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 인생 1회
[주제곡]
[소심한 오빠들의 'Beautiful Girl' 재생]
[깡통 부딪치는 소리]
아!
[안도의 한숨]
으!
[짜증 내면서] 어!
어으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저기요
저기, 아가씨
아가씨, 잠깐만요!
[다급한 발소리]
- 대리님, 다녀왔습니다 - 왜 이렇게 늦었어?
어디서... 욱!
회사 건물들 재활용에는 분유통이 없어서요
- 옆 주상복합 - 옆 주상복합은
아침에 수거차가 싹 실어 갔더라고요
다가구 촌은 요일 없이 재활용 내놓는다 그래서
용산 이태원 쪽 뒤지느라 좀 늦었어요
- 대리님, 8개면 된다고 하셨죠? - 고마워, 지안 씨
아, 우리 애가 페인트 바르기 전에 뭐 발라 달라 그랬는데
아, 젯소요?
맞다. 젯소
네, 그럼...
[깡통 부딪치는 소리]
서지안 씨
달밤에 체조하니? 가관이다
땡볕에 노동한다
이거 봐, 잘 칠했지?
(지안) 잘 칠했지?
치마 갈아입었네 냄새 엄청 나던데
(동료1) 치마 사놓곤 일부러 안 갈아입고 사무실 온 거야?
이 정도 생색은 내주는 게 센스지
- 얼마나 개고생했는데 - (선아) 그러고 싶니?
그렇게까지 하고 싶어?
그럼 어떡하냐? 대리님 예쁜 외동딸이
재활용 만들기 대회에 나가서 분유통으로 트리를 만드신다는데
근데 마침, 대리님은 그걸 또 깜빡하셨다는데
진짜 해도 해도 정말...
야! 계약직이 노예니? 몸종이야?
- (선아) 커피에 온갖 잡심부름에! - 때때로 대리, 과장, 부장 애들
유모 노릇도 하지
(지안) 왜냐? 내 목줄을 쥐고 있으니까
알면서 물어보셔들, 응?
지안 씨 보고 마케팅팀 '다 줘 걸' 이라던데
- 다른 부서까지 소문 다 났더라 - '예스 걸' 아니고요?
[지안 큰 한숨]
내가 못 살아 하도 유능하니까 나날이 씹히네
부장, 과장, 대리님이 똥도 닦아달라 그러면?
- (선아) 닦아 줄래? - 정직원 시켜준다면 당연히!
닦아 드려야겠지?
(동료1) 똥까지 닦아 줬는데 정직원 안 시켜 주면 어쩔래?
(남 동료) 지안 씨가 닦아 줬지만 손은 내 손을 잡을 수도 있어
(선아) 맞아, 지금 분위기로는 네가 당첨일 걸로 보이지만
너 그거 믿지 마
[깡통 바닥에 탕 놓는 소리]
계약직 이틀 남으니까 초조한 모양인데
왜?
당신들은 차마 못 했던 걸 내가 하니까 끓어?
착각하지마
너 때문에 우리까지 자존심 상해서 그러는 거거든?
이선아 씨는 자존심이 남아 있나 보네, 난 없는데
(지안) 그리고
계약직끼리 우리가 어딨어? 계약직인데
싫다, 같은 계약직끼리 우리로 묶이는 거
우리는 우리가 아니어야 사는 거야
각자 인생 각자 사는 거
그냥 냅두시죠, 저는
어머!
칠하다 말았어 그러데이션 생길 텐데 이거 어떡해
어후, 가자
- (남 동료) 가자, 가자 - (선아) 가자, 어휴
흠!
[경쾌한 음악]
[작게 중얼]
[시계 알람]
[작게] 됐다
안녕하세요
빵 나왔어요
(손님) 안녕하세요, 사장님
맛있겠다
[빵을 놓는 소리]
오늘은 단호박요
차 언니는요?
집에 일 있어
아니, 그럼 방장님 혼자 바빠서 어떡해요?
- 입 다물고 비켜 주면 덜 바빠지겠네 - 예?
아!
안녕히 계세요 내일 또 봬요
사장님, 이 안에 뭐 들어 있어요?
오징어 먹물요
베이컨이랑 치즈도 들어 있어요 되게 맛있어요
그래요?
그리고 시나몬 블록은 밀크티나 커피랑 드시면 죽여줘요
아, 그래요?
엄마 그럼 우리 이거 하나랑 저거 하나 사자!
- (손님) 그러지, 뭐 - 이것도 맛있어요, 반죽이...
(남구) 서지수 씨
나 좀 봅시다
아니에요, 저 지금 갈 거예요
- 여깄는 거 다 무지 맛있어요 - (손님) 고마워요
[ROO의 '나 그거하나봐 연애' 재생]
[숨차서] 하아
고생들 많으십니다, 더우시죠?
그릇 찾으러 왔습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맛있게 드셨어요?
그릇 여기 있어요
와, 예쁘다
- 이제 다 끝났네요? - 사장님, 포스 확인하셨어요?
어... 아직
설명해 드릴게요
[한 단어씩 힘줘서] 네, 실장님, 연습 안 했어?
했어, 했는데
봐 봐
[그릇 달그락]
누르면 되고 터치도 돼
[얕은 한숨]
- (희) 취소는 어떻게 해? - 취소는 여기 있어
어어! [그릇 부딪치는 소리]
[경쾌한 음악]
몰라, 몰라, 몰라! 바보, 바보, 등신, 등신!
어우, 쪽팔려
[경쾌한 오케스트라 음악] 미국과 일본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 생산에
(도경) 과감한 투자를 해 왔습니다
왜? 돈이 되니까요
(명수) 돈 되는 프로젝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나, 최 팀장?
