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바람이 분다 13회
(소라) 오수는 당신 친오빠가 아니에요
[문 달칵 열린다]
나야, 영이
[짝, 오수 뺨 때리는 소리]
[투덕투덕 몸싸움하면서 벽시계 뚜껑 열리는 소리]
어떻게 네까짓 게 영이한테 입을 맞춰?
어디서 네가 감히 영이한테 손을 대!
내가 당신을 죽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
지금 이 순간 내가 당신을 죽일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어
- 뭐? - 영이가...
수술을 받을 수 없대
눈도 고칠 수 없대
당신이 영이를 사랑한단 말 난 믿지 않아
(오수) 당신은...
그냥 쓰레기 같은 당신의 존재 이유를
영이한테서 찾으려고 하는 것뿐이야
그러는 넌?
너 역시 네 쓰레기 같은 인생을 걔한테 보상받으려는 거 아니고?
영이 눈?
그래, 내가 그렇게 했다
영이도 그걸 알고 있지
근데 왜 모른 척했을까?
걔는 내가 필요하니까
당신... 미쳤어
(왕비서) 네가 영이한테 준 상처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지
영이가 네가 오빠가 아니란 걸 알 때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봤니?
온실 속 비밀의 방에 들어가 영이의 추억을 훔쳐서
영이가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오빠 행세를 한 널
영이가 용서할 수 있을까?
78억의 빚 때문에
영이를 사랑하는 동생인 척한 널 영이가 용서할 것 같아!
(오수) 당신 오빠가 당신을 사랑한대
[팔 뿌리치는 소리]
[물 따르는 소리]
네가 영이를 사랑하는 거 알아
영이는 수술할 거야
[영이 흐느끼는 소리]
조금 전 장 변호사님이 조 박사님을 만났는데
시뮬레이션이 성공적이진 않았지만 조 박사는 수술한대
(왕비서) 다른 의사들은 회의적이지만 자긴 가능성을 찾았대
영이가 수술실에 들어가면
넌 조용히 빈손으로 떠나
네가 영이를 사랑해서 차마 돈은 가져가지 못했다고
내가 널 변호해줄게
내일 장 변호사님이 당신과 짜고 영이에게 거짓 진단을 한
제신병원 곽호석을 만날 거야
(오수) 미라가 증인을 서주기로 했지
[극적인 음악]
말했잖아, 우린 같이 나간다고
[풍경 울리는 소리]
[똑똑, 노크 소리]
[똑똑, 노크 소리]
[잔잔한 음악]
[풍경 울리는 소리]
(오영) 1년 전에 내가 만난 그 남자
혹시... 너?
(오수) 상상력하고는...
심심해?
아니면 내 동생이 혹시
걔가 맘에 들었나?
(오영) 나 그 남자 보고 싶어
오빠랑 있으면 있을수록 이상하게
그 남자가 자꾸 생각나
(오수) 나한테 사기를 쳤어
좋은 놈 아니야, 사기꾼이야
잊어버려, 태생부터 쓰레기 같은 놈이지
(왕비서) 영이가 네가 오빠가 아니란 걸 알 때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봤니?
온실 속 비밀의 방에 들어가 영이의 추억을 훔쳐서
(오수) 이 사진을 유령의 집 같은 네 온실 방에 갖다 놓고 두고두고 봐
(희선) 네 오빠가 너한테 온 이유를 말해줄게
돈 때문이야
(왕비서) 78억의 빚 때문에 영이를 사랑하는 동생인 척한 널
영이가 용서할 것 같아!
오빠
가지 마
오빠한텐 이렇게 키스하는 게 맞지?
[영이 흐느끼는 소리]
[흐느끼는 소리]ㅑ
[영이 가쁜 숨소리]
[풍경 울리는 소리]
[문자 수신음]
(소라) 오영한테 너에 대해 다 말했어
이제 네가 살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나한테 오는 거야
우리 처음 여행 갔던 이탈리아에서 기다릴게
[극적인 효과음]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가 있어?
어떻게 친구가 그럴 수가 있어!
(정현) 어렸잖아요, 집도 어렵고
(중태) 장 변호사님, 진정하세요 네? 진정하세요
(정현) 그러게 왜 그랬노! [어깨 때리면서]
내가 네 편을 들다가도 속이 뒤집어진다, 이 가스나야!
