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머니
답답한 세상! 욕으로 푼다!
할머니! 욕 좀 해줘요~~~!!!
기획의도 : 답답한 세상! 욕으로 푼다! 할머니! 욕 좀 해줘요-!!!
시놉시스 :
(main plot) 고삐리 일진, 자갈치 시장 아낙, 조폭, 화성인, 인류학교수, 지하철 막말녀, 각 지역별 욕할매 등 전국 각지의 욕의 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욕 대결을 펼친다. 하지만 진정한 욕의 승자는 세상사는 맛이 욕 안에 모두 들어있는 ‘눈물을 흘리게 하는 욕’을 하는 할머니. 지옥에서 온 할머니... 헬(hell)머니다.
(sub plot) 그리고 그 경쟁 안에서 담겨있는 헬머니와 아들들과의 갈등과 화해. 어머니에게 상처 받은 이유로 어머니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창피해하던 아들과 뒤늦게 어머니로써 다가가려던 헬머니,
둘 사이에 얼음장같이 닫혀있던 마음을.. 눈물어린 욕을 통해 녹여낸다.
교도소, 오전
따뜻한 봄 햇살이 적막한 교도소 운동장에 내려 앉아 있다.
하품하는 간수와 졸고 있는 경찰견.
서로를 싸우듯 올라타고 엉기는 운동장 풀밭의 개미들과 곰벌레(C.U). 그 대열 사이를 거대한 딱정벌레가 뭉개듯 지나간다. 카메라가 점점 빠지면....햇살 드는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나뭇가지로 풀밭의 곤충들을 탁탁 치며 낄낄대며 웃고 있는 흰 머리의 할머니(이하 헬머니).
간수
..마지막 날에도 이러고 계세요?
헬머니
요것이 홍가슴개미요..물려도 해가 안 되는 착한 놈이재..
간수
이젠 더 재밌게 사셔야죠. (상자를 건네며) 들어오실 때 물건입 니다. (롱코트 등 화려한 소지품들에 놀라는 눈치다)
땅바닥 곤충들만 연신 바라보는 헬머니.
헬머니
하는 짓이 우리랑 똑같혀. 좋은 놈도 있고 나쁜 놈도 있고....
서로 물고 뜯기도 하고 새끼들 보고 싶어 하는 마음도 똑같고....
시골구멍가게, 오전
봄 날, 먼지가 심하게 날리는 시골 도로변. 정류장에 서있던 버스가 부르릉 출발하자, 허름한 구멍가게가 보인다.
가게 안, 허겁지겁 라면을 먹고 있던 남주인(50대).
출입문이 드르륵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겨울 바바리를 입고 서 있는 헬머니.
남주인
어서 오세요..(헬머니의 얼굴을 보곤) 헉!!!!
급히 서랍에서 칼을 내빼려하자, 식판 위 포크로 남주인 손 등을 찍는 헬머니. 악!!!!-
남주인
......아아..
헬머니
내 꺼 어딨냐?
cut to
거대한 정(쇠)을 들고 콘크리트 흰 벽면을 펑! 펑! 치는 헬머니,
구멍이 뚫린다.
손을 집어넣고 무언가를 꺼낸다. 돈뭉치.
먼지 나는 흙길을 뚫고 마치 서부영화의 주인공처럼 터벅터벅 지팡이를 짚고 걸어오는 헬머니. 공포영화의 제목처럼 그녀의 얼굴 옆으로..드러나는 붉은 핏빛 타이틀.
헬.머.니
방송국 스튜디오
「'욕의 왕' 1억 원 주인공을 찾아라! 예선전 플랭카드」
몽타쥬 : 조폭, 고삐리, 시장판 아낙, 연변욕쟁이, 지하철 패륜녀, 힙합뮤지션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스튜디오 곳곳에 설치된 무대에서 상대방을 향해 욕을 던진다. 생각보다 욕이 구질구질..
경쟁자들
‘망할년’
‘븅쉰’
‘지랄’
‘개쉐이’
‘좃나’
‘씹새’
심사위원이 고개를 절레절레..한숨이 터진다~
‘NG! NG!’ 시장바닥처럼 산만한 경연장.
곳곳에서 터지는 방청객의 야유~
방송국 스튜디오 주조정실
모니터를 통해 예선 현장이 보이고,
씩씩대며 들어오는 본부장.
본부장
(흥분을 누르지 못하고) 양피디! 너 어떡할래?
이런 상태로 런칭할 수 있을 거 같애?!! 대박이라며!!
양피디
(부스스한 파마머리를 긁으며 짜증) 아..정말...먼저 아이디어 내신 건 본부장님이시잖아요!
본부장
뭐? 이게 누굴 또 말고 들어가? 누가 내 아이디어래! 니가 들었어?
양피디
아..정말..또..
본부장
아..정말 또 뭐? 욕이라도 할려구? 해봐! 해봐! 저 세트 값만 4천 이야! 4천!! 넌 무조건 감봉이야!
말리는 조연출들. 그때 모니터를 가리키며,
조연출1
양피디님!!! 저기!!!
보면 경연장에서 몸싸움이 벌어진다. 말리던 현장 조연출들까지 몸이 엉켜 세트장 벽을 밀친다. 서서히 쓰러지는 화려한 세트 벽.
양피디, 본부장 등(주조정실)
으아아아! 안돼!!!
무너지는 세트장. 우당탕!! 조명기까지 터지더니 푸쉬쉭 커진다.
블랙아웃.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
광화문 정부청사, 오후
12시 정각의 벽시계.
구내식당에 길게 줄서 있거나, 삼삼오오 바깥으로 나가는 사람들.
텅 빈 사무실 안. 혼자 책상에 앉아 부동산 신문을 뒤적이는 김승현(이하 승현 44), 삼각 김밥을 우걱우걱 먹고 있다.
의사(목소리)
아시다시피 재발이 높은 병입니다. 계속 항우울제를 복용하셔야 잠도 주무실 수 있고 생활하시는데 불편함이 없으실 거예요. 주변 분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시구요. 지금처럼 말 안하시는 건 증상 을 더 악화시키는 겁니다.
우걱우걱 의무적으로 김밥을 입에 넣는 승현.
회상, 과거 승현의 집
장대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고, 흐트러진 김밥을 깨작거리고 있는 어린 승현(6세)이 보인다. 불안한 눈빛, 부유한 집안 인테리어...하지만 집 안 곳곳에 붉은 색 압류 딱지가 붙어있다.
사람들
니 엄마! 어딨어! 어서 말 안 해! 내 돈 띠어먹고 무사할 줄 알어! (바닥을 주저앉아 부르짖으며) 요 아들놈을 일부러 여기에 나두고 도망간 거여! 우리를 따돌리려고! 안그래!?/ 아주 더러운 악질이구만! 돈 앞에서는 자식도 없는 년이야!
거실에서 눌러 앉은 빚쟁이들. 승현을 가둬두듯 둘러싸고..한마디씩 승현모에 대한 욕과 악담을 늘어놓는다.
사람들
호로 썅년!/ 뒤질년/ 미친년!/ 사기꾼년!
어린 승현의 귀를 울리는 악담들. 밥을 먹지 못하고 어지러운 승현.
그때 문을 박차고 신발을 신은 채 집 안으로 들어오는 또 다른 일군의 사람들, 또 다시 욕을 해대며 승현모를 찾는다. 승현이를 잡고 흔들자, 승현이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울먹이기 시작한다. 승현이 멍한 시선으로 집 안으로 들어온 (빚쟁이들의)흙 묻은 신발들만 바라본다. 흙탕물에 거실 바닥이 엉망이 된다.
승현
..우리 집..우리 집은.. 신발...신발..벗..
사람
뭐야? 뭐라고! 왜 말을 하다말어! 계속 또 씨불여봐!
니 엄마처럼 계속 씨불여봐!!
승현
..............(울기만 할뿐 두려움에 말을 잇지 못한다)
cut to(시간경과)
빗소리가 잦아들고, 어린 승현을 두고 욕을 하며 하나 둘 자리를 떠나는 빚쟁이들. 홀로 된 승현, 흙탕물 신발자국으로 온통 망가진 거실 바닥을 바라본다.
다시 광화문 정부청사, 오후
멍한 눈빛으로 우걱우걱 밥을 입에 넣는 승현.
강실장
이봐! 이봐! 내 목소리 안들려?
승현
...아..네..실장님..
강실장
(문서를 툭 던지며) 밥이 입에 들어가냐? 등신..
승현
........
강실장
나 니 덕에 이번에 우리실 평가 D받았다. 그래도 그냥 아무 생각도 없지? 무슨 감정이 있어야 채찍을 쓰던 당근을 쓰던 요령을 부려보지...너 사람 맞냐? 등신 소리 들어도 화 같은 거 안나?
승현의 얼굴 위로 철컹철컹 요란한 지하철 소리가 들리고.
서울 지하철, 밤
전철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 낯 선 서울의 풍경을 골똘히 바라보는 있는 헬머니.
그때 허리 굽은 여노인 한명이 지팡이 짚고 마치 자리를 양보하라는 듯,
‘경로석’ 이라는 푯말을 눈으로 가리키며 헬머니 무릎 언저리를 지팡이로
툭툭 친다. 무시하나 계속 헬머니에게 인상을 쓰며 찌릿- 눈빛을 보내자,
........주민등록증을 꺼내는 헬머니, 상대 얼굴 앞에 조용히 내민다.
『이정순 290412-2034245』
우리 나이로 85세. 나이에 비해 상당한 동안 외모다.
‘언니?....’ 깜짝 놀란 쭈그렁 피부 여노인, 스르르 다른 칸으로 이동한다.
여자(소리)
꺅~~ 뭐예요?
비명소리가 나자, 헬머니 고개를 들어 소리 나는 방향을 바라보면, 취한 대머리 중년남자(50대 후반)가 시뻘건 초장이 뚝뚝 떨어지는 나무젓가락을 들고 있다. 그 옆 젊은 여자의 노란 옷에 초장이 떨어진 모양이다.
여자
아... 이게 뭐야~ (울 듯 한 목소리) 할아버지!... (황급히 옷을 털어내다가 바닥에 놓인 중년남의 소주병이 넘어진다)
중년남
(흰자위 번쩍거리며) 뭐여? 이 미친년이... 술은 왜 엎어?
글구 누가 니 할애비여? 나 아직 50도 안된 노총각이여!
순간, 힘없던 눈에 살짝 긴장이 들어가는 헬머니, 소동을 바라본다.
여자
정말 미치겠네! 할. 아. 버. 지. 지하철에서 회를 드시면 어떡해요?
씨발..
중년남
뭬야?! 씨발? 이런...개쌍년의 자슥을 봤나?
(취기가 가득하다)
벌떡 일어나 다짜고짜 여자를 붙잡는 중년남, 사람들 술렁이기 시작하고.
중년남
야 이년아 니가 내 회 사줬어?! 내 입으로 내가 먹겠다는데 어디서 지랄이야 지랄이?!
고개를 살짝 숙이는 헬머니.
중년남
당장 사과 못해!!
여자
꺄악.... 아아...!!
겁에 질린 여자를 붙잡고 흔드는 중년남. 대머리에 취기에 완력까지 상당하다. 바로 옆자리의 여자승객은 일어나 자리를 피하고, 다른 승객들 모두 바라만 볼 뿐 나서는 사람이 없다. 이때 저 멀리서 가까이 다가오는 건장한 남자. 사람들 사이로 다가서는데...
사람들을 밀치고 들어와 한다는 것이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 촬영.
취한 중년남의 행패는 계속되고. 눈살을 살며시 찌푸리는 헬머니.
중년남
꼭 못생긴 것들이 말이 많아! 썅년 같으니라고...
(주위에) 뭘 봐 구경났어?!
누군가
그만두거라잉~
중년남
(휙 돌아보며) 어떤 새끼야? 어떤 개놈의 새끼가 끼어들어?
승객들, 중년남의 매서운 시선을 피하며 대답하는 이 없다.
의기양양해진 중년남, 다시 아가씨 쪽을 돌아보면... 코앞에 헬머니 서있다. 올려다보는 헬머니의 희번득한 눈빛에 흠칫 놀라는 중년남, 하지만 이내 기세를 다시 세우며,
중년남
이건 또 뭐야?!
헬머니
(썩은 미소 쓱 날리며) 나? 니 마누라다. 이 자식아!
중년남
뭐..뭐...뭐? 이 미친 할망구가! (달려들 기세)
헬머니, 침착하게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입을 연다.
헬머니
이 호로... 잡...
욕이 시작되면,
지하철 밖, 밤
빠앙-하며 달리는 지하철의 굉음과 함께... 창밖에서 열차 안의 풍경이 들여다보인다. 점점 경악하는 승객들의 얼굴들이 빠른 몽타쥬로 펼쳐지고, 할머니의 쉴 새 없는 입놀림과 점점 굳어가는 중년남의 얼굴. 소리는 안 들리지만 굉음과 섞이며 공포스러운 분위기. 빠앙--
다시 지하철 안, 밤
초장 묻은 젓가락이 바닥에 툭 떨어지고. 급격하게 초췌해진 중년 남, 벌벌 떨며 코피가 주르륵..울상이 되어 몇 걸음이나 뒷걸음치더니 지하철 기둥을 애처롭게 부여잡고 있다. 그 옆에 서너살 남짓한 아이의 멍한 얼굴, 아앙- 하고 울려하자 잽싸게 그의 엄마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정적--후우- 하고 가쁜 숨을 가다듬는 헬머니.
중년남
(힘은 없지만 뭔가 미약하게라도 반격해보려) 이...이... 씨....
헬머니
디질라고 용을 씅만? 확 눈까리를 도려블랑께!(유리창을 쾅!)
맥 풀려 주저앉는 중년남.
헬머니
교양 없이 말이야..(당황해하는 사람들을 의식하며) 맞죠잉?
지하철 내 터지는 박수소리. 이제야 ‘거 아저씨가 잘못했네... 그러게 왜 그러셨어요?!’ 하는 승객들의 질타소리가 들려온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당황하는 중년남. 마침 지하철이 역에 도착하고...
중년남
(주위를 둘러보더니 급히 문을 향하며) 시..시팔... 더러워서..
헬머니
아야. (발로 접시 툭 치며) 회 가져가라이. 아적 많이 남았당게.
헬머니를 돌아보고, 바닥에 놓인 회 한번 보더니 울음이 터질 듯한 얼굴로 달려 내리는 중년남.
공원, 낮
통화음이 울려도 무시하고 있는 방송사 양피디(양수정)와 초조한 조연출.
조연출
피디님..어떡해요?
양피디
어떡하긴 뭘 어떡해? 제작비라도 제대로 주고 욕하라고 그래. 우리가 뭐 호구냐? 여기서 본부장한테 밀리면 난 이 바닥에서 끝이야.
조연출
잠수 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그리고..저..애가 둘이예요..
네살..두살...예술이고 뭐고 먹고는 살아야죠..피디님은 혼자라
월급 안 받아도 그냥저냥 살겠지만..저 같은 계약직은...씨..
삼립빵 쪼가리를 메인 목으로 우걱우걱 먹는 양피디, 전화벨이 계속 울리자..본부장의 불호령이 떠오른다.
본부장
야! 이번 달까지는 프로그램 깔어. 이번 달엔 대체할 것도 없어! 쌈박질을 하던 막가파 쌈마이로 가던 시청률 좀 올려봐! 알았어?!!
양피디
........................
본부장
넋 놓고 있지 말고 욕쟁이들 찾으란 말야! 전라도에 가서 살던 경 상도로 가던..발로 뛰어서 욕의 고수들을 찾아오란 말이다!
직업소개소, 낮
직업소개소 소장
(종이에 적힌 주소지를 보며) 아니..할머니...여기가 무슨 아파트 청약하는 댄 줄 알아요? 이 주소지에서 일하고 싶다니..내 참..
헬머니가 건넨 빼곡히 적힌 이력서 첫 장을 넘겨보면, 꾸깃한 구권 수표가 여남은장 들어있다. 의아한 얼굴로 올려다보면, 어서 넣으라는 듯 턱을 밀어 올리는 헬머니.
직업소개소 소장
사실 그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돈을 쓱 집어넣는다) 근데 그 집 에는 조건이 하나 있어요. 영어를 좀 할 줄 알아야하는데..
걱정하지 말라는 표정의 헬머니, 소장이 여전히 고민하자, 속바지 은밀한 곳에서 수표 한 장을 더 꺼낸다.
고급 빌라, 낮
- 백인들도 언뜻언뜻 보이는 강남 고급 빌라촌의 풍경, 주차장에 빼곡한 고급 외제차들.
-빌라 안,
대리석과 원목으로 장식된 대형 주방. 주방만으로 집의 규모가 가늠된다.
가정부
이 집은 다른 집이랑은 많이 달라요. 이리 오세요.
헬머니
(수수한 옷차림..어리둥절 두리번) .....
가정부
(베란다로 향하며) 이 집 사람들은 얼굴 마주치는 거 별로 안 좋아하니까...
헬머니
......
가정부
청소는 낮에 집 비어있을 때 하시고, 안방은 들어가시면 안 돼요. 이 집 음식 못 먹게 하니까, 도시락 같은 거 싸오시구요.
헬머니
(혼잣말) 옘뱅 엿장시 맴이네 잉...
가정부
네?
헬머니
아녀... 저기 근디..
가정부
네?
헬머니
나가 볼일을 좀 봐야쓰겄는디... (두리번거리며 어디?)
경비실 안 화장실, 낮
화장실에 앉아 힘을 주는 헬머니. 화면 빠지면 공중화장실 느낌이다.
헬머니
니미...
가정부(V.O.)
화장실을 못 쓰게 해요. 더럽다나... 나가서 경비실 쓰시면 되요. 102호에서 왔다고 하면 알아요.
옷을 추어올리고 화장실을 나서는 헬머니.
헬머니
니미럴...
빌라 현관/베란다, 낮
헬머니
(연결) ...똥도 양반상놈 딱지가 붙는 거여 뭐여...
투덜거리며 계단 올라 현관문을 열자, 고운 얼굴의 40대 초반의 여자(미희)가 아이를 안고 있다. 순간, 아이의 얼굴에 시선이 꽂히는 헬머니. 마치 첫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눈에 초점이 풀어지며 얼굴을 붉히는 헬머니.
가정부
오셨어요? 아! 여기는 저 대신 오늘부터 일 도와줄 할머니에요.
미희(승현처)
아... 잘 부탁드려요.