(진희) 친환경 화이트 바이오야 아주 좋은 사업이지
우리 그룹 방향하고 너무 동떨어져서 문제지
지금 정명수 이사님이 드시는 컵은 옥수수로 만든 겁니다
물병은 사탕수수로 만든 거고요
땅에서 와서 땅으로 돌아가는 플라스틱 제품
환경과 그룹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사업입니다
(이사) 그런 생소한 분야에 150억을 투자하란 말인가?
현재 우리 그룹은 호텔, 의류, 프랜차이즈 음식점
모두 소비재 위주입니다
(도경) 소비재는 경기에 따라 회사 실적이 요동칩니다
한 단계 도약해서 미래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 되면 어떡하죠?
난 좋은데
(재성) 우리 그룹의 정체를 타기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 아닙니까?
(재성) 다양한 발상 창의적인 모색
젊은 뇌를 늙어가는 뇌가 당할 수 있겠습니까?
형부
도경이한테 회사 키울 아이디어를 내랬더니 벌써 그룹 오너 마인드네요?
다음에 보지
차 한잔해, 언니
다원회 바자회 있어
- 다음에 봬요, 이모, 이모부 - 응
[엘리베이터 소리]
(직원1) 대박 나 노명희 대표님 실물 처음 봐
- (직원1) 어쩜 배우 같아? - (직원2) 별명이 그레이스 켈리야
부럽다, 태어나니 해성 그룹 상속녀야 거기다 예쁘기까지 해
상속녀로 태어났지만 그룹 상속은 못 받아
(직원2) 우리 회장님 그래서 데릴사위 들인 거잖아
부회장님이 중간 사다리고 최도경 팀장님이 물려받을 거래
최도경 팀장님을 꼬셔 봐?
- 게이라던데? - (직원1) 진짜?
(직원3) 그래, 서른셋인데 결혼을 안 하잖아
연애 얘기도 없고
여직원들한테는 굉장히 친절하다던데?
- (직원2) 젠틀하고 - (직원3) 그러니까 이상한 거야
(직원3) 솔직히 우리 같은 여직원한테 지나치게 젠틀하잖아
도도한 거지, 가만 보면 우리 막 봐주는 느낌 들지 않니?
[도경 헛기침]
(직원들) 깜짝이야, 죄송합니다
모르는 척 듣는 게 더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말입니다
- 최도경입니다 - 죄송합니다
이런, 때마침 풀린 이 구두끈을 혼내야겠네
왜들 그래요? 난 노 프러블럼인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그 말이 왜 있는 줄 알아요?
뒷담화는 인간의 본능입니다
[엘리베이터 안내음] 1층입니다
레이디 퍼스트
죄송합니다
(직원2) 우리 어떡해!
- 야, 나 뭐라고 했냐? - (직원2) 몰라, 어떡해!
[익살스러운 음악]
내가?
내가 도도해?
내가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 어떻게 도도했대?
아니, 항상 늘 친절하고 젠틀했구먼!
게이?
게이?
그 가짜 뉴스를...
아, 나...
[똑똑]
저 왔습니다, 사모님
가지고 왔어?
비서실에 우편물이 왔길래요
윤정숙 사모님 취향을 몰라서 넉넉히 챙겨 왔습니다
뭘 골라? 옷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다 넣어
[긴장되는 음악]
25년 전 잃어버리신 따님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여자) 곧 확인하실 증거 보내겠습니다
[편지 구기는 소리]
은석아?
어머!
[끼익 마찰음]
[트럭 경적]
[강한 충돌음]
(앵커) 뉴스입니다
해성 그룹 외동딸
최은석 양이 실종된 지 오늘로 13일이 지났습니다만
아직까지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해성 그룹은 오늘 제보자 보상금을
5억 원으로 올렸습니다
마지막 제보가 10년 전이었는데
누가 또 돈 필요한 사람이 있는 거지
그냥 장난일까요?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보낸다는데
증거 있으면 그거부터 보냈겠지
돈 먹으려는 인간이 예의 차려 인사 편지부터 보낼까?
머리카락 하나 내밀곤 선수금 달라, 경비부터 달라
마귀 같은 인간들
[초인종]
나는 쓰던 화장품이 많이 남아서 화장품 필요 없다니까 또 오셨네?
오늘은 화장품 구경하시라는 게 아니라 마사지해 드리러 왔어요
본사에서 판촉 체험 행사 중이거든요
마사지요?
리프팅 전용 팩이 새로 나왔는데 한 번만 받아 보셔도 확 땡겨지거든요
그래요?
사모님, 저 화장실 좀 쓸게요 손 좀 닦아야 해서요
(판매원) 큰아들, 딸 둘 막내아들이라고 했지?
[긴장되는 음악]
[오케스트라 음악]
(기자) 다원회는 재계 쪽 사모님들 모임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취지로 모이신 건가요?
(다원회) 모두 다 원하는 모두를 다 사랑하자
- 즉,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을... - 에레메스 작년 FW 제품이에요
우리 다원회 회장님이 좋은 일에 쓰고 싶다고 기부하셨어요
네
구경하고 계세요
소라 양 또래 보니까 소라 양 보고 싶네요
겨울에 졸업하면 유럽만 돌고 같이 들어오신다고 했죠?
친구들이 따로 여행하자고 했는데 우리 수석님이 결재를 안 해 줬어요
따님 교육 참 잘 시키신다니까
(명희) 우리 도경인 올해까지만 전략기획팀 팀장 하고
내년엔 계열사 부사장 발령 낼 거예요
부사장요?
팀장으로 본사 전략 기획팀 2년 이끌었으면
충분하시다네요, 아버지가
노 회장님 결재 떨어지셨어요?
