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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물다섯 스물하나 1


 [차분한 음악]

 

 (스태프1) 네  체온 측정 부탁드립니다

 

 손 소독 해 주시고요

 

 [체온계 작동음]

 

 QR 코드 체크해 주시고

 

 [체온계 작동음]

 

 안심 콜 전화해 주셔도 됩니다

 

 체온 측정 부탁드립니다

 

 손 소독도 해 주세요

 

 코로나 방역 수칙에 따라  보호자분 입장이 제한됩니

 

 나희도 선수 아니세요?

 

 (중년 희도안녕하세요

 

 (스태프1) 어머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이런 데서

 

 [스태프1의 반가운 탄성]  [중년 희도의 웃음]

 

 아유

 

 (중년 희도들어가

 

 엄마 차에서  핸드폰으로 보고 있을게

 

 네가 발레를 얼마큼  좋아하는지만 보여 주고 와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민채그 생각을 어떻게 버려?

 

 1등 하려고 온 건데

 

 (중년 희도) 1등 하는 거  안 중요해

 

 (민채엄마가 그런 말 하니까  진짜 설득력 없다

 

 

 

 [체온계 작동음]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영상 속 진행자다음은  참가 번호 11

 

 명경중학교 2학년  김민채 학생입니다

 

 잘해라

 

 (스태프2) 김민채 학생

 

 김민채 학생들어가실게요

 

 민채 학생들어가실게요

 

 [잔잔한 음악]

 

 (진행자참가 번호 11번 김민채  불참하였습니다

 

 다음은 참가 번호 12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중년 희도김민채!

 

 [중년 희도의 다급한 숨소리]

 

 김민채

 

 (민채) [한숨 쉬며나  학원 차 타고 갈 테니까 먼저 가

 

 (중년 희도너 지금 포기한 거야?

 

 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게 무슨 경우야?

 

 (민채) [한숨 쉬며이미 졌어

 

 최윤서 하는 거 봤을 거 아니야

 

 어차피 못 이겨

 

 (중년 희도못 이기면 뭐?

 

 못 이기면 어떻게 되는데?

 

 1등 아니면 의미 없어?

 

 (민채없어

 

 [어이없는 숨소리]

 

 나 발레 그만둘래

 

 [새가 지저귄다]  [매미 울음]

 

 (민채) [한숨 쉬며]  나 가출했어할머니

 

 여름 방학 동안만 있을게

 

 [민채의 한숨]

 

 (민채도망친 곳이  결국 엄마 방이네

 

 

 

 [민채가 달그락거린다]

 

 (재경우리 민채  발레 그만두겠다고 했다면서?

 

 뭐 다른 거  하고 싶은 거 있어?

 

 사람들은 보통  하고 싶은 게 딱 있는 거야?

 

 너 발레 하고 싶어서  하는 거 아니었어?

 

 벌써 5년이나 했잖아

 

 [한숨]

 

 지금은 모르겠어

 

 뭐라도 하는 게  뭐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

 

 (재경

 

 해야 돼서 하는 거 말고  꿈은 있어?

 

 꿈 없다고 말하는 거  어른들은 허용 안 하던데?

 

 [잔잔한 음악]  (민채꿈 같은 게 필요하긴 한가?

 

 다들 취업 얘기만 하잖아

 

 그러게

 

 이게 너희들의 시대구나?

 

 [발랄한 음악]

 

 되는 건가?

 

 에이안 들어 볼래

 

 (민채) '펜싱 연습 경기'

 

 [민채의 놀란 숨소리]

 

 [탁 소리가 울린다]

 

 (민채?

 

 뭐지?

 

 엄마 일기장?

 

 "희도펜싱"

 

 "나희도 펜싱 일기장"

 

 이걸 손으로 다 썼다고?

 

 이 정도면 벌칙 아니냐?

 

 [옅은 탄성]

 

 '그 애'?

 

 엄마의 구남친?

 

 [놀라며대박

 

 [달칵]  [밝은 음악]

 

 (희도)

 

 (희도)

 

 (희도다녀올게!

 

 (학생1) 오늘 순두부찌개

 

 (학생2) 김치찌개 아니야?

 

 [저마다 대화한다]

 

 [희도의 휘파람]

 

 (학생3) 쟤 펜싱부 아니야?

 

 (학생4) 수업 왜 들어왔대?

 

 (학생5) 시험 때만  들어오는 거 아니야?

 

 (희도수업 일수 채우러 왔다

 

 됐지?

 

 궁금하면 직접 물어

 

 너희들끼리 추측하면 답이 나오냐?

 

 (학생6) 1교시 영어야

 

 그래열심히 해

 

 쌤이 나 깨우라고 시키면  펜싱부라고 말해 주고

 

 컨디션 조절 중

 

 (학생6) 알겠어

 

 [기분 좋은 탄성]

 

 나 오늘 되게 기분 좋은 날이거든?

 

 푹 자게 도와줘라짝꿍

 

 왜 기분이 좋은데?

 

 토요일이잖아

 

 [피식 웃는다]

 

 (희도)

 

 [수업 종이 울린다]

 

 [시끌시끌하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희도사장님!  '풀하우스' 11권 수요일에 나오죠?

 

 한 권 빼 주세요

 

 (희도)

 

 [희도의 가쁜 숨소리]

 

 (희도?

 

 에이씨

 

 (희도)

 

 (남자1) 충무로가 죽어 간다!

 

 우리 미래의 기반이 될

 

 한국 영화 문화 산업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워야 할 것입니다!

 

 자국의 영화는 보호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 영화가 미국에 비해서

 

 경쟁력이 전혀 부족하다고

 

 (여자1) 한국 영화에  관심을 가져 주세요

 

 [남자1이 계속 연설한다]

 

 (남자1) 충무로가 죽어 간다!

 

 (사람들죽어 간다죽어 간다!

 

 (희도사람들은  무언가 잃어 가나 보다

 

 그렇지만 나랑은 상관없는  어른들의 일이다

 

 난 뭔가를 잃기엔

 

 너무 열여덟이니까  [강조되는 효과음]

 

 [경쾌한 음악]

 

 내가 가진 것들은  잃을 수 없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희도)

 

 (남자1) 충무로가 죽어 간다!

 

 (사람들죽어 간다죽어 간다!

 

 "태양고등학교"

 

 [가쁜 숨소리]

 

 [탁 치는 소리]

 

 (희도그리고  꿈이자 동경인 그 애

 

 그 애는 천재다

 

 [관중들의 함성]  [선수들의 가쁜 숨소리]

 

 "싱가포르 1997  이탈리아 페란테한국 고유림"

 

 [버저가 삐 울린다]  [유림과 관중들의 환호]

 

 (캐스터고유림 선수  금메달입니다!

