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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프리즌

소 소장실 ()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교도소 운동장담벼락 아래로 우글거리는 죄수들.

그 광경을 배경으로 서 있는 정복차림의 교도관(영민,42).

방금 막 전출 온 듯 가방을 옆에 둔 채 차렷 자세.

맞은편엔 책상 앞에서 짐을 싸고 있는 비대한 체구의 소장(김소장,50).

 

김소장 아니 무조건 잡아 처넣기만 하면 땡이야씨발 우린 어쩌라고?

 

소파 테이블에 펼쳐져 있는 일간지 사회면 헤드라인.

 

<범죄와의 전쟁 1전국 범죄조직 사실상 와해>

<범죄발생 건수 급감새질서 새생활 기틀 마련>

 

김소장 범죄와의 전쟁웃기고 자빠졌네..... 쇼를 해도 정도껏 해야지.

이거랑 삼청교육대랑 다를 게 뭐야?

(소장명패를 가방에 집어넣으며안 그래?

영민 .......후임 소장님은 어느 분이 오십니까?

김소장 아직 안정해졌어.

영민 .........

김소장 당분간 강과장이 고생 좀 해야지 뭐막말로 누가 여길 오려고 하겠어?

가는 마당에 이런 말해서 미안한데여긴 교도소가 아냐똥통이야 똥통.

 

그때 밖에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벌컥 문이 열리고 헐떡이며 들어서는 교도관(병수,39)

 

김소장 뭐야또 그 놈이지?!

병수 (난처한 듯) ........

김소장 (자켓 걸치며난 몰라니들이 알아서 해.

 

괴로운 듯 한숨 팍 쉬는 병수.

김소장과 병수를 번갈아 쳐다보는 영민.

 

 

작업장 복도 공동 샤워실 ()

 

복도를 빠르게 걸어가는 영민그 옆을 따르는 병수.

 

병수 정익호라고 진짜 살벌한 놈인데요......

영민 알고 있어소문 장난이 아니던데?

병수 각오 단단히 하세요걔는요더러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영민 무서워서 피한다?

병수 (한숨 팍일단 가보시라니깐요.

 

피식 웃으며 앞장서 가는 영민.

전방 샤워장 입구에 서성거리며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교도관들 보인다.

 

CUT TO

공동 샤워장으로 들어서는 영민의 구둣발멈칫한다.

온 바닥에 흥건하게 깔린 검붉은 핏자국.

문신을 한 떡대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신음을 흘리고 있다.

온통 피를 뒤집어 쓴 채 마지막 한 놈을 족치고 있는 죄수의 뒷모습.

비명을 질러대는 상대의 코를 짐승처럼 물어뜯는다.

상대가 결국 혼절하자 그제야 쓱 돌아보는 죄수(익호,39) 살덩이를 툭뱉어낸다.

가만히 바라보는 영민뒤에선 병수가 우웩— 구토.

익호큰 숨을 내뱉고는 물끄러미 영민을 올려다본다.

 

익호 얘기 다 끝났어오늘부로 내가 대가리 먹기로-

영민 .........

익호 근데 누구셔보안과장 새로 온다더니...... 반갑습니다담배 있어요?

 

매서운 눈으로 익호를 빤히 내려다보는 영민.

 

 

교도소 징벌방 ()

 

한 평도 안 되는 좁은 공간.

더러운 벽과 누런 변기구석에 죽은 듯 웅크리고 있는 익호.

말라붙은 상처자국며칠을 굶은 듯 기아 난민처럼 움푹 들어간 눈자위.

철컹— 문이 열리고 들어서는 구둣발영민이다.

익호의 얼굴 앞에 툭떨어지는 빵과 우유.

순간 눈빛 살아나며 허겁지겁 빵을 뜯어 먹는 익호.

목이 메여 꾸엑구역질을 해대다 우유를 벌컥이면서 영민을 올려다본다.

 

CUT TO

담배를 문 익호에게 라이터 불을 붙여주는 영민.

영민도 담배를 붙여 물고 익호와 눈높이를 맞춘다.

— 길게 연기를 뿜는 익호어느덧 다시 살아난 섬뜩한 눈빛.

 

익호 얘기 많이 들었시다악질이라고.

영민 너만 하겠냐?

익호 나 조지러 오셨나본데....박 터지게 함 붙어봅시다누가 이기나.

영민 빵잽이 두목이 그렇게 하고 싶어?

익호 난 평생 여기서 못나가이왕 이렇게 된 거 대가리 잡고 편하게

살아야지.

(영민을 보며사람이 야망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니요?

 

대답 않는 영민새삼스레 익호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영민 .... 진짜 여기 니 세상처럼 살게 해주까?

 

이건 뭔소리냐는 듯 영민을 빤히 쳐다보는 익호.

 

 

교도소 직원 출구 ()

 

철컹직원 출구 문을 여는 교도관 병수.

활짝 열린 출구 밖으로 멀리 보이는 바깥 도시의 야경.

병수불안한 기색으로 옆을 쳐다보면 허름한 사복차림의 익호가 서 있다.

열린 문 밖으로 펼쳐진 바깥세상을 새삼 신기한 듯 바라보는 익호.

그 뒤로 구둣발 소리를 내며 다가서는 영민.

 

영민 그냥 바람 한 번 쐬고 온다고 생각해.

 

익호문 밖을 보다가 영민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익호 안 오면이 길로 그냥 날라버리면 어쩌실려고?

영민 그럼 뭐 독박 쓰는 거지.

 

팽팽하게 시선을 맞대는 익호와 영민.

익호마침내 모자를 눌러쓰고 밖으로 나간다.

 

 

교도소 통제실 ()

 

유리창을 거세게 때리는 빗줄기번뜩이는 번개와 곧이어 터지는 천둥소리.

TV에선 살인사건 관련 뉴스화면과 기자의 리포팅.

 

TV소리 경찰은 피살된 송근수 후보자의 집에 외부 침입 흔적이 있고

귀금속 등이 없어진 점 등으로 미뤄 강도 살인사건으로 보고,

범행 당시 현장 주변의 목격자를 찾는 등.......

 

TV엔 피살자로 보이는 근엄한 표정의 중년 남자 사진이 떠있다.

무심한 얼굴로 TV를 보고 있는 영민.

TV 속 피살자 사진과 똑같은 사진이 박힌 국회의원 후보자 명함을 들고 있다.

물끄러미 명함을 내려다보다가 라이터 불을 붙여 태우는 영민.

초조한 기색으로 벽시계를 보는 병수영민의 눈치를 살핀다.

 

병수 혹시.... 진짜 날라버린 거 아닐까요?

 

애써 태연한 듯 병수를 보며 대답 없는 영민.

그때 통제실 인터폰 벨이 울린다.

얼른 수화기를 집어 드는 병수잠시 듣다가 긴장하며 영민을 쳐다본다.

병수의 시선을 받고는 큰 숨을 내뱉는 영민자리에서 일어난다.

 

 

교도소 전경 교도소 정문 앞 ()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교도소 전경.

 

CUT TO

굳게 닫힌 교도소 정문으로 천천히 다가가는 누군가의 시선.

출구용 문이 철컹— 열리면 안에서 기다리고 서 있는 영민 보인다.

계속해서 다가가는 시선의 주인공 익호비를 맞으며 문 앞에 멈춰 선다.

익호새삼스레 교도소 정문을 올려다보고는 영민을 쳐다본다.

돌아온 익호를 보자 내심 안도하는 눈빛의 영민.

그런 영민을 빤히 쳐다보며 씩 웃음 짓는 익호교도소 안으로 들어간다.

교도소 철문 닫히자 곧바로 암전되는 화면그 위로 떠오르는 타이틀.

 

더 프리즌 영원한 제국

 

<F.O>

 

 

달리는 호송차량 교도소 전경 ()

 

달리는 호송차량차창 안으로 보이는 죄수들의 모습.

그 중 인텔리풍의 죄수(유건, 32), 세상 다 끝난 듯 침통한 표정.

호송차량 너머로 벌판 한 가운데 자리한 교도소 전경 드러나고 자막 뜬다.

 

<4년 후, 1995>

 

CUT TO

교도소 정문을 통과하는 호송차량감시탑에 근무 중인 무장 교도 경비대원,

꽤 오래된 분위기의 사동과 건물들을씨년스럽다.

 

 

교도소 원예실 ()

 

따사로운 햇살화사한 꽃나무가 만발한 실내.

앳된 얼굴의 교도관(최교도,27)이 낯선 곳에 온듯 두리번거리며 들어선다.

그러다 한 쪽을 보고는 자세를 잡고 경례를 붙이는 최교도.

최교도의 어깨 너머로 모습이 드러나는 상대편.

소나무 분재를 다듬다 멀거니 쳐다보는 갈색 죄수복 차림의 죄수익호다.

여전히 매서운 눈빛하지만 어느덧 경륜이 묻어나는 듯 여유로운 표정의 익호.

 

최교도 ....신고합니다교도 최성식은 42일부로.......

익호 됐어.

 

익호 목장갑을 벗으며 다가가자바짝 긴장하는 최교도.

 

익호 몇 살이냐?

최교도 스물일곱입니다.

익호 새파란 놈이 벌써부터 썩어 빠져가지고......

간수가 빵잽이한테 전입신고를 해?

최교도 ....보안과장님이 하고 오라고 해서....

익호 병수랑 잘 알아?

최교도 사촌형입니다.

익호 병수 그 놈은 말이야...... 물에 빠지면 바로 가라 앉아버려.

왜냐입이 무겁거든그래서 내가 걔를 좋아해.

 

죄수복 주머니에서 수표 몇 장을 꺼내는 익호.

최교도의 상의 포켓에 집어 넣어준다.

 

익호 잘 하자.

최교도 !

사동 복도 운동장 ()

 

배관이 훤히 드러난 복도 천장 아래로 길게 뻗은 복도.

벽에 붙은 각종 경고 푯말 <복장단정> <독보금지>

푯말의 문구가 무색하게 거침없이 홀로 복도를 활보하는 익호.

복도 끝 정면으로 보이는 철문을 향한다.

익호가 다가가자 지키고 있던 교도관이 신속하게 문을 열어준다.

익호문 밖을 나서면 눈부신 햇살과 함께 드러나는 운동장.

곳곳에서 흩어져 있는 죄수들의 시선이 일제히 익호에게 향한다.

다가오는 익호에게 길을 열어주듯 물러나는 죄수들.

하나같이 험악한 조폭풍의 죄수들이 일제히 허리를 꺾고 인사.

그 중 두목인 듯한 분위기의 죄수(홍표,35) 얼른 익호 앞으로 다가와 꾸벅 인사.

익호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선글라스를 꺼내 끼고 운동장을 둘러본다.

 

익호 뭔 날이냐왜 이리 술렁대?

홍표 검사님이 하나 오신다네요?

 

운동장 저편 대형철문이 양쪽으로 열리고 들어서는 호송버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죄수들이 일제히 우르르 다가간다.

버스에서 내리는 신입수형자들그 속에 섞여 있는 유건의 모습 보인다.

포승줄에 줄줄이 묶인 채 걷고 있는 유건.

몇몇 죄수들이 갑자기 달려들자 저지하는 교도대원들.

죄수들 먹잇감을 노리는 짐승처럼 유건에게 욕설과 고함을 질러댄다.

 

죄수1 어이송유건 이 씨발놈아나 모르겠냐?

죄수2 비켜 봐내가 일빳따야너 개새끼 확 갈아 마셔 버린다 씨발!

 

참담한 듯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숙이는 유건.

더욱 거칠게 달려드는 죄수들물러나라 밀치는 교도관들.

경비 교도대원들이 곤봉을 휘두르며 저지하자더욱 광분하는 죄수들.

이리저리 밀리고 휩쓸리며 끌려가는 유건.

그 모습을 낄낄거리며 보는 홍표 패거리.

선글라스를 벗는 익호무표정하게 유건을 가만히 지켜본다.

 

 

교도소장실 신입대기실 – 교차 ()

 

화면 가득 드러나는 교도소장 명패 <소장 강영민>

거울 앞에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있는 남자영민(이하 강소장)이다.

소파에 앉아 있는 이대팔 가르마 교도관 병수(이하 보안과장)

맞은편엔 익호가 커피를 마시고 있다.

 

강소장 수원지검 평검산데..... 뺑소니로 6년 받았어.

INSERT

신입대기실에서 옷을 벗고 있는 신입 수형자들.

알몸으로 양팔을 버린 채 검신을 받고 있는 유건자포자기한 얼굴.

그 위로 강소장의 목소리 이어진다.

 

강소장 (E) 미제 사건으로 묻힐 뻔 했는데 재수 없게 딱 걸린 거지.

 

CUT TO

커피 잔을 내려놓는 익호.

 

익호 뺑소니에 6년이면 좀 심한데?

 

INSERT

신입 죄수들과 줄지어선 유건기결수복을 지급받는다.

 

강소장 (E) 사체 유기에 증거 인멸담당경찰 매수까지 별 짓 다한 모양이야.

검찰 얼굴에 똥칠을 한 건데 그 정도면 약한 거지.

 

CUT TO

수트를 걸치는 강소장.

 

강소장 어쨌거나 여기에 걔가 기소해서 별 단 놈들이 제법 있어.

익호 맞아 뒈질 일만 남았네?

강소장 (다가오며그래서 널 보자고 한 거야.

익호 나더러 뭘 어쩌라고?

강소장 잠잠해질 때까지 잘 지켜보라고.

사고 안 나게 관리 감독 잘 하란 말이야.

 

익호제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당기며.

 

익호 하이고 참이거 누가 소장이고 누가 죄순지 모르겠네?

 

강소장그 말이 거슬리는 듯 익호를 쳐다본다.

씩 웃으며 담배 연기 훅--- 날리는 익호.

 

 

교도소 전경 / 8사동 복도 ()

 

밤하늘 아래로 보이는 교도소 감시탑.

서치라이트가 느릿느릿 교도소 곳곳을 훑는다.

 

CUT TO

길게 뻗은 사동 복도.

철문 앞에 앉은 당직 교도관스포츠신문을 확 펼치면.

 

<박찬호메이저리그 본격진출 임박>

 

무심하게 다음 장을 넘기는데 퍽퍽하는 매질 소리가 복도에 울린다.

소리 나는 쪽을 잠깐 쳐다보는 교도관.

고통스런 비명소리와 낄낄거리는 웃음소리이어 또 다시 매질소리.

교도관워크맨을 꺼내 이어폰을 귀에 꽂고는 볼륨을 키운다.

소리 나는 감방 쪽으로 서서히 다가가는 화면.

 

 

()사동 감방 ()

 

이불을 덮어씌우고 누군가를 집단 폭행하는 죄수들.

돌아가며 걷어차고 올라타 주먹을 내지르며 낄낄거린다.

감방 구석에 보료를 깔고 기대어 앉은 표독한 인상의 죄수(창길,39)

포르노 잡지를 뒤적이며 무심하게 폭행을 쳐다본다.

그만하라는 고갯짓을 하는 창길.

곧바로 이불을 걷어 젖히자 헐떡거리며 신음을 흘리는 유건의 모습.

뭇매를 맞아 온통 땀과 피로 엉망인 유건일으켜 앉히는 죄수(인봉,27)

창길유건에게 다가가 눈높이를 맞춘다.

 

창길 검사님힘들어요첫날부터 이렇게 헬렐레 하면 어떡해?

(웃으며이게 꿈인가 생신가 싶지?

지가 처넣은 놈하고 같은 깜방에 살지 상상이나 했겠니?

 

치욕스러운 듯 붉어진 눈시울로 노려보는 유건.

 

창길 (뺨을 때리며좆같지그러게 왜 8년씩이나 불러 조져?

내가 죄는 인정해근데 형량은 도저히 인정이 안 돼.

8년이 뭐냐 8년이이 씨팔놈아?

 

마구 뺨을 후려치다 주먹질로 바꾸는 창길.

맞으면서도 끝까지 창길을 노려보는 유건.

 

창길 뭐 잘났다고 눈을 히번덕거려뺑소니 주제에.

여기선 새끼야 뺑소니는 인간 취급도 안 해줘.

 

순간 창길을 향해 확 달려드는 유건.

곧바로 머리채가 잡히고 목덜미에 날카로운 칫솔자루가 드리워진다.

어쩔 수 없이 꼼짝 못하는 유건멀거니 창길을 노려볼 뿐.

 

창길 워워급할 거 없어시간은 많아너랑나랑 알콩달콩 재미나게

지내보자고.

 

유건의 안면을 사정없이 걷어 차버리는 창길.

방바닥에 그대로 털썩 널브러지는 유건.

 

 

교도소 전경 (아침)

 

아침 햇살이 내리쬐는 감시탑그 아래로 보이는 교도소 사동 전경.

울려 퍼지는 기상나팔 소리그리고 교도관의 날카로운 구호 들려온다.

 

교도관 (E) 8사동 개방 준비 완료!

 

()사동 복도 (아침)

 

사동 철문을 줄지어 하나 둘 통과하는 죄수들.

그 대열 속에 어색하게 섞여 있는 유건얼굴엔 온통 생채기와 피멍.

주위의 죄수들 유건을 쳐다보며 수군거린다.

차가운 인상의 교도관(정교사,36) 죄수 대열을 둘러본다.

상처로 엉망인 유건의 얼굴을 보고도 이내 못 본 척 그냥 지나치는 정교사.

유건대열을 빠져나와 정교사에게 다가가 등을 두드린다.

화들짝 놀라 신경질적으로 곤봉을 빼드는 정교사.

 

정교사 뭐야어딜 기어 나와원위치!

유건 저기 잠깐만요내가 간밤에 집단폭행을 당했는데......

(창길을 가리키며저기 저 사람들.....

정교사 (성가신 듯왜 이제 와서 이래그때 불렀어야지.

유건 불렀어요근데 누구 하나 와서 들여다보지도 않았다니까!

정교사 (말 자르듯시끄러원위치 해.

유건 아니 이봐요이거 이래도 되는 겁니까?!

당신들 이런 식으로 나오면 당장 소송 걸겠어.

 

순간 모두들 유건을 쳐다보며 웃음을 터뜨린다.

 

창길 아우대단한 코걸이 나셨네오자마자 빈총을 쏴?

우리 정교사님 어떡해?

 

죄수들 더욱 큰소리로 웃어대자 당황하는 유건.

 

정교사 마지막 경고다원위치.

 

유건할 수 없이 되돌아가는데 창길 일당 한 놈이 발을 탁 건다.

휘청하며 넘어지는 유건신발마저 벗겨지자 일제히 웃어대는 죄수들.

꾹 참고선 신발을 주우려 허리를 숙이는 유건.

유건의 신발을 발로 툭차주며 내려다보는 정교사.

 

정교사 충고 하나 하겠는데.....여긴 니가 생각하는 그런 데가 아니야.

 

이를 악물고선 정교사를 올려다보는 유건.

 

 

교도소 운동장 ()

 

운동장에 한가득 몰려나와 있는 죄수들.

놀거나 운동하거나 구석에 앉아 해바라기하며 시간을 때우는 분위기.

낡고 오래된 구사동 건물을 등지고 스탠드에 앉아 노닥거리는 창길 일당.

운동장 건너편에 자리한 신축 사동에서 나오는 죄수들을 쳐다본다.

 

창길 아우 저 새끼들 얼굴 때깔 좋은 거봐라.

인봉 저기는 뜨거운 물도 콸콸 나오고 샤워도 맘대로 한다면서요?

창길 괜히 오성호텔이겠냐?

인봉 근데 왜 오성호텔이에요?

창길 별 다섯 개 이상 단 놈들만 따로 모아놓았댄다.

밤마다 짱개도 시켜먹고 아주 씨발 살판 난 모양이야 저긴.

인봉 에이 설마요.

창길 궁금하면 나가서 별 하나 더 달고 들어와 봐 새끼야.

 

그때 나머지 패거리 두엇이 머리를 맞대고 사진을 보며 낄낄 거린다.

인봉확 빼앗아 보면 유건과 아내 그리고 어린 아들이 함께 찍은 가족사진.

창길이 슬며시 사진을 받아들고 비릿한 미소를 는다.

저편에 뚝 떨어져 홀로 앉아 있는 유건을 쳐다보는 창길.

 

창길 송검 니네 마누라 존나게 섹스하다?

 

사진을 흔들어 보이는 창길을 보며 성큼 다가오는 유건.

 

유건 이리 내놔.

 

달려드는 유건을 곧장 막아서며 저지하는 인봉과 패거리들.

 

창길 그러게 손 안타게 관물 관리를 잘했어야지......

유건 당장 내놓으라고 새끼야!

 

그때 곤봉을 휘휘 저으며 다가오는 비만체질 교도관(오교사,40)

 

오교사 야야빨리 돌려줘애들도 아니고......

창길 알았어준다니까 기다려 봐.

 

사진을 좍 찢어 한 쪽만 휙 던져주는 창길.

나머지 유건의 아내 부분을 아랫도리에 슥슥 비빈다.

 

창길 아우죽인다요건 내가 접수할게.

좋은 건 같이 나누는 거야......아우 꼴려아우 좋아.

 

그 모습에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는 인봉과 패거리들.

오교사와 주변 죄수들도 덩달아 웃기 시작한다.

싸늘하게 변하는 유건의 얼굴서서히 폭발 직전.

느닷없이 오교사의 허리춤에 꽂힌 곤봉을 확 뽑는 유건.