곧 결혼도 해야 하니까 슬슬 경영 일선에 나서야죠
소라 양하고 우리 도경이 만나게 할 날이 정말 기다려져요
네, 만나면 둘이 서로 눈이 맞아야 할 텐데요
(유미) 어머나, 이게 누구세요?
- 장 수석님 사모님 아니세요? - 어머, 심송 사모님
오랜만에 뵙네요, 홍 대표님
그간 무탈하셨죠?
(유미) 안 그래도 한번 찾아뵈려고 했는데 여기서 뵙네요
따님은 시카고에서 공부하고 있죠?
언제가 졸업이에요?
(장 수석 사모) 이번 겨울에 졸업이니까
아마 곧 한국 돌아올 것 같아요
(미정) 진짜 얼굴이 팽팽하고 환해졌네
[미스터리한 음악]
따님들이 이란성 쌍둥이라고 하셨죠?
누가 사모님을 닮았어요?
머리 긴 따님이 닮으신 거 같은데 그렇죠?
성질까지 꼭 닮았죠, 순하고요
(해자) 미정아, 시장 가자
어? 손님이 계셨네
손님 아니에요
(판매원) 사모님 저 가 볼게요
화장품 판촉 행사라 공짜로 해 준대서
마사지 받았어, 언니
그래? 그럼 나도 해 줘
저 아래 아파트 알죠?
어쩌죠? 거긴 제 관할 구역이 아니라서요
그럼 우리 아파트 관할은 누군데?
제가 해 드릴게요
핸드폰 번호 적어 주세요
언제 올 건데요?
연락드릴게요
사모님, 안녕히 계세요
(미정) 고마워요
(해자) 저런 거 있음 나도 부르지
(미정) 지수야, 엄만데
엄마 시장 갈 건데 너 뭐 먹고 싶어?
(미정) 파스타? 또 밀가루?
알았어, 응
아무거나 좋대
오리탕 끓여야겠다
아니, 왜 지수한테만 뭐 먹고 싶냐고 물어?
요새 지수가 살이 쏙 빠졌거든
애가 여름 타는지 멍 때리고 힘도 없고
글쎄, 밥도 한 공기를 못 먹어요
장정 2인분씩 먹는 애가?
아니, 자기가 뭘 한다고 살이 빠져?
취직도 안 하고 알바만 하면서 탱자탱자 사는 애가
정작 아등바등 돈 벌어 보려는 건 지안인데
어휴, 그러니까
아무래도 지안이한테 치여서 그러는 거 같아, 기죽어서
야, 그건 아니지
내가 엊그저께 지수 만났는데 빵 먹으면서 오더라
기죽은 애가 야물 야물 빵 먹으면서 다니니?
돈 벌어 오는 애는 안 챙기고 얘는!
남겼다 먹이면 되지
그리고 지안이는 집에서 거의 저녁 안 먹어, 맨날 야근이야
(동료) 여기 일이 그래도 편한데 계속하지 그래요, 형님?
(태수) 아이고, 편하려고 일하나? 돈 벌라고 일하지
여기 시간도 짧고 시급도 적어서 안 된다니까
자식들 다 대학 졸업시켜 취직도 했다면서요
(동료) 벌어 봤자 몇 푼이나 더 번다고
나 같음 용돈 벌이나 하면서 들어앉겠네
자네, 사자가 늙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나?
무리에서 쫓겨난다네
예? 사자가요?
그래, 가족들 지킬 힘 없어지고 식량만 축내게 되면 말이야
그럼 지금 형님이 사자라는 거예요?
사자지, 모든 아버지 남자 인생이 사자야
(동료) 그럼 형님은
그러니까 쫓겨날 게 무서워서 돈 벌겠다는 거예요?
(태수) 그건 아니지
내 식구들 입에 내 가족들 밥은 벌어먹여야지
미물인 사자도 아무 쓸모 없어지면 쫓겨나는데
하물며 인간인 내가 내 식구 건사를 포기해?
사지 이렇게 멀쩡한데
그것도 못 하면 죽어야지
식구들 밥도 못 먹이면
(미정) 정직원 될 거라니까? 이번엔 지안이가 된댔어요
근데 그 집이 돈은 많은데 아들이 좀 시원찮아서
어디가 시원찮은데?
인물이 딸려, 키도 작고
언니, 나이가 몇인데 그럴 소리야
남자 인물 뜯어먹고 살아?
그래도 지안이는 자기 아빠 보고 컸잖아
태수 오빠 인물이 좀 좋아?
인물이 돈을 줘, 밥을 줘?
패션쇼 할 거야?
남자는 집안에 돈 있는 게 제일이에요
[깊은 한숨]
(미정) 그때 언니 따라서 딸기밭에 가지 말 걸 그랬어
얘!
너 한 시절 돈 걱정 없이 호강시켜 준 게 누군데!
왕년에 금 거북이가 무슨 소용이에요? 중요할 때 빈털터리 됐는데
동시에 사업 시작한 형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 없이!
(태수) 여보! 해자야!
(해자) 오빠!
[숨차서] 아이고, 힘들어!
장 봐오는 거야? 뭐 이렇게 많이 샀어? 이리 줘
이거는 언니네 거예요
이거 당신 거
미정이 거? 또 뭐?
센베이 과자겠지, 뭐
(태수) 에이, 당신 제일 좋아하는 거잖아
이리 줘
으음, 땀 냄새
오빠 사무실에서 에어컨 안 틀었어요?
아, 갑자기 물량이 좀 많아져 가지고
상하차 작업 도와줬어
관리 주임이 뭐 하러 짐을 날라요?
내가 힘이 좋잖아, 아직도 젊은 애들 서넛이 나 감당 못 해
가자, 하하!
- 오늘 저녁 반찬 뭐야? - 오빠 같이 가요
[발랄한 음악]
[지안] 아우
[캔 따는 소리]
음, 언니야!
