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미녀삼총사
어린 계집들이 엉켜 자고 있는 좁은 방안.
또래에 비해 성숙한 외모와 몸매를 가진 천민계집(홍단),
자리가 좁은지 옆의 양반계집(진옥)을 엉덩이로 밀친다.
홍단 좁으니까 옆으로 가.
진옥 (꾸짖듯) 내 비록 처지가 곤란하게 됐다고는 하나
어찌 함부로 말을 놓느냐!
어른스런 말투와 눈빛의 진옥, 하지만 볏짚 위에서 자서 얼굴에 볏짚자국이 찍혀있다.
진옥을 노려보는 홍단의 얼굴 역시 볏짚자국이 찍혀있고.
그 소리에 잠이 깬 또 다른 계집(가비)까지 찍혀있다.
가비 어우 시끄러워. 잠 좀 자자.
이때 문 밖에 ‘모두 일어나거라’ 하는 자휼원 원장의 외침과 함께 문이 열리며,
자휼원 원장과 함께 야비하게 생긴 장사치(모석두)가 들어온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어린 계집들을 찬찬히 살피는 모석두.
모석두 뒤탈은 없겠지?
원장 호란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니 심려 놓으셔도 됩니다.
반반한 계집들이 꽤 들어왔습니다. 이번엔 몇이나 사실 생각이십니까?
모석두 최근 벽란도에 조선계집을 찾는 청나라 장사치가 늘어나
다다익선인데… (계집들을 살피다) 저 계집들이 좋겠군.
진옥, 홍단, 가비, 모석두가 자신들을 지목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척하자.
원장 거기 얼굴 눌린 니들 셋, 나오거라.
산길 / 낮
눈이 쌓인 추운 겨울 산.
산길에 널브러져 있는 시신을 확인하고 있는 모석두와 부하 둘.
짐승에게 물어 뜯인 시신의 모습이 처참하다.
부하1 호랑이에게 당한 것 같습니다.
이때, 갑자기 산 전체에 울려 퍼지는 짐승의 울음소리, 분명 호랑이의 포효다.
모석두가 시선을 옮기면, 말에 줄줄이 묶여있는 계집들-진옥, 홍단, 가비가 보인다.
Cut to
이번엔 나무기둥에 묶인 세 아이들.
모석두가 당돌하게 쏘아보는 진옥의 얼굴에 누런 이가 드러난 주둥이를 들이대며.
모석두 작긴 하지만 셋이니까, 산을 빠져나갈 시간정도는 벌 수 있을 게야.
고개를 꼿꼿이 들고 있거라. 호랑이는 눈을 마주치면 머리부터 먹는다.
그래야 조금이나마 빨리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지 않겠느냐,
(말에 오르며) 운 좋게 살아남는다면 이 은혜는 언젠가 갚으마. 가자!
모석두의 무리가 사라지고.
계집들, 끈을 풀어보려고 발악해보지만 끈 풀기가 쉽지 않다.
진옥 경고망동 하지 마라,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행동해야한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홍단과 가비.
하지만 이어지는 호랑이의 포효에 눈을 감고 고개를 푹 수그리는 아이들.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다가온다.
낙엽이 밟히는 소리가 점점 다가오자 아이들은 눈도 못 뜨고 오들오들 떨고 있다.
용기를 낸 진옥이 가만히 실눈을 떠 보자,
웬 선비(무명) 하나가 조총을 어깨에 메고 아이들을 보고 있다.
진옥 나으리, 살려주시오!
무명 (인자한 미소) 이제 두려워 할 필요 없다. 내 너희를…
그 때, 다시 크르릉! 날카로운 호랑이 소리가 가까운 곳에서 들려온다.
그러자 무명은 순식간에 아이들이 잘 보이는 바위 뒤로 몸을 숨기고,
잔뜩 경계하는 눈이 되어 조총을 겨누더니 호랑이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이제 아이들은 호랑이의 미끼인 셈, 기가 막힌 홍단이 눈물바람으로 읍소한다.
홍단 아저씨, 아저씨말이라면 뭐든 할 터이니 제발 살려주세요!
진옥 우린 밥도 잘하고!
가비 쌈도 잘해요!
홍단과 진옥이 가비를 째린다.
가비 그러니까 사냥도 도울 수 있다고요.
무명 조용히 하거라. 그리 조잘대면 호랑이가 입부터 뜯어먹느니라.
아이들 갑자기 합죽이가 되는데, 그 때 멀리 수풀이 흔들거린다.
슬쩍 호랑이의 꼬리가 보인 것 같다. 기겁하는 아이들.
무명, 침착하게 조총의 가늠자를 노려보며 꿈쩍도 안하는데,
갑자기 호랑이가 튀어나와 아이들을 향해 돌진한다.
가비 엄마!!
‘타앙!‘
풀썩 쓰러지는 호랑이. 고개를 완전히 숙이고 있던 아이들이 실눈을 뜬다.
조총의 총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휘익 불며 칼로 밧줄을 풀어주는 무명.
뒤춤에서 칼을 꺼내 손이 자유로워진 진옥에게 던진다.
무명 설령 계집이라도 자기 몸 하나는 지킬 줄 알아야하느니.
진옥 아무리 목숨이 중하다고는 하나, 사대문가의 아녀자가 어찌 남정네처럼
검을 들 수 있습니까.
무명 여기서 죽겠다는 뜻이냐?
진옥 계집의 본문에 맞게, 조신하게… 방아쇠를 당기겠습니다.
차라리 총을 주십시오.
메인타이틀 뮤직이 분위기를 띄우며,
어린아이의 몸이 성숙한 여인의 몸으로 변하는 과정이 무술의 동작,
화려한 패션, 섹시한 바디라인과 결합되어 판타스틱한 그림으로 표현된다.
날쌘 검객, 홍단이 현란한 솜씨로 떨어지는 솔방울을 가른다.
단아한 진옥이 활을 들어 살을 쏘아 과녁을 명중시켜 화면이 갈라지면,
가비는 힘을 바탕으로 긴 창을 던져 굵은 소나무의 몸통을 꿰뚫으며 타이틀이 치솟는다.
朝 鮮 美 女 三 銃 士
13년 후 1655년 효종 6년
산속 / 밤
어두운 산속 길, 한 사내(공구)가 품에서 만화경을 꺼내 손바닥에 세운다.
만화경이 밝은 달빛을 받아들이자 손바닥에 지도가 수놓듯 그려진다.
지도를 확인하고 다시 품에 품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사내.
사방이 조용하다.
멀리 나무 사이로 한양의 거리의 불빛들이 눈에 들어온다.
불빛을 향해 다시 달리기 시작하는 공구.
의금부 마당 / 밤
하얀 수의에 머리를 풀어헤친 죄수 김자헌이 옥에서 풀려 나온다.
포도대장과 금위대장의 옆을 지나며 그들을 비웃는 자헌,
식솔들의 부축을 받아 가마에 오르고 출발한다.
그 모습을 보던 포도대장.
포도대장 (분한 듯) 이대로 놓아줄 순 없습니다.
저 자의 수하가 밀사들을 살해하고 있음은 자명하질 않습니까?!
금위대장 허나 증거가 없으니 무슨 죄목으로 붙잡아 두겠소.
포도대장 그렇지만…
금위대장 염려 마시오, 저들도 아직은 그림을 지닌 밀사가 누군지 모르는 듯하니.
포도대장 시간이 없습니다. 저들보다 먼저 그림을 찾아야합니다.
금위대장 모르는 바 아니오만, 저들이 심어놓은 첩자가 너무 많아
섣불리 관군을 움직일 수도 없는 노릇 아니오.
포도대장 저잣거리에 사람 찾는데 귀신같은 자들이 있다 들었습니다.
저잣거리 / 낮
경쾌한 음악이 깔리며 한양의 전경이 펼쳐진다.
카메라가 저잣거리로 빨려 들어가면,
거지아이들이 붐비는 저잣거리를 쏜살같이 달려오다 몇 갈래로 쫘악 갈라진다.
지친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둘둘 말린 종이를 넘기면.
종이바통을 이어받은 아이는 다시 전속력으로 뛰기 시작한다.
잠시 후, 술을 마시고 있던 무명에게 종이를 건네받는다.
아이가 잔뜩 기대에 찬 눈빛으로 기다리고 무명은 느긋하게 종이를 펼쳐본다.
종이는 도깨비 얼굴이 그려진 용모파기다.
-만병통치라는 감언이설로 민심을 교란시키는 모사꾼. 상금 백 냥- 라고 크게 적혀 있다.
흐음 하며 큰 관심을 보이는 무명, 아이는 마른 침을 삼키며 결정을 기다린다.
고개를 끄떡이며 동전 몇 닢을 아이 손에 쥐어주는 무명.
신이 난 아이가 환호하며 다시 돌아온 길을 뛰어가고,
다음 장면엔 아이들이 벽에 붙어 있는 동일한 용모파기들을 찢어내기 시작한다.
산길 / 낮
한적한 산길을 올라오고 있는 가마.
가마를 호위하는 무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가마 안의 마님은 어디가 불편한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마님 아직 멀었느냐?
가마가 갑자기 서자, 찡그린 표정으로 밖을 내다보는 마님.
이때 멀리 정면에 이상한 폼으로 갓을 쓴 한 선비가 길을 가로막고 서 있다.
호위무사 웬 놈이냐!
일반적으로 선비의 갓은 머리에 쓰는 것이 아니라 얹히는 것인데,
이 선비는 마치 카우보이들의 모자처럼 갓을 눈썹 위까지 푹 눌러 쓰고 있다.
이때, 바람이 불어오면 휘날리는 선비의 도포.
그러자 도포 속에 가려져 있던 조총을 집어 들어,
마치 카우보이들이 총구로 모자를 올리는 것처럼, 조총으로 갓을 눈썹 위로 올리는 선비.
그제야 갓 아래 감춰져 있던 선비의 얼굴은... 남장을 한 진옥이다.
그러자 호위무사들이 진옥을 향해 달려든다.
그 순간, 나무 위에서 몸을 던지며 호위무사들을 쓰러트리는 계집 둘, 홍단과 가비다.
폐가 (의원) / 낮
깊은 산속 낡은 폐가 앞에 병을 고치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비단 천으로 얼굴을 가린 마님과 여종 그리고 호위무사가 줄은 무시한 채 들어간다.
비단 천 틈으로 보이는 홍단, 여종으로 둔갑한 가비, 호위 무사로 남장을 한 진옥이다.
진옥, 안채로 향하며 폐가를 살피는데,
문이 살짝 열린 사랑채는 입원실로 사용되는 듯 입원중인 환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진옥, 폐가를 꼼꼼히 살피며 마루의 접수대에 앉아있던 계집에게 호패를 보인다.
계집 (장부를 뒤적이며) 치질수술이 잡히어계시네요.
진옥 (모르는 듯) 치질수술이 무언가?
귀찮다는 듯, 무심한 표정으로 두툼한 서책을 건네주는 계집.
폐가 안방 / 낮
수술실처럼 꾸며진 안방.
날이 시퍼런 칼들과 피를 담은 유리그릇들,
돼지염통에 담긴 피가 뚝뚝 떨어져 무시무시하다.
홍단이 서책을 펼쳐보자, 거기엔 무릎을 꿇고 엎드려 엉덩이를 들고 있는 그림과 함께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든 치질 수술의 과정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진옥이 수술침대에 기대어 앉는데 끼익하는 괴기스런 소리가 공포감을 키운다.
점입가경으로 옆방에선 찢어지는 듯한 괴성이 처참하고 길게 울려 퍼진다.
기가 막힌 얼굴로 서로를 보는 삼총사.
홍단 서…설마…나더러 이걸 하라는 건 아니지? 그지?? 이건 아니잖아?!!
(E) 겁먹을 필요 하나 없으요. 치질은 병축에도 못 끼니께.
삼총사가 뒤돌아보면, 덩치들이 끄는 수레에 앉아 들어오는 도깨비탈을 쓴 이가 보인다.
그는 치마처럼 널찍하니 퍼진 가운을 입고 있다.
청산유수로 말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몸짓과 말이 따로 노는 듯, 부자연스러운 도깨비.
도깨비 환부를 깨끗혀니 도려내 뿐지고 반반혀니 꿰매어주믄,
3일내에 튼실헌 똥 덩어리를 볼꺼이니 걱정이 불필요여라.
홍단 (경악) 뭐, 뭐라? 도려내고 꿰매? 거… 거기를!!!
덩치간호사 둘이 홍단에게 가랑이가 뻥 뚫린 옷을 들어 보이며 씩 웃는다.
홍단 (기겁하며) 이걸 입으라고? 못 입어! 안 입어!!
홍단의 반응에 도깨비가 고개로 신호를 보내자 덩치들도 요상한 도깨비 탈을 쓴다.
그리고 요상한 색의 항아리를 열어 불을 붙이자 뿌연 연기가 삽시간에 수술실에 퍼진다.
켁켁 거리기 시작하는 삼총사.
연기가 삼총사를 마취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도깨비 맨 정신에는 이 짓을 못혀서 마취를 혀야 한당께.
그 순간 덩치간호사들, 억지로 홍단을 수술침대 위에 눕히고 정체불명의 가루를 먹인다.
진옥 멈추어라! 마님 몸을 아무나 만지게 놔 둘 순 없다.
(연기를 맡고) 켁켁…
진옥과 가비, 소매로 입을 틀어막아 보지만 점점 정신이 혼미해져 간다.
하지만 멀쩡한 탈바가지들.
진옥 탈이야! 탈을 빼앗아야 돼!
가비가 진옥의 어깨를 밟고 멋진 백덤블링으로 덩치의 정수리를 내려찍는다.
쓰러지는 덩치를 받아 소리가 나지 않게 내려놓는 진옥, 탈을 벗겨 가비에게 던져준다.
다른 덩치가 가비에게 달려들자,
이번에는 탈을 쓴 가비가 덩치에게 암바를 걸고 뒷목 급소를 때려 쓰러뜨린다.
꼬꾸라지는 덩치를 잽싸게 잡아 역시 살짝 내려놓는 가비. 탈을 벗겨 진옥에게 패스한다.
각자 탈을 쓴 후, 도깨비에게 조총과 창을 겨누는 진옥과 가비.
도깨비 Stop!! Stop!! Please∼
갑자기 다른 목소리의 유창한 영어가 쏟아진다.
도깨비 탈을 벗어던지자 드러나는 서양인, 존(41세)이 아랫도리를 손으로 가리킨다.
가비가 칼로 가운을 들춰보면, 그 안에 작은 의자가 있고,
의자 밑에는 난장이처럼 작은 조선남자가 웅크리고 앉아있다.
헤헤 웃으며 계면쩍은 웃음을 짓는 남자, 가마니(40세).
Cut to
무릎을 꿇은 존과 가마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고.
홍단은 뭔가 이상한 듯 찡그린 표정으로 자꾸 자기 배를 만지며,
홍단 그러니까, 니가 해변에 쓸려온 저 양국인을 구해줬는데,
이 양국인이 사람을 고치는 재주가 있어서 돈 좀 벌려고 했다, 이거지?
존 Help me. I couldn't go home for 5 years.
I have a beautiful wife and kids in my country.
(자막-살려주세요. 고향에 못간 지 5년이 넘었습니다.
고향에 아름다운 처와 자식들이 있어요.)
진옥 (가마니를 보며) 뭐라는 거요?
가마니 고향에 마누라가 다섯인디, (야시시한 눈빛으로) 겁나게 보고 싶다혀라.
가비 (썩소) 와우. 변강쇠.
그런데 이때 밖이 소란스럽더니, 창 하나가 창문을 뚫고 들어와 벽에 꽂힌다.
깜짝 놀란 삼총사, 빠끔히 창문을 열고 살피면, 마당에는 포졸들이 쫙 깔려 있다.
게다가 산속에 묶여 있어야할 마님 일행이 떡하니 말을 타고 대문에 버티고 있다.
마님 고얀 것들, 감히 내가 누군 줄 아느냐!
이 고을 현감이 내 바깥어른이시다.
진옥 (당황한) 어떻게 된 거야?
홍단 에이씨, 저렇게 배경 좋은 아줌만 줄 알았나.
진옥 서두르자.
진옥이 다짜고짜 가마니의 목덜미에 침을 꽂는다.
그러자, 순식간에 몸이 뻣뻣해지며 픽 쓰러지는 가마니.
이번에는 존에게 다가가는 진옥.
홍단 잠깐만! (손짓 발짓 하며) 나한테 뭘 먹였어?
존 Oh, my… enema… (자막-이런 어째…관장약인데.)
하는데, 퍼억!! 가비가 각목으로 존의 머리통을 날려 한방에 쓰러뜨린다.
홍단이 가비를 째려본다.
폐가 마당 / 낮
포졸들, 안방으로 한걸음씩 포위망을 좁혀 가는데.
그 순간, 창호지로 된 문을 뚫고 마당으로 몸을 날려 포졸들을 제압하는 홍단과 가비.
홍단은 검을, 가비는 관운장의 청룡도(무쇠로 만든 수백 근의 창)을 휘두른다.
이번엔 담 아래쪽에서 대기 중이던 또 다른 포졸부대가 활을 쏘려고 하자,
진옥이 조총으로 빵! 활을 쏘는 포졸들을 쓰러트린다.
하지만 포졸들 역시 매서운 기세로 삼총사에게 달려든다.
모든 상황이 불리하다고 느낀 진옥,
홍단과 눈을 마주치더니 여분의 조총을 홍단에게 던진다.
조총을 받자마자 담벼락을 타고 마님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한 홍단.
홍단, 마님 앞에 착지해 마님에게 조총을 겨눈다.
홍단 (포졸들에게) 모두 무기를 버려라!
마님을 인질로 잡히자 더 이상 싸우지 못하는 포졸들.
수세에 몰려있던 진옥과 가비가 구사일생 벗어난다.
그때, 홍단 가까이에 있던 포졸이 홍단이 들고 있던 조총을 유심히 본다.