말릴 틈도 없이 달려들어 창길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친다.

머리통을 싸쥐고 대굴대굴 구르는 창길.

마구 곤봉을 휘두르는 유건을 향해 한꺼번에 달려드는 인봉과 패거리들.

주변의 죄수들 싸움구경에 신난 듯 박수치며 와르르 몰려든다.

곤봉을 놓친 유건창길의 안면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

거침없이 유건에게 뭇매를 가하는 인봉과 패거리들.

순식간에 코피를 쏟으며 헛주먹을 허우적거리는 유건.

오교사는 얼른 제 곤봉을 주워들고선 짜증스레 고함을 질러댈 뿐.

저편에서 지켜보던 다른 교도관들도 성가신 듯 슬쩍 외면해버린다.

뒤통수를 만져보며 일어나는 창길씩씩대며 와락 달려든다.

눈을 부릅뜬 채 비틀거리는 유건을 향해 신나게 날아차기를 먹이는 창길.

탄성과 박수를 터뜨리며 좋아하는 죄수들.

그러다 하나 둘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닫기 시작하고 이내 조용해지는 분위기.

숨고르기를 하던 창길도 문득 돌아보곤 웃음기가 싹 가신다.

핏물을 뱉어내며 다시 일어서는 유건그 뒤편으로 익호의 모습 드러난다.

홍표와 패거리들을 이끌고 터벅터벅 다가서는 익호.

매서운 눈빛으로 말없이 분위기를 잡자 일순 침묵이 감돈다.

 

익호 신참 갈구니까 재밌냐?

창길 갈구긴 누가 갈궈내가 까였다니까뒷빡!

익호 ...... 사동 간수들한테 돈 찔러줬다며?

(유건을 가리키며얘 니 방으로 넣어달라고.

 

순간 할 말 없는 듯 건들거리는 창길오교사는 움찔하며 딴청.

 

익호 넌 어째 점점 양아치가 돼 가냐?

창길 (인상 구기며지금 뭐하는 거야애들 앞에서.......!

 

순간 홍표가 나서서 창길의 뺨을 확 후려친다.

움찔하는 창길그의 패거리들도 꼼짝 못하는 분위기.

쐬기를 박듯 창길의 복부를 거세게 차버리는 홍표.

창길--하며 패거리들의 부축을 받고서야 바로 선다.

살기어린 눈으로 창길을 쏘아보는 익호.

 

익호 건달이면 건달답게 행동해애들 앞에서 병신 되는 수가 있다.

 

운동장 죄수들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어쩌지 못하는 창길.

기껏 침만 찍 뱉고는 쫓겨나듯 물러나는 창길과 그의 패거리.

익호쏠려 있는 시선을 휘 둘러보자 이내 우르르 흩어지는 죄수들.

피떡이 된 채 헐떡이는 유건을 빤히 쳐다보는 익호.

 

익호 니가 그 검사야?

유건 .......

익호 대답을 해맞아 아니야?

유건 그런데?

 

유건의 반말에 홍표와 패거리들이 술렁인다.

달려들려는 홍표를 저지하는 익호유건을 노려보며.

 

익호 시끄럽게 굴지 마라그러다 죽어서 나간다이거 경고야.

 

유건을 빤히 쳐다보곤 이내 걸음을 옮기는 익호.

유건 떨어진 사진 조각을 주우려다 풀썩 다리가 꺾이며 휘청인다.

익호물끄러미 돌아보고는 패거리에게 고갯짓한다.

곧바로 유건에게 다가가 부축해주는 죄수들.

다시 걸음을 옮기는 익호그 뒤를 따르는 홍표와 패거리들.

유건패거리의 호위를 받으며 저만치 가고 있는 익호를 바라본다.

 

 

교도소 의무실 ()

 

텅 빈 의무실 침대에 걸터앉은 유건.

유건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있는 중년 죄수(우원장,52)

참담한 표정의 유건새삼 우원장을 바라본다.

유건의 시선을 느끼고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 우원장.

 

우원장 걱정 마요아주 돌팔이는 아니니까.

유건 고맙습니다.

우원장 여기선 이름나이신분은 영치시키란 말이 있어요.

유건 .......?

우원장 밖에서 제 아무리 잘 나가봐야 아무 소용없어요.

여긴 아래 위도 없고 그저 힘 센 놈이 장땡이니까.

 

우원장의 말을 곱씹듯 잠시 말이 없는 유건.

 

유건 근데..... 아까 그 갈색 죄수복은 누굽니까?

우원장 총반장이요? (빙긋 웃으며보고도 모르겠어요여기 대빵이지.

 

 

교도소 원예실 익호의 밀실 ()

 

불 꺼진 원예실안쪽에 자리 잡은 창고로 천천히 다가가는 화면.

그 위로 계속 이어져 들려오는 우원장의 목소리.

 

우원장 (E) 교도소는 기본적으로 조폭들 세상이에요.

 

반쯤 열린 창고 서서히 들어가는 화면.

너저분한 창고 집기들로 가득한 내부.

창고 외벽에 설치된 또 다른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

 

우원장 (E) 근데 여기선 그게 안 통해총반장이 그 개념을 깨버렸으니까.

 

DIS

웃통을 벗은 채 화면을 등지고 앉은 익호.

맨 몸 섬뜩한 흉터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화면 가득 잡히는 익호의 얼굴깊이 패인 주름에 무표정.

 

우원장 (E) 웬만한 조폭들은 명함도 못 내밀어요.

끽소리 못하거나 아님 창신파 홍표처럼 밑으로 들어가 버리죠.

 

정면을 바라보는 익호어느덧 완전히 드러나는 익호의 밀실.

TV와 오디오비디오데크에 침대와 소파까지 구비되어 있다.

TV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는 익호.

 

우원장 (E) 그야말로 천하무적에다 무소불위에요.

그러니까 간수들도 죄수들 일이라면 무조건 총반장한테 다 맡기죠.

한 마디로 황제지 황제..... 감옥의 황제.

 

TV엔 경찰청 건물을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기자의 리포팅.

 

TV소리 마약밀매조직으로부터 압수한 필로폰 상당량이

도난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수사에 나섰습니다.

 

필로폰 압수 물품을 전시한 자료화면 위로 계속되는 리포팅.

 

TV소리 ........도난당한 필로폰의 양이 정확하지 않은 점도난 사실을

숨긴 점 등을 들어 마약반 내부자의 소행으로 보고 조사 중에

있으나 관계자들의 완강한 부인으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습

니다한편 필로폰의 소재를 파악 중인 경찰은.......

 

테이블 위엔 빵빵한 마약봉지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TV를 꺼버리는 익호무심한 얼굴로 마약봉지를 내려다본다.

그때 익호의 등 뒤로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는 여자의 맨 등짝.

미모의 여자(지연,29)가 익호의 목을 끌어 앉는다.

쳐다보지 않은 채 메모한 종이를 지연에게 내미는 익호.

 

익호 여기다 열 개 입금하고 나머진 니가 갖고 있어.

필요한 데 있으면 쓰고.

 

받아든 메모로 익호의 목을 간지럽히는 지연.

 

익호 옷 입어라늦겠다.

지연 가기 싫어여기만 오면 이상하게 맘이 편해.

익호 나랑 아예 여기 살래?

지연 그럴까?

 

소파에 놓인 굵직한 휴대폰이 벨을 울린다.

 

익호 여보세요어 그래 범모야좀 알아 봤냐?

(사이이번엔 물량이 좀 된다한 사오 킬로?

 

 

설렁탕집 안 ()

 

오래된 설렁탕집빈 테이블 없이 손님들로 왁자한 분위기.

한쪽 테이블에 식사 중인 사복차림의 강소장.

맞은편엔 넥타이를 늘어뜨린 채 수저질을 하는 중년(김박사,49)

 

김박사 대양조선 주식 제법 갖고 있죠얼른 팔아요모레 부도 발표 날 거니까.

 

김박사깍두기를 우그적 씹으며 식탁에 명함 한 장을 올려놓는다.

슬며시 명함을 집어 살펴보는 강소장.

 

<대양조선 재무이사 최연수>

 

김박사 거기 재무 담당이산데 이 양반이 할 말이 되게 많나봐.

기자니 방송이니 살살 만나고 다녀혼자 죽기 싫다 이거지.

조의원님 이름 들먹거릴 거 뻔하고......

그러면 우리한테 좋을 일 없잖아요.

강소장 알겠습니다그건 그렇고 저기.......

김박사 (다 안다는 듯거 되게 보채네.

소장 단지 3년 됐죠근데 벌써 교정본부장이면 쉬운 작업 아니잖아.

 

수저를 내려놓는 김박사물을 들이켠다.

요란하게 입을 헹궈 꿀꺽 삼키고는 인사도 없이 나가버리는 김박사.

홀로 남은 강소장명함을 새삼 내려다보곤 한 숨 짓다가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사동 감방 ()

 

감방문을 열어주는 오교사창길이 방으로 들어선다.

방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서 천장을 바라보는 창길.

갑자기 방안 집기들을 내동댕이치고 걷어차고는 심호흡.

 

창길 (혼잣말건달이면 건달답게?

이 개새끼..... 이참에 건달답게 한 번 제껴 줘?

오교사 익호를 무슨 수로 제껴?

창길 나 도강파야까먹었어우린 깐다면 까무조건.

형님이 나 좀 도와줘뭐 팁 같은 거 없어?

오교사 (난감한 듯무슨 팁?

창길 그 새끼 약점 같은 거잘 알 거 아니요.

슬쩍 하나만 흘려줘 봐봐요내 시원하게 함 쏘께.

오교사 몰라너 때문에 여차하면 징계 먹게 생겼어.

(밖을 보며빨랑빨랑 들어가.

 

미처 들어오지 못하고 있던 인봉과 나머지들 방으로 들어선다.

마지막으로 유건이 방문 앞으로 들어서자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창길.

 

창길 어서와.

유건 .......

창길 너 오늘 죽었어덕분에 개쪽 판 기념으로 올나이트 함 하자.

 

그때 유건을 저지하는 오교사.

 

오교사 잠깐. 3260 넌 전방이다.

유건 ........?

창길 ?! 이런 법이 어딨어내가 질른 돈이 얼만데 전방이라니!

오교사 (유건에게얼른 관물 챙겨서 나와.

 

 

 

 

운동장 신축 사동 입구 ()

 

텅 빈 운동장을 가로질러 걷는 유건과 오교사.

전방으로 조금씩 가까워지는 신축 사동 건물.

 

오교사 운 좋은 줄 알아여긴 아무나 들어오는데 아니야.

 

뒤편에선 창길의 악을 써대는 소리가 앵앵거리듯 들려온다.

유건뒤돌아보면 곧 무너질 듯 낡고 더러운 구사동 건물.

감방 창살에 얼굴을 들이밀고 고함치는 창길 보인다.

 

창길 야이 새끼야너 내가 끝까지 지켜 볼 거야!

 

이내 시선을 거두고 앞을 올려다보는 유건.

마치 기숙사처럼 깔끔한 외양의 신축 사동.

창밖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는 죄수들 보인다.

 

 

신축 사동 감방 ()

 

철컹— 문이 열리면 짐 보따리를 들고 서 있는 유건.

방안에 있는 죄수들 일제히 유건을 쏘아 본다.

그 중에 섞여있는 우원장유건을 보고는 반가운 듯 웃어 보인다.

 

CUT TO

넓고 깨끗한 감방 내부곳곳에 자리를 잡고 앉은 유건과 죄수들.

유건을 경계하듯 살펴보는 깡마른 체구의 청년(종대,26), 안경잽이(따개비,36)

소도둑 같이 검은 얼굴의 떡대(박씨,42), 주름가득한 대머리(양씨,46)

유건자신에게 쏠린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짐짓 헛기침.

 

따개비 (짜증스레뭐야선수촌에 왜 자꾸 마구리를 집어넣어불편하게.

박씨 지금 나보고 하는 소리냐?

종대 누군 뭐 처음부터 선순가?

따개비 뭐 임마?!

양씨 어허왜들 이러는 겨검사님 앞에서.

(유건에게신경 쓰지 마슈생긴 것들은 이래도 양아치는 없슈.

이쪽은 대한민국 최고의 금고털이뭐이든 못 따는 게 없다고

해서 따개비.

(종대를 가리키며그리고 포항공대 출신 엔지니어일명 맥가이버.

우원장 (유건에게우린 구면이죠?

양씨 그류이 양반은 의사유 의사스탠포드의과대학 의학박사.

(박씨를 보며그라고 이 양반은 마장동 백정.........

박씨 (버럭그만해뭐 잘났다고 소개는 씨.....

양씨 알았슈거긴 건너뛰고나는 절도전문대도 양성출이유.

좌우지간 영광이유검사님 같은 범털이랑 빵살이 하게 되았슈.

유건 선수촌이라는 게 무슨 말이에요?

양씨 밖에서는 오성호텔우리끼린 선수촌이라고 하는데......

(나머지들 눈치를 보다가그런 게 있슈차차 알게 될 거유.

 

의아한 듯 죄수들의 면면을 새삼스레 살피는 유건.

 

 

교도소 소장실 ()

 

책상 위에 펼쳐진 신문.

 

<대양조선 최종부도법정관리 신청>

 

강소장소형 녹음기에서 꺼낸 녹취 테이프에 메모한 라벨을 붙인다.

 

김박사, 1995년 6월 1일 오후 7시 진가설렁탕

 

열려 있는 금고 안엔 여러 개의 녹취 테이프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맞은 편 소파에 앉은 익호김박사가 준 그 명함을 보고 있다.

테이블 위에는 기름진 얼굴의 중년 남자 사진.

 

익호 김박사 이 양반 요즘 누구 밑에 있어요?

강소장 (쳐다보지도 않고 피식 웃음말하면 니가 알아?

 

순간 언짢은 듯 강소장을 바라보는 익호.

 

강소장 쓸 데 없는 거 알 생각 말고 니 일이나 잘 해.

검찰 소환 떨어지기 전에 처리해달라니까 서둘러.

 

익호사진을 들어보다가 조용히 뒤집어 놓는다.

 

익호 인제 이런 건 그만 좀 합시다우리가 무슨 똥개새끼도 아니고.....

 

강소장테이프를 금고에 챙겨 넣다가 익호를 노려본다.

 

강소장 우리?

 

순간 강소장을 빤히 쳐다보는 익호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길게 빨아들인다.

 

익호 애들 장 보고 온지 며칠이나 됐다고......

그리고 이런 건 선수 잘 골라야지 안 그럼......

강소장 (말 자르듯그럼 니가 직접 나가든가.

 

멈칫하는 익호.

순간 싸늘해지는 분위기.

 

강소장 지금 내가 너한테 사정하게 생겼어담배 꺼.

익호 (애써 멋쩍은 미소아이고알았어요알았어요할 게.

강소장 담배 끄라고.

 

순간 서서히 일그러지는 익호의 미소결국 담배를 재떨이에 꾹— 눌러 끈다.

 

 

교도소 취사장 ()

 

불 꺼진 취사장대형 작업대 위에 걸터앉아 있는 익호.

주방용 식칼을 집어 들고선 칼날을 이리저리 살피며 생각에 빠진 듯.

씁쓸한 듯 웃다가 이내 굳어지는 얼굴식칼을 도마에 툭 꽂는다.

그때 취사장으로 들어서는 보안과장익호의 안색을 살핀다.

 

익호 (쳐다보지도 않고병수야...... 니가 봤을 땐 내가 뭐 같냐?

 

보안과장 대답 없이 눈치만 살피자 한숨 내뱉으며 쳐다보는 익호.

 

익호 말해 봐그냥 빵잽이지그지그것도 말 잘 듣는?

 

난감한 보안과장문 쪽으로 손짓하면 죄수 박씨가 쭈삣거리며 들어선다.

익호를 보자 꾸벅 인사하는 박씨돌아보면 보안과장은 그냥 물러나듯 가버린다.

아무 말 없이 박씨에게 가까이 오라 손짓하는 익호.

 

CUT TO

주방 도마에 올려진 한우 홍두깨살.

능숙한 칼질로 육회를 뜨고 있는 박씨.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익호.

 

익호 칼질 좋다그 솜씨로 사람을 썰었으니.......

 

순간 멈칫하는 박씨소리 없이 한숨 내뱉는다.

 

CUT TO

접시에 먹음직스럽게 담긴 육회.

소주를 들이켜는 익호육회 한 젓가락 집어 먹는다.

맞은편엔 심각한 얼굴로 담배를 피우는 박씨.

 

익호 밖에 있는 처자식은 먹여 살려야지.

박씨 .........

익호 싫으면 안 해도 돼진짜야.

박씨 (꺼질 듯 한숨) .......

익호 한 잔 할래?

 

잔을 받아드는 박씨에게 술을 따라주는 익호.

 

익호 그냥 바람 한 번 쐬고 온다고 생각해.

 

 

 

 

교도소 후문 ()

 

근무 중인 최교도무전을 받고는 수신호를 보낸다.

신속한 움직임의 교도대원천천히 열리기 시작하는 후문.

낡은 승합차 한 대가 밖으로 빠져 나온다.

뒷좌석에 보안회사 유니폼을 입은 홍표와 박씨의 모습.

박씨잔뜩 긴장한 표정에 어리둥절하게 바깥을 쳐다본다.

승합차가 완전히 교도소 밖으로 벗어나 멀어지자 닫히는 후문.

 

CUT TO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며 홀로 서 있는 익호.

 

 

교도소 복도 취사장 (아침)

 

길게 뻗은 사동 복도창으로 비치는 아침 햇살.

복도에 기상나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교도관이 감방문을 열자 하품을 하며 복도로 나서는 죄수들.

 

CUT TO

허연 김이 가득한 취사장 전경.

각자 취사작업에 여념이 없는 따개비양씨 등 신축 사동 죄수들.

취사장 입구에 세워둔 배식 카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유건.

종대밥과 국이 든 대형 드럼통을 카트에 올리는 종대.

 

종대 오늘부터 소지예요소지 알죠?

유건 소지?

종대 취사장 시다바리라고 보면 되요.

양씨 (지나가며말이 시다바리지 이거 천하보직이유.

검사 빽이 좋긴 좋은가뷰.

종대 이거 몰고 가서 각 사동 배식하고끝나면 직원사동 청소.

일주일에 한 번씩 간수랑 영치물품 나눠주면 끝질문 있어요?

유건 간밤에 자다가 한 명 불려 나가선 안 들어왔잖아어디 간 거야?

종대 (짐짓 시치미나도 모르죠뭐 이감했나보지.

유건 한 밤 중에도 이감을 해?

따개비 (버럭아 거 꼬치꼬치 졸라 물어대네!

씨발 지가 무슨 아직도 검산 줄 아나?

(다가서며여기선 말이야 제 명에 살고 싶으면

아가리는 닥치고 남의 일엔 신경 꺼야 돼알았어?

종대양씨 모두 시치미 뚝 떼고 제 할 일만 한다.

심상치 않은 듯 죄수들의 안색을 살피는 유건.

 

종대 뭐해요이거나 빨리 들어 올려요.

 

그제야 종대를 돕는 유건커다란 밥통이 무거운 듯 악을 쓴다.

 

 

교도소장실 ()

 

골프 퍼팅 연습을 하고 있는 강소장.

켜놓은 TV에선 뉴스가 홀로 떠들고 있다.

 

TV소리 최종 부도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대양조선의 재무이사 최모씨가

상원동 자택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순간 퍼팅을 하다 잠시 멈추는 강소장.

TV 화면엔 테이블 위에 있던 중년 남자의 사진과 같은 사진이 떠 있다.

 

TV소리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오늘 오전 10시경 자택에서 아내에 의해

발견된 최씨는 온몸이 흉기로 난자당한 상태였으며........

 

어수선한 피살 현장을 담은 보여주는 TV화면.

강소장다시 퍼팅에 집중하려다가 리모컨을 들고 TV를 꺼버린다.

 

 

()사동 복도 ()

 

배식 카트를 밀고 가는 유건앞 장 서서 가는 종대.

 

CUT TO

감방문 배식구로 밥을 넣어주는 유건을 뒤에서 지켜보는 종대.

바가지로 국을 퍼주자 더 달라고 그릇을 들이대는 죄수.

 

종대 더 달라고 지랄해도 무조건 정량 준수안 그럼 뒤에 가서 모자라요.

 

배식구로 흘겨보는 죄수를 무시하고 고갯짓하는 종대.

유건얼른 다음 방으로 카트를 밀고 간다.

 

종대 여기선 먹고 자는 게 유일한 낙이라 한 끼라도 못 먹으면 폭동

나요폭동.

 

종대 옆방 문을 탕탕 차자 배식구 열린다.

유건무심코 밥을 넣어주는데 안쪽에서 덥석 손을 확 잡아당긴다.

배식구 안에서 손을 잡아 거세게 비틀고 있는 창길.

 

창길 나한테 고맙다고 안 해내 덕에 익호 밑에 들어갔잖아.

신삥 주제에 소지까지 하고팔자 폈다?

밤마다 그 새끼 후장 존나 빨아주나보지?

 

고통스레 이를 악물고 버티는 유건.

종대가 달려들어 떼어내자 가까스로 빠져나온다.

배식구로 얼굴을 들이밀며 더욱 악을 써대는 창길.

 

창길 너 일루 안와 새끼야?! 넌 내가 끝까지......

 

순간 뜨거운 된장국을 한 바가지 퍼선 촥뿌려버리는 유건.

