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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천하  8


s#1. 황부자집 별채 방 밖 ( 밤) 별채 방 안에 불이 환하게 켜져있다. s#2. 황부자 별 채 방 안(밤) 황부자 노인이 음흉한 웃음을 흘리며 난정의 얼굴을 훑어본다. 난정, 고개를 돌려 황부자의 눈길을 피하는데 황부자 (가래 끓는 소리)..올해 몇인고? 난정 열 살이옵니다. 황부자 (흡족한 미소)..옹냐, 이름은 무언고? 난정 난정이라 하옵니다.. 황부자 난정..좋은 이름이로다..(금침에 누우며) 난정아 다리 좀 치거라. 난정 ..예.. 난정, 누워있는 황부자 옆으로 다가가 다리를 주무른다. 황부자, 주발속의 대추를 꺼내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흡족한 듯 눈을 감는다. s#3. 황부자 집 담장 일각(밤) 길상의 얼굴이 담장 위로 솟아오른다. 길상, 집 안을 살피다가 담장 위로 몸을 솟구쳐 마당으로 사뿐하게 내려 선다. 길상, 주변을 살피고는 몸을 낮춰 어디론가 조심스럽게 간다. s#4. 동 별채 방 안(밤) 주발 뚜껑 위에 황부자가 뱉어놓은 대추씨 몇개가 쌓여있다. 황부자의 다리를 주무르던 난정의 이마에 땀이 배이고 숨이 가빠진다. 황부자 (샛눈뜨고 보며 웃는)..네 손이 참 보드랍구나.. 난정 (입술이 바짝 타는지 마른침을 꼴깍 삼킨다).. 황부자 (대추 하나 집어주며) 입에 넣고 씹거라, 좀 나아질게다. 난정 ..괜찮사옵니다.. 황부자 되었다, 그만해라..곤하구나, 이만 자리에 들어야겠다. 난정 ..예..(일어서면) 황부자 어딜 가려고? 난정 (수줍게)..쇤네 소피가 급하여.. 황부자 (윗목쪽 가리키며) 조오기 요강이 있지 않느냐? 난정 (당황하여)...아,아니옵니다.. 황부자 옹냐,옹냐, 처음이라 수줍은게지..냉큼 다녀오너라. 난정 ..예..(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황부자 (대추하나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야릇한 미소)... s#5. 동 별채 마당 일각(밤) 난정, 중문쪽으로 걸어오면서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싸쥔다. 난정 (숨이 가쁘다)..숨이 차고 열도 나고..왜 이러지? 난정, 숨을 크게 몰아쉬는데 검은 그림자가 난정의 앞을 확 가로막는다. 난정, '에그머니나-' 깜짝 놀라 한발짝 물러서는데 길상 (얼굴을 보이며) 난정아,나야. 난정 (길상을 알아보고 안도하며)..어유, 난 또 .....? (하다가 흠짓하며) 길상아 니가 여길 어떻게?! 길상 그런건 나중에 따지구, 빨리 여기서 도망쳐야 돼. 난정 뭐어? 도망치자니? 난 봄까지 이 댁에서 몸종 살기로... 길상 바보야, 넌 몸종이 아니라 동녀로 팔려온거란 말야. 난정 동..동녀? 길상 그래, 늙은이 화롯불 노릇하다가 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 와! (앞장서는데) 난정 (멈춰선 채 어리둥절한데)...!! 길상 (난정을 돌아보며) 빨리 가자니까?! 하는데 안채쪽에서 나오던 황참봉이 길상과 난정을 보고 멈칫 선다. 황참봉 누,누구냐? 길상, 낭패한 표정으로 보다가 난정의 손을 휙 낚아채고 담장쪽으로 달려간다. 황참봉 (고함) 게 아무도 없느냐?! 하인들이 '예-' 대답하며 황참봉쪽으로 달려온다. 황참봉 (길상이 도망친 쪽 가르키며) 저 것들을 잡아라! 하인들, '예-' 하며 길상과 난정이 도망친 쪽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s#6. 동 담장 일각(밤) 담장 앞까지 달려와 멈춘 길상이 난정 앞에 쭈그리고 앉는다. 길상 빨리 올라타!..얼른! 난정 ..알았어!(길상의 어깨에 올라 앉으면) 길상, 일어나서 난정을 목무등을 태워 담장위로 올려보낸다. 난정, 버둥대다가 담장을 넘어간다. 뒤편에서 '저 놈 잡아라-' 하인들이 쫓아오는 소리가 가까워진다. 길상, 몸을 휙 솟구쳐 담장 너머로 사라진다. 쫓아온 하인들이 닭 쫓던 개처럼 멈춰선다. s#7. 동 담장 밖 길(밤) 길상, 난정의 손을 끌고 길 저 편 어둠속으로 도망친다. s#8. 당추 암자 방문 앞(밤) 걸어오던 방백인이 당추와 난정모의 실루엣이 비치는 방문 앞에 멈춰서서 귀를 가까이 대고 엿듣는다. 당추(E) 기생이라니요?! 난정이가 기생이 되러 송도에 갔단 말씀이옵니까?!! 난정모(E) 예..옥매향이란 아이한테 그렇게 말했답니다. s#9. 동 암자 방 안(밤) 당추가 심각한 얼굴로 난정모 앞에 앉아있다. 당추 허, 큰일 이옵니다.만일 난정이가 기생이 되는 날이면 그 아이 앞 날에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이 닥칠 것이옵니다. 난정모 (놀라)예에? 재,재앙이라니요?! 당추 잊으셨사옵니까?..난정이가 열 여섯이 되기 전에 화려한 옷을 입게 해서는 안된다고 맹세하지 않으셨사옵니까?.. 난정모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하오면 어찌해야 좋사옵니까?! 당추 음!!..소승이 날이 밝는대로 송도로 가봐야겠사옵니다. 난정모 스님, 쇤네도 가겠사옵니다. 당추 아니올시다, 소승 혼자 다녀올테니 보살님께선 부처님께 발원 드리고 계십시오. 난정모 ..하오나.. 당추 소승을 믿으십시오, 난정이가 송도에 있다면 반드시 데려오겠사옵니다. 난정모 ... s#10. 동 방문 밖 마당(밤) 엿듣고 있던 방백인이 슬쩍 자리를 피한다. 방문이 열리고 당추가 나와 방문 앞에서 선 난정모와 합장인사를 나눈다. 당추가 법당쪽으로 가고 난정모가 방문을 닫으면 갸웃하는 방백인. s#11. 황부자집 별채 방 안(밤) 황부자가 노발대발하여 앞에 꿇어앉은 황참봉에게 베게를 집어던진다. 황부자 이런 불효막심한 놈!! 황참봉 ... 황부자 네놈은 이 애비가 일찍 죽길 바라는구나! 황참봉 아버님, 그것이 아니오라.. 황부자 닥쳐라! 네놈이 애빌 눈꼽만치라도 생각한다면 당장 그 아일 찾아와! 황참봉 예...(입을 굳게 다물고 일어선다) s#12. 동 별채 방 밖 마당(밤) 황참봉, 갓끈을 졸라매고 방 밖으로나오는데 다가서는 황참봉처 황참봉처 (걱정스럽게) 영감, 어쩌실려고요? 황참봉 계집애는 잡아들이고 사내놈은 요절을 낼 작정이오! 황참봉처 (매달리며) 영감, 그러지말고 그냥 보내줍시다. 불쌍한 애들 아닙니까? 황참봉 바깥일에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고 아버님께 봉양 더 잘 할 생각이나 하시오.(휙 뿌리치고 중문 밖으로 나간다) 황참봉처 ..영감!(쫓아나간다) s#13. 동 중문 밖(밤) 건장한 하인들이 횃불을 들고 서 있다. 중문을 열고 나온 황참봉이 '가자!' 앞장서 가면 그 뒤를 따르는 하인들. 황참봉처, 중문밖으로 쫓아나오다 멈춰서 그 모습을 안타깝게 본다. s#14. 송도 주막 방 안(밤) 달래가 잠들어 있다. 능금, 달래에게 이불을 잘 덮어주고는 방밖으로 나간다. s#15, 동 주막 마당(밤) 능금, 방에서 나와 평상쪽으로 걸어오며 중얼거린다. 능금 (투덜 반, 걱정 반) 왜들 안오는거지?..길상인 어딜간거야?! 술에 취한 모가비가 마당으로 비틀거리며 들어선다. 능금 아부지!!