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닮은 사람 1회
[주제곡]
"넷플릭스 시리즈"
[어두운 음악]
[수풀이 사락거린다]
(희주) 지옥에 대해 생각한다
살아서도 지옥인 세상에 대해 생각한다
[가방을 툭 내려놓는다]
나의 지옥은
[퍽 소리가 들린다]
[퍽 소리가 들린다]
사랑하는 이가
나 대신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무거운 음악]
그러니 아직 지옥은 아니다
[날카로운 효과음]
[거친 숨소리]
지금 필요한 건 믿음
[힘겨운 신음]
아직 최악은 아니라는
괜찮을 거란 거짓말을 믿는 것
[발걸음이 또각또각 울린다]
[부드러운 음악] [쓱 긋는 소리가 들린다]
"2020년 3월"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힘주는 신음]
응, 리사
이 시간에 무슨?
[사람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희주) 리사야
리사야
이게 무슨 일이야
리사야, 엄마 좀 봐 봐 [놀란 신음]
너 여기 왜…
리사야, 엄마 좀 봐 봐
(간호사) 안리사 환자분 CT실로 이동하실게요
네?
리사야 [리사가 휠체어에 탁 앉는다]
(희주) 리사야
아니…
[답답한 숨소리]
[새가 지저귄다]
[영상 속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영상 속 학생1) 어떡해
- (영상 속 학생1) 왜 그래, 뭐야 - (영상 속 학생2) 밀면 안 되지
[어두운 음악]
[학생들이 놀란다] (학생3) 왜 그래!
- (학생4) 어떡해 - (학생5) 말려야 되는 거 아니야?
[휴대전화 조작음] - (학생4) 어떡해 - (학생6) 미친 거 아니야?
(학생7) 왜 이래?
(학생6) 아니, 저 선생이 어떻게 하려고 학생을…
[학생들이 놀란다] (학생8) 미쳤나 봐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학생들) 왜 때려
- (학생4) 어떡해 - (학생5) 저게 선생이냐고
(학생5) 정신 나간 거 아니야?
[희주의 거친 숨소리]
이게 뭐예요?
(실장) 죄송합니다, 이사장님 제 불찰입니다
이걸 그 학생이 멋대로 찍어서…
왜 수업 중에 휴대폰을…
아, 그…
수업 전에 무조건 수거를 하는데요
(담임) 주영이라는 학생이
휴대폰을 한 대 더 가지고 있는 바람에
아니요
(담임) 네?
(희주) 뭐냐고요, 이 사람
(실장) 미술 선생님이 육아 휴직을 내셔서
대신 온 기간제 교사인데…
그러니까 정교사건 기간제건
선생이란 사람이 리사를 왜
그, 수업 시간에 다른 교과를 공부했다고…
(담임) 저는 그렇게 들었습니다
(실장) 저희도 리사가
맞을 짓을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희주) 맞을 짓을 했으면
이렇게까지 맞아도 된다는 말씀이세요?
[영선의 한숨]
(영선) 그걸 여기서 따져 뭐 하게요, 이미 벌어진 일
어머님
왜 하필 리사 아비가 학교를 비울 때 이래?
연수 언제 끝난대요?
예정대로면 3일 후에 귀국하십니다
[전화벨이 울린다]
(영선) 응
(실장) 아마 리사가 누군지 몰라서 이렇게 문제를…
(희주) 선생님
이건 리사가 아니고 다른 학생이었어도
문제가 될 일이에요
[수화기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리사 검사 끝났답니다, 가 봐요
잠깐 더 계시고
(실장) 아…
(영선) 안 가요?
리사 혼자 내버려 둘 거니?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희주) 왜?
(리사) 갈래
(희주) 선생님이 하루 더 경과 보자고 그러시…
어떻게 된 거야?
뭐가
자꾸 이렇게 말 안 해 주면 엄마 나쁜 쪽으로만 생각하게 돼
차 어디 있어?
이유가 있었을 거 아니야
(희주) 네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그 선생님도 뭔가…
미친년
(리사) 미친년이라고, 걔
[영어] 미친년, 완전 이상해 그래서 그런 거야
[문이 달칵 열린다]
[한국어] 동영상은 애들 얼굴 노출되니 바로 차단하고
리사 아빠
안 이사 돌아오면 바로
인사 위원회 열 수 있게 조치하세요
- (실장) 네 - 교육청에 보고 먼저 해요
초동 조치 미흡했다는 말 안 나오게
(영선) 전교생
아니다
학부모들한테도 재발 방지하겠다는 메시지 보내요
엎드릴 땐 납작 엎드려야지
[한숨]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애한테 손을 대고 지랄이야, 지랄이
같잖은 게
[한숨]
[한숨]
[무거운 음악]
[종이 댕댕 울린다]
"응급실"
"슬라이고 종합 병원"
[사이렌이 울린다] (현성) 리사는 어때?