뜨아악--비명을 지르며 배식구에서 사라지는 창길.

감시창으로 감방 안을 내려다보는 유건.

 

유건 미안한데...... 내가 너랑 노닥거릴 시간이 없어.

 

창길의 비명소리에 뒤늦게 복도로 달려오는 교도관들.

유건아무 일도 없다는 듯 시치미 뚝 떼고 배식카트를 밀고 앞장선다.

황당한 듯 유건을 새삼스레 쳐다보는 종대허둥대며 쫓아간다.

 

 

직원 사동 복도 ()

 

청소카트를 세워놓고 대걸레를 밀고 있는 유건.

생각에 빠지는 듯 동작을 멈춘 채 침통한 얼굴무심코 창밖을 바라본다.

멀리 보이는 주택가 길목으로 단란한 가족이 걸어 나온다.

행복해 보이는 가족을 바라보는 유건착잡한 표정.

순간 유리창에 비친 죄수복차림의 자신이 보이자 이내 고개 돌린다.

그때 소장실에서 나오는 강소장.

 

유건 (어색한 거수경례갱생!

 

무심하게 쓱 쳐다보며 다가오는 강소장.

 

강소장 인제 제법 죄수 티가 나네?

유건 .......

강소장 애로사항이나 부당한 처우 같은 거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

유건 ........

강소장 담당판사 조형욱씨가 내 고향 선배야.

혹시 기회 되면 내 얘기 잘 좀 전해무슨 말인지 알지?

유건 알겠습니다.

강소장 괜히 쓸데없이 쓰레기들하고 어울리고 그러진 마.

우리하곤 종자가 다른 것들이니까.

 

강소장지나가려다가 뭔가 할 말이 남은 듯 다시 쳐다본다.

하명을 기다리 듯 물끄러미 쳐다보는 유건.

 

 

교도소 소장실 ()

 

텅 빈 소장실문이 열리고 조용히 들어서는 유건실내를 둘러본다.

각종 상패정관계 인사들과 함께 찍은 강소장의 기념사진.

가지런히 정리된 각종 서류철책상 옆엔 큼직한 대형 금고.

무표정한 얼굴로 우두커니 서 있는 유건.

 

 

직원 사동 복도 ()

 

정교사와 동료 교도관들 잡담을 나누며 다가온다.

나머지들 위층 계단으로 올라가고정교사 홀로 계속 복도를 걷는다.

복도 한쪽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청소카트를 의아한 듯 보는 정교사.

그때 소장실 문 열리고 밖으로 나오는 유건.

 

정교사 뭐야왜 거기서 나와?

유건 소장님이 쓰레기통 좀 비우라고 해서........

 

잠시 미심쩍은 듯 쳐다보다 표정을 푸는 정교사.

 

정교사 빨리 돌아가.

 

곧바로 청소카트를 밀고 가는 유건.

반대편으로 걸어가는 정교사찜찜한 듯 다시 돌아본다.

 

 

교도소 취사장 ()

 

취사장 도마 위에 올려진 트랜지스터 라디오.

긴박한 톤으로 뉴스속보를 알리는 아나운서의 목소리.

 

라디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삼풍백화점 5층 건물 1만여 평이 완전히 붕괴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습니다지금 이 시각 현재 30명이 사망하고 670여명이 부상했으며 수 백 여명이 건물 더미에 매몰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탭니다.

 

라디오를 앞에 둘러 선 유건과 죄수들모두 어이없는 표정

 

양씨 내가 봤을 땐 요거 분명히 북한 놈들 소행인겨.

따개비 지랄뻑하면 북한 짓이래.

양씨 어허모르는 소리봐봐아시아나 추락했지,

대구 지하철 터졌지서해 페리 침몰했지성수대교 끊겼지!

이번엔 백화점까지 폭삭이여.

이게 빨갱이놈들 아니면 어떻게 설명할겨?

따개비 (솔깃한 듯듣고 보니 그러네?

어쨌거나.... 이런 세상이면 빵에 가만히 처박혀 있는 게 만고땡이다.

삼시 세끼 먹여 주니 뭐 굶어 죽을 일도 없고안 그러냐?

종대 그렇게 좋으면 평생 여기서 살아.

따개비 뭐 새끼야?!

 

그때 뒤에서 취사장으로 들어서는 익호.

 

익호 밥 좀 먹자.

 

익호의 등장에 취사장의 죄수들 허리를 굽히고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중앙 테이블로 가서 앉아 담배를 꺼내 물고 신문을 보는 익호.

 

<대양조선 재무이사 최모씨 검찰소환 앞두고 피살>

 

무덤덤한 얼굴로 신문기사를 훑어보는 익호.

뒤이어 들어서는 홍표익호에게 다가가 뭔가 보고를 한다.

근엄한 표정으로 얘기를 듣고는 나지막이 뭐라뭐라 지시하는 익호.

그 모습을 넌지시 바라보며 싱크대로 가는 유건.

 

CUT TO

테이블에 한가득 차려진 진수성찬무표정한 얼굴로 먹어치우는 익호.

쟁반에다 맥주를 가져오는 따개비홍표 받아들고 잔을 채워 올린다.

익호 맥주를 들이켜다가 세척 작업 중인 유건을 발견한다.

문득 시선을 느낀 유건도 돌아보고는 익호와 눈이 마주친다.

익호유건을 빤히 보며 이리 오라는 손짓.

양씨따개비 등 죄수들 일제히 유건에게 빨리 가보라는 눈짓.

유건 하던 일을 내려놓고 익호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맥주를 마저 마시며 다가오는 유건에게 앉으라는 턱짓.

유건주위의 서선을 쓱 둘러보곤 익호 앞에 앉는다.

 

익호 지낼만 하냐?

유건 ......

익호 너 이뻐서 일루 옮겨준 거 아니야.

여기서도 또 사고 치면 그땐 진짜 재미없어.

유건 그러니까 니들도 날 건들지 마라.

 

순간 유건을 꿰뚫어 보듯 노려보며 씩 웃는 익호.

 

익호 새끼..... 속으론 발발 떨면서 쎈 척한다고 애쓴다.

유건 .......

익호 무슨 지옥불에라도 떨어진 것 마냥 유난 떨지 마.

여기도 다 사람 사는 데야먹고 자고 싸고.....바깥이랑 다를 거 없어.

 

익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맞서듯 쳐다보는 유건.

 

익호 천당이 되느냐 지옥이 되느냐는 다 지하기 나름이라고알겠어?

 

팽팽하게 서로 시선을 맞대는 익호와 유건.

 

 

교도소 전경 / 5사동 복도 / 10호실 감방 ()

 

밤하늘 을씨년스레 떠 있는 초승달 아래로 보이는 교도소 전경.

그 위로 들려오는 라디오 뉴스 소리.

 

 

라디오 (E)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5일째로 접어드는 3일 현재 민관합동 구조반은 중장비를 동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여 매몰자 구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CUT TO

조용한 사동 복도라디오를 틀어 놓고 귀를 기울이는 당직 교도관.

 

라디오 .....무너져 내린 4층 상판 제거작업에 집중하고 있어 오전

쇼핑객들이 몰려있던 3층 상판이 드러날 경우 매몰 사체들이

무더기로 발굴될 전망입니다.

 

CUT TO

하나같이 침울한 얼굴로 감방에 누워 있는 죄수들.

모두들 뜬 눈으로 숨죽인 채 복도에서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에 집중하고 있다.

돌아누워 있는 유건깊은 생각에 빠진 듯 소리 없는 한숨.

 

라디오 (OFF)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생존자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후다닥 일어나 감방문 감시창에 달라붙는 따개비.

 

따개비 소리 좀 키워 줘 봐봐!

 

CUT TO

복도 감방 감시창마다 얼굴을 들이대는 죄수들.

교도관라디오 볼륨을 최대한 올려 감방 쪽으로 들려준다.

 

라디오 22시 현재 B동 지하3층에서 생존자가 확인 됐다는 소식입니다!

생존자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 의식이 있는 상태로......

순간 일제히 감방 곳곳에서 터지는 탄성과 환호소리.

 

CUT TO

월드컵 골이라도 들어간 듯 서로 부둥켜안으며 좋아하는 따개비와 양씨.

눈물을 찍어내며 박수를 치는 종대와 죄수들.

유건일어나 앉아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애잔한 미소.

그때 철컹감방 문이 열리자 일제히 쳐다보는 죄수들.

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보안과장그 뒤로 모습을 드러내는 박씨.

퀭한 얼굴에 초점 없는 눈빛의 박씨방안으로 들어선다.

곧바로 문이 닫히고 찬물을 끼얹은 듯 썰렁해지는 분위기.

박씨방구석으로 기어들어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덜덜 떤다.

 

유건 (박씨에게 다가가며괜찮아요?

 

심하게 떨리는 박씨의 어깨에 손을 대자 와락 달려드는 박씨.

약에 취한 듯 벌건 눈으로 유건의 멱살을 잡는다.

 

박씨 너도 죽을래?! 죽여 주까?!

 

당황하는 유건에게서 박씨를 뜯어내는 양씨와 종대.

그 와중에 박씨의 팔뚝에 시퍼런 주사자국을 발견하는 따개비.

 

따개비 뭐야아 씨발......이 새끼 이거 뽕 맞은 거 아냐?!

유건 .......!

우원장 박씨진정해요진정괜찮아....심호흡 크게그렇지.

 

실성한 듯 으르렁거리다 천천히 진정하는 박씨다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눕는다.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제자리를 찾아 눕는 죄수들.

여전히 놀란 얼굴로 박씨를 바라보는 유건.

 

 

교도소 사동 앞 ()

 

사동 현관으로 걸어 나오는 정교사.

건너편 직원 사동에서 나오는 반대머리 중년(주형사,45)과 눈이 마주친다.

 

정교사 주형사님?

주형사 (반색하며너 여기 있었어이게 얼마만이냐?

 

CUT TO

담배 불을 당기고 연기를 뿜는 주형사.

 

주형사 그 금고 딸 수 있는 건 대한민국에 딱 두 놈 밖에 없거든.

이거 뭐 식은 죽 먹기다했는데 웬 걸하난 작년에 죽었고 하난

빵에 있네.

정교사 누구요따개비?

주형사 너도 아는구나?

정교사 그래서 뭐래요?

주형사 뭐라고 할 게 뭐있어빵에 들어앉은 놈한테 덮어씌울 수도 없고.

혹시 기술이전이라도 했나 싶어서 살살 구슬려 봤는데 새끼 딱

잡아떼네.

환장하겠다야그나저나 넌 애 아프다더니 좀 어떠냐?

정교사 그냥 그래요.

주형사 병원비 그거 무시무시한데 너도 참 고생이다.

 

착잡한 미소를 짓는 정교사의 뒤쪽을 보고 갸웃하는 주형사.

교도관의 인솔로 줄지어 가고 있는 죄수들 중 유건을 주시한다.

주형사 저기 쟤 혹시 검사 아니냐뺑소니.

정교사 아세요?

주형사 우리 사수가 담당이었거든쟤 집어넣고선 옷 벗고 필리핀 이민 갔어.

정교사 왜요?

주형사 (짐짓 목소리 낮추며수사과정에 뭔가 야로가 있었던 모양이더라고.

정교사 무슨 야로?

주형사 자세한 건 나도 몰라저래놓으니까 검사도 별수 없구나.

좌우간 죄짓지 말아야지.

 

사동으로 들어가는 유건의 뒷모습을 심상치 않은 듯 바라보는 정교사.

 

 

교도소 취사장 식자재 창고 ()

 

대형 밥솥에 노를 젓듯 쌀을 씻고 있는 따개비.

삐딱한 시선으로 옆에 서 있는 유건을 쏘아 본다.

 

따개비 기술그건 배워서 뭐할려고?

유건 여기 학교잖아이왕 들어온 거 뭐든 배워서 나가야지.

따개비 뭔 꿍꿍인지 모르겠지만 좆까지 마시고 꺼져.

 

유건 물러서지 않자짜증스레 연장을 던지고는 취사장을 나가는 따개비.

 

유건 3년 남았지그 전에 가석방 받는 방법 알려주께.

 

따개비가던 방향을 획 틀어 식자재 창고를 향한다.

창고 문을 열고 들어가선 고개를 빼꼼 내밀며.

 

따개비 뭐해안 들어오고.

 

CUT TO

갖가지 다양한 식재료들로 가득한 창고 안.

한쪽 구석에 자리한 비밀 휴식공간으로 들어서는 따개비와 유건.

구석 선반에 덮인 담요를 확 걷어내는 따개비.

작은 금고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따개비 연습용으로 어렵게 구해다 놓은 거야손기술 녹슬까봐......

유건 나가면 또 하게?

따개비 안 그럼손가락 빨라고?

 

능숙하게 손목을 풀고는 청진기를 귀에다 꽂는 따개비.

 

따개비 일단 시범 들어간다가까이 와봐.

 일단..... (하다 괴로운 듯아놔난 기술이전 절대 안하는데......

대신이거 완전 비밀이다딴 데 가서 야부리 털면 죽음이다?

 

유건걱정 말라는 듯 어깨를 다독이며 시작하라는 시늉.

여전히 걱정스러운 듯 유건을 흘기며 따기 시작하는 따개비.

 

 

몽타주 – 유건의 수형생활

 

경쾌한 음악과 함께 빠르게 굴러가는 배식카트 바퀴.

 

CUT TO

사동 복도에 멈춰선 유건의 배식카트.

유건제법 손에 익은 듯 정량을 부어주고 있다.

배식구 밖으로 달라고 들이대는 밥그릇.

얄짤없이 배식구를 발로 밀어 닫아버리는 유건.

 

CUT TO

취사장능숙하게 세척 작업하는 유건.

홍표 패거리와 함께 취사장 입구를 지나가는 익호문득 유건을 쳐다본다.

모두들 익호에게 꾸벅 인사하는데 유건은 그저 쓱 쳐다볼 뿐이다.

 

CUT TO

곤히 잠들어 있는 감방 죄수들.

유건은 손전등을 입에 문채 금고 설계도를 펴 놓고 한창 공부 중이다.

허공에다 손을 들고 금고 다이얼 돌리는 연습을 하는 유건.

 

CUT TO

취사장에서 사재 화투장으로 도박을 하는 죄수들.

옆에선 종대와 양씨가 얼싸 안고 사교댄스 교습 중.

신나게 터닝하다 스텝이 꼬여 화투판 테이블로 엎어진다.

그 모습에 희미하게 웃는 유건 언뜻 돌아보면 따개비가 고갯짓한다.

 

CUT TO

식자재 창고청진기를 이어폰 나누어 끼듯 한쪽씩 끼고 있는 유건과 따개비.

신중한 표정으로 금고 다이얼을 돌리는 유건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

근엄하게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하는 따개비.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유건의 손을 때리며 혼낸다.

 

CUT TO

감방 창문 밖으로 쏟아져 내리는 비.

손전등을 비추어 편지를 읽고 있는 유건.

삐뚤삐뚤한 글씨와 가분수 얼굴로 그려진 아이의 그림.

그 옆에 찢어져 이어붙인 가족사진에 손전등을 비추는 유건.

유건쓸쓸한 미소를 짓다가 편지로 얼굴을 감싸고 한동안 가만 있는다.

 

 

교도소 운동장 (아침)

 

청명한 하늘 위로 울려 퍼지는 국민체조 반주음악.

운동장에 한가득 도열한 죄수들 하나같이 흐느적거리며 체조 중.

죄수들 사이를 돌며 건성건성 지적하는 교도관들.

 

오교사 야야이왕 하는 거 똑바로들 좀 해라.

 

맨 뒷줄에 홀로 서 있는 창길바지에 손을 찔러 넣은 채 하품.

창길에게 슬며시 다가가 옆에 서는 오교사.

 

오교사 강남에 너네 가게들 하룻밤 마시면 얼마 나오냐? 2차 포함해서.

창길 형님 월급 다 꼬나 박아도 모자라.

오교사 아 그렇구나. (가까이 다가가 나지막이내가 팁 하나 주까?

창길 무슨 팁?

오교사 이게 까마귀 고길 먹었나......

창길 (눈빛 반짝이며 나지막이익호?!

오교사 대신 다음 주에 테이블 큰 거 하나 쓰자?

창길 당연하지얘기 해놓을 게돈 걱정 말고 가서 실컷 놀아요.

 

짐짓 헛기침하며 주위 시선을 살피는 오교사슬그머니 뒤돌아선다.

창길도 국민체조 리듬에 맞춰 노를 젓듯 온몸운동을 하며 슬며시 뒤돌아선다.

국민체조 음악 계속되는 가운데 은밀하게 쑥덕거리는 창길과 오교사.

 

 

교도소 대강당 ()

 

강당을 가득 메운 죄수들흥겨운 음악에 박수를 치고 있다.

무대 위에선 밴드의 반주에 맞춰 열창하고 있는 중견 가수.

죄수 위문 공연이 한창이 대강당의 흥겨운 분위기.

 

CUT TO

한물간 개그맨이 마이크를 잡고 19금 유머를 떠벌인다.

박장대소하며 좋아하는 죄수들.

개그맨또 다른 가수를 과장된 톤으로 소개한다.

박수와 함께 등장하는 섹시한 무대의상의 댄스 가수.

마치 군부대 장병들처럼 들썩이며 환호작약하는 죄수들.

리듬에 맞춰 박수치고 노래까지 따라 부른다.

객석 앞자리에 앉아 흐뭇하게 박수치는 익호.

보안과장이 다가와 귓속말을 하자 슬그머니 일어나는 익호자리를 뜬다.

 

 

교도소 취사장 ()

 

텅 빈 취사장멀리서 들려오는 강당의 음악소리.

대형 테이블에 홀로 앉아 있는 유건.

뭔가 열심히 글을 쓰다가 인기척에 황급히 숨기고 돌아본다.

취사장으로 들어서는 정교사유건을 빤히 쳐다보며 다가온다.

 

정교사 3260. 강당에 안가고 혼자 뭐해?

유건 당직번입니다.

정교사 방금 숨긴 거 뭐야?

대답 못하는 유건정교사 다가가 확 낚아챈다.

펼쳐보면 아들에게 쓰고 있는 편지다쓱 훑어보는 정교사.

 

정교사 애한테 미국에 있다고 뻥친 거야?

 

착잡한 듯 아무 말 없는 유건.

편지를 유건에게 되돌려주려 내미는 정교사.

유건 굽신하며 받으려는 순간 곧바로 찢어버리는 정교사.

 

정교사 작업장에선 작업 이외의 행위는 일체 금지다몰라?

유건 .......

정교사 (경고하듯조심해.

 

찢은 조각을 유건의 발치에 휙 던지는 정교사취사장을 나간다.

화를 누르고 있는 듯 그대로 서 있는 유건.

정교사가 완전히 사라지는 걸 확인하고는 식자재 창고를 바라본다.

 

 

교도소 강당 뒷마당 ()

 

공연 준비로 어수선한 뒷마당 분위기.

연극 공연팀 무대장치 운반을 돕고 있는 죄수들창길과 패거리들이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오교사를 슬며시 쳐다보는 창길.

오교사 넌지시 신호를 보내듯 고개를 끄덕인다.

창길패거리들에게 턱짓하자 무대장치에 붙은 각목을 뜯어낸다.

교도소 취사장 밖 안 ()

 

취사장 입구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보초서는 홍표.

무료한 듯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CUT TO

텅 빈 취사장 한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 익호.

맞은편엔 연예인풍의 중년남(고웅,54), 명함을 내민다.

 

<한사랑 위문공연단단장 장고웅

 

받아드는 익호명함은 보지도 않고 고웅을 빤히 본다.

 

고웅 (둘러보며이런데서 장 봤다고 그러면 누가 믿겠어아이디어

괜찮다.

 

작업 테이블에 올려진 쇼핑백을 열어보는 고웅.

빵빵한 마약봉지를 꺼내 코에 대고 냄새를 킁킁 거린다.

 

고웅 ....좋네이거 다 어디서 났어?

익호 짭새놈들 지들끼리 해먹을려고 꼬불친 거 싹 걷어 왔지.

고웅 진짜나 뉴스 봤어이게 그거야?

익호 조심해서 팔아그래서 싸게 주는 거니까.

고웅 자기 멋있다언제 출소해나랑 데이트 한 번 해.

 

혼자 깔깔 웃어대는 고웅무표정한 익호를 보고는 움찔.

 

CUT TO

홍표담배를 버리고 비벼 끄는데 뒤쪽에서 드리우는 그림자.

멈칫 돌아보는 순간 뻑하고 내려치는 각목.

 

CUT TO

취사장 안쇼핑백을 옮겨 담은 가방 지퍼를 주욱채우는 고웅.

익호계좌번호가 써진 메모장을 휙 던진다.

 

익호 여기로 입금하고 아가리 단속 잘해라.

안 그럼 앉아서 오줌 누게 된다.

고웅 아유알았어무섭게 왜 이래? (하다가 익호 뒤를 보며)

저긴 누구야?

 

익호 돌아보면씩 웃으며 들어서는 창길.

 

창길 뭐해혼자 맛난 거 처먹어?

 

놀란 듯 창길을 노려보는 익호.

창길 뒤로 인봉과 패거리들 우르르 들어와 취사장 문을 철컥걸어 잠근다.

 

창길 오늘 내가 건달답게 푹담궈 주께레츠고!

 

패거리들 각목을 치켜들고 일제히 익호를 향해 달려든다.