[전화 연결음]
사무장, 제신 병원 곽호석 당장 의사 협회에 고발해
저랑 얘기 좀 하시죠, 변호사님
[차 문 닫히는 소리]
[막대기 끄는 소리]
[영이 숨소리]
이제야 이 방에서
여러 사람
냄새가 나는 걸 알겠네
왕비서
그리고 너
[문 쾅 닫히는 소리]
그동안...
고마웠다, 진성아
문젠 이렇게 가족밖에 모르는 나한테
형 너도 가족이란 거야
어려선 네가 싫었어, 엄마가 나보다 형 널 더 챙겼잖아
(진성) 그래서 어느 날 엄마한테
'엄마, 수 형 보육원으로 도로 보내' 그랬지
그때 엄마가 그러더라 '넌 가족도 버리냐'
우린 끝까지 같이 가
우리 환상의 호흡인 거 알지?
내 계획은 이래 우리가 판돈을 좀 모으는 거야
김 사장 때문에 돈 구하기 쉽지는 않겠지만
암튼 돈을 구해서 김 사장이랑 게임을 하는 거야
그리고 멋지게 이기는 거지
만두가 돈 구했대, 연락할게
[진성 짐 챙기는 소리]
너랑 같이는 도박 안 해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오수 잡는 소리]
오케이, 나는 구경 선수는 네가 해
그리고 넌 반드시 그 게임에서 이기는 거야
그리고 지금까지 못 해본 사람 구실을 하는 거지
우리 엄마, 아빠한테 자식 노릇
나한테 형 노릇, 희선이한테 오빠 노릇, 그리고 영이한텐...
형이 나중에 영이한테 모든 걸 말해야 될 때가 오면 그 말은 꼭 해
(진성) 영이 너 때문에 인생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형 네가
쓰레기처럼 버려져서 쓰레기처럼 살겠다던 형 네가
(진성) 처음으로 쓰레기처럼 버려졌어도 사람답게 살고 싶어졌다고
그 말은 꼭 해!
[뺨 때리는 소리]
따라와
오셨어요?
영이 어디 있어요?
온실에요
나 따라와요
[문 닫고 들어오는 발소리]
영이...
수술은 이번 주말에 합니다
그럼 당신이 떠날 날도 이번 주말이 되겠네
왕비서님도 그날 같이 떠납니다
영이 옆엔 내가 있습니다
뜻대로 안 되실 거예요
오늘 주주 총회에 작금의 사태를 보고할 겁니다
주식 거래 문제로 회사에 누를 끼치고
(장 변호사) 영이의 법정 대리인 역할을 소홀히 한 점
주주들은 용인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영이에 대한 당신의 가해!
그 법적 조치는...
나중에 영이 의견 물어보고 진행하죠
당신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도를 넘었어
[문 열고 닫는 소리]
너 역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선을 넘었고
네가 영이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끝까지 친절한 오빠 행세...
끝까지, 최선을 다해... 하죠
[달칵, 문 열리는 소리]
(오영) 왕비서님
어
(오영) 오빠도 여기 있어?
(오수) 어
영이야, 나 왔다
세 분이 여기 다 모여서 뭐 해요?
어... [당황하면서]
(장 변호사) 내가 할 얘기가 있어서 좀 보자고 했어
왕비서님, 우리 오늘 웨딩드레스 맞추러 가요
영이야, 네 수술이 이번 주말로 잡혔다
잘됐네요, 그럼 웨딩드레스 오늘 반드시 골라야겠네요
그래야 수술 끝나고 결혼식 하는 데 지장 없을 테니까
명호 부를까?
영이야, 그건 별로 좋은 생각이...
왕비서님, 오늘은 우리 둘이만 가요
가끔 우리 둘이 외출한 적 있잖아요
설마 싫으세요?
그럴 리가, 그래, 그러자 준비할게
장 변호사님, 회사는 잘 돼가죠?
요즘 보고서를 못 봐서
내가 보고받고 있다 큰일은 없어
아가씨, 이 풍경이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던데
버려요
(아줌마) 네
[풍경 울리는 소리]
(오영) 오빠, 우리 여행 갈래?
신혼여행은 아무래도 같이 가긴 그렇잖아
수술 전에 갔으면 좋겠는데
우리 이탈리아 갈까?
[긴장감 흐르는 음악]
(소라) 우리 처음 여행 갔던 이탈리아에서 기다릴게
거긴 내가 가기엔 너무 먼가?