응
웬일이래? 웬일로 해 있을 때 퇴근이야?
양 대리님이 일찍 퇴근하라고 큰 선심 써 주셔서
그 치마 뭐야?
뭐야? 왜 할머니 치마를 입었어?
재활용 쓰레기 뒤졌어 한 열다섯, 여섯 군데를 뒤졌더니
시큼한 냄새 나지?
어, 난다
야, 많이 나!
너는 집에 가서 씻지 여기서 맥주 마시고 있어
[만족해서] 아, 이 맛에 버티고 산다
- [캔 따는 소리] - 그만 마셔라
맨날 돈 없다면서 맥주는 두 캔씩 사 마셔
너도 맨날 빵 두 봉지씩 사 먹잖아 알바비 쥐꼬리만큼 벌면서
난 빵 반죽 기술 배우려고 투자하는 거라니까?
한식, 중식, 일식에 베이킹까지 배워 놓고 또 반죽?
(지안) 아, 입 아파
아니, 주인은 반죽 안 가르쳐 준다면서
정성이 갸륵하면 가르쳐 주겠지
총각 아저씨가 수제자 없이 그냥 죽기엔 기술이 너무 아까워
- 이거는 그냥 빵이 아니라... - 귀 아파
너 이번 달까지로 쫑 내라
석 달 넘게 매달렸는데 싫다면 그 사람은 정말 싫은 거야
그럼 이거 분석해서 나 혼자 독학해야 하나?
하, 네 머리에 무슨 독학?
치과에 다시 취직해라, 이제 좀!
치위생 기술 그 기술 다 까먹기 전에
언제 철들래?
나 치과 일 못 하는 거 알면서 그래
-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지 - 그러니까
하기 싫은 일을 왜 하면서 살아야 되냐고
그럼,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
아니, 왜 못 살아?
우리 주제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못 사는 주제인 거 몰라?
같이 힘 좀 합치자 딸랑 네 용돈만 벌지 말고
너 엄마한테 생활비 안 준 게 벌써 1년이야
그건 둘째치고, 네 결혼 자금은 모아야 될 거 아니야
어우, 그놈에 선 실장!
너 그놈이랑 잘돼서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지안) 너 무슨 돈으로 결혼할 건데?
결혼까지 할 수 있을까?
[익살스러운 음악] 아니! 없어, 못 해
(지안) 통장에 10만 원도 없는 게 무슨 결혼? 무슨 사랑?
사랑도 돈 있어야 하는 거야
너 그 자식한테 고백하지 마
내놔, 내가 써 준 고백 대본
내놔!
다 외웠는데
- 뭐? - 다 외웠는데 그래도 줘?
아하하
아, 진짜 세상 쉽다 쉽다 너처럼 쉬운 애 없다
졌다!
하
[긴장되는 음악]
[카메라 셔터음]
오늘 전략기획실 분위기는 어땠냐?
PT 때 말씀드린 화이트 바이오 프로젝트 결재를 기다리면서
- 더 정밀한 조사 준비를... - 뭐하러?
아까 아버지께서 긍정적으로 평가를 해 주셔서...
[피식 ]
걸음마 배웠으면 안 넘어지고 걸어오면 될 일, 뛰려고 해?
회의에서 아버지 말씀을 동조로 들었니?
(명희) 임원들한테 네 철부지 분탕질 막아 주신 눈치도 모르니?
그 황당무계한 걸 신나서 떠들었겠지
- 어머니 - 기업은 재미로 하는 게 아니야
실적 부진을 만회할 방안을 찾으랬더니
돈 150억부터 쓸 생각을 해?
충분히 승산 있고 자신 있어서 발표한 겁니다
모든 그룹은 그들만의 기조가 있고 역사가 있어
해성 컬러가 있고 특색이 있는 거 압니다
할아버지
(한 단어씩 힘주어) 회장님
(도경) 회장님께서 의류 사업을 모태로
해성 그룹을 만드신 건 40년이 넘었습니다
지금 있는 계열사에서 다시 방법 찾아 새 놀이판 깔 생각 말고
알겠습니다
식사하자
서현인 잘하고 있지?
뭘요, 어머니?
네
실수 없게 해
민정수석 와이프 음대 출신이다
제 곡 하루에 100번씩 연습하고 있어요
오빠가 마음에 안 들면 모를까
제 연주로 실망하실 일은 없으실 거예요
바자회에 심송 유 회장 사모님이 오셨어
유미 미술관 홍유미 관장
민정수석 딸, 검찰총장 마쳐 법무장관 집인 외조부에
현재 검사장 작은아버지 경찰청장 외삼촌
8촌 이내에 검사, 변호사가 10여 명이니...
재계 5위 심송도 탐낼 만한 처자지
어머니,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심송 막내 이제동 장소라 스타일 아니에요
그렇다니?
어머니 걱정하실 일 없어요 편히 식사하세요
- (지수) 다녀왔습니다 - (태수) 어
(미정) 서지수! 버스 탔다더니 왜 이렇게 늦게 와?
오리탕 퍼 놨는데 다 식어서 또 데웠잖아
- (지안) 다녀왔습니다 - (태수) 어
(미정) 지안이 너는 왜 이렇게 일찍 와?
- 저 급해요, 아빠 다녀왔어요 - 어
(지호) 다녀왔습니다 배고파
얼른 앉아, 오리탕 푸기만 하면 돼
몸보신시켜 준다고 수험생 자습하는 거 또 빠지고 오라더니
오리탕이었어?
인삼에 대추까지 들었잖아
그러니까, 인삼까지 넣은 거야
야, 수험생 코스프레하지 마 안 어울려
너는 또 왜 안 그래도 별로인 애 대갈통을 때려
요새 지호가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하는데, 매일 막차 타고 온다?
