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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은 없다

암전속에서..제작진 자막이 뜬다.

사운드 F.I. 경기장의 관중들 고함소리가 들려오고   태양은 없다   영화 타이틀이 뜬다.
관중소리 더욱 커지고 둔탁한 타격음.빠른 F.I.


1.  권투경기장

   쿵  고속화면으로 링바닥에 떨어지는 머리C.U. 
   화면밖에서, 원 투 쓰리 포...도철이 일어나려 안간힘쓰지만 
   다시 털썩, 마우스피스마저 떨어진다. 땡땡땡 F.O.


2.  우중충한 락카룸

(심관장)	  임마 그렇게 멍청히 서서 카운터를 맞을려면 뭐허러 링에 올라간거야? 
답답한 자식같으니..

   고개를 수그린 도철의 귀에는 심관장의 소리대신, 윙윙거리는 소음만 들린다.

심관장	재기전 두번을 케이오로 깨지고 타이틀도전을 무슨 수로 바라냐구?
도  철	...(묵묵히 코피만 훔쳐낸다)

   그때 상대선수인 성훈이 의기양양한 폼으로 들어온다.
   심관장은 성훈에게 다가가 등을 두드리며 격려해준다.
   트레이너가 도철의 옆에서 안타깝게 내려다 본다.
   <점프>
   샤워를 끝낸 성훈이 머리를 털며 옷을 갈아입는 도철에게 다가온다.

성  훈	형 괜찮아요?
도  철	(외면한채)...

   성훈, 돌아선다. 도철의 시선으로 거울을 통해 살며시 웃는 성훈의 표정이 보인다.
도  철	지금 웃었니?
성  훈	..아뇨.
도  철	(쫓아가 돌려세우며) 비웃었어?
성  훈	누가요?  이 거 놔요. 졌으면 그만이지..(손을 툭 친다) 
도  철	이 자식이!

   도철이 발길질, 뒤로 나뒹구는 성훈, 
   <점프>
   양쪽에서 말리는 사람들로 씨끌벅적하다..길길이 날뛰는 성훈과 도철.. 빠른 F.O.


3.  달리는 지하철 안

   한산한 지하철내부, 사람이 거의 없는 막차의 풍경이다.
   구석자리에 비스듬히 앉은 도철, 얼굴에 반창고...커다란 더플백이 보인다.
   갑자기 코피가 주르륵 흐른다. 얼른 손수건을 꺼내 틀어 막는다.
   고개를 뒤로 젖힌 얼굴에서 화면이 정지되고, 그위로 자막이 뜬다.
   “도철   정우성”
   다시 정상화면, 그의 시야로..덜컹덜컹, 조금씩 흔들리는 손잡이들.


4.  허름한 아파트 외부계단    낮/외부

   원색의 여름양복차림인 이십대 청년(홍기)이 한집의 문을 두들긴다.  쿵쿵쿵. 

(여중생)	누구세요?  
홍  기	엄마 있니? 
여중생	(쪼금 열린채) 안 계세요. 
홍  기	(미소) 너 장난하니?  있는 줄 뻔히 알고 왔는데.

   얼른 닫히는 문틈으로 손을 넣는 홍기, 손가락이 끼여, 아아아아~
   다시 열린 틈새로 손을 빼는 순간, 쾅 닫히는 문.

	홍기			손가락  부러질뻔 했잖아! 빨랑 안 열어!

집 안에선 소리가 없다. 

	홍기			좋아, 돈만 줘. 그럼 당장 갈테니까.(문짝을 걷어찬다)
				이럴꺼면 아예 낳칠말든가, 낳았으면 끝까지 책임지든가!
				가나 봐아, 줄때까지 여기서 계속 떠들거야.

조금 지친 홍기, 현관 근처에 주저앉아 담배를 꺼내 문다.
그때 문이 조금 열리고 떨어지는 돈다발...홍기입가에 미소.

	(홍기모)     	앞으로 오지마.  이게 마지막이야. 
	홍기			안 와, 안 와. (돈을 센다)
	(홍기모)		나도 너한테 할만큼 했어...우리도 너무 힘들어. 
	홍기			그래 영원히 안면까고 살아보자구~ 

돈을 집어넣고 돌아선다.몇걸음 멀어지는데 조용히 열리는 문틈, 오십대 여인의 얼굴.
홍기가 돌아본다. 다시 닫힌다. 가만히 바라보는 홍기. 길다란 담배연기.



5		압구정 건널목			낮/외부

느릿느릿 걸어오는 홍기, 건널목앞에 선다.
구두를 내려다보고, 양복바지에 쓱쓱 구두코를 번갈아 문지른다. 흡족한 미소..
신호등이 바뀌고 건너가는 홍기, 갑지기 멈추더니 뒤돌아선다.
빠른 걸음..뒤에서 쫓아오는 남자의 빠른 걸음..뛰는 홍기.
..도로변을 달리는 홍기와 남자(병국)의 트랙킹쇼트들.



6		화장실				낮/내부

달려 들어온 홍기, 화장실안으로 들어가 문고리를 잠근다.
뒤쫓아온 병국, 열리지않는 문짝을 두들긴다.
문고리를 꼭 잡은 홍기의 겁먹은 얼굴, 진땀난다.
갑자기 조용해진다..위를 올려다보는 홍기, 담을 타고 올라온 병국의 얼굴!
홍기의 어색한 미소. 
<점프>
화장실구석에 무릎꿇은 홍기, 병국이 쭈그려앉으며 돈다발로 홍기얼굴을 톡톡친다.

	병국			언제까지라구?
	홍기			...다음주까지요. 
	병국			또 다음주? (미소)  
	홍기			(끄덕끄덕)..정말입니다. 형님.
	병국			너 내가 형님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홍기			죄송합니다. 형님.
	병국			형님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응? 형님이라고 부르지 말랬잖아?

갑자기 짝! 병국이 뺨을 갈긴다...뺨이 얼얼한 홍기.

	병국			아퍼? (사이) 아프냐구?
	홍기			..아뇨.
	병국			(홍기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미안하다.
				(인자하게) 홍기야..내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이 어떤 건지 아니?
	홍기			...
	병국			돈 가져가고 돈없다고 하는 놈, 겁장이라서 뒷감당할 배짱도 없는 
				비겁한 놈. 제일 밥맛없는 놈이지.(눈을 맞추며) 그게 바로 너야.
	홍기			(모기소리)..형님 잘못 했어요.
	병국			형님이라고 하지 말랬지? 일어나 앉어 일어나 앉어..자동!

<점프>
화장실 거울앞에서 휴지로 입언저리를 닦는 홍기,
물을 묻혀 앞머리를 적시고 손가락으로 모양을 낸다.
썬글라스를 끼고는 거울을 이리저리 본다. 그대로 정지화면, 자막이 뜬다 
“ 홍기  이정재 ”
띠리리릭. 핸드폰을 꺼내 플립을 열고

	홍기			(느긋한 저음으로) 여보세요?



7		압구정 거리			무더운 오후/외부

도철이 맥도날드앞에 우두커니 서 있다.
앞으로 스치는 젊은이들..고속화면, 이방인의 눈에 비친 낯선 거리의 풍경.
홍기가 어슬렁거리며 나타난다. 
도철을 발견하고 다가오는 홍기.
잠시 마주 보는 두 녀석..둘 다 얼굴에 상처와 반창고.

	홍기			문사장 만나러 왔어?
	도철			(끄덕끄덕)
	홍기			따라와.
			
앞서 가는 홍기, 가방을 메고 뒤따르는 도철.



8		흥신소				낮/내부

`	문사장		한동안 유망주였다면서? 몇위까지 했니?
	도철			..이년전에 국내랭킹 1위였습니다.

문사장 책상앞에 서 있는 도철..그 옆이 창민이 물끄러미 바라본다.
뒷편의 소파에서 경마지를 읽는 홍기, 도철을 힐끔거린다.
40대초반의 깔끔한 인상인 문사장은 가만히 도철을 바라보다가

	문사장		내일부터 출근해. 심관장 소개니까 받아주는거야.
	도철			감사합니다.
	문사장		그동안 체육관에서 지냈다며?  묵을 덴 있어?
	도철			없는데요.
	문사장		(소파쪽을 향해) 홍기야?



9		홍기의 지하실			밤/내부

우중충한 직사각형의 반지하공간..침대와 탁자, 간단한 가재도구와 잡동사니들.
침대에 앉은 홍기와 어색하게 서 있는 도철..서로 쏘아본다.

	홍기			..몇년생인데?
	도철			74.
	홍기			(미소)두 살 아래네..원래 실장이라고 불러야 되는데, 그냥 편하게
				형이라고 해. 지내면서 불편한 거 있음 그때그때 얘기하고. 알았지? 
	도철			(그냥 의자에 앉는다)
	홍기			짜식이 형님 말하는데 대꾸가 없어?

<점프>
둘이 바닥에 앉아 캔맥주를 마신다. 신문지위에 군오징어.

	홍기			일종의 프리랜서-사설탐정이라고 할 수 있고..
				흥신소직원이란 말은 쓰지마. 어감이 그렇잖아.
	도철			월급은 얼만데?
	홍기			껀당. 능력제지..뭐 사각의 링처럼 존나 냉혹한 세계지. 
				너 계속 반말할거니?
	도철			...(캔을 우그러 뜨린다)
	홍기			명심해라. 이 바닥 빨리 적응할라면 말빨이 좋고 매너가 굳이어야돼. 
운동신경이 아니고, 요 헤드회전이 빨라야 한다구.		 
	도철			까봐.
	홍기			..?
	도철			주민등록증 까보라구
	홍기			(잠시 인상) 당장이라도 보여줄 순 있어, 하지만. 초장부터 니가 날 
쌩까는 놈으로 봤다는 게 너무너무 슬프고 안타깝다.
	도철			너 74도 안되지?  75 아냐?
	홍기			까볼까? 진짜 까봐?

(점프)
주민증을 	유심히 보고있는 도철, 그앞의 홍기는 여유만만한 표정이다.

	홍기			720810. 너 코흘리개 초등학생때 난 중학생이었어..
	도철			고쳤지? (던져준다)

홍기는 어이없다는 표정..하지만 홍기는 그 표정을 유지할 수 있을만큼 강심장은 아니다. 
무어라 말하려하지만 더 말을 하지는 못하고...악수를 청하는 홍기.

	홍기			사회에서 만났는데 친구처럼 지내자..

도철이 바라만 본다. 
손을 내민채 어색해지는 홍기, 그제서야 도철이 악수를 한다.

<점프>
불 꺼진 방, 홍기는 침대에 도철은 바닥에 누웠다.

	홍기			자니?
	도철			...
	홍기			너 있잖아. 하루에 만오천원씩만 내라. 방값으로..
	도철			(사이) 다른 데 찾아볼께.
	홍기			...만원만 내. 돈두 얼마 없을테니까..
	도철			사장님이 여기 오라고해서 온거야.
	홍기			사장이 여기가 공짜란 말은 안했어!
	도철			...
	홍기			잘 자라. 만원이다. (돌아눕는다)	 
	


10		몽타지씬/음악
	
<리드미컬한 편집으로: 고속화면과 정상속도, 트랙킹쇼트들>
음악(CCRdml Green River)이 시작되며, 100프레임정도의 고속화면으로
두남자의 발, 반짝이는 구두와 질질 끄는 샌달.
압구정 거리를 나란히 걷는 도철과 홍기의 모습, 
홍기는 쉴새없이 지껄이고, 도철은 듣는둥 마는둥 주변을 구경하며..오버랩.

	*아파트촌, 자동차안에 도청수신기를 설치하는 홍기..도철이 망을 본다.

	*거리, 야시시한 유뷰녀가 쇼핑빽을 들고 차에 타려는 순간.. 
	도철이 여자에게 뭔가를 묻는다. 바로 그때,
	홍기가 지나치며 재빨리 쇼핑빽안에 뭔가를 넣는다.

	*보석상앞, 야한녀가 보석상유리를 톡톡 두드리면, 안에서 밖을 보고
	활짝 웃는 주인(불륜남)...도철이 운전하는 차안에서 비디오를 돌리는 홍기.
	비디오화면C.U.된 보석들..셔터가 내려지고, 불륜남과 야한녀가 팔짱을 끼고 간다. 
뒤따르는 자동차.

	*태양이 뜨거운 옥상난간, 헤드폰을 낀 홍기가 수신기를 맞은편 아파트를 향해 들고 있다. 
땀이 삐질삐질, 돌아보면 그늘가에 도철이 길게 누워있다.
 
	*깊은 밤, 후레쉬를 비추는 도철, 아파트 전화단자에 코드를 연결하는 홍기. 

	* 호텔객실통로, 두남녀가 방으로 들어가는데 옆을 스쳐가는 홍기..
	문이 열리는 순간, 옆구리 사이로 미니카메라를 내밀고 찰칵!



11		압구정거리		낮/외부

망원렌즈..나란히 걸어오는 두녀석, 
홍기는 캐주얼차림이지만 날렵하고 세련된 느낌.
도철은 풀어헤친 헐렁한 화와이언셔츠에 찢어진 청바지..샌달.(처음보다 약간 세련된)
뒤따라오는 창민, 홍기가 돌아보며 인상을 쓴다. 그자리에 멈추는 창민.

	홍기			저 자식 절대 믿지마, 사장이 박아논 스파이야.
 	도철			쟤가 그러더라, 너 사기꾼이라고.

걸음을 멈추는 홍기, 도철을 쏘아본다.

	홍기			그 말을 믿냐? 저런 놈 말을?
	도철			(어깨를 감싸며) 나한테 사기칠 생각 하지마. 
	홍기			(인간적인 눈빛)..나 있잖아, 솔직히 의리도 있구 괜찮은 놈이야.
				뻥이나 치고 사기나 치는 그런 놈 아냐. 사귀어보면 알꺼다. 
				
그때 길건너에서 누군가를 발견하는 홍기, 표정이 굳어진다.
길거리에 후배들과 모여 있던 병국이 손짓을 한다.
<점프>
도철 시점으로, 병국이 홍기의 이마를 톡톡 치며 무어라 이야기한다.
<점프>
홍기가 돌아온다.
 
	도철			누구야?
	홍기			아는 선배. 만나기만하면 사업 아이템 좀 달라그래서 짜증이 복받쳐 오른다. 
성질 드럽게 생겼지? 
	도철			(병국쪽을 돌아본다)
	홍기			임마 그렇게 노골적 쳐다보면 어떡하니? 촌스럽게.

<점프>
길바닥에서 하드를 먹는 두 녀석. 홍기는 줄줄이 엮은 즉석복권을 동전으로 긁고..
도철은 웬지 지친 표정..
홍기가 도철을 보고는 복권 한장을 떼어준다.

	도철			(한숨) 남의 뒷조사나 하러 다니는 거..체질에 안 맞아.. 
	홍기			누군 좋아서 하냐? 돈되니까 하지. 나도 메인은 이게 아니야. 
				당분간만 하는거지..한 큐만 잡으면 돼. 큰 거 한방! 
				(혼자 흐뭇함)너 단번에 36억 만드는 법 아니? 저기 건물 보이지? 

홍기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 멀리 현대식 6층건물이 보인다.

	홍기			저게 작년까지 시가 50억이 넘었어. 근데 올해 최소 20억이 떨어졌거든.
36억이면, 건물 사고도 그냥 6억이 남어. 
	도철			근데?
	홍기			머잖아 내가 저 건물 소유쥬가 될거야..
	도철			(일어선다) 먼저 들어가, 다녀올 데가 있어.
	홍기			(인상) 너하곤 이상하게 진지한 대화가 안된다. 왜 그러니?
	도철			(짜증) 그럼 나한테 말을 걸지마!



12		권투경기장				낮/내부

썰렁한 체육관, 관객도 거의 없는 국내랭킹전.
링위에서 난타전을 벌이는 두 선수..스탠드 뒤쪽 구석에서 우두커니 지켜보는 도철, 
몇몇 관중이 환호하고, 도철은 심각한 표정으로 보는데, 누군가 어깨를 친다.

	트레이너			오랜만이다?
	도철				! (꾸벅 인사)
	트레이너			직장 다닌다며? 재미 좋아?
	도철				그저 그래요.
	트레이너			권투를 5년씩 한 놈이 무슨 일은 못 하겠냐?  열심히 해.
	도철				네..
	트레이너			다시 하고 싶지? 그래서 왔지?
	도철				(시선 피하며) 미련 없어요..
	트레				(미소)..우리 체육관애가 나올꺼야..가지마라.

트레이너가 링쪽으로 간다. 
링위에서 몸을 푸는 복서들..그들중 하나는 성훈이다.
...도철의 옆으로 다가와 아는 척을 하는 권투선수들.
반가운 표정이지만 뭔가 어색함. 악수를 나누고 경기장을 나가는 도철, 
함성소리..돌아본다.
링사이드에서 상대선수에게 연타를 날리는 성훈.
...자세히 보면(비젼/고속화면) 편치를 날리는 그 복서는 바로 도철 자신이다!
외면하고 돌아서는 도철.