헬머니
(최대한 밝은 얼굴로) 잉. 이짝도 잘 부탁혀요.
미희
할머니, 찬은 만들 줄 아시죠?
인사를 하면서도 여자의 품에 안긴 아이만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헬머니의 눈에서-
강남 도로주행, 낮
손으로 대충 쓴 ‘도로주행 한 시간이면 충분!(불법 아님)’ 글씨가 붙여진 중고 각그랜저가 천천히 도로를 운행 중이다. 카스피커에서는 80년대 락음악이 시끄럽게 나오고, 차창 밖으로 오른 팔을 내민 주현(43세,남)이 조수석에 앉아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노래를 콩글리쉬로 따라하고 있다. 바로 옆에는 잔뜩 주눅이 든 아줌마(참하게 예쁜, 30대 초반)가 운전석에 앉아있다. 주현의 팔목에 있는 문신이 보이자, 더욱 긴장하는 참한 아줌마.
주현
아따..또 두 손으로 잡았네. 그러니까 남자들이 무시하는 거요. 운전대는 한 손으로 돌리랑께그러요. 창문 열고 나처럼 왼쪽 팔꿈치를 창문에 걸치고!
빵빵빵- 뒤에서 클락션을 울리자,
주현
염병한다고 빵빵거려샀네. 왔다갔다 지랄하지 말고 니 길이나 잘 지켜야! 디지먼 끝이여! 우회전...우회전!!!
참한 아줌마
지금요? (계속 직진) 어떡해요?
주현
아따..운전하면서 사고나는 거 생각마요. 사고도 나고 갖다 박기도 하고 그러는 거요. 택시 기사 될라고 하는 사람이 뭘 기스를 겁내? 밟어! 막 들어가!
또 차 한 대가 잽싸게 앞으로 끼어들자,
주현
하이빔 깜빡깜빡!
참한 아줌마
이..이렇게요?
하이빔을 아줌마가 깜빡거리자, 신기하게도 끼어든 차량이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주현
그라재! 잘했어! 운전 잘 하네~
달리려는 순간, 끼익- 급브레이크.
주현
또 뭐야?
앞을 보면, 차를 막아서며 서있는 헬머니.
주현
!!!
차 안, 낮
털털거리는 엔진. 오래된 각 그랜저 차량 안, 정적을 깨고..
주현
(허세) 나도 이제 돈 있어. 동네에 오피스텔 두개 샀어. 조금 빌리긴 했는데 금방 갚어불 거여. 그것만 갚으면 돈 버는 거 시간문제라고!
헬머니
(주현에게 돈봉투를 툭 던지며) 삼천이여. 빚갚어.
주현
!!!
헬머니
니 형은 만나봤냐?
주현
(돈봉투를 쑤셔넣으며) 그 얘긴 하지도 마. 형이라고 하나 있는 게 애 병원비가 없어서 찾아갔다가..아휴 그 씨박..성도 다른데 형은 무슨 얼어죽을....하긴 부잣집에 얹혀서 처가살이 하는 놈이 뭐가 있것어?
헬머니
........
부동산, 밤
승현
(시무룩)...........(청약용지를 찢는다)
부동산업자
내 복덕방 인생 30년 동안에 선생님 같은 사람은 첨이요. 매 주마다 와서 집보고 그냥 가고 집보고 그냥 가고. 너무 실망마~ 세곡지구 청약이 담 주까지 마감이구만. 경쟁은 세도 당첨되면 로또니깐 꼭 청약하슈.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승현.
고급빌라 안, 밤
어둠이 내린 현관, 승현이 구두를 벗고 무표정하게 들어온다.
잠옷차림의 미희(승현처), 승현이 들어왔는데도 TV드라마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승현
안자고 있었네.
미희
(시선은 여전히 TV에 두고) 응..
승현
철물점 아저씨 불러야겠어. 현관 번호키가 잘 안 들어.
미희
응..
승현
....내가 아침에 철물점에 전화할게.
미희
(시선은 여전히 TV에 두고) 응..
승현
(한참 바라보더니).......미희야.
그제서야, 승현에게 고개를 돌리는 미희. ‘왜?’
승현
(마음을 꾹 누르며)..잘 자.
미희
그래. 당신도. (다시 TV로 고개를 돌린다)
방문을 닫자, 거실에서 새어나오던 불빛이 사라지며 까만 어둠 속에 홀로 선 승현.
cut to
초췌하고 퀭한 눈빛이 될 때까지 컴퓨터에 몰두하는 승현.
텅 빈 승현의 눈.
실내 도박장, 밤
주현
끝빨 좋다~~
꽉 찬 담배 연기, 화투판에 미친 듯 몰두해있는 사람들..틈에 둘째아들 주현도 있다.
상대
낙장불입...
금세 표정이 어두워진 주현.
상대
개털?
주현
..좃까. 아직 멀었어.
돈뭉치(헬머니가 준)를 보여준다. 날선 눈빛들.
경상도 어느 곳, 낮
조연출
(통화중) 네..네..국장님..진짜 경상도라니깐요.
궁색하고 초췌한 조연출과 양피디.
조연출
경상도 최남단 통영이요...예..예..지금 양피디님도 완전 결사항전 이세요.
양피디
영진아! 빨리! 빨리!
조연출
건지셨나봐요, 다시 전화드릴께요!
양피디가 조연출에게 빨리 오라고 급히 손짓... 늙고 병든 할머니, 벽에 기댄 채 버려진 소파의자에 앉아있다.
양피디
할머니가 그 유명하다는 통영욕할매 맞으시죠? 서울에서 왔습니다.
통영욕할매
(잘 안 들리는지 힘없이) 머..꼬..?
양피디
(더 큰 소리로) 통! 영! 욕! 할! 매! 맞으시죠?
통영욕할매
어디 할매한테 소리 지르노!!! 노려보믄 우얄낀데?
양피디
(소심하게 눈을 깔며) 제가 언제 노려봤다고...
통영욕할매
.....또 뭐라카노.. 문디 자슥..다리몽다리를 마 쎄리뿌아뿔라 어른 한테 눈까리 찍찍 까고 있나 마 눈까리 돌가뿔라 이노무자슥!! 나 가 디지삐라!!
양피디, 조연출
..!!..대박! 인제 고생 끝이야.
통영욕할매
(눈을 감으며) 어디가나? 밥 묵고가라..밥 묵고가라..
양피디
??..네?..저흰 아직 안 가는데....
통영욕할매
해가 억수로 따뜻하데이~ 따뜻하데이~
양피디
그렇지요? 사랑합니다. 할머니..(주절주절)...
그러나 아무런 대꾸나 미동도 없는 통영 할매.
양피디
할머니..할머니!
눈을 감은 채 웃으며 스르르 눕는 할머니. 까마귀 소리가 들린다.
양피디
(울부짖으며) 할머니!!!!~~~~
고급빌라, 아침
식탁 앞, 밥맛이 없는지 무거운 얼굴의 승현에서 카메라 빠지면, 그의 맞은편에 하얀 푸들을 안고 있는 편한 옷차림의 장모 앉아있다.
승현장모(이하 장모)
내 참...회사에서 도대체 뭐가 프라블럼이야? 내가 자네 우리 집에 같이 산다고 생활비를 가져오라고 그래 아님 월급을 가져오라 그래? 사람들 밥도 사고 로비도 하고 그러라니깐!
승현
.....(실실)
장모
내 말이 우스워?
승현
.......
장모
(미희보고) 그렇게 말을 안 듣더니... 잘 한다. 행시 패스했으니까 차관, 장관까지 갈 거라고? 차관은 커녕 과장 한번 못해보고 평생 사무관으로 퇴직하게 생겼어!
(한숨 쉬며 승현에게) 내가 자네 위해서 이렇게 뛰는 줄 알아? 우리 애랑..원휘 생각하면 내가 잠이 안와. 박장관하고는 내가 하이스쿨 선후배니깐 이번 승진에선 어떻게 될거야. 자넨 모르는 척 그냥 조용히 있어.
승현
..........
미희
엄마... 밥 먹는데 그만 좀 해요... (작은 숟가락을 들고) 원휘야 이리와~ 어서 밥 먹자.
식탁 주변을 맴돌며 밥을 안 먹으려 이리저리 소리를 지르며 피해 다니는 원휘(생긴 것은 귀엽지만 하는 짓은 거의 ‘우리 아이가 변했어요’의 주인공).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를 따라가는 미희.
미희
에휴 (주방 안쪽으로) 아주머니... 아주머니 죄송한데 소세지 좀 가져다주세요.
미희의 재촉에 쭈뼛쭈뼛 나오는 헬머니.
승현, 고개를 푹 숙인 채 밥을 먹느라 헬머니를 보지 못한다.
장모
(힐끔 보고는) oh my god!~ shit! she's too old. Grand Grand mother! 쯧...새로 왔어? 젊은 사람 좀 뽑지. 기운 빠지게.
원휘
(코를 막으며) 냄새나..냄새나..이 아줌마 냄새나.
당황한 헬머니, 하지만 얼른 소세지를 건네고 돌아서려는데,
장모
이봐요, 할머니! 우리 집에서 일하실 때는 입은 항상 무겁게....(입을 지퍼로 닫는 시늉) 아시겠죠? okay??
헬머니
(영 마음에 들지 않아) .........
장모
유 언더스탠드? 스피크 잉글리쉬?
헬머니
(눈치보다) 예~~ 스! 맨!~ Yo~ 아이 맨~ 메니 이어스 리브 위드 아메리칸 프렌드. 맨~ 커몬~ 트레스트 미.
장모
발음이 특이하시네?
그때 헬머니를 힐끔 올려다보는 승현.
승현
!!! (쿨럭)
고개를 숙이는 승현, 얼른 다시 밥을 떠 넣는데 목이 막힌다.
미희
엄마는 참...애 보는데 영어가 무슨 필요하다고..그냥 하던 일 하세요.
장모
모르는 소리 하지 마. 바이링구얼은 이제 기본이야 (의심하는 눈빛)!
헬머니
(찔끔하며 고개를 돌린다)..
복잡한 눈빛으로 승현을 바라보다가, 물잔을 쓱 밀어주는 헬머니.
고개를 끝끝내 들지 않는 승현.
고급 빌라 앞 버스 정류장, 아침
출근길 사람들이 급하게 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멍하게 홀로 서 있는 승현.
헬머니
(어귀에서 망설이다가..작게)..승현아...승현아...
승현, 대꾸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다, 발걸음을 돌린다.
승현
(차갑게) 아직 살아계셨네요?
헬머니
!!!!!!....(능청스럽게 웃으며) 아직 썽썽하다..
승현
왜 나타나셨어요? 감옥 갔다 온 거 자랑하시게요? 아님 뭐 사기 칠 건수라도 더 있어 보여요?
헬머니
내 손주도 못 보냐? (사이)글구 넌 안답답허냐? 나가 빨래하믄서 봤는디... 다들 악어마크 옷인디 왜 니 옷만 악어가 없어야? 니가 뭐가 부족해서 어깨도 제대로 못 피고 눈칫밥을 먹어가믄서 그러는겨?
승현
(말을 끊으며) 그만합시다. 이정순씨! 어서 짐싸서 집에서 나가세요.
헬머니
승현아...사...사실 내가 몸이 좀 안 좋아..
승현
그래서요?
헬머니
........
승현
어린 아들을 고아원에 가게하고....감빵에서 나와서는 재혼해서 다른 남자와 사는 여자가....(말을 잇지 못한다)..
헬머니
말했잖여? 내가 널 찾으러 갔는데 니가 사라졌다고 해서..엄마가 얼마나 백방으로..
승현
(말을 끊으며) 어린 아들을 미끼로 나두고 빚쟁이들한테서 도망친 여자가!
헬머니
(시선을 피한다)...........
승현
....엄마란 사람입니까? 엄마? 참 웃기네요. 난 태어나서 생전 자장가 한번 들어보지 못하고 자란 사람인데..엄마가 있었다니....
헬머니
승현아!
승현
(돌아서며) 당신이 필요한 건 여기 없어요!! 더 이상 안보는 걸로 합시다! 이. 정. 순 씨.
하는데, 검은 세단 하나가 두 사람 앞에 서서 창문을 내린다. 헬머니와 승현, 대화를 멈추고 차를 바라본다. 차 안에 승현의 장모와 박장관, 강실장이 앉아있다.
장모
김서방! 어서 타! 장관님 바쁘셔..
박장관
(고개 숙여 창밖을 보며) 타, 어려워 말고.. 뭐 .. 어? 어?
갑자기 ‘어? 어?’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박장관.
헬머니, 박장관의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휙 돌린다.
승현이 차에 올라타고 차는 떠난다.
고급 승용차 안, 아침
박장관
(갸우뚱) 이상하다? 저 할머니 누구지?
장모
우리집 일하시는 아줌마신데...왜 그러세요 장관님.....
박장관
내가 지난번에 후배한테 말한 적 없었나? 나 정치범으로 감옥살이 할때 모셨던 그 누님...그 누님하고 많이 닮았네?
장모
.......!......시골에서 올라온지 얼마 안 된 분이세요. 서울은 첨이라고.
승현
.......................
박장관
그렇지? 아닐꺼야..내가 잘못 봤겠지. 그 분 정말 포스가
대단했었거든...아주 욕도 잘하시고..(담배를 하나 꺼내 물고 추억에 잠기는 박장관)..
과거 감옥(회상), 저녁
칼날 같은 바람이 부는 감옥.
죄수들이 줄을 서 점심 배급을 타고 있다.
초췌한 모습의 젊은 박장관, 식판통 근처에서 나일론 줄을 발견하고 몰래 호주머니에 숨긴다. 밥을 퍼주던 헬머니.
헬머니
(나즉이 타박하듯) 뒤지고 잡냐? 디질라고 용을 씅만..
박장관
..!!!.
헬머니
그래 목에 걸고 죽어봐. 한 이십분을 발버둥 치다가 목이 반쯤 짤려서 피가 철철 나는거 목살이 너덜너덜거리는 것을 니 눈으로 다 볼거여...식도가 질질 바깥으로 흐를거고 잉...
박장관
......(겁을 먹는다)
헬머니
확 저서불랑께. 써글놈....요거 먹고 다시 생각혀봐. 시상이 얼매나 좋은지 알거여.
하고는 고기반찬을 식판통에 듬뿍 퍼주고, (카메라가 식판 밑을 보여주면) 박장관의 손가락 틈으로 담배 한가치를 슬그머니 밀어준다. 금이빨 드러내며 웃는 헬머니. 뒤따라오던 다른 죄수에게 반갑게 또 인사한다. 한쪽 발을 절뚝거리며 지팡이를 짚고 있는 것이 중년의 김대중(전대통령)이다.
헬머니
아따 선상님! 어서 오쇼! 동상들 관리 좀 잘 하쇼잉. 얼매나 힘들믄 죽어불라고 하것소. 난중에 출세하시믄 저 동상 한 자리 줘야것소?
김대중
난 아짐(아줌마)이 더 탐나요. 아짐 아니었으믄 벌쌔 다들 쓰러졌을 것이요. 나도 그렇고..
헬머니
아따 또 느작없는 소리..
허허허 웃는 김대중과 헬머니.
박장관(현재의 목소리 삽입)
그 때 내가 선생님한테 들은 얘기로는...
식판을 들고 걸어가는 김대중과 젊은 박장관.
김대중
박군...저 누님이 일제 때 만주군관학교 출신이여. 해방되니까 유섬(usom)이라고 미군정에서 원조자금 뿌리던 데 있지? 저기서 일하면서 돈 흘러가는 법을 터득해 갖고, 명동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큰 손이었어. 이태원에서 흑인들 상대로 술장사를 해서 영어도 아주 잘하시고~
박장관이 못 믿겠다는 듯 헬머니 쪽을 보자,
헬머니
셧더팍업!!! 니미뻐규! (다 듣고 있었다는 듯) 반만 믿어. 반만! 아따 선상님이 봤소? 내 손이 큰 손인지 아닌지 봤소?
깔깔대는 사람들.
버스 안(현재), 오후
과거와 달리 초췌해진 헬머니 클로즈업으로 이어진다. 덜컹대는 버스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 콜록대는 헬머니,
‘당신이 필요한 건 여기에 없어요! 엄마? 참 웃기네요. 난 태어나서 생전 자장가 한번 들어보지 못하고 자란 사람이라고!’
승현의 무거운 표정과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때 들리는 실랑이..
대학생
야이 씨발 아저씨 귀먹었어요.
정류장 지나가기 전에 벨 눌렀잖아! 아 X발..
운전사
저런..어린 노므 자식이..
대학생
또..또..나이타령 X발...빨리 내려줘!
화가 난 운전사가 버스를 급정거하고, 대학생과 실랑이를 벌인다.
헬머니, 예전이라면 액션스타처럼 나섰겠지만 조용하다.
대학생
여하간 나이 많이 쳐드신 분들은 지 생각밖에 못한다니깐!
저기 할머니!
헬머니는 시선을 피한다. 기력이 없다. 콜록콜록...
대학생
당신도 마찬가지잖아! 이제 죽을 때 되니까 아들이 생각나디? 당 신 필요할 때만?
헬머니
!!!!
버스 안의 사람들이 하나 둘 고개를 돌리며 헬머니를 향해-
사람들
당신이 필요한 건 여기 없어! 당신이 필요한 건 여기 없어! (반복, 얼굴만 다른 사람들이지 목소리는 점점 승현이다)..여기 없어!
커지는 목소리에 움츠리는 헬머니, 시선을 피하다가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다. 시체처럼 뼈가 앙상한 얼굴.
입에서 기어 나오는 곤충들.
주현의 집(다세대 반 지하), 저녁
헉- 눈을 뜨는 헬머니. 꿈에서 깨어나 식은땀과 신음...
‘i am happy..나는 행복합니다..i am happy..나는 행복합니다’
공부를 하다가 잠이 들었는지 적막한 방 안에서 반복되는 테이프 속 목소리.
가슴이 쥐어짜듯이 아파오는 헬머니, 고통을 감추려 몸을 움추린다.
삐그덕, 얼굴엔 멍이 든 채 들킬세라 조용히 거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주현(도박장에 있던)이 보인다.
그때, 안방에서 힘없이 걸어 나오는 헬머니.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잽싸게 무릎 꿇고 두 손 드는 주현.
주현
(헬머니가 그냥 밖으로 나가자) ? 엄마! 엄마! 어디가?
동네 놀이터, 밤
놀이터를 가로지르는 헬머니, 쾡한 눈빛으로 답답한지 가슴을 탁탁 두드린다. ‘아이고..아이고..’