[안내 방송이 영어로 흘러나온다] (희주) 진통제에 취했는지 씻지도 않고 자
- (현성) 당신은? - (희주) 나한텐 아무 말도 안 해
(희주) 전치 3주라는데 아프다는 말도 안 해
고막이 터질 정도로 맞았는데 계속 자, 잠만 자
(현성) 당신은 괜찮냐니까
(희주) 뭘 잘못했대도
아무리 리사가 잘못했대도
아니, 선생이란 사람이
- (희주) 애를 어떻게 그렇게… - (현성) 여보
(현성) 희주야, 나 내일 바로 가
듣고 있어?
(희주) 아, 당신이 그 동영상을 안 봐서 그래
왜 맞는지도 모르는 얼굴로
피하지도 않고 그냥 맞고만 있더라고
피할 줄도 모르더라고, 우리 리사
(현성) 일단 리사 치료에만…
(희주) 상처야 치료하면 낫겠지 근데 그 수치심은?
그건 어쩔 건데?
애가 얼마나 놀랐는지
울지도 않고
그냥 자
아무 일도 없던 척하는 게 무서워
내일 그 선생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어
[심전도계 비프음]
[현성의 한숨]
[무거운 음악] (희주) 사과한다는데
사과하면 그냥 받아 줘야 돼? 나 그러기 싫어
(현성) 그래, 싫은 거 하지 마
"존 도, 남성"
혼자서 힘들 거 없어 내가 가서 처리할게
(희주) 일은? 남은 일정은?
어, 괜찮아
[문이 탁 닫힌다]
(현성) 중요한 일은 이제 다 끝났어
그래, 좀 자
[통화 종료음]
[문이 달칵 닫힌다]
(실장) 구 선생은 바로 계약 해지했습니다
뭐, 교육청에서 따로 징계를 내릴 순 있는데
기간제 교사들이야 계약 해지 외엔 다른 방도가…
그래도 구 선생이 직접 사과를 하겠다고 하니 사모님이… [어두운 음악]
사모님?
저 선생님 성함이…
(실장) 구해원 선생입니다
구해원?
(실장) 들어가시죠
[문이 달칵 닫힌다]
(실장) 선생님
서, 선생님
사, 사과…
(해원) 아…
죄송합니다
[영상 속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영상 속 학생5) 말려야 되는 거 아니야?
[퍽 맞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영상 속 학생들이 놀란다]
(영상 속 학생6)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야?
(영상 속 학생1) 왜 때려!
(영상 속 학생6) 미친 거 아니야?
(영상 속 학생5)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야?
(영상 속 학생6) 야 저게 선생이냐?
(영상 속 학생1) 어떡해 [영상 소리가 뚝 멈춘다]
선생님도 끝까진 못 보시겠죠?
아니요
제가 한 일이라 안 봐도 알아서요
그럼 선생님이 가한 폭력이
리사한테 어떻게 남아 있을지 잘 아시겠네요
체벌이요
폭력이 아니라
체벌인데요
(실장) 구 선생
체벌이요?
리사가 잘못을 했거든요
그래도
과도한 체벌이었다면
처벌은 받겠습니다
그 체벌이란 게 제 눈에는
일방적인 폭행으로밖엔 안 보이던데
우리 리사가 뭘 그렇게 잘못했습니까?
그건 리사한테 직접 들으셔야죠
(실장) 애들이 잘못을 하면 잘 타일러야죠
리사 학생 지금 예고 입시 앞두고 한창 예민할 때인데
(해원)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면 안 되죠
[어두운 음악] 잘못을 했으면 먼저 사과를 했어야죠
잘못은 인정 안 하고
본인 입장만 변명하는 태도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 태도가 잘못됐다는 걸 리사한테 알려 주는 게…
[한숨]
이렇게요?
[실장의 당황한 숨소리]
(희주) 뭘 잘못했는지
이런 식으로 가르쳐 준다는 건가요?