 

 

취사장 식자재 창고 ()

 

청진기를 귀에 꽂고 금고 따기 연습 중인 유건.

다이얼을 돌리는 손순간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마침내 열리는 금고문.

해냈다는 듯 큰 숨을 내뱉는 유건.

그때 밖에서 들려오는 창길 패거리들의 고함소리.

순간 청진기를 확 벗는 유건.

우당탕와장창요란한 소음창고 문틈으로 밖을 본다.

한꺼번에 달려드는 패거리들과 치고받으며 홀로 분투하는 익호의 모습 보인다.

곧바로 금고를 가리고 숨죽이는 유건.

문틈을 다시 보면 익호의 악전고투를 낄낄거리며 지켜보는 창길도 보인다.

갈등에 빠진 듯 난감해하는 유건의 얼굴.

 

 

교도소 대강당 ()

 

댄스 가수의 열띤 무대가 계속 되고 있는 무대.

객석은 죄수 교도관 할 것 없이 완전한 열광의 도가니.

밖에 있던 교도관들마저 슬슬 강당으로 들어와 무대를 바라본다.

댄스 가수자켓을 벗어 던지자 완전히 뒤집어지는 죄수들.

맨 앞자리에 앉은 보안과장도 자켓을 잡아 보려 손을 뻗는다.

가수의 노출의 강도가 점점 심해지자 미친 듯 서로 끌어안고 흥분하는 죄수들.

 

 

교도소 취사장 ()

 

거친 숨을 몰아쉬며 패거리들을 상대하는 익호.

취사장 집기를 마구잡이로 집어 들고 무지막지한 공격을 막아낸다.

작업대에 걸터앉아 관전하듯 지켜보는 창길.

 

창길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진짜 너랑 같이 빵살이 못하겠어.

 

싱크대 구석에 숨어 있는 고웅을 발견하는 창길.

얼른 다가가 쇼핑백을 확 빼앗고는 열어본다.

 

창길 .... 이거 봐라이게 다 얼마야하여간 씨발놈 스케일 졸라 커요.

 

잠긴 취사장 문 유리창으로 보이는 홍표고함을 치며 문을 두드린다.

익호뒤에서 공격해온 패거리 하나를 업어치기로 내다꽂는다.

매서운 눈빛을 번뜩이며 취사용 삽을 치켜들고 사정없이 내려치는 익호.

— 비명을 내지르며 다리를 움켜쥐는 패거리.

 

익호 어딜 가든 오야지를 잘 만 나야 돼.

 

또 다시 다리를 내려치는 익호.

 

익호 넌 오늘 니 오야지 때문에 다리병신 되는 거다.

 

녀석의 다리를 계속해서 내려치는 익호.

터지는 비명소리익호의 서슬에 기가 눌려 주춤거리는 패거리들.

 

창길 뭐해새끼들아조져 빨리!

 

달려들려다 익호가 확 노려보자 멈칫 물러나는 패거리.

보다 못한 창길이 식칼을 확 뽑아 들고 달려든다.

내지르는 칼을 거세게 내쳐버리는 익호곧바로 창길의 안면을 강타.

풀썩 주저앉아 코피를 쏟는 창길에게 다가서는 익호.

쌓인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 인 듯 숨을 몰아쉰다.

취사용 삽을 치켜들고 창길의 정수리에 겨누는 익호.

 

익호 내가 빵에 들어와서..... 너 같은 양아치 셋을 죽였어.

창길 .....잘못했습니다.

익호 인젠 참아야지 참아야지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창길 살려주십시오!

 

대답 없이 한 껏 삽을 치켜드는 익호.

 

창길 (울음을 터뜨리며건달이.....! 가오 떨어지면 시체 아닙니까?

저도 밖에 나가면 나와바리도 있고 선배들 다 있는데.....

빵에서 다 털렸단 소리 들으면 끝인 거 아시잖아요.

 

고개를 떨구고 꺼억꺼억 울어대는 창길.

초라한 창길의 꼴을 한참동안 내려다보는 익호.

결국 치켜든 삽을 툭 내려놓고는 착잡한 듯 한숨.

 

익호 너 가라.

창길 ?

익호 소장한테 얘기 해놓을 테니까..... 딴 교도소 가라고.

개꿈 꿨다 생각하고거기서 다시 시작해.

창길 아닙니다! (무릎을 꿇으며저도 받아주십시오형님!

 

지켜보던 패거리들도 일제히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고개 숙인다.

황당한 듯 창길과 패거리들을 둘러보는 익호.

 

창길 목숨을 바치겠습니다형님!

익호 지랄한다.

 

익호어이없는 듯 쳐다보곤 뒤돌아서 싱크대 수도꼭지에 물을 마신다.

그때 창고문 유리창으로 지켜보던 홍표놀란 얼굴로 소리치는 느린 화면.

물을 마시다 언뜻 돌아보는 익호에게 갑자기 다가서는 창길.

날카로운 과도를 익호의 옆구리에다 푹꽂는다.

창길을 밀치고 뒷걸음질 치는 익호야채 더미를 뒤엎으며 바닥에 쓰러진다.

붉은 피가 점점 번지는 옆구리를 움켜쥔 채 창길을 노려보는 익호.

간악한 웃음을 흘리며 다가서는 창길.

 

창길 꿇어주니까 좋댄다씨발놈.......!

족보도 없는 새끼가 어디 겁도 없이 빵에서 대가릴 잡아?

넌 인제 아웃이야.

 

그때 쿵쿵쿵— 들려오는 둔중한 발소리.

모두들 돌아보면 싱크대 위를 딛고 뛰어오르는 유건.

거세게 창길을 턱을 날아 차버리자저만치 나가 떨어져 널브러진다.

놀란 얼굴로 유건을 올려다보는 익호큰 숨을 몰아쉬는 유건.

비틀 거리며 일어나는 창길패거리들이 부축한다.

 

창길 하 놔..... 이건 또 뭐야?

유건 꺼져.

창길 이게 돌았나비켜 새끼야.

유건 배식 준비해야 돼꺼지라고 이 씨발놈아.

창길 (웃으며그래 잘 됐다너까지 오늘 싹 정리하자조져!

 

창길 패거리유건과 익호를 향해 한꺼번에 달려든다.

곧바로 삽자루를 휘두르며 창길의 식칼을 쳐내버리는 유건.

피를 흘리는 익호도 사력을 다해 패거리들을 상대한다.

바닥을 나뒹굴며 주먹을 주고받는 창길과 유건.

유건잔뜩 벼른 듯 독기를 뿜으며 마구잡이로 주먹을 내지른다.

떨어진 칼을 다시 주워들려는 창길의 턱을 걷어차는 유건.

익호 한 녀석을 주저앉히고는 문득 유건을 바라본다.

마침내 창길을 쓰러뜨리는 유건그때 뒤에서 기습하는 녀석을 날려버리는 익호.

순간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가쁜 숨을 헐떡이는 익호와 유건.

남은 패거리 두엇은 겁먹은 채 차마 두 사람에게 달려들지 못하고 뒷걸음질.

그때 잠긴 취사장 쾅 부서지자 돌아보는 익호와 유건.

황급히 들이닥치는 보안과장과 무장교도대원들그 뒤로 들어서는 강소장.

난장판이 된 취사장과 익호 그리고 유건을 짜증스레 쏘아본다.

 

강소장 이런 개쓰레기들........

 

곧바로 다가서는 홍표의 부축을 받으며 추스르는 익호.

옆구리를 부여잡고 헐떡이며 유건을 새삼 다시 보듯 시선을 던진다.

교도대원들 쓰러진 창길과 패거리들을 일으키고 끌고 나간다.

역시 교도관들에게 내몰려 취사장을 나서는 유건.

순간 창길이 기습적으로 유건의 뒤통수를 삽으로 후려친다.

— 하며 그대로 고꾸라지는 유건.

피떡이 된 채 히죽거리며 웃는 창길에게 달려들어 덮치는 교도대원들.

바닥에 죽은 듯 쓰러진 유건흐린 눈으로 바라보는 익호.

 

 

교도소 전경 의무실 ()

 

깊은 밤교도소 외각을 순찰하는 교도대원들.

 

CUT TO

링거를 꽂고 잠들어 있는 유건잠시 뒤척이다가 눈을 뜬다.

낯선 공간을 잠시 둘러보다 옆을 보면.

옆 침대에 웃통을 벗은 채 돌아 앉아 있는 익호.

흉측한 흉터와 봉합자국으로 가득한 익호의 상체.

우원장이 익호의 옆구리 상처를 능숙하게 꿰매고 있다.

 

우원장 제발 몸 좀 사려요내가 무슨 재봉사야?

익호 이참에 미싱 한 대 사드릴까?

 

실없이 웃는 두 사람그러다 깨어난 유건을 보게 되는 익호.

우원장 얼른 유건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핀다.

 

우원장 그대로 누워 있어요.

유건 (일어나 앉으며괜찮습니다.

 

유건의 동공에 손전등을 비춰 검진하는 우원장.

 

우원장 이만하길 다행이에요하마터면 큰 일 날 뻔했어요.

 

익호유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익호 빵에선 그저 아기리는 닥치고 남에 일엔 신경 끄는 게 상책이야.

유건 (들어본 말인 듯 쳐다보며) .......

익호 겁대가리 없이 어딜 나서냐 나서길.

 

유건링거를 뽑아버리고 침대에서 내려선다.

 

유건 어차피 벼르고 있던 놈이야그럴 때 아니면 언제 조져?

새삼스레 유건을 다시 보는 익호.

 

익호 너 술 한 잔 할래?

유건 (돌아보며) .......

익호 너 뭐 좋아하냐?

유건 됐어.

우원장 생각해 보세요이때 아니면 언제 포식하겠어요?

익호 내가 빚지고는 못 사는 사람이야말해봐뭐든.

유건 (생각하다가다금바리?

익호 (순간 당황) .......?

유건 뭐든 말하라며?

 

난감한 듯 머뭇거리는 익호피식 웃는 우원장.

익호의무실 전화 수화기를 집어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교도소 정문 ()

 

정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오는 검정 세단.

운전석엔 핸들을 잡고 있는 최교도.

뒷좌석엔 익호와 유건이 사복차림으로 앉아 있다.

어리둥절하게 차창 밖을 바라보는 유건.

 

익호 뭘 그리 놀래다금바리가 빵깐에 있을 리가 없잖아.

 

익호놀라있는 유건을 쳐다보며 차창문을 열어준다.

불어오는 밤바람을 맞으며 점점 멀어지는 교도소를 돌아보는 유건.

 

 

바닷가 포구 횟집 ()

 

잔잔한 바닷가 포구한 쪽에 세워진 검정세단.

운전석 문을 열어 놓고 무료한 듯 담배를 피워 무는 최교도.

그 뒤로 포구에 자리한 횟집 좌판에 마주 앉은 익호와 유건 보인다.

 

CUT TO

좌판 테이블에 차려진 다금바리.

유건밤바다와 회와 익호를 보며 여전히 어리둥절한 눈빛.

 

익호 이래도 되나 싶지?

유건 (애써 태연한 듯글쎄.....들은 얘기가 있어서 그닥.....

익호 무슨 얘기?

유건 뭐든 맘대로 못하는 게 없다고.

익호 그래봐야 빵잽이 신세 거기서 거기지.

 

요리를 가져오는 강인한 인상의 주인장(범모,36)

 

범모 오늘 막 잡아 올린 겁니다많이 드십시오 검사님.

익호 검사는 개뿔...... 얘 소지야너 취사반장이었잖아말 놔.

범모 아유그래도 그건 아니죠......

 

잔을 주고받는 유건과 범모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익호.

 

익호 범모 얜 경찰이었어.

유건 (새삼 범모를 보며) .......!

익호 졸지에 빵에 들어와선 날 만나가지고 고생 많이 했지.

범모 고생은요형님 아니었으면 빵에서 맞아 죽었을 겁니다.

거기다 나와서까지 이만하게 먹고 살지 않습니까?

익호 그래그럼 임마 나한테 잘 해.

음식을 집어 먹는 익호를 새삼 바라보는 유건.

익호유건과 눈이 마주치자 불쑥 술잔을 내밀며.

 

익호 받아.

 

CUT TO

포구에 부딪힌 파도가 부서지는 가운데 독대 중인 두 사람.

유건은 어느덧 취기가 오른 듯 술잔을 단숨에 들이켠다.

그런 유건을 가만히 쳐다보는 익호.

 

익호 넌 왜 검사가 됐냐?

유건 잘 먹고 잘 살려고.

익호 ?

유건 이상해?

익호 아니 검사면 임마..... 정의를 위해 나쁜 놈들을 때려잡고 뭐 그런 거 있잖아.

유건 (피식 코웃음그런 게 어딨어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익호 (어이없는 듯 헛웃음 짓다가뭐 솔직해서 좋다.

유건 밖에서 니들 봤을 땐 이것들은 왜 이러고 사나 싶었는데......

막상 당하고 보니까 죄 짓는 놈 따로 있는 거 아니더만.

한 순간이더라고잘 나가다가 똥 밟은 거지.......

 

단숨에 소주를 원샷하는 유건.

잠시 유건을 바라보다 빈 잔을 채워주는 익호.

 

익호 너무 그럴 거 없어.

세상에 죄 안 짓고 사는 놈 어디 있는 줄 아냐?

돈 없고 빽 없는 것들만 잡혀 들어와선 뽁딱거리지.

진짜 나쁜 새끼들은 죄다 밖에 있다니까.

유건 (빤히 쳐다보며비결이 뭐야?

익호 무슨 비결?

유건 빵에서 이러고 사는 거.

익호 별 거 없어너랑 마찬가지야나도 먹고 살자고야.

안 죽고 살아 볼라고 이 악물고 버티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지.

유건 몇 년 남았어?

익호 난 그런 거 없어못 나가이젠 뭐 나갈 이유도 없지만.

유건 하긴.... 뭐든 맘대로 안 되는 게 없는데...... 그럴 만도 하네.

씨발 안이나 밖이나 썩어가지고........

익호 부럽냐?

유건 (쏘아보며) ......

익호 (씩 웃으며부러우면 부럽다고 해 새끼야.

유건 그래부럽다졸라 부러워씨팔!

 

익호를 흘겨보며 원샷을 하는 유건.

그런 유건을 재밌다는 듯 쳐다보며 술잔을 들이켜는 익호.

 

CUT TO

술을 가지고 다가오는 범모자리엔 익호 혼자 앉아 있다.

의아한 듯 주위를 살피다가 익호의 시선을 따라가는 범모.

술에 취한 유건이 바닷가를 흐느적거리며 걷는 모습 보인다.

부서지는 파도를 맞으며 물속으로 휘청휘청 걸어 들어가는 유건.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입을 떼는 익호.

 

익호 머리도 있고 깡도 있어....... 잘만 길들이면 저거 쓸 만하다.

내가 사람 보는 눈 하난 정확하잖아.

범모 ........

익호 진작에 저런 놈 하나는 있어야 했어.

문신한 건달 놈들만 데리고 있어 봤자 평생 따까리 신세 못 면해.

니가 좀 알아 봐어떤 놈인지걸리적거리는 건 없는지......

 

소주잔을 만지작거리며 유건을 바라보는 익호들이켠다.

파도에 이리저리 휘청거리며 검은 밤바다를 암담하게 바라보는 유건.

포효하듯 고함을 치고 악을 써대는 유건의 목소리 울려 퍼진다.

 

<F.O>

징벌 독거사동 복도 ()

 

교도관 징벌방 잠금장치를 풀고 문을 연다.

기다린 듯 문 앞에 바싹 다가 서 있는 창길.

수북 자란 수염과 움푹 들어간 볼하지만 눈빛만은 살기 등등.

복도로 폴짝 뛰어 내려서는 창길.

감방문을 닫고 잠그는 교도관을 힐끔 쳐다본다.

 

창길 잠그지 마쇼모가지 하나 따고 금방 또 올 거니까.

 

목을 풀며 앞장서 복도를 나서는 창길.

 

 

교도소 취사장 뒷마당 ()

 

음식물 쓰레기 가득한 짬통을 들고 나오는 유건.

드럼통에 버리고선 무심코 돌아보면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창길과 패거리들.

창길간악한 미소를 지으며 과도를 척꺼내들고 성큼성큼 다가선다.

창길을 바라보는 유건전혀 피할 생각도 없이 느긋한 얼굴.

그런 유건 그 뒤로 병풍을 치듯 나타나는 죄수들홍표 패거리다.

쇠파이프와 섬뜩한 흉기를 들고 유건을 호위하듯 버티고 선다.

움찔하며 걸음을 멈추는 창길일그러진 얼굴로 애써 웃음.

여전히 무표정한 유건홍표를 슬쩍 쳐다본다.

그러자 곧바로 창길 패거리를 향해 달려드는 홍표 패거리들.

주춤거리다 결국 뒤돌아 도망치는 창길과 패거리들.

덩그러니 혼자 남은 유건쫓고 쫓기는 두 패거리를 그저 바라볼 뿐.

사력을 다해 달리는 죄수들의 발들 위로 선행되는 경쾌한 음악.

유건과 익호의 수형생활 몽타주

 

앞 씬의 음악이 계속되는 가운데 축구공을 쫓아 달리는 죄수들의 발.

활기찬 분위기의 축구 경기주변에 한가득 관전하는 죄수들.

수비수를 제치고 측면 돌파하는 유건크로스를 올린다.

골대로 돌진하는 익호발리슛을 시도하다 헛발질로 흙바닥에 곤두박질친다.

박장대소하는 죄수들익호도 따라 웃고 유건도 웃음을 터뜨린다.

 

CUT TO

취사장에서 삼겹살 파티를 벌이는 익호 패거리.

그 속에 소주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어울리고 있는 유건의 모습.

문 밖으로 지나가던 정교사유건을 발견하곤 빤히 쳐다본다.

그러다 익호와 눈이 마주치자 이내 못 본 척 그냥 가버리는 정교사.

 

CUT TO

사동 복도검신 게이트 앞에 줄지어 서 있는 죄수들.

그 옆을 그냥 통과하는 익호그리고 익호와 나란히 걷는 유건.

죄수들의 대열 속에서 그 모습을 부러운 듯 바라보는 창길.

 

CUT TO

원예실에서 화초들을 손보고 있는 익호.

출소하려는 듯 사복차림의 죄수들 서넛이 익호 앞에서 큰 절을 올린다.

저편에서 소나무 분재 구경하던 유건그 광경을 지켜본다.

 

CUT TO

죄수들로 가득한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익호와 패거리들.

당당하게 익호 옆에서 나란히 발걸음을 같이하는 유건.

유건 뭔가 열심히 설명을 해주고익호는 고개 끄덕이며 경청한다.

전방에 오가던 죄수들 홍해처럼 갈라지며 길을 열어준다.

직원 사동 앞에 정차한 승용차에서 내리는 강소장.

무심코 고개 돌리다가 익호와 함께 있는 유건을 발견하고는 뭔가 찜찜한 표정.

 

 

교도소 감시탑 (해질녘)

 

벌판 한 가운데 오래된 요새처럼 자리한 교도소 전경.

교도소 담장 너머로는 노을이 붉게 물드는 가운데 익호의 목소리 들려온다.

 

익호 (OFF) 사람 인생 모르는 거야........

 

감시탑에 난간에 걸터앉아 있는 익호.

맥주를 마시며 점점 검붉어지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다.

 

익호 내가 처음으로 빵에 들어온 게 열아홉이야.

 

그 옆에 서서 캔맥주를 마시는 유건감시탑 아래를 내려다보면.

감시탑 근무대원들철계단에서 총기를 세워놓고 짜장과 탕수육을 먹고 있다.

잠자코 익호의 얘기를 들으며 담장 밖을 내다보는 유건.

 

익호 중학교도 제대로 못 나온 생양아치 새끼.........

제집 드나들 듯 빵이나 들락거리까 다들 그랬어.

저 새낀 인생 쫑났다.

부모고 형제고 소용없어다들 그냥 버린 놈 취급이지.

근데내 인생은 그때부터 시작이었어.

유건 .........

익호 너도 기죽을 필요 없다 이거야얼마든지 일어설 수 있어.

여기서 새 인생 시작하는 하면 되는 거라고.

유건 ........

익호 밖에서 볼 땐 여기가 무슨 인간 말종 집합소 같겠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절도폭행사기살인그거 아무나 하는 줄 알아?

그것도 다 기술이야.

이 안에 온갖 프로들이 수두룩해.

언제 어디든 필요할 때 쓰면 돼.

난 걔들한테 기회를 주는 거야.

누이 좋고 매부 좋고.......서로서로 윈윈.

새삼스레 유건을 바라보는 익호.

 

익호 세상만사 마음먹기 달렸단 소리그거 틀린 거 아니야.

뭐든 할 수 있어.

여길 완전히 내 세상으로 만들기만 하면 감옥이 감옥이 아닌 거지.

유건 .........

익호 사람이 야망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니냐?

두고 봐라대한민국에 있는 교도소란 교도소는

죄다 이 정익호의 제국이 될 거다영원한 제국.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켜고는 캔을 찌그러뜨리는 익호.

그런 익호를 빤히 쳐다보는 유건.

 

유건 그게 가능하겠어?

익호 무지랭이 유비가 어떻게 삼국통일을 했느냐....

유비한텐 제갈공명이라는 훌륭한 지략가가 있었거든제갈공명.

유건 .......

익호 니가 내 제갈공명이 되어줘.