13		홍기네 지하실 복도			밤/내부

천정중앙이 외부창으로 된 침침한 복도, 도철이 들어온다.
복도중앙에 우두커니 멈춰서더니 천천히 스텝을 밟아본다.
주먹을 가볍게 움직이며 새도우복싱을 해 본다(버릇처럼),
점점 스텝이 빨라지고 주먹이 빨라진다...할아버지가 계단을 내려온다. 
동작을 멈추는 도철..할아버지는 시선조차 주지않고 자기 집으로 들어간다. 
똑똑똑
도철이 홍기집문을 두드린다..방안에선 시끄러운 음악소리, 
쾅쾅쾅. 신경질적으로 두드린다...딸깍 열리는 문, 한 여자가 나온다.

	미미			(방안을 돌아보며) 오빠, 누구 왔어!
	홍기			뭐하니? 안 들어오고..인사해, 미미라구 아는 동생이야.

서로 고개만 까딱하는 미미와 도철..미미가 복도로 나간다.

	홍기			너 또 나이트 가지? ..같이 갈까?
	미미			(미소) 오빠 돈 있어?
	홍기			...
	미미			(멀어지며) 삐삐쳐..저 오빠 참 잘 생겼다!

가볍게 손을 흔들며 복도를 걸어가는 미미.

	홍기			몸매 죽이지?
	도철			너무 말랐어..니 애인이야?
	홍기			나한테 저런 애들이 한 둘이니? 쟨 내가 배우로 한번 키워볼라구.
				팍 뜨기만하면 씨에프해서 돈을 갈구리로 긁어 올거거든!
	도철			니가 배우매니저도 해? 
	홍기			내가 손 안대는 사업이 어딨냐? 요즘같은 불황기엔 문어발식으로 
여기저기 돈터지는 지뢰를..?? (도철은 벌써 들어가 버렸다)



14		창고건물 내부				낮/내부

뚱뚱한 중년아저씨를 협박하는 홍기, 그 뒤로 계단에 앉은 도철,

	홍기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형이 어떤건지 아슈?
	대머리		....(겁 먹은 표정)
	홍기			돈 가져가고 약속 안 지키는 인간, 거기다 뒷감당 할 배짱도 없는 
				비겁한 인간. 난 그런 인간들 너무나너무나 경멸해. 
					
도철은 전혀 관심이 없는듯, 혼자 요요를 풀었다 놨다 하고있다.
홍기가 돌아보며 “전혀 도움이 안되는 놈”하는 눈빛이다.
...
요요가 난간 기둥에 걸린다. 당기니까 툭 끊어지는 줄.
난간사이 건물바닥으로 떨어지는 요요..
도철의 난간밑을 보는 시점쇼트, 아득한 계단밑..약간 어지러움증.
<점프>
홍기는 난감한 표정으로 아저씨와 실강이중, 거의 부탁조다.

	대머리		답답한 쪽은 나야 나! 돈이 있어야 갚지.
	홍기			배째라고 하면 다가 아니예요. 제 입장도 생각해 줘야죠?
				아저씨, 쟤가 권투선수예요. 웬만하면 폭력으로 해결하지는..
	대머리		(자르며)야, 니들이 주먹질한다믄 내가 겁먹을줄 아니?
				나두 임마, 예전에 놀만큼 논 놈이야..
	도철			(어지럽다) 홍기야, 빨리 끝내고 가자.
	대머리		권투선수라고? 새파란 자식들이 어따 대구 협박질이야?				 		
도철, 아저씨를 노려보며 일어서는데 순간 띠이잉~ 
비틀하며 난간을 잡는다..심한 어지러움증, 햇살이 비치는 창살이 뒤틀리게 보인다. 
홍기와 대머리의 소리도 멀리 아득히 들려온다. 다가가는 도철, 약간 흔들리는 걸음..

	대머리		(경계하며) 자식들이 순 깡패아냐, 칠라면 쳐 봐!

순간 도철의 코피가 터진다. 흐르는 피, 앞가슴을 적신다.
피를 보고 당황하는 아저씨, 홍기도 놀란다.
도철의 일렁거리는 시야엔, 아저씨의 동작이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눈동자가 약간 풀려있던 도철의 눈에 갑자기 살기가 돈다. 
아저씨를 향해 주먹을 퍼붓는다. 인정사정없이! 보다못해 홍기가 뜯어말린다. 
숨을 헐떡이며 도철이 비로서 정신을 차린다...코피를 훔치는데

	(대머리)		갚으께요, 갚으께요, 당장요...제발..

바닥에 쓰러진 대머리가 피범벅,공포에 질린 시선..도철 자신도 약간 놀란다. 



15		흥신소					밤/내부

	문사장		니들 고생했어, 이건 보너스야

소파에 문사장과 마주앉은 도철,홍기. 두툼한 봉투 하나씩을 받는다.
책상옆의 금고를 잠그는 문사장, 

	문사장		(도철에게) 니건 좀 더 넣었다. 옷이나 해 입어.
	홍기			저는요.
	문사장		임마 넌 돈만 생기면 다 옷 해 입잖아?  그 껍데기만 바꿔입지 말고 
속 마음가짐부터 바꿀 생각을 해. 씀씀이는 헤퍼가지고..(혀를 찬다)



16		한낮의 거리

빠른 댄스음악/ 양복을 차려입은 두 녀석이 나란히 걸어온다. 망원렌즈.
홍기 핸드폰통화를 하면서 썬글라스를 걸친다.
도철도 썬글라스를 꺼내 쓰고...서로 얼굴을 보며 큭큭 거리는 두 녀석.



17		나이트클럽				밤/내부

테이블, 부킹한 여자 둘과 합석. 홍기는 생머리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열심히 구라를 풀고..
도철의 옆에는 껌을 짝짝 씹는 파마머리가 앉아있다. 

	파마			차가 뭐예요?
	도철			없어요.
	파마			(껌 짝짝) 그럼 뭐 타구 다녀요?  
	도철			남이야 뭘 타구 다니든?

도철의 눈초리에 질린 파마가 일어나며 생머리에게 가자고 눈짓한다.
홍기가 생머리를 붙잡으며 귀에 대고 수근수근, 생머리는 까르르르 웃으며 다시 앉는다. 
파마가 째려보다가 가버린다..생머리는 마지못해 일어나 가버린다.

	홍기			(신경질) 너랑은 호흡이 안맞아서 진짜 아무일도 못하겠다.  
	도철			맘에 안드니까 그러지~ (되레 짜증이다)
	홍기			그럼 맘에 드는 애로 찍어. 웨이터가 부킹해 준다니까!
	(미미)		오빠!

등뒤에서 나타난 미미, 홍기와 반갑게 아는 척 한다.

	홍기			왜 사진 안갖구 오니?  소개시킬 데가 밀려서 난리라니까.
	미미			진짜 연예계 거물을 만났어?  저기 보이지? 올빽한 남자..

멀리 다른 테이블, 올백한 삼십대가 여자애들과 이야기하는 모습.

	홍기			저런 양아치한테 잘못 걸리면 아차하는 순간에 니 인생 망친다.
	미미			(도철을 보고)안녕하세요? 
	도철			(꾸벅)
	미미			권투선수라고 들었는데..맞아요?
	도철			지금은 아네요.

미미가 홍기에게 귓속말을 하고는 손을 흔들며 자기 자리로 간다.
<점프>
술을 마시며 어딘가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도철C.U.
사람들틈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미미의 모습(고속)..
<점프>
여자들만 있는 테이블,소파뒤에서 몸을 기울인 홍기가 열심히 떠들어댄다. 
깔깔대며 웃어대는 여자들..홍기의 애교스런 웃음과 말솜씨가 빛나는 느낌.
<점프>
테크노음악..화장실앞 침침한 통로에 꽉찬 담배연기..젊은이들로 좁은 통로가 더 붐빈다. 
술에 취한 도철이 걸어간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여자..미미. 그녀 역시 약간 취했다. 
도철이 멈춰 선다. 다가오는 미미..도철이 자연스럽게 앞을 막아선다. 
고개드는 미미..도철을 알아보고 가볍게 목례. 도철은 비켜서지 않고 계속 바라보다. 
미미가 벽쪽으로 비켜 가려는데 어깨를 들이민다. 똑바로 쳐다보며 왜 그러냐는 표정..
그제서야 씨익 웃으며 비켜서는 도철..미미가 빠져나간다. 돌아보는 도철..




18		카페			낮/내-외부

중년남자와 마주 앉은 홍기의 테이블..도철은 저만치 따로 앉아있다
(중년남은 S#14 러브호텔앞에서 촬영된 불륜남자:보석상 주인이다)
불륜남이 비디오촬영기의 뷰파인더 안을 들여다 보다가 고개를 든다.
심각하게 상기된 불륜남의 얼굴을 생글거리며 쳐다보는 홍기

	불륜남		우리 마누라가 날 미행하라고 했단말이지?
	홍기			그러니까 찍었죠.
	불륜남		근데 왜 나한테 보여주는거야?
	홍기			그냥요...히히. 보석 몇개 공짜로 팔았다고 생각하세요.

...불륜남이 수표 석장을 건넨다. 
홍기가 수표을 뒷면으로 뒤집어 다시 건넨다.
이서하는 불륜남.
주민증을 들고 수표이서와 확인하는 홍기의 시선.
...도철이 잡지를 보고있다. 한 페이지를 유심히 본다.
잡지광고 C.U. 타이즈를 입은 미미가 유산소운동기를 하고있는 광고다,

	(홍기)		도철아 일루와.

홍기테이블로 가는 도철, 유리창밖 불륜남이 촬영비디오테입를 구두발로 짓이긴다.
도철이 앉으려다 다시 밖을 본다. 홍기 시선도 옮겨지고
유리창밖에 창민의 모습. 휙 돌아선다.
홍기가 난감한 표정으로 얼른 쫓아 나간다.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도철, 길 건너편에서 홍기가 창민을 붙잡고 설득한다. 
막무가내인 창민을 뒤쫓아 골목안으로 사라진다..



19		압구정 거리				오후/외부

도철이 어슬렁거리며 한가롭게 걸어온다..국산음료 이벤트행사를 펼친 도우미들의 모습.
그녀들 가운데 미미의 모습..도철이 그녀를 주시하며 천천히 다가간다.
미미와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 얼른 다른 도우미에게 말을 건네는 도철..
그런 도철을 바라보며 미미는 “왜 날 아는 척을 안 하지??”약간 의아스럽다.
..분주히 행인들에게 판촉활동하는 미미, 
“미미씨?” 등뒤에서 콕 찌르는 손.

	미미			어머, 안녕하세요? (미소) 무슨 철씨였는데..
	도철			도철. 이도철.
	미미			맞어. 덥죠?  한 잔 드세요. (음료캔을 건넨다)
	도철			...끝나고 뭐해요?
	미미			글쎄요, 끝날려면 아직 멀었는데.
	도철			난 별루 할 일 없는데...
	미미			(다른 남자에게) 안녕하세요, 이 음료 한 번 시음해 보세요, 

행사장을 기웃대는 한 커플에게 음료를 권하는 미미.

	미미			(도철에게) 지금 굉장히 바쁜 시간이거든요,미안해요..

..커플에게 열심히 설명하는 미미, 무심코 뒤돌아보는데 도철이 보이지 않는다..
<점프> 
행사장 맞은편, 아이스크림점 유리창 안.
창가좌석의 도철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미미를 보고 있다.
<점프>
동료 도우미와 잠시 수다를 떨던 미미가 뭇심코 시선을 돌리다 멀리 도철이 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시점쇼트로, 멀리 유리창안의 도철이 손을 흔ㄸMS다. 피식 웃는 미미.
<점프>
새로 주문한 아이스크림을 들고 창가에 앉는 도철, 그런데 행사장이 신속하게 철수하고 있다. 
도우미와 행사요원들 사이에 미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때 바로 앞 유리를 똑똑 두드리는 소리..유리밖, 사복으로 갈아입은 미미가 웃고 있다.



20		TV경마장 앞 			늦은 오후/외부

입구에서 나오는 홍기, 지갑을 열어보더니 짜증스런 표정.
그때 홍기앞에서 멈추는 차, 창문이 내려가고 병국의 얼굴! 홍기를 향해 씨익 웃는다.
병국의 후배 둘이 홍기를 붙잡아차 안으로 구겨넣으며 급히 출발.



21		노천카페 파라솔			오후/외부

미미,파라솔 아래서 도철과 나란히 앉아있다.

	도철			잡지에서 봤어요. 운동하는 모습이요. 
	미미			(인상쓰며)그거요..되게 후지게 나왔죠?
	도철			예쁘게 나왔던데.
	미미			(혼잣말처럼) 나중에 유명해지면 다 사서 없애버릴거예요.
<점프>
	도철			왜 배우할라 그래요?
	미미			남들이 날 쳐다보는게 좋아요. 일종의 공주병이죠.(웃음) 
	도철			그게 전부예요?
	미미			..어렸을때부터 꿈이죠. 멋진 영화를 보고 감동받은 적이 많아요.
				그런 영화속의 주인공이 되서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싶었어요..
	도철			(미소..코밑으로 조금 피가 흐른다)
	미미			어머, 코피 나요!

얼른 훔치는 도철, 계속 흐른다.
손수건을 건네주는 미미, 코를 틀어막고 고개를 젖히는 도철
걱정스런 눈길로 바라보는 미미..씨익 웃어보이는 도철.

	도철			괜찮아요, 자주 그러니까.

<점프>
	도철			시합 뛰고나면 입안이 다 터져요. 
화장실에 가면 피가 썩여 나올 정도니까..탈진한 상태라 잠이 막 쏟아지는데, 
절대 잠들지 말라 그래요. 왜냐하면 머리속에 출혈된 피가 굳어지지 않게 
계속 이생각 저생각 하는거죠. 
	미미			그때 무슨 생각해요? 여자 생각?
	도철			아니...주로 먹는 거 생각해요. 
체중감량땜에 거의 못 먹었으니까..	미미 권투선수들 이해가 안 돼. 
매맞고 골병들면서 뭐하러 그걸 해? 

그말에 머쓱해지는 도철..미미가 시계를 본다.

	미미			가봐야 겠어요. 누구 만나기로 했거든요.(일어난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두두두둑 파라송을 때리는 빗방울.
난처한 기색의 미미..도철이 미미에게 잠깐 있으라는 제스처를 남기고 빗길을 달려간다.
<점프>
뛰어오는 도철, 한손에 우산을 든채 비를 맞으며 달려온다. 비닐카바도 안 벗긴 새 우산.
펑 우산을 펼쳐주는 도철, 미미에게 건넨다. 미미, 미소로만 고마움을 표한다.
도철이 손에 쥐었던 손수건을 돌려준다. 피묻은..미미가 난처한 표정.

	미미			오빠 가져요. 오빠라고 해도 돼죠?

우산을 든 미미, 큰길쪽을 향해 뛰어가다가 돌아보며 손을 흔든다.



22		홍기지하실			밤/내부

도철이 들어온다. 불꺼진 방안..침침하다. 불을 켜면,
침대위에 홍기가 옷입은채로 엎드려 있다.

	도철			언제 왔니?
	홍기			..(대꾸도 없다)

아무 반응이 없다. 다가가 홍기를 건드린다. “홍기야..홍기야?”
홍기가 벽으로 돌아눕는다.
어깨를 잡아 흔들지만, 홍기는 벽쪽으로 고정한채 움직이지 않으려한다.

	도철			무슨 일 있었어?
	
어깨를 잡아당기면 홍기의 얼굴이 엉망으로 터져 상처투성이다!
놀라는 도철..홍기는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다시 시트에 파묻는다.

	도철			(다시 돌려세우며) 누구야? 누가 그랬어?
	홍기			(뿌리치며) 놔, 씨발! 가만히 좀 두라니까. 
	도철			그 새끼가 누군지 지금 어디있는지 말해.
				가서 죽사발 내 버릴테니까!
	홍기			야..모르면 잠자코나 있어. 
니가 나선다고 해결될거 같으면 내가 벌써..(말을 잇지 못한다)
	도철			대체 누군데애? 			
	
홍기는 다시 침대에 주저앉아 머리를 양손으로 감싼다. 
..허탈한 표정으로 옆에 주저앉는 도철.   



23		흥신소				낮/내부

	문사장 		됐어, 창민인 그만 나가 있어.

창민이 밖으로 나간다. 문사장 책상앞에 서 있는 도철과 홍기.

	문사장		조홍기, 니가 내 뒷통수를 쳐? 
그동안 먹여주고 재워주고 사람구실하게 해줬더니, 개자식같으니! 앞으로 내눈앞에 나타나지마.
				핸드폰하고, 차키 사무실키 다 놓고 나가. 어서 나가!

홍기, 침울한 표정으로 돌아서서 나가고...도철도 서 있다 돌아서려는데

	문사장		넌 있어.
	도철			..
	문사장		요즘은 뒷조사 해달라는 건 별루 없어. 
순 돈받아달란 사람들만 수두룩해. 니가 할일이 많아. 
	도철			저도 그만 둘래요.
	문			이유가 뭐야? 내가 섭섭하게 해준거 있어?  
	도철			나랑 안 맞아요. (돌아선다)



24		압구정 골목길			밤/외부 

두 녀석, 엄청 취해 어깨동무를 하고 걸어간다. 