(실장) 사모님 여기서 이러시면…
(희주) 네, 학교에서 이러면 안 된다는 거 압니다
선생님도 아셔야 하고요
[해원의 어이없는 숨소리] 그리고 저게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어두운 음악]
(실장) 사모님
저 사람 자료 좀 주세요
(희주) 지원서건 이력서건 인사 평가서든 다
사모님
상담실은 의무적으로
녹화를 하게 돼 있어요
(실장) 아까도 다…
[어두운 음악]
자료 주세요
[다가오는 버스 엔진음]
한나?
[저마다 대화한다]
(주영) 남의 거 막 뺏어 가고 진짜…
미안해요
아줌마가 미안할 건 아니고
손톱 너무 예쁘다
직접 했어요?
네, 맨날 바꿔요
[웃음]
(주영) 뭐야, 지웠어?
다른 건 안 건드렸어요 보지도 않았고요
됐어요, 그럼
(희주) 저기…
그날 선생님이 리사한테 왜 그랬는지
말해 줄 수 있어요?
미미 원래 막 나가는데
미미?
미친 미술 선생이라 미미였는데
리사한테 그러고 나선 미또로 바뀌었어요
그냥 미친 또라이
왜 그렇게 불러요?
전에도 이런 적 있어서?
때린 건 리사가 처음인데
(주영) 왜, 막 스쿨 미투 뉴스 나고 그럴 때요
학교에서 문젯거리 될 수도 있다고
미술 시간에 누드화 같은 거 수업하지 말라 그랬거든요
그때 미미가 완전 빡돌아서
(영상 속 실장) 아, 구 선생님
아, 지금 이걸…
[영상 속 학생들의 웃음]
아, 이러지 마시라고, 거참…
(영상 속 해원) 꼭 기억하세요
이 아름다운 작품도 [영상 속 실장이 당황한다]
(영상 속 해원과 실장) - 이 작품을 그리기 위해 - 아, 이게 뭐 하시는 겁니까
(영상 속 해원) 영혼을 갈아 넣은 작가들도 탓해선 안 돼요
음흉하게 바라보는 저런 사람들을 의심하고 경계해야 합니다 [영상 속 학생들의 웃음]
[메시지 알림음]
[희주의 당황한 신음] 어떻게 생각하는…
이런 영상 많이 찍나 봐요
기록이에요, 다큐멘터리 같은 거
그러니까 재밌어 보이는 건 일단 다 찍어 놔요
그럼 미미란 선생님이
리사한테는 왜 그렇게 화를 낸…
(주영) 전 모르죠
리사가 말 안 해요?
미미가 막판에 리사 귀에 대고 뭐라 뭐라 하던데
[의미심장한 음악]
리사 귀에다?
[해원이 소곤거린다]
(희주) 귓속말로?
(주영) 네
저 진짜 가야 돼요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새가 지저귄다]
[차 문을 탁 닫는다]
(의사) 귀 좀 볼게요
[의료 기기 작동음]
(선우) 쭉, 쭉
오케이, 좋습니다
예전보다 많이 좋아지셨는데요?
자, 반대로
빵 차는 느낌으로 쭉, 쭉
좋습니다, 좋습니다
자, 이제 반대로 가겠습니다
(선우) 때려?
아니, 선생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걸 또 찍혀?
[희주의 한숨]
아, 때린 건 진짜 잘못했고
알아
[깊은 한숨]
아, 그렇다고 너무 자책하진 말고
(선우) 교사 자질이 어쨌다 학교 관리가 어떻다
아, 교양 있게 따지는 거야
누나 아니라도 떠들어 댈 사람 많아
아, 근데 내 자식 일에 그딴 게 다 무슨 소용이야
'내 새끼 건들면 가만 안 둔다'
'엄마가 네 뒤에 있다'
'널 위해서 뭐든 한다'
리사한테 위로는 그런 거지
넌 왜 연애 안 해?
아, 뭐야, 갑자기, 맥락 없이
아니, 연애하면 잘할 거 같은 애가
심심하게 사는 거 같아서 그러지
(선우) 아유, 알아서 잘 만나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힘주며] 저기
리사는?
(희주) 아, 고막 패치술 받은 거 염증 검사
아휴, 그거 한 달은 답답할 텐데
아, 도대체 어떤 새끼…
아, 애 고막이 터질 정도로, 진짜
년이야
에?
아니
왜, 왜 그랬대?
나도 그게 궁금해
자기 말로는 이유가 있다는데 난 납득이 안 돼
그러니 리사는 어떻겠니?