공원구석, 밤
부우-- 핸드폰 진동. 핸드폰을 꺼내 내동댕이치는 현식(이사장, 70세). 수풀에 떨어진 핸드폰 문자 액정.
『수신 문자 97통.
이사장님..어디 계세요? 제발 연락 좀 주세요...이사장님! 』
넋 나간 사람처럼 한 곳을 응시하는 현식, 검은 봉지에서 농약병을 꺼내 뚜껑을 딴다. 마시려하는데..
공원빈터, 밤
무거운 정적을 깨고, 저벅저벅 빈터에 등장하는 헬머니.
빈터에 서더니 허공을 향해, 벼락처럼-
헬머니
야이~ 호로자석야!!!!
욕을 터트린다.
(주변 상황들 Freeze Frame)
깜짝 놀라, 마시려던 농약을 왈깍 옷에 쏟는 현식(이사장),
경직된 채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헬머니
썩을 것! 시상이 그리 만만하디? 시상이 호락호락혀? 억울혀?
죽도록 버텨왔는디 아들이 안 알아중께
그래서 고것땀시 뒤지고 잡아서 이 지랄인겨?
구석에서 조용히 앉아있던 현식(이사장), 눈물이 핑 돈다.
헬머니
(자신 위로하듯 스스로에게) 이것아! 세상을 살아간다는거, 어쩌코 말하믄 내가 이 시상을 종칠날에서 하나썩 하나썩 빼묵음서 살아간다는 거제. 지꺼 지가 빼서 꿀을 볼라 묵든 똥을 볼라 묵든 엿장시 맘대로 허면 되겄지만.....아직 당당 멀었시야.. 이 모지라~ 이 모지라~
헬머니, 자신에게 위로하듯 욕을 해대자 눈물이 핑 돈다.
이사장도 그 욕을 듣고는 마음이 저려오며 과거가 문뜩 생각난다.
이사장
엄마...............
고향집- 과거 회상
보름달이 둥실 떠 있는 어둑어둑 밤. 모닥불 연기 피워 오르고,
달구새끼 꼬꼬댁..어린 이사장이 마당에서 밥을 걸신들린 듯 먹고 있다.
이사장의 어머니
애징간히 처 묵어야. 아따! 그 자석 허천나게 처묵네. (‘꺽꺽’..아들 의 목이 맥히자..등을 두드리며) 그랑께 살살 저서서 묵으랑께 그 냐. 작것이 말 안듣더만 잘 되아부렀다, 이 모지라~ 이 모지라~ (이 모지라~~)
다시 현재로, 율동공원
돌아가신 어머니와 헬머니의 말이 오버랩 되며, 울먹거리는 현식 이사장.
헬머니
(자신을 위로하듯) 이 모지라! 그것 가꼬 시방 지랄 염병하지
말자. 속창아리 든 사람이 머인지 아냐? 고건말여, 비단구렁이
젓가심에 꽉 찡겨 눈구녕 콧구녕에서 석달 열흘 피를 쏟아도
딱! 우둑혀니 서서 꿈쩍도 안허는 사람인거여..
노숙하던 또 한명의 인간 힙합뮤지션(데프콘 같은), 헬머니의 욕에 감명 받은 듯 잠을 털어내고 손바닥에 랩(욕)을 급히 받아 적는다. ‘비..단..구..렁..이.. 젓..’
헬머니
나가 어디가서 팍 죽어분다고 해도 시상은 앙꿋도 바꽈지덜 않어. 누가 눈이라도 꿈쩍하간디? 나가 살아있어야 무엇을 바꾸더라도 바꾸제. 안긍가? 산다는 거는 암또 몰르는 거여. 긍께 인생이 재밌제..알면 먼 재미가 있것는가? 암만.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뚝뚝 떨구는 현식(이사장),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욕쟁이할머니를 찾아보지만, 빈터에는 아무도 없다.
동네 놀이터, 밤
헬머니, 이제야 맘이 시원한지 걸어가며, 지팡이 한번 휘리릭- 돌리고는 노래까지.
(박상철의 ‘무조건’을 개사한 노래임)
나가 거식헐 때 후딱 불러조♬~
담박굴로 언능각께
못묵어도 조아 못싸도 조아
암쏘리도 안헐팅께
따른 노무덜이 나를 불르먼
한태기 생각도 안해부러
이녁이 나를 불러부르먼은
홀짝궁 허니 각꺼여♬~
이사장 병실, 오전
모니터 안에 CCTV영상(앞씬의 모습이 찍혀있다)이 보인다.
양피디
영상을 확보하긴 했는데..너무 어두워서..
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이사장.
이사장
내가 지금 찾고 있는 사람이 누군가?
본부장
(떨며)..이사장님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이사장
그러니까 당장 찾어! 어서! 니들 진짜 욕이 뭔지나 알어?
본부장, 양피디
...?....
본부장이 즉각 답을 못하자 열 받은 이사장, ‘당장 찾어~~’
날아가는 화병. 째쨍-
승현네 고급빌라, 낮
커피 잔들이 놓여있고, 헬머니와 승현처(미희), 장모, 그리고 백인영어선생(샘)이 둘러앉아있다. 두 손을 다소곳하게 모은 헬머니, 긴장한 빛이 역력하다.
백인선생
디유 켓 어 엑스피이언스 테이킹 어 베이비시터 비포?
헬머니
(눈치를 살피다가) 왓츠업 맨~ 유 도운트 더 퍽 빌리브 미..아이 퍽킹 익스피언스 테이킹 베이비스..맨~
백인선생
(욕설이 많이 섞여있자 인상을 찡그리며) 하우메니 이어스?
헬머니
..요 맨..메이비 퍽킹 메니 이어스 맨~.
백인선생
(의심스럽다는 듯) 메니 이어스? 후 아 유?
헬머니
(계속 강단있게) 헤이 맨~ 마이 네임 이즈 정..순..리...아이 라이 크 소주. 유 라이크 소주? 막걸리? 위스키? 원 드링크 포 달러 투 드링크 세븐 달러. 노 디스카운트. 잇츠미! Yo! ok?
백인선생
(한국말로) 어디 흑인 동네에서 술집 하셨어요? (장모를 보고 고 개를 내저으며) 이런 영어 배우면 큰일 나요.
헬머니
(작은 목소리로) 유..마더파더..
장모
소개소에 당장 전화해. 이 할머니 돌려보낸다고! 이것들이 어디서! 돈도 주지마!
주현의 원룸, 낮
소영(주현처)과 주현이 다투는 소리 새어나온다.
소영
또 화투를 쳐? 너 미쳤냐? 미쳤어? 돈은? 돈은 또 어디서 난거야? 훔쳤니? 아님 또 빌렸니? 나쁜 새끼야..
주현
너한테 빚 갚으라고 안 할테니 소리 낮추라고 했다? 엄마 들어!
소영
아이구....그래 그건 또 싫나보지?
바깥에 있던 헬머니도 사정이 궁금하다.
집 안에서 와장창 뭔가 던지고 깨지는 소리!
버스 안, 낮
뒷좌석에 나란히 앉은 아들 주현(반창고 얼굴)과 헬머니, 아이스크림을 둘 다 말없이 먹고 있다.
헬머니
니 아이스크림 내놔. 이거 맛없응께.
주현
싫어요.
헬머니
내 놔! (실랑이...뺏어간다)
주현
.....남이 먹은 걸 지저분하게.
헬머니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남이라고 했냐?
주현
....?....
헬머니
내가 그 돈 이 에미 피 같은 돈이라고 했지?
주현
......그런 말은 안했던 거 같은데..
헬머니
(인상을 끍으며) 남은 돈 내놔. 다 들었어.
주현
죄송해요..엄마..다 날렸어요..
헬머니, 바지춤에 찔러 논 머리핀을 뽑더니, 일자로 쫙 피고는...
아들의 허벅지에 폭- 찌른다.
주현
악!!!-----(버스 안의 사람들도 놀란다) 아...아...알았어요. 이백 만원 남았어요. 가방에 있어요.
헬머니, 머리핀을 돌린다.
주현
악!!- 삼백..삼백...삼백!!
헬머니, 머리핀을 폭- 뽑더니 창문을 연다.
아이스크림 속에 피 묻은 머리핀을 집어넣고는 밖으로 그냥 던져버린다.
율동공원, 오후
비둘기 떼가 푸드득 햇살을 가른다.
주현
..그래도 엄마, 장인어른 돌아가시면 적어도 5, 6천은 나한테 떨어 질거야..많이 아프셔..
주현과 깡소주 놓고 담배 빠끔거리는 헬머니.
헬머니
으메 이런 모지라. 쩌 잡것을 워따가 써묵으까나? 시상을 날로 묵 을라고!? 니는 머리빡은 존디, 왜 노력은 안허는거여?
주현
(화를 내며) 내가 한심해 보여?
헬머니
캭!(때리려다가 참는다)...머 어쩌것냐? 니 대그빡이 내 대그빡인디... 그래서? 솔직히 털어. 얼매나 더 필요한겨?
주현
1억은 있어야 유지가 되지..빚도 있고..
욕을 속으로 누르는 헬머니.
그 때 방송국 양피디와 조연출, 본부장까지 대동하고 공원을 찾아 헤매다가 바로 헬머니 옆을 지나치는데..
순간, 양피디가 헬머니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본다. CCTV의 주인공 같다.
양피디
할머니 혹시.. 며칠 전 밤에.. 이 공원에서 욕하셨죠?
헬머니
(당황하며) 잉? 뭐요? 형사요? 밤에 암도 없을 때 살짝 욕한 것 도 죄요? 워메 난 아닌디...
양피디, 본부장
(희색이 만연) !!!!
동네어귀, 오후
헬머니
아따..느작없다잉. 안한당께..그려!
졸졸 헬머니를 따라다니는 양피디.
양피디
제발 저희 좀 살려주세여~ 할머니는 정말 문화재세요!
헬머니
할일 되게 없다.
양피디
욕도 가치 있는 욕이 있다니깐요! 제발..
헬머니
개구락지 이빨 문대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나 바뻐!
조연출
(도망치듯 뒷걸음질하다가...작은 목소리로) 상금이~
헬머니/주현
!!!! (걸음을 멈춘다)
소쩍새가 부우- 부우-
율동공원 근처 골뱅이집, 저녁
소주잔 놓고 옥신각신하는 모자간.
주현
나..한번만 살려줘요 엄마..엄마가 여태 나한테 해준 게 뭐 있어? 상 금이 1억이라는데..한 방에 해결합시다. 사실 나 여기저기서 꾼 돈도 오천이 넘어요.
헬머니
이런 써글놈..안 한당께 그러냐!
주현
엄마..나도 새 생활 시작하고 싶어. 새 생활! 사업이다 뭐다 다 때 려치우고.....학생들한테 기타 가르치면서 음악교습소 조그맣게 하 나 차려서 착실히 살래. 응?
헬머니
(머뭇)..난.....난 흥분하면 안돼야...그럼 죽어.
주현
알아 엄마....당연히 흥분하고 그러면 몸에 안 좋지..하지만 흥분할 땐 흥분해야지 안 그래? 우리도 한번 제대로 삽시다!
헬머니
니 애미 아프당께!
주현
(버럭 화를 내며) 아 그럼 하지 말던가! 맨날 아프네..죽네..안 아 픈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 나도 빚쟁이들 때문에 오늘 내일 하는구만. 또 왜?
헬머니
(눈물을 닦으며) 머가 들어갔시야....어이..아줌씨..노가리반나만 주쇼.
주현
하실거죠?
헬머니
이런 써글놈이..안한당께!!
TV 속 예고편
긴장감 살리는 BGM과 함께,
전화상담원(20대 여자)
어젠 010-3342-2232번 쓰시는 명의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 까? 라고 물었다가 바로 개년소리 들었습니다.
인터뷰 화면 몽타쥬가 이어진다.
전 국가대표 축구감독
아니 가봉하고 비긴 게 그게 뭐 죽을죕니까? 한 경기 졌다고 감독을 경질하니 마니..
불법노동자(흑형)
(충청 사투리)..사장님 나빠유..술 취해서 욕하고 때리구유..
군입영대기자(짧은 머리)
(취해서) 내일 입대합니다. 그래서 예선에도 못 나가요! 국가가 나를 위해 해준 게 뭔데 군대까지 가라는 거예요? 니들이 뭔데!! (주변친구들, 옳소!!)
업소아가씨들
아니 정기단속이다 특별단속이다..우리는 어떡하라구요. 그렇게 단속하려면 술 먹으러는 오지 말던가!
(모두)..그 진상들한테 한마디 하러 나왔습니다. 이 개 **(삑 묵음)
화면을 가득 채우는 타이틀 ‘욕의 왕! (혹은 혀의 전쟁!)’
(긴장감 BGM) 검은 양복의 건달,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은 일진 고등학생, 비닐 앞치마 차림의 시장상인, 힙합욕쟁이(공원씬에 등장했던), 문신이 선명한 팔뚝의 뱃사람, 흰 가운을 입은 의사 등 출연자들의 모습이 설명자막과 함께 빠르게 지나간다.
방송국 로비, 낮
여경비
안된다니까요!!! 벌써 몇 번을 말씀드려요!
막무가내로 들어가려다 저지당한 헬머니와 주현, 소란스럽다.
얼굴을 마주대고 옥신각신.
여경비
예선 마감 이미 끝났어요.
주현
양피디님이 직접 오라고 했다니깐 그러네?
여경비
그런 분들이 차고 넘쳤어요. 밖에서 그냥 기다리세요.(덩치 큰 남 자 경비들을 부르며) 이분들 좀 밖으로 모셔다 드려.
헬머니를 툭 밀자-
헬머니
이런 빌어먹을 년이! 오메 입냄새여~~ 똥씹했냐?
순간 주변 분위기가 조용....사람들이 두 사람을 집중.
여경비
네? (붉어지는 얼굴)
헬머니
(주변 사람들 들으라는 듯 크게) 워매 거식헌 냄시~! 니 양발을 씹어묵었냐 워~매, 염병해 불것다 아조...니 주댕이에다가 오짐 싼 것도 아닐끄인디, 니 주덩치서 찌렁내 징해분다 이~?
여경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창피해 입을 가리며.
여경비
(울 듯)..이 할머니가! 몸이 안 좋아서 그래요! 몸이! (전화를 받는 척하며) 여보세요? 네? 네? (화장실 쪽으로 잰 걸음 달려간다)
‘욕의 왕’ 출연자 대기실 푯말을 발견하는 주현.
방송국 무대, 낮
차례로 무대에 올라 최종 예선을 펼치고 있는 참가자들. 무대 옆 긴장된 얼굴로 누군가를 찾듯 두리번거리는 양피디 보인다. 무대 앞 객석 높은 곳에 앉은 심사위원들, 긴 예선전이 피로한지 등 뒤로 몸을 기대고 파묻혀 앉아있다.
심사위원1
다음 시작하세요.
택시기사
(조명이 팍- 들어오자 긴장한 탓에) 씨벌... 씨이이벌... 씨이이이이이이벌...(제대로 욕을 하지 못한다)
cut to
아파트경비원 할아버지
니기미 지럴...다리몽뎅이를.. 확..마..마...니기미 니기미..
cut to
업소아가씨들(듀엣)
씹탱구리...개간나!
땅이 꺼져라 한숨 쉬는 심사위원들. ‘다음!’, ‘다음!’을 외친다.
cut to
전화상담원
어제 회사 그만 뒀는데요..우리 부서 과장한테 이 말만은 꼭 들려 주고 싶네요. 야 이 썅놈아 인생그렇게 살지마. 계약직이 니 노예 냐? 니 눈에는 내가 병신 핫바지로 보여. 개 좆 같은 놈이 회식은 무슨 회식이냐 씨발아. 마포대교에 자리하나 봐줄까? 미친놈아 쳐 뛰어내려 살지말고 좆잡고 반성이나 해 후빨 쩌는 새끼야. 존나 답없는 씨발아. 빈털터리 깡통만도 못하는 쓰레기 잡놈. 좆만한 새끼. 니가 그래서 안되는거야 삐뚜루빠뚜루 같은새끼야. 부덕이 발가락도 못미치는 새끼가 물만난 고기처럼 날뛰고 다녀 씹새끼 야. 어디가서 부모 없는거 티내고 다니지마 쪽팔리니깐..
흡족하게 웃는 심사위원들.
방송국 예선 대기실, 낮
대기실이 어색한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헬머니, 예선상대들을 둘러보는데... 고딩일진녀, 어시장상인, 건달(반달곰), 불법노동자 흑형, 자칼, 지하철막말녀, 힙합욕쟁이, 축구감독, 곱창집 주인 등 다양한 모습의 참가자들. 그 와중에 갑자기 터지는 큰 소리.
(소리)
시팔 잡것들아 조용히 해라!
헬머니 딱 보면... 조폭처럼 생긴 중년남성(반달곰),
여기저기 팔 휘두르며 위협하듯 행동한다.
반달곰
(여기보고) 관둬라이.. (저기보고) 씨벌 비켜... 어쭈?
어시장상인
건달 새끼... 병신이 덩치만 컸네.
반달곰
(벌떡 뒤돌아보며) 뭐..뭐여? 어떤 새끼야!
고딩일진녀
아 깜놀. 소리 지르기는... 좆나 놀랐네. 조용히 좀 하시지?
어시장상인
미친년 상치 뜯고 있네. 확 그냥 마 세꼬시를 쳐버릴라...
고딩일진녀
븅신. 넌 닥쳐.. 말할 때 좆나 부자연스러우니까!
불법노동자(흑형)
참으세유..벌써 싸우지들 마유..
곱창집 주인
확 창자를 덩굴째 꺼내서 피 쏙 빼고 순대 속 꽉 채워놓고 줄넘기 한다음에 싹둑 싹둑 잘라서 한볼테기씩 씹어먹을까보다~썅~
힙합욕쟁이
(비트박스를 불며) 헤이 요 병신 좆병신. 니주가리 씨빠빠. 걸레물고 온 입병신. 허풍떠는 좆병신. 헤이 Yo~ 준비나 할 것이지 왜 벌써 지랄들이세요? 완전 짜증.
불법노동자(흑형)
싸우지들 마유!
어시장상인
요 거기 꺼먼 놈! 너나 아가미 닥쳐!
불법노동자(흑형)
(흥분) 왓? 뻑!
흑형 옆 축구감독
(흑형에게) 니가 참어. 니가!
불법노동자(흑형)
니가? 니가(Nigger)! 디유 저스트 콜미 어 니거?