 	도철			당연히 참피언이 꿈이지..열아홉살때 
프로데뷰하면서 신인왕도 먹었어. 첨엔 잘 나갔지. 모두들 유망주라고 했으니까. 
(권투시늉) 원투 이거에 걸리면 다 떨어졌지..
근데 위로 올라갈수록 잘 하는 놈이 너무 	많아. 
저 길바닥의 차들처럼 깔려 있더라구..(한숨)
	홍기			참피언 그거 돈되는 건데...
	도철			이제까지 한거라곤 복싱밖에 없어..
링에 올라갈땐 너무 흥분되고 신나. 묵사발로 깨지고 피오줌을 눠도 샌드백만 보면 피가 끓어..

도철이 걸음을 멈추고..바닥에 시선을 응시한 채 서 있다.  

	홍기			(분위기 바꾸려고) 다시 시작해 임마. 내가 밀어주께.

<점프> 
만지막 거리던 미미손수건을 손등에 감아보는 도철(밴디지처럼)..

	도철			권투가 뭐냐? 무식해 보이잖아. 복싱, 복싱이라고 하라니까.
	홍기			새꺄, 권투나 뽁씽이나 그게 그거지..큭큭 (웃음을 터뜨린다)
	도철			너 내 말이 웃겨?

도철이 한대 뒷통수를 갈긴다...뒷머리를 감싸는 홍기. 아픈 표정.

	도철			따라해봐, 복싱.
	
홍기가 도철의 어깨를 깨문다. 아아아아..홍기가 멀리 떨어져 권투자세를 취한다.

	홍기			덤벼, 덤벼..난 타이슨이야. 물어. 막 물어!

이빨을 드러낸 홍기를 보면서...도철이 큭큭 웃음을 터뜨린다.

<점프>
길바닥에 앉은 두 녀석..술이 거의 깨어간다.

 	홍기			열일곱살부터 독립군이었어. 우리 꼰댄 오래 전에 날아가서 
알 수도 없고, 울엄마가 있는데 어디서 다 늙은 놈씨를 물어갖구...
	도철			나도 원래 혼자야. 엄마아버지 다 어렸을때 돌아가셨어.
	홍기			만난지 꽤 됐는데 호구조사를 이제서야 하네..(웃음)

잠시 침묵..홍기가 일어나며 바지를 털어낸다.

	홍기			문사장 걔가 실수한	거야.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없어 가지구..
				내가 갖고 있는 아이템이 얼마나 많은 지 아니? 넌 나하는대로만 따라해,
그냥 밟히는게 돈일테니까.
	도철			지겹다, 그 아이템 얘기 좀 그만 해
	홍기			미미랑 관련된건데? (사이) 궁금하지?  			



25		헤어숍 오픈파티장				(밤/내-외부)

	홍기			(활짝 웃으며) 안녕하세요. 스타프로덕션 조홍깁니다. 
				(명함을 내밀며) 우리 미미 잘 아시죠?

올백에게 꾸벅 인사하는 홍기(날라리양복), 그 뒤로 서 있는 미미와 철.
오픈파티가 열리는 압구정의 화려한 헤어숍안. 북적대는 세련된 차림의 하객들.

	올빽			(떨떠름하게) 미미 너 언제부터 매니저를 뒀니?
				(도철을 훑어보며) 이 친군 누구야? 모델이야?
	홍기			얘요? 제 밑에 있는 로드예요. 원래는 권투선수죠.
	올백			(홍기를 무시, 미미에게) 너 많이 컸다.
				(귀엣말) 김감독 오는 거 알지? 조금 있다 보자.

올백이 가고, 덩그란 남겨진 세 사람. 홍기가 사람들사이를 뚫고 사라진다.

	미미			오빤 왜 그렇게 입고 온거야?

생각없이 던진 미미의 말에, 기분이 언잖아진 도철..
<점프>
...밤늦은 시간, 
하객들이 거의 가고 몇몇만 남았다.
구석자리, 미미일행과 나란히 선 올백, 예술가같은 김감독.
미미가 뒷머리를 올리고서 감독에게 옆얼굴을 보여준다.

	올백			얜 옆얼굴이 좋아요. 
	감독			(미미 허리를 슬쩍 만지며) 프로필, 몸매 다 괜찮은데 뭐.

김감독이 미미를 훑어보다가 문득 꺼부정한 큰 키의 도철을 쳐다본다.

	올빽			이 친군 권투선수래. 로드매니저 겸.
	김감독		(도철을 보며)키만 크지, 맷집은 없어 보이는데?
	홍기			어휴 얘요? 맷집 엄청 좋아요. 
	김감독		그럼 한번 쳐 봐?
	홍기			(만지면서)이 배가 완전 철판이예요.(도철에게) 한번 치셔두 되지?

난감한 도철...홍기의 윙크,
갑자기 날아오는 김감독의 주먹, 도철이 순간적으로 배에 힘을 준다. 퍽!

	김감독		(주먹을 감싸며) 진짜 쎈데. 	
	홍기			얜 발로 차도 끄덕 없다니까요.
	미미			(작게) 오빠 괜찮아?

김감독이 뒤쪽을 향해 손짓을 한다. “오대표, 오대표. 일루와봐”
비게덩어리같은 삼십대후반이 엉기적대며 온다. “왜? 뭔일이야?”

	김감독		너 한번 쳐봐라!	

난감해지는 도철..홍기..미미, 오대표는 상의를 벗어 김감독에게 주고는 성큼성큼 다가온다. 
갑자기 주먹을 날린다. 도철이 반사동작으로 피한다..휘청하는 오대표.
뒤로 물러선 도철의 눈빛이 사납게 쏘아본다. 썰렁해지는 분위기.

	김감독		피해? 권투선수가 그걸 피해?
	홍기			(귀엣말) 화났니? 임마 재미삼아 그런거잖아..그럼 하지말구
	올빽			자자 그만들 하시고 술이나 마십시다.

...(오버랩)
권투동작을 취하는 철, 고개를 끄덕이는 김감독. 술을 한잔 권한다. 단숨에 들이키는 도철, 
이미 취한 상태다. 도철은 보란듯이 또 다른 동작을 보여준다. 좌우연타 훅..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자 신이 난듯 더 열심히 새도우동작을 보여주는 도철..오버하고 있다.
소파자리, 올백과 홍기 사이에 앉았던 미미가 벌떡 일어나 도철에게 다가간다.

	미미			그만해.
`	도철			(취했다) 왜? 사람들이 좋아하잖아. 나두 재밌고..
	미미			지금 오빠모습이 어떤지 알어? ..창피하지도 않어?
	도철			..(비로서 주변을 둘러본다)
	도철			(미미에게) 너 내가 창피하니?
	미미			...
	도철			(갑자기 큰소리) 내가 창피하냐구?

마주 서서 노려보는 도철과 미미.
홍기가 도철을 만류하고, 올백이 미미를 바텐쪽으로 끌어당긴다.

	올			왜 그러니 너? 웃자구 한거잖아. 	
	미미			미안해요...참을라 그랬는데..
	올			됐어됐어..오늘은 그냥 가고, 내일말야.. 
				김감독이 너 오디션 한번 보시겠데. 괜찮지?
	미미			(미소) ..고마워요, 
	올			그리구 재들 좀 데리구 다니지 마. 너 크는 데는 도움이 안 돼.. 
				
...도철에게 냉수를 권하는 홍기. 

	홍			임마,이런데선 최대한 세련되게 굴어야지. 쪽 팔리잖아.
	도철			너두 내가 창피하냐?
	홍			(미소) 솔직히 말하면 약간. 

표정이 굳어지는 도철, 앞의 탁자를 뒤집어 엎는다.
벙찌는 사람들..홍기...놀라는 미미..도철이 다가온다.미미손을 덥썩 잡으며

	도철		 	가자. 여기 엿같애서 못있겠어.
	미미			(손목을 빼며) 지금 뭐하는 거야? 
	도철			..!
	올백			야, 여긴말이야, 니가 함부로 설치고 그럼 안되는 자리야. 알아들어?

쏘아보는 도철.홍기가 험악해지는 분위기 눈치채고 얼른 끼여든다.

	홍기			형님, 쟤 지금 열받았어요, 괜히 건드리시면..

퍽, 올백이 홍기를 한 대 갈겼다..뺨을 감싸는 홍기.

	올백			넌 뭐야, 새꺄. 왜 아무데나 끼여들고 그래? 누가 널 여기
				오라고 했어? 이 자식들이 지멋대로 찾아와갖구..

올백의 멱살을 거칠게 움켜쥐는 도철, 주먹으로 힘껏 갈기려 한다
미미가 팔을 잡으며 제지한다.

	미미			왜 그래?  (큰소리) 왜 여기까지 따라와서 내 일을 망치는거야?
	도철			(어이없는 표정) 그말 진심이야?

도철과 미미의 눈싸움. 쓴웃음을 짓는 철,돌아서서 나간다. 홍기도 뺨을 만지며 뒤따라 나간다. 
입구에서 돌아서는 홍기, 안을 둘러보더니..약간 흥분된 어조로.

	홍기			니들 나 우습게 보지마. 두고봐, 내가 나중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내 이름 잘 기억해. 조홍기야. 조-홍-기! 그때가서 아는 척 하지마.
				(혼자 미소) 나말야 니들 안면 깔꺼야, 알아?

홍기의 일갈을 비웃는 사람들..나갔던 도철이 다시 들어온다. 

	도철			(올백에게 다가가)너 웃었어?`
	올백			..(쫄아서 말 못함)
	김감독		야, 경찰에 신고해..어서!
	도철			(김감독에게) 그래 신고해. 기다려줄테니까..

미미가 상황을 바라보다 견딜수없다는 듯, 밖으로 뛰어나간다. 
창밖으로 미미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도철이 본다. 홍기가 와서 어깨를 툭툭 친다. 

	홍기			가자 가. 이런 인간들하고 더 있어봐야 짜증만 난다.

둘이 나가면서..앞에 서 있는 올백의 어깨를 툭 치고 나가는 도철.
입구로 가는 두녀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올백의 표정이 씰룩씰룩.
갑자기 조그만 보조의자를 집어드는 올백, 그대로 쫓아가 도철의 어깨를 찍는다.
홍기는 사태를 눈치채고 얼른 밖으로 도망친다.

	홍기			(유리창밖에서) 도철아, 가만 있어!  그대로 맞기만 해!  



26		병실				낮-밤/내부

병상의 도철, 머리에 붕대를 감았다. 그앞에 앉은 홍기,백만원짜리 수표를 내놓는다.

	홍기			이거만 받았어. 어쩌겠니..미미의 장래를 봐서라도, 
				께임비를 쎄게 못받겠더라구 
	도철			..(몸을 일으킨다)
	홍기			누워있어, 임마. 몸도...
	도철			(바지포켓부분을 움켜쥐며) 이건 뭐야? 
	홍기			뭐긴 씨발(주머니를 뒤집으며) 핸드폰이다 핸드폰, 오늘 산거야!
	도철			윗도리 벗어봐, 
	홍기			날 못 믿어? 너땜에 하루종일 합의보느라 뺑이치다 왔는데

자켓을 벗는 홍기, 하지만 반쯤 벗어 어깨에 옷이 걸친 채로..도철을 노려보며

	홍기			너 정말 이런 식으로 나올래?
	도철			(무표정) 벗으라니깐.
	
홍기, 긴 한숨. 자켓을 다시 입는다. 포켓에서 수표 한장을 더 꺼낸다.

	홍기			이백받았어, (변명조로) 너랑나랑 반씩 나눈다고 생각했어.
	도철			다 꺼내. 
	홍기			뭐어? 이 자식이 증말 미쳤나? 
	도철			...(가만히 본다)

...시트에 놓여진 수표 넉장. 사백만원을 챙기는 도철,

	홍기			(안타깝다) 그래 가져라 가져, 다 가져.

열리는 문, 미미가 고개를 들이민다.
...우두커니 서 있는 미미, 홍기는 시선을 외면하고..도철 역시 어색하다.

	미미			미안해.
	도철			앉어..미안해 하지마. 진짜 미안한 건 나니까.
	미미			너무 내 생각만 한거야. 오빤 많이 취해서 그런건데.
	도철			다 기억은 나..
	미미			...홍기오빠가 오늘 사장님 만났다며?
	홍기			만났지, 치료비땜에..저기 그 돈 다 있잖어. 환자 손에.

도철이 수표 두 장을 홍기에게 건넨다.. 홍기의 눈이 커진다.  

	도철			반은 니꺼야. 니가 받아왔잖아, 다친데도 별루 없고.
	홍기 		(흐뭇) 자식이 의리는 있어..
	도철			이거 내 통장에 넣어줘. 통장은 내 스포츠가방속에 있어.
	미미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매니저가 다 버네.
	홍기			(눈을 부라리며) 너 정말..(철에게) 나 그렇게 나쁜 놈 아니야. 
				가끔 잔머리를 굴려서 그렇지 헤헤, 
				퇴원하자마자 우리 바캉스 가자. 동해로!
	미미			나두!



27		지하실 복도			낮(두가지 조명)/내부

복도에 고정된 프레임(복도가 종으로 보이는 앵글),
방문이 열리고 나오는 홍기모습, 양손에 가방을 잔뜩 든 모습.
발로 문짝을 차서 닫고..화면앞으로 걸어와 프레임아웃,
천천히 오버랩되는 화면, (약간 다른 앵글, 다른 렌즈, 다른 조명/시간대)
프레임인 되는 도철, 문앞에 멈춰선다. 문짝에 자물쇠가 채워져있다. 
...
관리인이 문을 열어준다. 잡동사니만 뒹구는 텅 빈 내부.
시트가 벗겨진 침대위, 덩그라니 놓여진 도철의 스포츠백..바닥의 옷가지들.
가방을 열면 아무것도 없다! 도철의 표정 C.U.



28		 여관방				낮-밤/내부

C.U.으로 세련된 양복을 입은 홍기의 몸을 훑어 올라간다. 
거울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흐뭇하다.
(아직까지 어떤 장소인지 알 수 없는 앵글로만 보여짐)
삐삐..화면밖에서 호출기 소리. 
..다른 옷을 걸친 홍기, 썬글라스를 걸치고 폼을 잡다가..자켓을 벗는다.
계속 삐삐..짜증스런 얼굴로 방바닥의 호출기를 집어들고 확인한다.
비로서 그곳이 궁색한 여관방 안이란게 드러난다. 방안에는 압구정패션가에서 가져온 
쇼핑백과 양복걸개비닐이 널려있다.
<점프>
밤..홍기가 비스듬히 누워 수화기를 턱밑에 고이고 방바닥에 카드점을 보고 있다.

	(도철:필터)	“ 지금 열다섯번째 메세지 남기는 거야. 존말할때 빨리 연락해.
				그 돈 고스란히 갖구 나타나면 용서해 줄 수도 있어..

씁쓸히 웃는 홍기. 수화기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 조홍기, 너 그러다 걸리면 아주 죽는다. 내 말이 장난같지?..”

홍기, 무심하게 다이얼버튼을 누른다.

	(필터)		삐이~ 해당 메세지를 삭제하였습니다. 메세지청취는 1번..			
	

	
29		공중전화박스					낮?밤/외부

수화기를 들고 진지하게 지껄이는 도철 C.U.

	도철			이번이 열아홉번째 메시지야. 그게 내 전재산인거 너도 알지?
				인간적으로 얘기하는데 지금 당장 내 호출기로 연락해. 안 그러면..
<점프>
전화박스앞에 쭈그려 앉은 도철,길게 내뿜는 연기..발아래 수북한 꽁초들.
손수건(미미가 준)을 꺼내 만지작 거리다가 벌떡 일어선다.
..전화박스내부,

	도철			잘 있었니? 
	(미미)		아직도 홍기오빤 연락 없어?  넘 했다. 그 인간 진짜 후지게 노네.
	도철			지금 뭐하니?
	(미미)		친구들이랑 쇼핑하고 있어. 나 오디션날짜 받았거든.
	도철			축하해..이따 볼까?
	(미미)		어떡하지..저녁에도 무지 바쁜데..오빠. 또 연락해, 알았지?
	도철			그래..잘 있어.

수화기를 끊는 철, 착잡하다.
..전화박스앞. 철이 햄버거를 씹고있다. 먹다 남은 콜라컵을 뒤집는다. 
쏟아지는 얼음조각들.


	
30		로데오거리				낮/외부

새 양복으로 차려입은 홍기의 우아하고..세련된 걸음..고속화면으로 바뀐다.
깃털처럼 사뿐하게 내딛는 반짝이는 구두..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얼굴까지..
망원렌즈, 득의만만하고..자신감에 넘치는 홍기의 표정이 서서히 지워진다.
얼른 골목안으로 숨는다. 
숨어있는 홍기 너머로 큰 길..병국일행이 스쳐간다. 그것도 고속.
옆이마에 흐르는 땀 한줄기..꿀꺽하는 목젓..지나간 걸 확인하고서야 걸음을 떼는데..
어!! 두 발이 서 있던 자리에 흙탕물이 고여 있었다.
구두와 바지단을 바닥에 탁탁 털며..휴지로 열심히 닦아내며 구시렁거리듯,

	홍기			(혼잣말) 그래 그래..아직은 참자. 쫌만 기다려라.. 

	 

31		허름한 식당				낮/내부			

트레이너와 이야기하는 도철, 술을 마신다.