(모가비에게 달려가 부축하며)대체 어떻게 된거야?! 모가비 (능금의 볼을 꼬집어주며) 아이구, 내 새끼, 안자구 애빌 기다렸어? 능금 아유, 술냄새! 아부지, 길상인 어쩌구 혼자 와? 모가비 (비틀거리다가 방앞 툇마루에 털썩 주저 앉는다) 그깟놈, 알게 뭐냐? 내 코가 석자나 빠졌는데.. (한숨 푹 내쉬며) 미안하다 능금아..애비두 이 짓거리 때려치우고 팔자 한번 고쳐볼렸더니 다 글러먹었다.. 능금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아부지. 황참봉과 횃불을 든 하인들이 마당으로 들어온다. 황참봉 (모가비 노려보며) 저 놈을 꿇려라! 하인들, 모가비에게 우르르 달려 들어 마당에 꿇린다. 능금 (하인들에게 달려들며) 놔! 울 아부지한테 손대지 마!! 능금, 하인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붙잡혀 버둥댄다. 모가비 (황참봉 보며) 왜 이러십니까요, 참봉나으리? 황참봉 (모가비를 노려보며) 네 놈이 감히 두길보기를 해?! 모가비 ..두길보기라닙쇼? 무슨 말씀이신지... 황참봉 네가 팔아먹은 계집을 사내놈이 빼돌렸단 말이다! 모가비 예에?! 능금 (사태가 짐작되는)...?! 황참봉 삼 일 안에 두 년놈을 내 앞에 끌고 오지 않으면 넌 살아 남지 못할 것이다, 알겠느냐?! 모가비 ...! s#16. 송도 어느 길(밤) 길상, 난정을 부축해서 걸어가고 있다. 점점 더 숨이 벅차오르고 열이 심해지는지 입김을 헉헉 내뿜던 난정이 눈을 스르르 감으며 쓰러진다. 길상 (간신히 난정을 부축하며 흔들어 깨운다) 난정아, 난정아! 정신차려! 난정 (정신을 잃은채)... 길상 (낭패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펴본다)...난정아.. s#17. 송도 주막 방 안(밤) 모가비, 단도를 꺼내들고 칼집에서 휙- 뽑는다. 모가비 (시퍼렇게 날이 선 칼날을 노려보며) 배은망덕한 놈! 갈 곳 없는 놈을 거둬줬더니 등 뒤에서 칼을 박아? 능금 (방안으로 들어오며)..아부지, 뭐하는거야?! 제발..그러지 마,응? 모가비 (칼을 칼집에 꽂고 일어선다) 니가 낄 일이 아녀, 비켜! 능금 (매달리며) 아부지, 받은 돈 그냥 돌려주면 되잖아. 나 내일부터 주머니 더 많이 딸게..아부지한테 돈 많이 벌어다 줄테니까 받은 돈 돌려줘 버려. 그럼 되잖아! 모가비 애비, 그 돈 투전판에서 다 날렸어! 능금 ..뭐어?... 모가비 이 애비가 살려면 두 년놈을 잡아올 수 밖에 없는거여, 알겠어?! 모가비, 방밖으로 휙 나간다. 능금, '아부지-'부르며 방 밖으로 쫓아나간다. s#18. 동 주막 마당(밤) 모가비, 방에서 나와 주막 밖으로 성큼성큼 나간다. 방에서 뒤따라 나온 능금이 '아부지-' 부르며 뒤를 쫓으려는데 다른 방에서 달래가 졸린 눈을 부비며 나온다. 달래 ..능금언니..무슨 일이요? 능금 아냐, 달래야..아무 것도 아니니까 더 자.. 달래 ...? s#19. 물레방아간(밤) 길상, 신음하는 난정을 들쳐업고 들어온다. 길상, 짚단이 깔려있는 구석에다 난정을 내려 놓는다. 난정, 오한이 나는지 몸을 오들오들 떨고 아래윗니는 딱딱딱..부딪친다. 길상이 짚단을 모아 난정의 몸을 덮어주지만 속수무책이다. 길상,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난정을 내려다 보다가... 결심했다는 듯 그 옆에 누워 난정의 몸을 꼭 안아준다. 난정 (열에 들뜬 헛소리)..어머니...어머니..잘못했세요...엄마..엄마.. 길상 ('이 애도 무슨 사연이 있구나' 보는)... 점점 숨결이 고르게 되면서 잠에 빠져드는 난정. 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길상 (난정의 눈물을 보며 뭉클한)...!! s#20. 당추 암자 법당 안(아침) 난정모, 부처님 앞에 향불을 켠다. 난정모, 두손을 모으고 간절하게 부처님을 바라본다. 난정모 대자대비하신 부처님, 부디 우리 난정일 살펴주십시요. s#21. 동 암자 마당(아침) 행장을 차린 당추가 계단 앞에 서서 법당 안에서 절을 올리는 난정모를 본다. 당추 (배웅 나온 동자승에게)..원아, 아주머니를 잘 보살펴드려라. 동자승 예, 염려마시고 다녀오십시오, 스님. 당추 오냐..(돌아서 계단을 내려간다) s#22. 경빈 처소 외경 중종(E) 뭣이라, 판부사와 도총관이?! 옥교 앞에 시립해 있던 대전내관이 방쪽을 돌아본다. s#23. 경빈 처소 방 안 중종, 찻잔을 내려 놓으며 앞에 앉은 경빈을 본다. 경빈 예, 판부사와 도총관이 기방에서 은밀히 만나 전하와 조정을 비방 한다고 들었사옵니다. 중종 ..비방을 한다?! 허, 누가 그런 소릴?!..도총관은 파직이 될지언정 소실을 버리지 못하는 충직한 사람인것을..허허. 경빈 마마께오선 신하를 너무 믿으시옵니다. 도총관이 조정의 구설을 피하기 위해 얼마전 부실을 내쳤다하옵니다. 중종 (의외라는 듯)..도총관이? 경빈 예, 잘 살피시옵소서. 중전마마께오서 회임하신 후로 판부사대감 댁에 성균관 유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옵니다. 중종 ..유생들이 어인 까닭으로? 경빈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오면 전하께오서 훈구대신들을 몰아내고 신진사류들로 조정을 개편하신다는 말이 파다하옵니다. 허니 청탁을 넣기 위해... 중종 (버럭)그만하오, 그런 뒷공론은 더 듣고 싶지 않소. 경빈 하오나, 진위를 떠나 이런 말이 떠도는 것은 군약신강의 조짐이 아니고 무엇이겠사옵니까? 중종 (일그러지는) 뭣이라, 군약신강?! 경빈 예, 임금이 약하고 신하가 강하면 조정의 기강과 법도가 흔들리는 법이옵니다. 중종 ...음!! 경빈 신하란 말과 같아서 오래동안 아끼던 말이라도 늙고 병들면 언제든 갈아탈 수 있는 것이라 들었사옵니다. 부디 잘 살피시옵소서. 중종 (못마땅한)..경빈은 조정일사를 어찌 그리 잘 아시오? 경빈 (보며) 예에? (당황하여)..마마, 신첩은 단지... 중종 (냉소적으로)..허, 차라리 경빈이 용상에 앉을걸 그랬소! (벌떡 일어선다) 경빈 (낯빛이 질려 조아리는) 마마, 신첩의 무례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싸늘하게 내려다보다가 휙-나가버린다) 경빈 (일어나 쫓으며)..마마, 마마!..(방문앞에 멈춰서며 낭패한 표정)...?! s#24. 갖바치 마당 머리에 고약을 붙인 방백인이 툇마루에서 육갑을 집고 있다. 갖바치,널어놓은 가죽을 걷고 있는데 남곤의 심복 중치막이 들어선다. 갖바치 (보고) 뉘신지요? 중치막 이 집에 방백인이란 사주쟁이놈이 있다지? 방백인 사주쟁이놈은 없고 술객은 예 있수다. 중치막 (보다가)따라오너라 우리 대감마님께서 널 찾으신다. 방백인 (의아)...? s#25. 남곤 사랑채 방 안 방백인이 남곤과 심정 앞에 앉아있다. 남곤 자네 재주는 경빈마마께 들었네. 앞으론 마마를 대신해서 내가 자네 뒤를 봐줄 것이야. 방백인 (고개 조아리며) 황공하옵니다. 남곤 어디 이왕 온김에 심심파적 삼아 (책을 꺼내 방백인 앞에 밀어놓으며) 여기 적힌 사주들이나 한번 봐주게. 방백인, 책을 받아 책장을 넘기면 한 면마다 사주 하나씩이 적혀있다. 방백인, 양미간을 모으고 한 장 한 장씩 넘겨가며 본다. 남곤과 심정,방백인을 뚫어지게 본다 방백인이 방바닥에 책을 내려 놓는다. 