- 이탈리아보다 더 좋은 데 가자 - 그래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잖아요
[쓰레기 버리는 소리]
[풍경 울리는 소리]
오늘은 날씨가 아주 좋구나
왕비서님
저랑 몇 년 사셨죠?
20년 넘었지
처음 저랑 살 때 왕비서님 나이가 몇이었어요?
지금 너 정도 나이였을걸
너무 어렸네요
그렇지, 너무 어렸지 지금 생각해보면
근데 왜 그땐 내가 다 안다고 생각했을까, 모르겠다
아픈 사랑 한 번 하고 나서 괜히 세상을 다 아는 척
나이 든 척
사실은 너무 어린 나인데
손이 늘 차네요
그러게, 난 그렇게 손이 차더라
[계단 내려오는 소리]
[영이가 물건 다 뒤엎는 소리]
[물건들 마구 떨어지는 소리]
[물건들 다 던져버리는 소리]
[물건 내팽개치는 소리]
[영이의 가쁜 숨소리]
[영이가 깊게 숨쉬는 소리]
[물건 발에 차이는 소리]
[물건 만지는 소리]
[물건들 다시 줍는 소리]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
이제야 이 방에서
(오영) 여러 사람 냄새 나는 걸 알겠네
왕비서... 그리고 너
어디까지 네가 계획한 사기인 거야?
내가 널 오빠로 믿는 것까지?
아니면
사랑하게 되는 것까지
[슬픈 음악]
지금...
이것도 보고 있겠지
네가 준 상처를 단 한순간도 피하지 못하고
이렇게 엉망진창이 된 날 보는 기분이 어때?
설마...
네가 이겼단 생각이 드는 건
아니겠지?
(왕비서) 다 예쁘긴 한데
영이한테 어울리는 게 뭔지 잘 모르겠네요
일단 입어보시는 게...
[전화벨 울리는 소리]
명호인데, 부를까?
아뇨, 우리 둘이 있어요
그러자
셔링 들어간 거 있어요?
너 그거 싫어하잖아
전에 오빠가 셔링 들어간 거 싫어한다고
왕비서님은 좋아하잖아요
셔링 들어간 거로 찾아주세요
그럼 준비해놓겠습니다
[전화벨 울리는 소리]
[전화 안내음] 문희선입니다
어, 희선아
날 보자고?
그래, 그러자
[그릇 정리하는 소리]
(희선) 박진미
나 나갔다 오는 동안 그릇 싹 다 닦아 놓고
식당 앞도 청소해놔, 알았어?
나 오늘 친구들하고 영화 보러 가기로 했단 말이야
너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
엄마, 아빠한테 너가 한 짓 싹 다 불까? 불어?
뭘 불어?
아니야 [억지로 웃으면서]
[문 열고 진성 들어오는 소리]
부동산 아저씨가 저녁 7시에 만둣국 3개 갖다 달래
(진성 엄마) 그래
너 나 아는 척 안 해?
영이한테 암말 하지 마, 그럼
[전화벨 울리는 소리]
어, 만두야
야, 만두가 왜 너한테 전화해?
어, 알았어, 나 곧 가
- 나 잠깐 나갔다 올게 - (진성 부모님) 그래
야, 박진성, 박진성 너 어디 가?
희선이랑 진성이 저러다가 결혼하겠지?
난 싫어, 희선이
난 네가 싫어
- 내도 - 그릇 정리나 잘해
[오토바이 잡는 소리]
나와
못 가
[오토바이 시동 거는 소리]
만두랑 놀지 마
너 다신 나쁜 짓 안 하기로 했잖아
내가 너랑 살아줄게 만두 만나지 마
네가 나랑 살아주겠단 건 고마운데
가야 돼
[오토바이 출발하는 소리]
야, 박진성! 야! [다급하게]
야, 박진성! 만두 만나지 마!
[커튼 걷는 소리]
정말 너무 예쁘구나
우리 사진 찍을래요?
사진 좀 찍어주세요
[찰칵, 사진 찍는 소리]
[사진 찍는 소리]
금방 인화해오겠습니다
우리 둘이 처음 사진 찍었죠?
그래
웨딩드레스, 정말 맘에 드는 거죠?
어, 장 변호사님도 명호도...
오빠도 보면 좋아라 하겠다
왕비서님 맘에만 들면 돼요
절 20년 넘게 키워준 왕비서님한테
제가 할 수 있는 선물이 이것밖에 없다는 게 아쉽네요
무슨 말이야?