	트레		다른 일을 찾어봐.
	도철		해보려고 했어요, 근데 너무 힘들어요..
			머리속엔 온통 다시 링에 올라가는 생각뿐이예요.
			사람은 자기가 하고싶은 걸 하면서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트레		그래도 하지마.
	도철		왜요? 왜 나만 하지말란 거죠? 다른 애들도 다 하잖아요? 
	트레		난 평생동안 권투만 했어, 니 눈엔 내가 좋아 보이니?
	도철		형은 타이틀전도 뛰었잖아요. 
	트레		그래서 요모양 요꼴이다. (술잔) 내 아들놈이 말이다...
			내 고개 늘 비뚤어져 있다구 삐뚤이래, 지 아빠한테말야.
			이렇게 똑바로 하면 니 얼굴이 둘로 보여, 이렇게 해야
(고개를 바로하며) 제대로 보이지...의사도 이율 모르겠대. 
무슨 일 하냐고 해서 권투한다고 했더니 지 혼자 고개를 끄덕끄덕 하드라...지금 포기해.
			솔직히 말하는데 넌 이제 참피언감은 아냐. 미안하다. 이런 말 해서.. 
	도철		..(더 말을 못하고 술잔을 비운다)



32		카페				낮/내부

여전히 멋지게 차려입은 홍기가 들어선다. 썬글라스를 이마위에 걸치며
(이 제스처는 무척 폼난다)내부를 둘러본다. 늘씬한 미녀인 수경이 저쪽에서 일어나 손을 든다.
..일어선채 꾸벅 인사하는 수경, 홍기는 시선도 주지않고 맞은편 자리에 털썩 앉으며 담배를 꼬나물고. 
불을 붙이며 여전히 쳐다보지도 않은채,

	홍기			얼굴 좀 돌려봐.
	수경			..네? 
	홍기			나 쪽으로 프로필 좀 줘봐.

뒷머리를 들어올리고 홍기에게 옆얼굴을 보여주는 수경, 정지된 자세..

	홍기			(힐끔 보며) 너 연기 잘 못하지?
	수경			(찔끔)..네. 
	홍기			(퉁명스레) 배우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너. 
				(비로서 부드럽게) 정말 하고 싶니?

 

33		촬영 스튜디오			밤/내부

도철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들어온다. 스탭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한 세트장.
시점쇼트, 구석에 쪼그리고 앉은 미미를 발견하고 다가간다. 
그녀는 시선을 내리깔고 무척 피곤하고 지친 모습이다. 그옆으로 쪼르륵 다른 여자단역들. 
모두 핫팬티에 나시티, 천박한 화장..아마도 매춘여성으로 분한 모습들같다. 

	도철			미미야?
	미미			(놀람) 어머..웬일이야?  어떻게 알고..
	도철 		전화했더니 여기로 연락하라고 메세지 되있더라. 
전화했는데 너 촬영중이라길래, 구경이나 할라구.
	미미			어휴 술냄새..많이 먹었어?
	도철			약간..언제 끝나니? 
	미미			아직 멀었나봐. 지겨워 죽겠어. 덥고 배고프고..(지친 기색)
				참 홍기오빠 요즘 매니저행세하고 다닌다며? 
	도철			누구한테 들었니?
	미미			아는 애들이 봤대..그 인간 언제 사람될라 그러지.(혀를 찬다)
	도철			이따 술 한잔 할까?
	(소리)		자, 카메라 돌겁니다. 아가씨들 빨리 빨리. 

세트장(방안)으로 우르르 움직이는 미미와 다른 단역들.
카메라 전경엔 꽤 알려진 얼굴의 여자배우가 전화기를 들고 있고..
그 뒤로 둘러앉아 고스톱을 치는 윤락여성들.그틈에 썩여있는 미미의 모습.
그녀만을 바라보는 도철, 조명스탭 하나가 줄을 끌며 철을 뒤로 밀어낸다. 
인상을 쓰며 스스로 물러서는 도철.
“캇, 다시 다시” 감독이 여배우에게 무어라 연기지시.
그틈을 타서 미미가 철을 향해 손짓을 한다. 입모양과 제스처만으로, “기-다-려. 
(시계가리키며,손가락 하나)한-시-간-이-면-돼..(술먹는 시늉).같-이-술-한-잔-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도철.



34		미미의 집				밤/내부

방문이 열리고 실루엣, 불이 켜지고 술에 흠뻑 취한 미미의 모습..그뒤로 도철도.
미미는 가방과 자켓을 벗어던지고 무척 기분이 좋다. 전축을 튼다.
흥겨운 음악...몸을 흔들며 까부는 미미..도철은 방안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미미			우리 춤출래? (팔을 잡아당긴다)
	도철			난 못 춰.
	미미			바보..(혼자 흐느적거리면서) 
오빤 진짜 나랑 너무 다른 사람이야.
				너무 순진해..난 속으로 별의별 생각을 다 하거든..

도철의 손을 계속 잡아 끌지만 도철이 엉성하게 서 있자, 이내 흥이 빠져버린다.
침대에 털썩 앉는 미미, 스타킹을 벗는데 취한 탓에 잘 벗겨지지 않는다.

	미미			내가 얼마나 유명한 스타가 될건지 알아?  
지금은 단역이나 하고..
				전단광고나 찍고있지만..세계적인 여배우가 될거야 

낑낑대며 스타킹을 벗는 미미..그 모습이 유혹적이다. 도철이 침대로 다가간다.
갑자기 그녀를 붙잡고 키스하다. 잠시 뜨겁게..눈을 감는 미미.
도철이 천천히 입술을 떼는데 갑자기 짝! 따귀가 날아왔다.
벙찌는 도철..잠시 눈싸움. 미미가 음악을 끈다.
조용..침묵. 천천히 일어나는 도철, 문가로 간다.
문밖으로 나가는데 문고리를 잡는 손, 미미가 따라나왔다.

	미미			오늘 데려다줘서 고마워..연락해. 나 보고싶을때.
	도철			..!!

조용히 문을 닫는 미미..철의 얼굴에 희색이 돈다.




35		압구정	노천카페				낮/외부

	홍기			(핸드폰 통화) 꼭 드려요...정말 내일이라니깐요...
형님 너무 그렇게 욕하고 그러지	마세요. 개기는거 아니예요. 내일 아침 은행문 열면 
				직빵으로 온라인 뜬다니깐요..저도 양심이 있지 또 뻥을..!!!
				이따 전화 드릴께요.(플립을 닫는다)
				(앞을 올려보며, 느긋한 저음) 왔니?

앞에 앉는 수경, 방긋 웃는다.
<점프>
테이블위 C.U. 통장과 차키를 손끝으로 미는 수경의 손.

	홍기			너 정말 이런 식으로 나올래? 오빠 화낸다!
	수경			드리는거 아녜요, 빌려드리는 거죠. 
	홍기			빨리 도로 안 집어넣어! 사람을 뭘루 보구..
	수경			당장 급하시잖아요. 차도 쓰세요. 전 엄마 차 며칠 빌릴거예요.

홍기 통장속을 엄지손가락으로 슬쩍 열어본다. 입가에 화살처럼 스치는 미소.

	홍기			그래...오빠가 며칠 쓰고 이자쳐서 돌려줄께.
	수경			고마워요.
	홍기			임마, 따지고보면 고마운 건 나지. 하하

수경이 시선이 돌아간다.
홍기도 따라 옆을 쳐다보면, 철이 테이블옆에 우뚝 서 있다.

	홍기			(전혀 내색않고) 수경아, 오빠 잠깐 저기 좀 갔다올께.

홍기 일어서려는데 철이 붙잡아 주저 앉힌다.
놀라는 수경..홍기는 여전히 수경만을 바라보면서

	홍기			있잖아, 오빠가 급한 얘기 좀 해야하거든, 너 쫌만 다른 자리..
	철			야, 이거 빨리 챙겨서 일어나. 넌 진짜 악질사기꾼한테 걸린거야.
	수경			오빠, 이사람 누구예요? (철에게) 대체 왜 그러는거예요?
	홍기			야, 무슨 말을..누가 사기꾼인데?
	철			(홍기에게) 닥쳐! (수경에게) 뭐해? 빨랑 안 집어넣고!
	수경			오빠 어떡해요?? (그러면서도 통장과 차키를 팽긴다)
	철			안 가!
	
놀라 달아나는 수경..그 모습을 보며 홍기는 참담한 표정으로 바뀐다.

	홍기			이거 좀 놔봐. 쟤가 지금 얼마를 갖고있는 지 알기나 하니? 
1분만..	(버럭) 쟤 좀 불러다 놓고! 그럼 30초만..해도 너무 한다.
	도철			(멱살을 잡아 일으키며) 내가 너무해? 	내 돈 어딨어?
	홍기			알았어, 주께 주께...(주머니를 뒤지며) 좀 놔라 놔!

멱살을 잠시 풀어준다.  
홍기 구겨진 옷깃을 여미며 안주머니를 뒤지다가 갑자기 튄다. 



36		거리 질주(정상속도)			낮/외부

쫓기는 홍기...쫓는 도철. 필사적으로 달리는 둘의 몽타지.
숨막히는 추격전...거리와 주택가사이를 질주하는 두 녀석.



37		아파트 철망문입구				낮/외부

뛰어오는 홍기, 사방을 둘러보다 철제문위로 뛰어오른다.
뒤쫓아온 도철이 홍기의 발목을 잡으려는데, 손끝을 스치면서 넘어가는 홍기.
반대편에 쿵 떨어진다. 도철은 철문을 올라가려다가 갑작스런 어지럼증
피가 꺼꾸로 치솟는 느낌, 철문에서 미끄러진다.
..철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두 녀석, 서로 헉헉대면서..홍기입가에 엷은 미소

	도철		헉헉..개새끼..
	홍기		헉헉..뭐어? 뭐냐구? 이 개새꺄!

도철이 철망을 움켜쥐며 가까이서 노려본다. 
홍기는 태연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도철		돈 내놔.
	홍기		(담배연기를 도철에게 길게 내 뿜는다) 없어..다 썼어..

눈이 확 도는 도철, 담을 뛰어오른다.
재빨리 달아나는 홍기, 
또 다시 추격이 벌어지고, 코너를 도는 순간 정상속도의 화면이 고속으로 바뀐다.
천천히 음악이 시작된다. (radiohead의 Exit Music같은, 슬프고 느린) 
느린 화면속에서 도철...홍기...전력질주



38		몽타지연결(음악/고속과 정상화면이 교차되는)

	질주하는 경주마들(정상) 홍기의 표정이 격앙되었다가 풀어진다.(고속)
	손에서 떨어지는 마권들.

	망원, 인파속을 걸어오는 도철, 생각에 잠긴 얼굴..교차로에 잠시 멈춘다.
	전경을 검문을 받는 모습...

	여자화장실, 도우미복장의 미미, 죄변기위에 걸터앉아 하이힐을 벗은 맨발을 
	주무르며 담배를 피워문다.

	유럽식 노천카페, 썬글라스를 낀 홍기가 열심히 뭔가 긁는다. 즉석복권..

	공사장..인부들과 함께 도철이 삽질을 한다.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밤거리, 홍기가 걸어가는 여자옆에 따리붙어 계속 말을 건넨다.

	스카이워커 카달로그촬영을 하는 미미와 헬스모델들...
입가에 억지 웃음을 띤 채 열심히 기구를 작동하고..그녀의 목덜미에 흐르는 땀.

	홍기/한낮에 여관에서 나오는 부시시한 모습. 
	주머니에서 꺼내지는 여자지갑. 돈을 빼내고 휴지통에 던진다.

	오후광선이 밀려드는 체육관,트랙킹쇼트..링옆에서 트레이너와 이야기하는 도철..
기둥을 스치면(연결쇼트효과)..어느새 운동복차림으로 줄넘기하는 도철.

	새벽, 한강다리를 달리는 런닝슈즈, 철이 숨을 토하며,주먹을 뻗으며..

	한산한 성인오락실 내부, 전자포커기 앞의 홍기. 담배를 문 무표정한 얼굴.
	버튼을 누른다. 그림판을 보는 홍기의 진지한 눈빛, 

	키네마극장에서 나오는 미미와 도철,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즐거운 모습.



39		유흥가 밤길				밤/외부 

홍기가 어슬렁거리며 온다. (음악이 끝난다) ..문득 멈춘다.
앞쪽에서 씨익 웃는 남자, 병국이다. 
얼굴이 굳어진 홍기, 슬그머니 뒤돌아서는데 뒤쪽에도 병국이후배가 서 있다.
인도로 내려서는 홍기, 맞은편 가로등에 기대어 선 다른 녀석.
꼼짝없이 갇힌 상황..천천히 다가오는 녀석들.
그때 지나가는 경찰패트롤카, 홍기가 갑자기 막아선다. 급정거하는 경찰차.

	경관1	(창문을 내리고) 무슨 일입니까?
	홍기		...(할 말이 없다)

다가오던 병국이패가 각기 멈춰서서 몸을 감추고 바라본다.

	경관1	비켜요.
	홍기		(얼떨결에) ..근무들 제대로 하는거야?
	경관1	뭐요? 이 친구가 정신나갔나?
	홍기		왜 니들은 신창원이도 못잡으면서 자꾸 돌아다니니?
	경관2	황순경, 가자, 미친 놈이야.

창문을 올리는 경관1, 홍기가 당황하여 그 사이로 팔을 집어넣는다. “아아아~”
드디어 경관1이 참지못하고 차에서 내린다. 엉키는 홍기와 경관들.
병국이 미간을 찡그리며 그 광경을 바라본다.



40		체육관				낮/내부

쿵, 바닥에 쓰러지는 선수. “그만 그만.”
트레이너가 부축해 일으킨다. 헤드기어를 벗기면 도철, 땀범벅에 지친 얼굴.
...의자에 기댄 도철, 거의 탈진한 자세다.

	트레이너		오랜만에 하니까 죽겠지?
	도철			..몸이 덜 풀렸어요.

트레이너가 어깨를 툭툭 쳐주며 간다..도철은 움직이기조차 귀찮다.
<점프>
체육관 구석에서 전화를 받는 도철, 

	도철			응..경찰서에 있다구? 잘 됐네, 그 놈은 아주 감옥에 쳐 넣어야 돼.
				..뭐어?..날 보제? 그 자식이?



41		경찰서 앞마당				낮/외부 

계단을 내려오는 홍기, 계단밑에서 멀리 누군가를 보고 입가에 미소.
다가오는 도철..홍기도 다가간다.
마주 선 두 녀석, 한동안 말이 없다. 노려보는 도철..홍기는 멋적게 시선을 피하고..

	홍기			(부드럽게) 미안하다.

도철이 그대로 돌아선다.
얼른 뒤쫓아 나란히 걷는 홍기.



42		경찰서근처 인도			낮/외부

나란히 걷는 도철과 홍기..아무 말이 없다.
정류장앞을 지나치며 그앞에 서 있던 사내들 몇이 따라온다..병국이일행이다.
불안해지는 홍기, 자연스럽게 도철의 어깨에 팔을 걸친다.
걸음을 멈추고 노려보는 도철, 민망해진 홍기가 어깨동무를 푼다.
다시 걷는데..이번엔 도철이 병국이패가 쫓아오는 걸 알게 된다.
홍기가 마치 겁먹은 어린 아이처럼 도철의 팔꿈치부분을 꼭 잡는다.
도철이 그대로 둔다. 뒤따라오는 녀석들만을 의식하면서..
그렇게 팔을 잡고 걷는 홍기와 도철..따라오는 녀석들의 걸음이 빨라진다.
순간 마주보는 도철과 홍기, 동시에 골목안으로 뛴다. 
 


43			교각밑 후미진 장소			낮/외부

터덜터덜 걸어오는 도철과 홍기,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승용차.
급회전하며 앞을 막아선다. 튀어 내리는 병국일행!
홍기의 얼굴색이 하얗게 질리며 소리친다“튀어!”
<점프>
전력으로 도망치는 홍기, 뒤쫓는 병국..간격이 벌어지자 병국이 멈춘다. 
병국이 돌아보면, 교각밑에서 도철을 세 녀석이 둘러싸고 있다. 
도철에게 덤벼드는 녀석들..(후레쉬효과 커팅)분절된 고속화면속에 담긴 철의 싸움 동작들..
멀리서 바라보는 홍기, 안타깝지만 도저히 끼여들 엄두가 안 난다.
<점프>
담벽에 기댄 도철과 바닥에 쓰러져 엉기적대는 세 녀석..
병국이 길다란 철근을 휘두르며 철에게 다가선다. 윙 윙 날아오는 철근. 숨가쁘게 피하는 도철..
서로 헉헉대며 노려본다. 다른 녀석들도 일어나 합세할 기세다. 궁지에 몰린 도철.
저쪽에서 이야야야! 고함소리와 함께 달려오는 홍기, 두 손에 곡갱이를 치켜들고..
<점프>
전 속력으로 도망치는 도철과 홍기의 정면쇼트..트랙킹 팔로우(고속에서 정속으로 전환)



44		전자제품 상설전시장				밤/내부

화려하게 전시된 전자제품들..안내하는 도우미들.
그 통로를 걸어오는 도철과 홍기. PCS폰을 판촉하는 코너에서 미미를 발견한다. 