방백인 (갸웃거리며 혼잣말)..허허 거 께름직하네.... 심정 께름직하다니? 방백인 (근엄한 표정) 앞으로 조정에 큰 회오리가 일것이옵니다 남곤 (흠짓)뭬,뭬야?회오리?! 심정 (표정 수습하며)..조정에 큰 회오리라니?! 그게 대체 무슨 뜻인가? 방백인 여기 적힌 사주는 모두 삼한갑족의 혈통에 명문세가의 관운을 타고난 분들의 사주이옵니다. 허니 사주의 임자들께선 지금 조정에 계신 분들이실테지요? 남곤 ..그래서? 방백인 헌데 이 사주의 열에 아홉은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비명횡사하거나 참살을 당할 운세이옵니다. 하오니 장차 조정에 큰 회오리가 닥칠게 분명하옵지요! 남,심 (눈이 휘둥그레지며 서로를 보는)...?! 남곤 (진지하게)그 말이 틀림없으렸다! 방백인 예, 추호라도 거짓이 있으면 소인의 혓바닥을 잘라내버리십시오. 남곤 (품에서 종이를 꺼내 보이며)허면 내 사주도 한번 봐주게.. 방백인 (종이 받아 웅얼거리며)..신묘년..십일월..정미일이라... (생각하다)..만인지상에 일인지하라..관직은 영의정까지 오르시옵니다. 남곤 (기분이 좋다)허어, 영의정이라..허면 내 와석종신하겠는가? 방백인 천수를 누리실 것이옵니다. 남곤 허허허, 내 점이나 사주를 믿진 않지만 듣기에 나쁘진 않구만..허허허 방백인 (심정의 얼굴을 가늘게 보다가)..대감께오서도 정승의 반열에 오르실 상이시옵니다. 심정 그래? 허허허...이 사람이 남대감의 덕을 보는가 보오이다. 남곤 허허허..모쪼록 그러셔야지요,허허허! 방백인 (슬쩍 보며 미소).. s#26. 남곤집 근처 골목길 방백인, 혼잣말을 하며 걸어간다. 방백인 거,참 남의 사주는 훤히 보이는데 정작 내 앞은 코끝 한치 앞도 볼 수 없으니 무슨 조환지 모르겠단 말씸이야..? 당골네 (휙 나타나 방백인 앞을 가로막는다) 이보슈! 방백인 아이구 깜짝이야!..(보고) 난 또 누구라구? 이 여편네 왜 불쑥 나타나 사람을 놀래켜? 당골네 한 몫 쥐고 싶은 맘 없수? 방백인 엥? 당골네 그럴 맘이 있음 날 따라오슈.(앞장서서 간다) 방백인 (갸웃하다가 그 뒤를 쫓아간다) s#27. 편전 앞 계단 관복을 입은 정윤겸이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 위로 내관(E) 전하, 오위도총부 도총관 정윤겸 들었사옵니다. 중종(E) 들라해라. s#28.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윤임과 승지가 앉아있는데 정윤겸이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정윤겸 (부복하며) 전하,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과인이 두 분 대감에게 묻고 싶은게 있어 드시라 하였소. 윤임,정윤겸 예, 하문하시옵소서. 중종 (표정을 살피며)..두 분 대감이 파릉군숙부와 더불어 조정의 장래에 대해 의기투합을 했다던데 그런 일이 있었소? 윤임 (당황하여)..의,의기투합이라니..천부당,만부당하옵니다. 중종 허면 판부사는 파릉군을 만난 일이 없소? 윤임 신, 파릉군과 도총관 두분 대감과 뜻이 맞아 교유를 나눈적은 있사오나 조정 일을 논의한 바는 없사옵니다. 중종 뜻이 맞는다..?..판부사. 윤임 예, 전하. 중종 붕당이 무엇인 줄 아시오? 윤임 (흠짓 당황)..예에?! 중종 자기들 권세를 위해 파당을 지어 뜻이 맞는자는 끌어들이고 어긋나면 배척하는 것이 붕당이요. 윤임 (낯빛이 질리며)..저,전하!..신이 전하께 누가 되었다면 신, 차라리 이길로 시골로 내려가 이름없는 농군으로 살겠사옵니다. 중종 과인은 판부사를 믿어요..허나 온 조정이 판부사를 주시하고 있어요. 곧 탄생할 대군을 위해서라도 처신에 더욱 더 신중을 기하라는 말씀이요. 윤임 신, 명심하겠사옵니다. 중종 (정윤겸 보며) 도총관. 정윤겸 (조아리며) 예. 중종 데리고 있던 부실을 내보내셨다구요? 정윤겸 ..예, 전하.. 중종 그 일이 과인을 위한 충정이었던, 조정의 구설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이었건, 도총관의 올바른 판단이었기를 바라오. 정윤겸 (움찔, 가슴에 섬뜻하게 찔린다)...! s#29. 대궐 일각 걸어오는 윤임과 정윤겸. 윤임 대군의 탄생이 가까워올수록 저들은 온갖 중상모략을 할 것이옵니다. 대감, 앞으론 더더욱 각별히 조심하셔야 하옵니다. 정윤겸 ...음!! 윤임 이번에 소실을 내 보내신 것은 참으로 잘 하신 일이옵니다. 정윤겸 음!!..내, 평생 한 눈 한번 팔지 않고 무반을 길을 걸어왔건만.. 정치란 것이 참으로(더럽다는 느낌)무섭고..(한숨 내쉬며 '사람을').. 허망하게 만드는구려. s#30. 어느 주막 방문 앞 닫힌 방 문 앞에 방백인과 당골네의 미투리가 나란히 놓여있다. 방백인(E) 뭐야? 도총관댁 서출이 도총관의 씨앗이 아니라고? s#31. 동 주막 방 안 막걸리 상을 놓고 마주 앉은 방백인과 당골네. 당골네 그렇소. 댁이 그 땡초와 갖바치하고 막역한 사이같으니..그 아이가 누구의 씨앗인지만 알아주면 내 한 몫 떼어주겠소. 방백인 (가늘게 보며)..싫다면? 당골네 (맞받아 쏘아보며) 내 일전에 댁이 변남위녀 비술로 누군가를 방자하는걸 봤소. 방백인 (화들짝) 이,이 여편네가 사람 잡을 소리 하고 있네?! 당골네 내 당골네로 눈칫밥 먹은지 이십년이요. 의금부에 가서 발고를 하면 댁도 무사치 못할거요. 방백인 (당황하여) 뭐,뭐야? 당골네 (냉소) 왜요, 찔리는데라도 있으시요? 방백인 (생각하다)..그러니까 누구의 씨앗인지만 알아내면 되는거지? 당골네 (미소로 끄덕이는)... 방백인 (속이 타는지 벌컥 벌컥 한사발 들이킨다) s#32. 물레방앗간 힘 없이 눈을 뜨는 난정. 난정,일어나 앉아 주변을 살피는데 길상이 안으로 들어온다. 길상 어? 일어났네? 난정 ..내가 여길..어떻게.. 길상 생각 안 나? 난정 ..그 집에서 도망친건 알겠는데..(찌푸리며)..어지러워.. 길상 그게 다 부자탕 약기운 탓이야. 난정 ..부자탕? 길상 응..그 집에서 사약에 넣는 부자를 너한테 먹인거야. 난정 ..왜? 길상 왜라니? 동녀한테 부자탕을 먹여서 네몸에 열을 내게 한 다음에 늙은이가 널 껴안고자는거지 난정 ..뭐,뭐야..?! 길상 ..광대패로 떠돌면서 동녀로 팔려가는 애들을 많이 봤어.. 간신히 도망쳐 나온 애들도 부자탕 때문에 뼈가 녹고 살이 문드러져서 한해도 못넘겼어.. 난정 (인상 찌푸리는).... 길상 (보고)..일어나, 어디 가서 요기나 하자 s#33. 동 주막 방 안 취기오른 방백인과 당골네 옆에 너댓병의 빈술병이 놓였다. 방백인, 당골네를 묘한 눈으로 보고있다. 당골네 (시선 의식하며 쌩끗 웃는다).. 방백인 (갸웃하며) 내가 취했나? 참새가 봉황으로 보이고? 당골네 (술병 들며) 거 흰소리 말고 술이나 한잔 더 드시오! 방백인 (술잔 들며)자네도 이제 보니 밉상은 아닐세. 당골네 호호호, 내 소싯적엔 한 인물 한다는 소리 좀 들었소..(술 따르는데) 방백인 (손을 슬쩍 잡으며)..살결도 보드랍구만. 당골네 (당황) 아이구,이거 왜 이러시오? 방백인 (술상을 옆으로 치우며) 다 좋은게 좋은거 아니겠나? 방백인, 당골네를 부둥켜 안고 술상밑으로 자빠진다. s#34. 어느 국밥집 길상, 마지막 국물까지 후루룩 마시고 뚝배기를 탁 내려놓는다. 길상, 난정을 보면 국밥을 반도 더 남긴채 걱정스럽게 앉아있다. 길상 ..이제 어디로 갈거니? 