아, 때리는 데 이유가 어디 있어?
그냥 자기가 참지 못하고 그냥 손부터…
맞아
그래서 내 손도
(희주) 아직까지 이렇게 떨리고 막 이런데
그 여자는 별거 아니라는 얼굴로 말하더라고
[어두운 음악] [종이컵을 탁 내려놓는다]
(희주) 호수야
채소 좀 더 먹어 그래야 가려운 거 없어져
(영선) 괜찮아, 괜찮아
먹기 싫으면 먹지 마
리사는?
밥도 못 먹을 정도야?
패치술받으면 속이 좀 메슥거리고 며칠 불편할 거래요
방에서 좀 쉬겠다고…
넌 리사나 챙겨, 주접 그만 떨고
(영선) 그딴 거 처리할 방법이 얼마나 많은데 직접 손을 대?
그래서 분이 풀리디?
[도어 록 조작음]
아니요
[문이 달칵 열린다] (영선) 누군 치고받는 거 못 해서 가만히 있니?
네가 성질부린 덕에 우린 입 쏙 들어가게 생겼어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죄송합니다
(현성) 죄송할 거 없어
다녀왔습니다
어, 먹고 왔어, 앉아
(영선) 들었니?
정희주 씨 옛날 버릇 나오더라
CCTV는 지우라 했다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해
(현성) 안 지워요
잘못한 게 있어야 지우죠
지워 봐야 그날 영상만 빠져 있는 게 더 문제 될 거고
CCTV 봤어
그런 태도면 나라도 그랬어
내가 했으면 갑질이라고 말 나왔겠지만
당신은 괜찮아
엄마잖아
[무거운 음악]
[숟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현성) 손 좀 닦고 올게요
안호수
며칠 만에 아빠 보는데 안 반가워? 응?
[현성의 웃음]
[멀어지는 발걸음]
호수야, 채소 좀 더 먹자
(영선) 할미가 먹여 줄까?
옳지
아
옳지, 옳지, 잘 먹네
아이고, 잘 먹네
자, 한 입 더
(호수) 싫어, 싫어 할머니 집에서 잘 거야
아, 싫어!
싫어
얘도 다 느껴
지금 네 집 가 봤자 편하겠니?
그래도 바로 요 앞인데 매번…
호수야
그럼 '오늘은 할머니하고 자겠습니다' 하고
아빠한테 허락받아
아니면 집으로 가자
여기서 잘래!
(희주) 호수야
넌 내 아들 데려가 난 네 아들하고 잘 테니까
(영선) 가
[문이 탁 닫힌다]
그 사람은 리사가 잘못해서 체벌했다는데
리사는 제대로 말을 안 해
리사가 입을 다문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건데
그러니까
혹시 리사가 잘못한 거면…
(현성) 잘못했어도
애를 그렇게 때리는 건 아니지
그렇지?
도대체 어떤 사람이래? 당신은 알 거 아니야
임시로 잠깐 오는 기간제 교사라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었어
왜?
닮았어
닮다니, 누가?
그 여자
옛날에 나 그림 가르쳐 주던 학생이랑
구 선생이 자기 그림을 가르쳐?
아니
그냥
닮아서 놀랐다고
이름도 다르고 이력서 확인했는데
졸업한 학교도 다르더라고
근데 그게 왜?
몰라, 그냥 자꾸 생각이 나
하필 미술이라 그런가?
됐어
다시 볼 사람 아닌데 이런다, 내가
[차분한 음악]
(현성) 이제 나한테 맡기고 신경 그만 써
전시회 준비만 해
이번 전시 중요하다며
(희주) 마감이라도 맞춰야 하는데
(현성) 잘할 거면서 그런다
(희주) 고마워요
(현성) 뭐가?
(희주) 아까 어머님 앞에서 내 편 들어 줘서
(현성) 고마울 일 아닌데 당연한 거라서
쟤들은 아직도 참
다정하다
징그럽게
(영선) 그렇지? [쪽 뽀뽀한다]
[함께 웃는다]
아이고, 이뻐
[어두운 음악]
[색연필을 탁 내려놓는다]
[학생들의 놀란 신음]
[희주의 거친 숨소리]
설마
내가 때리기를 기다렸어?
[저마다 대화한다]
(학생9) 예술고 확정이라는데? [휴대전화 조작음]
(실장) 에헤, 거 줄 좀 맞춰서 달지, 거참
[실장의 못마땅한 신음]
[학생들이 인사한다] [웃으며] 어, 그래
(학생10) 갑자기? 예고로 바뀐대?