매일 막차? 의심스러워
(지호) 믿는 자에게 복이 오나니
- 다녀왔습니다 - (지호) 헐
이 오리탕에 온 가족이 하나 되는 그런 날인 거야?
급한 일 있다고 오라신 게 오리탕이었어요?
어, 내가 호출했어 그냥 겸사겸사 할 말도 있고
왜 칫솔이 없지?
(지수) 엄마, 왜 칫솔이 없어?
(미정) 아니, 칫솔이 왜 없어?
(미정) 네가 아침에 쓰고 딴 데 뒀겠지
지안이 것도 없어 엄마가 버린 거 아니야?
버리긴 왜 버려? 칫솔 교체하는 날 멀었는데
근데 왜 너희 칫솔 2개만 없어 왜?
(지안) 어휴, 양 여사 건망증
아니야
아니면 왜 우리 둘 칫솔만 사라지셨을까?
냉장고 한번 찾아보시죠
지난번 핸드폰처럼 야채 칸에서 시원하게 피서하고 계실걸
설마? 설마, 얘!
냉장고에도 없고 온 집 안 휴지통에도 없고
내가 버린 기억도 없어 그러면 내가 버린 게 아니잖아
근데 왜 칫솔 2개가 없어졌냐고?
- 엄마 치매 검사 한번 받아 봐 - 야!
아버지 하실 말씀 있다면서요
어
대전에 물류 지점이 새로 생겨서 한 달 동안 파견 근무하란다
아니, 월급 얼마 준다고 대전까지 파견이래요?
기숙사도 있고 식비도 지원해 주고
출장비다 뭐다 해서 월급도 50% 더 준대
에이, 엄마 어쩐지 아버지 몸보신용이었네, 이놈이
(지수) 오리탕 진짜 맛있다
아빠, 이건 내가 주는 몸보신
어이구, 고맙다, 우리 딸
엄마 잘 챙길게요
언제 가시는데요?
내일모레
예...
잘 먹었습니다
좀 앉아 있어 봐
우리 식구들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먹는 거 한 달 만이야
앉아 있음 뭐 해? 저 오빤 말도 안 하는데
말 안 하면 어때? 얼굴을 보는데
(여자) 25년 전 잃어버리신 따님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자요?
[느린 피아노 음악]
당신 은석이 생각... 해요?
우리 은석이
살아있을 수도 있을까...
뭐 해?
너무 잘 풀려
내 거가 채택될 가능성이 있어 필이 와
뭐가?
해성 어페럴 40주년 맞이 고객 이벤트 기획안
그거 다 했다고 그러지 않았어?
아이템 바꿨어
오늘 쓰레기 뒤지다가 얘를 만났거든
그래
깨지나 말던가
[경쾌한 음악]
- 부장님, 커피요 - 어, 고마워
아, 역시 아! 프린트한 것 좀 가져와
네 과장님 커피요
- 매일 신세 지네 - 아닙니다
잠깐, 이번 달 영수증
대리님, 커피 왔습니다
계약서 도장 좀 받아 주고 회의 자료 좀 출력해 줘
네, 알겠습니다
- 선배님, 커피 왔습니다 - 어, 땡큐
고마워
아, 비품 캐비닛에 물품 빈 거 챙겨 넣으라고 좀 전해 줘
네
맞다, 이번 달 잡지 브랜드 카운팅 벌써 다 했더라?
- 언제 다 봤대? - 아, 이제 익숙해져서요
몸도, 손도 빠릿빠릿 당할 사람 없다니까
계약직 뽑을 때 제일 많이 보는 게 그거라면서요? 빠릿빠릿
내년 SS 시즌 브랜드별 디자인 콘셉트 정리 내일까지 드리겠습니다
식사 왔습니다
실장님은 안 나오셨어요?
일이 있어 이따 밤에 온답니다
어떡하지, 이거 3인분이거든요
오늘 마지막 날이라고 사장님한테 소불고기랑 녹두전 받아 왔는데..
실장님 몫까지? 우리가 포식하겠네
그럼 이제 다들 못 보겠네요?
서운하네, 아가씨
한 달 동안 매일 봤는데
그러게요
내일 개업식 때 선 실장님 나오신다고 하셨죠?
(부장) 알아! 오늘 당신 특목고 입시 설명회 가는 거 몰라서 이래?
(부장) 내가 오늘 진아 학원 데려다주기로 한 거 몰라서 이래!
(부장) 상무님이 저녁 먹자시는데
딸내미 대치동 학원 데려다줘야 해서 안 된다고 해?
[조마조마한 효과음] (부장) 상무님 호출인데
서지안 씨
네, 부장님
부르셨어요?
차 줄 테니까 심부름 하나만 하고 바로 퇴근해
차 키는 저번처럼 아파트 경비실에 맡겨놓고
저... 7시에 약속이 있는데요
미리 대리님께 허락받았는데...
- 7시? - 네
그럼 뭐 차 가져갔다가 내일 출근할 때 가져와
네, 알겠습니다
어휴, 학원 가느라 차에서 밥 먹고 힘들겠다
특목고 간다며?
근데 언니는 효림 대학 경영학과 나왔으면서 왜 계약직 해요?
그러게 말이다
아빠가 뭐라고 하셔?
아니요, 아빠는 암말 안 하고
엄마는 언니처럼 안 되려면 특목고 가야 한대요
최 팀장님 오셨습니까? 기다리고 계십니다
됐어요
양평에서 볼 건데 호출이야?