난정 ..모르겠어...황진이 선생님이 계신 산방으로 가야될지.. 길상 ..난정아, 너 집으로 돌아가. 난정 (보며)...집에? 길상 그래, 네가 무슨 잘못을 했어도 어머닌 널 용서해 주실거야. 난정 ...! 길상 울 엄만, 달래를 낳다가 돌아가셨어..실은 나도 엄마 얼굴을 잘 몰라.. 난정 ... 길상 (글썽)...하지만..넌 기다려주는 엄마가 있잖아.. 난정 ...!! s#35. 동 주막 방 잠들어 있던 방백인이 뒤척이다가 깨어난다. 방백인, 자신의 헝클어진 옷매무새를 보고 깜짝 놀란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미 없는 당골네. 방백인 아니 이놈의 예편네가... . 방백인, 갓과 옷을 챙겨들고 도망치듯 방밖으로 나간다. s#36. 갖바치 집 마당 갖바치, 작업대위에서 공구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어깨가 축 쳐진채 들어오는 방백인. 방백인 어휴, 술이 웬수지..내가 어쩌자고 그런 여편넬...? 갖바치 허허 자네 왜 또 그러는가? 방백인 ..형님, 내가 말이오.. 당골네 (뒷곁에서 걸어 나오며) 이제 오시오? 방백인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히익! 갖바치 이 아주머니가 아까부터 자넬 기다리셨네. 방백인 이 여편네, 여긴 왜 온거야? 당골네 임자가 나를 버려놨으니 죽이던 살리던 임자 뜻대로 하시오. 방백인 뭐, 뭐야?.. 방백인, 그대로 걸음아 나살려라-문밖으로 도망친다. 당골네, '임자-임자-' 부르며 뒤를 쫓아나간다. 갖바치 (미소로 보는)... s#37. 물레방앗간 (밤) 길상, 단소를 불고 있다. 한편에 난정이 슬픈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채 앉아있다. 구슬픈 단소소리가 다음씬들로 이어지면서 s#38. 어느 길(밤) 달빛 아래 파릉군이 당나귀를 타고 가고 있다. 견마 잡은 천서방이 읊조리는 가락이 단소소리와 구슬프게 어울린다. 파릉군, 옥패를 꺼내보며 한숨을 내쉰다. s#39. 정윤겸 사랑채 방 안(밤) 연상 앞에서 수심에 잠겨있던 정윤겸이 허공을 올려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s#40. 당추 암자 방 안(밤) 난정모, 옥패를 보며 '난정아..'..눈물을 흘리고 있다. s#41. 동 물레방앗간(밤) 난정, 눈물이 글썽하다가 '어머니..'..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낀다. 길상, 단소를 멈추고 난정 옆에 앉아 위로하듯 어깨를 두드려준다. 난정, 길상에게 기대어 흑-울음을 터뜨리는데서. s#42. 대궐 일각(낮) 대전내관이 걸어가고 있는데 급하게 뒤를 쫓아와 부르는 금이. 금이 내관 나으리! 내관 (돌아보며)..넌 경빈마마전 시녀 아니냐? 금이 예, 우리 마마님께오서 나으리를 찾으시옵니다. 내관 ...나를? s#43. 경빈 처소 방 안 방바닥 위에 비단 몇 필이 놓여진다. 경빈과 대전내관이 마주 앉아있고 금이가 뒷걸음질로 방밖으로 나간다. 내관 (의아하게 보며)..이게 무엇이오니까? 경빈 지난번 김내관이 들인 양자가 혼례를 치뤘다고 들었소. 내 경하하는 뜻으로 주는 것이니 받아두세요. 내관 (난처한)...하오나.. 경빈 (미소)너무 부담갖지 마세요..김내관은 전하를 측근에서 뫼시지 분이니..가끔 내 처소에 들러서 전하의 심중이나 조정 돌아가는 사정이나 알려주세요. 내관 (정중하지만 완강한)..마마께오서 이 늙은 것의 가솔들까지 살펴주시는 것은 황공하옵니다. 하오나 이 늙은 것은 전하께오서 가라 명하시면 가고, 멈추라 명하시면 멈출 뿐이옵니다. 경빈 ...김내관..! 내관 이 늙은 것이 전조의 일을 많이 보아왔사옵니다만 후궁전에서 조정일에 관심을 가져서 후사가 좋았던 전례가 없었사옵니다. 부디 자중하시오소서. 경빈 (어처구니 없는) 뭬, 뭬요?! 내관 마마께오서 이 늙은 것의 마음을 가납하여 주시리라 믿고 물러가옵니다. (공손하게 조아리며 비단을 놓아둔 채 뒷걸음질로 방문을 나간다) 경빈 (울그락붉그락하며)..저,저런?!(비단을 휙-집어던진다)..사내구실도 못하는 놈이 감히 뉘 앞에서?!..(분기를 누르며 '두고보자')..음!! s#44. 정윤겸 집 안채 마당 박씨, 안채 방안에서 마당으로 내려서다가 양평댁과 배서방이 새 밥상을 들고 사랑채에서 부엌쪽으로 오는 것을 보고 박씨 배서방, 대감께오서 이번에도 그냥 물리셨는가? 배서방 (송구스럽다)...예, 마님.. 박씨 ...! 양평댁 걱정이옵니다. 마님께서 사랑에 드시어 말씀을 드려보시지요. 박씨 알았네...(사랑채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s#45.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윤겸, 수척한 얼굴로 연상 앞에 앉아 한숨을 내쉬는데 박씨(E) 대감. 정윤겸 (방문쪽을 돌아보면).. 박씨 (방문을 열고 들어와 앉는다)..대감, 근자에 수저 한번 아니 드시고 상을 르시니 어인 연유이시옵니까? 정윤겸 ..음! 박씨 장흥댁을 내 보낸 것이 그리도 마음 아프시옵니까? 정윤겸 ... 박씨 그런 것이옵니까?! 정윤겸 (보며) 부인, 내 도총관직을 사직하고 낙향을 하려고 하오. 박씨 (놀라) 예에?.. 나,낙향?! 정윤겸 내 가솔들조차 건사하지 못하는 위인이 어찌 병사들을 통솔하는 관직에 있을수 있겠소?..허니 그리 알고 있으시오. 박씨 아니 되옵니다. 어찌해서 오르신 자리이온데 팽겨치시다니요? 정윤겸 팽겨치다니?! 부인마저 내 뜻을 거스를 셈이요?! 박씨 (울상) 대감께서 낙향을 하시면 우리 렴이의 장래는 어찌하옵니까? 그리는 못하옵니다. 정윤겸 부인!! 박씨 (눈물 돌며) 대감, 차라리 소첩을 죽여주시옵소서! s#46.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정광필, 안당, 그리고 남곤이 앉아있다. 중종 과인은 예조와 성균관에서 천거한 조광조를 등용코자 하오. 경들의 의견은 어떠하오? 정광필 조광조는 식견이 출중하고 언행에 있어서도 성현을 흠모하여 따르는 바가 철하다고 들었사옵니다. 삼사에서 여러차례 천거가 있었사오니 이번에 발하시옵소서. 남곤 조광조가 쓸만한 인재라고는 하오나 아직 대과에도 급제하지 못한 일개 생에 불과하옵니다. 게다가 성정 또한 급하고 과격한지라 아직은 수신에 쓰게 하오심이 가한줄로 사료 되옵니다. 중종 (안당을 보며) 이판은 어찌 생각하시오? 조광조는 이판이 각별히 아끼는 인재라 들었소. 안당 전하, 조광조는 덕을 더 쌓아서 뒷날에 크게 쓰일 인물이옵니다. 훗날 그의 경륜이 더 쌓여진 후에 등용하시어도 늦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남곤,정광필 (의외라는 듯 안당을 보는)...? 중종 ...아직 이르다?..음!.. s#47. 대궐 일각 정광필과 안당이 걸어오고 있다. 정광필 허어, 조광조를 누구보다도 아끼시는 대감께서 등용을 반대하시다니요? 안당 (미소)소 잡는 칼로 닭을 칠 수는 없는 법이지요. 정광필 예에? 허면... 안당 지금 조광조에게 관직이 내린다해도 별좌나 참봉직 아니겠소이까? 별좌와 참 봉은 캄캄한 밤에 권세있는 집을 드나들며 관직을 구걸하는 사람들도 천하 게 여기는 벼슬인데 그 사람에겐 맞을 리가 없지요.허허. 정광필 ...! s#48. 