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바람이 분다 16회
(오수) 영이야!
[심각한 음악]
영이야!
[쾅, 문 박차고 들어온다]
[샤워기 물 졸졸 흐르는 소리]
[놀라서 급하게 숨 내쉰다]
[샤워기 물이 졸졸 떨어진다]
영이야! 영이야! [놀라서 크게]
영이야! 영이야! 영이야! [놀라 소리치면서]
영이야, 아아, 영이야! [울부짖는다]
[푹, 칼에 찔리고 무철 '악' 비명]
[쾅, 극적인 효과음]
[쾅, 전봇대에 세게 부딪힌다]
[우두둑, 팔 나가는 소리]
[무철 소리 지르며 깡패 팔 뿌직, 부러지는 소리]
[깡패 신음]
그 팔 가지고 이 바닥에선 영원히 못 살 거야
[깡패 아파서 신음]
애기야, 집에 가
[신음 소리]
[끼익, 차 급하게 출발하는 소리]
[털썩, 쓰러지는 소리]
(진성) 뭐야, 너?
(무철) 그냥... [힘없는 목소리]
버려, 날, 길에
입 닥쳐, 내가 넌 줄 알아?
조금만 참아, 병원이야 조금만 참아!
무철이 형
이게 뭐야... [슬프게]
[살짝 흐느낀다]
이게 뭐야! [슬프게 울부짖으며]
[흐느낀다]
(선희) 한숨 푹 자고 나면 좋아질 거예요
간호사는 남을 겁니다
[성큼성큼, 발소리]
[성큼성큼, 오수 걸어오는 소리]
어
(선희) 수야
나 간다
영인 괜찮을 거야
나오지 마
수야
무철이...
갔다
[슬픈 음악]
[선희 한숨]
[침 삼키는 소리]
아팠어
꽤 오래전부터
여기 오는 길에
진성이가 전화를 했더라고
(선희) 개처럼 살다
개처럼 갔네
(선희) 내일
화장한다
문상 필요 없다는 얘기야
[쾅, 문 닫는 소리]
(오영) 이 방에...
너 있어
[딸랑딸랑, 풍경 울리는 소리]
[잔잔한 음악]
영이야, 더 자
(왕비서) 엄마랑은 어제 만나 같이 저녁 먹었어요
007작전 하듯 몰래 만나서
산책 나오셨네요
(장 변호사) 영이한테 다시 오시면 안 되는지 물어보려고 왔어요
영이를 그렇게 만든 건 나예요
내가 무슨 염치로요
[질질 끌고 와서 탁 내던지는 소리]
뭐야, 너?
(감자) 얘가 준 돈이 김 사장 미끼였어
김 사장 돈으로 게임해서 돈을 따면 그건 너희가 딴 게 아니지
너희가 돈을 따도 결국엔...
이 새끼! [분노의 고함 지르며]
(진성) 놔, 놔! 내가 이 새끼 죽여버릴 거야!
(만두) 놔! 이씨!
(만두) 김 사장 조심해
[탁, 어깨 친다]
[진성, 씩씩거린다]
(간호사) 저 이제 가볼게요
오빠 분이 주무셔서 인사 못 하고 가겠네요
[멀어지는 발소리]
[철컥, 문 닫는 소리]
자?
[애절한 음악]
(오수) 영이야, 너 비디오 봤어?
온실로 가, 영이야 [다급하게]
넌 들을 말이 없어도 난 할 말이 있어, 영이야!
(오수) 넌 이미 내가 누군지 알고 있지
그래도 영이야
비디오에 녹음된 내 얘기 좀 들어줄래?
네가 이걸 볼 때쯤이면
난 네 옆에 없겠지
널 떠나는 건...
힘들어도 참을 수 있는데
사람이 사람한테 해줄 게...
참 없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
이제 넌...
[살짝 웃음]
영이야
널 만나 난 처음으로 세상이 참 공평하단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처럼 버려진 내 인생도... 처음으로 서럽지 않았어
(오수) 너 때문에
수술 잘하길 바라
(오수) 영이야
만약 너랑 나랑 이게 끝인 거면
부디... 잘 지내고
만약 이게 끝이 아니면
우리 언젠가, 언젠가 한 번은... 꼭 보자
그땐...