(희주) 폭행이요?
(영선) 현성이한테 얘기 못 들었니?
아, 네, 아직
(영선) 너 고소당했어
교사직까진 박탈당하지 않으려고 꼼수 부리나 본데 넌 가만있어
안 그래도 학교 시끄러운데 기사 나지 않게 처리…
(희주) 내세요
너한테 한 말 아니야 여기 이 변호사한테…
아니에요, 어머님
아주버님, 듣고 계시죠?
(희주) 괜히 저 때문에
그쪽 잘못이 가려지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제가 처벌을 받더라도
애초에 잘못한 사람이 당당하게 구는 걸 [문이 탁 닫힌다]
보고 있을 순 없습니다
(영선) 그거 다 시선 끌기야 그 장단에 놀아날래?
(희주) 아, 그래도 이렇게 피해 버리면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더 뻔뻔하게 나올 텐데
그럼 우리 리사는요?
맞아도 싼 아이가 되라고요?
그렇게 잘 아는 애가 주먹질은 왜 해서 이 사달이야?
아, 몰라, 끊어! 쯧
[버튼 조작음] 자기가 말을 더 많이 해 처들을 생각은 안 하고
처남댁 말이 맞습니다
그래서 싫다는 거야 쟤 말이 다 맞으니까
(영선) 짜증 나
(형기) 어떡할까요?
(영선)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이런 걸 처리하라고
고문 변호사 자리 내준 겁니다 사위님
[한숨]
그러게 왜 영국서 잘 사는 애를 데려와 바둥대게 만들어
보딩 스쿨 좋은 데 얼마나 많아
(영선) 적당히 스펙 쌓고 있으면 어차피 다 자기들 거 될 걸
죽어라 공부해서 의대, 법대 나와 봤자 뭐 할 건데
머리 좋은 것들 골라 쓰면 될 일이지
[어두운 음악] [영선의 한숨]
그 선생이란 건 어떤 꼴통이야?
만나 봤다며
기간제라곤 하는데
생각보다 학교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한숨]
[서류를 툭 내던진다]
(영선) 그 당돌한 게
우리 병원서 받은 진단서를 제출했다데
관심 끌려는 거면 성공했네
[전기 치료기 작동음]
(선우) 안녕하세요
[차트를 탁 내려놓는다]
어, 잠시만 떼 볼게요
자, 일어나 보시고요
베드 좀 올릴게요
오케이, 자
이렇게 꽉 쥐었다가 펴 보실까요?
쫙
힘 있게, 다시
쫙!
음, 염좌가 좀 심한데
여기, 여기 안 아프세요?
아파요
오래된 것 같은데
참지 마세요
아픈 건 참는 거 아니에요
잠시만요
[문이 쓱 열린다]
(선우) 좀 차갑습니다
[의료 기기 작동음]
- 이거 오래 걸려요? - (선우) 네
- 괜찮아요, 그럼 다음에… - (선우) 지금 받고 가세요
몸이 힘들다고 신호를 보내는 거예요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지고
별거 아닌 일에 화가 나는 거
(선우) 그거 무시하다 큰 병 생겨요
저, 혹시
손 많이 쓰시는 직업이세요?
- 왜요? - (선우) 더 잘 봐 드리려고요
조심하셔야겠다
[의료 기기 작동음이 멈춘다] (선우) 아, 왜요, 이…
아, 젤이 너무 차가웠나?
그게 아니고
여기 다 아픈 사람들이라
선생님이 너무 상냥하면 오해하겠어요
아유, 참 [의료 기기 작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선우) 어? 잠시만요 [의료 기기 작동음이 멈춘다]
어, 누나
어, 괜찮아
어? 아니, 리사가 너하고 점심 먹고 싶다 그래서
(희주) 응
- (민서) 얘들아 - (희주) 언제?
(민서) 너희 그때 하나씩 빼먹은 거 맞지?
- (희주) 그럼 기다리지, 뭐 - (민서) 정신 바짝 차려 [레지던트들이 대답한다]
(희주) 어 [통화 종료음]
- (민서) 먼저 가 - (레지던트) 네
맞은 건 리사인데 고소는 왜 당해?
(민서) 말 안 하면 모를 줄 알았어?
[휴대전화 조작음] 아침부터 내 남편 호출받아 뛰어가게 해 놓고?