 

 고유림 선수가  한국에 금메달을 안겨 줍니다!  [벅찬 숨소리]

 

 [TV 속 유림의 벅찬 탄성]  (TV 속 캐스터아  정말 멋있습니다!

 

 이 어린 선수가  펜싱의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17살의 나이로  첫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멋있다  [TV 속 캐스터가 계속 말한다]

 

 (희도내 꿈은  그 애의 라이벌이 되는 것

 

 [벅찬 숨소리]

 

 물론 현실은  밟고 서 있는 곳이 다르다

 

 [코를 훌쩍인다]

 

 [희도의 한숨]

 

 돌아오는 길은 좀 복잡해진다

 

 [입술을 부르르 튕긴다]

 

 사실은 나도

 

 그 애처럼 빛나고 싶다

 

 그런데 그 일이 터진 거다

 

 [숨을 하 내쉰다]

 

 IMF

 

 그딴 건 정말  나와 상관없는 줄 알았다

 

 IMF 때문에 학교 예산이 줄었고

 

 우리 펜싱부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학생들의 당황한 숨소리]

 

 펜싱부를 왜 없애요?

 

 (코치야구농구 프로 팀들도

 

 다들 구단을 매각하니 마니 하는데

 

 이 시국에 고등학교 펜싱부  하나 없어지는 게 대수야?

 

 그럼 저희는 어떡해요?

 

 (코치학교마다 예산 줄인다고

 

 성적 못 내는 운동부들  줄줄이 폐부시키는 마당에

 

 너희들 받아 줄 학교가 있겠어?

 

 [떨리는 숨소리]  막말로

 

 [코치의 헛웃음]

 

 너희들이 고유림도 아니고

 

 아휴

 

 고유림이 있는 태양고는

 

 안 없어져요?

 

 고유림이 있는데 없애겠냐!

 

 (코치예라

 

 펜싱이 한두 푼 드는  운동도 아니고

 

 이 시국에 다들  가정 형편도 힘들 텐데

 

 다른 길 찾아

 

 당장 내일부터  교실로 복귀한다알겠나!

 

 아니

 

 이렇게 끝내시면 어떡해요?

 

 [떨리는 숨소리]

 

 이렇게 꿈을 뺏는 게 어디 있어요!

 

 네 꿈을 뺏은 건 내가 아니야

 

 시대지

 

 [감성적인 음악]

 

 [코치가 혀를 쯧 찬다]

 

 [떨리는 숨소리]  [코치의 못마땅한 소리]

 

 (희도시대

 

 내 꿈을 빼앗은 건 시대?  [문이 끼익 여닫힌다]

 

 [키보드 조작음]

 

 [풀벌레 울음]  [채팅 알림음]

 

 (희도)

 

 (희도근데 방법을 모르겠어

 

 [희도의 한숨]

 

 [의미심장한 효과음]

 

 '그 애의 세계'?

 

 [자전거 경적]

 

 [새가 지저귄다]

 

 [탁 소리가 울린다]

 

 [부드러운 음악]

 

 [매미 울음]

 

 (남자2) 이봐요학생

 

 ?

 

 신문이 10분이나 늦었잖아요!

 

 (남자2) 신문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한테

 

 이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알아요?

 

 (이진죄송합니다

 

 (남자2) 신문이 안 와서  똥을 못 싸고 있다고지금 내가

 

 제가 이 동네는 처음이라

 

 한 시간 일찍 시작했는데도  좀 늦었네요

 

 근데 그럴 수도 있잖아요

 

 뭐요?

 

 (이진저 이 동네도 처음이고  이 신문 배달도 처음이에요

 

 그래서요?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잖아요

 

 그 처음이 오늘이니까  오늘까지만 서툴겠습니다

 

 내일부턴 늦지 않을게요

 

 (이진여기요

 

 수고하세요

 

 수고하세요

 

 [남자2의 어이없는 숨소리]

 

 (남자2) 왜 웃어?

 

 왜 웃어 주는 거지?

 

 [비디오 플레이어 작동음]

 

 [TV 속 재경이 말한다]

 

 [탄성]

 

 (TV 속 재경재정 경제부도

 

 뒤늦게 문제를 인식하고  개정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예금자 보호법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소급 적용 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쓱쓱 문지르는 소리]

 

 다음 소식입니다

 

 지난겨울  외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온 국민이 참여했던  금 모으기 운동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동참했는데요

 

 석 달 만에 모아진 금이  무려 225톤이었습니다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22억 달러가 넘는 금액입니다

 

 [검을 툭 놓는다]

 

 [보석함을 탁 닫는다]  [떨리는 숨소리]

 

 (TV 속 기자1) 알 수 없을 정도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UBS 뉴스 김동현입니다

 

 박세리 선수가 US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TV 속 재경경제 위기로  지쳐 있던 국민들에게 선사하는

 

 통쾌한 한 방이었습니다

 

 김연주 기자입니다

 

 [TV 속 기자2가 말한다]  (재경저 선수  너랑 4살밖에 차이 안 나더라

 

 (TV 속 기자2)  6시간의  숨 막히는 혈투 끝에  [재경이 피식 웃는다]

 

 박세리 선수의 우승으로  경기는 막을 내렸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박세리 선수는  아버지 품에 안겨

 

 나 태양고로  전학 보내 줄 수 있어?

 

 [TV 속 기자2가 계속 말한다]  (재경태양고?

 

 그 고유림 있는 학교  말하는 거야?

 

 (희도

 

 IMF인지 뭔지 때문에  우리 학교 펜싱부 없어졌어

 

 전학 보내 줘

 

 (재경잘됐네

 

 그만둬펜싱

 

 [이진이 중얼거린다]

 

 (희도내가 펜싱을 왜 그만둬?  [멀리서 개가 짖는다]

 

 평생 펜싱만 하고 살았어!

 

 이게 내 전부인데  뭘 그만두라는 거야!

 

 넌 펜싱 왜 하니?

 

 재능 없는 거 증명하려고 하니?

 

 (재경해도 안 되는 거  집어치우고 공부 다시 시작해

 

 나 펜싱에 재능 있어

 

 그래서 시작했어

 

 지금은 슬럼프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고

 

 그리고 나 딴거  다 필요 없어그냥

 

 그냥 펜싱이 좋아

 

 성과도 없는 일을  좋아할 수 있다니 참 신기하다

 

 (재경전학 같은 소리 하지 말고  공부 시작해

 

 (희도전학을 가든 어쩌든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엄마도 원래 하던 대로  내 인생에 신경 꺼

 

 이제 와서 관심 있는 척하지 말고

 

 (재경나희도

 

 그 싸가지 참아 주는 데도  한계가 있어

 

 [희도의 한숨]

 

 (희도결혼반지 팔았더라?