너한테 말하지 못한 얘기를 해주고 싶다
널 만났을 때... 네 첫인상이 어땠는지부터
(오수) 내가 널 사랑한 게 언제부터였는지
네가 얼마나 예뻤는지
그리고...
말로 다 하지 못한 내 죄책감도
그리고 또...
(오수) 네 진짜 오빠가 널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또...
영이야
너 어디 있어?
(오수) 영이야
[털썩, 주저앉는 소리]
나 배고파
전에 내가 해준 감자 수프 어때?
좋아
내 옆에 있을래?
네가 눈 앞에 보여야 안심이 돼
- 그래 - 안을게
[성큼성큼 걷는 소리]
[탁탁, 숟가락 그릇에 부딪힌다]
(오수) 어때? 맛이?
전에 펜션에서 해준 것보다 좀 나아?
어
나 진짜 요리사가 될까 봐
진성이하고 희선이한테도 가끔 간단한 요리 해주는데
맛이 괜찮대, 나도 재밌고
잘 먹네
장 변호사님 서울 오시는 중이래
참, 진성이, 희선이 시골 가
(오수) 거기 가면 걔들 아마 결혼할 거야
[찻잔 탁, 놓는 소리]
- 둘이 애기 낳으면... - 이제 장 변호사님 오시면 너 가
난 네가 용서가 안 돼
변명할 게 없다는 네 말도 난... 이해할 수가 없어
인정하기 싫지만 이게 내 수준이야
네가 돈을 안 가져갔다고 해도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가진 않아
알아
네가 비디오에 한 말처럼
[잔잔한 음악]
오늘이 우리가 끝이 아니라면
내가 수술이 끝나고
만약 그때도 내가 숨을 쉬고 살아있다면...
우리 그때 만나
다시 얘기하자
그땐 내가 묻는 모든 말에 넌
하나도 숨기지 말고 성실히 대답해줘야 할 거야
정말 네가 날 사랑하긴 한 건지
(오영) 만약 나를 사랑했다면 나를 사랑하면서
네 죄책감은 얼마나 컸는지
(오영) 내가 받게 될 상처에 대해 넌 정말
나만큼 가슴이 아팠는지
그리고...
우리 오빠는 어느 산에 어느 강에 뿌려졌는지
넌 내가 묻는 그 모든 질문에
다 대답해야 할 거야
그래
그때... 네 모든 변명은
그렇게 나중으로 미루더라도
혹시 모르니까 나는 지금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은 해야겠다
네가 가고
나는 너를 볼 수가 없는데
네가 보고 싶은 게 참... 힘이 들더라
나 역시 너처럼
너를 보낼 때 끝이 아니었나 봐
끝을 내려던 그 순간에도 어쩌면 네가
달려올지도 모르는 기대감이 나한테 있었던 것 같아
[흑, 울음 참는 소리]
[잔잔한 음악]
[나지막이 흐느낀다]
손목을 그을 때도 두려움보단
네가 혹시나...
내 방문을 열진 않을까 기대했어
[오수 복받쳐 운다]
(오영) 마치 단 한 번도
죽고 싶었던 마음이 없었던 것처럼
[오수 나지막이 흐느낀다]
날 봐
너한테
나는 아직 못한 얘기가 너무 많아
하지만...
오늘이
이게 너랑 끝은 아닌 것 같아서
수술이 잘 끝난면
나중에...
또 지금처럼
우리 얘기할 수 있겠지
너랑 나
(오영) 울지 마
많이 사랑해
사랑해 [울먹이면서]
(오수) 사랑해 [복받치면서]
[오수 격하게 흐느끼면서]
[딸랑딸랑, 풍경 울린다]
나... 가
어
또 보자
또 보자
수술하고 나서 네가 눈을 뜨고 나를 보면
내가 네 맘에 들었으면 좋겠다
그러게
가
급한 일 있다며
어
저 오수입니다, 왕비서님
(왕비서) 알아요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오수) 왕비서님을 영이 곁에서 떠나게 하는 게 아니었는데
영이 곁에 있어주세요
(오수) 영이를 안심하고 맡길 분이 왕비서님밖에 없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띠리, 전화 끊긴다]
영이가 자네가 돈을 안 가져간 거 많이 걸려 해
가져가게 하래
진짜 필요 없어졌어요
조무철이 병으로 죽었다는 소식 신문에서 봤어
정말 그걸로 모든 게 끝인 거야?