정윤겸 사랑채 옆 누마루 앞 정윤겸, 관복을 차려입고 마당으로 내려서는데 정렴과 옥련이 그 앞으로 달려와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린다 정렴.옥련 아버님. 정윤겸 ....? 정렴 아버님께오서 사직하시려 하신다고 들었사옵니다. 그 말씀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정윤겸 어허, 너희들이 나설일이 아니다, 일어들 나거라. 옥련 저희들 아버님께오서 사직하신다는 말씀을 거두워 주실때까지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옵니다.흑흑.. 정윤겸, 눈물을 흘리는 정렴과 옥련을 착잡한 눈길로 본다. 정윤겸, 안채쪽을 휙 돌아보면 박씨가 이 모습을 보고 서있다가 방으로 들어간다. s#49. 성균관 숙사 방 안 조광조가 단아하게 앉아 책을 읽고 있는데 김식,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김식 (앉으며) 효직이, 들었는가? 조광조 (보며)...? 김식 안판서께서 자네의 등용을 반대하셨다네. 조광조 허허, 관직에 뜻이 없는 이 마음을 헤아려 주신게지. 김식 관직에 뜻이 없다니? 허면 훈구세력들이 후궁들과 결탁하여 썩은 권세를 휘두르도록 내버려둘 셈인가?! 우리 유생들이 관직에 나가 그들과 맞서야 하는 것이 아닌가말일세. 조광조 자네 말이 맞네. 하지만 지금 조정은 소인배들의 천하일세. 청탁이 줄을 잇고, 뇌물액수에 따라 관직이 팔리고 있어. 그런 조정에 나아가봤자, 독야청청할 뿐 주상전하께 아무런 도움도 되어드릴 수 없네. 김식 ..허어 이리도 무기력한 내 자신이 부끄럽구만.. 조광조 노천, 너무 조급해 말게. 아직은 때가 아닐세..저들과 맞서 싸우려면 우리 진사류들의 뜻과 힘을 하나로 결집할 구심점이 필요하네. 김식 (생각하며)..구심점이라?(흠짓 보며)허면 이번에 대군께오서 탄생하오시면? 조광조 (끄덕이는)... 김식 ..음! 대군,대군이라... 조광조 (결연하게) 우리가 도학정치의 뜻을 펼 날이 반드시 올걸세! 나는 전하를 믿네. s#50. 편전 안 중종 앞에 정윤겸이 면대를 하고 있다. 승지가 앉아있고 사관이 받아쓰고 있다 중종 사직이라니 가당치도 않소! 정윤겸 전하, 사직하려는 신의 뜻을 가납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불가하오! 이만 물러가시오! 정윤겸 전하!!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중종 경은 과인의 노여움을 사서 파직되고 싶은것인가?! 정윤겸 ...전하! 중종 과인이 경의 뜻을 충분히 헤아린 후에 마음을 정할터이니 물러가 있으시요 정윤겸 ... s#51. 빈청 안 윤임과 정윤겸이 앉아있다. 윤임 사직이라니, 당치도 않사옵니다.대감. 정윤겸 (고개를 저으며)...도성안이 너무 답답하외다. 낙향을 윤허하지 않으신다면 차라리 변방에 나가 달리는 말 위에서 바람이나 맞으려오. 윤임 ... 홍경주 (헛기침을 하며 들어오며) 어허, 두분 오랜만이외다. 정윤겸 (일어서서)남양군대감 오셨사옵니까? 윤임 (형식상 일어나서 고개를 숙이고 자리 바꾸어 앉는다) 홍경주 (앉으며 정윤겸을 보고)..정총관이 전하께 사직을 청하셨다지요? 정윤겸 예.. 홍경주 정총관은 너무 외골수로 무관의 길만을 걸어와서 그런게요. 판부사처럼 무관에서 공신으로, 또 외척으로 철마다 말을 갈아 탔다면 사직하겠다는 마음 같은 건 들지 않았을텐데 말이오? 아니 그렇소, 판부사? 윤임 (노려보며)뭐요?! 홍경주 왜요? 윤임 (떫은 표정)...음!! 홍경주 (통쾌하게 웃는)하하하! 정윤겸 .... s#52. 어느 길 길상과 난정이 걸어온다. 길상 (손가락질 하며) 저기만 지나면 임진나루야. 여기서부턴 혼자갈 수 있지? 난정 ..응.. 길상 그럼 난 갈게..달래가 걱정을 많이 할거야. 난정 ...괜히 나 때문에...모가비 아저씨한테.. 길상 (웃어주며)괜찮아..맞는데는 나 따라올 장사가 없거든? 난정 ..달래하고도 정이 많이 들었는데...인사도 못하고..(문득) 길상아! 길상 (보며)..응?.. 난정 (품속에서 옥매향이 준 옥가락지를 꺼낸다) 이거 달래 줘. 길상 (보며)..이렇게 귀한 걸..? 난정 괜찮아, 내 친한 동무가 준거야. 그 애도 달래를 줬다면 좋아할거야. 길상 (씩 웃으며)..알았어..꼭 전해줄게. 난정 ..잘 있어...또 만나자.. 난정, 돌아서는데 저쪽 골목에서 달래가 나오는 것이 보인다. 난정 (놀라)...어?!..(반가움에) 달래야! 달래 (돌아보고)..난정언니!..오라버니! 길상 달래야- 하는데 달래가 나왔던 골목에서 모가비와 능금이 뒤따라 나온다. 난정,길상 (모가비를 보고 겁에 질리는)...!! 모가비 (난정과 길상을 보고)...저,저것들이!! 모가비, 눈을 부라리며 난정쪽으로 달려온다. 길상 난정아, 빨리 도망쳐! 난정 너, 너는! 길상 빨리 가라니까! 난정, 주춤주춤 물러서다가 뒤로 돌아 달린다. 모가비, 난정을 향해 달리는데 길상이 그 앞을 막는다. 길상 안되요, 난정일 보내주세요, 어르신! 모가비 (눈을 부라리며)..이눔의 자식!(주먹으로 길상을 후려친다)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길상. 모가비, 난정이 간 쪽으로 달려가려는데 뒤쫓아온 능금이 매달린다. 능금 아부지, 그냥 보내줘! (울먹이며) 그냥 보내주란말야! (운다) 모가비 (능금의 눈물에 멈춰서는)...능금아.. 어느새 골목길로 사라져 버린 난정. 달래가 정신잃은 길상에게 달려붙어 '오라버니-'부르며 엉엉운다. 능금, 눈물 그렁그렁하여 난정이 간 쪽에다 고함을 지른다. 능금 난정아, 너 다신 돌아오지마! 내 눈에 띄면 가만 안놔둘거야!! s#53. 다른 골목길 정신없이 도망쳐 오던 난정이 뒤를 돌아보다가 누군가와 쿵-부딪친다. 난정, 뒤로 나동그라진다. 당추 아,아니! 난정아! 너 난정이 아니냐? 난정 (보면 부딪친 사람은 당추다)..스님! 당추 (난정 앞에 앉아 보며) 오,그래 무사했구나..무사했어! 난정, 울먹울먹거리다 당추의 가슴에 안겨 엉-울음을 터뜨린다. 당추, 난정을 안아주며 '나무관세음보살...'중얼거리는데서. s#54. 자운아 기방 앞 골목 길(밤) 윤임과 정윤겸이 사인교에서 내려 청사초롱이 밝혀진 대문 앞으로 온다. 윤임 허허, 내 오늘은 도총관대감의 심기를 풀어드리는 자릴 마련할테니 마음껏 취해 보시지요. 정윤겸 ...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맨상투에 홑저고리에 고의차림의 윤원형이 건장한 하인 두명에게 팔짱을 끼인채 대문 밖으로 질질 끌려 나온다. 그 뒤를 따라 나오는 자운아. 윤원형 (발버둥치며) 어허, 놓지 못할까?! 이놈들아 내가 누군줄 알고?! 난 중전마마의 일문이란 말이다! 윤임 (찌푸리며 자운아보고) 이 무슨 소란인가? 자운아 (보고 조아리며) 대감님들 오셨시오? 윤원형 (윤임보고 눈이 휘둥그래지며)숙부님! 자운아 (놀라)대감께서 아시는 분입네까? 윤임 ..내 조카뻘 되는 사람일세. 헌데 무슨 일인가? 자운아 모자란 술값 대신 도포와 갓을 맡아두었더니 저리 행패시지 뭡네까? 정윤겸 허어, 아무리 기방법도가 야박하기로서니 사대부의 의관을 빼앗다니?! 자운아 (조아리며) 됴총관 대감 오해 마시라요..쇤네는 고저 분수에 넘치게 기방출입하시는 이 서방님의 버릇을 고텨 드리고저 했을뿐이옵네다. 