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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의신 1회

공부의 신 1회 대본 (10. 01. 04 방송)

꼴찌서울대 가다

 

 

대형 로펌 외경 ()

 

대표(e) 사직서?

 

로펌 대표실 ()

 

강석호로펌 대표 앞에 서 있다책상 위엔 사직서 있다.

 

대표 이 사람 기어코우리가 KJ그룹이랑 손잡게 되서 그래?

 .

대표 이거 봐. KJ 그룹 하나면 우리 1년 장사 끝나아니앞으로도 쭉 탄탄대로

우리 같은 신생 로펌에 흔한 일인 줄 알아?

강석호 그래서상감마마한테 뽑힌 무수리 자세로 감지덕지우리들 의견은 묻지도

않으시고 속치마 활짝 열어 보이셨습니까?

대표 왜 안 물어자네 빼고 다 찬성했는데!

 (ol) 그래서 제가 나가겠다는 겁니다.

대표 강변너 왜 이렇게 빡빡하게 굴어쌍팔년도 운동권 학생도 아니고!

강석호 저는 용납 못 합니다. KJ, 우리나라에서 짱먹는 재벌 그룹이면 뭐 합

니까국민들 속여 땅 투기 하고주가 조작하고편법 증여하고온갖 비리

로 너덜너덜한 회사 아닙니까이런 회사 밑이나 닦아주면서 헤헤거리고 살

라구요못 합니다.

대표 ... 진심이야?

 .

대표 요즘 날고 기는 애들 우리 회사 못 들어와서 안달이야후회 안 해?

 안 합니다.

대표 (빤히 보다가/사표 집으며좋아수리하지.

 그동안 감사했습니다선배님. (목례하고 나가는데)

대표 강석호.

 (돌아본다)

대표 자네 혹시... 양심선언이다 뭐다 그런 거 해서 우리 밥에 재 뿌릴 거 아니

?

 두려우십니까.

대표 (굳는)

 (미소/나간다)

대표 (불안한)

 

로펌 내부 ()

 

대표실 나와서 당당하게 걸어 나가는 강.

직원들 수군대며 쳐다본다.

 

지하 주차장 ()

 

매끈한 고급 승용차들 사이에 강의 낡은 오토바이 있다.

 

 (오토바이에 올라... (새출발 결심/헬멧 닫고/부릉부릉 시동 걸고 출발

하는)

 

거리 변호사 사무실 (시간 흐름)

 

*경쾌한 음악과 함께.

*질주하는 강의 낡은 오토바이 화면에 변호사 사무실 화면 인서트 되며. (혹은 분할화면)

<강석호 변호사 사무실현판 걸고작은 사무실 개업하는 강.

사무장과 여직원 한 명의 규모셔츠 바람으로 의욕적으로 일하는 강

*신나게 질주하는 강의 오토바이.

의뢰인 하나 오지 않고신문 보는 강귀 후비고 있는 사무장하품하는 여직원.

*신나게 질주하다가 속도 차츰 느려지며 정체 구역에 접어드는 오토바이.

*음악 템포 차츰 느려지며.

사무장 책상 없고의자에 기대어 자는 강파리채로 파리 잡는 여직원.

*자동차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지만 역시 정체되는 오토바이.

계절 변화여직원 책상도 없고혼자서 컵라면 먹는 강무료한 모습.

*신호등 빨간불 들어오고급정거하는 강의 오토바이에서.

 

로펌 대표실 (얼마 후)

 

통화하고 있던 대표껄껄껄 웃는다.

 

대표 사무실을 또 옮겨강석호꼴이 말이 아니구만. ... 아니계속 마크해

런 시건방진 놈은 아주 알뜰히 밟아 놔야 하니까세상 만만치 않다는 거 뼛

속 깊이 느끼게 해 줘야지후후.

 

변호사 사무실 (얼마 후)

 

예전과는 확 다른 좁고 허름한 사무실테이블 하나와 낡은 중고소파 뿐.

강석호탁자에 다리 길게 올리고 졸고 있는데 전화 온다.

 

 (반갑게변호사 사무실입... (찡그리고. ...압니다.

친구 (들어온다)

 (보고 손 까딱이번 달 안으로 한달치라도 넣어드리겠습니다.

(끊고왔냐.

친구 임대료 독촉이냐 또?

 (피식 웃고/일어나며커피?

친구 (앉으며됐고. (파일 꺼내놓으며이것 좀 봐.

 (소파로 와 앉아서 보고)

친구 임대료나 벌어보라구.

 (굳는병문고등학교?

친구 병문건설이라고 들어봤지작년에 거성그룹에 합병된 회사.

 ...

 

파일 첫 장의 학교 전경 사진 속으로 화면 쑥 들어가며.

 

병문고 전경

 

교문에 <병문고등학교현판 보이며 겉으론 그럴 듯한 학교 외경.

 

친구(e) 거기서 세운 학교야... 전통도 나름 있구.

 

병문고 교내 모습 몽타주

 

등교하는 아이들 모습날라리가 절반의욕상실로 하품하며 어기적 걷는 애들이 태반.

 

친구(e) 그럼 뭐 하냐.

 

수업시간박귀남기계적으로 수학 수업하고 애들 대부분 졸거나 딴 짓하는 분위기.

 

친구(e) 개교할 때부터 애들이 워낙공부를 못해서줄창 아주 상똥통 학교로 알

아 줬거든사고치는 놈들 투성이고.

 

쉬는 시간 종이 치자 일제히 활기 찾는 아이들춤추거나 장난치거나 쌈박질하는 찌질이들.

 

친구(e) 입학생도 해마다 줄고배정이 돼도 절반은 전학 가 버리고...

 

신문기사 몽타주들

 

<병문건설거성 건설에 합병기사와 사진.

 

친구(e) 이젠 재단도 어려워지고 해서...

 

<전 병문건설 장필규 회장 투병중헤드라인 아래 <... 자수성가하여 병문건설을 창립하고 학교법인 병문학원을 세워 뜻있는 교육사업을 벌여온 장필규 회장이... 병문고 새 이사장에는 외동딸 장마리씨가 부임하게 돼...> 등의 기사들 보이며.

 

(e) 학교 운영권 넘길 데를 찾고 있겠군.

 

변호사 사무실 ()

 

친구 위에서 관여하기 전에 자기들이 처리하고 싶은 거지.

 (파일 넘겨본다운영권 이전 업무..

친구 생각 있냐?

 (픽 웃고고맙다한달치 임대료 정돈 빠지겠다.

친구 그럼 다행이고경우에 따라선 법인 해산도 각오하는 모양이야그렇

게 되면 그 일도 맡아서 해.

 ...법인 해산? (!!) 학교가 없어질 수도 있다?

친구 그렇지.

 (복잡한 표정인데... /사실은 모교라서...)

 

문 벌컥 열리며 사복 차림의 백현철가방 들고 들어온다.

 

백현 자장면 왔습니다. (철가방 열어 셋팅하는)

친구 점심 아직 안 먹었어?

 너도 먹자. (백현에게여기...

친구 (ol) 아니 난... (말하려는데)

백현 (테이블 위에 자장면과 단무지 틱틱 놓으며추가 안 됩니다.

 왜 안 되지.

백현 (찡그리고자장면 하나 들고 여기까지 또 오라구요?

 청년은 배달을 목적으로 고용된 사람 아닌가한 그릇이든 두 그릇이든 군말

없이 배달해야할 의무가 있을 텐데.

친구 됐어나 먹었어.

백현 (참으며육천원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본분에 충실해야 한다현재청년의 본분은 한 그릇이든

두 그릇이든 열심히 자장면을 배달하는 것이다친절하게. (육천원 주고)

백현 ... 그러죠. (악물고맛있게 드십쇼 손님. (문 탕 닫고 간다)

친구 애한테 왜 그래.

 (자장면에 젓가락 꽂자 통째로 들린다역시기본이 안 돼 있군.

 

허름한 건물 앞 ()

 

<영화루깃발 단 배달 오토바이와 강석호의 낡은 오토바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철가방 든 백현투덜거리며 내려온다.

 

백현 (오토바이에 오르려다가 보면)

 

옆에 강석호의 낡은 오토바이 보인다.

오토바이 앞 뒤에 <변호사 강석호/신속 해결!> 스티커 붙어 있다.

 

백현 꼰대. (주머니에서 네임펜 꺼내 뭔가 적고 간다)

 

변호사에 X표 쳐져 있고 그 위에 븅신’ 과 똥그림.

 

변호사 사무실 ()

 

테이블에 병문고 관련 자료들 있고강석호 검토 중이다.

 

 (멈추고병문... 드디어 망하는 거냐.