 

사뭇 진지한 익호를 잠자코 바라보는 유건피식 웃음을 흘린다.

 

익호 (언짢은 듯왜 웃어?

유건 미안하지만...... 삼국통일을 한 건 유비가 아니야.

익호 (순간 당황아니냐그럼 씨발 누가 했어관우가 했나?

장비는 아닐 거고....

 

그저 웃고 마는 유건그러자 멋쩍은 듯 따라 웃는 익호.

 

익호 송유건이.

유건 (새삼 쳐다보며) .......!

익호 나하고 같이 가자-

 

익호의 진심을 읽으려는 듯 빤히 쳐다보며 맥주를 들이켜는 유건.

 

CUT TO

붉은 석양을 등지고 감시탑 위에 나란히 서 있는 익호와 유건의 실루엣.

 

 

교도소 대강당 ()

 

텅 빈 대강당으로 몰래 들어서는 양씨와 종대,

창틀에 숨겨 놓은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한다.

무심코 연기를 내뱉다가 한쪽 보곤 얼음처럼 굳는 양씨.

천장 배관에 줄을 걸고 자살을 하려는 우원장과 눈이 딱 마주친다.

우원장 목을 메달고선딛고 올라선 의자를 차버린다.

곧바로 발을 바둥거리며 고통스레 꿈틀거리는 우원장.

종대와 양씨 멍하니 보고 있다가 후다닥 달려든다.

우원장의 몸을 끌어안고 들어 올리려 끙끙거리는 양씨.

하지만 숏다리라 별 효과가 없는 듯 우원장은 눈이 뒤집히기 시작한다.

의자를 다시 세우고 올라서서 줄을 풀려다 뒤엉켜 넘어지는 종대.

허겁지겁 비상벨을 누르고 밖으로 튀어나가 소리친다.

 

종대 사람 살려여기 사람이 죽고 있다사람 살려!

 

싸이렌이 울리자 강당으로 와르르 들어오는 죄수들과 교도관.

일제히 달려들어 우원장을 들어 올리고 매단 밧줄을 풀려고 용을 쓴다.

그러다 줄을 매단 배관이 뚝 부러지며 한꺼번에 뒤엉켜 쓰러진다.

부러진 배관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을 뒤집어쓰는 죄수들.

쓰러진 채 숨을 헐떡이는 우원장물 잠그라고 소리치는 양씨와 죄수들.

순식간에 물바다가 되어 난장판이 벌어지는 대강당.

 

CUT TO

엉망이 된 대강당죄수들이 배관을 고치고 있다.

그 광경을 짜증스레 둘러보는 강소장.

 

강소장 본부 감사가 코앞인데 이게 지금 뭐하는.........!

 

말문이 막혀 옆에선 보안과장의 쪼인트를 까버리는 강소장.

돌아보면 정신을 차린 우원장과 양씨종대 등이 무릎을 꿇고 있다.

우원장을 싸늘하게 내려다보는 강소장.

 

강소장 이게 지금 도대체 몇 번째야?

우원장 (붉어진 눈전 억울합니다전 제 아내를 죽이지 않았어요정말입니다!

강소장 그런 소린 나한테 하지 말라니까난 관심 없어.

 

강소장의 바지자락을 잡으며 매달리는 우원장.

 

우원장 차라리 날 죽여줘더 이상 못살겠어죽이라고죽여!

 

곧바로 달려드는 보안과장우원장을 걷어차고는 마구 짓밟는다.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는 우원장을 바라보던 종대참다 못 해 막아선다.

 

종대 이러다 진짜 죽겠어요!

 

뒤에서 있던 최교도가 곤봉을 뽑아 들고 종대까지 두들겨 팬다.

배관 보수 작업 중이던 죄수들 참담한 얼굴로 그 광경을 노려본다.

 

보안과장 뭘 봐이 새끼들아!

 

폭행을 못 보게 죄수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교도관들.

그 모습을 뒤로한 채 바지를 털며 강당을 나서는 강소장.

그때 강당으로 들어서는 익호.

짜증스레 익호를 쏘아보고는 지나쳐 가버리는 강소장.

난장판이 된 강당과 죄수들그리고 울부짖는 우원장을 보며 한숨짓는 익호.

 

 

독거 징벌방 ()

 

컴컴한 징벌방문이 활짝 열리면 익호가 서 있다.

방 안을 들여다보고는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뱉는 익호.

말라붙은 피투성이의 우원장이 쪼그려 앉은 채 고개를 든다.

익호를 보자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우원장.

 

익호 울지 마쇼내가 원장님 빚 갚으러 왔으니까.

 

뭔 소리냐는 듯 쳐다보면 익호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유건.

 

익호 송검니가 밝혀줘니가 유죄라면 믿어 줄게.

 

순간 난감한 듯 익호를 바라보는 유건.

이어 우원장을 바라보면눈을 감고 회한 서린 한숨.

 

 

교도소 의무실 ()

 

테이블에 각종 공판 기록 서류를 놓고 마주 앉은 유건과 우원장.

공판기록을 찬찬히 살피는 유건.

한쪽에선 익호가 벽에 기댄 채 두 사람을 잠자코 지켜보고 있다.

 

유건 항소심에서 주장한 증거자료는 왜 제출을 안했어요?

우원장 (한숨재판 당일 날 잃어버렸어요담당 변호사가.

유건 그 사실을 소명했습니까?

우원장 했죠했지만 뭐...... 딱히 증거 능력도 없다고 하고.....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 젓는 우원장.

 

유건 피고 측이 주장하는 내연남의 범죄행위를 밝힐 결정적인 증거에요.

이게 분실됐다는 건 누군가 인멸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건데.....

익호 지금이라도 어떻게 안 되냐?

유건 대법원 판결났고 이미 형 집행 중이야...... 게임 끝났어.

 

무표정한 우원장의 뺨 위로 눈물 주룩 흘러내린다.

 

우원장 고맙습니다검사님..... 총반장님.....

이제 됐어요제 얘길 들어주신 것만으로도 전 만족합니다.

 

그런 우원장을 가만히 바라보며 관자놀이를 실룩거리는 익호.

 

익호 (뇌까리듯대법원까고 있네그런 게 어딨어?

 

 

신축 사동 복도 ()

 

길게 뻗은 복도 끝에 우뚝 서 있는 익호.

굳게 닫힌 감방문들을 바라보는 매서운 눈빛.

 

익호 선수들 깨워라.

 

발걸음을 떼고 천천히 걸어 나가는 익호.

그 뒤로 모습을 드러내는 홍표와 보안과장 뒤를 따르다.

걸어가며 감방 하나를 향해 손짓하는 익호.

보안과장 곧바로 그 방문을 연다.

또 다른 방에도 손짓하며 계속 걸어가는 익호.

어느덧 복도 밖으로 나와 있는 서너 명의 죄수들.

 

익호 (돌아보며오랜만에 바람 한 번 쐬자.

 

거침없이 걸어가는 익호 뒤를 일제히 따라간다.

<F.O>

직원 사동 복도 교도소 소장실 ()

 

소장실 팻말 아래로 보이는 직원사동 복도.

문을 열고나서는 사복차림의 강소장황급히 계단을 내려간다.

잠시 후 복도로 모습을 드러내는 청소카트유건이다.

계단 아래로 사라지는 강소장을 가만히 바라보는 유건.

 

CUT TO

금고 다이얼을 돌리고 있는 손.

화면 뒤로 빠지면 청진기를 대고 집중하고 있는 유건.

딸깍소리에 심호흡을 하는 유건손잡이를 잡아당기자 열리는 금고문.

빽빽하게 채워진 돈다발그 위엔 권총 한 자루와 실탄 세트.

아래 칸엔 가지런히 놓여 있는 녹취테이프들.

테이프 라벨에 써진 메모들을 살피는 유건.

그러다 그 중 하나를 보고는 표정 굳어지며 회한서린 한숨을 들이켠다.

그런 유건의 등 뒤로 드러나 보이는 책 상위의 자동차 키.

순간 철컥하며 방문 열리는 소리흠칫하는 유건의 얼굴.

 

CUT TO

소장실로 들어서는 강소장책상 쪽으로 다가간다.

놓고 온 자동차 키를 챙기려 다가가자 서서히 드러나는 금고.

그런데 유건의 모습은 간 데 없고 금고도 닫혀 있다.

곧바로 소장실을 나가려는 강소장갑자기 걸음을 멈춘다.

뭔가 이상한 듯 돌아보는데 소파 뒤에서 불쑥 일어나는 유건.

 

강소장 (화들짝 놀라며뭐야 너?

유건 ?

강소장 (버럭여기서 뭐 하냐고?!

유건 (쓰레기통을 들어 보이며....청소 중입니다.

강소장 (어이없는 듯?

 

유건을 빤히 노려보며 다가서는 강소장.

마른 침을 삼키며 짐짓 눈만 끔뻑이는 유건.

그때 열린 문으로 들어서는 정교사.

 

정교사 뭘 꾸물대빨리 하고 나와. (강소장을 보며)

소장님 안 가셨습니까?

강소장 얘가 왜 내 방에 있어?

정교사 제가 청소 좀 시켰습니다.

유건 (정교사를 보며) .......!

정교사 오후에 교정본부 손님들 오신다길래.......

강소장 (버럭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고 그래?!

정교사 죄송합니다.

강소장 꺼져 당장!

 

쫓겨나듯 소장실을 나가는 유건정교사 묘한 시선을 주고받는다.

 

 

교도소 직원 테니스장 ()

 

공사 중인 테니스장가림막 구석에 서 있는 유건.

그 앞을 어슬렁거리며 발장난을 하고 있는 정교사.

 

정교사 경고했잖아조심하라고.

 

말이 없는 유건불안한 시선으로 주위를 살핀다.

 

정교사 걱정 마여긴 아무도 안 와.

유건 고맙습니다.

정교사 고맙다고 얘기할 단계는 아직 아닌 것 같은데?

유건 .......!

정교사 왜 그랬어?

유건 제가....... 사실 도벽이 좀 있습니다.

정교사 (웃으며멀쩡한 검사가 뺑소니에 인젠 빵에서 도둑질까지?

그걸 믿으라고?

유건 얼마면 되겠습니까말씀만 하세요.

정교사 그 전에 거길 왜 자꾸 들락거렸는지 그거부터 좀 알아야겠는데?

그래야 계산서가 나오지말해봐왜 그랬어?

유건 .........

정교사 말을 못하네? (다가서며너 뭐야?

너 잡아넣은 담당형사.....강동서 박형사..... 필리핀 이민 갔다며?

유건 (긴장하는) ........!

정교사 내가 좀 알아봤거든담당판사도 무슨 대학교수 한다고 미국으

로 떴데뭐 그럴 수도 있지근데 너 여기서 하는 짓거리가 좀

그렇잖아?

유건 .........

정교사 (노려보며수상해너 뭐 있지?

내가 입만 뻥끗하면 너 죽어.......

말했지여긴 달라사람 하나 죽어 나가 거 일도 아냐.

 

서서히 차갑게 변하고 있는 유건의 표정.

 

유건 내가 말하면..... 감당할 수 있겠어?

정교사 ......?!

유건 나 니들 조지러 왔어.

정교사 (흠칫) .......!!

유건 피의자 자백만으로도 백프로 유죄 받을 수 있는 미제사건.....

그거 내가 뒤집어쓰고 들어왔다고니네들 박살낼려고.

 

놀란 얼굴로 슬그머니 물러나는 정교사.

 

유건 어떡할래가서 꼰지를래?

니 말대로 내가 죽고 나면 넌 가만히 놔둘 것 같애?

정교사 .... 잠깐만요.

유건 넌 인제 나랑 한 배 탔어살고 싶으면 주둥이 닥치고 어시스트

나 잘 해.

 

어느덧 달라져 있는 유건의 매서운 눈빛.

머릿속이 복잡한 듯 어쩔 줄 모르는 정교사.

 

목소리 (OFF) 어이!

 

화들짝 놀라며 돌아보면공사장 입구로 들어서는 오교사.

 

오교사 (다가오며거기서 뭐해?

정교사 .... 저기....그냥 생활 지도 좀 한다고.......

유건 (짐짓 깍듯하게이제 가도 되겠습니까정교사님?

 

대답도 못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이는 정교사.

아무렇지도 않은 듯 먼저 자리를 뜨는 유건.

 

 

교도소 취사장 ()

 

저녁 식기 세척 작업 중인 취사장.

굳은 얼굴의 유건생각에 빠진 듯 헛손질에 식기들이 와장창 무너진다.

요란한 소리에 일제히 시선이 쏠리자 허둥대는 유건.

그런 유건을 심상치 않은 듯 바라보는 종대.

 

종대 무슨 일 있어?

유건 아니.

종대 (빤히 보며그 기분 내가 잘 알지.

유건 (잠시 흠칫) ...... 뭐가?

종대 형도 이젠 총반장 일 한다면서?

유건 누가 그래?

종대 여기 선수촌이야아는 사람은 다 알아.

그래도 조심해총반장 식구라고 다 해피한 건 아니니까.

유건 ........?

종대 솔직히 우리야 뭐든 시키면 해야 돼는 입장이잖아.

싫어도 어쩔 수 없는 거야. (한숨박씨 봤지?

계속 뽕 맞고 완전 폐인 돼가지고 지금 먹방에 가둬놨......

 

순간 말을 멈추고 시치미 떼듯 작업에만 열중하는 종대.

유건돌아보면 홍표와 패거리가 취사장으로 들어선다.

 

홍표 어이송검! (손가락 까딱)

유건 ?

 

홍표대답 않고 그저 살벌하게 쏘아보고는 따라오라는 턱짓.

순간 불안하게 흔들리는 유건의 눈빛.

 

 

교도소 소각장 ()

 

어두컴컴한 실내로 들어서는 유건곧바로 두꺼운 철문이 닫힌다.

잔뜩 분위기를 잡고 곳곳에 흩어져 서 있는 패거리들일제히 쳐다본다.

유건 돌아보면 이글거리는 소각로 앞에 소파를 놓고 앉은 익호.

소각로 불빛이 역광이 되어 익호의 표정을 알 수 없다.

마치 대부처럼 근엄한 손짓으로 다가오라는 익호.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유건천천히 다가가 보면 한 남자가 무릎을 꿇고 있다.

이미 고초를 겪은 듯 상처와 땀투성이의 남자덜덜 떨고 있다.

유건 영문을 몰라 주위를 둘러보면붉어진 눈으로 남자를 보고 있는 우원장.

다가선 유건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익호.

 

익호 니 말이 맞았어항소심 증거자료 얘가 빼돌려서 없앴데.

유건 이 사람 누군데?

익호 우리 우원장님 와이프랑 바람 핀 새끼어젯밤에 잡아 왔어.

유건 ?!

익호 방금 지 입으로 다 불었어.

송검이렇게 되면 우원장님 무죄 맞지?

 

차마 대답 못하는 유건모든 시선이 쏠리자 결국 고개 끄덕인다.

 

익호 오케이됐고. (남자를 보며마지막으로 묻는다.

너 우원장님 와이프 죽였냐안 죽였냐?

남자 (덜덜 떨며......죽였습니다.

 

우원장결국 털썩 주저앉아 오열한다.

 

익호 (일어나며정리하자.

 

홍표와 패거리들곧바로 남자를 소각로 앞으로 질질 끌고 간다.

겁에 질린 채 살려 달라 비명 지르는 남자.

어리둥절 바라만 볼 뿐인 유건문득 돌아보면 구석 어둠 속에서 나오는 박씨.

벌건 눈팔뚝엔 여러 개의 주사자국섬뜩한 회칼을 들고 유건 앞을 지나간다.

다가오는 박씨를 보고는 자지러지듯 몸서리치는 남자.

놀란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는 유건.

박씨 마침내 회칼을 치켜들고 남자에게 확 달려들자유건 고개를 돌려버린다.

등 뒤에서 터지는 남자의 단말마가 소각장 전체에 울려 퍼진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개 드는 유건의 시선으로 보이는 익호의 뒷모습.

아무 일도 없는 듯 털레털레 소각장을 나서며 따라오라 손짓하는 익호.

 

 

원예실 안 익호의 밀실 ()

 

글라스에 양주를 콸콸 쏟아 붓는 익호단숨에 들이켠다.

한숨 크게 내뱉고는 정면을 바라보는 익호.

맞은편에 앉은 유건애써 태연한 얼굴로 잠자코 바라본다.

 

익호 놀랬지?

유건 ........

익호 니 덕에 우원장한테 진 빚 싹 갚았다.

적어도 내 식구가 억울하게 빵살이 하는 건 못 봐.

내보내주지는 못해도 한은 풀어줘야지.

유건 ....... 소장은 이거 알고 있어?

익호 지가 알면 어쩔 건데강영민이는 내가 꽉 잡고 있어.

유건 ........

익호 아닌 거 같냐걔 소장 견장도 내가 달아준 거야.

그 새낀 나 없으면 좆도 아냐아무 것도 못해.

근데 이 십새끼가 아직도 똥오줌을 못 가리고 있어.

여기 진짜 주인이 누군지 누가 맨 꼭대기에 있는지......

언젠가는 그걸 알게 될 날이 올 거야.

그럴려면 너 같은 놈들이 내 옆에내 뒤에!

떡하니 버티고 있어 줘야한다 이 말이야알겠어?

 

또 한 잔 부어 벌컥이는 익호.

유건문득 고개 돌리다 소파 구석에 처박힌 책을 보게 된다.

무심코 집어 들어 보면 <삼국지 1>, 펼쳐보면 초반 몇 페이지 읽다 만 듯.

취한 듯 비틀거리며 책장으로 가는 익호.

책장에 가득 꽂혀 있는 동서양 고전과 양서들을 의외인 듯 바라본다.

 

유건 저거 다 읽은 거야?

익호 그냥 갖다 놓은 거야이렇게 보고만 있어도 유식해지는 거

같아서 든든해.

 

책장에서 책들을 빼내고 박스를 꺼내는 익호.

그 안에서 돈다발과 수표를 한 움큼 집어와 유건 앞에 턱 놓는다.

 

익호 써라.

유건 빵에서 이걸 어디다 써?

익호 간수들한테 찔러주란 말이야.

걔들부터 구워삶아야 뭐든 일이 돌아가.

유건 .......

익호 유건아난 무조건 너만 믿는다.

유건 (쳐다보며) ......

익호 넌 내 식구야알지나는 한 번 믿은 놈은 절대 안 버려.

 

유건의 잔에다 쨍부딪히고 원샷하는 익호.

그런 익호를 말없이 바라보는 유건.

 

 

 

 

 

신축 사동 복도 ()

 

조용한 복도를 홀로 걸어오는 유건.

머릿속이 복잡한 듯 걸음을 멈추고 벽에 기댄다.

창밖으로 보이는 소각장 굴뚝희뿌연 연기가 기괴하게 피어오른다.

연기를 보며 혼란스러운 듯 눈을 질끈 감는 유건.

 

 

교도소 수용자 전화실 안 밖 ()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죄수뒤에 앉아 감시기록하고 있는 정교사.

수화기를 잡고 눈물을 훌쩍이는 죄수에게 시계를 가리키며 이만 끊으라는 시늉.

통화를 마치고 나가는 죄수열린 문 밖으로 줄지어선 죄수들 보인다.

다음 차례 죄수 들어서는데정교사 문득 돌아보면 유건이다.

움찔하는 정교사를 바라보는 유건전화기 앞에 앉아 수화기를 든다.

 

정교사 (소리 죽여이거.... 감청되고 있는 건데.......

유건 상관없어요전화하러 온 거 아니니까.

 

CUT TO

전화실 앞줄 선 죄수들 다음 차례를 기다리며 짜증스레 궁시렁거리고 있다.

작은 창으로 보이는 전화실 내부수화기를 귀에 대고 있는 유건의 모습.

 

CUT TO

유건통화하는 시늉만 한 채 정교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정교사 선수들 내보내선 무슨 일을 저질러도....

들어와서 문 닫아버리면 끝이에요.

밖에서 아무리 혐의점 잡고 수사해봐야 결국엔 항상 막히죠.

용의자가 수감 중인 죄수니까.....

그것만큼 확실한 알리바이가 없는 거죠.

유건 .......

정교사 그래서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다 해요.

소장한테 여긴 교도소가 아니라 거대한 사업체에요.

자긴 사장이고 익호는 공장장죄수들은 직원인 셈이죠.

유건 그럼 당신들은 뭐요?

정교사 (한숨한 통속이죠전부 다 썩었어요.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우리도 양심은 있으니까....

황교도라고 2년차 내 새끼였는데......

고민 끝에 바깥에서 기자를 만났나 봐요.

순간 수화기를 든 손이 떨리는 유건손아귀에 힘을 가한다.

 

정교사 결국 그 기자도 죽고황교도는 여기서 자살했어요.

유건 (이를 악무는) .....

정교사 나중에 그게 자살이 아니란 걸 다들 안 후로는 죄다 벙어리가

됐죠.

 

애써 평정을 찾고는 수화기를 내려놓는 유건.

 

정교사 정익호..... 가까이 안 하는 게 좋을 겁니다.

누구든 필요하면 무슨 수를 써서든 제 편으로 끌어들여요.

근데 대부분 출소하고 나면 관계를 끊으려고 하죠.

그럴 때 그 인간은 인정사정 안 봐줍니다.

무시무시한 놈이에요감옥이 만든 괴물이에요괴물.......