죄송해요
[휴대전화 진동음]
정환이 방학에 들어올 때면 봐주는 선생님
(민서) 수업도 수업인데 요새 애들 까탈스럽잖아
- 그쪽으로 유명해 - (희주) 네
리사 아빠하고 상의해서
스케줄부터 잡아
(민서) 상의는 뒤에 하고
[통화 연결음]
- (희주) 아, 그래도 지금은 좀… - 누군 연결해 주고 싶어 이래?
정환 아빠가 먼저 말 꺼냈어
나도 치사해지고 싶지 않고
(희주) 형님
아, 네, 저, 안녕하세요
네, 저는
예
(희주) 정문
엄마 차에서 기다리고 있어 천천히 나와
[휴대전화 진동음]
(리사) 지금 나가
[휴대전화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어두운 음악]
[놀란 탄성]
왜?
[희주의 당황한 신음]
[리사가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리사) 안 가?
[거친 숨소리]
엄마
어, 가
어, 선생님 뭐라셔?
똑같은 소리
쉬래
[무거운 음악]
(리사) 그 미친년이 엄마 고소했대
삼촌 몰랐어? 엄마가 때렸대
(선우) 아, 근데 리사야 그래도 욕은 좀…
어떻게 때렸대?
아, 그게 궁금해?
아깝잖아
그걸 내가 봤어야 되는데
(선우) 좋겠다
우리 누나 같은 엄마 있어서 부럽다고
삼촌도 엄마 있잖아
(선우) 씁, 우리 엄마는 가끔씩만 내 편인데
누나는 네가 뭘 해도 네 편이잖아
그런가?
내가 사람을 죽여도?
[웃음]
(선우) 너…
절대 그러지 마라
그래서 엄마는 어떻게 되는데?
(선우) 뭐, 괜찮지 않을까?
그 선생님이 먼저 잘못해서 그런 거니까
(리사) 뭐야, 그럼 나도 잘못해서 맞았다는 거야?
(선우) 아, 아니, 아니
아, 또 말이 또 이렇게 되나
- 아, 뭐, 잘못한 건 있고? - (리사) 아니
(선우) 그럼 왜?
[영어] 그년이 내 걸 뺏으려고 하잖아
(희주) [한국어] 감사합니다
[어두운 음악]
- (선우) 어, 누나 - (희주) 가자
(해원) 백반 하나 주세요
어, 아니네?
죄송합니다
밥 돼요
밥 된다고
[당황한 숨소리]
술집 같은데
(상호) 아직 간판을 안 바꿔서
밥도 팔죠, 뭐
문이 열려 있어서 장사하시는 줄 알았어요
해요
밤에만 술 마시란 법 있나
술도 드려요?
아니요
이 동네선 위스키 잘 안 팔릴 텐데
팔리면 팔려서 좋고
안 팔리면
내가 마셔서 좋고
(상호) 앉아요
[차분한 음악]
[바람이 솨 부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물이 찰랑거리는 소리]
[소리들이 뚝 멈춘다]
명색이 술집인데
오픈 첫 손님한테 술 한 잔 드려야죠
[당황한 숨소리]
아니요, 괜찮아요
어차피 저 술맛도 몰라요
알아 가면 되죠
그래야 단골도 되고
공짜 싫어해요
이거 공짜 아닌데
(상호) 요게 공짜지
술집이라니까, 여기
맛있게 드세요
[멀어지는 발걸음]
(희주) 내일부터 선생님 집으로 오실 거야
놓친 수업 내용도 다 잡아 주신대
괜찮다니까
네가 계속 괜찮다고만 하니까 엄마 더 걱정돼서 그래
(희주) 통원 치료 끝날 때까지만
학교 가면 그때 다시 조정하고
미미가 뭐래?
미미?
아…
뭐랬냐고
뭐, 뭐라긴, 미안하다지
너 괜찮냐고
아…
그 선생님하곤
앞으로 학교에서 볼 일 없을 거야 걱정 마
응
그거 엄마 주고 먼저 들어가
호수 거 아니야?
알아, 엄마가 가져갈게, 줘
[도어 록 조작음]
[문이 철컥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초인종이 울린다]
[도어 록 작동음]
리사가 파스타 먹고 싶대서 프레스카 다녀왔어요
(희주) 아주버님 여기 뇨키 좋아하시죠?
[어두운 음악]
아침에 저 때문에 고생하셔서…
저, 선생님 소개시켜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내일 바로 와 주신대요 형님 덕분이에요
어, 잘됐네
(민서) 근데 어쩌지?