수술 받고 나서
제가 눈을 뜨게 되면
그땐 왕비서님 도움 필요 없을 거 아니에요
이제 왕비서님도 오빠처럼 가실 때를...
준비하셔야 할 것 같네요
[비장한 음악]
돈이 필요하다고?
넌 돈 많잖아
기부한다 생각해
그리고 우린 친구잖아
친구는 친구 부탁 들어주는 거야
우리가... 친구니?
당연하지, 나 너 좋아해
그러자, 줄게
얼만지 안 물어봐?
78억이겠지
전에 네가 한 말 기억나
내가 다른 건 몰라도 기억력은 좋거든
오빠가 너한테 부탁하라고 했니?
그건 아니야
왕비서님
[전화 연결음]
차 가지고 오세요
오수는 몰라
네가 믿을지 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사실이야
(희선) 네가 오수를 오해하거나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수 우리 언니가 사랑할 만큼 괜찮은 놈이야
도와줘, 넌 돈 많잖아
조용히 가, 욕이 나오려고 해
너도 오수 사랑하잖아
[코웃음 친다]
늬들한텐 내가 사랑하는 게
돈을 타내는 빌미가 되는구나
오수한텐 목숨이 걸린 일이야
줄 거라 믿는다
[의자 박차고 일어나서 나가는 소리]
이자는 없다, 원금만 갚는다
(만두) 야, 너랑 나 사이 나랑 수 사이에 무슨 이자
고맙다
김 사장한테 진성이 엮었다고 말해
[휘파람 소리]
진성이랑 만두 뭐냐?
아, 놔요, 이거
언제 나랑 술 한잔하자
[문 드르륵 열리는 소리]
[막대기 탁탁거리는 소리]
[걸어오다 멈추는 소리]
누구야?
어, 나
[걸어오는 소리]
이 밤에 왜 여기?
꽃에 물 줬어?
- 어 - 그랬구나
여행 갈 데 생각해봤어?
특별한 데가 생각이 안 나네
지리산 사리면
우리들 별장 어때?
엄마가 아빠랑 이혼하기 전에
우리 가족이 마지막으로 간 데
기억 안 나?
기억 안 나
쓸데없는 솜사탕 같은 건 잘도 기억해내면서
어떻게 그게 기억이 안 날까?
그러게
사리면 6번지야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가고 못 가봤어, 거기 가자
그래, 근데 일단 너 수술하고
내일 가자
수술하고 내가 눈을 못 뜨면
아니
살아있지 못하면
안 되잖아
내일 가자
[손에 풀 스치는 소리]
램즈이어네
(오영) 램즈이어다
양의 귀
엄마가 나 놀리려고
이게 내 귀를 닮았다고 하면
난 아니라고 내 귀는 더 예쁘다고 하면서 막 울었었는데
어떻게 기억했어?
[꽃 내던지는 소리]
얘는 허브인데 향기가 하나도 없어
별로야
[막대기 저으며 밟고 지나가는 소리]
봄 냄새 난다
지난 겨울은 너무 추웠어
그렇지?
아니, 난 네가 있어서... 별로
난 네가 있어도 바람이 너무 차던데
이 봄도 지난 겨울처럼 추우려나 보다
[극적인 효과음]
(장 변호사) 무슨 말이에요?
(왕비서) 진소라 전화번호예요
오수의 애인이었던
왜 이 전화번호가 있나 싶어서 전화를 했더니
영이한테 오수에 대해 다 말했대요
[전화벨 울리는 소리]
여보세요
너, 당장 돌아와
영인 이미 너에 대해 다 알아
누구야?
(왕비서) 영이 행동이 뭔가 이상해 당장 돌아와!
전화 끊어
여행 끝나면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갈게요
전화기 꺼두자
방해된다
[전화기 끄는 소리]
[다시 '통화' 누르고 전화 연결되는 소리]
[전화 안내음]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전화기 내려놓는 소리]
[서랍 뒤지는 소리]
왜 그래요, 왕비서님?
영이가 이상해요
오수의 정체를 알면서 왜 걔랑 단둘이 여행을 간 거죠?
[서랍 여는 소리]
[뭔가 꺼내는 소리]
뭐예요?
어제 날짜로 영이가... 새 유언장을 썼어요
복지관에 모든 걸 준다네요
[전화벨 울리는 소리]
어, 이 본부장
무슨 일이에요, 장 변호사님?