이제 보니, 홍단이 들고 있던 조총의 심지가 일반 조총보다 유독 길다.
즉, 심지가 다 타들어가 총을 발사하려면 최소 1분은 더 있어야 될 막막한 상황.
홍단 (포졸과 눈이 마주치자 당황한) 움직이지 마… 나 진짜 쏠 거야…
포졸 (씨익) 쏴 봐.
홍단, 덤벼드는 포졸을 발로 차 쓰러트린 후 다시 마님에게 총을 겨누며.
홍단 이것들이 미쳤나! 니네 마님 진짜 쏜다!
하지만 여전히 심지가 다 타들어가려면, 멀었다.
홍단 진짜 쏠 거라니까! (입으로 총 소리 내는) 빵! 빵! 빵!
겁에 질린 마님,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퉤! 침을 뱉는다.
바로 홍단이 겨누고 있는 조총의 심지 위로 정확하게 떨어진 침.
그러자 침에 젖은 심지가 꺼진다.
얼빠진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홍단과 마님.
홍단 이런 씨!!
그 순간, 포졸들이 와아아 하며 다시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 사이 존과 가마니를 실은 마차를 탄 진옥과 가비, 도망치며 소리친다.
진옥 빨리 도망쳐!
홍단 역시 마님이 타고 왔던 말에 올라 타, 마님을 인질로 잡고 도망치기 시작한다.
산길 / 낮
나란히 말을 타고 달리던 진옥과 가비, 그 뒤를 포졸들이 뒤쫓고 있다.
마님을 말 뒤에 태운 채, 함께 도주 중인 홍단.
마님 네 이 년! 어서 날 내려 놓거라!
홍단 안전한 곳에 가면 내려줄테니까 걱정 마셔!
그런데 홍단이 너무 빨리 달리자 겁을 먹은 마님, 홍단의 배를 꽈악 잡는데.
갑자기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하는 홍단, 관장약 효과가 드디어 시작된 듯.
홍단 안 돼, 배 잡지 마, 배 잡지 마!! 안 돼애∼!!
그런데 치질 수술을 앞두고 있던 마님,
말의 반동이 심해 엉덩이가 쿵쿵 방아를 찧게 되자 비명을 지르며
한손으로 자기 엉덩이를 부여잡고, 한손으로 홍단의 배를 더욱 꽉 잡는다.
그러자 홍단도 덩달아 비명을 지른다.
진옥과 가비가 그런 홍단을 끌어 자기의 말로 옮겨 싣는다.
진옥, 혼자 남은 마님의 말의 엉덩이를 힘껏 차면.
마님의 말이 미친 듯이 달리자, 말 위의 마님도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른다.
삼총사가 아닌 마님을 뒤쫓는 포졸들의 모습에서.
포도청 / 낮
잡혀온 존과 가마니 앞에 열십자의 곤장대 두 대가 놓여있다.
그런데 존이 곤장대를 보더니 경건하게 눈을 감는다.
포졸 뭣들 하느냐! 어서 눕거라.
가마니가 재빨리 곤장대에 배 깔고 눕는다.
하지만 존은 가마니와 반대로 등 대고 곤장대에 누워 양팔을 벌리고 진지하게,
존 Father, forgive them, for they do not know what they are doing.
(자막-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사옵니다.)
이때 현상금으로 받은 돈 꾸러미를 들고 나오던 무명.
존이 곤장대를 십자가로 착각하고 누워있자.
무명 저런. 터지겠는데. 쯧쯧…
존의 그곳을 향해 내리꽂히는 곤장!
메아리치는 존의 비명.
삼총사 아지트 / 낮
깊은 나무숲 사이에 놓인 작은 산채 마루에서 책을 읽는 무명.
그 옆에서 검을 손질하고 있는 홍단, 앉아있는 폼이 사내 같이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다.
마루에 걸터앉아 조총을 정비하는 진옥 역시 사내처럼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다.
이 때, 밥상을 들고 오는 선머슴 같은 옷차림의 가비.
가비 (무명 앞에 쾅! 거칠게 밥상 내려놓으며) 밥 먹어.
삼총사를 보며 한숨을 내쉬는 무명, 수저를 들려다 내려놓으며.
무명 아무리 현상범을 잡아 생계를 꾸리고 있다고는 하나, 너희는 계집이다.
무릇 계집이란 항상 몸가짐을 바로 하고, 삼종의 도리를 다해야하는 법.
진옥 (뜨끔해서 자세를 고쳐 앉으며) 명심하겠습니다, 스승님.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수저를 드는 무명, 한입 먹자마자 맛이 없는지 일그러지며.
무명 (점잖게) 배가 고프지 않구나.
진옥 (이상한 듯) 일주일째 아무 것도 안 잡수셨습니다.
무명 내 걱정은 말고 많이들 들거라.
새 일감을 찾아보고 올 터이니 도포를 갖고 오고.
방에서 도포를 갖고 나온 홍단.
홍단 스승님, 도포 소매가 찢어져있어 제가 바느질 좀 했어요.
무명 (도포를 걸치며) 이런, 기특하기도 하지.
너무 꼬매 버렸는지, 한복 특유의 넓은 통이 아닌 쫄티처럼 소매가 팔뚝이 딱 붙어있다.
그것도 한쪽만.
홍단 너무 꼬맸네… 벗으세요, 다시 해드릴게.
무명 (짜증) 하지 마, 니넨 삼종의 도리 절대 하지 마.
포도대장 (E) 계십니까?
무명과 삼총사가 보면,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포도대장의 모습이 보인다.
무명방 / 낮
방안에는 포도대장과 무명이 마주 앉았고, 그들 사이엔 현상금이 수북하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살며시 고개를 내밀어 안을 보고 있는 삼총사.
포도대장 이곳에 뛰어난 무사 셋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삼총사 (씨익 웃으며 끄덕끄덕)
포도대장 모두 출타 중인가 봅니다?
삼총사 (뭐야 저거)
무명 (삼총사를 보며) 가서 차라도 내오거라.
진옥과 가비가 홍단을 밀쳐내자, 아야! 하면서 일어선 홍단, 우씨! 하면서 나간다.
포도대장 저희가 신세를 많이 진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도움을 받고자 찾아왔습니다.
포도대장, 한 사내의 얼굴이 그려진 용모파기를 내민다.
무명, 무심한 얼굴로 포도대장이 건네 용모파기를 보는데.
포도대장 공구라는 이름을 쓰는 화적단 두목입니다.
목 뒤에 아홉 ‘구’라는 문신이 찍혀 있으니 확인하기 쉬울 것입니다.
무명 (순간 굳어지는) .... 이 자만 찾으면 됩니까?
포도대장 이 자가 갖고 있는 봇짐이 있을 겁니다.
저희에게 필요한 물건이니 꼭 같이 찾아주십쇼.
현상금은 만냥입니다. 최대한 은밀히 찾아주십시오.
홍단, 차를 올린 교자상을 내려놓다가 액수에 깜짝 놀란다.
무명 (대뜸) 거절하겠습니다.
포도대장 (예상 못했는지 굳은) 거절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무명 저 역시 이런 큰일을 왜 저희에게 맡기는지 궁금하군요.
무명과 포도대장의 눈빛이 충돌한다.
무명 보수가 크다는 건 위험부담 역시 크다는 뜻이겠지요.
무명을 응시하며 차를 한 모금 마시던 포도대장, 갑자기 검을 뽑아 무명에게 겨눈다.
깜짝 놀란 무명, 아무런 방어태세도 갖추지 못한 채 얼어붙어있는데.
포도대장, 입맛을 음미하더니 검을 내려놓으며 예의를 차려 머리를 숙인다.
포도대장 죄송합니다, 차가 너무 써서 독을 탄 줄 오해했습니다.
무명, 홍단을 노려본다.
나무숲길 / 낮
울창한 나무숲길 사이로 내려오는 포도대장, 그러다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포도대장 나오거라.
나무 숲 사이에서 포졸 하나가 나타나 인사를 올린다.
포도대장 저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니 철저하게 감시하고 보고하도록 하라.
송포졸 (목소리 깔고) 걱정하지 마십쇼.
제가 직접 훈련시킨 송골매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송포졸이 휘파람을 불자 어디선가 송골매가 나타난다.
자기 팔 위에 앉으라는 듯 팔을 쭉 뻗는 송포졸.
하지만 송골매는 포도대장의 머리 위에 사뿐히 앉는다.
민망하게 뻗어있는 송포졸의 팔과 근심이 깊어지는 포도대장의 얼굴.
삼총사 아지트 / 낮
책을 읽는 무명 앞에 앉아있는 삼총사.
홍단 (공구의 그림을 보이며) 해요! 네?! 만냥이라잖아요. 만냥∼.
(팔짱끼며 애교 콧소리) 스승님, 우리 이 일 해요∼ 만냥이면∼
무명 (꾸짖듯) 어디서 막돼먹은 교태를 떠는 게냐!
홍단, ‘니가 해봐’라고 가비에게 뻥긋거리자.
대뜸 무명 옆에 앉아 팔짱을 끼는 가비, 계집다운 맑은 미소가 아닌 썩은 미소를 날리며.
가비 오빠, 하자.
무명 (황당하기보다 무서운) …
진옥 스승님,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무명 말했지 않았느냐. 이 일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진옥 (믿지 않는) 단순히 그것뿐입니까? 정녕 다른 이유는 없사옵니까?
무명 (잠시 망설이는) … 없다.
진옥 알겠습니다. 정히 그러시다면 이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홍단과 가비, 아쉬운 듯 한숨.
폐가 (의원) / 낮
삼총사가 한바탕 휘몰아치고 간 어지럽혀진 폐가에 들어서는 무사.
선이 굵은 이목구비를 가진 사현이다.
사랑채 방문을 열면, 입원 중인 환자 몇이 보인다.
그 중, 자고 있는 어느 환자 앞에 다가선 사현.
별 볼 없는 보따리 장사치로 보이지만, 몸에 난 상처는 검과 화살에 맞은 치명상들이다.
장사치의 목 뒤를 확인하는 사현.
장사치의 목 뒤에 ‘여섯 六’문신이 새겨져 있다.
사현 그림은 어디 있습니까?
그제야 눈을 뜬 보따리 장사치(이하 공육), 사현을 노려본다.
공육 니깟놈이 그림 볼 줄이나 아느냐?
공육이 갑자기 목에 걸린 환약을 꺼내 입에 넣으려는 순간.
공육의 입을 억지로 벌려 환약을 꺼내는 사현.
그런데 이제 보니, 사현의 손가락은 4개 뿐. 엄지손가락은 잘려있다.
사현 대감 목숨은 이제 더 이상 대감의 것이 아닙니다.
하면서 공육의 목을 눌러 공육을 기절시키는 사현.
이때 다가와 부복하는 애꾸눈의 무사.
공육 남은 밀사는 아홉 번째 밀사뿐입니다.
사현 그 자가 그림을 갖고 있는 게 분명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포도대장보다 먼저 그자를 찾아야 한다.
애꾸 그것이… 최근에 포도대장이 은밀히 누군가를 만났다고 합니다.
저잣거리 / 낮
인산인해인 장날 저잣거리,
삼총사의 들뜬 표정이 이제야 또래 처녀들처럼 고와 보인다.
장사치로 변장한 송포졸이 그녀들을 졸졸 쫓아간다.
홍단 에구, 아까운 만냥. 그냥 후딱 해치우면 될 걸. 돈도 다 떨어져 가는데.
진옥 저번 일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돈이 떨어져?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를 하니 남아나는 게 없지.
홍단 짝퉁이니까 신경 끄세요. 안 그래도 시엄마 잔소리에 머리 아프구만.
진옥 (피식) 양반집에 시집간다고 신나할 땐 언제고.
홍단 (풀죽어) 무늬만 양반인 걸 누가 알았나.
이때 화려한 비단옷과 장신구들이 진열된 상점에 시선을 빼앗긴 홍단.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룬 틈을 기세 좋게 비집고 들어선다.
홍단에게 밀린 아가씨 손님 하나가 홍단에게 불평을 한다.
아가씨 아휴∼ 아줌마, 밀지 좀 말아요.
홍단, 틀어 올린 머리를 재빨리 풀며.
홍단 뭐, 아줌마? 아니, 이 언니가 언제 봤다고 아줌마래, 멀쩡한 아가씨한테.
주인 (이 때 껴드는 주인) 아줌마!! 안 살 거면 저리 좀 비켜요.
홍단 헉! 아나, 정말 아줌마 아니라니까!! 내가 이래봬도 아직 아가…
시엄마 아가야∼
홍단 아가야야, 아가! 알았어! 엥? 아가?
뒤를 휙 돌아보자 한 중년 부인이 홍단을 부르고 있다.
홍단은 풀었던 머리를 급하게 올려말면서 쪼르르 달려가 머리를 조아린다.
홍단 어머님, 나오셨어요?
시엄마가 걷기 시작하자 뒤를 졸졸 쫓는 홍단.
지금껏 카랑카랑하고 호기롭던 홍단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영락없는 조선며느리이다.
시엄마 요새 출타가 부쩍 잦습니다.
홍단 죄송합니다, 어머님, 도제 어른 댁 잔치 때문에…
시엄마 앞으론 남의 잔치에 신경 쓰는 만큼 지아비도 신경 쓰세요.
홍단 네, 근데 양식이라도 사려면 제가 일을 더…
시엄마 나가서 엽전 몇 푼 번다고 지금 시어미 앞에서 위세를 떠시는 겝니까?
갑작스럽게 돌변하는 시어머니의 모습에 깜짝 놀라는 홍단.
홍단 죄, 죄송합니다. 어머님.
시엄마 우리 아드님이 왜 이리 힘들게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홍단 예? 그거야 무과 시험이 코앞에 닥친 데다 집엔 돈이 떨어졌으니,
시엄마 (인상이 험악해지며 버럭) 이게 문제에요, 문제!!!
우리 가문은 대대로 나라를 지킨 무사를 배출한 가문입니다.
그런데!! 새아기는 모르고 있어요. 그 사명감을!
가문과 지아비를 섬겨야하는 아녀자로서의 도리를!!
아는 사람이면 매일같이 집안일은 팽개친 채 밖으로만 나돌진 않겠지요.
홍단 죄송합니다, 어머님. 앞으론 잘…
시엄마 앞으로 잘하는지는 두고 보아야겠고!
제 방에 가보면 찢어진 치마가 몇 벌 있을 겝니다.
가서 그거나 꿰매세요.
하고 치맛바람 날리고 가버리는 시엄마의 뒷모습을 보던 홍단, 축, 어깨를 떨군다.
주막 / 낮
가난해 보이는 농사꾼이 막걸리를 두 손으로 깍듯하게 따르면,
거드름을 피우며 잔을 받는 사람은 척 봐도 사기꾼 냄새가 나는, 최씨다.
최씨 병자년 호란이 벌써 10년 전 아니우.
그 때 끌려간 조선인만 50만이고. 쉽게 찾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
농부 (울먹) 살아 있다는 소식만 들어도 쓰겠는데…
최씨 (선심 쓰듯) 내 다음 달에 다시 청에 들어가니, 그때 한 번 더 동생을
찾아보겠소. 근데, 그러면 추가금이 더 필요한데… (바짝 당겨 앉으며)
은 백냥만 만들어오슈.
때마침 누군가 최씨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깜짝 놀라 돌아보면 가비다.
가비 백대만 맞자.
기겁해 도망치려는 최씨.
하지만 어느새 나타난 진옥이 최씨의 어깨를 눌러 다시 최씨를 앉히며,
농부에게 가라고 손짓한다. 허둥지둥 주막을 빠져나가는 농부.
가비가 최씨의 입에 닭다리를 꽂으며 앉는다.
비굴한 얼굴모드로 변하는 최씨, 입에서 닭다리를 뱉고는,
최씨 아휴, 안 그려도 연통 넣으려고 했는데 먼저 오시었네.
가비 찾았어?
최씨 거의 다 찾았는데… 그게 (하며 손가락으로 동그라미 만들며)
요게 쪼께 모잘라서.
가비 손가락 잘라달라고?
최씨 (냉큼 손 내리며) 무슨 소리여! (꼬리 내렸다가)
글치만서두 돈 없으면 나라님도 별 수 없어.
가비 (보다가) 얼마?
최씨 (헤헤 웃으며) 한… 백냥만 더 있으면 바로 찾을 수 있겠는디…
가비 알았어.
진옥 니가 그 큰돈이 어디 있어? (그러다 굳어지며) 너 설마…
안 돼, 스승님이 안 된다고 하셨잖아.
가족 찾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이쯤에서 포기하자.
가비 달라. 피가 다르다고. 언닌 안 찾고 싶어?
진옥 난 너랑 언니, 그리고 스승님만 있으면 돼.
가비 나 아냐. 젠장, 나도 홍단언니처럼 혼사나 치를까? 그럼 가족이 생기잖아.
최씨, 입 모양으로 ‘어떤 미친놈이 너랑 결혼하냐?’ 하고 비아냥거린다.
가비 (최씨 보더니) 나랑 애나 만들자.
최씨 찾아줄게! 내 목숨을 걸고라도 니네 부모 찾아 줄게!
홍단집 뒷마당 / 낮
검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리는 뒷마당, 얍얏!하는 기합소리도 그럴싸하다.
남편이 장독에 걸터앉아 한 손엔 책을 들고 읽으며,
다른 한손엔 칼을 들고 성의 없이 허공에 대고 휘두르다,
추임새처럼 간간히 기합소리를 지르고 있다.
홍단이 나타나자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나는 남편, 책을 급하게 숨긴다.
남편 어, 언제 오시었소?
홍단 서방님, 지금 뭐하시는 겝니까?
남편 그, 그게… 상대를 보지 않고 찌르는 연습이랄까..
(계면적은 듯 검을 휘두르며) 헛헛, 히야.
홍단 (어처구니가 없다가) 서방님 그 옷, 소매 단이 찢어졌다 안 하셨습니까?