우리 벌써 저녁 다 먹었는데
아…
호수 주면 돼요
그럼 가
[도어 록 작동음]
[새가 지저귄다]
(희주) 어제 아주버님이 뭐라 안 하셨어요?
(현성) 걱정 마 그게 매형이 할 일이야
(희주) 형님하고 사이가 안 좋은가?
뭐 아는 거 없어요?
누나하곤 누구라도 안 좋아
리사 과외 얘기는 뭐야?
아, 형님이 소개시켜 주셨어요
당신 아들 맡기실 정도니까 확실한 분이겠지
애들 수업 진도도 봐주고 심리 치료도 잘해 준대요
(희주) 오늘 오시기로 했는데 혹시 자기 시간 돼요?
나 아침에 회의가 잡혀 있는데
다음에 저녁 식사라도 한번 잡지, 뭐
그럼 당신이 호수 유치원 데려다줘요
나 리사 깨워 준비시키게
- (현성) 그래 - 응
리사야, 일어나
선생님 오시니까 준비하자, 응?
[호수가 떼를 쓴다] (현성) 친구들 벌써 다 와서 기다리고 있겠다
자, 슈퍼맨
읏차, 머리, 아이고, 아이고
[희주의 웃음] 아빠가 데려다줄게, 가자
우린 갑니다!
(희주) 네, 다녀와요, 여보
호수야
[도어 록 작동음] 리사야, 안 일어나니?
[문이 철컥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은 잠그지 마, 걱정되니까
씻어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물이 펄펄 끓는다]
[전기 포트를 툭 내려놓는다]
[숟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어두운 효과음]
[꿀꺽 삼킨다]
[어두운 음악]
[놀란 숨소리]
[초인종이 울린다]
어?
[인터폰 조작음]
[노크 소리가 쾅쾅 들린다] [놀란 신음]
[노크 소리가 쾅쾅 들린다]
[도어 록 작동음]
(해원) 정말 죄송해요
[도어 록 작동음]
(희주) 여기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 아니에요
나가요, 경비 부르기 전에
(해원) 언니
[어두운 음악]
그때는 경황이 없어서 언니인 줄 몰랐어요
저를
알아보시겠어요?
[문이 철컥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해원의 떨리는 숨소리]
(해원) 죄송해요
리사한테 제가…
정말 죄송해요
일어나요
리사 집에 있어요
(희주) 아직은 만나는 게
안 좋을 거 같아서 그래요
일어나라니까요?
[희주의 거친 숨소리]
언니
정말 오랜만이에요
(희주) [어색하게 웃으며] 그러게
오랜만인데 이렇게 돼서 좀 그러네요
언니
말 놓으세요
(해원) 언니인 줄 알았으면
고소 같은 바보짓은 하지 않았을 텐데
정말 죄송해요
그건 리사 아빠가 알아서 처리할 거예요
(해원) 아니요 제가 바로 취하할게요
그게 맞아요
리사 엄마가 화가라고 듣긴 들었는데
화가는 무슨
(해원) 잡지에서 언니를 보고서도
언니를 닮은 사람인 줄 알았어요
언니가
화가가 됐을 거라곤 생각 못 했거든요
[의미심장한 음악]
[뚜껑을 잘그락 연다]
[잘그락 소리가 들린다]
[쓱쓱 그리는 소리가 들린다]
(해원) 더디더라도 기본에 충실해야 해요
지금 잘못 배우면 나중에 고치기 힘들어요
몸이 기억하거든요
나쁜 습관만큼 버리기 힘든 게 없어요
(해원) 어떻게 전혀 못 알아봤나 몰라
[희주가 통을 탁 내려놓는다]
이렇게 늙었으니까 못 알아볼 법하지
(해원) 아니에요
언닌 더 젊어지신 거 같아요 정말이에요
그래서 못 알아봤나 봐
시간이 나한테만 왔나 봐요
나도 전에 봤을 때 잠깐
생각은 했는데
아, 리사 때문에 이력서를 좀 봤어요
근데 이름도 다르고 학교도…
남산 근처에 있는 학교에 다니지 않았었나요?
난 그렇게 기억하는데
거긴 졸업을 못 했어요
본가에 내려가 있는 동안 제적돼서
다른 학교를 다녔거든요
(해원) 이름은
구해원이 제 본래 이름이에요
그때 쓰던 이름은 유학 가면 쓰려던 이름이라
독일식으로
한나
네
기억하시네요?