아, 실례했습니다 기재 친구입니다
인사해, 이분 알지? 아나운서 이영란
한채경 얜 대학원생이고 내 여사친들
이쪽은 마이 게스트 한성아
이번에 김사덕 감독 영화 있잖아? 그걸로 데뷔했어
처음 뵙겠습니다, 최도경입니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한성아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배우님 부탁받을 일 없을 것 같지만
네, 안녕하세요
용건만 해, 나 약속 있어
최도경, 난 분명 용건 있거든?
- 넌 약속 없지만 - 내가 있다면 없어도 있는 거지
알아, 주니어 시절부터 20년인데 널 모르냐?
다급한 일도 아닌데 식사하면서 천천히
다급한 일 아니면 나중에 해
식사하고 가, 네 밥도 시켜 놨어
식사합시다
(기재) 이번 양평 모임 때 내 게스트 두 명만 끼우자
(도경) 네 게스트?
여자 아니고 남자
(기재) 호주 투자 회사들인데 분위기 좀 풀려고
니들 위해서 우리가 들러리 해 달라는 거야?
들러리 안 돼 우리 불문율 잊었어?
(민수) 걔들도 익스트림 스포츠광들이래
가서 대충 좀 놀아 주고, 그렇지?
일단 먹어, 조리 담당 체인지했는데 네가 좋아하는 리소또가 예술이야
- 야 - 네
(민수) 여기 홍합 뭐냐?
(민수) 최 팀장, 홍합 안 먹는 거 모르니?
죄송합니다 제가 지난주에 새로 입사해서
일주일 동안 멤버들 파일도 못 외웠어?
(민수) 멤버십에 누가 이런 닭대가리를 들였어? 야
너 당장 유니폼 벗고 집에 가고 매니저 불러
죄송합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민수) 내가 널 언제 봤다고 너 같은 똥 머리를 용서를 해?
내가 왜 용서를 해, 용서를?
야, 정민수 별일도 아닌데 성질이야
(민수) 너 알레르기 있었으면 어쩔려고?
식성 암기는요 기분 중에 상기본이야
마침 내가 홍합 알레르기 아니고 그저 싫어할 뿐이니까 빼면 되고
이영미 씨는 멤버들 파일 달달 외워요, 다음에 실수 없게
운 좋았다, 너
노블리스 오블리제 덩어리인 최도경 덕에
(기재) 나가 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새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경쾌한 음악]
(윤희) 지안아!
어? 윤희야
- 어, 하정이도 오는 줄 몰랐네? - 오랜만이다
뭐야, 너 차 샀어?
아니, 우리 부장님 차 부장님 심부름
무슨 부장님 심부름을 차까지 가지고 다니면서 해?
- 들어가자, 애들 기다리겠다 - 그래, 들어가자
- (윤희) 명신이, 민경이 - (친구2) 기지배!
- 축하한다 - 지안아
하정이는 왜 청첩장 안 줘?
얘네 웨딩홀이야
하정이가 아버지한테 말해서 30% 할인해 줬어
[일동 감탄사]
그래서 같이 왔구나?
하정아, 그럼 나 할 때도 할인해 줄 거지?
명신이 너도 남친 있어?
참, 너 공무원 시험 어떻게 됐어?
남친 없고, 아직도 공시생
[비웃으며] (하정) 그러면서 결혼? 꿈도 야무지다
요즘 남자들 맞벌이 필수야
우리 웨딩홀 커플들 90%가 다 맞벌이다
직장 없으면 소개팅도 못 해
야, 무슨 윤희도 잘만 결혼하는구먼
야, 윤희 임신해서 결혼하는 거야
그래, 임신 공격으로 겨우 취집한다, 됐냐?
(명신) 윤희는 의사 와이프로 취집하고, 민경이는 취직했고
지안이는 해성 입성할 거고
(명신) 하정이는 아버지 웨딩홀 다니면 되고
나만 계속 취준생이겠구먼
강명신, 나 우리 아빠 웨딩홀 안 다녀
웨딩홀? 뽀대 안 나서 싫어
- 그럼 계속 놀 거야? - 놀긴, 곧 할 거야
그래, 넌 서른까지 대기업 계속 지원해 봐도 되겠다
하다 안 되면 아빠 웨딩홀 있으니까
[휴대폰 벨 소리]
잠깐만
네, 부장님
(부장) 서지안, 당장 차 가지고 우리 집에 좀 가야겠다
네? 내일 출근할 때 가지고 오라고...
[친구들이 수군대는 소리]
네, 알겠습니다 지금 가겠습니다
나 부장님 댁에 차 갖다 드리고 다시 올게
부장님 장모님이 쓰러지셔서 사모님 지금 창원 가셔야 된대
(윤희) 배고프다며? 밥이라도 먹고 가!
[잔잔한 피아노 음악]
팀장님!
저도 가야 되는데 집까지 좀 태워 주세요
각자 가죠
제 차 정기 점검 맡겼거든요 전 무서워서 택시는 못 타고요
티 안 내도 티 나니까 거기까지
네?
운전 조심해서 가요 감기도 조심하시고
[짧게 탄식하며] 아
(혁) 도로에 사고 나서 엄청 밀렸어요
아니, 지금은 서울
가구 애들 오면 누나한테 커피 주라고 해요
[휴대폰 벨 소리]
- 부장님, 지금 가고 있습니다 - (부장) 어딘데?
지금 45분 남았다고 나오는데요?
(부장) 45분? 야! 장모님 숨넘어가게 생기셨다는데
지금 차 안 막히니까 밟으면 30분 안에 갈 수 있습니다
- 빨리 갈게요, 조금만... - (부장) 좀 빨리 가, 빨리!
(부장) 우리 와이프한테 나가서 기다리라고 할 테니까
네
[경쾌한 음악] [자동차 과속 소리]
[끼익 마찰음]
무슨 저런 몰상식한 운전자가 다 있어?