 

 그 잘난 금 모으기 운동 하느라

 

 감상 떨지 마

 

 그냥 금덩이일 뿐이야

 

 그냥 금덩이가 아니라

 

 아빠 유품이야

 

 잊었나 본데 너희 엄마 공인이야

 

 솔선수범의 책임이 있는 사람

 

 [어이없는 숨소리]

 

 그래

 

 사회에 솔선수범하는 앵커로 살아

 

 어차피 가족한텐 안 하잖아  솔선수범

 

 [희도가 씩씩거린다]

 

 [신문이 퐁당 빠진다]

 

 [흥미로운 음악]

 

 !

 

 [대문이 덜컥 열린다]  (이진아씨

 

 [달려오는 발걸음]

 

 [다급한 숨소리]

 

 (희도오줌 누는 소년이  다쳤잖아!

 

 뭐가 다쳤다고요?

 

 오줌 누는 소년이  더 이상 오줌을 눌 수 없게 됐다고

 

 (희도) '신문 사절안 보여?

 

 신문을 사절한다는데  왜 사절을 안 해서

 

 가만있는 애를 고자로 만드냐고!

 

 [희도가 씩씩거린다]

 

 내 말 안 들려?

 

 이 동네는 소리를 안 지르면  대화가 안 되나

 

 [의아한 숨소리]

 

 (이진네가 반말하는 건  나도 반말해도 된다는 뜻으로 알게

 

 그리고 '신문 사절붙여 놔도

 

 신문 넣는 건  사회의 암묵적 합의야

 

 ''…

 

 이제 알아듣게 얘기해 봐  뭐뭐가 다쳤다고?

 

 [확성기로 호객하는 소리]

 

 [이진의 한숨]

 

 (이진저 짝퉁 동상 말하는 거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거

 

 저게 짝퉁이야?

 

 (희도저딴 게 원본이 있다고?

 

 아니짝퉁이면 오줌 누는 소년이

 

 오줌을 못 눠도 된다는 거야?

 

 누구나 오줌 눌 권리는 있어!

 

 그러니까 네 주장은  종이로 만든 신문이

 

 저 금속으로 만든 동상을  부쉈다는 얘기잖아?

 

 그래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상식적으로

 

 상식적으로

 

 이 신문에 부서질 정도면  이미 금이 가 있었다는 건데

 

 [한숨]

 

 내가 뭐어디까지 배상할까?

 

 누가 배상하래?

 

 그럼 뭘뭘 하라는 건데?

 

 모르지!

 

 난 그냥 화를 내고 싶었어

 

 화가 나니까!

 

 [희도가 씩씩거린다]

 

 (희도조심히 가

 

 [한숨]

 

 [잔잔한 음악]

 

 (집주인우리 집에  고등학생 딸내미가 있는데

 

 걔가 전교 1등이야

 

 새벽까지 공부한다고  방에서 불이 안 꺼져

 

 그러니까 밤엔 시끄럽게 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아니근데 이사 날에  사람은 안 오고

 

 짐부터 오는 게 어디 있어?

 

 죄송해요아르바이트 면접 보느라  좀 늦었어요

 

 (집주인벌써 이 동네  아르바이트를 구했어?

 

 이사도 안 끝내 놓고?

 

 집보다  돈이 좀 급해 가지고요

 

 어린 총각이 반질반질하게 생겨서  생활력은 있나 보네

 

 근데 총각이야대학생이야?

 

 대학은

 

 복학 못 할 거 같아요

 

 ? IMF 맞았어?

 

 집이 헤까닥했구나?

 

 (집주인아이고

 

 나 총각 얼굴 보고  세 안 주려 그랬다

 

 오렌지족 그런 건 줄 알고

 

 [어색한 웃음]

 

 오렌지족은 이 동네 안 살아요

 

 [멀리서 개가 짖는다]

 

 (집주인맞아  [이진이 살짝 웃는다]

 

 [한숨]

 

 [한숨]

 

 [한숨]

 

 [강조되는 효과음]

 

 [흥얼거린다]

 

 [이진의 힘주는 숨소리]

 

 [편안한 탄성]

 

 [흥얼거린다]

 

 (이진

 

 [흥얼거린다]

 

 [버튼 조작음]

 

 [강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힘주는 신음]

 

 [편안한 탄성]

 

 [숨을 후 내쉰다]

 

 [쓸쓸한 음악]

 

 [스위치 조작음]

 

 [물방울이 똑똑 떨어진다]

 

 [똑똑 소리가 울린다]

 

 [바코드 인식음]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희도이 동네 아르바이트를  혼자 다 하네?

 

 [바코드 인식음]

 

 '풀하우스' 11권 나왔지?

 

 (이진다 나갔는데?

 

 (희도안 빼놨다고?

 

 사장님한테 못 들었어?

 

 나 여기 VIP

 

 여기 내가 쓴 돈이 얼마인데  [이진이 의아해한다]

 

 차례 기다려서 빌려 가는  그런 손님 아니란 말이야

 

 (이진이 코딱지  네가 붙인 거야?

 

 뭐라고?

 

 사장님이 책 파손된 데 있는지

 

 코딱지 붙여 놨는지  일일이 확인하라고 하셔서

 

 파손된 건 보상받으라고 하셨는데

 

 (이진이거 코딱지가  너무 크다이거

 

 (희도나 아니거든!

 

 나이가 몇 개인데  만화책에 코딱지를 붙여!

 

 (이진) [헛웃음 치며]  어릴 땐 붙였나 보네

 

 [이진이 달그락거린다]

 

 [바코드 인식음]

 

 너 우리 집에 배상할 거 있지?

 

 너 그거 어떻게 배상할 건데?

 

 '풀하우스' 11권이면 되겠어?

 

 되겠어

 

 [어이없는 숨소리]

 

 내일 이 시간에 와빼놓을 테니까

 

 [이진이 달그락거린다]

 

 이 시간에는 못 오고  조금 늦을 거야할 일이 있어서

 

 [바코드 인식음]  (희도근데 오긴 올 거다

 

 너 꼭 빼놔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펜싱은 계속하나 보네

 

 [풀벌레 울음]

 

 [흥미로운 음악]

 

 (희도아무도 없네?

 

 (찬미오늘 야간 없는 날이거든

 

 [희도가 당황한다]

 

 양찬미 코치님

 

 

 

 오늘은 코치님을 뵈러 왔습니다

 

 (찬미) '오늘은'?