어시장상인
홍어좆만한 것을 사시미로 확 쳐발라버릴까보다!
나름 한가락 한다하는 참가자들이 너도 나도 거들면서 소란스러워지는 대기실. 하나둘 일어나 입을 열기 시작하고 몸싸움도 시작된다.
그때, 대기실 복도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양피디,
양피디
다들 닉네임 정해셨..?
문을 열자마자 쏟아지는 욕설 소리에 풀 죽었던 얼굴이 밝아진다. 참가자 모두가 모두에게 욕을 하고 있는 아수라장 아사리판.
‘꺼져 시방새야! / 개좆같은 새끼! / 시발아 깝쳐!..’
양피디 둘러보면, 구석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형사반장 자칼. 그리고 반대편 구석에선 헬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양피디
할머니!!!
마치 그 판을 지휘하고 있는 듯한 모습에,
양피디
기... 기대이상이야... 이건 마치... 지...지옥.. 헬...
무언가에 홀린 듯 종이에 ‘헬머니’라 적는 양피디.
방송국 화장실, 낮
현재의 모습을 감추듯이 거울을 보며 분장하는 헬머니, 쪽진 머리로 바꾸고 시골 할머니(일용엄니)처럼 꾸민다.
방송국 무대, 낮
‘(마이크) 시작하세요..시작하세요!! 닉네임이..헬머니? 시작하세요!!’
무대에 서있는 헬머니, 자신을 비추는 밝은 조명에 현기증이 나는 듯 눈살을 찌푸린다.
윽박투의 진행 마이크 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무대아래 초조해하는 양피디의 모습도 보인다. 마른 침을 삼키며 말을 시작하려는데 현기증이 멈추질 않는 헬머니, 손바닥으로 조명을 가려보지만 그다지 효과가 없는 듯.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무대 밖으로 터벅터벅 내려오는 헬머니. 양피디 다시 울상이 되고, 심사위원들 의아해하는데. 헬머니, 양피디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남방에 걸린 선글라스를 확 뺏어 든다. 그리곤 다시 무대로 올라간다.
천천히 선글라스를 눈에 쓰는 헬머니. 눈부심이 가시자 이제 천천히 숨을 고른다. 헬머니보다 더 긴장한 얼굴의 양피디. 그리고 심사위원들은 다시 순서를 재촉하는데...
심사위원1
못하겠으면, 넘어갈게요.
헬머니
......
심사위원2
다음!
이제야 스윽 고개를 드는 헬머니. 드디어 입을 연다.
헬머니
다음은 뭔 다음이여? 시부럴 잡것들 같으니라고... 높은 디 자빠져서 턱주가리 내밀고 내려다보니 좋아 디지것냐? 어떤 놈 욕잘하는 넘 돈줄까하고... 고상한척 엉덩이 지지고 있지만서도 결국 니놈들도 돈 벌자고 하는 짓거리들 아녀?
의자에서 등을 떼고, 안경을 추어올리며 집중하는 심사위원들.
봇물 터지듯 흘러나오는 욕사위.
헬머니
씨벌놈들이 무신 자격으로 심사를 하는겨? 니들도 한번 혀봐. 내가 함 볼라니께... 육시랄 놈들 확 대그빡들을 뽑아가지고 닷짜구리를 혀부까 어쩌까? 오죽 갈데가 없스믄 욕대회 심사를 하겄냐잉? 찮아다. 찮혀. 니들이 욕 맛을 알어? 니들이 알기는 개뿔을 알것다? 개 후라질 앰병할 놈들아. 니 할머니 빨통이나 더 빨고 와!
심사위원들
!!!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심사위원.
밝아진 표정의 양피디.
고급 한복집, 낮
화려한 한복들로 인테리어 된 고급 한복집. 최상급 사교의 공간이다.
정재계인사들의 사모님과 유명 연예인들의 모델사진이 걸려있다.
승현 장모, 한복집 여주인과 만담 중.
여주인
(우아한 척) 한 벌로 하시게요?
장모
(설설 기며) 삼송그룹 사모님이 이번 연찬회 때 입으신 거 참 패불러스하던데..저도 할 수 있을까요?
여주인
그건 저희 어머님께서 손수 하신거라..삼송그룹 사모님도 그렇고 옛날 친구 분들에게만 가끔 해주세요. 조금 있다가 저희 어머니 오시면 직접 물어보세요.
장모
(놀라며) oh my god! 장여사님..아니 장회장님께서 직접 오늘 숍으로 나오세요? 소문만 듣고 한 번도 뵌 적 없는데..어머 어머 아직 정정하시죠? 90이 다 되셨을 텐데..정말 영광이네요..서프라이즈..호호..
여주인 무시하듯 들어가고, 미희는 핸드폰으로 통화 중이다.
미희
(전화통화) 다른 아주머니는 며칠 집에 가셔서... 좀 부탁드릴게요. 네. 네.
미희를 못마땅한 듯 바라보고 있던 장모.
장모
(전화번호가 적혀진 헬머니의 사진을 툭툭 치며)
내일까지만 나오게 했지? 애까지 맡겨도 돼?
미희
인상은 좀 그래도 나쁜 사람 아닌 것 같애.
장모
그건 그렇고... (사이) 너 계속 할 거야...?
미희
뭘?
장모
너 요즘 계속 원휘 방에서 자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미희
설마 또 그 얘기야?
장모
요즘 그거 흠도 아냐... 이번에도 승진 못하면 원휘를
위해서라도 이참에 갈라서. 너도 너지만... 내가 답답해서 못 살겠어 내가.
무거운 얼굴의 미희.
승현 빌라 앞, 낮
장바구니 속에서 사과 하나를 꺼내 소매로 쓱쓱 닦는 헬머니,
누군가를 기다리듯 고개를 쭉 빼고 도로변에 나와 서 있다.
코너를 돌아나오는 노란색 (English nursery) 영어유치원 버스.
차량이 서기도 전에 차도 쪽으로 달려드는 헬머니.
끼이익- 화들짝 놀라 급정거하는 백인영어선생(샘).
샘
(인상 쓰고 과도하게 액션취하며) 헤이! 워치 아웃!
헬머니
돼아지 코푸는 소리혀고 있네. 뭔 아웃? 나보고 아웃하라고야? 사람이 먼저지 차가 먼저냐!? (영어를 테스트했던 그 백인선생이자) 오라 잘 만났다. 니가 여그 티쳐였냐? 한국말 잘 하등만! 한국에 왔음 한국말로 밥 먹고 살아야! 왜 남의 밥그릇에 와서 젓 담그고 지랄이여! 요 점만한 새캬! 미국산은 안먹응께 니 나라로 가라잉!~양키 고우 홈!!
샘
왓!!? 지저스~
헬머니
뭘 지저? 양키 고 홈 하라니깐 나를 지져분다고? 요론 써글노므 새끼가!! (..들고 있던 사과를 와작! 쪼갠다) 유워나다이?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목을 쭈욱 긋는다)
샘
!! (꿀꺽, 한국말로)...아...아니요~
선생님이 원휘를 내려주자, 쪼갠 사과를 내밀며 반가운 얼굴의 헬머니.
헬머니가 무서운지 선생님 뒤로 숨는 원휘.
원휘
(헬머니한테) 저리가! 저리가! 아줌마 냄새난단 말이야!
선생이 아이를 떠민다.
고급 한복집, 낮
담백하지만 기품 있는 생활한복을 입은, 백발이 성성한 장회장(장여사), 지팡이를 짚고 여주인(딸)과 이야기 중이다.
한복집 장회장
삼송그룹 사모한테 맞춘 걸 저도 해달라?..쯧쯧...뭐하는 여자야?
여주인
건물 장사하는 여잔데요, 경기여고 나왔다고 하던데..안되겠죠?
한복집 장회장
자네는 그걸 질문이라고 해? 쯧쯧...숍 청소는 자주 하는 거야? 저기 떨어진 쓰레기나 치워.
여주인
아..아까 그 사람들이 회장님 기다리다가 놔두고 갔나봐요. 집 안 일 하는 사람이 어쩌구저쩌구 떠들더니만..죄송해요.
꾸겨진 사진을 버리려는데...
한복집 장회장
잠깐!!! 그거 가져와봐!!!
부르르 떨리는 손가락으로 꾸겨진 사진을 펴는 장회장(장여사).
한복집 장회장
(놀라 동공이 열리고 말문을 잇지 못한다) 이...이..
빌라 근처, 오후
원휘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헬머니.
커다란 막대 사탕 두개를 양 손에 들고 빨고 있는 원휘.
헬머니
지 애비랑 똑같네잉. 꼭 두 손에 다 들고 먹어야 직성이 풀리재~
원휘는 그저 이 상황이 이상한지 쭈뼛거린다.
헬머니
이름이 뭐라고? 원이? (원휘가 고개를 가로 젓자) 원히? 원희? 원이?
원휘
원....휘!
헬머니
아...원히(결국 발음이 안된다)....긍께, 몇 살이여?
원휘
(손가락 다섯 개를 펴 보이며) 네 살...
헬머니
이 모지라...다싯개믄 다섯살이재. 다섯 살~ 이 모지라~
원휘
(재밌는지 따라한다) 이 모지라~
헬머니
으메 징한그..
원휘
(재밌는지 계속 따라한다) 으메 징한그~
손자와 노는 것이 즐거운지 한참이나 그윽한 눈빛으로 원휘를 바라보던 헬머니, 뭔가 생각났다는 듯 갑자기 표정 싹 바뀌며,
헬머니
근디 니는 왜 밥을 안묵냐이?
원휘
!!?
헬머니
자꾸 그러면 광에다 가둬놓고 숭늉만 줄라니까. 그럼 간장에 밥만 비벼도 그냥 목구멍이 메이도록 퍼 먹을틴디...밥을 먹어야 응가도 잘하고 그런것이여...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리가 없는 원휘.
원휘
아줌마! 나...집에 가서 아이패드 할래.
헬머니
뭔 패드? 남자가 남사시럽게 뭔 패드를 하고 논다냐? 그란 것은 여자들이나 하는 거여. 그라고 니는 내가 아줌마로 보이냐? 할머니여 할머니! 해봐..할머니!
원휘
아줌마..
원휘, 헬머니의 요구에는 아랑곳없이 맞은편 놀이터를 바라본다.
원휘
저거! 저거!
헬머니
잉? 뭐? 저거?
빌라 근처 놀이터, 오후
그네에 타고 있던 남자 아이를 억지로 내려놓는 헬머니.
cut to
원휘를 태운 그네를 밀어주며,
헬머니
귀한 자슥일수록 막 키워야 하는디... 그래야 오래 사는긴디... 먼지 한톨 없는데서 살믄 나중에 먼지 한톨에 병 걸리는 겨. 그냐 안그냐 원휘야?
원휘가 올려다보다가 그네에서 미끄러져 엎어진다. 울상이 된 원휘, 엎어진 채 일으켜달라는 듯 헬머니를 올려다보는데, 헬머니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다.
헬머니
응 일어나. 일어나.
당황한 원휘, 엎드린 채 헬머니만 바라보고 있는데,
헬머니
살다보면 자빠져도 보고... 그러는거여. 일어서면 되니께... 울다보면 웃음도 나고 바지에 똥도 묻히고 그라고 사는게 사는 것이여.... 금 쪼까 밟는다고 누가 죽인단가? 삼팔선을 넘어와도 살려주는디. 안그냐 원휘야?
일으켜주지 않고 알아듣지 못할 말을 계속하는 헬머니. 그러자 결국 혼자 일어나는 원휘, 여전히 울상에 울음을 터뜨리려는데.
헬머니
아녀.. 괜찮아. 한개도 안아파. 그쟈?
헬머니가 달래주지 않자 자연스레 울음이 쏙 들어간 원휘.
cut to
놀이터에서 신나게 노는 헬머니와 원휘...
(헬머니) 여시야 여시야 머더냐/ (원휘) 밥묵는다
(헬머니) 무신 반찬? / (원휘) 개구락지 반찬
(헬머니) 디졌냐 살었냐 / (원휘) 내 맘이제~’
헬머니
와따...잘한그. 금세 외웠네잉~ 지 애비닮아서 똑똑하네잉..
고인 물 튕기고, 흙 묻히고 엎어지고 일어나고 씩씩하게 잘 논다. 놀이터 벤치에 앉아 원휘를 바라보는 헬머니. 원휘가 놀다가 헬머니에게 다가오면, ‘가’를 땅바닥에 쓰고는..
헬머니
이 할미랑 인자 한글공부나 하자. 니 아빠도 일주일만에 다 끝냈시야.... 가!
옆의 나뭇가지를 주워서 던진다.
원휘
(큰소리로 복창한다) 가!
숨을 헐떡이면서도 나뭇가지를 따라 신나게 달려가는 원휘.
헬머니, 원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굿~~’
원휘
(나뭇가지를 가져오며)..한글 공부 다하면 정말 닌자고 사준다고 했지?
헬머니
으메... 징한 거이! 닌자곤가 뭔가 고것을 안 잊어먹고 나를 협박하네 잉..애려도 속이 말짱혀. 으메..징한거~
원휘
(또 따라한다) 으메... 징한 거이~
놀이터 위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데,
그 광경을 건물 어귀에 숨어, 몰래 지켜보고 있는 한 사람. 한복집 장회장이다.
승현 빌라, 저녁
온 몸에 흙이 묻은 채 집 안에서 아이패드에 열중인 원휘. ‘닌자고~닌자고~우리의 용사 닌자고! 닌자고!’ 노래를 따라 부른다.
헬머니
(된장국을 마무리 하면서) 고~ 고~는 그만봐야! 이제 씻고 밥 묵어야재. 할미가 된장국 끓여놨시야~ 머리 나뻐지것다. 너 밥도 안묵고 그라믄 할미 짤려야? 그럼 좋것냐? 빨리 먹고 할미도 좀 쉬자~
하고, 거실을 돌아보는데...집기 파손에, 낙서, 곳곳에 꺼내놓은 물건과 장난감으로 집 안은 엉망이다.
헬머니
!!! 오메 징한그.
원휘
(또 따라한다) 오메... 징한 거~ 이 잡놈 새끼야.
헬머니, 한숨을 쉬는데 선반에 위스키 한 병이 보인다.
원휘가 못 보게 몸을 돌려 한 모금 몰래 마시는데..꿀걱~
원휘
뭐해?
헬머니
!!! (쿨럭) 암 것도 아니여!
원휘
술먹었지?
헬머니
!!!..아니라니께!~
원휘
비밀로 해줄게..대신 닌자고 두 개. 알았지?
헬머니 고개를 끄덕이는데, 현관에서 벨소리가 들린다.
당황하는 헬머니, 원휘를 급하게 안아들고 주방으로 달려간다. 달려가다가 아이패드 리모컨을 밟자 빠른 리듬의 음악(닌자고..닌자고!! 혹은 한국을 빛낸 100인)이 연주되고, 그 연주에 맞춰 원휘를 씽크대에 앉히는 헬머니, 물을 틀고 세수를 급하게 씻기고, 집 안에 장난감, 잡동사니 제자리에 놓고, 음식물 쓰레기 치우고, 쏟아진 옷가지들을 쑤셔 넣는다.
cut to
뒤늦게 문을 열어주는 헬머니, 헉헉대며 긴장한 얼굴.
미희
안계신줄 알았잖아요....바닥에 물기는 또 뭐예요? 청소 제대로 안 하셨어요? (인상을 찡그린다) 짐 싸세요! 일당드릴테니.
헬머니
................
거실로 들어온 미희, 쇼핑백 몇 개를 현관 앞에 던져놓고 바로 원휘를 찾는데,
미희
원휘야! 원휘야!
미희 먼저 거실을 보고, 원휘 방을 열어보고 주방에 딱 들어서면...
큰 타월을 감싼 원휘가 말끔한 얼굴로 자기 손으로 밥을 먹고 있다.
미희
어머 원휘야? 밥 먹어? 어머!
원휘와 헬머니를 번갈아보며 깜짝 놀라는 미희. 원휘가 된장찌개에 비빈 밥을 먹는 걸 보자...
미희
된장찌개에? 어머, 어머!!
원휘가 밥을 긁어먹자...
미희
밥을 긁어 먹어? 혼자? 어머, 어머, 어머!!! 맛있어?
하는데 헬머니 눈에 식탁 밑, 원휘 발뒤꿈치에 아직 남아있는 진흙 자국이 보인다. 슬쩍 손바닥에 침을 묻혀서 닦아내는 헬머니.
맛이 최고라는 듯 엄마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귀엽게 치켜드는 원휘.
원휘
(헬머니 흉내를 내며) 굿~~
승현 빌라, 밤
원휘가 헬머니 다리를 베고 쌔근쌔근 자고 있다.
문틈으로 두 사람을 살짝 들여다보고 있는 미희.
cut to
미희와 함께 처음으로 거실에 앉은 헬머니.
미희
(전 씬과 달리 다정하게) 아깐 제 말이 지나쳤죠? 근데 어떻게 하신 거예요? 원휘가 많이 달라져서요..
헬머니
아니 뭐... 나야... 노는 거 지켜본 거지 뭐..
미희
애 밥 안 먹는게 엄청 스트레스거든요. 애가 민감해서 그런지 걸핏하면 밥도 잘 안 먹고 변비에 걸려서 며칠씩 응가도 안하고 배 아프다고 난리고..
헬머니
(혼잣말로) 지 애비하고 똑같구만.
미희
네?
헬머니
아니 뭐... 아그들이야 뭐 풀어놓고 뛰어놀고 해야 똥도 잘 나오고 그런 것이여. 흙도 먹고 먼지도 먹고 그래야 건강하다니께.
미희
그러게요. 오냐오냐 했더니 애가 집에서만 있으려고 하고..자기 멋대로 할려고 해요.
헬머니
둘째 가지믄 쓰겄구만. 동생 생기믄 형되는 겨. 금세 어른되는겨.
미희
...네... 어쩜 그렇게 잘 먹는지.. 할머니한테 음식을 좀 배워야 되겠네요. 호호...(사이) 저희 집에 더 계셔주실 수 있으시죠?
헬머니
!!
고개 돌려 잠에 든 원휘를 바라보며 씩 웃는 헬머니 얼굴.
빠른 비트의 음악이 시작되며...
몽타쥬
고급빌라 거실, 씩 웃는 헬머니를 두고 카메라 빙그르 돌면, 어느새 무대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조명을 받고 있는 헬머니.