 

-플래시컷 (흑백톤)

-고교생 강 이 따위 학교망해 버리라 그래!!

 

 (무표정/생각에 잠기는)

 

변호사 건물 앞 (다음날 낮)

 

건물을 나온 강화창한 하늘을 한번 본다.

수납함에 가방을 싣고 헬멧 쓰고 오토바이 출발시키는 강.

 

거리 ()

 

강의 오토바이 달려간다일각에서 <영화루깃발 단 백현의 오토바이 나타난다.

두 오토바이신호 받고 선다백현강의 오토바이 뒤에 낙서 보고 강임을 알아차린다.

 

백현 (씨익 웃고)

 

신호 떨어지자 백현의 오토바이강에게 계속 태클 건다.

신경전 벌이는 두 오토바이백현을 알아본다손가락으로 약올리는 표시하고 가는 백현.

사이드 미러로 경찰차 발견한다속력 올려 백현의 진로 방해하며 약올리고 간다.

백현쫓아가려는데 경찰차 멘트 들려온다.

 

경찰(e) 영화루오토바이 세우세요영화루!

백현 (찡그리는데)

 (손 들어 보이며 좌회전 꺾어지는)

백현 (일각에 오토바이 대는)

 

다른 거리 ()

 

씨익 웃고 헬멧 덮개 멋지게 내리고 가는데.

어디선가 날아온 반쪽짜리 시험지강의 헬멧 덮개에 철썩 붙는다.

시야가 가려진 강지그재그로 운전하다가 간신히 오토바이 세운다.

 

 (시험지 뜯어내서 보면)

 

25점짜리 수학시험지다.

 

 길풀잎? (시험지 하단 보고/!!)

 

병문고 글자 탕탕탕 보이면서.

 

 병문고.

 

어디선가 찢어진 시험지 팔랑 또 날려오고그쪽으로 시선 돌리면.

 

육교 위 ()

 

길풀잎시험지 찢어서 날리고 있다.

30점 짜리 영어시험지 보고 한숨 푹쉬고는 또 부욱찢어 날리는 풀잎.

팔랑팔랑 날아가는 시험지 조각.

 

병문고 앞 길 ()

 

강의 오토바이 달려온다.

 

 (일각에 오토바이 세우고 걸어와 언덕길을 바라본다/감회어린 표정/가려다

문득 올려다보면)

 

<병문고의 조속한 이전을 촉구한다! -풍진2동 주민 일동-> 플래카드 붙어 있고.

그 아래에는 <서울시는 풍진동 재개발 사업을 즉각 추진하라!> 플래카드.

 

 (무표정하게 플래카드 바라보는)

 

병문고 앞 구멍가게 ()

 

 (음료수 사서 계산하며저 위에 병문고옮긴답니까.

주인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아~쩍두 안 해요저놈에 똥통학교 땜에 집값 안

올라 죽겠구만.

아줌마 (일각 평상에서 마늘 까고 있다가혹시... 땅 보러 오셨수?

주인 으응? (그런가보고여기가요저기 저 병문학교만 싹 이사 가면 아주

당이예요.

아줌마 그럼재개발 호재도 있고담 선거 땐 확실히 들고 나올 걸?

날라리풍의 병문고생들 욕하고길거리 기물을 발로 뻥 까고장난치면서 지나간다.

 

주인 웬수들귀신은 뭐 해저것들 좀 싹 쓸어가 버리지.

 (음료수 마시며 보는)

 

병문고 교문 교정 ()

 

하나같이 찌질해 보이는 병문고 학생들하교 중이다.

 

 (걸어와 학교 전경 지그시 본다 만감이 교차하는)

 

학교 전경 스윽 보이고학교 건물 3층의 한 교실로 화면 슈슈슉 들어가면.

 

3-4 교실 ()

 

한수정열심히 영어보충하고 있다칠판엔 색색가지 판서가 가득.

 

수정 (초딩에게 수업하듯 또박또박한 어조로이게 바로 어브(of) 쁘라쓰 목적어

쁘라스 to 부정사 구문뭐였죠그치바로바로 (칠판 of you

to stay에 줄 그으며부정사의 의미상 주어다... 알겠죠. (하고 애들 보면)

 

화면 쭉 빠지면 열 명 남짓 아이들가운데 오봉구 빼고 다 엎어져 자고 있다.

 

수정 (한숨 푹/교탁 땅땅 치고얘들아바로 앉자보충한다고 남아놓고 다 자

면 어떡해. (앞자리 남학생 깨우며찬두야하루 종일 자고 아직도 졸려?

(옆 분단 여학생 어깨 주물려 주며현정아피곤하니?

 

아랑곳 않고 자는 아이들.

 

수정 (한숨쉬다가 한가운데 봉구 본다)

봉구 (밑줄 그어가며 열공 중)

수정 그래도 봉구 밖에 없구나.

봉구 (선하게 웃으며힘내세요 샘.

수정 고마워. (다가와질문할 거 없어?

봉구 . (머리 긁적)

수정 (색색가지 형광펜 칠한 문제집 보고필기도 잘 했네? (!!) (5단원인 거 보

고 허걱) 5단원 하고 있었어지금 4단원 하는데?

봉구 그래요어쩐지... 쫌 다르드라... (긁적이며 히죽)

수정 ...

 

(e) 끝나는 종소리.

 

교무실 ()

 

교사들모두 모여 있다.

 

교사들 (다같이법인 해산이요?!!!

박귀남 (교감에게그럼... 우리 학교가 문을 닫는다는 겁니까?

사도철 (추리닝 차림/옆에서 끄덕하며/걱정스레 보고)

배영숙 우린 어떻게 되는 거예요?

수정 (들어오는)

교감 ... 흥분 자제하시구요. (일각 향해학교 폐쇄까진... 아닌 거죠이사

장님.

 

일각의 이사장 장마리네일아트된 손톱 살피며 도도하게 앉아있다.

 

마리 글쎄요... 그럴 가능성도... 있겠죠?

수정 (자리로 가다가 흠칫 선다)

교사들 (동시에이사장님!!!

수정 (교사들 헤집고 나오며이사장님그게 무슨 말씀이세요학교 폐쇄요

언제요?

마리 (찡그리고) calm down! 아우우리나라 사람들이렇게 막무가내로 버닝

하는 거 너무 싫어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거 없거든요이제 곧 변호사

가 올 건데요그 사람이 조사해 보고 결정할 거예요.

수정 그런 걸 이렇게 일방적으로 통보하시는 법이 어딨어요벌써 변호사가

오다뇨일단은 우리 선생님들하고 충분한 토의를 거친 후에...

마리 (ol) 한수정 선생님충분한 토의는요변호사님 오면 하세요나 빼구?

 

문 드륵열리고 강석호 들어온다일제히 쏠리는 시선.

 

 실례하겠습니다장마리 이사장님 여기 계십니까.

마리 내가 이사장인데... 강석호 변호사님?

 .

교감 오오변호사 양반!

박귀남 우리 학교어떻게 되는 겁니까?

사도철 우리 인제 싹 다 짤리는 거예요?

교사들 (이럴 수가 있어요등등 아우성)

 (마리를 보면)

마리 (으쓱해 보이는)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습니다운영권 이전이나 법인 해산 문제에 대

해서는 내일 이사회에서 협의한 후 통보하겠습니다.

교사들/수정 (완전 흥분상태/웅성웅성)

 (마리에게이사회와 관련해서 따로 의논드릴 게 있습니다.

마리 그래요? (귀찮은/일어나이사장실로 가시죠. (가는데)

수정 (교사들과 웅성이다가/이사장 나가는 거 보고이사장님!

마리 한수정 샘내일내일 얘기하자 응? (가고)

 (나가고)

수정 (기막힌)

 

복도 ()

 

강과 장마리나란히 가며.

 

마리 (도도하게 걸어가며그냥 알아서 하시지... 복잡한 거 해결하라고 돈 써서

부른 거예요앞으론 나한테 자꾸 뭐 얘기하고 그러지 마세요.

 (어이없어 보는데)

수정 (쫓아오며잠깐만요!

마리 (서며왜 또.

수정 (강에게만일 법인해산이 되면... 진짜로 학교 문을 닫는 건가요?

 그럴 수도 있고다른 운영권자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수정 그럼... 우리 애들은요?

 ...

수정 최악의 경우엔... 다른 학교로 흩어질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는 표정)

수정 그렇게 되는 동안학교를 떠나는 선생님들도 계시고학교 분위기는 엉망

이 될 거구요?

 경우에 따라서는요.

수정 참 쉽게 말씀하시네요?

 학생들 문제는 제 소관이 아닙니다.