 

 (희도

 

 저는 선중여고 펜싱부  나희도라고 합니다!

 

 [찬미가 사과를 아삭 베어 문다]

 

 근데 여기는 우짠 일로?

 

 (희도코치님절 받아 주십시오!

 

 저희 학교 펜싱부가  IMF 때문에 없어졌습니다

 

 근데 저는 펜싱을  그만두고 싶지 않습니다

 

 받아 주신다면  태양고로 전학 오고 싶습니다  [찬미가 사과를 아삭 베어 문다]

 

 니 펜싱 몬하제?

 

 ?

 

 (찬미니 하는 거 봐라이거

 

 설득도 기술이다

 

 우째 그리 센스가 없노?

 

 무식하고 촌시럽고

 

 니 펜싱도 딱 그래 하제?

 

 

 

 알믄서 와 그라는데?

 

 정통하니까요

 

 ?

 

 테크닉도 센스도 다 중요하지만

 

 정통한 것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들었십니다

 

 잘 가입시다

 

 (희도코치님

 

 [희도의 간절한 숨소리]

 

 저 진짜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니잘하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잘하겠습니다!

 

 저 좀 받아 주세요제발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모르겠는데

 

 테스트받게 해 주십시오

 

 야 봐라내가 와?

 

 아이그러지 마시고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저 진짜 뭐든 할 자신 있습니다

 

 제발요코치님

 

 그럼 와 보든가전학

 

 (찬미아이데이아이다아이다

 

 내 니한테  전학 오라고 한 거 아이다

 

 내가 니한테  그럴 이유가 없잖아그자?

 

 대신 니가 온나

 

 할 수 있으면

 

 [밝은 음악]

 

 [찬미가 사과를 아삭 베어 문다]

 

 

 

 올게요전학

 

 안 부르셨지만  제가 와 보겠습니다!

 

 (희도안녕히 계십시오!

 

 [비장한 음악]

 

 (희도그래언제부터 엄마가  내 인생에 도움이 됐다고

 

 [학교 안이 시끌시끌하다]

 

 전학을 보내 주지 않는다면

 

 보내지면 된다

 

 강제 전학

 

 이것이 내 계획이다

 

 동급생 폭행이라?

 

 [입바람을 후 분다]

 

 [오도독거리는 소리]

 

 [학생들이 시끌시끌하다]

 

 [학생들의 웃음]

 

 (학생7) 야  얘네 없어없어없어

 

 [학생들이 저마다 말한다]  (희도나쁜 짓 중에도  착한 짓이 있다

 

 [강조되는 효과음]  [쨍그랑 소리가 울린다]

 

 동급생을 폭행할 수밖에 없었던  대의와 명분

 

 [발소리가 울린다]  나는 오늘 정의를 실현하는 동시에

 

 내 목표인 강제 전학을 달성한다

 

 고유림너의 세계로 가는  첫 번째 발걸음이야

 

 [학생7의 웃음]

 

 [학생7의 아파하는 신음]

 

 [긴장되는 음악]  너 지금 나 쳤냐?

 

 [학생7의 어이없는 숨소리]  (학생7) ?

 

 - 야  - (희도!

 

 [학생7의 헛웃음]

 

 아나

 

 너 펜싱부 아니야?

 

 근데?

 

 [버럭 하며운동선수는  몸이 생명인 거 몰라?

 

 [익살스러운 음악]  (학생7) 조심 좀 해!

 

 다치지 않게  앞을 똑바로 보고 다니라고

 

 어깨 괜찮아?

 

 (희도

 

 (학생7) 아유조심해

 

 대회도 나가고?

 

 메달도 따고 그래야 될 거 아니야

 

 아니저기

 

 (학생7) 가자그냥

 

 [학생들이 대화한다]

 

 

 

 [희도의 못마땅한 숨소리]  (희도실패!

 

 [흥미로운 음악]

 

 남일여고 이 미친년들

 

 내가 오늘 제대로 밟아 준다

 

 그때 나이트에서 시비 걸 때  조져 놨어야 됐어

 

 [삐삐 알림음]

 

 애들 출발했나 봐

 

 (학생8) 8282 떴어가자

 

 (학생7) 가자

 

 뒈졌어이씨

 

 죽여 버릴 거야

 

 [흥미진진한 음악]

 

 [뼈가 우두둑거린다]  (희도내가 다소 순진했다

 

 강제 전학을 위해선  좀 더 확실한 폭행이 필요하다

 

 오늘 내가 가담할 폭행은

 

 [바람이 휭 분다]  집단 폭행

 

 일명 패싸움

 

 [흥미로운 음악]

 

 나는 오늘 이 싸움에 휘말려  강제 전학을 통보받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건  경찰의 개입

 

 [확신에 찬 숨소리]

 

 [통화 대기음]

 

 [버튼 조작음]

 

 [통화 연결음]

 

 여기 삼림아파트 뒤편 공터인데요

 

 패싸움을 하는 거 같아 가지고요

 

 빨리 와 주세요

 

 (희도기다려고유림

 

 [결연한 숨소리]  이번엔 진짜 너의 세계로 간다

 

 [긴장되는 음악]  (학생7) 쫄리긴 했나 보다?

 

 저딴 새끼들까지  병풍 세워 놓은 걸 보면

 

 어느 쪽이 네 깔인데?

 

 [학생7의 한숨]

 

 어느 쪽이어도 실망스러운데?

 

 [학생9의 헛웃음]

 

 미친년이 입만 살아 가지고

 

 [학생7이 껌을 질겅질겅 씹는다]

 

 [학생들이 피식거린다]

 

 [학생7의 비웃음]

 

 이게 처돌았나!

 

 (학생7) 이씨!  [학생9의 아파하는 신음]

 

 [학생10의 힘주는 신음]  [학생9가 씩씩거린다]

 

 [학생들의 기합]

 

 [흥미진진한 음악]  [소란스럽게 싸운다]

 

 [다급한 숨소리]

 

 오케이

 

 (학생9) 아이씨!  [학생9의 비명]

 

 [학생7의 아파하는 신음]  (남자3) 이리 와

 

 [힘주는 숨소리]

 

 [학생7의 비명]  [남자3의 아파하는 신음]

 

 (희도저게 미쳤나

 

 [남자3의 성난 숨소리]  [학생7의 신음]

 

 (남자3) 이게 누굴 때려  죽으려고그냥

 

 [날렵한 효과음]

 

 [박진감 넘치는 음악]

 

 넌 뭐냐?