남편 아, 그거 (무심한 척) 내 무료하여 꿰매보았소이다.
홍단 (섬세한 바느질을 보고) 어째 솜씨가 저보다도 정갈하십니다.
남편 참이요?
바느질 솜씨를 칭찬받고 신나 보이는 남편.
홍단 (기가 찬) 서방님, 손 좀 펴보십시오.
손바닥을 보여주는 남편. 티눈하나 없는 섬섬옥수이다.
한숨을 푹 내쉬는 홍단.
홍단 곱네요, 참 고와.
그 때 남편의 배에서 울리는 꼬르륵 소리.
남편 어우, 연습을 너무했나? 왜 이리 출출하지…
계면쩍은 듯이 몸을 돌려 가버리는 남편.
남편이 측은하게 생각되는 홍단, 남편이 두고 간 서책을 펼쳐본다.
그런데 그건 요리에 관련된 비법 등이 자세히 실린 이른바 ‘가사 관련 백과사전’이다.
큰 한숨을 내쉬는 홍단.
홍단 가문세울 사람 마음은 콩밭에 가있는데, 이러다 밥 굶지 밥 굶어, 쯧쯧.
(그러다) 만 냥이라…
홍단집 안방 / 낮
누추한 시엄마의 안방에서 치마를 입어보고 굳어있는 시엄마.
펄럭펄럭한 한복 특유의 넓은 통은 없고, 기모노처럼 타이트하게 몸매를 드러내고 있다.
홍단의 바느질 솜씨다.
저잣거리- 공구를 찾는 몽타주 / 낮
무명, 거지 아이들에게 엽전을 하나 던져주고 공구의 용모파기를 전해준다.
이 모습을 진옥이 우연히 본다.
찾지 않겠다던 무명의 말과 행동이 다르니 수상하다.
공구의 얼굴을 확인한 아이들이 수명이 수십이,
수십이 수백이 되어 장안을 뒤지기 시작한다.
한 계집아이가 허름한 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공구를 발견한다.
계집아이가 슬쩍 두리번거리며 공구에게로 다가가면,
공구의 목 뒤에 있는 九자 문신을 발견한다.
계집아이, 누군가에게 쏜살 같이 달려오는데 무명이 아닌 진옥이다.
계집아이 목 뒤에 ‘구’자 문신 있는 사람이요! 주막에 있어요!
진옥 (방긋) 수고했어.
엽전을 두둑이 건네는 진옥과 만족스러워 하는 계집아이.
삼총사 아지트 마당 / 낮
아지트로 들어오는 무명.
그런데 마루에 사현의 부사, 애꾸가 앉아 있다.
살기를 내뿜는 눈빛으로 애꾸를 노려보는 무명.
아지트 나무 아래 숨겨두었던 조총을 찾아, 장전하고 점화하는데.
순간, 무명이 등 뒤에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보면... 또 다른 애꾸가 서 있다.
이제 보니, 그들은 똑같은 애꾸눈의 쌍둥이, 애꾸2다.
이 때, 산채 방안에서 나오는 사현이 무명을 응시한다.
무명 누구요?
사현 계집들은 어디 있습니까?
무명, 사현이 쉽지 않은 상대라는 것을 느낀 듯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비록 총을 겨누고 있지는 않지만 타 들어가고 있는 조총의 심지.
심지가 거의 다 타들어가고 있음에도 서로 바라만 보고 있는 무명과 사현.
무명 평범한 계집들 일뿐이외다.
사현 (포도대장이 건네던 공구의 그림을 내보이며) 그럼 이건 무엇입니까?
순간, 조총의 개머리판으로 뒤에 있던 애꾸2의 가슴팍을 찍어, 애꾸2를 쓰러트린 무명.
곧장, 사현을 향해 총구를 겨누며!
무명 (근엄하게 버럭 하는) 네 놈들이 내 상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그 순간. 어느새 무명 앞으로 날아온 사현이 검으로 무명의 조총 심지를 베어버린다.
그로인해 무용지물이 된 무명의 조총.
무명, 사현을 노려보며 조총의 총구로 산 아래를 가리키다가...
무명 (급 비굴) 장날이라 저잣거리에 갔습니다. 계집애들이 다 그렇잖아요.
산길 / 저녁
삼총사가 산길을 걸어가고 있다.
진옥 스승님 말씀 거역하는 건 이번 한 번 뿐이야. 모두 알았지?
홍단 너 혹시 그 양반 좋아하냐? 왜 그렇게 챙겨?
진옥 우리를 거두고 지금까지 돌봐주신 분이잖아. 아버지나 진배없어.
가비, 인기척이라도 느낀 듯 뒤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다시 걷는다.
그러나 나무숲에 숨어 삼총사를 미행하고 있는 남자, 송포졸이다.
송포졸, 삼총사가 자신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하고 이동하자.
송포졸 (씨익) 계집들이라 그런지 확실히 미행이 용이하군.
슬금슬금 뒤를 따르기 시작한 송포졸.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앞서 걷던 삼총사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깜짝 놀라는 송포졸, 빠르게 다가가 확인해 보지만, 정말 삼총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송포졸, 불안한 마음에 단검을 꺼내 쥐는데
그 순간 날아온 표창이 단검을 쥔 송포졸의 손등을 내려친다.
깜짝 놀란 송포졸, 단검을 놓친 채 재빨리 도망치려고 하는데.
그 순간, 나무 위에서 몸을 날리며 송포졸을 포위하는 삼총사.
송포졸 (겁에 질려) 사…살려주…
(그러다 삼총사의 얼굴은 확인하고 목소리 톤 굵게) 감히 계집들 주제에!
진옥 우릴 왜 미행했어?
송포졸 (어이없는 지 코웃음 치며) 사내대장부로 태어나 계집에게 폭력을
쓰고 싶지 않다. 비키거라!
그 순간, 퍼억 주먹을 달리는 가비.
송포졸의 코에서 코피가 흘러내린다.
가비 매엔 장사 없다. 누구냐, 너?
송포졸 (깜짝 놀라) 너 계집 아니지? 무슨 계집 주먹이 이렇게 쎄?
(가비의 평평한 가슴을 빤히 보며) 사내구나.
다시 퍼어억! 송포졸의 얼굴로 발로 걷어차 버리는 가비.
홍단 너 누구야?
송포졸 …포졸인데요.
홍단 거짓말 하지 마, 무슨 포졸이 이렇게 싸움을 못해.
송포졸 포졸 맞는데요, 전 송골매 교육담당이거든요.
진옥 송골매?
그러자 송포졸, 손가락으로 휘파람을 불면 송골매가 송포졸을 향해 날아온다.
자신에게 날아오른 송골매를 보며 안도하는 송포졸.
그런데 진옥, 태평한 표정으로 갑자기 겨누며 빵! 쏜다.
황당한 표정을 일제히 진옥을 보는데,
송포졸 (비명을 지르며) 아악!!! 무슨 짓이야!!!
진옥 (자기도 당황한) 아니… 나도 모르게… 원래 조총이 새 잡는… 미안…
송포졸, 추락한 송골매를 감싸 안고 흐느껴 울기 시작하는데.
그 머리위로 사뿐히 앉는 진짜 스파이 송골매.
송포졸 다행이다, 니가 아니었구나, 진짜 다행이야, 어어엉…
송골매 안고 뽀뽀하고 난리가 아니다.
삼총사는 갑자기 원맨쇼를 보는 기분이다.
가비 (손가락으로 빙빙)
홍단 쯔쯔쯔
진옥 시간 없다. 어서 가자.
송포졸을 무시하고 가던 길을 가는 삼총사.
그런데 멀리서 그녀들을 지켜보는 또 하나의 시선, 바로 애꾸 쌍둥이들이다.
산채 / 저녁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무명, 의식을 차리고 일어난다.
머리를 맞았는지 이마에서 흘러내렸던 피가 굳어있다.
그러다 갑자기 삼총사가 걱정되는 듯, 삼총사의 이름을 한명 씩 부르며 찾는 무명.
무명 진옥아! 홍단아! 가비야!
산채 어디에도 삼총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자,
잠시 호흡을 정리 한 후, 재빨리 방으로 뛰어 들어 가는 무명.
비장한 표정으로 조총을 정비 하는 무명, 도포를 입고 갓을 쓰는데.
그러다 갓을 진옥처럼 카우보이 스타일로 쓰고 싶은 듯
최대한 눌러쓰다가 ‘푸욱!!’ 갓이 찢어진다.
여인숙 겸 주막 나무 위 / 저녁
나무 위에서 공구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진옥과 홍단.
진옥 수상해. 행색이 화적단 두목이라기 보단 먼 길 다녀온 사람 같지 않아?
봇짐 싼 보자기랑 신도 청나라 것이고.
홍단 청나라 상인이라도 털었나보지. 만냥이야, 만냥! 후다닥 끝내버리자.
진옥 잠깐, 가비는?
홍단 그러니까 지금이지. 그년, 언젠가 우리 밥줄 끊어 놓을 년이야.
저번에도 애문 놈 하직시켜서 현상금보다 합의금이 더 많았잖아.
그리고 걘 작전이해도가 딸려서 안 돼.
진옥 왜? 생각해 놓은 작전 있어?
홍단 그냥, 본연의 자연스러운 나를 활용하는 작전이랄까?
오호∼ 하며 기대된다는 진옥의 표정.
여인숙 겸 주막 / 저녁
한껏 치장을 한 홍단이 어설프게 교태어린 자세로 공구 앞에 다소곳이 앉는다.
공구를 물끄러미 보는 홍단,
홍단 아이구, 다리야. 봐주는 서방이 없으면 녹빈홍안이 다 무슨 소용이야.
하지만 공구는 홍단에게 관심이 없다.
나무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진옥, 한숨 쉬며 한마디.
진옥 그래, 저게 본연의 안홍단이지.
교태가 이어지는 홍단,
이때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나그네가 홍단을 힐끔거린다.
나그네의 시선에 자신감이 드는지 오버를 하는 홍단, 빈손을 공구에게 우아하게 내밀며.
홍단 왜 이리 갈증이 나누. 누가 외로운 이 마음에 술 한 잔만 따라주면…
나그네가 빈 그릇을 홍단의 빈속에 턱 쥐어주며,
나그네 여기 깍두기 좀 더 줘.
홍단 깍두기를 줄 텐데… 니기미!
홍단이 사내를 쫙 째려보자 쪼그라드는 나그네.
그런데 이때 홍단의 잔에 술을 따라주는 공구.
공구 마시고 가시오.
홍단 (반색) 헌데 내가 술이 약한데… 호호호
이때 화장실에서 나오는 가비, 홍단을 흘겨보며.
가비 주정뱅이. 현상범이나 찾아.
홍단 (황당, 그러다 자포자기한 한숨) 거봐, 작전이해도가 딸린다니까.
공구,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일어서려는데.
어느 새 나타난 진옥이 공구의 등에 단검을 겨눈다.
진옥 조용히 우릴 따라오시오.
공구 죽여라. 차라리 이곳을 내 무덤으로 삼으리라.
하지만 어느 새 진옥의 심장에도 공구의 칼날이 겨누어 있다.
공구 허나 나 혼자면 외롭지 않겠느냐?
난감한 삼총사.
그런데 이때 주막으로 들어온 두 남자, 바로 사현과 애꾸1이다.
사현 (공구를 보며) 운이 좋군요. 이렇게 쉽게 찾을 줄 몰랐습니다.
공구 (굳은) 김자헌이 보냈더냐?
사현 그림은 그 봇짐 안입니까?
절대 빼앗길 수 없다는 듯 옆에 있던 봇짐을 꽉 쥐는 공구.
애꾸1, 봇짐을 빼앗으려 공구에게 다가가는 순간.
창을 든 가비가 애꾸1에게 달려들어 창을 휘두른다.
하지만 여유롭게 가비의 창을 쳐내는 애꾸1.
홍단 하여간 쉬운 일이 없어.
홍단, 가비를 도우려 하는 순간.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뒤돌아보면 어느새 애꾸2가 홍단 뒤에 서 있다.
홍단 (애꾸 1,2를 번갈아보며) 앤 또 뭐야?
가비 와우, 분신술?
진옥 아니야, 피해!
진옥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애꾸1은 가비를 공격하고, 애꾸2는 홍단을 공격한다.
하지만 개인능력이로나 팀웍으로나 홍단과 가비를 압도하는 쌍둥이 무사.
쌍둥이 무사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홍단과 가비는 속수무책이다.
전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진옥,
재빨리 주막 대들보 아래로 몸을 날려 숨겨두었던 조총을 꺼내 든다.
혼란스러운 틈을 타 봇짐을 들고 도주하는 공구.
사현 계집들은 놔두고 지도를 쫓아라!
재빨리 공구를 뒤쫓는 쌍둥이와 사현.
그리고 그런 사현을 향해 총을 겨눈 진옥, 그런데 순간 무얼 봤는지 두 눈이 커진다.
검을 쥐고 달리고 있는 사현의 오른손에 엄지가 없다.
엄지가 없는 그 손가락을 보고 당황하는 진옥의 두 눈.
차마 총을 쏘지 못하고 멍한 표정으로 사현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서 있는 진옥.
가비 (허리를 짚고 일어서며) 치사한 자식들, 여자를 패냐?
홍단 넌 이럴 때만 여자라고 하더라.
(분한) 길 닦으니 미친년이 개시한다고, 딱 그 짝이네.
정신을 차린 진옥이 사현과 쌍둥이 뒤를 쫓아 나가자, 홍단과 가비도 뒤따른다.
홍단,가비 같이 가!!!
갈대밭 / 밤
정신없이 도망치는 공구와 그 뒤를 쫓는 사현과 쌍둥이무사.
그리고 그 뒤를 삼총사가 빠르게 뒤쫓는 추격전.
갈대를 빠르게 스치며 진옥얼굴에서 과거가 플래시백 된다.
#Flash Back / 어린 진옥의 방
침상에 누운 어린진옥을 의원과 집안 어른들이 둘러싸고 있다.
사경을 헤매는 진옥의 얼굴엔 붉은 반점이 피어있다. 의원, 고개를 저으며.
의원 의술로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아가씨 목숨은 하늘에 달렸습지요.
부인 (애가 타) 정녕 방도가 없단 말이냐?!!
의원 그게… 예로부터 내려오는 민간신앙이 하나 있긴 한데…
부인 어서 아뢰지 못할까!!
의원 또래 남자아이의 손가락을 잘라 부적으로 삼으면 천연두 귀신이
달아난다고들 합니다요.
#Flash Back / 어린진옥집
마당에는 무당이 칼춤을 추고 있고, 그 곁에는 어린 진옥이 반듯하게 누워있다.
어린 사현이 장정들에 의해 마당으로 끌려온다.
진옥의 비몽사몽 흐릿한 시야로 사현이 울부짖는 모습이 보인다.
장정들이 사현의 손가락을 싹둑 잘라버린다.
튀는 피를 본 진옥, 혼절하며 시야가 뿌옇게 흐려진다.
#Flash Back / 어린진옥방
진옥이 방안에서 몰래 밖을 내다본다. 그녀의 손엔 손가락이 네 개인 장갑이 들려있다.
마당에서 빗질을 하는 사현의 손가락에 붕대에 감겨 있다.
진옥이 망설이다 용기를 내어 나가려는데, 어디선가 부르는 소리에 달려가 버리는 사현.
방으로 다시 들어가는 진옥,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Flash Back / 어린진옥집
진옥이 처마에 매달린 벌집을 보고 신기해하며 나뭇가지로 건드리자,
덜렁이던 벌집이 진옥의 머리위로 떨어지자, 일제히 벌들이 진옥을 공격한다.
어린 사현이 달려들어 진옥을 멍석으로 덮어주고 자신이 그 위를 감싼다.
수많은 벌들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진옥을 위해 참아내는 사현.
어른들이 달려오고 진옥은 놀래 울음을 터뜨리자, 어른들은 사현이 때리기 시작한다.
퉁퉁 부은 얼굴로 맞으면서도 진옥에게는 걱정 말라는 듯 미소 지으려 애쓰는 사현.
네 손가락이 애처롭다. 그런 사현에게 미안한지 더욱 서럽게 우는 어린 진옥.
#현재
드넓은 갈대밭에 삼총사만 뛰고 있다.
진옥 (홍단과 가비에게) 멈춰.
일제히 멈춰서는 삼총사. 사위가 조용하다. 공구도 사현도 애꾸들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 순간, 삼총사의 등 뒤에서 검을 휘두르며 나타나는 애꾸1.
홍단과 가비가 그와 맞서 검을 휘두른다. 하지만 다시 사라져 버린다.
진옥 역시 이미 장전이 끝난 조총으로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데.
이번엔 정면에서 애꾸2가 나타나 검을 휘두른다.
재빨리 애꾸2를 향해 총을 발사하려는 진옥.
하지만 애꾸2의 검이 먼저 조총의 심지를 자른다.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쌍둥이 무사들의 검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시작하는 삼총사.
빵!!!
갈대밭에 울려 퍼지는 총성과 함께 애꾸1이 총에 맞아 나가떨어진다.
진옥이 쏜 것이 아니다. 삼총사, 일제히 뒤돌아보면,
휘날리는 갈대밭에서 조총을 들고 서 있는 한 선비의 모습이 보인다.
카우보이처럼 멋지게 갓을 내려 쓰고 있는 무명이다.
그런데 앞에서 보면 멋진데, 뒤에서 보면 갓을 억지로 눌러쓰다 보니 갓이 찢어져 있다.
삼총사 스승님!
그 순간, 애꾸2가 무명을 향해 검을 들고 달려든다.
하지만 여유롭게 총을 재 점화하는 무명,
하지만 심지보다 애꾸2가 빠르다. 무명이 절대적으로 위험한 상황.
빵!!!
진옥의 총에서 연기가 오르고, 애꾸2가 쓰러진다.
잠시 멋있는 포즈의 진옥, 하지만 이내 꾸짖는 무명.