수정 (기막혀이사장님우리 학교의 운명이 달린 문제를 이렇게 쌩판 모르는 사

람한테 맡겨도 되는 거예요?

마리 아는 변호사 있음 데려오든가수임료 싼 사람으루.

 (마리를 홱 보는)

마리 (움찔오세요. (간다)

 (가는데)

수정 (강을 막아서며변호사님은 어느 고등학교 나오셨죠?

 (흠칫)

수정 변호사님이 다녔던 고등학교가 지금 문닫을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변호사님의 후배들이 갑자기 친구와 헤어져야 하고낯선 학교로

전학을 해야 하고똥통학교 출신이라고 손가락질 받으면서 주눅 들어 생

활하게 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차분히글세요저는 원래 인맥이니 학맥이니 하는 것들을 혐오하는 사람

이라... 얼굴도 모르는 후배들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간다)

수정 (뒤에서놔버리면 안 되는 애들이라구요!

 (약간 멈칫)

수정 이대로 낯선 곳으로 흩어져 버리면우리 애들... 더 안 좋아질 거예요.

 (빤히 보다가그런 문제는 전문 상담 교사와 상의해 보십시오. (간다)

수정 (절망적으로 보는)

 

이사장실 ()

 

마리 (커피 만들며복잡한 거 질색이니까 용건만 말해요.

 (오래된 듯한 이사장실 둘러본다장필규 이사장님은 병세가 좀 어떠십니

.

마리 뭐 맨날 그렇... (!!) 우리 아빠 알아요?

 신문 기사 봤습니다.

마리 (커피 들고 와 앉으며/한숨아빠 생각하면... 쫌 그렇긴 해요.

 (협탁의 오래된 사진에 시선 간다)

 

30여 년 전쯤의 개교기념일 사진이다가운데에 젊은 장필규 이사장과 김복순 선생 모습이 보인다따뜻하게 웃는 김복순 선생님 얼굴 보이며.

마리(e) 아빠 의식 잃으시기 전까지도학교 잘 부탁한다고 그랬거든요. (한숨그래도 어떡해요으으얼떨결에 이거 맡고내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

는지안 되는 학교 붙들고 있어 봤자 뭐 하겠어요.

 (사진을 지그시 보는)

 

이사장실 앞 복도 ()

 

이사장실을 나온 강걸어가며 본다.

야자를 한답시고 남은 아이들복도며 교실을 돌아다니며 떠들고 싸우고 개판인 모습.

 

 (그들을 물끄러미 본다)

 

각각의 교실에서 일렉기타 치고 헤드뱅잉하는 놈들게임하는 놈들...

교실 안에서 치고받고 싸우다 창문 뚫고 복도로 날아와 계속 싸우는 놈들...

개판인 아이들 사이 일각에... 예전의 고딩 강석호가 있다. (현재의 아이들 속에서 강석호와 주위 애들만 흑백톤이다한 놈을 죽도록 두들겨 패는 고딩 강석호식식대는 무서운 눈빛.

 

 (그 모습을 무표정하게 보는데)

 

(e) 핸드폰 벨.

 

 (깨듯/액정 확인하고 받는어 그래.

 

대형 로펌 사무실 ()

 

친구 (통화하며내가 방금 특A급 정보를 입수했다.

 (피식또 뭔데.

친구 니가 맡은 병문고 말야... 그 학교 있는 동네를 KJ 그룹에서 접수할 모

양이야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거래거기 병문고는 자립형사립고

전환하고.

 

복도 ()

 

 (굳는)

친구 이야... 똥통 병문이 자사고 되고, KJ가 재단으로 들어 온다 그러면 완전 달

라질 거야 거기?

 ... (일각에서 개싸움하는 아이들한심하게 노는 아이들 지그시 본다)

친구 후후너 KJ 땜에 로펌 그만 두고여태 죽 쒔는데까딱하단 여기서 또 만

나게 생겼다?

 확실해?

친구 거의그러니까맡은 일 빨리 처리하고 빠지라구괜히 개발설 돌고,

자사고 된단 소문 돌고 그러면일만 복잡해져.

 (!!)

 

병문고 앞 거리 ()

 

 (걸어오다가 올려다본다)

 

<병문고의 조속한 이전을 촉구한다! -풍진2동 주민 일동-> 플래카드 휘날린다.

 

 (주위 둘러보면)

 

날라리 복장으로 몰려가는 병문고 학생들찌질하게 장난치며 달려가는 학생들.

찌푸리며 학생들을 바라보는 행인들주민들가게 주인들의 모습이 점점 빠른 화면으로

휙휙휙 교차되며 급박한 음악 고조되면서 그 위로.

 

수정 (e) 놔버리면 안 되는 애들이라구요!

김복순 (e/겹쳐서석호를 놔 버리면 안 돼요!

 (!!/점점 비장한 눈빛으로 바뀌다가/병문고 쪽을 휙 본다)

 

저만치 안개 속에 아련히 드러나 있는 병문고 전경.

깊이 생각에 잠겨 갈등하는 강의 모습이 위기감 있게 한동안 보여지다가...

 

 (휙 학교 노려보며먹히게 둘 순 없지. (노려보는 눈빛에서)

 

거리 ()

 

(e) 바라바라바라밤.

클랙슨 울리며 가는 영화루’ 깃발 달린 배달 오토바이운전석에 백현.

 

영화루 ()

 

주인 (월급봉투 주며수고했다.

백현 고맙슴다! (기분 좋고)

 

골목 다세대 앞 ()

 

통닭 한 마리 사 들고 기분 좋게 오던 백현저만치 할머니를 본다.

 

백현 (부르려다 멈칫)

 

백현 할머니집 주인에게 뭐라 사정하고집주인고개 저으며 난처한 표정이다.

 

백현 (다가가며할머니!

할머니 (당황백현아!

백현 (집주인에게무슨 일로...

할머니 (밝게어어 그냥근처 오셨다가. (집주인에게 눈짓하며그럼 살

펴 가요들어가자 백현아. (백현 데리고 들어가려는)

백현 잠깐만 할머니. (집주인에게무슨 일... 있죠. (불안하게 보고)

집주인 ...

 

시간경과.

 

백현 (굳어?

할머니 괜찮어핼미가 다른 데 알아보고 있어.

백현 (주인에게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집이 경매로 넘어가게 됐다고우리

더러 그냥 나가라뇨!

집주인 난들 이러고 싶어 이래집도 날리고 지금나도 미치겠어!

백현 (집주인 멱살 잡으며우린 어떡라구할머니랑 나는당신 땜에 전세금 다

날리고 길바닥에 나앉으라구?

할머니 (말리며백현아...

집주인 그래서 처음에 세 들어올 때 얘기 했잖아근저당 잡혀 있는 집이니 알아

서 하라구싼 맛에 덥썩 들어올 땐 언제구 이제 와 딴소리야?

백현 (할머니에게무슨 말이야 할머니?

할머니 (난처한)

집주인 (백현 홱 뿌리치며어린 노무 자식이잘 알지도 못 하면서!

백현 이씨... (통닭봉투 던져두고/달려들려)

할머니 (백현을 뒤에서 안으며아이구 백현아이러지 말어!

 

백현 거실 ()

 

허름한 다세대 주택의 실내.

통닭 봉지 한 옆에 있고할머니와 백현마주앉았다.

 

백현 난 그런 줄도 몰랐잖아쫌 싸더라도 안전한 집으로 세를 들지 왜.

할머니 너 학교 땜에학원도 가까워야 하고.

백현 (!!)

할머니 걱정 말어핼미가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어대한민국 천지에 설마 너랑 나

들어가 살 집이 없겠어? (일각 닭봉지 보고끌어오며웬 닭이여?

백현 할머니 좋아하시잖아.

할머니 이잉니가 무슨 돈이 있어갖구!

백현 할머니가 용돈 준 거 모았지.

할머니 용돈 애꼈다 참고서 사 쓰라니까.

백현 사고 남은 거야.

할머니 (흘기다 웃으며에이그우리 손주 자상하기도 하지. (궁둥이 두드려주며)

착한 건 즈이 에미에비를 쏙 뺐어 그냥. (궁둥이 세게 두드려 주고)

백현 아퍼 할머니. (닭봉지 뜯으며드셔식었다.

할머니 백현아.

백현 .

할머니 공부 열심히 해요~은 대학에 가야핼미가 저 세상에 가서도 느이 에미

에비를 딱이렇게 떳떳이 보지.

백현 맨날.

할머니 에으 그냥서울대핵교에 짝붙으면 좋은데.

백현 할머닌그런 델 내가 어떻게 가.

할머니 으응너 요만할 때 공부를 을마나 잘 했는데동네에서 그냥 신동 났다구

...