윤원형 뭬, 뭬야, 이런 괘씸한 퇴기년이..?! 윤임 내 술 값 셈을 해줄테니 이 사람의 의관을 내어주게나. 자운아 예,그리하디요. 윤원형 (바닥에 넙쭉 절하며) 황감하옵니다, 숙부님.. 윤임 이 사람아, 고뿔 들겠네. 어서 의관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게나. 윤원형 (윤임을 올려보는)...숙부님..이왕 망신도 당할 만큼 당한 터이니 이놈도 두분 술자리에 끼면 안되겠사옵니까? 윤임 뭐야?..이 사람 넉살도 좋구먼.허허허! 정윤겸과 자운아도 웃고 눈치를 보던 윤원형도 웃음을 터뜨린다. s#55. 당추 암자 마당(낮) 동자승, 법당쪽으로 급하게 뛰어온다. s#56. 동 암자 법당 안 난정모, 부처님 앞에 절을 올리고 있는데 급하게 뛰어온 동자승이 열린 법당문 밖에서 난정모를 부른다. 동자승 보살님, 큰스님께서 오시옵니다. 난정모 (돌아보며)..스님께서요? 동자승 (법당 문 밖에서) 예, 난정이를 데리고 오시옵니다. 난정모 (놀라)...예에?! 난정모, 급하게 일어서 법당 밖으로 나간다. s#57. 동 암자 마당 난정모, 법당 밖으로 나와 계단쪽으로 뛰어가는데 계단 위로 올라오는 당추와 뒤이어 난정의 얼굴이 보인다. 난정모 (난정을 보고 멈칫 선다)...!! 난정 (난정모를 보고)..어,어머니.. 난정, '어머니-'부르며 계단을 뛰어 올라와 난정모의 품에 안긴다. 난정모 (꼭 끌어안으며)..난정아..!! 난정 (울음을 터뜨리며) 어머니..어머니..잘못했세요..어머니! 난정모 (눈물 흘리며)..난정아!난정아! 난정, 난정모의 품에 안겨 눈물을 펑펑 쏟아낸다. 지켜보던 동자승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힌다. 당추, 허공을 바라보며 한숨을 뱉어낸다. 부둥켜 안고 재회의 눈물을 흘리는 난정모녀의 모습에서 깊은 F.O s#58. 중궁전 외경 F.I 되면 주변에 서 있던 중궁전 나인들이 초조하게 지켜보는 위로 산고를 겪는 중전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s#59. 중궁전 방안 중전, 얼굴과 소복이 온통 땀범벅이 된 채 힘을 주고 있다. 수측나인들이 중전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고 있고... 노(老)상궁이 아기를 받는 중이다. 노상궁 마마, 조금만 더 힘을 주시옵소서.. 중전, 이를 악물고 난산의 고통을 참아내면서 안간힘을 쓴다. s#60. 편전 방 안 중종, 초조한 얼굴로 방안을 왔다 갔다하고 있다. 중종 (방 밖을 돌아 보며) 중궁전에선 아직 기별이 없느냐? s#61. 동 편전 방 밖 복도 시립해 있던 김상궁이 방쪽에다 머리를 조아리고 말한다. 김상궁 예, 아직이옵니다 내관 (초조한듯).... s#62. 동 편전 방 안 중종 (혼잣말)..허어, 답답하구나..왜 이리 더딘게야..?(어딘가를 돌아본다) s#63. 중궁전 방 안 중전, 삼줄을 틀어쥐고 숨을 몰아쉬다가 온 힘을 다해 용을 쓴다. 동시에 응애-응애- 애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중전, 탈진한 듯 삼줄을 스르르 놓고 금침위로 털썩 무너진다. s#64. 동 중궁전 방밖 복도 안절부절하여 시립해 있던 박상궁이 응애-애기 울음소리에 흠짓 놀라 방쪽을 돌아본다. 박상궁 ...!! s#65. 희빈 처소 방 안 병풍 앞에 차려진 소반 위에 부적이 놓여져 있고, 생쌀이 수북히 담긴 사발엔 황촛불이 꽂혀있다. 희빈, 촛불 앞에 두손을 비비며 간절하게 빌고 있다. 희빈 (연신 조아리며)...딸이옵니다..딸..! 부디 중전이 딸을 낳게 해주시옵소서. s#66.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경대를 보며 머리를 빗고 있다. 경빈,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야릇한 미소를 짓는다. 경빈 (마치 희빈에게 말하듯 혼잣말)...그리 호들갑 떨 것 무에있누? 어차피 공주 낳을 것을..호호. s#67. 편전 뒷 마당 박상궁, 급한 걸음으로 교태전을 나와 편전 뒷계단을 올라 안으로 들어간다. s#68. 편전 복도 박상궁, 김상궁과 대전내관이 있는 편전 방문 앞으로 급하게 온다. 김상궁과 대전내관이 박상궁을 반갑게 본다. 김상궁 (급하지만 낮게)..어찌 되었소? 박상궁 (환하게 웃어준다).. 내관 (알아듣고 희색이 돌며 방안에다)전하, 중궁전 박상궁 들었사옵니다 s#69. 동 편전 방안 중종, 연상 앞에 앉아있다가 반갑게 방문쪽을 돌아본다. 중종 오, 어서 들라해라. 내관(E) 예. s#70. 동 편전 방 안 방문이 열리면 장지문 앞에 꿇어앉아 머리를 조아리는 박상궁. 중종 그래, 중전의 산후가 어떠하시냐? 박상궁 순산을 하셨사옵니다. 중종 (반갑게) 순산을 하였어?!..(잔뜩 기대감에) 중전이 무엇을 생산하시었느냐? 박상궁 상감마마, 감축드리옵니다. 대군아기씨께옵서 탄생하셨사옵니다. 중종 (입이 벌어지며)..무어?..대군?!..대군을 생산했어? 대군을?! 하하하! 중종,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박상궁 모두가 종묘사직의 음덕이옵고, 상감 마마의 산하와 같은 홍복이시옵니다. 중종 하하하, 오냐,오냐!..(일어서며) 김상궁, 무예청에게 일러 자비를 놓도록 해라. 과인이 중궁전에 나가 대군을 보리라. 김상궁 아직 삼일도 지나지 않았사온데 친임을 하시옵니까? 속기가 있을까 저어하옵니다. 중종 아비가 자식을 보는데 삼일씩 기다릴 것이 무에 있느냐? 내 친히 대군을 면한 연후에 조정과 백성에게 대군의 탄생을 반포하겠노라. s#71. 희빈 처소 방 안 향이가 희빈앞에 고개를 떨군채 서있다. 희빈 뭬,뭬야?!..대군?! 향이 (울상되어)...예.. 희빈 (허탈)..이럴수가, 이럴수가...밤낮으로 치성을 드렸건만..대군을 낳아?! 희빈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며 촛불 켜진 소반을 휙 돌아본다. 희빈, 신경질적으로 소반을 와장창 엎어버린다. s#72. 경빈 처소 방 안 경빈이 침울한 표정으로 침묵속에 앉아있고 그 앞에 금이가 눈치를 보며 앉았다. 경빈 (무겁게 입을 열며)...금아... 금이 예..마마님. 경빈 ..술상 좀 보아오너라... 금이 (보며 의아하여) 예? 경빈 ..내 대군아기씨 탄생을 감축하여 술 한잔 해야겠다. 금이 (울상)..마마님... 경빈 어서! 금이 ..예..(일어나 방 밖으로 나간다) 경빈 (어딘가를 노려보며 혼잣말)..그래..대군을 생산하였단말이지..? ..대군을.. s#73. 중궁전 밖 마당 시윗-시윗- 무예청들의 소리가 들리며 중종의 태운 옥교가 중궁전 앞에 멈춰선다. 중종, 옥교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면 그 뒤를 따르는 대전내관과 김상궁을 비롯한 대전나인들. s#74. 중궁전 방 안 중전, 자리에 누워있고 수측나인이 명주포대기로 꼭꼭 싼 갓난아기를 중전에게 보여주고 있다. 중전, 감격스럽게 아기의 얼굴을 보며 눈물을 글썽거리는데 박상궁(E) 중전마마, 상감마마 납시셨사옵니다. 중전, 눈물을 닦으며 이불을 헤치고 힘겹게 일어나 앉는다. 중종,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아기를 안고 있던 수측나인이 일어나서 중종을 맞이한다. 