-무대
헬머니
워매 저런 싸난년 쪼까 보소... 전갈 독침에 폭 찔려 몇날 며칠을 송장처럼 시름시름 앓다가 도마뱀 꼬리 짤라지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무신 가시앙년이 조로코롬 우악시럽당가? 깐딱허먼 입주댕이서 욕짓거리만 나오는 거시 똥차 호스에서 줄줄 똥물 새는 것 같구마이..거울 안보고 사냐? 얼굴도 똥색이여~
욕설을 뿜어내는 헬머니와 얼굴이 상기된 상대방(노스페이스 고딩일진녀).
-승현 빌라, 본격적으로 요리를 가르치는 헬머니. 옆에서 따라하는 미희.
헬머니
우럭 남은걸 시쳐서 쬐금 끼래~ 그 다음에 너울너울 행개~ 마늘도 쪼사셔 넣고 꼬치까루도 좀 넣고 그 다음에 머리 빼다구를 넣어. 그라고 몽창 끼래~ 앵간히 끼랬다 싶으믄 된장넣고 한볼테기 혀봐~
-‘가..나..바..사..나..다..’ 원휘가 헬머니 앞에서 어설픈 한글실력을 자랑 한다. 깔깔대는 헬머니와 미희.
-무대
헬머니
염병하니 말은 지지리도 안들어 처묵음서 밥 처묵기는 오질라게도 잘 처묵는갑네. 저 배때아지 보소..워메 묵잘 것은 입주뎅이로 잘 처묵고 나이는 똥구녘으로 쳐묵은 거시여? 너 무신 파여? 돼지파여?
헬머니의 머리 위로 켜지는 동그라미 불빛. 붉어진 얼굴을 감싸며 열을 참지 못하던 상대(대기장에서 으름장 놓던 조폭 반달곰). ‘야!!!’ 하며 헬머니에게 몸으로 돌격하다가, 되려 헬머니의 지팡이에 복부와 사타구니를 가격당하고 쓰러진다. 일어나 환호하는 관객들.
삼송그룹 회장실 등, 저녁
-인터넷을 도배하는 각종 기사 장면들, ‘그녀는 누구인가 헬머니’ ‘성역 없는 독설. 카타르시스’ 와 각종 댓글들 ‘헬머니 욕 좀 해주세요’ ‘속이 다 후련하다’ 등등 그리고 유튜브 패러디 영상들.
-TV를 보는 각계각층의 사람들. 아파트, 서울역 대합실, 군대내무반 등등
대형 TV 안 헬머니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어있고, 그 앞으로 고급한복집 장회장 여사(85세), 삼송그룹 이자경(82세)이 두 손을 꼭 붙잡고 TV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삼송그룹사모
(TV 모니터를 보며) 언니......
회의실, 낮
화면 속, 기사가 스크롤되다가 선글라스를 낀 헬머니 사진에서 정지되면, 프로그램 모니터링하고 있는 제작진들. 얼굴에 희색이 만연하다.
이때, 사무실로 급하게 들어오는 본부장, 벌써부터 소리를 지르고 있다.
본부장
벌써 방통위 경고 먹었어!! 사과문 공지에 벌금까지!!!!
놀라는 제작진들, 걱정하는 얼굴로 바뀌는데,,, 본부장 얼굴 밝아지며,
본부장
내면되지?!! 그깟 벌금! 시청률 봤지? 헬머니 나올 때 순간 찍는거 봤어? 9.8? 대박이야... 이거라고! 잘 하잖아 응? 계속해!!!
흥분한 본부장, 돌아나가다가 뭔가 생각난 듯, 양피디를 손짓으로 부른다.
양피디 다가오자, 다소 낮은 목소리로...
본부장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지?
양피디
네?
본부장
드라마를 만들어야지... 뭐하는 거야? 이보다 더 좋은 재료가 어딨어?
양피디
저희 대회는 대회 특성도 있고 참가자들도 꺼리고 해서 사적인 노출은 자제하려고...
본부장
하루 이틀 일해? 닥치고... 그 할머니 가족, 직업, 고향, 출신... 특히 죽은 남편이나 뭐 그런 거 있잖아? 왜? 알지? 파일 따로 만들어놔. 라이벌 구도 만들고.
양피디
아.. 그건... 좀...
본부장
(양피디 대답 무시하고 큰소리로 제작진들에게) 이대로만 해! 계속 고~!!!
방송국(8강 본선)
사회자
본선 무대부터 욕대결의 설정이 참가자들에게 주어지고, 민속학자이시자 문학박사이신 서정범교수님께서 해설을 직접 같이 하시겠습니다.
참가자들이 희뿌연 연기를 뚫고 중원의 무협 고수들처럼 무대에 등장한다. 한 쪽은 ‘지하철 막말녀’, 한 쪽은 경력 20년 형사반장 ‘자칼’이다. 그들의 욕하는 모습이 담긴 유투브 자료화면과 함께,
사회자(나레이션)
한 달 내내 각종 포털을 뜨겁게 달궜던 지하철 막말녀...강력범죄자들을 입으로 제압하는 형사반장 ‘자칼’..오늘 경기의 설정은...(로또처럼 통에서 구슬이 굴러 나온다) 자동차 접촉사고 현장입니다. (사고 화면 보여 진다)
지하철 막말녀
깜빡이는 집에 두고 왔냐! 어디서 끼어들어! 개새끼가!
사회자
막말녀! 역시 쏜살같습니다.
해설자
개새끼... 개의 자식, 개년의 자식. 본인 뿐 아니라 직계비속을 함께 낮추어 멸시하는 용어죠. 사실 본인 욕하는 것보다 부모 욕하는 게 더 참기 어려워요.
쏟아내는 욕과 함께 중계자와 해설자의 멘트가 오버랩 된다.
사회자
아무래도 그렇겠네요. 대결 이어집니다.
형사반장(자칼)
(웃으며) 이런 씹팔년이~ 쥐뿔도 모르는게..
사회자
씹할년..최고의 여성 비하 욕이죠?
해설자
네 맞습니다. 성매매 여성을 뜻하죠. 쥐뿔..쥐의 생식기를 뜻하는 거죠..그걸 모른다는 겁니다.
막말녀
좆나 깜놀, 에미없다 정말~
해설자
성기가 튀어나올 정도로 깜짝 놀랐다는 말이구요. 에미 없다...는 고아가 아니냐? 혹은 편부 슬하가 아니냐... 이런 뜻이 되겠네요.
자칼
(대수로운 상대가 아니라는 듯 손톱 때를 파며) 니 눈깔에는 실선 안보이냐? 도로교통법 14조 3항, 특정범죄가중처벌법 3조 13항. 백프로 니 과실이야..무식한 년아.
지하철 막말녀
(당황) 뭐..무식? 이 호구새끼! 짭새!
자칼
뽀로로 야동보는 소리 하고 있네. 그래. 썅년아!
해설자
썅년! 반상제도가 있을 때, 비천한 신분에 빗대어 상대를 비하하는 욕이죠. 양반은 아니라는 겁니다. 보통 상민 중에서도 노비를 지칭하는 말이 되겠습니다.
막말녀
노비요?
자칼
그래. 부덕이 몽고반점같은 새끼야!
이때 막말녀... 다음 말이 생각나지 않는지 머뭇거리자,
경기 종료 휘슬 ‘삐’소리를 내며 빨간불이 들어온다.
형사반장(자칼), 유유자적 손톱 때를 후~ 불고는,
다음 대기자들에게 날선 눈빛을 보낸다.
방송국(8강 본선 무대)
비트 박스와 함께 희뿌연 연기를 뚫고 힙합욕쟁이 등장.
욕하는 모습이 담긴 자료화면을 배경으로 지팡이 짚고 헬머니 등장.
통에서 구슬이 굴러 나온다. ‘프리스타일 배틀’
비트박스가 시작되고 포문을 여는 힙합 욕쟁이.
힙합욕쟁이
(리듬에 맞춰)..이 점같은 노인네. 에~~~~YO~ 잘들어봐 너와 나의 차이를. 너같은 노인네는 아무리 발악해봤자 내 발 밑에 있어. 지하철에 웬 노인네가 이리 많어. 자리가 다 니꺼냐. 우리도 다리 아퍼. 발바닥만 부비부비 거리면서 뭘 모르는 멍멍 거리는 개노인. 때려줘야 정신을 차리지 열중쉬어. 앞으로 와봐. 당신같은 노인네. 아무리 봐도 완전히 보는 자체가 고문. 듣는 자체가 고문. 아 귀썩겠다. 저리 좀 가봐. 냄새나. 당신들이 죽어야 우리도 살지. 유남생? 이 오빠가 보여주는 와쓰글. 이거나 느껴봐. 널 완전히 조롱! 해줄게 왓썸 빡커! 조용~ 하는게 좋아 완전 좆병신. 더 덤벼봐. 이 애새끼. 젖병무는 노인. 왓썸 퍽!
헬머니
뭐라고 하는 거시냐? 뭔 말인지 도통 모르것다잉...흑인들 말 흉내낸 것이냐? 그라믄 그것은 아니재. 한번 보여줄탱께 따라와 보더라고! 나도 음악 깔아줘봐!
힙합욕쟁이
??
헬머니
(비트박스가 나오고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내가 지금부터 하는 거 잘봐봐. 나의 리듬을 보여줄께. 이호로호모새끼~ 마 계석 뻐팅기믄 젓빱깜밥 새끼. 호로십구라새끼~ 납빠닥또 꺼무튀튀 자식. 지랭이 겨가냐 영낙읎써 영락없네 깜밥새끼. 꺼먹대다가 황천길 간다. 조케 꼬구라져 있스라꼬.(풋 쵸 핸썹!) 니미 종자가 틀려묵었어 니는! 시방 어뜬말 써브리야할지 대갈통이 껌해지재!(유노 홧 아임 세잉-) 긍께 자고로 어릴 쩍에 책좀 쌔간나게 읽으라했짠냐! 대갈빡아~ 욕은 씨바 어지간히 못하는 것도 아니고 씨바 어지간히, 저지간히, 오지간이, 오징어뒷다리같은새끼! 마 확! 걸어나가질마 집밖을 넘어스들 말라고~ 문둥이! 밥떠 어지간 못쳐묵꼬 다닛나 ! 어딧 모깃소리 쳐싸고 말도 쳐느린거시 무슨 욕한다꼬 씨브럴! 씨블딱거리지말고 꺼져부러! 쉣더퍼커! Yo!
힙합욕쟁이
!!!...(맨붕)
분양사무소, 늦은 오후
청약결과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좋아하는 승현.
백발의 부동산업자도 만족스러운 눈치다.
부동산 업자
이 동네 들락거린 게 벌써 몇 년이요? 대통령이 두 번 바뀌었네. 당첨되니까 내가 더 후련하네 섭섭하기도 하고...처가살이는 끝인거요? (허름한 승현의 구두를 보고는) 월급 받으면 이제 인생 좀 즐기슈..집에 매달리지 말고..
승현
세 번째네요. 대통령이 세 번째..
계약서에 사인하는 승현. (쓰윽--미소)
모델하우스, 늦은 오후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델하우스. 신발을 신고 방 안으로 들어가는 부동산 업자. 발자국이 바닥에 찍힌다. 승현은 신발을 벗고 방 안으로 들어간다.
부동산 업자
신발 안 벗어도 되는데?...
아무 대답 없이 방 안을 둘러보는 승현,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짓는다.
부동산 업자
방이 두 개 니까..한 방에는 부부 침실 쓰고 한 방은 애 방으로 쓰면 되겠네요..애 이름이 뭐라 그랬소?
승현
..방이 세 개인 건 매매가가 어떻게 되죠?
부동산 업자
젊은 사람이 집에 매달리지 말리니깐 그러네.. 왜 누구 같이 살 사람 있어?
승현
..........
재래시장, 낮
미희와 함께 수산물 장을 보는 헬머니, 이미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담겨있다.
헬머니
이렇게 직접 봐야 하는 것이 말여, 재료가 싱싱한지 보는 것도 중요한디 주인놈 눈깔을 직접 보는 게 더 중요하단 말여. 주인놈 눈깔이 썩었으믄... 십중팔구여. 파는 놈들도 딱 그짝이여.
미희
그래요?
주인의 얼굴을 보자, 시퍼렇게 멍이 든 생선가게 주인아줌마(40대).
헬머니
왜 그 모양이요?
옆 채소가게 아줌마
아이고 말도 마슈..망나니 같은 서방 때매 평생 일만하고 두들겨 맞고..입은 어디에 버리고 왔나 한마디도 못하고..쯧쯧..
헬머니와 미희, 안타깝게 바라보는데..술렁이며 헬머니 뒤로 모여드는 사람들. 신경 쓰여 돌아보면,
시장손님
혹시... 헬머니... 아니세요?
미희 눈치를 슬쩍 보는 헬머니.
헬머니
아닌디...
시장상인
에이... 맞는 것 같은데.. 선글라스 안 쓰고 나왔어요?
헬머니
어허... 거참... 아니라는디...
몰려드는 사람들로 주변이 어수선하다. 주위 반응이 의아한 미희.
누군가
헬머니 욕 좀 해주세요!!
헬머니
아녀.. 아녀... 나 아녀... (미희에게) 이리와...
미희의 손을 잡아끌고 시장을 급히 빠져나가는 헬머니.
물끄러미 바라보는 생선가게 주인아줌마(멍이 든).
승현 빌라, 저녁
쌓여있는 저녁 설거지, 테이블 위의 빈 찻잔.
눈이 껌뻑껌뻑 잠이 들락말락하는 원휘.
헬머니가 무릎에 눕히고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다.
‘(모짜르트 자장가) 잘자라..우리 아가 귀여운 아가...’
옆에서 지긋이 바라보는 미희.
미희
자장가 참 좋네요. 할머니 자식들 키우실 때 자장가 많이 불러 주셨나보다. 그쵸?
헬머니
그게 참..자식한테는 많이 못 불러줬구만. 어릴때나 잠깐 불러주고. 근데 한 번도 못 들었대. 내 자장가를..
미희
누가요? 할머니 아드님이요?
헬머니
뭐 그런 야그는 그만두자고. 느작없구먼. 애 아빠랑은... 어뗘?
미희
결혼생활이 다 그렇죠 뭐... 사람이 워낙 말이 없고 해서... 승진을 해야 될 때가 지났는데..계속 안 돼요. 장관님이 예전에는 데모도 하고 감옥도 갔다 오고 그랬다는데, 지금은 사람이 싹 변해서 뭔가를 계속 요구하나봐요. 정치하는 사람들은 돈 들어갈 데가 많대나...
헬머니, 머릿속으로 아파트 현관 앞 스쳐 지나가던 차량 안에서 보았던 박장관의 얼굴이 떠오른다.
헬머니
썩을 놈..
미희
예?
헬머니
아니여 아무것도..
미희
근데 애 아빠도 좋아하는 거 같아요.
헬머니
(응?) .....
미희
할머니 음식이요.
헬머니
(얼굴이 환해지며) ..그..그래?
승현의 방, 저녁
방문을 열고 아무도 없는 승현 방에 조심스레 들어오는 헬머니.
서적과 옷 등 승현의 물건들을 살펴보고 구석구석을 걸레로 닦는다.
승현의 사진 한 장을 주머니 속에 넣으려다가..다시 제자리에 놓는다.
빌라 앞, 밤
어둠이 깔린 길을 터벅터벅 걸어 나오는 헬머니.
한복집 장회장
(떨리는 목소리로) 저...정순아!
멀리서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걸음을 멈춘다.
헬머니
(고개를 돌리며) 누구...
한복집 장회장과 삼송그룹 이자경 사모.
얼음장 얼 듯 얼굴이 경색되는 헬머니.
털썩 무릎을 꿇는 장회장.
한복집 장회장
정순아! 용서해라...우리가 죽일 년이다. 정순아...(북받치는 감정에 눈물을 흘린다)
삼송그룹 이자경
언니! 정말 잘못했어요. 우리가 교도소에도 가보고 백방으로 언니를 얼마나 찾았는데..
한동안 멍하게 말이 없던 헬머니.
헬머니
...언니...동상...일어나쇼. 나이 들고 뭔 궁상이여.
다 지난 일이여.
한복집 장회장
우리 많이 미워했지?
헬머니
아따 그것을 말이라고 허요? (억지로 웃으며) 잡으믄 갈아묵고 싶 었지. 하지만 이젠 괜찮소. 언니들 덕에 인생 재미졌어.
한복집 장회장
우리가 뭘 어떻게 해줄까? 말만 해다오..
헬머니
이 이정순이! 언제 도움 같은 거 바라는 거 봤소? 그냥 살던 대로 잘 사시오. 난 됐응께. 다시는 찾아오지 마쇼. 나 또 사고치게 하 고 잡소?
하면서, 홀연히 사라지는 헬머니.
한복집 장회장
정순아! 정순아! 죽어도 우리는 이제 너 안 떠난다. 니가 용서할 때까지 매일 찾아올 거구만.
경찰서, 밤
형사
(자기소개서 한장 한장 넘기면서) 무자격자에다가..아주 노숙자까지 일을 시켜 먹었구만?
관련 서류를 컴퓨터에 입력하면서 문건을 작성 중인 형사.
헬머니가 과거에 찾아갔었던 직업소개소 소장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조사를 받고 있다.
형사
(헬머니 주민번호를 입력하다가) 어? 뭐야? 전과자까지 일 시킨거야?
소장
저..전과자요?
형사2
(헬머니의 사진을 보고 발걸음 멈춘다) 어? 이 할머니 티브에 나오는 그 할머니 맞지? (사진을 빼앗듯 낚아채 자세히 들여다본다. 씨익 쪼개며) 반장님 계셔?
불길한 음악과 함께...
방송국(4강 무대), 낮
조명이 서서히 음악과 함께 들어오고, 무게를 잔뜩 잡은 자칼이 등장한다.
사회자
현직 강력계 형사반장이죠. 촌철살인의 욕! 구로동 자칼!
머리에 노란 물을 들인 40대의 자칼. 형사임에도 양아치 포스가 흐른다.
반대편으로 선글라스를 낀 헬머니 보인다.
사회자
이번 대회 강력한 다크호스죠. 우승상금을 노리고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할머니.... 헬-머니!!!
표정변화를 보이지 않는 헬머니와 그녀를 보며 술렁이는 무대.
헬머니
아따 너냐?
자칼
어디서 아는 척이야?
헬머니
나? 나 니 에미!
자칼
무슨 말도 안 되는!!!
사회자
벌써부터 신경전 뜨겁습니다.