백현 (ol) 어우 또 시작닭 드세요 에? (닭다리 뜯어서 먹여드리고)

할머니 그래아우꿀맛이네 그냥꿀닭이여!

 

봉구네 고기집 주방 ()

 

주방옷 차림의 봉구설거지하다 말고 문제집 풀고 있다.

 

봉구부 (배식구 통해 들여다보며봉구야뭐 하냐~~ 짜식공부해?

봉구 (부끄숙제하는 거예요.

봉구부 손님 좀 빠졌다야참 먹자.

봉구 저녁 먹은 거 아직 안 꺼졌는데.

봉구부 나와 임마등심 기깔난 거 꼬불쳐 뒀어.

봉구모(e) 봉구야고기 먹자!

봉구부 (거 보란 듯 웃고)

봉구 (웃고예 엄마!

 

고기집 홀 ()

 

손님 두 팀 정도 있고봉구모일각에서 고기 굽는다.

 

봉구 (주방에서 나온다)

봉구모 얼른 와.

봉구부 봉구 이 놈이 주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네?

봉구모 으응?

봉구 아니예요숙제라니깐.

봉구모 숙제라잖어이 양반은 책이라면 그저잡지책을 보고 있어도 공부한대.

봉구부 흐흐우리 집안이 워낙 책이랑 담쌓은 가문이라 그렇지.

봉구모 우리 봉구가 뭐주워 온 자식이야당신하고 나 닮었으면 공부 머리 없어.

봉구부 그래쓸데없이 공부 많이 해 봤자취직도 안 된다우리 식당 이렇게 실한

이거나 잘 건사하면 돼.

봉구모 (커다란 고기 봉구 입에 넣어주며먹어아유먹는 모습은 그냥 언제 봐도

왕자님이지 우리 아들.

봉구 (잔뜩 먹으며 천진난만하게흐흐흐아빠 아. (아버지 입에도 넣어주고)

 

찬두 방 ()

 

찬두음악 크게 틀어놓고 춤추는 중이다거울 보며 멋지게 폼 잡는데.

 

찬두모 (문 벌컥 열고 뛰어 들어오며찬두야아부지! (오디오 끄며아부지 오셨

!

찬두 (머리 며 옷매무새 급하게 다듬으며아부지 내일 오시잖아.

찬두모 몰라회사에 급한 일 터졌다고 오셨... !!! (남편 보고 기겁)

찬두부 (들어오며/노려보는)

찬두모 아니 저기... 찬두가 지금까지 쭉 공부하다가 잠깐...

찬두부 (오디오 본체에 손을 대보고 휙 보는)

찬두 (움찔)

찬두모 (슥 만져보고아우 이게... 켜놓지도 않았는데 뜨겁네...

찬두부 (근엄하게지금 학원에 있을 시간 아니니.

찬두 (가방 챙겨들며갈려구요 지금다녀오겠슴다. (서둘러 나가고)

찬두모 어 그래열심히 해~ (찬두부 눈치 보면)

찬두부 (벼르는 듯한 눈빛) ...

 

찬두집 앞 ()

 

2층 저택이다.

 

찬두 (나와서아 씨... 갑자기 들이닥치냐. (가려는데)

 

(e) 핸드폰 벨액정에 나현정’.

 

찬두 (받고!

 

쇼핑타운 청바지 집 ()

 

나현정남자 빈티지 진 고르며 통화중이다.

 

현정 같이 가자아나 혼자 가면백현이가 안 만나준단 말야.

찬두 그러게 왜 스토커질을 하고 다녀아 몰라.

현정 너어나한테 맡긴 기타니네 아빠한테 확 꼰질른다?

찬두 (!!) 아 씨...

현정 히히히... (진 하나 고르고우아이쁘다이거 얼마에여?

 

거리 ()

 

풀잎학원버스에서 내려 걸어간다피곤한 모습.

 

카페 뮤즈 앞 ()

 

작은 규모의 술집이다걸어온 풀잎안을 살피고 찡그린다.

 

카페 뮤즈 ()

 

풀잎모와 남자다정하게 서로에게 먹여주며 까르륵 웃는다.

풀잎들어서다 그 모습 보고 찡그리며 안쪽으로 가는데.

 

남자 풀잎이 이제 오니?

풀잎모 쟤 봐너 아저씨한테 인사 안 해?

풀잎 (꾸벅)

풀잎모 풀잎아이거 봐라? (종이봉지에서 야한 티셔츠 꺼내 보이며아저씨가 너

줄려구 사 오셨어이쁘지.

풀잎 이런 걸 어떻게 입어. (들어간다)

풀잎모 어머머오빠 미안저 기지배 아직도 사춘긴가봐.

남자 공부 땜에 힘들어 그러지3이잖아.

풀잎모 (풀잎이 간 쪽 흘기며유세는지가 뭐 서울대라도 가?

남자 이리 와. (안으며뽀뽀~~~

 

풀잎방 ()

 

풀잎 (수학 문제 풀고 있다도무지 모르겠어서 찡그리는데)

 

(e) 홀에서 노래방 기기 반주에 맞춰 신나는 트롯 노래 들린다풀잎모와 남자의 노래.

 

풀잎 (찡그리고 이어폰 낀다수학 풀려고 애 쓰다가 짜증나 홱 밀쳐놓고 엎드리

)

 

백현 거실 ()

 

할머니찬두와 현정을 맞이했다현정쇼핑가방 들었다.

 

할머니 백현이 나갔는데좀 뛰고 온다구.

찬두 예에.

현정 (실망해서 찌푸리면)

할머니 (현정에게 흘기며백현이 싫다는데 왜 자꾸 찝적대.

현정 제가 뭘요 할머니...

할머니 (쇼핑봉지 보고오늘은 또 뭐로 꼬실려구봐봐!

현정 ! (쇼핑봉지 뒤로 확 숨기며안 돼요!

 

고수부지 ()

 

땀이 흠뻑 나게 달린 백현일각에 털썩 앉는다.

 

-인서트.

-집주인 그래서 처음에 세 들어올 때 얘기 했잖아근저당 잡혀 있는 집이니 알아

서 하라구싼 맛에 덥썩 들어올 땐 언제구 이제 와 딴소리야?

-집주인 (백현 홱 뿌리치며어린 노무 자식이잘 알지도 못 하면서!

 

백현 (어린 자신이 답답하다/속상해서 하늘을 보는)

 

변호사 사무실 외경 ()

 

그 하늘 아래에서 화면 내려오면허름한 건물, 3층 사무실 하나에만 불 밝혀있다.

 

변호사 사무실 (->새벽)

 

노트북 모니터에 <병문고 재건 계획안타이핑 된다.

 

 (빠른 속도로 타이핑해 나가는/비장한 눈빛)

 

강석호수북한 자료들 사이에 노트북 열어 놓고 앉아 열심히 일한다자료도 뒤적여 보고.

벽시계새벽 한 시세 시를 지나 다섯 시 넘어서고 창 밖으로 날이 밝아온다.

노트북 모니터에 알 수 없는 도표 마무리 되면서.

 

 (노트북 엔터키 땅치며 미소)

 

점프.

 

 (낡은 법전을 열어/끼워 두었던 오래된 사진을 본다)

 

수련회 때의 사진화사하게 웃고 있는 담임은 김복순 샘이다.

 

 (무표정하게 보면서)

 

병문고 근처 거리 (아침)

 

등교하는 병문고생들 사이로 풀잎하품하며 걸어간다.

 

현정 (어제의 쇼핑봉지 들고 달려오며풀잎아!

풀잎 현정아! (쇼핑 봉지 보고뭐야?

현정 우리 서방 줄 꺼. (바지 꺼내 보여주며레어 득템이다?

풀잎 이쁘다백현이 좋겠다.

찬두 (풀잎 옆에 스윽 와서 풀잎이 뺨에 검지 뾰족하게 대고으엉저게 모지?

풀잎 (돌아보다 찬두 검지에 뺨을 콕 찔리고아야너어?

찬두 헤헹약오르~~ (도망치고)

풀잎 홍찬두!

현정 풀잎아, (서점 가리키며저기 좀.

풀잎 (보는)

 

병문고 근처 문구점 겸 서점 (아침)

 

현정 (수북이 쌓인 문제집들에서 문제집 집는데)

풀잎 맞다수학이 오늘도 이거 안 사오면 죽음이랬는데?

현정 (영어 문제집도 집으며아가야영어도 있단다?

풀잎 (찡그리고현정아너 돈 좀 있니?

현정 나 이거 사면 땡인데? (일각 핸드폰줄 코너 보고으아 이쁘다! (가는)

풀잎 (빈 지갑 열어보고 난처한데)

(e) 알바 할 생각 있니.