무명 뭣들 하느냐, 어서 어르신을 구해야한다!
홍단 어르신?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않고 앞장서서 공구를 쫓아가는 무명.
어리둥절한 삼총사, 어쩔 수 없이 무명 뒤를 쫓아간다.
앞서 달리던 무명의 발에 무언가 걸려 넘어진다.
공구의 시신이다.
얼어붙은 무명, 분노한 듯 조총을 든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데.
그 순간, 기압을 내지르며 무명을 향해 검을 내지르는 사현.
갑작스런 공격이었지만, 침착하게 조총을 휘둘러 사현과 일합을 겨누는 무명.
두 남자가 뿜어내는 살기가 강하게 충돌한다.
무명이 손에 쥔 건 검이 아닌 조총이지만 무명의 검술이 사현을 압도한다.
결국 들고 있던 검을 손에서 놓치고 마는 사현.
무명이 조종을 들어 다시 심지를 당긴다. 사현이 뒷걸음질 치다 뛰어 도망친다.
심지가 다 타들어가 총이 발사 되려는 찰라, 진옥이 무명에게 달려들어 무명의 조총을 밀쳐낸다.
탕! 총알이 빗나가 버린다.
전속력으로 뛰어가는 사현을 향해 달려가는 홍단과 가비.
하지만 사현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그녀들. 사현이 가볍게 제압하고 길을 열어 달아난다.
자헌대감 집 안채마당 / 밤
엄지 없는 오른손에 공구의 봇짐을 들고 서 있는 사현.
이때 안채에서 나오는 김자헌 대감.
자헌대감 들고 있는 게 무엇이냐?
사현 (봇짐을 건네며) 주상의 모가집니다.
자헌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진다.
산길 / 아침
빠른 속도로 산길을 올라오는 포졸들.
그 선두에 포도대장이 있다.
무명의 방 / 아침
무명이 정좌하고 앉아 진옥을 응시하고 있다.
무릎을 꿇은 진옥은 차마 무명을 볼 수 없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차를 들고 들어오는 홍단이 진옥을 째려보며 한마디 하려다 그만둔다.
홍단 차드시고 열 좀 식히세요.
한 입 마시자마자 바로 뱉어버리는 무명.
무명 날 아예 죽일 참이냐?
민망한 얼굴로 찻상을 물리는 홍단.
진옥 죄송… 합니다, 스승님.
홍단 이게 사과한다고 끝날 일이야?
가비 난 이해할 수 있어. 그 무사, 완전 잘 생겼더라.
홍단 (한숨) 어째 정상적인 애가 없냐.
진옥 스승님, 어르신이 대체 누구십니까?
무명 내가 어찌 알겠느냐?
진옥 그분의 행적을 찾고 있지 않으셨습니까?
무명 끄응… 너흰 알 것 없다.
이번엔 홍단과 가비의 시선마저 무명에게 향한다.
세 아이의 시선이 찌를 듯 날카롭게 무명에게 꽂힌다.
이윽고 마음을 정한 듯 이야기를 시작하는 무명.
무명 병자년에 일어난 치욕에 대해서는 너희도 익히 들었을 것이다.
인서트> 병자호란 이미지
병자호란의 참혹한 화면이 오버랩 되며 드러난다.
인산인해를 이룬 청의 오랑캐가 남한산성을 넘고,
삼전도에서 조선왕(인조)이 청의 장수에게 삼배구고두례를 행하고 있다.
무릎을 꿇고 앉은 어린세자(효종)는 주먹을 꼭 쥐고 눈물을 흘리며 이 모습을 보고 있다.
무명(소리) 그 난리 통에 세자저하는 청의 볼모가 되셨고,
백성은 반 거지로 전락했으며, 조선은 씻을 수 없는 능욕을 당했다.
그 후 8년간의 볼모생활을 마치시고 조선으로 돌아오신 봉림대군이
지금의 주상전하이시다.
전하는 병자년의 치욕을 갚기 위해 북벌을 계획하시었다.
그 북벌의 핵심역할을 어르신이 하셨던 듯하다.
무언지 모를 중요한 것이 봇짐에 들어있음이 분명하고.
엄숙해지는 분위기.
이때 방안으로 핑핑핑~ 하며 화살이 날아와 박힌다.
놀란 삼총사가 급히 엎드린다.
포도대장 (소리) 살인을 저지른 죄인들은 순순히 나와 오라를 받으라!
홍단 살인?
무명 어르신이 죽었으니 무리도 아니다.
굳어지는 삼총사.
#마당
마당을 포위하고 있는 창을 든 포졸들.
담 위에서 활을 든 포졸들까지 보인다.
#방안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던 벽장을 여는 무명,
수십 정의 총과 화약, 폭약들이 가지런하게 쌓여있다.
눈이 커지는 삼총사, 무명은 람보처럼 지닐 수 있는 무기란 무기는 모두 두르고 멋지게
명령한다.
무명 우리의 인연도 여기까지인가 보구나.
그동안 너희들은 호랑이 앞에서 한 약속을 충분히 지켰다.
밥 잘한단 홍단이 말 빼곤, (홍단 우씨!)
무조건 도망가라. 그것만이 너희가 살 길이니라.
진옥 안됩니다, 스승님!
무명 병자년에 난 부하 수백을 잃었다.
너희만큼은… 잃고 싶지 않구나.
진옥홍단 (울먹) …스승님…
무명 명령이다. 봇짐은 잊어라! 나 구하겠다고 허튼짓하면 절대 아니 된다.
진옥 같이 도망가시면 되잖아요.
무명 악법도 법이고 누명도 죄다.
언젠가 진실이 밝혀지면 그때 내발로 세상에 나오겠노라.
가비 와우, 진짜 싸나이!!
#마당
포졸 몇이 조심히 마루로 올라서려는 순간.
마당에 또르르 굴러 떨어지는 주먹폭탄 여러 개. 잠시 그게 무언가 보던 포졸들.
포도대장 엎드려!
콰콰쾅!!!하며 연속해서 터지는 폭발에 뒤이어 타탕탕 울리는 조총소리.
혼비백산한 포졸들이 담 뒤로 장독 뒤로 숨기에 바쁘다.
폭발음이 사라지고 자욱했던 연기가 사라지면 방문이 열려있고
무명이 혼자 방안에 조용히 앉아있다.
삼총사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다치거나 죽은 포졸도 없다.
포도대장 (둘러보고) 저자를 포박하고, 사라진 계집들을 찾아라!
포졸들이 무명에게 달려드는 사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송포졸,
급히 주변에 서성거리던 나귀 한 마리를 타고 떠난다.
산길 / 아침
한없이 느려터진 나귀를 타고 가는 송포졸.
그 때, 저 멀리 산길을 도망쳐 내려가는 삼총사를 발견한다.
송포졸. 여전히 느려터진 나귀의 속도에 속 터지는 송포졸. 나귀를 달래듯이,
송포졸 괜찮아, 넌 할 수 있어. 우리 힘 내보자.
하는데 이제는 멈춰서버리는 나귀. 송포졸, 짜증이 폭발한다.
송포졸 너 어디 가서 나귀라고 하지 마, 이 개새끼야!
나귀에서 내려서 헐레벌떡 뛰어가는 송포졸.
산속 약수터 / 낮
시원한 약수를 벌컥벌컥 마시는 가비.
저 멀리 불탄 산채에서 올라오는 연기를 응시하고 있는 진옥에게 홍단이 다가온다.
진옥 (침울한) 봇짐부터 찾자.
홍단 그 전에 하나만 묻자.
만약 나와 그 무사가 싸우다가 내가 그 무사를 죽일 상황이 되면
너, 어쩔 거야?
가비 말도 안 돼, 언니 실력으론 절대 못 이겨.
홍단 (가비를 흘겨보는)
진옥 걱정하지 마. 그땐 내 손으로 그 자식을 죽일 거니까… (비장해지는)
가비 가자, 엄지 없는 무사는 흔치 않으니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홍단 말이야 쉽지. 우린 지금 쫓기는 몸이잖아.
가비 다른 사람 시키면 되잖아.
홍단, 진옥, 의아하게 가비를 본다.
무기상점 / 낮
각종 무기들이 진열된 상점에서 각자에 어울리는 무기들을 살펴보고 있는 삼총사.
이 때 무기상점으로 최씨가 들어오자, 일제히 최씨에게 무기를 겨누는 삼총사.
최씨 (양손 들어 항복) 엄지 없는 무사를 찾아냈습니다.
김자헌 대감 호위무사래요.
그 말에 눈빛이 빛나는 삼총사, 각자 무기를 챙겨들고 나가는데.
가비 (최씨를 보며) 우리 가족 빨리 찾아. 아니면 나랑 가족이 되던지.
최씨 에이 씨! 찾고 있어. 찾고 있다구!
자헌집 사랑방 / 밤
자헌과 몇몇 사내가 기생을 끼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관리1 헌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 이리 산해진미를 준비하셨습니까?
자헌 이번에 벽란도에서 큰 흑자를 보았지 않았나.
이 모든 게 자네들이 도와준 덕택이 아니겠는가.
자헌이 눈짓을 하자 기생들이 자그마한 궤짝을 관리들 앞에 놓고 뚜껑을 열면,
청나라 돈이 한가득 들어있다. 관리들 얼굴에 화색이 돈다.
관리1 (짐짓 빼며) 해준 것도 별반 없는데 이런 대금을 받아도 되려는지..
자헌 하하하, 이건 시작에 불과하네, 내 조만간 청국과의 일만 성사되면
주상도 안 부러울 것이네. 하하하
자헌대감 집 앞 / 밤
행랑채부터 사당까지 집안 곳곳에서 철저한 경계를 서고 있는 자헌대감의 사병들.
그 우두머리인 사현이 경계상태를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이런 사현의 모습에서 빠르게 카메라 멀어지면.
자헌집과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둔 나무 위에서 자헌집을 염탕하고 있는 삼총사.
하지만 진옥의 시선은 사현에게 박혀 있다.
홍단 (한숨) 어휴~ 저 무사들 좀 봐. 저길 어떻게 들어가냐?
큰길 쪽에서 자헌 집을 향해 줄지어 달려오는 마차들을 발견한 삼총사.
마차들이 대문을 무사통과하는 것을 발견한다.
진옥 기생 마차야.
홍단 (씨익) 기생 역할이라면 내 전공이지.
마차 / 밤
김자헌의 집으로 향하는 마차.
갑자기 지붕에서 무언가 꿍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마부가 이상한 듯 돌아보지만,
가마처럼 밀패형 구조(혹은 천막식)로 돼 있어 안의 상황은 보이지 않는다.
별 다른 이상이 없자 김자헌의 집으로 들어가려던 마부.
그런데 대문 앞에 서서 마차를 막으며 마부에게 검을 들이대는 사현.
사현 기생들이 탄 마차는 이미 지나갔다. 이 마차는 무엇이냐?
마부 특별히 초빙한 궁중 요리삽니다.
사현 (검을 거두며) 늦었군, 서둘러 별당으로 가시오.
#마차 안
마차 안의 세여인, 바로 삼총사다.
기생으로 변장하기 위해 화장을 중이던 삼총사, 요리사라는 이야기에 얼어붙는다.
옆에 꽁꽁 묶어놓은 사람들의 얼굴을 다시보자 기생과는 멀어 보이는 아줌마들이다.
별당채 주방 / 밤
부하1 신선로를 만드시오.
입이 쩍 벌어진 채 서 있는 삼총사, 똑같은 궁중요리사복장이다.
부하1이 나가자, 넓은 주방에 덩그러니 서 있는 삼총사.
홍단 신선로가 뭐야?
가비 먹는 거야?
진옥 주방이 비면 의심을 받을 거야. 한 명만 주방에 남자.
기왕이면 우리 중에 가장 요리 잘하는 사람이 남는 게 낫지 않을까?
가비 (스윽 홍단 보며) 암, 그게 낫지, 안 그래 아줌마?
홍단 … 나?
대답도 듣지 않고 황급히 주방을 나서는 진옥과 가비.
혼자 덩그러니 주방에 남은 홍단의 모습에서.
삼총사 몽타주
#안채
얼굴을 검은 먹칠로 위장을 한 채, 조심히 안채로 향하는 진옥.
하지만 안채 방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다.
#지하창고
조심히 지하 창고로 내려온 가비.
창고 문 앞에 보초를 서고 있는 무사 두 명이 보인다.
가비, 발소리를 죽여 가며 보초들에게 다가가면.
#주방
“젠장할, 육시랄.” 투덜거리며 요리 중인 앞치마차림의 홍단.
#안채
안채 자물쇠를 열어보려던 진옥,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와 다시 어둠속으로 몸을 숨긴다.
#지하창고
아무것도 모른 채 태평한 보초들 등 뒤로 재빠르게 다가선 가비, 한 보초의 목을 꺾는다.
놀란 옆의 보초가 급히 칼을 빼내 들려하자 재빨리 사타구니를 차는 가비.
눈이 뒤집혀서 그대로 기절해버리는 보초.
가비, 잠겨있는 창고 문을 창 자루로 부셔버리면.
#주방
땀 뻘뻘 흘리며 요리 중인 앞치마차림의 홍단.
뒤뜰 / 밤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진옥.
기생과 히히덕대며 걸어오는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내 어여 어여 가자. 시간이 없구나.
방 열쇠가 없어진 걸 알아차리기 전에 어여, 딸꾹!
진옥의 눈에 사내 손에 들린 열쇠가 들어온다.
기생 아이, 그전에 소피 좀…
사내 그래그래, 볼 껀 봐야지 암~ 딸꾹! 키키킥…
기생이 컴컴한 수풀 속으로 들어오자 진옥이 휙 낚아챈다.
잠시 후, 진옥이 기생 옷을 입고 수풀 속에서 나온다.
사내 어… 이쁜이, (다짜고짜 진옥 손을 잡고는) 딸꾹! 한참 기다렸다.
어두워서 보이지 않던 사내의 얼굴이 드디어 드러나는데,
바로 인신매매꾼 모석두다.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 온몸이 경직되는 진옥.
모석두 근데 너…
모석두가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자 더욱 긴장하는 진옥.
모석두 소피 눈다더니 단장을 했더냐, 이뻐졌네. 가자
보면 진옥의 얼굴의 검은 위장칠이 다 벗겨지지 않았는데,
마치 스모키 화장을 한 것처럼 꽤 어울린다.
모석두에게 손목을 붙들려 끌려가는 진옥.
별당채 / 밤
기생을 끼고 술을 마시고 있는 자헌과 관리들.
그런데 이 때 문이 스스륵 열리고 기생이 작은 상에 올린 신선로를 들고 들어온다.
자헌 (관리들에게) 드디어 신선로가 완성되었나 보네.
오늘밤 우리 다 같이 주상이 되어 봅시다.
뚜껑을 열자, 어설프게 흉내를 내긴 했지만, 모양은 완전 개판인 신선로가 모습을 드러낸다.
관리1 (신선로를 처음 보는 듯) 신선로가 이렇게 생긴 요리였군요.
관리2 어디 맛 좀 한 번 보십시다.
관리들, 동시에 한 입씩 먹고, 동시에 인상 팍 쓰고, 동시에 퉤!! 뱉어버린다.
관리3 (자헌을 노려보며) 설마 독을 탄 것입니까?
자헌 (난색) 아니, 그럴 리가…
자헌도 한입 먹어보려고 하는데..
진짜로 독이라도 탄 듯 관리들이 픽 픽 쓰러진다.
놀란 자헌, 급히 문을 열고 복도를 보면…
복도를 지키고 있던 호위무사들이 쓰러져 있고, 그의 손에 전과 부침개가 들려져 있다.
즉, 전과 부침개를 먹고 쓰러진 것이다.
지하창고 / 밤
보초들을 쓰러트린 가비가 창자루로 창고문의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가면,
묶여있는 한 남자, 바로 공육이다.
그런데 며칠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한 듯 의식이 없는 공육.
이 때, 누군가 가비의 등 뒤로 다가온다.
놀란 가비가 돌아보면, 전투복으로 갈아입은 홍단이다.
가비 어떻게 왔어? 신선로는?
홍단 (열 받은 듯) 완전 욕봤어. 짜증나서 독도 좀 탔다니까.
안방 / 밤
비틀거리며 자물쇠를 따고 진옥을 안방으로 끌고 들어가는 모석두.
모석두 괜찮대두, 집주인은 지금 자리를 비울수가 없거든…딸꾹! 킥킥.
안방 보료위에 곱게 놓여있는 공구의 봇짐을 발견한 진옥,
침을 하나 꺼내서 모석두의 뒷목에 꽂는다.
하지만 잘못 꽂았는지 아무렇지 않은 모석두.
모석두 아야~ 너 시방 뭐하냐?
진옥 …저, 정력 침이옵니다.
모석두 야~~ 너 센 거 좋아하는구나. 아주 화끈해, 맘에 들어! 딸꾹!
진옥 그럼 더욱 화끈하도록, 한 번 더 놓겠습니다.모석두 오냐, 오냐.
하고 뒷목을 아예 대주는 모석두. 다시 한 번 침을 꽂는 진옥.
모석두 되었냐? 딸꾹!
이번에도 안 되자 옆에 있던 대형 벼루를 들어 모석두의 정수리를 내리치는 진옥.
하지만 모석두는 쓰러지기는커녕 진옥을 덮쳐온다.
모석두 앙탈부리는 게냐? 나도 고분고분한 년보단 까칠한 년이 좋다.
모석두의 완력에 벌렁 넘어진 진옥, 모석두의 무릎에 양손이 눌린다.
강하게 몸부림치며 보료위에 놓인 봇짐을 향해 손을 뻗는 진옥.
진옥의 손이 보료위에 놓인 봇짐에 닿을듯 말듯 한데,
모석두가 거칠게 진옥을 덮쳐대느라 봇짐을 잡아내기가 쉽지가 않다.
마침내 진옥이 봇짐을 낚아채기 바로 직전,
방문이 벌컥 열리며 사현이 나타난다.