(명호) 영이가 문자로 파혼 통보를 했어요
저한테 일언반구 아무런 말도 없이
그리고 정 대표와 임 대표한테 회장 선거에 나가라고 했대요
자긴 나가지 않겠다면서... 아셨어요?
[전화 끊는 소리]
이게 무슨 일이야?
[서류 챙기는 소리]
둘이 여행 간 곳을 알아야겠어요
[차가 덜컹덜컹 산길 지나가는 소리]
길이 막혔다
네비게이션은?
직진하라는데
차로는 못 들어가겠네
걸을래?
돌아가자고 할 줄 알았는데
이미 시작한 길인데 돌아가긴 그렇잖아
내려 [안전벨트 풀면서]
[안전벨트 푸는 소리]
[길 안내 음성] 약 200m 앞에서 우회전입니다
[자박자박 걷는 소리]
[나뭇잎 밟으며 걷는 소리]
[오수 헉헉대는 소리]
[나뭇잎 밟는 소리]
여기 별장에 우리 마지막으로 왔을 때 생각나?
아니
난 다 기억나는데
즐거웠어?
- 누가? - 너
즐거웠어
네가 즐거웠다니 좋네
꽉 잡아
[나뭇잎 밟으며 걷는 소리]
아 [시원한 듯이]
[심호흡하는 소리]
자, 또 가볼까?
[부스럭거리며 준비하는 소리]
(오수) 드디어 왔다
내릴게
(오영) 너 죽었다, 나 배고프거든
밥 먹으면 되지, 뭐
혹시... 여기 아무것도 없어?
아마도
설마
열쇠는 처마 밑에 달려있을 거야
[열쇠로 문 따는 소리]
[문 드르륵 열리는 소리]
[문 드르륵 닫는 소리]
[문 열고 나오는 소리]
여기선 못 자겠다, 딴 데 가자
아니, 난 여기 있을 거야
- 먹을 게 하나도 없어 - 그래도 난 여기 있어
[약한 한숨]
좋아, 그럼 이러자
넌 여기 있고 난 마을로 내려가 먹을 것 좀 사올게
추워
[장작 패는 소리]
[장작 줍는 소리]
[장작 패는 소리]
아빠는 나무 잘 팼는데
난 처음 하잖아
너는 힘이 없지
이건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요령으로 하는 거거든
그럼 요령이 없구나
그 말도 별로네
[장작 패는 소리]
[장작 패는 소리]
아, 됐다, 이제 알았다, 요령을
[장작 패는 소리]
[장작 떨어지는 소리]
[장작 패는 소리]
[장작 패는 소리]
[삐, 차 리모컨 소리]
[정차하는 소리]
[차 경적 울리고 셔터 내려오는 소리]
[액자 내려놓는 소리]
[사진 뒤적이는 소리]
[사진 탁, 내려놓고 한숨 쉬는 소리]
[종이 집어드는 소리]
뭐예요?
오수가 영이한테 쓴 편지예요
오수도 이미 영이가 자기 정체를 아는 걸 아네요
둘이 서로 다 알면서 왜 여행을?
오수가 영이를 위하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종이 내려놓는 소리]
[한숨 소리]
여기서 영이는 대체 혼자서... 뭘 한 걸까요?
영이 정말 괜찮겠죠?
[한숨 소리]
[부스럭거리며 달려가는 소리]
[달칵, 문 여는 소리]
영이야 [문 드르륵 열면서]
[약간 심각한 음악]
[문 드르륵 닫는 소리]
영이야?
영이... [문 열면서]
[시계 안내음] 10시 30분
3시간 30분 만에 왔네
밥 먹자
[그릇 달그락거리며 놓는 소리]
[그릇 놓는 소리]
[그릇 달그락거리는 소리]
[그릇에 물 붓는 소리]
[국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
(오수) 음
(오수) 음, 맛이 그만그만 괜찮다 맛볼래?
아니
그럼 나중에 먹을 때 뭐 간이 안 맞다, 맞다 그런 말 하기 없기다
네가 아빠 닮았다면
(오영) 다른 건 몰라도 된장찌개는 맛있을 거야
[국자 놓는 소리]
이곳에 와서
아빠가 끓여준 된장찌개 정말 맛있었는데
그때 네가 아빠한테 비법을 물었지
기억 안 나?
안 나
근데 내 것도 맛있을 거야, 기대해
[찻잔 놓는 소리]
엄마가 이렇게 난로 옆에 앉아있으면
아빠가 커피를 끓여다 줬는데
그땐 두 분이 사이가 좋았나?