풀잎 (보면)

 (일각에서 보던 책 내려놓으며 풀잎을 본다)

풀잎 누구세요?

 알바 소요 시간은 약 10분이다.

풀잎 ... ?

 알바료는 지금 바로 지급한다. (오 만원 지폐 꺼내 보인다)

풀잎 10분에... 오만원이요?

 (끄덕)

풀잎 (문제집 내려다보며... /동하는)

 

이사장실 (아침)

 

마리 말도 안 돼!

 (빤히 본다)

마리 나더러이 골치 덩어리 학교를 1년이나 더 끼고 있으란 거예요싫어요!

~대 못 해요!

 골치 안 썩을 겁니다이사장님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마리 글쎄 싫다구요이사장이라고 여기저기 오란 데도 많고물어보는 것도 많

툭하면 조사 들어오고 아아 싫어싫어!!

 (빤히 본다)

마리 ... 왜요?

 지금 학교를 넘기면금세 자유가 찾아올 것 같습니까천만에요이 문제

많은 학교를 맡겠다는 곳쉽게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새 인수자가 안 나타

날 경우이사장님은 학교 법인해산 인가 신청을 해야 합니다하지만 이게,

신청만 한다고 자동적으로 처리 되는 게 아닙니다.

마리 (찌푸린다)

 이사장님은 학교 법인의 해산 사유재산목록대차대조표잔여재산 처분

계획서 등을 아주 꼼꼼히 작성하여 시도교육감에 제출해야 합니다여기서

끝이 아닙니다일단해산 심사가 시작되면 사학정비심사위원회가 꾸려집

니다.

마리 (점점 더 찡그린다)

 교육감 소속 공무원이 다섯 명변호사회계사세무사감정평가사 자격

이 있는 자가 다섯 명 이내관할 구역 초중고등학교에서 추천한 5인 이내의

인사들이 모여서 이사장님의 학교 운영 실태에 대해 철저히낱낱이조사

하게 될 겁니다그게 얼마나 복잡하고 신경 쓰이는 과정인지 아십니까. (

웃고그렇게 되면 차라리예전에 가끔여기저기 불려 다니던 때가 그리워

질 겁니다.

마리 (울상)

 그리고 조사해 보니이사장님 작년에 주식 투자에도 손을 대셨더군요?

크게 말아 드셨구요.

마리 (ol) 그거 다 메꿔 놨어요!

 (미소그럼 된 걸까요엉덩이는 커~다랗게 내놓은 채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고 나 숨었소외치는 격 아닐까요?

마리 (울상으로 푹 주저앉는)

 (서류뭉치 보이며그 외에도약간 흔들어 주기만 해도 구린내 솔솔 풍길

일들이 몇 가지 더 있는 거... 아시죠.

마리 그럼 어떡하라구요!!!

 (빤히 본다)

마리 (울상으로 본다)

 1년만 기회를 주십시오병문고등학교제가 다시 살리겠습니다.

마리 다시 살리는 거 원하지 않는다구요 난!

 일단 학교가 회생하게 되면 능력 있는 인수자도 나타날 겁니다그 때쯤엔,

이사장님은 그야말로 도장 하나만 쾅 찍고 손 털 수 있습니다.

마리 ... 정말이예요?

 (끄덕)

마리 (갈등하는데)

 무엇보다... 병상에 계신 아버님을 생각하십시오.

마리 (!!/일각 보면)

 

이사장 장필규의 커다란 사진액자가 걸려있다.

 

마리 (찔려서 찡그리는)

 병문고그분께서 필생의 숙원사업으로 이룩한 학굡니다이대로 놓치는

자식된 도리가 아닙니다아무리 철부지 자식일지라도 말이죠.

마리 (찔려서../찡그리는)

 (빤히 보는)

 

교무실 (아침)

 

교사들웅성이며 어수선한 분위기다.

 

수정 (복사 끝내고/프린트물 한 아름 안고 자리로 온다)

배영숙 (작게 전화 통화중그럼서류 통과된 거예요어머나... (얼굴 가리며 활

짝 웃는)

수정 (보는)

배영숙 네네그 시간에 뵙겠습니다. (끊고 좋은)

수정 (!!) ... 딴 학교 가세요?

배영숙 . (작게자기두 갈 데 얼른 알아 봐까딱하단 백수 된다?

수정 (기막힌데)

박귀남 (맞은편에 와 앉으며한수정선생뭘 또 그렇게 카피했어요?

수정 애들 보충자료요.

배영숙 열심이다그런다고 애들이 알아줄 거 같애?

박귀남 (손톱 깎으며대충해요좀 있음 파장인데.

수정 그렇게 생각하심 안 되죠만에 하나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 선생님들

이 단합해서 학교하고 애들을 지켜야죠. (!!)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박귀남 (ol/핸드폰 온 척 받고 나가며아 예안녕하세요!

수정 (배영숙에게우리 선생님들의 마음을 적어서요 신문에 광고를 내는 거

예요우리 아이들을 지켜 주세요라구요...

배영숙 (ol) 어머상담부 회의 있는 걸 깜빡 했네. (간다)

수정 저기... (대각선 사도철에게 얘기하려면)

사도철 (의자에 기대어 곤히 자는 척)

수정 (울상)

 

이사장실 (아침)

 

마리 학교를 1년 더 운영한다고 쳐요. 1년 만에 우리 학교를 재건할 방안이란 게

뭐죠?

 (빤히 보다가서울대 합격생을 내는 겁니다.

마리 네에??!!

 병문고가 서울대 합격률이 높은 학교로 유명해지면병문는 단박에 명문고

로 탈바꿈할 겁니다.

마리 (기막혀그게... 말이 돼요강변호사님우리 학교에 대해서 조사를 덜

하신 거 같은데요우리 병문고요개교 이래 단 한 명도 서울대에 보내본

적이 없는 학교예요신문에도 났었어요서울 시내 유일서울대 합격생 백

퍼센트 무배출 학교, B!

 (빤히 보다가서울대... 보낼 수 있습니다.

마리 글쎄 어떻게요오...

 자세한 건 이사회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어쨌든 이사장님께서는 병

문고를 1년 더 경영하시는 데에 찬성하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마리 ... (갈등)

 (묻듯이 보고)

마리 (찡그리고)

 (서류철 다시 집으며아니면 길고 지루한 여정을 가시든지요.

마리 ... (마지못해알았어요. (울상)

 (표정)

 

3-4 교실 (아침)

 

떠들고 장난치고싸우고춤추고엎어져 자고엉망인 아이들.

 

풀잎 (서점에서 산 수학영어 새 문제집을 보고 있고)

봉구 (수학 풀다가 찡그리며 머리 벅벅 긁고는 앞자리 풀잎에게풀잎아.

풀잎 ?

봉구 이거 알어?

풀잎 (보고/도리도리답지 봐.

봉구 풀이 봐도 모르겠어. (샤프로 머리 북북 긁는데)

곽종민 (봉구의 샤프 뺏어서 보고~~ 신삥! (앞주머니에 꽂으며고맙다.

봉구 어제 산 건데?

곽종민 알엄마쌩유라고 하잖아.

풀잎 곽종민너 왜 맨날 봉구 꺼 가져가?

곽종민 ... 길풀잎너 봉구 깔됐냐?

풀잎 ?

찬두 (뒷자리에 엎어져 자다가 게슴츠레 고개들고 보고)

현정 (걱정스레 쳐다보고)

봉구 됐어 풀잎아나 괜찮아종민아샤프 너 가져가져 응흐흐.

곽종민 기지배 앙칼지긴아 재섭서안써 안써. (샤프 바닥에 던져 꾹 밟아버린다)

풀잎 !!

찬두 저게 씨... (확 일어나는데)

현정 (찬두 붙들며/작게야 홍찬두... 또 터질라 그래?

찬두 ... (차마 못 나서고)

봉구 (쩔쩔매며풀잎아 참어... 미안해 종민아. (작게니가 참어 응참어

.

현정 으이씨.. (백현 빈자리 보며서방이 빨리 와야 되는데.

 

(e) 시작종 소리와 함께 한수정 들어온다.

 

수정 앉자. (수업 준비하며교재 꺼내고.

봉구 (곽종민 어깨 주물러주며 자리에 앉히고 자기도 앉는데)

풀잎 (작게넌 자존심도 없니?

봉구 미안...

수정 봉구 왜.

봉구 아니에요 샘헤헤.

수정 다 왔지? (둘러보다 빈자리 보고백현이 어디 갔니?

찬두 아직 안 왔는데요?