 

 [남자3의 신음]

 

 아이씨

 

 [남자3의 아파하는 신음]

 

 [남자3의 아파하는 신음]

 

 [소란스럽게 싸운다]

 

 [남자4의 아파하는 신음]

 

 [남자3의 아파하는 신음]

 

 (남자3) 아씨

 

 아나아유

 

 [남자3의 아파하는 탄성]

 

 [남자3의 힘주는 신음]

 

 [남자3의 아파하는 신음]

 

 [날렵한 효과음]

 

 [아파하는 신음]  [성난 숨소리]

 

 [힘주는 신음]

 

 [긴장되는 효과음]

 

 [날렵한 효과음]  [남자3의 아파하는 신음]

 

 [박진감 넘치는 음악]

 

 [남자3의 다급한 숨소리]

 

 

 

 [남자3의 당황한 숨소리]

 

 [남자3의 힘겨운 신음]

 

 뭐야?

 

 [아파하는 신음]

 

 [남자3의 겁먹은 신음]

 

 [날렵한 효과음]  [남자3의 겁먹은 신음]

 

 [꿀꺽 삼키는 효과음]

 

 [날카로운 효과음]

 

 [거친 숨소리]

 

 (희도이 싸움의 가해자는  나여야 하거든?

 

 내 계획 방해하지 마

 

 [사이렌이 울린다]  진짜 찔리기 싫으면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학생들이 소란스럽다]  [차가 끼익 멈춘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호각이 삑삑 울린다]

 

 [남자3의 신음]

 

 [희도의 기쁜 숨소리]  (남자3) 

 

 (희도제가 싸움을 주도한

 

 - (경찰학생안 다쳤어?  - (희도

 

 (경찰거기 안 서!

 

 [익살스러운 음악]

 

 (희도잡히려면

 

 도망가야 되는구나

 

 저기저기요!

 

 저도 싸웠어요아저씨!

 

 [헛웃음]

 

 [답답한 신음]

 

 난 왜 안 잡아가냐고!

 

 [희도의 답답한 탄성]

 

 나 전학 가야 된다고!

 

 강제 전학 보내 달라고!

 

 [칭얼거린다]

 

 [탁 치는 소리]

 

 [유림의 가쁜 숨소리]

 

 [한숨]  [탁 치는 소리]

 

 [유림의 힘겨운 숨소리]

 

 고유림

 

 너한테 가기가 뭐가 이렇게 어렵냐

 

 [한숨]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

 

 [당황한 숨소리]

 

 [차분한 음악]

 

 [유림의 한숨]

 

 많이 오네

 

 [달려오는 발걸음]

 

 [희도의 가쁜 숨소리]

 

 [탁 소리가 울린다]

 

 [부드러운 음악]

 

 뭐지?

 

 (희도비 맞지 말고 쓰고 가!

 

 [희도의 다급한 숨소리]

 

 (유림누구야?

 

 그냥 팬이야!

 

 고마워잘 쓸게!

 

 기다려고유림

 

 나 진짜 네 세계로 갈게

 

 [희도의 신난 탄성]

 

 [벅찬 숨소리]

 

 [웃음]

 

 [웃음소리가 울린다]

 

 [시끌시끌하다]

 

 (희도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애매한 탈선이 아니라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확실한 불법이다

 

 밤과 음악

 

 술과 담배

 

 그리고 미성년자

 

 뭔 일이 안 나곤 못 배기지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시끌시끌하다]

 

 (희도탈선하기 좋은 나라다

 

 단속 나온 경찰 하나 안 보이네

 

 이렇게 미성년자가  버젓이 나이트에

 

 (웨이터손님레츠 고

 

 (희도엄마!

 

 [문이 달칵 열린다]

 

 (웨이터들어가시고

 

 [희도가 콜록거린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잉

 

 [콜록거린다]  [문이 탁 닫힌다]

 

 [차분한 음악]

 

 [콜록거린다]

 

 (남자5) 뭐야고딩 아니야?

 

 (여자2) 화장 보면 답 나오지

 

 누가 봐도 엄마 옷에  누가 봐도 고딩이잖아

 

 [콜록거리며나 고딩 아닌데?

 

 (남자6) 고딩 아니면 앉아

 

 [한숨]

 

 [희도의 헛기침]

 

 (남자7) 너 솔직히 말해 봐  몇 살이야?

 

 몇 살인 게 뭐가 중요해?

 

 (남자6) 세상 빨리 알고 싶은  고딩한테

 

 세상 좀 빨리 알려 주는 게  뭐 어때서

 

 나 이 술 마셔도 되지?

 

 [희도의 헛기침]

 

 (남자6) 얘 봐라?

 

 이런 데서는  따라 주는 술 마시는 거야

 

 마셔

 

 [이진의 한숨]

 

 뭐 하냐?

 

 (이진내보내

 

 물 흐리지 말고

 

 아이술 아까워

 

 (남자6) [웃으며이 새끼

 

 집 망하더니 별걸 다 아까워하네

 

 깝치지 마내가 계산할 거야

 

 핸드폰까지 없앤 놈한테  내가 술값 계산을 시키겠냐?

 

 [무거운 음악]

 

 너 오늘 나한테 부탁할 거 있어서  나온 거 아니야?

 

 언제 얘기할 건데?

 

 [한숨]

 

 얘기 못 하겠지

 

 아직 자존심을 못 버려서

 

 돈 얘기 입이 안 떨어지지?

 

 저기

 

 넌 닥치고 술이나 마셔이씨

 

 [이진의 한숨]

 

 (이진일어나

 

 [작은 목소리로먼저 가  난 여기서 얽혀야 될 일이 있어

 

 [희도의 헛기침]

 

 [어두운 음악]

 

 어딜 가앉아

 

 작작 해

 

 (남자5) 왜 그래이 새끼야?

 

 (남자6) 왜 그러긴

 

 망한 재벌 집 아들한테  열등감이 터져서 그러지

 

 - 비켜  - (남자6) 가려면 혼자 가

 

 얘 있고 싶다잖아

 

 []  [남자6의 아파하는 신음]

 

 (남자6) 아이씨

 

 아씨경찰에 신고한다

 

 나이트에 누가 봐도  고딩인 애가 있다고

 

 해 주세요신고  [흥미로운 음악]

 

 [헛웃음 치며해 달라네?

 

 (남자6) 어떻게 생각해?

 

 내가 진짜  계획이 있어서 그래?

 

 [이진의 거친 숨소리]

 

 (남자6) 너희 둘이 아는 사이지?

 

 너 그래서 그러는 거지?

 

 그럼 결정해

 

 신고하고 걔 잡혀가는 거 보든가

 

 아니면 다 같이  여기서 조용히 놀든가

 

 [헛웃음]

 

 어떡할래빨리 결정해

 

 너 결정하기 전까지  여기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

 

 [시계를 잘그락거린다]

 

 그래다 같이 나가자그냥

 

 [비상벨이 울린다]  [희도의 비명]

 

 [희도의 가쁜 숨소리]

 

 [한숨]

 

 [웅성거린다]

 

 (직원모두들  입구로 대피하세요!