설정을 알리는 구슬이 도르르- 굴러 나온다.
사회자
이번 설정은...부부 싸움입니다. 자칼 형사가 남편! 헬머니가 그럼..
헬머니
밥 다 차려놨더니 아이고..또 술 쳐 먹고 들어왔냐?
사회자
선빵 날립니다.
자칼
좆...좆나 늙었네.
헬머니
좆나 늙었는데 왜 결혼했어? 후회하는 거여? 나 몰러? 나..벌교꼬막아가씨. 여봉~
자칼
말 잘했네. 벌교 꼬막아가씨라서 된장국에 꼬막 쳐 넣었냐?
헬머니
워메..저 오사할놈. 저 니주가리에 비싼 꼬막 쳐 넣어 해줬더니 말 하는 거 보소잉? 한방 맞아가지고 저승사자하고 하이파이브 하고 올래? 요론 호로자석아!
사회자
호로자식 나왔네요.
해설자
배운 데 없이 제풀로 막되게 자라 교양이나 버릇이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쓰이죠... 표준형은 후레자식입니다.
자칼
씨방새 날개짓하는 소리하고 있네. 119 실려가서 사이렌 소리 들려야 끝나지잉? 이런 화..화냥년!
사회자
자칼! 우선 급한 데로 막 던집니다.
해설자
화냥년... 정말 슬픈 과거가 있는... 병자호란 후에 적군에 끌려갔다가 정절을 잃고 돌아온 여자들을 지칭하는 말인데... ‘돌아올 환’자에 ‘시골 향’, ‘계집 녀’를 씁니다. 돌아온 여자라는 건데요. 이건 좀 슬프네요....
헬머니
머시다야? 화냥년? 워매~ 요고슬 기냥 확 볼라부러?
해설자
볼라부러... 전라도 사투리죠. 상대편 머리통에 똥을 바르겠다는 말입니다.
이때, 해설자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헬머니.
헬머니
나가 미쳤나? 볼를라믄 저 놈 낯빠닥에다가 볼라야제!
당황하는 해설자.
해설자
아.. 아... 저요?
헬머니
그려 나가 보고 있는 게, 니 말고 또 있어야?
당황하는 해설자와 사회자. 웃음을 터뜨리는 관객들. 사회자 당황해서 구로동 자칼에게 계속 진행하라는 사인을 준다.
자칼
이런... 개똥같은...
자칼 반격을 이어가려는데, 해설자 사회자가 끼어들 틈도 없이 꼬리를 물고 터지는 헬머니의 욕.
헬머니
워매 고걸 욕이라고 찌끄리냐잉... 엉덩이 한번 촉촉하게 맞아볼라냐? 대그빡 속에 머가 들었능가 한번 뽀개보고 잡당께. 텅 벼가꼬 앙꿋도 안들었을 것이여. 아..운동선수하다가 특채로 형사됐다고? 반에서 몇 등했냐? 아..꼴등?..아따 챙피한그..
자칼
(흥분) ....이런 미친 할망탱이가!!
헬머니
칼물고 뜀뛰기허냐? 잘허는 직거리여 잉? 조론 써글놈이 터진 주덩치라고 마누라한티 할망구라고 염병을 해싼네. 머시매 자석이 입으로만 일하고 뺀 묵고자고 묵고자고 허니께 고것도 허천나게 작구만잉~
자칼
(사타구니를 손으로 가린다) ..!!!...
헬머니
뭘 가리냐? 번떼기가 성님~ 하것다. 워매~ 조런 쪼만 것을 내가 어떻게 써 묵었당가?
자칼
!! 보자보자하니까 이런 사기꾼 할망구가!! 내가 모를 줄 알어? 어디 전과자가 창피한 줄도 모르고 여기 나와서 폼을 잡어?
헬머니
!!!!
자칼
어이! 개버릇 못주고 뭐라고 되는 것처럼 사기치고 싶은 모양인데..이제 끝났어.
헬머니
(당황을 감추며) 아따 그 텅 빈 대그빡이 욕 좀 먹어봉께 빙빙 도냐? 니가 봤냐? 내가 사기치는 거 봤어? 늙은 마누라 감빵보내고 그 뻔데기로 새장가 들라고? 아따 좋아라 하겠다. 쩌노무 입주댕이럴 깨고랑창에 온죙일 사쿠어서 지름에 빠삭빠삭 티겼다가 하구독으로 뽁! 쑤셔가꼬 우리 거식이헌티 물말아믹여불랑께!
흥분에 호흡이 가빠지는 헬머니, 욕을 멈추지 않는다. (점점 빨라지는 피아노 반주를 배경으로),
헬머니
아....코브라 독침에 물려갖고 악어 이빨에 씹혀 너덜너덜해진 몸뚱아리를 하이에나가 껌처럼 질겅질겅 씹다 버린거를 대머리 독수리가 홀랑 처먹여 봐야 뜨거운 맛을 알것다고? (계속되는 욕....끝이 안 날 거 같은, 점점 더 빨라지는, 쉴 새 없는 속도) 혓바닥을 뽑아갖고 레드카펫으로 깔아버릴랑께.
멍한 사회자와 해설자.
헬머니
(흥분하여) 이봐 해설자! 내 말 못 알아먹어?
귀에다 당나귀 좆 박았냐?!
뜨악하는 관객들의 쩍 벌린 입.
격앙되어 딸꾹질이 멈추질 않는 자칼 얼굴 위로, ‘loser’.
헬머니의 얼굴 위로, 폭죽과 함께 ‘결승 진출!’ 이라는 C.G. 가 뜬다.
‘사기야! 사기!’ 외치지만 스탭들에게 끌려 내려가는 자칼.
- 강력범죄와 20년, 모두 고개를 숙인다! 형사반장 자칼!!
- 떠오르는 다크호스, 동물과 곤충을 빗댄 욕! 구수한 욕의 대표주자 헬머니!!
- 사람을 꿰뚫어본다, 부산을 주름잡는 무당, 독을 문 혀, 자갈치 할매!!
- 수많은 욕설을 참아야했던 추심업체 전화상담원!!
탈락한 두 사람 얼굴 위로 엑스표가 그려지고, 헬머니와 자갈치 할매 서로 욕하는 모습 시뮬레이션 C. G.
유치원, 낮
친구들과 블록 놀이를 하고 있던 원휘.
서로 차지하려고 다툼이 시작된다.
싸움을 말리려고 선생들이 다가가는데,
원휘
이** 새*
선생들
!!!
원장
(인상을 찡그리며) 원휘 어머님 핸드폰 번호 있죠?
방송국 사무실, 새벽
이 곳 저 곳 빗발치기 시작하는 전화벨.
불은 밝혀있지만 사람이 아직 없다.
제작사 편집실, 이른 아침
밤새 화면 C.G.를 편집하고 있는 양피디.
편집실 문을 열며 들어오는 스태프.
스태프
피디님, 그때 본부장님이 말씀하신 헬머니 자료 말인데요.
양피디
아니 아니 아직 제대로 준비 안됐잖아... 일단 가지고 있어.
스태프
아니 그게 아니라..
하며 들고 있던 노트북을 펼쳐 양피디에게 보여주는데... 인터넷에 뜨기 시작하는 헬머니 신상관련 기사들. ‘전과 3범 - 공무집행방해, 특수폭행, 사기’ ‘본지 독점 - 욕의 왕 다크호스 헬머니 알고 보니 전과자? - 전과 3범 사기죄로 15년 복역’ 등등의 기사가 보이고 댓글이 수십 개 달려있다. 이어지는 기사 ‘브레이크 없는 케이블 - 막장 방송 막장 출연자 - 이대로 방송 괜찮은가?’
양피디
!!! 이런 씨..
조연출
(전화기를 건네며) 피디님..바꾸라는데요?
양피디
누군데? (없다고 하라는 듯 손을 내젓는데)
조연출
있다고 했어요..
인상을 쓰며 전화를 건네받자, 상대편 나이 많은 남자의 떨리는 목소리.
박장관
그 욕하는 할머니..본명이....본명을 알고 싶은데요?
편의점, 낮
얼굴에 피 멍이 든 주현, 편의점 구석에 서서 겁에 질린 채 누군가와 통화 중이다.
주현
맞어...맞어.. 그래 티브에 나온 헬머니가 우리 엄마여! 우승 따논 상당이여. 그래..그래..일주일만. 일주일만 기다려줘.
그때, 편의점에 설치된 TV, 모자이크로 가린 남자의 인터뷰 장면이 나온다.
자막 : 헬머니 특수폭행 피해자 강모(지하철에서 회 먹던 대머리 남)씨
‘그게 술병으로 머리를 때렸다니까요... 합의도 안한다고 해서 결국..’
김기자의 설명 이어진다.
김기자
헬머니를 안다는 사람들의 증언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동일 인물임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이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댓글 화면에 나가고 ‘헬머니 전에 오산 미군기지 앞에서 술장사 했는데... 맛깔났어요, 욕이요’ ‘국제시장에서 예전에 워크맨 팔던 아줌만데...’
김기자
모 정부부처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큰아들, 무직인 둘째아들 이렇게 두 아들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구요. 헬머니의 현재 직업은 가사도우미로 밝혀졌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사돈집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이웃 주민들과의 인터뷰 이어집니다.
입을 벌리고 놀란 주현.
정부청사, 낮
점심시간, 나이든 청소부 아주머니가 물 젖은 마대자루로 바닥을 힘겹게 닦는다. 하나 둘 들어오는 직원들의 흙 묻은 구두 때문에 다시 바닥이 지저분해진다.
책상에 엎드려있었던 승현, 어릴 적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던 날 밤의 거실바닥이 떠오른다. 마대자루를 빼앗듯이 아주머니에게 건네받아 바닥을 닦기 시작한다. 강실장이 그런 모습을 보고 비웃듯 일부러 이리저리 흙 묻은 구두자국을 내기 시작한다.
승현
!!!
강실장
장난해?
승현
예?
강실장
...이번 승진 건은 없었던 걸로 하자고 자네 장모한테 전화 왔어. 어떻게 된 거야?
승현
아니 실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승진 건이라니...
강실장
이 새끼 순진한거야 멍청한거야? 정신차리고 살어! 처가에 붙어서 기생하지 말고! 사람 가지고 노는 것도 유분수지. 내가 장관님한테 얼마나 무안했는지..이 돈 자네 장모한테 다시 갖다 줘 (돈뭉치를 바닥에 툭 던지며 비아냥)..듣자하니 자네 어머니라는 사람은 티브이 나와서 욕하고 그런다며? 너도 그럼 욕 좀 할 줄 알겠네? 그 욕 한번 배워보자?
승현
(아무 말도 못한다)....
강실장
지금 열 좀 받았을 거 아냐? 해봐! (아무 대답이 없자) 이 멍청한 새끼! 하라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새끼가 뭘 승진을 한다고..(신발자국을 이리저리 내며) 뭐 할 말 있어? 어서 해봐. 어서!
승현
.........
모두 칸막이 아래로 고개를 낮추고 적막해진 사무실 분위기.
강실장이 다시 나가고,
승현
(걸려오는 핸드폰 전화..) 네?
말을 잇지 못하는 승현.
아파트 공사장 앞, 낮
추적추적 내리는 비.
멍하게 아파트를 올려다보는 승현.
전화목소리(V.O)
그 부동산 놈한테 당했다고!! 당첨이고 청약이고 다 지들이 만들어낸 얘기야!!! 당신도 한 푼이라도 건지려면 어서 와!!
청약 플랭카드가 철거되고, 포스터들이 비에 찢겨 나뒹군다.
웅성웅성 소란스럽게 몰려있는 사람들.
실실 웃음을 흘리는 승현.
승현 빌라, 저녁
콜록콜록 몸이 안 좋은지 가슴 통증을 짓누르며 한숨을 내쉬는 헬머니, 세탁기에서 옷을 꺼내 원휘 옷을 빨랫줄에 정성껏 넌다. 거실에서 헬머니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장모(V.O.)
아줌마!!! 이리 좀 와보세요
cut to
고개를 빼고 나오는 헬머니, 쇼파에 앉아있는 장모.
헬머니
(쭈뼛쭈뼛) 무슨 일로...?
장모
여기 잠깐 앉아봐요.
헬머니 쇼파에 엉거주춤 걸터앉는데, 장모는 시선도 마주치지 않고 말이 없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침묵. 헬머니 참다가 말을 꺼내는데,
헬머니
저기...
장모
뭐요?
헬머니
제가 일을 그만둬야 될 것 같은디...몸이 좀..
장모
(썩은 웃음 픽) 왜요? 갑자기?
헬머니
아니 그게 사정이 생겨서..
장모
원휘가 유치원에서 친구들한테 욕을 했다는데? 사투리로. 애한테 욕 가르쳤나보지? (방을 향해) 얘 이리 나와봐!
미희가 나온다. 헬머니 시선을 피하며 장모 옆에 앉는 미희.
그때 어깨가 축 늘어진 승현이 집 안으로 들어온다.
거실에 어색하게 앉아있는 헬머니와 장모, 미희.
냉랭한 분위기. 아무도 말이 없다.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직감하는 승현.
장모
자네도 여기 앉아보게.
승현
......
장모
할머니!
헬머니 대답 없이 장모를 올려다보면,
장모
아니 사돈이라고 불러야 되나?
헬머니
...!!...
승현
...!!...
장모
왜? 뭘 놀라요? 다 계획한 거 아냐? 게다가 뭐? 전과 3범?! 사기에 공무집행방해, 특수폭행?
놀라는 헬머니. 놀라는 승현. 말없이 무거운 표정으로 앉아있는 미희. 그리곤 리모컨을 들어 TV를 트는 장모. TV 속 욕의왕 대회에서 신나게 욕하는 헬머니 모습이 나온다.
승현
아니 저 그게...
장모
동네 창피해서 내가. 들여앉힐려고 그런 거야 뭐야? 도대체 이해가 안 되네? 이거 사기 결혼이야... 알아?
승현
아니... 장모님 그게..
장모
장모라고 부르지도 마! 우리집안이 그렇게 우습나?
승현
......
장모
이제 와서 이야긴데 자네가 뭐하나 봐줄게 있어?
가슴이 답답해오며 통증을 느끼는 헬머니.
승현
......
장모
말 잘 듣고 입 다물고 있는 거 딱 그거 하나였는데.... 이제보니까... 다 이런 짓을 벌일려고 그런거야?!
순간, 쌓아둔 화가 쏟아지는 헬머니. 목소리톤이 높아진다.
헬머니
듣자듣자 하니께.. 뭐여?
장모
(놀라며) 뭐...?
헬머니
야가 부리는 사람이여? 말 잘듣고 입 다물고 뭐가 어쪄? 얘가 당신 머슴이여? 사위아녀? 어렵지도 않은가배? 시불헐...
승현
이정순씨! (화를 누르며 큰소리로) 그만 하세요!!
어른들의 큰소리에 잠에서 부스스 일어난 원휘가 거실로 눈을 부비며 나온다. 구석에 서 있어 아무도 원휘가 나왔는지 모른다.
원휘
엄마..엄마...나 배아퍼..배아퍼..
장모
어머... 뭐? 시불.. 뭐?
헬머니
내가 말을 안 한 것은 잘못이지만... 그래도 사돈인디 말이 너무 심하잖여?
장모
사돈? 사돈? 아이 그러세요? 이혼시킬거야..divorce!
근본이 어디 가겠어? (승현에게) 이제 그만두게... 아주 지긋지긋해.
승현
아니.. 장모님...
장모
서류는 다 돼있으니까 도장만 찍으면 돼.
헬머니
뭐... 뭐여?
승현
장... 장모님!
장모
장모라고 부르지 마라니깐. 짜증나고 창피해! 그간 우리 음식 훔쳐가는 것도 모자라서... 집안을 훔치려고? 원휘는 우리가 키울테니 그렇게 알고...
원휘
(울듯이) 엄마..나 배 아퍼..배 아퍼..
미희
그래..그래..엄마가 응가해줄게..잠깐만...
승현
원휘 엄마...
미희
...(주저한다)어?
장모
(불호령) 넌 가만있어!! 끝이야! 끝!
미희, 어찌할 바를 모른다.
헬머니
(자세를 고치며) 나가 나가 잘못혔소. 아까는 욱하는 마음에 그만... 그게... 우리 아이가 무신 잘못이 있소... 이혼이라니? 원휘도 있는데...
장모
뭐하는거야? 욕할 땐 언제고? 지금 나랑 장난하는거야 뭐야?
헬머니
나... 나를 없는 셈 치면 되지 않것소. 나가 사라져서 다시는 안나타날라니까.. 제발. 내가 빌라믄 빌겠소. (무릎꿇으며 울먹인다) 암만 그까지꺼... 승현이는 암것도 몰랐고 나가 그저 손주 보고 잡아서 그냥 한거인디.... 제발... 제발이요..
차마 아무 말 못하던 승현, 헬머니가 무릎까지 꿇자 입술을 앙다물더니,
폭발하듯 손에 들고 있던 책을 확- 던진다. 와장창- 깨지는 유리 선반!
부르르 떨며 헬머니를 노려보는 승현..밖으로 뛰쳐나간다.
헬머니
승현아! 승현아!
헬머니가 울먹이자 원휘도 울먹거리다가, 승현이 문을 쿵 닫고 나가자 울음을 터뜨린다.
헬머니
아니여. 아니여. 왜 우냐 왜 울어..어른들 장난하는 거여..울지마라.. 배 아퍼? 할미가 응가 시켜줄게...어서 치깐에
가자..뚝...
하며 안아주려는데, 낚아채는 장모.
승현장모
어딜 만져! 당신도 어서 나가! get out!!!
헬머니가 주섬주섬 옷을 챙겨 나가려 하자,
원휘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가지마..할머니..할머니..가지마..
‘할머니..할머니...’ 사운드가 오버랩 되고..
지하철, 밤
넋이 나간 얼굴로 앉아있는 헬머니. 창밖에서 들어온 불빛이 헬머니 얼굴에 번쩍거리고... 한참이나 멍하게 앉아있는 헬머니. 이때, 10대 여고생이 헬머니를 힐끔힐끔 쳐다보다가, 조심스레 다가와 말을 건다.
여고생
저기...헬머니? 귀에다 당나귀 좆 박았냐?!
헬머니
!!
여고생
(얼굴보고는) 꺄- 맞다 헬머니! 전 완전 헬머니 팬이예요! 사람들이 뭐라고 그래도 전 헬머니 믿어요! 진짜요!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수군대는 사람들.