네
[잔잔하고 평화로운 음악]
영이가 춥겠네요
제가 빨리 가야 할 것 같네요
영이 수술받으러 병원 가면 전화할게
네
[저벅저벅 멀어지는 발소리]
[딸랑딸랑 계속 풍경 울리는 소리]
[딸랑딸랑 크게 풍경 울리는 소리]
[잔잔한 음악]
[딸랑딸랑, 오수 팔찌 풍경 울리는 소리]
[딸랑딸랑, 더 크게 울리는 소리]
(장 변호사) 영이야, 아침 먹자
오늘 병원 들어가려면 서둘러야 돼
(오영) 가요
어, 맛있는 냄새 난다
우리 아가씨가 귀신이네
네?
(왕비서) 9시 방향에서 3시 방향으로
도라지 볶음, 죽순나물, 꼬막무침
명란젓, 조기구이가 있다
[밝고 잔잔한 음악]
(왕비서) 국은 심심한 게 좋을 것 같아서
갖은 야채로 국물을 냈다
밥 먹자
[쓱, 의자 뒤로 민다]
[숟가락 쨍, 부딪힌다]
[커피머신 탁 놓는다]
[신문 부스럭거린다]
[부스럭거리며 짐을 싼다]
[희망찬 음악]
아
야, 꼼꼼히 싸라, 꼼꼼히, 응?
(진성) 아버지도 좀 도와
해, 인마
오늘 이 술이 마지막이야
(진성 아빠) 내 건드리지 마라
무슨 말이야?
시골 가서도 술 마시면 내 자식이 되겠단다
엄마 자식이면 나도 반말해도 되겠네
(진성 아빠) 뭐?
아버지, 내 성격 알지? 나 한다면 해
(희선) 해볼까? 아빠, 너
[씁, 진성 아빠 혀를 참]
어허, 이것봐라, 허, 참 [사람들 웃는다]
야, 부모님한테 너 간다고 알렸냐?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아직 안 했어
두 분이 너 보고 놀라서 심장마비 걸리시는 거 아니야?
아유, 쓰러지실 때 쓰러지시더라도
일단 몽둥이부터 들고 날 팬 다음에 쓰러지실걸
[다 같이 깔깔 크게 웃는다]
아, 좀 빨리빨리 싸, 여기 정리하고 집 정리하고, 오늘 밤새도 못 하겠다
[진성 아빠 술 취해 중얼거림]
자, 움직여, 움직여, 움직여 움직여
- (오수) 응? - (희선) 빨리 해, 빨리
편해 보이네
그러게요, 편하네요
정말 이게 끝이라도
사는 동안 참 많이 행복했단 생각이 들고
물론 깨어나면 더 좋겠지만
(선희) 그런 마음가짐이면 성공 확률 50% 이상이다
왜냐? 의사가 부담이 없거든
(선희) 수술은 내일 밤 8시야
그때 보자
간호사실 좀 다녀오마
[문 드르륵 여는 소리]
영이야
수술 들어가기 전에 분명히 알아둘 게 있어
너는 혼자 살 수 없어
(왕비서) 장애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린 누구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내가 네가 있어서 지금까지 산 것처럼
수술 후, 네가 눈을 다시 못 떠도
눈이 안 보이는 것 때문에
더는 마음이 아프지 않길 바라
그래도... 미안해 [울먹이면서]
많이 미안해
참 서툴러, 안는 것도
(오영) 내가 왕비서님이 서툰 방식으로라도
날 사랑했다는 걸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렇게 외롭진 않았을 텐데
게임이 길어
게임 끝나면 영이 병원으로 바로 갈 거야
너희들은 시골집에 가 있어 연락할게
안아줘
애인 앞에서 이래도 돼?