중종 (중전보고 손을 내저으며)아니오 일어나지 마오, 중전 ...망극하옵니다.. 중종 (앉으며) 첫국밥은 자시었소? 중전 예.. 중종 (다정하게)..입맛이 달아야 젖이 흔하다는데 즐겨 자시었소? 중전 예, 달게 먹었사옵니다. 중종 (중전의 손을 넌지시 잡으며) 애 많이 쓰시었소. 이번에 대군을 낳은 것은 전의 큰 덕에 하늘이 감동하신게요. 중전 (수줍고 황감하다)..황감하옵니다.. 중종 (아기를 안은 수측나인을 보고) 대군을 데려오너라. 수측나인 예..(아기를 중종 앞으로 데려간다) 중종 이리 다오.. 중종, 나인에게 명주포대기에 쌓인 아기를 건네 받는다. 중전 황공하옵니다. 쉬를 싸서 용포가 더러워지면 어찌하옵니까? 중종 허 별 말씀을 다 하는구려. 귀여운 쉬는 좀 받아도 좋은거요. (아기의 얼굴 보며) 어디 보자..누굴 닮았누?.. 눈하고 코는 꼭 나를 닮았구려? 중전 ..귀도 흡사 전하의 모습이옵니다. 중종 그래요? (다시 보며) 허허 과연 그렇구려. 허허허. 애기가 잠에서 깬 듯 응애-응애-울어댄다. 중종 허허, 그 놈 영악도 하다. 용종이라 다르구만..허허허.. 중전 (중종의 좋아하는 모습에 미소를 짓는다)... s#75. 난정모 초가마당 난정모, 솥단지가 놓인 아궁이 속에다 잔솔가지를 떼고 있다. 정윤겸, 헛기침을 하며 마당으로 들어선다. 난정모 (돌아보고 일어서서)..대감마님..! 정윤겸 (미소)잘 있었는가? 난정모 어찌 기별도 없이.. 정윤겸 그리 되었네..들어가세. 정윤겸, 방 쪽으로 가서 방안으로 들어간다. 난정모, 정윤겸의 신발을 바로 놓아주고 따라들어간다. s#76. 동 난정모 방 안 정윤겸, 작고 허름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방안으로 들어와 앉는다. 난정모, 따라들어와 그 앞에 앉는다. 정윤겸 (둘러보며) 집이 좁아 불편하지는 않은가? 난정모 당치도 않은 말씀이시옵니다. 대감께오서 난정이의 죄를 사하여주신 것만도 지덕지이온데 저희 모녀 살 집까지 마련해 주셨으니 백골난망이옵니다. 정윤겸 ..난정이가 보이지 않는구만? 난정모 심부름을 보냈사옵니다..잠시만 기다리오소서. 쇤네가 약주를 받아오겠사옵다 (일어서려는데) 정윤겸 아닐세, 게 앉게. 내 자네에게 할 말이 있네 난정모 (앉으며 보는)..? 정윤겸 내 이번에 함경도 절제사로 나가게 되었네. 난정모 ...예에?! 정윤겸 한동안 들르지 못할 것 같아 내 떠나기 전에 자네 얼굴이나 보러 들렀네. 난정모 (섭섭하다)...! s#77. 어느 대갓댁 대문 앞 길 여인(E) 어미한테 바느질삯은 내일 보내준다고 일러라. 난정(E) 예. 대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오는 난정. 예전보다 한층 밝아진 얼굴이다. 난정, 걸어가는데 반대편에서 화려한 기생모자와 옷차림의 기생이 견마를 잡힌 나귀를 타고 온다. 난정, 무심코 지나치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기생을 돌아다 보고는 어디론가 바쁘게 간다. s#78. 자운아 기방 중문안 마당 옥매향, 춤사위를 연습하고 있다. 옥매향, 발동작이 어색한지 갸웃하며 반복해 보는데 난정, 중문 안쪽으로 고개를 쏙 내민다. 난정 매향아! 옥매향 (돌아보고 놀라)..나,난뎡아! 난정 (웃어주며) 잘 지냈니? 옥매향 (달려와 두손을 와락 맞잡으며) 이 에미나이래 한양엔 언데 왔네? ..내레 널 올마나 보고 싶었는둘 아네? 난정 (글썽)..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 s#79. 자운아 기방 대청 난정과 옥매향이 앉아있다. 옥매향 기럼, 황디니 선생님은 뵙디도 못하고 돌아온기야? 난정 응..미안해.. 옥매향 (웃으며)에미나이래, 미안할꺼이 뭐있네? 살아 돌아온것만두 다행이디. 난정 ...고마워. 옥매향 암튼 넌 좋갔다, 오마니랑 새 딥에서 살게 됐으니끼니말이야. 난정 (웃으며 끄덕이는)..응,그래. 옥매향 난뎡아, 너 아직도 조선최고의 기생이 되고픈 맘이 있네? 난정 (시무룩해지는)... 옥매향 와? 나하고 약속한거 벌써 닞은거야? 난정 ...기방근처엔 얼씬도 안하기로 어머니하고 약조를 했어... 옥매향 기래? (아쉽지만)..기럼 어쩔수 없디 뭐..난뎡아, 우리 아직도 동무 맞디? 난정 그러엄. 그걸 말이라고 해? 옥매향 (밝게 웃으며) 기럼 됐어. 앞으로도 우리 친하게 지내자우. 난정 (환하게 웃으며) 그래.. s#80. 난정모 집 마당 난정, 삽짝 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어머니, 다녀왔세요. 난정모 (부엌에서 나오며)..왜 이리 늦었니? 대감마님께서 오셨다가셨는데. 난정 대감마님께서요?.. 난정모 (책하듯) 그래, 널 보고 가시겠다고 한참 기다리셨어. 난정 ...오는 길에 동무를 만났세요. 난정모 동무..?..매향이란 아이 말이냐? 난정 ..예. 난정모 (단호하게) 앞으론 그 애를 만나지 마라. 난정 (보며) 예에?..하지만.. 난정모 에미하고 한 약조를 벌써 잊었느냐?! 난정 (풀이 죽어)..예, 알았세요.. 난정모 들어오너라, 밥 먹자.(밥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난정,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길상의 단소소리. 난정, 깜짝 놀라 돌아본다. 뚝 그치는 단소소리. 난정모 (방에서 내다보며) 뭐하고 있어. 얼른 들어오지 않고? 난정 (난정모 보며) 예, 들어가요...(뭔가를 생각하다가 방으로 들어간다) s#81. 윤임 사랑채 방안 윤임과 윤임처가 앉아있다. 윤임 허허, 이번에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씰 생산하신 데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봉은사에서 치성을 드린 부인의 공도 컸소. 윤임처 (눈물까지 글썽하여) 중전마마께오서 어지시니 부처님께서 복을 내리신 게지요. 윤임 암요, 그렇고 말구요...(일순 웃음을 뚝 그치고 어두워진다)... 윤임처 (안색을 살피고는) 왜 그러시옵니까? 윤임 앞으로 대군아기씨를 지켜드리기 위해선 내 주변에 사람들이 필요할 터인데.. 파릉군대감도 떠나시고, 정도총관마저 변방의 외직으로 나가게 됐으니..그게 마음에 걸리는구려. 윤임처 ...정도총관께서 외직으로 가시게 되었습니까? 윤임 (끄덕이며) 전하께오서도 정도총관의 뜻을 꺽지 못하신게요. s#82. 정윤겸 집 사랑채 외경(밤) 불켜진 방 안에서 정윤겸의 소리가 들려나온다. 정윤겸(E) 아비가 집을 비울땐 네가 이 집의 가장이다. s#83. 동 사랑채 방 안(밤) 정윤겸 앞에 박씨와 정렴, 옥련이 앉아있다. 정윤겸 (정렴을 보고) 아비가 변방에 나가있는 동안 상봉하솔을 잘해야 하느니라. 정렴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정윤겸 옥련이 너도 어머니와 오래비 말에 잘 따르도록 하고. 옥련 (눈물 글썽이며)..예..아버님.. 박씨 (한숨 쉬며)..도총관직에 오르시어 자리를 잡는가 싶더니 다시 외직이라니요? (보며) 대감, 차라리 청탁이라도 넣어보시지요. 정윤겸 허어, 이미 어명이 계셨거늘 청탁이라니요?! 그 무슨 가당치도 않는 말씀이요? 박씨 (땅이 꺼져라 한숨 내쉰다)... s#84. 남곤 사랑채 방 안(밤) 남곤과 심정이 침통하게 앉아있다. 