지하철에서 성급하게 내리는 헬머니.
여고생
(멀리서) 헬머니! 화이팅!!
계단 위로 사라지는 헬머니.
주현 원룸, 밤
헬머니가 아무리 승현의 전화번호를 눌러도 ‘없는 전화번호입니다.’라고만 나온다. 걱정이 되는 헬머니. 소영이 눈치 없이 신나는 노래를 틀어놓고 흥얼거리며, 헬머니 앞에 끓인 라면을 내민다.
소영
이거 신라면인데...삼양라면 좋아하시면 삼양으로 끓여드려요?
헬머니
.....작년 겨울에 감빵에 보내준 오리털 파카 말이여? 오지게 따뜻했시야...이..정..순..하고 소포에 크게 이름이 써져서 들어오믄 다들 얼매나 부러워하던지..
소영
작년이요? 우리 오빠는 작년 겨울에 베트남에 일하러 갔었는데? 우린 아니예요 어머니.
헬머니
........?........(이. 정. 순 씨! 하며 차갑게 자신을 부르는 큰아들 승현이 떠오른다)
그때 쿵 쾅! 흥분한 채 집 안으로 들어오는 주현, 버럭 소리친다.
주현
가정부? 식모?.... 형네 집에서? 거기서 그걸 하고 싶어?!!
헬머니
!!!
주현
좋아. 좋다고. 근데 형만 아들이야? 엄마는 왜 형한테만 그래? 무슨 죄지었어? 엄마가 해준 것도 없지만 지가 뭐 우리한테 해준 건 있어? 엄마는 같아도 나하고는 씨가 다르다고 딱 짜르던 위인이야 그놈이!!
헬머니
주현아... 형한테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여.
주현
형 좋아하네..형한테 피해 갈까봐 이제 대회고 뭐고 그만 둘꺼지? 안 그래?
헬머니
......(가슴이 아픈지 가슴을 부여잡고는, 약봉지에서 약을 꺼내 밖으로 나간다) 콜록콜록..
소영
.!!..(헬머니의 약봉지를 걱정스레 바라본다)
주현
어딜가? 또 도망치면 다야? 엄마! 엄마! (홧김에 주변에 있던 기타를 박살낸다)
저 멀리 골목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헬머니.
병원 진료실, 낮
주현과 소영
..........네???
헬머니의 커다란 약봉투를 세밀히 펼쳐보는 중년의 의사.
의사
심장근육이 망가져서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먹는 약인데..심 장마비도 몇 번 왔을테고 (서류를 뒤적이며) 연세가 내일모레 구 십이네요?
가슴을 쥐어 잡고 힘들어하던 헬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주현
죽는다...던가 뭐 그런 건 아니죠?
의사
이식 못 받으면 힘들죠. 1년 안엔 받아야 돼요. 이런 B형 심장은 잘 없어서 지금 대기해도...
주현
!! 힘들다뇨? 죽는다 이거요?
의사
(아무말 없이)...이런 약을 쓸 정도라면 입원하셔서 안정을 취하시는 게 좋습니다..절대 흥분해서는 안돼요.
주현
!!!
주현이 엄마와의 과거 대화(골뱅이집) 내용이 생각난다.
헬머니
..난.....난 흥분하면 안돼야...그럼 죽어. 니 애미 아프당께!
주현
(버럭 화를 내며) 아 그럼 하지 말던가! 맨날 아프네..죽네..안 아 픈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
멍한 표정의 주현.
방송국 스튜디오, 저녁
방송국 밖에서는 ‘방송 중단! 욕문화 척결!’, ‘범죄자는 안 된다. 건전 방송 회복하자!’을 외치며 ‘정신개조국민연합회’ 소속 건장한 아저씨들과 힘세 보이는 남자노인들이 오래된 군복을 입고 시위중이다. 정문 경비를 몸싸움으로 밀치며 방송국으로 들어 오려한다. 후당땅땅 으샤으샤-
cut to
방송국 스튜디오 카메라, 붐 카메라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돌아가고,
카메라 모니터에 불이 들어온다.
헬머니의 대기석은 여전히 비어있고,
양 피디 초조한 듯 시계만 바라보고 안절부절.
양피디
아이....나 미친다.....테입 돌았는데 (방송 시작했는데)...
공중전화, 저녁
헬머니가 초조한 표정으로 승현의 전화번호를 눌러도 여전히 ‘없는 전화번호입니다.’라고만 나온다. 전화를 끊자마자...부르르..누군가에게 오는 전화.
다급히 전화를 받는 헬머니.
헬머니
승현아!
미희
(떨리는 목소리) 저..저예요...원휘 엄마..승현씨 어디 있는 줄 아세요?
헬머니
..........
미희
계속 연락이 안돼요 (울먹이며)....회사에서는 점심 먹으러 나갔다가 며칠째 복귀를 안했다고 하고.....엇그제 원휘 잘 부탁한다고 메시지 온 게 끝이에요... 승현씨 어떡해요?
통화 도중에 계속 원휘가 칭얼대자, 그만 좀 하라며 소리를 지르는 미희. 앙- 울어버리는 원휘. 미희도 따라 울음을 터뜨린다.
(전화를 끊고) 멍한 눈빛으로 차들이 다니는 4차선 도로를 터덜터덜 무작정 건너가는 헬머니. 빠아앙-
방송국 로비
군복을 입은 ‘정신개조국민연합회’ 소속 중장년 아저씨들이 방송국 로비에 서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구호를 외치며 시끌벅적하다.
양피디
(불만스럽게) 아예 기름을 부어라..엎친데 덮친격이구만...
안절부절못하는 얼굴로 시계 봤다가 입구를 봤다가를 반복하는 양피디.
조연출이 고개를 푹 숙이고 나타난다.
양피디
끝.. 난거냐?
조연출
좃 됐어요.
양피디
그 망나니 같은 노인네. 내가 만나기만 하면 그 썅..
그때 누군가 뒤에서 툭 친다. 돌아보면... 헬머니다.
양피디
어머니!!!
헬머니
(가쁜 호흡을 진정시키며) 지난번에 방송국 구경 다닐 때 방송국에서 사람도 찾아주고 그런다고 했지? 나 사람 좀 찾아줘.
양피디
당연하죠!! 빨리 의상 갈아입으세요! 방송만 끝나면 곧장 사람 찾아 드릴께요. 어서요!!!
헬머니
약속한거(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헬머니를 붙잡고 급히 대기실로 이동하려는 양피디, 누군가를 보고 얼어붙듯 걸음을 멈춘다. 반대편 복도를 걸어오는 자갈치 할매! 무당 옷을 걸쳐 입고 황갈색 눈빛을 희번뜩거리며 주변을 압도한다. 긴장한 헬머니, 심장이 심하게 뛴다. 시선을 피한다.
(놀란 목소리만)
헬머니도 상대가 안 된다고!?
살벌한 자갈치 할매(보살) 대기실 앞
대기실 앞에서 서로 먼저 들어가지 않으려 설전 중인 조연출들.
조연출1
니가 경상도 자갈치 할매 직접 봐봐..티브랑은 달라..완전 포스 작 렬..새캬..무당이라 사람 과거 다 꿰뚫어보고! 욕먹고 있는 거 옆에 서만 지켜봐도 숨이 턱턱 막힌다니까. 헬머니는 순한 양이야. 양....지 난번에 화투치는 설정 들어간 준결승 직접 안 봤어? 상대가 먼저 청 단을 했거든..근데 갑자기 필요도 없는 패를 먹었다고..
(과거 장면 인서트)
무당 옷을 입은 자갈치 할매가 화투 패를 집어던지며 날선 욕(특수 음향 효과)을 상대편 –전화상담원- 에게 쏟아내자, 상대방의 눈이 풀리고, 바지에 오줌을 지리고, 귀가 시커멓게 썩어가더니 벌레가 기어 나온다. 당시 근처에 있던 조연출의 귀에선 뻘건 피가 뚝뚝 떨어진다. 스튜디오에서 실려 나가는 상대방들 (전화상담원을 비롯한 3명의 몽타쥬).
조연출2
혀에다 독 묻힌 거 아니야?
조연출1
(귀에 반창고 붙인 채) 엠블란스만 세 번째야..
조연출2
있긴 있구나.
조연출1
뭐가?
조연출2
사람을 죽이는 욕이...
헬머니 대기실, 저녁
성경과 불경을 내미는 양피디.
양피디
이번 결승 설정이 목사와 스님이 말싸움 하는 설정이거든요.
..사실 미리 말해줘서는 안되는 건데요. 어머님 나이도 나이고..
워낙 상대가 상대인지라....방송이란게 다 이런 거 아시죠? 어머 님? 어머님!
헬머니
(넋이 빠져있다가)..응?..그래..그래
양피디
?
탁자 위의 성경. 사이렌 소리-
승현네 고급 빌라 앞, 저녁
조용한 고급 주택가에 경찰차가 와 있고, 원휘를 안아 달래며 얼굴이 벌겋게 퉁퉁 부은 미희가 경찰 몇 명과 빌라 앞에서 이야기 중이다.
빌라 주변에 정차되어있는 대형 벤츠 차량 안의 한복집 장회장과 삼송그룹 이자경 사모,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비서가 차 안으로 들어오더니, 다급히 귓속말을 하자..
한복집 장회장
(놀라) 승현이가? (삼송그룹 사모에게) 자네 경찰청장하고 친하다 고 했지?
자동차 안, 저녁
어둑하고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골목길 구석의 소나타 한대.
가게에서 연탄을 사 들고 나오는 승현.
자가용 안으로 들고 들어간다.
승현네 고급 빌라 안, 저녁
원휘가 ‘배 아퍼..배 아퍼..’ 간이 변기 위에 앉아서 힘을 써보나 소용이 없다. 식은땀을 쥐어짜며 힘들어한다. ‘똥꼬도 아프단 말야..’
미희
(울먹이며) 그럼 어떻게 하라고! 원휘야 변비라 그래. 아파도 힘 더 줘봐.. 어서! 엄마 좀 도와줘..원휘야..
헬머니 대기실 기도
아무도 없이 외롭게 앉아있던 헬머니, 탁자 위의 성경을 조심스레 펼친다. (감옥에서 기도하던 시절-모습-이 겹친다)
헬머니
쩌그 욱에 기신 울아버지...아부지 허고 잡은 거이 쩌그 욱에서 맨 치로 여그서도 되부소서.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린다) 우덜헌티 해꼬지헌 노무들을 우덜이 싹 다 눈감아 준대끼 우덜이 잘못헌 것 을 눈깜아 주시고라. 우덜이 잘못된 질로 안빠지게끄름 해주시고 요.(말을 잇지 못하고).....아부지..빠져부럿구만이라..이미 깨랑창에
빠져부렸소.
자갈치 할매(보살) 대기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경상도 자갈치 할매, 대기실 안을 무당 집처럼 요란스럽게 꾸며놓았다. 집안 식구들도 들떠 있다. 김밥을 먹고 있는 식구들.
며느리
어머니! 어머니! 간식 드세요! (대답이 없자 커튼을 열어보는 데) 악!~
옷가지를 바닥에 모두 펼쳐놓고, 무당 옷을 거꾸로 입은 채, 정신나간 듯 이죽이죽 웃고 자갈치 할매.
며느리
여보! 여보!
cut to
치매에 걸린 경상도 자갈치 할매를 배경으로, 두 사람의 밀담.
며느리
어떡하지? 참가기준에 걸리지?
남편
.................
그때 자갈치 할매(보살),
자갈치할매
썩 물러가라! (치매 덕에 황갈색 눈을 번뜩거리며 평소의 10배 속 도로 폭풍 같은 욕을 쏟아낸다.) 이 노무새키 이거 씨베리아 같은 새키 이거 콱 차 지기뿔라 이자식 이거 말 드릅게 안들어쳐묵네 시뻘건 부지깽이로 거시기를 확 마 지져버릴까부다 개눔의 씨끼! 어디 이새키가 임마 어른한테 눈까리 찍찍 까고 있나 마 눈까리 돌가 뿔라 이노무자식 썩 물러가라!!!....
남편
(김밥이 목에 걸려 켁켁 대지만) !!! (득의의 미소~)
‘빨리요! 빨리!(V.O)’
막힌 길 택시 안, 저녁
꽉 막힌 강변북로.
더 빨리 달리자며 택시 안에서 재촉하는 주현. ‘빨리요! 빨리!’
이사장 병실, 저녁
방송본부장
방송심의위원회에서 경고가 떨어졌고....국회의원들도 앞으로 방송 제작예산을 줄인다하고.....주종동 3대 일간지도 난리고 이런 말씀 송구스럽지만...헬머니 문제도 있고 방송은 일단 중단하는 것이..
침상에 누운 이사장, 방송 본부장의 이야기를 끊으며,
이사장
우리 어머니가 참 그리워. 쌀 서 말 팔아서 간밤에 서울로 올라가 려는데 어머니한테 딱 잡혔지뭐야. ‘이런 육시랄놈아..나가서 뒈져 라’..하고 또 쌍욕을 하시더라고. 근데 말이야..욕을 먹는데.. 눈물이 나......그런 게 예술 아닌가? 열일곱에 서울로 올라온 후로는 그게 뭔지 생각이 안나. 맵고 짜고 서럽고 웃기는..이 세상사는 맛...
방송본부장
..........
이사장
난 어머니가 그리워.
방송본부장
네?
이사장
결승전 진행해!...주제는 내가 정한다.
자동차 안, 밤
승현, 담담한 표정으로 연탄을 꺼내 옆자리에 둔다.
라이타가 켜지지 않자 차량 씨가잭을 켜는 승현.
동시에 켜지는 차량 내 라디오(DMB 모니터).
(음악과 함께 사회자의 들뜬 목소리)
무대 열어주세요~~
TV 앞에 모여드는 사람들, 밤
아파트 안, 바닥에 누워 TV를 보는 마초 남편이 걸레질을 하는 아내(눈에 멍이 든 생선가게 아줌마)를 발가락으로 툭툭 찌르며 ‘야! 다방커피!’
TV 안 아나운서 목소리
대망의 결승~~~ 저주받은 입, 이 욕을 먹고 쓰러지지 않은 자가 없다.
군대 내무반 안, TV를 기대에 찬 눈빛으로 보고 있는 선임병사들. 신참 이병(TV 예고편의 입영대기자)은 벽을 바라보고 얼차례 자세. 툭툭- 머리를 때리면서 가는 선임들.
TV 안 아나운서 목소리
칼 같은 욕으로 예선전을 평정한 자갈치 보살 할매 VS 어두 운 과 거와 쓰라린 아픔을 딛고 구십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현란한 욕 을 구사하는 헬머니! 곤충과 동물을 빗댄 욕으로 재미를 봤는데요.. 오늘은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 궁금합니다.
(인서트) 학교, 교도소, 택시 안에서도, 박장관도, 삼송그룹 사모와 한복집 장회장도 TV 모니터 앞으로 모여든다.
방송국 무대(결승), 밤
드디어 무대가 열리고, 두 명의 결승 후보가 제공된 마스크를 입에 착용하고 등장한다. 헬머니가 등장하자 일부 야유소리..
아나운서
과연 오늘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오늘도 서정범 교수님께서 해설 로 나오셨습니다.
해설자
이번 마지막 결승전의 설정은(메모지가 급하게 전달된다..) 본 방송 사 이사장님께서 직접 정하셨는데요...바로 엄마와 아들입니다.
양피디, 헬머니
!!!!
해설자
세상에서 사랑만으로도 부족한 이 모자관계를 과연 욕 대결로 승 화하여 누가 우승을 거머쥘 것인지.....
양피디
뭐야? 설정이 바뀐거야!!?
조연출
본부장이 양피디님 어디 갔냐고...세팅 빨리 바꾸라고 해서.
양피디
씨-
자갈치 할매는 상자 안에서 ‘아들’을 뽑고, 당황한 헬머니는 ‘엄마’가 적힌 구슬을 뽑아든다. 얼음장 같은 침묵~
병실에서는 이사장이 TV를 통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시작을 알리는 부저소리 ‘띠~’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자갈치 할매가 헬머니의 눈을 노려보며(과거를 읽어내듯 훑어보며) 포문을 연다.
자갈치 할매
엄마야...이기이기 젊을 때 남편 잡아묵고 여태 살아있나?
헬머니
!!!
사회자
아..(감탄하며)..또 상대의 과거를 꿰뚫어보는 신들린 욕 들어갑니 다. 마치 진짜 아들로 빙의된 거 같습니다. 처음부터 잔인하네요.
자갈치 할매
우리 자식들 앞날에 싹 낀 먹구름아이가...나도 잡아 묵을라고 또 왔나? 어허 엄마야 임마 내 눈까리에 띠지마라 아랏나!!! 썩 물러 가라~ 만주에서 시베리아..순천에서 이태원까지....빨빨 거리고 오 지랖 넓어서 우리 다 팽개치고 돈귀신에 씌었구나. 또 감빵 갈라 고? 확마 둘고 차뿔라! 호따 디질라고 여까지 나왔노....니는 잘못 없다고 생각하나? 깔깔깔..그래서 니가 혼자다. 태어날 때도 혼자 고 죽을 때도 혼자다. 다 떠난기라...깔깔깔...(쉬지 않고 계속되는 허리케인 욕)..
아무 말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욕 들어먹는 헬머니.
자갈치 할매를 멍하게 바라보기만 할 뿐, 벼랑 끝 코너에 몰렸는데도 입을 열지 못한다. 흥분상태가 고조되어 심장박동이 터질 듯한 헬머니, 쿵쾅쿵쾅..
관객들
....!!???....(웅성웅성)
스튜디오 안/밖에서 방송을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던 사람들도 의아하고 초조하다. 헬머니, 서서히 관객들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헬머니
(관객들을 향해) 재밌냐?
관객들
........
헬머니
암 재미질 것이여. 니들도 나이 처묵고 꼬부렁허리 뒤아봐.
한나썩 한나썩 숫구락 나버리는 거 보면 월매나 서럽고 무서운지
알 것이여. 아조 재미져서 울다 웃다 눈꾸녘이 말라서 씸뻑씸뻑혀.
가심이 지어짜도록 아파죽겄는디 느그들 말대로 나으 주위엔 암 도 읎어..
관객들
................
헬머니
잡년...
관객들
!!
헬머니
나가 잡년이여. 니들 말이 맞구만.
관객들
.........