(해원) 하고 싶은 일은 다 할 수 있다고 믿던
그때가 좋았어요
아, 언니, 제발요
말 놓으세요
그래요
그래
언니
정말 미안해요
- (해원) 제발 용서… - 아, 아유, 왜 이래요
사는 게 바쁘다 보니
이젠 그림엔 관심도 없어요
관심이 있었다면 언니를 좀 더 일찍 만났을 텐데
아쉬워요
[안내 음성] 올라갑니다 [엘리베이터 조작음]
(현성) 어
[엘리베이터 조작음]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웬 여자가 너희 집 앞에 무릎 꿇고 있더라? [엘리베이터 문이 탁 닫힌다]
몰랐나 보네
내가 알아야 될 일이면 희주가 먼저 말하겠지
학교
설립 승인은 났다며
응
(민서) 어쩌니?
인가받기 전엔 취소되는 경우도 많다는데
리사 때문에 학교가 시끄러워서
(현성) 누나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누난 매형하고 싸우지나 좀 마
엄마 앞에서 매번 주눅 드는 것도 보기 힘든데
누나라도 좀 잘해 줘
[엘리베이터 도착음]
[안내 음성] 문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 조작음] 안 내려?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아들?
언니한테 아들이 있는 줄 몰랐어요
몇 살이에요?
(해원) 리사는 어렸을 때부터 예뻤네
언니가 리사한테 얼마나 애틋했었는지 기억나요
그렇게 귀한 아이한테 제가 그랬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어요?
정말 미안해요, 언니
제가 잘못했어요
사는 게 팍팍하다 보니까
참지 못하고 자꾸 실수를 해요
진심으로 사과하는 거니까
제발 용서해 주세요
그만해
- (해원) 언니 - 아직은 네 사과 못 받겠다
리사가 받은 상처를 생각하면
이렇게 찾아온 것도 불쾌해
(희주) 전엔 기어이 네 잘못이 아니라고
사과는 못 하겠다더니
갑자기 이렇게 찾아와서 이러는 의도도 모르겠고
예전에 우리가 알던 사이인 거하고
이 일과는 별개야
맞아요
그 일과는 별개죠
[긴장되는 음악]
이번 일은
제가 죄송해요
[어이없는 웃음]
(희주) 네가 사과해야 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리사야
그리고 리사는
아직 네 사과를 받아들일 상태가 아니고
하필이면 너란 걸 알았으니까
난 정말 이 일에서 빠져야겠다
앞으론 남편이 알아서 할 거야
그만 가
리사 봐주시는 선생님 오시기로 했어
[기가 찬 웃음]
[한숨]
(해원) 미안해요, 언니
진심이에요
정말 미안해요
(희주) D동입니다
네, 지금 나가는 여자
네, 초록색 코트 입은 여자요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는데
앞으로는 허가 없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부탁드려요
네
[거친 숨소리]
(현성) 없어지다니요?
의식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없어진단 말입니까?
(최 변호사) 간호사 말이
한나라는 여자가 서류를 가져와
정식으로 퇴원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어두운 음악]
한나?
[바람이 솨 분다]
아…
[놀란 숨소리]
[어두운 효과음] [어두운 음악]
[성난 숨소리]
[초인종이 울린다]
(선생님) 네, 어머님
[거친 숨소리] 리사 과외 선생님입니다
(희주) [웃으며]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웃음]
(해원) 기억하시네요?
[어두운 음악]
(희주) 한나
예전에 우리가 알던 사이인 거하고
이 일과는 별개야
(해원) 맞아요
그 일과는 별개죠
처음부터
사과하러 온 게 아니었어
찾았다
사과하러 온 게 아니었어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무거운 음악]
(해원) 언니
(희주) 내 작업실에서 나가고
대체 뭘 했길래
그때까지 집 앞에 있었니?
무슨 사이야, 그 사람이랑?
그게 왜 궁금하실까?
(현성) 괜찮아 이제 당신이 더 신경 쓸 거 없어
(해원) 언니도 알아요? 자기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리사) 안 들려
- (희주) 리사, 엄마 좀 봐 봐 - (리사) 안 들려, 안 들려!
(희주) 엄마 말이 안 들려? [리사의 비명]
(리사) 안 들려!
(희주) 너
날 찾아온 이유가 뭐야? [타이어 마찰음]
(해원) 언니는 내가 뭘 알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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