순간, 얼른 이불을 둘러써서 얼굴을 감추는 진옥.
모석두 뭐야! (사현을 보곤) 기척도 없이 무슨 일이냐?
사현 이곳은 주인마님처소이옵니다. 함부로 들어오시면 아니 됩니다.
모석두 어르신이 조금 귀여워해준다고 기고만장해서는.
천것주제에 누굴 가르치려들어?! 썩 꺼지지 못해!!
사현 기생을 취하시려거든 사랑으로 모시겠습니다. 나오십시오.
모석두 이런 후레잡놈을 다 보겠나?
모석두가 사현의 싸대기를 날린다. 하지만 꿈쩍 않는 사현.
이불 속에서 사현이 맞는 것을 본 진옥, 눈이 커진다.
모석두, 사현의 멱살을 잡고 몇 대를 더 갈기지만,
전혀 꿀림 없이 노려보는 사현을 보고는 흥이 깨졌는지
모석두 니놈이 힘 있는 새 주인 만났다고 보이는 게 없는 게로구나.
하긴, 니놈들은 그런 개잡것들이지. 암, 그래야지……
하고는 이불 위에 침을 퉤! 뱉고는 나가버린다.
사현, 보료에 놓인 봇짐을 챙기고, 이불을 뒤집어 쓴 진옥을 차갑게 쳐다보며 내뱉는다.
사현 매무새를 가다듬고 어서 나오거라.
하고 나가서 방문 밖 복도로 나가는 사현.
그런데 이 때, 사현이 서 있는 안채 복도로 부하 무사가 달려온다.
부하 요리에 독이 들어있답니다.
사현 독?
심각히 생각하다가... 번뜩! 뭔가 생각이 난 사현, 재빨리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와 보면,
횅하니 창문에서 바람만 불어올 뿐, 진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봇짐도 보이지 않는다.
지하창고 / 밤
공구의 봇짐을 찾기 위채 창고를 수색하던 홍단.
홍단 여긴 없나보자, 가자.
그런데 가비, 공육의 얼굴을 빤히 응시하고 있다.
홍단 왜?
가비 모르겠어.. 꼭 아는 사람 같어. 누구랑 닮은 거 같지 않아?
홍단 뭔 헛소리야? 그림 찾아야 돼. 여기 오래 있으면 위험해.
가비, 아무래도 그냥 가지 못하겠는 듯 공육의 상태를 살피는데..
공육의 목 뒤에 새겨진 여섯六 문신을 발견한다.
가비 어, 이 양반도 숫자 문신 있네. 왜 이 양반은 살려준 거지?
이때 위에서 큰 소란이라도 일어난 듯,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홍단 시간 없어. 빨리 나가야 돼!
마당 / 밤
몸을 숙이고 발걸음 소리도 죽인 채 조심히 이동하는 홍단과 가비.
그 순간, 정면에서 사병들의 목소리가 들리자 피할 곳을 찾는데.
가비 지붕으로 피해!
하면서, 홍단의 어깨를 밟고 지붕 위로 올라가는 가비.
홍단 야! 이년아, 나는!!
홍단, 혼자 점프해 지붕으로 올라가려 하지만 높아서 올라갈 수 없다.
이때 어디선가 달려온 진옥도 홍단의 어깨를 밟고 지붕으로 올라간다.
홍단 야!! 이년들아 나는!!!!
하는데, 진옥과 가비, 한 손 씩 뻗어 홍단을 지붕 위로 끌어 올리면.
담벼락 / 밤
조심히 담벼락 위로 집안을 살펴보는 남자, 바로 송포졸이다.
송포졸 이년들 분명 여기로 들어갔는데.
하는데, 누군가 송포졸의 멱살을 잡아 당겨 패대기친다.
모석두다.
모석두 니 짓이었냐?
송포졸 예?
사병들이 송포졸을 일제히 포위한다.
이때 다가오는 사현, 송포졸을 보더니.
사현 (모석두에게) 이 자가 아닙니다. 계집들입니다.
하면서, 자기 부하들을 데리고 다시 마당을 수색하는 사현.
모석두 (송포졸 보며) 그럼 넌 뭐야?
송포졸 아니... 전... 포졸인데요.
모석두 (부하에게) 포졸이라 하니 걷지 못할 정도로만 패고, 보내거라.
송포졸 (헉!!)
안채 지붕 위 / 밤
지붕 위에 누워 상황을 살펴보고 있는 삼총사.
사병들에게 쫓기는 송포졸의 모습이 보인다.
숨기 위해 아무 것이나 들어가는 송포졸, 그런데 뒷간이다.
홍단 잰 여기 왜 온 거야?
가비 (진옥에게) 봇짐은 찾았어?
진옥, 고개를 끄덕이며 집안 곳곳을 살펴보는데.
사병들이 곳곳에서 눈에 불을 켜며 삼총사를 찾고 있어 도망칠 길이 없다.
홍단 (막막한) 이제 여기서 어떻게 도망치냐?
그런데 사병들 사이의 사현을 발견한 진옥, 그를 빤히 응시하자.
가비, 그런 진옥의 시선을 알아챈다.
가비 어차피 셋이 동시에 도망 못 쳐.
옥이 언닌 가서 스승님부터 구해.
진옥/홍단 나만? / 얘만?
가비 언니는 스승님한테 잘 못 한 게 많잖아. 언니가 직접 구해.
진옥 너흰?
가비 우리가 여기서 못 도망칠 거 같애? 별 걸 다 걱정해.
홍단 (울쌍) 난 도망칠 자신 없어.
뒷간 앞 / 밤
송포졸이 숨은 뒷간을 애워 쌓고 있는 모석두와 사병들.
모석두 똥 독 오르기 전에 어서 나오라.
그 순간, 뒷간 문이 벌컥! 열리면 송포졸이 뛰쳐나온다.
사병들이 우르르 송포졸에게 달려드려는 순간,
새끼줄을 휘두르기 시작하는 송포졸.
바로 뒷간 용 새끼줄이다.
모석두 저, 저거, 뒤 닦는 새끼줄 아냐.
새끼줄의 정체를 알아본 사병들이 질색을 하며 피한다.
송포졸은 새끼줄을 마치 채찍처럼 휘두르며 사병들을 공격한다.
송포졸 덤벼 이 자식들아! 난 조선의 포졸이다!
사병들, 무서워가 아니라 더러워서 송포졸에게 다가가지 못하는데.
모석두, 어이가 없는 지 송포졸을 비웃는데.
‘찰싹!‘ 송포졸이 휘두르는 새끼줄에 뺨을 한 대 맞는다.
송포졸을 죽일 기세로 노려보는 모석두의 표정에서.
안채 지붕 위 / 밤
송포졸의 액션을 벙찐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는 삼총사.
가비 (진옥보며) 뭐해? 빨리 가!
진옥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그 폐가 기억하지? 거기서 만나.
하면서, 지붕에서 뛰어내려 도망치는 진옥.
홍단 어쩌자고 옥이를 보내?
가비 옥이 언닌 안 돼. 그 남자 못 이겨. 좋아하니까.
홍단 ... 저기... 나도 그 남자 못 이기는데 도망치면 안 돼?
가비 (노려보자)
홍단 (한숨) 그래. 좋다. 우리 둘이 한번 해보자.
그런데 이때 누군가 지붕 위로 올라온다.
보면, 사병들이다.
마굿간 앞, 마당 / 밤
말 위에 올라 탄 진옥, 힘차게 말을 타고 자헌대감의 마당을 돌파하는데.
마당의 사병들이 진옥을 가로막으려 하자.
어느 선가 날아온 화살들이 사병들을 쓰러트리며, 진옥을 돕는다.
바로 지붕 위에서 가비가 쏜 것이다.
하지만 지붕 위의 홍단과 가비 역시,
지붕 위로 올라온 사병들과 싸우느냐 힘에 벅찬 상태.
진옥, 그들을 남겨둔 채 마당을 돌파하다 정문에 서 있는 무사와 맞닥트리게 된다.
바로 사현이다.
서로를 보는 시선이 충돌하는 진옥과 사현.
하지만 진옥은 그대로 달려가고.
사현은 그런 진옥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또 하나의 시선, 자헌대감이다.
옥사, 저잣거리 교차 / 새벽
#옥사
옥사에 갇힌 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무명의 모습.
이때 누군가 무명 앞으로 다가온다.
#저잣거리
인적이 없는 새벽의 저잣거리를 걷는 진옥.
사병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오히려 평범한 여인처럼 장옷에 치마를 입고 있다.
하지만 치마가 불편한지 자꾸 치마를 들어 올리다 그만 봇짐을 떨어트린다.
#옥사
지금 무명 앞에 서 있는 남자, 바로 효종이다.
무명, 예를 갖춰 절을 올린다.
하지만 굳은 얼굴로 무명을 차갑게 응시하고 있는 효종.
이때 효종 뒤로 다가오는 포도대장.
효종 (포도대장을 보며) 확실한가?
포도대장 그러하옵니다.
효종, 다시금 무명을 매섭게 응시하자.
무명 ....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효종 장군은 평안하셨습니까?
#저잣거리
진옥이 떨어트린 봇짐 안에서 만화경이 데굴데굴 나온다.
재빨리 만화경을 집는 진옥.
진옥이 만화경을 들어 눈에 대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옥사
효종 부하들을 지키지 못 했다하여 스스로 삭탈관직까지 하신 장군이
어찌하여 이리 되신 겁니까?
과인이 청에 볼모로 잡혀있던 시절부터 준비해온 지도였습니다.
그걸 가장 잘 아는 장군이 어찌하여 밀사들을 살해했단 말입니까!
#저잣거리
때마침 동이 트며 곧고 강한 햇살이 만화경 입구를 통과하자,
마치 영사기처럼 세밀한 지도가 엉거주춤 진옥의 치마폭에 쫙 그려진다.
정밀한 길은 물론이고 병사의 수와 병기의 종류까지 자세하게 표시되어있는 지도다.
#옥사
무명, 효종을 바라보다 포도대장을 보며.
무명 저 혼자 한 짓입니다. 그 아이들은 아무 죄 없습니다.
효종 내 절대 그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오.
떠나는 효종.
무명, 효종이 떠난 자리에 절을 올린다.
자헌대감 안방 / 아침
굳은 얼굴로 앉아있는 자헌대감 앞에 앉아있는 사현.
자헌대감 널 내 곁에 둔지 13년이나 흘렀구나.
넌 지금껏 내가 보아온 무사 중 가장 뛰어난 무사다.
사현 다시는 실수가 없을 것입니다. 반드시 지도를 되찾아오겠습니다.
사현, 일어서는데.
자헌대감 하지만 내가 원하는 무사는, 나를 제외한 모두를 벨 수 있는 무사다.
그림은 물론이고 그 계집까지 산채로 잡아 오거라.
사현 !!!
자헌대감 니가 누구든 벨 수 있는 무사인지 확인하고 싶구나.
사현 ... 알겠습니다.
포도청 / 아침
포졸복을 입은 남장한 진옥,
다른 포졸들의 눈에 띄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걷고 있다.
이때 건물 옆 코너들 돌아가다 보면,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린다.
진옥, 몰래 보면.
포도대장이 누군가와 이야기 중이다.
바로 송포졸이다.
그런데 어젯밤 모진 구타를 당한 듯 얼굴이 탱탱 부어있는 송포졸.
포도대장 대체 어찌 된 것이냐?
송포졸 그게.. 전 임무를 받고..
포도대장 대체 누구한테 이리 병신처럼 얻어맞고 다니는 것이냐!
이때 송포졸, 남장을 한 진옥을 발견하고.
송포졸 저 계집이 때렸습니다.
진옥 (황당한)
지하창고 / 아침
등을 맞대고 묶인 홍단, 가비.
그 옆에 묶여있는 공육은 아직 의식이 없어 보이는데.
이때 들어오는 사현.
홍단 (눈치 보다가 애교 콧소리) 저기요, 오빠. 묶인 게 너무 아픈데...
하지만 사나운 기세로 홍단의 목에 검을 들이대는 사현.
사현 진옥이는 어디 있느냐? 순순히 대답하면 너희 목숨을 살려줄 것이다.
가비 나에겐 친 언니 같은 분이다. 니 놈 따위에게 알려줄 것 같으냐!
가비, 비장한 얼굴로 사현을 노려보는데.
홍단 (술술) 북악산 아래 폐가가 하나 있거든요.
겉보기엔 폐간데 안에 보면 의원에요, 거기 있을 거예요.
가비, 황당한 얼굴로 홍단을 보자.
홍단 (뻔뻔한) 왜?
가비 이 배신자!
홍단 배신자라니! 진옥이가 이 자한테 진다는 보장 있어? 없잖아.
우리도 풀려나고, 진옥이가 이기면 서로 좋은 거잖아.
가비 (노려보자)
홍단 진옥이 싸움 잘해!
(다시 사현 보며) 무사오빠, 우린 풀어 줄 거지?
포도대장 직무실 / 아침
포도대장에게 만화경을 내미는 진옥.
진옥 이제 스승님을 풀어주십시오.
포도대장, 만화경에 눈을 데어보는데.
갑자기 만화경을 빼앗는 진옥.
옆에서 지켜보던 송포졸, 진옥을 향해 버럭.
송포졸 이런 경을 칠 년을 봤나, 감히 포도대장님께서 보시던 걸.
진옥, 송포졸을 확 노려보자.
겁먹어 눈을 내리까는 송포졸.
진옥 (다시 포도대장보며) 먼저 풀어주십쇼.
포도대장 걱정말거라, 내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다.
이때 들어오는 금위대장.
금위대장 참이요, 지도를 찾았다는 것이.
일어나 깍듯이 인사를 올리는 포도대장, 뿌듯한 듯 미소를 지으며.
포도대장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이것이 저들 손에 넘어가지 않아.
금위대장 지도를 찾았다는 걸 또 누가 알고 있소?
포도대장 여기 이들 이외에는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금위대장 (비릿한) 그것이야 말로 정말 다행이군요.
진옥, 뭔가 이상함을 느낀 듯 금위대장을 빤히 응시한다.
그러자 이때 금위대장의 호위무관들이 검을 뽑으며 안으로 들어온다.
그제야 사태 파악이 된 진옥, 만화경을 옷 안에 깊숙이 숨기면서.
무기를 찾듯 직무실 안을 살펴보다가 벽면에 장식품처럼 걸려있는 조총을 발견한다.
포도대장 (여전히 상황파악이 안되는 듯) 무관들은 어찌하여?
금위대장 미안하게 됐소.
금위대장, 호위무관들에게 눈빛으로 명령을 내리자.
일순간 호위무관들이 포도대장과 송포졸, 그리고 진옥에게 검을 휘두르려 하자.
진옥, 재빨리 송포졸을 떠밀며 벽에 걸린 조총을 집는다.
비록 총을 바로 쏠 수는 없지만.
스승 무명처럼 조총을 검처럼 휘두르며 포조들을 제압하는 진옥,
간신히 도망칠 길이 보이자, 몸을 날려 도망치려는 진옥.
하지만 금위대장이 검을 뽑아 진옥을 베려고 한다.
그 순간, 몸을 달려 금위대장의 검을 몸으로 막아주는 포도대장!
그 바람에 검에 베이는 포도대장.
하지만 포도대장의 도움으로 무사히 도망치는 진옥.
호위무관들이 진옥을 쫓아 나가려 하자, 그 길을 막아서는 포도대장.
그 순간, 호위무관의 검이 포도대장의 배를 깊게 찌른다.
송포졸 안 돼!!!!
산길. 폐가 마당 / 밤
폐가 앞 산길로 도망쳐 온 진옥, 더 이상 쫓아오는 포졸들이 없음을 확인하고
멈춰 서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데,
저 앞에 보이는 폐가에 불도 켜져 있지 않자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인다.
진옥, 조총을 장전하고, 점화한다.
진옥 (나직이) .... 언니...? 가비야...?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자, 걱정스러운 진옥.
진옥 언니야...! 가비야...!!
이 때, 폐가에서 나오는 무사, 달빛에 반짝이는 검을 든 사현이다.
사현을 발견하고, 급히 조총을 장전하고 점화하는 진옥.
진옥과 사현은 서로를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본다.
진옥 (총을 겨누며) 두 사람을 어찌 했느냐?
사현 ...
진옥 우린 지도 따위는 관심 없다.
이 지도의 주인이 누가되든 상관없다, 원한다면 주겠다.
두 사람... 어디 있어?
사현 지금 니가 걱정해야 될 사람은 그 둘이 아닐 텐데.
진옥 ... 아니라니?
사현 지금의 주상은 청에 볼모로 잡혀갔을 무렵부터 북벌을 꿈꿔오셨다.
그래서 아홉 명의 밀사를 뽑아 지도를 그리라 명하셨지.
그 중 여섯 번째 밀사는 내가 엄지손가락을 잘랐던 주인어른이었다.
진옥 (얼어붙은)
사현 어려서 기억을 못 하나보구나.
걱정마라, 옛정을 생각해 편히 죽여주었으니까.
진옥 (눈물 고이는) 아..버..지? 아버지를.. 니가.. 니가.. 어떻게...
사현 그러니 날 죽이려거든 최선을 다해라.
비명과도 같은 괴성을 지르며, 방아쇠를 당기는 진옥.
‘빵!!’ 총알이 발사되는 순간, 진옥을 향해 달려드는 사현.
차가운 총알의 사현의 가슴을 향해 날아가고,
날카로운 검날이 진옥의 머리를 향해 전진한다.
결국 진옥이 쏜 총알이 사현의 어깨에 명중한다.
비록 총에 맞았지만, 그대로 전진해 진옥의 가슴을 베어버리는 사현.
화면 가득 진옥의 피가 튀어 오르면.
#(회상) 산중턱, 절벽
청군사들이 누군가를 찾아 산길을 수색하고 있다.
그런데 꺾어지는 절벽 바로 앞에 아슬아슬하게 숨어있는 어린 진옥과 사현이 보인다.