(떨리는 한숨아니 도대체 어쩌자고 여길 들어 온 겁니까?

뒤춤에 숨긴 돈다발을 꺼내 정교사에게 내미는 유건.

 

유건 접견 신청 좀 합시다.

 

정교사난감한 듯 돈다발과 유건을 번갈아 쳐다본다.

 

 

달리는 호송차 마을 배수로 ()

 

국도를 달리는 호송차.

하나같이 들뜬 표정의 차출 죄수들소풍이라도 가는 듯 연신 웃고 떠든다.

맨 뒷좌석에 조용히 앉아 있는 유건빠르게 지나가는 차창 밖의 풍경을 바라본다.

 

양씨 (창밖을 보며여자다!

 

순간 양씨 쪽으로 와르르 몰려 차창에 머리를 박는 죄수들.

국도변으로 허청허청 걸어가는 꼬부랑 할머니다.

일제히 양씨를 쥐어박고한 녀석은 끝까지 할머니 뒤태에 그윽한 시선을 던지고.

 

CUT TO

무너져 내린 마을 배수로길게 늘어서서 보수 공사 작업 중인 죄수들.

삽질과 곡괭이질한쪽에선 리어카로 흙을 퍼 담으며 작업에 한창이다.

 

DIS

나무 그늘에 모여 빵과 우유를 먹고 있는 죄수들.

몇몇은 널브러져 낮잠 자고누구는 동네 꼬마들과 공을 차고 있다.

교도관들도 서로 잡담을 나누며 느슨하게 쉬는 분위기.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먼 산을 바라보는 유건.

문득 돌아보면 배수로 뒤편에서 유건을 바라보는 정교사넌지시 고갯짓.

 

 

마을 회관 앞마당 창고 / ()

 

호송차량이 주차된 마을 회관 앞마당.

앞서가는 정교사를 잠자고 따라 걷는 유건.

버스 앞에 서서 유건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정교사.

 

정교사 저기 창고에 여기 부녀회에서 위문품 준비한 게 있다니까

가져다 버스에 실어.

유건 네 알겠습니다.

정교사 (나지막이미안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도저히 후달려서.......

유건 .......

정교사 (사정하듯대신 입 꾹 닫을 게요정말입니다.

 

난처한 얼굴로 유건의 시선을 피하는 정교사.

유건맞은 편 대형 철제 창고로 시선을 돌린다.

 

CUT TO

높은 천장에 뚫린 구멍으로 내리쬐는 햇빛.

창고 입구에 쌓아놓은 위문품 박스를 내려다보는 유건.

그때 맞은편 어둠 속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는 중년남(정부장,49)

허름한 죄수복 차림의 유건을 애처로운 듯 바라보며 소리 없는 탄식.

정부장을 멀거니 바라보며 푸석하게 미소 짓는 유건.

 

정부장 어이고 이놈아.......

 

CUT TO

문틈으로 창고 밖을 주시하며 정부장과 마주 선 유건.

바지 안쪽에 달아 만든 주머니에서 비닐에 꽁꽁 싼 뭔가를 꺼내 내민다.

뭐냐는 듯 쳐다보며 받아드는 정부장.

비닐을 벗겨 내면 다름 아닌 녹취 테이프다.

라벨에 써진 강소장의 메모날짜와 장소 그리고 김박사.

테이프 뒷면엔 고무줄로 함께 묶여 있는 명함 한 장.

 

<극동일보 사회부 송유철>

 

정부장명함을 보고는 놀란 얼굴로 소리 없이 탄식한다.

 

유건 이거면 제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거 이제 아시겠죠?

정부장 그래......고생했다.

유건 그리고 이 김박사란 자......

누군지 파악해서 빨리 신병 확보 하십시오.

정부장 알았다몸은 괜찮냐다친 덴 없어?

 

유건대답 대신 고개 가로 젓고는 이내 목 메여 오듯.

 

유건 집사람..... 영운이.... 잘 있죠?

정부장 그럼걱정 말고 조금만 버텨라당장 형집행정지 작업 시작하마.

 

테이프를 챙겨 넣는 정부장유건의 어깨를 잡는다.

비장한 얼굴로 이를 악무는 유건.

그 위로 들려오는 전화통화 목소리.

 

범모 (E) 형님저 범몹니다.

 

 

교도소 원예실 ()

 

원예실 소파에 앉아 휴대폰 통화를 하고 있는 익호.

계속해서 들려오는 범모의 다급한 목소리.

 

범모 (F) 혹시 옆에 송검 있습니까?

익호 없는데?

범모 (F) 저기 송유건이가....... 송유철이 형이던데요.

익호 그게 누군데?

범모 (F) 형님기억 안 나세요그 기자동국일보 기자말입니다!

 

익호여전히 감을 못 잡은 듯 멍하다가 순간 경직되는 얼굴.

 

 

교도소 운동장 (해질녘)

 

운동장으로 들어서는 호송버스.

차에서 내리는 교도관들과 대민지원 사역 차출 죄수들.

사역장비와 위문품 박스를 차에서 내리기 시작한다.

그 속에 섞여 있는 유건을 멀리서 바라보는 누군가의 시선.

 

 

교도소 직원 출구 ()

 

사복차림의 정교사가 밖으로 나선다.

최교도의 경례를 건성으로 받고는 직원 출구로 향하는 정교사.

그때 불쑥 앞을 가로막듯 나타나는 익호.

 

익호 우리 정교사님 퇴근하시네잠깐 얘기 좀 하까?

정교사 무슨......?

익호 대민지원사역 차출자 명단...... 자기가 짰다며?

정교사 .... 그런데 뭐?

익호 관용부 취장 출역자는 외부 사역 열외잖아?

근데 억지로 명단에 집어넣은 이유가 뭘까 싶어서.......

정교사 ......!

익호 송유건이도 나갔다 왔데?

 

얼어붙는 정교사돌아보면 홍패와 패거리가 어슬렁 다가온다.

주춤 뒤로 물러나다 바닥에 풀썩 주저앉는 정교사.

 

 

설렁탕집 ()

 

여전히 북적이는 국밥집 풍경.

김박사와 강소장 역시 같은 자리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수육에다 소주잔까지 기울이는 두 사람.

 

김박사 덕분에 의원님 어깨가 홀가분 해지셨어요.

언제 같이 식사 한 번 하자고 하시더라고하실 얘기도 있고.

강소장 하실 말씀이라면......?

김박사 삼풍사고 저게 후폭풍이 제법이야.

여기저기 불똥이 안 튄 데가 없어.

누군 잘리고 누군 알아서 옷 벗고...... 정신 없다니까.

 

김박사의 말을 새겨들은 듯 기대에 찬 표정의 강소장.

그런 강소장을 넌지시 쳐다보며 비릿한 미소 짓는 김박사.

김박사 역대 최연소 교정본부장인 거 아시지?

 

순간 뭐라 할 말을 잃은 듯 감격하는 강소장.

 

김박사 (비릿한 미소이렇게 좋으실까?

강소장 감사합니다.

김박사 일단 두 박스만 준비하고 나랑은 정식발령나면 그때 정산 하는

걸로.

 

강소장의 잔에다 소주를 채워주는 김박사.

 

김박사 그리고 이건 뭐 내가 할 소린 아니지만....

거기도 인제 슬슬 접어야죠?

 

잠시 굳은 얼굴의 강소장단숨에 소주를 들이켠다.

 

 

교도소 소각장 ()

 

어두컴컴한 소각장 구석.

정교사부들부들 떨며 간이 의자에 앉아 있다.

 

정교사 ....제가 아는 건 그게 전붑니다.

 

맞은편에 앉은 익호잠자코 담배연기만 날린다.

 

정교사 아무한테도 말 안 했습니다정말입니다!

익호 그래? (끄덕이며잘했어.

 

정교사의 어깨를 토닥이는 익호담배를 밟아 끄고 일어난다.

잔뜩 겁먹은 얼굴에서 다소 안도하는 기미를 보이는 정교사.

익호의 눈치를 살피며 엉거주춤 따라 일어선다.

정교사에게 의자를 가리키며 올라서라는 턱짓하는 익호.

뭔 말인지 몰라 멀뚱대다가 의자 위에 발을 딛고 올라서는 정교사.

순간 머리에 뭔가 닿자 올려다보면 천장 위에서 내려와 있는 고리모양의 밧줄.

마치 자살하러 올라가 있는 꼴이 되어 버린 정교사.

여전히 분위기 파악 못한 듯 멀뚱히 익호를 내려다본다.

다가서는 익호밧줄을 목에 걸라는 시늉을 해 보인다.

 

정교사 ?!

 

대답 없이 빤히 노려보는 익호.

난감해 하는 정교사미적거리다가 목에 거는 순간.

의자 다리를 발로 탁— 차버리는 익호.

 

 

교도소 운동장 ()

 

운동장 입구에 정차해 있는 병원 구급차.

주변으로 슬슬 모여들고 있는 죄수들.

흰 천에 덮인 채 들것에 실려 나오는 누군가의 사체.

술렁이기 시작하는 죄수들 틈에 끼어 있는 종대와 양씨.

 

양씨 한 동안 잠잠하다 싶더니만..... 이건 또 뭔 일이래?

종대 씨팔..... 남에 일 같지가 않네.

양씨 (옆구리 찌르며조용히 혀.

 

구급차에 실리는 사체를 바라보며 다가오는 유건.

 

유건 무슨 일이야?

양씨 보안과 정교사가 자살을 했대유소각장서 목을 맸다네.

 

순간 흠칫하는 유건.

흙먼지를 날리며 떠나가는 구급차.

굳은 얼굴의 유건웅성대는 무리에서 슬그머니 빠져 나온다.

 

 

교도소 원예실 ()

 

대형 관목을 등지고 소파에 앉아 있는 익호.

글라스에 양주를 부어 단숨에 들이켜고는 어이가 없는 듯 헛웃음.

그러다 이내 심각한 눈매로 소리 없이 한숨을 내뱉는다.

그때 원예실로 황급히 들어서는 양복차림의 강소장.

난처한 얼굴로 뒤따르는 보안과장에게 격앙된 어조로 소리친다.

 

강소장 밖으로 안 새게 신문이고 방송이고 다 막아알았어?

보안과장 알겠습니다걱정 마십시오.

 

강소장을 멀끔히 쳐다보며 담배를 불을 붙이는 익호.

그런 익호를 노려보며 다가서는 강소장.

 

강소장 뭐야정교사 그 자식 왜 자살한 거야?

익호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강소장 너지니가 그랬지?

익호 왜 이렇게 호들갑이실까? (쓱 올려다보며처음 있는 일도 아닌데.

강소장 왜 그랬어갠 또 왜 죽였어?!

익호 그럼 어쩌라고다 죽게 생겼는데!

 

뭔소리냐는 듯 미간을 좁히는 강소장.

익호담배를 밟아 끄며 일어나 강소장을 노려본다.

 

익호 맨날 이렇게 쫙 빼입고 바깥으로만 나도니

배 밑바닥에 물이 새는지 어쩌는지 알 턱이 있나.

강소장 .........?!

익호 쥐새끼가 한 마리 들어 왔어.

강소장 ?

익호 수원지방 검찰청 검사 송유건이가........

여길 제 발로 기어들어왔다네우리 잡으러.

 

순간 무슨 소린지 파악이 안 되는 듯 익호를 멀거니 쳐다보는 강소장.

 

 

신축 사동 감방 ()

 

곤히 잠든 죄수들가장자리에 뜬 눈으로 누워 있는 유건.

달빛이 내려앉은 감방창살 그림자가 유건의 얼굴 위에 드리워져 있다.

뒤척이며 돌아눕는 유건억지로 눈을 감는다.

그때 환청처럼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목소리 (E) 내 얘기 듣고 있어?!

 

눈을 뜨는 유건.

 

 

선술집 () - 유건의 회상

 

지글거리는 불판 앞에 앉은 뿔테안경(유철,29).

 

유철 지금 내 말 듣고 있냐고.

 

마주 앉은 유건소주를 들이켜곤 잔을 내려놓으며.

 

유건 (심드렁한 듯교도소에서 사람 죽은 게 무슨 큰일이냐?

유철 (정색하며작은 일이야그럼 어떤 게 큰일인데?

아니 검사란 사람이 말을 그 따우로 해?

유건 유철아너 있잖아 하던 공부나 마저 하는 건 어때?

돈 걱정 말고 공부만 마쳐내가 다 알아서 해줄게.

 

순간 아무 말 없이 소주를 들이켜는 유철.

유철 교도소 내부 고발자가 죽었다고그것도 자살이래.

나만 믿겠다면서목숨 걸고 모든 걸 털어 놓겠다던 사람이

자살을 했대!

유건 그래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니 부탁은 솔직히 들어주기가 좀 그래.

유철 (고함치듯!

유건 .......!

유철 이건 부탁이 아니야대한민국 검사로서 할 일을 하란 말이야!

 

유철의 떠나갈 듯한 절규에 주변 손님들 일제히 쳐다본다.

한 방 맞은 듯 멍하니 유철을 바라보는 유건.

 

 

검찰청 로비유건의 사무실 () - 유건의 회상

 

검찰청 로비를 걸어 들어오는 정장차림의 유건.

동료들에게 눈인사를 하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바삐 뛰어간다.

그 위로 들려오는 다급한 유철의 전화 통화 목소리.

 

유철 (F) 나 좀 도와줘!

 

CUT TO

전화 수화기를 어깨에 걸친 채 분주히 서류 검토 중인 유건.

 

유건 뭐야왜 그래?!

유철 (F) 거기 완전 범죄 소굴이야!

 

순간 심각해지는 유건수화기를 다잡는다.

 

유철 (F) (다급하게당장 나와만나서 얘기해.

나 좆 됐다니까장난이 아니라고!

 

 

철길 건널목 () - 유건의 회상

 

철길 건널목을 오가는 행인들과 차량들.

건널목을 향해 다가오는 유철의 모습.

태연한 척하지만 주위를 경계하듯 살피다 건널목 건너편을 보곤 손짓.

건너편동네슈퍼 파라솔에 앉아 신문을 보는 유건.

유철을 보자 역시 손을 들어 보인다.

그때 철길 경보음이 들리고 바리케이드 내려오자 유철은 못 건너고 멈춘다.

무심코 다시 신문을 보는 유철곧바로 굉음을 내며 철길을 지나는 기차.

기차 한 량 한 량이 빠르게 지나가는 사이로 유철의 모습 언뜻 언뜻 보인다.

우두커니 서 있는 유철 옆에 다가서는 오토바이.

헬멧 쓴 뒷자리 남자가 갑자기 내리더니 유철 뒤에서 뭔가 푹찌른다.

하며 주춤하는 유철연거푸 푹푹찌르는 남자.

기차의 굉음에 유철의 비명마저 묻혀버리는 상황.

빠르게 지나가는 열차 사이로 여전히 신문만 보는 유건의 모습.

마침내 기차는 다 지나가버리고 그제야 고개를 드는 유건.

올라가는 바리케이드 아래에 널브러져 있는 유철.

오토바이 괴한들은 어느새 사리지고 흔적도 없다.

허겁지겁 달려가는 유건온통 붉은 피를 깔고 누운 채 헐떡이는 유철.

 

유건 유철야뭐야 이거.... 왜 이래?!

 

주저앉아 유철을 끌어안고 절규하는 유건.

피맺힌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지만 주위엔 그저 놀라는 행인들 뿐.

유철점점 흐려지는 눈으로 유건을 올려다본다.

 

유건 조금만 참아조금만.....!

유철 ......

 

피 묻은 손으로 기자수첩을 힘겹게 내미는 유철.

엉겁결에 수첩을 받아드는 유건그러자 이내 눈을 감는 유철.

유건피를 벌컥이는 유철의 옆구리를 움켜쥐며 짐승처럼 오열한다.

 

CUT TO

이미 철길 저편으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오토바이.

오열하고 있는 유건을 슬며시 돌아보는 뒷자리 헬맷남.

헬맷 검은 창을 올리면 무심한 표정의 익호다.

그 위로 유건의 목소리 이어진다.

 

유건 (E) 이건 기존의 폭력 조직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조직적 범죕니다.

수원지방 검찰청 지검장실 () - 유건의 회상

 

테이블에 놓인 민우의 기자수첩검붉게 색이 바랜 핏자국.

그 옆에 수북이 쌓인 자료와 펼쳐진 보고서류.

냉랭한 표정의 중년남(지검장,48), 퇴근 준비를 하는 듯 서두르는 분위기.

정부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고 유건은 간절한 듯 지검장에게 다가선다.

 

유건 제 동생은 물론이고 어쩌면 기존의 다른 미제 사건까지도

사건의 발단은 제각각이지만 결국엔 전부 이 교도소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지검장 (말 자르며송유건이 너 국문과 출신이냐?

유건 ?

지검장 검사란 놈이 소설을 쓰고 자빠졌어.

(서류를 가리키며죄다 추정이고 확증이라곤 없잖아.

유건 인정합니다하지만.......

지검장 하지만 뭐이거 다 어떻게 입증할 거야?

괜히 여기저기 들쑤셨다가 아니면 어떡할래뒷감당 누가 해?

유건 지검장님!

지검장 너 지금 니 동생 복수하겠다고 이러는 거지?

유건 ......!

지검장 검사 직분 이용해서 개인적인 한풀이 하겠다 이거 아냐!

야 임마대한민국 검찰이 그렇게 만만해 보여?

 

순간 대답 못하는 유건.

 

지검장 (불쾌한 듯 쏘아보며또라이 같은 새끼......!

(정부장을 보며다 필요 없고덮어!

 

지검장상의를 걸치고는 방을 나가버린다.

분을 삭이 듯 숨을 고르는 유건.

정부장안쓰러운 듯 유건을 바라본다.

 

정부장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자.

일단 교정본부에 은밀하게 연락을 취해서.......

유건 그건 안 됩니다!

정부장 그럼 어떡하냐별다른 방법이 없어.

유건 (고개 숙인 채선배님.......

 

정부장 새삼 쳐다보면여전히 고개 숙인 채 뜸을 들이는 유건.

 

유건 저 들여보내주십시오.

정부장 .......?

유건 (고개 들며제가 직접 들어가겠습니다.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밝혀내야겠습니다.

 

황당한 듯 유건을 쳐다보는 정부장.

비장하고 단호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유건.

 

 

교도소 원예실 앞 ()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익호의 얼굴.

원예실 앞에 우두커니 서서 교도소 감시탑을 올려다본다.

 

익호 새끼...... 여기가 어디라고.....

 

그 뒤로 원예실을 나서는 강소장과 보안과장.

강소장은 원예실 앞에 세워둔 검정 세단으로 향한다.

 

강소장 (익호 옆을 지나가며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

싹 다 정리해버리면 그만이야서둘러!

 

대답은커녕 쳐다보지도 않는 익호.

강소장걸음을 멈추고 익호를 쏘아본다.

 

강소장 왜 대답이 없어?

그제야 멀거니 쳐다보며 야릇한 미소를 짓는 익호.

 

익호 싹 다 정리하면..... 바로 튀시게?

강소장 ?

익호 (다가서며말단 간수가 소장까지 해먹었으면 됐지

어디까지 올라가려고 개수작이야?

강소장 ?!

익호 교정본부장꿈 깨.

 

흠칫 놀라는 강소장순간 보안과장을 노려본다.

난감한 듯 강소장의 시선을 피하는 보안과장.

 

익호 내가 안팎으로 달아놓은 안테나가 몇 갠데 그걸 몰랐겠어?

 

흙빛이 된 채 어쩔 줄 모르는 강소장.

 

익호 김박사한테 잘 얘기해그냥 없던 걸로 하겠다고.

강소장 ........

익호 안 그럼 정리고 나발이고.... 나 절대 안 움직여무슨 말인지 알지?

 

낭패인 듯 부르르 떨며 익호를 노려볼 뿐 어쩌지 못하는 강소장.

그런 강소장의 수트 매무새를 매만져주며 미소 짓는 익호.

 

<F.O>

시내도로 교도소 원예실 교도소 취사장 ()

 

승용차를 몰고 시내도로를 주행하는 정부장.

사이드 미러에 지프차 한 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받고 정지선에 멈추는 정부장의 승용차.

바로 옆 차선으로 다가와 정지하는 지프차운전석엔 범모가 핸들을 잡고 있다.

 

CUT TO

교도소 원예실.

무표정한 얼굴로 화초들을 손보고 있는 익호.

꽃봉오리를 만지작거리며 깊은 생각에 빠진 얼굴.

문득 가위를 쥔 손아귀에 힘을 주자 똑하고 잘려 바닥에 떨어지는 꽃봉오리.

그제야 생각에서 빠져 나온 듯 잘린 봉오리를 멍하니 내려다보는 익호.

장갑을 벗고선 원예실 밖으로 나가며 화면에서 사라진다.

 

CUT TO

취사장배식카트를 밀며 들어서는 유건심각한 얼굴로 식기 정리를 한다.

그런 유건을 뒤에서 지켜보는 누군가의 시선.

빈 카트를 끌고 뒷문을 향하는 유건을 따라 시선이 움직인다.

유건이 뒷마당으로 사라지자 빠르게 다가가는 시선.

순간 갑자기 되돌아 나오는 유건시선을 향해 와락 달려든다.

시선의 주인공의 팔을 꺾어 바닥에 짓눌러 제압한다.

잔뜩 긴장한 얼굴로 숨을 헐떡이는 유건.