현정 핸폰도 안 받아요. (시무룩)

수정 그래?

풀잎 (백현의 빈 자리 걱정스레 본다)

 

몽타주 ()

 

백현집 알아보러 다닌다주인과 얘기해 보지만주인고개 젓고 백현은 낙담한다.

 

산동네 ()

 

백현벤치에 앉아 산동네 아래를 굽어보고 있다답답한 표정인데.

핸드폰 울려서 보면 껌딱지’.

백현핸드폰 옆으로 던져놓고 벤치에 벌러덩 드러누워 파란 하늘을 본다.

 

3-4 교실 ()

 

현정 (책상 아래로 핸드폰 내린 채 백현에게 계속 전화중액정에는 서방님’/

백현이 안 받자 한숨 푹)

수정 (칠판 가득 필기하며 열강 하지만)

 

봉구와 풀잎을 제외한 아이들 모두 다 졸거나 딴청이다.

(e) 노크소리.

 

수정 (필기하다가...

 (문 열고 들어온다실례합니다.

수정 무슨 일이세요?

풀잎 (!!)

 길풀잎 학생을 데리러 왔습니다. (종이쪽지 교탁에 놓으며이사장님이 서

명하신 수업 이탈 동의섭니다.

수정 풀잎일... 왜요?

 학교를 위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합니다. (풀잎에게길풀잎.

풀잎 (난처한)

수정 수업 중에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학교 일과 관련한 중요한 일입니다비용도 지불했구요.

풀잎 (나와서선생님잠깐 나갔다 올게요.

수정 안 돼수업하다 말고 무슨 알바야?

 (풀잎에게와라. (간다)

풀잎 죄송합니다. (꾸벅하고 가고)

수정 어머풀잎아!

찬두/현정 (걱정스레 보는데)

곽종민 (아나운서 멘트이제 자습할 시점인 거~!

 

애들박자 맞춰 책상 두드리며 외친다.

 

애들 ,,,,,,!

수정 (난처한)

 

회의실 앞 복도 ()

 

회의실 문에 <병문고 임시 이사회의안내판 붙어있다.

교사들발소리 죽여 다가와 귀 기울인다.

 

회의실 안 ()

 

장마리를 비롯한 열명 정도의 이사진 앉아있고 앞에는 강석호 서 있다.

 

이사진 (다함께서울대요?!! / 서울대?!!!

마리 (반응 이럴 줄 알았다... 눈 질끈 감는)

 그렇습니다.

이사1 서울대가 옆집 애 이름도 아니고...

이사2 미친 거 아뇨?

 병문고 경영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해마다 거듭되어 온 입학생 감소에 있습

니다입학생이 감소한 이유가 뭡니까저조한 대학 진학률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아무리 첩첩산중다 쓰러져 가는 학교라고 해

도 일류대 척척 잘 보내는 곳이라면기를 쓰고 보냅니다대학 진학률의

좋고 나쁨의 척도는서울대 합격률이구요.

이사1 거야 알지근데이 학교에서 어떻게 서울대를 보내냐구요.

이사2 까놓고 말해서요여기 애들머리 상당히 나뻐요머리 나쁜 애들 밤낮 앉

혀 놓고 공부시켜봤자 다헛짓이라니까가르치는 사람만 환장해요!

 (표정 차갑게 식어 노려본다)

이사들 (흠칫해서 보는)

 

일순간 흐르는 침묵.

 

 (노려보다가여기 애들이 머리가 나쁘다고 하셨습니까.

이사2 (움찔)

 그럼저쪽 부자동네 아이들은 머리가 좋습니까고학력 부모를 둔 데다

은 학원을 마음껏 다녀서요? (고개 젓고그렇지 않습니다애들은 다 같습

니다다만그 아이들에게 얼마큼의 기회가 주어졌느냐에 따라 겉으로 드

러나는 결과가 다를 뿐입니다.

이사2 (...)

 입시에 영향을 끼치는 건 지능이 아닙니다입시 준비에 필요한 건끈기와

테크닉입니다아이들 성적이 바닥을 기었던 건어떻게 공부하는지를 몰랐

기 때문입니다빈틈없는 전략으로 훈련한다면 여기 아이들서울대 충분히

합격할 수 있습니다.

이사진 (웅성대고)

 특히나 올해부터는 고교선택제가 본격 시행됩니다서울대 합격으로 병문고

가 입시계의 돌풍을 일으킨다면입학생 수는 곧바로 급반등할 겁니다.

이사3 너무 비약하는 거 아닙니까까짓 거 어쩌다 한 명서울대 갈 수도 있는 거

그거 갖고 학부모들이 우와~~! 달려들어에이아니지. (설레설레)

 맞습니다서울대 합격이 전무했던 학교일지라도 한 두 명의 서울대 합격으

로는 이슈가 되지 않겠죠우연으로 볼 겁니다그래서 우리는 서울대에...

(뜸들이다다섯 명을 보내려고 합니다.

이사진 (끄어억!!!)

 

회의실 앞 복도 ()

 

엿듣던 교사들에엥?!! 다섯 명놀란다한수정도 와서 귀 기울인다.

 

회의실 안 ()

 

 올 해 다섯 명내년에 열 명이렇게 합격자 수를 늘려가서 5년 후엔 100

명의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할 겁니다!

이사진 (기막혀 웅성웅성/설레설레 고개 젓는)

 여기병문고가 다른 데로 넘어가거나 문을 닫게 되는 것을 원하는 분 계십

니까?

이사1 그렇진 않지.

이사진 (끄덕이며/웅성이는)

 그렇다면이 시점에서 우리는강력한 승부수를 띄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서울대 합격생 배출입니다!

이사2 여기서 누가 서울대엘 갑니까보충수업 해 주겠대도 다 달아나 버리고

나마 남아서 하는 애들도 영 시원찮다든데!

 (뒤쪽 일각에 대고앞으로 나와라.

이사진 (뒤쪽으로 시선 쏠린다)

풀잎 (일어나 머뭇)

 (나오라는 눈짓)

풀잎 (앞으로 쭈밋쭈밋 나온다)

 

회의실 앞 복도 ()

 

수정 (들여다보고풀잎이?!!

교사들 (휘둥그레)

사도철 쟤가 왜 여기...

 

회의실 안 ()

 

 (풀잎을 앞에 세우고이 학생이 서울대에 합격할 다섯 명의 학생 중 하나입

니다.

풀잎 (기막혀서 강을 보고)

이사진 에에이... (어림없다... 고개 젓고)

이사2 너 몇 등급이냐?

풀잎 (고개 푹 숙이는)

 현재이 학생의 내신 등급은 좋지 못합니다모의고사 성적도 안 좋습니다.

하지만 이 학생내년에 반드시 서울대에 갑니다아까도 말씀드렸듯이 확

실한 전략으로 트레이닝 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풀잎 (작게아저씨...

 지켜봐 주십쇼이번 입시에서 반드시다섯 명의 서울대 합격생을 낼 것입

니다!

수정 (문 벌컥 열고 들어오며듣자듣자하니까너무 하시는 거 아니예요? (마리

에게이사장님이 사람 진짜 변호사 맞아요사기꾼 아니예요?

마리 (발끈한수정 선생님!

 (날카롭게 수정을 보는)

수정 아까부터 계속 무슨 비법이나 있는 것처럼 애들을 서울대에 보내겠다고 하

는데서울대면 다예요우리 학교를 지금무슨 입시학원을 만들려는 거예

풀잎아교실로 가이런 사람 말 들을 필요 없어. (풀잎 데려가려는데)

 (막아서며서울대가 답니다.

수정 (흠칫)

 서울대를 보내지 못했기 때문에이 학교가 이 지경이 된 겁니다어제 분

학교 문을 이대로 닫을 순 없다고 하셨죠학교가 망하는 게 낫습니까,

입시학원 소릴 들을지언정 명문고로 부활하는 게 낫습니까태도를 분명히

하세요.

수정 (!)

 확실한 대안도 없으면서아이들은 제일 위하는 척 끌어안고만 있는 선생님

같은 분들 때문에 이 학교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걸아직도 모르겠습니까!

수정 하아아...

 (이사진에게여기 길풀잎 학생을 비롯한 다섯 명 이상을 반드시 서울대에

보낼 겁니다약속드리겠습니다병문고등학교는 이제... 명문고로 다시 태

어날 겁니다!!!

 

복도 ()

 

강과풀잎 걸어온다.

 

풀잎 이제 끝났죠?

 수고했다.

풀잎 (꾸벅하고 가는데)

 길풀잎.

풀잎 (돌아보면)

 서울대 갈 생각없니?

풀잎 알바 끝났잖아요.

 진심이다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에 가라.