 

 [소란스럽다]  빨리 나가요나가세요!

 

 웨이터들빨리 대피시켜손님들!

 

 너 미쳤어?

 

 [웨이터의 가쁜 숨소리]

 

 (웨이터형님들누님들  빨리 대피하십시오

 

 (남자6) 이 새끼  집 망하더니 사람 변한 거 봐라

 

 누가 변해내가?

 

 너 아니고?

 

 아나집 망하니깐  다행인 게 있네

 

 누군가의 바닥을 보는 거

 

 (이진처음부터 나한테  이렇게 해 보지?

 

 [무거운 음악]

 

 난 또 우리가 친구인 줄 알았잖아

 

 [소란스럽다]

 

 (이진버스 끊기기 전에  빨리 들어가라

 

 (희도!  [희도의 성난 숨소리]

 

 너 미친 거야?

 

 이게 무슨 난리인데!

 

 넌 지금 이게 무슨 난리인데?

 

 집에서 '풀하우스'나 볼 것이지

 

 어울리지도 않는  날라리 흉내 왜 내는데?

 

 내가 시시하게  날라리 흉내나 내자고

 

 이러는 거 같아?

 

 이건 내 인생의  중요한 계획의 일부라고!

 

 (이진무슨 계획?

 

 고딩이 겁도 없이 나이트 와서

 

 부킹하고 술 마시는 게  무슨 계획이냐고

 

 너 경찰서 가고 싶어?

 

 가고 싶어

 

 (희도그게 내 계획이었어

 

 가서 미성년자가  나이트 간 거 걸렸어야 됐고  [한숨]

 

 학교에 연락이 갔어야 됐고

 

 학교에서!

 

 [한숨]

 

 날 강제 전학 보냈어야 됐다고

 

 (이진너 지금  강제 전학 가고 싶어서

 

 이런 계획을 세웠단 거야?

 

 그럼 안 돼?

 

 [답답한 한숨]

 

 너 왜 법이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줄 알아?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야

 

 (이진너 여기서 무슨 일에  휘말리는 상상 했어?

 

 실제로 일어날 일이

 

 네 상상의 범주 안에나  있을 거 같아?

 

 전혀 아니야

 

 이런 데 오면  네 인생에 없어도 되는 일

 

 없어야 되는 일

 

 없는 게 훨씬 나은 일들이 생겨

 

 나쁜 일을 저지를 때

 

 성인의 상상력과  미성년자의 상상력이

 

 천지 차이라서

 

 [한숨]

 

 [한숨]

 

 그럼 내가 어떻게 했어야 되는데?

 

 하루아침에 꿈을 뺏겼어

 

 [잔잔한 음악]

 

 [떨리는 목소리로펜싱부는  없어지고

 

 나는 펜싱이  계속하고 싶어서 미치겠고

 

 엄마는 펜싱 그만두고  공부나 하라고 하고

 

 (희도나 펜싱에 재능 있어

 

 그래서 시작했어

 

 지금은 슬럼프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고

 

 그리고 나 딴거  다 필요 없어그냥

 

 그냥 펜싱이 좋아

 

 (희도코치 쌤이 그러더라

 

 내 꿈을 뺏은 건

 

 자기가 아니라

 

 시대래

 

 대체 시대가 뭔데  내 꿈을 뺏을 수 있냔 말이야

 

 시대는

 

 충분히 네 꿈 뺏을 수 있어

 

 꿈뿐만 아니라 돈도 뺏을 수 있고

 

 가족도 뺏을 수 있어

 

 그 세 개를 한꺼번에  다 빼앗기도 하고

 

 오늘 네 계획이 망한 건  내가 망쳐서가 아니야

 

 틀린 계획이었기 때문에 망한 거야

 

 다시 세워계획

 

 재수 없어

 

 너 나한테 받을 거 있지?

 

 [멀리서 개가 짖는다]  [셔터 문이 드르륵 내려온다]

 

 [이진이 손을 탁탁 턴다]

 

 (이진배상은 이걸로 끝내는 거다

 

 근데 너 몇 살이야?

 

 스물둘

 

 [놀란 탄성]

 

 너 그 반응 실례야

 

 (희도아니난 한 스무 살쯤  되는 줄 알았어

 

 

 

 내가 그동안 너무 반말을 했네

 

 

 

 그럼 이제부터라도 존대해

 

 에이그건 아니지

 

 우리가 그동안 섞은  반말이 몇 개인데

 

 [희도가 책장을 사락 넘긴다]

 

 [한숨]

 

 꿈을 지키려는 거

 

 계획은 틀렸어도

 

 네 의지는 옳아

 

 [한숨]

 

 난 맨날  잃은 것에 대해서만 생각해

 

 근데 넌  얻을 것에 대해서 생각하더라

 

 나도 이제 그렇게 해 보고 싶어

 

 [잔잔한 음악]

 

 근데 진짜 집이 망했어?

 

 

 

 세게 망했어

 

 에이젊을 때  망해 보고 그러는 거지

 

 [웃으며] 60 다 돼서  망하는 거보다 낫잖아

 

 [희도의 웃음]

 

 그게 우리 아빠야

 

 아니내 말은

 

 (이진그래서 나는 부모님한테  도움을 요청할 수 없게 됐거든?

 

 근데 넌 도와줄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도움 청할 데가 있다는 건  네 나이만 가진 특혜니까 누려

 

 놓치면 아깝잖아

 

 그러게

 

 '풀하우스'에서 누구 제일 좋아해?

 

 라이더

 

 남자 주인공

 

 역시 사람들은  부자를 좋아하는구나

 

 잘생겨서 좋아하는 거거든

 

 (희도그럼 난  잘생긴 라이더 보러 빨리 가야겠다

 

 갈게

 

 (이진잠깐만

 

 이름이 뭐야?

 

 [잔잔한 음악]

 

 대여 기록 남겨야 돼서

 

 희도

 

 나희도

 

 넌 이름이 뭔데?

 

 그냥 묻는 거야  통성명이 예의니까

 

 백이진

 

 신문 사절은 취소야백이진

 

 [옅은 웃음]

 

 (희도사고 칠 용기는 있었는데  [키보드 조작음]

 

 엄마를 설득할 용기는 없었어

 

 나한텐 엄마가  재일 높은 벽일지도 모르겠다

 

 [채팅 알림음]

 

 [키보드 조작음]  (희도나도 가끔

 

 니가 너무 궁금해

 

 어디에 살고 어떤 모습이고  무엇을 꿈꾸는지

 

 [채팅 알림음]

 

 [피식 웃는다]

 

 그건 그래

 

 [키보드 조작음]

 

 [새가 지저귄다]

 

 할 말 뭔데?