[토닥토닥, 등 두드린다]
에효
[톡톡, 등 두드린다]
시골 가서 보자
[긴장감 흐르는 음악]
[덜컥, 문 여는 소리]
잘 가, 형
[덜컥, 문 닫혔다 다시 여는 소리]
[철컥, 문 닫히는 소리]
[비장한 음악]
[탁, 안전벨트 푼다]
간다
어
[탁, 차 문 닫는다]
[타닥, 칩 섞는 소리]
자, 카드는 각자가 챙겨온 걸 무작위로 썼고
한 카드는 3판 이상 못 한다
게임은 토너먼트
(김 사장) 최종 승자만이
전체 판돈 70억원을 챙긴다
운영은 2인 1조, 아...
오수만 단독
(김 사장) 자, 그럼 다들 흩어져서 게임하자고
재미 좀 봅시다
[짝짝짝, 손뼉 친다]
[긴박한 음악]
축하드립니다
[탁, 칩 놓는다]
(장 변호사) 영이가 내일 밤 8시에 수술을 한다
네가 그 전에 꼭 와줬으면 좋겠다
다이
[차락, 카드 뒤집는다]
축하드립니다
[긴 한숨]
(김 사장) 너 이래서 언제 70억 딸래?
[탁, 물잔 놓는 소리]
[칩 달그락거리는 소리]
(오영) 너한테 나는 아직... 못다 한 얘기가 많아
하지만 오늘이, 이게...
너랑은 끝은 아닌 것 같아서
(진성) 나 왔어, 형
70억은커녕 너 지금 네 본전도 잃을 판이야
(김 사장) 진성이랑 같이 뛰어
- 잠깐만 - 형
미쳤어, 너! [소리치면서]
[쾅, 벽에 부딪힌다]
이제부터 너랑 난 둘이 동시에만 입장 가능해
들어가
최후엔 그쪽이 나랑 붙겠지?
또 만납시다
[칩 달그락 소리]
게임 이기고 나가면 형한테 반 죽게 맞을게
각오해
[칩 던져서 달그락거리는 소리]
[사람들 웅성거린다]
뭐 있어요?
(희선) 빨리들 좀 해, 벌써 2시인데
이러다가 시골 집에 밤이나 돼야 도착하겠다
(진성 아빠) 에, 에, 에, 다 됐다
자, 다 옮겨버려, 다, 옳지, 그래
[전화 연결음]
[칩 달그락거리며 옮긴다]
[칩 탁 던지며]
콜
다이
(사람) 다이
(사람2) 콜입니다
(오수) 다이
- 다이 - (딜러) A트리플, 승리입니다
(딜러) 히든입니다
다이, 다이
[탁, 카드 내려놓는다[
- (사람) 올인 - (딜러) 올인
[쨍, 칩 부딪히는 소리]
콜 [칩 던지면서]
- 다이 - (딜러) 다이
(딜러) 오픈하겠습니다
(딜러) Q 투 페어, 10 투 페어 Q 투 페어 승리입니다
뭐야?
[촤라락, 칩 모으는 소리]
[달그락, 칩 정리하는 소리]
나와
[찍, 의자 미는 소리]
[탁, 잔 놓는 소리]
(진성) 미쳤어? 왜 그래, 진짜?
[저벅저벅 발소리]
어때? 이제 들어오지
난 신사한테 지면 어차피 각오한 대로
(오수) 너한테 끝나면 그뿐이야 근데 넌 아니지
나한테 돈도 못 받아 클럽은 이미 다 넘어갔고
이제 남은 건 달랑 이 클럽 하나
야, 역시 오수다 [감탄하면서]
듣자하니 소라가 현금을 거덜내고 날으셨다고
너 이 새끼!
어쩔래?
(진성) 판에 낄래? 아니면...
쓸데없는 우리 목 가질래?
[확 밀치는 소리]
[나지막한 한숨]
결정해
가서 칩 가져와 [분하다는 듯이]
지금 가져와! [소리치면서]
[긴장된 음악]
[탁, 카드 뒤집는다]
이번 판은 콜 없이 올인
어때?