사현 제가 유인할테니 어서 도망치세요.
진옥 나 혼자?
사현 꼭 살아 계세요, 제가 찾아가... 아가씨를 지켜드릴 것입니다.
제가 지켜드릴 것입니다.
“여기다! 오랑캐놈들아!” 크게 소리 질러 청군사들을 유인해 도망치는 어린 사현.
정신없이 도망치고 있지만, 결국 청군사들에게 포위되고 만다.
하지만 전혀 겁먹지 않고 청군사를 노려보는 어린 사현.
그런데 이때, 청군사들 사이로 말을 타고 나오는 조선인, 바로 10년 전의 자헌대감이다.
자헌대감 눈빛이 맘에 드는 아이군요. (청군사에게) 제가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현실
사현의 검에 흘러내리는 진옥의 피.
사현의 검에 베여 비틀거리는 진옥, 감기려하는 두 눈으로 사현을 응시한다.
사현, 그런 진옥의 두 눈을 피하며 진옥의 옷 안에서 만화경을 꺼낸다.
이때, 폐가에서 쩌벅쩌벅 나오는 자헌대감.
사현, 진옥의 옷 속에서 꺼낸 만화경을 자헌에게 건넨다.
자헌대감 (미소를 지으며) 날이 밝는 대로 바다를 건널 채비를 하거라.
사현 .... 알겠습니다.
진옥을 버려둔 채 떠나는 자헌대감과 사현.
사현, 돌아보고 싶은 지 살짝 고개를 돌리는 듯하지만.
끝내 돌아보지 못 하고 자헌대감과 떠난다.
기생집 / 밤
자헌과 대화중인 금위대장이다.
금위대장 민망할 뿐입니다. 제가 직접 찾아드리고 싶었는데.
자헌대감 아니오, 이것만으로 청에 대한 그대의 충정은 확인되었소.
청의 사신이 그대를 크게 치하할 것이외다.
금위대장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닙니다.
막강한 청에 등을 돌리려는 망국적인 생각에 반대했을 뿐이지요.
내일 청의 사신단이 벽란도에 도착한다 들었습니다.
같이 가고 싶습니다.
자헌대감 영감께서 여기 남아 뒷일을 수습해야지오.
영감이 아니면 누가 하겠소?
금위대장 (흡족한) 맡겨만 주십시오.
자헌대감 그럼 부탁하겠소.
금위대장을 남겨 두고 방을 나오는 자헌.
자헌대감 (혼잣말로) 참으로 쓸모없는 인간이구나... 쯧쯧...
산길, 폐가 / 아침
산길이 터벅터벅 올라오는 두 남자, 바로 존과 가마니다.
존 (영어) 대체 이런 법이 어디 있어? 왜 사람을 때려? 그것도 엉덩이를.
아직도 엉덩이가 얼얼한지 엉덩이를 비비는 존.
가마니 그래도 엉덩이가 어딘겨? 너... 거기 터질 뻔...
그런데 마당에 의식 없이 쓰러져 있는 진옥을 보고는 깜짝 놀라는 존과 가마니.
이때 폐가 안방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까지 들려오자.
더욱 당황한 존과 가마니.
가마니, 달려가 방문을 열면.
방안에 묶여있는 홍단과 가비의 모습이 보인다.
가마니, 홍단의 입에 물려있던 재갈을 풀어주면.
홍단 진옥이는!!
폐가 안방 / 낮
진옥을 침대에 눕히고 맥을 집어보는 존.
의식을 잃은 진옥의 얼굴은 핏기가 없어 백지장처럼 하얗다.
걱정스런 얼굴로 진옥을 보는 홍단과 가비.
가마니 피 흘린 디는 수혈이 최곤디.. 그쟈?
홍단 수혈? 그게 뭔데? 빨리 줘봐.
가마니 (주저리주저리) 설사혀서 물 뺐으믄 물 멕이고,
토사광란으로 쌀알 게우믄 밥 멕이고,
칼 맞아 피 뺐으믄 피 넣어주는 게 정한 이치 아니간디.
중요헌 건 때여. 디지면 다 무소용인께.
존 (영어) 빨리 수혈 받아야 돼. 팔 걷어, 팔!
존이 가비의 팔을 막 만지자 화들짝 놀라며 존의 뺨을 찰싹 때리는 홍단.
가비 사내새끼가 감히 어딜 만져!! 부끄럽게.
Cut to
홍단과 가비가 각자의 팔뚝을 천 쪼가리로 누르고 있는 가운데,
‘진, 홍, 가, 가마니, 존’라 쓰이고 각 이름마다
핏방울이 하나씩 묻어있는 란 널빤지를 유심히 지켜보는 존.
그러다 홍단을 손가락을 가리키며.
존 Congratulations!!
홍단 나? 환장하겠네!!
Cut to
진옥의 이마에 쌓인 붕대, 하지만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는 진옥.
그 옆에 누웠던 홍단이 부스스 일어나는데, 피를 많이 뺀 듯 얼굴이 허연 게 꼭 귀신같다.
존이 화들짝 놀라 십자가로 아멘을 연달아 외친다.
홍단이 존의 얼굴에 가까이 대고는,
홍단 진옥이는?
가마니 걱정 말어. 위험한 고비는 넘겼고 지금은 자고 있으니께.
존 (영어) 상대가 고수였다면 분명히 봐준 거야.
이유는 모르지만 교묘하게 급소를 피했어.
홍단 뭐라는 거야?
가마니 잔인한 놈이네, 일부러 급소만 노렸다는디.
가비 (이 악물며) 내가 그 자식 가만 안둘 거야!
가비, 무기를 들고 달려 나가려 하자.
진옥 (E) 그 놈 내 꺼야.
보면, 의식을 차리고 눈을 부름 뜨고 있는 진옥.
폐가 마당 / 낮
부상당한 몸으로 나오는 진옥, 가비가 끌고 온 말 위에 오른다.
홍단이 달려 나와 진옥을 붙잡는다.
홍단 어쩌게? 가서 개죽음 당하고 싶어?
괜히 나랏일에 끼어들어봤자 득 될 거 없다는 거 몰라?
진옥 내 아버지, 스승님, 그리고 우리가 당한만큼 돌려주는 가는 거야.
이젠 나랏일이 아니야, 우리 일이야.
홍단 (망설이며) 하지만 어떻게..
진옥 어렴풋하게 들었지만, 분명 배를 탄다고 했어.
부두 / 낮
줄줄이 배에 오르는 노예 무리들. 그 중 공육의 모습도 보인다.
이때 공육,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듯 다리에 풀려 주저앉자.
모석두가 공육의 허리를 걷어찬다.
모석두 빨리 안 일어나.
하며 한 대 더 때리려하자.
모석두를 붙잡는 사현.
사현 그만 하시지오.
모석두 뭐? 이 새끼가..
하는데, 이때 배로 올라오는 자헌을 보고, 인사를 올리는 사현과 모석두.
자헌대감 시산단보다 먼저 도착해야하니 서두르거라.
사현 예.
자헌대감 (오르며) 금위영감이 뒤처리를 잘해 할텐데 걱정이구나.
인정전 / 낮
효종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신하, 금위대장이다.
금위대장 지도를 되찾기엔 이미 늦은 것 같사옵니다.
청의 사신이 도착한 벽란도에 군사를 보내면 자칫 더 큰 위협을
불러 올 수 있사옵니다.
지도를 포기하시고 후일을 도모하셔야 하옵니다.
효종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이는)
금위대장 (미소) 다시는 김자헌대감 같은 자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밀사어른들을 해한 자를 당장 처형하겠사옵니다.
답답한 마음에 크게 숨을 토해내며 일어서는 효종, 인정전을 나서는데.
효종 (갑자기 돌아보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소.
밀사들이 전부 칼에 당했다 들었소, 확실하오?
금위대장 (그걸 왜 묻지 하는 얼굴로) ....그러하옵니다.
효종 칼이라... 장군이.. 칼을 쓴다... (슬며시 미소) 그럴 리가..
무기상 안 / 낮
조총을 신중히 고르는 진옥, 그중 맘에 드는 것을 하나 골라 사격자세를 취해본다.
그 옆에서 폭탄을 챙기는 가비.
가비 홍단 언니 오겠지? 또 겁먹고 토낀 건 아니야?
진옥 반드시 올 거야.
홍단집 마당 / 낮
담장에 걸터앉은 채로 집안을 살펴보는 홍단, 집안이 너무 고요하여 도리어 두렵다.
홍단 젠장, 나라구하다가 소박맞겠다. 간간이 눈도장이라도 찍어야지.
살금살금 마당을 걸어오는데, 뒷마당에서 무릎 꿇고 있는 남편을 발견한다.
시어머니는 회초리를 들고 그 앞에 앉아 있다.
몸을 숨긴 채 대화를 엿듣는 홍단.
시엄마 언제까지 이 어미를 속일 작정이셨습니까?
남편 어머니, 그게 아니고요...
시엄마 시끄럽습니다. 돌아가신 아버님께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조상님을 어찌 뵈어야할지, 이 어미는 이제 죽을래야
죽을 수도 없습니다.
남편 어차피 같은 칼인데 왜 부엌칼은 아니 된다하십니까?
지난번 드시고 가게내도 되겠다, 하셨던 족발도 소자가 삶은 것입니다.
시엄마 (기가 차서) 뭐, 뭣이라고요?
남편 사내는 살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인간은 제각기 잘 하는 일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시엄마 (버럭) 조용, 조용!!
(다시 다소곳하게) 그럼 여기서 이 가문을 끝내십시다.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사느니 여기서 다 같이 죽자고요!!
남편 어머니...
시엄마 (통곡) 아이고 이를 어째... 죽어서 조상님들을 어찌 볼꼬...
남편이 무슨 결심이 섰는지 벌떡 일어서서 훈련장으로 간다.
장검을 드는데 칼이 무거운지 힘겨워하는 남편,
허수아비를 향해 휘둘러보지만 오히려 남편의 칼이 튕겨나가 떨어진다.
그 모습을 기막힌 표정으로 보고 있는 시엄마.
남편 해도 해도 아니 되는 것을 어찌합니까?
다시 칼을 들고 허공을 향해 휘두르다 쓰러지는 남편,
숨이 헉헉거리며 흐느끼고 있다.
지켜보던 홍단, 가슴이 아프지만 그대로 뒤로 돌아 집 담을 넘으려는데
관군들이 그녀의 집을 에워싸고 있는 것이 보인다.
다시 안으로 들어 온 홍단, 어떡하지 생각 하다 남편 앞으로 나간다.
홍단 당신, 일어나시어요!
갑작스런 홍단의 출현에 남편은 저리 가서 피하라는 손짓한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홍단.
홍단 상투 튼 아들을 이렇게 대하시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제발 이젠 인정하세요. 이 사람은 무과엔 안 맞습니다.
시엄마 (또 버럭) 어미는 나야, 나! 얘는 내가 잘 안다고!!
집안에서 애써 지켜오던 절도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홍단.
홍단 어휴 버선 짝이면 뒤집어 보이기나 하지, 답답해 돌아가시겠네.
시엄마 뭐, 돌아? 이년이 버르장머리가 마실을 나갔나!!
되는 집안은 가지나무에 수박이 열린다는데,
네년이 들어오고 나선 우리 집안에 되는 일이 없어!
시엄마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자, 지지 않고 분노의 시선으로 째려보는 홍단.
기가 찬 시엄마가 훽! 바람을 가르며 치맛자락을 잡고 돌아서는데,
홍단이 뒷마당에 묶여있던 말에 올라타더니,
시엄마 쪽으로 달려오며 시엄마를 향해 화살을 당긴다.
놀란 시엄마, 두 눈을 질끈 감는다.
홍단이 날린 화살이 시엄마를 지나 담을 타고 넘어오던 관군에 명중!
맥없이 집안으로 떨어지는 관군.
놀란 남편과 시엄마를 잡아 말에 태우고 문을 빠져나가는 홍단.
달리면서 관군들에게 활을 쏘는 홍단의 모습에서.
옥사 / 낮
옥사에 갇힌 무명. 그 옆에 울고 있는 송포졸.
송포졸 꼭 복수할 겁니다, 우리 포도대장님 죽인 그놈한테 꼭 복수 할 겁니다.
이때 옥사 문을 열어주는 금위대장.
송포졸, 금위대장을 노려보는데.
금위대장 (포졸들에게) 당장 이들을 끌어내어라!
무명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것이냐?
금위대장 주상전하의 어명이다.
너흰 벽란도에서 평생을 노예로 살 것이다.
노예라는 말에 굳은 송포졸.
하지만 무명은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에서.
산길-벽란도 / 낮
홍단이 시엄마와 남편을 안전한 곳에 내려주고 말머리를 돌린다.
홍단 어머니! 그놈의 가문, 제가 세우고 오겠습니다.
그리고는 힘차게 달려 나가는 홍단, 눈시울이 붉어지는데.
이때 홍단의 양 옆으로, 말을 탄 진옥과 가비가 나타나 나란히 달린다.
서로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삼총사.
빠르게 달리면.
저 멀리...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를 빠르게 날아오르는 카메라.
푸른 바다 위를 낮고 빠르게 날아가면, 멀리 바다위에 떠있는 점 하나가 보이기 시작한다.
가까이 다가가면 그 점은 벽란도로 향하고 있는 청의 배다.
배를 지나쳐 더 날아가면 수평선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벽란도.
카메라, 고도를 높여 섬을 조망하면 국제적인 환락의 도시 벽란도가 소개된다.
이국적인 양식의 건축물들과 각국의 사람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고,
항구에는 세계각지의 무역선들이 정박해 있다.
카메라. 내려가면 자헌의 행렬이 사람들 틈에 나타난다.
자헌과 무사들은 이국적인 5층 목조 건축물(벽라적루)로 들어가는 것도 보인다.
건물의 뒤로 이어진 공터는 검투사들이 사투를 벌이는 검투장이다.
원형의 경기장은 위로 4,5미터의 철망으로 만들어져있고,
주위로 계단씩의 원형 관람석이 역시 4,5미터 높이로 쌓아올려져 있다.
건물과 검투장 사이엔 검투사들이 경기장과 건물을 오갈 수 있도록 철망으로 된 통로가 있고, 각 입구는 사병들이 무기를 들고 지키고 있다.
검투장에는 아라비아의 무사와 타이의 무사가 혈투를 벌이고 있고
주위로 흥분한 관중들이 소리를 내지른다.
청의 배안 / 낮
간판 위의 서 있는 청의 사신, 파흘내.
이때 청무사가 다가온다.
청무사 (중국어) 곧 벽란도에 도착합니다, 대인.
파흘내 (중국어) 알았다. 무기와 화약을 다른 배에 실어라.
청무사 (중국어) 예. 하온데... 저 많은 화약과 무기를 어찌하여 오만방자한
조선에게 주는 것이옵니까?
더구나 조선의 왕은 북벌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습니다.
파흘내 (중국어, 미소) 나 역시 그게 걸려, 이 무기와 화약을 선물하는 것이다.
벽나적루 / 낮
벽나적루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일일이 몸수색하는 사병들.
삼엄한 경비 속에서 자헌대감이 파흘내를 직접 맞이한다.
자헌대감 오시느냐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 대감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했으니, 기대 하셔도 좋으실 겁니다.
마차-지하실 입구 / 밤
쇠창살 수레의 뒷문이 활짝 열리면,
노예무사들이 지하실과 연결된 통로로 들어가는데.
그 중에 주위를 관찰하듯 둘러보는 무명과 벌벌 떨고 있는 송포졸의 모습도 보인다.
벽나적루 앞거리 / 낮
삼총사가 포목점에서 화려하게 기생으로 변신하고 나온다.
한껏 요염하게 벽라적루로 향하는 삼총사.
길거리에 늘어서 있는 온갖 패물과 액세서리가 홍단의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가비가 노점에서 파는 싸구려 만화경을 산다.
진옥 건 뭐하려구?
가비 재밌잖아. (보더니) 어유~ 굉장한데!!
홍단은 옆 상점에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느라 정신이 없다.
진옥 언닌 또 뭐하는 건데?
홍단 기생연기중이잖아, 기생.
진옥 놀러왔어? 제발 긴장들 좀 하자!
가비 어디가 기생이야, 아줌마?
홍단 이게 진짜... 너, 똑똑히 봐?
(가게 아줌마를 보고 아주 상냥하게) 이모, 이거 얼마야?
아줌마 어머, 아가씨가 물건은 제대로 보시네.
홍단 (아가씨란 말에 신이나 진옥과 가비에게 입모양으로) 거, 봐, 라.
아줌마 사십냥!!
홍단 (태도 돌변) 이런 미친!!
아줌마 아니, 이 아줌마가 안 살 거면 말지, 왜 욕질이야!
홍단 뭐 아줌마? 누가 아줌마야!!
과격해진 홍단을 질질 끌고 가는 진옥, 가비.
운하 위를 지나는 나룻배 위에 오른다.
지하훈련장 / 낮
사병들의 감시가 삼엄한 지하훈련장.
노예격투사들과 섞여 앉아있던 무명, 발목에 묶여있는 쇠사슬을 풀려고 한다.
하지만 열쇠가 있어야지만 풀 수 있는 자물쇠로 묶여있다.
옆에 있던 송포졸, 무명이 쇠사슬을 풀려고 하자 당황하며.
송포졸 (작게) 지금 뭐하는 거예요?
그 소리에 사병 하나가 무명 앞으로 다가오는데 그의 허리춤에 열쇠가 있다.
무명, 열쇠를 사병이 다가올 때까지 얌전히 기다렸다가.
사정거리까지 다가오자, 한쪽 팔로 사병의 허리를 감싸 쥐며 남은 손으로 열쇠를 빼앗는다.
허리가 붙잡힌 사병이 무명의 등을 내리찍지만.
고통을 감내하며, 발목에 묶인 자물쇠를 푸는 무명.
그 모습을 본 사병들이 일제히 무명에게 달려들지만.
두 다리가 자유로워진 무명의 반격이 시작된다.