[끼익 마찰음]
[자동차 과속 소리]
[끼익 마찰음]
[자동차 충돌음과 브레이크]
앗
이런
[경쾌한 음악]
[끼익 마찰음]
[자동차 과속 소리]
[끼익 마찰음]
[끼익 마찰음]
[끼익 마찰음]
이봐요!
이봐요, 아가씨!
[자동차 경적]
좀 급해서 죄송합니다
- (지안) 죄송합니다 - 이봐요!
(도경) 이봐요! 차 세워요!
[자동차 경적] 왜 저래?
- 이봐요! - 죄송합니다
[끼익 마찰음]
[자동차 과속 소리]
[끼익 마찰음]
어! [끼익 마찰음]
[자동차 충돌음]
[옅은 한숨]
[깊은 한숨]
[깊은 한숨]
어...
이봐요! 미쳤어요? 무슨 짓이에요!
미치겠네, 진짜
- 이봐요 - 차 추월했다고 사고를 유발해요?
(지안) 다 필요 없고... 어떡해!
내가 지금 정말 미치게 급한 일이 있어서 가 봐야 되니까
사진만 찍고 갈 테니까 연락처 주세요
경찰 부릅시다
경찰을 왜 불러요? 보험사 부를 시간도 없는데
내가 봐 드린다고요, 너무 급해서
아주머니 아닌 거 같으니까 일단 아가씨로 부릅니다
이봐요, 아가씨
이거 사람 인내심 시험하는 몰카입니까, 혹시?
- 아저씨 - 아저...
아저씨가 계속 차선 방해하고 앞에 막아서 오고 그러다
급브레이크 밟아서 낸 사고예요
(지안) 블랙박스에 다 찍혀 있으니까
자꾸 이렇게 두루뭉술 얼렁뚱땅하면
저 경찰 불러요
[깊은 한숨]
어!
봐요
이게 뭐예요?
약 3분 46초 전에 그쪽이 칼치기하는 바람에 내가 핸들을 꺾었고
갑자기 꺾었으니 지나치게 꺾게 되겠죠
그래서 바리케이드 들이받을 뻔한 걸 놀라운 순발력으로
급제동해서 이렇게 상처를 입었네 내 차가
이런 꼴을 당했는데도 그냥 가면 사람이 아니겠죠?
(도경) 그래서 쫓아갔고 아가씬 도망쳤고
도망친 게 아니라...
추돌사고 내고 나한테 대드는 모양새 보니 사고 유발 몰랐던 건 인정
이게 정말 저 때문에 이렇게 된 거 맞아요?
내 차에도 블랙박스란 게 있으니까 계속된 난폭운전에 사고 유발 칼치기
경찰서 가서 같이 봅시다
[휴대폰 벨 소리]
죄송해요, 전화 좀 받을게요
네, 부장님
(부장) 어디쯤 왔어?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사고를 내서요
아, 씨!
사고를 냈으면 차를 치우든가
[놀라면서] 어?
[자동차 경적]
어!
- 바로 처리하고 가겠습니다 - (혁) 서지안
너 서지안 맞지?
지안아, 나야, 혁
선우혁, 어?
어, 혁아!
너 서울 살고 있었어? 언제부터?
근데 참, 왜 미대 안 갔냐 너?
야 임마, 내가 대학 입학하자마자 제일 먼저 홍대 미대 가 보고
너 없길래 온 서울 시내 미대 다 뒤졌어
그래도 없길래 시카고 미대로 유학 갔나 보다 했다
아... 나 경영학과 갔어
이봐요
(혁) 경영학과?
[휴대폰 벨 소리] (혁) 아니, 왜?
근데 임마, 왜 연락 안 했어? 이사 가서 바로 연락한다더니
너네 집 주소, 전화번호 다 잃어버려서
덜렁이, 학교로 편지 보내면 되지
죄송합니다
혁아, 미안한데 내가 지금 사고를 내서
네가 사고 낸 거야? 그럼 보험사부터 불러야지
이봐요, 오다가다 만나신 분
[휴대폰 벨 소리] 전화 좀 받으시지? 거슬리는데
추돌 상황부터 말해 봐
[문자 수신음]
의자 갖고 와서 줄 서 있다 너 왜 안 와?
급한가 본데 가 봐
여긴 내가 알아서 할게
- 그래도 되겠어? - 그래도 되는 상황이고
피해자는 나고 제삼자는 이만 빠져 줬으면 좋겠고
그럼...
덜렁이
또 명함 잃어버리면 큰일 나지?
죄송합니다
가, 얼른 가
미안하다 내가 중요한 미팅 약속 있어서
- 별거 아니지, 진짜? - 별거 아니니까 가, 얼른!
(혁) 보험 처리 하면 되니까 말싸움은 마시죠
길 막히는 퇴근 시간 서울 거리에서 뽀대나는 남자분이
이 친구 잘 부탁합니다
지안아, 갈게
죄송합니다
보험 처리 하면 되니까 말싸움하지 맙시다
길 막히는 퇴근 시간 서울 거리에서 보험사 부릅시다
아, 잠시만요
(부장) 올해 사고 두 번 나서 또 보험 처리 하면 보험료 엄청 올라
나 마누라한테 죽는다!
제가 사정이 있어서 그러는데요
(부장) 추돌 사고면 적당히 현금으로 처리해
제가 직접 수리해 드리면 안 될까요?
직접 수리?
(혁) 지안아! 갈게, 연락해
아이, 저...
[깊은 한숨]
내 차가 앞뒤로 파손됐는데
경찰도안 부르고 보험사도 안 부르고 보내 달라?
참 물색없는 가해자일세
사고 사진은 찍었으니까 차 번호 아실 테고
제 신분증 사진 찍으시면 되잖아요
제가 지금 너무 급해서 그래요
- 싫은데? - 왜요?