	홍기			가봐...가보라니까? 
	도철			...
	홍기			임마 그렇게 용기가 없어.
	도철			(신경질) 입 좀 닥쳐! 

홍기 찍소리 못하고 가만히 있는다.
도철은 미미를 가만히 쳐다본다..
도우미들 가운데서도 돋보이는 외모,상큼한 미소를 머금은채 일에 열중하는 미미,
...비디오&TV코너앞, 견본용 비디오촬영기를 들고있는 도철,
<비디오화면> 프레임속에 잡힌 미미의 미디엄쇼트.
서서히 줌인..미미의 클로즈업. 전시된 TV화면들속에 온통 미미얼굴.
화면속의 미미가 정면을 본다. 잠시 쳐다보다 누군지 알았다는듯, 환한 미소를 짓는다. 



45		체육관			낮-밤/내부

링위에서 도철의 펀치를 미트로 받아주는 트레이너, 격렬한 몸동작.
...숨가쁘게 움직이며 나누는 두사람의 대화

	트레			무슨 좋은 일있니?
	도철			왜요?
	트레			그래 보이는데?

퍽! 강력한 펀치. 로프에 밀리는 트레이너, 중지동작.

	도철			헉헉 계속 하죠.
	트레			좋아졌다...이제 시합나가도 되겠는데..
	도철			그래요! (웃음)
			
링옆에서 심관장이 지켜보고 있다.

	관장			시합 한번 뛸래? 
	트레			안됩니다. 아직은
	도철			해도 된다고 했잖아요
	심관장		(트레이너에게) 올려보자, 응?
	도철			(링에서 내려와)하겠슴다!
	심관장		성훈이 동양타이틀 전초전이야. 
	도철			...!
	심관장		무슨 뜻인줄 알지? 4회까지는 버텨. 
				너무 빨리 쓰러지면 재미없잖아.

심관장이 가고..트레이너가 도철의 글러브를 벗겨준다.

	도철			제가 그정도로 밀리나요?
	트레이너		(차분하게) 옛날 성훈이가 아냐. 니가 4회까지 버티면 기적이다..
	도철			...!

...경과, 늦은 밤.
씻업을 하는 도철. 혼자다. 문이 열리고..홍기 들어온다. 
도철은 힐끔 보고는 계속 운동한다.

<점프>
창가앞 허공에 걸리는 홍기의 자켓.
마루바닥에 담요, 바지를 줄잡아 깔고, 그위에 다시 담요를 올린다.
담요위에 반듯하게 눕는 홍기.
눈을 감고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시끄러운 음악소리.
카세트에서 돌아가는 댄스음악. 80년초반 디스코음악.
링에서 도철이 혼자 음악에 맞춰 격렬한 새도우복싱을 한다.
짜증스런 홍기 얼굴..
도철은 계속 운동을 한다. 음악 리듬에 맞춰 스트레이트 좌우연타..어퍼,땀에 젖는다.
음악이 록키1주제가로 바뀐다. 더욱 격렬해지는 도철의 동작.
순간 음악이 탁 꺼진다.

	홍기			요즘 이런 음악 들으면 원시인소리 들어.
	도철			헉헉..빨리 안 틀어?

..홍기가 다른 테이프를 넣는다. 댄스음악..요즘 음악이다.
도철이 하는수없이 그 음악에 맞춰 운동한다.
체육관 구석,대형거울(새도우연습용)앞에서 홍기가 춤을 추고 있다.
와이셔츠에 빤스만 입고 거울속의 자기를 보며 열심히 아랫배를 튕기는 춤.

	홍기			(쳐다보는 도철을 향해) 죽이지 않냐?

춤추는 홍기..웃는 도철.



46		경마장			낮/외부

셋이 나란히 서서 흥분하는 모습.(여기까지 음악)
말들이 통과한다. 홍기표정 굳고, 환호하는 미미와 도철.

	미미		우와 60배당이니까 30만원이야!
	홍기		어? 너 이만원 안 갔어? 이만원 가라니까..
	미미		오천원만 갔어. 
	홍기		(난데없이 버럭 화를 내며) 이만원가리니까 왜 오천원 갔어! 
	도철		너도 따라가지.
	홍기		난 배당이 높은거잖어,(침을 튀기며 흥분) 봐봐,380배짜리였다구
			씨발, 얼마가 손해야, 90만원 차이잖어!

너무 흥분한 홍기,눈에 핏발이 섰다...가만히 있는 도철과 미미. 

	홍기		줘봐 10만원만. 마지막 경주밖에 안 남았어.
	미미		싫어. 항상 안갚잖어. 
	홍기		갚으께 빨랑 줘봐. 시간 없어.
	미미		철이오빠가 한 번 더 해. 이거 걸어줘.

미미가 도철에게 돈을 건네자, 홍기가 그 모습을 보면서 열받는다. 싸늘해지는 표정.
...현금출납기에서 버튼을 누르는 홍기,
카드기화면<거래중지> 뜬다.
홍기 얼굴이 벌개지며 돌연 카드기를 걷어찬다. 쾅쾅쾅
도철이 다가와 돈을 준다. 홍기가 자존심이 상한듯 받지 않는다..억지로 돈을 쥐어준다.
<점프>
(고속화면) 말들이 피니쉬라인을 통과한다. 
가만히 앞만 보는 홍기의 C.U. 표정이 전혀 없다. 고개를 떨구며..

	홍기		(혼잣말처럼) 맞어,4번 5번이야..5번..그거였는데...
	미미		그럴줄 알았어, 쌤통이다.

순간 홍기가 일어나 미미의 따귀를 매몰차게 후려친다 짝!
얻어맞고도 놀라는 미미..홍기의 사나운 얼굴이 낯설다!
미미도 맞받아 친다..두사람이 투닥투닥하는 사이로 도철이 끼여든다. 
철썩, 엉겹결에 미미의 손바닥이 도철을 갈겼다...모두 동작 그만, 썰렁한 침묵.



47		경마장 통로(지하터널)				밤

경기끝난후, 앞에 나란히 걷는 미미와 도철...뒤쪽에서 벽을 따라 걸어오는 홍기.
도철이 미미를 붙잡고 얘기한다. 미미는 고개를 흔들며 뭔가 하지않겠다는 제스처. 
홍기가 가까이 다가온다. 어색하게 마주보는 세사람.

	도철		(홍기에게) 니가 사과해.
	홍기		(시선을 안 맞추며)..미미야, 미안해.

미미는 아무말 없다. 도철이 미미를 툭툭 친다. 화해하라는 듯이.

	미미		이제껏 울아빠한테도 따귀 한번 맞은 적 없어..오늘 첨 맞았어.
			...이번만은 용서하께. 앞으로 또 그러면.

홍기,어느새 헤헤거리며 다가와 둘 사이로 끼여들어 어깨동무한다.
셋이 걸어간다. 중앙에 홍기..
홍기가 미미에게 고개를 가까이하며(최대한 친밀한 분위기조성)

	홍기		미미야?  (사이) 얼마 땄니?

미미가 걸음을 멈추고 홍기의 팔을 치워버린다. 반대편으로 돌아
도철의 팔에 팔짱을 끼운다. 도철이 가운데 서는 포지션이다.

	미미		(도철의 귓가에)오빠 내일 시간있어?



48	 	압구정거리			낮/외부

쇼핑을 하는 미미와 도철, 즐거운 모습. 망원쇼트들.



49		건물사이 골목			낮/외부

건물사이 벽면으로 일렬주차된 차들.쇼핑백을 든 도철과 미미가 골목으로 들어온다. 
	미미			어머, 지갑두고 왔어! 아까 그 속옷가게.
	도철			갔다 올께.
	미미			아냐, 내가 가야돼. 이것 좀..

미미는 쇼핑백들과 차 키를 맡기고 다시 골목밖으로 뛰어간다.
양손에 가방을 잔뜩 들고 미미 차로 걸어가는 도철..갑자기 소나기!
빗방울을 피해 뛴다..도어에 차키를 꽂고 돌리려는 순간 띠이잉~ 펀치드렁크증상!
코끝에서 조금 흐르는 피..점점 어지럽다..바닥에 떨어지는 쇼핑백들.
차체를 붙잡고 쓰러지지 않으려 한다. 본네트위로 젖혀지는 상체. 
허공을 향한 그의 시야로, 건물 틈새로 보이는 길다란 하늘. 떨어지는 빗방울들..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그럴수록 더 힘겨운 팔다리..빙빙 돌아가는 시야..바닥으로 쓰러진다. 
비에 젖는 포도위에 누운 도철의 C.U. 피자욱..
...비는 그쳤고, 골목안으로 뛰어오는 미미.

	미미			나 오다가 비 다 맞았어!
 
자기 차 앞에서 멈칫하는 미미, 차 앞 바닥에 도철이 고개를 떨군채 주저 앉아 있다. 

	미미			오빠 왜 그래? (사이) 

몸을 일으키며 코를 훔치는 도철, 아무렇지 않은듯 하지만 아직도 다소 어지럽다.
바닥에 떨어져 젖어버린 쇼핑백과 옷가지를 바라보는 미미의 난감한 얼굴,

	미미			다 젖었잖아..



50		골프연습장			밤/외부		

티샷을 연습하는 문사장, 그뒤로 홍기가 다소곳이 서 있다.

	홍기			사장님, 많이 반성했습니다..용서해 주십쇼.

문사장은 돌아보지도 않고 스윙만 한다.
<점프>
문사장 의자에 앉아 담배를 문다, 얼른 불을 켜주는 홍기.
홍기의 불을 무시한체 자기 라이터로 불을 부친다.

	문사장		(길게 연기) 좋아...내일부터 나 와.
	홍기			근데요...정말 죄송한 말씀인데요..급한 돈이 좀 있어서..
	문사장		미리 달라구? 얼마?
	홍기			5백입니다. 최대한 빨리 갚겠습니다.
	문사장		너한테 뭘 믿고?
	홍기			...
	문사장		몫돈 될 일이 하나 있긴 해. (사이) 도철이 그 녀석과 함께 와.
	홍기			(난처함)...다시 권투하는데요.
	문사장		데려와. 싫음 말구.
	홍기			...알겠습니다.(돌아서려다) 저, 차 좀 빌려주세요.



51		체육관			밤/내부

도철이 펀치볼앞에 우두커니 서 있다. 도철이 툭 오른손으로 건드린다. 흔드리는 펀치볼.
이번엔 왼손 툭..다시 오른손 왼손 탁탁탁. 주먹이 점차 빨라지고
도철은 표정없이 펀치볼을 두드린다.
홍기 들어온다. 그 역시 말이 없다.
...철에게 건네지는 노란츄리닝 상의, 홍기의 선물이다. 

	홍기		고맙지?
	도철		돈 어디서 났냐?

<점프>
밴디지를 푸는 도철, 홍기가 옆에서 머뭇거리다가 입을 뗀다.

	홍기		비지니스차원에서 한가지 제안이 있어.
	도철		...
 	홍기		문사장이 다시 일하잔다. 싫다구 그랬는데도 계속 부탁하는거야.
			어쩌겠냐, 잠깐만이라도 봐줘야지..넌 그냥 한두번만 하는척..
	도철		니가 먼저 찾아갔지? 멍청한 놈..

도철이 맨손으로 펀치볼을 힘껏 친다. 팡..흔들리는 펀치볼

	도철		그딴 한심한 짓거리나 할려면...여기서 나가. 
	홍기		누가 여기 있고싶어 있는 줄 아니? 조홍기가 갈 데가 없어서?
			내가 아는 여자애들하고 일주일씩만 부벼도 20세기는 그냥 지나가.	
도철 그럼 걔들한테로 가.
	홍기		막장에 갔을 때나 그렇게 하는 거지..내가 인생막장이냐?
	
<점프>
창가앞 의자에 앉은 홍기, 골똘히 생각에 잠긴 표정.
링위에 모포를 깔고 누운 도철..역시 잠이 안 오는지 일어나 앉는다. 



52		체육관				낮/내부

시합을 앞둔 실전스파링. 트레이너가 도철에게 헤드기어를 씌우며 뭔가 당부를 한다.
도철은 마우스피스를 끼며 끄덕끄덕..땡.
다가오는 상대선수...갑자기 얼어붙는 도철, 눈앞에 휙휙 스치는 착시현상(마음의 상태)
뒷걸음친다..달려드는 상대선수.
도철은 가드를 올린채 랑사이드에서 일방적으로 얻어맞는다. 
“중지!”

	트레			너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도철			아뇨, 잠깐 딴 생각 했어요. 다시 할께요..

헤드기어를 글러브로 치며 다시 파이팅자세,
다가오는 상대..도철의 시야로, 무섭게 달려드는 상대선수의 몸동작.
도철은 두 눈을 부릅 뜨고있지만 무방비상태로 얻어맞는다.
...트레이너의 당혹스런 표정, “그만 그만, 멈춰!”
가격을 멈추는 상대선수...도철은 박스자세로 양팔을 올린 채 석고상처럼 굳어있다.

	트레이너		도철아? 도철아? (어깨를 친다)

그제서야 눈동자를 풀고 트레이너를 바라본다.

	도철			...왜요?
	트레이너		(난감하다)...내려가. 좀 쉬어.

<점프>
도철이 머리를 양손을 감싼채 개인용 락카케비넷을 쿵쿵 들이받는다.
다른 선수들이 운동을 멈추고 바라본다.
트레이너가 보다못해 다가간다. 도철을 붙잡는 순간, 
손길을 뿌리치더니 케비넷을 발길과 주먹으로 걷어찬다. 요란한 소리들..극도로 흥분된 상태.



53		흥신소 복도				낮/내부

흥신소 문앞, 홍기는 무언가 결심한듯한 표정으로 문을 연다.
얼른 다시 닫는 홍기, 새파랗게 질린 표정. 문틈으로 안을 엿본다.
시점쇼트, 소파에 앉은 한 남자의 뒷모습, 병국이다. 그 앞에 벌벌 떨며 선 창민.
질문에 답하고 있다. 병국이 갑작스레 발길질, 다시 벌떡 일어나는 창민.
조용히 문을 닫는 홍기, 뒷걸음으로 빠져나간다.



54		카페				낮/내-외(비)

거리엔 비가 내리고..창가자리에 양복차림(보너스로 산 그 옷)의 도철이 조용히 앉아있다. 
창밖으로 홍기가 나타난다.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다.
...도철 앞에 앉은 홍기

	홍기			권투..아니 복싱 관뒀다며?  큰일이다 너..당장 어디가서 먹고 자구하니? 
호주머니에 돈없으면 양아치취급만 받어. 
	도철			꺼져.
	홍기			새꺄, 꺼져가 뭐냐? 듣는 사람 기분 나쁘게..
	도철			안 꺼져? (벌떡 일어난다)

홍기가 그제서야 도철의 표정을 본다. 슬그머니 일어서는 홍기.

	홍기			알았어. 가께. 하지만 한번만 더..
	도철			야.

홍기, 손으로 알았다는 제스처..힘없는 걸음으로 카페를 나간다.
다시 자리에 앉는 도철..
창밖으로 카페앞에 빨간 외제차가 멈춰선다.
도철의 시선,차창이 내려지고, 조수석으로 얼굴을 드러내는 미미.
도철을 향해 손짓. 나오라고.



55		카페앞 도로		낮/외    (비)

우산을 펴든 미미와 철...조금 떨어진 노변에 깜빡이를 켜고 서 있는 올백의 외제차.

	미미			미안해, 중요한 약속이 생겨서..
	도철			잠깐 시간도 없니?

빵빵 클락션을 울리는 올백의 차.

	미미			응..오디션에 빨리 가봐야되..내일 볼까?

다시 빵빵 울리는 클락션.

	미미			(올백을 돌아본 후)...내가 내일 체육관으로 연락할께. 
	도철			그만 뒀어. 이제 안 나갈거야.
	미미			잘 됐다. 
	도철			...
	미미			그만 갈께. (차로 뛰어간다)

미미가 타자마자 출발하는 올백의 차. 비를 맞으며 멍하니 바라보는 도철.
카페 창가의 손님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
...노변 셔터가 내려진 카페옆 건물 처마밑에 서 있는 도철..발끝에 떨어지는 빗방울.
멀리 홍기가 차안에서 보다가 천천히 다가간다.
홍기시선으로 빗속을 걷기 시작하는 도철.



56		한산한 빗길       낮/외부(비)

인적이 거의 없는 길, 인도를 걷는 도철, 
따라가는 홍기차.
도철의 걸음이 빨라진다. 무표정한 도철..홍기차가 가까이 따라붙는다.
도철이 뛴다. 빗물이 튀는 도로를 달리는 발.
달리면서 주먹을 움켜쥐는 도철, 펀치를 날린다. 런닝쉐도우..
옆으로 나란히 따라가는 홍기차, 차창을 열고 소리친다.

	홍기			도철아!  차에 타.. 임마, 타라구! 

도철은 홍기를 쳐다보지도 않고 빗길을 달린다. 		  

	홍기			안 타? (혼잣말) 저거 완전 또라이네... 
				야, 진짜 안탈래? 

도철이 계속 달린다. 더 빨리.