사병들의 창을 빼앗아 하나씩 사병들을 쓰러트리는 무명.
다른 노예격투사들, 동지의식 때문인지 자신 앞에 쓰러진 사병들을 때리며 무명을 돕는다.
그 중, 공육의 모습도 보인다.
운하 / 낮
운하 위를 지나는 나룻배를 타고 벽란도를 관찰하는 삼총사.
그곳을 지키고 있는 자헌대감의 사병들과 청나라 군사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보인다.
운하 위를 지나는 나룻배가 작은 다리 아래로 지난다.
그런데 다리를 지나 나오는 나룻배에 삼총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지하훈련장 / 낮
창 하나로 사병 모두를 쓰러트린 무명, 열쇠꾸러미를 송포졸에게 던진다.
열쇠꾸러미를 받자마자, 자신의 발목에 묶인 자물쇠부터 푸는 송포졸.
무명 모두 풀어주고, 최대한 큰 혼란을 만들어야한다.
송포졸 예!
하며, 지하훈련장을 나서려는 무명.
그런데 지하훈련장 입구에 떡하니 서 있는 무사, 사현이다.
무명, 창으로 사현을 찌르자.
피하며 자신의 검으로 무명을 공격하는 사현.
치열하게 펼쳐지는 무명과 사현의 대결.
그런데 사현의 표정이 여유롭다.
사현 몸이 좋지 않으신가 봅니다, 예전만 못하십니다.
무명, 이를 악물며 사현에게 달려들지만.
결국 사현의 검을 피하지 못하고 패배하고 마는 무명.
사현 뭣들 하느냐, 어서 일어나 이 자를 끌어 내거라.
사현의 명령에 쓰러져 있던 사병들이 일어나 무명을 질질 끌고 복도로 나간다.
무명의 패배에 겁을 먹은 송포졸, 자기가 풀었던 자물쇠를 자기 손으로 다시 잠근다.
그런데 송포졸 앞으로 다가온 사현.
송포졸, 사현과 시선이 마주치자 얼른 눈을 내리깐다.
환기통로 / 밤
환기통로를 가까스로 기어가고 있는 삼총사.
앞서 기어가는 홍단의 머리에 뒤꽂이가 꽂힌 것을 발견한 가비.
가비 (어이없다는 듯) 이 와중에도 뒤꽂이를 꽂았어?
홍단 이건 그냥 뒤꽂이가 아니고 힘의 원천이거든. 뭘 알고나 입을 놀리셔.
진옥 어떤 경우에도 한결같은 건 배워야 할 점이야.
홍단 (가비 들으라고) 들었지?!!
가비 됐고, 자, 가져온 거 줘봐.
가비와 진옥이 허리에서 돌돌감긴 폭약주머니를 꺼내는데, 홍단은 어리둥절해 있다.
가비 (홍단 보며) 도화선은?
홍단 (울상+놀람) 도화선?
가비 출발할 때 줬잖아!
홍단 그게 도화선이었어? 난 치마 거치적거리니까 묶으라고 준 줄 알고
아까 옷 갈아입을 때 같이 두고 왔지..
가비 도화선 없이 폭탄을 어떻게 터트려!!
슬슬 열 받는 홍단.
홍단 거 참,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 이랬는데 말 한 번 디지게 많네.
알았어, 도화선 찾아서 폭탄 터트리면 되잖아?!!
이때 큰 환호성 소리가 환기통로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삼총사, 뭐지? 하고 일제히 돌아보면.
격투장 / 밤
민속 씨름장처럼, 격투사와 관객의 거리가 가까운 격투장.
열광적인 환호성 속에 펼쳐지는 격투 경기.
2m 되는 장신 노예무사가 무식할 정도 덤벼들지만.
계속 도망만 치는 상대 노예무사. 바로 송포졸이다.
송포졸, 겁에 질려 계속 도망만 다니고.
노예무사는 송포졸을 죽이려고 달려든다.
지붕 위 / 밤
삼총사, 지붕 위에서 아래 격투장을 내려다본다.
여전히 도망만 다니고 있는 송포졸을 보고 황당한 삼총사.
홍단 아니 쟨 여기 왜 있는 거야?
가비 그러게 쌈도 못하는 얘가.
진옥 (굳어진) 끌려온 거야.
(가비를 보며) 혹시 모르니까 찾아봐, 스승님이 계실지 몰라.
굳은 홍단과 가비.
진옥 (홍단을 보며) 언니는 도화선부터 찾고.
고개를 끄덕인 후, 지붕에서 내려가는 홍단과 가비.
진옥은 계속 남아 관객석을 살펴보면.
관객석에서 조금 떨어진 상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자헌을 발견하고,
두 눈이 날카로워진다.
관객석 / 밤
상석에 나란히 앉아있는 파흘내와 자헌.
자헌대감 백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청의 훌륭한 지도와 가르침 없다면
조선은 한 치 앞날을 기약할 수 없지요.
파흘내 역시 말귀가 빠르시군요. 대감 같은 분에 조선에 있으니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그려.
이때 다가오는 사현, 자헌대감에게 귓속말로.
사현 주상이 의도적으로 보낸 자가 맞는 것 같습니다.
살려두었다간 큰 화를 입을 것 같습니다.
자헌대감 (파흘내를 보며) 혹시 경기가 지루하진 않으신 지오.
파흘내 왜 더 재밌는 게 있소?
비릿한 미소를 머금는 자헌.
자헌대감 숙소 / 밤
도화선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홍단, 양손의 폭탄이 꽤 무거워 보인다.
자헌의 방으로 보이는 굳게 잠긴 방문을 뒤꽂이로 따고 들어가는 홍단.
침실 밑에 숨겨진 커다란 금고를 발견한다.
뒤꽂이를 잘 넣어 천천히 돌리니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데, 금은보화가 가득하다.
헉! 놀라는 홍단, 이내 황홀한 눈빛에 젖는다.
홍단 안홍단이 팔자가 이렇게 피는구나!!
지하훈련장 / 밤
살금살금 지하 훈련장으로 잠입해 들어오는 가비.
사병들이 삼엄한 경비를 서는 지하훈련장에 삼엄한 노예 격투사들이 대기 중이다.
이때 누군가가 지하훈련장으로 내려오자,
재빨리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며, 지켜보는 가비.
후들거리는 다리로 훈련장으로 돌아온 송포졸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송포졸르 뒤로 보이는 사현, 초라한 체격의 노예무사 앞에 선다.
바로 공육이다.
사현을 바라보는 공육.
사현 (시선을 피하며) 시합에 나갈 노예이니 풀어 주거라.
지하복도 / 밤
개목걸이를 한 공육을 앞세운 채 걷던 사현.
사현 이대로 올라가시면 사람들의 비웃음 속에 죽임을 당하실 겁니다.
공육 (사현을 돌아보는)
사현 (검을 뽑으며) 옛 주인에게 베푸는 마지막 예의입니다.
공육 ... 고맙구나.
사현이 공육을 베려는 순간,
‘타앙!‘ 발사된 총알이 사현이 들고 있던 검의 날을 깨부숴 버린다.
놀란 사현이 뒤돌아보면, 공육과 사현의 등 뒤에 서 있는, 조총을 든 진옥.
공육 (딸을 알아본 듯, 경악스러운) 설마... 옥이... 진옥이냐?
진옥 아... 버지..,? 아버지!!
그런데 총소리 때문인 듯 사병들이 달려와 사현 옆에 서는데.
사병들 속에 모석두가 함께 하고 있다.
모석두 (씨익) 와, 여기까지 따라온 거야, 진짜 끈질긴 년이네.
모석두와 사병들의 등장에 당황한 사현.
진옥은 재빨리 다시금 심지를 태우며 총을 겨눈다.
모석두 (사병들에게) 시합에 올라갈 노예니 끌고 가거라.
그러자, 공육을 끌고 가는 사병들.
진옥 안 돼!!
진옥, 또 다시 총을 발사하려고 하자, 재빨리 진옥을 향해 달려드는 모석두.
모석두가 휘두르는 검 때문에 제대로 된 사격을 하지 못해.
발사된 총알이 천장으로 날아간다.
하지만 조총을 검처럼 휘두르며 사현의 검을 막음과 동시에 반격을 하는 진옥.
진옥 내 아버지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이냐!
소리를 지르며 무섭도록 강하게 모석두를 몰아붙이는 진옥.
사현, 모석두와 진옥의 싸움을 그저 지켜만 볼 수밖에 없는데...
격투장 / 밤
격투장 문이 열리고 공육이 끌려 들어온다.
초라한 행색으로 서 있지만, 관객석에 있는 자헌대감을 노려보는 눈빛만은 강렬한 공육.
공육의 눈빛에 비릿한 미소로 답하는 자헌.
파흘내 아니, 저 자는 누구요?
자헌대감 말씀드렸던 대국에 침입했던 아홉 명의 쥐새끼 중 하나입니다.
청나라에 몹쓸 짓을 했으니 일벌백계를 해야지 않겠습니까?
이때 다시 한 번 격투장 문이 열리고, 공육과 격투를 벌일 격투사가 들어온다.
바로 무명이다!
하지만 사현의 검에 베인 상처 때문인 듯 서있기도 버거워 보이는 무명.
파흘내 다친 자가 아니오?
자헌대감 그래야 공평한 게임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대치하게 되는 무명과 공육.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성 속에 시작된 경기.
하지만 무명과 공육, 모두 서로 먼저 공격하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는데.
공육 미안하오.. 난 살아야 하오... 이곳에 내 딸이 있소.
하며, 무명에게 달려드는 공육.
비록 큰 부상을 입었지만, 자신에게 달려드는 공육을 간단한 손동작으로 쓰러트리는 무명.
하지만 부상이 깊어, 결국 피를 토하는데.
그 순간, 쓰러져 있던 공육의 목 뒤에 쓰인 六자 문신을 발견하는 무명, 얼어붙는다.
하지만 다시금 일어나 무명에게 덤벼드는 공육.
무명을 덮쳐 쓰러트린 후, 무명의 상처 입은 부위를 손으로 짓누르는 공육.
무명, 처절한 비명을 지르지만, 차마 공육에게 주먹을 날리지 못하는데..
지하복도 / 밤
심지가 불타기 시작한 진옥의 조총.
심지가 다 타들어갈 때까지 조총을 검처럼 휘두르며 모석두와 검술대결을 펼치는 진옥.
하지만 힘에서 앞선 모석두의 검과 부딪혀 튕겨 나가는 진옥의 조총.
이제 진옥은 무기가 없다.
모석두, 진옥을 죽이려는 듯 검을 높이 드는데.
그 순간, 등 뒤에서 살기를 느낀 듯 재빠르게 몸을 돌려 피하는 모석두.
보면, 사현이 모석두를 공격해왔던 것.
사현 (진옥에게) 어서 가십시오!
진옥, 사현을 바라보며 망설이다 조총을 들고 격투장으로 뛰어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현.
그 순간, 모석두의 검이 사현의 배를 찌른다.
무릎이 꺾이며 쓰러지는 사현의 모습에서.
#(회상) 개울가 / 낮
어린 진옥(12세) 개울가에 앉아 울고 있다.
다가온 어린 노비 사현(10세).
사현 아기씨. 왜 우세요?
진옥 사람들 너무해.
사현 무엇이요?
진옥 장터에서 사람들이 개를 나무에 묶어놓고 때리는 거 있지.
사현 (웃는)
진옥 (흘겨보며) 왜 웃어?
사현 (정색) 죄송합니다. 근데 신경 쓰지 마세요. 복날이라 개잡는 거예요.
진옥 (다시 훌쩍) 그게 다가 아니야. 도망쳤어, 그 개.
묶여있던 나뭇가지가 부러져서.
사현 (웃는) 다행이네요.
진옥 그때 개 주인이 개 이름을 불렀거든. 복둥아, 복둥아 하면서.
그랬더니 어떻게 된 줄 알아?
사현 (고개를 젓자)
진옥 그 멍청한 게... 다시 돌아와서 주인에게 안겼어...
자기를 죽이려고 때렸는데 주인이 불러주니까 꼬리까지 흔들면서..
(다시 울먹) 너무 불쌍하지?
사현 ... 아니오 ...당연한 거잖아요.
어린진옥이 투명한 사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현재
쓰러진 사현을 밟고 지나며 진옥을 뒤쫓는 모석두의 모습에서.
지하훈련장 / 밤
마지막 남은 사병을 베는 무사, 바로 가비다.
가비, 모든 사병들을 쓰러트린 후, 모여 있는 노예무사들 얼굴을 한명씩 찬찬히 살핀다.
송포졸, 자신을 찾는 줄 알고 가비를 향해 손을 흔드는데.
송포졸을 그냥 지나쳐 가는 가비, 그런데 찾는 사람이 없자.
가비 (송포졸에게) 스승님은 어디 계셔?!!
자헌대감 숙소 / 밤
보물을 싼 보자기를 들고 일어서는 홍단.
도화선에 불을 붙인 폭탄을 숙소에 떠지고 빠져나가면, 도화선이 빠르게 타 들어간다.
복도, 격투장 / 밤
정신없이 복도를 달리는 진옥.
이때 격투장 출입구 앞에 사병 둘이 지키고 서 있자.
달리면서 방아쇠를 당기는 진옥.
‘따앙!’ 사병 하나를 쓰러트린 후, 조총을 검처럼 휘둘러 남은 사병마저 쓰러트린다.
재점화 하며 격투장 안으로 들어가면.
무명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있는 공육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이 순간, 홍등이 달린 줄을 타고 격투장으로 내려오며 공육을 걷어차는 무사.
바로 가비다.
가비 감히 스승님을 죽이려 하다니! 내 너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무명을 보며) 저만 믿으세요, 스승님.
진옥 아버지!!
가비 아... 버지? (당황한 얼굴로 자신이 걷어찬 공육을 보다가) 안녕하세요.
진옥, 격투장으로 뛰어올라가 아버지에게 달려가려 하는데.
그 순간 사병들이 진옥에게 덤벼든다.
‘타앙’ 자신에게 달려드는 사병에게 총을 발사한 진옥.
연이어 달려드는 사병들은 총을 검처럼 휘둘러 쓰러트린다.
무명 가서 진옥이를 도와라. 어르신은 내가 책임지겠다.
무명의 말에 진옥을 도와 사병들과 싸우기 시작하는 가비.
상석에 앉아 진옥의 등장에 미간을 찌푸리는 자헌.
이때 격투장으로 들어오는 모석두를 발견한 자헌.
모석두와 눈이 마주치자,
자헌, 손가락으로 공육을 가리킨다.
모석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공육을 향해 달려드는데.
그 순간, 모석두의 앞을 가로막는 무명.
하지만 부상을 입은 상태라 모석두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무명.
결국 모석두의 힙에 의해 내동댕이쳐진다.
그 순간, 무명을 돕기 위해 모석두에게 덤벼드는 공육.
그 모습을 잔뜩 곤두선 얼굴로 지켜보고 있는 자헌.
파흘내 의도된 연출이라면 박수를 보내드리겠지만,
아니라면 계집조차 막지 못하는 자와는 내 창피해 거래를 못하겠군요.
자헌대감 그럴 리 있겠습니까, 너무 과한 걱정을 하시는 군요.
우리는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파흘내 여기서 말이오?
자헌대감 무기와 화약만 건네주시면 되잖습니까?
파흘내 그것들은 항구에 정박한 배에 실어놓았소. 자, 지도는?
자헌대감 (품에서 꺼내 건넨다.) 빛을 받으면 반대로 상이 투사됩니다.
파흘내 (만화경을 흔들며) 이제 조선은 그대의 것이요.
일어선 파흘내, 부하들과 함께 격투장을 떠나면.
자헌 역시 일어나 격투장을 나가려다 진옥을 응시하다 떠난다.
폭발 몽타주 / 밤
#자헌대감 숙소
홍단이 설치했던 폭탄의 도화선이 이미 다 타들어간 상황.
그런데 불발이라도 난 듯 터지 않는 폭탄.
그 순간, 펑!
#격투장 복도
복도로 나온 자헌.
그 순간, 폭탄의 여파로 인해 건물이 요동치고, 곳곳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
#격투장
사병들과 한바탕 붙고 있는 진옥과 가비.
그 순간 폭발의 여파로 격투장 전체가 요동시치기 시작하고.
격투장 바닥마저 쩍쩍 걸라지며 무너진다.
사병들, 일순간 오합지졸이 되어 겁을 먹자.
진옥 (가비에게) 스승님 챙겨.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무명에게 달려가 무명을 업는 가비.
진옥은 아버지와 엉켜있는 모석두에게 달려가는데.
이 순간, 모석두와 공육이 엉켜있던 바닥 역시 갈라지며 주저앉는다.
그 바람에 아래 지하로 함께 추락해 버린 모석두와 공육.
그러자 진옥, 주저 없이 뚫린 지하 공간으로 몸을 던지면.
지하복도 / 밤
무너져 내린 자재에 다리가 깔린 채, 기절해버린 공육.
쓰러져있던 모석두, 자기 몸이 멀쩡한 지 한 번 살피 더니.
떨어진 자신의 칼을 찾아 들고 공육에게 다가가는데.
그 순간, 무너진 공간에서 떨어지는 진옥, 멋지게 모석두 앞에 착지한다.
모석두를 보자마자 빠르게 조총에 점화하는 진옥,
칼을 움켜쥐고 자세를 취하는 모석두.
진옥과 모석두는 각자의 무기로 강렬한 일합을 나누는데,
무시무시한 모석두의 완력에 밀려서 온몸이 솟구쳤다 떨어지는 진옥,
그 바람에 총을 떨어트린다.
비록 떨어트렸지만, 조총의 심지는 계속 타들어가고 있다.
진옥, 재빨리 손을 뻗어 총을 집으려는 순간.
진옥의 팔을 밟는 모석두, 비열하게 웃으며 진옥의 조총을 집어 진옥을 겨눈다.
