외교부 조사관

북한 입장에서 중국하고 냉랭하던 차에 러시아가 설득하며 나서주니까, 중국에 보란 듯이 러시아하고 손잡고 가스관 공사를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진척됐지만, 대략적인 상황은 아시겠죠?

(종성이 건넨 USB를 보관함에 넣으며)

지금 상황에서 이 자료는 양쪽 모두 원치 않는 폭탄입니다.

천세황

... 그럼... 동중호나 계좌에 연관된 인물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독일 국경 지대 - 실외/저녁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국경지대를 종성의 차가 먼지를 일으키며 달린다.

다른 국가로 향하는 표지판이 보인다. 이 위로-

외교부 조사관 (소리)

우리 측 정보에 의하면, 이번 가스관 진행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게 동중호를 비롯한 이 계좌주인들이랍니다.

국정원 베를린 위장 사무실 내 조사실 - 실내/낮

베를린 파일을 덮으며 말을 잇는,

외교부 조사관

어차피 우리 일 아니잖아요. 그쪽 일이야 그쪽 사람들이 알아서하지 않겠어요?

베를린 공항 - 실내/저녁

대기실에 우두커니 창밖을 보고 앉아 있는 세황의 모습 위로-

외교부 조사관 (소리)

과정은 좀 힘들었어도 좋은 결과 얻었으니까, 기분 좋게 베를린 파일 정리하죠. 이번 일은 그냥 가슴에 묻고 눈을 감는 겁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서울행 비행기 이륙 안내방송이 흐르자 사람들이 모두 이동한다.

한참을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던 세황 옆으로 보이는 텔레비전에서 남한과 북한, 러시아가 평양 경유 러시아 가스관 공사에 극적으로 합의했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관련 국가 실무진들이 악수하고 합의서를 만드는 보도 내용이 흐르고-

세황이 이를 보고 피식- 쓴 웃음을 짓는다.

쓸쓸하게 앉아있던 세황이 자리에서 일어나 탑승구 쪽으로 이동하자 공항 대기실이 텅 빈다.

독일 국경 지대 - 실외/저녁

밀려오는 어둠으로부터 도망치듯 종성의 차가 달리고 있다.

정희가 잠들어 있다.

종성이 피곤한 모습으로 잠에서 깨기 위해 라디오를 틀자 음악이 흐른다.

종성이 잠든 정희의 손을 잡는다.

차 안에서 흐르던 음악이 점점 커지고-

잠든 줄 알았던 정희가 종성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갠다.

종성의 차가 독일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진입한다.

정희의 잠든 얼굴에 처음으로 평화가 깃든다.

이런 정희를 보며 불안한 듯, 쓸쓸한 듯... 무표정하게 운전하는 종성의 얼굴에서 암전.

크레디트 떠오른다.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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