	홍기			알았어. 하지말자. 나도 안 할께...누군 하고싶어 그랬냐?
				돈땜에 그랬지. (큰소리) 안해도 좋다구~
				야, 야! 괜히 비맞고 감기들면 너만 손해야..(혀를 찬다)

도철과 나란히 달리는 홍기차. 빗줄기가 더 굵어진다.

	홍기			이도철 선수, 라이트 레프트..주먹이 굉장히 강력합니다.
				다시 훅, 어퍼. 타이슨이 비틀거립니다. 원.투. 좌우 콤비블로우. 
`				타이슨 거의 그로기상태. 이래가지군 이도철 선수의 
승리가 안될래야 안될 수가 없습니다.

달리는 도철, 비로서 홍기를 보며..어이가 없는지 미소를 짓는다.
		
	홍기			이도철선수,미소까지 지으며 완전 여유, 좌우 연타 스트레이트..
				
도철이 너무 지친듯, 속도가 떨어지다..걸음을 멈춘다.
홍기의 차도 멈추고..뒤로 후진해온다.
허리를 굽히채 헉헉대는 도철.
홍기가 차에서 내려 양복을 머리위로 뒤집어 쓴채 뛰어온다.

	홍기			(미소) 타. 문사장 얘긴 없었던 걸루 할께..

도철, 허리를 펴고 숨을 고른다. 비를 맞으며..

	도철			하자.
	홍기			...



57		과일가게앞				밤/외부 

멈추는 차, 외딴 도로변. 한산한 길. 
차안에 문사장, 뒤에 나란히 앉은 도철과 홍기.
불빛이 켜진 과일가게가 하나 보인다. 
자동차안에서 시점쇼트, 과일가게 안에서 장사하는 사내의 모습.

	문사장		도철이 잘 들어. 남자는 자기 앞에 기회가 왔을때 꽉 잡는거야. 
	도철			...
	홍기			명심하겠슴다, 사장님. 
	문사장		홍기 너..병국이란 놈이 니 거처 묻길래 무조건 모른다고 했어, 
				걱정말고, 이번 일만 잘 끝내. 계속 은밀하게 일을 맡길테니까.

차에서 내리는 두녀석.
사장이 두툼한 돈봉투를 보여준다.

	문사장		끝내면 바로 준다. 내 약속 확실한거 알지?
				사람들 안 볼 때야. 확실히 해.
	홍기			..(끄덕끄덕)

사장이 간다..
맞은편의 두녀석, 건물안 입구안쪽에서 과일가게영업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애를 업은 여자가 나타난다. 과일가게남자가 애를 안아주며 얘기하는 모습.
부부인게 틀림없다. 도철과 홍기의 난감한 표정,
<점프>
건물안 계단에 나란히 앉아있다.
소주를 병채 들이키는 홍기, 도철에게 건넨다. 도철도 단숨에 들이킨다.
둘은 여전히 표정이 없다. 걱정이 앞서는듯..
...사내가 과일가게를 정리한다. 상자를 들여놓고 휘장을 치우고...
아내가 애를 업고 먼저 들어간다. 손을 흔드는 남편.

	홍기			간다...지금?

담배를 끄는 도철, 차에서 내려 신문지로 싼 파이프를 들고 가게쪽으로 간다. 
거리를 두어 뒤따르는 홍기, 사방을 살핀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거리..
롱쇼트. 가게남자가 뒤에 나타난 남자(도철)를 돌아본다.
도철이 돌연 남자를 안으로 밀치고 들어간다.
뛰어오는 홍기



58		과일가게안			밤/내-외부

구석으로 몰리는 남자, 도철의 살기어린 표정을 보고 겁을 집어먹는다.
홍기가 셔터를 내리고 들어온다.
(색이 바랜 노란 페인트로 칠해진 시멘트벽면, 흔들리는 외줄 백열전구 두어개..
붉고 노란 과일색깔이 어우러져 내부공간의 느낌이 기괴하고 흥분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남자		너희들..누가 보냈어?
	홍기		당신말야, 남의 돈 먹구 오리발 내밀었잖어.

홍기가 발로 과일상자를 넘어뜨린다. 구르는 과일들..
궁지에 몰린 사내가 다급하게 과일용칼을 집어든다.
순간 도철의 빠른 스텝, 전광석화같은 스트레이트 원투, 칼을 놓치며 엉덩방아 찧는 사내
겁에 질린 사내가 구석 벽으로 기어간다.
다가가는 도철, 흔들리는 백열전구과 내부의 기괴한 원색..약간 어지러움을 느끼며..
도철이 주춤거린다. 그때“애비야” 
사내의 등 뒤, 조그만 방문(안채)이 열리고..폭삭 늙은 할머니의 얼굴이 나타난다.

	사내		엄니 문닫어요. 닫으라니깐요!

도철이 주름투성이 할머니의 퀭한 눈을 본다. 
홍기가 머뭇머뭇 다가가, 할머니앞의 방눈을 닫으려 하는데, 할머니의 한 팔이 방문턱에 걸려있다. 
홍기가 할머니를 안으로 밀며 문을 닫으려는데
도철이 홍기의 어깨를 잡는다.

	도철		가자.
	홍기		(당황) 돈 받아야 하잖아..
	도철		(목덜미를 나꿔채며) 가자니까 씨발!

셔터를 젖히며 뛰쳐나가는 두 녀석. 
바닥에 쓰러져있던 사내는 다소 어리둥절하다. 


			
59		홍기건물옥상 				밤/외부

건물위 난간에 나란히 앉아 술마시는 두녀석..압구정 거리가 발아래 펼쳐져 있다.
건배를 하고 단숨에 들이키는 두 녀석, 동시에 빈 병을 아래로 던진다.
퍽 퍽, 끼이이익 급정거하는 차소리. 얼른 난간밑으로 숨는 두 녀석. 킥킥거린다.
<점프>
난간을 등지고 앉은 두 녀석, 우울한 느낌.

	도철			이제 알았어..하고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는 거..
				아마 남들도 다 그렇게 살꺼야. 권투에 대한 미련 이젠 없어..
	홍기			임마, 거짓말 마.
	도철			...거짓말 아냐..

<점프>
	
	홍기			첨엔 짱깨빵부터 주유소,맥도날드.나중엔 단란주점 삐끼.웨이터..
				안 한 게 없지. 근데 딴 놈들하고 수준을 못맞추겠더라. 
				대한민국에 꼬박꼬박 적금부어서 별장사고 외제차사는 놈은 없어. 
				한 큐야 한 큐! 그래서말야 이 빌딩을 사는거야!
				(자기도취) 작년 경마 최대배당이 3600배야. 백만원이면 36억!
				30억짜린 충부히 사고도 남지.이거 임대하면 한달 수입만 일억이야. 
				그걸루..일주일내내 룸싸롱가는거야. 
매일 양주먹구 매일 배우같은 	언니들하구 생각만해도 환상아니냐? 
	도철			..넌 영원히 인간되기 텄다. 꿈을 꿔도 좀 가능한 걸 꿔.
	홍기			내가 못할 거 같애? 진짜 한심한 놈은 너야. 
				자기가 원하는 건 무슨 수를 쓰든 얻어내야 돼..
	
핸드폰 울린다. 긴장하는 홍기..

	홍기			문사장이야. 아니면..병국이 그 놈.
	도철			내가 받을까? 

핸드폰을 받아 플립을 여는 도철, “여보세요?”..그러다 활짝 웃는 얼굴.

	홍기			누군데?
	도철			응..그래..응..(홍기를 향해 씨익 웃으며 입모양으로 “미미”)



60		갤러리아 앞			밤/외부

텅빈 밤거리..두리번거리는 도철, “오빠!” 
노변안쪽의 벤치에서 미미가 손을 흔들며 소리친다. 그녀는 많이 취했다. 
...나란히 앉은 두사람. 철이 미미 얼굴앞에 내미는 포장지. 
...선물상자를 열면, 커다란 소라껍질이 들어 있다. 미미 활짝 웃으며 귀에다 대본다.

	도철			오다가 샀어. 바다소리 들리지?
	미미			(끄덕끄덕)...오빠, 나말야.
	도철			..? 
	미미			최종오디션에서 떨어졌어..그치만 하나도 안 슬퍼. 왜냐면, 
자신있으니까..고마워. 오빠가 있어서 다행이야. (어깨에 기댄다)
	도철			나도 너랑 있는게 좋아, 마음이 편해져.. 

갑자기 배를 움켜잡으며 허리를 꺽는 미미. 입을 막으며 일어난다.
<점프>
백화점 담벽. 미미가 쪼그리고 앉아 입가를 훔친다. (토했음)
옆에 앉는 도철, 어깨를 감싼다. 그녀의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

	미미			나..헛된 꿈을 꾸고 있나 봐.
	도철			약해지지마. 넌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어울려..
	미미			(미소)..오빤 어렸을때 꿈이 뭐였어?
	도철			..홍수환처럼 되는 거. 
	미미			누군데? 
	도철			굉장히 유명한 권투선수, 4전5기라고 알지? 그 주인공이야..
				국내복서중에 최고였어.
	미미			오빤 권투가 그렇게 좋아?
	도철			(웃음) 아는게 그거 밖에 없으니까..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미미, 부축해 계단을 내려오는 도철..멈춰서는 미미.

	미미			..뽀뽀해줄래?  
	
도철이 본다. 미미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한다. 텅 빈 밤길 한가운데서..



61		차 안			밤/내-외부		

...앞좌석의 홍기와 도철,뒷좌석에는 안경낀 대학생이 앉아있다.
홍기가 <몰래비디오>테이프 두개와 만원짜리를 주고받는다.

	안경			내가 본 거 아니죠?
	홍기			너 형의 기억력을 의심하는거니?

안경은 대꾸도 없이 후다닥 내려버린다.
<점프>
뒷좌석의 삼십대후반 주부...돈을 건네며 테이프를 받는다.
<점프>
뒷좌석. 호들갑스런 여대생 세 명, 호호 깔깔 거리며 테이프를 하나씩 챙긴다.	
<점프>
뒷좌석의 대머리아저씨...테이프 다섯개를 한아름 받아든다.
<점프>
돈을 꼼꼼히 세어 지갑에 집어넣는 홍기, 
뒷좌석에 털썩 올라타는 여학생, 어색한 화장빨에 삐삐처럼 갈래머리를 한 여중생정도.

	홍기			(건네며) 세 개 만오천원이다. 
	여중생		만원밖에 없는데?
	홍기			단골이니까 오천원씩 바꿔준거야. 
모르는 사람이면 한 개 바꿔도 만원,이만원이야. 어떻게 세 개 만원이 되냐? 너 진짜 잔인하다.
	여중생		..존나구 짜게 노네.
	홍기			(열받았다)..너 몇 살이니?
	여중생		먹을만큼 먹었어. 왜?
	홍기			니네 부모님들이 이런거 사서 보라구 하디?
	여중생		(콧방귀) 아씨 부모가 이런거 애들한테 팔라구 해?
	홍기			(끓지만, 참는다) 너 있잖아..아직 이런거 보면 안되는거야. 
	여중생		놀구 자빠졌네( 그대로 문을 툭 차면서 내려버린다)
	
“저게!” 홍기는 열받아서 따라 내리려다가 그만 둔다.
뒷문이 열리고 다른 손님이 올라탄다. 

	홍기			(돌아보지도 않고) 미제요,일제요? 
	
대답이 없다...돌아보면, 병국이다!



62		공터 주차장				밤/외부

빽빽히 들어선 트럭과 승용차들...홍기가 허겁지겁 달려와 탑차뒤에 몸을 감춘다. 
달려오는 발소리...홍기의 얼굴에 불안감이 가중된다.
주차된 차들 사이로 멈추는 실루엣, 다가온다...빛에 드러나는 병국의 얼굴.
병국은 숨을 가다듬으며 사방을 둘러본다.
숨죽인 홍기의 얼굴에 흐르는 땀.
입가에 미소를 짓는 병국..바닥에서 휘어진 쇠파이프를 주워 든다.
 
	병국			조홍기! 잘 숨어 있어라..지금 걸리면 아주 죽는다아~

쇠파이프로 타이탄 뒷면을 힘껏 갈긴다. 터엉~ 울리는 쇳소리...
홍기의 미간이 잔뜩 일그러진다...다가오는 발소리, 바닥에 끌리는 파이프소리..
그러다 멈추는 걸음. 홍기가 귀를 기울인다.

	병국			아무 소리도 내지마.. 다 들리거든.
				그래 그래 가만히 있어..내가 갈때까지

다시 다가오는 발소리, 홍기가 천천히 몸을 낮춰 바닥에 앉는다.

	병국			(낮게) 내 앞에 나설 용기가 그렇게 없니? 넌 아주 비겁한 놈이야. 
				벌레같은 놈이고. 밟으면 툭 터져버리는 벌레, 알지? 	
	홍기			...(바닥에 앞드려 숨을 죽인다)
	병국			앞으로 삼일 주께. 삼일! 그때까지 날 안 찾아오면...
				넌 영원히 가는 거야. (부드럽게) 명심해라 홍기야..

바닥에 떨어지는 쇠파이프...병국의 하반신이 멀어지는 걸 보고 있는 홍기,
식은 땀으로 젖어버린 홍기의 얼굴. 공포감이 사라지질 않는다.



63   	미미집 내부					낮/내부

침대위에 누운 도철과 미미, 부감앵글. 창가의 햇살이 밀려든다.
눈을 뜨고있는 도철, 고개를 돌려 잠이 새근새근 든 미미를 바라본다..미소가 그려진다.
손을 뻗어 그녀의 볼을 손등으로 부드럽게 문지른다.
<점프>
식탁에서 밥먹는 두사람. 미미가 식탁옆의 소라를 집어 귀에 대본다. 

	미미			꼭 바닷가에서 밥 먹는 기분이야. 
	도철			맛있어..솜씨 좋은데. 
	미미			피이 거짓말..참 오빠 우리 삼촌이 백화점 기획상문거 알어? 
				오빠 취직 부탁했어, 주차장 관리직이래. 
하지만 곧 더 좋은 데로 옮겨주실거야. 나랑 약속했어.
	도철			...(가만히 웃기만 한다)
	미미			왜 싫어?
	도철			아니. 생각해볼께.
	미미			생각하고 말고가 어딨어? 권투는 그만 둔거고. 뭐든 시작해야 할거 아냐?

전화벨, 

	미미			여보세요? 어머 오빠!  응...(놀람) 정말! 

무선전화기를 든 미미가 자연스레 화장실로 들어간다..도철의 시선이 따라간다.

	(미미)		영화사에서 직접 얘기한거야? 거짓말 아니지? 응..

미미시점, 식탁의 도철이 바라보자,반쯤 열린 화장실문을 슬며시 닫는다.
도철..밥을 씹다가 수저를 내려놓는다.
<점프>
미미가 화려한 원색원피스 외출복차림으로 분주히 움직인다. 가방을 들고 현관앞에서..

	미미			혹시 나갈 일 있으면 문 잘 잠궈. 열쇠 어디 두는지 알지? 

..바라보는 도철..미미는 마음이 바쁜듯 그대로 나가버린다.
우두커니 서 있는 도철.
식탁의 소라를 집어들더니 돌연 벽으로 집어 던진다, 작살나는 소라껍질.
도철 이어 식탁의 물병도 집어던지고..잠시 서 있다. 움직임없이



64		거리				낮/외부

홍기가 도로변에 서 있다. 어딘가를 응시한채..트랙인.
핸드폰이 울린다. 
...플립을 여는 홍기, 대답없이 듣기만 한다.

	(E:병국)    	전화 안 받는다고 뭐가 해결될거 같애?
				약속한 날짜 지났어..넌 이제 잡히면..먼저 마취를 시킬꺼야.
				깨어나면 니 뱃속에 콩팥이랑 심장이랑 없는거야. 어쩌겠니?
				몸이라도 팔아서 메꿔야지..이식수술 받는 거 아주 간단..

조용히 플립을 닫는 홍기, 표정엔 변화가 없다. 무엇엔가 골몰한듯한..
비로서 홍기의 시점쇼트..맞은편 길의 보석상 진열장,
유리 너머 보석상안에는 불륜남이 손님과 대화중..C.U. 유리 윗쪽의 <세콤>마크
<오버랩>
여전히 같은 자리..길턱에 앉아있는 홍기.
홍기 얼굴에 드리워지는 그림자, 핸드폰을 열고 삐삐를 친다.

	홍기			도철아, 나다. 빨리 연락 좀 할래? 나 지금 있는 데가..

<오버랩>
한밤중. 거리엔 인적이 끊어졌다. 아주 늦은 시간
걸어오는 실루엣, 도철이다.
홍기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길옆에 주차된 차의 도어가 탁 열린다.
홍기가 내린다.그의 표정이 평상시와 달리 굳어 있다.

	도철			여기있었구나...이거 무슨 차니?
	홍기			훔친 거야. 
	도철			?...!
	홍기			운전석에 좀 앉을래? (사이) 빨리..부탁이다.

운전석에 앉으면서 도철은 홍기의 행동이 의아스럽다.
각시방에서 뭔가 꺼내는 홍기, 장도리(망치)다!

	홍기			시동걸구 있어.
	도철			임마, 지금 뭘..