풀잎 (기막혀 빤히 보다가 픽 웃고아저씨두제가 어떻게 서울대에 가요말도

안 돼.

 왜 말이 안 되지?

풀잎 ... ... 공부도 못 하고... 암튼 말이 안 되니까요...

 이대로 가면 넌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인생을 살게 될 거다별 볼일 없는

시시한 인생.

풀잎 말씀 너무 막 하시는 거 아니예요자라나는 새싹한테 별 볼일 없는 인생이

뭐예요?

 지금의 니 상황이 만족스럽니학교생활성적집안 환경... 겉으로 말

은 안 하지만참 형편없다고 생각지 않니언젠간 나아질 거다이렇게 살

진 않을 거다... 되지 못한 위로를 니 자신에게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겠지.

그런데언제언제 나아지는데. (고개 젓는다니가 바뀌지 않는

니 마음에 독기를 품지 않는 한너의 상황은 지금 이 상태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않을 거다더 나빠지지 않길 바라야겠지.

풀잎 (발끈아저씨!

 서울대에 가라가기 싫어서 안 가는 건 아니겠지실력이 안 되니까

감히 꿈을 못 꾸는 거겠지내가 그 꿈을 꾸게 해 주겠다꿈이 실현되게 해

주겠다.

풀잎 ... (빤히 보다가 돌아서서 간다)

 이제 서울대 특별반이 꾸려질 거다특별반으로 옮겨라니 인생이 바

뀔 거다.

풀잎 (입술 깨물며 간다)

 (바라보는)

 

복도 일각 ()

 

풀잎복도 꺾어져서 오자지켜보고 있던 찬두와 현정이 다가온다.

 

현정 풀잎아어떻게 된 거야?

찬두 너 진짜 서울대 가?

풀잎 아니그냥 앞에 서 있으래서 있었던 거야.

찬두 그게 알바야?

풀잎 그런 가봐.

현정 (일각 보고 환해져서방!

풀잎 (일각 보고 반갑고)

찬두 오우 백현!

 

지친 모습의 백현저만치서 온다.

 

현정 (달려가며서방~~~~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백현 (현정을 피하며/풀잎 한 번 슥 보고)

풀잎 (반갑지만 감추는... 표정)

현정 (넘어질 뻔...

찬두 너 무슨 일 있냐?

백현 .

풀잎 얼굴이 안 좋아.

백현 ... (피식너무 자서 그래.

현정 뭐야잠자느라고 늦은 거야?

백현 (웃으며 끄덕)

현정 (때리며너무해 진짜아얼마나 걱정 했는데!

 

현정잔소리 하며 백현 어깨동무하려 애쓰고백현은 피하면서 가고.

풀잎과 찬두는 그 뒤에서 웃으며 가는.

 

이사장실 ()

 

마리 (탁자에 각서를 땅놓으며강석호 변호사님 제안을 받아들이는 조건이예

이걸 못 지킬 경우그 즉시 강변호사님은 우리 학교에서 나가주셔야 해

.

 (집어서 보는)

마리 첫째오늘부터 사흘 안에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할 애들을 모아야 해요

섯 명 이상 합격시키겠다고 큰소리 빵빵 쳤으니까애들도 물론 다섯 명

이상 모아야겠죠?

 (끄덕)

마리 둘째첫 번째 조건이 지켜졌을 경우...

 (ol) 6 모의고사까지 서울대 지원 가능점수의 70% 이상 달성?

마리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그 정도엔 도달해 있어야 합격 가능성이 있다

고 봐요.

 반드시 그렇진 않습니다.

마리 아무튼요공부 못 하는 애들 서울대에 보내겠다고 자신 만만하게 주장하면

서 이 약속은 못 지키겠단 건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고 생각해요.

 (빤히 보다가그렇게 하죠.

마리 싸인하세요.

 두 번째 약속은 당분간은 이사장님과 저만 아는 것으로 해 주십쇼.

마리 왜죠?

 이제 막 험준한 산에 오르려는 아이들에게미리부터 겁을 주는 건 좋지 않

습니다비밀로 한다고 해서약속의 효력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구요.

마리 ... 좋아요두 번째 조건까지 가지도 않을 테니까.

 (싸인하려는데)

마리 그리구데드라인은 모레 오전 10시까지예요애들이 모이지 않을 경

오전 중에 이사회를 다시 열기로 했거든요.

 오늘부터 따지자면정확히 사흘은 아니군요.

마리 ... (어깨 으쓱이런 걸 이사장 재량이라고 하죠?

 (표정)

마리 (방긋)

교무실 ()

 

강석호, PC 보고 있다.

교감과 교사들수군대며 강석호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와 뭐하나본다.

PC 모니터에 고학생 기록 파일 떠 있다길풀잎나현정오봉구.... 홍찬두 등 학생들의 사진과 신상 기록들이 슉슉 지나가다가... 황백현에서 멈추는 강.

 

 (백현의 사진 보고철가방? (!! 하는데)

교사들 (수군대며 백현이?’, 고개 저으며 뭘 모르는구만’ 비웃는데)

 (모니터 보는 채로다들 모이셨습니까.

교사들 (기겁해 자리로 확 흩어지는)

수정 (들어오다가 강을 보고 팍 찡그리는)

 (일어나 교사들 향해다 모이셨으면 한 가지 안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교감 (못마땅서울대반 생긴다는 거요알고 있습니다.

 아뇨선생님들께 드리는 공지입니다.

수정 (??)

 서울대 특별반이 구성되는 대로전체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교사 재고용 시

험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교사들 (경악예에?!!!

박귀남 재고용시험그게... 무슨 말입니까?

 병문고 재건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병문고는 이제 새로운 교육 시스템으

로 정비될 겁니다따라서새로운 학교에 맞는 선생님들을 시험을 통해 선

발할 예정입니다.

박귀남 아주 우리 학교를 다 말아 드실 생각이구만?

배영숙 맘대로 해요우린 딴 데로 가 버리면 그만이니까.

사도철 (작게갈 데 있어요어디?

배영숙 크흠.

 다른 학교로 가시든재고용 시험을 보시든그건 여러분들의 자유입니다(빤히 바라보는 한수정에게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수정 (빙긋 웃고/차분히그러니까그 재고용시험이란 게 서울대반이 구성됐을

경우에 치러지는 거죠?

 그렇습니다.

교감 서울대반 인원이 안 차면요?

사도철 거야... (팔로 엑스표 그으며~~~.

수정 (방긋)

박귀남 아아난 또.

교사들 (안도하며 웅성웅성)

교감 (끄덕이며 웃고/자리로 가는데)

 그리고서울대 특별반 담임을 맡아주실 선생님이 필요합니다자원하실 분

계십니까.

교사들 (딴청하는)

 안 계십니까. ... 그럼제가 담임을 맡아도 되겠습니까.

배영숙 그럼 되겠네... (교사들에게그쵸.

교감 특별반을 생각해 낸 분이 강변호사님이시니강변호사님 마음대로 하시는게

바람직하겠네요.

 그럼 제가 담임을 하겠습니다.

박귀남 (일하며 건성으로박수~~

교사들 (나이롱 박수 대충 치며 자기 일 하는)

 (담담히 교사들을 보다가 한수정과 시선 마주치면)

수정 (비쭉하고 자기 일 하는)

 

(e) 딩동뎅동방송반 벨.

 

마리(e) 학생 여러분들께 알려드립니다.

 

이사장실 ()

 

마리 (스크립트 보면서/마이크에 대고 예쁘게 말하려 애쓰며) 10분 후 강당에서

학생들의 임시 총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3-4 교실 ()

 

떠들고 장난치고 라면 먹고 아수라장인 아이들 위로.

 

마리(e) 대학 입시와 관련한 상~당히 중요한 총회이오니...

곽종민 (자다 일어나아 모야시끄러~

현정 (백현 앞에 앉아 빈티지 진을 이리저리 대 보는데)

백현 (창 밖 보며 멍하니 앉아있는)

풀잎/봉구 (공부하던 거 멈추고 듣는)

마리(e) 여러분들께서는 한 분도 빠짐없이...

찬두 (교실 뒤에서 춤추다가 듣는)

마리(e) 강당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교무실 ()

 

교사들아 귀찮어구시렁대며 나간다.

 

수정 (책상 정돈하고/일어나 나가는데)

 한수정 선생님.

수정 (싸늘하게 보는)

 제가 사기꾼으로 보입니까?

수정 ?

 이사회에서 그렇게 말씀하셨잖습니까.

수정 (저는요이제 변호사님하곤 말을 섞지 않겠어요어차피 사흘 후엔 우

리 학교에서 철수하실 테니까요수고하세요. (가는)

 (표정)

 

복도 강당 앞 ()

 

가양각색의 고학생들투덜대며 강당을 향해 간다.