 

 (희도

 

 전학 가고 싶다는 거

 

 그거 진심이야

 

 나 이대로 시시하게  펜싱 그만두고 싶지 않아

 

 계속 성적 안 나오고  못하고 있는 거 맞는데

 

 나 진짜 노력하고 있어

 

 그러니까

 

 도와줘

 

 노력하는 게 맞아?

 

 (재경너 이 옷 입고 어디 갔어?

 

 내 화장품도 손댔지?

 

 화장하고 이 옷 입고 어딜 갔길래

 

 술 냄새담배 냄새 묻혀 왔어?

 

 [떨리는 숨소리]

 

 나이트

 

 너 미쳤어?

 

 미칠 만큼 간절했어

 

 나이트 가서 경찰한테 걸려서  강제 전학 당할 생각이었어

 

 (재경어디서 말 같지도 않은  핑계를 대고 있어

 

 [버럭 하며지금 이게  노력하는 사람의 태도야?

 

 [재경의 답답한 숨소리]

 

 나희도

 

 너 펜싱 시작할 때  천재 소리 들었어?

 

 누구보다 우월한 시작이었어

 

 근데 지금 넌 어디 있니?

 

 아직도 펜싱 신동  거기 머물러 있잖아

 

 남들이 갈고닦고 나아가는 동안  너 혼자 제자리잖아!

 

 나도 그래서 답답하고 미치겠다고!

 

 (재경그럼  죽을 만큼 열심히 했어야지!

 

 나이트나 들락거리고?

 

 이딴 만화책이나  보고 있으면서

 

 무슨 펜싱이고 전학이야!

 

 [만화책이 툭 떨어진다]

 

 [희도의 떨리는 숨소리]

 

 (희도엄마가 뭔데  '풀하우스'를 찢어?

 

 엄마가 저 만화책보다  나은 게 있는 줄 알아?

 

 [울먹이며엄마 내 경기 보러  한 번도 안 왔지?

 

 나 경기 지고  집에 와서 혼자 속상할 때마다

 

 나 위로해 줬던 거

 

 엄마가 아니라 저 만화책이었어

 

 근데 무슨 자격으로 저걸 찢냐고!

 

 뭐가 나아서!

 

 [울먹인다]

 

 [무거운 음악]

 

 엄마한테 오늘  전학 가고 싶단 말 하려고

 

 내가 무슨 용기를 냈는지 모르지?

 

 강제 전학 가려고  나이트 갈 때보다

 

 엄마랑 대화할 때  더 큰 용기가 필요하더라

 

 엄마는 나한테 그런 존재야

 

 대화하고 싶지 않은 사람

 

 아빠 돌아가신 이후로 쭉

 

 [문이 덜컥 열린다]

 

 [떨리는 숨소리]

 

 [문이 탁 닫힌다]

 

 [한숨]

 

 [책장을 사락거린다]

 

 [놀란 숨소리]

 

 (희도아이씨

 

 [희도의 속상한 숨소리]

 

 [멀어지는 발걸음]

 

 [기어 조작음]  [차 키를 달칵 돌린다]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나 신재경이야

 

 오랜만이다

 

 [쓱쓱 문지르는 소리]

 

 [희도의 힘주는 숨소리]

 

 (희도아이아이씨

 

 이거 어떡하냐고

 

 아씨용돈 받고 나서 싸울걸

 

 물어 줄 돈도 없는데

 

 [희도의 짜증 섞인 탄성]

 

 [삐삐 알림음]

 

 [희도의 힘주는 신음]

 

 [삐삐 조작음]

 

 [삐 소리가 새어 나온다]

 

 (이진명진책대여점입니다

 

 오늘 '풀하우스' 11권  꼭 반납해 주세요

 

 나희도 학생

 

 [전화기 조작음]  [흥미로운 음악]

 

 (희도어떡해어떡해

 

 어떡해어떡해어떡해  어떡해어떡해어떡해

 

 [거친 숨소리]

 

 내용은 다 생각나는데

 

 대사도 다 생각나는데

 

 나 어떡해!

 

 [희도가 칭얼거린다]  [흥미로운 음악]

 

 [풀벌레 울음]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탁 잡는 소리]

 

 [덜컥거리는 소리]

 

 (이진아이씨문이

 

 갖고 있어갖고 있어 봐

 

 [익살스러운 음악]

 

 좀 늦으셨네?

 

 [당황한 숨소리]

 

 (희도안녕히 계세요

 

 뭐야왜 저래?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진뭐야이거?

 

 나희도!

 

 [희도의 긴장한 숨소리]

 

 이건 뭐야이거?

 

 [흐느낀다]

 

 왜 울어?

 

 왜 울어?

 

 [희도가 엉엉 운다]

 

 이게

 

 (이진?  엄마가 뭐엄마가 뭐라고?

 

 (희도)

 

 (이진말을 또박또박해 봐

 

 [이진이 의아해한다]  (희도)

 

 (이진

 

 (희도)

 

 [희도가 엉엉 운다]  [멀리서 개가 짖는다]

 

 [한숨 쉬며아니

 

 [이진이 키득거린다]

 

 [이진이 중얼거린다]

 

 (이진) '내가 널 좋아하면'

 

 [피식 웃으며] '', '외 않'…

 

 [킥킥댄다]

 

 [새가 지저귄다]  [매미 울음]

 

 [찬미가 사과를 아삭 베어 문다]

 

 [놀라며양찬미 코치님  기다렸습니다

 

 (찬미오랜만이다?

 

 (희도죄송합니다

 

 전학 오려고 최선을 다해 봤는데

 

 모든 계획이 다 실패했습니다

 

 [한숨]

 

 그래서 제 실력을  보여 드리러 왔습니다

 

 욕심나는 실력인지 아닌지  직접 보시고 판단해 주십시오

 

 [희도가 지퍼를 직 연다]

 

 [힘주는 숨소리]

 

 저 칼도 갖고 왔습니다

 

 [긴장되는 효과음]

 

 [휙휙 도는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긴장되는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1차 테스트 합격

 

 (찬미따라온나

 

 [기뻐하는 탄성]

 

 (찬미니 돈 좀 있나?

 

 

 

 [작은 목소리로혹시  아직도 뒷돈 받으세요?