내가 수술하는 날 떠나
수술 끝나는 거 보고 떠날게
아니다
내일 서울 가면 떠나라
내가 알아서 해
(오수) 엄마, 아빠랑 여기 왔을 때 얘기해
엄마, 아빠랑 둘이 이렇게 차 마시면
너랑 난... 뭐 했어?
자는 척하고 이불 속에서 장난했나?
아니, 우린 울었어, 저 방에서
엄마, 아빤 여기서 소리 질러대며 싸웠지
'네가 날 외롭게 해서 내가 바람피운 거다'
'아니, 당신은 원래 그런 사람이다'
그 싸움은 아침까지 계속됐어
그리고 엄마랑 아빠가 아침에 오빠랑 날 불러내서 말했지
'이제 수는 엄마랑'
'영이는 아빠랑 산다'
[잔잔한 음악]
내가 오늘 너한테 했던 말은 모두 거짓말이야
처음부터 아빠가 장작을 패고 된장찌개를 끓이고
우린 즐겁고
그런 건 없었어
그날은 오늘처럼... 아니
요 며칠처럼... 아주 끔찍한 날이었을 뿐이야
딴 얘기할까?
나무 밑에 버려진 오수는 꿈이 뭐였어?
처음부터 그냥 사기꾼이었나?
나무 밑에 버려졌을 때부터
(오영) 세상의 죄 없는 사람들마저 적으로 삼을 만큼
걘 네 말대로
태생부터 그냥 쓰레기인 거야?
술 마시고 싶다
술 별로야
얘기해
넌 마시지 마, 나만 마실게
[맥주캔 따는 소리]
사기꾼 오수 어릴 적 꿈이 뭐였어?
목수
농부, 어부, 엔지니어
사기꾼이, 갬블러가 아닌 모든 것
처음부터는 아니고 널 만나고부터
난 지금 사기꾼 오수에 대해서 묻고 있어
말하고 있잖아, 나에 대해
그만하자
내가 누군지 알잖아
알지
78억이 필요한 사기꾼 오수
(오영) 왜? 더 해보지
네가 날 어디까지 가지고 노나 지켜보고 싶었는데
그럼... 이제 네가 하는 변명 들을까?
변명할 게 없어, 상처 준 걸 알아
[물 뿌리는 소리]
[물 흘러내리는 소리]
차라리 지금 그 말보단... 네가 어린 날
쓰레기처럼 버려진 상처 때문에
(오영) 쓰레기처럼 살고 싶었다고 말하는 게
눈먼 나보다 네가 더 아팠다고 말하는 게
나한텐 더 위로가 됐겠다
(오영) 내가 널 사랑하는 걸 알면서 갖고 노는 너도
정말 재밌지만은 않았었다고 말하는 게
더 위로가 됐겠어
내가 널 용서할 수 없는 수많은 이유 중에 제일 용서할 수 없는 건 [언성 높이면서]
(오영) 지금 내가...
엄마만큼 그리워했던 오빠의 죽음을 알고도
(오영) 너에 대한 분노 때문에 슬퍼할 수 도 없다는 거야
사기꾼인 널 사랑한 건 앞 못 보는 내 잘못이라고 치자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네가 밉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앞 못 보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크게 한숨 쉬는 소리]
잘 속았어, 그동안
[찻잔 내려놓고 나가는 소리]
[팔 잡는 소리]
[뺨 때리는 소리]
[확 잡고 안는 소리]
(오영) 으아
[오영 숨 막혀하는 소리]
[오영 가쁜 숨소리]
[오수 가쁜 숨소리]
[오영 한숨 소리]
[잔잔한 음악]
이제 우리...
진짜 끝난 거지?
(오영) 이제 떠날 사람들은 짐들을 챙기셔야겠네요
(왕비서) 떠나야지, 나는 엄마니까
자식들한테 지는 게 엄마니까
(장 변호사) 영이가 너랑은 인사하지 않겠다는구나
(희선) 너 집 나왔지? 근데 왜 빈손이야!
오수, 저놈 밟으려면 오수밖에 없는데
(오수) 난 살면서 어떤 누구랑도 작별 인사를 해본 적이 없어
내가 널 사랑한 건 진심이었다
사랑했어 네가 날 속인 거 무죄야
.그 겨울, 바람이 분다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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