홍기는 시계를 보더니 대꾸도 없이 곧장 길을 가로 질러 간다. 망치를 든 채

	홍기			(중얼거리듯) 5분이야, 5분...

도철이 바라본다. 시점쇼트로 홍기가 셔터가 내려진 보석상앞에 쭈그려 앉아
망치를 내려친다. 들려오는 쇳소리..도철의 당황스러움.
끄덕없는 자물쇠..홍기는 셔터틈새로 망치빠루를 끼우고 떼어내려한다.
들썩이는 셔터, 순간 삐요삐요 울리는 경보음.
도철은 그소리에 놀라 사방을 둘러본다. 아직 아무도 보이진 않는다.

	홍기			(안절부절) 4분..4분

측면으로 도는 홍기, 외부로 돌출된 대리석 벽 중앙에 조그만 진열장앞.
돌연 있는 힘을 다해 망치를 갈긴다
텅 텅 특수유리로 제작된 유리창에 튕겨지는 망치..깨지질 않는다.
도철이 차에서 내려 홍기에게로 간다.
텅 유리창에 튕겨 떨어지는 망치..홍기는 극도로 흥분상태

	도철			너 임마 미쳤어?

도철이 붙잡는데도, 홍기는 아랑곶않고 길옆의 <벼룩시장>비치대를 집어 유리창에
던진다. 끄덕없는 유리창..뭔가 다른 걸 찾는 홍기..거의 통제불능의 광분상태!
홍기를 만류하지만 더이상 제어할 수 없다는 걸 직감한다.
도철이 뒤쪽을 돌아본다. 시점으로 보이는 자동차.
...운전석의 도철, 급히 핸들을 꺽어 나오는 차.
돌아보는 홍기..악셀을 밟는 도철, 그대로 보석상을 들이박는다.
쾅...하단에 부딪쳐 우수수 부숴지는 유리창
홍기 표정이 확 밝아지며 얼른 차지붕위로 올라가는데..싸이렌소리!

	도철			늦었어. 안 돼, 홍기야! 
	홍기			비켜, 안 놔! 저거 가지구 가야 돼. 놓으란말야 씨발놈아!!!

홍기의 목을 팔로 감은 도철, 몸부림치는 홍기, 제정신이 아니다.
엉켜있는 두 녀석옆으로 급정거하는 세콤차.
두명의 경비원이 달려든다.
주먹질..도철이 한 명을 쓰러뜨린다. 홍기는 다른 하나에게 깔려있다.
수갑을 채우려는 요원 뒤에서 도철이 비치대로 내려친다.
홍기를 일으킨다..멀리서 다른 싸이렌소리.
도철이 재빨리 홍기를 차안으로 구겨넣는다.
..보석상벽앞에서 후진하는 자동차. 골목으로 급회전한다.

	

65		국도					밤/외부

앞범퍼가 찌그러 진 채 국도를 질주하는 차.
터질듯한 카스트레오음악, 각기 병나발을 불면서 노래를 신나게 따라부른다.

	노래			옆집아저씨 빠안짝 대머리...빡빡 밀어요...
				춤을추고 싶을때는 춤을 춰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춤을 춰요...
내 개성에 사는 이세상이에요, 자신을 만들어 봐요오오	



66		밤-새벽바다			새벽/외부

멈추는 차바퀴..파도소리.
모래위를 걸어가는 두 사람의 발..가까와지는 파도소리.
칠흙같은 바다앞에 서 있는 두 녀석..아까와는 달리 차분하게 가라앉은 감정들.

	홍기			씨발..아무것도 안 보여.

<점프>
자동차라이트가 비추는 모래밭에 앉아 술을 마시는 두사람,  

	홍기			..난 수영 못 해. 물이 무서워서..어렸을땐 바다에 빠진 적이 있어. 
				울엄마가 구해주지 않았으면 그때 죽었을거야..
그때 물속에 잠겨 허우				적거리는데..이런 생각이 들었어. 
아직 죽으면 안되는데..안되는데.. 마라도나처럼 되어야 하는데..
(혼자 킥킥 웃는다) 월드컵에 국가대표로 나가는게 내 꿈이었거든..재밌지?
	도철			..(웃는다)
	홍기			너 미미랑 싸웠지?
	도철			..나하고 안 맞는거 같애..
	홍기			둘이 잘 어울려. 니가 좀 접어줘.. 
	
홍기가 일어나 어둠속, 파도소리를 향해 걸어간다.
자동차 라이트가 끝나는 곳..어둠속에 묻히는 홍기.
..발목에 닿는 파도..홍기가 바다를 향해 서 있다. 바람..

	(도철)		(큰 소리) 뭐가 보여? 
	홍기			(돌아보며) 아니. 소리만 들어.

...도철이 혼자 마신다. 술이 떨어졌다. 양무릎 사이로 고개를 파 묻는다.
(비젼) 무슨 소리, 귀에 익은 호흡소리...천천히 돌아본다. 카메라 트랙이동..
(같은 쇼트) 모래밭에서 새도우복싱을 하는 권투선수..바로 도철 자신이다.
참피언벨트를 한 자신의 새도우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는 도철의 시선.
외면해 버린다. 잠시...도철이 일어나 자신의 환영이 움직이는 곳으로 걸어간다.
거기엔 아무 흔적도 없다. 바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도철..
홍기 쪽을 바라본다..안 보인다??
도철의 시선, 홍기는 어느새 물속으로 들어가 어깨까지 잠겨있다.
출렁이는 파도가 홍기의 얼굴까지 적신다. 홍기는 눈을 부릅뜨고 어금니를 깨물며

	홍기			뭐가 무섭다구 씨발, 그런 놈 하나도 안 무서워? 조또 뭐가 겁나!  

덮치는 파도. 홍기의 몸이 물쌀에 휩쓸린다.
도철의 시선으로, 홍기의 머리가 보이지 않는다.
물로 달려가는 도철..파도를 헤치며 물속으로 나아가는 도철..스트레칭프린팅.
<점프>
도철이 물에 흠뻑 젖은 홍기를 끌고나온다.
모래밭에 털썩 쓰러지는 두녀석, 엎드린 채 바닷물을 토해내며 토악질,
탈진한 표정으로 돌아눕고...밤하늘을 바라보는 두 친구.

	홍기			너..내가 비겁한 놈이라고 생각하니?
	도철			아니. 겁이 많은 건 나야..그렇게 좋아하던 복싱을..
				이젠 겁이 나서..링에 올라갈 용기가 안 나..무서워..죽는게

잠시 그대로 있다가, 홍기가 눈물 훔치며..

	홍기			도철아...나 미미 좋아했었다. 
	도철			...(돌아본다)
	홍기			지금은 아니구..자식이 긴장하기는.
	도철			(툭 친다..서로 킥킥 웃는다)

해가 뜬다.
바다에 드리워진 어둠을 걷혀내는 바다의 장엄한 변화.
도철이 바다를 향해 돌아눕고, 바라본다.

	도철			멋있다. 나 처음봐. 동해바다 일출..
	홍기			(돌아본다) 역시 넌 촌놈이야..도시에는 저런 태양이 없어. 

붉은 해가 수평선으로 솟구친다.

	홍기			씨발..평생 이런 데서 살고 싶다. 
	도철			까불지마..넌 한달도 못 있을거야.  



67		한 낮의 바다

파란하늘로 솟구치는 축구공. 아이들의 함성소리.
백사장에서 축구하는 동네 꼬마들과 홍기.
조금 떨어진 곳, 도철이 비스듬히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공이 굴러온다...아이들과 홍기가 공을 차달라고 소리친다.
도철이 공을 몰고간다...하지만 아이들을 그대로 지나쳐서 혼자 바다쪽으로 달려간다.
도철의 엉뚱한 드리볼을, 멍하게 쳐다보는 아이들과 홍기.
홍기가 뛰어와 도철의 공을 뺏으려한다. 그러다 부딪는 두 발과 공,
파도가에 떨어진 공, 한 아이가 달려와 집어간다.
가만히 서서 숨을 고르는 두 녀석.

	도철			올라 가자.




68		미미옥탑집 마당				밤/외부 

집앞에서 기다리는 도철..시계를 보고는 일어선다.
계단앞에서 올라오는 미미를 본다.
도철의 입가에 미소..미미는 표정이 없이 시선을 피한다. 
표정이 굳어지는 도철, 계단을 내려간다.
미미 옆을 스쳐 내려가는데, 도철의 손을 잡는 미미.

	미미			..앞으론 말없이 사라져버리구 그럼 안 돼.
				약속해. 안 그런다구..(포옹한다) 



69		아파트 계단			낮/내부

계단 중간에 어머니와 마주 서 있는 홍기

	홍기			진짜 마지막이예요. 다시는 부탁같은 거 안 할께요..
	엄마			나도 지금은 너무 힘들다. (사이)숙자아버지가 한달전에 쓰러졌어.
				뇌졸증으로...(아들을 보며) 에미가 너보다 더 막막해.
	홍기			엄마, 내 생명이 달린 일이야. 갖고있는 돈만이라도 좀 빌려주세요. 
꼭 갚으께요.
	엄마			이녀석아,넌 젊은 몸뚱아리라도 있잖아, 우리 두 늙은이는 
그동안 가게에서 받아먹는 월세가 전부였어, 근데 보증금을 빼달래. 
				정신차려 이놈아, 젊을때 무슨 일을 못해서..
이 불쌍한 에미한테 땡깡을 부리는 거야?
	홍기			...됐어요. 그만해요.

힘없이 돌아서는 홍기, 계단을 내려간다..엄마,뒷모습을 보며 측윽한 생각이 든다.

	엄마			내일이 니 생일인거 알어?
	홍기			(걸음을 멈추고)...한숨
	엄마			어디서 미역국이라도 끓여먹는 거냐?
	홍기			가께요..(내려간다)

어머니가 계단을 내려와 홍기의 주머니에 지폐몇장을 구겨넣고 올라간다.
돈을 넣어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잠시 서 있는 홍기..천천히 계단을 내려간다.		


70		미미집 안				밤/내부

웃는 미미..도철도 웃어준다.

	미미		믿어져? 믿어지냐니까?
	도철		축하해. 넌 꼭 될 줄 알았어.
	미미		오늘 계약했고,낼부터 연습이야. 일주일뒤부터 촬영이니까 무지 바쁠거야.

가방에서 두툼한 노란봉투를 꺼내는 미미

	미미			짜안! 계약금. 50% 미리 받은거야. (봉투속엔 수표와 현금다발)
오빠 내가 가죽자켓 사줄께.	좋지?

미미가 힘껏 포옹한다. 키스하는 미미, 도철도 따뜻하게 안아준다.

	미미			사랑해...오빠는?
	도철			나도 그래.
	미미			말 해. 사랑한다구. 어서. 말에는 주술적인 힘이 있대.
				생각으로 하는 거랑 직접 말하는 거랑 다른거라구
	도철			사랑해.

다시 키스, 더욱 열렬하다...
서로를 바라보는 두사람.

	도철			니가 행복해하니까 나도 기뻐. 비록 난 아무것도 이룬게 없지만말야
	미미			바보같이..그런 말 하지마.  힘을 내, 뭘 하든지..
				아직 우린 젊으니까. 간절히 원하면, 꿈꾸는 걸 이룰 수가 있어. 
	도철			이루어지지 않는 꿈도 있는거야. 세상은 그렇게 공평하지 않거든..
	미미			...

노크소리, “ 문 열어! 나다 나, 빨랑!”...홍기의 목소리다.
도철이 열면, 홍기가 양손에 가득 음식봉지를 들고 웃고 있다.

	도철			그게 다 뭐야?
	홍기			넌 새꺄 친구 생일날도 모르니?
	도철			(미미를 보며) 너 생일이니?
	홍기			내 생일이야, 파티할라구. 히히

<점프>

	홍기			그랬더니, 색골계가 ‘독수리 기다리는 건데요.’하더래!

깔깔대며 웃는 도철과 미미..술판을 벌인 자리,꽤 시간이 지났다.
홍기, 술병을 드는데 술이 떨어졌다!

	도철			병국이는 요즘 잠잠하니?
	홍기			그 새끼? (사이) 신경도 안 써. 지가 날 어쩌겠어?
				근데 왜 술이 금방 떨어지니? 미미야, 너네 술 없어?
	도철			내가 갔다 올께.
	미미			아냐, 오빠랑 얘기해, (일어난다)

가방에서 돈을 꺼내는 미미, 홍기가 얼핏 본다.
가방안, 두툼한 봉투속에 있는 돈다발.
밖으로 나가는 미미..도철이 따라 일어난다.

	도철			(홍기에게) 같이 갔다올께..늦은 시간이라서..
	홍기			(시선을 돌리며)..그래.

둘이 나가고..홍기는 물끄러미 가방을 보고있다. 
<점프>
홍기의 손에 노란봉투가 들려있다.
그때 무슨 소리, 놀라 돌아보면..창가에 나타난 도철의 얼굴.
서로의 얼굴과 봉투를 보는 시선들..홍기가 봉투를 든 채로 문가로 뛴다.



71		외진 골목				밤/외부

바닥에 넘어지는 홍기, 일어서는데 다시 발길질.
도철이 무섭게 내려본다. 너무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며..

	도철			넌,넌,인간도 아냐, 훔칠게 없어서 그래..니가 그러구두 친구야? 
	홍기			(맞서는 태도)그래 넌 차암 잘 났다. 새꺄,
난 원래 개같은 놈이잖아, 				몰랐어? 더 까, 더 까라구~  

도철이 홍기의 멱살을 잡아 일으킨다. 격앙될대로 격앙된 상태.
 
	도철			넌 정말..병국이같은 놈한테 당해도 싼거야. 왜냐면 세상에서
				제일 비겁한 놈이니까!
				
그 말에 이번엔 홍기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순간 주먹을 날린다. 도철의 턱이 돌아간다.
그대로 서 있는 도철, 홍기가 연거푸 주먹을 날린다. 퍽 퍽.
드디어 화가 치밀어 오른 도철이 홍기의 멱살을 돌려 벽으로 몰아세우고 주먹을 날리려 한다..
멈칫 차마 때릴 수가 없다. 홍기 역시 노려보며 팽팽히 맛선다.
멱살을 푸는 도철, 떨어진 돈봉투와 통장을 주워든다. 
지폐 일부를 홍기 면전에 흩뿌린다.

	도철			다신 내 앞에 나타날 생각마. 미미한테도...

홍기..참담한 심경이다. 도철이 돌아선다.

	홍기			야 새꺄! 거기 서! 서 봐!
	도철			..(돌아선다)
	홍기			이런 거 필요없어...가져가..

홍기가 돈을 주워 도철에게 다가간다.
다가오는 홍기를 보며,도철이 바닥에 떨어진 돌을 하나 주어든다.
홍기에게 돌을 던진다. 놀라 멈추는 홍기, 바닥에 튀어벽에 부딪쳐 구르는 돌.

	도철			쫓아오면 아주 죽여 버릴거야!

홍기, 돈을 든 채로 잠시 주춤..다시 다가온다.
다른 돌을 주워드는 도철, 홍기를 향해 힘껏 던진다.
퍽, 홍기의 장딴지에 꽂히는 돌멩이..홍기의 무릎이 꺽인다.
명중을 하자, 홍기도 당황하고..도철도 다소 당혹스럽다.
침묵...도철이 돌아선다,

	홍기			도철아!

도철은 돌아보지도 않는다. 골목을 돌아나올때, 가로등에 비친 눈가에 어린 물기..
저 멀리 골목끝에 우두커니 서 있는 홍기.
	

 
72		미미옥탑집 마당			밤/외부

계단을 올라오는 도철,
미미가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서 있다. 돈봉투를 건네는 도철,

	도철			조금 빌거야. 얼마 줘버렸어..그녀석 돈이 필요하거든.

미미는 화를 애써 가라앉히려 하지만 참아지질 않는다.

	미미			그 인간 어딨어? 
	도철			다시는 안 보겠다고 했어.
	미미			(발끈) 그런 자식을 다시 보면 오빠가 정신이상이지. 
				그녀석 감옥에서 평생 썩어야 돼.
	도철			그런 식으로 말하지마.
	미미			내가 잘못 말했어? 항상 남을 속이고 등치는 인간이잖아. 
오빠도 당했				었지? 기억 안 나?  그런 자식이...
제에 배우를 시켜준다고? 기가 막혀..날 이용해 먹기만 했어. 
오빠도 이용만 당한거구.
	도철			걔가 널 이용한 게 뭔데?
	미미			(쏘아본다)..몰라서 물어? 매니저한다구..
	도철			니가 먼저 부탁한 거 아냐? 걔도 노력했어. 잘 안되서 그런거지..
	미미			그 인간을 옹호하는 거야? 능력도 없으면서 뭐든지 할것처럼, 
거짓말이나 치고 도둑질이나 하는..그런 인간쓰레기를 감싸는 이유가 뭐야?
	도철			왜냐면...나도 홍기랑 똑같은 놈이기 때문이야.

잠시 침묵..

	미미			아까 날 사랑한다는 말은 뭐야? 그것도 거짓말이겠네?
	도철			니가 한 말은? 

미미는 더이상 진심을 말할 수 없는 상태..도철 역시 마찬가지로 격앙된 상태.