해설자
(눈치 없이) 잡년..매춘부를 뜻하기도 했고.. 난잡하게 놀아먹는 계집이라는..(사회자가 잽싸게 입을 틀어막는다) 읍-
헬머니
천하에 둘도 없는 잡년. 엄마란 년이 아들을 고아원에 가도록 하지를 않나...아들들은 성도 다 다르고...감옥소에도 세 번이나 갔다 왔재...제대로 배운 것 없고 할 줄 아는 건 강짜부리면서 욕지거리나 토해내는 거여.. 딱정벌레도 지 새끼 지킬라고 온 종일 새끼를 업고 당기는디..나는 딱정벌레만큼도 못한 년이여. 내가 죽어도 아무도 모를 것이구만..암도 슬퍼하지도 안할 것이여.
안절부절 본부장, 양피디를 향해 카메라 돌리라고 눈짓을 계속 주지만,
헬머니를 골똘히 바라보며 본부장의 지시를 무시하는 양피디.
본부장
저게 또 방송 말아 먹을라고! 야! 야!
본부장이 조연출과 사회자에게 손짓 발짓을 해가며 카메라 돌리라고 명령하자, 무대 근처의 양피디를 바라보는 조연출과 사회자.
지시를 무시하는 양피디, 끊지 말고 그냥 두라는 싸인 보낸다. 입에 가져다댄 마이크를 내려놓고 헬머니를 바라보는 사회자.
헬머니
창피하것재... 부끄럽것제... 낯짝 두꺼운 나도 니 에미라고 나서질 못혔는데... 자슥 놈들은 오죽하것어. 미안허다. 내가 죽일년이여. 나는 니들을 낳고 니들 보며 사는 게 유일한 바람인디... 그것이 인자는 욕심인거여... 자식 낳고 자장가 한번 제대로 못 불러준 것이 어찌 에미냐? 에미다운 에미여야 그것도 할 수 있는 거여... 승현아...
자갈치 할매
(호응하듯) 다리몽다리를 마 쎄리뿌아뿔라
자동차안, 밤
연탄불이 서서히 발갛게 붙어 오른다. 검은 연탄가스가 스멀스멀 차 내에 꽉 차기 시작한다. 콜록콜록 승현...DMB 모니터에서 어머니(헬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방송국 무대
헬머니
남은 희망일랑 없어서 죽음을 생각허고 있는 거시여? 왜? 뭐시기 때매? (아무도 모르지만 헬머니의 하복부에서 피가 배어 나오고..) 이 써글년 때문에 그러냐?
관객들
....................
(사회자와 심사위원들이 점점 당황한다)
자동차안, 밤
도어 락(lock)키를 거는 승현,
검은 연기가 짙게 시야를 막자 정신도 흐릿해진다. 눈이 감긴다.
점점 희미하게 들리는 헬머니의 목소리.
다시 방송국 무대
헬머니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린다) 받아들여주면 받아들여준 대로 고맙고 미안허고... 안받아주면 안받아주는 대로 죄스럽고 미안허고... 내가 죄인이여... 나가...근디 말여.. 나가 니 에미여. 불편하고 부끄럽고 밉고 싫어도... 그건 어쩔 수가 없는 겨. 그래서 미안허다. 그런 년이 니 에미라 미안혀...이 못난 에미가 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자장가를 불러주고 싶었는디..(떨리는 목소리로 자장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잘~자라 우리 아가 귀여운 아가...
병실에서 TV를 보던 이사장, 눈가가 달아오른다.
자동차 안, 밤
점점 더 짙어지는 검은 연기의 자동차 안, 헬머니의 자장가 소리가 새어나온다. 혼미해진 정신의 승현, 자장가 노래에 겹쳐 망각하고 있었던 과거 어릴 적(5살) 모습이 떠오른다. 행복하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젊은 헬머니와 품에 안겨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어린 승현
엄마..나있잖아..엄마 죽으면 같이 죽어도 돼?
젊은 헬머니
왜에?
어린 승현
그냥 보고 싶으니깐. 난 엄마 없으면 안돼..(하고 새근새근 잠이 든다)
검은 연기가 가득한 자동차 안, DMB 모니터로 어머니 모습이 흐릿하게 보인다. 승현의 입가가 실룩거린다.
승현의 고급빌라 안
변기 위에서 ‘으..으..으...’신음을 내며 눈물과 식은땀이 범벅인 채 용을 쓰는 원휘. (옆에서 같이 신음을 내주며 함께 용을 쓰는 승현처).
다시 방송국 무대
헬머니
나가 욕지거리를 내뱉는 것은 다른 게 아니여. 그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거라도 안토해놓으면 가심이 갑갑해서 복장이 찢어져 디질 것 같은데 어떡하냐!
(교차) 검은 연기가 승현의 얼굴을 덮는다.
헬머니
말 잘 듣고 입 다물고 살라고 하는디....그게 말이여 그 말을 들어야 하는겨? 왜 입을 다물어? 우리가 뭐가 있냐? 빽이 있냐 돈이 있냐? 가진 거라곤 이 주둥아리 밖에 없는디. 왜 입을 다물어? 왜 입다물고 디질라고만 그래! 왜! 더 벌려야지..이 잡노므 새끼들아! 써글노므새끼들아! 이렇게 토해내야지! 쏟아내야지! 니도 살아야지!!
서울역, 밤
TV 모니터 앞으로 더 몰려드는 사람들...
TV 안 헬머니
더 크게! 입이 찢어질 때까지...더 말하고 더 소리치고 더 외치고 토해내야지!! 안그려?!!
자동차 안, 밤
정신이 혼미한 승현.. 입을 열어..신음 섞인 투로 ‘(무언가를 웅얼거린다)....’
다시 방송국 무대
헬머니
승현아!
승현의 고급빌라 안
변기 위 원휘, ‘아아아...’ 땀 배인 양쪽 작은 손아귀를 있는 힘껏 꼭 쥐며 마지막 힘을 다한다.
원휘
(울먹이며 크게 외친다) 엄마~~~
뿌우욱- 하더니 굵은 똥이 변기 안으로 떨어진다. 퉁!-
자동차 밖/안
감겼던 눈을 뜨는 승현, 콜록거리며 튕겨나오듯 차 문을 열고 기어 나오며,
승현
(평생 억눌렸던 감정을 쏟아낸다) 이..이 씨발 놈들아!!! 내가 우리 집에선 신발 벗으라고 했잖아!! 신발 벗고 들어오라고!! 우리집 이야!! 이 개새끼들아!! 이 씨발 놈들아!!!!
TV 앞에 모여 있던 사람들
아파트 안, TV를 넋 놓고 보고 있는 아내(생선가게)를 또 발가락으로 툭툭 찌르는 마초 남편, ‘야! 바나나 갖고 와!! 너 뱃살 좀 봐라..그 엄마에 그 딸이구만..’ 꾹 참고 있던 아내,
아파트 어딘가에서 ‘이 잡노므 새끼야’ 라는 목소리가 허공을 가르자-
아내
야!!! (놀라, 먹던 커피를 쏟는 남자) 니가 내 살 보태준거 있냐?
밥 한 끼라도 사준 적 있어? 누구보고 야!! 야!!? 내 이름은 방
순옥이라고!! 이 잡노므 새끼야!!
그리고 연이어 이곳저곳 아파트 베란다로 뛰쳐나오는 사람들.
여고생
이 개*끼 장순호(남자친구이름)!! 니가 양다리 걸치고도 사람이냐!!
군대 내무반 안, 벽을 바라보고 있던 신참 이병도 불끈 일어서며,
이병
야!!! (경악하는 선임들)
야간자율 학습을 하던 고3들도 창문을 열고 ‘야!!!~~~’ 소리를 지르고,
서울역의 거렁뱅이도 무심히 지나가는 행인에게 ‘야!!~~나도 먹고 살자!!’
욕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살던 사람들이 입을 터트린다.
“(함께) 이 잡노므 새끼들아!!”
병실의 방송국 이사장도,
“(눈물을 훔치며) 이 잡노므 새끼야..이 모지라..”
다시 방송국 무대
당황한 사회자, 헬머니의 발언이 끝나가자 최대한 자연스럽게 진행하려고,
사회자
네... 헬머니 주어진 시간이 많이 넘었는데요... 자갈치 할매! 반격해주세요...(하고 자갈치 할매를 쳐다보는데)..
자갈치 할매
엄마야~ (콧물을 훌쩍이며 아이처럼) 내가 잘못했다.
사회자
(순간 인상을 쓰며) 이게이게 무슨 냄새죠? (조연출에게) 이게 무슨 냄새야?
자갈치 할매
(손을 엉덩이에 넣더니 빼며) 엄마야...나 똥쌌다. 똥쌌다..내가 잘못했다. 나 집에 데려다줘...밥 묵자...헤헤...엄마야! 엄마야! 밥 묵자~~ 나 배고퍼~~
자갈치 할매 아들
....!!!!...아이 씨..하필..(안절부절하는 사이)
‘타임아웃(부저-띠-)’
와!!~~ 환호하는 헬머니 응원석(힙합 욕쟁이를 비롯한).
바깥에서 TV를 보던 사람들도 환호한다. 와~
배변에 성공한 원휘도 울음을 멈추고 변기 위에서 활짝 웃는다.
쪽지로 건네진 시청률을 보고 환호하는 본부장, 양피디를 끌어안는다.
해설자
...그저 욕이 아닙니다. 우리의 한이 담긴 정서...그 자체란 말이죠. 우리가 보존하고 전승해야하는 문화적 자산인 거예요.
환호성 틈으로......쥐어짜듯 신음을 내뱉더니 휘청거리는 헬머니, 쓰러진다.
헬머니의 시야로, 당황해 달려온 양피디, 주현 등 둘러싼 사람들의 얼굴이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시끄러운 소음소리와 함께- F. O.
병실 밖/안, 밤
기자들이 병원 복도에 몰려있다. 의사가 밖으로 나오자..
기자
상태가 어떻습니까?
의사
네.. 오늘밤을 넘겨봐야 대답해드릴 수 있겠네요. 나이도 있으시고 많이 쇠약해진 상태에요.
술렁이는 병원 복도.
병실 안/밖, 새벽
어둠이 깔려 있는 병실 안, 죽은 듯 누워있는 산소 호흡기 헬머니.
병실 바깥 복도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첫째 승현, 수염이 덥수룩하고 초췌한 모습이다.
병실 안, 침대 맡에서 잠들어 있는 미희와 주현부부.
미희의 품에 있다가 잠에서 깬 원휘, 눈을 비비며 주위를 둘러보더니 헬머니가 누운 침대로 올라간다. 헬머니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는 원휘. 죽은 사람처럼 무겁게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없는 헬머니.
원휘
..잠 자? 나 한글 다 외웠어. 다 외우면 닌자고 사준다고 했잖아. 가 나 다 라 마 바...자..카..타 파..하..맞지?
한참이나 헬머니를 내려다보는 원휘.
원휘
진짜 자? 으메~ 징한그..
이때 원휘 따라 잠에서 깬 미희.
미희
(침대로 가며) 원휘야 이리 와.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헬머니 얼굴을 작은 손으로 천천히 쓰다듬는 원휘,
원휘
(웃으면서) 으메 징한 거~ 으메 징한 그~
미희
(원휘 안아 올리며) 원휘야.. 할머니 쉬셔야 돼...
원휘
으메 징한 거~
........순간 스르륵 눈을 뜨는 헬머니.
흐릿한 시선에 활짝 웃는 원휘가 보인다.
헬머니
(낮은 목소리) 워메 징한 거..
미희
어머니! 어머니!
승현처의 목소리에 눈을 떠...헬머니 곁으로 다가오는 식구들.
복도에 멍하게 서 있던 승현도 뚜벅뚜벅 걸어 들어온다.
미희, 주현, 소영
!!! ‘여보!’ (‘아주머님...’)
승현
이정순씨! (점점 크게) 이정순씨! 이. 정. 순 씨!
헬머니
!!!
식구들
...........
다가가 헬머니의 손을 꼭 쥐고, 북받쳐 오른 감정을 터뜨린다.
승현
엄...마....엄마...
정부청사, 밤
동료 공무원들이 일을 멈추고 누군가를 주시하고 있다.
자신의 책상 위 짐을 싸고 있는 승현이 보인다.
한결 밝아진 얼굴. 흥얼흥얼..
강실장
(다가오며) 아직도 정신 못 차리지? 예산처리 바빠 죽겠는데 며 칠씩 어디를 무단으로 결근하고 있어? 근무평가 낙제 받고 싶어? 니가 아직 사회생활의 뜨거운 맛을 못 봤구나? 뭘 꼬나봐! 할 말 있음 해봐!!!
하는데, 강실장에게 뚜벅뚜벅 걸어가는 승현.
긴장감 가득한 공무원들.
승현, 강실장의 가발을 휙- 벗겨버린다.
여직원들
악!!- (눈부셔 눈을 찔끔)
강실장
악!!- (손으로 머리를 가린다)
승현
회사 카드로 당신 가발 사고 극장가고 호텔 안마방 간 거....그 영 수증 내가 감사실에 넘겼어! (여직원들에게) 이쪽은 불 꺼도 되겠 어..아주 환하네..
강실장
(멍)..........
툭- 불이 커지고, 반짝이는 강실장의 대머리-
병원 밖, 낮
팍- 팍- 플래시 세례~ 기자들이 퇴원하는 헬머니를 둘러쌓는다.
반대편에서도 플래시 세례~ 술렁이는 사람들. ‘장회장이다!’ ‘삼송그룹 이자경 사모다!!’ 수많은 비서진들의 호위를 받으며 헬머니 쪽으로 걸어오는 한복집 장여사와 삼송그룹 이자경.
헬머니
(웃으며) 다시 나타나믄 내가 가만 안둔다고 했재? 내 돈 갚으쇼! 모도 이자 십할로!(아들 쪽을 바라보며) 우리 고생한 애기들헌테.
한복집 장회장
(눈물 글썽이며) 그래..그래..고마우이..안 그래도 5억 챙겨왔네.
주현
!!..오...오...억?
한복집 장회장
우선 이자만.
주현, 주현처
!!!(휘청)
박장관
누님!!! 접니다! 찬웅이!!
헬머니
박장관! 박찬웅이! 너도 정신차려! 윗자리 있을 때 청탁이나 받고 뭐 하나 챙겨둘라고 지랄하지말고 똑바로 잘해! 신문보니까 데모 좀 했던 놈들이 장관하고 국회의원하면서 더 지랄한다더만! 꼴값 들 떨지말고 젊을 때 생각해 이 잡것들아! 알아 쳐묵었냐?
박장관
(머리를 긁적이며) 네..누님..
헬머니
(귓속말로 나직이) 그래도 우리 아들은 올해 약속대로 승진해야
된다잉?
박장관
네..누님!
승현장모가 미희 옆구리를 꼭꼭 찌르자, 미희가 뛰쳐나와 손목을 잡는다.
미희
어머니! 몰라봐서 죄송해요..제가 잘못했어요.
헬머니
(억지로 웃으며) 괜찮아야~
승현장모
사두운~!
헬머니
..!!...
승현장모
(삼송그룹 사모님 눈치를 보며) 사모님 친군 줄도 모르고 제가 너 무 결례를.. 죽을죄를.. (조아리며 친근하게) 사둔..
헬머니
(귀찮은 듯 나가며) 그래 그래 내 알았소. 알았어.
급히 나가려는 헬머니를 또 붙잡으며,
승현장모
사둔! 용서해 주실꺼죠? 포기미 브..
헬머니
(폭발) 캭! 셧더퍽업! 주둥이를 조사불랑께! 언제는 나가라매! 나가 라매!!~ (사람들의 폭소)
헬머니에게 신세진 과거의 사람들이 모여 헬머니를 서로 모시려 한다. ‘어머니 이쪽으로 이쪽으로..’
병원 밖, 낮
쿠쿠쿠쿠-
하얀색 헬기가 강한 바람으로 사람들을 밀어내고 병원 앞에 착륙한다.
헬기에서 내리는 방송국 이사장 현식, 멋지게 차려입었다.
헬머니에게 타라는 눈짓.
헬머니
(이사장에게) 아따 발발이 맨치로 워디를 글케 쫓아댕기요? 안와 도 된당께...이 노므 인기는..(피식)..
헬머니, 승현 옆에서 헬머니를 못 가게 잡아끄는 원휘를 지그시 내려다보더니,
헬머니
아가...이 할미 간다. 미국 가서 병 고쳐갔고 오께. 원휘야! 가나다 라마바... 다음에 뭐시여?
원휘
(한참 생각하다가) 카!
헬머니
고거말고...이 할미는 우리 원휘를 겁나게 뭐한다고?
원휘
겁나게 사랑..(알았다는 듯 큰소리로) 사!!!
(폭소)
헬머니
그래..그래..이 할미도 겁나게 사랑한다.
붕- 헬머니를 태운 헬기가 다시 하늘로 뜨고 강한 바람이 땅에 퍼지자, 서로의 손을 꼭 잡는 승현, 주현, 원휘와 가족들.
양피디를 비롯한 방송국 사람들.
헬기가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넓고 푸른 하늘을 바라다본다.
둥근 태양을 배경삼아 헬머니의 얼굴이 크게 overlap되어 나타나더니,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던진다.
헬머니
(에코로) 그럼 모도! 잘 묵고 잘 싸씨요!!~ 서로 욕하지들 말고 이 쁜 말만 하고 살어! 안그래도 짧은 인생잉께!
-엔딩 크레딧-
TV 속 버라이어티쇼. 힙합뮤지션과 헬머니(힙합 패션) 듀엣 등장.
신규앨범 <헬머니>가 소개되고 공연을 시작한다.
이건 돈이 아니여야..내 마음이여~♬
이건 욕이 아니여야..내 마음이여~♬
“(욕이 쫘악 나온다)...빨갱이...샹놈의 새끼..호로새끼...니~미 씨부랄.”
이건 돈이 아니여야..내 마음이여..
이건 욕이 아니여야..내 마음이여..
“(애드립) 모도 잘 묵고 잘 싸씨요.”
이건 돈이 아니여야..내 마음이여.
이건 욕이 아니여야..내 마음이여.
“(욕이 쫘악 나온다)..워매 쪼론 것을 워따 써무그끄나...쪼론 오살 놈..연설허고 자빠졌네.”
이건 노래가 아니여야..내 마음이여~♬
“(애드립) 노래할랑께 쌔빠져 디져불것소야”
이건 욕이 아니여야..내 마음이여~♬
“(애드립) 모도 잘 묵고 잘 싸씨요.”
- 락커로 돌아온 주현의 기타 솔로!!! ~~
끝.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