뒤춤에서 칼을 꺼내고선 상대의 머리채를 젖혀 확인한다.

코앞에 드리워진 칼을 보고는 기겁하는 상대양씨다.

 

양씨 ....왜 이류....살려줘유.

 

순간 허탈한 듯 칼을 거두는 유건.

그때 취사장으로 들어서는 보안과장.

 

보안과장 니들 거기서 뭐해?!

 

얼른 칼을 싱크대 바닥에 던져 숨기고는 일어서는 유건.

의심스런 눈초리로 유건을 쏘아보는 보안과장따라오라는 고갯짓.

 

 

원예실 창고 안 익호의 밀실 ()

 

원예실로 들어서는 유건.

우거진 관목들과 수많은 화초들 뿐 아무도 없다.

활짝 열려 있는 창고 문으로 시선을 던지는 유건.

소리 없이 심호흡을 하고는 창고 안으로 들어간다.

 

CUT TO

유건밀실로 들어서자 문 앞에 등지고 서 있는 익호.

 

익호 (돌아보지도 않고..... 나한테 할 말 없냐?

유건 (흠칫무슨 말?

 

대답 없이 유건을 돌아보는 익호.

유건 마른 침을 삼키며 멀거니 익호를 쳐다볼 뿐.

그런 유건을 노려보는 익호옆으로 물러나면 테이블에 놓인 생일케익 보인다.

 

익호 귀빠진 날이면 얘길 해야지 임마.

 

놀란 얼굴로 새삼 익호를 쳐다보는 유건작은 선물 상자를 내미는 익호.

 

익호 생일 축하합니다송검사님.

 

CUT TO

테이블에 앉아 케익을 떡 먹듯 손으로 뜯어 익호.

유건은 생일 선물 상자를 뜯어보고 있다.

열어보면 나름 굵직한 휴대폰놀라며 익호를 보는 유건.

 

익호 그거 완전 신형이야내 꺼 봐라 완전 벽돌.

유건 이걸 지금 나 주는 거야진짜로?

익호 왜 이래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새삼스레 휴대폰을 살펴보는 유건.

익호는 소파에 벌렁 누운 채 리모컨으로 TV를 켠다.

무심한 듯 채널을 돌리다가 뉴스에서 멈추는 익호.

마침 한 꼭지가 끝나고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아나운서.

 

TV뉴스 음주운전 차량이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바다로 추락했습니다.

현장에서 즉사한 운전자의 신원은 수원지방검찰청 형사3

정만욱 부장검사로 밝혀졌는데요사고 경위를 조사 중인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혈중알콜농도........

 

휴대폰을 보던 유건 순간 멈칫한다.

TV화면엔 물에 빠진 승용차를 건져내고 있는 장면.

굳은 얼굴로 TV를 바라보는 유건숨이 멋을 듯.

익호는 짐짓 대수롭지 않은 듯 뉴스를 보며.

 

익호 어라검사라네저 양반 알아?

유건 (고개 끄덕) ........

익호 친해?

유건 아니.

 

모자이크 처리된 채 실려 나오는 정부장의 사체를 보는 유건.

 

익호 역시 인생 모르는 거야판검사면 뭐하냐고.....

저렇게 뒈질 거........

 

유건은 가빠지는 호흡을 애써 참다 구토가 올라오는 듯 웁하며 튀어나간다.

전혀 동요하지 않는 익호, TV만 보며 그대로 가만히 있는 뿐.

 

CUT TO

유건창고문을 박차고 튀어나오자마자 우웩— 토물을 쏟아낸다.

붉어진 눈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혼란스런 얼굴.

그때 등 뒤로 슬며시 드리워지는 그림자익호다.

흠칫하는 유건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쳐다본다.

 

유건 (상체를 숙인 채왜 이러지? .....케익이.... 상했나?

 

가만히 쳐다보는 익호유건의 등을 두드려주며 눈높이를 맞춘다.

 

익호 그 동안 많이 힘들었지?

유건 ........?

익호 인제 밖에선 아무도 몰라너 일부러 여기 들어온 거......

 

얼어붙은 얼굴로 익호를 쳐다보는 유건.

익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느긋한 표정.

 

익호 그냥 나랑 계속 같이 있자......... 인제 넌 나만 믿으면 돼.

 

아무 말 못하고 슬며시 물러나는 유건.

익호가 다가가자 소스라치게 놀라 듯 뿌리치며 뒷걸음질 친다.

 

익호 니 동생 일은 미안하게 됐다.

유건 저리 가!

익호 (멈춰 서며대신 너한테 진 빚니 동생 몫까지내 평생 갚으마.

말했잖아난 한 번 믿은 놈은 끝까지 안 버려.

 

붉어진 눈자위의 유건가쁜 호흡에 마른 침을 삼키며 익호를 노려본다.

 

익호 (한 발 다가서며난 너한텐 감정 없다.

설사 니가 날 죽이러 왔다고 해도.......

유건 (다시 한 발 뒷걸음닥쳐 이 미친 새끼야.......

익호 그러지 마라넌 인제 여기서 못 나가.

알지난 뭐든 내 맘대로 할 수 있어너 내가 안 보내줘.

당황하는 유건계속 뒷걸음치다가 그 길로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가 버린다.

그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고 선 익호소리 없이 한숨.

 

CUT TO

원예실 밖으로 미친 듯 뛰쳐나오는 유건.

텅 빈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다가 급기야 넘어진다.

패닉에 빠진 듯 어쩔 줄 모르는 유건주위를 둘러본다.

길게 뻗은 담장높이 솟은 감시탑드리워진 먹구름그 위를 나는 비둘기떼.

교도소 곳곳의 풍경이 갑자기 낯선 듯 둘러보며 질식할 듯 헐떡이는 유건.

흙바닥의 잡초를 움켜 쥔 채 듯 고통스런 비명을 지른다.

그때 뒤편에서 들려오는 여러 사람의 발소리.

흠칫하며 돌아보는 유건의 얼굴 위로 검은 두건이 확— 드리워지며 암전되는 화면.

 

 

교도소 전경 교도소장실 취사장 ()

 

암전된 화면에서 확 밝아지면 열린 금고 안.

쌓아놓은 녹취 테이프들을 들여다보는 강소장거뭇한 수염에 초췌한 몰골.

한숨 푹 쉬며 곧바로 녹취 테이프를 쇼핑백에 쓸어 담는다.

그러다 아래 칸에 놓아둔 권총을 문득 내려다보는 강소장.

권총을 집으려 손을 뻗는데 철컥소장실 문 열리는 소리.

 

CUT TO

소장실로 들어서는 익호.

금고 앞에서 엉거주춤 몸을 일으키는 강소장.

익호강소장의 책상에 녹취테이프 하나를 휙 던져준다.

테이프와 함께 고무밴드로 묶여 있는 명함 <동국일보 기자 송유철>

 

익호 앞으로 이딴 거 모으지 마쫌팽이같이.......

 

아무 말 못하고 테이프를 쇼핑백에 던져 넣는 강소장.

 

익호 김박사는 뭐래?

강소장 (쏘아보며니가 원하는 대로.....

없던 걸로 했으니까 더 이상 묻지 마.

(다가서며송유건이는그 새낀 어떻게 처리했어?

익호 걘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꺼.

강소장 무슨 소리야아직 살려둔 거야?!

익호 동생 복수하러 제 발로 감옥에 들어온 놈이야.

세상에 그런 놈이 어딨어그런 놈을 어떻게 버려?

강소장 ......!

익호 두고 봐언제고 크게 써먹을 수 있는 놈이야.

강소장 너 지금 제 정신이야?!

익호 그럼난 니들이랑 달라사람 귀한 줄 모르고 함부로 부리면

그거 양아치야그러니까 당신이 이 꼴 난 거야앞으로 내 말

잘 들어알았어?

 

강소장아무 말 못하고 치욕스레 눈을 질끈 감는다.

 

익호 (어깨를 주물러주며나랑 약속 했잖아.

내 세상처럼 살게 해주겠다고.

 

 

징벌 독거방 ()

 

두건을 덮어쓴 채 양손이 묶여 있는 유건.

어두컴컴한 징벌방에 웅크린 채 어떻게든 손을 풀어보려 발버둥.

그러다 체념한 듯 축 늘어지는 유건그러다 고통스레 고함을 지른다.

 

CUT TO

음침한 독거사동 복도에 울려 퍼지는 유건의 절규.

 

 

교도소 당직실 ()

 

수화기를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보안과장.

문 여는 소리에 돌아보면 사복차림의 강소장 들어선다.

곧바로 수화기를 내려놓고 일어서는 보안과장.

 

강소장 담배 있나?

보안과장 제가 담배를 끊어가지고.... 금방 가지고 오겠습니다.

강소장 아냐 아냐. (의자에 앉으며앉아.

 

새삼스레 당직실을 둘러보며 미적거리는 강소장.

푸석한 안색의 강소장을 보며 은근히 긴장하는 보안과장.

 

강소장 우리가 만난 지 얼마나 됐지?

보안과장 한 사 오년 됐죠.

강소장 (고개 주억거리며그 동안 내가 최과장한테 좀 빡빡했지?

보안과장 아닙니다별 말씀을요.

강소장 교도소에 오래 근무하다보면 내가 간순지 죄순지 헷갈릴 때가 있어.

보안과장 그렇죠철창 안에서 먹고 자고 싸긴 마찬가지니까.....

강소장 그런 말 하자는 게 아니라 자네가 과연 누구 편인가 알고 싶어서 그래.

 

순간 바짝 긴장하는 보안과장을 느긋하게 바라보는 강소장.

 

강소장 자네한테 우스운 꼴 보인 판국에 이런 말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

지만머지않아 상황이 바뀔 날이 올 거야내가 불씨를 남겨 뒀

거든그때 자넨 내 자리에 올라앉거나 아니면 빵에 들어앉거나

둘 중 하나겠지?

보안과장 ........!

강소장 언제까지고 여길 이대로 끌고 갈 수는 없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누군가는 마무리를 지어야 하잖아?

적어도 자네한테 그 기회를 줘야하지 않을까 싶어서.

 

난감한 듯 어쩔 줄 몰라 하는 보안과장.

강소장수트 안주머니에서 통장과 도장이 든 비닐팩을 책상에 올린다.

 

강소장 그리고 이건 그냥 내 성의라고 생각하고 넣어둬.

애들 머리도 다 컸을 텐데 이참에 집 좀 넓은 데로 옮기던지.

 

통장을 내려다보며 마른 침을 꼴깍 삼키는 보안과장.

 

 

교도소 전경 교도소 원예실 ()

 

검은 먹구름 가득한 밤하늘 아래로 보이는 교도소 전경.

 

CUT TO

원예실 테이블 위에 휴대폰 불빛이 깜빡이며 벨소리 울린다.

황급히 원예실로 들어서는 익호폰을 들곤 말없이 상대측 목소리를 확인한다.

 

익호 그래 범모야어떻게 됐냐?

 

INSERT

으슥한 야산임도 한쪽에 정차한 승합차.

운전석에 앉아 휴대폰 통화 중인 범모.

 

범모 지금 데리고 있는데 바꿔 드릴까요?

 

뒷좌석엔 손발이 묶인 채 앉아 있는 김박사.

제법 고초를 겪은 듯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벌벌 떨고 있다.

 

CUT TO

원예실 소파에 털썩 앉으며 통화하는 익호.

 

익호 아냐됐어그냥 파묻어.

 

무심하게 전화를 끊고선 한숨 돌리는 익호.

소파 가죽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생각에 잠기는 듯.

그러다 손가락을 멈추는데 뒤쪽에서 계속 톡톡 소리 들린다.

심상치 않은 얼굴로 옆을 돌아보는 익호.

관목 뒤편 어둠 속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기괴한 몰골의 박씨.

번뜩이는 회칼을 거머쥐고선 익호에게 와락달려든다.

엉겁결에 박씨의 양손을 맞잡고 소파와 함께 뒤로 넘어지는 익호.

약에 취한 듯 벌건 눈자위의 박씨 죽일 듯 칼을 내지른다.

-- 비명을 지르며 박씨를 턱을 발로 차버리는 익호.

순식간에 팔뚝을 적시는 피를 보며 헐떡인다.

그때 원예실로 들어서는 보안과장을 보는 익호.

 

익호 병수야이 새끼 잡아빨리!

 

아무 대답 없는 보안과장들고 온 기름통 뚜껑을 열고 주변에 마구 뿌린다.

놀라는 익호뭐라 말할 틈도 없이 다시 달려드는 박씨.

익호곡괭이를 치켜들고 박씨의 회칼을 막아보지만 이내 또 다시 삭베인다.

성냥갑을 꺼내는 보안과장.

불붙은 성냥이 포물선을 그리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원예실 곳곳에 순식간에 확번지는 불꽃.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박씨와 또 다시 뒹구는 익호.

그 모습을 뒤로한 채 원예실 밖으로 나와 버리는 보안과장.

 

 

교도소 독거사동 복도 ()

 

음침한 분위기의 복도를 빠르게 걷는 구둣발.

피곤한 기색의 강소장걸음을 멈추고 독방 감시창을 들여다본다.

직접 자물쇠를 따고 문을 활짝 여는 강소장.

두건을 뒤집어 쓴 채 탈진한 듯 쓰러진 유건을 내려다본다.

다가가가 두건을 벗겨 내고 내려다보는 강소장.

 

강소장 이거 진작에 알아 뵀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검사님.

안간힘을 다해 노려보는 유건.

 

강소장 일어나시죠고생 많으셨는데 인제 편히 좀 쉬셔야죠.

 

 

교도소 원예실 ()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으며 불타는 원예실.

굳게 닫힌 문이 쾅-- 하고 열리며 밖으로 나서는 박씨.

퀭한 눈으로 피 묻은 얼굴을 쓱 문질러 닦고는 몇 발 내딛다 무너지듯 쓰러진다.

널브러진 박씨 등 뒤에 꽂혀 있는 원예용 작업가위.

뒤이어 원예실 밖으로 터벅터벅 나오는 그림자익호다.

검붉은 피와 숯검정으로 엉망인 익호눈빛은 무시무시한 살기를 띄고 있다.

큰 숨을 내뱉고선 불타는 원예실을 멀거니 돌아보는 익호.

 

익호 이 씨발 것들이.....

 

성큼성큼 걸음을 떼고 화면 밖으로 사라진다.

 

 

교도소 소각장 ()

 

무섭게 이글거리는 소각로.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유건.

강소장다가가 유건과 눈높이를 맞춘다.

 

강소장 그러게 여기가 어디라고 겁도 없이 기어들어와?

유건 .......

강소장 너 때문에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야.

대한민국 검찰이 언제부터 이렇게 일을 열심히 했어?

유건 설레발 작작 치고 얼른 끝내어차피 죽을 각오하고 들어왔어.

유건을 보며 피식 미소 짓는 강소장.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고선 뒤에 서 있는 보안과장에게 불쑥 내민다.

난감한 듯 주삣거리는 보안과장할 수 없이 받아든다.

슬며시 뒤로 한 발짝 물러나는 강소장.

 

 

 

신축사동 복도 ()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져 있는 복도.

화면 천천히 다가가면 복도 벽에도 피 묻은 손자국들.

피투성이의 익호가 철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다가오는 익호를 보자 기겁을 하며 놀라는 교도관.

 

익호 열어.

교도관 (겁먹은 채 엉거주춤) ........

익호 문 열라고 새끼야!

 

허겁지겁 문을 여는 교도관.

익호 교도관이 허리춤에 달린 열쇠꾸러미를 덥석 거머쥔다.

 

 

교도소 소각장 ()

 

유건의 머리를 향해 총을 들이대고 있는 보안과장.

이를 악문 채 강소장을 노려보는 유건.

차마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바들바들 떠는 보안과장.

 

강소장 (보안과장에게밤 샐 거야?

 

보안과장눈을 질끈 감고는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그때 밖에서 요란하게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순간 멈칫하며 서로를 쳐다보는 보안과장과 강소장.

보안과장의 무전기가 칙칙거리며 다급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교도관 (F) 비상비상! 5사동 상층 수용자 대거 이탈!

무전기 너머로 들려오는 죄수들의 함성소리.

당황하는 강소장과 보안과장의 얼굴.

그때 와락 달려드는 유건보안과장을 거세게 밀어 붙인다.

순식간에 자재더미 뒤로 훌렁 넘어가버리는 유건과 보안과장.

총을 떨어뜨린 채 널브러진 보안과장유건은 어느새 폐목재 뒤로 뛰어든다.

강소장 얼른 총을 주워 들고 마구 격발탕탕총성과 함께 터지는 불꽃.

잠시 정적이 흐르고 허겁지겁 쫓아가는 강소장.

폐목재 뒤로 달려들어 총을 겨누면 유건의 모습은 간 데 없고 열려 있는 철문.

당혹스런 강소장의 얼굴그 위로 들려오는 죄수들의 함성소리.

 

신축 사동 복도 ()

 

복도 전체를 울리는 비상 사이렌 소리.

감방 문을 열쇠로 따는 홍표방문을 활짝 연다.

 

홍표 다 나와!

 

영문을 모른 채 엉거주춤 복도로 나서는 죄수들.

뒤편으로 이미 열려 있는 감방문들죄수들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맞은편 복도에 있던 교도관이 깜짝 놀라며 달려든다.

들어가라 소리치며 곤봉을 마구 휘두르는 교도관들.

죄수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자 슬슬 흥분하는 나머지 죄수들.

그때 홍표이 보란 듯이 교도관을 폭행하며 선동한다.

그러자 본격적으로 교도관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하는 죄수들.

고함치고 비명을 지르며 복도의 유리창을 깨기 시작하는 홍표 패거리들.

복도 끝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익호.

창밖으로 건너편 사동을 보면 역시 같은 양상으로 쏟아져 나오는 죄수들.

난장판이 된 복도를 뒤로 하며 사동을 나서는 익호그 뒤를 따르는 홍표.

 

익호 시원하게 한 판 갈아엎자!

 

 

교도소 소각장 앞 ()

 

넋 나간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는 강소장.

그 뒤로 절뚝거리며 다가오는 보안과장역시 놀란 얼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죄수들의 함성소리.

신축 사동 현관으로 쏟아져 나오는 죄수들.

맞은편 구사동 창가에도 죄수들이 고함치고 집기들을 내던진다.

마침내 구사동 현관에서 도망쳐 나오는 교도관들 뒤이어 죄수들 튀어나온다.

 

강소장 뭐해당장 가서 기동타격대 풀어!

보안과장 ....알겠습니다일단 여길 피하시죠.

 

대답 없는 강소장급기야 제 머리채를 틀어쥐고 악을 질러댄다.

 

 

교도소 취사장 ()

 

싱크대 뒤편에 몸을 숨긴 유건.

식칼로 결박된 밧줄을 끊어내고는 취사장 창을 내다본다.

어느덧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죄수들.

감시탑 서치라이트들이 정신없이 교도소 곳곳을 훑어댄다.

 

 

교도소 사동 당직실 ()

 

당직실 문을 열고 허겁지겁 나서는 오교사.

하며 죄수들의 함성소리 가까워지자 후다닥 다시 들어간다.

곧바로 창길과 패거리들이 유리창을 깨부수며 복도를 휩쓸고 지나간다.

 

창길 씨팔 잘 됐다이참에 정문까지 확 밀고 나가자 니미!

 

죄수들 완전히 사라지자 빼끔히 문을 열어보는 오교사.

순간 벌컥 문이 열리고 불쑥 들어서는 유건.

오교사가 미처 놀라기도 전에 와락 달려들어 머리채를 짓눌러 제압한다.

전화기를 집어 들고 오교사 앞에 내려놓는 유건.

 

유건 외부 회선 연결해.

오교사 ...안돼요방금 전에 소장님 지시로 전부 차단시켰어요.

 

난감한 얼굴의 유건그때 펑--하는 폭발음.

돌아보면 창밖으로 옆 사동에 불길이 치솟는다.

 

 

교도소 직원 사동 복도 ()

 

계속되는 사이렌 소리와 죄수들의 함성소리.

복도로 튀어나오는 교도관들 우왕좌왕 하다 죄수들에게 쫓겨 도망간다.

그 모습을 뒤로 한 채 터벅터벅 정면을 향해 걸어오는 익호.

무표정한 얼굴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는 눈빛.

 

 

교도소 작업장 운동장 ()

 

작업장 집기를 때려 부수며 광분하는 죄수들.

곳곳에선 교도관들 도망 다니고 죄수들은 쫒아가며 난리법석.

 

CUT TO

사동 창밖으로 마구 떨어져 내리는 집기들.

운동장에선 방패와 곤봉을 내지르는 교도대원과 맨몸으로 부딪히는 죄수들.

사동 현관에서 나오는 유건어느덧 죄수들에게 장악된 교도소 전체를 둘러본다.

 

종대 (OFF) !

 

유건 돌아보면 양씨의 부축을 받으며 다가오는 종대.

 

유건 어떻게 된 거야?

양씨 난리 났슈폭동이유 폭동.

유건 두 사람 나 좀 도와줘.

양씨 뭔 소리유이럴 땐 그저 가만있는 게 장땡이유.

종대 뭐 할려고 그러는데?

 

대답 않는 유건전방에 우뚝 솟은 감시탑을 가만히 주시한다.

 

 

교도소 소장실 ()

 

창밖엔 폭동으로 난장판이 된 운동장과 사동 보인다.

당혹스런 얼굴로 어쩔 줄 모르는 강소장.