	미미			오빠한테 질렸어..자기멋대로에다 컴플렉스 덩어리야. 
				누가 자기를 진심으로 위해주는 지도 몰라.
	도철			세상에 날 위해주는 사람은 없어. 예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어.
				너도 아니야. 입장이 달라졌다고 금방 변하는 니 모습이 싫어.
	미미			(진짜 화났다) 내가 변했다고? 그깐 영화에 캐스팅된 게 성공이야?
				그리구..오빠가 나 성공하는데 도움준 거 있어?
	도철			...니 말이 맞어, 우린 너무 다른 인간이야.
	미미			(쏘아붙이듯) 그걸 이제 알았어?

미미의 냉랭한 표정을 바라보는 도철, 시선을 거두고 돌아선다.
..미미가 돌아본다. 도철이 막 계단아래로 사라진다.
그쪽으로 가려다가 멈칫, 붙잡지를 못하는 심정.
미미는 얼굴을 감싼다.

	

73		텅 빈 밤거리				밤/외부	

밤길을 걷는 도철, 텅빈 압구정의 유흥가..가로등만 비추는.
감정을 삭히며 걷던 도철은 더이상 끓어오르는 감정을 어쩔 수가 없다.
멈춰서서 얼굴을 양손으로 감싼채 한참동안 서 있다.
...손을 내리고 옆을 본다. 패션부티끄 유리창에 비춰진 도철의 모습(탑라이트)
유리를 향해 서서..투영된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본다.
그러다가 양손이 올라가고..복싱자세..거울속의 도철에게 서서히 트랙인하는 카메라.
환청처럼 들려오는 경기장의 함성소리..


74		병국의 사무실(술집내실같은)		밤/내부

	병국			(봉투속을 살피며) 이게 다니?  

그앞에 서 있는 홍기, 체념한 표정..최대한 불쌍하게 보이려는 느낌이다.

	홍기			약속한 거의 삼분의 일정도 될거예요. 
				다 팔았거든요..저한테 있는 거는..
	병국			(미소, 빤히 본다) 
	홍기			네..조금만 시간을 더 주십쇼. 진짜 마지막 부탁입니다. 형님.
	병국			(무섭게) 형님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벌떡 일어난다. 겁먹은 홍기, 그대로 바닥에 무릎 꿇는다. 최대한 복종하는 자세.

	병국			홍기야..솔직히 난..니가 다 갖구왔어도 용서할 맘이 없어.
				왜 그런지 아니?  (한숨) 니가 싫으니까. 남을 귀찮게 하고 열받게 
만들고..차라리 없어지는 게 나아. 그치?
	홍기			잘못했습니다, 형님.

무릎으로 걷어찬다. 나가 떨어지는 홍기, 얼른 일어나 다시 무릎꿇는다.

	병국			하지말라고 하면 하지마..(두손으로 홍기의 양볼을 부드럽게 감싼다)
				일년동안 나 피해다니느라 고생많았지?  
	홍기			아닙니다..
	병국			미안하다..이젠 갚을 필요도 없어.
	홍기			?? (무슨 말인가 고개를 살짝 든다)
	병국			(차갑게) 니 혈액형이 뭐니?  

홍기, 그앞에 무릎을 꿇고 정말 잘못했다는 표정을 짓는다.

	병국			그런 표정 짓는다고 뭐가 달라질거 같니? 
임마, 니 뱃속에 있는 장기는 아직 안 팔았잖아. 마저 팔어야지. 안 그래?
	홍기			..!
	병국			너같이 쓸모없는 인생,장기나 줘서 마지막으로 좋은 일이나 한 번 해.

따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책상앞에서 전화를 받는 병국, 그 뒤로 무릎 꿇은 홍기 모습.
홍기의 잠시 무슨 생각을 하는지 표정조차 읽혀지지 않는다.
그의 시선으로, 병국의 뒷모습아래, 책상위 길다란 난초화병이 보인다..

	병국			형님, 자꾸 저한테 이런 전화하지 마세요. 
저도 요즘 얼마나 어려운 지 아세요? 영업이 삼분지 일도 안 올라요.저한테 앓는 소리 해봐야.. 

병국의 얼굴 뒤에서 홍기가 다가온다. 조용히...어느새 화병이 그의 손에 들려있다.
무심코 돌아보는 병국, ”이 새끼 왜 일어났어?”하는 표정, 순간, 날아오는 화병. 퍽!
기우뚱 하는 병국의 상체..머리를 감싸며 휘청거린다.
홍기의 무표정한 눈빛은 이미 이성을 잃었다. 다시 퍽! 퍽!
고꾸러지는 병국..내려다보는 홍기, 그제서야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알아차린다.
힘없이 탁자에 화병을 내려놓고..병국의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 홍기.



75		경기장			밤/내부

링위에 떨어지는 강렬한 직광, 시합전의 분주한 링 분위기. 관중들의 소란스러움..
홍코너..성훈이 몸을 푼다.
청코너..수건을 쓴 도철,마우스피스를 물며 성훈쪽을 노려본다.
마주 보는 두 선수, 주심의 주의...
땡!
대시하며 주먹을 날리는 성훈, 도철이 용케 피한다. 
도철이 다가서며 잽을 날린다. 성훈이 피하면서 훅, 걸렸다.
몰아치는 성훈, 연타를 허용하는 도철..주먹을 피하면서 더킹하는 도철의 동작들.
땡!
청코너에 주저앉는 도철, 벌써부터 기진한 모습.

	트레		긴장하지마. 자신감있게 해. 계속 돌아 왼쪽으로..알지?

땡!
날아오는 주먹들(효과화면), 피하는 도철의 고속화면 몽타지, 


76		골목길			밤/외부

뛰어오는 그림자, 커브길을 꺽으며 담벽에 기대는...홍기!
숨을 몰아쉬며 땀이 홍건한 이마. 손에 묻은 피를 보고 옷으로 닦아낸다.


77		경기장			

펀치에 걸려 젖혀지는 도철의 얼굴, 근육의 떨림, 엇갈리는 스텝들..
땡!
뭔가를 열심히 주문하는 트레이너.
고개를 끄덕이는 도철, 벌겋게 된 얼굴, 땀..헉헉거림.
땡!
자기 얼굴을 글러브로 때리며 정신을 차리자는 제스처!


78		분장실				밤/내부

연기자분장실 안, 거울을 등진 채 앉은 미미..표정없는 멍한 얼굴로 정면을 보고 있다.
미미 앞에는 난처한 표정의 김감독(헤어숍등장)과 올백, 다른 스탭들이 서 있고, 
그들 뒤로 화려하게 화장한 예쁜 여자가 얌전한 표정으로 서 있다.
어이없다는듯 한숨을 내쉬는 미미..벌떡 일어나 가방 속에 화장품을 담기 시작한다.
다급한 동작에 바닥으로 떨어지는 화장품들..사람들은 그녀에게 말조차 붙이질 못한다.
가방을 둘러멘 미미가 거울을 보며 인조눈썹을 떼어낸다. 그리고 루즈를 짙게 칠한 
입술도 손등으로 훔친다. 입술언저리에 번지는 루즈자욱.

	올백			(어깨를 감싸며) 정말 미안하게 됐다...나도 이런 상황이 벌어..

손을 매몰차게 걷어내는 미미, 그대로 달려나간다.


79		경기장			밤/내부

로프를 잡고 일어서는 도철, 심판의 카운트.
정신을 차릴 틈조차 주지않고 몰아부치는 성훈, 가드를 올리고 코너로 몰리는 도철.. 
땡!
털썩 주저앉는 도철, 숨가쁘다...트레이너가 물을 뿌려주고 얼굴을 닦아준다.

	트레			이제 4회야, 힘들면 포기하자...도철아?
	도철			(고개를 젓는다)..나..이길 수..있어요..

맞은편 코너의 성훈..승기를 잡은듯한 표정..도철의 얼굴에도 결의가 느껴진다. 
땡!
어퍼를 맞고 비틀대는 도철, 이어 연타 스트레이트.
고목처럼 쓰러지는 도철의 고속화면, 눕자마자 얼른 일어난다.
..다시 박스하는 발C.U. 일방적으로 밀리는 듯한 발의 움직임..안타까운 트레이너표정.



80		유흥가			밤/외부

유흥가의 출렁이는 네온간판들. 사람들의 행렬사이로 걸어오는 홍기, 
삐끼가 붙잡지만 뿌리치며 빠른 걸음으로..불안감에 사로잡힌 눈빛으로..



81		경기장

5회전 표지판을 든 라운드걸의 모습.
계속 밀리는 도철, 거의 일방적이다. 
..객석으로 나타난 미미(분장실 모습 그대로), 링쪽을 바라보며 자리를 찾아 앉는다.
땡!
로프에 걸려 얻어맞던 도철을 홍코너를 데려가는 주심.
트레이너가 피를 닦아주고 각성향을 맡게하고..도철은 무척 지쳐있다.
..표정을 읽을수 없는 미미얼굴.

	트레			도철아..그만 할까?
	도철			(지긋이 바라보며) 형..절대..던지지마..절대로..

땡.
난타를 주고받는 두 선수, 환호하는 관중들 소리...미미 얼굴의 일그러짐.
고속화면, 성훈의 주먹을 피하는 도철, 연속동작으로 훅, 성훈의 허리가 꺽어지고
도철의 강력한 스트레이트 두방, 럭키펀치에 걸려 쓰러지는 성훈,
환호하는 관중들..도철의 상기된 표정..트레이너..미미의 입가에 번지는 미소..
얼른 일어나는 성훈..다시 박스, 난타전..서로 조금도 밀리지 않는다.



82			건물앞				밤/외부

C.U.으로 터지는 샴페인병. 병채 들이키는 홍기..옷깃을 적시는 술.
..건물벽에 얼굴을 갖다댄 홍기..손바닥으로 어루만지듯 쓰다듬는다. 

	홍기			나야 너..홍기..조홍기..

건물벽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조금씩 뒷걸음질친다. 
홍기의 명확치않은 중얼거림이 점차 커지고 건물을 향해 악다구니를 지른다. 
지나가던 행인이 힐끔 보며 스친다.
건물을 노려보는 홍기..들고있던 술병을 집어던진다. 퍽! 깨지는 유리조각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서서 걷는 홍기, 어금니를 꽉 깨문



83		경기장			밤/내부

고속으로 휘청거리는 도철, 간신히 로프를 잡았는데 다려드는 성훈의 연속펀치.
땡!
미미의 안스럽던 표정이..거의 울먹이는 표정으로 바뀐다.
링닥터가 도철의 눈자위를 보고 있다. 주심과 뭔가 상의하는 닥터.
도철이 주심을 보며 할 수 있다는 부탁의 눈초리를 보낸다. 주심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하 고속화면>
이제 도철에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시야까지 흐릿하고 일렁거린다..
7라운드피켓을 든 라운드 걸이 내려가며,도철의 얼굴을 안스러운듯 바라본다..
땡!
..젖혀지는 도철의 얼굴, 머리와 배를 연속적으로 맞는 도철, 로프에 휘청 걸린다.
사운드왜곡..모든 사물이 빙글빙글 돌아간다..펀치드렁크 현상!

미미가 보다못해 일어선다.

기회를 잡은 성훈이 연타를 날린다. 바닥에서 떨어지는 도철의 발..
쿵 바닥에 떨어진다. 아득히 들려오는 카운트와 주심의 동작..천정광원의 일렁임.
내려다보는 성훈의 움직임 등..뿌연 화면들이 스쳐간다
일어나려고 안간힘 쓰는 도철..로프를 잡고 조금씩 일어선다..
성훈이 링사이드에서 그만 일어나줬으면 하는 눈빛..
<정상화면> 주심의 “세븐”에 일어서는 도철,
다시 박스..성훈을 보며 마우스피스를 뱉어버리는 도철, 

	도철		씨발, 더 까봐, 더 쳐보라구~ 맞으니까 존나게 조오타! 
			너무 좋아, 일루와, 더 때려봐, 어서!

펀치를 날리는 성훈, 가드를 올린채 계속 치라고 손짓하는 도철의 동작..

...미미가 사람들사이를 스치며 통로를 빠져나간다.
(고속) 그녀는 이를 악 다물고..애써 감정을 억제하려는 표정으로



84		초라한 6인용 병실				밤/내부

병실에 나타난 홍기를 보고 경계하는 어머니, 그녀의 앞 침상에는
병색이 완연한 노인이 산소호흡기를 끼고 누웠다.

	엄마			왜 왔니? (차가운 음성)

홍기는 아무 대꾸없이 시선을 움직이다, 보조침대에 앉은 여중생과 눈짓으로 인사한다.

	엄마			뻔뻔스런 놈..돈 없어, 너한테 줄 돈은 커녕 병원비내기도 힘들어..
	홍기			(한숨)웬만하면 나으라고 하세요. 
				가께요.(여중생에게 눈짓)

잠시 머뭇거리다가 문가로 따라나오는 여중생, 홍기가 문밖에 서 있는 걸 보고 멈춰선다. 
홍기가 대뜸 봉투 하나를 소녀에게 내민다.(병국에게 내밀었던 그 봉투)
소녀가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자, 강제로 쥐어준다.

	홍기			고생 좀 해라...너 크믄 되게 이쁘겠다.
 
병실복도를 걸어가는 녀석의 뒷모습




85		경기장			밤/내부

도철의 C.U. 약간 웃는듯 하다..코너에 앉히려는 트레이너의 손길도 뿌리친다. 
땡! (라스트라운드)
..펀치를 날리는 성훈, 맞으면서도 계속 다가가는 도철..
성훈이 때리다가 지쳐서 질린 표정이다. 
도철이 스윙하듯 주먹을 날린다. 피하는 성훈...크게 헛스윙하는 도철.
슬립다운..일으키는 주심, 도철은 거의 일어날 기력조차 없다.



86		밤길		밤/외부

빠른 걸음으로 걷고있는 미미. 걸음이 점차 빨라진다...뛴다. 
흩날리는 머리와 화장이 번진 눈가. 고속화면..달리는 얼굴 뒤로 스치는 불빛들.



87		경기장			

주심이 도철을 박스시키는 순간, 성훈의 카운터블로가 날아온다.
도철이 날아오는 주먹을 보며 맞받아 친다.
크로스카운터. 고속화면,
동시에 얻어맞는 두 선수! 멈춰진 동작..먼저 쓰러지는 성훈.
주심이 성훈을 향해 카운트 하려는데..도철의 입에서 떨어지는 마우스피스.
무릎이 꺽이며 쿵...고목이 쓰러지듯 앞으로 넘어지는 도철..직하강 하는 크레인쇼트.



88		락카룸				밤/내부

간이침상에 누운 도철, 인사불성인 상태..링닥터가 진찰한다.
옆에서 심각한 얼굴인 관장과 트레이너.
닥터가 관장에게 귀엣말을 하며 밖으로 나간다. 트레이너가 도철의 벗은 가슴위에 타올을 덮어준다. 
문가에서 “희문아?” 관장이 트레이너를 부른다. 
트레이너가 나가며 문을 닫는다.
..다시 열리는 문, 
홍기가 도철을 내려다 보고 있다.

	홍기			도철아...도철아?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대답없는 도철을 보며 눈가에 눈물이 글썽.   
천천히 눈을 뜨는 도철,

	홍기			(반가움) 임마, 깜짝 놀랬잖아. 			 
	도철			..시합봤어?
	홍기			..너 끝내주더라.
	도철			(작은 미소)..나 좀 일으켜 줘.
	홍기			미미는 왔니?  
	도철			(고개 젓는다)..밖으로 나갈래, 답답해.

부축해주는 홍기, 도철은 혼자 서지도 못할 만큼 기력이 없다.
그런 도철을 보며 홍기는 불안한 표정.

	도철			시합 못봤지?
	홍기			이 자식은 날 순 거짓말만 치는...못봤어. 히히, 미안하다.
	도철			봤어야 되는데..



89		미미의 옥탑집			밤/외부...새벽으로
	
미미집 옥상으로 올라가는 도철과 홍기
문을 두드린다. 닫혀있다.
서로 마주보는 도철과 홍기.
..옥상담벽에 도철을 기대어 앉히는 홍기, 도철은 가쁜 숨을 쉬며 불편한 상태다.
..도철의 옆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홍기.

	도철			..무슨 고민있니?
	홍기			(한숨) ..내가 무슨 고민이 있겠냐..
				미미 나한테 많이 화 났지?
	도철			약간. 사과해.
	홍기			그래야지.
		
...경과, 
옥상너머로 도시의 숲 위, 파르스름한 여명이 터 온다.	
도철과 홍기는 담장아래 쭈그려 앉아 고개를 파묻고 있다.
홍기가 몹시 추운듯 일어나 팔짱을 낀채 팔짝팔짝 뛴다. 
그러다 도철을 보고 자켓을 벗어 덮어준다..도철이 눈을 뜬다.

	홍기			야, 나 권투하면 어떨거 같냐? 몸은 존냥 빠르거든..

홍기가 어설픈 새도우복싱을 한다. 추위를 이기려는듯 더 빠른 동작들.
도철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그려진다..그의 얼굴에 닿는 새벽 미명.
도시의 빌딩숲사이로 붉은 태양이 올라온다.
타이틀곡이 흐르면서

<끝>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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