[틱, 틱, 칩 던지는 소리]
나야 콜이지 [칩 던지면서]
[칩 와르르 내던지면서]
넌?
[칩 와르르 내던지는 소리]
[전화 연결음]
감자야, 이제 우리 마지막 판이다
뭐야?
[빠르고 경쾌한 음악]
어, CCTV 작동했어
잘 보고 있어
상황 파악돼?
우리나 신사가 이 판에서 이겼는데도 여기를 무사히 못 빠져나가면
지금 이걸 보고 있는 얘들이 바로 경찰에 신고할 거야
[신사 너털웃음]
진성이 너 이 새끼
우린 네 돈을 쓴 적이 없는데 돈을 썼다고 우기고
(진성) 서류 조작하고 검찰에서
그래서 널 믿을 수가 없어서
자, 이제 게임 시작할까?
[짝짝, 손뼉 소리]
좋아, 좋아
패 돌려
[슬프면서 잔잔한 음악]
[삐삐삐, 기계음]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고
[삐삐삐, 기계음]
[김 사장 너털웃음]
[김 사장 계속 껄껄 웃는다]
[김 사장 만족스럽게 계속 껄껄 웃는다]
[쾅, 치며 카드 휙 던진다]
[탁, 박차고 일어난다]
[김 사장 껄껄 웃음]
[멀어지는 발소리]
[찰칵, 문 연다]
[숨 가다듬는다]
[찰칵, 문 닫힌다]
[의자 드륵 미는 소리]
나중에 보자, 형
뭐야?
[상 드륵, 밀리는 소리]
[쾅, 극적인 효과음]
9, 10, J, Q, K 스트레이트 플러시
이얏! [칩 내던지면서 분노]
[쨍그랑, 칩 나뒹구는 소리]
[띡띡, 핸드폰 누르는 소리]
어, 미라야
영이 수술 들어갔니?
나? 지금 영이한테 가는 중
그래, 가는 중이야
[김 사장, 어이없다는 웃음]
쓰레기들은 다 너 가져
[칩 와르르 미는 소리]
남은 건 개평
[전화 연결음]
(김 사장) 어디냐?
계정리 사거리?
[띡, 전화 거는 소리]
[전화 연결음]
희선아 [떨리는 목소리]
너 어디야?
(희선) 어
우린 거의 다 왔어 계정리 사거리
[쿠쿵, 극적인 효과음]
[탁, 핸드폰 던진다]
[심각한 음악]
여보세요? 진성아
[툭, 칼 떨어지는 소리]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트럭 시끄럽게 오는 소리]
아, 아, 아버지
[빵빵빵, 크게 경적 울린다]
[쾅, 극적인 효과음]
영이, 수술실 들어갈 때 안 울었어?
웃으면서 들어갔어? 그랬구나
왕비서님이 오셨구나
다행이다
[푹, 칼 찌르는 소리]
[털썩, 넘어지는 소리]
아
[오수의 신음]
아
[극적인 효과음]
아
아 [힘들어하면서]
[비극적인 음악]
[오수 신음]
(미라) 여보세요? 오수 오빠
여보세요? 오수 오빠
[극적인 효과음]
지...
진성아, 왜?
[진성, 크게 숨 쉬며]
[탁, 칼 떨어트린다]
[오수, 헉헉 신음]
[극적인 효과음]
진성아...
진성... 왜? [힘없는 목소리로]
[오수 신음]
진성...
영이가...
[크게 신음]
[오수 크게 신음]
영이가...
(오수) 아악
[힘겹게 탁탁, 일어나는 발소리]
[오수 신음]
[진성, 흑흑 흐느끼는 소리]
[오수 헉헉대며 신음]
[딸랑, 풍경 소리]
[진성 흐느끼는 소리]
[진성 목 놓아 우는 소리]
[진성 흐느끼는 소리]
[진성 목 놓아 우는 소리]
- (미라) 어서 오세요 - (복지사) 어서 와
- (복지사) 조심 - (미라) 앞에 계단 한 번 더
(미라) 왕비서님, 안녕하세요
(미라) 안녕, 안녕
- (복지사) 조심하세요 - 장 변호사님, 좀!