모석두 저승가면, 니네 집 노비놈이랑 즐겁게 놀아라.
그 말에 두 눈이 살기가 돋는 진옥,
힘껏 뛰어올라 180도 뒷발차기로 모석두의 정수리를 찍는다.
모석두,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뒤뚱거리며 벽에 부딪히자 나무 벽이 금이 가고 갈라지더니 이내 폭포 같은 물줄기가 쏟아져 들어온다.
피를 흘리지만 “이야아!”소리치며 야수처럼 진옥에게 달려드는 모석두.
그 순간 심지가 다 타들어간 조총을 집어 모석두의 가슴에
‘타앙!!‘ 조총을 쏘는 진옥.
건물 앞 부두 / 새벽
호위무사 없이 부두로 온 자헌.
대기 중이던 배에 올라타려 하는데.
홍단 야! 일단 정지!!
자헌, 돌아보면.
벽나적루 2층에서 홍등이 걸려있는 줄을 타고 한숨에 붕 날아 자헌 앞에 착지하는 홍단.
자헌, 홍단이 멘 비단 봇짐을 보고.
자헌대감 웬 놈인가 했더니 일개 잡도둑년이구나!
친구들은 도망가고 홀로 외로이 왔더냐?
홍단 나 아직 몸도 못 풀었거든, 그러니까 빨리 쓰러지지 마라.
홍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광석화 같은 자헌의 발차기가 날아와 홍단을 걷어찬다.
데굴데굴 굴러가는 홍단, 자헌에게 얻어맞자 황당한 표정이다.
그런데 거추장스럽던 두루마기를 벗어버리자 건장한 골격의 자헌이 드러난다.
자헌대감 (비릿한) 내가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더냐?
지하복도 / 새벽
이미 물바다가 된 지하.
조총을 물 위에 떠 있는 널빤지 위에 올리고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잠수하는 진옥.
하지만 진옥 혼자의 힘으론 자재에 깔려있는 공육을 빼내기가 어렵다.
물은 점점 공육의 턱밑까지 차오르는 긴박한 상황인데...
잠수를 하던 진옥의 점점 숨이 가빠오고, 의식마저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물속에서 정신을 잃은 진옥을 끌어 올리는 누군가의 손.
진옥을 이끌어 수면 위에 떠 있던 널빤지 위로 올려주는 사내,
바로 사현이다.
입에 머금은 공기를 진옥에게 입에 불어 넣어주는 사현.
진옥의 꺼져가는 숨을 다시 채워주는 사현의 입맞춤으로 눈이 번쩍 떠지는 진옥.
사현, 진옥을 들어 수면으로 올린다.
진옥 아버지를...
사현 숨을 아끼십시오.
공기를 쉴 수 있는 곳에 진옥을 내려놓은 사현,
물속으로 다시 들어가 힘껏 공육을 덮친 자재를 들어 올린다.
공육을 끌어내서 물위에 떠있던 널빤지 위로 올리는 사현.
이미 상처를 깊게 입은 사현이 붉은 피를 계속 뿜어낸다.
진옥이 그의 몸에서 빠져나오는 피를 보고 깜짝 놀란다.
힘이 빠지는 지 자신도 널빤지 위에 몸을 걸치고 쓰러지는 사현.
이때 또 다시 벽면이 갈라지며 물길이 터지고 거센 물줄기가 쏟아져 들어와
공육을 올려둔 널빤지까지 쓸려갈 위기다.
진옥은 한 손으로는 공육을,
다른 한 손으로 사현의 팔을 붙들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견뎌보지만 한계다.
누군가는 포기해야하지만, 그 누구도 포기할 수 없는 진옥.
그런데 진옥을 보며 미소를 짓는 사현.
사현 제 주인은 언제나 아가씨 한 분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천천히 진옥의 손을 놓는 사현.
진옥,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진옥 그러지마...
결국 진옥을 손을 완전히 놓은 사현이 천천히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뚫린 벽의 구멍을 통해 심해로 빨려나가는 사현.
건물 앞 부두 / 새벽
다시 데구루루 굴러오는 홍단이 가비의 다리에 걸려 멈춘다.
가비가 홍단을 일으켜 세운다.
홍단 이년아! 왜 이제야 와!!
가비 그럼 언니는!! 어디서 땡땡이 쳤어!!
이때 사신처럼 사나운 얼굴로 다가오는 진옥.
진옥 더 지체하지 말고 빨리 끝내자.
자헌대감 계집이 셋이라고 해봐야, 어차피 계집이다.
괜한 짓하지 말고, 썩 물렀거라.
홍단 싸움을 조동이로 하냐? 닥치고 덤비셔!!
그러자 홍단과 가비는 자헌을 향해 몸을 날리고.
진옥은 자헌을 향해 조총을 겨누는데.
그 순간, 자헌의 공중차기가 홍단과 가비를 동시에 가격한다.
그 바람에 홍단과 가비에 눌러 같이 나뒹굴게 되는 진옥.
조총마저도 손에 닿을 수 없는 먼 거리에 떨어지자.
자헌, 여유로운 얼굴로 삼총사를 바라보더니 유유치 배에 오르려 하자.
이를 악물며 맨 몸으로 자헌에게 달려드는 진옥.
홍단도 가비도 자헌에게 무작정 달려간다.
‘뭐야 이것들!’하며 진옥을 날려버리는 자헌,
하지만 연이어 달려드는 홍단과 가비의 공격에 당황한다.
자헌, 홍단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데 살짝 피하며 팔뚝을 콱 깨물고 놓지 않는 홍단,
가비 역시 엎드려 허벅지를 물고 늘어진다.
자헌의 공격 속에서도 계속 물고 늘어지는 홍단과 가비.
그러자 이번엔 진옥이 맹수처럼 달려든다.
하지만 이번에도 진옥을 걷어차 쓰러지고, 홍단과 가비를 한 명씩 내던지는 자헌.
그제야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느낀 삼총사, 하지만 포기 없이 다시 한 번 달려든다.
삼총사가 힘을 합하여 날아 차기와 무릎치기, 꺾기로 자헌의 혼을 빼놓는다.
하지만 그만큼 삼총사 역시 자헌에게 얻어터지는 상황.
자헌과 삼총사, 양쪽 모두 지친 상황에서.
결국 배 위로 몸을 날려 도망치는 자헌.
자헌 (선원에게) 어서 줄을 끊고 노를 저어라!
삼총사, 배까지 쫓아가려 하지만 모두 지친 상태라.
홍단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가비 역시 다리가 풀려 주저앉는다.
결국 떠나는 배를 지켜만 볼 수 없다.
진옥 이대로 놓칠 순 없어.
진옥, 조총을 집어 총을 쏴 보지만.
간신히 배 앞머리 닿을 정도로 이미 먼 거리를 도망친 자헌.
진옥 안 돼.
홍단 배 머리까지 쏠 수 있는 거지?
그러자 삼총사, 어떤 작전이 떠오른 듯 씨익 미소를 짓는다.
배 위의 자헌, 여전히 삼총사를 비웃듯이 바라보고 있다.
이때 가비가 창을 던져, 배 앞머리에 창이 박히도록 만든다.
자헌, ‘고작 이건가?’ 싶어 다시금 비웃는데.
이번엔 홍단이 폭탄주머니 두 개를 끈으로 묶은 뒤.
마치 돌팔매질하듯 있는 힘껏 던진다.
그러자 하나로 묶인 폭탄주머니가 배를 향해 날아가더니.
가비에 박아놓았던 배 앞머리의 창에 빙그르 묶이게 된다.
그 순간, 폭탄주머니를 향해 조총을 겨누는 진옥.
그제야 삼총사의 작전을 알아 챈 자헌, 얼어붙는다.
자헌대감 (선원에게) 뭐하느냐! 당장 저 창을 뽑아라.
이 배에 화약이 가득하다!
하지만 씩 웃으며 방아쇠를 당기는 진옥.
‘타앙’
날아간 총알이 배 앞머리의 박힌 창에, 묶인 폭탄주머니에, 명중하면!
바다 위 / 새벽
퍼퍼엉!!!
엄청난 폭음과 함께.. 바다 위에 불꽃이 퍼진다.
하지만 이내.. 잠잠해 지면...
자헌대감이 타고 있는 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다.
건물 앞 부두 / 새벽
기진맥진 환호할 기력조차 없는 삼총사.
서로의 몰골을 보며 키득거리는 삼총사, 이내 크게 박장대소한다.
다시 웃음을 멈추더니, ‘다 끝났다’는 눈빛을 주고받고 고개를 끄덕인 후
뭍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삼총사.
공육을 부축하고 오는 무명과 송포졸도 그녀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온다.
공육과 진옥이 끌어안고 눈물을 흘린다.
가비와 송포졸도 포옹을 한다.
홍단은.... 자헌의 돈을 챙기고 있다.
진옥은 망망대해 바라보며 누군가를 생각한다.
진옥의 얼굴에서.
인정전 / 낮
조선의 신하들이 양쪽으로 줄지어 서있는 인정전으로,
파흘내가 건방진 걸음으로 들어온다.
파흘내는 형식적으로 왕께 인사를 올리지만 누가 봐도 오만방자한 모습이다.
파흘내 오랜만에 뵈오니, 주상의 신수가 말이 아니십니다.
혹여 어제 일어난 벽란도사건 때문입니까?
조선의 기강도 형편없기가 짝이 없습니다.
효종 다 과인이 부족하여 생긴 일입니다.
파흘내 아시니 불행 중 다행입니다.
주위의 신하들이 파흘내의 언행에 심기가 불편하다.
효종은 그래도 여유가 있다.
마차 안 / 낮
멋진 마차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는 삼총사와 무명.
다들 무슨 파티라도 가는지 화려하게 빼입고 있다.
그런데 가비, 무언가를 자꾸 찾고 있다.
홍단 뭘 찾아?
인정전 / 낮
파흘내가 효종에게 도발을 계속한다.
파흘내 형편없다는 얘기를 하자니, 주상께서 청에 머무르실 때가 기억납니다.
효종 무슨...
파흘내 아, 그때 제가 주상께 역사학을 한 수 가르치지 않았습니까?
효종 (안색이 살짝 굳는다)
파흘내 그때 주상께선 참으로 역사 성적이 형편없었지요..
아직도 대청과 조선의 관계에 대해 오해하고 계신지요?
효종 (마지못해) 그럴 리가요.
파흘내 그래요? 그런지 아닌지는 주상께 드릴 선물을 보면 알겠지요.
효종 (다시 여유를 되찾고) 선물이요? 기대되는군요.
파흘내 아마 보면 깜짝 놀라 자빠지실 겁니다.
효종 어허, 궁금합니다. 어서 보여주시지요.
파흘내 잠깐만 기다리시지요, 이 선물은 햇볕이 있어야 한답니다.
파흘내가 음흉하게 왕과 신하를 놀리는데,
마침 해가 떠올라 궁 안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파흘내가 만화경을 들어 빛을 받아들인다.
빛을 모은 만화경이 투사를 통해 어두운 벽면에 그림을 수놓는데...
마차 안 / 낮
홍단 뭘 찾냐니까?
그러다 가비, 옷 속에서 드디어 무언가를 꺼내는데, 바로 만화경이다.
#Flash Back
가비가 파흘내가 묵고 있는 배의 방으로 침투하여 만화경을 바꾸고 있다.
인정전 / 낮
햇빛을 모은 만화경이 벽면에 그려놓은 그림은 야시시한 기생들의 춘화도다.
남정네와 반라의 기생들이 부둥켜안고 온각 포즈를 집은 춘화도에
민망한 신하들이 고개를 수그리고 수군거린다.
이에 아흔을 바라보는 노신하가 격노하여 일갈한다.
노신하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일개 신하가 주상전하를 성희롱 하느냐!
갑작스런 상황에 눈만 껌뻑이는 파흘내.
효종 고정 하시오. 내 그대의 마음은 고맙게 여기겠습니다만
여기 있는 분과 짐은 어려서부터 막역하여 장난을 좀 친 것일겝니다.
파흘내 (완전 비굴하게) 아이고 그럼요, 전하.
제가 주상전하와 막역한 사이였습죠.
효종 (갑자기 파흘내의 수염을 잡아 뽑는다)
파흘내 아얏!!
효종 이것도 제가 어릴 적에 자주 치던 장난이었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파흘내 (억지 웃음지며) 허허허, 기억력도 좋으십니다.
전하 전 이만 용무가 바빠서 돌아갈까 하옵니다.
꽁무니를 빼며 달아나는 파흘내.
박장대소 하는 효종, 그리고 신하들.
마차 안 / 낮
삼총사와 무명의 큰 웃음소리가 마차에 울려 퍼진다.
마차가 코너를 돌면 궁이 나타난다.
인정전 / 낮
청명한 하늘아래 인정전에서 효종 앞에 엎드린 삼총사.
효종의 한 손에는 만화경이 들려있다.
효종 가녀린 여인의 몸으로 사내들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해냈구나.
그대들이야 말로 나라를 구한 공신이다.
(옆에선 신하가 삼총사에게 금패를 하사한다)
받거라. 그것은 조선의 신하임을 증명하는 표식이니라.
보면, 금패에 ‘密’이라 적혀있다.
효종 이제부터 그대들은 과인의 비밀요원이다.
무명, 바로 절을 올리며 감음하는데.
삼총사, 예의범절이라고는 전혀 배워본 적 없는 것들이라 그냥 멀뚱히 왕을 보고만 있다.
무명 뭐해, 이것들아? 절해 절!
진옥 비밀요원이라는 거 꼭 해야 돼요?
무명 뭐가 문제야 또?
홍단 비밀 그런 거 싫어. 요원이면 요원이지, 왜 비밀요원이야.
가비 그러게 그냥 돈으로 주지.
효종과 신하들 황당한.
산길 / 낮
허겁지겁 도망치고 있는 금위대장.
이때 카우보이 스타일로 갓을 쓴 한 선비가 글을 가로막고 서 있다.
굳은 금위대장.
금위대장 이 계집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그런데 조총으로 갖을 올리는 선비.
진옥이 아니라 송포졸이다.
송포졸 도망가냐, 십새끼야?
내가 딴 놈은 몰라도 넌 가만 안 둔다.
하면서 총을 겨누면!
크레딧.
에필로그
#진옥집
진옥이 밥상을 맛있게 차려 안방으로 들어간다.
공육이 책을 읽다 밥상을 받는다.
공육, 한 입 먹다가 배가 안 고프다는 듯 다시 책을 읽는다.
#출근 준비 중인 홍단
남장을 하고 있는 홍단, 상투가 잘 틀어지지 않는다.
옆에서 표창을 손질하고 있던 시엄마가 홍단의 상투 트는 것을 도와준다.
잠시 후 밥상을 들고 남편이 들어오며,
남편 소젖과 암꿩으로 고단백음식을 만들어 보았소, 부인.
시엄마 나도 먹어 봤는데 근력 사용하는 새아기에겐 그만이겠더라.
우리 아드님 솜씨가 일취가 다르게 월장하고 있어요.
자, 자, 어서 드시게나.
홍단 이를 어쩌나, 늦었는데…
남편 혹시나 해서 도시락도 준비했소, 삼 인분으로…
홍단 서방님, 고마워요……(입모양으로만) 사랑해요.
시엄마 흐, 흠.
시엄마가 헛기침을 하자 부리나케 달려 나가는 홍단.
그 뒤로 남편이 손가락으로 하트를 날린다.
#심부름 방
천정에 거꾸로 매달린 최씨.
가비 최가야. 우리 그냥 애 낳자.
최씨 아니 정말 열심히 찾고는 있는데..
무명 (안에 들어오는) 출발해야하니 대충 끝내거라.
최씨를 묶어둔 채 뛰어나가 버리는 가비.
그 뒤로 들리는 최씨의 처량하고 구슬픈 목소리.
최씨 이 미친년아, 풀어주고 가야지…
#숲속
해가 질 무렵, 송골매가 하늘을 빙그르 돌고 있다. 내려다보면,
숲속에 일본인들 십여 명이 큰 마차를 끌고 산을 넘고 있다.
마차에는 조선의 처자들이 오랏줄에 줄줄이 엮인 채 실려 있다.
그 속에 여장을 한 송포졸이 보인다.
그 때, 덜컹하며 서는 마차.
보면 햇살을 등진 삼총사의 실루엣이 보인다. 밝아지는 송포졸의 표정.
대장격인 시바사키가 말을 타고 앞으로 나온다.
홍단 네놈 이름이… (용모파기 휙 펼친다. 이름에 시바사키라고 쓰여 있다.)
시발새끼냐?
시바사끼 (불끈) 시바사키다.
가비 맞네.
진옥 감히 조선의 처자를 납치하다니, 이건…
삼총사 완전 정의롭지 못해!!!
동시에 튀어 오르는 삼총사의 마지막 액션. 경쾌한 음악이 고조된다.
진옥이 검을 뽑으려는 순간 일본놈 하나가 칼을 들고 진옥에게 달려든다.
위기일발의 순간 풀썩 쓰러지는 일본놈, 등에 화살이 꽂혀있다.
고개를 들어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보는 진옥, 하지만 그 방향엔 아무도 없다.
알겠다는 듯, 진옥의 표정에 희미한 미소가 피어난다.
#건너편 숲의 나무 뒤
사현이 활을 접으며 빠르게 사라진다.
#다시 숲
삼총사도, 일본놈도, 많이 지쳤다.
시바사키 헉헉, 근데 니들 도대체 뭐냐?
진옥 헥헥, 우리? 궁금해?
동시에 ‘密’이라 쓰인 금패를 내미는 삼총사.
진옥과 가비 것은 그냥 금패인데, 홍단 것만 화려하게 보석으로 튜닝 했다.
가비 너 같은 놈들 잡아가는,
홍단 (섹시하게) 미녀삼총사!
시바사키 어디가 미녀야?
마지막을 위해 일본놈들을 향해 달려드는 삼총사.
삼총사 아님 말구!!!
악쓰는 얼굴 스톱모션,
끝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