 

 [헛웃음]

 

 돈 좀 있냐고  [흥미로운 음악]

 

 [동전이 잘그랑거린다]

 

 - 600원 있는데요  - (찬미) 600오케이

 

 (찬미) 600원 줘 봐

 

 하나

 

  300원 줘 봐

 

  300 300?

 

 [동전이 짤랑거린다]

 

 [찬미의 힘주는 신음]

 

 니가 내 제자가 될 확률은  50  50이데이

 

 니가 생각했던 거보단  꽤 높은 확률이제?

 

 2차 테스트 시작

 

 [강조되는 효과음]

 

 , 2차 테스트가 짤짤이구나

 

 ?

 

 [강조되는 효과음]

 

 !  [강조되는 효과음]

 

 (찬미홀  [흥미로운 음악]

 

 저 아직 300원 남았어요

 

 기회 한 번만 더 주세요

 

 [희도가 살짝 웃는다]

 

 [동전이 짤랑거린다]  [찬미의 힘주는 숨소리]

 

 [숨을 후 내쉰다]

 

 ?

 

 !

 

 [흥미로운 음악]

 

 (찬미!

 

 [동전이 잘그랑거린다]  (희도?

 

 (찬미) 2차 테스트 불합격

 

 아니

 

 잠시만요!  [부스럭거린다]

 

 [희도의 다급한 숨소리]

 

 [무거운 효과음]

 

 올인

 

 [긴장되는 효과음]

 

 저 마지막 기회 한 번만 더 주세요

 

 [흥미진진한 음악]  [간절한 숨소리]

 

 제발요한 번만요

 

 [동전이 짤랑거린다]  (찬미아수라발발

 

 [긴장한 숨소리]  아수라발발

 

 아수라발발 발발 발발 발발

 

 발발 발발발!

 

 [긴장되는 효과음]

 

 

 

 !

 

 [간절한 숨소리]

 

 

 

 (찬미홀  [익살스러운 음악]

 

 [동전이 잘그랑거린다]  [희도가 엉엉 운다]

 

 (희도아이코치님!

 

 이런 거는 펜싱 실력이랑  아무 상관 없잖아요!

 

 와 상관이 없노?

 

 선수가 뭐

 

 운동선수가 운동만 잘하면  뭐다 성공하는 줄 아나?

 

 [칭얼거린다]

 

 (찬미실력은 다 거기서 거기다

 

 경기는 운발

 

 그라고 기세지

 

 아유니 봐라그거

 

 운 드럽게 없어 가지고

 

 [시무룩한 숨소리]

 

 근데 또 운발은 내가 좋다

 

 선수는  코치 운발 따라가는 기라

 

 2차 테스트 합격

 

 다음 주부터 태양고로 등교해

 

 [밝은 음악]

 

 정말이에요?

 

 게임은 게임이니까  요건 놔두고 가고이

 

 당연하죠

 

 [벅찬 숨소리]

 

 (희도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희도의 들뜬 탄성]

 

 (찬미안녕

 

 (희도감사합니다!

 

 [문이 탁 닫힌다]

 

 [찬미의 힘주는 숨소리]

 

 

 

 모녀가 소통을 안 하는구먼

 

 [차분한 음악]

 

 (찬미너무 대단한 분이 오셔가  존댓말이 나올라 칸다

 

 잘 지냈니?

 

 잘 지내야겠다

 

 살다 보니 신 기자가  내 학부형으로 다 찾아오고

 

 말했다시피  우리 딸이 펜싱 하는데

 

 (찬미안다

 

 [부스럭거리며느그 딸  내 앞에 와서 무릎 꿇었다

 

 지 받아 달라꼬

 

 같은 부탁이제?

 

 (재경

 

 근데 내 딸인 줄 어떻게 알았어?

 

 니 남편 장례식장에서 봤다

 

 너 거기 왔었어?

 

 (찬미

 

 근데 니는 안 왔데?

 

 다음 주부터 등교시키라

 

 고마워

 

 (찬미고마울 거 없다

 

 니 부탁 때문에 해 준 거 아이니까

 

 내가 땡기 갖고 델꼬 온 기다

 

 근데 니는

 

 내한테 부탁은 해도  사과는 안 할 긴가 봐?

 

 니는 내가 니  이해해 줄 줄 알았제?

 

 와 대답이 없노?

 

 딸 맽기는 입장 되니까  옛날같이 몬된 말이 안 나오나?

 

 못되고 싶었던 적 없어

 

 [차분한 음악]

 

 이해받고 싶었던 적은 있어도

 

 [한숨]

 

 [풀벌레 울음]

 

 [재경의 기가 찬 숨소리]

 

 [기어 조작음]

 

 삥 뜯겼니?

 

 

 

 그럴 거면 운동은 뭐 하러 하니?

 

 안 맞고 삥 뜯기려고

 

 갈 데 있어

 

 싫어

 

 (재경그럼 교복 사이즈는  내가 알아서 산다

 

 (희도무슨 교복?

 

 태양고로 전학 가려면  교복 사야 할 거 아니야

 

 그 꼬라지론 어차피 못 가겠네

 

 [기어 조작음]

 

 [밝은 음악]  (희도갈게갈 수 있어!

 

 나 지금 가!

 

 [문이 탁 닫힌다]

 

 (희도고유림

 

 나는 오늘  드디어 너의 세계로 간다

 

 [옷매무새를 탁 가다듬는다]  기다려

 

 [결연한 숨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

 

 (희도!

 

 [탁 소리가 울린다]

 

 백이진!

 

 백이진!

 

 나 오늘 드디어 전학 가!

 

 심지어 태양고로!

 

 나 펜싱 계속할 수 있게 됐어!

 

 내 나이만 가진 특혜  너 때문에 누렸어!

 

 고마워!

 

 [벅찬 숨소리]

 

 뭐야갔냐?

 

 못 들었냐?

 

 그래도 괜찮아

 

 오늘은 다 용서할 수 있어

 

 나 지금 너무 행복하니까!  [말소리가 울린다]

 

 [희도의 기분 좋은 숨소리]

 

 축하해

 

 [힘찬 음악]

 

 (희도진짜 너의 세계에 왔어  고유림

 

 (희도고유림이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

 

 혹시 사귀어?

 

 (이진너 보면 내 생각이 나

 

 열여덟의 나 같아

 

 (희도나 이거 보고 있으면  행복해져

 

 (유림너구나, 7반 이쁜이가

 

 (희도앞으로 어떤 순간도  행복하지 않겠다고

 

 난 그 말에 반대야

 

 (찬미) 15점을 먼저 내는 쪽이  승리를 거둔다이  [버저가 삐 울린다]

 

 프레

 

 알레  [버저가 삐 울린다]

 

 (이진난 네가

 

 뭘 함부로 해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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