첫째, 귀찮고 둘째, 가해자 다시 보고 싶지 않고
셋째, 내 목숨 위협한 가해자 사정 봐주기 싫고
넷째, 보험사를 기피하는 가해자 의심스러워서
제가 사정이...
보험 처리 합시다, 간단하게 경찰서는 봐 드리죠
사실 이게 제 차가 아니거든요
저희 부장님 차거든요
제가 계약직인데
부장님이 따님 학원 데려다주라고 차 내주신 건데 사고 내고
부장님이 보험 처리 하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내일이 계약직 마지막 날인데
이 차 보험 할증되게 하면 저 정규직 안 될 수도 있어요
저 좀 도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아니, 이거 보험 처리 안 하고 내 차 수리비 감당할 수 있겠어요?
네, 앞뒤 범퍼 수리비 제가 현금으로 드릴게요
현금?
이거 2, 3천은 들 텐데?
[머릿속에 천둥소리] 네?
(혁) 가격은 손님이 정하는 거 이의 없죠?
팔리기나 할까요?
가격을 손님이 정하게 한다는 내 말 믿으면?
(용국) 자, 커피 나왔습니다
- 감사합니다 - 드세요
이걸 왜 형이 들고 와요? 사장님은 뭐 하고?
아이, 누가 한들?
어휴, 진짜
너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보이냐? 입 찢어지겠다
형, 혹시 다시 만난 운명이라고 아십니까?
다시 만난 운명?
어머머, 저렇게 웃는 거 처음 봐
선 실장님 저렇게 웃을 줄도 아는구나
웃는 거 너무 멋있다 기분 좋나 봐
공사가 끝나서 좋은 건가?
어떡해, 큰일 났다 큰일 났어!
(지안)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사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어우, 장거리 가야 하는데! 차 키나 줘요
사모님, 주세요
보험 처리 안 한다고 그러던데 애 아빠가?
네! 제가 사고 냈으니까 제가 수리해 드려야죠
사모님 조심히 내려가세요
죄송합니다, 사모님!
이거 2, 3천은 들 텐데?
네?
적어도
범퍼 교환하고 전체 도색 다시 하면
그래도 현금 결제 할래요?
현금 결제 하신다면서
전체 도색을 안 해 주실 순 없나요?
아, 여러모로 난처한 가해자시네
저...
저 죽었다 깨나도 그런 큰돈은 못 만들거든요
가해자분이 만들 수 있는 현금 최대 얼마입니까?
당장은 오백, 오백만 원이요 죄송합니다
오백만 원 OK, 대신 기한은 3일
오백만 원만 받으시게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합시다
감사합니다!
(지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참... 힘드네요, 하느님
이봐요, 하 씨
(지안) 당신 내 인내심 시험해?
양심 좀 있어라
당신이 진짜 신이라면
정도껏 해, 정도껏
어쩜 이럴 수가 있어?
이렇게 인간 마음도 모를 거면서 뭐 하러 하느님 해?
지안 짱, 서지안!
언니 왜 내 전화도 안 받고 톡도 씹고 왜 그래?
왜, 뭔데?
진짜 눈 빠지는 줄 알았어
나 큰일 났어
(지수) 있잖아, 선 실장님 인테리어 맡았던 카페
그거 내일 개업이란 말이야
(지수) 진짜 내일 지나면 선 실장님 볼 일이 없어진다?
고백한다며?
고백했는데 안 받아 주면? 다신 못 봐
서지수
오늘은 이 언니 님이 심히 아주 상당히 기운이 없거든?
그니까 선 실장님 얘기는 오늘만 안 듣게 해 주라
[휴대폰 벨 소리]
- 여보세요? - 서지안! 나다, 선우혁
어, 혁아
(지안) 추돌 사고? 잘 해결됐어
어, 별일 없이 잘
내일?
내일은 좀 그렇고 모레 보자
내일 꼭 봐야 할 이유가 있어 점심시간 한 시간만 내
알았어, 회사 주소 찍어 줄게
내일 봐, 그럼
누구야?
- (지안) 목공반 혁이 - 아, 너희 학교 짱이었던 애?
(지수) 실장님 언제 올지 모르니까 하루종일 카페 가서 기다려야겠지?
(지안) 아휴, 그러세요
[오토바이 소리]
점심은요? 아버지 어제 속 안 좋으시다 하셨잖아요
(명희) 면세점 입찰 건은 말씀하신 대로 진행했어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네, 내일도 전화드릴게요
부회장님, 사모님 두 분 앞으로 온 퀵 택배입니다
퀵? 누가 보낸 건데?
다녀오세요
누가 보낸 거라고?
최은석이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최... 은석?
[긴장되는 음악]
(여자) DNA 검사를 해 보세요 이 중에 당신들의 딸이 있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문자 수신음]
은석아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소심한 오빠들의 'Beautiful Girl' 재생]
(명희) 아무도 모르게 DNA 검사 맡겨
(지안) 윤하정! 너희한테 숙이면 네 자리 줄 거니?
- 지금이라도 빌어 보고 싶니? - 웃기지 마
뭐?
[외마디 비명]
웃기지 말라고
옷은 왜 그래?
(지호) 누나!
(지수) 너 이렇게 만든 사람 누구야?
(도경) 가해자분, 내일 밤 12시까지 오백만 원 안 가져오면
더 크게 혼날 겁니다 명심해요 [메아리 효과]
[카메라 셔터음]
뭡니까?
아저씨 협박으로 고발하려고 찍었어요
하나는 구질구질, 하나는 어이상실 자매가 사람 참 어이없게 만드시네
(명희) 내 딸이 누구인지
지안이인지 지수인지 알려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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