아오, 나 정말 아찔하네
(미라) 조심하세요
- (미라) 어, 계단, 계단 - 계단
(미라) 안녕하세요
[오영 살며시 웃는다]
(낭독자) '누가 올 거라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러나 옥희를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가끔은 기다리고 있다고 믿는 것과 다른 것이 도착한다'
'실은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정말로 기다리는 것이었을 거야'
'바로 너처럼'
눈이 안 보이니까 새로운 게 보이는 것 같아
사람들 숨소리 내 숨소리까지 들려
드디어 새로운 세상을 만났네요
사람들 도와주니까 좋아요
나도
[잔잔한 발라드]
여기 세워주세요
복지관 가신다면서요 여긴 서정길인데
알아요, 바람이 좋아서 걸으려고요
[딸깍, 막대기 펴는 소리]
[막대기 끄는 소리]
[틱,틱 막대기 접는 소리]
[딸랑딸랑, 풍경 울리는 소리]
[딸랑딸랑, 풍경 울리는 소리]
[딸랑딸랑, 점점 크게 풍경 울리는 소리]
[잔잔한 음악]
[딸랑딸랑, 풍경 울리는 소리]
[부웅, 오토바이 달리는 소리]
[희선, 신나는 웃음소리]
야, 방구! 어디 가냐?
야, 송효철
너 희선이 나랑 잔 거 아냐?
(효철) 야, 진짜야?
응
하아, 내려 [한숨 쉬면서]
[희선, 어이없이 웃는다]
미친놈
[덜그럭, 헬멧 놓는다]
[부릉, 오토바이 출발하는 소리]
벌써 세 번째다, 그만하지, 너
[한숨 쉬면서]
오토바이만 탄 거거든
[살짝 비웃음]
삐졌구나, 너, 어후, 난 너 이럴 때가 진짜 귀엽더라
히히
아참, 내일 수한테 가는 날인 거 알지?
이번에 수한테 갈 땐 무슨 꽃 가져갈까?
지난번엔 안개꽃... 가져갔었는데
이번엔 뭐 가져갈까?
영이 닮은 램즈이어
에효, 그게 좋겠다
램즈이어랑 프리지어랑
(직원) 죄송합니다, 저희가 브레이크 타임이 있어서, 저녁에 오 세요
오늘은 늦으셨네요?
브레이크 타임이죠?
늘 그렇지만 손님 건 남겨놨죠
햇볕 아래 테이블에서 조금만 기다리시겠어요?
(직원) 허브차입니다, 드시고 계세요
감사합니다
오늘 날씨가 참 좋죠
(남자) 네
볕이 좋네요
근데 눈이 안 보이시나 봐요
지팡이가 있네요
시각장애인 처음 보세요?
(남자) 아뇨, 전에... 많이 사랑했던 여자가
불편했겠다
사랑하는 사람하고 서로 눈을 못 보면 불편하잖아요
(남자) 아뇨, 단 한 번도 불편하지 않았어요
늘 날 보고 있는 느낌이었거든요
온몸과 온 마음으로
근데 전혀 안 보여요?
아뇨
[잔잔한 음악]
그쪽이...
아주, 아주 잘생겨 보일 정도로만
보여요
언제부터 알았어?
20일 전쯤?
항암치료 끝나고 왕비서님이 말해줘서
그 전까진 여기 올 때
(오영) 팔찌의 종소리가 낯설지 않다고 느꼈다가
얼굴 안 보여줬잖아
차만 가져다주고
왕비서님이 그러더라고
사실 너 6개월 전부터 여기 있었는데
네가 말하지 말래서 못했다고
많이 기다렸는데
언제 나한테 말 걸어주나
[잔잔한 음악]
용기가 안 났어
혹시라도... 네가 날 보게 되면
내가 맘에 안 들 수도 있겠다 싶어서
설마
그 말은...
내가 맘에 든다는 소리?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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