보안과장 헐레벌떡 들어서며 다급하게 소리친다.

 

보안과장 통제실까지 밀고 들어올 기셉니다.

저기...... 외부 지원 요청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바로 대답 못하고 갈등하는 강소장.

그때 열린 문으로 들어서는 익호.

 

익호 미쳤어밖에다 알렸다간 다 죽어.

 

섬뜩한 몰골의 익호를 보자 기겁을 하는 보안과장.

강소장은 익호의 등장에 놀라면서도 내심 안도하는 듯한 표정.

강소장을 빤히 바라보며 터벅터벅 다가서는 익호.

 

익호 소장님이거 어떡해폭동이 났네?

강소장 .......

익호 어떻게 좀 해봐봐멀거니 보고만 있을 거야?

 

참담한 듯 익호의 시선을 피하는 강소장.

 

익호 병신 새끼....... 니가 할 줄 아는 게 뭐냐?

그런 놈이 감이 날 제껴?

강소장을 빤히 노려보고는 창밖 상황을 살피는 익호.

 

익호 (보안과장을 보며감시탑 연결해.

 

덜덜 떨며 서 있던 보안과장 허둥대며 수화기를 집어 든다.

 

 

교도소 감시탑 ()

 

난장판이 된 운동장을 내려다보며 허둥대는 교도대원들.

전화를 받고 알겠습니다!’를 외치고는 수화기 내리는 교도대원.

 

대원1 아씨좆됐다실탄 장전하란다.

대원2 (겁먹으며정말이지 말입니까?

 

덜덜 떨며 실탄 탄창을 집어 드는 교도대원들.

그때 퍽하며 유리창에 머리를 박는 교도대원.

곧바로 들이닥치는 유건나머지 대원마저 단방에 제압한다.

온통 죄수들이 장악한 교도소를 내려다보는 유건.

 

 

교도소 소장실 ()

 

자포자기 한 듯 참담하게 눈을 감고 있는 강소장.

익호는 수화기를 잡고 통화중이다.

 

익호 몇 놈 뒈져도 상관없으니까 교도대원들 잡고 있는 놈들부터 족쳐!

나머지는 전부 운동장으로 몰아붙이고!

 

통화를 끊고 큰 숨을 내뱉는 익호.

순간 느닷없이 권총을 집어 들고 겨누는 강소장.

짜증스레 강소장을 노려보는 익호.

 

익호 사람 바빠 죽겠는데 왜 이러실까?

강소장 닥쳐 새끼야쓰레기 같은 빵잽이 새끼 사람대접 해줬더니 인제

뵈는 게 없냐?

다 끝났어너나 나나 인제 이걸로 끝내자.......

 

순간 확 달려들어 강소장의 팔을 꺾는 익호.

떨어뜨린 권총을 발로 차버리고 강소장의 얼굴을 책상에 짓누른다.

 

익호 끝내뭘 끝내난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익호 옆을 보면멀거니 쳐다보며 덜덜 떨고 있는 보안과장.

 

익호 병수야..... 아니지 아니지보안과장님!

보안과장 !

익호 내가 기막힌 시나리오가 있는데함 들어 볼래?

 

강소장을 짓누른 채 썰을 풀기 시작하는 익호.

 

익호 일단 폭동이 일어났어.

온 교도소가 발칵 뒤집어지고 난리도 아닌 거지.

병신 같은 교도소장은 지만 살자고 도망가다가 죄수들한테서 잡혀서 뒈져버리네?

강소장 .......!

익호 근데 훌륭한 우리 보안과장은 정신을 똑바로 차린 거야.

결국에는 폭동을 멋있게 진압을 하지한마디로 영웅이 된다 이거야.

표창도 받고 승진도 하고 잘 먹고 잘 살았다는 뭐 그런 얘긴데....

과장님어때맘에 들어?

 

대답 못하고 침만 꼴깍 삼키는 보안과장.

익호씩 웃으며 책상 연필꽂이를 뒤지고는 컷터칼을 집어 든다.

드르륵— 칼날을 내밀어 이리저리 살피는 익호.

강소장익호를 올려다보며 부들부들 떤다.

 

익호 병수야인제 니가 소장 해라.

 

익호강소장의 머리채를 잡은 채 귓뒤에 컷터칼을 들이대고는 확— 그어버린다.

 

 

교도소 감시탑 ()

 

감시탑 밖 난간으로 나서는 유건탈취한 M16 소총을 들고 있다.

등 뒤로는 여전히 폭동으로 어지러운 운동장과 사동.

전방으로는 그저 평온하게만 보이는 도시의 야경이 멀리 보인다.

잠시 야경을 바라보다가 철컥장전을 하는 유건.

 

 

교도소 통제실 감시탑 외각 도로변 ()

 

수십 개의 모니터엔 온통 폭동으로 난장판인 교도소 곳곳의 광경.

통제실 문을 밀고 들어서는 익호모니터를 둘러본다.

뒤따라 들어서는 보안과장반쯤 얼이 빠진 얼굴.

그때 비상 통신 벨이 깜빡이며 음성이 들려온다.

 

소리 (F) 여긴 중앙소방센턴데요화재 신고가 들어와서요.

교도소 쪽에서 연기가 심하게 난다는데 무슨 상황입니까?

 

통제실 교도관들 긴장한 채 대답을 못하고 있다.

다가서는 익호곧바로 회신 버튼을 누르며.

 

익호 화재 아니고요소각로 보수공사 중입니다금방 정리하겠습니다.

소리 (F) 그래요알겠습니다.

익호 수고하십시오.

 

익호창밖을 내려다보면 운동장에 몰려 나와 있는 죄수들.

 

익호 스피커 올려.

 

교도관얼른 일어나 통제 시스템 장비를 만진다.

버튼을 올리자 삑---- 하는 노이즈가 터진다.

허둥대며 노이즈를 죽이고는 익호에게 마이크를 내미는 교도관.

마이크를 잡고 창가로 다가가 운동장을 내려다보는 익호.

 

익호 전원 동작 그만.

 

CUT TO

운동장의 죄수들 일제히 2층 통제실을 올려다본다.

통제실 창문 앞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내려다보고 있는 익호.

 

익호 축제는 끝났다한 바탕 신나게 놀았으니까 전부 제자리로 돌아가.

스피커를 통해 운동장 전체에 쩌렁쩌렁 울리는 익호의 목소리.

 

익호 각 사동방장 및 작업반장은 들어라.

부상자는 교도관재소자 가리지 말고 신속하게 의무대로 이송한다.

 

순간 머뭇거리며 서로의 눈치를 보는 죄수들.

그때 운동장 저편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홍표 패거리들.

머리에 붉은 띠를 맨 채 각목을 휘두르며 죄수들을 위협한다.

 

홍표 안 들려빨랑 들어가 새끼들아!

 

마구잡이로 죄수들을 패기 시작하는 홍표 패거리들.

죄수들의 폭동을 죄수들이 진압하는 형국이 되고 있는 운동장.

거침없이 한꺼번에 달려드는 홍표 패거리.

어느덧 난폭한 홍표 패거리들에게 서서히 밀리기 시작하는 죄수들.

그때 감시탑 위에서 드르륵— 하는 총성.

일제히 뒤돌아보는 죄수들의 시선.

 

CUT TO

감시탑 난간 앞에서 하늘을 향해 소총을 연발하는 유건.

마치 세상 밖으로 처절한 신호를 보내듯 이를 악물고 방아쇠를 당긴다.

 

CUT TO

통제실마이크를 잡고 있던 익호놀란 얼굴로 창밖을 본다.

저편 감시탑 위에서 소총을 격발하고 있는 유건을 발견한 익호.

 

CUT TO

외각 도로변한산한 구멍가게 앞에 정차한 경찰차.

가게 앞에서 군것질 중인 경찰관 둘뒤편으로 멀리 보이는 교도소.

감시탑 위에서 들려오는 총성에 언뜻 돌아본다.

 

CUT TO

감시탑 위의 유건탄창을 갈아 끼우고 큰 숨을 몰아쉰다.

건너편 감시탑을 바라보면 양씨가 난간 위에서 손을 흔들어 보인다.

가스통을 난간 위로 끙끙거리며 올려놓는 종대유건을 향해 오케이 사인.

곧바로 철컥장전을 하고 가스통을 향해 정조준하는 유건방아쇠 당긴다.

종대와 양씨움찔하고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후다닥 내려간다.

— 가스통 터지며 어마어마한 불꽃이 검은 하늘에 솟구친다.

 

CUT TO

외각도로변멀리서 폭발하는 교도소 감시탑을 멍하니 쳐다보는 경찰관들.

눈을 끔뻑거리다가 정신이 든 듯 후다닥 경찰차로 다 무전기를 잡는다.

 

 

교도소 통제실 감시탑 ()

 

화염을 내뿜으며 불타는 감시탑을 바라보는 익호.

건너편 감시탑에서 통제실 쪽을 노려보고 있는 유건 보인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애써 억누르며 유건을 노려보는 익호.

 

CUT TO

감시탑 위의 유건익호를 향해 소총을 겨누고 정조준 한다.

전혀 피할 기색이 없는 듯 매섭게 노려보고만 있는 익호.

방아쇠에 손가락을 가져가는 유건당긴다.

 

CUT TO

총성과 함께 박살나는 통제실 유리창.

운동장 아래의 죄수들 또 한 번 놀라며 감시탑과 통제실을 번갈아 본다.

 

CUT TO

전혀 미동도 없이 유건을 노려보고만 있는 익호.

한 쪽 팔에선 붉은 피가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CUT TO

다시 정조준 하는 유건방아쇠를 당기는 데 철컥빈총소리.

그제야 총을 털썩 내던지고 익호를 멀거니 쳐다보는 유건.

 

CUT TO

익호유건을 노려보고는 이내 다시 마이크를 잡는다.

전혀 흔들림 없이 운동장의 죄수들을 내려다보는 익호.

 

익호 (화를 억누르며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지금 즉시 단 한 명의 이탈자 없이 전원 사동으로 복귀한다실시!

 

익호의 서슬에 눌린 듯 죄수들 하나 둘 움직이자 이내 모두 술렁이며 이동한다.

그때 핏발선 눈의 창길통제실 위를 노려보고는 소리친다.

 

창길 좆 까이 개새끼야!

 

광분하듯 소리치며 홍표 패거리를 향해 달려드는 창길.

곧바로 흉기를 휘두르며 뒤따르는 창길의 패거리들.

순간 나머지 죄수들도 하나 둘 고함을 치며 반격을 시작한다.

삽시간에 홍표 패거리와 죄수들 간의 싸움이 벌어지는 운동장.

홍표의 팔을 물어뜯으며 악을 써대는 창길.

처절하게 치고받으며 무지막지한 몸싸움을 벌이는 죄수들.

 

CUT TO

통제실 위에서 그 광경을 내려다보는 익호.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눈빛으로 감시탑의 유건을 노려본다.

 

CUT TO

감시탑 위의 유건익호의 시선을 받으며 자극하듯 두 팔을 벌려 보인다.

 

 

 

교도소 운동장 ()

 

곳곳에서 집단 패싸움을 벌이는 죄수들과 홍표 패거리.

사동 곳곳에서 타오르는 불꽃과 처절한 비명과 함성소리.

그 광경을 뒤로 한 채 터벅터벅 걸어오는 익호.

마치 전쟁터처럼 난장판이 된 교도소 전경을 둘러보는 익호.

전방 불타는 감시탑을 향해 걸어가며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

감시탑 난간 위에서 마치 익호를 기다리고 있는 듯 내려다보는 유건.

 

 

감시탑 ()

 

감시탑 철계단을 오르는 익호의 발소리.

난간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유건물끄러미 돌아본다.

감시탑으로 올라선 익호유건을 가만히 바라보며 다가온다.

건너편 불타는 감시탑을 사이에 두고 마주선 익호와 유건.

 

익호 너 왜 이러냐?

유건 하던 일은마저 끝내야지.

익호 나는 너한테 분명히 기회를 줬다.

근데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어쩔 수 없어.

노려보는 유건익호의 점점 붉어지는 눈자위.

 

익호 니가 내편이라서 좋았는데........

유건 난 단 한 순간도 니 편인 적 없었어.

 

순간 먹먹하게 유건을 바라보는 익호애써 웃음 짓는다.

 

익호 그래그랬겠지..... 그래야지.

그래야 복수를 하지동생이 죽었는데 형이 복수를 해야지.

유건 아니설마 내가 너 따위한테 복수하자고 이러겠어?

넌 그냥 개야넌 그냥 물라고 하니까 뭣도 모르고 문 거잖아.

그지?

 

순간 익호의 눈꼬리 흔들리며 표정 굳어진다.

 

유건 기껏 개 몇 마리 잡자고 여기 들어 온 거 아니거든.

그때 멀리서 요란하게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경광등을 번뜩이며 여러 대의 경찰차와 소방차가 다가오고 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회한을 내뱉듯 소리 없는 웃음을 흘리는 유건.

점점 분노로 붉어지는 익호의 눈빛.

 

유건 니들 뒤에 숨은 너네 주인 놈들까지 다 때려잡아야지.

그게 진짜 복수지...... 물론 그전에 너부터 잡아둬야겠지?!

 

곧바로 익호를 향해 M16을 내지르는 유건.

육각빠루를 휘둘러 저지하는 익호.

연거푸 휘두르고 막아내자 스파크가 연신 터진다.

그러다 힘에 밀려 M16을 놓치는 유건.

잽싸게 유건의 팔을 꺾으며 난간으로 밀어붙이는 익호.

유건머리로 익호의 안면을 들이박고 반격한다.

난간을 뒹굴며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는 유건과 익호.

유건의 상체로 올라앉은 익호사정없이 유건의 안면을 가격한다.

핏물을 내뱉으며 널브러지는 유건.

일어나는 익호유건의 얼굴을 지그시 내려다본다.

 

익호 날 잡아잡아서 어쩔 건데?

날 가둘 수 있는 감옥이 있을 거 같애?!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유건을 향해 사커킥을 먹이는 익호.

철퍼덕 나뒹구는 유건여전히 눈을 부릅뜬 채 일어나려 버둥거린다.

M16을 주워드는 익호개머리판으로 사정없이 내려찍는다.

머리를 맞고는 그대로 쓰러지며 비명을 지르는 유건.

어느새 운동장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경찰특공대원들공포탄을 쏘며 위협한다.

허둥대며 혼비백산하는 죄수들두 손을 높이 들고 무릎 꿇는 죄수들.

급기야 운동장으로 들이닥치는 경찰차량한꺼번에 진입하는 경찰들.

익호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그 광경을 내려다본다.

경찰대원감시탑 위를 올려다보며 확성기로 경고한다.

 

경찰대원 무기를 버려라!

 

목에 핏대를 세우며 처절하게 절규하는 익호.

 

익호 당장 꺼져 이 새끼들아여긴 내 구역이야!

 

익호마구 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며 뒤틀린 웃음을 짓는다.

그런 익호를 올려다보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유건.

익호물끄러미 유건을 내려다보며 뇌까린다.

 

익호 내가 만든 세상이이라고..... 아무도 못 건드려알아?

 

M16을 치켜들고 유건의 안면을 향해 마지막 일격을 가하는 익호.

순간 안간힘을 다해 팔을 뻗어 육각빠루를 거머쥐는 유건의 손.

거세게 내리 꽂히던 M16의 방향이 뒤틀리며 난간 아래로 툭 떨어진다.

빈손이 된 채 부릅뜬 눈으로 유건을 내려다보고 있는 익호.

화면 뒤로 빠지면 등 뒤로 붉게 물든 육각빠루가 튀어 나와 있다.

사력을 다해 익호의 복부에 더욱 빠루를 밀어 넣는 유건.

붉게 충혈된 눈자위로 멀거니 유건을 내려다보는 익호.

숨을 몰아쉬며 익호를 올려다보는 유건.

뒷걸음질 치는 익호배에 꽂힌 빠루를 부여잡고 헐떡인다.

 

익호 송유건이......

유건 ......

익호 복수 그거..... 하지 마라. (가쁜 숨 헐떡이며그거 못해절대.....

내가.....내가 잘 알아넌 못 이겨 걔들.......

유건 (힘겹게 일어나며어디 한 번 보자하나 못 하나.

 

벌컥 피를 토하는 익호핏발 선 눈으로 유건을 보며 쓸쓸한 미소.

그런 익호의 미소를 보며 이를 악무는 유건.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던 익호휘청하며 난간에 부딪힌다.

순간 익호를 잡으려 손을 뻗는 유건.

하지만 익호의 상체는 이내 난간 뒤로 훌렁 넘어간다.

감시탑 아래를 향해 느린 화면으로 아득하게 추락하는 익호.

— 교도소 운동장에 그대로 내리 꽂히듯 떨어진다.

운동장 흙바닥으로 빠르게 번지는 피를 깔고 누운 익호.

소총으로 경계하며 익호 주위로 다가오는 경찰특공대.

유건 난간을 부여잡고 아래를 내려다보면숨이 멎은 채 눈을 부릅뜬 익호.

여전히 불타고 있는 교도소와 운동장을 착잡한 듯 바라보는 유건.

곳곳에서 경찰특공대에 진압되고 있는 홍표와 죄수들의 모습 보인다.

화염과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는 감시탑 위로 천천히 올라가는 화면.

소방차와 경찰차가 진입하는 교도소 전경을 부감으로 비추며 점점 멀어진다.

 

<F.O>

 

 

교도소 운동장 감시탑 앞 () - 에필로그

 

<F.I>

화면 밝아 오면 활짝 열린 교도소 정문.

남녀노소 수많은 사람들이 마치 관광객처럼 정문으로 들어서고 있다.

한쪽에서 카메라를 보며 리포팅을 하고 있는 방송사 기자.

 

기자 성안교도소가 6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교도소 부지는 45층 규모의 주상복합 쇼핑센터로 탈바꿈할

예정인데요.

철거를 앞두고 거행된 지역주민 개방행사에 수많은 관람객이

몰려듭니다.

시설견학 및 감옥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된 이번 행사에는.....

 

CUT TO

오랫동안 폐쇄되어 온통 낡아 있는 사동 건물.

줄지어 단체 견학 중인 여고생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댄 기자.

 

여고생1 생각보다 열라 드럽구요칙칙해요.

여고생2 좀 무시무시해요역시 죄를 지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깔깔대는 여고생들 옆을 지나가는 가족단위의 관람객들.

그 중 흰머리 희끗한 50대 중년 남자유건이다.

역시 중년이 된 사진 속의 아내(수혜그리고 어느덧 성인이 된 아들(영운)

온통 칠이 벗겨진 사동 외벽과 담장을 둘러보는 유건.

그런 유건을 가만히 바라보는 수혜와 영운.

 

수혜 막상 없어진다고 하니 기분이 어때?

유건 글쎄........ 그땐 막막할 정도로 넓고 컸는데.......

이제 보니 너무 작아초라하고....

 

신기한 듯 주변을 둘러보는 영운수혜와 함께 행사 안내 데스크로 다가간다.

홀로 남은 유건녹슬어 무너질 듯한 감시탑을 올려다보며 걸음을 뗀다.

 

CUT TO

잡초로 우거진 사동 건물 앞으로 다가오는 유건.

뒤쪽에선 여전히 관람객들의 소음과 안내 방송이 들려온다.

출입금지 라인 앞에 서서 취사장 쪽을 목을 빼고 건네다 보는 유건.

급기야 라인을 넘어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본다.

낡고 무너져 엉망인 작업장잡동사니로 가득한 황량한 분위기.

뒤편의 소음이 잦아들어 바람 소리마저 기괴하게 들린다.

회한 섞인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보는 유건.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익호 (OFF) 어이송검!

 

유건 돌아보면녹슨 감시탑 난간 앞에 우뚝 서 있는 익호의 모습.

익호는 마치 살아 있는 듯 깨끗한 죄수복차림에 예전모습 그대로다.

여전히 매서운 눈빛에 서늘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익호.

 

익호 왜 이제 왔어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꿈꾸듯 멀거니 익호를 올려다보는 유건.

 

익호 그래어떻게 됐어복수 했어?

 

한 방 맞은 듯 멍하니 쳐다볼 뿐 아무 말 못하는 중년의 유건.

 

익호 거 봐라내가 뭐랬냐?

 

씩 웃으며 유건에게 올라오라 턱짓하는 익호.

 

영운 (OFF) 아버지!

꿈에서 깨어나듯 돌아보는 유건.

문득 다시 올려다보면 익호의 환영은 사라지고 없다.

다가오는 영운을 보며 애써 태연한 듯 미소 짓는 유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황량한 교도소 전경을 새삼스레 둘러본다.

그 위로 들려오는 익호의 목소리.

 

익호 (E) 여길 완전히 내 세상으로 만들기만 하면 감옥이 감옥이

아닌 거지.

두고 봐라대한민국에 있는 교도소란 교도소는

죄다 이 정익호의 제국이 될 거다영원한 제국........

 

저편 포클레인에 맥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사동 건물 외벽.

높이 솟은 담장으로 이어진 감시탑 위로 화면 천천히 올라가면.

교도소 주변의 황량했던 벌판은 거대한 아파트 단지와 건물들로 들어차 있다.

그 한가운데 자리한 교도소가 오히려 작고 초라해 보인다.

낡은 교도소를 마치 압도하듯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고층건물들.

그 광경이 점점 멀어지며 어느덧 부감으로 보이는 화면서서히 암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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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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