심정 대감, 대세는 이미 기울어진 것 같소이다. 앞으로 전하의 마음이 중궁전과 대군아기씨에게로 향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지 않소이까? 남곤 ..음!!.. 심정 이렇게 된 바에야 차라리 판부사와 손을 잡고 앞 날을 도모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인 듯 싶소이다. 남곤 ..너무 성급한 판단이외다. 대군은 갓 태어난 핏덩이에 불과하오. 심정 예에? 남곤 대군이 아무탈 없이 장성하여 세자책봉을 받고 보위에 오른다고는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겠소? 심정 ...음!! 남곤 (허공을 보며 한숨)..경빈마마께오서 상심이 크실것이온데..걱정이구려. s#85. 경빈 처소 방 안(밤) 경빈, 일렁거리는 황촛불을 벗삼아 술을 마시고 있다. 경빈 ..내 예까지 어찌 왔는데...경상도 상주 촌계집으로 태어나... 궁핍 때문에 온 갖 멸시를 다 받다가...길러준 아비와의 인연까지 끊고.. (술잔을 채워 단숨에 마신다)..궁궐에 들어와...이제야 겨우 대비전이 눈 앞에 보이는 듯 싶었는데...(술잔을 채우다가 눈빛이 날카롭게 빛난다) ...하! 안되지..그럴순 없지...내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게야.. 두고 보라지..두고보라지...(광기서린 웃음을 토해낸다)호호호호- s#86. 중궁전 외경(낮) 대비의 옥교가 세워져 있는 위로 자순대비의 웃음소리가 들리면서 s#87. 중궁전 방 안 중전이 아기를 품에 안고 있고 자순대비가 그 옆에서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다. 자순대비 누굴 닮아 이리도 잘생기셨을꼬? 호호. 중전 (미소로 보는)... 자순대비 내 중전에게 적자가 없는 것이 항상 한이더니, 조종의 유덕으로 십년만에 대군의 탄생을 보게되어 조상께 죄를 면한 듯하여 무한히 기쁘구려. 중전 모두 대비마마의 홍복이시옵니다. 자순대비 암요, 암요, 중전, 모쪼록 원자를 잘 기르도록 하세요. 중전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s#88. 중궁전 방 밖 복도 내의원의 약방나인이 탕약을 들고 온다. 박상궁 마마, 내의원에서 탕약을 지어왔사옵니다. 중전(E) (방문쪽 보며) 들이게. 박상궁 예. s#89. 중궁전 방 안 방문이 열리면 박상궁이 탕약을 소반에 받쳐들고 들어온다. 중전, 아기를 수측나인에게 건네준다. 중전, 박상궁이 두손으로 건넨 약사발을 받아들고 마시려다 흠칫 얼굴을 든다. 중전의 눈 앞으로 순간적으로 확 덮쳐오는 (INTER CUT) "7회 수정고 s#44의 허공을 나르던 붉은 깃발" 중전, 헉-비명을 지르며 약사발을 떨어뜨리면 바닥에 쏟아지는 탕약, 중전,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자순대비 (놀라) 중전! 왜 그러시오?! 박상궁 (다급하게)마마! 마마! 정신차리시옵소서. 자순대비 (박상궁 보고) 어서 내의원에 기별 해라! 박상궁 예.(급히 방밖으로 나간다) 중전의 의식 잃은 얼굴위로 아기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s#90. 갖바치 마당 방백인, 안절부절하여 한숨을 푹푹 내쉬며 마당을 왔다갔다 하고 있다. 갖바치, 작업대에 짜투리 가죽들을 쓸어내다가 방백인을 보고 갖바치 자네 어찌 하루종일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 좌불안석인가? 방백인 (다가오며) 어째 오늘 일진이 께름직한게..(하다가 번뜩) 혹시 중전마마께오서 수평아리를?...('아,그렇구나')..! 갖바치 수평아리라니?..그게 무슨소린가? 방백인 형님, 내 아무래도 당분간 도성을 떠나야겠소. 갖바치 당골댁은 어쩌고? 방백인 그 찰거머리같은 여편네는 왜 자꾸 들먹이슈? 갖바치 (놀리는) 점바치와 당골네는 된장에 상추쌈 궁합아니던가? 방백인 형님! 당추(E) 된장에 상추쌈이 어쨌다고? 갖바치와 방백인이 돌아보면 행장을 차린 당추가 마당으로 들어선다. 갖바치 형님도 어딜 떠나시는 길이오? 당추 (끄덕이며)내 오랑캐들의 침범이 잦은 함경도지방을 한번 돌아볼 작정일세. 방백인 (솔깃하여) 거 잘됐소. 당추형님 나랑 동행합시다, 잠깐 기다리슈.(방으로 들어 가는) 당추 저, 저, 촐싹대기는?..(갖바치 보고)..나 없는 동안 자네가 난정이와 보살님 댁을 자주 들러보게. 갖바치 염려 마시고 조심해서 다녀오시오. s#91. 어느 골목길 당추와 방백인이 걸어온다. 방백인 (골목 둘러보며)형님, 함경도로 가신다면서 왜 남소문쪽으로 가시오? 당추 떠나기 전에 잠시 들를데가 있네. 방백인 도총관 소실댁네 말이지요? 당추 (돌아보면)... 방백인 헤헤, 내 사주쟁이 눈칫밥 삼십년이요... 헌데 내 전부터 궁금한게 있었는데 말이오?..난정이란 아이가 대체 누구 씨요? 당추 (흠짓하여 보는)...뭐야?! 방백인 형님도 그렇고 갖바치 형님도 그렇고, 왜 그 아이 얘기만 나오면 쉬쉬하시는게요? 당추 자네같은 돌파리 점바치는 모르는게 약일세, 어험! (더욱 바삐 걸어간다) 방백인 아이구, 형님. 같이 갑시다.(당추 뒤를 부지런히 쫓아간다) s#92. 난정모 초가 마당 난정, 뒷곁에서 장작을 안아들고 나오는데 난정모, 바느질감 보따리를 들고 방에서 나온다. 난정모 난정아, 이거 김진사댁에 갖다드리고 오련? 난정 예, 어머니.(장작을 놓고 난정모쪽으로 다가온다) 난정모 (보따리 건네며) 지체 높으신 댁이니 예의범절 깍듯이 차려야 한다. 난정 (보따리 받아들고) 염려마세요,어머니. (웃으며) 다녀 올게요. 난정, 삽짝 밖으로 쪼르르 나간다. s#93. 윤원형 집 밖 길 난정, 옷보따리를 들고 걸어오는데 댕기머리 윤씨, 빨래 함지를 들고 대문 밖으로 나온다. 난정 (윤씨를 보고 조아린다)..아씨, 안녕하셨세요? 윤씨 (알아 보고)..너 골목 옆 집으로 새로 이사 온 아이로구나? 난정 예, 아씨..난정이라 하옵니다. 윤씨 그래, 아주 총명하게 생겼구나. 난정 (수줍게 웃다가 빨래함지 보고 의아하여)..헌데 양반댁 아씨가 엄동설한에 손수 빨래를 하셔요? 윤씨 (미소)..종을 두고 부릴 형편이 못되니 어쩌겠느냐? 난정과 윤씨, 걸어가는데 반대편에서 당추가 휘적휘적 걸어온다. 난정 (당추를 발견하고 반갑게) 스님! 당추 (보고) 오, 난정아, 잘 있었느냐? 난정 예, 스님도 무고하셨지요? 당추 오냐, 어머닌 집에 계시느냐? 난정 예..(윤씨쪽 보며) 아 참, 이분은 별좌댁 아씨세요. 당추 (합장하며) 소승 당추라 하옵니다. 윤씨 (고개 숙인다)... 방백인 (허겁지겁 당추쪽으로 오며) 축지법을 배웠수? 웬 걸음이 그리 빠르슈?.. (멈춰서다가 윤씨를 보고 숨이 탁 멎는 듯 놀라 휘둥그레진다)...?!! 윤씨 (방백인 시선 의식하고)..? 방백인 ..주,중전마마!! 방백인, 윤씨의 발아래 털썩 무릎을 꿇고 큰 절을 올린다. 방백인 중전마마, 절 받으시옵소서!! 중전마마께 문후드리옵니다! 당추와 난정, 어리둥절하여 윤씨와 방백인을 번갈아 보고... 윤씨의 당혹스러워 하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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