 

강당 ()

 

아이들개판으로 서 있다춤추는 놈누워있는 놈게임기 하는 놈싸우는 놈 등등...

 

곽종민 아 씨 모냐고바쁜 사람 불러다 놓고!

 

아이들 점점 더 엉망으로 떠드는데 장마리와 교사들 앞 문으로 들어온다.

 

사도철 (날라리들에게로 가며이노무 자식들조용히 안 해?!!

날라리들 (완전 무시)

사도철 흠흠! (머쓱해서 자리로)

마리 (손거울 보고 매무새 가다듬고 무대로 올라가 마이크 앞에 선다학생 여러

안녕조용히 하고 바로 서 주세요여러분~?

 

아이들아랑곳 않고 더 떠든다.

 

풀잎 (짜증스레 애들 보고)

봉구 (소심하게... 조용히 하자... (애들이 ?”하자 찔끔해 바로 서는)

마리 (식식대며 보다가 폭발!!! 니네 조용히 안 해?

곽종민 ~~~ 이사장 누나 열 받았네?

박건태 열받으니까 욜라 섹시해!

마리 ... 긴 말 안 할게서울대 특별반이라고오늘부터 3학년에 새로운 반이

생겼거든?

찬두 서울대 특별반?

현정 그게 모야?

마리 특별반을 맡아 줄 선생님을 소개하려고 모이라고 했어자세한 얘긴 그 선

생님께 들어강석호 변호사님이야. (무대 일각 향해여기요!

수정 (고개 설레설레)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온다)

마리 (중얼싸가지들. (삐져서 무대 아래로 내려간다)

 

아이들그러건 말건떠든다단상으로 나온 강아이들을 지그시 노려본다.

떠들던 아이들무대가 조용하자 하나 둘 씩 무대를 쳐다본다.

 

날라리들 뭐야저거.

백현/풀잎 (강을 알아보고/!!)

곽종민 빨리빨리 하고 끝냅시다 에?

박건태 쫄았냐? (지들끼리 킬킬킬/와하하하)

 (노려보다가멍청한 놈들~생 남들한테 발리고나 살 놈들.

백현 (굳어서 보고)

곽종민 너 지금 뭐라 그랬어!

박건태 일루 내려와안 내려와?!!

곽종민 떠 임마한 판 떠!

아이들 (일제히 강에게 한마디씩들 퍼붓는데)

 (버럭입 닥치고 잘 좀 들어봐 자식들아!!!

 

일순조용해지며 강을 주목하는 아이들교사들.

 

 인생을 살면서... 발린다는 거패배한다는 게 뭔지 아냐. ... 속는다는 거

너희들은 말이다이대로 살다간 평~죽을 때까지 속기만 하다가 끝

날 거다.

곽종민 저게 근데 씨...

 (ol) 이 사회엔 룰이란 게 있다너희는 이 룰 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이 룰을 누가 만들겠냐.

아이들 (주목하고 있는)

 똑똑한 놈들이다법률교육제도부동산 제도세금금융급여 시스

... 똑똑한 놈들이자기들 입맛대로자기들 살기 편한 대로

룰을 만든다하지만 자기들한테 불리한 점들은 어렵게 배배 꼬아 놔서

똑 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무지 알아채지 못하게 만들어 놓는다.

아이들 ...

 똑똑한 놈들은 이 룰을 이용해 평생 잘 먹고 잘 산다반면너희같이 멍

청한 놈들머리 쓰는 게 귀찮기만 한 놈들은~생 똑똑한 놈들에게 속기

나 하면서 끊임없이 손해만 보고결국은... 패배한다.

남학생1 그래서 어쩌라고!

 너희 같은 놈들이머리 좋은 놈들에게 당하지 않으려면속지 않고패배하

지 않으려면방법은 딱 한가지뿐이다.

 

아이들과 교사들침묵하고 주시한다.

 

 (지그시 노려보다가공부. ... 공부 뿐이다.

아이들 (... 또 공부비웃는데)

 공부를 해라이 악물고 죽도록 공부해서서울대에 가라!!! 너희들에겐 이

것밖엔 길이 없다.

아이들 (쪼갠다서울대?... 돈 거 아님?)

 오늘부터 본관 5층에 서울대 특별반을 개설한다성적이 개판이든구제불

능 꼴통이든 상관없다누구든 들어올 수 있다서울대 특별반은 올해

소 다섯 명 이상의 서울대 합격을 목표로 한다다른 대학은 필요 없다

울대오로지 서울대다!!!

 

이 때강석호를 향해 농구공이 빠른 속도로 날아온다가볍게 공을 슥 피한다.

무대 정면에 맞고 다시 객석으로 떨어져 통통통 굴러가는 공.

 

 (날카롭게 노려보면)

 

공을 피해 양옆으로 쫙 갈라지는 아이들 저 끝에 황백현이 노려보고 서 있다.

 

 철가방...?

백현 (어슬렁 걸어 나오며서울대까고 있네그러는 당신은서울대 나왔

서울대가 밥 먹여줘서울대가 그렇게 좋아?!!

날라리들 ~~~~

 (노려보다가나 서울대 안 나왔다.

아이들 (... 자기도 안 나왔으면서... 야유)

 서울대... 안 좋아한다.

백현 (픽 웃는)

 (천천히 무대에서 내려와 백현에게 다가가며서울대 나왔다고 잘난 척 하

는 것들서울대 나온 사람 앞에서 설설 기면서 딸랑거리는 인간들완전 구

리다역겹다허나너희들의 경우는 다르다이미 개꼴통찌질이의 낙

인이 찍힌 너희들이 이 사회에 보기 좋게 엿 먹이는 길은 서울대에 가는 거

.

백현 개꼴통이씨... (덤비려는데)

찬두/봉구 (말리며백현아 참어...

아이들 (개꼴통이 뭐야!/찌질이?/등등 떠들어대며 덤벼들 기세)

마리 (ol/사도철을 밀며애들즘요!

사도철 ! (애들 사이로 달려와 몸으로 막고)

남교사들 (함께 달려와 애들을 온몸으로 막는)

 (손가락으로 일각 가리키며~기 학교 앞에 걸려 있는 현수막다들 보면

서 다닐 거다.

 

-플래시컷.

-<병문고의 조속한 이전을 촉구한다! -풍진2동 주민 일동-> 현수막.

 

 그걸 보면서 뭘 생각했냐너희 같은 놈들 싹 쓸어가 버리라고 적힌 그 현수

막이 바로 너희가 찌질이라는 증거다그까짓 공부 하나 못 한다는 죄로 쓰

레기 취급을 받으면서도 한 마디도 못하고 웅크려 있는 너희들이야말로 진

정한 멍청이가 아니고 뭐냐!

아이들 (웅성웅성하면서도/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왜 고쳐보려고도 하지 않고 일찌감치 짓밟히려 드냐왜 아무 것도 해 보지

않은 채머리를 텅텅 비워 가느냐 말이다!

봉구 (머리 북북 긁는)

 날 때부터 서울대 가는 놈은 정해져 있냐돈 좀 있다는 집빵빵한 직업을

가진 부모 밑에 태어난 놈들만 서울대 가란 법 있냐너희들이 서울

대엘 가기 싫어서 안 가는 거냐어떻게 공부해야 할 질 몰라서어떻게 꿈

을 꿔야 할 지를 몰라서도무지 그런 기회조차 가져본 적이 없어서 못 가는

거 아니냐!

/// (꿀꺽 침 삼키며 보는)

 (백현을 홱 보며서울대일류대 노래를 부르는 이 세상이 더럽다고?

돈 있고 빽 있는 놈들이 판치는 세상이 역겹다고?

백현 (노려보는)

 그렇다면 너희가 룰을 만드는 사람이 되면 될 거 아니냐뒤에서 불평만 늘

어놓는 찌질이로 살 게 아니라이 사회의 룰을 뜯어고치는 사람이 되란 말

이다!

수정 ...

 (농구공을 집으며속고짓밟히고만 사는 멍청이가 아니라는 걸죽을힘을

다 해 공부하면 누구든 서울대에 갈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란 말이다!

아이들 (!!)

 너희들 인생의 전환점이 눈앞에 있다뛰어 들어라공부를 해라서울

대에 가라!!! (농구공을 정면 꼴대를 향해 던진다)

 

빠르게 날아가 깨끗하게 골인하는 농구공아이들과 교사들 탄성을 지르고.

백현과 풀잎찬두봉구현정이 강을 주시하는 데.

강의 눈빛 빛나면서. 1부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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